- 제 5부 여신의 화신 -
461.프롤로그
힐데브란트가 긴장하면서도 귀족 회의에서 발표를 끝낸 것은 봄이었다.
각지의 아우브 부부와 그 측근들이 즐비한 귀족원의 강당에서 세례식을 마친 왕족의 발표가 이루어진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끼어 단상에 오르고, 모두의 앞에 서서 기억에 남길 수 있는 긴 인사를 한 뒤 신들에게 음악 봉헌을 하는 것이다.
"힐데브란트, 음악의 헌신을 시작하거라"
"네, 아바마마"
펠슈필 연주가 잘 된 것에 그는 조용히 숨을 뱉고, 긴장을 조금 풀었다. 귀족의 아이라면 누구나 하는 일이라고는 들었지만, 평가하는 많은 눈 앞에서 연주하는 것은 예상외로 긴장되는 것이었다.
"그럼, 여기서 중대한 발표를 한다"
그가 안도하는 것과 동시에 만난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아렌스바흐의 영주 후보생 레티치아와의 약혼이 발표됐다. 미리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놀라움에 눈을 부릅 뜬 아우브 부부들에게 웃음을 잃지 않고 끄덕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
……아우브의 배우자란건, 나는 왕족은 아니게 되는 거군요.
힐데브란트는 자신이 신하로서 길러지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왕족으로서 아내를 맞은 배다른 형인 아나스타지우스처럼 왕족으로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본 적도 없는 땅에 아우브의 배우자로 향하게 된다고는 생각지 못 했다.
그는 성인이 되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전혀 다른 것이 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 없었다.
"약혼을 축하 드립니다"
"이로써 아렌스바흐도 든든하군요 "
아우브들이 저마다 축하를 말하지만 힐데브란트는 무엇을 축하는지 전혀 모른다. 다만 이 자리에서 미소를 잃지 말라는 말이 있어서, 불만은 마음 속에 처박고 웃으며 축사를 받을 뿐이다.
……나도 스스로 결혼 상대를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중앙에서는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의 열렬한 구혼 이야기가 빛의 여신에게 바치는 곡과 함께 퍼져있다. 두 사람의 화목한 모습을 볼 때마다, 왕족의 전속 악사들이 두 사람의 사랑을 노래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사랑하는 게 정말 좋을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의 사랑 이야기로 만들어진 수많은 곡을 들으며 힐데브란트의 어머니도 원하는 결혼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했는지 함께 일러 줬다. 그런 얘기를 듣고 있다가, 아버지의 명령으로 평생을 함께 할 상대를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면,하고 그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고른다면…….
그렇게 생각할 때, 힐데브란트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깨끗이 떨어지는 밤하늘의 머리에 문자를 쫓느라 덮힌 긴 속눈썹, 책장을 넘기기 위해 천천히 움직이는 하얀 손가락, 도서관의 마술 도구인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주인, 책을 더없이 사랑하는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 로제마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약혼자가 있다.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인 빌프리트이다.
……부모에게 약혼자를 정해진 로제마인도 나와 같은 기분이겠지요.
왕명이니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은 힐데브란트도 알고 있다. 거스르는 교육은 받지도 않았다. 그래도 기분이 가라앉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웃는 얼굴 그대로 자기 방에 도착해, 사교장에 나가는 호화로운 의상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자 긴장이 절로 풀려서 미소는 사라지고, 불만족한 얼굴이 나왔다.
"기분이 안좋아 보이시네요, 힐데브란트 왕자. 그러나 왕명입니다"
그런 뻔한 말은 듣기 싫었다. 힐데브란트는 근시인 아르투르를 불만 가득한 눈으로 노려본다. 왕족답게 행동하라고 몇번이나 들었고, 모두의 축하에 웃음으로 답례했으니 지금은 놔뒀으면 좋겠다.
"아르투르, 나는 숨겨진 방에 다녀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부르겠습니다"
며칠 뒤, 중앙의 기사 단장 라오불트의 면회 의뢰가 왔다. 왕한테 전언이 있다는 내용이라, 누군가와 만날 기분이 아닌 힐데브란트도 거부할 수 없었다.
"약혼을 축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라오불트"
"……그 얼굴은 별로 반가운 일이 아닌 것 같군요"
라오불트가 쓴웃음을 짓자 뺨의 상처가 조금 움직였다. 어려서부터의 아는 사람이라 얼굴에 감정이 나오고 말았다. 힐데브란트는 허리를 펴고 표정을 다잡았다. 열심히 해도 왕족 답지 않은 그에게 미소를 보이며, 라오불트는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그럼 우울한 왕자에게 이것을. 조금은 마음이 풀리셨나요?"
라오불트가 가져오는 장난감은 상자를 열자 무엇인가 튀어 나오거나, 올바른 순서대로 두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등, 재미 있는 것이 많다. 힐데브란트는 웃는 얼굴로 뒤에 둔 아르투르를 바라봤다. 근시인 그는 라오불트가 내민 상자를 손에 들고 위험한 물건이 아닌지 확인한 뒤, 힐데브란트에게 주었다.
"감실합니다, 기사단장"
"아닙니다, 왕자의 그런 얼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라오불트의 말에 동의하듯, 아르투르가 웃는 얼굴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럼, 힐데브란트 왕자. 본론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라오불트가 왕의 말을 전한다.
그것은 에렌페스트의 로제마인에게서 구루투리스하이트에 관한 정보를 얻어 달라는 것이었다. 에렌페스트의 페르디난드가 귀족원의 도서관에 있던 것, 두 사람이 옛날의 사서 자료를 찾고 있던 것 등으로 보아, 그 도서관에는 뭔가 있는것이 틀림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로제마인님은 왕족의 마술 도구를 납치한 영주 후보생으로, 그 배후에 있던 것은 페르디난드님입니다"
"로제마인은 우연히 마술 도구의 관리인이 되버렸을 뿐, 선의로 슈바르츠와 바이스에게 마력 공급을 하는 거예요, 라오불트"
로제마인은 책을 좋아해 도서관에 있는 시간이 무엇보다 행복하고, 슈바르츠와 바이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다. 도서관의 마술 도구가 움직이지 않으면 솔란지가 곤란해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려워져서 마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선의만으로 마력을 공급하는 일은 없습니다. 만일 로제마인님이 선의라고 해도 그 배후에 있는 사람의 의도는 별개인건 흔한 것 아닌가요. 페르디난드님은 경계가 필요합니다"
라오불트의 말에 힐데브란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로제마인의 선하지만, 그 배후에 있는 사람은 모르기 때문이다. 주의 깊지 못한 아이가 이용되는 일은 많다. 그러니까 왕과 영주 후보생에게는 측근이 항상 붙어 있다.
"아렌스바흐의 요망도 있고, 페르디난드님을 에렌페스트로에서 떼어 내는 것은 성공했습니다. 로제마인님이 마력 공급을 정말 선의로 하는지 앞으로 판별할 수 있을거예요 "
"그렇습니까? 그건 다행히네요"
히데브랑토는 그녀의 눈동자에 책 이외의 물건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도서관에 있을 때 금빛의 눈동자는 책만 비추고 글자만 쫓고 있다. 얼굴을 들지도 않고, 왕족인 힐데브란트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다. 뒤에서 조종하는 인물이 없어졌다면 그녀가 의심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올해는 상급 귀족 사서를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그 사람에게 흔쾌히 관리자의 권리를 양보하면 로제마인님의 혐의는 없어집니다. 선의의 협력자라면 관리자의 입장을 고집하지 않겠죠"
"그 상급 귀족이 여자라면 좋겠네요"
협력자가 된다면 성별에 상관없이 "공주님"이라고 불리게 된다. 남자가 왕명으로 "공주님"이라고 불리게 되면 불쌍하다. 그런 그의 중얼거림에 라오불트가 놀란 듯 눈을 깜박거렸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강한 요망에 의해 여자가 파견되게 되었지만, 힐데브란트 왕자도 여자를 원하시나요?"
"나는 슈바르츠와 바이스에게 '공주님'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불쌍하다고 생각한거에요……"
귀족원의 사서로 아나스타지우스가 여자를 원하는 이유를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힐데브란트에게 라오불트가 귓속말을 하듯 목소리를 죽이고 귀띔했다.
"에그란티느님의 주위를 가급적 여자로 두고 싶을 뿐입니다. 사실 에그란티느님은 영주 후보생의 강사로 귀족원에 파견해, 로제마인님의 정보 수집에 협력을 받게 됩니다. 힐데브란트 왕자도 로제마인님과 친분이 있죠? 왕족과 도서관의 관계나 열리지 않는 서고에 관한 정보 수집을 부탁 드립니다"
"로제마인은 더 이상 모르니까 나한테 질문한 거죠? 그리고 내가 귀족원 내를 움직이는건 학생들의 사교가 시작될 때까지니, 접촉할 시간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부터 로저마인은 3학년으로, 전문 강의도 시작한다. 작년과 비슷하지 않다는 아르투르 말을 들고 풀이 죽은건 오래 전 일이다.
"지난해는 몰라도 올해 궁금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고, 힐데브란트 왕자의 활동 기간과 범위는 약혼이 정해졌기 때문에 늘어났습니다"
운명이 결정되었으니, 귀족원 안에서 약간 움직여도 문제 없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기간과 범위가 넓어졌다고 해도 힐데브란드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이제 와서 로제마인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도 쓸모 없어요.
실망의 한숨을 쉬고 싶은걸 참는 그를 지켜보고 있던 라오불트가 마술 도구를 하나 내밀었다.
"힐데브란트 왕자, 이건 숨겨진 방에 혼자 들어가 보십시오. 왕족의 기밀이라고 합니다. 단 한번밖에 재생할 수 없는 마술 도구로, 열었다가 뚜껑을 닫아 버리면 다시는 못 듣게 된답니다. 주의하세요"
"이것도 아버지가 주신건가요?"
라오불트는 활짝 웃으며 마술 도구를 두고 퇴실한다.
힐데브란트는 라오불트가 두고 간 마술 도구와 장난감을 보며, 장난감에 손을 뻗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마술 도구를 집었다.
"그럼, 아르투르. 나는 왕족의 기밀이라는 것을 듣고 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힐데브란트는 숨겨진 방에 들어와 긴 의자에 앉아 마술 도구의 뚜껑을 열고 노란색의 마석에 손을 댔다. 마력이 흡수되고,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이건 약혼에 낙심하고 있는 왕자에게 드리는 조언입니다"
마술 도구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왕인 아버지가 아니라 라오불트였다.그 것에 놀라서 한번 손을 떼자 목소리가 멈췄다.
그냥 들어야 할지 잠시 생각하고, 힐데브란트는 마석에 다시 손을 뻗었다.
"아렌스바흐에 가지 않는 길을 걸으실거면 들으세요. 하지만 왕명을 조용히 받아들인다면 뚜껑을 덮으세요"
힐데브란트는 마석에서 다시 손을 떼고, 생각 없이 의논할 상대를 찾았다. 당연히 단 한명만 있는 숨겨진 방 속에서 상담할 상대의 모습은 없다. 무엇보다 왕명을 어길지에 대한 여부를 상담할 수 없다.
심장이 두근 두근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대로 뚜껑을 닫아 버리는 편이 좋겠다는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그는 자신에게 다시 묻는다.
……왕명을 받아 아렌스바흐에 가거나, 라오불트의 조언을 듣고 가지 않는 길을 걷거나.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타이르도록 소리를 내며, 힐데브란트는 다시 마석슬 만졌다.
"왕명을 배제할 수 있는 것은 왕명 뿐, 그건 아시죠? 그러니까 아렌스바흐에 가지 않으려면 힐데브란트 왕자가 왕이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왕……?"
멍해진 그를 상관하지 않고, 라오불트의 낮은 목소리는 왕이 되라고 속삭인다.
"지금의 왕이 가지지 못한. 진실돠 왕의 증표인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찾으세요. 그것을 가진 자는 누구에게도 비난받는 일 없이 정당한 왕이 됩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기 때문에 고생이 끊이지 않는 왕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의 이복 형, 차기 왕으로 인정 받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양보 받은 둘째 왕자의 수상한 죽음, 첫째 왕자와 셋째 왕자가 다투고 있을 때에는 이미 잃어버렸고,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있으면 그런 싸움은 없을 것이라고 아버지는 말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만 있었다면 왕이 되기 위한 교육도 받지 않아도, 왕으로서의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이 왕이 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몹시 지친 표정으로 말하는 걸 힐데브란트는 알고 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고 진짜 왕이 된다면, 아버지도 편해지고 나는 아렌스바흐에 가지 않아도 될까요?"
"힐데브란트 왕자가 왕이 되면 지금 왕명을 배제하고, 왕자가 원하는 여자와 맺어질 수 있습니다"
굉장히 감미로운 유혹이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지 않는 아버지를 구할 수 있고, 아버지가 내린 명령을 배제할 수 있으니 자신뿐 아니라, 로제마인의 뜻에 따르지 않은 약혼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모두가 기뻐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과 함께 마음 속에서 자신을 붙잡는 목소리도 들렸다. 신하로서 자라고 있는 자신이 왕위를 바라는 것은 너무 엉뚱한 것 아닌가. 바라면 안 된다고 자신을 훈계하는 목소리와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을 호기가 있는데 포기하냐는 목소리가 힐데브란트 속에서 갈등한다.
"……나 같은 셋째 왕자가 왕위를 바라도 될까요?"
그 질문에 마술 도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안색이 좋지 않군요, 힐데브란트. 고민이 있나요?"
"어머니"
세례식을 계기로 이궁을 받고부터 별로 마주치는 일이 없어졌던 어머니와 오랜만에 저녁 식사 자리에서 풀이죽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힐데브란트는 왕족 답지 않은 태도라고 질책될까봐 몸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항상 엄한 어머니가 표정을 느슨하게 했다. 세례식을 마치면 응석 부리면 안된다고 말하던 어머니가 자신과 시선을 맞추며 천천히 머리와 볼을 만져준다.
"뭔가 고민이 있다면 이 어머니에게 말하세요. 이렇게 사는 곳이 멀어져 얼굴을 볼 시간은 줄었지만, 나는 당신을 가장 걱정하고 있답니다"
그러지 힐데브란트는 옛날과 마찬가지로 응석을 부리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 그는 어머니를 올려다보았다. 자신과 같은 색의 앞머리가 조금 흔들리고, 붉은 눈이 자신의 말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말하진 못해도, 조금 의논하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는 자신의 뒤를 밀어 줄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왕족과 결혼하기 위한 수를 써서 가족이 갖고 온 혼담을 버리고 원하는 혼담을 쟁취한 사람이니까.
……자신의 결혼 상대를 결정하겠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알아주겠죠.
힐데브란트는 어머니를 올려다본 채 입을 열었다.
"……어머니, 저는 지금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손에 들어올지 모르고, 방자하다는건 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바라지 말라고 했죠. 그래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해도 괜찮은 것인가요?"
그의 말을 듣고 붉은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가 반갑게 웃었다.
"어머, 힐데브란트는 그 사람의 피가 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신도 단켈페르가의 남자군요"
그녀는 힐데브란트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 천천히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야기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고 힘을 모아 몇번이라도 도전하는 것이 단켈페르가의 남자입니다"
"힐데브란트 왕자는 단켈페르가의 남자가 아니라 왕족이십니다"
아르투르의 한숨 섞인 반박을 미소 하나로 무시하고, 그녀는 자장가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들에게 말했다.
"힐데브란트, 자신의 버릇없음을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네"
"우선 주위에 큰 혜택을 줘야 합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것이 주위에 있어서 이익이 된다면, 주위는 당신의 버릇없음을 기꺼이 거들어 줍니다"
주위의 반대를 봉쇄하려면 자신과 주변의 양쪽에 좋은 상황이 필요하다고 어머니가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안간힘을 써야 한다고 일러준다.
"주위를 자기 편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세요.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힘을 기르세요. 포기하지 않고 몇번이라도 도전하세요. 당신도 단켈페르가의 남자라면 그렇게 해야합니다"
기합을 넣도록 가볍게 그의 두 뺨을 두드리며 겁 없는 미소를 띄운 어머니를 보고 덩달아 그도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습니다. 그리고 나는 두 약혼을 파기하고 로제마인에게 청혼합니다.
그런 큰 결의를 가슴에 힐데브란트는 귀족원으로 향했다.
일년 만에 친목회에서 다시 만난다. 방의 뒤쪽에 앉은 힐데브란트의 곁으로 조금 키가 커진 로제마인이 빌프리트와 샤를로트를 데리고 인사하러 찾아왔다.
……뭐죠, 저 반짝반짝 거리는건?
기억대로 아름다운 밤하늘의 머리에는 기억에 없던 것이 흔들리고 있었다. 로제마인이 걸을 때마다 빛을 반사하며 존재를 주장하듯 흔들리고 있는 것은 무지개색 마석이 다섯개나 달린 머리 장식이었다. 에렌페스트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꽃 모양 머리 장식에 흔들리는 무지개색 마석의 머리 장식이 붙어 있다. 작년에는 지니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보호자에게 받은 것은 아닐 것이다.
……혹시, 그걸 선물한 것은 빌프리트인가요?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가슴 속이 타는 듯한 싫은 기분이 되었다. 로제마인에게 청혼하려면 그 이상의 마석을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로제마인은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로제마인의 손을 잡고 인사를 마친 빌프리트가 떠나간다. 언젠가 그 위치에 자신이 서야한다.
...구루투리스하이트에 무지개색 마석.
높아진 목표를 바라보면서 힐데브란트는 테이블 아래에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462.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
귀족원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마티아스의 놀라운 밀고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그날 편지를 써서 양부님께 보냈다.
다음 날, 우리들보다 하루 늦게 귀족원에 온 샤를로트는 "그런 일이 있었나요?"라며 깜짝 놀랐다.
양부님은 항상 그렇듯 티내지 않고 바래다 준 것 같다.
"다만 이걸 오라버님과 언니와 함께 읽으라고 하셨습니다"
식사 후에 영주 후보생과 그 측근들만 모인 회의실에서 샤를로트가 내밀어 온 양부님의 편지를 읽었다.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의 밀고로 숙청 계획의 재검토를 포함해 급히 움직이게 된 것 같다.
"이쪽 일은 이쪽에 맡겨라. 너희 영주 후보생들에게 맡기는 것은 귀족원 기숙사 내에 있는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의 감시와 설득으로, 에렌페스트의 숙청이 아니다……라고 합니다"
" 그렇다면,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를 불러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좋겠네"
"오라버님, 그건……"
너무 위험하다고 말하려는 샤를로트의 말을 빌프리트가 고개를 흔들어 막았다.
"아니, 그 두 사람은 우리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고, 가족을 버려서라도 에렌페스트의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어.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많이 구하기 위해서 그들의 협력은 필수라고 생각해"
나도 빌프리트의 의견에 찬성이다. 호위기사를 충분히 갖추고, 두 사람에게는 다가가지 않는다고 샤를로트와 약속하고,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를 불렀다. 귀족원 기숙사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기분 좋게 하기 위해서,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상의한다.
"우선은 저희가 중심으로 누가 어느 정도의 죄를 짓고, 어디까지 연좌되는지, 연좌 처분이 되었을 때 이름을 바쳐서 빠져나갈건지, 아니면 가족과 함께 벌을 받을지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죄와 처벌 무게에 따라서는 이름을 바칠 필요가 없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숙청이 끝나고 보고가 왔을 때 혼란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나아갈 방향을 정하겠다고 마티아스가 말했다.
"이야기를 한 후, 가족과 함께 벌을 받겠다고 마음먹은 자는 잡아서 에렌페스트에 보내면 됩니다. 귀족원에 있으면 모두의 안전이 위협 받으니까요"
두 사람 사이에서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를 마친 듯, 라우렌츠가 마티아스를 힐끗 본 뒤 말을 덧붙였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영주 후보생을 덮친다면, 다른 사람도 연좌 처분의 길이 없어집니다. 그것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설득의 역할은 옛 베로니카 파벌의 중심을 담당했던 자신들이 하겠다고 두 사람이 말했다.
"우리 영주 후보생도 아우브·에렌페스트에서 모두의 설득을 맡고 있습니다만……"
양부님에게 옛 베로니카 파벌 아이들의 설득을 맡은 샤를로트가 살짝 얼굴을 흐리게 했다.
"샤를로트 공주님,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에게 맡기세요"
"리할다?"
"그럴 생각이 없어도 혼란스러우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조금 잠잠해질 때까지 그들과 거리를 벌리는 것은 공주님뿐만 아니라 그들을 지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조용히 나의 뒤에 있던 리할다가 샤를로트를 타이른다.
부모나 친척이 숙청되는 것이다. 발끈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본래는 연좌 처분을 받아야 하지만 이름을 바쳐서 예외적으로 구해지는 것이다. 그래도 불복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두 연좌 처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지도 모른다.
"그동안의 관례를 깨는데 좋은 낯을 하지 않던 귀족들은 꽤나 있었습니다. 틈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할다의 말에 마티아스와 라우렌츠가 크게 끄덕이고, 우리들의 호위기사들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들의 거취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식사 시간도 따로 하십시오. 설득하는 것만이 그들을 구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그런 리할다의 말에 영주 후보생은 얼마간 다른 학생들과 식사 시간도 따로 가지게 됐다.
그 다음 날, 1학년의 이동이 모두 끝난 뒤, 다시 기숙사 내의 전원에게 이야기를 했다. 옛 베로니카 파벌의 사람들이 했던 일, 그리고 이 겨울 동안 숙청이 있다는 것을.
"가급적 많은 생명을 살리고 싶다는 것이 아우브의 생각이고, 우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의 관습을 깨게 되므로 이름을 바치는 것은 필수지만, 그것만큼 대우는 해 줄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할건지, 잘 생각하도록"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믄 샤를로트와 빌프리트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다. 마티아스와 라우렌츠가 그들 앞에 있고, 이야기를 듣고 흥분하거나 날뛰려 할 때 억제하려는 자세를 하고 있다.
"……옛 베로니카 파벌에도 여러가지 말이 있겠죠, 가족이나 친척이 처분되면 우리들에게 분노를 돌리고 싶어지는 일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그 행동이 살아남은 목숨을 잃게 할지도 모릅니다"
"무슨 뜻인가요, 로제마인님?"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숙청이 이뤄질 경우, 세례식을 마치고 어린이 방에 있던 아이들은 성에서, 세례식을 받지 않은 어린 아이들은 나의 고아원에서 보호 받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여러명이 얼굴을 들고 나를 보았다. 그 나이의 동생이 있을 것이다.
"세례 전의 아이까지……?"
"로제마인님, 고아원에 있는 동생은 귀족으로 세례식을 받을 수 있습니까?"
라우렌츠도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래도 라우렌츠에게는 세례식을 받지않은 동생이 있는것 같다. 나는 라우렌츠를 보면서 설명했다.
"고아원에서 교육을 받고 우수하다고 인정되고, 복수심 등 사상의 문제가 없고, 아우브·에렌페스트를 섬길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신전장과 아우브를 후견인으로서 세례식을 시키고 성의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하려는 계획은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의 관례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동이므로 범죄자의 아이를 귀족으로 만들어도 되냐는 이야기도 여전히 있습니다"
특히 베로니카와 그 파벌에 괴롭힘을 받아 온 귀족들은 이 기회에 철저하게 쓸어버리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도 가급적 아이들은 살리고 싶다.
"세례 전의 아이들은 그동안의 관습으로는, 구원된 적이 없는 생명이에요. 당신들의 선택에 의해서 그들의 삶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장자로서 그들이 살아가는 길을 제시하길 바랍니다"
이렇게 숙청 이야기를 말했지만,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은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낼 수 없다. 완전히 귀족원에 격리된 상태에서 공포와 불안과 절망에 빠진 아이들에게 얘기를 하기 위해 마티아스와 라우렌츠가 회의실로 안내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자신의 측근인 로데리히를 불렀다.
"옛 베로니카 파벌에서 이름을 바치고 영주 가문의 측근으로 된 로데리히의 이야기는 설득에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로데리히,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에게 협력하고 설득한 다음, 저쪽에서 정한 내용을 알려주세요"
로데리히도 함께 보내지 않으면 우리 영주 후보생은 그들의 처신이 정해질 때까지 접촉을 금지되어 있어서 정보를 알 방법이 없다.
"가능하면 가족도 찾아봐 주세요. 세례 전의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있는지 먼저 파악한다면 구출이 쉬울지도 모릅니다"
"알겠습니다"
로데리히가 다목적 홀을 나가는걸 본 뒤, 나는 유디트와 그 뒤에있는 테오도르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런 상황에서 내 호위기사를 해야합니다. 귀족원에 막 입학해 큰일이겠지만, 잘 부탁드려요, 테오도르"
유디트의 동생인 테오도르는 귀족원 파트 타임 호위기사로, 졸업 후에는 기베·킬베른을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귀족원 도착 직후에 들은 숙청의 말에 유디트와 비슷한 어린 나이의 남자는 얼굴을 조금 경직시키고 있었다.
유디트가 테오도르에게 나의 측근을 소개하자 레오노레가 환영의 말을 걸면서 테오도르에게 당장 일을 준다.
"테오도르의 역할은 가급적 빨리 강의를 마치고, 로제마인님이 도서관이나 연구실에 출입하실 때 동행 하는 것입니다. 학년이 올라가면 아무래도 강의를 끝내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1학년인 당신에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의 예습이 있으므로, 로제마인님은 올해도 모두 한번에 합격할지도 모른다며 레오노레가 한숨을 쉬었다. 레오노레와 유디트와 테오도르 세명이며 내 호위를 해야 하므로 호위의 할당이 크다.
레오노레부터 일을 받은 테오도가 곤란한 표정으로 유디트를 본다.
"호위기사 다운 일은 적고 힘든 훈련이 많다고 누님에게 들었는데 책임이 막중하네요"
테오도르의 말에 유디트가 "테오도르……"이라고 중얼거리면서 볼을 경직시키고, 레오노레는 조금 생각하듯 시선을 위를 향한다.
"……유디트가 강의를 마칠 때쯤 로제마인님이 봉납식으로 귀환할 때가 많았기 때문 아닌가요? 그땐 호위 임무를 할 시간이 적었습니다"
"아, 과연. 누님 혼자만 강의를 마치는 것이 늦었단 말인군요"
"레오노레! 테오도르!! 이제 그만하세요! 올해는 저도 로제마인님의 호위기사답게 열심히 할꺼에요!"
울상이 되버린 유디트를 보며 레오노레가 크게 웃었다.
"테오도르, 유디트는 못하는게 아니예요. 원거리 공격으로 유디트보다 나은 자는 기숙사에는 없습니다. 보니파티우스님에게도 칭찬의 말을 듣고 있고 귀족원 내에서도 상위권에 들어갈 겁니다"
"네!? 누님이요?"
테오도르는 기사 기숙사에 있는 유디트의 활약과 능력을 정확히 몰랐던 모양인지, 레오노레의 말에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는 로제마인님의 호위기사가 안제리카와 콜네리우스처럼 실기를 잘하는 사람만 있어서 애를 먹은 것처럼 보였을 뿐입니다. 작년에도 강의는 금방 끝났습니다. 그럼, 테오도르에게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올해도 힘냅시다, 유디트"
누나로서 질 수는 없다는 듯 유디트가 분기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샤를로트와 멜피오르에게 좋은 언니와 누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나는 유디트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응응. 동생에게는 쉽게 질 수는 없지.
"그리고 테오도르. 임무 중에는 유디트를 누님으로 부르면 안되니, 이름으로 부르도록 하세요. 구령을 내리거나 말을 걸 때 누구를 부르고 있는지 알 수 없으면 곤란하니까요. 저도 레오노레라고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레오노레"
테오도르는 낯선 모습으로 몇번이나 "유디트"라고 중얼거리고, 유디트도 "테오도르에게 이름을 불리니 이상한 느낌입니다"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비슷한 둘이서 같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모습이 귀엽게 보여서 나는 조금 웃었다.
"알고있어요. 나도 입장이 바뀌고 호칭이 달라졌을 때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못했으니까요"
"로제마인님은 누구의 호칭이 바뀌었나요?"
휙 돌아본 유디트가 보라색의 눈을 빛내며 나를 봤다.
"내가 영주의 양녀로 되고 여러가지 바뀠어요. 성에서는 오라버님들을 함부로 부르면 안되고, 질베스타님을 양부님이라고 부르게 됐을 때도 당황했습니다. 유디트도 테오도르도 한동안 익숙하지 않겠지만 금방 익숙해 질거에요"
그러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덧붙인다.
……옛날에는 말이야, 내가 청색 무당 수습일때 다무엘을 "다무엘님"이라고 불렀어.
이제 누구에게 말해도 믿지 않을 옛날 일을 떠올리고 나는 잠깐 눈을 감았다.
"로제마인님, 대부분 결정했습니다"
옛 베로니카 파벌 아이들이 연좌 처분을 받을 때 누구에 이름을 바칠지 정해진 것 같다고 로데리히가 보고했다. 우리들은 회의실을 빌려서 보고를 받는다. 16명 중 3명이 나에게 이름을 바칠 예정이란다.
"마티아스, 라우렌츠, 뮤리에라는 부모가 게오르기네님에게 이름을 바쳤지만 결정했습니다.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는 이름을 적을 마석도 일찌감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나는 로데리히가 적어 준것을 보면서 희망과 달랐다는걸 깨달았다.
"남자 기사 견습과 근시 견습은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많고, 여자 기사 견습과 근시 견습은 샤를로트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네요. 그리고 문관 견습은 아우브을 희망하고 있구요"
"나를 희망하는 것은 마티아스, 라우렌츠, 뮤리에라 세명입니까?"
뮤리에라만 여자 문신 견습으로,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는 기사 견습이다.
"가능하다면 여자 근시 견습을 보충하고 싶었습니다만……"
리제레타가 올해 졸업하고, 브륜힐데도 내년에 졸업한다. 베르틸데가 입학하지만 1~2명의 근시 견습이 필요한데, 나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부모가 없는 상태에서는 여자의 경우 아무래도 출가가 어려우니까, 타령에 시집갈 가능성이 높은 샤를로트님에게 모이는 겁니다"
타령에 갈 샤를로트에게 이름을 바치면, 동행이 허락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 에렌페스트에 두고 갈 수 없다. 그리고 타령에 동행할 경우에는 샤를로트가 뒷받침이 되므로, 에렌페스트 내에서 범죄자의 정실로서 혼담을 찾기보다 좋은 혼담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여자 근시 견습과 기사 견습은 샤를로트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 간첩을 경계해 동행을 허용하는 경우가 적은 문관 견습들이 아우브 부부나 빌프리트를 희망하는 것은 왜그런 거죠?"
그렇다면 문관 견습은 나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이것도 회피되는 이유가 있었다.
"로제마인님의 측근이 되면 신전에 가게 되니까요. 신전에 기피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고 할트무트님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니까요……"
"할트무트님이 까다롭습니까? 페르디난드님에 비하면 상당히 자상한데요. 아주 정중하게 일러 줍니다"
피리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렇게 말하자, 로데리히가 쓴웃음을 지었다.
"페르디난드님에 비하면 확실히 다정할지도 모르지만, 닮았어요. 불편하다고 느낀 사람은 멀리하는 부분이요. 가족을 버리고 로제마인님께 이름을 바쳐 달아날 곳이 없는 상태에서 문관 중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할트무트님에게 찍히는 것은 매우 무섭습니다"
그래도 신전에 들어오지 못하면 곤란하고, 할트무트는 인쇄에 관한 일도 맡기고 있다. 할트무트와 잘 지내지 못하는 사람이 나의 문관으로 일하는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로제마인님에게 이름을 바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주저하는 이유가 몇개 있는 것 같습니다. 로제마인님은 몸도 약하니까요"
로데리히가 좀 곤란한 듯이 웃었다.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를 정도로 허약해 이름을 바쳐 목숨을 맡기고 주인으로 하는 것은 무서운 것 같다 .주인이 이름을 돌려주지 않고 죽으면 함께 죽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제마인님은 봉납식 때문에 사교의 장에 안 나가고, 컨디션 난조로 자리를 뜨는 일도 많으니까요. 그래서 근시 견습들이……"
"바셴"
로데리히가 갑자기 물 덩어리에 빠졌고, 리제레타가 웬지 슈타프를 쥐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 모두가 눈을 깜박이는 가운데, 리제레타는 항상 보여주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입 주위에 더러움이 심한 것 같아 바셴을 썼습니다"
"어라? 하지만 아직 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로데리히는 한번 잘 씻는 편이 좋겠네요"
브륜힐데가 황갈색 눈동자에 분노를 내비치고 활짝 웃으며 로데리히를 데리고 퇴실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통한것 같지말, 갑자기 바셴을 쓴건지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나는 리제레타를 쳐다봤다.
"저기, 음…… 리제레타?"
"차를 새로 드리겠습니다, 로제마인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웃는 얼굴을 한 리제레타에게서 살짝 떨어진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피리네와 유디트가 한숨을 쉬는 것이 보였다.
"저, 무슨 일이 있었나요? 피리네와 유디트는 알고 있나요?"
피리네와 유디트가 얼굴을 마주보자 뒤에 있던 레오노레가 앞으로 나왔다.
"아무 일도 없습니다. 리제레타와 브륜힐데가 말했던 대로입니다. 로데리히의 입 주위가 조금 더러웠어요"
……별로 더럽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더이상 묻지 않는게 좋을것 같다.
내가 묻는 것을 포기했을 때 바셴을 받아도 별로 달라진 곳은 없어 보이는 로데리히가 조금 위축된 모습으로 브륜힐데와 함께 돌아왔다.
"이걸로 괜찮겠죠. 그럼 로제마인님께 보고를 계속하세요"
브륜힐데에게 가볍게 등을 떠밀려 내 앞에 선 로데리히는 정신을 차린 것처럼 허리를 바짝 펴고 웃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보고를 계속하겠습니다. 로제마인님은 저를 측근으로서 다른 사람과 차별하는 일 없이 똑같이 취급하고 계십니다.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도 차별하시지 않는 모습을 보면 옛 베로니카 파벌 아이들도 이름을 바치는 결심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다른 영주 가문도 노골적으로 대응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앞장 서서 이름을 바칠 것 같습니다"
나의 측근에 대한 예우를 기준으로 함으로써, 이름을 바쳤음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취급을 받지 않도록 원하는것 같다.
"뮤리에라는 엘비라님을 대단히 존경한답니다. 지금까지는 파벌과 가족과의 관계 때문에 말할 수 없었지만, 로제마인님에게 이름을 바치면 엘비라님의 책을 가장 빨리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쁘답니다"
로데리히의 말로 뮤리에라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기숙사 도서 코너에 둔 어머니의 책을 제일 좋아하는 분홍색의 머리의 여자다. 새 책이 오기를 안절부절 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새 책을 두면 푸른 눈동자를 빛내며 제일 먼저 가져가는 아이다. 옛 베로니카 파벌 때문에 부모가 어머니의 책을 안사준것 같다.
"뮤리에라는 엘비라님에게 이름을 바치고 싶어했지만 영주 가문에만 바칠 수 있어서 엘비라님과 가장 가까운 로제마인님에게 이름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가 이름을 바치는 대상이 됟 수 있을지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양부님에게 질문을 한 결과, 귀족원에 있는 동안 나의 측근이고, 뮤리에라가 귀족원을 졸업하면 이름을 돌려주고 다시 어머니에게 이름을 바친다면 상관 없다는 답을 얻었다. 인쇄업에 종사하는 문관을 늘리는 것은 시급하므로, 나의 측근으로서 인쇄업에 대해서 배우게 한 뒤 어머니의 부하로 삼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그리고 로제마인님에게 상담하고 싶은 것은 그레이티아의 일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근시 견습 4학년인 그레이티아는 귀족원 생활이나 보호자를 생각하면 로제마인님에 이름을 바치고 싶어하지만, 무척이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레이티아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어서 남자들이 비웃는 일이 많다고 한다. 보호자를 원했었는데, 로데리히의 취급을 보고 나에게 이름을 바쳐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세심한 성격이라 주인의 방식이나 생활을 갖추는 것은 아주 잘하지만, 성격상 적극적인 교제는 자신 없어서 상위 영지나 왕족과 관련된 로제마인님의 근시가 될 자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건 안 되죠?"
나는 리제레타와 브륜힐데에게 시선을 돌렸다. 브륜힐데가 조금 생각하며 뺨에 손을 대다.
"그레이티아는 우수한 성적을 받고 있습니다. 리제레타가 졸업하고, 내년은 베르틸데가 입학할테니, 베르틸데와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괜찮을것 같아요"
브륜힐데와 그 여동생인 베르틸데도 상급 귀족으로, 상위 영지나 중앙과믜 교환을 기대하고 있다. 어머니가 지금 베르틸데에 가르치고 있는 것도 상위 영지와 사교에 관한 것 같다. 앞으로는 리제레타처럼 내적인 일을 잘하는 근시가 필요한 것이란다.
"저도 중급 귀족이니까, 상위 영지와 중앙과의 협상은 브륜힐데에 맡기고 있습니다. 자신이 없다고 그레이티아는 말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그녀를 보고 있으면 중급과 하급 귀족의 상대는 할 수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네. 리제레타의 말처럼, 다도회와 영지 대항전 때도 제대로 대응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2년간은 저도 있으니까, 그레이티아가 측근에 들어와도 문제 없습니다. 저에게 맡겨주세요"
브륜힐데의 황갈색 눈동자가 똑바로 나를 보고 있다.
근시가 필요한 것은 틀림 없다. 나는 그레이티아를 가급적 내적인 일을 하는 근시로 대접하고 싶다고 로데리히에게 전하게 했다.
에렌페스트에서 숙청이 언제 시작되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채, 내일은 진급식과 친목회가 있다. 타령에 에렌페스트의 사건을 알릴 수는 없다.
측근들에게는 작년처럼 린샹이나 머리 장식을 나누어 주고 내일을 대비시켰다.
463.친목회(3학년)
"영주 후보생 여러분, 내일이면 진급식과 친목회가 있는데, 작년부터 계속 에렌페스트의 학생들의 이동이 완료됐다는 연락을 받고 있지 못했어요"
영주 후보생과 그 측근들만 모여서 저녁 식사를 먹고 있는데 힐쉬르가 왔다. 화가 난 것 같은 힐쉬르를 보고 빌프리트와 이그나츠가 얼굴을 마주보고 "아뿔사!"라는 얼굴을 했다. 숙청과 옛 베로니카 파벌 아이들의 대응으로 힐쉬르에게 연락하는걸 완전히 잊고 있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쪽에도 좀 사정이..."
일어서서 사과를 시작한 빌프리트가 말끝을 흐리며 숙청에 관한 말을 하지 않고 머뭇거린다. 힐쉬르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나도 일어섰다.
"연락을 잊어서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올해 연락 사항에 대해서 듣고 싶고, 이쪽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식사를 함께 하시는게 어떻습니까?"
식사를 권하자 힐쉬르는 테이블 위에 늘어선 접시로 시선을 돌린 뒤 미소를 지었다. 일단 맛있는 밥으로 화를 피하는 것에는 성공한 것 같다.
"리할다, 힐쉬르 선생님의 자리를 마련하세요"
"알겠습니다, 공주님"
힐쉬르의 식사 준비가 갖춰지는 동안 에렌페스트의 올해 순위와 진급식과 친목회에 관한 연락 사항이 전해진다. 그것을 빌프리트의 한 측근이 다목적 홀의 학생들에게 전하러 갔다.
"힐쉬르 선생님, 라이문트와 페르디난드님은 연락을 하고 있나요?"
"……페르디난드님의 연락은 가을의 끝에 한번 받았습니다. 곧 아렌스바흐에 가게 되니, 로제마인님을 부탁한다고 하셨습니다. 라이문트는 아직도 연구실에 오지 않아 그쪽에서 온 연락은 없습니다"
귀족원의 교사들에게도 귀족 회의 결과는 알게되는 듯, 페르디난드님이 디트린데의 약혼자가 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준비 기간도 거의 없이 아렌스바흐에 가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 같다. 연락을 받았을 때는 놀랐다고 힐쉬르가 말했다.
"베로니카님은 조금이라도 인연을 갖고 싶어 하셨는데, 아렌스바흐에 가장 따돌림을 당하고 있던 페르디난드님이 가게 되다니, 아이러니하군요"
힐쉬르의 한숨 섞인 말에 나는 잠깐 입술을 열었다. 에렌페스트에선 페르디난드님과 가까운 사람이 아니고선 모두 축하 분위기로, 아렌스바흐와 연결이 강화됐다고 기뻐하는 귀족들도 적지 않았다. 너털 웃음으로 대응하던 페르디난드님이 아렌스바흐행을 꺼리던 것을 아는 힐쉬르의 존재가 어쩐지 기뻣다.
"힐쉬르 선생님, 저는 페르디난드님의 저택을 양도 받아 도서관으로 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연구실에서 라이문트와 함께 도서관에 두기 위한 마술 도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참, 로제마인님은 페르디난드의 후견인이군요. ……연구의 자료도 받았나요? 아니면 페르디난드님과 함께 아렌스바흐로 갔나요?"
힐쉬르의 관심사는 연구 자료 같다. 나는 페르디난드님이 준비한 짐을 기억해 보았다. 기본적으로 생활 필수품밖에 준비하지 않았고, 연구할 시간은 없다고 말했다.
"아직 대부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제 의식이 끝날 때까지는 객실에서 지내게 된다고 양모님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래서 정식으로 부부가 되고 아렌스바흐에서 페르디난드님의 방이 생겨야 나머지 짐을 보내게 될 거예요"
"페르디난드님의 자료 중에서 이리 가져와도 된다고 남긴 자료는 있나요?"
"……전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은 데릴사위와 숙청 이후 아이들을 받아들일 준비로 일이 많아서 힐쉬르에게 요구를 들이대기 위해 필요한 자료집을 준비하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작년에는 준비한걸 받아서 가지고 가는 것만으로 편했지만, 보호자가 없어진 올해는 스스로 준비해야 했다.
...페르디난드님의 용의주도함이 느껴지는군.
사감에게 도착하고도 연락조차 잊고 있던 나로서는 도저히 거기까지 생각할 수 없었다. 올해의 귀족원에서 힐쉬르에게 부탁할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그나저나 왜 식사 시간을 나누고 있나요?"
힐쉬르가 식당을 둘러보고 물었다. 빌프리트와 샤를로트는 곤란한 얼굴이 됐다. 에렌페스트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에게 숙청에 관한 정보를 줄 수는 없다. 어디서 어떻게 전해지고 상대를 놓칠지 모른다.
"지금은 거리를 두는 게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있으면 또 같이 식사를 하게 될 거예요"
"……에렌페스트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모두 끝나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나는 활짝 미소 짓고 힐쉬르의 보랏빛 눈을 빤히 쳐다봤다. 더 이상 질문해도 대답할 마음은 전혀 없다는 뜻은 전달된 것 같다.
"그렇습니까? 그럼 모든 게 끝나고 로제마인님이 연구실을 방문하는 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때까지는 힘들겠지만, 로제마인님도 몸조심하세요."
"네?"
유레베 덕분에 건강해졌다고 느낄 수 있게된 나는 "조심해라"라고 할 정도로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뜻을 몰라서 눈을 깜빡이는 나를 보면서 힐쉬르는 어이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기숙사의 분위기가 예전처럼 날카롭고, 최근 몇년간 느껴졌던 부드러움이나, 전원이 앞으로 나가려는 활력이 느껴지지 않아요. 그건 에렌페스트의 성녀가 그렇게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요?"
힐쉬르의 지적에 나는 자신의 뺨을 눌렀다. 언짢은 얼굴을 하고 있을 리 없다. 나는 지금 웃고 있을 것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의 뺨에 힐쉬르가 손을 댔다. 피부에 직접 전해지는 온기가 서서히 스며드는 듯하다.
"발돋음을 하는건 좋지만, 당신 다움을 잃어서는 안되죠"
그렇게 말하고 힐쉬르는 연구실로 돌아갔다. 나의 머릿속에는 물음표로 가득하다. 의미를 모르겠다.
……나 다움이라는건 대체 뭘까?
그렇게 진급식과 친목회의 날이 되었다. 3의 종까지 강당에 가야 하기 때문에 몸가짐을 갖추고 망토와 브로치를 제대로 붙이고 기숙사에서 나오는 모습으로 준비한다. 무지개색 마석이 달린 비녀를 달고 출발한다.
레서 버스로 2층으로 내려가자 기다렸다는 로데리히과 테오도르가 합류했다. 측근이 전원 모이고, 브륜힐데가 전원을 둘러본다.
"로제마인님, 친목회에 동행하는 호위기사로 레오노레, 유디트, 테오도르, 제가 근시, 문관은 로데리히가 될 예정이지만, 문제 없나요?"
"네, 브륜힐데. 문제없어요"
레서 버스로 1층에 가자 샤를로트가 1학년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 들려 왔다.
"망토와 브로치가 없으면 기숙사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조심하셔야 합니다. 모두 괜찮나요? 어머, 옛 베로니카 파벌 아이들은 아직인가요? 마리안네, 루돌프 한번 보고 오세요"
" 알겠습니다"
샤를로트의 명을 받은 마리안네와 루돌프와 엇갈려 나는 1층에 도착했다. 기숙사에서 나가기 때문에 레서 버스에서 내려 기수를 치우고 빌프리트의 모습을 찾는다.
현관에 모인 모두가 검은색을 기조로 한 의상에 망토와 브로치를 달고 있고, 여자는 모두 머리 장식을 꽂고 있다. 올해는 1학년에게도 머리 장식을 주었지만, 상급생은 스스로 준비한 머리 장식을 꽂고 있는 사람도 많아 작년처럼 전원 모두 똑같은 머리 장식은 아니다.
실제로 나도 작년의 머리 장식은 사용하지 않았다. 머리 장식을 세개나 꽂을 수는 없고, 페르디난드님에게 받은 부적을 뺄 수도 없으니 투리가 만든 호화로운 머리 장식과 무지개색 마석 비녀 두개로 꾸몄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왜그래, 로제마인?"
나는 조금 머리를 움직여서 흔들리는 무지개색 마석 비녀를 만졌다.
"페르디난드님께 받은 이 부적입니다만, 빌프리트 오라버님에게 받은 것으로 하는것이 좋다고 합니다. 말씀을 맞춰주세요"
"왜?"
"디트린데님에게 보낸 마석보다 제게 주신 마석의 품질이 더 좋다고 브륜힐데가 말했습니다"
나에게는 어느 쪽도 무지개 마석이고, 페르디난드님이 붙이라고 해서 특히 문제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주위는 그렇지 않다는군.
브륜힐데와 리할다에게 여러가지로 설명받은 결과, 약혼자에게 보낸 약혼 반지 다이아몬드보다 더 좋은 다이아몬드를 다섯개나 박은 목걸이를 받은 것이라고 이해했다.
"약혼자인 디트린데님에게 기분 좋은 일이 아니겠죠?"
"나는 여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그럴지도 모르겠네"
"빌프리트님, 거기에서는 알아주세요!"
빌프리트의 근시가 머리를 감싸고 있다. 나와 빌프리트가 모르는 사람이라 좋은걸지 안 좋은건지, 어느 쪽일까?
"이 머리 장식을 붙이지 않으면 디트린데님을 자극하는 일은 없겠지만, 기숙사 내의 사정과 타령의 의도 등을 생각하면 페르디난드님의 부적을 뺄 수는 없습니다"
"그렇구나. 위험이 있다고 숙부님이 판단해 너한테 준 부적이고, 실제로 상급 귀족에게 공격받은 적도 있으니까"
할트무트를 노렸지만 내가 공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그 후의 강습에 대해서 생각해도 방어는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러니 무지개색 마석은 보호자인 아우브·에렌페스트 부부, 칼스테드님, 페르디난드님, 약혼자인 빌프리트님이 각각 준비하시고 페르디난드님이 디자인했다고 해주세요"
브륜힐데는 "그러면 디트린데님이 머리 장식에서 페르디난드님의 감각을 의심해도 반박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페르디난드님의 감각을 느끼지 못하면 문제없고, 알아채더라도 디트린데님을 자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약혼자가 고향 사람들에게 가볍게 취급되고 있다고 느끼면 아렌스바흐에 계신 페르디난드님에 대한 대응이 크게 달라질 것 같으니까요"
"숙부님은 주위의 걱정만 하고 자신의 걱정은 별로 하지 않으니까"
빌프리트가 가볍게 한숨을 뱉고 자신의 소매를 조금 넘긴다. 거기에는 부적이 두개 흔들리고 있었다. 물리 공격을 막는 것과 마법 공격을 막는 것이다. 페르디난드님은 샤를로트와 양부모님에게도 부적을 남기고 갔다.
"알았어. 네 말대로 그 머리 장식의 마석은 모두가 준비하고 디자인은 숙부님이 한거야"
빌프리트가 고개를 끄덕일 때 위쪽에서 뭔가가 쓰러진 소리가 났다. 무언가 날뛰고 있었다.
"레오노레!"
"나타리에!"
"알렉시스!"
이름을 불린 호위기사들이 급히 계단을 뛰어오르고 다른 기사 견습들은 일제히 방어를 굳건히 한다. 소리는 금방 그쳤다. 그리고 라우렌츠가 1학년 남자를 슈타프의 빛의 띠로 둘둘 감고 계단을 내려왔다.
"라우렌츠, 무슨 일이 있었나요?"
"예상대로 라면 예상 대로입니다만, 친목회를 이용해 타령을 경유하여 가족에게 알리려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라우렌츠가 종이 한장을 꺼냈다. 거기에는 "게오르기네님에게 이름을 바친 사람과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생포되어 처분된다는데, 아버님도 어머님도 나쁜 일은 하지 않았죠? 나는 모두를 만날 수 있는거죠?"라는 비통한 질문이 쓰여 있었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에 가슴이 아파서 울고 싶어졌다. 돌아가고 싶고, 가족을 만나고 싶다. 그러나 숙청을 실시하는 측의 입장인 내가 말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라우렌츠, 그 아이를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나의 질문에 라우렌츠는 웃었다.
"로제마인님, 옛 베로니카 파벌들 모두 오늘의 진급식과 친목회를 결석합니다. 에렌페스트에선 유행병이 맹위를 떨치고 있어 며칠 동안 안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게 힐쉬르 선생님께 전해주세요,라는 마티아스의 전언입니다"
"라우렌츠, 그건……"
내가 말을 거는걸 빌프리트가 막았다.
"설득은 두 사람에게 맡기겠다고 말했잖아, 로제마인. 연좌를 벗어나기 위한 길을 알려줬는데도 용의자에게 정보를 누설하려는 사람이 있는걸 에렌페스트에 알릴 수는 없어"
"빌프리트 오라버님……"
"몇명은 이렇게 할거라고 예상했잖아. 그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너는 알고 있지?"
빌프리트의 심록색의 눈이 둘둘 감겨 있는 아이와 나를 번갈아 본다. 아이들이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폭주한다면, 예외는 만들지 않고 관례대로 모두 연좌 처분할지, 아니면 못 본 것으로 할지, 둘 중 하나다.
"……나는 로제마인의 자비로 실패를 용서받고 영주 후보생으로 계속 지내고 있어. 그러니 한번은 용서할꺼야. 하지만, 두번째는 없어"
"저도 최대한 많이 구하고 싶으니 못 본 것으로 하겠습니다. 라우렌츠, 모두를 부탁합니다"
"그러면, 간다. 표정과 자세에 신경 써라. 타령에 알려지면 안된다"
빌프리트의 구령으로 문이 열리고 모두가 기숙사에서 나간다. 하지만 옛 베로니카 파벌 아이들이 없어서 인원이 적다. 3의 종도 울리지 않았지만, 기숙사를 나오기 전부터 피곤했다.
"괜찮나요, 언니?"
"가족 생각은 지겨울 정도로 잘 알기 때문에 지금 그들을 보는 것은 괴롭습니다"
"그렇게 쉽게 납득하진 못하겠지만,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밀어 온 샤를로트의 손을 잡고 기숙사를 나왔다. 꽉 쥐고 있는 손은 따뜻했다.
문 위의 번호는 8로 올라갔고 강당도 전보다 더욱 가까워졌다. 강당에서 대기하는 위치도 달라졌다. 걸어가는 가운데 주변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출발 전의 일과 귀족원 체류중인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을 설득하지 못했을 때의 일을 생각하면 거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귀족 다운 미소만은 붙인 채 나는 작년과 거의 다르지 않는 높으신 분의 이야기를 듣고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급식은 멍한 사이에 끝나버렸고, 친목회 때문에 하급 귀족, 중급 귀족, 상급 귀족, 영주 후보생과 동행하는 측근으로 나뉘었다. 강당을 나오고, 우리들은 측근과 함께 작은 사랑방으로 향했다.
"8위 에렌페스트보다 빌프리트님과 로제마인님과 샤를로트님이 오셨습니다"
안에 들어서자 정면에는 힐데브란트가 앉아 있었다. 올해도 왕족으로서 귀족원이 있는것 같다. 활짝 웃으면 웃는 얼굴로 봤다. 왕족과 만나지 말라고 했지만, 이 정도는 문제 없을 것이다.
전원이 모인 뒤 예년처럼 인사를 한다. 정면에 앉아 있는 힐데브란트에게 인사하고, 자신보다 상위 영지에게 인사를 하며, 하위의 사람은 인사에 오는건 작년과 같다. 클라센부르크 다음에 단켈페르가, 도레바히르에 이어 7위까지가 끝났다. 다음은 우리 차례다.
"올해도 때의 여신 드레팡가의 실은 이렇게 만났습니다"
빌프리트가 대표로 인사하고, 나는 빌프리트와 샤를로트 사이에 있었다. 왕족과 되도록 관계를 갖지 않도록,이라는 말을 들은 탓인지 둘 다 긴장이 얼굴에 나와버렸다.
반대로 힐데브란트는 즐거운 듯이 활짝 웃고 있었다. 행복 가득한 모습을 한 힐데브란트가 부럽다. 행복해 보여서 좋겠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누군가의 미소를 보고 부러워하지 앉았는데, 왜 이런 기분이지 모르겠다.
내심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는 힐데브란트에게 웃는 얼굴을 돌려줬다.
"로제마인, 올해도 도서관에서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모두에게 많이 혼 나 거리를 둘 예정입니다"나, "연구실에 갈 예정이라 미안합니다"라고 할 수 없다. 나는 웃으며 무난한 답을 돌려주고 빌프리트와 샤를로트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다음은 클라센부르크다.
클라센부르크는 올해 영주 후보생이 없는 것 같다. 본 기억이 없던 상급 귀족같은 대표와 빌프리트가 인사하고 있다. 클라센부르크는 한 상인이 폐를 끼친 것을 사과하고 "에렌페스트밖에 없는 새로운 것이 많이 있다고 상인들의 보고를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부탁했다.
…그런 말을 해도 더는 거래를 늘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에렌페스트는 상인을 많이 불러도 어쩔 수 없다. 오히려 페르디난드님의 결혼을 계기로 아렌스바흐가 거래를 탐낸다고 예상하고 있을 정도다.
…… 그래도 이번 숙청으로 영지 내의 마력은 확실히 줄어들기 때문에, 그렛시엘을 엔트비케른으로 고칠 수도 없고, 어떡하지.
"레스티라우트님, 한네로레님. 올해도 때의 여신 드레팡가의 실이 이렇게 만났습니다"
단켈페르가 테이블에는 레스티라우트와 한네로레가 있었다. 한네로레의 미소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건강하신것 같아서 기쁩니다. 한네로레님"
"저도 로제마인님의 건강한 모습에 안심했습니다. 아까 루펜 선생님께서 에렌페스트에 유행병이 유행하고 있어 결석자가 많다고 들었거든요"
허약한 나는 틀림없이 쓰러져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샤를로트가 한발 나와서 미소를 짓다.
"언니는 한번 누운 후입니다. 당분간은 괜찮을거에요. 그보다머리 장식의 납품은 언제로 할까요? 올해는 언니께서 봉납식에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사교 시즌에 넘겨드릴 수 있습니다"
유행병에서 화제를 돌린 샤를로트가 웃으며 얘기를 진행한다. 훌륭한 수완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치며 나는 주문자인 레스티라우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머리 장식은 단켈페르가의 식물로 디자인 하셨네요. 장인이 세련됨에 놀랐습니다. 정말 멋지게 완성되었네요"
"훗, 그렇지? 에렌페스트 같은 시골도 아는 자가 있구나"
마치 자신이 칭찬받은듯 레스티라우트가 입술 끝이 올라간다. 그런가요, 하고 생각하며 나는 누가 디자인했는지 물어봤다.
"오라버님이 디자인하셯습니다. 오라버님은 그림에 조예가 있어서 옛날부터 이런 일을 잘 하셨습니다"
"뜻밖이군요"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권리를 달라고 타령의 사라들도 이끌고 온 기억만 있엇리 상상도 못 했다.
"그 무지개색 마석을 쓴 머리 장식도 나쁘지 않군. 그건 뭐지?"
"보호자들이 마석을 준비하고, 페르디난드님이 디자인하신걸, 빌프리트 오라버님께 받았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의 디자인도 멋지죠?"
"좀 뒤로 돌아봐라. 자세히 보고 싶다"
레스티라우트의 말에 내가 홱 돌려하자, 한네로레가 당황한 모습으로 레스티라우트의 망토를 잡았다.
"오라버님! 아무리 멋진 머리 장식이라도 그렇게 보는 것은 실례예요!"
하라는 대로 뒤를 돌뻔한 나도 몸의 움직임을 멈췋다. 위험, 위험했다. 숙녀 답지 않은 행동을 할 뻔했다.
"죄송합니다, 로제마인님. 그럼 사교 시즌이 되면 머리 장식을 납품하거나 책을 교환하도록 부탁 드립니다. 올해도 새 책이 있을까요? 에렌페스트의 책은 정말 기다려집니다"
"단켈페르가의 역사책을 출판한다고 들었는데 그건 완성한건가?"
책벌레인 한네로레는 몰라도 레스티라우트까지 기대할줄믄 몰랐다. 붉은 눈이 흥미로 빛나고 이쪽을 보고 있다. 책을 즐기는것 같은 레스티라우트가 나는 매우 기뻐서 고개를 끄덕였다.
"단켈페르가의 역사는 길어 에렌페스트의 책 한권에 들어가지 않아서, 몇권이나 내게 됩니다. 올해 귀족원에는 첫권의 견본을 건네드리겠습니다. 이 견본으로 문제 없다면, 다음의 영주 회의 이후에 발매하게 됩니다."
"그래? 그럼 다도회를 기대하고 있겠다"
……네? 레스티라우트님도 다도회에 참석하나요?
지금까지는 동석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여우와 너구리에게 홀린 기분으로 나는 도레바히르를 향해서 걸어갔다.
도레바히르의 인사는 오르토빈과 사이좋은 빌프리트에게 일임한다.
"유감스럽지만 올해는 병으로 결석하는 학생이 몇명이나 있어서 첫날 전원 합격은 어려워"
"그래? 그거 유감이군. 하지만 둘의 승부에는 문제 없잖아?"
"아, 물론이지"
라이벌끼리의 약속을 나는다. 내 머리 장식에 대해서 질문받았지만 메뉴얼 대로 대답했다.
"디트린데님. 올해도 때의 여신 드레팡가의 실은 이렇게 만났습니다"
아렌스바흐의 디트린데는 페르디난드님의 모습을 귀띔했다.
"페르디난드는 귀족원으로 가던 나를 위해 우아한 미소를 띄우면서 집무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거, 만든 미소야.
그렇게 마음 속으로 츳코미을 날리고 엄청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잠과 식사를 줄이고, 약을 마시는것 같다. 강의가 시작되면 라이문트를 통해 편지를 보내보자.
"겨울 사교계의 시작을 알리는 연회에서는 헫 슈필을 연주했습니다. 새로운 곡이라며 나를 위해 아주 열렬한 연가를 만들어 주셨어요. 이번 다도회에서 악사가 연주할 예정입니다"
……내가 말한 "아군 만드는 법"을 조금은 실천한건 다행히지만, 연가? 페르디난드님이 연가라고?
솔직히 페르디난드님이 그런 아부를 할 줄 몰랐다. 그렇다면 일부러 "아군 만드는 법"을 생각하고 가르칠 필요도 없었던걸까.
페르디난드님이 얼마나 다정지, 끝없이 말하는 디트린데를 멍하니 보던 빌프리트가 내 어깨를 살며시 찔렀다.
"……로제마인, 이거 숙부님의 이야기가 맞는거지?"
"완전 딴사람으로 들리지만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무리를 하고 있겠지요"
디트린데는 매년 항례의 사촌 형제회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금년은 나에게도 제안했다. 거기서 머리 장식을 납품하면서 페르디난드님의 신곡을 들려주기로 했다. 도대체 어떤 곡을 완성한건지 기대된다.
그리고 남은 영지에 인사를 하고 인멜딘크의 영주 후보생이 지난해의 영지 대항전의 상급 귀족의 행적을 사과했다. 중앙의 요청을 거절하는 이유로도 사용했고, 무지개색 마석 부적을 쓰는 이유로도 사용했지만, 인멜딘크는 힘들었던것 같다. 순위가 떨어진 것은 설마 그것이 원인이었을까. 더 이상 원망을 듣기는 싫으니 사과는 미소로 받았다.
464.첫날 강의 합격
친목회가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간다. 작은 사랑방을 나와서 걸으며 하는 생각은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이었다. 가족과 있게자고 싶지만, 그런 일은 될 리가 없고 이번 숙청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멈추지 못하는 이상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로제마인님!"
"라이문트"
힐쉬르의 연구실이 있는 문관 코스 쪽에서 라이문트가 연보랏빛의 망토를 흔들며 찾아왔다. 아렌스바흐 귀족의 등장에 주위의 기사 견습들이 경계하며 영주 후보생을 지키는 위치를 잡는다.
라이문트는 깜짝놀라 눈을 부릅뜬 뒤 조금 거리를 두고 나에게 당부했다.
"로제마인님, 페르디난드님의 전언입니다. 들으시겠어요?"
"무슨 전언 입니까?"
"그게, 이 마술 도구를 보이러 갔을 때 받은 전언이라……"
그러면서 라이문트는 마술 도구를 꺼냈다. 녹음을 위한 마술 도구를 조금 소형화한 것 같다. 더 소형화할 수 있다며 퇴짜를 맞았지만, 그 때 우리에게 전언을 남겼다고 한다.
"듣겠습니다. 듣고 싶어요 "
내가 몸을 내밀자 라이문트는 수긍하면서 마석 부분에 손을 댔다.
"로제마인, 나다"
마술 도구에서 흘러나온 것은 분명 페르디난드님의 목소리였다. 아렌스바흐에 가고 아직 조금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너무 그립다. 하지만 그 짜릿하게 스며들덜 그리움은 다음 말에 사라져 버렸다.
"내가 없어지자마자 공부를 소홀히 하는것은 아니겠지?"
……젠장! 공부는 손도 안댔는데!
"최우수를 받겠다고 약속한 너는 물론 에렌페스트 전체 성적이 지난해보다 떨어진다면 용서 하지 않겠다"
히익!하고 내가 뺨을 누르자, 마술 도구에서 나온 말은 약간 상냥해 졌다.
"딱히 성적을 올리라는 것이 아니다. 떨어뜨리지 말라는 것이다. 작년과 마찬가지다. 어렵지 않겠지?"
"작년과 똑같이...왠지 할 생각이 생겼습니다"
내가 주먹을 쥐고, 뒤에서 샤를로트가 나직이 중얼거린다.
"최우수인 언니는 더 이상 성적을 올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쉬잇! 조용이 해, 샤를로트!"
……핫! 확실히 더 이상 올릴 수 없어! 나 속은거야?
내가 마술 도구를 노려보지만 마술 도구는 페르디난드님의 목소리로 계속 말한다.
"빌프리트, 샤를로트,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가 준 부적에 걸맞은 능력을 기대하고 있다. 에렌페스트는 전원 첫날 통과라는 낭보를 영지 대항전에서 듣겠다"
"윽!"
"그런……"
지난해 전원 첫날 합격하지 못한 샤를로트는 부담감이 심한 모양이다. 부들부들 떨고있다. 샤를로트를 위로하려고 손을 뻗는 순간 페르디난드님의 목소리가 "아, 그렇군. 로제마인"하고 나를 불렀다.
…… 싫은 느낌이야. 목소리가 상냥하다구?
불길한 울림에 나는 라이문트의 손에 있는 마술 도구로 시선을 돌렸다.
"성적이 떨어진 경우엔 질베스타와 얘기해 너에게 준 도서관을 뺏겠다. 자기 관리도 하지 못하면서 도서관의 관리는 할 수 없으니까"
"우오옷! 그것만은 싫어요, 페르디난드님!"
나는 마술 도구를 부여잡었지만, 녹음할 뿐인 마술 도구는 타협하지 않는다.
과제를 주는 사람이 없고, 숙청 같은 우울한 일이 벌어지고 기분이 가라앉은 지금, 공부는 커녕 책도 읽지 못하고 내 도서관을 생각하는 것이 유일한 버팀목인데 그것을 빼앗기면 농담 없이 죽는다.
"저기, 페르디난드님의 말은 이것 뿐입니다. ……저도 아직 개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제를 받았는데, 페르디난드님의 과제는 정말 큰일이네요. 로제마인님도 힘내세요"
라이문트가 뭐라고 말할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의 손에 있는 마술 도구와 나를 번갈아 보면서 허둥지둥 도망 치듯 떠났다.
"어, 어쩌지? 잘 생각해 보면 귀족원에 오고 공부는 전혀 안했어"
"저도요, 언니"
세명 모두 숙청에 의식을 빼앗겨서 성적 향상 위원회를 완전히 잊고있었다. 숙청은 양부님이 맡는다고 했지만 귀족원에서 이루어져야 했을 일이 전혀 되지 않았다. 큰일났다. 영지 대항전에서 페르디난드님과 만나는 순간에 벼락이 떨어질 것이다.
……게다가 영지 대항전에서 양부님과 페르디난드님이 내 도서관을 뺏을거야!
"이렇게 고민하고 있을 시간은 없습니다. 제 도서관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전력을 다하겠어요!"
내가 주먹을 쥐고 결의를 다지자, 빌프리트가 불안해하는 얼굴로 나를 봤다.
"……잠깐, 잠깐만, 로제마인. 꺼림칙한 예감이 드는데"
"괜찮아요, 빌프리트 오라버님. 꺼림칙한 예감은 제가 이겨 보이겠습니다"
"아니야! 그쪽이 아니라고!"
악몽의 재래라고 외치는 빌프리트의 어깨를 툭 쳐서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도록 웃어보였다.
"괜찮아요. 시험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내일 강의 시작까지 시간은 있고, 1년간 전원 공부했을 것입니다"
"……음, 그래. 그때랑 마찬가지로 도서관이 걸렸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군"
빌프리트는 거기에 "게다가 극약의 사용법을 알고계신 숙부님의 지시니까"라고 자신을 납득시키듯 몇번이나 끄덕이고 있다. 극약이란건 뭘까? 잘 모르는 일은 내버려 두자. 우선은 전원 첫날 합격을 얻어내야 한다.
"잊어버린 부분이 없는지 지금부터 시작해 내일까지 확인합니다. 합격만 하는거라면 어렵지 않습니다"
리제레타와 브륜힐데가 반갑게 웃으며 나를 지원해준다.
"물론이죠, 로제마인님. 일년 동안 제대로 공부했습니다. 앞으로 모두 열심히 하면 괜찮아요"
"에렌페스트의 순위가 떨어지면 역시 한때의 일이라고 타령이 비웃을 테고, 아렌스바흐에 계신 페르디난드님에게도 좋지 않을 테니, 열심히 해야겠죠"
그렇지 않아도 중영지에서 대영지에 간 거시다. 성제 의식 전에 고향의 순위가 떨어진다면, 지금 이상으로 입지가 좁아질 거라고 브륜힐데가 일러 준다.
"성적의 유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네요. 시작하죠. 아직 늦지 않습니다"
"좋아, 어서 돌아가 모두 함께 공부하자"
"네!"
영주 후보생과 측근들은 서둘러 중앙 건물의 복도를 걸어바 8의 문을 크게 벌렸다.
빌프리트가 다목적 홀로 뛰어들어가 "내일 시험에 전원 합격해야 한다. 각자 공부할 것을 갖고 여기에 집합해라!"라고 외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레서 버스에 올라탄다.
"레오노레, 로데리히.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을도 다목적 홀에 집합하라고 전하세요"
"…… 알겠습니다"
레오노레가 굳은 표정으로 끄덕이는 것을 보고 나는 레서 버스로 계단을 뛰어 올라 유디트와 피리네가 열어 준 방문 안으로 뛰어들었다.
"리할다, 공부 준비를 해주세요. 이제부터 다목적 홀에서 공부해야 합니다"
"네, 지금 준비하겠습니다.....그런데 갑작스럽네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페르디난드님에게 협박을 당했습니다. 에렌페스트의 성적이 떨어지면 제 도서관을 뺏어간대요!"
나는 준비하고 있는 리할다에게 라이문트가 녹음 마술 도구를 가지고 왔음을 말했다.
"한번 준 물건을 뺏어가다니, 리할다도 심하다고 생각하죠?"
"출가하셔도 공주님 때문에 과제를 주시는 점이 참으로 페르디난드님 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배려는 필요 없습니다!"
화가 나서 노려보자 리할다가 "입으로 화를 내시지만 얼굴은 웃고 있어요, 공주님"하고 웃으며 공부 도구를 주었다.
"페르디난드님이라면 과제를 달성했을 때의 포상도 있을 겁니다. 제대로 공부하세요, 공주님"
"그럼 페르디난드님이 놀랄만한 성적을 내고 제 도서관에 필요한 마술 도구를 만들게 하겠습니다"
……도서관을 지키고, 반드시 상을 만들게 해주겠어!
나는 공부 도구를 들고 다시 레서 버스에 올랐다. 다목적 홀에 도착하자마자 기수를 정리하고 영주 후보생이 공부하는 장소를 향하고 측근들과 떨어졌다. 샤를로트는 2학년의 테이블에 있어서 올해는 빌프리트와 나밖에 없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이곳에서 공부합시다. 영주 후보생 코스는 둘뿐이니까요"
"……음. 나는 먼저 읽어봤으니까, 네가 먼저 공부를 시작해도 좋아"
빌프리트는 별로 내키지 않는 듯한 얼굴로 들고있는 나무패에 시선을 떨궜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목적 홀에 모인 모두에게 말을 걸었다.
"작년의 반 분류를 참고로 자리에 앉으세요. 1학년은 그 테이블을 사용하면 됩니다"
모두가 모인 가운데 옛 베로니카 파벌 아이들도 공부 도구를 가지고 당황한 얼굴로 들어와 문 앞에 멈춰선 채 다목적 홀 안을 빙 둘러보고 있었다.
"자, 멍하니 있지말고 빨리 자리에 앉으세요"
"그렇다. 에렌페스트의 성적을 떨어뜨릴 수는 없다. 내일 전원이 첫날 합격을 하는거다"
나와 빌프리트가 격려의 말을 건네자, 한 아이가 강한 눈빛으로 우리를 노려보았다.
"가족이 죽을 수도 있는데 공부를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 말에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기합을 넣어 주려했던 나와 빌프리트도 굳어버렸다. 다음 순간 한 걸음 앞으로 나온 레오노레가 슈타프를 꺼내 빛나는 띠를 만들어 그 아이를 묶어버렸다. 빙빙 감겨버린 탓에 그 자리에 쓰러졌다.
"뭐야!?"
"레오노레, 갑자기 왜그러는 겁니까!?"
"자신들의 입장도 전혀 모르고 있군요.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는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설득을 한겁니까?"
레오노레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만큼 분노하고 있다. 그것에 놀라움의 표정을 진 마티아스가 레오노레의 주인인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로제마인님은 무고한 자를 구원하신다……"
"네, 그렇게 말씀 하셨죠. 로제마인님은 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시고, 세례 전의 아이들은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자 그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고아원을 갖추고 계십니다"
레오노레는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 안에는 눈빛이 바뀔 정도의 분노를 품고 있는 것 같아 그게 더 무서웠다.
"로제마인님을 납치하려 하고, 독을 사용해 오래 잠들게 하더니, 이번에는 암살 미수... 계속해서 영주 가문에 손을 댔습니다. 일족 전원이 연좌 처분인건 당연하죠? 관례대로 연좌 처분하면 편하시겠지만, 로제마이님은 죄를 저지르지 않은 아이를 도울 수는 없는지 고민하셔서 보는 제가 마음이 아픕니다"
……평소에는 착하고 자기 주장은 하지 않아서 잊었는데, 레오노레는 순혈 라이제강계 귀족이었다!
이 자리에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이 있다면, 당연히 라이제강계 아이들도 있다. 라이제강계 아이들은 상급 귀족으로, 영주 가문의 측근이 많아 일단 같이 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그 속내는 불만도 있었던 것이다.
나는 옛 베로니카 파벌 아이들의 심정만 생각하고, 측근들이 어떤 생각으로 곁에 있는지 생각하지 않은 것을 깨닫고 질겁했다.
……으아아아아! 나는 주인 실격이야!
"연좌 처분을 피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이렇게 에렌페스트에 보내겠습니다. 이게 정상이에요"
그렇게 말한 레오노레는 "설득 불능"라고 쓴 종이를 그 아이 위에 내팽개쳤다.
레오노레의 분노를 느끼고 모두가 숨을 삼킨 가운데, 우아한 걸음으로 브륜힐데가 나왔다. 그 뒤에는 리제레타도 있다.
"그럼 안됩니다, 레오노레"
"브륜힐데, 말리지 마세요. 처분 받아 마땅한 사람 때문에 영주 가문 모두가 고민하고, 관례를 깨는 일로 많은 귀족부터 불평을 들어서 힘들어 하시는 모습은 더 이상 못 참아요!"
"말리지 않습니다. 전이진으로 전송하는 거니까, 마력으로 포박하는건 의미가 없다구요? 이 포박용 끈을 사용하세요"
브륜힐데와 리제레타이 상당히 굵은 끈을 부드럽게 꺼냈다. 리제레타가 굵은 끈을 잡고 당기고 언제나 보여주는 진지한 표정으로 쓰러진 아이를 내려다본다.
"모처럼 로제마인님의 기분이 긍정적으로 되시고 분발할 때 방해하는 자는 필요없습니다. 주인의 정신적 건강을 지키기 위해 근시인 저느 당신을 배제합니다"
…그런 리제레타의 우수성은 바라지 않아! 나 건강해!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고!
"후후, 리제레타의 말대로입니다. 빨리 배제하죠. 자비로운 영주 가문은 지금 여러가지로 힘들게 영지를 경영하고 있는데, 어린이라고 해도 범죄자의 혈연을 수십명이나 살리려 하십니다. 에렌페스트를 위해 키운다면 몰라도, 영주 가문에 감사조차 없는 범죄자의 가족을 살리기 위한 식량은 라이제강에 없습니다"
……아아아, 브룬힐데도 라이제강계였다! 어쩌지! 내 측근들이 대폭주하고있어! 누군가 말려줘!
내가 주위를 둘러보지만, 이럴 때 잘 달래줄 할트무트나 콜네리우스 오라버님의 모습은 없다. 일단 주인인 내가 멈추려고 생각해 일어서려 하자, 빌프리트와 샤를로트의 측근이 먼저 일어났다.
기대를 가지고 쳐다보았지만, 그들도 슈타프를 쥐고 있었다.
"빌프리트님은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 때문에 지워지지 않는 오점이 생겼습니다. 그 오점을 조금이라도 만회하시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계십니다"
빌프리트의 기사 견습민 알렉시스가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을 둘러보자, 그 사건에 관여한 것 같으 아이 몇명이 시선을 피했다.
"샤를로트님은 세례식 날에 옛 베로니카 파벌의 귀족에 납치되시고, 도와주신 로제마인님이 긴 잠에 빠진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계속 자책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에렌페스트의 성녀라 불리는 로제마인님을 대신할 수 있도록과 노력을 거듭해 왔습니다"
나타리에의 말에 모둥디 시선이 샤를로트에게 모인다. 여기에 있는 영주 후보생 셋 모두 옛 베로니카 파벌로부터 불이익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신들이 영주 가문의 대응에 불만을 갖고 첫날 합격할 정도의 노력도 보일 생각이 없다면, 관례대로 연좌 처분해도 전혀 상관 없습니다. 지금 얼마나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알고있나요?"
이그나츠가 영주 가문이 관례를 깨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는 귀족이 많다고 말하고,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을 노려보았다.
"……아니요. 그것은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희를 생각하시는것 만큼 아버님과 어머님께도 자비를 주세요"
가족과 떨어지는 것은 괴롭다. 레오노레에게 묶인 1학년의 목소리에 내가 무심코 가슴을 누르는 것과 샤를로트가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여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런 엉뚱한 소원을 부탁해도 곤란합니다. 죄를 저지른건 당신들의 가족이 아닙니까? 이미 저지른 죄를 없던 일로 할 수는 없고,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면 처분되지 않습니다. 우리들이 하는 것은 무죄인 사람에 손을 내미는 것 뿐입니다"
범죄자는 대상 외입니다, 하고 샤를로트가 남색의 눈으로 모두를 둘러보면서 확실히 말했다.
"영주 가문은 죄 없는 당신들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살길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선택하는 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당신들입니다"
……음, 샤를로트 멋있어. 나는 지켜지고 있는 느낌이야.
나는 언니이기 때문에 샤를로트를 지켜야 하는데 거꾸로 되버렀다.
이대로는 안 된다. 내가 일어서자, 레오노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뻗어 왔다. 나는 레오노레의 손을 만지며 "괜찮아요"라며 웃어 보였다.
"내가 구해여 할 것은 당신들의 가족이 아닌 당신들의 미래입니다. 이번 숙청으로 가족을 잃게 되면 당신들은 자신만의 힘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다음의 보호자를 찾아야 하는데, 그때 성적은 중요한 무기가 됩니다. 나는 신전에서 자라고 있을 때부터 그 말을 들으며 페르디난드님의 교육을 받았어요 "
더 좋은 환경을 얻기 위해 교양을 익히고 공부해야 한다며 페르디난드님이 계속 돌봐 준 덕분에 나는 평민으로서 빈데발트 백작에게 죽는 것이 아니라 영주의 양녀가 된 것이다.
"게다가 가족이 가벼운 처분으로 끝난 경우도 잘 생각하세요. 당신의 성적이 원인으로 에렌페스트 전체의 성적이 크게 떨어진다면, 가족에게 얼굴을 들 수 있습니까? 가벼운 징계라도 범죄자의 가족으로 보이게 되겠지만, 그 때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선 좋은 성적은 필수입니다"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이 당황한 것처럼 얼굴을 마주 보고, 마티아스가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로제마인님, 정보 누설이 걱정입니다. 에렌페스트의 성적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들을 기숙사에 두는건 찬성할 수 없습니다"
"염려 마라, 마티아스. 아까 에렌페스트에서 정보가 도착했는데, 숙청은 어느정도 끝낸 모양이다. 자세한 정보는 나중에 알려주겠지만, 이제 정보를 보내봐야 의미가 없다"
빌프리트가 나무패를 가볍게 흔들었다. 옛 베로니카 파벌 아이들이 경악하며 나무패에 시선을 보냈다.
생각보다 빨랐다. 양부님은 속도 승부에 나간 것이다.
"숙청이 끝났군요. 자, 선택하세요. 지금부터 공부해 내일 시험에서 합격을 차지할지, 이렇게 묶여서 에렌페스트로 돌아가는가. 나는 당신들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바로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에서 시선을 떼고 자리에 돌아왔다. 성적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시간이 정말 없다.
"브륜힐데와 리제레타도 공부를 시작하세요. 이번에야말로 우수자를 목표로 하고있죠?"
"네, 올해가 절호의 기회입니다"
측근들이 공부를 시작하자,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도 곧 뒤를 이었다.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은 눈치를 보며 공부하기 시작한다.
"제 포승을 풀어 주세요! 저도 공부하겠습니다!"
문 앞에 남은 것은 레오노레에게 묶였던 소년이었다. 모두가 공부를 시작하자 도마 위에서 날뛰는 생선처럼 바둥거리고 있었다.
"당신은 에렌페스트에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게 아닌가요?"
"제 가족은 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겁니다!"
레오노레가 구속을 풀자, 그는 자신의 공부 도구를 들고 1학년의 테이블로 달려갔다.
"제 도서관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불합격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다음 날 열린 첫날 강의에 에렌페스트는 전원 참석해 전원 합격을 따냈다.
"1학년은 전원 합격이었습니다!"
처음 합격에 흥분한 테오도르가 환희하며 보고를 한다. 그것을 기뻐하면서 우리들은 모두 모여서 점심 식사를 한다. 5학년도 여유 있게 합격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테오도르, 3학년은 전원 합격이 아니라 전원 만점이랍니다. 호호호~"
"네??"
3학년도 공통 강의는 신들의 이름을 모두 써낸다는 내용이었다. 카드로 놀고, 성전 그림책을 읽고 자란 우리들에게는 하찮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저도 만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토 빨리 3학년이 되고 싶어요 "
"유디트, 4학년은 오후 강의군요 "
"네. 1년간 공부했으니, 모두 합격하겠습니다"
유디트의 든든한 미소를 본 테오도르가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편이 좋아요"라고 놀렸다. 거기에 올도난츠가 날아들었다.
"로제마인님, 솔란지입니다. 새로운 사서가 중앙에서 파견되었습니다.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등록을 부탁 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기쁨에 찬 솔란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세번 울렸다. 솔란지는 중앙에서 파견된 사서를 계속 원했었다. 앞으로는 봄부터 가을까지 혼자 도서관에서 지내고, 혼자 일하지도 않을 것이다.
급사를 하고 있는 리할다를 올려다보니, 리할다는 웃는 얼굴로 허락했다.
"등록만 있라면, 식후에 가도 좋습니다. 등록을 못하면 사서가 일하기 곤란하니까요. 다만 공주님이 독서를 할 시간은 없습니다. 괜찮습니까?"
"……저, 저기, 조금도 안되나요?"
힐데브란트와 한네로레가 등록한 때를 생각해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책을 읽을 시간이 조금 있을 것이다. 내가 눈을 빛내며 부탁하자 리할다가 한숨을 쉬었다.
"퇴실 신호가 나오면, 문답 무용으로 책을 덮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우와?! 도서관, 도서관이다!
465.새로운 사서
나는 올도난츠로 식후에 도서관에 간다고 솔란지에게 대답을 하고 측근들에게도 준비하도록 전달한다. 1학년인 테오도르는 기쁜 얼굴을 띄웠다.
"귀족원의 도서관은 처음이라 기대됩니다"
"……저, 테오도르는 아직 도서관 등록을 하지 않아서 오늘은 동행할 수 없습니다"
도서관을 기대하는 마음은 아플 정도로 잘 알지만, 테오도르는 동행하지 않는다. 등록이 끝나고 나서 동행해야 한다. 내 설명에 테오도르는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럼, 측근 중에서 저만 못가는 건가요……"
"오늘 도서관에서 신입생 등록 예약을 하고 올 테니까 참아 주세요"
주인답게, 상급생답게 위로했지만, 나는 지금 웃음을 참느라 필사적이다.
……그게말야, 테오도르의 실망한 얼굴이 "저도 호위기사인데……"하며 실망한 유디트랑 똑같거든! 남매라는걸 바로 알 수 있다고!
똑 닮은 귀여운 부분은 지적하면 테오도르가 더욱 침울해 할것 같아서 웃지 않도록 견디고 있는데, 유리트가 테오도르에게 주의를 줬다.
"주인 앞에서 그렇게 삐친 얼굴을 하다니, 부끄럽습니다, 테오도르"
유디트도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데 연장자 다운 얼굴로 검지를 세우고 테오도르에게 주의하는 모습에 패배한 나는 무심코 웃어 버렸고, 끌린 것처럼 다른 측근들도 웃기 시작했다.
"가, 갑자기 모두 어떻게 된 거예요?"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는 두 사람의 모습이 또 많이 닮아서 웃음이 들어가지 않는다. 레오노레는 입가를 누르고 웃으면서 지적했다.
"그 삐친 테오도르의 얼굴이 저도 호위기사인데,라고 말하는 유디트와 꼭 닮아서 그래요"
"닮지 않습니다, 레오노레!"
두 사람의 목소리가 예쁘게 겹쳐서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모두가 웃어 화난 얼굴이 되버린 테오도르를 두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측근들을 데리고 줄줄 걷다고 있는데 리제레타가 질문했다.
"새로운 사서가 파견되었다는건, 로제마인님은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주인이 아니게 된다는 것입니까?"
"그렇겠죠? 원래 슈바르츠와 바이스는 도서관의 마술 도구로 상급 사서가 주인 이었으니, 중앙에서 파견된 상급 사서가 있으면 주인을 교체하는건 당연하겠죠"
나는 내가 쾌적하게 보내기 위해, 더 좋은 도서관을 위해 마력을 공급했던 것이지,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주인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도서관을 혼자서 관리하던 솔란지에게도 정식으로 상급 사서가 파견되는 것이 제일이다.
"그게 본래의 형태라고 알고 있어도 아쉽네요"
리제레타는 뺨에 손을 대고 살짝 한숨을 쉬었다. 평소 자신의 감정은 그다지 보이지 않던 리제레타가 그렇게 실망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리제레타는 뭐가 아쉬운가요?"
"로제마인님이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주인이 아니게 된다는건, 새로운 주인이 새로운 의상을 준비한다는 것 아닌가요? 모처럼 새 옷을 만들었는데, 금방 갈아입겠네요"
에렌페스트에서 만든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의상은 방어 마법진을 앞치마에 자수했기 때문에, 그 이외의 옷은 갈아입게 할 수 있다. 리제레타는 슈바르츠와 바이스에게 새 옷을 입히려고 원피스와 바지를 만든 것 같다.
"리제레타는 슈밀을 정말 좋아하는군요 "
유디트와 피리네가 감탄하자, 리제레타는 "슈밀은 좋아하지만, 에렌페스트의 새로운 염색법을 넓히고 싶었습니다"라며 수줍은듯 뺨을 물들였다.
"리제레타, 그다지 실망하지 않아도 새 옷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페르디난드님의 도움을 받아 일년이나 걸렸어요. 솔란지 선생님과 새로운 사서에게 부탁한다면 올해는 리제레타가 만든 새 옷을 입혀도 문제 없을 거에요"
중앙이라면 더 빨리 준비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리제레타가 졸업하는 올해에 새로운 의상이 완성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슈바르츠와 바이스에게 매일 마력 공급을 하면서 자수를 위한 실과 천을 마력으로 물들이는건 힘들거든.
"로제마인님, 강의 첫날이라 바쁜 가운데 도서관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서관에 들어가자 솔란지와 슈바르츠와 바이스가 마중왔다. 귀족 다운 긴 인사를 나눈 뒤 솔란지의 집무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새로운 상급 사서가 중앙에서 파견된건 반가운 일입니다만, 도서관에서 일하는데 슈바르츠와 바이스를 만지지 못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상급 사서가 파견됐으니,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주인을 변경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의에서 마력을 쓰는 학생에 마력을 받는 상황이 솔란지에게 있어서는 매우 민망한 것 같다. 내가 원했던 것도 아닌데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주인을 둘러싸고 단켈페르가와 딧타 승부를 한것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던것 같다.
"게다가 로제마인님은 올해부터 영주 후보생과 문관 수업 두개를 들으시죠? 아무래도 마력이 많이 필요하실텐데, 사서가 파견되 정말 다행입니다"
반갑게 웃고있는 솔란지가 나를 정말로 걱정하는걸 잘 알수있어서 가슴이 따뜻해졌다.
"저도 도서관에서 혼자계신 솔란지 선생님이 함께 일하는 사람이 생겨서 다행히라고 생각합니다"
"네, 이야기를 상대가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기분이 다르네요. 새로운 상급 사서는 여성이고 책을 좋아하는 분이니까 로제마인님도 친해질 수 있을거에요"
"정말 기대됩니다. 여자라면 슈바르츠와 바이스에게 공주님이라고 불려도 괜찮네요"
책벌레인 새로운 상급 사서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라고 들떠서 솔란지의 집무실에 들어가려 했는데, 안에는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사람이 있었다.
"……솔란지 선생님, 새로운 사서 분은 혼자가 아니었나요?"
"파견된 사서는 혼자지만, 원래 왕족의 마술 도구의 등록 변경에는 왕족이 입회하게 됩니다. 축복으로 주인이 되신 로제마인님이 예외랍니다"
후훗,하며 그리운 듯이 웃으며 솔란지가 지적하자, 나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도서관 등록의 기쁨에 신에게 기도하다가 축복을 뿜어버려 주인이 되었다니, 몰상식했단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다시 생각해봐도 좀 웃긴다.
....그래도 이런 일까지 동원되다니, 왕족도 힘들겠네.
그래도 이런 일 때문에 왕족이 귀족원에 필요한것 같다고 납득하고 있는데, 문이 열려 내 도착을 눈치 챈 것 같은 측근들이 길을 비켜주고 벽으로 물러난다.
"로제마인"
"로제마인님, 오랜만이네요."
많은 측근들 속에 파묻혔던 왕족은 힐데브란트뿐만 아니라 에그란티느도 있었다. 의외의 인물이 사서의 집무실에 있는 사실에 놀나 나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
"에그란티느님, 왜 귀족원에 계신가요?"
"후훗, 놀랐습니까? 사실 영주 후보생 코스의 강사를 요청 받았습니다. 앞으로 강의에서 몇번 만나게 될거에요 "
그동안 영주 후보생 코스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나이가 많아 슬슬 은퇴하겠다고 왕에게 호소한 것 같다. 거기서 에그란티느를 지목했다고 한다.
……왕자와 결혼한 공주가 학교 선생님이 되다니, 연애 소설의 현실은 기상천외하네.
설마 에그란티느가 교사가 되고 귀족원에서 재회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깜짝 놀라긴 했지만, 프라우렘 같은 선생님만 주위에 있으면 귀찮으니, 친근한 사람이 교사인 것은 기쁘다.
"로제마인님, 소개해 드릴 게요. 이쪽이 새로운 상급 사서로, 귀족원에 파견된 올탄시아입니다"
에그란티느는 옆에 있던 여자를 소개했다. 40대 정도의 연한 물빛 머리가 인상적으로, 에그란티느와 비슷한 분위기인 사람이다. 연령적으로 어머님과 마찬가지로 육아가 끝나 문관 일에 복귀한것 갇다. 솔란지와 마음이 맞는 듯한 느낌이라 안심했다.
"로제마인, 원래라면 나만 참석해도 충분하지만 에그란티느가 동석을 부탁했습니다"
힐데브란트가 "혼자서도 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호소한다. 딱히 힐데브란트가 일을 못하는 아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왕족으로서의 자각이 적다"라고 양부님도 말하고 있었으므로, 어쩌면 에그란티느는 힐데브란트의 감시 역할도 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탄시아는 같은 고향 출신이고 중앙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친분도 있어서 소개를 위해 오늘은 동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로제마인님을 만나고 싶었구요"
장난기를 보이며 웃는 에그란티느와 소극적으로 웃는 올탄시아는 겉모양이 서로 다르지만, 분위기는 닮았다. 에그란티느와 프림베일, 올탄시아 처럼 클라센부르크의 여성은 기본적으로 차분한건가.
...그나저나 에그란티느는 결혼하고 행복한 분위기에다가 점점 미인이 되고있네.
"생명의 신 에비리베의 엄식 선별을 받은 유례 드문 만남에 축복을 기원하는 것을 용서하세요"
에그란티느를 넋을 잃고 보고 있는데, 어느새 올탄시아가 앞에 나와 무릎을 꿇고 초면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고 허리를 펴고 답한다.
"용서합니다"
"올탄시아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축복의 빛이 날아오고 인사를 마치자 올탄시아는 일어서서 솔란지를 바라봤다.
"서두르지 않으면 로제마인님의 오후의 강의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솔란지, 관리자는 어떻게 변경합니까?"
"전임자가 슈바르츠와 바이스에게 허가를 내고 이마의 마석을 쓰다듬고 마력을 등록하면 주인이 됩니다"
협력자로서 힐데브란트와 한네로레를 등록했은 때와 방식은 마찬가지였다.
"로제마인님, 등록해도 괜찮습니까?"
대범한 미소를 짓는 올탄시아의 말에 주위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향했다. 왕족의 마술 도구의 등록이 이렇게 주목을 받을줄은 몰랐다.
…… 그러고 보니 왕족의 마술 도구의 주인이 되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라고 누군가가 말했었지?
왕족 두 사람에 각각의 측근들. 많은 시선을 일제히 받아 불편함을 느끼며 나는 슈바르츠와 바이스를 불렀다. 물론 다른 사람이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슈바르츠, 바이스. 올탄시아에게 허가를 주고 주인으로 등록합니다"
"올탄시아, 알겠어"
"등록했다"
올탄시아가 손을 뻗어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마석을 만졌다. 이로써 등록은 완료다. 등록을 지켜보던 힐데브란트늘 신기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솔란지, 내가 협력자 등록을 했을 때와 같은 방식이지만 이걸로 관리자의 변경이 끝난겁니까?"
"아니요. 지금 슈바르츠와 바이스에 공급하신 로제마인님의 마력량을 올탄시아님이 넘으면 주인이 바뀝니다. 얼마 전 마석에서 마력을 공급한 터라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
그러면서 솔란지는 봄부터 가을 사이에 사용하기 위해 넘겨준 큰 마석을 "도움이 되었습니다"라고 돌려준다. 나는 그것을 리할다가 받게했다.
"그 마석은 뭔가요?"
"봄부터 가을 사이에 슈바르츠와 바이스가 움직일 수 없게 되면 큰일이라 로제마인님이 빌려 주셨습니다"
솔란지의 말에 주위의 모두가 경악햏다.
"그렇게나 큰 마석을 솔란지에게 대여하시고 마력을 공급하고 있었나요? 봄부터 가을 사이에는 움직이지 않아도 그다지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힐데브란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가장 바쁜건 학생이 있는 겨울이지만, 봄부터 가을 사이에 일이 없는 것이 아니고, 솔란지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슈바르츠와 바이스는 필요하다.
"슈바르츠와 바이스가 움직이지 않으면 도서관의 운영이 곤란하거든요. 게다가 기분 좋은 도서관을 위해 마력을 쓰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한가요?"
"자신의 소중한 것을 위해 마력을 쓰는건 놀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로제마인님은 책을 정말 좋아하니까요 "
도서관의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솔란지가 웃으면서 "덕분에 도움이 되었습다"라고 말했다.
"아, 로제마인님. 관리자가 변경되고 안정될 때까지 슈바르츠와 바이스에 마력을 공급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로제마인님이 마력을 공급하면 관리자의 변경을 못할지도 모르니까요."
도서 위원 활동을 중단해 달라고 솔란지에게 들어 버렸다. 확실히, 관리자의 변경이 안 되면 곤란할 것이다. 나는 고개 끄덕이고 승낙한다.
"알겠습니다. 이곳에 오면 버릇으로 만져버릴것 같기도 하니, 한동안 도서관에 오지 않겠습니다"
"네?"
주위가 눈을 깜박이는 가운데 솔란지만 싱글벙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로제마인님은 두개의 수업을 들으시니 학생답게 공부에 전념하세요"
"어머, 예습은 확실히 하고 있답니다"
내가 자신있게 외치자 솔란지가 "든든하군요."라고 칭찬하고, 힐데프란트가 망연한 얼굴로 "로제마인이 책을 읽지 않고 참을 수 있나요?"라고 중얼거린다.
"참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실은 염원하던 제 도서관이 생겼습니다"
"네!?"
"그래서 귀족원의 도서관을 참고해 도서관에 도움이 되는 마술 도구의 연구를 할 예정입니다. 여러 자료를 읽어야 하니, 책을 읽지 않고 지내는건 아닙니다. 제 도서관을 위해 올해는 열심히 할 예정이랍니다"
우후후, 웃자 솔란지는 "정말 멋지네요"하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작년부터 생각하시던 적은 마력으로 움직이는 마술 도구를 연구하시나요? 만드시면 저에게도 꼭 보여주세요. 이쪽에서도 도입할지도 모릅니다"
상급 사서인 올탄시아가 있는데, 마력의 소비를 줄인 마술 도구를 원한다고 말하른 솔란지의 말을 이해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솔란지는 옛 도서관에 대해서 귀띔했다.
"예전에는 상급 사서가 세명이고, 중급 사서가 두명은 있었습니다. 더 많은 시절도 있었습니다. 두 사람으로는 움직이는 마술 도구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협력자 여러분들이 앞으로도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마력 공급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로제마인님은 나중이 되겠지만요"
도서 위원이 완전히 해산된건 아니었다. 좀 안심했다.
"다시 드릴테니 주인의 변경이 끝나면 불러주세요. 아, 그리고 신입생 등록 예약을 부탁합니다"
혼자 있는 테오도르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렇게 말하자, 솔란지는 보관표를 꺼내 무엇인가를 적기 시작했다.
"로제마인님은 올해도 처음이시군요. 알겠습니다. 날짜가 정해지면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올해도 책벌레의 다도회를 개최하는 건가요?"
"책벌레의 다도회는 뭔가요?"
솔란지의 말에 반응한건 올탄시아였다.
"다도회에 책을 가져와 교환하는 것입니다. 혼자 도서관에 있던 시간이 길었던 저의 즐거움입니다. 로제마인님이 두개의 코스를 듣고, 주인의 변경도 있으니까 올해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솔란지는 기대하고 있어 준 것 같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개최하고 싶다.
"올해도 새 책이 있습니다. 확실히 두 코스를 들어서 지난해보다 시기는 늦어질지도 모르지만 학생이 많아지기 전에 강의를 마칠 수 있다면 꼭 개최하고 싶어요 "
"로제마인님, 그때는 저도 꼭 함께 불러주세요. 저도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올탄시아의 말에 나는 키눈을 반짝였다. 클라센부르크 출신인 중앙 귀족의 추천하는 책이다. 내가 모르는 책일 가능성이 높다.
"강의를 빨리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로제마인, 나도 다도회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힐데브단트도 미소를 지으며 희망했다. 지난해 참여했으니 올해도 함께라는 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곤란하다.
……망했다. 왕족과 중앙은 최대한 관여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떡하지?
힐데브란트의 뒤에있는 아르투르가 씁쓸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고, 에그란티느가 곤란한 표정으로 웃으며,"왕족이 그렇게 보채는건 예절에 어긋납니다"라고 힐데브란트를 나무란다.
"작년에 다도회를 개최한 로제마인님이 쓰러졌죠? 왕족을 초청했는데 의식을 잃어 버렸으니 이는 큰 실점으로, 로제마인님은 에렌페스트에서 꾸지람을 받았을 겁니다"
"그런가요, 로제마인?"
힐데브단트가 당황하며 나를 봤다. 나는 "괜찮습니다"라고 힐데브란트를 달랬지만, 모두의 부탁도 있고 뭐가 실패인지 모르는 이상, 가급적 접촉은 피하고 싶다.
다만 여기에서 초대하지 않으면 "힐데브란트 왕자가 동석하면 혼나요"라고 하는 것과 같아진다. 어떻게 답하는 것이 좋을까.
"그러니 로제마인님이 꾸지람을 듣지 않도록 이쪽이 초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컨디션이 좋을 때에 다시 다도회를 열죠, 로제마인님"
"네, 에그란티느님"
졸업 전의 다도회에서 보듬어 주던 비호자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것 같아서, 나는 안심하고 에그란티느가 내민 구조선에 전력으로 올라탔다.
……역시 에그란티느님이야!
그 뒤 올탄시아랑 솔란지가 현재 사서가 부족해서 열리지 않는 서고의 이야기를 시작하거나, 왕궁 도서관에 있는 책에 대해서 아르투르가 일러주기도 했지만, 나는 독서를 할 시간도 없이 오후의 강의에 가게 됐다.
배웅을 하려는지 슈바르츠와 바이스가 껑충껑충 따라왔다. 도서관에서 나가는 문까지 따라왔다.
"공주님, 기도해"
"그분, 기다려"
그러고 보니 작년에도 같은 말을 듣고 2층 메스티오노라에게 기도를 바친 것을 떠올렸다. "그분"에게 마력 공급하는건 일년에 한번인가. 그때부터 하지 못했기 때문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 그래도 마력 공급은 금지야.
주인의 변경이 끝나면 새로운 공주님인 올탄시아가 공급할 것이다.
"슈바르츠, 바이스. 마력 공급은 올탄시아 선생님 일이 됐으니 올탄시아 선생님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아요. 주인이 바뀌면 다시 마력을 주러 올게요 "
그러면서 언제나의 버릇으로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이마를 쓰다듬고 마력을 공급해 버렸다.
……이게 아닌데. 이러면 주인 못 바꿀 것 같아. 올해는 얌전히 힐쉬르 선생님의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어야지.
466.실기 - 신들의 가호
오후의 실기는 신에게 가호를 받는다. 태어나면서 갖고 있던 적성과 맞는 신의 가호를 받으면 그 속성 마술을 사용하기 쉬워지 때문에 전문 과정으로 나뉘는 3학년에서 가장 중요한 실기이다.
이 실기는 귀족원 강당의 뒤쪽에 있는 제단 앞에서 한명씩 한다. 그래서 신들의 이름을 다 외워 신학 강의에 합격한 학생들이 계급에 관계 없이 전부 강당에 모였다. 에렌페스트는 전원이 합격했으니, 오늘은 전원이 강당에서 집합한다.
"로제마인님과 실기에 동행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도서관에서 강당으로 향하던 중, 피리네가 반갑게 웃는다. 그동안의 실기는 계급별로 나누어 배웠으므로, 피리네와 실기를 함께했던 적은 없었다. 그런 일로 기뻐하는 피리네는 귀엽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피리네는 부스럭거리며 현판을 꺼냈다.
"할트무트님이 로제마인님께서 어떤 신의 가호를 받는지 적어 오라고 하셨거든요"
"많은 권속들에게 가호를 받아도 괜찮도록 피리네와 분담하기로 했습니다"
로데리히도 현판을 꺼내며 그렇게 말했다.
……할트무트 바보 바보! 도대체 무슨 부탁을 한거야!?
"그런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쓸데없는걸 부탁한 할트무트는 내가 혼내주겠습니다!"
할트무트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신의 가호를 얻었는지는 알고 있으면 좋은건 사실이다.
강당에 들어가자, 실기를 함께 받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대충 둘러보니, 도레바히르의 연한 녹색의 망토와 에렌페스트의 밝은 황토색의 망토가 대부분으로, 그 이외의 색은 모두 합쳐도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없었다. 스무명도 안되려나. 신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녹색과 황토색의 망토가 모인 곳으로 다가가자, 빌프리트가 오르토빈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유행병으로 첫날 전원 합격은 어렵다고 말한것 같았는데"라고 말하는 것이 들린다.
"미안하군. 거짓말을 해버린 것이 되었다. 하지만 이쪽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앞으로는 전력으로 상대해주지"
변명과 도발을 동시에 하는 빌프리트를 마음 속으로 응원하지만, 남자의 우정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다. 나는 다가가던 걸음을 멈추고 강당을 둘러보았다. 푸른색 망토를 한 한네로레가 혼자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단켈페르가의 3학년 중 첫날 합격한 것은 한네로레 뿐이었던 것 같다.
……역시 책을 좋아하는 동료야!
"한네로레님, 안녕하신가요"
웃는 얼굴로 다가와 말을 건네자 한네로레가 이쪽을 돌아보더니 활짝 웃었다.
"로제마인님, 안녕하세요. 에렌페스트는 이 자리에 모두 있네요. 정말 굉장합니다. 저는 신들의 이름을 모두 외운다고 고생했어오"
"저도 고생했답니다"
"어머, 로제마인님도요?"
뜻밖이라는 듯, 한네로레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봤다.
"저는 세례식과 거의 동시에 신전장으로 취임했는데, 모든 의식에 신들의 이름이 사용되고, 성전은 신들의 이름으로 가득 차 있어 외우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귀족원의 강의는 좀 편합니다"
"세례식 때부터 신전장이라니……"
한네로레의 표정이 흐려졌다. 단켈페르가에서도 신전의 지위는 낮은 것이다. 그런 곳에 로제마인님이 계셨다니,라며 슬픈 얼굴이 되버렸다.
……아, 빨리 알려줘야해.
우선 가까운 곳에서 오해를 풀어 가는 게 좋다. 나는 급히 말을 덧붙였다.
"타령의 신전은 어떤 곳인지 모릅니다만, 에렌페스트의 신전은 좋은 곳입니다. 아우브도 출입하시고,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트도 직책은 있지 않지만, 제사 지내는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영지와의 약혼이 결정된 페르디난드님도 신전을 떠나자 아쉬워 했어요 "
"아우브도 신전에 드나드시고, 페르디난드님도 신전을 떠나기 아쉬워…… 했나요?"
한네로레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놀란 얼굴로 나를 본다. 청색 신관으로 변장하고 신전에 들어와 기원식까지 동행한 아우브고, 신전의 공방에서 연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페르디난드님이다. 거짓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한네로레는 놀란 얼굴 그대로 피리네와 로데리히에게 시선을 돌렸다. 피리네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저와 로데리히도 로제마인님의 측근으로 되고 신전에 다니게 되었지만, 신전은 어디든지 아름답고, 식사도 맛있고, 신전의 근시들도 귀족들만큼 좋은 교육을 받았습니다"
"페르디난드님께서 아렌스바흐로 가셔서 지금 새로운 신관장인 할트무트도 신전에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로데리히가 할트무트의 이름을 꺼냄으로써 나는 클라릿사를 초대해 상사인 내가 이야기를 해야 하는걸 떠올렸다. 숙청을 신경쓰느라 해야 할 일들을 내팽개치고 있었다.
"단켈페르가의 클라릿사는 할트무트의 약혼자입니다. 저희들이 있는 신전과는 큰 차이가 있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클라릿사에게 말해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클라릿사에게 전할게요"
웃고 있는 한네로레이지만, 반짝이는 횟수를 보니 너무 혼란스러워 하는것 같아, 나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한네로레에게서 떠났다.
……이걸로 단켈페르가에 퍼진 양부님의 나쁜 소문이 조금 줄어들면 좋겠다.
한네로레에게서 떨어진 나는 피리네와 로데리히에게 신들의 이름을 다시 적으라고 했다.
"신학 시험에 합격하지 않으면 가호를 얻는 실기를 받을 수 없으니, 신들의 이름을 기억하는건 중요합니다. 할트무트의 부탁은 아무래도 좋으니, 피리네와 로데리히는 자신의 가호를 적으세요"
귀족의 적성은 타고난다. 태어난 계절의 적성은 기본적으로 갖고, 두번째 속성 부터는 부모의 적성의 영향을 받아, 형제는 같은 속성을 가진 사람이 많다.
마력량은 마력을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의 크기로, 임신 중 어머니가 쏟는 마력량에 의해서 그릇의 크기에 차이가 나오기 때문에, 형제 간에도 차이가 있는 것은 드물지 않다. 이 그릇은 몸의 성장과 함께 커지고, 성장기에 얼마나 마력을 압축할 수 있을지에 따라 성장률에 차이가 있다.
"신의 가호를 받는 것으로 마술의 사용 범위나 필요한 마력량에 큰 변화가 있기 때문에 적성이 적은걸 아쉬워한 둘은 지금이라도 가호를 얻을 수 있도록 기도를 하세요?"
내가 두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자 오르토빈과 대화를 마친 빌프리트가 이쪽으로 왔다. 빌프리트른 내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스스로의 행동으로 신의 가호를 얻고 속성을 늘릴 수 있다고 말하는데 말이야, 강의에서는 적성 외의 가호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어"
나는 귀족원의 정보는 잘 모른다.
"그래도 참고서에 속성을 늘릴 수 있다고 적혀있는 이상은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적성이 있지만, 그 속성의 신의 가호를 얻을 수 없을수도 있어요"
"뭐!? 적성이 있는데 가호를 얻지 못했다고!? 진짜야!? 그건 금시초문인데"
빌프리트가 경악했다. 일부러 퍼뜨릴 필요는 없어서 얘기하지 않았지만, 적성의 가호가 얻지 못한 안제리카는 금시초문 수준의 진기한 존재였다.
"……사실은 안제리카가 그렇습니다. 바람의 적성이 있지만 가호를 얻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와 예술의 여신 큐은토지르의 가호를 얻을 수 없는 것은 알지만, 급신(飛信)의 여신 올도슈네리와 질풍의 여신 슈타베리제의 가호라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신기했어요"
바람의 여신 슈체리어가 수성과 전달을 관장하는 속도의 상징이므로, 그 권속들은 속도에 특화된 여신이 많다. 스피드 타입인 안제리카가 바람 속성의 모든 신들의 가호를 얻을 수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너무 가까이에 가호를 얻지 못한 존재가 있어서 그런지 피리네가 새파랗게 됐다.
"로제마인님, 저에게 가호를 주시지 않으면 어떡하죠?"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적성이 하나밖에 없ㅇ니 불안을 느끼는 피리네의 말을 웃어 넘긴건, 강의 때문에 강당에 들어온 힐쉬르였다.
"힐쉬르 선생님, 왜 그렇게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습니까?"
"안제리카가 바람의 가호를 얻지 못한 이유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의 보강에 동원된건 사감인 저에요"
겨울에 합격하지 못하면 봄에 보충 수업을 하는 나머지 학생들은 사감이 책임을 가지고 봐야 한다고 했다. 힐쉬르는 한숨을 쉬더니 "정말 힘들었습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가르쳐도 듣지 않는 안제리카를 돌봐야 했으니 그럴만 하다.
"힐쉬르 선생님, 안제리카가 왜 가호를 얻지 못했는지 가르쳐주세요"
"신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네?"
....의미를 모르겠다. 신들의 이름을 다 외워야 신학 시험에 합격하고 실기를 하잖아? 힐쉬르 선생님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모두와 똑같이, 안제리카도 보강으로 시험에 합격한 다음 이 실기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제대로 기억하지 않은건지, 시험이 끝나자 전부 잊어버린건지, 안제리카는 마법진 위에서 신들의 이름을 외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습니다"
……우와, 마법진 위에서 "곤란힌데" 포즈흘 하는 안제리카가 눈에 보이네.
거기에 마법진 옆에서 골머리를 앓는 힐쉬르의 모습도 눈앞에 아른거렸다. '안제리카의 성적을 올리려는 모임'를 결성하고 여러명이 가르쳐도 힘들었는데, 힐쉬르 혼자서 안제리카를 상대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안제리카의 실패로 내린 결론은, 신들의 이름을 정확히 외우지 못하면 가호를 얻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않은 사람은 신들도 가호를 주시지 않겠다는 것이죠. 주인인 로제마인님이 귀족원에 오시고 안제리카가 무사히 졸업해 저는 굉장히 안심했습니다"
힐쉬르는 이번엔 모두에게 설명하기 위해 앞으로 향했다. 이번 실기 선생님은 힐쉬르와 군도르프 두 사람 같다. 에렌페스트와 도레바히르의 합격자가 많은게 이유인가.
"ㅇ느, 오늘은 인원이 적군. 앞에 앉게"
힐쉬르의 연구 동료이자 라이벌인 할아버지 선생님 군도르프의 지시에 모두 앞에 모였다. 그래도 언제나의 버릇인지, 자연스럽게 영지의 순서대로 나란히 앉게 된다. 이렇게 보니 전원이 합격한 에렌페스트는 이상해 보였다.
"그건 이쪽에 놔주세요"
사용인 같은 사람이 힐쉬르의 마술 도구를 옮겨 왔다. 작년의 강의에서도 사용한 영사 마술 도구다. 설치를 마친 힐쉬르가 휙 돌아봤다.
"그럼, 신들로부터 가호를 받기 위한 의식에 대하여 설명 하겠습니다"
힐쉬르의 설명을 종합하자면, 우선 기도의 말을 외워야 한다. 기억한 사람부터 차례로 의식을 실시한다. 의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단이 있는 오의 사이로 들어가는건 한명씩이므로 대기 시간이 많다면 내일 강의 공부를 해도 좋고, 끝난 사람부터 퇴실해도 좋다는 것이었다.
"이쪽이 기도입니다"
힐쉬르가 영사 마술 도구에서 기도의 말을 내보냈다. 어떤 말을 외워야 하는지 자세를 잡은 나는 흰 천에 비친 말을 보고 어깨의 힘을 뺐다.
……매번하는 기도와 별로 다르지 않군.
"우리는 세계를 만들게 하는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라. 높은 하늘을 관장하는 최고신은 어둠과 빛의 부부 신. 넓은 대지를 관장하는 다섯 기둥의 대신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 불의 신 라이덴샤프트, 바람의 여신 슈체리어 땅의 여신 게돌리히, 생명의 신 에비리베, 숨쉬는 모든 생명에게 혜택을 주신 신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 고귀한 은혜에 보답을 드릭니다"
봉납식과 초석의 마술 도구에 마력을 공급할 때 하는 기도에서는 권속의 이름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서 모든 권속의 이름을 넣고 마지막에 "우리의 기도를 드리고 당신의 가호를 받겠습니다"라고 기도를 하면 된다.
"의외로 간단하네요 "
"마력을 공급 할 때의 말과 비슷하네. 하지만 역시 어려워. 이걸 실수 없이 말해야되잖아"
빌프리트의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자, 모두가 중얼거리며 외우고 있었다. 영주 가문이라 마력을 공급하고 있을 한네로레와 오르토빈도 어려운 얼굴로 영사 마술 도구를 보고 있었다.
"힐쉬르 선생님, 기억했습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위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고, 힐쉬르는 어이 없다는 듯 힌숨을 쉬었다.
"로제마인님,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빠른데요?"
"그래도, 저는 신전장입니다. 항상 신전에서 바치는 기도의 말과 비슷해요"
"그런가요?"
신전의 이미지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깜빡이는 사람들에게 나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초석의 마술 도구에 마력을 공급할 때 하는 기도와도 비슷하니까요. 영주 후보생이 빠른건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죠?"
"마력을 공급할 때 기도를 하나요? 그런 말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오르토빈의 말에 한네로레도 동의하듯 끄덕이는 것을 보고 나와 빌프리트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에렌페스트는 아우브가 기도를 시작한 뒤 나와 여동생도 똑같이 기도를 하며 마력을 공급하고 있는데, 단켈페르가나 도레바히르는 아닌건가?"
"성인인 영주 가문이 많아서 마력을 공급하는 일은 적지만, 마법진에 손을 얹고 마력을 흘릴 뿐이다. 기도의 말은 없지"
"거기까지!"
힐쉬르가 손뼉을 치고 오르토빈과 빌프리트의 대화를 중단시켰다.
"어쩌면 긴 역사 속에서 사라진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연구 가치가 있는지 논의하는건 이 실기 뒤로 합시다. 우선은 기도를 기억하세요"
……누가 연구 가치에 대한 얘기를 한거야?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힐쉬르와 군도르프가 빙긋 웃었다. 좀 싫은 예감을 느꼈는데 힐쉬르가 나를 향해 손짓한다.
"자, 로제마인님은 안으로 들어가세요"
군도르프에게 강당의 감독을 맡은 힐쉬르가 강당 속에서 이어지는 출입문으로 향했다. 나는 힐쉬르를 따라 제단이 있는 오의 사이에 들어간다.
신전의 예배실의 제단보다 큰 제단이지만, 생긴건 똑같다. 신의 상 외에 봉납식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붉은 카펫이 깔려있다. 꽃과 향과 같은, 신에 대한 공물도 준비되어 있고, 성배가 없는 것을 제외하면 봉납식과 거의 비슷하다.
한가지 다른 점은 제단 앞에 전 속성의 마법진이 자수된 큰 카펫이 펼쳐진 것이다. 아마 카펫 중앙에서 기도하면 붉은 카펫을 타고 마력이 나오는 모양이다.
"마법진의 중앙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바치면 되는 거죠?"
"네. 설명하는 수고가 줄었네요"
나는 봉납식을 하는 것과 똑같이 마법진의 중앙에서 제단을 향해 선 다음, 거대한 제단을 한번 올려다본 뒤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마법진에 손을 대고 천천히 마력을 쏟는다.
"우리는 세계를 만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라"
그리고 마음을 담고 최고신과 다섯 기둥의 대신의 이름을 외치자, 순서대로 마법진에 빛이 나오고 각각의 속성의 표시가 적힌 장소에서 빛의 기둥이 우뚝 솟아올랐다.
"전속성의 빛…… 설마……"
힐쉬르의 경이에 찬 중얼거림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한 방이다.
마법진에 마력을 흘리며, 집중해 정중하게 신들의 이름을 외워간닻 권속의 이름을 절반 정도 말했을 때 반응이 있다. 그때마다 조금씩 작은 빛이 늘고, 각각의 속성의 기둥이 높이를 더해진다.
모든 신들의 이름을 말한 나는 마지막 말을 했다.
"우리의 기도를 드리고 당신의 가호를 받겠습니다"
일곱 색깔의 빛의 기둥이 위로 올라가 맴돌고 난무하면서 생긴 빛의 소용돌이가 왈칵 나에게 쏟아졌다. 빛의 흐름은 붉은 천을 타고 제단을 올라가 각 제단의 신의 상에게 빨려 들어 갔다. 예상 이상으로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제단 위에 설치한 신의 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라? ……우와앗!?"
그그극,소리를 내며 신의 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치 봉납춤이라도 흩날리고 있듯 천천히 회전하면서 단상에서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힐쉬르 선생님, 이건 뭔가요?"
감독인 힐쉬르를 돌아보자, 놀란건지 아닌지 모르겠는 얼굴로 힐쉬르가 제단을 쳐다보고 있었다.
"페르디난드님 때와 같군요. 혹시나 했었는데 정말 이럴 줄은……"
"페르디난드님 때도 이렇게 된건가요?"
"네. 귀족원에 전해지는 신기한 이야기 중 하나가 이게 아니냐는 듯, 흥미로운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계셨어요. 그리고 페르디난드님은 신기한 이야기에 대해서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페르디난드님도 힐쉬르 선생님도 여유가 넘치네요!
이런 이상 사태를 보고 연구를 생각할 여유가 부럽다.
"이제 끝납니다"
힐쉬르가 제단을 가리키고 있다. 한가운데를 지나가도록 신의 상이 길을 열어 준 모습이 보였다. 가장 위에 장식된 최고신인 부부 신이 좌우로 갈라진 뒤에는, 모자이크 무늬의 벽에 출입문 같은 구멍이 뚫린 것이 보였다.
"로제마인님, 다녀오세요"
"어디로 가는 건가요?"
"최고신의 초청이니, 높은 곳으로 가는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 말투는 완전히 사후 세계이다. 불길한 말은 안했으면 좋겠다.
"빨리 가지 않으면 그 구멍이 닫히지 않아 다음 사람이 곤란해 합니다. 기수를 써도 좋으니 급히 갔다 오세요."
나는 힐쉬르의 말대로 기수를 타고 최고신에게 향했다. 이 긴 계단을 스스로 오를 수 있는 체력같은건 나에게는 없다.
최고신이 있는 꼭대기까지 도착한 다음 나는 기수에서 내렸다. 제단에 장식된걸 본 느낌은 최고신이 사이좋게 손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최고신이 좌우로 나뉘어 마주 앉자 그 손은 앞으로 가라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사각형으로 뚫린 구멍은 마치 기름띠가 있는것 같아서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긴장하며 발을 들여놓았다.
"……저기, 실례합니다"
띠 같은 입구를 빠져나간 순간, 경치가 한꺼번에 바뀌었다. 나는 새하얀 돌계단 위에 서있었다.
흰 바닥은 원형 모양이고, 가운데는 같은 재질의 흰색의 조각 같은 큰 나무가 있었다. 천장까지 자란 줄기는 큰 가지를 가지고 있었고, 거기서 자란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는 광경은 본 기억이 있었다.
"여긴……"
내가 "신의 뜻"을 채취한 하얀 광장이었다. 이미 본 광경이라 아무런 감동도 없다. 여전히 하얀 나무가 가지를 벌리고 있을 뿐이다.
"…… 어쩌면 옛날에는 슈타프를 취하는건 졸업 전이였고, 가호를 얻는 것도 졸업 직전이었을까?"
성장이 멈추는 성인이 될때까지 신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공부와 기도에 힘쓰고, 가호를 얻고, 슈타프를 가진건 아닐까.
"뭐, 나는 가지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상관 없지. 페르디난드님도 여기서 슈타프를 취한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는 하얀 뜰을 뒤로하고 나갔다. 내가 "신의 뜻"을 캤을 때도 제단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면 안 쓰러졌을텐데,하는 불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잘도 이런 거리를 걸었구나.
나는 제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힐쉬르와 마법진이 보였다.
……저 마법진을 적고 에렌페스트에서 안제리카에게 의식을 해줄 수 없을까?
속도를 관장하는 여신의 이름만 기억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가호의 신의 이름을 외치면 안제리카도 바람의 가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현판을 꺼내 마법진을 그린 다음 기수를 다고 아래로 내려갔다.
내가 마법진에서 나오자, 동시에 구멍이 막히면서 신의 동상의 위치가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움직이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굉장히 신기한 광경이네요. 의식을 치른 전원에게 일어나는 건가요?"
"제가 알고 있는건 페르디난드님과 로제마인님 뿐입니다. 정말 둘 다 규격 외군요."
별로 놀랄 것 같지 않은 힐쉬르에게 듣고 싶지 않다.
"자, 로제마인님. 페르디난드님은 가르쳐 주시지 않았습니다만, 그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저에게 알려주세요"
기도를 바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듯, 페르디난드님 때토 힐쉬르는 제단에 오르지 못해 억울했던 것 같다. 게다가 완전 묵비를 고수하며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흥미진진한 눈으로 들여다보는 보라색 눈동자를 노려보았다.
"페르디난드님이 힐쉬르 선생님에게 말하지 않는게 좋다고 결정한 것을 제가 말할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단 사라지는 잉크가 나올 타이밍이군. 아직 강의 시작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너무 빠른거 아니야?
467.모두의 의식과 음악
"로제마인님, 어느 신의 가호를 얻으셨나요?"
로데리히가 들뜬 모습으로 현판을 꺼내며 나를 보지만, 그 현판에 다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주위가 주목하는 것도 귀찮다. 피리네도 현판을 꺼낸 것을 보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로데리히도 피리네도 기도의 말을 기억했다면, 의식을 하고 오세요"
"아, 아직입니다"
"자신의 일에 집중하라고 했죠? 나는 내일 이후의 강의를 공부하겠습니다."
나는 리할다와 호위기사들이 마중 오지 않으면 돌아가지 못하니, 공부하면서 모두의 의식이 끝나기를 기다리기로 했대.
가호를 얻고 마력을 쓸 때 소비 마력에 차이가 있다고 했으니, 조금 써보고 싶었지만, 모두가 기도를 외우려고 애쓰고 있는 곳에서 쓸 수는 없다. 방해가 되고 만다.
"기억했어. 다녀오겠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회복약은 있으세요?"
"아"
나 다음으로 의식에 향한 것은 빌프리트이다. 역시 마력을 공급할 때 기도를 했던만큼 외우기 쉬웠던 것 같다. 긴장한 표정에서 오의 사이로 들어가는 것을 바라봤다.
또다시 에렌페스트에서 들어가자 타령의 학생들의 진지함이 조금 커진 느낌이 들었다.
"해냈어, 로제마인!"
잠시 후 신이난 빌프리트가 오의의 사이에서 나왔다. 뛰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 쓰고 있는 모습이지만, 상당히 빠른 걸음이다.
"총 12의 신들로부터 가호를 얻었다고! 힐쉬르 선생님도 깜짝 놀랐어"
"열두개의 신들이라구요?"
"꽤나 많은 권속에게 가호를 얻었구나, 빌프리트"
주위가 시끌벅적 해지기 시작했다. 빌프리트는 여섯개의 속성을 가지고 있고, 안제리카와 달리 신들의 이름을 틀리지 않아 어느 정도의 가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12 신들의 가호란 말에 다들 깜짝 놀란것 같다.
"로제마인, 너는 어땠어? 많은 권속에서 가호를 얻었지?"
……나는 40이 넘는 신들로부터 가호를 얻었어요,라고 말할순 없으니 가만히 있어야지.
신난 빌프리트를 움츠러들게 하는 필요도 없고, 12개의 가호로 술렁거리는 안에 폭탄을 떨어뜨릴 필요도 없다. 안제리카를 본받아서 웃는 얼굴로 속이는 표정을 짓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확실히 저도 여러 권속의 가호를 받았습니다만, 그리 드문 일인가요? 교과서나 참고서에도 쓰여 있었고, 모든 권속의 이름을 외울 뿐입니다. 실제로 저와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여러 권속에게서 가호를 얻었습니다. 복수의 권속에게 가호를 얻을건 예사롭지 않은 일인가요?"
크게 드물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내 말에 한네로레가 난처한 듯한 미소를 띠었다.
"보통은 적성의 수와 같은 가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로제마인님. 적성의 수를 넘긴 가호를 얻으려면 그동안의 행동이 크게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사 견습이나 단켈페르가의 학생들이 불의 권속에게서 복수윽 가호를 얻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만, 빌프리트님 처럼 영주 후보생이 복수의 권속의 가호를 얻는건 드문 일이고,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켈페르가는 전투 계열의 권속의 가호를 얻을 수 있는 학생이 많다고? 뭔가 납득되는군.
문관인 클라릿사도 전투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역시 단켈페르가. 어쩌면 한네로레도 전투 계열의 권속의 가호를 얻을지도 모르겠다.
"도전하실 분은 안 계십니까?"
"……제가 가겠습니다"
"힐쉬르, 오르토빈은 내가 들어가지"
오르토빈과 군도르프가 함께 들어간다. 나와 빌프리트가 복수의 권속에게서 가호를 얻어서 기대로 눈을 빛내고 들어갔지만, 자신의 적성 수만큼 가호를 얻은 것 같다. 약간 실망한 얼굴로 돌아왔다.
"복수의 권속의 가호는 얻지 못했어"
그것은 오르토빈 뿐만 아니라, 다른 모두가 적성 수를 넘긴 가호는 얻지 못한 채 의식을 마쳤다. 복수의 권속의 가호가 드물다는 것이 실증되는 가운데, 한네로레만 굉장히 미묘한 표정으로 나왔다.
"한네로레님도 권속의 가호는 얻지 못했습니까?"
"아니요, 받았습니다. 때의 여신 드레팡가와 무용의 신 안그리프입니다"
"훌륭하지 않습니까?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나요?"
좋아하는 얼굴로 보이지는 않는다. 매우 곤혹스러운 얼굴이다. 나의 지적에 한네로레는 당황한 모습으로 고개를 저었다. 트윈 테일로 묶은 연한 핑크색과 보라색인 머리가 귀 옆에서 흔들린다.
"물론 기쁩니다. 기쁘지만, 왜 제가 가호를 얻었는지 알 수 없어서요…… 드레팡가와 안그리프의 눈에 띄는 어떤 일을 한건지 제 기억에는 없거든요"
정말 신기합니다,라고 말하며 한네로레는 퇴실했다.
"빌프리트님, 로제마인님.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물빛 망토를 두른 프레벨타크의 상급 귀족들이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 퇴실하고, 다른 강당에 남아 있는 것은 에렌페스트의 학생 뿐이었다. 중급 귀족이나 하급 귀족은 계급 차이 때문에 순서가 밀려, 어쩔 수 없이 에렌페스트의 학생들은 마지막까지 남게 되는 것이다.
에렌페스트의 학생 중에서도 계급 순서대로 의식을 가졌으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적성의 수와 같은 가호를 얻고 돌아오고 있었다.
"나머지는 로데리히과 피리네 뿐입니다."
"저는 피리네의 결과를 알고 싶으니까 나중에 하겠습니다"
"그럼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로데리히의 말에 피리네가 일어섰다. 회복약을 꼭 잡고 있는 그 얼굴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정성껏 기도 하면 괜찮아요, 피리네"
끄덕,하고 수긍하면서 들어가는 피리네를 배웅했다.
잠시 후, 피리네가 의식을 마치고 나왔다. 기쁨을 누를 수 없는 얼굴로 가볍게 뛰면서 이쪽으로 온다. 뺨은 붉게 물들어있고 새싹 같은 눈을 빛내며 피리네는 흥분한 상태로 입을 열었다.
"로제마인님, 바람의 속성이 늘고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신에게 기도를!"
피리네는 자연스럽게 기쁨의 기도를 바칠 수 있게 되었다, 신전에 거의 매일 찾아온 피리네는 신전의 습관에 물들어 있는 것 같다. 무심코 웃어 버린 나와 달리 주변은 경악했다.
"네!? 속성이 늘었습니까?"
"어떻게 한거야, 피리네?"
속성이 늘었다는 보고에 로데리히이 벌떡 일어나 몸을 내밀며 피리네에게 묻는다.
"왜 가호를 얻은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로제마인님이 시키신 대로 회복약을 써서라도 마법진을 완전히 마력으로 채우도록 기도를 바쳤을 뿐입니다"
속성이 늘었다는 피리네의 희귀한 보고에 흥분한 것은 에렌페스트의 사람만이 아니었다. 감독인 군도르프가 눈을 빛내고 다가온다.
"더 자세히 듣고싶군요. 피리네라고 했나요? 하급 귀족이죠? 그렇다면 원래의 적성은 한가지인가요? 무슨 속성이었죠?"
흐르는 듯한 질문 공세에 피리네는 움츠러들고, 의식에 들어가기 전에 조언을 들으려한 로데리히는 곤란한 얼굴을 했다. 그런 주위의 모습을 눈치 챈 것 같은 군도르프였지만, 관심 있는 대상 앞에서는 굳이 공기를 읽지 않는 타입 같다.
"아, 거기 남학생. 빨리 가세요"
로데리히이 뒤를 몇번이고 돌아보며 오의 사이로 향한다. 우리들은 로데리히를 배웅했고, 군도르프는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질문을 재개했다.
"그래서, 적성은 어떤건가요?"
"따, 땅입니다"
"땅의 속성을 가졌고, 이번에 새롭게 바람의 속성을 얻었군요. 흠흠,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의 가호를 얻었다는건 지적 활동이 마음에 맞았다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었는지 알고 싶군요"
도레바히르에서는 지적 활동이 활발하지만,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의 가호를 얻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불의 권속의 가호를 얻기 쉬운 단켈페르가처럼 도레바히르에는 바람의 권속의 가호를 얻는 사람을 늘리고 싶어 한다.
"군도르프 선생님의 마음은 알지만, 질문은 로데리히의 의식이 끝날 때까지 해주세요. 로데리히가 돌아오시면 저흰 기숙사로 돌아가겠습니다"
내가 군도르프에게 못을 박자, 질문 공세의 표적인 피리네가 안심한것 처럼 보였다.
"제가 하던 지적 활동은 로제마인님 때문에 이야기를 모으고 있던 것일까요? 아니면, 사본을 하던걸까요? 현대어 번역을 잘 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를 하던 것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페르디난드님의 집무들 도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피리네가 짚이는 것을 차례로 설명한다. 한번 들어보니 피리네는 상당히 노력하고 있었다.
군도르프가 흠흠,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다. 어떤 행동이 가호를 얻는 계기가 되는지 알고 싶었지만, 그 정도는 도레바히르에선 당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로제마인님이 매입하기 위한 이야기를 모으거나 쓰는건 도레바히르에서도 하고 있었고, 더 열심인 사람도 있을 텐데……"
피리네의 행동에서는 별다르게 해당하는 것이 없었다. 군도르프가 다시 질문을 거듭하고 있을 때, 로데리히가 돌아왔다.
"로제마인님, 끝났습니다"
그렇게 말한 로데리히는 웃는 얼굴이었지만, 시선은 헤엄치고 있고 행동은 어딘지 모르게 수상했다. 출발 전에는 신경 쓰던 피리네의 속성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로데리히, 의식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설마 실패한 것이 아니죠?"
외골수로 보이는 로데리히에게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질문하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했다. 로데리히는 "아닙니다! 의식은 성공했어요"하며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당황한 얼굴로 모두의 얼굴을 둘러봤다.
"성공했습니만, 너무 많이 했습니다. ……전속성의 가호를 얻었습니다"
"전속성? 굉장합니다! 로데리히, 잘했어요"
나도 놀랐지만 더욱 놀란건 귀족의 상식을 아는 군도르프였다.
"권속의 가호를 받았는데 전속성이 됐다고요? 그런 일이 있다니……"
"……군도르프 선생님, 이건 무슨 일인가요?"
"들은 적은 없습니다"
피리네도 속성이 늘어났으니 로데리히가 늘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절속성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군도르프는 로데리히를 사로잡아 질문하기 시작했고, 로데리히는 쩔쩔매며 필사적으로 답을 한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 마법진에 마력을 흘리자 전속성의 기호가 빛났습니다. 마치 제가 원래 전속성인 것처럼……"
세례식에서 확인한 바람과 땅에 비하면 절반도 안되는 높이의 빛이었던것 같지만, 분명히 전속성이 빛났다고 말했다. 전속성이라고 해도 질이 좋은건 아닌 것 같다.
"세례식땐 어땠나요?"
"바람과 흙에 적성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세례식부터 지금까지 크게 달라진건 있나요?"
"…… 모르겠습니다"
"뭔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두개의 적성을 가진 사람이 전속성으로 바뀔 리 없습니다"
"저 따위가 어떻게 전속성을 얻은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계속되는 군도르프의 추궁에 로데리히는 혼 난 얼굴이 되고 고개를 숙였다.
"로데리히,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하는건 아니에요. 모처럼 가호를 주신 신들에게 실례입니다. 군도르프 선생님도 흥분한 것은 알겠지만, 그렇게 따지기만 하시면 로데리히가 위축할 뿐이니까 오늘은 그만해 주세요"
나는 주인으로서 로데리히를 지키기 위해 군도르프 앞에 섰다.
"군도르프 선생님, 전속성의 가호를 얻은건 축하해야 할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닙니다. 축하의 말이 먼저 아닐까요?"
"……로제마인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군도르프가 천천히 숨을 내쉬고 어깨의 힘을 빼더니 로데리히와 피리네에게 축하의 말을 했다.
"희귀한 일인것 같지만, 마력을 덜 사용할 뿐이니 생활에는 큰 차이가 없죠? 잘못하면 가호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로데리히와 피리네도 그동안의 노력이 인정된 것이라 생각하고, 돌아가서 내일 강의 공부를 합시다."
"네, 로제마인님"
로데리히는 약간 밝아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때, 정리 정돈을 끝낸 힐쉬르가 다가와 보라색의 눈을 번뜩이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로제마인님, 이렇게 사태를 쉽게 끝내면 곤란합니다"
"어머, 힐쉬르 선생님"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심각한 일이기도 합니다. 두개의 적성만 있었는데 가호에 의해서 전속성을 얻었다는 말은 주위를 혼란시킬 뿐이니, 최대한 발설하지 마세요"
적성 이상의 가호를 얻지 못한 학생들과 군도르프의 흥분을 보면, 확실히 로데리히가 전속성을 얻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다. 다행히도 여기에 남아 있는건 에렌페스트의 학생들 뿐이라, 우리들은 발설하지 않기로 맹세하다.
"저도 함께 원인을 알아보겠습니다.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으니 내일 저녁 식사 시간에 찾아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속성이 늘어서 좋지만, 상당히 귀찮네. 후우.
기숙사에 돌아와서도 로데리히의 속성이 늘어난 것은 비밀이다. 빌프리트가 여러 권속에게 가호를 얻은 것과 피리네의 속성이 증가한 것으로 저녁 식사 시간은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로데리히는 자신이 대화에 참가하지 못해 답답한 표정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사실은 자랑하고 싶을 것이다.
다음 날 오전에 열린 공통 강의도 모두 합격했고, 오후는 음악 수업이다. 올해도 음악 선생님이 신곡을 연주해 달라고 할 것 같아 로지나와 함께 준비는 했다.
"그럼, 이 곡이 올해의 과제곡입니다"
올해 과제곡을 보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2년 전에 한 곡이다. 그립네……근데, 페르디난드님은 얼마나 연습시켜야 만족할까? 로지나도 자꾸 연습시키기만 하고 "이제 충분한 수준이에요"라고 말하지는 않고. 내 음악 교사는 둘 다 귀신이야.
과제곡의 복습을 하고 있는데 아렌스바흐의 상급 귀족들이 익숙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편곡되어 있어서 알아채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페르디난드님에게 보낸 곡이었다.
……저건 "게돌리히에게 바치는 연가"라고 했었지?
페르디난드님이 겨울 사교계에서 발표한 곡이 아렌스바흐에서 유행한 것이다. 아마 사교의 장에서 새로운 곡을 연주해 달라고 많이 부탁받은것 같다. 에렌페스트와 달리 금방 도착한 아렌스바흐에서는 페르디난드님도 무조건 거절하지 못해 몇번이나 연주했을 것이다.
어떻게 편곡했는지 궁금해서 귀을 기울이고 있자, 아렌스바흐의 상급 귀족이 이겨서 기세가 오른 것처럼 웃었다.
"이 곡은 페르디난드님이 작곡하신 아렌스바흐의 신곡입니다."
……그거 주선율은 내가 준건데. 뭐, 상관없나.
오만상을 찌푸리고 싶은 얼굴은 미소 밑에 처박아 뒀다. 자기편을 만들려고 분투하는 페르디난드님의 방해를 할 필요는 없다.
"저는 페르디난드님이 만드는 곡은 정말 좋아합니다. 새로운 곡이라면 꼭 들려주세요. 아렌스바흐의 귀족이 아니면 연주하지 못하죠?"
"저도 아직 연습 중입니다만,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내가 아렌스바흐의 곡임을 긍정하자 그녀는 안심한 것처럼 한숨을 내쉬고 펠슈필을 집었다. 그리고 노래 부분부터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거 연가가 아니고 향수의 노래네.
겨울이라는 밀월이 지나가고 멀리 떨어지게 된 게돌리히를 위한 노래다. 이걸 아렌스바흐에서 부르면 귀족원에 가느라 멀어지는 약혼자를 그리워하는 노래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님이 헤어질 때 했던 말과 약속을 알고 있으면 향수의 노래라는걸 알 수 있다.
...오해하게 내버려 둘까?
머리 속에서 "속였군요!"라고 외치는 디트린데에게 "멋대로 착각한건 그쪽이다"라며 시원한 얼굴로 답하는 페르디난드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게 되면 페르디난드님의 대우는 나빠진다.
……적어도 성제 의식을 마치고 배우자의 위치가 확정될때 까지는 참자!
하위 영지의 데릴사위이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소외되므로, 페르디난드님의 대우는 디트딘데와 게오르기네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편해지도록 이쪽에서도 전력으로 돕고 싶다.
내가 그렇게 결의한 직후, 빌프리트가 신기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빌프리트는 들은 적이 있는 곡이다.
"이건 숙부님의 곡이……"
쓸데없는 말을 하려는 빌프리트의 어깨를 두드리고 웃으며 입을 다물게 했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세요"란 마음의 소리는 들린 것 같다. 빌프리트가 고개를 계속 끄덕였다.
나는 연주를 마친 그녀에게 사의를 표하다.
"들려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정말 멋진 곡이었다고 작곡하신 페르디난드님에게 전해주세요. 그리고 만약 페르디난드님이 다른 곡을 만드셨을 때는 다시 들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일단 작곡한 것은 페르디난드님이라고 모두의 기억에 남게 큰소리로 말했다.
……페르디난드님을 잘 부탁 드립니다. 페르디난드님에게 안온한 생활과 더 나은 대우를 진심으로 부탁 드립니다.
정아렌스바흐의 귀족에는 저렇게 말하고 다니고 싶다. 아마 정작 본인은 엄청 싫어하는 눈으로 보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연주를 마친 그녀가 나를 보고 조금 짓궂은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로제마인님, 올해는 새로운 곡을 선 보이지 않나요? 페르디난드님이 계시지 않으면, 새로운 곡을 만들 수 없는건 아니겠죠? 저는 로제마인님의 새로운 곡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도발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페르디난드님이 없더라도 에렌페스트에는 문제 없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기대하고 계시다니 영광입니다. 모처럼이니 자유곡으로 연주하겠습니다."
나는 활짝 웃으며 내 펠슈필을 갖고 선생님에게 다가가 채점을 부탁한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연주를 준비한다.
천천히 숨을 쉬고 현을 튀긴다. 올해의 과제곡은 일단 연가로 분류되는 곡이다. 에스코트 상대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나이인 우리에게 필요한 곡 같다. 하지만 이미 약혼자가 정해진 나에게는 전혀 관계 없는 곡이다. 2년 전에 연습했던 곡이라 문제 없이 연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유곡은 바람의 여신 슈체리어에게 바치는 곡이다. 자신들의 소중한 사람을 지키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고 있다. 아렌스바흐로 향한 페르디난드님은 물론, 숙청으로 가족을 잃게 될 아이들을 위한 곡이다.
연주하면서 갑자기 반지에 마력이 흡수되기 시작되는 것을 느꼈다. 마력우 축복이 되고 빛이 넘치기 시작한다. 슈체리어의 색깔인 노란 빛이다. 피로연 때와 똑같은 상황에 놀라면서 나는 마력의 흐름을 멈추려고 했다.
……어라? 안멈춰?
평소면 막을 수 있을터민 마력의 흐름이 멈추지 않는다. 속으로 절규하면서도 첫날 합격을 놓칠 수 없으니 나는 연주를 계속했다.
축복은 계속 흐른다. 연주를 마칠 때까지.
달라진건 마력이 멈추지 않는 것과 소비 마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이게 어제 의식의 성과야!?
모두가 놀란 얼굴이 보여서 나는 달아나고 싶어졌다. 음악 선생님은 눈을 깜빡이며 나를 봤다.
"로제마인님, 이건 도대체……"
"……저, 이건 바람의 여신의 축복입니다. 어제 의식 때문에 축복이 넘치기 쉽게 된 것 같아요. 호호호"
웃고 넘어갈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웃어 본다.
합격은 주었지만, 이대로는 안된다. 또 마력의 취급 훈련하지 않으면 지금 이상으로 축복이 넘칠것 같다.
……페르디난드님!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보호자가 없어진 나는 펠슈필을 짊어진 채 마음 속으로 물었다.
468.힐쉬르와 가호의 이야기
소비 마력의 효율이 너무 좋아져서 자신의 의사로 마법을 멈출 수 없이서 축복이 넘쳐 버렸다. 음악 실기에서 저지른 나는 시험에 합격하고 올도난츠로 리할다를 부르고 도망 치듯 돌아왔다.
"어쩌죠, 리할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마력을 멈추려고 생각해도 멈추지 않습니다. 가호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공주님, 정말 죄송합니다만, 저는 그 상태를 잘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가 귀족원에 다니던 시절에는 신들의 가호를 얻는 의식을 벌인 뒤에 슈타프를 취득해서……"
리할다는 혼난것 같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졸업 직전에 슈타프를 얻었던 옛날의 교육 과정에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축복을 누르거나 마력의 흐름을 제어하는 방법을 떠올리지 못한 나는 머리를 싸맸다.
…… 이렇게 되니까 옛날에는 성장이 끝나고 신들의 가호를 받은 뒤에 슈타프를 받은거겠지? 으아아아! 교육 과정을 임의로 변경한 책임자는 누구냐!?
"확실히 페르디난드님 시절에도 가호 의식의 뒤에 슈타프를 취득했기 때문에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오늘밤에는 힐쉬르 선생님도 계시니 의논해 보시는게 어떤가요?"
"……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힐쉬르가 찾아왔다. 골치 아픈 표정을 짓고 있지만, 내 머리도 엄청 아프다.
"힐쉬르 선생님, 어제했던 의식 때문에 마력 제어가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소비 마력이 별로 느껴지지 않고 음악 실기에서도 축복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건 제가 어떻게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축복이 넘쳐서 크게 곤란한 사람이 없다면 원하는 만큼 나오게해도 좋마요. 자세한건 페르디난드님께 질문하세요"
마력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하는 고민은 해결하지 못한다고 바로 기각했다.
"빌프리트님, 얘기는 식사 후에 해도 괜찮겠습니까?"
"음, 혼란을 피해 당사자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근시에게 방을 준비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식사 후에 그쪽으로 이동하죠"
사감이 있는 식사는 다른 기숙사에선 평범한 풍경이지만, 에렌페스트에 있어서는 매우 드문 식사 시간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하고 모두가 힐쉬르의 모습을 살피고 있다.
힐쉬르는 가호의 의식에서 에렌페스트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이틀 연속으로 첫날 합격한 학생들을 칭찬했다.
"에렌페스트의 성적은 훌륭합니다. 아직도 전원이 첫날메 합격하고 있죠? 매년 성적이 올라,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꽤나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강의뿐 아니라 로제마인식 마력 압축을 배우고 연습해 마력을 늘어나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어서, 실기의 성적도 해마다 올라가는 모양이다.
"안제리카와 콜네리우스, 할트무트가 졸업하면 실기 성적은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레오노레나 마티아스, 라우렌츠와 같은 우수자들이 성적을 끌어올리고, 영주 후보생 셋 모두 우수한 성적입니다. 올해도 기대하고 있어요 "
최근엔 에렌페스트의 첫날 합격에 주위도 익숙해졌는지, 별로 놀라지 않고 있다. 첫날에 전원이 합격해도 "예상했다"정도의 반응이다.
그래도 선생님들 사이에서 평가가 높아지고 있거나, 매년 전체의 실적이 늘고 있다는 제삼자의 평가는 솔직히 기쁘다.
"페르디난드님이 무리한걸 주문하셨거든요. 게다가 더늘 첫날 합격이 시험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목표를 만들어 집중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 많다. 숙청의 첫 소식이 도착한 뒤로, 다른 정보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리고 숙청에 관한 정보를 힐쉬르에게 공개할 생각은 아직 없다.
에렌페스트의 학생들이 익숙하게 먹는 식사를 힐쉬르는 넋을 잃고 맛을 즐기며 먹고 있었다. 영주 회의에서 조금씩 내놓고 있는 에렌페스트의 레시피이지만, 재현은 좀처럼 어려워 하는것 같다.
타령에서는 아직까지는 레시피를 완벽히 재현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낸것까지 가지 않은 것 같다.
"시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제 요리사도 가르친 요리가 아닌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내기까지 몇년은 걸렸으니까요"
우선 그동안의 상식과는 다른 조리 방법이나 준비 방법을 얼마나 충실히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 다음은 각 영지의 특산품을 살리고, 거기에 사는 사람의 입맛에 맞추고, "어떻게 이런 맛이?"하며 고개를 갸웃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그 사이에 난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내야겠지.
"로제마인님, 이쪽의 디저트는 뭔가요?"
"에렌페스트에선 『 무스 』라고 부르는 디저트 입니다"
꿀 요구르트 무스를 스펀지 케이크 사이에 끼운 복잡한 디저트이다. 참고로, 올해의 포상 레시피는 이 무스 종류이다. 오토마루 상회에서 젤라틴 제작이 시작된 덕분에 공개할 수 있게 된 요리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힘내는 프리다 때문에라도, 내가 젤라틴 보급에 협력해야 한다.
딱히 귀족 사이에서 젤라틴 요리를 유행시켜달라고 많은 젤라틴을 받았기 때문에 편의를 도모하는 것은 아니다. 맛있는게 유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푸딩이나 젤리같은 말랑말랑하는 식감이 잘 먹히지 않는건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러므로 포상 레시피를 공개할 때는 콜데의 무스 타르트로 지난해 포상과 조합한걸 공개할 예정이다.
오늘 준비한 무스는 중앙의 반응을 보려고 특별히 준비한 물건이다. 스펀지 케이크는 아직도 가끔 실패가 나오기 때문에 대량으로 준비하기 어렵다. 왕족 상대인 작은 다도회에 가져갈 예정이다.
"식감이 익숙지 않을 테니, 맛은 꿀과 요구르트 처럼 익숙한 것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어떻습니까?"
신맛이 강한 요구르트의 맛을 꿀이 들어간 무스가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무스를 얇게 썬 스펀지 케이크 사이에 두었으니, 식감도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
"확실히, 처음 먹는 느낌이네요. 입 안에서 살살 녹는 것 같아서 정말 맛있습니다"
"……왕족에게 드려도 괜찮을까요?"
"좀 더 보기에 화려하다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맛은 문제 없겠어요"
맛은 힐쉬르에게 합격을 받았으니, 외관을 좀 더 손봐야 겠다. 콜데와 루토레베가 들어간 붉은 빛의 잼으로 장식하면 흰색과 빨간색이 들어가 겨울다운 과자가 될 것이다.
시식을 겸한 디저트를 다 먹고 방을 이동한다. 이번에 이야기 하는건 당사자와 아우브에 대한 보고 의무가 있는 영주 후보생 뿐이다. 속성이 늘어난 시리네와 로데리히, 영주 후보생의 나, 빌프리트, 샤를로트, 그리고 사감인 힐쉬르가 이번 대화에 참여한다.
여섯명이 앉을 자리가 준비되고 근시들이 차 준비가 끝나자, 힐쉬르가 근시와 호위기사는 조금 떨어지도록 지시를 내렸다.
"밀담은 하지 않지만, 도청 방지 마술 도구는 사용하겠습니다. 이걸 사용하세요, 로제마인님"
"네?……제가 합니까?"
범위를 지정하는 도청 방지 마술 도구를 받으며 나는 힐쉬르를 쳐다본다. 이런 마술 도구는 보통 가져 온 사람의 마력으로 기동시키는 것이다.
"로제마인님은 음악 실기에서 축복이 넘칠 정도로 마력의 여유가 있죠? 생명의 위기일 정도로 마력이 적은 상황이라면 축복이 넘칠 일은 없습니다. 남아도니까 그런거에요 "
힐쉬르가 그렇게 말해, 나는 마술 도구에 마력을 흘린다. 역시나 마력을 사용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마치 유레베를 사용하고 세밀하게 제어할 수 없어졌을 때 것 같네. 올해야말로 봉납식이나 겨울의 정령을 쓰러뜨리는데 마력을 쓰는게 좋았을지도 모르겠군.
한숨을 쉬며 모든 마술 도구를 설치한 나는 자리에 앉았다. 힐쉬르가 거기에 있는 모두를 둘러보았다.
"그럼, 가호를 얻는 의식에 참가하지 못한 샤를로트님도 계시고, 군도르프에게 이야기를 했다고는 하지만 저는 의식의 감독을 맡고 있어서 강당에서 오갔던 대화를 모릅니다. 정보의 공유부터 시작할까요?"
힐쉬르가 샤를로트에게 어제 의식을 한 빌프리트와 피리네, 로데리히의 설명을 한다. 그러나 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세명이 심상치 않았다면, 나의 의식은 더욱 이상 사태였을 것이다. 언뜻 힐쉬르를 보았는데, 힐쉬르는 마치 나의 의식은 없었던 것으로 취급하는 것 같았다.
"피리네가 속성을 늘리고 강당으로 돌아간 뒤, 군도르프와 어떤 얘기를 했습니까?"
우리들이 강당에서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말하는걸 힐쉬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이야기를 마치자 샤를로트가 신기한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신들의 가호를 얻은 의식이니 권속의 가호를 얻는 것이그리 놀랄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샤를로트의 의견은 우리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로데리히처럼 갑자기 전속성이 된 것이 아니라면 별로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의견에 힐쉬르는 한숨을 쉬고 "전투 계열 권속의 가호를 얻은 기사 견습과 단켈페르가를 제외한, 보통의 귀족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보통은 적성을 가지고 있는 속성의 대신의 가호를 얻을 뿐입니다. 제가 조사한 결과, 고의로 숨기는 사감이 없으면 이 십수년 사이에는 전투 계열을 제외하고 추가 권속의 가호는 받지 못했습니다"
"네?"
드문 일이라고는 했지만 거기까지 신기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무심코 눈을 깜박거리고 서로의 얼굴을 보는 우리들을 내버려두고 힐쉬르는 더욱 설명했다.
"옛날에도 여러 권속에게 가호를 얻던 것은 왕족이나 영주 후보생들이 대부분으로, 중급 귀족이나 하급 귀족이 권속에게 가호를 얻은 것은 매우 적어 백년 정도를 올라가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었을 정도입니다."
"피리네도 로데리히도 굉장하네요"
"……에렌페스트의 비정상을 이해하셨으면 좋겠네요"
힐쉬르가 노려보고 있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원인은 모르지만, 좀 이상하다는건 이해하고 있다.
"단켈페르가나 기사 견습들이 전투 계열 권속의 가호를 얻는 일은 있지만,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고 그 이외의 사람이 권속의 가호를 얻는 일은 좀처럼 없습니다. 그러나 전혀 전례가 없는 것이 아니라서 빌프리트님이 많은 권속에게 가호를 얻은 것은 칭찬 받을 일로 끝납니다"
힐쉬르는 "단켈페르가의 한네로레님도 여러 권속에게 가호를 얻었거든요."라고 말했다.
"다만 피리네의 경우는 다릅니다. 피리네는 하급 귀족으로, 바람의 적성도 슈체리어의 가호도 없고 권속인 메스티오노라의 가호만 받았습니다. 이건 발견하지 못했을 정도로 희소인 일입니다. 전체 속성을 얻은 로데리히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피리네와 로데리히의 표정이 굳었다. 속성이 늘어난 것을 그저 기뻐하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을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다.
"힐쉬르 선생님, 저는 어떤가요?"
나도 많은 권속에게 가호를 얻었고, 신들의 상도 움직였는데, 그건 얼마나 드문 일일까. 나의 질문에 힐쉬르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로제마인님이 규격 외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 아무래도 좋아요 "
"아니요, 좋으면 안됩니다"
당장 반대한 것은 빌프리트다. 귀족원에서 내가 일으킨 문제에 가장 휘둘린 빌프리트는 "가장 큰 문제로 이어진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힐쉬르는 완전히 손을 뗀 얼굴로 미소 지었다.
"로제마인님에 관한 것은 같은 규격 외인 페르디난드님에게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제일입니다. 비슷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분이 있으니까, 로제마인님의 뒤처리는 저의 관할 밖입니다"
"에렌페스트의 사감인데, 관할 밖이라니 너무 합니다!"
잘해추세요,라고 내가 호소했지만 힐쉬르는 웃음이 더욱 깊어지고 고개를 저었다.
"거절하겠습니다. 진지하게 대응한 만큼 이쪽이 손해를 보는 것은 페르디난드님 때 경험했거든요. 페르디난드님이 부탁하는건 협조하고, 강의에서 최대한 편의는 봐드리겠지만, 뒤처리는 손을 떼겠습니다"
……페르디난드님 때문에 힐쉬르 선생님에게 버림받았어!
너무한다고 내가 한탄하지만, 힐쉬르느 개의치 않고 말을 계속한다.
"저에게 문제인건 처음부터 규격 외인걸 알고 있는 로제마인님이 아니라, 로제마인님의 주위에 영향이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 힐쉬르는 피리네와 로데리히를 번갈아 바라본다.
"어제 가호의 의식을 치른 에렌페스트의 학생은 여덟명이었어요. 그 가운데 절반인 네명은 보통의 가호를 얻고 문제 없이 의식을 끝냈습니다. 이상 사태가 일어난건 로제마인님, 빌프리트님, 피리네, 로데리히입니다. 공통점을 아시겠습니까?"
나는 필사적으로 공통점을 찾았다. 성별도 반반이고 신분도 다르다. 뭔가 있을까.
"……전혀 모르겠군. 에렌페스트의 사람이라는것 말고도 뭔가 공통점이 있습니까?"
"로제마인님 본인과 로제마인님의 측근 그리고 로제마인님의 약혼자로, 전부 로제마인님ㅇ티 관계자들입니다"
"과연, 확실히 그렇군!"
빌프리트가 시원한 얼굴로 손뼉을 치지만, 나는 무조건 부정하고 싶었다.
"갑자기 제 탓이라고 몰아붙이지 마세요!"
그러나 나의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은 없었다. 샤를로트와 피리네까지 힐쉬르의 불온한 가설을 납득하고 있었다.
"에렌페스트에 예상외의 변화가 일어났을 때는 대체로 로제마인님이 중심에 있으니까, 저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으으……"
반박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자 힐쉬르는 성실한 표정으로 나를 보기 시작했다.
"신들의 가호를 얻는데, 귀족이 하지 않는 일을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짚이는 일은 없나요?"
"신들의 가호를 얻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고, 귀족은 하지 않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짚이는 일는 있어요"
" 있습니까!?"
내가 대답하자 주위가 일제히 몸을 내밀었다.
"어라? 샤를로트 이외는 모두 아시죠? 강당에서도 말했습니다. 오히려 왜 힐쉬르 선생님이나 군도르프 선생님이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참고서어도 써있습니다"
"로제마인님은 신들의 가호를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물어버릴것 같은 기세의 힐쉬르에게서 나는 몸을 뒤로 빼고 "기도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기도 인가요?"
"네. 저는 신전장이니까, 일상적으로 신들에게 기도하고 마력의 봉헌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피리네와 로데리히는 신전장인 저의 측근이라 신전에 드나들고 일상적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신의 물건을 만들 수 있으므로 자신들도 보고 만지고 싶어해. 할트무트를 비롯한 저의 측근들은 신의 물건믈 만지고 본의 아니게 마력을 봉헌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의 물건을 직접 보고, 마력을 줌으로써 할트무트나 콜네리우스 오라버님은 에비리베의 검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필요한 마력이 너무 많아서 싸움에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다무엘은 마력이 모자라서 검의 모양을 유지하지도 못해 상당히 실망했었다.
"……에렌페스트의 신전은 제가 아는 신전과는 딴판입니다"
"여러가지로 힘을 쓰고 있으니까요"
자신있게 말한 뒤, 나는 빌프리트와 샤를로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게다가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트도 제사 지내는 일을 도와주러 직할지를 돌며 기원식과 수확제를 돌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에렌페스트의 초석의 마술 도구에 마력을 공급할 때도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타령에서는 하지 않죠?"
"하긴 그런 말을 하더군요."
힐쉬르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들께 기도를 올리고 가호를 얻는 것은 참고서와 성전에도 나와 있습니다. 타령의 귀족들이 신전을 기피하고 진지하게 기도를 바치지 않았다면, 가호를 얻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신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안제리카가 가호를 얻지 못한 것처럼, 진지하게 기도를 바치지 않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가호는 최소한이라고 생각한다.
"이해 방법이 달랐군요. 참고서에 적힌, 신들께 기도를 올린다는 말은 가호를 얻은 의식의 방법이 아니라 생활 습관이었단 말이군요"
힐쉬르는 한숨을 쉬었다.
"네. 어제 제가 가호를 받은 권속들도 기도를 바친 적이 있는 신들이 대부분이고, 한번도 기도를 바치지 않은 신들로부터는 가호를 받지 못했어요"
그러면서 나는 살그머니 뺨에 손을 댔다.
"한네로레님은 드레팡가와 안그리프에게 일상적으로 기도하거나, 기사 견습과 단켈페르가에서 전투 전에 기도를 바치는지 물어보면 확신을 얻을 수도 모릅니다"
"……그건 참고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
복수 권속의 가호를 받은 자가 가장 많은 단켈페르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라고 힐쉬르가 말한 뒤 표정을 다잡았다.
"빌프리트님의 권속의 가호와 피리네의 속성의 증가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피리네는 신에게 빌기 위한 장소인 신전에서 지적 활동을 하고 메스티오노라의 가호를 받았군요. 하지만 로데리히의 전속성은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도 짐작뎌는 점이 있습니까?"
힐쉬르의 말에 로데리히가 주먹을 쥐고 고개를 숙였다.
"짚이는 것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말해도 좋은지 저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아우브와 의논하고 대답하겠습니다"
"……어제 상담하지 않았다는건, 아우브는 지금 바쁘신가봐요?"
힐쉬르가 영주 후보생을 차례로 보면서 그렇게 묻는다. 정답이다. 양부님은 이번 영지 내의 옛 베로니카 파벌 숙청이나 처분을 결정하느라 죽을 만큼 바쁘다고 생각한다. 페르디난드님이 빠져서 더 바쁠 것이다.
"겨울 사교계는 어느 아우브도 바쁩니다"
"여유가 생긴다면 아우브와 한번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네?"
아우브를 피하는 듯했던 힐쉬르가 이야기를 하고 싶다길래 나는 눈을 깜박거렸다.
"무슨 이야기를 합니까?"
나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힐쉬르는 빌프리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빌프리트님, 신들의 가호가 늘어나면 어떻게 됩니까?"
"소비 마력이 줄고 그 속성의 마술을 하기 쉽게 됩니다"
"정답입니다. 그럼, 피리네. 마력이 늘어나면 어떻게 됩니까?"
"큰 마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작은 마술의 경우는 오래 쓸 수 있습니다."
힐쉬르는 "정답입니다"라고 한 뒤 나를 빤히 쳐다봤다.
"로제마인님은 압축 방법을 고안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에렌페스트의 학생 절반가량이 타령의 학생보다 효율적으로 마력을 늘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가호를 늘리는 방법이 발견되었습니다. 로제마인님이 말씀하신 것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에렌페스트의 학생만이 복수의 권속의 가호를 얻게 됩니다 "
마력 압축으로 마력 자체가 늘고, 가호가 늘면 효율적으로 된다. 그럼 평소보다 몇배의 마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권속의 가호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은, 유르겐슈미트 전체에게 좋은 일입니다. 저는 올해 연구 성과로 영지 대항전에서 가호를 늘리는 방법을 발표하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마력과 가호를 늘리는 방법은 은닉하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힐쉬르는 "원래대로라면 그렇겠지요"라고 긍정한 뒤, 반짝 하고 보라색 눈을 빚냈다.
"……여러분은 에렌페스트가 지금 어떤 인상을 받고 있는지 아세요?"
영주 회의 두에 들은 보고에 대해서 우리가 말하자, 힐쉬르는 "자신에게 불편한 것을 숨기는 아우브는 아니군요"라고 작게 중얼거린다.
"솔직히, 정변을 중립으로 마치고 피해가 없었고, 성적을 무럭무럭 올리고, 차례로 유행을 넓히고 상위 영지가 되려하는 에렌페스트는 타령에서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우브·에렌페스트는 안좋읔 소문도 많다. 성적의 상승과 비례하듯 최근 몇년간 부쩍 늘어났다고 힐쉬르가 말한다.
"마력뿐만 아니라 가호까지 에렌페스트가 독점하는 것은 중앙에서도 좋게보지 않습니다. 그건 아시겠죠? 그러니까 가호를 얻는 방법을 발표해 주위의 감정을 무마시키거나 중앙에 대한 기여도를 올리는 겁니다"
"이건 저희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네요 "
"네. 잘 논의하고 결정하세요"
힐쉬르는 안심한 것처럼 숨을 내쉰 뒤 나를 불렀다.
"로제마인님, 당신은 페르디난드님의 애제자로 상당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중앙에서는 성녀 전설의 대부분을 페르디난드님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듯, 페르디난드님이 아렌스바흐로 향한 지금, 나를 염탐하려고 나선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페르디난드님으로 부터 뭔가 중요한 정보를 얻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로제마인님은 사교의 장에 거의 나가지 않아서 정보가 너무 적은 것 같아요. 저도 몇번 호출되고 여러가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페르디난드님과 로제마인님 두 사람에 관해서……"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긴장했다.
"강사로 온 에그란티느님도 로제마인님과 가장 사이가 좋은 왕족이라는 이유로 왔습니다"
"에그란티느님이요?"
"그녀는 이제 클라센부르크가 아닌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혼인한 중앙의 왕족입니다. 왕에게 명령받으면 그 일을 해야 합니다. 최대한 조심하세요. 저는 은닉에 협력은 하지만 뒷수습은 하지 않아요"
힐쉬르의 바뀌지 않는 자세에, 페르디난드님이 힐쉬르를 신뢰했는지 이해했다.
"……도서관도 삼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새로운 상급 사서인 올탄시아는 중앙 기사단장의 첫째 부인입니다"
469.영주 후보생 첫 강의
나는 힐쉬르와 대화를 마친 뒤 로데리히와 이야기를 하려고 방에 남았다.
"리할다, 도청 방지 마술 도구는 갖고 있나요?"
"네, 공주님. 여기있습니다"
리할다에게 도청 방지 마술 도구를 받고 그것을 로데리히에게 줬다. 로데리히가 손에 꽉 쥐는 것을 보고 나는 입을 열었다.
"로데리히에는 전속성이 된 이유를 눈치채고 있죠?"
"네. 힐쉬르 선생님이 로제마인님의 관계자라고 할 때 눈치 챘습니다. 이름을 바쳤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로데리히는 자신의 심장 근처를 누르고, 이름을 바치던 때를 생각하는 표정이 됐다.
"그때 저는 로제마인님의 마력에 묶였습니다. 이 마력이 저를 살리거나 죽일수 있다고 실감한 것입니다. 그래서 로제마인님의 마력이 가호를 얻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로제마인님은 전속성이신가요?"
확신을 갖고 있는 로데리히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나는 "완전히 나의 영향이군요"하고 수긍했다.
"페르디난드님과 게오르기네님에게 이름을 바친 사람들도 똑같이 주인의 영향을 받아 속성을 늘어났나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조합이 편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정말로 조금이라,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것 같다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에크하르트님처럼 싸우는 분이라면 저보다 더 민감하게 주인의 마력의 효과를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은 가호의 의식에서 늘어난 속성과 5명의 대신의 가호가 있었기 때문에 적지만 소비 마력은 줄어드는 모양이다.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가호의 의식을 마친 뒤 이름 올렸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은것 같다고 로데리히가 말한 뒤, 한가지를 부탁했다.
"다만 이름을 바치면 속성이 증가한다는건 공표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이유를 말해줄래요?"
"이름을 바치는건 기본적으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주인을 정하고, 자신의 충성을 보이며 목숨까지 포함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드리는 의식입니다. 속성의 증가를 목적으로 할 일이 아닙니다"
가족을 버리더라도 나를 섬기겠다고 각오한 로데리히는 속성의 증가를 목적으로 이름을 바치는 것이 유행하면 자신의 충성심이 의심받을 것 같아 싫다고 작게 중얼거린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속성의 증가가 목적인 사람의 이름을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아직 에렌페스트는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이 살기 위해서 이름을 바치는것이 강요당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 그렇군요 "
"아무래도 이름을 바쳐야 한다면 전체 속성을 가진 로제마인님을 선택하는 자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로제마인님이 원하는 것이 아니지요?"
여러가지로 비교한 가운데 나를 뽑아 준 네명의 이름을 받을 각오는 했지만, 속성의 증가를 원해 많은 아이들이 나를 골라도 곤란하다.
"제가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이 지금까지 이상으로 귀족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역시 처벌받아야 한다는 귀족들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름을 바쳐서 목숨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영주 가문과 같은 속성을 가질 수 있다면 연좌를 벗어나기 위한 벌의 의미가 희미해지니까요 "
옛 베로니카 파벌은 중급과 하급 귀족들이 많다. 아렌스바흐의 피를 잘 받아들여 상급 귀족에 가까운 중급 귀족도 있지만, 적성은 한개부터 세개 정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영주 가문과 같은 속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름을 바쳐 마력 압축 방법을 배울 수도 있다. 라이제강 파벌의 상급 귀족들에게는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에 이름을 바치는 이상은 언젠가는 알게된다고 생각합니다. 양부님과 상담을 해야겠군요. 로데리히가 전속성을 가지게된 것은 선생님들에게 알려졌습니다만, 그래도발설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네"
그리고 주말까지는 공통 강의와 실기도 첫날에 합격했다. 강당과 작은 사랑방에 갈 때마다 "펠슈필을 연주하면서 거대란 축복이 나왔었어"나, "본 적도 없는 규모의 축복이었다"라며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소곤소곤 말했지만, 실제로 본 증언자가 많이 있어서 부정도 하지 못하므로, 소문이 사라질 때까지 방치할 수밖에 없게됐다.
그리고 단켈페르가의 클라릿사에게 면회 예약 편지를 쓰거나, 힐쉬르와 만나기 위해서 에렌페스트에 보고서를 보내거나, 페르디난드님에게 편지를 썼지만 라이문트가 공부로 바빠 기숙사에 틀어박혀서 있어서 전하지 못하기도 했다.
첫 흙의 날은 1학년이 슈타프 때문에 방에 있고, 다른 학년은 조합 때문에 채집 장소로 향해 강의에 필요한 것을 채집했다. 작년에는 기숙사에 도착하고 바로 갔지만, 올해는 숙청 이야기 때문에 2,3학년은 채집하지 않았었다. 약초가 적기도 하고, 축복이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남아도는 마력을 채칩을 위해 방출했다.
……이걸로 괜찮겠지.
이렇게 특별한 사건 없이 일주일이 지나고, 전문 수업을 듣는 날이 됐다. 나는 아침 식사 때문에 식당으로 향했다. 2층에서는 로데리히가 기다리고 있을 뿐, 테오도르의 모습은 없다.
"아직 끝나지 않은걸까요?"
"오후에는 나올겁니다"
"신의 뜻"을 전부 녹이는게 걸리는 시간은 개인차가 있다. 나는 남자의 방이 나란히 있는 이층 복도를 살짝 봤다. 슈타프를 얻어 자랑하고 싶어하던 테오도르의 모습을 떠올리고,"열심히 하세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응원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모두 다목적 홀에서 공부한다. 이는 강의 시험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1학년과 2학년은 과목이 적어서 모두 마쳤기 때문에 올해의 가장 빠른 팀은 1학년과 2학년으로 이미 결정됐다. 특히 모든 강의를 전원 첫날 합격한 샤를로트른 안도하고 있었다.
3학년 이상의 팀은 고득점을 얻으려고 분투 중이다. 올해는 특히 근시 팀의 의욕이 대단하다.
……나도 힘내야지!
"그나저나, 영주 후보생은 건물이 따로 없네요 "
문관, 근시, 기사는 각각 건물이 있는데 영주 후보생은 없다. 좀 슬프다. 그렇게 입술을 삐죽 내밀 리할다가 작게 웃었다.
"이 중앙 건물이 왕족과 영주 후보생의 건물입니다. 중앙 건물의 한 방이 교실이고, 왕족과 영주 후보생밖에 들어가지 못하는 방이 여러개 있습니다. 신분의 높은 사람은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구조입니다"
확실히 지금의 내가 먼 곳으로 가려면 이동하기 힘들다. 나는 진급식 설명이 있던 방으로 향했다.
"그럼 제대로 공부하고 오세요"
"페르디난드님과 예습했으니 괜찮아요"
"……나는 조금 불안한데. 숙부님와 로제마인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으니까"
빌프리트가 투덜대머 그렇게 말했다. 빌프리트는 신전에 매일 올 수 없었고, 마력 양에도 차이가 있어 마석을 물들이는데도 시간이 걸렸으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예습도 했고 많은 권속의 가호를 얻었으니 강의는 편할꺼예요 "
"그럼 좋지만……"
투덜거리는 빌프리트와 둘이서 들어가자 그동안 교실로 사용하던 강당과 달리 상당히 낮은 책상이 나란히 있었다. 페르디난드님의 예습과 똑같이 한다면, 미니어처 가든을 만들어 연습하기 때문에 안을 들여다보기 쉽도록 낮은 책상을 준비한 것이다.
……나한테는 좀 높네.
이 높이라면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발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실내를 빙 둘러보니 교단에 가장 가까운 곳에 발판이 준비된 책상이 있었다. 저건 내 전용이다.
……역시 에그란티느님. 생각이 잘 통하네. 기쁘지만 혼자 발판을 쓰니 좀 미묘한 기분이야.
한숨을 쉬며 실내를 둘러본다. 당연한 일이지만 여기는 영주 후보생만 있다. 지금까지는 신분으로 나뉘어도 대부분의 강의에 상급 귀족이 함께 있어서 인원이 많았지만, 이 상태라면 쓸쓸할것 같다.
"한네로레님 안녕하세요"
"로제마인님, 빌프리트님. 안녕하세요"
나는 당장 한네로레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주말에 힐쉬르가 가호의 증가에 대해서 말했을텐데, 어떤 말을 했는지 들어보고 싶다.
"힐쉬르 선생님이 단켈페르가에게 질문하러 가셨다고 들었는데, 한네로레님은 괜찮으셨나요? 연구에 관련되면 주위가 보이지 않는 선생님이라서 좀 걱정되었습니다"
"로제마인님의 가설이 옳은지 검증하고 싶다고 들었습니다. 저에게 왜 복수의 권속에서 가호가 주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만, 로제마인님의 가설을 듣고 납득했습니다"
한네로레른 "덕분에 개운해졌습니다"라고 기뻐했다.
"한네로레님은 일상적으로 기도를 바치고 있었나요?"
"……그, 저는 드레팡가의 가호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평소에도 생각하고 있었고, 콜도우라가 만들어 준 부적을 몸에서 떼지 않고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소매를 조금 올리자 한네로레의 손목에는 내가 붙이고 있는 것과 비슷한 팔찌 모양의 부적이 있었다. 조금 큰 마귀에는 때의 여신 드레팡가의 음각이 새겨져 있엏ㅈ다.
"그럼 무용의 신 안그리프에게도 일상적으로 기도를 바치고 있나요?"
"안그리프에게 기도를 바치고 있다는 자각은 별로 없지만, 다켈 페리가는 무를 숭상하는 지방 풍습이 있고 딧타의 경기 전에는 오래된 전쟁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거나, 승리하면 전투 계열의 신들에게 마력을 바치는 의식이 있습니다. 영지 대항전에서 승리했을 때는 저와 오라버님도 마력을 봉헌했습니다. 안그리프의 가호를 받은건 의식의 영향이겠죠"
……경기 전에 노래 부르고 춤추다니, 럭비의 하카[마오리 하카(Haka)는 뉴질랜드의 원주민 마오리족의 민족 춤이다. 원래는 원주민들과의 전쟁에서와 부족 간의 전쟁에서 자신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하는 춤에서 비롯되었다. 지금은 주로 뉴질랜드 럭비대표팀인 올블랙스가 국가 연주 후 선보인다. 간단히 하카라고도 하며, 영어로는 워 크라이(War Cry)라고도 한다. -위키디피아] 같은 것일까? 뭔가 이해된다.
단켈 페리기에서 전투 계열 권속의 가호가 많은 이유가 밝혀졌다. 그만큼 힘을 주고 있는 딧타에서 경기 전후에 빌고 있다면 진지할 테니 가호도 얻을 것이다.
"루펜 선생님이 기사 견습의 코스에서도 진지하게 바라는 기사 견습에게 전투 계열 권속의 가호를 받은것 아니냐고 추측하시고 있었습니다"
말로만 기도의 말을 하거나, 루펜의 지시에 맞춰 노래해도, 가호를 얻는 것은 아니다.
"빌프리트님은 많은 권속에게 가호를 받으신건 그만큼 일상적으로 기도를 바치고 있기 때문이죠?"
"영지에 마력이 적어 세례식을 마친 영주 후보생들이 의식을 위해 영지를 돌던 것이 결과적으로 좋았던 것 같네요"
빌프리트의 말에 한네로레가 미소 지으며 끄덕인 뒤, 문득 뭔가를 알아차린 것처럼 나를 봤다. 그리고 주저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럼, 신전장으로서 평소에도 기도를 하시는 로제마인님은 어느 정도의 신들로부터 가호를 받으셨나요? 확실히 음악 수업에서 의식 때문에 축복이 넘치기 쉬워졌다고 말씀하셨죠?"
"그, 그건, 그……"
주위에서 엿듣던 것 같았던 다른 영주 후보생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여기에서 정직하게 말하면 큰일 난다는건 나도 알 수 있다.
"비밀입니다. ……그, 공개적으로 발설할만한 수가 아니거든요"
한네로레가 주위를 둘러보고 "말하지 못할 정도로 많으시군요" 하고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을 때, 영주 후보생들의 교사로서 에그란티느가 몇명의 조수와 함께 들어왔다. 조수는 큰 상자를 안고 있다.
"에그란티느님이다"
그런 소리를 지르며 모두가 급히 자리에 않는다. 나는 맨 앞줄을 향했다. 빌프리트와는 조금 멀지만, 한네로레의 옆자리라 기쁘다.
"근처네요, 로제마인님"
"네, 잘 부탁 드립니다"
눈앞에 있는 교단에 선 에그란티느는 교사지만 왕족으로서의 입장을 강조한 옷 차림으로 머리도 복잡하게 묶여있다. 지금까지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검은색 망토가 지금 에그란티느의 입장을 나타내는 느낌이 들었다.
……에그란티느가 교사로 온건 내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지?
힐쉬르의 말이 머리에 되살아나고 조금 기분이 우울해 졌다. 나를 의심하고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것이 원인이지만, 가장 우울한 점은 왕족에게 의심된다는 점이다.
나는 왕족에게 필요한 정보를 갖고 있다. 성전에 떠올랐던, 왕이 되기 위한 절차. 위험을 가져오는 정보라 결코 발설할 예정은 없지만.
"여러분, 오래간만이네요. 이러한 형태이지만 여러분과 시간을 보내게 된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그란티느는 오늘도 예뻤다. 춤추듯 우아한 걸음으로 모두의 앞에 서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귀족 다운 장황한 인사를 하고 전 선생님과 교체에 대해서 말했다.
에그란티느는 영주 후보생 중에서 최우수였고, 왕은 앞으로 성장하는 학생들을 이끄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배명받은 이상, 모두가 영주 후보생과 걸맞게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가르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인사를 마친 에그란티느는 조수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조수들은 분담해서 상자를 돌리기 시작했다. 전원에게 배포를 마치고 조수들은 바로 퇴실한다. 강의 내용을 가르치지 않기 위해서다. 영주 후보생 이외는 출입 금지라고 말하던 페르디난드님의 말을 떠올렸다.
"이건 초석 마술 도구의 축소판이라 생각하세요"
에그란티느의 목소리에 모두가 일제히 자기 앞에 나눠진 상자를 본다. 위에서 보면 대략 육십개 가량의 정사각형이 있고, 안에는 사막 같은 곱고 마른 모래가 들어 있었다. 가운데에는 구슬 정도 크기의 마석이 형형색색으로 늘어서있고, 직경 십센티미터 정도의 마술 도구가 있었다.
……꽤 크네.
페르디난드님의 예습에서 쓴 교재의 배 가까운 크기이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내가 두리번 두리번 둘러보고 있자 강의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3학년 영주 후보생의 강의에서는 주로 초석의 마술 도구의 취급에 대해서 연습합니다"
주어진 미니어처 가든을 자신의 영지로 가정하고, 실제로 초석 마술 도구의 간이 버전으로 연습하는 것 같다. 페르디난드님의 예습에서 했던 것과 똑같다.
...내용이 틀리면 곤란했는데 다행히군.
"이 미니어처 가든은 영지의 중심에 있는 초석의 마술 도구를 본뜬 것입니다"
이 모래는 마력이 고갈된 상태라. 마력으로 채우면 풀이 자라는 흙이 될 것이다.
"우선, 슈타프를 꺼내세요. 그리고 이 미니어처 가든의 영지를 자신의 마력으로 물들이는것 부터 시작합니다"
에그란티느는 활짝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우리들은 시키는 대로 수타프를 꺼낸다. 마력의 조절을 하는데 슈타프 이상의 마술 도구는 없다. 슈타프로 마석을 쓰다듬어 마력을 담아 간다.
마술 도구에는 여러 마석이 있지만, 모든 마서은 이어져 있다. 하나에 마력을 부어도 전부를 염색하는 것은 가능하다.
...어라!?
언제나처럼 마석을 물들이는 기분으로 마력을 붓고 있던 니는 마술 도구는 커녕 미니어처 가든 자체의 모습이 바뀌는 것을 깨닫고 급히 마력을 멈췄다. 하지만 나온 마력은 금방 그치지 않는다. 마치 망가진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듯 마력은 조금씩 흐르고 있다.
…… 어쩌지. 슈타프가 파업한건가. 마력 조절이 안 되는데.
"어머, 말로는 들었는데, 로제마인님은 정말로 우수하군요 "
"에그란티느님……"
"로제마인님, 에그란티느 선생님이에요, 후후후.... 그나저나 설마 이 짧은 시간에 마술 도구뿐만 아니라 미니어처 가든 전체를 물들이다니……"
사막 같은 마른 모래가 있던 미니어처 가든 안은 순식간에 검은 흙으로 변했고, 군데군데 싹을 틔우고 있었다. 게다가 아직도 마력이 완전히 멈추지 않아 초록색이 늘고 있다.
에그란티느가 "실제로 보니 정말 놀랍군요"라고 대범하게 웃으며 즐거운듯 오렌지색 눈동자를 빛내고 있지만, 나는 울고 싶다.
…그런 감탄한 얼굴로 보지 마세요! 나는 마력 조절이 안되는 아이라구요!
미니어처 가든의 진행 상황을 보던 에그란티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쩌죠? 오늘은 마석을 물들이고 종료할 예정이라, 로제마인님은 이제 끝났습니다. 계속 하시겠습니까? 다음 강의를 진행할까요?"
"……빨리 끝내고 싶습니다. 저는 강의 후에 마력 제어의 연습을 해야합니다. 게다가 강의 시간이 끝날 때까지 측근들은 오지 않아 이 방에서 나가 수도 없어요"
나는 결계나 경계 문의 작성에 필요한 설계도를 그리거나, 엔트비케른에 필요한 금가루를 준비하기로 했다.
"다음 강의에서는 어둠의 신과 빛의 여신의 이름을 배웁니다. 실제로 많은 곳에 쓰이죠"
"네"
페르디난드님의 예습에선 이름을 배우지 않마 주문 부분을 "어둠의 신"이나 "빛의 여신"로 하면서 엔트비케른으로 모양을 만들어서도 5분 정도 지나면 무너졌었다. 모처럼 이상의 도서관 모형을 만들어 봤는데 5분으로 무너진 나의 비애가 전달될 수 있을까.
무너져서 한탄하자 페르디난드님이 "시간이 아깝다"라고 혼 내고, 다음 과제에서 도서관을 금지했다. 다음 과제로 자신의 방을 만들라고 하길래 책장을 많이 늘어놓자 "이러면 변함 없는것 아닌가"라며 또 혼났었다.
그런 일을 떠올리며 나는 과제를 수행한다.
....가루 만드는건 진짜 편하네.
주어진 작은 마석를 꽉 쥐고는 가루로 바꾸고 있자, 옆에 있던 한네로레가 슈타프에서 중앙의 마술 도구를 누르면서 멍 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로제마인님은 가루를 쉽게 만드시네요 "
"지금 저는 마력을 마구 담는 것이 편합니다. 사실, 지금의 저는 포화 상태에서 딱 멈출 수가 없어요. 잘못하면 축복이 되고 마력이 넘쳐버립니다"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한네로레는 눈을 둥그렇게 뜬 뒤 작게 웃었다.
"어머. 그럼 음악 수업과 같은 기세라면, 모두의 미니어처 가든이 로제마인님의 마력으로 물들어 버릴지도 모르겠네요 "
"……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슈바르츠와 바이스는 축복 때문에 주인이 된거예요"
지금 이 방에서 축복이 나오면 전원의 미니어처 가든을 빼앗아 버릴 가능성도 있다. 그런 나의 대답에 한네로레가 난처한 얼굴로 조금 웃었다.
"농담이었는데, 로제마인님은 정말로 하실 수 있으시군요"
…… 저질렀다!
"호, 호호호, 호호. 아, 저도 농담입니다"
마석을 가루로 계속 바꾸면서 일단 웃어 본다. 속아주려나.
……음, 망했다. 안믿는 표정이야.
누구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은 기분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뒤 쪽에서 빌프리트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에그란티느 선생님, 마술 도구를 전부 물들였습니다. 역시 가호의 영향으로 마력의 소비가 줄고 다루기 쉬워진 것 같습니다"
울고 싶은 기분에서 보니, 빌프리트가 자신 있게 자신의 미니어처 가든을 보이고 에그란티느에게 칭찬 받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은 우등생이었다.
…… 많은 가호를 받고도 마력을 다루게 쉽다니! 빌프리트 오라버님 치사해!
마음 속으로 화풀이를 한 뒤 나는 일단 가호를 준 신들께 진심으로 빌기로 했다.
……신님! 한네로레님이 나의 친구를 그만둔다는 말만은 꺼내지 않도록 해주세요!
오늘은 바빠서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470.봉납춤(3학년)
……아아, 한네로레님이 겁먹었어.
소중한 책벌레 친구의 겁먹은 모습을 보고 충격으로 어깨를 떨어뜨리며, 나는 레서 버스로 느리게 기숙사의 계단을 내려갔다. 점심 식사의 준비가 될 때까지 다목적 홀에서 기다려야 한다. 다목적 홀에는 빌프리트와 샤를로트가 이미 책을 읽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언니, 오후부터는 봉납춤 연습이라 동행하겠네요"
나를 알아챈 샤를로트가 얼굴을 들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미소를 짓고 끄덕인 뒤, 심각한 사실을 깨닫고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마력 제어가 안되는 지금 상태로 봉납춤 연습을 하면 축복이 나오는건 뻔하다. 오전 강의에서 질렸는데 진짜로 저지르면 한네로레가 나와 거리를 둘지도 모른다.
……그건 안돼! 신에게 기도를 하는게 아니라 뭔가 직접 해야겠어!
"빌프리트 오라버님, 샤를로트 저는 지금 마력을 제어할 수 없어서 연습할 때 축복을 멈출 수 없게 될 것 같은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내 말에 빌프리트와 샤를로트는 물론, 다목적 홀에 있던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음악 수업에서 내보낸 축복 때문에 에렌페스트의 아이들은 주위에서 기이한 눈으로 보이고 있다.이제 에렌페스트 기숙사 학생들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
"……힐쉬르 선생님이 마법을 사용하면 좋다고 했지?"
빌프리트의 제안에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어제 흙의 날에 채집 장소에서 마력을 쓰고 왔지만 의미 없었습니다"
"흠, 그게 마력을 줄이려고 한거였어?"
빌프리트가 한숨을 쉬고, 샤를로트가 남색의 눈동자를 깜박이며 나를 본다.
"언니는 그만큼의 축복을 해도 의미가 없나요?"
"응. 오전 강의에서는 로제마인 혼자만 거의 수업을 끝내버릴 정도로 의미가 없었지. 게다가 옆 자리였던 한네로레님이 놀라서 상처 받은 것 같아. 같이 가호를 얻었는데 고생하지 않다고 치사하다며 나는 화풀이했어"
빌프리트의 말에 샤를로트가 "마력을 더 쓰면 되는거죠?"라고 중얼거린다.
"오후 강의까지 빈 마석과 마술 도구에 마력을 담고 싶습니다,라고 지금 에렌페스트에 편지를 보내면, 식후에는 빈 마석이 오지 않을까요? ……겨울의 주인 토벌이 가까우니 기사단에서 도움이 될꺼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잠깐 옛 베로니카 파벌의 아이들에게 시선이 향했다. 샤를로트는 숙청 때문에 마력이 부족하다,라는 말을 생략했다.
"겨울의 주인 토벌에 협조하고, 로제마인의 마력으로 자란 채집 장소의 약초는 품질이 좋았으니까, 약초를 에렌페스트에 보내고 채집 장소를 또다시 회복시키는건 어때?"
"그건 점심 식사 시간 사이에 할 수가 없어서 오늘은 무리지만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피리네에게 지시를 내리고, 에렌페스트에 긴급 편지를 썼다. "가호가 너무 많아서 마력을 제어하지 못해, 오후의 봉납춤 연습에서 대량의 축복이 튀어 나올것 같습니다. 봉납식용, 겨울의 주인 토벌용, 무엇이든 좋습니다. 빈 마석과 마술 도구를 빨리 보내주세요"라고.
"로데리히, 이건 에렌페스트에 급히 보내세요"
"알겠습니다"
로데리히가 빠른 걸음으로 퇴실하는걸 보던 유디트가 작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저기, 로제마인님. 그만큼 마력이 많으시다면 제 마석에도 마력을 받아도 괜찮겠습니까?"
"좋아요. ……유디트뿐 아니라 마력이 필요한 사람은 마석을 가져오세요! 내 마력을 무상으로 제공합니다!"
다목적 홀이 웅성거렸다. 영주 후보생에게 마력을 받다니 황공하다,라고 하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그런 가운데 레오노레가 허리에 찬 주머니에서 마석과 마술 도구를 꺼냈다.
"그럼 이걸 부탁 드립니다. 훈련에서 썼기 때문에 마력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마력을 담기 시작하자 빌프리트의 호위기사인 알렉시스가 우물쭈물 거리며 "제 마석도 될까요?"라고 질문한다.
"물론입니다. 알렉시스, 나타리에, 마티아스, 라우렌츠, 누구든 상관 없습니다"
내가 다목적 홀 안을 둘러보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최소한의 호위를 남기고 기사 견습들이 일제히 아석과 마술 도구를 가지러 자기 방으로 달려갔다. 뒤늦게 문관 견습과 근시 견습들도 이어진다.
"공주님의 마력을 무상으노 제공하는건 좋은 일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실합니다"
나는 자신의 호위기사의 마석에 마력을 채우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나라고 좋아서 마력을 공짜로 주는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테러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잘 부탁 드립니다!"
죽 진열된 마석 중에는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다. 나는 늘어선 마석 몇개를 가리켰다.
"이렇게 작은 마석은 가루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내 말에 마석으로 쓰려했던 사람은 황급히 마석을 가져갔다. 그러나 가루라는 말에 눈을 빛내고 작은 마석을 내미는 문관 견습도 있다. 내 앞 테이블에는 많은 마석이 나란히 있다. 그것에 손을 뻗어 차례로 마력을 흘린다.
"고맙습니다, 로제마인님"
"감사합니다"
모두가 웃는 얼굴로 자신의 마석을 쳐다보거나 가루를 모으고 있을 때, 식사 준비가 끝난것을 알리는 방울 소리가 울렸다.
"남아 있는 마석은 식후에 담습니다"
식사를 마친 나는 다시 마석에 마력을 쏟는다. 많은 가호 덕분인지 소비되는 마력이 정말 적다.
"어느 정도까지 사용하면 축복을 억제할 수 있을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에렌페스트에서도 빈 마석이 도착했다. 밤에도 오는 것 같다. 나는 곧 마력을 채우고 돌려보낸다. 양부님이 보내 준 마석에는 큰 것이 많아 마력이 꽤나 줄어들었다.
"……이걸로 괜찮을까요?"
"이래도 축복이 나온다면 합격을 얻은 시점에서 여느 때처럼 쓰러지고 얼버무리면 어때?"
빌프리트의 제안에 샤를로트가 고개를 끄덕인다.
"언니는 쓰러질 정도로 마력을 써서 모두에게 축복을 드리고 싶은 것 같아요,라고 하면 마력이 남아돌고 있어서 곤란하다는 인상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샤를로트님,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마력의 양은 속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로제마인님의 성녀 전설이 더욱 퍼지게 됩니다"
성녀 전설의 가속된다는 브륜힐데의 말에 내가 "그건 곤란합니다"라고 하자 샤를로트는 뺨에 손을 얹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제 언니의 성녀 전설은 부정하지 못하죠?"
"음……"
"어느 정도는 속이고, 성녀로서 주위에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마력량이 많아서 기도와 축복을 자주 해도 성녀라고 알려져 있어서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내가 성녀는 아니지만, 애석하게도 부정할 수는 없다.
"로제마인의 성녀 소문에 관해서는 나중에 논의하기로 하고, 오후의 연습에 대해서 생각하자. 이제 시간이 없어. 수업 직전까지 숙부님에게 받은 부적을 전부 다는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는 방에 가서 페르디난드님에게 받은 부적을 전부 달고 마석 목걸이도 했다. 겉으로 보이는 부적의 수는 많지 않지만, 소매와 옷 아래는 마석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정도면 괜찮겠죠. 빌프리트 오라버님, 샤를로트여차하면 저를 방에서 끌어내세요"
봉납춤은 영주 후보생만 배운다. 이번에 믿을 수 있는건 빌프리트와 샤를로트 두 사람 뿐이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고, 리할다도 "저도 오늘은 문밖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하며 맡아 주었다.
그리고 기합을 넣고 셋이서 작은 사람방에 들어갔다. 봉납춤 연습에 이처럼 긴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빌프리트는 바로 오르토빈이 있는 곳으로 가고, 샤를로트는 자신의 친구인 러츠빈데에게 인사하고 있다.
나는 러츠빈데에게 인사한 뒤 빙 작은 사랑방 속을 둘러보았다.
……아 있구나.
한네로레에게 인사해도 괜찮을지 고민된다. 여기에서 피해진다면 숨겨진 방에 가고 싶을것 같다.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가 눈이 맞자, 한네로레가 활짝 웃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 피하지 않았어! 다행히야! 신님, 고맙습니다!
한네로레에게 인사를 가려하자 샤를로트가 팔을 잡고 말렸다.
"언니, 흥분하신 것처럼 보이는데 괜찮나요?"
"아, 괜찮아요 "
……그래? 흥분하면 안 된다. 진정하자.
내가 가슴을 누르고 심호흡을 하자 러츠빈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로제마인님께서는 오늘 몸이 별로 좋지 않으신가요?"
"나쁜 것은 아니지만, 봉납춤은 언니에게 부담이 큽니다. 운동량도 있지만, 신들께 바치는 춤이니까 신전장인 언니는 아무래도 신경쓰시거든요"
샤를로트는 걱정스럽게 그렇게 말하곤 한숨을 쉬었다. 이것으로 축복이 나와도 변명은 되고, 쓰러진 척 해도 문제 없을 것이다. 훌륭한 사전 준비다.
……역시 샤를로트! 나의 동생!
마음 속으로 내가 샤를로트를 절찬하고 있자 한네로레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한네로레와 조금씩 나의 모습을 엿보며 함께 온건 레스티라우트였다.
"안녕하십니까, 로제마인님"
한네로레의 인사를 깨달은 샤를로트와 러츠빈데는 위치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네로레와 레스티라우트을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신가요, 한네로레님, 레스티라우트님. 무슨 용건이십니까?"
"아.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의 다도회는 언제쯤 하는거지? 에렌페스트에 부탁한 머리 장식의 성과에 따라서는 다른 물건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가급적 빨리 했으면 좋겠군"
투리가 만든 머리 장식으로 만족하지 않으면 따로 준비한다는 레스티라우트의 말에 한네로레가 볼에 손을 얹고 고개를 저었다.
"오라버님, 에렌페스트의 머리 장식이 어떤지 보고싶어 어쩔 수 없다고 솔직히 말씀하신는게 어떻습니까?"
"에렌페스트 같은 촌구석에서 어느 정도나 할 수 있는지 관심이 있을 뿐, 별로 보고 싶은건 아니다"
"로제마인님은 모든 강의를 첫날에 합격하기 때문에 이렇게 얼굴을 마주칠 수 있을때 약속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시고 저에 함께 오셨잖아요"
흥,하며 고개 돌리는 레스티라우트와 한네로레 줌 어느 쪽을 신용할지는 간단하다. 나는 한네로레의 친구다.
"레스티라우트님, 기대해 주셔서 기쁩니다만, 저는 문관 견습의 수업도 들을 예정이어서 시간이 필요합니다. ……글쎄요, 열흘 후에 서로의 일정을 확인하지 않겠습니까? 그 무렵에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열흘 후? 좋다"
레스티라우트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네로레도 이야기가 결정된 것에 안도한것 같다. 푹신한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 하나의 목소리가 사이를 깨고 들어왔다.
"어머, 레스티라우트님도 에렌페스트에 머리 장식을 주문하셨습니까? 약혼자가 에렌페스트의 사람이니까 저도 주문했어요"
호호호 웃으면서 들어온 디트린데를 보고 레스티라우트가 정색하며 입가를 일그렸다.
"에렌페스트 같은 촌구석이 어느 정도가 가능한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어머, 그래도 레스티라우트님도 에스코트 상대에게 보내는 거죠? 제가 보내는 것과 똑같이"
……아, 맞아. 여기서 디트린데의 머리 장식 디자인에 페르디난드님이 관여하지 않은 것을 강조해야해!
자신의 사명을 생각해내고 나는 미소를 짓다.
"디트린데님은 교류를 갖기 위해 일부러 에렌페스트에 찾아주셨습니다. 그 때 마음에 드신 물건을 스스로 선택하셨습니다"
"……약혼자로 보이고 고른게 아니라고?"
레스 티 라우토의 말에 디ー토링데이 미소를 깊이.
"물론 약혼자가 저를 위해 주는 거랍니다 "
"흐음……. 그대의 약혼자의 감각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레스티라우트가 나의 머리 장식에서 디트린데에게 시선을 돌린다.
"네 약혼자는 도대체 어떤 물건을 주문한거지?"
"아직 받지 않아서 실물이 어떤지는 모르겠어요"
어디까지나 자기가 시킨 것이 아니라 약혼자에게 받는 것이라고 우기던 디트린데가 나를 힐끗 본다. 설명하라는 시선을 받고 나는 레스티라우트에게 디트린데의 머리 장식의 설명을 시작했다.
"시엔티스의 꽃 장식을 다섯개 사용한 머리 장식 입니다. 크기는 조금 작지만 아돌피네님의 머리 장식을 상상하시면 알기 쉬울 거예요. 다섯개의 꽃은 빨간색에서 흰색으로 조금씩 색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나의 설명에 한네로레가 깜짝 놀라고, 레스티라우드가 기가 막히다는 얼굴이 됐다.
"……넌 졸업식 때문에 다섯개나 주문한건가?"
"저의 약혼자는 저 때문에 가장 멋진 머리 장식을 보낸것 같네요. 어떤 머리 장식인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디트린데가 붉은 입술을 닦고 웃는다. 난처하게도 디트린데가 자신의 디자인이라는 말을 히지 않는다. 어쩔 수 없어서 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꽃의 디자인 자체는 아돌피네에게 보낸 선물을 닮아서 나쁘지 않다. 그리고 디트린데에게 장식이 어울리지 않을 때 "네 센스가 나쁘다"라고 들으면 된다.
"다섯개의 꽃에 놀라고 계신 거 같지만, 결코 놀랄 일은 아닙니다. 꽃은 모두 다른 색깔이라, 편성에 의해서 청초하거나 호화롭게 보일 수 있고, 수를 조절해 일상적인 곳이나 화려한 곳에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과연"
레스티라우트는 상황 맞춰서 조합을 바꾸는 것은 흥미롭군,하고 중얼거리며 골똘히 생각한다. 그 모습에 디트린데가 가슴을 펴고 웃었다.
"그렇게 여러가지로 사용할 수 있는 머리 장식이 좋다고 제안한 것은 저입니다"
"에렌페스트는 디트린데님의 요청에 부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말 멋진 디자인이었어요"
내가 거들자 디트린데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몇번이나 끄덕였다.
"그렇죠? 에렌페스트의 장인에게만 맡길 수는 없습니다. 본인에게 어울리는 것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본인이니까요"
……제안한건 브륜힐데지만 뭐, 괜찮아. 일단 "내가 디자인했다"라고 말한 것 같고.
"네가 고안한 머리 장식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졸업식이 기다려지는군"
"네, 레스티라우트님도 제 머리 장식을 보면 깜짝 놀라실 거에요. 호호호……"
그런 말을 하는 중에 선생님들이 들어왔다. 선생님들 속에는 에그란티느의 모습도 있다.
"오늘은 에그란티느님이 시범을 보이실겁니다. 졸업반은 물론, 하급생의 여러분도 잘 봐두세요"
봉납춤의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자, 에그란티느님은 활짝 미소 지으며 검은 망토를 벗어 데리고 온 근시같은 여자에게 건냈다.
그리고 이미 춤이 시작됐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아하고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방의 중앙으로 이동한 다음 부드럽게 무릎을 꿇었다.
조용히 고개를 수그리고 있던 얼굴이 번쩍 올랐고, 두둥실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높은 하늘을 향해 부드러운 두 팔을 뻗는다.
……멋져!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나는 황홀해 하면서도 에그란티느의 춤을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쳐다본다. 손가락의 움직임, 긴 소매의 펄럭임과 시선의 움직임 모두 완벽하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게 될 듯하다.
에그란티느의 봉납춤에 황홀하고 있는데, 올해 빛의 여신 역인 디트린데가 어느새 다가와 일부러 한숨을 내쉬었다.
"에그란티느님에게 악의는 없겠지만, 마치 겨울의 신을 도와주는 혼돈의 여신 같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에그란티느의 시범을 보고 쓸데없는 참견이나 불평하고 있을 틈이 있다면 잘 보고 연습하면 좋겠다. 레스티라우트님이 맡은 어둠의 신과 비교해도 디트린데의 빛의 여신은 수준이 떨어지는데.
에그란티느의 춤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마음 속으로 반박하고 있자, 디트린데가 말을 건 샤를로트는 느린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입학했을 때에는 에그란티느 선생님이 졸업하셔서 보지 못했는데, 이처럼 멋진 춤을 볼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에그란티느의 시범을 본 뒤에는 연습 시간이다. 저학년은 견학하지만, 그 외에는 학년별로 나누어 연습하게 된다.
내가 3학년의 장소에 앉아 있는데 에그란티느가 다가와 싱긋 웃었다.
"1학년때 멋진 춤을 보여 주신 로제마인님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기대하고 있어요 "
"기대가 너무 무겁습니다. 에그란티느 선생님"
"후후훗"
기대하고 있는건 정말일 것이다. 에그란티느는 춤을 정말 좋아하니까. 그러나 조금이라도 내 정보를 얻으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연습장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
……축복은 내지 말자.
샤를로트와도 눈이 마주쳤다. 샤를로트도 긴장한 듯 손가락을 모으고 나를 보고 있다.
……긴장되네.
축복을 넘치게 하지 않고 봉납춤을 끝내야 한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세계를 만드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라"
가장 순위가 높은 영지의 영주 후보생인 한네로레가 최초의 문구를 입에 올렸다. 그것에 화답하는 것이지만, 축복을 내놓을 수는 없는 나는 입만 움직여 소리를 내지 않았다.
……여기서 기도 포즈.
봉납춤은 축복의 위험으로 가득한 춤이다. 나는 손가락 끝까지 신경써서 마력이 한 방울도 새지 않도록 신경쓰면서 흩날렸다.
움직임이 그다지 빠르지 않은 부분에서 이미 몸이 뜨거워지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호흡이 조금 힘들다. 축복을 내보내면 편하게 되지만, 더 이상 귀족원에서 두드러질 수는 없다. 손을 뻗어 빙글 돌자, 머리와 함께 긴 소매가 나부낀다.
……조금만 더.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에 맞춰서 호흡이 거칠어진다. 가급적 숨을 흐트러뜨리지 않도록 춤추고 집중하면서 뜨거운 열이 되고 날뛰는 마력을 완전히 자신 속에 가두었다.
손 끝이 공기를 가르고, 뺨에 닿는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마지막으로 다시 무릎을 꿇었다. 이제 끝이다.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지만, 축복은 넘치지 않았다.
…… 해냈다! 나, 애썼어! 칭찬해줘!
후유,하고 숨을 내쉰 순간, 나는 깨달았다.
……뭐야 이거!? 나 지금 빛나고 있어!?
가지고 있던 모든 마석에 마력이 가득 찬 듯, 목걸이와 팔찌의 부적을 비롯한 온몸에 걸친 마석이 강하게 빛났다.
생각 없이 자세를 허물고 앉아 마술 도구를 손으로 눌렀다. 그래도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건 세이프? 아니면 아웃?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나는 샤를로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깜짝 놀란 샤를로트가 안색을 바꾸고 나에게 달려왔다.
"언니, 얼마나 마력을 담고 축복하시려고 그러세요? 이대로는 의식을 잃고 쓰러집니다"
"추, 축복은 나오지 않았죠?"
확인하자 샤를로트는 끄덕 하고 수긍했다.
"축복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언니가 신에게 기도하는 마음만은 제대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충분합니다. 오라버님, 빨리 언니를 기숙사로 데리고 가세요"
"안 됩니다, 샤를로트. 합격 여부가 아직……"
얼마나 노력했는데, 합격을 받지 않고는 기숙사로 돌아갈 수 없다. 내가 선생님을 올려다보니 선생님도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
"로제마인님의 모든걸 담은 춤은 잘 봤습니다. 당연히 합격니까 빨리 기숙사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세요"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인 나는 주변이 멍 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음을 느꼈다. 이렇게나 빛나고 있다면 주목 받는건 당연하다.
"여러분,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얼마나 준비했는데, 이건 아웃이야!
샤를로트와 빌프리트에 부축받고, 울고 싶은 마음과 뜨거운 몸을 비틀거리며 나는 방을 나섰다.
"공주님……. 제가 공주님을 데리고 돌아갈테니, 빌프리트 도련님과 샤를로트 공주님은 연습을 계속하세요"
마석의 상태로 모든 것을 깨달은 리할다가 그렇게 말하고 기숙사로 데리고 간다.
기숙사에는 에렌페스트에서 빈 마석과 마술 도구가 도착해 있어서, 마력을 쏟자 열이 빠지고 개운해졌다.
"……리할다, 이건 뭔가요?"
"아우브・에렌페스트의 편지네요 "
마석과 함께 양부님의 편지가 도착했다.
힐쉬르와 면회 날짜를 정한 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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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여러가지 대책을 세웠지만, 밑빠진독에 물 붓기 상태였습니다.
레스티라우트는 디트린데의 머리 장식에 대항심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디트린데는 최고입니다.
다음은 힐쉬르와 아우브의 면회입니다
성녀와 오라버니
제467화 모두의 의식과 음악, 제470화 봉납춤(3년) 근처의 레스티라우트의 변화를 한네로레 시점에서.
저는 한네로레.귀족원의 3학년에,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으로서 재적하고 있습니다.
「슈바르츠, 바이스. 오래간만이군요. 들어주십시오. 무려, 저, 바로 조금 전 신들의 가호를 얻는 실기에서 시간의 여신 드렛팡아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이것으로 나의 타이밍 나쁨도 조금은 개선될 것임이 틀림 없습니다」
강의를 끝낸 직후, 도서관에 발길을 옮긴 저는 주위에 다른 학생이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슈바르츠와 바이스를 쓰다듬고 마력을 공급하면서, 드렛팡아의 가호를 얻은 기쁨을 되새기고 있었습니다.
「한네로레, 기쁘다」
「한네로레, 마력 가득 찼다」
저 자신은 지금까지와 별로 다르지 않는 양을 공급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슈바르츠와 바이스는 많은 마력이 공급되었다고 했습니다. 신들의 가호를 얻는 것으로 마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겠지요. 자신에게 부담이 되지않는 범위에서 슈바르츠와 바이스에 기뻐해 주는 것은 기쁩니다. 저는 기분이 내킬 때까지 슈바르츠와 바이스를 쓰다듬고 있다가 콜두라와 함께 도서관을 뒤로 했습니다.
「내일도 강의는 있습니다. 기숙사로 돌아가 복습하지 않으면」
「네, 모처럼 드렛팡아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노력을 계속해주십시오, 공주님」
강의에 관해서, 에렌페르트는 해마다 성적을 늘려, 첫날 합격자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은 「에렌페르트는 하급 귀족조차 첫날 합격을 할 수 있다는데,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이 첫날 합격할 수 없어서 어떻게 합니까?」라고 어머님에게 미소지으면서 말해져 저는 일년내내 공부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 보람이 있어 신학의 강의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령지의 영주 후보생이라고 하는 입장은 결코 편한 것이 아닙니다.
「안그리프와 드렛팡아로부터 가호를 받았다고? 안그리프는 드물지 않지만, 드렛팡아라고 하는 것은 대단하지 않은가」
저녁 식사의 자리에서 오라버니에 보고하자, 오라버니를 시작해 모두가 놀라움의 시선으로 축복해 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왜 제가 안그리프와 드렛팡아의 가호를 받을 수 있었는지, 이상하지 않습니까?. 신들의 눈에 띄는 일은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하지만, 쾌거다. 대신의 가호 만이 아니고, 복수의 권속의 가호를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한네로레는 신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오라버니는 만족하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신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하는 말에 적당한 분은 제가 아닙니다.
「……저, 오라버니. 그렇다면, 빌프리트님이 신들에게 사랑받고 계시는 것 같아요」
「뭐라고?」
「대신도 포함해 12 기둥의 신들로부터 가호를 받았다고 합니다」
나의 말에 오라버니는 물론, 다른 사람도 눈이 커다래졌습니다.
「12!……에렌페르트의 다른 사람은?」
「모르겠습니다. 저, 자신의 의식이 끝나고 퇴실했으므로……」
「한네로레, 에렌페르트의 동향에는 제대로 눈을 빛내두도록, 라고 어머님이 말씀하신 게 아닌가. 거기는 끝까지 봐 두어야 했다. 그 신전에서 자란 녀석이 어느 정도의 가호를 받았는가……」
오라버니에 그렇게 말해지고 나는 당황해서 로제마인님의 모습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보통 얼굴로 나오고, 빌프리트님의 가호의 수를 들어도 별로 놀라고 있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빌프리트님의 보고에 놀라움의 기색이 적었기 때문에, 같은 정도는 받은 것은 아닐까요」
「……그런가.어머님의 말씀은 올바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라버니가 그렇게 말해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이 어려운 얼굴이 되었습니다.
영주 회의를 끝내고 영지에 돌아온 어머님은 어떻게든 로제마인님을 단켈페르가에 수중에 넣을 수 없는지, 라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것이라고 하는 것도, 봄의 영주 회의에서 결정된 출판과 인쇄에 관한 에렌페르트과의 계약에 있어서의 로제마인님이 일하는 것이, 눈이 휘둥그레 질 만큼 훌륭한 것이었기 때문에입니다.
출판과 인쇄라고 하는 새로운 기술도 훌륭하지만, 단켈페르가와의 계약 교섭에 대해 양보할 수 있는 부분과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의 골조를 제대로 결정하던 것 같고, 아우브?에렌페르트와의 교섭은 단켈페르가의 당초의 예상과 달리 난항을 겪었다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신전에서 숨기듯이 자라진 로제마인님의 가치에 재빨리 깨달아 세례식과 함께 양자 결연을 한 아우브?에렌페르트도 경시할 수 없습니다. 타령이 로제마인님의 가치를 깨닫기 전에 아드님과의 약혼 승인까지 얻어 내 버립니다 것도」
어머님은 「로제마인님을 레스티라우트의 첫째 부인으로 맞아들일 수 있으면 좋았겠습니다만」이라고 하고 한숨을 토하고 계셨습니다.
보통은 중영지의 영주 후보생의 약혼이 이 정도로 빨리 정식으로 정해지는 것은 없습니다. 약혼에 관해서는 영지 대항전이나 영주 회의에서 이야기가 몇번이나 되고, 아우브끼리 약속이 주고 받아져 최종 학년이 가까워지고 나서 왕의 승인을 얻게 됩니다. 어느 정도 성장기를 끝내지 않으면, 당사자끼리의 마력이 맞을지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제마인님과 빌프리트님의 약혼은 두 사람이 1학년을 끝낸 시점에서 왕으로부터의 승인을 얻어서 결정해 버렸습니다. 영주 회의가 시작되어, 타령이 약혼 타진의 이야기를 가져 갔을 때에는 벌써 정식으로 약혼이 결정한 후였습니다.
오라버니는 로제마인님을 「가짜 성녀」라고 부르고 있어 매우 험악한 분위기였고, 빌프리트님과의 약혼이 성립하고 있으므로, 어머님이 로제마인님을 바라고 있어도 어떻게 되는 것도 없습니다.
「……오라버니는 로제마인님을 첫째 부인으로 바라지 않지 않아요?」
「어머님은 소망같지만, 나는 따로 바라지 않았다. 존재가치의 높이는 싫을 정도로 설명되어 이해했다.하지만, 별로 아무래도 지금의 단켈페르가에 필요라고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라면, 로제마인님의 머리 장식과 같은 물건을 만들자 등과 생각하시고, 머리 장식을 가까이서 보는 일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 머리 장식에 흥미가 있었을 뿐이다. 무지개빛 마석을 다섯 개도 붙이고 있고, 각각 마법진이 새겨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그정도로 섬세한 장식……가까이서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뭐가 나빠?」
어느 쪽인가 하면 험한 태도를 취하고 있던 오라버니가 로제마인님의 번역된 역사의 책에 빠져, 머리 장식의 센스를 칭찬할 수 있을 정도로 태도를 연화 시킨 것은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약혼자에게서 주어진 머리 장식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트집을 붙이는 듯이 주위로부터 보여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약혼자가 준 마석의 장식에 트집을 붙여 더욱 좋은 것을 주는 것은, 사랑의 선전포고라고도 말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오라버니는 무엇에 관해서도 트집을 붙이는 것이 있으므로, 주위가 조심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특히 오라버니는 옛부터 그림을 그리거나 약간의 세공을 만들거나 하는 것이 좋아합니다. 마음에 든 것은 한 번 스스로 만들어 보려고 하는 면이 있습니다. 주위에 오해 받는 위험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친목회때에 로제마인님의 머리 장식에 대단히 흥미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저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라버니가 로제마인님을 원한다고 주위에 생각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한 걱정은 없다」
나는 저녁 식사를 끝내고 자기 방으로 돌아오면서, 천천히 숨을 내쉬었습니다. 생각해 내는 것은, 에렌페스트의 신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신전으로 자라 온 로제마인님을 세례식과 동시에 양녀로서 들이면서, 아우브?에렌페르트는 로제마인님을 신전장으로서 신전에 다시 넣으셨다고 듣고 있었습니다. 영주 회의에서 부모님이 들은 이야기에서는 얼마나 심한 일을, 이라고 아우브?에렌페르트에게 분노마저 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로제마인님은 미소지으며 부정했습니다.
「타령의 신전이 어떠한 곳인가는 모르겠습니다만, 에렌페르트의 신전은 환경이 좋아요. 아우브도 출입하시고, 빌프리트 오라버니나 샤르롯테도 직무는 붙어 있지 않습니다만, 제사를 도와 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영지와의 약혼이 정해진 페르디난드님도 신전을 떠나는 걸 아쉽게 생각했습니다」
」
「아우브도 신전에 출입하고 있고, 페르디난드님도 신전을 떠나기 싫어했다고?……그렇습니까?」
갑자기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신전의 환경이 좋고, 영주 일족이 측근을 따라 빈번히 출입하고 있다니. 그 측근도 신전에 기꺼이 다니고 있다니.
이것이 남성만이라면, 그, 조금 꺼림칙한 이유로 다니고 있는 것은, 이라고 감조는 끝냈을지도 모릅니다만, 피리네라고 하는 하급 귀족의 여자 아이가 기쁜듯이 말합니다. 에렌페르트의 신전은 정말로 로제마인님이나 샤르롯테님을 보통으로 출입할 수 있는 장소겠지요.
「저희들에게 있어서의 신전과 밖에서 본 신전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또 클라릿사로 고쳐 하겠습니다」
「네, 네.클라릿사에게 전합시다」
미소지으면서 수긍하고 있던 나입니다만, 「페르디난드님도 신전을 떨어지기 어렵게 생각했다」라고 하는 말에 등을 차가운 땀이 타는 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혹시 단켈페르가는 터무니 없는 것을 해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봄의 영주 회의에서 에렌페르트의 페르디난드님과 아렌스밧하의 디트린데님의 약혼이 결정했습니다. 거기에는 단켈페르가의 지지가 있었습니다.
영주 회의에서 아렌스밧하로부터 중계가 되는 디트린데님을 당장이라도 지지하고 집무를 할 수 있는 배우자를 찾고 있다는 말씀이 있어, 그에 대해서, 신전에 집어넣어져 모처럼의 재능을 죽이도록 사육되고 있는 페르디난드님을 돕고 싶다, 라고 중앙 기사단장이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페르디난드님과의 디타 승부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사람이 많은 단켈페르가는 의분에 몰려 몇개의 영지에 얘기해 중앙 기사단장과 함께 왕에게 직접 담판 했다고 합니다. 하이스힛트가 자랑스러운 듯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어머님이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만, 단켈페르가는 일찌기 이쪽으로부터 페르디난드님에게 약혼 타진을 해 두면서, 일방적으로 해소했던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왕의 제3 부인이 된 숙모 같습니다만, 단켈페르가의 역사서의 번역을 매우 흥미롭게 보시고 있던 것 같고, 조금이라도 관계 개선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어머님은 「이번 아렌스밧하와의 약혼을 지지한 것으로 조금은 속죄를 할 수 있어 관계가 개선되면 좋겠습니다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님은 신전을 떨어지기 어렵게 생각했다」라고 하는 것은, 왕명으로 억지로 신전으로부터 나왔다고 하는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관계 개선은 커녕, 악화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혹시, 저의 타이밍 나쁨이 단켈페르가 전체로 옮겨 버린 것은 아닐까요?」
「그러한 특수한 신전 사정은 에렌페르트 뿐이지요. 타령에서는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공주님이 고민할 것은 아닙니다」
「콜두라, 하지만……」
콜두라는 고개를 젓고, 책상을 가리켰습니다.
「한네로레 공주님, 강의가 시작되어 아직 첫날입니다. 내일도 강의은 있습니다. 불필요한 일로 고민하는 것보다도 먼저 공부에 힘써 주세요」
…그렇네요. 영주 후보생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공부해 두지 않으면 어머님에게 몹시 꾸중듣게 됩니다.
다음 날의 강의은 쉽게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의 음악의 실기로, 나는 훌륭한 성녀의 축복을 보았습니다.
저는 저녁 식사의 자리에서 보고합니다. 음악의 실기에서 로제마인님이 펠슈필를 연주하면서 성대한 축복을 준 이야기를.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서는 로제마인님의 축복이 에렌페르트의 학생들에게 닿은 이야기가 됩니다. 그것을 들어도 오라버니는 눈살을 찌푸리기만 했습니다.
「저것이 진짜 성녀일 리가 없다. 한네로레는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말로 펠슈필를 연주하는 로제마인님은 신들처럼 아름다웠습니다. 나 외에도 본 사람은 있는 거에요. 음악의 실기는 상급 귀족이 함께이니까」
같은 학년의 상급 귀족들이 나의 말에 동의해 수긍하자, 「어째서 나는 한네로레님과 같은 학년이 아닌거지요!」라고 한탄하는 클라릿사의 소리가 식당에 울립니다. 로제마인님이 무엇인가 할 때에는 「그 자리에 꼭 있고 싶었습니다!」라고 한탄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살짝 시선을 향한 것만으로 모두가 회화로 돌아옵니다.
「펠슈필를 연주하는 반지로부터 바람의 축복이 흘러넘치고 있었습니다. 어리고 높게 맑은 소리로 신에 말을 걸어 신이 로제마인님에 응하시고 있는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강의의 도중에 돌연 에렌페르트의 중급 귀족에게 축복의 빛이 쏟아졌습니다. 정말로 놀랐습니다. 탑승 형태의 기수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차례차례로 들 수 있는 로제마인님이 일으킨 축복의 광경에 오라버니는 씁쓸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가짜 성녀다」
완고하게 모두의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 오라버니에, 저는 조금 분해졌습니다. 로제마인님의 넑을 잃을 듯한 펠슈필의 음색과 함께 퍼져가는 축복의 빛은 매우 아름다웠고, 마음이 씻겨지는 느낌마저 들고 있었던 것에, 오라버니의 말로 그 광경을 더럽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라버니는 그렇게 말씀하십니만, 로제마인님의 축복을 본 것이 오라버니라면, 반드시 벌써 그 광경을 그림에 하고 계시겠지요」
「내가 그림에 남기려고 하는 만큼이라고? 호, 재미있다. 그것은 꼭 이 눈으로 보고 싶은 것이다」
……어떻게 하지요? 오라버니의 흥미를 당겨 버렸습니다.……오라버니가 너무 로제마인님을 나쁘게 말하므로, 무심코…….
이대로 오라버니가 로제마인님에 흥미를 가져서는 큰 일입니다. 하지만, 그 축복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부정 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오라버니가 완고하게 로제마인님의 축복을 부정하므로, 제가 축복에 관한 정보 수집을 실시 하게 되었습니다. 도서위원으로서 로제마인님과 접할 수 있어 정보수집에 적절하고 합니다.
「휴가의 날, 로제마인님은 기본적으로 도서관에 가시기 때문에, 찾는 것도 편하고 좋네요」
「강의를 끝낼 때까지는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마력공급으로 향할 수 있는 것은 흙의 날만이기 때문에」
나는 별로 주위에게 폐가 되지 않게 콜두라와 몇사람의 측근을 데리고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그러자, 열람실의 앞까지 슈바르츠와 바이스가 마중 나와 주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슈바르츠, 바이스. 로제마인님은 계시는 것까요?」
나가 물으면, 조금 귀를 늘어뜨리듯이 한 슈바르츠와 바이스가 부정합니다. 표정이 바뀐 것도 아닌데, 매우 외로운 것 같고, 슬픈 듯이 보였습니다.
「공주님, 오늘도 없다」
「공주님, 내일도 오지 않는다」
「아무튼, 로제마인님은 계시지 않은 겁니까」
나는 한숨을 토하면서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마석을 쓰다듬고 마력 공급을 한 뒤, 열람실에 들어가는 일 없이 도서관을 뒤로 했습니다.
……설마 도서관에서 로제마인님이 만날 수 없다니. 나, 정말로 드렛팡아의 가호를 받았는지요? 타이밍 나쁨이 개선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타이밍 나쁨에 낙담하면서 기숙사로 돌아오면, 힐슈르 선생님이 방문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곧바로 다도회용 방에 불려 가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로제마인님의 가설이라고 하는 서론아래 기도과 가호의 관계가 나타납니다.
「한네로레님은 일상적으로 드렛팡아에 기도을 바치고 있습니까?」
나는 무심코 자신의 손목을 눌렀습니다.거기에는 콜두라가 만들어 준 부적이 있습니다.
「바치고 있습니다.하지만, 나는 안그리프에 기도을 바치는 것은……」
「디타 후의 의식을 실시하지요? 그것이 기도에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한네로레님」
。
루펜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로제마인님의 음악이 축복이 되듯이, 신에 기도과 마력을 바치는 것이 기도에 상당하기 때문에, 안그리프에 승리의 보고와 답례를 말하는 의식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 가호에 연결되었던 것 같다고 합니다.
「별로 디타에는 열심이지 않은 레스티라우트님이 안그리프의 가호를 얻은 이유도 알았습니다」
……단켈페르가로는 영주 일족은 반 강제적으로 참가 당하는 의식이니까요.
부지불식간에 중에 기사 견습들에게 기도을 시키고 있던 것 같은 르펜 선생님이 「 나는 앞으로도 귀족원에서 기사 견습들에게 단켈페르가의 싸움으로 향해가기 전의 노래나 춤을 가르치겠습니다!」라고 의욕에 넘치고 계셨습니다.
율겐슈미트의 기사가 모두, 노래해 춤추게 되는 것을 생각하고, 나는 약간 진절머리난 기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가 바뀐 물의 날. 오전중은 첫 영주 후보생 코스의 강의였습니다. 강의중의 로제마인님에게 붙고, 오라버니에 보고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선, 강의가 시작되기 전의 로제마인님과의 이 이야기에 대해 말했습니다.
「역시 신전장으로서 일상적으로 기도을 바치고 있는 로제마인님은 도저히 발설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만큼 많은 가호를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에렌페르트가 많은 가호를 얻은 것은 신전으로 기도을 하거나 제사에 참가하거나 하고 있는 것이 이유같습니다」
「기도하는 것으로 가호가 증가하면 가정한다면, 신전에서 자란 사람이 가호를 많이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눈 깜짝할 순간에 마석을 물들여 차례차례로 과제를 해내 갈 수 있던 강의 내용에 대해서도 보고합니다.
「로제마인님은 과제로 주어진 작은 마석을 쓸쩍 잡아 차례차례로 금분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나도 전력으로 마력을 담으면 금분으로 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한 번에 그 만큼의 양을 만들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 로제마인님은 회복약도 마셔고 있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한 명만 대부분의 공정을 끝내 버리고 있었습니다. 과정을 끝내고 있는 오라버니는 그것이 얼마나 마력을 필요로 하는 것인가 알겠지요.
「저는 농담할 생각으로, 그러면 음악 시간과 같이 축복을 하시면, 모두의 모형정원이 로제마인님의 마력으로 물들어 버릴지도 모르겠네요, 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로제마인님은 진지한 얼굴로……그렇게 되지 않게 조심하고 있습니다. 실제, 슈바르츠와 바이스는 축복으로 주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마력량이 심상치 않아」
「당황한 것처럼, 농담입니다, 라고 웃으며 얼버무리셨지만, 로제마인님의 말이 농담은 아니었던 것은 곧바로 알았습니다」
수많은 새로운 유행에, 인쇄와 출판이라고 하는 새로운 기술, 취미에 대금화 18장을 간단하게 쏟을 수 있을 만한 자금력, 교섭기술에 막대한 마력……. 어머님이 단켈페르가에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로제마인님은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에렌페르트에서는 신전장으로서 친자식과 완전히 다른 심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 소문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빌프리트님이나 샤르롯테님도 직할지를 돌아 다니며 의식을 실시하고 있는 것 같고, 아우브 스스로도 신전에 출입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들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고 의분에 몰려 지금의 입장으로부터 구하려고 폭주하는 사람이 나와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어머님에게 보고해주십시오」
「 보고는 오후의 봉납춤을 보고 나서로 한다」
점심 식사를 끝낸 나는 오라버니와 함께 봉납춤의 연습장으로 향했습니다. 샤르롯테님이나 루틴데님과 이야기하고 있는 로제마인님은 무지개빛 마석의 머리 장식에 더하여, 다도회에서 붙이고 있던 큰 마석이 연결된 목걸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춤의 연습에는 어느 쪽인가 하면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제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으면, 오라버니도 로제마인님을 깨달았습니다. 오라버니는 로제마인님의 머리 장식이 역시 신경이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손가락끝의 움직임으로 무엇인가의 디자인을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마석의 장식은 오늘도 붙이고 있는 것인가」
「언제나 붙이고 계십니다. 약혼자인 빌프리트님에게 주어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훌륭한 마석의 장식을 주는 멋진 약혼자가 계시는 로제마인님이 부럽습니다.
「한네로레, 에렌페르트와의 다도회는 언제로 되었어?」
「 아직 정해져 있지 았습니다. 저의 강의가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요」
「다회의 일정을 결정하러 갈거야. 내가 의뢰했던 에렌페르트에서 만든 머리 장식도 신경이 쓰인다」
오라버니의 에스코트 상대는, 어머님들의 사이에 결정한 단켈페르가의 상급 문관 견습입니다. 차기 아우브의 아내에게는 반드시 영지의 사람을 한 명은 붙여 단켈페르가의 전통을 중단되게 하는 일 없이 계승해 나가는 것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녀는 오라버니가 타령으로부터 아내를 얻게 되면 제2 부인이 되는 것이 확정하고 있고, 단켈페르가의 전통을 제일 부인에게 가르친다고 하는 소중한 역할을 진 입장입니다.
오라버니가 로제마인님이 향해 걷기 시작했으므로, 저는 오라버니에 늦지 않게 따라서 걷습니다.
……머리 장식 밖에 흥미가 없는데, 오라버니는 입이 거칠기 때문에 로제마인님의 기분을 해칠 가능성은 높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라버니는 시비를 거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라버니의 진심을 늘어놓으면, 로제마인님은 킥킥 웃으며 「레스티라우트님, 기대해 주셔 기쁩니다」라고 실례되는 오라버니의 말을 흘려 주십니다. 저는 이런 때에 로제마인님은 정말로 상냥한 성녀라고 생각합니다.
……영지 대항전에서도 돌연 아버님이 말하기 시작한 디타 승부에 말려 들어갔는데, 페르디난드님을 설득해, 승부가 끝난 후에는 하이스힛트에까지 위안을 주어주셨는걸요.
단켈페르가의 분위기에 허약하면서도 붙어 올 수 있는 로제마인님은 저에게 있어서 귀중한 친구입니다.
「저, 올해는 문관 견습의 코스도 잡을 예정이므로, 조금 더 사교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그렇네요, 10일 후에 한 번 서로의 예정을 확인하지 않겠습니까? 그 무렵에는 조금 예정이 선다고 생각합니다」
「10일 후인가. 좋다」
오라버니의 목소리가 상기되어 있는듯이 들렸습니다. 그것은 그렇겠지요. 로제마인님은 영주 후보생 코스와 문관 코스를 10일 정도로 끝낼 생각입니다. 보통으로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저나 오라버니의 영주 후보생 코스가 10일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와 로제마인님이 약속 하고 있을 때에, 오라버니는 키가 큼을 이용해 로제마인님의 머리 장식을 위로부터 조금 들여다 보듯이 보고 있습니다.
……멈추어주십시오, 오라버니!
큰 소리를 낼 수도 없어서, 로제마인님에게 웃는 얼굴을 보이면서 오라버니의 망토를 가볍게 잡아당기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머, 레스티라우트님도 에렌페르트에 머리 장식이 주문되었어요? 약혼자가 에렌페르트의 사람이기 때문에, 나도 주문했습니다」
호호호 하고 웃으면서 들어 온 디트린데님에 나는 마음속으로부터 감사 드렸습니다. 오라버니의 기행이 시작되기 전에 세워 주셨으니까. 오라버니가 불끈 화가 난 듯이 「에렌페르트와 같은 시골영지에 어느 정도의 물건이 생기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라고 입가를 비뚤어지게 하고 있습니다만, 오라버니의 기분 등 사소한 일입니다.
「어머, 그래도 레스티라우트님도 에스코트 상대에게 주겠지요? 제가 받는 것과 같이」
그러고 보면, 작년의 다도회에서 디트린데님은 에렌페르트의 머리 장식을 갖고 싶어하고 있었습니다. 페르디난드님과의 약혼으로 받게 되었겠지요. 디트린데님의 소망이 실현되어 다행입니다.
……지금의 나에게는 디트린데님의 소망보다, 오라버니의 언동이 신경이 쓰여 어쩔 수 없습니다만.
오라버니는 상당히 무지개빛 마석의 디자인이 신경이 쓰이고 있는 것 같고, 디트린데님의 머리 장식의 화제를 입에 대면서 시선은 로제마인님의 머리 장식에 향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페르디난드님이 주게 될 디트린데님의 머리 장식에도 흥미가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흠……. 그대의 약혼자의 센스는 그만큼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그대의 약혼자는 도대체 어떠한 물건을 주문했던 것이다?」
「시티스의 꽃의 머리 장식을 다섯 개입니다. 크기는 조금 좀 작습니다 하지만, 아돌피네님의 머리 장식장을 상상해 주실 수 있으면 알기 쉬운 것이 아닐까요. 다섯 개의 꽃은 빨강으로부터 흰색에 조금씩 색이 다른 것이 제일의 특징입니다」
……머리 장식을 다섯 개도, 입니까?
디트린데님이 아니라, 로제마인님이 해 주신 설명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 졌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붙이는지, 전혀 상상할 수 없고, 왕족에게 출가가 정해져 있던 에그란티느님이나 아돌피네님보다 호화롭게 하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이 느꼈는지, 오라버니도 기가 막힌 것 같은 얼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로제마인님은 희미하게 미소지으면서 다섯 개의 머리 장식의 사용법을 설명해 주십니다.
「다섯 개의 꽃에 놀라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만, 결코 쓸데 없게는 되지 않습니다. 꽃은 모두 다른 색이기 때문에, 편성에 의해서 청초하게도 호화롭게도 완성되고, 수를 조절하는 것으로 평상시 사용으로부터 화려한 장소에서도 사용해 주실 수 있습니다」
「과연」
때와 장소에 맞추고 편성을 바꾸는 것은 재미있다, 라고 중얼거리면서 오라버니가 골똘히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사용법을 하리라고는 예상외입니다. 확실히 그처럼 사용하면, 왕족보다 소극적으로 가장하면서, 다양한 의상에 맞추어 길게 사용할 수 있겠지요.
「그처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머리 장식이 좋겠다고 제안한 것은 저입니만」
지금까지는 약혼자인 페르디난드님에게 맡기고 있다고 말씀하신 디트린데님이 후훗 웃으면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로제마인님은 싱글벙글웃으면서 디트린데님의 디자인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저는 무심코 오라버니와 얼굴을 마주 보았습니다.
「그대가 고안 한 머리 장식이 도대체 어떠한 물건인가, 졸업식이 기다려진다」
「네, 레스티라우트님도 저의 머리 장식에는 앗하고 놀라게 되실걸요. 호호호……」
왜일까 저는 졸업식이 무서운 듯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반드시 기분탓이지요.
그리고, 봉납춤의 연습에는 에그란티느님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모범을 보여 주십니다. 변함없이 훌륭한 춤이었습니다. 이 정도 보기 좋게 춤추는 사람은 십수년간 없었다고 매년의 봉납춤을 보시고 있는 아버님이나 어머님도 절찬하고 있었고, 오라버니가 몰래 그림을 그리고 있던 것도 알고 있습니다.
살짝 근처의 오라버니의 모습을 엿보았습니다. 에그란티누님의 춤을 아주 조금도 놓치지 않든지 응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은 나는 오라버니의 첫사랑은 에그란티느님이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을 제외하면 제일 그리고 있는 수가 많은걸요. 두 명의 왕자에게 구혼받고 있던 에그란티느님에 대한 감정은 숨길 수 밖에 없었겠지만.
그리고, 저희들이 연습하는 차례가 되었습니다. 올해부터는 하급생이 보고 있는 가운데 춤추므로, 조금 긴장 됩니다. 특히, 저는 가장 순위의 높은 영지의 영주 후보생이라고 하는 것으로, 최초의 문언을 입에 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는 세계를 만들어 주신 신들에 기도과 감사를 바치는 사람이니」
저에 이어서 다른 영주 후보생도 소리를 내, 춤은 시작됩니다. 가능한 한 정중하게, 조금이라도 능숙하게 보이도록 춤춥니다. 한 번에 합격하는 것부터 알수 있듯이, 로제마인님은 매우 춤이 능숙하십니다.나도 대영지의 영주 후보생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정도로는 춤추고 싶습니다.
……어머?
시야의 구석에서 무엇인가가 빛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춤을 멈출 수는 없기 때문에, 계속 그대로 춤춥니다.
주위의 망연한 시선이 저의 비스듬한 뒤로 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로제마인님이 춤추고 계시는 근처입니까.
천천히 크게 돌았더니, 무심코 눈을 크게 떠 버렸습니다. 주위의 모두가 춤을 멈추고 한 곳을 보고 있습니다. 저의 장소에서는 무엇인가가 빛나며 궤적을 그리고 있는 것이 반짝반짝 밖에 보이지 않고, 신경을 쓰이면서도 보통으로 춤추어 끝냈습니다.
후, 라고 기분을 느슨하게했을 때, 누군가가 몸의 자세를 무너뜨린 것 같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정적을 찢고, 샤르롯테님이 안색을 바꾸어 로제마인님에게 달려 옵니다.
「언니, 얼마나 마력을 담아 축복하려고 하셨습니까! 이대로는 또 의식을 잃어 쓰러져 버려요」
제가 놀라서 되돌아 보니, 로제마인님은 호흡도 끊길 듯이 난폭한 숨을 반복하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휴, 축복에는 이르지 않았군요?」
……로제마인님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요!? 무지개빛 마석의 머리 장식이나 가슴 팍을 장식하는 마석의 목걸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만!
선생님으로부터 합격을 얻은 로제마인님은 샤르롯테님과 빌프리트님이 유지되면서, 휘청휘청 퇴실되었습니다. 바로 밖에서 측근이 대기하고 있던 것 같아, 샤르롯테님과 빌프리트님은 곧바로 돌아오고, 연습이 재개됩니다.
하지만, 그 누구나 연습에 열중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선생님도 같은 것입니다. 얼굴에 드러내지 않게 하면서도, 모두의 눈이 흥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위의 분위기로부터 완전하게 저는 동떨어져 가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 이 안에서 로제마인님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는 것은, 저 만이 아닐까요.
。
봉납춤의 연습을 끝낸 샤르롯테님과 빌프리트님은 「로제마인님의 모습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라고 빠른 걸음으로 돌아갔습니다. 모두가 각각 돌아갑니다. 저는 소객실안을 둘러 보았습니다만, 오라버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콜두라, 오라버니를 보지 못했습니까?」
「매우 급한모습으로 기숙사에 돌아가셨습니다. 레스티라우트님이 공주님을 두고 먼저 돌아가시다니,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아마, 그 소객실안에서 저만이 보지 못했습니다」
……시간의 여신 드렛팡아의 가호가 있어도, 나의 타이밍 나쁨은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습니다! 뭐라고 해야할지요. 혹시, 나의 타이밍 나쁨은 여신께서도 개선할 수 없는 듯한 것일까요.
침울해 하면서 저는 기숙사로 돌아왔습니다. 펜이나 잉크를 측근들에게 갖게하고 계단을 내려 온 오라버니가 「한네로레, 남아있는 종이가 있는가?」라고 했습니다.
「……오라버니는 별로 좋아하지 않은다 같습니다만, 에렌페르트지라면 있어요」
상인이 가지고 돌아온 상품에는 에렌페르트지가 많이 있었습니다. 양피지보다 염가여서, 나는 귀족원에 많이 반입하고 있습니다.
「그거라도 좋으니 곧바로 가져다줘」
그렇게 말하면서 오라버니는 다목적 홀로 향합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자기 방으로 돌아와, 에렌페스트지를 콜두라에 들려서, 다목적 홀로 향합니다.
다목적 홀에서는 오라버니가 수매의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모두 로제마인님의 그림으로, 펄럭펄럭 넘기면 조금씩 움직여 마치 정말로 로제마인님이 춤추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은……?」
「로제마인님의 봉납춤의 스케치입니다! 한네로레님도 보셨겠지요? 아, 너무나 부러운 일이지요. 저도 로제마인님의 근처에서 일어나는 기적의 여러 가지를 보고 싶었습니다」
「조용히, 클라릿사. 머릿속의 성녀가 망가진다」
째릿하고 무서운 눈으로 클라릿사를 바라본 후, 오라버니는 나로부터 받은 종이에 차례차례로 로제마인님을 그려 갑니다. 얼마든지 스케치를 그리는 가운데 능숙하게 자신의 안에서 딱 떠오르는 것이 있으면, 캔버스로 향하게 되겠지요.
……망가진 것은 오라버니의 쪽이 아닙니까! 로제마인님을 성녀라고 말하다니!
그리고, 그 완고한 오라버니의 가치관을 부술 정도의 봉납춤을 보지 못하고 놓친 것을 나는 정말로 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의 여신 드렛팡아님, 더 가호를주십시오. 나, 적어도 모두와 같은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의 머리가 아픈 보고 시간
귀족원 3학년의 시작으로부터 제470화 봉납춤(3년)까지의 로제마인에 대해 에그란티느로부터 보고를 받는 아나스타지우스 시점입니다.
「그럼, 이것을 부디」
도청방지의 마술도구를 나에게 전한 오스빈은 그 후 마술도구로 빛을 밝혀, 침대의 옆의 받침대에 살그머니 둔다. 나의 요망 그대로의 일을 조용하게 하고나서, 천막을 정중하게 닫고 나갔다.
희미하게로 밝은 빛 밖에 없는 어슴푸레한 침대 위가 나와 에그란티느의 보고의 장소가 된다. 둘이서의 침대 위에서 도청방지의 마술을 사용하고, 겨우 에렌페스트나 로제마인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 밖에 새어서는 안 되는 것이 너무 많다.
벌써 자기 위한 준비를 끝낸 에그란티느로부터 희미하게 린샹의 향기가 감돌아 왔다. 자기 쉽게 간단하게 정리된 금발로부터 늘어지고 있는 리본을 당기고, 빨리 풀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면서, 나는 에그란티느에게 도청방지의 마술도구를 건네준다.
그리고, 왕인 아버님의 결정을 전했다.「에렌페스트의 동향을 알기 위해, 영주 후보생 코스의 교사로서 귀족원에 가면 좋겠다」라고.
「이러한 역할을 하게해서는 안되었는데 , 에그란티느」
「로제마인님이 쓰고있는 혐의를 푸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싫은 역할도 아닙니다, 아나스타지우스님」
나의 말에 사랑스러운 아내는 살며시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옛부터 아름다웠지만, 지금은 더욱 아름다움에 윤이 걸려 있다.
「나는 로제마인님의 동향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보려합니다. 로제마인님은 신전 성장으로 귀족의 생각과 조금 다른 곳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런 점도 매력적으로 보입니다만, 위험하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에렌페스트의 페르디난드는 로제마인을 성녀로 만들어내고 왕위를 노리는 위험 인물이다, 라고 기사단장 라오불트가 주장했던 것이다. 귀족원에 출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학생인 로제마인을 사용해 구루트리스하이트를 찾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라고.
「라오불트는 대단히 자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저에게는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나도 솔직히는,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한다. 돌아가신 앞의 제2 왕자와 함께 분실한 구루트리스하이트는 아버님을 시작해 중앙이 쭉 찾고 있다. 그런데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왕궁에 출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에렌페스트과 같은 중영지에 도대체 무엇이 가능한다는 것인가」
에그란티느는 나의 말에 수긍했다.
아버님이나 형님도 똑같이 라오불트에 말했지만, 라오불트는 최근 몇년의 에렌페스트의 비약은 페르디난드가 아달지자의 열매이기 때문이다, 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어느 별궁에서 태어난 사람을 아달지자의 열매라고 부릅니다」
나는 라오불트의 이야기속에서 처음으로 아달지자의 존재를 알았다. 정변으로 처형된 왕족의 공주는 아달지자의 거주자로, 내가 귀족원에 입학하기 전에 별궁은 폐쇄되고 있었기 때문에, 알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
수대에 한 번 헌상 되어 오는 란체나베의 공주가 슬슬 오게되는 기간이지만, 아버님은 「두 번 다시 아달지자의 별궁을 열 것도 없고, 불쌍한 신상의 공주을 만들 생각은 없다」라고 했다. 나는 솔직히 거기에 안도하고 있다.
설마 중앙에 그러한 별궁이 있어, 그러한 신상의 공주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페르디난드가 본래라면, 세례전에 처분되어 있어야할 아달지자의 열매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사정을 에그란티느에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그와 같은 역사가 있는 것만으로도 무섭다.에그란티느는 아달지자등 알 필요는 없는 것이다.
선대의 왕이나 그 주위가 아득한 높은 곳에 올라 간 지금, 페르디난드가 아달지자의 열매인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라오불트는 별궁의 경비를 하고 있던 관계로 페르디난드를 알고 있던 것 같다.
선대의 아우브?에렌페스트에 거두어 지고 처분을 면한 유일한 열매로, 페르디난드는 구루트리스하이트를 얻어 왕이 되려고 기도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고, 라오불트의 머릿속으로는 되어 있는 것 같다.
「……정말로 어처구니없다. 이복형로부터 아우브의 자리를 빼앗는 일도 하지 않고, 신전에 집어넣을 수 있는 상황에 만족하고, 조용하게 왕명에 따른 것을 생각하면, 페르디난드가 로제마인을 이용해 구루트리스하이트을 찾아, 왕위에 들려고 생각하는 남자라고는 생각되지 않다」
「네, 정말로」
「라오불트가 무엇을 어떻게 의심한다고 해도 정말로 페르디난드가 구루트리스하이트을 노리고 있지 않으면, 더이상 아무것도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벌써 차기 영주가 되는 디트린데의 약혼자로서 아렌스밧하로 향한 것 같기 때문에」
영지 대항전에서 가볍게 회화했을 뿐이지만, 페르디난드에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다고 하면, 어떻게 움직일 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 로제마인의 쪽이다. 왕족인 내가 도서관까지 나가,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싫은 것 같고 귀찮은 것 같은 얼굴로 올려봐 온 것은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 나의 제일의 걱정은 로제마인이다. 도서관과 책에 집착 한 나머지, 라오불트로부터 불필요한 의혹을 끌어내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
「그러한 것이 되지 않게 제가 귀족원에 가는 거에요, 아나스타지우스님」
귀족원과 이 별궁은 문 하나로 연결되고 있으므로 에그란티느는 매일 만날 수 있는 것이지만, 자신이 쭉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걱정되어 어쩔 수 없다.
「부디 조심하면 좋겠다.작년의 사건을 생각해도, 귀족원이 안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아나스타지우스님, 로제마인님은 순순히 도서관의 주인의 자리를 올탄시아에 양보했습니다」
강의가 시작된 첫날의 밤, 역시 침대 위에서 에그란티느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도서관의 마술도구의 주인의 자리를 양보해라, 라고 돌연 말해지면, 왕족이나 그 측근의 앞에서도 반항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닌지, 라고 조금 걱정하고 있었지만, 걱정은 필요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만, 신경이 쓰인 것도 있습니다. 로제마인님은 어른 주먹 정도 되는 큰 마석에 마력을 담고, 소란쥬 선생님에게 대출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도서관의 마술도구를 작동시키려면 그 만큼의 마력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겠지요. 오르탄시아 한 명의 마력으로 충분할까요?」
본래, 상급 사서가 세 명 이상으로 도서관의 마술도구에 마력을 채우고 있던 것 같다. 마술도구를 작동시키기 위해서 로제마인을 시작으로 하는 학생들이 도서 위원으로서 협력하고 있던 것 같지만, 그것도 세 명. 아이라고 해도, 왕족인 힐데브란트와 우수한 영주 후보생이 둘이서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중앙으로부터 인원은 낼수 없다. 도서관의 마술도구보다 중요한 마술도구는 많이 있다. 올탄시아의 마력으로 부족한 경우는 라오불트가 다시 무엇인가 생각할 것이다」
아내를 상급 사서로서 보내서라도 에렌페스트의 야망을 저지하겠다고 씩씩거리고 있던 라오불트다. 올탄시아의 마력으로 부족하면, 그가 자신의 아는 사람으로부터 세 명의 상급 사서를 내게 될지도 모른다. 에렌페스트에 완전히 문제 없다고 여겨 단념할지도 모른다. 어느 쪽으로 굴러도 귀족원에게 도움이 되므로 좋을 것이다.
「그렇네요.……그리고, 제가 불안하게 생각한 것은 힐데브란트 왕자입니다」
이복남동생 이기에, 나는 힐데브란트와 몇차례 밖에 얼굴을 맞대었던 적이 없다. 점잖아서 차분한 왕자로, 단켈페르가의 혈통을 이어받고 있는 듯이는 보이지 않는, 이라고 생각한 것은 기억하고 있지만, 어떻게도 인상은 얇다.
「힐데브란트가 어떻기에?」
「로제마인님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고, 대단히 응석부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상태로 로제마인님에게 무리를 하고 있다면, 힐데브란트 왕자의 언동이 라오불트에게 에렌페스트가 의심되는 한 요인이 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에그란티느는 살그머니 한숨을 토하고, 도서관에서의 힐데브란트의 언동을 가르쳐 준다. 순진한 부탁이지만, 충분히 사교를 할 수 없을 만큼의 허약한 로제마인에는 받아들이는 것도 큰 일일 것이다.
「힐데브란트 왕자는 왕족으로서의 행동이 아직 몸에 붙어 있지 않게 보여졌습니다. 왕족인 그가 말해버리면, 로제마인님은 요망을 받아 들이지 않으면 안됩니다. 본래는 로제마인님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만, 어떻게도 왕족으로서의 의식이 얇다고 생각됩니다」
」
「신하가 되는 것이 최초부터 정해져 있고, 피로연의 장소에서 아렌스밧하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것이 정해졌던 것이다. 왕족 교육이 아니고, 영주 교육에 중점이 놓여지게 될 것이기에, 왕족으로서의 의식을 기르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일단, 나는 마술도구의 관리자의 이양은 특별한 문제 없이 행해진 것과 힐데브란트의 교육에 대해 아버님에게 보고해 두기로 했다.
「……역시 저희들의 성인식에서 축복을 준 것은 로제마인님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도서관의 마술도구에 관한 교환이 순조롭게 끝났던 것에 방심하고 있던 다음 날, 에그란티느가 뺨에 손을 대고, 곤란한 것처럼 미소지으면서 그런 보고를 해 왔다.
에그란티느의 머리카락의 리본을 풀려고 놀리고 있던 손을 어쩔 수 없이 내리고, 나는 한숨을 토한다.
「무엇인가 했던 것인가, 로제마인은?」
「오늘, 음악의 선생님 쪽이 가르쳐 주셨습니만, 오후의 실기로 로제마인님은 페슈필를 연주하면서, 한 곡 분의 축복을 행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뭐라고?」
……페슈필을 연주하면서 축복? 전혀 상상을 할 수 있지 않다.
「페슈필을 손가락으로 연주할 때마다 반지로부터 바람의 귀색인 황색 축복의 빛이 흘러넘치는 모습은 예술의 여신 퀸트쥘의 가호를 느끼는 만큼으로, 그것은 아름다운 광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같은 무렵에 에렌페스트의 학생에게 축복의 빛이 쏟아져, 여기저기의 강의의 장소에서 큰소란이 되어 있던 것 같다. 성인식의 장소에서 돌연 축복이 쏟아졌을 때의 소동을 생각해 내, 나는 머리를 움켜 쥐고 싶어졌다.
「로제마인은 왜 그런 튀는 짓을 하는 거지!? 가뜩이나 중앙에서 묘한 의혹을 받고 있을 때 무슨 짓을 하는거야? 누구의 지시냐!?!?」
「어제 오후에 행해진 신들의 가호를 얻는 의식으로부터 축복이 흘러넘치기 쉬워졌다, 라고 스스가 말씀하셨다고 해요. 마력의 제어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슈타프가 있는데 제어가 어렵다고?」
나는 조금 골똘히 생각했다. 슈타프는 마력의 제어를 간단하게 하기 위해서 얻을 수 있는 자신만의 마술도구이다. 자신에 맞춘 「신의 의지」를 얻는다. 제어가 어려워지는 등 들었던 적이 없다.
「……신들의 가호가 너무 많아서 1학년때에 얻은 슈타프로는 용량을 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일이 있었는가?」
「음악의 축복에 대해 힐슈르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 그러한 것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쪽은 군도르프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습니다만, 에렌페스트의 학생만 묘하게 신들의 가호를 얻은 수가 많은 듯 합니다」
에렌페스트의 학생만이 신들의 가호를 많이 얻었던 것에 대해 아직 조사중인것 같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에렌페스트는?」
자꾸자꾸 순위를 올리고 있는 에렌페스트은 주위에 시기당하고 있다.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인상을 떨어뜨려 주려고 생각하는 영지도 적지 않다. 아우브?에렌페스트에 관한 좋지 않는 소문도 퍼지고 있고, 페르디난드 관련으로 중앙 기사 단장인 라오불트의 주위에는 경계되어 감시받고 있다.
그런 중에, 에렌페스트만이 신들의 가호를 많이 얻고, 로제마인이 눈에 띄는 흉내를 차례차례로 저지르면, 주위로부터의 인상이 어떻게 되는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이래뵈도 나는 에그란티느를 얻기 위해서 조언을 준 로제마인에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로제마인은 내가 감쌀 수 있는 범위를 간단하게 뛰어넘어 준다.
「에그란티느, 신들의 가호를 얻는 방법을 알 수 있었다면, 영지대항전에서 어느 정도 공개하도록, 라고 힐슈르에게 전해라. 에렌페스트가 주위와 능숙하게 교제하고 있다면 은닉 하든지 상관하지 않겠지만, 지금의 상황으로는 주위와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외교의 무기로서 능숙하게 사용하도록 조언 해 줄 수 있다」
정변전은 쭉 하위의 하위를 우왕좌왕하고 있던 에렌페스트은, 정변중 쭉 중립이라고 하는 것으로 주위의 영지에 비해 피해가 적었기 때문에 순위가 부상해 왔을 뿐의 영지다. 최근 몇년은 성적도 올리고 유행도 발신해, 단번에 순위를 올리고 있지만, 외교의 방법이 하위 영지인 채로 지금의 순위로 알맞지 않았다.
설마 에그란티느가 로제마인에 접촉할 수 있는 영주 후보생의 강의가 시작되는 것보다 빨리, 이만큼의 문제를 일으켜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슈타프로 제어 할 수 없는 정도의 가호를 얻고, 페슈필를 연주하면서 축복을 실시한 로제마인의 언동을 내가 아버님이나 라오불트에 보고해야할까?」
「로제마인님은 아무것도 나쁜 것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불리한 입장에 처하는 것이 없게 보고해주십시오」
사랑스러운 아내에게 「의지하고 있습니다」라고 졸라지면, 어떻게든 해주고 싶다. 어떻게든 할 수 밖에 없지만, 조금 정도는 불평하고 싶어져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제대로 로제마인의 고삐를 잡으라고, 에렌페스트!
。
그렇게 마음 속에서 절규한 주초는 에그란티느가 처음으로 로제마인에 가르치는 강의의 날이었다. 오후에는 봉납춤의 연습도 있어, 에그란티느는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 선생님으로 초대되고 있다고 했다.
……하루종일 로제마인과 함께 있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에그란티느는 넋을 잃고 도취한 표정으로 귀족원으로부터 돌아왔다. 부드러운 뺨을 상기시켜, 물기를 띤 눈동자로 무엇인가를 생각해 내듯이 조금 먼 곳을 응시하면서, 호, 라고 한숨을 토하는 모습은 몹시 요염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자신 이외의 것이 에그란티느에 이러한 표정을 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초조하게 생각된다.
침대에 오른 에그란티느에 내가 제일에게 물은 것은 로제마인의 동향이 아니고, 에그란티느에 그러한 얼굴을 시킨 것에 대해서였다.
「대단히 넑을 잃는 일이 있던 것 같지만, 무엇이 있었던 것인가?」
「로제마인님의 봉납춤이 훌륭했습니다」
……또다시 거기인가, 로제마인!
화가 난 것은 로제마인이 나의 눈앞에서 에그란티느의 마음을 빼앗은 것은 몇번이나 있다. 세례식 직후와 같은 외형의 여자가 아니면 곧 바로 배제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로제마인은 적확하게 에그란티느의 마음을 쏘아 맞힌다.
「어떠한 춤이었어?」
춤을 좋아하고, 모두에게 칭찬되고 있는 춤을 추는 에그란티느가 넑을 잃으면서 타인의 춤을 칭찬하는 것은 드물다. 내가 흥미를 나타내자, 에그란티느는 기쁜듯이 로제마인의 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로제마인님이 어떻게 봉납춤에 마주보고 있는지 잘 아는 춤이었습니다. 금색의 눈동자가 이 이상 없게 진지하고, 주위등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고 있는 것 같고, 손가락끝에까지 긴장감이 흘러넘치고 있었습니다」
일점의 축을 제대로 유지해 고속으로 회전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되어 있고, 일견 정지하고 있듯이 보이는 쿠라이젤(=팽이)과도 같은 춤이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춤의 본질을 이 눈으로 보았습니다. 춤 그 자체도 아름다웠습니다만, 도중부터 로제마인님이 빛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잠깐만, 에그란티느. 의미를 잘 모겠다만……」
「음악과 같이 축복을 실시할 예정이었을까요. 로제마인님이 몸에 지니고 계시는 부적의 마석이 점점 빛을 띠기 시작해 각각의 속성의 귀색으로 흔들거리듯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반지는 푸르게 빛나, 로제마인이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부드러운 푸른 빛의 궤적을 그린다. 손목에 차고 있던 부적은 여러 가지 색으로, 팔을 오르내림 하면, 흑을 기조로 한 의상의 소맷부리로부터 빛을 흘리고 있던 것 같다.
「큰 마석이 연결된 목걸이가 가슴 팍으로, 그리고, 무지개빛 마석의 머리 장식이 흔들리는 밤하늘의 머리카락과 함께 복잡한 색에 빛나, 별과 같이 반짝임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휙 로제마인님이 돌 때마다 얼마든지의 빛의 띠가 주위를 장식합니다. 마치 신들로부터의 축복을 그 몸에 걸치고 있는 듯한 춤이었습니다. 이 침대안과 같이 어두운 가운데 볼 수 있으면, 더욱 아름다웠겠지요」
에그란티느가 로제마인을 칭찬해 마지않는다.
그런 춤을 보인 로제마인은 춤에 너무 몰두했는지 , 끝난 직후에 몸의 자세를 무너뜨려,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에 의해서 소객실로부터 데리고 나가진 것 같다.
「샤르롯테님의 말씀에 의하면, 로제마인님은 봉납춤에서도 축복을 보내려 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쓰러지기 직전까지 축복을 주려고 하는 등, 어리석은 일을.
아무리 신전 성장으로 신들이 친밀하다고는 해도 축복을 실시하는 자신의 컨디션이나, 축복이 주위로부터 어떻게 보이는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한 번 주의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지 않다.더 이상 성녀로서 눈에 띄는 일을 하지 말아라고
나는 천천히 머리를 흔들며, 기분을 고치고 에그란티느와 서로 마주 본다.
「로제마인의 봉납춤이 훌륭했던 것은 잘 알았기 때문에 이제 좋다. 그것보다, 강의는 어땠는가?」
나의 말에 에그란티느는 깜짝 놀란 것처럼 눈을 깜박여, 표정을 긴장 시켰다.
「로제마인님은 놀라울 정도 빠르게 강의 내용을 진행시키고 계셨습니다. 모형이 없기 때문에, 영주 후보생의 강의에 관해서는 예습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마치 익숙해져 있는 인상을 받았을 정도입니다. 2년 연속으로 최우수를 취하고 계셨습니다만, 반드시 올해도 로제마인님이 최우수군요」
에그란티느는 그렇게 말해 미소지으면, 로제마인의 강의에 대해 자세하게 보고해 주었다. 모형의 주춧돌을 눈 깜짝할 순간에 물들여 순식간에 영지를 마력으로 채워, 그리고 앞의 강의에 필요한 금분을 자꾸자꾸 생산하고 있던 것 같다.
「3학년의 강의는 마력량이 있으면 편하게 해낼 수 있다고는 해도,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빠르지 않은가」
「회복약에 손을 뻗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없었습니다. 왕족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할 정도의 마력량입니다」
에그란티느의 말에 나는 무심코 눈이 휘둥그레 졌다.
「왕족에게 필요해? 벌써 아버님이 약혼을 승인하고 있는데, 그것을 일부러 취소하고, 신전 성장으로 상식이 부족한 가운데 영지의 영주 후보생을 형님의 제3 부인으로 하는 것인가? 아무리 뭐든지 터무니없음이 지난다」
「터무니 없음이 지나는 것은 감안하고, 실행할 수 있다고는 나도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압도적으로 마력이 부족한 왕족에게 있어서 필요한 인재가 아닌지, 라고 느낀 것만은 있습니다」
。
에그란티느의 말에, 지금의 왕족의 마력 부족하게 되어 있는 현상을 생각해, 로제마인을 왕족에게 넣는 것을 생각해 본다.
……안된다.너무 위험하다.
「여기서, 차기왕의 아내까지 내게 되면, 에렌페스트에의 시선은 더욱 어려운 것이 된다」
마력적으로는 편해질지도 모르지만, 로제마인의 입장은 매우 위험한 것이 되고, 에렌페스트에의 영향은 큰일난다. 내가 가볍게 머리를 털어 각하 하면, 에그란티느는 자신의 입가에 살그머니 손가락을 대어 조금 골똘히 생각했다.
「……지기스발트 왕자가 아니고, 아나스타지우스님의 제2 부인으로는 어떻습니까? 왕위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왕족이기 때문에, 조금은 로제마인님도……」
「에그란티느」
나는 에그란티느에 호소하고 말을 차단하면서, 오른손을 펴, 슥하고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있는 리본을 풀어내었다. 간단하게 풀 수 있어 호사스러운 금발이 살짝 떨어져 내린다. 몹시 놀라고, 떨어져 내리는 머리카락에 손을 대는 에그란티느로부터 도청 방지의 마술도구를 취했다.
「저, 아나스타지우스님……」
에그란티느의 손목을 잡은 채로 도청 방지의 마술도구를 침대의 옆에 있는 받침대 위에 두고, 마술도구의 빛을 끄자, 천막안은 깜깜하게 되었다. 잡은 채로의 에그란티느의 손목이 마치 저항하듯이 조금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손목을 끌어들여 껴안도듯이 하면서 에그란티느를 침대에 밀어 넘어뜨렸다.
「농담이라도 다른 여자를 취해라,고 그대가 말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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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의 화신
아우브와 힐쉬르의 면회
봉납춤 연습에서 축복을 넘치게 하는 일 없이 합격을 따냈지만, 그 뒤 모두의 반응이 무섭다. 연습에서 돌아온 빌프리트와 샤를로트를 바로 회의실로 안내하고 벌벌 떨면서 물었다. 두 사람은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축복은 억제됐지만, 가지고 계시던 마석 전부가 빛을 내고 있었어요. 성녀라고 할만한 광경이었습니다...오라버님?"
"음. 연습하고 있던 나도 깨달은 정도였지. 너무 두드러졌어"
빌프리트도 갑자기 빛을 낸 마석을 신경쓰느라 춤을 그만두고 말았다는군. 모두가 빛나는 마석에 놀란건 알았지만 춤을 멈추고 있는건 몰랐다.
...축복이 넘치지 않도록 필사적이었으니까!
"다, 다른 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전부 입을 다물고 있어서 반응은 잘 몰라. 로제마인이 나가자 정신을 차리고 연습했으니까"
"영주 후보생이라 얼굴색과 감정을 잘 숨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숙사에 돌아간 뒤에 어떻게 보고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겠네요"
빌프리트가 고개를 흔들고 샤를로트는 한숨을 쉬며 그렇게 말했다. 봉납춤의 연습은 영주 후보생만 하기 때문에 상급 귀족이 함께하는 음악 실기와 달리 본 사람은 적다. 다만 전원이 영지의 최상위에 위치한 사람이라 어떤 영향이 어떻게 나올지 지금 시점에선 알 수 없다.
"그렇습니까.……그리고, 에렌페스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틀 후 저녁 시간에 힐쉬르 선생님과의 면회 때문에 아우브이 오신대요. 힐쉬르 선생님에게는 올도난츠로 연락했습니다"
내가 나무패를 내밀면서 그렇게 말하자, 빌프리트와 샤를로트가 불안스러운 표정이 됐다.
"…… 아버지가 오시는건가"
"영지 대항전에서 신들의 가호에 대해서 발표한다면 어느 정도의 가정이나 결과가 필요합니다"
두 사람의 안색이 약간 흐린 것은 숙청의 결과도 신경 쓰이기 때문일까.
그리고 양부모님이 올 때까지 옛 베로니카 파벌들도 포함해 다 함께 채집 장소에 가서, 많은 약초나 소재를 채집하고, 축복으로 회복시켰다. 채집한것 중에서 초과한 양은 양부님에게 넘겼다. 마석과 약초로 겨울의 주인 토벌을 대비하면 좋겠다.
"공주님, 전이진의 기사에게 연락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동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리할다의 말에 오후의 실기를 일찌감치 마친 나랑 이미 강의를 마친 샤를로트가 얼굴을 들었다. 약속 시간보다 상당히 빠르다.
"먼저 말을 맞추려는 걸까요? 리할다, 회의실 준비는……"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미 강의를 마치고 기숙사에 있는 저학년의 근시 견습을 지도하면서 리할다는 회의실의 준비도 끝낸 것 같다. 나는 다목적 홀에서 책을 읽고 있어서 눈치 채지 못 했다.
전이진의 방에 향하자 호위기사가 셋 있었다. 그리고 전이진에서 나타나는 주인을 기다리는 자세를 잡는다.
"어머님도 함께입니까!?"
샤를로트가 깜짝 놀랐다. 전이진으로 기숙사에 온 것은 아우브만이 아니었다. 양모님읔 생각도 하지 않인 나도 놀랐다. 양모님은 샤를로트와 비슷한 남색의 눈으로 우리를 본 뒤 뺨에 손을 얹고 한숨을 쉬었다.
"힐쉬르 선생님과 할 이야기는 중요한걸요. 저도 동석해야죠"
"나는 다른 일로 바빴기 때문에 올해 기숙사에서 오는 보고서를 보고 있던건 프로렌치아였다"
양부님이 그렇게 말하고 어깨를 움츠린다. 마티아스의 진언으로 숙청의 앞당기고 있는 가운데, 귀족원의 보고서를 살펴보던 것은 양부님이 아니라 양모님이었다고 한다.
우리들은 리할다가 준비산 회의실로 향하고, 힐쉬르와의 면담 전에 간단한 이야기를 했다. 근시들에게 차를 받고 한숨 돌리고 있은 때 실기를 마친 빌프리트가 합류했다.
"기다리셨습니다"
"이야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빌프리트. 열심히 하는걸 보니 어머니는 기쁘네요."
"어머니가 함께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빌프리트의 말에 양모님이 "정말, 모두 반응이 똑같네요"하며 웃었다.
"이동한 당일에 중대한 보고가 있었죠? 그 덕분에 질베스타님은 물론 기사단도 분주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모두의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는데, 잇달아 도착하는 보고서에 정말 당황해서...."
3학년은 강의 첫날부터 나의 관계자들이 신의 가호를 대량으로 얻었다. 그리고 그것이 원인으로 나의 마력 조절이 되지않고, 다음 날에는 음악 실기에서 축복을 뿌리는 사고를 쳤다.
여기서 갑자기 힐쉬르에게 면회 의뢰가 온다. 예년이면 "주목할 일은 없습니다" 하는 사감이 한 면회 의뢰다. 게다가 신들의 가호를 늘리는 방법을 공표하는 것에 관한 상담까지 있다.
양모님은 이 시점에서 자신으로는 벅차다고 판단하고 양부님과 기사단장인 아버님, 어머님과도 상의한 것 같다.
흙의 날에 채집 장소에 축복을 주고 대책을 짰다는 보고가 도착해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월요일 점심에 "이대로는 봉납춤 연습에서도 축복이 넘칠지도 모른다"라는 긴급 요청과 함께 빈 마석을 대량으로 요구했다. 양모님은 매우 힘들어했다.
"게다가 마력을 가득채워서 금방 다시 보냈죠? 그 날 오후에 기사단에게 연락해 빈 마석을 조달하고, 문관에게는 힐쉬르 선생님과 면담 시간을 만들어 달라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다양한 수배를 하면서 봉납춤이 어떻게 되었을까 걱정하고 있는데, "축복이 넘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대량의 마석이 빛나 주목을 끌어 버렸습니다"라는 보고가 도착한 것 같다.
……객관적으로 보면, 뭐가 일어나는지 영문을 모르는 상태겠네.
"그래서 신들의 가호를 얻는 방법을 공표하는 것에 대해서입니다만, 로제마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일부분은 공표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불간섭을 관철하시는 힐쉬르 선생님이 일부러 건의하셨으니, 에렌페스트를 둘러싼 상황은 매우 안 좋은거겠죠. 순위가 급격히 올라 악평이 부쩍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영주 회의에 참석하는 아우브 부부, 주위의 소문을 듣는 문관과 근시가 표정이 굳어졌다.
"상위 영지는 하위 영지에 베푸는 것이 필요한거죠? 지금은 기본적으로 마력이 모자라는 것이니까, 가호를 얻으면 마력의 소비가 줄어들테니 방법을 공개하면 주위와 관계도 조금은 변하지 않을까요?"
물론, 영지 때문에 마력을 쓰려면 신전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하게 된다. 의식 때문에라도 귀족들이 신전에 출입하게 되면, 작더라도 신전의 인식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프레벨타크는 에렌페스트를 흉내내서 영주 후보생들이 직할지를 돌자, 수확량이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공공연하게 신전에 출입하는 것은 아닌 분위기로, 주위에는 그 얘기가 돌고 있지 않죠?"
프레벨타크의 영주 후보생이었던 류디가는 신전의 의식에 참여하고, 땅을 마력으로 채웠다는 이야기는 친목회에서 들었지만, 대대적으로 거론된 적은 없었다. 적어도 나는 다도회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렇구나. 남자의 사교에서도 류디가님은 신전에 드나들고 의식을 갖는 것이나 에렌페스트에 감사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
"저도 중, 하위 영지와 다도회를 했는데, 프레벨타크의 귀족들로부터 영주 후보생들이 의식을 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어요. 디트린데님이 개최하신 친척 다도회에서 화제가 된 정도죠?"
빌프리트와 샤를로트의 말에 양부모님도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건 귀족 회의에서도 같았군. 누님에게 개인적으로 인사는 받았지만 모든 영주들이 모인 장소에서는 신전에 출입하고 있다고 발언하지 않았다"
"순위적으로 중 영지의 하위권인 프레벨타크는 더 이상 영토에 의혹의 눈길을 향하는 것은 피하고 싶을테니, 오라버님이 발언해주시면 에렌페스트를 향한 나쁜 소문도 상당히 해소되겠군요"
에렌페스트의 아우브 부부와 프레벨타크의 아우브 부부는 남매 사이다. 관계가 깊은 만큼 나쁠 때도 좋을 때도 서로 영향이 커진다. 그동안 에렌페스트가 해온 것처럼 주위의 나쁜 소문에 끌려가지 않도록 자신을 제일로 생각하는 것은 하위 영지라면 당연하다.
"그래서 양부님의 악평을 몰아내기 위한 근거로서 신들의 가호를 얻는 방법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면 좋겠어요. 물론 전부 공표하지 않고 무난한 부분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럼 그렇게 하자"
"아우브・에렌페스트, 힐쉬르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대략적인 협의를 마칠 무렵에 힐쉬르가 찾아왔다. 마주본 양부님과 힐쉬르의 분위기가 둘 다 딱딱하단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우브·에렌페스트"
"영지 대항전에서도 만나지 않으니까"
양모님이 두 사람의 굳은 표정을 풀도록 활짝 웃으며 두 사람 사이에 들어갔다.
"힐쉬르 선생님의 면회 요구는 정말 고맙습니다. 귀족원의 원칙 때문에 이쪽에서는 손을 내밀지 못하니까요"
"그래, 고맙다……그리고 만나고 한번 제대로 사과하고 싶었다. 어머니 일은 미안하게 됐다. 페르디난드가 말하기 전까지 몰랐던 자신을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힐쉬르가 가볍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서한으로 사과는 이미 받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있는 앞에서 아우브가 쉽게 머리를 낮추면 안되죠, 질베스타님"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에 갔고 이제는 제대로 지원금을 지불하려 했지만 당신은 에렌페스트의 원조는 필요 없다고 대답하지 않았는가……"
용서하지 않았으니까,라는 양부님의 말에 힐쉬르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과는 받아도 지원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전 뒤처리는 하지 않으니까요. 앞으로도 돈은 괜찮습니다. 약간의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될 것 같으니까요. 그동안 아무 보조도 없었는데 갑자기 원조하시면 좋게 보이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힐쉬르는 나를 봤다. 양부님도 나를 보고 얼굴을 찡그린다.
"로제마인이 졸업한 후라면 어떤가?"
"그렇군요. 그 건에 관해서는 그때 생각합시다"
…… 간단하게 손바닥을 뒤집었다.
"거기선 제 신념에늨 변함 없다고 멋지게 결정하는 장면 이잖아요, 힐쉬느 선생님!?"
"어머. 제 신념은 모두를 위힌 연구입니다, 로제마인님"
반짝 하고 보라색 눈동자를 빛낸 힐쉬르는 전혀 변하지 않아 나는 어깨의 힘을 떨어뜨렸다. 양부님이 큭, 하고 웃으며 나의 어깨를 다독였다.
"매년 문제가 커지고 있으니까. 로제마인도 힐쉬르 선생님의 말을 이해할 수 있지?"
"네? 매년 문제가 늘어나고 있나요?"
매년 보고하는 내용에 문제가 늘고 있는 줄 몰랐다. 내 말 주변이 망연자실한 얼굴을 하고, 빌프리트가 "진심이야?"라고 말하며 나의 어깨를 흔들었다.
"로제마인, 네가 1학년 때는 문제 투성인것 같아도 보호자 호출은 없었고, 2학년 때는 중반에 호출이 있었지만, 3학년은 일주일만에 면회 의뢰라고. 문제의 크기가 급격하게 커진것 같지않아?"
빌프리트의 호소에 나는 그럴지도 모른다고 일단 납득했다. 그러나 반박하고 싶은 일도 있다.
"저도 문제를 일으키고 싶은 것이 아니고, 올해는 완전히 불가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식에서 가호를 많이 내린 것은 제가 신전장으로 기도 하던 탓이고, 음악 실기에서 축복이 나온 것은 슈타프로도 마력을 제어할 수 없게 된 탓이고, 봉납춤 연습에서 두드러진 것도 축복을 막으려고 노력한 결과가 아닙니까....굳이 말하자면 교육 과정을 임의로 바꾼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주먹을 쥐고 힘껏 주장하자 힐쉬르가 페르디난드님 처럼 관자 놀이를 눌렀다.
"여기에 안계시지만, 당당하게 왕을 비판하면 안되죠, 로제마인님"
"네? 즉, 지금 제가 고생하는건 왕의 탓이라는 건가요?"
내가 힐쉬르를 올려다보자, 빌프리트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로제마인, 입을 다물라고 말한거야"
"아, 네. 죄송합니다"
……왕의 비판은 마음 속에서만. 왕은 바보! 바보야!
힐쉬르에 대한 사과가 일단락되면 저녁 식사 시간이다. 그리고 자세한 얘기는 식후에 다시 열린다. 양부모님이 있으므로, 오늘은 영주 가문과 그 이외의 학생들로 식사 시간이 나뉜다.
"이는 비판이 아니라 요망입니다만……"
나는 확실히 서론을 말한 뒤 힐쉬르를 보았다.
"저처럼 슈타프를 받은 다음 마력의 흐름과 소비 마력에 큰 변화가 있으면 마력의 제어가 매우 어려워지니, 슈타프와 신들의 가호를 얻은 실기는 옛날처럼 졸업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로제마인님 같은 학생은 좀처럼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힐쉬르는 슈타프를 빨리 얻을때 생기는 이점을 설명한다. 슈타프가 없으면 마술 도구를 많이 준비해야 하고 마력의 소비도 크다.
슈타프가 있으면 마력 소비 효율이 좋아져 일의 범위가 커지고 미성년이라도 영지의 도움이 되고, 지금처럼 귀족들이 줄어든 때에는 슈타프를 빠르게 얻는 것에 큰 이점이 있는 것 같다.
특히 각지에서 청색 신관이나 무당 출신의 학생이 특례로 귀족원에 들어온 시절에는 중요했던 것이다.
"그래도 앞으로 달라지겠죠. 에렌페스트식 마력 압축 방법도 바뀌고 있고, 행동이나 기도로 가호를 얻는 숫자가 바뀌게 됩니다. 성장기를 마치기 전에 슈타프를 취득하면 곤란한 학생이 늘어나게 될 거예요"
가장 위험한 것은 로데리히이다. 나에게 이름을 바친 영향으로 전속성이 되버렸고, 아직 성장 중이다. 마력의 성장에 따라서는 지금의 슈타프로는 제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성장기를 마칠 때까지 마력을 늘리고 가호를 얻을 수 있는 권속이 늘어나면 품질이 더 좋은 슈타프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슈타프를 얻는 것은 한 사람당 단 한번인데 본인에게 맞지 않는 슈타프는 아주 곤란합니다"
지금이라면 슈타프가 없던 시절의 강의 내용도 남아 있고, 가르치는 방법을 아는 선생님들도 있지만, 세대 교체가 진행되버리면 상실될 정보다. 그러면 나중에는 되돌리고 싶어돌 수 없게 된다.
"저는 슈타프를 받기 전에 페르디난드님에게 배워서 조제한 적이 있으므로, 슈타프 없이 조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트는 물론 문관인 할트무트조차 슈타프 없이 조합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당연히 조합에 필요한 마술 도구를 만드는 법도 잊혀질겁니다. 이는 꽤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그런 말씀이 있었다는 것은 왕족에게 전해 둘게요 "
요구라는 이름의 비판으로 저녁 식사를 마치면 회의실에서 다시 논의한다. 주요 의제는 에렌페스트가 처한 상황의 확인과 가호를 얻는 방법의 공표에 대해서다.
힐쉬르는 귀족원과 중앙에서 에렌페스트의 평가에 대해서 말했다.
"길고 격렬한 싸움이었으니까요. 승자도 패자도 상처는 큽니다. 하지만 에렌페스트의 피해는 거의 없으니까, 주위의 시선은 아무래도 좋지 않죠"
에렌페스트 측의 견해로는 이쪽도 큰일이지만, 주변의 영지는 더 힘들단다.
"주위와의 관계 개선은 최우선에 두고 있지만 걱정도 있습니다"
"뭐지?"
"중앙 기사단장이 페르디난드님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힐쉬르는 한숨을 쉬었다. 에렌페스트가 아니라 페르디난드 개인의 이름이 나오자 모두가 미심쩍은 얼굴을 했다.
"페르디난드와 중앙 기사단장 사이에 접점이 있었나?"
양부님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양부님은 페르디난드님이 아달지자의 열매인 것, 그것을 중앙 기사단장이 알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다. 아마 힐수르도 모르는것 같다.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유는 모릅니다. 에렌페스트에 관해서 저에게 속을 떠보고, 다른 영지에선 유행과 거래 범위 확대, 성적 향상의 비밀이나 소문이 사실인지 묻지만, 기사단장만은 페르디난드님과 로제마인님에 관한 질문만 하고 있습니다.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도서관에서 만난 기사단장을 떠올렸다. 페르디난드님을 아달지자의 열매라며 아렌스바흐에 가게 한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첫째 부인을 상급 사서로서 귀족원의 도서관에 보내고, 나의 정보를 모으고 있다.
"주위에 적이 많기 때문에 신들의 가호를 얻는 방법을 공개하고, 조금이라도 사교의 도움을 주도록 하십시오. 이는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지시이기도 합니다"
에렌페스트의 사교는 하위 영지로, 상위가 된 지금의 순위와 맞지 않는 것 같다. 상위 영지 다운 행동이 요구되고 있었던 것이다.
"신전의 의식과 초서의 마술 도구에 마력을 담을 때의 기도 말에 관해서는 에렌페스트에서 독자적으로 하고 있는 일입니다. 신전장인 로제마인님의 연구 내용에 걸맞게 고치고 잘 발표하면 에렌페스트의 평가를 올릴 수 있습니다. 다만 에렌페스트 단독으로 발표하면 신용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단켈페르가에서 안그리프의 가호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것에 관해서 먼저 루펜과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단켈페르가와 공동 연구가 좋아보입니다"
힐쉬르는 어느정도 단켈페르가와의 공동 연구로 하면 연구 자체의 신용이 오른다고 말했다.
"힐쉬르 선생님, 많은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잘못하면 연구 자체를 단켈페르가에 뺏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금은 조심하세요. 당신은 학생이 아닙니다. 중앙 귀족인 제 말을 수긍하면 안되죠"
힐쉬르 선생님 다운 말투에 양부님이 쓴웃음을 짓는다.
"페르디난드를 보듬어주고, 지금은 로제마인을 감싸고 있는 당신을, 두명의 가족인 내가 신용하지 않을 수 없겠죠?"
양부님의 말씀을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들은 힐쉬르가 어깨의 힘을 빼고 작게 웃었다.
"그런 말씀은 안되는겁니다만……. 당신의 본질이 바뀌지 않은걸 알아 다행히었습니다. 프로렌치아님, 질베스타님을 잘 부탁 드립니다. 옛날부터 정말 엉뚱한 짓을 많이 했거든요"
양부님의 학창 시절의 이것 저것을 입에 담기 시작하는 힐쉬르를 양부님이 " 멈추!"라고 필사의 형상에서 멈췄다. 아무래도 선생님과 제자의 분위기가 된 두 사람을 빌프리트와 샤를로트는 입가를 누르고 웃음을 참으며 보고 있다.
"힐쉬르 선생님, 질베스타님은 지금 더욱 엉뚱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뒷처리에 분주합니다. 조금은 선생님의 고생을 이해할 수 있을거예요"
"프로렌치아……"
"어머나!"
힐쉬르가 "여전히 프로렌치아님한테는 약하시군요"하며 즐거운 듯이 웃은 뒤, 표정을 다잡았다.
"가호 의식에서 빌프리트님 이상의 가호를 얻고, 축복을 쉽게 내보내는 마력량 등, 로제마인님의 가치가 타령의 영주 후보생들에게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빌프리트님이 노려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상대가 없어지면 약혼은 싫어도 해소되니까요 "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가 모두가 숨을 머금고 빌프리트를 본다. 시선을 받은 빌프리트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는 문제 없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건 숙부님에게 주의를 받았고 부적도 받았으니까요. 무엇보다, 저는 로제마인이 없었으면 영주 후보생으로서 여기에 없었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자신을 지키는 것 정도는 할 줄 알아요"
로제마인도 숙부님에게 많은 부적을 받았으니 괜찮겠죠,라고 웃는 얼굴로 말한 빌프리트를 보고 힐쉬르와 양모님이 머리를 싸맸다.
"빌프리트, 거기에선 약혼자인 로제마인을 자신의 힘으로 지킬 수 있다고 말해야죠"
그렇습니다,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힐쉬르는 양부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령의 보물을 지키는 것은 영주의 역할이죠. 당신의 수완을 기대하겠습니다, 질베스타님"
의식의 연구와 숙청의 보고
힐쉬르가 떠난 뒤 양부님은 천천히 방안을 둘러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왕족의 조언도 있었으니, 나는 단켈페르가와 연구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연구를 하는 것은 귀족원에 재학 중인 너희들이다. 문관, 영주 후보생, 그리고 신전장인 로제마인이 중심이 될텐데, 로제마인은 공동 연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에렌페스트의 신용과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서 다른 영지와 협력해야 한다면 저는 단켈페르가가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양부님은 암녹색의 눈으로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단켈페르가를 선택한 이유는? 연구라면 도레바히르도 있을텐데?"
"저와 한네로레님은 친구니까 친한 분이 없는 영지보다는 이야기를 하기 쉬운 점도 있ㄱ느, 오래된 의식을 가진 영주의 영주 후보생과 기사 견습들이 복수의 권속에게서 가호를 얻고 있어서 연구 대상으로서 좋은 점이 큰 이유입니다"
마술 도구나 마법진에 관한 연구라면 도레바히르와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연구 내용은 신들의 가호에 관한 것이다. 도레바히르에는 샘플이 없다.
"이와 함께 란켈 페리가에는 할트무트의 약혼자이고 제 측근을 희망하고 있는 클라릿사가 있어 공동 연구가 진행하기 쉽고, 공동 연구에서 성과를 내면 클라릿사를 에렌페스트로 부르기 쉽습니다"
할트무트가 신관장으로 신전에 들어가면서 클라릿사의 가족들은 약혼을 해소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공동 연구를 통해 신전을 보는 시각이 작지만 변하거나, 적어도 에렌페스트의 신전은 다른 영지의 신전과 다르다는걸 알아준다면 해소하지 않고 끝날지도 모른다.
"게다가 클라릿사는 단켈페르가의 상급 문관 견습입니다. 할트무트와 결혼해 에렌페스트에 오게 되면 상위 영지의 사교 방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상위 영지의 행동이 요구되고 있는 에렌페스트에서 필요한 인재 아닌가요?"
"과연. 시급한 인재다. 약혼이 파기되는건 피하고 싶군"
왕족에서 지적할 정도다. 에렌페스트는 최대한 빨리 상위 영지로서의 행동을 익혀야 한다.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상위 영지의 사람뿐이다.
단켈페르가와 함께 연구하는 것에 양부님이 납득하고 끄덕이자, 이번엔 양모님이 자신의 문관에게 종이와 잉크의 준비를 하게 한 뒤 나를 봤다.
"로제마인은 무난한 연구 내용으로 하자고 했는데, 로제마인 기준에서 지장이 없는 내용과 지장이 있는 내용에 대해서 가르쳐서 주세요."
"네. 우선 기도를 바치면 가호를 얻을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 다음으로 진지하게 바라지 않으면 가호를 얻을 수 없는 것, 그리고 마력을 신들에 시주할 필요가 있음, 이건 무난한 부분으로 단켈페르가와 공동 연구로 실험하고 싶습니다"
단켈페르가에서 가호를 얻은 기사 견습과 얻지 못한 기사 견습의 비교로 어느 정도의 실증이 가능할 것이딘.
"다만 힐쉬르 선생님이 염려하시던 것처럼 단켈페르가에게 전부 빼앗기지 않으려면 에렌페스트 독자적인 내용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의식 동안 마력이 적은 중급과 하급 귀족은 회복약을 쓰면서 마법진에 마력을 완젘히 채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덧붙입니다"
"회복약인가요?"
양모님이 신기한 듯 눈을 깜박거렸다. 양모님은 영주 후보생이라 마력이 부족해 마법진을 채우지 못한적이 없던 모양이다.
"가호를 얻기 위한 마법진은 크고 복잡하죠? 피리네가 가호를 얻었을 때 군도르프 선생님은 마법진에 마력을 가득 채우는 것은 중급 이하의 귀족은 어려워서 자신의 적성이 있는 부분을 최우선으로 채운다고 합니다. 기도를 틀리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대신의 가호를 얻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렇다면 회복약을 쓰면서 마법진을 완전히 마력으로 채우면 적성 외의 가호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들었어요."
양모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렇게 말했다. 마력량의 차이로 커리큘럼도 나누어졌다. 의식을 행할 때도 마력적인 의미에서 다양한 부분이 생략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초석의 마술 도구에 마력을 공급할 때 에렌페스트에선 기도 말을 하죠? 타령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것도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가호가 많은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프레벨타크에서는 어땠습니까?"
"프레벨타크에서는 하지 않았습니다. 에렌페스트에서 처음 마력 공급을 할 때는 조금 놀랐죠"
에렌페스트에선 이렇게 한다길래 양모님은 말하는 대로 기도를 외치며 마력 공급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역시 에렌페스트에서만 하는 것이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양부님이 "에렌페스트도 옛날부터 기도의 말과 함께 마력 공급을 한건 아니야."라고 말했다.
"네!? 옛날부터 하던게 아닌가요? 그럼 언제부터 인가요?"
"내 기억엔 콘스탄체 누님이 시집 가던 때부터 아버지가 시작하셨지. 2학년이나 3학년……
그 근처였다고 생각한다"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역사가 짧았다.
"기도하면서 마력을 공급한 양부님은 권속의 가호를 얻었나요?"
"……그게 원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얻었지"
"아버지는 어떤 신들로부터 가호를 얻으셨나요?"
우읏,하며 말이 막힌 양부님이 시선을 돌렸다. 양모님은 양부님을 보고 놀리듯 작게 웃었다.
"질베스타님, 아이의 질문입니다. 알려주셔야죠?"
"……리베스힐베과 그류크리테트다"
리베스힐베는 장난을 좋아하고 드레팡가에게서 실을 훔쳐 남녀를 연결해주는 결혼의 여신이고, 그류크리테트는 시련을 극복하면 행운을 주는 시련의 신이다.
……전부 귀족원 시절에 얻은 가호라면 연애에 올인했던 모양이네. 분명 피리네가 메스티오노라에게 기도하는 것만큼 진지하게 기도했겠지.
"그럼 지장이 있는 연구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기도를 하게 되면 성인이라도 가호가 늘어나는지 조사하고 싶습니다. 저 측근은 신전에 자주 출입하니까 가호가 늘어나는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귀족원에서 가호를 얻는데 실패하는 안제리카의 구제나, 마력량이 적은 다무엘에게 가호는 매우 중요하다. 피리네가 가호가 늘었다면 다른 사람도 늘 가능성은 있다.
"그리고 귀족원이 아니라 영지의 신전에서도 똑같이 가호를 얻을 수 있을지도 실험하고 싶습니다. 검증이 잘되면, 가호에 대해서도 주변 영지보다 큰 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지 내에서 성인이라도 가호를 얻을 수 있다면, 마력적으로는 상당히 도움이 될것이다. 완전히 모든 것을 공표할 생각은 없다고 하자 양부님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에렌페스트에서 실험하려 해도 마법진이 없다…… 설마, 가지고 있는건가?"
"아직 없지만 의식을 할 때 현판에 그렸으니까 앞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현판에 그린 마법진은 이미 종이에 베꼈다. 그대로 만들면 마법진 자체는 만들 수 있다. 영지에서 만들면 속일 필요 없으니 비교적 빨리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마법진의 중앙에 있어도 속이기 위한 무늬가 많아서 마법진을 알 수 없을텐데? 네 키라면 더욱 알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안거지?"
나는 계단 위에서 봤고 자신의 마력으로 마법진이 빛나서 쉽게 베낄 수 있었다. 보통은 그 자리에서 베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가호의 의식에서 신들의 상이 움직이고 길을 열어준건 드문 일이라고 힐쉬르의 말로 알고 있었다. 페르디난드님에게 상담 후 공개하는 것이 좋은 안건이라고 생각한다.
"로제마인, 어떻게 한거지?"
양부님이 몸을 내밀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다. 페르디난드님이 말해도 좋다고 말했을 때를 위해 거짓말을 섞어서 말해야 한다.
"……시, 신들의 인도입니다!"
"뭐? 신들의 인도라고?"
"그렇습니다. 신이 저에게 베끼라고 속삭인 것입니다"
나는 활짝 웃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신들이 위로 오라고 길을 열어 주었으니까. 양부님뿐만 아니라 측근들도 포함해서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굉장히 수상쩍게 보기 때문에 나는 급히 화제를 바꿨다.
"그런데 숙청의 결과는 어땠습니까?"
그 순간 모두가 깜짝 놀라며 양부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양부님은 표정을 다잡었다. 귀족원의 학생들에게도 중요한 안건이다. 이에 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
"이미 연락했던 것처럼 일단 숙청은 끝났다. 타령의 첫째 부인에게 이름을 바쳐서 충성을 맹세한 자들과 에렌페스트에 불이익을 준 자를 배제할 수 있었다. 이름슬 바치고 있던 사람 이외는 잡아들여 조사를 받고 있었다"
침을 삼키는 소리가 울렸다.
양부님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은 조사와 징계 결정 등 사후 처리에 쫓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사단장인 아버님은 에렌페스트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이름을 바쳐서 처형된 사람은 우선 기베·겔랏하과 그 가족. 그리고……"
양부님의 입에서 게오르기네에게 이름을 바쳐서 처형된 사람의 이름이 발표된다.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에게서 듣던 이름이 대부분으로, 열명도 되지 않았다. 실제로 처형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나는 안도했다. 이대로라면 이름을 바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아이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로써 귀족원의 학생 중에서 이름을 바치지 않으면 연좌로 목숨을 잃는 자는 마티아스, 라우렌츠, 뮤리에라, 바르톨드, 카산드라로 총 다섯명. 이외의 사람은 금방은 아니지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바르톨드는 빌프리트에게 카산드라는 샤를로트에게 이름을 바치기로 되어 있는데, 이렇게 부모의 처분이 결정되면 나에게 이름을 바쳐야 하는 아이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감이지만 기베·겔랏하는 자살했다. 보니파티우스가 맨 처음 들어가 슈타프로 잡으려했지만 빠르게 자살해 증거가 될 만한 것은 팔밖에 남지 않았다고 들었다. 반지와 가문, 그리고 남아 있는 마력으로 주인을 판단했다고 한다"
마티아스의 가족이라고 알고 있지만, 게오르기네의 충신으로서 나를 노리다던 겔랏하가 없어지자 나는 안도했다. 이것으로 나와 그 주위의 위험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너희들이 귀족원에 있는 겨울에 구속된 사람의 조사와 징계 결정을 실시한다. 벌금으로 해결되는 사람은 귀족원이 끝날 때에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분이 무겁다면 가족의 처벌이 끝날 때까지 성의 기숙사에서 지내게 된다. 이는 고아원에 보호되고 있는 어린이들에게도 적용된다"
마티아스의 건의로 숙청이 조기에 끝났지만, 처음의 약속대로 일은 진행되고 있다. 이제 부모를 만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불안했던 아이들의 대부분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양부님, 고아원에 보낸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식량과 이불을 보내주셨나요?"
"그래. 로제마인이 고아원에 신경쓰고 있는건 알고있다. 고아원 아이에 관해서는 할트무트에게 보고서를 받고 있지"
양부님이 시선을 움직이자 문관이 나에게 서류 뭉치를 주었다. 나는 그 서류 뭉치들을 훑어보았다. 고아원에 새로 들어온 아이는 17명으로 이름과 나이, 부모의 이름, 빌마의 평가가 써있었다. 역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도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귀족으로 자라서인지, 5세 정도의 아이는 감정을 보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참거나 울음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것 같다.
가족을 그리워하며 울고싶은걸 참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자 목이 메었다. 나는 가족과 떨어지는 슬픔을 알고 있다. 가족과 떨어졌을 때 나도 울던 일이 생각나 어금니를 깨물고 있는데 샤를로트가 양모님에게 어린이 방의 모습을 물었다.
"어린이 방의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큰일이 났다고 말하고, 어린이 방의 아이들을 한곳으로 모아 숙청이 끝나고 가족에 데리러 가게 했습니다. 이번 숙청은 정말 대대적인 것으로, 문관, 근시의 일부도 참여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한곳에 모은 것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데리러 올 가족이 붙잡혔다면 방에 남겨진 아이들에게 숙청과 앞으로의 이야기를 했다. 어린이 방에서 이름을 바치지 않는다면 살아갈 수 없는 아이는 정말 소수로,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몇번이나 얘기를 한 모양이다.
"……양모님, 니콜라우스는 어떻게 됐나요?"
아버님의 두번째 부인인 톨데리데의 아들인 니콜라우스는 나의 이복 동생이다. 거의 본 적은 없지만 가끔 뭔가 있는것 같은 시선을 보내 와서 신경이 쓰였다.
"준비한 어린이 방에 있습니다. 톨데리데의 처분이 확실히 결정된 뒤, 칼스테드가 어떻게 다룰지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아버님은 숙청의 뒤처리에 분주하고, 이 후 겨울의 주인 토벌을 앞두고 있어서, 한참 뒤가 될 것이다.
...불안하겠지.
내가 니콜라우스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자 빌프리트가 얼굴을 올렸다.
"아이들에 관해서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아버지, 게오르기네님에게 이름을 바친 자들의 기억을 들여다볼 수 있었죠?"
"……몇명은 봤다. 변변한 기억은 없었지만"
기사단이 다시 사로잡기 위해서 찾아간 곳에서 기사단의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자폭하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었다. 죽여버리는건 간단하지만 게오르기네와의 연결과 증거를 얻기위해 생포해야 한다. 그것이 매우 힘들었던 모양이다.
"옛 베로니카 파벌은 다소 저항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지만, 누님에게 이름을 바치고 있던 귀족은 기사단의 모습을 보자마자 자폭해 제대로 잡은 사람이 없었다. 기억을 들여다보기 위한 머리는 별로 확보되지 않았다"
죽으면 기억을 들여다보는데 여러가지 제한이 걸리는것 같다. 시간의 경과와 함께 기억이 급속히 악화되는 모양이다.
"게다가 남아 있는 기억도 변변한 것이 없었다. 누님이 겔랏하에 들른 것, 누님의 말에 그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한건 알아냈지만 누님이 무엇을 했는지는 못 알아들었다고, 마치 기억을 왜곡한듯 시야도 소리도 일그러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의도적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이름을 바친 사람의 기억은 볼 수 없게 되는 법칙이라도 있는 것일까? 나의 의문에 양부님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마티아스의 보고 중에서, 여름의 끝에 난로에 불이 붙어 있고 달콤한 냄새가 났는 말이 있던걸 기억하고 있나?"
"네"
"약에 정통한 문관이 톨크같다고 말했다. 기억을 혼탁시키고 환상을 보이는 작용이 있는 식물로, 에렌페스트에는 없지만 귀족원에서 위험한 식물이라고 배운 적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사용된것 같다고 말한 뒤, 양부님은 지친 표정을 했다.
"누님은 상당히 용의주도하다. 자신까지 도달하지 않도록 여러겹으로 손을 쓰고 있다고 느꼈다. 그만큼의 집념과 목적을 도달하기 위한 지식에 질리는군"
이름을 바친 자신의 신하가 어떻게 다뤄지는지 알고, 증거와 기억을 남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한 게오르기네의 주도면밀함에 나도 혀를 내둘렀다. 생각이 없는 나는 그렇게 몇겹의 방법을 쓰는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좋은 머리가 있다면 타령을 가지려 하지 말고 건설적인 일에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더 멋진 일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래, 예를 들면 도서관을 만들거나, 세계의 이야기를 모으거나, 책을 만들거나!
내가 게오르기네의 집념에 한숨을 쉬고, 샤를로트는 활짝 웃으며 양부님을 위로했다.
"아버님, 기억은 정확하지 않고, 게오느기네님과의 연결이나 확실한 증거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게오르기네님에게 이름을 바친 사람들은 배제할 수 있었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한 성과 아닌가요? 마티아스의 진언이 없었다면 숙청이 실패했을지도 모릅니다"
"샤를로트……"
양부님이 깜짝 놀라 샤를로트를 바라본다. 웃으며 양부님을 바라보는 샤를로트는 양모님과 정말 닮았다.
"게오르기네님은 더 이상 에렌페스트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겠죠? 기베·겔랏하도 처형됐으니 초석의 마술 도구를 손에 넣으려고 해도 안내를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니 힘내서 에렌페스트를 통일하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샤를로트의 말 맞구나. 좌우할 만한 신하들은 이제 없다. 에렌페스트에 있는 한, 로제마인의 몸은 안전하겠군"
"네. 언니를 몇번이나 괴롭힌 자를 배제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샤를로트의 말에 양부님뿐만 아니라 아우브 부부의 호위로 동행했던 기사들의 표정도 조금 풀렸다.
"세명의 기베를 처형했기 때문에 당분간 에렌페스트엔 마력이 부족하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마력이 남아돌고 있는 사람이 에렌페스트에 있다. 시련의 신 그류크리테트에게 기도와 감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군"
양부님이 나를 보면서 그렇게 말하며 웃고 손을 움직이자 기사 한 사람이 쭈뼛쭈뼛 한 모습으로 마석이 많이 든 봉투를 들고 왔다.
"이걸로 당분간은 괜찮겠지. 그동안 모은 마력을 방출하고 가급적 압축률을 낮추도록 해라. 그러면 몸의 마력량이 줄어들고 그다지 문제 없이 마력을 다룰 수 있을거다."
"네?"
양부님이 그런 조언을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눈을 깜박거리고 있자, 양부님은 옛날 일은 추억하는 듯 반가운 얼굴을 했다.
"1학년이었던 페르디난드가 처음으로 마력 압축을 기억하고 바보처럼 압축했을 때도 마력이 너무 증가해 다룰 수 없어서 쩔쩔맸었다. 그때 마력을 대량으로 사용해 압축률을 낮췄었지"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말이야,라고 덧붙여서 매우 불안했지만, 귀중한 조언이므로 나는 마석이 대량으로 들어있는 자루를 웃는 얼굴로 껴안았다.
"양부님, 가르쳐서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중에 참고해 보겠습니다"
12화. 영주후보생의 강의 종료
영주후보생의 강의 종료
이 정도의 사람이 있으면, 양부님에게 로데리히의 이름 올리기에 의한 속성의 증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무리다. 이번에 이름 올리기를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학생은 전원이 이미 가호를 얻는 의식을 마치고 있으니, 급하게 상담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에렌페스트로 돌아간 뒤여도 문제없다.
아우브 부부가 에렌페스트로 돌아가고, 나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마석에 슥슥 마력을 넣으며 체내의 압축률을 낮춰갔다. 지금까지는 무의식 중에 압축하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가급적 압축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 같다.
……마력을 압축해 넣는 것은 익숙하지만, 얇게 피는 것은 의식하지 않으면 어렵네.
조금이라도 압축해서 마력을 넣는 그릇에 공간을 만들어 목숨을 잇지 않으면 안 되던 평민 시절과 달리, 얇게 펴서 그릇에 담기는 마력을 줄이면 제어는 가능하게 되는 모양이다.
"……아?"
마석에 슥슥 마력을 방출하고 있었더니, 도중에 팟 하고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스윽 진정되는 듯한 감각이 한 순간에 찾아왔다. 본능적으로 이것이 슈타프의 임계치인 것이라고 짐작하고, 나는 좀 더 마력을 마석에 흘린다.
"음. ……이걸로 괜찮겠지."
……괜찮으면 좋겠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친 뒤 학생들은 모두 다목적 홀에 모였다. 숙청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다목적 홀에 모인 학생들은 아우브 부부가 기숙사를 방문했던 것을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 모두가 긴장한 표정이었다. 특히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은 얼굴이 굳어 있거나 핏기가 가셔 있거나 하는 사람도 있다.
"다들 알다시피, 어젯밤 아우브가 다녀가셨다. 힐쉬르 선생님과의 면담이 그 이유이지만, 동시에 숙청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 일에 대해서 모두에게 일러 두고 싶다."
빌프리트가 모두를 둘러보면서 당당하게 설명을 시작한다.
당초 예정대로 타령의 첫째 부인인 게오르기네에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사람은 처형. 그리고, 그 이외의 자에 대해서는 조사, 겨울 동안 처분이 결정된다고 듣고 있다.
"이름 올리기를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자는 마티아스, 라우렌츠, 뮤리에라, 바르톨트, 카산드라의 다섯 명. 그 이외의 사람은 곧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원래대로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다."
"……시간이 걸려도 다시 가족과 만나게 되네요."
다행히라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은 레오노레에게 포박되었던 1학년의 그였다. 그의 말에 다목적 홀 안에 안심한 공기가 찬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름을 올릴 필요도 없다, 그런 말을 듣고 마음이 풀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가족이 게오르기네에 이름 올리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행히라고 나도 생각한다.
하지만 가족을 잃고 이름을 바쳐야 하는 바르톨트과 카산드라는 핏기가 가신 새하얀 얼굴을 하고 있다. 걱정이 되어 시선을 돌리자, 두 사람은 무리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미소를 띄운다. 내가 걱정하면 그들이 표정을 수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깨닫고 살짝 시선을 피한다.
"고아원의 아이들도 포함하해 앞으로의 처신에 대해서는 앞서 말한 그대로다. 벌금으로 끝나는 자에 관해서는 귀족원이 끝날 때까지는 집으로 돌아오도록 되어 있겠지만, 처분이 무겁고, 당분간 노역에 복무해야 하는 사람의 아이는 가족의 노역이 끝날 때까지는 성의 기숙사에서 지내게 된다. 누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부분도 있으므로, 그것을 잊지 않도록."
얘기가 끝나자 가족과 다시는 못 만나는 게 아닌가, 내내 긴장하고 불안했던 아이들부터 마음이 느슨해지며 자연스러운 미소가 넘쳐났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것에 안심하며, 나는 자신의 측근들의 모습을 본다. 그렇게 못마땅한 얼굴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로제마인님."
마티아스와 라우렌츠가 그렇게 외치며 다가오자, 레오노레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쓰윽 나섰다. 브륜힐데나 리제레타도 경계하는 표정이 되고, 순식간에 다목적 홀이 긴장에 휩싸인다.
호위기사들에게 막힌 채,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저희의 돌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름을 받으실 준비가 되면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일찌감치 받아 버립시다. 그러면 레오노레들도 이처럼 경계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리제레타, 방을 준비해 주세요. 둘 다 입회하는 것은 저의 측근으로 괜찮을까요?"
"넷!"
이미 한번 로데리히의 이름을 받았던 적이 있으므로, 그렇게 긴장하는 일도 없이, 나는 이름을 받을 수 있었다. 나의 호위기사들이 입회해 지켜보며,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을 한 명씩 부르고, 차례로 이름을 받는다. 나의 마력으로 묶는 순간은 둘 다 꽤나 힘들어 보였다.
"이로써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는 저의 측근입니다. 호위기사로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 드립니다."
두 사람의 이름을 받고, 다목적 홀로 돌아가자, 뮤리에라가 부러운 듯이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에 시선을 향했다. 나로부터 거리를 둔 상태로, 아쉬운 듯 한숨을 토한다.
"저도 가급적 빨리 이름 올리기를 하고 싶습니다만, 좋은 소재가 수중에 없습니다."
"로제마인님의 허가가 있으면 다음 흙의 날에는 뮤리에라의 소재를 얻기 위해 동행하고 싶습니다."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의 말에 나는 곧 허가를 내주었다. 가족이 무사하다고 기뻐하는 아이들과는 함께 행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급적 빨리 측근으로 넣고 싶다.
"네. 부탁합니다. ……브륜힐데, 레오노레, 그레티아를 불러도 좋을까요?"
"그레티아에 대해서는 먼저 이쪽의 대화가 필요합니다, 공주님. 무슨 말씀을 하실 생각이신지요?"
리할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네? 그……이름을 올릴 필요는 없어졌지만, 아직 저를 섬길 마음이 있나요? 라고 물어보려고……."
내 말에 측근들이 즉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로제마인님. 그레티아는 옛 베로니카파의 가족이 있으니, 이름을 올리지 않고는 섬길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로제마인님.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주위는 로제마인님 곁에 두어도 안전하다고 간주하는 것입니다."
"아무런 보증도 없는 옛 베로니카파의 그레티아를 측근으로 하면 주변의 비난이 심해지게 되고, 고생을 하는 것은 그레티아가 됩니다."
모두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는 조금 고개를 숙였다.
"……적어도 테오도르와 같이 귀족원에서만 측근으로 한다는 형태는 불가능한가요? 학생의 근시가 없는 것도 곤란하죠?"
성에서는 몰라도, 귀족원에서의 근시 부족은 심각한 것이다. 내 말에 브륜힐데와 리제레타가 곤란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조금이라도 빨리 후힘의 교육이 필요한 것은 근시 두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언짢은 얼굴 그대로 고개를 내저었다.
"귀족원에서 모시는 것은 장래적으로 가장 관계가 깊은 신하가 됩니다. 지금부터 앞을 생각하면, 이름을 올리지도 않은 그레티아를 측근으로 들이는 것은 반대입니다."
모두의 반대로 나는 고개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목숨이 걸린 마티아스들은 어쨌든, 그레티아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이름 올리라는 강요 같은 것을 할 수 있을리 없다. 로데리히는 이름 올리기를 이 사람이라고 정한 자신의 주인에 대해, 자신의 충성을 보이며 목숨까지 포함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의식이라고 말했다. 그만큼의 각오와 충성심이 그레티아에게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레티아 쪽에서 이름을 바쳐서라도 모시고 싶다는 신청이 없는 한은 포기하세요."
"……네."
오늘 오전은 영주 후보생의 강의이다. 지난번 강의에서 만든 금가루와 거리의 설계도 등의 준비물을 챙긴 측근들과 함께 강의실로 향한다. 방 앞에서 측근들과 헤어지게 되는데, 강의에 필요한 물건을 리할다가 하나씩 주면서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공주님, 괜찮겠습니까? 금가루도 남아있습니다만……."
"전부 괜찮습니다. 자신의 짐입니다. 스스로 듭니다."
혼자만 진도를 쭉쭉 진행한 결과가 이 짐더미다. 설계도나 금가루, 앞으로 필요한 마석 등, 혼자 들기에는 곤란할 정도의 짐이 있다. 본래라면, 조금씩 가져가면 되는 것들이다. 영주 후보생이 짐에 찌부러지는 사태가 될 만한 것이 아니다.
"로제마인, 이리 와라. 그대가 혼자 들기에는 분명히 무리이다."
빌프리트는 나로부터 마석 자루를 받고, 리할다가 갖고 있던 금가루 자루도 받아든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고맙습니다."
작은 모형정원이 즐비한 책상 가운데, 발판이 있는 책상으로 향한 나는 설계도만 상자 옆에 두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금가루와 마석이 든 짐을 둔다.
"평안하신지요, 로제마인님, 빌프리트님."
"평안하신지요, 한넬로레님."
옆자리의 한넬로레에 인사를 하고, 빌프리트는 자신의 친구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 자리를 떠나간다. 인사를 하며 빌프리트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 한넬로레가 쿡쿡 흐뭇한 듯이 나를 보았다.
"이렇게 짐을 나르는 것을 도와 주시다니, 빌프리트님께서는 자상하시네요. 멋진 약혼자라 부럽습니다."
동경의 눈초리를 받고 나는 무심코 고개를 흔들어 버렸다. 나와 빌프리트는 그런 눈으로 볼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저의 몸집으로는 짐에 으깨져 버릴 거 같아서요. 레스티라우트님도 한넬로레님이 곤란을 겪고 있으면 도움을 주시지요?"
조금 아득한 눈을 한 한넬로레가 생긋 웃었다.
"네, 그렇네요. 오라버님은 아마 근시를 부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건 자기는 들어주지 않는다는 거지?
"그것보다, 전, 로제마인님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요즘은 도서관에 오시지 않나요? 저, 어제 오후에 도서관에서 슈바르츠들에게 마력 공급을 했더니, 공주님이라고 불려서 매우 놀랐습니다."
"네? 한넬로레님이!?"
올탄시아가 관리자가 되기 전에 한넬로레이 관리자가 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 도서관에는 새로운 상급 사서가 들어왔으니, 슈바르츠들의 관리자를 변경하기 위해 저는 마력 공급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네? 네? ……그럼, 저는……."
"협력자분들에게는 앞으로도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솔란지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만, 마력 공급을 할 때에 이야기를 듣지 못하셨나요?"
두 사람이나 사서가 있는 것이다. 한 명은 반드시 열람실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관리자가 바뀔 만큼 몇번이나 마력을 공급하러 가면, 올탄시아의 모습도 봤을 것이고, 솔란지도 한 마디 정도는 주의했을 것이다.
"전, 슈바르츠들에게 마력을 공급하러 갔을 뿐이라, 그, 독서를 할 시간도 없어서 서둘렀기에, 열람실에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사서 분이 오셔서 관리자를 변경한 참이었다니……."
"단켈페르가는 아직 신입생 등록을 마치지 않았나요?"
"오늘 점심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 뭔가 매우 타이밍이 나쁜 느낌이 듭니다만!
"어제 공주님이라고 불린 시점에서 솔란지 선생님에게 상담하시지 않았나요?"
"로제마인님이 마력을 공급하면 바로 돌아가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그다지 심각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둘이서 "어떡하죠." 라고 고민하며, 나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한넬로레는 상위 영지의 영주 후보생이라서 마력이 많지만, 올탄시아도 중앙의 상급 사서이다. 올탄시아가 매일 마력을 넣었더라면, 그렇게 간단하게 관리자가 한넬로레로 변경될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솔란지는 협력자의 마력 공급을 중단시키려고는 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도서관에 연락해서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가 필요하겠네요. 한넬로레님에게 악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도서관에서도 협력자들에는 도움을 부탁한다고 했었으니, 그다지 심각하게 될 일은 아닙니다."
"그렇네요. 올도난츠를 보내고 의논하겠습니다."
한넬로레의 이야기가 일단락된 시점에서 에그란티느가 들어왔다. 강의의 시작이다. 다른 모두가 모형정원의 영지를 자신의 마력으로 물들이며 땅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나는 에그란티느에게 이상의 도서관의 설계도를 제출했다.
"저, 로제마인님. 이 설계도로 보건대, 즉, 거리 전체를 도서관으로 만드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것이 저의 이상의 거리이니까요."
내가 가슴을 피고 대답하자, 에그란티느는 "그다지 실용적이진 않지만." 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에그란티느님의 얼굴이 "아이의 꿈을 깨는 것도 나쁘죠." 라는 얼굴이 되었어!?
나는 황급히 자신의 거리의 설계도에 대해 설명한다.
"실용적이에요. 제대로 구획 정리가 되어 있고, 도로와 선착장으로부터 오른쪽의 이 부분이 상업 구역이고, 왼쪽이 공업 구역이 됩니다. 각지의 책을 수집하고 매매하는 상업 지역과, 책을 제작하는 공업 지역이 있고, 이쪽은 각지에서 도서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숙박 시설이나 음식점이 늘어선 관광 지역이고……."
"그럼 당장 만들어 봅시다."
……흘려넘겼어?
"로제마인님은 이쪽으로 오세요."
나는 에그란티느에게 끌려가, 한층 더 안쪽의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마법진이 하나만 있는 작디작은 방이었다.
"이 마법진에 마력을 채우세요. 충분한 마력을 채우게 되면, 어둠의 신과 빛의 여신의 이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네?"
"아무래도 최고신의 이름은 하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랜 옛날, 이를 검증한다며 최고신의 이름을 받은 영주 후보생들에게 묻고 다닌 연구자는 금과 어둠의 불길에 휩싸여 사라지고, 신의 이름을 누설한 영주 후보생은 이후 최고신의 이름을 외쳐도 축복과 가호를 받지 못해, 영주 후보생에서 탈락했다는 일화가 남아 있습니다."
……그거 뭐야? 무서워!
"로제마인님도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도록, 결코 부주의하게 말하지 않도록 조심하시옵소서. 저는 저 방에 있을 테니, 이름을 받으면 돌아오세요."
"알겠습니다."
에그란티느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고신의 이름에 관해서는 페르디난드도 상당히 취급이 조심스러웠다. 집중 예습에서도 입에 담지 않을 정도로 철저했었다. 어째서인지 몰랐는데, 그렇게 무서운 이유가 있었던 건가.
에그란티느가 퇴실한 것을 확인하고, 나는 마법진 위에 무릎을 꿇었다. 마법진에 손을 얹고 언제나처럼 기도 자세를 취했다.
"나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감사와 기도를 바치는 자이니."
기도를 바치며 마법진에 마력을 넣어간다. 크지 않은 마법진인데도, 마력을 아무리 부어도 채워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마력을 줄이는 것은 이 강의 후에 하는 것이 좋았겠다. 타이밍이 안 좋아.
나는 한 손으로 허리부근을 더듬어 회복약을 집었다. 상냥함들이를 원샷 하고, 계속해서 마력을 쏟아 간다.
그러던 중,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뇌리에 빛으로 새겨지는 것처럼 최고신의 이름이 떠오른다.
……어둠의 신이 시크잔트라하트이고, 빛의 여신이 페어슈프레디.
길고 기억하기 힘들어, 언제나 고생하는 신들의 이름이지만, 최고신에 관해서는 뇌에 직접 쓰여지는 느낌이라 잊을 것 같지 않다.
"높고 정정한 하늘을 관장하는 최고신은 어둠의 신 시크잔트라하트, 빛의 여신 페어슈프레디."
머릿속에 뚜렷이 떠오르는 최고신의 이름을 말하며 중얼거린 순간, 슈타프가 오른손에서 멋대로 나타났다.
"꺅!?"
공중에 뜬 나의 슈타프로, 마법진에서 피어오르는 금색의 빛과 어둠의 검은 색이 들어간다. 공중에 떠서 자신의 손을 벗어난 슈타프인데도, 나와 연결되어 있는지, 자신의 몸에 마력이 흘러들어 오는 감촉이 있다. 마법진에 넣고 있던 자신의 마력인지라 큰 불쾌감은 없지만, 역류하는 감촉은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기분 나쁘다.
……이런 놀라운 체험을 하는 것은 미리 가르쳐 주세요, 에그란티느님!
마음 속으로 에그란티느에게 외치는 사이에, 모든 빛을 빨아들인 것 같다. 마법진에서 올라오던 빛이 사라졌다.
"뭐였지?"
그렇게 중얼거린 직후, 이번에는 슈타프에서 금색의 빛과 어둠의 검은 색이 튀어나와, 뒤틀리듯 나선을 그리며 위로 올라가서 천장에 빨려들고, 사라진다.
"와아아아앗!"
넣었던 마력은 물론, 몸에 남아 있던 마력의 대부분을 순식간에 빼앗겼다. 급격한 마력의 변화에, 나는 무릎을 꿇은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치 빈혈처럼 눈앞이 하얘져오는 감각에, 황급히 허리의 약통에 손을 뻗어 상냥함들이 회복약을 한번에 마신다.
잠시 주저앉은 채 회복을 기다리고 있자, 문 너머에서 걱정스러운 에그란티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제마인님,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마력을 과용한 것 같아, 회복약을 사용했습니다. 지금은 회복중입니다. 움직일 수 있게 될 때까지, 좀 더 기다려주세요."
"움직일 수 없나요? 문을 열어도 되겠습니까?"
에그란티느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리고, 문 너머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모두에게 보이는 것은 곤란하다. 영주 후보생으로서는 상당히 보기 흉한 모습인 것이다.
"안 됩니다. 조금이면 되니까 기다려주세요."
"로제마인, 나다. 쓰러진 것인가?"
"마력이 줄었을 뿐이에요. 페르디난드님의 회복약을 마셨으니, 곧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런가? 알았다."
빌프리트가 납득한 듯한 목소리로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을 느꼈다. 에그란티느에게 걱정할 필요 없을 거라고 말하면서 달래주는 듯 하다.
"……이제 괜찮을까?"
손발을 흔들어 움직이고,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문제 없이 움직일 수 있다. 가볍게 치마를 털고, 조금 흐트러졌던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어 다듬고, 작은 방을 나섰다.
"로제마인님, 몸은……."
"괜찮아요. 마력을 한꺼번에 사용해서 회복에 시간이 걸렸을 뿐입니다. 그것보다 최고신의 이름은 기억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요?"
나는 문제 없고, 강의를 계속하겠다고 어필하면서 걱정스러운듯한 에그란티느를 향해 웃는다.
에그란티느는 체념한 것처럼 가볍게 숨을 뱉고, 나의 모형정원을 작은 방으로 운반한다. 다른 자들에게 최고신의 이름이 들리지 않도록, 이쪽의 방에서 하는 것 같다.
"……그럼, 엔트비켈른을 합시다. 이쪽이 엔트비켈른에 쓰는 마법진들입니다. 엔트비켈른에는 모든 속성이 필요합니다."
에그란티느가 설명해주지만, 그것은 다 안다. 페르디난드의 집중 강의에서 철저하게 주입된 것이다. 슈타프를 "스틸로" 로 변화시키고, 공중에 마력으로 마법진을 그리고 거기에 금가루를 넣어간다. 마법진이 완성되면 주문을 외우면서 거기에 설계도를 넣는 것이다. 이 설계도를 쓰기 위한 종이도 마력으로 조제된 마술 도구이다.
"이 마법진은 실수가 없도록 크게 그리세요. 그 이후에 건물의 크기에 맞게 줄이겠습니다."
절차를 설명하고, 순서가 적힌 종이를 건네고, 에그란티느는 작은 방을 나간다.
나는 순서대로 엔트비켈른을 진행하고, 모형정원 안에 자신의 이상의 거리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보면, 규모는 작지만 페르디난드가 소신전을 만들었을 때와 똑같다.
"에그란티느 선생님, 됐습니다!"
"어머, 한 번에 성공했네요. 그럼 이쪽에 경계 문을 만들어 볼까요."
에그란티느가 예시로 만든 모형정원과 잇대어 경계문을 만드는 연습을 한다. 경계문은 인접 영토의 아우브의 허가를 받아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두 명의 공동 작업이라는 느낌이다. 양쪽에서 마법진으로 동시에 결계에 구멍을 만들어 고정하는 느낌이다.
"경계문은 드나들 수 있도록 항상 열어두고 있지만, 국경문은 왕과 아우브, 양쪽의 허락 없이는 열리지 않아 기본적으로 닫혀있습니다. 에렌페스트는 아마 동쪽에 국경문이 있었죠? 본 적이 있나요?"
"아니요. 아직 없습니다. 다만 킬른베르가는 다음 봄에 방문할 예정이라, 한 번 제대로 보고 싶습니다."
경계문도 제대로 만든 나는 최고 속도로 영주 후보생의 강의를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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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숙청의 설명을 하고,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의 이름을 받았습니다.
뮤리에라는 조금 뒤에 측근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최고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강의 종료입니다.
날아간 마력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또 다음에.
다음은 문관 코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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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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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 스틸로(スティロ): stylo. 펜이라는 뜻. 서자판(書字板; wax tablet)에 글을 적는 철필(stĭlus)이 어원이다.
13화. 군돌프 선생님의 강의 합격
군돌프 선생님의 강의 합격
"로제마인님은 대단히 빨리 영주 후보생의 강의를 마치셨습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에그란티느는 그러면서 푸근한 미소를 띄운 뒤, "강의가 끝났으니, 다과회에 초대해도 괜찮을까요?" 하고 물어왔다.
"정말 안타깝습니다만, 지금부터 저는 문관 코스를 취해야 하는 것입니다. 당장은 어렵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문관 코스가 끝나면 다과회를 하도록 해요."
"네."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떡이며 에그란티느의 다과회보다 단켈페르가와의 다과회가 우선이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단켈페르가와 공동연구의 이야기도 해야 하고, 클라릿사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슈바러츠들의 주인이 한넬로레로 바뀐 것에 관한 논의도 필요하다. 거기까지 생각한 곳에서 깨달았다.
"저, 에그란티느 선생님, 도서관의 마술도구의 관리자 변경은 왕족의 안건이였죠? 저로부터 올탄시아 선생님으로 변경할 때에도 입회가 필요했던 것 같고……."
내 말에 옆자리의 한넬로레가 움찔 어깨를 들썩였다. "왕족의 안건이라는 건 못 들었어요." 라는 얼굴이 되어 있다. 왕족 안건인데다, 올탄시아가 중앙의 기사단장의 첫째 부인이다. 도서관에 말을 하기 전에, 왕족인 에그란티느에게 한번 이야기를 하는 쪽이 좋다.
"사실은 도서관의 슈바르츠들의 관리자에 대한 것입니다만……."
나는 한넬로레가 열람실에 들어가기 전에 마력을 공급하고 있던 것, 솔란지가 협력자에게는 계속 협력을 부탁했던 것, 도서관 측의 설명이 없었음을 말하고 한넬로레는 선의로 협력해줬을 뿐인데, 관리자가 되어 버린 것을 보고한다.
"한넬로레님이 관리자로……?"
"죄송합니다, 에그란티느 선생님. 전, 이럴 줄은 모르고……."
창백해져 있는 한넬로레의 옆에서 나는 한넬로레를 원호한다.
"한넬로레님에게 악의는 없었습니다."
"네, 그것은 이해합니다. 로제마인님뿐만 아니라 한넬로레님도 대단히 협조해 주었군요. 솔란지 선생님이 협력자의 존재를 아주 기꺼워하시던 이유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한넬로레의 사과에 에그란티느는 "많은 마력을 공급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며 미소 지었다. 왕족으로부터 어떤 질책을 받을지 벌벌 떨면서 기다리고 있던 한넬로레의 어깨에서 힘이 빠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에그란티느 선생님, 전, 한넬로레님의 말씀을 듣고 조금 생각했는데, 올탄시아 선생님의 마력이 모자라는 것은 아닌지요? 매일 슈바르츠들에게 마력을 공급하고 있었다면 한넬로레님이 아무리 우수한 영주 후보생이더라도 관리자가 되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서관 안에는 많은 마술도구가 있으니, 슈바르츠들보다 우선하는 마술도구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한넬로레의 말에 나는 음,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슈바르츠와 바이스는 도서관 업무에 있어 상당히 중요하다. 미루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왕족의 입회 하에 관리자를 변경해야 할 정도이다.
"걱정은 잘 압니다, 로제마인님, 한넬로레님. 옛날에는 상급 사서가 세명 이상은 필요했다고 들었어요. 혼자서는 마력도 한계가 있겠죠. 지금이 어떤 상태인지, 도서관 사서에게 이쪽으로부터도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에그란티느 선생님. …… 어쩌면 이건 힐데브란트 왕자에게 이야기해야 했을까요?"
힐데브란트는 왕족으로서 귀족원에 재학하고 있고, 관리자를 변경할 때에도 "의무는 할 수 있는데." 라고 말했을 것이다.
"힐데브란트 왕자에게는 이쪽에서 이야기를 해 둘 테니, 괜찮아요."
에그란티느에게 힐데브란트의 대응도 부탁한다. 이로써 보호자들의 말대로 왕족들과의 접촉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에그란티느 선생님에게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로제마인님.왕족 안건인 줄은 몰랐어요……."
도서관에 보고하고 왕족에게 호출이 오면, 아우브까지 포함하는 소동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한넬로레가 중얼거린다. 나는 너무 미안한마음이 되었다.
"관리자를 변경할 때, 왕족의 입회가 있었던 것이 떠올랐어요. 강의로 만나는 횟수가 가장 많으니, 저도 한넬로레님께 도서관에 대한 것을 말씀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열람실에 들어가 선생님께 인사를 했어야 했어요."
"두 분 다 그 정도로 하시옵소서. 연락을 게을리한 도서관 측에 가장 큰 과실이 있습니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마주 사과하는 모습을 보던 에그란티느가 쿡쿡 웃었다.
"저, 에그란티느 선생님.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그렇게 서론을 두고, 나는 에그란티느에게 가호를 얻는 의식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을 알린다. 그리고 한넬로레에게는 단켈페르가의 협력을 원한다는 것도 전했다.
"단켈페르가와의 공동 연구인가요?"
두 사람이 모두 눈을 크게 떴다.
"네. 단켈페르가에는 복수의 가호를 얻고 있는 기사 견습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에렌페스트 이외의 상황을 아는 데에 꼭 협력 주셨으면 합니다. 조금이라도 많은 신들로부터 가호를 얻는 것은 귀족에게 있어 중요하다고 왕족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고……."
에그란티느에게 시선을 돌리고, 아나스타지우스의 말이 있었음을 슬쩍 언급하고, 한넬로레에게 방긋 미소를 던진다.
"오랫동안 단켈페르가에서 해온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연구로서 정리하기 위해, 공동 연구라는 형식으로 제안을 드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아우브와의 상담도 있으시니, 대답은 다과회 시간에 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아우브에게 상담해 보겠습니다."
그런 느낌으로 연구에 관한 사전 작업을 하고 문관 코스로 돌격한다. 영주 후보생 과정을 마친 나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 차례로 문관 코스의 선생님께 시험 예약을 신청해나갔다.
영주 후보생 코스를 우선해야 했기에, 문관 코스의 첫날에는 참여할 수 없어서, 첫날의 시험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개별로 시험 예약을 낼 수밖에 없다.
……빨리 끝내지 않으면 단켈페르가와의 다과회에 못 맞추니까.
도서관에서 사용할 마술도구를 마련할 목적이었는데, 예상 밖의 연구를 하게 되어 버려서, 귀족원 생활은 꽤 바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강의는 가급적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문관 코스는 마술도구를 만들거나, 마법진을 자세히 공부하거나, 옛 문헌을 읽거나 하는 공통 강의와, 정보 수집이나, 자료의 정리에 관한 강의나, 약초나 약품에 관한 강의, 의학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는 강의 등 자기 입맛에 맞게 취하는 선택 강의가 있다.
모두 페르디난드와 예습한 것으로, 큰 실수가 없는 한, 합격을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발 선생님의 예정이 비어 있기를.
선생님에게 여유가 없으면, 개별 시험을 받아주지 않아서, 이럴 때는 신을 찾아야 한다. 부탁한 보람이 있었던 듯, 바로 군돌프의 답장이 왔다. 군돌프는 문관 코스 강의를 세개 정도 맡고 있으니, 단숨에 끝내버리고 싶다.
"시간을 잡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군돌프 선생님."
"아, 로제마인님. 이쪽으로 오시지요."
나는 조합 옷을 입고 실기에 필요한 조제용 재료를 피리네와 로데리히에게 받아, 문관 전문동에 있는 군돌프의 연구실로 향했다. 힐쉬르의 연구실도 북적거리고 있었지만, 이곳도 꽤 여러가지 물건이 나뒹굴고 있었다. 글 쓰는 책상은 난장판이 되어 있는데, 조제하기 위한 책상만 예쁜 것은 어느 연구실도 마찬가지인 걸까?
"그럼 당장 조합부터 시작하지요."
공통의 실기에서 마력을 나누는 것이 있었는데, 문관 코스는 좀 더 고도로 되어, 마력을 속성별로 나누어, 그것을 더욱 맞춰 소재작성부터 시작하는 실기도 있다. 양부님이 준비한 마석으로 마력을 줄이고 있었으므로, 나의 슈타프로도 무난히 조제할 수 있다.
……양부님, 감사합니다!
차례로 조합 냄비에 소재를 넣어가며 과제의 약을 만드는 모습을 군돌프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물끄러미 바라본다. 조합에는 익숙하다고 해도, 일대일의 시험은 꽤 긴장하게 된다.
"로제마인님은 시간 단축의 마법진까지 사용하시는 건가요?"
"전, 몸이 약하기 때문에 회복제는 필수입니다. 많이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 몸으로는 장시간의 조합이 힘들기에 페르디난드님이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많은 강의를 끝내고 싶으니 더더욱 하나의 조합에 시간을 쏟고 있을 수 없다. 시간 단축의 마법진은 대활약이다.
"로제마인님은 스스로 약을 만드십니까?"
"그렇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이 자신의 약 정도는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되라고 가르치셔서……. 덕분에 페르디난드님께서 아렌스바흐에 가셨도, 저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언제까지나 보호자에게 맡길 수는 없죠, 라며 미소짓자, 군돌프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라며 고개를 저었다.
"약의 조합 등은 보통 측근의 문신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영주 후보생에게는 약의 작성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뭣이!? 약 만들기는 문관의 일이야? 금시초문이야!
약 만들기는 계속 페르디난드가 했었다."자신의 약 정도는 스스로 만들 수 없으면 어떡하려는가?" 라고 계속 말하고 있었으므로, 약이라는 것은 스스로 자작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통의 영주 후보생은 측근의 문신에게 맡기는 것이 본래의 모습인 것 같다.
나는 피리네와 로데리히에게 약 만들기를 맡기는 것을 생각하고, 바로 고개를 저었다. 할트무트라면 몰라도, 그 두 사람에게는 무리다.
"페르디난드님이 저를 위해 조제한 약은 특별 사양이라, 마력과 귀중한 소재가 필요하기에, 상급 문관이 가까스로 만들 정도의 물건입니다."
"그것은 어떤 약입니까?"
"……레시피는 물론 비밀입니다. 아, 되었습니다. 이걸로 괜찮습니까?"
군돌프의 질문을 가볍게 흘리고 나는 완성된 약을 보인다. 가볍게 본 것 만으로, 군돌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한 움직임, 시간 단축의 마법진을 써도 전혀 끊기지 않는 안정된 마력, 실패할 조합이 아니군요. 그런 식으로 다른 조합도 부탁드립니다."
"네!"
조합을 하면서 군돌프와 이야기를 한다. 가장 흥미가 있는 것은 가호의 의식인 듯, 다양한 질문을 받았다.
"그 근처의 질문에 관해서는 왕족의 지시도 있고, 영지 대항전에서 발표하게 되니까, 그쪽으로 부탁드립니다. 단켈페르가의 허가가 떨어지면 공동 연구로 발표하게 될 것입니다."
나 혼자서는 대답할 수 없다며, 상위 영지의 권위를 등에 업고 군돌프의 질문을 차단했다.
"연구라면 드레반히엘과 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만……."
"마술도구나 마법진의 연구라면 드레반히엘이 좋습니다만, 가호의 연구는 드레반히엘에 복수의 가호를 얻은 분이 안 계시는 것 같으니……."
"으음……. 그렇다면, 마술도구의 연구를 하시죠."
포기했나 싶었는데, 완전히 포기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군돌프에게 이 연구실에 출입하라는 권유를 받고, 나는 붕붕 목을 흔들었다.
"저는 힐쉬르 선생님의 연구실에 들어가기로 정하고 있습니다."
힐쉬르에게는 여러가지로 은닉하게 할 예정이고, 무엇보다 에렌페스트의 사감이라, 타령에 연구 내용을 빼앗길 걱정이 없다. 무엇보다 페르디난드의 제자인 라이문트가 있어서 연락을 취하기 쉽고, 가호의 연구와 도서관의 마술도구의 작성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나는 아직 녹음의 마술도구를 만들어 페르디난드에게 잔소리를 보내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힐쉬르의 연구실은……. 아니, 이쪽의 연구실이 연구비도 윤택하고, 소재의 품질도 좋습니다."
"그런가요? 하지만, 전, 아직은 연구비가 곤란하지 않으니까요."
군돌프의 말로 살펴보건대, 힐쉬르는 에렌페스트의 원조가 없어, 연구비가 매우 적은 상황인 것 같다. 페르디난드가 지원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힐쉬르가 전부 받아들였을 거라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연구실을 사용하는 대신, 나도 원조하는 것이 좋을까?
……돈보다 식사와 수면 시간과 같은 일상부터 개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로제마인님의 발상은 기상천외한 것이 많아 매우 탐구심을 자극합니다만, 유감이군요."
한숨을 토하며 군돌프가 권유를 포기한다. 페르디난드에게 듣고 있던 것처럼, 물러나는 시기를 알고 있는 모습에 조금 호감을 느꼈다.
"전, 마술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종이에는 관심이 있습니다. 그쪽 연구에 손을 댈 여유가 생겼을 때에는 꼭 드레반히엘과 함께 연구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오호, 마술도구의 종이인가요……. 어떤 마수의 가죽을 찾고 있으신지요?"
"아니요, 마수의 가죽 이외의 소재로 마술도구의 종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연구입니다."
군돌프가 반짝 눈을 번득인다. "그 연구는 저도 관심이 있습니다." 라며 미소짓는다.
"과연. 그쪽 연구는 확실히 단켈페르가보다 드레반히엘에게 적합하겠군요? 꼭 함께 연구합시다."
"하지만, 전, 올해는 바빠서……."
아무래도 올해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고 있자, 군돌프는 신기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렌페스트에는 로제마인님 이외의 문신도 있지 않습니까. 그쪽에게 지시를 내리면 좋지 않겠습니까? 영주 후보생인 로제마인님이 모든 연구를 하는 것은 무리겠죠."
왕족의 지시가 있었던 가호의 연구는 놔두고서라도, 라는 말에, 나는 눈에서 비늘을 떨어뜨리며 군돌프를 바라보았다. 연구는 것은 직접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연구도 모두에게 전력투구시켜도 좋았던 것이었나.
"영주 후보생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영지를 발전시키냐는 것입니다. 문관 코스를 취한 이상, 스스로 연구할 필요도 있지만, 자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연구와 다른 사람이라도 할 수 있는 연구는 나누어 생각하지 않으면, 어느 연구도 진척되지 않습니다. 로제마인님의 착안은 흥미로운 것이 많습니다. 연구 자체는 많은 문관에게 분산시키고, 보고를 훑어보면서 지시를 내고,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드레반히엘에선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한다. 영주 후보생들이 전부 끌어안고 있어서는 다른 문관이 성장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나는 내가 페르디난드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종이의 연구에 대해서는 드레반히엘과 하시죠. 연구를 위한 소재의 풍부함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그것은 멋지네요. 그런 점에서는 에렌페스트는 부족하니까요."
"오랫동안 귀족원에서 교사를 해왔기에, 조합의 도구도 많이 있습니다."
조금 오래된 연구도 문제없이 할 수 있다고 해서, 나는 싱글벙글했다.
"그것은 한번 보고 싶네요. 전, 옛날의 교육 과정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1학년이 슈타프를 취득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어떤 강의를 했나요?"
"흐음. 이제 그 시대의 교육을 받은 학생은 지금의 귀족원에는 없지요."
"어떻게 강의하고 있었는지, 학생의 참고서는 있어도, 교사 측의 자료는 도서관에 없습니다. 어느 학년에서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가르쳤는지, 교사의 시점에서 쓰여진 학습지도 내용도 탐나네요."
"종이의 연구 사이에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정말인가요? 와아, 기대됩니다."
어쩐지 스리슬쩍 설득된 나는 에렌페스트와 드레반히엘의 공동연구로, 마술도구의 종이에 대해서 연구하게 되었다.
이렇게 강의 하나로 조합 두개의 합격을 얻고, 나는 군돌프의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그래서 드레반히엘과 공동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영문을 모르겠다!"
기숙사로 돌아와, 다목적 홀에서 오늘의 시험 결과를 보고했더니 빌프리트에게 혼나버렸다. 그렇게 눈을 매섭게 뜨면서 혼을 내도 곤란하다. 나도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 잘 모른다.
종이의 연구를 하고 싶다, 교사가 정리한 학습지도 내용을 갖고싶다, 그런 잡담을 하고 있었더니, 어느새 공동 연구를 하게 되어 있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테는 인쇄, 제지업을 돕고 있죠? 그 연장으로 종이의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에렌페스트에 있는 마목으로 만든 종이가 어느 정도의 마술도구로 쓸 수 있는지, 마술도구로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렌페스트다운 연구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떨까요? 라며, 나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의 문신 견습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그나츠과 마리안네가 얼굴을 마주 본다.
"……로제마인, 그대는 나와 샤를로테의 문관에게 연구를 시키려는 것인가?"
"네. 로데리히과 피리네는 이야기의 수집이나 집필로 바쁘고, 복수의 가호를 얻은 중급과 하급 귀족이라는 점에서 가호 연구에 꼭 필요해 차출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과 제지업과 인쇄업으로 저뿐만 아니라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테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주위에 알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이복 동생이나 양녀에게만 일을 떠넘기는 아우브라는 악평을 씻어내려면, 친자녀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주위에 보이는 형태로 발표하는 것이 좋다.
"물론 달리 연구하고 있는 것이 있는 문관에게 연구를 시키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지업과 인쇄업은 에렌페스트의 기간 사업이니, 영주 후보생의 측근을 우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나와 샤를로테의 문관 견습이 거절하면 어쩌려는 건가?"
빌프리트의 질문에 나는 아직 이름을 받지 않은 측근 예정의 뮤리에라에 시선을 돌렸다. 푹 빠져서 어머니의 책을 읽고 있는 뮤리에라가 보인다.
"뮤리에라를 종이 연구의 중심으로 하고, 거기에서 옛 베로니카파의 문신 견습에게 일을 돌립니다. 그들은 이름을 올릴 필요가 없어졌으니 측근으로는 들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간 사업의 연구에 관여함으로, 에렌페스트에게 필수적인 인재가 된다면, 장래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고 생각합니다."
처형은 면해도, 범죄자인 가족이 있는 것이다. 귀족원 안은 어쨌든, 지금까지 연좌가 당연했던 에렌페스트에서는 주위의 시선이 따가울 가능성이 높다. 눈에 보이는 형태로 그들이 영지에 얼마나 기여를 하는지 알면, 그 중에 어른들의 대응도 다소 달라질 것이다.
"음……."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테의 문신 견습이 중심이 된다면 바르톨트와 카산드라의 이름을 빠른 시일 내에 받는 게 좋겠습니다. 영주 가문의 측근으로서 일을 맡기며 다른 측근들과의 동료 의식을 갖게 하면서 두 사람의 옛 베로니카파와의 관계를 잘 사용하고, 옛 베로니카파의 문신 견습에게도 연구를 돕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내 말에 빌프리트가 옆에 서 있는 이그나츠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연구하는 내용이 있는가?"
"아뇨, 졸업 연구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을 뿐, 아직 좋은 연구 테마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빌프리트님의 도움이 되어, 꼭 종이의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이그나츠의 대답에 빌프리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나의 문관 견습 이그나츠와 바르톨트를 중심으로 종이의 연구를 하지."
"오라버님, 저의 문신 견습도 잊지 마세요. 마리안네, 부탁해도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샤를로테님."
마리안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드레반히엘과의 공동 연구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름 올리기가 필요하게 되는군."
"저는 흙의 날에, 측근들과 함께 뮤리에라의 이름 올리기를 위한 소재를 얻으러 나갑니다. 바르톨트와 카산드라의 소재를 얻기 위해, 두 사람의 호위기사들도 대동하는 것은 어떨지요? 문관과 근시인 둘로서는 좀처럼 품질 좋은 소재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특히 지금은 이름 올리다를 모면한 다른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과 거리가 생겨 있어, 이름을 받을 예정인 주인으로부터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언니는 여전히 잘 보고 계시네요. ……나탈리에, 카산드라에게 흙의 날의 예정을 들어주세요. 이름 올리기를 위한 소재 채집에 가자고 전해주었으면 합니다."
샤를로테의 호위기사 나탈리에가 카산드라가 있는 곳으로 향하자, 빌프리트도 알렉시스를 바르톨트가 있는 곳으로 보낸다.
이걸로 따돌려지는 학생이 생기는 것은 막을 수 있겠다고 안도하고 있자, 그레티아가 유디트에게 말을 걸어왔다. 유디트와 둘이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향해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 로제마인님."
그레티아를 가까이할 수 없어, 전언을 받아온 유디트가 약간 곤혹스런 얼굴로 내 앞에 섰다.
"뭔가요, 유디트?"
"그레티아도 이름을 올리고 싶어서 땅의 날의 채집에 동행하고 싶다고 합니다."
"……네? 하지만 그레티아의 가족은……."
처형을 모면해서 이름을 올릴 필요가 없어졌을 것이다.
"리할다, 레오노레, 브륜힐데. 그레티아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만, 괜찮을까요?"
"호위기사가 복수 있으니까요. 이야기만이라면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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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 사전 작업을 마치고 문관 코스.
어째선지 종이의 연구를 드레반히엘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심은 빌프리트와 샤를로테.
에렌페스트의 이미지 전략입니다.
다음은 이름 올리기의 채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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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쉽고 편한 날림번역... (먼산...)
14화. 그레티아의 사정과 소재 채집
그레티아의 사정과 소재 채집
나는 방을 준비하고 그레티아와 마주 앉았다. 유디트와 같은 4학년이고 나보다 한 살 위이다. 유디트의 학년은 성적 향상 위원회가 있었을 당시 2학년 팀으로, 학년으로 모여 있었기에, 처음부터 전문 과정으로 나뉘어 있던 상급생에 비하면 학년 내의 사이가 좋다. 그래서인지 유디트 뒤에 미묘하게 숨어 있는 그 주저주저하는 분위기가 귀족으로서는 신기하다.
그레티아는 회색 머리카락을 항상 등 뒤에 하나로 땋고 있다. 리제레타도 그렇지만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게 정돈하고 있고, 그다지 눈에 띄지 않게 하고 있는지, 수수한 옷 차림이다. 하지만 그레티아는 나이에 비해 발육이 좋은 탓인지, 무심코 가슴으로 시선이 가버리고 만다.
"그레티아."
"네, 네!"
이름을 불려 앞으로 나왔지만,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고 듣던 그대로, 평범한 표정으로 서 있어도, 앞으로 모으고 있는 손가락 끝은 가늘게 떨리고 있다.
"유디트한테 들었습니다. 저에게 이름을 바치고 싶다면서요."
"네. 저의 이름을 받아주세요."
"이유를 들려주세요. 그레티아는 이름을 올릴 필요는 없지요?"
그레티아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를 보고는 눈을 내렸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비호자를 원하는 것입니다."
"비호자입니까? 그것은……."
일부러 이름 올리지 않고도, 라고 말하려던 나는 이름 올리기를 하지 않은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을 측근에 넣는 것을 금지받은 일을 떠올리며 입을 다문다.
"지금밖에 없습니다."
그레티아가 번쩍 얼굴을 들었다. 다급한 듯이 나를 본다. 그 덕분에 그레티아의 청록의 눈동자가 잘 보였다.
"저는 지금밖에 없습니다."
"그레티아, 미안합니다. 전 잘 모르겠어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레티아는 입을 다물고, 도청 방지의 마술도구를 내왔다.
"저의 가정 사정은 별로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리할다에게 시선을 돌렸다. 써도 될까요? 라는 무언의 질문은 통한 것 같다. 리할다가 "브륜힐데가 마술도구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후에 공주님에게 주시옵소서." 라고 했다.
내가 접촉하는 물건에 신경질적이 되어 있는 측근들이 독의 유무나 이상한 마법진이 포함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나에게 주었다. 여러가지를 확인하는게 매끄럽고, 다들 독 등의 확인에 꽤나 익숙해져서 감탄했다.
내가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쥔 것을 보고, 그레티아가 입을 연다. 그것은 분명 도청 방지 마술도구 없이는 말 못할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저는……신전의 아이입니다."
"네?"
"청색 무녀와 청색 신관 사이에서 태어난 신전의 자식이라 들으며 자랐습니다."
예상 밖의 신상에 나는 망연자실하면서 그레티아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숙청이 벌어지고 신전에 마력이 부족해지기보다 이전의, 아직 청색 신관과 무녀들이 많았던 시절의 이야기 같다. 나는 청색 신관이라면 마력이 적고, 나이를 먹고 있다는 인상밖에 없지만, 그렇지 않았던 시대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중급 귀족 출신의 청색 신관과 청색 무녀가 몰래 사랑을 키웠다. 본인들은 감추고 있었지만, 임신하면 일은 드러난다.
"신전에 있는 이상 결혼은 할 수 없습니다. 생모는 각각 집으로 돌아가 결혼하고 싶다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귀족도 아닌 청색 무녀가 무슨 짓을 하느냐며 기각되고, 즉시 저의 생모는 친정에 끌려가, 추문을 감추기 위해 집 별채에 격리되었습니다. 이후 아버지인 청색 신관과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레티아는 별채에서 태어나 세례식때까지 자랐다고 한다. 임신하지 않고 신전에 있는 편이 자유롭고 행복했다는 생모의 푸념을 들으면서.
"신전에 있으면 친가의 원조와 함께 영주님의 보조금이 나옵니다. 제례식으로 각지를 돌면 청색 무녀로 떠받들여져, 금전이나 물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별채에 파견되는 친가의 감시자는 달리, 근시는 자신의 명령에 충실한 회색 신관이나 회색 무녀이고, 자신이 마음 속 깊이 사랑하는 분도 있어 매우 행복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숙청과 중앙으로의 이동이 원인으로, 귀족이 부족해지면서 신전에 맡겨지고 있던 아이들이 귀족 사회로 돌아가는 흐름이 되었다. 별채에 숨겨져 길러지던 그레티아는 마력의 양을 조사한 결과, 별채에서 나와, 정략 결혼을 위해 생모의 오빠와 그 첫째 부인을 부모로 세례식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세례식에서 부모가 결정된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저는 세례식 이후에도 부모님에게 사랑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정략 결혼의 말로서 부끄럽지 않게, 생모의 같은 추문을 일으키지 않도록, 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형제에게는 줄곧 신전의 아이라며, 머리 색깔이 할머니같다고 비웃음당하고, 성장과 함께 조숙해진 몸을 놀리며, 은연히 괴롭힘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레티아는 그렇게 말하고 꾸욱 치마를 잡았다. 나는 세례식으로 호적을 세탁한 존재를 자기 자신 이외에는 몰랐지만, 친자와의 취급의 차이는 상당히 다른 것 같다.
……친자녀와 다르지 않을 정도로 마음을 나누어 주는 어머님은 정말 대단하네.
방을 만들어 주고, 세례식 의상을 여러벌 만들어 주고, 상급 귀족의 딸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교육에도 신경써 주었다. 사랑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은 없으며, 오라버님들로부터의 괴롭힘도 없다. 영주의 양녀가 될 테니까, 라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의 집은 중급 귀족이며, 계파 중에서는 계획을 세우는 쪽이 아니라, 실행을 강요당하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집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안정시키기 위해 결혼 상대를 마련합니다. 조금 계열이 높은 집안의 둘째 부인이나 셋째 부인으로서. 하지만 그걸 싫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신전의 아이" 로 불리는 일은 없다. 정략 결혼이라 하더라도 밖으로 나가면 보통의 귀족의 딸로 다뤄진다. 부모와 자식만큼이나 나이의 차이가 있어도 상관 없다고 그레티아는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름 올리기에 대한 강요는 저에게 있어 신들의 구원의 손이었습니다. 제 가족과는 인연이 끊어지고, 스스로의 주인을 선택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신전장인 고아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에렌페스트의 성녀 로제마인님이라면 신전의 여식인 저의 신상을 알고도 특별한 감정을 갖지 않고 받아들이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근시로서의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불안하게 생각했지만, 내향의 일을 주로 하도록 내가 승낙한 것으로, 그레티아는 굉장히 안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저의 부모는 처형을 면하고 말았습니다. 숙청으로 처형되고 있으면, 나는 슬픈 얼굴을 보이면서 이름을 올릴 수 있었었는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족이 숙청을 피한 것을 기뻐하는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과 함께 미소를 보이면서 그레티아는 혼자 절망을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저는 아버님이 처형을 모면했다고는 해도, 중죄를 범하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명령하는 것은 다른 쪽이지만, 실행하는 것을 거절할 수 없다며 고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레티아는 그러면서 한숨을 토했다.
"중죄를 저지른 자들의 딸을 받아들일 분이 있을까요? 가족의 취급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기 위한 정략 결혼의 결과, 저의 취급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좋은 대우를 받을 집으로 시집갈 가능성은 현저히 낮습니다. 저는 가족 내에서 계속 고개를 숙이며 타인의 눈치를 읽는 것과, 최악의 사태를 떠올리는 것이 특기입니다."
그리고 상정한 예상 중에서도 자신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으로 일이 굴러갈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름을 올릴 결의를 하며 기뻐할 때, "혹시 가족이 처형을 면하면……?" 이라고 생각해, 실제로 그대로 되고 말았다며 고개를 숙인다.
"그레티아, 이름을 올린 자의 생사는 주인에게 종속되어, 주인이 몰락할 때에는 함께 떨어지게 됩니다. 물론 그런 일이 없도록 조심하지만, 베로니카님이 실각한 것처럼 제가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제가 비호자로서 모자람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 근처는 잘 생각했나요?"
어쩐지 자신이 과대 평가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 것과, 이름 올리기로 가족에게서 벗어나는 것만 생각해 단점에 눈을 돌리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느끼면서 나는 그레티아에 주의했다.
"로데리히와 유디트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로제마인님은 평민인 전속 악사와 전속 요리사의 처우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로데리히이 가족과 접촉하지 않도록 손을 쓰고 계시죠? 저는 자신의 선택에 잘못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그레티아가 "근시 견습인걸요.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라며 작게 웃고, 곧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가족의 시선이 닿지 않는 지금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로제마인님에게는 근시가 적다고 들었습니다. 전, 누구에게도 시집가지 않고 평생 모시라고 해도 받아들이겠습니다. 오히려 바라는 바입니다. 부디 저의 이름을 받아주십시오."
그레티아의 청록의 눈은 진지했다. 정말로 뒤가 없는 절박한 감정이 전해진다.
"저도 한번은 이름을 받을 각오를 했습니다. 그레티아에게 그만큼의 각오가 있다면, 이름을 받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화앗 하고 그레티아가 웃었다. 그레티아가 고개를 수그리지 않고 이렇게 웃을 수 있도록 주인으로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 라고 생각했다.
나는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그레티아에게 돌려주고, 그 자리에 있는 측근들에게 그레티아의 이름을 받는 것을 알린다.
"흙의 날에는 뮤리에라와 그레티아의 소재를 캐러 갑시다."
"알겠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대답한 뒤, 마티아스가 방긋 웃었다.
"그럼 다목적 홀로 돌아가, 이름 올리는 돌로서 쓸 정도로 고품질의 소재를 얻는 방법을 설명해 드리죠. 효율적인 채집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목적 홀로 돌아간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쪽을 보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에게 방긋 웃고, 나는 이름 올리는 돌을 위한 소재를 얻기 위한 설명을 하고 싶다고 알린다.
"고품질의 소재를 얻기 위한 방법이 있다고 해요."
"아무래도 타니스베파렌 같은 강하고 고품질의 소재를 얻을 수 있는 마수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 마수는 기본적으로 아주 강해서, 문관이나 근시로서는 소재를 얻기 어렵습니다. 시간은 걸리지만 확실히 얻을 수 있는방법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타니스베파렌 같은 마수가 그 근처를 서성이고 있으면 무섭다고 할 정도가 아니다. 마티아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품질의 소재를 얻는 방법이라는 말에, 이름을 올리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이야기를 들으러 다가왔다.
"어떻게 하는 건가?"
빌프리트에게 재촉받아, 마티아스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채집 장소에 가서 타이가네메의 열매를 자신의 마력으로 물들여서 채집합니다. 그것을 마수에게 먹이면 마수가 타이가 네메의 열매에 찬 마력으로 강대화합니다. 그 마수를 쓰러뜨리고 마석을 얻습니다. 1학년인 로제마인님이 단켈페르가와의 딧타에서 마수를 거대화시켰을 때에 알게 된 방법입니다."
류엘의 열매와 비슷한 효과를 가진 마목이 채집 장소에 있는 것 같다.
"다만 귀찮은 것은, 타이가네메의 열매는 하나의 속성밖에 마력을 받지 않습니다. 자신의 속성과 같은 수의 열매를 물들여야 합니다."
마력의 속성을 나눠 열매를 물들여야 하므로,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속성의 분리를 배우는 3학년 이상이 아니면 못 하는 것이다. 다행히 이름을 올려야 하는 사람은 모두 3학년 이상이어서, 이번은 문제 없다.
"기사 견습이 약해진 마수에게 마력이 든 타이가네메의 열매를 먹게 하고, 거대화한 직후의 마력이 익숙하지 않을 때를 노리고 숨통을 끊어, 마석을 얻습니다."
"……과연. 확실히 시간이 걸릴 것 같군. 나도 고품질의 마석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이번은 보류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빌프리트가 깊이 끄덕이는 것을 보던 레오노레가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에게 시선을 돌렸다.
"타이가네메의 열매를 물들이는 동안의 수비도 필수적이며, 치명타를 넣기 좋은 상태까지 마수를 약화시킬 필요도 있기에, 인원이 필요합니다.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님은 얼마나 호위기사를 빌려주실 수 있습니까?"
"언니의 호위기사는 얼마나 기숙사에 남나요?"
샤를로테가 나를 바라보았다. 흙의 날의 예정은 없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레오노레에 시선으로 물었다. 레오노레가 방긋 웃었다.
"로제마인님의 호위기사는 모두 동행할 예정입니다. 주인인 로제마인님이 계시니까요."
"……금시초문이에요, 레오노레."
"마티아스의 설명을 이제 막 들었을 뿐이니, 저도 처음 말한 것입니다."
레오노레는 태연히 그렇게 말하면서 나와 동행하는 이유를 서술하기 시작했다.
"로제마인님과 동행하고 싶은 이유는 몇개나 있습니다. 우선 호위기사의 인원을 분산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다음에 타이가네메의 열매를 마력으로 물들이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의 수비로, 로제마인님에게도 슈체리아의 방패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리 기사 견습이 있어도 네명을 상시로 지키면서 마수를 사냥하는 것은 어려우니까요."
확실히 내가 슈체리아의 방패로 그 나무 주위를 둘러싸면, 기사 견습들은 이쪽을 신경 쓰지 않고 마수를 사냥할 수 있고, 모두는 집중해서 열매를 물들일 수 있다. 류엘의 열매를 물들이던 당시엔 열매에 달빛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슈체리아의 방패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힘들었었다.
……첫해엔 실패했고 말야.
"그리고 이만큼의 인원이 채집하게 되면, 축복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로제마인님의 마력을 줄여둔다는 목적도 있습니다. 장시간 슈체리아의 방패를 쓰고, 채집 장소를 회복시켜 두면, 조금은 마력도 빠지겠죠."
……응, 마지막 이유는 아주 중요하네.
에렌페스트에서 도착한 마석이 많이 줄어 있는 것을 떠올리며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방패 속에서 채집할 수 있다면, 저도 동행할까요?"
"샤를로테님?"
"자신의 마력으로 물들인 타이가네메의 열매만으로도 충분히 귀한 소재이죠?"
"음. 나도 가기로 하지. 마수에게 먹여 마석을 얻지 못해도, 타이가네메의 열매만으로도 얻고 싶으니까."
나의 슈체리아의 방패가 있는 안전권에서 채집할 수 있고, 마음대로 채집해도 축복으로 채집 장소가 회복된다는 점에서, 조합의 강의가 아직 시작되지 않는 1학년을 제외한 기숙사 내의 전원이 채집하러 가게 되었다.
실기에서 연습하고는 있지만 아직 기수를 만들지 못하고, 조합의 실기도 시작되지 않은 1학년이 부러운 듯이 이쪽을 보고 있다.
"아무래도 기수가 없어서는 채집 장소에 갈 수 없으니, 1학년은 집을 볼 차례네요. 내년의 즐거움으로 해주세요."
"로제마인님, 저는 이미 기수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호위기사이기도 하니, 제발 데려가주세요!"
남겨지고 있을까보냐, 라고 하는 것처럼, 테오도르가 나를 봤다. 정말 유디트와 닮았다.
"아직 기수를 잘 다룰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으니, 짐이 될 가능성도 있는 거 아닌가요? 테오도르는 기숙사를 보고 있는 편이 좋아요."
누나같은 얼굴로 유디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니 좀 웃음이 나온다. 유디트가 남겨지는 입장이었다면 울상이 되어, "데려가 주세요." 라고 호소할텐데.
나는 웃으면서 허가를 내준다.
"기사 견습의 인원이 필요하니까요. 테오도르도 동행하지요."
"감사합니다."
테오도르가 안심한 것처럼 나에게 예를 말한 뒤, 조금 해냈다는 듯이 웃었다.
동행하는 기사 견습의 수가 확정지어졌기 때문에, 레오노레와 알렉시스와 나탈리에를 중심으로 어떻게 슈체리아의 방패를 쓰고, 어떻게 채집을 할 건지, 어떤 마수를 배제하고 어떤 마수를 약하게 만들어 마석으로 할지 등,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기본적으로는 기사 견습의 미팅이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피리네가 짝 하고 손을 마주쳤다.
"도시락을 준비합시다, 로제마인님. 채집 장소는 눈이 없고 따뜻해서 로제마인님의 방패가 있으면 천천히 도시락을 먹을 수 있습니다."
마수가 자주 나오기 때문에, 지금까지 채집 장소에서 도시락을 먹을 여유는 없었지만, 슈체리아의 방패가 있으면 채집 장소에서도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피리네가 즐거운 미소로 제안한다. 샤를로테가 "어머, 멋져요." 라며 기쁨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 키슈가 먹고 싶습니다."
"따뜻한 차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샤를로테님."
나와 샤를로테의 측근들 사이에서 도시락을 가져가기로 결정된 순간, 흙의 날의 채집은 순식간에 피크닉이 되었다.
"미트 파이도 좋겠네요."
"어머, 샌드위치가 먹기 좋지 않나요?"
"윽, 나도 도시락을 준비하겠다!"
즐겁게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나와 샤를로테의 측근들을 보던 빌프리트가 피크닉의 참가를 표명하면서, 점점 참가 인원이 늘어난다. 마치 채집이 아니라 기숙사 단위로 가는 소풍 같다.
1학년들이 몹시 서운한 표정이 되었다. 푸고와 엘라에게 부탁해서 맛있게 밥을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언니는 요리사에게 무엇을 준비시키실 건가요?"
……도시락이라고 하면 주먹밥이지.
마음의 목소리는 숨기면서, 나는 "지금까지 나온 메뉴가 전부 다 맛있을 것 같아 망설여지네요."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땅의 날.
미리 여러명의 기사 견습들이 돌입해 마수를 어느 정도 구축한 이후, 우리를 부르러 왔다. 안전하게 된 채집 장소로 모두 와이와이 떠들며 향한다. 자유자재로 크기를 바꿀 수 있는 나의 레서 버스에는 모두의 도시락이 들어있다.
타이가네메 나무 주변에 슈체리아의 방패를 만들고, 채집을 시작한다. 방패 바깥에서는 기사 견습들이 마석용의 마수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 테오도르는 내 근처에 호위로서 대기하고 있다.
"이 타이가네메의 열매를 쥐고, 마력을 쏟습니다. 의식적으로 한 속성의 마력을 넣어야 합니다. 속성의 색으로 완전히 바뀔 때까지 마력을 쏟아 주세요."
모두가 제각기 타이가네메의 열매를 잡고 마력을 흘린다. 나도 함께 잡아 본다. 류엘의 열매 때와 마찬가지로, 타이가네메 열매에는 자신의 마력이 좀처럼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도 한꺼번에 마력을 쏟아 타이가네메 열매 세개를 물들였다. 그렇긴 해도, 여기서 모든 속성의 열매를 만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
"로제마인님, 전혀 마력이 흘러들어 가지 않습니다만……."
세개의 열매를 물들인 나를 보면서 뮤리에라가 곤란한 듯이 그렇게 말했다. 같은 대화가 있었던 것을 그립게 떠올리며, 나는 자신의 열매를 바라보고 작게 웃는다.
"마목도 살아 있으니, 저항이 심하겠죠? 회복약을 쓰면서 느긋하게 물들이는 수밖에 없어요."
세개의 열매를 물들인 시점에서 조금 지쳤으므로, 나는 레서 버스 안에서 휴식이다. 유레베를 써서 좀 튼튼하게 되었다고 무리해버리면 몸이 망가지는 것은 틀림 없다. 그래도, 마력의 압축을 자제하고 얇게 피기 시작한 이후부터, 조금 몸이 좋아지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마력을 지나치게 모아서 쌓아두면 몸에 좋지 않고 오래 전에 들었던 적이 있었지.
앞으로도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귀족원 생활을 마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레서 버스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밝은 햇살 가운데, 부드러운 레서 버스의 의자를 조금 넘기고 독서. 휴일을 보내는 꽤나 우아한 방법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방패만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름 올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마석은 어떻게든 손에 넣었고, 모두 와이와이 떠들며 먹던 도시락도 맛있었다.
즐거운 흙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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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 사연의 그레티아.
비호자를 필요로 하며 이름을 올립니다.
그리고 모두가 소재 채집이라는 명목의 소풍.
슈체리아의 방패 없이는 못할, 사치스러운 소풍입니다.
다음은 프라우렘 선생님의 시험을 받습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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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그레티아는 마인이보다 겨우 한 학년 위인데, 참 바람직한 성장을....
우리 마인이는 언제 크려나요?
*키슈(Quiche):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603260&cid=48179&categoryId=48244
키슈
이 요리는 프랑스 북동쪽인 알자스로렌 지방에서 시작되었다. Quiche는 달걀, 크림, 향신료, 양파, 버섯, 햄, 조개 또는 허브 등으로 만들고 맛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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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프라우렘 선생님의 강의
프라우렘 선생님의 강의
문관의 강의는 선생님의 시험 일정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문관 코스의 선생님에게 시험을 부탁하는 올도난츠를 보내자 물의 날에도 가능하다는 답장이 속속 도착했다. 근시와 함께 시간을 조절해 나갔지만 프라우렘의 연락은 아직 없다.
지금까지 매년 에렌페스트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여러가지로 행동해온 선생님이므로, 교사의 권한을 한계까지 이용한 괴롭힘으로, "매우 유감스럽지만 시간이 없어서 시험 시간을 내지 못했습니다." 라든가, "올도난츠도 편지도 받지 못했습니다만." 이라는 식으로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한다.
"올해의 프라우렘 선생님은 무슨 짓을 해오실까요?"
나의 혼잣말을 들은 피리네에게 올해 프라우렘이 해올 법한 괴롭힘에 대해 상담하자, 피리네는 곤란한 듯이 볼에 손을 댔다.
"시험 내용을 다소 범위 외에서 내더라도 로제마인님이 합격하는 것은 지난해에 아셨을테고, 마력이 많고, 가호의 양, 음악이나 봉납춤 등의 축복에서 에렌페스트의 성녀라는 이름을 자신의 입에 올린 시점에서, 자신이 따돌려지게 될 뿐이니, 프라우렘 선생님도 어떻게 괴롭혀야 좋을지, 고생하시겠네요."
조금 어긋나있는 피리네의 의견에 브륜힐데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연다.
"로제마인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비록 프라우렘 선생님이 개별 시험을 봐줄 의욕이 없어도, 최종 시험일에 합격하면 좋지 않을까요? 프라우렘 선생님의 강의는 뒤로 미루고, 사교와 연구를 시작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합격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래도 되겠지만요."
다만 최종 시험일까지 강의에 합격하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평가가 내려가, 페르디난드와 약속한 최우수가 되지 못하는 것은 곤란하다. 일단 "시험이 끝나지 않으면 힐쉬르 선생님의 연구실에도 못 가고, 대영지와의 공동 연구도 시작할 수 없어요. 뭔가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라고 힐쉬르에게 올도난츠를 보내놓는다. 선생님 네트워크에 기대해 보기로 한다.
나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목적 홀로 가, 오전 강의가 시작될 때까지의 사이에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의 측근들과 함께 드레반히엘과의 공동 연구의 큰 틀에 대한 의논을 시작한다.
"군돌프 교수님의 강의에서 질문을 받으면 곤란하니, 공동 연구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정해 두고 싶습니다."
"로제마인, 공동 연구에 대해 문관 견습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먼저 아버님과 상의를 하지 않아도 좋은가?"
"일단 매일의 보고에서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테의 측근을 중심으로 드레반히엘과 공동 연구를 시작한다고는 전했습니다. ……그래도 귀족원의 학생의 연구 내용에 아우브의 허가는 필요 없지요?"
학생의 연구 주제에 대해 귀족원의 어느 누구도 그런 보고를 하거나 허가를 얻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딱히 상담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라며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빌프리트와 샤를로테가 얼굴을 마주 보았다.
"아니, 보통은 필요 없다만, 그대가 진행하는 연구라면 아무래도 보통 학생의 연구와는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종이의 연구라면 에렌페스트의 기간 산업과 관계가 깊은 연구입니다. 아버님이나 어머님과 상담하는 것이 좋을거라고 생각해요, 언니."
둘에게서 그런 말을 듣고, 나는 "일단 보고를 했으므로, 에렌페스트의 대답을 기다립시다." 라고 대답했다.
"그래도, 드레반히엘과는 마목으로 만든 종이의 사용법을 연구할 뿐, 종이 만드는 법을 저쪽에 가르치는 것이 아니므로 그다지 기간 산업과 관련된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그런가?"
"네. 일크나의 마목으로 만드는 이상한 종이의 사용처와 마술도구로서의 품질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종이 자체를 만드는 방법은 사교의 중요한 도구가 되므로 영주 회의에서 다룰 안건입니다. 귀족원의 연구에서는 꺼내지 않습니다."
나는 이그나츠, 마리안네를 향해 이야기를 한다.
"만드는 방법이 간단한 린샹도 스크럽을 넣는 부분에서 완전히 모방할 수 없었습니다. 공정이 복잡하고 장비가 많이 필요한 종이는 더욱 어려울 겁니다. 무엇보다 마술도구 같은 효과가 있는 종이를 평민이 만든다고는 생각할 수 없겠죠."
"그것은 확실히 생각하지 못할 거다고 생각합니다. 마술도구는 귀족만이 만드는 것이니까요."
이그나츠, 마리안네에게는 공방에서 보통의 종이와 마목의 종이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마력을 띤 마술도구는 조합으로 만드는 것 같다.
"식물성 기름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린샹 만드는 법을 영주 회의에서 팔아 버린 것처럼, 에렌페스트의 나무를 지나치게 쓰지 않도록, 종이를 만드는 방법도 각 영지에 퍼투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급적 비싸게 팔아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반짝 눈을 빛내며,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을 보았다.
"이 공동 연구는 드레반히엘을 이용하여 에렌페스트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연구입니다. 평민이 만든 종이가 어느 정도의 마술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지, 어떻게 쓰면 효과적인지, 마술도구로서의 품질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연구 성과에 따라서는 종이의 작성 방법의 가치가 훨씬 올라, 이에 상응하여 가격도 훨씬 올릴 수 있습니다."
"로제마인, 그대, 좀 나쁜 얼굴이 되어 있다."
……아차. 상혼이 지나쳤나?
조금 걸리는 빌프리트의 지적에, 나는 한번 입을 다물고 피식 웃었다. 상인 모드가 된 머리를 바꿔야 할 것 같다.
"에렌페스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도 중요한 거에요."
"그래도, 거기까지 생각하고 계신다면 언니들이 중심이 되어 연구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요?"
"연구 자체는 그럴지도 모르지만……저는 그다지 군돌프 선생님과 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왜죠? 언니께 뭔가 괴롭힘이라도?"
샤를로테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보고나는 황급히 고개를 흔든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종이를 만드는 방법을 물어도 이그나츠, 마리안네는 대답할 수 없겠죠? 그래서 안전한 것입니다."
보고서를 읽어, 만드는 방법은 문장이 되어 머리에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만든 적이 없으면, 타인에게 알려줄 수 있을 정도의 설명을 하는 것은 어렵다.
"안전이란 무슨 뜻인가?"
"모르는 것은 누설할 수가 없지만, 제가 군돌프 선생님과 함께 연구하면 술술 누설해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것만은 절대로 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는 자신의 경솔함과 혀가 매끄러운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생각 없이 사소한 미끼에 가볍게 낚이는 것도 안다. 지금은 아직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노회한 군돌프와 대치하면 무심코 홀려서 쓸데없는 말을 해버릴 것이 틀림 없다.
그렇다면 아예 다가가지 않으면 된다.
……군자는 위험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위험 회피! 나 좀 성장했다. 우후훙.
"군돌프 선생님으로부터 종이 만드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요구 받았을 경우는 어떻하면 좋을까요?"
"이 공동 연구는 마술도구의 사용법에 대한 연구니까, 군돌프 선생님에게 종이 만드는 법을 가르칠 필요는 없습니다. 영주 회의의 안건이기 때문에 만드는 방법의 연구를 하고 싶으면 스스로 하세요, 라고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연구의 범위나 지식으로서 공유해도 좋은 범위 등에 대해 정해두고, 에렌페스트에 공동 연구의 범위의 보고와, 일크나의 마목으로 만든 종이를 보내달라는 부탁도 보냈다.
그리고 나는 문관 코스의 시험을 신청해 줄줄이 합격했다. 놀랍게도 어떤 시험을 받으러 가더라도 대영지와의 공동 연구에 대해서 선생님들이 질문해왔다. 아무래도 제법 소문이 확산되어 있는 모양이다.
나는 "아직 아우브의 승낙을 받지 못해서 결정사항은 아닙니다." 라고 대답했지만, 회의적 시각에서 들키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선생님들의 정보원이 전부 사감이었던 것이다. 루펜과 군돌프 두 사람이 상당히 의욕적이어서, 부지런히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가운데, 프라우렘에게서 "내일 오전이면 형편이 닿습니다." 라는 대답이 올도난츠로 왔다. 대답은 좀 늦지만, 무시되거나 시간이 없다는 답장이 올 거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너무 놀랐다.
……프라우렘 선생님의 언행을 좀 나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해요.
다소 짓궂은 말은 해도, 교사로서 최소한의 의무는 해주는 듯 하다. 마음 속으로 용서를 구하며, 나는 승낙의 답장을 보냈다. 그 직후, 힐쉬르로부터도 올도난츠가 도착했다.
"대영지와 에렌페스트의 공동 연구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는데도, 로제마인님의 스승인 페르디난드님이 찾은 대영지, 아렌스바흐와의 공동 연구의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사감의 행동 때문일까요? 라고 프라우렘 선생님에게 말해두었으니, 곧 답장이 올 것입니다."
프라우렘에게서 답장이 온 것은 힐쉬르 선생님 덕분이었던 것 같다. 나는 올도난츠로 프라우렘에게서 답장이 와, 시험 일정이 잡힌 것을 보고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자, 또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프라우렘의 시험에서는 아렌스바흐와 공동 연구를 미끼로 강의의 합격을 차지하세요. 라이문트와의 연구를 공동 연구로 발표하면 됩니다. 라이문트가 설계한 물건을 로제마인님이 작성하시면 공동 연구의 요건을 충족합니다."
마력이 적은 라이문트는 설계한 물건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다. 이 제작 부분을 내가 맡으면, 도서관의 마술도구도 여러가지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김에, "저의 연구실에서 공동 연구를 하는 것이니, 공동 연구에 관한 것은 사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라고 프라우렘에게 말하고 적당한 시간에 부르세요. 채점의 감시를 해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힐쉬르 선생님이 이렇게 의지가 될 줄은 몰랐어!
힐쉬르와의 올도난츠 통화로 프라우렘에서 합격을 따낼 비전이 보였다. 그것에 안도의 숨을 토하며 나는 자신의 측근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대영지와 에렌페스트와의 공동 연구가 소문이 되어 있나요? 그, 선생님들 사이뿐만이 아니라……."
영주 후보생 코스도 마쳐 버렸고, 문관 코스도 개인적으로 시험을 받으러 가고 있을 뿐이어서, 귀족원의 소문은 잘 모른다.
"그렇군요. 사감이 적극적으로 퍼뜨리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공동 연구를 실시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고, 완전히 결정되는 분위기로 되어 있습니다."
리제레타가 그렇게 말하자, 문관 견습으로 전문동에 드나들게 된 피리네도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과가 발표되면 훌륭한 연구라고 평가될 것은 틀림없습니다. 힐쉬르 선생님에게는 단켈페르가와의 공동 연구에 참여하겠다고 몇몇의 영지에서 신청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다만 대영지와 왕족과의 연결이나 연구 성과에 숟가락을 얹고 싶을 뿐이라는 것이 환하게 보이고 있어, 연구 샘플이 안 된다며 기각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그다지 활동하지 않아 몰랐는데, 힐쉬르 선생님은 정말 유능하구나.
"군돌프 선생님을 통한 드레반히엘과의 연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영지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쪽은 군돌프 선생님이 어느 정도 연구 성과와 능력이 없는 자는 싹독 자르는 것 같아 그리 걱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그나츠, 마리안네가 군돌프 선생님의 요구 수준에 이르고 있는지가 걱정되네요. 무조건 로제마인님을 자리로 끌어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을 손에 잡히듯 알 수 있으니까요."
측근들의 평가에서 도출되는 군돌프는 매우 위험한 냄새가 난다.
……역시 군돌프 선생님에게는 다가가면 안 되겠어.
귀족원의 분위기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하고, 나는 프라우렘의 시험에 향해, 문관의 전문동에 있는 프라우렘의 연구실로 들어간다.
……우왓! 깔끔하게 정리 정돈되고 있다. 역시 정보 수집이나 자료의 정리에 관한 강의를 담당할 만하네.
힐쉬르나 군돌프의 연구실처럼 자료가 쌓여있고, 소재나 도구로 그득한 것이 연구실인가 싶었는데, 그렇지 않은 연구실도 있는 것 같다. 정연하게 갖춰진 연구실의 모습에 감탄의 한숨이 샌다.
자기 규정이 제대로 있어서, 아주 조금의 일탈도 용서하지 않을 듯한 느낌의 연구실은 너무나도 프라우렘다운 생각이 들었다.
"당장 로제마인님을, 찾아뵙고 싶습니다만."
"뭔가요?"
"단켈페르가, 드레반히엘과 에렌페스트가 공동 연구를 한다는 소문이 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이는 정말인가요?"
힐쉬르가 말했듯이 그것을 가장 궁금해했다. 나는 여유를 가지고 웃어 보였다.
"그러고 싶다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모두 아우브의 허가가 나온 이후라는 것이어서, 확답은 드릴 수 없겠네요. 어느 사감도 긍정적인 반응이니 시간 문제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보다 시험을 부탁합니다, 라고 하자, 프라우렘은 "저런!" 이라며 눈을 끌어올렸다.
"로제마인님은 아렌스바흐와의 관계를 좀 더 고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귀하의 스승이 디트린데님과 결혼하게 되어 아렌스바흐와 에렌페스트의 관계는 깊어진 것이 아닌가요. 그런데도 아렌스바흐를 외면하는 것은 비정상입니다."
"저도 아렌스바흐와 관계에 대해서 잘 생각하고 싶은 것은 굴뚝같습니다만, 글류크리테이트1에게 축복을 받지 않으면 페르디난드님은 올도슈넬리2를 받아들일 수 없으신 것입니다. 곤란하네요."
강의에 합격하지 않으면 상담도 할 수 없다고 가볍게 흘리자, 프라우렘은 잠깐 분한 듯한 얼굴을 보이고, 시험 문제를 내주었다.
작년같은 색다른 문제도 없어서, 나는 술술 대답을 써서 제출한다.
"그럼 힐쉬르 선생님을 부르겠습니다."
"네?"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뜬 프라우렘을 향해, 나도 일부러 눈을 크게 뜨고, 볼에 손을 댔다.
"네? 이걸로 문관 견습의 강의도 끝나고, 아렌스바흐와의 공동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저, 뭔가 착각한 것인가요?"
"아, 아니요. 아렌스바흐와의 공동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잘못은 없습니다. 그러나 힐쉬르를 부른다는 것은?"
설마 내가 순순히 공동 연구의 이야기를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지, 프라우렘이 눈을 굴리고 있다. 이 선생님은 정말로 자신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서투른 것 같다.
"힐쉬르 선생님은 에렌페스트의 사감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에는 동석하지 않으면 아우브에 대한 보고도 곤란하지 않습니까."
그동안의 공동 연구의 이야기에는 동석하지 않았다는 말은 하지 않고, 나는 방긋 웃으며 바로 올도난츠를 날렸다.
"힐쉬르 선생님 아렌스바흐와의 공동 연구에 대해 프라우렘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만 시간은 괜찮으신가요?"
"물론입니다."
기다리고 있었는지, 힐쉬르는 올도난츠의 답장이 온 이후, 바로 도착했다. 나와 프라우렘을 보고 힐쉬르가 가볍게 숨을 토한다.
"평안하신지요, 프라우렘. 그나저나 아렌스바흐와의 공동 연구의 이야기를 하신다는 것은 강의를 다 마치신 건가요, 로제마인님? 강의를 마칠 때까지는 연구실에 출입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죠?"
"오늘 프라우렘 선생님의 강의로 끝입니다. 아, 채점이 아직이네요. 채점이 끝날 때까지가 강의입니다. 채점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힐쉬르가 왔으니 프라우렘에게 채점을 부탁한다. 제3자의 감시가 있으니, 채점에서 속임수도 쓰지 못할 것이다. 프라우렘은 기분 나쁜 듯한 얼굴로 힐쉬르를 보며, 자신의 책상에서 채점을 시작한다.
부정이 없는지, 그 장면을 지켜보던 힐쉬르가 기막히다는 표정이 되었다.
"프라우렘, 당신……."
"어머, 싫다. 저라는 사람이, 시험 문제를 잘못 드려버린 것 같네요. 호호호……."
"……로제마인님은 풀고 있는 것 같아,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만."
"어머……엇?! 뭐라고요!?"
프라우렘이 눈을 흡뜨며 용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무슨 일인가요?"
"……시험 내용이 5학년의 것이었습니다. 로제마인님은 어째서 풀 수 있으신 건가요?"
"왜냐고 하셔도, 저, 최종 학년까지의 강의 내용을 페르디난드님께 주입받았기에, 어느 학년의 문제라도 풀 수 있습니다."
졸업 때까지의 내용을 한꺼번에 철저히 배웠기에, 솔직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범위가 3학년 대상인지 파악하지 못 했다. 나온 시험 문제가 보통이라서 풀었을 뿐이다.
"정말 페르디난드님은 말도 안 되는 일을 하시니……. 따라갈 수 있는 로제마인님이 신기할 뿐입니다."
힐쉬르가 이마를 누르면서 그렇게 말하고 있는 뒤로는, 프라우렘이 "비상식이에요." 라고 반복하고 있다. 몰상식한 것은 다른 학년의 시험 문제를 내는 프라우렘과 거기에 대항할 정도로 강의 내용을 주입시킨 페르디난드이지 나는 아니라고 본다.
"강의는 합격했나요? 아니면 3학년생의 시험을 다시 해야 할까요?"
"프라우렘, 공동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시험을 다시 봅니까?"
나와 힐쉬르가 거듭 묻자, 프라우렘은 얼굴을 붉히며, "시험은 이제 됐습니다!" 라며 히스테릭하게 외쳤다. 그리고 연구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프라우렘은 조금 난폭한 태도로 의자에 앉는다. 그렇게 앉아선 자신의 엉덩이가 아플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분노와 불쾌해하는 기분은 전해져 왔다.
……그렇지만, 굳이 분위기는 읽지 않는다.
프라우렘의 불쾌함을 마음에 두지 않고, 나와 힐쉬르의 분위기를 읽지 않는 콤비로 공동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힐쉬르 선생님, 연구실에는 라이문트가 있으니 아렌스바흐와 공동 연구는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라이문트?"
"네. 라이문트는 페르디난드님의 제자로, 지금은 측근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와 제가 마술도구의 연구를 하고 발표하면 공동 연구가 됩니다."
내 말에 "저런!" 이라며 프라우렘이 소리를 질렀다.
"그럼 힐쉬르의 연구가 되어 버리잖습니까! 그것을 아렌스바흐와의 공동 연구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아니요. 원래 라이문트가 핵심인 연구니까, 영지 대항전에서 발표하는 것은 아렌스바흐의 장소가 됩니다. 다만 힐쉬르 선생님은 페르디난드님과 라이문트의 스승이고, 저는 페르디난드님의 제자니까, 연구하는 장소로는 힐쉬르 선생님의 연구실이 가장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프라우렘을 향해 방긋 웃었다.
"그래도 곤란한 것이, 힐쉬르 선생님도 라이문트도 연구에 몰두하면, 아렌스바흐에 대한 보고를 누락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연구에 몰두하는 힐쉬르 선생님에 대해선 프라우렘 선생님도 잘 아시죠?"
"네, 그렇군요. 힐쉬르가 연구에 몰두하면 정확한 보고가 도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몰두하는 힐쉬르에게 크게 데인 적이 있는지, 프라우렘은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힐쉬르는 웃으면서 짐짓 모르는 척 하고 있다.
"그래서 공동 연구를 하게 되면, 아렌스바흐에 계신 페르디난드님과의 사이에 급신의 여신 올도슈넬리로서 서 주시기를, 저는 원하는 것입니다."
아렌스바흐와 공동 연구로 스승에게 상의한다는 하는 형태를 취하면, 페르디난드와의 연락도 취하기 쉽다. 게다가 프라우렘을 앞에 내세운다는 방식이기에, 프라우렘으로부터 아렌스바흐에 연락을 받으면, 페르디난드에게 연락할 경로를 하나 늘릴 수 있다. 감시와 검열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을 고려한 정보밖에 보내지 않겠지만, 라이문트 이외의 경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른 것이다.
"페르디난드님이 계신 아렌스바흐와 에렌페스트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공동 연구를 성공시키기 위하여 아렌스바흐의 사감인 프라우렘 선생님이 올도슈넬리가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보고를 모두 검열하고, 영지 간의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주역이라는 입장은 마음에 든 것 같다. 나의 꾐에 프라우렘은 빙긋 입술을 끌어올리며 웃었다.
"괜찮겠죠. 사감의 의무로서 제가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다만 로제마인님. 몰상식한 언동을 조심하지 않으시면 아렌스바흐와 에렌페스트의 관계에 금이 가고 페르디난드님께 폐를 끼치는 결과가 됩니다. 부디 주의해 주십시오."
힐쉬르가 "이야기가 잘 타결된 것 같군요." 라고 나서면서 나에게 퇴실을 촉구한다. 함께 방을 나서는데, 갑자기 프라우렘에게 추궁을 받았다.
"로제마인님, 요즘 몸은 어떻습니까? 뭔가 달라진 것은 없으신지요?"
난데없는 질문에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프라우렘은 어색하게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로제마인님은 매우 허약하셔서, 공동 연구와 사교를 할 수 있으실지, 조금 궁금했을 뿐입니다."
"……조금 변화가 있긴 합니다. 그, 별로 좋지 않은 방향으로……."
뭘 확인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말을 얼버무리며 웃었다. 결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음악으로 축복 테러를 저지르거나, 봉납춤으로 반짝이거나,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그렇습니까."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 프라우렘의 눈이 흐릿하게 빛난다.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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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연구가 여러 방향으로 퍼져갑니다.
어느 공동 연구도 사감이 의욕만만입니다.
그런 가운데 문신 코스는 종료되었습니다.
다음은 힐쉬르 선생님의 연구실에 갑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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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위키 사이트에서는, 프라우렘이 로제마인의 건강을 살피는 것이, 4부 후반부의 독이 발라진 가짜 성전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더군요.
* 올도슈넬리(オルドシュネーリ): Ordonnanz(전령병) + schnell(빠른)
* 올도난츠(オルドナンツ): Ordonnanz(전령병)
시련의 신. (グリュックリテート)
급신(전령)의 신. (オルドシュネーリ)
16화. 힐쉬르 연구실의 전속 사서
힐쉬르 연구실의 전속 사서
문관 코스의 시험이 끝났기에, 나는 곧바로 단켈페르가에 브륜힐데를 파견했다. "다과회의 예정을 세우고 싶은데, 어떨까요?" 라고.
레스티라우트와 한넬로레의 강의의 진행 상황은 물론, 동석하길 바라는 클라릿사의 진도, 공동 연구에 관한 아우브·단켈페르가의 답변 등 여러가지 요소가 있으므로, 대답은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전해달라고 브륜힐데에게 말했다.
"당장은 답장을 못할 것 같습니다. 아직 아우브·단켈페르가의 대답이 오지 않은 것 같아서, 답장이 도착하면 비는 날을 물어보고 싶다고 합니다."
그날 저녁 식사 뒤, 브륜힐데는 단켈페르가의 편지를 가져왔다. 나는 당장은 다과회를 할 수 없는 것을 깨닫고, 리제레타에게 시선을 돌린다.
"리제레타, 내일부터 저는 힐쉬르 선생님의 연구실에 다니겠습니다. 준비를 부탁해도 좋을까요?"
"맡겨주세요. 특히 청소 도구의 준비에는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힐쉬르 선생님 연구실에 로제마인님이 들어가시는 것이니까요."
팔이 근질거립니다, 라며, 리제레타는 청소 도구를 고르기 시작했다. 바로 레오노레가 호위기사의 예정을 듣기 위해 방을 나갔다. 참으로 든든한 측근들이다.
내일의 준비를 시작하는 측근들의 움직임을 느끼며, 나는 라이문트를 통해 전달받도록 페르디난드에게 편지를 쓰기로 한다.
"편지를 쓰는 것은 비밀방에 들어가서 하겠습니다."
사라지는 잉크를 사용하고, 쓰는 내용이 너무 많기에, 역시 근시들이 있는 곳에서는 쓸 수 없다. 나는 자기 방의 비밀방에 들어간 뒤에, 페르디난드로부터 맡은 잉크로 몇장에 나누어 빽빽이 썼다.
시간 순서로 자신이 했던 것과, 상담에 대한 글을 썼는데, 다시 읽어 보니 조금 의미 불명인 느낌이 든다.
"가호를 얻는 의식에서 최고신이 계신 높은 곳에 올랐습니다. 가호가 너무 증가해서 슈타프의 허용 범위를 넘게 되어, 조그만 일로도 축복이 넘쳐, 축복 테러가 일어나 힘들었습니다. 해결 방법으로 마력 압축을 적게 하고, 가급적 마력을 많이 쓰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다른 좋은 방법은 없습니까? ……저, 전달될까? 아니, 페르디난드님이라면 분명 알아줄 거야!"
괜찮아, 라고 자신에게 타이르며, 나는 책상 위에 편지를 널어 말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라이문트를 경유하는 것과, 프라우렘을 경유하는 두 편의 편지로, 도착까지 얼마나 차이가 나오는지, 애초에 페르디난드에게까지 전달되는지 등을 실험하기 위해, 나는 프라우렘을 경유하는 편지에도 사라지는 잉크를 조금 사용했다. "이쪽은 프라우렘 선생님을 통한 편지입니다. 제대로 도착했나요?" 라고.
하루 밤 말리면 잉크 문자가 사라져 있을 것이다. 그 위에서 무난한 내용을 써야 한다.
……지장이 없는 내용? 지장이 없는 내용은 어떤 것일까? 힘드네.
"그럼, 샤를로테. 저는 연구실에 다녀오겠습니다."
다음 날 빌프리트는 이미 강의에 가고 없으므로, 나는 다목적 홀에 있는 샤를로테에게 말을 걸었다. 샤를로테는 아직 모든 것의 실기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강의가 없다고 해서, 마목의 종이 연구에 대해서 마리안네와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로 연구실에 가는 준비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언니."
샤를로테는 리제레타가 준비한 짐을 보고 눈을 깜박거렸다. 도서관에서 출장 다과회를 했을 때처럼, 수레에 여러가지 물건이 쌓여 있다. 연구실에 가기엔 너무 많은 짐에,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청소 도구와 저로부터의 사식입니다."
저쪽 연구실에 있는 사람은 변변한 생활을 하지 않았다. 내가 샤를로테에게 힐쉬르의 연구실의 참상을 이야기하자, "독서에 몰두해 생활을 소홀히 하는 공주님이 하실 말씀은 아닙니다." 라며 리할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나는 기숙사를 나온다. 이미 강의가 시작된 시간이라 복도에는 인기척도 적고, 조용했다. 오늘의 동행자는 근시의 리제레타와 리할다, 문관 견습의 로데리히, 호위기사는 마티아스와 테오도르의 둘이다.
"문관 전문동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입니다."
호위기사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하며 문관 전문동을 올려다본다. 안으로 들어가자, 마티아스가 "기사 전문동과 달리 독실이 많군요." 라고 중얼거린다. 문관의 전문동은 소재가 관리되고 있는 창고 같은 방도 많고, 연구실도 각각 있으므로 문이 많다. 훈련 시설이 집중되어 있는 기사 전문동은 모든 전문동 중에서 가장 크고 넓고 외진 곳에 있다. 큰 시설이 대부분으로, 선생님들의 방 이외의 개인은 별로 없는 듯 하다.
"……음,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나요?"
테오도르가 주위를 둘러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호위기사로서 코를 잡을 것은 대비하고 있었지만, 코가 비뚤어질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아직 강의에서도 조제한 적이 없는 1학년의 테오도르에는 익숙치 않겠습니다만, 이것은 약초나 소재의 향기입니다. 복수가 섞여 있어서 악취가 되어 있지만, 그러는 와중에 익숙해질 겁니다."
내가 쿡쿡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테오도르는 "정말 익숙해지나요?" 라며 의심스러운 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괜찮습니다. 회복약을 자작하게 되어 훈련 중에 일상적으로 회복약을 마시게 되면 익숙해지고, 필요하게 되면 더 냄새 나는 약도 먹게 됩니다. 이 정도의 냄새는 페르디난드님의 약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에요."
테오도르의 얼굴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런 것을 마시고 있나요? 라고 표정이 말하고 있다. 상냥함이 들어갔어도 샤를로테에게는 괴롭힘이라고 생각되었던 약이다. 원액은 터무니 없는 것이다.
힐쉬르의 연구실 앞까지 도착하자 리제레타가 한발 먼저 청소용 마술도구가 든 카트를 밀고 안으로 들어간다.
"로제마인님은 조금 입실을 기다려주세요. 들어가실 수 있는 상태인지의 여부를 확인하겠습니다."
처음 내가 힐쉬르의 연구실에 왔을 때엔, 리제레타가 바닥에 있는 물건을 강제적으로 빨아들이는 마술도구를 작동시키려고 해서 힐쉬르와 라이문트가 우왕좌왕하던 것을 떠올렸다.
"……필요한 물건이 없어지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만."
"힐쉬르 선생님에게는 올도난츠로 청소를 하라고 권고해 두었으니까, 중요한 것은 치워두었겠죠."
리할다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 뒤로, 문 안쪽에서 "리제레타, 잠시 기다리세요!" 라는 힐쉬르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권고를 받았어도 힐쉬르는 연구를 우선하고 있었다. 리할다가 한숨을 토하며 고개를 저었다.
" 기다리셨습니다, 로제마인님."
미소와 함께 리제레타이 문을 열어, 간신히 나는 연구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조제용 책상 위에 대량의 자료가 쌓여 있는 것이 보인다. 분명 매우 당황하며 힐쉬르가 구출해낸 자료일 것이다.
"힐쉬르 선생님, 라이문트는 부재중인가요?"
"아직 강의가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공동 연구의 자세한 이야기는 라이문트가 온 이후로 하지요."
라이문트도 슥슥 강의에 합격해가고 있는 만큼, 조금씩 여유 시간이 생겨서 종종 얼굴을 내비치는 모양이다.
"라이문트가 올 때까지 이 근처의 자료를 살펴보면 어떨까요? 공동 연구에 관한 자료입니다. 로제마인님이 알고 있으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겠죠."
이 설계도나 메모들은 앞으로 만들 것과 관련된 자료인 것 같다. 나는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자료와 연구실 책장에 수납되어 있는 정연한 자료를 비교하고, 휙 하고 얼굴을 힐쉬르에게 향했다.
"힐쉬르 선생님, 전, 자료를 보기 전에 정리부터 하고 싶습니다만, 괜찮을까요? 그 책장처럼 정리하고 싶습니다."
"저기에 들어 있는 것은 이미 연구가 끝난 자료들 뿐이고, 페르디난드님이 정리한 것입니다. 처음에 눈이 가는 것이 정리하는 것이라니, 정말 닮으셨군요. 이쪽의 책상에 있는 자료는 좋을대로 정리하셔도 괜찮습니다."
"……네? 페르디난드님이 정리했다는 것은 십년 정도나 방치되어 있다는 것인가요?"
"무슨 말씀이신가요. 페르디난드님은 작년 이맘때 쯤에 오셨죠? 자신이 만든 마술도구를 받으러."
그 때 마술도구뿐 아니라 놔둘 수 없다고 판단한 설계도나 연구 결과 등의 자료도 몽땅 가지고 돌아가면서, 하는 김에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함께 자료 정리를 하고 간 것 같다.
……이런 스승을 돌보고 있었다니, 페르디난드님도 힘들었겠네.
나는 페르디난드가 하던 대로 분류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책장에서 자료를 몇개 꺼냈다. 목패가 연구별로 정리되어 있고, 내용은 시간순이다. 여기저기에 양피지가 모여 있는 것은 페르디난드의 연구 같다. 문자가 바뀌지 않아서 금방 알 수 있다.
……이거, 20대 불가사의에 대한 연구다. 하지만 후반이 전혀 없어?
유스톡스가 모아 둔 신기한 이야기가 처음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그 다음에 간단한 지도가 붙어 있었다.
……이거 분명 귀족원의 지도지? 아, 거의 원형이다.
추위 속을 기수로 날 기회가 적기 때문에, 나는 귀족원의 부지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보물 훔치기 딧타를 할 때는 모두가 지형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리할다와 할아버님에게 들은 적이 있다.
……이것이 분명 20대 불가사의가 있었던 장소겠지.
20 정도가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가 있고, 무엇을 검증했는지 ○과×가 붙어 있었다. 십년 전의 자필 지도여서인지, 낡은 느낌이 좋은 느낌을 내고 있어, 마치 보물 지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20대 불가사의의 연구는 너무 부자연스럽게 뚝 하고 도중에서 끊겼다.
"힐쉬르 선생님, 이는 페르디난드님의 연구죠? 결과가 없습니다만……."
"페르디난드님의 연구는 그런게 많습니다. 발표하지 않는 한, 결과를 알고, 자신이 납득하면 자료로는 남기지 않거나, 남기지 않는 게 좋다고 판단하고 굳이 쓰지 않거나 했었으니까요."
"그렇습니까……."
영지에서 돈을 받고 연구한 것은 반드시 보고가 있어야 하지만, 자신의 돈으로 취미로 한 연구에 관해서는 자료를 남기지 않은 것도 많다.
……이 연구는 재미 있을 것 같고, 끝까지 보고 싶다.
입술을 내밀며, 나는 분류 방법과 철하는 방법을 확인하고 자료를 내렸다.
"자, 페르디난드님의 정리 방식도 파악했으니, 당장 이 자료를 치우도록 하죠."
같이 정리하는 것이 제일일 것이다. 헷갈릴 일도 없고, 힐쉬르나 라이문트도 자료를 찾기 쉬울 것이다. 나는 허리에 묶인 장식 끈을 하나 풀어 어깨에 둘렀다.
"공주님, 무엇을 할 계획이신가요?"
"……『 타스키가케 』입니다.거추장스러운 소매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타스키 가케, 이시옵니까?"
리할다가 미심쩍은 듯이 보는 가운데, 나는 재빨리 타스키가케를 하고 거추장스러운 소매를 접었다. 완벽해, 라고 흡족해 하고 있었더니, 리할다가 "공주님, 이렇게 팔을 드러내는 것은 상스러운 짓입니다." 라고 한숨을 토하면서 바로 띠를 풀어 버렸다.
"공주님은 이곳에 앉아 지시를 내리시면 됩니다. 저와 리제레타가 지시대로 정리할테니까요."
의자가 준비되고, 나는 조합 책상 위에 쌓아올려진 종이나 목패를 분류하게 되었다. 훑어보고, 누구의 어떤 연구인지 나눈다. 그것을 리할다와 리제레타가 분담해서 상자에 담거나, 철해서 책장에 넣기 시작했다.
"이 자료는 힐쉬르 선생님이 현재 연구하시는 내용이 아닌가요?"
"네. 잠시 보이지 않아서 찾고 있었습니다."
"라이문트의 자료는 이 책장에 넣더라도 좋을까요? 아렌스바흐의 기숙사로 가져가지 않을까요?"
"졸업할 때 어떻게 할 지, 본인이 판단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필요 없게 되는 자료도 많다고 힐쉬르가 말했다.
차례로 치워가자, 각 연구별로 즐비하게 자료가 진열되기 시작했다, 조제용 책상 위가 깨끗해진다.
"로제마인님, 이쪽에도 자료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것도 같이 정리하시옵소서."
"맡겨주세요."
힐쉬르에서 자료를 받고 있어야 할 자리로 보낸다.
……나, 힐쉬르 연구실의 전속 사서 같은 느낌?
누군가에게 인정 받지 못하더라도, 기분만은 연구실 소속의 사서다. 도서위원이었어도 마력 공급밖에 못했으니까, 어떤 의미로는 귀족원에 와서 가장 사서 다운 일을 하는 것 같다. 콧노래를 멈출 수가 없다.
……어쩌지. 나, 지금, 굉장히 즐거워!
신을 내며 내가 자료 정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자, 4의 종이 울렸다. 그리고 잠시 후, 라이문트가 "힐쉬르 선생님, 큰일이……." 라며 훌쩍 들어온다.
그 직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례했습니다. 방을 헷갈렸습니다!" 라며 급히 나간다.
"……틀리지 않았죠?"
나와 리제레타가 얼굴을 마주 보고, 힐쉬르는 쿡쿡 웃었다.
"방이 너무 깨끗해져 있으므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거죠. 이내 돌아올 테니까, 식사 준비를 합시다. 그곳에는 사식이 들어 있는 거죠?"
힐쉬르가 즐거운 듯이 입술 끝을 올리고, 카트를 가리켰다. 마침 배가 고플 시간이다. 깔끔하게 정리한 조제용 책상 위를 깨끗이 하고, 리제레타와 리할다가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제대로 준비가 되었을 때에, 라이문트가 노크를 하고 조심조심 문을 열며 얼굴을 살짝 내비쳤다. 여전히 자신의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고 있고, 검은 머리는 부스스하다. 직후, 리제레타가 들여온 사식의 냄새에 배를 울리고, 겸연쩍은 듯이 시선을 돌린다.
"라이문트, 들어오기 전에 밧센이면 되니까 몸을 가다듬어 주세요. 그런 모습으로 로제마인님 앞에 서지 마세요."
리제레타에게 웃는 얼굴로 쫓겨난 라이문트가 다시 문을 닫았다. 방 밖에서 밧센을 쓰고 돌아온다.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이제 라이문트가 들어왔으니, 점심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힐쉬르가 공동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힐쉬르에게 불하받은 식사를 먹으면서 라이문트가 어깨를 떨어뜨린다.
"역시 착각한 것이 아니었군요."
어젯밤 디트린데에게 불려나가, "아렌스바흐의 대표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페르디난드님과 자주 연락하며 연구하도록 하세요." 라고 한 것 같다.
"지금까지 귀족원에서는 전혀 접촉이 없어서 매우 놀랐습니다만, 자신의 약혼자의 제자라, 그럴 마음이 되었는가라고 생각했습니다."
라이문트는 영지 대항전의 연구 발표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성심껏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강의에 가자, 사감인 프라우렘에게 저지당해, "공동 연구의 윤곽이 정해지면 보고하도록." 라는 말을 들어서 당혹해 하고 있었다고 한다.
모른다고도 말하지 못하고, 라이문트는 오전 강의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이 연구실로 온 것 같다.
"에렌페스트가 단켈페르가와 드레반히엘과 공동 연구를 하게 된 것입니다. 모두 주목도가 높은 연구이며, 페르디난드님으로 인해 관계의 깊은 아렌스바흐도 공동 연구를 하고 싶다고 프라우렘이 제안했습니다. 중앙에 대한 공적을 원하는 것이겠죠."
……힐쉬르 선생님이 부추긴게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문관 코스 시험을 끝내는 것을 도와주었기에,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는다. 라이문트도 이쪽에서 요구되기보다는 자신의 사감이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모두 페르디난드님의 제자이고, 설계 부분을 라이문트가, 시제품을 만드는 부분을 로제마인님이 맡으면, 이대로도 충분히 공동 연구가 될 것입니다."
"……시제품을 로제마인님이 만드는 것입니까?"
라이문트가 파란 눈을 부릅뜨고 "영주 후보생에게 제작을 시키다니, 말도 안 됩니다." 라며 힐쉬르를 보았다. 벌벌 떠는 라이문트와 달리, 힐쉬르는 "적재 적소입니다." 라고 태연히 말한다.
"로제마인님은 조합의 실기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고, 페르디난드님에게 교육받고 있어, 실천적인 조합에 익숙하며, 시간 단축의 마법진을 사용하는 조합이 가능합니다. 영주 후보생이기에 마력이 많아서, 아무리 조합해도 문제 없지요. 연구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설계 쪽은 그정도의 센스가 없습니다. 라고 듣고 말았다. 강의에서 하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응용이 별로라고 할까, 라이문트와 페르디난드 같은 설계 감각이 없다.
"이 공동 연구를 성공시켜, 둘 다 페르디난드님의 제자인 것이 알려지면, 페르디난드님의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공동 연구가 성공하는 것은 페르디난드의 공적도 된다는 식으로 가져가면, 아렌스바흐에서의 페르디난드의 중요성이 커질 것 같다. "페르디난드님의 대우를 개선하기 위해서입니다." 라고 하면 의욕을 낼 수밖에 없다.
"페르디난드님의 입장을 다지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중급 귀족인 라이문트가 페르디난드님의 측근으로서 인정 받는 것이기도 하며, 제 도서관의 마술도구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같이 힙냅시다."
"완전히 주변에서 기정사실화되어 있어, 새삼스럽게 거절할 수도 없으니까요……."
거절하면 프라우렘이 엉뚱한 히스테리를 일으킬 것이라고 라이문트는 질색한 얼굴로 말하며, 공동 연구를 승인했다.
"그럼, 점심 식사를 마치면 곧 시제품을 만들겠습니다. 설계도와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정리한 자료에 감동한 라이문트로부터 사서 일을 칭찬 받아 기뻐하고, 오후의 강의에 가는 라이문트를 배웅한 뒤, 나는 힐쉬르의 연구실에서 조합으로 시간을 보냈다. 라이문트가 두고 간 설계도를 보면서 차례로 마술도구를 작성하고, 힐쉬르가 부르면 마술도구에 마력을 넣는다. 부족한 근력은 신체 강화로 보완하고, 부족한 체력은 체력만 회복시키는 약으로 때운다.
……응, 이 연구실은 글렀다. 평범하게 지내려 하는데도 약에 절고 있어.
그리고 강의에서 돌아온 라이문트에게 나는 가슴을 피고 시제품을 보였다.
"어떤가요? 주문대로 되어 있나요? 많이 노력했답니다."
조금 칭찬해주었으면 하고 들떠있던 나는 라이문트 앞에 시작품을 놓아 간다. 가슴 설레이며 라이문트의 반응을 보고 있는데, 어째선지 라이문트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떨구었다.
"……저, 그렇게 실망할 정도로 결과가 나쁜가요?"
"아니요. 잘 되어 있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의 차이를 보고, 조금 좌절했을 뿐입니다."
마력이 적은 라이문트는 시제품을 조제하는 것만으로도 회복약이 필요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하루에 한개를 제작할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상황인 것 같다. 네개나 늘어선 마술도구를 보고, 새삼 세상의 불평등성을 통감했다고 한다.
"이것을 페르디난드님께 보내, 합격 여부를 판단하겠습니다."
"그럼 보내는 것은 내일로 해주세요. 제 편지도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 프라우렘 선생님을 경유해서 페르디난드님께 보내는 편지도 있고요……."
이 연구실의 상태로는 보고가 소홀해질 것이라, 내가 보고 의무를 지고 있음을 말하자, 라이문트는 안심한 것처럼 표정을 느슨하게 했다.
"그것은 무척 도움이 됩니다. 안 그래도 프라우렘 선생님께 보고해야 했기 때문에……."
다음날, 나는 마술도구의 제출과 동시에 페르디난드에게 알리는 편지와, 프라우렘을 경유해 전달되는 편지를 모두 라이문트에게 맡겼다.
……제발 페르디난드님의 답장이 돌아오기를.
급신의 여신 올도슈넬리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자, 브륜힐데가 편지를 가져왔다.
"로제마인님 에그란티느 선생님의 초대장입니다. 왕족의 주최로 책벌레의 다과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어라? 나 아직 에그란티느 선생님에게 문관 코스가 끝났다는 연락을 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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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힐쉬르의 연구실로 갔습니다.
이것으로 본편이 유스톡스 시점의 SS를 따라잡았습니다.
자료를 사용하기 쉽게 치우고, 감동 받아, 텐션이 올라가고 있는 로제마인.
페르디난드에게 겨우 편지를 낼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왕족이 주최하는 책벌레의 다과회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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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타스키카케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진처럼, 끈 사이에 소매를 넣어 정돈하게 됩니다.
17화. 왕족의 의뢰
왕족의 의뢰
"브륜힐데가 연락을 넣은 것입니까?"
문관 코스 시험이 끝났다는 연락을 넣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다과회의 권유가 왔는지 알 수 없었다. 눈을 깜빡이는 나를 보며, 브륜힐데가 가볍게 숨을 토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로제마인님이 바로바로 강의를 끝내고 있다고 소문이 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상 이상으로 선생님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네요."
"복수의 중요한 공동연구의 발안자인 로제마인님은 선생님들 사이에서 주목의 대상이니까요."
도대체 언제부터 공동연구를 시작할 수 있을지, 어떻게 시작하는지, 누가 어떻게 관련되는지, 흥미 진진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정보가 중앙 소속의 사감들에게, 그리고 왕족인 에그란티느에게 흘러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에그란티느님의 주최로 책벌레의 다과회를 여는 것은 도서관 관계자를 한자리에 모으기 위해서다고 생각합니다. 사서를 둘 다 호출하는 것은 도서관 사용자가 늘어나기 이전이 아니면 어려우므로, 가급적 빨리 개최하겠다는 것이지요."
도서관 관계자를 모은다는 것은 슈바르츠들의 관리자가 한넬로레로 바뀐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다과회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왕족의 호출이다.
"어디에서 개최되는 것인가요?"
"에그란티느 선생님의 이궁이라고 합니다. 왕족이 주최하기에, 도서관의 집무실은 쓸 수 없었겠죠. 참가 인원을 생각하면 도서관의 집무실은 좁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브륜힐데가 "게다가 도서관 집무실에서 다과회를 하려고 생각하는 것은 로제마인님 정도입니다." 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초대 대상자를 알려준다.
"우선, 사서인 솔란지 선생님, 올탄시아 선생님, 그리고 도서 위원인 로제마인님, 한넬로레님, 힐데브란트 왕자, 그리고 주최자인 에그란티느님과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라고 합니다."
왕족이 셋이나 있고, 각각의 측근이 줄줄이 따라오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도서관 집무실에서 다과회를 열기는 어렵다.
……슈바르츠들의 관리자를 변경할 때에도 잔뜩 있었고.
"그건 그렇고,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도 있나요? 바빠서, 귀족원에 올 수 없었기에, 입학 전인데도 힐데브란트 왕자가 오게 된 것이었죠?"
마치 에그란티느를 둘러싼 에비리베1와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음악 선생님과의 다과회에 난입한 인상이 강한 탓일까.
……그렇게 에그란티느님께 달라붙지 않아도, 결혼했으니까 쿵-! 하고 버티고 있으면 좋을텐데.
다만 힐쉬르 선생님의 이야기로는, 아나스타지우스에게서 단켈페르가와의 공동연구에 대한 조언을 받은 것 같으니, 감사는 해두는 것이 좋다. 감사는 해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귀찮다는 생각도 막을 수 없다.
"한넬로레님도 초대 받고 계신 것 같고, 왕족 주최의 다과회라면 불참할 수는 없습니다."
에그란티느에게 사정 설명을 하면서도 불안해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락 부족으로 뜻밖의 교체를 당한 한넬로레를 홀로 둘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가급적 가까이 가지 않으려던 왕족의 호출에는 우울해지고 만다. 어깨를 떨어뜨리고 한숨을 토하고 있자, 브륜힐데가 작게 웃었다.
"그렇게 우울한 얼굴을 하지 마세요, 로제마인님.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책벌레의 다과회를 위해 왕궁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오시는 것 같아요."
……왕궁 도서관의 책!? 위험해, 설렌다!
꾸욱 손가락을 엮고, 나는 브륜힐데를 올려다보았다. 아마 오늘 최고로 좋은 미소를 짓고 있을 자신이 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역시 에그란티느님의 부군이시네요. 정말 멋진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제마인님이 참여에 적극적으로 되어 주셔서 다행입니다. 로제마인님은 어느 책을 준비하시겠나요? 이쪽으로부터도 대출 약속을 하고 있는 거죠?"
"역시 어머님의 사랑 이야기일까요? 에그란티느님이 관심을 가지고 계셨으니까요."
왕족의 호출이든 뭐든, 책의 교환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들뜬다. 왕족의 다과회에서 너무 흥분해서 쓰러지지 않도록 대책을 짜는 브륜힐데의 옆에서, 나는 책의 선별을 시작으로, 호위기사는 누가 동행하는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에렌페스트로 왕족에게서 다과회의 초청이 왔음을 보고하고, 가져갈 과자나 책을 준비하고, 힐쉬르의 연구실에 다니고 얼마 있지 않아, 바로 책벌레의 다과회의 날이 되었다. 오후의 차는 5의 종에 하는 일이 많지만, 4와 반의 종에 오라고 지정받았다.
강의가 시작된 시간이기에 조용해져 있는 복도를 지나, 나는 에그란티느의 이궁으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로제마인님."
에그란티느의 이궁에 왔을 텐데, 아나스타지우스의 근시장인 오스빈이 맞아 주어서, 정말로 두 사람이 결혼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안내된 방에는 아나스타지우스과 에그란티느와 그 측근이 있을 뿐, 다른 참가자의 모습은 없다. 아무래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같다.
긴 인사를 나누며 나는 출입문으로 시선을 돌린다. 인사가 끝나도 다른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근시들이 갖고 온 과자나 책을 주고받는 것을 보면서 불편하게 방안을 둘러보았다.
"……전, 너무 빨리 왔군요."
"아니, 그대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 일찍 불러냈을 뿐이다."
아나스타지우스로부터 자리를 권유받아 앉는다. 왕족에게서 할 말이 있다고 하니 싫은 예감이 든다. 듣지 않고 끝내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나는 방긋 웃었다.
"저에게 하실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대단히 화려하게 움직이고 있구나."
……화려하게 움직인 적이 있었나? 요즘은 마력의 압축률을 줄인 덕분에 마력의 제어도 하고 있고.
힐끗 노려봐지고 있어, 나는 필사적으로 화려하게 움직이는 것에 해당하는 행동을 되돌아보았다. 아나스타지우스의 정보원은 에그란티느이다. 그러면 에그란티느과 관련되었을 때의 이야기가 틀림 없다.
"……아! 봉납춤의 연습에서 마석을 빛냈을 때의 이야기인가요?"
그것은 확실히 좀 화려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간신히 짐작이 가는 일을 떠올린 내가 무심코 손뼉을 마주치자, 아나스타지우스는 조금 얼굴을 경직시켰다.
"다르다. 단켈페르가, 드레반히엘, 아렌스바흐의 세 영지와 공동연구를 실시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화려하게 움직이는 에렌페스트의 견해를 들려주어라."
"네? 공동연구를 화려한 움직임이라고 말씀하시면 곤란합니다. 에렌페스트로서는 거절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내 말에 에그란티느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로제마인님, 거절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려주셔도 좋을까요?"
"네. 단켈페르가는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로부터의 지시이고, 대영지 드레반히엘의 권유는 영지의 순위적으로도 거절하기 어렵고, 이쪽의 이익도 커서, 접수했습니다."
"아렌스바흐는?"
아나스타지우스의 질문에 나는 한순간 말이 막혔다.
"아렌스바흐와 공동연구에는 저의 문신 코스의 합격이 걸려있던 것입니다."
"무슨 뜻인가?"
"제가 프라우렘 선생님한테 눈엣가시가 되어 있는 것은 아시죠? 문관 코스는 개별로 시험을 받는 이상, 방해도 있습니다."
어머, 하고 에그란티느이 가볍게 눈을 뜨고, 아나스타지우스가 "그런 보고는 받지 못했다." 라며 분개한다.
"그래도 딱히 문제는 없습니다. 공동연구와의 거래로 끝났으니까요. 내년에도 뭔가 해오게 되면 상담하겠습니다. 저는 애초에 도서관의 마술도구의 연구를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게다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도 약속했으니까요."
내 말에 에그란티느가 "어떤 약속을 하신 건가요?" 라며 고개를 갸웃하고, 아나스타지우스는 "그대와 약속을 한 적이 있었나?" 라며, 기억을 찾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전에 이번 영지 대항전에서 놀랄 만한 연구를 한다고 약속했었죠? ……설마 이런 전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자신의 일이어도 놀라고 있지만,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도 놀라셨나요?"
약속의 내용을 설명하자, 아나스타지우스는 마치 페르디난드의 약을 마신 것과 같은 씁쓸한 표정이 되어 머리를 눌렀다.
"……아,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놀랐다."
"그것은 다행입니다. 왕족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네요."
후훗 하고 내가 웃자, 에그란티느도 "설마 로제마인님과 아나스타지우스님이 그런 약속을 하셨었다니. 사이가 좋네요." 라며 쿡쿡 웃었다.
"딱히 사이가 좋은 것이 아니다. 힐쉬르를 제외하고도 조금은 가치 있는 연구 성과를 내라고 했을 뿐이다."
흥 하고 코를 울리며 아나스타지우스는 힐끗 나를 노려보았다. 에그란티느의 입에서 "사이가 좋네요." 라는 말이 나와서 토라진 것은 알지만, 나를 노려봐도 곤란하다.
"그래서 에렌페스트는 대영지 세 곳과 공동연구를 한다만, 클라센부르크와 공동연구를 할 예정은 없는가?"
아나스타지우스의 질문에 나는 클라센부르크 출신의 에그란티느에게 시선을 돌렸다. 밸런스를 생각하면 클라센부르크와도 공동연구를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솔직히 손이 가득하다.
"클라센부르크에서는 드레반히엘과 달리 별다른 권유도 받고 있지 않았고, 단켈페르가처럼 공동으로 연구해야 하는 내용이 없습니다. 게다가 아렌스바흐처럼 원래 함께 연구하던 내용도 아니라서 특별히 예정은 없습니다. 이러한 것은 왕족에게 말씀드릴만한 것이 아닙니다만, 더는 연구에 할애할 문관 견습이 없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문관 견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영지와의 공동연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실기 성적과 마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군……."
아나스타지우스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왕족에게 말씀드릴 만한 것이 아니다." 라며 까놓고 이유를 말함으로써, 클라센부르크로부터의 신청이 없도록 배려해주세요, 라는 요구다.
"공동연구에 관한 에렌페스트의 생각은 대략 이해했다. 세 개의 연구를 동시에 진행시키는 것이니, 실패가 없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다. 가치가 높은 연구는 빼앗기기 쉽다. 항상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라."
모처럼의 충고이니, 착실한 얼굴로 끄덕이긴 했지만, 연구를 빼앗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선 신들에게 기도하는 것과 가호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빼앗긴다고 해도, 신들에게 기원하는 행동이 뒤따라야만 의미가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동이다.
다음에 에렌페스트의 특산품에 부가 가치를 더하는 연구라, 빼앗겨도 이쪽은 전혀 아프지 않다. 드레반히엘을 적으로 돌려서라도 연구하는 거라면, 오히려 연구 결과 발표가 기대될 정도다.
그리고 라이문트의 적은 마력으로 도서관의 마술도구를 재현하는 연구는 중앙에 대한 기여도가 다른 것에 비해 분명히 낮아서,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가령 페르디난드의 엄격한 선별을 뚫고 제자가 되고, 더 좋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 함께 연구하고 싶은 열의에 찬 사람이라면, 나는 두 팔을 벌리고 환영한다.
……공을 들여 빼았아도 실망할 뿐이라는 느낌이니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아나스타지우스가 헛기침과 함게, "듣고 있는가?" 라며 나를 노려보았다. 여기서 솔직히 "듣지 않았습니다." 라고 대답하면 혼나게 되는 것은 이미 학습하고 있다. 나는 말 없이 방긋 웃었다.
"그대의 축복에 대한 것이다. ……우리들의 졸업식에서 축복을 내린 것은 그대였었지?"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이온지……"
갑작스러운 화제 변환, 게다가 나에게는 매우 좋지 않은 화제가 심장이 내려앉았다. 아나스타지우스가 나를 보면서, 쓸데없이 상쾌한 웃음을 띄우며 입을 연다.
"입장과 동시에 난데없이 쏟아진 축복 덕분에 차기 왕에 걸맞은 것은 나와 에그란티느라는 의견이 나왔다만, 그대는 알고 있는가?"
"으……."
완전히 확신을 얻고 있는 말투다. 이대로 잡아떼어도 통할지 고민하는 사이에도 아나스타지우스는 나의 축복이 얼마나 큰 파문을 중앙에 일으킨 것인지 설명했다.
"일단은 내가 왕위에 오르는 것을 포기했을 측근들이 다음 왕에 걸맞은 것은 나라고 말하고, 형님의 측근들은 에그란티느는 역시 다음 왕의 왕비가 되어야 하니까 데려가야한다며 벼르고 있고, 물러났다는 선언이 전혀 쓸모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을 수습하는 데에는 아버님도, 형님도, 나도 뼈가 부러질 정도였다."
왕족 사이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던 상황을 늘어놓자, 원흉인 나로서는 몸둘 바가 없어서 이 자리에서 도망쳐 버리고 싶다. 물론 그런 짓을 할 수 있을리도 없지만.
속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아나스타지우스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 다음의 영주 회의에서 열리는 형님과 아돌피네의 성결식에서 그대가 신전장을 해주었으면 한다."
"네?"
"저도 부탁 드립니다, 로제마인님. 진짜 축복을 차기 왕과 왕비에게 주셨으면 합니다."
음악의 실기에서 곡 하나 분량이나 축복할 정도로, 축복에 자신이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아나스타지우스의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왕족들과 되도록 얽히지 말라는 말을 듣고 있고, 중앙 신전의 신전장의 체면을 손상시킬 듯한 도발 행위를 하기도 싫다. 그러나 동시에 "왕족에게는 거스르지 마라." 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어렵다.
"……그것은 어명인가요?"
"아니, 나의 개인적인 부탁이다. 형님이 다음 왕이 되는 것을 가지고 주위가 불평을 하지 않도록, 축복을 부탁하고 싶다. 차기 왕으로 내정되었어도 형님은 어려운 처지인 것이다. ……왠지 알겠는가?"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으니까.
바로 답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를 입에 올려도 좋을지 모르겠다. 아나스타지우스의 회색 눈동자가 나의 모습을 탐색하는 것을 깨닫고,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작년의 영지 대항전에서 습격을 받았을 때,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 있었는지 들었을 테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갖지 않은 거짓 왕이라고 들렸습니다."
나의 대답에 아나스타지우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다. 정변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계승한 두 왕자가 살해되고, 동시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잃은 데서 비롯됐다. 둘째 왕자의 이궁과 살해된 장소는 물론, 왕궁이나 둘째 왕자와 교류가 있었던 주요 귀족의 저택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을 찾아봤지만, 구루투리스하이트는 보이지 않았다. 현재도 찾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아버님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지 못한 왕인 것이다."
나는 듣고 있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왜 이런 이야기가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꽤나 깊은 일을 들려두고 있는 것 같다. 서서히 자신도 깊은 곳으로 끌려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으면 왕이라도 국가 중대사에 마술을 사용하지 못하고, 그저 한결같이 마력을 쏟는다고 해도 이전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 밖에 못 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왕으로서 나라에 마력을 쏟지 않으면, 유르겐슈미트는 성립하지 않는다. 아버님은 왕이 된 이후로 인신공양을 하듯 마력을 쏟고 있다. ……형님도 나도 마찬가지이다."
초석의 마술 없이 영지를 다스려야 하는 아우브 같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주 후보생의 강의를 받은 나는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눈먼 축복에 사람들이 얼마나 열광했는지 알겠는가?"
나는 꾸욱 입술을 다문다.
"에그란티느를 놓고 다시 다툼이 일어나려 했을 때에, 형님은 나와 에그란티느의 결혼을 이미 정해진 일이라고 자신의 측근들에게 간언하며, 축하해 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형님 주위의 잡음만큼은 줄이고 싶다. 형님의 성결식에서, 신들의 가호를 많이 얻은 에렌페스트의 성녀로부터의 축복을 주고 싶은 것이다."
아나스타지우스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슴에 차오른다. 이런 역경들이 나의 축복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 것이라면, 책임 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 페르디난드와 디트린데의 성결식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속셈도 있다.
"아우브·에렌페스트과 왕께 허락을 구해주세요. 제 신변의 안전 때문에, 특례로서 단상에 저의 호위기사를 배치해도 된다면, 형님을 생각하시는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부탁이니 수락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한다."
아나스타지우스가 후유 숨을 토했다. 에그란티느도 그 옆에서 정말 기쁜 듯이 웃고 있다.
거기에 오스빈이 손님의 내방을 알리러 왔다. 한넬로레가 도착한 것 같다.
"몰랐던 것입니다만, 진심으로 사죄를……."
"그대의 사과는 필요 없다, 한넬로레."
인사가 끝나자마자 사과의 말을 하기 시작한 한넬로레의 말을 아나스타지우스이 잘랐다.
"에그란티느가 말했다. 연락을 하지 않은 도서관 측의 책임이라고. 나도 그와 같은 인식이다."
한넬로레이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린다.
"오히려 그대들, 도서위원으로부터 도움받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에 이번의 다과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도움, 인가요?"
한넬로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꾸중을 들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왔는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놀랄 것이다.
……알아, 알아. 왕족의 부탁은 심장에 안 좋아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한넬로레가 문관 도제들에게 날라오게 한 책이다. 단켈페르가의 크고 두꺼운 책이 옮겨지고 있다.
……이번에는 무슨 책일까? 기대된다.
"로제마인, 남의 일이라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대에게도 도움을 받겠다."
"네? 하지만……전, 올탄시아 선생님이 슈바르츠들의 관리자로 인정될 때까지 도서관에는 다가오지 말아달라고 솔란지 선생님에게 부탁을 받았습니다만."
"슈바르츠들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아나스타지우스가 그렇게 말한 뒤 나를 내려다보며 훗 하고 웃었다.
"책을 좋아하는 도서위원들에게 기꺼이 협력받기 위해, 왕궁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 왔다. 흔쾌히 동참하기 바란다."
"맡겨주세요! 가능한 한 협력하겠습니다!"
왕족의 요청을 거부해선 안된다. 나는 웃는 얼굴로 흔쾌히 수락했다. 한넬로레도 "왕족의 요청이라면" 이라며 끄덕이고 있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힐데브란트에게 이야기한 열리지 않는 서고에 관한 것이다. 왕족에게 얼마나 중요한 정보인지는 알 수 있겠지?"
아까 끝없이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는 폐해에 대해 이야기한 참이다. 왕족이 얼마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원하는지 알 수 있다. 귀족원에서 떠도는 괴담이어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기분이 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가능한 한 협력하겠다고 말해버렸다. 나 혹시 실수했어!?
실수라도 실수가 아니라도, 왕족의 명령은 피할 수 없지만, 나는 무심코 머리를 싸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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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다과회를 하기 전에, 아나스타지우스의 호출입니다.
에그란티느로부터의 보고로 항상 머리를 안고 있는 왕자, 직접 말을 해서 더 머리가 아팠습니다.
다음은 책벌레의 다과회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겨울의 신. 대지의 여신을 독점하려 하는 얀데레 신이다. ewige (영원히) + Liebe (사랑)
겨울 동안, 대지의 여신 게둘리히를 감금하고 있다.
18화. 책벌레의 다과회
책벌레의 다과회
"전, 왕족에게 사과하기 위해서 빨리 기숙사를 나와서, 설마 벌써 로제마인님이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넬로레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띄운다. 딱히 빨리 올 생각이 전혀 없었고, 지정된 시간에 왔더니 왕족에게 호출당하고 있었다, 라고는 할 수 없다.
"저도 왕족에게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저, 혹시, 제가 방해를 한 것은……."
또다시 실점을 거듭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한넬로레가 당황했지만, 나는 안심시키기 위해서 방긋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서 에그란티느 선생님에게 전달하기 위한 머리 장식을 드리려고 했을 뿐입니다."
"네. 모처럼이니까 한넬로레님이 봐주었으면 좋겠어요."
나의 변명에 에그란티느이 웃으며 끄덕인다. 나는 바로 브륜힐데에게 눈짓했다. 브륜힐데가 바로 머리 장식이 담긴 박스를 아나스타지우스의 근시에게 건넨다. 근시 사이에 상자와 내용물의 확인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 뒤, 아나스타지우스는 흡족하게 웃으며 "나의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를 선사하오." 라며 에그란티느 앞에 상자를 두었다.
머리 장식의 교환이 화기애애하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고, 한넬로레는 겨우 안심한 듯이 웃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도 새로운 머리 장식을 주문하신 건가요? 저의 오라버님도 주문하셔서, 받게 될 것을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의 선물이라는 형태로 아렌스바흐의 디트린데님으로부터도 주문을 받았습니다. 꽃 자체는 아돌피네님과 같고, 좀 작고 색깔이 다른 것을 다섯개 주문받았습니다."
예상대로 "어머, 다섯개나?" 라며 에그란티느가 놀라서 나는 이때다 하고 디트린데의 머리 장식에 대해서 설명한다. 적어도 왕족에게는 페르디난드의 센스가 아닌 것이나 장식하기에 따라서는 어떻게든 되는 것을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
"때와 장소, 의상에 맞추어 조합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디트린데님이 생각한 디자인입니다. 에렌페스트의 감각은 신뢰할 수 없다고 말씀하셔서……."
"어머, 저는 에렌페스트의 디자인에 만족하고 있고, 오늘의 머리 장식도 매우 멋지다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만족하실 수 있었다고 저의 전속에게 전하겠습니다."
머리 장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이 다른 사람도 도착했다. 도서관에서는 솔란지와 올탄시아가 찾아왔다. 인사를 나눈다.
……이 사람이 중앙 기사단장의 첫째 부인이다.
"에렌페스트로서는 저희들에게 여러가지 생각이 있겠지요."
"올탄시아 선생님?"
갑작스러운 말에 내가 눈을 깜박이자 올탄시아는 슬픈 듯한 미소를 지었다.
"왕족의 상황이 어렵게 진행될 때, 힐데브란트 왕자가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에서 들었다는 숨겨진 서고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왔고, 기사단장이 확인하러 갔더니,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들이 옛 사서의 일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 일지에는 졸업 후에도 도서관을 찾아오던 왕족의 기술이 있었지요? 저의 남편인 기사단장은 에렌페스타가 귀족원에 있는 왕족의 물건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사단장은 페르디난드님이 아달지자의 열매로, 왕족의 혈통을 잇고 있는 걸 알지? 의심받을 수 밖에 없겠네.
너무 타이밍이 나빴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에서 얽히지 않았으면, 이상한 혐의를 받는 일도 없이,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로 향하는 일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직업상, 남편은 무엇이든 의심합니다만,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으면 기사단장으로서는 실격이지요. 남편이 원한을 살 일이 많은 직업에 종사하는 것은 알고있습니다만, 되도록 온건하게 일을 끝내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도록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올탄시아의 그런 말에, 나는 뭔가 웃음이 나왔다.
들은 대로, 왕족의 혈통을 잇고 있는 페르디난드가 수상쩍은 행동을 해서 문답무용으로 잡혀간 것은 아니다. 시켜진 것은 주위에 멸시되고 있는 신전을 나와 대영지의 데릴사위가 된 것이다. 주위가 부러워할 영전이다.
……아렌스바흐가 아니면 좋았겠지만.
기꺼워하는 것처럼 보여두어라, 라는 말을 들고 있으니, "이쪽에 이익이 없습니다만." 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나는 방긋와 웃어 보였다.
"서로 여러가지 일이 있으며, 저희들의 개인적인 감상과 주위의 의견에 차이가 있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올탄시아와의 대화를 마치자, 바로 힐데브란트가 찾아왔다. 근시장인 아르투르에게 살짝 밀려난 힐데브란트와 인사를 한다. 작년보다 인사에 익숙해진 듯, "성장하고 있구나." 라고 흐뭇하게 생각한다.
"3학년부터는 로제마인도 바로는 강의를 마칠 수 없어, 만날 기회가 크게 줄 것으로 알고있었습니다만,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힐데브란트 왕자가 어떤 책을 추천하실지, 기대하고 있었으니까요."
나와 힐데브란트가 인사를 하고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옆에서는 한넬로레가 사서 두 사람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 같아 죄송합니다. 설마 한넬로레님이 관리자가 바뀔 정도로 도서관에 오실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해서……."
"이미 관리자는 올탄시아 선생님이 대신하고 있으니, 안심하세요, 한넬로레님."
관리자가 바뀌었다는 솔란지의 말에, 한넬로레가 정말 안도하는 듯한 미소를 보였다. 상당히 마음고생을 하고 있던 것 같다.
한넬로레가 안심한 것에 더해, 나도 후유 숨을 토하며 올탄시아에게 자신의 의문을 올렸다.
"상급 사서가 매일 슈바르츠들에게 마력을 공급하고 있으면, 관리자가 한넬로레님으로 대체될 일은 것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어째서 한넬로레님이 관리자가 되어 버린 것입니까?"
"다른 일에 마력이 필요해서, 아직 마력에 여유가 있는 슈바르츠들에게 마력을 줄 수가 없었습니다."
올탄시아의 말에 나는 "도서관에 슈바르츠들보다 중요한 마술 도구가 있었어요?"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출 작업과 무단 반출의 등록 등, 일상 업무에서 슈바르츠들보다 필요한 마술 도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나의 의문에 올탄시아는 곤란한 듯,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눈길을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에게 돌렸다.
"일상 업무로서 생각한다면 슈바르츠들은 중요하다. 하지만 왕족의 명을 받고 있는 올탄시아에게는 그 외에도 해야 할 일이 있었던 것이다."
"솔란지 선생님으로부터 빌린 책에도 기술이 있었으니 로제마인님도 아시죠? 상급 사서의 열쇠가 없으면 열리지 않는 서고가 있는 것을."
열리지 않는 서고를 열어, 구루투리스하이트나 혹은 이와 연결되는 단서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올탄시아의 임무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상급 사서의 방의 등록을 다시 하는 데에도, 열쇠의 관리자가 되는 데에도 마력이 필요해, 슈바르츠들에게 마력을 공급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열쇠의 등록이 끝나면 마력을 공급할 예정이었던 모양이다.
"일지와 솔란지의 이야기에 의하면, 키는 세 개 있고, 전부 모이지 않으면 서고를 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세 개의 열쇠를 손에 넣으려 했습니다만, 혼자서는 한 개 밖에 등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마력만 넣으면 열쇠를 등록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열쇠를 등록할 사람 셋이 필요했다고 한다. 두 번째 열쇠의 관리자로 등록되면서, 첫 번째 열쇠의 관리자 자격을 잃은 것 같다.
"그렇기에, 도서위원에게는 키의 관리자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중앙에서 사서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요?"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만, 정말로 중요한 것이 있는지 어떤지 알 수 없는 서고를 열기 위해 세명이나 되는 상급 문관을 귀족원으로 모셔오기는 어렵습니다."
학생을 상대하는 일상 업무라면 슈바르츠들과 솔란지에게 담당시킬 수 있다. 그리고 세명의 상급 문관을 파견하고도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는 결과로 그칠 때에 납득할 만한 인력적 여유가 없다. 왕족으로부터도 "상당하는 발견이 없는 한, 올탄시아만." 이라 들었다고 한다.
"평소 열리지 않았어도 전혀 문제가 없던 서고입니다. 슈바르츠들에게 마력을 공급하는 것보다는 영주 후보생들의 부담도 적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어떻습니까?"
솔란지가 나와 한넬로레를 보면서 그렇게 말하자, 아나스타지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슈바르츠들의 마력 공급은 중앙에서 관리자로 내려온 올탄시아와 힐데브란트가 담당할 예정이다. 재학중인 한넬로레와 로제마인은 올탄시아와 마찬가지로 키의 관리자가 되고, 서고를 여는 일의 도움을 받고 싶다."
키는 도서관에 보관하며, 서고를 열고 싶을 때에만 부르게 되는 모양이다.
"학년이 올라가 강의로 바빠지더라도, 서고를 여는 것 만이라면, 그렇게까지는 부담이 되지 않는다. 슈바르츠들을 위해 대량의 마력을 공급하는 것은 강의 내용에 따라서는 곤란해 질 테니."
이쪽의 부담이 줄어들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한다. 아나스타지우스의 말에 나랑 한넬로레는 얼굴을 마주 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수락하겠습니다."
우리들이 승낙하며, 두 명의 사서와 아나스타지우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힐데브란트가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저, 로제마인과 한넬로레 뿐인가요? 저도 도서위원인데, 키의 관리자가 되지 않나요?"
"슈바르츠들에게 마력을 공급하는 것은 그대가 아닌가."
아나스타지우스의 말에 힐데브란트가 슬픈 듯이 "그건 그렇네요……." 라며 눈을 내리뜨렸다.
"……혼자 소외될 줄은 몰랐습니다."
"귀족원에 입학하지 않은 그대에게는 서고에 들어간들 무슨 책이 있는지 판단하기조차 어렵다."
힐데브란트가 침울하게 고개를 떨어뜨렸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저는 서고의 책을 읽어도 될까요?"
"도서위원은 문을 열 뿐이고, 안을 탐색하는 것은 사서의 일이다. 뭐가 있을지 모르는 곳에 출입하는 것은 곤란하다."
……모처럼의 새로운 서고인데, 쳇.
자신이 문을 여는 사람중 한 명이고, 거기에 읽어본 적 없는 책이 있는데, 읽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 없는 처사가 아닌가. 하지만,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있을 경우, 여러가지로 의심받고 있는 에렌페스트로서는 내가 조심성 없이 다가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안다.
"바, 바로 들어가는 것은 되도록 참겠사오니, 제가 읽어도 문제 없는 책이나 자료가 있으면 읽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확인한 이후라면 좋다."
진지한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나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다과회는 시작되었다. 각각이 마련한 과자가 나열되고, 각각의 시식을 겸해 조금씩 먹어 보이고, 소개한다.
"이쪽은 에렌페스트로부터 사들인 카트르 카르의 레시피에 단켈페르가 특산의 레시를 더한 것입니다. 작년의 영지 대항전에서 로제마인님께 받았던 것이 너무 맜있어서, 단켈페르가에서도 요리사가 연구한 것입니다."
로우레1로 담근 술도 단켈페르가의 것 같고, 맛이 전혀 다르다.
"술이 다른건가요? 에렌페스트에서 만든 로우레의 카트르 카르와는 다른 맛이 나서 맛있네요. 이렇게 각각의 토지에 맞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로제마인님이 들여오시는 새로운 과자도 매년 기대하고 있습니다."
솔란지가 쿡쿡 웃으면서 내가 지참한 요구르트 무스의 타르트에 손을 댔다. 하얀 요구르트 무스 위에 루토레베2의 잼이 무늬처럼 장식되어 있어, 호화로운 모양을 하고 있는 겨울이 떠오르는 과자이다.
"이 하얀 부분의 기본적인 맛은 요구르트니, 기호에 맞춰 단맛을 더하도록 하세요."
중앙에서 가지고 온 과자는 보기엔 좋았지만, 역시 너무 달았다. 나는 열심히 먹었지만, 다들 세 입 이상 먹지 못하고 리타이어했다.
차와 과자를 두루 즐긴 후에는 책의 감상을 나눈다.
……이것이야말로 책벌레의 다과회! 너무 즐겁잖아!
"로제마인이 빌려준 기사 이야기는 귀족원을 입학하기 전의 나로서도 읽기 쉬운 책이어서,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힐데브란트에게 있어, 기사 이야기는 공부의 진도라는 측면도 있어서, 딱 좋은 읽을 거리였다고 한다. 좀 어렵긴 했지만, 두근두근하고, 다음 내용이 신경쓰여 열심히 읽었다고 한다.
"저도 그 이야기처럼 마음을 빼앗긴 아가씨를 위해 아름다운 마석을 바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소 흥분한 표정으로 어떤 기사의 이야기가 좋았는지 이야기하는 힐데브란트의 보랏빛 눈동자는 반짝반짝에 빛나고 있고, 강한 마수를 쓰러뜨릴 수 있도록 강해지고 싶다고 하는 모습에는, 역시 남자구나, 라는 감상이 들었다. 모두가 흐믓하게 보는 것을 알 수 있다.
"레티시아님은 매우 귀여운 분이시니, 힐데브란트 왕자처럼 멋진 분에게 마석을 받으면 정말 기뻐하시겠네요."
"……레티시아, 님인가요?"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힐데브란트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을 깜박거렸다. 귀족 회의에서 발표되지 않았었나 생각하면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힐데브란트 왕자의 약혼녀는 아렌스바흐의 레티시아님이시죠? 페르디난드님이 아렌스바흐로 가시면서 경계문까지 마중을 나와 주신 것입니다. 조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너무나도 귀여운 분이셨어요."
"그……런가요? 하지만, 전……."
힐데브란트의 조금 톤이 떨어진 모습에 어쩌면 영주 회의에서 발표됐을 뿐, 본인들은 아직 만나지 않아 실감이 없는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직후, 생각 났다.
……힐데브란트 왕자는 샤를로테를 좋아하고 있었어!
부모에 의해 결정된 얼굴도 모르는 약혼자의 화제를 꺼내, 실낱같은 첫사랑을 엉망으로 짓밟아 버렸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심 흔들린다.
……그래도 여기서 갑자기 샤를로테의 화제를 꺼내는 것도 이상하고, 주위에 첫사랑이 알려지면 힐데브란트 왕자도 곤란겠지? 아아아아아, 어쩌지!? 미안해, 미안해. 첫사랑을 짓밟는 생각은 아니었어! 어머님이 알면 기뻐할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도 안 했으니까!
"저, 로제마인. 저는……."
"힐데브란트 왕자도 약혼이 결정된 것이죠? 축하드립니다."
힐데브란트의 말과 한넬로레의 말이 겹쳐졌다. 한넬로레의 말에 모두가 축하를 건네면서, 힐데브란트는 "감사합니다." 라며 작게 웃었다. 약혼이라는 자각이 없어도 싫은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한넬로레이 그 장소에 있는 모두를 둘러보고, 익살맞게 웃었다.
"여러분들은 다들 멋진 상대가 계시네요. 어쩐지 저만 따돌려진 것 같아요."
확실히 한넬로레 이외에는 기혼자와 약혼자들 뿐이다. 올탄시아가 쿡쿡 웃었다.
"어머, 한넬로레님은 3학년입니다. 이제부터가 가장 기대될 나이죠? 누군가 마음에 둔 상대는 안 계십가요?"
"아니요. 그래도 그렇군요. ……로제마인님이 붙이고 계신 것처럼 멋진 부적을 주시는 남성분에게 고백받고 싶습니다. 에렌페스트의 사랑 이야기처럼."
수줍은 웃음과 함께 한넬로레이 고개를 흔들며 그렇게 말하자, 나의 훈색 마석 비녀에 시선이 쏠렸다. 나는 조금 머리를 흔들며 훈색 마석을 만졌다.
"이것은 제 신변을 염려한 보호자가 마석을 준비하고, 페르디난드님이 디자인하시고, 빌프리트 오라버님에게 선물받은 부적입니다."
여기서도 페르디난드의 센스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호소하며, 빌프리트에게서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 정도의 마석을 준비했다니, 로제마인님은 에렌페스트에게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네요."
눈을 깜빡이며 훈색 마석의 비녀를 보고 있는 에그란티느의 말에, 나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도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어리광을 들어주시며 이처럼 영토 내에서 제가 좋아하는 책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해 주셨고, 도서관도 받았으니까요."
나는 그러면서 모두에게 빌려주려고 가져온 책을 보였다.
"올해도 새 책이 있나요? 에렌페스트의 사랑 이야기는 저도 읽었습니다만, 간혹 아는 이야기가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분일까? 라는 심정으로 보고 있자, 자신의 귀족원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 매우 그리운 심정이 되었습니다."
"솔란지 선생님이 기뻐해주시니 반갑습니다. 올해의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는 타령의 문신 견습들이 모아준 이야기로 구성된 것으로, 그동안의 이야기와는 달리 누구의 이야기인지 특정하는 것이 훨씬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에렌페스트의 다과회에서 모은 이야기는 어머니와 그 친구가 아는 세대의 이야기가 중심이라서 에렌페스트에 비중이 치우쳐 있고, 그게 아니면 귀족원에서 구전되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가 많아, 특정하기가 비교적 쉬웠다.
그러나 사례금을 목적으로 문관 견습들이 모아온 이야기에는 조금이라도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이 모르는 마이너적인 이야기도 많고, 영지도 다양해져, 특정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사랑 이야기뿐 아니라 남성분을 위한 책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보물 훔치기 딧타를 통해 우정을 기르는 이야기입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도 관심이 있으시면 빌려드리겠습니다."
"관심은 있지만, 힐데브란트가 기다리게 되는 것은 불쌍하지 않을까?"
아나스타지우스가 손가락을 힐데브란트에게 돌렸다. "기다려" 를 들은 강아지처럼, 힐데브란트가 시무룩해져 있는 느낌이다. 보통은 책이 한 권밖에 없고, 신분적으로 아나스타지우스가 먼저 빌리면 힐데브란트은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은 불필요!
"두 분에게 동시에 대여할 것이니, 괜찮습니다. 브륜힐데, 리할다,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와 딧타 이야기를 나눠드리세요."
"알겠습니다."
브륜힐데가 로데리히의 딧타 이야기를, 리할다가 신작의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를 나누어 간다. 딧타 이야기는 단켈페르가와의 다과회에서 처음으로 선 보일 예정이었지만, 아나스타지우스와 힐데브란트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남성용 신작이 이것밖에 없어서, 왕족에게 우선적으로 발표했다.
……갑자기 왕족에게 읽히다니, 대단해요, 로데리히!
가만히 고개를 돌리자, 로데리히는 너무나도 견디기 어려워하는 얼굴로 방 구석에 서 있었다. 반응을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 않아, 같은 얼굴이다.
나온 책을 집어든 에그란티느가 등색의 눈동자를 깜박거렸다.
"……로제마인님, 이것은 똑같은 책인가요?"
"네. 똑같은 책을 만드는 기술은 인쇄라고 하며, 앞으로 에렌페스트의 새로운 기간 산업이 될 것입니다. 단켈페르가의 역사책도 이렇게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내용의 검수를 받아야 하기에 당장이 되진 않겠지만요."
내가 인쇄의 설명을 하자, 솔란지와 올탄시아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과 비교하며, "정말, 그림까지 같네요." 라고 놀라움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름다운 글씨의 내용물은 그렇다 치고, 표지는 어떻게 안 되는 것인가?"
휙휙 책을 넘기던 아나스타지우스가 얼굴을 찌푸렸다. 역시 과다하게 장식된 표지에 익숙해진 귀족에게는 평판이 안 좋은 것 같다.
"이 꽃이 들어간 종이가 일단은 표지입니다. 그리고 에렌페스트의 책이 이렇게 종이 표지로 되어 있는 것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가죽 표지를 붙이기 위해서입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한넬로레님이 선호하는 표지도 다르시죠? 하지만 이쪽은 실로 묶여 있을 뿐이어서 쉽게 풀 수 있기에, 공방에서 표지를 만들더라도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흐음……."
아나스타지우스는 아직 불만스럽게 책을 보고 있다. 표지가 붙어 있지 않는 상태의 책을 본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에렌페스트의 책은 내용만의 판매라고 생각하시옵소서. 표지의 가공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싸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이옵니다. 하급 귀족이나 중급 귀족이라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중급 귀족인 솔란지는 "너무 고마운 배려입니다." 라고 반가워해 준다. 한넬로레도 에렌페스트의 책을 들고 방긋 웃었다.
"에렌페스트의 책은 가볍고 휴대하기 좋으며, 이렇게 넘기기 쉬워, 저는 좋아합니다. 문관이나 근시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읽을 수 없는 책보다 훨씬 친근한 것입니다."
두꺼운 단켈페르가의 책에 한번 시선을 향한 한넬로레의 말에 힐데브란트도 동참했다.
"그렇습니다. 독서대 앞에 서서 읽어야 할 정도로 크고 두꺼운 책에 비하면 읽는 것이 너무 편하죠?"
……서서 읽지 않으면 안 될 만큼 큰 책이라니, 그게 뭐야? 읽고 싶어!
몸을 내밀고 있는 것이 배후의 브륜힐데에 의해 가볍게 제지되었다. 나는 목걸이의 마석에 변화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 앉는다.
"에렌페스트에는 이렇게 얇은 책밖에 없는가?"
"실로 묶어두었을 뿐이니, 그리 두껍게는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로 승부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브륜힐데를 돌아보았다. 끄덕 하고 고개를 끄덕인 브륜힐데가 리할다와 함께 다시 책 한권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최신작, "페르네스티네 이야기" 이다. 페르디난드의 결혼이 결정되었을 때에, 그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쓰여진 이야기로, 역시 그냥은 안 되었기에, 주인공의 성별을 변경한 글이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가 붙여준 근시와 함께 힘겹게 살던 페르네스티네. 세례식을 앞두고 아버지에게 거두어져, 가게 된 곳은 영주의 성. 무려 페르네스티네는 영주 후보생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되는 양모의 집요한 학대. 귀족원에 들어간 페르네스티네는 미모와 뛰어난 성적으로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된다. 다른 영주 후보생들에게 질투받고, 괴롭힘을 당한 적도 있지만, 양모에게 당하는 것에 비하면 사소한 일이다.
양모가 없는 귀족원에서 처음으로 자유를 경험하고, 페르네스티네는 왕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페르네스티네는 어머니가 없는 영주 후보생. 왕자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위의 반대를 받는다.
왕자에게서 떨어뜨리기 위해 왕명으로 대영지에 시집 가는 것이 결정된 페르네스티네. 그 대영지는 양모의 출신지로, 결혼 상대는 양모와 비슷한 용모의 짖궂은 아이였다.
왕명은 어길 수 없다고, 눈물을 흘리며 시집가는 페르네스티네를 왕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갖은 수단으로 페르네스티네을 구한다. 처음에는 폐가 된다며 거부하고 있던 페르네스티네도, 몇번이고 왕을 설득해 결혼 허가를 받아온 왕자의 손을 잡게 된다는, 해피 엔딩이라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형편이 안 좋아도, 히로인은 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다.
이것을 읽은 양부님은 페르디난드가 모델임을 알고, "엘비라는 겁이 없구나." 라고 대폭소 했지만, 아주 친한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듯, 에렌페스트에서도 페르디난드가 모델이라고 깨달은 사람은 적다.
덧붙여서, 이 페르네스티네 이야기와 로데리히의 딧타 이야기는 장편으로, 이는 지금까지의 단편집과 달리 연재물이다. 물리적으로 한 권에 들어가지 못 했던 것과, 인쇄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가능한 나눠서 출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모두가 즐겁게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씨익 하고 웃었다. 이는 다음편을 부르짖으며 책을 원하는 사람을 유르겐슈미트 전체로 넓히는 장대한 계획의 첫 걸음인 것이다.
……모두 나와 같이 "다음편을 읽고 싶어 병" 에 걸리는 것이 좋아! 나의 책벌레 바이러스, 모두에게 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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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르츠들의 관리자가 변경된 이유도 이야기하고, 키의 관리자가 되게 되었습니다.
마력 같은 건 잔뜩 줘도 좋은데, 라고 생각하더라도 입에는 올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발표되는 신작의 책.
로데리히 선생님의 데뷔작을 에렌페스트 이외에서 처음으로 읽는 것은 왕족입니다.
다음은 단켈페르가와의 다과회 겸 회의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유르겐슈미트에 존재하는 단켈페르가 특산의 포도와 같은 과일.
뷔제라는 술의 원료가 된다.
유르겐슈미트에 존재하는 딸기와 같은 여름 과일.
천연 효모의 재료가 되며, 슈밀이 좋아한다.
19화. 단켈페르가의 다과회 전편
단켈페르가의 다과회 전편
에렌페스트는 인쇄를 할 수 있어서 모두에게 책을 빌려줄 수 있었지만, 다른 모두는 역시 몇권이나 되는 책을 가져올 수 없다. 어떻게 돌려볼지, 순서를 정해 책을 대여한다. 내 손에 들어온 것은 솔란지가 폐서고에서 가지고 온 책이다.
"로제마인님은 마력이 많으시죠? 이것은 낡았기에 보존을 위해 폐서고로 이동시킨 책입니다만, 진귀한 마법진이 몇개나 들어 있습니다. 옛날에 슈바르츠들의 연구를 하던 선생님이 작성한 책이라고 합니다. 공부가 되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이것을 사본해서 페르디난드랑 힐쉬르와 연구하면, 나의 도서관에 두기 위한 슈바르츠들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당장이라도 읽고 싶지만, 여기서 갑자기 책을 펼칠 수는 없다. 책은 수행하는 측근들과 문관 견습들 사이에서 교환하는 것이고, 나의 수중에는 들어오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 로제마인."
"무슨 일이시죠, 힐데브란트 왕자?"
쭈뼛쭈뼛한 모습으로 말을 걸어온 힐데브란트가 아르투르의 손에 있는 책에 시선을 옮겼다.
"로제마인은 어려운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죠?"
"네. 좋아합니다."
"저는 귀족원에 들어가기 전이라, 이같이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은 매우 시간이 걸리니까, 로제마인이 먼저 읽어도 됩니다."
힐데브란트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빌린 책을 나에게 먼저 양보하겠다고 말한다. 나는 달려들고 싶은 마음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아르투르를 올려다보았다.
"괜찮습니까? 그……제가 왕자의 책을 먼저 봐도……."
"힐데브란트 왕자는 에렌페스트의 책을 마음에 들어해, 몇번이나 다시 읽고 계시거든요, 이 책은 즐겁게 읽는 로제마인님께 양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에렌페스트의 새 책이 생기면 빌려 달라고 해서, 나는 두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힐데브란트 왕자."
"로제마인이 기꺼워해 주셔서 기쁩니다."
……힐데브란트 왕자, 정말 멋진 아이!
이렇게 나는 키의 관리자가 되기 위한 보수로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빌려준 왕궁 도서관의 책과, 솔란지의 책과, 힐데브란트가 빌렸어야 할 올탄시아의 책을 빌릴 수 있었다. 훌륭한 성과다.
왕족이 주최한다는 것 때문에 긴장하고 있던 책벌레의 다과회가 예상 이상으로 즐겁게 끝났다.
"정말 즐거우셨겠네요, 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의식을 잃지 않고 다과회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히 훌륭한지만, 공주님은 빌린 책을 읽기 전에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 보고해야 할 것이 많이 있지 않나요?"
"……그렇군요."
돌아와서 바로 책에 손을 뻗다가 리할다에게 혼났다. 이왕이면 즐거웠던 일만 기억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비밀방에서 쓰고 오겠습니다."
나는 한숨을 섞어 대답하고는 비밀방으로 향했다. 보고서와 함께 페르디난드에게 편지도 썼다. 중요한 것은 첫째 왕자와 아돌피네님의 성결식에서 신전장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과 도서위원 활동 내용이 열쇠 관리자로 변경이 된 것이다.
페르디난드용 편지에 사라지는 잉크로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용을 썼다. 마지막으로 "잠겨있는 서고 내부의 책은 읽어도 좋은 책인지 사서가 확인한 뒤라면 읽어도 된다고 했어요. 우후훙~" 라고 덧붙인다.
그리고 잉크를 말리는 동안 에렌페스트에 대한 보고도 끝났다. 내용은 매한가지다. "아우브의 허가를 얻어 달라고 대답했으므로, 왕족에게 은혜를 팔아둘 수 있을 겁니다." 라고 마지막에 덧붙인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그때쯤 앞서 쓴 편지의 잉크가 말랐기에, 그 위에 다과회에서 선보인 과자나 빌린 책의 화제 등, 두서 없는 내용을 보통 잉크로 쓴다. 잠시 생각하고, 받은 책의 화제는 피했다.
"……혼날 듯한 요소는 없지? 응."
편지를 다시 한번 검토하고 봉한 다음, 나는 편지와 보고서를 갖고 비밀방을 나왔다.
책벌레의 다과회가 끝난 다음날에는 단켈페르가에서 다과회의 예정이 도착했다. 아무래도 아우브에게서 공동연구에 관한 허가가 나온 것 같다. 브륜힐데가 초청장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틀 후의 오전 중에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레스티라우트님이 참여하므로, 빌프리트님도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합니다."
머리 장식의 납품 및 공동연구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레스티라우트가 참여하는 것은 결정되어 있지만, 남자 혼자여서는 소화가 안 되는 모양이다. 나는 다목적 홀에서 같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빌프리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빌프리트 오라버님도 강의는 없으시죠? 있으신가요?"
"여성만의 다과회에 남자가 한 사람 뿐이라는 상태가 얼마나 괴로운지는 잘 안다. 게다가 공동연구에는 나도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동행하겠다."
1학년 때에는 샤를로테가 없어, 봉납식으로 귀환한 나를 대신해 빌프리트가 혼자서 여성만의 다과회에 참석한 바 있다. 그때의 불편함을 떠올리면 레스티라우트에게 동정적으로 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한넬로레님이 책벌레의 다과회의 모습을 얘기했더니, 단켈페르가의 기사가 딧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것 같습니다. 만약 괜찮으시다면 좀 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라고 부탁받았습니다."
원래 단켈페르가에서 첫 선을 보일 생각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승낙한다.
이렇게 단켈페르가의 다과회까지 브륜힐데와 리제레타 두 사람은 빌프리트의 근시와 가져가는 과자나 다과회에서의 절차와 수신호에 관한 의논을 한다. 나는 드레반히엘과 공동연구를 하게 된 문관 견습들을 군돌프의 연구실로 데려가 소개하거나 힐쉬르의 연구실에서 라이문트에게 편지를 건네고 답장의 재촉을 하거나 하며 보냈다.
"초대에 감사드립니다."
나와 빌프리트는 자신의 측근들을 데리고 단켈페르가의 다과회실로 향했다. 공동연구의 이야기를 하니 문관이 조금 많은 것이다. 아직 이름 올리기를 하지 못한 뮤리에라도 함께다.
"빌프리트님, 로제마인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한넬로레와 레스티라우트가 맞아 주고, 우리들은 긴 인사를 나누며 권유 받은 자리에 앉는다. 마침 나의 자리에서 클라릿사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로데리히에게 시선을 돌리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로데리히가 할트무트의 편지를 전달한다.
……귀족원에서도 이 정도의 일수가 걸리는걸. 페르디난드님의 답장이 돌아오는 것은 더욱 더 먼 나중이 되겠네.
"그럼, 당장 주문한 머리 장식부터 보도록 할까?"
레스티라우트가 가볍게 헛기침했다. 짜증을 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내심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한넬로레가 가볍게 숨을 토했다.
"오라버님, 기다릴 수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다과회가 시작된 이후라도 좋지 않습니까."
한넬로레의 말에 레스티라우트의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짜증내는 것처럼 보이는 태도가 그저 초조할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좀 웃음이 나왔다. 아무래도 웃어버릴 순 없기에, 배에 힘을 넣으며, 나는 브륜힐데에게 말을 걸었다.
"머리 장식을 가져와 주세요."
브륜힐데가 바로 머리 장식이 담긴 상자를 레스티라우트의 근시에게 주자, 근시가 상자와 내용을 확인한 후, 레스티라우트에게 건넨다. 아무리 답답하고 귀찮게 여겨져도 그 순서는 필요하다. 독살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확인이 끝날 때까지는 할 일이 없어, 초조해하는 듯한 레스티라우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짜증을 내고,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는 그 얼굴이 초조할 뿐이라는 것은 가족이 아니면 알 수 없다. 레스티라우트도 인사를 할 때는 귀족다운 웃음이 가능하다. 오히려 그렇기에, 초조해하는 것이 더욱 짜증스러운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겨우 손에 들어온 머리 장식을 레스티라우트는 미간에 주름을 새긴 무거운 표정으로 검사하기 시작했다.
가을의 귀색에 맞춘 꽃의 주문이고, 중심이 붉고, 가장자리로 가면 갈수록 황색이 되는 달리아 같은 꽃을 중간에, 주위에는 은목서 같은 작은 꽃이나 잎, 그리고 가을의 결실이라고 여겨지는 형형색색의 둥근 열매가 장식이다.
지시된 일러스트대로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예술의 조예가 깊은 레스티라우트의 마음에 맞을지, 유심히 관찰하고 있자, 험악한 얼굴로 검사하고 있던 레스티라우트가 훗 하고 한순간 만족스럽게 붉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흥. 그럭저럭이군."
"오라버님의 그럭저럭은 트집 잡을 데가 없다는 것입니다, 로제마인님."
한넬로레의 말을 듣지 않아도, 레스티라우트의 얼굴을 보면 만족해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레스티라우트님이 지시하신 꽃과 열매는 에렌페스트에는 없는 것이어서, 직인은 아주 진귀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레스티라우트님의 센스는 대단하다고 하더군요."
"호오, 본 적도 없는 꽃과 열매를 재현할 수 있을 줄이야. 예상 이상으로 좋은 직인을 데리고 있군."
가만히 이쪽을 보는 붉은 색 눈동자로 살펴보건대, "직인이 마음에 들었으니, 이쪽으로 보내지 않겠는가?" 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나는 방긋 웃었다.
"죄송합니다. 자랑하는 전속 직인입니다. 저의 머리 장식은 모두 그 직인에게 맡기고 있으니까요."
……아무리 원해도 투리는 내 전속이니까 주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눈으로 힐끗 노려보며 "건방지군" 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양보할 수 없는 것은 양보할 수 없다. 웃는 얼굴로 나는 화제를 흘렸다.
"머리 장식에는 만족해 주셨으니, 단켈페르가의 역사책을……."
"잠깐, 로제마인. 그대가 책 이야기를 시작하면 길어진다. 먼저 중요한 공동연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책의 이야기로 넘어갈까 생각한 곳에서 스톱이 걸렸다. 빌프리트에게 시선을 돌리자 컵을 내려놓던 참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레스티라우트와 대화하는 사이에 한넬로레가 권한 것 같다. 빌프리트와 한넬로레는 이미 둘이서 차를 즐기고 있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단켈페르가의 역사책에 대한 것이니, 이쪽도 중요한 안건입니다."
"그것은 알고 있지만, 책 이야기는 탈선하기 쉽다. 나중으로 하는 것이 좋겠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말하고 있는 빌프리트에게 반박할 수 없었던 나는 공동연구의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한다. 그 전에 차와 과자가 필요하다. 한넬로레의 권유로 나는 단켈페르가의 과자를 입에 넣었다. 술에 담근 로우레1와 크림을 감싼 갈레트이다. 소박한 맛이 절품이다.
"이전에 다과회에서 로제마인님이 말씀하셨죠? 로우레를 이렇게 먹고 싶다고."
로우레가 있으면 이런 과자를 만들 수 있는데, 라고 푸념하던 것을 한넬로레는 제대로 듣고 활용하고 있었다.
"메밀가루를 사용하지 않는 갈레트는 바로 준비할 수 없어서, 갈레트 그대로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지금 마음에 들어하고 있습니다."
"……그대가 그런 과자를 선호한다는 것은 진짜였는가."
귀족원의 다과회에 그런 과자는 낼 수 없다고레스티라우트은 반대한 것 같다. 그것을 한넬로레가 "로제마인님이 좋아하시는 과자를 준비하고 있을 뿐입니다." 라고 뿌리친 것이다.
"저는 한넬로레님의 마음 씀씀이가 가득한 단켈페르가의 다과회가 좋습니다."
"음. 나도 설탕으로 굳힌 중앙의 과자보다 단켈페르가의 과자가 좋군."
"기꺼워해 주시니 기쁩니다. 로제마인님, 빌프리트님."
한넬로레이 기쁜 듯이 방긋 웃자, 레스티라우트는 "단켈페르가의 물건은 소재가 좋은 것이다." 라며 흥 하고 코를 울렸다.
"그래서 공동연구는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은 확실히 앙그리프의 가호를 얻을 수 있는 자가 많지만, 그래도 모두가 가호를 얻는 것은 아니다."
"이미 가설은 세워져 있으므로,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단켈페르가나 기사 견습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글쎄요, 예를 들어 강의가 없어서 실기에서 몇번이나 신에게 기도한 이후에 가호를 얻는 의식을 한 사람과, 강의를 바로 끝내지 못하 여유 없이 가호를 얻는 의식을 한 사람에게 차이는 있는지, 의식을 할 때에 마법진을 전체적으로 채우도록 마력을 쏟는 상급 귀족과 마력이 안 되는 하급 귀족과의 차이는 있는지, 단켈페르가에서는 어떤 의식을 어느 정도의 빈도로 시행하고 있는지 등을 질문하고 싶습니다."
내 말에 레스티라우트가 자신의 문신을 불러들여 무언가를 받았다.
"딧타 전후의 의식을 보이는 것에 관해서는 아버님에게서 허가가 나왔다. 다만 조건이 두 개 붙어 있다. 하나는 성실하게 딧타를 할 것."
"네?"
나는 들린 말이 이해되지 않아 눈을 깜박거렸다.
"딧타를 하지 않으면 의식도 필요 없다. 딧타의 승리를 바라고 신에께 기도를 올리는 이상, 딧타 승부를 하지 않는다는 선택 사항은 없다."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들이 행하는 의식은 경기 후가 되므로, 아무것도 없이는 마력을 봉납할 수 없습니다."
이쪽을 조심스럽게 보고 있지만, 한넬로레도 의식을 위해서는 딧타가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예상 밖이다! 공동연구에 딧타가 필수라니!
단켈페르가와의 공동연구라는 시점에서 예측하지 못한 내가 무른걸지도 모르지만, 설마 연구에 딧타가 필수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이쪽에서 신청한 공동연구다. 응할 수밖에 없다."
빌프리트의 말에 다과회실에 있는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의 얼굴이 밝아진 것을 깨닫고, 나는 풀썩 고개를 떨어뜨리고 싶어졌다.
"기사 견습들의 강의는 물론 공동연구에 관련된 문관 견습의 강의도 어느 정도 끝나지 않으면 딧타의 승부는 못한다. 당분간은 질문만으로 연구를 진행하면 좋겠다."
"이번 공동연구는 루펜 선생님이 크게 기대하고 계십니다. 올도난츠로 연락을 드리면 기사동으로 진입 및 질문에 응하실 것입니다."
두 사람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한 가지 조건은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다. 딧타 이상으로 귀찮은 조건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제 뭐든 오라는 심정이다.
레스티라우트가 한 번 헛기침을 한 뒤, "그대의 의식도 보여달라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저의 의식인가요?"
"아아. 신전에서 의식을 치르는 것으로 가호를 얻게 되는 것이라면, 그대도 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많은 신들의 가호를 얻은 에렌페스트의 성녀가 어떤 의식을 하고 있는지를 연구 내용에 넣어, 실제로 나와 한넬로레의 앞에서 의식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단켈페르가의 역사 있는 의식을 공개하는 이상, 에렌페스트의 의식도 보여달라는 것 같다.
"신전에서 행하는 의식이라 해도 많이 있습니다. 세례식, 성인식, 성결식 등. 어떠한 의식이 좋을까요? 이러한 의식은 상대가 필요하며, 나머지는 농촌에 가서 풍년을 비는 의식입니다. 귀족원에서 실시하기엔 적당하지 않습니다."
"……농촌? 아니, 그렇게까지 크게 벌이지 않아도 상관 없다. 그대가 어떻게 신에게 기도하는지만 알 수 있으면 좋다."
……귀족원에서 할 수 있는 의식? 어디보자, 당장 생각 나는 것은 채집지의 재생 정도밖에 없는데, 역시 보일만한 것은 아니고. 음, 꽤 어렵네.
"어떤 의식을 보여드려야 할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아. 조금은 성녀다운 면모를 보고 싶은 것이다."
"오라버님."
한넬로레가 노려보자, 레스티라우트는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라." 라며 고개를 돌린다.
"그런데 이번 공동연구에서는 단켈페르가측의 문관 견습에게도 협력을 받고 싶습니다만, 그 중 한명으로 클라릿사을 지명해도 될까요?"
클라릿사가 열심히 끄덕이고 있는 것이 보이지만, 그것을 힐끗 본 레스티라우트가 "이유는?" 하며 묻는다.
"저의 측근인 할트무트의 약혼자라 에렌페스트와 관계가 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리고 신전의 인상을 좋게 하기 위한 연구에 진지하게 임해 줄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할트무트는 지금 신관장이 되어 있으니까요."
"뭣!? 신전에 들어갔다고? 그 남자는 무슨 일을 저질러 버린 건가!?"
역시 신전에 들어간다는 건, 귀족에게 있어 터무니 없는 오점이 되는 모양이다. 설마 "무슨 일을 저질렀냐?" 는 것부터 말할 줄은 몰랐다.
"할트무트가 무언가 저지른 것은 아닙니다. 페르디난드님이 없어진 것이 이유입니다."
내 말에 레스티라우트는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린다. 나는 가볍게 숨을 토했다.
"그동안은 후견인인 페르디난드님이 신관장으로서 신전장인 저를 실무적으로 지탱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페르디난드님은 아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서 들어가시게 되었습니다. 신관장의 부재로 인해, 충실한 측근인 할트무트가 새로운 신관장으로서 신전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나의 설명에 레스티라우트도 주위의 학생들도 "정말로 에렌페스트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도 신관장으로 신전에 들어가는 건가?" 라고 중얼거린다.
"단켈페르가 같은 큰 영지의 신전이 어떤 곳인지는 모릅니다만, 부끄럽게도 에렌페스트의 신전은 청색 신관의 수가 매우 적습니다."
빌프리트가 레스티라우트을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소성배를 충족할 만한 인원이 없기 때문에, 마력이 많은 로제마인이나 숙부님 같은 영주 후보생들이 신전장과 신관장으로 취임하여 의식을 치르고 있습니다. 직할지를 돌아보는 기원식과 수확제는 저와 샤를로테도 도와주고 있습니다."
신전은 영주 후보생들이 출입하는 장소입니다, 라는 말에 레스티라우트는 "그런가." 라고 중얼거린다.
"진지하게 기도를 드리는 빈도, 내용, 기도의 진지함 등에 의해서 신들의 가호를 얻기 쉬워진다는 연구가 성공하면, 신전에 대한 인식도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전에 들어간 할트무트와의 약혼을 해소하지 않으면, 클라릿사에 꼭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어쩌겠는가, 클라릿사? 타령의 약혼자가 신전에 들어갔다면 약혼의 해소는 쉽다."
레스티라우트의 말에 클라릿사는 즉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등의 댕기머리가 함께 흔들린다.
"저는 주인을 위해 망설임 없이 신전에 들어간 할트무트를 자랑하는 일은 있어도 폄하하는 일은 없습니다. 제가 에렌페스트에 있었으면 같은 일을 하겠다며 할트무트와 신관장 자리를 다투었겠죠."
방긋 웃는 클라릿사의 미소가 어딘지 모르게 할트무트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나는 몇번 눈을 깜박거렸다.
"로제마인님, 공동연구는 꼭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푸른 눈동자를 빛내며, 클라릿사가 꾸욱 주먹을 쥐었다. 그 손에는 할트무트의 편지가 쥐어져 있고, 구겨졌다.
"이런 사과의 말 같은 것은 필요 없습니다. 친족들에게 어떤 말을 듣는다 해도, 저는 자신의 길을 향해 에렌페스트로 시집을 갈 것입니다. ……그리고, 제례식에 임하시는 에렌페스트의 성녀를 이 두 눈에 새길 것입니다!"
"네?"
……클라릿사가 심각하게 할트무트 같은 것을 말하고 있는데, 잘못 들은 걸까?
멍하니 클라릿사을 바라본 나는 단켈페르가의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이것이 클라릿사의 평상시의 모습인건지, 누구 하나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레스티라우트는 너무나도 귀찮은 물건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클라릿사을 보고 있었다.
"클라릿사의 고삐는 에렌페스트에게 맡기겠다. 여기서 있었던 일은 그대들은 보지 못한 것이다."
"기다려주세요. 클라릿사는 단켈페르가의 아이지요!?"
그런 떠넘기는 듯한 발언은 하지 마세요, 라고 내가 말하자, 클라릿사는 왠지 쑥쓰러워하며 수줍게 웃었다.
"아직 저의 소속은 단켈페르가지만, 마음은 완전히 로제마인님의 신하이옵니다."
양손으로 뺨을 감싸고 있는 클라릿사의 표정은 마치 사랑을 고백하는 여자 같지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브륜힐데와 레오노레에게 도움을 청하며 시선을 향했다. "할트무트가 두 사람이 되는 것인가요?" 리며, 브륜힐데가 경직된 미소와 함게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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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다과회가 끝났나 하면, 바로 단켈페르가의 다과회입니다.
이번에는 머리 장식과 공동연구의 이야기만으로 끝입니다.
책 이야기가 빌프리트에게 제지되었습니다.
조금은 로제마인의 취급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릅니다.
다음은 후편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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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클라릿사는 강합니다. 앞으로를 기대해도 좋아요. (웃음)
은목서와 은목서 꽃은 아래처럼 생겼습니다.
*갈레트: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237873&cid=40942&categoryId=32129
갈레트
프랑스에서 식사 후 디저트나 간식으로 애용하는 달콤한 빵과자.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 유래한 팬케이크 형태의 빵과자로, 얄팍한 원형 또는 ...
terms.naver.com
유르겐슈미트의 단켈페르가 특산의 과일. 포도를 닮았다.
20화. 단켈페르가의 다과회 후편
단켈페르가의 다과회 후편
클라릿사가 열변을 토하는 것을 질린 듯이 보던 레스티라우트가 "얼른 말려라" 라고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어? 그거 내 역할이야?
단켈페르가의 문신 견습의 폭주를 멈추라는 말에, 나는 당황하면서 주위를 살핀다.
"마음은 이미 그대의 신하라고 하니, 주인답게 멈출 수밖에 없지 않은가?"
"빌프리트 오라버님……. 그럼 조금 클라릿사와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다과회 도중에 클라릿사와의 이야기에 열중해버려선 초대하는 한넬로레와 레스티라우트에게 실례지만, 단켈페르가 측으로부터 말리라는 말을 들어버리면 어쩔 수 없다.
"송구스럽습니다만, 로제마인님께 맡기겠습니다. 이 상태의 클라릿사는 저희들의 목소리가 그다지 들리지 않는 것 같아서……."
한넬로레도 곤란한 모습으로 클라릿사을 보았다. 단켈페르가의 기숙사에서 클라릿사는 항상 이런 상태로 열변을 토하고 있었던 걸까. 좀 무섭다.
나는 돌아서서 브륜힐데에게 말을 걸었다.
"브륜힐데, 클라릿사에게 선물을."
"알겠습니다."
클라릿사가 할트무트와의 결혼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그녀에게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머리 장식을 가지고 있다. 머리 모양을 결정하거나, 의상과 맞춰보기 위해서는 당일보다 조금 먼저 받는 것이 준비하기 쉽다는 여성들의 조언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은 다과회가 끝났을 때 몰래 전해주려 했지만, 클라릿사의 열변이 멈출 것 같지 않아서, 이 자리에서 주고, "방에서 봐주었으면 좋겟어요" 라고 한번 내보내는 것이 어떨까. 여태껏 조용히 있었으니, 한번 나가면 침착을 찾을 거라고 생각한다. 진정하면 좋겠다.
나는 브륜힐데에게 의자를 끌어받아 자리를 뜨고, 천천히 걸어서 클라릿사의 앞으로 향했다. 파란 눈이 나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열변을 내놓던 입이 멈춘다. 갑자기 고요해진 방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클라릿사" 라고 말하며 손을 뻗자, 클라릿사는 깜짝 놀란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클라릿사, 당신의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 할트무트가 신전에 들어간 것에도 동요하지 않고 자랑스러워 해주는 것이 정말로 기쁩니다."
"로제마인님……."
"그래서 이것을. 신관장이 된 할트무트를 아직 결혼 상대로 생각한다면, 이쪽을 받아주세요. 할트무트에서 맡아 온 졸업식을 위한 머리 장식입니다."
브륜힐데에게서 전달받은 나무 상자를 나는 클라릿사에 내밀었다. 클라릿사는 감동한 것처럼 푸른 눈을 글썽거리며 나무 상자를 받는다.
"상자를 여는 것은 자신의 방으로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나는 한넬로레와 레스티라우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바로 시선의 의미를 이해해 준 것은 레스티라우트였다.
"클라릿사, 퇴실해도 좋다."
"……아니요. 끝까지 남아 로제마인님의 어떤 모습이라도 이 눈에 새기고 싶습니다."
"그럼 잠자코 그쪽에 서 있어라. 방해다."
"알겠습니다."
레스티라우트는 클라릿사를 방 가장자리로 보내고 한숨을 토했다. 무사히 클라릿사을 냉정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안도의 숨을 토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꽤나 멋진 처리였다."
"……송구합니다. 저기, 공동연구로 그 외에 이야기할 것이 없으면 단켈페르가의 역사책에 대해 이야기해도 괜찮겠습니까?"
"네, 잘 부탁 드립니다. 역사책은 오라버님도 아버님도 무척 기대하고 계십니다."
한넬로레가 방긋 웃으며 이야기를 촉구해 주었다. 빌프리트는 문관이 나란히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이그나츠" 라고 자신의 문관 견습에게 말을 걸었다.
이그나츠가 움직여, 단켈페르가 역사책의 견본을 레스티라우트의 문신 견습에게 건넸다. 그리고 몇가지 확인을 거치고, 레스티라우트의 손으로 넘어간다.
레스티라우트가 휙휙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꽤 진지한 표정으로 확인하고 있지만, 에렌페스트에게 필요한 것은 아우브·단켈페르가의 승인이다.
빌프리트가, 책에 집중하느라 듣고 있지 않을 것 같은 레스티라우트로부터, 한넬로레에게 시선을 돌려 입을 연다.
"이것으로 문제가 안 된다면 견본과 같은 형태로 내놓게 됩니다. 아우브·단켈페르가의 답장은 귀족 회의에서 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아우브에게는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한넬로레는 방긋 웃으며 맡아 주었다. 그리고 책을 확인하는 레스티라우트를 흘끗 보고는 차의 추가를 지시해 우리들에게 권한다. 천천히 차를 마시며 나는 한넬로레로부터 역사책에 얽힌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로제마인님의 역사책 번역은 단켈페르가에게 아주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어머, 어떻게 된 것이죠?"
"아시다시피 귀족원에서는 유르겐슈미트의 역사를 배웁니다만, 자령의 역사는 자세히 배우지 않지요? 영주 일족이 아니라면, 자령의 역사는 잘 모르는 것이 보통입니다. 거기에 이렇게 읽기 쉽고, 알기 쉬운 역사책이 생기면서,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자령의 역사를 깊이 알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몰랐다. 평범한 귀족들은 자령의 역사를 잘 모른다니.
영주 후보생에게는 절대로 필요한 것이기에, 자령의 역사를 가르친다. 영주 일족의 방계이고, 상급 귀족이면 할아버지나 부모로부터 듣기도 하고, 영주 일족과 관계가 깊은 또래 아이도 알 기회가 있는 것 같다.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주입받았기에, 귀족의 상식으로서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단켈페르가의 역사는 오래되었기에, 역사책의 문장도 어려워서, 아이가 배우는 것도, 출가한 영주 일족의 배우자가 배우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아무도 번역을 하지 않았나요?"
그렇게 힘들면, 자령의 문신이 현대어로 다시 만드는 정도는 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질문에 한넬로레는 "영주 일족은 모두 번역합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다지 번역한 글을 남기지 않습니다. 오래된 문장을 그대로 배워 전하는 것도 영주 가문의 의무라고 말해지고 있으니까요."
"그것은 중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식하고 익히지 않으면, 옛 말과 같은 것은 쉽게 잊혀져 사라지니까요. 그런 마음가짐이 있기에, 기도의 의식도 면면히 계승되어 전해진 것이로군요."
"감사합니다."
내 말에 한넬로레가 약간 애매한 느낌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뭔가를 생각해낸 듯 손을 마주쳤다.
"왕의 셋째 부인이 단켈페르가 출신임은 아시죠? 그녀가 로제마인님의 번역을 훌륭하다고 칭찬하고 계셨습니다. 읽고 싶기 때문에, 팔리게 되면 꼭 사고 싶다고 합니다."
"영광입니다."
……왕의 셋째 부인이라는 것은 힐데브란트 왕자의 어머니님이란 말인가? 역시 대영지. 제대로 왕족과 관계를 가지고 있네.
하아, 하고 감탄하면서 나는 번역본이 왕족들에게도 넘어가게 되는 것을 고려하며, "공개하기에 불편한 내용이 있으시면 바로 말씀해 주십시오. 대처하겠습니다" 라고 이야기한다.
그 순간 시종 책에 시선을 내려뜨리고 있던 레스티라우트가 얼굴을 들었다.
"무엇을 말하는가? 에렌페스트는 어떤지 몰라도, 숨기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역사 따위, 단켈페르가에는 없다."
그토록 긴 역사이다. 숨기고 싶은 부분도 한둘은 있을 것이다. 없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숨기려 하지 않는 것이 굉장하다고 생각되고, 영주 후보생들이 확실히 단언하는 모습은 차라리 시원할 정도다.
……예술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이 뜻밖이긴 했어도, 역시 레스티라우트님도 단켈페르가라는 느낌이 드네.
내가 감탄하고 있자, 빌프리트가 "견본은 어땠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저 그렇군. 그대가 넘긴 번역과 달리 곳곳에 들어가 있는 그림이 좋다. 여기에 색채가 들어가 있었으면 더욱 화려하고 좋았겠지만, 흰색과 검정으로 표현하는 것을 전제로 그려지고 있으므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째선지 그림에 관한 평가들이었다. 아무래도 본문이 아니라 빌마의 삽화를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저의 전속입니다. 칭찬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그대의 전속……? 그렇다면 그대의 그림도 그리고 있는 건가?"
예술에 관심이 많은 레스티라우트는 빌마의 그림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질문을 받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빌마의 방에 들어간 것은 한 번밖에 없다. 그 때는 페르디난드의 그림으로 넘쳐났었는데, 내 그림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벌써 몇년 전이지만, 제가 노래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은 본 적이 있습니다. 페슈필을 치는 모습을 그린 것이 있었던 것 같은 없었던 것 같은……. 요즘은 책의 삽화로 바빠서 저의 그림을 그릴 여유는 없었을 겁니다."
"……그렇군."
조금 아쉬운 듯, 레스티라우트는 시선을 책의 그림으로 돌렸다. 빌마의 그림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다. 역시 나의 근시이다.
"딧타 이야기도 보시겠습니까?"
그 순간 기분 탓인지 기사 견습들이 술렁이기 시작한 듯한 느낌이 든다. 아마 레스티라우트의 얼굴이 험악해진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된다.
"이쪽의 딧타 이야기는 보물 훔치기 딧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단켈페르가 분들로부터 감상을 들려주었으면 합니다."
맡겨주십시오, 라고, 방에 있는 단켈페르가 학생들의 목소리가 모였다. 기사뿐만이 아니라 문관도 근시도 포함되어 있다. 대체 단켈페르가에는 얼마나 딧타가 침투되어 있는 것일까. 그다지 보고 싶지 않다.
"작가는 일단 페르디난드님의 딧타의 기록 등을 참고로 썼다고 하지만, 그다지 보물 훔치기 딧타를 모르는 세대라서, 다소 이상한 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도 로데리히의 원고를 봤고, 이상한 문장과 분명한 모순점은 지적하고 고쳤다. 그러나 귀족원 전체를 사용하는 보물 훔치기 딧타를 모르기 때문에, 완벽하지 못한 것이다.
……페르디난드님의 데릴사위건으로 바쁘지 않았다면, 아버님들에게 보여드리고 체크했겠지만.
"어디? ……여기에는 삽화가 없는 것인가?"
문관 견습을 통해 전달받은 딧타 이야기를 본 레스티라우트가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일러스트의 여부였다. 로제마인 공방에서 만든 책의 삽화는 빌마가 담당하는데, 딧타 이야기만큼은 삽화를 넣지 않았다. 일견 이상할지 모르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저의 전속 화가는 평민이라, 귀족원을 무대로 하고, 귀족밖에 하지 못하는 딧타의 모습은 삽화로 그릴 수가 없었습니다."
"과연. 귀족원의 모습도, 딧타도 귀족이 아니면 그릴 수 없지."
레스티라우트는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쪽에 있어서는 상당히 절실한 문제다. 이야기는 모으기 쉽지만, 화가를 모으는 것은 힘든 것이다. 어떻게 말을 걸고, 어떻게 모으야 좋을지를 모른다.
"귀족 중에서 그림을 잘 그리시는 분이 계시면, 삽화를 부탁드리고 싶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에렌페스트에는 좋은 사람이 없어서……."
후우, 하고 내가 한숨을 토하며 화공의 육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레스티라우트가 언짢은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요?"
"저, 로제마인님. 오라버님은 그림이 특기입니다."
한넬로레의 조심스러운 말에, 나는 레스티라우트가 화가로 입후보하고 싶어하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 장식을 디자인한 그림으로 보더라도 레스티라우트님의 솜씨는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그려주시면 독자분들의 흥미를 더욱 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적이고 멋진 삽화가 될 것이고,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의 삽화라고 첨부하면, 광고 효과도 발군이다. 군침이 흐르지만, 레스티라우트는 영주 후보이다.
"그러나 역시 레스티라우트님께 부탁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졸업하시기 때문에 귀족원에서 건네받을 수도 없으며, 영주 후보생이기에 졸업 후 에렌페스트로 오실 수도 없는걸요."
하급이나 중급 귀족 중에서 좋은 느낌의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이 있으면 졸업 후에 권유하고 싶어,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영주 후보생인 레스티라우트는 혼인 이외의 이유로 이동할 수 없으며, 차기 아우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리다.
내가 "원통하군요" 라고 고개를 떨어뜨리자, 레스티라우트는 한번 얼굴을 크게 찡그리고는, 사교적인 얼굴로 돌아갔다. 굉장히 실망하고 있거나, 화내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로제마인, 한넬로레님을 통해 그림을 받아 볼 수 있다면, 우리들의 졸업 전까지는 부탁할 수 있지 않겠는가? 딧타 이야기의 삽화만을 부탁한다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것에 더해, 레스티라우트님의 그림으로 인해, 화가의 발굴이 용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빌프리트의 말에 레스티라우트가 번쩍 얼굴을 들었다. 미간에 주름을 새긴 얼굴로, "그 제안은 나쁘지 않다" 며 붉은 눈을 빛내고 있다.
……어쩌지!? 엄청 하고싶은 느낌이야!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있지만,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다, 절대.
"적어도 아우브의 허가를……."
"그대가 귀족원에서 이야기를 사들이는 것과 별로 다를게 없지 않나. 사들이는 물건이 그림이 되었을 뿐이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늦어버렸다. 레스티라우트가 히죽 입술 끝을 올렸다.
"뭐야. 이미 에렌페스트가 하고 있는 일이었나?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
이야기를 사들이는 것은 돈이 없는 하급 귀족을 위한 아르바이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림도 똑같은 형태로 사들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저, 로제마인님. 우선 오라버님의 그림을 본 이후에, 구입을 생각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원하시는 그림에 부합하는지도 직접 보셔야 할테고……."
한숨을 내쉰 뒤, 한넬로레가 조그맣게 "이젠 말릴 수 없어요" 라고 중얼거리며 슬쩍 레스티라우트과 빌프리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은 이미 딧타 이야기를 보면서 어떤 씬에 어떤 일러스트를 넣을 것인지 이야기하기 시작한 상태다. 레스티라우트의 배후에 서 있는 근시와 호위기사가 가볍게 발돋움을 하고 들여다보는 모습도 보인다. "잠깐만. 왜 그렇게 되었나!" 라고 외치는 양부님의 환상이 보이지만, 이제 이렇게 되면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해냈네, 로데리히! 자령 이외의 첫 독자가 왕족이고, 첫 삽화를 그려주는게 대영지의 영주 후보생이야! 펜 네임을 사용해서 다행히네!
"각 권마다 일러스트는 다섯장까지만 부탁 드립니다. 그 이상은 살 수 없습니다."
"다섯장인가……. 어렵군."
진지한 얼굴로 레스티라우트가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고, 이미 읽은 빌프리트가 추천하는 장면을 설명한다.
두 남자가 딧타 이야기로 달아오르기 시작해, 나와 한넬로레는 눈빛을 교환하고 어깨를 움츠린다.
"단켈페르가의 역사책에도, 이번 딧타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으로 보아,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은 남매 모두 독서를 좋아하시네요."
"네, 네에. 저도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는 아주 잘 보고 있습니다."
호호호, 하고 웃는 한넬로레가 어떤 이야기의 어떤 장면이 좋았는지 말하기 시작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설레임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나는 어머니가 쓴 신의 묘사가 무엇을 나타내고 있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싹트임의 여신 브루앙파1가 나오면 사랑의 시작. 좋아, 외웠다.
어머님의 사랑 이야기에 빈번하게 나오는 여신이라, 도대체 무엇을 표현하는 건지 잘 몰랐지만, 사랑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근데 브루앙파는 한 이야기에 다섯번 이상 나올 때도 있었는데, 정말로 사랑의 시작을 의미하는게 맞겠지?
약간의 의문점을 안고, 내가 한넬로레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고 있자, 빌프리트가 신기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왜 그러시나요?"
"아니, 한넬로레님은 꽤나 깊이 읽어 오시는구나, 싶어서."
"네?"
나와 한넬로레가 함께 눈을 깜박이고 있자, 빌프리트가 작게 웃는다.
"로제마인은 계속해서 새로운 책을 읽어 가기에,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그런 식으로 깊은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서 상당히 신선한 기분입니다."
……사랑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도,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는 묘사가 이해되지 않는걸! 게다가 공감되지 않아!
이 꽃이 피면 황홀해 하는 것이 정답이라든지, 가을 바람이 불면 실연이라 슬픈 기분이 되는 것이 정답이라거나, 표현만이라면 일단 문학으로 배웠기에 이해하지만, 이에 대한 공감 여부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기 바란다. 가을의 여신들이 춤추기 시작하면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갑자기 주인공이 울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 공감하고 슬퍼진다기보다, 먼저 멍해지고 나서, 몇초 후에, "아, 맞아. 가을 바람이다. 실연했나보네. 근데 어째서 갑자기? 어디에 징후가?" 라는 식으로, 무엇이 일어났는지 금방 이해되지 않아 그 근처를 몇번이고 다시 읽게 된다.
이런 것일까, 아니면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라고 사랑 이야기를 독해 문제와 추리물의 기분으로 읽고, 다과회에서 모두의 소감을 들으며, 그 추리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주인공에게 공감하는 수준까지는 다다를 수가 없다.
"모두의 감상을 듣는 것은 재미 있고, 감상의 차이도 흥미롭고, 공부도 됩니다만……저는 하나의 이야기를 깊이 이야기하기에 앞서, 다른 이야기가 읽고 싶어져 버립니다."
결코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니니까, 라고 방어선을 친다. 그러자 한넬로레가 "로제마인님은 정말로 책을 좋아하시는군요." 라며 지원해 주었다.
……기도를 무의식중에 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분명 조만간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게 되겠지? 분명.
"맞다맞다. 저, 페르네스티네 이야기를 조금 읽었습니다만……."
"벌써 읽으신 건가요?"
얼마 전에 빌려주었을 뿐이다. 나는 연구실에 출입했던 탓에 아직도 빌린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아직 아주 처음 뿐입니다. ……페르네스티네는 로제마인님을 바탕으로 한 주인공이 아닌가요?"
"네? 아닙니다. 페르네스티네는……다른 사람입니다."
역시 "페르디난드님입니다" 라고는 못하고 말을 흐렸다. 어째서 페르네스티네의 모델이 나라고 생각되는건지 모르겠다.
나의 대답에 한넬로레가 걱정스러운 듯 몇번 눈을 깜박거렸다.
"그렇나요? 등색의 눈동자에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밝은 청색의 머리카락이라는 묘사나, 어려서부터 아름답고 현명하여 아우브에게 맡겨져서 영주 후보생이 되었다는 성장 과정에도 공통점이 있었으니까요."
……읽을 때는 전혀 몰랐는데, 그렇게 말하니 내가 맞는 것 같아!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나는 황급히 고개를 흔들며 부정한다. 그런, 어머니가 이상으로 하는 미소녀 모델로 생각되면 큰일이다.
"저는 아우브에게 인수된 것이 아니라 양녀입니다. 세례식은 부모님과 함께 치렀으며, 양부님이나 양모님에게도 좋은 대우를 받고 있어요. 게다가 그 주인공의 모델이 된 분처럼, 아버님의 첫째 부인에게 세례식에 어머니로서 참석하는 것을 거절당하거나, 일상 생활 속에서 목숨을 노려, 식사에서조차 애를 먹는 생활을 보낸 적은 없으니까요."
페르네스티네 이야기의 의모와 양모님들을 똑같이 생각하면 곤란하다. 나는 열심히 부정했다.
"……설마, 그것은 실화인가? 그런 참혹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에렌페스트에 실재하는가?"
레스티라우트에게 의혹의 눈길을 받은 빌프리트가 "나는 모르지만,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빌프리트는 아무래도 페르네스티네 이야기의 모델이 페르디난드임을 모르는 모양이다.
"실화는 아닙니다, 레스티라우트님. 이 이야기는 허구의 소설로, 등장하는 단체·인물 등은 모두 가공의 것입니다. 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비슷한 것처럼 느껴져도 다른 것이고, 꾸며낸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로제마인님은 주인공의 기초가 된 분을 알고 계신 거죠?"
더욱 의혹의 눈이 강해진 것 같다.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의 시선을 받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수긍했다.
"네, 네에, 뭐……. 그러나 여러 사람을 섞어 만들어 냈다고 작가가 말하고 있었으므로, 확실히 이 분이다, 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이 근처의 이야기는 이 분인가? 정도입니다."
"정말로 로제마인님의 이야기가 아니죠?"
한넬로레가 걱정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이 페르네스티네와 같은 취급을 받지 않았습니다. 저기, 빌프리트 오라버님?"
"음. 로제마인의 호위기사 중에는 친오빠도 있다. 그런 취급을 용서할 환경이 아니다."
"그렇습니까."
후유하고 가슴을 쓸어내리자, 한넬로레가 방긋 웃었다. 알아준 것에 안도하면서 나는 앞으로 귀족원에서 몇번이나 같은 설명을 해야만 하는 것을 깨닫고, 핏기가 가시는 것을 느꼈다.
……페르네스티네와 내가 공통점이 있다니, 전혀 몰랐어! 2권, 2권을 바로 만들어 보내줘요 어머님! 왕자님과의 연애 파트에 들어가면, 역시 오해하는 사람은 없겠죠!
에렌페스트로 보고해야할 안건이 가득 쌓여버린 단켈페르가의 다과회였다.
―――――――――――――――――――――――――――――――――――――
클라릿사는 "로제마인님께 받은 머리 장식" 이라고 들떠 있습니다.
레스티라우트는 빌마의 일러스트보다 대단한 그림을 그리겠며 들떠 있습니다.
한넬로레는 폭주하는 단켈페르가의 두 사람 때문에 내심 아주 힘듭니다.
그런 다과회였습니다.
다음은 답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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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ブルーアンファ: blume (꽃) + anfahren (움직이기 시작하다, 출발하다)
레티시아 시점 편지
제482~483화 답장 전?후편의 조금 전의 레티시아 시점입니다.
SS리제레이타 시점 슈밀의 봉제인형에게도 관계가 있습니다.
「로제마인님에게
로제마인님이 이 편지를 읽으시는 무렵에는 귀족원이 끝나 있는 무렵이지요.
요전날의 공부의 시간에,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이미 강의를 끝낸 것 같다, 라고 들었습니다. 이제 컨디션을 무너뜨리는 기회일 것이다, 라고 페르디난드님이 걱정 하고 계셨습니다만, 건강하십니까?
로제마인님은 매우 우수하다고 듣고 있습니다. 나는 페르디난드님에게 과제가 주어져 공부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머, 레티시아 공주님. 에렌페스트의 로제마인님에게 편지를 보내십니까?」
내가 편지를 쓰고 있는데, 필두 근시의 로스비타가 조금 들여다 보듯이 해 물었습니다. 나는 한 번 펜을 두고, 로스비타를 올려봅니다.
「……네. 로제마인님도 보내도 좋다고 해주셨고,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의 과제의 하나라는 것도 있습니다」
귀족원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경계문으로부터 에렌페스트을 통해서 보내도록, 라고 말해집니다. 아렌스밧하의 게오르기네파, 경계문, 에렌페스트의 문관, 어느쪽의 검열에라도 걸리는 것을 상정한 다음 자신의 주장을 상대에게 전하는 기술을 닦으려면 좋을 기회라고 합니다.
드레바히르의 부모님에게 보내는 편지 정도 밖에 썼던 적이 없던 내게 있어서, 타령의 우수한 영주 후보생에 내도 부끄럽지 않은 편지를 쓴다는 것은 대단한 과제입니다.
「페르디난드님은 정말로 엄격하시네요. 귀족원에 입학하기 전의 아이에게 부과되는 과제가 아니어요」
지식은 자신의 몸을 지키는 무기로도 방패로도 된다, 라고 하시고, 차례차례로 과제를 쌓아 올려 가는 페르디난드님의 모습에 조금 우울한 기분이 됩니다. 하지만, 게오르기네님이나 디트린데님이 언질을 주지 않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은, 앞으로의 나에게 필요한 일입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알고는 있습니다만, 이군요」
필요하다고 알고 있어도 자유시간이 거의 없어져, 과제를 됨됨이를 본 페르디난드님이 해주시는 말의 대부분이 「아무튼, 대체로 예상대로인가」인 때문에, 상황은 매우 답답합니다.
과제 달성했을 때 달콤한 과자정도로 칭찬을 주시는 것은 단념했습니다. 그 과자도 「페르디난드님은 칭찬이 부족하기 때문에, 포상 정도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 해 주어주십시오」라고 로제마인님이 준비해 주신 것이라고 합니다. 유스톡스가 가르쳐 주었다, 라고 젤기우스가 말했습니다.
……포상의 과자가 없으면, 나는 벌써 공부에서 도망가고 싶어지고 있었지요.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칭찬은 거의 없기 때문에. 내가 대신에 칭찬 해요. 공주님은 정말로 잘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로스비타는 드레바히르로부터 함께 온 나의 유모입니다. 어머님이 드레바히르에 시집가기 전, 아렌스밧하에 있었을 무렵으로부터 어머님에게 쭉 시중들고 있었고, 아렌스밧하에 돌아가게 된 나를 부탁받은 측근중의 측근이라고 듣고 있습니다. 로스비타의 가족은 남편이나 아이들도 나를 위해서 측근으로서 수행해, 아렌스밧하에 와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지켜 주고 있습니다.
페르디난드님에게 있어서 로제마인님이 가족과 다름없다면, 나에게 있어서는 로스비타들이 가족과 마찬가지라고 하는 존재가 되겠지요.
「거기에, 이만큼 공부 시간이 증가하는 것은 겨울 동안만의 일이에요」
「로스비타?」
「디트린데님이 돌아오시면, 공주님과 페르디난드님의 접촉이 힘들어질 가능성도 있을테니까」
디트린데님이 졸업하시고, 집무를 실시하게 되면, 그 확인을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게 되어, 나의 공부로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확실히 줄어 들 것이다, 라고 페르디난드님은 예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관들은 기뻐하고 있군요. 대단히 일이 잘 진행되게 된 것 같습니다」
측근들이나 그 가족으로부터,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막혀 있는 안건이 많았던 집무가 자꾸자꾸 진행되게 되었다, 라고 듣고 있습니다. 디트린데님이 귀족원에 가실 때에 진행해 두고 싶은 안건이 페르디난드님에게 밀려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에렌페스트에서 아우브 대리가 감당해내는 정도의 집무를 쭉 하고 있었다고 하는 말씀에 과장도 거짓말도 없었던 것 같네요」
로스비타의 말에 나는 수긍했습니다. 신전에 집어넣어져 있던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이라고 하는 것으로 페르디난드님에게 대해 회의적이었던 귀족들이 대단히 보는 눈을 바꾸고 있다고 합니다.
「……게오르기네님이 별궁에 틀어박혀 계시는 것이 조금 기분 나쁩니다만」
에렌페스트이라고 하는 연결로 게오르기네님이 적극적으로 페르디난드님과 접촉을 가지리라고 생각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게오르기네님은 본관으로부터 별궁에 거주지를 옮겨져 그 쪽의 정비에 바쁜 것인지, 겨울의 사교계에 별로 얼굴을 내밀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별궁에 귀족을 부르고 있는 것 같아요. 게오르기네님이 본관에 계셨을 무렵보다 더 정보를 얻기 어려워 졌습니다. 그것 만큼은 정말로 곤란하군요」
본관에 있어 주시면, 잠입할 수 있는 측근들이나 게오르기네님의 측근들로부터 흘러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만, 떨어져 버리면 별궁에 이쪽의 파벌의 사람이 들어가는 것은 어렵고, 새어 들려 오는 이야기도 줄어 들어 버립니다.
「페르디난드님이 얻은 정보에 의하면, 별궁으로 옮기면서 게오르기네님은 허드레일을 하는 하인의 출입을 금지시키거나 구베르케슈특크의 귀족들을 측근으로 맞이하거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상세를 잘 모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페르디난드님이 예상 이상으로 정보를 얻고 있어 놀랐습니다」
「아렌스밧하에 도착했던 바로 직후인데, 도대체 어디에서 정보를 얻고 있을까요? 젤기우스가 항상 붙어있을 것인데 모르겠다, 라고 말했던 것이군요」
……페르디난드님이 우수하다는 것은 매우 잘 압니만, 같은 것을 나에게 요구되면 매우 곤란합니다.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의 과제가 되고 있는 편지를 보면서, 나는 젤기우스의 말을 생각해 냈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의 측근이자 제자인 라이문트로부터의 편지에 로제마인님으로부터의 편지도 동봉되고 있던 것 같습니다. 닿는 편지의 확인을 모두 맡겨 주시므로, 매우 편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답장의 원안을 젤기우스와 유스톡스에 맡긴다 합니다.
「로제마인님은 귀족원에 있어 최고 속도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대단히 잘했다고 하는 칭찬을 받은 것 같습니다. 내가 대단히 잘했다라고 칭찬 받을 수 있는 날은 오는 것입니까?」
「로제마인님도 서투른 것이 있다고 말씀하셨으니까, 공주님이 우수한 부분도 있어요」
로스비타의 위로에 나는 가라앉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신전에서 성장한 로제마인님과 달리 귀족의 공주로서 대단히 확실히 하고 있다고 하는 평가는, 어떻게 생각해도 칭찬이 아니지 않아요.로스비타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나는 로스비타에 조금 푸념을 흘리면서 펜을 다시 손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로제마인님에의 편지의 계속을 씁니다.
귀족답게 완곡하게 쓴 「로제마인님에게도 페르디난드님은 엄격한 태도일까요?」와「대량의 과제와 어려운 시선에 마음이 접힐 것 같은 매일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가르침을 청할 수 있으면 기쁩니다」가 능숙하게 로제마인님이 전해지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산과 같은 과제에 마음 꺾일 같은 레티시아와 손대중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페르디난드.
그리고, 두 명의 조정역으로서 뒤에서 노력하고 있는 젤기우스는 로스비타의 아들입니다
482
21화. 답장 전편
답장 전편
피로가 쌓였는지, 단켈페르가와의 다과회 후에 나는 열을 내고 조금 잤다. 오랜만에 열이 난 감각에 그리움을 느낄 정도로, 나는 튼튼하게 된 모양이다. 침대 속에서 그렇게 기뻐하고 있자, "앓아눕고서 튼튼하게 되었다고 기뻐하시는 건가요" 라며 리할다가 어처구니없어했다.
다과회의 보고는 문관들에게 맡기고, 나는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는다. 아나스타지우스, 솔란지, 올탄시아의 세명에게서 빌린 책이 이 방에 있다. 아직 읽은 적이 없는 책이 많이 있는 것은 행복하다.
"이 근처가 슈바르츠들의 연구에 대한 기술 같다. 페르디난드님은 읽은 적이 있는 책일까?"
폐서고에 있던 낡은 책이니,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옛 사서와 사이가 좋았을 것 같으니 꺼내받아서 읽었을지도 모른다.
"……이건 절대로 안 읽었겠네. 페르디난드님의 자료에 생명 속성이 들어간 부분은 없었으니까."
슈바르츠들을 작성하는데 생명 속성이 든 마법진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논란이 영지 대항전에서 오갔지만, 결국 어떠한 마법진이 포함되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생명에 관한 마법진이 추가되면서, 다른 부분에 구멍이 뚫린 마법진이 "여기까지는 판명되었지만, 이 다음을 모르겠다. 후세에 맡긴다" 라는 메모와 함께 그려져 있다. 군데군데 페르디난드의 연구 결과와 겹치는 부분이 있었으므로, 이 자료와 합치면 상당히 연구가 진척될지도 모른다. 어서 페르디난드에 알려야지.
"리제레타, 조금 비밀방에서 편지를……."
"로제마인님, 편지는 열이 내려간 뒤입니다."
"하지만 급해서……. 슈바르츠들의 작성 방법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슈밀을 좋아하는 리제레타을 회유할 수 없을까 하고, 나는 자신의 도서관에 슈바르츠들 같은 슈밀을 둘 것을 열심히 설명했다. 리제레타가 "슈밀의 작성" 이라고 중얼거리고 한순간 멈춘다. 내가 승리를 확신한 다음 순간, 리제레타는 한숨을 내쉬고 방긋 웃었다.
"우선 몸의 회복이 먼저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편지를 써도 라이문트에게 건넬 수 없고, 큰 슈밀을 만들기 위한 연구도 할 수 없으니까요."
침대로 돌아가세요, 라고 리제레타에 의해 다시 침대로 되돌려졌다.
방법이 없으니 편지를 쓰는 것은 나중이다. 내가 빈둥거리며 책을 읽고 있으려니, 천막 너머로 기분이 좋은 듯한 리제레타의 콧노래가 들렸다. 일하는 중에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는 리제레타로서는 드문 일이다. 슈밀의 연구가 진척될 것 같은 것이 정말로 즐거운 것 같다.
……리제레타, 굉장히 기대하는 것 같네.
일단 열은 떨어졌지만, 아직 상태를 지켜보기 위해 외출이 금지되어 있는 내가 가도 좋은 곳은 식당과 다목적 홀의 벽난로 앞 뿐이다. 지금은 자기 방에 책이 있으니 계속 방 안에 있어도 좋지만, 남자들과 연락을 취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은 다목적 홀에 얼굴을 내밀어 달라고 한다. 저녁 식사 뒤에 얼굴을 내밀고 하루의 보고를 듣는 것이다.
"이쪽이 에렌페스트의 답장입니다. 이미 빌프리트님과 샤를로테님은 읽으셨습니다."
나는 로데리히가 가져온 에렌페스트의 답장을 훑어본다.
"모든 공동연구의 허가가 났네요."
귀족원의 연구는 학생의 영역이어서 별다른 일이 없는 한, 허용하지 않는 경우는 없는 듯하다. 대영지 세 곳과의 공동연구는 상관 없다고 쓰여 있다.
단켈페르가와의 공동연구는 왕족으로부터도 지시가 있어 거절할 수 없고, 드레반히엘과의 연구는 에렌페스트에 있어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아렌스바흐와의 공동연구는 원래 내가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금지시킬만한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리고 드레반히엘과의 공동연구를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의 측근들에게 넘긴 것이 칭찬을 받았다. 세 개의 연구를 동시에 진행시키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부하의 공적을 모두 주인이 빼앗았다고 의심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에렌페스트에서 보낸 종이입니다."
연구에 필요한 소재로, 일크나로부터 사들인 마목으로 만든 종이가 도착했다. 그러나 각각의 상자에는 에이폰지, 난세브지처럼 이름밖에 쓰여 있지 않아서, 어떤 종이인지는 모르는 것 같다.
"이 난세브지는 감합1지로 불리고 있으며, 에렌페스트가 거래를 허가한 영지에 배포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실제로 사용할 때에는 각각의 영지의 망토와 같은 색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큰 파편에 모이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에이폰이라는 마목으로 만든 것이기에, 아마 소리를 내는 데에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 마목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연구반에 넘겨준다. 이그나츠와 마리안네가 진지한 얼굴로 메모를 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세요. 드레반히엘에 대한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저는 군돌프 교수님의 연구실에는 접근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이미 인사와 협의는 끝내두었다. 연구 소재를 가지고 가면 군돌프는 그쪽에 열중하게 될 것이다.
"로제마인님, 이쪽은 성결식에 관한 답장입니다. 신전장으로서 전면에 나서는 것은 중앙 신전과의 관계나 몸의 안전을 고려하면, 이전과 같이 원격으로 축복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닌가, 라고 적혀 있습니다."
피리네가 전달해준 에렌페스트의 답장에는 지기스발트와 아돌피네님의 성결식에서는 가급적이면 남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고 쓰여 있었다.
"분명 남들 앞에 나서지 않고 축복하는 것이 제일일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건가요?"
"왜냐면, 전,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원격의 축복을 한 적이 없는 걸요."
몇번 원격으로 축복을 저지른 적은 있지만, 감정이 왈칵 쏟아지며 축복이 되어 맘대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의식적으로 원격의 축복을 한 적은 없다. 귀족원에서 연습하며 여기저기에 축복을 날리고 있으면 귀족원에서는 축복을 받는 것이 신기한 일이 아니게 되어 고마움도 뭐도 없을 것이고, 연습하지 않아 실패하는 것도 곤란하다.
애초에, 얼굴도 확실하지 않고 아무런 감정도 없는 지기스발트에게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보다 많은 축복을 쏟지 않으면 안 된다. 함께 있는 아돌피네에게 치우치는 정도면 몰라도, 정말로 잘못하면 지기스발트을 아예 지나칠 수도 있다. 축복의 유무나 편향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성공할지 어떨지도 모르는데다, 타이밍도 가늠할 수 없는 것은 무섭다. 이번에도 우연히 잘 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원격의 축복은 지금까지 맘대로 날아갔을 뿐이고, 의도적으로 한 적이 없으며, 실패를 피하려면 그 자리에 없으면 무리입니다, 라고 대답해 주세요."
지기스발트를 인식할 수 있는 곳에서 축복을 보낸다면 신전장의 입장으로 서는 것이 제일일 것이다. 중앙 신전의 신전장이 앞에 있는데, 다른 방향에서 축복을 보내는 것은 완전히 시비를 걸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많은 귀족들 앞에서 중앙 신전 신전장의 체면보다는 왕족의 의뢰인 축복을 우선시하는 것이 더 온당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에렌페스트 측의 걱정을 나열하며, "중앙 신전과의 관계의 조정은 제안자인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일임하오니, 이 이상 에렌페스트에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라는 취지의 편지를 브륜힐데에게 건넸다.
"이쪽을 에그란티느 선생님에게 전달해 주세요."
성결식의 안건 이외에 적힌 것은 도서위원 활동의 내용이 키의 관리자로 변경된 일이지만, "왕족의 요구에 조용하게 따르도록" 이라고밖에 쓰여있지 않았다. 업무 내용을 잘 모르겠으니, 일단 따라두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대답이다.
"호출이 있을 때까지 상관하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문제가 없을 것 같네요."
"그리고 로제마인님의 요망대로 페르네스티네 이야기의 2권을 황급히 인쇄하는 것 같습니다."
시주식 때문에 마석을 신전으로 옮길 필요가 있으므로, 마석과 함께 원고도 신전으로 운반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도착하면 조금 페르네스티네가 나라는 오해도 풀릴 것이다. 나는 후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은 뮤리에라와 그레티아가 이름 올리기의 돌을 가져왔다. 나는 별실에서 그것을 받기로 한다. 이번에는 여성 두 사람의 이름 올리기이므로, 호위도, 입회인도 여성 뿐이다.
"레오노레, 이걸로 괜찮을까요? 문제가 없으면 뮤리에라를 불러주세요, 피리네."
"네."
피리네가 불러온 뮤리에라에게서 이름을 받는다. 가급적 힘들지 않도록 단번에 마력을 붓고 돌을 마력으로 묶었지만, 역시 상당히 괴로워보였다.
"괜찮나요, 뮤리에라?"
"괜찮습니다. 아직은 조금 힘들지만, 매우 기쁩니다. 전, 로제마인님에게 이름을 올릴 결의를 한 덕분에 단켈페르가와의 다과회에 동행할 수 있었습니다. 한넬로레님의 감상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넬로레님의 감상인가요?"
"네."
단켈페르가의 다과회에서 한넬로레가 말했던 사랑 이야기에 대한 감상에는 전력으로 동의하며 밤을 새워서라도 이야기하고 싶어졌다고 한다.
마력으로 묶이는 바람에 괴로운 듯 가쁜 숨을 쉬고 있으면서도, 어느 부분에 감동한 것인지, 설레는 것인지, 녹색 눈동자를 빛내며 이야기하는 뮤리에라는 한넬로레보다도 어머니를 방불케 했다.
……본인이 이름을 바치고 싶다고 말해올 정도로, 뮤리에라는 어머님과 정말 궁합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전, 로제마인님과 엘비라님께 바치기 위해, 귀족원에서 사랑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모으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님과 같이 사랑 이야기를 시작하면 폭주할 것 같은 뮤리에라에게 나는 제동을 걸었다.
"이야기를 모으는 것은 피리네의 일이니, 뮤리에라는 우선 제지업과 인쇄업의 지식을 몸에 익혀주세요. 어머님의 부하가 되었을 때에 바로 일할 수 없으면 곤란하니까요."
"그렇군요."
……응, 어디서 어떻게 봐도 어머님만을 보고 있는 느낌이네.
"피리네, 제지업과 인쇄업에 대한 것을 뮤리에라에 일러주세요. 그리고 에렌페스트로 보내는 보고서에 대한 것도요. 여유가 있으면 이야기의 수집 방침과 방식을 가르치고 함께 모아주세요."
영주 후보생의 문신 견습은 페르디난드 기준으로 합격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보고서를 써야 한다. 피리네는 페르디난드와 할트무트 양쪽에게서 2년 이상 지도를 받고 있었기에, 아직 일천한 로데리히보다 문관 일에 익숙하다.
"뮤리에라, 저의 측근은 계급에 의해서 위아래가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귀족원에서는 상급 귀족인 레오노레가 중심이 됩니다만, 성으로 돌아가면 하급 기사인 다무엘이 중심이 되어 일을 진행하게 됩니다. 문관 견습은 할트무트가 중심이지만, 귀족원에서는 일의 익숙함과 정확함에서 로데리히보다 피리네가 지도 역할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당신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상당히 다릅니다만, 이것이 저의 방식입니다. 익숙해져 주세요."
"알겠습니다."
피리네에게 뮤리에라의 지도를 부탁한 뒤, 나는 리제레타에게 그레티아를 부르게 하고, 이번에는 그레티아의 이름을 받는다.
비슷하게 힘들었을 텐데도, 그레티아는 살짝 얼굴을 찡그릴 뿐, 신음 소리도 내지 않고 이름 올리기를 마쳤다.
"힘들었죠? 괜찮나요?"
"걱정해주시는 것은 감사합니다만,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저의 이름을 받아 주신 것이니, 로제마인님에게 기분 좋은 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레티아가 눈가를 살짝 가릴정도의 앞머리를 흔들며, 그 너머 청록의 눈을 기쁜듯이 늘어뜨렸다.
"그레티아의 지도는 리제레타가 실시합니다."
브륜힐데는 상위 영지와의 교제를 조정하는데 바빠, 리제레타가 전면적으로 그레티아의 지도를 맡게 되었다. 취향의 차를 타는 법이나, 방의 정비 방식 등의 세세한 것을 가르치는 것 같다. 그리고 상위 영지와의 협상에는 나오지 않아도, 다과회에서는 준비하는 사람에게 철저한 것이 요구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것도 설명할 것이다. 리제레타가 방을 나서며 방긋 미소를 지었다.
"로제마인님의 근시는 힐쉬르 교수님의 연구실 청소도 일의 범위에 들어갑니다. 방법을 가르쳐드릴 테니, 잘 기억해 주세요."
"힐쉬르 선생님의 연구실인가요?"
예상하지 못했었는지, 그레티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연구실에 출입하는 사람은 거의가 중급 귀족이고, 낯선 사람들이 출입할 일도 적으니까요 내향의 일입니다. 게다가 로제마인님은 앞으로 슈바르츠들의 연구로 빠빠지시니, 출입하는 빈도가 늘어나게 됩니다. 주인이 향하는 앞을 깨끗이 하는 것은 근시의 일이니, 그레티아도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되어요."
그레티아가 조금 턱을 움츠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라? 나 슈바르츠들의 연구보다 먼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공동연구가 있는데?
아무래도 리제레타는 슈바르츠들의 연구를 위해 전력으로 힐쉬르의 연구실을 백업할 예정인 것 같다. 마음이 든든하냐고 하면, 마음이 든든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회복한 나는 간신히 힐쉬르의 연구실에 다니게 되었다. 라이문트에게는 단켈페르가의 다과회의 모습과 슈바르츠들의 연구를 진행하며 작성한 마법진에 대한 편지 제3편을 주고, 대신 페르디난드의 답장을 받았다.
편지를 라이문트가 리제레타에게 넘겨주고, 이것저것 체크된 편지가 내 손에 들어온다.
"꽤 길이가 있네요."
"2회분을 정리한 답장이라고 합니다."
내가 라이문트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레티아는 편지를 교환하는 순서에 대해 리제레타에게 설명을 듣고, 호위기사인 라우렌츠도 함께 독의 확인 절차를 배우고 있다.
나의 호위로 붙어 있는 것은 유디트이다.
"저도 드디어 녹음 마술도구의 합격을 받았습니다. 로제마인님이 시제품 제작의 도움을 주신 덕분입니다."
"녹음 마술도구의 설계도는 매입하게 해주세요. 저 스스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은 돈이 수중에 없지만, 리할다에게 부탁해서 다음에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러니 다른 쪽에 팔아서는 안 돼요. 제가 예약했으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라이문트가 "아무도 원하지 않아요" 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럴 리가 없다. 다른 사람이 아직 라이문트의 가치를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전, 이만 방으로 돌아가 페르디난드님의 답장을 읽고 싶으니, 오늘은 실례하겠습니다. 힐쉬르 선생님과 라이문트 몫의 식사는 준비되어 있으니, 꼭 먹은 다음에 연구를 시작해 주세요. 그리고 페르디난드님의 편지도 잊지 말아주세요."
"알겠습니다."
라이문트 앞에 식사 세트를 두고, 나는 측근들을 거느리고 기숙사로 돌아간다.
자신이 빛나는 잉크를 사용해서 편지를 쓴 것이다. 페르디난드의 답장도 빛나는 잉크로 쓰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남의 눈이 있는 곳에서 읽는 것은 그만 두는 것이 좋겠지. 나는 자신의 방에 돌아와 편지를 가지고 비밀방으로 뛰어들었다.
"와ー이, 답장이다, 답장이다."
마술도구로 수중을 밝게 비추자, 빛나는 문자는 거의 보이지 않고, 보통 글씨가 읽힌다. 쓱 훑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딱 보기에도 잔소리가 많아. 어째서?"
빛나는 잉크로 잔소리를 들을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보통의 글자로도 잔소리가 많다. 그렇게 혼날 일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왜일까.
힐쉬르의 연구실을 청소하거나 페르디난드의 건강을 걱정했을 뿐인데, "별로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도록" 이라고 쓰여 있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 방을 청소하는 것도, 페르디난드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도 쓸데없는 짓이 아닐 것이다.
"잠깐만. 이거 잔소리로 문제를 얼버무리려는 건가? 이쪽은 문제 없으니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말라는 것은 불건전한 생활을 보낸다는 거 아냐?"
줄줄이 늘어선 잔소리의 속셈을 파악하려고 유심히 읽고 있었더니, 첫날에 합격한 것에 관해 "참 잘했다" 라는 칭찬이 있었다.
"아싸! 참 잘했다 받았다!"
우후훙, 하고 콧노래를 섞으며 불을 껐다. 그러자 빛나는 글씨가 드러난다.
"이쪽도 잔소리……뭐야뭐야? 잘도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까지 차례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딱히 일으키고 싶어서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미안합니다."
가호를 얻는 의식에서 높은 곳에 이른다는 표현은 쓰지 말아라. 너의 경우는 정말로 일어날 것 같아 곤란하다, 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페르디난드 자신은 가호를 얻는 의식을 치른 이후에 슈타프를 얻었기 때문에, 마력을 다룰 수 없게 되어 곤란해지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슈타프를 얻으며 마력을 매우 다루기 쉽게 되었다고 한다. 슈타프를 얻기 전, 마력을 다루는데 고생하던 무렵의 대처법이 쓰여 있었지만, 그것은 양부님께 들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몸에 지나친 마력을 넣어두고 있으면 성장이 늦어진다고 한다. 너의 마력은 슈타프로 다루는 범위 안으로 충분하다. 다른 대처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마력 압축을 희석시키고 신체의 성장을 우선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런가. 유레베로 몸도 좀 튼튼하게 되었고, 마력을 좀 연하게 하면 성장하기 쉽게 되는구나."
주위와의 체격의 차이에 고민하고 있던 나는 마력의 성장보다 키의 성장을 우선하고 싶다. 마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대한 마력을 압축해서 마력을 늘리는 것이 귀족원에서 하는 일이라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마력을 희석시켜야 하는 것에는 조금 불안감이 있었지만, "지금의 마력도 충분" 이라는 말로 너무나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가호를 얻는 의식에 대해 단켈페르가와 공동연구를 하게 된 것과, 에렌페스트에서 성인을 상대로 의식을 다시 치르는 것에 대해서도 썼는데, 그것에 관해서는 "성인도 늘어난다. 나는 신전에 들어가며 늘어났다" 고 이미 실험하고 있었다는 것이 쓰여 있다. 그것과 함께, 실험할 때의 주의점도 있다.
……얼마나 신전에서 실험하신 건가요, 페르디난드님!?
다만 피실험자는 자신뿐이었으니, 이름을 올리며 전속성이 된 로데리히 같은 결과를 유스톡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으로부터 얻지 못한 것 같다. "나도 에렌페스트에서 실험을 하고 싶다" 라며 드물게도 솔직한 말이 쓰여 있었다. 슬쩍 들어 있지만, 이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영혼의 외침이 틀림 없다.
그리고 힐쉬르와 양부님이 이야기하고, 조금 사이가 좋아진 것에는 조금 안심했다고 하는 말들이 차례로 끈덕지게 쓰여 있고, 숙청의 결과에는 " 끝났다고 해도 아직 방심해서는 안 된다. 에렌페스트에 돌아간 후야말로 조심하도록" 이라는 주의가 쓰여 있다.
드레반히엘과의 공동연구에 관해서는 "영지 대항전에서 발표되는 결과를 기대하고 있겠다" 라고 쓰여 있고, 아렌스바흐와의 공동연구에 관해서는 "라이문트의 편지로 알았지만, 아직 프라우렘의 편지는 오지 않았다" 라고 쓰여 있었다.
……역시 전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거나, 뭔가 꾸미고 있거나, 어느쪽일까?
공동연구에 대해선 더 자세히 쓰라고 쓰여 있지만, "페르디난드님은 귀족원에서 힐쉬르 선생님이 신경쓰길 포기할 정도의 일을 했다던데, 무엇을 하셨나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너 정도의 일은 하지 않았다" 는 말밖에 없었다.
"흠흠. 즉, 페르디난드님도 이것저것 저질렀다는 거구나. ……어라? 잠깐만. 둘이 나의 제자로서 공동연구를 한다면 좀 더 수준을 올릴 필요가 있다……라니, 대체 페르디난드님은 무엇을 라이벌로 보고 있는 거야? 단켈페르가? 아니면 드레반히엘!?"
대영지 세 곳과의 공동연구에 더해, 나와 라이문트가 "그 페르디난드님의 제자" 라는 간판을 달고 연구를 발표한다는 것 때문에, 페르디난드의 지기 싫어하는 스위치가 켜진 듯 하다. 앞으로의 연구는 이전보다 훨씬 스파르타가 될 예정이다.
"……나는 익숙해져 있지만, 라이문트는 괜찮을까? 뭐, 페르디난드님의 제자니까 괜찮겠지."
그리고 답장의 마지막의 마지막에, 조그맣게 "그러고 보니, 게둘리히의 노래는 연가라고 생각하게 놔두도록. 그 쪽이 귀찮은 일이 적다" 라고 쓰여 있었다.
……우와, 정말로 어찌되든 상관 없는 것 같아.
빛나는 글자를 읽으며, 눈앞이 아른거리기 시작할 무렵에야 첫번째 답장이 끝났다.
―――――――――――――――――――――――――――――――――――――
에렌페스트에서 페르디난드의 답장이 왔습니다.
뮤리에라와 그레티아가 측근으로 편입되었습니다
라이문트는 앞으로가 큰일입니다.
다음은 후편입니다. 편지 제2탄의 답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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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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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勘)’은 ‘고증한다’는 뜻이며, ‘합(合)’은 ‘동일(同一)’의 뜻으로, 동일여부를 확인함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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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답장 후편
답장 후편
마술도구의 불을 켜고 나는 한번 콧등을 눌렀다. 눈꺼풀 뒤로 아직 빛나는 글씨가 아른거린다.
……페르디난드님도 이렇게 눈이 아른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나의 편지를 읽은 건가?
어쩐지 얼굴을 찌푸리며 읽고 있는 페르디난드의 모습이 떠올라, 나는 조금 웃으면서 답장 제2탄을 집었다.
"이것도 꽤 길이가 있네. 어디어디?"
우선은 보통 잉크로 쓰여 있는 부분을 읽어 간다. 일단 눈이 아파오는 부분은 나중이다.
내가 쓴 것은 "힐쉬르 선생님의 연구실에서 라이문트의 설계를 토대로 시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프라우렘 선생님을 통한 보고서에 써 두었습니다" 라는 것이다. 검열하는 사람에게도 프라우렘의 편지가 닿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도록 표면에 쓴다.
그에 대한 페르디난드의 대답은 "프라우렘 선생님의 보고서가 오지 않아 여기서는 상세를 알 수 없다만, 즐겁게 연구하고 있는 거라면 좋다. 다만 너는 측근들도 데리고 가는 것이니, 그다지 연구실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 조심하도록" 이라는 잔소리였다. 이로써 다음 보고서를 프라우렘에게 건넬 때, "페르디난드님에게 보고서가 도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이라고 불평을 말할 수 있다.
"폐를 끼치지 않도록, 이라고 쓰고 있지만, 두 사람에게 밥을 가져가고, 연구실도 깨끗하게 치우고 있으니,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걸."
더러운 곳에 주인을 보낼 수는 없다며 근시가 청소하고 있으므로, 힐쉬르 연구실의 상태는 너무나도 좋아지고 있다. 영지 대항전 때 한번 보러 가면, 이런 차이를 잘 알수 있을 것이다.
"그럴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왕족 주최의 책벌레의 다과회에 대해서는 밑도 끝도 없이 과자와 빌린 책에 대한 화제를 늘어놓고 있었다. 과자에 관해서는 "단켈페르가에서는 카트르 카르에 특산 로우레를 넣은 과자를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각지의 특산품을 도입한 카트르 카르가 만들어지게 되면 기쁠 것 같습니다. 제가 귀족원 재학 중에 늘어주면, 다과회에서도 즐길 수 있겠지만요" 라고 썼다.
그것에 대해, "영주 회의에서 레시피를 사들인 것 같으니, 아렌스바흐의 특산의 과실을 넣을 수 없을지, 이곳의 요리장에게 물어보겠다" 라고 쓰여 있었다. 요리장이 열심히 하면, 페르디난드도 아렌스바흐에서 조금은 그리운 맛을 먹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낡은 책에 대한 것은 읽기 전에 썼기 때문에, "중앙의 책과 왕궁 도서관의 책을 빌리게 되었습니다. 솔란지 선생님이 빌려주신 폐서고의 책에는 슈바르츠들의 연구에 관한 기술도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발견이 있으면 다시 알릴게요. 두툼해서 읽는 보람이 있습니다" 라고 정말로 표면적인 것밖에 쓰지 않았다.
그래도 페르디난드에게는 다소 관심을 끄는 화제였던 것 같다. "도서관에 가지 못해도 즐길 것이 있다니 다행히다. 새로운 발견이 있으면 알고 싶다. 그 편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연구를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겠지" 라고 쓰여 있었다.
……대체 얼마나 일에 치이고 있는 걸까? 엄청 연구에 굶주린 것 같은데.
조금 정도는 취미에 할애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디트린데가 귀족원에 있는 동안에 조금이라도 기반을 다지려고 하면 정말로 시간이 없는지도 모른다.
표면적인 책벌레의 다과회에 관한 이슈는 "이번에는 쓰러져서 의식을 잃지 않고 다과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성장하지 않았나요? 페르디난드님이 약을 만들어 주신 덕분이네요" 라고 적었다. 페르디난드도 "네가 무사히 귀족원 생활을 즐기고 있어서 다행히다. 이곳의 생활도 순탄하다" 라는 무난한 대답을 주었다.
그리고 그 뒤, 페르디난드의 답장에는 레티시아의 교육에 대한 내용이 줄줄 쓰여져 있다. 어떤 과정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가 매우 자세하다.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를 가르치던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쓰여 있는데, 꽤 스파르타 교육인건 아닐까.
다만 "잘 되어 간다" 나 "예상 이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라는 말이 있으니, 레티시아는 아주 우수한 것 같다.
"……뭔가 레티시아님이 엄청 칭찬 받고 있어. 좋겠다. 뭐, 나도 참 잘했다 받았지만."
그리고 레티시아에게 포상으로 준 과자 중에 무엇을 제일 기뻐했는지 같은 페르디난드 같지 않은 내용까지 쓰여 있었다. 레티시아과 상당히 사이좋게 지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불을 끄고 빛나는 문자를 본다.
……와아. 굉장히 상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편지에 쓸 무난한 화제가 레티시아님의 교육에 대한 것 밖에 없었던 것 같네.
빽빽한 잔글씨로 떠오르는 빛나는 글자들에, 나는 어떻게든 내용을 채우려고 고생했을 페르디난드의 노력에 조금 웃음이 떠올랐다. 영지 대항전에서 만나면 "쓸데없는 고생을 시키지 마라" 라고 불평할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들려줄 수 없으니, 불평도 줄어들게 될까?
나는 빛나는 잉크로 "왕족의 성결식에서 신전장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에그란티느님께 날아간 축복이 제가 원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축복 때문에 차기 왕을 누구로 해야 하는지 경쟁이 생기고, 그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축복을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먼저 왕과 아우브의 승낙을 얻어 달라고 부탁하긴 했지만, 아마, 축복하게 되겠지요" 라고 사정을 설명했다.
페르디난드로부터는 "왕이 정식으로 의뢰하면, 거절할 수 없겠지" 라고 쓰여 있었다. 지난번처럼 전날에 신청해 오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닌, 다양한 의도가 있는 이상은 거절하기 어렵다고 한다. 페르디난드도 수락해 두어야 한다고 판단해, 답변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에 안도했다.
"호위기사는 데려갈 수 있도록, 그리고 중앙 신전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왕족의 책임으로 해주도록 부탁했습니다. 그 외에 부탁해야 할 것은 없나요?"
라는 질문에는
"낯선 장소에서 의식을 하는 것이니, 보좌로서 할트무트를 동행시키도록. 그리고 왕족에게 신전과의 사전 교섭, 호위기사의 호위 등 이쪽의 의견을 전했으나, 정작 네가 아프지 않도록 아무쪼록 조심하도록."
이라고 답변이 왔다.
확실히 나의 몸이 제일 걱정이다. 당일 취소라는 사건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약을 먹더라도 축복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극악맛 약의 준비는 꼼꼼히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살짝 덧붙여 놓았던 "페르디난드님과 디트린데님의 성결식을 이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긴 합니다만" 이란 말에는 "내 성결식은 축복할 필요가 없다. 너는 감정 때문에 축복에 큰 차이가 난다. 왕자보다 이쪽으로 축복이 치우치는 사태만은 피하고 싶다. 대체 무엇을 위해 에렌페스트를 떠난 건지 모르게 된다" 라는 꾸중의 말이 있었다.
아달지자의 열매로, 왕위를 노리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 왕위에 앉을 일이 없는 지위를 받아들였는데도 나의 축복이 치우치면 큰일이다.
……그치만, 페르디난드님을 축복하지 않는 것은 어렵다구.
무웃 하고 입술을 내밀면서 나는 계속 읽어 갔다. 성결식의 화제는 끝나고, 도서관의 화제로 바뀌고 있다.
"슈바르츠들의 관리자가 중앙의 상급 사서로 변경되었습니다. 앞으로 도서위원은 서고의 키의 관리자를 하게 되었습니다. 세 명이 모이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서고의 열쇠이고, 사서가 확인한 이후라면 책을 읽어도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쓴 것에 대한 페르디난드의 답변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
"사서가 확인하고, 라고 적었는데, 그 서고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왕족으로 등록된 자, 초석의 마술의 공급자로 등록된 영주 후보생, 그리고 도서관의 마술도구뿐이다. 서고의 정리는 사서가 아닌 마술도구가 맡고 있고, 사서들은 그저 열쇠를 관리할 뿐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페르디난드는 힐쉬르의 연구 자료를 찾느라 도서관에 자주 출입하던 중, 무심코 한 자료에 대해 중얼거리자, 슈바르츠들이 서고의 존재를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그나저나 왕족에게 잊혀진 정보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많은 느낌이 든다. 누군가 정보를 제한하거나 존재를 숨기고 있는 자료가 있지는 않을지. 세개의 열쇠가 필요한 서고는 오래된 자료나 정보를 저장하기 위한 마술이 걸려 있는 보존을 위한 서고라, 왕과 다음 왕이 알아야 할 정보가 많이 있다. 네가 아니라, 왕족, 영주가 들어가기 위한 서고다."
상당히 오래된 영주 후보생의 강의의 참고서나, 오래된 의식의 자료가 저장되어 있는 듯, 할덴체르의 의식의 자료도 있다고 한다. 양부님과 페르디난드는 가능하면 작년의 영주 회의 때 들어가고 싶었지만, 사서가 없으니 들어갈 수 없다며, 슈바르츠들에게 거부당한 모양이다.
"흠흠. 즉, 나는 마력을 공급하는 영주 후보생이고, 관리자로 임명되어 세 개의 키도 전부 모였으니, 들어갈 수 있다는 거네? 아싸!"
기뻐했던 다음 순간, "이 정보가 망실되고 있다면 왕족에게는 알려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너는 서고에 다가가지 않도록. 또 귀찮은 일이 될 것 같다" 라고 쓰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는 "안대에에에!" 라고 머리를 싸맸다.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과 함께, 치사하다는 생각도 막을 수가 없었다.
……페르디난드님은 학생 시절에 보존 서고의 자료를 읽었으면서, 나에게는 금지하다니, 너무해! 나도 새 책이 읽고 싶은걸!
그리고 내 편지에 대한 답장 외에는 아렌스바흐의 현상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게오르기네의 영향력이 의외로 큰 것, 전 신전장이 봉납식에 가져가고 있던 소성배가 아무래도 옛 베르케슈토크의 물건이었던 듯, 에렌페스트의 지원이 사라진 것을 원망하는 백성이 많이 있는 것, 왕명으로 레티시아가 차기 아우브라고 결정되어 있는 것을 게오르기네, 디트린데의 주위에서는 그다지 좋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것, 디트린데는 자신이 중계역일 뿐인 아우브임을 모를 가능성이 있는 것 등이 꼼꼼이 쓰여 있다.
이 부근의 정보는 양부님에게 흘려두라고 간단히 적혀 있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레티시아의 교육 담당자로서 아렌스바흐로 향한 페르디난드의 입장은 매우 위태로운 것은 아닐까.
"그리고 여름에 란체나베1에서 사자가 왔던 듯, 공주를 진상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논의되었던 모양이다. 다음의 귀족 회의에서 아우브·아렌스바흐가 왕에게 진언할 것이다. 승인되면 아렌스바흐에서 아달지자의 이궁에 공주를 보내게 된다."
자신과 같은 입장이 될 아이가 태어날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손으로 공주를 보내야 한다. 페르디난드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큰 일은 아닐까.
"아렌스바흐가 란체나베와와의 연락창구였다니……. 페르디난드님이 간 곳이 아렌스바흐가 아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한숨을 내쉬면서 답장을 다 읽은 나는 아렌스바흐에 대한 상황 보고서를 쓰고, 비밀방을 나왔다.
"뮤리에라, 이를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 보내주세요. 그리고 리할다. 왕족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만……."
도서관의 보존 서고에 대한 이야기를 간추려서 설명하고, 힐데브란트와 에그란티느 중 어느 쪽에 연락을 취해야 좋을지 물었다. 귀족원에 있는 왕족의 대표는 힐데브란트이지만, 에그란티느에게 연락하는 것이 아나스타지우스나 지기스발트로부터의 답이 오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그렇군요. 급한 소식이라면 도서관과 힐데브란트 왕자와 에그란티느 선생님의 세 곳에 올도난츠를 날리고, 자세한 설명은 한꺼번에 하겠다고 전하면, 그쪽에서 자리를 만들어 주시겠지요."
설명할 자리를 만들기 위해 관계자들에게 전력투구하는 방법을 배웠기에, 나는 당장 올도난츠를 날리며, "상급 사서는 문을 열 뿐이고, 왕족과 영주 후보생의 일부와 슈바르츠들 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안에는 왕족이 읽어둬야 할 자료가 있다는 것 같아요" 라고 전했다.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다. 사흘 뒤의 3의 종에 나의 이궁으로 오도록."
에그란티느에게 보낸 올도난츠였는데, 아나스타지우스에게서 답신이 왔다. 아무래도 석연치가 않다.
"어째서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서 답장이 왔을까요?"
"로제마인님, 왕족의 호출이라니,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레티아가 떨면서 놀란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브륜힐데는 "사흘 후인가요? 아직 여유가 있네요" 라며, 바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신인과 길들여진 측근의 차이가 심하다.
"로제마인님, 이궁으로 가실 때에, 적기 위한 종이와 펜 이외에 필요한 것이 있으신가요?"
"이번엔 필요 없습니다. 뭔가 바쁠 것 같으니, 되도록이면 빨리 사본을 진행하도록 하죠."
사본에 최선을 다하고 있던 피리네의 질문에 내가 대답하자, 다른 책을 사본하던 뮤리에라가 지친 한숨을 토했다.
"로제마인님의 문관은 예상 이상으로 업무가 많네요. 조금 놀랐습니다."
뮤리에라는 아무래도 좀 더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려운 책을 사본하는 일로, 어머님의 사랑 이야기를 즐길 시간이 거의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뮤리에라의 말에 피리네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귀족원이 끝나 로제마인님과 함께 신전으로 돌아가면 일은 더 늘어나요."
"네?"
"귀족원에서 수집한 이야기나 정보의 수집과 분류, 사본, 다과회의 동행만이 아니라 신전 업무, 인쇄와 제지업의 보조도 해야하니까요."
보람이 있습니다, 라고 웃는 피리네의 말에, 뮤리에라의 미소에 경련이 일어났다. 그러고 보니,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의 문신에 비해 꽤나 부담이 크다.
"뮤리에라는 어머님에게 이름 올리기를 하게 되니, 귀족원의 일만 제대로 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로제마인님의 측근입니다."
뮤리에라가 목을 흔들고는, 기합이 들어간 얼굴로 펜촉을 잉크 병에 넣었다.
나는 왕족에게 호출받은 날까지 열심히 일하고 다녔다.
루펜에게서 기사 동으로의 초대가 있어, 이에 대답을 하고, 기사 견습들을 대상으로 한 질문지를 작성하고 자신의 문신들에게 복제시킨다. 그리고 응답란을 쓴 종이도 준비해, 앙케이트를 받는 방법을 훈련시켰다.
그리고 힐쉬르의 연구실에서는 페르디난드로부터 합격을 받았다는 녹음 마술도구의 설계도를 사들였다. 이것으로 녹음의 마술도구를 만드는 것이다.
"로제마인님, 어느 정도 품질이 좋은 마석이 녹음하고 싶은 말의 수만큼 있어야 되는데요."
"그건 괜찮아요."
지금은 채집물의 품질도 좋고, 모여드는 마수도 조금 강해지고 있는 듯, 마석도 품질이 좋은 것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단켈페르가와의 공동연구에 딧타를 하게 되어 버림으로써, 서로의 연계를 높이기 위해 기사 견습들이 연일 열심히 사냥을 하고 있다. 필요한 마석은 사들이면 된다.
"윽, 간단히 마석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상황이 부럽습니다."
"이 설계도에 그려진 마술도구를 다른 곳에서도 원하게 되면 정보료로 1할은 라이문트에게 줄 테니까요."
저작권과 마찬가지로, 설계도에도 저작료를 계속 전해주겠다는 말을 하자, 라이문트는 의미를 잘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깜박거렸다.
"네? 로제마인님이 인수하신 설계도인데요? 저작료라는 건 무엇인가요?"
"……널리 사용될 만큼 가치가 있는 설계도라면, 그만큼 대가가 필요하죠? 설계도를 터무니없는 가격에 매입해서는 의욕 있는 좋은 연구자를 키울 수는 없을것이라 생각합니다만."
내 말에 라이문트와 힐쉬르가 "로제마인님의 생각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라며 눈을 빛냈다. 아무래도 여태껏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고 있었던 모양이다.
라이문트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마석을 쓱쓱 투입해 녹음 마술도구를 완성시켰다.
"이것을 인형 속에 넣고 싶습니다. 이렇게 배와 이마를 쓰다듬으면 목소리가 들리도록……할 수 있을까요?"
"이 마석 부분을 만질 수 있도록 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인형에 넣는 것에 뭔가 의미가 있나요?"
라이문트가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옆에서 리제레타가 "인형을 만지면 목소리가 들리다니, 무척 귀엽지 않습니까" 라며 녹색 눈동자를 빛내며 찬성했다.
"그렇죠? 그러니까 저처럼 레서……."
"역시 슈밀이죠. 그것이 가장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리제레타가 들뜬 모습으로 "인형을 만든다면 제가 돕게 해주세요" 라며 나를 본다. 어느 쪽이냐면 바느질이 자신 없는 나는, "레서 팬더도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말을 삼키고, 슈밀을 만들게 했다.
……레서 팬더는 귀엽지만, 입체로 만드는 것이 어려우니 어쩔 수가 없는걸.
그런 사흘을 보내고, 왕족의 호출에 응하기 위해 이궁으로 향한다. 이번은 다과회가 아닌 호출이라, 선물할 정도의 과자를 준비했을 뿐이다. 짐은 가볍지만, 마음은 무겁다.
"이렇게 단기간에 다시 이궁으로 가게 될 줄은 몰랐어요."
내 말에 브륜힐데가 쓴웃음을 지었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도 있었습니다, 알린다고 정한 것은 로제마인님이에요."
"아우브·에렌페스트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지요? 그러나 왕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정보라면 아까워할 수 없습니다. 공주님의 판단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책벌레의 다과회에서 아나스타지우스로부터 왕족의 고생에 대해 들은 나의 측근들은 왕으로서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왕이란 자리에 올라, 뼈를 깎듯이 마력을 공급하는 지금의 왕에게 매우 동정하고 있다. 그것은 신전에서 자라, 귀족으로서의 교육을 받지 않았는데도, 영주의 양녀나 신전장이 되어, 뼈를 깎도록 마력을 공급하고 있는 나의 입장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왕들만큼 고생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왕족의 호출입니다만, 상대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이니 다소 편하네요."
에그란티느에게 이런저런 본심을 흘려버리거나, 눈 앞에서 쓰러지거나, 이미 여러가지로 난처한 일을 저지르고 있지만, 아나스타지우스는 대범하게 봐주고 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진심으로 모반이나 찬탈을 의심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만큼, 다른 왕족보다 편하다.
"그렇게 긴장을 풀어선 안 됩니다, 공주님."
리할다의 질책을 받았을 때에는 별궁으로 이어지는 문 앞에 서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에렌페스트의 로제마인님."
오스빈이 맞아 주어, 우리들은 안으로 들었다.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세 명이다. 힐데브란트가 미소로 반기고, 아나스타지우스가 " 왔는가" 라고 작게 중얼거린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낯선 사람이 있었다.
아나스타지우스과 같은 색조의 금발에 짙은 녹색의 눈을 하고 있는 온화한 미소의 남자로, 그 앉아 있는 위치와 입고 있는 의상으로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안대에에에! 첫째 왕자다! 이런 건 미리 알려 주세요,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설마 지기스발트가 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심 마음껏 불평해 보았지만, 이것은 호출이며, 다과회가 아니므로, 참가자를 알려야 할 이유도 없다.
머리를 안고 주저앉고 싶어지는 충동을 견디며, 방긋 웃고, 아나스타지우스와 힐데브란트에게 인사를 하고, 그리고 지기스발트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생명의 신 에비리베에의 엄격히 선별된 귀한 만남에, 축복을 기도하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지기스발트 왕자.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 로제마인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축복을 주며 초면의 인사를 나눈 나는 허락을 받고 일어선다. 의자에 앉은 지기스발트 쪽이 아직 조금 시선이 높은 정도다. 아나스타지우스와 달리, 온순한 사람이다. 성실한 느낌이랄까, 고생할 느낌이랄까, 착실한 가정교육을 받은 좋은 맏형이란 분위기가 넘친다. 아무래도 에그란티느을 사이에 두고 아나스타지우스와 왕위를 다툴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측근들이 열을 내고 있었을 뿐인 걸까?
눈이 마주친 지기스발트가 상냥하게 웃으며 나를 보았다.
"그대가 로제마인입니까? 2년 연속 최우수이고, 2년 연속으로 시상식을 불참할 정도로 허약한 에렌페스트의 성녀. 소문은 많이 들었기에, 한번은 보고 싶었습니다."
"……저도 시상식에 나가고 싶어 기대하고 있었습니다만, 뜻대로 되지 않아 유감이었습니다. 왕에게 직접 말씀을 들을 수 있는 명예로운 자리라 듣고 있었으니까요."
딱히 피했던 것이 아니에요, 기대는 하고 있었어요, 라는 분위기가 나오도록, 안젤리카를 참고하며 열심히 아쉬워하는 듯한 얼굴을 만들었다. 1년째에는 독서 시간이라는 미끼에, 페르디난드랑 기숙사에 남아 신을 내고 있었다는 것은 알릴 수 없다.
"그럼, 거기에 앉아 도서관의 서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부탁합니다. 지금 왕족에게는 정말 적은 정보라도 필요하니까요."
나는 지기스발트의 옆에 앉아, 아나스타지우스와 힐데브란트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도 흥미로운 듯 이쪽을 보고 있다. 나는 가볍게 숨을 들이키고 입을 열었다.
―――――――――――――――――――――――――――――――――――――
답장의 제2탄.
페르디난드는 편지의 여백을 채우는데 고생했습니다.
그런 고생도 있어, 아렌스바흐의 정보가 에렌페스트로 흐릅니다.
그리고, 연이어 이어지는 왕족의 호출입니다.
겨우 첫째 왕자의 등장이군요.
다음은 왕족과 도서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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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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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자, 이제 왕족을 상대로 두통약을 팔 차례네요.
아, 물론 쥐약이나 독약이라는 의미의 두통약입니다. (웃음)
작중 국가중 하나.
설탕을 수출하며, 아렌스바흐와 국경문으로 연결되어있다. 몇 대에 한 번씩, 자국의 공주를 유르겐슈미트에 헌상하고있다.
공주가 기거하는 별궁은 헌상된 첫 번째 공주의 이름을 따서 "아달지자"라고 불린다.
484
23화. 왕족과 도서관 전편
왕족과 도서관 전편
왕족에게는 아주 약간의 정보라도 필요하다고 말한 지기스발트가 짙은 녹색의 눈으로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잔잔하게 웃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쪽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솔직히 대답해 주세요, 로제마인."
"네."
"세 개의 열쇠가 필요한 서고에는 왕족과 영주 후보생의 일부와 슈바르츠들 외에는 들어갈 수 없고, 그 안에는 왕족이 읽어야 하는 자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틀림없나요?"
"맞는지 틀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의 솔직한 답변에 지기스발트가 눈을 깜빡이고, 아나스타지우스가 이마를 눌렀다.
"로제마인, 그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제가 슈바르츠들의 관리자에서 열쇠의 관리자로 된 것을 에렌페스트에 알렸을 때, 사서가 확인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자 그것은 이상하다는 답장이 돌아온 것입니다. 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가 아니기에, 정보가 맞는지 틀린지는 서고에 들어가 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지기스발트가 "과연"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옆에서 아나스타지우스가 "그대는 여전히 솔직함이 너무 심하다" 라며 한숨을 토했다. 더 에두를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그치만, 솔직히 대답하라고 한 것은 왕족들인걸?
"그렇긴 해도 신기하군요."
"무엇이 말인가요?"
"어째서 에렌페스트 이외에는 세 개의 열쇠가 필요한 서고의 정보를 아는 사람이 없는 걸까요? 중앙에도 대영지에도 그 서고에 대해선 아는 자가 없습니다."
지기스발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혀 없을 수가 있을까? 숙청을 이겨낸 왕족이라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년까지 영주 후보생 코스를 가르치셨다는 선생님도 모르고 계신가요?"
"그녀의 남편은 젊은 시절에 도서관에 간 적도 있었지만, 그녀 자신은 그러한 서고의 존재는 모른다고 합니다. 클라센부르크와 단켈페르가의 아우브에게도 문의했지만, 귀족원의 도서관에는 발을 들여놓은 적도 없다는군요."
영주 후보생들이 도서관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알고 있다. 많은 측근들을 줄줄이 데리고 도서관의 열람석을 점거하는 것은, 책을 살 수 없는 상황에서 공부하며, 사본을 만들어 돈을 벌 필요가 있는 하급 귀족의 원망을 들을 정도로 폐이기 때문이다.
나도 측근들에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래도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는 것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 올해는 연구가 많이 있어서 바쁘고, 슈바르츠들의 관리자가 바뀌는 등 어수선해서, 가급적 접근하지 않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보통의 영주 후보생은 측근의 문신 견습에게 갖고 싶은 책과 자료를 가져오라고 부탁하기 때문에, 영주 후보생 자신이 도서관을 찾는 일은 거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마 그 때문이겠죠?"
"……에렌페스트는 직접 책을 찾으러 오고 있습니까?"
날선 지기스발트의 목소리에, 나는 자신의 입으로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들이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깨닫고,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저는 그 도서관과 책을 좋아해서 스스로 방문하고 있지만,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테는 측근에게 부탁하고 있으니, 에렌페스트 전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랍니다."
"그렇습니다. 로제마인은 그저 책을 좋아할 뿐입니다. 게다가 슈바르츠들에게 마력 공급도 해주고 있었기에 찾는 일이 많았을 뿐입니다."
힐데브란트가 지원해 주긴 했지만, 지기스발트 속의 수상한 영주 후보생이라는 평가는 바뀌지 않은 것 같다. 마음만은 고마운 것이었기에, 나는 웃는 얼굴로 힐데브란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렌페스트에는 연구에 몰두하는 것이 취미인데다, 소속 연구실 선생님이 제자를 험하게 다루느라 도서관을 자주 찾던 영주 후보생이 있었습니다. 믿을 만한 측근이 적어, 소중한 책을 맡길 수 없었다는 이유도 있었다고 합니다만……."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세 왕자가 매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좀 필요 없는 정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분이 서고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우연이였던 것 같습니다. 도서관에서 필요한 자료에 대해 중얼거리고 있자, 슈바르츠들이 서고로 안내했다고 합니다. 그 때는 평범하게 상급 사서들이 문을 열어 준 것 같으니, 당시에는 그다지 비밀도 아니었던게 아닌가요?"
스스로 찾아오는 영주 후보생들이 드물고, 당시의 상급 사서도 없어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왕족 이외의 출입을 금하고 있는 서고라면 상급 사서가 문을 열어 줄 리 없다.
"저도 귀족원의 도서관에는 종종 걸음을 옮기고 있으며, 슈바르츠들의 관리자였기 때문에 접촉도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서고의 존재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상당히 특수한 자료를 찾고 있었을 거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읽은 적이 없는 책을 읽고 싶다" 고 슈바르츠들에게 부탁한 적은 있어도, "이런 자료가 필요" 하다고 부탁한 적은 없다. 그래서, 열람실에 있는 책으로 충분하게 된다.
"열람실의 책을 전부 읽고, 누구라도 빌릴 수 있는 폐서고의 책을 모두 읽고 난 뒤라면 슈바르츠들도 저를 그 서고로 안내해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졸업까지의 기간을 생각하면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누구의 정보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기스발트와 아나스타지우스는 이미 짐작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기스발트가 미소를 띤 채로 짙은 녹색의 눈을 반짝인다.
"그만큼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 사람은 어째서 지금까지 잠자코 있었을까요?"
"왕족이 알지 못하는 정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겠죠. 모른다면 알려주는 것이 좋다는 말씀이 있어, 이렇게 올도난츠를 보내게 된 것입니다. 마치 누군가가 정보를 은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부자연스러울 만큼 왕족에게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내가 전하면, 페르디난드가 의심받게 될 것은 당연히 페르디난드 자신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전하는 게 좋다고 판단할 만큼 중요한 정보가 들어 있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를 하고 있기보다는, 도서관에서 하나의 자료라도 더 읽은 것이 훨씬 건설적이다.
"저에게도 왕족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아나스타지우스는 "잠깐 기다려라" 라며 나를 말렸지만, 지기스발트는 "부디" 라며 이야기를 촉구했다. 나는 지기스발트를 향해 방긋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불러내어 자세히 듣고 싶다고 하실 정도로, 왕족이 조금이라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은 정보의 출처에 대한 것인가요? 아니면 왕족이 알고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는 자료의 내용인가요? 저는 서재에 들어간 적이 없으니, 내용에 관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주위의 측근들이 술렁거리고, 지기스발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나스타지우스는 "말이 지나치다" 라고 말한다.
"제가 솔란지 선생님이 빌렸던 옛 사서의 일지에는 영주 회의 때에 장성한 왕족이 도서관을 방문하여, 모든 상급 사서가 마중을 나온다는 기술이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보더라도 왕족에게 있어 도서관을 찾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던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일지는 중앙의 기사단장이 가지고 갔으니, 왕족들도 보셨지요? 서고의 중요성은 이미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서고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을 테니, 출처를 따질 여유가 있다면 도서관이나 가자, 라고 말하고 싶었던 내 의도는 통한 것 같다.
지기스발트와 아나스타지우스가 "그런 것인가" 라며 한번 얼굴을 마주 본 뒤,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상급 사서들이 총출동한 영접이었기에, 열쇠가 필요한 서고에 갔었을 가능성도 크겠죠. 안에 들어가보면 정말 중요한 정보인지 어떤지는 알 수 있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알겠습니다.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을 도서관으로 부르겠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는 오스빈을 불러 단켈페르가에 올도난츠를 날리라고 명한다. 나는 황급히 말을 걸었다.
"오스빈, 한넬로레님을 부를 때는 회복약을 가져오도록 전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회복약이옵니까?"
나는 끄덕 하고 수긍했다.
"열쇠의 등록에는 마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준비는 해두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고 보니, 올탄시아가 그런 말을 하고 있었군. 오스빈, 로제마인의 말대로."
"알겠습니다."
올도난츠를 보내자,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도서관으로 가겠습니다" 라는 한넬로레의 답장이 왔다.
도서관에도 세 명의 왕자가 간다는 것을 올도난츠로 통보하고, 모두 줄줄이 도서관으로 향한다. 너무나도 눈에 띄어서, 달아나고 싶었지만, 열쇠의 관리자인 나는 도망갈 수가 없다.
그렇지만, 시무룩하니 풀죽어 있던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걷는 속도를 생각하면, 성인이 되어 있는 왕자들과 함께 걷는 것은 아무래도 힘든 것이다. 점차 앞서나가는 두 왕자의 모습에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자, 비슷한 속도로 걷고 있던 힐데브란트가 말을 걸어왔다.
"로제마인은 그 서고에 뭐가 있는지 알고 있나요?"
"영주 후보생의 강의 자료와 낡은 의식에 대해 쓰여진 자료라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에렌페스트에서 조사하던 낡은 의식에 대한 자료도 그 서고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귀족 회의 당시에 아우브·에렌페스트와 페르디난드님이 도서관을 찾았지만, 사서와 키가 없다고 슈바르츠들이 말했다고 합니다."
도서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조금이라도 상급 사서를 늘려받고 싶은 것이다. 내가 속셈을 넣어 그렇게 호소하자, 힐데브란트는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손을 마주치며 웃었다.
"그럼, 이 기회에 로제마인도 함께 자료를 찾으면 되지 않습니까."
"정말로 기꺼운 말씀입니다만,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보호자로부터 서고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받고 있습니다."
에렌페스트가 더 이상의 의심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고 처음으로 서재에 들어간 내가 축복 테러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는 안 들어가는 편이 낫다.
……머리로는 알지만, 들어가고 싶어서 어쩔 수 없어!
정말 엄청 들어가고 싶고, 읽고 싶은데, 리할다가 허락하지 않을 테고, 페르디난드는 절대로 화낼 것이다.
도서관에 도착하자, 슈바르츠와 바이스가 맞아 주었다.
"로제마인, 왔다."
"힐데브란트, 왔다."
슈바르츠들로부터 "로제마인" 이라고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처음으로, 뭔가 굉장히 신기한 느낌이다. 이게 당연한 거긴 하지만, "공주님" 이 아니게 되어버린 것이 조금 슬프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사람도 물려두었습니다."
왕자가 셋이나 가겠다고 연락한 것이다. 당연하지만 올탄시아랑 솔란지도 기다리고 있었다. 공부하고 있던 학생들은 안됐지만, 왕족과 마찰을 일으키보다는 빨리 달아나는 것이 좋다.
사서와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 우리들의 뒤에서 한넬로레가 찾아온다. 왕자가 죽 나란히 있는 것을 보고, 한넬로레가 붉은 눈을 크게 떴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이름으로 호출된 것만으로도 심장에 나쁠텐데, 왕자가 세명이나 모여 있는걸. 놀랐죠? 응응. 잘 알죠. 나도 놀랐으니까.
멋대로 친근감을 느끼고 있는 사이, 한넬로레는 지기스발트와 첫 대면의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호출이라 미안합니다만, 도서 위원으로서 도움을 부탁합니다."
"기꺼이 돕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대영지의 영주 후보생이다. 갑작스러운 왕족의 요청에도 당황하지 않고, 한넬로레는 미소와 함께 수락한다.
……나도 배우지 않으면.
"열쇠는 이쪽 집무실에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만큼의 인원은 들어갈 수 없으니, 집무실 안까지 동행하는 것은 호위기사 두 사람과 문관 한명으로 해 주십시오."
올탄시아에게 안내받은 집무실에 들어가기엔, 세 명의 왕자와 영주 후보생들에게 붙어 있는 측근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 나는 상급 기사인 레오노레와, 체구가 크고 나의 호위기사 중 가장 접근전에 강한 라우렌츠, 그리고 가장 문관 업무에 익숙한 피리네를 데리고 집무실로 들어갔다.
집무 책상 위에 툭, 툭 소리를 내며 올탄시아가 열쇠를 내려놓았다. 상급 사서의 방에서 찾아낸, 한 명씩밖에 등록하지 못하는 열쇠다.
"이쪽의 열쇠에 관리자 등록을 하겠습니다. 로제마인님과 한넬로레님은 열쇠를 쥐고 마력을 쏟아 주세요."
나랑 한넬로레는 시키는 대로 열쇠를 쥐고 마력을 등록한다. 성전 열쇠의 주인으로 등록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순식간에 끝났다.
"빠르시네요."
눈을 크게 뜬 올탄시아에게, "송구합니다" 라며 미소를 띄운다. 한넬로레도 오래 걸리지 않고 등록을 마친다.
"영주 후보생과 상급 귀족은 역시 다르네요."
"올탄시아, 두 분 다 아주 우수한 영주 후보생입니다. 그렇게 자신과 비교할 것은 없습니다."
솔란지가 달래듯 그렇게 말하며, 열쇠 보관 상자에서 다른 열쇠를 두 개 꺼내고 보관 상자를 닫았다.
"제가 이 열쇠를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솔란지에 의하면, 이렇게 왕족이 도서관으로 찾아올 때에는 모든 상급 사서가 나와 대응하지만, 중급 사서인 솔란지는 나서지 않고, 근시가 차를 타거나 식사 준비를 하기 위한 장소를 지시하는 등, 안쪽의 일에 일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집무실을 나와 열람실로 가, 집무실에 들어오지 못한 측근들과 합류한다.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며, 열람실 1층을 지났다.
"책벌레의 다과회에서 로제마인님께 빌려드린 책은 이쪽 서고에 있던 것입니다."
쿡쿡 솔란지가 웃으며, 열람실 안에 있는 폐서고의 열쇠를 열었다. 처음으로 들어가보는 폐서고에 나는 마음이 들뜨는 것을 느꼈다. 먼지로 인해 조금 뿌연 공기에 양피지 냄새가 섞여 있는 것이 정말로 기분 좋다.
모두가 그리 넓지 않은 서재로 들어가자, 솔란지가 안쪽에 있는 문을 연다. 그 순간에 문 안쪽에 불이 들어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 것이 보였다. 주위 전체가 하얗기에, 상당히 밝게 느껴진다.
"슈바르츠, 바이스. 모두의 안내를 부탁 드립니다."
"안내한다."
"중요한 일."
솔란지의 말을 듣고, 슈바르츠와 바이스가 깡총깡총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올탄시아, 슈바르츠와 바이스를 따라가 주세요. 중급 귀족인 저는 더는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이 앞은 슈바르츠와 바이스에게 물어주십시오."
상급 사서인 올탄시아가 계단을 내려가고, 거기에 왕자가 뒤를 잇는다.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솔란지뿐만이 아니라 측근들도 마찬가지였다. 투명한 막에 막힌 왕자들의 측근 몇명이 발걸음을 멈춘다.
세 왕자와 측근들이 계단으로 내려가자, 한넬로레가 뒤를 이었다. 영지의 순위로 생각해도 내가 마지막이다.
나의 측근들 중에서는 피리네과 로데리히들이 투명한 막에 막혀버렸다. 나의 측근 중에 계단까지 따라오는 것은 리할다, 레오노레, 브륀힐데의 세 명뿐이다.
다른 왕족이나 한넬로레는 더 많은 측근을 데리고 있는 것에 비하면 나의 측근은 매우 적다.
"로제마인님의 측근은 중급 귀족들이 많네요."
계단을 내려가면서 한넬로레가 뒤를 돌아보며 그렇게 말했다.
"에렌페스트에는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테가 있고, 그 뒤로도 동생 멜키오르가 입학을 앞두고 있어, 영주 후보생의 측근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시기에 네명이나 영주 후보생이 있으면 확실히 귀족원에서의 측근은 부족하게 되겠네요."
"네. 지금까지는 전혀 문제 없었지만 이처럼 상급 귀족이 아니면 동행할 수 없는 상황도 일어나는 것이네요."
내가 "처음입니다" 라고 곤란함을 드러내자, 한넬로레도 "저도 처음입니다" 라며 미소 지었다.
계단을 내려가자, 마치 다과회실처럼 탁자와 의자가 몇개나 준비된 장소가 나왔다. 측근 모두를 들일 만한 크기에 놀라, 무심코 주위를 둘러본다.
새하얀 계단에 새하얀 바닥, 새하얀 벽에, 한쪽 벽만은 금속 같은 색조였고, 벽에는 존재를 주장하듯, 덕지덕지 장식된 부분 셋이 등간격으로 나란히 있었다.
"셋이 나란히."
"열쇠 연다."
슈바르츠와 바이스가 탁탁 금속 벽을 치며 장식된 부분을 가리킨다. 아무래도 이 금속 벽으로 보이는 것이 서고의 문이고, 이 장식된 부분이 열쇠 구멍인 모양이다. 다가가서 잘 살펴보자, 열쇠를 꽂는 것이 아니라 집어 넣게 되어 있었다.
나는 한넬로레과 올탄시아에게 시선을 돌린 후, 살짝 열쇠를 넣었다. 마력 등록을 한 마석에서 마력이 흡수되며, 마석이 빛나며 붉은 선이 벽 전체로 달리기 시작한다.
전체에 복잡한 무늬를 그린 뒤, 기깃 소리를 내며 벽이 세 부분으로 나뉘어 돌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에 휩쓸리지 않도록, 나는 뒤로 물러난다. 벽으로 보였지만, 이렇게 셋으로 나뉘어 움직이니, 확실히 문으로 보인다.
문이 천천히 움직여 180도 회전하고, 다시 모든 문이 연결되던 순간, 문이 사라져 버렸다.
안에는 확실히 서고같은 장소가 있었다. 독서대와 글을 위한 책상, 그리고 책장이 많이 있다. 그 책장에는 목패 같지만 목패가 아닌 흰색 판자 같은 것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내가 알고 있는 책 모양의 물건은 선반이 기울어진 책상에 늘어서 있는 스무권 정도밖에 없다.
모두가 놀라움에 눈을 부릅뜨면서 슈바르츠가 "열렸다" 라고 말하면서 그쪽으로 향한다. 올탄시아가 슈바르츠를 뒤따랐지만, 계단 부분과 마찬가지로 투명한 막에 의해 막혔다.
"……정말로 들어갈 수 없네요."
올탄시아는 투명한 벽을 누르며 멈춰선다. 올탄시아를 보고, 바이스가 "공주님은 자격 없어" 라고 말한다.
"영주 후보생이 들어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다. 로제마인, 가 보도록."
"매우 안타깝게도, 전, 서고에 들어가는 것을 보호자로부터 금지받고 있습니다. 읽어도 좋은 자료가 있으면 이쪽으로 보내주십시오."
울고 싶은 마음으로 아나스타지우스을 올려다보고 있었더니, 바이스가 붕붕 고개를 저었다.
"자료, 반출 금지."
"네에!? 그, 그런……."
……밖에서 열심히 읽으려고 햇는데, 너무해!
충격을 받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올탄시아도 바이스의 말에 작게 떨리는 입가를 누르고 있다.
……나 지금 올탄시아랑 완전히 동조하고 있어.
나랑 올탄시아가 축 어깨를 떨어뜨리는 장면을 지켜보던 아나스타지우스가 어이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한넬로레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쩔 수 없다. 한넬로레, 가보도록."
"……알겠습니다."
결심을 한 것처럼, 한넬로레가 한번 크게 숨을 쉬고, 조심조심 손을 뻗으며 천천히 나아간다. 그러나 올탄시아가 막힌 것과 달리, 쉽사리 들어갈 수 있었다. 먼저 들어간 슈바르츠가 한넬로레에 뭐라고 한 듯, 한넬로레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 보인다. 어쩌면 목소리는 이쪽으로 들리지 않는지도 모른다.
"정말로 영주 후보생이라면 들어갈 수 있는 것 같구나. ……그럼, 형님. 제가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가 위험을 확인하도록 먼저 들어가, 뒤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 뒤를 이어 지기스발트가 들어간다. 왕자 두 사람은 들어갈 수 있었지만, 왕자를 따르는 측근들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럼 저도 가겠습니다."
밝은 미소와 함께 힐데브란트도 두 왕자에 이어 들어가려 했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투명 벽에 막혔다.
힐데브란트가 숨을 머금고 투명 벽을 두드린다.
"왜죠? 어째서 저는 들어갈 수 없는 것인가요? 아렌스바흐의 공주님과 약혼해 왕족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입니까!?"
마치 울 것 같은 힐데브란트의 목소리에, 바이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힐데브란트, 마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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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를 제공하고 도서관.
한넬로레도 호출되어 열쇠에 마력의 등록을 했습니다.
처음 들어가는 도서관의 지하 서고입니다.
지하에 좀 낭만을 느끼지 않나요?
다음은 후편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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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마인이는 왕족을 상대로 패기가 넘치네요.
(아직)아무것도 모르는 질베스타는 행복합니다.
24화. 왕족과 도서관 후편
왕족과 도서관 후편
바이스의 말에 눈을 부릅뜨고 굳어 버린 것은 힐데브란트만이 아니다. "왕족이지만 마력이 부족해서 들어갈 수 없다" 라고 바이스에게 선언된 힐데브란트에게, 그 자리에 있는 측근들도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 지, 당황한 듯이 얼굴을 마주보고 있다.
자료의 반출 금지로 침울해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기에, 나는 힐데브란트에게 향한다.
"힐데브란트 왕자, 이 서고는 장성한 왕족이 찾는 곳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아직 귀족원에도 입학하지 않은 힐데브란트 왕자는 마력이 부족하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마력 압축도 배우지 않았고, 슈타프도 없으며, 신들의 가호도 받지 못했으니까요."
"로제마인……."
"힐데브란트 왕자의 성장기는 지금부터지요? 그러니 성장할 때까지는 저와 함께 모두를 기다리지 않겠나요?"
그러면서 나는 의자가 있는 쪽을 손으로 가리킨다. 힐데브란트는 얼굴을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로제마인은 여기서 기다리는 건가요?"
힐데브란트가 투명한 벽 앞에 있는 의자와 테이블을 보면서 물었다. 여기는 서고의 모습이 잘 보인다. 위험이 없음을 확인하면서 대기하고, 안에서 자료를 읽는 주인을 위해 여러가지로 측근들이 준비하기 위한 장소이다.
"저도 그 안에 들어가고 싶다고는 생각하지만, 함부로 들어가는 것은 금지받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차라도 마시며 정말로 유익한 자료를 찾을 수 있을지 기다릴 생각입니다."
"그럼 저도 같이 기다리겠습니다."
힐데브란트가 웃으며 의자로 향한다. 아르투르가 안심한 듯이 어깨의 힘을 뺐다.
"솔란지 선생님은 차의 준비를 도운 적도 있다고 말씀하셨죠? 브륜힐데, 어떻게 하는지 묻고 와주세요."
"알겠습니다."
브륜힐데가 몸을 날려 계단으로 향한다. 동시에 측근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 각각의 주인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도 주인을 위해 차를 준비하고 싶습니다. 허가를 주시겠습니까?"
"허가합니다, 아르투르."
"리제레타와 한번 기숙사로 돌아갔습니다만, 혼자서는 여기까지 전부 옮길 수가 없네요."
다기의 일부만을 가지고, 브륜힐데가 곤란한 듯이 웃는다. "기숙사까지 다녀왔다면, 조금 쉬고 있으세요" 라며 리할다가 위로 나머지 짐을 찾으러 갔다.
"차를 낸 이후엔 브륜힐데도 저쪽에서 잠시 앉아서 쉬어도 좋아요."
"아니요. 로제마인님에서 눈을 뗄 수는 없습니다. 언제 서고로 돌진할지 모르니까요."
쿡쿡 웃으면서 그렇게 말한 브륜힐데에게 레오노레도 동의했다. 서고를 바라보며 초조해하고 있는 나는 아무래도 신용이 없다.
그러나 바로 거기에 읽은 적 없는 자료와 책들이 즐비한 서고가 있다. 세 열쇠를 모으지 않으면 열 수 없어, 다음은 언제가 될 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 참는 것이 힘들다는 것에는 다들 동의해 줄 거라 생각한다.
"어떻게 마력을 늘려야 할까요?"
"귀족원에서 배우게 되니, 지금은 무리할 시기가 아닙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만 발견되면, 금방 늘어납니다. 왕족에게는 왕이 연구한 효과적으로 늘리는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닌가요?"
마력의 압축 방법은 가문의 비법이거나 개인적으로 은닉하는 물건이기에, 분명 왕족에게는 왕족만의 늘리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쓸데없는 말을 하면 바로 압축을 시작할 것 같은 힐데브란트에게는 구체적인 것을 말하지 않고, 나는 애매한 대답을 하면서 한넬로레들이 자료를 읽어 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이 쓰여 있는지 대략적으로 흩어볼 생각인 걸까. 세명이 분담해서 여기저기의 흰 판자 같은 자료를 꺼내고는 곧바로 제자리로 되돌리고 있다. 한넬로레가 고개를 흔들고, 두 왕자가 언짢은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기대어 세워져 있는 큰 책을 아나스타지우스가 펼치며 지기스발트를 부르는 것이 보였다.
…… 좋겠다. 나도 저기 섞이고 싶어.
리할다가 가지고 온 과자를 우물우물 먹으면서 서고의 모습을 보고 있었더니, 무언가 논의하고 있던 한넬로레와 왕자 두 사람이 나왔다.
"저, 로제마인님도 들어와 주세요. 낡은 자료가 너무 많아서 내용의 판별이 어렵습니다. 단켈페르가의 역사책을 읽으셨으니, 낡은 문자도 읽으실 수 있는 거죠?"
"로제마인, 보호자와의 약속을 어기게 하는 것은 대단히 마음이 괴롭지만, 도움을 주지 않겠습니까?"
한넬로레과 지기스발트의 두 사람에게 부탁 받고, 휘청휘청 마음이 흔들린다. 들어가고 싶다. 책이 읽고 싶다. 하지만 혼나고 싶지 않다.
"어, 그게, 하지만……저, 저는……."
나는 허가를 바라며 리할다와 레오노레를 돌아보았다. 둘 다 매우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고, 그럼에도 "안 됩니다" 라고 말하듯, 가볍게 눈을 내리깔았다. 힐데브란트도 "가지 마세요" 라고 호소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거기에 아나스타지우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로제마인, 와라."
"아나스타지우스, 그런 명령조를 해선 안 됩니다. 그녀는 선의의 협력자입니다."
지기스발트로부터 주의를 받은 아나스타지우스는 "아닙니다, 형님" 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에렌페스트의 보호자에게 출입이 금지된 로제마인은 더욱 상위인 왕족의 명령이라는 명분이 없으면 부탁만으로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여기에 있는 자료를 읽는 것을 거들어라, 로제마인. 이는 왕족의 명령이다."
……왕족의 명령이라구요? 이건 거절할 수 없는 거에요! 앗싸!
"리할다, 브륜힐데, 레오노레. 왕족의 명령이라면 어쩔 수 없죠?"
내가 측근들을 돌아보자, 세명 모두 한숨을 토했다.
"공주님 어쩔 수 없어하는 얼굴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만……."
"로제마인님, 너무 흥분해서는 안 됩니다."
왕족의 명령에는 거역할 수 없다. 나는 웃는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럼, 다녀 올게요."
내가 들뜬 기분으로 투명 벽 너머로 들어간 순간, 슈바르츠가 살짝 얼굴을 움직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로제마인, 기도 부족해."
"네? 무슨 말인가요?"
갑자기 들은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아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에 이어 들어온 한넬로레가 "로제마인님도 슈바르츠가 뭐라고 그러던가요?" 라고 물었다.
"네. 기도가 부족하다는 듯한 말을 했습니다만……."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이곳에 들어온 동시에 들었습니다. 속성이 부족하다. 기도가 부족하다, 라고."
한넬로레가 "뭘까요?"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왕자 두 사람도 똑같은 말을 들은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자, 아나스타지우스가 어깨를 움츠린다.
"신전장을 하고 있는 로제마인도 기도가 부족하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생각해도 소용 없다."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당장 책을……."
생각하는 것은 그만하고 지금은 책을 읽고 싶다. 나는 선반에 기대어져 있는 책에 손을 뻗었지만, 바로 아나스타지우스에게 제지되어, 흰 판자가 그득한 책장으로 끌려갔다.
"그쪽의 책은 비교적 새로운 언어로 쓰여 있어 우리라도 읽을 수 있다. 그대가 읽는 것은 이쪽이다."
"한넬로레가 로제마인이라면 읽을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정말 읽을 수 있겠습니까?"
아나스타지우스가 책장에 늘어선 흰 판자를 하나 꺼내어 나에게 건넸다. 건물과 같은 흰색의 판에 옛 문장이 음각되어 있다. 이것이라면 귀족원과 도서관을 지탱하는 마력만 있으면 썩지 않을 것이다.
……석판인가. 보존에는 적당하네. 조금 무겁고 한 장에 쓸 수 있는 양이 적지만.
나는 손가락으로 더듬으면서 새겨진 글귀을 읽어 간다.
"이건 옛날의 의식의 방법이네요. ……흐응. 성전의 그 부분이 이런 의식이 되는 거였나요."
라이덴샤프트의 권속들이 전투로 인해 지나치게 흥분해, 작열하는 여름이 되었을 때에, 바다의 여신 버퓨레메아가 권속들의 머리를 식힌 이야기에서 기인한 의식이다.할덴체르의 의식이 봄을 부르는 의식이라면, 이것은 너무 뜨꺼워진 여름을 식히는 의식인 것 같다.
성전에는 이야기, 노래, 그림이 적혀 있을 뿐이지만, 이 석판에는 의식의 시행 방법이 자세히 쓰여져 있다. 할덴체르의 의식이 기록되어 있는 판자가 있으면, 확실히 재현할 수 있다.
"제게는 꽤 흥미로우며, 이대로 성전과 의식간의 관계를 알아보고 싶지만, 지금의 왕족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겠죠. 계속해서 볼 테니, 슈바르츠, 처음부터 차례대로 가져다 주세요."
"알았다."
나는 슈바르츠가 가지고 온 판을 흝어보기 시작한다.
그 동안 지기스발트와 아나스타지우스는 비교적 새로운 정보가 실린 책 상태의 물건을 읽고, 한넬로레는 흰 판자를 천천히 읽었다.
몇가지 의식의 시행방법에 대한 것을 읽은 뒤, 슈바르츠가 가지고 온 판자에 처음으로 의식 이외의 것이 적혀져 있었다.
"지기스발트 왕자,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이는 왕족에게 참고가 되는 것이 아닌가요? 먼 옛날의 왕의 회고록입니다. 마력의 압축 방법과 얻은 가호에 대해 쓰여져 있습니다. 이 근처의 가호에 대한 기술은 단켈페르가와의 공동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회고록이라고 할까, 하우 투 자료라고 할까, "이렇게 해서 나는 왕이 되었다" 라는 느낌으로, 자신의 고생을 말하고 있는 자료이다.
다만 그리 크지 않은 판에 새겨야 하기 때문에, 당시의 공통 인식에 관해서는 생략되어 있는 느낌이라, 읽어도 제대로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다.
"……다만, 잘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은 몇번이고 몇번이고 돌면서 모든 신들에게 기도를 바쳤다고 쓰여 있습니다만, 어디서 어떻게 도는 것일까요? 설마 봉납춤을 추면서 기도를 드리는 걸까요? 중앙에는 어딘가 도는 장소가 있는 걸까요?"
빙빙 돌며 기도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나를 보며, 아나스타지우스도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신전장인 그대 이상으로 기도에 대해서 자세한 자는 귀족원에 없는 것이다. 신전 내에는 무엇인가가 없는가? 그, 돌며 기도를 바치는 같은 무언가가……."
"도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신들에게 돌아가며 기도를 올리는 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냉정한 지기스발트의 말에, 빙빙 도는 이미지가 사라지고, 안심한다. 옛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말았지만, 여러 신들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었던 것이면 보통이다.
……그래도 기도를 바치는 건 기본적으로 자기 방으로 신구를 가지고 오던가, 예배실에 가든가 둘 중 하나인걸. 여러 신들에게 기도를 올리고 다닌다는 이미지도 신전에는 없지만.
"……아! 그러고 보니, 신전의 근시로부터 신전의 여기저기에 신의 조각이 숨겨져 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다른 신전도 이와 같다면 옛날 사람들은 신전의 이곳저곳에 있는 신들께 기도를 올리며 돌아다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모니카에게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자, 아나스타지우스가 어려운 얼굴이 되고, 흐음, 하고, 지기스발트가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이 왕의 회고록은 중요한 것 같으니, 가능하면 현대어로 번역해서 필사하고 싶습니다만,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이대로 필사해, 문관이 번역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신전과 기도에 정통한 로제마인이 아니면 알지 못하는 것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일단 밖에 나가서 피리네에서 종이와 잉크를 받아 오겠습니다. 저의 문관은 아래로 못 내려오니까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한넬로레가 "제가 가겠습니다"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옛 문자를 읽으실 수 있는 로제마인님은 이곳에 남아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진행이 빠르겠죠. 제가 로제마인님의 근시들에게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그, 그런 것을 한넬로레님께 부탁할 순 없습니다!"
상위 영지의 영주 후보생에게 심부름을 시킬 수 있을 리가 없다. 내가 붕붕 고개를 흔들며 거절했지만, 지기스발트는 방긋 웃으며, "부탁합니다, 한넬로레" 라고 말했다.
"로제마인의 근시에게 전달하며, 좀 휴식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넬로레는 처음부터 계속 열심히 해왔으니까요."
……그런가. 휴식이 있구나.
책이나 자료를 읽기 시작하면 시간을 잊고 몰두해, 식사도 휴식도 필요없어지는 나와는 달리, 다른 사람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한넬로레가 서고에서 나가는 것을 배웅하며, 나는 하얀 판으로 다시 시선을 떨어뜨린다.
"로제마인, 기도로 신들의 가호가 늘어난다는 연구를 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정말로 기도하면 늘어나는 것입니까?"
"진지하게 기도하는 것, 빈도, 횟수, 마력의 봉납 등 여러 요소가 필요한 것 같지만, 그게 어느 정도인지를 알기 위해, 라이덴샤프트와 앙그리프의 가호를 받는 사람이 많은 단켈페르가와 기사 견습들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그래도 기도로 가호가 늘어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라고 지기스발트에게 답했다. 지기스발트는 왕의 회고록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숨을 토한다.
"나는 적성이 있는 대신으로부터 가호를 얻었습니다만, 조금 마력을 사용하기 쉽게 된 정도일 뿐, 이렇다할 변화는 느끼지 않았습니다. 권속의 가호를 얻으면, 뭔가가 바뀌는 것인지요? 기도를 지금의 왕족의 의무보다 우선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끝도 없이 마력을 쏟으며 유르겐슈미트를 지탱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서고에서 느긋하게 자료를 읽고 있을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기스발트 왕자, 서두를수록 위험한 지름길보다, 느리게 보여도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 결국은 가장 빠른 길입니다. 안전하고 착실한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의미입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지기스발트를 향해, 나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지기스발트 왕자에게는 이렇게 자료를 읽으며, 마력 압축 방법이나 기도에 의해 가호를 얻는 것이 시간낭비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력을 늘리고 가호를 얻는 편이 최종적으로는 편하게 됩니다. 많은 권속으로부터 가호를 받을 수 있으면, 마력의 효율이라고 할까요, 소비량이 달라지니까요."
"그런 변화가?"
짙은 녹색의 눈이 놀라움으로 바라본다.
"체감적인 것이니, 개인 차이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두 열 두 명의 신들로부터 가호를 받은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지금까지의 7할 정도의 마력으로 조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7할 정도……. 그것은 얼마나 기도를 올려야 얻을 수 있는 것입니까?"
덤벼들 듯한 시선의 압박감으로 보면, 왕족이 얼마나 절박해 하고 있는지, 얼마나 마력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그 빌프리트보다도 많은 가호를 받은 듯한 그대는 어떠한가?"
힐끗 아나스타지우스에게 노려봐져, 나는 입을 다문다. 말해버려도 되는 걸까? 잠자코 있는 것이 좋을까? 하지만, 왕족은 좀 더 기도의 효과를 아는 편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신전에서의 기도의 성과로서 발표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더라도 크게 다를 건 없다."
"다른 분들과는 차이가 있기에, 연구 발표 때는 신중히 갈 예정입니다. 그러나 왕족들에게는 기도의 중요성을 알릴 필요가 있으니, 정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심지어 에렌페스트로도 정확한 수는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분에게는 발설하지 말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약속하지."
아나스타지우스와 지기스발트가 끄덕이는 것을 보고,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모두 43의 신들로부터 가호를 받아, 마력의 소비량이 이전의 4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조합을 해도, 마력을 공급해도, 절반 이하의 마력으로 끝나기 때문에, 감각의 조정에 고생했습니다."
"뭣이라!?"
"절반 이하입니까!? 도대체 어떻게 기도하고 있는 것이죠?"
두 사람이 너무 놀라 큰소리를 내고 있으므로, "절대로 발설은 하지 마세요" 라고 다짐시킨다, 나는 자신의 서자판에 기도문을 쓴다.
"에렌페스트에서는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할 때 신들에게 기도를 올리며 마력을 공급합니다. 그래서 아우브·에렌페스트도 여러 권속께서 가호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마력을 공급할 때에 기도의 말을 외울 뿐이니, 바쁜 왕족분들이라도 쉽게 할 수 있는 기도가 아닌지요?"
"그것만으로 좋은 것인가?"
아나스타지우스가 의심스러운 듯이 나를 보았다.
"물론 더욱 많은 가호를 원한다면 신전에 적극적으로 다니며 제례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왕족에게 그럴 여유는 없으시겠죠, 갑자기 제례식을 하겠다고 해도 중앙 신전과의 충돌로 큰일이 될 것 같으니,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무의식중에 축복이 나올 정도로 자연스럽게 신들에게 기도를 올릴 수 있게 되니까요."
중요한 것은 습관이다. 그리고 익숙해지면 익숙해진대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혼나는 일도 있다. 이미 경험한 것이다.
"제대로 연구되진 않았지만, 성장 후에도 가호는 늘어날 수 있으니, 항상 기도하면서 마력을 공급하면, 몇년 후에는 정말로 편하게 될 것입니다."
"성장 후에도 라고? 에렌페스트는 대체 얼마나 정보를 숨기고 있는 건가?"
"그다지 숨기고 있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까지는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할 때 다들 보통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숨기는 것은 대개 페르디난드를 경유하는 정보 뿐이다. 은닉하는 것은 에렌페스트가 아니라 페르디난드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쓸데없는 말은 꺼내지 않는다.
"종이와 잉크가 도착했습니다."
"송구합니다, 한넬로레님."
한넬로레가 피리네에개서 종이와 잉크를 받아왔다. 나는 그것을 받고 왕의 회고록을 번역하면서 쓰기 시작했다.
"그럼, 다음은 우리가 휴식하겠습니다. 한넬로레, 미안하지만 이쪽 판자의 내용을 필사해 주었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지기스발트 왕자."
두 왕자가 서고에서 나가는 것을 배웅하고, 나는 후유 숨을 토했다. 긴장하고 있던 듯한 한넬로레도 숨을 내쉬며 작게 웃는다.
"설마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호출에, 셋이나 되는 왕자가 도서관에 계실 줄은 몰랐네요, 로제마인님."
"네. 지기스발트 왕자의 모습을 보았을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내가 놀란 것은 도서관이 아니라 왕자의 이궁에서였지만.
"문을 열기만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사본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전, 그다지 옛 말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로제마인님이 함께여서 든든합니다."
"왕족도 실무 위주여서, 그다지 옛 말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으니, 조금씩이라도 읽을 수 있는 한넬로레님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사소한 수다를 떨며, 나는 현대어로의 번역을 한다.
"……어머, 왕의 계승 의식인가요?"
한넬로레가 자신의 수중의 판자를 들여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것은 에렌페스트의 신전에서는 절대 안 하는 의식이다. 흥미가 생겨서 나는 흰 판자를 들여다보았다.
"여기에 새로운 왕이 자신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보인다고 쓰여 있으므로 틀림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네요. 계승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는 지금의 왕은 어떻게 계승 의식을 했을까.
그런 의문을 품으며, 나는 흰 판자를 읽어 간다. 한넬로레는 의식의 절차는 불필요한 정보로서 "읽으실 거라면 가져가 주세요" 하고 나에게 하얀 판자를 내밀고, 슈바르츠에게 새로운 판자를 받아든다.
나는 한넬로레에 전달받은 흰 판자를 읽어 갔다.
왕의 계승 의식에서는 신전장이 빛의 여신의 신구인 관을 쓰고 진행하는 것 같다. 계약이나 약속을 관장하는 여신이기 때문일까.
……이것은 주문?
의식의 방법이 적힌 흰 판자에는 슈타프를 변화시키는 주문같은 말이 쓰여 있다. 나는 자신의 현판에 그 주문같은 말을 적었다.
……절대로 페르디난드님은 여기에 매일같이 드나들었을 거야.
다른 의식에 대해 쓰여진 판자에는 어둠의 신의 망토를 만들어 내는 주문이나 땅의 여신의 성배를 만들어 내는 주문이 기록되어 있었다. 어째서 페르디난드만 묘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나 싶었는데, 이 서고에서 배운 것이 틀림 없다.
……나도 잔뜩 읽을 거야!
이렇게 나는 다양한 의식에 대해 쓰여진 판자를 읽어 나가며, 슈타프로 신구를 만들기 위한 모든 주문을 알게 되었다.
읽는 것에 열중하느라, 왕의 회고록 이외의 사본이 마무리되지 않아, 두 왕자에게 혼나긴 했어도, 참으로 충실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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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데브란트 왕자도 성장하면 들어갈 수 있게 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습니다.
로제마인이 거의 없는 자제심을 발휘했지만, 왕의 명령에는 거역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한넬로레는 조금이라도 왕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기스발트는 마력 공급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고 싶어 어쩔 수 없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는 로제마인이 다음에는 무슨 말을 꺼낼지 몰라 머리가 아파서 어쩔 수 없습니다.
다음은 공동 연구로 기사 동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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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괜찮아요. 포기하면 편해.
그리고 졸지에 홀로 남겨진 힐데브란트 왕자, 지못미.
버퓨레메아(フェアフューレメーア): 바다의 여신.
verfuehren (유혹) + Meer (바다)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의 권속이다.
신구는 지팡이.
how to
25화. 단켈페르가의 의식 전편
단켈페르가의 의식 전편
폐관할 때까지 자료를 읽은 뒤, 서고의 열쇠를 집무실의 보관함으로 되돌렸다. 많은 자료를 읽고,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된 머리는 만족감으로 뿌듯해져 있다.
"왕족이 없어도 키의 관리자가 있으면 서고에 들어갈 수 있고, 왕족이 없다면 다른 학생들을 물릴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니 바쁘신 왕 대신 제가……."
슥슥 자료를 읽겠다고 제안해 보았지만, 리할다와 아나스타지우스에게 즉각 기각되었다.
"안 됩니다. 대영지와의 공동연구 등, 공주님에게는 우선하셔야 할 일이 많이 있으며, 억지로라도 공주님을 끌고 올 사람이 없는, 그런 손이 닿지 않는 서고로는 보낼 수 없습니다."
"자네 근시의 말대로다. 읽기 시작하면 사람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는 로제마인을 혼자 들어가게 할 수는 없다."
두 사람의 말에 다른 모두가 찬성한다. 빙 둘러봐도 아무도 편들어 주지 않는다.
……이게 뭔가요? 아군이 한 명도 없어!
이 중에서 가장 권력이 있을 것 같은 지기스발트에게 시선을 돌린다. 지기스발트는 온화한 미소 그대로 올탄시아와 한넬로레를 보았다.
"후일, 우리로부터 호출이 있을 때까지 도서관은 금지입니다. 올탄시아도 한넬로레도 로제마인이 요구하더라도 문을 열어주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재미있는 서고를 발견했는데, 들어가는 것을 금지당한 나는 터덜터덜 기숙사로 돌아간다.
기숙사로 돌아온 이후엔, 자료에서 눈을 떼지 않고 지기스발트에게 대답을 한 것,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아나스타지우스에게 자료를 빼앗기고 서고에서 끌려 나온 것 등에 대해 리할다에게 끝없이 꾸중을 들었고, 빌프리트는 "로제마인, 그대가 왕족과 극력 연루되지 않겠다고 말했던 것은 대체 무엇이었나?" 라며 어이없어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그건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도서관 서고에 들어간 며칠 뒤, 루펜에게서 올도난츠가 도착했다. "기사 동에서 딧타를 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세번 되풀이하는 올도난츠에, "공동연구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바로 한넬로레에서, "죄송합니다. 공동연구의 말 실수입니다" 라는 말이 도착해, 흔쾌히 승낙해 두었다.
"로제마인은 공동연구에서 뭔가를 저지를지도 모른다. 기사 동에는 나도 동행하겠다."
"오라버님은 딧타가 신경쓰이는 것이 아닌가요?"
샤를로테의 지적에 빌프리트의 말문이 막혔다. 로데리히의 딧타 이야기를 읽은 남자들 사이에서 갑자기 딧타 열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후의 의식도 궁금하겠지만, 제일은 역시 딧타인 것이다.
입을 다문 빌프리트를 보며, 샤를로테가 가볍게 숨을 토했다.
"……오라버님도 이미 마음이 그쪽에 가 있는 것 같고, 저도 신들의 가호가 늘어나는 연구에는 흥미가 있으니,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괜찮을까요, 언니?"
샤를로테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보았다. 내년의 가호를 얻는 의식까지 조금이라도 정보를 모으고 싶다는 성실한 샤를로테의 소원을 기각하는 일이 나에게 가능할 리 없다. 귀여운 여동생의 부탁을 들어 주는 것은 언니의 의무이다.
"물론 괜찮아요, 샤를로테. 모처럼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테가 동행하는 걸요. 두 사람의 문신 견습에게도 도움을 받을게요."
나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의 문신 견습들을 다목적 홀에 모아 종이를 나눠주고 설문을 받는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기숙사 내에는 인쇄기가 없어서, 같은 설문지를 준비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장 위에 질문지를 준비하고, 문관들이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적는 길거리 앙케이트 같은 형식을 취해봤다. 이렇게 하면 질문 용지는 문관 견습들이 베끼는 한 장이면 되고, 응답만 제대로 적어 두면, 형식이 같기에 집계하기도 쉽다.
"빌프리트님……."
"포기해라 이그나츠. 로제마인이 고안한 새로운 방식이라면, 익히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이제 싫어도 여러번 사용하게 될 것이다."
문관 견습들에게 설문을 받는 방법을 가르치고, 청취 조사 준비만은 완벽하게 가다듬고 우리들은 기사 동으로 향했다. 루펜이 기사 견습들을 모아주었다고 해서, 대강의실로 향하게 되었다. 크고 작은 훈련장이 모여 있는 기사 동은 매우 넓어, 기수로 이동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레오노레를 선두로, 에렌페스트의 일군이 기사 동으로 향한다. 딧타를 위해, 3학년 이상의 기사 견습은 전원 집합이고, 세 명의 영주 후보생들을 수행하는 측근까지 동행하는 대인원이다.
"여기가 기사 동인가요."
"처음이네요."
온 곳을 샤를로테와 둘이서 가만히 살펴보고 있었더니, 리할다가 "공주님들도 영지 대항전 당시에 와보시지 않으셨습니까?" 라며 쿡쿡 웃었다.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바로 훈련장으로 향했을 뿐으로, 강의를 실시하는 방이 있는 부분에는 처음으로 출입하는 것이다.
훈련으로 시간을 보내는 기사 견습들이 출입하는 전문동이기에, 우라노 시절과 같은 체육 직후의 탈취 스프레이가 난무해 기분이 나빠지는 여자 탈의실이나, 동아리 활동같은, 남자 냄새같은, 땀 냄새같은, 흙냄새같은, 그런 냄새를 각오하고 있었지만, 그러한 냄새는 없었다.
"좀 더 땀내 나는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바센1을 사용하기에, 문관 동과 같은 독특한 냄새는 없습니다."
마티아스가 그렇게 말하자, 문관 동의 약초냄새를 떠올린 테오도르가 작게 웃었다.
……바센은 위대하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걷자, 루펜과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인 레스티라우트와 한넬로레가 마중을 나왔다.
인사를 나누자, 루펜이 "그럼 당장 딧타……." 라고 하고, 한넬로레가 "루펜 선생님" 하고 작게 말을 건다.
"……전후에 행하는 의식에 대한 설명과 실연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수습하더라도, 그 얼굴에는 "딧타" 라고밖에 안 쓰여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딧타를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루펜에게 휘둘릴 수는 없다.
……딧타보다 연구 우선.
나와 한넬로레는 시선을 주고받고, 살짝 서로 끄덕였다.
"딧타에 앞서, 기사 견습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타령의 기사 견습들도 모아 주신 거죠?"
"로제마인님의 말씀대로 먼저 여러분의 이야기부터 듣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에렌페스트와는 이미 약속하고 있으니, 딧타는 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먼저 이야기부터 끝내고, 미련 없이 딧타를 합시다."
얼마나 딧타를 하고 싶은 건지, 루펜의 걷는 속도가 빠르다.
많은 기사 견습들이 모여 있는 넓은 강의실에서, 나는 에렌페스트의 문신 견습 열 명을 맨 뒤의 책상에 죽 나란히 앉히고, 질문 용지와 답안지, 그리고 잉크의 준비를 했다.
"여러분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지금부터 에렌페스트 문신 견습들의 질문에 하나씩 응답해 주세요. 집계의 결과는 영지 대항전의 연구 발표에서 하게 되오니, 오늘은 질문을 마친 분부터 퇴실하시면 됩니다."
귀족원은 무엇에 관해서도 영지의 순위로 순서가 결정되어 있어, 매우 편하다. 뒤로 쭉 늘어앉은 문관 견습들에게 상위 영지부터 차례로 질문의 답을 들으면 된다.
"클라센부르크 분, 이쪽부터 차례로 나란히 서 주세요. 그리고 응답이 끝난 분은 이쪽으로 퇴실하시면 됩니다."
기숙사 내에서도 상급, 중급, 하급의 자리, 그리고 학년으로 쪼개져 있어, 내가 말을 걸자 자연스럽게 순서가 결정되어 물 흐르듯 줄을 선다.
열명이 한꺼번에 질문을 시작하고, 계속해서 다음다음으로 대답을 기록한다. 몇번 연습시켰기에, 별다른 혼란 없이 앙케이트가 진행되고 있다.
"끝났습니다. 다음 분, 이쪽으로 부탁 드립니다."
피리네가 손을 드는 것을 보고, 나는 차례로 줄을 서 있던 기사 견습을 그쪽으로 유도한다. 클라센부르크의 기사 견습이 어느 정도 줄자, 다음의 영지에 말을 걸고 줄을 세운다.
이 청취 조사에서 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유도이지만, 제법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있자, 브륜힐데가 몇몇 근시들을 데리고 왔다.
"로제마인님의 방식은 기억했습니다. 교대하겠습니다. 이후의 딧타에 대해서 루펜 선생님이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합니다."
……딧타의 이야기보다 교통 정리를 하고 싶은데.
이번 공동연구의 책임자인 내가 이야기에 빠질 수는 없다. 리할다와 함께 영주 후보생이 모여 있는 한구석으로 향했다.
"신기한 질문 방법이군요."
"일대일로 이야기를 하면서 똑같은 질문을 하기에 편한 방식이지요. 이곳에 3학년 이상의 기사 견습들을 모아 주신 것 같습니다만, 언제부터 기도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나요? 에렌페스트의 1학년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나는 테오도르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올해 공동연구를 하게 되어 신이 난 루펜이 알려줬다고 테오도르에게 들었다.
"1학년이라도 훈련장을 사용하기 위해 처음부터 기사 동에 출입합니다. 그래서 1학년도 노래와 춤을 알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 외에는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그다지 진지하게 하지 않았었습니다만, 올해는 이 의식으로 신들의 가호가 늘어날지도 모른다고 말함으로써 타령의 기사 견습 중에서도 진지하게 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도 그다지 진지하게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기숙사에서 기사 견습들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엇 때문에 하는 지 몰랐습니다. 이것이 신들로부터 가호를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더 성실하게 했겠습니다만" 이라고 레오노레가 말했다.
다른 영지의 기사 견습들도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로제마인님, 오늘의 딧타는 어떠한 룰로 하시겠습니까?"
두근두근 눈을 빛내는 루펜의 말에 나는 살풋 고개를 기울였다.
"규칙은 평소 훈련하던 것이면 됩니다."
"평소의 훈련은 속도를 겨루는 딧타입니다만……."
"네. 그러니, 그것으로 겨루면 특별한 규칙은 필요 없지요?"
내 말에 루펜이 눈을 부릅뜨고 3초 정도 굳어졌다.
"어째서죠? 그토록 보물 훔치기 딧타에 정열을 기울인 멋진 이야기를 쓰시면서, 보물 훔치기 딧타를 안 하시다니……!"
"딧타 이야기는 제가 쓴 것이 아니고, 보물 훔치기 딧타는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까. 연구를 위해 의식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이번에는 속도를 겨루는 딧타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하고 충격을 받고 있는 루펜의 주위에서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이 다들 입과 눈을 뜨고 나를 응시한다. 아무래도 단켈페르가는 완전히 보물 훔치기 딧타를 할 예정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로제마인님……."
"보물 훔치기 딧타가 아니면 의식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시죠? 아니면, 설마 단켈페르가는 속도를 겨루는 딧타로는 진지해질 수 없는 것인가요?"
연구에 딧타는 필수라고 해도, 그 종류까지 지정된 것은 아니다. 내 말에 한넬로레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로제마인님의 말씀대로 속도를 겨루는 것도 보물 훔치기도 딧타는 딧타입니다. 의식도 하며, 단켈페르가가 딧타를 진지하게 하지 않는 일은 없습니다. 가호를 얻는 연구를 위한 것이니, 속도를 겨루는 딧타가 좋을 것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한넬로레님, 그건 그렇습니다만……."
다른 사람도 아닌 단켈페르가 영주 후보생의 말이다. 이를 루펜과 기사 견습들이 뒤엎는 것은 어렵다. 한넬로레의 웃는 얼굴로, 속도를 겨루는 딧타로 정해졌다.
"그렇긴 해도, 루펜 선생님이 그렇게나 딧타 이야기를 마음에 들어해 주셔서 기쁩니다."
"지금 단켈페르가의 기숙사에서는 대유행 중이니까요. 그 작전은 페르디난드님의 조언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요?"
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라며 당시의 이야기를 꺼내는 루펜의 옆에서, 나는 가볍게 한숨을 토했다.
"……제가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받은 딧타의 작전 자료를 작가에 빌려준 것입니다. 페르디난드님은 이야기를 생각하지도, 협력하지도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군요. 그래서 다음편은 언제 나오는지요?"
루펜은 확실히 "다음편을 읽고 싶어 병" 에 걸린 것 같다. 계산대로다.
"다음편은……그렇군요. 레스티라우트님이 삽화를 그려주실 것 같아, 그 이후가 됩니다. 1권도 삽화를 포함해 다시 제본할 예정이에요."
실로 묶어 두었을 뿐이니 손은 많이 가지만, 그림을 넣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2권도 한 권을 견본으로 건네고 그에 대한 일러스트를 받아, 일러스트를 나중에 삽입하는 형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졸업 후에 화가를 에렌페스트로 불러들일 생각이기에, 타령에서 일러스트를 사들여도 어쩔 것이 좋을지 알 수 없어,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졸업을 앞둔 영주 후보생을 화가로 쓰다니, 예상 외인걸!
"삽화는 그려두었다. 오늘은 가져오지 않았다만, 나중에 보여주지. ……그렇군, 그대의 의식을 보일 때라도 좋겠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일러스트를 보기 전에 매입 가격과 거래 방법 등을 정해 둬야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단켈페르가의 측근들로부터 딧타 이야기의 소감을 듣던 사이에 설문이 끝났다.
"기숙사로 돌아와서 조사 결과를 집계합니다. 결과에 대해서는 영지 대항전에 앞서 단켈페르가에 알리겠습니다."
"로제마인님, 적어도 조금은 돕게 해주십시오. 공동연구는 이름뿐이고,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클라릿사의 말에 공동연구를 하게 되어 있는 단켈페르가의 문신 견습들도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의식과 단켈페르가의 의식의 비교 같은 것을 시킬 예정이었지만, 분명히 오늘의 청취 조사에서는 단켈페르가 측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공동연구라고 한 이상은 무언가 일을 할당하는 것이 좋겠지.
"……그럼 집계는 에렌페스트의 다과회실에서 합시다. 서둘러 결과를 내고 싶으니, 내일 아침 강의가 시작할 시간에 집계를 시작합니다. 강의가 끝나 시간이 있는 분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가겠습니다."
클라릿사가 주먹을 쥐며 반갑게 웃고, "정말 괜찮으신가요, 로제마인님? 저도 동행하는 것이 좋을까요?" 라며 한넬로레가 초조하게 클라릿사를 보면서 물어온다.
……그, 그렇게 불안해할 정도야?
갑자기 불안해진 나는 한넬로레에게도 단켈페르가의 감시역으로 오게 했다. 내가 한넬로레에 부탁하자, 레스티라우트가 휙 얼굴을 들었다.
"그럼, 나도 책임자로서……."
"오라버님은 강의가 있지 않으셨나요? 딧타 이야기의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서 강의를 소홀히 한 것, 어머님에게 보고할 거에요?"
……한넬로레님, 듬직해!
내가 가슴을 두근거리고 있자, 샤를로테가 작게 웃었다.
"레스티라우트님과 한넬로레님이 마치 책을 읽을 명분을 찾는 언니와 그것을 저지하는 리할다처럼 보이네요."
"그렇군. 나는 리할다에게는 혼나고 싶지 않다만, 한넬로레님처럼 귀엽게 꾸짖어 준다면 상관 없다구."
"빌프리트 도련님, 그것은 무슨 뜻인가요?"
호호호, 하고 웃는 리할다와 얼굴을 경직시키고 있는 빌프리트를 보면서 나는 한번 끄덕 하고 수긍했다.
……조금이지만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마음은 압니다.
그리고 앙케이트를 마친 이후는 훈련장으로 이동해 속도를 겨루는 딧타를 한다. 나의 목적은 딧타의 경기 전에 실시하는 오래된 싸움의 노래와, 전투계 신들에게 마력을 봉납하는 의식이다. 그다지 다른 사람이 행하는 의식을 본 적이 없어서 너무 기다려진다.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이 훈련장으로 향한다. 공동연구이므로, 타령의 사람은 관람 불가이다.
관람 장소에서 우리들은 영지 대항전처럼 아래를 내려다본다. 영지 대항전과 달리, 의자가 없는 입석의 형태지만, 훈련장의 형태는 마찬가지이다.
어쩐지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가 좌우로 나뉘었지만, 딧타에 열광하는 지방 풍습 때문인지, 그저 기사 견습의 인원이 많은 건지, 단켈페르가는 엄청나게 인원이 많다.
"로제마인, 딧타를 보고싶어하던 저학년을 불러도 좋겠는가? 응원의 수에서도 지고 있다."
빌프리트의 말에, 나는 기사 견습 외에도 많이 와 있는 단켈페르가의 사람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처럼이니 모두 응원합시다."
샤를로테가 바로 올도난츠를 날렸고, 에렌페스트의 거의 전원이 훈련장에 모이게 되었지만, 그래도 단켈페르가의 인원도 열광도 당해낼 수 없다.
"그럼, 시작합시다. 에렌페스트에 노래를 보이기 위해, 경기에 출전하는 기사 견습은 아래로!"
루펜의 목소리가 울리자,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이 기수를 내어 아래 경기장으로 내려간다. 학생들이 "우와아아아아!" 하고 함성을 지른다. 속도를 겨루는 딧타로도 이렇게 열광할 수 있다니, 보물 훔치기 딧타를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어떡하겠나, 한넬로레?"
"오라버님께 맡기겠습니다."
끄덕인 레스티라우트가 마석으로 만든 갑옷을 걸치고, 기수로 경기장에 내려가 기수를 치웠다.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이 원을 그리고 있는 중심으로 간 레스티라우트가 슈타프를 내고, "싸움에 임하는 우리에게 힘을!" 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란체2!"
그것을 신호로 기사 견습 전원이 슈타프를 창으로 변화시킨다.
"우리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
익숙한 기도의 말과 함께 한번 창이 쿵 하고 땅에 부딪친다.
"승리를 우리 손에 넣기 위해 힘을 얻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은 앙그리프3의 강한 힘을. 승리를 우리 손에 넣기 위해 속도를 얻자. 누구보다 빠른 슈타이페리제4의 속도를."
할덴체르의 의식과 마찬가지로 성전의 기도문에 마디가 붙은 듯한 노래를 부르며, 전쟁과 관련된 신들에게 기도를 올린다.
노래를 부르며, 주위의 기사 견습들이 칼춤과 비슷한 움직임으로 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빙글 회전하고는 자루를 땅에 부딪친다. 창을 집어당기며 마석으로 된 갑옷 부분과 부딪히는 금속적인 소리가 박자처럼 울렸다.
중심에 선 레스티라우트도 함께 창을 휘두르며, 기사 견습들처럼 춤추고 있다. 긴 창을 들고 이 정도로 안정적으로 춤출 수 있는 것이다. 봉납춤을 잘 할 수 밖에 없다.
"한넬로레님도 이렇게 창을 들고 춤추시는 건가요?"
레스티라우트을 보면서 묻자, 한넬로레는 조금 수줍게 웃었다.
"물론 연습은 했습니다만, 저는 그다지 잘 하지는 못합니다. 모두에게 보일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구나. 얌전한 한넬로레님도 이런 것이 가능하다니, 단켈페르가는 대단하네.
레스티라우트가 슈타프로 만든 창을, "싸워라!" 라는 외침과 함께 높이 치켜들자, 주위의 기사 견습들이 "오!" 하고 씩씩한 목소리를 화답하며, 하늘을 찌를 듯이 일제히 창을 높게 치켜올렸다.
관람석에 있던 단켈페르가의 학생들에게서도 함성이 오르고, 보고 있는 이쪽까지도 기분이 고양된다. 그 자리에서, 동시에 춤추고 있던 기사 견습들의 마음이 전쟁을 위하여 하나가 되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대단하네요. 훈련에서 배웠을 때와는 전혀 다릅니다."
유디트가 망연자실한 것처럼 그렇게 중얼거리고, 주위의 기사 견습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부터 저들하고 싸우는 건가요?"
그렇게 중얼거린 마티아스의 목소리는 완전히 그들의 분위기에 말려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미 싸우기 전부터 마음이 지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라우렌츠, 루펜 선생이 가르쳐 주었으니,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도 노래하고 춤출 수 있나요?"
"네, 일단은 할 수 있습니다. 저, 로제마인님. 설마……."
라우렌츠의 대답에 나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네, 대항해서 이쪽도 해요."
"하지만 저런 것을 보게 되면, 노래하고 춤추더라도 모두의 사기를 올리는 것은……."
"기도를 드리는 것은 저의 특기 분야랍니다."
우후훙, 하고 웃자, 레오노레도 의미를 깨달았는지, 방긋 웃었다.
"그럼, 로제마인님에게는 에렌페스트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중심에서의 노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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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켈페르가와의 공동연구.
루펜 선생님의 생각대로 되지 않습니다.하는 것은 속도를 겨루는 딧타입니다.
그리고 노래와 춤. 한넬로레도 물론 가능합니다.
다음은 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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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단켈페르가의 의식 후편
단켈페르가의 의식 후편
속도를 겨루는 딧타에 출전하는 기사 견습들과 함께 내가 일어서자, 빌프리트가 난감해하는 얼굴로 내 손을 잡았다.
"무엇을 할 작정인지는 모르지만, 그만 두어라, 로제마인.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도 그대가 나가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다."
"단켈페르가를 흉내낼 뿐입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이쪽의 기사 견습들의 사기를 조금이라도 높이기만 하면 됩니다."
단켈페르가의 열기와, 이미 마음이 꺾인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을 보면서 내가 그렇게 말하자, 샤를로테는 조금 생각에 잠기며 볼에 손을 댔다.
"저, 언니. 이 딧타 승부는 단켈페르가가 이겨야 그 후의 의식을 진행할 수 있으니, 이대로도 좋지 않을까요? 언니께서 단켈페르가의 의식을 흉내낼 필요는 없을 거라 생각해요."
"……그러고 보니, 그랬네요."
단켈페르가의 의식은 딧타의 전후에 하는 것이고, 나중의 의식은 승리를 자축하며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의식이었을 것이다.
샤를로테의 말에 납득하고 내가 자리로 돌아가자, 경기장에서 돌아온 레스티라우트가, "모처럼이니 해보는 것이 좋겠지" 라며 손을 흔들었다.
"같은 의식을 하더라도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에서 차이가 생기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연구하는 데 필요하지 않은가?"
"그, 그건……레스티라우트님이 말씀하시는 대로입니다만……."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는 곤란한 듯이 마주보았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하는 의식이지만, 실시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에 결과가 달라질지 궁금하다. 연구 때문이다. 해보아라."
"알겠습니다. 연구 때문이니까요."
레스티라우트를 향해 끄덕이고, 나는 기사 견습들과 함께 기수로 경기장으로 내려간다. 아래로 내려가자, 유디트가 내가 설 위치를 알려주면서 슬쩍 물었다.
"로제마인님은 이 노래와 춤을 할 수 있나요?"
불안한 듯한 목소리에 주위를 둘러보자, 단켈페르가를 따라 의식을 한다는 것에 기사 견습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몰래 축복을 주기 위해 이 의식을 하겠다고 나선 것을 알고 있는 레오노레만은 활기차게 움직이며 기사 견습들의 위치를 지정해 주고 있지만.
"아니요. 오늘 처음 보았으므로 할 수 없습니다. 레스티라우트님을 흉내내서 창을 함께 들고 뿐입니다. 다만 몰래 앙그리프의 축복을 보내기에는 적당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유디트는 보라의 눈을 크게 뜨고는 작게 웃었다.
"그래선 단켈페르가와 같은 결과가 안 되는 것이 아닌가요? 공동연구를 위한다는 명분이 무색해질 거에요."
"괜찮아요. 축문은 단켈페르가와 같은 것에 하니까요. 모두에게 몰래 축복을 하고 싶었을 뿐이긴 해도, 이것이라면 조금은 연구의 도움이 되겠죠?"
유디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위치로 돌아간다. 교대하듯 레오노레가 다가와 모두 제자리에 선 것과, 그리고 내가 절대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에 대해서 설명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처음과 끝만 확실히 선도하면 된다고 한다.
나는 주위를 빙 둘러싼 기사 견습들을 둘러보았다. 내가 구호를 외치고, 슈타프에서 창을 내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싸움에 임하는 우리에게 힘을!"
……어디, 이제 창을 내면 되는거지?
"란체!"
나는 슈타프를 내고 라이덴샤프트1의 창으로 변화시켰다. 그것을 신호로 기사 견습 전원이 슈타프를 창으로 만들어야 했지만, 기사 견습들의 시선은 놀란 듯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향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작년 강의 때에 언뜻 보인 적은 있었지만, 기사 견습들에게 보여준 적은 없었던가?
라이덴샤프트의 창은 일부러 보이고 다닐 것은 아니었기에, 신전에 드나들고 있는 나의 측근들을 제외하면, 에렌페스트의 사람이라도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본 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놀라서 이쪽을 보고 있을 상황은 아닐 것이다.
……저기. 이쪽을 보지 마, 노래하지 않으면 안되죠?
나는 이쪽을 응시하는 기사 견습들을 고려하며, "우리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 라고 가능한한 큰 소리와 함께 창을 땅에 내리쳤다.
익숙한 기도의 말과 창이 움직인 탓인지, 기사 견습들도 깜짝 놀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승리를 우리 손에 넣기 위해 힘을 얻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은 앙그리프의 강한 힘을. 승리를 우리 손에 넣기 위해 속도를 얻자. 누구보다 빠른 슈타이페리제의 속도를."
모두가 노래하며 창을 휘두르는 한가운데서, 나는 창을 잡고 서 있을 뿐이다. 게다가, 마디를 기억하지 못해서 노래도 못 부른다. 그러나 기도문이라면 할 수 있다. 모두의 노랫소리에 숨듯이, 작은 목소리로 외워나갔다.
……이제 마지막에, "싸워라!" 라고 창을 들어올리면 됐었지?
타이밍을 잘 가늠해서, 창을 들고, "싸워라!" 라며 가능한한 큰 소리로 외쳤다.
다음 순간 펑 하고 큰 소리가 났다.
"우꺅!?"
내가 무심코 내뱉은 멍청한 목소리는 라이덴샤프트의 창에서 나와 날아간 마력에 모두의 시선이 고정되는 바람에 인식되지 않은 것 같다.
위를 올려다본 채, 높이 든 창을 천천히 내렸다.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은 파란 색의 빛을 잃고, 마력을 잃어버린 라이덴샤프트의 창이다. 마석 부분이 투명하게 되어 있었다.
시계를 가로막던 창을 치우고, 나는 나온 마력이 어떻게 되는지 보고 있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자신에게 되돌아 오라고 호소하고 싶은 참이지만, 그런 것이 가능할지 어떨지 모르겠다.
상공에서 빙빙 돌던 마력은 어느새 몇가지 색상을 띄고 있었다. 푸른 색이 많지만, 노란색, 빨강, 녹색도 보인다. 그 빛이 일제히 쏟아져 내려서, 눈부심에 나는 무심코 눈을 감았다.
주위는 눈을 감고 있어도 눈부실 정도였지만, 그것도 곧 사라졌다. 조심조심 눈을 뜨자, 주위에는 나와 같이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멍해져 있는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이 보였다. 위를 올려다보아도 이젠 아무것도 없다.
몇초의 침묵 후, "뭐야, 지금 것은!?" 이라며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주로 단켈페르가에서 떠들고 있고, 에렌페스트의 관중석에서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가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 것이 보인다. 관중석으로 돌아가면, "그래서 그만두라고 했는데" 라고 말할 것이라는 것을 여기서도 잘 알 수 있었다.
"로제마인님, 이제 경기가 시작되니, 위로 돌아오세요."
"레오노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겠나요?"
"로제마인님이 너무나도 대규모인 축복을 하신 것만은 알겠습니다만, 그 이상은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모두와 이야기해보세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고 있던 분들에게는 더 잘 보였을지도 모르니까요."
레오노레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관중석으로 돌아간다. 돌아온 순간, 모두가 일제히 질문해왔다. 머리를 감싸안고 있는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보다, 단켈페르가 쪽이 훨씬 적극적으로 덤벼들고 있다.
"로제마인님, 저건 대체 무엇이었나요?"
"그 의식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처음 봤다. 그대는 도대체 뭘 한건가?!"
한넬로레와 레스티라우트가 동시에 물어오고, 다른 사람도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나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돌려 줄 답이 없다.
"축복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저도 처음으로 한 의식이어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잘 모릅니다. 아래에서 봤을 때는 여러 색깔의 축복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는데, 이쪽에서는 어떻게 보였나요?"
한넬로레와 레스티라우트가 얼굴을 마주보고, 조금 전의 의식이 옆에서는 어떻게 보였는지 알려준다.
"로제마인님이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내셨죠? 저는 본 적이 있지만 다른 모두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다들 놀랐습니다."
"오래 전에 그런 보고를 받은 것 같기도 했다만, 정말로 그런 물건을 이 자리에서 낼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레스티라우트의 말에 주위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제가 보고했을 때, 오라버님은 가짜가 분명하다고 말하지 않으셨나요" 라며 한넬로레가 조금 토라진 듯한 얼굴을 보인다.
"그것은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전, 그동안 여러 차례 단켈페르가에서 같은 의식을 보고 있었지만, 그것이 이렇게 성스러운 의식이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역시 에렌페스트의 성녀로 이름 높은 로제마인님이에요."
"저기, 클라릿사……."
클라릿사는 푸른 눈을 흥분으로 반짝이며, 어떻게 아름답게 보였는지 홍수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파직파직 하고 열매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와 푸른 빛을 발하는 라이덴샤프트의 창은 신구로 불리기에 걸맞았으며, 조용히 서서 기도의 노래를 부르는 로제마인님의 모습은 신들에게서 신구를 빌리는 것을 허락받은 메스티오노라처럼 청아하고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이것좀 조용히 시켜라."
레스티라우트가 클라릿사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클라릿사가 흥분해 수다를 떨고 있어서는 이쪽의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전, 이 눈으로 보게 되어 정말로, 정말로, 살아 있어 좋았다고 진심으로 생각합니다. 좀 더, 좀 더, 로제마인님의 모습을 이 눈에 새기고 싶은데, 어째서 저는 영지도 학년도 다른 것인가요!"
"클라릿사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인가요, 로제마인님? 무엇이든 분부만 내려주세요."
팟 하고 이쪽을 향한 클라릿사에게, 나는 피리네가 갖고 있던 종이를 몇 장 내밀었다.
"잊기 전에 할트무트에게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할트무트는 저의 축복과 귀족이 행하는 축복의 차이를 연구하는 것 같으니, 이 의식이 어떤 것이었는지, 가능한한 상세히 적어 주면 좋습니다. 약혼자의 연구의 보좌를 하는 것도 중요하죠?"
"가능한한 상세하게……. 잘 알겠습니다. 맡겨주세요!"
종이를 받은 클라릿사가 맹렬하게 쓰기 시작했다. 이제 당분간은 조용하겠지. 나는 그렇게 판단하고 레스티라우트와 한넬로레에게, "이야기를 계속하죠" 라며 시선을 돌렸다.
"저는 레스티라우트님을 흉내내 의식을 치루고 창을 들었습니다만, 그 때, 라이덴샤프트의 창에 담긴 마력이 갑자기 분출해서 놀랐습니다."
빌프리트가, "그대도 놀랐던 건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만" 이라고 중얼거린다. 내가 들어올린 창에서 마력이 나와 상공에서 회전하며 물들기 시작하다가 쏟아질 것 같다.
"제게는 축복의 빛의 일부가 어딘가로 날아간 것처럼 보였습니다."
샤를로테의 말을 모두가 긍정한다. 바로 밑에 있던 나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관중석에서는 잘 보인 것 같다.
"어딘가라면 어디인가요?"
"그것은 역시 모르겠지만, 위에서 빙빙 돌다가 빛의 일부가 이렇게 휙……."
"그러고 보니, 이전에 다른 의식을 했을 때도 마력이 날아갔던 적이 있습니다. 귀족원에서 의식을 실시하면 일어나는 현상인지도 모르겠네요."
어둠의 신과 빛의 여신의 이름을 얻기 위한 의식은 영주 후보생의 교실 내에서도 취급이 조심스러웠다.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도록 나는 말을 흐렸다.
"기도를 바친 신들의 축복이 모두 쏟아지는 것처럼 보였다만, 단켈페르가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본래는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가?"
레스티라우트가 진지한 모습으로 생각에 잠겨, 나도 차이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생각해 본다.
"창의 차이도 있을지도 모르고, 마력의 봉납일지도 모르겠네요. 창에 들어 있던 마력이 전부 날아갔으니까요. 단켈페르가의 의식에서는 마력을 봉납하지 않나요?"
"마력을 바치는 것은 승리 후의 의식이다."
"신들의 축복과 가호를 얻는데 있어, 마력의 봉납은 필수입니다. 그것이 가장 큰 차이예요."
우리가 의식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속도를 겨루는 딧타가 시작되고 있었다. 루펜이 마법진으로 마수를 소환하고 기수에 탄 기사 견습들이 싸우기 시작한다. 먼저 단켈페르가부터 싸우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훌륭한 연계였다.
그리고 다들 주목하고 있는 에렌페스트의 차례다. 그만큼의 축복을 받고 어떻게 되었을 지, 모두가 몸을 내밀고 지켜본다.
"시작!"
마수가 소환되고 싸우기 시작하지만, 모두의 움직임이 이상하다. 무섭게 파고들기 시작하는가 하면, 급제동을 걸고 엎어지거나 원격 공격을 잘하는 유디트가 멀리서 공격한 다음 순간 무언가에 치인 것처럼 뒤쪽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뭔가 너무 어색한 움직임이다. 분명히 이상하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모두의 움직임이 이상하네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가 초조한 소리를 내고, 레스티라우트가 흥 하고 코를 울렸다.
"그대, 아까의 것은 축복이 아니라 묘한 저주였던 것이 아닌가?"
"오라버님!"
한넬로레가 급히 제지했지만, 모두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레스티라우트의 말이 맞는 듯한 생각이 든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앗!"
모두가 어근버근하고 있는 가운데, 큰소리를 지르며 혼자 마수에 달려든 것은 트라우곳이었다. 들고 있는 검에 마력이 대량으로 모여 훈색으로 빛나고 있다.
"기다려라, 트라우곳! 다룰 수 없는 마력은 위험하다!"
"빨리 하지 않으면 지지 않는가!"
"이쪽이 허둥거리는 사이에 이미 지고 있다! 위험한 짓은 하지 마라!"
마티아스의 목소리에 트라우곳은 눈을 부릅뜨고는, 억울한 듯한 얼굴로 검을 내렸다.
"적어도 7할 정도로 억제해라. 그렇지 않으면 관중석까지 공격이 날아갈 수 있다."
"그럴 리가 없다. 나의 마력으로는……."
"지금은 그만큼 위험한 것이다. 힘을 억제하고 공격해라."
마티아스의 지시에 따른 트라우곳이 조금 마력을 줄인 것 같다. 검에 깃든 마력의 빛이 조금 줄고, 트라우곳은 그것을 마수를 향해 가볍게 흔들었다. 하지만 그 공격은 기사단장인 아버님에 필적하는 것이었다. 트라우곳은 일격에 마수를 날려버린 것이다.
트라우곳에게 이 정도의 마력이 있었던 건가, 하고 내가 눈을 깜박이는 가운데, "완료! 승자는 단켈페르가!" 라는 루펜의 목소리가 울린다.
"로제마인의 축복을 받은 기사 견습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빌프리트가 그렇게 말하며 기수를 내어 아래로 내려간다. 나와 샤를로테도 그 뒤를 따르고, 단켈페르가의 두 사람도 따라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겠는가?"
"너무나도 마력의 조절이 어려웠습니다. 자신의 몸인데도 잘 다룰 수 없는 느낌으로……."
기수에 타는 것만이라면 별 문제 없지만, 속도를 내겠다고 마력을 넣으면 예상외의 속도가 나오고, 멈추려고 생각하자 급제동이 된다. 공격을 했더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큰 반동에 그 자리에 서 있을 수가 없다.
"축복의 효과가 지나쳤던 것이 아닐까요?"
가호의 의식을 마친 뒤, 마력의 취급에 고생하던 자신과 똑같은 상태에 있던 것은 아닐까? 내 말에 기사 견습들은 끄덕 하고 수긍했다.
"분명히. 분에 넘친 가호에 몸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축복이 걸린 나머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패배. 이건 꽤 한심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이 좀 더 좋은 승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로제마인의 축복은 정말로 저주에 가까운 모양이구나."
"언니께서 축복하실 때는 마력의 조절에 주의하야 겠네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의 맞는 말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나는 단켈페르가에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그,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전, 단켈페르가가 옛날부터 소중히 지켜온 의식을 이런 저주 상태로 할 의도는 없었습니다."
"조금 타이밍이 나빴을 뿐이에요, 로제마인님. 이쪽도 새로운 발견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낙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우, 한넬로레님이 굉장히 상냥해. 마음의 친구야!
한넬로레의 상냥함에 감동하고 있었더니, 레스티라우트가 휙 하고 망토를 휘날리며 경기장 중앙을 가리켰다.
"마지막 의식이다, 한넬로레. 그대가 해라."
"알겠습니다, 오라버님."
한넬로레는 기수에 타고 경기장 중앙으로 향한다. 그 등을 조금 지켜보던 레스티라우트가 이쪽을 보았다.
"이 자리에 있어도 좋은 것은 기사 뿐이다. 우리들은 위로 돌아간다."
하라는 대로 우리들은 관중석으로 돌아간다.
멀리 있는 탓에 한넬로레가 뭐라고 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슈타프를 낯선 형태의 지팡이로 바꾸고, 머리 위로 원을 그리듯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크고 둥근 수정 구슬 같은 마석을 중심으로, 크게 펼쳐진 생선 지느러미나 박쥐의 날개 같은 장식이 달린 지팡이다.
"레스티라우트님, 저 지팡이는?"
"바다의 여신 버퓨레메아의 것이라고 한다. 정말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레스티라우트의 말은 옳은 것이 틀림 없다. 한넬로레가 지팡이를 돌릴 때마다 파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쏴아, 쏴아 하는 파도 소리에,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의 몸에서 천천히 마력이 아지랑이처럼 어른거리며 모인다.
……내가 에렌페스트의 성녀라면, 한넬로레님은 단켈페르가의 성녀인걸.
마력이 파도처럼 구불거리며 모이는 모습을 감탄하면서 들여다보고 있자, 레스티라우트가 눈을 찡그리며, "뭔가, 저것은……" 하고 중얼거린다.
"뭐냐고 말씀하셔도……. 단켈페르가에서는 딧타를 한 뒤에 항상 하는 의식인 거죠?"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처음 본다."
"네!?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에게서 마력이 나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괜찮은건가요?"
"모른다."
"그, 그런……."
불안하게 되어, 나는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한넬로레의 지팡이의 움직임에 맞춰, 기사 견습들에서 나오는 마력이 소용돌이 치다가 점점 중심으로 모인다.
한넬로레가 무언가를 하면서 휙 하고 지팡이를 치켜들자, 마치 용처럼 마력의 덩어리가 하늘로 치솟았다.
그걸로 의식은 끝인 것 같다.
한넬로레를 비롯한 측근의 기사 견습들이 관중석으로 돌아온다.
"한넬로레님, 그것은 무엇이었나요?"
"그 의식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처음 봤다."
나와 레스티라우트의 질문에 한넬로레가 곤란한 얼굴로 웃었다.
"전, 아까 전, 로제마인님이 당황하시던 마음을 잘 알겠습니다.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도중에 의식을 멈추는 것도 좋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고 끝까지 했을 뿐입니다."
한넬로레에 대한 질문에 답한 것은 레오노레와 마티아스이었다.
"단켈페르가의 마지막 의식은 신들이 내린 축복을 다시 반납하는 의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레오노레와 같은 의견입니다. 로제마인님에게 받은 축복이 사라지고, 마력이 원래대로 돌아간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흥분을 가라앉히는 진정 효과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일이 일어난 뒤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몹시 평온한 상태입니다."
"진정 효과가 있습니까?"
레오노레의 말에, 한넬로레가 눈을 깜빡이며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확실히 딧타 승부 후인데도 그다지 흥분하지 않고 있네요."
한넬로레가 꾸욱 주먹을 쥐고, "이것은 잘 쓰게 되지 않으면……" 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들렸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효과가 나타나는 의식인데도 한넬로레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전혀 동요하지 않은 부분은, 실로 대영지의 영주 후보생이었다.
예상 밖의 효과에 갈팡질팡하고 있던 자신이 바보 같다. 한넬로레를 본받아서 더 효과적인 의식의 사용법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넣는 마력을 조절하면 분명 겨울의 주인의 토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니, 여러가지로 연구해봐야겠다.
"너무나도 예상외의 일만 일어났다만, 새로 발견도 많았다. 의의가 있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레스티라우트와 빌프리트가 인사하는 것을 나는 한발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에렌페스트의 의식은 언제 하는가?"
"오라버님, 로제마인님의 의식은 아까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한넬로레가 레스티라우트의 망토를 조금 당기며 그렇게 말했지만, 레스티라우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은 단켈페르가의 흉내로, 에렌페스트의 제례식이 아니다. 이 의식을 보이는 대신 에렌페스트의 의식을 보이는 것이 조건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니, 확실히 나는 에렌페스트의 의식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언제인가?"
가만히 이쪽을 내려다 보는 레스티라우트의 붉은 눈에는 호기심이 넘친다. 이번 의식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왔으니, 에렌페스트의 의식에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서 어쩔 수가 없는 듯하다.
"글쎄요……."
나는 미안한 것 같은 한넬로레와 대답을 기다리는 레스티라우트와 클라릿사와 기타 단켈페르가의 학생들을 둘러보고 방긋 미소를 지었다.
"레스티라우트님의 강의가 다 끝나면 연락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우브·단켈페르가가 에렌페스트의 책과 의식 때문에 성적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시기라도 하면, 앞으로의 영지간의 관계에 지장이 생겨버립니다."
내 말에 한넬로레가, "그건 아주 훌륭한 제안입니다, 로제마인님" 이라며 기쁜 듯이 목소리를 높이고, 주위의 사람들은 일제히 레스티라우트에게, " 괜찮습니까?" 라는 시선을 돌렸다.
"흥! ……내가 진심이 되면, 강의 같은 건 금방 끝난다."
레스티라우트은 울컥한 것처럼얼굴을 찡그리고, 파란 망토를 휘날리며 성큼성큼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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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의식은 로제마인과 한넬로레의 것입니다.
둘 다 예상 밖의 결과로 끝났습니다.
로제마인에게 예상 밖은 흔한 일이라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입니다만,
한넬로레는 알 수 없는 사태가 되어 내심 울상이었습니다.
다음은 집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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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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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다들 예상했듯이, 마인이는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지 않네요.
여름과 불의 대신.
성장과 전투를 돕는 힘의 상징.
라이덴샤프트, ライデンシャフト, Leidenschaft (열정)
27화. 집계 중의 잡담
집계 중의 잡담
"로제마인, 보고는 모두에게 맡긴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오늘은 기숙사의 거의 대부분이 훈련장에 왔었고, 청취 조사는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테의 문신 견습들도 했으니, 보고하는 내용은 문제 없으시지요? 저는 내일의 준비를 하고 싶습니다."
오늘의 보고를 할 사람은 많이 있지만, 내일의 집계는 나의 측근들로 하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다과회실에서 하게 되어 탁자와 의자도 준비해야 하고, 다과회는 아니더라도, 영주 후보생인 한넬로레도 오는 것이기에, 다소의 대접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켈페르가와의 공동연구에 관한 보고로서 저의 보고서는 후일에 보내겠다고 양부님에게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급한 보고는 모두에게 맡기겠습니다."
나는 근시들에게 다과회실의 세팅을 맡기고 집계 방법을 문관 견습과 레오노레와 유디트와 함께 확인한다.
"……누, 누님이 문관 일을 하고 있다니……?"
"테오도르, 동요가 심합니다. 저도 호위를 위해 신전에 다니고 있으니까요, 피리네 정도는 아닙니다만, 조금은 할 수 있어요."
실례잖아, 라고 볼을 부풀리는 유디트는, "페르디난드님이 너무 무서워" 라며 서류의 제출을 피리네와 로데리히에게 "이것도 같이 가져가 주세요" 라며 몰래 부탁하고 있었지만, 유디트의 누나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테오도르에게 폭로하는 것만은 그만 두었다.
……모처럼 테오도르가 유디트를 존경의 눈으로 보고 있으니까.
"로제마인님의 호위기사는 신전에서 서류 작업에 종사하게 됩니다.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도 봄부터는 싫어도 하게 되니, 이번에는 호위를 하며, 흐름을 잘 봐주세요."
레오노레의 말에 라우렌츠가 "문관 일이 서툴러서 기사 견습이 되었는데" 라며 창백해졌다. 어떻게 보면, 라우렌츠는 안젤리카와 마음이 맞을 것 같다. 마티아스는 그다지 싫지도 않은 듯, 태연히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다.
"집계 방법에 대해서는 오늘 중에 잘 논의해 주세요. 공주님은 이곳에서 한넬로레님의 상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그렇지만, 제가 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공동연구죠?"
나도 문관 견습이기에, 집계에 관여할 생각이었지만, 리할다에게 기각되었다. 영주 후보생인 한넬로레에게 사무 일을 맡길 수도 없고, 같은 영주 후보생인 내가 있는데 근시에게 말 상대를 시킬 수도 없는 것 같다.
"로제마인님은 한넬로레님께 오늘의 마지막 의식에 대해서 자세한 말씀을 듣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닌가요? 기사 견습들에게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노래와 달리, 마지막의 의식은 단켈페르가 특유의 것이니까요."
경기장의 중심에서 지팡이를 돌리고 있던 한넬로레가 어떤 축문을 외우고 있었는가 하는 것은 낡은 말이었던 탓도 있어, 레오노레는 잘 못 알아들은 것 같다.
"한넬로레님은 로제마인님과 달리 신전에서 자라서 성전이 친근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거침없이 옛 말의 축문을 외울 수 있다는 점이 멋지군요."
레오노레의 칭찬에 내가 깊이 끄덕이고 있자, 리제레타가 쿡쿡 웃으면서 내일의 화제에 대해 쓰여진 종이를 내밀어 왔다.
"그렇게나 두툼하고 낡은 역사 책이 있습니다. 분명 단켈페르가에는 낡은 책이 많이 있겠죠. 그 근처도 물어 볼까요? 책벌레의 친구들끼리라, 분명 이야기가 활기를 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멋지네요, 리제레타."
집계 일은 문관에게 맡기고, 영주 후보생이 아니면 못하는 정보를 수집하라고 타이름받은 나는 끄덕 하고 수긍했다.
2의 반의 종이 울릴때까지는 다과회실 준비는 마칠 수 있었다.
문관들이 일을 하기 위한 공간은 확보하고 있고, 나와 한넬로레가 이야기를 하기 위한 테이블은 따로 준비했다. 간단하없이 집을 수 있는 과자와 쿠키도 준비했고, 근시들은 차를 탈 준비도 하고 있다.
종이 울리며 손님의 내방을 알리자, 나는 맞이하러 문 쪽으로 향했다. 그레티아가 열어 준 문으로 단켈페르가의 학생들이 들어온다. 물론 선두는 한넬로레다.
"평안하신가요, 로제마인님. 오늘은 일부러 자리를 마련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평안하신가요, 한넬로레님. 저야말로 단켈페르가의 도움에 감사를 드립니다. 왕래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브륜힐데의 안내로 한넬로레와 그 측근은 차가 준비된 테이블에 앉고, 그레티아의 안내로 공동연구에 관련된 문관 견습들은 문관들이 모여 있는 책상으로 간다.
"로제마인님, 이쪽을 클라릿사님으로부터 맡았습니다. 어제의 의식에 대해 쓰여진 할트무트님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합니다."
문관들을 자리로 안내하던 그레티아가 두툼한 편지를 내밀어 왔다.
"안을 확인한 후에 에렌페스트로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딱히 지금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상위 영지인 단켈페르가의 학생들에게 긴장하고 있는 그레티아가 심부름을 가며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떨어질 수 있도록 하자, 그레티아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보였다.
"그럼, 집계 방법을 설명하겠습니다."
피리네의 설명을 모두가 진지하게 들어주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브륜힐데가 타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쿠키를 한 입 먹어 보이며, 문관 견습들의 일처리를 바라본다.
신전에서 페르디난드에게 단련된 피리네는 단켈페르가의 문신 견습들로터 상당히 빠른 속도로 대답을 받아간다. 클라릿사가 피리네의 속도에 놀라고 있는 것이 재미 있다.
"피리네는 상당히 빠르네요."
"할트무트에게는 전혀 적수가 되지 않지만, 페르디난드님에 단련된 기간이 길기 때문에, 서류 작업은 조금 특기가 되었습니다."
후후 하고 피리네가 웃자, 클라릿사는 좀 억울한 얼굴을 한 뒤, "저도 로제마인님의 문관이 되는 이상, 질 수는 없습니다" 라고 진지한 표정으로 집계에 나섰다. 상위 영지의 상급 문관로서의 자존심을 자극했는지도 모른다.
"클라릿사가 이렇게 일에 집중한다면, 제가 여기에 올 필요는 없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한넬로레가 그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나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있거나 공동연구처럼 얼굴을 마주하 기회가 있거나 하면 흥분해서 도저히 손을 댈 수 없었다고 한다.
"……올해는 그 흥분 상태가 너무 심해서, 어쩌면 연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합니다."
"네?"
"신전에 들어간 약혼자와 헤어지지 않도록, 로제마인님의 신하임을 강조해, 다른 사람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해서요."
그건 분명 클라릿사의 강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잠시 넋을 잃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한넬로레에게, 뒤에 서 있던 근시가 가볍게 한숨을 토했다.
"한넬로레 공주님, 클라릿사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지 않을거에요."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클라릿사는 할트무트 계열이지. 연애 관계로 결혼 상대를 가리지 않으니까.
"콜두라는 항상 이렇게 말하지만, 로제마인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잠을 줄여가며 약혼자에게 편지를 쓰다니,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부터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의 화제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약혼자의 손에 편지를 전할 수 있도록, 약혼자에게 직접 편지를 건넬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자는 시간을 줄이며 편지를 쓰던 문관의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다.
"클라릿사의 사랑이 성취되기를, 저는 정말로 바라고 있어요."
……순수하게 두 사람을 응원하는 한넬로레님이 귀엽습니다.
클라릿사와 처음 만났을 때, 나의 측근을 목적으로 결혼 후보를 정하고, 쓰러뜨려서는 무기를 들이대며 구혼한 경위를 알고 있으니, 할트무트와 클라릿사가 정말 좋은 조합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렇게까지 순수한 연정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콜두라로 불렸던 근시가 접시에 과자를 나눈다. 차의 추가를 부탁하고, 한넬로레는 천천히 차를 마신 뒤 화제를 바꿨다.
"그나저나 에렌페스트의 문신 견습은 정말 훌륭하네요. 단켈페르가의 문신 견습들에게 뒤지지 않습니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리네만이 아니다. 로데리히와 레오노레도 지지 않는다. 서류 작업에 익숙하지 않은 뮤리에라와 유디트는 조금 주춤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낯선 집계 방법에 당황하는 단켈페르가의 문신 견습들과 박빙이다.
"저기, 로제마인님의 호위기사가 문관들 속에 섞여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여성 기사로, 다과회에 동행하는 일이 많은 레오노레와 유디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던 듯한 한넬로레의 당혹스러운 어조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신전에서는 호위기사도 서류 작업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인원이 필요할 때에는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클라릿사는 호위의 일도 할 수 있는 문관 견습이라고 하니, 같은 것으로 생각하시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수행문신……이라기보다는 문행기사 라고 해야 할까요?"
신기한 듯이 한넬로레가 중얼거리고 있다. 기사 지망자가 많다고 클라릿사도 말하고 있었고, 단켈페르가에는 무력을 가진 문관은 있어도, 서류 작업이 가능한 기사는 없는지도 모른다. 나의 측근은 다무엘을 필두로 서류작업이 가능한 기사가 양산되는 환경이 되어 있는 것이지만.
"전, 한넬로레님께 어제의 의식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어떤 것인가요?"
"한넬로레님이 의식에서 사용한 지팡이를 레스티라우트님은 바다의 여신 버퓨레메아의 것이라 하셨지만, 전, 버퓨레메아의 신구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입니다. 신전에도 없으니까요."
"저희들끼리 그렇게 말하고 있을 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의식 때마다 아우브가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가르침을 받아, 영주 후보생이 기억하는 것입니다. 슈타프를 변화시키는 주문도 지팡이와 같은 것이라, 정말로 버퓨레메아의 신구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곤란한 듯이 웃으며 한넬로레가 그렇게 말했다. 레스티라우트도 말했던 것처럼 모르는 것 같다.
"단켈페르가에서 신구라는 것은 모르고 변화시키고 있었다는 뜻이지요? 한넬로레님이 흔들고 있을 때에 파도 소리가 났으므로, 바다의 여신 버퓨레메아의 신구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만."
"파도 소리라고 로제마인님은 말씀했는데, 저는 그게 어떤 건지 잘 모릅니다. 단켈페르가에는 바다가 없기에, 바다의 여신의 의식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나는 파도 소리로 들린 그 소리도, 한넬로레에게는 의식 도중 갑자기 귀에 거슬리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놀랐을 뿐이었던 모양이다.
"한넬로레님, 의식 때 말하는 축문을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기도문을 알면, 어떤 신에게 기도하는 의식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
"네."
한넬로레가 말하는 축문에서 확신을 가졌다.
"역시 바다의 여신에게 마력을 봉납하는 의식인 것 같아요. 세 개의 열쇠가 필요한 서고에 상세한 의식의 시행방법이 실려 있었습니다."
"그런가요?"
"네. 하얀 석판의 자료에는 더위를 쫓는 의식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제의 모습을 생각하면, 마력을 봉납함으로써 그 자리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죠? 열을 식히는 의식일까요?"
그 의식을 치를 수 있으면, 로엔베르크의 산에서 리즈팔케의 알을 훔칠 때에도, 화산을 분화시키지 않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내 옆에서 한넬로레도 "다시 서고에 들어가셔서 자료를 확인하고 싶네요" 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축복을 지울 뿐이지만, 마력만 봉납하면 주위의 흥분을 식힐 수 있는 것이 한넬로레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것 같다.
"그나저나 로제마인님이 모르는 신들도 있었군요. 축사로 의식의 판별도 할 수 있으시니, 신에 대한 것은 뭐든지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자세한 것은 경전에 나온 것 뿐입니다. 신전에 모셔진 최고신과 다섯 기둥의 대신……그리고 개인적으로 깊은 마음을 품고 있는 신으로서는 도서관에 있는 메스티오노라일까요? 그래도 초대 왕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었다는 것 밖에는 모르지만요."
권속의 신들이 많이 있지만, 각각의 신구와 모양은 딱히 실려 있지 않았다. 성전의 중심 내용은 최고신과 다섯 기둥의 대신인 것이다.
"그럼, 이번 책벌레의 다과회에서 단켈페르가가 빌려드릴 책을 읽으면 새로운 것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한넬로레는 기쁜 듯이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이번에 빌려 드릴 것은 단켈페르가에 있는 낡은 책입니다만, 성전에 싣지 못한, 신들의 여담이 모여있는 책입니다. 후세가 멋대로 가필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만, 메스티오노라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신들에 자세한 로제마인님이라면 재미 있어 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무척 기대되네요."
새 책을 빌리려면 지금 빌린 책을 읽어야 한다. 의욕이 쑥 하고 치솟았다.
"로제마인님, 집계가 끝났습니다."
피리네가 내민 집계 결과들을 훑어본다. 가호를 얻은 기사 견습은 압도적으로 단켈페르가가 많고, 대부분의 기사가 전투계의 가호를 얻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해마다 몇 명만이 얻을 수 없는 정도, 인가요? 가호를 얻은 의식에서 단켈페르가가 선생님들 사이에서 특별취급 받는 것도 납득할 수 있네요."
복수의 권속의 가호를 받은 자와 적성이 없는 속성의 가호를 얻은 자가 단켈페르가에 있어도, 그것은 별로 화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번 에렌페스트에서 복수의 가호를 받은 사람이 나왔을 때 주목받게 된 것이지만. 타령은 좀 더 단켈페르가를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사해도 딧타밖에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공동연구에서도 딧타가 필수적이다. 타령은 딧타 승부가 걸려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좀처럼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사 견습은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권속들로부터 가호를 얻고 있는 것 같은데, 문관, 근시는 어떠려나요?"
내가 혼잣말을 하는 기분으로 중얼거리고 있자, 한넬로레에서 대답이 왔다.
"……수행문관이나, 근시도 가호를 얻기에, 그, 타령보다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단켈페르가 내의 상황도 궁금하다. 문관과 근시의 어느정도나 전투계의 가호를 얻고 있는 걸까?
"단켈페르가의 문관, 근시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탐문을 하고 싶네요. 클라릿사, 기사 견습 이외의 분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청취 조사를 진행해, 여기에 제출해 줄 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일을 맡았다고 클라릿사가 기뻐하고 있으므로, 로데리히에게 청취 조사용 종이를 가져오게 해, 클라릿사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집계 결과를 보면 타령의 기사 견습들이 가호를 얻는 일은 정말 적군요. 7할쯤이 단켈페르가에요."
대영지라서 기사 견습의 인원이 많다고는 해도, 다른 영지에서는 아무리 많아도 세명 정도여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또한 에렌페스트에는 전투계의 가호를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은 노래와 춤을 하면서도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몰랐던 기사 견습들이 그다지 성실하지 않았던 것과, 내가 축복을 주니까 스스로 신들에 기도를 올리지 않은 결과이다.
……쉽게 축복을 주니까, 응석을 받아준 결과가 된 것 같다. 반성, 반성.
스스로 가호를 얻을 수 있도록, 기사 견습들은 좀 더 기도를 해야 한다고, 단켈페르가의 집계 결과를 보며 강하게 생각했다. 자신의 속성 이외의 권속으로부터 가호를 받은 피리네를 본받길 원하는 것이다.
"저, 로제마인님. 그동안의 의식은 마력의 봉납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마력을 봉납하지 않아도 가호를 얻을 수 있을까요?"
나의 라이덴샤프트의 창으로 대량의 마력을 봉납했기 때문에 축복이 대량으로 쏟아졌는데, 단켈페르가는 지금까지의 의식에서 축복이 내린 적도 없고, 마력의 봉납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의식 자체가 대규모의 기도로, 슈타프를 변형시킨 창을 쓰고 있었으니까, 조금은 봉납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얻고 있는 가호는 모두 축문에 열거되어 있는 신들이니까요."
눈에 보일 정도의 축복은 없어도, 약간의 마력은 봉납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경기 전후에 의식을 치르니, 딧타의 경기에 나오는 횟수와 비례해 가호를 얻기 쉬운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복수의 전투계의 권속으로부터 가호를 얻은 기사 견습들은 경기 횟수도 많은 것 같습니다."
숫자만 늘어선 집계 결과만으로는 알기 어렵기 때문에 연구 발표 때는 그래프화하면 조금은 알기 쉽게 되러나? 집계 결과를 보면서 어떤 그래프로 해야 보기 좋을지 생각하고 있자, 한넬로레가 우물쭈물한 느낌으로 말을 꺼냈다.
"저, 로제마인님. 의식 때 슈타프로 변화시키는 창을 라이덴샤프트의 창으로 하면 단켈페르가의 사람이라도 로제마인님이 했던 것처럼 축복이 얻을 수 있지 않겠냐고, 어젯밤에 논의가 있었습니다."
한넬로레의 말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그동안의 의식과 뚜렷한 차이가 난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논의는 했을 것이다.
에렌페스트 기숙사에서의 논의는 오로지 "나의 폭주를 막기 위한 방법" 과 "대영지에서 접근해 올 때, 효과적으로 피하는 방법" 이라는 곳에 중점이 놓여 있지만, 단켈페르가에서는 "의식을 본래의 형태로 되돌리려면" 이라는 논의가 있었던 모양이다.
"여러분이 생각한 것처럼, 실제로 만지고 신구에 마력을 넣으며,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떠올리기만 하면 신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신전에 다니는 저의 측근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상당한 마력을 쓰기 때문에, 상급 귀족 정도가 아니면 의식을 하는 동안 계속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 말에 한넬로레 뿐만 아니라 그 주위의 측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단켈페르가의 귀족들은 딧타로 축복을 받기 위해서라면 신전에도 들어가는 걸까. 딧타를 위해 사는 단켈페르가는 다른 영지와는 여러가지로 기준이 다른 것 같아 조금 혼란스럽다.
……그래도 딱히 일부러 신전까지 가서 라이덴샤프트의 창에 하지 않더라도, 마력만 바치면 의식으로서는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음 속에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굳이 입으론 말하지 않는다. 딧타를 위해 신전으로 향할 생각이 있으면, 귀족이 신전을 찾게 되어 신전의 개혁을 해줬으면 한다. 신전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면 좋겠다.
"봉납하는 마력량에 의해서 축복은 변하는 것이기에, 많은 축복을 필요로 하면 많은 마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한 사람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로 조금씩의 마력을 봉납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신전의 의식은 자신 때문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행하는 기도기에, 자신은 아무리 마력을 쏟더라도 자신을 축복할 수는 없습니다."
내 말에 한넬로레와 그 측근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럼, 그만큼의 마력을 바친 로제마인님은……."
"어제의 의식에서는 축복을 받지 않았습니다. 기사 견습들은 움직이는 데 곤란하고 있었지만, 저는 아무런 영향도 없었던 것은 그 때문입니다."
혼자서만 마력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눌 수 있기 위해 대규모로 행하는 의식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말에 한넬로레가 납득의 표정을 보였다.
"보통의 하급 귀족이 함께 의식을 행할 경우엔 조심하세요. 마력을 빼앗기면서 하급 귀족이 쓰러지는 일도 있을 테니까요."
"네?"
"모두가 같은 의식을 실시하면 마력이 흐르기 쉽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력량에 큰 차이가 있으면, 마력이 적은 사람들에는 위험한 것입니다. 단켈페르가는 일단 실천하고 보자는 기개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으니, 주의해 주세요."
딧타를 위해서라면 일단 하고 본다는 것이 단켈페르가다. 내가 제례식에 대해서 아는 것을 제대로 가르쳐두지 않으면, 딧타를 할 상황이 아니게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아마 경기 전날에 의식을 진행하는 것도 마력 회복에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이거나, 내린 축복에 몸을 길들이기 위해서이거나, 뭔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안이한 변경은 훗날에 대한 뒷감당도 커집니다. 모처럼 지금까지 지켜 온 전통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신중히 조사하며 의식에 임해 보세요."
"충고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주의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한넬로레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켈페르가들이 돌아간 뒤, 나는 다목적 홀에서 피리네들에게 가르치면서 집계 결과를 그래프화하고 알기 쉬운 자료 만들기에 한창이다. 역시 말을 하는 것보다 손을 움직이지 않으면 연구하는 기분이 되지 않는다.
여러 그래프로 여러 개의 자료를 만들어 아주 보기 쉽게 되었다고 만족하고 있자, "그것은 무엇입니까?" 라며 다른 문관 견습들이 물어왔다. 아무래도 귀족원에서는 아직 그래프화한 자료는 만들어진 적 없는 것 같다.
"로제마인, 그것은 영지 대항전에서 소동이 되지 않는 건가?"
"대영지 세 곳과의 공동연구 자체가 소동의 근원이니, 괜찮지 않을까요?"
어째선지 너무나도 불안해 하기에, "이런 그래프를 사용한 자료를 사용해 연구발표를 하고 싶습니다만……" 이라고 페르디난드에게 상담 편지를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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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계하고 싶었는데, 제지되어 버렸습니다.
로제마인은 한넬로레에게서 정보 수집.
한넬로레는 로제마인에게서 정보 수집.
술술 정보를 흘리는 버릇은 건재합니다.
다음은 종남매회의 초대장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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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다음화에는 디트린데님이 나옵니다. 여전합니다. 절호조입니다. 고비입니다.
번역하기가 무서워요.... ㄷㄷㄷ
28화. 짜증의 다과회 전편
짜증의 다과회 전편
페르디난드에게 편지를 쓰고, 힐쉬르의 연구실에서 라이문트에게 전달, 새로운 마술도구를 시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지금 라이문트가 연구하고 있는 것은 정해진 시간이 되면 여러가지 색의 빛이 쏟아지는 마술도구이다.
이 마술도구를 사용하면 책 위로 갑자기 색이 떠오르므로, 책에 집중하고 있어도 놀라서 시선을 들게 된다. 그 틈에 책을 뺏으면 정말로 간단히 독서를 중단시킬 수 있을 거라며, 근시들 사이에서는 매우 평판이 좋다. 나로서는 다 읽은 책이 스스로 책장으로 돌아가는 마술도구가 필요했지만, "로제마인님의 도서관에는 필수입니다" 라며 근시들이 강경히 주장한 것이다.
"먼저 빛이 쏟아지는 마술도구를 만들고, 그 이후에 로제마인님이 필요로 하시는 마술도구의 연구를 하면 되지 않습니까."
"힐쉬르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힐쉬르와 라이문트가 간단히 근시들의 의견을 채용한 것은 식사 준비를 하는 근시들의 힐쉬르와 라이문트 회유 작전 때문이다.
……맛있는 밥에 약해지는 심경은 이해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아! 준비시키는 것은 나인데!
"빛이 쏟아지는 마술도구를 연구하기 위해 도서관에 다녀오겠습니다."
"라이문트 저도 같이 가서 슈바르츠들에게 자료가 있는지 질문을……."
"슈바르츠들에게 물을 뿐이라면 라이문트도 할 수 있고, 공주님은 왕족으로부터 도서관이 금지되어 있지요? 책을 읽고 싶다면 방으로 돌아가시지요."
……우우, 나도 가고 싶은데.
리할다의 말에, 나는 추욱 어깨를 떨어뜨렸다. 금지되니까 더 가고 싶어진다. 내 방에 아직 다 읽지 않은 책이 있으니 참을 수 있지만, 다 읽고 나면 금단 증상에 시달릴 것 같다.
"로제마인님, 힐쉬르 선생님에게 사본한 자료를 건네드리는 것이 아니었나요?"
리제레타가 그렇게 말하며 종이 다발을 건넸다. 내용은 슈바르츠들을 연구하고 있던 사람의 책을 필사한 것이다.
"과거 슈바르츠들의 연구를 했던 사람이 남긴 것입니다. 이것은 빌려드릴 뿐이니, 필요한 부분은 직접 필사해 주세요. 언젠가 페르디난드님에게 보여드리기 위한 자료라서 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런 자료가 어디에 있었습니까? 2층의 연구 결과가 놓여 있는 곳엔 없었을 겁니다."
"폐가식 서고에 있었습니다. 솔란지 선생님이 빌려주셨습니다."
내 말에 힐쉬르가 눈을 깜빡이며 나와 자료를 번갈아 보았다.
"……제자에게 심부름은 시켰습니다만, 솔란지에게는 그다지 물어본 적이 없군요. 폐가식 서고에는 얼마나 많은 자료가 있습니까?"
"폐가식 서고는 마술도구로 보존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귀중한 자료가 비치되어 있다고 하니, 한번 솔란지 선생님에게 물어보시는게 어떨까요."
귀중한 자료가 들어 있는 폐가식 서고는 지금까지의 솔란지에게는 파악할 수 없었던 부분이라고 한다. 슈바르츠들이 움직이게 되고, 협력자가 늘어 슈바르츠들의 마력 수급이 안정적으로 되어, 간신히 손을 댈 수 있게 된 부분인 것 같다.
솔란지 홀로 도서관을 지키던 시기에는 마력이 없어서 보존 서고에 필요한 마력을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소 열화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올탄시아는 그런 부분을 우선해서 마력을 공급하느라 고생인 것 같다.
……도서관에 좀 더 마력이 필요해.
"로제마인님, 이를 페르디난드님께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씀했는데,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셨죠?"
"아직 자기 방도, 비밀방도 없으므로 연구는 할 수 없는 것 같지만, 페르디난드님의 답장에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쓰여 있었으니까요."
자료는 확보해 두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비밀방이 생겨 연구할 환경이 되었을 때에는 레서 버스에 도구와 자료와 소재를 듬뿍 넣고, 아렌스바흐의 성을 방문하고 싶다.
……아우브·아렌스바흐에게 허가가 나올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상상만 할 뿐이지만.
"타령으로 이동한 사람은 결혼할 때까지는 객실에서 보내야 합니다. 다만 페르디난드님의 경우는 이동이 일렀으니까요. 비밀방이 없는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힘들겠죠. 뭔가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그렇게 둘이서 아렌스바흐의 페르디난드를 걱정하고 있었더니, "페르디난드님 대신 제가 확실히 연구할 테니까요" 라고 힐쉬르는 휙 하고 생각을 바꿔버렸다.
"로제마인님은 방에서 독서를 하시는 게 어떠신지요? 또 뭔가 유용한 자료가 있으면 가져와 주세요. 그리고 슬슬 프라우렘에게도 보고를 하는 편이 좋습니다."
……어라? 좀 더 페르디난드님의 이야기를 하자구요.
자료를 베끼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한 힐쉬르를 잡고 늘어질 수도 없다. 라이문트의 설계도가 완성되지 않으면, 시제품 제작 담당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기에, 자기 방으로 돌아가 독서를 하기로 했다. 빨리 읽고, 다음의 책을 빌리고 싶은 것이다.
독서를 하고 있으려니, 간간히 다과회의 권유가 오게 되었다. 귀족원의 사교 시즌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 근시들이 샤를로테의 근시들과 함께 예정을 조정하면서 함께 참석한다는 답장을 냈다.
이와 병행해, 나는 프라우렘의 면담 예약을 받고 있었다. 힐쉬르가 말한 대로, 두 번째 연구 과정에 관한 보고서를 건네야 하고, 첫 번째 보고서가 도착하지 않은 것을 일단 지적해야 한다.
프라우렘도 공동연구의 경과는 궁금한 듯, 시험을 신청했을 때와 달리, 바로 일시를 지정하는 답이 돌아왔다.
내가 보고서를 갖고 가자, 프라우렘은 부드럽게 손을 내민다. 그 손에는 제대로 장갑을 끼고 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읽으려고도 않는다. 페르디난드가 독의 경계를 하고 있을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나는 보고서를 전달했다.
"그러고 보니, 프라우렘 선생님. 아직 페르디난드님에게 첫 번째 보고서가 도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보고서는 아렌스바흐에 보내셨나요?"
"그건, 아렌스바흐의 문신이 조금 태만한 거겠죠. 저는 분명 아렌스바흐로 보냈으니까요."
프라우렘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뺨에 손을 대고 한숨을 토한다.
"그렇습니까. 그럼 디트린데님께 문의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대영지의 문관이 태만하다니, 큰일이네요. 정보의 수집이나 정리를 전문으로 하는 프라우렘 선생님도 곤란하시지요?"
"네에. 그것은 그렇네요."
만들어 붙인 듯한 미소로 그렇게 대답하는 프라우렘의 눈이 이쪽의 상황을 슬슬 물어온다.
"……로제마인님은 어떻게 페르디난드님과 연락을 취하고 계신가요?"
"페르디난드님은 저의 후견인이시니, 몇 가지 연락을 취할 위한 수단은 있습니다만, 프라우렘 선생님에게 이야기해 드리는 것은 라이덴샤프트에게 슈체리아의 방패를 건네 주는 것과 같지요?"
대답한들 의미가 없고, 뭐에 이용할 건가요? 라고 대답하자, 프라우렘은 "저런!" 이라며 딴청을 피웠다.
"그보다 프라우렘 선생님은 디트린데님의 강의가 언제쯤 끝날지 아시나요?"
"그야말로 라이덴샤프트에 슈체리아의 방패를 건네주는 것입니다."
"사촌 남매끼리의 다과회 예정이나 머리 장식을 드릴 필요도 있습니다만, 프라우렘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공동연구로 바쁘고, 다과회의 예정이 꽉 차 있어서 먼저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 어떻게도 시간이 맞지 않으면 머리 장식은 근시를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라고 디트린데님께 전해주세요."
공동연구를 세 개나 진행하고 있는데다, 올해밖에 하지 못한다며 사교를 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근시들에게 책을 읽으면서 대강 대답을 하고 있었더니, 예정이 멋대로 쌓여버린 것이다.
나는 다과회보다 책을 읽고 싶지만, 올해는 많은 영지와 교류를 갖고, 양부님과 에렌페스트의 악평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어야 한다는 일도 있다. 나쁜 소문을 적극적으로 흘리고 있을 것 같은 아렌스바흐의와의 다과회는 미루고 싶은 기분이다.
……아렌스바흐로 간 페르디난드님의 모습이 궁금하기에, 종남매회에는 참석할 생각이긴 하지만, 그다지 내키질 않는걸.
"언니, 다과회의 초청장이 속속들이 도착했습니다만, 어디에 참가하시겠나요?"
"또 왔어요?"
프라우렘의 연구실에서 돌아오자, 또 초대장이 잔뜩 도착해 있었다. 이미 몇몇의 다과회에는 참가가 확정되었다. 이 이상 독서 시간을 뺏어가는 거냐는 약간 원망스러운 기분으로 초대장의 목패를 들여다보고 있자, 샤를로테가 달래듯 웃었다.
"본격적인 사교 시즌의 시작이고, 언니가 공동연구로 바쁘신 것은 사감을 통해 거의 대부분의 영지가 알고 있을테니까요. 조금이라도 빠른 시기에 약속을 받고 싶어하는 거에요."
영지 대항전이 임박하면, 연구로 바빠 사교할 시간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샤를로테의 말에 브륜힐데도 웃는다.
"게다가 로제마인님이 봉납식으로 귀환하지 않는 것은 처음이니까요."
"전, 매일같은 사교는 무리입니다. 분명, 상태가 나빠질 거에요."
다소 건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예정을 가득 채우는 것은 위험하다. 하루 다과회를 하면, 이틀 독서를 하는 정도의 페이스로 예정을 넣어 두지 않으면 갑자기 몸 상태가 안좋아졌을 때에 대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군요. 단켈페르가와의 공동연구나, 언제 왕족의 호출이 있을지도 모르니, 그다지 예정을 가득 채울 수는 없겠네요."
근시들과 논의하고 다과회의 예정을 채워 간다. 거기에 올도난츠가 날아들었다.
"아렌스바흐의 디트린데입니다. 저도 바빠서 좀처럼 시간이 없답나다. 종남매끼리의 다과회는 나흘 후 오후에 하도록 해요."
프라우렘이 디트린데에게 전해 주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근시간의 협의 없이 결정 사항으로 전하는 것은 좀 어떤까 싶다.
"……거절은 못하죠?"
"언니가 재촉받은 것이죠? 예정을 오라버님에게 전하도록 해요."
샤를로테의 말에 한숨을 토하며 측근들에게 예정을 알리고, 양해의 올도난츠를 보냈다.
그러는 사이에 다과회에 참여하는 날이 되었다. 오늘은 샤를로테와는 별도 행동이다. 아렌스바흐와의 예정이 생기면서 조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위 영지의 다과회이다. 에렌페스트는 중립이었기에, 승자에게 다가가는 것보다는 받아들여지기 쉬울거라고 생각하는 영지도 있는 것 같다.
샤를로테의 말에 의하면 가급적 하위 영지와 친해지고 거느리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데, 나는 그런 방법을 모른다. 에렌페스트 자체가 더듬더듬 관계를 바꿔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샤를로테도 나에게 가르칠 수 있을 정도의 노하우는 없다. 급격히 순위를 올린 폐해이다.
"전, 에렌페스트의 성녀로 유명한 로제마인님과 얘기하고 싶었어요."
다과회에서는 기본적으로 추켜세워지기만 했다. 에렌페스트의 과자를 칭찬하고, 로지나의 음악을 칭찬하고, 더 듣고 싶다고 조르고, 어떻게든 배울 수 없을까 하고 타령의 악사들이 눈을 번득이고 있다.
그리고 책의 교환도 진행되었다.
"작년은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영지에서 반출 허가가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올해는 미리 아우브에게 허가를 받았으니……."
선뜻 책을 빌려주는 영지와는 잘 지내고 싶다. 나는 미소로 받아들이며, 대신 에렌페스트의 책을 빌려준다. 상위 영지에서 유행하고 있었기에, 읽고 싶었던 것 같다.
……역시 유행은 위에서 흘리는 것이 정답이네. 이렇게 독서가 더욱더 퍼져야 해.
내가 평범하게 웃고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책의 대여를 할 때까지였다.
하위 영지는 에렌페스트가 어떻게 순위를 올렸는지가 정말로 궁금한 듯, 끈질길 정도로 질문을 받아 만들어 붙인 미소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빨랐던 걸요. 단 몇년간에 이렇게 순위를 올릴 수 있다니, 뭔가 비책이 있으신가요?"
"대영지와의 공동연구도 동시에 셋이나 진행하시다니, 로제마인님은 정말로 우수하시네요. 수많은 유행에 공동연구, 그리고 수양딸이 되어서도 신전장을 맡으시는 상냥함. 로제마인님의 우수성을 알고 수양딸로 맞아들이신 아우브는 혜안을 가지고 계시네요."
"아우브·에렌페스트는 친자가 아닌 영주 후보생을 신전에 가두어 마력을 착취할 정도로 나쁜 분이라고 다들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어쩜 이리도 안쓰러운 것일까요."
그 때마다 양부님의 나쁜 소문을 부정하고 영주 후보생은 모두 기원식과 수확제를 위해 농촌을 돌고 있다는 이야기나 교육에 힘을 쓰고 있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다지 믿어주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그처럼 변호해 주시다니, 로제마인님은 정말로 상냥하시네요" 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니라니까. 저기, 쫌. 내 말 듣고 있어!?
몇번이나 양부님에 대한 비난을 듣고,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만 편애받고 있다며 귀족적으로 에두른 말을 들으며, 멋대로 자비로운 성녀라고 평가되고, 아무리 부정해도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 짜증이 난 상태로 다과회를 마쳤다.
……전방위 무차별 위압이 나오기 전에 다과회가 끝나서 다행히다. 나 진짜 잘 참았네.
자기 방으로 돌아와 에렌페스트로 보고를 올리기에 앞서, 반성회이다. 나는 다과회에 동행했던 측근들을 둘러보았다.
"저렇게 악의적인 말을 들은 것은 저뿐인가요? 샤를로테에게도 대놓고 말하는 것인가요?"
"아무래도 아우브의 친자식에게는 그런 소문을 들려주진 않는 것이겠죠. 로제마인님이 수양딸이어서 소문대로 억압 받고 있다는 생각에 아군 같은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륜힐데도 리할다도 오늘의 다과회는 화가 치밀었던 것 같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두 사람의 목소리가 조금 험악하게 들린다.
"……악의가 향하고 있었던 것은 아우브와 샤를로테님들만은 아닙니다. 언뜻 치켜세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성녀로 불리는 로제마인님을 꺾고 싶다는 악의도 있었습니다."
"그레티아?"
"에렌페스트의 성녀로 불리고는 있어도, 신전에서 자라며 아우브에게 친자식과 다른 취급을 받고 있는 것도 모르고 변호하며, 영지에 마력을 바치다니, 기특하네요, 라고 말씀하셨을 겁니다."
그건 좀 부정적인 해석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말 수 적은 그레티아가 굳이 발언해왔다는 것은 그렇게 생각되고 있을 가능성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는 것일까.
"언제나 보호자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는, 착하고 허약한 성녀라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로제마인님이 납치되거나 협박을 당할 위험성을 고려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것은 내가 아닌 레오노레였다.
반성회 후에는, 아우브의 친자식이 없는 다과회에서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정보를 공유하고, 어느 영지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밝히기 위해, 나와 샤를로테는 따로 다과회에 갈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악의적인 소문을 떠드는 영지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도 "다들, 상냥하시네요. 하지만 아우브·에렌페스트는 그 같은 분은 아니에요" 라고 대답하는 것은 답답한 기분이 된다.
다과회의 짜증을 독서로 발산하면, 또 다시 짜증나는 다과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거라면 봉납식 때문에 에렌페스트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편하다.
……우우, 올해야말로 에렌페스트의 신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그런 가운데 디트린데가 주최하는 종남매회가 열리는 것이다.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데, 이런 갑갑한 기분으로, 나는 페르디난드와 디트린데의 약혼을 축하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브레인, 돌려주세요" 라고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마티아스, 라우렌츠, 뮤리에라, 그레티아는 집보기네요.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이 일제히 저의 측근이 되어 있는 것을 알리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니까요."
"저쪽이 어느정도나 숙청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는지도 모르니, 이쪽의 정보를 숨겨두는 것이 좋겠지요."
어떤 정보를 드러낼지, 안 낼지,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도 함께 토의한다. 아무리 짜증이 나더라도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는다. 페르디난드의 취급이 바뀔지도 모르니, 원만하게.
그렇게 가슴에 새기고, 나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와 함께 아렌스바흐의 다과회실로 향했다.
"평안하신가요, 여러분."
"평안하신가요, 디트린데님. 초대를 받아 기쁘게 생각합니다."
빌프리트가 대표로 인사하고 우리들은 자리를 권해받았다. 디트린데는 상당히 기분이 좋은 것 같다. 근시들이 가져온 물건을 건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저기엔 머리 장식이 들어 있나요?" 라며 미소 짓고 있다.
"오늘은 저의 악사에게 아렌스바흐의 새로운 곡을 연주시킬 거에요. 페르디난드님이 저를 위해 작곡해 주신 연가로, 게둘리히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호호호 웃으면서 디트린데가 호사스러운 금발을 가볍게 쓸어 올리고, 악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악사는 한 번 끄덕이고,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음악 실기에서도 들었었던 애향가이다.
"음악 실기 때 들었던 곡이군."
"네. 아렌스바흐의 새로운 곡이라고 홍보하기 위해 음악을 잘하는 학생들에게 훈련시켰으니까요. 페르디난드님이 주신 것이 겨울의 사교계가 시작될 무렵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힘들었답니다."
디트린데는 득의만만하게 말하며, 차를 한모금 마시고 과자를 먹어 보인다. 이쪽에서 들여온 과자를 한 입 먹어 보이고 권하자, "페르디난드님의 전속이 아렌스바흐로 오는 것은 봄의 성결식이 끝나고 나서일까요?" 라고 하면서 즐겁게 웃는다.
……성결식이 끝나면 전속 요리사를 데리고 가나? 그런 말은 없었던 것 같은데.
페르디난드의 전속 요리사는 할트무트가 그냥 신전에서 쓰고 있지만, 내가 남의 전속을 간섭할 수는 없다. 편지로 알려둬야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디트린데가 천천히 만족스러운 듯 숨을 내쉬며 잔을 놓았다.
"페르디난드님과의 약혼이 결정되었을 때는 우울했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긍정적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우울, 하셨나요?"
"네, 당연하지 않나요. 저는 아렌스바흐의 차기 아우브인 것이에요. 그런데도 아버님으로부터 배우자로 지정된 것이 나이 많은, 하위 에렌페스트의 신전에 들어 있던, 어머니도 없는 영주 후보생입니다. 실망하겠죠?"
울컥하기에 앞서 놀랐다. 나에게 페르디난드는 최우수를 계속 받은 우수한 영주 후보생으로, 문관, 기사, 영주 대리 등 뭐든지 잘하는 재주 좋은 매드 사이언티스트인데, 에렌페스트에서 어느 정도의 일을 해 왔는지 모르고, 귀족원 재학시절이 겹치지 않은 귀족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도 심한 상대로 보이는 모양이다.
……옆에서 보면, 페르디난드님이란 그렇게 보이는 거구나.
"실제로 만나, 상냥한 인품과 우수성에 조금 안심한 것입니다. 페르디난드님은 저를 위해서라면 무었이든 하겠다고 하셨으니까요."
……상냥한 인품은 아마 만들어 붙인 미소에서 오는 착각이 아닐까? 아니, 착각하게 놔두는 게 좋겠지만, 속고 있는 거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페르디난드의 우수성을 알게 되어, 결혼에 적극적으로 된 것 같으니, 나는 마음의 목소리를 접어두고, 페르디난드의 우수함을 어필한다.
"페르디난드님은 정말로 우수합니다. 귀족원에서도 많은 전설이 남아 있는걸요. 예를 들어……."
"네, 알고 있습니다. 어떤 분인지 정보를 모으고는 놀랐어요. 이것이라면 저의 배우자로 옆에 있어도 문제 없겠지요."
그 말투에 조금 울컥했다.
……페르디난드님은 대단한걸! 배우자로서 옆에 서는데, 디트린데님이야말로 문제는 없어?
그렇게 말하고 싶어진 것을 간신히 집어삼킨다. 오늘은 참는 것이 필수다.
내가 말을 삼키고 억지 웃음을 짓는 것을 샤를로테는 눈치챈 것 같다. 샤를로테가 조금 몸을 내밀며 화제를 바꾼다.
"약혼이 정해져서 우울한 기분이 되었다는 것은, 디트린데님은 마음에 두었던 분이 계셨던 건가요? 새로운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디트린데님께 멋진 사랑의 추억이 있으면 들어보고 싶어요."
샤를로테의 말에 디트린데가 몇번 눈을 깜박거렸다. 그리고 슬픈 듯이 짙은 녹색의 눈을 내리떴다.
"네, 물론입니다. 마음을 바치던 남성분도 계셨습니다만, 저는 차기 아우브니까요. 아버님이 정하신 상대와의 결혼이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멋진 분에게 얼마나 마음을 바치더라도, 어울리지 않는 상대와는 결혼할 수 없어요. 알면서도 저로부터 이별을 입에 담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헤어지는 것이 결정되며, 인연의 여신 리베스크힐페1를 원망한 것입니다."
연인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조금 아득한 시선으로 디트린데가 말했다. 이별의 말을 고한 것이 여름이라고 하니, 귀족원의 학생이 아닌 아렌스바흐의 귀족인 것 같다.
……디트린데님에게도 페르디난드님과의 약혼이 힘들었었구나.
귀족원에서는 디트린데와 관련된 소문 같은 것도 없었고, 에스코트 상대도 정해지지 않은 것 같아, 페르디난드와 약혼은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주위는 몰라도 당사자들에게는 서로 반길 수 없는 약혼을 했음을 알고,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나는 살짝 숨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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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날아오는 초대장.
가보면 미소가 경련할 것 같은 이야기.
부글부글하는 것이 커지고, 사교 시즌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디트린데의 디트린데에 의한 디트린데를 위한 다과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음은 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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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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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바빠서 늦었습니다~
며칠은 계속 바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명칭 수정이 있습니다.
! 폐서고 -> 폐가식 서고(閉架書庫)
Liebeskummer (사랑 앓이) + Hilfe (원조, 구제)
29화. 짜증의 다과회 후편
짜증의 다과회 후편
"그래서 저는 잃은 사랑을 위해서도 좋은 아우브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답니다."
그런 결의로 끝맺은 디트린데의 말에 약간 침울해하면서 나는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차기 아우브다는 말이 그렇게 자주 나온다는 것은 아우브·아렌스바흐의 상태는 상당히 좋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아우브·아렌스바흐의 건강은 어떠십니까? 페르디난드님께서 아렌스바흐행을 서두르게 되었기에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페르디난드의 약이 있으면 조금은 오래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령의 페르디난드에게 약의 작성을 맡기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페르디난드의 편지에서도 아우브의 상태는 언급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무사히 인계가 되어 있는지 걱정하던 부분이다.
나의 질문에 디트린데는 호, 하고 슬프게 한숨을 토했다.
"……결코 좋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서도 페르디난드님이 오신 것으로 인해 집무가 조금 안정된 부분에 대해선 안도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요."
이러한 다과회석상에서 양호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니, 상당히 나쁠 것이다. 에렌페스트에서는 페르디난드가 가면서 아우브의 용태가 좋지 않음을 알지만, 타령은 모르는 것이다. 적어도 귀족원에서는 소문이 되지 않았다.
"저도 가능하면 당장이라도 아렌스바흐로 돌아가고 싶습니다만, 차기 아우브로서 사교에 주력하도록 어머님에게 말씀을 들은 것입니다."
조금 상태가 안정되었다 하더라도 위독한 가족이 있다면 옆으로 달려가고 싶은 것이다. 그 마음을 억누르며 귀족원에서 강의를 듣고 사교에 힘쓰는 디트린데를 조금은 다시 보게 되었다. 나 같으면 최고 속도로 강의를 마치고 에렌페스트로 가, 방해가 된다고 해도 아버지의 머리맡에서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저는 졸업식에서 차기 아우브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열심히 하십시오."
"모두의 주목을 모으려면 에렌페스트의 협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협력 인가요?"
의미를 알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디트린데로서는 대단히 솔직하게 말했다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두 사람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세 명 모두가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을 이해한 듯, 분노한 듯한 목소리로 디트린데가 "그러니까요, 마석을 빛내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라고 말했다.
"봉납춤 연습에서 마석을 빛내면서 주목을 받지 않으셨잖습니까. 정말로 주목받기 좋아하는 분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눈길을 모으기엔 좋은 방법이니까요. 봉납춤에서 빛의 여신이 되는 저에게 필요한 것이지요?"
……응? 빛의 여신이 아니라 전구의 여신인데? 반짝반짝인데? 어떻게 봐도 이상해 보일 텐데? 나쁜 의미로 주목을 끌 거에요?
멍해져서 나는 디트린데를 보았다. 빌프리트도 샤를로테도 놀란 얼굴로 디트린데를 보고 있다.
"연습 때의 로제마인을 보고 있었다면 디트린데님도 알 수 있었겠지만, 좋게 보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졸업식의, 다른 아우브나 왕족이 많이 있는 장소에서 할 일이 아닙니다."
"저런, 빌프리트는 도와주지 않겠다는 건가요?"
과장해서 놀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놀라는 것은 이쪽이다. 진심으로 전구반짝반짝 봉납춤을 할 생각인 걸까.
"협력하고 않고의 문제가 아닙니다만……."
"어머, 로제마인님은 저에게 가르치고 싶지 않으신 거죠? 자신만 돋보이고 싶으니까."
짙은 녹색 눈으로 노려보고 있어, 나는 황급히 말을 덧붙인다.
"아뇨, 그런게 아니라……. 마석을 반짝이고 싶으면 마력을 넣기만 하면 되는걸요?"
"그런 말에는 속지 않습니다. 그만큼의 마석이 동시에 빛났으니, 뭔가 방법이 있었을 겁니다. 마석을 빛내기 위한 마술도구나 다른게 있는 거죠?"
……어? 그런 거 없는걸.
비녀의 훈색 마석이 모두 빛나고 있던 것을 예로 들며, 마력을 넣는 것 만으로는 그렇게 될 리가 없다며 디트린데가 열변을 토한다. 뭔가 다른데로 화제를 돌리거나 속이거나 해야 한다.
내가 고민하고 있자 샤를로테가 "디트린데님, 이건 비밀입니다만" 라고 목소리를 낮췄다. "역시 비밀이 있었네요" 라며 디트린데가 눈을 빛내며 몸을 내민다.
"사실은 언니는 당시 연습하던 날에 매우 몸이 좋지 않아서 맘대로 마력이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마석으로 마력이 흘러나가는 것을 막고 있었을 뿐이고, 빛나는 마술도구 같은 건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연습 후에 쓰러진 것은……."
"마력이 지나치게 빠져나갔기 때문이에요."
……거짓말은 하지 않았는데 거짓말 같다. 이것이 정말이라면, 나, 상당히 심각한 병에 걸린게 아닐까?
그래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디트린데는 의심스러운 얼굴로 나와 샤를로테을 쳐다본다. 빌프리트도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생각한 듯, 샤를로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몸이 조금 나아진 지금의 로제마인이 봉납춤 연습을 해도 마석을 빛낼 수는 없다. 그대가 어떻게든 해보고 싶다면 마석의 품질을 떨어뜨려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아 쫌! 빌프리트 오라버님! 전구 여신을 부추겨서 어쩌려는 건가요!?
나랑 샤를로테가 무심코 얼굴을 마주 보지만, 빌프리트는 자신의 이해 범위 내에서 뭔가 빛나게 할 방법이 없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섣불리 마력을 넣으면 금가루가 될 수도 있으나, 어느 정도는 반짝이기 쉬울 거라고 생각한다만……."
"멋진 생각이에요, 빌프리트."
……아아아아, 디트린데님이 진짜로 해버린다고!
"다소 품질을 낮춘다고는 해도, 마석을 여러개나 빛내는 것에는 상당한 마력이 필요합니다. 봉납춤에서 그런 마력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샤를로테가 어떻게든 포기시키려고 말을 꺼내지만, 디트린데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금가루가 되지 않을 정도의 품질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번 연습할 것이니 괜찮아요. 아, 그 졸업식에서 사용할 머리 장식을 보여주시겠나요?"
들뜬 디트린데의 목소리에 빌프리트의 근시가 재빠르게 움직인다. 여러가지로 확인을 한 뒤 디트린데의 근시 견습 마르티나가 받았다.
"전, 이번 상위 영지들만 모인 다과회에서 머리 장식을 선 보이려 합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장식하는 방법에 대해 디트린데님의 근시에게 가르쳐 드려야 하겠네요. 브륜힐데."
내가 이름을 부르자, 브륜힐데는 가볍게 끄덕이고 마르티나에게 장식의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에그란티느, 아돌피네 등의 몇몇 근시들에게 가르쳐 오던 브륀힐데는 익숙한 모습으로 설명한다.
"그나저나 로제마인님의 훈색 마석은 멋지네요. 저도 약혼자에게 부탁해 볼까요?"
"성결식이 끝난 뒤라면 들어 주실지도 모르겠네요."
"어머, 왜죠?"
디트린데가 눈을 깜박거려서,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공방이 없다는 것을 호소한다.
"성결식을 할 때까지는 객실에 체류하게 되어, 공방도, 소재도, 도구도 없는 상태에서는 어쩔 수 없을 겁니다. 페르디난드님에게 연구하기 위한 공방을 준비해 드리면……."
"그럼 어쩔 수 없네요."
훈색 마석의 장식을 원하면 당장이라도 공방을 준비해 주는 것이 좋다고 부추겨 봤지만, 긍정적인 대답을 받지 못했다. 유감이다.
"연구라고 하니, 아렌스바흐와의 공동연구는 어떤가요? 보고 정도는 하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얼마 전 프라우렘 선생님에게 두 번째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프라우렘 선생님은 이미 아렌스바흐에 보냈다고 말씀했는데, 영주 후보생인 디트린데님에게는 보고되지 않았나요?"
내가 샤를로테와 빌프리트에게 시선을 돌리자, 두 사람은 끄덕이면서, 두 번의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프라우렘과 만났던 것을 증언했다.
"저에게 보여주기에 앞서 아렌스바흐로 보내다니……."
"아무래도 페르디난드님에게도 첫 보고서가 도착하지 않은 듯 합니다. 설마 대영지인 아렌스바흐에 태만한 문관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가능하다면, 차기 아우브인 디트린데님께서 연유를 알아봐 주셨으면 합니다."
어쩌면 그냥 오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라고 말을 덧붙여자, 디트린데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시키겠습니다. 이번 공동연구는 페르디난드님의 제자로서 발표하는 것입니다. 약혼자의 평판은 저의 평판이 됩니다. 공동연구에서는 페르디난드님의 평판을 낮출 만한 일은 하지 마세요."
"페르디난드님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라이문트에게는 자주 편지나 보고서를 받고 있고, 페르디난드님의 합격을 받은 것만 발표하게 됩니다."
"네에, 그렇게 해 주세요."
……디트린데님의 말투는 짜증나지만, 이걸로 보고서 문제가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고, 자주 편지를 보낼 구실도 생겼으니, 결과적으로는 OK……이려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약속을 받을 수 있었던 내가 좀 만족해하고 있자, 빌프리트가 디트린데와 그 측근들의 모습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디트린데님, 숙부님은 레티시아님의 교육 담당자로서 아렌스바흐에 계신 것 같은데, 레티시아님과는 잘 하고 있는가? 그, 숙부님은 교육에 관해서 좀 까다로운 부분이 있으므로 걱정이다."
빌프리트의 말은 디트린데가 레티시아와 왕명의 관계를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다. 측근들 사이에선 약간 긴장이 드러났지만, 디트린데는 뺨에 손을 얹고 고개를 갸웃거렸을 뿐이었다.
"저는 레티시아와 그다지 교류가 없으니 레티시아의 모습은 모릅니다. 겨울의 사교계가 시작되자 바로 귀족원으로 이동하였고, 서한에 따르면 페르디난드님은 집무에 힘쓰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레티시아의 교육을 담당할 여유는 없는 게 아닐까요?"
레티시아와 교류가 없고, 교육 담당자로서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로 간 의미도 모르는 것 같다. 분명 디트린데는 자신이 중계역의 아우브 임을 모른다. 그것을 깨달은 듯한 빌프리트가 의아한 듯이 디트린데를 보았다.
"그보다 이쪽을 보세요. 여름에 아렌스바흐를 찾은 란체나베로부터 받은 것입니다만…….."
그 이후로도 계속 아렌스바흐의 자랑과 페르디난드의 자랑과 누군가의 자랑이 끝없이 이어져, "그런 그들 위에 서는 차기 아우브인 저" 라는 느낌의 말로 결론을 내는 시간이 이어졌다.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디트린데의 칭찬을 하며, 어떻게 해야 아렌스바흐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과 협력이었다.
일단 디트린데의 입에서 에렌페스트의 숙청에 관한 화제나 탐색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게오르기네와 디트린데 사이에서는 마치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분위기었고, 디트린데는 오로지 자신이 차기 아우브가 되는 것만 말하며, 다과회는 끝났다.
"…… 지치네요."
돌아와서 제일 먼저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그것이었다. 접대로 상대를 추켜세우는 것만이 요구되었던 다과회였다. 다른 영지의 사람이 없는, 그들의 다과회여서 에렌페스트는 완전히 아래 취급이며, 디트린데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는 다과회였다. 진심으로 지쳤다.
귀족원과 자령의 동급생들로부터 들은 것 같은 페르디난드 전설을 멋대로 자랑할 때에는, "페르디난드님은 아직 에렌페스트의 사람이니까!" 라고 말하고 싶어서 참기가 힘들었다.
"좀 더 에렌페스트의 정세에 대해 알고자 뭔가 탐색해 오지 않을까 하고 경계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렇지 않았네요."
"샤를로테, 디트린데님은 아무것도 모르시는 것 같았지만, 때때로 측근들 사이에서는 긴장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여러가지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내 말에 빌프리트가 안색을 흐리며 한숨을 토했다.
"남의 일인 것은 알고 있지만 디트린데님은 좀 걱정이 된다. 저렇게나 정보가 제한된 가운데, 차기 아우브가 되어도 괜찮은 걸까?"
"레티시아님이 성장할 때까지의 중계역이라, 그다지 정보를 주지 않도록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측근들의 모습으로 미루어 보면, 일부러 정보를 제한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아우브·아렌스바흐의 뜻인지, 게오르기네의 사주인지, 나는 모르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가 무섭다고 생각한다만……."
"그 근처는 아렌스바흐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고, 페르디난드님께 뭔가 불이익이 가는 것이 아닌 이상, 저희들이 참견할 일이 아니에요."
한숨을 섞어 그렇게 말하자, 빌프리트가 디트린데와 비슷한 암녹색의 눈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로제마인, 조금 말투가 차갑다. 그대는 디트린데님이 걱정되지 않는가?"
정보가 제한되어 있고, 주위에 조종당해 오점을 남기게 된 자신과 겹쳐 보인다고 빌프리트가 호소하지만, 오늘의 접대로 지친 나의 마음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별로" 라고 대답하지 않은 것 만으로도 잘 참았다고 생각한다.
"성인이 되기도 전에 차기 아우브라고 선언하고 있고, 몇명이나 되는 측근이 있는데도 디트린데님은 정보가 제한되고 있는 것이니, 그건 아렌스바흐가 그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디트린데님보다 디트린데님과 관련되어 연좌 처분을 당할지도 모르는 페르디난드님 쪽이 훨씬 걱정입니다."
"숙부님이라면 뭔가 할 것이다. 그만큼의 힘이 있다."
디트린데의 걱정은 해도, 페르디난드의 걱정은 하지 않는 빌프리트의 말에 울컥 화가 치밀었다.
"……신용할 수 있는 사람도 적고, 새로운 마술도구를 만들 여건도 되지 않고, 레티시아님까지 지켜야 하는 페르디난드님은 에렌페스트에 있을 때와 똑같지 않습니다. 저는 빌프리트 오라버님 쪽이 훨씬 차갑다고 생각합니다."
페르디난드와 관련되지만 않았으면 딱히 만날 일도 없는, 도움도 되지 않는 귀찮은 상대보다 지금까지 신세를 진 숙부의 걱정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나와 빌프리트가 서로 노려보고 있자, 샤를로테가 깊숙히 한숨을 토했다.
"오라버님도 언니도 걱정하고 있는 대상이 다를 뿐 아닌가요. 두분 다 차갑거나 하지 않아요. 그런 사소한 일로 대립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 아닌가요?"
"샤를로테……."
"그렇군. 미안하다."
동생에게 타일러진 나와 빌프리트는 서로 사과를 한 뒤, 근시가 내온 차를 마시며 마음 가라앉히고 오늘 다과회의 반성회를 한다.
"정보가 제한된 디트린데님이 화려하게 나서며, 그 뒷사정이랄까요, 게오르기네님의 계산과 행동이 철저하게 숨겨지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에렌페스트에 있어서는 손해네요."
디트린데의 자랑에 어울렸을 뿐, 아렌스바흐의 정보라는 의미에서는 변변한 수확이 없었던 것을 새삼 알게 되어, 피로가 커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종남매회의 피로가 풀리기에 앞서, 중·하위 영지가 모이는 다과회에도 참석하기로 되어 있어서, 나는 우울함을 웃음으로 감추고 참석한다.
과자를 주고받을 때 추켜세워지며, 이번에도 레시피를 알고싶다고 해서 단켈페르가의 다과회에서는 특산품인 로우레를 넣은 카트르 카르가 개발된 것을 알려주었다.
"영지의 특산품을 사용한……것인가요? 그것은 멋지네요. 당장 요리사에게 만들게 해보겠습니다."
"로제마인님은 단켈페르가와 정말 사이가 좋네요. 공동연구도 하는 것 같고……."
"임멜딩크는 공동연구에 참여하겠다고 제의했지만 거절되었습니다. 도움이 되길 바랬습니다만……."
대영지와 깊은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공동연구는 어느 영지라도 흥미가 있는 것 같다. 하위 영지들만의 다과회와는 달리, 양부님들의 험담을 듣는 것 보다야 좀 낫지만, 공동연구에 참가하지 못한 것을 너도나도 말하기 시작해도 곤란하다.
"다음에는 함께 할 수 있는 연구가 있으면 좋겠네요."
웃는 얼굴로 공동연구의 이야기를 중단하고, 에렌페스트의 책을 추천했다. 이 자리에는 이미 샤를로테에게 빌린 신작을 읽고 있는 사람도 있다.
"요스브렌나의 류르라디에게 샤를로테에게서 책을 빌렸다고 듣었습니다. 이미 읽으셨나요?"
"네, 제가 빌렸습니다. 작년에 읽은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가 너무나 즐거웠으므로, 올해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10위인 요스브렌나의 영주 후보생의 대리로서 다과회에 참석하고 있는 상급 귀족의 류르라디가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모두의 의식이 사랑 이야기로 넘어간 것에 안도하고 있자, 류르라디가 설레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로제마인님은 약혼자 빌프리트님과 어떤 사랑을 하시고 계신가요? 이야기처럼 멋진 사랑을 하고 계시겠지요?"
주위에서 기대의 눈으로 쳐다봐져서, 나는 말이 막혔다.
"……저와 빌프리트 오라버님 사이에 있는 것은 가족적인 감정이고, 이야기가 될 수 있을만한 것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결혼해서 가족이 되는 것이니, 평온한 것도 중요하겠죠? 저의 어머님은 이야기에는 산도 골짜기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인생은 평온한 것이 제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으로 관심의 시선이 사라질까 했더니, 류르라디는 더욱 달려들어왔다.
"어머, 그런 머리 장식까지 받고 계신데, 이야기가 될 만한 사랑이 없다는 말씀인가요?"
"멋진 머리 장식인걸요? 훈색 마석이 그만큼이나 있는 것입니다. 애정의 크기가 눈에 보이지 않습니까."
졸업식에 머리 장식을 주는 것이 왕족이나 상위 영지에서 유행하고 있어, 중위나 하위의 영지 사람들에게는 머리 장식은 애인에게 선물받는 동경의 물건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건 처음 알았어. 받은 머리 장식의 호화로움으로 애정을 재다니……. 약혼자인 빌프리트가 아니라 후견인인 페르디난드님에게 받았다는 건 절대로 말 못 하겠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한 것과 엇갈리지 않도록, 나는 훈색 마석의 비녀를 보호자 모두에게서 받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소녀의 환상을 깨는 행위이지만, 디자인한 것이 페르디난드임을 퍼뜨려 두지 않으면, 디트린데가 머리 장식으로 실패했을 때에 큰일이다.
"이 머리 장식은 보호자들이 훈색 마석을 준비하고, 후견인의 페르디난드님이 디자인하고,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선물해준 것입니다. 결코 빌프리트 오라버님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런 물건을 선물 받을 정도로 아끼면서도 로제마인님을 신전에 넣었다니, 믿을 수 없어요. 그렇게 아우브를 감싸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완전히 양부님은 악당 취급되고 있다. 정정하기에도 조금 피곤했다.
"타령의 신전이 어떤 곳인지는 모릅니다만, 에렌페스트에서는 제례식을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테도 신전에 출입하고 있고, 아우브도 신전을 찾고 계십니다."
"에렌페스트의 영주 가문이 신전을 찾고 있다니, 믿을 수 없어요. 그런 추접한 짓을……."
……어쩐지 생각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 같다.
"신전에서는 봉납식을 실시합니다. 기베에게 배포하는 소성배와 직할지를 채우기 위한 성배가 마력으로 충족되지 않으면 수확량은 늘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청색 신관이나 무녀가 중앙 신전으로 이동해간 에렌페스트의 신전에는 마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그것을 영주 후보생들이 보충하고 있을 뿐입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테도 기원식과 수확제를 위해 농촌을 돌고 있습니다, 라고 덧붙인다.
"수확량이 적어 힘든 것이라면, 영주 후보생부터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신전과 농촌으로 가다니, 그런 건……."
혐오감을 드러내는 표정에 똑같은 미소로 반복하는 것이 점점 한심스러워졌다. 제례식의 어려움과 중요함도 모르고 불평만 해대는 것이 성가시다.
마력의 취급이 익숙하지 않을 때부터 필사적으로 나를 대신하라고 노력해온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의 고생도 전혀 들어줄 생각을 안 하기에 화도 난다.
"저기, 로제마인님. 전, 신전의 이야기보다 공동연구의 얘기를 하고 싶어요. 대영지와는 어떻게 연구하고 계신가요?"
임멜딩크의 영주 후보생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는 가볍게 어깨를 움츠린다.
"단켈페르가와의 연구는 여러분이 꺼리시는 제례식에 대한 검증입니다만, 정말 듣고 싶으신가요?"
"신전이 아니라 귀족원에서 실시하는 제례식이라면 그다지 기피감은 없습니다. 가호를 얻는 의식도 실기에서 하고 있고……."
……아, 그래. 신전이 아니면 되는구나?
임멜딩크의 영주 후보생에게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던 나의 머리에 한 가지 묘안이 번뜩였다.
……그래. 좋은게 생각났다.
"단켈페르가와 공동연구를 하는 과정에 에렌페스트의 제례식을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단켈페르가의 허가가 있다면의 이야기입니다만, 괜찮으시면 참가하시겠나요?"
"어머, 함께 해주시는 건가요?"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끝도없이 이야기해오던 임멜딩크의 영주 후보생은 화악 빛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로제마인님은 정말 상냥하시네요" 라고 말하며, 샤를로테에게는 아무리 얘기해도 허사였다고 푸념한다.
"임멜딩크가 허용된다면 저도 참가하고 싶습니다."
"남성분이라도 참가할 수 있다면, 영주 후보생에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기, 요스브렌나에는 영주 후보생이 없으니, 대신 제가 참가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모두가 앞다투어 허가를 청하는 모습에, 나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공동연구에 이름을 올릴 수만 있으면 제례식에 참여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 모양이다.
"단켈페르가의 허가가 있다면의 이야기입니다. 저도 이야기해 두긴 하겠습니다만, 여러분께서도 꼭 단켈페르가에 부탁해 보세요. 열의가 전해지면 허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성과 인해전술로 왕의 허가를 따내, 페르디난드를 아렌스바흐로 보낸 단켈페르가라면, 분명 그녀들의 열의도 받아 줄 것이다. 나 한 사람이 부탁하는 것보다도 확실하다. 모두를 제례식에 끌어들이면 된다.
……아, 왕족에게도 허가를 받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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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린데는 절호조로 다과회를 끝냈습니다.
로제마인은 피곤해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태로 참석한 다과회는 부글부글 MAX였기 때문에 좋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다음은 사소한 흉계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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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근시 여러분? 어디 계신가요? 마인이가 폭주하고 있습니다만?
뭐, 다과회에서 샤를로테를 마인이와 떨어뜨려 놓은 것부터가 치명적인 실수였던 것 같지만요.....
아. 그리고 류르라디의 이름이, 'Ruhrung' 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거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아시는 분...???
30화. 사소한 흉계
사소한 흉계
"공주님, 무슨 생각이신지 차분히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타령의 영주 후보생을 제례식에 참여시키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요? 저희들은 아무 것도 못 들었습니다!"
기숙사로 돌아왔더니, 리할다가 우뚝 서 있었다. 허리에 손을 얹고 눈 꼬리를 올리고 있는 모습에서, 설교가 시작되리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단켈페르가의 허가가 있다면의 이야기인데요?"
"단켈페르가의 허가가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큰일을 한 마디 상의도 없이 하시는 것에 대해 할 말이 있는 것입니다."
"귀족원에서 행해지는 연구에 대한 것은 학생의 영역이니, 딱히 상담을 할 필요는 없다고 아우브가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리할다의 말에 나는 살풋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딘가 인식이 어긋나 있는 것 같다. 내 말에 리할다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공주님의 경우는 보고하는 것이 좋습니다만, 그것뿐만이 아니라 공주님의 보조를 하기 위해 움직이는 측근과의 상담을 말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공주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려는지는 미리 이야기해 주세요."
"단켈페르가와의 공동연구로 제례식을 하게 된다는 것은 이미 이야기해 두었던 내용이 아닌가요. 저는 다른 분들도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싶어하시기에 제안했을 뿐입니다. 하는 일은 똑같은걸요?"
뭐라 하더라도 제례식을 하는 것은 결정 사항이었을 것이다. 내 말에 리할다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씀으로 저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까지는 공주님 홀로 하시는 제례식이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타령의 영주 후보생을 참여시키기로 결정하신 것은 어째인가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측근들은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고, 누구 하나 리할다의 추궁을 제지하지 않는다. 나는 무웃 하고 한 번 입술을 내밀어 불만을 표현하고는, 짐짓 방긋거리는 웃는 얼굴을 만들었다.
"딱히, 다과회 때마다 양부님에 대한 비난이나 듣고, 너무나도 제례식이 무시되고 있고, 무슨 말을 해도 전혀 들을 생각을 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자기네들의 이익을 바라는 중소 영지에 대한 대응이 귀찮았기 때문이 아니랍니다."
"……꽤나 화를 내시네요."
리할다는 작게 숨을 토하고는 "공주님도 감정을 감추는 것이 능숙하게 되셨네요" 라고 말한 뒤, 곤란한 듯이 "이번에는 능숙하게 감정을 발산하는 것을 익혀주셨으면 합니다" 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공주님. 제례식이라고는 해도, 무엇을 할 계획이신가요?"
"단켈페르가가 다른 분들의 참여를 허가한다면, 귀족원에서 봉납식을 실시하려 합니다."
"봉납식인가요? 항상 이 시기에 신전에서 하고 있던 제례식이죠?"
할트무트들이 준비하던 것을 떠올리며 피리네가 볼에 손을 댄다.
"네. 에렌페스트에서 제가 항상 하고 있는 제례식을 단켈페르가에 보인다면, 봉납식 이상으로 걸맞는 것이 없겠죠? 저 하나의 마력으로는 성배를 채우기 어려우므로, 단켈페르가에 어떤 의식을 보일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만, 많은 협력자가 있으면 쉽게 성배를 채울 수 있습니다."
"……저, 로제마인님. 그것은 타령의 영주 후보생에게서 마력을 빼앗겠다는 것이 아닌가요?"
그레티아가 조심스럽게 그렇게 물었다. 다른 측근들이 휙 안색을 바꾼다. 나는 그레티아를 바라보며 후훗 웃었다.
"어머, 싫다. 그레티아는 그런 나쁜 말은 삼가해 주세요. 저는 전혀 강제하거나 하지 않았는걸요. 모두들, 단켈페르가에 참가를 부탁할 정도로 열심인, 선의의 협력자인 것이에요. 자발적으로 마력을 봉납해 주시는 것이니, 그런 말투는 실례죠? 게다가 협력적인 영주 후보생이 많은 것에, 분명 왕족 분들도 기뻐해 주시겠지요."
하고 싶은 사람만 참가하는 것이다. 나는 강제하지 않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애초에 신청하지 않으면 된다.
"저, 로제마인님. 어째서 왕족이 관련되는 것인가요?"
아주 불길한 말을 들었다는 듯, 라우렌츠가 질문한다. 테오도르가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다는 듯이 끄덕끄덕 수긍하는 것을 보면, 테오도르도 왕족은 약한 것 같다.
"귀족원의 제단을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니, 왕족의 허가가 필요하겠죠? 그리고 자율적으로 참가한다고는 해도, 작금의 마력 부족의 사태에, 봉납된 모두의 마력을 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봉납된 마력은 왕족에게 드려 효과적으로 이용하려 합니다."
많은 영주 후보생들이 마력을 봉납하면 마력이 부족해 고생하고 있는 왕족은 분명히 기뻐할 것이다. 그리고 왕족에게 감사의 한마디라도 들으면, 그들은 아무런 불평도 할 수 없다.
내 말을 음미듯이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던 마티아스가 "음" 하며 조용히 푸른 눈을 향해 왔다.
"그동안 공동연구에 타령이 참여하는 것을 거절해 오던 단켈페르가에서 허가를 주는 것은 가능할까요?"
간단히 태도를 바꾸는 것은 상위 영지에 있어선 힘들 것입니다, 라는 마티아스의 지적에, 나는 히죽 입꼬리를 올렸다.
"참가 희망자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단켈페르가와의 딧타를 내걸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면 분명 기뻐하며 받아들일 겁니다. 의식의 검증도 하고 싶을 것이고, 딧타를 하고 싶다고 열망하고 있었으니까요."
"선의의 참가자를 단켈페르가의 제물로 하는 것인가요……."
아연실색한 얼굴로 마티아스가 말했다..
"마티아스도 그런 나쁜 말을……. 참가하고 싶어 어쩔 수 없어하는 사람들이 단켈페르가에 대해 열의를 보일 뿐인 이야기가 아닌가요? 저는 딱히, 그렇게 하면 에렌페스트가 의식의 검증이나 딧타에 어울릴 필요가 없어질 테니, 부담이 줄어서 잘됐다, 라는 건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단켈페르가의 의식의 검증도 도와주시다니, 정말로 충실한 협력자가 아닌가요? 저는 로제마인님의 생각을 지지합니다."
레오노레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마티아스도 가볍게 숨을 내쉬며 "확실히 몇번이나 단켈페르가의 검증에 동원되는 것은 곤란합니다" 라고 중얼거린다.
대영지여서 인원이 많은 단켈페르가와 딧타을 하려면 에렌페스트는 기사 견습 전원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 번이면 몰라도, 조건을 바꿔서 몇번이라도 할 듯한 검증에 어울리기는 어렵다.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의 호위기사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켈페르가도 의식의 검증과 딧타를 할 수 있고, 저는 제례식에 필요한 인원을 모을 수 있고, 왕족은 모인 마력을 사용할 수 있고, 중소 영지는 공동연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뭐, 조금 정도는, 단켈페르가는 모두의 대응에 쫓겨서 바빠지고, 왕족도 대응으로 힘들고, 참가자는 강의 이외에서 많은 마력을 쓰게 되지만, 모두에게 이점이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방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측근들은 뭐라고도 할 수 없는 얼굴이 되었다. 찬성인지 반대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얼굴이다.
"그 제안에 로제마인님의 이점은 있는 것인가요? 주위 모두의 이점을 예로 드셨습니다만, 로제마인님의 이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에렌페스트가 딧타에 어울릴 필요가 없어지는 것 만으로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비밀입니다. 일단은, 왕족이 허락하시면 저도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만 대답해 두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단켈페르가와 힐데브란트에게 편지를 썼다. 힐데브란트로 한 것은 귀족 원내의 시설을 사용하기에, 아나스타지우스보다 허가를 받기 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켈페르가와의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 것, 에렌페스트의 의식인 봉납식을 보이기 위해서는 참가하는 학생의 수가 많은 것이 좋은 것, 딧타를 하면 허가하겠다고 하면 단켈페르가에 있어서도 이점이 있는 것, 봉납식에서 얻은 마력은 왕족에 양도하겠다는 것, 제단이 있는 제일 안쪽 방을 의식에서 사용하고 싶다는 것을 쓰고 바로 전달을 부탁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내일 오후에 나의 이궁으로 오라."
……힐데브란트 왕자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어째선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서 답장이 왔다. 이해가 안 된다.
나는 또다시 아나스타지우스의 이궁으로 호출되어버렸다. 제단을 빌리고 싶다는 이야기일 뿐이니 대수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궁으로 향하자, 아나스타지우스의 이궁에는 한넬로레와 그 측근들과 두 명의 사감도 불려와 있었다. 학생의 영역인 공동연구의 이야기인데, 뭔가 중요하게 된 것 같다.
"자, 로제마인. 도대체 무엇을 할 생각인지, 숨기지 말고 말해라."
상당히 경계하고 있는 듯한 아나스타지우스에게 노려봐지며, 나는 공동연구의 개요와 차후 진행할 에렌페스트의 의식에 대한 것을 말했다. 측근들에게 말한 것과 같이 왕족의 이점도 제대로 강조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아나스타지우스는 이마를 누르고 나와 한넬로레를 번갈아본다.
"……어째서 그대들은 큰일을 벌리는 것인가."
"그대들이라는 것은 무슨 말인가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한넬로레가 수줍게 고개를 숙인다.
"단켈페르가가 그, 조금 소동을 일으켜서 폐를 끼쳐버린 것입니다."
단켈페르가가 의식의 검증을 실시하며 빛의 기둥이 솟아올랐고, 꽤 많은 문의가 왕족에게 향한 것 같다. 하지만, 빛의 기둥이 솟아오른 의식은 전날 내가 단켈페르가의 의식을 흉내내며 솟아올랐던 것이 아닐까.
"……그것은 제 탓이 아닐까요?"
"아니요. 로제마인님을 흉내내서 마력을 봉납하며 의식을 해 보거나, 창 모양을 바꿀 수 없을지 시도해본 결과, 단켈페르가의 기숙사에서 빛의 기둥이 솟아오른 것이니, 전적으로 단켈페르가 때문입니다."
기숙사와 인접한 훈련장에서 의식을 하고, 두 팀으로 나누어 딧타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정말로 대영지의 여유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이다.
……역시 단켈페르가. 강해지기 위해선 수고도 마력도 아끼지 않네.
"어제는 갑자기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싶다고 호소하는 영지가 늘어나는 바람에 놀라, 대응에 쫓겼습니다만……."
사감인 루펜은 그렇게 말한 뒤, 만면에 미소를 띄웠다.
"딧타 이야기와 진짜 축복을 얻는 의식으로 모두의 딧타열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딧타를 할 상대까지 만들어 주시다니, 역시 로제마인님이시군요. 기숙사 내에서는 평판이 부쩍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젯밤에는 대축제였습니다."
……그런 평판은 필요 없었어.
조금 단켈페르가가 바빠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가 보낸 편지를 읽은 직후부터 참가자를 환영하며 딧타의 접수를 하게 되었기 때문에, 단켈페르가에는 아무런 대미지도 없었다. 오히려 다양한 영지에 "딧타을 하고 의식에 참석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말을 걸기로 했다는 것 같다.
"의식으로 신들의 축복을 얻어 싸운다면, 몇몇 영지의 합동 팀 대 단켈페르가로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신들의 축복을 얻는 모습을 보이이면, 그들도 향후 진지하게 제례식을 하게 되겠죠."
"흠."
"적들도 강하지 않으면, 단켈페르가는 불타오르지 못하는 거죠?"
"그렇습니다!"
루펜이 잔뜩 기합이 들어가 있고, 실제로 축복을 얻는 모습을 보면, 기사 견습들도 진지하게 의식을 치르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에게 "앞으로는 단켈페르가를 본받아서 자력으로 축복을 얻어주세요" 라고 말했던 때와 똑같이.
루펜과의 이야기가 일단락 지어지자, 한넬로레가 우물쭈물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단켈페르가에는 이점이 있으므로 참가 허가를 내어 드리는 것은 상관 없습니다만, 공동연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닐까요? 그럴 정도의 기여도는 아니라고 오라버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단켈페르가와의 딧타와 봉납식의 참가를 받으니 나로서는 충분한 공헌이라고 생각하지만, 단켈페르가에게는 기여도가 낮은 것 같다.
……의식을 치르는 이상, 딧타는 의무라는 지방 풍습이니까.
공동연구의 공헌에는 부족하다는 단켈페르가와 공동연구에 이름을 남기고 싶은 타령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제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나는 "의식에 참석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권유했을 뿐, "공동연구에 이름을 올려드리겠습니다" 라고 약속한 것은 아니다. 그쪽이 지례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조금 생각하고, 팟 하고 검지를 세우며 방긋 웃었다.
"그럼, 연구의 끝에 협력자로 이름을 나열하는 것은 어떨까요? 청취 조사에 협력해준 기사 견습, 그리고 의식에 협력해준 영주 후보생이나 상급 귀족의 이름만 올리고, 공동연구는 어디까지나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만의 것으로 하면, 단켈페르가도, 앞으로 참가하시는 모두도 납득하시겠죠?"
"……네, 네에. 그렇다면 괜찮습니다. 오라버님도 납득하시겠죠."
한넬로레가 잠시 나를 쳐다본 후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의식은 레스티라우트님이 강의를 마친 후가 되므로, 열심히 해주십시오, 라고 전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곧 끝날 것 같아요. 로제마인님을 놀래키려고 벼르고 있었으니까요."
한넬로레가 쓴웃음을 지으며 엄청난 속도로 강의를 마치는 레스티라우트의 모습에 대해 말했다. 최종학년인데도 지난해와 같은 시기에 모든 강의를 끝낼 수 있을 모양이다. 예상 이상의 반격에 솔직히 놀랐다.
"……놀랐습니다. 그럼, 참가 신청자들과의 딧타가 끝나고 참가자가 확정되면 알려주세요."
내 말에 "맡기주세요!" 라고 대답한 것은 루펜이다. 나와 한넬로레는 힐끗 루펜을 보고 동시에 가볍게 어깨를 움츠렸다.
"로제마인."
어흠, 하고 아나스타지우스가 헛기침했다.
"무엇인가요?"
"그대가 요청한 제단의 방을 사용하는 문제다만……."
"네"
"그 제단은 중앙 신전의 관할이다."
그러고 보니, 영주 회의 때 하는 성결식과 귀족원의 성년식은 중앙 신전의 담당이었다.
"이곳의 신구를 사용하려면 중앙 신전의 허가와 주재가 필요하다만, 그들은 지금 바쁘다고 한다."
"봉납식의 시기입니다."
다양한 영지에서 마력이 많은 청색 신관이나 무녀를 모아왔으니까 에렌페스트만큼 힘들지는 않겠지만, 애초에 소성배의 수가 다를 가능성도 있다.
"그럼, 에렌페스트에서 제례식에 필요한 물건을 가져와, 제단이 있는 방을 빌려도 될까요? 모두에게 신에게 기도하는 것에 대해 알려주고 싶습니다."
"……제단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좋다."
"감사합니다."
아나스타지우스의 허가에 감사를 표하다가, 나는 문득 깨달았다.
"저, 저기, 제단을 건드리지 못하면 마력을 봉납하기 위한 성배를 내리지도 못하죠? 어쩌죠? 성배를 내리는 것만이라면 허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마력을 흘리기 위한 깔개는 에렌페스트에서 가져올 수 있지만, 성배를 내리지 않으면 봉납된 마력을 모을 수가 없다.
"아니. 아무래도 안 된다면 방법이 없겠군."
"제 슈타프로 만들면 성배는 준비할 수 있긴 합니다만……."
"만들수 있는가?"
크게 눈을 뜬 아나스타지우스에게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얼마 전, 세 개의 열쇠가 필요한 서고에서 발견한 주문이 있기 때문에, 성배는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저의 성배를 중앙으로 갖고 가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러니 왕족의 슈타프로 성배를 만들거나, 아니면 모두의 마력을 가져가기 위한 빈 마석을 많이 준비해야 합니다."
왕족이 슈타프로 성배를 만들 수 있으면 이야기는 빠르지만, 신구는 자주 접하면서 마력을 흘려보지 않으면 만들 수 없다. 제단에 접촉할 수 없으면, 성배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고, 유지하는 데도 상당한 마력이 필요하다. 왕족에게 쓸데없이 마력을 사용할 여유는 없을 것이다.
빈 마석을 준비해, 에렌페스트에서 내가 잠겨 있는 유레베에에서 마력을 얻어갔던 것처럼, 성배에 마석을 담그는 것이 마력을 운반하기에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제안에 아나스타지우스가 하아 하고 지친 듯한 한숨을 토했다. 중앙 신전의 협조를 얻지 못하니, 대량의 마력을 손에 넣을 수 있을 듯한 상황을 단념할 수 밖에 없다며, 왕족들 사이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신구를 빌리지 못하니 성배를 스스로 만들거나, 성배로부터 빈 마석으로 마력을 옮겨서 나른다거나, 그대는 대단히 묘한 방법을 많이 알고 있군."
"스승의 가르침이 좋았습니다."
후훗 하고 웃자, 아나스타지우스가 이마를 눌렀다.
"그대가 귀족원에서 봉납식을 하고, 그렇게 모인 마력을 왕족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솔직히 정말 큰 도움이 된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저도 기쁩니다. 가능하면 왕족들도 봉납식에 참가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그것은 가능할까요?"
"우리도 참가, 라고?"
깜짝 놀라 눈을 뜨는 아나스타지우스에게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왕족이 솔선해서 참가하면 참가자들이 "역시 그만둘래" 라고는 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신들의 가호를 필요로 하는 왕족은 진지하게 기도할 기회를 가지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중앙 신전과는 거리가 있으니, 왕족은 진짜 제례식을 경험한 적이 없지 않으신가요? 함께 기도를 바치면 마력은 흐르기 쉬워지고, 기원도 미치기 쉽게 될테니, 함께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물론 거절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생각해 보겠다."
이렇게 의식을 위한 사전 작업을 마친 나는 힐쉬르에게 "연구의 방해는 하지 마세요" 라고 혼난 뒤, 기숙사로 돌아와 에렌페스트에 연락을 넣었다.
공동연구에서 왕족을 포함한 봉납식을 귀족원에서 하게 된 경위를 보고하고, 신전의 봉납식이 끝나면, 마력을 흘리기 위한 깔개, 신들에 대한 공물, 나의 신전장의 의식용 의상,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의 의식용 의상 등 봉납식에 필요한 물건을 보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나와 샤를로테도 귀족원의 봉납식에 참석하는가?"
"네. 모두 함께 의식을 치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묘한 소문을 지우기엔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닐까요. 봉납식은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담는 것과 같습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테라면 처음이라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나쁜 소문을 몰아내기 위해, 평소에도 하는 일이라는 듯한 얼굴을 해 주세요, 라고 하자, 둘 다 감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로제마인님, 에렌페스트에서 답장이 왔습니다."
그 답장에는 너무나도 커져버린 의식에 양모님이 기겁한 것과, 왕족을 끌어들인 이상은 절대로 성공하라는 것 등이 양부님의 글씨로 쓰여 있었다. 봉납식에 필요한 일체의 물건들은 제대로 보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클라릿사의 보고서를 읽은 모양인지, 할트무트의 "어째서, 저는 졸업해버린 것입니까" 라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듯한 편지도 함께 들어 있었다. 원한이 어려 있다고 할까, 필압이나 살짝 일그러져 있는 필체가 상당히 무섭다.
"……이것은 에렌페스트로 돌아갔을 때가 무섭네요. 할트무트가 너무나도 귀찮게 되어 있을 듯한 느낌이 듭니다."
레오노레가 진지한 얼굴로 그런 말을 중얼거렸기에, 나는 가호를 얻는 의식을 에렌페스트에 남아 있는 성인이 된 측근들을 대상으로 다시 시작하게 되므로, 조금이라도 많은 가호가 얻을 수 있도록, 매일 기도와 신들의 이름의 복습을 해 두라고, 할트무트가 할 일을 썼다. 뭔가 할 일이 있으면 조금은 마음이 복잡할 것이다.
이걸로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유디트가 "으음"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만으로는 할트무트는 금방 달성해버립니다. 안젤리카에게 신들의 이름을 외우게 하라는 명령도 넣어 두면 어떨까요? 겨울 동안은 그것에 매달리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디트 그럼 다무엘의 부담이 증가할 뿐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조금 창백해진 피리네의 말에 유디트가 "아" 하고 작게 소리를 내고는 방긋 웃었다.
"다무엘이라면 괜찮아요, 분명."
"아아아, 안 돼요!"
피리네와 유디트의 대화를 보며, 우리 측근들은 사이가 좋네, 라고 나는 오랜만에 훈훈한 기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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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마인이 좋을 것을 생각해 내면, 대개는 큰일이 됩니다.
왕족까지 포함한 봉납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모두에게 이점이 있습니다. 불만이 없는 것은 단켈페르가 뿐입니다만.
다음은 귀족원에서 봉납식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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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후후... 마인이의 활약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네 편은 5부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아, 그리고 '가장 안쪽의 방(最奥の間)' <- 이거 어떻게 번역해야 하나요....?
31화. 의식의 준비
의식의 준비
귀족원의 제단 앞에서 봉납식을 하는 것은 정해졌지만,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레스티라우트의 강의와 에렌페스트의 봉납식이 끝나야 한다. 그 사이에 타령을 권유한 단켈페르가가 딧타를 하고, 참가자를 선별하게 된다.
"뮤리에라, 같은 의식을 행할 때에 마력의 차이가 너무 나게 되면 적은 사람에게 부담이 크니, 참가자는 상급 귀족이나 영주 후보생으로 제한해 주세요. 그리고 마력 압축을 배우지 않은 1학년도 참여할 수 없다고 올도난츠로 단켈페르가에게 전해 주세요."
나의 마력이 들어 있는 마석을 가지고 의식을 하던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도 익숙해지기까지는 힘들었고, 타령에서는 귀족원에서 마력 압축을 배우고 난 이후부터 초석의 마술에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초심자 전원에게 어른의 보조를 할 수 없는 이상, 전혀 공급한 적이 없는 사람은 위험하다.
"로제마인님, 올도난츠가 돌아 왔습니다. 참가 기준은 승낙하셨습니다. 단켈페르가에서는 딧타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중소 영지가 합동 팀을 짜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중소 영지 여러분, 명복을 빕니다.
마음 속으로 살며시 손을 맞추면서 나는 빌린 책에 손을 가져간다.
"이쪽의 준비는 신전의 봉납식이 끝난 다음이네요. 천천히 책을 읽으면서 기다리도록 할까요."
나는 타령에서 빌린 책을 읽거나 힐쉬르의 연구실을 가거나 하며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다과회에도 나갔지만, 기본적으론 참가 조건인 딧타에 대한 푸념이 화제의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내가 속도를 겨루는 딧타로 도망친 것이 상당히 분했는지, 보물 훔치기 딧타을 하게 한 것 같다. 강의에서 배우고는 있어도, 실기에서는 연습한 적 없는 보물 훔치다 딧타여서, 합동팀을 짰는데도 철저하게 박살났다고 한다. 회복약이 몇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하는 불평에 나는 작게 웃었다.
"단켈페르가와의 공동연구에는 딧타가 필수라는 것 같아요. 에렌페스트도 이전에 실시했었답니다."
……보물 훔치기 딧타를 한 것은 1학년 때였지만. 거짓말은 안 했어요. 응.
양부님에 대한 나쁜 소문이 아니라 공동연구나 단켈페르가의 딧타에 대한 화제로 일관하는 다과회는 정신적 부담도 적고, 나는 처음으로 단켈페르가의 딧타 사랑에 감사했다.
그 외에는 드레반히엘과 공동연구하는 문관 견습들로부터 경과 보고도 있었다. 군돌프가 꽤나 열심히 연구하고 있고, 각각의 마목의 특징을 더욱 살리기 위해서 종이를 소재로 여러가지로 조합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감합지로 사용하는 난세브지는 움직임이 빨라지거나, 이전보다 거리가 있어도 움직임을 보이는 등, 약간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성능이 오르긴 했습니다만, 도서관의 책을 이동시키는 데 쓰고 싶으니, 책의 무게를 견딜 정도까지 성능을 올려주세요. 최종적으로는 마법진을 짜넣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가능한한 소재의 품질을 올려두고 싶습니다."
에이폰지는 악보를 쓰고, 마석을 미끄러뜨리면 오르골처럼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데, 아직 연구의 여지가 있어보인다.
"마석을 미끄러뜨려 음을 연주할 수 있다면, 악기와 붙여서 자동 연주를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네요."
우라노 시대에 들어 본 적 있는 자동 연주용 롤지를 세트한 파이프 오르간의 음색을 머리에 떠올린다. 그것은 너무 멋졌다.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을 뿐이었지만, 마리안네는 확실히 듣고 있었다.
"군돌프 선생님에게 제안해 보세요. 에렌페스트는 재미있는 발상이 적다고 꾸지람을 받던 참이었습니다."
"……마리안네 본인이 아니라 저의 착안점으로 좋다면."
연구에 힘을 다하는 드레반히엘의 문신 견습들과 함께 연구하기엔 에렌페스트의 문신 견습들은 아직 좀 실력 부족인 것 같다.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문관 견습들은 조금 자신감을 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귀족원을 졸업해 에렌페스트로 돌아가게 되면, 드레반히엘과의 공동연구만큼 수준 높은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주위의 수준이나 질책 등 마음에 걸리는 것은 있겠지만, 낙심 말고 연구를 계속하세요."
"송구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클라릿사로부터 레스티라우트의 강의가 끝났다는 보고와 설문의 집계 결과가 배달되었다. 단켈페르가에서는 수행문관이나 수행근시 중에 가호를 받은 자가 많은 것 같다.
"뭐랄까, 딧타를 위해 존재하며, 딧타과 함께 번영해 온 영지인 것 같네요."
피리네의 감상에 나는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과회에서의 이야기에 따르면, 지금도 딧타 승부로 기사 견습들이 뭉쳐 있는 것 같습니다. 단켈페르가만 쌩쌩하고 타령은 녹초가 되어 끝나는 모양이지만요."
"눈에 선하네요. 그리고, 이쪽은 의식의 참가자의 명단입니다. 보세요."
피리네에게서 목패를 받고 훑어본다. 제례식 참가가 결정된 영지와 참가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 과반수의 영지가 참여하고 있고, 대영지와 소영지에서는 참가 인원 수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략 세명에서 여덟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학생 참가자만 해도 60명을 넘을 것 같다.
"대영지도 참여하는군요."
"공동연구에 참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신들의 가호를 늘리는 연구는 영지 대항전에서 모두의 관심이 가장 많이 몰릴테니까요."
공개적으로 참가할 기회를 살리겠다는 모양이다. 클라센부르크, 드레반히엘, 아렌스바흐의 이름이 있다. 드레반히엘에서는 영주 후보생들이 전원 참가하는 모양인데, 아렌스바흐는 영주 후보생인 디트린데가 아니라 문관 견습이 참석할 예정이다.
"……어라? 다과회에서 그렇게나 참가하고 싶다고 했는데 임멜딩크의 이름이 없네요."
"중소 영지에서는 딧타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는 영지가 적으니까요. 특히 다른 영지가 때려눕혀진 이야기, 회복약 등의 소재가 많이 필요해서 부담스러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저한 영토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음, 주저하는 마음은 알 것 같아. 나도 귀찮아서 다른 영지에 떠넘겼으니까.
딧타를 한 시점에서 회복약을 대량으로 소비하고 있다면, 혹시 봉납식을 실시하는 것도 큰일인게 아닐까? 에렌페스트의 채집 장소는 고품질의 소재가 풍부하게 나오지만, 타령의 채집 장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회복약, 나눠주는게 좋을지도?
"로제마인님, 참가자가 결정되었으니, 참가자들에게 제례식에서의 주의 사항을 설명해드려야겠네요."
피리네가 말을 걸어와서, 참가 인원과 준비해야 하는 회복약의 소재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던 나는 번쩍 얼굴을 든다.
"그렇네요. ……당일 아침은 몸을 깨끗이 하는 것, 회복약을 준비하는 것, 기도문을 기억하는 것……정도 일까요?"
자신이 신전에서 하던 것을 떠올리며, 나는 주의 사항을 손꼽아 간다. 의식용 옷이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주의 사항을 올도난츠로 보내고, 상세한 기도문이 필요한 영지는 문관 견습을 통해 알려주도록 하세요. 기도문은 이쪽의 목패에 써 두었으니, 각자 베껴 가도록 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나의 문신 견습들이 모두 수긍하자, 불안한 듯 빌프리트가 말을 걸어왔다.
"로제마인, 나도 봉납식에서의 기도문은 모른다. 내가 참석한 것은 기원식과 수확제니까."
"봉납식에서의 기도문은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할 때와 똑같아요. 일단 검토하시겠어요?"
기도문을 쓴 목패를 건네자, 슥 흝어본 빌프리트가 안심한 듯이 어깨의 힘을 뺐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샤를로테도 목패를 보고, "이거면 괜찮네요" 라고 웃는다.
"그러고 보니, 에렌페스트에서 보고가 도착했다. 신전의 봉납식이 끝난 것 같다. 필요한 도구를 준비 중이라고 하며, 눈 속에서, 신전에서 성으로 옮기는데 고생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의 레서 버스가 있으면 짐을 운반하는 것은 쉽게 끝나지만, 기수로 운반하는 것은 힘들다. 특히 지금은 아직 겨울의 주인을 쓰러뜨리지 않아 눈보라가 가장 심한 시기다. 기수로 조금씩 옮기려면 할트무트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들이 몇 번이나 왕복해야 하기에 고생할 것이다.
"그리고 왕족에게 말해서, 성인인 할트무트가 의식에 참가하기 위한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이라고 적혀 있었다."
제례식에 필요한 도구를 운반하는 데에는 관리자가 필요하고, 그것은 작년 페르디난드가 성전을 가져올 때 찾아왔던 것과 같다, 라고 할트무트가 주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저 로제마인님의 의식을 보고 싶을 뿐이란 생각도 들지만요."
유디트의 목소리에 레오노레가 "틀림없을 겁니다" 라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로데리히와 피리네는 얼굴을 마주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유디트의 말이 본심임에는 틀림없겠지만, 귀족원에는 의식의 준비를 할 수 있는 회색 신관들도 없으니, 제례식에 대해 알고 있는 할트무트는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로제마인님이 다 준비할 수도 없지요?"
신전에서 할트무트가 신관장이 되기 위해서 배웠던 많은 것들을 직접 보아온 두 사람은 제례식의 준비에도 세세한 규칙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알고 있는 것 뿐이고, 기억은 하고 있지 않고, 실제로 의식을 하는 자리는 신관 이외는 출입 금지라서 본 적도 없다. 에렌페스트의 기숙사 내의 사람들만으로는 봉납식 준비를 하는 것도 힘들다. 전체를 지휘할 사람이 필요하다.
"……할트무트를 부르는 수밖에 없겠네요."
나는 바로 편지를 써서, 에그란티느에게 전했다. 누구에게 질문이나 부탁을 해도 아나스타지우스에게서 대답이 돌아왔으니, 처음부터 그쪽으로 편지를 보내는 것이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편지는 에그란티느를 경유해 아나스타지우스에게 무사히 도착한 것 같다. 올도난츠로 답장이 왔다. 하얀 새가 아나스타지우스의 목소리로 할트무트의 출입을 허가하고, 말을 계속한다.
"아버님도 의식에 참여하므로, 의식의 절차를 상세히 적어 놓을 것, 그리고 참가자 명단을 보내도록. 다수의 인원으로부터 대량의 마력을 얻는 연유로, 직접 예를 표해야 한다고 한다."
왕족도 의식을 경험하는 것이 좋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왕도 참여하게 된 모양이다.
……정말 절실하게 신들의 가호가 필요한 거겠지.
제례식에 참여해, 기도 방법을 기억하면, 유르겐슈미트에 대량의 마력을 쏟고 있는 왕족은 분명 많은 가호를 얻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어 조금이라도 왕족이 편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와는 달리,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를 비롯한 주위의 사람들은 얼굴이 새하얘져 있었다.
"잠깐 기다려! 왕이 참가한다고!? 너무나도 큰일이 되고 있지 않은가!?"
"……예상 외의 사태입니다만, 이제 와서 중단할 수는 없어요, 오라버님."
샤를로테가 다소 아득한 눈으로 그렇게 말했다.
"……모두의 협력을 받아 마력을 봉납 받을 뿐인걸요."
내 말에 샤를로테가 너무나도 곤란해하는 미소로 나를 보았다.
"언니는 마력이 풍부하고, 신들의 가호를 얻고난 이후부터는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고심하던 수준이기에 마력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건지도 모르지만, 작금의 마력 부족의 세태에서는 왕이 직접 감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에요."
"왕으로부터 직접 말씀을 받는다. 그것은 가장 우수하게 된 사람 뿐이다. 그것을 참가자 전원에게 하신다는 말씀이다. 그대가 하려는 의식은 그만큼 엄청난 사태인 것이다."
자신이 벌려놓은 상황이라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많은 영지에서 마력을 착취한다는 나의 계획은 실은 엄청난 큰일이었던 것 같다.
사소한 흉계가 예상 이상으로 큰일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나는 바로 의식의 절차와 참가자 명단을 목패에 적어 아나스타지우스의 이궁으로 전달하게 한다.
"……마력을 얻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다면, 참가상으로 회복약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참가상, 인가요?"
눈을 깜박거리는 샤를로테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식에 참가하기 위해 단켈페르가와 딧타를 한 것만으로도 회복약이 많이 필요했을 겁니다. 이번 의식에서도 마력뿐 아니라 회복약도 반드시 필요하게 되겠죠?"
마력도 회복약도 필요한 것은 중소 영지의 부담이 너무 크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을 말한다. 금방 마력을 회복시킬 수 있으면, 마력을 빼앗긴 것에 대한 불만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두에게서 많은 마력을 받는 것이니, 마력 회복을 위해 페르디난드님의 친절들이 회복약을 나눠주는 것은 어떨까요?"
"언니, 참견일지도 모르지만, 그 약은 일부러 괴롭힌다고 오해받을지도 모릅니다. 좀 더 마시기 쉽고 마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약은 없나요?"
블렌류스1의 열매가 있으면, 상당히 마시기 쉬운 회복약이 되지만, 그것은 할덴체르에서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귀족원에는 없다.
"……마력만을 크게 회복시키는 약은 있지만, 피로감은 없어지지 않는걸요?"
의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 굉장히 피곤해할 거라고 생각한다. 마력이 회복되어도 피로감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마력이 회복되면 충분하겠죠. 그보다 맛은 어떤가요?"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숙부님의 약을 태연히 마시는 로제마인의 나쁘지 않다는 말은 그다지 신용할 수 없다. 먼저 우리가 맛을 보아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빌프리트의 제안에 샤를로테가 몇번이고 끄덕였기에, 나는 기숙사의 조제실에서 마력만 회복시키는 약을 만들어 왔다.
다목적 홀로 가져가서 시음한다. 실험체가 된 것은 소재를 채집한 기사 견습들과 맛보기 역의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이다.
"……맛은 그리 나쁘지 않은걸. 보통의 회복약과 별로 다르지 않아."
"회복력과 회복 속도가 상당히 다릅니다. 역시 상냥함들이 회복약이 좋아요."
모처럼 타령에 나눠주는 것이니, 성능이 좋은 물건으로 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평소 상냥함들이 회복약을 마시고 있던 나만의 의견이었던 것 같다. 강의에서 배운 보통의 회복약을 사용하는 기사 견습들은 고개를 저었다.
"보통의 회복약을 사용하는 우리에겐 회복 속도가 충분히 빠르다고 느껴지고, 단 한 병만으로도 엄청나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맛과 냄새로 놀래키기보다는, 평범하게 마실 수 있는 물건을 나눠드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기사 견습들이나 샤를로테의 주장에 나는 마력만 회복하는 약을 나눠주기로 했다. 이 회복약이라면 채집 장소에서 흔하게 나오는 소재로 쉽게 만들 수 있으므로, 소재를 채집하는 것도 걱정 없다.
"그럼, 이것을 참가자 분량만큼 제조하겠습니다."
레시피를 흘려도 좋을지 페르디난드에게 확인할 수 없었기에, 나는 이름 올리기를 한 로데리히와 뮤리에라에게 "발설 금지" 라고 명하고 도움을 받았다.
"로제마인님 혼자였어도 별로 차이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재를 채집하는 것도, 조제에도 시간이 걸린 로데리히는 지친 모습으로 "별로 쓸모가 없었습니다" 라고 고개를 떨어뜨렸고, 뮤리에라는 "로제마인님을 홀로 조제실에 놔둘 수는 없는걸요" 라고 웃으면서 약이 든 상자를 조제실에서 나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식 당일 아침. 우리 영주 후보생들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목적 홀에서 최종 확인을 하고 있자, 할트무트가 도착했다.
"로제마인님, 제례식의 도구를 가져왔습니다. 의식용 의상도 여기 있습니다."
"리할다, 그레티아. 의식용 의상을 방으로 옮기고, 갈아입을 수 있도록 준비를 부탁합니다."
리할다와 그레티아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의 근시들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님은 겨울의 귀색의 장식 끈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신 그와 같이 사용할 수 있는 견장과 천을 각각의 측근에 준비시켜 두었습니다."
성의 근시들이 딱 좋은 물건을 찾아 준 것 같다.
"의식은 오후부터입니다. 왕족에게 연락을 넣고, 가장 안쪽 방의 문을 열고, 오전 중에 준비를 갖춰야 합니다. 영주 후보생의 문신 견습들과 일부 호위기사를 사용해도 좋으니, 준비를 부탁해도 될까요?"
"맡겨주십시오. 에렌페스트의 성녀인 로제마인님의 의식입니다. 완벽하게 해야 합니다. 귀족원에서 열리는 의식에 참가를 허락 받은 것을, 신에게 기도하며,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청색 신관의 의식용 의상으로 기도를 올리기 시작한 할트무트에게 주위의 시선이 집중된다. 너무나도 흥분해 있는 것이 좀 걱정이지만, 왕족이 참석하는 것이니 완벽을 목표로 해주는 것은 매우 도움이 된다.
할트무트가 신들에게 기도를 올리는 것을 곁눈질로 보면서, 나는 제례식의 준비를 하기 위해 가장 안쪽 방의 문을 열어주었으면 한다고 왕족에게 올도난츠를 날렸다. 제단이 있는 가장 안쪽 방의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왕족이나 영주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귀족원에 왕족들이 상주할 필요가 있게 되는 모양이다.
"갈아입을 준비는 리할다와 그레티아에게 부탁하겠습니다. 그 이외의 측근들은 가장 안쪽 방으로 향하세요. 역시 왕족보다 도착이 늦어버리면 실례니까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도 의식 옷 준비에 필요한 근시만을 두고 함께 가장 안쪽 방으로 향한다. 측근들이 제례식에 필요한 도구를 가져다 주어, 강당에서 기다리고 있자, 바로 힐데브란트가 찾아왔다.
"로제마인."
"힐데브란트 왕자, 오늘은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긴 인사를 나눈 뒤, 힐데브란트는 아르투르에게 안겨올려져, 벽에 있는 마석을 만지며 안쪽으로 이어지는 문을 연다. 가호를 얻기 위한 의식을 했을 때처럼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평소는 왕족의 마력이 들어 있는 마석을 선생님에게 빌려드려 여는 것입니다만, 오늘은 제가 꼭 하고 싶다고 신청했습니다."
귀족원 입학 전인 힐데브란트는 오늘의 행사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왕족을 기절시켜버리게 되는 것은 매우 곤란하기에, 아나스타지우스에게 거절당한 것 같다.
따돌려진 기분이었기에, 문을 여는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고 호소해,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문이 열리자, 할트무트는 모두에게 짐을 운반시키고, 모두에게 일을 맡기며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도 같이 하려고 했지만, 브륜힐데가 가볍게 소매를 잡으며 방긋 웃었다. 아무래도 나의 일은 힐데브란트의 상대인 것 같다.
"의식이 시작될 때까지 이곳에는 준비하는 에렌페스트의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아버님의 명을 받았습니다."
"힐데브란트 왕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언제나 열심이시네요."
주어진 일을 자랑하는 모습이 매우 흐뭇해서,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힐데브란트의 질문에 대해, 오늘의 의식에서 하는 것을 설명한다.
"로제마인, 오늘은 참석자가 많죠? 호위기사는 어디쯤 서나요?"
"제례식에 호위기사는 들이지 않습니다. 이 안쪽의 방에 들이는 것은 의식의 참가자 뿐입니다."
"……네?"
힐데브란트가 눈을 깜박여서, 나도 눈을 깜박였다.
"제례식을 할 때, 그 방에 있어도 되는 것은 신관 뿐입니다. 중앙 신전에서 하는 성결식도 그렇죠? 제가 신전장을 하면 호위기사를 붙이겠다고 하자 매우 꺼리셨습니다.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호위기사는 강당에서 대기하게 됩니다."
"호위기사를 떼어놓으면 왕족의 보호는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아르투르2의 목소리에 나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슈체리아의 방패를 사용하여 선별합니다. 왕족에게 악의나 해의를 가진 자는 애초에 들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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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지가 참가하고, 왕의 강림 결정으로 점점 큰일이 되어가는 의식.
할트무트는 엄청 의욕이 넘치고 있습니다.
다음은 중영지 요스브렌나의 류르라디 시점의 성녀의 의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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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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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마인이가 사소한 흉계를 계획하자, 왕이 낚였습니다.
다음화와 다다음화는 '5부, 여신의 화신'의 핵심적인 에피소드입니다.
할덴체르 부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금빛 나무. 토지의 특성으로 인해 좀처럼 볼 수 없다.
독일어 : blenden (눈을 감춘다 · 눈부신) + gruss (인사)
Arthur, Arhur
아나스타지우스 시점 봉납식의 준비
제492화 의식의 준비의 무렵입니다.
나는 아나스타지우스. 가장 사랑하는 아내인 에그란티느가 귀족원의 교사로 취임하고 있는 것,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가 일으키는 문제가 너무 커서, 도저히 이복남동생인 힐데브란트에게만 맡겨 둘 수 없는 것으로부터, 몇번이나 귀족원에 관련되게 되어 있다.
왕궁의 마술도구에 마력을 공급하는 한편, 별궁에 있는 오스빈으로부터 불려 가는 것이 몇번이나 있어, 깨달았을 때에는 에렌페스트과 단켈페르가의 문제아 담당이 되고 있다.
물론, 나 이상으로 바쁜 아버님이나 형님을 귀족원의 잡무로 괴롭힐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힐데브란트가 좀 더 확실히 해 주었으면 한다. 귀족원 입학도 하고 있지 않는 이복남동생에게 무리한 일인 것은 알고 있지만.
오늘도 한네로레와 로제마인의 두 명을 호출하고 있었다. 단켈페르가의 기숙사의 부근에서 일어선 빛의 기둥과 공동 연구를 위해서 최심부의 제단을 빌려 주면 좋겠다고 하는 에렌페스트으로부터의 의뢰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력을 양보하고 싶다고 하는 에렌페스트의 말이 있었기 때문에, 아버님도 오늘의 대화의 결과가 매우 신경이 쓰이고 있는 것 같고, 저녁 식사에 초대되었던 것이다. 강의를 끝낸 에그란티느와 함께 별궁으로부터 왕궁에 연결되는 문을 건넜다.
「……로제마인과 한네로레의 탓으로, 최근, 아버님이나 형님과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이 증가하고 있지 않은가」
「연일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드무네요. 강의가 없으면, 나도 오늘의 일로 이야기를 위해 동석하고 싶었습니다」
왕족은 세례식을 끝내면 별궁에서 생활하게 되어, 회식등이 없는 저녁 식사시에 아버님으로부터 초대되게 된다. 성인이 되어 결혼하면, 보고하는 것이나 서로 이야기할 것이 없으면 제2 왕자인 나는 분별없게 아버님과 식사를 할 기회같은 건 없다. 실제, 별매듭을 끝내고 나서 지금까지, 사적인 식사에 초대된 것은 양손의 손가락에 들어가는 정도의 회수이다. 그런데도, 올해의 겨울만으로 벌써 양손을 넘고 있다. 어젯밤도 저녁 식사를 같이 했었던 것이다.
「 나는 에그란티느와 두 명만의 식사가 그립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 평온의 상징이니까」
……로제마인 관련의 식사의 초대따윈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오늘의 대화는 어떤 것이냐?」
식사가 시작되자, 아버님으로부터 곧바로 그렇게 추궁 당했다. 오늘의 식사에는 형님 부부나 힐데브란트 외에, 평상시는 없는 아버님의 제2 부인이나 제3 부인도 동석하고 있고, 왕족의 집결이라고 하는 상황이었다. 그 만큼 왕족의 모두가, 많은 영지로부터 마력을 모은다고 하는 에렌페스트의 봉납식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에렌페스트에 제단의 사용을 허가할 수 없다고 전했는데, 최심부의 제단의 앞만을 빌려 주면 좋겠다고 말해졌습니다. 중앙 신전으로부터 신구를 빌릴 수 없으면, 성배를 스스로 만들므로 상관없다고 합니다」
나의 보고에, 아버님이 무언으로 몇 번이나 깜박임을 한 후, 「……성배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것인가?」라고 중얼거린다. 나도 같은 것을 생각했지만, 로제마인은 당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
「다만, 로제마인의 슈타프로 만들어 내는 것이므로, 중앙에 가지고 돌아갈 수 없다고 합니다. 그 대신에, 빈 마석을 준비하면 거기에 마력을 넣어서 가지고 돌아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성배에 모은 마력을 마석으로 옮기는 것이옵니까?」
모두가 몹시 놀라고 있지만, 솔직히 나도 성배에 마력을 모은다는 것이 어떠한 상태인가 모른다.
「 나도 신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신전장인 로제마인이 제안하고 있었습니다. 할 수 있겠지요」
「그러면, 정말로 마력을 양보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인가……」
한 번은 단념했던 것이 실현된다고 하는 상황에 아버님이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은 얼굴이 되었다.어느 정도의 학생이 참가하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마력적으로는 대단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쪽은 로제마인으로부터의 권유입니다만, 왕족도 의식에 참가하면 어떨까, 라고 하고 있었습니다.중앙 신전과 거리가 있는 것은, 왕족은 진짜 제사를 경험했던 적이 없는 때문이 아닌지, 라고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진짜 제사……?」
。
로제마인은 모두 기원을 바치면 마력이 흐르기 쉬워져, 기원이 닿기 쉬워진다고 했지만 , 그것을 경험했던 어떤 사람도 이 장소에 없다. 모두가 얼굴을 마주보던 중, 힐데브란트가 팟하고 거수했다.
「아버님, 나는 경험하고 싶습니다!」
「……아니, 마력을 모으는 의식이기 때문에, 마력 압축도 배우지 않은 그대로는 무리이다」
「또, 안됩니까」
요전날의 도서관의 지하 서고에 들어갈 수 없었던 힐데브란트가 대단히 침울하게 되었다고 듣고 있다.
「아버님, 마석이 모이면 힐데브란트에도 마력 공급의 경험을 쌓게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에렌페스트에서는 세례식을 끝내면, 마석을 사용해 마력 공급을 하거나 제사의 도우미를 하거나 한다고 듣고 있습니다」
「세례식을 끝내면, 이라고?」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 지는 모친들에게 에그란티느는 살며시 미소지으며 수긍했다.
「귀족원 입학 전부터 로제마인님은 신전장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로제마인은 너무 특수해 비교 대상으로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만, 마력의 취급에 익숙해 두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제안에 힐데브란트가 의지를 보인다. 귀족원 입학 전부터 귀족원에 상주하고 있던 힐데브란트가 보는 것은, 도서 위원으로 행동을 같이 하는 일이 있는 한네로레와 로제마인이다. 그 두 명은 문제아지만, 마력이 많고 우수해서, 왕족이어야할 자신과 비교해서 초조를 안기도 한다고 생각된다.
「과연.……힐데브란트가 아무래도 이번 의식에 협력하고 싶다고 한다면, 당일, 에렌페스트가 준비를 실시하기 위해 최심부의 문을 열거나 닫거나 하는 일을 해 주었으면 하지만, 어때?」
「하겠습니다!」
아버님의 제안에 힐데브란트가 밝게 웃는 얼굴이 되었다. 곧 바로 힐데브란트의 근시 아르트르가 한 걸음 물러나고, 최심부의 문의 개폐에 대해 아버님의 측근과 회의를 시작한다.
「내가 왕족을 대표해 참가하겠습니다」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의 뒤치닥거리를 하는 것은 내가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버님이 「아니, 가능한 한 많은 왕족으로 참가한다. 나도, 다」라고 했다.
「아버님!」
「첸트!」
우리들도 놀랐지만, 아버님의 측근이나 호위기사가 놀라움을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아버님이 이동하는 것은, 그들도 모두 귀족원으로 향하는 것이다.
「참가 영지는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 만이 아닐 것이다? 그 만큼의 많은 인원수로부터 대량의 마력을 얻는다면, 직접으로 예를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쪽에 마력을 양보하거나 여러가지 지식을 주거나 하고 있는 에렌페스트에 많은 영지로부터의 악의가 향하게 될 것이다」
「에렌페스트가 시작한 것이니까, 악의는 에렌페스트가 받으면 좋은 일이 아닙니까」
측근중에서 반대하는 소리도 오른다. 마력 공급에 완전히 지쳐 버리고 있는 아버님에게는, 의식에 참가해 에렌페스트을 지키는 것보다도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면 좋다, 라고 측근들이 생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갑자기 안색이 나쁘게 되신 것 같기 때문.
「그대들의 걱정도 알지만, 에렌페스트으로부터 늘어뜨려진 정보는 매우 유익한 것이었다. 정보만 얻고, 마력까지 융통받으면서 악의로부터 지킬 수도 없다면, 다음의 선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에렌페스트는 정변의 때에 중립으로, 첸트에 협력하지 않았던 영지가 아닙니까. 그런데도, 에렌페스트의 주최하는 의식에 첸트가 직접으로 참가하는 것은……」
아버님이 신하로서 자라졌을 무렵으로부터 시중들고 있는 고참의 측근으로, 정변으로 쿠랏센브르크에게 추대해져 구루트리스하이트를 가지지 않는 가짜 왕이라고 말해지는 것에 분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율겐슈미트가 제일 어려웠던 때에 아군이 되지 않았던 영지에 대한 태도도 엄하다.
「에렌페스트은 중립으로 적대하고 있던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아군으로 수중에 넣을 수 있도록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정말로 괴로운 것은 지금까지가 아니다.지금부터다」
구루트리스하이트가 없는 채의 통치는 자꾸자꾸 무리가 나와 있다. 경계선을 다시 그을 수 없는 폐해로부터 귀족원에 구베르케슈특크의 복수자가 비집고 들어왔다. 적어도, 베르케슈특크의 주춧돌의 마술을 발견할 수 있으면 조금은 변할지도 모르지만, 아직도 발견되지 않고, 영지는 천천히 황폐가 진행되고 있다. 국경문의 개폐도 하지 못하고, 밖과의 거래는 모두 아렌스밧하가 맡는 상태가 되어 있고, 여기저기에서 혼란 상태가 계속 되고 있다. 그리고, 이 혼란은 구르트리스하이트가 발견될 때까지 확대하면서 계속 된다.
「지기스발트, 아나스타지우스. 에렌페스트와 로제마인에게 악의나 해의는 없을 것이다?」
「네.악의나 해의는 일절 없습니다」
형님은 그렇게 단언한 후, 작게 웃었다.
「하지만, 경의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책에의 사랑은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나는 태어나고 처음으로 영주 후보생에게서 책으로부터 한 눈을 팔지 않은 채 선대답을 한다고 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뭐, 마찬가지로. 독서중의 로제마인은 나에게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우 즐거운 듯이 읽고 있으므로, 방해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로제마인은 책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힐데브란트도 악의가 없는 웃는 얼굴로 덧붙인다.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표정이 왠지 말할 수 없는 미묘한 것이 되었다.
힐데브란트가 밝고 솔직한 것은 신하에게 내리는 것이 정해져 있기에 자유롭게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왕족답지 않지만, 그것은 아버님의 제3 부인인 막달레나님의 영향이 강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당시는 어리고, 접점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도 그만큼 자세하지는 않지만, 막달레나님은 「길어지는 정쟁을 끝내기 위해서 나의 구상 정도, 이용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합니까? 트라오크바르님이 쿠랏센브르크에 한 번 메어져 버린 이상, 후퇴는 할 수 없습니다. 나를 이용해 단켈페르가의 조력을 얻어 주세요」라고 반협박 기색으로 아버님에게 강요했다고 듣고 있다.
긴 정변의 사이, 아버님을 지지해 온 어머님이나 제2 부인을 그대로 두고, 끝까지 정변에 참가하지 않았던 단켈페르가의 자신이 제일 부인이 될 수는 없다. 그러면 괴로운 시기에 동행해 온 영지가 납득하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제3 부인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힐데브란트의 천성이 아버님을 닮아서 좋았던 것일까, 아닌가.
내가 힐데브란트와 막달레나님을 봐 비교하고 있으면, 화제는 로제마인이 올해 일으킨 이것저것의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2년 연속으로 최우수인데, 2년 연속 표창식에 출석하지 않았다. 에그란티느에 의하면, 올해도 아마 최우수일 것이다, 라고 말해지는 로제마인.
1학년때는 수많은 유행에 가세하고, 나와 에그란티느의 사이를 주선했다. 2학년으로는 학생과 얼굴을 맞대지 않게 움직이고 있었음이 분명한 힐데브란트를 도서위원에게 끌어들였다.
그리고, 올해는 페슈필을 연주하면서 축복을 마구 뿌리던가 , 봉납춤의 연습으로 마석을 빛내면서 춤추거나, 도서관의 지하 서고의 정보를 가져 오고, 귀족원에서 많은 귀족을 모아 봉납식을 실시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말로, 로제마인이 어떤 아가씨인가 기다려진다」
。
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턱을 어루만진다. 이야기만 들어도 잘 모를 것이 틀림없다. 기회가 있으면, 한 번 얼굴을 맞대고 싶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별로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아버님. 악의야말로 없습니다만, 로제마인은 상식으로 잴 수 없습니다」
나의 말에 아버님이 「그러니까, 신경이 쓰인다」라고 해, 봉납식에 참가하기 위한 대화를 시작한다.
「진짜 제사를 체험할 수 있다고 말하니까, 나로서는 가능한 한 많은 왕족이 참가해 주었으면 하지만, 성을 비우고 갈 수도 없고 ……」
」
「첸트와 지금부터 앞의 율겐슈미트를 지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차세대를 우선시키면 좋을 것입니다. 우리들이 부재중을 맡습니다」
어머님이 그렇게 말하면, 제2 부인도 제3 부인도 웃는 얼굴로 맡았다. 지금은 형님의 제일 부인이지만, 아돌피네와의 별매듭을 끝내면 제2 부인이 되는 것이 정해져 있는 나에랏히가 살그머니 형님에게 말을 건다.
「지기스발트 왕자, 드레바히르의 아드르피네님에게도 얘기하고, 의식에 불러 해 주어주십시오」
「그렇네요. 별매듭의 의식은 아직입니다만, 그녀는 당신과 함께 지금부터 미래의 율겐슈미트를 담당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어머님을 시작해 각자가 아돌피네를 부르도록 조언 된 형님이 쓴웃음 기색에 「그렇게 합시다」라고 승낙한다.
이것으로 아버님, 형님, 나에랏히와 아돌피네의 참가가 정해졌다. 나는 자신의 옆에 앉는 에그란티느에 시선을 향한다.
「에그란티느, 그대는 어떻게 할거지? 강의가 있는 것은 아닌가?」
「선생님 쪽에 부탁해, 강의의 예정을 변경해 참가합니다. 나도 왕족이고, 로제마인님이 실시하는 의식에는 흥미가 있을테니까」
참가자가 결정되자, 곧바로 지시가 나오기 시작한다. 타령에 있어서의 겨울의 사교의 시즌은, 아이가 있는 사람은 아이를 귀족원에 들어갈 수 있기 위해서 귀향 하는 사람도 많아, 중앙으로부터 가장 사람이 적게 되는 시기이다. 그러나, 그 귀향으로 각각의 영지의 정보를 가지고 돌아가 오므로, 필요한 시기라도 있다.
……지금은 에렌페스트의 정보를 갖고 싶지만, 에렌페스트 출신의 귀족은 정말로 수가 적기 때문에.
급성장하고 있는 에렌페스트의 정보는 필요하지만, 에렌페스트 출신의 중앙 귀족은 매우 적다. 게다가, 재능은 있어도 자기길을 가는 사람뿐으로 독신자가 대부분, 귀향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저것은 에렌페스트의 특색인 것일까.
어쨌든, 그렇지 않아도 사람이 적은 시기에 첸트가 왕궁을 비운다. 호위기사는 많이 필요하지만, 별로 성으로부터 기사를 줄일 수도 없다. 어려운 부분이다.
「에렌페스트의 의식에 참가하면, 경계는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가능한 한 많은 기사를 데리고 갑시다」
기사 단장인 라오불트의 말을, 부단장인 로야리테이트가 고개를 저어 부정한다.
「왕자가 모여 악의도 해의도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경계는 필요합니다만, 왕궁의 방비를 가능한 한 할애할 정도의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각각의 호위기사로 충분하지는 않습니까?」
향하는 것은 귀족원으로, 상대는 학생 뿐이다. 게다가, 왕족이 봉납식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에렌페스트과 단켈페르가 밖에 모른다.
「어느 쪽의 안도 잘못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호위기사의 수는 두 명이 의견을 조정한 것에 맡기자.……하지만, 라오불트. 거기의 경계는, 이번 의식보다 영지 대항전을 향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작년과 같은 강습을 일으키지 않도록, 이라고 아버님이 말한 것으로, 이번은 아무래도 로야리테이트의 의견이 우선될 것 같게 보였다.
「그리고, 문관들은 빈 마석을 모아 두도록. 참가자가 많다면, 꽤 많은 마력이 모일 것이다. 모처럼 양보해 줄 수 있는 마력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아버님의 문관이 「잘 알았습니다」라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나스타지우스. 의식의 순서를 자세하게 쓴 것, 그리고, 참가자의 명부를 보내도록 에렌페스트에게 전해라. 답레를 할 상대방 이름 정도는 미리 알아 두고 싶다」
「잘 알았습니다」
그리고, 당일.
우리는 준비기 끝난 것을 힐데브란트로부터 알게 되어 귀족원의 최심부의 공간에 다가왔다. 제단의 앞에 빨강의 카페트를 크게 넓힐 수 있고 제단의 앞에 꽃가게 향로 등, 평상시는 별로 볼 수 없는 것을 늘어놓고 있다.
에렌페스트과 단켈페르가의 학생들이 바쁜 듯이 돌아다니는 중에 청색 신관의 의상을 입은 사람이 세 명 있다. 새로운 신관장인 상급 귀족의 할트무트가 참가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청색 신관의 의상을 입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거기에도 놀랐지만, 푸른 의상을 몸에 걸치고 있는 나머지의 두 명이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이라고 알았을 때에는 놀라움을 넘기고, 망연했다. 에렌페스트은 정말로 영주 후보생에 신전의 제사를 시키고 있다.
「후후, 로제마인님이 놀라고 있군요」
작게 속삭이는 에그란티느의 소리에 로제마인에 시선을 향한다. 예상 이상으로 왕족이 많았을 것이다. 신전장의 흰 의상을 휘감은 로제마인이 크게 눈을 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황해서 표정을 수습했지만, 뻔하다.
인사를 하기 위해서 단켈페르가의 전원이 줄서, 대표로 레스티라우트가 입을 연다.
「생명의 신 에비리베의 엄격한 선별을 받은 종류 드문 만남에, 축복을 비는 것을 용서해 주세요」
「허락한다」
살짝 축복의 빛이 전원으로부터 날아 온다. 그리고, 똑같이 에렌페스트도 전원이 줄서 인사를 한다. 대표로 하고 입을 연 것은, 신전장의 의상을 입는 로제마인이었다.
「생명의 신 에비리베의 엄격한 선별을 받은 종류 드문 만남에, 축복을 비는 것을 용서해 주세요」
「허락한다」
「오늘 이만큼 많은 왕족의 분들에게 왕림해 주셔서, 황송합니다」
……가끔씩은 이쪽이 놀래켜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로제마인들이 아버님에게 인사하는 것을 보고 있었지만, 그 직후, 의식을 실시하는 최안쪽의 사이에는 호위기사를 넣지 않고, 슈체리아의 방패로 적의가 있는 사람의 선별을 실시한다고 말해져, 목이 이상한 소리를 낼 정도로 놀라게 되었다.
방패의 강도를 재기 위해서 기사들이 격렬한 공격을 거는 것을, 왕족이 모여 응시할 수 밖에 없다. 차례차례로 계속 내보내지는 공격이 반투명의 황색 방패에 향해지고 있다. 작년의 영지 대항전에서 에렌페스트의 장소에 있던 것과 같다.
「저것도 로제마인님의 것이었군요」
멀리서 보았기에 누가 낸 것인가 몰랐지만, 이 모습으로는 틀림없이 로제마인의 물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격렬한 공격을 받고 있지만, 방패안의 로제마인에게는 기사들의 걱정을 할 여유가 있는 것 같고, 반투명의 방패 안에서 날려 버려지는 기사들을 보면서 허둥지둥 하고 있었다.
옆에서는 힐데브란트와 그다지 다르지 않는 듯한 어린 아이에게 검은 망토를 걸쳐 입는 중앙 기사단이 전력 공격을 하고 있는 것처럼 밖에 안보인다. 게다가, 일격도 맞힐 수 없다. 아버님이 무엇인가 말하고 싶다고 하며 나를 불렀다.
「아나스타지우스…….저것이 에렌페스트의 성녀인가?」
「말씀드렸을 것입니다, 아버님.상식으로는 잴 수 없다, 라고」
493
한화. 성녀의 의식 전편
한화 성녀의 의식 전편
저는 류르라디. 귀족원에 재학 중인 요스브렌나의 3학년인 상급 문관입니다.
오늘은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에서 공동연구하는 의식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에렌페스트의 문신 견습인 뮤리에라님이 알려 주고, 자신이 기록한 의식의 주의 사항을 재검토했습니다.
"몸은 정결히 했고, 회복약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기도문도 어떻게든 외웠습니다."
"류르라디는 아직 가호를 얻는 의식을 받지 않았나요? 그 의식의 문구와 거의 같지 않습니까. 에렌페스트에서는 하급 귀족도 한번에 합격하고 있지요?"
언니가 어이없어하는 얼굴을 했지만, 신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는 것은 정말로 어렵습니다. 한번에 전원 합격해버린 에렌페스트의 학생과 비교하지 말아주세요. 에렌페스트의 3학년생은 강의에 대해서는 입학했을 때부터 전원이 첫날에 합격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이끄는 영주 후보생인 로제마인님은 실기에서도 최속으로 합격하고 있으니, 비교되어도 곤란합니다.
"정말이지, 변변한 정보도 얻지 못했으니까요……."
"로제마인님의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것은 언니도 마찬가지가 아닌가요."
로제마인님이 입학한 해는 할트무트라는 로제마인님의 측근이 주도한 "에렌페스트의 성녀니까" 라는 한마디로 집약할 수 있는 자랑하는 정보밖에 얻지 못했고, 2학년 때에는 단켈페르가의 클라릿사님에게 "할트무트의 에스코트 상대는 저입니다" 라고 쫓겨난 언니들입니다.
"언니들과 달리 저는 할트무트님이나 피리네님으로부터 로제마인님이 좋아하시는 이야기나 에렌페스트에 귀환할 예정을 알아왔고, 빌프리트님과 한넬로레님의 대화로 책을 교환하며 상위 영지와의 연결을 만들고 있는 것도 알았습니다. 지금은 뮤리에라님과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 걸요."
에렌페스트가 각지의 이야기를 고가에 매입하고 있고, "조금이라도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도록 로제마인님이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만, 주도하는 것이 상급 귀족이라서" 라는 요스브렌나의 하급 귀족의 부탁을 받고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거기서 할트무트와 피리네님으로부터 정보를 얻게 된 것입니다.
……로제마인님은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아게테키니1" 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만.
저는 분명 로제마인님과 마음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새롭게 로제마인님의 측근으로 들어간 뮤리에라님도 피리네님이 소개해 주었습니다. 뮤리에라님은 사랑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시는 분이었고, 둘이서 이야기를 시작하자, 각지의 정보 수집은 잊고 사랑 이야기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빨리 로제마인님과 친해져, 에렌페스트의 사랑 이야기들을 읽고 싶습니다.
뮤리에라님에게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듣는 것도 재미있습니다만, 역시 자신이 직접 읽고 싶습니다.
……새로운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는, 시간의 여신이 장난을 치는 정자에서, 어둠의 신이 크게 소매를 넓히며 빛의 여신을 덮어 숨기는 멋진 장면도 있대요. 아아, 언제가 되어야 읽을 수 있을까요.
"새 책을 읽기 위해 에렌페스트로 시집을 가고 싶다니, 꿈결 같은 이야기를 하지 말고, 좀 더 현실을 보세요. 그토록 우수자가 늘어나며 주위에서 주목을 받게 된 에렌페스트에는 시집을 가고 싶어도 쉽게는 갈 수 없습니다. 몇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니까요."
"에렌페스트의 중급 귀족에게 시집을 가면……."
"아버님과 어머님은 에렌페스트의 순위가 하위를 헤매고 있을 때밖에 알지 못하시니, 에렌페스트의 중급 귀족에게 시집가는 것을 용납할 리가 없겠죠? 들떠있지 말고, 강당으로 가요."
언니는 또 다른 상급 문관 견습 루스트라우네2에게 말을 겁니다. 요스브렌나에서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것은 저와 언니와 루스트라우네의 세 명입니다.
에렌페스트는 계속 영지 순위가 하위권이었습니다만, 중립의 입장으로 정변을 넘긴 것으로 인해 순위를 급부상시켰습니다. 그래서 상당한 마력을 온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지의 생산량이 상승하고 안정되어 있는 것으로도 땅을 충족할 마력이 풍부하다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5, 6년에서 귀족원에서의 성적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학년의 성적만 크게 올랐기 때문에.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사적이네, 라고 조소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제가 입학하기 전, 요스브렌나의 순위가 위였던 시절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실기에서도 성적을 올리는 학생이 조금씩 나오면서, 중영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마력량으로 실기를 마치는 학생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영지의 절반 이상의 학생이 오르고 있어, 마력을 압축하는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을 거라고 말해지고 있습니다.
로제마인님이 입학하면서부터는 강의를 전원 첫날에 합격하며 주위의 이목을 끌고, 수많은 새로운 것들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중소 영지로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것은 유행하지 못합니다. 대영지의 눈에 띄어 퍼지지 않으면, 그저 신기한 것만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중소 영지의 다과회에서는 사교 시즌에 몸 상태가 안좋아져서 에렌페스트로 귀환한 로제마인님을 가엾게도, 라고 말하며, 유행에 관해서는 "대영지의 눈에 띌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라고 빈정거리는 미소를 띠고 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1학년의 끝에, 에렌페스트의 주최로 개최된 전체 영지의 다과회에서,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서 에그란티느님이 에렌페스트의 머리 장식을 받은 것이나, 에그란티느님과 로제마인님이 개인적으로 다과회를 하고 머리에 윤기를 내는 물건을 주고받거나 했던 것이 드러나자, 중소 영지는 정말로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언니가 대표로 참석했기에, 저는 알지 못합니다만, 로제마인님이 쓰러지시며 도중에 끝난 것도 포함해 큰 사건이었던 다과회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황급히 정보를 얻으려고 해도, 영지 대항전을 앞두고 있어서는 에렌페스트의 학생도 잡을 수 없어, 영지 대항전에서 모으면 될 거라고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더니, 로제마인님은 결석하시고, 예년에는 한산하던 에렌페스트의 장소는 대영지의 아우브들이 빈번히 출입하며 중소 영지는 제대로 접근도 하지 못하는 결과가 된 겁니다.
2학년에서도 로제마인님은 첫날 합격을 하시며 순식간에 강의장에서 사라지셨고, 사교 시즌에는 샤를로테님이 전면적으로 대응하고, 로제마인님은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영지 대항전에서도 중소 영지의 대응을 하고 있던 것은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님이었고, 로제마인님은 페르디난드님이라는 후견인과 함께 단켈페르가에 대한 대응에 분주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시상식은 결석, 졸업식은 조퇴였습니다. 세례식을 막 끝낸 듯한 외모여서 크게 눈에 띔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그런 로제마인님이 겨우 사교 시즌에도 귀족원에 있게 되어, 처음으로 로제마인님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책의 화제에는 즐겁게 미소지으며, 당신 자신의 사랑 얘기에 대해서는 수줍게 말을 얼버무리신 로제마인님이었지만, 아우브의 나쁜 소문에 대한 화제가 되자 슬픈 듯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귀족 회의에서 나온 소문에 의하면, 아우브로부터 상당한 차별을 받아, 신전에 같혀 지내기 때문에 귀족원에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건 정말로 괴롭겠지요.
로제마인님은 부정하셨지만, 아우브의 친자식인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님이 사교 시즌에 에렌페스트에 돌아가지 않은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정말로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면, 전원이 함께 돌아갔을 것입니다.
"저기, 로제마인님. 전, 신전의 이야기보다 공동연구의 얘기를 하고 싶어요. 대영지와는 어떻게 연구하고 계신가요?
"
신전의 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 로제마인님을 가로막듯이 임멜딩크의 영주 후보생 뮈렌로이에3님이 단켈페르가와의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싶다는 무례한 부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의 영지 대항전에서 임멜딩크의 상급 귀족이 로제마인님을 본의 아니게 공격하며 문책을 당한 것입니다. 뮈렌로이에님은 "로제마인님 때문에 임멜딩크가 손해를 봐야 하다니, 누구라도 동의하지 못할 거에요" 라고 이전의 다과회에서 말하고 있었으면서, 어쩜 이렇게 뻔뻔한 것일까요.
타니스베파렌의 피해가 컸던 것도, 상급 귀족이 문책을 당해 순위가 내려간 것도 로제마인님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위에서 뮈렌로이에님을 말리려던 때, 생각에 잠겨 있었던 로제마인님이 얼굴을 들고 방긋 웃었습니다.
"단켈페르가와 공동연구를 하는 과정에 에렌페스트의 제례식을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단켈페르가의 허가가 있다면의 이야기입니다만, 괜찮으시면 참가하시겠나요
?"
"어머, 함께 해주시는 건가요?
"
……너무 무릅니다. 로제마인님.
저는 어이없어하고 있었지만, 주위는 너도나도 앞다투어 몰려들어 갑니다. 임멜딩크의 참가가 허용한다면, 자신의 영지도, 라는 무언의 주장을 눈치채고, 저도 당황하며 참전했습니다.
"언니,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의 공동연구에 참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잘 해냈네요, 류르라디."
로제마인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던대로, 요스브렌나는 당장 단켈페르가에게 공동연구에 참가하고 싶다고 신청했습니다.
"그렇다면 딧타다!"
공동연구와 딧타에 어떤 관계가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단켈페르가와 딧타을 하는 것은 저의 판단으로는 결정할 수 없습니다. 아우브의 판단을 받은 결과, 딧타을 하고 공동연구에 참가하라는 말씀이 있었기에, 기사 견습들에게 딧타을 시키게 되었습니다.
"류르라디님, 단켈페르가가 바라던 것은 보물 훔치기 딧타였습니다."
"……보물 훔치기는 옛날 딧타죠?"
지금은 강의에서 약간 배울 뿐이고, 실기에서는 훈련조차 하지 않는 딧타로 승부를 하게 되고, 중소 영지가 합동으로 싸웠지만, 어이없이 패배. 회복약이 대량으로 필요한 사태가 되었습니다. 속도를 겨루는 딧타였다면 회복약도 마력도 이정도로 필요하지 않았을 테니, 요스브렌나에 있어서는 심각한 오산이었습니다.
"지금은 채집지도 많이 척박해져 있어, 그다지 좋은 소재가 나오지 않네요."
소재도 안 좋고, 회복약을 만드는데에도 마력이 대량으로 필요하게 됩니다. 문관 견습들이 총출동해서 만들었습니다만, 회복약의 비용을 기사 견습들에게 부담시킬 수도 없습니다. 아우브의 명령으로 진행한 강의 외의 손해입니다.
저는 아우브의 재가를 받고 귀족원의 예산에서 회복약에 필요한 비용을 댔는데, 그 때문에 영지 대항전에서 쓸 수 있는 자금이 단번에 줄었습니다.
그래도, 기사 견습들의 노력 덕분에 단켈페르가로부터 참가를 허가하는 목패가 신청한 대로 세명분이 잘 도착했습니다. 지참해야 하는 허가증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에렌페스트의 문신 견습에게 가져가면 참가시의 주의 사항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저는 뮤리에라님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네? 공동연구에 참가하려면 회복약이 필요한가요?"
"네. 로제마인님이 행하는 의식에는 마력이 필요하니까요, 가지고 있지 않으면 곤란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뮤리에라님의 말씀에 저는 매우 고민했습니다. 아우브의 명을 받고 기사 견습들이 분발해 주었는데, 이제와서 의식에 참가하지 않는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이상 마력을 써서, 회복약이 필요하게 되는 사태는 피하고 싶은 것입니다.
……임멜딩크처럼 딧타를 신청받을 때에 사퇴하는 것이 현명했을지도 모릅니다.
작년의 습격으로 타니스베파렌에 의한 피해가 가장 컸던 임멜딩크는 중영지에 걸맞는 인원의 기사 견습을 동원할 수 없어, 딧타에 참여하지 못하고 낙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스브렌나에 에렌페스트 같은 여력은 없습니다. 의식에 참가해 공동연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이 이상 마력을 쓸 정도로, 그만한 가치가 있나요?"
저의 말에 뮤리에라님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저는 타령의 여력에 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만……로제마인님의 의식은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들에게 기도를 바치고, 신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잘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사랑 이야기로 빛나는 뮤리에라님의 녹색 눈이 예상외로 진지했던 것에 숨을 삼키며, 저는 공동연구의 참가를 결심했던 것입니다.
강당에는 2백명 이상이 모여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인원에 놀라고, 자신과 같은 크림색의 망토가 단 셋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불안했던 저는 언니의 망토를 가볍게 잡아당겼습니다.
"언니, 이렇게 많은 사람 연구에 참가하는 건가요?"
"대부분이 영주 후보생의 것 같으니, 수행하는 측근이 많은 거겠죠. 실제 참가자는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입학했을 때에는 요스브렌나의 영주 후보생이 졸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졸업한 영주 후보생의 측근인 언니와는 달리, 저는 영주 후보생들이 언제나 측근과 함께 행동한다는 의식이 아무래도 옅습니다.
……성에서 일할 때에도 영주 후보생과 관련된 일은 거의 없고요.
"저기, 페아츠이레4님. 저것은 중앙 기사단이 아닌가요?"
루스트라우네가 강당 안쪽, 슈타프를 받을 때 들어가는 가장 안쪽 방으로 이어지는 문 앞을 가리켰습니다. 루스트라우네가 말한 대로, 어째선지 검은 망토를 두른 중앙 기사단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그 중 몇명은 마치 조금 전까지 전쟁이라도 하고 온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회복약 등으로 상처는 치유하고 있어도, 옷의 손상은 감추지 못한 느낌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번 공동연구의 이야기를 가져온 류르라디가 모르는 것을 제가 알리 없잖아요?"
그런 언니의 얼굴에도 긴장이 보였습니다.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의 공동연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할 수가 없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공동연구를 실시하는데 강당에 사람을 모은다는 것부터가 이상합니다.
"이 문 너머, 가장 안쪽 방에서 제례식을 진행합니다. 참가자는 반드시 허가증을 제시해 주십시오. 허가증이 없는 분은 저쪽에 들일 수 없습니다. 한 명씩 차례로 부탁 드립니다."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의 학생이 큰 목소리로 그렇게 당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피리네님과 뮤리에라님의 모습을 찾았습니다.
처음으로 들어간 것은 클라센부르크입니다. 클라센부르크는 재학중인 영주 후보생이 없어서, 상급 문관 견습이 참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섯 명이 나란히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어째선지 모두가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발을 멈추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2위 단켈페르가는 공동연구를 실시하는 쪽이라서 이미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3위의 드레반히엘이 클라센부르크의 뒤를 잇습니다.
"왜 제가 들어갈 수 없습니까? 저는 오르트빈5님의 호위기사입니다!"
"허가증이 없는 분은 들일 수 없습니다. 그것은 호위기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 것이 용납되리라고……."
호위기사가 분노를 드러낸 순간, 중앙 기사단이 쓰윽 움직였습니다.
"허가증이 없는 자는 들어갈 수 없다. 떨어져라."
날카로운 시선으로 험악하게 노려보며, 불쾌한 듯한 낮은 목소리로 그런 말을 듣고, 호위기사는 꾸욱 이를 악물며 천천히 떨어집니다. 설마 허가증이 없으면 측근도 들이지 않을 줄은 몰랐습니다.
"호위기사를 떼어놓다니,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는 무슨 생각인 걸까요?"
불안하게 된 저는 허가증을 꽉 움켜쥡니다.
그러고 있을 때, 문 너머로 갔던 학생 한 명이 다시 되돌아왔습니다. 연보랏빛의 망토이니 아렌스바흐의 학생이겠죠.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에게 "호위기사를 들이지 않는 이상, 위험할 가능성이 있는 분은 의식에 참가하실 수 없습니다" 라며 쫓겨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해의 같은 건……! 로제마인님이! 로제마인님의 음모입니다!"
"자세한 얘기를 듣겠다."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로부터 중앙 기사단에게 넘겨져, 얼굴을 경직시킨 여학생이 강당을 떠났습니다.
"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저의 말에 루스트라우네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서 추측한다면, 해치려는 생각이 있는 위험한 자를 판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위기사가 없어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거네요. ……적의와 해의가 없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겁니다. 클라센부르크와 드레반히엘 중에는 다시 나온 사람이 없으니까요."
언니는 작은 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가까이 있는 소영지의 사람들을 힐끗 보았습니다. 다과회에서 에렌페스트를 질투하며, 나쁜 소문을 한가득 떠들고 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 회복약이 대량으로 필요했던 것에 대해 불만을 흘려버리고 말았는데, 이건 적의는 아니겠죠!?
두근두근거리며 저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립니다. 다섯 명 있던 아렌스바흐의 문신 견습들 중 두 사람이 내쫓긴 것 이외에는 한 사람씩 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역시 들어가기 직전에 발을 한 번 멈추면서.
"저 너머에 뭐가 있는 걸까요? 어째서 다들 발을 멈추죠?"
문은 열려 있지만, 가장 안쪽 방에는 복잡한 색의 마력의 막이 있어서 속이 보이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저의 앞에서 들어간 언니도 마찬가지로 발을 멈추었습니다.
"다음 분."
피리네님에게 불려, 저는 목패를 가슴 앞에 꼭 쥐고 나아갑니다. 문의 좌우에 서 있는 중앙 기사단이 매우 무섭지만, 가급적 고개를 숙이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슥 하고 막을 통과하자, 갑자기 안쪽의 광경이 보이고, 나는 모두와 똑같이 발을 멈췄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왕족이 이렇게나 모여 있다니, 듣지 못했어요!
안에 들어간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노랗고 투명한 반구의 안에 죽 늘어선 왕족이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는 신전장의 의상을 걸치고 있는 로제마인님의 모습이 있습니다.
심장이 멎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의 충격에 움직임을 멈추고 있자, "허가증을 내주세요" 라는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습니다. 저는 멍한 채로 단켈페르가의 클라릿사님에게 허가증을 건네줍니다.
"이는 슈체리아의 방패로, 안에 있는 사람에게 적의와 해의를 가진 자를 들이지 않기 위한 신구입니다. 호위기사도 들이지 않는 가운데 의식을 진행하게 되므로, 이렇게 선별하고 있습니다. 부디 안으로 들어와서 인사를."
로제마인님은 그렇게 미소로 말하고는, 한 걸음 옆으로 떨어졌습니다. 왼쪽부터 에그란티느님,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그리고 트라오크바르 왕, 아돌피네님, 지기스발트 왕자, 나에라헤6님이 나란히 있습니다.
설마 중위 영지의 상급 귀족인 제가 직접 왕족을 배알하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트라오크바르님은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기 때문에, 첸트로는 맞지 않다며, 정변에서 진쪽의 영지로부터 멸시되고 있는 일이 많습니다만, 왕족으로서의 위엄이 있으십니다. 저는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버티며 천천히 어전에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생명의 신 에비리베에의 엄격히 선별된 드문 만남에, 축복을 기도하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한다."
왕의 목소리는 예상 이상으로 상냥하게 들려, 저는 조금 안심하며 축복을 드리고 인사를 했습니다.
"요스브렌나의 류르라디라고 합니다. 첸트인 트라오크바르님을 뵙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이옵니다."
"금일의 협력에 감사한다, 류르라디."
왕에게 이름을 불리고 감사까지 받게 되다니,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 같은 상급 귀족으로선 너무 감격스러워서 말이 나오지 않아, 로제마인님에 재촉받지 않았으면 그 자리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류르라디님. 할트무트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재촉을 받고 일어서자, 청색 신관의 옷을 입은 할트무트님이 오셨습니다. 귀족원을 졸업한 귀족이 어째서 청색 신관의 옷을 입고 있는 걸까요. 들어간 순간에 왕족이 늘어서 있던 충격을 어떻게든 극복하는가 했더니, 새로운 충격으로 인해 저는 현기증이 났습니다.
"할트무트님, 그 의상……."
"저는 신전장인 로제마인님을 지탱하는 신관장이니까요. 그리고 저뿐만이 아닙니다. 빌프리트님도 샤를로테님도 입으셨습니다. 오늘은 특별합니다만, 원래 로제마인님이 행하는 봉납식은 청색을 입은 신관과 무녀밖에 들어가지 못하는 의식인 것입니다."
모두에게 멸시되고 있는 신전의 의상을 자랑스럽게 내려다보며 할트무트님은 작년과 전혀 변하지 않은 미소를 띄웠습니다. 로제마인님의 훌륭함을 말할 때와 같은 미소입니다. 희희낙락하며 신전을 출입하는 모습이 떠올라버렸지만, 귀족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고개를 흔들며 그 생각을 떨쳤습니다.
"여기서 대기하세요."
할트무트님에게 안내된 곳은 붉은 깔개가 깔린, 언니의 옆이었습니다. 중앙을 넓게 원형으로 비우고, 중심에 가까운 곳이 상위 영지, 바깥쪽이 될 수록 하위 영지로 배치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완전한 원이 아니라 일부가 일직선으로 비워져 있는 것으로 생각해 보면, 인사를 마친 왕족이 중앙으로 이동하는 것일까요?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은 정말로 전원이 신전을 출입하고 있네요."
할트무트님이 다음에 들어온 루스트라우네를 안내하러 걸어가자, 언니가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다시 방 안을 둘러보며, 할트무트님이 말하신 것처럼, 청색의 옷을 입고 있는 빌프리트님과 샤를로테님을 찾았습니다. 입고 있는 의상을 보면, 오늘을 위해 급하게 빌린 것인지, 주문한 물건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성장중인 두 사람의 의상은 제대로 주문한 것으로, 게다가 완전히 새 것이 아니라 몇번 소매를 고쳐 수선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친자와 달리 차별을 받고 있다는 소문은 어쨌든 간에, 에렌페스트에서 영주 후보생들이 제례식을 하고 있는 것은 틀림 없는 것 같네요."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후왓 하고 갑자기 바람이 불어 왔습니다. 무슨 일일까, 하고 얼굴을 들자, 왕족을 지켜는 슈체리아의 방패에 퉁겨나간 사람이 있었던 듯,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에게 잡혀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는 적의 같은 건 없습니다!"
"왕족이 아니라 저에 대한 적의인가요? 그렇지만, 이번 의식에선 어쩔 수 없습니다. 호위기사를 붙이지 않은 의식의 장소에 적의나 해의가 있는 분은 곤란합니다."
로제마인님은 태연하게 그렇게 말하며, 잡혀나가는 학생을 전송했습니다.
끌려가고 있는 사람은 로제마인님이나 왕족 중 하나에 적의를 품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만, 어째서 확신이 생기는 걸까요.
"괜찮을까요? 사실이 아니라면 큰일인 거죠? 적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왕족에게 주시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분명히 퉁겨나가고 있습니다. 상위 영지에서는 아렌스바흐의 두 사람뿐이었습니다만, 이들은 본인 스스로 로제마인님에게 분명히 적의가 있다는 것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의 그는 정변에서 진 영지의 사람입니다. 앞으로는 몇명이나 퉁겨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루스트라우네의 말처럼, 그 후에 들어온 사람은 몇명이나 퉁겨져나갔습니다. 다과회에서 정변에 져서 순위가 떨어지거나, 영지가 황폐화 된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던 영지에 치우쳐 있던 것을 보면, 왕족에 대한 적의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로제마인님은 "저에 대한 적의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라고 하셨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왕족들이 가장 잘 알고 있겠지요.
몇명인가가 쫓겨났고, 오랜 시간이 걸려 전원의 입실이 끝났습니다. 벽에 서 있던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 둘을 남기고,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이 퇴실합니다. 그리고 문관 견습들은 굳게 문이 닫고, 저희들과 같이 자리에 위치했습니다.
"그럼, 중앙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로제마인님의 말씀에, 왕족이 차례로 가운데의 비어 있는 곳으로 걸어갑니다. 로제마인님은 왕족이 움직이는 것을 기다렸다가, 슈체리아의 방패를 지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봉납식을 실시합니다."
빌프리트님의 봉납식의 설명으로, 앞으로 행하는 의식으로 전원에게서 마력을 모아, 왕족에게 바치는 의식임을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그런 의식의 어디가 공동연구인 건가요? 어느 영지라도 마력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전, 속아 버린게 아닌가요!?
저의 마음의 목소리는 주위의 모두와 마찬가지였던 모양입니다. 번쩍 얼굴을 들어올린 모두를 돌아보면서, 샤를로테님이 입을 엽니다.
"이 공동연구는 단켈페르가, 에렌페스트의 학생들이 복수의 신들로부터 가호를 받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신들에게 기도를 드리는 의식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공통점으로부터, 가호를 받는데 있어, 기도와 의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냐는 가설이 세워진 것입니다."
불평하던 모두가 입을 다물었습니다. 에렌페스트의 3학년생 중에 복수의 가호를 받은 사람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의식과의 관계는 몰랐습니다. 실제로 하급 귀족 한 사람은 적성이 아니라 속성에서 가호를 얻었고, 한 중급 귀족은 전속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에렌페스트의 신전에서 제례식을 하고 있는 오라버님과 언니는 각각 12와 21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저의 체감입니다만, 그동안의 7할 정도의 마력으로 조합 등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력이 부족한 현 시점에서는 중요한 연구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열 두개의 가호를 받은 빌프리트님의 말에는 힘이 있었습니다. 조합을 적은 마력으로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마력이 늘어난 것과 같지 않습니까.
벽에 서 있는 단켈페르가의 레스티라우트님도 입을 열었습니다.
"참가하기에 앞서, 딧타의 의식을 치른 단켈페르가가 신들의 축복을 얻은 광경을 본 사람은 많다. 의식에 의해 힘과 속도가 크게 변화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이 연구의 성과이다."
단켈페르가가 무서울 정도로 딧타에 강한 것은 의식에 의한 신들의 축복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눈을 깜박거리고 있자, 할트무트님이 손에 방울 같은 물건을 가지고 중앙으로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발걸음에 맞추어 낭랑한 목소리가 방안에 울립니다.
"초대 왕은 신전장이었습니다. 첸트가, 그리고 아우브가 신전장으로서 신들에게 기도를 바치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번 의식에 참여함으로써, 신과 가까워지고, 신전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거나, 신들의 가호를 얻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기를 로제마인님은 원하고 계십니다."
저는 무심코 로제마인님의 모습을 찾았습니다.슈체리아의 방패를 지운 로제마인님은 문 앞에 조용히 서 있습니다. 자신들만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신들의 가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마음씀씀이가 너무나도 아름답게 생각되었습니다. 할트무트님이 "에렌페스트의 성녀" 라고 자랑하는 기분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봉납식을 실시합니다.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붉은 깔개에 손을 붙여주세요. 그리고 신전장인 로제마인님의 기도를 복창하세요."
할트무트님의 지시에 따라 제각기 앉아 있던 모두가 무릎을 꿇는 자세를 취하며 바닥에 손을 댔습니다. 왕족도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빌프리트님과 샤를로테님이 중앙에서 가장자리 쪽으로 이동해 무릎을 꿇는 것이 보였습니다.
서 있는 것은 벽에 있는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 두 분과, 중앙의 할트무트님, 그리고 문 앞의 로제마인님만이 된 시점에서, 챠랑! 하고 커다랗게 방울 소리가 울렸습니다.
"신전장,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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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는 뮤리에라과 마음이 맞는 류르라디.
의식이 시작되는 것 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강당에 갔더니, 그곳에 왕족이 있었던 충격이 전해졌다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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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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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날짜 안 넘겼어요!!! 와아~!!
売り上げてきに , 매출적으로, Sales 적으로
lust (소망, 욕망, 쾌락) + laune (기분, 변덕)
murren (무렌 푸념) + reue (로이에 후회)
fair (공정한, 타당한) + ziele (목표, 의도)
Ortwin
지기스발트의 둘째 부인.
첫째 부인은 아돌피네.
nahe lache (나에 랏히ェ연못 근처)
na "he lache (나에 랏히ェ이웃 웃음)
nahe rache (나에 랏헤 근처 복수)
한화. 성녀의 의식 후편
한화 성녀의 의식 후편
할트무트님의 목소리에 맞추어 편안하고 우아한 발걸음으로 로제마인님이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제단을 바라보게 걷기 때문에, 저의 자리에선 로제마인님을 정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형형색색을 한 영지의 망토 사이에서 홀로 흰색을 입고 있는 로제마인님은 매우 돋보입니다. 단아하다는 말이 아주 잘 어울리는 분위기로, 무릎을 꿇고 있는 모두의 사이를 천천히 나아갑니다. 그 시선은 제단만을 바라보고 있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의상의 흰색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물결처럼 흔들리는 밤하늘 색깔의 머리카락. 그리고 거기에는 약혼자의 사랑의 증표인 훈색 마석의 머리 장식이 별처럼 빛나며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토록 훌륭한 마석이 연달아 있는 머리 장식은 본 적이 없습니다.
……저도 언젠가 저렇게 멋진 마석을 선물해 주시는 남성분과 만나고 싶습니다.
언니는 꿈결같은 것을 생각하지 말고 현실을 보라고 하는데, 최종적으로는 부모의 의사에 따른 상대와 결혼하게 되는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지금뿐이니, 조금은 꿈에 젖어 있어도 좋지 않나요.
……그런 저의 말에 동조해주시는 것은 뮤리에라님 정도입니다만.
둘이서 사랑 이야기를 꽃피우는 즐거운 시간에에 대한 생각에 빠져 있던 사이, 로제마인님은 중앙의 약간 비어 있는 장소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뒤에 있는 제단을 바라보며 신들에게 기도를 올리듯이 스윽 하늘을 향해 양 손을 들어올립니다.
신에게 기도를 바치기 위해 손을 올리며, 왼발을 높이는 것은 높고 정정한 하늘을 관장하는 최고신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것이고, 감사를 드리며 땅에 손을 대는 것은 넓고 호호한 대지를 관장하는 다섯 기둥의 대신에게 다가가기 위한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들어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기도의 형식이었습니다만, 로제마인님의 모습을 보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르드그랄1."
높이 올리고 있는 오른손에서 슈타프를 낸 로제마인님이 금빛 눈으로 가만히 제단을 바라보며, 여리고 큰 목소리로 외치자, 슈타프가 큰 성배로 변화되었습니다. 제단의 게둘리히가 안고 있는 것과 같은 성배입니다.
로제마인님이 들 수 없을 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커다란 금색의 성배에는 큰 마석이 박혀 있습니다. 그 마석의 투명함과, 복잡한 조각까지 완전히 똑같은 모습에, 모두가 숨을 삼켰습니다.
"게둘리히의 성배……."
방이 정적에 차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의 작은 중얼거림이 유독 크게 들립니다.
저는 로제마인님과 같은 학년으로서 실기를 같이 하고 있었기에, 로제마인님은 신전에서 자랐기 때문에 때문에 무기나 도구는 신구 외에는 만들 수 없다는 말씀을 들었지만, 설마 무기뿐만 아니라 성배까지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성배는 무기도 방어구도 아닌걸요? 도대체 어디서 변화시키기 위한 주문을 아셨을까요? 신전에서는 알 수 있는 걸까요?
신기함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저의 옆에서, 언니가 숨을 삼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로제마인님이 둥근 방패를 내거나, 음악 실기에서 페슈필을 연주하면서 축복을 하던 것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언니는 언제나 저의 보고를 "과장이네요" 라고 하고 있었습니다만, 과장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드디어 알아준 것 같습니다.
로제마인님으로서는 들고 있을 수도 없는 큰 성배를 할트무트님이 잡고 공손하게 아래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할트무트님도 로제마인님도 무릎을 꿇습니다. 저의 시계에서 로제마인님의 모습이 사라집니다. 그 대신, 노래하는 듯한 기도 소리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
로제마인님에게 따라서 복창하라고 들었던 것을 떠올리며 저는 황급히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
복창하는 속도와 시작점이 제각각이어서, 복창하는 모두의 목소리가 안 맞아 조금 귀에 거슬리게 되었습니다. 전원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고요한 정적이 돌아오자, 로제마인님이 계속해서 기도문을 이어나갑니다.
"높고 정정한 하늘을 관장하는 최고신은 어둠과 빛의 부부 신."
"넓고 호호한 대지를 관장하는 다섯 기둥의 대신."
같은 상태 같은 속도로 울리는 로제마인님의 목소리에 맞춰, 점차 복창하는 모두의 목소리가 일치하기 시작했습니다. 방 안에 울리는 목소리처럼, 마음이 모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전원이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시간과 행동의 공유감에 조금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
"불의 신 라이덴샤프트."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
"대지의 여신 게둘리히."
"생명의 신 에비리베."
한 기둥, 한 기둥의 신의 이름을 부를 즈음에는 깔끔하게 목소리가 합쳐지며 제단으로 날아갑니다.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일체감을 느끼고 있자, 모두의 몸에서 뭔가가 나와서 어른거리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
직후, 갑자기 자신의 에 있던 마력이 빠져나갔습니다. 맘대로 마력이 빠져나가는 감각은 처음인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손에서 마력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니, 손을 떼는 것은 쉽지만, 이것이 의식인 것이라면 마음대로 중단할 수는 없겠죠.
붉은 깔개에 착 붙이고 있는 자신의 손에서 마력이 흘러나가고 있습니다. 움직이고 싶지만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 붉은 깔개가 반짝이는 작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중심에 놓여젼 성배를 향해, 빛의 파도가 된 마력이 흘러갑니다. 뒤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자신을 지나, 앞으로 앞으로 나가는 것이 느껴지고, 그 흐름에 맞춰 자신의 마력도 이끌려 나갑니다. 점점 빛이 흐르는 속도가 빨라지며, 자신의 안에서 빠져나가는 마력도 많아졌습니다.
"숨쉬는 모든 생명에게 은혜를 주시는 신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 고귀한 신력의 은혜에 보답을 올리는 것을."
기도문을 마친 순간, 갑자기 주위가 밝아졌습니다. 빛의 흐름을 보던 시야에 다른 빛이 비쳐든 것에 놀라서 얼굴을 들자, 모두의 중심에 있는 성배가 빛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우왓!?"
"빛나고 있어!?"
놀라는 소리가 주위에서 높아진 다음 순간, 성배에서 붉은 빛이 기둥처럼 솟아올라 천장을 향해 곧게 뻗어 갑니다. 그것은 따뜻한 화로의 색깔을 연상시키는 게둘리히의 귀색이었습니다.
"무, 무슨 일인가?"
흥분한 왕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모두의 심정을 대변해주시는 듯한 목소리로, 로제마인님은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아마 귀족원의 어딘가로 마력의 일부가 날아간 것이겠죠. 귀족원에서 의식을 치르면 언제나 이렇게 됩니다. 에렌페스트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었으니, 귀족원 특유의 현상이겠지요."
단켈페르가의 의식 또한 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말에, 벽에 서 있던 레스티라우트님도 그것을 긍정하셨습니다.
"우리의 의식은 청색의 빛이 많다만, 이번은 빨간 색인가……."
"성배에 마력을 담는 봉납식이니, 이 붉은 빛은 신들에게 바쳐지는 여러분의 마력입니다.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로제마인님의 말씀에 저는 몇번 끄덕입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순수하게 마력만으로 솟아오른 붉은 빛이.
……이것이 진짜 귀색인 거네요.
저에게 있어, 계절의 귀색은 의상 및 방을 치장할 때 정도밖에 떠올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성인식에서 입을 의상의 색상은 태어난 계절에 의해 결정되어, 스스로 선택할 수 없음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귀색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 붉은 속성을 가진 마석을 봤을 때에도, 이렇게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언니!"
갑자기 샤를로테님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모두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리자, 샤를로테님이 일어선 것이 보였습니다. 마찬가지로 로제마인님도 일어섭니다.
"의식은 끝입니다. 여러분, 바닥에서 손을 떼주세요. 슬슬 마력이 부족하신 분이 나올 겁니다."
로제마인님의 목소리에 나는 바닥에 대었던 손을 뗐습니다. 의식 때 느끼고 있던 일체감이 사라지고, 꿈에서 깨어나 단숨에 현실로 돌아온 듯한 기분입니다.
동시에 엄청난 피로감과 마력의 고갈을 느꼈습니다. 몸이 갑자기 무겁고, 어지럽고, 움직일 수 없습니다. 무릎을 꿇은 채 자세를 유지하는 게 고작입니다. 뒤쪽에서는 몇명이 자세를 잃고 쓰러지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봉납식, 수고하셨습니다.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하는데 익숙한 왕족들과 영주 후보생은 괜찮더라도, 상급 귀족에게는 힘든 의식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귀중한 마력을 제공해 주신 여러분께 봉납식의 참가상으로 마력의 회복약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로제마인님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떡인 할트무트님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빌프리트님과 샤를로테님도 느린 움직임이기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다지 피로를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왕과 영주 후보생은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았지만, 상급 귀족 중에는 무릎을 꿇는 것도 힘겨운 상황의 사람이 몇명이나 있었습니다.
……왕족도 영주 후보생도 이렇게 힘든 일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거네요.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영주 가문이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쏟아야 한다는 것은 지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마력을 넣는 것이 힘든 것인지는 몰랐습니다.
"귀족원에서 배운 약보다는 마력을 회복하기 쉬운 약입니다. 물론 독과 같은 것이 의심되시는 분은 말씀해 주시면 드리지 않겠습니다. 자신이 준비해온 회복약을 사용해 주세요."
빌프리트님과 샤를로테님이 각각 작은 상자에서 찍어, 시식으로 맛을 보는 것처럼 꿀꺽 마셨습니다. 그 뒤에, 할트무트님은 로제마인님에게도 회복약을 내민 뒤, 자신도 상자에서 작은 병을 꺼내 마시고는 빈 병을 다른 상자에 넣었습니다.
"이쪽의 회복약의 레시피는 다른 분에게 배운 것이라, 함부로 유출해도 좋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만 마셔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음대로 모두에게 약을 나눠준 것으로 인해 제가 야단 맞을지도 모릅니다. 작은 병은 마신 뒤에 회수하겠습니다."
이곳만의 비밀이에요, 라고 로제마인님이 작은 빈 병을 할트무트님에게 내밀며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귀족원에서 배운 회복약보다 마력이 회복하기 쉽다는 말에 마음이 끌려서 언니를 보자, 언니는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 언니?"
"무엇이 섞여있을지 모르는 물건을 입에 댈 수는 없지요?"
뭔가의 함정일지도 모른다며, 영주 후보생의 측근을 하고 있는 언니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물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한 자신의 어수룩함을 지적받고, 저는 조금 고개를 떨어뜨렸습니다. 저는 언니들과 달리 측근으로서의 경계심을 가지지 않고 생활하고 있으니, 편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할트무트님은 작은 병이 든 상자를 안고, 에렌페스트의 회복약이 필요한지, 중심으로 나아갑니다. 즉, 왕이 처음입니다.
근시와 호위기사도 없는 상태에서 왕족이 타령의 회복약에 손을 댈 수는 없습니다. 거절당하는 것을 전제로 한 형식적인 질문입니다. 왕에게 묻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배포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왕은 놀랍게도 "……받겠다" 라며 작은 병이 든 상자에 손을 뻗은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주위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났습니다.
항상 습격과 독을 경계하는데 있어, 요스브렌나 같은 마력 부족에 허덕이는 중소 영지와 달리 중앙에는 여유가 있을 것입니다. 에렌페스트의 회복약을 마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손을 뻗는다는 것은 왕이 에렌페스트를 믿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에렌페스트가 이렇게까지 첸트인 트라오크바르의 신용을 얻고 있다니.
저희들도 놀랐지만, 에렌페스트의 사람들도 놀라고 있었습니다. 빌프리트님과 샤를로테님이 "네?" 라고 한 그 상태 그대로, 눈을 크게 뜨고 왕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로제마인님은 특별히 동요한 기색도 보이지 않고, "첸트·트라오크바르. 그 약은 마력은 크게 회복하지만, 체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피로감은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할트무트님이 "로제마인님이 만든 회복약이라고 생각하면 피로도 날아갑니다" 라고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평소대로인 것은 로제마인님과 할트무트님뿐인거 아닌가요?
왕이 솔선해서 손에 든 탓인지, 왕족이 차례대로 병을 들어갑니다. 조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 뒤, 지기스발트 왕자가 약을 마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왕족이 마신 것을 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클라센부르크의 문신 견습들은 작은 병이 담긴 상자를 살피면서 골똘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물질이 의심된다면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정답입니다.
"이번 의식에 참석하기 위해 딧타를 하며 회복약이 많이 필요했던 영지도 있었지요? 그런데도, 의식으로 많은 마력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보충이라는 형태로 준비했습니다. 독과 같은 것을 경계하고 있다면 스스로 준비한 것을 마시면 되므로, 빨리 결정해 주세요. 저는 자세를 무너뜨려버린 중소 영지의 상급 귀족에게 조속히 이 회복약을 보내고 싶습니다."
로제마인님은 클라센부르크의 상급 귀족들이 아니라 원의 바깥쪽에서 어떻게든 무릎을 꿇은 자세를 취하려 애쓰고 있는 상급 귀족들을 몹시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상위 영지가 아니라 하위 영지의 걱정을 하다니…….
로제마인님의 걱정스러운 얼굴에 재촉된 클라센부르크의 상급 귀족들은 급히 작은 병을 손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빠르게 약이 배포되어 갑니다. 단켈페르가의 문신 견습들은 받은 동시에 주저도 없이 단숨에 마셨습니다.
"돕겠습니다, 로제마인님."
이제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클라릿사님이 작은 빈 병을 회수하기 위한 상자에 손을 뻗었습니다. 그리고 다 마신 사람들로부터 병의 회수를 시작합니다.
할트무트님은 병을 드레반히엘에 배포하고, 기레센마이어2, 하우프레체3로 이동해 갑니다.
"……에렌페스트, 이 회복약은 마력이 회복하는게 상당히 빠르지 않은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질문에 아직 회복약을 마시지 않은 사람들도 로제마인님에게 시선을 돌렸습니다.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대가 준비한 것이 아니었던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목소리가 조금 날카롭게 들려, 나는 남의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들부들 떨었지만, 로제마인님은 곤란한 듯이 웃을 뿐이었습니다.
"제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회복약과는 다른 물건이기에 효력은 잘 모릅니다. 남매나 측근들과 상의한 결과, 제가 기숙사의 채집 장소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로 만들 수 있는 회복약 중에 이번 의식에 가장 적당하다는 의견이 나온 회복제를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것은 즉 로제마인님은 영주 후보생이면서, 몇 종류나 되는 회복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요?
조합에 익숙한 것은 강의로 알고 있었지만, 설마 여러 종류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약학에 정통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오르트빈님."
갑자기 빌프리트님의 목소리가 울리자, 드레반히엘의 영주 후보생들이 움찔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것은 이번 의식으로 인해 사용한 마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것일 뿐이며, 연구 소재가 아닙니다."
아무래도 드레반히엘의 영주 후보생들이 몰래 숨겼던 것 같습니다. 빌프리트님이 놀리듯 웃으며 제지하자, 민망한 듯한 얼굴을 보인 뒤, 오르트빈님은 회복약을 단숨에 마셨습니다.
왕족과 상위 영지 모습을 보고, 비록 언니가 말리기는 했지만, 나도 회복약을 받기로 했습니다. 요스브렌나의 회복약은 딧타로 상당히 써버린 것입니다. 주는 회복약은 받고 싶습니다.
……에렌페스트 때문에 마력을 써버린 걸요. 괜찮죠?
시선만으로 언니께 물어 보자, 언니는 포기한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요스브렌나의 차례가 되었을 때는 언니도 할트무트님에게 약을 받았습니다. 루스트라우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할트무트님이 들고 있는 상자를 보고 숨을 삼켰습니다. 약이 든 상자는 몇 상자나 있고, 이미 세 상자째가 되고 있는데, 가득 들어있는 회복약에 현기증이 났습니다.
이만큼 많은 회복약을 준비하려면, 소재의 양, 작성에 필요한 마력 양, 그리고 작성 시간은 엄청난 것이 됩니다.
"……이렇게나 많은 회복약을 준비해 주시다니, 로제마인님의 자비로움에 에렌페스트가 망해버릴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저의 말에 할트무트님은 슬쩍 한쪽 눈썹을 올리고, 로제마인님께 한번 시선을 돌리면서 자신 있게 웃었습니다.
"에렌페스트는 성녀의 자비로 인해 채워지며 번영하는 것입니다. 망하는 일 따윈 있을 수 없습니다."
영주의 양녀이자 신전장으로서 이렇게 의식을 치르고, 영지를 마력으로 채우고, 타령의 사람도 가호를 얻을 수 있도록 의식에 대해서 알려주고, 이렇게 타인의 줄어든 마력을 걱정하여 회복약을 준비해주는 건, 절대로 보통의 사람이 할 수는 없습니다.
……정말 로제마인님은 성녀인 걸까요.
할트무트님의 지금까지의 정보도, 분명 과장된 것이 아니라 진실이었을 겁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귀담아 들었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꿀꺽 하고 나는 로제마인님의 회복약을 들이켰습니다.
……정말 회복이 빠르지 않습니까. 뭔가요, 이거?
마신 직후부터 마력이 회복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강의에서 배운 회복약과는 비교도 안 됩니다.
"이것을……채집 장소에서 나는 소재로 만드는 것인가요?"
"에렌페스트가 마력에 걱정하지 않는 비밀은 이 회복약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것만 있다면 영지를 마력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언니의 말씀에 저는 깊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정도로 회복한다면, 회복약을 만드는 것도 영지를 마력으로 채우는 것도 훨씬 쉽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 회복약, 마력은 회복되지만, 피로감은 없어지지 않네요."
루스트라우네의 중얼거림에 나는 조금 손을 움직여 보았습니다. 회복약을 먹었는데도 피로가 전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마력이 회복되어도 피로해서 움직일 수 없으면, 보통의 회복약이 쓰기는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싸우고 있는 중인 기사에는 환영받을 것이고, 마력이 부족해서 미루고 있는 조합을 하면서 먹기에도 최적이에요."
언니의 말에 어쩐지 이 약을 개발하는 것을 중시했던 사람의 모습이 보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분명 터무니 없는 마력을 필요로 하는 이상한 연구를 하고 있는 연구자일 겁니다.
회복약을 마신 왕과 영주 후보생은 곧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중소 영지의 상급 귀족은 아직 제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것을 보던 로제마인님이 손을 쥐거나 피고, 목 근처를 만지며 무언가를 확인한 뒤, 천천히 손을 들었습니다.
"마력은 회복했지만, 피로는 사라지지 않으셨죠? 좀처럼 움직일 수 없어서야 곤란하실 것이고, 저도 마력이 회복됐으니까요."
그러면서 로제마인님은 슈타프를 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슈트레이콜벤4"이라고 주창하며,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만들어 냅니다. 아까의 성배와 달리, 이번에는 처음부터 마석이 녹색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플루트레네의 지팡이?"
줄줄이 신구가 만들어지는 모습에 모두가 아연실색하고 있자, 로제마인님은 부끄러운 듯 눈을 내리떴습니다.
"미숙하여 부끄럽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기엔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반지만으로는 어려운 것입니다."
……수줍어하는 부분이 틀렸다는 느낌이 듭니다.
당연한 듯이 다수에게 위안을 주려고 하는 로제마인님에게, 아무 말도 할 기력이 없어졌습니다. 보통은 이 정도의 피로 때문에 타인을 위해 마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다수에게 한번에 위안을 주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그것을 위해 신구를 꺼내는 분은 유르겐슈미트를 통틀어서도 로제마인님 이외엔 없을 것입니다.
"린슈메르5의 위안을."
로제마인님의 기도와 함께 지팡이의 마석에서 녹색 빛이 분출했습니다. 조금 전의 의식과 마찬가지로 일부의 빛이 기둥이 되어 우뚝 솟고, 그것 이외의 빛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쏟아집니다. 포근함이 느껴지는 빛을 받고 있자, 스윽 하고 피로감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볍게 눈을 감고 조용히 로제마인님의 마력을 받고 있자, "메스티오노라……" 라는 중얼거림이 어디선가 들려왔습니다.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로제마인님의 축복을 받으며 조용해져 있던 방 안에서는 잘 울렸습니다.
……메스티오노라? ……분명 바람의 권속이었던가요?
모든 신들의 이름을 기억해내던 도중, 저는 일단 메스티오노라가 바람의 권속인 것을 떠올렸습니다. 기억이 확실하다면, 아마 지혜의 여신이었을 겁니다.
그 메스티오노라가 어떻다는 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압니다, 한넬로레님!" 이라는 기운찬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저는 모르겠어요.
무심코 눈을 뜨자, 단켈페르가의 클라릿사님이 주먹을 쥐고 역설을 시작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너무 놀라서인지, 로제마인님의 축복도 멈춰 있습니다.
"이전, 저도 같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모든 신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로제마인님은, 신들에게서 신구를 사용하도록 허락받은 메스티오노라가 아닌가 하고요!"
저는 신학 강의의 범위 밖에 있는 신들에 대해서는 모릅니다만, 메스티오노라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있는 걸까요? 똑같은 의문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할트무트님이 의아하게 클라릿사님을 보았습니다.
"신전의 성전에도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단켈페르가의 낡은 책에 있습니다."
클라릿사님의 말에 동의한 것은 단켈페르가의 분이 아니라 에그란티느님이었습니다.
"메스티오노라가 생명의 신과 대지의 여신의 딸이라는 이야기지요? 클라센부르크의 낡은 책에도 그에 대한 기술이 있습니다. 생명의 신으로부터 숨기 위해, 어둠의 신으로부터 받은 밤하늘의 머리카락에, 빛의 여신으로부터 받은 금의 눈동자로 모습을 바꾸어, 가장 수비가 강한 바람의 권속으로 들어간 메스티오노라……. 로제마인님과 딱 들어맞네요."
확실히 그럴지도 모릅니다. 풍부한 마력으로 모든 신구를 사용하며, 연속으로 최우수를 획득하는 현명함에, 빌프리트님의 말을 믿는다면 에렌페스트의 모든 유행을 생각해내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후훗 하는 작은 웃음소리가 울렸습니다.
"농담입니다, 로제마인님. 그런 난처한 얼굴을 하지 말아주세요."
"……여신에 비유되어 곤란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에그란티느님."
로제마인님은 난감한 얼굴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로제마인님의 마음은 아플 정도로 잘 압니다. 왕족으로부터 "마치 여신" 라는 말을 들으면, 도대체 어떤 반응을 해야 하는 걸까요?
난감해하는 로제마인님의 앞으로, 살며시 할트무트님이 나섰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있었던 건가요…….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멋진 이야기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번 읽어 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주인을 구할 수 있도록 앞으로 나온 할트무트님이 에그란티느님에게 방긋 웃으며 예를 표합니다.
원만하게 그 자리를 정리한 할트무트님의 수완에, 나는 감탄의 한숨을 토했습니다. 영주 후보생의 측근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이상적인 모습이 아닌가요.
……멋진 주인에게는 멋진 측근들이 모인다는 것이네요.
자신의 상식이 잇달아 깨지는 듯한 충격적인 의식이었지만, 마력도 피로도 회복한 저는 매우 만족하며 기숙사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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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여러가지로 충격적이었지만, 의식은 무사히끝났습니다.
페르디난드 특제약에 익숙한 로제마인에게는 이번의 약은 효능이 나빴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정말로 효과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음은 의식을 마치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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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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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아아... 번역할 예정이 아니었는데...
하이라이트만 쏙 빼먹고 내빼려니, 책벌레 동지로서, 차마 가슴이 아파서...;;; (훌쩍)
Erde (흙, 대지) + Gral (성배)
Gilessen + Maier, Mayer
독일 "hauch (숨결)」+ 이태리어 'frecce (화살)"
독일어 "hauch (숨결) + letzte (마지막)"
streitkolben: 메이스
치유의 여신. (물의 여신의 권속)
Linderung (감소) + Schmerz (육체적 인 통증)
32화. 의식의 이후
의식의 이후
……의식 자체는 무사히 끝났지만, 그것 이외가 힘들었어.
가장 안쪽 방에서는 호위기사를 물리는 것에 맹반발을 받았다. 하지만 여러 영주 후보생들이 각각의 측근을 데리고 오더라도 다 들어갈 수 없다. 게다가 모두가 마력을 일제히 흘리는 것과 같은 자리에 있으니까 똑같이 마력을 빨리게 되면 호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영지 내에서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할 때도 호위기사는 문에서 방을 지켰고, 공급하는 방에는 넣지 않는다. 그와 같은 것이다.
슈체리아의 방패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예상대로였지만, 중앙 기사단장은 "그 방패에는 어떠한 공격도 효과가 없다" 라고 했다. 아무래도 기사단장은 이전에 슈체리아의 방패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기사단장의 말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한마디로 왕과 기사단 전체가 납득할 수 있을 리도 없다. 나는 왕족의 앞에서 슈체리아의 방패를 내고, 기사단의 계속되는 물리, 마력, 마술도구를 사용한 다양한 공격을 받고 강도를 증명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호위기사가 문 앞에 서 준다면, 하고 중앙 기사단의 공격을 받게 된 것이지만, 공격을 할 때마다 기사들이 날아가거나, 공격이 되퉁겨지며 상처투성이가 된다. 솔직히, 방패 안에서 상처 없이 있는 나는 기사들이 걱정되어 어쩔 수 없었을 정도다.
……걱정과는 별도로, 해치려는 생각 없이 방패 안으로 들어온 뒤에 나에게 공격하려던 기사가 방패의 밖으로 퉁겨져 나간 것은 처음으로 본 현상이라 좀 흥미로웠지만.
하지만, 방패의 강도 확인을 마치 딧타 관람 같은 호기심에 찬 눈으로 보고 있던 단켈페르가의 기사들과 "로제마인님의 슈체리아의 방패는 최고입니다!" 라고 감격에 떨고 있던 할트무트와 클라릿사는 조금 마음을 무겁게 했다.
쳐도 쳐도 퉁겨져 나오는 상태에 기사들이 점점 전의를 상실해, 왕이 "이제 되었다" 라고 말려기까지 기사단의 확인은 이어졌다.
기사단이 너무 심한 꼴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왕에게 허가를 받아,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사용해 기사들에게 린슈메르의 위안을 건다. 반지로 위안을 걸면 거의 닿을 정도까지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지팡이를 사용하면 접촉할 필요 없이 다수에게 한꺼번에 걸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는김에 "앞으로 타령의 참가자에게 나눠줄 예정입니다" 라고 하고 의식의 참가상으로 나눠줄 예정의 마력 회복약을 나누어 주었다. 그러자, "그런 뭐가 들어 있을지 모를 물건을 타령에 배포하겠다는 건가!?" 라며, 이번엔 중앙 기사단장에게 이물질을 의심 받아, 여러가지로 확인받은 것이다.
……뭐, 기사단장은 의심하는 것이 일인 것 같으니까. 방패의 강도 확인과 회복약의 검증이 왕족과 단켈페르가의 앞에서 중앙 기사단에 의해 행해진 거니까, 둘 다 중앙 기사단의 보증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겠지?
이렇게 슈체리아의 방패와 회복약 사용이 인정 받아, 중앙 기사단을 문 앞에 배치하고 나와 왕족은 가장 안쪽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왕과 기사단장이 GO사인을 내면서 의식이 문제없이 진행되게 되어 안심했다. 그러나 역시 중앙 기사단은 강자들 일색이었던 것 같고, 방패의 강도를 확인하며 상당히 강한 공격을 여러 차례 받아, 마력이 많이 줄어버렸다.
……뭐, 봉납식 한번이라면 문제 없이 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다만 그 후에 슈체리아의 방패를 꺼낸 채로 참가자를 선별하는 작업이 있었고, 이것이 의외로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신구를 만드는 것은 제법 마력이 필요하다. 조금 불안하게 된 나는 왕족이 이동하고 슈체리아의 방패를 지운 다음 몰래 전용 회복약을 마시고, 문 앞에서 회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게 계산 착오였어!
모처럼 마력을 회복했는데, 다른 신구와 달리, 제단에 있는 비어 있는 상태의 성배를 바라보며 만들어 낸 탓인지, 게둘리히의 성배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마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았다. 그 때는 조금 계산 외라는 생각만 했지만, 이 최초의 계산 착오는 나중에 정말로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봉납식이 끝날 때까지는 순조로웠다. 인원이 많아서, 마력이 흐를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기도문을 외울 때에는 일체감이 있었다고 할까, 축제 기분이 되어, 샤를로테가 의식을 마쳐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을 때는 벌써 끝난 거야, 하고 좀 섭섭하게 생각했을 정도다.
순조로웠던 의식이 순조롭지 않게 된 것은 그 직후였다. 털썩털썩 하고 중소 영지의 상급 귀족들이 자세를 잃고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무릎을 꿇은 자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영주 후보생들이 괴로운 듯한 안색을 띠고 있고, 왕족이 조금 지친 얼굴을 하고 있다.
……샤를로테에게 신호를 받았는데, 지나쳤던 거야?
"할트무트, 회복약을."
급히 할트무트에게 약을 나눠주라고 했지만, 모두에게 보이기 위한 맛보기를 겸해서 나도 회복약을 마시게 되었다. 여기서, "마력이 남아돌고 있으니 못 마십니다" 라고는 할 수 없다. 다과회에 들여온 과자를 "배부르니까" 라며 맛보기를 빼먹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나는 마력이 크게 회복하는 약을 마시게 되었다.
……최악이다.
맛이 아니라 상황이.
항상 마시던 회복약에 비하면 회복 속도가 늦었기 때문에, 압축해 가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대로는 마력이 넘쳐버리고 만다. 아나스타지우스와 지기스발트가 성배에 마석이 든 그물을 넣는 것을 보면서 나는 필사적으로 늘어나는 마력을 압축했다.
……어쩌지, 마력 회복이 멈추지 않아!
"언니, 손목의 부적이 빛나고 있지 않나요?"
슬쩍 자연스럽게 다가온 샤를로테에게 작은 목소리로 지적받아, 나는 텁 하고 손목을 눌렀다. 이대로는 또다시 봉납춤 때의 전구장식 상태가 되고 만다.
"마력이 너무 많이 회복되고 있어요. 가급적 빨리 마력을 대량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어쩌죠? 이대로는 부적이 점점 빛나가거나, 갑자기 축복을 하게 됩니다."
작은 소리로 샤를로테에게 묻자, 샤를로테는 성배 안의 마석을 들여다보는 왕족과 그 주위를 둘러보며 내 손목으로 눈을 돌렸다.
"……모두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다지 부자연스럽지도 앟고, 마력을 소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샤를로테의 훌륭한 제안에 나는 즉시 도장을 찍었다. 멋대로 마력이 넘쳐서 축복 테러가 되어 변명으로 고생할 정도면, 미리 설명하고 위안을 주면 되는 것이다.
……근데, 어떻게 해야 되지?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내고, 확하고 위안을 걸면 이야기는 빠르지만 지금은 성배를 만들고 있다. 게다가 저 안에는 아직 마력이 가득 차 있다. 아무래도 아직 마석은 물들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성배는 없앨 수 없다. 그렇지만, 반지로 하나하나 치유해 나가는 것은 시간이 너무 걸리고, 마력을 대량으로 소비하기 위해,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만들어 내서 한번에 마력을 써버리고 싶다.
"절실하게 성배와 별개로 플루트레네의 지팡이가 필요합니다."
"그런 것을 할 수 있나요?"
옛날 왕의 회고록에 신구인 방패와 창을 동시에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술이 있었고, 페르디난드가 이전에 바람의 방패를 몇개나 만들어 내는 것을 본 적이 있어, 마력이 남아도는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고 할까, 못 하면 왕족과 타령의 영주 후보생 앞에서,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마석이 잇달아 반짝반짝 빛나게 되거나, 축복이 후왓 하고 넘쳐버리리게 되는걸. 어떻게든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마력을 소비하는 거야. 힘내라, 나.
나는 손을 쥐거나 피며 계속 마력을 모아간다. 마력을 크게 회복하는 약은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해, 점점 마력이 회복되어가고 있다. 빨리 쓰지 않으면 위험하다. 또 하나의 부적이 빛났다.
……아아아! 또 한개, 부적이 빛났다! 위험해! 위험하다고! 슈타프, 와라! 또 하나, 지금 당장 와라! 기사 견습도 방패와 무기를 동시에 쓰는 걸. 어떻게 하는 건지는 몰라도, 할 수 있어!
금방이라도 마력이 넘칠 듯한 나의 절박한 소원이 신에게 통한 것 같다. 오른손에 또 하나의 슈타프가 나온다. 동시에 손목의 마석의 빛이 하나 사라졌다. 샤를로테가 숨을 삼킨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능한 것 같으니, 다녀올게요."
이렇게 해서, 나는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마석을 빛내는 일도, 갑작스러운 축복 테러를 저지르는 일도 없이,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만들어 내어 모두에게 린슈메르의 위안을 주며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미숙하여 부끄럽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기엔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반지만으로는 어려운 것입니다.
"
마력의 소비가, 라는 말은 하지 않고, 나는 방긋 웃으며 얼버무렸다. 의식에 필요한 마력량을 계산하지 못한 자신의 미숙함이 참으로 부끄럽다고도 할 수 있으니, 결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정말로 초조했지만, 끝이 좋으면 전부 좋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겠지?
훗, 하고 나는 초조한 나머지 비져나온 땀을 가볍게 닦았다.
……페르디난드님, 나, 슈타프의 이도류를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언젠가는 페르디난드님처럼 잔뜩 만들어 낼 수 있게 될테니까요.
무릎을 꿇은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된 중소 영지의 상급 귀족들을 보면서, 나는 조금이나마 스승에게 다가간 성취감에 잠긴다. 이건 편지를 써서 칭찬을 받아야 할 안건이 아닐까?
참 잘했다 받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자, 클라릿사가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이니 뭐니 하는 말을 꺼내고, 에그란티느까지 지나친 말을 꺼냈기 때문에 당황했지만, 할트무트가 그 자리를 잘 수습해 주었다.
클라릿사와 함께 할트무트까지 소란을 피우면 어쩌나 하고 생각한 나는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수한 할트무트에 나는 마음 속으로부터 감사했다.
"슬슬 되었군."
자락 소리를 내며 그물망에 담긴 마석이 꺼내진다. 넣기 전에는 투명했던 크고 작은 마석이 모두 성배의 색깔인 적색으로 물들어 있다. 많은 마석이 마력을 흡수해 변색되어 있는 모습을 아나스타지우스가 모두에게 보였다.
"이번 의식을 통해 모인 마력은 이렇게 유르겐슈미트 전역을 충족하는데 사용되게 된다."
"그대들의 협조에 감사한다."
왕의 감사의 말에 모두가 자랑스러운 듯이 웃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봉납식에서 마력을 빼았기는 바람에 왕족의 면전에서 쓰러지게 된 사람도 있어, 나는 사과와 인사를 겸하여 정보를 공개한다.
"영지 대항전에서 발표하게 됩니다만, 참가해 주신 여러분들에게는 특별히 먼저 알려드리도록 하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신들의 가호를 얻기 위해서는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할 때나, 조합이나 훈련 등 자신이 전력으로 행동하는 전후에 신들에게 기도를 드리는 것이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호를 얻고 싶은 신의 표식을 음각한 수비의 마석 등에 마력을 흘리며 기도하는 것도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내가 한넬로레에게 시선을 옮기자, 한넬로레는 웃으며 자신의 손목의 부적을 드러냈다. 근시가 만들어 준 듯한 드레팡가의 부적이다. 영주 후보생처럼 초석의 마술에 기도할 기회가 없는 문관 견습들의 눈이 빛난다.
"그렇다면, 신전에 안 가도 기도를 할 수 있군요."
사실은 신전을 개혁하고 싶지만, 우선은 기도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가호를 얻게 되면, 조금은 신들을 모시는 신전에도 어른의 관심이 향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도로 가호를 얻는다고 하셨는데, 저는 이미 가호를 얻기 위한 의식을 마쳤습니다. 기도를 하더라도, 가호를 늘릴 수 없습니다."
참가자는 이미 가호의 의식을 마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되어 있었을 참가자들의 시선이 좀 실망한 듯 내리떨어진다.
그런 참가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한 것은 왕이었다. 천천히 손을 올렸을 뿐이었지만, 모두의 주목을 받아, 천천히 목소리를 울린다.
"그럼, 졸업식을 치른 졸업생에는 다시 한 번 가호를 얻기 위한 의식을 행할 권리를 준다는 것은 어떠한가?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의 연구가 유효한지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왕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밝아졌다. 오르트빈도 의욕 넘치는 눈이 되어 있다.
졸업까지 몇년이나 있는 것이다. 성실하게 기도를 계속하면, 가호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남은 일수가 적으니, 올해의 졸업생들은 아쉬울 겁니다. 그러나 아우브·에렌페스트는 일년 정도의 기도로 결혼의 여신 리베스크힐페와 시련의 신 글류크리테이트의 가호를 얻어, 끝내 자령보다 상위 영지로부터 사랑하는 첫째 부인을 얻었습니다. 여러분도 신에게 기도와 마력을 드리고, 목표를 향해서 전력을 쏟아 보십시오."
양부님이 얻은 가호에 대해 폭로하자, 풋 하고 작은 웃음이 새어나온다. 조금은 친근하고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었으려나.
……오산 투성이였지만, 무사히 끝나서 다행히야.
만족스럽게 가장 안쪽 방을 빠져나가는 참가자를 배웅하면서, 조금 손을 쥐거나 피며 자신의 몸의 마력이 진정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안심했다.
"로제마인, 도대체 어떻게 신구를 두개나 낸 것인가?"
참가자가 모두 나가자, 이번에는 의식의 뒷정리를 위해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의 학생들이 안으로 들어온다.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아나스타지우스에게 추궁을 받았다. 다른 왕족도 끄덕이고 있지만, "기합으로" 라고 솔직하게 답해도 믿을 것 같지는 않다.
"……어떻게, 라고 말씀하셔도 기사 견습들도 방패와 무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므로, 그다지 드물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러려면 기사 코스의 실기를 받을 필요가 있지 않은가?"
……그랬던가.
"좋은 본보기가 있었던 탓이겠죠. 옛 왕의 회고록에도 신구인 방패와 창을 동시에 내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술이 있었고, 이전에 바람의 방패를 몇개나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을 본 적이 있으니까요."
방긋 미소지으며 대답해 보았지만, 아나스타지우스의 맘에 드는 답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얼굴을 찌푸린다. 지기스발트는 "그대에겐 기사들의 무기나 방패와 신구가 동등한 것인가" 라며, 가만히 얼굴을 경직시키고 있다.
"같은 주문으로 나오는 것이니, 같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로제마인님은……저희들과는 상당히 인식이 다르네요."
아돌피네와 에그란티느의 시선이 멀어지는 것 같아 황급히 입을 닫는다.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렇지만, 위안은 필요했었죠? 상급 귀족들을 그대로 놔둘 수도 없었고……."
왕족의 앞에서 무릎을 꿇지도 못하고 쓰러지는 것은 분명한 결례이다. 창피를 당해버렸다고 타령의 상급 귀족들에게 생각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위안을 주자 분명히 영주 후보생과 왕족의 안색도 좋아진 것이다. 쓸데없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저는 첸트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습니다."
"아버님께?"
"처음으로 뵈었을 때부터 너무나도 몸을 혹사하고 계신 것처럼 보였기에……."
처음으로 본 왕은 내가 신전에 들어간 당초의 페르디난드와 같은 얼굴빛을 띠고 있었다. 얼굴은 아나스타지우스과 비슷한 왕의 수척한 분위기와, 지울 수 없는 회복약 냄새가 아무래도 페르디난드를 연상시킨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힐데브란트 왕자와 비슷한 느낌의 푸르스름한 은발로 머리 길이가 페르디난드님과 같은 첸트가 고개를 숙이면 진짜 페르디난드님처럼 보여!
쓸데없는 참견인 것은 잘 알지만, 귀족의 포커 페이스로도 감출 수 없는 과로가 배어 있는 것을 알아버리면,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편하게 되었다. 예를 표하마."
"첸트의 도움이 되어 영광입니다."
영양을 섭취하고, 제대로 잠을 자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고, 영주 후보생다운 미소와 말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된 나, 성장했다.
"그나저나 이 성배 안의 마력은 어쩔 생각인가?"
아나스타지우스가 성배에 남아 있는 마력을 힐끗 본다. 아무래도 왕족이 가져온 마석으로는 마력이 남아버린 것이다. 당연하다. 마력 소비를 위해 내가 몰래 마력을 더하고 있었으니까.
"언제까지나 성배를 만들어 둘 수는 없습니다. 왕족에게 헌상하겠다고 한 것이니, 귀족원에서 모두를 위해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귀족원에서 모두를 위해서? 로제마인님에게는 뭔가 좋은 방안이 있나요?"
아돌피네가 흥미가 생긴 듯, 호박색의 눈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에그란티느도 등색의 눈으로 나를 보았다.
"도서관에 쓰지요. 본래는 상급 문관 셋과 중급 문관 몇명이 마력을 쏟아 운영하는 것일 텐데, 이미 몇 년이나 중급 귀족인 솔란지 선생님 홀로 운영하고 있었기에, 보존 서고의 보존의 마술마저 사라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귀중한 자료가 썩는 것은 큰일인걸요."
지금은 중앙 기사단장의 첫째 부인인 올탄시아가 열심히 마력을 넣어주고 있지만, 아직 두 사람 몫도 되지 않는다. 나는 슈바르츠들의 관리자 변경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지기스발트의 명령 때문에 도서관에는 가까이 갈 수 없다.
"귀중한 자료의 보존을 위해, 도서관에 마력을 이용하는 것. 그리고 제가 도서관에 들어갈 허가를 받고 싶습니다."
서고에 왕족에게 중요한 자료가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잠시 생각한 뒤 왕은 허가를 내주었다.
역시, 마력의 사용처를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하더라도, 왕족이 줄줄이 도서관으로 이동할 수도 없다. 나의 감시역으로 붙은 것은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였다.
"아나스타지우스, 뒤는 맡긴다. 우리는 한발 앞서 돌아가마."
두 사람에게 뒤를 맡기고, 왕족과 중앙 기사단은 줄줄이 퇴실한다. 왕족이 남아 있으면 정리도 할 수 없으니, 분위기를 읽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은 전원이 무릎을 꿇고 왕을 배웅하고, 그 뒤의 예정을 논의한다.
"그럼, 아나스타지우스님. 제쪽에서 도서관에 올도난츠로 방문 예고를 보낼게요."
에그란티느의 목소리에 아나스타지우스가 "아아, 부탁한다" 라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 물론, 부드럽게 웃는 얼굴은 에그란티느 전용으로, 이쪽을 봤을 때에는 보통의 얼굴이 되어 있다.
"단켈페르가는 한넬로레가 동행하도록. 그쪽의 지켜보는 역할도 필요하겠지?"
"제, 제가 동행하는 건가요? 이런 경우는 오라버님이……."
아나스타지우스에게 지명된 한넬로레가 움찔했지만, 레스티라우트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서고 열쇠의 관리를 맡고 있는 그대가 적임이다. 나는 단켈페르가의 책임자로서 이곳의 정리를 지켜보겠다."
"알겠습니다."
레스티라우트의 말에 끄덕인 한넬로레가 도서관으로 데려갈 측근의 선별을 시작하고, 나도 자신의 측근들을 둘러본다.
"마티아스와 라우렌츠가 성배를 들어주세요. 그리고 성배를 든 두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호위기사 전원이 동행하겠습니다. 근시는 리할다와 브륜힐데를 데리고 갑니다. 리제레타와 그레티아, 그리고 문관 도제들은 여기서 할트무트를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귀족원의 측근들은 바로 끄덕였지만, 할트무트만큼은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로제마인님, 저도 꼭 동행하고 싶……."
"어머, 할트무트는 신구를 관리하기 위한 신관장입니다. 이 자리를 뜰 수는 없지요? ……게다가 클라릿사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적으니, 아주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아요."
내가 모처럼 마음을 써 줬지만, 어쩐지 할트무트와 클라릿사는 너무나도 실망한 얼굴이 되었다. 도서관에 마력을 쏟으러 가는 것 뿐이고, 의식 따윈 하지 않으니까 청소에 전념해주었으면 한다.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에렌페스트의 책임자로서 모든 정리를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모두 끝나면 힐데브란트 왕자에게 연락을 넣어 문의 폐쇄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알겠다."
나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에게 뒤를 맡기고 도서관으로 출발한다. 여전히 걷는 것은 늦지만 한넬로레들에게 그다지 뒤지지 않도록 애썼다.
"봉납식에서의 마력이 남게 되어, 도서관을 위해 쓰려고 생각해, 이에 대해 첸트로부터 허가를 받았습니다."
우리들이 성배를 가지고 가자, 올탄시아랑 솔란지는 크게 환영했다. 도서관의 마력 부족은 상당히 심각했던 모양이다.
"이쪽에 마력을 쏟아 주세요. 아무래도 도서관 운영에 가장 필요한 마술도구 같은데, 저 혼자의 마력으로는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도서관의 마술도구에 대해 라이문트로부터 여러가지로 질문을 받으며, 올탄시아는 일상 업무의 대부분을 솔란지에 맡기고 도서관의 구조나 마술도구에 대해서 라이문트와 함께 조사하고 있었다고 한다.
옛 사서의 일지를 참고하며 마력을 쏟는 마술도구를 살펴보던 올탄시아는 상급 사서가 없어지며 몇 년이나 방치되었던 마술도구가 도서관 운영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낸 것 같다. 그리고 오늘 그 마술도구의 마력의 잔량이 계산되어, 1년도 되지 않아 마력이 고갈될지도 모르는 것을 알고 새파랗게 되었다고 한다.
"좀 전에 결론이 나온 상황이었기에, 내일이라도 왕족에게 상담을 드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럼, 즉시 마력을 쏟지요."
올탄시아의 말에 나는 지시된 곳에 성배를 들여놓고 커다란 마석에 천천히 마력을 쏟아 간다. 마티아스와 라우렌츠가 기울인 성배에서 붉은 액체가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큰 마석 위에 쏟아진 액체는 다른 곳으로 흘러나가지 않고 마석으로 빨려들어 갔다.
거의 투명하던 마석이 천천히 점점 은화1하기 시작한다. 부은 액체는 붉은색이었을텐데, 어째서일까?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마석을 유심히 바라보았지만, 잘 모르겠다.
의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와 달리, 올탄시아는 안도하는 듯이 숨을 내쉬었다.
"색이 회복됩니다! 저 혼자서는 전혀 변화를 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자신의 임기 중에 도서관이 활동을 정지할지도 모른다며 두려워하던 모양이다. 솔란지도 "이것으로 안심이네요" 라며 좋아한다.
"오늘의 봉납식은 왕족을 비롯한 많은 영주 후보생과 상급 귀족이 참여하고 있었기에, 마력도 풍부한 것입니다."
성배에서 모든 마력을 쏟아낸 것을 확인한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텅 빈 성배를 "류켄" 으로 지웠다. 나는 예상 이상으로 도서관에 도움을 준 것에 만족한다.
올탄시아랑 솔란지뿐만이 아니라 돌아갈 때의 슈바르츠들도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다.
"공주님, 마력 듬뿍."
"할버님, 엄청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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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을 포함하니 길어지게 되었습니다.
남은 마력은 도서관에. 그것이 로제마인의 정의!
할버님, 엄청 기쁨 입니다.
다음은 단켈페르가와의 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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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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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사고를 사건으로 덮는 우리의 마인쨩....(웃음)
iridescence, 무지갯빛, 훈색.
33화. 의식 이후의 반응과 다도회의 시작
의식 이후의 반응과 다도회의 시작
지금 슈바르츠들의 공주님은 올탄시아다. 그래서 나는 슈바르츠들의 말을 듣고 올탄시아가 도서관을 위해 열심히 마력을 쏟고 있었던 거라고 이해하고 솔직하게 감탄했다.
"올탄시아 선생님이 많은 마력을 쏟아 주셨던 거죠? 슈바르츠도 바이스도 다행히네요."
"저의 마력 같은 것은 도서관에 필요한 양을 생각하면 사소할 뿐입니다."
왕족을 배웅하기 위해 나와 있는 올탄시아는 겸손하게 그렇게 말했지만, 도서관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틀림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할버님이란 뭔가?"
올탄시아와 미소를 나누고 있었더니, 휙 하고 잘라오듯이 아나스타지우스가 끼어들었다. 회색 눈동자로 물어오는 질문에, 올탄시아와 솔란지는 얼굴을 마주 본다. 왕족에게 답할 만한 대답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대신 대답한 것은 슈바르츠들이다.
"할버님은 할버님."
"낡고 대단해."
내가 전에 들은 답변과 똑같다. 까딱 하고 귀가 움직이는 것도 귀엽다. 하지만 여전히 의미 불명이다.
왕족이라면 "할버님" 에 뭔가 짚이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고 나는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의 모습을 올려다보았지만, 둘 다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뭔가, 그것은?"
아나스타지우스는 슈바르츠들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한 듯, 다시 올탄시아랑 솔란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뭐라 대답해야 할 지 곤란해 하고 있다.
"과거 솔란지 선생님은 슈바르츠와 바이스보다도 낡은 마술도구일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셨죠?"
내 말에 솔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 로제마인님. 어쩌면 슈바르츠들처럼 이름으로 불리는 마술도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자료에 기술할 때는 그 같은 애칭이 아니라 무엇을 위한 마술도구인지 용도로 적어두었기에, 할버님이라고 불리는 마술도구가 있는지 조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애칭이 사용되지 않게 되었을 때, 어떤 마술도구에 대해서 기술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료에는 애칭을 적지 않는 것 같다.
"어라? 하지만, 옛 사서의 일지에는 슈바르츠들의 이름이 그대로 쓰여 있었습니다만……."
"그것은 공개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자료가 아니라 사적인 일기니까요."
사적인 일기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저도 마술도구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었습니다만, 할버님이라는 명칭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최근 라이문트와 함께 마술도구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었다는 올탄시아가 기억을 더듬으며 그렇게 말했다.
"다만, 오늘 마력을 공급하면서 할버님이 기뻐한 것이라면, 그 마술도구가 할버님인 것은 아닐까요?"
"과연. 무슨 마술도구인가?"
"도서관의 초석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술도구이니, 슈바르츠들보다 이전의 시대에 만들어 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됩니다."
올탄시아의 말에 납득한 듯, 아나스타지우스는 "초석이라면 분명 낡고 대단한 마술도구이군" 라며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납득하자 그대로 돌아가려고 해서, 나는 황급히 아나스타지우스에게 말을 걸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서고에는 언제 가시나요? 도서관 측의 준비도 있으니, 가실 날을 고지해 놓으셔야 합니다."
왕의 허가를 받아 도서관에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가슴을 설레이며 다음의 예정을 묻는다. 그러나 아나스타지우스는 조금 눈썹을 꿈틀거리고, "예정은 없다" 라고 쌀쌀맞게 단정했다.
"어째서죠? 이번 의식이 중요하게 인식된 것이라면, 귀중한 자료가 많이 있는 서고를 조사하는 것은 최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왕족을 이번 의식에 끌어들였다고 생각하는 걸까. 주위의 불평 불만을 억제하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나의 진정한 목적은 의식의 중요성을 어필하고, "지하 서고에 있는 귀중한 자료를 꼭 알아보지 않으면!" 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였다.
……의식은 무사히 끝났는데, 어째서!?
어디에서 계산을 잘못한 걸까.
"당분간은 바쁘다. 받은 마력으로 유르겐슈미트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모두에게 많은 마력을 받은 시점에서 왕족이 바빠질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료를 읽는 것보다, 먼저 마력을 공급해야 하는 것은 왕의 안색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자료를 조사하기보다, 일단 마력부터 공급하고 한숨 돌리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안대에에에엣! 통한의 계산 미슷!
왕족에게 협조를 요청받아 빈번히 서고에 들어가려던 계획이 와장창 소리를 내며 무너진다.
"첸트는 도서관에 가도 된다고 허가해 준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왔지 않은가. 그 서재에 오늘이나, 기일을 잡아 간다고는 아버님은 약속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질을 놓쳤어! 마무리가 허술하잖아! 나는 바보바보!
시무룩해진 나를 보고, 에그란티느가 상냥하게 미소짓는다.
"로제마인님 말씀대로, 옛 문헌을 조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이 시기에는 마술도구나 신구에 마력을 공급하는 것으로 인해 내년의 수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니, 봄이 되기 전에 마력 공급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어요. 잠시만 참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이래뵈도 신전장이다. 겨울의 봉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다. 서고에 들어가고 싶지만, 정말정말 들어가고 싶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
"로제마인, 그대, 에그란티느를 대할 때는 태도가 상당히 다르지 않은가?"
"그렇지 않습니다. 왕족분들이 제례식을 중앙 신전에 맡기고 있는 것이면 서고에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을 우선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만, 왕족이 직접 마력을 공급한다면 신전장으로서 방해할 수는 없는걸요."
낙심은 해도, 참을 수 있다. 허가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조만간 서재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될 때는 온다. 그대들은 쓸데없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고 연구 발표에 집중하거라. 알겠는가, 에렌페스트. 그리고 단켈페르가."
아나스타지우스의 눈은 나뿐만 아니라 한넬로레에도 향했다. 갑자기 이야기에 얽혀든 한넬로레가 한순간 움찔 한다.
"오늘의 의식으로 인해 빛의 기둥을 목격한 자는 다수가 되었다. 빛의 기둥과 관련된 불평이나 문의를 이쪽에서는 이제 받지 않겠다. 단켈페르가에서 처리하도록."
딧타할 여유는 있는 것이겠지? 라는 말에 한넬로레가 몸을 움츠리며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딧타를 하는 것은 기사 견습들인데, 주의받는 것은 한넬로레이니, 불쌍하다.
"일단 강당으로 돌아가서 정리를 끝나고 있는지 확인하도록 하지."
아나스타지우스가 그렇게 말하고 걸어간다. 나와 한넬로레는 왕족의 뒤를 순서대로 따라간다. 조금 걸음이 느려도 뒤에 아무도 없어, 폐를 끼칠 일이 없는 것은 기쁘다.
"이미 끝난 모양이군."
강당으로 돌아가자, 남아 있는 것은 나의 측근과 클라릿사 정도였다. 할트무트와 클라릿사가 뜨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한 눈에도 알 수 있었기에, 나의 측근들은 조금 멀찍이 둘러서서 두 사람을 보고 있다.
할트무트는 오늘의 의식을 위해 특별히 허가를 받아 오게 된 신관장이고, 본래라면 귀족원과 관련되지 않는 성인이다. 약혼자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할트무트와 클라릿사를 단 둘이 놔둘 수는 없다.
……가능하면 내버려 두고 싶다는 모두의 심정이 빤히 보이긴 하지만.
우리들의 도착을 알아차린 리제레타가 다소 빠른 걸음으로 걸어와 상황을 보고했다.
"모든 정리를 마친 뒤 힐데브란트 왕자에게 연락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는 해산했고, 지금은 로제마인님이 허락을 한 사람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고 지켜보기 위해,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은 로제마인님의 측근뿐입니다."
"힘든 일을 남기고 가버려서 미안해요, 리제레타."
할트무트는 상급 귀족이고, 그 이외에 남아 있는 측근들은 중급과 하급 귀족이다. 누구 하나 할트무트와 클라릿사를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리할다를 두고 가면 좋았을지도.
조금 반성하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아나스타지우스는 "그럼 우리의 일은 끝이군" 라고 말하고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에그란티느을 향해서 손을 내민다.
"돌아가자, 에그란티느."
"네, 아나스타지우스님."
왕족의 두 사람은 강당의 상황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자신들의 이궁으로 돌아간다. 에그란티느의 에스코트를 하고 있는 아나스타지우스는 기분이 좋다.
사이좋은 신혼 부부를 배웅한 뒤, 나는 둘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연인들에게 눈을 돌렸다.
"할트무트, 클라릿사. 저도 사랑하는 연인들을 떼어놓아야 하는 것은 마음이 괴롭지만, 이제 6의 종이 울립니다. 기숙사로 돌아가지요."
내가 말을 걸자, 완전히 둘만의 세계에 젖어 있던 할트무트와 클라릿사가 이쪽을 향했다.
"로제마인님……. 어쩔 수 없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인 것 같습니다."
"전, 좀 더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할트무트의 망토를 잡은 클라릿사의 푸른 눈에 뜨거운 눈물이 고이며 연인과의 이별을 아쉬워한다. 할트무트도 지극히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클라릿사을 보며 "저도 같은 기분입니다" 라며 미소 짓는다.
"이렇게 로제마인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즐거웠던 것은 처음입니다."
마주보는 두 사람의 세계에는 서로 상대방밖에 비치고 있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서관에 동행하는 것을 거절당해 실망하고 있던 얼굴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어떻게 할까,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한넬로레가 "콜두라" 라고 조금 돌아보며 자신의 근시를 올려다보았다. 지명된 콜두라가 "그럼, 외람되옵니다만……" 라고 조용히 앞으로 나온다.
"클라릿사, 이대로는 에어베르멘1을 잃은 에비리베2가 됩니다."
콜두라의 말을 들은 순간 클라릿사가 팟 하고 할트무트의 망토에서 손을 놓고, 한넬로레의 측근들의 맨 뒤에 섰다. 눈을 깜빡이는 나에게 한넬로레가 방긋 미소를 짓는다.
"클라릿사가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로제마인님."
"아니요, 저야말로 폐를 끼쳤습니다."
영지 대항전의 연구 발표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하도록 해요, 라고 이야기를 하고, 나랑 한넬로레는 헤어져서 각각의 기숙사로 돌아갔다.
"할트무트. 급히 에렌페스트로 돌아가지 않으면 6의 종이 울려버립니다."
기본적으로 6의 종이 울리면 일은 끝이다. 전이실에는 긴급 사태를 대비해 기사가 항시 대기하고 있긴 하지만, 시간 외에는 어지간한 이유로 아우브의 연락이 없는 이상 이용할 수 없다.
그리고 성인이고, 신관장인 할트무트의 귀족원 체류는 의식을 치르는 오늘 밖에 허가되지 않았다. 맞추지 못하면 처벌되는 것이다.
신구가 담긴 상자들이 실려있는 카트와 함께 신관복인 할트무트를 전이실로 밀어넣는다.
"저희들의 의식용 의상은 깨끗하니, 차후에 보내겠다고 양부님께 전해주세요. 그리고 저도 보내긴 하겠습니다만, 할트무트도 오늘의 의식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정말로 급하긴 했어도, 무사히 시간 내에 보낼 수 있었다. 전송하고 자신의 방에 돌아왔을 때, 마침 6의 종이 울리기 시작한다.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로제마인님. 환복을 하시죠."
리제레타와 그레티아에게 신전장의 옷을 환복시키고, 기숙사 내에서 움직이기 위한 평상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식당으로 향한다.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는 이미 먹고 있다.
"늦었구나, 로제마인."
"도서관의 초석의 마술도구에 모두의 마력을 공급했습니다만, 보통은 학생이 드나드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멀었습니다. 그래도 즐거웠지요. 많은 마술도구가 있어서."
올탄시아랑 라이문트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마술도구의 용도를 조사 중인 것 같다. 유익한 마술도구가 있으면 자신의 도서관에도 도입할 것이다.
"정리 쪽은 어땠나요?"
"별달리 보고 해야 하는 일은……. 아, 단켈페르가의 레스티라우트님에서 다과회의 초청을 받았다. 이번 의식도 포함해서 공동 연구에 대한 것을 정리하거나, 영지 대항전에서의 발표 방법 등을 정하기도 해야 하니까."
나도 한넬로레와 약속했는데, 남자들끼리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언제가 좋을까요?" 라고 말하면서 근시들을 살펴보자, 샤를로테가 쿡쿡 웃었다.
"언니, 오라버님은 레스티라우트님과……."
"샤를로테!"
샤를로테의 목소리에 빌프리트의 조금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겹쳤다. 마치 우라노 시절의 나에게 그렇고 그런 책을 숨겨둔 장소를 들켜, 어머니에게 알려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숨기려 하던 소꿉친구 같은 모습에 감이 왔다.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어디에 감추고 있나요? 침대 밑은 너무 뻔해요."
"무슨 소리인가, 로제마인?"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어라?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감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빗나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샤를로테에게 시선을 돌리자 샤를로테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숨길 필요가 없어요, 오라버님. 오히려 제대로 보고해야 할 것이 아닌가요. 다음의 다과회에서 레스티라우트님은 상당한 양의 그림을 가져오시겠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책의 삽화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그림을 사들여 달라고 하셨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삽화가 들어간 딧타 이야기를 읽고 싶은 것 같아요."
샤를로테의 말에 빌프리트가 좀 불만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레스티라우트님이 멋진 그림으로 완성되었다고 말씀하신 것은 기대되었다만, 로제마인은 남자의 마음을 모르니까 말야. 조금 보고하는 것이 주저된 것이다. 게다가 다과회에서의 이야기가 되면, 그림은 근시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닌가."
빌프리트의 말에 나는 한숨을 쉬고 싶어졌다.
"그림의 매입은 귀족원에서 하는 것이지만, 기숙사의 예산이 아니라 저의 예산이나 인쇄업의 예산에서 나오게 됩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응?"
"어느 쪽의 예산에서 각출할 것인지, 에렌페스트와 상의하는 것이 필수이고, 돈을 교환하기 위해서도 서한을 주고받게 되므로 시간이 필요합니다."
레스티라우트에서 일러스트를 사겠다고 했을 때에도, 어느 정도는 어머님과 편지를 교환하고 있었지만, 명확하지 않다. 우선 레스티라우트의 일러스트를 매입해서 삽화로 쓸 수 있을지 아닌지에 의해 달라진다. 삽화로 쓸 수 없는 수준이라면 나의 사비로 사들여서 단켈페르가용으로 소량 인쇄해서 발매하게 된다.
수준이 높고, 대량으로 팔게 되었을 경우, 인쇄업의 예산을 사용하게 되고, 그러려면 어머님의 결제가 필요하다.
"그랬던가. 책에 관한 비용은 모두 그대가 내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되어 있을 거라고는 몰랐는걸."
나의 사비는 페르디난드가 없어진 지금 할트무트가 관리하고 있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있지만, 수중에 현금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제대로 보고해 주세요."
"그 말을 그대에게 들을 줄이야……. 그대도 보고는 제대로 해야 한다. 오늘도 그렇지. 그렇게 대규모의 위안을 줄 예정은 없었지 않나. 어째서 그런 일이 된 것인가. 보고가 필요하지 않은가. 적당히 생략하지 말고, 제대로 아버님에게 보고해야 한다."
빌프리트를 향한 설교가 그대로 자신에게 되돌아 와, 나는 어깨를 떨어뜨렸다.
에렌페스트에 보고서를 보낸 뒤, 나는 피로로 열을 내고 잤다. 잠든 동안에도 단켈페르가와의 다과회 세부사항이 순조롭게 결정되어 간다. 어떤 일이 정해졌는지, 예산에 관해선 어떻게 하는지 이불 속에서 묻자, 리할다가 질려버린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공주님은 단켈페르가와의 다과회까지 몸조리를 해주세요."
"의식 이후에 다과회 일정을 넣지 않길 잘한 것 같네요."
리할다와 브륜힐데가 나의 컨디션을 관찰하면서 단켈페르가와 예정을 세우는 것을 보고 있자, 피리네와 뮤리에라가 보고해 왔다.
"엘비라님으로부터 돈이 도착했습니다. 로제마인님의 사비라고 합니다. 이로써 레스티라우트님의 그림을 구입할 수 있겠네요."
좋은 그림이라면, 인쇄업 쪽의 예산으로 매입해 줄 모양이다.
"그러니, 로제마인님은 빨리 몸을 회복하셔야 합니다."
내가 움직이게 된 것은 이틀 만이었다. 앓아눕는 시간이 좀 짧아진 기분이 든다. 건강해졌구나 하고 감동하며, 나는 식당에서 식사를 먹고, 다목적 홀에서 그 동안 앓고 있던 기간의 보고를 듣는다.
"언니가 잠들어 계시던 동안, 저와 오라버님은 군돌프 선생님의 연구실에 초대받았습니다. 가호를 얻기 위해 드레반히엘에서는 모두가 정말 진지해져 있었어요."
"음. 이렇게나 빠르게 전원이 부적을 준비하는 영지는 달리 없는 것이 아닌가."
빌프리트도 진지한 눈으로 긍정했다. 이틀도 지나지 않아 전원이 부적을 갖게 된다는 것은, 적어도 그러기 위한 소재가 있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드레반히엘이 대영지로 있을 수 있는 이유를 잘 알겠네요."
"아아. 에렌페스트는 사전에 정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신들의 표식을 새긴 부적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의식을 경험한 문관 견습이 있는데도, 모두에게 알리며 부적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 차이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봉납식에 참가할 수 있었던 에렌페스트의 문신 견습들은 기본적으로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의 측근들이다. 나의 문신 견습들은 중급과 하급이어서 참가하지 못했다.
"지금 이그나츠와 마리안네에게 조제실에서 부적을 만들게 하고 있다. 사전에 정보가 있었어도 좀처럼 쓰지 않았기에, 솔직히 맥이 빠진다, 나는."
동갑인 오르트빈과 달리, 좀처럼 모두가 따라와주지 않는다며 투덜거리는 빌프리트에게, 샤를로테가 "바로 몸에 붙는 것은 아니까요, 오라버님" 하고 위로의 말을 건다.
"저는 내일 중영지와의 다과회 예정이 있습니다. 타령들의 반응을 보고 올게요. 오라버님과 언니는 단켈페르가와의 다과회에 힘써주세요."
샤를로테의 말에 나는 끄덕 하고 수긍했다.
그리고 단켈페르가의 다과회 당일. 나는 약속 시간에 빌프리트와 함께 단켈페르가의 다과회실로 향한다. 레스티라우트와 한넬로레에게 안내받아,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권하는 것은 여느때와 같은 흐름이었다.
"그럼, 이쪽을 봐주었음 좋겠다."
차와 과자를 즐기고 있었더니, 레스티라우트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측근에게 시선을 돌린다.
"오라버님, 그림은 연구의 이야기 뒤에……."
"이쪽을 먼저 끝내는 것이 집중할 수 있지 않은가."
한넬로레의 말을 레스티라우트가 손을 흔들어 가로막자, 문관 견습이 짐 속에서 열장 정도의 일러스트를 꺼내, 나와 빌프리트의 앞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흑백의 가감이 어떻게 되는 건지 알 수 없어서, 이쪽에서 선택하기보다는 그쪽에게 선택하게 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판단했다. 책을 만들기에 좋은 물건을 골라라."
기수에 올라타 무기를 겨누고 있는 기사의 모습이 크게 그려진, 망토가 펄럭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박력 있는 그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대단하네요."
빌마의 그림을 참고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선이 정리된 흑백 그림이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인상의 빌마의 그림과 달리, 보물을 두고 싸우는 딧타의 모습이 생생하다.
……솔직히 레스티라우트님의 그림의 재능을 우습게 봤었어.
한넬로레가 "취미" 가 아니라 "특기" 라고 했을 때 눈치챘어야 했다. 수준이 상당히 높다.
내가 보고 있는 일러스트를 내려다본 빌프리트가 짙은 녹색의 눈을 빛내며 존경의 눈빛으로 레스티라우트을 쳐다본다.
"훌륭합니다, 레스티라우트님! 이런 삽화가 있으면 딧타 이야기는 더욱 재미 있을 겁니다. 로제마인,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가?"
"네.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림을 인쇄하기 위해서는 등사원고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을 타인의 손에 맡기면 다소 분위기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양해받을 수 있을까요?"
내 말에 레스티라우트가 조금 미간에 주름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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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결국 '기다려' 를 듣고 만 로제마인.
할트무트를 얼른 되돌려보내자, 열이 났습니다.
드레반히엘의 신속한 대응은 한가로이 에렌페스트와 딴판.
그리고 단켈페르가와의 다과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음은 일러스트와 의식의 결과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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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음... 팍팍 다음편다다음편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몸 상태가 메롱이네요. 게다가 'ガリ切り'가 뭔가 하고 한참이나 찾았고....;;;
아, ガリ切り는 등사판 인쇄를 할 때, 밀랍이 코팅된 원화를 철필로 긁는 작업을 말합니다. 얇은 종이를 사용해야 하니, 원본을 직접 사용하진 않고, 아마 배껴서 그릴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빌프리트를 비롯한 몇몇 남자들의 어투가... 알맞게 번역하기가 좀 어렵네요. 실제 원문은 지금 번역되고 있는 것보다는 좀 더 친근한 느낌인데, 번역하고 나면 딱딱한 느낌밖에 안 나니.... (미안, 빌프리트)
전 결연의 신. 생명의 신 에비리베의 권속이자 친구였다.
대지의 여신 게둘리히와 그 권속의 취급에 분노하여, 에비리베와 싸우고 결별하고, 게둘리히를 구하기 위한 도움을 주었다.
결연의 신으로서의 힘을 빛의 권속 여신인 리베스크힐페에게 양도하고 신으로서의 힘을 잃었다.
erwärmen (열)
생명의 신. 게둘리히와 그녀의 권속의 취급에 분노한 에어베르멘과 싸우고, 친구이자 권속이었던 그를 잃는다.
34화. 일러스트의 협상과 다도회의 화제
일러스트의 협상과 다도회의 화제
"……분위기가 바뀐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 자세한 설명은 못하지만, 인쇄 과정에서 타인의 손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나의 설명에 레스티라우트는 확실히 얼굴을 찌푸렸다. 예술가 계열의 레스티라우트는 역시 타인의 손이 들어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공정을 내가 하면 된다."
"아니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현재 에렌페스트가 그림을 매입해, 그곳에서 인쇄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타인의 손이 가는 것을 허용하실 수 없다면, 레스티라우트님의 그림은 매입할 수 없습니다."
누구의 일러스트를 사더라도 에렌페스트의 공방에서 등사판을 만들어야 한다. 측근이거나 결혼해서 에렌페스트에 이주한 경우를 제외하면, 등사판을 만드는 것을 타령의 사람에게 시킬 생각은 없다. 특히 영주 후보생인 레스티라우트는 더욱 그렇다.
매입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 당황한 것은 레스티라우트가 아니라 빌프리트였다.
"하지만, 로제마인. 이렇게 멋진 그림은 달리 얻을 수 없다! 딧타 이야기를 보다 좋게 하기 위해서도 이는 사야만 하지 않은가? 레스티라우트님과는 기술을 유출하지 않도록 계약하고 그 공정을 하시면 되지 않나!"
딧타 이야기와 레스티라우트의 그림에 상당한 애착이이 있는 것 같다. 빌프리트가 책에 빠져들어 주는 것은 고맙고, 기쁘지만 지금은 좀 곤란하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멋진 그림과 인쇄하기 쉬운 그림은 별개입니다. 에렌페스트에게 필요한 것은 인쇄하기 쉬운 그림으로, 그것이 멋지면 더 좋겠지만, 아무리 멋지더라도 인쇄할 수 없는 그림이면 사는 의미가 없습니다. 정식으로 책의 판매가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단켈페르가 같은 대영지에 연구되어 인쇄 기술을 빼앗기는 것은 곤란합니다."
"그런 건가."
레스티라우트는 납득한 것 같았지만, 빌프리트는 아직 레스티라우트의 그림을 포기하지 못한 듯, 그림과 나를 번갈아 본다.
"모처럼 이렇게 그림이……."
"네. 정말로 멋진 그림입니다. 에렌페스트에서 책이 발매되면, 나중에 훌륭한 가죽 표지를 붙여서 제본할 때에 레스티라우트님의 그림을 넣으면 멋진 책으로 완성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는, 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게 아닌가."
내가 라고 하려던 것을 집어삼킨 빌프리트를 보고, 나는 가볍게 어깨를 움츠렸다.
"어쩔 수 없습니다. 기술 유출이 가장 걱정인걸요. 2위 단켈페르가에게 지금 시점에서 기술을 내주어 버리면, 에렌페스트로서는 대항을 할 수 없겠지요?"
등사판 만들기는 등사판 인쇄의 핵심이다. 아는 사람이 보면 공판인쇄의 원리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밀랍원지도, 철필도, 다듬줄도 모두 구텐베르크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술을 닦아서 시간을 들여서 만들고 개량한 것이다. 쉽게 빼앗길 수는 없다.
언젠가는 인쇄업을 타령으로 뻗어 나가게 되지만, 그것은 책만 판매할 뿐인 지금은 아니다. 좀 더 에렌페스트의 입장이 안정된 이후의 이야기이다.
덧붙이자면,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은 등사판 제작까지 자신이 직접 하는데, 이쪽에는 허가하지 않는 거냐고 타령에서 클레임이 들어올 것이다. 전원을 계약 마술로 묶는 것은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든다. 무슨 일이든지 처음이 중요한 것이다. 나는 에렌페스트로 끌어들일 수 있는 실력 좋은 화가를 원하는 것이지, 영주 후보생의 일러스트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펜으로 그리는 것과, 인쇄하는 것은 전혀 같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타인의 손이 들어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 인쇄해서 완성된 것을 보았을 때에도 항의를 받게 될 거예요."
우라노 시대의 복사기조차 완전히 같지 않았다. 너무 얇은 선이 나오지 않거나, 반대로 작은 먼지가 묘한 선이 되어 비치거나 했던 것이다. 흑백으로도 화려하게 그려지고 있지만, 선이 많은 레스티라우트의 그림을 등사판 인쇄하게 되면, 인상이 달라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처음으로 타령으로부터 사들인 그림에 대한 평가가 레스티라우트 님의 항의가 되어서는 에렌페스트의 인쇄업에 대한 인상도 크게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매입하지 않는 것이 레스티라우트님도 불쾌하게 해드리지 않으며, 에렌페스트도 곤란하게 되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좋은 결정이 아닌가요?"
"그렇군……."
빌프리트가 너무나 아쉬운 듯 물러난다. 그것에 조금 안도하며, 나는 흥미로운 듯 이쪽을 보고 있는 레스티라우트의 붉은 눈을 똑바로 보고 물었다.
"이상의 것을 감안하여, 레스티라우트님은 이 그림들을 에렌페스트에 팔아 주시겠나요?"
레스티라우트는 이쪽을 판단하듯 지켜보고 있던 붉은 눈에 조금 미소를 띄운다.
"에렌페스트의 의견은 이해했다.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을지 잘 생각한 후에 대답하겠다."
"레스티라우트님의 그림은 정말 멋지니까 좋은 답장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나는 영업용 미소로 일러스트에 관련된 이야기를 마쳤다. 레스티라우트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문관 견습들이 일러스트를 치우기 시작한다.
그것을 보면서 레스티라우트가 차를 한모금 마시고 나와 빌프리트를 번갈아 보았다.
"일러스트의 이야기가 끝났다면 공동 연구 발표에 대해서 결정하고 싶다. 영지 대항전의 발표는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가?"
레스티라우트에 의하면 공동 연구의 경우는 각각의 장소에서 똑같이 전시를 하더라도 손님은 대영지로만 몰리는 것 같다. 그 때문에 하위 영지에서 발표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공통되는 것은 기사 견습과 단켈페르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청취 조사 부분 뿐, 실제로 자신들의 영지에서 치르는 의식에 관한 기술에는 크게 차이가 있으므로, 모두 전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빌프리트 오라버님?"
"그렇군. ……단켈페르가에서는 의식을 통해 축복을 얻기 위한 빛의 기둥을 세우는 데에도 성공하고 있다고 듣고 있으니, 그쪽의 기술도 해야겠죠. 그리고 에렌페스트는 에렌페스트의 의식에 대해 발표하도록 하면, 어느 한쪽으로 손님이 치중되는 일도 없겠지요."
나와 빌프리트의 말에 한넬로레가 안심한 듯 웃었다. 공동 연구에서 어떻게 발표하느냐는 것은 영지 대항전에 찾아온 어른들의 인상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가장 갈등이 커지는 부분인 모양이다.
"그럼, 공통하는 부분은 문관들이 협의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각각의 영지에서 자유롭게 한다는 것으로 좋을까요?"
"네 문제 없습니다."
빌프리트와 내가 동의한다. 그 자리에 있는 문관 견습들에게 시선을 돌리자, 공동 연구에 관여한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문트의 연구는 아렌스바흐 측에서 하게 되어 있으니, 다음은 드레반히엘과의 협상을 어떻게 할지, 겠네.
에렌페스트는 소재를 제공하고 있을 뿐, 그다지 연구에 기여하지 못한 것 같아서, 기본은 드레반히엘에게 맡기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나로서는 드레반히엘의 연구 결과를 알고, 마목으로 만든 종이의 수요가 늘면 그것으로 좋다.
"예상외로 빨리 대화가 끝났는걸. ……음, 달콤한 과자와 잡담은 이쯤으로 하고, 게뷘넨이라도 어떤가?"
여성의 다과회는 차와 잡담이 언제까지고 계속되지만, 남자에게는 지루하게 생각되는 모양이다. 레스티라우트는 결정할 일을 결정하자, 빌프리트를 게뷘넨에 초대했다.
빌프리트는 게뷘넨을 꽤 잘하는 것 같아, 종종 드레반히엘의 오르트빈과 승부 한다고 들었다. 빌프리트는 기뻐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받겠습니다. 작년에는 졌었으니, 레스티라우트님이 졸업하기 전까지 한번은 이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안됐지만, 오르트빈에게도 지는 일이 있는 그대가 나에게 이기는 것은 아직 무리다."
흥 하고 코를 울린 레스티라우트의 말에 빌프리트가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단켈페르가의 측근들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여 곧 다른 테이블에 게뷘넨이 준비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남아돈다면 게임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근시들의 움직임에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이 없다.
과자를 먹으면서 준비가 되는 것을 무심코 보고 있자, 테이블에 늘어서고 있는 게뷘넨의 푸른 말이 눈에 들어온다. 거기서 처음으로, 나는 단켈페르가의 다과회실에 장식되어 있는 푸른 크리스털처럼 맑은 조각이 게뷘넨의 말을 본뜨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단켈페르가는 게뷘넨도 좋아하고 있네요. 저쪽의 장식상은 게뷘넨의 말이죠?"
"네? 네에. 그, 단켈페르가에서는 딧타의 반성회를 할 때 게뷘넨을 이용하거든요."
한넬로레가 조금 부끄러운 듯이 그렇게 말했다.
무려, 딧타를 좋아하는 단켈페르가는 경기 전후에 의식을 가지는데다, 더욱이 반성회까지 실시하는 것 같다. 매 년 딧타에 이용하는 시간은 대체 얼마나 되는 걸까.
"무슨 신구인지는 몰라도, 버퓨레메아의 지팡이가 전해지고 있는걸요. 의식과 딧타을 소중히 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전해지지 못했을 거에요."
"신구라고 하면……. 어제 제가 참여한 상위 영지가 모인 다과회에서는 최근의 의식의 화제로, 다들 상당히 떠들썩했어요. 직접 참가하지 않았던 분도 참가한 분들에게 이야기만은 듣은 것 같아서……."
한넬로레의 이야기에 의하면, 처음으로 참가한 제례식에 대해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모두가 한 가지 일을 하는 일체감, 성배에서 솟아오른 빛의 기둥 등, 일상에서 맛 볼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것 같다. 참가하지 못한 자는 다음 기회가 있으면 꼭 참가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첸트인 트라오크바르에게서 직접 말씀을 받는 것은 최우수 같은 것을 획득하지 않으면 어렵지요? 모두들, 감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로제마인님의 성스럽기까지 한 그 모습에 감명을 받은 분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성스러운? 뭐야 그거?
한넬로레는 웬지 모르게 넋을 잃은 모습으로, 곁에서 본 의식의 모습에 대해 알려 준다. 잇달아 신구를 만들어 내고, 모두가 경험한 적 없는 제례식을 주도하고, 마력 회복과 치료까지 베풀어준 성녀였던 것 같다. 귀족스럽게, 아무 일 없는 척, 제대로 연기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일단, 흘러넘치는 마력을 어떻게든 숨겨넘기려 한 것은 안 들킨 거지? 나, 완전 성장하고 있어!
"기도하기 위한 부적을 만드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 같고, 로제마인님처럼 신구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하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는 것 같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에게 위안을 준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다루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단켈페르가에서는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얻으려고 분투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단켈페르가에서는 아직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만드는 데 성공한 사람은 없습니다. 의식을 할 때에는 슈타프에서 만들어 낸 지금까지와 같은 창을 사용해 마력을 내어 놓는 것이 가장 안정적으로 축복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푸르게 빛나는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들고 싶어서 어쩔 수 없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귀족원에서 보고를 들은 아우브·단켈페르가라던가.
"그래서, 혹시 가르칠 수 없는 비밀이 아니시라면, 로제마인님이 어떻게 복수의 신구를 만들게 되셨는지 가르쳐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꼭 물어봐 달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한넬로레가 너무나도 미안한 얼굴이다.
"단켈페르가에서 의식에 사용하는 버퓨레메아의 지팡이는 어떻게 배우는 거지요?"
"지팡이는 부모가 만드는 것을 보고, 만지고, 자신의 마력을 흘리는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됩니다. …… 이렇게."
가벼운 의문이었지만, 내 말은 "먼저 그쪽에서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줘" 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 같다. 한넬로레가 자리에서 일어나 슈타프를 내고 마력을 끌어 모은다.
"슈트레이콜벤."
한넬로레가 지팡이를 내는 주문을 외우자, 슈타프가 변형하고 그 손에는 버퓨레메아의 지팡이가 쥐어졌다.
"만져봐도 될까요?"
"네, 부디. 조금 마력을 흘려 보세요."
나는 한넬로레의 지팡이를 만지고 조금 마력을 흘린다. 마법진이 떠오르는 것과, "꺅!?" 하고 한넬로레가 조그만 비명을 지르며 마력이 반발하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죄, 죄송합니다. ……그, 조금 놀랐습니다. 다른 마력이 들어와서."
가족은 마력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타인인 나의 마력에는 이질감에 놀란 모양이다. 타인의 마력이 흘러들어 오는 불쾌감은 알고 있다. 나는 급히 사과했다.
"불쾌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뇨, 제가 잘 몰랐던게 잘못입니다. ……이 지팡이를 만드는 방법이 영주 일족의 혈통에게만 전승된 이유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한넬로레가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되면 편리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라며 어깨를 떨어뜨린다. 모두에게 쓰게 하고 싶은 이유가 있는 걸까? 어쩌면 단켈페르가는 너무 더운 지역이라, 여름의 더위를 덜기 위해 여럿이 의식을 치르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마법진만이라면 도서관의 그 서재에서 조사할 수 있답니다. 조금 전에 나온 마법진과 같은 마법진이 의식을 치르는 법에 대한 설명에 그려져 있었으니까요."
"왕족의 요청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네요."
한넬로레가 후훗 하고 작게 웃으면서 "로제마인님은 어떻게 신구를 만드는 법을 배우셨나요?" 하며 묻는다. 나는 "버퓨레메아의 지팡이와 거의 똑같아요" 라며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신전에 있는 신구에 마력을 봉납하면 마력이 흐르고 마법진이 떠오릅니다. 어느 일정량을 넘어 봉납하면, 그 마력의 흐름이 머리에 각인되는 느낌이 되어, 슈타프를 변화시킬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됩니다."
나의 경우 첫 봉납에서 떠오른 마법진이 슈체리아의 방패를 만드는 기본이 되어 있다. 신전의 신구는 슈타프로 스스로 신구를 만들 수 있게 되기 위한 보조도구 같은 것은 아닐까.
"초대의 왕은 신전장이었다고 하니, 신전에서 신구에 마력을 봉납함으로써 자신의 신구를 만들 수 있게 되어 간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변이 끝난 뒤에 신전에서 귀족원으로 돌아온 사람은 몇명이나 있었습니다만, 로제마인님처럼 신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달리 없는 것 같던걸요?"
한넬로레가 신기한 듯이 말하지만, 아무것도 이상할게 없다고 생각한다.
"만드는 것 뿐이라면 할 수 있는 사람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렇게나 신전이 천대받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신구를 만들고 싶어할 사람은 없겠죠. 그리고 신구를 다루기 위해서는, 한넬로레님도 아시다시피, 많은 마력이 필요합니다. 특례로 귀족원에 들어와, 처음으로 마력의 압축을 하게 된 전 청색 신관과 청색 무녀에게는 신구의 모습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력 압축을 열심히 해서, 간신히 중급 수준까지 마력량을 늘린 다무엘이 모습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청색 출신의 학생은 다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신전에 있는 동안 성실하고 진지하게 의식에 임했다면, 가호를 얻은 학생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귀족 사회에 돌아가고 싶어하며 신전을 혐오하고 있거나, 자신의 처지와 함께 신들을 원망하거나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전 신전장이 있을 때의 청색 신관의 생활이 평범한 신전의 모습이라면, 그런 방종한 상태로 가호를 얻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가호를 얻는 의식을 할 때, 마법진에 마력을 제대로 채우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은 것은 아닐까.
쓸데없는 것을 말하지 않도록, 속으로만 중얼거리며, 한넬로레에게 미소를 보였다.
"단켈페르가에는 신전에 모셔지고 있지 않는 신들과 신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역사에는 감탄하게 됩니다. 얼마 전 클라릿사을 타이르기 위해 한넬로레님의 근시가 했던 말이 있었지요? 에비리베가 잃어버렸다고……. 그게 무엇인가요? 제가 아는 이야기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질문에 한넬로레는 "앞으로 빌려드릴 책에 실려 있습니다만……" 라고 전제하며 알려주었다.
"결연의 신 에어베르멘은 생명의 신 에비리베의 권속이자, 친구였습니다. 대지의 여신 게둘리히에게 구혼하고, 어둠의 신의 허락을 얻기 위해서 협력한 것이 에어베르멘이었지요."
에비리베는 에어베르멘의 협력이 있어서 게둘리히와 결혼할 수 있었지만, 에비리베의 결혼 후의 생활은 성전과 같다. 게둘리히와 그 권속의 취급에 분노한 에어베르멘과 에비리베는 싸우고 헤어져, 대지의 여신의 권속을 데리고 물의 여신한테 가서 게둘리히을 돕기 위해 힘을 보탰다고 한다.
"에어베르멘을 잃은 에비리베가 된다는 것은 결혼으로 협력자를 잃게 된다는 의미이거나, 중요한 일을 무시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과연. 에렌페스트의 신관장을 하고 있는 할트무트에게 시집을 가려고 한다면, 클라릿사에게는 협조자가 필요불가결하다.
"하지만, 결연은 리베스크힐페의 관할이죠?"
"자신이 인연을 맺어준 탓에 게둘리히가 힘든 일을 당하게 되었다, 라며 에어베르멘은 결연의 신으로서의 힘을 리베스크힐페에게 양도하고 신으로서의 힘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런가요? 그래서 경전에는 에어베르멘이 신으로 실려 있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여담이 많이 올라온 책을 읽을 거라 생각하니, 너무 즐거워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내가 가슴 설레이며 힐끗 단켈페르가의 문관들이 준비한 책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넬로레는 조금 화난 얼굴이 되었다.
"저는 정말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로제마인님. 빌려 주신 페르네스티네 이야기가 설마 그런 곳에서 끝나버리다니……. 그 속편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한넬로레는 완전히 "다음편을 읽고 싶어 병" 에 걸린 것 같다. 좋은 현상이다. 첫째 부인이 가하는 다양한 괴롭힘에 초조해하며, 페르네스티네의 상황에 눈물을 흘리며 비호해 주는 이복 오빠에게 설레임을 느꼈다고 한다.
……감동했다는 말에도 신의 이름이 많이 나오는데, 방향은 틀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것이 로제마인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다행히에요."
"저를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였다면, 아우브·에렌페스트가 책으로 만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자신의 심한 취급을 알리려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세례식 전에 맡겨진 상황이나, 머리 색깔, 성적이 우수한 것 등 공통점은 많으니, 오해하시는 분은 또 계실지도 모릅니다."
한넬로레는 걱정스러운 듯 목소리를 낮추며 충고한다. 나는 걱정해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걱정은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2권이 나오면 다른 사람이라고 알 수 있을 테니, 문제 없습니다. 슬슬 나올 때가 되었기에……."
"꼭 빌려주세요! 드디어 괴롭히는 첫째 부인을 피해, 귀족원에 입학해서 멋진 만남이 있던 곳에서 끝난 것입니다. 이 뒤에 어떻게 될 것인지, 저는……."
페르네스티네을 비호한 이복 오빠와, 귀족원에서 만난 왕자 두 사람이 정말 멋있고, 어느 사랑을 응원할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2권에서는 이복 오빠가 바로 다른 상대를 찾아버립니다, 라고 네타바레는 당연히 하지 않지만, 이렇게나 첫째 부인에 대해 분노하고, 사랑의 행방을 기대하는 독자가 있으니, 어머님도 기뻐해 줄 것이다.
……어머님에 앞서, 뮤리에라가 기뻐하고 있다. 엄청나게 끄덕이고 있다.
"한 가지 걱정은 그 분이 쓰시는 이야기에는 가끔 비련의 이야기도 있는 것이라, 아름답긴 해도, 만약 페르네스티네가 불행한 채로 끝나는 이야기라면, 저는……."
한넬로레가 초조해 하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행복해져요" 라고만 가르쳐 주었다. 이것으로 안심하고 계속 기다릴 것이다.
"전, 페르네스티네가 행복해질 때까지 응원하고 싶어요."
한넬로레가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을 때, 게뷘넨을 하던 빌프리트가 안색을 바꾸며 일어섰다.
"아닙니다, 레스티라우트님!"
……무슨 일!?
갑작스런 고함 소리에 나와 한넬로레는 물론,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빌프리트와 레스티라우트를 향한다. 빌프리트가 꽉 어금니를 악물며, 레스티라우트를 노려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레스티라우트는 가볍게 슈타프를 흔들며 게뷘넨의 말을 부드럽게 움직인 뒤, 천천히 빌프리트에게 붉은 눈을 돌린다.
"……뭐가 아닌가?"
"에렌페스트의 차기 아우브는 접니다. 로제마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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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티라우트는 일러스트에 대해 양보할 수 있을까요.
대영지의 행동력을 목도하고 있는 로제마인에게 양도할 생각은 없습니다.
한넬로레와 달아오른 다과회는 빌프리트의 말로 종료입니다.
다음은 대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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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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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샤를로테.... 우리 귀엽고 깜찍하고 어른스러운 샤를로테가 필요해.... 누가 저 남자애들 좀 말려줘.... orz
35화. 대립
대립
한넬로레는 나에게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에 대해 한마디 양해를 구하고, 스윽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레스티라우트를 향해서 나아간다.
"오라버님, 빌프리트님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하신 건가요?"
조용히 묻는 한넬로레의 말에 레스티라우트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빌프리트를 보면서 "별다른 건 없다" 라고 중얼거린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그 태도에 한넬로레가 표정을 흐린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는데 빌프리트님이 목소리를 높였을 리 없습니다. 오라버님이 상당히 실례를 말씀하신 것이죠? 정말 죄송합니다, 빌프리트님."
한넬로레의 사과에 빌프리트는 깜짝 놀란 듯 표정을 수습하며 미소지었다.
"한넬로레님에게 사과를 받을 만한 일이 아닙니다. 게뷘넨을 하던 중, 도발에 넘어간 제가 어리석었던 것입니다. 저야말로 실례했습니다."
한넬로레와 레스티라우트에게 사과한 뒤, 빌프리트는 천천히 의자에 앉아, 정면에 앉은 레스티라우트를 향해, 말을 하나 움직인다.
"아버님은……아우브·에렌페스트는 로제마인을 아우브로 하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무도한 짓은 안 하신다고."
"아우브가 되는 것이 무도?"
말을 움직였던 레스티라우트가 의아한 듯한 붉은 눈을 빌프리트에게 향한다. 빌프리트는 한 번 끄덕이면서 또 하나, 말을 움직였다.
"아시다시피 로제마인은 다과회에서 종종 쓰러질 정도로 허약한 동생입니다. 건강이 불안한 딸을 아우브로 만들어 어려운 일을 떠넘기는 심한 짓을 할 아버님이 아닙니다. 그 점은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빌프리트 오라버님에 의한 양부님의 이미지 캠페인일까? 확실히 친자라 해도 건강에 문제가 있는 딸을 아우브로 하지는 않을테니까.
빌프리트의 말로 인해, 양부님의 소문과 차기 아우브와 관련된 화제로 도발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다과회에서 끈질기게 되풀이되는 양부님의 나쁜 소문에 대해서는 나도 짜증이 나고 있었으므로 그 마음은 잘 안다.
……도발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도발에 말려들어가, 의식에서 마력을 쥐어짜내 주겠다고 생각한 결과가 첸트 강림의 봉납식이 되었는걸.
그런 내가 빌프리트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한넬로레가 한번 사이에 들어가, 빌프리트도 조금 진정한 것 같지만, 레스티라우트의 도발은 멈추지 않는다.
"본래는 마력이 많고, 더 영지에 이익을 가져오는 사람이 아우브가 되는 줄 알고 있었다만……. 과연.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능력에 관계 없이 그대가 차기 아우브가 되는 것인가?"
게뷘넨을 움직이기 위한 슈타프를 쥐고 있는 빌프리트의 주먹에 꾸욱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게뷘넨의 말이 떠 있는 테이블 옆, 레스티라우트와 빌프리트의 사이에 섰다.
"초석을 지탱할 마력이 모자라면, 건강한 분을 아우브로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으신가요?"
다소 건강해져 있다고는 해도, 허약하고, 더구나 임신과 출산으로 집무를 할 수 없는 시기가 있는 여자인 나를 아우브로 하는 것보다는 귀족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빌프리트가 아우브로 취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나의 주장에 레스티라우트가 조금 즐거운 듯이 보이는 붉은 눈을 나에게 향했다. 재미있어 하는 듯한, 무언가를 판별하려 하는 듯한 눈이 어쩐지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일순간 기가 죽었다.
"즉, 그대는 그렇게나 특별한 우수함을 가지고 있는데도, 오히려, 첫째 부인의 자리를 감수하겠다는 것인가?"
"감수하겠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저는 아우브의 지위 같은 것은 요구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 그렇다면 그대는 무엇을 원하는가?"
레스티라우트의 물음에 나는 방긋 웃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뻔하다.
"아우브의 첫째 부인이 되어 도서관의 사서가 됩니다. 저는 자신의 도서관에 점점 책을 늘릴 것입니다."
그래서 인쇄업을 시작했다. 귀족원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모으고, 해마다 새 책이 만들어지게 되고, 귀족원에서 서서히 독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귀족들을 독서에 물들이면, 다음은 평민이다. 문맹률이 높은 부자를 대상으로 시작해, 최종적으로는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다. 나는 웅대한 야망이 있다. 이루기 위한 지위는 필요하지만, 책 만들기 이외의 일은 별로 하기 싫으니, 아우브가 될 생각은 없다. 신전장의 일만으로도 한가득인 것이다.
"아우브의 첫째 부인이 되어 사서가 되기를 원한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군. 나의 첫째 부인이 되어라, 로제마인."
……예?
한순간의 침묵 후, 방 안이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오라버님! 갑자기 무슨 말을 꺼내시는 건가요!?"
"잠자코 있어라, 한넬로레."
착 손을 흔들고, 레스티라우트는 한넬로레을 침묵시킨다. 꾸욱 입을 다물고, 한넬로레가 한 걸음 물러났다. 놀라움의 목소리를 높이던 측근들도 레스티라우트의 박력에 입을 닫는다. 그러나 모두가 경악한 얼굴을 하고 있다.
솔직히 너무 갑작스러워서 의미를 모르겠다.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주위가 아연실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잘못 듣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된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마치 레스티라우트님이 저를 첫째 부인으로 원하신다고 들렸습니다만……."
"틀리지 않아.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태연하게 대답하기에, 나는 뺨에 손을 대었다. 첫째 부인으로 원하고 있다는 것은 구혼이 아닌가. 하지만 이상하다. 레스티라우트에게는 머리 장식을 줄 상대가 있었을 것이고, 귀족의 청혼이라면 부모들 사이의 사전교섭이 있을 것이다. 아니, 귀족원에서 학생들끼리 연애하는 경우엔 부모는 관계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청혼은 마석을 바치며, 신의 이름이 줄줄이 늘어놓으며 설득하는 기나긴 문구가 있지 않았던가? 이런 잡담의 곁다리처럼 직구로 던지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내 기억이 틀린 건가?
귀족의 상식을 모르니, 레스티라우트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나와 빌프리트의 약혼은 알고 있을 것이고,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웃어버리는 패턴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라서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레스티라우트가 나와 빌프리트를 번갈아 보았다.
"그대는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 보였다. 신구를 두나 함께 다루는 마력, 가호 수, 새로운 유행, 영지에 이익을 가져오는 산업, 왕족과 상위 영지와의 관계, 성녀로서의 명성 등. 정변 전에는 하위권을 헤매였고, 정변 후가 되어서나 중위권으로 부상한 에렌페스트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앞으로 주력 산업이 될 인쇄에 대해서 모르는 빌프리트가 차기 아우브을 자칭하고 있는 것, 성적은 오르고 있지만, 나와 그 측근만이 부각되고 있고, 나머지는 아직인 것을 말한다.
"공동 연구를 하면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간의 차이를 잘 알 수 있다. 그대의 공적만으로 급격히 순위를 올리게 된 폐해이다. 주위가 전혀 따라가질 못한다."
영주 가문을 지키기 위해 할아버지에게 단련되어 있는 기사 견습들에게 큰 차이는 없다. 마력 압축을 시작한 시기에 의해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원래 소질과 노력에 의한 차이 정도다.
하지만 신전에 다니며 페르디난드에게 일하는 법을 철저히 주입받은 문관들이나, 내가 무엇을 시작하더라도 준비를 위해 움직일 수 있게 된 근시들의 수준은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의 측근에 비하면 상당히 높다.
"하위 영지의 낡은 방식으로는 차례차례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는 그대에게는 너무나도 답답할 것이다. 그대의 힘만으로 순위를 올리고 있는데, 주위가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니, 에렌페스트에게는 더 하위에 있는 것이 걸맞다. 그대를 신전에서 데려왔다는 아우브·에렌페스트의 선택은 혜안이었다만, 차기 아우브을 자처하는 자는 그대가 가진 가치를 깨닫고 있지 않다. 에렌페스트는 앞으로 그대를 다루기 위한 그릇이 되지 못한다."
도발하는 것일 것이다. 겁 없는 미소를 지으며 레스티라우트는 빌프리트와 방 안에 있는 에렌페스트의 측근들을 둘러보았다.
"그대가 에렌페스트의 아우브을 원하지 않고, 아우브의 첫째 부인으로 살것이라고 한다면, 단켈페르가로 오라. 긴 역사와 함께 축적된 책이나 자료는 유르겐슈미트 내에서도 제일이다."
……긴 역사와 함께 축적된 책이나 자료가 유르겐슈미트든지 제일? 어쩜 이리도 멋진 울림일까.
아무 생각 없이 도취되어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필사적으로 다잡았다. 잘 생각하자. 유혹하는 것은 단켈페르가이다. 책을 보러 오라는 권유가 아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봐도, 단켈페르가의 유혹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딧타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가, 가지 않습니다."
"흔들렸군."
"흐, 흔들리진……. 게, 게다가 저와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약혼은 왕의 허가를 얻은 것입니다."
단켈페르가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 없다. 내가 가슴을 피고 그렇게 말하자, 레스티라우트는 어리석다고 말하듯 손을 흔들었다.
"허가를 얻었을 뿐이 아닌가. 왕명도 아니다. 아우브·에렌페스트가 취소를 원하면 쉽게 받아들여질 정도의 것이다. 에렌페스트 이외의 영지가 관여되어 있지 않은 만큼, 해소 같은 건 간단하다."
왕의 허가가 있으면 절대로 안전하다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양부님이 원하면 빌프리트와 나의 약혼은 해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단켈페르가는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 정도는 쉽다. 지금까지 하지 않은 것은 거기까지 할 만한 가치를 그대에게서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를 상대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교섭이 가능하니, 충분히 단켈페르가의 첫째 부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대의 지식을 넓히고 책을 만들고자 한다면, 에렌페스트보다 단켈페르가 쪽이 적합하다. 단켈페르가로 와라, 로제마인."
자금력, 인력,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유연함, 새로운 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다음에서 다음으로, 단켈페르가가 더 나은 이유가 이어진다. 그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것들이다. 흔들흔들 마음이 움직인다.
"에렌페스트 같은 시골구석보다 훨씬 뛰어난 인재도 있을 것이다."
……네? 나의 구텐베르크보다 뛰어난 인재가 있을 리가 없어요!
반사적으로 마음 속으로 반박한 순간, 갑자기 흥분이 식었다. 단켈페르가로 가면 나는 가족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 귀족과 상인과 직인들과의 중개 역할이라는 소중한 일을 내팽개치는 것이다. 에렌페스트에 있는 소중하고 가느다란 관계를 스스로 버릴 생각은 없다. 무엇보다 나의 소중한 도서관이 있는 것은 에렌페스트다.
"……정말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이럴 때는 바로 확실히 거절하는 것이 좋다. 답을 망설이는 사이에 대영지에 의도에 끌려가게 된다. 우선은 의사 표시가 중요하다. 나는 단켈페르가에 갈 생각이 없다.
레스티라우트가 말을 움직인 뒤 천천히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이쪽으로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만, 거절하는 것인가……."
꽤 흔들리고 있었을 텐데 어디서 실패한 것일까, 라는 말로, 내 마음의 움직임이 상당히 읽혀지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제대로 거절한 것에 안심하고 있었더니, 레스티라우트가 완전히 분위기를 바꿨다. 귀족다운 느긋한 분위기가 딧타을 앞둔 기사들처럼 사납게 된 것이다.
"……거절당했다면 힘으로 빼앗을 수 밖에 없겠지."
"레스티라우트님!?"
"오라버님, 기다려주세요!"
한넬로레의 만류를 뿌리치고, 레스티라우트의 눈이 먹이를 노리는 눈이 되었다.
"필요한 것은 손에 넣는다. 얻기 위해 필요한 힘을 기르고, 포기하지 않고, 몇번이나 수단을 바꾸고, 도구를 바꾸어 도전한다. 그것이 단켈페르가다."
단켈페르가가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클라릿사의 청혼으로도 알고 있다. 가짜 성녀라고, 악랄하고 비겁하다고 나를 평가하던 레스티라우트에게 이런 시선을 받을 줄은 몰랐다.
슈바르츠들의 일로 인해 처음으로 대치했을 때와 같은 횡포를 느끼게 하는 말투와 분위기에 나는 쓰윽 한발 물러섰다.
"로제마인."
뒤에서 들려온 빌프리트의 부름에, 나는 돌아보았다.
"……레스티라우트님에게 지적받은 것처럼,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갈 수 밖에 없다만, 그대는 에렌페스트를 원하는가?"
심각한 듯한 얼굴로 빌프리트가 묻는다.
"나는, 그, 레스티라우트님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대의 가치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느 쪽인가 하면, 그대를 억제하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고, 단켈페르가, 드레반히엘처럼 그대의 지식을 이용하거나 넓힐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내가 차기 아우브가 된다면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빌프리트가 어깨를 떨어뜨리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귀족원에서 2년 연속 우수자가 되고, 오르트빈과 경쟁하며 상위 영지의 귀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공동 연구를 하는 문관 견습들의 격차는 상대가 상위 영지인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고 있었다."
에렌페스트 내에서는 항상 나와 자신을 비교하며 아직이라고 생각했는데, 귀족원에서 다른 영주 후보생과 접하게 되면서, 자신은 우수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 그 자신감이 "이만큼 노력하면 충분하겠지" 라는 자만심으로 이어졌다고 중얼거린다.
"대영지는 그대의 장점을 바로 도입할 수 있었는데, 나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령의 산업도 그대의 취미에서 비롯된 것이니, 그대에게 맡기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했다."
주위 모두의 의식 수준이 하위 영지인 상태에서 빌프리트만 상위 영지의 감각을 익힐 수 있을 리도 없다. 상위 영지의 친구들과 사귀며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활용하지 않았던 것을 깨달았다면, 앞으로 활용하면 되지 않나요. 제게 소중한 것은 모두 에렌페스트에 있습니다. 에렌페스트를 떠나는 일은 없습니다. 저의 게둘리히는 에렌페스트입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나는 차기 아우브로서 그대를 지킨다. 게다가, 에렌페스트에 있고 싶은 그대를 여기서 지키지 못하면, 가족으로서도 실격이니까."
빌프리트가 가슴을 피고 레스티라우트를 보자, 레스티라우트는 히죽 하고 사나운 미소를 보였다.
"그대가 차기 아우브라 이름댄다면, 그 기개를 보이며 단켈페르가에게서 로제마인을 지켜보아라. 딧타의 승부를 신청한다."
……역시 딧타.
"로제마인, 그대를 단켈페르가의 첫째 부인으로, 라고 바라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아우브 부부의 동의를 얻고 있다. 이쪽이 이기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써서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 약혼의 해소를 요구할 것이다."
2위의 대영지로써 적극적으로 압력을 가해 오려는 모양이다. 그래선 분명 양부님의 위장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승부를 받지 않을 경우는 어떻게 됩니까?"
빌프리트의 물음에 레스티라우트가 훗 하고 코를 울렸다.
"처음부터 승부를 방기하는 겁쟁이에게 로제마인은 과분하다. 이겼을 때와 같은 수단을 취할 뿐이다."
"즉, 에렌페스트가 이기면 단켈페르가는 로제마인에서 손을 뗀다는 것입니까?"
"딧타의 승부는 신성한 것이다. 신에 맹세코 앞으로 참견은 하지 않는다."
횡포에다, 딧타 바보라서 귀찮은 단켈페르가지만, 이런 부분은 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승부를 받기 전부터 일방적으로 당하며 레스티라우트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은 매우 재미 없다.
……레스티라우트님의 약점은 뭘까?
양부님의 나쁜 소문에다 빌프리트의 아픈 부분, 나의 책 사랑 등 저마다 이곳저곳 약점을 공격받았고, 이제와선 딧타의 승부를 강요당하고 있다. 조금 정도는 반격해서 당황시켜야 직성이 풀린다.
방안을 빙 둘러본다. 레스티라우트가 딧타를 멈출 것 같은 약점이 어디 없을까. 내 눈에 띤 것은 레스티라우트를 말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걱정스럽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한넬로레였다.
"그럼, 에렌페스트가 승리한 날에는 한넬로레님을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두번째 부인으로 받겠습니다."
"뭐!? 무슨 말을 꺼내는 건가, 로제마인!?"
"로제마인님!?"
빌프리트와 한넬로레의 안색이 바뀐다. 측근들도 술렁거린다. 놀란 반응은 레스티라우트가 나를 첫째 부인으로 하겠다고 말했을 때보다 좀 크다. 이겼다.
"아시다시피, 저는 건강에 대한 불안이 있고, 빌프리트 오라버님에게는 두번째 부인이 필수입니다. 그 두번째 부인이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이라면, 관록을 붙이기엔 최고겠죠?"
"단켈페르가의 공주를 에렌페스트 따위가 둘째 부인으로 하겠다고? 장난하는가!?"
눈을 부릅뜬 레스티라우트가 한넬로레을 지키듯이 일어나 한넬로레의 앞에 섰다. 아무래도 약한 곳을 노려 반격하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장난하고 있는지는 레스티라우트님이 판단하십시오. 왕의 허가를 받고 있는 약혼을 해소하겠다며 나서는 단켈페르가도 다르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쪽이 진심이라면, 이쪽도 진심으로 한넬로레을 받는다. 단켈페르가가 딧타의 신청 자체를 다과회의 허튼 소리로 끝낸다면, 이쪽도 그냥 농담으로 끝낸다.
"……이상의 것을 감안하여, 레스티라우트님은 정말로 딧타의 신청을 하시겠습니까?"
여기서 매듭지어 주면 좋겠어, 라고 생각한다.
한넬로레님을 에렌페스트에 두번째 부인으로 내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들이 단켈페르가를 제지하기 위해서는 승부를 받는 것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과 달리, 한넬로레를 중위 영지의 두번째 부인으로 보낸다는 조건은 아우브와 상의하지 않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안, 한넬로레님. 하지만, 나, 최대한 딧타를 피하고 싶어요.
내 생각을 눈치챈 듯, 빌프리트도 곧 정신을 차리고 레스티라우트를 향해 겁 없는 미소를 띄운다.
"레스티라우트님, 소중한 여동생의 장래를 이런 딧타로 결정해서야 되겠습니까? 아우브와 상담할 것을 권하는 바입니다. 이대로 받아 버리면 한넬로레님이 정말로 불쌍합니다."
"빌프리트님……. 네, 오라버님. 이런 다과회에서의 농담으로 로제마인님과 저의 장래를 결정하지 말에주세요. 로제마인님은 이미 약혼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넬로레의 호소는 레스티라우트에게는 닿지 않은 것 같다.
"……다과회의 농담이 아니다. 나는 단켈페르가의 미래의 이익을 위해 로제마인을 첫째 부인으로서 받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오라버님, 그런 중대한 것을 마음대로 정하지 말아주세요! 지면 저는……."
"한넬로레, 그대가 시집 갈 곳을 결정하는 것은 아버님과 나다."
레스티라우트의 결단에, 한넬로레는 조그맣게 덜덜 떨고는 고개를 숙이고 한 발 떨어진다.
"어떻게 할 것인가, 에렌페스트?"
힐끗 빌프리트가 나를 보았다. 자신이 결정해도 되는지, 망설이고 있는 듯한 얼굴이다.
"로제마인, 그대의 장래, 내게 맡겨도 되겠는가?"
"저를 보물로 하는 딧타다면 지지 않아요."
자신의 장래가 걸린 것이다. 전력으로 한다. 내가 동의하자, 빌프리트는 방에 있는 측근들을 둘러보았다.
"에렌페스트의 보물인 로제마인을 잇는 힘껏 지킨다. 모두 힘을 빌려주어라!"
기사 견습들이 목소리를 맞추어 "넷!" 하고 대답한다. 빌프리트는 그것에 힘을 얻은 듯, 레스티라우트을 올려다보았다.
"받겠습니다! 나는 차기 아우브다! 에렌페스트의 보물을 간단히 타령에 뺏기진 않는다!"
"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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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티라우트와 한넬로레,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의 대립입니다.
왕족이 개입하기 전에 승부를 결정하기 위해 레스티라우트도 꽤 서두르고 있습니다.
로제마인에게 휘말렸던 빌프리트는 봉납식 후에야 처음으로 주위의 평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보물 훔치기가 아닌, 신부 훔치기 딧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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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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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이 뒷사정에 대한 ss가 있는데... 아직 번역을 안 해놨네요.
아무튼, 다음편이라 기뻐하시는 것 같은데, 아직 본론은 시작도 안 했습니다. ㅎㅎ
36화. 딧타 준비
딧타 준비
"그런데 언제 하는 것입니까? 지금 당장은 아무래도 무리이고, 기사의 인원도 맞추어야 합니다."
"알고 있다. 이쪽도 장소의 수배를 할 필요가 있다. 심판 역의 루펜의 예정과 훈련장을 정하면 연락하겠다."
빌프리트와 레스티라우트가 딧타의 세부사항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자, 기사 견습들도 모여든다. 1학년이라서 딧타에 참가할 수 없는 테오도르를 내 호위를 붙이고, 레오노레들도 그쪽의 대화로 향했다.
"로제마인님, 잠시 차는 어떠신가요?"
한넬로레가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얼굴로 테이블을 가리킨다. 아주 잠깐 동안에 여러가지로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확실히 나도 약간 목을 축이고 싶다.
내가 테이블로 가자, 근시들이 바로 차를 타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브륜힐데가 차를 내오는 것을보고 있자, 한넬로레가 레스티라우트 쪽을 신경 쓰며, "콜두라, 로제마인님과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라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부디 이것을."
콜두라에게 받은 것은 도청 방지 마술도구였다. 레스티라우트에게는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나는 곧 그것을 손에 쥐었다.
"다과회가 이런 결과가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저의 역부족입니다……."
모처럼 즐거운 다과회였는데, 빌프리트에게 실례를 범하며 도발했다. 그것을 빌프리트가 넘어가 주었더니, 이번에는 에렌페스트를 비하하고, 약혼자의 눈 앞에서 나에게 구혼했다. 그리고 내가 거절하자, 대영지로서 압력을 가하며 딧타를 강요했다.
"로제마인님이 모두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제안해 주셨는데, 그것을 내팽개치는 결과가 되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레스티라우트님에게 딧타을 멈추게 하려는 생각만으로 한넬로레님을 말려들게 해 버렸습니다.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아니요. 로제마인님이 딧타를 취소하기 위해 모처럼 주신 구실을 걷어찬 것은 오라버님이니까요."
슬픈 듯한 한넬로레의 미소에, 나는 한번 레스티라우트 쪽을 노려본다.
"저는 에렌페스트가 이기면 한넬로레님에 관한 조건을 취소할 생각이에요. 레스티라우트님을 멈추고 싶었을 뿐이고, 한넬로레님을 두번째 부인으로 받는 것은 너무 실례입니다."
"……마음은 매우 고맙습니다만, 딧타로 정해진 것은 뒤집히지 않습니다. 적어도 단켈페르가에서는."
"그런 귀찮은……아니, 완고한……으음……."
적절한 귀족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나에게 한넬로레가 "그 말대로입니다" 라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한넬로레님은 어떻게 하고 싶으신가요?"
"어떻다는 것은?"
"장래의 상대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 저희들이 이겼을 때는 그 분과 맺어질 수 있도록 단켈페르가와 협상할게요."
단켈페르가도 에렌페스트의 두 번째 부인이 되는 것 보다는 쉽게 받아들일 것이다. 나의 제안에 한넬로레는 눈을 깜박거렸다.
"……부모와 오라버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니, 그 같은 희망을 품은 적은 없습니다. 그래도 그렇네요. 오라버님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 로제마인님의 모습을 보고, 오늘에야 비로소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럼, 에렌페스트가 승리했을 때에는 그것을 단켈페르가에 요구하겠습니다."
"더 이상 에렌페스트에 부담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한넬로레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러나 그 미소도 평소의 웃는 얼굴에 비하면 약간 흐려져 있다.
"만일 한넬로레님이 에렌페스트에 오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 저는 환영하며, 한넬로레님이 행복해지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까, 안심하고 와주세요."
에렌페스트로 오면 신간을 가장 먼저 읽을 수 있어요, 책벌레의 낙원으로 만들 거니까, 라고 필사적으로 어필하자, 한넬로레가 쿡쿡 웃었다.
"이번 사건에서 로제마인님이 계속 친구로 있어주시는 것이, 저에겐 정말로 기쁩니다."
분명 단켈페르가는 상당히 귀찮지만, 한넬로레는 소중한 친구이다. 적어도 나는 친구관계를 그만 둘 생각은 없다.
"한넬로레님은 저의 마음의 벗이니까!"
"그럼, 마음의 벗으로서 저도 한 가지만. 로제마인님은 그 바람의 방패가 있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공략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라버님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부디 방심하지 말아주세요."
그런 한넬로레의 중얼거림으로 다과회는 끝났다.
"오라버님, 언니.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다과회에 갔을 뿐인데, 어째서 두 사람의 약혼 취소를 건 딧타을 하게 되어 버린 건가요?"
돌아와, 다목적 홀에 모두를 불러모아서 딧타 승부를 하게 된 것을 설명하자, 창백해진 샤를로테가 그렇게 말했다. 레스티라우트의 억지이긴 하지만, 설명을 해도 어째서 그런 흐름이 되었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다.
"……로제마인, 나는 그대가 일을 냈을 때 대답에 궁하던 마음을 이제야 알겠다."
"이해받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럼 샤를로테가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은 오라버님께 맡기겠습니다."
내가 방긋 웃자, 빌프리트도 방긋 웃었다.
"아니, 여기는 익숙한 그대에게 맡기고 싶다."
"어머, 저에게만 맡기는 것이 좋지 않다고 레스티라우트님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던 참이 아닌가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빌프리트에게 설명하는 역할을 맡긴다. 딱히 떠넘긴 것은 아니다. 빌프리트의 성장을 바라는 것이다.
잠시 샤를로테에게 설명하던 빌프리트가 "더 이상 설명해도 무의미다! 대책을 세우는 것이 먼저다!" 라고 외쳤다. 그리고 샤를로테도 더 이상의 설명을 요구하는 것을 포기한 것 같다.
나는 한넬로레에게 들었던 대로 슈체리아의 방패를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싸움이 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단켈페르가는 슈체리아의 방패를 깨는 방법을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레오노레, 승산은 있습니까?"
"방패를 사용할 수 없다면 훨씬 낮네요. 그러나 어디까지 방패를 사용할 수 없을지는 모르는 것이니, 아예 쓰지 않는 것은 악수입니다. 게다가 방패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로제마인님에게는 기수도 있습니다."
레오노레의 말에 끄덕이면서 라우렌츠가 의견을 낸다.
"그보다 로제마인님이 바람의 방패를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 최대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라면 시작하자마자 일제히 로제마인님을 노릴 것입니다. 방패를 깨트릴 수단이 있다고는 해도, 방패 속에 틀어박히게 되면 귀찮아지니까요."
처음에 지켜지지 못하면 슈체리아의 방패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방패를 만드는 영창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어떻게 지키는 것이 좋을까요? 넓은 범위에 화려하게 써서 상대의 기를 꺾을 수 있는 마술이 있으면……이렇게, 팟 하고 적을 향해서 폭포 같은 바센을 쓴다거나……."
나의 제안을 마티아스가 냉정하게 각하한다.
"그런 마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로제마인님 정도이고, 기사들이 거기에 마력을 다 써 버리면, 그 후의 전투를 할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방패를 만들기 위한 시간 벌이입니다. 로제마인님이 하시는 것이 아니라 기사들이 할 수 있어야……."
마티아스의 지적에 내가 무웃 하고 입술을 내밀고 있자, 리할다가 "좀 괜찮습니까?" 라며 입을 열었다.
"……도련님, 공주님. 보물 훔치기 딧타라면 마력이 적은 기사와 마력이 많은 상급 근시를 둘 정도 교체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리할다?"
"귀족원에서 일어난 일에 어른들이 간섭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옵니다만, 공주님을 단켈페르가에 뺏길 수는 없으니까요."
리할다는 그렇게 말하며 옛날의 보물 훔치기 딧타의 방식을 도입하기를 제안한다.
"근시는 딧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거죠?"
"마술도구에 마력을 담고, 회복약의 관리를 하는 것입니다. 유디트는 원거리 공격이 특기죠? 그러니까 유디트에게 마력이 많은 근시를 붙이고, 마력의 들어 있는 마술도구를 사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유디트에게만 맡기는 것보다는 쓸 수 있는 마술도구의 수가 몇 배로 늘어납니다."
그리고 전장에 나간 기사들은 휴대할 수 있는 회복약의 양도 한정되지만, 근시가 회복약을 관리하고 있으면, 약이 없어진 기사들에게 새로운 회복약을 나눠줄 수 있다.
"치유의 마술을 쓸 수 있는 근시를 대기시키는 것도 있었습니다. 근시는 기사와 달리 직접 싸우는 것이 아니라, 마력을 공급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지요. 문관들은 마술도구나 회복약의 준비로 인해 당일에는 쓸모가 없었으니까요."
빌프리트가 음, 하고 생각에 잠겨 그 자리에 있는 근시들을 둘러본다.
"가장 마력이 많은 근시 견습은 누구인가? 들일 수 있는 만큼 기사 대신 넣겠다."
마력 압축 방법을 알고 있는 상급 근시가 압도적으로 마력이 많은 것 같다. 브륜힐데와 빌프리트의 근시 견습인 이지도르가 뽑혔다.
"나도 포함해, 셋이서 로제마인이 제안한 것과 같은 바센을할 수는 없겠는가? 그렇다면 기사들이 마력을 쓰는 일 없이, 시간 벌이를 할 수 있고, 기사가 싸우고 있는 동안에 마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만……."
빌프리트의 말에 브륜힐데가 깜짝 놀란 듯 돌아보았다.
"로제마인님, 그러고 보니 클라릿사가 작년의 영지 대항전에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마술을 보조하기 위한 마술도구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브륜힐데, 그것은 쓸 수 있을지 어떨지 모릅니다. 아무래도 클라릿사 본인에게 물어볼 수는 없으니, 할트무트나 라이문트에게 기억하고 있지 않은지 물어보겠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그대는 기억 나지 않는건가?"
빌프리트의 말에 나는 슬쩍 시선을 피한다. 그 때는 별로 흥미도 없었고, "다들 전문적이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라며 안젤리카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면목이 없다.
"기본 작전은 레오노레에 맡길 생각이다만, 내 마력을 살린 작전을 세웠으면 좋겠다."
에렌페스트에서도 기사들과 훈련을 하고 있고, 영주 후보생이어서 마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강한 공격은 가능하지만, 기사는 아니기 때문에 연계 훈련은 거의 하지 않은 빌프리트의 말에 레오노레가 방긋 웃었다.
"빌프리트님에게는 수비를 부탁드립니다. 로제마인님, 원거리 공격을 잘하는 유디트, 근시 견습들을 마력이 풍부한 빌프리트님이 방어해 주시면, 공격에 나갈 수 있는 기사가 늘게 됩니다."
빌프리트가 "알았다" 라며 나를 본다.
"로제마인, 내가 쓸 수 있을만한 신구는 없는가? 타니스베파렌 때에도 그대는 신의 망토를 만들어 모두가 공격할 틈을 만들었다. 그렇게 그대들을 지키면서 단켈페르가가 모르는 공격을 하면 뒤통수를 칠 수 있지는 않겠나."
분명, 그게 가능하다면, 기사들과의 연계가 되지 않지만 마력이 많은 빌프리트도 힘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신전에 있는 신구들을 떠올린다.
"시주할 때마다 마법진이 떠올라, 그 마법진과 신구의 모양을 확실히 떠올릴 수 있게 되지 않으면 신구로서는 기능하지 않으니, 쓰게 될 수 있을때까지의 기간은 모르겠겠습니다. 그보다도 양부님에게 부탁해서 신전의 신구를 빌릴 수 있다면, 그쪽이 가장 간단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력을 넣는 것만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슈타프로 신구를 만들려고 생각하면, 만드는 마력, 유지하는 마력, 쓰는 마력 등 상당한 마력이 필요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사용할 때처럼, 신구 그 자체를 사용하면, 필요한 것은 사용하는 마력 뿐이다.
"다만 라이덴샤프트의 창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한번에 보물을 쓰러뜨리기에는 좋은 무기이지만, 한넬로레님을 상대로 그런 공격은 할 수 없습니다. 창이 방패를 뚫었을 때가 무서우니까요."
"음."
빌프리트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조절해서 공격한다면, 익숙한 무기가 사용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한다.
"슈체리아의 방패는 제가 만들 것이고, 그것을 깨는 방법이 있으면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만드는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는 주위에 있는 사람 전원을 치유하는 것이므로, 전장에서는 피아 관계 없이 치유됩니다."
"그것은 곤란하군."
"그리고, 어둠의 신의 망토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 무난하겠죠. 검은 무기로 착각되어 귀찮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빛의 관은 계약을 할 때 쓰는 것이며, 싸우는 도중에 쓸만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쓴 적이 없는 신구라면 에비리베의 칼이려나요……."
"에비리베의 칼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그, 해의를 가진 사람을 쳐 내는 바람의 방패처럼 뭔가 특수한 효과가 있는가?"
"제게는 별로 쓸모가 없고, 겨울밖에 쓸 수 없어, 불편한 무기입니다만, 이번 싸움엔 딱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렌페스트에 긴급히 연락해서 빌리도록 하죠."
단켈페르가의 압력으로 인해 딧타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된 것, 졌을 때의 조건 등을 보고서로 정리하고, 신전에서 에비리베의 검을 찾아 보내도록 부탁한다. 그것에 더해, 클라릿사의 연구에 대해 자세한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 할트무트에게 조사해 달라고 추가로 기재한다.
"이를 빨리 에렌페스트로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빌프리트의 근시가 달려가고 있을 때, 로데리히가 얼굴을 들었다.
"이쪽에 페르디난드님의 딧타 지도서에 있던 쓸 만한 마술도구를 적었습니다. 레오노레가 작전을 세울 때 참고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로데리히. 문관 견습들은 마술도구와 회복약을 계속해서 작성하세요. 기사 견습들은 훈련을 겸하여 소재 채집에 나갑니다."
레오노레의 지시에 나서는 학생 중, 마티아스가 "로제마인님 축복을 부탁 드릴 수 있을까요?" 라고 말했다.
"로제마인님의 축복으로 몸을 강화할 수 있다면 조금은 승률이 오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자력으로 축복을 기원하는 것은 성공률이 낮습니다."
"제가 축복을 주는 것은 모두의 성장에는 도움이 안 되겠습니다만……."
그렇게는 말했지만, 자신의 장래를 생각하면 그런 것을 걱정하는 것은 사치이고, 동참하지 않는 이상, 수단을 가리고 있을 여유는 없다. 솔직히 단켈페르가가 어느 정도의 축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는지 모른다. 나는 기사 견습들에게 앙그리프의 축복을 걸어 보냈다.
빌프리트도 기사 견습들과 함께 나갔다. 남아 있는 것은 최소한의 호위기사와 샤를로테와 근시들이다.
"……가능하면 단켈페르가의 축복을 빼앗고 싶습니다."
이쪽은 거의 축복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인데, 이미 축복 상태가 몸에 익숙한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은 상당한 위협이다. 오늘 한넬로레가 만든 버퓨레메아의 지팡이를 만질 수 있긴 했지만, 역시 한번만으로는 기억하지 못한다.
"음, 그 서재에 들어가서 조사하고 싶습니다. 왕족의 허가가 필요합니다만……왕족은 지금 마력 공급으로 바쁘죠? 귀족원에 있는 힐데브란트 왕자는 허가를 주시지 않을까요?"
리할다는 "안 줄거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했지만, 나는 일단 부탁해 보기로 한다. 해서 안 된다면 포기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편지를 보냈더니,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내일 오전만이라면 괜찮습니다. 단켈페르가의 한넬로레에게도 말을 해둘게요."
힐데브란트의 즐거운 듯 들뜬 목소리가 세번 반복된다.
"……리할다, 순식간에 허가가 나왔습니다."
"왕족에게 상당히 여유가 생기기 전까지는 무리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만……."
신기해하는 리할다에는 미안하지만, 모처럼 왕족에게서 허가가 나온 것이다. 나는 도서관에 갈 예정을 세웠다.
다음 날 오전, 나는 신나서 도서관으로 향한다. 지하까지 동행할 상급 기사 레오노레와 딧타에 나가지 못하는 1학년 테오도르, 그리고 리할다와 브륜힐데가 함께이다.
"공주님, 왔다."
"공주님, 오랜만."
반기는 슈바르츠들은 매우 귀엽지만, 어째서 내가 "공주님" 으로 불리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올탄시아와 솔란지를 올려다보았다.
"올탄시아 선생님, 슈바르츠들의 호칭이 이상하지 않나요?"
"얼마 전 여러분의 마력을 쏟아 주신 이후로 부르는 법이 변화했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상담한 결과, 그 사이에 다시 저로 바뀌게 된다고 하셨습니다만……."
아직 안 바뀐 것 같다. 갑자기 힐데브란트의 연락에 놀랐다는 말과 함께 집무실로 안내된다. 그곳에는 이미 힐데브란트이 와 있었다.
"바쁘신 와중에 죄송합니다. 제 바람 때문에 왕림하시게 되어서……."
"상당히 급해서 놀랐습니다만, 로제마인은 무엇을 알아보는 것입니까?"
"서고를 열고나서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힐데브란트과 인사를 나누고 있자, 한넬로레도 도착했다. 한넬로레의 측근도 적어 보이는 것은 역시 딧타의 특별 훈련 중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사를 나눈 뒤, "최종 시험이 다가오고 있기에, 열람실을 닫을 수는 없습니다" 라고 두 사서로부터 설명을 받고, 우리는 열람실에 있는 학생들의 주목을 받으며 폐가식 서고에 들어갔다.
거기서 올탄시아의 안내로 우리들은 지하로 들어간다. 전회와 마찬가지로 문을 열자 근시들은 차의 준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로제마인, 서고의 문이 열렸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조사하는 건가요?"
"단켈페르가와 딧타 승부를 하게 되어서, 의식과 신구에 대해서 좀 알아보고 싶습니다."
내 말에 한넬로레가 조금 재미있는 듯이 웃는다.
"로제마인님은 그것을 단켈페르가의 저에게 이야기해도 되나요?"
"알려져서 곤란한 것이 아니니까요."
"단켈페르가와의 딧타는 왜 하게 된 것입니까? 이전에 의식에 참가하기 위한 많은 영지와 단켈페르가가 승부했었죠?"
나는 조금 어깨를 움츠린다.
"레스티라우트님에게 구혼받아, 딧타로 승부를 가리게 되었습니다. 그렇죠, 한넬로레님?"
"네, 네에. 그보다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알아보도록 해요, 로제마인님."
조금 다급한 모습의 한넬로레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는 힐데브란트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고 투명한 벽 너머에 있는 서고로 향한다.
"한넬로레,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대는 알아볼 필요가 없는 거죠?"
힐데브란트의 요청에 한넬로레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서고로 들어간다. 슈바르츠가 나를 올려다보며 전과 같은 말을 했다.
"공주님, 기도 부족."
"알겠습니다.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다음에 기도할게요. 그보다 여름의 더위를 식히기 위한 버퓨레메아의 의식과 봄을 부르는 의식에 관한 자료를 꺼내주세요."
슈바르츠에게 그렇게 부탁하고 나는 자료에서 버퓨레메아의 지팡이를 만드는 방법과 할덴체르의 봄을 부르는 의식에 필요한 마법진이 새겨진 토대를 만드는 방법을 조사하고 베껴갔다.
"힐데브란트 왕자에게 딧타에 대한 것이 알려지고 말았네요."
한넬로레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내가 자료를 베끼는 것을 내려다보고 있던 한넬로레의 모습이 있다.
"힐데브란트 왕자가 알아서 뭔가 곤란한 일이라도 있나요?"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한넬로레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쓸데없는 일을 벌이지 말라고 꾸지람을 받지 않겠습니까. 또 호출될 거에요."
"……이번에는 레스티라우트님이 원인이므로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는 레스티라우트님을 꾸짖으라고 하죠."
저희들은 나쁘지 않죠, 라고 동의를 구하자, 한넬로레가 "그렇네요" 라고 모호한 미소를 띠었다.
"나쁘지 않다고 해도 함께 꾸지람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 오라버님이 뭔가 저질렀을 때, 혼나지 않았던 적이 없으니까요."
한넬로레는 포기한 듯이 그렇게 말하면서 서고에서 나오도록 재촉한다. 어느새 투명 벽 너머에는 힐데브란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한넬로레와 올탄시아와 함께 서고의 열쇠를 잠근 뒤, 리할다에게 "힐데브란트 왕자는 어디로 가신 건가요?" 라고 물었다.
"중요한 용무가 생각났다고 합니다. ……한동안은 브륜힐데와 에렌페스트의 책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만."
근시가 예정을 관리하고 있는데, 중요한 용무를 잊고 있을 리가 없다. 자리를 비우기 위한 핑계의 하나이다. 분명 어린 힐데브란트에게는 장시간 기다리고 있는 것이 괴로웠을 것이다. 리할다의 말에 나는 납득했다.
기숙사로 돌아오자, 에비리베의 칼이 할트무트를 통해 도착했다. 보고서를 읽은 양부님도 양모님도 머리를 싸안고 움직일 수 없는 레벨로 곤란한 것 같다.
"설마 할트무트가 다시 오다니……."
"신구를 나르는 것은 신관장의 일이니까요. 게다가 클라릿사의 연구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필요하지요?"
"기억하고 있나요?"
내 말에 할트무트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물론입니다" 라고 끄덕였다.
"클라릿사의 상담도 있었고, 다소 돕기도 했기 때문에 설계도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할트무트, 훌륭합니다!"
어쩜 이리도 든든한 측근이냐며 칭찬하자, 할트무트가 "로제마인님이 기뻐해주시니 영광입니다" 라며 기쁜 듯이 웃었다. 그 뒤 부드럽게 표정을 굳힌다.
"저는 딧타 승부를 하는 날까지 성에 방을 잡고, 에비리베의 검을 전달하기 위해 매일 찾아오게 되어 있으니, 마술도구의 작성에도 도움이 됩니다. 로제마인님을 수호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할트무트에게 마술도구를 만들게 하는 것은 반칙이 아닌가요?"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에비리베의 검을 받은 빌프리트가 "무엇을 이제 와서" 라고 말했다.
"신전에서 신구를 받아오거나, 힐데브란트 왕자에게 부탁해서 자료를 베끼던 그대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어쨌든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쓸 수 있는 자는 쓴다."
할트무트를 중심으로, 문관들에 의해 점점 전투를 위한 마술도구가 만들어지고 있다. 기사 견습들은 싸움의 훈련과 소재 채집을 거듭하며 여러 작전에 대해서 생각한다.
딧타에 참여하게 된 브륜힐데와 이지도르도 마력을 늘릴 수 있도록 마력 압축을 열심히 하면서 차례로 만들어지는 마술도구의 사용법을 기억해 간다.
나는 버퓨레메아의 지팡이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훈련하는 동시에, 빌프리트에게 에비리베의 검을 사용하기 위한 축문을 가르쳤다.
기사 견습들을 거느리고 밖으로 나가, 슈타프로 똑같은 에비리베의 검을 만들어 축문을 외며 모범을 보인다.
"우꺅!?"
"왓!?"
하얀 빛의 기둥이 솟아, 다시 어딘가로 마력이 날아갔다. 이번 딧타 때문에 단켈페르가에서도 에렌페스트에서도 잔뜩 빛의 기둥이 솟아 오르겠네,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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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슈체리아의 방패를 사용할 수 없었을 때를 가정해서 대책을 짭니다.
도서관에서 힐데브란트 왕자와 조우.
그리고 에비리베의 검의 비밀 훈련의 성과는 실전에서.
다음은 신부 훔치기 딧타 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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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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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사고뭉치 클럽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힐데브란트.
아, 거기, 마인쨩이랑 한넬로레양은 VVIP에요. 어딜 나가려고 하나요.
37화. 신부 훔치기 딧타 전편
신부 훔치기 딧타 전편
"마침내 이 날이 찾아왔군요."
딧타 당일 단켈페르가에서 지정한 경기장으로 가자, 루펜이 언뜻 시원하게 보이는 후텁지근하게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귀족원에서 보물 훔치기 딧타를 하는 것이 즐거워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니, 설마 귀족원에서 신부 훔치기 딧타를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덧붙여서, 이 신부 훔치기 딧타는 단켈페르가에서는 가끔 열리고 있는 것 같다. 남자 쪽이 구혼하고 여성의 부모가 반대했을 때 신부를 얻기 위해서 친척끼리 하는 딧타가 신부 훔치기 딧타라고 한다다.
신랑 측이 졌을 때는 포기할 뿐이고, 특별히 거는 것이 없기에, 이번 에렌페스트가 승리했을 때의 조건을 붙인 것에 놀랐다고 한다. 그런 풍습은 에렌페스트에는 없으니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는 딧타 같은 걸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끈질긴 단켈페르가의 남자가 포기한다는 것은 분명히 심각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루펜이 "로제마인님도 꼭 단켈페르가로 오고 싶은 것이군요" 라고 웃는 얼굴로 말한다. 그것을 밀어젖히는 듯한 모습으로, 힐쉬르가 불쾌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봤다.
힐쉬르는 에렌페스트 측의 심판으로 관객석의 위에서 심판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루펜은 기수로 경기장을 날아다니며 심판을 한다고 한다. 사감으로서 거절할 수도 없이, 영지 대항전을 앞두고 연구열이 고조되어 있을 때, 연구실에서 끌려나오게 된 힐쉬르의 기분은 나쁘다.
"로제마인님, 저의 연구를 방해하지 마세요, 라고 부탁했을 텐데, 이게 어떻게 된 것이죠?"
"단켈페르가에 신청받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불만은 단켈페르가로 부탁합니다."
"이미 불만은 넣었습니다."
상황을 알면서도 일단 한마디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나와 빌프리트 모두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한다.
"겨우 제 연구 환경이 정비된 것입니다. 에렌페스트가 지게 되면 제가 곤란합니다."
이는 아마 힐쉬르 나름의 응원일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관중석을 빙 둘러보자,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의 학생들이 총출동해서 응원을 와 있다. 관중석에 있는 단켈페르가의 몇 명이 큰 마술도구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투구를 쓰지 않고, 기사 견습들처럼 전신갑옷으로 무장한 한넬로레에게 묻는다.
"저, 한넬로레님. 관중석의 사람이 어째서 마술도구를 가지고 있나요? 관중석에서의 참전은 금지지요?"
"저것은 싸움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씀하신 아우브가 들려보낸 것으로, 딧타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한 마술도구입니다. 싸움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니, 부담 갖지 말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부 훔치기 딧타를 관전하기 위해 귀족원에 들어가고 싶다며 루펜을 괴롭혔던 모양이다. 이 마술도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겨우 참아 주었다고 한다.
"이런 마술도구를 들려보냈다는 것은 아우브·단켈페르가는 한넬로레님의 시집이 걸린 이 승부를 허가하신 건가요?"
레스티라우트의 독주일 뿐, 아우브가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한넬로레는 슬픈 듯이 눈을 내리떴다.
"한번 결정된 경기를 취소시킬 수는 없다. 뭐가 어쨌건 이겨라! 라고 합니다."
"취소해주셨으면 이쪽도 정말 고마웠겠습니다만……."
보물로 걸려 있는 사람은 이런 승부를 원치 않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럼, 갑시다."
루펜을 선두로 기수에 탄 기사 견습들이 경기장으로 내려간다. 한넬로레과 손을 흔들며 작별하고, 나도 기수에 올라탔다. 나의 기수에는 마술도구나 회복약이 많이 들어 있는 상자가 실려 있다.
"오라버님, 언니. 힘내주세요."
샤를로테의 응원을 받고 나는 샤를로테의 주위에 있는 저학년 기사 견습들을 둘러보았다. 오늘은 상급생의 강한 호위기사들 전원이 딧타에 출전하기 대문에, 아무래도 샤를로테의 주위가 불안하다. 나는 샤를로테의 주위에 있는 테오도르에게 말을 걸었다.
"테오도르, 샤를로테를 지켜주세요. 부탁합니다."
"맡겨주세요. 저는 여기서 로제마인님과 누님의 무운을 빌겠습니다."
샤를로테들의 응원을 등에 받으며 나는 경기장의 에렌페스트의 진지에 내렸다. 선수 전원이 기수를 한번 치우고 진지에 늘어선다. 이지도르와 브륜힐데가 내 기수에서 상자를 옮긴 것을 확인하고, 나도 한번 기수를 치우고 정렬한다.
맨 앞줄에는 마력이 풍부한 상급부터 중급의 기사 견습들이 서 있다. 마티아스도, 라우렌츠 트라우곳도 맨 앞줄에 나란히 있다. 그 다음열은 중급 기사 견습과 함께, 총 지휘를 맡은 레오노레가 있다.
두 줄로 늘어선 기사 견습들 뒤에 있는 것은 전신갑옷이 아니라 일부분을 지키기 위한 간이 갑옷을 입고 있는 근시들이다. 참고로, 나도 간이 갑옷이다. 마석으로 만든 갑옷이라 무게는 없지만, 전신갑옷은 익숙하지 않으면 움직이기 어렵다. 골판지로 만든 갑옷이 가벼워도 여기저기 움직이는데 제한이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가뜩이나 움직임이 느린 내가 더 이상 느려지는 일은 피해야 한다.
이지도르와 브륜힐데의 사이에는 전신갑옷으로 단단히 무장한 빌프리트가 있다. 그리고 맨 뒤에 있는 것이 이번의 보물인 나와, 나의 호위를 하며 원거리 공격을 하는 유디트이다.
……개전하자마자 내가 슈체리아의 방패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승부의 포인트다.
나는 두근두근하며 협의한 전술을 떠올려보았다.
시작 신호와 함께 게틸트1로 방패를 내고 그 방패에 숨어서 축문을 외우며 슈체리아의 방패를 완성하도록 하라고 레오노레가 말했다.
기사 견습들의 예상으로는 바람의 방패를 만들지 못하도록 단켈페르가의 방해가 있을 것은 확실하다고 한다. 하지만, 개시한 시점에는 양측 모두가 각각의 진지에 있고, 진지가 떨어져 있어 원거리 공격밖에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은 모두가 게틸트로 단켈페르가의 공격을 막아 영창 시간을 벌고, 빌프리트와 이지도르와 브륜힐데 셋이 광범위한 바센을 단켈페르가의 진지에 퍼붓게 하기로 되어 있다.
처음으로 광범위 마술을 보조하는 마술도구를 사용하는 이지도르는 긴장한 표정으로 허리띠에 손을 댔다. 첫 신호가 있을 때까진, 슈타프도 마술도구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양자, 앞으로!"
루펜의 목소리에 빌프리트가 투구를 겨드랑이에 끼고 앞으로 나아간다. 단켈페르가의 진지에서는 레스티라우트가 마찬가지로 투구를 겨드랑이에 끼고 나왔다.
거기서 처음으로 나는 단켈페르가의 진지에 눈을 돌렸다. 시력을 강화하면 상대 진지의 모습은 잘 보인다. 단켈페르가 진지에도 큰 상자를 발밑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마술도구나 회복약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전신갑옷으로 무장한 사람이었기에, 단켈페르가는 전원이 기사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수행근시가 있는걸지도 모른다.
……피차간에 생각하는 것은 같다는 것일까? 아니면 저쪽에 있어서는 이것이 평범한 신부 훔치기 딧타일까?
이쪽과 똑같이 영지의 사람들로부터 조언 및 협력이 있었을 가능성은 높다.
……괜찮을까?
긴장으로 살짝 몸이 떨린다. 단켈페르가에는 딧타 이야기가 건네져 있으므로, 페르디난드의 전술이 몇몇 유출되어 있다. 과거에 싸운 기사들의 조언이 있으면, 이쪽의 의도가 몇몇은 새어 나갔을 가능성도 있다.
절대로 지지 마라, 라며 할트무트를 매일같이 보내고, 신구를 반출해준 양부님의 전면적인 백업은 물론, 할아버님과 아버님으로부터도 여러가지 전술에 관한 조언이 있었다. 질 수는 없다.
루펜을 중심으로 빌프리트와 레스티라우트의 두 사람이 마주섰다.
레스티라우트와 빌프리트가 서로 노려본다. 앞에서 루펜이 슈타프를 냈다. 빌프리트와 레스티라우트도 슈타프를 내고 앞으로 내밀며 루펜의 움직임에 맞추어 위로 높이 들어올린다.
"정정당당히 싸우지 않겠는가."
"우리들도 아우브로부터 무슨 일이 있더라도 로제마인을 지키라고 명 받았습니다. 지지 않습니다."
말을 나누고, 서로 등을 돌려 진지로 돌아간다. 루펜은 슈타프를 올린 채이다.
각자의 진지로 돌아온 두 사람이 투구를 썼다. 이를 확인한 루펜이 슈타프를 푸르게 빛내고, 휙 하고 크게 떨어뜨렸다.
"시작!"
"게틸트!"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이 슈타프를 내고 일제히 방패를 만든다. 나도 똑같이 게틸트로 둥근 방패를 내고, 그 뒤에서 축문을 외춘다.
"수비를 관장하는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여,"
축문을 외우기 시작한 내 앞에서 이지도르가 허리에 찼던 마술도구를 한번 강하게 잡고 하늘 높이 던진다. 공중에 몇개의 마법진이 떠오른다. 할트무트가 만든 광범위 마술의 보조 도구이다. 원래는 클라릿사의 연구였던 마술도구이다.
"곁을 모시는 권속인 열 두 여신이여,"
공중에 마법진이 전개된 것을 본 빌프리트들 세 명이 슈타프를 높이 세우는 순간, "단켈페르가가 무언가를 던졌다! 전원 대비!" 라는 마티아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의 기도를 받아들이시어, 성스러운 힘을 주십시오."
다음 순간 엄청난 빛이 에렌페스트의 진영을 비췄다. 나는 몇명의 기사 견습들 뒤에 있던 것과, 그리고 무엇보다 유달리 키가 작은 덕분에 빛은 거의 맞지 않고 축문을 외우길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맨 앞줄의 기사 견습들은 완전히 눈이 멀어버린 듯, "눈이! 눈이 보이지 않아!" 라고 외치고 있었다.
"바센!"
빌프리트들도 오른팔로 얼굴을 감싸며 주문을 외웠다. 일단 단켈페르가의 진지를 향해 물을 쏟아내기만 하면 된다. 눈이 멀어서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아도 가능하다.
마력량만으로는 에렌페스트 기숙사에서 상위권인 빌프리트, 이지도르, 브륜힐데의 셋이 거의 전력을 부어넣은 바센이다. 폭포 같은 대량의 물이 단켈페르가 쪽으로 밀려들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뭔가, 이건!?"
에렌페스트의 눈이 멀어 있는 사이에 공격을 하기 위해 기수를 꺼낸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과 전력으로 공격하려고 큰 검을 치켜들고 마력을 모아가던 기사 견습들이 수룡처럼 구불거리며 덮쳐드는 엄청난 물에 떠밀리며 데굴데굴 굴러간다.
이걸로 한넬로레가 진지에서 밀려나 버렸으면 승부도 결정되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보물을 지키기 위해서 방패를 둔 기사 견습들이 진지 안에서 버틸 수 있었던 모양이다.
세 명의 대량의 마력을 담은 바센의 위력은 강하지만, 효과는 고작 10초 정도이다. 바센은 그 자리를 깨끗이 세척할 뿐, 흔적도 없이 사라지므로, 물에 젖은 망토가 묵직해질 일도 없다.
강한 물의 힘에 쓸려나가며 당혹해 하고 있던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이 "급히 돌아와라!" 라는 명령과 함께 재정비를 할 때까지는 이후로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합계 20초 정도의 시간밖에 벌지 못했지만, 내가 슈체리아의 방패를 완성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해의를 가진 자들을 가까이하지 않는 바람의 방패를 우리의 손에!"
킹 하고 단단한 소리가 들리고, 반구 형태의 슈체리아의 방패가 완성된다. 동시에 슈체리아의 방패에서 노랑 빛의 기둥이 솟아오른다.
"우엣!?"
빛의 기둥은 귀족원에서 의식을 했을 때에는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여태껏 방패를 만들었을 때에는 없었던 일이라 굉장히 놀랐다. 놀라면서 빛의 기둥을 올려다본다. 그러고 보니 평소엔 반지에 마력을 담아 슈체리아의 방패를 만들고 있다. 슈타프를 게틸트로 변화시킨 방패를 만들어 기도문을 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단켈페르가가 축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봐도, 슈타프를 사용해서 의식을 하거나, 축문을 외우는 것이 중요한 걸까?"
내가 빛의 기둥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자, 레오노레가 아직 시력을 회복하지 못한 기사 견습들에게 방패 안으로 들어오도록 지시하며 나와 유디트를 돌아보았다.
"로제마인님, 급히 바다의 의식을! 유디트, 시간을 벌어라! 기사들은 움직일 수 없습니다!"
나는 즉시 슈타프를 하나 더 내고 도서관에서 조사하고 훈련한 바다의 여신, 버퓨레메아의 지팡이를 만들어 낸다. 슈타프를 예의 주시하며 바다의 여신 버퓨레메아의 기호를 공중에 쓰면서, "슈트레이콜벤" 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플루트레네의 지팡이와 혼동하지 않기 위해, 한 수순 더 필요한 것이다.
"바다의 여신 버퓨레메아여."
나는 기억한지 얼마 안 된 바다의 여신 버퓨레메아의 축문을 말하면서 지팡이를 천천히 흔들기 시작한다. 단켈페르가가 이 경기를 위해 받았던 축복을 신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내가 지팡이를 내는 동안 유디트가 "갑니다!" 라고 외치고, 기수에 올라탔다. 회복약을 마시러 내려오는 빌프리트들 세 사람과 교대하듯, 유디트가 기수로 날아오른다.
"야앗!"
유디트가 슬링을 사용해, 태세를 갖추고 있는 단켈페르가의 진지를 향해 소프트 볼 정도 크기의 마술도구를 날린다.
"뭔가 온다!"
"쳐내라!"
"안 돼! 그물로 받아라!"
폭발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기사 견습이 슈타프를 그물로 변형시켜 날아오는 마술도구를 포획했다. 마술도구는 그물과 닿는 순간, 폭산하며 그 주위에 은은하게 붉은 연막 같은 연기와 고운 먼지를 뿌린다.
"으아아아아아! 눈이!"
"콜록! 쿨럭! 목이……."
"마시지 마! 팔다리가 마비된다!"
태세를 갖추고 있던 단켈페르가의 진영에서 기사 견습들이 몸부림치고 발버둥치면서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다지 공격해 올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역시 할트무트. 로제마인님의 적에게는 가차 없네요."
회복약을 마시고 마력을 회복하고 있던 브륜힐데가 감탄한 듯이 그렇게 말했다. 할트무트가 채집지에서 기사 견습들에게 채집시킨 네가로시2라는 흰색과 붉은 얼룩의 열매를 갈아 으깨서 분말 형태로 만든 것을 폭산시키는 마술도구이다.
눈에 들어가면 눈물이 그치지 않고, 코로 마시면 코 안이 아프고 콧물이 나오고, 입으로 마시면 목 안쪽이 얼얼하게 아프고, 사람에 따라서는 열이 나거나 손발이 저리기도 한다고 한다. 바센으로 씻으면 눈의 통증 정도는 씻어낼 수 있을 것이고, 통증도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고 할트무트는 말했다. 그러나 빛으로 눈을 멀게 한 단켈페르가에 비하면, 에렌페스트의 마술도구는 악랄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다.
"큿! 로제마인이 절대로 성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악랄하고 비겁한 수단을 쓰는 것은 이미 2년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 아닌가. 당황하지 마라! 이런 먼지는 바센으로 씻어내라!"
……내가 아니라, 할트무트가 생각한 건데.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신체 강화의 마술도구에 마력을 흘리며, 빙글빙글 큰 동작으로 버퓨레메아의 지팡이를 돌린다. 지팡이의 움직임에 맞춰, 쏴아 쏴아 하는 파도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에 맞추어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의 몸에서 축복이 빨려나가기 시작한다.
강제로 축복이 사라지는 것이다. 축복으로 몸을 단련하고 있던 기사 견습들이 거꾸러지는 것이 보인다. 그것에 더해, 투쟁심에 불타고 있던 단켈페르가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며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사기를 다시 돋우기까지는 또 한 번 시간이 걸릴 것이다.
"딧타 승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무슨 짓을 하는 것인가!?"
단켈페르가의 진지에서 레스티라우트의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이는 원래 더위를 식히기 위한 의식이고, 딧타의 이후가 아니면 해서는 안 되는 의식인 것도 아니다.
……뭐, 그렇다고 한겨울에 할만한 것도 아니지만.
"우리에게 축복을 주신 신들에게 감사의 기도와 함께 마력을 봉납합니다."
축문을 외며 높은 하늘을 향해서 버퓨레메아의 지팡이를 치켜든다. 퉁 소리를 내며 빛의 기둥이 솟아올라, 솨앗 하고 모두에게서 빼앗은 축복의 마력이 하늘을 향해서 솟아올라 갔다. 제대로 싸우기 전부터 축복을 빼앗긴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은 어이없어 하고 있지만, 이걸로 조금은 전력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이 전투 태세로 들어갈 무렵엔,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의 시력도 모두 돌아와, 모두가 기수에 타고 전투 태세에 들어가 있었다.
"로제마인님이 축복을 지워주었다고는 하지만 방심하면 안 됩니다. 단켈페르가에는 라르타루크3가 있습니다. 라르타루크에게는 꼭 트라우곳와 라우렌츠 둘이서 대항하도록. 알겠습니까?"
레오노레의 목소리에 "옛!" 하고 라우렌츠와 트라우곳의 대답이 들렸다. 에렌페스트의 근거리전에서는 1, 2위를 다투는 두 사람이 동시에 막지 않으면 안 되는 상대방이 단켈페르가는 있는 모양이다.
한순간에 박살나던 2년 전에 비하면,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은 연계도 할 수 있게 되었고, 마력도 늘어나서 강해져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단켈페르가는 특별한 것 같다. "요즘은 의식으로 축복을 얻기 위해 전보다도 딧타에 열을 올리고 있을 정도니까요" 라고 마티아스가 말했다.
전력적으로 쇼기4에 비유한다면, 사람 수가 적은 에렌페스트가 평범하게 보병을 섞어 말을 구성하고 있는데 반해, 인원이 많은 단켈페르가는 보병 이외의 말을 포함시킬 여유가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트라우곳과 라우렌츠의 두 사람이 상대해야 하니까, 라르타루크는 처음부터 비차가 용왕으로 승격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5, 개인 기량에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에렌페스트의 모두에게 무용의 신 앙그리프의 축복을."
나는 반지에 마력을 담아 앙그리프의 축복을 준다. 조금이라도 전력차를 좁히기 위한 생각으로 한 일이지만, 잇다라 의식을 치렀기 때문에, 나도 마력을 회복시키지 않으면 곤란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앞으로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에비리베의 검을 쓰면, 나도 방패를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마력이 필요할 테니까.
여러가지로 시험한 결과, 근처에서 에비리베의 검을 사용하면 슈체리아의 방패의 강도가 약해진다. 신화적으로 슈체리아의 방패보다 에비리베의 검이 강한 것 같다. 나는 단켈페르가의 방패 대책도 그 비슷한게 아닐까 하고 의심하고 있다.
"로제마인님은 기수에 올라타서 안에서 회복에 전념해 주세요. 빌프리트님은 신호를 하면 에비리베의 검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부탁합니다. 브륜힐데와 이지도르 두 사람은 마력 잔량에 주의하면서, 교대로 유디트에게 마력의 들어 있는 마술도구를 주세요."
레오노레와 마티아스에 의하면, 조금이라도 박빙의 승부로 몰아가려면 유디트가 지속적으로 원거리 공격을 하며 단켈페르가가 수비에 인원을 할애하도록 강제해서 인원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라우렌츠와 트라우곳이 라르타루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탈리에, 알렉시스는 주의하세요. 마티아스, 위는 부탁합니다."
"옛!"
레오노레의 지시에 기사 견습들이 진형을 구축한다. 에렌페스트의 움직임에 맞춰 단켈페르가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축복을 빼앗겼다고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에게 단켈페르가가 질 리 없다! 가라 라르타루크! 에렌페스트를 격파하라!"
"옛!"
레스티라우트의 목소리와 함께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이 기수에 타고 날아올랐다.
이 앞은 기사들끼리의 싸움이다. 나는 상냥함들이 회복약을 레서 버스 안에서 마시면서 전황을 지켜본다.
레오노레들의 예상대로 유디트가 마술도구를 투사하는 것으로 인해, 지키는 인원을 에렌페스트보다 늘림으로써, 기수를 몰아 싸움에 나오는 인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래도 개개인이 에렌페스트의 상급 기사 수준으로 강한 단켈페르가에 대항하는 것을 생각하면 빠듯하다고 한다.
……우와, 빠르다.
축복을 빼앗았지만,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의 움직임은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보다 더 빠른 것처럼 보인다.
"축복이 없어졌다 해서 검술 자체가 약해졌을 리가 없잖은가!"
자세를 잡고 달려드는 라르타루크에게 라우렌츠가 필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보였다.
"질질 짜며 콧물이나 흘리고 있던 주제에 말이 많다!"
"다, 닥쳐라! 이쪽의 마술도구에 눈이 멀어서 움직이지도 못하던 것은 그대들이 아닌가!"
상공의 싸움은 조롱과 야유의 도발전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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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전하고 최초의 격돌에선 에렌페스트가 압도적으로 악랄했습니다.
그래도 전투 의욕을 잃지 않는 단켈페르가.
로제마인은 회복 중이기 때문에, 기사끼리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음은 전편이 예정된 곳까지 진행되지 못해, 중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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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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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CC기+상태이상+디버프. 거기다 도발하는 수준 차이까지. 에렌페스트의 악랄함은 유르겐슈미트 제일입니다. ㅎㅎ
geteilt(분리된, 나누어진)
네가로시(ねがろし) -> 시로가네(しろがね)
백은 또는 백금이라는 뜻인 시로가네의 아나그램으로 추정.
Lahr + Taruc
일본식 장기. 잡은 상대방의 말을 쓸 수 있으며, 말이 상대방 진영에 도착하면 뒤집어서 승격시킬 수 있다.
비차는 장기의 '차'나 체스의 룩과 같은 형태의 직선으로 움직인다.
비차가 용왕으로 승격하면, 직선 외에, 대각선 1칸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추가된다.
38화. 신부 훔치기 딧타 중편
신부 훔치기 딧타 중편
"라르타루크를 막을 수 있을지가 승부의 갈림길이다. 막아라!"
나의 슈체리아의 방패가 완성되고, 단켈페르가의 축복을 빼앗는 것도 성공한 지금, 단켈페르가에서 가장 강한 라르타루크를 트라우곳과 라우렌츠 둘이서 막을 수 있을지가 두 번째 고비가 된다. 단켈페르가가 본진의 수비에 인원을 할애한 초반에 얼마나 상대의 전력을 줄여둘 수 있을지에 의해 에렌페스트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마티아스가 말했다.
"하아아아아!"
트라우곳이 기합이 들어간 소리를 지르며, 라르타루크를 공격한다. 짧은 간격으로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리며, 치열한 격전을 벌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라우렌츠는 트라우곳을 보조하는 듯한 느낌으로 지원하고 있다.
"기세만은 좋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으려나."
일단 트라우곳과 라우렌츠가 필사적으로 압박하는 것을 라르타루크가 무난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라르타루크에게는 아직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부터 전력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트라우곳은 괜찮나요?"
어쨌든 공격, 오로지 공격, 주위는 보이지 않는다는 전투 방식에, 트라우곳이 이전 그대로 성장하지 않은 것 같아서 나는 조마조마해 한다. 그러나 레오노레는 안심시키듯 웃었다.
"라르타루크는 전력을 내지 않으면 막을 수 없고, 요즘의 트라우곳은 주위의 말을 듣고 있습니다. 게다가 트라우곳의 기세가 떨어지게 되면 마티아스가 교체하므로 괜찮습니다."
재주 좋은 마티아스는 지금 이곳저곳에 싸움의 지시를 내리고, 활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항상 라르타루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언제라도 트라우곳이나 라우렌츠와 교대할 수 있도록 주의하고 있는 모양이다.
"저도 지시를 내리고, 엄호하러 가겠습니다. 유디트 적진에 대한 공격은 부탁한다."
지시를 끝내고 전장을 노려보고 있던 레오노레는 그렇게 말하고 기수에 올라타 슈체리아의 방패에서 뛰쳐나갔다.
레서 버스에서 몸을 내밀고 바라봤지만, 상공의 기수들은 움직임이 빨라서 잘 안 보인다.
……어디가 누굴까?
위치가 빙글빙글 바뀌고,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는 하지만, 모두가 투구를 쓰고 있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위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이 마티아스인 것과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것이 라우렌츠와 트라우곳인 것 밖에 모른다.
왕족의 앞에서 중앙 기사단이 강도를 확인한 탓일까, 슈체리아의 방패를 향해 공격하는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이 없다. 완전히 방치되어 있다. 아무래도 기사 견습들을 어느 정도 줄인 이후에 이쪽을 향해올 것이다.
"유디트, 다음은 이것이다."
이지도르가 할트무트가 만든 마술도구에 마력을 담아 그것을 유디트에게 건넨다. 기수에 탄 유디트가 슈체리아의 방패에서 나와 슬링으로 그것을 적진에 날린다.
"야앗!"
날린 유디트가 방패 속으로 되돌아 올 때에는 단켈페르가의 본진 쪽에서 폭발음이 오르거나 고함이 들리기도 한다. 할트무트의 마술도구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나저나 잘도 이만큼의 마술도구를 만들었네요, 할트무트는."
내가 일인용 레서 버스에서 마술도구가 담긴 상자를 바라보고 있자, 마력을 회복하고 있던 브륜힐데가 작게 웃는다.
"문관 견습들이 조제실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있었어요."
할트무트가 만든 마술도구에는 다양한 물건이 있고, 피해도에 따라서 레벨이 나뉘어 있다.
저 레벨은 단켈페르가가 날린 것과 같은 섬광이나 커다란 작렬음을 낼 뿐인 물건. 그리고 악취가 나거나 좀 기분 나쁜 벌레가 쏟아지거나 할 뿐인, 비교적 육체적 피해는 적은 종류다. 근처에 있던 사람이 잠시동안 시각 청각이 쓸모 없게 되거나, 벌레 퇴치에 시간이 걸리거나 할 뿐이다.
중 레벨은 단켈페르가에 발사한, 눈물과 콧물이 멈추지 않는 것이나, 마비약이나, 수면제가 분말 형태로 들어 있는 물건이다. 육체적인 피해가 나오지만, 이것은 기본적으로 분말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바로 바센으로 씻을 수 있다. 그렇게 바로 바센으로 씻어내면 괜찮지만, 완전히 들이마시거나 삼키기라도 하면 피해는 조금 오래 가게 된다.
그리고 고 레벨은 페르디난드의 참고서에서 악랄한 작전에서 사용되고 있던, 다소 살상력이 높은 폭발물이다. 폭발하며 파편이 튀거나, 마치 불꽃놀이처럼 다단계로 폭발하거나 하는 것도 있다. 방패가 없으면 큰일나는 마술도구이다.
이지도르가 저 레벨과 중 레벨은 닥치는 대로 주고 있어, 나는 그게 폭발하지 않으면 뭘 발사한 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단켈페르가의 본진에서도 뭐가 날아올지 몰라서 모두가 방패를 들고 전전긍긍하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본진에 대한 공격은 아직 문제 없어보여.
그렇게 판단한 직후, 빌프리트의 호위기사인 알렉시스가 기수를 타고 슈체리아의 방패 속으로 힘차게 들어왔다.
"치유를 부탁드립니다!"
"알렉시스!?"
기수에서 떨어지듯이 내린 알렉시스가 팔을 누르면서 자신의 뒤를 돌아본다. 덩달아 그쪽을 보자, 검을 치켜든 상태로 바짝 쫓아오던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이 방패에서 분출하는 바람에 의해 기세 좋게 내쫓기던 참이었다.
방패에 치여 자세를 무너뜨린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은 이 안으로는 들어올 수 없을 것을 알고 있는지, 금방 자세를 가다듬고 전장으로 날아갔다.
추격자가 돌아가고 방패 안이 안전함을 확인한 탓인지, 알렉시스가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투구를 벗는다.
"귀족원이 시작했던 당시에 시합했을 때에 비하면 단켈페르가가 계속 강해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기술이 상승해 있어서, 전열이 무너지는 것은 예상외로 빠르게 될 것 같습니다."
"뭐라!?"
알렉시스는 자기 혼자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상대에게 당한 것 같다. 지금은 레오노레와 마티아스가 원호함으로써 가까스로 전열을 유지하고 있지만, 얼마 가지 않을 거라고, 알렉시스는 느낀 것 같다. 알렉시스의 보고에 주인인 빌프리트가 팟 하고 얼굴을 들고 전장을 올려다보았다.
나도 마찬가지로 위를 쳐다본다. 확실히 에렌페스트의 움직임에 여유가 없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단켈페르가에서는 의식으로 축복을 얻게 되기 위해서 기숙사 내에서 여러 차례 딧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훈련 시간과 진지함이 예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훈련 횟수나 진지함에 차이가 있는 것은 에렌페스트가 아직 기사 견습들만으로 축복을 얻을 수 없는 반면, 단켈페르가는 의식을 통해 안정적으로 축복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에렌페스트도 상당히 훈련하고있습니다만."
"상대는 그 이상으로 훈련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단켈페르가에는 상급 기사가 많지만, 에렌페스트는 중급 기사가 많으니까요. 마력 압축을 열심히 하고 있다지만, 아무래도 마력량에 차이가 납니다."
마력 압축은 기본적으로 자신 스스로 필사적으로 해야 한다. 내가 다단계 압축법을 가르친 다음은 본인 하기 나름인 것이다. 단켈페르가는 항상 영지에서 딧타를 하고 있고, 기량에 의해서 영지 대항전에 나올 수 있을지 어떨지 결정되는 상태이다.
할아버님에 의해 훈련이 강화되며, 에렌페스트의 전력은 향상되고 있지만, 단켈페르가와 비교하면 개개인의 각오가 다르다.
"알렉시스, 치유하겠습니다. 빨리 오세요."
나는 반지를 낀 손을 창문 밖으로 내고, 알렉시스가 다가오자 린슈메르의 위안을 걸었다. 녹색 빛과 함께 상처를 치유받은 알렉시스가 회복약을 원샷하고 새로운 회복약을 허리의 가죽 벨트에 넣었다.
"당했습니다!"
이번에는 나탈리에가 날아들었다. 알렉시스는 표정을 굳히며, 다 마션 병을 브륜힐데에 주고, 투구를 쓰고, 나탈리에와 교대하듯 기수에 타고 날아간다.
"나탈리에, 이쪽으로. 린슈메르의 위안을."
"죄송합니다, 로제마인님."
나탈리에를 치유하고 있자, 이번에는 두 명의 기사 견습이 방패 안으로 들어왔다. 단켈페르가가 수비에 인원을 할애하며 이쪽이 수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싸우고 있는데도 회복을 요구하는 인원이 늘고 있다. 회복하기 위해 돌아오는 사람이 늘어나자 전장의 인원이 줄어들며, 에렌페스트는 이내 불리해지기 시작한다.
"전황은 어떤가요?"
"좋지는 않습니다. 저 대신 마티아스가, 그 대신 레오노레가 싸우고 있습니다."
전장을 둘러보고, 지시하는 두 사람이 공격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된 모양이다.
……마티아스는 트라우곳과 라우렌츠의 교체 요원이 아니었나?
나는 당황하며 푸른 망토 하나에 두 사람이 붙어 싸우고 있는 에렌페스트의 망토를 찾는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싸우고 있던 트라우곳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고, 지금은 라우렌츠가 전면으로 나서고, 트라우곳이 보조하는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
"트라우곳, 한번 돌아가라!"
트라우곳은 이미 회복이 필요한 상태일 것이다. 라우렌츠의 목소리가 울린다. 그러나 트라우곳은 "안 된다!" 라고 외쳤다.
"나는 그대와 둘이서 라르타루크를 막을 것을 명령 받고 있다. 교체 요원이 오거나, 다른 명령이 있을 때까지 이곳을 떠날 수 없다. 견디겠다!"
자신이 그냥 싸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전황을 보고 움직일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트라우곳의 말에 라우렌츠가 "오우!" 라고 응한다.
트라우곳과 라우렌츠의 연계는 아직 잘 되는 것 같지만, 마티아스가 부상자의 벌충을 하고 있는 상태여서는 트라우곳과 교대할 수도 없다. 두 사람에 피로가 쌓이면 라르타루크를 막을 사람이 없게 된다.
……처음에 상정했던 싸움 방식이 무너지고 있어.
전열이 흐트러지고 있는 것에 더해, 나도 마력의 회복 도중에 연속해서 위안을 거느라 마력이 회복되지 않는다.
……곤란한걸.
하지만, 지금은 기사 견습들이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단켈페르가에게 조금씩 밀리는 것을 느끼면서, 내가 속속 귀환하는 기사 견습들에 위안을 걸고 있자, 레스티라우트의 외침이 들렸다.
"저쪽의 전열이 흐트러지고 있다! 이쪽의 수비는 되었다! 이 틈에 단숨에 에렌페스트를 박살내라!"
지금이 승기라고 본 것이다. 단켈페르가는 본진의 수비를 줄이고 공격으로 돌아선다. 인원이 빠듯한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이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로제마인, 가도 좋다고 생각하는가?"
빌프리트가 에비리베의 검을 든 상자에 짙은 녹색의 눈을 향한다.
"한번 전원을 회복시키고 전열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시간을 벌지."
"좋습니다. 이쪽은 전력으로 보좌할 테니, 결코 의식을 중단하지 마세요."
"음."
빌프리트가 에비리베의 검을 꺼내는 것을 시야 끝으로 보며, 나는 방패 속에 있는 사람들을 빙 둘러보았다.
"브륜힐데, 유디트에게 붙어 주세요. 그리고 두세번 연속으로 강한 등급의 마술도구를 써 주세요. 그 동안 낮은 등급과 중간 등급의 마술도구만 방어해 오던 지금이라면 단켈페르가에 큰 피해를 줄 수 있겠지요. 방어와 회복하러 돌아가는 사람이 늘어날지도 모릅니다."
"알겠습니다."
브륜힐데가 고 레벨의 마술도구를 꺼내어 유디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유디트가 긴장한 표정으로 마술도구를 들고 기수를 몰아 나간다.
"야앗!"
지금까지 본진을 지키던 기사 견습들이 진을 뛰쳐나간 직후의, 방어가 얇아진 적진을 향하여 유디트가 마술도구를 쏘아낸다.
지금까지는 소리, 빛, 분말 등으로 그리 큰 피해는 없었기에 방심하고 있었던 걸까. 쾅! 하고 큰 폭발음과 함께 연기와 불길이 오르며, 한넬로레의 비명이 터졌다. 본진을 출발한 기사 견습들뿐만 아니라 에렌페스트와 맞붙고 있던 기사 견습들이 크게 당황한다.
"지금까지와는 피해가 다르다! 돌아와! 또 온다!"
유디트가 두번째 탄을 발사하는 것을 본 기사 견습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방어 라인에 있던 사람이 방패를 올리고 방어 자세를 취한다. 직후, 폭발과 함께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나간다.
비명 소리가 높아지는 적진과, 지금까지와는 규모가 다른 폭발에 당황한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을 본 빌프리트가 에비리베의 검을 들고 슈체리아의 방패를 나갔다.
"회복한 기사는 모두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호위로 붙어 주세요. 의식을 중단시키지 않도록 전력으로 지켜주세요."
"넷!"
슈체리아의 방패 안에서는 에비리베의 칼은 쓸 수 없다. 안에서 발동시키면 슈체리아의 방패가 사라지는 것이다.
에비리베의 검에는 이미 마력을 충족해 두었지만, 라이덴샤프트의 창에 푸른 번개를 두르는데에 최대치 이상의 마력이 필요했듯이, 에비리베의 칼이 신구로서의 위력을 발휘하려면 그 이상의 마력이 필요하다.
"이지도르는 회수 준비를."
"대기하고 있습니다."
에비리베의 검을 사용하면 거의 모든 마력을 사용하게 되며, 그 뒤엔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사용하려면 회수 담당이 필수적이다. 이것은 빌프리트의 근시이며 남자인 이지도르의 몫이다. 브륜힐데에게는 맡길 수 없다.
"뭔가 할 셈이다! 저지하라!"
"그렇게 놔두지 않습니다!"
에비리베의 검에 마력을 쏟아가는 빌프리트를 지키는 기사들이 투망을 던지거나 할트무트의 마술도구를 던지며 빌프리트에게 다가가는 기사 견습들을 제지한다.
빌프리트가 들고 있는 에비리베의 검에 변화가 나타나고, 백색의 마석으로 되어 있던 도신이 하얗게 빛나면서 냉기를 두르기 시작했다. 쑥쑥 마력을 담아 가자, 흔들거리던 냉기가 점점 짙어지며, 빙설로 변화해 간다.
"회생과 죽음을 관장하는 생명의 신 에비리베여, 곁을 모시는 권속인 열 두 신이여,"
자신의 가슴 앞에 칼날이 위쪽을 향하도록 똑바로 검을 쥔 빌프리트가 가볍게 눈을 감고 기도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빌프리트의 목소리로 신의 이름을 들은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이 안색을 바꾸고 빌프리트 쪽으로 몰린다.
"끝까지 기도하게 두지 마라!"
"저지하라!"
지금까지 대치하던 기사 견습들이 갑자기 방향을 전환한 것에 놀라면서도,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은 필사적으로 뒤를 쫓았다.
"지켜라!"
"접근시키지 마!"
빌프리트의 기도를 중단시키려는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로부터 화살이 쏟아진다. 주위의 기사 견습들이 필사적으로 쳐서 떨어뜨리고 있지만, 한 두 개는 빌프리트에게 적중한다. 그러나 그것은 페르디난드의 부적으로 반격되어, 화살을 쏜 자에게 마력의 공격이 돌아간다.
"우리의 기도를 받아들여 성스러운 힘을 주소서. 우리의 게둘리히를 빼앗으려는 자들로부터 게둘리히를 지킬 힘을 우리의 손에!"
빌프리트를 중심으로 얼음과 눈이 섞인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에비리베의 힘을 느끼고 무엇이 일어날까 경계하며,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이 다소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그대에게 바치는 것은 불굴의 의지. 지고한 의지를 찬미하며 불요의 가호를 받사오니, 적을 접근시키지 않는 그대의 힘을 내려주소서!"
빌프리트가 번뜩 눈을 부릅뜨고 칼을 겨눈다.
"에렌페스트, 돌아오라!"
"넷!"
무엇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는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은 즉각 슈체리아의 방패로 귀환한다. 나는 마력을 펑펑 쏟으며 방패를 좀 넓혔지만,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 되었다.
슈체리아의 방패와 에비리베의 검은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 근처에서 에비리베의 검이 사용되면, 방패를 유지하기 위해 큰 마력을 소모하게 되는 것이다.
"타아아아아아아아아!"
빌프리트가 기합을 넣으며 에비리베의 검을 옆으로 휘두른다. 동시에 눈과 얼음으로 만들어진 겨울의 주인의 권속들이 24 체 정도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빌프리트가 그 자리에 무너지듯 주저앉는다.
"우왓!? 뭔가, 이것은!?"
"쓰러뜨려! 당황하지 마라! 이것은 마수다!"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에게, 본진에, 겨울의 권속들이 덮쳐든다. 술사의 마력으로 인해 강함이 달라지는 권속이다.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대부분의 마력을 빼앗겨 버리는 큰 기술이다.
방패의 가장 바깥쪽에서 대기하던 이지도르가 튀어나가 빌프리트를 회수해 바로 방패로 돌아온다. 그리고 빌프리트에게 상냥함들이 회복약을 먹인다.
"조금은……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은가?"
"네. 빌프리트 오라버님 덕분에 모두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디트, 회복되면 준비해 주세요. 공격을 이어가겠습니다."
겨울의 권속을 쓰러뜨리면 단켈페르가도 한 번 회복을 위해 본진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부분이 노림수이다.
"저쪽이 회복하는 사이에 가장 위력이 높은 물건을 연속으로 쏩니다. 가능하면, 저쪽의 회복약을 파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요."
지금 단켈페르가의 회복약은 전신갑옷의 기사가 확실히 지키고 있는 상자 속에 담겨 있지만, 회복약의 사용자가 늘면 열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마술도구를 적중시켜, 가능하면 회복약을 파괴하고 싶다.
"다음은 회복약을 노리는 것인가? 하긴, 회복과 보급을 끊는 것이 필요하다고 숙부님의 자료에도 쓰여 있었지."
천으로 감은 에비리베의 검을 상자에 넣으며, 빌프리트가 "알고는 있고, 필요한 작전이지만, 악랄하다는 말을 들어도 당연하군" 라고 중얼거린다.
"네. 에렌페스트는 단켈페르가에 비하면 공격력이 확실히 떨어집니다. 저쪽의 보물이 마수라면 단번에 결착을 내겠지만, 이번에는 마수가 아닌 한넬로레님이니까요. 장기전으로 서서히 전력을 깎아 가는 게 제일 무난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회복약이 방해됩니다."
지난해 페르디난드와 하이스힛체의 싸움에서도 보물인 한넬로레는 스스로 본진을 나오지 않았다. 슈타프의 빛의 띠가 닿는 곳까지 접근해서 끌어내지 않으면, 이번에도 스스로 진을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조금이다! 빨리 쓰러뜨려라!"
"차례로 회복하기 시작해라!"
빌프리트 한 명의 마력으로 만들어 낸 마수다.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이 전부 쓰러뜨리려면 시간이 걸리긴 해도 그렇게 고생할만한 것도 아니다.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은 겨울의 권속을 쓰러뜨리면서 회복을 시작했다.
"유디트!"
브륜힐데에게서 마술도구를 받은 레오노레와 유디트가 밖으로 뛰쳐나가며 연속으로 고 레벨의 마술도구를 날린다. 쏘아낸 마술도구는 단켈페르가의 본진 위에서 폭발하며, 회복 중인 사람이 비명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 회복약이!"
"어느 것이 무사한가?!"
"다음이 온다! 방패를! 막아!"
"먼저 상자를 닫아라!"
단켈페르가의 본진에서 큰 난리가 일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레스티라우트가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로제마인, 해도해도 너무 야비하다! 비열하고 흉악하다! 그대, 이러고도 성녀인가?"
나는 성녀라고 자칭한 적이 없고, 페르디난드의 지도에 의하면 방심한 쪽이 나쁘다고 한다. 그러니 방심한 단켈페르가나, 그런 지도서를 쓴 페르디난드가 나쁘다. 즉, 나는 나쁘지 않다.
"마술도구를 날리는 사수를 노리는 거다! 이제 아무것도 날리지 못하도록 철저히 잡아라!"
지금까지는 기본적으로 방패 속에 있었고, 슬쩍 방패에서 나와 대단한 피해가 없는 마술도구를 날리던 유디트를 노리는 것 보다도 다른 기사 견습들을 노리는 것을 우선시했던 것 같다. 그러나 마술도구에 의한 피해가 이렇게 심하게 되면 이야기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 사수는 날릴 때에는 반드시 방패에서 나온다. 슈체리아의 방패에 공격 판정되기 때문이 틀림 없다. 이쪽으로 공격할 때에는 반드시 방패에서 나오니, 그 순간을 놓치지 마라!"
"넷!"
레스티라우트의 목소리에 유디트가 바르르 떤다. 레스티라우트는 실제로 전투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본진에서 전황을 지켜보고 있던 탓인지, 제대로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레스티라우트가 "그리고 로제마인도 노려라" 라고 덧붙인다.
"처음부터 연거푸 의식을 하고, 그 뒤에 계속 방패를 치면서 기사 견습들이 쉬는 동안에도 치유의 마술을 걸어준 로제마인의 마력은 그다지 회복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회복할 여유를 주지 말고 전원이 한꺼번에 공격을 가해 저 방패를 깨뜨린다. 나는 그것을 쓰겠다."
시주식에서도 중앙 기사단으로부터 대량의 공격을 받은 뒤, 내가 의식 전에 회복약을 마시고 회복했던 것을 예로 들면서 레스티라우트가 말했다.
"로제마인님, 그렇습니까?"
레오노레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자마자 계속 의식을 치뤘고, 회복되기도 전에 연속으로 위안을 걸고, 에비리베의 검에 지지 않도록 방패를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마력을 썼다. 그리고 모두가 공격으로 되돌아가면 회복하면 되겠지, 하고, 나의 회복은 나중으로 한 채, 부상자의 치유를 하고 있었다.
"방패와 기수를 유지하기 위한 마력은 아직 남아 있으니, 공격하는 인원이 적으면 견딜 수 있겠지만, 단켈페르가의 총공격이 된다면 불안합니다."
중앙 기사단에게 방패의 강도를 조사받았을 때도 상당한 마력이 깎였다. 오늘 단켈페르가의 성적표를 보면, 기사 견습이라 하더라도 방심할 수 없다.
"로제마인님의 마력이 불안하다다니……."
슈체리아의 방패 안에 있는 기사 견습들이 일제히 불안한 얼굴이 되었다. 절대 안전권이 없어지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알겠지만, 단켈페르가는 슈체리아의 방패도 없고, 개개인의 방패로만 막고 있는 것이다.
"그런 얼굴을 하지 않아도, 모두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의 수를 최대한 줄이기만 하면 될 뿐이다."
빌프리트가 일어서서 그렇게 말했다.
"나도 그대들도 로제마인의 위안을 받아 이미 회복하지 않았는가. 에렌페스트의 모두가 로제마인을 지키는 것이다. 로제마인의 마력이 회복될 때까지 시간을 벌면 된다. 그다지 어렵지 않다. 아닌가?"
"넷!"
앞서 앗 하는 사이에 격파당하며 전열을 무너뜨린 직후이다.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의 수를 줄이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은 누구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마치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기사 견습들이 기세를 올린다.
"지켜라, 에렌페스트의 성녀를! 슈체리아의 방패에 단켈페르가를 접근시키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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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끼리의 싸움이 되면 압도적으로 불리한 에렌페스트.
빌프리트가 어떻게든 시간은 벌었지만, 로제마인의 마력도 줄어들어 있습니다.
거기에 총공격해 올 것 같은 단켈페르가.
다음은 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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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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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역시 레벨이 깡패입니다. 쪼랩들 힐해주느라 허리가 휘는 마인이였습니다.
39화. 신부 훔치기 딧타 후편
신부 훔치기 딧타 후편
뭔가 슈체리아의 방패를 공략할 비책이 있는 듯한 단켈페르가를 접근시키지 않기 위해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은 각자의 손에 마술도구를 들고 방패 밖으로 날아간다.
방패에 남아 있는 것은 나와 유디트와 이지도르와 브륜힐데의 네 명뿐이다. 빌프리트도 "이럴 때는 영주 후보생이 솔선해서 움직여야 하겠지?" 라고 하면서 마술도구를 들고 나갔다. 그렇게 모두의 선두에 서는 모습은 양부님에게 물려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슈체리아의 방패에서 출격하는 모두의 듬직한 등을 전송하며, 나는 허리에 찬 약통 중 하나, 극악맛 회복약이 든 통에 손을 올렸다.
……어떡하지?
할 수 있다면, 마력은 회복시키는 것이 좋다. 마력이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 늘기 때문에 적어도 안심할 수 있다. 다만 나는 이미 상냥함들이 회복약를 먹고 있고, 아직 효력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것에 더해 극악맛 회복약을 먹는 것은 위험하다. 과잉 섭취가 된다. 리할다와 할트무트가 마시는 양을 엄격히 관리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마력이 필요하다고 꿀꺽꿀꺽 마셔서도 안 된다.
……멋대로 용량을 넘으면, 절대로 페르디난드님한테 혼날테고.
기수과 방패의 유지에 지속적으로 마력을 쓰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의 회복 속도로는 단켈페르가의 공격을 모두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마력의 잔량이나 회복 속도를 생각하면, 극악맛 회복약이 필요하지만, 잘못하면 마력이 너무 증가해서 봉납식 때처럼 곤란해질 수도 있다.
……마지막 수단으로 하자.
정말로 방패를 깨는 비책이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단켈페르가의 반응을 보고나중으로 하자. 나는 통에서 가만히 손가락을 떼고, 방패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서는 심한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가라아아아! 뭉개버려!"
"절대 접근시키지 말아라!"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 각각의 진영에서 뛰쳐나간 기수들이 중앙에 가까운 곳을 향하여 날아간다. 커다란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날아오는 푸른 망토와, 그것을 감싸안듯 펼쳐진 밝은 황토색의 망토가 대조적이다.
"로제마인님, 저도 모두의 엄호를 하겠습니다."
유디트는 브륜힐데에게서 받은 마술도구를 들고 방패를 조금 나온 곳에서 단켈페르가 무리에게 마술도구를 발사한다. 에렌페스트에 피해가 없도록, 아직 떨어져 있는 단켈페르가를 향해 던진 것은 고 레벨의 마술도구다.
"피해라!"
한덩이가 되어 이쪽을 향해 땅으로, 하늘로 달려오던 푸른 망토가 날아오는 마술도구를 눈치채고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진다. 땅에 떨어져서 터진 마술도구에 피해를 받은 사람은 거의 없는 듯,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곧 다시 모여서 한 덩어리가 되었다.
"일제 공격!"
빌프리트의 목소리에 맞춰, 크게 퍼져서 달려들고 있던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이 동시에 마술도구를 집어던진다.
경기장 내 여기저기에서 폭발음이 일어나고 흙먼지가 인다.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이 한 명, 또 한 명, 기수에서 떨어지거나 충격으로 날아가거나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달려들어오는 단켈페르가의 기세는 멈추지 않는다. 라르타루크를 중심으로 마술도구를 피하면서, 지그재그로 움직이거나, 떨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하면서 에렌페스트의 진지를 향하여 치닫고 있다.
"라르타루크!"
레스티라우트의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지명받은 라르타루크의 칼이 은화하며 복잡한 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페르디난드가 막강한 마수를 쓰러뜨릴 때 흔히 쓰는 대량의 마력을 사용한 큰 기술이다. 주위에 퍼지는 충격만으로도 충분한 공격력이 나오는 기술이다.
그것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 나는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제정신인가!?"
빌프리트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회복되는 체내의 마력을 필사적으로 쓸어 모으며 급히 슈체리아의 방패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저런 공격을 직접 받은 경험은 없다.
……죽으니까! 저런 것을 정면에서 받으면 절대로 죽어!
2년 전 단켈페르가와의 딧타로 마수를 잡기 위해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보인 빛보다는 훨씬 작은 빛이었다. 라르타루크의 전력으로 생각하면 더 큰 빛을 낼 수 있을 테니, 아마 다소 조절되고 있는 거겠지. 그래도 전혀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죽기 싫으면 비켜어어어엇!"
라르타루크가 높이 치켜든 검을 내려친다. 투팟 하고 빛이 터졌다. 복잡한 색상의 빛의 격류가 에렌페스트의 본진을 향해 날아들어 온다.
게틸트로 방어하는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이 공격의 충격에 휩싸이면서 견디지 못하고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모두를 날려버리며 이쪽으로 곧장 향해 오는 빛의 격류에, 이런 전장에 나간 적이 없는 근시인 브륜힐데가 "힉!" 하고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이지도르가 기겁 해 주저앉으며 자신을 지키려는 듯이 머리를 감싸고 있다.
홀로 나의 호위로서 방패의 내부에 남아 있는 유디트는 닥쳐오는 빛에 등을 돌리고, 내 기수의 앞에서 크게 망토를 펼치며 자신의 등으로 나를 빛으로부터 지키듯이 가로막고 섰다.
"저는 이 정도밖에 할 수 없습니다만."
유디트의 목소리를 집어삼키듯, 바바밧 하고 슈체리아의 방패가 진동한다. 방패를 깨부수려고 부딪혀 온 거대한 빛에, 유디트의 망토로 지켜지고 있어도, 시야가 새하얗게 백화했다. 귀가 찡 하고 아파오는 굉음과 함께, 방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마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간다.
나는 오직 방패에 마력을 공급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브륜힐데, 웅크려 머리를 안고 있는 이지도르, 망토를 벌리고 서 있는 유디트. 세 명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슈체리아의 방패밖에 없다.
그 빛을 견디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단 몇초였을까, 아니면 굉장히 긴 시간이었을까.
빛이 사라지고 하얗던 시계에 색깔과 형태가 돌아왔다. 귀은 아직 무언가로 막힌 듯이 듯 희미한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멀리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린 내 앞에는 아직 유디트가 망토를 벌리고 서 있었다. 유디트는 같은 자세였지만, 바라보는 각도가 달랐다.
"……아."
방패의 유지에 집중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방패의 유지에 모든 마력을 투입한 탓인지, 타고 있던 기수가 사라지고, 나는 땅바닥에 앉아 있었다. 데구루루 구르고 있는 기수용 마석이 손 끝에 닿는다.
"……끝났나요?"
망토를 벌린 자세 그대로 멍해져 있는 유디트가 묻는다. 나는 일어서서 위를 바라보며 슈체리아의 방패가 아직 있는 것을 확인하고 끄덕였다.
"아직 방패는 있습니다. 끝났어요."
유디트와 둘이서 안심하며 숨을 토하고 서로를 향해 웃은 순간, 두 사람 사이로 어두운 그림자가 떨어진다.
"……어?"
위에 뭔가가 다가왔다는 사실에 놀라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꽤 가까운 위치에서 기수이 크게 날개를 펼치고 있나 싶더니, 팟 하고 기수가 사라진다. 대신, 검고 큰 방패를 왼손에 붙인 레스티라우트가 슈체리아의 방패를 향해서 뛰어내린다.
"꺅!?"
퉁겨나갈 터였다. 딧타 승부 중의 적이 들어올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런데도 레스티라우트는 검은 방패에 자신의 몸을 밀어붙이는 듯한 모습으로 슈체리아의 방패를 뚫고 들어왔다.
"어, 어째서!?"
레스티라우트와 슈체리아의 방패를 번갈아 본다. 아직 슈체리아의 방패가 있다. 파괴된 것은 아니다. 조금 마력을 빨렸을 뿐, 방패 자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위에서 뛰어들어 온 레스티라우트는 가벼운 낙법과 함께 일어난다. 철컥철컥 갑옷이 내는 소리에 유디트가 즉각 내 앞을 가로막고 섰다.
"로제마인님 저의 뒤로."
곧바로 유디트는 슈타프를 변형시켜서 레스티라우트에게 칼을 들고 덤빈다. 그러나 유디트의 칼이 레스티라우트에 다다르는 것보다도 먼저 유디트가 방패의 밖으로 퉁겨져 나갔다.
"어!?"
"이 방패 속에 있는 사람에게 해의나 적의를 가진 자는 들이지 않는다. 해의 없이 안으로 들어왔더라도 도중에 공격으로 돌아서면 퉁겨져 나간다. ……였지?"
레스티라우트가 쿡 하고 웃으며 슈체리아의 방패로 다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유디트를 돌아보았다. 지금 슈체리아의 방패 안에 있는 건, 나, 레스티라우트, 브륜힐데, 이지도르이다. 레스티라우트에게 적의를 갖고 있는 유디트는 들어올 수 없다.
"어째서 레스티라우트님이 들어올 수 있는 것입니까?"
한 발 물러서면서 내가 묻자, 레스티라우트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는 그대를 해치려는 생각이 없으니까."
거짓말이다. 딧타로 적대하고 있는 것이다. 해의가 없어도 내가 적이라고 인식하고 적대하는 사람이 들어올 수 있을 리 없다. 반들반들하게 빛나는 검고 큰 방패. 저것이 방패의 마력을 흡수해, 그 부분에만 구멍을 낸 것이 틀림 없다.
"……그 검은 방패 때문이지요?"
내 말에, "정답이다" 라고 말하면서 레스티라우트는 검은 방패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최고 품질의 어둠의 마석으로 만든 방패로, 마력의 공격을 막기에는 이 이상의 방패가 없다. 이렇게 마력으로 만든 벽을 빠져나갈 수도 있지. 이번 딧타에서 그대의 방패를 뚫기 위해, 아우브가 보내온 단켈페르가의 비보다."
레스티라우트는 득의만만하게 웃으며, "그렇게 간단히 한넬로레를 에렌페스트에 넘길 수는 없으니까 말이지" 라고 말했다. 우리들이 아우브에게서 신구를 빌린 것처럼, 단켈페르가도 아우브에게서 이 검은 방패를 빌린 것 같다.
"꺄악!"
유디트의 비명이 울렸다.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에게 둘러싸여, 슈타프의 빛나는 띠로 포박당했다.
"유디트!"
"방패를 지우는 것이 어떤가? 그러면 아군이 퉁겨져 나가는 일도 없이 들어올 수 있다."
레스티라우트의 말에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둘러보면 금방 안다. 도와주러 올 수 있는 아군 같은 건 근처에는 없다. 슈체리아의 방패의 근처에 있는 것은 푸른 망토뿐이다. 각각이 슈타프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방패를 지운 시점에서 빛의 띠로 끌어낼 셈산이다. 방패를 치고 있으면 적어도 내가 공격을 당할 일은 없다.
……그렇지만.
이렇게 방패 안에 있는 이상은 외부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다. 레스티라우트를 몰아내던지, 쓰러뜨리던지, 자신의 힘으로 해내야 한다.
……위험해. 마력이 없다.
마력이 없는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지, 나는 알고 있다. 싸울 수 있는 기술이 없고, 다소 건강해지고는 있어도 섣불리 움직이면 그 자리에서 쓰러질 수도 있다.
조금씩, 다시 한발 떨어졌다.
떨어지며, 마술도구가 들어있는 상자와의 거리를 잰다. 마주보는 나와 레스티라우트와 상자는 거의 이등변 삼각형을 그리고 있지만, 거리가 거의 같다면, 내가 가지러 가는 것보다 레스티라우트가 빠를 거라고 생각한다. 파괴되거나, 방패에서 밀려나거나, 쓸데없는 일을 당할 것을 생각하면, 상자 안의 마술도구는 노리지 않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내가 필사적으로 승산과 공격 수단을 찾고 있자, 레스티라우트가 한발 한발 거리를 좁혀온다.
"라르타루크에게 절반 이상의 기사가 날아가고, 남은 기사들도 단켈페르가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다. 그대의 방패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이번 승패는 결정되었다."
거의 성인인 레스티라우트의 큰 손이 나를 향해서 뻗어 왔다. 자신의 눈 앞에 손바닥이 펼쳐진다.
"내 손을 잡아라, 로제마인."
슈체리아의 방패 속에서는 레스티라우트도 나를 공격할 수 없다. 억지로 끌어낼 수도 없다. 내가 손을 잡고 진을 나가지 않으면 승패는 결정되지 않는다.
펼쳐진 손과 승리를 확신하는 레스티라우트의 표정을 번갈아 보며, 나는 째릿 노려본다.
"싫습니다."
스스로 투항한다. 그럼 마치 내가 단켈페르가를 선택하는 것 같지 않은가. 제멋대로의 승부를 걸어 온 단켈페르가에게 분노는 느껴도, 내가 단켈페르가를 선택할 생각은 없다.
내가 내어놓은 답에, 레스티라우트는 약간 놀란 듯 눈을 깜박거린 뒤, 자세를 조금 바꾸며 슥 하고 망토를 옆으로 걷었다.
"허세도 나쁘지 않다만, 그대가 고집을 부리면 부릴수록,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의 상처가 늘어난다."
망토가 흔들리며, 슈체리아의 방패의 밖에서 싸우는 기사 견습들의 모습이 잘 보였다. 방패 너머에서,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은 필사적으로 항거하고 있다. 나를 지키기 위해 지지 않으려고 싸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제마인!"
빌프리트가 검을 들고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과 접전하며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더욱 투항할 생각이 없어졌다.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이 커진다.
"……이 방법만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자기 허리에 손을 대고 약이 든 통을 잡고 윗부분의 마석을 눌러 뚜껑을 연다. 말할 수 없는 강렬한 냄새가 솟아오르며, 무심코 "읏" 하고 숨을 삼켰다. 너무 오랜만이라 마시는 것을 무심코 망설이고 만다.
"무, 무엇을 마실 생각인가?"
여유가 넘쳤던 레스티라우트의 눈에 동요가 생기는 것을 보며, 나는 극악맛 약을 원샷했다.
"으구으으으윽!"
혀의 저릴 듯한 강렬한 쓴맛과, 목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처절한 냄새에 견디지 못하고, 나는 입가를 누른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몸을 비틀며 괴로워한다.
……이기기 전에 죽을지도!
"로제마인, 그대……."
안색이 변한 레스티라우트가 달려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음독이라고!?"
……아냐! 독이 아니야. 약이야! ……일단은.
반박하고 싶지만,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나는 울상으로 입가를 누른 채, 너무한 맛을 잠시 견딘다. 그리고 마력이 회복되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몸의 힘을 뺐다. 고민했던 탓에 체력이 상당히 줄어든 것 같긴 하지만, 그 체력도 회복된다.
풀썩 쓰러진 채로 회복을 기다리고 있자, 레스티라우트가 당황한 것처럼 가볍게 나의 뺨에 손을 대었다. 파직 하는 작은 소리가 나고, 레스티라우트의 손이 퉁겨져 나간다. 검은 방패를 가진 레스티라우트가 슈체리아의 방패에 퉁겨져 나가는 일은 없지만, 페르디난드가 만들어 준 부적은 반응한 것이다.
"……그렇게나 싫은 건가, 로제마인."
레스티라우트의 힘이 빠진 것 같은 중얼거림에 나는 "당연하지 않습니까" 라며 천천히 눈을 뜬다.
"있죠, 레스티라우트님. 저, 아직 지지 않았어요."
크게 눈을 부릅뜬 레스티라우트의 앞에서 몸을 일으키며, 나는 머리카락이나 옷에 달라붙은 풀과 흙을 털어냈다. 마력은 회복하고 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레스티라우트님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한넬로레님을 빼앗아 주세요!"
방패가 사라진 순간에 나를 포박하려고 대기하고 있는 여유 있는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은 슈체리아의 방패의 눈앞에 있다. 한넬로레에 가장 가까운 것은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을 막 한 명 쓰러뜨린 빌프리트이다.
"에렌페스트의 승리를 빌프리트 오라버님에게 부탁합니다. ……란체!"
푸른 번개를 두른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들고, 나는 레스티라우트에게 돌아섰다. 한넬로레가 상대라면 전혀 쓸 생각이 없지만, 레스티라우트라면 사양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레스티라우트가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경계하면서 검은 방패를 받쳐든다.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은 한넬로레를 지키기 위해 기수를 타고 날아간 사람도 있고,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살펴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슈타프로 만들어서 무게를 느끼지 않는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나는 양손으로 들었다. 목표는 레스티라우트의 검은 방패다. 저것만 없으면 레스티라우트를 방패의 밖으로 쫓아낼 수 있다.
무술로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을 테니,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창을 휘두르는 것 뿐이다.
"야앗!"
내가 내미는 창을, 레스티라우트가 가볍게 피했다. 피했기 때문에 나는 그대로 창을 옆으로 돌린다. 엉망진창이어도 좋다. 일단 닿기만 하면, 어떻게라도 공격이 될 것이다.
"이얏! 이얏!"
"더없이 형편없다만, 그 창은 위험하다."
나의 기량은 어쨌든, 창은 틀림없는 위험물이다. 레스티라우트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몇번째인지의 공방 후, 내가 적당히 휘두른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레스티라우트가 검은 방패로 받았다.
카칭! 하는 딱딱한 소리와 함께, 창과 방패가 부딪쳤다. 다음 순간, 마력과 마력이 서로 반발하는 듯한 격한 소리가 나고, 검정색 방패의 표면에 빛이 튀기 시작한다.
예상 밖의 상황에, 레스티라우트가 방패를 흔들며 나의 창을 퉁겨 낸다. 내 손에 있는 것은 파란 색의 빛을 잃은 창이었다.
"무슨!?"
레스티라우트가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듯한 눈으로 빛을 잃은 창을 쳐다본다. 나는 반대로 레스티라우트의 방패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방패가 한가운데서부터 금가루가 되고 있어.
라이덴샤프트의 창의 마력을 전부 빨아들인 듯한 검은 방패는 이제 검은 색이 아닌, 엷은 황색으로 물들어, 창과 맞닿았던 가운데 부분부터 금가루가 되기 시작했다.
나의 시선을 눈치 챈 듯한 레스티라우트가 "우왓!?" 하고 소리치며 방패를 내려다보았다.
"로제마인, 그대……대체 무슨 짓을!?"
방패가 금가루가 되어가는 것을 깨닫고, 나를 노려보며 외친 직후, 레스티라우트가 바람에 치이며 방패의 밖으로 쫓겨났다.
"로제마인, 이 방패는 단켈페르가의 비보다!"
서서히 부서져나가는 방패를 보며, 레스티라우트가 슈체리아의 방패 너머에서 울부짖고 있지만, 마력 포화 상태가 되어 금가루가 되기 시작한 것은 이제 어쩔 수 없다.
"그런 말씀을 하셔도, 게둘리히1를 밖에 내보내면 플루트레네2에게 빼앗기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에비리베의 방심이 부른 사고입니다."
분노에 몸을 맡기고 슈체리아의 방패를 공격하는 레스티라우트을 보며, 나는 한시름 놓는다.
"이로서 에렌페스트의 패배는 사라졌습니다. 뒤는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한넬로레님을 설득해 주면……."
"상공에서 뭔가 옵니다! 조심하십시오!"
경기장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관중석에서 심판을 보고 있는 힐쉬르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날카로운 경고의 목소리에 팟 하고 위를 올려다보자, 경기장 상공에 수많은 그림자가 나타나 함성과 함께 달려들어 온다.
"에렌페스트의 성녀는 승자의 것이다! 단켈페르가에는 줄 수 없다!"
경기장에 난입한 것은 하나의 영지가 아니었다. 형형색색의 망토를 두른 기사 견습들이 갑옷으로 무장하고, 무기를 들고 있다.
"방해하지마라아아아아!"
"중소 영지가 연합했어도 우리에겐 전혀 이기지 못했던 것을 잊었는가?"
딧타를 방해 받은 레스티라우트의 노성에 화답하듯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이 기수를 위로 돌렸다. 무기를 들고 분노를 드러내며 상공을 향해서 날아간다.
적의 본진에 남은 것은 보물이며,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한넬로레 한 명이었다.
"한넬로레님!"
상공에서 다양한 영지의 마법 공격이 쏟아지는 가운데, 게틸트로 방패를 내고 방패 그늘에 주저앉은 한넬로레를 빌프리트가 불렀다. 그 빌프리트도 방패를 내고 위에서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방비도 없는 지금, 이곳은 위험합니다. 에렌페스트로 와 주십시오. 적어도 로제마인의 방패가 있는 만큼, 여기보다는 안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곳을 떠날 수는……."
고개를 흔드는 한넬로레의 앞에서, 빌프리트의 방패에 상공에서의 공격이 들어맞았다. "꺅!?" 하고 한넬로레가 작은 비명을 지르고, 빌프리트의 입에서는 "읏" 하는 작은 신음 소리가 샌다.
공격에 견딘 뒤, 빌프리트는 한넬로레에게 손을 내밀었다.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만의 승부라면 이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위험한 난입자가 있습니다. 이런 난입이 있어서는 딧타의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한넬로레님께서는 자신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 주십시오."
알록달록한 망토가 내려오는 것을 저지하는 듯한 파란 색 망토를 보면, 승부의 방해를 받는 데 화를 내고 있는 것 같으니, 아직 승부가 나지 않는 것은 알 수 있다.
차례로 쏟아져 내리는 공격 마술을 보면, 상대는 인원을 모아서 딧타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에렌페스트의 성녀를 얻고자 하는 단켈페르가의 방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손을 내밀고 있는 빌프리트의 심록의 눈을 보면, 승부의 향방보다는 한넬로레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한넬로레는 일어섰다.
자의로 방패를 치우고 본진을 나와 빌프리트의 손을 잡는다.
한넬로레가 움직여 준 것에 안도의 표정을 보이는 빌프리트를 향해 한넬로레도 웃었다.
"에렌페스트로 가겠습니다."
다양한 영지의 공격이 쏟아지는 가운데, 조용히, 딧타 승부의 승패가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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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훔치기 딧타는 종료입니다.
후편의 악랄한 성녀는 단켈페르가의 비보를 금가루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딧타를 계속하기 위해 분전한 단켈페르가에게는 애통한 소식입니다만, 한넬로레는 자의로 진을 나왔습니다.
아우브·단켈페르가는 울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난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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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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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레스티라우트는 작은 지뢰씨를 밟아버리고 말았습니다.
빌프리트는 한넬로레 앞에서는 멋있는 모습만 보이고 있네요.
겨울 동안, 생명의 신 에비리베에게 감금되어 있는 대지의 여신.
일단은 둘이 부부다.
물의 여신이자 봄의 여신. 에비리베에게 감금되어 있던 게둘리히를 구출해, 에비리베에게 위안을 주며 대지에 새 생명이 자라게 한다.
40화. 난입자
난입자
"에렌페스트, 일단 방패 안으로 돌아오세요! 다친 사람도 데리고!"
상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모른다. 그리고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은 단켈페르가와의 전투로 만신창이이다. 경기장 내에서 쓰러진 기사 견습도 있을 정도다. 뭘 어떻게 하더라도 위안은 필요하다.
다소 상처가 있어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부상자를 회수해 슈체리아의 방패로 돌아온다.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에 의해 빛의 띠로 둘둘 감겨 있던 유디트도 회수했다. 빛의 띠를 사용한 사람보다 마력이 높은 사람이 아니면 끊을 수 없기에, 내가 유디트를 묶고 있는 빛의 띠를 메사로 잘랐다.
"로제마인, 한넬로레님도 이곳에서 보호해도 좋겠는가? 저쪽의 진에 홀로 고립되어 계셨다."
"어서 들어오세요, 한넬로레님. 호위기사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난입자를 배제하기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만."
내가 차례로 공격 마술이 쏟아지는 위를 노려보며 그렇게 말하자, 빌프리트와 한넬로레가 차례로 안으로 들어온다.
"위안을 드리겠습니다."
나는 "슈트레이콜벤" 이라고 주창하고 슈타프를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로 바꾸어 그 자리에 모인 모두를 한꺼번에 치유했다. 녹색의 빛의 기둥이 솟아오르고, 상공에서 동요가 일어난다. 이 딧타에 참여하고 있는 단켈페르가, 에렌페스트에게는 익숙한 빛의 기둥이지만, 상공에 몰리든 사람들은 아무래도 빛의 기둥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머리의 냉정한 부분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방패 안에 있는 기사 견습들을 둘러본다. 정신을 잃고 있던 브륜힐데가 의식을 되찾은 듯 하다. 일어나, 흙이나 풀이 붙어 있는 자신의 머리에 아주 조금 얼굴을 찌푸린 브륜힐데는 바로 바센으로 세척했다.
……귀족들은 손으로 팡팡 하지 않고 바센을 쓰는구나.
여자력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깨끗해지며, 평소대로 돌아온 브륜힐데의 모습에 안도하고 있던 순간, 시계가 깜빡 점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
아주 잠깐이었지만, 몸이 경고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 틀림 없다. 나는 자신에게 별로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을 깨닫는다.
빨리 이 난전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주위의 기사 견습들을 둘러보았다. 린슈메르의 위안으로 부상은 나았겠지만, 마력의 회복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마력의 회복은 각자의 회복약을 쓰세요. 그리고 회복약과 마술도구의 나머지를 확인하고……."
할 수 있는 지시를 내리고 있자, 관중석에서 "위험해!" 나 "꺄아아아아!" 같은 큰 비명소리가 울린다. 급히 주위를 둘러보자,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 중 한 명이 기수를 잃고 추락하고 있었다.
털퍽 하고 둔한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내팽개쳐진 기사 견습은 꿈틀거리지도 않는다.
"꺅!?"
"바로 치료하려 갑니다. 호위를."
내가 기수의 마석에 손을 대는 것을 본 유디트는 그 자리에서 방패를 내고, 레오노레는 기수를 낸다. 기수에 타며, 레오노레가 방패 속을 돌아보았다.
"마티아스, 라우렌츠. 멍하니 있지 마라!"
나는 자신의 기수를 타고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이 떨어진 곳으로 향한다. 사실은 방패 안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충격에 강한 전신 마석갑옷으로 보호받고 있다고는 해도, 그 정도의 높이에서 추락한 것이다. 머리나 목을 다쳤을 가능성이 높다.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다.
"로제마인님이 위험을 무릅쓰고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을 구하는 것인가요?"
"눈앞에 다친 사람이 있고, 저에겐 치유할 힘이 있으니,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내가 기수에서 내려 호위기사들의 방패에 지켜지면서 반지로 린슈메르의 위안을 준다. 살짝 작은 녹색 빛을 쏟고 있자, 갑자기 라우렌츠가 "누군가 거짓말이라고 해줘" 라고 중얼거린다.
라우렌츠를 올려다 보자, 호위기사들 모두가 상공을 보고 있다. 뭐가 있는 건지, 눈을 부릅뜨자, 그 상공을 향해 단켈페르가의 관중석에서 차례로 기사 견습들이 이동해, 상공의 난전에 참전하는 것이 보였다.
"아무리 단켈페르가에 전력이 있다 해도, 관중석에서 참전하면 어떻게 될 지……."
두려움을 머금은 마티아스의 말이 끝나보다도 먼저, 상공에서 경기장을 향해 쏟아지던 공격 마술이 방향을 바꿔, 관중석으로 향한다.
"샤를로테!"
수행문관이나 수행근시도 있어, 이미 관중석에 남아 있는 전원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패를 치고 있는 단켈페르가와는 달리, 에렌페스트의 관중석에 있는 사람은 매우 전투 능력이 낮다.
마술도구의 조합을 위해 할트무트에게 마력을 착취당해 마력이 말라버린 문관 견습들, 방패를 내는 방법은 알고 있어도 전투 훈련을 받지 않아, 순간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근시 견습들. 다소 전투에 대한 마음가짐은 있어도 딧타에 참여할 수 없는 저학년 기사 견습들. 그리고 영주 후보생인 샤를로테다.
나의 비명의 직후, 초조한 듯한 빌프리트의 목소리가 슈체리아의 방패 속에서 울렸다.
"회복한 기사 견습은 에렌페스트의 관중석을 지키러 가라! 이곳으로 데려오는 것이다! 회복 중인 자는 남아서 이쪽의 호위를!"
"넷!"
회복을 마친 듯한 기사 견습들이 일제히 객석을 향해 날기 시작했다. 모두 방패를 치고 지키면서 슈체리아의 방패에 합류하면 조금은 지키기 쉬워질 것이다.
괜찮아, 라고 자신에게 말하며, 나는 눈앞의 부상자에 집중했다.
"……아, 나는……."
쓰러져 있던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이 정신을 차리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뜻밖의 움직임에 움찔하며, 나는 그 기사 견습의 망토를 잡았다.
"지금까지 의식을 잃고 있었습니다. 좀 더 안정을……."
"아뇨, 성녀의 위안 덕분에 상처는 아물었습니다. 문제없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 자리에 한번 무릎을 꿇고 예를 올린 기사 견습은 곧바로 다시 상공으로 향한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자, 눈앞이 다시 깜빡거렸다. 단 몇 초간이었지만, 시계가 흰색과 검은 색으로 깜빡이며, 주위가 색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회복약을 연거푸 두 종류나 사용해 마력을 회복시키며 계속해서 마력을 쓴 것이 원인일 것이다.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이 건강져서 다행히라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황급히 달려와서 치료해줄 필요까진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되었다.
"로제마인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방패로 돌아갑시다. 동승하시지요."
레오노레가 조금 굳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며 나를 끌어안고 슈체리아의 방패로 돌아간다.
"로제마인님, 회복약은……?"
"이미 너무 많이 마시고 있습니다."
레오노레는 나를 안고 있는 팔에 조금 힘을 넣었다. 지금 내가 이 자리를 내던지고 기숙사로 돌아갈 수는 없다. 샤를로테들이 방패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비전투원들의 안전은 슈체리아의 방패에 달린 것이다.
내가 돌아오자, 슈체리아의 방패 속에서는 빌프리트가 필사적으로 상공의 난전을 멈추려고 분투하고 있었다.
"한넬로레님, 이 상태여선 딧타는 무효겠지요. 바다의 여신의 의식으로 그들의 흥분을 가라앉히도록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이미 딧타는 끝났으니, 그것이 좋겠지요."
괴로운 얼굴로 위를 바라보고 있던 한넬로레가 빌프리트에게 동의한다.
"그럼, 한넬로레님이 의식을 진행하는 동안 공격이 내려오지 않도록, 저희가 광역 바센을 실시하겠습니다. 이지도르, 브륜힐데. 마력은 괜찮겠지?"
이지도르에게 "광범위 마술의 보조 도구를 가져와줘" 라고 말하며, 여기에 있는 기사 견습들 중 누구를 한넬로레의 호위로 붙일 것인지, 빌프리트가 방패에 남아 있는 기사 견습들을 둘러본다.
갑자기 키이잉! 하는 큰 금속음이 울리며, "경청!" 이라는 루펜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꺅!?"
"왓!?"
움찔한 나와 빌프리트와는 달리, 주변의 기사 견습들은 일제히 자세를 갖추고 상공의 루펜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상공에서 혼전 상태에 있던 기사 견습들도 바로 공격을 멈추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이쪽에선 요청하지 않았고, 올도난츠로 확인하니 왕족의 명령도 없는 상황이 아닙니까! 어째서 중앙 기사단이 귀족원에 있는 것입니까? 그리고 왜 딧타의 방해를 하는 겁니까!?"
루펜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린다. 상공의 형형색색의 망토 속에, 자세히 보면 검은 망토가 약간 보인다. 단켈페르가의 딧타에 난입하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 영지가 많이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중앙 기사단의 뒷받침이 있었던 것이다.
"왕족은 에렌페스트의 성녀가 단켈페르가로 이동하는 것을 우려하고 계신다! 왕족의 시름을 더는 것은 기사단의 의무다!"
"오우!"
검은 망토를 두른 기사들이 힘차게 목소리를 높이자, 중소 영지의 사람들도 가세하며 똑같이 소리를 높인다.
"이는 왕족의 소망입니다!"
"승리하면 에렌페스트의 성녀를 구할 수 있습니다!"
자신들을 정의로 칭하는 중앙 기사단의 주장과, 부추겨진 듯한것 같은 중소 영지의 기사 견습들의 모습에, 루펜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이유로 왕명도 없어 출격한 것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습니까!"
"중앙 기사단은 첸트의 기사! 첸트의 근심을 푸는 자! 첸트에 적대하는 자를 멸하는 자! 적대하는 자는 멸한다!"
기사 한명이 루펜에게 공격을 한다. 중앙으로 이적해, 역시 검은 망토를 걸치고 있는 루펜에 대한 공격에 주위가 아연실색한다. 루펜은 자신을 향하는 공격을 바로 받아 넘기고, 자신의 학생들을 둘러본다.
"왕명은 없다! 내가 확인했다! 더 이상 기사단에 가세할 경우엔 변호할 수 없다! 그대들은 돌아가라!"
루펜은 중앙 기사단을 상대하며, 각양각색의 망토를 두른 학생들에게 명령했다. 왕족에게 가세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중소 영지의 기사 견습들은 마치 거미 새끼들이 흩어지듯 뿔뿔이 흩어진다.
단숨에 상공을 메우고 있던 그림자가 줄어, 남아 있는 것은 검은 망토를 두른 중앙 기사단의 기사 세 명과 루펜, 그리고 푸른 망토를 두른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 뿐이었다.
"왕명 없이 딧타에 난입하다니, 언어도단! 꽁꽁 묶어서 첸트의 어전으로 끌어내겠다!"
레스티라우트의 목소리에 단켈페르가의 기사 견습들이 호응하며 중앙 기사단을 잡기 위해 싸운다. 그러나 중앙 기사단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중앙으로 이적한 기사들의 집단이다. 아무리 단켈페르가라고 해도, 학생인 그들은 중앙 기사단을 당해 낼 수 없다. 포박하기 위해서는 상대보다 높은 마력이 필요한 것이다.
기사를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성인 직전의 영주 후보생인 레스티라우트 정도이다.
루펜이나 수로 밀어붙이는 기사 견습들이 한 명의 기사를 몰아넣고, 레스티라우트가 포박했다.
"로제마인님이라면 잡을 수 있지 않은가요?"
"유감스럽지만 닿으려면 좀 더 다가가야 하고, 지금의 저는 슈체리아의 방패를 유지하는 것 이상의 여력이 없습니다."
기대받더라도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오히려 누군가가 슈체리아의 방패를 대신 맡아주었으면 싶을 정도이다. 묘한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솔직히 더 이상 마력을 쓰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상공을 바라보고 있자, 검은 망토가 대량으로 날아왔다. 기사단의 원군인가 하고 무심코 긴장한다.
"루펜에게서 올도난츠를 받고 급히 와보니, 이게 무슨 소란인가!?"
증가한 검은 망토 사이에서 들린 것은 아나스타지우스의 목소리였다. 정말로 왕족의 명령은 없었던 것 같다. 아나스타지우스는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되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중앙 기사단의 기사들을 빛의 띠로 꽁꽁 묶는다. 역시 왕족. 마력이 많다.
"이야기를 듣고 싶다.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과 그 측근 및 사감인 두 사람은 여기에 남아라! 그 이외는 해산!"
할 수만 있다면, 오늘 하루를 없었던 일로 하고 싶던 참이지만, 루펜의 올도난츠로 긴급 호출을 받은 아나스타지우스는 이 자리에서 전원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한다.
아나스타지우스의 등장으로 상공의 싸움이 마무리 된 것에 안도한 나는 긴장이 느슨해진 탓에, 몸이 한꺼번에 아파오기 시작한 것을 자각한다. 슈체리아의 방패를 끄고 마력을 소비할 일도 없어졌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악화되기만 할 뿐이고,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왕족의 앞에서 쓰러지는 것은 곤란하겠지? 어떡하지?
"공주님!"
샤를로테들과 함께 관중석에서 이동해 온 리할다가 나를 보고 눈을 부라리며, 황급히 이쪽으로 뛰어온다.
"바로 기숙사로 돌아갑시다. 이쪽의 뒤처리는 빌프리트 도련님과 샤를로테 공주님에 맡기도록 하세요."
"하지만, 당사자인 저는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남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왕족의 명령에 반하게 되어요."
내 말에 리할다는 정색을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공주님이 의식을 잃으면 이야기를 듣을 수 없으니, 같은 것이 아닌가요. 이 자리는 이유를 설명하고 기숙사로 돌아가시지요. 더 이상 왕족의 앞에서 의식을 잃는 실태를 거듭하셔선 안 됩니다."
리할다의 그런 말을 듣고, 나는 아나스타지우스에게 기숙사로 돌아가고 싶다고 부탁한다. 나를 본 아나스타지우스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굉장히 싫은 듯한 얼굴을 하고 나를 쫓아내듯 손을 흔들었다.
"그 얼굴을 보면 상태가 나쁜 것은 알 수 있다. 빨리 돌아가라."
"송구합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관대한 마음에……."
구역질을 참으며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하고 있자, 아나스타지우스가 초조한 듯한 목소리로, "에렌페스트, 빨리 로제마인을 데려가라!" 라고 명한다. 리할다가 곧바로 나를 안아올린다.
"딧타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레오노레, 마티아스, 방패 안에서 계속 함께 있었던 브륜힐데,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로데리히는 남아서 저 대신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설명을……."
경기장에서 안겨나가며, 내가 지시한다. 리할다의 어깨 너머로, 아나스타지우스의 어처구니 없어 하는 듯한 얼굴이 보였다.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리할다에게, "위에서 다 봤습니다. 회복약을 규정 이상으로 마시지 않았습니까" 라고 혼났다.
"절대로 질 수 없는 승부이긴 했었어도, 공주님의 위안을 받거나 회복약을 마실 수 있는 기사 견습들보다 페르디난드님에 의해 약의 양이 엄밀하게 정해져 있고, 자기 자신을 치유할 수 없는 공주님쪽이 훨씬 더 자신을 소중히 하셔야 합니다."
효력이 약한 회복약으로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기사 견습들은 회복약을 몇 개라도 쓸 수 있지만, 페르디난드제 회복약이 아니면 거의 효과가 없는 나는 과음하면 몸이 아프게 되기에 용량이 결정되어 있다.
"회복약의 과음으로 이 상태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이상, 지금의 공주님에게 더 이상 약을 마시게 할 수는 없습니다.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는 주무셔야 합니다."
순식간에 리할다와 리제레타에게 갈아입혀져 바로 침대로 던져진다. 느긋하게 몸을 눕힐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나는 눈을 감았다.
내가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에는 사흘 정도가 지난 모양이었다. 건강해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식당에서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아나스타지우스들과 대화한 결과에 대한 보고를 듣기 위해 소회의실로 이동했다.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와 나와 그 측근들이다.
"중소 영지와 중앙 기사단의 난입이 있어, 에렌페스트는 무효 시합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만, 단켈페르가에 의하면 심판의 지시가 없었기 때문에, 시합이 속행되는 와중에 한넬로레님이 위험을 피하려고 그대의 방패에 들어가기 위해 진을 나온 시점에서 승부가 결정된 것이라고 하고 있다."
이렇게 이기는 것은 정말로 본의가 아니다만, 라고 빌프리트는 말하고 있지만, 나로서는 저쪽이 패배를 인정한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에렌페스트에는 그 같은 대규모 딧타를 두번 세번이나 다시 감행할 여력이 없습니다. 저쪽이 패배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그걸로 괜찮지 않나요? 다만 빌프리트 오라버님 말씀처럼 승리한 방법이 너무 미묘해서 한넬로레님의 시집에 관해서는 취소하고, 저희들의 파혼에 대한 것도 깔끔히 포기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나의 제안에 빌프리트는 안심한 듯이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음. 그것이 적당하겠지. 딧타의 승부는 신성한 것이니 결정된 것은 실행해야 한다고 단켈페르가 측은 말했다만, 그것은 영지 대항전에서 아우브와 협상을 하면 좋지 않겠는가."
딧타를 신성시하는 단켈페르가와의 협상은 매우 귀찮겠지만, 이쪽이 승리한 것으로 되어 있으니, 협상하기 나름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하지만, 이후 두 번 다시 파혼에 관한 문제를 일으키지 말도록, 이라며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로부터 호되게 주의받았다. 다음에 일을 일으키면, 그대는 왕명에 의해 왕자에게 시집가지 않으면 안 된다."
"네?"
"……그대를 지키는데 있어, 나는 무력하다고 느꼈다."
빌프리트가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떨어뜨린다.
"사실 힐데브란트 왕자로부터 이번 딧타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왕명에 의해 약혼자로 정해진 에렌페스트의 성녀를 단켈페르가가 빼앗으려 한다는 힐데브란트의 고발이 있었다고 한다. 아나스타지우스는 왕명이 아니라 약혼의 허가라는 점과, 아우브·에렌페스트의 결정에 따라서는 취소가 가능함을 가르치고, 왕족이 참견할 일이 아니라고 타일렀다고 한다.
"에렌페스트가 언니를 타령으로 내보낼 심산이라면, 왕족이 데려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만……."
단켈페르가가 딧타로 쟁취한 것을 왕족이 옆에서 빼앗기는 어려운 것과, 영주 후보생인 페르디난드를 왕명으로 아렌스바흐로 보냈기 때문에, 더 이상 영주 후보생을 줄이면 에렌페스트의 초석의 마술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해, 왕족은 나를 데려가는 것을 단념한 것 같다.
"하지만, 두 번째는 없을 것 같다. 이번처럼 귀족원 내를 소란스럽게 하는 사태에 처했을 때에는 그대를 왕족으로서 보호하겠다고 한다."
지키지 못했다며 낙심한 것은 빌프리트만이 아니다. 나의 측근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번에는 눈감아주었으니, 두번 다시 이런 사건을 일으키지 않으면 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지요. 그보다는 딧타에 난입한 기사와 영지는 어떻게 되었나요?"
내 말에 빌프리트가 표정을 바꾸며 허리를 핀다.
"첸트의 이름에 의한 것이었기에, 중소영지에 관해서는 불문에 붙이게 되었다. 루펜 선생님이 상당히 애쓴 것 같다. 그리고 중소 영지를 선동해 딧타에 난입한 중앙 기사단의 기사들에게는 첸트에 의해 중형이 내려지게 되었다. 왕족의 이름을 팔아 학생들을 부추겼다. 그동안 충신이라고 믿고 계셨던 첸트의 노여움과 낙담은 매우 깊다."
"……충신인 기사들이 왕명도 없이 마음대로 움직이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내 말에 마티아스가 발언의 허가를 요구하며 손을 들었다. 내가 허가를 내주자, 마티아스는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만" 이라고 전제하며 입을 연다.
"툴크1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툴크라면……설마!?"
툴크는 게오르기네파의 회합에서 사용되었을 거라고 생각되는 약으로, 기억을 혼탁시켜서 환상을 보여주는 효과가 있는 식물이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인사하기 위해 다가갔을 때, 묶여 있던 기사들로부터 달콤한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그 때는 무슨 냄새였는지 몰랐지만, 기숙사로 돌아와 벽난로를 보고 생각났습니다. 확실히 냄새를 맡아 본 것이 아니니, 실수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마티아스는 거의 틀림없다고 생각해서 발언한 것이죠?"
신중파인 마티아스는 생각한 것을 쉽게 말하는 편이 아니다. 어느 쪽인가 하면, 숙고를 거듭하며 어느 정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입에 올리지 않는 쪽이다.
"그들의 기억을 들여다보면 확실할지도 모릅니다."
기억을 왜곡시키는 툴크가 사용된 것이라면, 세 명의 기사들도 조종을 받았을 가능성이 생긴다. 왕족은 이미 툴크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알려주는 것이 좋은 정보일까.
"……귀족원과 중앙에는 툴크가 흔한 식물일까요?"
"그렇다면 위험한 효과가 있는 식물로서, 좀 더 모두에게 널리 알려두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어딘가의 영지 특유의 식물이 아닐지요."
약학에 관한 강의를 들고 있는 샤를로테의 문신 견습이 고개를 흔들며 부인했다. 어느 영지 특유의 것이라면 왕족과 중앙이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양부님께 허가를 요구한 뒤, 왕족에게 툴크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전합시다."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는 내 가슴에 섬짓한 불안감이 스친다.
이렇게 가까운 시일 내에, 툴크가 사용되었을지도 모르는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인 걸까.
중앙 기사단의 기사를 조종할 수 있는 높은 지위의 누군가와 게오르기네가 이어져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만일 그렇다면 게오르기네가 에렌페스트로 돌아오는 것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손을 들어 훈색 마석 비녀를 만졌다. 마석이 흔들리는 감촉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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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입자들을 내쫓은 것은 루펜 선생님. 가끔은 선생님 다운 모습.
그리고 회복약을 과음한 부작용으로 앓아누은 로제마인.
기사단과 게오르기네파에게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툴크.
다음은 영지 대항전의 준비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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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왕족도 마인이 쟁탈전에 참가를 선언했습니다. 마인이 인기 많네요.
밖에서는 지키느라 고생이고, 안에서는 비교되느라 고생인 빌프리트에겐 묵념을....
! 투르크 -> 툴크
Trug: 속임, 기만, 현혹, 미혹
리제레타 시점 슈밀의 봉제인형
제505화 라이문트의 연구와 힐쉬르의 주의의 후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슈밀의 봉제인형에 대해.
나는 리제레타라고 합니다.로제마인님의 근시으로서 귀족원의 최종 학년에 재적하고 있습니다.
「로제마인님, 이것으로 어떻습니까? 사랑스럽게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만」
「훌륭합니다, 리제레타!」
내가 만든 슈밀의 봉제인형을 보고, 침대에 뒹군 채로 로제마인님이 기쁜 듯한 웃는 얼굴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자주 볼 수 없게 되고 있던 웃는 얼굴에 나도 끌려 웃는 얼굴이 됩니다.
……역시 로제마인님은 웃는 얼굴이 아니면.
남색의 털색에 금색 눈동자의 슈밀의 봉제인형을 로제마인님이 들고 있는 모습은 대단히 사랑스럽고, 만들어서 좋았다, 라고 진심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내가 만든 것은, 힐쉬르 연구실에서 라이문트에게 설계시킨 녹음할 수 있는 마술도구가 들어간 슈밀의 봉제인형입니다. 로제마인님은 구륜으로 하고 싶던 생각같았습니다만, 구륜으로부터 로제마인님의 목소리가 나는 것보다 슈밀로부터 들리는 것이 상당히 사랑스럽지 않습니까. 나, 거기만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습니다.
……하,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이런 봉제인형을 가진 로제마인님을 슈바르츠들과 늘어놓아 보고 싶은 것입니다.……어머, 하지만, 이 슈밀은 페르디난드님에게 보내지는 거였던가요?
페르디난드님이 미간에 주름을 새기면서 남색의 슈밀을 노려보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조금 웃음이 터질 것 같습니다. 물론, 업무중이기 때문에 웃음을 터트리지 않도록 참습니다.
아직 열이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로제마인님은 침대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슈밀의 배에 있는 마석에 손을 뻗고 있습니다.
「페르디난드님, 제대로 쉬고 계십니까? 일은 적당히 하세요」
「아무리 바빠도 식사를 하지 않으면 힘이 나지 않아요. 약에 너무 의지하지 않고 , 제대로 식사를 해주세요」
로제마인님은 슈밀로부터 말이 제대로 재생되는 지 확인하고, 만족스럽게 수긍했습니다.
「페르디난드님에게 주어도 상자안에 던지기 때문에 , 유스톡스에게 주어서 필요한 때에 사용하게 하는 편이 좋을까?」
슈밀의 봉제인형을 가지고 진지하게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로제마인님을, 나의 근처에서 보고있던 브륜힐데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응, 리제레타. 이러한 주의사항이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로제마인님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하나 더 만들고, 녹음해 주시도록 부탁할까요?」
아렌스밧하로 향한 페르디난드 님입니다만, 영지 대항전이나 졸업식에는 디트린데님을 에스코트 하기 위해서 귀족원에 오실 것입니다. 그 때에 조금 잔소리를 넣어와 주세요.
귀족원이 시작될 무렵에도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의 말씀으로 기분의 변환이 생겼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반드시 로제마인님의 마음이 위로받을 것입니다.
……로제마인님이 평온함을 느껴 응석부릴 수 있는 존재는 아직 페르디난드님 밖에 계시지 않을 것입니다.
빨리 약혼자인 빌프리트님에게 응석부릴 수 있도록 될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올해의 귀족원에서 무엇인가 일어날 때마다 「페르디난드님에게 편지를 쓰지 않으면」이라고 하고는 비밀방에 틀어박히는 로제마인님을 보고 있으면, 아직도 멀었다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편지를 쓰는 것으로 머릿속을 정리하며, 감정을 발산시키고 있는 것 같고…….
페르디난드님이 아렌스밧하로 향하고 나서, 로제마인님은 감정을 숨기시는 것이 몹시 능숙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비밀방에 틀어박이는 회수가 증가했습니다. 감정 숨기기가 능숙해졌지만 신전 성장으로 상식이 조금 어긋나 있는 곳은 그대로이므로, 어디에서 인식이 어긋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언니(안게리카)로부터 웃는 얼굴로 남의 눈을 속이는 기술도 익혀 버렸고.
어머님이 말씀하신 「어린 아이는 주위사람의 나쁜 점을 곧바로 배워 버리니까, 로제마인님의 앞에서는 언동에 조심하는 거에요」라고 하던 말을 생각해 내고, 나는 낙담합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내 힘이 부족했기 때문에, 로제마인님은 언니의 나쁜 점을 흉내내고 계십니다.
「로제마인님」
피리네가 몇개의 편지를 가지고 방에 들어 왔습니다.
「에렌페스트로부터의 편지와 함께 아렌스밧하의 레티시아님으로부터의 편지가 전송 되어 왔어요. 아우브에 의하면 영지 대항전까지 대충 훑어봐 두는 것이 좋겠다고 합니다」
나와 브륜힐테는 조금 비켜, 피리네가 침대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장소를 엽니다. 로제마인님에 전하기 전에 문관 견습으로서 편지를 먼저 조사해 내용을 확인하고 있던 피리네가 작게 웃었습니다.
「이쪽의 편지는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레티시아님에의 과제의 하나의 같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로제마인님에의 과제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귀족다운 말로, 레티시아님의 모범이 되는 답장을 해 두도록, 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큰 일입니다, 피리네. 나, 열이 올라 온 것 같습니다」
갑작스런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의 과제에 머리를 움켜 쥐고 있는데, 로제마인님의 얼굴은 매우 즐거운 듯이 보입니다. 역시 페르디난드님이 에렌페스트에 계시지 않는 것이, 기분에 대단히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의 과제에 대답하기 위해서도, 먼저 레티시아님으로부터의 편지를 읽어보세요」
즐겁게 편지를 읽기 시작했던 로제마인님이 곧바로 어려운 얼굴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레티시아님은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과제가 주어져 기쁘다……라고 하는 군요? 이 근처는 완곡인 자랑? 아니 이쪽은 고뇌하고 있다고도 읽어낼 수 있겠군요」
레티시아님의 편지에 대충 훑어보고 있던 로제마인님의 말씀에 리햐르다가 손에 들고 있던 의상의 정리를 그레티아에 맡기자마자 로제마인님 침대에 가까워집니다.
「로제마인님, 함께 해독합시다. 잘못 읽으면 답장이 큰일 납니다」
「……부탁합니다」
신전 성장 때문에, 로제마인님은 어떻게도 귀족 특유의 표현에 익숙해지질 않습니다. 자신의 말하고 싶 은 것을 전달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상대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읽어내는 능력이 조금 낮습니다.
……몇가지의 해석을 할 수 있는 것이 귀족의 표현입니다만, 로제마인님은 때때로 엉뚱하게 읽어내는 경우가 있으니까.
리햐르다나 뮤리에라와 함께 편지를 읽는다면, 문제 없을 것입니다. 로제마인님의 침대의 앞에서 편지를 보는 측근들을 보면서, 나는 한 걸음 물러섰습니다.
「브륜힐테, 나는 조금 자리를 비우고 다음 슈밀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네, 부탁합니다」
나는 로제마인님의 방을 떠나, 의상 방으로 향합니다. 내가 재봉상자를 꺼내, 새로운 슈밀을 만들기 위한 옷감을 찾고 있자, 의상의 정리를 끝낸 그레티아가 흥미로운 듯이 가까워져 왔습니다.
「리제레타, 또 무엇인가 만듭니까?」
그레티아는 구벨로니카파에 있었을 무렵으로부터 같은 파벌의 남자분에게 조롱당하는 것이 많았다고 하는 것으로, 같은 구벨로니카파의 측근에서, 똑같이 이름바치기를 하고 있어도 마티아스나 라우렌트가 조금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동성인 근시의 누군가와 행동을 모두 하고 있습니다.
그레티아는 상위 영지의 분들과 교제하는 것이 서투르다고 말했습니다만 , 잇달아 왕족이 관련되는 로제마인님의 측근입니다. 가능한 한 안쪽의 일을 배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만, 싫어도 밖과 관련될 필요가 있기 위해, 샤르롯테님의 근시에 비하면, 확실히 상위 영지 상대의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요전날은 「왕족이 관련되는 의식에, 주인의 장래가 크게 관련되는 단켈페르가와의 변칙적인 디타…….익숙해질수록, 차라리 상위 영지가 상대인 다과회가 상당히 마음이 편하네요」라고 했습니다.
……전면적으로 동의 하겠습니다. 상위 영지가 상대라도, 왕족이 상대라도, 다과회 쪽이 안도 가능하게 되었던 것.
그레티아는 나의 졸업 후의 로제마인님을 지지할 수 있도록 강해지면 좋은 것입니다.
「녹음의 마술도구가 들어간 새로운 슈밀을 만들고,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로제마인님에의 잔소리를 넣어 주려고 합니다」
「페르디난드님의 잔소리입니까?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지요?」
그레티아가 불가사의한 듯 그렇게 묻습니다. 올해의 귀족원으로부터 로제마인님이시중들어하기 시작한 그레티아는 로제마인님과 페르디난드님의 관계를 모릅니다.
「로제마인님에게는 페르디난드님이 유일하게 가족과 다름없게 응석부릴 수 있는 상대였기 때문에,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페르디난드님이, 말입니까?」
로제마인님과 페르디난드님의 관계를 모르는 그레티아에게, 나는 옷감을 선택하면서 설명해 갑니다. 페르디난드님을 생각나게 하는 물색의, 감촉의 좋은 모피가 있으면 좋습니다만, 없으면 물들이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흰색 모피를 물들이는 것이 제일일까요.
로제마인님은 이번 겨울의 기간에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간단한 수선이 가능하도록 올해는 의상 방에 옷감이 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요전날도 스커트의 옷자락에 레이스를 다는 것으로 조금 길이가 길게 보이도록 수선을 했습니다.
「로제마인님은 칼스테드님과 엘비라님의 딸로서 세례식을 받고 있습니다만, 엘비라님의 진짜의 자식은 아닙니다. 세례식이 거행되기 전의 계절 하나분 밖에 남매로서 보내지 않았다고 코네리우스로부터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토록 사이가 좋은데, 이복 남매입니까……」
세례식에서 한 어머니의 남매가 된 것은 로제마인님도 그레티아도 같습니다만, 그레티아는 오빠로부터 몹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세례식에서 한 어머니가 된 이복 남매라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고 하는 사실에 놀라고 있습니다.
「그레티아는 귀족원의 기숙사내의 관계 밖에 모르죠? 기숙사의 두 명은 다소 남매다운 교환을 하고 계셨습니다만, 평상시는 주인과 호위기사라고 하는 역할에 철저하므로 거리가 있는 거에요」
흰색 모피를 손에 들고, 나는 슈밀의 봉제인형을 만드는데 충분한 크기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로제마인님과 엘비라님의 사이도 양호합니다만, 내가 보면, 사교나 귀족 사회로의 입장을 가르치는 상사와 부하, 교사와 학생이라고 하는 인상이 있습니다. 로제마인님도 좋은 아이로 있으려고 긴장시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프로렌티아님과 샤르롯테님의 관계와는 또 다릅니다」
양부모가 되어진 아우브 일가와의 관계도 양호합니다 하지만, 역시 친자식이 아닌 탓이지요. 이쪽은 로제마인님이 한 걸음 물러서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친자식의 앞에서 어떻게 응석부리면 좋은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아이로 있으려고 하는 로제마인님의 자세가 문득 사라지는 곳은 자기 방이 아니고, 신전입니다.그리고, 오랜 세월 보호자이신 페르디난드님이 함께 계실 때였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이 아렌스밧하로 향한 것은, 로제마인님에게는 매우 큰 손실이었군요.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이쪽의 사정에는 자세하지 않았던 그레티아에는 페르디난드님이 대영지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것이 기쁜 일로, 로제마인님도 기뻐하셨던 것 같게 보인 것 같습니다.
「올해의 귀족원에서 로제마인님은 마치 느긋한 시간을 무서워하듯이 예정을 채우고 계십니다. 지금도 즐거운 듯 하기는 합니다만, 나에게는 이전과 달리 독서가 웬지 모르게 도피 행동으로 보입니다」
예전에 언니가 최종 시험전이 되면 고의로 훈련의 예정을 넣고 있었을 때에 비슷하다고 하면 알기 쉬울지도 모릅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부터 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도 신경이 쓰여 꺼림칙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로제마인님은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눈을 피하고 있는지요?」
「그것은 나에게도 분명히는 모릅니다만, 뚜렷한 것은, 불안정하게 된 것이, 페르디난드님이 아렌스밧하로 향하고 나서의 일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로제마인님은 가족보다 페르디난드님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네요. 지금의 시점에서는 약혼자인 빌프리트님보다 소중한 존재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지금부터 빌프리트님이 페르디난드님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주시면 좋습니다만……」
약혼자인 빌프리트님과 로제마인님이는 조금씩 서로 양보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두 명은 각각 다른 방향을 보고 있고, 서로의 모습을 비추고 있지 않습니다.
「왕족으로부터의 말씀이 있었지요?」
「……네」
열이 내리지 않았는데, 사정을 알고 싶어해, 돌아다니려고 하는 로제마인님에게는 아직 알리고 있지 않습니다만, 왕족에게서 엄한 말씀이 있던 것은 빌프리트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에렌페스트의 발전에 로제마인님은 필요 불가결합니다. 우리들도 지켜드리지 않으면……」
올해의 다과회에서는 아직 한번도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직전에 컨디션을 무너뜨리고 다과회의 출석을 못하거나 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과회에서 봉납식을 기획해, 왕족과 중소 영지를 주선한 것은 높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나의 말에 그레티아는 불안한 듯한 얼굴이 되어, 약간 시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슈체리아의 방패에 들어갈 수 없었던 영지에서는 미움을 사고 있습니다. 에렌페스트에 원한을 가진다면, 문제를 일부러 일으켜서 로제마인님을 에렌페스트으로부터 취하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지금까지 이상의 경계가 필요합니다. 빌프리트님도, 로제마인님도」
「리제레타, 로제마인님이 부르십니다」
브륜힐테에 불려가자, 로제마인님이 「하나 더 슈밀의 봉제인형을 갖고 싶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레티시아님에게 주어진다고 합니다.
「이 편지에 의하면, 페르디난드님이 엄격해 어떻게 견디면 좋은 것인지, 라고 고민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나, 레티시아님을 위해서도 페르디난드님을 멈추기 위한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로제마인님이 생생한 모습으로 녹음의 마술도구에 집어넣을 말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너무 엄하게 대하면 안되어요」라던가「가끔씩은 잘했다고 칭찬해주십시오」라던가「오늘은 잘 노력했군, 이라고 하는 말씀 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로제마인님으로부터 나오는 말에 왠지 가슴이 아파졌습니다.
……그것은 레티시아님이 아니고, 오히려, 로제마인님이야말로 필요한 말씀이 아닙니까?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을 감추고 , 나는 레티시아님을 위한 슈밀의 봉제인형을 만들 약속을 하고, 의상 방에 돌아가는 허가를 받았습니다.
「로제마인님, 나도 리제레타의 도움을 하겠습니다. 영지 대항전이나 졸업식에서 오신 페르디난드님에게 보내주기 때문에 하면, 시간이 없습니다」
「부탁합니다, 뮤리에라」
손재주가 뛰어난 뮤리에라가 그렇게 말하며 로제마인님으로부터 허가를 얻으면서, 따라옵니다.
……조금 전의 흰 모피를 그대로 레티시아님의 슈밀에 이용할까요.
다 자른 모피를 응시하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뮤리에라가 몹시 즐거운 듯 하는 웃는 얼굴로 재봉상자를 가져왔습니다.
「뮤리에라?」
「사실은 자신이 페르디난드님에게 응석부리고 싶은 것을 로제마인님은 훨씬 견디고 계시는 거에요. 이것은 반드시 사랑입니다. 정말 덧없고 아름다운……」
「페르디난드님과 로제마인님에게 그러한 의식은 전혀 없어요」
의식이 없어도 상상하는 것은 자유네요, 라고 하면서 뮤리에라는 바늘에 실을 통과 시킵니다.
어느 쪽인가 하면 주인과 애완동물, 이라고 생각난 말을 나는 확하고 털어냅니다. 주인에게 매우 실례인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님과 로제마인님은, 허약한데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애완동물을 「귀찮고 시간이 든다」라고 하면서도 세세하게 돌보는 주인과 주인의 칭찬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던 것인데 소동으로 발전해 꾸중듣는 애완동물로 밖에 안보일 때가 있습니다.
……나도 로제마인님을 사랑쪽으로 생각해보고 싶었던 적은 있지만, 억제하고 있는 거에요.
「그런데, 리제레타의 에스코트 상대는 어떤 분이에요?」
연애 관계의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는 뮤리에라를 눈을 빛내며 몸을 내밀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레오노레나 피리네들에게는 벌써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만, 올해의 귀족원에서 측근에 참가한 뮤리에라들에게는 특별히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생각이 듭니다.
「많은 기사로부터 망토에 자수를 해 주었으면 하면 신청받고있지않습니까. 타령으로부터도 몇개인가 신청이 있었겠지요?」
로제마인님이 봉납식을 실시한 것으로, 타령으로부터의 주목이 증가한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나는 로제마인님의 근시입니다. 타령으로 향할 생각도 없고, 타령에 정보가 흘러갈 것 같은 상대를 남편으로 선택할 생각도 없습니다. 아버님과 어머님과 같이 부부로 영주 일족을 지지해서 갈 수 있게 되고 싶습니다.
「 부모님으로부터 이야기가 있었고, 나의 상대는 벌써 정해져 있습니다. 빌프리트님의 문관 톨스텐님을 아시는지? 중급에 가까운 상급 귀족인 분으로, 색깔 물들이기도 끝마쳤습니다」
「그렇습니까!」
「특별히 문제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사이에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톨스텐님이 상대이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빌프리트님과 로제마인님이 좋은 부부가 되기 위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지, 라고 생각합니다」
톨스텐님은 온화하고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분입니다. 벌써 성인이기에, 귀족원에서 함께 한 것은 내가 저학년의 무렵입니다. 언니의 결혼이야기가 큰일나 있었으므로, 후계자인 나의 결혼이야기는 부모님의 손안에서 끝내고 싶다고 생각했겠지요. 더 이상의 상대는 없다, 라고 부모님은 매우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슴이 뛰는 사랑은 없습니까? 수년만에 재회한 리제레타와 톨스텐님에게 싹트임의 여신 브르앙파가 속삭였다든가……」
부모가 결정한 관계를 파괴하는 사랑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라고 뮤리에라가 말합니다.
숙청에 의해서 부모가 죽어, 이름바치기를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던 뮤리에라가 결혼할 수 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엘비라님에게 이름을 바치게 되니까, 엘비라님의 후원이 있으면 결혼은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본래라면 연좌로 처분될 것이었던 범죄자의 딸이라고 하는 시선이 사라질 것은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결혼을 단념하고 있는 뮤리에라이기 때문에 더욱, 사랑 이야기에 열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연애 관계로는 온화한 관계를 쌓아 올릴 수 있으면 좋아요. 이야기와 같은 파란만장은 로제마인님을 시중들며 이 3년간에서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1년째는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로부터 호출을 받은 로제마인님이 의식을 잃어, 새파랗게 되어 허둥지둥 하는 것만으로 했다. 2년째는 에렌페스트이 주최한 도서관의 다과회인데 히르데브란트 왕자의 앞에서 로제마인님이 의식을 잃어, 뒤처리에 분주 했습니다. 3년째는 첸트가 오시는 봉납식을 개최하게 되어, 무사하게 의식을 끝냈습니다.
「일개의 중급 귀족에게 더 이상 자극적인 인생은 필요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뮤리에라가 깜짝 놀란 것처럼 얼굴을 올린 후, 곤란한 것처럼 근처를 둘러 봅니다.
「……내년은 리제레타도 레오노레도 없어요?」
「뮤리에라는 엘비라님에게 이름을 바쳐도, 귀족원에서는 로제마인님의 측근인거야. 항상 지시를 내리고 있던 페르디난드님이 없어지고, 로제마인님은 다양한 방면에서 영향력의 규모가 확대하고 있습니다.나는 졸업합니다 하지만, 확실히 대응해주십시오」
내가 미소짓자, 뮤리에라가 「이게 무슨일입니까」라고 충격을 받은 얼굴로 굳어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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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영지 대항전의 준비.
영지 대항전의 준비
게오르기네와 중앙의 어딘가가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떠올라 불안하게 된 나에게 레오노레가 방긋 미소를 보냈다.
"로제마인님, 불안해 하시는 것은 압니다만, 이에 대한 대응은 아우브가 생각할 것입니다. 영주 후보생인 로제마인님이 생각하시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영지 대항전의 일이 아닐가요? 잠들어 계시는 동안, 상당히 시일이 촉박해져 있습니다."
레오노레의 말에 브륜힐데도 가세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봉납식에서 첸트와의 관계가 생겼고, 대영지 세 곳과의 공동 연구도 있습니다. 작년보다 방문객이 늘어날 테니, 준비는 힘들겠지요."
"로제마인, 그 두 사람의 말대로다. 판단은 아버님께 맡기고, 우리는 영지 대항전을 준비하지 않겠나. 아렌스바흐와의 공동 연구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빌프리트의 질문에 나는 조금 기분을 전환한다. 모두의 말대로, 눈앞의 과제가 우선이다.
아렌스바흐와의 공동 연구는 도착한 편지를 읽고, 리할다의 외출 허가를 얻고 나서부터 준비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아렌스바흐에서 전시, 발표를 하게 되니, 제가 손을 써야 할 부분은 적겠죠.
잠들어 있는 동안 에렌페스트의 경계문을 경유한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 메인은 레티시아의 편지였지만, 그 중에는 페르디난드의 편지도 함께 동봉되어 있다. 텐션이 오르면 열도 같이 오르기 때문에, 페르디난드의 편지는 몸 상태가 좋아진 뒤로 보류한 것이다.
"그런데 드레반히엘과의 공동 연구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에게 드레반히엘과의 공동 연구에 대한 진행 상황을 설명받았다. 단켈페르가와 공동 연구에 대한 협의를 한 빌프리트가 주체가 되어, 드레반히엘과 발표에 대해 합의하고 왔다고 한다.
"에렌페스트의 마술지의 성질 및 품질 향상 방법, 현재까지의 이용 방법 등이 공통의 연구 내용으로 발표된다."
"그리고 마술도구에 응용해 새롭게 발명된 부분에 관해서는 각각의 영지에서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단켈페르가와의 공동 연구와 같은 분류법이다. 대영지에 연구 성과의 모든 것을 빼앗기지 않고 각자의 영지에서 발표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히다.
"드레반히엘에서만 발표하게 되지 않아 다행히었네요. 에렌페스트에는 어떤 새로운 발명이 있나요? 지금까지 보고를 받지 않아 잘 모릅니다만."
자동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아이디어를 냈던 나는 마리안네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리안네는 거북한 듯이 시선을 내린다.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는 드레반히엘에서 연구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연구는 했습니다만, 저쪽의 물건이 뛰어납니다."
아이디어를 빼앗긴 결과가 된 모양이다. 마리안네와 이그나츠가 미안해하며 설명했다. 에렌페스트의 연구로 발표할 수 있는 것은 드레반히엘의 열화판 뿐이라고 한다. 모처럼 대영지와의 공동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인데도, 별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어깨를 떨어뜨리고 있을 것을 알 수 있었다.
"언니, 별로 그들을 나무라지 마세요. 대영지와의 공동 연구 자체가 처음으로, 그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했습니다. 드레반히엘의 성과가 저희를 웃돌고 있을 뿐입니다."
두 사람을 감싼 샤를로테에게, "달리 나무랄 생각은 없어요" 라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마술지의 품질을 올리는 방법을 알아내고, 에렌페스트에서 만들어지는 종이의 가치를 올리고 싶었기 때문에, 공동으로 발표한다는 기본적인 부분에서 필요 최소한의 이익은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주목을 끌 만한 발명품이 없는 것도 아쉽네요. 모처럼이니 자동으로 책 상자로 돌아오는 책을 만들어 보죠. 난세브지의 품질을 최대한으로 올려도 좋습니다. 책을 움직일 수 있는 품질의 난세브지를 만들 수만 있다면, 마법진 자체는 이미 있으니까요."
라이문트에게 배웠던 마법진과 조합하면, 타령의 무거운 책은 움직일 수 없더라도, 에렌페스트의 얇고 가벼운 책이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떨어진 곳에 둔 책이 자동으로 책 상자로 들어간다면, 시연에서도 시선을 끌 수 있지 않을까.
"그 다음은 그렇네요……. 드레반히엘이 만든 자동 악기가 더 품질이 뛰어난 것이라면, 이쪽은 평민이라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적은 마력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마술도구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랫마을에도 마석 판매상이 있고, 저품질의 마석이라면 평민이라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듣고 있다. 저품질의 마석으로도 오르골처럼 소리를 연주할 수 있다면,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음유 시인을 고용하기 어려운 고급 지향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도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뮤직 박스처럼 손님이 돈을 내고 마석을 그 자리에서 사서 좋아하는 곡을 들을 수 있게 하면, 이탈리안 식당 측의 운영비를 건드리지 않고도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뭐, 오르골 같은 건 딱히 마술도구가 아니더라도 만들 수 있긴 한데, 그런 걸 주문하면 요한이 죽어버릴 것 같으니까.
인쇄와 관련된 일이 안정되면 주문해 봐도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장기 출장으로 1년의 절반 이상을 다른 땅에서 금속 활자와 인쇄기 만드는 법을 가르치며 지내고 있는 요한에게는 벅찰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음악보다 인쇄의 보급을 우선이다.
"평민이라도 악보와 마석을 얻으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작은 저품질 마석 하나로 노래 한 곡에서 두 곡을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라이문트나 자크와 상담할 때의 기분으로 떠오르는 것을 잇달아 말하고 있자, 빌프리트가 가볍게 손을 들며 제지했다.
"로제마인, 갑자기 그런 말을 해도, 두 사람이 곤란해 하고 있다."
잘 보니, 마리안네와 이그나츠의 안색이 조금 좋지 않았다. 그러나 3학년인 나로서도 몇가지 방법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니, 상급 문관 견습인 두 사람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나는 무심코 자신의 문신 견습들을 돌아보았다.
"가급적 단순한 마법진을 사용하거나, 하나의 마법진이 아니라 보조하는 마법진으로 나누거나 하면 마력은 절약 할 수 있고, 악보를 그리고 마석을 미끄러뜨리면 소리가 난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죠?"
나의 시선을 받고, 서자판에 메모를 하고 있던 로데리히와 피리네가 조금 생각에 잠긴다.
"로제마인님이 말씀하신 것은 라이문트에게 배웠던 마법진의 응용이지요? 그것을 에이폰지와 조합하는 것인가요? 평민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점이 어렵게 생각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만, 기본은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악보를 쓰는 잉크의 품질을 향상시키면, 마석이 소모하는 마력이 절감되지 않을까요?"
힐쉬르의 연구실에서 라이문트와 나의 연구를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로데리히와 피리네가 생각 나는 것들을 말해가자, 마리안네와 이그나츠는 완전히 안색이 달라졌다.
"……해보겠습니다."
이것이 완성되면 독자적인 발명이나 발견을 전혀 하지 못한 연구는 안 될 것이다. 어떤 결과가 될지 기대된다.
"단켈페르가와의 공동 연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언니가 잠든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만……."
샤를로테의 질문에 피리네와 뮤리에라가 나왔다. 먼저 설명을 시작한 것은 피리네가다.
"단켈페르가와의 공통 부분은 이미 정리되어 있습니다. 남은 것은 에렌페스트의 의식에 대해서입니다. 샤를로테님이 다과회에서 모아 주신 의식 참가자들의 감상도 덧붙일 예정입니다. 그리고 어제 보고가 있었습니다만, 의식 참가자 중에 새로운 권속으로부터 가호를 받은 상급 문관 견습이 있어, 그쪽도 서둘러 연구 발표에 추가할 예정입니다."
"봉납식에서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새로 가호를 받은 분이 있나요?"
샤를로테의 감탄에 뮤리에라가 방긋 미소를 지었다.
"요스브렌나의 류르라디님입니다. 봉납식에 참석한 시점에서, 아직 가호를 얻기 위한 의식을 끝내지 않았던 3학년은 류르라디님 혼자였던 것 같습니다. 주위의 권유로 최종 시험까지 계속 기도를 올렸다고 합니다."
상급 귀족은 비교적 일찍 강의를 끝내는 것이다. 그래서 봉납식에 참석할 수 있는 수준의 상급 문관 견습은 류르라디 이외엔, 이미 모두 의식을 마치고 있었다. 아직 의식을 하지 않은 그녀는 주위의 권유도 있어, 가능한한 마지막까지 기도해 보기로 했다고 한다.
"드레반히엘에서와 같이, 류르라디님도 부적을 만들어 진지하게 기도를 올렸다고 합니다. ……싹트임의 여신 브루앙파에게요."
"……대단히 드문 여신에게 기도했네요."
어머니의 사랑 이야기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싹트임의 여신 브루앙파이지만, 가호를 얻기 위해 기도를 바치는 대상으로서는 상당히 마이너하다고 생각한다. 드레반히엘이 모두가 한번에 부적을 준비한 것처럼, 문관에게는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가 가장 메이저할 것이다.
나의 소감에 뮤리에라가 쓴웃음을 지으며 알려주었다.
"멋진 사랑 이야기와 만나고 싶어서 열심히 기도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사랑을 위해 기도한 게 아니구나.
자신의 사랑보다 사랑이야기를 원하는 류르라디에게 나는 어쩐지 동료 의식을 갖고 말았다. 아마 류르라디는 나처럼 사랑보다 책에 사는 유감스러운 아이인 것이 틀림 없다.
"자신의 욕구에 충실, 아니, 한 점에 집중에서 기도한 탓일까요? 아니면 상급 귀족이라 기도를 올릴 때 헌신하는 마력이 많아서일까요? 원래 물의 적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받기 쉬웠던 걸지도 모릅니다. 류르라디님은 이 단기간에 브루앙파의 가호를 받았습니다.이는 훌륭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마력을 봉납하고 진지하게 기도를 바치면 타령의 상급 귀족이라도 가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확실히 에렌페스트의 연구는 큰 성과이다. 류르라디에게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연구 결과에 추가하고 싶다.
"주위 분들은 다른 신들의 가호를 얻었으면 하고 바랬던 것 같지만, 본인은 아주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꼭 로제마인님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며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좀 별나다는 느낌도 들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아이는 없다. 류르라디도 분명 좋은 아이일 것이다. 다과회에서 조금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에, 얼굴은 잘 기억 나지 않지만, 빌려준 책은 기억한다.
옛 말로 쓰여진 사랑 이야기였다. 어머님의 이야기 이상으로 신이 나오고, 남성이 여성을 칭찬하는 묘사에도 신의 일화가 사용되고 있고, 실제를 묘사하고 있는지, 비유적인 표현을 하고 있는지, 해독이 매우 어려웠던 책이다.
……일편단심으로 사랑 이야기를 좋아는 사람이네. 뮤리에라와 마음이 맞을 것 같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을 바꾼다. 아니, 이미 단짝인 것이 틀림 없다. 그러므로 뮤리에라가 새로운 가호를 얻었다는 정보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로제마인님, 이쪽의 연구에 협력하는 답례로, 류르라디님에게 새로운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를 빌려드려도 될까요?"
쭈뼛쭈뼛, 뮤리에라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분명, 다과회에서 그녀에게 준 것은 사랑 이야기가 들어간 기사 이야기로,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신작의 책은 상위 영지의 영주 후보생들을 우선하게 되므로, 중위 영지의 상급 귀족인 류르라디에게는 좀처럼 신작이 돌지 않을 것이다. 틀림없이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의 신작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신작을 기대하는 마음은 잘 안다.
책을 읽고 친구들과 감상을 나누며며 함께 즐거워하는 즐거움도 알고 있다.
우라노 시절에는 흔한 광경이었다.
후왓 하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뮤리에라와 류르라디가 함께 책을 들여다보며, 서로 마주 보며 웃는 광경이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것은 책을 만들어 오던 나에게 있어, 정말로 행복한 광경이었다.
"요스브렌나도 영지 대항전 준비로 바쁘신 와중에 협력해주신 것입니다. 물론 괜찮고말고요. 분명 브루앙파의 가호를 실감하여 주시겠지요."
공동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마친 뒤, 에렌페스트에 질문하는 편지는 빌프리트가 쓰는 것으로 정해졌다. 대화를 마친 나는 방으로 돌아온다.
"피리네, 아렌스바흐에서 온 편지를 내어 주세요."
아렌스바흐의 레티시아에서 온 편지는 페르디난드의 과제인 것 같다. 그녀는 빙 돌려서 말하는 귀족적인 표현의 편지를 쓰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동시에 나에게도 과제가 나오고 있다. 레티시아의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답장을 해야 한다.
……영지 대항전 준비로 바쁜데, 귀족적인 답장 따위, 귀찮은 과제다.
좀 시무룩해지긴 했지만, 오랜만의 답장이라 기분이 들뜬다. 잠든 사이엔 비밀방에 틀어박히지도 못하고, 보통의 잉크로 쓰여진 부분을 피리네가 읽어주었을 뿐이었다.
겉에는 연구 발표를 할 때의 그래프의 취급이나 라이문트에게 낸 지시, 그리고 영지 대항전에서의 졸업식 일정에 대해서 쓰여져 있었다. 영지 대항전의 밤에는 페르디난드가 에렌페스트의 다과회실에서 숙박할 예정이다.
"리할다, 양부님에게서 페르디난드님이 다과회실을 사용하기 위한 허가는 나와 있나요?"
피리네가 편지를 가지러 가고 있는 동안, 나는 리할다와 이야기를 한다. 페르디난드, 유스톡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아렌스바흐의 측근, 이 네명이 다과회실에서 묵을 예정이라고 한다.
"에렌페스트에서 한번 검열되고 있으니, 아우브의 허가도 동시에 나와 있습니다. 질베스타님은 기숙사에 방을 준비하려고 생각하셨습니다만, 아렌스바흐의 측근이 함께여서는 어쩔 수 없기에, 긴 의자의 준비가 큰일이네요."
페르디난드는 아렌스바흐에서 지내고 있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아, 엄밀히는 에렌페스트에 소속되어 있는 복잡한 상태이다. 그래서 에렌페스트의 기숙사에서 지내라는 디트린데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진짜 이유는 어머니의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디트린데님이 졸업식 당일 아침에 에스코트 상대가 마중 나오는 상황을 동경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집무에 연루된 페르디난드로부터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두려워한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이 반대했지만, 디트린데는 "페르디난드님은 저의 소원을 이뤄주겠다고 말씀하셨죠?" 라며 청혼을 받을 때 받았던 마석을 슬쩍 내비치며 완강한 태도로 양보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페르디난드님이 이곳으로 오는 것은 대환영입니다만, 다과회실의 긴 의자에서 숙박하는 것은 피로가 가사지 않지 않을까요?"
"정보 유출을 의심 받아 아렌스바흐에서의 입장이 나빠질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아렌스바흐의 측근으로서 드나들 수 있는 곳은 다과회실 뿐이다. 또한 에렌페스트에서 허가가 나오지 않으면 힐쉬르의 연구실에서 하룻밤 머물게 된다고 한다. 연구실에서 숙박하게 되면 틀림없이 힐쉬르와 연구 이야기로 밤을 새야 하므로,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다고 쓰여 있었다.
……연구 이야기가 고조되어, 오래간만에 연구를 시작하면, 졸업식의 에스코트 같은 것은 머리에서 싹 지워질 테니까.
"긴 의자 외에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다과회실의 긴 의자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면 페르디난드님이 조금이라도 지내기 좋고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자, 리할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칸막이나 짐을 넣기 위한 나무 상자의 준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러한 준비는 근시에게 맡기세요. 그보다 공주님은 답장을 쓸 때, 식료를 추가하기 위한 보존 상자를 가져오라고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세요. 성의 요리사가 만들어 운반하게 되니까요."
리할다도 아들 유스톡스와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상당히 의욕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학생들은 영지 대항전의 준비로 바쁘기 때문에 페르디난드를 맞을 준비는 리할다를 비롯한, 학생들이 데리고 있는 근시를 동원하는 것이다.
"로제마인님, 이쪽이 아렌스바흐의 편지입니다."
"고마워요, 피리네. 피리네들에겐 연구 발표의 준비를 부탁할게요."
"네. 그래프도 열심히 기억했습니다."
페르디난드의 답장에는, 그래프를 사용해도 상관 없지만, 나의 문신 견습들이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사용하라고 쓰여 있었다. 영주 후보생인 나는 사교를 우선해야 하기 때문에, 발표는 문관 견습들이 하게 된다. 그래프에 관한 질문을 받아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덧붙인다면, 단연코 그래프를 사용하는 발표는 획기적인 것이 되기 때문에, 본연의 연구보다 그래프가 주목받을 위험성도 있다고 한다.
……왕족이 참석한 의식보다 주목 받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편지를 들고 비밀방으로 향한다.
"전, 잠시 비밀방에 들어가 있을게요."
한 번은 피리네가 읽어 주었지만, 겉에 적힌 답장을 다시 읽는다. 아렌스바흐와의 공동 연구에 관해서도 여러가지로 쓰여 있다. 제법 시간은 걸렸지만, 프라우렘을 통한 보고서도 페르디난드에게 도착한 것 같다.
……그런데, 공동 연구에 관한 내용보다도 슈바르츠들의 연구에 관한 질문이 많네.
상당히 연구에 목말라 있는 것 같다. 슈바르츠들에 대한 연구는 힐쉬르에게 몰아주고 있으므로, 나는 그다지 많이는 모른다. 리할다의 외출 허가가 나오면, 연구의 진행을 확인해서 답장을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빛나는 잉크로 "왕족을 도서관으로 안내한 것인가? 너는 들어가지 않았겠지? 그리고 단켈페르가, 드레반히엘과의 공동 연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뚝 하고 너의 편지가 끊겼다만, 설마, 보고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라고 쓰여 있었다. 뇌 속에서는 관자 놀이를 툭툭 두드리는 페르디난드의 모습이 떠오르고 있다.
……클났다.
잘 생각해 보니, 왕족을 서고에 안내하던 당시부터 편지를 쓰지 않은 것 같다. 사소한 일이 점점 커지면서 어떻게 편지에 써야 좋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야, 혼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조금 하긴 했지만.
"음, 지금 솔직하게 적고 영지 대항전에서 혼날지, 영지 대항전에서 만났을 때 설명하고 혼날지……. 어느쪽이라도 혼나겠네. 일단, 칭찬받을 만한 것을 먼저 적어 놔야겠다."
만나면 우선 칭찬 받는다. 그리고 혼 날 것 같은 일을 설명한다. 그렇게 해도, 만나고 나서부터 이별할 때까지 계속 잔소리를 듣게 될 것은 틀림 없다.
나는 보통의 잉크로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 중에서도 칭찬받을 만한 것들을 골라 적었다. 귀족원에서 봉납식을 하고 마력을 왕족에게 헌납했다거나, 슈타프를 두 개 쓸 수 있게 되었다거나, 단켈페르가와의 딧타를 열심히 한 것 등, 지장이 없는 것들이다.
"좋아. 이제 만나자마자 혼나지는 않겠지? 응."
내일은 힐쉬르의 연구실로 가서 라이문트와 연구 발표에 대한 최종적인 협의를 하거나, 슈바르츠들의 연구의 사본을 돌려받기도 해야 한다.
"이젠 거의 여유가 없네. 열심히 해야겠다."
―――――――――――――――――――――――――――――――――――――
영지 대항전을 위한 준비입니다.
올해는 공동 연구 결과로 아주 바쁩니다.
류르라디가 가호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페르디난드의 답장이 왔습니다.
다음은 라이문트의 연구와 타령의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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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라이문트의 연구와 힐쉬르의 주의
라이문트의 연구와 힐쉬르의 주의
투크에 대한 에렌페스트의 대답은 다음날 아침에 도착했다. 저녁에 보낸 편지의 답장이 아침에 온 것이다.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뭐라고 쓰여 있나요?"
"왕족에게 이야기하게 된다면 아우브가 할 것이므로,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라. 편지를 보내더라도 검열이 있는 이상 투크를 사용한 자에게 정보가 흘러나갈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에렌페스트의 내정을 어디까지 폭로할지 모르는 그대에게는 진심으로 맡기기 곤란하다……라고 쓰여 있다."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에렌페스트의 문신 중에도 투크에 대해 짚이는 사람이 있으니, 같은 세대의 문신이라면 중앙에는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중앙의 기사를 대상으로 정말로 투크가 사용되었다고 하면, 중앙 기사단의 내부 또는 거기에 가까운 중앙의 핵심 인물 중에 위험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대들은 더 이상의 위험을 감수하지 말도록, 이라고 한다. 영지 대항전 때 로제마인이 성결식을 치르는 것에 대해서는 왕족과 논의할 필요가 있어, 그 때 직접 이야기를 하겠다고 한다."
빌프리트가 읽던 편지의 내용에 동의한 나는 투크에 대한 것은 양부님에게 맡기기로 했다. 확실히 어디서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어오면 게오르기네에 관한 것까지 말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겨울의 숙청에 대해서는 자세한 것을 모르고, 그동안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무엇을 어느 정도나 말해야 좋을지 모른다. 쓸데없는 것까지 말해버리게 되어, 여기저기서 혼나게 될 것 같다.
"아무튼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라고 몇번이나 쓰여 있다. 주의하는 거다, 로제마인."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힐쉬르 선생님의 연구실에 가서 아렌스바흐와의 공동 연구의 최종 확인을 하겠습니다."
"음. 나는 드레반히엘과의 공동 연구의 보조를 할 것이다. 종이의 품질을 올리려면 마력이 많이 있는 것이 좋다고 하니까."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전달하기 위한 편지를 가지고 힐쉬르의 연구실로 향했다. 오늘 같이 가는 것은 리제레타와 그레티아, 호위기사인 테오도르와 라우렌츠이다.
나머지는 모두 영지 대항전의 준비로 정신 없는 것이다. 브륜힐데는 근시 견습들의 핵심이고, 문관 견습들은 단켈페르가와 드레반히엘과 공동 연구에 끌려가 있다. 그리고 리할다는 에렌페스트와 연락을 하며 페르디난드들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오늘 레오노레와 마티아스는 마물의 연구를 위해 도서관에 가 있습니다. 작년은 레오노레의 지식 덕분에 간신히 이길 수 있었으니까요. 유디트는 원거리 사격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명중률로 인해 꽤나 상황이 바뀌니까요."
라우렌츠의 말에 테오도르가 조금 뿌듯한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나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힐쉬르 선생님, 계십니까?"
리제레타가 내방을 알리고 말을 건네자, 영지 대항전의 발표를 위해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던 모양인 라이문트가 부스스한 검은 머리를 황급히 손질하며 맞아 준다.
"송구스럽습니다만, 잠시만 더 기다려 주세요. 지금 흉하지 않도록 다듬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라이문트의 시선은 나의 배후에 있는 카트에 고정되어 있다. 완전히 길들여 진 것처럼 보인다. 라이문트가 문을 닫자, 리제레타가 큭큭 웃었다.
"연구실로 갈 것이라고 로제마인님이 말씀하신 어젯밤과 오늘 아침에 올도난츠를 보냈습니다만, 아직 정리되어 있지 않은 모양이네요."
분명 청소보다 연구를 우선하고 있었겠지. 오늘 아침에야 올도난츠를 받고 서둘러서 치우기 시작했을 것이다.
다시 문이 열렸을 때에는 둘 다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라이문트에게 연구의 진척 상황을 물었다.
"페르디난드님에게 편지를 받았습니다. 라이문트의 연구는 순조롭나요?"
"녹음 마술도구와 도서관의 마술도구에 대한 발표를 허가받았습니다. 가능하면, 이쪽의 작성을 로제마인님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설정한 시간이 되면 빛나는 마술도구 외에, 슈바르츠들의 연구의 일환으로 책이나 자료의 검색을 할 수 있는 마술도구인 것 같다. 슈바르츠들처럼 움직이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거나 하는 것이 아니면, 상당히 마력을 절약할 수 있는 모양이다.
"이 근처는 저의 연구이기도 하지만, 올해는 에렌페스트의 연구가 많으니까요."
예년에는 에렌페스트쪽에서 연구 발표를 하고 있던 힐쉬르이지만, 올해는 공동 연구가 많아 라이문트쪽에 편승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것들은 귀중한 연구이기는 하지만, 좀 수수합니다. 신들의 가호를 얻기 위한 연구나 에렌페스트의 종이를 사용한 새로운 마술도구에 비하면 사람을 끌어모을 힘은 없지요. 도서관의 도움이 되는 마술도구를 만든다는 점으로 봐도, 정작 도서관이 그다지 없으니, 별달리 쓸모가 없습니다."
자료 자체가 적고, 관리도 그리 힘들지 않으니, 책이나 자료를 검색하기 위한 마술도구는 연구자 정도밖에 흥미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힐쉬르가 말한다. 내게는 정말 반가운 도구이지만, 주력 연구로서 눈길을 끌 것 같지는 않다.
"즉, 도서관을 늘리면 된다는 것이네요. 지금부터 저……."
"도서관의 증가는 시대의 흐름에 맡기면 됩니다. 그보다 빨리 시제품을 만들어 주세요."
……그것보다라니, 너무해.
나의 도서관 융성 계획은 말을 꺼내기 전부터 힐쉬르에게 싹둑 하고 차단되었다. 나는 어깨를 떨어뜨리며 라이문트에게 시선을 향했다.
"라이문트, 에렌페스트는 드레반히엘과의 공동 연구에서 책 상자에 자동으로 돌아가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제가 작성하고 라이문트가 첨삭해준 마법진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괜찮을까요?"
"에렌페스트의 종이를 쓰고, 로제마인님의 마법진을 쓰시는 것이니 제 허락을 얻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 라이문트가 파란 눈을 깜박거리고 있다. 나는 라이문트가 간략화해 준 것, 그런 기술을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 아님을 설명한다.
"마법진의 개량은 라이문트가 했다는 것을 명기해 두겠습니다. 이렇게 이름을 팔지 않으면 좋은 패트런이 붙지 않고, 연구자로서 대성할 수 없습니다."
중급 귀족이라 하더라도, 친가와는 뜻이 맞지 않고, 돈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라이문트는 자신의 기술과 재능에 무관심하다. 벤노라면 "안이하게 무료로 풀지 마라!" 라며 벼락을 떨어뜨렸을 것이다.
"페르디난드님은 귀족원에서 연구한 기술과 마술도구를 팔이, 상당한 거금을 손에 넣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라이문트는 싼 가격에 팔지 않도록 조심하는 편이 좋아요."
"……조심하겠습니다."
"로제마인님, 돈 이야기는 이제 됐습니다. 페르디난드님과 제가 했던 것처럼 연구비 같은 것은 자신의 연구 성과를 팔면 얻을 수 있습니다. 영지 대항전까지 남은 시일이 많지 않으니 그쪽에 집중해 주세요."
필요할 때에 쓸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모았을 정도의 연구 성과를 남긴 힐쉬르는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싸게 팔아넘기는 느낌이라 매우 궁금하지만, 더는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
"프라우렘 선생님에게는 어떻게 보고하고 있나요?"
"이미 시제품은 보이고 있으니, 앞으로 특별히 보고할 것은 없습니다. ……얼마 전 최종 확인을 겸해 프라우렘 선생님에게 보고했을 때가 힘들었습니다."
라이문트가 생각하고 스승인 페르디난드가 확인하는 연구이므로 에렌페스트와의 공동 연구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까지 연구에 협력한 것이 아니니, 공동 연구가 아닌 협력자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나의 협조 없이는 시제품을 만들수 없었던 것을 강조하며, 디트린데님이랑 페르디난드님과 상담하겠습니다, 라고 가볍게 위협해서 어찌어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제 약혼자의 이름으로 실시하는 연구 발표입니다, 라고 디트린데님이 편들어 주셔서 다행히었습니다."
종남매회 이후, 디트린데는 프라우렘에게 "보고가 제대로 가지 않은 탓에 차기 아우브인 제가 망신을 당했잖아요" 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어쩌면, 그래서 부랴부랴 페르디난드에게도 보고가 닿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저기, 라이문트. 프라우렘 선생님의 기숙사에서 라이문트의 입장은 어떤 느낌인가요? 그런 횡포에 아렌스바흐의 모두는 납득하고 있나요?"
"에렌페스트와 로제마인님이 엮이지 않으면 그다지 까다롭지도 않습니다. 아무래도 에렌페스트와 로제마인님에게 모함되어 여동생이 큰일을 당했다는 것 같습니다. 빈데발트1 백작의 연좌로 처벌 받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렌페스트 출신의 게오르기네가 그나마 속죄하고 싶다며 프라우렘에게 여러가지로 편의를 도모해 주고 있다고 한다.
……반데발트 백작이 누구였더라? 라고 생각했지만, 그 사람이었다. 신전에서 난동을 부린 두꺼비 같은 귀족. 그 관계자는 안 된다. 절대로 친하게 지낼 수 없다.
눈엣가시로 여겨지는 이유를 아니, 다가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것을 잘 알 수 있고, 이쪽으로부터도 피하기 쉬워진다.
"그래서 에렌페스트에 적의를 품고 있는 학생들과 매우 친하게 지내는 것 같습니다. 로제마인님의 슈체리아의 방패에 막혀서 의식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 같은……."
아렌스바흐의 문신 견습 전원이 퉁겨나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쫓겨났었을 것이다. 라이문트는 말하기 곤란한 듯 시선을 피하며 알려주었다.
"쫓겨난 그녀들은 꽤나 로제마인님을 나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들은 전 베르케슈토크의 귀족이며, 마력의 원조를 거절한 에렌페스트와 로제마인님에게 분노를 품고 있습니다."
그에 더해, 이번에는 왕족의 앞에서 창피를 당했다고 화를 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을 들은 프라우렘이 나의 욕을 하며 위로하고 묘한 결속을 굳히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안에 들어갈 수 있었던 문관 견습이 의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신들의 가호를 얻는 것에 대한 유용성 등을 보고했기 때문에 아렌스바흐 전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에렌페스트의 전 신관장인, 제례식을 아시는 페르디난드님의 가치는 급격히 올랐습니다."
"그렇습니까. 전, 조금은 페르디난드님의 도움이 되었군요."
좀 기뻐하던 나는 리제레타에게 시선을 돌린다. 리제레타가 슥 움직여 라이문트에게 편지를 내밀었다.
"이쪽을 페르디난드님께 보내주십시오. 영지 대항전으로 오시는 페르디난드님이 가지고 오셔야 할 물건에 대해서도 쓰여 있으므로, 되도록 빨리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라이문트가 "알겠습니다. 로제마인님이 제작하는 사이에 기숙사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받아 준다. 안심한 나와 달리, 힐쉬르는 신기한 듯 눈을 깜박거렸다.
"어머, 페르디난드님이 영지 대항전에 오신다고요? 약혼자를 에스코트하는 졸업식이 아니라? 아렌스바흐는 남아 있을 영주 후보생이 없지요? 며칠이나 방기하는 건가요?"
아렌스바흐의 영주 후보생은 디트린데와 레티시아로, 페르디난드는 집무를 맡고 있다지만 아직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이다. 병중인 아우브와 첫째 부인인 게오르기네가 참여한다면, 페르디난드가 영지 대항전에 참여할 수 있을리가 없다.
……아니면 예상 이상으로 아우브의 건강이 나빠서 게오르기네님과 페르디난드님이 오시는 걸까?
그렇다 하더라도 사교의 장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순수하게 집을 맡기고 외출하는 것이다.
"아렌스바흐는 상급 귀족이 된 전 영주 후보생들이 몇몇 있으므로, 그들이 집을 맡게 됩니다."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쏟지는 못하더라도, 사무 보조나 집보기는 맡길 수 있다고 라이문트가 말했다.
"밖에서 정치적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영주 후보생의 직함이 필요해도, 영토 내의 부재중의 관리에는 딱히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초석의 마술도 하루나 이틀 정도 공급하지 않는다 해도 갑자기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고 들었습니다. 틀리진 않았나요?"
"에렌페스트에서는 무슨 일이 있을 것을 대비해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할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남아서 지키게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도 아렌스바흐와 에렌페스트는 다르네요."
라이문트가 나가는 것을 배웅하고, 나는 조제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라이문트의 연구에 편승하는 힐쉬르의 마술도구의 작성이다.
스스로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지만, "영지 대항전에서의 발표가 끝나면 드리겠습니다. 도서관의 마술도구 같은 것은, 제게는 필요 없으니까요" 라고 하니까 신나서 만들 수밖에 없다.
……내 도서관에 자료 검색 시스템이 생긴다!
힐쉬르가 필요한 소재를 넣어 조제 냄비에 넣고 휘젓는다, 나는 힐쉬르와 조잘조잘 이야기를 한다. 공통의 화제는 페르디난드밖에 없다.
"……그래서 디트린데님이 졸업식 아침에 마중을 나오라고 말하셨대요. 아렌스바흐의 기숙사에서 묵을 수 없게 된 페르디난드님은 에렌페스트의 다도회실에서 묵게 되었습니다."
"저런저런, 그 페르디난드님이 그런 소꿉 놀이에 어울리시다니……."
힐쉬르가 쓴웃음을 짓는다. 내가 "디트린데님의 비위를 맞추는 것도 힘들겠네요" 라고 중얼거리는 것과 "그렇게나 에렌페스트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요?" 라고 힐쉬르가 말하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네?"
"그렇지 않았다면, 디트린데님을 말 하나로 구워삶고, 아렌스바흐의 기숙사로 들어가자마자 이곳에서 연구라도 하면서 느긋하게 지내던가 했을 테죠. 다도회실의 긴 의자에서 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에렌페스트로 돌아가고 싶었던 모양이네요."
자신보다도 페르디난드를 잘 아는 힐쉬르의 말에 나는 기쁜 듯, 슬픈 듯한 묘한 기분이 되었다. 편지의 여기저기에 적힌 "연구를 하고 싶다" 라는 내용은 괴짜인 페르디난드에게 있어서는 "돌아가고 싶다" 라는 말이었던 걸까.
"전, 페르디난드님을 전력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럼, 이쪽을 전해주세요. 빌렸던 슈바르츠들의 연구에 대한 사본과 제가 연구한 추가 자료입니다."
힐쉬르의 연구실에 머물게 되면 연구에 몰두느라 밤을 샐 것으로 보인다고 편지에 쓰고 있던 페르디난드에게 연구 자료를 주는 것은 가혹하지 않을까.
"힐쉬르 선생님은 페르디난드님의 수면 시간을 빼앗을 계획인가요?"
"그것은 로제마인님이 아니십니까? 페르디난드님이 골머리를 앓을 법한 일만 하셨죠? 왕을 초대한 의식에, 로제마인님의 약혼을 건 단켈페르가와의 딧타……하룻밤으로는 절대로 부족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설교로 수면 시간을 줄이기보다는 연구에 몰두하는 편이 더 낫겠죠, 라는 말을 듣고, 나는 스윽 핏기가 가신다.
"영지 대항전과 졸업식에서 왕족이 참석한 의식에 대한 화제가 나오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참가한 학생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자세한 발표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영지 대항전의 연구 발표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연구죠. 페르디난드님은 필히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겠죠."
"우우……."
나는 재회하자마자 끝없이 혼나기만 하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우울하게 되었다. 뭔가 한마디라도 칭찬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저, 힐쉬르 선생님. 주위의 영지의 평가와 평판은 어떠한가요?"
리제레타가 힐쉬르를 위해 차를 따르면서 묻는다.
"봉납식 이후, 샤를로테님이 참석한 다도회에서는 칭찬을 하거나 웃는 얼굴로 바짝 다가오는 영지가 늘었습니다. 그리고 딧타 승부 후로는 나쁜 소문이 전혀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다도회뿐만 아니라 문관 견습과 근시 견습이 모은 정보로도 마찬가지다. 의식에 참가한 것으로 인해 가까이 접근해 오는 영지가 나올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기분 나쁠 정도로 갑작스럽게 나쁜 소문이 들리지 않게 된 것입니다, 라고 리제레타가 말했다.
그런 리제레타의 말에 그레티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의식에 참여하지 못한 중소 영지는 분명히 원망하는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딧타 승부를 경계로 변했습니다. 접근하는 중소 영지 중에는 미소 뒤에 악의가 느껴지는 분도 계십니다. 사감으로 계시는 힐쉬르 선생님이 뭔가를 알고 계시다면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힐쉬르가 조금 생각하는 듯 시선을 내렸다.
"첸트에게 직접 말씀을 받고, 가호를 얻기 위한 정보를 한발 먼저 얻은 것입니다. 참가한 영토에서 대놓고 나쁘게 말하는 일은 적겠지요. 왕족과 관계 있는 에렌페스트를 통해 조금이라도 한 몫 챙기려 하는 것은 당연하니, 이를 계기로 타령과 사이좋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힐쉬르는 남의 일처럼 말하면서, "미소 뒤의 악의가 무섭습니다만" 이라고 중얼거렸다.
"제 귀에 닿고 있는 범위에서는 나쁘게 말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웃는 얼굴로 다가오는 사람만이 아닙니다. 원래 있던 아우브의 소문에 더해, 에렌페스트는 그들을 괴롭히는 듯한 상황도 만들었죠?"
공동 연구에 참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더니, 딧타가 필수였다. 힘든 부담을 안고 딧타을 마치고 어떻게든 참여권을 얻었다고 생각하자, 내가 슈체리아의 방패로 적대하는 사람을 쳐 냈다.
왕족의 앞에서 쫓겨나버린 것에 새파래져,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 중앙 기사단의 요구에 응해 딧타에 난입했더니, 어명은 없었고, 그저 조종당했을 뿐이었다.
"그 모두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가 관여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원한도 삽니다. 그리고 그 앙심이 순위가 낮은 에렌페스트를 향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군요……."
여러가지 의미로 경계가 필요하겠군요, 라고 그레티아가 중얼거리자, 힐쉬르는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의 귀족원밖에 모르는 여러분들에게는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겠습니다만, 몇년 전까지 에렌페스트는 정변으로 인해 어쩌다 순위를 올렸을 뿐인 하위 영지였습니다. 그것이 어느새 최하위를 벗어나, 왕족과도 관계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배 아파 하는 영지는 아마 여러분들의 생각보다 많을 겁니다."
힐쉬르의 말에 나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저학년 때의 생활과는 전혀 다르네" 라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나는 에렌페스트가 하위 영지였던 때 어떤 취급을 받고 있었는지 모른다.
"작년까지는 에렌페스트의 유행 같은 건 일회성이라는 인식이 보통이었지만, 올해는 로제마인님 혼자의 힘으로 영지의 순위가 높아진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유행, 대영지와의 공동 연구, 왕족과의 연결 등, 이 모든 것이 로제마인님의 행동에 의한 것이라고 주위가 인식했죠."
"……모두 저 혼자 할 수가 없습니다."
성적을 올리는 것도, 인쇄업을 시작하는 것도, 나 혼자만으로는 어쩌지도 못한다. 협력하고 있는 사람이 있기에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주장에 힐쉬르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네. 로제마인님 혼자만의 힘에 의한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로제마인님의 존재 없이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타령에서 보는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인식해 주세요."
마력이 많고 여러가지 유행과 기술의 지식을 갖고 있고, 많은 신들로부터 가호를 얻고 있고, 왕족과도 관계가 있는 최우수 학생으로, 약혼을 했음에도 단켈페르가가 힘으로 얻어오려는 여성 영주 후보생.
"저는 로제마인님을 중심으로 뭉친 에렌페스트를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니 주위에는 부디 주의를 기울여 주세요. 주위를 살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네."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빙빙 휘젓기를 계속한다.
"편지를 보내고 왔습니다."
라이문트가 돌아왔다. 테이블이 치워지고, 힐쉬르가 요리를 먹고 있는 것을 본 순간, "아아아아!" 하고, 한심한 목소리를 내었다.
"라이문트에게 불하하는 부분은 덜어 두었습니다."
힐쉬르의 말에 라이문트가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급사를 하는 리제레타가 라이문트에게도 차를 따르며 묻는다.
"라이문트님. 저, 정말 신경 쓰이는 것이 있습니다만, 말해도 되겠습니까?"
"무엇인가요?"
"저쪽의 녹음의 마술도구는 그대로 전시하는 것인가요? 슈밀 인형으로 만들어 전시하는 것이 귀여울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나는 리제레타가 만들어 준 슈밀 인형을 떠올린다. 분명히 마술도구 그대로인 것 보다 훨씬 귀엽고, 전시되어 있어도 눈길을 끌것 같다. 레티시아에게 전달할 예정의, 아직 목소리를 녹음하지 않은 하얀 슈밀이 있다.
"마술도구를 인형에 넣는다는 발상은 로제마인님 같은 느낌이니, 공동 연구에 참가하고 계신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라우렘의 주도로, 제안자인 라이문트와 첨삭한 페르디난드의 이름만이 대대적으로 나오더라도, 슈밀 인형이 된 마술도구가 있으면, 내가 관여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거라고 리제레타가 주장했다.
주인인 내가 관여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귀여운 슈밀을 전시하고 싶을 뿐이라고 들리는 것은 기분 탓일까.
"분명, 마술도구를 꾸민다는 발상은 저도 라이문트에게도 페르디난드님에게도 없는 것이니, 프라우렘 대책에는 유효하겠지요. 그러나 영지 대항전까지 완성할 수 있나요?"
"이제 거의 되어 있으니, 목소리를 넣고 당일에 가져오겠습니다. 보통의 마술도구와 슈밀의 인형을 함께 전시하면, 남자도 여자도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제레타가 너무나도 생기발랄한 미소로 맡아주었다.
그리고 자기 방으로 돌아오자, 리제레타는 만들고 있던 흰색의 슈밀을 바로 마무리해서 가져왔다.
녹음 마술도구는 주인의 마력을 등록하고, 등록자가 마력을 쏟지 않으면 소리를 녹음할 수 없다. 레티시아에게 줄 슈밀에는 내가 목소리를 넣을 것이기에, 마술도구에는 이미 내 마력이 등록되어 있는 상태다. 나는 하얀 슈밀을 안고 생각에 잠겼다.
"무슨 말을 넣으면 좋을까요? 영지 대항전에서 전시하는 것입니다. 역시, 페르디난드님에게 주의를 주는 내용을 녹음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짓을 하면 만나는 것과 동시에 뺨을 꼬집히게 된다.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로제마인님, 로제마인님. 이런 귀여운 마술도구에서 남성분의 사랑의 말이 나오면 멋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뮤리에라가 황홀한 듯 녹색의 눈동자를 아른거리며 그렇게 제안했다. 나는 이쪽의 사랑의 말을 들어도 공감할 수 없지만, 공감할 수 있는 여성에게는 뭔가가 찡 하고 올지도 모른다. 라이문트의 발상이 아니라는 것은 틀림없이 강조될 것이다.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 속에서 골라, 누군가 남성분에게 넣어달라고 해보겠습니다. 전, 멋진 사랑의 말을 선별하겠습니다."
나에게는 어떤 말이 얼마나 멋진 건지 잘 이해되지 않으니, 뮤리에라에 맡기기로 한다. 함께 다목적 홀로 가자, 뮤리에라가 다른 때보다 빠른 동작으로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에 있는 사랑의 말을 엄선하기 시작한다.
"마티아스, 라우렌츠. 두 사람 중 어느 한 명이면 됩니다만, 뮤리에라가 고른 사랑의 말을 이쪽의 슈밀에 넣어주지 않겠나요?"
나는 다목적 홀로 가서 부탁한다. 테오도르와 로데리히는 목소리가 아직 어려서, 가능하면 마티아스나 라우렌츠에게 부탁하고 싶다. 이럴 때는 할트무트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소심함도 부끄러움도 없이 넣어 줄 것이다.
나의 부탁에 마티아스는 "네!?" 하고 굳어지고, 라우렌츠는 "좋습니다" 라고 선선히 맡아 주었다.
"그럼 라우렌츠에게……."
"잠깐, 기다려, 라우렌츠. 너, 사, 사, 사랑의 말 같은 것을 이런 장소에서 넣을 수 있는 건가?"
마티아스가 딱할 정도로 동요하며, 다목적 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가리킨다. 라우렌츠는 의아하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린다.
"마음에 둔 여성에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지? 그렇게 당황할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만……."
"아니, 그런 말은 상대도 없이 쉽게 내뱉는 것이 아냐."
이런 부분에서도 마티아스는 착실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재미 있지만, 뮤리에라가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를 들고 기대에 찬 미소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
"일단 라우렌츠에게 부탁해도 좋을까요?"
"……주인의 요망을 이루지 못하는 불민한 측근이라 죄송합니다."
마티아스가 비통한 듯한 모습으로 한발 물러섰다. 별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마티아스는 크게 낙심하고 있다.
"마티아스는 자신이 자신 있는 부분에서 도움이 되면 됩니다. 각자 잘하는 것과, 서투른 것은 다르니까요."
"……송구합니다."
나는 마술도구를 만지며 라우렌츠의 목소리를 녹음한다. 뮤리에라가 엄선한 사랑의 말에는 신이 많이 나오고, 역시 잘 이해되지 않았다.
사랑의 말에 대해선 잘 모르니, 나는 마지막으로 책 선전을 넣었다. 많은 손님들에게 에렌페스트의 책을 어필할 좋은 기회이다.
"이렇게 다양한 사랑의 말에 도취되고 싶은 여성에게도, 의중의 여성을 감동시킬 멋진 사랑의 말을 찾는 분에게도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는 응답합니다.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는 에렌페스트에서 여름부터 판매합니다. 손에 땀을 쥐는 딧타 이야기, 기사 이야기, 단켈페르가의 역사서도 동시 발매합니다. 부디 즐겨주세요."
43화. 영지 대항전의 시작(3학년)
영지 대항전의 시작(3학년)
"됐습니다! 이거면 어떨까요, 로제마인님?"
영지 대항전을 하루 앞둔 점심 직전 이그나츠와 마리안네가 조제실에서 마술도구를 가지고 나왔다. 두 사람의 뒤로 몇명의 문관 견습들이 나온다.
"보세요."
마리안네가 악보가 적힌 종이를 세팅하고 핸들을 돌리며 오르골처럼 소리를 연주했다. 이그나츠는 난세브지와 개량된 작은 전이진을 조합, 책 상자로 책을 이동시켜 보인다.
"앞으로 개선하고 싶은 점이 여러 군데 남아있긴 하지만, 시제품으로 전시한다면 합격점이 아닐까요?"
역시 더 이상 개선하는 것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마력도 소재도 부족한 것 같다. 주로 문관 견습들에게 협력하고 있던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도 좀 지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모두 달성감에 찬 뿌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용케도 이 단기간에 만들어 냈네요."
"네, 정말입니다. 상급 귀족은 대단합니다. 로제마인님이나 라이문트님의 연구에서 다소 조언이나 제안이 있더라도 저는 조합할 수 없으니까요."
함께 조제실에 틀어박혔던 피리네가 존경의 눈빛으로 이그나츠들을 본다. 마력량의 차이로 가능한 조합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하급 귀족인 피리네만으로는 할 수 없는 조합도 많은 것 같다.
"귀족원에 있는 동안은 강의에서 많은 마력을 쓰기에, 봄에서 가을 사이에 최대한 압축하고 싶습니다만……."
"그 사이에 우리는 더욱 마력을 늘릴 겁니다."
피리네들에게 뒤질 수 없다고 이그나츠가 도전적으로 웃는다. 이 상태로 절차탁마하며 모두가 마력을 향상시켜 주었으면 좋겠다.
"발표 연습은 괜찮나요?"
"……지금부터 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내용과 달리, 스스로 생각하고 만든 물건이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드레반히엘과 공동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고도의 조합이나 마술도구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손으로 처음부터 만들어낸 마술도구에 대한 설명이라, 발표 내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로제마인님에게 에렌페스트지에 대해서 좀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발표해도 좋은 범위 내에서."
마리안네의 부탁을 기꺼이 수락하고 오후부터는 드레반히엘과의 공동 연구의 마무리를 함께 했다.
내가 하루 종일 기숙사에 있었으므로, 기사 견습들도 하루 종일 훈련할 시간이 생긴 것 같다.
"에렌페스트에서 카트르 카르가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의실로 운반하도록 해요."
브륀힐데의 목소리에 근시 견습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토마르 상회에 주문한 카트르 카르와 쿠키가 전이진의 방으로 도착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영지 대항전에 내놓는 것은 보존이 용이한 구운 과자를 중심으로 하기로 결정하고 있다. 아무래도 방문객의 수가 너무 많아서, 기숙사의 주방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쯤은 성의 주방도 바쁘겠네요."
페르디난드에게 전달할 요리는 성의 요리사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저쪽도 이쪽도 바쁜 분위기는 아무래도 축제 전과 같은 흥분으로 가득해, 마음이 들뜬다.
"로제마인님 카트르 카르와 함께 페르네스티네 이야기의 2권이 왔습니다. 한넬로레님과 약속하고 계셨지요? 올도난츠로 알려드려 둘까요?"
리제레타가 페르네스티네 이야기가 들어간 나무 상자를 가져왔다. 뮤리에라가 "어머!" 하고 목소리를 높이며, 녹색의 눈동자를 빛냈지만, 문관 견습들은 내일의 준비를 우선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제쪽에서 보내두겠습니다. 뮤리에라는 영지 대항전이 끝난 이후에요. 저도 아직 읽지 않았으니까요."
"공주님도 영지 대항전이 끝날 때까지는 기다리세요."
리할다에게 못박힌 나는 어쩔 수 없이 "네에에" 라고 답한다. "빨리 읽고 싶네요" 라고 말하면서 준비를 진행하는 뮤리에라와는 상당한 공감을 느꼈다.
한넬로레에게 페르네스티네 이야기의 도착을 알리자, 한넬로레로부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라는 들뜬 목소리의 답장이 왔다.
에렌페스트의 영지 대항전의 아침은 달콤한 냄새로부터 시작된다. 주방에서 샌드위치와 수프 같은 보존이 가능한 아침을 만든 후에는, 바로 과자를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평소보다 일찍 아침 식사를 마친 학생들은 영지 대항전 준비를 위해, 각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시 견습들은 하인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회의실에 둔 과자를 줄줄이 꺼낸다. 딧타에 출전하는 기사 견습들은 막바지 훈련을 하고 있고, 출전하지 않는 저학년 기사 견습이 영주 후보생의 호위를 한다.
"그럼, 우리도 출발한다."
문관 견습들에게 말을 걸고 빌프리트와 샤를로테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도 회장의 설치를 돕고 싶었지만, "로제마인이 움직이면 저학년 기사 견습으로는 불안하다" 라며 거절당했다.
"단켈페르가와의 딧타에 난입한 중소 영지의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할 수 없다. 아우브 부부의 호위기사로서 기사단에서 넉넉하게 기사를 데려 올 수 있도록 부탁했으니, 도착할 때까지는 기숙사에 있어 주어라."
거기까지 들으면, 가고 싶다고도 할 수 없다. 나는 "알겠습니다.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라며 빌프리트와 샤를로테가 문관 견습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을 전송한다. 위험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지만 어쩐지 따돌림을 당하는 쓸쓸한 기분이다.
준비를 위해 바쁘게 기숙사를 출입하는 사람은 있지만, 다목적 홀에 있는 사람은 이제 없다. 텅 빈 다목적 홀을 바라보고 있자, 리할다가 걱정하듯이 살짝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공주님, 다과회실의 확인을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페르디난드님과 유스톡스가 쉴 수 있도록 준비가 되었습니다."
"갑니다."
나는 리할다와 함께 다과회실로 향했다. 주방으로 향하는 계단에 가장 가까운 문으로 다과회실로 들어갈 수 있다. 찰칵 하고 열쇠를 돌리고, 리할다가 문을 열었다. 1학년 때에 전 영토의 대표를 초청하는 다과회를 열었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다과회실은 상당히 넓다. 그런 다과회실이 칸막이로 대략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어, 마치 개인의 방처럼 되어 있었다.
"입구에서 가장 먼 가장 안쪽에는 페르디난드님이 주무시기 위한 긴 의자를 준비했습니다. 공주님이 말씀하신 대로 에렌페스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자크에게 주문했던 매투리스가 들어간 긴 의자이다. 일부러 에렌페스트에서 보내오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난색을 표하긴 했지만, 널빤지 위에 천을 깔았을 뿐인 긴 의자에 쿠션을 까는 것 보다는 훨씬 편하게 잘 수 있는 것이다. 매투리스가 제대로 들어 있는지 손으로 눌러서 확인하고, 나는 만족하며 끄덕였다.
"이 나무 상자에는 이불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유스톡스에게 설명하면 준비할 것입니다. 아렌스바흐의 측근 앞에서 여러가지로 확인할 것도 있으실 테니까요."
이불이 든 나무 상자 외에는 긴 의자의 바로 옆에 짐을 넣기 위한 상자나 불을 켜기 위한 마술도구가 옮겨져 있고, 긴 의자의 주위는 칸막이로 둘러싸여 있다.
"덮개는 치지 못합니다만, 이렇게 칸막이가 있으면 조금은 페르디난드님도 쉬기 편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불침번을 서는 근시가 대기하기 위한 의자도 준비되어 있고, 가장 안쪽은 완전히 쉬기 위한 공간이다. 가운데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함께 식사하는 것을 상정했을 것이다. 의자의 수가 많다.
"영지 대항전 후의 식사는 아우브와 학생이 함께 먹으며 격려할 예정이기에, 이곳에서 저녁을 먹는 것은 빌프리트 도련님과 공주님이라고 합니다. 식사가 끝난 뒤엔 질베스타님도 이곳에 합류한다고 합니다."
함께하는 저녁 식사에 마음이 설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식사 내내 설교를 듣게 될 가능성을 깨달았다. 설교를 회피할 수단이 필요하다. 이전에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에게 들은 것처럼, 연구의 화제를 꺼내서 이번에도 설교를 회피하고 싶다.
"리할다, 힐쉬르 선생님이 맡긴 자료도 페르디난드님에게 건네고 싶습니다. 그리고 종이와 잉크도 준비해 주세요."
"준비되어 있습니다."
역시 리할다. 빈틈이 없다. 식사의 화제는 연구로 하자. 페르디난드도 연구에 목말라 있던 것 같았으니, 그것이 가장 좋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가장 문에 가까운 이쪽이 측근이 쉬기 위한 장소입니다."
짐을 두기 위한 나무 상자와 이불은 준비되어 있지만, 페르디난드가 쉬기 위한 공간에 비하면 대단히 간소했다. 타령의 사람이 쉬는 건데, 괜찮을까.
"기사인 에크하르트와 마음대로 여기저기 참견하고 다니는 유스톡스는 밖에서도 잘 수 있고, 아렌스바흐에서 동행하는 측근은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을 테니, 그다지 자고 있을 여유는 없을 겁니다."
에렌페스트의 사람이라면 기숙사에서 쉽게 출입할 수 있는 다과회실에서 편하게 잘 수 있지만, 아렌스바흐의 측근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리할다는 말한다. 페르디난드들에게는 신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고향이지만, 아렌스바흐의 사람에게는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측근들이 쉬기 위한 준비는 그렇게까지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침 식사 후에는 졸업생을 맞으려 타령의 분이 오시기에, 이쪽은 이동의 용이성과 되도록 생활감이 드러나지 않는 것을 우선하였습니다."
페르디난드가 디트린데를 데리러 가듯이 에렌페스트로도 데리러 오는 타령의 사람이 있다. 페르디난드들이 아침을 마치면 바로 방문객을 받을 수 있게 갖춰야 한다고 한다.
"여러가지 고려해 주었군요. 고맙습니다 리할다. 다른 근시들에게도 수고했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얼추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다목적 홀로 돌아갔다.
"로제마인님, 평안하신지요."
졸업생의 보호자가 속속 전이진으로 오는 시간이다. 학부모들이 눈부신 의상으로 기숙사를 그냥 지나쳐 영지 대항전이 열리는 경기장으로 향하는 것도 예년과 같은 풍경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전이진에서 나오는 사람들 사이로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안젤리카와 할트무트가 보였다. 세 사람 모두 다른 학부모들과 같은 의상이다.
"로제마인님, 평안하신지요."
"세 사람 다 어째서 귀족원에?"
"약혼자의 활약을 보러 온 것이죠. 그리고 저는 클라릿사의 가족에게 다시 상황이 바뀐 것을 보고하고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신관장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파혼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나 때문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자, 할트무트는 "로제마인님이 마음에 두실 일은 아닙니다" 라며 웃었다.
"로제마인님의 봉납식에 첸트가 참석한 것, 제례식에 대한 것을 다시 보게 된 것을 생각하면 강경한 반대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그리고 반대받는다 해도, 클라릿사는 혼자서라도 에렌페스트로 올 테니까요. 그 근처의 대응도 포함하여 대화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분명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클라릿사의 기세를 떠올리며 나는 후훗 웃었다. 저돌맹진으로 에렌페스트로 돌진해 올 것 같으니, 사전에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도 약혼자의 응원인가요?"
내가 놀리듯 웃으며 시선을 향한다. 약혼자를 응원하러 왔다면 오늘은 호위기사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가족을 대하는 태도여도 괜찮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레오노레의 활약을 보러 오셨나요?"
"그렇게 주위에 말하며 속여넘길 수 있는 호위를 늘리라고 한다."
로제마인과 함께 레오노레의 활약을 볼 거야, 라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말을 듣고, 나는 좀 기뻤다. 올해 레오노레가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었는지 충분히 알려 줘야 한다.
"……두 사람이 귀족원에 온 이유는 알겠어요. 하지만 안젤리카는 귀족원에 약혼자가 없죠?"
"트라우곳이 약혼자로서 어울릴 정도로 강해졌는지 확인하려고 합니다."
트라우곳이 강해지지 않으면 할아버지와의 약혼이 결정되는 안젤리카는 조금 슬픈 듯이 말했다. 제삼자의 시각에서 보면 이미 고령인 할아버지가 안젤리카를 얻다보다는 트라우곳이 연령적으로도 어울린다. 그러나 안젤리카의 눈높이에서 중요한 것은 힘이다. 트라우곳은 전혀 할아버지를 당해 낼 수 없다.
"……라는 핑계로 신들의 이름을 외우는 공부에서 도망친 거야, 안젤리카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리며 그렇게 말했다. 조금이라도 공부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안젤리카와 역시 손자 또래의 며느리를 회피하고 싶은 할아버지의 이해가 훌륭히 일치한 것 같다.
"안젤리카, 신들의 가호를 얻어 자신이 강해지기 위해서에요. ……적어도 최고신과 다섯 기둥의 대신, 그리고 가호를 원하는 권속의 이름만으로도 정확히 기억하도록 해요."
"그것만이라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조금은 의욕이 생긴 것 같다. 요스브렌나의 류르라디가 싹트임의 여신에게 계속 기도하며 가호를 얻은 것이다. 일단 가호를 얻고 싶은 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다무엘은 집을 볼 차례인가요?"
측근 중에 다무엘의 모습만 보이지 않는다. 전이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 세 명 까지이니, 나중에 오는 것이냐고 묻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고개를 저었다.
"마력의 감지를 잘하기 때문에 옛 베로니카파의 움직임을 감시하기에 딱 좋다는 이유도 있지만, 다무엘은 귀족원으로 오기 위한 명분이 없었으니까."
"저는 귀족원에 재학 중인 애인이라도 만들면 된다고 조언해 주었지만, 그런 건 무리인게 당연하다며 개탄하고 있었습니다."
할트무트의 말에 나는, 히익! 하고 숨을 삼켰다.그런 말을 듣게 되면 다무엘의 유리 하트가 산산조각이 되어 버리지 않을까.
"할트무트, 그런 환한 미소로 다무엘을 괴롭히지 마세요! 애인이 안 생기고, 결혼도 못 하는 다무엘에게 약혼자의 활약을 보러 간다며 자랑하고, 가고 싶다면 애인을 만들라니, 너무하잖아요!"
상급 귀족인 할트무트에게 뭐라 말도 하지 못하고 개탄하고 있는 다무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내가 다무엘 대신 불평을 하자, 할트무트는 전혀 반성하는 기색 없이 작게 웃으며 나를 보았다.
"다무엘은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조언한 것입니다. 그에게는 애인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전적으로 단정하고 있는 로제마인님 쪽이 훨씬 심한 것은 아닐까요?"
"아!?"
……확실히 그럴지도. 미안, 다무엘. 나, 할트무트의 말처럼 단정하고 있었어. 다무엘이라도 그럴 마음만 먹으면 애인을 만들 수 있다고 믿어 주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주인 실격이네.
앞으로는 다무엘을 믿고, 결혼 문제는 다무엘 본인에게 맡기자. 마음만 먹으면 분명 애인도 생기고, 결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등 뒤에서 쿡 하고 가볍게 머리를 찔렸다.
"문제 딸, 오늘은 얌전히 있었나?"
돌아보자, 양부님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 밑에 그림자가 지고, 뺨이 조금 야위어 있다. 안색도 좋지 않다. 숙청의 뒷감당은 상당히 힘든 모양이다.
"양부님, 오랜만입니다. ……상당히 피곤하신 것 같네요."
"그게 누구 탓인 걸까? 에렌페스트로 돌아오면 왕창 설교다."
푹푹 뺨을 찔려가며 그런 말을 듣고, 나는 윽 하고 숨을 삼켰다. 이건 상당히 큰 벼락이 떨어질 것 같다.
"저, 피로 회복을 위해 페르디난드님의 회복약을 드릴까요?"
"그대, 나를 암살할 생각인가?"
이쪽으로서는 신경을 써 준 것인데, 위험한 눈으로 노려봐지고 말았다.
"별로 독약 같은 맛의 약을 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마시기 쉬운 상냥함이 들어 있는 쪽입니다. 봉납식에서 배포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 아직 남아 있어서……."
"지금 회복약을 마시면 졸음에 습격당하니까 괜찮다. 준비가 되어 있다면 가자."
가볍게 어깨를 두드려, 나는 무심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기사단의 기사들은 전이진의 방에서 도착하고 있지만, 양모님의 모습이 없다. 그리고 양부님의 호위로 붙어 있는 기사도 아버님이 아니었다.
"양부님, 양모님과 아버님은 어떻게 되신 건가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영지 대항전으로 인해 인원이 줄어들면 옛 베로니카파에 얼마간 움직임이 있을지도 모르니 칼스테드와 보니파티우스에게 집을 맡겨두었다. ……플로렌시아는 그대처럼 영지 대항전 도중에 쓰러질 것 같은 안색이었기에, 자고 있으라고 말해두고 왔다."
"네!? 괘, 괜찮으신가요!?"
늘 부드럽게 웃고 있는 양모님이 그런 안색을 하고 있는 것은 본 적이 없다. 내가 무심코 목소리를 높이자, "쉴 수밖에 없다" 라며 양부님이 고개를 저었다.
"타령과의 교제가 많아 부담이 큰 영지 대항전은 결석한다. ……내일 아침에 한번 모습을 보러 가서 괜찮은 것 같으면 졸업식에는 참석하려 한다. 앉아서 보고 있는 졸업식이라면 별 문제 없을지도 모르지."
끊임없이 방문객이 오고, 대응으로 하루 종일 쫓기게 되는 것은 지난해에 경험했다. 올해는 봉납식을 경험한 영지의 방문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다지 아픈 상태에서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그대와 내가 함께 사교를 하고,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을 다른 조로 짠다. 차례차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어떤 손님이 올 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죄송합니다."
나는 서둘러서 준비를 갖추고 자신의 측근들과, 양부님과, 양부님을 지키는 기사단 사람들과 함께 영지 대항전이 열리는 장소로 향한다. 가는 길에는 공동 연구나, 딧타에서의 모두의 저력을 전하거나, 오늘의 사교에 관한 상의도 했다.
"망토와 브로치를 확인하겠다."
영지 대항전의 행사장 입구에는 검은 망토의 중앙 기사단이 몇명이나 있어, 드나드는 사람의 망토와 브로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지난해 습격해온 테러리스트들이 베르케슈토크의 마석 브로치로 귀족원에 들어왔기 때문인 듯 하다.
나는 아우브와 함께여서, 대충 확인한 것만으로 금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회장 내에도 중앙 기사단이 여기저기에 배치되어, 작년보다 더욱 삼엄한 분위기가 되어 있다. 검은 망토의 기사들이 눈을 번득이는 경비 태세에 거북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누군가가 베르케슈토크의 초석의 마술을 발견하거나, 첸트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찾을 때까지는 이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될 것이 틀림 없다.
"로제마인, 에렌페스트의 장소는 어디인가?"
"에렌페스트의 장소는 밝은 황토색의 망토가 많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전, 에렌페스트의 기사단이 도착할 때까지 기숙사에 있으라는 말을 들어, 행사장으로는 가 본 적이 없습니다."
덧붙이자면, 키가 작아서, 기사들에게 둘러싸이자 주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양부님은 "과연. 그대 나름대로 안전 대책은 세워두고 있었구나" 라며 조금 만족스럽게 말하면서 걸어간다.
"그 부분은 제가 아니라 빌프리트 오라버님을 칭찬해 주세요. 저는 회장의 설치를 도울 생각이었으니까요."
"……그대는 좀 더 자신의 안전에 신경을 써라."
여러가지 색의 망토가 우글대는 사이를 걸어, 에렌페스트의 장소에 도착하자 이미 준비가 갖춰져 있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브륀힐데가 자리로 안내한다. 거기에서 양부님으로부터 양모님의 결석과 오늘의 대응 방법이 알려졌다.
"사교에 나오지 못하다니, 어머님은 괜찮으신가요?"
"내일은 나올지도 모른다.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나, 오늘의 사교가 실패로 끝나면 플로렌시아가 신경쓰겠지. 확실히 처리하는 거다."
"네."
빌프리트와 샤를로테가 함께 앉고, 나는 양부님과 함께다. 양부님은 나의 발을 찰 수 있는 위치로 의자를 옮기고, "차면 입을 다물어라" 라고 말했다.
우리들의 뒤에는 에렌페스트의 기사들이 있다. 할트무트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안젤리카는 보호자 같은 모습으로 나의 근처에 있다.
"아무래도 이쪽 테이블에는 단켈페르가가 가장 먼저 올 것 같네요. 이쪽을 살피면서 금방이라도 달려올 듯한 상태로 보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경계하는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사선이라고 할까, 경기장을 낀 건너편에 단켈페르가의 장소가 있으므로, 관찰하기는 편하다. 집중해서 보면 확실히 타령의 라인 위에 아우브와 기사들이 침범해 있고, 한넬로레가 아우브의 푸른 망토를 잡고 멈추려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한넬로레님은 큰일이네. 나, 단켈페르가의 아이가 아니라 다행히야.
그런 한넬로레와 아우브가 있는 곳에 호리호리한 여성이 아우브에게 다가가 뭔가를 말하자, 아우브는 맥없이 테이블로 돌아갔다. 호리호리한 여성은 아마 첫번째 부인이라고 생각된다. 테이블에는 레스티라우트도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낯익은 머리 장식을 붙인 여성이 보였다. 약혼자인 그녀인 걸까.
"저것은 페르디난드님이죠? 아렌스바흐의 망토 속에 에렌페스트의 색이 보입니다."
할트무트의 목소리에 나는 단켈페르가의 옆에 있는 아렌스바흐의 장소로 시선을 돌린다. 연보랏빛의 망토 속에 밝은 황토색의 망토가 끼어 있었다. 페르디난드, 유스톡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의 셋이다. 몸을 내밀고 싶은 것을 참으면서 세 사람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연구를 전시하는 장소에서 슈밀의 인형을 들고 있는 라이문트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고, 페르디난드가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스톡스가 웃음을 참으려는 듯 입가에 손을 얹고 있다. 아무래도 슈밀의 봉제 인형은 대단히 평판이 좋은 것 같다.
나도 라이문트와 함께 페르디난드에게 설명하고 싶었지만, 경기장을 건너 반대편에 있는 아렌스바흐의 장소는 몹시 멀다.
"에렌페스트의 망토를 하고 있는데도, 페르디난드님은 이쪽으로 오시지 않는 걸까요?"
"저쪽에서 이미 집무에 종사하고 있고, 올해는 약혼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으니까. 인사는 오겠지."
나의 중얼거림에 양부님으로부터의 답변이 돌아왔다. 인사하러 와 준다면 하이스힛체에게 망토를 건넬 기회도 있을 것이다. 리할다가 준비해 둔 나무 상자를 보고, 나는 뺨을 느슨하게 했다.
"그럼, 지금부터 딧타를 하겠다! 불린 영토부터 아래로!"
영지 대항전은 루펜의 딧타 개시 선언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1위 클라센부르크의 선언이 있고, 첫번째로 딧타를 하는 영지가 불리는 것이다.
그것과 동시에 단켈페르가의 무리가 걷기 시작한 것이 보였다. 맞은 편이라 크게 돌지 않으면 이쪽으로 올 수 없지만, 우아한 모습으로 선두를 걷는 것은 첫째 부인으로, 조금 빠른 걸음이 되어 있는 한넬로레가 동행하고 있다.
……어라? 아우브·단켈페르가는?
당장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았던 아우브는 아무래도 레스티라우트과 함께 남겨진 것 같다. 자리에 앉혀진 그대로다.
……또다시 딧타라고 하면 곤란해서 그런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동안, 근시 견습들은 단켈페르가의 내방을 준비하고, 양부님이 자세를 가다듬었다.
"멍하게 있지 마라, 로제마인. 온다. ……이쪽의 요망은 그대에 대한 청혼을 단켈페르가가 포기하는 것과 한넬로레님의 결혼을 거절하는 것으로 틀림 없는 것이지?"
"네!"
에렌페스트 측으로서는 더 이상의 사건은 사양이었기에, 단켈페르가가 파혼을 압박하지만 않으면 그것으로 좋다고, 보고서나 편지로 미리 합의해 두었다.
"빌프리트, 샤를로테. 여기서는 단켈페르가를 비롯한 상위 영지의 상대를 하겠다. 그대들에게는 그 이외의 방문객을 부탁한다."
양부님의 목소리에 빌프리트와 샤를로테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관들과 함께 할트무트가 종이와 잉크를 확인하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안젤리카는 경호하기 쉬운 위치에 선다.
"평안하신가요, 아우브·에렌페스트."
단켈페르가의 첫째 부인이 미소를 띠우며 앞에 섰다. 한넬로레와 같은 붉은 눈이 미소짓듯 가늘게 뜨고 있지만, 그 눈은 이쪽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딧타, 딧타다고 하는 아우브·단켈페르가와는 전혀 다른 무서움이 있다. 긴장으로 목이 말라붙는 것을 느끼며, 나와 양부님은 한번 서서 인사를 하고 자리를 권한다. 첫째 부인과 한넬로레가 자리에 앉는다.
"인쇄에 대한 것, 책에 대한 것, 의식에 대한 것……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많이 있습니다만, 우선은 지난번의 딧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서로의 영지의 장래에 크게 관련된 일이니까요, 라며 첫째 부인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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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반히엘과의 공동 연구도 무사히 마무리, 영지 대항전의 시작입니다.
에렌페스트에서 학부모들과 섞여서 정보 수집을 하거나 호위하거나 할 수 있도록 성인 측근이 세 명 찾아왔습니다.
다무엘은 에렌페스트에서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단켈페르가와의 논의로 영지 대항전이 시작됩니다.
다음은 사교, 단켈페르가 편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44화. 단켈페르가과의 사교 전편
단켈페르가과의 사교 전편
"지난번 딧타에서는 중앙 기사단과 중소 영지의 간섭이 있었다고는 하나, 별도로 심판의 지시가 없었던 이상 딧타는 계속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승부가 결정된 것은 한넬로레가 스스로 진을 나왔을 때입니다."
조용한 어조로 첫째 부인은 그렇게 말했다. 표정은 잔잔하지만 한넬로레의 행동을 비난하는 음색이다, 나는 무심코 한넬로레에게 시선을 돌렸다. 몸둘곳을 모르듯이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한넬로레가 대피했을 때의 상황을 설명한다.
"한넬로레님이 스스로진을 빠져나온 것은 호위기사도 없이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호위기사도 없이, 한넬로레는 상공에서의 공격에 겁먹으며 홀로 버티고 있었다. 너무 불쌍하다고 호소했지만, 첫째 부인의 미소는 무너지지 않았다.
"네. 공격 마법을 떨어뜨리는 적들에게서 보물을 지키기 위해, 기사는 상공으로 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넬로레는 스스로 진을 나온 것입니다. 이는 지키기 위해 싸우던 기사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그런 공격 마술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그것을 홀로 감당하라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다. 진에서 나와,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배신이라는 주장에는 정말로 공감할 수가 없다.
"……저는 호위기사에게 지켜지는 것이 영주 후보생의 일이라고 가르침받았기에, 호위기사가 주위에 없다는 사실은 직무 유기라고 보입니다."
"어머……. 에렌페스트가 한넬로레의 행동이 타당하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딧타의 행동으로서, 그리고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으로서 생각한다면 비난받을 행동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는 다르다.
나는 다시 반박하려고 생각했지만, 옆의 양부님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빨랐다.
"호위기사는 영주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 있습니다. 그리고 딧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물을 지키는 것입니다. 지키지 못한 것은 기사의 실수지요."
……맞아, 맞아! 호위기사가 없는게 나빠!
양부님의 말에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양부님의 발언에 첫째 부인은 조금 생각 하듯, 시선을 떨어뜨린다.
"……에렌페스트가 그렇게 말하십니까? 스스로 진을 나온 한넬로레에게 잘못은 없다고."
"네."
첫째 부인은 아우브·단켈페르가와 달리 딧타로 흑백을 가리자는 말을 꺼내지도 않고, 납득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말로도 이해해 준 것 같다. 단켈페르가와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에, 내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자, 첫째 부인은 입술을 미소의 형태로 일그러뜨렸다.
"그럼, 이는 타르크스가 플루트레네1의 힘으로 자라고도 드레팡가2의 인도로 버퓨레메아3에게 가는 것과 같은 문제일지도 모르겠네요."
유감이라고도, 안심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듯한 한숨을 내쉬며, 첫째 부인이 그렇게 말했다.
……응? 무슨 의미?
순간적으로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우선 타르크스를 모르겠다. 단켈페르가 특유의 생물일까, 아니면 신화의 여담에 실린 마이너적인 이야기일까.
……타르크스가 뭐든지간에, 담수에서 자라서, 시기가 되면 바다로 나간다는 것이니까, 여기서 추측되는 의미로는……성장하면 자신에게 맞는 장소로 간다거나 그런 느낌?
애매한 미소를 띠고 필사적으로 의미를 생각하는 동안, 첫째 부인은 나와 양부님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붉은 눈에 사로잡힌 듯한 착각에, 꿀꺽 숨을 삼킨다.
"딧타로 정해진 이상, 한넬로레는 에렌페스트로 시집을 보냅니다. 한넬로레의 버퓨레메아는 에렌페스트인 것 같으니, 그것으로 좋겠죠."
……잠깐 기다려. 한넬로레님이 에렌페스트로 시집 올 필요는 없습니다, 라고 말하기도 전에 이미 시집을 간다고 정해졌어!?
이쪽의 희망과 의견을 말하기도 전에 한넬로레의 출가가 완전히 확정된 듯한 상황이다. 나는 양부님과 얼굴을 마주보고 황급히 입을 연다.
"그 본인이 바란다고 하셨는데, 한넬로레님은 정말로 에렌페스트로 시집오기를 원하시나요? 두번째 부인인데요?"
2위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에게 에렌페스트의 두번째 부인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딧타밖에 생각하지 않는 듯한 아우브와는 달리, 말하면 알아듣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딸에게 있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잘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자신의 의사로 진에서 나온 것입니다. 희망도 없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습니다.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이 에렌페스트의 두번째 부인으로 시집 가고 싶어한다는 것은 예상 밖이여서, 이쪽도 곤란해하고 있습니다."
마치 한넬로레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 같지만, 본인은 아마 한마디도 에렌페스트로 시집 가고 싶다고는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황해서 한넬로레의 모습을 살폈지만, 한넬로레는 시선을 내리뜨린 채였다. 하고 싶은 말도 꺼내지 못하고 가슴 속에 삼키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입을 다물고 있다.
……한넬로레님.
레스티라우트가 딧타 승부를 받고, 그에 대한 반대의견을 묵살당했을 때와 같다. 고개를 숙이고 작게 떨고 있는 한넬로레의 모습은 어디서 어떻게 봐도 에렌페스트로 시집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아니다.
나와 같이 한넬로레를 살핀 양부님이 짙은 녹색의 눈을 첫째 부인에게 향했다.
"송구하옵니다만, 에렌페스트는 이제 겨우 8위로 올라왔을 뿐인, 벼락 출세한 영지이며, 그 위상에 걸맞는 대응도 아직 몸에 배어 있지 않습니다.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을 맞을 수 있는 영지가 아닙니다."
양부님의 말에 첫째 부인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에렌페스트에게 가치가 있다면, 유행과 산업을 창출하고, 낡은 의식과 언어에도 능숙하고, 영주 후보생들이 이렇게나 있는 가운데 기숙사 내를 단합시키고 있는 로제마인님 뿐이지요. 정말로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이 시집 가기에 적합한 영지가 아닙니다."
웃는 얼굴로 긍정되면 그건 그것대로 화가 난다. 나는 제안했을 뿐, 실제로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은 직인들이고, 기숙사 내를 단합하거나, 모두를 격려하며 목표를 향하게 하거나 하는 것은 빌프리트가 잘하고, 사교에 서툰 나를 대신해 샤를로테가 다과회에 참석해 주기에, 기숙사 내를 단합시킬 수 있는 것이다.
반박하려던 순간, 양부님이 발을 살짝 찼다. "잠자코 있어라" 의 신호이다. 나는 가슴 속에 불만을 품은 채, 어쩔 수 없이 입을 닫는다.
첫째 부인은 양부님을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벼락출세한 에렌페스트가 역사 있는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을 얻고 싶어하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두번째 부인으로 얻고 싶다는 말씀은 어쩐 일일까요?"
그에 대해서는 아렌스바흐와의 갈등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해도 괜찮을지 모르는 나에게는 어렵다. 나는 양부님에게 응원의 시선을 향했다.
"에렌페스트의 사정, 이라는 것밖에 대답할 수 없습니다."
"어머, 그래도 외교를 담당하는 첫째 부인은 타령 출신의, 외가의 원조와, 그것과 이어지는 관계를 잘 이용하는데 있어 적합한 존재이고, 자령의 아내는 두번째 부인으로서 영지 내의 귀족들을 다스리기 위한 존재가 아닌가요? 설마 에렌페스트라도 그 정도는 아시겠죠?"
……그거, 단켈페르가의 독자적인 문화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그런 거야?
이치에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이제까지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 입을 다물고 있는 내 옆에서, 양부님은 조용히 첫째 부인을 보고 있다.
"영지 내에 아무런 지연도 없는 한넬로레를 두번째 부인으로서 맞아들여, 타 영지와의 사교의 장에 드러내지도 않으며, 단켈페르가와의 관계를 끊게 만드는 것은 어떠한 생각이 있어서인가요? 부디 들려주셨으면 합니다만, 아우브·에렌페스트?"
"상위 영지의 방식과는 다를지도 모릅니다만, 에렌페스트에는 에렌페스트의 사정이 있습니다."
옛 베로니카파를 숙청한 지금, 라이제강와의 사이에까지 풍파를 일으킬 수는 없다.
"네, 그렇죠. 그러나 고작 그 정도의 외교의 상식조차 모르고, 그러한 상식을 도입하려 하지 않고, 지위의 안정과 향상을 도모하려고도 하지 않는 에렌페스트로서는 상위 영지의 아내를 얻어도 의미가 없습니다. 이래보여도 소중한 딸이니까요. 몇대 전의 영주 후보생에게 출가했던 아렌스바흐의 공주님 같은 불행이 우리 딸에게까지 돌아가는 것은 피하고 싶습니다."
대영지의 공주를 맞아 놓고도, 그 영주 후보생을 상급 귀족으로 만들어 버리며, 순위를 올리지도 않았고, 아렌스바흐와의 관계를 다지지도 않으면서, 영지 내의 귀족도 통제할 수 없었던 당시 아우브의 무능을, 첫째 부인은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상위 영지로서의 행동을 영지의 귀족 전체가 습득하기 위해서는 대가 바뀔 정도의 세월이 필요합니다. 에렌페스트에서 아렌스바흐의 공주님을 맞아들이고 수십 년이 지났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지요?"
아렌스바흐의 공주에게 휘둘렸던 에렌페스트의 고생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첫째 부인은 어디까지나 대영지의 관점으로 사물을 보고 있다. 대영지의 시각과 기대는 조금 알 수 있었지만, 초조함은 증가한다.
"지금 또 다시 로제마인님을 얻어 불과 수 년 사이에 순위는 상당히 변했습니다만, 에렌페스트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 이후는 레스티라우트에게 지적받은 것과 같은 내용을 품위 있게 반복했다. 그 때의 빌프리트와 똑같은 표정으로, 양부님은 가만히 첫째 부인의 비난을 듣고 있다. 귀족적인 화법이 바로 이해되지 않아서, 반쯤 흘려듣긴 했지만, 차츰 싫은 감정이 쌓여간다.
……이런 것을 가만히 듣고 있는 것이 귀족의 사교야?
"아우브·에렌페스트.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이젠 알고 계시겠죠? 로제마인님이 에렌페스트에는 과분한 것을."
양부님이 발을 찼기 때문에 가만히 듣고 있지만, 내가 에렌페스트에게 과분한지 아닌지를 남이 판단하게 하고 싶진 않다.
"게둘리히4는 메스티오노라을 지키기 위해, 그녀를 자신의 손에서 떠나보내어 슈체리아에게 맡겼습니다. 자유롭게 활약할 수 있는 토지로 옮기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주변을 위해서도 좋은 선택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첫째 부인은 친절한 얼굴로 상냥하게 말하고 있지만, 내용은 "로제마인을 내놔라" 이다. 불쾌한 감정으로 마음이 가득 차오른다. 양부님이 "터무니 없군" 이라고 중얼거리며 흘끗 나를 본다.
"단켈페르가가 슈체리아의 짐을 떠맡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네, 메스티오노라와 에렌페스트를 지키는 방패가 될 것입니다. 한넬로레도 시집을 갈 테니까요."
나는 양부님에게 이런 압력이 걸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딧타 승부를 받은 것이 아니었었나? 어째서 딧타 승부와 관계 없는 비난을 받아야 하는 걸까. 게다가, 어느새 내가 단켈페르가에게 지켜진다는 이야기가 된 것은 어째서일까.
솜으로 목을 조르듯, 우아한 미소와 말로 상대의 행동을 비난하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첫째 부인에게 반박하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다.
"양부님, 목을 죄어오는 솜은 가위로 한번에 자르는 것이 시원하지 않을까요?"
후후후, 웃으면서 양부님을 보자, 눈을 크게 치켜 뜬 양부님은 한번 시선을 내리고는, "분명 계속 참으며 잡아 뜯는것보다는 뒤처리가 편할 것 같다" 라며 체념한 듯이 손을 흔들었다.
"좋을 대로 해라. 다음은 맡기겠다."
양부님의 허가를 받고, 나는 첫째 부인의 붉은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귀족다운 우아한 태도와 미소는 잊지 않고.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가 어떠한 약속 하에 승부를 치르게 되었는지는 알고 계시지요?"
"네, 듣고 있습니다."
나의 반론을 평가하듯, 첫째 부인의 눈이 날카로워진다.
"그럼 어째서 신성한 딧타로 인한 승부가 났음에도, 아직도 에렌페스트가 압력을 받고 있는 건가요? 에렌페스트가 이기면 파혼에 대한 압력을 넣지 않겠다는 레스티라우트님의 말씀을 믿고 딧타에 응했습니다. 패자는 입을 다무시죠."
그동안의 귀족적인 완곡한 표현을 싹둑 끊어버리며, 나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너무 직설적이라 오히려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모르겠다는 듯, 첫째 부인이 나를 보고 있다.
"로제마인님……."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한넬로레도 놀라 눈을 깜빡이며 얼굴을 들었다. 멍한 표정으로 첫째 부인과 나를 번갈아 본다.
"플루트레네5의 위안과 린슈메르6의 위안이 다르듯, 제삼자가 보아 좋은 환경과 당사자가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은 다릅니다. 변함 없는 평온을 원하는 자에겐 글류크리테이트7의 가호는 불필요하다며, 저의 스승도 불평하고 계셨습니다."
페르디난드때와 같은 쓸데없는 참견은 필요 없다고 말하자, 첫째 부인이 처음으로 안색이 변했다.
"……에렌페스트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한넬로레를 요구한 것입니까?"
"그저 귀찮은 딧타 승부를 피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한넬로레님을 두번째 부인으로 얻겠다고 하면, 레스티라우트님 혼자서는 결정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우브와 상담하게 되어 조금 시간을 벌거나, 딧타도 회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레스티라우트님의 독단으로 인해 승부를 받게 되어버리긴 했습니다만."
알고 계시죠? 라고 내가 묻자, 첫째 부인은 미소를 지우고 한넬로레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그럼 한넬로레를 원해서 딧타의 조건으로 내건 것이 아니라는 것인가요?"
"네. 에렌페스트에서 한넬로레님을 받는다니, 너무 실례가 아닌가요? 이쪽이 이기면 그 조건은 처음부터 파기할 예정이었습니다. 한넬로레님이 원하시는 곳으로 시집가실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라고요?"
레스티라우트와 빌프리트가 딧타의 세부 규칙을 정하고 있을 때, 나는 한넬로레와 함께 에렌페스트가 이겼을 경우에 대해 이야기해 두었는데, 어쩌면 못 들었던 걸까.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의 옆에서 양부모님이 훗 하고 웃었다. 적의 약점을 발견하고, 그곳을 공격하려는 전사의 미소이다.
"방금 전에 아렌스바흐의 예를 들어 말씀하신 것처럼, 에렌페스트는 아직 대영지의 공주님을 받아들일 체제가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딸의 행복을 바란다면, 부디 이쪽의 제의를 쾌히 받아들여 주시지요."
한넬로레가 시집간다는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양부님이 제안했다. 그렇게나 에렌페스트의 체제를 비난하던 것이다. 딸이 시집 갈 필요가 없어졌으니 분명 기쁠 것이다.
그러나 첫째 부인은 그대로 조금 생각에 잠겼다. 별로 시집오지 않아도 좋아요, 라고 말하고 있는데도, 바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렇다면, 한넬로레 본인이 에렌페스트로 시집 가는 것을 원할 때에는 어떻게 할 생각이신가요? 상식을 배우고 첫째 부인으로서 한넬로레을 받아들이실 것인가요? 아니면 어디까지나 몰상식한 대응으로 일관하실 건가요?"
"송구스럽습니다만, 에렌페스트는 아직 상위 영지의 방식이 적합치 않은지라……."
양부님이 방긋 웃었다. 몰상식하다 해도, 우선해야 할 것은 숙청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에렌페스트의 안정이다. 귀족들이 난리를 일으킬 만한 계기는 필요 없다.
"어디까지나 두번째 부인이라는 것인가요……."
"어머님, 승자는 에렌페스트입니다."
다시 무언가 말해오려는 듯한 첫째 부인의 소매를 한넬로레가 떨리는 손으로 잡는다. 손만이 아니다. 온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눈에는 결의에 찬 강한 빛이 깃들어,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다.
"더 이상 에렌페스트에 폐를 끼치지 말아주세요."
"한넬로레?"
한넬로레가 다른 테이블에서 타령의 귀족을 상대하고 있는 빌프리트를 향해, 천천히 시선을 돌린다.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조금 가늘게 뜬 부드러운 눈빛에, 살풋 미소를 띄며 벌어진 그 입술에 희미한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눈의 착각일까.
"전, 전장에서 누군가가 지켜주겠다는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전 정말로 에렌페스트에 시집을 가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넬로레는 한번 눈을 감았다가 바로 첫째 부인을 보았다. 대응할 상대를 발견한 강한 눈빛에, 조금 전까지의 부드러운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에렌페스트는 대영지의 영주 후보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렇다면 그것은 그저 폐를 끼칠 뿐이 아닌가요. 억지로 승부를 강요하고, 심지어 패자가 승자에게 폐를 끼치려는 것입니까? 적어도 승자의 소망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요?"
한넬로레의 말에 첫째 부인이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계산 착오라고 할까, 예상 외의 일에 당황하는 듯한 표정이다.
"한넬로레, 그대……."
"어머님, 상대가 원하지 않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바르지 않습니다. 주위가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안배하며, 자신의 소원을 이루도록 일조하게 하는 것이 단켈페르가의 여자이지요? 이번 협상에서 어머니는 에렌페스트에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물러나, 에렌페스트의 이익을 안배하는 곳부터 시작하지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한넬로레는 틀림없는 단켈페르가의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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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중간한 분량이 되었기 때문에 전후 편으로 나눕니다.
풀솜으로 목을 조르듯 압박해 가지만, 잘 되지 않았던 첫째 부인.
목을 조르는 풀솜을 싹둑 내리친 로제마인.
그리고, 각성한 한넬로레.
다음은 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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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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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한넬로레는 귀엽습니다. 말빨이 딸려 시무룩해 있는 양부님도 귀엽습니다.
작은 지뢰씨는 오늘도 절호조입니다.
물의 여신.
봄을 담당한다.
Fruehling (봄) + Traene (눈물)
시간의 여신.
운명과 만남을 관장한다.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의 권속.
drehen (돌리다) + Garn (실) + Uhr (시간)
바다의 여신.
너무 뜨거워진 여름을 식힌다.
대지의 여신.
생명의 신 에비리베와 함께 겨울을 담당한다.
생명의 신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의 딸인 메스티오노라를 에비리베로부터 지키기 위해, 메스티오노라를 밤하늘의 머리카락과 금의 눈동자로 모습을 위장시켜 가장 방어가 강한 슈체리아의 권속으로 보냈다.
물의 여신. 봄을 담당한다.
변화와 치유와 순수함의 상징.
치유의 여신. 물의 여신의 권속이다.
시련의 신. 시련을 넘어서면 행운을 준다.
45화. 단켈페르가와의 사교 후편
단켈페르가와의 사교 후편
"그녀의 의견에는 대체로 동의합니다만, 여러 곳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군요. 먼저 그것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첫째 부인은 이마를 누르고 가볍게 한넬로레를 쏘아본 뒤에 양부님과 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받고 있던 딧타에 관한 보고에서는 단켈페르가가 승리할 경우, 아우브·에렌페스트와 협의하여 파혼이 되었을 경우, 로제마인님을 단켈페르가의 첫째 부인으로 맞아들인다. 단켈페르가가 패배할 경우엔 한넬로레를 에렌페스트의 두번째 부인으로 출가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요."
내가 끄덕이자, 첫째 부인은 순간 의아한 얼굴이 되어 뒤를 돌아보았다. 문관같은 남성이 한발 나와 테이블 위에 종이 한장을 펼치고 다시 물러난다. 그것은 단켈페르가로 보낸 보고서와 같은, 딧타의 조건이 기재되어 있는 것이었다.
"조금 전, 로제마인님은 에렌페스트가 이기면 처음부터 한넬로레의 출가라는 조건을 취소한다고 하셨습니다만, 그것은 언제 어떻게 결정된 것인가요? 이 조건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딧타가 결정되었을 때입니다. 한넬로레님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 제가 제안했었죠?"
내가 한넬로레에 동의를 구하자, 한넬로레는 휙휙 고개를 끄덕였다.
"오라버님의 횡포에 대해 사과드렸을 때, 로제마인님이 제안해 주셨습니다."
레스티라우트와 빌프리트가 딧타 승부에 대한 세부사항을 협의하는 사이에, 한넬로레와 나는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사용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딧타 승부가 정해지던 당시의 일련의 흐름을, 기억하고 있는 한에서 설명하고 있자, 첫째 부인은 모든 것을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날, 같은 방 안에서 이뤄진 이야기로 보입니다만,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사용한 것이라면 다른 사람에게는 말이 새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두 분이서 이야기한 내용에 대해서는 신고하셨습니까?"
둘만의 비밀 대화를 멋대로 공개적인 이야기로 치부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 나는 황급히 양부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는 그날 저녁, 빌프리트 오라버님에게 보고하고, 동시에 에렌페스트에도 연락을 넣었습니다. 그렇죠, 양부님?"
"아, 세세한 경위가 적힌 보고서가 도착했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내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자, 한넬로레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오라버님에게 말씀드렸습니다" 라고 가슴을 핀다.
"한넬로레, 저녁 식사 자리이면 늦지 않았나요? 어째서 바로 그 자리에서 레스티라우트에게 신고하지 않은 거죠? 규정에 대한 협의가 끝난 이후에 그런 말을 하더라도, 이미 서명을 끝내고 있는 상황에서 조건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네? 서명?"
나는 "이기면 한넬로레의 출가는 없던 일로 한다" 라고 빌프리트에게 보고해 허가를 받았고, 한넬로레도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기에, 이야기가 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조건을 정하는 자리에서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넬로레는 레스티라우트에게 나와의 이야기를 보고했지만, 이미 세세한 결정을 마치고 레스티라우트와 빌프리트가 계약서에 서명을 한 이후였기에, 정식 조건이 아니라고 판단되었다고 한다.
"신부 훔치기 딧타에서는 반드시 이런 계약서를 만들게 됩니다. 딧타 후에 첫번째 조건을 뒤집는 일이 없도록 말이죠."
"이것은 단켈페르가에 보내는 보고서가 아니라, 계약서인가요?"
놀라서 꼼꼼히 살펴보자, 확실히 빌프리트의 서명이 들어가 있다. 예산을 각출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양부님이 계약서를 들여다보고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세부 조건을 정한 것은 알았지만, 이런 계약서를 나눴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다."
"저도 빌프리트 오라버님에게서 듣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빌프리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넬로레가 "혹시 빌프리트님은 계약서라고 인식하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라고 중얼거린다.
"단켈페르가로서는 당연한 것이고, 귀족원의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입니다만, 아우브·에렌페스트도 로제마인님도 이것이 계약서인 줄 모르셨던 건가요?"
나와 양부님은 한번 얼굴을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레스티라우트에게서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고, 예산 때문에 필요한 서류일 뿐, 계약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쪽의 설명도 부족했던 것 같네요."
첫째 부인이 살짝 얼굴을 찡그린 뒤에 딧타 승부의 조건을 가리켰다.
"이쪽에 한넬로레를 두번째 부인으로 받는다는 조건이 적혀 있지만, 그것을 해소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일단 이긴 다음에 아우브들 사이에서 제안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에렌페스트가 이기면 조건을 임의로 변경하겠다는 것인가요? 앞서 조건을 결정해 두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확실히 그럴지도.
이렇게 엄밀한 계약서까지 만들어 조건을 결정해두고 있던 것을 모르고 있다가, 이기면 더 이상의 압박을 넣지 않겠다는 말을 뒤집었다며 화를 내던 자신은 오히려 말을 뒤집으라고 단켈페르가에게 요구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반성하며 고개를 떨어뜨린 나를 향해 첫째 부인이 더욱 몰아친다.
"그리고 로제마인님은 에렌페스트가 이기면 파혼에 대한 압력을 넣지 않겠다는 레스티라우트의 말을 믿고 딧타에 응했다고 하셨죠? 하지만 그런 조건도 없습니다."
"네? 신부 훔치기 딧타는 승패가 결정된 시점에서 신부를 포기하는 것이죠? 전, 레스티라우트님에게 그렇게 들었습니다만……."
눈을 깜빡이며 묻자, 첫째 부인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렌페스트는 그 조건보다도 한넬로레를 두번째 부인으로 맞아들이는 것을 우선했다고 들었습니다. 계약서에도 한넬로레에 대한 것은 있지만, 구혼을 포기한다는 항목은 없습니다."
본래의 신부 훔치기 딧타에서는 깔끔하게 단념하는 조건이지만, 그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대신 한넬로레를 두번째 부인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내가 말한 것이다. 그래서 레스티라우트는 다른 조건으로 바뀌었으니까, 지더라도 구혼을 포기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며 단켈페르가에 보고한 것 같다.
"……포기한다는 조건이 마음대로 빠져 있었다니, 금시초문이네요."
내가 멍하게 중얼거리자, 양부님이 깊은 한숨을 뱉으며 쿡 하고 내 머리를 찔렀다.
"그대가 다른 조건을 붙인 것이니, 기존의 조건이 지워져 있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이제는 세부 내용을 결정 하는 자리에서, 별도 행동을 하며 제멋대로 이야기를 하거나, 조건의 확인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조심해라."
나에게 주의를 주고, 양부님은 첫째 부인에게 시선을 돌린다.
"이 계약서를 보고, 단켈페르가에서는 청혼의 무산보다 한넬로레님을 두번째 부인으로 데려오는 것을 우선하고 있다는 인식으로 움직였고, 에렌페스트에 이익이 돌아가도록, 이쪽에서도 다양한 제안을 받았던 것이다."
단순한 언약보다, 계약서가 있어야 정식 결정이라고 인식되는 것은 귀족의 세계뿐 아니라 상인 세계에서도 당연한 것이다. 계약서에 준하여 에렌페스트에 이익이 돌아가도록 제안한 것들이 전부 무의미하게 된 것은 순전히 이쪽의 잘못이다.
……아아아아아아! 이게 뭐야!
나는 방금 전의 자신의 언동을 떠올리며 머리를 싸맸다. 첫째 부인에게 엄청난 실례를 저질러 버리고 말았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첫째 부인의 기억을 지우고 싶을 정도이다.
"계약서와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실례되는 말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나의 사과에 양부님도 뒤를 잇는다.
"딧타를 시작하는 전제사항에 많은 어긋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확인을 게을리하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요,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신부 훔치기 딧타를 결정하는데 있어, 에렌페스트가 제반사항을 잘 모르고 있을 것인데도, 설명을 허술히 하고, 제대로 감시하지 않고, 이쪽의 미비도 컸던 것입니다. 저야말로 사과 드립니다."
왕의 허가를 받은 약혼에 대해 레스티라우트가 승부를 걸어온 것, 딧타로 폭주하기 쉬운 단켈페르가의 남자를 한넬로레가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던 것, 단켈페르가에서는 당연한 전제로부터 이야기를 진행시켜, 조건에 대한 설명이나, 계약 내용의 확인에 미비가 있었던 것에 대해, 첫째 부인이 사과한다.
"한넬로레도 반성하세요. 마음대로 출가의 이야기가 결정되며 낙심한 가운데에서도 사과를 잊지 않은 것은 좋은 태도입니다만, 딧타의 이야기가 나온 이상, 결코 남자들에게서 눈을 떼서는 안 됩니다.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추진하는 레스티라우트와 흥분이 고조되고 있는 기사들을 진정시키고, 에렌페스트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은 그대의 역할이었습니다. 친구 관계를 소중히 하고 싶다면 명심하세요."
그대도 단켈페르가의 여자로서의 자각이 싹튼 것이죠? 라며 첫째 부인이 방긋 웃자, 한넬로레의 미소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런 것 무리에요" 라는 대답이 나올 듯한 얼굴을 하면서도, 한넬로레는 고개를 끄덕인다.
"조심하겠습니다."
"그럼, 에렌페스트가 이번 딧타 승부로 원했던 것을 정확히 가르쳐 주십시오. 한넬로레를 두번째 부인으로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딧타는 절대라고 우길 이쪽의 아우브가 오기 전에 이야기를 끝내야 합니다."
힐끗 단켈페르가의 회장으로 시선을 돌린 첫째 부인의 제안에, 양부님이 자세를 가다듬었다.
"이쪽은 로제마인에 대한 구혼을 포기하게 하고 싶다. 그것이 최우선적인 희망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부탁입니다만, 두 번 다시 에렌페스트에게 딧타 승부를 제안하지 말아주었으면 합니다. 신부 훔치기나 보물 훔치기를 막론하고 말입니다."
매년 단켈페르가로부터 딧타의 신청을 받고 있지만, 에렌페스트의 부담이 크고 귀찮다며 양부님이 귀족 화법으로 에둘러 말한다.
"이번에는 결코 질 수 없었기에, 마술도구나 회복약도 상당한 양을 소비했습니다. 이런 소모를 감당하며, 몇 번이나 단켈페르가를 상대할 수는 없습니다. 에렌페스트는 보잘 것 없는 중영지니까요."
양부님의 말에 "매년 딧타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제 눈에 들어오는 범위 내라면 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라고 첫째 부인은 약속했다.
"다만 에렌페스트도 쉽게 승부를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주세요. 받아버리면 이쪽에서는 간섭할 수가 없습니다."
"……예."
첫째 부인에 의하면, 단켈페르가에서는 매년 보물 훔치기 딧타에 응해오는 에렌페스트는 정말로 딧타를 좋아하는 영지라고 인식되어 있는 것 같다. 루펜에게도 "허약해서 기사 코스를 하실 수 없는 로제마인님이지만, 페르디난드님과 마찬가지로 보물 훔치기 딧타를 좋아하신다" 라는 보고서를 받고 있다고 한다.
……전혀 아니거든!
"로제마인님은 아우브·에렌페스트가 말씀하신 조건으로 괜찮으신가요?"
"저에게 소중한 것은 에렌페스트에 있습니다. 그러니 좋은 조건을 제시받아 마음이 흔들리는 일은 있어도, 에렌페스트를 나간다는 결단은 하지 않습니다."
내가 분명히 말하자, 첫째 부인은 조금 표정을 느슨하게 했다.
"한넬로레, 당신이 알고 있는 에렌페스트의 이익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어머니?"
"딧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매 년 영지에 폐를 끼치고 있었죠? 앞으로의 관계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도 조금은 사과의 물건을 준비해야 합니다. 로제마인님 개인이 아니라 에렌페스트에 대한 사과가 될 수 있을 만한 것이 없을까요."
첫째 부인의 말에 한넬로레는 조금 생각에 잠긴 뒤에 짝 하고 손을 마주쳤다.
"오라버님의 그림을 드리는 것은 어떠하련지요? 그 딧타 이야기의 삽화를, 로제마인님도 빌프리트님도 원하셨습니다. 그러나 오라버님이 인쇄 과정에서 다른 분의 손이 들어가는 것은 싫다고 하셔서,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보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사용해도 상관 없다는 형태로 드리면 에렌페스트의 인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넬로레는 첫째 부인의 반응을 살피며 설명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해도, 들어주지 않고, 한 번도 통한 적이 없다던 한넬로레의 붉은 눈이 자랑스러운 듯 생생하게 빛나고 있다.
"한넬로레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만, 레스티라우트의 그림이 정말로 에렌페스트의 이익이 되는 건가요?"
의심스러운 듯한 첫째 부인과 기대에 찬 한넬로레를 번갈아 보며, 나는 "됩니다!" 라고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딧타 이야기의 매출적으로 훌륭한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죠, 양부님?"
"……그게 아니라도 유익한 것이 있지 않겠나."
모처럼이니 단켈페르가의 비호라도 부탁하라며, 양부님이 머리를 누르며 투덜거렸다. 그러자 첫째 부인은 "하긴, 단켈페르가의 방패는 로제마인님이 깨뜨리셨으니까요" 라고 웃는 얼굴로 넘기고, 레스티라우트의 그림으로 사과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척척 진행시켜 나간다.
"에렌페스트로서는 고맙습니다만, 레스티라우트님의 그림을 마음대로 받아버려도 괜찮을까요?"
"레스티라우트에게는 자신에 관한 것이 타인에 의해 마음대로 결정되어 버리는 기분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딸의 출가처를 마음대로 결정한 일에 비하면, 너무 봐주고 있다 싶을 정도입니다. ……그렇네요, 그 그림도 에렌페스트에 드릴까요."
첫째 부인은 "기숙사에는 레스티라우트의 역작이 있습니다" 라며, 뭔가를 꾸미는 것처럼 쿡쿡 웃었다.
……아, 첫째 부인의 미소에서 페르디난드님과 비슷한 분노가 느껴진다. 레스티라우트님, 힘내라.
딧타 승부의 이야기가 일단 마무리되자, 그 다음은 그림 거래의 계약에서 인쇄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역사책이나 딧타 이야기를 어느 정도 준비하는지, 어떻게 팔려고 하는지 등을 물어와, 나는 차례로 답한다.
"단켈페르가의 책을 인쇄하기 위해, 가능하면 단켈페르가에서도 인쇄기를 들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인쇄 마술도구를 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감입니다만, 인쇄 마술도구는 판매할 수 없습니다."
인쇄기는 마술도구가 아니니까, 라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자, 첫째 부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레스티라우트의 보고에 의하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인쇄 기술은 타령에 낼 예정이 없지요? 하지만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인쇄를 확산시켜 나갈 생각인가요?"
보통은 중앙과 대영지에 팔아서 위에서부터 새로운 기술을 흘리기에, 에렌페스트에서 감추는 이유를 알고 싶어 했다. 에렌페스트의 생각은 상식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 때문인 걸까.
"당분간은 다양한 영지로부터 원고를 받아, 에렌페스트에서 인쇄하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인쇄에 관한 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하게 된 이후에 확산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에렌페스트의 귀족도 아직 모르는 것이지만, 인쇄의 권리와 돈의 흐름을 영지 내에 확산시키고, 그것을 타령에게도 넘겨주려고 한다.
내 말에 양부님이 끄덕이며 첫째 부인에게 미소지었다.
"언젠가, 로 괜찮으시다면, 타령으로 넓히는 것이 결정되었을 때에는 제일 먼저 단켈페르가에 제의하겠다는 약속은 할 수 있습니다."
" 그렇습니까. 그리고 이쪽에서 신경쓰이는 것은 페르네스티네 이야기에 대한 것입니다만……."
모델이 누군지 아는 양부님은 심각한 얼굴을 한 첫째 부인의 앞에서 웃어버리지 않으려고 입가를 누른다.
첫째 부인은 1권을 읽은 한에서는 내가 페르네스티네의 모델이며, 에렌페스트에서 학대받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귀족원에서 이야기를 모아 책을 교환하기 시작한 것도 로제마인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야기에 섞인, 로제마인님의 구원을 청하는 목소리라고 느껴질 것입니다. 귀족 회의에서 들려오는 에렌페스트의 소문은 좋은 것이 거의 없으니까요."
페르디난드를 구해내기 위해 폭주한 단켈페르가가 이번에는 나를 구출하려 덤비는 식의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고삐를 잡아야 한다고 첫째 부인이 말한다.
역시 이 자리에서 "모델은 제가 아니라 페르디난드님이에요" 라고는 할 수 없다. "왕명으로 아렌스바흐로 가게 되어, 그에 절망해 있던 어머님이 원고 작성에 열정을 불태운 결과입니다" 라는 것은 더욱 말할 수 없다.
"2권을 읽으면 그런 느낌은 없어질 것 같으니, 타령에 빌려드릴 때에는 두 권을 동시에 대여하기로 하겠습니다. 친절한 충고에 감사드립니다."
"1권이 도중에서 끝나 아쉬웠기에, 두 권의 동시 대여에 기뻐하실 분도 많겠지요. 정말로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한넬로레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이야기하며 에렌페스트의 책을 칭찬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니, 페르네스티네 이야기가 세 권 완결인 이야기라는 것을 아직 알려주지 않은 것 같았다. 2권을 기대하고 있는 한넬로레에게 나는 조용히 말했다.
"저, 한넬로레님. 사실 페르네스티네 이야기는 3권까지 있습니다."
"그런……."
뺨을 누른 한넬로레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뒷 이야기가 빨리 보고 싶지만, 3권 완결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한넬로레 옆에 있는 첫째 부인은 책의 판매 방법에 대해서 양부님과 이야기하고 있다.
……영지 대항전은 영주 회의의 전초전이라고 전에 들은 적이 있는데, 영주 회의도 이런 느낌으로 협상하는 건가?
주위의 문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가벼운 목소리가 끼어들어왔다.
"대단히 즐거워 하시는 와중에 실례입니다만, 인사만이라도 부탁드리옵니다."
페르디난드와 디트린데가 찾아왔다. 바로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페르네스티네 이야기의 모델의 등장에, 양부님의 입이 니얏 하고 움직인다. 평소라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건가?" 라는 말이 나올 듯한 양부님의 표정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페르디난드는 만들어 붙인 미소로 디트린데의 바로 뒤를 지킨다.
……안색 나빠!
페르디난드의 안색이 확실히 나쁘고,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얼굴이 되어 있다. 만들어 붙인 미소로도 숨겨지지 않는다. 온화하게 보이는 억지 미소가 화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디트린데가 비위를 건드릴 만한 짓이라도 한 것일까?
"약혼자와의 인사로 모든 영지를 다니지 않으면 안 된답니다. 전, 정말로 바빠서……이쪽에 단켈페르가의 첫째 부인도 계시다니, 마침 상황이 좋네요."
……아, 페르디난드님의 미소가 깊어졌다.
디트린데는 나와 양부님이 아니라 단켈페르가의 두 사람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공동 연구에 관한 이야기다.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의 공동 연구도 매우 흥미롭고 많은 사람이 모인 것 같습니다만, 페르디난드님의 제자에 의한 아렌스바흐의 연구도 멋지답니다. 꼭 보러 오시지요."
디트린데가 공동 연구에 대한 것을 어필하는 것을 흘끗 보고, 페르디난드가 나와 양부님 쪽으로 다가온다. 나는 양부님께 한마디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능한한 품위에 신경쓰면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페르디난드님, 오랜만……이후이하!"
재회와 동시에 뺨을 뿌잇 하고 꼬집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아직 화낼 만한 보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만의 통증에 울상이 되어 뺨을 누르며 올려다보니, 페르디난드의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냉랭한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고, 미간에는 뚜렷하게 주름이 새겨져 있다.
"너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여기서는 참아 두겠다."
"그럼 볼을 꼬집는 것도 참아주시지요."
"흠. 다음엔 고려하지."
"……고려만 하는 것은 아니겠죠? 실행도 해주세요."
내가 정색하고 노려보자, 페르디난드가 흥 하고 코를 울렸다. 절대로 다음에도 꼬집을 거라는 느낌이다.
"단켈페르가가 이곳에 있는 것을 보고 온 것이다. 로제마인, 그 망토는 가져왔나?"
"물론입니다."
내가 돌아서서 리할다를 보자, 바로 푸른 망토가 나왔다. 페르디난드가 그것을 손에 들고 첫째 부인의 뒤에 있는 기사들을 향해 걸어간다.
"하이스힛체를 불러주지 않겠는가?"
기사 한명이 올도난츠를 보내자 곧바로 하이스힛체가 찾아왔다. 딧타를 하는 것도 아닌데도 흥분상태로 매우 기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페르디난드님, 약혼을 축하드립니다. 신전에서 나오신 것을 보게 되어, 정말로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약혼을 축하하는 하이스힛체에게 페르디난드는 아주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
"아아, 이보다 더할 수 없는 환경을 얻을 수 있도록, 단켈페르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협력했다고 들었다. 단켈페르가의 분투 덕에, 나는 베로니카님의 손녀인 디트린데님과의 인연을 얻은 것이다. 정말이지 말로는 할 수 없는 추억들로 한가득이다."
"어머, 페르디난드님도 참, 저를 그렇게 칭찬해 주시다니."
수줍은 얼굴이 된 디트린데의 주위로 축하의 말이 걸려온다.
그런 가운데, 하이스힛체는 홀로 새파란 얼굴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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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부인과 정보의 연계.
한넬로레의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일러스트를 손에 넣었습니다.
단켈페르가에서 보내오는 그림에는 전구장식 봉납춤을 그린 그림이 섞여 있어, 레스티라우트가 절규하게 됩니다.
그리고 페르디난드&디트린데의 등장.
다음은 첫째 부인을 포함한 아렌스바흐와의 사교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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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페르디난드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응?)
46화. 아렌스바흐와의 사교
아렌스바흐와의 사교
……하이스힛체씨는 알고 있구나. 페르디난드님이 베로니카님에게 미움받고 있었던 것을.
혼자서만 동떨어진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나는 하이스힛체를 주시했다. 페르디난드의 성격으로 미뤄봐도, 자기 자신의 입으로 미움받고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스톡스나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힐쉬르 같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들은 걸지도 모른다. 적어도 하이스힛체는 에렌페스트에서도 일부 사람밖에 모르는 페르디난드의 사정을 알 정도로 가까웠던 사람일 것이다.
"아렌스바흐에서 디트린데님을 지탱해야 하는 나로서는 이젠 더 이상 그대와 딧타를 할 만한 형편이 아니게 되었다. 언제까지나 가지고 있을 수도 없으니, 이것은 돌려주도록 하겠다."
페르디난드는 웃는 얼굴 그대로, 푸른 망토를 하이스힛체의 손에 쥐어주었다.
"페르디난드님, 이것은……."
하이스힛체는 망연한 얼굴로 자신의 손에 돌아온 푸른 망토와 페르디난드를 번갈아 본다. 어쩌면, 신전으로 들어갔을 때에는 돌려받지 못했던 망토를 이제 와서 일부러 돌려주는 의미를 알아챈 것이 아닐까?
"다행히지 않나. 소중한 망토가 돌아와서."
"부인께서도 분명 기뻐하시겠지."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하이스힛체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었다. 분명 하이스힛체의 뒤에서 어깨를 두드리고 있는 기사들에는 그의 핏기가 가신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주위로부터 "잘 됐다" 라는 말을 들으며 딱딱하게 굳어 있는 하이스힛체에게, 페르디난드가 훗 하고 웃음을 흘린다.
"오랫동안 빼앗겼었던 소중한 망토가 돌아온 것이다. 좀 더 기뻐하는 것이 어떤가, 하이스힛체?"
웃는 얼굴과는 상반되는 몹시 음산한 목소리는, 마치 "약혼을 축하하는 것처럼 웃어" 라는 명령처럼 들린다. 차가운 목소리의 주인공을 한번 본 하이스힛체는 고개를 숙이고 망토를 꾸욱 쥐고는 어색한 웃음을 띄운다.
"설마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이 망토를 돌려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내도 기뻐할 겁니다."
본의 아니게 최악의 상황에 몰아넣는 것을 도왔다는 현실을 깨달은 하이스힛체가 사과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고, 기뻐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강요하는 페르디난드의 사이에 슬쩍 끼어드는 사람이 있었다.
"어머, 어째서 그쪽의 소중한 망토를 페르디난드님께서 가지고 계셨던 것인가요?"
긴박한 분위기를 전혀 읽을 생각이 없는 디트린데가 흥미로운 듯 눈을 빛내며 하이스힛체를 올려다보자, 주위의 기사들이 경쟁적으로 사건의 발단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귀족원 시절부터 계속해서 하이스힛체는 망토를 되찾겠다며 도전하고 있었습니다."
"어머! 아내가 되실 분의 망토를 뺏어가다니, 어쩜 그리도 심한 짓을! 전, 페르디난드님이 그렇게 냉혹한 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기사들의 익살맞은 어조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듣고 꾸짖기 시작한 디트린데의 모습에, 당황한 기사들이 숨을 삼키며 얼굴을 마주 본다.
"아, 아니, 페르디난드님은 돌려주려고 하셨지만, 딧타에서 이길 때까지는, 이라고 고집을 부린 것은 하이스힛체 였습니다."
"그래도, 정성껏 수놓은 망토를 빼앗겨 버리다니……."
"괜찮습니다. 단켈페르가의 남자는 몇번이라도 도전하니까요."
디트린데의 상대를 기사들에게 맡기고, 페르디난드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한 걸음 물러서서 슥 하고 등을 돌렸다. 그리고 테이블 쪽으로 돌아와, 양부님에게 "소란스럽게 해서 미안하군" 라고 중얼거리고, 단켈페르가의 첫째 부인과 한넬로레에게 인사한다.
"페르디난드님, 이쪽으로 오시지요."
디트린데가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본 브륀힐데의 지시로, 바로 페르디난드의 자리가 준비되어 차와 과자가 나왔다. 양부님의 차와 과자도 동시에 교체되고, 양부님은 차와 과자를 한 입씩 입에 댄다.
"아아, 에렌페스트의 맛이군."
한 모금, 차를 마신 페르디난드가 가슴 속에서 우러나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아렌스바흐에서 일상적으로 마시는 차와는 종류가 다른 것 같다. 페르디난드가 가장 선호하는, 찻잎이 들어간 카트르 카르가 준비되어 있지만, 그것은 조금만 먹고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에게 불하했다.
"유스톡스, 에크하르트. 오랜만의 고향의 맛이다. 그대들도 맛보도록."
"송구합니다."
페르디난드에게 있어,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에렌페스트의 공간 내에 있는 동안, 두 사람에 짧은 휴식을 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불하받은 접시와 함께 조금 뒤로 물러난다.
아렌스바흐의 호위기사를 뒤에 세운 페르디난드는 천천히 차를 마시며 첫째 부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 에렌페스트와의 공동 연구를 보았습니다만, 단켈페르가에 그런 낡은 의식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것에 놀랐습니다. 이번 연구로 축복을 얻는 데 성공하게 된 것은 참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낡은 의식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도, 귀족원에서 루펜이 가르치고 있던 것은 모르는 모양이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페르디난드님은 단켈페르가의 의식을 알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귀족원에 있을 당시에 루펜 선생님도 계셨던 거죠?"
나의 질문에 페르디난드가 "모른다" 라고 고개를 흔들고, 한넬로레가 보충한다.
"저도 이번의 연구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만, 기사 과정의 선생님 중 한 분이 퇴임하시고, 루펜 선생님이 기사 과정의 교육 책임자가 되시면서 가르치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젊은 세대라면 어느 영지라도 알고 있는 춤이라며, 관람객들은 성인이 된 기사들에게도 가르쳐서 마수 사냥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단켈페르가의 영향력이 또 다시 강해지는 것이 아니련지요."
페르디난드의 말에, 양부님도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렌페스트로서도 내년, 겨울의 주인의 토벌 전까지는 어떻게든 터득하고 싶은 참입니다."
양부님에 의하면, 우리들로부터 들어온 정보를 토대로 시도해보긴 했지만, 올해는 축복을 얻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주력인 기사들 대부분이 춤을 익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은 어렵다는 것 같다.
"단켈페르가의 기숙사에서도 의식의 성공률은 8할 정도인 것 같습니다만, 영지의 성인들은 거의 성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식의 성공률은 흘리는 마력량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첫째 부인에 의하면 귀족원으로부터의 정보로 영지에서도 축복을 얻기 위한 의식이 거행된 것 같다. 그 때마다 딧타를 하고, 효율적으로 마력을 봉납하기 위해서는 신구를 만드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며, 아우브를 비롯한 기사들이 신전으로 떼로 몰려가는 바람에 상당한 소란이 있었다고 한다.
"신전측의 마음 고생이 상당했겠군. 그렇지 않은가, 로제마인? 조금만 생각해 보면, 마침 봉납식으로 바쁠 시기이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자신이 단켈페르가의 신전장이었다면, 하고 상상한다. 그 동안 귀족들이 전혀 신경쓰지 않던 신전, 그것도 봉납식 중이라는 타이밍에, "신구를 내와라" 라며 아우브를 비롯한 기사들이 때거지로 몰려들어 오는 것이다. 심장 마비로 아득히 높은 곳에 오르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정말 그 때는 대체 무슨 짓을 해주시는 건가 하고, 로제마인님을 원망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조금 아득한 눈을 하고 있는 첫째 부인과 단켈페르가의 신전장에게 마음 속으로 사과하고 있자, "로제마인을 원망?" 이라며 페르디난드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무심코 굳어버린 나를 대신해, 한넬로레가 "단켈페르가가 폭주하고 있었을 뿐이고, 로제마인님은 아무 것도 나쁜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페르디난드님" 이라고 변호해준다.
……역시 한넬로레님!
내가 감동한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 의식으로 축복을 얻게 된 것은 로제마인님의 공적입니다. 형식만 남아 버렸던 의식을 로제마인님이 흉내내, 라이덴샤프트의 창으로 마력을 바친 순간, 축복의 빛의 기둥이 솟은 것입니다. 그리고 강력한 축복이 내려진 것을 알게 된 단켈페르가가 의식을 부활시키려 애썼을 뿐입니다."
……안대에에에엣! 한넬로레님, 거기서 스톱! 페르디난드님의 눈이 무서워!
"호오? 편지에는 그렇게 자세한 내용은 쓰여져 있지 않았다만, 로제마인은 대활약했었던 모양이로군."
"네. 로제마인님이 진행한 에렌페스트의 봉납식도 멋있었습니다. 첸트도 기뻐하고 계셨습니다."
……제발. 그만, 멈춰줘어.
봉납식에 관해서는 혼나지 않으려고 최대한 지장이 없는 부분만 골라서 썼기에, 저녁 식사 전에 혼날지도 모르는 내용이 알려져 버리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페, 페르디난드님! 모든 영지에 인사를 가야 하니, 매우 바쁘시지 않나요!? 이렇게 계속 붙잡아 두는 것도 죄송하고……."
"걱정 마라, 로제마인. 디트린데님이 움직일 수 없는 이상, 어쩔 수 없다. 그보다도 나는 네가 무엇을 했는지가 궁금하다. 편지로는 알 수 없는 것도 많았으니까 말이지."
숨기는 것이 많이 있는 모양이군, 이라고 눈이 입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양부님과 한넬로레에게서 이야기를 알아내려는 페르디난드의 모습에 스윽 핏기가 가신다. 양부님에겐 상세한 보고서를 제출했고, 한넬로레는 내가 저지른 사건의 대부분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클났다. 누군가 도와줘!
"이쪽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시나요?"
기사들의 이야기가 일단락되었는지, 디트린데가 테이블로 왔다. 한넬로레가 방긋 웃으며 "공동 연구의 이야기입니다" 라고 대답하자, 심록의 눈을 반짝 빛낸다.
"아렌스바흐의 연구는 페르디난드님의 제자가 진행한 것으로, 도서관의 마술도구를 얼마나 적은 마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착안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정변 후, 중급 귀족인 솔란지 선생님 혼자서는 유지할 수 없었던 마술도구를 유지하기 위한 연구이며, 자료의 보존이라는 관점에서, 왕족들에게도 매우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거, 내가 쓴 보고서 그대로다. 게다가 개인 도서관 운영에 있어, 매우 유익한 연구라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졌는데.
"죄송합니다만, 디트린데님. 저희들이 이야기하고 있던 것은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의 공동 연구에 대해서입니다."
아렌스바흐의 연구에 대해서는 그다지 듣지 못했고, 화제로도 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첫째 부인에게 지적받은 디트린데는 "어머!"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대로 아렌스바흐의 연구에 대해 설명하시지 않으면 곤란해요, 페르디난드님."
……네?
멍해 있는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인사하러 돌아다니느라 많이 바쁘다는 디트린데는 에렌페스트의 근시 견습들에게 자리를 준비시키고, 아렌스바흐의 연구에 대해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소리를 녹음하는 마술도구도 있어서, 전, 아렌스바흐의 연구로 뜨거운 사랑의 말을 듣고 있는 것입니다. 호호호……."
뜨거운 사랑의 말을 하는 것은 슈밀 인형이잖아요, 라고 마음 속으로만 츳코미를 넣는 나와는 달리, 첫째 부인은 제대로 소리 내어 지적했다.
"아렌스바흐의 연구가 아니라 에렌페스트와의 공동 연구라고 하셔야 하지 않나요? 그다지 듣기 좋진 않네요."
"어머, 저의 약혼자인 페르디난드님의 제자에 의한 연구니까 아렌스바흐의 연구와 동일한 것이에요."
첫째 부인의 미소에 말 못할 곤혹스러움이 섞였다. 흘끗 나를 보는 눈이 "연구 성과를 빼앗긴 것은?" 라고 묻고 있다. 단켈페르가와는 제대로 협상했으면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여기서 아렌스바흐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일 수는 없다. 나는 방긋 첫째 부인에게 미소지었다.
"아렌스바흐와 에렌페스트의 공동 연구가 어떤 것인지, 꼭 직접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근시 견습과 기사 견습이 열심히 한 것이랍니다."
"……문관 견습이 아닌가요? 공동 연구죠?"
첫째 부인이 더욱 난감해하며,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이 되어 버렸다. 영지 대항전의 연구는 문관 견습이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마술도구를 귀여운 인형으로 만든 것은 리제레타이고, 사랑의 말을 불어넣은 것은 라우렌츠이니, 거짓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귀여운 슈밀 인형이 에렌페스트의 상징입니다."
"맞다, 로제마인님의 말씀으로 떠올랐습니다. 페르디난드님에게 부탁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짝 하고 손을 마주친 디트린데가 "페르디난드님" 라고 말한다. 페르디난드는 디트린데의 상대를 나와 첫째 부인에게 맡기고, 양부님과 한넬로레에서 여러가지로 캐묻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디트린데가 말을 걸어오자 페르디난드는 만들어 붙인 미소와 함께 "무엇이죠?"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까도 부탁했던 것처럼, 전, 그 슈밀 인형을 가지고 싶습니다. 라이문트도 페르디난드님도 그 인형은 로제마인님 것이라고 말씀하셨죠? 그러니, 기꺼이 양보해 주도록 부탁해 주세요. 저의 부탁, 들어주시는 거죠?"
사랑의 말을 속삭이는 슈밀을 갖고 싶어서 라이문트와 페르디난드에게 부탁했지만, 이미 거절당한 뒤인 것 같다. 페르디난드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눈을 깜박거리며 디트린데를 바라본다.
"에렌페스트가 준비한 전시물이지요?"
첫째 부인의 의아한 듯한 질문에 나는 끄덕 하고 수긍했다. 달라고 해도 곤란하다. 그것은 레티시아에게 주기 위한 슈밀이다.
"디트린데님. 정말 죄송합니다만, 저것은 다른 분에게 양도하기로 결정되어 있습니다."
"그럼 그 분과 협상하겠습니다. 누구에게 양도하시나요?"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디트린데에게 한넬로레가 우물쭈물 말을 걸었다.
"저, 디트린데님. 슈밀의 인형이라면 자신의 근시에게 만들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지요?"
"설마 아렌스바흐의 근시 중에는 인형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니겠죠?"
첫째 부인의 추가타에 디트린데가 휙 하고 시선을 돌리며 턱을 치켜들었다.
"보통 인형이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전시품인 점으로도 알 수 있듯이, 마술도구입니다. 설계도나 권리를 차기 아우브인 저보다 먼저, 로제마인님이 라이문트에게서 뺏은 것입니다. 아무리 공동 연구라고 해도, 차기 아우브와도 의논하지 않다니, 정말 곤란하네요."
"연구자로부터의 매입은 당사자와 하는 것이기에, 차기 아우브의 허가는 물론, 아우브의 허가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대로 라이문트에게 돈을 주고 사들였고, 문제는 없습니다."
나는 즉각 반박했다. 부정하지 않으면 디트린데의 주장이 맞다고 여겨진다. 첫째 부인의 표정이 정말로 미묘한 것이 되었다. 주위의 반응을 천천히 둘러본 페르디난드가 일견 부드러워 보이는 미소를 띄운다.
"디트린데님. 양도할 대상이 결정되어 있는 물건을 그렇게 조르면, 주위가 곤란해 합니다."
조금은 분위기를 읽고 어리광을 멈춰라, 라는 말은 디트린데에게만 통하지 않은 것 같다. 불만스러운 얼굴이 되어, 페르디난드를 노려본다.
"페르디난드님, 제가 갖고 싶다고 하잖아요. 약혼자라면 조금은 부탁을 들어주셔야죠."
"알겠습니다. 마술도구만 있으면 괜찮은 것이라면, 아렌스바흐에서 공방을 얻게 된 후에 제가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미안하다만, 로제마인. 공방을 얻으면 설계도를 보내주면 좋겠군."
……마술도구를 만들테니까 공방을 달라고 하는 건가요.
어리광에 끌려가는 것처럼 가장하면서 자신의 비밀방 겸 공방을 손에 넣으려고 하는 페르디난드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나도 웃는 얼굴로 보조한다.
"페르디난드님이 공방을 얻게 되면 연락을 주세요. 바로 편지로 설계도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어머, 약혼자가 직접 만들어 주시는 것이라니, 근사하네요. 잘됐네요, 디트린데님."
한넬로레가 미소와 함께 그 자리를 원만히 수습했지만, 디트린데는 전혀 기뻐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페르디난드님이 공방을 얻는 것은 성결식 이후입니다. 한참 뒤의 일이 아닌가요. 전, 다른 누군가보다 먼저, 지금 당장 가지고 싶은 거에요. 로제마인님은 설계도가 있으니, 다시 만들면 되지요?"
원만히 수습될 것 같던 분위기가 아무렇게나 짓밟히며, 페르디난드는 관자놀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한숨을 뱉고, 첫째 부인과 한넬로레가 거북한 듯이 얼굴을 마주한다.
"디트린데님은 항상 이런 식으로 에렌페스트에게 요구하고 계신 건가요?"
"당연하지 않습니까. 전, 아렌스바흐의 차기 아우브니까요."
첫째 부인이 이마를 누르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페르디난드는 한쪽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리며 미소짓고, 양부님도 가볍게 어깨를 움츠린다.
그런 가운데 리제레타가 나의 뒤에 가볍게 앉아, 나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로제마인님, 전시 중인 슈밀은 디트린데님에게 드리는 것이 어떻까요? 저, 다시 만들겠습니다."
"리제레타……."
"페르디난드님이 곤란해 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은 괴로우시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혼자서는 좀처럼 만들 수 없지만, 리제레타가 만들어 준다면 페르디난드에게 곤란한 표정을 짓게 하기보다는 슈밀을 주는 것이 낫다.
"영지 대항전이 끝난 이후에 드리겠습니다. 말씀하셨던 것처럼, 양도하는 부분은 다시 만들겠습니다."
"어머, 기뻐라."
디트린데가 밝은 목소리로 기뻐하고, 페르디난드는 "미안하다, 로제마인" 이라며 나에게 사과한다.
"페르디난드님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저의 근시는 정말로 재주가 좋아, 다시 새 것을 만들어 줍니다."
"그렇지만……."
페르디난드가 그런 얼굴을 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지만, 잘 되지 않는다. 어떡하지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한넬로레가 방긋 미소를 지었다.
"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만, 그 슈밀이 또 에렌페스트의 새로운 유행이 될 지도 모르겠네요."
"네. 에렌페스트의 유행이라고 하면 머리 장식입니다만, 디트린데님은 쓰지 않으시나요? 오늘 아침에 보았습니다만, 레스티라우트가 주문한 머리 장식도 훌륭했습니다."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주는 한넬로레의 말에, 첫째 부인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슈밀에서 머리 장식으로 화제를 바꾼다.
"물론 페르디난드님이 주신 것이 있습니다만, 모두에게 보이는 것은 내일의 졸업식에서입니다. 오늘 달아 버리면 놀라움이 줄어 버리겠죠? 내일을 기대해 주세요."
……아니, 놀라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전, 차기 아우브로서 부끄럽지 않은 차림으로 졸업식을 치를 것이니까요."
디트린데가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피고 있는 중에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그 자리에 몇 명이나 있기에, 누구를 향해서 날아온 올도난츠인지 몰라, 자리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이 가볍게 손을 내민다. 흰 새는 내 손에 내렸다.
"로제마인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이런 말이 들어 있다니, 저는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했습니다! 에렌페스트는 아렌스바흐를 속일 생각이군요!"
떽떽거리는 프라우렘의 고성이 세번 반복되었다. 귀를 막고 듣는 것이 적당한 성량이다. 목소리는 들리지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너는 뭔가 보고를 빠트린 건가?"
"프라우렘 선생님에게는 전부 보고했을 터입니다만……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저, 로제마인님. 발언을 허락해주겠습니까? 그, 어쩌면, 입니다만……."
리제레타에게 허가를 내주자, "그 슈밀에 녹음한 마지막 말이 원인인 것이 아닐까요?" 라고 말했다.
"전시하기 위해, 오늘 아침에 뮤리에라가 가지고 갔는데, 프라우렘 선생님은 처음의 한두마디만 듣고 끝까지 확인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에 뭔가 있는 건가? 나는 오늘 아침에 라이문트로에게 설명을 듣고, 꽤나 바……이상한 말을 넣었다고 머리를 안고 있었다만……."
은근한 사랑의 말을 속삭이는 슈밀 인형이라고 설명받고, 슈밀의 첫 한마디만으로도 페르디난드는 기브 업 한 것 같다. 모두 열 종류가 있다는 말에, 남자의 목소리로 속삭이는 사랑의 말을 끝까지 듣기 위해, 마력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랑의 말은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를 비롯한 에렌페스트의 책 선전을 넣었습니다."
내가 불어넣은 선전 문구를 말하자, "그런 선전이 아렌스바흐의 전시물에서 흘러나오다니……." 라며 디트린데가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실례하겠습니다! 다른 영지에도 인사를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걸요! 가요, 페르디난드님."
왜 끝까지 확인하지 않은 걸까? 라고 생각하면서, 분연히 걷기 시작한 디트린데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 큭큭 하고 작은 웃음 소리를 흘리며 페르디난드가 일어섰다.
"그토록 아렌스바흐의 연구라고 가슴을 피고 있던 가운데 에렌페스트의 책 선전이 흘러나온 것인가. 정말이지 너는……. 정말 무슨 짓을 할지 예측할 수가 없구나."
페르디난드가 걸어나가며, "참 잘했다" 라며 나의 머리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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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힛체씨에겐 안된 일입니다만, 망토는 반납되었습니다.
그리고 디트린데는 공기를 읽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갑니다.
첫째 부인은 역시나 아렌스바흐와 에렌페스트의 관계에 대해 눈치챘습니다.
에렌페스트 책의 CM이 아렌스바흐의 회장에서 폭발.
다음은 왕족과의 사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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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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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펑-! 이번에는 지연신관이네요. (웃음)
류르라디 시점 영지 대항전으로의 결의
제509화 아렌스밧하와의 사교를 중심으로 한 영지 대항전의 전반 부분입니다.
나는 류르라디.귀족원에 재학하고 있는 요스브렌나의 3학년의 상급 문관 견습입니다.
최종 시험까지 싹트임의 여신 브르앙파와 결연의 여신 리베스크히르페에 기원을 계속 바친 결과, 나는 브르앙파의 가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졸업 후에도 의식의 재시도가 생기는 것이므로, 다음은 리베스크히르페의 가호를 얻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쁜 마음에, 이것들을 뮤리에라님에 보고해, 에렌페스트과 단켈페르가의 공동 연구에 협력했는데, 덕분에 새로운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를 빌려 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확실히 브르앙파의 지도편달이군요!
언니에게 「에렌페스트의 공동 연구에 협력하기 위해서입니다」라고 하고 둘러대면서, 빌린 새로운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를 곧 바로 읽었습니다. 학생의 연구로 왕족에게 협력을 의뢰할 수 있는 에렌페스트의 평가는 훨씬 오름세가 되고 있고, 지금중에 조금이라도 협력 체제를 보여 두는 것이 좋다는, 아우브의 지시아래, 나는 전면적으로 공동 연구에 협력하게 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는 뮤리에라님에게 듣고 있던 것처럼, 시간의 여신이 못된 장난을 하는 정자에서 어둠의 신이 크게 소매를 펼쳐 빛의 여신을 덮어 가려 버리는 장면은 정말로 멋졌습니다. 이와 같이 되어 버리면, 나라면 매우 부끄러워서 도망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뮤리에라님, 어떠한 전시가 되어 있는지 신경이 쓰여서, 제일 먼저 보러 와 버렸습니다」
영지 대항전에서 내가 제일 먼저 향한 것은 에렌페스트의 연구 발표의 장소입니다. 본래라면, 가호를 늘릴 수 있던 답례와 아우브끼리의 대면을 겸하고, 아우브?요스브렌나와 함께 아우브?에렌페스트에 인사에 묻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하지만, 영지 대항전의 개시와 함께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푸른 망토의 집단이 바로 에렌페스트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요스브렌나로는 전혀 상대되지 못한 것이 한눈에 압니다.
언니도 「오전의 끝나갈 무렵에 한번 더 모습을 엿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라고, 에렌페스트으로 향하는 손님의 망토를 확인하고, 조금 낙담했습니다.그리고, 나에게는 상급 문관 견습으로서 각지의 연구를 보고 돌도록 말했습니다.
「류르라디님, 안녕히.아무쪼록 보셔주십시오. 단켈페르가와 같은 내용은 이 근처에서, 이쪽의 봉납식에 관한 부분이 에렌페스트 독자적인 연구입니다. 봉납식에 협력해 주신 영지와 참가자는 이쪽에 붙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왕족과 함께 나의 이름이 실려 있다니!?
그래프라고 하는 새로운 수법을 사용하는데도 놀랐습니다만, 나의 제일의 놀라움은 왕족과 함께 이름이 실려 있는 곳이었습니다. 설마 왕족과 함께 이름이 줄지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러한 영예는 요스브렌나의 영주 후보생도 받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그만큼 놀라지 않아도…….협력해 주신 분들의 이름은 실리게 된다, 라고 로제마인님은 말씀하셨겠지요?」
후훗하며 미소지은 뮤리에라님이 돌연 「아」라고 작게 소리를 높였습니다. 그 시선이 한점에 향하고 있으므로, 나도 무심코 되돌아 봅니다. 거기에는 아렌스밧하의 디트린데님과 에렌페스트의 망토를 입은 남자분이 오는 중이었습니다. 잘생긴 얼굴 생김새의 남자분으로, 작년의 표창식에서 돌연 나타난 타니스베파렌을 쓰러뜨리고 있던 분을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디트린데님과 함께 하고 계시는 에렌페스트의 남자분은 어떤 분입니까? 본 적은 있습니다만,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아우브?에렌페스트의 이복남동생으로, 신전에서 자란 로제마인님을 다양하게 가르치고 이끄는 입장에서 계신 후견인 페르디난드 님입니다. 디트린데님과의 약혼이 정해져서, 가을의 마지막에 아렌스밧하로 향했습니다」
나는 영주 회의의 보고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렇게 말하면, 왕명으로 아렌스밧하의 디트린데님의 약혼이 정해졌다고 하는 이야기를 언니로부터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그런 일을 생각해 내면서, 웬지 모르게 페르디난드님을 보고 있었습니다.
디트린데님이 단켈페르가의 사람들에게 인사를 시작하자 페르디난드님은 에렌페스트의 사람들에게 인사로 향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로제마인님이 눈을 빛내며 일어섰습니다.
「아!」
「여어!」
페르디난드님이 로제마인님의 뺨을 감싸듯이 접하고, 로제마인님은 뺨을 붉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붉어진 뺨을 숨기듯이 양손으로 눌러서 물기를 띤 눈동자로 페르디난드님을 올려보고 계십니다.
……나, 지금, 확실히 브르앙파의 방문을 느꼈습니다.
두 명 모두 그토록 근처에 약혼자가 있는 것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만남을 하시다니 반드시 감춰진 연정이 있을 것임이 틀림 없습니다.
「뮤리에라님, 저것은……」
「로제마인님이 무엇인가 말하고, 분명 페르디난드님에게 뺨을 꼬집혔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피리네님!」
대답해 준 것은 뮤리에라 같지 않고, 피리네님 같았습니다. 미소를 짓게되는 광경을 보듯이 로제마인님을 보면서 「신전에서는 때때로 볼 수 있는 광경이었기 때문에」라고 작게 웃습니다.
「이 다음은 분명히 페르디난드님의 설교군요.……이 장소에서는 어려울까요」
피리네님의 말에 「그렇습니까」라고 수긍하면서, 나는 뮤리에라님과 시선을 주고 받았습니다. 뮤리에라님의 초록의 눈동자도 빛나고 있습니다.
「그러면, 류르라디님.아렌스밧하와의 공동 연구는 꼭 보셔 주세요. 반드시 기뻐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뮤리에라님은 눈짓 하고 아렌스밧하의 장소를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무엇이 있습니까?」라고 이야기를 타면서, 근처를 걷습니다.
「아렌스밧하의 장소에서 녹음의 마술도구를 전시합니다 하지만, 로제마인님이 관련되었던 것이 잘 알도록 마술도구를 슈밀의 봉제인형으로 싸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마술도구에는 제가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로부터 엄선한 사랑의 말이 녹음되고 있습니다」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로부터 엄선된 사랑의 말이라고!?
마음이 크게 울리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영지 대항전에서 발표하는 마술도구에 그러한 말을 넣을 수 있다니 과연 에렌페스트입니다. 다른 영지에서는 매우 생각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로제마인님의 측근의 남자분이 협력해 주셔서 녹음했습니다. 얼마든지 녹음되고 있으므로, 꼭 모두 둘어봐주십시오」
……도대체 어떠한 사랑의 말이 있겠지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나는 하위 영지의 장소를 가볍게 보고 돌아, 목적지인 아렌스밧하의 장소로 향했습니다.
……그 슈밀의 봉제인형이군요.
죽 줄지어 있는 마술도구의 수많은 진열중에 앉아 있는 슈밀의 봉제인형은 이색적이었고, 실로 눈에 띄고 있었습니다. 한눈에 압니다.
「이쪽은 아렌스밧하의 페르디난드님과 그 제자인 라이문트의 연구입니다. 아무쪼록 보아주십시요」
프라우렘 선생님이 견학하러 오는 손님에 그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에렌페스트과의 공동 연구일 것인데, 마치 아렌스밧하만의 공적과 같은 말투입니다만, 매우 드문 일도 아닙니다.
영지 대항전은 타원형의 훈련장에서 행해집니다. 그리고, 가장 경기장을 보기 쉬운 위치로부터 차례로 영지의 장소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1위의 쿠랏센브르크와 2위의 단켈페르가는 경기장을 사이에 두어 대면하는 위치가 되어 있습니다. 대체로 순위의 홀수 짝수로 입구에서 보면, 좌우로 나누어져 있습니다만, 별로 근처에 두는 것이 좋지 않은 사이가 나쁜 영지에 관해서는 위치를 반대로 해 멀리하는 배려가 있기도 합니다.
올해의 장소에서 말하면, 7위의 가우스뷴텔과 3위의 드레바히르, 그리고, 9위의 키르슈네라이트와 5위의 하우후렛트의 사이에 연구를 훔쳤는지 훔치지 않은 것인가 라고 하는 분쟁이 있었기 때문에 근처로 하는 것을 피한 것 같고, 요스브렌나가 하우후렛트의 근처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대영지와 공동 연구를 하면, 공적을 훔쳐지는 결과가 되는 것은 많으니까.
「프라우렘 선생님、이 연구는 에렌페스트와……」
「라이문트, 이쪽의 손님은 어느 정도의 마력절약이 되는지 설명해 주었으면 한다고 합니다」
중급 귀족이나 하급 귀족일까요, 라이문트로 불린 문관 견습이 프라우렘 선생님에게 의견을 무시당하며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형태로 마력의 소비를 가능한 한 억제하는 것은, 마력이 부족 상태인 현실에는 중요한 연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모이고 있는 손님이 문관 견습들에게 질문을 하면서 연구 내용을 성실하게 보고 있는 것을 곁눈질로 보면서, 나는 슈밀의 봉제인형을 손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뮤리에라님이 배운 대로 마석의 부분에 접하고 마력을 흘립니다.
「아, 우리 권속이여. 눈과 얼음으로 모두를 다 가리면 좋겠다. 우리 힘이 미치는 한, 게두르리히를 감싼다. 후류트레이네를 조금이라도 멀리해서」
……정말로 멋진 대사군요!
겨울 동안의 귀족원에서 밖에 둘이서 만날 기회가 실현되지 않는 연인들이 아주 조금의 시간을 아까워해 만나려고 하는 모습이 절절히 말해지고 있습니다, 마치 내가 하는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그것은 무엇입니까?」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로부터 엄선된 사랑의 말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 남자분의 소리로 들으면, 책을 읽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정취가 있군요」
무심코 보기 흉하게 웃어 버릴 것 같게 되는 뺨을 누르면서, 나는 마력을 흘려 차례차례로 사랑의 말을 들어 갑니다. 엄선된 사랑의 말과 상냥한 목소리의 울림에 평정을 가장하고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 조금 괴롭게 느껴 버립니다.
……아, 금방이라도 뮤리에라님이라고 이야기를 주고 받고 싶습니다!
사랑스러운 슈밀의 봉제인형으로부터 들려 오는 사랑의 말에 흥미를 가진 여성은 많은 듯 하고, 내가 끝없이 사랑의 말을 계속 듣고 있는 동안에 점점주위에 여성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같이 여러가지 사랑의 말에 넑을 잃고 싶은 여성에게도, 의중의 여성을 획득하려고 멋진 사랑의 말을 찾고 있는 남자분에게도,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는 응답합니다.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는 에렌페스트으로 여름부터 판매됩니다. 손에 땀을 쥐는 디타 이야기, 기사 이야기, 단켈페르가의 역사도 동시 발매하겠습니다. 아무쪼록 기대해주세요」
지금까지 영향을 주고 있던 남자분의 소리가 아니고, 로제마인님의 어림이 남는 높은 소리로 에렌페스트의 책의 선전이 흘러 주위의 모두가 몹시 놀랐습니다.
「사랑의 말로 책의 선전입니까. 재미있는 사용법을 고안 하는군요, 에렌페스트은」
「나, 이러한 말이 들어가 있는 에렌페스트의 책을 읽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킥킥웃는 여성에게 동의 하는 주위의 손님들의 말에 나는 진심으로 찬동 하겠습니다. 나도 에렌페스트의 책을 읽고 싶어서 어쩔 수 없습니다. 요스브렌나가 거래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대단히 나중이 되겠지요.
……역시 에렌페스트의 상급 귀족과 결혼할 수 있는 길이 없는가 찾아 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이라면바, 에렌페스트의 공동 연구로 가호를 늘리는 것을 할 수 있었다고 하는 것으로 얼굴과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을 놓치면, 그 밖에 가호를 얻는 분은 곧바로 증가하겠지요.
……뮤리에라님이 물어 봅시다.
흥미를 가진 사람이 증가한 것 같고, 슈밀의 봉제인형을 손대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봉제인형이 되기 전의 마술도구를 열심히 응시하는 사람이 증가했습니다.
「아무튼!」
프라우렘 선생님이 눈을 매달아 올리고, 어딘가에 갔습니다. 아렌스밧하만으로 전시되고 있으니까 에렌페스트의 연구 성과는 훔쳐진 것은 아닌지, 라고 걱정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랑의 말을 모두 들어 만족했으므로, 나는 옆의 단켈페르가로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에렌페스트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는 단켈페르가가 어떠한 전시를 하고 있는지 흥미가 생기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슉하고 흰 올도난츠가 날아 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웬지 모르게 눈으로 뒤쫓고 있으면, 단켈페르가와 아렌스밧하와 에렌페스트의 대표자가 서로 이야기하고 있는 곳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돌연 프라우렘 선생님이 외치는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나는 거리가 있었으므로, 어떠한 내용을 말하는지 는 들리지 않았습니다만, 날카로운 소리만은 잘 압니다.그 장소에 있는 분들은 얼굴을 찌푸리고 싶어진 성량였던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것일까요?
주시하고 있자, 갈색의 망토의 집단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디트린데님에게의 긴급의 용무였는지도 모릅니다. 약혼자인 페르디난드님이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살그머니 상냥하게 로제마인님의 머리카락에 닿습니다.
……아, 싹트임의 여신 브르앙파여!
나, 확실히 브르앙파의 가호를 얻은 것을 확신했습니다. 확실히 지금, 나의 눈앞에서 브르앙파가 춤추고 있을 것임이 틀림 없습니다.
「뮤리에라님.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좋을까요?」
나는 에렌페스트의 문관 견습들이 모여 있는 곳에 향하면서, 뮤리에라님을 조금 사람이 적은 곳에 호출했습니다. 이 흥분을 분담하는 상대를 갖고 싶었습니다. 금방에 이 뜨거운 기분을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은 뮤리에라님 밖에 없습니다.
「보셨는지요?」
「네, 프라우렘 선생님의 올도난츠로 주목을 끈 직후인지라. 놓치는 것은 없었습니다」
무엇을, 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뮤리에라님은 알아주셨습니다. 그리고, 반짝하고 초록의 눈동자를 빛내며 주위의 모습을 엿보면서, 목소리를 낮추어 남몰래 가르쳐주셨습니다.
「신전에서 자란 로제마인님이 응석부릴 수 있는 것은 쭉 후견인으로 계셨던 페르디난드님만입니다는.로제마인님은 필시 브르앙파의 방문을 깨닫지 못한 채, 인도의 신 에아바크레이렌의 창에 매달렸겠지요 」
「아무튼…….그리고, 꽃의 여신 에후로레르메의 방문을 기다릴 때에는 랏페르가 커지고 있고, 거기에 깨닫는 것은 수확의 여신 포르스에룬테나 이별의 여신 유게라이제가 춤추기 시작했을 때군요」
빙설의 신 슈네이아스트의 공격에 반드시 어둠의 신의 축복을 받은 것 같은 로제마인님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려 차갑게 젖은 것이지요. 떠올리는 것만으로 당장 눈물이 흘러넘칠 것 같게 과연, 뭐라고 가슴을 단단히 조일 수 있을 것 같게 안타까운 광경이 아닙니까.
「다른 측근들의 말에 의하면 , 로제마인님과 페르디난드님의 사이에 있는 감정은 사랑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결연의 여신 리베스크히르페의 실을 느껴 버려, 올도난츠는 크게 날개를 펼쳐 어쩔 수 없게 마음이 떨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류르라디님?」
「매우 잘 압니다, 뮤리에라님! 저, 확실히 브르앙파의 방문을 느꼈던 것을」
망상할 뿐이라면 자유롭네요, 라고 미소짓는 뮤리에라님에게 나는 전력으로 찬동 했습니다. 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로제마인님의 안타까운 첫사랑의 이야기를 읽어 보고싶졌습니다.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를 쓰시고 있는 분은 로제마인님의 사랑을 이야기에는 쓰지 않는 것일까요?」
「그 분은 귀족원에 재학중의 학생의 이야기는 책으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유감입니다. 뮤리에라님이나 피리네님이 재학하고 있는 동안에 책으로 받을 수 있지 않으면, 내가 읽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긴 세월이 걸리겠지요.
「모처럼이니까 류르라디님이 써 보면 어떻습니까? 기숙사내의, 영지내의 진실을 모르는 류르라디님이라면 반드시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상하는 부분이 많아지면, 어떤 분의 이야기인가 모르게 되기 때문에, 재학중에 책이 될 가능성도 있어요. 책이 되면 돈 대신에 책을 건네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매우 마음 뛰는 권유였습니다. 원고료 대신에 새로운 책이 우선적으로 손에 들어 옵니다. 요스브렌나를 거래할 수 있는 것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만, 나는 상급 귀족이기 때문에, 돈이 부족한 중급 귀족이나 하급 귀족과 같은 일을 하면 아버님이나 어머님에게 야단 맞습니다」
「어머? 류르라디님이 즐기고 계시는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는, 지금은 타령의 이야기를 모으고 계십니다만, 원래는 에렌페스트의 상급 귀족의 부인분이 중심이 되어 쓰여진 것입니다」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에렌페스트에서는 새로운 산업을 펼치기 위해서 상급 귀족이 솔선해서 책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 진심으로 에렌페스트에 시집가서 미래를 찾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네요.봄이 되고 생활이 안정되면, 나로부터 주인께 물어 볼까요? 류르라디님에게 맞는 상급 귀족이 되면,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뮤리에라님으로서는 결혼상대를 소개할 수 없다고 합니다만, 주로 물어 주시도록입니다. 나의 미래가 에렌페스트를 향해 크게 열렸습니다.
「돈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써 봐도 좋을지도 모릅니다」
「원고에는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류르라디님은 돈을 얻는 것에 걱정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원고료가 책 이상이 되었을 경우, 번 돈을 기숙사의 비용이나 돈이 부족한 하급 귀족에게 대출하는 형태로 사용하면, 꾸중듣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
그러한 돈의 사용법은 생각했던 적이 없습니다. 내가 몹시 놀라고 있자, 뮤리에라님은 에렌페스트의 아우브들이 계시는 근처를 보고 있었습니다.
」
「로제마인님은 부모를 잃어 곤궁한 학생들에게 학비를 대출하고 있습니다. 졸업 후에 돌려주어 준다면 좋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거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존경심을 간파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과 같은 나이로 로제마인님은 도대체 얼마나 일를 하고 계시는지요. 뭐랄까,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에그란티느님도, 로제마인님은 메스티오노라같네요, 라고 하시고 있던 것 같은…….
봉납식에서 에그란티느님이 말씀하신 말을 생각해 내, 나는 여신의 사랑 이야기로서 로제마인님의 안타까운 사랑을 써 보는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여신의 사랑 이야기라면, 다른 누군가에게 현실의 이야기라고 깨달아질 것도 없을 것입니다.
「……뮤리에라님, 나, 써 보겠습니다. 메스티오노라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기대하고 있겠어요, 류르라디님.꼭 에렌페스트에서 매입하게 해주십시오」
그 때는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내가 쓴 원고가 책이 되는 무렵에는 봉납식에서 장난과 같이 나온 「로제마인님=메스티오노라」가 정착하게 되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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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왕족과의 사교
왕족과의 사교
별 생각 없이 넣었던 책 선전이었는데, 덕분에 참 잘했다, 를 받을 수 있었다. 비록 이런저런 것들이 있긴 했지만, 칭찬을 받은 것에는 변함이 없다.
……참 잘했다 받았다. 우후훙.
마지막에 작게 웃던 페르디난드의 표정과 가볍게 머리에 올렸던 손의 감촉을 떠올리며 기쁨에 젖어 있자, 한넬로레가 나를 보며 신기한 듯이 뺨에 손을 댔다.
"로제마인님은 대단히 기뻐하시네요."
"네. 참 잘했다, 라고 말씀해 주신 걸요. 페르디난드님은 기숙사 내의 모두가 강의 첫날 합격을 달성하거나, 결코 성적을 떨어뜨리지 않고 최고 속도로 강의를 마치는 것과 같은 성과가 없으면 참 잘했다, 라고는 칭찬해주시지 않는 것입니다. 아렌스바흐로 가시게 되어, 이제 편지로밖에 칭찬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정말 기쁩니다."
나로서는 "정말 잘 됐네요" 라는 훈훈한 느낌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째선지 첫째 부인과 한넬로레의 표정이 경직되어 있었다.
"왜 그러시나요?"
"……아니요. 매우 엄격한 지도에 놀랐을 뿐입니다."
첫째 부인이 곤란한 듯이 웃으여, 어떻게든 말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으로 그렇게 말했다.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므로 이젠 감각이 마비되어 있지만, 생각해 보면, 페르디난드의 지도는 "참 잘했다" 가 아니라 "참 힘들다" 였던 것 같기도 하다.
……아, 혹시 또 내가 학대받고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아, 저, 엄격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만, 익숙해지면 괜찮아요. 아렌스바흐에 가기 전에는 이별을 아쉬워했고, 과제를 끝마치면 읽은 적이 없는 새로운 책도 읽게 해주신 걸요. 페르디난드님은 사실 매우 상냥합니다."
조금 엄하긴 하지만 무섭진 않아요, 라고 내가 필사적으로 페르디난드의 상냥함을 어필하고 있자, 양부님이 큭큭 하고 웃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 읽은 적이 없는 책을 읽는 것이 다음의 과제니까, 그것을 상이라고 생각하는 로제마인이 아니라면, 페르디난드의 지도에는 좀처럼 따라갈 수 없을 겁니다."
……뭣이!? 실기적인 과제가 끝나면, "내일까지 읽지 않으면 다음의 과제가 시작될 거다" 라며 받았기 때문에, 페르디난드 님의 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과제였다고?
처음으로 깨달은 충격적인 진실에 눈을 크게 뜨고 있자, 검은 망토의 집단이 이쪽을 향해 오는 것이 보였다. 선두에 있는 것은 아나스타지우스다. 지난해는 함께였던 에그란티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교사로서의 일이 있기 때문일까. 좀 허전하다.
"어머, 왕족이 오셨으니, 인사를 마치면 저희들은 여기서 실례하겠습니다."
첫째 부인과 한넬로레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리를 왕족에게 물려주려 했다. 그 순간, 아나스타지우스가 부드럽게 손을 움직인다.
"기다려라. 단켈페르가의 첫째 부인에게도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인사를 해도 퇴장이 허가되지 않아, 단켈페르가의 두 사람은 다시 자리에 앉게 되었다. 둥근 테이블에, 아나스타지우스의 오른쪽이 양부님, 왼쪽 옆이 첫째 부인의 자리이다. 나는 왼쪽에 양부님, 오른쪽이 한넬로레라는 순서다.
"로제마인, 미안하다만 그 바람의 방패를 낼 수 있겠는가? 거기에 더해 범위 지정으로 도청 방지의 마술 도구를 사용한다. 그대들은 대기하라."
아나스타지우스가 자신의 근시에게 마술 도구를 준비시키고, 나는 슈체리아의 방패를 친다. 딱히 해의나 적의가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인지, 인근에 있던 사람은 아무도 방패로 퉁겨 나가지 않았다. 그래도 차와 과자의 준비를 마친 근시들은 물론 호위기사도 도청 방지 마술 도구의 범위에서 나오라고 아나스타지우스가 말했다.
"호위기사도 내보내는 것인가요?"
"……아. 그대들이라면 이유는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번 딧타에 난입한 중앙 기사단의 대한 것을 시사하고 있을 것이다. 보고가 제대로 되어 있는 것 같아, 첫째 부인도 양부님도 곧 승낙하고, 측근들을 물러나게 한다. 측근들이 모두 나간 것을 보고, 첫째 부인이 입을 열었다.
"상당히 엄중합니다만, 무슨 말씀이신가요?"
"우선은 그대들에 대한 책망이다. 나는 본인들에게 몇번이고 주의했는데도, 전혀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없었다. 그대들을 불러내야 할 지 고민하다가, 보호자가 오는 영지 대항전을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 클라센부르크와의 이야기를 끝냈을 때,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가 함께 있는 것이 보여, 마침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온 것 같다.
……그러니까, 즉, 문제아의 보호자 호출? 그러고 보니 지난해 타니스베파렌의 사건으로 호출이 있어서, 양부님이 아닌 페르디난드님이 왔었지. 어쩐지 그립다.
작년의 일이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그리움에 젖어 주위를 둘러보니, 양부님도 첫째 부인도 한넬로레도 이제부터 시작되는 왕족의 책망을 앞두고 얼굴을 경직시키고 몸을 긴장시키고 있다. 주위의 긴박감 속에 홀로 태평하게 있던 나도 서둘러서 얌전한 얼굴을 만든다.
"그대들도 알고 있겠지만,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가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아무리 귀족원이 아이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부모의 간섭을 배제하는 장소라고는 해도, 좀 더 어떻게든 안 되는 것인가? 특히 로제마인과 한넬로레 두 영주 후보생이 입학하면서부터는 매 년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해마다 규모가 확대되고 있지 않은가."
우리들의 입학 전에는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 사이의 싸움도 없었고, 복수의 영지를 끌어들인 언쟁도 없었다. 게다가 에렌페스트도 순위를 단번에 올리지 못했으므로, 중소 영지도 지금처럼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뭔가?"
회색의 눈동자는 말 허리를 자르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것처럼 보였지만, 어쨌든 허가는 얻었다.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 사이의 다툼이라는 것은 딧타를 말하는 것인가요?"
"그 밖에 뭐가 있나?"
"그것을 이유로 저희들이 꾸지람을 듣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내 말에 양부님이 "로제마인, 왕족에게 말대꾸하지 마라" 라며 급히 나를 제지한다. 안색을 바꾸고 있는 양부님과 눈을 맞추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양부님, 상대가 왕족이라도, 상위 영지라도, 일단 이쪽의 주장을 전달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는 전달되지 않겠죠? 무슨 말을 들어도 가만히 있으니까 쓸데없이 오해되고, 나쁜 소문이 돌고, 그러는 와중에 진실처럼 회자되는 것입니다. 제멋대로인 이야기가 기정사실화되기 전에 이쪽의 주장을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래보여도 일단 상대는 가리고 있습니다."
내가 자리에 앉아 있는 멤버를 둘러보며 그렇게 말하자, "상대를 가린게 왕족이랑 단켈페르가라고?" 라며 양부님이 비명 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직접 마음을 전하지 않고 제3자를 통했던 것으로 인해 에그란티느님에게 오해받고 있었던 경험이 있고, 단켈페르가의 첫째 부인은 방금 전에 정보나 전제 조건의 공유의 대한 중요성을 서로 이해한 참이 아닌가요."
누구에게나 이렇게까지 대놓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양부님이랑은 기준이 다를지도 모르지만, 나 나름대로는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상대를 가리고 있다. 기준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지만.
"로제마인, 그대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좀 더 에렌페스트의 입장을 생각해 주어라."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굳이 측근을 물려 주신 것은 솔직한 의견을 원해서이겠죠? 입장을 알고 잠자코 있기를 바라고 계셨다면, 이런 자리를 준비할 필요가 없는걸요."
나는 도청 방지 마술 도구로 단절된 공간과 슈체리아의 방패를 가리켰다. 아나스타지우스는 너무나도 머리가 아프다는 듯한 얼굴을 하면서, 동정에 찬 시선을 양부님에게 향했다.
"아우브·에렌페스트. 그대의 마음은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로제마인의 말처럼 내가 바라는 것은 솔직한 의견이다. 그러니, 로제마인. 꾸짖는 말에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은?"
"저나 한넬로레님은 딧타를 하고 싶다고 말한 적도,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그렇죠, 한넬로레님?"
내가 동의를 요구하자, 한넬로레는 움찔한 뒤에, "전, 딧타를 원했던 적이 없습니다" 라고 몇번 고개를 끄덕인다.
"1학년 때의 일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도 잘 알고 계시죠? 슈바르츠들의 권한을 두고 레스티라우트님이 갑자기 습격해 온 것입니다. 그것을 루펜 선생님이 딧타로 수습한 것이 아니었나요?"
2학년 때에는 아우브·단켈페르가가 인쇄의 권리가 필요하면 딧타를 하자고 해서 페르디난드와 하이스힛체의 일대일 대결이 되었다. 인쇄의 권리는 갖고 싶었지만 가능하면 대화로 풀기를 원했다. 3학년 때에는 왕의 허가를 받은 약혼을 해소시키겠다며 레스티라우트가 승부를 걸어와, 이런 상황이 되었다.
"저도 한넬로레님도 기본적으로는 휘말리고 있을 뿐입니다. 꾸짖으신다면 상위 영지라는 입장을 등에 업고, 입장상 거절할 수 없는 에렌페스트에게 딧타를 강요하는 단켈페르가의 남자분을 직접 꾸짖어 주세요."
아나스타지우스가 뭐라 말하기 힘든 얼굴로 단켈페르가의 첫째 부인을 보면서, "다음에는 거절해라" 라고 힘없이 말했다.
"네. 지금까지 줄곧, 상위 영지에는 반항하지 말라고 듣고 있었습니다만, 방금 전에 첫째 부인에게도 딧타를 거절해도 좋다는 허가를 얻었으니, 에렌페스트는 두 번 다시 딧타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안심해 주세요."
내가 가슴을 피고 "자, 왕족의 허가도 얻었으니 이제 괜찮아요, 양부님" 이라고 웃으며 얼굴을 돌리자, 어째선지 양부님은 머리를 껴안고 굳어 있었다. 왕족과 첫째 부인의 "거절 허가" 가 나왔으니 기뻐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머리를 감싸고 있는 걸까.
"저, 그리고, 이것은 에렌페스트뿐만이 아니라, 하위 영지를 위한 부탁입니다만, 왕족도 강의 이외의 딧타를 위해 귀족원의 훈련장을 빌려주는 허가를 쉽게 내주지 말아주세요. 허가를 내기 전에 하위 영지의 사정을 듣는 정도의 배려를 보여 주지 않으면 하위 영지는 거절할 수 없습니다. 사후의 질책을 포함한 중재가 아니라, 사전에 의사를 확인해 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딧타를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단켈페르가가 자리를 만들고, 기사 과정에서 제일 권력이 큰 루펜이 희희낙락하며 왕족에게 허가를 받으러 가는 것이다. 거기에는 진심으로 승부 따윈 하고 싶지 않은 하위 영지의 의견은 배제되어 있다.
"아우브·에렌페스트. 로제마인은 이렇게 말한다만, 실제로 하위 영지는 사전에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건가?"
"……그것은 확실히 큰 도움이 됩니다. 의견을 들어준다 하더라도, 상위 영지와의 관계상,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승부를 받게 되는 일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왕족에게 지켜지고 있는 실감은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의견을 들어주는 태도에 감사하게 됩니다."
양부님의 의견에 아나스타지우스는 "흠. 참고하겠다" 라고 끄덕였다. 이제 조금은 딧타의 희생자가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딧타에 중앙의 기사가 난입한 건에 대해서는 사과하마. 그 기사들은 첸트를 위해 왕족이 성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멋대로 행동했다. 다만 단켈페르가에게 구혼되어 곤란해하던 로제마인을 도와야 한다고 힐데브란트가 말하고 있던 것도 사실이므로, 힐데브란트의 바람을 왕족의 명령이라고 확대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물론 첸트의 명령도 아니었고, 중소 영지까지 끌어들인 것이므로, 처벌의 대상임에는 변함이 없다. 엄벌에 처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갑자기 기사들이 셋 씩이나 그러한 폭거를 감행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아나스타지우스가 한숨을 토했다. 중앙 기사단에서도 중추에 있고, 왕이 가장 신뢰하고 있던 세 명이었기에, 그들의 폭주에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왕이라고 한다.
난입한 기사들의 화제에 나는 양부님과 얼굴을 마주보았다. 투크의 이야기를 할 절호의 기회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투크라는 식물에 대해 아시나요?"
"로제마인! 나중에 해라!"
양부님은 단켈페르가의 두 사람이 동석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첸트가 중앙 기사단을 믿을 수 없고, 유르겐슈미트에 큰 변고가 있을 때는 단켈페르가의 기사들 이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들 딧타와 관련되어 있을 때는 사고뭉치일 뿐이지만, 그 강함은 진짜이고, 다른 영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작년에 습격을 받았을 때의 신속한 대응과, 춤에 의한 축복을 받게 된 것으로 보아도 단켈페르가에는 사정을 알려 두는 것이 좋다. 이곳에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을 딧타랑 연결짓는 아우브가 아니라, 남자들의 뒤치다꺼리나 사전 준비로 분주한 첫째 부인인 것이다.
"전, 투크에 관해서는 그다지 잘 모르니, 설명은 양부님에게 맡기겠습니다."
에렌페스트 내의 사정을 어디까지 알려도 좋을지 모르기 때문에, 무난한 이유를 내세우며 발언을 양부님에게 넘긴다.
"나는 투크라는 것은 들은 적이 없다만, 단켈페르가는 아는가?"
"아뇨, 모릅니다. 어떤 식물인가요?"
첫째 부인과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시선을 받고, 위 근처를 누르고 있던 양부님이 결심한 듯 얼굴을 들었다.
"투크는 건조시킨 것을 불에 태워 사용하면, 달콤한 냄새와 함께 기억의 혼탁, 환각 증상, 도취감을 느끼는 강한 효과를 나타내는 위험한 식물이라고 합니다. ……딧타의 난입 후,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인사를 하던 기사 견습이 붙잡혀 있던 기사에게서 강한 투크의 냄새를 맡았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중앙 기사단에서 사용된 것이라면, 중앙의 중추에 투크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아나스타지우스도 첫째 부인도 크게 눈을 떴다.
"투크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라, 아우브·에렌페스트!"
강하게 설명을 요구받았지만, 양부님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에렌페스트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에렌페스트 내에서 타령과 내통하고 있던 반역자가 밀회 장소에서 사용하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반역의 증거가 될 기억을 읽어내지 못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깨달은 기사 견습은 부모님과 함께 그 밀회에 불려나가, 미성년임을 이유로 바로 그 자리를 떠났던 사람이었습니다. 여름이었는데도 난로에 불을 지피고 있었고, 달콤한 냄새가 방 안에 가득 차 있었다는 그의 증언과, 반역자들의 혼탁한 기억에서, 문관 한 사람이 투크가 아닌가 하고 깨달은 것입니다."
깨달은 문관은 50살이 넘었고, 그가 귀족원에서 재학 중일 때 퇴임한 약학 선생님에게 배웠다고 한다.
"근처에는 없으니 사용할 일은 없겠지만 기억해 두라고 했다고 합니다. 원산지도 모르고, 에렌페스트에는 없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상의 연령의 문신 중에 특수 약초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있던 사람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물어보거나, 중앙의 방대한 자료에서 조사를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에렌페스트에는 더 이상의 정보가 없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는 "그런가" 라고 끄덕이며, 양부님을 강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우브·에렌페스트, 반역자가 타령과 내통하고 있었다고 했다만, 그 타령은 어디인가? 그것이 가장 중요한 정보이다."
자리에 긴장감이 달린다. 몇 초의 침묵 후, 양부님은 입을 열었다.
"……나의 누이인 게오르기네가 첫째 부인으로 있는 아렌스바흐입니다."
이 대답으로 에렌페스트와 관계를 가지고 반역을 시도한 아렌스바흐의 사람이 누구였는지 깨달았을 것이다. 무거운 침묵이 퍼졌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제가 전할 수 있는 정보는 이상입니다."
"……협력에 감사한다. 에렌페스트의 공헌은 더 이상 측정할 수 없는 것이다."
훗 하고 아나스타지우스가 숨을 토했다. 그리고 최근 봉납식에서 얻은 마력 덕분에 여러가지 중요한 마술 도구를 작동시킬 수 있게 된 것을 알려 준다. 여러 곳에 마력을 쏟고, 요 며칠은 첸트도 조금 쉴 수 있었다고 한다.
"아버님께서 로제마인과 의식을 소중히 해오던 에렌페스트에게 고마워했다. 원한다면 내년은 상당히 순위를 높일 수 있다만, 아우브·에렌페스트.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나스타지우스는 회색의 눈동자로 가만히 양부님을 바라본다. 아우브·에렌페스트로서 적절한 답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조용하고 엄격한 시선이다. 양부님은 바로 심록의 눈으로 왕자를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영지의 순위는 현상 유지를 부탁 드립니다. 왕족이나 단켈페르가로부터 지적받고 있는 것처럼, 에렌페스트 내에는 아직 상위 영지에 걸맞는 태도를 갖춘 귀족들이 거의 없습니다. 에렌페스트와 조금 거리를 두면서 상위 영지와 사귀어 온 페르디난드, 그리고 그에게 교육받은 로제마인과 그 측근들 정도입니다."
순위가 올라가면 더 높은 영지로서의 태도가 요구되지만, 지금은 에렌페스트 내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고심하고 있는 상태여서, 그다지 외교에 힘 쓸 여유가 없다고 양부님이 말한다.
"에렌페스트의 공헌은 이전의 정변에서 첸트의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을 대신 인정받을 수 있는 형태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괜찮은 방안이다. 첸트와 상담해 보겠다."
다음의 귀족 회의에서는 순위를 올리지 않는 대신, 앞으로의 에렌페스트를 정변의 승자 영지와 같은 취급을 해달라는 양부님의 요망에, 아나스타지우스가 가볍게 끄덕이며 승낙했다.
"그리고, 이쪽은 왕족의 부탁이다만, 영주 회의 기간 동안, 한넬로레와 로제마인을 귀족원의 도서관에 매일 데려가고 싶다."
그 시기에 왕족이 도서관을 찾게 되어, 열쇠의 관리자인 우리들의 협력을 원하는 것 같다.
"저는 상관 없습니다만, 열쇠의 관리자를 중앙의 상급 문관으로 변경하지는 않는 것인가요?"
"그럴 생각이었다만, 적의 및 해의를 이제 와서 의심할 필요도 없고, 귀족 회의에 참가하는 일도 없는 그대들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부탁을 받아 주겠는가?"
중앙 기사단이 투크로 조종당한 것이다. 다음은 문관이 같은 상태가 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맡겨주세요" 라고 자신있게 수락하자, 조금 생각하던 한넬로레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
"저도 자세히 알고 싶은 의식이 있고, 로제마인님만큼 오래 된 말에 능통하진 않습니다만, 왕족의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협력하겠습니다."
우리들의 답변을 듣고, 아나스타지우스는 보호자에게 시선을 돌린다. 양부님과 첫째 부인은 모두 승낙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전, 서고에 들어가도 될까요?"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내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묻자, 아나스타지우스는 양부님을 물끄러미 보면서 "물론이다" 라고 끄덕였다.
"영주 회의 기간이라면, 내가 직접 그대의 목덜미를 잡고 끌어내지 않아도 보호자가 대신 해 주겠지."
측근이 들어갈 수 없는 서고에 틀어박혀, 두 왕자에게 폐를 끼친 것이 언급되어, 나는 히익 하고 숨을 삼키고, 양부님은 창백해져서 사과하기 시작했다.
"책 밖에 안보이는 바보 딸이 두 왕자에게 큰 수고와 폐를 끼쳤다고 들었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저희 쪽에서도 최대한 조심하고 있지만, 에렌페스트를 지탱하는 최고신과 다섯 기둥의 대신 중에, 한 기둥이 없는 영향이 너무나도 큽니다. 게둘리히1가 사라져 난폭해진 에비리베2를 달래기 위한 지혜를 달라고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거듭 사과하는 양부님의 말에, 아나스타지우스가 너무나도 씁쓸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이것의 고삐는 페르디난드였던가" 라고 중얼거린다.
……응? 무슨 뜻?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와 달리, 의미가 통하고 있는 것 같은 아나스타지우스와 양부님이 나를 보면서 이마를 누른다.
"과연. 그런 것이라면, 그대의 말도 이해할 수 있다만, 그 부분은 이제 어떻게도 어렵다. 앞서 만났던 아렌스바흐의 문신들에 의하면 그는 홀로 상당한 집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아렌스바흐의 상황이 개선될 날이 가깝다며 기뻐하고 있었다."
아렌스바흐가 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아나스타지우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재 아렌스바흐의 바다에 있는 것이, 유일하게 열려 있는 국경문이라고 한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잃어버린 지금, 다른 국경 문을 열지도 못해, 다른 나라와의 거래는 아렌스바흐가 도맡아 하고 있다. 그리고 역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국경 문을 닫지도 못한다.
"타국과도 뭔가 문제가 있는 건가요?"
"……란체나베와의 언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말을 고르는 아나스타지우스의 모습에, 나는 페르디난드의 편지에서 아달지자의 공주가 들어온다는 정보가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대들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만……."
분명, 아달지자의 이궁에 공주가 들어오는 것 자체는 나와도 에렌페스트와도 관계가 없다. 그러나 아달지자의 열매인 페르디난드가, 창구가 되어 있는 아렌스바흐에 있는 것이다. 완전히 무관한 것도 아니다.
"아렌스바흐에는 페르디난드님이 계십니다. 에렌페스트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뭔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전, 절대로 페르디난드님을 도우러 가겠습니다."
"그대가 가면 사태가 확산되는 모습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째선지 아나스타지우스와 양부님의 말이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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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스타지우스, 등장.
달아나지 못하고 붙잡힌 단켈페르가의 두 사람도 포함해, 중요한 대화입니다.
정보 공유는 소중하다며, 전부 말해버리는 로제마인 때문에 다들 여러가지 의미로 머리가 아픕니다.
다음은 타령과의 사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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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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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고삐 풀린 마인이는 신났네요.
대지의 여신.
겨울 동안에 남편이자 생명의 신인 에비리베에게 감금되어 있다.
생명의 신.
아내인 게둘리히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가지고 있다. 딸인 메스티오노라마저 죽이려 든 얀데레 신.
48화. 타령과의 사교
타령과의 사교
"그대들에게 말할 것은 이상이다."
말을 마친 아나스타지우스는 일어나, 나에게 슈체리아의 방패를 지우라고 명하고, 도청 방지 마술도구의 범위 밖으로 나와, 측근들에게 마술도구의 회수를 지시했다.
측근들이 움직이고, 에렌페스트의 근시들이 차를 다시 내오려는 것을 아나스타지우스가 "필요 없다" 라고 제지하고, 양부님에게 시선을 향한다.
"예상 이상의 수확이었다. 예를 표한다. 나는 급히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아, 그렇군. 아우브·에렌페스트. 중앙 신전의 말로는 제례식 중의 제단에 기사를 올리겠다는 생각은 신에 대한 모독이라 한다. 청색 신관이나 무녀를 동행시키라고 한다. 영주 후보생이라도 청색의 옷을 입는 에렌페스트라면 문제는 없겠지."
아나스타지우스의 말은 호위기사에게 신관의 옷을 입히면 데리고 갈 수 있다, 라는 것이 틀림 없다. 즉, 성인인 호위기사에게 청색 신관이나 무녀의 옷을 입혀서 호위를 받으라는 것이다.
……나의 호위기사라면, 부탁하면 입어 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의자에서 내려와 슈체리아의 방패를 지운다. 마술도구의 회수를 마치고 양부님들과 인사를 마친 아나스타지우스는 망토를 휘날리며 바로 떠나갔다.
"이제 차는 괜찮습니다. 저희도 실례하겠습니다. 꽤나 오랜 시간을 방해하고 말았네요."
첫째 부인은 그렇게 말하며, 인사를 하고 한넬로레과 함께 떠난다. 푸른 망토의 무리가 떠나자, 다음으로 온 것은 빨간 망토의 클라센부르크였다.
"아우브·에렌페스트,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아우브·클라센부르크."
양부님이 인사를 나누며 나도 첫 대면의 인사를 하다.
"생명의 신 에비리베에의 엄격히 선별된 드문 만남에, 축복을 기도하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합니다. ……단켈페르가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말하는 동안, 공동 연구에 대한 것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공동 연구라 해도, 연구 내용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에 놀랐습니다."
자리를 권유하고 차나 과자가 준비되는 동안, 아우브·클라센부르크는 공동 연구에 참가한 문관들의 보고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그들은 진짜 제례식을 경험했다며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모두의 기도가 하나가 되어 마력이 빠져나가고, 귀색의 기둥이 솟아오르는 광경은 가슴 속이 뜨거워 질 정도로 감동적이었다고 하더군요."
초석을 지탱하는 영주 가문과 유르겐슈미트를 지탱하는 왕족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저절로 빠져나가는 충격적인 의식이었다고 한다. 참가한 단켈페르가쪽 문신 견습의 의견을 모아준 클라릿사의 보고에서도 비슷한 감상이 있었지만, 어차피 클라릿사의 보고였기에 반 정도는 흘려들었었다.
……에렌페스트의 상급 문관들은 마력이 너무 빠져나가서 비틀거리고 있었고, "제례식이란게 이런 거였네요" 라는 담담한 반응이었기에 전혀 모르고 있었다.
빌프리트와 샤를로테가 기원식이나 시주식으로 각지를 돌고 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기 때문인 걸까. 아니면 페슈필을 치면서 축복을 하거나 봉납춤으로 축복을 흘리지 않으려면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거나, 채집지를 재생시키거나, 딧타의 의식으로 빛의 기둥이 파밧 하고 서는 것을 목격한 탓일까. 에렌페스트에서 참가한 상급 문관의 감상은 자신들의 주인에게서 듣던 지금까지의 이야기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대부분이었다.
……에렌페스트의 학생은 이상한 의미로 축복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나 때문인가.
"내년에도 귀족원에서 의식을 치르십니까? 문관 이외에도 경험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이 있었습니다만……."
"이번 의식은 단켈페르가와의 공동 연구에 필요했기 때문에 진행한 것이었기에, 내년의 예정은 없습니다. 매년 여러분에게 귀한 마력을 받을 수는 없는걸요."
"대단히 효과가 높은 회복약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이 있으면 협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왕족을 지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죠."
올해는 딧타를 하도록 부추긴데다, 이쪽의 연구에 협력해 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마력의 회복약도 준비했지만, 그걸 연례 행사로 할 생각은 없다. 의식을 준비하며 도대체 얼마나 독서 시간을 깎였던 걸까. 연구 때문도 아닌데 왜 내가 그런 힘든 일을 해야 하는 걸까. 게다가 부디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라고, 보호자뿐만 아니라 왕족까지 말해오고 있는 것이다.
"각지의 신전에서 모아온 마력이 있으면, 왕족도 필시 기뻐하시겠죠. 제가 의식을 진행한 목적에는 각지의 신전을 다시 봤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있었습니다. 아우브·클라센부르크에게 이해받게 되어 기쁩니다."
의식을 하고 싶다면 신전에 가서 마음대로 하세요, 라는 내 말은 제대로 통한 것 같다. 아우브·클라센부르크는 가볍게 눈썹을 올리고, 양부님에게 시선을 향했다. 아마 "조금 딸을 설득해 달라" 는 눈으로 호소하고 있을 것이다. 양부님은 경련이 일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어흠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이번 의식은 공동 연구, 즉 학생의 영역이며, 부모인 저는 기본적으로 참견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가장 안쪽 방은 중앙 신전의 관할이기에, 연구를 위한 예외적인 것이라면 몰라도, 몇번이나 귀족원에서 의식을 치뤄서는 왕족과 중앙 신전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러한 갈등은, 에그란티느님이 왕족에게 시집을 가 있는 지금, 클라센부르크에 있어서도 그다지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됩니다."
양부님은 귀족원의 일에 부모는 기본적으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명분과 중앙 신전과 왕실의 관계 악화를 핑계로 아우브·클라센부르크의 요청을 물리친다. 전혀 수용할 기색이 없는 것을 깨달은 아우브·클라센부르크가 아쉬운 표정으로 화제를 바꿨다.
"올해 거래를 한 상인의 보고에 따르면 에렌페스트에는 대단히 희귀한 물건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귀족원에서 유행하고 있는 새로운 책은 멀리 떨어진 기베의 땅에서 만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아랫마을에도 상당히 참신한 물건이 있는 모양이더군요."
상인들이 집에서 찾아낸 펌프와 승차감이 좋은 마차의 이야기가 나왔다. 첫 해에는 거의 보급되지 않아,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는지도 모르지만, 2년째는 펌프도 꽤나 광범위하게 보급되어 있었으니, 일 년 동안 크게 달라져 있는 것에 상인들이 놀란 것이겠지.
"특히 우물에서 물을 퍼올리는 펌프가 획기적이라고 합니다. 꼭 클라센부르크에도 도입하고 싶다는 요망이 있었습니다."
요구받은 양부님이 배후에 있는 문관들을 돌아본다.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양부님에게 응답한 것은 할트무트였다. 할트무트는 나와 아랫마을의 상인들과의 모임에는 꼭 얼굴을 내밀고 있었으므로, 아랫마을의 상황에 대해 자세하다.
"유감입니다만, 펌프는 아직 양산할 수 있는 태세가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매우 죄송합니다만, 당분간은 판매할 예정이 없습니다. 펌프에는 아주 세심한 부품이 필요한데, 그것을 만들 수 있는 직인이 적습니다."
펌프는 세부적인 부품을 요한이 제작해야 해서, 양산은 아직 어렵다. 무엇보다 타령에 보급시키기보다는 에렌페스트의 아랫마을에 보급시키고 싶다. 아랫마을의 남쪽까지 보급시키려면, 아직 타령에는 팔 수 없다.
할트무트의 말에 양부님이 가볍게 끄덕이며 아우브·클라센부르크에게 답하자, "음" 하고 아우브·클라센부르크가 신음 같은 소리를 냈다.
"에렌페스트의 직인에게는 어렵더라도 클라센부르크의 직인에게는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아우브·클라센부르크의 뒤에 있던 문관이 아우브에게 그렇게 말을 걸었다.
"카트르 카르의 레시피를 팔기 시작했듯이, 펌프의 설계도를 판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
양부님이 생각에 빠진 듯, 팔짱을 끼고 있는 뒤에서, 할트무트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라고 대답하며 나에게 시선을 향한다.
"에렌페스트에서는 하나를 만들 때마다 설계자인 로제마인님과 금속직인에게 일정한 설계도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금속협회에 의해 설계도가 관리되고 있습니다. 클라센부르크의 금속협회에 설계도를 파는 것은 가능합니다만, 에렌페스트의 금속협회와 똑같이 관리되지 않으면 양도할 수 없습니다."
할트무트는 클라센부르크의 아우브와 문관들을 보면서 방긋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클라센부르크가 금속협회를 관리할 수 있을지 어떨지……. 분명 어렵겠죠. 대영지가 평민에게까지 신경을 쓴다는 것은."
……할트무트! 안 그래도 상인이 상당히 제멋대로인 짓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클라센부르크는 신용할 수 없어, 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1.
"어쨌건 간에, 정리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한번 논의해야 합니다. 상세한 이야기는 영주 회의에서 진행하지요."
양부님이 그렇게 말하고 아우브·클라센부르크와의 이야기를 끝냈다.
클라센부르크와의 이야기가 끝나자, 다음은 드레반히엘2. 그 다음은 하우프레체3, 그리고 기레센마이어4의 아우브다. 차례차례로 찾아오는 아우브들은 거래 물량을 늘리고 싶다, 라고 말한다. "올해는 아직 어려울지도 모르습니다" 라고 복사해 붙인 듯한 답변을 계속 하는 사이에, 4의 종이 울리고 점심 시간이 되었다.
점심을 위해 기숙사로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다. 점심에 기숙사로 돌아갈 때에는 기수로 돌아가고 싶다고 양부님에게 부탁해, 나는 기수를 타고 기숙사로 돌아온다.
"지쳤어요……."
"다음에서 다음으로 상위 영지가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대와 할트무트가 있어서 정말 도움이 되었다."
인쇄업과 새로 팔기 시작한 책에 관한 정보는 양부님도 문관들도 가지고 있지만, 상인이 아랫마을에서 목격한 펌프, 마차에 대해서는 그 정도로 자세하지 않다. 나는 잘 서포트해 준 할트무트에게 인사를 한다.
"로제마인님의 도움이 되어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우브의 문관에게 필요한 지식이지요?"
"음. 그대에게 맡길 수만은 없다. 지금의 아랫마을의 상황을 알기 위해, 나도 다시 아랫마을로 나가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페르디난드가 없어져서 아랫마을의 정보도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로부터의 보고나 유스톡스가 모아 온 정보를 흘려주던 페르디난드는 이제 없다. 양부님은 스스로 아랫마을의 상황을 알기 위한 연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아랫마을의 시찰은 양부님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저의 측근을 붙인 문관들에게 시키는 것이 좋겠죠. 시찰에 나선 문관이 아랫마을에서 쓸데없는 일을 한다면, 전, 용서할 수 없으니까요. 그보다는 그렛시엘을 정비하고, 상인을 들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 아닌가요?"
"올해는 그대의 마력이 있으니 못할 것도 없다. 그럼 거래 물량을 늘려도……."
"안 됩니다. 그렛시엘이 아랫마을를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는 일 년 정도 시간을 두고 봐야 알 수 있고, 숙소를 갖추고, 접객 방식을 가르치거나 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준비 기간은 절대로 필요합니다."
에렌페스트의 아랫마을은 구텐베르크들과 병사들이 적극적으로 아랫마을를 유지하기 위해서 활약했었다. 그러나 그렛시엘에는 그런 연관성은 없다. 기베에게 맡길 수밖에 없지만, 기베도 기본적으로 아랫마을에는 명령할 뿐이고, 상대의 의견을 듣는다는 자세가 없었다. 조금은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절대로 기베의 무리한 요구에 평민이 고생하게 될 것이다.
"상업 길드나 프랭탕 상회에 맡긴 것처럼 그렛시엘의 상인들에게 맡기면 좋지 않은가."
"양부님. 그렛시엘에 바로 타령의 상인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고 명하는 것은, 모든 영지의 아우브를 에렌페스트의 성에서 당장 완벽하게 모시라는 왕명을 받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곤란하지 않겠나요?"
현재의 에렌페스트에서 많은 영지를 상대로 완벽한 대접이 가능한가, 라고 물어보자, 양부모님은 물론 측근들도 침묵을 지킨다.
"에렌페스트가 변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렛시엘에는 준비 기간을 주고, 받아들일 태세를 갖추게 해야 합니다."
일단 서둘러 그렛시엘의 아랫마을를 정돈하고 상인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베·그렛시엘과 이야기를 하기로 되었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며, 양부님은 빌프리트와 계약서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명을 할 때에는 조심하지 않으면 사기를 당한다고 주의하며, 반드시 서명하기 전에 문관에게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라고 말한다.
"신부 훔치기 딧타에서 이쪽이 승리하면 신에 맹세코 참견하지 않겠다고 레스티라우트님이 말씀하셨기에, 무조건 파혼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하지만 귀족원의 아이들의 언약과 제대로 된 계약서 중에 어느 쪽을 신뢰할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재차 조건을 검토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계약서가 아니었기에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저도 계약서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신부 훔치기 딧타에는 필수적인 계약서라고 하던데요?"
딧타의 조건이나 참가 인원 등이 쓰여진 보고서로밖에 보이지 않는 종이였지만, 서명이 들어간 이상은 계약서가 되고 만다. 분명 레스티라우트에게 유리하게 작성되었을 것이다. 양부님과 나의 말에 빌프리트와 그 측근들이 얼굴을 마주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다. 그것은 단켈페르가에서 기숙사의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로, 효력이 미치는 것은 고작 단켈페르가 내 뿐이다."
레스티라우트에게 그런 말을 듣기라도 한 걸까. 빌프리트는 단켈페르가 내에서만 통용될 뿐이라며 완고하게 주장했다.
"빌프리트. 하지만 그대의 서명이 들어간 시점에서 계약은 성립하는 것이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타령인 에렌페스트와의 계약은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식 계약으로는 안 됩니다. ……그래, 그대가 나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는가, 로제마인."
빌프리트는 "그대는 나에게 거짓말을 가르쳤는가"라고 정색하며 나를 노려보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의미가 잘 이해되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가르쳐 준 것인가요?"
"그렇다. 정식 계약에는 반드시 양피지 협회의 종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값싼 에렌페스트지를 쓸 수 있는 것은 메모나 보고서 정도라고. 에렌페스트지를 사용한 계약은 정식 계약으로 간주되지 않으니까 조심하라고 말하지 않았나."
"아!"
나와 양부님의 목소리가 겹치면서 얼굴을 마주 본다.
……그래서, 서명이 있는데도, 나도 양부님도 계약서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구나.
무심코 보고서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은 양피지가 아니라 에렌페스트지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레스티라우트님은 기숙사 내의 예산에 필요한 서류라고 해서, 나도 재차 확인한 것이다. 그렇지, 이그나츠?"
"네. 이 서류로 정말 예산을 얻을 수 있는 건지 확인했었습니다."
레스티라우트는 문제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저쪽은 에렌페스트보다도 유리하게 계약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예산을 얻기 위해, 라고만 했을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빌프리트는 정말로 식물지로 예산이 나오는 걸까 하고 상대를 걱정하며 사인했다고 한다.
"1학년 때에는 에렌페스트에서만 써서, 도서관에서는 이상한 종이를 쓰고 있다는 시선으로 보여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단켈페르가에서도 애용되고 있는 건가, 하고 기뻐하고 있었습니다만……."
이그나츠는 그렇게 말하며, 빌프리트의 측근인 자신의 경계심 없음에 조금 낙심했다. 그를 바라보며, 빌프리트는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단켈페르가의 문신 견습은 에렌페스트지만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공식 계약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까지는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문관은 어느 종이도 갖고 있다. 언제 양피지가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켈페르가에는 식물지밖에 없었다고 한다.
"……양부님, 양피지 협회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값싼 에렌페스트지는 정식 계약서로 사용할 수가 없다고, 영주 회의에서 판매 계약을 할 때에 분명 주의했었었던 거죠?"
"아, 물론이다. 저쪽의 양피지 협회에 있어서도 중요한 내용이니까. 하지만 저쪽이 계약서로 사용해 온 것이라면, 단켈페르가가 이해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양부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거래하는 영지 모두에게 다시 한번 주의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단켈페르가에는 점심 사이에 올도난츠를 보내겠습니다."
종이의 용도를 틀렸습니다, 라는 지적이 영지 대항전 회장에서 들리게 되면 곤란할 것이다.
"서명을 한 것은 나다. 내가 보내겠다."
빌프리트가 이그나츠에 명하고, 올도난츠를 보낸다.
"나도 그렇게까지 생각이 없지는 않다. 조금은 믿어줘라."
"죄송합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잠시 후 올도난츠가 돌아왔다. "빌프리트님. 일부러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후 주의하겠습니다" 라는 한넬로레의 목소리 너머로 "그림을 그리는 데 전부 썼다는 것은 대체 무슨 말인가요?" 라는 첫째 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계약서에서의 다양한 상식의 차이점과 언동의 엇갈림에 대한 논의가 일단락되고, 나는 공동 연구의 모습을 물었다. 영주 가문은 차례로 찾아오는 방문객의 상대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그다지 공동 연구의 상황을 보지 못했다.
눈을 빛내며 제일 먼저 답한 것은 마리안네였다. 드레반히엘과의 공동 연구에서 에렌페스트가 어떤 연구 발표를 하는지 군돌프가 보러 온 것 같다. 그리고 연구하던 내용과는 다른 전시물이 있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로제마인님이 제안해 주신 방안으로 저희들이 만든 것입니다, 라고 설명하자 크게 놀라셨습니다. 기본이 되는 아이디어는 똑같은데, 이렇게까지 마력을 쓰지 않는 마술도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에이폰지의 악보를 마석으로 미끄러뜨리면 소리가 나는 것에 착안해 음악을 연주하는 마술도구를 만든다는 방향은 같지만, 드레반히엘과 에렌페스트의 완성작의 방향은 정 반대였다.
"그리고 선생님의 눈을 피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에렌페스트도 조금은 성장했구나, 라고 칭찬하셨습니다."
연구 내용이나 중요한 정보를 드러내지 않고 은닉하는 것은 연구자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 그것을 할 수 있게 되어, 자신을 놀래키는 것에 성공한 것은 훌륭한 결과라고 기뻐한 것 같다.
책이 지정된 장소로 돌아오는 마술도구도 꼭 자신의 연구실에서도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그나츠들도 방문객들의 반응에 대한 보고를 더한다.
"군돌프 선생님은 저희들에게 꽤나 그래프에 대한 것을 질문했습니다."
피리네가 그렇게 말하면서 군돌프의 모습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짓는다. 이번 공동 연구에 사용한 그래프는 그리 복잡한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생 수준이므로, 보면 알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치를 시각화한다는 것 자체를 그때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듯, 군돌프는 연구 내용은 제쳐놓고 그래프에 대해서만 묻고 있었다고 한다.
"피리네가 공동 연구, 제가 그래프의 설명을 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로데리히는 군돌프의 상대를 맡아, 그래프에 대한 설명을 했던 것 같다. 그러자, 다음부터 다음으로 선생님들이 찾아오고, 선생님들과 타령의 문신을 상대로 강의하는 듯한 느낌에 되어버려, 정말로 불편한 자리였다고 한다.
"내년 드레반히엘의 연구 발표에서는 그래프를 사용할 것이라고 합니다. 로제마인님과 꼭 같이 연구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로데리히가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직 그래프에도 다양한 것들이 남아 있으니, 이쪽도 차근차근 공개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피리네와 로데리히가 공동 연구의 설명을 하는 동안, 뮤리에라는 타령의 연구를 둘러봐 주고 있었다고 한다.
"단켈페르가의 연구 발표에서는 딧타의 마지막에 의식의 행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영지의 어른이 딧타의 의식을 몰라서, 실제로 춤추며 모두에게 보이게 되었다고 클라릿사님에게 들었습니다."
학생들의 딧타가 끝난 뒤에 단켈페르가의 성인 기사들이 실제로 의식을 하고, 속도를 겨루는 딧타를 하고, 마지막으로 마력의 봉납까지 보인다고 한다. 아우브·단켈페르가가 상당히 의욕을 내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눈에 띌 것 같네요."
단켈페르가 학생들의 춤도 뛰어났다. 성인 기사들의 춤도 멋질 것이다.
"아, 맞다. 요스브렌나의 류르라디님과도 조금 이야기했어요. 로제마인님에게 가호를 얻게 된 인사를 하고 싶어하셨지만, 로제마인님이 사교로 바쁘셨기에 안타까워하고 계셨습니다."
10위의 요스브렌나는 오전에 움직이는 영지 중에서는 최하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왕족과 상위 영지들이 몰려오는 곳으로는 아무래도 들어올 수 없었다고 한다.
"제가 알려드린 탓도 있겠지만, 아렌스바흐의 슈밀 마술도구를 끝까지 재생시키며 사랑의 말을 즐기셨다고 합니다. 마지막의 책 선전을 듣고, 책을 갖고 싶어 어쩔 수 없어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쩌면 류르라디가 아렌스바흐에서 책 선전을 재생했던 걸가. 참 잘했다, 라고 페르디난드가 말했던 것을 떠올리며, 나도 "류르라디님, 참 잘했어요" 라고 속삭여 보았다.
"하지만, 요스브렌나는 에렌페스트와의 거래가 없어, 책을 구입할 수 없다며 류르라디님이 너무 아쉬워하고 계셨기에, 이야기를 쓰면서 자신이 직접 책을 만들면 어떨까요? 라고 조언해 드렸습니다."
하겠습니다, 라고 류르라디는 솔깃해 한 것 같다. 이로써 새로운 책이 늘어날지도 모릅니다, 라는 말을 들고 나는 웃으면서 뮤리에라를 칭찬한다.
"잘했어요, 뮤리에라."
작가를 늘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류르라디는 상급 문관인 것 같으니, 어머님 같은 작가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느끼며, 나는 점심 식사를 마쳤다.
49화. 프뢰벨타크와의 사교와 딧타
프뢰벨타크와의 사교와 딧타
"로제마인님, 올해는 역시 축복을 받을 수 없는 것인가요? 올해도 프라우렘 선생님의 방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후부터 딧타를 하게 되는 기사 견습들을 대표해, 레오노레가 한발 앞으로 나와 그렇게 말했다. 작년, 훈데르트타이렌1에 고전하던 모두의 모습이 떠오르며, 동시에 불안스럽게 매달리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기사 견습들이 보인다. 그러나 더 이상 축복을 줄 생각은 없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축복이 없는 모의전에서도 6위였던 거죠? 실력에는 문제가 없는데다, 저에게 의존하는 것은 모두의 성장을 방해하게 되니까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라고 레오노레는 깨끗이 물러났다. 일단 부탁해 보았을 뿐이라는 모습인 레오노레와는 달리,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어째서 올해는 축복을 안 해주는 건가요?" 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단켈페르가가 축복을 얻을 수 있다면, 이쪽도 축복을 얻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로제마인님의 축복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대단히 다르니까요."
"단켈페르가에서는 모두가 노력해서 자력으로 축복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언제까지고 나의 축복을 믿고 있어서는 곤란합니다."
……게다가 에렌페스트의 순위는 더 이상 올리지 않는다는 방침이 된 것 같고.
도청 방지 마술도구가 사용되는 와중에 말한 일이고, 모두의 사기에 관련된 것이기에 입밖으론 꺼내지 않는다.
"오늘 딧타의 마지막에는 단켈페르가의 성인 기사들이 시연을 하게 되지요? 그것을 보고 타령에서도 흉내낼 것입니다. 모두가 자력으로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되니, 에렌페스트도 똑같이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호를 얻기 위한 연구를 한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이 가장 가호를 얻지 못했다는 결과가 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졸업식 후에 희망자에게는 가호의 의식을 다시 하도록 허가한다고 왕도 말했고, 에렌페스트로 돌아가도 의식을 다시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몇 번이고 다시 하더라도 기도와 헌신이 부족하면 의미가 없다.
"마력을 봉납하는 양이 성공의 열쇠라는 정보도 있습니다. 스스로 축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넷!"
힘차게 대답하는 기사 견습들을 본 안젤리카가 "로제마인님, 그 의식을 하면 저도 강해질 수 있을까요?" 라고 중얼거린다. 모두가 자력으로 축복을 얻어 강하게 된다는 부분에 흥미가 생긴 것 같다.
"축복을 얻으면 그 때는 강해집니다. 단켈페르가의 의식은 복수의 신들의 축복을 얻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진지한 마음으로 여러 차례 의식을 치르면, 신들의 가호를 받기 쉽게 됩니다. 그러나 가호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신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해요, 안젤리카."
"기억……. 슈틴루크가 대신해주면 좋겠습니다."
신전에서 공부하는게 정말로 싫었던 모양이다. 안젤리카가 우울하게 한숨을 토하며 허리에 차고 있는 슈틴루크의 마석을 쓰다듬는다. 여전히 단검 같은 짧은 칼집이다. 언뜻 보아서는 이것이 장검이라고는 알 수 없을 것이다.
"많은 가호를 얻으면 마력의 소비량이 줄어들어, 슈틴루크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거에요."
슈틴루크를 다루는 안젤리카이야말로 신들의 가호는 가급적 많이 있는 것이 좀 더 유리하게 싸울 수 있을 것이다.
"네!? 소비하는 마력이 적게 드나요?"
처음 들었다는 얼굴로 안젤리카가 나를 보았다. 아무래도 신들의 이름을 다시 외우는 것은 연구의 일환이고, 자신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는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다무엘이 설명하지 않았나, 안젤리카!"
"어쩌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앞으로 전력으로 신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안젤리카가 의욕을 가지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좀 더 일찍 할 맘이 생겼으면, 다무엘의 고생은 반으로 줄었을 거다, 안젤리카."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불쌍하게도" 라며 다무엘에 대한 동정의 말을 흘린다. 의욕 없는 안젤리카를 가르쳐야 했던 다무엘은 상당히 고생했던 것 같다.
나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나 할트무트로부터 다무엘의 고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지 대항전의 회장으로 향했다.
오전은 기본적으로 상위 영지가 이동하며, 사이가 좋은 영지나 관계를 다지고 싶은 영지로 인사를 가지만, 에렌페스트는 오전 중에 전혀 이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상태로 오후에도 자령의 회장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타령은 둘러볼 수 없게 된다.
"에렌페스트는 인사를 다니지 않아도 될까요?"
각각의 영지가 오후를 준비하는 것을 둘러보면서 양부님에게 묻자, 양부님은 힐끗 나를 째려보았다.
"에렌페스트에게 상위 영지로서의 품행이 요구되고 있는데, 하위 영지와 마찬가지로 오후부터 인사하러 나가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상위영지와 다시 상담을 하고 싶은 건가?"
곧바로 붕붕 고개를 흔들며 부정한다. 달리 상담 같은 걸 하고 싶은게 아니다. 그저 조금 타령의 연구나 사교장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구경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대는 딧타를 보며 쉬고 있어라. 이미 왕과 안면이 있는 그대가 올해도 시상식을 불참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하위 영지가 인사하러 오는 것이죠? 휴식할 수 있을까요?"
이래서야 오전의 반복이다. 사교장에서는 도저히 휴식을 취하고 있을 여유가 없을 것 같다.
"……작년의 상황으로 보면, 조금은 딧타를 볼 여유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만, 그건 공동 연구의 봉납식의 영향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에 달렸겠지."
"으윽……."
공동 연구의 협조자로서, 의식 참가자의 이름을 올려두었는데, 왕족과 나란히 이름이 실릴 만한 대규모 연구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던 듯, 꽤나 반응이 컸던 것 같다. 특히 영주 후보생이 없어서 상급 문관 견습이 대리로 참석한 영지에서는 영주 후보생도 얻지 못한 영예로 취급받고 있다고 한다.
"반대로 슈체리아의 방패로 쫓겨난 영토로부터는 상당한 분노와 원한을 사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물론, 이렇게나 경계가 삼엄한 장소에서 무언가가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만……."
양부님은 곳곳에서 경계를 하고 있는 중앙 기사단을 보면서 중얼거린다. 이렇게 습격을 경계하는 기사단 앞에서 소동을 일으키면, 지난해의 임멜딩크2보다 훨씬 엄한 벌을 받을 지도 모른다.
……2년 연속으로 소동이 일어나면 왕으로서도 무능하다고 생각될 테니, 중앙 기사단도 필사적이겠네.
"그럼, 지금부터 딧타의 후반전을 재개합니다! 후반전은 조금 특이한 마물을 넣어보았습니다. 여러분, 부디 즐겨주세요!"
루펜의 목소리에 의해 오후 활동의 개시가 선언되었다.
후반전은 작년에 에렌페스트가 훈데르트타이렌에 애먹었던 것에서 착안해, 적으로 특이한 마물을 소환하게 된 것 같다. 일반적이지 않은 마물과 조우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도 중요하니까, 라고 한다.
"이건 에렌페스트가 상당히 유리하네요. 지난해의 훈데르트타이렌처럼 프라우렘 선생님의 방해가 있을 경우를 상정하고 모두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으니까요."
"자신들 쪽에도 나올지도 모른다며 자발적으로 마물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영지는 있는 걸까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말에 나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단켈페르라면 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들은 빛의 기둥을 세우는 의식의 성공률을 높이기에 바빠, 달리 신경 쓸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아렌스바흐!"
후반전에 처음으로 싸우게 된 것은 아렌스바흐다. 힐쉬르가 마수를 소환하는 역할인 것 같다. 힐쉬르가 도대체 어떤 마물을 내놓을지 정말로 궁금하다.
"양부님, 저 앞에서 보고 와도 될까요?"
"……괜찮다. 중요한 손님이 오면 불러들일 테니, 기사 견습들과 함께 보고 있어라."
허가를 얻은 나는 자신의 호위기사들과 함께 딧타가 잘 보이는 위치로 이동했다. 리할다가 작년과 똑같이 발판을 준비한다. 그것에 올라가자, 지난해보다 시계가 높아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와아아, 나, 커졌어!
작년보다 잘 보이는 경기장을 내려다보자, 연보랏빛의 망토가 시작 위치에 대기하고 있고, 힐쉬르가 슈타프를 내고 마법진에 마력을 넣는 것이 보였다. 마법진이 확 빛나고, 그곳에 작은 언덕 같은 탈크로쉬3가 나타났다.
"탈크로쉬!?"
"로제마인님은 알고 계시나요?"
안젤리카의 물음에 나는 "네에, 뭐……" 라고 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레베의 소재를 회수할 때 마주친 적 있는 커다란 개구리이다. 소재를 회수하던 것은 비밀이어서, 자세한 것은 이야기할 수 없지만, 탈크로쉬와는 싸웠던 적이 있기 때문에 잘 기억한다. 저것도 공격을 받으면 분열한다. 브리깃테과 함께 삼켜지거나, 푸드득푸드득 작은 개구리가 떨어져 내리기도 하던 정경을 떠올리자, 쓰윽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작년의 훈데르트타이렌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 적이 없는 적이 나와, 아렌스바흐의 기사 견습들이 당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속도를 겨루는 딧타이다. 망설이고 있을 시간은 없다.
기사들이 대응을 결정한 것처럼 견제 공격을 가하지만, 어느정도 강한 공격이 아니면 보잉 하고 퉁겨져 나오는 듯, 그다지 공격이 먹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가자!"
"오우!"
끝이 안 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두 명의 기사 견습이 크게 마력을 모아, 칼을 무지개빛으로 번뜩이기 시작한다. 큰 마력을 던지는 것이다. 두명의 기사 견습이 마력을 모으고, 다른 사람은 충격에 대비해 방패를 준비한다. 두 사람이 칼을 휘두르자, 무지개 같은, 복잡한 색깔의 공격이 나왔다.
무지개처럼 빛나는 마력이 두 개, 뒤틀려가면서 탈크로쉬에게 부딪치자, 펑! 하는 굉장한 소리와 함께 주위에 충격을 내뿜으며 폭산한다.
"됐다!"
"……아직이다! 마법진이 빛나고 있어!"
완전히 적을 쓰러뜨리면 사라졌을 터인 마법진의 빛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한 기사 견습이 주의한 순간, 작아진 탈크로쉬가 경기장 내에 쏟아졌다.
"우, 우왓!"
"한 마리도 남김 없이 쓰러뜨려라!"
기사 견습들이 쏟아지는 작은 탈크로쉬를 쫓아 쓰러뜨린다. 작아져 있기에 바로 쓰러뜨릴 수는 있지만, 작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서, 어디에 있는지 발견하기도 힘들다.
"작년의 에렌페스트와 똑같은 상황이네요. ……힐쉬르 선생님 나름의 복수일까요?"
"훈데르트타이렌과 달리 건드리기만 해도 다시 합체하는 것이 아니고, 최소까지 세밀하게 하지 않아도 쓰러뜨릴 수 있으니, 꽤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레오노레의 말에 유디트도 끄덕인다.
"어차피 복수한다면 훈데르트타이렌을 그대로 돌려주는게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정말 귀찮았으니까요."
"훈데르트타이렌은 아렌스바흐에 서식하고 있으므로, 같은 특성을 가지면서, 그들이 모르는 마수를 낸 것이겠죠."
마티아스의 말에 "과연" 하고 모두가 납득하면서 경기장을 내려다본다. 모든 탈크로쉬를 쓰러뜨리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리제레타가 찾아왔다.
"로제마인님 아우브·에렌페스트가 부르십니다. 프뢰벨타크4의 아우브 부부5가 오셨습니다. 사교장으로 돌아오시지요."
나는 자신의 호위기사들을 데리고 자리로 돌아가려다가 거기서 빙 주위를 둘러보고는 할트무트의 모습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할트무트의 모습이 안 보이네요?"
"클라릿사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내가 딧타를 구경하는 사이, 단켈페르가 쪽으로 향한 것 같다. 무사히 클라릿사의 부모를 설득할 수 있을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딧타는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단켈페르가의 첫째 부인에게 의해 금지되었고, 이야기의 초점이 되는 것은 클라릿사가 마음대로 에렌페스트로 들이닥쳤을 때의 대처 방법이라고 하니까요."
어떻게 연락할 것인지, 돌려보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받아들인다 해도 어떤 대우가 필요한지 등, 결혼이 허가되지 않았을 경우에 클라릿사가 들이닥칠 것을 염두에 둔 논의라고 한다.
"할트무트가 아니라 로제마인님 쪽으로 들어가려 하는 시점에서 부모님들도 대처에 곤란해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될까요, 라고 말하면서 테이블로 가자, 양부님과 함께 프뢰벨타크의 아우브 부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로제마인, 아우브·프뢰벨타크과 콘스탄체 누님이다."
……이 사람이 콘스탄체님이구나.
양부님의 둘째 누나인 콘스탄체는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에서 양부님의 사랑을 위해 활약하고 있었으므로, 처음 만나는 것이지만 사람은 알고 있다는 독특한 느낌의 사람이다. 얼굴은 게오르기네나 디트린데보다 양부님을 닮아 있는 분위기다. 어쩌면 선대 아우브와 닮은 것일까? 머리카락이 금발이고, 눈동자가 물빛 같은 색깔이어서, 양부님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보인다. 그러나 흥미로운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눈이 좀 재미있어 하는 분위기를 띄고 있어, 양부모님과의 첫 대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우브·프뢰벨타크는 샤를로테와 나란히 서면 마치 부녀지간처럼 보일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일견 상냥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두 사람 앞에 무릎을 꿇고 첫 대면의 인사를 했다.
"생명의 신 에비리베에의 엄격히 선별된 드문 만남에, 축복을 기도하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합니다."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 두 사람은 나를 보고 작게 웃는다.
"매년 영지 대항전에 오고 있는데, 이렇게 대화하게 된 것은 처음이네요."
"류디가6도 거의 접촉이 없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신전과 제례식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나도 종남매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말을 걸어 주기도 하고, 스스로 신전으로 가서 수확량을 늘리기도 한 듯한 류디가에 대한 인상은 나쁘지 않다. 봉납식으로 에렌페스트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종남매회에서는 분명 디트린데보다 류디가와 이야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플로렌시아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상태가 좋지 않으신가요?"
콘스탄체가 주위를 신경쓰며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아우브·프뢰벨타크는 양모님의 오라버님이니, 사교의 장에서 동생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걱정이 될 것이다.
"아직 공개할 것은 아닙니다만……매형과 누님에게는 알려 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회임의 조짐이 있었기 때문에, 큰일은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상태를 봐서 내일은 올 예정입니다만……."
"엣!?"
생각지도 못한 정보에 내가 눈을 부릅뜨자, 양부님이 "조용히" 라고 가볍게 노려보았다. 귀족은 세례식을 마치기 전까지는 아이의 탄생을 알리는 일도 적다. 이런 사교의 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본래 없는 일이겠지. 새로운 동생이나 여동생이 생기는 것은 기쁘지만, 이 자리에서 환호성을 올릴 수도 없다. 좀 엉덩이를 우물쭈물거리면서 나는 쓸데없는 것을 말하지 않도록 입술을 누른다.
……남동생일까 여동생일까! 그리고 아기를 위한 흑백 그림책을 만들어야 해!
뇌 속에서 아기의 열풍이 시작된 나와 달리, 콘스탄체는 어이없다는 듯이 양부님을 보았다.
"이런 시기에 임신이라니……. 당신은 정말로 플로렌시아님 이외엔 얻을 생각이 없는 건가요? 이젠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나이도 순위도 아니잖아요? 플로렌시아님에게 한결같은 것은 좋지만, 조금은 주위도 보세요."
이러니까 당신은, 이라는 콘스탄체의 말이 동생을 타이르는 누나의 목소리가 되어 있었다. 작은 소리로 잔소리를 받은 양부모님은 토라진 듯이 반박했다.
"별로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분명 두 번째 부인을 맞아들이지 않아도 좋다는 리베스크힐페의 가호의 선물이겠죠."
"또 그렇게 제멋대로……."
콘스탄체가 이마를 누르자, 아우브·프뢰벨타크가 쓴웃음을 지었다.
"에렌페스트는 순위가 올라도 플로렌시아를 소중히 여겨주는 것을 알고 안심했습니다."
점점 에렌페스트와 프뢰벨타크의 순위에 차이가 벌어지자, 양모님의 취급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두 번째 부인이나 셋째 부인을 맞게 되면 큰일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프뢰벨타크쪽은 어떠신가요? 류디가님이 제례식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금년의 프뢰벨타크는 단켈페르가와의 딧타를 사양한 듯, 봉납식에도 참가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자령의 제례식에는 조금씩 귀족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류디가가 신전의 제례식을 하게 되면서 눈에 띄게 수확량이 늘어, 다른 영주 후보생과 측근들도 동행하거나 자신의 땅을 조금이라도 채우기 위해 기베가 적극적으로 소성배를 채우거나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훌륭합니다만, 영주 후보생이 신전에 드나들며 제례식에 참여하는 데 있어 반대도 많지는 않았나요? 전, 이번에 의식을 가지면서 신전이 상당히 기피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말에 콘스탄체가 "프뢰벨타크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라며 미소짓는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해봐야 할 상황이었으니까요."
아우브·프뢰벨타크가 "처음에 류디가의 말을 받아들인 것은 콘스탄체였습니다" 라며 미소짓는다.
"영주 후보생을 신전장이나 신관장으로 임명하거나, 자녀를 신전의 제례식에 참여시키거나, 에렌페스트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은 가끔 놀라운 결단을 하는군요. 다음에서 다음으로 새로운 일을 진행하시는 로제마인님은 참으로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으로서 어울리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프뢰벨타크는 귀족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그리고 조금이라도 영지의 모두가 편해질 수 있도록, 빠르게 신전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올해 왕족이 참여한 제례식으로 인해, 조금은 제례식에 대한 기피감이 풀어졌겠죠. 이 기회에 정변에서 패배한 영토에게 기원식과 수확제에 참여하는 것의 이점을 알려주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는 프뢰벨타크가 무슨 말을 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모두가 제례식에 흥미를 가진 지금이라면 조금은 들어주는 영지도 있을 것이라고 콘스탄체가 말한다.
"내년은 영주 후보생들이 직할지를 돌며 기원식과 수확제에 참여하게 되어 일어난 수확량의 변화에 대해 프뢰벨타크과 공동 연구를 하지 않겠습니까? 2년 연속으로 증가하고 있기에, 널리 알릴만한 가치가 있는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가요, 질베스타?"
지금은 프뢰벨타크과 에렌페스트 외에는 영주 후보생들이 직할지를 돌아본 데이터가 없다. 콘스탄체의 말에 양부님은 "연구를 하는 것은 학생입니다, 누님" 이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어떻습니까, 로제마인님?"
하늘색 눈동자가 기대에 차 있다. 영주 후보생들이 직할지를 돌며 제례식을 진행해 수확량이 늘어난 사례가 있으면 신전의 개혁에 나서는 영지가 늘어날지도 모르니, 프뢰벨타크와 공동 연구를 하는 것 자체는 상관 없다. 그러나 나는 어느 쪽인가 하면 도서관의 마술도구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은 것이다.
"전, 귀족원에 남아 있는 것은 올해만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신전장인 저보다는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테의 문관 위주로 가는 것이 좋겠지요. 저도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그럼 빌프리트님과 샤를로테님에게 이야기하고 오겠습니다. 로제마인님, 잘 부탁 드립니다."
프뢰벨타크의 아우브 부부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의 테이블로 향한다. 그 등을 보면서 나는 양부님에게 중얼거린다.
"지금까지는 류디가님이 신전에 드나들고 있는 것을 타령에 말할 수 없었는데도, 왕족의 참여로 신전에 대한 의식이 개선되자, 곧바로 자신들밖에 못하는 연구를 시도하는 부분이, 순위를 떨어뜨리고는 있어도 역시 전 상위 영지네요."
"정변으로 순위를 떨어뜨리고 있긴 해도, 아우브·프뢰벨타크는 우수했으니까. 수확량이 안정되고 귀족의 수가 늘어나면 곧 올라오겠지."
이쪽이야말로 순위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귀족들의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며, 양부님이 중얼거린다.
"아우브, 다음이 에렌페스트입니다!"
일찌감치 관전 준비를 해야 한다며, 기사 견습들이 부르러 왔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사 견습들의 전투를 보기 위해 앞으로 향한다. 발판에 올라서자, 갈색 망토가 달리고 있었다. 기레센마이어가 싸우고 있다.
"뭔가, 저것은?"
양부님이 경기장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노랗고 뾰족한 동그란 것 다섯 개가 경기장 내에서 팔딱팔딱 튀고 있다.
"타우나델7……이네요."
꼬리가 달린 노란 색의 성게나 가시복 같은 물고기형 마수이고, 어떻게 생각해도 싸우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낙승이 아닌가?"
"그렇지도 않습니다. 온몸에 있는 길고 가느다란 독침을 주위에 날리며 공격하기 때문에, 대처 방법을 모르면 매우 위험합니다."
내 말에 딧타를 지켜보던 주위의 기사 견습들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근처에 쓰러진 기사 견습들은 첫 공격을 할 때 당한 것이겠죠. 바다에 서식하고 있는 물고기이므로, 멀찍이 둘러서서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바람의 방패로 둘러싸서 독침을 완전히 빼는 것도 가능합니다만, 어느 쪽도 시간이 걸립니다."
타우나델에 고전하는 기레센마이어을 보는 기사 견습들의 얼굴이 긴장으로 물들어 간다.
"저희들 때에는 무엇이 나올까요? 영지 대항전의 딧타로 이렇게 긴장할 줄은 몰랐습니다."
자신들이 모르는 마수가 나오면 매우 곤란하다. 지식 부분을 담당하는 레오노레가 굳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바라본다.
"기레센마이어, 종료! 다음은 에렌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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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뢰벨타크 아우브 부부의 첫 등장입니다.
감상란에서 이미 예상되었으나, 양모님은 회임입니다.
나이를 생각하라고 누나에게 혼나고, 신의 가호라고 답하는 동생.
그리고 작년 프라우렘 선생님이 비인기 마수를 내면서, 올해의 모의전에서는 상위 영지에 마이너적인 마수를 내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에렌페스트가 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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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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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프뢰벨타크쪽은 훈훈하네요.
hundert (백) + Teilung (분열)
11위의 영지.
지난해에 귀족원에서 로제마인을 공격한 상급 귀족이 엄한 처벌을 받았다.
Tal (골짜기) + Frosch (개구리)
15위 영지.
원래 상위영지였으나, 정변으로 아우브가 처형되며 하위영지로 추락했다.
아우브 프뢰벨타크: 에렌페스트의 첫 번재 부인인 플로렌시아의 오빠.
콘스탄체: 아우브·에렌페스트인 질베스타의 누나.
Ru"diger. 할트무트와 동갑.
tau(1천) + Nadel (바늘)
50화. 딧타 경기와 단켈페르가의 시연
딧타 경기와 단켈페르가의 시연
루펜에게 불린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이 기수를 타고 경기장으로 내려간다. 한 바퀴, 경기장을 일주한 뒤, 밝은 황토색의 망토가 자리에 내려앉자 군돌프가 나왔다. 아무래도 올해는 프라우렘이 아닌 모양이다.
"올해는 프라우렘 선생님이 아니네요. 조금 안심했습니다."
오전에도 올도난츠를 날리며 떽떽거리고 있었으니까, 프라우렘이 담당이였으면 분명 귀찮은 마수가 나왔을 것이 틀림 없다.
"아니, 군돌프 선생님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 다양한 마수에 대해 자세히 알 테니."
"빌프리트님이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공동 연구에서도, 마목으로 마술지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마목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열심이었습니다."
에렌페스트에는 어떤 마목이 있느냐며, 이그나츠는 군돌프로부터 상당한 질문을 받았던 것 같다. 그다지 대답할 수 없어서, "진심으로 연구할 생각이 있는 건가" 라며 어이없어했다고 한다.
"그나저나 올해는 관전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걸."
빌프리트의 말에 나는 빙 관람석을 둘러보았다. 자령의 차례도 아닌데 몸을 내밀어 딧타를 관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켈페르가는 특히 인원이 많아서,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하게 달려 있다. 어떤 마물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낮선 마물 때문에 의외의 결과가 속출해서일까, 관객들이 작년에 비해 상당히 흥분해 있는 듯이 보였다.
"성인이 된 기사라도 타령의 그리 유명하지 않는 마수를 볼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처음 보는 마수를 어떻게 쓰러뜨릴지, 기대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러는 사이에 군돌프가 슈타프로 마법진을 기동시킨다. 확 하고, 한 번 강한 빛을 낸 빛이 안정을 찾자, 마법진 위에 와삭와삭 많은 잎이 우거진 커다란 나무가 나타났다.
"저것은 마목인가요?"
"마목이겠죠. 여기서 보통 나무를 내놓으면, 군돌프 선생님이 비난받을 테니까요."
하지만 난세브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에이폰처럼 소리를 내며 외치는 것도 아니다. 트롬베1처럼 주변의 마력을 모두 빨아들이는 타입도 아닌 것 같다. 보기엔 보통 나무로, 류엘 나무처럼 판타지처럼 생기지도 않았다.
……음, 이 나무, 대체 무슨 나무지?
전혀 움직임이 없어서, 정말로 마목인지 의심될 정도다.
"처음 보는 마목이네요. 뭐죠?"
종이를 만들 수 없을지 시험하기 위해, 에렌페스트에 있는 마목에 대한 것은 기베들에게 묻기도 했지만, 타령의 마목에 대해선 잘 모른다. 걱정이 된 나는 시선을 집중하며, 기사 견습들의 중심에 있는 레오노레를 바라보았다. 레오노레는 저것이 무엇인지 아는 걸까.
"유디트 이외는 모두 트롬베를 사냥할 때와 같이 가지를 자르기 위한 무기로 변경! 상급 기사는 차례로 마력을 모으겠습니다! 알렉시스는 준비를!"
자신의 슈타프를 변화시키고, 마력을 모으며 지시를 내리는 레오노레의 목소리에는 확실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알고 있는 마목인 것 같다.
"유디트는 신호에 맞춰 가장 위력이 높은 마술도구를 구미모카에 날려 주세요. 다들 알다시피, 일정 강도 이상의 공격과 동시에 잎 속에 숨어 있는 가느다란 가지가 많이 나올 겁니다. 핑 하고 늘어나는 것은 단 몇초. 그 사이에 최대한 많은 가지를 잘라내세요. 다만, 가지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가지의 끝에는 가시가 있어, 심한 마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구미모카2? 그거 고무나무지?
트롬베 같은 마목이고, 근처에는 없다고 언젠가 페르디난드에게 배웠던 기억이 난다.
"이그나츠, 마리안네. 그 구미모카를 군돌프 선생님이 만들어 냈다는 것은 드레반히엘에 서식하고 있다는 건가요? 아니면 우연히 알고 있었을 뿐이고, 다른 곳에 서식하고 있을까요? 소재를 손에 넣을 수 없을지 질문하고 싶습니다만……."
나는 군돌프와 교류했던 이그나츠과 마리안네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둘 다 모르는 것 같다.
"나중에 군돌프 선생님께 여쭈어 보겠습니다."
……이것이 선생님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경기용 마목이 아니었으면, "소재 회수를 우선해줘요!" 라고 외쳤을 거야. 아아, 고무가 갖고 싶어!
고무가 있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리며 마목을 바라보고 있자, 살짝 리제레타가 나의 어깨를 눌렀다.
"로제마인님, 조금 들뜨셨습니다. 마목의 정보를 얻겠다고, 무심코 군돌프 선생님에게 달려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이런 상태여선 끝도 없이 정보를 빼앗길지도 모릅니다, 라고 주의한다. 확실히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처음으로 본 구미모카가 너무나도 신경쓰인다.
"로제마인님, 군돌프 선생님에게 물어보기 전에 우선 레오노레를 찾아 주세요. 서식지 정도는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네요."
구미모카를 만들어낸 군돌프에게 묻는다는 것밖엔 생각하지 못했지만, 대처 방법을 알고 있는 레오노레라면 서식지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비록 서식지를 알게 되더라도, 타령에만 서식하는 특수한 마목이었을 경우엔 입수를 포기해 주세요. 채집을 위해 몇명이나 되는 기사를 데리고 가는 것은 무리니까요."
에렌페스트의 소재를 채집하겠다고 타령의 기사가 오면 곤란하지요? 라며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타일렀다. 나는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단체로 소재를 채집하러 오는 정경을 떠올리고 납득한다. 그런 일을 당하면 몹시 곤란하다.
"그럼, 재료의 거래라면 어떨까요?"
"로제마인님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상대에게 무엇이 요구되더라도 받아들여버릴 것 같은 위험성이 있어 찬성할 수 없습니다."
나의 제안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싹둑 잘려나가고 말았다. 측근들은 "에렌페스트 내에서 그치는 것이라면 몰라도 타령과의 거래가 되니까" 라며,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말에 동의하고 있다.
……원하는 물건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주위에 타일러진 나는 조금 낙담하며 구미모카를 바라본다.
경기장에서는 트롬베 퇴치 때에도 보았던 할버드 같은 무기로 슈타프를 변화시킨 기사 견습들이 이미 마목의 주위에 산개해 있었다. 얼마나 가지가 늘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다소 방어적으로 거리를 취한 것 같다.
상급 기사 견습들은 지시받은 대로 마력을 모으고 있고, 각각 훈색으로 무기를 빛내기 시작했다.
"누구나 저런 공격을 할 수 있는 건가요?"
"네. 자신이 가진 마력을 무기에 모아 내려칠 뿐이라, 조금 훈련하면 누구라도 가능합니다. 다만 마력의 양과 적성 속성의 수로 위력이 크게 바뀌므로, 하급이나 중급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 뿐입니다. 상급에 가까운 중급 기사 중에도 할 수 있는 사람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온몸의 마력을 끌어모아 내던지는 공격이 되므로, 완전히 쓰러뜨릴 수 있거나, 혹은 회복약과 회복 중의 보조를 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봉납식에서 나눠주고 남은 회복약도 있으니, 아마 괜찮을 것이다.
"유디트는 잎이 무성한 수풀에, 상급 기사는 줄기 위쪽의 조금 색깔이 다른 부분이 보입니까? 제가 이름을 부르면 차례로 그 부분에 공격을!"
"넷!"
모두가 준비된 것을 보고, 레오노레가 높이 올렸던 손을 떨어뜨린다.
"유디트!"
"타앗!"
유디트가 슬링으로 던진 것은 단켈페르가와의 딧타에서 사용하고 남은 마술도구이다. 그것이 잎이 무성한 부분에 명중하자 큰 폭발음이 울렸다.
마치 놀란 것처럼 마목이 흔들리고, 잔뜩 우거진 잎의 그늘에서 가느다란 가지가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그 수는 삼십에서 사십 정도. 레오노레가 말한 것처럼,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에서 튀어나온 가지의 끝부분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붙어 있었다.
"이야!"
"하앗!"
기수에 탄 기사 견습들이 할버드를 휘두르며 뻗어나온 가느다란 가지를 차례로 잘라 간다. 그러나 가는 가지가 슥 하고 늘어났던 것은 단 몇 초였다. 가지는 바로 잎 사이로 쏙 들어가고, 이번에는 촉수처럼 흔들흔들 구불구불 움직이며 주위의 기사 견습들을 잡으려 한다. 수북하게 잎이 우거진 부분에서 꿈틀거리는 촉수가 튀어나와 있는 모습은 마치 해파리처럼 보였다.
……가는 가지에 찔리면 마비된다는 것은, 즉, 나무 해파리! 구미모카는 나무 해파리. 매우 위험. 좋아, 외웠다.
"그 가지는 늘어나지 않았을 때에는 잘라낼 수 없습니다! 일단 물러납니다! 다음은 제가 공격합니다!"
기사 견습들을 한번 물러나게 한 레오노레는 자신이 모아둔 마력을 마목의 줄기에 때려박았다. 기합이 들어간 외침과 함께 크게 휘두른 할버드에서 훈색의 빛이 튀어나와 줄기 위쪽의, 조금 색깔이 옅어 보이는 곳으로 날아간다.
명중과 함께 마목이 바삭 하고 잎을 크게 흔들었다. 마치 마력의 전력 공격이 효과가 없었던 것처럼, 주위엔 언제나와 같은 충격파가 퍼지지 않는다. 예상 밖의 일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자, 그 직후에 가는 가지가 쑤욱 늘어났다.
"가랏!"
늘어난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할버드를 휘둘러, 위험한 가지를 잘라낸다. 레오노레는 "나탈리에, 마력을 모아!" 라고 지시를 내리고, 회복약을 마시면서 기사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마력의 전력 공격을 계속하는 건가, 정말로 효과가 있는 걸까, 하고 나는 걱정스럽게 레오노레를 바라보았지만, 레오노레의 지시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알렉시스!"
"하아아아아아앗!"
레오노레의 지시에, 이번에는 알렉시스가 마력을 때려박는다. 꽤나 커다란 빛이 발사되었지만, 역시 주위에 충격은 없다. 튀어나온 가느다란 가지를 잘라내고, 가지가 다시 들어가는 것을 본 기사 견습들은 재빨리 마목으로부터 거리를 둔다. 그리고 다음 공격이다.
"트라우곳, 준비를! 나탈리에!"
트라우곳이 무기에 마력을 모으기 시작하고, 나탈리에가 마력을 때려박는다. 보유한 마력량 및 속성에 의해 위력에 차이가 생긴다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말을 잘 알 수 있었다. 여러 마력이 뒤섞인, 똑같은 무지개빛이어도, 각각의 색깔이 다르고, 위력이 전혀 다르다.
"위험한 가지는 거의 잘라낸 것 아닐까요? 이젠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나탈리에의 공격으로 늘어나는 가지가 거의 사라졌다고 안젤리카가 중얼거린다. 좀 안절부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자신도 저기에 참가하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유디트, 비장의 수로 잎을 제거합니다! 모두 거리를! 마티아스, 마력을 모읍니다!"
"넷!"
다음의 레오노레의 지시는 마력을 모으고 있는 트라우곳이 아니라 유디트에게 향했다. 유디트는 재빨리 마술도구가 들어 있는 웨이스트백에서 주먹만한 크기의 마술도구를 꺼내 슬링으로 내던진다.
유디트가 던진 마술도구가 울창한 잎 속으로 빨려들듯이 날아간다. 다음 순간, 무지개 빛의 마력을 명중시켰을 때에도 들을 수 없었던 커다란 폭발 소리가 나고, 수많은 잎들이 단숨에 타올랐다.
"뭐, 뭡니까, 저건!?"
"속도를 겨루는 딧타에서 이런 마술도구를 사용하는 건가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안젤리카가 감탄한다. 경기장 내에서도 함성이 일어난다. 그러고 보니 속도를 겨루는 딧타에서 마술도구를 사용하는 영지는 거의 없다고 마티아스가 말했던 것 같다.
"단켈페르가와의 딧타용으로 할트무트가 제작한 마술도구입니다. 아까우니까 영지 대항전에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만, 예상 이상의 위력이네요."
"저걸 단켈페르가를 상대로 쓰려고 했던 건가요. 용서 없네요."
"……정말 질 것 같게 되었을 때의 비장의 수입니다."
무성했던 잎이 완전히 타버렸지만, 마목은 쓰러지지 않았다. 줄기 위쪽은 불길에 휩싸이긴 했어도 전혀 불타지 않는 것 같아, 조금 얇은 부분은 그대로다.
……얼마나 센 거야, 구미모카!?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색이 옅은 부분보다 더 조금 위, 갈라진 줄기의 최상부가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가지의 일부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며, 또 촉수 같은 가지를 만들어내려 하고 있었다.
"자라기 전에 끝냅니다. 트라우곳! 마티아스! 위에서부터 공격을! 모두 방패를 준비!"
"넷!"
레오노레의 지시에 맞추어 트라우곳과 마티아스가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며, 높이 높이 기수를 몰고 날아오른다.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무기가 그리는 궤적이 매우 예쁘다.
"이야아아아아앗!"
"하아아아아아앗!"
두 사람이 낙하하며 할버드를 휘두르며 돌진한다. 트라우곳과 마티아스, 두 사람의 훈색의 빛이 마치 벼락처럼 곧장 마목에 꽂혔다.
쿠가각 하는 착탄 소리가 구미모카가 쓰러지는 우지직 하는 소리에 삼켜진다.
직후, 마목과 마법진의 빛이 사라졌다. 그러나 전력의 마력을 날린 충격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방패를 들고 있는 기사 견습들이 필사적으로 충격을 견디고 있는 가운데, "에렌페스트, 완료!" 라는 루펜의 소리가 울린다.
"잘했다. 멋진 딧타였다."
기사 견습들이 경기장에서 돌아오자, 흥분한 양부님이 모두를 칭찬한다. 희귀한 마수만 나와, 다른 기사 견습들이 대응 방법을 고민하느라 시간이 잡아먹고 있는 가운데, 아무런 망설임 없이 차례로 공격을 이어나간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은 매우 돋보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타령의 마물에 대해 자세한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다, 레오노레."
"감사합니다. 그러나 마목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저만이 아닙니다. 누구라도 싸울 수 있도록, 그리고 소중한 정보를 이어가기 위해, 기사 견습 전원이 공부했습니다."
레오노레는 자랑스럽게 말하며 기사 견습들을 둘러본다.
"올해는 제가 지휘하는 입장이었기에 저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만, 누가 지휘를 맡게 된다 하더라도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은 구미모카를 쓰러뜨릴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졸업한 내년도 내후년도 마물에 대한 지식이 쇠퇴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책장에는 레오노레가 정리한 마물에 대한 자료가 있다. 그것을 읽고 외우면 된다. 앞으로도 지식은 계속 이어져 간다며, 레오노레는 웃었다.
"나는 아우브로서 그대들의 노력이 자랑스럽다."
양부님의 칭찬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온 것은, 아버님 대신 양부님의 호위를 하고 있는 기사단 상층부의 한 사람이었다.
"그대들의 노력이 드러나고 있는 것은 지식뿐만이 아니었다. 상급 기사들의 공격으로 튀어나온 가느다란 가지를, 지시에 따라 베어가는 중급과 하급 기사의 움직임도 마찬가지였다. 참으로 빠르고, 연계도 훌륭해지고 있었다. 성인이 된 이후의 트롬베 토벌에도 곧바로 참가할 수 있을 정도의 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대들은 정말 강해지고 있다. 이대로 정진하라."
"넷!"
기사단으로부터도 칭찬을 받은 기사 견습들은 기쁜 듯이 얼굴을 마주보며 웃는다. 힘을 합쳤다. 결과를 냈다. 그런 성취감으로 가득한 웃음이다.
"기사 견습들은 이 뒤에 샤를로테와 로제마인을 지키면서 타령의 딧타를 관전하고 있도록. 빌프리트는 이쪽이다."
양부님은 빌프리트만을 부르고, 우리들에겐 딧타를 보고 있으라며 사교장으로 돌아간다. 내가 같이 있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하고, 양부님과 빌프리트가 자신의 측근들을 이끌고 사교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자, 샤를로테가 후훗 하고 웃었다.
"그렇게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언니. 오라버님을 사교에 적응시키기 위해서니까요. 그리고 아마 저의 출가에 대한 신청에 대처하기 위해서겠죠."
샤를로테는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잡고 받침대 쪽으로 끌고간다. 측근과 기사 견습들이 주위를 빙 둘러싸자, 정말 아무도 가까이 올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내 옆에 선 샤를로테가 경기장을 내려다보며 웃는다.
"상위 영지로부터 많은 지적을 받았던 것처럼, 아직은 언니만의 힘으로 올라서 있을 뿐입니다. 에렌페스트의 내정이 안정될 때까지는, 순위가 확정되었다고는 할 수 없어요. 에렌페스트 귀족들의 의식이 개혁되지 않으면 제 출가처도 정할 수 없으니까요."
에렌페스트를 상위 영지로 다뤄도 좋을지, 아니면 얼마 안 가 순위를 떨어뜨릴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지, 타령으로서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샤를로테에게 구혼하는 대상은 매우 폭넓다고 한다.
"……상당한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제가 졸업할 무렵엔 주변으로부터 상위 영지로 인정 받을 수 있게 되면 좋겠네요."
그러면 상대를 결정하는 것이 대단히 편하게 됩니다, 라고 샤를로테는 말했다. 어느 정도 에렌페스트와 어울리는 상대인 것이 서로에게 좋지만, 지금은 그 어울린다는 기준을 정할 수 없는 것 같다.
"샤를로테. 지금까지의 에렌페스트에는 그다지 절박한 느낌이 없었습니다. 정변에서 패배하게 되어 절박해진 영토와 달리, 큰 변화가 필요 없었죠. 그러나 이제는 숙청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큰 변화가 일어날 거에요."
옛 베로니카파가 숙청되며, 처벌을 받는 자가 속출했고, 내정도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큰 혼란을 틈타, 여러가지를 효율화하고, 의식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영지로 돌아간 다음으로도 괜찮아요. 지금은 영지 대항전을 즐기도록 해요, 샤를로테."
"네, 언니."
이어지는 딧타에서는, 지금가지 본 적 없는 마물들이 차례차례 출현했다. 마물에 대한 공부를 한 기사 견습들의 해설에 의한, 보다 정확한 공략법을 들으며 관전하는 상위 영지의 딧타는 무척 재미있었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감탄하며 "모두 열심히 공부하고 있구나. 레오노레가 가르쳐준 것이지?" 라며 칭찬해, 레오노레가 기쁜 듯이 뺨을 붉혔다. 그 모습은 오랜만에 만난 연인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것이었기에, 조금, 이 자리에 다무엘이 없어서 다행히라고 생각했다.
"참, 안젤리카는 트라우곳의 성장을 보러 왔었죠? 어땠나요?"
여기에도 사랑 이야기로 발전할 것 같은, 이 아니라, 어떻게든 발전하지 않는 걸까, 하고 주변에서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적어도 코넬리우스보다 강한 사람이 아니면" 이라는 안젤리카의 눈에 트라우곳은 어떻게 비쳤을까.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살짝 뺨에 손을 댄 안젤리카는 "……보니파티우스님의 강함을 재확인했습니다" 라며 미소지었다. 아무래도 주위의 기대대로는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것으로 모든 딧타가 끝났습니다. 이어서 단켈페르가 기사들에 의한 의식을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루펜의 목소리에 맞춰, "오오오오오……" 하고 포효하며, 단켈페르가의 푸른 망토가 기수를 타고 일제히 경기장으로 내려간다. 학생들이 딧타를 시작하기 전에 경기장을 일주하는 것처럼, 빙 경기장을 일주한 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기수를 치우고 경기장으로 뛰어내렸다.
아우브·단켈페르가를 중심으로, 기사들이 원형으로 죽 늘어선다. 완전히 익숙한 움직임으로, 서는 위치도 완전히 결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아무도 슈타프를 내지 않고 있었지만, 아우브·단켈페르가만은 오른손에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들고 있었다. 단켈페르가의 신전으로부터 빼앗, 아니, 빌린 것일 것이다. 봉납식 직후의 시기인데도 끝의 마석이 푸른 것은 이미 마력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쿵 하고 창을 땅에 부딪치며 아우브가 입을 열었다.
"성인이 된 기사들 중에는 귀족원에서 루펜에게 배우지 않아 의식의 춤을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연구 발표를 보고 듣기만 한 것으로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까지는 모를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단켈페르가 기사단의 의식의 시연을 결정했다. 기나긴 시간 속에서 조금씩 변질되고 잊혀져야만 했던 진짜 제례식과 신구을 보이자!"
오오, 하고 경탄의 목소리가 예상외로 크게 울린 것에 움찔하며, 나는 경기장을 둘러보았다. 어느 영지도 흥미가 있는 듯, 대부분의 관중이 앞으로 몰려, 단켈페르가의 의식을 보려 하고 있다.
"본래라면, 전날에 의식을 하고 축복을 얻어, 복수의 축복으로 몸을 단련하고 마력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축복이 많으면,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이 자신의 몸을 잘 다루지 못했던 것과 같은 사태에 빠지고, 보통의 회복약을 써도 당장은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에는 더 이상 필요 없다. 사전에 몇번이나 의식을 하고, 축복을 얻기 위해 필요한 마력량을 계산하여, 의식의 인원을 늘려 개개인의 부담을 덜게 되었다."
회복약이 없어도 실연을 할 수 있도록 조정한 것 같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첫째 부인의 나를 원망하고 싶어지는 기분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신전에서 빌려온 진짜 신구, 라이덴샤프트의 창이다."
아우브·단켈페르가는 그렇게 말하며 양손으로 꽉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잡았다. 그 승태로 계속 마력을 넣어 간다. 라이덴샤프트의 창이 끝뿐만 아니라 전체가 푸르게 물들어 가, 파직파직 하고 방전하는 듯한 빛을 두르기 시작했다.
"뭐, 뭔가, 저것은!?"
"신전의 신구가 저렇게 되는 건가?"
신전에 가는 일도, 신구를 직접 본 적도 없는 귀족들이 푸른 빛을 두른 라이덴샤프트의 창의 모습에 놀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들린다.
"싸움에 임하는 우리에게 힘을!"
푸르게 빛나는 창을 손에 든 아우브·단켈페르가가 우렁차게 외친다. 동시에 슈타프를 낸 기사들이 일제히 "란체!" 라고 외치며 창으로 변화시킨다.
"우리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
나에게는 익숙한 기도의 말과 함께, 한번 창이 쿵 하고 땅에 부딪힌다.
"승리를 우리 손에 넣기 위해 힘을 얻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은 앙그리프의 강한 힘을. 승리를 우리 손에 넣기 위해 속도를 얻자. 누구보다 빠른 슈타이페리제의 속도를.
"
노래하며 창을 회전시키고 자루를 땅에 내리친다. 창을 끌어당기며, 마석으로 된 갑옷 부분과 부딪치는 금속적인 소리가 박자처럼 울리는 것도 전에 보았던 것과 같다.
그러나 견습들보다 성인들의 의식이 훨씬 익숙한 모습이라, 꽤나 다르게 느껴진다. 움직임이 통일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격렬한 움직임인데도 흐르는 듯한 우아함까지 가지고 있다.
"싸우자!"
아우브·단켈페르가가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높이 치켜들고, 주위의 기사들도 "오오!" 하고 씩씩한 목소리를 높이며 하늘을 찌를 듯이 일제히 창을 높게 들어올린다.
동시에, 파란 색의 빛의 기둥이 쿵 하고 솟아올랐다. 축복의 빛이 쏟아지고, 일부가 어디론가 날아간다.
귀족원에서 의식을 치르면 언제나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이지만, 역시 영지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현상일 것이다. 처음 보는 빛의 기둥의 모습에 단켈페르가 쪽에서 놀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리고 에렌페스트의 성인들도 처음 보는 빛의 기둥에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얼굴을 하고 있다.
"이것이 빛의 기둥인가……."
보고서로 읽어도, 실제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현상이었을 것이다. 어느새 뒤에 서 있던 양부님의 말에 나와 샤를로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원에서 의식을 하면 반드시 일어납니다. 신기하지요."
학생이라도 빛의 기둥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적다.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의 학생 이외에는 봉납식에 참석한 영주 후보생과 상급 문관 정도다. 그리고 단켈페르가와 비교적 가까운 기숙사 사람 정도일까.
"과연. 당연하다는 얼굴로 이런 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다면, 성녀다, 여신의 화신이다 라는 말도 나오겠군."
그리고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루펜이 만들어낸 마물을 격파한다. 민첩함도, 공격의 강력함도, 복수의 축복을 받고 곧바로 움직이는 강인함도, 학생들과는 천지차이였다.
마지막에는 한넬로레가 나와, 신들에게 승리를 바치는 의식을 하며, 모두가 받은 축복을 되돌린다. 슈타프를 버퓨레메아의 지팡이로 변화시키고, 머리 위로 원을 그리듯 천천히 돌린다. 쏴아, 쏴아 하는 파도 소리가 울리고, 기사들의 몸에서 천천히 마력이 아지랑이처럼 어른거리며 모이들어, 하늘을 향해 높이 올라간다.
"이상이 단켈페르가에 전해지는 제례식이다."
아우브·단켈페르가의 목소리에 관중석에서 탄성과 흥분의 소리가 높아진다. 이렇게 영지 대항전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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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노레의 귀족원에서의 마지막 딧타는 구미모카와의 싸움이었습니다.
자신이 얻은 지식을 남기고 졸업합니다.
그리고 단켈페르가의 기사에 의한 의식의 실연.
귀족원에서 의식을 실시하면 빛의 기둥이 솟는 것을 모두가 알았습니다.
다음은 첫 시상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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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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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정말 질 것 같게 되었을 때의 비장의 수입니다" 라는 부분의 '비장의 수'는 원래 "정말 질 것 같게 되었을 때의 보험입니다" 로 번역하려 했었습니다.
근데, 생각해 보니, 저 시대에 보험이 있었을 것 같지가 않더라구요. (웃음)
Trombe(토네이도)
Gummi(고무)
51화. 첫 시상식
첫 시상식
"다음은 시상식이 있으므로, 5의 종이 울리면, 학생은 경기장으로 내려오도록."
단켈페르가의 의식에 흥분해, 시끌벅적한 관객석에 들리도록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마술도구를 사용해, 루펜이 이후의 일정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
"정리를 시작해야겠네요."
작년과 비슷하게, 5의 종이 울릴 때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간단한 정리가 시작된다. 문관 견습들은 연구 발표에 내놓은 중요한 마술도구 등을, 근시 견습들은 손님에게 낸 다기와 과자를 차례로 치운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나는 의자에 앉아 잠시 쉰다. 딧타를 관전하기 위해 계속 서 있었기에, 조금 다리가 아파오고 있었다.
……그래도 딱히 컨디션이 나빠진 것도 아니고, 나, 정말 튼튼해 졌네.
카랑 카랑 하고 5의 종이 울리자, 모두가 정리를 마치고 시상식을 위해 경기장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여러가지 색의 망토가 펄럭이며 연이어 기수에서 내리는 모습은 상당한 장관이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샤를로테. 모두의 유도를 부탁드립니다."
전 영지의 학생들이 일제히 경기장으로 내려오는 것이니, 자칫 혼란해져서 사소한 말다툼이나 몸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작년과 같이 모두를 유도해 주도록 부탁하자, 빌프리트는 선뜻 승낙했다.
"음. 그대는 아버님과 함께 쉬고 있는 것이 좋겠지. 이 뒤엔 숙부님의 설교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휴식은 필요하다."
"이왕이면 칭찬하는 말이라고 해주세요! ……설교 전에 칭찬을 받을 거에요, 일단은."
굳은 결의만은 하고 있지만, 재회하는 것과 동시에 뺨을 꼬집힌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빌프리트도 설교가 확실하다고 보고 있는 거라면, 뭔가 대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설교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에 콩소메 수프를 페르디난드님의 입에 넣는다거나, 아예 나도 맞대응해서 잔소리 슈밀과 함께 설교를 시작한다거나?
그런 것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자, 양부님이 뺨을 가볍게 찔러왔다. 얼굴을 들고 양부님을 보자, 뭔가를 떠올리는 듯한 조금 그리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곤란한 얼굴을 하지 않아도 된다, 로제마인."
"양부님?"
"단상에 올라, 왕의 칭찬의 말씀을 들으면 된다. 그것을 자랑하면 페르디난드는 꾸짖을 수 있다 없다. 삼년 연속 최우수였는데, 이쪽의 사정으로 인해 처음으로 시상대에 오르는 것이니까."
양부님의 말에, 과거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 최우수를 탔다던 페르디난드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최우수를 받으며,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는다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지나쳤던 것도 많이 있다만, 그래도 그대는 노력하고 있다. 오늘 정도는 페르디난드에게 칭찬을 받아도 좋겠지. 보고서를 읽지 않은 페르디난드는 그대가 저지른 일을 자세히는 모르니까."
그대에 대한 설교는 에렌페스트로 돌아간 이후여도 괜찮다고 양부님은 말했지만, 나는 그 배려가 조금 아팠다.
"저기, 양부님. 저, 편지에 이것저것 적어 버렸습니다만, 괜찮겠죠?"
"검열을 받아도 괜찮은 내용이었지? 그대가 스스로 쓸데없는 것을 말하지만 않으면 문제 없지 않겠나?"
빛나는 잉크로 이면에 대량으로 쓸데없는 말을 쓴 것 같아요, 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내가 입을 다물자, 양부님은 뭔가를 눈치챈 것 같았다.
"그런가. 그렇다면 그것은 네 책임이다. 제대로 혼나도록."
"아우우……."
"그보다, 슬슬 가라. 왕의 말은 크나큰 영광이옵니다, 라고 받아 두면 좋다. 부디 쓸데없는 말은 하지도 말고, 생각도 말고. 알겠는가?"
몇번이고 거듭 다짐받으며, 나는 양부님의 배웅을 받았다. 측근들의 호위를 받으며 기수를 타고 경기장으로 내려간다. 위에서 보면 망토의 색으로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쉽게 알 수 있어 다행히었다.
경기장에 내려, 에렌페스트가 모여 있는 곳에서 정렬한다. 먼저 내려온 빌프리트와 샤를로테가 "올해도 에렌페스트에서 성적 우수자가 많이 나오면 좋겠네요" 라고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학생들은 전원 모인 것 같다. 그리고 왕족이 들어왔다.
주위를 경계하며 검은 색 망토를 휘날리는 기사단에 둘러싸여, 크게 날개를 펼친 왕족의 기수가 줄줄이 내려앉으며 단상에 오른다. 왕과 첫째 부인. 그리고 지기스발트, 아돌피네1, 나에라헤2, 아나스타지우스, 에그란티느가 이어진다.
……이렇게 보니, 거의 대부분의 왕족이 봉납식에 왔었네.
왕의 아내만 없었을 뿐, 차기 세대는 전원 봉납식에 참석한 것이 아닐까.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나는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의식을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생명의 신 에비리베의 엄격한 선별을 받은 겨울, 그대들 또한 엄격한 선별을 받아, 이곳에 모였다."
작년과 같은 왕의 인사와 함께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소리를 증폭시키는 마술도구가 낭랑한 목소리를 경기장에 울린다. 봉납식 때보다 목소리에 기운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그럼, 금년의 딧타의 표창을 하겠습니다. 3위까지의 대표자는 앞으로 나오도록."
중앙의 귀족이겠지. 검은 망토를 걸친 남자로부터 그런 설명이 있고, 상위 3개 영지가 불린다.
"상위 영지 1위, 단켈페르가."
자신들 스스로 축복을 얻을 수 있게 된 데다, 마물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은 단켈페르가가 당당한 1위였다. 흠잡을 데 없는 속도였고, 주위도 역시 단켈페르가라며 납득하는 분위기다.
"2위, 클라센부르크."
클라센부르크도 마물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던 듯,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공격으로 이행했었다. 역시 역사에 걸맞는 오랜 지식의 축적인 있었던 것이겠지. 이와 함께, 마목처럼 단단해서 쓰러뜨리기 어려운 마수가 아니었기에, 쓰러뜨리는 것이 아주 빨랐다. 클라센부르크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3위, 에렌페스트……. 이상은 앞으로!"
에렌페스트가 불려지는 순간 경기장 안이 술렁인다. 모의전에서는 6위였던 에렌페스트가 시상식에서는 3위이다. 그리고 에렌페스트의 역사 중에도, 영지 대항전에서 3위로 올라선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알고 있던 마물이었으니까요. 에렌페스트와 드레반히엘의 연구에서는 마목을 연구했다면서요."
"군돌프 선생님에게 꼭 좀 이런 걸 내어 달라고 부탁했을 거에요."
그런 소리가 앞쪽에서 들렸다. 킥킥하고 악의에 찬 웃음소리가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퍼진다. 너무나도 무심한 소리에, 레오노레와 마티아스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로서는 "그런 사전 공작을 할 수 있을 만큼 요령이 좋았다면, 외교가 서툴다는 말도 안 들었겠죠. 딧타는 실력입니다" 라고 반박하고 싶지만, 전방에서 들려온다는 것은, 상대는 상위 영지라는 것이다. 참아야 할지, 말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자, 또 다른 영지로부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 선생님이 어느 영지의 마물을 담당할지는 바로 직전에 정해지는데, 그런 사전 공작이 될 리 없다. 자신의 영지의 기사 견습이 한심하다고, 그렇게 타령을 폄훼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어떤 마물을 상대할지는 운이며, 에렌페스트는 작년에도 어려운 마수였다. 에렌페스트의 실력은 보는 사람이 보면 알 수 있다."
……맞아!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였어.
같이 강의를 받거나 딧타를 관전했던 기사 견습들은 구미모카를 쓰러뜨리는 것이 힘들었던 것을 알 수 있었던 모양이다. 몇몇 영지의 기사 견습들이 엄호하자, 곧바로 비판의 목소리가 작아져 간다.
"……알아 주시는 분도 있네요."
레오노레가 입가에 미소를 띄우자,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이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 대표로서, 레오노레와 알렉시스가 앞으로 나간다.
……내가 1학년이었을 때에는 연계는 구멍 투성이였고, 단켈페르가를 상대로 심한 모습을 보였었는데. 모두 정말로 열심히 했구나.
기사 견습들은 정말로 열심히 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 가르침을 청하고, 공부하면서, 파벌의 벽을 넘어 협력하며, 힘든 연습을 했다. 하지만 영주 가문의 호위기사를 우선해서 연습시키던 할아버님과 아버님의 분투도 잊어서는 안 된다. 교육 과정의 변화에 따른 기사들의 실력 저하를 경계하며 단련시켜 주는 선생님이 있었기에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훌륭한 선전이었다. 앞으로도 정진하며, 부디 중앙 기사단으로 들어오는 것을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
기사 견습들을 칭찬하는 것은 중앙 기사단장 라오부르트3였다. 그리고 메달 같은 기념품을 받고 돌아온다. 맑은 푸른색의 마석인 것 같다.
"이런 기념품을 받는 것은 처음입니다."
"모두를 단련시켜 준 할아버님에게 보여드려요. 분명 기뻐하실 거에요."
"네."
웅성거리는 소리가 작아지고, 다음은 문관들의 연구 발표에 대한 표창이다. 이쪽도 가장 영향력이 큰 중앙 귀족이 훌륭하다고 평가한 연구가 표창되는 모양이다.
"1위,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의 의식과 가호의 관계."
"2위, 기레센마이어에 의한 마력 증폭의 마술도구."
"3위, 아렌스바흐와 에렌페스트의 마력을 절약하기 위한 마법진."
대표자는 앞으로, 라는 말을 들어, 나는 곤란해했다. 시상은 두 명인데, 대표는 나 하나다.
"저, 빌프리트 오라버님. 단켈페르가와의 공동 연구의 대표자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전, 아렌스바흐와의 공동 연구에 나가지 않으면 안 되어서요."
"아니아니, 잠깐 기다려. 단켈페르가와의 공동 연구도 그대를 중심으로 한 것이 아닌가. 1위와 3위라면, 1위를 우선해서 그 쪽만 나가거나, 아니면 모두 나가거나, 둘 중 하나다."
빌프리트가 여동생의 성과를 빼앗는 것 같아서 싫다, 라고 말해서, 어쩔 수 없이 나는 호위기사인 레오노레와 함께 앞으로 향한다.
"에렌페스트의 대표자는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아니어도 괜찮은 건가요?"
"이 연구를 주도하고 있던 것은 로제마인님이니까요."
단켈페르가 측 대표자는 레스티라우트였다. 어쩌면 점심 때, 첫째 부인에게 상당히 혼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표정을 가장하고는 있지만,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아 있고,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대로 아무 말 없이 침묵을 고수할 수도 없다.
"설마 1등이 될 줄은 몰랐네요, 레스티라우트님."
"……나는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레스티라우트는 힐끗 나를 보고는 한숨을 섞어 그렇게 말하고 조금 허리를 폈다. 그 순간, 잔뜩 가라앉아 있던 분위기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 다운 모습이 된다.
"로제마인, 그대는……."
"저희들의 연구가 설마 3위가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그렇죠, 로제마인님?"
"……네? 디트린데님?"
레스티라우트의 말을 가로막은 것은 디트린데이였다. 어째서 디트린데가 쑥스러운 얼굴로 대표자로서 앞에 나와 있는 건지 모르겠다. 멍해져서, 나는 디트린데의 뒤에서 라이문느의 모습을 찾았지만, 라이문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저, 아렌스바흐의 대표는 라이문트가 아닌가요? 그 외에 다른 사람이 연구에 관여하고 있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만……."
나의 의문에 디트린데는 호호호 웃는다.
"라이문트가 앞에 나서기를 꺼려한 걸요. 어쩔 수 없습니다. 게다가 저의 약혼자의 연구니까 제가 대표해도 문제 없는걸요."
디트린데의 기세 좋은 강압에, 라이문트가 거절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정말이지! 이럴 때 제대로 얼굴을 팔지 않으면 안 되는데!
라이문트의 공을 가로챈 디트린데에게 분개하며, 나는 레스티라우트의 옆에 섰다.
"레스티라우트님, 아까 뭔가 말씀하셨죠?"
"아니, 괜찮다."
왕족의 옆에 있는 사람들 중에 본 적이 없는 남성이 나왔다. 아까 기사 견습들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 기사단장이었으니, 아마도 그는 중앙의 문관 대표일 것이다.
"1위, 단켈페르가, 에렌페스트. 그대들이 한 연구에서는 사라진 제례식의 재검토가 이루어지고, 가호를 얻기 위한 조건이 밝혀졌다. 가호를 얻는 것으로 마력의 소비량이 달라진다는 내용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다. 왕족이 참석한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이는 앞으로의 유르겐슈미트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연구이다."
그는 연구의 어떤 점에 감탄했는지 등을 나열해간다. 가장 높이 평가된 것은 신들에게 받은 가호의 수에 의해 마력의 소비량이 달라진다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학생들이 많은 가호를 얻을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해 달라고 했다.
……그래도 이어서 계속할 만한 연구가 그렇게 있을까?
"이쪽을 오늘의 기념으로 하겠다. 앞으로도 유르겐슈미트를 위해 힘쓰도록."
레오노레가 받은 딧타의 메달과 달리, 이 메달은 옅은 황색의 마석이었다. 묵직한 무게가 손에 느껴진다. 나는 레오노레에게 그 메달을 건네고, 중앙의 문관 대표가 2위 기레센마이어에게 말을 걸고 있는 사이에, 디트린데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3위, 아렌스바흐, 에렌페스트. 그대들이 한 연구로 인해 대량의 마력이 필요한 마술도구를 보다 적은 마력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마력의 절약 방법보다 훨씬 뛰어난 부분이 많아, 전시된 마술도구뿐 아니라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연구이다. 앞으로도 더욱 개량하기를 바라고 있다."
중앙의 문신들은 마술도구 자체가 아니라 라이문트의 연구의 근간인 마력의 절약방법에 크게 주목하는 것 같다. 잘 생각해 보면, 표창받은 연구는 모두 마력을 절약하거나 늘리는 것들이다. 지금 유르겐슈미트의 마력부족이 얼마나 중요한 사태인지를 알 수 있는 평가 기준이었다.
두 개의 메달을 가지고 돌아오자, 다음은 방문객 수와 접객에 대한 표창이 시작되었다. 이쪽은 아쉽게도 에렌페스트는 들어가지 않았고, 영지의 순위 그대로였다. 클라센부르크가 1위고, 단켈페르가가 2위, 드레반히엘이 3위이다.
"올해의 에렌페스트는 제법 느낌이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결과를 들은 내가 입술을 삐죽이자, 브륜힐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에렌페스트의 경우엔 대응할 수 있는 근시나 영주 후보생이 적습니다. 아무래도 방문객을 기다리게 해서는 평가가 내려가는 것이지요. 이곳에서 상위를 목표로 하는 것은 어렵네요."
과자나 유행, 상거래의 전초전 등, 방문객을 끌어모을 요소는 많이 있지만, 대응할 수 있는 인원이 없다. 애초에 수가 많은 대영지가 아니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갑자기 근시 견습의 인원을 늘릴 수도 없으니까요" 라는 브륜힐데의 말에 나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에렌페스트는 중영지치고는 수가 적은걸.
조금이라도 귀족의 수를 늘릴 수 있도록 해나가야 할 것이다.
영지 대항전의 표창이 끝나자, 다음은 드디어 귀족원의 성적 우수자에 대한 표창이다. 지금까지의 표창이 영지를 대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면, 이것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지금부터 금년의 성적 우수자에 대한 발표를 하겠다. 불린 자는 앞으로 나오도록."
그런 목소리와 함께 최종 학년의 성적 우수자가 발표된다. 최종 학년의 최우수는 드레반히엘의 상급 문관이었다. 영주 후보생이 아닌 것에 놀라고 있자, 영주 후보생의 최우수로서 딧타 이야기의 그림을 그리는 것에 푹 빠져 있던 레스티라우트의 이름이 불렸다.
……레스티라우트님은 영주 후보생 최우수가 될 정도로 성적이 좋았었구나. 처음으로 알았어.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지 말고 좀 더 성실하게 했으면 학년 최우수도 꿈이 아닌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레오노레와 알렉시스가 우수자로서 이름이 불렸다.
"알렉시스, 잘했다."
"레오노레, 축하합니다."
"로제마인님 덕분입니다."
레오노레와 알렉시스가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앞으로 향한다. 그것을 보고 있자, 다음은 5학년이 불리기 시작했다. 최우수를 부르고, 그 뒤는 영지 순위에 따라 호명된다.
"에렌페스트의……브륜힐데, 나탈리에, 마티아스."
"브륜힐데, 마티아스. 두 사람 모두 축하해요."
마티아스는 작년에도 우수자로 선정됐었지만, 브륜힐데는 첫 우수자이다. 놀라움에 황갈색 눈을 가볍게 뜨고 있던 브륜힐데가 점점 눈물을 글썽여가며 웃는다.
"……저, 우수자가 된 것은 처음이에요."
"네. 브륜힐데는 상위 영지를 상대로 정말로 노력한 걸요. 그것이 평가받아 저도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로제마인님."
기쁜 듯이 뺨을 조금 붉히며 브륜힐데가 웃는다. 화사함이 만개하는 듯한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소였다.
"우수자인가요?"
그런 중얼거림을 듣고, 나는 마티아스를 올려다보았다. 브륜힐데와 달리, 마티아스는 우수자가 되었는데도 기뻐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더 위를 목표로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중급 귀족이 우수자로 선정되는 일은 좀처럼 없다. 더 기뻐해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기뻐하며 자랑해야죠, 마티아스. 주인인 저는 자랑스러운걸요."
내 말에 마티아스가 몇번 눈을 깜박거리고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푸른 눈으로 똑바로 나를 바라보며 나의 손을 잡고 이마에 댄다.
"어? 마티아스, 무엇을……."
"로제마인님이 우리를 구제해 주시지 않았더라면, 이 영예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 영예와 감사를 나의 주인에게 바칩니다."
……부탁이니까, 그만해! 이런 감사, 정말 심장에 나쁘니까! 그리고 눈에 띄니까! 굉장히 눈에 띄니까!
"아, 알았으니까, 마티아스는 빨리 앞으로.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황급히 손을 잡아당기며, 마티아스에게 빨리 앞으로 향하라고 말했다. 브륜힐데와 마티아스와 나탈리에 셋이 앞으로 향했을 때에는 4학년의 성적 우수자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라우렌츠와 이그나츠가 우수자로 호명된다.
"저도 로제마인님께 무릎을 꿇고 감사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조금 놀리듯이 물어오는 라우렌츠을 가볍게 노려보며, 나는 빨리 앞으로 향하게 한다.
"축하로 저녁식사 때엔 고기를 한가득 드릴테니, 감사는 좀 더 사람이 적은 곳에서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라우렌츠는 웃음을 참는 듯이 입가를 누르며, 빌프리트으로부터 축하의 말을 들은 이그나츠와 함께 앞으로 향한다.
"삼학년 최우수.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 로제마인."
그 뒤 영주 후보생 최우수, 문관 최우수에도 나의 이름이 불렸다. 몇번이나 불리는 같은 이름에, 주변에서 "오오" 하는 감탄사와 함께 "또인가" 라는 목소리도 섞이기 시작한다. 그대로 우수자도 불리며, "에렌페스트의 빌프리트" 라는 소리가 울렸다.
"축하드립니다. 첫 시상식이네요. 자, 로제마인님. 앞으로."
나보다 피리네와 리제레타가 훨씬 기뻐하는 것처럼 보인다.
"로제마인, 손을."
웃는 얼굴의 측근들의 전송을 받으며, 빌프리트의 에스코트를 받아 앞으로 향한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에, 자신이 엄청나게 주목 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게 에렌페스트의……. 봉납식에 왕족을 부른 영주 후보생인가."
"2년 연속 시상식에 불참했던 영주 후보생이었지?"
……나, 뭔가 엉뚱하게 주목받고 있어!?
들리는 말은 거의 성적에 대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수근거림을 듣고 있다 보니, 올해도 결석하는 것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분이 되기 시작했다.
"등을 펴라. 여기서부터는 그대 홀로 나아가야 한다."
우수자가 나란히 서 있는 곳에서 빌프리트는 발을 멈춘다.
빌프리트의 손을 놓은 나는 되도록 우아하게 보이도록 조심하며, 천천히 단상으로 올랐다. 단상에 오르자, 아래에서도 위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시선이 무겁다고 느끼면서도, 머리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허리를 쭉 핀다.
……우와아. 긴장된다. 역시 결석하는게 좋았을지도.
왕족이 쭉 늘어서 있는 앞을 걷고 있자, 에그란티느가 방긋 웃어주었다. 그 미소에 조금 격려받으며, 나는 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은 나를 내려다보는 왕의 안색이 봉납식 때보다 훨씬 좋아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쪽을 내려다보는 눈은 상냥하고, 말하는 목소리도 온화하고 상냥하다.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 로제마인. 그대는 삼 년째 매우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올해는 단켈페르가, 드레반히엘, 아렌스바흐와의 공동 연구를 실시하고, 그 성과로 유르겐슈미트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대의 노력과 기여는 가히 칭찬 받을 만하다."
사고를 치기만 한다고 혼날 때가 많아서일까, 공헌했다는, 도움이되었다는 왕의 칭찬을 받자, 은근한 기쁨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의례적인 빈말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해 주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정말 도움이 된 거라면 다행히다.
"첸트의 도움이 된 것, 크나큰 영광이옵니다."
큰 박수가 울리고, 나는 왕의 허락을 받고 일어선다. 돌아보니, 아래에 늘어선 학생들 뿐만 아니라, 관중석의 어른들도 박수를 쳐 주고 있었다. 에렌페스트의 관중석에서는 양부모님을 비롯한 기사들과 학부모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그대로 시선을 반대쪽으로 향하자, 아렌스바흐의 연보랏빛 속에 밝은 황토색의 망토가 보였다. 시선을 집중하자, 페르디난드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유스톡스 모두가 박수를 쳐 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양부님도 페르디난드님도 제대로 기뻐해 주고 있어.
자신의 귀족원에서의 성과를 기뻐해주고 칭찬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다지 실감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긴장보다 기쁨이 커지고, 가슴 속이 따뜻해지고, 어쩐지 너무 기쁘고 행복한 기분이 되었다.
……응, 내년도 힘내자.
자연히 그런 마음이 되는 시상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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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참석한 시상식.
혼나지도 않고, 여러 사람 앞에서 칭찬을 받고 인정받은 것은 아마 처음.
내년에도 로제마인이 열심히 하면,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요.
올해의 귀족원에서 에렌페스트는 여러곳에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다음은 다과회실에서의 저녁 식사입니다. 칭찬하세요, 페르디난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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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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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음... 몇 편 안 남았는데, 역자의 상태가 좀 안좋네요.
그리고 마인이가 최우수로 표창되는 모습을 보니, 무심코 아빠 마음이 되어 눈물이....;;
참고로, 에렌페스트는 독일어, Ehrenfest 를 기준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지기스발트의 첫째 부인(예정). 드레반히엘 출신.
지기스발트의 둘째 부인. 중영지 출신.
raub (약탈), blut (피, 혈통)
52화. 페르디난드와의 저녁식사 전편
페르디난드와의 저녁식사 전편
"식사를 보존하기 위한 마술도구는 이곳에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러면 웨건이 문제없이 들어 올 수 있을거에요."
"저쪽에서 오는 측근의 인원은 그대로지요?"
영지 대항전에서 돌아온 측근들이 꼼꼼하게 다과회실의 준비를 한다. 나는 다과회실을 둘러보고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는 완벽하다. 양부님과 빌프리트도 있고, 지금은 페르디난드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대들 학생은 각각 저녁을 위한 준비가 있으니, 한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도록 하세요."
다과회실의 준비를 지휘하던 리할다가 그렇게 말을 건네자,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은 자신들의 식사를 위해 물러난다. 남은 것은 리할다 같은 성인 근시와 양부님의 측근. 그리고 저녁 식사 동안 우리들의 호위를 해 줄 기사단 사람들이다.
문 너머로 치링 하고 작은 벨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페르디난드님이 오셨습니다."
문 앞에 서 있던 양부님의 근시가 그렇게 말하며 문을 열었다. 유스톡스, 페르디난드,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그리고 또 한 명의 낯선 사람이 커다란 보존 마술도구를 실은 웨건을 밀며 들어온다. 그가 아렌스바흐에서 붙인 측근이다.
"어서오세요1, 페르디난드님."
내가 그렇게 말을 건네자, 페르디난드는 조금 놀란 듯 움찔 하고는 "……아아" 라고 답했다.
"페르디난드님. 아아, 가 아니고, 다녀왔습니다, 라고 하셔야죠. 인사는 중요하지요?"
"……다녀, 왔다."
떨떠름한 얼굴로 망설이며 그렇게 대답한 페르디난드는 나로부터 시선을 돌려, 양부님과 빌프리트에게 인사를 한다.
"억지를 부려서 미안하다. 오늘 하룻밤, 폐를 끼치겠다.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는 빌프리트도 알고 있겠지? 이쪽은 젤기우스. 아렌스바흐에서 나를 모시고 있는 근시로, 레티시아님의 근시장2의 아들이다."
아렌스바흐의 측근이지만 게오르기네파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젤기우스을 올려다 보았다. 청록의 머리에 등색 눈동자를 하고 있는 부드러운 듯한 미소의 사람이다.
"잘 부탁 드립니다."
아렌스바흐에서 온 측근에 대한 소개와 인사가 끝나자, 양부님이 페르디난드에게 자리를 권했다. 나와 빌프리트에도 자리를 권하며, 양부님 자신은 퇴실할 준비를 시작한다.
"나는 학생들과 저녁을 하기 위해 한번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된다만, 오늘은 그다지 로제마인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페르디난드."
양부님은 "식사를 마치면 이곳으로 돌아오겠다" 라고 말한 뒤, 바로 다과회실을 나갔다. 급히 떠나는 양부님의 등을 보며, 페르디난드가 불쑥 중얼거린다.
"나중에 이쪽으로 온다면 일부러 나를 기다리지 않아도 좋았으련만……."
"시간이 없어도 만나고 싶었던 것이겠죠. ……그건 그렇고, 페르디난드님. 저, 시키는 대로 최우수를 받았습니다. 게다가 공동 연구로도 표창되었어요. 자, 칭찬해 주시지요."
설교가 시작되기 전에, 우선 칭찬부터 받고 싶다. 그것만 있으면 나중의 설교는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최우수를 얻은 것을 자랑하면 칭찬을 들을 수 있다고 양부님이 가르쳐 주었기 때문에, 일단 나는 가슴을 피고 최우수가 된 것을 자랑해 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찰싹 하고 이마를 맞았다. 영문을 모르겠다.
"어째서 때리는 건가요!?"
"칭찬하기에 앞서, 추궁하거나 혼내야 할 부분이 잔뜩 있다고 생각한다만?"
그러면서 스윽 뻗어 온 손에 뺨을 꼬집힐 것 같아, 나는 급히 양쪽 뺨에 손을 얹고 꼬집히지 않도록 방어한다.
"오늘 정도는 나무라지 말라고 양부님도 말씀하셨잖습니까. 혼내는 것은 나중으로 하고, 우선은 칭찬해 주세요. 설교를 잔뜩 들을 마음가짐은 이미 되어 있습니다."
"설교에 대한 마음가짐보다, 애초에 혼날 짓을 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런이런, 하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렇게 말해와, 나는 무웃 하고 입술을 삐죽 내밀다. 이상하다. 최우수를 자랑했는데, 페르디난드의 입에서는 한 마디도 칭찬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설교는 나중으로 하고, 먼저 칭찬해주시라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최우수인데도 칭찬을 받지 못하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칭찬해 주시는 건가요?"
내가 불만을 폭발시키자, 페르디난드는 "……참잘했다" 라고 엄청난 국어책 읽기로 칭찬했다.
……아니야! 이건 내가 원하던 칭찬이 아니야!
"전혀 마음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영지 대항전의 슈밀 인형에 대해……."
"그건 미안했다, 로제마인."
책 광고를 넣은 슈밀 인형에 대해 칭찬했을 때처럼 다시 칭찬해 달라고 호소하려 했지만, 그런 내 말을 끊고 나온 것은 어째선지 사과였다. "누군가에게 줄 예정이었던 마술도구를 빼앗으려는 그녀를 막지 못한 것은 나의 잘못이다" 라고 중얼거리는 페르디난드의 씁쓸한 얼굴은 베로니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 항상 보이던 표정으로, 나의 인형을 빼앗은 디트린데에게서 베로니카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아아, 묘한 트라우마를 자극한 것 같아.
"저기, 페르디난드님. 전, 사과받고 싶지 않고, 칭찬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페르디난드님이 사과할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다른 테이블에서 사교를 하던 빌프리트에게 나는 "별 일은 아닙니다만" 이라고 전제하고 간단히 사정을 설명한다.
"분명 숙부님의 책임이 아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도 이렇게 말하지 않나요. 정말, 이젠 칭찬도 사과도 됐습니다. 방을 안내하지요."
언제까지나 사과하고 있을 것 같은 페르디난드의 말을 가로막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리할다가 열심히 해주었습니다" 라고 말하며 안쪽 칸막이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네에. 페르디난드님이 조금이라도 편히 쉬실 수 있어야 한다고 공주님이 벼르고 계셨으니까요."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했을 것이다. 리할다가 쿡쿡 웃으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페르디난드에게 보이기 위한, 그리고 근시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이기도 하다.
"이쪽에 페르디난드님이 쉬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역시 캐노피는 무리였습니다만, 칸막이가 있으니 조금은 심적으로 안정할 수 있으시겠죠?"
짐을 두는 곳, 이불이 있는 곳,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마술도구의 배치 등도 설명한다. 굳이 말하자면, 근시들 간의 이야기이기에, 나는 페르디난드의 소매를 가볍게 당기며 긴 의자를 가리켰다.
"페르디난드님, 이쪽은 오늘을 위해 에렌페스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완성된 건가?"
"네. 다른 긴 의자에 비하면, 정말로 편안한 수면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앉아 보세요, 라고 하자, 페르디난드는 흥미로운 듯이 앉아서 바닥을 몇번 손으로 누르며 확인하기 시작했다. 앉아 있는 페르디난드를 정면으로 보니, 안색이 좋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극악맛 약을 일상적으로 마시는 건가?
만족스러운 듯, "아, 이건 좋은걸" 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약간의 표정 변화로 감출 수 있는 피로가 아니다.
"로제마인. 뭔가, 이 긴 의자는?"
페르디난드의 안색을 유심히 보고 있자, 매투리스가 깔린 긴 의자를 처음 본 빌프리트가 작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제가 구텐베르크에게 새로 만들게 한 물건입니다. 페르디난드님이 주문하고 있었습니다만, 긴 의자가 완성되기에 앞서, 먼저 아렌스바흐로 가시게 되었으니까요."
이제 막 완성된 물건이에요, 라고 빌프리트에게 설명하자, 페르디난드가 "궁금하다면 손대어 봐도 좋다" 라며, 자랑하듯 매투리스를 쓰다듬었다. 빌프리트가 호기심에 찬 눈으로 긴 의자에 다가간다. 빌프리트의 측근인 오즈발트3도 마찬가지다.
"저기서 푹 쉬면, 저 피로가 가득한 안색도 조금은 나아지겠지요. 페르디난드님이 이렇게까지 지친 얼굴을 하고 계시는 것은 오랜만이 아닌가요? 봉납식에서 보았던 왕과 같은 얼굴이 되어 있어요. 아렌스바흐에서는 도대체 어떤 생활을 하고 계시는 걸까요?"
내 말에 빌프리트가 의아한 듯한 얼굴이 되어 페르디난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평소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만……. 그대, 용케도 숙부님의 안색을 알아보는구나."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페르디난드님은 그다지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없었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가뜩이나 귀족은 감정을 읽지 못하도록 숨기는 것에 익숙한데, 베로니카에게 눈치채이지 않으려고 노력해온 페르디난드는 이미 전문가나 장인의 수준이 되어 있다. 상당히 친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빌프리트에게 관찰되는 것이 기분 나빴던 것일까, 페르디난드는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로제마인, 그대야말로 얼굴색이 좋지 않다. 영지 대항전에서 시상식을 할 때까지 전혀 쉬지 않았다. 무리한 것이 아닌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라고 가볍게 뺨을 꼬집진 후에는 언제나의 건강진단이었다. 이마와 손목을 잡으며, 체온과 맥박을 확인한다. 스윽 닿아오는 손의 감촉이 정말로 그리워, 나는 가볍게 눈을 감았다.
"페르디난드님 덕분에 상당히 건강해졌어요. 오늘은 도중에 쓰러지지도 않았습니다. 요즘은 앓아 눕는 횟수도 줄었고, 누워도 이틀 만에 낫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조금 열이 오를 듯한 기미다. 영지 대항전에서 돌아온 뒤에 약은 먹었나? 그렇지 않으면 내일에 지장이 있을 거다."
목덜미에 닿아 있는 손이 조금 시원해서 기분 좋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조금 열이 있는 탓일지도 모른다.
"상냥함이 들어간 약을 마셔두었으니, 아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다면 됐다. 정기적인 운동을 하고 체력을 붙이도록 해라. 아직 마술도구에 의존하고 있겠지?"
대충 확인을 마친 페르디난드가 손을 뗀다. "가능한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답하며 눈을 뜨자, 빌프리트가 놀란 듯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왜 그러시나요, 빌프리트 오라버님?"
"아니, 조금 놀랬을 뿐이다."
무엇에 놀란 것일까, 라고 생각하며 빌프리트를 보자, 그 손이 매투리스를 누르고 있었다. 스프링이 들어간 매투리스에 놀란 것이 틀림 없다.
"이런 긴 의자는 아직 양산은 할 수 없고, 개량할 부분도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만, 상당히 기분이 좋지요?"
"어? 음. 그렇군……."
빌프리트가 만들어 붙인 듯한 미소와 함께 꾹꾹 매투리스를 누르며, 나와 페르디난드를 번갈아 본다.
"뭔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슬슬 식사의 준비를 시작하지 않겠나, 오즈발트."
빌프리트의 지시에 오즈발트도 이쪽을 신경쓰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시들이 커다란 저장용 마술도구를 에렌페스트의 기숙사에서 가져온다. 이 안에는 오늘의 저녁과 페르디난드에게 들려보낼 요리들이 들어 있는 것이다.
참고로, 보존의 마술도구는 어머님에게 부탁해서 빌린 것이다. "페르디난드님에게 맛있는 음식을 보내고 싶어요" 라는 나의 소원은 흔쾌히 받아들여져, 마차에 실어 신전으로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유스톡스, 보존하기 위한 요리를 확인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할테니, 저희들이 식사하는 동안에 해도 괜찮아요."
"송구합니다, 공주님. 에렌페스트의 요리는 페르디난드님의 식사가 좀처럼 진행되지 않을 때마다 애용했었습니다. 여기서 보충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유스톡스의 말로 미루어 보건대, 일에 파묻혀 있던 것은 틀림없는 듯 하다. 힐끗 페르디난드를 노려보자, "어쩔 수 없지 않나" 라며 불만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젤기우스, 급사는 그대에게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페르디난드님."
그리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기본적으로 페르디난드가 좋아하는 메뉴이다. 영지 대항전으로 너무 바빠서 기숙사의 요리사에게도, 페르디난드용 저장식을 준비하는 데 정신이 없는 성의 요리사에게도, 손이 많이 가는 더블 콩소메를 만들어 달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의 요리는 신전의 요리사가 만들어, 어머님의 보존 마술도구에 넣어 성으로 옮긴 메뉴이다.
"음? 오늘은 타우히엔4의 고기를 쓰고 있는 건가?"
그다지 잡히지 않는 동물이기에, 기숙사의 메뉴로는 올라오지 않는 타우히엔 고기에, 빌프리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빌프리트에게 나는 "다른 모두에게는 비밀이니까요" 라고 속삭인다. 우리들의 식사는 신전에서 만든 것이기에, 다른 모두가 식당에서 먹는 것과는 다른 특별 메뉴이다. 좀 특이하거나 비싸거나 하는 재료가 충분히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페르디난드님은 콩소메와 포메5로 끓인 타우히엔을 좋아하시니까, 라며 신전의 요리사가 선정한 메뉴입니다."
페르디난드 취향의 메뉴와 양념을 연구하던 요리사들은 할트무트를 통해 전달한 의뢰에 훌륭하게 응답해, 페르디난드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 주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맛을 준비해주는 요리사가 그립지요?"
"……그렇군. 정말로 만족해 했다고 그들에게 전해주어라."
타우히엔의 포메탕을 맛보는 페르디난드의 표정은 무척이나 평온하고, 순수하게 식사를 즐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식사 사이의 화제는 주로 영지 대항전에서 빌프리트가 대응하고 있던 타령의 방문객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단켈페르가와의 공동 연구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었지. 내년의 공동 연구를 신청하는 영지도 많았다. 에렌페스트가 아니더라도 상관 없는 제의는 전부 거절해야 했던 상황이였다."
"그런 얘기를 듣으니, 에렌페스트의 순위가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군."
페르디난드의 말에 빌프리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더 이상 순위를 올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아버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더 이상 순위를 올려도 에렌페스트가 따라갈 수 없다고 하셨죠."
"……네가 너무 지나친 것이다."
페르디난드가 힐끗 노려봐서, 나는 "그건, 그렇네요" 라고 일단 긍정한다. 확실히 좀 지나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올해의 공적은 에렌페스트가 정변에서 승리한 영지와 같은 취급을 받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것 같으니, 순위 자체는 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은 양부님이 너무나도 심한 말을 듣는 것에 울컥해서, 우발적으로……."
"조금 보복하고 싶어지는 기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만, 일을 벌려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항상 보고, 연락, 상담을 잊지 않도록 일러두었을 터인데도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아닌가?"
페르디난드의 말에 나는 조금 고개를 떨어뜨린다. 설교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 같으니 멈추게 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식사가 끝난 뒤로 해줬으면 한다.
"숙부님, 로제마인은 왕족과 연관되지 말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연루되어 갔던 것입니다. 더 확실히 꾸짖어 주십시오."
그런 빌프리트를 페르디난드는 힐끗 노려보았다.
"그대야말로 좀 더 제대로 로제마인을 억제해라. 잘못된 것이 있을 때 꾸짖거나 유도하지 않으면 로제마인은 기억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에겐 그다지 로제마인을 나무라지 말라는 질베스타의 당부가 있지 않았나.
……뭐라고요?
정말로 본의가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페르디난드에게 진심으로 놀랐다.
"칭찬도 해주지 않고, 잔소리뿐인데도, 페르디난드님은 양부님의 말을 듣고 있던 것이었나요? 그럼 지금까지의 잔소리는 도대체 뭔가요?"
"단순한 주의다. 꾸짖지는 않았다. 진심으로 꾸짖는 것이라면 이런 미지근한 말로 그칠 리가 없지 않나."
지금까지의 잔소리는 페르디난드로서는 "꾸짖었다" 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너도 빌프리트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혼내주마. 이래뵈도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있는 것이니."
너무나도 상큼한 미소에, 나도 빌프리트도 붕붕 고개를 저었다. 이것이 최소한이라면, 최대한이 어떻게 될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잔소리 섞인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실 때에는 유스톡스도 보존 마술도구에 요리를 채우는 것이 끝난 듯, 젤기우스와 급사를 교대했다. 나와 빌프리트의 측근들도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고, 대신 리할다와 오즈발트, 그리고 호위하던 기사단 사람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기숙사로 향했다.
"그나저나 올해의 겨울 사냥은 어떤 상황인가. 무사히 끝났는가?"
"사냥은 끝난 모양입니다만, 저희들은 귀족원에 있어서 자세히는 모릅니다. 나중에 양부님에게 물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숙청에 관한 질문에 답하고 있자, 빌프리트가 조금 날카로운 얼굴이 되어 팔을 올렸다.
"로제마인, 숙부님은 이미 타령으로 가신 것이다. 에렌페스트의 내정을 쉽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게오르기네의 정보를 얻기 위해 아렌스바흐로 가, 그곳에서 에렌페스트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 정보를 교환하지 않으면, 페르디난드도 곤란할 것이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페르디난드님은……."
"로제마인, 그만 두어라."
그러나 내가 그런 설명을 하는 것보다 먼저, 페르디난드가 젤기우스가 있는 측근용 칸막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저었다.
"빌프리트의 말대로다. 나에게 전할 소식도 잘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전과는 다르다."
"그것은 그렇습니다만,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에서 고립되어 버릴지도 모르기에, 내가 불만족스러운 얼굴을 하자, 페르디난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움츠린다.
"에렌페스트의 내정에 대해서는 질베스타와 이야기하겠다. 너와는…… 그렇군. 슈밀 인형의 이야기도 하지. 그건 누구에게 양도할 예정이었던 것인가? 보상이 필요하겠지?"
"그러니까, 페르디난드님의 사과는 필요 없다고……."
"로제마인님."
나를 말린 것은 리제레타이였다. 발언의 허가를 구한 후, 방긋 웃으며 작은 소리로 살그머니 나에게 속삭였다.
"사과를 받아들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보상을 하는 것이 페르디난드님의 마음이 편하게 된다면, 사과를 받아 주시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쁜 것은 디트린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페르디난드의 사과를 받지 않았지만, 그래서 마음이 편하게 된다면 사과를 받는 것은 상관 없다.
"하지만 보상이라고 해도……."
"페르디난드님에게 새로운 녹음 마술도구의 제작을 부탁드리는 것은 어떨까요? 페르디난드님에게 있어서도 속죄가 되고, 로제마인님의 목소리를 녹음해 선물해 드리면 로제마인님도 기쁘시죠?"
리제레타는 그렇게 말하며, 곧바로 전이진이 그려진 천을 펼쳤다. 그리고 조제솥이나 소재를 차례로 꺼내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다과회실의 한쪽이 조제 공간이 된다.
"조제실에 다른 쪽의 진을 깔아 놓았습니다. 조제대까지는 준비할 수가 없으니, 이쪽 테이블을 사용해 주세요. 이것으로 로제마인님을 위한 녹음 마술도구를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페르디난드님."
멍하니 조합 공간이 생기는 것을 보고 있던 페르디난드가 즐거운 듯이 입가를 끌어올린다.
"음. 확실히 새로운 물건을 만들면 보상이 되겠지. 그다지 시간이 없다. 조수를 부탁해도 될까, 로제마인?"
"몇 번이고 만들었습니다. 맡겨주세요."
페르디난드가 지체없이 소재를 집고 조합을 시작한다. 원칙적으로는 보상이어도, 조합 자체가 즐거워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둡고 지친 얼굴을 하고 있던 페르디난드의 눈이 생생하게 빛나기 시작한 것을 보고, 나는 리제레타에게 최상의 미소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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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칭찬하세요, 페르디난드님.
슈밀 인형을 빼앗아 버리게 된 것을 쓸데없이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리제레타의 제안을 받아 들러붙은 사제. 즐거운 조합 타임입니다.
다음은 후편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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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아씨... 잘려다가, 포메 '탕(煮込み, Eintopf)' 사진을 보고 혼자 죽을 수 없다는 생각에 올립니다.
아인토프는 아래와 같은 독일 요리입니다.
휴... 이제 숙면할 수 있겠다. (뿌듯)
おかえりなさいませ: 직역하면, 다녀오셨사옵니까, 라는 뜻.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이며, 그래서 무심코 페르디난드도 놀라고 말았다.
로스비타.
Oswald. 질베스타와 혈연 관계가 있는 상급 근시. 약 36세.
taube (비둘기) + kaninchen (토끼)
유르겐슈미트의 여름의 야채. 노란 파프리카처럼 생겼지만, 맛은 토마토다.
어원은 pomelo 로 추정.
53화. 페르디난드와의 저녁식사 후편
페르디난드와의 저녁 식사 후편
"그대들도 멍하니 있지 말고 거들어라. 문관 견습이면 조합의 사전 준비 정도는 가능하겠지."
페르디난드는 나와 빌프리트와 함께 측근인 문관 견습에게도 일을 할당하며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연구 내용에 대해선 라이문트에게 보고받고 있어, 만드는 방법은 완전히 외우고 있는 것 같다.
"그럼, 로제마인을 위해 만들어 달라고는 들었다만, 도대체 몇 개의 마술도구가 필요한 건가? 원래 보내려던 것도 포함해야 하겠지?"
여러 문관 견습들이 바센으로 조제용 기구들을 세척하는 가운데 페르디난드가 물어와, 나는 음, 하고 생각에 잠겼다.
"실은 레티시아님에게 드릴 생각이었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은 너무 엄하기 때문에, 격려의 말이나, 더 이상 나무라지 말아 달라는 말을 넣으려고 했습니다."
"아. 확실히 그것은 필요할지도 모른다."
내가 잠들어 있던 2년 동안 대량의 과제에 짓눌려 있던 빌프리트가 문관 견습들과 함께 바센을 사용하며 조금 아득한 눈을 하고 있다.
"로제마인과 함께 숙부님의 강의를 받을 때에도 생각했지만, 과제도 많고, 요구되는 기준도 까다로우니까."
"빌프리트 오라버님도 그렇게 생각하죠? 칭찬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레티시아용 마술도구에 녹음하려던 말들의 후보를 나열해 간다. 그것을 듣던 페르디난드가 싫은 듯한 얼굴을 하고, 유스톡스가 "레티시아님의 편지네요" 라며 조그맣게 웃음을 흘렸다. 편지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유스톡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젤기우스가 레티시아님의 최대 근시와 관계가 깊다면, 새로 만든 마술도구는 젤기우스의 마력으로 등록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레티시아님은 양녀가 되기 위해 가족과 떨어지게 되신 거죠? 가능하면 부모님의 목소리를 녹음해 주었으면 합니다. 가족의 목소리는 무엇보다 힘이 될 테니까요."
"……과연. 그럼 너의 목소리를 넣는 것과, 가족의 목소리를 넣는 것, 내가 너에게 주는 것, 마지막으로 예비용 하나로, 네 개면 되겠군."
이대로 준비하라며, 종이를 건네받은 문관 견습들이 필요한 소재의 양을 계산한다. 나와 페르디난드는 무게를 잰 소재를 조합하기 쉽게 자르거나 속성을 분리시키는 등 잇달아 사전 준비를 한다.
"우으, 준비하는 속도가 비교가 안 됩니다."
"지금까지의 조합에선 이렇게 세세한 준비를 한 적이 없습니다. 소재의 품질을 맞추는 수준이 너무 높습니다."
회복약 만드는 법을 가르쳤을 때, 할트무트는 꽤나 평범하게 해내고 있었지만, 피리네와 로데리히는 그다지 도울 수 없었다. 그것은 이그나츠와 같은 상급 문관들도 마찬가지여서, 처음으로 본 페르디난드의 조제에 경악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네? 이걸 한꺼번에 하나요?"
"네. 저는 시간 단축에 편리하라고 배웠습니다. 이렇게 하면 단번에 소재의 품질을 맞출 수 있다면서요. ……됐어요, 페르디난드님."
나는 자신에게 맡겨진 소재의 품질을 맞추고 페르디난드에게 넘긴다. 유스톡스가 같은 작업을 하면서 이그나츠들을 향해 웃었다.
"중요한 것은 습관입니다. 그대들은 조제 횟수와 여러가지로 궁리해 본 경험이 압도적으로 부족한 것이겠죠."
"저는 직접 회복약을 조제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조제 횟수가 늘었을 뿐입니다."
유레베의 준비도 포함해, 동년대의 문관 견습들보다는 조제 경험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에게 조합법을 가르친 것이 페르디난드였기에, 효율과 합리성을 우선한 과격한 방법이 많았던 탓도 있다.
"페르디난드님의 조합은 강의에서 배우는 조합과 달리, 효율적으로 조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들어 있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그나츠들이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와중에, 페르디난드는 슈타프를 변형시키고 처음부터 시간 단축의 마법진을 그리며 조합을 진행해 나간다.
……으음, 나는 아직 처음부터는 사용하지 못하는데.
조합을 할 때는, 조금씩 변해가는 소재의 상태를 보며 다음의 소재를 넣게 되지만, 시간 단축의 마법진을 사용하면 그 변화가 순식간에 끝나버린다. 이젠 됐으려나? 하고 생각하다가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서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내가 시간 단축의 마법진을 사용하는 것은 모든 소재를 넣고 오직 마력으로 반죽할 때 뿐이다.
……좀 더 정진하지 않으면 페르디난드님은 따라잡을 수 없겠네.
모든 소재를 넣고, 마력으로 반죽하는 단계가 되자, 페르디난드가 "유스톡스, 시간 단축 마법진을 중첩시켜라" 라고 중얼거린다. 문관 견습들로부터 웅성거림이 커지는 사이, 페르디난드의 바로 근처에 있던 유스톡스는 "알겠습니다" 라며 조제 냄비 위에 시간 단축의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한다.
시간 단축의 마법진을 사용하면, 오랬동안 흘려넣는 마력을 한번에 쏟아붓게 되므로, 조금 제어가 어려워진다. 그것을 이중으로 겹치는 것은 처음 본다. 조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두근거리며 유스톡스가 익숙한 느낌으로 이중의 마법진을 그리는 것을 보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로제마인, 유스톡스가 그리는 것이 끝나면 너도 하나 더 그려라."
"삼중으로 하실 생각인가요? 어? 괜찮나요?"
"시간이 없다고 말했지? 너는 내가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생각 안 합니다."
페르디난드는 승산이 있는 것밖에 손을 대지 않는다. 그 정도는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놀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합을 지켜보고 있는 문관 견습들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한 아연실색한 얼굴을 하고 있다. 영주 후보생 코스의 예습 때 몇 번인가 규격 외의 조합을 봤었던 빌프리트만이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군" 이라고 말하면서도 당연한 것을 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럼, 공주님. 부디."
멍해져 있는 문관 견습들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유스톡스와 교대해, 슈타프로 시간 단축의 마법진을 그려 나갔다. 이중으로 걸려 있는 시간 단축 마법진에 맞춰 마력을 쏟아가던 페르디난드의 전 신경이 조제 냄비와 마법진이 완성되는 순간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성의 순간, 페르디난드는 젓기 막대를 쥔 손에 꾸욱 힘을 넣었다. 시간 단축의 마법진을 세겹으로 쓴 탓에, 필요한 마력이 단숨에 증가했겠지만, 조제 냄비의 모습을 바라보며 도전적인 미소를 띄우는 입가를 보면, 마치 난이도가 올라간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완성이다."
보통으로 하면, 한 개당 종 한개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조합을 단숨에 네 개 분량이나 끝낸 페르디난드는 승리감에 찬 얼굴로 녹음 마술도구를 꺼냈다. 만족스러운 것 같아 다행히다.
"정리를. 이대로 조합 도구를 방치할 수는 없겠지."
전이진을 사용해 꺼낸 조합 세트는 전이진으로 조제실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것은 이 다과회실에서 나갈 수 없는 페르디난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전이진을 조제실에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누군가 저기서 꺼내주시겠습니까?"
리제레타는 돌려보내기 위한 전이진을 펼치고 바센으로 세척한 조합 기구를 전이진 위에 올린다. 척척 정리를 시작한 근시들의 모습에 아차 한 듯, 문관 견습의 일부가 전이진으로 전송되는 조제 도구를 받기 위해 조제실로 향했다.
"조합 기구의 정리는 문관 견습이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남은 문관 견습들이 리제레타의 손에서 조합 기구를 받아 세척하고 전이진 위에 차례로 올려간다. 마법진이 빛날 때마다 위에 놓인 도구와 소재가 사라지는 것이, 조금 재미 있다.
문관 견습들이 분주한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페르디난드가 치워진 테이블로 가, 자리에 앉아 천천히 숨을 토했다. 조합을 하는 동안 식사를 마친 듯한 젤기우스가 바로 차를 내온다. 나와 빌프리트도 같이 앉아 자신의 근시에게서 차를 받았다.
"설마 이 단시간에 네 개나 되는 마술도구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테이블 위에 늘어선 녹음 마술도구를 보고, 페르디난드를 돌아보며 웃었다.
"그럼, 페르디난드님. 녹음 마술도구를 만들었으니, 네 개 분량의 설계도 사용료를 지불해 주세요."
"나는 설계도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너의 설계도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제가 사들인 설계도이고, 라이문트를 위해서도, 앞으로 연구자들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나로서는 만들어 받았다는 인식이 강하고, 따로 돈 같은 것은 필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연구가 돈이 될 정도로 멋진 것이다" 라고 라이문트를 이해시키기 위해 필요한 돈이고, 지적 재산권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도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다.
내가 인세와 동일한 개념으로 확산시키고 싶다며 지식 재산권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자, 페르디난드는 "너의 생각은 여전히 엉뚱하다" 라며 유스톡스를 시켜서 돈을 내준다.
"인쇄협회와 금속협회에서는 꽤나 잘 되고 있습니다만, 마술도구의 특허료에 대한 것은 귀족을 대상으로도 강제력을 갖는 기관의 설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그것에 관해서는 귀족의 원고를 매입하고 책의 매출에 의해서 인세를 지불하는 것이 정착한 이후에 생각해라. 한번 성공한 방식을 다른 곳에도 도입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모두에게도 받아들여지기 쉽겠지. 한꺼번에 전부 하는 것이 아니다. 너의 나쁜 버릇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사들인 설계도의 특허료를 지불하는 형태로 연구자에게 그런 방식이 있음을 알리거나, 팔린 책의 인세가 확실히 지불된다는 실적을 쌓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페르디난드의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꾸준한 노력은 필요하겠지.
정리를 마친 문관 견습들이 다과회실로 돌아왔다. 제각기 "대단한 조합을 봤다" "어떻게 해야 할까" 라며 흥분하고 있고, 페르디난드는 그것을 미소로 받아넘기고 있지만, 어쩐지 상당히 피로한 것처럼 보인다. 성취감이 있는 기분 좋은 피로를 넘어, 그 동안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들어 오는 듯한 느낌인건 아닐까.
"이 후에는 양부님과의 대화가 있지요? 위안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있으면 고맙겠다."
그런 말을 듣고 나는 다과회실 안을 둘러보았다. 페르디난드뿐 아니라 유스톡스도 에크하르트 오라버님도 피로가 쌓인 얼굴을 하고 있다. 젤기우스도 좀 지친 얼굴이다. 갑자기 조합에 휘둘린 측근들도 다소 피곤할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슈타프를 내고 "슈트레이콜벤1" 이라고 주창했다. 나는 슈타프를 플루트레네2의 지팡이로 변화시키고, 다과회실에 있는 전원을 대상으로 한 번에 위안을 건다.
"뭔가, 이건……."
위안을 걸었는데도, 어째서인지 더 머리가 아파온다는 듯한 얼굴을 하며, 페르디난드가 관자놀이를 눌렀다.
"……어라? 혹시 효과가 없었나요?"
"아니, 규격 외로 향상되어 있다. 겨우 계절 하나가 지났을 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네? 네?"
이게 그렇게 머리를 싸맬 일이었던 걸까. 늘상 하는 일을 하는 기분이었던 나는 페르디난드가 무슨 이유로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툭툭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앉아라" 라고 하는 것은 설교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나는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치우고, 의자에 앉는 척 하면서, 슬쩍 의자를 페르디난드로부터 떨어뜨렸다.
"자, 로제마인. 치유할 때 어째서 굳이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낸 거지?"
"여러 사람에게 한 번에 걸 때에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반지를 사용할 경우는 일일이 한 명씩 걸어야 하지요? 하지만,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사용하면, 사람이 많더라도 한 번이면 됩니다."
귀족원에서 했던 봉납식 때에도 애용했다고 하자, 페르디난드는 깊은 한숨을 토했다. 빌프리트가 "로제마인, 쓸데없는 것은……" 이라기에, 나는 방긋 웃었다.
"이건 영지의 내정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빌프리트 오라버님. 봉납식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닌가요?"
"그건 그렇지만……. 그대는 뭐든 말할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빌프리트에게 그런 말을 들으며, 나는 누구나 알고 있고, 그리고, 페르디난드의 설교를 피할 수 있을 듯한 정보를 전한다.
"페르디난드님이 안 계신 사이에, 저도 성장했습니다. 슈타프로 한 번에 두 개의 신구를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문장 오류나 해석의 차이가 아니었던 건가."
검열을 받아도 괜찮도록, 귀족적인 표현을 백분 활용해 쓴 편지 내용은 페르디난드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다.
"기사들이 검과 방패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니까요. 왕족들도 그렇게 납득하고 계셨습니다. 전, 조만간 페르디난드님처럼 여러개의 방패를 만들 수 있게 될 테니, 기대해 주세요."
자신의 포부를 말하며 웃자, 무겁게 눈을 감은 페르디난드가 "절대로 다르다" 라고 중얼거린다.
"뭐가 다른 건가요?"
"아니, 아무래도 좋다. 여기서,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나는 타령의 인간이다. 뒷일은 에렌페스트에서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겠지."
페르디난드가 파닥파닥 손을 흔들자, 빌프리트가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봉납식에서 페르디난드님이 가르쳐 주신 마력만 크게 회복되는 회복약을 나눠주었습니다만, 상당히 가치가 높은 물건인 것 같습니다. 왕족들도 놀라고 계셨습니다."
"……그게 왜?"
이제 말 할 기력도 없다는 듯, 페르디난드가 나를 바라보았다.
"디트린데님이 뭔가 저질러서 노여움을 사게 되었을 때의 연좌 회피나, 페르디난드님의 공헌을 드러내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보고하는 것입니다. 비장의 수로 간직해 두면 좋을 거에요."
그러자 페르디난드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로제마인, 너는 디트린데님이 뭔가 저지른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가르쳐 주어라."
"빌프리트 오라버님, 머리 장식과 반짝반짝 봉납춤은 내정에 안 들어가죠?"
"……음, 그렇겠지."
나는 우선 빌프리트의 동의를 구한 뒤, 디트린데가 내일의 졸업식에서 왕족보다도 호화로운 머리 장식을 달 가능성이 높은 것, 그리고 마석을 반짝이는 전구장식 봉납춤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왕족에 대한 불경을 못 본 체 할 수는 없다. 머리 장식에 관해서는 억지로라도 떼게 하겠다. 하지만 그 반짝반짝 봉납춤이라는 건 뭔가?"
"가호를 얻는 의식을 마친 직후에 마력을 제어하지 못 하던 당시, 로제마인이 봉납춤의 연습에서 마석을 빛나게 해버렸던 것이 발단입니다."
빌프리트의 설명에 나는 황급히 덧붙였다.
"그치만, 축복은 나오지 않았어요. 마석이 빛난 것 만으로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이건 칭찬 받을 일이죠?"
페르디난드는 한 번 슥 쳐다보기만 하고 무시했고, 빌프리트는 "어째서 칭찬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라며 머리를 흔들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봉납춤 연습에서 로제마인이 너무나도 눈에 띄었기에, 디트린데님도 성인식의 봉납춤에서 그것을 흉내내고 싶다고 다과회 때에 말해온 것입니다."
"로제마인, 너는 정말……."
"저, 저 때문만이 아니에요! 연습 때는 불가항력이었지만,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마석의 질을 떨어뜨리면 쉽게 빛낼 수 있을거라고 조언해 줬으니까요."
조언에 따라, 자신에게 맞춘 마석을 준비해 연습하고 있는 거라면, 나보다 빌프리트의 책임이 훨씬 클 것이다. 나의 고자질에 페르디난드는 힐끗 빌프리트를 노려보았다.
"빌프리트. 그대, 대단히 쓸데없는 일을 해 준 모양이구나."
페르디난드가 빌프리트를 혼내기 시작하자, 브륀힐데가 살짝 내 어깨를 두드렸다.
"로제마인님, 이제 곧 7의 종이 울립니다. 레티시아님에게 드릴 마술도구를 젤기우스님에게 맡기려면 빨리 부탁해야 합니다."
완성된 녹음 마술도구에서 의식이 완전히 떠나는 것이 걱정되었다며 브륀힐데가 중얼거린다. 빌프리트를 페르디난드의 잔소리에서 건져내기에도 적당한 이유다. 나는 페르디난드의 소매를 가볍게 잡아당겼다.
"페르디난드님, 이 마술도구 중 하나를 젤기우스에게 맡기면, 레티시아님 가족의 격려의 말을 받을 수 있을까요?"
나는 페르디난드의 측근인 젤기우스에게 직접 부탁할 수 없다. 페르디난드는 빌프리트에 대한 설교를 멈추고, 젤기우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 젤기우스? 레티시아님의 부모님과는 연락이 되는가?"
"됩니다. 저는 드레반히엘에서 자랐으니까요."
젤기우스는 드레반히엘에서 자라, 레티시아가 양녀로서 아렌스바흐로 갈 때에 부모와 함께 아렌스바흐로 왔다고 한다. 그래서 드레반히엘에는 자신의 지인도 많다고 한다.
"그럼, 젤기우스의 마력으로 등록하지요. 제 격려의 말도 녹음해도 좋을까요?"
"네, 물론입니다. 로제마인님의 마음은 꼭 레티시아 공주님께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젤기우스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황록색 눈을 조금 가늘게 떴다. 나는 테이블 위에 늘어서 있는 마술도구를 페르디난드를 통해 젤기우스에게 건네, 젤기우스에게 사용법을 가르친다.
그리고 내가 레티시아에게 전하는 말을 등록했다. "레티시아님은 정말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와 "페르디난드님, 너무 엄하게 하시면 안 돼요" 와 "가끔은 참 잘했다며 칭찬해 주세요" 의 세 가지다.
"무엇을 넣고 있는 건가, 너는?"
"레티시아님이 이 마술도구를 가지고 왔을 때에는 제대로 칭찬해 드리세요. 저에게 한 것 같은 참고서 읽기여선 안 됩니다."
페르디난드가 노려보고 있어도 꿋꿋하게 말해두고, 나는 젤기우스에게 뒤를 맡겼다.
"슈밀 인형으로 만들기엔 시간이 없으니, 레티시아님의 근시에게 부탁드려 보세요."
"젤기우스, 지금부터 드레반히엘에 올도난츠를 보내 두는 것은 어떠한가? 가능하다면 내일 녹음할 수 있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한다만……."
"송구합니다. 그럼 조금 실례하겠습니다."
젤기우스가 측근용 칸막이 너머로 사라지자, 페르디난드는 남은 세개의 마술도구를 조금 싫은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네게 보내는 마술도구에는 도대체 어떤 말을 넣는 것인가?"
"물론 칭찬을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레서군의 인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의 야망은 리제레타에 의해 부서졌다.
"그렇네요. 하나쯤은 칭찬도 있었으면 합니다만, 독서를 멈추도록 부탁하는 말이나, 휴식을 취하도록 부탁하는 말 같은, 로제마인님이 페르디난드님에게 드리는 말씀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리제레타의 옆에서 브륀힐데도 크게 끄덕이고 있다. 근시들의 제안에 나의 측근만이 아니라 빌프리트도 "꾸중의 말이 필요하다" 라며 찬성한다.
"꾸짖는 말을 넣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만……."
"저는 칭찬을 원하는데요?"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그보다, 나에게 줄 말이란 무엇인가?"
"로제마인님은 이것을 페르디난드님에게 전달하기 위해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리제레타가 스윽 하고 남색의 슈밀 인형을 꺼내서 내 앞에 올려둔다. 어느새 내 방에 다녀왔던 것이다. 근시의 배려가 아프다.
"아닙니다, 리제레타. 이쪽은 유스톡스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페르디난드님에게 건네면, 상자 속에 넣어 둔 채로 한 번도 쓰지 않을 거에요."
나는 테이블 위의 남색 슈밀을 들어 유스톡스에게 건넸다.
"유스톡스, 페르디난드님이 너무 일만 하고 말을 듣지 않을 때에 사용해 주세요."
"어떤 말이 들어가 있습니까?"
"유스톡스, 나중에! 나중에 확인해 주세요!"
핏기가 가시는 것을 느끼며 페르디난드의 모습을 살피자, 페르디난드는 훗 하고 웃었다.
"끝까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영지 대항전 때처럼 되면 큰일이니까."
"페르디난드님, 그쪽 상자에 슈바르츠들의 연구 자료가 들어 있습니다! 얼른 확인해야죠!?"
"나중에 하겠다. 유스톡스, 재생해라."
페르디난드의 지시에 따라 유스톡스가 마술도구를 재생한다.
"페르디난드님, 제대로 쉬고 계신가요? 일은 적당히 하셔야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식사를 하지 않으면 힘이 나오지 않습니다. 약에 의존하지 말고 제대로 식사를 해주세요."
"에렌페스트의 요리가 없어지면 연락해 주시옵소서."
몇가지를 재생한 시점에서 페르디난드에게 쭈욱 하고 뺨을 꼬집혔다.
"아픕니다만!"
"그러게 말이다. 유스톡스, 재생은 이제 됐다. 그것은 내가 맡지."
페르디난드가 매우 상쾌한 가짜 미소와 함께 유스톡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대로는 절대로 봉인되고 만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유스톡스, 페르디난드님에게 넘길 거라면 차라리 돌려주세요!"
"무슨 소란인가?"
어이없어하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양부님이 들어왔다. 측근과 호위하는 기사가 늘면서 단숨에 다과회실이 좁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양부님! 페르디난드님이 유스톡스에게 주려고 한 마술도구를 빼앗으려 합니다!"
"……이것은 그 마술도구? 도대체 어떤 말이 들어 있는 건가?"
양부님은 유스톡스가 가지고 있던 남색 슈밀 인형을 넘겨받아, 마석 부분에 손을 대었다. 흘러나오는 나의 잔소리를 듣고 폭소한 양부님이 슈밀 인형을 유스톡스에게 툭 던졌다.
"아렌스바흐에서 로제마인의 잔소리를 재생하겠다는 위협만으로도 페르디난드는 일손을 멈추겠지. 가져가 둬라."
"송구합니다, 아우브·에렌페스트"
유스톡스가 즐겁게 웃으며 남색 슈밀을 측근의 짐을 두는 곳으로 가져간다.
"그나저나 지금부터는 어른의 시간이다. 그대들은 이제 자기 방으로 돌아가도록."
술의 준비를 한 양부님의 근시들이 다기가 늘어서 있는 테이블을 금방 치우고, 술상을 차리기 시작한다. 파닥파닥 손을 흔들며 퇴실을 권유 받은 나와 빌프리트는 안녕히 주무시라는 인사를 하고 다과회실을 나왔다.
……결국 페르디난드님에게 칭찬은 받을 수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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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난드의 고난도의 조합에 문관 견습들이 경악했습니다.
로제마인의 규격 외의 진화에 페르디난드가 아연해 합니다.
그리고 녹음 마술도구를 보냈습니다. 유스톡스에게.
십분 활용해 주겠지요.
다음은 성인식과 봉납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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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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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마인이가 레티시아에게 준 마술 도구의 후일담은 ss26화에 짤막하게 실려 있긴 합니다만, 5부 한화. 디트린데님의 근시(57화 다음) 부분까지의 네타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그리고 페르디난드는 츤츤대는 것도 정도껏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물론 아무리 그래도 마인이는 못 줍니다. 우리 여신님은 도서관이랑 결혼할 예정이니까요.
streitkolben (메이스)
뜻은 메이스지만, 만드는 건 지팡이이다.
물과 봄의 여신.
54화. 이별과 성인식
이별과 성인식
그리고 졸업식날 아침. 2의 종이 울리기에 조금 앞서, 그레티아가 깨우러 왔다.
"로제마인님, 일어나십시오."
"아직 이르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나는 이불 속에서 몸을 뒤척이며 그레티아를 올려다보았다.
"그레티아가 깨우러 오는 일은 드문데, 리할다는요?"
"조금 이른 시간입니다만, 2의 종에 페르디난드님과 아침 식사를 함께 하라는 아우브의 연락이 있었습니다. 리할다는 다과회실에서 아침 식사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레티아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벌떡 일어났다. 식후의 다과회실의 정리가 바쁘기 때문에 원래는 아침을 같이 먹는 것이 금지되었던 것이다.
"페르디난드님은 아우브와 술을 마시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 이후에 연구 자료까지 보고 계셨다고 합니다. 로제마인님들이 아침 식사에 참가해서 확실히 깨워두라고 하셨습니다."
페르디난드를 빨리 깨워서 시간에 맞춰 준비시켜라, 라는 양부님의 명인 것 같다. 세명의 측근이 동행하면 다과회실의 정리가 일찍 끝날 거라는 생각도 있다고 한다.
……와아! 양부님, 고맙습니다!
그레티아와 브륜힐데의 도움을 받으며 나는 서둘러 갈아입기 시작한다. 리제레타와 레오노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2의 종에 맞춰 아침 식사를 하러 갔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부모가 오기 전까지 가볍게 목욕을 마쳐야 한다.
"졸업생은 준비가 큰일이죠."
안젤리카가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아, 리제레타와 부모님까지 세 명이 달려들어 준비시켰던 2년 전의 모습을 떠올리며 쿡쿡 웃으며, 나는 올도난츠를 냈다.
"안녕하세요, 페르디난드님. 준비가 되었으니, 지금부터 아침 식사를 위해 다과회실로 향하겠습니다."
방을 나오자, 샤를로테도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면 빌프리트도 있다. 모두 다과회실로 가자, 준비를 마친 근시들이 맞아 준다. 다과회실에 만들어 두었던 측근들의 공간은 이미 치워져 있었고, 긴 의자는 지금부터 졸업생들이 가족의 방문을 기다리도록 배치가 변경되어 있었다. 짐이 들어있는 나무 상자는 페르디난드쪽 공간으로 옮겨진 듯, 보이지 앟는다.
"이미 상당히 정리되어 있네요."
"네. 이쪽에 아침 식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자, 공주님들은 이쪽으로 오세요. 그대들은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세요."
다과회실까지 동행한 미성년 측근들은 식당으로 향하고, 우리 영주 후보생들은 리할다에게 안내받아 테이블로 향한다. 도착한 목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페르디난드도 칸막이 너머에서 나왔다. 복장은 갖추고 있지만, 아직 잠이 부족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페르디난드님."
"아아, 잘 잤나."
"어쩐지 잠이 덜 깬 듯한 목소리입니다만, 연구 자료에 너무 빠지셨던게 아닌가요?"
2년 전에 힐쉬르와 밤샘 연구 이야기를 하고 있던 때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멍해져 있는 페르디난드는 매우 드물다.
"……그것도 있다만, 그 긴 의자는 예상이상으로 편안히 잘 수 있었다."
"페르디난드님이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면, 일부러 옮겨온 보람이 있네요. 봄에 짐을 운반할 때 함께 보내드릴까요?"
급한 정보에 의해 아렌스바흐로 간 것이기 때문에, 페르디난드는 당장 필요한 생필품과 최소한의 결혼 축하의 물건들만을 가지고 갔을 뿐이다. 계절이 바뀐 뒤에 쓰는 생활 용품과, 이번 겨울에 각지의 귀족들이 보내온 축하 선물들은 아직 에렌페스트에 있다.
"지금은 아직 객실에 머무는 상황이니, 필요 없다."
"봄이 되어 성결식이 끝난 이후의 이야기인데요?"
"……내가 방을 얻으면 그 때 생각하겠다."
앞일까지 생각해오던 페르디난드로서는 미흡한 대답이지만, 분명 방이 생기기 전에 옮겨가도 곤란할 것이다. 내가 "필요하게 되면 알려주세요" 라고 대답하자, 페르디난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나에게 손짓했다.
"로제마인, 이쪽으로. 열은 내린 건가?"
"오늘 아침은 상태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만……."
나는 얌전히 페르디난드의 앞에 선다. 열과 맥을 재는 페르디난드의 모습에, 샤를로테가 "언니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건가요?" 라며 놀란 목소리를 높였다.
"영지 대항전으로 피곤해서 미열이 있었을 뿐이에요. 제대로 약을 마셨고, 오늘 아침에는 열이 떨어졌으니까요."
"시끄럽다, 로제마인. 조용해라. 맥을 재기 어렵다."
"죄송합니다."
여느 때와 같은 진찰을 마치고, "열은 내렸다만, 너무 무리하지 말도록" 이라는 말을 듣고 나도 자리에 앉았다.
"요즘은 언니께서 앓아누으시는 일도 줄어들고 있었기에, 몸 상태가 안 좋아지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첫 시상식에 감격한 탓도 있겠죠. 어젯밤 저녁 식사자리의 모습은 어땠나요, 샤를로테? 양부님은 이곳으로 오시자마자 어른의 시간이라며 저희들을 퇴실시켰기에, 이야기를 듣지 못했으니까요."
아침 식사를 먹으면서 우리들이 보지 못한 식당에서의 저녁 식사 모습에 대해 샤를로테에게 묻는다. 우수자를 다수 배출하면서 학생들도 달아오르고 있어, 즐거운 저녁 식사였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저희들이 자러 간 뒤에 페르디난드님은 양부님과 어떤 이야기를 하셨나요? 오랜만의 술자리었으니, 이야기가 고조되었겠죠?"
내가 페르디난드에게 이야기를 돌리자, 페르디난드는 조금 생각하는 듯 눈을 내리뜨리고는, "나중에 질베스타에서 들도록 해라" 라며 고개를 흔들고, 자세한 내용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테이블의 정리를 끝내자, 유스톡스가 뭔가 이것 저것 늘어놓기 시작했다. 녹음 마술도구가 두개, 그리고 가죽 주머니가 하나이다. 페르디난드가 마술도구를 하나, 스윽 내 앞으로 밀었다.
"이쪽이 부탁 받은 녹음 마술도구다. 너의 근시의 요망을 따라, 주의하는 말을 무한정으로 넣어두었다."
"페르디난드님, 저의 요망은 어떻게 된 거죠?"
"자, 그럼……."
"너무합니다."
무웃 하고 뺨을 부풀리며, 나는 전달받은 마술도구를 재생해 보았다. 페르디난드의 말대로, 처음부터, "식사 시간이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신속하게 손을 멈춰라" 라는 잔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건 뭐가 있을까?
"로제마인, 적어도 자기 방에서 들어라. 같은 공간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묘한 기분이다."
얼굴을 찌푸리며 페르디난드가 제지했다. 이 자리에서 전부 듣고 싶었지만, 말을 듣지 않으면 빼앗길 것 같아, 자기 방으로 가져가기로 한다.
그리고 마력이 통하지 않는 가죽 주머니를 건네받았다. 열어 보자, 또 하나의 마술도구와 종이가 들어 있다.
"너는 어젯밤 젤기우스의 마력을 등록한 마술도구에 목소리를 넣었으니, 이것이 남았었지? 나로서는 이런 연구를 더욱 진행하고 싶다. 이 마술도구는 여기에 적어둔 대로 사용해, 결과를 알려주어라. 결과에 대한 건 편지면 된다."
"알겠습니다."
원래 공동 연구였었고,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하면 거절할 수 없다. 나는 가죽 주머니을 받았다.
"그리고 예비로 남아 있는 부분은 내가 받을 수 있을까? 다음 겨울까지 여러가지로 사용법을 고려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만든 것은 페르디난드님이고, 마법진의 사용료도 받았으니, 물론 괜찮습니다."
페르디난드를 깨우고 아침 식사를 같이 먹으면 우리들의 일은 끝이다. 이후엔 페르디난드가 정복으로 갈아입고 디트린데를 에스코트하러 가게 된다. 우리들은 옷을 입거나 정리하는데 방해가 되므로, 다목적 홀로 이동해야 한다.
"로제마인, 리할다. 그대들이 이 방을 준비해 주었다고 질베스타에게 들었다. 하룻밤, 아주 편하게 보낼 수 있었다. 예를 표한다."
페르디난드가 일부러 예를 말할 정도로 편하게 있었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리할다와 함께 어떻게 하면 편하게 지낼 수 있을지 고심했던 것을 인정 받은 것이, 간밤에 칭찬을 받지 못했기에 더욱 기쁘다. 기쁘지만, 다시 떠나야만 하는 작별 인사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어, 너무나도 허전하다.
"그럴 때는 고맙다고 제대로 말해 주세요."
허전한 기분을 조금이라도 털어 버리고 싶어서 농담을 건넨다. 늘 그렇듯, 빈정거리는 웃음과 함께 한 마디로 흘려넘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페르디난드는 여태껏 거의 본 적이 없는 상냥한 미소를 보였다.
"……고맙다. 로제마인, 리할다."
그렇게만 말하고, 정말 시간이 없는 것 같아, 페르디난드는 바로 칸막이 너머로 사라진다. 너무나도 희귀한 페르디난드의 솔직한 감사에 눈이 흐려진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리할다도 눈물을 글썽이며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자, 다목적 홀로 가세요. 페르디난드님은 의복을 갖추셔야 하니까요."
현관 홀에는 강당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내가 그리로 가자, 빌프리트가 멈춰세었다.
"그대는 리할다가 시키는 대로 다목적 홀에서 대기하고 있어라. 어제의 영지 대항전으로도 몸 상태가 안 좋아졌었는데, 지금부터 의욕을 내고 있으면 올해도 도중에 퇴석하게 된다. 디트린데님의 상대를 맡은 숙부님도, 회장에서 그대의 모습이 사라지게 되면 걱정할 것이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 나는 올해도 모두에게 준비를 맡기고, 다목적 홀에서 호위기사 유디트와 함께 대기하게 되었다. 다목적 홀에 있자, 졸업생의 학부모들이 찾아온다. 레오노레, 리제레타의 부모가 와서 인사를 하고, 아이들이 있는 방으로 향한다.
보호자의 물결이 지나간 이후에 나타난 것은 에스코트의 상대역들이었다. 제대로 정복을 입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할트무트가 "안녕하세요, 로제마인님" 이라는 인사와 함께 다목적 홀에 얼굴을 내밀었다.
"레오노레의 부모님이 조금 전에 왔으니, 준비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해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할트무트는 일찍 클라릿사에게 가 주세요. 대기하는 시간 동안 너무나도 불안해 할 것 같으니까요."
지금까지의 추세로 생각하면, 에스코트하러 가지 않으면 클라릿사쪽에서 들이닥쳐 올 것 같긴 하지만, 그다지 여자아이를 불안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결혼 허가는 받은 거지요?"
"여러가지 사정을 감안한 결과, 그것이 가장 무난하다는 응답을 받았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결혼을 허가해도 괜찮은 걸까.
주위는 납득하고 있는 것 같지만, 정말로 괜찮은 것인지, 조금 걱정이 된다. 할트무트와 이야기를 하고 있자, 성에서 얼굴을 본 적이 있는 빌프리트의 측근이 다가왔다.
"로제마인님, 조금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해 온 것은 리제레타의 상대인 토르스텐1이었다. 그가 빌프리트의 문관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이름도 듣고 있었지만, 그 둘이 동일인이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온화하고 침착해 보이는 사람이다. 분명 리제레타와 성격이 맞는 거겠지.
"리제레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삼가 받들겠습니다."
토르스텐과 인사를 마칠 무렵에는 한번 에렌페스트로 돌아갔었던 양부님과 양모님이 찾아왔다. 양부님은 어딘가 모르게 안절부절 못하며 양모님을 의자에 앉힌다.
"고맙습니다, 질베스타님."
"양모님, 건강 상태는 어떠신가요?"
나의 질문에 양모님은 조금 파리한 얼굴로 웃었다. 아무래도 몸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조금 전이 멀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에렌페스트에서 쉬고 있으라고 하지 않았나."
"학생들에게는 일생 일대의 졸업식인걸요. 저의 억지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축하해 주고 싶은걸요."
양부님과 양모님이 이미 몇번이나 반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양부님이 정말로 양모님을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공주님, 이제 강당으로 가시지요. 보호자가 입장하기 전에 들어가지 않으면 눈에 띄니까요."
"양부님과 양모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지막까지 여기서 플로렌시아을 쉬게 하겠다, 그대는 먼저 가 있어라."
그렇지 않아도 걸음이 느리니, 라고 해서 나는 리할다와 유디트를 데리고 강당으로 향했다.
작년과 같이 벽이 제거되어, 강당은 마치 콜로세움과 같은 계단형 관람석이 되어 있었다. 강당의 중심에는 봉납춤과 검무를 위한 하얀 원형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그 너머로는 제단이 보인다.
"이쪽이 영주 일족의 자리입니다."
"언니는 이쪽으로 오세요."
작년의 보호자석과 달리, 무대에 아주 가까운 곳이다. 여기서라면 봉납춤의 모습도 잘 보일 것이다. 나는 손짓하는 샤를로테를 따라 자리에 앉았다.
"아버님과 어머님은 오셨나요?"
"네. 다만 양모님이 전이 멀미를 하시는 것 같아, 빠듯한 시간까지 기숙사에서 휴식하시려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용태가 좋지 않은 건가. 걱정이구나."
임신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직 주위에 말하면 안 된다고 양부님이 말했다. 타령의 아우브들이 많이 있고, 두 번째 부인의 문제 같은, 귀찮은 일이 여러가지로 있는 만큼, 에렌페스트로 돌아가서 알릴 것이라고 한다.
졸업생의 입장이 시작되기 직전에 양부님과 양모님이 들어왔다. 뭔가 약을 마신 건지, 아니면 휴식을 취한 게 좋았던 건지, 감정과 컨디션을 드러내지 않는 귀족의 습성인지, 양모님은 언제나와 같은 미소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양모님,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그것은 당신에게도 해야 하는 말이지요, 로제마인?"
양모님이 쿡쿡 웃음을 흘리고, 졸업생이 입장하기 위한 문이 열렸다. 졸업생들이 입장하며 무대 위로 다닥다닥 올라가는데, 유독 눈길을 끄는, 주위를 술렁거리게 하는 존재가 있었다.
……아아아아아악! 페르디난드님, 설득 실패했잖아요!?
의기양양한 미소와 함께 입장한 디트린데의 머리카락이, 이렇게까지? 라고 할 정도로 꾸며댄 상태였다. 우선, 장식을 잔뜩 달아야지, 라고 생각한 것인지, 마리 앙트와네트처럼 머리카락 자체를 상당히 높게 틀어 올리고 있다. 빛깔만으로도 충분히 호화로운 금발을 더욱 높게 쌓아올리며, 더욱 호사스러운 형태로 만들고 있다.
거기에 빨강에 가까운 색조의 에렌페스트의 머리 장식이 셋, 그리고 그 주위를 너무했다 싶을 정도로 레이스와 리본으로 장식하고 있다. 주위를 아연하게 만들 만큼 대단한 모양이 되어 있고, 그 옆을 걷는 페르디난드의 미소가 공허하게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은 아닐 것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대단하네. 설마 저런 헤어 스타일을 유르겐슈미트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어.
잘 살펴보면, 에렌페스트의 머리 장식을 전부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꽃 장식을 신중히 하지 않으면 왕족에 대한 불경이 된다고 주위에 설득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꽃 대신 다른 장식을 쓰게 한 것이 틀림 없다.
……에렌페스트의 머리 장식을 왕족에게 맞춰 덜어냈으니 괜찮다는 건가? 하지만, 리본이나 레이스로 저렇게까지 화려하게 꾸미면, 꽃의 수는 전혀 관계 없다고 생각하는데. 무엇보다, 저 상태로 봉납춤을 출 수 있어?
나는 무심코 아렌스바흐의 영주 일족이 앉아 있는 자리를 바라보았다. 게오르기네가 말끔한 얼굴로 앉아 있다. 딸의 기행을 말리지 않은 건가?
……말렸으면 이 상태로 입장하진 않았겠지. 게오르기네님은 무슨 생각으로 디트린데님 맘대로 하게 놔두는 걸까?
나는 몹시 불안한 기분이 되었지만,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는 디트린데 본인은 매우 흡족해 하고 있었다. 무대 위로 에스코트를 마친 상대는 정해진 자리로 가는데, 페르디난드가 벌써부터 너무 피곤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중앙 신전 신전장의 주관으로 성인식이 열리며, 음악의 봉납이 시작된다. 나는 레오노레들이 나오기 전에 기숙사에서 나왔기 때문에, 아직 레오노레와 리제레타의 멋진 모습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디트린데에게 모든 시선을 빼앗겨버리는 바람에, 나는 아직 둘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음악의 봉납을 위해 디트린데가 무대에서 내려가는 타이밍이 유일한 기회이다.
"리제레타는 어디일까요? 자꾸 디트린데님에게 시선이 가서 찾질 못하겠습니다."
"언니의 기분은 잘 압니다. 저도 제 측근을 찾을 수 없는걸요."
무대가 있는 곳을 바라보면, 제일 먼저 쌓아올린 머리부터 보이는 것이다. 단정한 옷차림의 리제레타가 어디 있는지 찾아낼 도리가 없다. 분명 노래하는 가운데 있을 테니, 필사적으로 무대를 응시한다. 그리고 디트린데가 없어진 것만으로도 너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있습니다. 리제레타입니다."
연한 크림색의 의상을 입고, 틀어올린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머리 장식이 장식되어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리제레타는 언제나 한발 물러서 있는 듯한 느낌이라, 미인인 것이 눈에 띄진 않지만, 오늘은 정말로 예쁘게 보인다.
……뮤리에라의 말에 의하면 타령의 학생들에게도 인기 만점이었던 것 같으니까.
어찌어찌 리제레타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음악의 봉납이 끝나고, 다음은 레오노레의 검무이다. 음악을 연주한 사람들은 무대에서 내려와, 무대를 둘러싸는 형태로 이동한다. 대신 무대로 오르는 것은 파란색 의상을 갖춰입은 검무를 추는 사람들이다. 스무 명이 무대 위로 오른다. 여성의 수가 적기 때문에, 레오노레는 바로 찾을 수 있었다. 홍자색의 포도빛 머리카락에, 흰색과 붉은 꽃이 보인다. 겨울이 탄생일일 것이다.
슈타프를 검으로 변형시키고 준비를 갖추자, 음악이 나오고 그것에 맞추어 검이 빛을 반사하며 번쩍이기 시작한다. 힘차고 날카로운 검의 움직임 속에, 여성스러운 움직임이 보인다. 레오노레의 검무는 흐르듯 우아하고, 날카로운 칼을 잡고 있는데도, 어딘가 모르게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레오노레는 정말 예쁘네요."
"음, 훌륭하다. 하지만, 알렉시스도 지지 않는다."
빌프리트가 자신의 측근을 자랑하며 웃는다.
어느 쪽이 더 대단한지 이야기 하는 사이에 검무도 끝났다.
"다음은 봉납춤인데. ……저것이 춤추는 건가?"
양부님의 말은 모두의 마음의 소리를 대변하고 있었다. 팔랑거리는 봉납춤용 의상을 입은 디트린데에게 회장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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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같이 먹으면 페르디난드는 작별입니다.
그리고 디트린데의 무대입니다.
아무래도 페르디난드는 설득에 실패한 모양.
봉납춤까지 하고 싶었습니다만, 넣을 수 없었습니다.
다음은 디트린데의 봉납춤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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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디트린데님은 오늘도 절호조!
저 파격적인 센스와 무개념을 보면, 차라리 현대의 패션업계 같은데 진출했으면 적당히 욕먹으면서 성공가도를 달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 그리고 마인이의 연애 이야기로 불타오르는 와중입니다만, 작가님이 "본편에서는 연애를 메인으로 쓸 예정이 없기 때문에, 어떤 커플링으로 망상을 해도 OK" 라고 합니다. (먼산.....)
( http://mypage.syosetu.com/mypageblog/view/userid/372556/blogkey/932911/ )
아니, 저기.... 그래서 마인이는 누가 데려가는 건가요, 자까님.....
Torsten. 사람 이름(북유럽쪽).
55화. 디트린데의 봉납춤
디트린데의 봉납춤
회장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가운데, 빛의 여신의 의상을 입은 디트린데가 어둠의 신의 의상을 입은 레스티라우트에게 사뿐사뿐 다가간다. 봉납춤 무대에서 디트린데를 에스코트하게 된 레스티라우트가 너무나도 싫다는 듯한 얼굴로 디트린데의 머리를 보았다.
"그대, 그리 화려하게 꾸미고 춤추는 건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모두의 걱정과 불안을 대표한 레스티라우트에게, 나는 마음 속으로 박수를 친다. 이 자리에서 그것을 솔직하게 물어볼 수 있는 레스티라우트는 용자가 아닌가.
그러나 그런 용자의 질문은 디트린데에는 닿지 않은 모양이었다.
"네. 물론 춤춘답니다. 전, 많이 연습했으니까요."
디트린데는 자신의 무거운 머리가 아닌 양손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레스티라우트님은 머리 장식에 대해서 물어본 거에요. 어디를 보고 있나요? ……팔에 뭐가 붙어 있는 건가? 아, 혹시 마석?
머리의 화려한 장식 뿐만 아니라, 빛나는 마석도 제대로 준비한 것 같다. 준비만전인 디트린데의 모습에,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그 페르디난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걸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팔랑팔랑 긴 소매를 흔들며, 영주 후보생들이 무대로 올라간다. 빛의 여신을 에스코트하는 것은 어둠의 신이지만, 레스티라우트는 디트린데를 최대한 시야에 들어오지 않게 하고 싶은지, 얼굴이 정면이 아니라 약간 옆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쩐지 아까의 페르디난드와 같은 얼굴이 되어 있지만, 힘내라, 레스티라우트님!
영주 후보생들이 음악, 검무때와 마찬가지로 제단으로 올라가, 각각의 위치에 나란히 무릎을 꿇고 무대에 손을 내린다. 그 동작만으로도, 디트린데의 머리가 무겁게 흔들린다. 무너지진 않을까, 하고 오히려 이쪽이 초조해진다.
"우리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감사와 기도를 바치는 자이니."
영주 후보생의 목소리가 울리는 순간, 그때까지 새하얗던 봉납춤 무대에 마법진이 떠올랐다. 올해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은 것이기에, 나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무대를 본다.
음악이 나오고, 천천히 무용수들이 일어선다. 경쾌한 움직임으로 손을 들자, 낙낙한 소매가 펄럭인다. 봉납춤의 시작이다.
……아, 진심으로 빛낼 생각이었구나.
봉납춤이 시작되자마자 디트린데가 차고 있는 마석이 작게 빛났다. 온몸의 여기저기에 마석을 달고 있는 듯, 작은 빛이 손목과 머리에서 깜빡깜빡 반짝이고 있다. 자기 혼자서만 빛나고 있는 것이라, 확실히 시선을 끌고 있다. 그러나 춤 자체는 그리 좋지 않았다. 역시 머리가 무거운 것인지, 휙 돌 때마다 목이 휘청휘청 흔들리고 있는 것이 정말로 신경쓰인다.
"오오, 빛의 여신이 빛나고 있잖나. 로제마인의 연습 때도 저런 느낌이었던 건가?"
양부님이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샤를로테가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언니와는 달고 있던 마석의 질이 다릅니다. 많은 부적에 더해 훈색 마석의 머리 장식까지 빛나고 있었기에, 저런 작은 빛이 아니라 훨씬 화려했습니다. 다만 아름답다는 생각보다, 언제 축복이 새어 나갈지 걱정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만."
샤를로테의 말에 나는 식은땀이 솟는 것을 느꼈다. 그 때는 축복이 새지 않도록 필사적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자신이 어떤 상태였는지는 전혀 몰랐는데, 혹시 지금의 디트린데보다 눈에 띄고 있었던 걸까.
"……저기, 저, 지금의 디트린데님보다도 눈에 띄고 있었나요?"
"같이 춤추고 있었는데도, 무심코 신경쓰여서 바라볼 정도의 빛이었으니까 말야. 훨씬 더 눈에 띄고 있었다."
……시러어어어어엇! 디트린데님보다 눈에 띄고 있었다니, 나,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허영심에 가득 찬 아이로 보였던 거야!?
하지만 빛이 켜졌던 것은 단 몇 초였다. 갑자기 빛이 사라진다. 사라진 것을 눈치 챈 듯한 디트린데가 조금 눈살을 찌푸리고, 몇 초 후에 다시 빛난다. 그리고 다시 몇 초가 지나면 다시 사라진다. 그것의 반복이다.
깜빡깜빡 점멸하는 빛에 무심코 시선이 끌린다. 돋보이기 위해 점멸시키고 있는 건가 싶었지만, 잘 보면 마석의 빛이 사라질 때마다 디트린데가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다시 빛나게 하고 있다. 눈에 띄고 싶어서 깜빡이는 것은 아니다.
……왜 깜빡이는 걸까? ……응? 저거, 마력?
디트린데의 주위에 흔들흔들 일렁이는 마력이 보이는 것 같았다. 대량으로 마력을 쏟아낼 때에 나오는 엷은 색조의 흔들림이 마법진으로 빨려들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보이는 것은 마법진이 보이는 자신 뿐일지도 모른다. 나는 무심코 페르디난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얼굴에는 만들어 붙인 미소가 아니라,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었다.
"저의 눈에는 디트린데님에게서 마력을 빠져나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기분탓일까 하는 양모님의 말에 샤를로테도 수긍했다.
"저도 보입니다. 처음에는 착각인가 했지만, 점점 짙어지는 것 같지 않나요?"
아무래도 마력의 일렁임이 보이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할 즈음에는 누구나 눈치챈 듯, "마력이 많이 방출되고 있지 않나?" 라며 관중석이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어이, 로제마인. 괜찮은 건가? 저렇게 마력을 방출하면……."
"전에 로제마인은 자주 저런 상태였다만, 어떤가?"
양부님과 빌프리트가 물어왔지만, 나는 알 수 없다. 마력이 넘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다가 결과적으로 넘쳐나거나, 감정적으로 너무 흥분해 위압 상태에서 마력이 넘치거나 한 적은 있지만, 마석을 빛내기 위해 마력을 뿜었던 적은 없다.
"저는 온몸에 붙인 마석을 빛내려고 마력을 방출한 적이 없어서, 지금 디트린데님의 상태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온몸으로 마력을 방출하는 것은 제가 약을 마시고 며칠 앓아누을 정도로 몸에 부담이 걸리는 일입니다."
나는 지극히 성실하게 답했지만, 양부님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밖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며칠을 앓아 눕는 그대의 허약함을 기준으로 해도, 전혀 참고가 안 된다."
"……뭐, 그렇지요. 보통 사람이 마력을 방출했을 때 걸리는 부담 같은 건, 저도 모르는걸요."
봉납식에서 마력을 흡수당한 사람들은 모두 녹초가 되어 있는 듯 했고, 할덴체르에서 봄을 부르는 의식을 했을 때엔, 강제적으로 마력을 흡수당한 여자들 중에 의식을 잃은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미루어 생각하면, 전혀 부담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래도 차기 아우브인 영주 후보생이라면, 마력 공급에 익숙할 테니, 큰 부담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괜찮겠죠 하고 내가 말하는 순간, "아!" "위험해!" 라고 주위에서 제각기 소리가 높아진다. 디트린데가 휘청 하고 크게 흔들리며, 옆에서 춤추고 있던 어둠의 신을 향해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전혀 괜찮지 않았어!
휘청거리는 디트린데의 모습에 크게 숨을 삼키며, 나는 무대 위를 주시했다.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는 듯한 감각 속에, 높이 쌓아올린 머리카락에서 빨간 꽃의 머리 장식이 하나 빠진다.
"뭔가!?"
일부러 디트린데를 보지 않으려 했던 탓일까. 춤에 집중했던 탓일까. 아니면 크게 팔을 뻗고 돌고 있을 때였기 때문일까. 자신을 향해 기울어지는 디트린데를 알아채는 것이,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으로서 단련된 레스티라우트 치고는 약간 늦었다.
"뭣!?"
눈을 크게 뜨고 있는, 회전하던 도중의 레스티라우트에 부딪힌 순간, 흔들리고 있던 디트린데는 기세 좋게 퉁겨져 나갔다. 디트린데는 그대로 바람의 여신역의 영주 후보생을 끌어들이며 쓰러진다. 디트린데의 머리 장식이 떨어지고, 높이 쌓아올렸던 머리카락이 풀어지기 시작한다.
"피해!"
"위험햇!"
"꺄악!?"
관중석에서 목소리가 높아지며, 갑자기 습격당한 바람의 여신역의 학생이 비명을 지르고, 크게 의상 소매를 넓히며, 디트린데에게 밀려넘어지듯이 엉덩방아를 찧는다.
털썩 하고 넘어진 디트린데의 손이 무대에 닿는 순간, 무대의 마법진이 빛났다. 시간은 단 몇 초.
"뭔가!?"
"지금 무대에 마법진이 보였다."
빛난 순간만은, 모두에게도 마법진이 보였던 모양이다. 마법진이 드러난 것은 단 몇 초였지만, 모두의 눈에 각인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낯선 마법진이 무대에 떠오른 것이기에, 주위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한다.
"왜 저런 곳에 마법진이……?"
"저건 대체 뭔가?"
주위의 웅성거림에 페르디난드가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뭔가 고심하는 듯한 얼굴을 하면서 페르디난드는 집게 손가락을 입술에 대었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거지?
"정숙히! 아직 봉납춤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례식을 중단할 수는 없다!"
중앙 신전의 신전장과 신관장이 술렁거리는 객석이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무대를 바라보는 졸업생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디트린데는 완전히 의식을 잃고 있고, 바람의 여신역을 덮치고 쓰러져, 엎드린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대로 무대에서 봉납춤을 계속 할 수도 없다.
"디트린데님을 저대로 놔둘 수는 없다. 가자."
페르디난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에게 말을 걸고, 무대에 오른다. 깜짝 놀란 듯이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이 뒤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대는 디트린데님을 무대에서 내려보내고, 근시에게 봉납춤의 의상을 정리하도록 전해라. 그대들은 머리 장식의 회수를 서두르도록."
한 측근이 무대 위에 쓰러져 있는 디트린데를 번쩍 안아올리고, 다른 사람이 흩어진 머리 장식을 회수한다. 페르디난드는 실려 나가는 디트린데를 힐끗 본 후, 엉덩방아를 찧은 상태인 바람의 여신역의 졸업생 앞에 무릎을 꿇고 정중히 사과한다.
"디트린데님이 의식을 잃으며, 갑작스러운 사태에 휘말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그렇게 쓰러지셨으니, 통증을 느끼고 있는 곳도 많이 있겠지요. 제가 그대에게 위안을 주는 것을 용서해주시겠습니까?"
"……용서합니다."
페르디난드는 휘말려버린 바람의 여신역에게 린슈메르의 위안을 주고,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었다. 바람의 여신역이 그 손을 잡고 일어나자, 그녀에게 통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무대에서 내려온다.
무대 아래에서는 근시들이 디트린데에게서 빛의 여신의 의상을 벗기고 있었다. 그 의상을 중앙 신전의 사람에게 전달하라고 지시를 내린 페르디난드는 의식이 없는 디트린데를 수발하라는 게오르기네의 말을 듣고 강당을 나간다.
"봉납춤을 재개한다."
디트린데의 빛의 여신의 의상이, 중앙 신전 사람의 손을 거쳐, 보결수인 영주 후보생에게 넘어갔다. 보결수인 영주 후보생은 급히 준비를 하고 무대로 오른다. 중앙 신전 신전장의 지시로 봉납춤이 다시 시작된다.
"우리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감사와 기도를 바치는 자이니."
객석의 웅성거림이 가라앉지 않은 채로 봉납춤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누군가가 빛나는 일도, 마법진이 빛나는 일도 없이 무난하게 끝나고, 곧 점심을 알리는 4의 종이 강당에 울렸다.
"입장에서 퇴장까지, 디트린데님에게는 놀랐는걸."
높이 틀어올린 스타일에, 반짝반짝 점멸하는 마석, 비틀비틀 주위를 끌어들이면서 화려하게 쓰러지고, 마법진을 빛나게 했다. 분명 올해 졸업식에서 가장 화제가 될거라고 생각한다. 에렌페스트의 점심의 화제도 디트린데와 무대에 반짝 떠올랐던 마법진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런 곳에 마법진이 있었다는 건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저희들 졸업생에게는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레오노레와 리제레타가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마주본다. 무대보다 아래에 있었던 졸업생들에게는 마법진이 빛나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졸업생들에게 계단식으로 된 객석에 있던 학생들이 어떤 봉납춤이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기, 로제마인, 샤를로테. 저것은 할덴체르의 마법진과 닮지 않았는가? 마법진은 발동하지 않고 사라졌다만, 하얀 무대에서 갑자기 떠오르거나, 작동하는데 뭔가의 조건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 등이 비슷한 느낌이 든다."
빌프리트의 말에 나와 샤를로테는 끄덕 하고 수긍했다. 하얀 무대에 숨겨진 마법진이라는 범주에서 본다면 확실히 비슷하다.
"로제마인, 그대는 그 마법진에 본 기억이 있는가? 봉납춤도 제례식인데, 뭔가 아는 것은 아닌지?"
이쪽을 탐색하는 듯한 양부님의 말에 나는 붕붕 고개를 저었다.
"저는 모릅니다. 에렌페스트의 제례식 중에 봉납춤은 없으니, 중앙 신전만의 제례식이겠죠."
"그런가……."
양부님이 아직 의심스러운 듯이 이쪽을 지켜보는 가운데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이제 슬슬 끝날 때이긴 하지만 이런 점심시간에 올도난츠가 날아오는 일은 드물다. 그렇게 생각하며 보고 있자, 올도난츠는 내 앞에 내려앉아 부리를 열었다.
"로제마인님, 에그란티느입니다. 이런 점심 시간에 대단히 죄송합니다. 지금 사용인을 다과회실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편지를 받아주시지 않겠습니까?"
느긋한 에그란티느의 목소리이지만, 점심 시간에 올도난츠를 날리는 것도, 졸업식 당일 다과회실로 사용인을 보내는 것도 보통은 아니다. 엄청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
"양부님."
"대답을 하고 다과회실에서 기다린다. 가자."
"네."
나는 올도난츠로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을 하고 점심을 급히 마친다. 다과회실로 향하는 것은 영주 일족 전원이다. 다과회실에서 식후의 차를 마시며 사자의 방문을 기다린다.
"측근들은 물러나라. 왕족의 긴급 의뢰다. 밀담으로 하는 것이 좋다."
양부님의 말에 몇 명의 호위기사만을 남기고 측근들이 물러난다. 그것을 보며 양부님은 걱정스러운 듯 양모님을 돌아보았다.
"사자가 가져오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의뢰는 아니겠지. 플로렌시아도 방에서 쉬고 있는 것이 좋지 않은가?"
"지금 알더라도, 나중에 알더라도 받는 충격은 같습니다. 저는 에렌페스트의 첫째 부인으로서 여기에 있겠습니다."
양모님의 말에 양부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그 마법진에 관한 문의인 것이 분명하다. 긴급이지만 올도난츠로 알릴 수 없는 일 같은 건 그 정도밖에 없다."
양부님의 말에 나는 살짝 숨을 토했다. 그렇다면 페르디난드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나는 대답할 수 없다.
긴장된 공기가 가득한 다과회실에, 치링 하고 작은 벨 소리가 울린다. 아나스타지우스의 최대 근시인 오스빈이 사자로 왔다. 이미 측근이 밀담을 위해 물러나 있는 상황에 사의를 표하고, 범위 지정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사용하는 허가를 양부님에게 구한다.
"괜찮습니다. 호위기사는 범위에서 나가도록."
오스빈은 범위 지정 마술도구를 작동시키고, 한 통의 편지를 내밀었다.
"로제마인님, 이쪽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서입니다. 대단히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이쪽에 답변을 받아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고 있습니다."
편지를 펼치고 읽는다. 아나스타지우스의 최대 근시가 사자로 올 정도이니 큰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예상 밖의 내용에 머리가 빙글거렸다.
아무래도 중앙 신전의 신전장과 신관장이, 점심 때에, 봉납춤 당시에 나타난 마법진이 차기 첸트의 선별을 위한 마법진이고, 지금 가장 차기 첸트에 가까운 사람이 디트린데라고 했다는 모양이다.
……우와아, 디트린데님이 차기 아우브가 아니라, 차기 첸트?
봉납춤 무대에 그 같은 마법진이 숨겨져 있는 것을 왕족의 누구도 몰랐던 것, 그리고 지기스발트, 아나스타지우스, 에그란티느들의 봉납춤으로는 마법진이 빛나지 않았으니,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갖지 않은 지금의 왕족이 아니라, 정식 첸트가 선출되는 날이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묘한 소문이 나돌기 전에, 그 마법진이 다음 첸트을 선출하는 것인지, 정말 디트린데가 가장 차기 첸트에 가까운 사람인지, 조금이라도 정보를 모으고 싶다는 것과, 정말로 디트린데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첸트가 된다면, 왕위는 물려줄 생각이라는 것 등이 쓰여 있다.
……디트린데님이 첸트!? 뭐야 그거? 무서워!
제례식, 마법진에 정통한 나라면 중앙 신전의 주장이 옳은지 알 수 있지 않겠냐는 이유로, 신전 관계자들이 오후의 졸업식에 가 있는 동안, 아나스타지우스의 이궁에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부탁이었다. 부탁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정된 왕족의 부탁이다. 실질적으로는 소환 명령이다.
"정말로 마음이 괴롭습니다만, 왕족에게는 제례식에 관해 의논할 상대가 로제마인님밖에 안 계십니다."
그러는 오스빈의 얼굴은 평소와 같은 온화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지만, 목소리에 미묘한 초조함이 섞여 있었다. 확실히, 성인식에서 놀라운 헤어 스타일을 하고 등장한 아렌스바흐의 차기 아우브가 가장 차기 첸트에 가깝다는 말을 들으면 서두르게 될 법도 하다.
……하지만, 이런 거, 나로선 역부족이에요! 페르디난드님!
"봉납춤은 중앙 신전의 제례식이다. 그러므로 그대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지, 로제마인?"
조금 전에 그렇게 말했었지, 라고 나를 바라보는 양부모님에게, 나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양부님은 오스빈에게 시선을 돌렸다.
"왕족의 호출이 있는 이상, 로제마인은 이에 응하도록 하겠습니다만, 지금은 아렌스바흐에 있는 페르디난드에게 질문하는 편이 좀 더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태가 사태인 만큼, 여기서 왕족의 소환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양부님은 나뿐만 아니라 페르디난드도 불러내도록 말했다.
"페르디난드를 호출하더라도 지금이라면 봉납춤으로 쓰러진 디트린데님의 안위를 묻는다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스빈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제례식에 대해서는 페르디난드님이 잘 아실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디트린데님의 안위를 묻기 위해 불러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에렌페스트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라고 올도난츠를 에그란티느에게 날려보낸다. 그 옆모습에, 뭐라 말할 수도 없는 초조함이 떠올라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송구합니다, 아우브·에렌페스트."
오스빈은 범위 지정 마술도구를 회수하고, 나의 승낙의 답장을 가지고 재빨리 돌아갔다.
이제 다과회실에 남아 있는 것은 에렌페스트의 영주 일족 뿐이다. 어느 얼굴도 매우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 마법진이 그런 마법진이었다고는……."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 어떻게 생각해도 있을 수 없다고는 생각한다만, 일단은 페르디난드의 대답을 듣고 와라, 로제마인."
"네."
아렌스바흐의 이웃이기 때문에, 디트린데에 대한 취급은 에렌페스트에도 영향을 준다. 조금이라도 정보가 필요한 것은 에렌페스트도 마찬가지다.
"왕족이 졸업식 사이에 사정을 알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나머지는 가급적 평범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겠지. 로제마인은 예년과 같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으로 하자. 당신은 리할다와 함께 급히 칼스테드의 호출을 부탁하오."
학생들은 아무 일 없는 척 졸업식에 나가고, 나는 졸업식이 시작되면 에렌페스트에서 온 아버님과 함께 아나스타지우스의 이궁으로 향하게 된다.
"일단 페르디난드를 불러내면서, 그대에게 최적의 보호자를 붙일 수는 있었다. 기본적으로 페르디난드에게 맡기고, 그대는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일관하도록."
양부님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는 끄덕 하고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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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눈에 띄는 디트린데의 봉납춤.
몇 초 간이지만 떠오른 마법진.
그것을 본 중앙 신전에 의해 다양한 파문이 확산됩니다.
에스코트를 한 페르디난드&레스티라우트는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은 에그란티느의 호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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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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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디트린데, 좀 짱인듯.
그리고 디트린데가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앙투와네트 스타일.
56화. 에그란티느와의 대화
에그란티느와의 대화
"갑자기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인사를 마치고 나에게 긴 의자에 앉도록 권한다. 곧 오스빈이 범위 지정으로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준비하고, 호위기사인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듯한 눈을 하며, 리할다와 함께 거리를 두었다.
에그란티느는 측근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나의 정면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아 똑바로 나를 바라본다. 지금은 아나스타지우스가 졸업식에 참석하고 있어, 이야기할 대상은 에그란티느 한 사람 뿐이다.
"로제마인님, 시간이 없습니다. 솔직히 물어도 괜찮겠습니까?"
번거롭고 묘한 은어를 사용해서 곡해하거나 말이 어긋나기도 하는 것은 곤란하기에, 솔직히 물어와 주는 것은 오히려 고맙다. 나는 "물론입니다" 라고 긍정했다.
점심 때에 중앙 신전의 신전장과 신관장이 그 마법진은 첸트를 선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자리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쭉 고생해 온 트라오크바르 왕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져야 한다는 고참 측근들이나, 오늘의 그 상태를 보고 디트린데가 첸트가 되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다. 이와 함께 모든 것은 페르디난드의 음모이며, 에렌페스트의 로제마인을 조종할 수 없게 되어, 다음으로 디트린데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많은 의견이 있었습니다만, 트라오크바르님은 유르겐슈미트를 다스리는 데에는 구루투리스하이트가 필수적이라는 것, 정말로 디트린데님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게 된 경우는 논의의 여지 없이 옥좌를 내줄 것을 말씀하습니다."
"어째서 디트린데님에게는 옥좌를 내주는데, 의혹이 제기된 페르디난드님은 아렌스바흐로 가게 되어버린 건가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자에게 옥좌를 물려줄 생각이라면, 페르디난드에게 묘한 혐의가 걸렸던 이유를 모르겠다.
"그것은 영지의 차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에렌페스트는 공헌을 인정 받아, 다음의 영주 회의에서 이후는 정변에 가세한 영토와 동등하게 취급하게 됩니다만, 당시는 중립이었던 영지입니다. 정변에 가세한 대영지 아렌스바흐의 영주 후보생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은 경우는 대응이 바뀝니다."
페르디난드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어 첸트가 된다 해도 지지하는 영지가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첸트를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에렌페스트는 순위, 중앙에 있는 귀족의 수, 영지의 대응이나 태도에 대한 것을 보아도 부적격이었던 것 같다. 또 다시 페르디난드가 가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빼앗으려는 사람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유르겐슈미트는 다시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에그란티느는 말했다.
"정변도 따지고 보면, 둘째 왕자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물려받은 것에 불만을 가진 첫째 왕자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빼앗으려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까요."
그러나 둘째 왕자를 살해한 첫째 왕자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찾지 못했고, 동복 형제인 셋째 왕자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며 싸움을 걸었다고 한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둘러싼 싸움에서, 가족과, 친한 분들을 많이 잃었습니다. 그래서 왕족은 되도록이면 싸움을 회피하고 싶습니다. 디트린데님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었다 하더라도, 이런저런, 불안 요소가 많습니다만, 다양한 지식을 가진 페르디난드님이 남편으로서 보좌한다면, 첸트로서 집무를 할 수 있지 않겠냐며 트라오크바르님은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건 그만 둬 주세요. 페르디난드님의 눈이 동태가 되어 회복 불능이 되어버려요.
"다만, 중앙 신전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그 마법진에 관한 정보를 서둘러 모아야만 합니다. ……로제마인님, 중앙 신전의 주장은 옳은가요?"
에그란티느의 주홍빛 눈동자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거짓말이나 속임수를 간파하려는 눈을 바라보며, 나는 귀족다운 만들어 붙인 미소와 함께 작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에그란티느님. 성인식에서의 봉납춤은 귀족원에서만 시행하는 제례식이며 에렌페스트에서는 시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의 대답에 에그란티느는 "로제마인님도 모르시는 건가요" 라며 아쉬운 듯 숨을 토한다.
비밀로 하는 것이 조금 가슴아프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에렌페스트의 성인식에선 봉납춤은 실시하지 않는 것이다. "왕이 되기를 원하는 자는" 이라는 성전의 문구로 보면, 그런 관계의 마법진이라고는 생각되지만, 정확한 것은 모른다. 조사해도 그 이상은 알 수 없었으니, 적당한 것을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귀족원의 지하 서고에는 다양한 의식에 대한 자료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읽었던 페르디난드님이라면 뭔가 알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아렌스바흐에서 페르디난드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라는 오스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 이야기를 끊고, 도청 방지 마술도구의 범위에서 나온 에그란티느가 페르디난드와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똑같이 측근을 배제하고, 페르디난드 홀로 마술도구의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페르디난드와 동행한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나의 호위를 해 주고 있는 아버님 쪽으로 가 선다. 아버님과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리할다와 유스톡스, 두 쌍의 가족들이 모여 있다.
……분명 몰래 정보를 교환하겠지. 양부님이 아버님에게 작게 접힌 종이를 건네주고 있었고, 리할다도 뭔가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었으니까.
그런 것을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자, 페르디난드는 "어째서 네가 여기 있지?" 라는 듯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에그란티느에게 나의 옆에 앉으라는 말을 듣고, "실례하겠습니다" 라며 앉는다.
"페르디난드님, 디트린데님의 용태는 어떠신가요?"
"마력의 고갈에 의해 의식을 잃은 것 같습니다. 회복약을 마시게 했으니, 차차 회복할 것입니다. 성인 의식의 봉납춤이라는 소중한 자리를 아렌스바흐의 영주 후보생이 어지럽힌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기발한 머리 모양, 빛나는 봉납춤, 쓰러지며 의식 불명, 낯선 마법진의 기동……. 주위를 아연하게 만든 사태가 너무 많이 일어난 것에 대해 페르디난드가 사과한다.
"최대한 제지하려고 했습니다만,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제 역부족입니다."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말하며, 오늘 아침에 가지고 갔던 녹음 마술도구를 꺼내 재생했다. 머리 장식을 다섯개나 붙이고 있는 것을 지적하고, 왕족보다 도드라지지 말라고 타이르는 페르디난드의 목소리에, "머리 장식을 줄이면 되는 거죠" 라고 언짢은 듯이 대답하는 디트린데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머리 장식을 줄이고 다른 장식을 추가할 줄은 몰랐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은 아침부터 큰일이었네요."
내가 무심코 그렇게 중얼거리자, 에그란티느도 쓴웃음을 지었다.
"디트린데님의 다양한 행동들보다도 훨씬 중대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쪽에 관한 비난은 그다지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안심하십시오."
그 말에 페르디난드는 조금 어깨의 힘을 빼고, 대신 미간에 힘을 넣었다.
"그런 실태를 보인 디트린데님에게 왕족으로부터 급한 사자가 왔기에, 큰 비난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병세를 묻는 것을 구실로 로제마인에 관한 용건이었던 건가요?"
"디트린데님에 관한 용건이 맞습니다. 점심 식사 때 중앙 신전의 말로 인해 혼란 상태가 되어, 조금이라도 정보가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로제마인님께서, 후견인인 페르디난드님이 신전의 제례식에 관해 정통해 계시다고 말씀하셨으니까요."
에그란티느가 미안한 듯이 미소짓자, 어째선지 페르디난드가 나를 노려보았다. 쓸데없는 말을 꺼내서 말려들게 한 것이냐, 라고 얼굴에 씌어 있다.
"저는 페르디난드님이 더 많이 알고 계십니다, 라고 말했을 뿐입니다.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인걸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페르디난드의 체념한 듯한 한숨에 이어, 나와 에그란티느는 중앙 신전의 발언을 포함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전했다.
"페르디난드님은 봉납춤 무대에 나타난 마법진에 대해 아시나요?"
에그란티느의 질문에 페르디난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 알고 있습니다" 라는 한 마디를 끝으로 입을 닫는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모습에, 에그란티느가 거듭 물었다.
"중앙 신전은, 그 마법진은 첸트를 선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만……."
"성전조차 제대로 읽을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 신전에 그런 지식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는 솔직히 놀라움을 금할 수 없군요."
신전장의 성전을 절반도 읽을 수 없엇던 중앙 신전의 사람들에게 성전에서 떠오르는 마법진이 보일 리 없다. 그런데도 단 몇 초 떠올랐던 마법진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 물건인지를 판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의외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에렌페스트의 신전에도 의식을 준비하는 회색 신관들을 위한 목패나 옛 성전의 사본 등이 있는걸요. 중앙 신전에도 신전 도서실이 있어서, 거기에 의식에 관한 자료가 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너의 말대로 아마 마력이 없어도 읽을 수 있는 자료가 있었겠지. 그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만, 조용히 해라."
내가 들어가 본 적 없는 중앙 신전 도서실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더니, 페르디난드에게 잠자코 있으라는 말을 들어버렸다.
내가 입을 다물자, 에그란티느가 조금 웃고는 살짝 눈을 내리떴다.
"그럼, 중앙 신전의 말이 옳고, 그 마법진은 차기 첸트를 선출하기 위한 것이 틀림없는 건가요?"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을 저희에게 묻는 것이죠?"
페르디난드의 말에 에그란티느는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왕족 중에는 제례식에 대해 자세한 사람이 없습니다" 라고 손을 뺨에 대며 그렇게 말했다. 중앙 신전과는 거리가 있는 상태라, 중앙 신전이 꺼낸 말을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왕족에겐 없다고 한다.
"로제마인님은 귀족원에서 봉납식을 하시며, 진짜 제례식을 하는 신전장으로서 왕족보다도 신뢰를 얻고 계시니까요."
"그러지 않아도 저는 로제마인을 통해 전달했을 것입니다. 귀족원 도서관의 지하 서고에 왕과 영주 후보생들이 알아야 할 자료가 있다고. 그 정보가 있으면서, 어째서 왕족은 지식을 얻지 않은 것입니까?"
설마 네가 알려주지 않은 거냐고 노려보고 있어, 나는 붕붕 머리를 흔들었다.
"제대로 전했습니다. 왕자 셋과 함께 지하 서고에 갔고, 현대어 번역도 도왔습니다."
"……내가 분명 절대로 서재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다가 스스로 혼날 건수를 폭로해 버렸다. 나는 황급히 "와, 왕족 명령이었으니까요!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라고 거듭 반복한다. 그렇다. 그것은 불가항력이었던 것이다.
"옛 말에 능통한 로제마인님에게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꾸짖지 말아 주시옵소서."
"로제마인은 책 외엔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 서재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왕족과 일부 영주 후보생 뿐.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어느 누구에게 불경을 저지를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들어가지 않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지기스발트에게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하고, 아나스타지우스에게 목덜미를 붙잡혀 끌려 나온 나는 페르디난드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침묵을 지킨다.
"그렇지만, 지기스발트 왕자도,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도 오래된 언어는 거의 읽을 수 없습니다. 방법이 없지요? 저와 한넬로레님은 봄의 영주 회의 기간에도 자료를 읽으며 돕도록 되어 있는걸요."
왕자들이 오래된 언어를 거의 읽지 못하는 것을 설명하자, 페르디난드는 얼굴을 찌푸렸다.
"네가 읽는 것인가……. 그럼, 앞은 길 것 같구나."
"길 것 같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너는 항상 서가의 왼쪽 위에서부터 차례로 읽어 나간다. 신전 도서실, 칼스테드 집의 도서실, 성 도서실, 나의 책장, 모두 그랬다. 그 마법진에 관한 자료는 분명 밑에 있었다고 생각되니, 네가 거기까지 읽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모든 자료를 보기 위해 맨 처음부터 읽기 시작하는데, 그런 버릇까지 파악되고 있었다니!
"일단, 그 서고 안에는 차기 첸트에게 필요한 지식이 쌓여 있습니다. 신전에서 의식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없다면, 서고의 자료를 읽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말로 필요한 것이라면, 옛 언어를 배우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요."
"왕족에게 그런 시간은 없습니다……."
마력의 공급에 쫓기며 페르디난드와 같은 안색을 하고 있던 왕의 모습을 떠올린다. 분명 공부 시간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로제마인은 고아원의 아이들을 살리려고 분주한 와중에도, 신전에서 목패에 적힌 의식에 필요한 기도문을 외우고, 매일같이 경전을 탐독하며 옛 언어를 계절 하나나 두 개 정도 사이에 익혔습니다. 왕족이 바쁘다고는 해도, 앓아 누웠을 때는 침대에 책을 들여와, 로제마인처럼 옛 언어를 접하면 금방 기억할 수 있겠지요."
에그란티느가 신기한 물건을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청색 무녀 견습으로 기도문을 익혀야 했을 때는 매일같이 목패와 눈씨름을 했던 것 같다. 신의 이름이 길다고 불평하던 것이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이번에는 정말로 시간도 정보도 없으신 것 같으니 가르쳐 드립니다만, 자신에게 필요한 자료를 스스로 읽을 수 없으면, 어디서 어떻게 정보가 왜곡되어 있는지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옛 언어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첸트에게 필수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스티오노라에게서 내려받았다고 전해지는 구루투리스하이트는 분명 성전보다 오래되었을 테니까요."
페르디난드의 지적에 에그란티느가 깜짝 놀란 듯이 얼굴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 말 그대로이다. 왕이 되기 위한 방법이 적힌 성전보다, 구루투리스하이트가 더 오래되었을 것이 당연하다.
"그 마법진은 첸트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봉납춤으로 마법진을 드러낸 디트린데님이 가장 차기 첸트에 가깝다는 중앙 신전의 말은 틀립니다."
페르디난드가 마법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 마법진은 성전에 떠오른 것밖에 몰라서, 설명에 귀을 기울인다.
"귀족원에서 교육받은 우수한 왕족 및 귀족 후보생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첸트가 될 수 있을만한 마력이 있는지를 시험하는 것이 그 봉납춤의 제례식입니다."
신들에게 기도를 올리며, 춤과 함께 마력을 봉납하는 것으로 마법진이 떠오르는 것 같다. 그리고 전체 속성을 가지고 있고, 마법진을 작동시키기에 적합한 마력량이 있는 사람은 빛의 기둥을 세울 수 있다고 한다.
"빛의 기둥을 세울 수 있는 사람만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작동시키지 못한 그녀에게 후보의 자격은 없습니다."
"저도, 아나스타지우스님도 마법진을 작동시킬 수 없었습니다만……."
에그란티느는 그렇게 말하며 불안한 듯이 페르디난드를 바라보았다. 왕족 중 아무도 하지 못하는 일을 디트린데가 할 수 있었던 거라면 "지금의 왕족보다 디트린데님이 차기 첸트에 가깝다" 라는 중앙 신전의 주장은 옳은 것이 된다.
"봉납춤으로 신에게 기도를 올리며 마력을 봉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디트린데님은 마석을 빛내기 위해 마력을 방출하며 춤추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마법진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디트린데가 마법진을 빛낼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일 뿐이라고 페르디난드는 말했다.
"왕족이 직접 검증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다행히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의 공동 연구로 속성을 늘리는 방법이 발표된 참입니다. 제례식과 마력의 봉납을 하며, 공동 연구를 빌미로 가호를 얻는 의식을 다시 치르면서 직접 마법진을 작동시켜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페르디난드의 말에 에그란티느는 "춤추면서 마력을 봉납하는 것인가요" 라고 중얼거리며 나를 바라본다.
"의식에 대해 잘 아시는 페르디난드님과 로제마인님이 협력해 주시는 것은 가능할까요? 로제마인님은 귀족원에서 연습을 할 때도 축복을 하셨었죠?"
에그란티느의 말에 페르디난드는 "더 이상의 의심의 시선은 필요 없습니다" 라고 거절했다.
"기도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마력이 풍부한 로제마인이라면 디트린데님보다 쉽게 마법진을 빛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차기 첸트가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첸트 후보에 불과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
페르디난드의 말에 에그란티느는 "그 다음?" 이라고 작게 중얼거린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고, 페르디난드는 내가 마법진을 빛냈을 경우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한다.
"로제마인이 차기 첸트로 추대된다 하더라도, 첸트를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에렌페스트가 부적격한 것은 아실 것입니다. 또, 봉납춤의 검증을 대대적으로 하여 첸트 후보가 각지의 영주 후보생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면, 무의미한 소란이 일어날 뿐입니다. 봉납춤에 관한 검증은 왕족으로 한정해주십시오."
단호히 거절한 페르디난드를 바라보며, 에그란티느가 말을 찾는 듯이 시선을 조금 더듬는다. 그리고 조금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페르디난드님은 로제마인님이나 디트린데님을 통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찾고 있었고, 최종적으로 첸트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자가 있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수상하기에 아렌스바흐로 이동시켰더니, 이번엔 디트린데님이 낯선 마법진을 빛내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기사단장으로서는 충분히 그렇게 의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태연한 얼굴로 페르디난드가 그렇게 대답했다. 감정을 숨기고 있는 그 옆모습에 속이 끓어오른다. 많은 것을 참고 아렌스바흐로 갔는데, 또다시 충성을 의심 받아 화가 나지 않을 리가 없다.
"저는 첸트의 주위에는 대단히 제멋대로인 것을 말하시는 분이 계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우브·아렌스바흐의 제의를 일단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페르디난드님이 아렌스바흐로 가게 된 것은 왕명에 의한 강권 때문이 아니었던나요?"
내가 솔직한 소감을 말하자, 역시 솔직함이 지나쳤던 것인지, 에그란티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꽤나 형편 좋은 기억력이 아닌가요?" 라고 덧붙이려던 것을 참아서 다행히다.
"로제마인, 너는 잠자코 있으라고 말했을 터다."
페르디난드가 험악한 시선으로 힐끗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나는 잠자코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잠자코만 있어서는 왕족에게 이쪽의 사정이나 생각은 전달되지 않습니다. 아무 일 없다는 듯한 얼굴로 참으면서 제멋대로인 원한과 증오를 쌓아가기보다는 전부 이야기하는 편이 좋습니다. 대화를 할 때는 모든 것을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고 저에게 가르친 것은 페르디난드님이잖습니까!"
내가 째릿 노려보자, 페르디난드가 "그것은 그렇다만 왕족에 대한 불경이다" 라며 계속 나를 제지하려고 한다.
"페르디난드님이 아버지와의 마지막 약속을 어기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왕명을 받아들인 것은 이런 혐의를 벗기 위해서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왕족과 그 주위에 충성을 의심받는다면, 페르디난드님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왕명을 받아들인 것입니까?"
대답이 막힌 듯, 페르디난드가 한번 입을 닫고, "로제마인, 그만 두어라. 나에 대한 건 괜찮으니까……" 라며 나를 제지한다.
"괜찮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쪽의 사정도 전하지 않고, 이해와 배려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통하지 않고 서로가 바라는 것을 직접 상대에게 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렇죠, 에그란티느님?"
내 말에 에그란티느는 끄덕 하고 수긍하면서 "네, 정말로 중요합니다" 라며 웃는다.
"페르디난드님의 사정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미력하나마 도움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왕과 기사단장이 어떤 증거로 어떤 의심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페르디난드님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연구이며, 갖고 싶다고 바라는 것은 연구 시간과 자신의 공방입니다. 의심하면 할 수록 쓸데 없는 낭비입니다. 가능하다면 자신의 공방에 틀어박혀 연구에 몰두하는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고 계셨을 정도니까요."
신전의 공방에 틀어박혀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예요, 라고 내가 주장하자, 에그란티느는 쿡쿡 웃었다.
"페르디난드님, 로제마인님의 말씀은 정말인가요?"
에그란티느가 가만히 바라보자, 페르디난드는 "쓸데 없는 말이 너무 많다" 라며 나의 뺨을 쭈욱 잡아당기고는, 체념한 듯한 한숨을 토했다.
"믿거나 믿지 않거나 왕족의 자유입니다만, 저는 첸트를 목표로 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에그란티느가 믿어 주더라도 다른 모두가 믿어 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알아주는 사람이 왕족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다양한 의식에 정통한 페르디난드님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는 것에 도전할 생각은 하지 않으셨나요?"
진지한 눈빛의 에그란티느의 질문에 페르디난드는 아주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저는 결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을 생각이 없습니다. 유르겐슈미트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쳐야 하는 첸트로서 살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압니다. 압니다. 첸트가 되면 집무로 너무 바빠서 연구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나의 독서 시간이 줄어드는 같은 것이다. 페르디난드의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하자 "너와 같이 취급하지 마라" 라며 어째선지 굉장히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네? 연구 시간이 줄어드는 것 이외에 다른 이유가 있나요?"
"있지만, 아무래도 좋게 되었다."
……아무래도 좋다라는 것은 즉, 대단한 이유가 아니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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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사이에 에그란티느와 상담입니다.
로제마인의 폭로에 머리를 껴안는 페르디난드.
하지만 에그란티느에게는 통한 것 같습니다.
다음은 한넬로레와 책의 교환을 하고, 에렌페스트로 귀환합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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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마인이는 진짜 여신님이네요.
추신: 그러고 보니, 드디어 5부 초반 번역이 끝났네요. 무심코 잊고 있었...;;
57화부터는 아래 5부 게시판에서 봐주세요~
(ss가 남았다는 생각을 하느라, 끝난걸 눈치채지 못했어요... 하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57화. - 책의 대여와 마음의 지주 -
책의 대여와 마음의 지주
"그리고 내년에도 시주식을 하자는 공동 연구를 사절했다고, 아우브·클라센부르크에게 조금 상담을 받았습니다만……."
"네. 에렌페스트의 부담이 크거든요."
올해는 에렌페스트의 봉납식을 급하게 마치고 도구를 가져온 것, 그 관리자인 신관장의 출입이 당일밖에 인정되지 않아 매우 부담이 큰 것, 마력 회복 약 준비도 부탁받은 것, 내년은 내가 시주식을 위해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 등을 말한다.
"클라센부르크는 이 공동 연구에서 무엇을 하시는 거죠?"
"그것을 논의하겠다고 아우브는 생각하고 계신 것 같던데요. 협상은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죠?"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기각되어, 당황하고 있는 듯 하다.
"그래도 타령의 신전인 귀족원에서 시주식을 하므로, 신구의 반출을 명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 해의 수확량에 영향이 있습니다. 봉납식 때 설명했듯이, 마력회복약은 저의 제법이 아닙니다."
내 말에 에그란티느는 페르디난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누구의 제법인지는 이미 짐작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페르디난드는 에그란티느의 시선을 묵살했다.
내년이면, 페르디난드는 성결제 의식을 마치고, 아렌스바흐의 사람이 된다. 클라센부르크와 에렌페스트의 공동 연구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협력하는 의미가 없다.
그리고 클라센부르크와의 공동 연구에서 제법을 공개하기보다는, 뭔가가 있었을 때의 카드로 놔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디트린데의 뒤치다꺼리나 연좌를 회피하기 위한 카드는 몇개가 있어도 모자랄 것이다.
"물론 왕족에게 조금이라도 마력을 제공하고 싶다는 클라센부르크의 마음에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한 번이 아니라 상례적으로 하실 거라면, 적어도 중앙 신전에서 신구와 신관을 지원받고, 클라센부르크의 제법으로도 좋으니, 마력 회복 약을 참가자만큼 준비하여, 에렌페스트의 신전장으로서 의식에 참석해도 좋다는 조건이 되지 못하면 귀족원에서의 봉납식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준비나 뒤처리 때문에 중요한 독서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요, 라는 생각은 잘 에둘러 감쌌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잘 했다고 생각한 순간, 페르디난드는 성적이 나쁜 아이를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며 관자 놀이를 톡톡 가볍게 두드렸다.
……어라? 뭔가 실패한 듯?
"로제마인님의 말씀은 잘 알았습니다. 일회성의 일이라면 몰라도, 계속되면 어려운 사항이 많이 있네요. 오늘의 이야기는 왕족분들과 아우브·클라센부르크에게 전하겠습니다."
에그란티느와의 대화는 졸업식이 끝나는 시간보다 일찍 종료되었다. 아나스타지우스는 나를 불러내어 이야기를 하라고 말해졌지만, 페르디난드를 부르는 것은 에그란티느의 독단이었기 때문이다. 긴급하고 필요한 일이라 아나스타지우스도 이해는 하고 있지만, 질투로 불편해하는 것이 숨김 없이 전해져 왔다.
……여전히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에비리베인 모양이네.
인사를 마치고, 우리들은 일찌감치 이궁을 나왔다. 나란히 걷고는 있지만, 도청 방지 마술 도구도 없이 각각의 측근이 곁에 있는 이상, 페르디난드와 복잡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화제는 봉납춤의 마법진이 아니라 공동 연구에 한한다.
"넌 정말 바보가 아닌가? 어째서 아우브와 의논하겠다고 말하고 이야기를 마치지 않았나?"
"공동 연구에 관해서는 학생의 영역이니까 상담은 딱히 필요 없다는 것 같아요."
내가 양부님께 들은 것을 말하자, "보통은 그렇지만." 이라며 페르디난드가 미간에 주름을 세웠다.
"네 경우는 학생 간의 공동 연구가 아니라, 서로의 아우브에 더해 왕족까지 연루된 규모의 연구가 아닌가. 게다가, 그 정도의 조건으로는 연례 행사가 되어버린다. 너의 졸업 후에는 어쩔 작정인가?"
"멜키오르가 신전장으로 취임할 것이 결정되어 있으니, 지금부터 교육을 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멜키오르의 차기로는 앞으로 태어날 아기도 있고, 하고 나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다. 아기가 귀족원에 입학할 즈음에는 빌프리트의 아이가 태어나지 않을까. 할트무트처럼 멜키오르의 측근에게도 신관장을 시킬 예정이니, 비록 연례 행사가 되더라도 계속하는 것은 가능할 거라고 본다.
……그러고 보니, 빌프리트 오라버니의 아이는 내가 낳게 되는 거였던가? 우웅, 어떤 느낌이려나?
연애와 결혼과 임신과 출산은 레이노 시절에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어떤 것이 되는 건지, 그다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나스타지우스의 이궁으로 이어지는 문에서 에렌페스트의 문까지는 그다지 길지 않다. 조금 대화를 나누면 금방 도착할 거리이다.
"그럼, 페르디난드님은 부디 몸에 충분히 신경 쓰면서 집무하시옵소서."
"몇번이나 들을 말은 아니다. 너야말로 자신의 상태에 주의하도록. 조금 튼튼하게 됐다고 해서 방심하지 말거라."
"네. ……페르디난드님과 다음에 만나는 것은 봄의 성결식이 되나요?"
"글쎄, 어떻게 될지……."
만난다는 말은 하지 않고, 페르디난드는 조금 생각하며 중얼거린다.
"중앙 신전이 성가신 일을 할 가능성도 있다. 역경에 휘말릴 듯한 일은 하지 마, 라고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만, 너에게는 아무리 말해도 소용 없겠지."
"웃……. 이래봬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나는 딱히 역경에 손 대고 싶어서 대는 것이 아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안에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페르디난드에게는 이해받지 못한 듯,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이며, "전력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라는 말을 들었다.
"주관과 객관에서 인식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지요."
"그렇군. 너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볼 수 있게 되거라."
그런 말을 하는 사이, 리할다가 기숙사의 문을 열었다. 내가 기숙사를 향해 발을 내디디고, 페르디난드는 그대로 문 앞을 지나 6위 아렌스바흐의 문으로 향한다. 같은 색의 망토를 걸치고 있어도 들어가는 문이 다른 것이 뭔가 이상한 기분이었다.
"하아, 어떻게든 끝났군. 왕족의 이궁의 호위라는 건, 긴장때문에 아무래도 어깨가 뻐근하다. 페르디난드님이 있어줘서 다행히었어."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며, 목과 어깨를 누르기 시작했다. 도청 방지 마술 도구로 차단된 상태에서,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채로 가만히 있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이었던 것 같다.
"일부러 호위를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버님. 에렌페스트의 상태는 어떤가요?"
"……그것은 에렌페스트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지. 귀족원에는 알리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이니."
아버님은 조금 고민하는 듯한 모습으로 그렇게 말한 뒤, 조심스럽게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아니, 삼년 연속 최우수이었던 것이지? 잘했다. 호위 임무를 맡고 있을 때는 아무래도 말을 걸 수 없으니까."
에렌페스트에 돌아가면 칭찬할 기회가 없어지므로 이 기회에 칭찬해 두려는 것 같다.
"이렇게 아버님께 칭찬을 받은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랬던가? ……하지만, 올해도 아버님이 대단히 흥분하고 있었다. 내던져지거나, 안겨서 으스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할아버지의 마음은 기쁘지만, 폭주하면 정말 생명의 위기가 되기에 경계가 필요하다. 올해도 손을 잡고 걷는 정도는 가능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잘 되려나.
나는 모두가 졸업식에서 돌아올 때까지, 아버님이 호위할 수 있도록 다목적 홀의 벽난로에 가까운 의자에 앉아 페르네스티네 이야기 2권을 읽으면서 보냈다. 느긋한 독서를 즐기며, 요즘은 천천히 독서를 할 여유가 없었던 것을 깨달았다. 그만큼 바빴던 듯 하다.
"로제마인, 돌아와 있는가?"
빌프리트가 돌아오자마자 당황한 모습으로 다목적 홀에 뛰어들어 왔다. 다른 학생들도 함께였지만, 졸업생들은 없다. 지금부터 졸업을 축하하는 식사회가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신가요, 빌프리트 오라버니?"
"한넬로레님이 단켈페르가의 책과 레스티라우트님의 그림을 가지고, 다도회에 참여하고 싶다는 부탁이 있었다. 그대가 귀환하기 전에 주고 싶다는 듯 하다. 새로운 책도 빌리고 싶다고 말하셨다만, 언제라면 괜찮은 건가?"
페르네스티네 이야기 2권도 확인했고, 빌려줘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단켈페르가에서 빌릴 수 있는 신화의 뒷 이야기가 기대되어 어쩔 수가 없다.
"빠를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역시 내일이면 안 되겠죠? 모레로 할까요. 제쪽에서 양해의 올도난츠를 보내둘게요."
"음, 그대에게 맡기지."
나는 브륜힐데에게 단켈페르가와의 조정을 부탁하고, 뮤리에라에게 페르네스티네 이야기 2권을 읽도록 허가를 내줬다. 영지 대항전과 졸업식을 마치고 모두가 한 숨 돌리며 긴장을 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준비에 분주했던 바쁜 분위기는 사라지고 "올해도 끝났네요." 라는 분위기가 되어 있다.
"영주 후보생은 근시를 한명 동반해 회의실로 모이라는 아우브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양부님의 근시가 그런 말을 전해와, 나는 리할다와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의 호위는 기사단의 사람이 담당하는 듯, 호위기사는 입실이 금지되었다. 아마 에그란티느와의 대화를 물어보려는 거겠지.
양모님은 몸이 좋지 않아 자신의 방에서 휴식하고 있는 듯,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빌프리트, 샤를로테, 내가 모이자, 양부님이 입을 열었다.
"우선, 졸업식에 나오지 못한 로제마인에게 졸업식의 모습을 보고하겠다."
"네."
"중앙 신전의 신전장이 봉납춤으로 떠오른 마법진이 차기 첸트를 뽑는 것이라고 발언하며 큰 소동이 벌어졌다."
자료실에서 마법진의 자료를 본 적은 있어도, 실제로 마법진이 있는 곳이나 어떤 의식으로 떠오르는 물건인가에 대한 정보는 없었던 듯, 진짜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중앙 신전의 사람들은 매우 감동하고 있다는 듯 하다.
하지만 봉납춤으로 다양한 추태를 보인 디트린데가 차기 첸트에 가장 가깝다는 말을 들은 귀족들은 예외 없이 회의적인 눈이 되어 있다고 한다. 애당초, 신전의 말은 그다지 신뢰받지 못하고, 중용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로써 메스티오노라에 의해 정당한 첸트에게 구르투리스하이트가 주어지는 때가 올 것이다, 라고 한다. 로제마인, 그 마법진에 대해서 페르디난드는 무어라 했는가?"
양부님도 기가 막힌 것 같은 어조로 "그 아가씨가 차기 첸트라는 건 있을 수 없지." 라며 페르디난드의 말을 묻는다.
"페르디난드님은 차기 첸트의 후보를 뽑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거기에, 마법진을 기동시키지도 못했던 디트린데님은 후보조차 될 수 없겠지, 라고."
"그래? 조금은 안심했다만, 그건 정말로 첸트를 선출하는 물건이었던가……."
그런 흐름에서, 나는 에그란티느와의 대화를 설명한다. 페르디난드의 충성이 다시 의심받았던 것, 그 오해를 푸는데 어째선지 페르디난드에게 혼난 것도 말했다.
"일단 왕족의 이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인가……. 그것은 다행히다."
"그리고 클라센부르크와의 공동 연구에 대해서도 말씀이 있었습니다. 저쪽이 모든 준비를 하셔서 신전장으로 참가할 뿐이라면 좋습니다, 라고 대답해 두었습니다."
똑바로 협상하도록 주의 받은 것도 덧붙인다. 양부님은 매우 곤란한 얼굴이 되어, "귀중한 충고로군."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양부님은 별로 몸이 좋지 않은 양어머니들을 데리고 얼른 에렌페스트로 돌아갔다. 나는 피리네들과 함께 타령의 학생이 맡긴 정보나 원고의 분류나 지급한 돈에 관한 확인을 하고, 그 외에는 독서를 하며 보냈다.
"그럼, 가호를 얻기 위한 의식에 다녀오겠습니다."
시주식에 참석한 영지의 졸업생은 가호를 얻는 의식을 다시 할 수 있기 때문에, 졸업생들이 함께 강당으로 나갔다.
새로운 가호를 얻은 것은 역시 축복을 얻기 위한 의식의 훈련을 몇번이나 반복하던 기사 견습이 많았던 것 같다. 레오노레, 알렉시스가 무용의 신 앙그리프와 질풍의 여신 슈타이페리제의 가호를 얻었다.
"저도 새롭게 룬슈멜의 가호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보고해온 것은 리제레타였다. 모두를 치유하는 나를 보고, 꼭 가호를 갖고 싶어서, 훈련하는 기사 견습들을 치유하고 있었던 것 같다. 리제레타가 기사 견습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냐, 그것만은 아니겠지. 얼굴은 반듯하니 예쁘고, 근시로 세세한 부분까지 잘 배려해주는 섬세녀이고, 자수와 바느질을 잘하니까. 여자력 높아!
나는 리제레타를 좀 더 본받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조금 생각했다. 하지만 독서 시간을 줄일 생각은 없다. 여자력보다 독서 시간이 중요한게 당연하다.
그 다음날은 한넬로레랑 책을 교환하는 날이다. 페르네스티네 이야기 2권을 준비하고 나는 다도회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치링 하고 문 너머로 종이 울리며, 한넬로레가 들어온다.
"귀환 준비로 바쁠 때에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로 페르네스티네 이야기 2권이 기대되었습니다."
"저도 단켈페르가의 책이 기대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한넬로레님과 이야기 할 시간이 되어 기쁩니다."
약속 시간에 한넬로레가 찾아와 인사를 하는 사이에 차례로 문관 견습들이 책과 그림을 들고 온다. 단켈페르가의 두꺼운 책이 두 권, 그리고 레스티라우트의 그림이 꽤나 많았다.
"어머, 두권이나……?"
"로제마인님으로부터는 많은 것을 받았고, 조금이라도 사과가 되었으면, 하고……. 어머니에게 허가를 받았습니다. 둘 다 신화의 책입니다."
……첫째 부인, 어쩜 좋은 사람이람!
문관 견습들끼리 책의 교환을 끝내고, 나는 한넬로레에게 자리를 권했다. 요구르트 무스 타르트를 한 입 먹어 보이고, 차를 마시면 다도회가 시작된다.
"오라버님이 귀족원에서 그린 그림입니다. 이것은 에렌페스트에서 마음대로 사용해 주시옵소서."
나는 문관 도제들을 통해 전달된 일러스트를 휙휙 념겨간다. 디타 이야기의 삽화도 고르는 데 곤란할 정도의 매수가 있다. 이는 레스티라우트의 일러스트의 팬인 빌프리트와 작가인 로데리히에게 고르게 하고 싶다.
"정말 멋진 그림이네요."
그러면서 디타 이야기의 일러스트를 보다 보니, 어째선지 나의 봉납춤의 그림이 되었다. 양피지뿐만 아니라, 식물지에도 상당한 양의 스케치가 그려져 있다. 팔락팔락 넘기자 빙글 도는 것처럼 보인다. 어쩐지 애니메이션이 되어 있는 듯 하다.
"이쪽은 채색되어 있습니다."
돌돌 말려 있는 큰 종이를 펼치니, 이쪽도 봉납춤의 그림이었다. 오른팔과 그것에 맞추어 살짝 움직이는 소매, 빙글 돌면서 공기를 안고 부풀어 오른 치마, 펄럭이는 밤하늘 같은 색조의 머리카락, 그리고 빛을 머금고 복잡하게 빛나는 마석들이다. 틀림없이 내 그림이겠지만, 누구야, 이거?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다른 사람이다. 펼친 그림을 보는 측근들이 눈을 크게 부릅뜨고, 조금 웅성거린다.
"……저, 한넬로레님. 이것은 봉납춤 연습을 할 때의 그림이지요? 레스티라우트님의 시각으로는 이런 식으로 보였던 것일까요?"
조심조심 한넬로레에게 물었다. 마석이 빛난 것이 신기했던 듯 하지만, 모델은 다른 사람이라고 하는 편이 잘 들어맞는다.
"마석이 빛을 내는 춤은 오라버님이 당장이라도 그려서 남기고 싶어했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것 같아요. 저는 연습에 집중했던 탓에 놓쳐버려서, 아쉬웠습니다."
우리들이 퇴장한 이후, 많은 빛에 감싸인 굉장히 긴장감 있는 춤이었다, 라고 주위가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한넬로레는 거기에 어울릴 수 없었던 듯 하다.
한넬로레에게 "그러셨군요." 하고 맞장구를 치면서, 나는 얼른 그림을 돌돌 말아 간다. 아무래도 자신의 그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고, 레스티라우트가 그린 것이라고 생각하면 좀 쑥스럽다.
……이건 봉인하는 것이 좋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쩐지.
"혹시, 봉납춤은 레스티라우트님이 좋아하는 소재인 건가요?"
"그렇네요. 오라버님은 에그란티느님이 춤추는 그림을 그리고 계셨던 적도 있어, 봉납춤은 좋아하는 소재인건지도 모릅니다."
한넬로레의 대답에 왠지 안도했다. 나의 그림이 이렇게 예쁘다면, 에그란티느를 모델로 한 그림은 더 예쁠게 틀림 없다.
"에그란티느님의 봉납춤의 그림은 저도 한번 보고 싶습니다. 이처럼 예쁘게 그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라고 레스티라우트님께 전해주세요."
내 말에 "네, 반드시." 라고 한넬로레는 미소로 답했다.
"봉납춤이라고 하니, 올해의 봉납춤은 힘들었죠. 빛의 여신이 의식을 잃어버린 걸요. 어둠의 신인 레스티라우트님도 놀라신 게 아닌가요?"
"네에. 놀라고 계셨습니다. 디트린데님이 설마 자신 쪽으로 향해 올 줄은 몰랐던 것 같아서……."
머리가 풀어진 성인 여성을 상대로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지, 레스티라우트는 정말로 곤란했던 듯 하다. 성인 여성이 머리를 내리는 것은 침대 위에서 정도이다. 내린 상태를 보는 것은 남편과 근시 정도. 그런데도, 디트린데는 여럿의 면전에서 머리가 풀린데다, 의식까지 잃고 쓰러진 것이다.
"로제마인님은 그 때 무대에 떠오른 마법진을 아시나요? 차기 첸트를 선출하는 것이라고 중앙 신전의 신전장이 말하고 있었습니다만……."
"그 지하 서고에 자세한 자료가 있는 것 같아요. 한넬로레님이라면 영주 회의 시기에 조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왕족도 자료를 필요로 하고 있을 테고요."
페르디난드에게 들었다던가, 왕족에게 질문을 받았다던가 하는 것은 일절 언급하지 않고, 조사할 수 있다고 대답해 둔다. 한넬로레는 "영주 회의 때는 정말 바빠질 것 같네요."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한넬로레님. 단켈페르가나 레스티라우트님의 상태는 어떤가요? 영지 대항전 당시 투항한 것 때문에 상당한 나무람을 들었다고 전해져,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오라버님은 그림을 많이 빼앗겨, 크게 풀죽어 계시고, 어머니에게 주의 받은 기사들도 너무 조용해서, 평소보다 지내기 편할 정도입니다."
한넬로레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과장된 부분은 있겠지만, 한넬로레가 안 좋은 기억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니라면 그걸로 좋다.
"지금은 영지로 돌아가 페르네스티네 이야기 2권을 읽을 것이 기대됩니다."
이번에야말로 행복한 결말이 보일까요? 라며 웃는 한넬로레의 미소가 가슴에 꽂힌다.
……미안, 한넬로레님. 그 책, 실은 페르네스티네가 왕자와 찢어지고, 다른 남자와 왕명으로 결혼하게 되는 부분에서 "다음권에 계속." 인걸!
하지만 내용누설은 않는다. 모처럼이므로, 즐겨주길 원하는 것이다.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도 즐거웠기 때문에, 페르네스티네 이야기의 속편도 기대됩니다. 그러고 보니, 로제마인님은 어떠한 분에게 마음이 끌리시나요? 샤를로테님은 불굴의 정신으로 몇번이나 도전하는 남성분을 멋지게 생각한다고 이전에 들었습니다만, 로제마인님이 선호하는 남성분에 대해서는 여쭈어 본 적이 없는 걸요."
……이런 이야기, 레이노 시절 이후일지도. 왠지 좀 그립다.
여기서 남자같은 것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라고 바보처럼 솔직히 대답하면, 여성 사회에서 지탄받아도 불만은 말할 수 없다. 이런 대화는 공감이나 비밀의 공유감이 중요한 것이다.
"로제마인님은 빌프리트님이 부모가 정한 약혼자라고 말씀하셨죠? 누군가 마음에 두고 있는 상대나 이상의 남자분이 계시는지요?"
……훗, 나는 레이노 시절에도 친구 관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 망상의 짝사랑 상대를 자랑하던 여자. 이 정도의 화제는 아무렇지도 않아.
이웃의 슈쨩이랑 사귀고 있다고 의심되거나, 슈쨩의 그녀에게 수상한 눈으로 쳐다봐지던 때에 대활약하던, 망상 짝사랑 상대의 차례이다.
이럴 때는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을 모델로 하는 게 좋다. 섣불리 알려진 사람을 모델로 삼아 버리면 엉뚱한 오해를 하고, 이상한 오해를 사서 이상한 소문이 떠돌 때도 많고, 완전 망상의 상대라면, "어떤 사람? 보고 싶어." 라고 했을 때 자신이 곤란해진다. 최종적으로 "전혀 사귈 수 있을 가능성은 없지만." 하고 덧붙여 두면 완벽하다.
……그런데 누구로 할까?
이 자리에서 엿듣는 측근들도 포함해, 잘 모르는 사람이 좋다. 귀족원에 관련된 사람은 안 된다.
……으음, 아는 귀족들은 제외하고, 러츠와 프랑 근처를 적당히 섞으면 좋을 것 같지?
"약혼자로 정해진 상대는 빌프리트 오라버니이지만 저에게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은 있어요. 이건 저희들만의 비밀이에요, 한넬로레님."
내가 목소리를 죽이자, 한넬로레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있으신 건가요?"
"네에. 어릴 때……세례식 이전부터 저를 지탱해 주고 함께 해주신 분이 있습니다. 우울하거나 힘들 때에는 언제나 도와주셨죠. 지금은, 그, 쉽게 만날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그 분과의 약속이 저의 마음의 터전입니다. ……여기서만의 비밀이에요?"
내가 털어놓는 이야기에 한넬로레는 끄덕끄덕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인다.
"한넬로레님은 어떠한 분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저, 저 말인가요? 그렇네요……. 오라버님과는 반대인 분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기, 오라버님은 저의 의견을 잘 들어주지 않아서."
한넬로레는 그렇게 말하고 조금 주위를 둘러보고는 "오라버님께는 비밀이에요?" 라며 입술에 검지 손가락을 올렸다. 주위의 측근들이 매우 흐뭇한 것을 보는 눈이 되어 있지만, 그 기분은 잘 알 수 있다.
이렇게 나는 레이노 시절의 경험을 살려서 비밀을 공유하는 여자의 사교를 무사히 마치고, 단켈페르가의 책을 두권이나 빌릴 수 있었다.
……나, 오늘은 완벽하지 않아?
이렇게 귀족원에서의 사교를 마치고, 나는 에렌페스트로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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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귀족원의 3학년은 종료입니다. 예상 이상으로 길었네요.
다음 소식은 2/8입니다.
다음은 숙청을 마친 에렌페스트의 일상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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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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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아니, 완벽하지 않거든? 마음에 두고 있다는 남자, 완전 페르디난드잖아? 소문이라도 퍼지면 어쩌려는 거냐, 로제마인!
책벌레의 하극상 5부 한화. - 디트린데님의 근시 -
한화 디트린데님의 근시
저는 마르티나라고 합니다. 귀족원의 5학년이고 디트린데님의 근시 견습입니다. 제가 세례식을 맞은 것은 두번째 부인이 처형되고, 그녀의 아들 브라지우스님이 상급 귀족으로 떨어진 뒤, 셋째 부인이었던 게오르기네님이 두번째 부인의 파벌을 흡수하고 세력을 신장시키기 시작할 때 쯤이었습니다.
게오르기네님은 상급 귀족으로 떨어진 브라지우스님께 자신의 딸 알스테데님을 시집 보내고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입양하고, 영주 가문에 넣을 것을 제안하고, 둘째 부인의 파벌을 손에 넣었습니다. 이때의 유력한 차기 아우브는 유일하게 남은 남자 영주 후보생, 게오르기네님의 아들인 볼프람님이였습니다.
게오르기네님은 볼프람님을 중심으로 첫째 부인에 반발하는 세력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어머니가 프뢰벨타크 출신이었기에, 첫째 부인의 파벌보다는 게오르기네님의 파벌이 속하기 쉽고, 앞서 파벌에 가세하고 있었을 아우렐리아 언니로부터의 유용한 정보가 적었다는 이유도 있었기 때문에 아버님께서 게오르기네님의 파벌에 소속되라고 했습니다.
……타인과 접하고 정보를 얻는 것이 서툴러, 기사를 선택한 언니니까요.
언니는 날카로운 얼굴에 눈매가 나쁘고, 겉보기엔 기사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얼굴을 하고 있는데, 성격은 소극적이고 소심합니다. 일부러 거리를 두고 멀리서 노려보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많아, 아버님으로부터 "귀여운 구석이 없다." 고 언제나 듣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가 프뢰벨타크 출신이기 때문에 상급 귀족이어도 많은 비난을 듣는데, 언니는 생김새나 성격 때문에 더욱 손해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언니와 같이 되지 않도록, 가능한 밝게 행동했습니다.
그 노력의 보람이 있었을까요? 게오르기네님은 "솔직하고 노력가인 아이는 귀엽네. 당신은 근시를 하세요." 라며 저를 디트린데님의 근시로 거두어 주셨습니다.
사실은 차기 아우브 후보인 볼프람님의 측근이 되기 위해 문관이 되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그것을 입에 낼 만큼 어리석은 어린애는 아닙니다. 저는 게오르기네님의 제의를 미소로 받으며 디트린데님의 근시 견습이 된 것입니다.
다만 제가 디트린데님의 측근이 됨으로써 아버님에게 게오르기네님에 관한 정보가 흐르는 것이 최소한으로 억제되어 버렸습니다. 주위에는 영주 후보생의 측근이 된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정보 유출을 막거나, 불평을 못하게끔 작업하는 게오르기네님의 지휘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버님은 요즘도 종종 분한 듯한 얼굴을 하고 "에렌페스트의 카메발레인 자식." 이라며 손가락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게오르기네님과 볼프람님을 중심으로 아렌스바흐가 나아갈 것이라고 모두가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유일한 남자로 차기 아우브로 내정되었던 볼프람님이 불의의 사고로 숨져, 아렌스바흐에 남은 영주 후보생은 디트린데님만이 되어 버렸습니다.
당연하지만 아렌스바흐는 대단한 소동이 되었습니다. 상급 귀족에게 시집가 버린 알스테데님을 영주 가문에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디트린데님을 아우브로 하느니, 라며 자신의 손녀를 양녀로 삼기로 결심한 첫째 부인이 레티시아님을 도레반히엘에서 데려왔습니다.
이렇게 게오르기네님에게 기울기 시작한 권력은 다시 첫째 부인에게 돌아간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첫째 부인은 레티시아님을 데려온 이후부터 급속히 쇠약해지시며 끝내 돌아가셨습니다.
첫째 부인이 된 게오르기네님의 의향에 의해, 아우렐리아 언니가 에렌페스트로 시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언니와 베티나의 결혼은 영지 간의 사정에 의해 헤어져야만 했던 두 명의 연인들을 구한 게오르기네님의 미담으로 아렌스바흐에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은 에렌페스트의 정보를 얻기 위해 보내진 것이지만, 언니는 단 한번도 정보를 보내오지 않고, 게오르기네님이 지시한 귀족들과의 교류를 갖는 일도 없이, 에렌페스트에 붙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면회조차 거절되었는데, 그것이 언니의 의사에 의한 것인지, 기사단장과 아우브의 뜻에 따른 것인지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편지는 보내도 좋다고 말해졌습니다만, 언니로부터는 "모두 잘 대해주고 있습니다." 라는 무난한 편지밖에 오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언니는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어디에 가 있어도 여전히 도움이 되지 않는군요.
귀족원의 저는 디트린데님에게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 타령의 정보 수집은 좀처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언니로부터 에렌페스트의 정보를 얻고 싶었는데, 언니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습니다.
디트린데님의 히스테릭한 추태를 감추고, 주인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며, 귀족원에서는 가급적이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서 졸업시키는 것이 사명이라, 저희들은 큰일입니다.
……디트린데님은 게오르기네님을 보며 자랐을 터인데, 왜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거죠?
정말 신기하기 그지없습니다. 다만 그렇게 둔감한 것은 어떤 의미로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건간에, 저희들이 아무리 신경을 써도, 디트린데님은 멈추지 않습니다. 매 년, 어째선지 쓸데없는 일을 하십니다. 특히 머리가 아픈 것은 근시가 바로 개입할 수 없는 다과회 같은 사교의 장에서 잦은 실언을 하는 거려나요?
올해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해주셨습니다. 봉납춤 도중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는 전대 미문의 추태를 보여 버린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른 디트린데님께 점심 식사의 장소에서는 누구도 입을 열 수 없어, 고요했고, 오후의 졸업식에 참가할 준비를 해야 할 시간에 왕족에서 날아온 올도난츠에는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디트린데님의 병세를 묻기 위해 약혼자인 페르디난드님이 불려갔는데, 이것이 질책임은 누구의 눈에도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오후의 졸업식에서 다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그것은 봉납 춤으로 떠오른 마법진이 차기 첸트를 뽑기 위한 것으로, 디트린데님이 차기 첸트에 가장 가깝다고 중앙 신전의 신전장이 말한 것입니다.
그 이후, 아렌스바흐의 졸업식 화제는 오로지 봉납춤에서 나온 마법진과 차기 첸트에 대한 것이 되었습니다. 유일하게 차기 아우브로 내정된 영주 후보생이 봉납식에서 걷잡을 수 없는 추태를 저지른 것 보다는 왕족들도 빛내지 못한 마법진을 작동시킨 다음 첸트 후보에 대한 것이 영지 내의 귀족에게도 받아들이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왕족과 이야기를 한 페르디난드님에 의하면 "완전히 작동시킬 수가 없었기에 차기 첸트 후보라 하기는 어렵다." 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은 것 아닌가요. 왕족의 질책이 아닌 것, 그리고 디트린데님의 실수를 조금이라도 감출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마력이 고갈된 디트린데님이 일어나게 된 것은 봉납춤의 이틀 뒤의 일이었습니다. 깨어난 순간, "로제마인에게 속아서 중요한 봉납춤에서 창피를 당했다." 라고 화를 내던 디트린데님이었지만, 우리 근시들이 중앙 신전장의 말을 전하고 "차기 첸트에 가장 가깝다고 해요." "역시 디트린데님이시네요." 라고 연달아 말해주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졸업식도 끝난 귀족원에서 더 이상의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이 다루기 쉬운 성격에는 정말로 도움을 받았습니다. 디트린데님의 근시끼리 시선을 교환하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주인인 디트린데님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근시의 평가로도 이어지는 걸요.
결혼 상대를 찾아야 할 나이의 저희들에게는 디트린데님을 졸업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디트린데님은 금방 기분이 상해서 화를 내기에, 주위에 추태를 보이지 않도록 수습하는 것은 큰일입니다.
그 이후, 아렌스바흐에 돌아간 다음이라면 어떻게든 문제를 떠넘길 수 있겠죠, 감시를 하거나 보좌를 하거나 하는 것은 약혼자인 페르디난드님의 역할이 될 테니까요.
……정말 덕분에 살았습니다.
귀족원에서 돌아오자, 차기 첸트 후보가 된 디트린데님의 앞으로의 행동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게오르기네님의 이궁에 불렸습니다. 저희들이 귀족원에서 지내는 동안, 게오르기네님은 이궁으로 이사를 마친 것 같습니다.
가을의 끝에 아우브가 돌아가신 것이지만, 귀족원으로 갔던 디트린데님은 아직 초석을 물들일 수 없어, 아우브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디트린데님의 방은 아직 본관으로는 옮기지 않은 채, 영주 후보생에게 주어진 별채의 방에 있습니다. 지금은 본관에 영주 일가가 아무도 없는 상황입니다.
"당신들은 물러나세요."
게오르기네님과 디트린데님의 회담에서, 측근들은 물러나도록 명하셨습니다. 두 분을 남기고 방을 나와, 대기하기 위한 방으로 갑니다. 그 사이에 몇명의 귀족과 엇갈렸습니다.
"별로 본 적 없는 분들이었죠. 그들은 게오르기네님이 거둔 새 측근일까요?"
"왼손에 의수의 마술 도구를 달고 있던 분이 계셨어요. 또 구 베르케슈토크령의 분을 거두신 걸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망토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의수라니 드무네요. 상당히 심하게 다쳐서, 제 때 치유를 할 수 없었던 것일까요?"
싸우는 것이 일인 기사들 중에는 의수와 의족의 마술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도 몇명 알고있습니다만, 아까 마주친 것은 문관인 것 같았습니다. 옛 베르케슈토크의 사람들 중에는 심한 싸움에 몸을 던졌던 사람도 있는 것이겠죠.
"굳이 의수를 필요로 하는 자를 거두지 않아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게오르기네님의 행동에 불만이 있나요?"
"그렇지 않사옵니다. 다만 이 이후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조금이라도 다른 것을 생각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 말에 모두가 얼굴을 마주보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귀족원에서 문제 행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디트린데님에는 여러가지 정보를 감추고 있었는데, 이런 사정이 게오르기네님에 의해 알려진 것입니다.
계승을 중계하기 위한 목적의 아우브인 것, 왕명에 의해 페르디난드님과 성결의 의식을 마친 후에는 레티시아님을 양녀로 맞는 것 등을 알게 된 디트린데님은 몹시 기분이 상해 있겠지요. 가장 화풀이를 받기 쉬운 것은 근시여서 아무래도 우울한 기분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차기 첸트라며 기꺼워하고 계셨지만, 디트린데님은 정말로 고분고분하게 계승을 중계하기 위한 아우브의 역할을 맡을까요?"
"어떤 분이라도 차기 아우브가 없으면 아렌스바흐가 곤란해지고,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수중에 있는 것도 아닌걸요. 디트린데님이 차기 첸트가 되는 일은 없겠죠."
다루기 쉬워서 추켜주고 있었을 뿐, 디트린데님이 정말 차기 첸트가 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아렌스바흐의 장래가 훨씬 걱정입니다.
"지금 아렌스바흐에 디트린데님과 레티시아님밖에 영주 후보생이 없는게 곤란한 점이네요."
"디트린데님과 페르디난드님이 결혼하시면, 베네딕타님을 딸로 하시겠죠? 그러면 영주 후보생이 늘어나는 걸요."
베네딕타님은 전 영주 후보생 브라지우스님과 게오르기네님의 장자 알스테데님 사이에서 태어난 딸입니다. 전 영주 후보생들의 아이니까 영주 후보생이 되기 위한 마력량은 전혀 문제 없겠지요. 디트린데님과 페르디난드님을 부모로, 베네딕타님의 세례식을 열 계획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쪽의 파벌을 안정시키려면 레티시아님 이외의 영주 후보생이 필요한데다……어머니가 분명치 않은 에렌페스트 출신의 페르디난드님과 저 디트린데님의 아드님보다는 베네딕타님이 안심할 수 있겠네요."
킥킥하고 서로 웃고 있었더니 귀족원에 가지 않은 성인의 측근이 "어머." 하고 입가에 손을 얹고, 저희들을 돌아보았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은 예상외로 유능하다고 해요. 밀린 집무가 꽤나 끝났다고 문관들이 말하고 있던 걸요."
"어머, 그랬나요?"
"물론 사무적인 유능함과 마력량은 별개이지만요."
"빨리 성결식이 끝나고 마력을 공급할 수 있는 인원이 늘어나면 좋겠네요. 어느 기베라도 힘들어요."
그런 실없는 잡담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만, 링 하고 방울이 울리자 바로 일어서서 게오르기네님의 방으로 갑니다.
지금까지 숨겼던 정보를 전달 받고 디트린데님의 기분이 얼마나 나빠졌을지 쭈뼛쭈뼛 안의 상태를 엿보는데, 거기에는 만족스러운 모습의 디트린데님이 있었습니다. 게오르기네님도 웃고 있어서, 두 사람 사이에서는 만족스러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럼 어머님.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네. 제대로 잘 하세요."
방에 돌아오자 곧 차의 준비가 되고, 측근들이 모였습니다. 게오르기네님과 어떤 이야기를 했고, 디트린데님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를 모르면 측근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게오르기네님과는 어떤 말씀을 하신 건가요, 디트린데님?"
"중앙 신전의 신전장의 말씀에 대해서도 말씀이 있었죠?"
가볍게 차를 마신 디트린데님이 후훗 웃었습니다. 짙은 녹색의 눈동자를 득의만만하게 빛내며, 측근들을 둘러봅니다.
"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찾고 차기 첸트를 노립니다. 모두 협력하세요."
"……게오르기네님은 허가를 하신 건가요?"
게오르기네님과의 회담 후에 직접 말하는 것이니까 허가된 것은 틀림 없겠죠. 그래도 당장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당황하던 우리들을 둘러보던 디트린데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물론 어머님은 저의 결의를 응원하셨어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얼핏 손이 닿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이런저런 수를 쓰다 보면 손에 들어올 가능성은 있다, 고 말씀하셨답니다."
설마 게오르기네님이 그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우리 측근들은 무심코 얼굴을 마주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누가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되시는지요? 지금 아렌스바흐에는 디트린데님 이외에 아우브가 될 수 있는 영주 후보생은 안 계십니다만……."
"네. 그래서 제가 차기 첸트가 되기 위한 허가를 주신 것은 일년만입니다. 그 사이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나는 아우브가 됩니다."
영주 회의에서 아우브의 죽음이 보고되는 것이기에, 사망 시기에 따라서는 초석의 마술을 완전히 개변할 수 없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디트린데님은 귀족원에서 아우브의 사망을 절대 발설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타령에서 아우브의 사망 시점을 알지 못하면 디트린데님의 아우브 취임을 일년 미루는 것은 그리 부자연스럽지 않다 할 수 있겠죠.
아마도 "일 년 뿐이에요." 라고 기한을 다는 것으로 디트린데님을 포기하게 하려는게 게오르기네님의 생각인 것일까요. 왕족이 몇 년이나 찾고도 찾지 못한 구루투리스하이트가 단 일 년으로 발견될 리가 없습니다. 일 년만 디트린데님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찾도록 하고, 이후엔 문제 없이 아우브로 취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조금은 침착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게오르기네님. 디트린데님의 조종 방법을 잘 아시는군요.
그런데 디트린데님이 조금 생각하는 것처럼 턱에 검지 손가락을 대고 약간 위를 향합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는 대개의 경우, 주위에 폐를 끼치는 제안이나 명령을 내릴 때입니다. 주위의 측근들에게 비상이 걸렸습니다.
"가능하면, 그 일 년의 유예 기간 동안 구루투리스하이토를 찾고 정당한 첸트를 택해야 하지 않냐는 식으로 여론을 이쪽으로 돌리고 싶습니다만……. 트라오크바르님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제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으면 첸트의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겠죠?"
그런 생각을 디트린데님이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게오르기네님의 조언입니다. 즉, 게오르기네님은 정말로 디트린데님을 차기 첸트로 만들려는 것 같습니다.
아렌스바흐의 마력이 적고 곤궁한 상황에서 디트린데님께 충고하는 것이 아니라, 차기 첸트가 되도록 후원하는 게오르기네님의 진의를 깨닫지 못한 채, 뭔가 불안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디트린데님이 차기 첸트를 목표로 하는 것은 이해했지만, 아렌스바흐의 초석에 쏟는 마력은 어떻게 하나요?"
"어머니가 일단 아우브가 되셔서, 일년의 기한이 되도록 구루투리스하이트가 발견되지 않으면 제가 초석을 물들이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만, 어머님께서는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되기 싫다며 거절되어버렸습니다."
유감이에요, 라고 디트린데님은 한숨을 토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디트린데님은 자신의 어머님이라 실감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에렌페스트 출신인 게오르기네님이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되는 것에 동참할 귀족은 없겠죠.
"어쩔 수 없이, 완전히 물들지 않도록 틈틈이 마력을 붓기로 했습니다. 레티시아에게도 도움을 받을 생각입니다."
디트린데님의 말에 모두 놀라 눈을 부릅떴습니다.
"레티시아님은 아직 귀족원에 입학하지 않았어요?"
"어라? 에렌페스트에서 세례식을 마친 영주 후보생은 마력 공급의 연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그 아이가 할 수 없을 리가 없습니다."
몹시 차가운 얼굴로 레티시아님의 방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합니다. "차기 아우브는 저이니까." 라며 신경도 쓰지 않던 때와는 전혀 달라진 표정에, 등골이 떨렸습니다.
"레티시아는 왕과 아버님부터 차기 아우브가 되도록 요망되고 있는걸요.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죠. 왕이 정말로 아우브·아렌스바흐를 맡기고 싶은 게 레티시아라니, 왕명 때문에 저는 인계역일 뿐이라니. 불쾌하기 짝이 없어요."
……아아, 인계역이라는 것도 알려졌네요.
디트린데님은 부모가 거의 돌봐주지 않고 자라, 아버지로부터는 레티시아님의, 어머니로부터는 베네딕타님의 인계역이 될 것을 요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디트린데님이 그 지위에 맞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아우브보다 더 위의 첸트에 집착하는 이유도 알 수 있습니다.
"저희들의 마력 공급만으로는 아렌스바흐의 마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힘드니, 페르디난드님에는 신전의 제례를 맡기게 됩니다."
"아우브의 공약자를 신전으로 보내는 건가요!?"
"네. 왜냐면 에렌페스트에서는 신전에서 제례를 담당했던 데다, 그 제례의 유용성을 에렌페스트가 보였지 않나요. 페르디난드님은 성결식이 끝나기 전에는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쏟을 수 없으니, 다른 부분에서 마력을 받는 겁니다."
분명, 올해의 귀족원에서 열린 봉납식에서 제례의 유용성은 왕족에 의해 보장되었습니다. 신전에 가고 싶어 하는 귀족은 아렌스바흐는 없지만 그동안 신전에 있던 페르디난드님이라면 딱히 기피감도 없겠죠.
"그런데, 디트린데님은 괜찮으신가요? 신전에 들어가 있던 더러운 영주 후보생과 결혼하는 것은 싫어, 라고 말씀하셨었는데……."
페르디난드님과의 약혼이 결정됐을 때는 정말 매우 거칠었습니다. 하위 영지의 신전에 들어가 있던 영주 후보생이었기 때문에, 디트린데님의 거부감도 이해는 갑니다. 그러나 왕명은 피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페르디난드님의 모습을 보고, 가까이에서 접한 것과, 그리고 최우수로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는 주위의 이야기 등을 듣게 되어, 간신히 조금은 결혼에 적극적으로 된 것입니다. 페르디난드님이 "디트린데님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겠다." 고 하신 것도 마음을 움직였을 겁니다.
……내용물은 어쨌든, 신분과 외양이 좋으면 남성분에는 아껴지는 것입니다. 정말로 공부가 되었습니다.
"어머, 제가 차기 첸트가 되면 현재의 왕명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 페르디난드님과 결혼할 필요는 없겠죠? 첸트의 배우자로 페르디난드님이라니, 어울리지 않아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죠? 첸트가 되지 못한 상황에서 파혼을 하면 안 되니까 당분간 약혼상태로 놔둘 뿐입니다."
후훗 하고 디트린데님이 웃었습니다. 이용할 대로 이용하고, 자기 소망이 이루어지면 약혼을 해소한다는 이기적인 디트린데님입니다만, 언제나 이런 느낌으로 앞 일을 전혀 예측할 수 없기에, 딱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구루투리스하이트가 발견되지 않으면, 직접 신전에 보낸 페르디난드님과 결혼하게 될 것 같습니다만, 그때는 어떻게 날뛰게 될까요?
"파혼을 위해서도 저는 뭐라 해도 일년 동안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지 않으면 안 됩니다. 물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원하는 것은 파혼 때문만은 아닙니다. 저라고 해서 아렌스바흐에 대한 것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디트린데님은 그러면서 생긋 웃었습니다.
"우선 왕명에 의해 상급 귀족으로 떨어진 브라지우스님을 영주 가문으로 돌리고, 언니가 브라지우스님을 아우브의 자리에 앉히는 겁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아렌스바흐는 안정되겠네요."
상급 귀족으로 떨어진 전 영주 후보생 브라지우스님과 알스테데님의 부부가 아렌스바흐의 아우브가 될 수 있다면, 디트린데님에게 장래를 맡겨야 하는 지금과 같은 불안감은 사라지겠죠.
……가능하다면의 말입니다만.
측근들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디트린데님은 첸트가 된 자신이 어떤 명령을 내릴 것인지 떠들기 시작합니다.
"어머님이 원하는 것을 드리고, 나는 차기 첸트에 걸맞은 남편을 찾을 겁니다. 제가 첸트가 되어도, 트라오크바르님처럼 숙청을 할 생각은 없어요. 지금의 왕족도 나름대로 존중할 생각이에요."
지기스발트 왕자나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를 자신의 남편으로 만들어, 아돌피네님이나 에그란티느님으로부터 빼앗는 것은 정말 즐겁겠지요, 라고 디트린데님이 웃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적반하장입니다만, 귀족원의 다도회에서 질책을 당하거나 타박을 듣거나 한 것에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는 듯 합니다.
디트린데님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는 일은 없을 테니, 망상 정도는 좋을 대로 하게 해주는 것이 제일입니다.
"디트린데님은 왕자를 자신의 남편으로 하겠다고 간단히 말씀하셨습니다만, 그런 짓을 하면 세간의 평판이 떨어집니다."
"네. 특히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에그란티느님은 열애 끝에 왕위를 버리고 결혼한 것이라……."
측근들의 말에 디트린데님은 정색을 하며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슬슬 기분이 나빠지고 있는 것을 깨달은 한 사람이 "그보다, 페르디난드님이 파혼을 거부하는건 아닐까요?" 라며 화제를 왕족으로부터 돌립니다.
"첸트가 된 디트린데님과의 약혼이 해소되어 하위 영지의 신전에 돌아가게 되는 것은 싫어할 거라고 생각됩니다만."
"그것에 대해서는 문제 없습니다. 저의 말을 거스르지 않도록 페르디난드님께는 이름을 받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쉽게 "이름을 받겠다." 고 나선 것에 모두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디트린데님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습으로 득의만만하게 말을 잇습니다.
"에렌페스트 같은 하위 영지의 신전에 들어간 영주 후보생입니다. 저를 사랑하고 있다면 이름을 바치는 정도는 할 수 있을 테고, 파혼을 한 후 에렌페스트에 돌아간 그가 아렌스바흐의 사정을 술술 지껄여도 곤란하니, 어쨌건간에 이름을 받는 것은 필요합니다. 어머니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리 달라고 조른다 해도, 그것을 페르디난드님이 받아들일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지만.
"마르티나. 전, 페르디난드님의 이름을 원한다고 부탁할 겁니다. 자리를 갖춰주세요."
디트린데님의 방자함에 어울리는 것이 측근의 일입니다. 저와 또 다른 근시는 희망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은 저를 사랑하고 있죠? 그렇다면 제게 이름을 바치세요."
저희들이 갖춘 회의실로 집무 도중에 불려온 페르디난드님은 디트린데님의 갑작스런 제안에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건 당연하겠죠. 갑자기 이름을 달라는 말을 듣고 승낙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이름을 바칠 일은 없겠습니다만, 페르디난드님이 어떻게 디트린데님의 요구를 피할 수 있을지, 저희들은 흥미를 갖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디트린데님의 분노가 향하는 방향이 하나라도 많을 수록, 근시인 저희들게 있어선 다행인 것입니다.
"내 이름을 디트린데님께? 서로의 이름을 바친다는 것입니까?"
그러고 보니 진정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그런 일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요, 라며 페르디난드님이 중얼거립니다. 사랑 이야기의 영향이라도 받은 것일 거라고 페르디난드님은 해석한 것 같습니다만, 디트린데님은 "서로 이름을 바치는." 이라는 부분에서 불쾌한 듯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사랑 이야기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 제멋대로이고 방자한 것입니다.
"설마. 어째서 제가 페르디난드님께 이름을 바치는 것인가요? 실제로는, 에렌페스트의 신전에서 구해 준 저에게 감사하며, 그쪽에서 요청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정색하며 그렇게 말하는 디트린데님께 페르디난드님은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만, 유감스럽게도 내 이름은, 지금, 내 수중에는 없습니다."
이미 누군가에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건가요. 예상외의 대답에 그 자리가 크게 술렁거렸습니다.
"약혼자인 저 이외에 누구에게 이름을 바쳤다는 건가요!?"
히스테릭한 목소리를 높이는 디트린데님을 보며, 페르디난드님이 훗 하고 웃었습니다. 표정은 웃고 있지만, 얇은 금색의 눈동자는 전혀 웃지 않는 듯한, 몹시 차가운 웃음이었습니다.
"나를 묶기 위해 이름을 원했던 여성은 지금까지 두 사람 있었습니다. 당신과, 그리고, 베로니카님. ……두 사람은 할머니와 손녀의 관계입니다만, 정말로 닮아 있군요."
――――――――――――――――――――――――――――――――
오랜만의 갱신입니다.
근시 견습인 마르티나가 본 디트린데의 현황입니다.
일년 동안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찾기로 했습니다.
휘둘리는 근시는 질색입니다.
덧붙여, 페르디난드는 딱히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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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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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
책벌레의 하극상 5부 58화. - 귀환과 주위의 상황 -
귀환과 주위의 상황
"오오오오! 로제마인, 돌아왔나!"
전이진으로 돌아온 나를 깜짝 놀랄 만한 소리로 반긴 것은 할아버지였다. 두두두 소리가 날 듯한 기세로 돌진하는 모습에 내가 움찔 한 순간, "좀 진정하세요!" 라며 안젤리카와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니가 척 하고 할아버지의 팔을 잡고, 다무엘이 "로제마인님이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라며 망토를 잡아 돌진을 막아 준다.
"무, 무섭지 않다고. 그렇지, 로제마인?"
"기세에 놀랐을 뿐입니다, 할아버님. 지금 돌아왔습니다."
인사를 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예년에는 아우브 일가, 아버님과 어머님의 마중이 있었지만, 오늘 마중 나온 자리에 있는 것은 할아버지와 영주 후보생의 호위기사들과 몇몇 기사단의 사람들 뿐이다. 올해는 귀환 순서를 예년과는 좀 바꾸어 "학년에 관계 없이 영주 후보생은 함께 이동하도록." 하고 양부님의 지시가 나왔다. 여느 때와는 다른 상태라 어쩐지 불안하다.
"로제마인, 샤를로테가 돌아올 수 없으니, 빨리 마법진에서 나오는 것이 좋겠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호위기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빌프리트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끄덕 하고 수긍하면서 리할다와 함께 이동한다. 빌프리트와 같이, 나도 바로 자신의 호위기사들에게 둘러싸였다.
"어서 오십시오, 로제마인님"
"다무엘, 코르넬리우스, 안젤리카.지금 돌아왔습니다. ……할트무트의 모습이 안 보이네요."
"할트무트는 문관이니 방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고 싶어했지만, 오틸리에가 감시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영접은 기사에 한정한다고 통보된 모양이다. 삼엄한 분위기를 느끼며, 내가 호위기사들로부터 "할트무트를 쉽게 잡아두는 오틸리에는 역시 어머니이다." 라는 말을 듣는 사이, 샤를로테와 근시가 이동해 온다.
샤를로테가 호위기사들에게 둘러싸인 것을 확인한 할아버지가 가볍게 손을 들었다.
"음.그럼 방으로 돌아가겠다. 이들이 북의 별채에 들 때까지는 내가 잘 지킬 테니, 안심하도록."
할아버지의 호령으로, 호위기사들에게 둘러싸인 영주 후보생들이 이동을 시작한다. 나도 비슷하게 이동하는데, 할아버지가 손을 크게 벌리고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영주 후보생을 잘 지키겠다." 라고 말했는데, 손으로 막아 버려도 괜찮은 건가요?
"걱정 마세요. 할아버님으로부터는 저희가 지켜드릴 테니, 안심하고 손을 잡아 주세요, 로제마인님."
"코르넬리우스!"
할아버님에게 노려보고 있어도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은 기죽지 않고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만." 하고 중얼거리며, 지난해와 같이 할아버지의 손가락을 잡고 걸어가기 시작한다.
"전, 올해 처음으로 최우수의 표창을 받았습니다. 단상에 올라 첸트로부터 칭찬의 말씀을 들었어요."
표창받은 이야기를 하자, 할아버님은 자기 일처럼 기뻐했지만, 지난해와는 달리 나만을 보는 게 아니라 주위를 상당히 경계하는 듯이 보였다.
"……할아버님, 혹시 매우 위험한 것입니까?"
"최근에는 안정되고 있었지만, 학생들이 한꺼번에 돌아오는 것이다. 감형을 바라는 귀족들이 호소해 오거나, 직소한다는 거짓말로 덮쳐 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노리는 것은 연좌를 회피하도록 분투한 그대들이다. 경계는 필요하다."
"전, 페르디난드님한테 받은 도서관에 가고 싶었습니다만……."
에렌페스트에 돌아가면 당장이라도 내 도서관에 가려고 했는데, 할아버지는 엄격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유감이지만, 그대들이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좋은 것은 북의 별채 내부 뿐이다. ……적어도 봄의 축제를 마치고 귀족들이 줄어들 때까지는 자제해 주거라. 멜키오르는 겨우내 참고 있었던 것이다. 언니인 로제마인도 할 수 있어야지?"
숙청이 시작되며, 아무래도 위험이 많아졌기에, 멜키오르는 북의 별채에서 마음대로 나와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 아이 방으로 가는 것도 금지되어, 북의 별채에 유폐된 상태였다고 한다.
"멜키오르와 함께해 주면 좋다, 로제마인. 나는 오늘 밤의 저녁을 기대할 테니."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며 북의 별채 쪽을 가리켰다. 나가서는 안 된다고 하는 북의 별채 근처에서 멜키오르가 자신의 측근과 함께 우리들의 귀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형님, 누님!"
"혼자 북의 별채에 틀어박혀서 있던 것은 너무나 재미 없었습니다. 본관에 있던 당시와는 달리, 아버님과 어머님의 모습도 좀처럼 볼 수 없었고, 아이 방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부모가 잡혀간 아이들이 감정적이 되어서 무엇을 할지 모르므로 접촉하지 말라고 해서 가지 못했어요."
귀족원에서 갖고 온 짐을 근시들이 부리고 있는 동안, 우리들은 멜키오르의 초대를 받아 차를 마시며 멜키오르의 겨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본래라면 숙청이 벌어지는 겨울 중반이 될 터였지만, 마티아스들의 정보에 의해, 겨울 초, 조기에 집행되었다. 그래서 멜키오르는 학생들이 귀족원으로 떠난 직후, 곧바로 북의 별채에 갇히게 된 것 같다.
세례식을 마친 일년째의 겨울에, 홀로 별채에 틀어박혀 있게 된 멜키오르는 상당히 외로웠다고 한다. 양모님은 바쁜 틈틈이 가끔 만나러 온 것 같지만,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하던 세례식 전과는 같지 않다. 매일 측근들과 공부하고 보내며, 우울해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형님들이 돌아와서 줘서 기쁩니다."
"봄의 축제까지 북의 별채에서는 나올 수 없지만,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내면 된다."
그 이후는 저녁 준비로 근시들이 부르러 올 때까지, 모두 카루타를 하거나 트럼프를 하거나 했다.
그 날 저녁은 영주 일가가 모두 모여, 귀족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멜키오르는 오랜만의 복작한 식사에 너무나 기뻐하며, 에렌페스트의 책이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이야기와, 기도에 의해서 얻을 수 있는 가호가 늘어나는 것 등으로 에렌페스트의 중요성이 올라간 이야기를 듣고 눈을 반짝였다.
"올해는 작년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자가 많았지요. 몇개의 공동 연구를 동시에 진행한 그들이 평가받은 것은 정말 잘 된 일이에요."
"나로서는 분열할 것으로 예측됐던 기숙사 내를 잘 정리한 것에 감탄했다. 정말 잘했다."
양모님과 할아버지의 칭찬에, 양부님도 수긍한다.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으로 그대들은 이쪽의 기대 이상의 일을 했다. 그것은 아버지로서 영주로서 자랑스럽다. 그 수완을 이번에는 숙청으로 험악해진 내부를 수습하기 위해 써주었음 한다."
"네!"
기본적으로 칭찬 받을 뿐이었던 저녁이었지만, 마지막에 양부님은 엄격한 암녹색의 눈으로 죽 모두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모두와 함께 하는 저녁 식사이다. 오늘은 식사를 즐기기 위해 화제를 골랐지만, 모레의 3의 종에는 영주 일족의 회의를 한다. 기분 좋지 않을 화제도 나오겠지만, 이것은 모두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레의 3의 종.
양부님의 얼굴이 성 내부의 긴장되어 있던 분위기와 같은 것을 느끼고, 나는 꿀꺽 숨을 삼켰다.
다음날 아침 식사 후, 나는 귀족원에서 돌아온 새로운 측근들을 에렌페스트에 남아 있던 측근들에게 소개하기로 했다. 귀족원에서 돌아온 것으로, 이젠 시어도어의 모습이 없긴 해도, 남은 측근들은 모두 모여 있다.
"마티아스, 로렌츠, 뮤리에라, 그레티아의 네명이 저에게 이름을 올려, 측근이 되었습니다. 머지않아, 뮤리에라는 저의 어머님 엘비라에게 이름을 옮길 예정이지만요."
"기베·겔랏하의 아들 마티아스에, 기베·빌토르의 아들 로렌츠?"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마티아스와 로렌츠는 게오르기네에게 이름을 올리고 있던 중심 귀족의 아이들이다.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 이미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그런 식으로 노려보지 말아주시지요."
내가 화를 나면서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서 세명을 감싸자,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내 머리를 다독였다.
"귀족원에서 보아온 한은, 그대들이 직접적으로 로제마인을 상하게 할 일은 없을 것이라 알고 있다. 하지만 연좌를 원하는 귀족들의 목소리도 크며, 그들이 구제된다면 이쪽에도 감형을 바란다는 목소리도 많다."
"코르넬리우스는 그들에게 향하는 노여움과 불만을, 주인인 로제마인님이 받게 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충성심을 의심하고 있거나 그들이 위해를 가할 것에 대해 염려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무엘의 말에 나는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 고맙습니다." 라고 속삭였다. 에렌페스트에 돌아오면 귀족원과는 같지 않을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상당히 전도 다난할 듯 하다.
"할트무트는 의식을 위해 귀족원에 왔었으니 알고 있죠? 이쪽이 다무엘, 코르넬리우스, 안젤리카는 호위기사입니다. 기사의 일에 대해서는 다무엘의 지시에 따르세요.다무엘은 마티아스와 로렌츠도 포함하여 신전으로 가는 호위기사의 당번을 정하세요. 문관들은 작년과 똑같이 정보의 할당을, 근시들에는 정리의 계속을 부탁합니다."
나는 측근들에게 일을 맡기며, 자신의 소중한 짐에서 페르디난드에게 받은 마술도구를 꺼냈다. 마력이 통하지 않는 가죽주머니에 들어 있던 극비 임무 같은 편지와 마술도구가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저는 이것을 비밀방에서 듣고 오겠어요."
"들은 후에는 마술도구를 제게 주십시오. 슈밀의 인형에 넣어드리겠습니다."
리제레타에게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마술도구가 든 주머니를 안고 비밀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죽주머니 쪽은 놔두고, 먼저 졸업식 아침에 페르디난드가 준 마술도구를 재생한다.
"그 때는 잔소리로 시작했지만, 마지막으로 하나쯤은 칭찬을 넣었을 터! 나, 페르디난드님을 믿어요!"
페르디난드를 믿고 재생했지만, 믿어선 안 됐었던 것 같다. 슬프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끝없는 잔소리로 가득한, 근시용 잔소리 마술도구였다.
"너무해요, 페르디난드님. 하나쯤은 칭찬이 있어도 좋았을텐데. '참 잘했다.' 가 아닌 그럭저럭인 칭찬이라도 좋았을텐데……."
끝없이 잔소리를 반복하는 마술도구에 슬퍼하며, 나는 마력을 통하지 않는 가죽주머니를 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녹음 마술도구와 편지를 꺼냈다.
"……어라?"
가죽 자루 속은 텅 비었을 텐데, 아직 뭐가 들어 있는 듯한 무게가 있다. 손을 넣어 안을 뒤자자, 거기에 뭐가 들어있는 듯한 감촉이 느껴지는데. 꺼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이중바닥?"
지금까지는 마술도구의 무게와 형태때문에 알 수 없었지만, 가죽주머니의 바닥은 이중으로 되어 있었고, 또 뭔가가 들어 있는 것 같다. 나는 편지를 펼쳤다. 익숙한 페르디난드의 글씨가 늘어서 있다.
"이쪽의 마술도구에는 너의 요망대로 칭찬을 넣어 두었다.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도록 항상 가죽 자루에 넣어두도록. 그리고 도서관의 숨겨진 방에서만 사용할 것. 지키지 않은 경우는 바닥에 숨긴 마술 도구에 의해 칭찬은 자동으로 소멸하게 된다."
"에엑!? 자, 잠깐만! 어느새 그런 연구를!?"
녹음된 목소리가 자동으로 지워지는 마술 도구를 만들고 있었다는 건 듣지 못했다. 나는 편지를 몇번이나 다시 읽으며, 녹음 마술도구를 가죽 자루로 되돌렸다. 먼저 편지를 읽지 않고, 마술도구를 작동시키고 있었으면 귀중한 칭찬이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세이프. 먼저 마술도구를 만지지 않아서 다행히다. 목소리와 문자면 문자를 우선하는 아이라 다행히다, 나."
칭찬은 엄청 신경쓰였지만,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도록 일부러 페르디난드가 마술도구를 첨부한 것이다. 도서관에 갈 수 있게 될 때까지 참아야지, 칭찬이 사라져 버리면 미래의 자신이 슬퍼지게 된다.
나는 다른 사람이 부주의하게 마술 도구를 만져 칭찬이 소멸되지 않도록, 가죽주머니를 놔둔 채, 잔소리의 마술 도구만 가지고 비밀방을 나왔다.
"리제레타, 이건 페르디난드님의 잔소리만 들어간 마술 도구였습니다. 슈밀의 인형에 넣으면, 페르디난드님의 목소리로 끊임없이 잔소리가 나오게 됩니다만, 정말 슈밀 인형에 넣을 건가요?"
리제레타는 "물론입니다." 라며 반갑게 웃으며 마술도구를 들었다. 슈밀의 인형에서 페르디난드의 목소리로 잔소리가 흘러도, 리제레타은 귀엽다고 생각할 듯 하다.
……리제레타의 슈 밀 사랑은 굉장하네.
"로제마인님, 좀 전의 가죽주머니는 어떻게 하셨나요?"
"숨겨진 방에 두고 왔습니다. 또 하나의 마술도구에 페르디난드님이 칭찬을 넣어 주시긴 했지만, 아무데서나 들으면 칭찬이 소멸한다는 위험한 함정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내 말을 들은 리할다가 "칭찬을 보내는 것은 부끄러웠겠죠. 페르디난드님 답군요." 라며 쿡쿡 웃었다.
……아무리 부끄러워도 소멸 트랩을 장치할 필요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밀 방을 나온 후에는 문관들과 함께 정보의 구분을 하고, 3의 종이 울린 뒤에는 다른 형제들과 페슈필 연습을 하거나 빌렸던 책을 읽거나 하고 있었다. 혼자 지내기 외로웠다는 멜키오르 때문이다.
"로제마인님 정말 죄송합니다만, 오후부터 잠시 시간을 내주시겠습니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드물게도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이 말을 걸어와, 나는 눈을 깜박였다. 북의 별채에서 나올 수 없는 지금은 면회실을 예약할 수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리할다를 돌아보았다.
"리할다."
"렘프레히트님이 말을 걸어온 것입니다. 급한 거겠죠? 오늘 오후는 별다른 계획이 없으니 말씀을 나누셔도 좋습니다. 공주님의 방을 쓰세요. 다만 레오노레와 안젤리카를 배석시키시옵소서."
약혼자로서 집안에 들어온 레오노레와 안젤리카를 동석시키라는 말에, 나는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을 올려다보았다.
"폐를 끼칩니다. 그럼 오후에."
점심 식사를 마치자, 곧바로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이 찾아왔다. 차를 마시기 시작하자 근시들이 퇴실한다.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이 말을 걸어오다니, 드문 일이라 놀랐습니다."
"……이것은 직접 보고해야 하니까."
조금 뺨을 느슨하게 흘리며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이 훗 하고 웃었다. 소중한 것을 떠올리는 듯한 미소에 감이 왔다.
"아기가 태어난 건가요?"
"그래. 겨울 초에 태어났어. 가을 말에는 태어나고 있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대단히 느긋한 아이인 듯, 태어난 것은 겨울이 된 다음이었지."
"축하합니다. 곧 축하를……."
"로제마인은 그렇게 폭주한다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잠자코 있었던 거다."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이 기막혀 하는 듯한 얼굴로 축하는 호들갑스럽게 하지 말라고 말했다.
"어째선가요? 동복의 관계라면, 축하해도 좋은 거죠?"
양모님도 임신하고 있지만, 양모님의 아이는 이복의 관계가 되어서 나는 세례식까지는 면회도 못하는 것이다. 나는 동복인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의 아기랑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축하받는 것은 좋지만, 당분간은 가족 외에는 태어난 것을 알릴 생각이 없다. 그래서 축하를 받는 것도 조금 곤란하다."
"어째선가요?"
아이가 태어나면 주위에 태어난 것을 말하고 모두의 기억에 남기는 것이 평민의 축하였다. 귀족의 경우는 세례식까지는 친한 사람들 외에는 알리지 않지만, 굳이 일부러 알리지 않을 뿐, 축하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풍습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 겨울에 숙청된 것은 게오르기네에게 이름을 올리고 있던 자나, 베로니카파의 귀족들이다. 아렌스바흐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이나 그들을 후원했던 자를 중심으로 처벌을 받았지. 그래서 아렌스바흐 출신인 아우렐리아와 그 아기는 어쩔 수 없이 따가운 시선에 노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가족 외에는 태어난 것을 말하지 않았다."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도 호위의 임무를 맡고 있을 때처럼 엄격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귀족원에 동행하지 않은 우리는 숙청의 최전선에서 앞장섰기에, 어디서 어떻게 원한을 사고 있는지 모른다. 과장된 축하를 하지 말아 주길 바라는 것은 그런 이유이다."
"아우렐리아도 아렌스바흐계 귀족의 움직임에 민감해져 있는 만큼, 가능한한 평온하게 보냈으면 하고 생각한다. 아우렐리아와 아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로제마인도 당분간 비밀로 해줬으면 한다."
어딘가 좀 미덥지 못한 부분이 있던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의 표정에 "가족을 지킨다." 라고 하던 아버지와 닮아 있는 부분을 느끼고 나는 좀 기쁘게 되었다.
"알겠습니다. 비밀로 하겠습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니까요. 사실은 친정으로 돌아가, 바방~ 하고 축하하고 싶었습니다만, 안전 때문입니다. 참겠습니다. 그래도 여기서 이야기를 듣는 정도면 괜찮죠? 아기는 잘 지내나요?"
내가 묻자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은 싱글벙글했다.
"아우렐리아는 밤중에도 수유를 해야 해서, 어쩐지 계속 멍해 있지만, 아기는 굉장히 건강해서 최근에는 머리도 가눌 수 있게 되었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지금은 둘 다 별관이 아닌 본관에서 지내고 있지."
수유할 때 외엔 잠만 자는 잠꾸러기네, 하고 렘프레히트 오라버니가 아우렐리아를 놀리자, "그정도로 엄마는 큰일인 겁니다." 라고 어머니에게 혼난 것 같다. 아기가 있는 생활을 떠올리면, 나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짧았던 카밀과의 생활이다.
"참,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은 레오노레와는 언제쯤 결혼할 건가요?"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의 집도 받은 것 같고, 이 여름에 성결식을 치르는 건가. 나는 나란히 앉아 있는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레오노레를 바라본다.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니가 "……그렇게 놀릴 때의 얼굴이 정말 어머님과 똑같다." 라며 레오노레와 아이콘텍을 한다.
"보통 1년부터 2년의 준비 기간을 두어. 이미 약혼하고 있으니, 성결식은 급하게 할 것도 아니겠지?"
"그렇네요. 저도 코르넬리우스처럼 에렌페스트의 정세가 좀 더 차분하게 된 이후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이가 좋다는 건 훌륭한 것이다.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레오노레의 성결식에선, 저, 힘껏 축복할 테니까요. 맡겨만 주세요."
"보통으로 좋아! 보통으로! 로제마인이 힘껏 하면 큰일이 날 것 같다."
"아뇨아뇨, 오라버님의 의식인걸요. 왕족의 성결식에도 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축복이 쏟아지도록 전력으로……."
"멈춰줘!"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니가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며 나를 막는다. 당황한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니를 보고레오노레가 즐겁게 웃었다.
"두 사람 모두 즐거운 이야기는 여기까지. 좀 진지한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이 나와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 사이에 손을 넣고 말리자 모두가 표정을 굳혔다.
"니콜라우스에 대한 것이다만……."
아버님의 두번째 부인 톨데리데의 자식이다. 이복 동생이지만, 톨데리데가 베로니카를 모시고 있었기에, 페르디난드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등으로, 접촉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있었다.
"톨데리데도 잡혔다. 그것은 알고 있겠지?"
"네. 베로니카님께 상당히 빠져 있어서, 여러가지를 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지금 니콜라우스는 아이 방에 있다."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의 말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직 아이 방에 있는 건가요? 아버님이 맡으면 집에 돌아올 수 있는 것 아니었나요?"
――――――――――――――――――――――――――――――――
에렌페스트에 돌아왔습니다.
그동안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로제마인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영주 일족의 회의를 앞두고 주섬주섬 정보 수집입니다.
다음은 영주 일족의 회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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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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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5부 59화. - 영주 일족의 회의 전편 -
영주 일족의 회의 전편
데려오고자 하면 데려올 수 있는 친척이 있는데, 한 계절 내내 아이방에 있어야만 했던 니콜라우스가 불쌍하다고 내가 말하자,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님은 숙청의 지휘를 맡은 입장이니까 말야. 기회를 봐서 몇 번인가 니콜라우스와 이야기를 하러 가긴 했지만, 데려오는 것은 무리다. 귀족원에 들어가지도 않은 아이를 별채에 홀로 둘 수는 없어."
"……본관에는 어머니가 있지요?"
따로 떨어뜨려 놓지 않아도, 라고 내가 중얼거리자,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어머님은 니콜라우스의 어머니가 아닌데 왜 데려오는 건가?" 라고 말했다.
"네? 데려오지 않나요?"
"로제마인님은 신전에서 자랐고, 세례식을 계기로 엘비라님의 자녀가 됐으니, 동복의 형제와 이복 형제에 대한 이해가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어머님의 허가가 있으면……니콜라우스의 경우는 톨데리데님이 원해서 엘비라님께 맡기면 맡을 수 있어요. 잡혀 있으므로, 의사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레오노레의 지원에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은 "로제마인은 몰랐었던 건가."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젤리카도 알고 있었다는 듯, 함께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다.
"톨데리데의 의견 없이, 어머님이 니콜라우스를 데려오려면 입양을 해야 한다. 톨데리데은 처벌이 끝나면 돌아갈 텐데, 아이 방에서 데려오기 위해 입양하는 것은 현실적이 아니겠지? 어머님도 니콜라우스는 아이 방에 있는 게 낫다고 하셨어. 톨데리데의 의사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는 맡을 수 없다는 듯 하다."
비록 같은 부지 내의 별채에서 살고 있어도, 이복 형제가 완전히 다른 가정으로 취급되고 있는 현실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어머니의 차이로 인해, 이렇게까지 취급이 달라진다면, 보호자 없이 아이 방에 남겨진 아이는 예상 이상으로 많은 것은 아닐까.
"전, 아버지쪽에서 이복 형제도 돌보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로제마인님을 필두로 영주 후보생들이 아우브에게 부탁한 덕분에, 니콜라우스나 마티아스들은 연좌를 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범죄자의 자식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직접 벌을 받지 않을 뿐, 모두의 의식은 쉽게 바꿀 수 없으니, 기꺼이 집에 들이는 사람은 적지 않을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범죄자의 친족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레이노 시절에도 있었던 것이다. 나는 레오노레의 말에 "니콜라우스는 아직 아홉살의 아이입니다만……." 하고 작게 반문할 수 밖에 없었다.
"로제마인, 이미 아홉살이다. 니콜라우스가 그동안 톨데리데에게 어떤 식으로 자라고 있었는지,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잡혀간 것을 어떤 식으로 생각할지 생각하면 나는 본관에 들이고 싶지 않다."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말에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은 "니콜라우스는 기사 견습이 되기 위해 단련을 하고 있으니까." 라며 어깨를 으쓱한다.
"니콜라우스는 체격이 좋고, 할아버지에 의하면 근육도 좋다고 한다. 감정적으로 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지도 모르는 니콜라우스를 본관에 넣는 것은 반대다. 아우렐리아와 아기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싶다."
지금은 본관에 아우렐리아와 갓 태어난 아기가 있으니, 더더욱 불안 요소를 넣고 싶지 않다. 정상이라면 아우렐리아가 니콜라우스 정도는 쉽게 제압 할 수 있지만, 산후인 지금 상태로는 힘들다고 한다.
……베일을 쓰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아우렐리아가 기사 견습을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해도 왠지 믿을 수 없지만.
"톨데리데은 베로니카님을 경애하고 있어, 페르디난드님을 욕 하던 것도 있고,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이름올리기를 한 것이나, 신전에 드나드는 로제마인을 거둔 건으로 어머님을 조롱하기도 했다. 가끔씩 밖에 본관을 찾지는 않았지만, 나는 톨데리데가 싫고, 그녀가 키운 니콜라우스를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아. 톨데리데의 처벌이 끝나 돌아올 때까지, 니콜라우스는 아이 방에 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
"그렇, 습니까……."
니콜라우스를 둘러싼 상황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가슴에서는 정말 떨떠름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직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세상의 비난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봄의 축제를 마친 후에도 아이 방에 남게 되는 아이들은 도대체 몇명이나 있죠? 남은 아이들을 고아원으로 옮길 수 없을까요?"
조금이라도 비난을 받지 않을 곳으로, 라고 생각하다가 툭하고 그런 말이 샜다. 그 순간,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레오노레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로제마인,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
"로제마인님, 섣불리 떠안기에는 일이 너무 큽니다."
섣불리 떠안에는 너무 클지 모르지만, 아이 방에 남는 아이들을 그냥 놔두는 것도 불쌍하다. 성의 본관에서 생활하는 이상, 언제나 귀족 어른들의 시선에 노출된다.
"렘프레히트 오라버님, 샤를로테의 측근 중에 아이 방을 봐주던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에게 겨울의 아이 방에 대한 말을 듣고 싶습니다.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 할트무트를 불러주세요. 고아원의 상황에 대한 질문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렘프레히트 오라버님과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방을 나가자, 바로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듯한 타이밍으로, 할트무트가 웃는 얼굴로 바로 교체해 들어왔다.
"로제마인님, 부르셨습니까?"
나는 할트무트에게 니콜라우스의 상황을 간단히 말하고, 고아원의 현황과 봄이 되면 부모가 데리러 올 아이들의 숫자를 물었다.
"지금까지 청원이 있던 것은 다섯 명입니다. 분명 두 번째 부인이나 세 번째 부인의 아이는 남겨지기 쉽겠군요. 마술 도구를 갖지 못한 아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연락을 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가요. 아이 방에 남는 아이들을 고아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내 말에 할트무트는 등색의 눈을 감고, 조금 생각에 잠겼다.
"받아들이는 것만이라면 가능합니다. 그들의 생활 비용은 아이 방과 마찬가지로 부모나 숙청된 귀족에게서 받으면 되니까요. 다만 세례 전의 아이들과 달리 아이 방에 있는 것은 이미 귀족으로 취급되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회색 신관이나 회색 무녀의 말을 순순히 잘 들을지도 알 수 없고, 회색 옷을 입혀 생활하게 하기도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숙청 이후의 고아원의 상태를 나는 아직 직접 보지 못했다. 세례 전의 아이들은 신분상 아직 귀족이 아니지만, 아이 방의 아이들은 분명한 귀족이다.
"로제마인님, 빌프리트님이 입실 허가를 요구하고 계십니다."
그레티아의 목소리에 내가 끄덕이자, "렘프레히트에게 무언가를 시작할 것이라고 들었는데, 다음엔 뭘 하려는 건가?" 라며 초조한 모습의 빌프리트가 들어온다.
나는 "실현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라고 고개를 흔들며, 아이 방의 아이들을 고아원으로 옮기려고 생각했던 것을 대강 설명했다. 빌프리트는 일단 어처구니 없어하는 얼굴로 한숨을 토했다.
"……불쌍하니까 세간의 눈에서 감추고 싶은 것인가? 하지만 숨긴 것으로는 아무런 해결도 안 된다. 그들의 친족이 죄를 짓고 벌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닌가. 세간의 눈에서 감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는 부끄러운 것이 없다고, 가슴을 펴고 살아가도록 말해야 한다."
빌프리트는 똑바로 앞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경험상 귀족들의 험담은 언제까지나 계속된다. 아주 잠시, 숨겨주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성장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간의 시선에서 조금이라도 숨겨주고 싶다는 이유도 있지만, 멜키오르은 겨울 동안은 아이 방에 가지 못해, 북의 별채에서 측근들에게 둘러싸여서 혼자 공부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들었다."
"멜키오르에게 선생님이 붙어 있었다면, 선생님이 계시지 않던 아이 방은 어떤 상태였나요? 봄부터 아이 방에 남는 그들에게 귀족으로서 만족스러운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아이 방을 맡고 있는 어머니께 상담하고 수배 받어야 하는 것이며, 관할 밖의 그대가 생각할 일이 아니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남의 일에 손을 대지 마라, 라는 말을 들고, 나는 조금 어깨의 힘을 뺐다. 확실히 내가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양모님께 어떻게 되는지 질문해서 어떻게든 해야 할 문제였다.
"그쪽은 어린이 방 전체가 아니라 오히려 니콜라우스 개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좋겠지."
"니콜라우스 개인인가요?"
의미가 잘 이해되지 않아서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빌프리트는 "아, 그렇다."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니콜라우스는 상급 기사 견습으로, 영주 후보생을 모시고 싶다고 원하고 있고, 최우선 희망은 로제마인이라고 한다. 보니파티우스님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코르넬리우스나 안젤리카의 동료로 들어가고 싶어하고, 코르넬리우스와 로제마인의 사이가 좋은 것도 부러워 하는 것 같았다."
뜻밖의 말에 나는 눈을 깜박거렸다. 그런 거, 나는 모른다.
"하지만, 니콜라우스는 어머니가 다르기 때문에 피해지고 있어, 로제마인과 한 마디의 대화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모에게 로제마인을 섬기고 싶다는 희망을 말하자, 간단히 거절당했다고 한다."
"빌프리트님, 일축한 것은 아버님이 아니라 어머니 톨데리데입니다. 신전 출신의 로제마인을 섬기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다더군요."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이 한숨과 함께 정정을 넣었지만, 니콜라우스가 나의 측근을 희망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니콜라우스와 한마디도 말을 나눈 적이 없던 나는 접촉을 금지한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을 올려다보았다.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 전, 니콜라우스가 측근을 희망한 줄 몰랐어요. 이에 대해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만……."
"니콜라우스는 빌프리트님을 섬기는게 제일 좋다고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톨데리데도 베로니카님께 중요한 빌프리트님이 주인이면 불평은 하지 않을 테고, 니콜라우스도 영주 후보생의 측근이 되고 싶다는 희망은 이뤄지고, 렘프레히트 형님이 있으니, 우리 형제와 친해지면 됩니다."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빌프리트는 가볍게 머리를 흔들고, "그렇지만 나를 섬기는 것은 니콜라우스의 희망이 아닐 것." 이라며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을 쏘아보았다.
"아이방에서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자신의 뜻도 이룰 수 없는 것은 불쌍하다. 연좌를 면한 아이들도 자신의 주인을 정할 수 있지 않은가."
"톨데리데의 아들이 아니었으면, 나도 빌프리트님와 같은 의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분명히 만든 웃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미소로 그렇게 말하자,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이 곤란한 듯이 숨을 토했다.
"빌프리트님, 톨데리데는 로제마인이 페르디난드님과 손 잡고 아우브·에렌페스트를 속이고 수양딸이 되어서 매우 악랄한 수단으로 전 신전장을 몰아넣고, 베로니카까지 죄가 미치도록 획책했다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페르디난드님이 나를 써서 덫을 치고, 양부님이 목을 넣은 시점에서, 전 신전장과 베로니카님이 멋대로 자폭했다는 것이 정답이지만.
"아이에게는 죄가 없다든가, 아직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으니까라며, 로제마인님은 쉽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은데, 위험 인물이 다가오는 틈을 만드는 것은 호위기사로서 허용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아도 위험하니까 말이죠."
내가 할 만한 것들을 먼저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들어 버렸다. 호위기사들이 모두 수긍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니콜라우스와 얘기하는 것도 힘들겠네.
……나, 한번은 제대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다음 날, 약속대로 3의 종에, 문관과 근시를 한 명씩, 호위기사는 전원을 데리고 우리 영주 후보생은 모두 북의 별채를 나섰다. 역시 여러가지로 경계되고 있는지, 평소 사용하는 회의실과 달리 본관에서도 북의 별채에서 가까운 장소에 있는 비어 있는 면회실이 회의실로 준비되어 있었다.
양부님, 양어머니님, 할아버지, 빌프리트, 샤를로테, 나,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달리 페르디난드 대신 멜키오르과 그 측근들이 모이고, 회의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보고가 많다. 우선 플로렌시아가 임신했다. 늦여름에서 가을 중에는 태어날 것이다. 이제 당분간은 컨디션이 안 좋은 때가 많을 거라 생각되므로, 그것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의 일을 분담해 가고 싶다."
양부님의 말씀에 회의실 안이 술렁거렸다. 두번째 부인을 얻을 예정이나 앞으로의 집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라고 당황한 듯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지만, 미리 임신에 대해 들었던 나에게 당황은 없다. 제일 먼저, "축하합니다. 가을이 기다려지네요." 하고 말을 걸었다.
"고맙다, 로제마인."
안심한 듯 양모님이 표정을 풀자, 멜키오르도 뿌듯한 표정으로 축하를 올렸다.
"축하합니다, 어머님. 제 남동생이나 여동생이 생기는 거지요?"
"그렇다. 하지만 이는 당분간 은밀하게 한다. 알겠지?"
양부님이 그렇게 말하며, 회의실에 있는 측근들을 포함한 전원을 둘러보자, 임신 보고에 조금 고개를 숙이고 표정을 굳히고 있던 샤를로테가 마음을 정한 듯,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어머니를 위태롭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은밀히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협조를 할 생각입니다."
"고맙다. ……이 후의 보고는 겨울에 진행된 숙청에 대한 것을 중심으로 하고 싶다. 에렌페스트를 재정비 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은 알고 있겠지?"
겨울의 숙청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마티아스들의 정보에 의해, 계획을 당겨, 조기에 숙청을 시작한 것. 게오르기네에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을 우선해서 잡기로 한 것. 겔랏하의 겨울 집에 돌격했을 때엔 자해한 사람이 많았지만, 에렌페스트의 귀족으로 등록되어 있던 사람이 적었던 것.
"아버님,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기베·겔랏하의 집에는 에렌페스트의 귀족이 아닌 사람이 많이 있었다는 건가요?"
"그렇다. 이곳에 등록된 메달의 마력과 맞지 않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다. 정확히는 몇인분의 시체가 있었다."
몇인분의 시체라는 말에 등골이 오싹했지만, 나는 메달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짚이는 게 있다.
"메달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몸이먹히는자일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처음 기베·겔랏하의 습격을 받았을 때도 몸이먹히는자가 관계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청색 무당 수습 시대의 첫 습격으로, 겔랏하을 방문한 후의 습격에서 몸이먹히는자가 사용되고 있었을 것이다. 샤를로테를 잡아가려 했을 때도, 몸이먹히는자가 몇명이나 있었다.
"아, 샤를로테의 세례식 때에 자폭한 병사도 소재가 불분명한 자였다. 틀림없이 같은 자들이라고 생각된다."
"……기베·겔랏하도 자폭했나요? 어쩐지 믿을 수 없어서……"
나는 기베·겔랏하의 집을 습격한 할아버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할아버님은 미간에 주름을 깊이 새긴 언짢은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폭하는 현장을 본 것은 아니다. 상황을 보아 자폭이라고 판단했을 뿐이다. ……내가 맨 처음 들어가 슈타프로 잡으려 했다만, 난폭하다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당연히 집사도 들이려 하지 않았고, 내가 돌입했을 때는 탄내 나는 고깃덩이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담담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 방의 참상은 너무 무서워서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가 들어간 순간, 집사가 자폭해서 현관이 엉망이 되었다." 같은 이야기는 귀를 막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면서 들었다. 피투성이의 폭발 현장의 모습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필사적으로 뿌리치면서, 소름이 돋은 위팔을 문지르며 나는 계속해서 할아버님의 이야기를 듣는다.
"방 안에 흩어진 팔다리의 마력을 이쪽에 등록되어 있는 메달과 맞대어 판단하고, 누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를 조사한 것이다만, 마력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자가 몇 명이나 되었다. 기베·겔랏하에 대해서는 왼손의 반지와 가문, 그리고 남아 있는 마력을 메달로 확인해 본인에 틀림없다고 판단했다만, 아무래도 속아넘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할아버님의 무인으로서의 직감은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 같지만, 현장에 남아 있는 것과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 것으로, "기베·겔랏하의 생존." 에 대한 확신은 가질 수 없었다고 한다.
"기베·겔랏하가 손만 남기고 달아났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빌프리트의 질문에 할아버님이 느리게 고개를 저었다.
"방의 피냄새나 고깃덩어리의 온도로 생각해 봐도, 내가 방에 들어간 것은 자폭한 직후가 틀림 없다. 관의 주위를 둘러싼 기사들도 기수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마력이 빼앗기는 지하를 귀족이 달아나는 것은 무리인데다, 모든 출구는 평민 병사가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할아버지의 말에 끄덕이며, 양부님도 설명을 더한다.
"거리의 결계는 최대까지 경계 수준을 올리고 있었고, 북문에도 기사를 배치하고 평민의 병사들에게도 마차는 결코 통과시키지 말라고 통지했다. 기수로도 마차로도 에렌페스트에서 벗어난 귀족은 없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렇게까지 증거가 있는데도, 할아버지는 아무래도 기베·겔랏하의 죽음에 납득할 수 없는 것 같다.
"보니파티우스가 너무나도 납득하지 않았기에, 마티아스로부터 게오르기네에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확정된 사람에 관해서는 메달을 사용한 처형도 이미 마쳤다."
"……어둠의 신의, 그것입니까?"
하세에서 보았던, 메달을 사용한 처형을 떠올리며, 나는 조심조심 물었다. 페르디난드에게 차례차례로 주입된 영주후보생 과정 속에서, 배워둬야 하는 마술 중에 있었다. 이 자리에는 영주 후보생 이외의 사람도 있으므로 모호하게 표현했지만, 양부님에겐 통한 것 같다. 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양부님. 그 마술은 아우브의 지배하에서 벗어나면 통하지 않는 것 아닌가요?"
"로제마인, 기수도 마차도 쓰지 않고 어떻게 에렌페스트 밖으로 나간단 말인가?"
"……어, 으음……전이진, 이라던가?"
"사람을 전이시키는 전이진이 작성이야말로, 아우브가 필요하지 않은가. 기베·겔랏하가 쓸 수 있을리 없다."
내가 필사적으로 억지로 내놓은 답은 양부님의 기막힌 시선으로 기각되었다. 확실히 내가 페르디난드에게 배웠을 때도 아우브밖에 작성 못하게 되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양부님은 "아무튼 기베·겔랏하는 죽었다. 그걸로 좋지 않은가." 라고 하며, 기베·겔랏하에 관한 이야기를 중단한다.
"상황적으로 어려운 것은, 이름을 올리고 있는 다른 귀족들이 없는지의 여부다. 이름 올리기는 기본적으로 비밀리에 이뤄진다. 마티아스의 정보를 바탕으로 잡은 사람은 틀림 없지만, 그들의 기억마저 톨크로 인해 애매하져 있기에, 이름 올리기를한 사람에 대한 조사는 정말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양한 관계에서 추측할 수밖에 없었던 듯, 누명으로 인한 처형이라는 사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도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 그렇다. 로제마인, 빌프리트, 샤를로테. 연좌를 모면하고 그 쪽에 이름을 올리게된 자들을 앞으로 잠시 조사를 위해 기사단에서 데려가겠다."
겔랏하, 빌토르, 벳셀 등 게오르기네에게 이름을 올리고 있던 기베가 다스리던 땅의 수사를 위해서는 아이들이 필요하다.
"숙청 이후, 기사단이 수사를 위해 각각의 여름의 관으로 향했는데, 기베의 관은 혈족이 아니면 열지 못하는 문이 많아 조사하지 못한 장소도 많았다. 이제 새로운 기베로 교체되면 비밀방들이 완전히 못쓰게 되니, 그 전에 관의 수사를 하고 싶다."
고아 사무실의 비밀방에 내가 다시 마력 등록을 하게 되면, 두번 다시 이전의 보육 원장의 숨겨진 방이 열리지 않게 되는 것처럼, 기베를 교체하고 재등록하면, 다시는 열리지 않게 되는 문이 여럿 있는 것 같다.
"급히 저택의 조사를 해야 하는 사정은 잘 알았습니다. 마티아스, 로렌츠, 뮤리에라에게는 기사단의 조사에 동행하고 협력하도록 말해둘 테니, 난폭한 짓은 절대 하지 마세요. 세 사람은 이미 저의 측근입니다."
내가 기사 단장인 아버님을 바라보며 단단히 주의하자, 아버님은 든든한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로제마인님 말씀대로, 기사단의 사람에게는 잘 일러 두겠습니다. 물론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님의 측근에게도 난폭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한 직후, 엷은 청색의 눈동자에 엄한 빛을 띄웠다.
"그 대신 기사단의 조사에 협력하도록, 그리고 부모나 친척의 죄를 은닉하는 짓은 하지 않도록 주인으로서 잘 일러 두세요."
――――――――――――――――――――――――――――――――
니콜라우스는 아직 당분간은 아이 방에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논의 내용이 많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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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の下剋上 ~司書になるためには手段を選んでいられませ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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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ss 29화. - 투리의 걱정 (5부 58화 / 러츠 시점) - 책벌레의 하극상 ss / 번역 게시판
2016.05.2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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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츠 시점 투리의 걱정
시기적으로는 제522화 부근, 겨울의 끝의 아랫마을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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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츠, 사장님이 부르고 있다. 점심을 끝내면 사장님의 방으로 가봐."
"바로 가겠습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나날이 끝나고, 눈이 녹기 시작해, 또 다시 신전과 상회를 오가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얼마 전까지 프랭탕 상회로 상인 견습이 되기 위해 공부하러 오던 카밀도 이제는 없다.
내가 겨울 동안 카밀을 돌봐주며, 카밀의 프랭탕 상회의 견습이 되겠다는 결의가 상당히 굳어진 모양이다. 봄이 되면 공방으로 견학을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기대하고 있었다. 카밀의 모습을 보던 사장님은 "이제 길베르타 상회나 상업 길드에 빼앗길 일은 없겠군"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점심 식사를 마치고, 바로 사장님의 방으로 향한다. 사장님은 점심을 마친 후, 느긋하게 쉬는 일도 없이, 바로 자신의 방에서 일을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봄이 되면 죽을만큼 바빠지기 때문에, 준비는 지금부터 꼼꼼하게 해 둬야만 한다고 한다.
"사장님, 러츠입니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만……."
내가 방문을 노크하자 마르크씨가 문을 열어 주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사장님은 계산 결과를 서류에 적어가며 용건을 말한다.
"미안하다만, 오후는 길베르타 상회에 다녀와라. 코린나와 오토가 투리에게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함께 가면 좋겠다만, 지금은 바쁘니까 말이지. 버거운 상담이라면 내가 가지."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외출 준비를 갖추고 가게를 나섰다. 프랭탕 상회에서 길베르타 상회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다. 아직 눈이 남아 있는 거리를 바삐 걷는다. 어제보다 오늘이 따뜻해진 듯한 느낌도 들긴 하지만, 아직 여전히 춥다.
……그래도 이제 곧 봄이네.
봄이 되면 구텐베르크의 연례행사인 봄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올해는 구텐베르크들에게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잉크 담당 하이디가 둘째 아이를 임신해 킬른베르가에 가지 못하고, 자크는 올해 성결제에서 신랑으로서 나가기 때문에, 대신 제자를 보내겠다고 했다. 그 제자에게 구텐베르크로서의 실력이 있을지, 마인은 몰라도, 다른 귀족들이 제자를 보내는 것에 납득할지, 고민할 일이 잔뜩이다.
……그러고 보니, 마인도 슬슬 신전으로 돌아오겠지?
길이 "봄의 축연이 끝나면 돌아온다" 라고 했었다. 아직 길이 들뜬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으니, 마인은 신전에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마인이 돌아오면 길의 기분이 좋아지고, 고아원에 불하하는 식사도 질이 올라서 회색 신관들도 식사를 기대하고 있기에 금방 알 수 있다.
……그나저나 투리의 상담이라는게 뭘까?
길베르타 상회도 점심 시간이어서, 가게 앞에는 당번이 홀로 서 있을 뿐이다. 나는 당번에게 말을 걸고 다가갔다.
"아아, 오늘 주번은 레온이구나. 나, 사장님이 이야기를 듣고 오라고 했는데……."
"오랜만이네, 러츠. 이야기는 들었다. 밖에서 올라가면 돼."
예전부터 길베르타 상회에서 일하고 있고, 나도 지도받은 적이 있는 레온이 오늘의 당번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외부 계단을 올라간다.
……그러고 보니 이곳의 다락방을 빌렸던 적도 있었지.
그립지만 다시 올라가보고 싶진 않다. 지금은 프랭탕 상회의 2층에 다프라 견습으로서 살고 있기에, 솔직히, 집으로 돌아갔을 때, 물긷기를 도우며 6층까지 오르내리는 것도 힘들 정도다.
코린나님의 거주하는 2층의 문을 노크하고 하녀에게 용건을 말한다. 두꺼운 외투를 벗고 안으로 들어가자, 점심을 먹고 쉬고 있는 길베르타 상회 다프라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자신이 옛날에 입던 견습 옷을 그립게 떠올리며, 프랭탕 상회의 견습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안녕하세요. 사장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무언가 상담할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러츠, 벤노는?"
"일이 바빠서 용건을 듣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 벤노의 의견도 듣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네."
가볍게 그렇게 말하고, 오토님과 아쉬운 얼굴을 한 투리가 일어선다.
"나는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투리가 걱정해서 말이지. 그럼, 저쪽 방에서 이야기를 할까. 부주의하게 말할 것이 아니니까."
부주의하게 말할 것이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용건이 마인에 관한 것임을 알았다. 로제마인님이 아닌, 아랫마을의 마인이었던 시절에 관계된 것이 틀림 없다. 사장님이 받은 상담인데, 다른 다프라들이 아닌, 신전에 가야 하는 나를 지명한 시점에서 눈치 챘어야 했다.
별실로 이동하자, 오토님이 의자를 권했다. 손님인 내가 앉자, 투리가 3인분의 차를 내온다. 달각 하고 다기를 내려놓는 손은 우아한 여성의 것으로, 어느샌가 내 손이 더 커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아들을 데리고 숲으로 가는 일도 있는 나와는 달리, 실내에서 일을 하는 투리는 거의 햇볕에 그을리지 않았다. 나도 그렇지만 가사는 하인에게 부탁하기에 손도 별로 거칠지 않은 것 같다. 움직이면 살풋 린샹의 향기가 나고, 정말로 빈민 출신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투리와 만나는 건 대부분 집으로 돌아갈 때이기에 그다지 눈치채지 못했지만, 행동 거지에도 미숙한 부분이 없어져, 길베르타 상회에서 일하는 것에 전혀 위화감이 없어졌다. 성인이 되면 성에도 출입하게 된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납득할 수 있었다.
……나도 빨리 성인이 되고 싶다.
나이만큼은 앞지를 수 없는 것이 어쩐지 분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투리를 보고 있자, 투리가 조금 곤란한 얼굴을 했다.
"저기, 러츠. 무슨 일 있어? 그렇게 빤히 바라보면 신경쓰이는데……."
"아니, 딱히 아무 것도 아냐. 투리의 몸가짐이 깔끔해졌구나, 하고 생각한 것 뿐이야."
"그, 그래?"
투리는 조금 부끄러운 듯이 대답하고, 내 옆에 앉는다. 오토님이 묘하게 히죽거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뭔가 즐거운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래서, 투리의 걱정이라는게 뭐야? 마인에 대한 거지?"
"응, 그래. 겨울 동안 집으로 돌아갔었지? 나들이옷은 엄마와 같이 만들고, 머리 장식은 내가 만들기로 했는데, 만들 때 성인식의 이야기가 나왔거든. 집에서 가는 것이 좋을지, 길베르타 상회에서 가는 것이 좋을지 하는 이야기가 되어서……."
투리는 여름의 끝에 성인이 된다. 이번 겨울은 에바 아줌마와 함께 성인식을 위한 나들이 옷 만들기에 열심이었던 것 같고, 의상에 맞춘 머리 장식의 디자인도 생각했다고 한다. 올해는 마인의 왕족 특급 의뢰가 없어서 완전 여유였다고 한다.
……투리가 "이번 겨울은 로제마인님의 무리한 의뢰가 없어서 좀 부족한 기분이었어" 라고 했을 때는 놀랐지만.
"그때 생각했어. 봄의 끝에 랄프의 성인식이 있지? 신전장의 모습을 본 랄프가 눈치채지 않을까? 어쩐지 엄청 걱정이 되어서……."
마인은 그다지 밖으로 나오지 않는 아이었기 때문에, 이웃 중에서도 분명히 기억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하지만, 랄프는 투리와 사이가 좋았고, 마인이 새로운 요리 레시피를 생각해와 우리 집에서 형들을 시켜 만든 적도 있기에, 다른 사람에 비하면 관계가 깊은 편이다.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었는데 말이지."
오토님이 가벼운 어조로 그렇게 말하며 투리를 보았다. 투리는 조금 입을 다물고, "하지만……" 하고 작게 반박한다.
"들키면 곤란하죠?"
"그야 들키면 곤란하겠지만…….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보통은 세례식 무렵에 한 달에 몇 번 봤을 뿐인 녀석들의 얼굴은 기억 안 나니까. 너희들도 그렇잖아?"
오토님은 가볍게 어깨를 움츠린다. 세례식 전후에 알았던 사람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어? 라고 물어, 나는 곰곰히 생각한다.
……기억하고 있네.
우리들은 행동 범위가 너무 좁다. 세례 전의 교제는 이웃뿐이고, 어렸을 때부터 클 때까지 함께 자란다. 세례식을 마치고 견습의 일을 시작하면 교류의 범위는 넓어지지만, 아무리 넓어지더라도 그 거리 이상으로는 넓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구텐베르크들처럼 마을에서 마을로 떠도는 것이 특수한 것이다.
……그 때문에 요한은 아직도 패트런이 늘지 않고 있으니까.
손님이 찾아오는 봄부터 가을까지 장기간 자리에 비우기 때문에, 아무래도 패트런이 붙기 어렵다. 이제는 구텐베르크의 칭호가 "로제마인님의 전속 집단" 이라는 인식이 되어 있을 정도다. 마인은 보수가 좋고, 공방으로서는 영주의 양녀 전속이라는 선전 효과도 높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 장인으로서는 장기 출장이 계속되는 것은 좋지만도 않다.
"나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례식 후에 들어간 공방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고, 지금 만나도 알아볼 수 있어요."
투리의 말에 흠칫 놀란 나는 구텐베르크에 대한 생각을 머리에서 몰아내고, 투리의 의견에 찬성한다. 아랫마을에서는 친척의 소개를 받아 일을 하기 되고, 그 범위 내에서 결혼하기 때문에, 활동 범위와 교류 관계는 비슷하게 된다. 성장한다고 해서 잊는 일은 없다.
"오토님은 여행 상인이었으니, 어릴 때에 교제가 얕았던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행동 범위가 좁기 때문에, 친분이 있떤 사람의 얼굴은 거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 하지만 자신의 세례식 무렵에 죽은 이웃의 얼굴을 지금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
오토씨에게 그런 말을 들어, 나는 근처에서 죽은 사람의 얼굴을 떠올린다. 다소 어렴풋한 사람도 있지만, 전혀 떠오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노인을 중심으로 어린이도 몇 명이나 죽었지만, 얼굴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건 죽은 시절의 모습과 얼굴이지? 그 사람과 정말로 닮은 사람이 있고, 기억하던 모습보다 성장해 있다면, 그래도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할까? 자신이 성인이 되었는데 상대가 성장하지 않았을 경우엔 설마 살아 있었던 건가? 라고는 보통 생각하지 않겠지? 정말 닮은 사람도 있네, 정도에서 끝날걸."
마인은 원래 작았던 데다, 2년 동안 자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10살도 안 된 듯한 모습이다. 죽었을 때의 모습과는 다르고, 살았더라면 성인에 가까울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을 알고 있고, 계속 모습을 보고 있는 우리들과 달리, 랄프가 마인과 신전장을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더구나 그 때의 마인과 로제마인님은 의상이나 행동거지가 전혀 달라. 거리의 소문으로 듣던 것과 같은 축복을 보면, 동일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지 않을까?"
나는 마인이 축복을 주는 현장을 할덴체르와 그렛시엘에서 본 적이 있지만, 확실히 딴 사람이었다. 그 후에 득의양양하게 웃는 순간에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작은 신전장은 그냥 마인이 되긴 했지만.
"영주의 양녀와 빈민이 동일 인물이라고 떠들면 불경죄가 될 수도 있어. 이왕이면 비슷해서 놀랐다고 처음부터 말해두는 것이 좋을 정도다."
"러츠, 랄프에게 말해줄래?"
투리는 정말 걱정스러운 듯이 그렇게 말했다. 마인에 대한 것이 되면 과민해지는 투리의 기분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부모님들 사이에서 투리와의 약혼이 구체화된 이후로는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랄프가 귀찮은 시비를 걸어온다. 그것을 생각하면 그다지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
"나, 로제마인님이 곤란하게 되는 상황은 절대로 싫어."
진지한 얼굴로 응시해 오는 투리는 정말 예뻐졌다고 생각한다. 귀족이나 부잣집 아가씨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는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월동과 성인식의 의상을 만들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 투리를 우연히 만났던 랄프가 눈을 부릅뜨고 숨을 삼켰던 것도 당연할지도 모른다.
……몇 명인가 사귀었던 여자애도 있고, 지금도 애인이 있는 주제에, 아직 랄프에게 있어 투리는 특별한 거겠지.
입장이 바뀌며, 만나는 일도 줄어들고, 선뜻 이야기를 나누는 것 조차 할 수 없게 되었어도 특별한 것이다. 그런 것처럼, 마인이 자신에게 있어 특별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형제가 너무 닮아서 기분이 나쁘다. 그런 부분은 닮지 않아도 좋은데 말야. 그리고, "남자는 그런 거니까" 라고, 랄프에게 얽혀 고생하는 나를 달래준 지크도 어쩌면 같은 일이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다음에 돌아갔을 때 랄프랑 이야기해 볼게. 랄프의 성인식은 내가 킬른베르가에 있을 때니까. 내가 없을 때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싫고, 어떻게든 할게."
"고마워, 러츠. 부탁할게."
……마인이 곤란해질거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 랄프가 귀찮아도 어울릴 수 밖에 없다.
한숨과 함께 일어나자, 오토님이 뭐라고도 할 수 없는 얼굴로 우리들을 보고 있었다.
"너희들 둘 말야, 정말 닮았네."
"네?"
"둘 다 로제마인님을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확실히 우리들의 화제는 아무래도 마인에 대한 이야기로 치우치게 된다. 이런 머리 장식을 주문했다던가, 지금은 이런 책을 인쇄하고 있고, 이런 책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다던가……. 하지만 이 사람에게만은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 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나는 투리과 시선을 교환한다. 투리도 이의가 있다는 얼굴을 하고 있어, 둘이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어깨를 움츠리자 투리도 끄덕 하고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서 오토씨를 향해 몸을 돌린다.
"아무리 그래도 오토님이 코린나님을 좋아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나와 투리의 목소리가 딱 겹쳤다.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ss 29화. - 투리의 걱정 (5부 58화 / 러츠 시점) -|작성자 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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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5부 60화. - 영주 일족의 회의 후편 -
영주 일족의 회의 후편
"그리고, 이런 일을 그대들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어른으로서 대단히 괴롭고 한심하다고 생각한다만……."
지친 얼굴로 말하며, 양부님은 목패 다발을 톡톡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에렌페스트는 오랫동안 하위 영지였기에, 상위 영지와의 교제법에 대해 아는 어른이 적다. 그것은 알고 있겠지? 그리고 현재, 순위가 뛰어오른 덕분에 에렌페스트에는 상위 영지의 교제법이 요구되고 있다."
그것은 귀족원에서 많이 지적된 것이다. 귀족원에서 돌아온 직후인 우리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에렌페스트 내는 숙청의 영향으로 인해 귀족의 수가 줄어 있고, 붙잡힌 사람들이 있던 빈 자리에 누가 들어가게 되느냐로, 귀족들의 암약이 시작된 상태다. 타령과 함께하는 것보다, 우선 내정을 다지는 것이 선결이다."
기베·겔랏하와 기베·베셀이 처형되자, 다음 기베는 누가 되는지를 두고, 남아 있는 귀족들이 서로 견제하고, 조금이라도 우위에 서고자 암약하는 등, 정말로 타령에 신경 쓸만한 상황이 아닌 듯 하다.
"아이들의 노력은 알고 있다. 순위를 올리기 위해, 성적을 올리기 위해 똘똘 뭉친 것으로, 숙청으로 흔들리는 기숙사 내의 분위기를 다잡은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심한 일이다만, 그 기세에 어른들이 따라갈 수가 없다. 그래서 한동안 귀족원에서는 순위를 유지하거나, 10위 정도로 낮춰주길 희망한다. 이는 에렌페스트 어른들의 총의다."
양부님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 나는 멍하게 입을 벌렸다. 상위 영지에 어울리도록 어른들이 노력할 테니, 그 동안 "유지하기 바란다." 는 것이 아니라, "떨어졌으면 좋겠다." 라고 할 줄은 몰랐다.
"……에렌페스트의 어른들의 총의가, 순위를 낮추는 것입니까?"
귀족원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성적을 올리려고 팀으로 나뉘어 분발했다. 강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선생님에게 칭찬을 들어 기뻐하던 모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에렌페스트가 상위 영지의 반열에 오른 것으로, 주위와 어떻게 교제해야 좋을지, 더듬더듬 시험해 가며 분투하던 측근들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그런 모두에게 순위를 내려달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로제마인, 이는 그대의 지지 기반인 라이제강계 귀족들의 의사다."
양부님의 뒤에 선 아버지가 조금 씁쓸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라이제강계 귀족의……?"
"아아. 귀족원에서 가져온 정보에 의해 숙청이 조기 집행되며, 주요 지위에 있던 아렌스바흐계 귀족들이 거의 소탕되었다. 오랜 꿈과 소망이었던 적대 세력을 매장시킬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 전 기베·라이제강는 아득히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갔다고 한다."
예상 밖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증조부님이 아득히 높은 곳으로?"
"로제마인은 라이제강를 위해 신이 보내주신 것이다, 라고 감사와 만족을 드러내었다고 한다. 가능하다면, 로제마인이 아우브가 되어주길 바란다며."
아렌스바흐와 베로니카에 대한 원망과 증오로 똘똘 뭉쳐 있던 증조부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빌프리트와 이야기를 하고 약속한 것으로 조금은 마음을 풀어 준 것 같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일까. 숙청에 기꺼워하며 만족스럽게 돌아가셨다는 것도, 그게 내 덕분이라고 말하신 것도, 유언으로 아우브가 되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신 것도, 어쩐지 너무 우울한 기분이 된다.
"저, 아버님. 전 기베·라이제강와 에렌페스트의 순위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입니까?"
빌프리트가 의아해하는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양어머니님이 조금 속눈썹을 내렸다.
"전 기베·라이제강가 아득히 높은 곳에 오른 것으로 인해, 옛 베로니카파와의 대립은 쉽게 해소되었다. 더는 아렌스바흐에 이기기 위해 순위를 올릴 필요가 없다. 앞으로는 에렌페스트 내를 정돈하는데 주력해야 하고, 에렌페스트 전체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이상, 순위가 높아져도 기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게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듣고 있었지만, "기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고 할 정도로 순위를 올리는 것이 곤란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순위를 올리려고 여러가지로 생각하고, 모두가 귀족원에서 열심히 노력한 것은 쓸데없는 짓이었어?
내가 에렌페스트의 순위를 올린 것은 딱히 라이제강 때문이 아니었다. 기숙사 내를 규합할 목표로 딱 좋았던 것도 있고, 아렌스바흐로 간 페르디난드가 얕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필요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순위를 올려주길 바란다." 라고 한 양부님의 입에서, 이번에는 "가능하면 10위 정도로 낮춰줬으면 한다." 라고 듣게 되니, 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페르디난드님은 레티시아님의 교육 담당자로서 아렌스바흐에 있으니까, 에렌페스트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했는걸?
"극단론이다만, 상위 영지들과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왕족과 얽히고 있는 것은 로제마인 뿐이다. 그대가 언행을 삼가면 에렌페스트가 더 이상의 순위를 올리는 것은 막을 수 있겠지, 라고 귀족들은 말하고 있다. 그대는 너무 눈에 띄는 것이다. 최우수를 계속 따내며, 왕족과의 친분을 쌓고 있다. 더 이상 눈에 띄면 차기 아우브와 관련해 에렌페스트에 불필요한 내분이 일어난다. 언동에는 모쪼록 주의해 주었으면 한다."
아무래도 나는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 좋았던 듯 하다. 그러고 보니, 페르디난드도 방임하고 칭찬하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든다. 그건 내가 에렌페스트를 곤란하게 만들었기 때문인 걸까.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 순간, 최우수로 표창되어 기쁘게 생각되었던 단상에서의 추억이 단번에 시들어 갔다.
"직접 이야기를 나눈 적 있는 기베들은 그대가 아우브를 원치 않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귀족들에게는 그대가 아우브를 원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나중이 되면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해도 믿지 못할 것이 틀림 없다. 로제마인이 아우브를 목표로 하지 않음은 행동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즉 아우브를 둘러싼 묘한 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도 나는 지금 귀족들 앞에 별로 모습을 보이지 않는게 좋다는 건가? 나, 없는 편이 좋은 거야?
일에 대한 책임감이나, 힘내자고 생각하던 기분이라던가, 무언가 소중한 것들이 이것저것 빠져나간다. 더 이상 자신이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도록,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고 싶다.
"……그것은 딱 좋습니다. 포상이나 벌을 주면서 귀족들을 자신의 파벌에 넣어 나가는 장소에 제가 없어지면 귀족들의 눈도 달라질 테니, 숙청으로 인해 어수선한 에렌페스트를 정돈하고 귀족들을 장악하는 것은 아우브인 양부님과 차기 아우브인 빌프리트 오라버님께 맡기겠습니다."
나는 얼마 전에 받았던 자신의 도서관이나, 조금이라도 거리에 가까운 신전에 틀어박혀 있고 싶을 정도로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았기에, 정말로 딱 좋다.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짓자, 빌프리트는 목표를 응시한 듯한 눈부신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나는 성이나 귀족들의 혼란을 다스리는 것에 주력해, 차기 아우브로 인정 받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귀족원의 모두의 노력에 대해 "기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는 말을 들었는데도 아무 생각도 안 드는 거야? 열심히 올린 순위를 다시 내리라고 했는데?
같은 말을 들었을 터인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희망에 가득찬 미소가 가능한 걸까. 신기해서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내놓아 간다.
"귀족원의 도서관에서 봄의 의식에 사용하는 무대의 설계도를 베껴두었으니, 그것도 양부님이나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파벌을 위해 쓰시옵소서."
성에 불려갈만한 안건은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고 싶은 뿐이었지만,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그것은 도움이 되었다." 라며 기뻐헤 주었다.
"저도 신전과 거리에 주력할 수 있으니, 정말 도움이 됩니다."
쌍방에 이익이 있다는 생각 하에, 나는 "신전에 틀어박히겠습니다." 라고 선언한 것이지만, 양부님은 곤란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대는 플로렌시아의 빈 자리를 채워줬으면 한다."
빌프리트를 약혼자로 지지해나가며, 다도회 등의 여성 사교를 통해, 여성 귀족들을 이끌어 가며, 양어머님의 집무의 보좌를 해주길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페르디난드가 없어진 지금, 신전 업무에 관해서는 의논할 상대가 없어, 나와 측근들만으로 신전을 운영해 나갈 수 있을지 불안할 정도인데, 양어머님의 집무까지 해주길 바라도 곤란하다. 게다가, 귀족원에서 분발할 필요가 없어진 지금, 귀찮은 다도회를 위한 의욕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순위를 낮추려면, 내가 사교에서 실패하는 정도가 딱 적당할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요?
"분명히 본래라면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약혼자인 제가 맡아야 할 역할이겠습니다만, 그런 사교와 집무는 샤를로테 쪽이 적임이지 않습니까. 저는 신전장, 보육 원장, 상인들의 조정에 힘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타령의 상인들을 맞아들일 채비를 갖추는 것은 소홀이 할 수 없다. 타령의 상인들에게 어수선한 에렌페스트의 모습을 보이면, 향후 영지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큰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주장하자, 양부모님은 조금 생각하고는 "뭐, 그렇겠지." 라고 이해를 드러냈다.
……나, 거리의 모두를 위해서라면 아직 열심히 할 테니까.
아빠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날아가버린 의욕을 그러모으고 있었더니, 빌프리트가 정색을 하며 양부님을 쏘아보았다.
"아버님, 로제마인에게 무른 얼굴을 하지 마십시오. 내년의 귀족원을 위해서도 로제마인은 서둘러 사교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귀족원의 순위를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는데, 어째서 서둘러 사교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는 건가요? 라는 속내는 감추고, 나는 아가씨답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그럼 신전업무나 상업길드와의 조정은 어느 분이 대신해 주시는 건가요? 제가 전부 끌어안는 건 무리인걸요."
신전 업무는 나도 이제 막 인계받았을 뿐이고, 상업쪽은 아직 거리 상인들의 의사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문관을 키우지 못했다. 유스톡스가 없어진 것을 진심으로 아깝다고 생각할 정도로 일을 맡길만한 문관이 부족한 현 상황에, 대신할 요원이 있을 리가 없다.
"신전 업무는 몰라도, 상업길드와의 조정은 이전에도 문관이 해오던 일이 아닌가. 문관에게 맡기면 된다. 그대는 내년의 귀족원을 위해서라도 사교 경험을 쌓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내가 사이에 들어간 것으로, 귀족의 사정과 상인의 현실을 조정하고, 한계치를 가늠해가며 타령의 상인들을 맞이하는 것을 간신히 어떻게든 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어째서 이전의 문관에게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걸까. 평민의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무리한 일을 밀어붙여, 엄청난 일이 되어버릴 것이 눈에 선하다.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말씀하신 문관이라는 것은 어느 분을 말하는 것인가요? 설마 영지의 순위가 오른 것에 대응하지 못하고, 하위 영지일 때의 습관 그대로 예전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문관은 아니겠죠? 거리의 평민과 이야기가 되는 할트무트마저도 장사와 관련되어서는 아직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 제가 동석하지 않으면 협상을 맡기기 어려웠습니다만, 그런 상업 관계의 협상을 맡길 수 있는 문관이 육성되고 있었다니, 금시초문입니다."
그런 우수한 인재라면 내 측근으로 하고 싶다고 말하자, 빌프리트는 "그, 그것은……." 하고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내가 모르는 우수한 문관이 육성되어 있던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가 빌프리트를 노려보고 있자, 샤를로테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숨을 토하며, "오라버님이 언니께 사교 경험을 쌓아 달라는 의견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언니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했다.
"귀족 여성과의 사교라면 제가 대신할 수 있습니다만, 신전에서의 역할과 상인들과의 연계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걸요. 그러니 어머님의 일은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샤를로테가 정말로 착하고 우수해! 나는 진심으로 도서관과 신전에 틀어박히려고 생각했었는데.
자신이 귀족 여성들과의 사교를 떠맡겠다고 발언한 샤를로테의 믿음직스러움이 너무나도 눈부셔서, 이젠 열심히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버렸던 나로서는 차마 샤를로테를 직시할 수가 없다.
"샤를로테, 로제마인에게 귀족으로서의 사교경험을 쌓게 하는 것은 최우선 사항이에요. 귀족원에서의 보고를 보아도, 지금의 로제마인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니까……."
귀족원에서의 보고로 골치를 앓고 있던 양어머님의 말에, 아픈 부분을 찔리고 만 나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나무람을 들은 샤를로테는 조금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한 얼굴이 되어, 나와 빌프리트와 양부님과 양모님을 차례로 보고는, 한번 시선을 떨어뜨린다.
"저는 언니가 사교 경험을 쌓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버님도 어머님도 건강하시고, 이제 새로운 아이가 태어날 정도로 젊으신 것입니다. 오라버님이 아우브로서 언니에게 첫째 부인으로서의 사교를 맡기게 되려면 아직도 십년 이상의 시간이 있지 않습니까."
샤를로테가 얼굴을 들고, 비판적인 남색의 눈으로 양부님과 양모님과 빌프리트를 번갈아 보았다.
"숙부님이 빠진 가운데, 신전 업무, 숙청으로 인원이 늘어난 고아원의 운영, 상인들과의 협상, 인쇄업의 상담역과 구텐베르크의 운반……. 무엇 하나 언니밖에 할 수 없는 일이고, 이미 어엿한 어른 이상의 일을 맡고 있지 않습니까. 귀족원에서의 언니의 노력을 부정하면서, 사교 경험을 쌓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하거나, 임신한 어머니의 구멍을 메우기 위한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샤를로테.
나 때문에 화 내 준 게 너무나 기뻐서, 방금 전에 이것저것 빠져나가 공허하게 된 부분에, 샤를로테의 말이 가득 차오른다. 서서히 적극적인 기분으로 가득해 지는 것을, 나는 입술을 깨물며 느끼고 있었다.
……응. 조금 힘낼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기쁘게 되는 것과는 반대로, 회의실에 있는 사람은 모두, 빌프리트뿐만이 아니라 아우브 부부에 대해서까지 비판적인 모습을 보이는 샤를로테에게 놀란 시선을 향했다. 그러나 샤를로테는 조용한 표정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해나간다.
"숙청으로 에렌페스트 내가 힘들게 될 것을 알고 있으면서, 함께 에렌페스트를 지탱해 줄 수 있는 두번째 부인을 얻으려 하지 않고, 어머님을 임신시킨 것은 아버님이죠? 어머니의 구멍을 메우기 위한 부담은 언니가 아닌, 아버지가 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나의 경우, 합의한 정략 결혼이 아닌, 연애 결혼인데도, 영지의 사정 때문에 두번째 부인을 얻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피할 순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고, 어떤 사정이 있더라도 아기가 생긴 것을 알게 되면 "잘 됐네." 라는 감상이 떠오른다.
그러나, 진짜 귀족 가문에서 자라난 샤를로테는 두번째 부인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다른 듯, 둘째 부인을 얻지 않고 양모님을 임신시킨 양부님을 향해, 분노와 경멸을 드러낸 남색의 눈을 향했다.
"저기, 아버님. 어머님에게 아기가 생겼다고 하면, 그렛시엘의 엔트비켈른은 어떻게 되는 거죠? 그렛시엘 출신의 측근에 의하면, 이번 봄에 할 예정이었었죠?"
엔트비켈른은 영주 가문의 모두가 회복 약을 쓰면서 마력을 부어야 할 정도로 대량의 마력이 필요한 마술이다. 그렛시엘의 거리는 에렌페스트의 거리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대량의 마력이 필요한 것에는 변함이 없다. 페르디난드가 없어진 것에 더해, 양모님이 임신한 아기를 위해 마력을 쓰게 되면, 이 봄에 엔트비켈른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봄에 하는 것은 어렵다만, 가을이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엔트비켈른을 사용하여 정비하는 이상, 실패는 용서받을 수 없으니, 그렛시엘의 귀족들은 꽤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예정을 변경하더라도 다음 여름에 상인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칠 수 있는 건가요?"
그렛시엘 출신의 측근으로부터 상담을 받고 있었을 것이다. 예정을 변경한다는 양부님의 말에 샤를로테의 눈은 진지하다.
"전, 자신의 측근이 괴로운 기억을 가지게 될 모습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언니의 측근 중에도 그렛시엘의 사람이 있었죠? 엔트비켈른의 예정을 변경해도 괜찮을까요? 거리나 상인에 대해 자세한 언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샤를로테로부터 불안한 듯 쳐다봐져서 나는 샤를로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나의 측근에는 브륜힐데가 있으니, 그렛시엘의 상황에 대해선 언제나 듣고 있다.
……상인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는 건 아니네.
그렛시엘에선, 제지업과 인쇄업을 들여올 때, 장인들을 에렌페스트로 보내 수행시켰다. 그 당시, 구텐베르크와 장인들의 연결을 만들었으니, 인쇄 협회와의 거래로 종이나 책을 다루는 가게는 당장이라도 준비할 수 있다. 브룬힐데의 지시로 길베르타 상회를 통해 머리 장식을 취급하는 매장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협상이 되어 있는 모양이다.
다만 상인들을 맞이할 숙박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거리도 더럽다.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엔트비켈른이 필요하다.
"가게의 준비는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숙박 시설 건설과 거리를 깨끗이 한 이후의 유지가 문제네요. 특히 숙박 시설은 인테리어, 인재 확보와 교육……엔트비켈른의 예정이 가을로 늦어진다면 상당히 어렵습니다."
내 말에 샤를로테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께서도 그렇게 느끼시죠? 나 자신의 방을 북의 별채에 준비할 당시도 2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전문 직공을 뽑아, 카펫, 커튼, 가구를 의뢰해 갖추는 것만으로도 그정도의 시간이 드는 걸요? 엔트비켈른이 가을이어선, 내년 여름까지 맞추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샤를로테의 말처럼, 엔트비켈른로 생기는 것은 흰색 건물 뿐, 문도 창틀도 가구도 아무것도 없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만들 때의 경험으로 생각해봐도, 목공 공방에 의뢰해서 완성되기까지는 너무 시간이 걸린다.
……역시 2년은 받지 않으면.
어떻게든 시간을 단축할 수 없을까 생각하고 있자, 빌프리트가 기세등등한 샤를로테와 안색이 나쁜 양모님을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샤를로테. 예정은 바뀔 수밖에 없다. 마력이 대량으로 필요한 엔트비켈른에 어머님을 참여시킬 수는 없다. 너무 위험하다."
"알고 있습니다, 오라버님. 다만, 영주 일족가 예정을 변경한 것으로 인해 그렛시엘을 탓하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안 그래도 숙청으로 내정이 불안한 상황이니, 그렛시엘이 반발하게 될 듯한 사태는 피해야겠죠?"
여기서 그렛시엘에게 무리한 문제를 떠넘겨, 라이제강계의 반발을 사서는 안 된다. 샤를로테의 말은 정론이다. 양부님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의 전달 방식을 염두에 두고 집무를 하게 되면 빠지기 쉬운 실패이다.
"그렛시엘을 비롯한 라이제강계의 귀족의 반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아버님은 영주 회의에서 타령과는 더 이상의 계약을 맺지 않도록 하시옵소서."
샤를로테의 말에 양부님과 그 측근들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영주 회의에서 금년의 교역 규모의 질문에 대응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관계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거절해야만 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특히 급격히 순위를 올리고 있는 에렌페스트는 타령으로부터 반감을 사지 않도록 처신하고 싶기 때문이다.
……타령의 수용을 언제까지나 기다리게 하는 것도 좋지 않겠지. 타령의 반감이라는 것은 무서우니까.
지금 에렌페스트는 타령과 영내의 귀족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이것이 순위가 오른 폐해라면, 그것은 내가 책임 져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양부님, 영지 내의 귀족들을 정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령과의 관계도 중요하죠?"
"아아."
"그러면, 내년 여름에 그렛시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은 이대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기베·그렛시엘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아우브가 주도해야만 합니다만."
책임을 아래로 떠넘기기 때문에 힘들어 지는 것이다. 타령의 상인을 받아들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영주이므로, 영주가 책임을 지고 움직이면 된다. 실패해도 영주의 책임이 된다면, 그렛시엘이 불만을 가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내 발언에 양부님과 양모님이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무슨 말을 꺼내는 건가, 로제마인!?"
"그렛시엘의 책임을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 떠안기는 것입니까?"
"네. 타령의 상인을 맞이하는데 에렌페스트의 거리만으로는 부족해서, 그렛시엘을 빌리는 것인걸요. 그렛시엘을 위한 시설을 아우브가 책임 지고 준비하게 된다면, 샤를로테의 걱정도 없어지겠죠?"
샤를로테는 예정 변경으로 인한 그렛시엘의 실패와 그 책임에 대한 추궁, 그리고 이로 인해 반발을 사게 되어 에렌페스트 내부가 흔들리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책임을 아우브가 지면 대부분의 걱정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내 말에 샤를로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전, 언니의 일이 늘어나는 것도 걱정한단 말이에요." 라고 귀여운 것을 말하며, 양부님이 어떤 답을 내는지, 빤히 쳐다본다. 샤를로테의 조용하고 강렬한 시선을 받은 양부님은 "로제마인……." 하고 풀죽은 얼굴이 되었다.
"예정을 대폭 변경하는 거니까 아우브의 아낌 없는 도움이 필요하겠죠. 그렛시엘에게만 맡겨서는 늦어버리지만, 아우브가 대부분의 돈이나 마력을 제공하고 책임자가 되는 것을 전제한다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 어쩔 작정인가?"
풀죽었던 얼굴을 휙 하고 내버리고, 양부님이 흥미로운 듯 몸을 내밀었다. 모처럼 흥미를 가져주었기에, 나는 설명을 시작한다.
"엔트비켈른을 하기 위해, 문관이 상세한 설계도를 만들죠? 그 중 숙박 시설만이라도 좋습니다. 설계도의 사본을 만들어 정확한 치수를 기입한 이후, 엔트비켈른을 시행하기 전부터 각 방의 문과 창틀 등의 내장을, 각각의 목공 공방에 의뢰하는 것입니다."
……잽싸게 원하는 수량을 갖추기 위해선 전속제도가 방해다.
거리의 장인들에게는 일을 얻기 위한 중요한 제도겠지만, 큰 사업을 단번에 하고 싶을 때는 매우 곤란하다.
"하나의 공방에서 한 방을 꾸미면 반년 정도면 완성해 주겠죠. 문과 창틀을 우선하도록 통보해 두면, 엔트비켈른의 직후에 문과 창틀을 달 수 있습니다. 멋진 장식을 만든 공방에 포상을 주고, 장인들의 실력을 겨루게 하면, 물건이 허술해질 염려도 없습니다."
문이나 창문이 있으면 겨울 사이에 내장을 만들어 가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게 없으면 눈이 들이치기 때문에 큰일이 된다.
"다만 그렛시엘의 공방만으로는 수가 부족하니, 에렌페스트의 거리는 물론 그렛시엘 주변 기베들의 공방에도 주문을 내야 합니다. 그것이 아우브를 책임자로 원하는 이유입니다."
"으으음……."
양부님의 심록의 눈이 반짝 빛났다. 승산을 발견한 얼굴에, 나도 히죽 웃는다.
"그리고 문제는 가구입니다만, 아우브가 책임자일 경우, 가구 준비가 아주 편해집니다."
이쪽도 목공 공방이 필요하지만, 가구까지 모두 갖추려면 내년 여름에는 댈 수 없다. 찾아오는 것은 상위 영지 중에서도 잘 나가는 상인들이기에, 눈도 높아져 있으므로, 어설픈 물건으로는 비웃음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어쩔 작정인가?"
"숙청으로 인해 재산이 압류된 귀족들의 집의 책임자는 아우브죠? 가구를 접수해서 숙소로 돌리는 것은 어떨까요? 방마다 담당하는 공방이 다르니, 가구도 방마다 느낌이 달라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아울러 가구의 구입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책임자가 아우브가 아니라면 모두 구입해야 하는 것이다. 숙박 시설에서 사용하면, 주인 없는 가구들의 관리비나, 다른 사람에게 불하할 때의 귀찮은 절차도 모두 컷 할 수 있다.
"숙박 시설에 사용하는 가구는 아이들의 사물이나 교육에 필요한 것과는 다르니, 나중에도 문제는 안 되겠죠?"
연좌를 면한 아이들은 고아원, 성의 아이 방, 기숙사의 어딘가에 살게 된다. 이미 비치된 가구가 있으므로, 커다란 가구가 몇 개나 필요하게 되진 않는다.
"다음은 인재의 교육입니다만, 이쪽은 거리의 상인들과 이야기를 해서, 그렛시엘의 숙박 시설에서 일할 예정자를 에렌페스트의 숙박 시설에서 교육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정과 이동이 힘들지만, 에렌페스트의 거리에 있어서는 바쁜 시기에 인력이 늘어나는 것이고, 그렛시엘에 있어서는 반년 정도 실제 상인들을 상대하며 현장 연수를 하게 되는 것이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상인들과의 조정은 제 일이니까요, 맡겨주셔도 좋습니다. ……양부님이 책임자가 되는 게 전제입니다만."
"……알았다. 하지."
양부님이 수긍하고, 양모님은 걱정스럽게 양부님과 나를 번갈아 본다. 샤를로테는 "결국 언니의 일거리가 늘어나지 않았습니까." 라고 중얼거리고, 빌프리트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샤를로테,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밖에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니, 그저 제안만 할 뿐입니다. 실행하는 것은 양부님이에요."
내가 후훗 하고 웃자, 샤를로테는 조금 눈을 크게 뜬 뒤에, 쿡쿡 하고 즐거운 듯한 미소를 띄웠다.
……거기에, 이걸로 신전에 틀어박힐 수 있고, 거리의 모두랑 만나는 횟수도 늘어난다. 계획대로!
거기서, 지금까지는 발언하지 않고, 가만히 듣고 있던 멜키오르가 번쩍 손을 들었다.
"누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저도 에렌페스트의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네요. 그럼 멜키오르는 저를 도와주지 않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밝은 미소의 대답에 나는 생긋 웃는다.
솔직히 지금으로선 멜키오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마력을 다루는 것을 연습하지 않아 마력 공급도 못하고, 신전의 일로 돌아다니기도 어렵다. 그래도, 그 돕고 싶어하는 마음은, 받아 주는 것이 가장 좋고, 멜키오르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어도, 항상 주위에 있는 측근이 할 수 있는 일은 여러가지로 있다.
……신전의 노예 획……아니, 열정적인 인재, GET!
"멜키오르에게는 신전 업무의 공부를 시키겠습니다. 제가 성인이 될 때까지 멜키오르가 신전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으면 곤란하겠죠?"
숙청의 영향으로 청색 신관의 숫자가 더욱 줄어들어 버렸는데, 성인이 되는 것과 동시에 나와 측근들이 한꺼번에 신전에서 빠져버리면, 에렌페스트의 신전은 그 시점에서 파탄나버린다. 후계자 육성은 필수이다.
……내가 도서관에 출입할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말이지.
"측근까지 포함해서 멜키오르의 교육을 맡겠습니다."
"로제마인, 그것은 미래의 불안의 씨앗이 될 듯한 기분이 든다만……."
내가 멜키오르의 교육을 시키기로 한 것에, 양부님이 곤란한 얼굴을 했지만, 신전 업무의 인계는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안 그래도 인력이 부족하니, 유효하게 활용해야 한다.
"저, 로제마인님. 이제 막 세례식을 끝낸 멜키오르님을 신전에 가게 하는 것입니까?"
멜키오르의 측근, 특히 나이가 많아보이는 사람은 얼굴에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모처럼 신전에서 확보한 귀중한 인력을 내보낼 생각이 없다.
"어머, 저는 신전에서 자라기는 했지만, 세례식에서 아우브에게 입양되어, 그 직후부터 인수 인계 기간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신전장으로 취임한 걸요. 페르디난드님과 같은 후견인이 도와주시긴 했지만 인수인계 기간은 있는 게 좋습니다. 아무리 길어도 제가 성인이 될 때까지 삼년 정도의 시간밖에 없으니까."
내 말에 멜키오르는 깜짝 놀란 듯이 나와 자신의 측근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삼 년……." 하고 작게 중얼거린다.
"아버님, 저는 신전에서 로제마인 누님을 돕고 싶습니다. 이 성에서는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저도 영주 후보생이기에, 역할을 원합니다."
멜키오르의 곧은 부탁에, 양부님은 결국 마음을 꺾었다.
"……그래, 멜키오르와 그 측근들에게는 신전으로 향할 것을 명한다."
멜키오르의 고령의 측근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지만, 호위기사는 흥미 깊은 얼굴이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로제마인식 마력 압축과, 가호의 증가에 대해서도 귀족원에서 돌아온 학생의 측근들로부터 얘기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다.
"같이 힘냅시다, 멜키오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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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순위를 내려달라는 말을 들은 로제마인은 전력으로 도서관이나 신전에 틀어박히겠다고 결심하고, 이후, 적극적인 기분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도서관이나 신전이나 거리의 모두를 위해서는 열심히 합니다.
다음은 멜키오르와 신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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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로제마인을 누님(姉上)이라 부르지만, 멜키오르는 여동생입니다. ...아마.
그보다 이번편은 좀 깝깝하네요. 에렌페스트가 마인이에게는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신: 멜키오르는 남자아이었습니다. 미안, 멜키오르. 너무 귀여운 네가 나빠...;;
책벌레의 하극상 5부 61화. - 멜키오르와 신전의 준비 -
멜키오르와 신전의 준비
영주일가의 회의가 끝나, 밝은 얼굴로 자리를 뜬 것은 멜키오르 뿐이었다. 그 외에는 모두가 뭔가 입에 내기 어려운 것을 삼키는 듯한 얼굴로 일어난다.
"로제마인, 그대에게 필요한 것은 신전의 업무가 아닌, 성의 영주가문의 일은 아닐까? 아우브의 의사에 반해 신전에서 나오기를 원한다면 조력하겠다."
할아버님의 말에 회의실에 있던 전원이 술렁거렸다. 양부님, 양모님과, 빌프리트의 표정이 일제히 굳는다. 할아버님의 말에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잘 모르겠다.
내가 할아버님이 말을 걸어오기 전까지 생각하고 있던 것은, 내가 신전에 있을 나머지 3년 동안, 상인들과의 조정을 할 수 있는 문관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것과, 신전의 근시들의 처신도 생각해둬야 한다는 것 등이었기에, 스리슬쩍 입에서 나온 것은 전혀 포장하지 않은 속내였다.
"조력해 주신다면, 제가 계속 신전에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할아버님."
내 말에 양부님, 양어머니님, 빌프리트는 약간 안도감을 드러낸 표정을 하고, 이번에는 할아버님이 경악으로 얼굴을 경직시켰다. 그러나 할아버님이 왜 그렇게 놀라는지 모르겠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할아버님은 조금 아쉬운 얼굴로 방을 나섰다.
"로제마인 누님, 저는 신전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요?"
회의실을 나오자, 새로운 역할에 두근두근거리고 있는 것이 빤히 보이는 멜키오르가 남색의 눈동자를 빛내며 질문했다. 기대하고 있는 멜키오르에게 기분이 누그러지며, 북의 별채에 돌아갈 때까지 신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성의 생활을 기본으로 하고, 당분간은 3의 종에서 5의 종까지 근무하도록 하죠. 측근의 기수에 동승해 이동하는 것이 빠르고 편리합니다. 역할은 신전의 신관장실에서 기도문을 기억하거나, 마력을 봉납하는 것입니다. 멜키오르는 아직 마력을 취급하는 연습을 하지 않아, 기원식에는 참가할 수 없지만, 가을 수확제의 제례식에는 참여할 수 있도록 연습하도록 해요."
"네!"
원래 멜키오르는 봄의 영주 회의 기간 동안, 할아버님과 함께 마력 공급의 연습을 하고, 가을에는 수확제에 참가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기도의 말을 기억하는 작업을 성에서 할지, 신전에서 할지가 바뀌었을 뿐이다.
"마력의 봉납 이외에는 지금까지의 예정과 거의 같지만, 멜키오르가 신전으로 오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고령의 측근들에게도 선뜻 신전에 보낼 수 있게 하기 위해, 기도를 바치는 횟수나 봉납하는 마력량에 의해, 귀족원에서 얻을 수 있는 신들의 가호에 차이가 있음을 알려준다. 귀족원에서는 당연히 알고 있지만, 영지의 나이 많은 귀족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모른다.
"기도나 봉납하는 마력량에 의해 가호의 수에 차이가 남은 단켈페르가와의 공동 연구로 밝혀졌습니다. 도레반히엘은 효율적으로 가호를 얻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 모양이고, 내년의 귀족원에서는 제례식과 수확량의 연구가 프뢰벨타크와 공동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귀족원에서의 봉납식에는 왕족도 참여해, 제례식에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신전과 신전의 제례식은 매우 주목받는 일이 되었습니다. 연구를 앞서 있는 에렌페스트가 신전과 신전의 제례식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호오."
멜키오르에게 붙어 있는 나이 많은 측근이 조금 표정을 바꿨다. 아무래도 숙청으로 인해 북의 별채에 틀어박혀 있던 멜키오르의 측근들에게는 별로 정보가 전해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귀족원에 입학할 멜키오르을 보좌할 수 있도록, 현재의 귀족원에는 저학년에 측근들이 집중되어 있는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멜키오르의 측근들에게 신전에 출입하는 일이 결코 마이너스가 아니라고 이해받기 위해, 나는 매우 열심히 신전의 유익함을 어필한다. 이익이 있다는걸 알면, 신전의 업무에도 협력적으로 되어 줄 것이고, 신전 내의 회색 신관들을 대하는 태도도 심하게는 안 되겠지. 적어도 주의를 주기는 쉬워질 것이다.
"타령의 영주 후보생과는 달리, 기원식이나 수확제에 참여해오던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열 두 기둥의 신들로부터 가호를 받았던 것을 멜키오르는 알고 있나요?"
"네.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귀족원의 보고서를 읽은 어머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아버님은 로제마인 누님은 더 많은 가호를 얻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나도 로제마인 누님처럼 많은 가호를 얻도록 노력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라? 나처럼?
멜키오르의 말투에서는 내가 많은 가호를 얻은 것을 아우브 부부도 반기는 것처럼 들린다. 좀 전의 회의에서 있었던 말과는 정 반대라, 조금 걸리는 것을 느꼈다.
"나도 형님과 누님처럼 제레식에 참여하면, 신들의 가호를 얻을 수 있을까요?"
"신전에서 근행을 하면 많은 가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가호를 다시 취득하기 위한 의식을 에렌페스트의 신전에서 할 수 없을지 연구하려 합니다."
나의 측근들은 재취득을 위해 기도하고 있지만, 그것을 모르는 다른 영주 후보생의 호위기사들이 팟 하고 일제히 돌아섰다.
"로제마인님, 신들의 가호는 재취득 할 수 있는 것입니까?"
"공동 연구에 참여한 졸업생에 한해서만 의식을 다시 할 수 있었다고 듣고 있었습니다만……."
레오노레와 리제레타처럼 가호를 늘릴 수 있었던 졸업생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던 모양이다.
"아직 한번도 실험하지 않아 결과는 모릅니다만, 일단은 성인식을 마친 저희 측근들을 대상으로 연구할 것입니다. 성장기가 끝났어도, 많은 가호를 얻으면 그만큼 마력의 소비를 줄일 수 있으므로, 같은 마력량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날 것입니다."
앞으로 마력 압축 방법을 기억하고, 성장기를 맞을 멜키오르보다, 성인이 된 측근들 쪽이 가호의 재취득에 대해 상당히 혹하기 쉽다. 그들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보다 윗세대로, 로제마인식 마력 압축방법이 확산되었을 시기에는 성장기가 끝났기 때문에, 마력 압축에서는 연하에게 차이가 좁혀진 세대다. 마력 압축에 더해, 가호의 이점이 발견된 것으로, 한층 차이가 벌어지게 될 것에 조바심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겠지. 재취득의 의식에 눈을 빛내고 있다.
"가호를 얻을 수 있을지 어떨지는 기도와 봉납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몇번이고 의식을 다시 하더라도, 기도와 봉납을 하지 않으면 가호를 얻을 수 없기에, 신전에 드나들며 기도하고 있는 저의 측근들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가호를 얻기 어려울지도 몰라요."
"멜키오르님, 신전에는 꼭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아니아니, 제가……."
멜키오르의 측근들이 신전에 출입할 의욕이 생긴 것은 좋은 일이다. 샤를로테과 빌프리트의 측근들도 흥미로운 듯이 귀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주위의 변화에 만족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멜키오르의 측근들에게 신전에 오기 위한 로테이션을 짜라고 말했다. 아무리 신전에 가고 싶다 해도, 기사단의 훈련에도 참가해야 하는 것이다. 호위기사는 차례로 동행하는게 좋다.
"로제마인님의 측근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나의 측근들은 어떻게 로테이션을 짜고 있는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께 물어보는 기사들의 목소리로 돌아가는 길이 떠들썩하게 되기 시작하자, 할트무트가 작게 웃었다.
"로제마인님, 페르디난드님의 방을 물려받은 저와는 달리, 멜키오르님이 신전에 오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합니다. 신전에 드나드는 이점도 중요하지만, 그쪽을 말씀드리지 않으면 멜키오르님이 곤란하게 됩니다."
"어떤 준비가 필요한 것인가요?"
멜키오르의 근시가 제일 먼저 반응했다. 멜키오르도 흥미 깊게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확실히, 나는 고아원장실을 그대로 물려받거나, 귀족가에서 세례식을 하는 사이에 준비되어 있거나 해서 떠올리지 못했지만, 방을 하나 마련하는 것은 큰일이다.
"중급과 하급 귀족 출신의 청색 신관이라면 신전에 남아 있는 가구를 불하하여 바로 생활할 수 있도록 방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주의 양녀가 된 제가 처음부터 가구를 맞춰야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영주 가문의 일원인 멜키오르도 가구를 불하받아 쓸 수는 없겠지요."
"봄의 축연을 마치면 바로 멜키오르님도 신전으로 향하는 것인가요?"
내 말에 멜키오르의 근시가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봄의 축연까지는 거의 시간이 없다.
"공주님, 모든 것을 다 주문하지 않아도, 성에서 관리되고 있는, 지금은 쓰지 않는 가구를 사용할 수 있사옵니다. 바로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그쪽에서 마련하는 것은 어떠신지요?"
리할다의 조언에 멜키오르의 근시가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당장 필요한 물건에 대해 물어온다. 나는 자기 방에 있는 가구를 떠올렸다.
"신전에서 점심을 먹게 되므로, 주방을 만들어 요리사를 고용하는 건 필수입니다. 테이블, 의자, 식기 등도 곧바로 필요하죠. 의상을 두기 위한 나무 상자나 옷장도 당장 필요합니다. 그리고 서류를 놓아두는 나무 상자나 책장. 이후에는 용무를 볼 수 있도록 욕실과 화장실을 갖추는게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동안 공부는 고아원과 신관장실에서 하기 때문에, 집무 책상은 차근차근 준비해도 괜찮겠죠."
근시의 얼굴이 진지하다. 신전의 업무를 도우라고 말로는 쉽게 해도, 이를 위한 환경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 성에 있는 가구 중에서 멜키오르가 쓸 수 있는 것을 선별해야 하는 것이다.
"신전에서는 점심을 로제마인 누님과 함께 먹는 것입니까?"
"혼자 먹는 식사는 맛이 없지요? 같이 먹어요. 다만 요리사는 각자 음식을 준비해 오게 됩니다."
측근은 불하받는 대상이어서 함께 먹기 어렵다. 영주 일족이라는 것으로 동격이 되는 멜키오르와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솔직히 기쁘다. 그러나 내방객이 있었을 때의 대응을 위해서라도, 예산의 분류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도, 고아원으로 갈 은총을 늘리기 위해서도 요리사는 고용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양부님과 협의해서 성의 요리사 중 한 명을 신전으로 돌리게 합니다. 조수는 요리를 잘하는 회색 무녀를 거두어도 좋고, 제가 아는 식당에서 소개 받아도 상관 없습니다. 고아원에 식사를 불하하는 것도 청색 신관의 중요한 역할이기에, 주인의 부재시에도 식사를 만들어 줄 요리사가 필요하게 됩니다."
한 사람은 평소의 요리사를 데리고 가는 것이 안심이 될 것 같지만, 그 외에도 신전에 상주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은 필요하니, 궁중 요리사가 아니라 신전의 요리사를 고용할 필요가 생긴다.
"가을의 수확제까지는 의식용의 의상도 필요하게 되고, 겨울까지는 침대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봉납식의 시기에는 눈보라가 심하기 때문에, 성에 돌아가는 것이 상당히 힘들어지니까요."
측근의 기수에 동승하는 것도 방한이 힘들고, 마차는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봉납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숙박할 채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전 신관장과 청색 신관이 남기고 간 가구가 있어, 측근의 방을 갖추는 것이 편한 것 정도다.
"상당한 지출이 되네요."
"네. 신전용 예산을 끼워받을 수 있도록 양부모님에게 연락해야 합니다. 좀 전의 회의에서 이야기해 두면 좋았었겠네요."
실수했다고 생각하고 있자, 할트무트가 "딱 좋습니다." 라며 미소 지었다.
"숙청의 영향으로 청색 신관의 수가 더욱 줄어든 것에 대해 아우브와 상담해야 합니다. 친정의 사정에 의해 청색 신관이 끌려간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가능하면 되돌려주길 바라는 청색 신관도 있는 것입니다."
청색 신관이 줄어든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신전의 운영에 지장이 될 정도일줄은 몰랐다. 청색 신관이 줄면 시주하는 마력도 줄고, 요리사가 줄고, 고아원의 식사도 줄어든다. 그러나 남은 청색 신관들의 작업량과, 고아원으로 되돌려지는 회색 신관이나 회색 무녀는 늘어난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인원이 너무 줄어, 에렌페스트를 유지할 마력이 전혀 차지 않았습니다. 로제마인님의 마력에만 의지하는 것은 향후의 에렌페스트를 생각하면 그다지 좋은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까요."
나의 마력에 너무 의존해서는 신전장직을 물러날 때에 큰일이 된다고 할트무트가 중얼거린다. 내가 클 때까지의 보결이라는 관점으로 신전을 보고 있는 할트무트는 언제나 내가 신전장직에서 물러날 때의 일을 생각하고 있다.
내가 물러나고, 멜키오르로 신전장이 바꿔더라도, 영주 일가의 마력은 초석의 마술을 위한 마력이다. 신전에 봉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주 일가가 초석의 마술에 대한 마력 공급을 소홀히 하게 되어서는 본말전도다.
"가호의 재취득을 목적으로 귀족들이 신전을 찾아 마력을 봉납하기를 기대하고있습니다만, 연구 결과에 따라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할트무트는 그렇게 말하며, 신전에 출입할 의욕이 생긴 듯한 측근들을 힐끗 본다. 효과가 좋지 않다고 생각되면, 손바닥을 뒤집듯, 쉽게 발걸음을 끊을 자들에게 기댈 수는 없다.
"……저기, 할트무트. 아이 방의 아이들을 청색 신관 견습으로 대접하는 것은 어떨까요? 부모로부터 받은 돈을 쓰고, 고아원이 아니라 귀족 구역에서 생활하게 하면 귀족의 자식으로 취급할 수 있지요?"
나의 제안에 할트무트가 등색의 눈을 깜뻑이며 턱에 손을 대었다. 회의에서, 고아원에 넣는 것에 대해서는 기각했던 할트무트가 이번에는 거절의 말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더욱 계속한다.
"귀족원에 입학하기 전인 아이들이니까, 귀족원에서 사용하기 위한 마력을 모아야 할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봉납할 수 있는 마력은 많지 않겠죠.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좋고, 귀족들의 따가운 시선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할트무트가 약간 진지한 얼굴이 되어 생각에 잠겼다. 성의 아이방도 아우브의 예산과 그들의 집에서 징수한 돈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걸리는 금액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로제마인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귀족이고, 청색 신관이라는 입장은 저와 마찬가지니까, 고아원에 있는 세례 전의 아이들과는 차이가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 지금부터 잘 교육하면 안정적으로 신전에 드나들며 마력을 시주할 듯한 부분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할트무트는 부족한 마력을 보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들에게 붙이기 위한 요리사나 근시도 차출할 수 있기에, 고아원으로서도 큰 도움이 되고, 그들의 교육을 고아원에서 하게 하면, 고아원의 아이들도 목표가 생겨 의욕이 생길 것이다.
"청색 견습이라면, 신전에 오는 멜키오르와의 소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고 있는 자라면, 다음의 아이방과, 귀족원에 입학한 이후, 불합리한 멸시를 받는 그들을 감싸는 일이 멜키오르에게도 쉬워지겠죠?"
내가 귀족원에 있는 동안은 가급적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손을 쓸 수 있지만, 졸업해버리면 더 이상은 곤란해진다.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이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지 못할 경우의 진로를 만드는 의미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친정의 도움 없이 청색 신관이 자립할 수 있길 바랍니다."
청색 신관이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이나, 할 일을 생각하다 보면, 딜크나 콘라트가 청색 신관으로서 살아갈 길이 열릴지도 모르고, 콘라트와 같은 아이가 신전에 맡겨지는 일도 늘어날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나는 대로 떠들고 있자, 할트무트는 즐거운 듯, 등색의 눈을 가늘게 떴다.
"여러가지로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만, 눈에 띄지 않도록, 이라고 좀 전에 말씀하신 로제마인님은 어떻게 아우브 부부를 납득시킬 계획이신가요?"
"어? 신전에 틀어박히는 것이니까, 지금 에렌페스트의 귀족 사회의 눈에 띄일 일은 없지 않습니까. 아이방의 아이들을 신전에서 수용하는 것은, 양어머님의 일을 하나 줄인다는 관점으로 제안하면 분명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말만 잘 하면 간단히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 이라고 내가 주먹을 쥐자, 그동안 고개를 숙이고 걷던 샤를로테가 얼굴을 들었다. 그 얼굴은 왠지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것을 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언니. 회의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 일을 늘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샤를로테." 라고 답례하며 하면서 작게 웃는다.
"그래도, 줄어들어 버린 청색 신관의 보충도, 신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을 늘리기 위해서도, 고아원 아이들에게 목표나 장래를 제시하는 것도 신전장인 저의 일입니다. 그리고 양어머님의 일을 하나 덜면, 보좌를 하는 샤를로테도 조금은 편하게 되겠죠?"
"오히려, 제가 언니를 돕고 싶습니다만……."
귀여운 것을 말하는 샤를로테에게, "도움을 준다면 신전에 찾아와 주세요. 분명 내년 귀족원에서의 가호도 늘어날 거에요." 라고 몰래 조언하자, 샤를로테가 작은 웃음을 띄웠다.
"전, 전력으로 신전에 틀어박힐 생각이지만, 장래의 에렌페스트 귀족들을 키우고 있는 겁니다, 라고 하면 조금은 미래의 첫째 부인답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내가 그렇게 말하며 웃자, 샤를로테는 슬픈 듯이 눈썹을 떨며 고개를 숙였다.
"저런 매정한 말을 듣고, 어떻게 언니께선 그런 식으로 웃을 수 있는 건가요? 어째서 어머님의 일을 줄이려고 생각해 주시는 건가요?"
……전력으로 신전과 도서관에 틀어박힐 예정이니까.
나는 그렇게 결정했지만, 샤를로테는 회의 내용에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듯, 눈썹을 찡그리며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던 빌프리트를 노려보았다.
"오라버님은 아버님의 의견에 영합한 것 같지만, 에렌페스트의 순위를 낮추는 것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나요?"
귀족원에서의 모든 노력을 걷어차는 듯한 말을 듣고, 같은 말을 듣고 있었을 텐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은 듯한 빌프리트에게 위화감을 느낀 것은 나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샤를로테에게 노려보아진 빌프리트는 째릿 강한 시선으로 샤를로테를 마주 노려보았다. 덧붙여, 나와 멜키오르도 노려봐졌다.
"생각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아버님도 나도……."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꾹, 하고 삼키고는, "그렇지만, 그것보다 우선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는 거다." 라며 빌프리트는 재빨리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그 등을 잠시 바라보던 샤를로테가 안타까운 한숨을 토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과 오라버님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전, 라이제강의 총의라 해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귀족원에서 열심히 하자고 생각하고 있는 모두들에게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신전과 도서관에 들어박히겠다고 결의했기 때문에, 다소 냉정해져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나는 샤를로테의 말에서 무언가 걸리는 것을 떠올렸다.
……어라? 라이제강의 총의?
"기숙사에 와서 학생들을 격려하며, 영지 대항전에서 왕족이나 단켈페르가와 이야기하고 있을 때의 아버지의 말씀과는 너무나도 다르지 않습니까. 전, 아버님의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 전혀 다른거야.
멜키오르에게서 들은 가호의 취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느꼈던 위화감이 돌아온다. 양부님의 언행이 너무 뒤죽박죽인 것이다. 귀족원에서 돌아오고, 회의를 할 때까지의 단기간에, 뭔가 일이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샤를로테,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른지도 모릅니다."
"언니?"
"뭔가……중요한 정보가 모자라는 것 같아요."
순위를 올리자. 순위에 걸맞은 태도를 익히자. 숙청으로 위험 인물을 제거하고, 에렌페스트를 하나로 정리한다. 그랬던 양부님과 방금 전 회의에서의 양부님은 마치 딴 사람 같지 않은가.
게다가 귀족원에서 학생들을 고무시켜 하나로 모으는데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이 빌프리트다. 모두의 선두에 서서 노력하고, 성적이 오른 것을 기뻐하던 웃음이 거짓말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이제강의 총의. 거기에 열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샤를로테가 매달리는 듯한 시선을 향해왔다. 자신들의 노력을 걷어차는 듯한 매정한 말이 자신의 가족에게서 나왔다고는 믿기 싫은 것이라고, 그 남색의 눈동자가 말해오고 있다.
"방에서 차분히 이야기를 들어 봅시다. 라이제강에게서."
"아쉽습니다만, 기베·라이제강를 북의 별궁으로 초대할 수는 없어요, 언니."
"기베·라이제강를 초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에도 라이제강의 귀족들이 있지 않습니까."
나는 영주 가문의 회의에 문관으로 참석했던 할트무트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올려다본다. 성년이 되었기에, 귀족원에는 가지 않은 것이다. 봉납식으로 신전에 체류하고 있었지만, 겨울의 사교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없다.
"라이제강계의 측근을 모아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아우브보다 라이제강의 총의로 알려진 그 말을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네요. 귀족원의 학생은 알아선 안 되는 것인가요? 성인이 된 측근들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나요?"
나의 시선을 받은 할트무트가 "그럼, 어서 방으로 돌아가지요." 라며 방긋 미소를 지었다. 기다렸다고도 할 수 있는 할트무트의 반응에, 뭔가 내막이 있었던 것이라고 확신을 갖는다.
"로제마인님이 어떤 선택을 하실지, 라이제강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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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한 이야기가 계속되다 보니, 좀 한숨.
기분이 좋아질 이야기를.
두근두근 멜키오르와 신전 준비의 이야기입니다.
다음은 라이제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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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샤를로테가 너무 귀엽습니다.
...그러니 마인이랑 같이 아이돌 듀엣을 결성하는 겁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62화. - 라이제강의 총의 -
라이제강의 총의
자신의 방에 돌아가, 나는 영주 가문의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방에서 대기했던 라이제강계의 측근들도 불러,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리할다, 오틸리에, 안젤리카, 할트무트,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레오노레, 브륜힐데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대기하고 있던 측근들에게도 영주 가문의 회의 내용을 알리고, 묻는다.
"아우브의 말씀은 라이제강의 총의인 것이 틀림 없습니까?"
회의 내용에 안색을 바꾸었던 것은 귀족원에 있었기에 사교에는 관여하지 않았던 레오노레와 브륜힐데였다.
"저는 그런 의사를 확인한 적이 없으니, 라이제강의 총의라고는 하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레오노레는 불쾌감을 표시하며 분명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지만, 브륜힐데는 안색을 흐리면서 곤란한 듯이 말을 고른다.
"레오노레의 말대로 저도 동의하지 않아서, 총의라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른들이 순위 상승에 따라오지 못하고 있고, 세대 간의 생각과 의식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 있습니다. 순위가 오르기 전 세대의 총의라고 하면, 전부 거짓말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빌프리트보다 내가 아우브에 적합하다는 목소리는 라이제강계의 귀족 사이에서 계속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고 한다. 허약한 몸이나, 신전에 출입하는 부분이 불안하게 보여지고 있었지만, 조금씩 튼튼하게 되고 있는 것과, 귀족원의 공동 연구로 신전과 제례식의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틀림 없이 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습니까. 리할다는 미리 알고 있었나요?"
회의에 동행했던 리할다를 올려다보자, 리할다는 희미하게 웃는 얼굴 그대로 떨리는 주먹을 꾸욱 움켜쥐었다.
"제가 미리 알고 있었으면, 그 자리에서 질베스타님을 호되게 꾸짖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 일은 없었을 테지요. 라이제강의 총의니까 뭐가 어떻단 말인가요? 아우브·에렌페스트가 기베의 올도난츠 같은 짓을 하시다니,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사옵니다."
결코 주제넘지 않도록, 이성을 총 동원한 듯한 리할다의 직업 의식에는 감탄하지만, 쥔 채 떨리는 주먹이 무섭다.
……그래도 역시 귀족원에 가 있던 사람들은 몰랐구나.
나는 천천히 시선을 옮긴다.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뺨에 손을 대고 웃은 안젤리카는 여전한 안젤리카라서 넘어가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시선을 멈췄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알고 있었나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조금 렘프레히트 형님쪽에서 흘러나온 정보가 있었습니다. 주요 베로니카파를 배제한 지금, 베로니카님에게 자란 빌프리트님과 그 측근에 가장 많은 베로니카파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 연유이니, 차기 아우브로 지지받고 싶다면, 하고,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이 무언가 과제 같은 것을 내셨다고 합니다."
나를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내용을 누설하지 말고, 의존하지 않고, 차기 아우브로서 훌륭하게 해내겠다, 그렇게 말한 빌프리트는 비밀 지령에 힘쓰고 있다는 것 같다.
"결코 라이제강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슬며시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형님에게 듣고 있었습니다. 회의의 모습을 본 결과, 라이제강로부터 차기 아우브로 인정 받고 싶어하시는 빌프리트님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저도 현재는 추이를 지켜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것인지, 전혀 정보를 드러내지 않는 상대에게 할 수 있는 유익한 원조는 없으며, 로제마인님이 봉납식 무대의 정보를 제공한 것 만으로도 충분한 지원이 되었을 테니까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방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지만, 눈이 웃고 있지 않다. 더 이상의 원조 같은 건 전혀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계속 성에 있던 오틸리에는 뭔가 알고 있는 것이 없습니까?"
"저는 오히려 라이제강계의 귀족으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로제마인님이 좋아하시는 것, 어떤 때 감정을 흐투리시는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잘라내버리고 왔는지, 정말 세세한 것들입니다. 가까운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하는 한편, 능력 주의인 부분이 있는 분이라 말씀 드렸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라이제강의 총의로 순위를 낮추자는 것을 말하거나, 아우브와 빌프리트님의 사이에 금이 갈 일을 들이밀거나 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말하면서 오틸리에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다만 엘비라님도 주위에서 여러가지 말을 듣고, 대단히 곤란하게 되어, 대응에 고심하고 계셨습니다."
어머님과 사이가 좋은 오틸리에는 플로렌시아파이기도 하다. 그 다과회에서 말해지고 있는 것이 있는 듯 하다.
"플로렌시아님의 회임은 아직 대부분의 귀족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지 내가 어수선한 지금, 플로렌시아님과 로제마인님 두분으로 사교를 해달라는 목소리가 여성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커져 있습니다. 에렌페스트의 첫째 부인을 목표로 한다면, 여성의 사교를 더욱 중시해 주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아무래도 시간이 없습니다, 라고 내가 말하는 것보다 먼저, 오틸리에가 "저나 엘비라님은 잘 알고 있습니다."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디난드님이 계시지 않게 되면서 바빠진데다, 신전 업무와 인쇄업에 관련된 일이 있는 로제마인님에게 사교의 여유는 없다고 엘비라님은 말씀하셨지만, 남성분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여성의 일에 주력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상당히 뿌리가 깊은 것 같습니다."
여성 사교를 방치하고, 인쇄업과 신전 업무에 주력하고, 귀족원이나 신전에서 공적을 세우고, 빌프리트보다 훨씬 두드러지고 있는 나는 마치 차기 아우브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같다. 적어도 첫째 부인으로서 빌프리트를 내세운다는 마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으음, 반론의 여지가 없네.
인쇄업과 타령의 상인들과의 거래에 대해 생각하거나, 구텐베르크들을 이동시키거나, 귀족원에서 성적 향상 위원회로서 노력하고 분발하고 있을 때, 빌프리트를 앞세우거나, 첫째 부인으로서 더 이상 앞에는 나서지 않도록 하자, 같은 건 전혀 생각한 적이 없다. 오로지 이익과 효율밖에 머리에 없었던 듯한 기분이 든다.
러츠도, 벤노도, 페르디난드도, 양부님도, "이 공적을 빌프리트에게 양도하라" 거나 "지금은 남자를 세울 때이다. 바로 약혼자를 불러오거라" 는 것은 전혀 말해주지 않았다. 이제 와서, "첫째 부인이 되는 것이니, 주제넘지 말거라" 나 "어수선한 영지를 정리하는 것은 남자에게 맡기고, 신전이나 거리의 일보다 사교에 힘쓰는 것이 첫째 부인의 의무" 라는 말을 듣더라도 손을 뗄 타이밍을 모른다.
……그 말은 즉, 나는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첫째 부인으로서 적합하지 않은거 아냐? 아니, 원래 연애나 결혼의 적성이 낮았기 때문에, 빌프리트 오라버님만이 아니라, 누구의 첫째 부인으로도 맞지 않는걸지도 모르지만.
"페르디난드님이 계시지 않으면 에렌페스트는 꾸려나갈 수 없어, 그렇게 엘비라님은 자주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그게 현실이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아우브의 의사 결정에 명확한 근거나 이유를 제공하거나, 로제마인님의 환경을 정비하고 사교에 힘을 쓸 수 있는 상황을 만들거나, 각각의 의사를 확인하고 움직이기 편하도록 판을 만들어 주거나 했던 분이 없는 것입니다."
각각이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어도 그것을 조정하던 페르디난드가 없어져서, 서로 맞물리지 않게 된 것으로, 오틸리에에게는 보이고 있는 모양이다.
"이전이었다면, 아우브와 로제마인님의 의사를 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되었겠죠? 그것이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어머님. 이번 일에 대해선 페르디난드님은 관계 없습니다. 이번에는 라이제강의 의향이 원인입니다."
도중에 말을 잘라 들어온 할트무트를 향했다. 눈이 마주치자, 등색의 눈동자가 방긋 웃었다. 수상쩍을 정도의 싱그러운 미소를 보며, 나는 조금 눈을 가늘게 떴다.
"할트무트는 이번 회의에서 아우브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던 거죠? 혹은, 말해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옳을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기쁜 듯한 눈이 "정답" 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다.
"눈빛이 다른걸요. ……할트무트는 상대가 왕족이든, 상위 영지에 있든, 청색 신관이든, 저를 업신여기는 듯한 발언을 했을 때는 너무나도 무서운 눈을 하니까요."
일단 표정만은 상큼해 보이는 미소를 띄고 있어 더욱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회의실에서 나왔을 때도, 지금도, 리할다가 떨리는 주먹을 쥐고 있는데도 보통의 얼굴이었다. 그런 나의 지적에 할트무트는 한번 웃은 후, 쓱 진지한 얼굴이 되어, 나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의 경애하는 로제마인님. 저렇게 추한 짓을 하는 아우브와 그에 추종하는 빌프리트님에게 멸시되고 계실 필요가 없습니다. 귀족원을 드높히신 것처럼 이 흔들리는 에렌페스트를 드높히기를 바라며, 라이제강에게 명해주십시오. 그동안 소중하게 지켜져온 학생들도, 로제마인님이 나서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담담한 어조에 비해, 묘하게 연극조인 태도다.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회의가 끝나면, 그런 식으로 저를 부추겨라, 라고 라이제강로부터 말을 들은 건가요?"
"그렇습니다. 라이제강계 귀족들의 바람은 베로니카님의 영향을 지우고 베로니카님의 피가 섞이지 않은 로제마인님을 차기 아우브로 하는 것입니다. 아우브가 자신의 지지층을 잘라낸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되어지고 있습니다."
귀족원에서의 정보를 바탕으로, 아우브는 숙청을 조기에 강행했다. 아우브을 지지하고 있던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옛 베로니카파이다. 측근이지만 처벌 받은 사람이 몇명이나 된다. 자신의 발등을 깎아 고름을 모두 뽑으려고 한 것이다, 라고 할트무트는 말한다.
게오르기네에게 이름을 올린 자는 처형됐으며, 베로니카에게 이름을 올리고 있던 사람과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죄를 저지른 사람은 차례로 벌을 주어간다. 그렇게 옛 베로니카파가 일소되었다.
남아 있는, 베로니카와 이어져 있는 것은 아우브와 그 아이들이다. 그동안 억압 받아온 라이제강계 귀족이 어떻게 그들을 지지하겠는가, 하고, 라이제강계의 귀족 중에서도 과격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영주 후보생 전원이 베로니카님의 혈통을 잇고 있었으면 라이제강도 단념했겠죠. 하지만, 차기 아우브가 되는 영주 후보생 중에는 로제마인님이 계십니다."
보니파티우스에게서 영주의 피를 뺀, 칼스테드와 엘비라의 딸이고, 삼년 연속 최우수를 받고, 상위 영지와의 관계가 많고, 왕족과의 교류도 있다. 에렌페스트에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고,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성녀로 이름 높은 로제마인이야말로 아우브에 적합하다.
나에게 아우브가 될 의사가 없음을 라이제강계의 상층부는 알고 있었지만, 증조부님의 유언에 더해, 이번에는 할아버지의 지원이 있었다는 것 같다.
"영주 후보생 중에서 가장 우수한 것은 로제마인이 아닌가. 그런데도, 어찌하여 로제마인이 신전에 유폐되어 있는 것인가. 물론, 신전 업무는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영주 후보생의 일이라고 말한다면, 로제마인에 비해 오점이 남은 빌프리트라도, 샤를로테라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할아버지는 나를 신전에서 구해내려고 하는 모양이다. 영주 후보생에게 걸맞은 일은 다른 데 있다. 귀족원과 중앙에서 안 좋은 소리를 들을 만한 일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차기 아우브니까 빌프리트에게 신전장직을 맡기지 않는 것이라면, 나를 차기 아우브로 하면 된다. 가장 지지 파벌이 크고, 능력도 있으니까, 라고.
"그러한 연유로, 로제마인님을 신전에서 구해내기 위해, 차기 아우브로 만들고 싶은 보니파티우스파. 완전히 베로니카의 피를 배제하겠다는 과격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라이제강에서 아우브을 내고 싶은 라이제강의 주류. 본인이 아우브을 원한다면 협력하겠다는 소극적 찬성파. 가장 마력이 강한 자가 아우브가 되어야 할 것이니 정통한 선택을 하라는 경쟁 요구파. 이처럼 라이제강의 귀족들의 의견이 통일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총의로 한다면, 로제마인님을 차기 아우브로, 라는 것이 됩니다."
자신들의 핏줄에서 나온 아우브를 위해서라면 순위를 올리는 노력도 하겠지만, 베로니카의 혈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싫다는 귀족도 있다고 한다.
"뭐라 해도, 너덜너덜한 총의네요. 조금 찔러주면 무산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게 단합이 약한 듯 보여도, 밖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숙청으로 자신의 지지 파벌을 잘라낸 지금, 아우브·에렌페스트와 빌프리트에게도 자신을 지지해 줄 귀족들이 거의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라이제강의 총의라는 말이, 필요 이상으로 커다란 의견으로 보여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양부님과 빌프리트를 지지하는 사람은 정말 적다. 자신들의 측근과, 내가 아우브가 되어 이대로의 형세가 이어지는 것은 사양하고 싶다는 사람, 지금까지의 에렌페스트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기에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 그리고,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심해서 곤란해 하고 있는 사람, 옛 베로니카파이며 연좌를 면한 사람 등이 소거법으로, 차기 아우브로서 빌프리트를 지지하는 상태라고 한다.
"라이제강의 귀족들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아우브가 될 생각이 없다, 라고 말하는 로제마인님을 아우브로 추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종적으로 나온 것은 아우브와 로제마인의 사이에 금이 가게 해, 대립시켜, 고립시킨다. 아우브에 대해 실망시키고, 자신의 파벌을 지키기 위해 로제마인님이 앞선다는 줄거리로 곳곳에 사전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님은 신전에 유폐되어 있는 나를 구하는데에 협력해 달라고 요청한 모양이다. 신전에서 나온다면, 그걸로 좋다. 내 쪽이 더 아우브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만, 첫째 부인이라도 문제는 없다. 다만 그에 어울리는 교육을 시키고 집무를 하게 할 뿐이다. 플로렌시아님이 첫째 부인으로서의 집무를 가르치는 것이 적당하고, 신전에 두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라고.
"소문대로, 로제마인님은 자신의 의사를 말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우브가 비밀리에 강요하지 않도록 감시해 주길 바란다, 그렇게 부탁받으신 보니파티우스님은 감시와 로제마인님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을 승낙하셨습니다."
할아버지가 눈을 번뜩이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비밀리에 협의할 수 없었다는 듯 하다.
"물론, 아우브에게도 여러가지 사전 작업을 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로제마인님의 측근인 저에게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습니다만, 라이제강의 지지를 미끼로, 아우브와 로제마인님 사이에 금이 가게 하기 위한 공작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숙청으로 지지 기반이 없어진 것과, 플로렌시아님의 사퇴라는 약점이 겹치면, 라이제강의 제의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은 쉽게 상상이 갑니다."
할트무트도 할아버지와 같은 감시역이라고 한다. 아우브 부부와 빌프리트가 정말로 라이제강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있는지, 나를 사전에 불러내서 미팅을 하거나 터무니없는 강요를 하지는 않는지를 지켜보고 있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것과 함께, 측근으로서 로제마인님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물론 로제마인님이 아우브를 원하신다면, 라이제강의 손 따위는 빌리지 않고도 제가 모든 장애를 배제해, 아우브로 추대해 드리겠습니다만, 원하지 않으시죠?"
"그렇습니다만, 어째서 할트무트는 저에게 잠자코 있었던 건가요?"
내가 할트무트를 가볍게 노려보자, 할트무트는 익살맞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베로니카파를 쫓아낸 라이제강가 도대체 어떠한 사전작업을 하고 있고,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라이제강를 상대로 아우브 부부와 빌프리트님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로제마인님에게 영주 일가의 각각이 어떠한 입장에 있는지, 이것저것 확인하고 싶은 것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나의 문신으로, 나의 배후에서 조용히 회의를 관찰하던 할트무트가 어떻게 판단하고, 무엇을 생각한 것일까.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자, 브륜힐데가 너무 싫은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
"에렌페스트가 한마음으로 타령에 맞서고 나아가야 할 때에, 베로니카파를 배제해 주신 아우브에게 무리를 강요하거나, 로제마인님을 자신들만의 합의로 아우브로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을 하거나, 뿐만 아니라, 에렌페스트를 정돈하는 영주 일족을 이간질하다니……. 이 무슨 한심한 짓을 하고 있는 걸까요. 이런 상황에서 아우브에게 엔트비켈른을 요청하는 건가요?"
라이제강계의 귀족이라고 불리는 것이 부끄러워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라고 브륜힐데가 머리를 흔든다. 그런 브륜힐데에게 할트무트는 "브륜힐데는 결벽하네요." 라며, 작게 웃었다.
"권력을 두고 싸울 뿐, 베로니카파도 라이제강파도 뿌리는 같은 에렌페스트 귀족입니다. 같은 일을 하고 있어도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소중한 것은 자신의 지위와 생활이 지켜지는 것이며, 영주 가문이 원하는 에렌페스트의 순위 상승과 그에 따른 노력은 원치 않는 것입니다."
나처럼 향상심이 지나친 브륜힐데에게는 주위가 보이지 않는다, 라고 할트무트가 말했다. 그 말은, 나도 주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할트무트에는 도대체 무엇이 보이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요?"
"저는 항상 로제마인님의 뜻을 이룰 생각만을 하고 있습니다. 허나, 사적인 소망을 말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거기서 할트무트는 한번 말을 끊었다. 그리고, 여러가지를 계획하고 있는 페르디난드 같은 나쁜 미소를 지었다.
"성녀보다는, 이제, 여신이라고 불러야 할 로제마인님인데도 아우브가 되고 싶어 한다는 등의 속된 생각밖에 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헛소리를 산산히 박살내어 때려부수고 싶습니다."
"네!?"
……뭔가 험악한 말을 꺼냈습니다!?
벙쪄버린 우리들의 앞에서, 할트무트는 유유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로제마인님이 원하는 것은 책이고, 제지업과 인쇄업입니다. 이는 현재 라이제강계 기베의 토지에서 확산되고 있지만, 친족이라 우선한 결과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처음에 공방을 만든 것은 일크나였습니다"
확실히 라이제강계의 귀족이 아니면 인쇄업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지지하는 파벌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위에서 말하기에, 우선적으로 구텐베르크를 옮겼을 뿐이다.
"숙청으로 재차 자신의 지지 기반을 잘라낸 아우브·에렌페스트는 에렌페스트를 묶기 위해, 최대 파벌인 라이제강의 지지와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로제마인님에게는 라이제강의 지지같은 건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필요 없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요?"
할트무트가 너무나도 확실히 단언하기에, 아무래도 자신이 생기지 않아 끝은 의문형으로 되어, 모두에게 동의를 구한다. 그러나, 라이제강계의 귀족일 측근들은 모여서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분명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을 안젤리카마저도 같은 표정이다.
"이제 라이제강가 없더라도, 인쇄업에 손을 대고 싶어 하는 귀족은 타령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최대한 인쇄업을 확장해, 한 권이라도 더 책이 늘기를 원하는 로제마인님에게는, 에렌페스트에서 라이제강의 수작에 어울리기보다, 타령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확실히 할트무트가 말한 대로네요. 로제마인님 자신에 한정한다면, 라이제강의 지지 같은 것은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레오노레가 감탄한 듯 할트무트를 본다. 그곳은 감탄하지 말아 줬으면 하지만, 나도 감탄하는 바람에 레오노레에게 아무 것도 말하지 못했다. 할트무트는 무서울 정도로 잘 파악하고 있다. 그 말대로다. 나는 인쇄업을 확장해, 한 권이라도 더 많은 책을 읽으며 살고 싶을 뿐이다.
"라이제강는 어리석게도, 혈족이자, 최대의 지지자인 자신들이라면 생각대로 로제마인님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만, 로제마인님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 정도의 것을 저 노인들은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로제마인님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은 페르디난드님에게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듣고 있었으니까요."
반박하고 싶었지만, "다도회에서도 고생하고 있습니다." 라는 브륜힐데의 말을 들어버리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거 아니야. 페르디난드님에게도 간단하게 조종당하고 있었는걸.
"라이제강로부터 베로니카님에게 권력이 넘어갔을 때에도 권력의 공모라는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베로니카님으로부터 라이제강로 권력이 돌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에렌페스트의 귀족 사회에서 자란 아우브와 빌프리트님이라면, 귀족 사회의 방식으로 움직이게 되겠죠."
라이제강의 책략에도 빠질 것이고, 생각처럼 움직이거나, 움직여지는 것에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귀족들에는 로제마인님이 좋아서 신전에 오시는 것도, 도서관에 평생 틀어박혀 있으면 행복하다는 생각도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같은 귀족 사회에서 자란 할트무트는 나의 소망을 이해할 수 있는 건가요? 그쪽이 뭔가 무섭습니다만.
"저는 영주 일가가 별다른 예를 보지 않을 정도로 친밀하고 화기애애하고 있음을 달가워하고 있었습니다. 로제마인님이 웃으며 지내는 분위기를 소중히 여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결코 균열을 넣어 고립시키거나, 대립시키거나, 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현실은 그렇게 되었었습니다만……."
회의의 모습이나 샤를로테와 빌프리트의 대화를 보면 예전과 같은 공감대가 사라진 것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규합하면 됩니다. 몸 안에 적이 있다 하더라도, 외부의 적을 설정하면 재차 규합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귀족원에서 로제마인님이 하셨던 것이 아닌가요."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을 포함하여 기숙사 내를 규합하기 위해, 에렌페스트 내의 파벌 싸움이 아닌, 타령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했다. 마찬가지로 영주 일가를 규합하면 된다고, 할트무트는 말한다.
"타령과의 관계, 유르겐슈미트에 대한 순위 등, 식량 창고인 라이제강와는 관계가 없으니, 간단히 순위를 내리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순위가 상승한 것으로, 입장이나 타령의 취급이 바뀌고, 미래에 어떤 영향이 나오는지, 실감한 적이 없는 노인들이기에, 젊은이들이 순위를 올리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모르는 거겠죠."
친구 관계, 혼인을 맺은 영지, 주변에 대한 대응, 용이한 정보 획득 등, 순위가 바뀐 것으로 인해 젊은이들은 노력에 걸맞은 변화를 손에 넣고 있다. 몇 년간 일어난 변화를 늘어놓으며, "노인의 사정으로 그것을 내려놓고, 다시 한번 밑바닥으로 돌아가는 것 따위, 저는 딱 질색입니다." 라고 할트무트는 말했다.
"노인들에게 둘러싸인 에렌페스트 내에서는 공공연히 말할 수 없더라도, 라이제강의 총의 따위는 걷어차버리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들을 거두어, 에렌페스트를 바꿔나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아우브의 구심점을 만들어 나가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까?"
적으로 상정하는 것은 계파가 아니다. 에렌페스트의 변화를 원치 않는 노인들이라고 할트무트는 힘차게 단언한다.
나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둘러본다. 여기에 있는 것은 라이제강계의 귀족이지만, 나의 측근으로서 순위를 올리기에 고생해온 탓일까, 라이제강의 총의를 걷어 차고 싶은 사람들 뿐인 것 같다.
"로제마인님이 귀족원에서 접했던 옛 베로니카 파는 물론, 멜키오르님의 측근을 보아도, 가호의 재취득처럼 자신의 능력을 높이는 데 관심을 가진 자는 많습니다. 젊은 세대를 모으는 것은 그리 어려울 것 같다고는 생각되지 않고, 하나의 파벌이 될 정도의 수를 모으는 것은 가능하겠지요."
레오노레가 진지한 표정으로, 로제마인식 마력 압축의 혜택을 받은 자의 숫자나,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참가하지 못한 하급 귀족들의 수를 계산한다.
부모 세대를 구축하는 것에 거리낌을 갖지 않는 레오노레의 말에, 무심코 나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쿡 하고 웃었다. 그리고, 재미있어하는 듯한 칠흑의 눈으로 나를 부추겼다.
"저기, 로제마인. 이는 오빠로서의 조언이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라이제강가 에렌페스트의 식량 창고로서의 입지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 식량 창고로 대접하면 된다. 지금까지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식량을 생산하는 사람들도 필요하니, 최대한의 경의를 갖고, 식량 창고로 대우해주는 것이다. 분명 만족해 주겠지."
자신의 지지 계파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밀어내버리는 것이 아닌, 라이제강를 중요한 식량 창고로 떠받들어 주며, 정체나 퇴보를 원하는 노인들을 시골로 밀어내자는 권유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도 할트무트에게 찬성하는 듯 하다.
"로제마인님, 차기 아우브가 될 생각이 없다면, 제안만 하고 이후는 빌프리트님께 맡기면 좋습니다. 신전 업무로 바쁘신데, 이러한 큰일까지 손을 댈 필요는 없사옵니다."
차기 아우브가 되고 싶지 않다면, 젊은이들을 모으고 파벌을 형성하는 것은 아우브와 빌프리트에게 맡기면 좋다고 오틸리에가 말한다. 빌프리트를 내세운다는 여성 귀족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는 게 좋다는 조언이다.
"어머님의 말대로입니다, 로제마인님. 파벌을 만드는 것은 파벌이 필요 없는 로제마인님의 일은 아닙니다."
"할트무트?"
"제안만 하고 빌프리트님께 떠넘기면 됩니다. 나는 차기 아우브니까, 라며 의욕적으로 해주시겠지요."
이렇게까지 밥상을 차려줬는데 할 수 없다면 진짜 쓸모 없다, 라고 중얼거린 것은 무시하는 것이 좋겠지.
"이런 귀찮은 일은 빨리 끝내고, 한시라도 빨리 신전으로 돌아갑시다. 가호의 재취득이 기대되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성녀인 로제마인님에게는 신과 관련된 공적 쪽이 몇배나 중요하지 않습니까."
……최후의 최후에 터무니 없는 속내가 드러났어!
할트무트의 본심에 전신의 힘이 빠져나간다. 어렵게 생각해도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관계에 금이 가고 있는 영주 일족을 규합하기 위해, 자신의 파벌을 버리면서도 숙청을 감행한 양부님들의 발 밑을 단단히 굳히는데 협력하기 위해서도, 제안하는 것으로 한다.
"향상심과 의욕 있는 젊은이를 모아, 에렌페스트의 세대 교체를 전력으로 진행합시다."
――――――――――――――――――――――――――――――――
라이제강의 총의에 관한 논의입니다.
할트무트의 독무대였습니다.
라이제강의 총의는 걷어차기 위해 있다. 그런 느낌.
다음은 아우브에 대한 제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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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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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5부 63화. - 아우브와의 대화 -
아우브와의 대화
리할다를 통해 양부님께 면담 허가를 받고, 나는 라이제강의 총의에 대해, 자신의 방에서 측근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었을 샤를로테와 정보를 교환했다. 내 측근 쪽에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이 많을 뿐, 샤를로테의 측근 중에는 라이제강계의 귀족이 적어, 라이제강의 총의에 관한 정보는 그다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양어머니님이 프뢰벨타크에서 데려온 측근의 혈족으로부터의 정보는 풍부해, "빌프리트의 목숨이 과격한 귀족으로부터 노려지고 있다." 라는 정보가 들어와 있던 것 같다. 빌프리트만 없으면 나를 차기 아우브로 만드는 것은 쉽게 된다고 한다.
내가 양부님과 빌프리트가 라이제강의 비밀과제를 수행하고 있다는 첩보를 내놓자, 샤를로테가 "라이제강에게 속고 있을 가능성은 없나요?" 라며, 아주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정보도 있을 정도이고, 분명히 어딘가 수상하지?
"아마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나 압력을 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회의에서의 말은, 모두의 본심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희들에게는 알려지지 않는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지네요."
마치 따돌림 당하는 기분인 듯한 샤를로테가 "미덥지 못하나요?" 라고 중얼거린다.
"샤를로테는 너무나 든든한걸요. 게다가 정보가 숨겨져 있는 것은, 이 불안한 정세 속에서 필사적으로 지켜주겠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언니?"
"라이제강의 추대를 받는, 기치가 될 제가 없다면, 라이제강의 말에 휘둘려 순위를 낮출 필요가 없는 걸요. 저는 지금, 양부님에게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모님의 측근들부터 빌프리트가 위험하다는 정보가 흘러나올 정도다. 양부님도 알고 있는게 틀림 없다. 전 평민인 나를 죽이는 것이 가장 손쉽겠지만, 그러지 않고 라이제강의 과제를 떠맡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전, 전력으로 양부님을 지원하려고 생각합니다. 샤를로테도 협력해 주었으면 해요."
나는 샤를로테에게 의욕 있는 젊은이를 중심으로 양부님과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파벌을 새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는 제안할 뿐이지만, 잘 끌어안게 되면, 양부님은 한 숨 놓을 수 있지 않을까요?"
"세대 교체는 유효하다고 생각하지만……그렇게 모인 젊은 세대의 사람들이 아버님의 파벌로 움직이게 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고, 라이제강을 억제하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샤를로테는 냉정한 얼굴로 "지금의 혼란한 상황을 호전시키기엔 좋은 방안입니다만, 아직 부족합니다." 라고 판정을 내린다.
"게다가 급격한 변화에 당황하거나 반발을 느끼거나 하는 것은 나이 드신 분들만은 아닙니다. 귀족원의 기숙사 내에서도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과 자신들이 같은 취급이 되는지 어떤지, 상급 귀족이 어떻게 스스로 돈을 버는 것인지, 언니의 제안에 반발이 나오고 있지 않았습니까."
마력 압축 방법을 알고 싶으면 자력으로 돈을 버는 고생을 하면 좋다, 라는 내 말은 중급과 하급 귀족들에게는 수용되었지만, 그때껏 돈을 번 적이 없던 상급 귀족들의 반발을 초래했던 듯, 샤를로테는 자신의 측근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것 같다.
"언니의 측근인 상급 귀족이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으로 반발은 줄어들었습니다만,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모범은 필요하고, 당황한 사람에 대해서는 되도록 손을 내미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견 조정을 잘 하는 샤를로테만의 시점에 감탄하고, 나는 이번의 변화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의견을 물었다.
"아마 아버님이 라이제강에서 두번째 부인을 얻는 것이 제일일 것입니다."
"왜인가요?"
"지금까지 라이제강는 그렇게 권력을 안정시켜 온 것이지요? 그러니 라이제강계의 귀족 중에서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여성을 두번째 부인으로 맞이하면, 지금까지와 달라지지 않는다고 라이제강를 안심시켜 시간을 벌면서, 세대 교체를 계속 해나갈 수 있습니다. 가장 무난하게 정리되지 않을까요?"
샤를로테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 시선을 내렸다.
"어머님에게 아기가 생겼기에, 가장 간단한 수단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만."
지금부터 출산까지 일년 정도 동안은, 아기에 대한 마력의 영향 등을 생각하면, 양부님은 두번째 부인을 얻을 수 없다.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두번째 부인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이년 후여선 너무 늦는다.
"언니와는 달리, 저는 그동안 배워왔던 귀족의 상식에 얽매여 유연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기에, 현재의 에렌페스트를 호전시키는 방법도 종래의 것밖에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자조하는 듯한 웃음을 띄우며 그렇게 말한 샤를로테가 얼굴을 든다. 그리고 방긋 미소를 지었다.
"아버님과 오라버님이 새로운 자신의 파벌을 얻을 수 있도록, 저도 협력하겠습니다."
멜키오르의 최측근들과도 이야기를 했지만, 이미 알려진 정보밖에 없었다. 라이제강계의 정보는 내가 제일 많이 갖고 있는 듯 하다. 멜키오르의 측근둘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신전에 대한 것 같아서, 여러가지 질문을 받고, 아우브와의 면회에서 예산과 가구 사용 허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둘 것이라고 전한다.
빌프리트의 측근들과는 거의 이야기가 되지 않았다. 정보의 교환이 되지 않고, " 빌프리트님은 지금 홀로 노력 중이므로, 약혼자로서 협력해 주십시오." 로 일관되었다. 일단 약혼자로서 파벌을 만들기 위한 제안을 양부님에게 올릴 것을 알리고, "저는 신전에 틀어박힐 테니, 양부님과 두 분이서 힘내세요." 라고 해 두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기베의 여름의 저택을 조사하기 위해 마티아스들이 기사단과 함께 출발했다. 봄의 축연까지 돌아올 것을 생각하면, 정말 시간이 없는 것이다.
아버님은 양부님의 호위로 인해 동행하지 못했지만, 나와 약속한 대로 출발을 전송하러 나갔을 때, "그들은 영주 가문에 이름을 바친 측근이다. 섣부른 만행은 삼가도록." 이라고 다짐을 받아 주었다.
북의 별채에 틀어박혀 있으라는 말을 듣고 있음에도 상관 없이 어수선한 가운데, 양부님과의 면회일이 다가왔다. 내가 북의 별채에서 나올 수 없는 것, 기사단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등을 고려해, 결계가 있는 이쪽으로 양부님이 찾아오게 되었다.
"보니파티우스도 동석시키고 싶다만, 괜찮은가?"
나는 양부님과의 비밀회담을 생각했었지만, 할아버님도 같이 참석하게 되었다. 어쩌면 라이제강의 감시는 아직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할아버지도 영주 일가니까,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좋겠지.
딱히 할아버님과 적대할 필요는 전혀 없다. 할아버지는 라이제강의 제안에 편승해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나를 신전에서 구해내고 싶다는 걱정에서 오는 것으로, 나를 절대로 차기 아우브로 만들어야 한다는 계파는 아니었을 것이다.
"페르디난드가 없는 만큼, 집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로제마인과의 대화에는 나도 동석받도록 하지."
숨기는 것 같은 건 없겠지? 라고 물어와, 나는 웃으며 끄덕이면서 양부님과 할아버님에게 자리를 권했다.
"페르디난드님 대신 할아버님이 양부님의 집무를 돕게 되다니, 큰일이네요. 물론 동석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할아버님이 듣게 되어 곤란할 이야기는 하지 않고, 측근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할 때에는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사용할 테니까요."
나는 자신의 정면에 앉은 양부님과 할아버님을 본다. 아버님은 언제나처럼 양부님의 배후에 섰다. 페르디난드가 없고, 할아버님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 이상한 느낌이다.
……할아버님은 페르디난드님보다 어깨나 근육이 불끈 해 있으니까 압박감이 있네. 어쩐지 의자가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내가 차나 과자를 맛보기 위해 먼저 한 입 먹고 권하자, 할아버님은 기쁜 듯이, "로제마인과 이렇게 차를 마시는 것은 거의 일년 만이 아닌가." 라고 말하면서 과자를 먹기 시작했다. 귀족회의 당시, 집보기를 하는 동안 집무를 도우며, 함께 휴식하며 차를 즐겼다는 것을 떠올린다. 나에게는 손을 잡고 걷는 것보다, 다도회 쪽이 육체적 위험이 없는 만큼 간단한 것이다.
"올해의 영주 회의때에는 왕족을 돕게 되었기에, 작년처럼은 지낼 수 없겠네요. ……할아버지가 신전에 오시면 함께 차를 할 수 있겠습니다만."
신전으로 오면 함께 차를 할 수 있다고 권유하자, 할아버지는 "……신전인가." 라고 중얼거리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신전에는 상당한 기피감이 있는 것 같다.
"저의 측근과 멜키오르의 측근들도 자주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아마 할아버지가 알고 계시는 옛날의 신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니, 부디, 라고는 하지 않지만 한번 찾아 보시옵소서. 맛있는 과자로 환영하고, 분명 안젤리카도 기뻐할 꺼에요."
곤란한 얼굴 그대로였지만, 할아버지는 "생각해 보겠다." 라고 말해주었다. 조금씩이나마 의식 개혁과 타협이 가능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양부님, 먼저 멜키오르가 신전에 드는 것에 대한 상담입니다만……."
나는 면회 의뢰의 이유를 먼저 이야기한다. 멜키오르가 신전에 들기 위해 필요한 준비에 대해 설명하고, 예산을 배정해 주기를 부탁한다.
"멜키오르가 신전의 출입에 곤란하지 않도록, 급히 필요한 가구에 대해서는 성에 있는 가구의 사용 허가를 부탁합니다. 그리고 요리사를 한 명, 성에서 징발해 주세요. 조수는 회색 무녀를 거두셔도 상관 없고, 이탈리안 식당 요리사의 교육을 맡아도 괜찮습니다."
"……멜키오르의 주방에서 요리사의 교육을 하는 건가?"
교육 받은 요리사를 쓰는 것이 당연하고, 처음부터 교육한다는 개념이 없는 할아버지가 파란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러나 양부님은 당연한 얼굴로, "로제마인의 주방에서도 그러니까." 라며 가볍게 끄덕이고 받아들인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타령에서 찾아오는 상인들에게 있어,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그래서 엔트비켈른 후의 그렛시엘에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열게 되면, 요리사 교육은 지금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댈 수 없습니다."
물론 나의 주방에서도 요리사 교육을 맡을 것이다. 엘라가 슬슬 아이를 갖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녀에게 휴가를 주기 위해서도 딱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샤를로테로부터 들었습니다만, 아이 방의 아이들은 겨울 동안 거의 방치되었던 모양이네요."
"그런 일은 없다. 제대로 식사가 주어지고 있었고, 아이 방에 딸린 근시가 있었고, 부모가 오면 면회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양부님은 곧 반박했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생님이 멜키오르가 있는 북의 별채로 가버려, 아이 방은 예년과 달리 거의 방치되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개개인에게 가정 교사를 고용하는 부모가 있지 않은 이상, 이후로도 이런 상태라면 교육이 매우 불안합니다."
눈이 핑핑 돌고 있는 할아버지의 옆에서, 양부님은 "그래서" 라고 가볍게 이야기를 재촉한다.
"그들을 청색 신관 견습과 청색 무녀 견습으로 신전에서 맡고 싶습니다."
"뭐라고?"
"마력을 보충하기 위해, 그들에게 교육을 시키기 위해, 그리고, 입버릇 나쁜 귀족들의 악의에서 조금이라도 보호할 수 있도록, 신전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걸리는 비용은 그들의 부모로부터 받습니다만."
청색 신관으로 데려오는 것은 무상이 아니지만, 그들에게도 완전히 나쁜 방법은 아닐 것이다.
"로제마인, 그대는 어째서 그렇게까지 죄인의 아이들에게 마음을 쓰는 것인가?"
할아버님이 이해불능이라는 얼굴로 묻는다.
"할아버님, 스스로 죄를 범하지 않은 무고한 사람들까지 처벌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에렌페스트에는 가뜩이나 귀족이 부족한 것입니다. 귀중한 인재를 일부러 죽일 필요는 없겠지요? 구하고, 길러서, 에렌페스트를 위해 일하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까먹는 것은 간단하지만, 키우는 것은 힘들다고 하자, 할아버지는 뭐라고도 할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타산인가?"
"네, 영주 일가로서의 타산입니다. 주위가 뭐라고 하든, 저 자신은 딱히 성녀도 뭐도 아니기에, 무상으로 한없이 구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에렌페스트의 이익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좌제의 폐지를 호소했고, 어린이들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청색 신관 견습으로 수용하면, 양어머님의 일이 하나 줄어서 조금은 샤를로테도 편해지겠죠. 안 될까요?"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만……라이제강가 뭐라고 할지."
아주 귀찮다는 듯한 얼굴로 양부님이 할아버지를 보았다. 양부님에게는 할아버지가 라이제강의 창구인 것 같다. 라이제강가 그들을 맡아 전원의 뒤를 봐주라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의견이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
"라이제강의 지지와 협력을 얻기 위해, 여러가지로 무리한 일들을 떠안고 계신 것 같네요. 저로 인해 일어나는 복잡한 일들을 전부 맡아 주셔서,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로제마인, 어떻게 그것을!?"
양부님보다 할아버지가 크게 반응했다. 양부님을 보고, 아버님에게 시선을 돌린다. 아버님이 "아니다" 라고 손을 흔든 것을 보면, 아마 나와 양부님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고, 아버님과 어머님의 동향에도 눈을 번득이고 있었던 거겠지.
"지금까지의 회의에서 양부모님의 언행이 뒤죽박죽이었기 때문에, 조금 차분히 생각하자 뭔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라이제강계의 측근으로부터 정보를 모은 것입니다. 상세한 것은 모릅니다만, 양부님도 빌프리트 오라버님도 무엇인가 과제를 받고 있죠?"
내 말에 양부님이 "뭐라고?" 라며 안색을 바꿨다. 험악한 얼굴로 할아버지를 노려본다.
"내가 조건을 받아들이면, 아이들에게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약속이었을 터이다, 보니파티우스!"
"……나도 모르는 일이다."
할아버지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저쪽도 이쪽도 정보 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라이제강가 영주 일가 사이에 금이 가게 할 계획을 세웠던 것 같으니, 이것도 그 일환이겠지요.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정말 차기 아우브가 되기 위한 과제라면 좋겠지만, 라이제강가 저를 차기 아우브로 추대하기 위해서 이용되고 있을 뿐이라는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하고, 샤를로테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양부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할아버지의 안색도 나쁘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라이제강의 정보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로제마인, 빌프리트에는 과제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는 건가?"
"과제 중에, 저에게 첫째 부인으로서의 행동거지를 시키는 것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약혼자로서 협력할 수 있도록, 이라는 말 외에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입니다. 라이제강의 후원을 받는 저는 아마도 잠재적인 적일 테니까요."
어쩔 수 없지, 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지만, 할아버님은 "약혼자이면서 로제마인을 원수처럼 다루다니!" 라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약간 눈썹을 치켜올린다.
"어라? 그렇지만, 라이제강로부터 양부모님과 나의 동향에 대한 감시를 맏은 할아버님에게 있어서도 저희들은 적과 같은 거죠? 귀족원에서 돌아왔을 때부터 할아버지는 계속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걸요."
"그, 그런 일은 없단다! 무섭니? 무섭지 않지?"
할아버지가 당황한 모습으로 자신의 얼굴을 누른다. 그 모습을 보고 긴장이 풀린 듯, 양부님이 웃음을 터트렸다. 분위기가 단숨에 풀어지고, 나도 덩달아 웃는다.
"이제 무섭지 않아요. 할아버지는 저를 걱정해 주셨을 뿐이고, 아군이지요?"
"당연하다."
"그럼, 양부님도 저를 괴롭히고 있는게 아니니까, 그다지 무서운 얼굴은 하지 말아주세요."
"으, 음."
불가사의한 얼굴로 수긍하는 할아버님에게 미소를 보낸 뒤, 나는 양부님에게 시선을 옮겼다.
"저도 할트무트로부터 들었을 뿐이라, 정말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회의에서 주제넘는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도 들은 것이고, 쓸데없는 참견인가, 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만……."
"쓸데없지 않다. 살았다. 페르디난드가 없어진 지금,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웃던 얼굴을 단단히 굳히며 양부님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는 유스톡스의 정보를 페르디난드가 정밀 조사해 신고하고, 정쟁에 대한 지시도 어느 정도 내 주고 있던 듯 하다. 없어져서, 진심으로 곤란한 모양이다.
"할트무트는 용케도 그만큼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구나."
"신전에서 유스톡스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었으니까요. 아직 유스톡스처럼 모든 것을 망라하는 정보를 얻지는 못하지만, 라이제강의 정보라면 융통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양부님께 정보를 흘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자, 할아버지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로제마인, 그대는 어째서 질베스타를 그렇게까지 신용할 수 있는가? 질베스타에게 속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가?"
"정말로 심한 분이라면, 라이제강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저를 죽이겠지요. 거기에, 입양을 파기하면 저는 상급 귀족이 되고, 절대로 차기 아우브로 추대될 일이 없어지는데도, 양부님은 라이제강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과제를 떠안고 신음하고 있는 것입니다."
페르디난드도 없는 지금, 내가 영주 가문에서 빠져나가면 마력이 턱없이 부족하므로, 쉽게 죽이거나 입양을 해소할 수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나를 영주 후보생에서 제외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양부님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달아나거나, 귀찮다는 듯 불평하거나, 샤를로테에게 지적된 것처럼 어려울 때에 양어머님을 임신시키는 못말리는 부분도 있사옵니다만, 중요한 부분에선 제대로 지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협력 정도는 해요."
"……로제마인."
"오히려 저를 지지한다 하며, 에렌페스트에 불화를 뿌리는 라이제강 쪽이야말로 훨씬 곤란한 존재가 아닌가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오늘의 주제를 꺼냈다. 라이제강의 총의를 걷어차기 위한 세대 교체 방안이다.
"급격한 변화를 꺼리는 자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에렌페스트가 상위 영지에 걸맞는 언동을 익히는 것은 첸트의 지시이기도 합니다."
왕명이나 다름없죠? 라고 하자, 양부님이 히죽 웃으며, "뭐, 그렇지." 라고 수긍하면서 말을 재촉했다.
"그러니, 영지 내의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역할 분담이라고?"
"네, 할아버님. 순위가 올라도, 농촌 등을 다스리는 기베의 일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숙청으로 공석이 된 기베의 자리는 보수적인 분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기베·겔랏하와 기베·빌토르들은 게오르기네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기에 에렌페스트를 혼란에 빠뜨린 자들이지만, 통치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수확량도 좋았을 것입니다."
수확제에서 돌아와, 아우브에게 보고하는 나는 각지의 수확량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그들의 영지 운영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새로 파견하는 기베에게는 그들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시키는 것입니다. 농민이나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을 혼란시키지 않도록, 지금까지 그대로의 환경에서 일하는 것에 전력시키도록 합니다. 이는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한 분에게 맡기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제안을 재미 있어 하는 것처럼 양부님이 웃었다.
"과연. 하지만 새로운 일에는 실패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또 기베의 일에 적성이 없으면 힘들기 때문에, 정식 기베가 되기까지의 시험 기간으로 삼년 정도 모습을 보기로 한다. 그대들 영주 후보생들이 기원식이나 수확제에 향했을 때에, 농민과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잘 통치하고 있다면, 삼년 후에는 정식 기베로 임명하지."
지켜보는 기간을 만들면 정식으로 채용되기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고, 그 토지의 사람들에게도 엉뚱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양부님이 중얼거린다.
"그리고 향상심 있는 사람,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자들을 파벌에 관계 없이 성의 중직에 두도록 하지요."
"계파에 관계 없이!?"
나의 제안에 일일이 놀라는 할아버님이다. 그렇게 이상한 말을 할 의도는 없었지만, 평범한 귀족과의 생각의 차이가 드러난 듯한 기분이 든다. 이유를 듣고, 납득할 수 있으면 받아 주던 페르디난드나 양부님이 이상한 건지도 모른다.
"숙청을 하고, 죄를 저지른 자는 이미 벌을 받거나 멀리 떼어놓은 것이지요? 이제 옛 베로니카파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유능하고 의욕 있는 자에게 일을 시키지 않는다니, 아깝지 않은가요? 에렌페스트에는 인재를 놀려둘 여유가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방에서 측근들과 이야기했던 방안에, 샤를로테에게 지적된 점도 같이 설명한다.
"작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호전시키려면 좋은 방안이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것인가? 샤를로테는 잘 보고 있구나."
"네. 그 밖에, 두번째 부인을 라이제강로부터 맞이하는 것이 가장 원만하고, 잘 정리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첫째 부인에게 타령과의 사교를 맡기고, 두번째 부인에게는 영지 내의 귀족들에 대한 정리를 맡긴다고 말씀하신 단켈페르가의 말씀은 확실히 현 상황과 겹치고 있네요."
내 말에 양부님이 조금 가라앉은 얼굴이 되었다.
"발언을 허가해 주시겠습니까? 아우브·에렌페스트?"
조용히 대기하고 있던 측근들 사이에서 브륜힐데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긴장한 표정 속에 뜻을 결정한 자황색 눈동자가 있었다.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브륜힐데를 바라보며, 양부님이 "허락한다" 라며 허가를 내준다.
"송구합니다."
브륜힐데는 천천히 걸어 양부님의 정면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양팔을 교차시켰다.
"저는 기베·그렛시엘의 딸 브륜힐데이라고 합니다. 귀족원의 5학년을 마치고 있습니다."
"우수자로 표창된 근시였지."
영지 대항전이나 표창식에서의 모습을 보았다고 양부님이 맞장구 치자, 브륜힐데는 "칭찬을 받아 영광입니다."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바로 양부모님을 바라본다.
"저를 아우브의 두번째 부인이란 직책에 붙여 주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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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테와 정보 교환을 하고 양부님과 대화.
할아버님과 조금 가까워졌습니다.
다음은, 브륜힐데의 제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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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잠깐... 브륜힐데가 몇 살이었더라... 10살에 귀족원에 들어가고, 5학년을 마쳤으니 15살이 아직 안 된 건가....
그런가~ 이제 중3이 되는구나~ 아하하하~ (죽창을 찾으러 간다)
고유명사 '그렛시엘(グレッシェル)' 을 -> '그레셸' 로 변경할까 고민중입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64화. - 브륜힐데의 제안 -
브륜힐데의 제안
브륜힐데의 발언에, 지잇 하고 침묵이 깔렸다.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놀라 눈을 부릅뜨고, 무릎을 꿇고 있는 브륜힐데를 바라본다. 뜻밖의 발언에 나의 사고 회로가 따라가질 못한다.
……아우브의 두번째 부인? 누가 누구의? 브륜힐데가 양부님의!?
새하얗게 되었던 사고 회로에, 띄엄띄엄 떠오르는 말이 이어진 순간, 이번에는 대혼란이 덮쳤다. 벌떡 의자에서 일어나 한 걸음 브륜힐데에게 접근한다.
"잠, 어!? 기다려, 기다려 주세요! 브륜힐데, 심호흡을. 기분을 확실히……."
"침착해야 하는 것도, 심호흡이 필요한 것도 그대이다."
기막혀 하는 듯한 양부님이 일어서서 테이블을 돌아 나의 옆에 섰다. 그리고 "자, 심호흡 해라." 하고 가볍게 어깨를 두드린다.
"힛힛후ー……힛힛후ー……"
"뭐냐, 그것은?"
"멋대로 입에서 나왔습니다. 전, 뭐라고 하고 있었습니까?"
"유감스럽지만 전혀 모르겠다. 진정해라."
브륜힐데의 폭탄 발언에 전혀 동요하지 않는 듯한 양부님과, 혼란해하는 나를 보면서 같이 당황하고 있는 듯한 할아버님를 번갈아 본다.
"지, 지지지 진정하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할아버님."
"그 기분은 잘 안다, 로제마인."
둘이서 허둥지둥하고 있었더니, 리제레타가 "실례합니다" 라고 조용히 나와 스윽 슈밀의 인형을 꺼냈다.
"당황하지 마라, 바보 녀석. 숨을 들이마셔라."
페르디난드의 목소리에 흠칫 하고, 반사적으로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가득 들이켰다. "숨을 뱉어라." 라고 하지 않아서 더 들이켰다. 아무리 노력해도 더는 못 들이킬 만큼 폐에 공기가 가득했다. 괴로워서 못 견디게 된 나는 푸핫 하고 공기를 토한다.
"어디까지 들이쉬게 할 건가요, 페르디난드님!?"
울상이 되어 슈밀의 인형을 보자, 리제레타가 방긋 웃었다.
"로제마인님이 심호흡 하는 방법을 생각해 내셔서 다행입니다. 이번에는 숙녀로서의 행동거지를 떠올려 주시옵소서."
슈밀의 인형을 끌어안은 채, 리제레타가 마술 도구를 작동시킨다. 귀여운 슈밀이 페르디난드의 목소리로, "너는 그러고도 영주 후보생인가? 한탄스럽구나." 라고 해서, 나는 의자로 슥 돌아와 바로 앉았다.
"괜찮습니다. 진정했습니다. 이야기를 계속하지요."
"음. 놀라운 효과다. 잘했다. 물러나 있거라."
"송구하옵니다."
양부님은 리제레타의 기지를 치하하면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나로부터 브륜힐데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로제마인의 이 모습으로 보아도, 주인과 한 마디도 의논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하구나."
"네. 주인인 로제마인님과도 아버님과도 상담하지 않았습니다. 플로렌시아님도 다른 영주 후보생들도 모르고 계십니다."
브륜힐데는 조용히 그렇게 대답했다. 양부님은 꿈틀 눈썹을 움직이긴 했지만, 그대로 브륜힐데에게 말을 잇게 한다.
"본인의 자각이 희미하더도, 로제마인님은 라이제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입장입니다. 기베·그렛시엘인 아버지도 라이제강계의 귀족 가운데서는 영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아버지와 상담한 결과로 인해, 저를 아우브의 두번째 부인으로, 라는 얘기가 정식으로 들어가게 되면, 지금의 아우브로서는 거절하기 힘드시겠죠. 그러니, 이 자리의 허튼 소리로 다루면서, 아우브가 못 들은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저의 독단이 아니면 안 됩니다."
라이제강계의 귀족의 뜻과는 관계 없는 모양새로 하고 싶은 것입니다. 하고 브륜힐데가 말했다.
"게다가, 두번째 부인에 관해서는 주위에 강권되는 것이 아닌, 에렌페스트의 장래에 필요한 자를 아우브가 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로제마인님과 빌프리트님의 약혼은 영지를 위해 아우브가 정해준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영지에 있어서, 필요하다면, 자신의 두번째 부인을 맞는 선택도 해주셔야겠지요."
똑바로 응시해 오는 자황색 눈동자에 체념하듯이. 양부님은 한번 눈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천천히 심록의 눈을 브륜힐데에게 돌렸다.
"듣겠다."
"송구하옵니다."
브륜힐데는 무릎을 꿇은 채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한다.
"저 또한, 샤를로테님의 고견을 듣고, 라이제강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얻기 전에는 몰랐었습니다만, 라이제강는 숙청 후, 영내의 귀족들과 인연을 맺기보다, 상위 영지와의 결연을 중시하는 영주 일가의 태도에 상당한 위기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빌프리트님과의 결혼으로 로제마인님이 정말 첫째 부인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빌프리트님이 아니라 로제마인님을 차기 아우브로." 라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거나, "상위 영지의 첫째 부인 같은 건 필요 없다." 라는 생각이 강해지고, "상위 영지에 시집가지 않으면 안 된다면, 순위를 올릴 필요가 없다." 라는 주장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라이제강는 혼인에 의해 아우브와의 결속을 강화해온 귀족입니다. 아우브가 두번째 부인을 라이제강에서 구하고, 그들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 만으로도 불안의 대부분은 없어질 것입니다."
……샤를로테와 정보를 교환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런 정보를 모았구나. 우리 측근, 정말 유능하네.
정보 수집 능력이 높은 것은 할트무트만이 아닌 것 같다. 아니면 라이제강계 귀족의 정보라 얻기 쉬운 것 뿐일까.
"둘째 부인이라는 것은 영지의 장래에 크게 관련된 문제이고, 이렇게 아우브에게 말씀드리고는 있어도, 본래는 충분한 사전 공작이 필요한 건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이런 식으로 건의드릴 생각은 없었지만, 역시 두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일각을 다투는 사태라고 판단한 참견이옵니다."
브륜힐데는 양부모님과 그 주위에 붙어 있는 측근들에게, 동정하는 듯한 시선을 향한다. 나는 그 시선의 의미가 잘 이해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각을 다툰다는 것은 어째서인가요?"
"……아마 아우브는 숙청으로 인해 당신 자신의 대부분의 측근들을 처벌한 것입니다. 플로렌시아님과 측근을 공유하지 않으면 북의 별채에도 올 수 없을 정도로요. 이런 상태로는 아우브는 물론 플로렌시아님의 집무에도 영향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요?"
"어!?"
양부님의 측근의 얼굴을 전부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놀라움에 눈을 크게 뜨고, 양부님의 주위를 보았다.
"영주 일족의 회의에서, 영주 후보생 개개인의 작업량을 알고도, 샤를로테님이 아닌 로제마인님의 도움을 구한 것은, 임신이라는 이유보다도, 로제마인님에 의한 보충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어떠한가요?"
내가 양모님의 보좌를 하면,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을 끌어들이기 쉬워진다. 라이제강의 협력이 필요던게 아닌가 하는 브륜힐데의 지적이다.
양부님은 살짝 입을 올렸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정되지 않은 이상, 브륜힐데의 말은 옳을 것이다.
"라이제강의 정보가 보니파티우스님에게 의존된 상황으로 생각해봐도, 아우브에게 라이제강의 지지가 필요한 것은 바로 지금이겠지요. 그러나 플로렌시아님의 사정을 감안하면 2년 동안은 두번째 부인을 맞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와, 그야말로 사면 초가라는 느낌이네.
"그러나 저는 보다시피 미성년이기에, 귀족원을 졸업한 후에 1년의 약혼 기간을 가지면, 성결제는 아무리 빨라도 2년 후가 됩니다. 플로렌시아님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영향이 나오는 기간은 끝나 있게 됩니다."
브륜힐데의 자황색 눈동자는 강한 빛으로 빛나고 있다.
"아우브가 라이제강에서 두번째 부인을 맞겠다고 말함으로써, 라이제강의 대부분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시간이 흘러가는 것으로 불안을 해소할 수 있겠지요. 베로니카님의 친정과 가장 갈등이 심했던 그렛시엘의 딸을 받아들이는 의미는 아마 아우브가 생각하시는 이상으로 라이제강에게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렇게 말한 뒤, "약혼자가 있으면 귀족 회의에서 타령과의 결연의 신청을 거절하기도 쉽게 됩니다." 라며, 브륜힐데는 웃는다. 나의 측근으로서 타령과의 결연에 결코 마음이 내키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었기에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로제마인님이 신전에 틀어박힌다 해도, 근시인 저는 대부분을 성에 기거하고 있기 때문에, 라이제강와의 협상의 선봉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원래 플로렌시아님과 같은 파벌이기에, 보좌는 해도 대립은 하지 않습니다. 샤를로테님과 협력하면서, 플로렌시아님의 구멍을 메울 수 있습니다."
샤를로테님과 협력해나가는 사교는 귀족원에서도 해왔습니다, 라며 브륜힐데는 가슴을 핀다.
"귀족원에서의 왕족이나 상위 영지와의 다도회나, 회합의 준비와 대접은 제가 중심이었습니다. 에렌페스트 내에서는 상위 영지와의 사교 경험이 많은 편이라는 자신도 있습니다. 아우브의 약혼자라는 지위라면, 샤를로테님과 협력하면서 근시들의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영주의 양녀 측근이 아우브 부부의 측근들을 비롯한 어른들에게 참견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첫째 부인을 보좌할 두번째 부인이라는 입장이 되면, 그것이 가능하게 된다. 자신의 경험을 전하고, 상위 영지와 교류할 수 있는 근시를 키우기 쉬워진다.
"이런 식으로 플로렌시아님의 구멍을 메우면서, 조금이라도 빨리 로제마인님이 제안하신 세대 교체를 진행하면, 옛 베로니카파의 사람을 등용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죠. 옛 베로니카파를 등용하는 일이 늘어나면, 멀리할 수 밖에 없었던 측근을 되돌릴 수도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브륜힐데의 말에 양부님은 조금 눈을 찌푸렸다. 가만히 브륜힐데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내가 예상했던 이상으로 주위를 잘 보고, 여러가지를 생각한 것을 알겠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서 두번째 부인으로……."
"그럼요! 브륜힐데는 우수하고 재치 있고 유능하기 때문에, 양부님의 두번째 부인이 되다니 아깝지 않습니까! 양부님보다 브륜힐데가 더 멋질 정도입니다!"
주위에서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는 목소리가 들리고, "어이, 로제마인." 하고 양부님이 꿈틀 입가에 경련을 일으킨다. 하지만 사실이다.
"왜냐면, 양부님에는 양모님이 있는 것입니다. 양모님을 가장 좋아하고, 다른 여성은 눈에 들지 않고, 두번째 부인을 맞기 싫어, 라며 언제나 투덜투덜 말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러한 남성분에게 시집을 가더라도, 거시서 브륜힐데가 행복해질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싫습니다."
모처럼 결혼하는 거니까, 좀 더 애정을 갖고 대해줄 사람과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내가 호소하자, 브륜힐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로제마인님은 어째서 빌프리트님과의 약혼을 승낙하신 건가요? 빌프리트님이 애정을 가지고 대해줄 거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인가요?"
"아뇨. 에렌페스트의 도서실과 신전 도서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입장이 탐났고, 인쇄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최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즉, 결혼에 사랑은 관계 없는 거네요."
……헉! 확실히 나의 애정은 책 외에는 향하지 않고 있어!?
본심을 털어놓는 게 아니라, 이미 약혼하고 있는 선배로서, 더 좋은 말이 필요했다. 실패를 수습하기 위해, 나는 필사적으로 말을 찾는다.
"아, 아, 그래도, 브륜힐데와 양부님과는 달리 저와 빌프리트 오라버님 사이에는 잔잔한 가족애라고 할까, 지금까지와 같은 느슨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 관계는 계속할 수 있을테고, 페르디난드님이나 기베·라이제강와도 약속했으니까, 냉대는 받지 않을거라고 생각해요. 괜찮아요."
내가 필사적으로 짜낸 대답에, 브륜힐데는 굉장히 미묘한 표정이 되었고, 양부님은 찌푸린 얼굴이 되었다.
"로제마인, 그대는 기베·그렛시엘의 딸을 두번째 부인으로 맞아 냉대할 정도로, 내가 어리석게 보이는 건가?"
"에? 그게……. 아우브로서 나름대로 열심히 해주시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라는 건 뭐냐? 이 놈."
언짢은 얼굴의 양부님에게 푹푹 뺨을 찔린다. 평범하게 아파서, 내가 "할아버님, 도와주세요." 라고 도움을 요청하자, 할아버님은 "흥!" 하고 곧바로 양부모님의 손을 쳐내었다.
"끄악!? 힘조절 하라고!"
"양부님……. 굉장한 소리가 났습니다만, 치유가 필요할까요?"
"아니, 괜찮다. 그보다도, 그대의 측근은 모든 것을 납득하고, 두번째 부인을 희망하는 모양인데, 그대는 반대하는 입장으로 좋은 건가?"
브륜힐데의 결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할지를 물어져, 나는 브륜힐데에게 시선을 돌린다. 브륜힐데는 방긋 예쁜 미소를 지었다.
"로제마인님, 저는 유행을 퍼투리고 싶다고 생각해, 로제마인님의 측근을 희망했습니다. 희망이 이뤄진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둘째 부인으로서 플로렌시아님이나 로제마인님을 통해 유행을 퍼투리며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주 일족으로서 유행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브륜힐데의 희망찬 얼굴은 라이제강계 귀족들의 협력을 얻기 위해 희생하는 사람의 얼굴은 아니었다. 오히려 모처럼의 기회를 발견해, 최대한 자신의 희망을 이루고자 하는 야심가의 얼굴이다.
……브륜힐데가 너무 멋있다.
"제가 둘째 부인이 되면, 로제마인님 대신 영내의 사교를 맡을 수 있습니다. 종래의 사교를 로제마인님이 익힐 필요는 없사옵니다. 영내를 정돈하고, 빌프리트님과 로제마인님이 아우브 부부로서 에렌페스트를 다스리게 될 때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싶습니다."
"측근의 귀감이구나. 그 마음가짐, 마음에 들었다. 질베스타의 두번째 부인으로 인정한다."
……할아버님이 마음에 들었다니, 어?
눈을 깜빡이는 나에게 상관하지 않고, 할아버님은 매우 기분이 좋아져서, 앉은 자세를 고치고 유유히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브륜힐데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며,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나의 발언을 기다리고 있다.
"브륜힐데의 결의는 에렌페스트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 브륜힐데가 측근을 그만 두는 것은 곤란합니다."
내 발언에 브륜힐데는 작게 웃었다.
"귀족원을 졸업할 때까지는 로제마인님의 근시로 있게 해주시옵소서. 그 후에는, 결혼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될 것은 이미 상정하고 계셨던 거죠?"
"그건 그렇습니다만……."
"전, 로제마인님이 곤란하실 일이 없도록, 베르틸데나 그레티아를 교육할 것입니다. 안심해 주십시오."
여성은 결혼하고 그만두게 되니까, 새로운 사람을 키우거나, 육아가 끝난 세대를 넣어가야 한다고 양부님으로부터도 듣고 있었다. 적령기의 측근들을 둘러보고, 조금 쓸쓸한 기분이 된다.
그런 우리들의 대화를 보던 양부님이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브륜힐데, 그대가 사위를 맞을 예정이었을 텐데, 그렛시엘의 후계자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여동생이 있습니다. 지금의 제가 사위를 맞기보다, 제가 두번째 부인이 되고, 그렛시엘을 교역 도시로 만들고, 베르틸데에게 조금이라도 훌륭한 사위를 주선하는 것이 그렛시엘을 위한 일이 되곘죠. ……두번째 부인에게 아들이 생긴 것 같으니, 그쪽에게 물려주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브륜힐데는 원래 그렛시엘을 지지해 줄 타령의 우수한 남자를 사위로 맞을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엔트비켈른이 성공하지 않으면 데릴사위를 얻기는 어렵다. 변혁이 성공할지 어떨지 알 수 없는 곳에 와 주는 우수한 사람은 적은 것이다.
특히, 양어머님의 임신에 의해 엔트비켈른의 예정이 변경되고, 계획에 변경이 생긴 지금, 브륜힐데는 사위를 맞아들이는 것 보다, 두번째 부인으로서 엔트비켈른의 성공에 힘을 쓰는 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우브의 주도로 거리의 정비를 한다고 하면, 기베·그렛시엘은 "우리들을 업신여기는 건가?" 하고 반발할지도 모르지만, 브륜힐데가 사이에 들어가면, 일은 상당히 스무스하게 진행 될 것이다.
"제게는 저의 타산과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아우브의 총애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에렌페스트를 지탱하는 일원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해, 두번째 부인의 자리를 희망합니다."
브륜힐데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났다.
자신만만한 얼굴로 "소녀의 농담으로 치부하셔도 괜찮습니다. 그 때문에 독단으로 움직인 것이니까." 라고 브륜힐데가 말했다.
양부님은 쿡 웃으며 일어선다. 그리고 브륜힐데의 앞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그대의 의기, 받았다. 기베·그렛시엘에게 면회를 신청한다. 봄의 축연에서 단상에 오를 의상과 마석을 준비해두도록."
"송구하옵니다."
브륜힐데는 승리를 얻은 미소를 지으며 그 손을 잡았다. 사락 하고 진홍빛 머리카락이 등을 미끄러진다.
……음, 브륜힐데가 양부모님의 두번째 부인?
브륜힐데가 원했던 것이고, 에렌페스트에 있어서 최선의 선택임은 알 수 있다. 하지만 쌍수를 들어 축복하기가 조금 어렵다. 역시 두번째 부인이라는 것은 나의 감각에 낯선 것 같다. 이야기로 들을 뿐이라면, "그런 문화니까." 라고 생각하고, 그다지 저항감은 없지만서도, 주변 사람이 두번째 부인이 되면 좀 미묘한 기분이 되고 만다.
……게다가, 맹목적으로 사랑 받는 첫째 부인이 있으니까.
아버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당연한 세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의 혼처를 얻어낼 수 있었으니, 그 면만을 보면 브륜힐데의 대승리인 것이지만.
"……음? 올도난츠?"
과자를 먹던 할아버님이 창밖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모두가 일제히 창가를 향했지만, 올도난츠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할아버님, 어딘가요?"
"……곧 보일 것이다."
할아버님의 말처럼, 10초 정도 지나자 올도난츠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경이적인 시력에 놀라고 있는 사이, 올도난츠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아버님의 팔에 내려앉았다.
"기사단장, 겔랏하에서의 보고입니다"
모두가 일제히 안색을 바꾸고 올도난츠를 쳐다본다. 마티아스들을 데리고 간 기사단이 조사를 위해 겔랏하로 향하고 있었을 것이다. 무슨 일일까?
"숨겨진 방들을 다수 확인하던 중, 겔랏하의 아들이 기베의 생존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급히 현지로 와주십시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할아버님이었다. 양부님과 눈을 맞추고, 호응한다.
"칼스테드는 이곳에 남기고, 나는 라이제강의 대응에 주력하겠다."
"음. 나도 이번에야말로 실수하지 않는다. 조금 데려가겠다."
할아버님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측근들을 거느리고 방을 뛰어나갔다.
"양부님, 마티아스들은……."
"보니파티우스를 도와주게 된다. 칼스테드, 돌아가자."
지금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버님이, 꾸욱 주먹을 쥐고 양부님의 말에 끄덕인다. 양부님은 나를 내려다보며, 찰싹찰싹 이마를 두드렸다.
"로제마인, 그대의 측근이 가 있는 것이다. 초조한 것은 안다만, 그대를 처음부터 끝가지 돌봐주고 지켜보던 페르디난드는 이제 없다. 그대가 무언가를 하더라도 바로 비호해줄 존재는 이제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 주거라."
"……네."
피차간에, 지금처럼 행동해서는 손해를 보지 않겠나, 라고 말하며 양부님은 재빨리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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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트무트에 이어 브륜힐데의 독무대입니다.
라이제강의 딸이라는 입장을 풀 활용해서, 자신의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다음은 봄의 축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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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결혼은 있는데 연애가 없어.... 뭐야 이거, NTR? (훌쩍)
책벌레의 하극상 5부 65화. - 주위의 변화와 봄의 축연 -
주위의 변화와 봄의 축연
"브륜힐데, 의상이나 마석의 준비는 괜찮나요? 시간이 거의 없지요? 지금부터라도 맞출 수 있을까요?"
양부님들이 나간 문을 바라보며 나는 물었다. 귀족원에서 돌아온 학생들 중에서도 일찍 돌아와 있었기에, 예년보다는 봄의 축연까지 날자가 있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시간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급하게 신청하게 되니 새로운 의상을 주문하기는 어렵고, 언제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것인가, 하고 의심받을지도 모르기에, 의상은 갖고 있는 물건을 조금 화려하게 고치는 정도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석은 로제마인님 덕분에 양질의 소재를 입수하고 있으므로 어떻게든 되겠죠."
사실은 당장이라도 마석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 좋지만, 양부님은 자신이 기베·그렛시엘에게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브륜힐데가 신청한 것이 아니라, 양부님이 자주적으로 움직인 것처럼 보이도록, 기베·그렛시엘에게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우리들은 모른 척 하고 있어야 한다. 친가에 불려간 브륜힐데는, 갑작스런 이야기에 놀라며 준비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아버님에게 호출되면 친가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북의 별채에서 나올 수 없는데다, 많은 손님들이 처벌되어버린 살벌한 성으로 프랭탕 상회를 부를 수도 없으니, 봄의 축연까지는 한가롭게 지내게 됩니다. 브륜힐데는 안심하고 준비를 하세요."
내 말에 끄덕이면서 오틸리에와 리제레타가 브륜힐데를 안심시키듯 미소짓고, 그라티아가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결의를 표명한 시점에서, 리할다가 조금 생각에 잠긴 듯한 굳은 표정을 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공주님, 대단히 마음이 괴롭습니다만, 긴히 부탁이 있사옵니다."
"리할다?"
"가능한 일이라면, 질베스타님의 슬하로 다시 돌아가고 싶사옵니다."
리할다는 영주의 양녀가 된 나를 서포트하기 위해, 양부님이 붙여준 근시장이다. 귀족 생활이 낮선 나를 도와주고, 당초엔 나이 어린 측근들의 교육도 해주고 있었다.
"현재 공주님의 측근에는 라이제강계의 측근이 충실하고, 이름을 바치고 있는 옛 베로니카파 측근도 많아, 인원은 충분합니다. 모두가 잘 섬기고 있고, 정말로 잘 단합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아우브 부부가 측근을 공유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곤란해하고 계신 질베스타님의 슬하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리할다가 양부님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잘 알 수 있습니다. 믿을 만한 측근이 없는 것은 정말로 곤란하니까요."
생활도 집무도 호위도 모두 측근에게 맡겨야 하는 것이 영주 일족의 생활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생활을 하면 안 되는 것은, 멋대로 움직이는 내가 측근들을 곤란하게 해서 혼나는 것으로 잘 알 수 있다. 즉, 신용할 수 있는 측근이 없으면 생활을 꾸려나갈 수가 없다. 나도 측근의 절반 이상이 없어지면 매우 곤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브륜힐데가 두번째 부인이 되는 것이니, 플로렌시아님과의 사이를 중개할 사람이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브륜힐데도 속마음을 아는 사람이 아우브 부부의 곁에 있으면 안심할 수 있겠죠."
"리할다의 마음 씀씀이에는 감사하고, 제게는 다행인 일입니다만, 근시가 한꺼번에 두 사람이나 나가버리면 로제마인님이 곤란하시지 않을까요?"
브륜힐데가 나랑 리할다를 번갈아 보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근시들을 둘러보면서 조금 생각한다.
"공주님은 앞으로 신전에 기거하시기에, 성의 근시는 오틸리에과 리제레타로 족합니다. 그라티아는 아직 성에서의 교육이 충분치 않지만, 우수하니까 금방 배우겠죠. 귀족원에서는 브륜힐데가 곁에 붙어 있고, 베르틸데도 측근으로 들어갈 예정이기에, 아우브 부부만큼의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리할다의 말대로 제 측근은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이 많고, 이름을 올려준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도 있으니 곤란하지는 않아요."
빌프리트는 초기의 근시들을 완전히 바꾼 것이 아니므로, 옛 베로니카파가 남아 있었을 테지만,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는 잘 모른다. 멜키오르는 원래라면 이번 겨울 동안 아이방에서 함께 지내며 귀족원에서의 측근을 뽑았어야 했지만, 격리되고 있어 할 수 없었다. 부모가 선택한 성인의 측근과 귀족원에 들어갔을 때 고학년으로 지도할 연상의 측근이 셋 있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영주 가문 가운데 가장 안정적으로 측근들을 데리고 있는 것이 나랑 샤를로테인게 아닐까. 성에서 지내는 일이 많고, 양모님의 보좌를 하기로 결정되어 있는 샤를로테의 측근을 전출시키기보다는 리할다를 되돌리는 것이, 어떤 측면으로도 부담이 적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엘비라님과도 잘 이야기하고, 겨울까지 베르틸데를 교육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브륜힐데는 납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떡이며, 앞으로의 예정을 세우는 듯, 생각에 잠겼다. 나는 브륜힐데에서 리할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성에서도 귀족원에서도 계속 함께 해 주었기에, 리할다가 없어지는 것은 무척이나 쓸쓸합니다만, 지금은 양부님 쪽이 큰일입니다. 부디 힘이 되어 주세요."
"송구하옵니다, 공주님."
나는 근시장을 오틸리에로 변경한다는 것을 알리고, 양부님께 "리할다를 돌려드리려 하오니 측근으로 거두어 주십시오." 라고 올도난츠를 날렸다. "이 이상 그대의 측근을 빼았을 수 있겠는가!" 라는 대답이 왔지만, 리할다의 등을 떠밀며, 보낸다.
"리할다의 주인으로서, 마지막 명령입니다. 양부님의 엉덩이를 때려서, 전력으로 집무하도록 리할다가 지켜주옵소서. 그리고 브륜힐데가 두번째 부인이 되는 것으로 인해 임신 중의 양모님이 불안해지지 않도록, 그리고 브륜힐데가 흔쾌히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본관의 중재를 부탁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공주님. ……여러분, 공주님을 맡기겠습니다."
"맡겨주세요."
억지로라도 보내면 양부님은 받아들일 것이다. 믿을 만한 측근이 상당히 필요한 상황일 것이다. 리할다가 나가고 조금 있자, 리할다에게 구슬려진 듯한 양부님으로부터, 사의를 표하는 올도난츠가 도착했다.
리할다로 인해 기합이 들어갔는지, 할아버님이 겔랏하로 출발해 감시가 없어져 편하게 된 것인지, 리할다가 이동하면서 라이제강와의 이야기가 편하게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양부님은 곧바로 기베·그렛시엘과 라이제강계의 귀족 일가를 상대로 이야기를 밀기 시작한 것 같다.
다음 날 저녁에는 브륜힐데가 친정에서 호출을 받거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이 조사를 위해 어머님에게 호출되는 등, 나의 주변은 갑자기 분주하게 되었다.
주위가 어수선하긴 해도, 북의 별채에서 나올 수 없는 나로서는 조금 시간에 여유가 생겼을 정도이다. 그런 연유로, 나는 단켈페르가의 한넬로레에게서 빌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성전에는 실리지 않은 신화의 여담이 실려 있는 책이어서 상당히 즐겁다. 성전에 나온 것은 신들의 활약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이 책에 실려 있는 것은 인간관계가 아닌 신간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가 생명의 신 에비리베를 타도하기 위해 수욕을 해서, 권속들에게 힘을 나누어주는 이야기는 그림1 계획에서 모인 이야기 속에도 있던 거라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 치유의 힘은 라이덴샤프트나 슈츠에리아에게도 주어진 것 같다.
플루트레네의 목욕을 훔쳐본 라이덴샤프트의 권속이 있었기 때문에, 남자는 절대 들여보내지 않는 결계를 치게 되었다던가, 여신의 수욕장에 있는 지로레트라는 마목이 플루트레네의 수욕에 의해 가지를 뻗고, 하얀 꽃의 꽃잎이 녹색 물방울이 되어 떨어진다는 이야기기였다. 그 물방울은 강한 치유의 힘이 있다는 듯 해서, 플루트레네의 밤에 채집한 라이레네의 꿀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페르디난드님들은 들어올 수 없었다고 그랬던가? 그치만 샘의 모습은 보였던 것 같으니, 결계는 그다지 의미 없는 거 아닌가?
그런 감상은 어쨌든, 단켈페르가에도 여신의 수욕장이 있을 것이다.
내가 그동안 모은, 각지에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들 사이의 유사점을 찾으며 책을 읽는 가운데, 마티아스들로부터 "보니파티우스님이 날카로운 직감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안심해 주십시오." 라는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할아버지는 대단하네요. 빨리 끝날 수 있도록 모두의 협력을 부탁합니다." 라고 가볍게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왠지 할아버지의 활약에 대한 보고 올도난츠가 빈번히 날아오게 되었다. "보니파티우스님께 칭찬을 받고 싶어." 라는 분위기가 전해져 오는 듯한 올도난츠다. 마티아스들의 일이 올도난츠의 보고라면 주인으로서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대답했다.
……그래도 하루에 몇 번이나 날아오면 독서의 방해에요,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의 활동 정보는 할트무트를 통해 아우브에게도 전했다. 비슷한 정보를 기사단을 통해 직접 받고 있겠지만, 세세한 부분이 다를 수 있다……라는 핑계로 라이제강의 정보나 북의 별채의 상황을 보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다양한 정보를 흘리는 것을 조건으로, 기억을 들여다보고 문제가 없었던 청색 신관은 신전으로 돌려주도록 부탁해 두었다. 특히 신전의 일에 정통해 있던 프리타크는 꼭 되돌려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한다.
브륜힐데가 친정으로 간 이틀 뒤, "중요한 소식이 있으므로, 오늘 저녁에는 본관에서 식사하도록." 이라는 연락이 들어왔다. 틀림없이 브륜힐데와의 약혼에 대한 것이다. 나는 준비를 하고 식당으로 향한다.
리할다가 양부님의 뒤를 떠나지 않고, 건실하게 일하며 급사를 하고 있는 것이 어쩐지 신기한 느낌이다.
"기베·그렛시엘의 딸 브륜힐데를 두번째 부인으로 맞기로 했다. 이미 기베에게는 긍정적인 대답을 얻었고, 라이제강계 귀족들의 찬동도 얻고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 양부님이 라이제강에서 두번째 부인을 맞을 결심을 했다며, 봄의 축연에서 공표하겠다고 선언했다. 양부님은, 이는 아우브로서의 판단인 것, 그리고 라이제강와 그렛시엘을 향해 앞으로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라이제강에게 서로 다가서는 것을 주장한다.
"브륜힐데는 로제마인의 근시 견습이지 않았는가?"
빌프리트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급히 돌아오도록, 이라고 아버님인 기베로부터 이야기가 있었던 듯 하여, 서둘러 돌아간 것이었습니다만, 그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먼저 상담해 주셨으면 조언을 드릴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나는 아무것도 못했어요, 라는 주장을 하며 양부님에게 고개를 돌린다. 양부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움츠린다.
"그대의 조력을 얻으면 간단했을지도 모르지만, 라이제강에게 이쪽에서부터 다가가는 자세를 보이는 게 중요했다. 연운이 좋은 라이제강계 여성의 수가 적어, 로제마인의 근시를 데려가게 된 것은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미 성인이 된 여성은, 양모님의 임신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레오노레처럼 약혼이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우브의 두번째 부인이 되는 것이기에 파혼을 할 수도 없다. 여러가지 의미로 브륜힐데가 최적인 것이다.
"브륜힐데가 이쪽의 제의를 받아주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숙청으로 인해 어수선한 지금, 영향력이 강한 타령에서 부인을 맞이하는 것도 어려운걸요. 게다가 제가 출산할 때까지, 로제마인 대신 에렌페스트의 여성 귀족들과의 사교를 거들어 주신다는 것 같습니다. 샤를로테와는 귀족원에서 서로 협력하고 있었기에, 이곳에서도 그와 같이 함께 해나가고 싶다고 하고 있었어요."
양모님의 반응이 가장 궁금했지만, 상냥하게 브륜힐데를 환영해 준 것에 안도한다. 양모님의 온화한 표정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더니, 샤를로테도 안심한 듯이 웃었다.
"브륜힐데라면 미성년이니, 실제 성결식은 좀 더 나중이 되겠네요. 기베·그렛시엘의 딸이니까 아우브·에렌페스트에 있어서 매우 좋은 상대라고 생각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아버님."
멜키오르는 샤를로테를 뒤따라,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얼굴로 "축하드립니다." 라고 말했다. 빌프리트만은 복잡한 듯한 얼굴로 모두를 보고 있었지만, 특별히 발언은 하지 않은 채 저녁 식사가 끝났다.
그리고 봄의 축연이 시작되었다. 양부님으로부터 "가급적 아슬아슬하게 회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이라고 들은 우리들은 연회실에 가장 가까운 방에서 잠시 대기한다.
"닷새 정도인데도 꽤나 오랜만에 만난 생각이 드네요. 어서 오세요, 마티아스, 로렌츠, 뮤리에라. 힘들었죠? 내일은 휴일로 할 테니, 오늘의 연회는 열심히 해 주세요."
"송구하옵니다."
이 연회는 기본적으로 모든 귀족들이 모이는 자리가 되기에, 조사를 위해 떠나 있던 기사단이 돌아오는 것에 맞춰 진행되었다.
게오르기네에게 이름을 올리고 있던 기베들의 저택을 단기간에 조사해야 했을 테니, 큰일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할아버님의 활약 이외엔 그다지 자세한 보고를 받지 못했지만, 수확은 있었던 듯 하다.
7의 종이 울린 뒤, 기수를 타고 강행군 끝에 돌아와, 거의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봄의 축연에 참석해야 했던 뮤리에라는 얼굴에 피로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지만, 마티아스와 로렌츠는 건강한 것 같았다. 다만 마티아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지만…….
"아우브에게 자세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면, 제게 보고하는 건 나중이라도 좋으니, 조금 어깨의 힘을 빼세요, 마티아스. 무서운 얼굴이 되어 있어요."
마티아스의 표정을 보면, 기베·겔랏하가 살아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것만 알고 있으면, 다른 보고는 늦어도 괜찮다. 적어도 이런 연회를 앞두고 듣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을 보던 오틸리에의 선도로, 연회실로 이동했다. 옛 베로니카파의 숙청을 마치고, 브륜힐데가 두 번째 부인이 된다는 정보가 나돌고 있는 것인지,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이 매우 기쁜 듯한 싱글벙글한 얼굴이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붉은 머리카락을 돋보여주는 봄의 의상을 입은 브륜힐데이다. 허리를 피고, 늠름한 표정으로 할아버지 세대의 귀족들과 부드럽게 얘기하고 있다. 그 옆에는 브륜힐데의 보좌를 하는 듯한 어머님의 모습과 진지하게 브륜힐데를 바라보는 베르틸데의 모습이 있었다.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은 브륜힐데에게 맡겨두면 괜찮겠네. 그래도 그 근처를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겠지.
화색이 넘치는 라이제강와는 반대로, 침통한 표정을 한 사람과 그다지 이야기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듯, 가장자리에 붙어 있는 귀족들도 많다. 그들은 아마 가벼운 처벌을 받은 사람들일 것이다.
"숙청으로 처형된 인원이 적은 탓일가요, 아니면 처벌을 마치고 복귀한 귀족들이 많은 탓일까요.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는 귀족들의 수가 줄어들지 않은 인상입니다만."
"그대는 자신의 주변이 그다지 변하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연좌로 인한 처형을 면하더라도 완전히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나의 측근도 연좌로 인해 몇명이나 떨어져 나갔다. 본인은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계속 함께 해온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참으로 괴롭다."
그러면서 빌프리트가 조금 시선을 움직인 곳에, 빌프리트의 근시장인 오즈발트의 모습이 보였다. 귀족원에서 돌아온 이틀 후,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에게 책 잡힐 여지를 만들어 빌프리트님께 폐를 끼칠 순 없습니다." 라며 자진사퇴했다고 한다.
……양부님만이 아니고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측근도 줄어들었구나.
"라이제강계의 귀족과 보조를 맞추며, 옛 베로니카파의 우수한 자를 거두어 가는 것으로, 최대한 빨리 그들을 측근으로 되돌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성에서 어떤 인사행정을 할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귀족들을 이끌 것인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은 양부님과 빌프리트이다. 자신의 측근을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힘내주길 바라는 것이다.
"……마치 남의 일 같은 말투구나."
"저는 차기 아우브가 아니기에, 그다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빌프리트 오라버님에게 맡기는 편이 좋다, 라고 듣기도 했고, 여성의 사교는 샤를로테와 브륜힐데에게 맡기셨으니, 저는 관여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굳은 표정의 빌프리트에게 에스코트되어 맨 앞줄로 이동하고 있자, 바로 이어서 영주 부부도 들어온 것 같다. 귀족들로부터 인사를 받을 것도 없이, 봄의 축연이 시작된다.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의 청아한 흐름에, 생명의 신 에비리베는 떠내려가, 땅의 여신 게둘리히가 구출되었다. 해설2에 축복을!"
양부님의 선언과 함께 연회가 시작되고, 예년처럼 귀족원의 성적을 발표한다. 최우수는 나 뿐이었지만, 우수자는 많았다. 영주 후보생 전원이 앞으로 나오고, 각각의 측근 몇명도 단상에 오른다. 그리고 예년과 같은 칭찬의 말과 기념품을 받았다.
"앞으로의 에렌페스트를 담당할 자에 우수한 사람이 많은 것은 실로 반가운 일이다. 모두가 절차탁마해서 이런 성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양부님은 큰 방에 모인 귀족들에게, 우리 3학년생이 놀랄 정도로 많은 신들로부터 가호를 얻은 것, 거기서 비롯된 단켈페르가와의 공동연구의 내용, 귀족원에서 열린 봉납식에 왕족들이 참여한 것, 가호의 의식을 다시 한 졸업생 중 몇명이 새로운 가호를 얻는 데 성공한 것 등을 설명한다. 이것들은 영지 대항전에 참석한 학부모는 알아도, 그 이외의 귀족들은 잘 모르는 내용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많은 신들로부터 가호를 얻기 위해, 제례식에 대해 재평가하는 흐름이 중앙에서 시작되고 있다. 영주 후보생들이 제례식에 참여하고 있는 에렌페스트가 그 선두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성인과 동시에 신전장직을 물러나는 로제마인의 후임으로서, 멜키오르을 차기 신전장으로서 청색 신관 견습으로 임명, 삼년의 인수 기간을 둔다."
제례식에 왕족이 참여한 것과, 제례식이 재평가되고 있다는 것에는 놀라움의 소리가 나왔지만, 나뿐만 아니라 다른 영주 후보생도 신관 견습으로 신전에 들일 수 있다는 아우브의 판단은 라이제강에게 순순히 받아들여졌다.
"로제마인 누님, 언제 신전으로 가는 건가요?"
"아이방의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함께 갈 생각입니다. 일단 신전의 방을 보고, 넓이나 필요한 물건을 확인하거나 신전에서 시중들 근시를 선택해야 하니까요."
그리고는 인사의 이야기가 되었다. 숙청으로 공석이 된 기베의 자리에는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을 임시 기베로 보내고, 삼년간의 업무를 지켜본 후, 정식 기베로 임명하겠다고 선언한다. 이것도 기쁨의 목소리와 함께 받아들여진다.
"또 옛 베로니카 체제에서 죄를 저지른 사람의 적발도 단번에 이뤄진 셈이다만, 억울하지만 관례대로 자진 사퇴한 듯한 사람과 경미한 혐의로 이미 처벌을 마치고 있는 사람은 그 능력에 의해 되도록 거두어 갈 예정이다. 처분을 받았다는 것에 썩지 않고 노력하기 바란다."
조금 안심한 듯한 분위기가 연회실에 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다잡듯, 숙청의 이야기가 되었다. 타령의 첫째 부인에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위험한 귀족들을 배제했지만, 타령으로 도망간 사람도 있어, 아직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위험에 대항하기 위해,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을 공석이 된 기베에 앉히는 것이다. 수상한 일이나 이변을 깨달은 경우는 바로 기사단으로 연락하기 바란다."
책임 문제가 될 거라고 넌지시 말함으로써, 라이제강계 귀족들의 표정도 긴장되었다. 옛 베로니카파를 물리쳤다고 들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 조금은 전해진 것 같다.
양부님은 그렛시엘의 엔트비켈을 아우브의 주도로 가을에 시행다는 발표를 하고, 주위의 기베에게 협조를 부탁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그렛시엘 주변의 기베를 모아 진행하겠다. 타령의 상인에게 얕보이는 일이 없도록 하려 하니, 협조를 부탁한다."
여기서 "상위 영지의 귀족에게 얕보이지 않도록." 이라고 하면, 어른들은 하위영지의 심정 그대로, "얕보여도 당연" 이라고 생각하지만 "타령의 평민" 이라고 하면, "평민에게 무시당할 수는 없다." 라고 분발하는 것 같다. 표현을 조금 다르게 하는 것으로 전혀 달라지게 됩니다, 라고 브륜힐데가 말했다.
"……이처럼 나는 라이제강계의 귀족들과 손을 잡고 협력해 나가며 에렌페스트를 다스리고자. 그리고 타령과의 교제에 익숙한 젊은이들을 적극적으로 성에서 등용하고자 한다. 그 증거로서 로제마인의 근시 견습으로서 왕족과 상위 영지와의 교제에 가장 공헌한 기베·그렛시엘의 딸을 두 번째 부인으로 맞이하기로 했다."
아우브의 목소리에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에게서 환호와 박수가 울린다. 놀라움에 눈을 부릅뜨고 있는 귀족도 있지만, 두번째 부인을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뿌리깊었던 것이기 때문에, 아우브의 판단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브륜힐데, 단상으로."
양부님에게 권유받은 브륜힐데가 한번 나에게 시선을 향한 뒤, 자신의 근시와 함께 단상으로 오른다. 조금 평소보다 턱을 들고, 의연한 얼굴로 계단을 올라간다. 근시의 여성이 작은 상자를 가지고 있으니, 마석은 제대로 준비한 것 같다.
브륜힐데가 그 자리에 천천히 무릎을 꿇자, 근시도 똑같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양부님의 마석을 가지고 대기하고 있던 것은 리할다였다. 브륜힐데가 준비를 마친 것을 확인한 리할다가 살짝 정중하게 상자를 열어 양부님에게 내민다. 그 작은 상자에서 마석을 꺼낸 양부님은 그것을 브륜힐데를 향해 내밀었다.
"인도의 신 에아바클레렌에 의해 택하여진 기베·그렛시엘의 딸 브륜힐데여. 이 거칠어져 있는 에렌페스트를 치유하고 지탱할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가 되어 주겠는가?"
브륜힐데에게 양부님이 말한 것은, 빛의 여신을 지탱하며, 땅의 여신을 달래는 물의 여신이 되어 달라는 말이었다. 두 번째 부인이 공개적으로 빛의 여신으로 비유되는 일은 없다. 오틸리에에 의하면, 좀 더 마이너한 권속에 비유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플루트레네에 비유하고 있는 것은 꽤나 브륜힐데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 되는 모양이다.
"삼가 받겠습니다."
브륜힐데는 양부님이 내민 마석을 받고 대신 자신의 마석을 내밀었다.
"인도의 신 에아바클레렌에 의해, 저는 여기 있습니다. 제가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이기를 바라신다면, 저는 에렌페스트에게 있어 물의 여신이 되겠습니다. 모든 것은 에아바클레렌의 인도입니다."
방긋 미소를 짓는 브륜힐데의 마석을 받고 양부님은 손을 내민다. 브륜힐데가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이로서 약혼은 성립되었다."
단상에 늘어선 두 사람에게 축복의 박수가 터지며 슈타프가 빛난다. 나도 함께 슈타프를 빛낸다.
……부디 브륜힐데에게 행운이 깃들길.
"아!"
조금 많은 축복의 빛이 날아갔다.
"로제마인."
"괜찮습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그다지 눈에 띌 양은 아닙니다."
"눈에 띄지 않을 리가 없겠지."
급히 슈타프를 치우고 모르는 척 딴청을 피워보지만, 주위 귀족들의 시선이 이쪽을 향한 것을 보면, 빌프리트의 의견이 옳은 것 같다.
슈타프의 제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야, 라고 속으로 변명을 하고 있자, 피리네가 나를 위로하며, "괜찮아요." 하고 방긋 웃었다.
"브륜힐데의 경사니까, 로제마인님이 축복을 보내실 것은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허용 범위 내에요."
"그렇습니다. 귀족원과는 달리 빛의 기둥이 서지도 않았습니다. 이 정도면 뭐라 할 것도 없어요. 모두 금방 잊을 겁니다."
유딧트도 함께 위로해주었지만, 그다지 위로가 되고 있지 않는 듯 하다. 두 사람의 허용 범위와 상식의 범위가 좀 이상하다.
"모처럼이니까 연회실 전체를 감싸는 듯한 축복도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성결식에서는 가급적 성대하게 축복해 주시면, 클라릿사도 함께 기뻐할 겁니다."
……할트무트와 클라릿사의 성결식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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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할다가 양부님의 슬하로 돌아갔습니다. 이걸로 조금은 안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봄의 축연은 무사히 끝나고, 브륜힐데의 약혼은 정식으로 갖추어졌습니다.
다음은 멜키오르나 아이들과 신전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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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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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늦었습니다. 뭔가 다른 일 때문에 집중이 안 되어서, 번역이 잘 안 되네요.
아, 무슨 일이냐고요? 절대로 게임은 아닙니다. 아닐거에요. 아니고말고요. (딴청)
베르틸데(bertilde)는 하마터면 버틸데가 될 뻔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도 읽을 수 있어 정말 다행히었다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 명칭 변경이 있습니다.
봄의 축제 -> 봄의 축연(春を寿ぐ宴)
하넬로어 -> 한넬로레(Hannelore)
봄의 축제는 애초에 원문이 '봄을 축하하는 잔치(春を寿ぐ宴)'였기에, 아무리 봐도 잘못된 의역으로 생각되어 원문에 가깝게 바꾸었습니다.
Hannelore는 독일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한넬로레라고 읽는다고 하네요. 하넬로어는 미국식 발음.... 하넬로어쪽이 더 마음에 들었는데......
동화작가인 그림(Grimm) 형제를 말한다.
解雪: 눈이 녹음.
책벌레의 하극상 5부 66화. - 신전 견학회 전편 -
신전 견학회 전편
여러 기수가 연이어, 성에서 신전을 향해 날아간다. 나의 레서버스에서는 아이들의 함성이 이어지고 있어 떠들썩하다.
오늘은 신전의 견학회이다. 멜키오르에게 방을 보이고, 신전의 근시를 선택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는 김에, 아이방의 아이들과도 동행해, 신전의 생활을 보여주고, 성과 신전 중 어디에서 생활을 하고 싶은지, 선택하게 하기로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여기가 신전이에요. 모두 내려주세요."
나는 신전의 정문 앞에 레서버스를 세우고, 뒷좌석을 돌아보았다. 유딧트와 레오노레가 나란히, 그 뒤에 멜키오르와 호위기사가 나란히, 더욱 뒤로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다무엘에게 감시되고 있는 느낌인 아이방의 아이들이 타고 있다. 출발 전에 슈체리아의 방패로 적의가 없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그래도 "감시해야 한다" 며 양보하려 하지 않았기에, 좋을 대로 하게 두었다.
아이방의 아이들은 남자아이 두 명, 여자아이 두 명의 총 네명이다. 부모가 이미 처형된 여자아이가 한 명이고, 그녀 외에는 부모가 상당히 무거운 처벌을 받고 있어, 몇 년 간은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니콜라우스도 여기에 포함된다. 가벼운 처벌을 받은 부모들은 이미 데리러 왔었던 것 같다.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을 다시 데려가는 비율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역시 세례식 전의 아이들은 취급이 가볍네요.
"로제마인 누님의 기수는 대단하네요. 이렇게 큰 기수는 처음 봤습니다. 멋있어요, 저도 이런 기수를 만들고 싶습니다."
같은 것을 만들게 되면 기쁘겠네요, 라며 멜키오르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니, 멜키오르의 측근이 매우 곤란해 하는 듯한 얼굴로 어렵게 입을 열었다.
"멜키오르님, 저기, 구륜은……."
"아우브의 아이이니, 구륜이 아닌 사자 기수로 하시지요."
주위에는 레서버스에 타지 않은 문관, 근시들이 자신의 기수를 정리하고 있다. 그 사이에도 레서버스에서 모두가 줄줄이 나온다. 신전을 올려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곁눈질하며, 나는 마중 나온, 청색 신관의 옷을 입은 할트무트와 신전의 근시들에게 향했다.
"할트무트, 지시를 내려주어 고맙습니다.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 발 먼저 신전으로 돌아와 모두를 맞이할 준비를 해준 할트무트를 치하하자, 할트무트는 흐뭇하게 웃었다.
"로제마인님의 도움이 되어서 다행입니다. 이쪽의 측근들과 함께 호위 등의 안전에 대해 대화한 결과, 신전장실이 아닌 신관장실로 안내하게 되었습니다. 모두의 안내는 제가 맡을 테니, 로제마인님은 기수를 정리한 이후 환복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안내를 맡아 주는 할트무트에게 감사하며, 전원이 내린 것을 확인하고 기수를 치웠다. 그리고 마중 나온 프랑, 자무, 모니카와 함께 신전장실로 향한다. 안젤리카와 레오노레가 호위로 신전장실에 동행하고, 그 외의 측근들은 멜키오르들의 안내와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유딧트와 피리네는 남동생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에 대한 대응을 잘한다.
"지금 돌아왔습니다. 오래간만입니다만, 달라진 건 없나요?"
프랑들에게 말을 걸자, 언제나와 같은 평온한 미소를 돌려준다. 익숙한 얼굴에 마음이 놓여, 몸의 긴장이 풀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에서는 억지 웃음을 만드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굳어졌던 얼굴 근육이 저절로 느슨해져 간다.
"신전장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고아원은 많은 아이들이 늘어나,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프랑의 말을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있자, 모니카가 방긋 웃으며 고아원의 모습에 대해 알려온다.
"빌마는 지금 고아원에서 모두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할트무트님의 지시로, 니콜라는 모두를 환영하기 위한 과자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견학회라서, 푸고도 엘라도 데려오지 않아 큰일이었겠네요."
"혼자서도 간단히 할 수 있는 팔우케이크이라고 합니다. 고아원의 아이들과 귄터로부터 헌상된 팔우입니다. 빨리 먹지 않으면 상하게 되니, 마침 잘 되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가져다 준 것 같다. 그것은 즐거운 일이다. 팔우케이크는 다무엘도 겨울의 즐거움으로 기대하고 있었기에 기뻐할 것이다.
"길과 프리츠는 오전 중에 일을 하던 공방을 정리하고, 고아원의 모두에게 몸을 정갈히 하도록 지시를 내렸습니다. 모두가 고아원에 도착할 무렵엔 회색 신관들도 고아원에 모여 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자무."
나는 신전장실에서 재빠르게 모니카에게 갈아입혀졌다. 신전장의 의상을 입는 것도 오래간만이다.
"모니카, 사흘 후에 상업 길드와 프랭탕 상회와 길베르타 상회에 소집을 걸어 주겠나요? 급하게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길베르타 상회에는 의상의 수선도 의뢰하는 것이 좋겠네요. 제 예상보다 옷자락이 짧아져 있습니다."
옷단장을 하며 모니카가 그렇게 말했다. 자세히 보니 확실히 조금 끝이 짧아지고 있었다. 정강이에 맞추고 있었는데, 어느새 무릎 아래가 되어 있는게 아닌가.
……오오, 대단해! 나, 제법 커졌어!
그동안 눈에 띄는 변화가 적었기에, 감동이었다. 이는 역시 유레베로 마력의 덩어리를 완전히 녹인 탓일까. 아니면 마력 압축을 조금만 한 효과일까. 어느 쪽이든간에 기쁘다.
신전장의 옷으로 갈아입은 나는 프랑들을 데리고 신관장실로 향한다. 어째선지 문 앞에서 우리들을 들여보내 준 것은, 멜키오르의 호위기사였다.
"어째서 멜키오르의 호위기사가 문 밖을 지키고 있나요?"
"제가 안을 지킨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안쪽의 문 앞에 서 있는 것은 안젤리카였다. 분명 안젤리카가 언제나처럼 문 안쪽을 지키겠다고 해서, 멜키오르의 호위기사도 문 밖에 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보통은 안젤리카가 밖에 서고, 낯선 장소가 익숙치 않은 멜키오르의 호위기사가 안쪽에 서는 것이 좋지만, 서로 납득하고 있으니 그걸로 된 것으로 하자.
"어서 오십시오, 로제마인님. 오늘의 과자는 팔우케이크에요."
신관장실에서는 차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니콜라와 로탈이 팔우케이크를 가져와, 달콤한 냄새가 물씬 풍기며, 그리워하던 냄새에 도취된다. 방글방글 기쁜 듯한 니콜라의 웃는 얼굴에 치유되어가며, 나는 할트무트의 측근이 준비한 의자에 앉았다. 바로 프랑과 모니카도 할트무트의 근시들과 함께 차를 마신다.
눈앞에 둔 달콤한 냄새의 팔우 케이크를 향해 기대의 시선을 보내는 아이들과 달리, 멜키오르의 측근들은 가만히 신전의 근시들의 일처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브륜힐데도 이런 식으로 이곳저곳을 평가하듯 보고 있었던 것을 떠올리며, 나는 조그맣게 웃었다.
"잘 교육되어 있죠? 이곳에 있는 저의 근시도, 할트무트의 근시도, 모두 페르디난드님이 교육하신 것입니다. 처음에는 저의 측근들도 회색 신관들이 얼마나 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멜키오르의 측근들이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들고, "확실히 놀랐습니다." 라며 조금 표정을 푼다. 아무래도 프랑들의 일 솜씨는 합격점을 받은 것 같다.
할트무트가 훗 하고 웃고, "처음엔 나도 놀랐습니다." 라며 자신의 근시를 둘러본다.
"페르디난드님이 잘 교육하셔서, 그다지 당황하는 일도 없이 집무를 도울 수 있었습니다. 멜키오르님의 문신에게도 집무를 기억해 받자고자, 한 사람, 신관장실의 근시를 멜키오르님에 붙이게 될 예정입니다. 로탈,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로탈이라고 합니다."
할트무트에게 지명된 로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페르디난드를 모시고 있던 근시 중 가장 온화한 사람이다. 멜키오르의 상대로는 딱이라고 생각한다.
"로탈 이외의 근시는 고아원에서 찾게 됩니다. 청색 신관을 모시고 있던 전 근시를 고르면, 어느 정도의 교육은 마치고 있을 겁니다."
할트무트의 말을 남의 일처럼 흘려들으며, 과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여러분들도 신전에서 생활하게 되면 자신의 근시를 뽑게 됩니다." 라고 얘기한다.
"근시는 신전에서의 감시역이 아닌가요? 우리가 스스로 선택해도 되나요?"
놀란 듯 눈을 깜박거려는 니콜라우스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몸이 아프지는 않았는지, 등의 보고는 받지만, 언제나 곁에 있을 사람이니 스스로 선택할 수 없으면 불편하겠죠?"
오랜 시간을 함께 있는 근시는 파장이 맞지 않으면 괴롭다. 그것은 측근에게 둘러싸여 생활하고 있는 내가 잘 알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근시를 고를 수 있다는 말에 아이들이 조금 관심을 생긴 것처럼 얼굴을 들었다.
아이방에서 처음 만났을 때에는 전원이 구부정하고 기운이 없어 신경이 쓰일 정도였다. 부모를 잃고 귀족으로서의 미래를 잃었다. 다른 아이는 부모가 데리러 오는데 자신은 오지 않는다. 그런 버림받은 아이의 눈을 하고 있었지만, 조금 얼굴이 위를 향하게 된 것에 안심한다.
"로제마인님, 드시지요."
"고마워요, 프랑. 좋은 냄새네요. ……이것은 팔우케이크라고 해서, 신전 외에서는 먹을 수 없는 겨울의 과자입니다. 고아원의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는 거리의 사람들이 저를 위해 얻어준 팔우로 만들어지는 거예요."
나는 프랑이 타준 차를 마시고, 팔우케이크를 한 입 먹은 뒤 모두에게 권한다. 모두라 하더라도, 이 방에 있는 대부분이 나랑 멜키오르의 측근이기에, 그들은 불하받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나와 할트무트, 멜키오르, 그리고 아이방의 아이들 뿐이다.
……우우~, 오랜만의 팔우케이크다.
시주식을 하러 돌아오지 않았기에, 이번이 올해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그리운 거리의 맛이다.
……아빠도 엄마도 잘 있을까?
"로제마인 누님, 이건 맛있네요."
"그렇죠? 겨울 외에는 먹을 수 없는 감미입니다. 따뜻해지면 바로 상해버리기에, 제가 돌아왔을 때 먹을 수 있도록 근시가 냉장실에 보관해 두고 있던 것입니다."
손님 중에 가장 신분이 높은 멜키오르가 웃는 얼굴로 집어든 것을 보고, 다른 아이들도 천천히 손을 뻗기 시작했다. 한 입 먹은 직후, 우아한 쟁탈전이 시작된다. 다들 귀족답게 먹는 방법은 우아하지만, 먹는 속도가 꽤나 빨라졌다.
"니콜라,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측근들도 교대로 먹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다무엘은 팔우케이크를 좋아하니 좀 넉넉하게."
내가 니콜라에게 그렇게 말하자, 할트무트가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로제마인님, 다무엘과 코넬리우스는 시주식 당시에도 먹었으니, 특별 취급은 필요 없습니다."
"저보다 먼저 즐기고 있었군요. 그럼 모두와 같은 정도로 좋습니다."
단 한번밖에 먹을 수 없으면 불쌍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보다 먼저 팔우케이크를 즐기고 있었다면 따로 특별히 배려해 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내가 니콜라에게 내린 지시를 취소하자, 다무엘이 충격을 받은 얼굴로 할트무트를 노려보았다.
"할트무트, 그것은 시주식에 협력한 상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미 내게 상을 받았는데, 또 다시 로제마인님께 특별 취급 받는다는 것이 뻔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할트무트와 다무엘은 내버려 두고 교대로 먹도록 측근들에게 말하고, 나는 천천히 차를 마신다. 프랑이 타 준 것은 페르디난드가 가장 좋아하던 차이고, 향기가 진하다.
……페르디난드님이 신관장이었을 땐, 이 방이 이렇게 떠들썩했던 적은 거의 없었을지도.
"로제마인님은……."
"왜 그러나요, 니콜라우스?"
마치 혼날 것을 각오하듯, 니콜라우스는 무릎 위에 꾸욱 주먹을 쥔 채 입을 열었다.
"……로제마인님은 저의 누님이시죠?"
"니콜라우스는 이복 동생이니, 그렇게 되겠네요."
내가 그렇게 대답한 순간, "로제마인님." 하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그러나 내가 니콜라우스의 이복 누나인 것은 사실이다.
"저는 아우브의 양녀라서, 공적인 자리에서는 동복인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렘프레히트 오라버님과도 남매로서 접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니콜라우스가 이복 동생이어도 편애는 할 수 없습니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께 혼납니다."
내 말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도 니콜라우스도 안도의 표정을 보였다.
"조금은 이해받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복 동생이라고 생각해 주신 건가요."
어머니인 톨데리데와 어머님이 별로 친하지 않은 것과, 첫 대면의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 때문에 완전히 따돌려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말을 건네는 것도 싫어하시는 건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싫어하시지 않는 것 같아서 안심했습니다."
그러며 니콜라우스는 수줍게 웃었다. 나보다 키가 큰 동생이지만, 이렇게 따르는 것은 좀 기쁘다. 후후 하고 웃어 주고 있던 중에, 그만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날카로운 시선과 부딪쳐 버렸다.
……아야야야! "연하라고 해서, 무른 얼굴은 하지 않도록." 이라고 눈이 말하고 있다.
슈체리아의 방패로 적의가 없는 것은 출발 전에 확인했었는데,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는 아직도 경계 대상인 것 같다.
"로제마인님, 이후의 예정입니다만, 고아원에 가기 전에 방을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마 멜키오르님의 근시가 가장 신경쓰고 있는 것일 테니까요."
할트무트의 목소리에 나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부터 시선을 돌렸다. 가구를 들이려면 실제로 방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많이 있다. 서둘러 가구를 준비해야 하는 근시들에겐 방의 확인을 하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다.
"그러면 방을 본뒤 고아원으로 가지요."
"그리고 프리타크는 다시 돌아올 전망이 나왔기에, 그의 근시는 확보해 주십시오."
"잘했어요, 할트무트. 훌륭합니다."
양부님과의 교섭으로 프리타크을 되찾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이것으로 조금은 집무가 편해질 것이다. 청색 신관이 적어서 기원식을 도는 것도 큰일인 것이다.
다과를 끝내자 마자, 곧 방의 안내를 시작했다. 복도를 걸어 청색 신관의 방이 늘어서 있는 곳으로 줄줄 향한다.
"이 근처는 청색 신관의 방입니다. 니콜라우스들이 신전에서 살면, 이 주변의 방을 사용하게 되겠죠. 여자들의 방은 저쪽 계단을 올라간 윗층입니다. 남성과 여성이 사용하는 층이 다른 것은, 성이나 귀족원의 기숙사와 같습니다."
사실은 신전도 성이나 귀족원의 기숙사와 똑같이 성별에 의해 사용하는 층이 나뉜다. 나는 사실을 사용하지 않고 바로 고아원장실에서 신전장실로 이동하게 되어, 청색 무녀의 방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그런 것은 입 밖에 내지 않는다. 딱히 일도 없이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 귀찮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것은 내색하지 않고 안내한다.
"이곳은 친정의 기부금으로 인해 방의 크기에 차이가 납니다. 여러분은 아직 귀족원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이기에, 이 주변의 방이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무가 열어 준 것은 청색 신관이 남기고 간 가구가 그대로 남아 있는 방이었다. 이 방이라면 고아원에서 근시를 두 세 명 정도 거두고, 요리사를 고용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방안을 둘러보던 여자아이가 "자택에서 쓰던 가구를 들여도 되나요?" 라고 물었다. 청색 신관이 나가고 나서 이미 상당한 세월이 지난 방이였기 때문에, 그 동안 그다지 손질받지 못한 가구는 조금 상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지만, 지금까지 상급이나 중급 귀족으로 살아온 아이들에겐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들여올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집에서 쓰던 가구를 들여도 좋습니다. ……그, 숙청으로 인해 아우브에게 몰수되어 있는 분들의 집에 관해서는 아우브의 허가가 필요합니다만, 요망서를 올려 볼 수는 있습니다."
모두가 시선을 떨어뜨려버리고 만 것은, 자신을 위해 가구를 들여줄지 어떨지 알 수 없기 때문이겠지.
"청색으로서 신전에서 생활하게 되면, 이곳의 자기 방에 머물고, 식사를 하고, 그 이후엔 고아원에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귀족원의 저학년의 강의라면 참고서도 있으므로, 회색 신관들이 가르칠 수 있고, 페슈필의 연습은 저의 악사가 실시합니다."
고아원에 모여 있는 세례식 전의 아이들도,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아이들의 얼굴이 조금 위를 향했다. 아직 귀족으로서 세례를 받지 못한 아이들은, 솔직히, 이미 귀족으로서의 대우를 받는 그들보다 훨신 불안한 입장인 것이다.
"이후, 고아원으로 갑니다. 당신들의 동생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멜키오르의 방으로 내정한 방으로 향했다.
"이곳을 멜키오르의 방으로 할 예정입니다. 사실은 신관장실을 비우는 것이 좋지만, 대규모로 집무를 하려면 넓은 방이 아니면 곤란합니다. 집무의 인수가 끝나면 멜키오르는 신전장실로, 신관장의 직무를 맡길 수 있을 측근에게는 신관장실을 주게 됩니다. 그 때까지는 이쪽의 방으로 부탁하겠습니다."
"네."
이 방은 신전장실, 신관장실 다음으로 넓은 것과, 주위에 어느 정도 빈 방이 있어, 측근들이 거주하는 데 사용하기 쉽다는 이유로 선택되었다. 방의 선택 이유에 납득한 근시들이 곧바로 자세한 방의 크기를 재기 시작한다. 침대나 집무 책상의 배치 등을 논의하는 어른들의 옆에서, 아이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구색이 갖춰지지 않은 방을 신기한 듯 둘러보고 있다.
"고아원으로 가지요. 세례 전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신전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멜키오르는 신전에서의 근시를 고르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가구 배치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하는 듯한 두 명의 근시는 자무에게 지켜보고 있게 하고, 우리들은 고아원으로 이동한다.
"로제마인님, 저도 근시를 골라도 좋을까요?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성보다 이곳에서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오라버님으로부터 귀족원에서는 모두 공부하고,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선생님께 칭찬을 받거나, 새로운 과자 레시피를 받는 것이라고 듣고 있었습니다. 전, 귀족원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한 여자아이가 우물쭈물하며 그렇게 말을 꺼내자, 다른 아이들도 신전에서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니콜라우스도 마찬가지로 신전에서 생활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가능하면 단련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제가 머무는 동안이라면, 호위기사와 단련하는 것은 가능합니다만……."
회색 신관들은 기사 견습이 되기 위한 수련을 하지 않았으니, 역시 매일의 메뉴에 단련을 넣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기본적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기에, 어떻게 단련의 메뉴를 넣으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어깨를 움츠린다.
"니콜라우스, 그대가 신전에서 생활하는 것은 톨데리데가 싫어할 거다. 그리고 또 다시 어머니에게 불평하러 오겠지."
정말 싫은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니콜라우스는 곤란한 얼굴로 "어머니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라며 나에게 도움을 바라는 듯한 시선을 향해온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아버님이 바빠서 니콜라우스를 들이지 못하는 이상, 성에서 생활할지, 신전에서 생활할지 선택하는 것은 니콜라우스에요. 슈체리아의 방패로 일단 의심은 풀린 것이죠?"
그건 그렇다만, 하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재미없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니콜라우스 자신에게 적의가 없어도 그 주변이 위험하다는 것이지만, 주위와 접할 수 없는 지금만이라도 니콜라우스의 의사를 존중해 주었으면 한다.
"딱히 니콜라우스를 측근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사는 곳 정도는 선택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귀족에게는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지내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신전에 있는 기간만이라도 부모가 아닌 본인을 보고 사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신전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 불평해오면, "니콜라우스에게 그런 생활을 시킨 것은 죄를 저지른 당신이 아니냐며 입을 다물게 하면 좋습니다." 라고 내가 말하자, 니콜라우스는 안도한 것처럼 표정을 풀었다. 그러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더욱 관자놀이를 누른다.
"생각은 훌륭합니다만, 로제마인님의 경우엔, 신전만이니까, 라는 범위에서 접촉을 허용하면, 귀족원에 있는 기간 뿐이니까, 라던 테오도르처럼 한시적으로 측근으로 할 것 같아 싫은 것입니다."
……그런 방법이 있었다니.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머리가 좋네요. 그런 것, 전혀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아뿔싸, 하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입가를 누르고, 레오노레가 위로하듯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어깨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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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 견학회입니다.
멜키오르의 측근 선정과 아이들이 생활할 장소를 고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니콜라우스와의 접촉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따끔따끔하고 있습니다.
메인인 고아원에 도착하기 전에 끝나고 말았습니다.
다음은 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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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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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다음편이 이미 올라와 있네요. 음.... 어.... 내일을 기대해 주세요? 냐하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67화. - 신전 견학회 후편 -
신전 견학회 후편
"어서 오십시오, 로제마인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멜키오르님."
프랑과 자무가 고아원의 문을 열자, 고아원 식당의 모습이 나타났다. 나의 근시인 빌마, 길, 프리츠 셋이 앞에서 나란히 무릎을 꿇고, 그 뒤에는 모든 회색 신관과 회색 무녀 전원이 정렬해 있었다. 뒤쪽에는 견습이나 세례 전의 아이들의 모습도 있다.
나의 기억에, 작은 아이라고는 딜크와 콘라트의 두 명 밖에 없었기에, 그들 또래의 아이들이 많이 있다는 건 신기한 느낌이었다. 그들이 숙청으로 인해 고아원으로 들어오게 된 아이들일 것이다. 이와 함께 숙청과 관계된 청색 신관들이 친가로 돌아가며, 고아원으로 되돌아온 회색 신관이나 회색 무녀가 늘어난 것 같다. 상당한 숫자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보니, 숙청의 규모가 컸음을 다시금 실감한다.
"……신전의 고아원에는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있는 거네요."
"예전에는 좀 더 적었어요. 그만큼 청색 신관의 수가 줄어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늘어났으니까요……."
멜키오르의 작은 목소리를 들은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 자신의 근시에게 말을 걸었다.
"빌마, 길, 프리츠. 고아원의 모두를 모아 주세요."
그리고 신관의 인사배치를 관할하고 있는 할트무트가, 모여있는 모두를 향해 오늘은 멜키오르와 새로운 청색 견습이 될 어린이들의 근시를 선발할 것이라는 말을 한다. 멜키오르들을 보면서 시원하게 웃었다.
"생활의 흐름이나 귀족들 구역에 있는 설비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니, 반드시 한 사람은, 청색 신관을 모신 경험이 있는, 전 근시를 고르도록 하세요. 그 외에는 누구를 선택해도 좋습니다. 이곳에서 잘 교육받고 있으니, 새로운 일이라도 금방 배울 겁니다."
세례식을 마치고 있으면 견습을 선택해도 괜찮다는 말에, 멜키오르는 흥미로운 듯 회색의 무리를 둘러본다.
"멜키오르님은 다섯명 정도, 그 이외의 사람은 세명이고, 요리의 조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넣어 두면 좋습니다. 우선은 경험이 있는 사람부터 한 명 고르십시오. 길, 프리츠. 전 근시를 모아주세요."
길과 프리츠가 말을 건네자, 멜키오르들의 앞에, 그동안 청색 신관과 청색 무녀를 섬긴 경험이 있는 자들가 나왔다. 앞에 모인 회색 신관이나 회색 무녀을 보아가며, 할트무트가 귀족의 시각에서 사용하기 편리한 자를 더욱 선별하기 시작했다. 오른쪽과 왼쪽으로 전 근시를 나누어, 왼쪽 사람은 떨어지라고 말을 건넨다.
"그들은 일터가 청색 신관의 근시에서 고아원으로 바뀌었어도 불만의 기색 없이 열심히 일했습니다. 거기에, 눈치가 빠르고 배려가 가능한 자들입니다. 어린 주인이라도 진지하게 모셔주겠지요."
아무래도 고아원으로 되돌려져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거나, 본래라면 이런 일 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말하거나, 고아원으로 돌아간 화풀이를 하거나 했던 사람은 떨어뜨린 모양이다. 할트무트가 그런 정보를 얻고 있는 것에 놀랐다.
"할트무트는 신관장으로서의 집무뿐 아니라, 고아원에 대한 것까지도 잘 파악하고 있네요."
나의 말을 들은 피리네가 작게 웃었다.
"할트무트는 가장 빈번하게 고아원에 드나들고 있었고, 로제마인님의 근시와도 긴밀한 연락을 하고 있었습니다. 딜크와 콘라트로부터도 경애받고 있고, 아이의 시선에서의 정보도 모으고 있습니다. 기탄없는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회색 신관이나 회색 무녀를 상대로도 싹싹한 모습을 보이기에 속기 십상입니다만, 할트무트는 만약 로제마인님이 근시를 새로 징발한다면, 이라는 관점에서 모두를 보고 있습니다. 채점이 상당히 매섭습니다."
다무엘이 몰래 그런 것을 알려 준다. 로데리히도 "채점이 매서운 것은 측근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라고 중얼거린다. 본인이 우수한 만큼, 주위가 전전긍긍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니콜라우스들도 진지한 표정으로 할트무트의 말을 들으며, 먼저 멜키오르가 근시를 고르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근시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할트무트의 선별에 놀람과 두려움의 표정을 보이며, 자신들이 불리는 것을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빌마, 세례 전의 아이들을 불러주세요."
세례식을 마치지 않아, 근시로 선출될 일도 없는 아이들이 죽 늘어선다. 딜크와 콘라트와 릴리의 아이를 제외하면, 모두 이 겨울에 새로 들어 온 아이들이다. 오랜만에 만난 콘라트와 피리네가 아이콘텍을 취하는 것을 곁눈질로 확인하고 있었더니, 아이들 중 한 사람이 "형님" 이라고 작게 소리를 높였다. 나는 그 아이의 시선을 더듬어 따라간다.
"라우렌츠의 동생인가요?"
"네. 벨트람은 이복 동생인데, 어머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저의 어머니가 맡아 세례식을 치를 예정이었습니다."
라우렌츠가 흐뭇하게 벨트람을 보았다. 그러고 보면, 세례 전의 아이들의 취급을 설명할 당시, 라우렌츠는 동생도 살 수 있게 되었다며 아주 기뻐했었었다.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세요."
나는 아이들에게 겨울 동안의 생활에 부족한 것은 없었는지, 어떤 공부를 했는지를 묻는다. 조금 긴장한 듯한 표정의 아이들이 겨울 동안의 모습을 알려준다. 카르타와 트럼프는 딜크와 콘라트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이기는 횟수가 늘어났다고 한다.
"페슈필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교사는 저밖에 없었습니다만, 로제마인님이 신전으로 돌아오셨으니, 이제 로지나의 지도도 받을 수 있게 되었네요."
빌마는 페슈필 솜씨가 좋은 아이에 대한 이야기나, 아이들이 어떻게 연습했는지를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생활 습관이 전혀 달라 고생하고 있던 아이들도 점차 신전 생활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딜크와 콘라트가 모범이 되거나, 곤란해 하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둘 다, 고맙습니다."
딜크와 콘라트를 치하하며, "나중에 팔우 케이크를 불하해 줄게요." 라고 약속한다. 차 시간에 남은 것은 딜크와 콘라트에게 돌리고 싶다.
"델리아와 릴리에게도 부탁합니다, 로제마인님. 많아진 아이들을 가장 잘 보살펴 준 것은, 그 두 사람입니다."
빌마의 말에 나는 뒤편에 대기하고 있는 델리아와 릴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아원에서 나갈 수 없는 델리아와 아이의 세례식이 끝나지 않은 릴리는 근시의 선별에는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둘 다 고맙습니다. 딜크와 콘라트와 함께 팔우 케이크를 들어 주세요."
"송구하옵니다."
겨울 동안의 상황을 들은 나는 근처에 있는 아이들을 천천히 둘러본다.
"실은, 이 중 다섯 아이들에 대한 인계 요청이 있어, 조만간 부모가 데리러 오게 되었습니다."
내가 차례로 다섯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자, 와앗 하고 얼굴에 희색이 넘친다. 기뻐하는 다섯명과는 반대로, 남겨지는 아이들의 안색은 어두워져 간다.
"그리고, 고아원에 남는 아이들에게 아우브로부터의 말씀이 있습니다. 겨울에 한번 면회를 하여, 귀족으로서 대우할지의 여부를 아우브가 결정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귀족으로서 대우되기로 결정된 사람은 겨울에 세례식을 치르게 됩니다. 여러가지로 생각하는 것은 있겠습니다만, 다들 귀족이 되기 위해 힘내주세요."
"네!"
우렁찬 목소리로 화답한 것은 라우렌츠의 동생 벨트람이었다. 키와 언행으로 보아도 세례식이 가까울 것이다. 귀족으로 살아갈 거야, 라고 말하는 듯한 야망에 찬 눈을 하고 있다. 벨트람에게 끌린 것처럼 아이들이 얼굴을 들었다.
"저의 이야기는 이상입니다. 멜키오르들이 근시를 뽑는 것이 끝날 때까지, 그 동안 공부한 성과를 보여주시겠나요? 피리네와 라우렌츠는 자신의 동생과 대화를 해도 좋아요."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나는 자신의 측근들을 이끌고 책이나 장난감이 있는 근처로 이동한다. 라우렌츠와 피리네는 자신의 동생에게로 향한 것 같다. 처음으로 신전이나 고아원에 들어온 마티아스들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진열되어 있는 페슈필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만큼의 페슈필이 고아원에 있는 건가요?"
"페슈필은 아이들이 발표회를 위해 연습할 수 있도록, 각각의 친정에서 접수한 것입니다. 저도 이렇게 나란히 있는 것은 처음 봤어요."
작은 페슈필이 좀 높은 선반 위에 열개 정도 늘어선 모습은 마치 초등학교의 음악실 같다. 아마 작은 아이가 망가뜨리지 않도록 높이 올려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페슈필만이 아닙니다. 참고서가 없을 뿐, 귀족원의 책장과 똑같지 않습니까."
"그 참고서가 중요한 것입니다만, 고아원의 책장도 대단하죠? 인쇄기를 시운전하며 찍어낸 평민의 이야기도 있어요."
구텐베르크들이 모아주고, 러츠와 길이 찍어 준, 그렛시엘 주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은 귀족들 사이에서 팔리는 책과는 다른 내용으로 재미 있다. 상품이 없기에 귀족들은 읽을 수 없는 책이다.
"신경 쓰인다면 읽어 보겠나요? 귀족과는 다른 거리의 생활을 엿볼 수 있어 재미 있을지도 몰라요."
"앞으로 인쇄업에 관여해 나가는 이상, 꼭 읽고 싶습니다."
마티아스의 뒤에서 삐쭉 얼굴을 내민 뮤리에라가 푸른 눈동자를 빛내며, 하늘하늘 책장으로 다가간다. 연애 이야기를 좋아하는 뮤리에라는 거리의 이야기도 재미있어 해 주려나.
……거리의 이야기도 받아들여지면 인쇄 가능한 책의 종류가 훨씬 늘어날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아이들이 페슈필을 듣거나 책을 낭독하는 모습을 본다. 페슈필의 연주를 마친 한 소녀가 "어째서 오라버님은 고아원에 들어오지 않은 건가요?" 라며 근시를 선택하는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니콜라우스와는 다른 또 다른 남자아이가 오빠일 것이다.
"이미 귀족으로 세례식을 마친 그들은 고아원에는 들일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청색 신관 견습과 청색 무녀 견습으로 생활하게 되는 거죠. 나중에 오라버님께 신전에서 어떠한 공부를 하고 있는지, 신전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이야기 해주세요."
"그런가요……."
남매가 함께 지내고 싶은 걸지도 모르지만, 세례 전의 아이와 이미 귀족으로 세례를 받은 아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고아원에서 함께 공부할 수는 있어도, 생활 자체는 따로따로다. 고아원의 아이는 귀족 구역으로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니까.
괜찮아요, 라고 출입 허가를 내는 것은 간단하지만, 상인들과의 협의나 가호의 의식과 관계되어, 앞으로 귀족의 출입이 늘어난다. 그런 곳에 아이들을 마음대로 서성이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 어떤 불평을 받아 처벌될지 알 수 없다. 죄를 저지른 부모를 둔 세례 전의 아이는, 평민 출신의 청색 무녀 견습으로 불리던 나처럼 상당히 약한 입장인 것이다. 신전에서 가족과 함께 산다. 그것뿐이라 해도, 어렵다.
"오라버님과는 고아원에서 공부할 때 만날 수 있으며, 당신이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을 수 있으면, 귀족 구역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열심히 해 주세요."
"네."
목표를 발견한 여자아이에게 미소를 보이며, 조금 기분이 가라앉는다.
……나도 노력해서 가족과 지낼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엄청 노력할 텐데.
오랜만에 모습만이라도 볼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자, "나는 신전에서 노력하는 게, 귀족의 생활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얼굴을 들자, 라우렌츠가 자기 동생을 붙잡고 있다.
"이녀석, 벨트람!"
"왜냐면, 그렇지 않습니까. 마루에 납작 엎드려 신전을 청소하거나, 우물에서 물을 긷거나, 스스로 자신의 의상이나 침구를 정리하거나, 숲에서 눈이 남아 있는 땅을 파헤치며 먹을 것을 찾거나……. 귀족이 할 일이 아닙니다."
그런 생활을 하고 있었나 하고 중얼거리는 라우렌츠의 눈에는, 고아원에서 지내지 않으면 안 되는 동생들에 대한 연민이 보인다. 하지만, 불쌍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관점을 조금 바꾸면 고아원 생활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적지 않다. 마력의 취급이나 마력 압축에 응용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체험과, 귀족의 생활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아둘 호기이기도 하다. 요는 자신이 잡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분명, 근시가 생활의 모든 것을 도와주던 귀족의 생활에서, 갑작스럽게, 자신의 신변을 직접 챙겨야 하는 고아원 생활을 하는 것은 큰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로서는 고아원에서 살아갈 수 없겠죠."
나의 허약함을 아는 측근들이 가볍게 끄덕이며 동의한다. 아무런 자랑도 안 되지만, 나야말로 누군가의 신세를 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거리에서의 생활에서 겪었던 것들이 귀족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고아원 생활과 거리의 사람과 관련되는 것이 가능한 생활이, 귀족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된 이후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는, 자신이 하기 나름입니다."
"네?"
설마 반박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걸까, 놀라움에 눈을 깜빡이는 벨트람에게 나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이곳의 공방에는 제가 친하게 지내고 있는 상인들이 출입하지요? 어떻게 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어떻게 상품이 세상에 나오고 있는지, 상인과의 면식이 생기고, 상인에게 상호간에 이익이 되도록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가야 하는지. 주의 깊게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상인들에게 물으면 가르쳐줄 겁니다."
벤노들은 상인과의 교섭이 가능한 귀족들이 조금이라도 많은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 홀로 중개하고 있을 뿐인 불안정한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싫은 내색 없이 가르쳐 줄 것이다.
……어쩌면 나에게 가르쳐줄 때처럼 조금은 싫은 얼굴을 할지도 모르지만, 주먹으로 구리구리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응.
"상인과 교섭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 앞으로의 에렌페스트에서는 문관으로서 크게 중용되게 됩니다. 현재의 에렌페스트에는 상인과 거래할 수 있는 문관이 무엇보다 부족한 것입니다."
청색 무녀 견습으로 신전에 들어가기로 한 여자아이가 휙 하고 이쪽을 향했다. 그녀는 문관 지망인 걸까.
"게다가, 따뜻해지면서 앞으로 숲으로 가는 횟수가 느는 거죠? 여름은 타령의 상인들이 에렌페스트로 찾아오는 계절입니다. 타령의 상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지, 숲으로 가는 길에 듣는 일도 있겠지요. 함께 가는 거리의 사람들이 가르쳐주기도 하겠죠. 귀족이 될 때까지의 자신의 장래에 활용 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지금의 생활을 살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생각도 못했다는 얼굴을 하는 것은 오히려 귀족의 측근들 쪽이다. 지금의 처지를 잘만 이용할 수 있으면,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매우 우수한 문관이 될 것이다.
"다음은……그렇네요. 보통의 귀족들은 할 수 없습니다만, 신전에서 자란 제가 할 수 있는 비밀의 특기를 보여 드릴까요? 이것을 보면 더 다양한 체험을 하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내가 일어서자, 어째선지 할트무트가 "무엇을 보여주시는 건가요?" 라며, 두근두근 하는 듯한 얼굴로 등색의 눈동자를 빛내며 옆에 서 있었다.
……어라? 멜키오르들의 근시를 뽑는 일을 거들고 있었는데, 어느새?
의문이 머리에 떠올랐지만, 근시를 뽑는 것은 이미 끝났던 건지, 멜키오르도 "무엇을 하시는 건가요?" 라며, 이쪽을 향해 오고 있다.
……뭐, 상관 없지만.
할트무트에 관해서는 깊이 생각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나는 "위험하므로, 좀 더 떨어져 주세요." 라며, 아이들에게 떨어지도록 말하고, 깨끗이 닦은 하얀 바닥을 보면서 기수용 마석을 꺼냈다.
"이것은 저의 기수용 마석입니다. 귀족의 아이는 가족의 기수를 본 적이 있을 테니, 이 마석이 자유롭게 모양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죠?"
나의 질문에 벨트람이 무엇을 하는 걸까, 하고 경계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을, 이런 식으로……."
나는 예전에 페르디난드의 앞에서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마석을 풍선처럼 부풀린다. 마력의 취급에 익숙한 지금이라면 그다지 터져나가지 않게 조각낼 수 있다. 마치 퍼즐 조각이 떨어지듯, 산산조각난 마석이 무너져 내린다.
"기수용 마석이!?"
"성에는 어떻게 돌아갈 생각이십니까!?"
그런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나는 산산조각 난 마석의 조각을 손으로 모아 맞춰간다. 그리고 마력을 흘리며, "둥글게, 둥글게." 라고 읆조리며 마석을 붙여 갔다. 그리고, 가슴을 피고, 원래대로 둥글게 된 마석을 높이 들고 모두에게 보인다.
"어? 원래대로 됐어?"
"그런 바보 같은……."
나를 비상식이라고 한 페르디난드처럼 귀족들이 감탄을 연발하는 가운데, 벙쪄있는 벨트람을 향해 방긋 웃었다.
"건조해서 스륵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뭉치기 어려운 어려운 흙이라도, 한번 물을 뿌려서 부드럽게 하면 둥글게 뭉치는 것은 간단하지요? 산산조각난 마석도 마력을 넣어 부드럽게 하면 뭉칠 수 있어요."
"그럴 리가 없어……."
귀족들은 믿을 수 없는 것을 보는 것처럼 다시 둥글게 된 나의 마석을 쳐다본다. 설령 비상식이라고 하더라도, 아는 상식의 범위가 다르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마력의 취급은 자신의 머리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떠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상식이라는 말을 듣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흙을 만지는 것, 의상을 갖추는 것, 마루를 깨끗이 하는 것, 무엇이 자신에게 득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살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자기 나름이에요."
마력의 압축 방법을 실제로 눈으로 보아, 이미지 하기 쉬워졌다고 말하던 측근들에게는 뭔가 생각하는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뭔가 힌트가 없는지 찾는 듯한 눈으로 고아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평범하게 자란 귀족들보다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네. 벨트람, 힘내라."
라우렌츠에게 툭툭 가볍게 어깨를 두드려진 벨트람이 꾸벅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납득하고 있지는 않지만, 모든 경험을 자신에게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의지가 강한 눈으로부터 어쩐지 전해져 온다.
"로제마인 누님, 저도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로제마인 누님처럼 여러가지 것들을 할 수 있게 되고 싶습니다."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다니 굉장합니다, 라며 푸른 눈을 반짝이는 멜키오르에게, 나는 작게 웃었다. 신전에 드나들면 이런저런 제례식으로 농촌 마을을 돌아다니게 된다. 다양한 경험은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전장으로서의 경험은 귀족이 할 수는 없는 것이니, 그것을 마음껏 살리면 좋아요."
"네!"
영주 일가인 멜키오르가 의욕을 보이면서, 다른 아이들도 새로운 생활이나 귀족이 하지 않는 경험에도 긍정적으로 임해 줄 것 같다. 아이들의 분위기가 밝아진 데 만족하고 있었더니, 다무엘이 "어쩐지 좋은 느낌으로 정리되었습니다만, 애당초 마력이 많지 않으면 그렇게 마석을 뭉치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로제마인님." 라고 중얼거린다.
"……다무엘, 쉿!"
전원의 근시가 정해졌다. 기원식 이후부터 아이들이 청색 견습으로 들어오게 되기에, 각각의 근시들은 그때까지 방을 갖추는 것에 대해 논의한다. 요리사를 고용하고, 식사를 만들어 받게 되는 것은 벤노나 프리다와 이야기 한 이후다.
"이번에 거두어진 근시들은 새롭게 주인을 맞이할 준비를 부탁합니다. 아이들 공부에 대해서는 다시 이곳에서 생각해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기원식이 끝나면 멜키오르님을 필두로 청색으로 된 그들이 고아원에 출입하게 됩니다만, 지금까지 내가 출입하던 것을 생각하면 별 문제는 없겠지요."
……어째선지 할트무트가 가슴을 펴고 말하고 있지만, 고아원이란건 본래는 청색 신관이 드나드는 장소가 아니다.
고아원과 청색 신관의 기본 방향도 조금씩 바뀌어 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예상외로 급격히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내가 처음 출입하게 되었을 때의 신전은 영주 후보생이 이토록 설레는 얼굴로 출입하던 곳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번의 견학회로, 멜키오르의 측근들이 신전을 보는 시선이 사뭇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좋은 변화가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자, 할트무트가 마지막 인사를 시작했다.
"그러면, 모두. 높고 정정한 하늘을 관장하는 최고신, 넓고 호호한 대지를 관장하는 다섯 기둥의 대신,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 불의 신 라이덴샤프트,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 땅의 여신 게둘리히, 생명의 신 에비리베, 그리고 에렌페스트의 성녀 로제마인님께 기도와 감사를 드립시다."
그 자리에 있는 회색 신관이나 회색 무녀는 팟 하고 일체된 움직임으로 기도를 올린다. 겨울부터 들어갔을 아이들도 완전히 기도에 숙달된 모양이다. 어떠한 주저도 없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신전에 드나들며 기도하는 일에 익숙한 나의 측근들과 달리, 새롭게 측근으로 들어온 마티아스들, 멜키오르의 측근들, 아이방의 아이들은 다소 어색한 느낌이었다.
……어라? 지금, 뭔가 이상한 것이 섞여있지 않았나?
너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서 순간 흘려듣고 말았지만, 기도를 바치는 신 중에 내 이름이 함께 있었던 느낌이 든다. 할트무트를 추궁하고 싶은 기분이 되었지만, 이 자리에서 이성을 잃고,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라며 할트무트를 잡고 흔드는 일도 없이, 나는 만들어 붙인 미소를 지으며 고아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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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숨 돌릴 수 있는 휴식화였습니다.
어느샌가 고아원의 기도가 묘한 것으로 바뀌어 있는 것에 놀라는 로제마인.
라우렌츠와 벨트람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로제마인님에게 너무 물든거 아냐?" 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다음은 의식의 준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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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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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아이들을 구슬리는 마인이의 모습에서, 프로 사기꾼의 향기가....;;
훗날, 귀족원에서 기수용 마석을 터트려버리고, 도로 붙이지 못해 울상을 지을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책벌레의 하극상 5부 68화. - 의식의 준비 -
의식의 준비
고아원을 나온 뒤에는 각자의 방을 정하고, 가구 교체를 어떻게 할 지 논의하고, 신전에서 아이들을 수용할 준비는 각자가 거둔 근시에게 맡기게 되었다.
성으로 돌아온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양부님에게 견학회의 흐름을 보고하고, 가구의 반입과 예산에 대해 양부님과 상담한다. 기본적으로는 허가가 나오고, 특별한 문제 없이 끝났다.
"멜키오르와 아이들을 들이는 문제는 끝났습니다만, 아직 다른 문제가 쌓여 있습니다."
"문제?"
"기원식을 돌 인재가 부족합니다. 페르디난드님이 없어, 멜키오르가 기원식에 갈 수 없는 것이 크네요."
페르디난드가 없고, 구멍을 메울 수 있는 인재가 없는 상태에서, 숙청으로 인해 청색 신관의 숫자가 줄어들어 있기에, 개개인의 부담이 크다. 기원식의 배정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시급히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멜키오르는 마력을 넣는 훈련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습니다만……."
본래라면 작년의 영주 회의때부터 1년 동안 연습해서, 올해는 참가할 수 있도록 하려는 예정이었었는데, 귀족 회의에서 페르디난드가 데릴사위로 에렌페스트를 나가는 것이 결정되어 버렸다. 그 이후엔, 신전업무의 인계와 나에 대한 교육을 최우선으로 하며 신전에 틀어박혀, 그다지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되자, 초석의 마술에 넣는 마력량이 꽤나 줄어들어, 나와 페르디난드 이외의 영주 일족이 필사적으로 공급하게 되었고, 양모님과 할아버님들이 멜키오르를 보좌할 여유도 없어져 버렸다. 게다가, 겨울엔 조기에 숙청이 집행되어 모두가 바빴고, 양모님이 회임하는 바람에, 멜키오르는 안전을 위해 북의 별채에 틀어박히게 된 것이다.
"한 계절 동안 착실히 연습했던 샤를로테도 부담이 컸던 거죠? 거의 훈련이 되어 있지 못한 멜키오르에게는 위험한걸요."
"내년이야말로 저도 참가하고 싶습니다."
분한 듯, 멜키오르는 그렇게 말했지만, 올해야말로 바빠서 멜키오르의 연습에 어울릴 여유가 없는 양부님과 양모님은 곤란한 듯이 얼굴을 마주 보았다.
"성에서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하는 훈련을 하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신전에서 마력을 봉납하는 것으로 연습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연습하면 내년에는 참가할 수 있을 거에요."
내년은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 올해는 어쩔 수 없다.
"기원식은 저의 측근들을 따로따로 향하게 하면, 인원의 문제는 해결됩니다만, 거리를 나갈 수 있는 성인 측근의 대부분이 호위기사라서……."
"호위기사를 줄이는 그런 위험한 짓은 시킬 수 없다."
양부님의 말씀에 나는 "알고 있기에, 곤란해 하고 있습니다."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측근들에게 상담했을 당시도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으로부터 같은 이유로 기각되었었다.
"마차, 음식, 요리사, 근시, 의식용 의상 등은 돈으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습니다만, 인력만큼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요."
한동안 잠자코 듣고 있던 빌프리트가 얼굴을 들었다.
"나와 샤를로테와 남아 있는 청색 신관들이 멀리 있는 기베의 땅을 돌고, 그대와 할트무트가 직할지를 도는 것은 어떠한가?"
"네? 하지만……빌프리트 오라버님도 샤를로테도 바쁘죠? 부담을 늘리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신전장으로서의 책임은 나한테 있는데도, 바쁜 모두에게 도움을 받아도 괜찮은 건가, 하고 생각하고 있자, 빌프리트가 어깨를 움츠렸다.
"라이제강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도, 그들과 한번이라도 더 얼굴을 마주칠 기회를 늘리고, 로제마인만이 제례식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귀족들에게 보이는 것이 좋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동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기베와의 수확 차를 메우기 위해 마력이 풍부한 영주 후보생들이 직할지를 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귀족들은 구텐베르크들을 이동시키는 김에 제례를 보는 내 모습밖에 보지 못했다는 것 같다.
"라이제강가 로제마인만이 제례식을 맡고 있다고 느끼는 한 이유는, 구텐베르크들을 거느린 로제마인의 이야기나 할덴체르의 기적 이야기가 귀족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데도, 다른 영주 후보생들이 제례식을 하는 모습을 본 귀족이 없는 탓도 있는 것 같다. 라이제강계의 정보를 모은 렘프레히트가 그렇게 말했었다."
……그런 거, 전혀 몰랐어.
"저희들이 기베의 지역을 도는 것은 좋은 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도난츠와 기수를 사용해 이동하면, 먼 곳이라도 큰 부담은 안 되는걸요."
샤를로테는 탑승형 기수를 사용하기에, 소성배를 싣고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베에게는 소성배를 건네줄 뿐, 농촌과 같은 기원식은 하지 않으니, 보좌를 하는 회색 신관이 없어도 문제 없다. 여정은 상당히 줄어들겠지. 샤를로테의 말에 빌프리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청색 신관을 직할지로 돌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가능한 많은 기베과 면회할 기회를 가지고 싶다."
"새롭게 임시 기베로 임명된 자에게도 인사가 필요할테니까요, 오라버님은 남쪽을 중점적으로 도시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샤를로테의 말에 빌프리트는 조금 생각에 잠겨, "분명 새로 부임하는 사람이 많은 남쪽과 그렛시엘은 돌아 두고 싶다고 생각한다."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라이제강계의 귀족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가지려는 것 같다.
"그러면, 저는 구텐베르크들을 킬른베르가에 데리고 갈 예정이 있으므로, 킬른베르가과 직할지를 담당하겠습니다."
"기원식은 농촌 마을을 돌아다니며 직접 마력을 쏟아야 하니 힘들겠지만, 수확량과 직결되는 제례식이다. 프뢰벨타크와의 공동 연구도 있다. 부탁하마, 로제마인."
양부님으로도 부탁을 받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골치를 썩히던 문제가 해결되어 안심하고 있자, 빌프리트가 흘끗 나를 보았다.
"로제마인, 앞으로 그대는 신전에 틀어박히겠다고 말했었지? 가능한 빨리 가호의 재취득을 시험해 보지 않겠나? 제례식에 참여함으로써 성인이라도 가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실증되면, 동행하는 나의 측근들의 설득도 쉬워진다."
위험하니까 되도록 나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빌프리트의 측근들은 기원식에 참석하는 것마저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영주 후보생의 의무라고 말해두긴 했지만, 밖으로 나가면 위험은 가중된다. 첫 기원식에서 습격당했던 나는, 호위기사들의 걱정을 잘 알 수 있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몸이 위험한 것이라면, 부적이라도 만들어 드릴까요? 모처럼이니 샤를로테 것도."
물리 공격에 대응하는 것과 마법 공격에 대응하는 것, 두 종류를 만들어 주면 조금은 안심할 수 있겠지. 기습에 부적이 대응하면, 나머지는 호위기사가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니고 있는 많은 부적 가운데, 어떤 타입을 만들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자, 샤를로테가 작게 웃었다.
"기원식에 가는 것은 저희들만입니다만, 자기만 부적이 없으면 멜키오르가 삐쳐요, 언니."
샤를로테의 말에 멜키오르를 돌아보자, 멜키오르가 조금 볼을 부풀리며, "삐치지 않아요." 라고 말했다.
집을 보는 멜키오르에게도 부적을 만들어 주기로 결정한 시점에서, 양부님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로제마인, 오늘 오후 아렌스바흐의 페르디난드로부터 서한이 왔다. 결혼 축하의 선물과 함께 보내주었으면 하는, 사적인 짐이 있는 것 같다. 관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그대에게 서한을 전달해 달라고 쓰여 있었다. 집에 남아 있는 근시들에게 서한을 보이면 준비할 거라고 한다. 나중에 문관을 보내거라."
"알겠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은 건강하신 것 같나요?"
영지 대항전이나 졸업식 때 만났기 때문에 별다른 변화는 없겠지, 라고 생각하며 건넨 말에, 양부님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건강하긴 건강한듯 하다만, 뭔가 매우 귀찮게 된 듯하다. 아렌스바흐에서 기원식을 하게 된 것 같다."
"네?"
어째서 약혼자이고, 아직 정식으로는 에렌페스트의 사람인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에서 기원식을 하는 건지, 머리가 이해할 수 없다.
"마력이 부족한 아렌스바흐이지만, 아직 페르디난드에게는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넣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이것은 나의 예상이다만, 아우브·아렌스바흐가 죽고 차기 아우브가 초석의 마술을 다시 물들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다."
초석에 마력을 공급할 수 없으니 제례식을 해라, 라고 했다고 한다. 이미 서한을 읽은 듯한 양모님도 볼에 손을 대고 곤란한 듯이 한숨을 토한다.
"그리고 기원식에는 레티시아님을 동행시키게 되었다는 것 같아요. 그것이, 에렌페스트에서 세례식을 마친 영주 후보생들이 마력을 공급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디트린데님이, 레티시아님에게 연습이 아니라 처음부터 마력 공급을 하도록 한 것 같아서……."
"……뭔가 에렌페스트의 제례식이 이상한 느낌으로 왜곡되어 알려진 것 같네요."
샤를로테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모두가 바빠서 멜키오르가 연습할 수 없었던 것 처럼, 마력의 취급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마력을 다루는 것은 어렵고, 어른의 보조가 필수적이다. 귀족원에서 마력의 취급에 익숙해져 있는 거라면 몰라도, 자신의 한도를 모르거나, 어른이 흘리는 마력에 끌려가 마력이 대량으로 인출되기도 한다.
에렌페스트에서는 그것을 막기 위해 마석에 마력을 흘리는것부터 연습한다. 그거라면 마석에 담긴 마력의 양을 조절하는 것으로, 마력이 너무 빠져나가 기절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다. 마력을 취급하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으면 힘든 작업인 것은, 새삼스레 말할 것도 아니다.
……아무런 연습 없이 마력 공급을 시키면 큰일이 되는데.
페르디난드가 없으면 디트린데가 무엇을 강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레티시아를 동행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원식에서 페르디난드가 마력의 취급을 가르친다는 것 같다.
"……이건 어쩌면……페르디난드님의 상냥함이 들어 있는 회복약이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테에게는 괴롭히는게 아니냐고 오해받았던 것을 알려 주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로제마인, 걱정할 곳은 거기가 아니다! 에렌페스트의 제례식이 타령에 어떻게 전해지고 있는지를 걱정해라."
친절함을 넣었는데도 레티시아에게 미움받아버리면 불쌍하다고 생각한 것이지만, 빌프리트로부터 날카로운 츳코미을 받아버렸다.
……그건 그렇지만, 보통은 마력 공급이 얼마나 부담인지, 자신의 몸으로 알고 있으니까, 귀족원 입학 전의 아이에게 그런 무리를 시키는 디트린데 같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착각하고 있는 디트린데님은 어쨌든, 게오르기네님이 말리려고 하지 않은 거라면, 그쪽이 걱정이네요. 양부님, 숙청의 결과에 대해 페르디난드님께 편지를 보내셨나요?"
영지 내의 정보는 양부님이 허가한 것 외엔 타령에 흘려선 안 된다고 한다. 기베·겔랏하의 생존 가능성이 있는 것은 전했을까. 마티아스로부터의 정보로는 마술도구를 관리하고 있는 비밀방 하나가 심하게 어지러져 있었다고 한다. 마술도구는 사용하기 쉽도록 철저히 관리해오던 기베·겔랏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상태였던 듯, 저택에 수사의 손길이 미치기 전에, 필요한 마술 도구를 황급히 꺼낸 것 같다고 말했다.
……뭐, 자신의 공방은 발 디딜 틈도 없는 라우렌츠로서는, 그 정도로 어질러진 상태는 생존의 증거라고 볼 수 없었을 것 같지만.
기베·겔랏하밖에 들어갈 수 없는 개인의 비밀방에는 마티아스도 들어갈 수 없었던 것 같아, 그쪽은 안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다만 할아버님이 문에 끼어 있는 묘한 천조각을 발견했다는 것 같다. 힘껏 찢겨나간 천 조각은 은색의 광택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이 이상한 건지 설명은 못해도, 묘한 것이라고 한다.
"몇가지 정보는 보냈다. 누님이 있는 곳으로 피신하진 않았는지 살펴보겠다고 서한에 쓰여 있었다."
"그렇습니까. 그것은 잘됐습니다. 그래도, 용케 검열을 통과했네요."
"비밀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방법은 몇 가지인가 있는 것이다. 그대가 서한을 봐도 알지 못할 것이다."
양부님은 의미심장하게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페르디난드는 나만 아니라 양부님과도 비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저녁 식사 후, 할트무트가 서한을 가지러 가서 받아오는 동안, 나는 이전에 페르디난드에게서 받은 편지를 가지고 비밀방으로 들어갔다. 페르디난드가 신전에서 검증한 가호의 의식에 대해서는 빛나는 잉크로 쓰여 있어서, 다른 사람들도 읽을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을 베끼지 않으면 안 된다.
편지에는 신전에서 검증하고 있었으므로, 신전의 공방에서 저택으로 운반된 마술도구 중에 자작 마법진이 있으니, 자세히 검증 결과를 보낸다면 사용해도 좋다고 쓰여 있었다.
"우ー웅, 어차피 짐도 보내지 않으면 안 되니까, 검증 결과를 편지에 써서 함께 보내 주는 것은 딱히 상관 없다구. 하지만, 집에 있는 건 다 양보한다고 했었는데, 조건부 허가라니, 좀 너무하지 않아?"
사실은 양보할 마음 따윈 전혀 없었던 듯한 문면이, 굉장히 페르디난드 같아 무심코 웃고 만다.
"그나저나 저렇게 큰 것을 자작했다니, 신전에 들어간 직후엔 꽤나 한가했던 모양이네."
귀족원에서 사용한 마법진의 크기를 생각하면, 연구용으로 만들기에는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매드 사이언티스트에게는 힘들지 않았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비밀방을 나오자, 할트무트가 서한의 사본을 가지고 돌아왔다.
"고마워요, 할트무트. 내일은 도서관으로 가서 물건을 찾겠습니다. 가호의 의식을 하려면 이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페르디난드님은 이미 시도한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역시 페르디난드님이시군요."
할트무트에게서 서한의 사본을 받고, 필사한 편지를 할트무트에게 건넨다.
"피리네, 미안하지만 브륜힐데에게 올도난츠를 보내주시겠나요. 상인들과의 회합 일시를 전하고 동석할 수 있도록 말해주었으면 해요. 그렛시엘에 관한 이야기를 할 테니, 와 주는게 좋겠죠? 몇 명의 문관을 동행시키도록 부탁할게요."
"알겠습니다."
"오틸리에, 리제레타, 그레티아. 저는 내일 도서관에 갔다가 신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당분간 신전에 틀어박히게 되므로, 준비를 부탁합니다."
그렇게 말하자, 의상이나 소품의 준비는 물론, 요리사들과 로지나에게 연락을 하고, 그들이 이동하기 위한 마차의 수배까지 해준다.
"그리고 신전장의 의식용 의상을 수선하기 위해 길베르타 상회를 신전으로 부르게 됩니다. 여름의 의상을 주문해야 하니, 그 날은 신전으로 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측근들에게 몇가지 지시를 내리며, 나는 양부님의 문신이 필사한 서한을 읽는다. 아렌스바흐로 보내고 싶은 물건의 리스트가 대부분으로, 근황에 대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것도 양부님으로부터 들었던 것 뿐이다. 문관이 필사한 것이라, 필적을 그리워할 것도 없이 다 읽었다. 귀족다운 말로 우회적으로 적혀 있었지만, 디트린데가 돌아오면서부터 정말로 힘들어 하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레티시아의 교육도 정체되어 있는 듯 하다.
……페르디난드님의 엄격함에 기죽어 있었으니, 레티시아님은 안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 그래도, 기원식에서는 쭉 같이 있겠네.
과자의 추가도 필요하겠지만, 친절함이 들어간 회복약이 어린이에게는 괴로운 물건이라는 것만은 절대로 알리지 않으면, 너무 불쌍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 날, 나는 가호의 의식을 준비하기 위해 측근들과 나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나의 도서관. 이 어쩜 좋은 울림이람.
잔뜩 들떠서 기수로 들이닥친 마이 도서관을 올려다보며, 우후후~ㅇ, 하고 웃는다. 칭찬하는 말이 들어가있을 마술도구가 든 가죽주머니도 잊지 않고 가지고 왔다. 오늘에야말로 칭찬을 듣는 것이다.
나는 현관문 앞에 서서, 사슬에 꿰어 앞가슴에 늘어뜨리고 있는 관의 열쇠를 꺼냈다. 찰칵 하고 열쇠 구멍에 넣자, 붉은 마력의 선이 문 위에 뻗어간다. 그리고, 기깃 소리를 내며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어서 오십시오, 로제마인님."
문 너머에는 짐을 운반할 때나 디트린데가 내방했을 때에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는 관의 근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간만이네요, 라자팜. 올도난츠로 알린 것처럼, 페르디난드님의 짐의 준비를 부탁해도 좋을까요? 성으로 보내면, 결혼 축하의 선물들과 함께 보내 주신다고 합니다. 저는 측근들과 함께 공방에서 물건을 찾거나, 비밀방을 쓰거나, 도서실에서 독서를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독서를 할 테니까요."
페르디난드 또래의 하급 귀족인 라자팜에게는 이미 도서실에서 책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나를 페르디난드가 목덜미를 잡고 끌어내던 모습을 보였었다. 이제와서 얌전을 떨 필요가 없다.
……라고 할까, 지금, 얌전을 떨더라도 어차피 금방 허점이 드러나는걸.
라자팜은 내가 건넨 서한의 사본들을 훑어보고, "로제마인님, 도서실로 들어가기 전에 문을 열어 주세요." 라고 말했다. 관의 주인인 내가 아니면 열지 못하는 문이 몇개인가 있어, 거기에 페르디난드의 짐이 치워져 있는 것 같다.
나는 라자팜이 말한 문을 연 후, 할트무트들과 함께 공방으로 향했다. 공방의 문도 여닫는 것은 내가 해야 한다. "도서실에 있을 테니, 알아서 찾으세요." 라고 할 수는 없다. 서큐리티는 대단하지만, 좀 불편하다.
"이 근처에, 신전에서 운반된 마술 도구 중에 가호의 의식에 사용하는 마법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상세를 쓴 종이를 할트무트에게 건넬 테니, 모두 함께 찾아 주세요. 저는 비밀방을 만든 뒤, 도서실로 갈 테니까요."
"로제마인님, 저택 안이지만, 일단 호위를 데려가 주세요. 전, 여기에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
안젤리카가 그렇게 말하며 호위에 입후보한다. 다른 모두는 대량으로 있는 마술도구에 흥미가 있는 것 같아, 나는 안젤리카만 데리고 계단을 올라 방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어째서 여성의 방은 언제나 위층에 있는 걸까요?"
"어디나 똑같이 해 두지 않으면 헷갈리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 뜻이 아닌데, 뭐, 상관 없지만.
안젤리카와 별로 아귀가 맞지 않는 대화을 하며, 나는 이 저택의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물건은 좋지만 조금 낡은 가구가 그대로 놓여진인 방을 둘러보았다.
여기는 페르디난드가 세례 전에 데려와졌을 당시, 함께 에렌페스트로 온 여성이 쓰던 방이라고 한다. 페르디난드는 그녀를 어머니처럼 따르고 있었지만, 세례식 준비를 위해 성으로 끌려갔다가 돌아와 보니 모습이 없었다고 한다. 베로니카에 의해 배제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말했었다.
나는 가구에 딱히 구애되지 않아서, 페르디난드에게 있어 소중한 가구를 치우면서까지 새로 바꿀 예정은 없고, 이대로 쓰기로 했다.
……페르디난드님이 어머니처럼 따르던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안젤리카, 거기 의자를 가져다 주세요."
나는 침대 안쪽에 있는 비밀방의 문 앞에 서서, 마력 등록을 하고 문을 열었다. 아직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방에 의자를 넣는다. 안젤리카를 방에 남겨두고 숨겨진 방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나는 허리에 찬 가죽 주머니를 잡고, 안에서 녹음의 마술 도구를 꺼낸다. 마력을 흘리자 페르디난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에게 준 도서관의 숨겨진 방에서 듣고 있는가?"
"물론이에요."
나는 마술 도구를 향해 가슴을 피고 대답한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 페르디난드는 우려사항을 말하기 시작했다.
게오르기네가 이궁으로 넘어간 것, 겨울이 된 직후에 잠시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 측근들이 늘었다는 소문이 있는 것, 유스톡스도 몰래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허드렛일까지도 경계를 하는 것.
"겨울 사이에 뭔가 있었던게 틀림 없다. 어쩌면 숙청된 잔당이 게오르기네 집으로 찾아갔을 가능성도 있다. 질베스타에게 경계를 소흘히 하지 말라고 전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라이제강을 억누르는데 필요한 정보가 있는 서류가, 어느 정도 내 짐이 있는 방의 목함에 들어 있다. 이제 앞으로는 도와줄 수 없으니, 스스로 억누르는 것이 중요하다만, 무리일 것 같다고 판단되면 정보를 흘려주기 바란다."
……양부님에게로의 주의 사항밖에 없는데, 언제가 되어야 칭찬하는 말이 나오는 걸까?
제법 중요한 정보인 것은 알지만, 기대했던 만큼 실망이다. 조금 어깨를 떨어뜨리며, 나는 다음을 듣는다.
"그리고 너에 대한 주의다만……."
……주의만 하지 말고, 칭찬하는 말, 플리즈!
"올해는 교역 규모를 확대할 수 없다고 질베스타에게 들었다. 그것을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영지가 폭거에 나설 가능성도 있고, 에렌페스트가 어떤 곳인지 몰라서 살피던 상인들이 익숙해지는 것과 함께 묘한 행동을 하기 시작할 무렵이기도 하다."
클라센부르크에서 칼린이 시집오려하며 트러블을 일으킨 사례를 늘어놓으며,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혼인은 쌍방이 납득한다면, 그리 큰 문제는 없겠지만, 거칠게 나오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다. 인쇄업도 머리 장식도 네가 키운 몇명의 직공들이 대부분의 이익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눈을 돌릴 가능성은 높다."
구텐베르크는 킬른베르가으로 이동하게 되지만, 머리 장식 장인으로서 제일의 실력을 갖춘 투리는 거리에 있고, 벤노, 마르크도 마찬가지다.
……거칠게 나온다니, 어떻게 해야……
어떻게 모두를 지켜야 좋을지 모르겠다. 내내 따라다닐 수도 없고, 내가 많이 가지고 있는 부적은 마력이 많이 필요해서, 거리의 모두에게는 줄 수 없는 것이다.
위험이 있는 것을 알리는 정도밖에 못하지만, 거래상에서 어떤 위험이 있는지는 아마 벤노들이 더 잘 알겠지.
"그러기 위해, 마력이 없는 평민도 지닐 수 있는 부적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줄 테니, 네가 지키고 싶은 자에게 주도록 해라."
그렇게 말하며 페르디난드의 목소리는 부적을 만드는 방법을 서술하기 시작했다. 나는 황급히 서자판을 꺼내 메모한다. 자신의 마력으로 보충할 수 있는 귀족용과는 만드는 방법이나 필요한 소재가 조금 다른 모양이다.
"소재는 도서관의 공방에 있을 것이다. ……부적의 사용법을 가르치기 위해, 마력을 보충하기 위해, 그렇게 이유를 붙이면, 그들을 신전에 부르는 것도 쉬워지는게 아닐까? 그리고 내가 너에게 보낸 머리 장식처럼 만들면, 축하 선물로 주기도 쉬울 거라 생각한다."
투리가 성년이 되는 것은 여름의 끝이다. 어쩌면 내가 대놓고 성년 선물을 할 수 있도록, 이렇게 에둘러 말하고 있는 걸까?
"……알기 어렵다구요, 여전히."
침묵해버린 마술 도구를 향해 작게 불평하고, 나는 무웃 하고 입술을 내밀었다.
"여기에 칭찬하는 말이 들어있었으면 완벽했을텐데."
페르디난드님께 칭찬을 기대한 내가 바보였던 모양이다. 마술도구를 들고 한숨을 토한다.
"……너는 잘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
길고 긴 침묵 후에 또 목소리가 들렸다. 잘못 들은게 아닌가, 하고 나는 마술 도구를 귓가에 바싹 붙인다.
"참 잘했다."
짧은 한마디인데, 그것만으로도 전부 보답받은 느낌이 들었다.
기쁘고 자랑스러운 기분이 되었다.
그렇게 간단히 들을 수 없는 칭찬이기에, 이렇게 기쁜 것인지도 모른다.
자연히 느슨해지는 뺨을 누르면서 의자에서 내려와, 녹음의 마술 도구를 가죽주머니에 넣고 의자에 두었다. 또 칭찬하는 말이 필요해지면, 들으러 오면 된다.
……칭찬하는 말을 넣어달라는 부탁을 들어줬으니, 나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또 칭찬을 들으러 올 수 있도록, 칭찬하는 말에 걸맞는 모든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좋―아! 기운 났어! 모두의 부적, 만들어 주겠어!"
기운이 난 나는 비밀문을 크게 열고, 웃는 얼굴로 공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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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식이나 가호의 재취득 같은 의식에 관한 논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염원하던 도서관.
염원하던 칭찬입니다.
다음은 가호를 얻는 의식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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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게임은 악입니다. 전적으로 게임이 나빠요. (먼산....)
"목덜미를 잡고 끌어내던(摘まみ出す)" 이라는 부분을 구글에 검색해 보니, 이런 사진이 나오네요.
533
책벌레의 하극상 5부 69화. - 가호의 재취득 -
가호의 재취득 전편
공방에서 물건을 찾고 있는 모두의 옆에서, 나는 부적을 만들했다. 평민용의 부적은 도서관의 공방에 있는 소재를 쓰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거리의 가족이나 구텐베르크들에게 나눠줄 양을 생각하면 제법 많이 필요하다. 길드장, 길베르타 상회, 프랭탕 상회를 부르고 있을 때 주게 되면, 길드장만 따돌릴 수도 없다.
"부적은 여분도 만들었고, 이제 됐어."
그렇게, 드물게도 독서는 제쳐놓고 평민용의 부적을 만들었다. 그 후에는 의식에 필요한 물건을 신전으로 운반한다. 내일은 가호를 재취득하는 실험을 한다.
"로제마인님, 저는 졸업식 이후에 다시 한 적 있으니, 내일의 의식에는 참여하지 않고 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다시 했었으니 성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레오노레와 리제레타의 말에 끄덕이고, 나는 유딧트를 돌아보았다.
"유딧트는 어떻게 하겠나요?"
"기도가 부족한 것 같아, 이번엔 보류하겠습니다. 훈련에 가도 좋고, 호위기사가 있는 것이 좋으시다면 신전으로 가겠습니다."
"호위기사는 많이 있으니, 훈련에 가주세요. ……오틸리에와 브륜힐데에게도 말을 걸어 봐야 겠네요."
올도난츠를 두 사람에게 날렸지만, 오틸리에는 그동안 별다른 기도를 하지 않았고, 브륜힐데는 그렛시엘과의 사교나 근시의 교육 문제로 매우 바쁘다. 브륜힐데는 자신의 졸업식 이후에 다시 의식을 치르므로 이번에는 보류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저에게 이름을 올린 그레티아는 강제 참가니, 꼭 신전에 와야 해요."
"알겠습니다."
로데리히가 전체 속성을 얻은 것은 이름 올리기 때문이 아니냐고 추측되고 있지만, 아직 확증은 없다. 이번에는 성인조의 나중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도 가호의 의식을 다시 해보려 한다.
……어머니도 올 수 있으려나?
어머니가 신전에 오게 되면, 이름을 바치는 주인을 변경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가호에 차이가 나오는지를 조사할 수 있다. 뮤리에라는 여러번 의식을 치르게 되겠지만, 가능하면 시험해 보고 싶다. 내가 올도난츠로 어머니에게 예정을 물어보자, "오후부터라면 갈 수 있습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신, 새로운 과자 레시피를 받도록 할게요. 코넬리우스가 졸업했기에, 새로운 요리법이 손에 들어오지 않게 되어버렸으니까요."
빈틈없는 어머님을 위해, 나는 올해의 상품이었던 무스의 레시피를 준비해 두기로 했다.
다음 날, 3의 종이 울리기 전에 이미 의식을 치른 측근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신전장실의 공방의 문을 열고, 출입하기 위해 필요한 마석을 주어, 마법진 등을 반출하도록 지시한다.
"로제마인님, 예배실로 옮기면 되겠습니까?"
"네, 프랑. 할트무트에겐 집무의 지시를 내린 뒤에 예배실로 오라고 했으니, 예배실로 날라다 주세요. 가급적이면 귀족원과 똑같이 하고 싶습니다."
육체 노동이라서, 프랑만이 아니라, 길과 프리츠도 공방에서 불러와 짐 운반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내 할트무트의 측근들도 합류하며, 짐이 순식간에 운반되어 간다.
"모니카, 고아원에는 알려두었나요?"
"네. 오늘은 예배실에 들어가지 말라고 전해두었습니다."
나는 공방에 출입하는 자를 감시해야 하므로, 준비는 할트무트와 다무엘에게 맡기고 있다. 문관인 뮤리에라와 로데리히가 피리네의 조수이다.
모든 짐을 반출하고, 나는 측근들에게 전달한 마석의 브로치를 회수하고, 공방의 문을 닫고, 예배실로 향한다. 예배실에서는 앞서 지시를 내려두었던 대로 할트무트들이 준비하고 있었다.
제단에는 천이나 과일이 장식되어 있고, 향로에는 불이 들어 그윽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제단을 향해 붉은 천이 깔려 있고, 마법진이 그려진 천이 크게 펼쳐져 있다. 그 마법진은 귀족원에서 봤었던 마법진과 달리, 자수가 아니라 잉크로 그려져 있었다. 페르디난드도 역시 자수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일단은, 정말로 이 마법진이 작동하는지, 한 속성씩 의식을 치뤄도 가호를 얻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 하니, 처음은 안젤리카가 도전해 주세요."
잉크라 시간이 지나며 긁혀 지워진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고, 뭔가 설치 방법이 나빠서 발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시험이니까 안젤리카의 의식에는 제가 동석하겠습니다만, 그 후는 한명씩 차례로 부탁합니다. 귀족원의 가호의 의식을 치를 땐 한명씩 갔었죠? 얻은 가호는 너무 공공연하게 알려선 안 될 것인지도 모르고, 혹은 의식에 집중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니까요."
안젤리카는 정말 제대로 외우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감시가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은 문제 없다. 의식의 절차를 확인하자, 모두가 걱정스럽게 안젤리카를 바라보았다. 이럴 때의 안젤리카는 신용이 없다. 본인은 똑부러지는 얼굴로,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강하게 끄덕이고 있지만, 역시 걱정된다.
"안젤리카의 다음은 할트무트로 하겠습니다."
"제가 아닌가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신기한 듯이 말했다. 시험해 보는 것이라면 신분이 낮은 자를 쓰는 것이 당연하지만, 제대로 되는 것을 확인한 뒤에는 신분순서로 실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네, 할트무트는 의식을 빨리 끝내고 집무하러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호위기사인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대신할 사람은 몇명이나 있지만, 신관장으로서 지휘를 할 수 있는 할트무트를 대신할 사람은 없다. 빌프리트에게 부탁받았고, 할트무트가 기대하고 있어서, 의식을 앞당겨 치르게 되었지만, 실은, 며칠 후의 세례식과 기원식의 준비로 바쁜 시기이다.
"확실히, 분명 효율을 생각하면 할트무트가 앞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귀족 사회에서는 순서를 어지럽히는 것은 싫어하고 있으니, 그건 명심해 주세요."
나의 방식이 허용되는 것은 신전에서만이라고 못을 박고, 차례를 바꾸는 것은 상관 없다고 말해주었다.
"저는 안젤리카의 의식을 지켜본 뒤에 신전장실의 공방으로 가겠습니다. 할트무트, 코넬리우스, 마티아스, 라우렌츠, 뮤리에라, 그레티아, 다무엘의 순으로 의식을 치르고, 결과를 보고해 주세요. 뮤리에라는 어머님이 오신 이후에 다시 치르게 됩니다."
"알겠습니다."
모두가 끄덕이는 것을 둘러본 뒤, 나는 자신의 발 밑에 있는 나무 상자를 가리켰다.
"이 나무 상자에는 마력 회복약이 들어 있습니다. 부디 마법진을 자신의 마력으로 가득 채우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다른 모두는, 안젤리카와 나를 남기고 일단 예배실에서 나간다. 문 밖에서 호위기사들이 지키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나무 상자에서 마력 회복약을 꺼내 안젤리카에게 내밀었다.
"그럼, 안젤리카. 시작해요. 자신이 갖고 싶은 가호만을 받을 수 있도록, 특정 신의 이름을 불러도 의식이 가능한지, 시험해 봐요."
"네."
안젤리카는 내가 내민 마력 회복약을 받아 마법진의 중심에 선다. 그리고 제단을 향해 무릎을 꿇고, 마법진에 접촉해 마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
안젤리카가, 틀리지 않도록 천천히 최고신과 다섯 기둥의 대신의 이름을 외우자, 안젤리카의 적성인 불과 바람 속성의 인이 빛나고, 그다지 높지 않은 빛의 기둥이 솟았다. 이렇게 타인의 의식을 보면, 처음부터 전체 속성이 빛나고 있었고, 기둥의 높이가 안젤리카의 두 배 정도였던 자신이 규격 외로 불리는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타인과의 비교는 중요하다.
……게다가 권속의 가호를 얻자, 점점 더 빛의 기둥이 뻗어 나갔는 걸. 다른 사람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 같아.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안젤리카는 권속의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다.
"질풍의 여신 슈타이페리제, 무용의 신 앙그리프. 나의 기도가 걸맞다고 생각하시면 당신의 가호를 내려주시길."
……진심으로 핀 포인트의 신에게만 기도를 바치고 있어!?
이 가호만은 얻길 바란다고 열망하는 것이겠지, 단 두 권속의 이름만을 부르고, 안젤리카는 바로 마무리하는 말로 넘어갔다. 권속의 이름을 외워도 전혀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할까, 스윽 하고 마법진 위의 빛의 기둥이 사라져버렸다.
"이건 분명 실패네요."
"역시 모든 신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요. 아쉽습니다."
아무리 마법진을 마력으로 채워도, 의식의 순서를 맘대로 바꾸거나 생략해선 안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귀족원의 삼학년에게는 모든 신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공통의 과제로 다뤄지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벌써 사라졌을 것이 틀림 없다.
"슈틴루크의 말을 복창해도 의식을 할 수 있을지도 시험해 봐요."
내 말에, 절망하고 있던 안젤리카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아온다.
"전, 슈틴루크라면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주인, 이번은 실험이라 해주겠다만, 본래는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페르디난드 목소리의 슈틴루크에게 혼나가며, 안젤리카는 회복 약을 마신다. 실험이라면 해주겠다는 슈틴루크는 원래의 인격에 상당히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험 결과는 제대로 보내 줄게요.
"하겠습니다."
마력이 회복한 안젤리카가 다시 마법진의 중심으로 향한다. 그리고 좀 전과 같이 마법진을 채우기 시작했다.
"나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
최고신과 다섯 기둥의 대신의 이름은 안젤리카라도 문제 없이 말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뒤의 권속이다.
"어둠의 권속인 액막이의 신 카오스프리에. "
"은폐의 신 페어베르겐."
슈틴루크의 말을 안젤리카가 복창한다. 안젤리카가 전혀 기도를 하지 않은 신들인 것 같아, 마법진에 반응이 없다. 참고로, 나는 양 쪽 모두의 가호를 받고 있다. 카오스프리에의 가호가 있는데, 차례차례로 계속 재앙에 습격당하고 있는 것은 어째서일까.
"불의 권속인 무용의 신 앙그리프."
거기서 처음으로 반응이 있었다. 불의 신의 귀색인 파란색 기둥이 약간 늘어났다. 인도의 신 에아바클레렌의 이름에서도 반응이 있어, 파란 색 기둥이 또 다시 조금 늘어난다. 그 모습을 본 안젤리카가 기쁜 듯이 웃었다. 의욕이 생겼는지, 복창하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바람의 권속인 시간의 여신 드레팡가."
"질풍의 여신 슈타이페리제."
이번에는 노란색 기둥이 약간 늘어났다. 슈타이페리제의 가호를 얻은 것 같다. 급신의 여신 올도슈넬리의 가호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얻을 수 없었다.
그 이후로는 딱히 반응이 없는 그대로, 마무리하는 말을 한다.
"나의 기도가 걸맞다고 생각하시면 당신의 가호를 내려주시길."
청과 황색의 두가지 색의 기둥에서 빛이 위로 올라가,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안젤리카에게 축복의 빛을 뿌려간다. 그리고 마법진을 채웠던 마력은 빛의 흐름이 되어 붉은 천을 타고 제단을 올라, 신상에 흡수되었다.
"성공이네요."
내가 의식을 치뤘을 당시를 떠올려 보더라도, 이걸로 문제 없이 가호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나로서는 바람의 여신의 가호를 얻었는지 어떤지를 알 수가 없다.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의 가호는 얻을 수 있었나요?"
"얻었습니다. 귀족원에서 했을 때엔 마지막에 노란 색 기둥이 사라졌었으니, 이번에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대신의 가호를 받지 못했을 때엔 빛의 기둥이 사라지는 거구나. 그건 처음 알았어.
귀족원에서 안젤리카는 꽤나 드문 경험을 한 것 같다. 가호를 얻지 못해 빛의 기둥이 사라져 버리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다고는 딱히 생각되지 않지만, 드문 것만은 틀림 없다.
"안젤리카가 가호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슈틴루크의 덕분이니, 마력을 주거나 칭찬 해주세요."
"네. 그리고 슈틴루크를 제게 내려주신 로제마인님 덕분입니다. 조금이라도 강하게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빨리 훈련장으로 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스승에게 한번이라도 이겨 보고 싶습니다."
안젤리카가 엄청 들떠 있지만, 신들의 가호는 마력의 소비가 줄어 편하게 될 뿐이고, 바로 강하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앙그리프의 축복을 내렸을 때처럼 되는 걸까?
앙그리프의 가호를 얻은 기사들에게선 별다른 보고가 없어서, 그렇게까지 대폭적인 전력 상승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젤리카에겐 슈틴루크를 사용할 때의 소비 마력이 적어지는 것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오늘은 신전에 호위기사들이 많이 있으니 훈련에 가도 좋아요. 가호를 다시 얻게 된 것을 할아버님에게 자랑하고 오세요. 할아버님도 신전에 오고 싶어 하실지도 모르니까요."
할아버님도 오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며 예배실을 나온다. 문 밖에서는 나의 측근들이 대기 겸 호위를 하고 있었다.
"안젤리카가 성공해, 의식엔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할트무트, 다녀오세요. 그리고 끝나면 결과를 알리러 신전장실로 와주세요."
"그럼, 먼저."
할트무트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그렇게 말하고, 예배실로 들어간다.
"이곳엔 다음에 의식을 치르는 코넬리우스만 남기로 하죠. 다른 여러분은 각자의 일을 하고, 안젤리카는 훈련하러 가도 좋아요."
로데리히, 피리네, 뮤리에라, 다무엘은 신관장실에서 집무하게 하고,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에겐 나의 호위를 부탁한다. 그레티아는 신전장실에서 대기다. 안젤리카는 바람처럼 뛰어나갔다.
신전장실로 돌아온 나는 바로 공방으로 향한다. 그레티아에게 공방에 출입하기 위한 마석의 브로치를 주고, 의식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을 공방으로 안내하도록 한다. 공방에 남녀 단둘이라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그레티아가 있어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어떤 가호를 받았는지, 그레티아에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도청 방지 마술 도구도 준비해야겠네요. 아, 그리고 프랑은 통상 업무로 돌아가주세요. 공방으로의 안내는 그레티아에 맡길테니까요."
프랑은 의식에서 돌아온 나를 맞이하기 위해 신전장실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평소라면 신관장실에서 집무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프랑도 집무에 보내려 했지만, "역시 신전장실에 신전의 근시가 한명도 없어선 안 되겠지요." 라며, 웃으며 기각되었다.
나는 그레티아에게 공방에 출입하기 위한 마석을 건넸다.
"로제마인님은 공방에서 무엇을 만드시는 건가요?"
"부적입니다."
"……어제, 도서관의 공방에서도 만드시지 않았나요?"
그레티아가 신기한 듯 그렇게 말했다. 분명히 어제도 많이 만들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어제 만든 것은 구텐베르크들에게 나눠줄 물건입니다. 평민용뿐만 아니라 귀족용도 필요하니까요."
실은, 페르디난드가 신전의 공방을 치울 당시 소재의 일부를 주었는데, 품질 좋은 소재를 우선적으로 신전장실의 공방에 넣어 주었다. 그래서 귀족 전용의 부적은 신전의 공방에서 만드는 것이 좋은 품질의 것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할트무트가 돌아오시면 데려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공방에 들어가, 자신이 지니고 있는 부적 중에 마력 소비가 적을 듯한 부적을 골라, 그것과 같은 부적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법 공격을 되돌리는 것과, 물리 공격을 되돌리는 것의 두 종류다.
……기습 공격만 막으면 이후엔 호위기사가 대응할 수 있을테니까.
영주 일족에 붙어 있는 호위기사들은 할아버님이 단련시키고 있다. 불의의 공격에 부적이 반응하면, 이후는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에게 줄 부적을 작성하고, 후우, 하고 숨을 토했다. 둘은 마력 압축도 하고 있어 마력이 많지만, 멜키오르은 아직 마력 취급이 불안하기 때문에, 좀 더 마력 소비가 적은 부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아라." 라고, 페르디난드가 입이 닳도록 말했었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나, 완벽하지 않아?
"로제마인님, 이 부적은 기원식을 도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님께 드릴 것이라 하셨던 물건인가요?"
"어머, 할트무트. 끝났나요?"
그레티아와 할트무트가 공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는 멜키오르의 부적을 만들기 위해 소재를 고르던 손을 멈췄다. 그리고 발판에서 내려와 책상으로 향한다. 두 사람을 위해 만든 부적을 보고, 할트무트는 방긋 웃었다.
"로제마인님, 저도 기원식에 갑니다만……."
할트무트가 웃는 얼굴로 부적을 요구해 온다. 만들어 주는 것은 상관 없지만, 여기선 내 부탁을 밀어붙일 찬스다. 나는 할트무트를 올려다보며 생긋 웃었다.
"할트무트가 그 묘한 기도를 멈춘다면 만들어 주어도 좋아요. 저런 기도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신들에 대한 불경이니까요."
신들에 대한 기도문에 태연히 내 이름을 끼워넣은 것을 꾸짖었지만, "누구에게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중요합니다." 라며, 좀처럼 들어 주지 않았다.
할트무트의 말에 의하면 귀족 사회로부터 불만을 들어가며 목숨을 구한 것을 모르고, 섣불리 악감정을 품은 채 지내다가는, 아무리 노력을 거듭해도 귀족으로서 성장해 나갈 수 없게 된다. 그것을 가르치는 것은 친절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가르치는 방식이라는게 있잖아요."
기도문에 들어갈 만한 것이 아니다. 내 말에 할트무트는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고개를 숙였다가, 얼굴을 들고, "알겠습니다. 로제마인님의 분부대로." 라며, 수상쩍을 정도로 상쾌한 미소를 보였다.
"감사할 대상을 이해하지 못한 아이들이 자신들의 부모 형제의 적인 영주 가문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귀족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로제마인님에게 부적을 받는 것에 비하면, 아이들의 장래 따윈 사소한 것입니다. 싹 그만두죠."
……어, 어라? 그 기도를 막는 건 굉장히 나쁜 짓이야? 장래적으로 아이들이 곤란하게 되는 거야?
할트무트의 말이 가슴에 걸려, 어쩐지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위해서라면 계속 하도록 놔두는 것이 좋은 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자, 그레티아가 내 어깨를 다독였다.
"로제마인님, 정신 차려 주세요. 수정된 기도문을 기억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의 장래에 좋지 않겠죠. 영주 일족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르치는 것과, 기도문을 바꾸는 것은 별개에요."
"그렇죠? 그레티아, 고마워요. 눈이 띄였습니다. 할트무트는 싹 그만두세요. 알겠죠?"
내가 명령하자, 할트무트는 좀 아쉬운 듯이 어깨를 움츠리며 승낙했다.
"그래서, 권속의 가호는 얻을 수 있었나요?"
나는 책상에 준비한 종이를 올리고, 할트무트에게 도청 방지 마술 도구를 주고, 펜을 들었다.
"네. 자신의 적성으로부터는 빛의 권속인 질서의 여신 게볼토눈, 불의 권속인 육성의 신 안벡스, 바람의 권속인 급신의 여신 올도슈넬리의 가호를 얻었습니다."
"적성에서는, 이라는 것은 적성 이외의 권속에게도 가호를 얻었다는 거죠?"
나는 메모를 하면서 묻는다. 할트무트는 기쁜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수의 신 다오아레빈과 꿈의 신 슈라트라움의 가호를 얻어, 생명의 속성을 얻었습니다."
"생명의 속성을 가진 사람은 적은 것 같던데, 신기하네요."
수확제나 봉납식에 참여하던 할트무트는 예상 밖의 권속으로부터 가호를 얻었다.
"일 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 정도의 권속으로부터 가호를 얻은 겁니다. 제례식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볼 일이네요. ……앞으로 몇 년이나 신전에서 기도하면, 빌프리트님을 뛰어넘을지도 모릅니다."
신전의 제례식에서 마력을 봉납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초석의 마술에 몇 년이나 마력을 공급해오던 빌프리트쪽이 가호를 더 많이 얻었다는 결과가 되었다. 그것이 좀 분한 것 같다.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일상적으로 마력을 쏟고 있으니, 그렇게 간단히는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샤를로테가 어느 정도의 가호를 얻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할트무트의 결과를 듣고, 공방에서 나가게 한다. 멜키오르의 부적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보다 먼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그레티아가 들어왔다. 도청 방지 마술 도구를 사용하고, 마찬가지로 어떠한 가호를 얻었는지 묻는다.
"레오노레와 같이 무용의 신 앙그리프와 질풍의 여신 슈타이페리제의 가호를 얻었어. 로제마인의 호위기사로서의 면목이 서서 안심했다."
약혼자인 레오노레가 먼저 앙그리프의 가호를 얻은 것 때문에, 조금 초조했었던 것 같다. 남자의 자존심이라는 것이겠지.
……레오노레에게 멋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건가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흐뭇하게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올려다보자, 시선의 의미를 알아챈 건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조금 시선을 피한다.
"그리고 어둠의 권속인 페아도레오스의 가호를 얻었다."
"그럼, 어둠의 속성이 늘어난 거네요. 축하드려요."
페아도레오스는 퇴마의 신이다. 정확히는 혼돈의 여신을 쫓아내는 신이다. 기사답다고 하면, 기사답다.
"속성이 증가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 기쁜걸."
"점심때에는 어머님이 오시니, 보고해 두면 좋지 않을까요? 아니면 레오노레에게 올도난츠를 날리겠어요?"
우후훙, 하고 웃으면서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올려다보자, "쓸데 없는 것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구." 라며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나의 뺨을 꾸욱 한번 꼬집고 공방을 나갔다.
"다들 어째서 내 뺨을 꼬집는 걸까?"
나는 좀 얼얼한 뺨을 어루만지며, 멜키오르의 부적의 조합을 시작했다.
……다음은 이름을 올린 조인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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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 가호를 얻었습니다.
신전에 출입하는 기간은 긴 성인입니다만, 신에게 기도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라, 취득한 가호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봉납식에서 마력을 쏟은 만큼, 귀족원에서 기도를 시작한 사람들보다는 많습니다만.
다음은 후편입니다. 이름올린 조와 다무엘에게 주목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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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번역 속도는 빨라졌는데, 번역이 끝나는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있는 것이 미스테리....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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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5부 70화. - 가호의 재취득 후편 -
가호의 재취득 후편
"의식을 시작하며, 최고신과 다섯 기둥의 대신의 이름을 부르자, 처음부터 모든 속성이 빛났습니다."
가호의 재취득을 마친 마티아스는 도청 방지 마술 도구를 쥐고 말하기 시작했다. 의식을 시작해, 권속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전 속성의 빛의 기둥이 섰던 모양이다. 의식은 로데리히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느낌으로 진행된 것 같다.
"원래는 불과 바람과 흙의 적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모든 속성이 빛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중급 귀족은 두개의 적성을 가진 자가 대부분이지만, 마티아스는 세개의 적성을 가지고 있다. 이름을 받았을 당시, 마티아스의 돌이 세 가지 색이어서 놀랐던 것이다. 아렌스바흐로부터 가브리엘레와 함께 에렌페스트로 온 상급 근시가 마티아스의 할머니이기 때문에, 그쪽의 영향이 강한 것 같다. 상급 수준의 힘을 갖고 있는데도 라이제강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어, 기베·겔랏하는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았다고 한다.
"……저 개인적으로는 졸업할 때, 귀족원에서 다시 재취득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름을 올린 전원에게 재취득을 시키신다는 것은, 로제마인님에게 이름을 올린 것이 전 속성의 원인인가요?"
"네에, 아마도요. 로데리히가 그랬었기에, 확증을 얻고 싶었습니다. 이 다음에 뮤리에라가 이름의 주인을 바꾸어, 다시 한 번 의식을 치르면 확증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티아스가 "이름 올리기의 변경은 큰일이네요." 라고 중얼거린다. 분명 뮤리에라의 부담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예외적인 이름 올리기의 변경을 인정 받은 것은 그녀밖에 없다. 주인에 의해 속성에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는 고아원이나 아이방의 아이들과도 크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로데리히는 저에게 이름으 올리고 나서부터 조합 등의 성공률이 오르는 등, 사소한 변화를 느낀 것 같습니다만, 마티아스는 어땠나요?"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적성이 없는 속성의 조합에서 확실히, 라는 정도이려나요……."
이름 올리기로 얻을 수 있는 속성의 영향은 그리 크진 않은 것 같다. 로데리히처럼 하급에 가까운 중급 귀족이라면, 그 영향을 크게 느끼는 것 같지만, 마티아스처럼 상급 귀족에 가까운 중급 귀족들은 자신의 적성이 많고, 마력이 많아, 약간 나아진 것 정도로는 거의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마티아스는 권속의 가호를 얻을 수 있었나요?"
로데리히는 이름 올리기의 영향으로 전속성이 생긴 것을 확인했을 뿐, 새로운 권속을 얻은 것은 없었다. 마티아스는 어땠을까. 나의 질문에 마티아스는 조금 기쁜 듯이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용의 신 앙그리프와 퇴마의 신 페아도레오스의 가호를 얻었습니다."
마티아스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 그레티아가 프랑이 문이 있는 곳에 와 있는 것을 깨달았다. 프랑의 이야기를 들은 그레티아가 돌아와, 4의 종이 울린 것을 알려 준다.
"점심 준비를 시작하오니, 이야기가 끝나면 공방에서 나와주세요, 라고 프랑이 말했습니다."
마티아스와의 이야기를 마치고 공방을 나오자, 마침 라우렌츠과 뮤리에라가 예배실에서 돌아온 참이었다.
"제가 의식을 마치고 회복약을 마실 때 4의 종이 울려, 뮤리에라의 의식은 오후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라우렌츠의 결과는 오후에 공방에서 듣겠습니다. 의식은 뮤리에라부터 시작해, 그 다음은 그레티아가 의식을 진행하고, 공방으로 안내하는 것은 피리네에게 부탁할게요."
프랑과 모니카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오후의 절차를 논의하고 있던 도중에 올도난츠가 날아들어왔다. 하얀 새는 내 앞에 내려앉아 입을 연다.
"레오노레입니다. 보니파티우스님이 엘비라님과 함께 신전으로 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 할아버님이!?
레오노레는 조금 난처한 듯한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보니파티우스님이 신전을 방문하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고 나에게 갑작스러운 예정 변경에 대해 사죄했다. 재취득의 의식을 하고 있는 지금은 귀족으로서의 이익을 바로 볼 수 있으니, 신전에 대한 편견을 꺼트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것 같다.
안젤리카에게 자랑해 달라고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반응이 올 줄은 몰랐다. 어머님이 오시기에, 과자나 차 준비에는 문제가 없지만,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힘내서 신전의 좋은 곳을 어필하지 않으면.
신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있는 할아버님에게, 지금의 신전이 그렇게 나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려야만 한다. 할아버님의 시각이 달라지면, 같은 세대의 귀족들에게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으윽, 조금 부담된다.
"그럼, 라우렌츠가 얻은 가호에 대해 말해주세요. 할아버님과 어머님이 오시면, 전, 거기에 매달려야 하기에, 천천히 이야기할 수 없으니까요."
점심 식사를 마친 나는 피리네와 라우렌츠을 데리고 공방으로 들어갔다. 라우렌츠가 도청 방지 마술 도구를 쥐고, 놀리듯이 웃는다.
"그건 저와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씀이신가요, 로제마인님?"
"……하아, 라우렌츠와 얘기하는게 오후라서 다행입니다."
그레티아가 아니라 피리네가 있는 공방을 보며, 나는 그렇게 말했다. 의미를 모르겠어, 라는 듯이 눈썹을 치켜올린 라우렌츠를 올려본다.
"그레티아는 남자아이에게 놀림당하는 것을 껄끄러워합니다. 그레티아에게는 그런 가벼운 태도로 접근하지 마세요, 알았죠?"
리제레타로부터, 그레티아는 남자가 거북해서 남성 측근들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것은 보고받고 있다. 아마, 그레티아가 가장 거북해 할 사람은 가벼운 분위기로 놀려대는 라우렌츠가 아닐까.
나의 주의에, 라우렌츠는 한번 말을 멈춘 뒤, 한숨을 토하고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조심하겠습니다."
라우렌츠가 얻은 것은 마티아스와 같은 모든 속성과 함께, 무용의 신 앙그리프와 퇴마의 신 페아도레오스의 가호였다. 페아도레오스의 가호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마티아스, 라우렌츠에 이어 세 번째이다.
……레오노레는 얻지 못했지만, 어쩌면 어둠 속성 중에서도 기사가 받기 쉬운 가호인 건가? 아니, 그치만, 나도 받았는걸. 공통점을 모르겠네.
모두가 얻은 가호를 바라보며 신음하고 있자, 라우렌츠가 툭 하고 중얼거렸다.
"기도로 가호가 늘어나는 것이 알려지면, 부모 없이 아우브를 후견인으로 세례식을 맞는 동생들도 조금은 살기 좋아질지도 모릅니다."
"당장은 어렵겠습니다만, 그동안 귀족들의 시각도 바뀔거에요. 벨트람에게는 기도를 통해 권속으로부터 가호를 얻은 것을 말해주세요. 형님의 말이라면 순순히 믿겠지요."
라우렌츠을 고아원으로 보내고, 피리네의 안내를 받은 뮤리에라가 찾아왔다. 조금 황망한 모습으로 도청 방지 마술 도구를 쥐자마자, "로제마인님, 그게, 저……." 라고 입을 연다.
"전속성을 얻은 거죠? 이름 올리기의 영향입니다."
"그랬던 거군요. ……그리고, 싹트임의 여신 브루앙파의 가호도 내려받았습니다. 류 루라디님과 함께 기도하고 있었기에 기쁩니다."
시주식에서 기도에 대해 듣고, 그 때부터 기도를 하기 시작한 타령의 3학년 중에서 유일하게 가호를 얻은 것이, 요스브렌나의 류루라디었을 것이다. 뮤리에라와는 정말로 사이가 좋은 것 같다. 사랑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신으로부터 가호를 얻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모양이라, 손목에 달고 있는 몇 개의 부적을 보여준다.
"많은 가호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 주세요. 그리고 뮤리에라는 어머님이 오시면 이름 올리기의 변경을 하고, 다시 한번 의식을 받게 하려 합니다. 힘들겠지만, 잘 부탁 드립니다."
"……네."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뮤리에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티아가 예배실에서 돌아오기에 앞서, 어머님과 할아버님와 레오노레가 도착했다. 할아버님의 측근들이 함께라, 예상 이상으로 많은 인원에 당황하며, "할아버님, 어머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며 두 사람을 맞아들인다.
프랑에게 차를 내오게 하고, 니콜라에게 과자를 나르게 하는 모습을, 굳은 표정으로 보고 있는 할아버님의 옆에서, 어머님은 쿡쿡 웃음을 흘린다.
"레오노레으로부터 연락이 왔을 때는 정말 놀랐어요, 보니파티우스님."
"모처럼이니, 엘비라의 호위를 대신해 동행하자고 생각한 것이다. 신전에 여성이 혼자서 가는 것이 아니다."
"어머, 저는 괜찮아요. 로제마인과 코넬리우스가 항상 드나드는 곳이고, 이 방을 장만한 것은 칼스테드님인걸요."
앞서 신전을 드나들던 아버님과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있었기에, 어머님은 처음부터 신전에 출입하는 데에 별로 망설임이 없었던 것 같다.
"회색 신관들이 깨끗이 청소하고 있고, 저의 근시는 우수하므로, 딱히 불쾌감은 없지요?"
내가 묻자, 프랑이 내온 차를 마시고, 니콜라가 가져온 쿠키를 먹은 할아버님이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성에 있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준 것 같다.
"앞으로 신전에는 멜키오르을 비롯한 아이방의 아이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신전에서는 강의의 공부는 할 수 있어도, 몸을 단련할 수는 없기에, 혹시 괜찮으시다면 아이들을 단련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를?"
"네. 그들의 대부분은 영주 일족에 이름을 올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름을 올리고, 목숨을 걸고 영주 일족의 측근이 될 사람인걸요. 교육은 필요하지요?"
신전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나나 멜키오르의 측근이 되는 비율이 높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유레베로 잠들어 있던 때에, 나의 측근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은 아이들과 접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므로, 접촉 빈도는 중요하다.
"언젠가 저의 측근이 될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할아버님의 손자가 되는 니콜라우스도 청색 신관 견습이 됩니다. 부디, 기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이뤄주세요."
"……고려해보마."
"감사합니다, 할아버님."
가끔씩이라도 할아버님에게 단련 받을 수 있으면, 기사를 지망하는 아이들도 자신의 진로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할아버님이 단련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면, 나나 멜키오르의 호위기사가 교대로 훈련을 봐줄지도 모른다.
"저기, 할아버님. 가호를 얻은 안젤리카는 강해져 있었나요?"
"그렇구나. 조금이다만, 속도와 슈틴루크의 도신에 차이가 있었다. 정말로 조금이었다만, 안젤리카 정도의 기량이라면, 그 조금이 큰 것이다. 이번에도 내가 이겼다만, 조금 고전했었지."
자신이 상정했던 것보다 더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조금 간극이 달라져 있어, 상대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아직은 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나의 협력으로 신전에서 새로운 가호를 얻은 것을 자랑하고, 나의 측근이 착착 강화되어 가는 것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마침 의식을 검증하고 있는 중이니, 할아버님이나 어머님도 가호의 재취득을 하시지 않겠습니까? 특히 할아버님은 영주 일족으로서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해오셨으니, 분명 많은 가호를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권하자, 할아버님은 벌레를 씹은 듯한 흉악한 얼굴로 "아니……." 라고 말했다. 신전으로 오는 것도 주저하고 있었을 정도다. 의식이 그렇게 싫었던 건가, 하고 무심코 내가 움찔하자, 어머님이 중재하듯 쓴웃음을 지었다.
"로제마인,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미 배운지 몇 십 년이나 지난 기도문 같은 건, 이야기에서 신들의 이름을 쓰고 있는 나로서도 완전히 기억하고 있지 않아요. 의식을 하기에 앞서 복습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죠, 보니파티우스님?"
"음. 로제마인이 마력 공급에 의해 가호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면 흥미는 있다. 기억하고나서 도전하지."
어머니도 사랑 이야기를 쓰기 위해 필요한 신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지만, 마이너한 신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는 건 아니고, 기도문의 문구나 순서도 애매하다고 한다.
……그것도 그렇겠네.
다무엘도 재취득을 위해 다시 복습해야 했다고 할 정도다. 배운지 몇 십 년이나 지나, 이제는 쓰지 않는 신들의 이름같은 걸 전부 기억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로제마인, 이쪽은 아우브의 편지입니다. 재취득의 의식에 협력하는 허가를 얻었고, 뮤리에라의 취급을 맡긴다는 말씀도 받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며 서한을 피리네에 넘겼다. 나는 피리네에게서 받은 서한을 읽는다. 요약하면 "뮤리에라에 관한 것은 융통성 있게 처리할 테니, 대신 의식의 결과를 조속히 알아내서 나에게도 재취득을 시켜라." 라고 씌어 있었다.
……소비 마력이 줄어들면 큰 도움이 될 테니, 빨리 하는 편이 좋겠네.
영주 일족이 사용하는 마력량을 늘리는 것은 빠를 수록 좋다. 가능하면 양부모님뿐만 아니라, 할아버님도 의식을 받아, 가호를 얻어주면 좋겠다.
"양부님이 재취득의 의식을 행할 때에 할아버님도 함께 하시겠나요? 기도문과 신들의 이름을 급하게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만……."
"음. 그렇게 하겠다. 그나저나, 질베스타는 신전에 오는 것을 아무렇게도 생각하지 않는구나. 이것도 나이 차이라는 것인가……."
결과가 나오면 바로 가겠다고 쓰여 있는 양부님의 편지를 보고, 할아버님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거든요! 라고 목소리를 높여 말하고 싶다. 말하지 않지만.
……나이 차이 같은 것과는 전혀 관계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양부님은 청색 신관의 옷을 입고 기원식에 동행하던 사람이니까. 그러는 김에, 거리의 숲에서 쌩쌩하게 사냥을 하고 있었다고요.
나와 양부님의 첫 만남이 신전의 기원식이라는 건,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지만, 다들 굉장히 놀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원식에 몰래 참가하는 영주같은 건 있을 수 없다. 귀족의 상식을 알게 되어, 더더욱 그렇게 생각한다.
"그럼, 조금이라도 빨리 양부님께 보고할 수 있도록 뮤리에라의 주인을 변경하도록 하죠, 어머님. ……할아버님는 이곳에서 기다리셔도 괜찮으시겠나요?"
이름 올리기는 공공연히 할 것이 아니라, 공방에서 할 생각이다. 내 말에 할아버님이 "재취득의 의식을 보고 싶다만, 견학을 해도 괜찮은가?" 라며 엄숙한 얼굴로 물었다. 아직 신전이나 의식에는 다소 경계하고 있는 것 같지만, 흥미는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다무엘이 의식을 할 예정이니, 다무엘이 좋다고 하면 좋아요."
다무엘이 거절할 수 없을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남자를 껄끄러워하는 그레티아의 의식에 난입하는 것 보다는 낫다. 먼저 한마디 해 두면, 다무엘도 마음의 준비를 하겠지.
"의식은 그다지 다른 사람에게 보일 것이 아니고, 아무리 할아버님이라도 여자와 단 둘이 예배실에 들어갈 수는 없지요? 아직 재취득을 하지 않은 남성 측근은 다무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다무엘에게 부탁해 보세요."
신전에서 남녀 단 둘이 있는 것은 그다지 환영 받지 못한다고 알고 있다. 내 말에 할아버님는 "알았다." 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할아버님를 예배실로 안내해 주세요. 다무엘의 의식에 동석하는 것은 할아버님만으로 부탁드립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있으면 다무엘이 집중할 수 없으니까요."
"알았다. 측근들은 예배실 밖에서 기다리게 하겠다. 가자 코넬리우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잡아 끌 듯, 할아버님과 측근들이 방을 나가는 것을 전송하고, 나는 어머님과, 뮤리에라와, 호위 겸 감시역의 레오노레를 데리고 공방으로 들어간다. 나는 공방의 선반에 놓인 상자의 열쇠를 열고, 나란히 있는 이름을 바치는 돌들 사이에서 뮤리에라의 돌을 꺼냈다.
"뮤리에라, 그대의 이름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이름을 올릴 때, 돌을 마력으로 감쌌던 것과는 반대로, 나는 자신의 마력을 회수하듯이 흡수해 간다. 하얀 고치처럼 되어 있던 이름 올리기의 돌은 흰 상자에 싸인 상태로 돌아갔다. 상자를 열자, 확실히 뮤리에라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송구합니다."
뮤리에라는 자신의 손에 돌아온 이름을 한번 가만히 응시하고, 천천히 심호흡하하며, 어머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엘비라님, 부디 저의 이름을 받으소서. 저는 당신의 이야기로 인해 브루앙파의 도래를 느끼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함께 아름다운 이야기를 짜고, 넓히고,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를 마음 깊이 바라고 있습니다."
"뮤리에라, 저의 동지. 당신의 이름을 받습니다."
어머님이 뮤리에라가 내미는 하얀 상자를 잡고 사전에 설명해 두었던 것처럼, 단숨에 마력을 흘린다. 내가 이름을 받았을 때와는 달리, 그다지 괴로운 모습도 보이지 않고, 고통을 각오하고 있던 뮤리에라는 조금 맥 빠진 듯이 어머니를 올려다보았다.
"이것으로 이름 올리기는 끝입니다. 뮤리에라, 다시 의식을 받아도 괜찮을까요?"
"네."
공방에서 나오자, 그레티아가 의식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예배실에서 나왔더니 할아버님들이 쭉 줄서 있어, 엄청 놀랐던 것 같다.
"로제마인님이 허가했다는 말을 들은 다무엘은 아주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그레티아의 의식에 난입하는 것 보다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무엘은 값진 희생을 한 것입니다."
자신의 의식 도중에 할아버님에 난입하는 모습을 상상한 그레티아는 안심한 듯이 풍만한 가슴섶을 눌렀다.
"나중에 다무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다무엘의 신부 후보로 입후보하면 울면서 기뻐할 꺼에요."
내가 쿡 하고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그레티아는 정색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 남자가 거북해서, 누구와도 결혼하고 싶지 않습니다. 로제마인님의 명령이 아닌 한을 거절하겠습니다."
……안됐네, 다무엘. 정색하며 거절당했어.
"뮤리에라의 협력 덕분에, 이름 올리기에 있어서의 주인의 영향에도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다들 각각의 가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속성이 늘어난 사람도 많습니다. 이번 검증은 좋은 결과로 끝나지 않았나요?"
나는 이름을 가린 의식의 결과와 소감을 정리한 리포트를 로데리히에게 건네고, 성으로 돌아가면 양부님께 전달해 달라고 전해둔다.
몇몇 권속으로부터 가호를 얻어 생명의 속성이 증가한 할트무트. 전투 계열의 신을 중심으로 가호를 얻어 어둠의 권속이 늘어난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이름 올리기를 하면서 조금이지만 전속성이 생긴 마티아스들. 그레티아는 전속성에 더해, 은폐의 신 페어베르겐의 가호를 얻었다.
뮤리에라는 이름 올리기를 다시 하면서, 전 속성이 아닌 어머니의 속성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그것에 더해 싹트임의 여신 브루앙파의 가호를 얻었다.
"음. 제법 흥미로운 의식이었다. 나도 기도문과 신들의 이름을 기억해 볼까."
"네, 저도 기도를 열심히 할 마음이 되었습니다. 브루앙파와 그라마라투아의 가호를 얻고 싶으니까요."
다무엘의 의식을 견학한 할아버님도, 뮤리에라라는 신하를 얻거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어둠 속성이 생겼다는 보고를 듣거나 한 어머님도 만족한 얼굴을 하고 있다. 어머님은 언어를 관장하는 언어의 여신 그라마라투아의 가호도 얻고 싶은 것 같다.
신전을 기피하는 연배의 두 사람이 의식에 대해 전향적으로 된 것이 기쁘다. 이것으로 조금은 귀족의 의식 개혁이 진행되겠지.
"그나저나, 속성이 증가한다고는, 이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군."
할아버님의 시선의 앞에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는 다무엘이 있다. 의식에 동석한 할아버님은 다무엘이 누구의 가호를 얻었는지 알고 있다. 나도 결과를 물어 정리했기에 알고 있다.
……너무나 다무엘 답다고 생각해요. 응.
다무엘은 결혼의 여신 리베스크힐페의 가호를 얻어, 새롭게 빛의 속성을 얻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자신이 갖고 있던 바람의 속성으로부터 시간의 여신 드레팡가와 이별의 여신 유게라이제의 가호를 얻은 것이다.
리베스크힐페에게는 브리깃테와 결혼할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하고 있었던 것 같다. 딱히 기도하지 않았던 듯한 유게라이제의 가호를 얻었다는 것은, 상당히 그 여신의 마음에 들어버린 것이 틀림 없다.
"……결혼은 절망적이네요."
아득한 눈을 한 다무엘의 중얼거림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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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의식을 끝냈습니다. 다무엘은 다무엘입니다.
안타깝게도, 2부 마지막의 모든 속성의 축복은 역시 속성을 받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은 클라릿사의 내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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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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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다무엘은 차여야 제맛...;;
하지만 괜찮아요. 대신, 다무엘은 할아버님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
535
책벌레의 하극상 5부 71화. - 클라릿사의 내습 -
클라릿사의 내습
"우후훙, 후훙. ……완벽하지 않아?"
오늘은 아랫마을 상인들과의 회합일이다. 예비를 포함해 준비한 부적들과, 상의해야 할 것들을 적어둔 메모와 함께, 푸고의 레시피를 준비했다. 오토마르 상회의 요청으로 일제의 레시피와 푸고의 레시피를 교환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일제의 레시피는 이번 여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선보이기 위한 메뉴이고, 출자자인 나에게 확인을 받는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새로운 요리법이다, 야호!
3의 종이 울리면, 성에서 로데리히와 피리네가, 브륜힐데와 그렛시엘의 문신, 그리고 의욕 있는 젊은 문신들을 데려오게 되어 있다. 그에 앞서, 상인들이 먼저 찾아오기에, 안내역의 자무가 부르러 오는대로 회의실로 이동하게 된다.
"로제마인님, 신관장이 입실 허가를 구하고 있습니다."
프랑에게 허가를 내주자, 방의 문이 열린다. 언제나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할트무트가, 웬일로 곤혹스러운 얼굴을 한 채, 입실했다.
"무슨 일이 있나요?"
"오늘은 아랫마을과의 중요한 회담이 있기에, 보고하는 것은 나중이어도 좋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어쩐지 안 좋은 느낌이 드는지라 먼저 보고드리겠습니다. ……클라릿사가 단켈페르가를 출발했다고 합니다."
"네?"
할트무트와의 결혼을 나의 측근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는 클라릿사는 "결혼이 연기되는 것은 상관 없습니다만, 제가 측근이 되는 것이 연기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라며 화내고 있었다. 안 그래도 여성은 임신, 출산, 육아로 직장을 떠나야 하는 기간이 있다. 결혼이 연기되면 그 기간 동안 측근으로서 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할트무트의 약혼자로서, 조속히 에렌페스트로 가고 싶다, 그렇게 주장했다는 것 같다.
본래는 할트무트가 신관장이 된 시점에서 파혼당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무력으로 과제를 받아내, 스스로 약혼을 쟁취했으니, 파혼을 결정하는 것도 자신이다." 라는 단켈페르가 특유의 수수께끼의 주장이 아우브·단켈페르가에게 통했기 때문이다.
영지 대항전에서 친족과 아우브·단켈페르가를 더해 대화가 진행된 결과, "아우브·에렌페스트의 허가를 얻으면, 클라릿사는 영주회의 때에 이동한다." 가 되었다고 할트무트로부터 들었었다.
"양부님으로부터 허가가 나온 거죠?"
"네. 페르디난드님이 없어, 로제마인님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단켈페르가 같은 상위 영지의 측근이 늘면 기뻐하겠지. 클라릿사를 환영한다, 라고 아우브·에렌페스트가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 자체는 딱히 이상하지 않다. 페르디난드가 없어서 힘든 것도, 상위 영지의 문신인 클라릿사가 와서 살아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왜 지금 출발한 건가요? 귀족 회의는 아직인걸요? 귀족원을 통해서 오는 건가요?"
사람이 없는 귀족원은 전이진을 지키는 기사가 교대로 망을 보고 있을 뿐, 기본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클라릿사를 맞이하려고 하면, 모든 것을 개방해, 사람을 배치해야 한다. 대규모의 예정 변경이 뒤따르게 된다.
"단켈페르가로부터는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 거죠?"
"저도 아우브에게서 들은 것이 어젯밤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아우브·단켈페르가는 페르디난드님의 상황에 자령의 행동이 크게 관여하고 있는 것을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클라릿사가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에렌페스트가 편하게 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지 않겠냐며 탄식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우브·단켈페르가!
그것을 제대로 들어버린 클라릿사가 자신의 근시들을 데리고, 에렌페스트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귀족원을 경유하는 것이 아닌, 육로로 에렌페스트를 향해 의기양양하게 출발한 것 같다. 봄의 축연의 다음날, 그것도 이른 아침이었다고 한다.
겨울의 사교를 마치고, 딸의 졸업과 성인이 된 축하를 마친 클라릿사의 부모는, 휴가를 얻어 느긋하게 일어난 상쾌한 아침에, 딸이 이미 출발해버린 것을 알게 되어, 허겁지겁 아우브에게 달려갔다고 한다. "또 단켈페르가의 폭주가 에렌페스트에게 폐를……." 이라며 새파래진 아우브 부부가, 영주간의 비상 연락 수단을 사용해 사죄와 함께 보고를 해 온 것 같다.
"매우 미안해하는 아우브 단켈페르가로부터, 프뢰벨타크 경계문에 마중을 내어주었으면 한다는 요망이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 전해졌다고 합니다. 클라릿사의 부모가 그녀들을 추격하고 있는 모양이고, 어머니께선 급히 방을 갖추고 마중을 낼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어젯밤에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클라릿사의 예정 변경은 어떤 의미로는 민폐지만, 인력이 없는 것은 정말이니까 어떤 의미로는 도움이 된다는, 매우 미묘한 것이다. 어느 쪽이든 간에, 저쪽에서 부모님을 포함해 이미 출발했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경계문까지 마중나가는 것은 신랑 측의 예의이다.
제멋대로 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마음써주고는 있는 것 같고, 단켈페르가에서 가장 가까운 아렌스바흐의 경계문이 아니라, 이 거리에서 가장 가까운 프뢰벨타크의 경계문까지 와 준다는 것 같다. 단켈페르가에서 옛 베르케슈토크령을 통과, 프뢰벨타크를 경유해 에렌페스트로 오는 일수를 감안하면, 마중을 나갈 준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중을 위해 할트무트가 돌아가는 것은 언제가 될 것 같습니까? 기원식 일정도 조정해야죠?"
단켈페르가의 신부 일행이 출발한 상태라면, 프뢰벨타크 경계 문에 도착하는 것은 기원식을 출발할 즈음이 될 것이다.
"일단 부모님과 상의하고, 맞이할 준비를 갖추고 난 이후의 이야기가 됩니다."
"단켈페르가의 친절한 행동에, 상대는 난처하게 된다고 정해져 있는 걸까요? 클라릿사에게 이쪽 사정도 확인해 주세요, 라고 한 마디 정도는 불평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예정을 변경하는 것은 귀찮은 것이다. 기원식처럼 관련된 인원이 많을수록, 변경의 영향은 확대된다. 하아, 하고 한숨을 토할 즈음, 자무가 방으로 들어왔다. 상인들이 도착한 것 같다.
"클라릿사가 들이닥치는 것은, 당장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좀 더 자세한 것이 정해지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회의실로 가시죠. 평민 전용의 부적을 나눠준다면, 문관들이 오기 전에 나눠주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할트무트의 말에 끄덕이며, 나는 부적이 든 상자를 든 모니카와 호위기사인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데리고 회의실로 향했다.
자무에게 보고받은 대로, 오토마르 상회에서 길드장, 프리다, 코지모. 길베르타 상회에서 오토, 투리, 테오. 프랭탕 상회에서 벤노, 러츠, 마르크가 와 있었다.
……그리운 얼굴들이 모여 있으니까 안심되네.
전에 만났을 때는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로 간다는 이야기를 할 때였다. 성인을 앞둔 투리들은 한층 더 어른이 된 것 같다. 나도 성장하고 있는데, 눈치채주려나.
"로제마인님."
대표인 길드장이 가슴 앞에서 오른쪽 주먹을 왼쪽 손바닥에 대었다. 상인들 사이의 봄의 인사인 것을 눈치 채고, 나도 똑같이 가슴 앞에서 오른쪽 주먹을 왼쪽 손바닥에 대었다.
"해설에 축복을. 봄의 여신이 큰 은혜를 가져오시기를."
인사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프랑, 자무는 차를 타거나 과자를 가져오고 있다. 나는 모니카에 지시를 내려, 부적이 든 상자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페르디난드로부터 전달받은 우려를 모두에게 설명한다.
"상인들의 일은 저보다도 모두가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는지라, 평민용의 부적을 만들었습니다. 에렌페스트의 상인들을 총괄하는 그대들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받아주세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확실히, 슬슬 익숙해진 틈을 타 불손한 사건이 일어날 시기입니다. 이쪽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여름을 맞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벤노가 귀중한 충고를 되새기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모니카가 모두에게 부적을 나눠준다. 투리의 손에도, 러츠의 손에도 건네준다.
다른 모두가 부적을 소중하게 받는 가운데, 두 사람만은 "정말 괜찮아?" 라는 듯한 시선을 한순간 나에게 향한다. 아직도 두 사람의 안에서는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마인의 모습이 남아있는 것이겠지. 그 시선이 그립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다.
……둘 다 너무해. 나도 조금은 성장하고 있단 말야! 이래뵈도 귀족원에서는 최우수인데! 제대로 생각해서 만들었단 말야!
역시 그런 말은 입 밖으로 낼 수 없어서, 나는 남은 부적을 들어 정중하게 사용법을 설명한다. 하는김에, 페르디난드의 제법 그대로가 아닌, 스스로 "제대로 생각한" 부분을 어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저희들이 가진 부적은 조금 강하게 어깨를 부딪치는 정도의 충격으로도 작동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을 테니, 크게 다칠 만한 충격을 받아야 작동하도록 했습니다."
페르디난드는 귀족이 기준이어서, 나는 아랫마을의 생활 기준을 제대로 생각한 것이다. 분명 다른 귀족들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조금이지만 투리가 감탄한 얼굴이 되는 것을 보고, 나는 가슴을 폈다.
……대단하지? 우후훙.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리옵니다."
"구텐베르크들 몫도 만들어 두었으니, 킬른베르가로 떠나기 전에 드리겠습니다. 가급적 귀족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숨겨주세요. 평민에게는 과분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프랭탕 상회의 분들은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고아원의 아이들이 늘었습니다. 이제부터 공방에 출입하게 되겠지요. 그 때는 공방의 도움을 통해, 상인들의 교섭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제가 신전장직을 물러나더라도 아랫마을의 사람들과 의사 소통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문신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호오, 그것은 중대한 임무가 아니옵니까."
벤노가 재미있어 하는 것처럼 조금 눈썹을 지켜들고, "맡겨주시지요." 라고 한다. 고아원 아이들이 귀족의 피를 이어받았고, 나중에 귀족이 될 아이들임을 이해한 것이 틀림 없다.
"저를 대신해 상인들과 교섭할 수 있는 된 문관을 키우기 위해, 오늘은 새로운 영주 후보생과 몇명의 문관이 동석합니다. 어떤 교섭을 하고 있는지 보이는 것이 목적이므로, 기본적으로는 견학입니다."
그렇지만, 그렛시엘에 대한 화제가 되었을 때만은 브륜힐데와 그 문신이 발언할 것이라고 설명해 둔다.
"그리고, 전 다음 겨울이 될 때까지는 기본적으로 신전에서 지내게 됩니다. 그러니, 길베르타 상회도 신전으로 와주시겠나요? 의상이나 머리 장식이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로제마인님은 한 계절 사이에 성장하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새 의상도 필요하겠지요."
오토에게 성장한 것을 인정받아, 나는 기뻐졌다. 세례식 이후, 기원식 전의 사이에 한번 신전에 와 달라고 부탁하고 있자, 자무가 들어왔다. 성의 문관들이 도착한 것 같다.
그때까지 자리에 앉아 있던 길드장, 벤노, 오토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상인 전원이 무릎을 꿇었다. 귀족들을 영입할 준비가 됐음을 확인하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입실의 허가를 내준다. 멜키오르을 선두로 줄줄이 귀족들이 들어온다. 얼굴을 모르는 문관이 몇명인가 있다.
"우선,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이쪽은 멜키오르. 아우브·에렌페스트의 아들이자, 훗날, 저의 후임으로 신전장에 취임하게 됩니다. 앞으로 신전의 업무나 이런 회합에 대한 것도 인계해 갈 예정입니다."
상인들은 일제히 멜키오르를 향해 인사를 한다.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의 청명한 흐름이 인도한 만남에, 축복이 내리기를."
평민에게 인사를 받아, 축복을 보내는 것은 이게 처음일 것이다. 멜키오르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반지를 녹색으로 빛나게 했다.
"그리고, 저의 측근으로서 만난 적이 있으시겠지만, 이번 봄, 아우브의 두번째 부인으로 약혼하였습니다. 기베·그렛시엘의 딸인 브륜힐데입니다."
"그렛시엘의 개혁에 여러가지로 협력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만, 잘 부탁 드립니다."
브륜힐데와의 인사를 마치고, 나는 자리를 권했다. 귀족 측에서 자리에 앉는 것은 나와 브륜힐데와 멜키오르만이고, 그 외의 측근과 문관들은 뒤에 선다. 상인들도 일어나, 아까와 마찬가지로, 길드장, 벤노, 오토가 자리에 앉고, 투리같은 다프라 견습과 근시는 뒤에 선다.
"상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그렛시엘의 개혁에 대해서 이야기할까요?"
나는 에렌페스트의 아랫마을을 아름답게 고쳤듯이, 그렛시엘도 깨끗하게 타령의 상인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을로 만들 계획을 말하고, 양부님에게 제안한 것과 같이 설명한다.
"내년의 그렛시엘에서 상인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려고 하며, 올해는 기본적으로 교역 규모를 넓히지 않는 방향으로 가려고 합니다."
"이미 거리가 포화 상태였기에, 감사드리옵니다."
길드장은 조금 안심한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 길드장은 그렛시엘에 2호점을 낼 상인을 모집해 주세요. 오토마르 상회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2호점을 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타령의 상인들에게 제법 인기가 많죠? 그렛시엘에도 비슷한 가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출자할 것입니다."
길드장이 힐끗 프리다를 돌아본다. 프리다가 발언의 허가를 요구하고, 요리사나 급사의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신전에 청색 신관 견습과 청색 무녀 견습이 늘어날 예정입니다. 그들의 요리사로 고용해, 경험을 쌓는 것은 어떨까요? 저도 요리사를 보충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푸고에게 교육을 맡길 생각입니다."
프리다가 조금 시선을 떨어뜨린다. 틀림없이 머리 속은 이런저런 계산으로 가득할 것이 틀림 없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상당한 평가를 받으면서, 음식점 협회에 속한 요리사 견습들 사이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희망하는 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푸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신전으로 갈 자들도 있겠지요. 요리사 견습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몇 명 정도까지 맡을지, 월급은 얼마나 되는지, 일하는 시간이나 환경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는다. 나는 내가 청색 무녀 견습이던 때의 푸고들의 근무 형태를 떠올리며 하나하나 답해간다.
"2호점은 매우 매력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만, 내년 여름에 개장하기는 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가을에 개혁이 이뤄진다면, 가구의 주문을 제 때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고급 식당을 만들며 고생했던 벤노가 턱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했다. 가을에 엔트비켈른이 진행되어, 내부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내장의 발주를 전문 공방에 내서는 분명 늦어버리겠지.
벤노의 말에 브륜힐데가 접수한 가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구나 조리 도구는 아우브의 권한으로 귀족의 저택에서 옮겨올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사용하면 가구의 준비는 문제 없겠지요?"
"그렛시엘에는 새롭게 숙박 시설도 마련합니다만, 그쪽도 이와 마찬가지로 가구를 넣을 예정입니다. 숙박 업소에서 일하는 사람과 급사의 교육에 대한 것은 사람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브륜힐데?"
내 말에 브륜힐데가 "네, 로제마인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렛시엘 주변에서 모은 사람들을 기베·그렛시엘이 수배한 마차로 에렌페스트로 데리고 옵니다. 그러니까, 이 봄에 일의 내용을 가르치고, 여름의 바쁠 때에는 어떤 상태가 되는지 교육시키려 합니다."
"힘들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자신들의 2호점을 운영할 인재를 교육하는 것에 더해, 금년의 숙박 시설과 급사를 도울 인력이 충당되는 것입니다. 딱 좋죠?"
내 말에 벤노가 "참으로 로제마인님다운 제안입니다." 라며 입꼬리를 올린다. 후훗 하고 서로 웃고 있자, 브륜힐데가 "저, 여러분. 괜찮을까요?" 라며 상인들에게 말을 걸었다.
"저와 아우브가 이야기한 결과, 이번 여름까지라면, 2호점의 설계를 각자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서, 내장의 발주도 용이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2호점을 내겠다고 결정할 사람이 많아지겠군요."
길드장이 조금 몸을 내밀었다. 도시를 일신하는 엔트비켈른은 급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상인들은 먼 옛날에 만들어진 상점을 개장해가며,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설계대로 만들어 받게 되면, 개장비도 들지 않는다.
브륜힐데의 신호에 뒤에 섰던 문신이 한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가능하다면, 이라며 2호점을 희망하는 상회의 목록이라고 한다.
"이쪽의 상회에는 상업 길드로부터도 2호점을 내주도록 설득해 주시기 바랍니다. 상인이 목표로 삼고 있는 유명한 가게에서 2호점을 내지 않는다면, 그렛시엘은 엔트비켈른으로 숙박 시설만 갖춘 도시가 되어 버립니다. 그러면 상인의 분산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완수할 수 없게 됩니다."
……브륜힐데, 한 번도 아랫마을에 가 본 적 없던 상급 귀족의 아가씨였는데, 엄청 노력하고 있구나.
브륜힐데가 문관들을 통하지 않고 직접 평민의 상인과 얘기하는 모습에 감동을 느낀다. 고작 2년 정도인데, 놀라운 변화가 아닐까.
브륜힐데는 기베·그렛시엘과 양부님과 여러 이야기를 했었던 듯, 그렛시엘의 계획에서도 내가 모르는 부분으로 화제가 흘러갔다. 나는 대화를 브륜힐데에 맡기고, 회의실 안을 둘러본다.
브륜힐데의 뒤에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문관들은 놀라움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자, 앞으로의 일의 방식이라 생각하며 뚫어져라 보고 있는 자, 조금 언짢은 표정을 하고 있는 자 등, 제각각이다.
그렛시엘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 중단된 시점에서, 나는 러츠에게 말을 걸었다.
"그렛시엘의 이야기는 끝난 거 같으니, 인쇄업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프랭탕 상회의 러츠, 킬른베르가에 대한 이동은 작년과 같은 느낌으로 좋을까요?"
"변경에 대한 허가를 받고 싶은 부분이 몇 부분 있습니다."
러츠가 자신의 서자판을 꺼냈다.
"출발 시기와 돌아 오는 시기에 대해서는 이전과 같은 것으로 문제 없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잉크 공방의 하이디가 임신 중이기에, 본인이 갈 수가 없어, 제자에게 맡기고 싶다는 요망이 있습니다."
……뭐라! 하이디가 임신!?
연구하고 싶어 하는 하이디를 억누를 것을 생각하면, 요제프도 여기에 남게 된다. 새로운 소재가, 연구가, 라며 하이디는 정말로 아쉬워하는 모양이지만, 임산부가 장기 여행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킬른베르가에서 출산하게 되어버린다.
"허가합니다. 기베·킬른베르가에 청원해, 새로운 소재를 선물로 받아오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엄청 기뻐할 하이디의 모습을 떠올린 듯, 러츠가 쓴웃음을 지었다.
"대장장이 자크로부터도 올해는 제자를 보내고 싶다는 요망이 나와 있습니다. 그는 금년의 성결식에 신랑으로서 출석한다고 합니다."
……아아, 그럴 나이구나.
아랫마을의 여성은 귀족처럼 스무살이 될 때까지 결혼하는 일이 많지만, 남성은 이십대 초반에 결혼하는 사람이 많다. 귀족보다 조금 늦다. 가족을 부양해 갈 것을 생각하면 그 시기가 가장 적당하다는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 성인이 되는 무렵이었던 요한과 자크는 지금이 딱 적령기라는 것이다.
"요한은 어떤가요?"
킬른베르가에 가는지, 혹은 신부로 점찍어둔 사람이 있는지, 양측의 뜻으로 묻자, 러츠는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요한의 성결식은 빨라도 2년 후입니다. 공방의 대방의 손녀가 성인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결혼할 예정이라 들었습니다."
……상대가 제대로 있는 건가. 뭐, 그정도의 기술인걸. 대방이 놓치고 싶어할 리가 없다.
"요한에게서는 금년의 이동에 제자 다닐로를 동행시키고 싶다는 신청이 있었습니다. 그 자신도, 사정이 다른, 다른 공방에서 일하며 고생했었기에, 인수 기간을 확보 하고 싶은 듯 합니다."
"자크도 요한도 허가하겠습니다. 그리고, 인고에게도 제자를 내라고 전해주세요. 인고에게는 그렛시엘의 숙박 시설의 내장이나 저의 도서관 책꽂이를 주문할 예정입니다."
아우브의 주도로 시행되는 개혁이라, 양녀인 나의 전속도 참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직할지의 기원식이 끝나면 킬른베르가로 출발하므로, 첫 여행이 될 제자들에게도 준비를 소홀히하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올해도 기원식에서 하세의 고아원과 인원을 교대하오니, 예년과 같이, 마차와 호위 병사의 수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러츠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자판에 적는다. 멜키오르가 신기한 듯이, "밖에도 고아원이 있는 건가요?" 라고 물어 왔다.
"네, 인근 마을인 하세에도 고아원이 있습니다. 하세 주민들과의 교류가 많으므로, 이곳의 고아원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됩니다. 상호간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매년 회색 신관들을 네, 다섯명 정도 교체하고 있습니다."
교육이라는 측면에서는, 새로운 책을 바로 볼 수 있고, 전 근시의 신관과 무녀들이 많은 에렌페스트가 더 낫지만, 정서적으로는 귀족이 거의 오지 않는 환경에서 밭을 갈거나, 주민과 교류하거나 하는 하세가 좋을지도 모른다.
"한번 가보고 싶네요."
"양부님의 허가를 얻으면, 기원식 때 동행해도 괜찮아요."
"네? 괜찮나요?"
하세의 기원식을 견학하고, 소신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측근의 기수로 에렌페스트로 돌아가는, 짧은 여행같은 일정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기원식이 어떤 것인지, 어떤 제례식을 하고 있는지, 알아두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요. 상인이나 장인들도 부모나 친척을 통해, 어떤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견학하죠?"
내가 러츠와 투리에게 시선을 돌리자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일을 하기 전부터 일의 내용을 알아 두면, 일에 대한 의욕도 나고, 준비도 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투리가 방긋 웃자, 러츠는 딱 좋다는 듯이 목패를 꺼냈다.
"프랭탕 상회의 견습을 지망하고 있는 아이에게 공방의 견학을 시키고 싶습니다. 허가를 주실 수 있나요?"
"신전 안은 공식적으로는 세례식 전의 아이를 들여서는 안됩니다만……."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목패를 바라보았다. 지망자의 이름에 카밀이라고 쓰여 있다.
……우엣!? 카밀!? 잘못 봤나!? 잘못 보지 않았어! 이름이 같은 다른 사람!?
동요를 드러내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자제하면서 러츠를 올려다본다. 러츠의 비취색 눈동자가 득의만만하게 반짝인다. 틀리지 않았다. 정말로 카말이다.
……우왓! 벌써 견습처를 찾을 나이가 되다니! 알고 있어도 모르겠어!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기저귀로 엉덩이를 몽실몽실하고 있는 카밀이 아장 아장 걸어가는 모습 정도다. 프랭탕 상회의 견습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허가를 내주고 싶다. 엄청 내고 싶다. 지금 당장 내고 싶다.
그치만, 이건 간단히 정해도 좋을 일이 아니다. 프랑, 길과 이야기를 하고, 앞으로도 이같이 견학을 희망하는 자가 나왔을 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없을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검토해 보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카밀이 프랭탕 상회의 견습이 되면, 조금은 만날 기회가 생길지도!? 아잣! 신에게 기도를!
마음 속이 한창 축복의 도가니가 되었을 즈음, 올도난츠가 날아들어 왔다. 올도난츠가 낯선 상인들이 움찔하고, 익숙한 우리들은 누구 앞에 내려앉을 것인지, 움직임을 지켜본다. 올도난츠는 할트무트의 팔에 내려앉아 입을 연다.
"클라릿사입니다."
……뭐라!?
올도난츠는 영지의 경계를 넘지 못한다. 클라릿사가 올도난츠를 보냈다는 것은, 지금 에렌페스트에 있다는 것이다. 단켈페르가를 출발했다는 정보를 받은 것이 오늘 아침이었을 텐데, 어째서 에렌페스트에 있는 걸까.
"지금 에렌페스트의 서문에 도착했습니다. 아우브의 허가증을 갖고 있지 않은 타령의 귀족은 들일 수 없다. 라며 문지기에게 제지당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서, 서문!? 이 거리까지 온 거야!? 어?! 어떻게!? 무서워!
나는 할트무트와 얼굴을 마주 보았다. 경악스러운 사태에, 문관들도 상인들도 멍해져 있다. 카밀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쁨은 순식간에 날아간 상태다.
……아아, 정말!
페르디난드나 나의 주변이 나의 폭주에 시달리는 심정을 잘 알 수 있었다. 이건 고삐를 달아야 하고, 제대로 훈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 페르디난드님처럼!
큿, 하고 얼굴을 들자, 할트무트가 곧바로 올도낭츠용 마석을 내밀어 왔다. 나는 슈타프로 가볍게 두드려, 마석을 새의 모습으로 만든다.
"클라릿사, 병사의 말에 따라, 서문에서 대기합니다. 못하면 즉각 단켈페르가로 돌려보내겠습니다."
슈타프를 흔들어 올도난츠를 날리고, 자신의 뒤에서 호위를 서고 있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돌아보고 다무엘과 안젤리카를 호출하도록 한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들어온 다무엘과 안젤리카에 명한다.
"병사들에게 클라릿사의 상대를 시키는 건 어렵습니다. 바로 서문으로 가주세요. 그리고 제가 도착할 때까지 클라릿사을 대기시켜 주세요. 상담을 마치면 가겠습니다."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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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과의 회합에 난입해온 올도난츠.
"저는, 클라릿사. 지금 서문에 있어."
행복한 기분일 때에 왔습니다. 그야말로 호러.
다음은, 클라릿사의 처우에 대해 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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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안녕, 나는 메리씨. 지금 네 등 뒤에 있어.
https://namu.wiki/w/%EB%A9%94%EB%A6%AC#s-2.2
클라릿사, 무서워요. ㄷㄷㄷㄷ
자고 일어나보니, 갑자기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놀랐습니다.
대충 번역하고 (귀찮아서) 수정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 조금 부끄럽네요.
단어 수정이 있습니다.
엔트비켈 -> 엔트비켈른 (エントヴィッケルン)
536
책벌레의 하극상 5부 72화. - 클라릿사의 처우 -
클라릿사의 처우
올도난츠도 날렸고, 다무엘과 안젤리카도 서문으로 보냈다. 이걸로, 병사들과 평민을 상대로 클라릿사가 엉뚱한 짓을 하거나, 날뛰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긴급 사태에 빠져 있는 문에 대한 대응이 끝나면, 다음은 귀족이다. 양부님에게 연락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할트무트는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 연락을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할트무트가 가볍게 끄덕이고 퇴실한다. 할트무트는 클라릿사의 약혼자이고, 요 최근은 양부님에게 정보를 흘리고 있어, 알현도 쉽다. 올도난츠로 정리가 되지 않으면 성으로 갈 것이다.
할 일을 끝내, 정신을 차리고, 상인들과의 대화를 계속한다. 이쪽의 예정을 끝내야 한다. 내가 자세를 바로잡자, 주위 문신들의 모습을 살피며, 난처한 얼굴로 말을 고르고 있던 길드장과 눈이 마주쳤다.
"로제마인님, 긴급 사태인 것 같으니, 저희는 이만 물러나는 것이 어떨지요?"
그 말에 동의하는 문관도 있지만, 나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오늘 논의할 예정이었던 것은 모두 끝내도록 하죠. 이번 여름에 찾아올 상인들에 대한 대응, 그리고 내년에 그렛시엘에 2호점을 낼 것을 생각하면, 바쁘겠죠?"
"마음 씀씀이에는 감사드립니다만……. 허나……."
단켈페르가의 귀족이라 들었습니다만, 이라는 근심어린 목소리가 들린다. 문관 한 사람이 길드장의 중얼거림에 동의했다.
"구스타프가 말하는 대로가 아닙니까, 로제마인님. 단켈페르가의 귀족이 온 것이라면, 상인보다 그쪽이 우선이겠지요. 상인은 다시 불러 모으면 됩니다."
"아니요. 그렛시엘의 개혁에는 준비 기간이 부족합니다. 성공하고 싶다면 실제로 준비를 해야 할 사람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렛시엘의 개혁이 실패해서 곤란해지는 것은 거리에 가게를 둔 상인들이 아닌, 아우브와 기베·그렛시엘이에요."
브륜힐데가 깜짝 놀란 듯 얼굴을 들었다. 그래도 납득하지 못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문관은 몇이나 있다. 평민보다 귀족들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숨을 토하고, 브륜힐데에게 시선을 돌렸다. 브륜힐데는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로제마인님은 상인들의 편의를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렛시엘의 개혁은 아우브가 주도하는 사업이며, 논의에는 저와 로제마인님이 동석해야 합니다. 현 에렌페스트의 상황으로는 저희들이 예정을 맞출 수 없다고 말씀하고 계신 겁니다."
브륜힐데는 그렛시엘의 개혁과 관련되어, 기베과 아우브의 중개를 위해 활동하고 있고, 양모님의 집무를 샤를로테와 함께 거들면서, 두번째 부인이 되기 위한 준비와 함께 사전 교섭도 해야 한다.
"제가 알기로도, 로제마인님에게는 제례식이 일정이 연이어 있고, 귀족 회의에서도 왕명으로 성결식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것이 끝날 즈음은 타령의 상인들이 들이닥칠 시기입니다. 사전 연락도 없이 찾아온 타령의 상급 귀족 때문에 중단할만한 의논이 아닙니다."
우선해야 할 것은 타령의 귀족이 아닌 영주 일족이겠죠, 라는 브륜힐데의 주장에, 문관들이 납득한 표정을 보였다. 나도 귀족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표현방식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지만, 상인들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실패하는 것은 아우브과 기베·그렛시엘이라고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단켈페르가의 귀족은 저의 측근을 보내두었으니 괜찮겠지요. 게다가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도 연락을 넣어 두었습니다. 모종의 지시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클라릿사를 상대해야만 하는 문의 병사들은 불쌍하지만, 고까운 태도 없이 평민과 이야기할 수 있는 두 사람을 문으로 보냈으니, 그들이 도착하면 대응은 편해질 것이다.
"로제마인님이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예상 외의 행동을 한 것은 저쪽이니, 기다리게 하면 됩니다. 영주 후보생인 로제마인님이 타령의 상급 귀족 때문에 예정을 변경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방긋 브륜힐데가 미소지으며, 문관들의 동의를 받아낸다. 훌륭하다. 나로서는 귀족의 납득시키는 것이 어렵다.
"예정을 변경할 생각은 없지만, 빨리 끝내고 싶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스타프, 가을에 거행된 반성점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안을 알려주세요."
가을에는 반성점이, 봄에는 상인들이 생각한 개선점이 제시된다. 매 년, 확실하게 개선되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상인 측의 바람과, 지난해의 매출과 올해의 목표 등도 물었다. 프리다는 매 년 목표를 달성해낸 것이 기쁜 것 같아, 여름에 대한 의욕이 흐뭇할 정도다.
"아. 그리고, 프랭탕 상회에게 연락사항이 있습니다."
"무엇인가요?"
벤노가 "이번엔 뭐냐" 라는 듯이 조금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사소한 연락 사항이니까 딱히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에렌페스트의 귀족의 총의로서, 아우브로부터 말씀을 받았습니다. 이로써, 그 동안 에렌페스트 내로 한정했던 어린이용 성전, 그림책, 카루타, 트럼프 등의 교육용 장난감을, 타령의 상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더 이상 순위를 올리고 싶지 않다. 그런 어른의 총의와, 학생들의 사기를 유지하는 것을 양립시키기 위해 생각한 것이다. 성적이나 순위적으로 타령에 뒤쳐지고 싶다면, 타령의 성적을 향상시키면 되잖아, 라고. 다른 사람들의 평균 점수가 70점인 상황에서 95~100점을 연발하면 눈에 띄지만, 모두가 95~100점을 받으면 눈에 띄지 않게 된다. 그렇게 하면, 에렌페스트의 아이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게 된다.
……우리 성적을 낮추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올리면 되는 거라구. 우후훙.
"파는 방법에 따라서는 막대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은 로제마인님으로부터 권리를 사들였을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벌고, 벌고, 벌어버리겠다구, 라는 듯한, 이익을 눈 앞에 둔 육식 동물 같은 미소를 짓는 벤노과 함께 나도 히죽 웃는다.
다양한 결정을 끝내고, 상인들과의 대화를 마쳐, 브륜힐데들은 성으로 돌아가고, 나는 신전장실로 돌아갔다.
"로제마인님, 신관장으로부터 전언이 있습니다."
남아서 방을 지키고 있던 모니카에 의하면, 할트무트는 성으로 갔다고 한다. 아우브에게 보고도 해야하고, 신부가 경계문에서 기다리지 않고 들이닥친 이유도 알고 싶고, 부모님 모두 클라릿사의 처우에 대해서 논의해야만 하고, 아우브의 허가증이 없으면 문으로 가도 클라릿사을 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할트무트가 돌아오기를 기다릴까요. 클라릿사를 받아들이기 위한 허가증을 소지하지 않은 제가 문으로 향하면, 병사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테니까요."
나는 올도난츠로 할트무트에게 상인들과의 회합이 끝난 것을 알리고, 문으로 클라릿사를 마중 나가기에 앞서, 신전에 들려주었으면 한다고 전한다. 바로 올도난츠가 돌아왔다.
"지금부터 부모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폐를 끼칩니다, 로제마인님."
할트무트의 약혼자로서 들이닥친 클라릿사의 소행을 할트무트의 부모님이 사과해 왔다. 오히려, 나의 측근을 목표로 오는 것이니, 내 쪽이 연루되어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할트무트, 양부님은 뭐라 하셨나요?"
"제가 올도난츠를 날렸을 당시, 아우브는 아직 클라릿사의 도착을 모르고 계셨습니다. 서문의 병사로부터 로트의 신호를 받은 기사단이 상황을 보러 가, 제가 보고를 위해 돌아간 것이 그 직후였던 모양이라, 연거푸 올도난츠가 날아들었습니다."
클라릿사가 경계문을 통과한 것에 관해서는 통과 허가를 낸 문관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 단켈페르가나 프뢰벨타크로부터의 문의로 힘들었던 모양이다.
"프뢰벨타크의 기사에 의하면, 클라릿사는 호위기사와 단 둘이서 프뢰벨타크와 옛 베르케슈토크의 경계문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아우브·단켈페르가가 발행한 결혼 허가증을 가지고 있지만, 시집오는 상급 귀족이 호위기사와 단 둘이서만 경계문에 나타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보통은 신부 측이 대량의 혼수품을 가지고, 부모와 함께 마차로 찾아오는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프뢰벨타크의 기사는 바로 단켈페르가에 문의한 것 같다. 클라릿사라 하는 상급 귀족은 정말로 단켈페르가에 존재하는지, 그리고 에렌페스트의 귀족과의 결혼 허가가 나오고 있는가, 하고.
가짜가 틀림없다고 생각한 프뢰벨타크 기사들의 문의 방식이 나빴던 건지도 모르고, 클라릿사가 가출한 것을 알지지 않았던 단켈페르가의 문신이 나빴던 건지도 모른다. 대답은, "확실히 클라릿사는 존재하고 있고, 에렌페스트의 상급 귀족인 할트무트와의 결혼 허가가 나와 있다." 라는 것이었다.
단켈페르가의 확인을 받고, 시집 갈 때 가져가는 메달로 본인 확인도 된 이상, 타령에 시집 가기 위해 통과하려는 신부를 계속 잡아둘 이유가 없다. 프뢰벨타크는 경계문의 통과 허가를 냈다고 한다.
다만, 너무나도 수상했기에, 프뢰벨타크는 호위 명목의 감시를 붙인 것 같다. 그러나 클라릿사와 그 호위기사는 기수로 프뢰벨타크과 에렌페스트의 경계문을 한 번 돌아보는 일도 없이 바로 날아간다. 뿌리쳐지는 것을 피하려고 전력으로 따라가던 기사는 경계문에서 단켈페르가의 확인을 받은 것을 전달받고 무너져 내린 것 같다.
확인을 받았다고는 해도, 수상한 것에는 변함이 없다. 본래라면 경계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 신랑 일행이 없었으니까. 프뢰벨타크만이 아니라, 에렌페스트의 기사들에게도, 마력 회복약을 마시고 있는 클라릿사과 호위기사의 두 사람은 괴한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에렌페스트의 성으로도 문의가 있었습니다. 단켈페르가의 클라릿사는 정말로 에렌페스트로 시집오는 허가가 나와 있는지, 마중이 나와 있지 않던데, 착각한 것은 아닌가, 하고."
그 질문을 받은 문관은 아우브들의 긴급 연락에 동원되어, 수 차례 대응에 쫓겼던 익숙한 이름이었기에, 바로 대답을 했다. 아우브·단켈페르가로부터 출발했다는 연락을 받고 있다고.
상당한 긴급사안이 아닌 이상, 연락 사항은 한꺼번에 보고된다. 단켈페르가의 클라릿사가 결혼 허가를 받고 있는지, 마중이 나와 있지 않았다는 문의는, 그 문신에게 있어 긴급한 것이 아니었다. 전날 밤, 할트무트와 부모에게 클라릿사의 출발이 전해진 것을 알고 있는 문신으로서는, 마중이 나와 있지 않은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아우브들 사이에 연락이 되어 있다면, 이라며 경계문의 기사들은 클라릿사의 통과를 허가했다고 합니다. 그렇긴 해도, 신랑 측이 아우브의 허가증을 가지고 마중나오지 않으면, 타령의 귀족은 거리에는 들어올 수 없지요. 그래서 서문에서 제지된 것입니다."
……모두가 의심하고 있었는데도, 클라릿사는 통과한 거구나.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네.
이상한 부분에서 감탄하고 있자, 할트무트의 아버지인 레베레히트가 곤란한 얼굴로 숨을 토했다.
"양측의 아우브의 허가를 받고, 이미 와 버린 것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돌려보내는 것은 파혼과 같고, 누구에게도 불명예스러운 일이겠죠. 로제마인님과 할트무트를 걱정해, 연모한 나머지 달려와, 에렌페스트가 받아들였다는 형식으로 거두는 것이 무난합니다."
결혼 허가를 낸 양쪽 아우브도, 의심하면서도 통과시켜버린 경계문의 기사들도, 문의를 받은 문관들도, 딸이 가출하는 것을 막지 못한 클라릿사의 부모도, 마중을 나가지 못한 할트무트의 부모도 불명예스러운 일이 되는 모양이다.
"물론, 클라릿사의 행동은 충분히 꾸짖을 것이며, 단켈페르가에게도 불평 한 마디 쯤은 하겠습니다. 그러나, 돌려보내져, 프뢰벨타크에서 클라릿사의 기행과 파혼이 우스꽝스럽게 회자되거나, 조금이라도 약혼자의 힘이 되고 싶어서 아우브의 허가를 얻어 한결같이 날아왔는데도 내쳐져 버렸다고 말해지기보다는, 미담으로 해 두는 것이 앞으로를 위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레베레히트의 의견은 양부님과 양모님도 포함해 여러가지로 생각한 결과인 것 같아,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릿사를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일가의 주인인 레베레히트다.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이상은 각오를 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앞으로 클라릿사의 처우를 어떻게 할 지가 중요합니다. 성에서 방금 논의한 결과, 클라릿사는 약혼자로서 대우하며, 사는 곳은 저의 집이고, 오틸리에가 매일 책임을 지고 데리고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약혼자인 할트무트는 신전으로 오는 일이 많으므로, 성으로 가는 것이 확실한 오틸리에가 동행하게 된 것 같다.
"타령에서 온 아가씨를 신전에 출입사킬 수는 없습니다. 그것만은 로제마인님도 알아주십시오."
"알고 있습니다. 저도 클라릿사를 신전에 들이려고는 하지 않았고, 문관으로서 성에서 일을 시키려고 했습니다. 아우브 부부에게는 일손이 부족하죠? 레베레히트, 피리네와 클라릿사의 교육을 부탁해도 좋을까요?"
레베레히트는 양어머니들의 문신이기에, 두 사람의 교육을 부탁했다. 나의 문신이 전부 신전에 있으면, 절대로 신전에 가겠다고 클라릿사가 강경하게 우겨대겠지.
"귀족원에서의 공동 연구 당시, 피리네와 클라릿사는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클라릿사도 한 명쯤은 익숙한 사람이 있는 것이 편하겠죠. 게다가 피리네는 페르디난드님부터 교육을 받고 있었으므로, 하급 귀족이라 마력은 아직 적어도, 사무에 관해서는 유능한 것입니다."
피리네는 기본적으로 신전 업무만 하고 있기에, 조금은 성의 업무에 종사하는 것도 나쁜 경험이 아닐 것이다. 성에서 여러가지 일을 할 겸, 의욕이 있는 젊은층을 발굴해주었으면 한다.
"신전에 계신 로제마인님을 만날 수 없다면 클라릿사가 날뛸 것 같습니다만……."
할트무트의 말에 나는 조금 생각한다. 클라릿사의 모습을 보려고 계속 성을 찾아가면, 신전에 들어박혀서 차기 아우브을 목표로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어필할 수 없다.
"그러면, 사흘에 한번 정도 저의 도서관에서 보고를 듣는 날을 만들죠."
……그러면 내 독서 시간도 확보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의 일에 대한 협의를 마친 뒤, 올도난츠로 예고를 내고, 기수를 타고 서문으로 향했다. 서문 위의 망루랄지, 옥상이랄지, 넓게 되어 있는 곳에는 안젤리카, 다무엘, 클라릿사와 그 호위를 시작으로, 몇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빠!?
그 사이에서 아빠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는 기쁨으로 느슨해져 있던 표정을 수습하며 기수를 내렸다. 한손을 높이 들고 달려오려 하는 클라릿사을 제지하고, 가슴을 두번 두드리고, 경례를 하고, 나란히 서 있는 병사들을 차례로 본다.
"허가증을 갖지 않은 타령의 귀족을 잘 잡아두었습니다. 훌륭한 직업 의식입니다. 영주 일족으로서, 저는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번 봄의 이동과 관련해, 중앙에서 사장들의 회의가 있던 자리에 긴급 연락이 들어와, 모든 문의 사장이 모이게 되었을 뿐입니다. 그녀의 도착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제 책임 문제가 되었을 겁니다."
아빠는 그렇게 말하며 다른 문의 사장들에게 시선을 향한다. 귀족으로부터의 벌이나 불만이 없다는 것을 보여달라는 것이 틀림 없다. 얼핏 경례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슴이 아니라 위 부분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 지금 서문의 사장일 것이다.
나는 할트무트로부터 클라릿사의 허가증을 받아 서문의 사장에게 내밀었다.
"이쪽이 아우브의 허가증입니다."
"틀림없습니다. 클라릿사님의 허가증입니다."
클라릿사가 거리로 들어오는 것을 확인받은 나는, 가죽 주머니에서 대은화 두장을 꺼내, 서문 사장의 손에 쥐어주었다.
"거리를 지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 병사들의 책임을 물을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상이 필요하겠죠. 많지는 않습니다만, 이것으로 열심히 노력해준 병사들을 위로해 주세요. 모두가 분발한 것은 아우브에게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장을 안심시키고 병사들을 격려한다. 존재만으로도 긴장시키는 귀족의 장광설은 불필요하다. 나는 표정을 다잡고 클라릿사를 보았다. 등에서 힘차게 튀어오르던 댕기머리는 없어지고, 세 갈래로 땋은 머리카락이 뒷머리에 돌돌 말려 있다. 겉모습은 성인이 되어 있지만, 그 행동은 성인의 것이 아니다.
"가요, 클라릿사. 앞으로의 일에 대해 대화가 필요합니다."
나는 클라릿사을 신전에 들일 생각이 없었기에, 도서관으로 향했다. 라자팜이 마중나와 차를 내온다. 여기는 페르디난드의 저택이었기에, 내가 페르디난드처럼 클라릿사을 꾸짖기에 딱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변명을 듣도록 하죠. 어째서 온 건가요?"
"제가 로제마인님의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환영 받지 못하는 분위기에, 클라릿사의 표정이 굳는다. 클라릿사의 뒤를 지키고 있는 호위기사는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라는 얼굴을 하고 있다. 아무리 말려도 클라릿사가 멈추지 않아, 호위로서는 따라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귀족 회의 때 이동하는 것이 아니었나요?"
"그렇게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아우브·단켈페르가도 빨리 가는 편이 도움이 될 거라고……."
"그래서, 이쪽에 연락도 없이, 마차도 근시도 내버려두고, 부모님과 합류하는 일도 없이, 최저한의 짐만 가지고 기수로 날아든 것입니까?"
나란히 늘어놓고 보니, 심한 모양새가 되었다. 기세대로 폭주한 클라릿사도 자신이 저지른 일들이 나열되자, 그 너무함을 깨달았는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드릴 말이 없습니다. 한 번 마음을 먹으면 주변을 보지 못한다고, 언제나 모두에게 듣고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으윽. 심하게 찔린다.
비슷한 말을 주위로부터 듣고 있는 나는 클라릿사을 꾸짖기 어려워져, 우물거리고 만다. 그것을 짐작한 듯한 오틸리에가 입을 열었다.
"클라릿사, 마음대로 예정을 변경하면 곤란해집니다. 연락은 꼭 해주세요."
클라릿사가 단켈페르가를 뛰쳐나오며, 신랑 측이 경계 문으로 마중을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 마차가 도착할 경우, 마침 그 때는 기원식으로 직할지를 돌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였던 것.
"일정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할트무트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신관장인 할트무트가 기원식에 가지 못하게 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로제마인님에게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를 하는 행위였던 거에요."
오틸리에의 말에 클라릿사가 안색을 바꿨다. 보통의 귀족에게 있어선 겨울의 사교가 끝나면 성결식을 할 때까진 커다란 행사가 없지만, 신전은 제례식으로 바쁠 것이라는 것 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오늘 서문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을 당시는 영주 일족이 상인들을 모아 의논하고 있던 도중이었습니다. 클라릿사를 문에서 기다리기게 하고, 회담은 계속되었지만, 저는 아우브에게로의 문의나 상황의 확인을 위해 중간에 자리를 떠야만 했습니다. 로제마인님의 문신으로서 일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 괴로움을 알 수 있겠습니까?"
할트무트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클라릿사는 헬쓱한 얼굴로, "뼈저리게 압니다." 라고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레베레히트가 "두 사람이 무엇을 공감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만." 이라고 전제한 뒤, 클라릿사를 마주보았다.
"클라릿사가 많은 분들에게 폐를 끼친 것은 자각하고 있습니까? 도정에 프뢰벨타크와의 경계문에서 기사들을 놀라게 하고, 몇 번이고 연락을 교환하며 진위를 묻지 않으면 안 되는 신부 같은 건, 보통은 없습니다. 기사들의 연락에 더해, 아우브의 손까지도 번거롭게 만든 것입니다."
"아우브의……?"
"클라릿사가 단켈페르가를 출발한 것은 아우브·단켈페르가에 의해, 아우브 간 긴급 연락 수단을 사용해 이쪽에 알려졌습니다. 한동안은 이곳저곳에 사죄해야만 합니다."
"드릴 말이 없습니다."
모두에게 꾸중을 듣고 작아진 클라릿사에게, 레베레히트는 그녀가 단켈페르가로 돌려보내지지 않고 에렌페스트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알렸다. 그리고 사전에 논의했던 대로, 할트무트의 친정에 약혼자로서 머물며, 오틸리에와 함께 성을 오가며 레베레히트 아래서 피리네와 함께 문관으로 일하게 된 것을 말한다.
"저는 신전에 들어가길 희망합니다. 로제마인님의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각하합니다. 제가 필요로 하는 것은, 에렌페스트 문신들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위 영지의 우수한 문관이지, 청색 무녀가 아닙니다."
내가 즉각 기각하자, 클라릿사가 경악한 눈으로, "신전에는 일손이 부족하다고 듣고 있었습니다." 라며 할트무트를 바라본다.
"아무리 일손이 부족하더라도, 타령의 신전에 대한 인식을 고려하면, 클라릿사를 청색 무녀로 들일 수는 없습니다."
약혼자로 보냈을 딸을 결혼이 허가되지 않는 청색 무녀로 들이다니, 클라릿사의 부모님의 심정을 생각하면 할 수 없다. 게다가 타령에서 약혼자로서 찾아온 적령기의 아가씨를 신전에 들이게 되면,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 또 다시 나쁜 소문이 돌 것이다.
"할트무트의 부모님은 세간에서 어떻게 말해지고 있던가요? 클라릿사를 신전에 들이면, 클라릿사 이외의 전원에게 좋은 점이 없습니다. 게다가……."
나는 그곳에서 말을 한번 끊었다. 그리고 클라릿사와 호위기사 양쪽을 번갈아 본다.
"약혼자로서 아렌스바흐에 머물고 있는 페르디난드님은 디트린데님의 명령으로 아렌스바흐의 기원식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약혼자로서 머물고 있는 타령의 사람에게 시킬 일이 아니겠죠?"
내 말에 안색을 바꾼 것은 호위기사다. 아렌스바흐에서 페르디난드가 약혼자다운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고, "설마" 라며 놀라는 얼굴이 되어 있다.
"페르디난드님이 제례식에 동원된 것에 노하여, 아우브·에렌페스트는 영주 회의에서 항의할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 때에, 클라릿사를 신전에 들일 수는 없습니다."
"저는 명령이 아니라, 스스로 지원하는 것입니다만……."
클라릿사는 아직 포기할 수 없다는 듯, 푸른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지만, 냉정하게 기각한다.
"타령은 세세한 사정 같은 건 알아주지 않습니다. 명령이나, 지원이나, 신전에 출입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클라릿사가 에렌페스트로부터 그렇게 말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되면, 아무리 부정하더라도 소용 없어요. 전, 귀족원의 다도회에서 이미 경험했었던 일이니까요."
양부님의 나쁜 소문을 아무리 부정해도 헛수고로 끝났던 기억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클라릿사도 귀족의 다도회나 거기에서 회자되는 소문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인다.
"전, 로제마인님의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은 정말로 기쁩니다. 클라릿사의 연구 내용은 페르디난드님도 인정하고 계셨어요. 우수한 문관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성에서 저의 문신으로서 피리네와 함께 일해주세요."
클라릿사는 한동안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일어서서 이동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분부대로 따르습니다. 저는 로제마인님의 도움이 되고 싶어서 에렌페스트로 온 것이니까요."
"고마워요. 신전에 출입하는 것은 금지합니다만, 클라릿사와 만날 기회는 만들겠습니다. 제례식 등으로 자리를 비우지 않는 한, 사흘에 한번, 이곳에서 보고를 듣도록 하죠. 맛있는 과자도 준비할 테니까요. "
"네!"
이렇게 에렌페스트로 날아들어온 클라릿사는 일단 할트무트와 그 일가가 돌보게 되었다.
"……그런데, 클라릿사의 짐은 언제 도착하는 거죠?"
오틸리에의 중얼거림에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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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 클라릿사가 에렌페스트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클라릿사는 신전 출입 금지입니다.
아렌스바흐의 페르디난드의 취급을 탓할 수 없게 되니까.
귀족 회의를 앞두고, 양부님과 양모님은 클라릿사와 피리네라는 우수한 문관 GET 입니다.
다음은 기원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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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국영수 위주로 착실하게 교과서를 공부하면 되잖아?
......라고 말하는 듯한 마인이입니다. 빌프리트가 열등감을 느끼는 것도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대사네요. (웃음)
라자팜과의 대화
제536부의 직후입니다. 시간이 없었던 것과, 본 줄거리와 관계가 없어, 본편에서 잘라낸 부분을 재이용한 SS입니다만, 괜찮다면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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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로제마인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조금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신지요?"
"네, 무슨 일이죠?"
클라리사와의 협의를 마치고 신전으로 돌아가려던 참에, 라자팜에게 불려세워져 돌아보았다.
라자팜은 조금 특징이 들어간 검정에 가까운 심록의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뒤로 빗어내리고, 온화한 미소를 띄고 있는, 녹색의 눈동자를 가진 페르디난드의 근시이다. 깔끔하게 정돈한 몸가짐을 하고 있는 라자팜이 페르디난드를 모시고 있는 모습은 젊은 마르크라는 느낌이다. 태도나 분위기가 은근히 마르크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그에게 멋대로 친근감을 갖고 있다.
"페르디난드님이 아렌스바흐에서 제례식을 담당하게 되셨다고 들었기에, 자세한 것을 알고 싶습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저기, 알려주기 싫다는 아니라, 전 주인의 걱정을 하는 것 치고는 라자팜의 표정이 너무나도 절박하게 보여서, 조금 이상하게 생각되었을 뿐입니다."
라자팜은 잠시 망설임이다가 도청 방지 마술 도구를 꺼냈다. 내가 마술 도구를 손에 쥐자, 라자팜은 주위를 의식하고 입을 가리며, "저는 페르디난드님에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하급 근시입니다." 라고 말했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킬 능력이 없으면, 아렌스바흐로는 데리고 갈 수 없다. 그렇게 말하면서 두고 갔다고 한다. 그러며, 마찬가지로 중요하지만, 아렌스바흐으로는 가져갈 수 없는 저택이나 사물의 관리와 보관을 맡긴 것 같다.
……그건 걱정되겠네.
"페르디난드님은 아렌스바흐의 상황이 안정되면 부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이 저택의 관리를 맡고 있는 제 쪽으로는, 페르디난드님에 관한 정보가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알고 계신 것이 있으시면, 부디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에서 기원식을 담당하게 되어, 양부님이 항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나, 아렌스바흐에서는 객실에서 지내기 때문에, 연구를 할 수 없어서 불만이 쌓이고 있는 것, 여전히 집무에만 열중하며 식사랑 수면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 등, 내가 알고 있는 정보 중에 공개해도 괜찮은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
"아직 성결의 의식을 끝내지도 않은 페르디난드님에게 기원식을 담당시킨 것인가요!?"
"네. 취급이 심하죠? 아우브께서 영주 회의에서 항의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기원식 시기엔 조금 집무에서 떨어지게 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할지도 모른다는 점이 정말로 역설적이지만요."
페르디난드는 에렌페스트에서도, 기원식이나 수확제로 영지 내를 순회하는 틈틈이 소재를 채집하던 사람이다. 분명 아렌스바흐에서도 마침 잘됐다며 소재를 채집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유스톡스도 있으니, 페르디난드님은 틀림없이 영지 내를 순회하는 것을 즐기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반응이 에렌페스트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되어도 곤란하고, 다른 분이 같은 취급을 받아도 곤란하겠죠?"
내 말에, 라자팜은 몹시 복잡한 미소를 띄웠다.
"로제마인님은 페르디난드님이 한 숨 돌리실 거라고 생각하고 계시군요. ……하지만, 제가 아는 한, 신전에 들어간 페르디난드님이 조금 누그러진 표정을 짓게 되신 것은, 로제마인님이 신전으로 들어오신 이후의 일입니다."
전 신전장 밑에서, 본래라면 여러 부서에서 분담하는 일을 혼자 떠맡아, 약에 쪄들어 있던 시절의 페르디난드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당시는 마력적으로도 사무적으로도 손이 모자라, 정말로 힘들었었습니다. 첫 봉납식에서 제가 함께 마력을 봉납하자, 정말로 안도하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아렌스바흐의 제례식이 어떤 것인지는 알지 못합니다만, 에렌페스트에서처럼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적은 것이 아닌지요? 자신에 대해선 표정으로도 말로도 드러내지 않는 분이신지라, 걱정입니다."
확실히 페르디난드가 신전에서 마음대로 하게 된 것은 전 신전장을 배제한 이후부터였다. 타령의 신전, 타령의 제례식이니, 마음대로는 행동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와는 달리, 페르디난드는 진짜 귀족이니까, 아렌스바흐의 측근들 앞에서 도를 지나치는 일은 없겠지.
"얼굴을 보면 무리를 하고 있는지 어떤지 알 수 있겠습니다만, 검열된 편지에는 그럴듯한 것 밖에 쓰여 있지 않으니, 확실히 걱정되네요."
집무으로부터 해방되어, 조금은 다리를 뻗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런 말을 듣자,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기원식 도중에 편지를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만……무리겠네요."
내가 편지를 세 번 보내는 동안, 답장이 한 번 밖에 오지 않을 정도로 바쁜 것이다. 서장에는 기원식에서 레티지아의 교육도 실시한다고 적혀 있었다. 내가 교육을 받던 당시를 생각해 봐도, 정말로 바쁠 거라고 생각된다.
"그래도, 성결식이 끝나면 비밀방도 생기고, 더 이상 손님 취급이 아니게 되니, 조금은 안심할 수 있게 되겠죠. ……라자팜이 불리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네요."
"네. 그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훗 하고, 기쁜 듯이 라자팜이 웃었다. 불러 주겠다는 약속이, 어쩐지 부럽게 느껴진다.
……뭐, 불러도 곤란하지만.
나의 가족이 이곳에 있는 이상, 내가 있을 곳은 에렌페스트다. 그렇긴 해도, 조금은 라자팜이 부럽다.
"저기, 라자팜. 또 서장이나 편지를 받았을 때는, 제가 아는 페르디난드님의 정보를 알려주겠습니다. 그러니, 라자팜은 저에게 라자팜이 아는 페르디난드님의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이를테면, 귀족원에서 실패했던 이야기는 어떨까요?"
내가 훗 하고 웃으며, "페르디난드님이 계시지 않을 동안에 몰래 가르쳐 주세요." 라고 하자, 라자팜은 옛날을 떠올리는 듯, 그리운 듯한 표정이 되었다.
"페르디난드님에겐 실패한 이야기 같은 건 없습니다. 실패하지 않도록 언제나 긴장하고 계셨으니까요. ……다만, 그렇군요. 다른 학생이 없는 시기에 자유로운 행동을 즐기던 시절의 이야기라면, 조금 해 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대하고 있을게요."
나는 라자팜과의 대화를 마치고 도서관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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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집 나간 페르 엄마와 집 지키는 라자팜.......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ss 25화. - 라자팜과의 대화. (5부 72화 / 로제마인 시점) - |작성자 치천사
책벌레의 하극상 ss 27화. - 아이들의 성장 (5부 73화 / 에바 시점) - 책벌레의 하극상 ss / 번역 게시판
2016.04.0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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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1 시점 아이들의 성장
제537화의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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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엄마, 카밀2."
"안녕하세요."
투리3와 러츠4가 돌아온 것은 봄의 세례식을 앞둔 어느 저녁이었다. 저녁식사의 준비를 하고 있던 도중의, 갑작스런 귀가에, 나도 카밀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늘은 러츠도 같이 저녁을 먹었으면 좋겠는데, 괜찮아?"
"그것은 좋지만, 둘 다 겨울이 지나면 바빠져서 좀처럼 얼굴을 보일 수 없다고 하지 않았니. 뭔가 있었나요?"
겨울의 끝과 함께 밀려오는 상인들에 대응하기 위해, 길베르타 상회도 프랭탕 상회도 크게 바빠진다. 늦봄부터 가을 중반까지는 웬만한 일이라도 없는 이상, 집으로 돌아오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도 열심히 해야지" 라고 말하던 투리가 이렇게 갑작스례 돌아오다니, 뭔가 있는 것이 틀림 없다.
"오늘은 엄마한테 일 이야기가 있거든. ……아빠는?"
"주간 근무니까, 이제 곧 돌아올 거에요."
"그럼 자세한 얘기는 아빠가 돌아온 다음이겠네. 몇 번이나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은 귀찮은걸. 그렇지, 러츠?"
투리는 소리 없는 웃음으로 러츠를 돌아보고는, 재빨리 앞치마를 몸에 감았다. 저녁 준비를 거들어 주려는 듯 하다.
"어차피 귄터5 아저씨는 몇번이나 똑같은 걸 물어보니까. 다 모였을 때 이야기 하는 게 더 좋아."
러츠는 그렇게 투리에게 동의하고는 한번 집으로 돌아가, 카를라6에게 오늘 밤 묵고 가겠다는 것을 알리고 오겠다며 나갔다.
"투리가 돌아올 때엔 약혼자 러츠가 같이 있으니 안심이네."
이 근처에서 누구보다 출세한 투리는 자랑스러운 딸이다. 혼자서 돌아다니고 있으면 누군가에게 노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게 말한다는 것은, 러츠와의 약혼 이야기, 결정된 거지?"
투리가 야채를 씻으며 그렇게 묻는다. 그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래. 러츠는 투리보다 한살 아래지만, 결혼 자금은 문제 없다고 했고, 이쪽의 여러가지 사정도 아는데다, 이렇게 투리가 우리에게 돌아올 땐 옆에 있어 주고, 가족끼리의 교제도 생각하면 더 이상의 상대는 없지요?"
투리는 여름에 성인이 된다. 슬슬 본격적으로 결혼 상대를 찾지 않으면 안 된 나이이다. 하지만, 노력파인 투리는 지금 한창 번성하고 있는 길베르타 상회의 다프라 견습이다. 빈민이 많은 이 근처의 사람과 결혼하는 것도, 투리의 일터에 맞춰 결혼 상대를 찾는 것도 어렵다.
솔직히, 러츠 이외엔 상대가 없는 것이다. 프랭탕 상회의 다프라 견습인 러츠도 상대를 찾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최근, 러츠의 부모님과 이야기를 해, 일단 둘의 약혼이 결정되었다.
"결혼은 러츠가 성장한 직후라도, 아니면 두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준비 기간을 가지더라도 괜찮아요. 두 사람의 일과 상황에 맡길게요."
러츠는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멀리 있는 마을에 나가 있고, 투리도 많은 상인들이 방문해오는 시기는 바쁘다. 둘 다 성인이 된 후에, 자신들의 일이 어떻게 일이 변하는지 경험한 뒤에 결혼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성인이나 결혼이라는 말을 들어도, 별로 실감이 안 나네."
"머리모양이 바뀌고, 견습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되고, 결혼하고 살 집을 준비하고 있으면, 성결식을 마칠 무렵에는 어느 정도 실감이 들게 될 거에요."
내 말에 투리는 내키지 않는 듯한 얼굴로, "……응" 이라고 대답한다. 그 옆 얼굴에, 나는 어라? 하고 눈을 깜박거렸다.
"투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니?"
"아, 음……정확히는 있었다, 일까? 나는 상대가 안 되니까."
상대가 안 된다는 말은 하고 있지만, 마음을 포기하기도 힘들 것이다. 투리의 슬픈 듯한 미소에 나는 미안한 마음이 되었다. 영주의 양녀 전속인 투리 자신에게 부족함이 있을 리 없다. 부족한 것은 가문이다.
"투리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을 리가 없잖니? 엄마의 자랑인걸. 일터의 사람이 상대라면 부족한 것은 우리 가족 쪽이에요."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응. 그치만, 확실히 결혼은 무리겠네. 전혀 어울리지 않는걸. 결혼 생활은 상상도 안 돼."
투리는 미련을 버린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며 나를 보았다.
"결혼은 아버지끼리 결정하는 일이고, 러츠는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불만은 없어."
마인의 머리 장식을 만드는 것에만 열중해 있던 투리는 결혼에 대해서도 그다지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나이에 걸맞게 겉모습은 성숙해 있지만, 그 얼굴에는 성인이나 결혼에 대한 당혹감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는 어땠었더라?
자신이 성인이 되었을 무렵을 떠올려 본다. 귄터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청혼을 거듭하고, 씁쓸한 얼굴을 한 아버지가 대응을 나에게 일임했던 것을 떠올렸다.
……당혹스러움밖에 없었구나.
자신이 지금 투리의 나이였을 때를 떠올리며 작게 웃고 있자, 귄터가 돌아왔다. 러츠도 함께인 것 같다. 그 때는 집에서 귄터를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 같은 것은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은 귄터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성인에 가까운 것이다.
"있잖니, 투리. 나도 귄터에게 청혼받을 무렵에는 전혀 결혼에 대한 실감이 없었어요."
"……아빠가 들으면 울 거야."
"비밀로 해주렴."
"그래서 에바에게 일 이야기라니, 도대체 뭔가?"
저녁에 손을 뻗으며, 귄터가 말을 꺼냈다. 투리가 러츠와 시선을 맞춘 후, 풋 하고 웃었다.
"얼마 전에 있지, 신전에 불려가서 이야기를 했는데, 봄의 세례식이 끝나면 길베르타 상회는 로제마인님의 의상이나 머리 장식의 주문을 받기 위해 신전으로 간대."
투리는 그 회담 때 목격한 마인의 성장한 모습에 대해 알려 준다. 갑자기 키가 크고, 분위기가 어른스러워 졌다고 한다.
"그거라면, 최근 서문에서 조금 소동이 있었을 때에, 귄터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어요. 자기 나이에 어울리는 모습이 되어 있었죠?"
"어? 아냐, 좀 작은 열살 같은 느낌이야. 아직 자기 나이처럼은 보이지 않아."
"정강이 길이의 스커트에 위화감이 없어졌다는 느낌이었지?"
투리와 러츠의 반론으로 미루어보건대, 아무래도 귄터의 보고는 상당히 과장됐었던 모양이다.
"계속 세례식 정도의 어린애 같은 모습이었는데, 드디어 정강이 길이의 스커트에 위화감이 없어졌다구. 그만하면 충분히 크지 않았어?"
귄터가 필사적으로 반박하고 있지만, 마인의 외모에 대해서는 투리들의 의견을 채용하는 것이 좋아보인다. 귄터는 마인에게 콩깍지가 심하다.
"아빠에게는 충분히 컸다는 걸로 넘어가고. 일단 로제마인님이 많이 성장하셨으니 천의 분위기도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라는 코린나7님의 제안이 있었거든. 거기서 르네상스인 엄마도 상담에 대동하고 싶다고 청원한거야. 그리고 괜찮다는 신전의 허가가 나왔으니까, 모레에는 함께 신전에 가고 싶은데."
"어!?"
뜻밖의 이야기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르네상스란 칭호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평민 직인이 영주의 양녀를 접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세에서 1년에 두 번 만나는 귄터나, 머리 장식의 주문을 받는 투리와 러츠에서 이야기를 들을 뿐이고, 나는 상당히 오랫동안 마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마인이랑 만날 수 있는 거야?
"성에 직인을 들이는 것은 태도나 말투가 걱정되기 때문에 안 되지만, 신전에 출입하는 것만이라면 관대히 봐준대. ……그, 길베르타 상회의 사람을 중간에 두고 이야기를 하게 되니까, 직접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인의 주위를 지키는 귀족 측근들에게 묘한 꼬투리가 잡히지 않도록,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모습을 보기만 해야 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성장한 마인의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정이 북받친다.
"정말 잘 됐네, 에바."
귄터가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나는 그가, 자기만 1년에 두 번, 가까이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에 미안해 하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
"코린나님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주겠니?"
"물론이지. 당일은 나들이 옷으로 와야 해? 그리고, 이거, 린샹이야."
내일은 공방으로 가서 공방장에게 쉰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르네상스로서 신전에 가는 것이라고 하면 쉽게 휴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옷을 수선하고, 린샹으로 머리를 씻어야 한다. 신전에 가는 것은 준비도 힘들다.
신전에 가기 위한 준비에 대해 생각하고 있자, 러츠가 카밀을 손짓해 불렀다.
"카밀,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는데."
"뭐야?"
옅은 갈색의 눈동자를 빛내며 러츠에게 달려가는 카밀의 모습이 어딘가 마인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흐뭇하고, 동시에 쓸쓸한 기분을 느끼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본다.
"공방 견학가는 이야기, 거절당했어. 신전에서 안 된대."
"뭐야! 기대하고 있었는데!"
카밀이 날카로운 목소리를 높였다.
"세례 전의 아이를 신전에 들이는 것은 안 되고, 이 봄부터 귀족들이 많이 드나들게 되니까, 프랭탕 상회는 최대한 위험에서 떨어뜨려 놓고 싶대."
러츠는 곤란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분한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카밀의 모습이 가슴이 아프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조금 안심했다.
신전에 귀족의 출입이 많아진다는 말을 들으면, 타지의 귀족이 들이닥치며 갑자기 마인을 잃게 된, 그 날의 봄을 떠올리게 된다. 마인과 마찬가지로 책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카밀의 희망을 깨뜨리는 일이야 하지 않지만, 부모의 심정으로서는 가능한한 귀족에게는 접근하지 말았으면 한다.
"딜크와 콘라트도 기다리겠다고 했는걸. 그런데도……."
"카밀, 거기까지. 더 이상 러츠에게 불평하면 안 돼. 러츠는 카밀에게 공방을 견학시켜주기 위해 정말 노력했으니까. 게다가 귀족측에서 안 되는 이유까지 설명해주고 있는데도 그것에 납득할 수 없으면, 프랭탕 상회에 들어가는 것은 포기하는 게 좋아."
투리의 제지에 카밀이 꾸욱 입을 다물고 침묵한다. 러츠가 카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안해" 라며 사과한다.
"우리들은 고아원에 여러가지로 편의를 봐주고 있으니까, 카밀이라면 데려와도 좋다고 할 줄 알았거든. 그렇지만 그 신전장이 안 된다고 했어. 정말 위험할지도 몰라. 부적도 받았는걸."
마인은 신전장이라는 직책에 올라 있지만, 신전에는 마인이 평민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신관들도 있고, 신전장이라는 직책도 영주의 양녀로서 권위를 세워주기 위한 형식적인 자리일 것이다.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투리와 러츠의 말에 귄터도 수긍했다.
"로제마인님은 평민을 귀족들의 횡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마음을 써 주시고 계셔. 얼마 전 서문에서 타령의 귀족이 소란을 피웠을 때에도, 곧바로 자신의 기사를 보내줬단다. 위험에서 떨어뜨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면, 가지 않는 것이 좋아."
그리고 귄터는 서문에서 마인과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와 카밀은 몇 번이나 들었지만, 투리와 러츠는 처음이라서 즐겁게 듣고 있다. 두 사람은 서문에서 소동이 일어났을 때, 마침 상인과 귀족간의 논의로 한창이던 것 같아, 기사들이 마인의 명령을 받고 출동하는 현장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
"명령하는 데 익숙한, 귀족님의 얼굴이라는 느낌이었지."
"일처리가 훌륭해서 조금 놀랐었지?"
"귀족님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나 다무엘님이 문으로 날아오시니까, 병사들도 그 분의 얼굴을 보면 안심하게 되었어."
귄터는 그런 말을 하면서 둘의 대화를 즐겁게 듣고 있지만, 카밀은 재미없다는 듯이 입술을 내밀고 자기 자리로 돌아와, 다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며 뺨을 부풀린다.
"엄마는 신전에 갈 수 있다니, 치사하잖아. 나는 안 된다면서……. 신전장 같은 거 진짜 싫어."
기대하고 있던 것이 무산되어 홀로 쀼루퉁해 있는 카밀에는 미안하지만, 나는 오랜만에 마인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 것이 즐거워 어쩔 수가 없다.
"신전장이 싫다는 말을 하고 있으면, 새 책을 받을 수 없게 될지도 몰라요. 우리가 받고 있는 책은 신전 측의 호의로 주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당일. 길베르타 상회의 사람들과 함께 신전으로 향한 나는 당부받은 대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마인의 모습을 보았다.
모두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마인은 키가 꽤나 자라 있었다. 게다가 인상도 다소 달라진 것 같았다. 천진한 아이같은 부분이 줄고, 어른스러운 얼굴을 보이게 되었다. 몸이 좋지 않아 앓아눕기만 하느라, 마르고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볼이 통통해지고 건강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잘 손질된 윤기 있는 머리카락, 호화로운 의상, 투리가 만든 최고급 머리 장식, 그 옆에서 흔들리는 예쁜 돌의 장식, 그것들이 어울리는 귀족다운 행동거지를 보면, 어느 누구라도 마인을 우리들의 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그 때와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네.
"로제마인님은 다소 용모도 달라지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름의 장식은 어떤 모양이 좋으신가요? 어떤 꽃을 사용하도록 할까요?"
"기호는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기에, 지금의 저와 맞는 꽃으로 해주세요. 가능하면, 천의 염색과 어울리도록 부탁드립니다."
투리가 만든 머리 장식은 훨씬 호화로운 것이 되어 있지만, 머리 장식을 달고 기쁜 듯이 웃는 얼굴도, 둘이서 새로운 머리 장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도, 옛날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마인의 목소리가 별로 달라지지 않아 더욱 그렇게 생각되는 것이겠지. 거의 성인인 투리와 나란히 서면, 대여섯살 정도는 연하로 보인다. 그 당시보다 훨씬 나이 차이가 벌어진 모습이지만, 나의 눈에는 여전히 사이좋은 자매로 보였다.
계속 나의 모습을 신경쓰는 마인에게 간지러운 것을 느끼며, 나는 마인의 움직임을 가만히 바라본다. 지금의 마인에게 어울리는 무늬와 색은 어떤 것일까? 마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천을 준비하는 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여름의 의상에 맞추려면 바빠질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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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만, 9만 포인트 기념 S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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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투리가 좋아하는 상대라는게, 혹시 귀족인 걸까요...?
저런 의미심장한 떡밥이 사전예고도 없이 투적되니 아주 애가 타네요.... OTL
그리고 마인이 엄마는 마인이가 얼마나 쩌는지 전혀 모르고 있네요.
마인이가 얼굴마담으로 신전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니....
...할트무트랑 클라리사는 좀 더 분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Lutz... 이거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러츠? 러츠?
추신.
! Gunter는 제가 잘못읽고 있었기에, 권터 -> 귄터 로 수정합니다.
도움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지적해 주시지 않았으면 눈치 못 챌뻔 했네요.
Lutz의 표기 변경은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아우브는 아우브가 더 타당한 것 같긴 하지만, (바꾸기 귀찮은 것도 있고) 일단은 뭔가 다른 쐐기가 박히기 전까지는 프랑스어 'aube(o-b): 여명, 새벽, 시초' 를 기준으로 그냥 가겠습니다.
Eva.
Kamil.
Tuuli. 바람(핀란드어).
Lutz.
G?nter
Karla.
Corinna.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ss 27화. - 아이들의 성장 (5부 73화 / 에바 시점) -|작성자 치천사
537
책벌레의 하극상 5부 73화. - 멜키오르와 기원식 -
멜키오르와 기원식
클라릿사와 피리네가 성에서 일하게 되었다.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에겐 조사를 위해 다시 한 번 기사단으로부터 협조 요청이 들어왔고, 브륜힐데는 베르틸데를 데리고 그렛시엘과 귀족가를 오가는 모양이다. 측근들은 바쁘다.
물론 나도 바쁘다. 지금까지는 신전장 업무의 절반 정도를 페르디난드가 해주고 있었다. 그것을 그대로 할트무트에게 떠넘길 수는 없으니, 본디 신전장의 업무였던 것은 스스로 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게 제법 시간이 걸린다.
어머니와 인쇄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킬른베르가로 향할 준비를 하며, 귀족 측의 조정이라는 부분에서, 지금까지 얼마나 페르디난드에게 비호되고 있었는지, 싫을 정도로 실감하는 매일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무리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페르디난드님, 컴백!
그리고 봄의 세례식을 마친 다음날은 길베르타 상회가 방문해 온다. 의상이나 머리 장식의 주문을 위한 회동인데, 거기에 어머니를 동석시키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나의 성장에 맞추어 천의 색깔과 무늬에도 조금 변화를 주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귀족을 대하는 교육을 받지 않은 직인을 성으로 데려갈 수는 없지만, 신전이라면 평민이 출입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 받아주었으면 좋겠다, 라는 부탁에 나는 두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민 직인이 출입하기 편하도록 고아원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지요? 성의 출입을 허락 받지 못하는 평민이라면, 귀족 구역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워하겠죠."
할트무트의 제안으로, 길베르타 상회와의 회동은 고아원장실에서 하게 되었다. 세세한 것까지 신경 써 주는 할트무트가 너무 믿음직스럽다. 그리고 나는 프랑, 자무에게 "세례 전의 아이를 신전에 들이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라고 각하했던, 카밀의 견학 허가를 낼 수 없을지, 부탁해본다.
"가급적이면 프랭탕 상회로부터의 요망을 받아들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내 말에 할트무트는 조금 눈을 내리뜨고 골똘히 생각한다. 그리고, 답하기 곤란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허가를 내는 것은 어렵겠네요." 라고 말한다. 프랑과 자무가 안심한 듯한 얼굴이 된다.
"신전에는 세례 전의 아이를 들일 수 없기 때문인가요?"
내가 물고 늘어지자, 할트무트는 "아니요. 그건 아무래도 좋을 일입니다." 라며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청색 신관 견습들이 늘어나고, 멜키오르님과 그 측근들도 출입하게 됩니다. 프랭탕 상회가 소중하다면 묘한 위험이 초래될 일은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좋겠지요. 견학 온 평민이 불합리한 일을 당했을 때, 로제마인님은 무조건 평민을 감싸지 않고, 영주 일족으로서, 귀족으로서의 입장에 기반한 행동을 취할 수 있으신가요?"
……그거 무리!
카밀이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이성을 잃지 않을 자신이 없다. 세례 전의 아이는 숫자로 세지 않는다거나, 평민은 전면적으로 따라야 한다거나, 그런 귀족의 논리가 휘둘러지고 있는 가운데, 카밀을 감싸지 않고 귀족적으로 정리하라니, 절대 무리다.
"잘 알겠습니다. 저의 역부족에 대해, 프랭탕 상회에 사과하도록 하죠."
……우우우, 카밀, 분명 실망할 거야. 나도 풀죽어늘어지고 만다.
고개를 떨어뜨리고 집무로 돌아가자, 다소 조심스럽게, "로제마인님" 하고 할트무트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귀족들이 늘어나는 기원식 이전까지……라면, 아직 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신관장!"
프랑, 자무가 눈을 부릅떴지만, 할트무트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고는 묘하게 상쾌한 미소를 띄웠다.
"어쩔 수 없습니다. 로제마인님의 바람을 이루는 것이 제 사명이니까요."
……할트무트가 멋있어!? ……하지만 뭐랄까. 조금 기분 나쁘다.
할트무트의 한마디로 프랑과 자무가 떨떠름하게 인정해, 일단 카밀의 견학 허가는 얻었다. 그것은 좋지만, 지금까지라면 페르디난드에게 야단맞고 금지될 라인에서, 등이 꾸욱 밀린 느낌이 들어, 조금 무섭다. 스스로 멈추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감각에 목덜미가 오싹한다.
"……여, 역시 그만 두도록 하죠. 프랭탕 상회에 대한 위험은 없는 것이 좋으니까."
"그건 유감이네요."
"어째서 할트무트가 아쉬워하는 건가요?"
친동생인 카밀과 만날 수 없는 나는 아쉽지만, 할트무트가 아쉬워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등색의 눈동자가 반짝이며 엄청 수상쩍은 웃음을 띄웠다.
"딱히 깊은 의미는 없습니다."
……할트무트의 눈이 뭔가 무서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카밀, 도망쳐!
그런 이야기 끝에, 카밀의 공방 견학은 세례식이 끝난 뒤에, 프랭탕 상회가 견습으로 데려올 때로 좋다는 결과가 되었다. 카밀과 만나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으므로, 좀 낙심하긴 했지만, 할트무트를 비롯한 귀족들로부터 카밀을 지킨 것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안심할 수 있다.
"해설에 축복을. 봄의 여신이 큰 은혜를 가져오시기를."
길베르타 상회에 의상의 주문을 하는 날, 호위기사도 근시도 모두 여성만으로 고아원장실로 이동했다. 들어와, 제일 먼저 상인의 인사를 한 것은 코린나고 뒤에는 몇몇 침자와 투리와 엄마의 모습이 있다. 엄마를 가까이서 보는 것은 오래간만이다.
……어이, 엄마. 오랜만이야. 여기 봐봐. 아, 눈 마주쳤다.
조금 미소를 보였을 뿐, 엄마는 모두로부터 조금 떨어져 버렸지만, 오랜만에 얼굴을 본 것만으로도 가슴 안쪽이 뜨거워진다. 나는 침자들에게 이곳저곳의 사이즈를 측정당하며 엄마를 보고 있었다. 그 동안 길베르타 상회와의 거래에 익숙한 리제레타가 코린나와 함께 필요한 의상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고, 그레티아는 그 일 솜씨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봄의 의상도 조금 수선이 필요하진 않으련지요? 스커트 자락에 레이스를 붙이거나, 이 뒷부분을 교체하지 않으면, 길이가 조금 부족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쪽의 등 부분은 버튼이 아닌, 끈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고칠 수 없을까요?"
치수를 재는 것이 끝나고, 나는 투리와 함께 머리 장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뒤에 서 있는 레오노레와 유딧트도 흥미가 있는 것 같아, 이쪽의 대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을 등에 와 닿는 시선으로 알 수 있었다. 안젤리카는 언제나 그렇듯 현관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 2층에는 없다.
"로제마인님은 다소 용모도 달라지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름의 장식은 어떤 모양이 좋으신가요? 어떤 꽃을 사용하도록 할까요?"
"기호는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기에, 지금의 저와 맞는 꽃으로 해주세요. 가능하면, 천의 염색과 어울리도록 부탁드립니다."
여름의 옷감은 지금부터 물들이기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엄마와도 대화하고 싶어서 말을 돌렸다. 그치만, 엄마는 투리를 통해 말을 전달할 뿐, 이쪽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귀족을 대하기 위한 말투나 태도에 관한 교육을 받지 않은 엄마와 내가, 귀족 측근들 앞에서 직접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엄마가 무례나 결례라는 이유로 멀어지게 되는 것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지만, 투리를 통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답답하다.
……카밀과는 달리 모습이라도 볼 수 있으니 낫지만.
머리 장식과 여름 의상의 상의가 끝나자, 모니카가 나와, 코린나에게 신전장의 의상의 수선을 부탁한다.
"의식용 의상은 기원식까지 부탁합니다. 평소 사용하는 의상은 기원식이 되기 전에 수선하고 싶습니다."
"삼가 받들겠습니다."
코린나가 서자판에 예정을 적어간다. 봄이 끝날 때까지는 여름의 의상이 되어있지 않으면 안 되기에, 상당히 바쁜 것 같다.
……의식용 의상은 기장을 수선할 뿐이고, 고쳐 만드는게 아니니,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저의 전속들에게 주고 있는 부적입니다. 저의 전속 침자인 코린나와 르네상스에게 드립니다. 가급적이면 몸에 지니고 있어 주세요."
"송구합니다."
엄마와 코린나에게 부적을 나눠주고, 의상의 주문을 끝냈다.
기원식이 가까워지자, 신전에 가구를 잔뜩 실은 짐마차의 출입이 늘기 시작했다. 기원식 이후에 신전에서 살게 되는 청색 신관 견습과 청색 무녀 견습들의 가구다. 물론 멜키오르의 가구도 반입되어, 근시들이 어수선하게 방을 갖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로제마인 누님."
"어서와요, 멜키오르."
한번 방에 부족한 것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전을 방문하겠습니다, 라는 연락이 있었던 것이 이틀 전의 일이다. 귀족 측의 근시와 신전 측의 근시가 방에 도착해 이야기하는 사이, 나는 멜키오르에게 소마석 두 개 분량의 마력을 신구에 봉납시켰다. 처음은 몸에 부담이 가지 않는 범위부터다.
봉납을 끝내고, "배가 고프면 쓰러질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라는 이유를 붙여 함께 차를 마신다. 뭐라 해도 방심은 금물이다.
"오토마르 상회로부터 요리사가 파견되어 왔습니다. 지금은 저의 주방에서 연수 중입니다만, 기본을 익히면 멜키오르의 주방에서 식사를 만들게 됩니다."
"네. 그리고, 로제마인 누님의 기원식에 동행해도 좋을지, 아버지에게 찾아갔습니다만, 묵는 것은 안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신전의 근시를 이동시키기 위한 마차를 준비하고, 식량과 요리사들도 데려가지 않으면 안 된다. 신전의 방을 갖추는 것에도 돈과 시간이 걸리기에, 기원식을 준비하게 되면 근시의 부담이 상당히 커지는 것 같다.
……미성년의 측근이 거의 없으니까.
위로 셋이나 있으면, 멜키오르에게까지 돌아가는 학생의 측근은 적다. 나보다도 아래 학년에 두 사람이 있을 뿐이다.
"당일치기라면, 측근들을 기수에 동승시키는 것으로 허가가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의식용 의상도 없는데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빌프리트 형님은 로제마인 누님이 청색의 의식복을 가지고 있으니 빌리면 좋을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빌려 주실 수 있나요? 라고 멜키오르가 물어왔다.
"빌려 주는 것은 상관 없지만, 그 의상에는 꽃 무늬가 들어가 있습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그게 싫어서 자신의 의상을 새로 만든 것 같아요."
"꽃……인가요."
멜키오르가 미묘한 얼굴을 하고는, 이내 결심한 것처럼 얼굴을 들었다.
"부탁드립니다. 제가 의식에 참가하게 되면, 모두 분담해서 돌게 되기 때문에, 어떤 의식을 하는지 볼 기회가 없다고 누님이 말하셨습니다. 로제마인 누님의 의식은 정말로 공부가 되니까, 잘 봐두도록 하세요, 라고."
……어? 나, 샤를로테에게 칭찬 받고 있어!? 멜키오르의 귀감?
이건 좀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모니카에게 부탁해 정중하게 보관되어 있던 청색의 의식용 의상을 꺼내받아, 멜키오르에게 빌려주었다.
"이걸로 제례식을 견학할 수 있겠네요."
"네. 차기 신전장으로서 잘 봐주세요."
멜키오르와 만난 며칠 뒤, 프리타크을 돌려받게 되었다. 내가 기사단으로 인수하러 가, 기수에 태워 신전으로 데리고 돌아왔다. 처벌을 면한 프리타크보다도, 프리타크가 없어지는 바람에 그의 일을 떠안아야만 했던 칸펠 쪽이 그의 귀환을 기뻐했다고 생각한다.
프리타크는 친정의 원조 없이, 자력으로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청색 신관 1호가 되었다. 하지만 아우브로부터 주어지는 보조금, 수확제의 수입, 집무의 보조, 내가 귀족원에서 빌린 책의 사본 등을 하는 것으로, 별다른 사치만 하지 않으면 생활의 목표가 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일에 힘쓰겠다고 결의를 굳혀 준 것이다.
기원식에 관한 모든 준비가 부족했기에, 프리타크는 이번 기원식에는 참가하지 않고, 신전에 남아 집무를 하게 되었다.
"제가 출발한 이후에,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테가 소성배를 받으러 올 것이라고 생각되니, 건네주도록 해주세요."
구텐베르크들을 데리고 방문하는 킬른베르가를 제외한 기베의 지역은 빌프리트와 샤를로테가 돌아준다. 각각에게 소성배를 건네는 역할도 프리타크가 한다. 백작은 세 개, 자작은 두 개, 남작은 하나로 계산해서 주는 것이니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영주 일족과 마주하는 것이라 매우 긴장하는 것 같다.
할트무트가 있었으면 이야기는 빨랐겠지만, 할트무트는 마침 그 때에 자리를 비우게 된다. 경계문으로 클라릿사와 가족들과 함께 나가, 짐의 교환과 함께 프뢰벨타크에 사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클라릿사도 레베레히트도 없게 되므로, "기원식 동안은 신전의 업무가 힘들어서" 라는 이유를 달아 피리네를 신전 근무로 되돌릴 수 있도록 양모님에게 연락해 두었다. 피리네는 "오랜만의 사본이네요." 라고 기뻐한다는 것 같다.
……물론이죠. 보통의 일보다, 사본을 하는 것이 훨씬 즐겁죠?
클라릿사와 피리네로부터는 도서관에서 보고를 받고 있는데, 둘 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 같다. 클라릿사는 성인이기에, 귀족 회의에도 동행하는 모양이고, 단켈페르가와의 협상을 대비해 대량의 자료를 머리에 구겨넣고 있는 것 같다. "로제마인님을 위해서라도, 유리한 전개가 될 수 있도록 죽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런 무시무시한 기세로 자료를 구겨넣으며, 여기에는 어떻게 되어 있냐는 질문을 해오는 클라릿사에 덩달아, 주위도 필사적으로 영주 회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클라릿사는 세세한 곳까지 잘 살펴보고 준비하는 습관이 붙어 있는 것 같아, 젊은 문신들이 상당히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피리네가 알려주었다.
귀족 회의에 동행하지 않는 피리네는 일상 업무의 보조가 메인인 듯 하다. 신전에서 해 오던 것과 같은 사무작업인 것 같아, 딱히 고생은 하지 않는 것 같다. 리할다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많은 듯 하고, 요전에는 양부님과 빌프리트가 꽤 심하게 말다툼을 했다고 알려주었다. 리할다는 "저만한 나이 때엔 흔히 있는 일입니다만." 라고 말하면서도, 크게 걱정하고 있는 모양이다.
……빌프리트 오라버님도 반항기라는 것이려나?
그 나이대의 남자아이가 귀찮은 느낌이 되는 것은 레이노 시절의 슈쨩을 봐 왔기 때문에 어쩐지 알 수 있다. 개인차야 있겠지만, 갑자기 날카로워진 나이프처럼 되는 일이 있어, 그다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다.
기원식의 아침은 언제나처럼 나의 근시, 회색 신관들, 요리사들, 식량과 의상 등의 짐을 실은 마차와 호위해 주는 아빠를 비롯한 호위 병사들의 전송으로 시작된다. 프랭탕 상회를 통해, 소신전에 멜키오르가 방문할 것을 전하고 있으므로, 여러가지로 준비해 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마력이 담긴 마석과 성배를 가진 칸펠을 전송하고, 오후에는 멜키오르와 그 측근들이 찾아와, 하세를 향해 출발한다. 나는 멜키오르와 그 호위기사 한 명, 그리고 약상자를 가지고 있는 프랑과 호위기사인 안젤리카를 태우고 하세로 향했다.
기원식의 호위기사는 언제나 그렇듯 다무엘과 안젤리카다. 동행하고 싶어 하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레오노레와 같이 새 집의 준비를 하라고 명령하자, "그런 짓을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잖냐." 라며 굉장히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어서, 아우렐리아와 아기의 모습을 보러 가, 가는 김에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을 통해 빌프리트의 상황을 살펴보도록 부탁해 두었다.
"의외로 가깝네요."
하세의 마을이 보이자, 멜키오르가 그렇게 말했다. 기수로 가면 상당히 가깝지만, 이것이 마차라면 그렇게까지 가깝다고는 느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날씨가 좋아, 모두가 모여 있는 광장에 직접 기수를 내린다. 많은 사람들을 보며 눈을 깜박거리고 있는 멜키오르를 재촉해 기수에서 내려, 무대에 올랐다.
"로제마인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리히트, 오늘은 견학만입니다만, 앞으로의 제례식에 참여하게 될, 나의 동생 멜키오르입니다."
하세의 촌장인 리히트와 인사를 나누며 멜키오르를 소개했다. 그리고 멜키오르에게, 서는 위치를 가르치고, 프랑을 돌아보며 한 번 끄덕인다.
"지금부터 기원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각 촌장은 무대 위로 올라주시지요."
프랑의 부름과 함께, 뚜껑이 달린 10리터 양동이 만한 크기의 커다란 통을 든 5명이 무대로 올라왔다. 하지만 신구인 커다란 금색의 성배가 놓여 있어야 할, 큰 받침대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받침대 위에 서서 슈타프를 내고, "엘 데그라 루" 라고 주창하며, 성배를 만들었다.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갑자기 성배가 나타난 것에 놀라는 소리가 나온다. 그것은 하세의 주민뿐만 아니라, 귀족원에서 기원식에 참가하지 않았던 귀족의 측근들도 마찬가지이다. 경악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나는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에게 기도를 드린다.
"치유와 변화를 일으키시는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여, 곁을 모시는 권속인 열 두 여신이여, 생명의 신 에비리베로부터 해방된 그대의 누이, 땅의 여신 게둘리히에게 새로운 생명을 키울 힘을 주십시오."
성배에 나의 마력이 흘러들어가, 화악 하고 금색의 빛이 뿜어져 나온다. 그것을 보며 나는 계속해서 마력을 쏟아갔다.
"그대를 받드는 것은 생명이 부르는 환희의 노래, 기도와 감사를 드리며, 청아한 가호를 받습니다. 넓고 호호한 대지에 있는 만물을, 그대의 귀색으로 채워주시길."
프랑이 살짝 성배를 기울이자, 예년처럼 녹색으로 빛나는 액체가 흘러나오며, 차례로 나란히 있는 촌장의 통으로 부어져갔다.
"땅의 여신 게둘리히와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에게 기도와 감사를!"
……응. 직접 만든 성배로도 전혀 문제 없네.
좋아좋아, 하고 의식의 결과에 만족하고 있었더니, 멜키오르가 불안한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제마인 누님. 저는 내년까지 성배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것은 무리겠죠? 귀족원에 가서, 슈타프를 얻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빌프리트 오라버님이나 샤를로테도 신전에 있는 신구를 쓰고 있습니다. 스스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레서 버스를 내어 탄다. 멜키오르도 자신의 호위기사와 함께 올라탔다. 기원식 회장에서 소신전까지는 금방이다.
"요전, 함께 신구에 봉납을 했었죠?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마력을 봉납하고, 신들에게 기도를 바치면, 어느 날, 신구를 쓰려고 했을 때 스윽 하고 머리에 마법진이 떠오르게 됩니다. 저의 측근 중에도 신구를 만들게 된 사람이 있습니다."
내 말에 안젤리카가 조금 자랑스러운 듯이,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아직 그다지 길게는 만들지 못하지만, 그런 와중에, 축복을 얻는 의식을 라이덴샤프트의 창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이기겠다고 한다. 높은 목표가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마력 압축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제례식을 담당할 만큼은 되지 못합니다. 그러니, 우선은 봉납과 기도에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멜키오르가 기운찬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솔직하고 좋은 대답이다.
소신전에 도착하자, 모두가 마중을 나와주었다. 그 자리에서 멜키오르를 소개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방을 정돈하는 것은 근시들이 해주기에, 나는 멜키오르에게 소신전을 안내했다.
"여기에는 아이가 없나요?"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이라도 성인이 가까운 견습이니까요."
에렌페스트와 하세를 오가는 것은 대부분 성인이고, 원래 하세의 고아였던 마리테도 거의 성인이 가까워졌다. 한 눈에 알 수 있을만한 아이는 거의 없다.
"우리들, 영주 후보생들이 직할지를 돌게 되면서부터 수확량이 늘어, 아이를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없어진 것이겠죠. 에렌페스트의 고아원도, 이번 겨울의 숙청이 없었다면 아이의 수는 많지 않았을 거에요."
"그런가요……."
병사들이 숙박 준비를 하고 있는 남자동을 보고, 공방의 모습을 견학하고, 맛있는 야채가 자라는 자랑스러운 밭을 돌아본다.
"밭을 보는 것도 처음이죠? 여기서 멜키오르가 먹는 야채를 키우고 있어요. 하세의 밭에서 키운 야채는 정말로 맛있답니다. 그리고 저 너머의 숲에서는 여러가지 것들을 채집합니다. 멜키오르도 귀족의 숲에서 채집하게 되면 좋은 경험이 될 거에요."
한 바퀴 견학한 이후엔, 안에서 차를 마신다. 귀족 자리와 병사들의 자리는 나뉘어 있지만, 같은 식당을 쓴다는 것이 멜키오르의 측근들에겐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아빠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과 우리들의 테이블 사이에서 시선이 헤메고 있다.
"농촌이 모여있는 겨울의 관이나 기베의 여름의 관에서는 신관의 거처가 나뉘어 있지만, 하세에서는 이렇게 같은 곳에서 먹게 됩니다."
"적어도 시간을 나누면……."
멜키오르의 호위기사를 올려다보며 나는 방긋 웃었다.
"여기서 거리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한 거에요. 거리의 엔트비켈이 성공하도록 조력을 부탁한 것은, 이곳에서였습니다."
나는 멜키오르에게 시선을 돌렸다. 모든 것을 듣고, 자신의 양식으로 삼으려는 탐욕스러운 빛이 남색의 눈에서 반짝이고 있다.
"이 소신전을 만든 것은 양부님입니다. 그리고, 양부님은 여기서 제가 들은 모두의 의견을, 고작 평민의 의견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자신의 치세에 활용할 수 없을까, 라고 생각하시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계십니다. 멜키오르는 이런 양부님의 좋은 점을 본받아, 제가 신전장에서 물러난 후에도 평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신전장을 목표로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멜키오르는 순순한 얼굴로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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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하고 주위의 변화를 집어넣어, 멜키오르가 견학한 하세의 기원식을 끝냈습니다.
스스로 성배를 만들어 기원식을 할 수 있게 되겠다는 목표를 품은 멜키오르.
직접 만든 라이덴샤프트의 창으로 의식을 할 수 있게 되려는 안젤리카 중에 어느 쪽이 더 빠를까요?
다음은, 킬른베르가로 출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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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풀죽어늘어지고(しょんぼりへにょん)" 라는 단어를 어떻게 번역해야 할 지 고민하다가 6시간이 지나버렸습니다.... 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냥 풀죽었다고 번역해도 상관 없었을 것 같네요.....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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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5부 74화. - 구텐베르크의 제자들 -
구텐베르크의 제자들
나는 멜키오르를 아버지와 병사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데리고 가, 영주의 아들이고, 차기 신전장이며, 나의 후계자로서 병사들과 의견을 나눌 것이라는 것을 알렸다.
"로제마인님이 성인이 된 뒤에는 멜키오르님이 이어 주시는 것인가요? 정말로 마음이 든든하군요. 저희는 여기서 이렇게 로제마인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영주님과 기사단 분들과의 연계를 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겨울도 그랬고, 얼마 전, 서문으로 타령의 귀족이 찾아왔을 때에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말한 아버지는 내 뒤에 서 있는 다무엘에게 시선을 옮겼다.
"직접 감사를 드릴 기회가 거의 없기에, 이 자리를 빌어 다무엘님께 감사를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물론 상관 없습니다만……."
뒤돌아 올려다본 다무엘은 조금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을 뿐, 별다른 말은 없었다. 아버지 뿐만 아니라, 다른 병사들도 다무엘을 보고 있다. 병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다무엘 앞에 무릎꿇었다.
"로제마인님의 명령이라고 하셨습니다만, 아랫마을의 병사들은 모두 다무엘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사에 당황하며, 나는 다무엘과 안젤리카를 번갈아보았지만, 안젤리카에게는 기대해도 소용 없다. 방긋 웃고 있는 저 얼굴엔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쓰여 있다.
"귄터1, 다무엘이 무슨 일을 한 건가요?"
"저는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로제마인님."
"그렇지만, 아랫마을의 병사들을 도운 거죠?"
다무엘이 활약한 이야기가 있다면 알고 싶은 것은, 주인으로서 당연한 것이 아닐까? 나는 아버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버지는 잠자코 있어주었으면 하는 다무엘의 태도에 신경쓰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겨울에, 귀족의 도주를 막으라는 명령이 북문으로 내려온 적이 있었습니다. 기사단에서는 병사들이 쓸 수 있는 마술 도구를 몇개인가 주고, 구원을 부르기 위한 마술 도구를 전원에게 배포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문을 봉쇄하더라도 귀족은 기수를 사용하고 있고, 마술 도구로 구호 신호를 보내도 귀족가 끝에 있는 북문으로는 바로 구원이 오지 않습니다."
숙청으로 기사단의 대부분이 동원되고 있는 상태이다. 북문에는 항상 두 명의 기사가 있지만, 몇 명이나 되는 도주하는 귀족들을 둘이서 잡아내기는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다무엘이 제일 먼저 달려와 준 것 같다.
"봉납식의 준비를 위해 신전에 있었기에, 마침 북문과 가까웠을 뿐입니다."
다무엘은 겸손하게 그렇게 말했지만, 두명의 기사와 평민 병사들이 필사적으로 북문을 지키고 있을 때, 도망치려는 귀족들의 뒤를 덮친 다무엘은 그야말로 히어로였던 것 같다.
"덕분에 북문의 병사들은 몇명이 경상을 입는 것으로 그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서문에서의 사건 당시에도 사태 수습을 위해 제일 먼저 달려와 주신 것은 다무엘님입니다. 병사들은 모두 감사하고 있습니다."
다무엘이 아랫마을의 병사들로부터 이렇게까지 감사와 신뢰를 얻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감탄하며, 나는 병사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의 아랫마을의 이야기를 듣고, 이쪽에서도 그렛시엘의 개혁이 진행되는 것과, 그것과 관련해 조만간 직인들에게 엄청난 일거리가 들이닥칠 것을 전한다. 그런 것들을, 멜키오르는 흥미 깊게 듣고 있었다.
병사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사이에 제법 시간이 지난 모양이다. 측근에게 귓말을 들은 멜키오르가 "저녁에 늦으면 아버님과의 약속을 어기게 됩니다." 라며 일어선다.
"로제마인 누님, 오늘은 정말로 공부가 되었습니다."
"멜키오르가 여러가지를 배우려는 자세를 보게 되어, 저도 기뻤습니다. 열심인 멜키오르에게 이것을. 부적의 마술 도구입니다."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의 부적은 기원식을 출발하기 전에 줄 수 있도록 피리네에 맡기고 왔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리고 제쪽에서도 아버님에게 병사들의 이야기를 해 볼게요. 그럼 실례합니다."
제대로 보고를 올릴 수 있었는지 확인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한 뒤, 멜키오르는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측근의 기수에 동승해 돌아간다.
……저기, 멜키오르 너무 똑부러지는 거 아냐? 나, 제대로 존경받는 누님처럼 행동했을까?
누님다운 위엄이 있었을지, 조금 불안한 마음이 되어, 나는 멜키오르를 배웅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엔 언제나처럼 자신의 근시와 요리사들을 태운 마차를 보내고, 에렌페스트로 돌아가는 회색 신관들이 탄 마차를 배웅한다.
"호위를 하는 병사 모두들에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쪽은 감사의 마음입니다."
나는 그런 말을 건네며, 아버지에게 돈과 두 개의 부적이 들어 있는 작은 자루를 손에 들려주었다. 아버지는 은화 이외의 물건이 들어 있는 것을 눈치챈 듯, "송구하옵니다." 라고 예를 표하며, 스윽 품으로 감추었다. 이미 엄마와 투리가 똑같은 부적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에게 물으면 사용법도 알 수 있을 테고, 또 하나의 부적이 누구의 것인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모습을 시야의 한쪽에 두면서, 병사들에게 여느 때와 같은 출장 수당을 준다. 아버지는 "어이, 긴장을 늦추지 마라!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다!" 라며, 출장 수당에 얼굴이 풀어지고 있는 병사들을 질타하며, 마차의 호위로 돌아갔다.
"반드시 신전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귄터."
짧은 대화지만, 이렇게 마주보고 이야기할 수 있어 기쁘다. 나는 아버지가 마차를 호위하며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고, 다음 겨울의관으로 향했다.
자신이 담당한 기원식 일정을 마치고 신전으로 돌아와, 바로 프랭탕 상회에 연락을 넣었다. 조금 열을 내고 있었으므로, 체력 회복을 위해 사흘의 휴식 기간을 예정하고 있었지만, 이틀을 쉬자 거의 회복되었다. 나는 정말 튼튼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저 이동하는 것 만으로도 헤롱헤롱대던 과거의 자신이 아닌 것이다.
……기원식 도중에 앓아 누운 것도 단 세 번 뿐이었는걸! 우후훙.
"로제마인님, 구텐베르크들이 도착했습니다. 공방에서 짐을 꺼내는 것도 거의 다 끝났으니, 준비해 주십시오."
길에게 보고를 받고, 나는 회의실에서 현관으로 향한다. 지금 회의실에는 킬른베르가로 동행하는 나의 측근과 인쇄 관계의 문관이 모여 있다. 근시는 리제레타와 그레티아, 문관은 할트무트와 로데리히, 호위기사는 코넬리우스와 레오노레와 유딧트이다. 유딧트는 킬른베르가 출신이라, 귀향을 겸해 동행하게 되었다.
다무엘과 안젤리카는 기원식으로 직할지를 돌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쉬게 된다. 대신 오틸리에와 피리네가 클라릿사의 고삐를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솔직히, 할트무트는 신전에 남아주었으면 했지만,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얼렁뚱땅 설득당해버린 이후였다.
……상급 문관도 있는 것이 좋다는 것은 할트무트가 말한 대로이자만, 뭔가 석연치가 않네.
그리고 이미 낯이 익은 인쇄 관계의 하급 문신인 헨릭들과 함께 뮤리에라도 어머니의 문신으로서 동행하고 있다. 귀족원에서 공부한 인쇄 관련 지식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다행히다.
"로제마인님, 저, 이번엔 열심히 했습니다."
오렌지색 포니테일을 흔들며, 유딧트가 말해왔다.
"킬른베르가로 구텐베르크가 이동하는 것이 결정된 이후, 줄곧 브륜힐데와 레오노레들로부터 정보를 모아, 테오도르를 통해 기베·킬른베르가에게 걸맞는 환경을 갖추도록 부탁했던 것입니다."
유딧트는 그렇게 말하며 득의만만하게 웃었다. 라이제강나 그렛시엘에서 힘들었었던 것이나 준비가 부족했던 것에 대한 정보를 킬른베르가로 보냈다고 한다.
"평민 직인들이 제대로 일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실패는 기베의 책임이 되는 거에요, 라고 로제마인님이 브륜힐데에게 하신 말씀을 전하자, 기베·킬른베르가도 협력해 준 것 같습니다."
이미 일크나와 할덴체르에서 성공한 이상, 구텐베르크의 교육 방식과 들여간 도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받아들이는 쪽이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중요하게 된다고 브륜힐데가 말한 것 같다. 그렛시엘에 인쇄업을 들어오기 위해 고생했던 경험이 브륜힐데에게 상당한 영향을 준 것 같다.
"구텐베르크가 일하기 위한 환경은 준비해 두었습니다."
"대단해요, 유딧트. 정말 마음이 든든하네요."
가슴을 피고 있는 유딧트를 나는 무조건 칭찬했다. 이렇게 평민과 귀족의 중개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에렌페스트는 계속해서 좋아질 것이다.
정면 현관으로 나가자, 많은 짐들이 쌓여 있고, 벤노를 선두로 구텐베르크들이 죽 나란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대표로 벤노가 인사를 한 뒤, 슬쩍 뒤를 돌아본다.
"로제마인님, 이번에 처음으로 동행하게 되는 구텐베르크의 제자들을 소개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리고, 부디 물의 여신 풀루트레네의 청명한 흐름이 인도한 만남에, 축복이 내리기를."
나는 무릎을 꿇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둘러본다. 구텐베르크들의 뒤에 있는 것이 제자들이다. 성인 전후의 소년들이고, 요한이나 자크를 만났을 당시를 방불케 하는 느낌이다.
"인고."
벤의 부름에 목공 직인인 인고와 그 제자가 일어섰다.
"로제마인님, 제자인 디모입니다. 인쇄기의 제작에 처음부터 참여하고 있었기에, 인쇄기에 대해선 잘 알고 있습니다."
유심히 얼굴을 보자, 바로 기억 속에서 일치하는 얼굴을 찾을 수 있었다. 로제마인 공방과 하세의 소신전에 인쇄기를 도입할 당시, 인고와 함께 있던 공방의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디모라고 했었군요. 신전의 공방에서 첫 인쇄기를 만들 때, 제가 만져도 손과 손가락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정말로 정성껏 나무판자를 손질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고가 주목하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출장을 맡기게 되었군요."
내가 얼굴을 기억하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듯, 인고도 디모도 놀란 얼굴을 하고 있다. 그렇게까지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나의 인쇄기를 처음으로 만들어 준 사람 정도는, 감동과 함께 기억한다.
"디모에게 인쇄기의 설계도를 주었습니다. 수순이나 새로운 지역의 공방과 어울리는 방법도 가르쳤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로제마인님의 요망대로 저는 여기서 일에 주력하겠습니다."
"네. 인고에게 맡기는 것은 각지의 목공 직인들이 전력으로 착수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저의 전속인걸요. 인고에게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의 책장도 만들어 줘야 하지만, 여러 공방이 참가하는 그렛시엘의 고급 숙박 업소의 내장 경쟁에도 참가해야 하는 것이다. 올해는 가을에 실시하는 그렛시엘의 엔트비켈른 때문에 목공 공방이 엄청 바빠지게 된다.
"디모,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구텐베르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의욕이 가득해 보여 다행히다. 내가 가볍게 끄덕이자, 벤노가 "요제프" 라고 호명했다. 인고와 디모가 무릎을 꿇고, 요제프와 그 제자가 일어선다.
"로제마인님, 호레스입니다. 저와 하이디를 대신해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호레스와는 첫 대면이다. 하이디의 잉크 공방에 갔을 때에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다. 하이디와 함께 들떠서 연구하던 직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다.
"킬른베르가에서 연구에 몰두하느라 섣불리 행동하지 않을 사람에 중점을 두어, 호레스을 택했습니다. 잉크의 제조법을 가르치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하이디처럼 몰입해서 새로운 잉크를 개발할 수 있는 자는 아닙니다. 킬른베르가의 소재를 주시면, 에렌페스트에서 연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요제프도 그쪽 사람이다. 하이디 계열의 연구자를 홀로 보내는 것은 위험하기에, 이번에는 요제프가 없어도 다른 구텐베르크들과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을 고른 것 같다. 여전히 마음 고생이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
"요제프, 하이디의 임신을 축하합니다. 하이디도 조금은 얌전하게 지내고 있나요?"
"감사합니다."
하이디가 아이가 생긴 정도로 얌전하게 있어 주는 여자였다면, 자신이 킬른베르가로 갔을 겁니다. 라며 요제프가 꽤나 지친 얼굴을 하고 있다. 임신중이어도, 하이디는 여전히 절호조인 듯 하다. 오늘도 인사하러 오고 싶었던 것 같지만, "신전에서는 산모를 불편해 한다." 라며 요제프와 러츠가 필사적으로 말렸다고 한다.
"호레스, 요제프를 위해서도 침식을 잊고 잉크의 연구에 몰두하거나, 하이디처럼 폭주하지 말고, 킬른베르가에서의 근무를 마쳐 주세요."
내가 작게 웃자, 호레스는 긴장으로 굳은 표정을 조금 누그러뜨리며, "알겠습니다"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잉크 개발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자신이 구텐베르크의 동행자로 인정받을 일은 없을 거라고 호레스가 대비하고 있었던 것을 요제프가 알려주었다.
"로제마인님, 세아도입니다. 솜씨는 다닐로보다 한 단계 떨어지지만, 요한과 킬른베르가의 직인 사이를 중재할 수 있을 듯한 성격인 사람으로 선택했습니다."
요제프와 호레스의 인사가 끝나자, 자크와 그 제자 세아도가 일어난다. 붙임성 있는 분위기의 세아도의 역할은, 금속 활자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요한의 서포트이다. 깐깐하고 과묵한 직인들의 사이는, 충돌이 잦아지거나 의견의 차이로 엉뚱한 반목이 생기기도 한다. 반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조금이라도 원활한 일을 하기 위해선 서포트 역할은 필수적이라고 한다.
"솔직히, 저는 이곳에 남는 것이 로제마인님의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발상이나 설계력이 뛰어난 자크는 요한의 인간 관계를 지원하기보다 새로운 설계와 발명에 주력하고 싶다고 한다. 구텐베르크이기에, 귀족과의 안면을 익히기 위해서라도 자크를 동행시키고 있지만, 적재적소를 생각한다면 자크는 에렌페스트에서 설계에 진력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럼, 자크에게는 뭔가 새로운 것을 부탁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 안 되겠네요. 올해는 결혼 준비로 바빠서 아랫마을에 남는걸요. 새로운 발명은 내년으로 해요. 당일은 잔뜩 축복할 것이니, 올해는 제대로 새로운 생활의 준비를 해 주세요."
구텐베르크에서 처음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진심으로 축하해야 한다. 내 말에 자크는 "로제마인님으로부터의 축복이라며 동료들에게 자랑하겠습니다." 라며 웃었다.
"세아도, 평소엔 다른 공방에서 일하는 직인의 기술을 볼 기회는 드물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의 아랫마을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을 많이 익혀 오세요."
"네."
마지막으로 일어선 것은 요한과 다닐로이다. 다닐로는 출장에 동행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이름과 그 성장에 관해서는 종종 언급되고 있었기에 알고 있다.
"로제마인님, 다닐로입니다. 인계를 위해서도 저의 제자로서 데리고 가게 되었습니다."
"다닐로도 금속 활자를 전부 만들 수 있게 되었네요."
좀처럼 합격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킬른베르가로 동행시키는 것이라면, 금속 활자 만들기의 합격점이 나온 모양이다. 내 말에 요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가급적이면 다닐로를 시키고, 저는 뒤에서 세아도의 교육을 하며 지켜보려고 합니다."
자신의 기술을 활용하고,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에만 주력하던 요한도 제자를 키우기 위해 여러가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주위의 성장을 느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높은 기술을 가지는 대장장이는 많을 수록 좋습니다. 다닐로와 세아도의 교육, 열심히 해 주세요. 대장장이 중에서는 요한이 최고참이니까요."
타인과의 협상을 자크에게 맡길 뿐이었던 요한은, 윽 하고 말이 막힌 이후, 끄덕 하고 수긍했다. 나는 다닐로에게 시선을 돌린다.
"다닐로의 성장은 요한과 자크로부터 듣고 있었습니다. 저의 전속으로서 실력을 닦아 주세요."
"그렛시엘의 직인이 왔을 당시부터, 저도 다른 곳으로 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겨우 성인이 되어 동행하게 되었기에 열심히 하겠습니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한 다닐로는 어눌하고 말수가 적은 직인이었던 요한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하지만 이로써 새로운 얼굴의 소개는 끝이다. 나는 그 자리에 있는 하급 문신을 포함한 측근들과 구텐베르크들에게 부적을 나눠준다. 마력이 있는 귀족과 평민용의 부적은 별개다.
"열심히 하고 있는 모두에게 드리는 부적입니다. 그럼 출발 준비를 해주세요."
커다란 레서 버스를 내어, 짐을 실어간다. 익숙한 구텐베르크의 지시에 따라, 처음인 제자들이 레서 버스에 짐을 운반해 넣는다. 조금 주저하는 모습이 보이긴 해도, 크게 놀라지 않는 것은 역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기 때문이겠지.
짐을 실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레서 버스가 날기 시작하자, 조금 소동이 일어났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다닐로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날뛴 것이다.
그래도, 안전 벨트도 하고 있고, 요한이 "그럼 밖을 보지 마" 라며 머리를 누르고 있었기에, 그렇게 대단한 소동은 아니었지만.
"유딧트입니다. 슬슬 도착합니다."
조수석의 유딧트가 킬른베르가에 있는 동생 테오도르를 향하여 올도난츠를 날린다. "준비는 이미 되어 있습니다." 라고 테오도르의 답장이 도착할 즈음에는 킬른베르가의 여름의 관이 보였다.
"저곳입니다. 신관용 별채에서 기다리고 계신 모양입니다."
기베·킬른베르가의 여름의 관에 도착하자, 기베·킬른베르가와 인쇄 담당의 문관 두 사람을 필두로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베·킬른베르가는 척 보기에도 기사라는 분위기의 사람이었다. 탄탄한 체형에, 거한이고, 조금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전 기베·킬른베르가는 할아버님이 아우브가 되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하던 사람이었다는 것 같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할아버님이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라는 것은, 근육뇌?
기베·킬른베르가는 인사를 마치고, 프랑, 모니카, 그리고 요리사들을 신관용 별채로 안내하도록 지시를 내려놓고, 구텐베르크들을 아랫마을로 안내하도록 곁의 문신들에게 말한다.
"짐이 많다고 들었으니, 먼저 구텐베르크들을 아랫마을로 내려보낸 이후, 소성배의 교환이나 인쇄 협회에 대해 논의하고 싶습니만. 어떠신지요?"
"자신의 눈으로 구텐베르크들이 지낼 환경을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다양한 배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프랑들이 별채에서 짐을 내리는 것을 확인하고 있자, 리제레타가 찾아왔다. 리제레타와 그레티아는 내 방을 정돈하기 위해 여름의 관에 남기를 희망했다. 킬른베르가의 하인들에게 짐을 옮기게 하고, 리제레타와 그레티아는 저택의 사람에게 안내를 받는다.
"그럼, 아랫마을로 가도록 하죠."
레서 버스로 이동하고 있을 때에는 킬른베르가의 아랫마을은 정말로 크고, 인구가 많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주민은 상당히 적은 것 같다. 빈집이 많이 있으니,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어지면 언제든 가능하다며, 기베·킬른베르가가 웃었다.
물론 준비한 집에 대한 불만은 없다. 구텐베르크들은 자신의 살 곳이나 직장이 된 공방에 짐을 내린다. 길을 비롯한 회색 신관들도 짐을 날랐다. 신관복을 벗었어도, 동작이 정중하고 깔끔해서 조금 아랫마을에서는 둥둥 떠 보였다.
……데리러 올 즈음에는 익숙해져 있겠지만.
"이렇게 커다란 도시인데도, 주민들이 적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인가요?"
나는 구텐베르크들이 짐을 내려놓는 동안의 화제로 기베·킬른베르가에게 물었다. 기베·킬른베르가는 손녀를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국경문이 닫혔기 때문입니다, 로제마인님." 이라고 답했다.
"국경문이 닫히기 전에는, 이곳은 정말로 커다란 마을이었다고 합니다. 교역이 활발하고, 사람의 왕래가 많고, 크게 번성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엔 에렌페스트가 아니라 아이젠라이히라는 이름의 대영지였다고 들었습니다."
"……전, 에렌페스트의 역사는 배웠지만, 아이젠라이히라는 이름은 언뜻 들었을 뿐이고, 대영지였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영지의 이름이 달랐다는 것은, 킬른베르가의 국경 문이 닫힌 것은 200년도 전의 일이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잃어버려서 열 수 없게 된 다른 국경문과는 사정이 다르다. 아주 옛날, 첸트에 의해 닫히게 된 국경문이라는 소리에, 기나긴 이야기를 직감한 나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어쩌지. 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옛날, 어떤 일이 있었기에 국경문이 닫혀버린 건가요?"
내가 두근거리며 올려다본 것과, "짐의 반입이 끝났습니다." 라며 러츠가 보고하러 온 것은 동시였다. 기베·킬른베르가는 훗 하고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유딧트로부터 로제마인님은 국경문에 흥미를 가지실 것이라는 것을 들었습니다. 인쇄 관계의 이야기가 끝나면, 국경 문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거기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욱 흥미롭겠죠."
……메모장을 준비해야 해!
모르는 이야기가 나올 법한 분위기에 가슴을 설레며, 나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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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병사들에게 인기가 있는 다무엘.
킬른베르가의 준비를 위해 노력한 유딧트&테오도르.
단번에 나온 구텐베르크의 제자들.
그리고 처음으로 듣는 킬른베르가의 옛날 이야기.
다음은, 킬른베르가의 국경문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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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원문에, 하이디 같은 연구자를 혼자 보내는 것은 위험하니(ハイディのような研究者を一人で送るのは危険なので) 라고 되어있는데, 임신해서 남아있어야 하는게 하이디고, 혼자 가야 했던게 남편인 요제프가 아니었나요? 왜 거꾸로죠?? 어딘가 해석을 잘못한 걸까요??
혼란하다 혼란해!!
추신: 잉간은 잉여하다님의 의견으로, 하이디 같은 연구자를 혼자 보내는 것은 위험하니 → 요제프도 그쪽 사람이다. 하이디 계열의 연구자를 홀로 보내는 것은 위험하기에(ハイディのような研究者を一人で送るのは危険なので) 로 수정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귄터 -> 권터 (Günter)
책벌레의 하극상 ss 26화. - 첫 기원식 (5부 74화 / 레티지아 시점) - 책벌레의 하극상 ss / 번역 게시판
2016.03.28.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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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지아 시점 첫 기원식
제538화경의 아렌스바흐의 모습입니다.
―――――――――――――――――――――――――――――――――――――
"레티지아님도 기원식에 동행하도록, 라는 것입니다."
"공주님에게 제례식을 시킨다뇨!? 페르디난드님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신전에 들어가는 것은 귀족이면서 귀족이 아닌 자로, 제례식을 하는 것은 신전의 일이니, 영주 후보생인 제가 기원식에 동행하는 것은 것은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에렌페스트에서 신관장을 하고 있던 페르디난드님은 제례식에 익숙해져 계신 것인지도 모르지만, 아렌스바흐에서는 영주 후보생이 할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 말을 꺼내다니 믿을 수 없어, 라고 로스비타가 분노를 드러내자, 페르디난드님의 전언을 가지고 온 젤기우스1가 한번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성에 남는 것보다는 안전하겠지, 라고 페르디난드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디트린데님은 아무래도 레티지아님에게 마력을 공급시키려는 것 같습니다."
마력 공급은 귀족원에서 마력을 다루는 법을 익힌 영주 후보생들이 하는 것이고, 제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저희들에게 젤기우스가 설명해 주었습니다.
에렌페스트에서는 세례식을 마친 영주 후보생이 제례식이나 마력 공급에 참가하며 영지를 윤택하게 하고 있는 듯 하기에, 귀족원에서 그 이야기를 알게 된 디트린데님이 저에게도 마력 공급을 시키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페르디난드님에 의하면, 에렌페스트에서는 보호자가 보조를 하며, 마력이 들어 있는 마석으로부터 마력을 흘려넣는 연습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디트린데님이나 게오르기네님에게 그런 보조를 바랄 수 있을지, 연습하는 방법은 알고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귀족원에서 돌아와, 자신이 아우브의 자리를 중계할 뿐인 것 등의 여러가지 사정을 알게 된 듯한 디트린데님의 태도는 예전보다도 냉혹하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친절한 지도를 바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하는 장소에는 등록된 영주 일족 이외엔 들어갈 수 없습니다. 게오르기네님, 디트린데님, 레티지아님의 세 사람밖에 들어가지 못하는 장소에서 익숙하지 않은 마력 공급을 강요받아 쓰러졌을 때, 그런 레티지아님을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것을, 페르디난드님은 근심하고 계십니다."
동행을 데려가지도 못하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장소에서 디트린데님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자, 등에 소름이 돋는 듯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정식으로 성결식도 하지 않아, 아직 아렌스바흐의 사람이 아닌 페르디난드님에게 아렌스바흐의 제례식을 떠넘긴 디트린데님이 레티지아님에게 어떤 일을 강요할지는 예상할 수 없다고 합니다."
"……디트린데님이 페르디난드님에게 제례식을 떠넘긴 것인가요?"
그것에 대해선, 아우브가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올라가시어, 마력이 모자라는 아렌스바흐의 상황을 근심한 페르디난드님이 부디 협력하고 싶다며 간청했다, 라는 디트린데님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명을 받았을 당시에는 타령에서 온 약혼자에게 제례식을 떠넘기는 것이 아렌스바흐의 방식인가, 라며 페르디난드님은 매우 놀라고 계셨습니다. 영주 일족이 출입하는 에렌페스트의 신전과 영주 일족이 기피하는 아렌스바흐의 신전이 같다고 생각되고 있는 것이 뜻밖이었던 것 같습니다."
디트린데님 때문에 아렌스바흐를 상식도 없는 영지라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라며 젤기우스는 분한 듯이 말했습니다. 차기 아우브의 약혼자니까, 라며 디트린데님이 맡고 있던 집무의 대부분이 페르디난드님에게 넘어갔습니다만, 보통은 약혼자에게 맡기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레티지아님의 앞날을 생각하면, 아무리 불쾌하게 느껴지더라도 기원식에 동행해, 조금씩 마력의 사용법에 익숙해질 수 있는 기간을 갖는 편이 좋지 않겠는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최종 판단은 레티지아님과 어머님2에게 맡길 것 같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은 이미 기원식에 향할 준비를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로스비타가 언짢은 얼굴이 되었습니다. 저를 제례식에 보내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사정을 들으면 거절할 수도 없는 거겠죠.
저는 자신의 마음의 버팀목인 하얀 슈밀의 인형을 바라보았습니다. 로제마인님이 제안하고, 페르디난드님이 부탁해 받은 저 인형에는 드레반히엘에 계신 아버님과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어 있습니다.
로제마인님의 목소리도 들어 있습니다. "가끔은 칭찬해 주세요" 라고 말하는 슈밀의 인형을 페르디난드님에게 가져가면, 페르디난드님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라고 칭찬해 주시는 획기적인 인형입니다. 이 인형을 보면, 로제마인님과 페르디난드님이 저를 염려해 주시고 있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로스비타, 기원식에 가지요. 적어도 페르디난드님은 저를 지키기 위해 제안해 주신 것이니까요."
그리고 측근들을 데리고 기원식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신전의 사람이 아닌, 영주 일족이 자비를 베풀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게 신관의 푸른 옷은 입지 말도록, 이라는 디트린데님의 지시가 있었던 듯, 저희들은 영주 일족으로서의 정복으로 의식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한눈에 신전의 사람이라고 알 수 있는 의상을 입지 않게 되어, 로스비타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습니다만, 젤기우스에 의하면, 페르디난드님은 "신전에 보낸 것이 아니라, 영주 일족으로서 대하고 있다고 변명하려는 것이겠지" 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농촌으로 가는 것이니, 더러워져도 좋은 옷으로 준비하도록" 이라는 페르디난드님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디트린데님으로부터 영주 일족으로서 치러라, 라고 말해졌으니, 역시 더러워져도 좋은 옷이어선 보임새가 나쁘겠지요. 로스비타와 상의해서, 첫날은 영주 일족에 걸맞는 정복으로 향했습니다.
……대실패였습니다. 농촌에 가고서야, 처음으로 페르디난드님이 말씀하신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농촌에는 하얀 판석이 깔려 있지 않아, 필연적으로 흙 위를 걸어야만 합니다. 잔디도 아닌 흙 위를 걷는 것은 처음입니다. 굉장히 부드러운 부분에는 신발 뒤축이 가라앉고, 딱딱한 부분에는 돌이 파뭍혀 있을 때도 있어, 정말로 걷기 힘들고, 구두가 더러워집니다.
그리고 날씨라도 나쁘면 의상이 젖고, 옷자락에 진흙이 튀기도 하는 것입니다. 로스비타는 정복이 더러워진 것을 한탄하면서 세탁하고 있었습니다.
……내일부터는 더러워져도 좋은 옷으로 해요.
농촌에서는 페르디난드님이 신전에서 맡아온 커다란 성배를 마력으로 채워, 농민들에게 나누어줍니다. 첫 제례식과 신구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것이어서, 동행했던 귀족들은 누구도 제례식을 본 적 없었기에, 감탄의 한숨을 토했습니다.
하루에 네 곳의 농촌을 돌고, 마지막에는 겨울의 관에서 숙박을 합니다. 요리사와 근시를 마차로 보내고, 대부분의 사람이 기수로 이동하는 바쁜 여정입니다만, 아렌스바흐를 전부 돌려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예정을 맞출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렇긴 해도, 평민의 옷차림은 귀족과는 상당히 다르네요. 초라하고 더러운 모습을 한 사람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목욕은 하지 않는걸까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저는 페르디난드님께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성을 나온 저는 모든 것이 신기했던 것입니다.
"저래보여도 의식을 위해 비교적 깔끔하게 하고 있는 것일 겁니다. 그러나, 에렌페스트의 농민보다도 초라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아렌스바흐의 농민은 정말로 곤궁한 모양이군요."
여러가지 질문에 답해주신 페르디난드님은 저녁식사의 끝에, "내일부터는 아렌스바흐의 직할지를 채우기 위해, 호위기사 이외의 사람에게 협력을 받겠습니다" 라고 모두를 둘러보면서 말했습니다.
"네?"
"우리도 제례식을 수행하라는 것입니까?"
놀란 목소리가 높아지는 식당을 페르디난드님은 조금 눈썹을 올린 놀란 표정으로 둘러보았습니다.
"설마, 에렌페스트의 귀족인 저 혼자서 아렌스바흐 전역을 채우라고, 디트린데님도 아닌, 여러분들까지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타령의 귀족인 페르디난드님에게 제례식을 떠넘기는 디트린데님의 횡포함나 몰상식을 비난하던 측근들이, 이제 와서 "의식에 참가하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다음 날부터 근시와 문관은 반 강제적으로 기원식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대 위에 올려둔 커다란 성배의 가장자리에 페르디난드님을 포함한 일곱명이 손을 얹습니다. 기도문을 외우는 것은 페르디난드님입니다만, 이렇게 하는 것으로 전원이 마력을 흘릴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로스비타, 괜찮습니까?"
"마력을 많이 썼을 뿐입니다, 공주님."
다른 문관이나 근시들과 교대하고는 있습니다만, 하루에 두번이나 의식을 다녀온 로스비타는 심하게 지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페르디난드님은 네 번을 다녀와도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마력을 봉납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으면 매우 피곤한 일이니까요" 라고 시원한 얼굴로 말씀하셨는데, 저의 양부님이 되시는 분은 상상 이상으로 대단한 분인 것 같습니다.
……내일은 저도 마력이 차 있는 마석을 사용해 참가하게 되어 있습니다만, 괜찮을까요? 에렌페스트의 청색 신관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니 괜찮겠지, 라고 페르디난드님은 말씀하셨습니다만, 불안합니다.
첫 제례식입니다. 저는 페르디난드님의 마력이 들어 있는 마석을 성배의 가장자리에 있는 소마석에 맞췄습니다. "마석 안의 마력을 밀어넣듯이, 계속 힘을 넣을 수 있도록" 이라는 조언과 함께 저의 손 위에 페르디난드님의 손이 겹쳐집니다. 오싹한 커다란 손은, 제가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에워싸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치유와 변화를 일으키시는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여, 곁을 모시는 권속인 열 두 여신이여, 생명의 신 에비리베로부터 해방된 그대의 누이, 땅의 여신 게둘리히에게 새로운 생명을 키울 힘을 주십시오."
페르디난드님의 목소리와 함께 마석에서 마력이 역류해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것이 아닌 마력을 느끼고, 저는 반대편으로 흘러가도록, 있는 힘껏 마석을 누르고 마력을 밀어넣어 갑니다.
"이제 그만."
마석을 빼았겨, 번쩍 머리를 들었을 때에는 이미 의식은 끝나있었습니다. 머리가 어질하고, 눈 앞이 깜빡깜빡 점멸하는 듯한 불쾌감에, 저는 머리를 눌렀습니다. 아무래도 당장은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레티지아님, 실례하겠습니다."
호위기사가 저를 안아올려 기수로 옮겨주었습니다. 첫 마력 공급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일은 그리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그 날은 대부분의 측근들이 상당한 마력을 소비했기 때문에, 다음날은 의식에 향하는 것을 멈추고, 마력 회복을 위해 약을 마시고 하루 휴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페르디난드님과 마찬가지로 연일 의식을 강요당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내심 안도했습니다.
……이런 것을 매일 하는 것은 무리인걸요.
로스비타에게 받은 회복약을 마시고 쉬고 있자, 젤기우스가 상태를 보러 왔습니다.
"레티지아님, 몸 상태는 어떠신가요? 첫 마력 공급은 피곤하시죠?"
"네.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요."
"디트린데님은 이런 것을 마석 없이 하라고 강요하려 했던 것입니다."
마력 공급이 얼마나 몸에 부담이 걸리는 행위인지 알자, 자신이 강요받을 뻔 했던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를 싫어도 실감하게 됩니다. 페르디난드님이 제지하지 않으셨다면……. 기원식에 동행하지 않았으면……. 상상만으로도 섬뜩합니다.
"좀처럼 마력이 회복되지 않는 것 같으시면, 부디 이것을. 페르디난드님이 만드신 특제 회복약입니다. 맛은 심하지만 효과는 좋습니다."
젤기우스가 가르쳐 주었습니다만, 기원식에 출발하기 전에 도착한 에렌페스트의 짐 안에 회복약이 잔뜩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로제마인님으로부터의 편지도 들어 있어, 처음 마시는 분에게는 괴롭힘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심한 맛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나누어 주세요. 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저도 어젯밤에 받았습니다만, 정말로 심한 맛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로제마인님의 편지에 의하면 이는 개량판이고, 더욱 심한 맛의 회복약도 있다고 합니다."
로제마인님은 그런 회복약을 매일같이 마셔가며 기원식을 치른 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로제마인님의 몸이 약한 것은 제례식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호기심에 젤기우스가 가지고 온 회복약을 입에 대었습니다. 정말로 심한 맛입니다. 코 안에서부터 풀냄새가 올라오고, 혀가 찌릿찌릿할 정도로 씁니다.
"이것보다 심한 맛의 회복약이 있는 건가요……."
영주 일족이 이런 회복약을 마셔가면서 제례식을 하는 에렌페스트는 도대체 어떤 영지인 걸까요. 저에게는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오늘, 페르디난드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제례식에 익숙하신 것이겠죠. 에렌페스트의 세 사람은 전혀 지치지 않은 듯, 제례식에 참여하지 않은 호위기사를 몇명 데리고, 소재를 채집하러 나갔습니다. 기본적으로 에렌페스트의 세 사람은 아렌스바흐 귀족의 동행 없이는 나갈 수 없기에, 기사가 함께 동행하고 있습니다."
"소재 채집인가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말이 나와, 저는 무심코 젤기우스를 쳐다봤습니다. 소재 채집은 마수를 사냥하거나, 마목을 꺾거나 하는, 기사의 특기분야입니다. 희귀한 소재를 원하는 문관이 직접 향하는 일도 있다고 듣고는 있습니다만, 영주 후보생이 제례식 짬짬이 할만한 것이 아닙니다.
"모처럼의 시간을 유효하게 활용하고 싶다고 합니다. 저도 권유받았습니다만, 내일도 제례식이 계속될 것을 생각하니, 아무래도 동행할 염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근시인 유스톡스가 가장 의욕을 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에렌페스트에서는 아무래도 근시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젤기우스가 아득한 눈을 하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기사도 문관도 아닌 근시가 솔선해서 소재 채집에 향하다니, 믿을 수 없습니다. 이런 제례식을 매년 따라다니면, 근시라도 상당히 강해지게 되는 것일까요.
휴식일이 생길 때마다 에렌페스트의 세명은 소재를 채집하러 나가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저녁 식사나 아침 식사의 자리에서 동행한 기사들의 이야기로 알 수 있었습니다.
"설마 베리누르의 꽃을 얻을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플루트레네의 밤에만 피는 꽃이기에, 생각도 못한 우연에 놀랐지요."
우연히 플루트레네의 밤에서밖에 얻을 수 없는 희귀한 소재를 얻었다며, 세 명과 동행한 호위기사가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베리누르 꽃, 이라는 것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만, 어떤 꽃일까요?"
저의 질문에 답해 준 것은, 기분이 좋은 유스톡스였습니다. 유스톡스의 설명에 덧붙여, 그것이 어떤 마술 도구나 약에 쓰이는가를 페르디난드님이 가르쳐주십니다. 주위의 모두가 감탄하며 듣는 것을 보면, 원래 기사들이 채집하려 하던 소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렌스바흐의 소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에렌페스트의 세 명이었기에, 저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저, 페르디난드님. 베리누르 꽃을 채집하기 위한 외출이셨던 건가요?"
저의 질문에 페르디난드님은 훗 하고 웃고,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때마침 상황이 좋았을 뿐입니다, 레티지아님. 아이체3의 마석을 얻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네. 그 아이체들이 향한 곳이 베라누르의 군생지가 아니었다면, 채집할 수 없었을 테니, 신의 이끄심이었죠."
"조금만 더 늦었으면 꽃이 시들어버렸을 테니, 정말로 타이밍이 좋았죠."
유스톡스도 에크하르트도 그렇게 말하며 웃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에, 아이체는 베리누르의 꿀을 좋아한다고 말한 것은 유스톡스였을 것입니다. 어쩐지 에렌페스트의 세 사람에게 유도되어 베리누르 꽃을 채집하게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만, 기분 탓일까요.
……설마, 완벽하게 사전조사를 하고, 그에 맞춰 휴식지를 설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치밀하게 계산된 페르디난드님의 반상 위에서 움직여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저는 좀 무서워져 버렸습니다.
539.킬른베르가의 국경문
아랫마을에 구텐베르크들을 내리고, 우리들은 기베의 여름의 관을 방문한다. 그리고 벤노들과 프랭탕 상회는 킬른베르가의 담당 문관과 함께 협회 설립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나는 기베·킬른베르가에게 소성배를 전하고, 기원식을 마친다. 이미 봄의 연례행사가 되고 있었기에, 익숙해진 일이다.
"그럼, 국경문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나는 기수를 타고 기베·킬른베르가의 뒤를 쫓는다. 흰색 건물 위에 목조 건축물이 올라 있는 것은 에렌페스트의 아랫마을과 같지만, 킬른베르가는 에렌페스트와 가장 가까운 쪽에 기베의 여름의 관과 귀족가가 있으며,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아랫마을이 되어간다. 아랫마을이 있고, 귀족가가 있고, 가장 안쪽에 아우브의 성이 있는 에렌페스트와는 완전히 반대다.
"옛날엔 국경문에서 들어오는 타국의 사람들이 많았기에, 국경문에서 보아 가장 안쪽에 기베의 저택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아, 저기 보이네요. 저것입니다. 아우브가 만든 하얀 경계문과 벽 너머로, 조금 다른 색조의 벽과 문이 보이시죠? 그것이 국경문입니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유디트가 앞을 가리키며 알려준다. 나는 기원식을 하며 기베의 저택까지밖에 간 적이 없어서 몰랐지만, 다가가니 분명 비슷한 높이의 문 두 개가 나란히 있었다.
"와아……. 아우브가 만드는 하얀 문도 아름답긴 했지만, 첸트가 만드는 문과 벽은 또 각별하네요."
경계문과 킬른베르가의 외벽은 에렌페스트와 같이 새하얗지만, 그 안쪽의 벽과 문들은 마치 나전 세공에 사용되는 조개의 진주층과 같은 빛을 머금은, 은은한 훈색을 띄고 있었다. 어슴푸레 빛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국경의 벽은 킬른베르가 너머로도 길고 길게 어디까지나 이어지고 있다. 언뜻 만리장성이 떠오르는 모습이다. 지형에 맞게 구불거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선을 그은 것처럼 곧게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 신기한 느낌이다.
……누군가가 라고는 해도 초대 첸트가 분명하겠지만.
첸트의 결계가 뻗어있는 영역이 유르겐슈미트고, 대륙의 일부를 잘라낸 듯한 원형을 하고 있는 것은 지리에서 배워서 알고 있지만, 실제로 국경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아우브가 만드는 경계선과 마찬가지로, 국경선도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례짐작하고 있었지만, 국경문처럼 은은한 훈색으로 빛나는 벽이 뻗어 있었다.
"국경문은 아주 아름답습니다만, 마을의 건물은 에렌페스트의 아랫마을과 마찬가지로 흰색 건물 위에 목조 건축물이 증축되어 있기에, 이렇게 다가가지 않으면 보기 어렵습니다."
유디트가 말한 것처럼, 문은 3, 4층의 높이를 하고 있어서, 기베의 저택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나는 첫 기원식 때에도 킬른베르가에 왔었지만, 국경문은 전혀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때는 기베에게 인사를 하는 것은 페르디난드의 역할이었고, 마차에서 회복약을 마시고 쉬고 있었거나, "얌전히 숨어 있어라." 라고 해서, 숨을 죽이고 있었거나 했으니, 그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다가가자, 하얀 경계문이 안쪽에 전개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앞에는 경비를 서 있는 듯한 기사의 모습과, 그 너머에 굳게 닫힌 국경문이 보였다. 은은하게 빛나는 훈색의 문에는 복잡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아마 슈바르츠들의 의상과 같이, 마법진을 감추기 위한 문양이 가득 새겨져 있을 것이다.
"킬른베르가의 경계문은 항상 열어두고 있나요?"
"아니요, 오늘은 특별합니다. 로제마인님이 국경문을 보실 수 있도록, 기베·킬른베르가가 아우브에게 부탁해, 개문의 허가를 받으셨다고 테오도르에게서 들었습니다. 이렇게 정면에서 국경문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감격입니다."
유디트에 의하면, 평소엔 경계문도 단단히 닫혀 있어, 국경문을 정면으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어렸을 적, 킬른베르가의 마을에서는 닫힌 경계문과 외벽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경계문과 국경문의 높이가 거의 비슷한데다, 나란히 세워져 있었기에, 각도나 보는 위치에 따라서 어렴풋이 국경문 위쪽이 보일 정도여서……."
어린 유디트는 국경문을 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었던 듯 하다. 기사를 목표로 한 것은 국경문에 다가갈 수 있는 대의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귀족원에 들어가 기수를 얻게 되면서, 처음으로 위에서 국경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감동했습니다. ……아, 킬른베르가에서 기사를 지망하는 이유는 대체로 그런 느낌이에요. 저만 그런게 아니에요. 테오도르도 그러니까요."
국경문에 다가가기 위해 기사를 목표로 했다고 고백한 것이 부끄러웠던 걸까, 유디트는 오렌지색 포니테일을 흔들며, 저만 그런게 아니에요, 라고 반복한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나는 작게 웃었다.
"테오도르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기베·킬른베르가를 섬기겠다고 하던데요?"
"윽, 테오도르는 폼 잡고 있을 뿐입니다. 지망 이유는 똑같아요."
유디트가 너무나도 필사적이어서, 킬른베르가의 기사는 국경문에 다가가기 위해 기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으로 하기로 한다.
……나중에 테오도르한테 물어봐야지.
"로제마인님 앞선 기베에 이어 기수를 내려주세요."
유디트가 유도하는 대로, 나는 경계문의 옥상에 기수를 내렸다. 킬른베르가의 기사들이 나란히 맞아 주고 있는데, 그 안에 테오도르의 모습도 보였다. 시선을 마주하며 방긋 웃자, 테오도르도 웃어준다. 건강하게 견습일을 하고 있는 듯해 다행히다.
"로제마인님, 이쪽입니다."
먼저 기수를 정리한 기베에게 에스코트되어 나는 천천히 발을 내딛는다. 높은 곳에 있는 탓일까, 조금 바람이 강하고 서늘하다. 시계에는 은은한 훈색으로 빛나는 국경문이 비치고 있다.
문 안쪽에 대합실이나 집무실이 몇개나 들어있는 경계문이나 거리의 문과 비교하면, 국경문은 거의 두께가 없다. 고작해야 3,4미터 정도이다. 몇 명이나 되는 기사가 기수로 내려앉을 수 있을 정도로 평평하고 넓은 옥상이 있는 경계문과 달리, 국경문은 기수를 이용한 출입을 상정하고 있지 않은 듯, 경사가 있는 삼각 지붕을 하고 있었다.
"이곳의 경치를 볼 수 있는 것은, 킬른베르가의 기사 뿐입니다."
옥상의 끝까지 걷자, 국경문 너머의 광경이 보였다. 은은하게 빛나는 국경문의 너머에 펼쳐진 것은 모래의 바다였다. 바슬바슬한, 마력이 전혀 없는 사막화된 땅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전, 국경문 너머에는 다른 나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들려주신 이야기에 있던 교역 상대의 나라는……. 저쪽 나라는 어떻게 되어 버린 건가요? 혹시, 마력이 다해 이런 상태가 되어버린 건가요?"
마력이 부족해 황폐해지기 시작한 아렌스바흐의 상황으로 미루어보면, 국경문이 닫힌 것 때문에 이웃 나라가 모래땅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기베·킬른베르가는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라며,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국경문은 나라와 나라를 잇는 거대한 전이진이며, 첸트의 허가가 없는 사람은 마법의 유무에 관계 없이 지나갈 수 없습니다. 저도 직접 본 것은 아닙니다만, 국경문이 열리면 거기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드러나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국경문으로 전이해 온 뒤, 경계문을 통과해 킬른베르가로 들어오고 있었다고 한다.즉, 첸트과 아우브 양쪽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첸트의 허가가 나오더라도 아우브의 허가가 나지 않아 국경문과 경계문 사이에 끼어 움직일 수 없게 된 사람은 없나요?"
나의 질문이 뜻밖이었는지, 아니면 문 사이에 끼어 갈팡질팡하는 상인을 떠올렸는지, 기베·킬른베르가가 작게 웃었다.
"어쩌면 그런 멍청한 상인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국경문의 통과 허가는 있으니, 다시 통과해 나가면 좋을 뿐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는 남아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는 모릅니다."
"그럼, 어떤 이야기가 남아 있는 건가요?"
나는 현판을 꺼내, 가슴을 설레이며 기베·킬른베르가를 올려다보았다.
"첸트의 방문을 환영했던 봄과 가을의 축제의 이야기는 몇이나 남아 있습니다. 국경문은 봄부터 가을까지 열리며, 겨울 동안에는 닫아 둔 모양으로, 첸트가 직접 찾아와 개폐했다고 합니다."
교역이 시작되는 봄은, 개문한 순간부터 밑물처럼 몰려드는 상인들을 받아들일 태세를 갖추며, 첸트가 문을 열어주길 기다리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고, 가을은, 첸트의 폐문 전에 돌아가지 않으면 월동준비도 못한 채, 에렌페스트의 추운겨울을 보내야 하기에, 서둘러 돌아가는 상인들의 이야기가 많다고 한다.
"상인들의 분실물은 매년의 풍물시였다고 합니다."
"그렇긴 해도, 국경문은 유르겐슈미트의 구석구석에 있으니, 모든 문을 개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첸트는 이동이 큰일이네요. 제례식으로 에렌페스트 내를 도는 것만으로도 앓아눕게 되는데, 첸트는 유르겐슈미트 전역을 이동해야 한다니, 전, 첸트에게 동정합니다."
매년마다 이곳저곳의 국경문을 열고 닫고 해야 하다니, 예상외로 힘든 일이다. 기수로 이동하더라도 호위나 측근이 많으니 힘들것이다. 그런 나의 감상에 기베는 껄걸 웃었다.
"이동을 걱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경문 안에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첸트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전이진이 있는 것 같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첸트라면 영지를 넘나드는 전이진도 만들 수 있을 테고, 국경문은 아우브가 만든 경계문 너머에 있으니, 전이진을 설치하는데 아우브의 허가도 필요 없을 것이다.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유무는 정말로 크지 않아?
"그렇긴 해도, 어째서 에렌……이 아니라 아이젠라이히의 국경문이 닫히게 된 것인가요? 교역에 대한 것을 생각해봐도, 국경문은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죠?"
지금 유일하게 남아 있는 국경문을 가진 아렌스바흐가 교역에서 우선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봐도, 국경문은 중요한 것이 틀림 없다. 그것이 어째서 닫혀버리게 되었는가 하는 나의 질문에. 기베·킬른베르가는 국경문을 가리켰다.
"국경문의 전이진의 너머에는 보스가이츠라는 나라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시의 이곳은 에렌페스트가 아닌, 아이젠라이히라는 큰 영지였습니다. 지금의 프뢰벨타크의 대부분도 아이젠라이히였으며, 할덴체르의 더욱 북쪽까지 영지가 펼쳐져 있었다고 합니다. 거기에 큰 광산이 있었다고 하며, 그 광산애서 채굴한 것들은 아이젠라이히의 특산품이었습니다."
광석이나 그 가공품이 보스가이츠에 팔리고 있었다고 한다. 또 양질의 광석으로 만들어진 무기는 할덴체르의 평민들이 마수를 쓰러투리기 위한 소중한 무기였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유르겐슈미트와 교역하는 나라들이 무엇보다 원하는 것은 마석입니다. 아무래도 타국은 마석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 귀한 물건인 듯 하고, 이 인근의 평민이라도 잡을 수 있을 듯한 약한 마수의 작은 마석이라도 고가에 거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타국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처음이다. 그다지 마석이 없는 나라에서는 대체 어떻게 마석를 다루고 있는 건가 라던가, 아렌스바흐와 관계 있는 란체나베도 마찬가지일까 라던가, 몇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그것을 서자판에 적고 있자, 기베·킬른베르가는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보스가이츠에게 부추겨져, 아우브 아이젠라이히가 첸트을 노린 것이 쇠락의 시작이었습니다."
내가 놀라 얼굴을 들자, 기베·킬른베르가는 조금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고는, 다시 이야기를 계속한다.
"당시 아우브·아이젠라이히는 첸트을 노릴 만한 힘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부추겨진 아우브는 보스가이츠의 사람을 불러들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노리고 중앙으로 진입했습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는 지금의 왕이 아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진짜 첸트을 끌어내리려고 한 것 같다. 보스가이츠에서는 식량 등의 지원 물자가 차례로 보내져왔으며, 아우브·아이젠라이히는 귀족원과 연결된 전이진을 사용해, 조금씩 기숙사로 물자와 기사를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엉뚱한 계획을 말리는 사람은 아우브의 근처에 없었나요?"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우브의 딸이 단신으로 기수를 몰아 중앙으로 향해, 첸트에게 내막을 전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귀족원으로 물자를 이동시키는 동안, 딸은 자신의 기수를 몰아 중앙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딸의 소식에 격노한 첸트는 즉각 국경문을 닫고 중앙으로 돌아와, 중앙 기사단과 함께 기숙사에 기습을 걸어 아우브 아이젠라이히를 쓰러뜨렸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반역을 기도한 아이젠라이히의 영주 일족과 함께 중앙으로 공격해 들어간 주요 귀족들도 처형되었다고 기베는 덧붙인다.
"정보를 전한 아우브의 딸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녀도 연좌처분당한 건가요?"
"간신히 연좌처분은 면했습니다. 첸트에 대한 충성과 사전에 반역을 막으려 한 공적을 인정 받아, 그녀는 새로운 아우브·아이젠라이히가 된 것입니다."
기베·킬른베르가의 말에, 나는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기서 연좌되어 처형되었다고 하면, 너무나도 씁쓸한 기분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허나, 그것은 전혀 영예가 아닙니다. 대영지 아이젠라이히는 첸트에 의해 프뢰벨타크와 분할되면서 중영지가 되었고, 지금의 할덴체르보다 더 북쪽에 있던 풍부한 광산들은 클라센부르크에게 주어졌습니다. 당시 딸에게는 왕족의 약혼자가 있었던 것 같지만, 그 약혼은 해소되어, 중영지에 걸맞은 영주 후보생과 재약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목숨은 건졌지만, 토지를 분할당해, 국경문과 광산을 잃고, 주요 산업이 사라진 영지의 아우브가 된 것이다. 왕족의 약혼자와 헤어지게 된 것으로 봐도, 아이젠라이히가 아무리 곤란해하더라도 첸트가 손을 내밀어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것은 상당히 무거운 벌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주위로부터는 반역을 일으킨 영지라고 보여지며, 대영지였던 아이젠라이히는 잠깐 사이에 쇠퇴해버렸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광산을 잃으며, 오로지 농사에 몰두해온 라이제강가 귀족들 사이에서 단번에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것을 불만스럽게 여기는 아이젠라이히의 귀족도 있었습니다."
아우브와 주요 귀족들이 처형되었지만, 아이젠라이히의 귀족 전원이 처형된 것은 아니다. 남은 귀족의 대부분은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며, 현 상황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고 한다.
"불만을 토로하던 것은 귀족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런 예고 없이, 돌연 국경문이 닫히게 되어, 아이젠라이히에 남겨진 보스가이츠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자들이 국경문에 가장 가까운 킬른베르가에 모여 있었습니다."
큰 사건이 있으면,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노래를 만드는 음유시인도 모인다. 보스가이츠 사람들의 한탄이나 아우브·아이젠라이히의 어리석은 선택이 유행가가 되어 퍼져나갔다고 한다.
"아이젠라이히의 차대, 차차대 영주 후보생들은 노인들이 말하는 과거의 영광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음유시인의 노래를 들으며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차기 아우브를 결정하는 시기에, 영주 후보생들의 주장이 양분되었습니다."
"딱 둘로 나뉜건가요?"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기베·킬른베르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분쟁에 휘말렸던 보스가이츠의 사람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라도 국경문을 열어 달라고 첸트에게 청원해야 한다는 사람, 그리고 전 아우브를 꼬드긴 보스가이츠의 사람들이 함께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영주 후보생에게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어하는 귀족들과, 이대로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귀족들이 붙어, 영지를 양분하는 분쟁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아우브가 된 딸은 자신의 역부족을 한탄했습니다. 첸트에게 반역을 일으킨 아버지도, 쇠퇴하는 영지를 양분하는 분쟁을 일으키는 아이나 손자도 말릴 수 없었으니 말이죠. 딸은 첸트에게 아우브의 지위를 반납하고, 이 땅을 다스려줄 새로운 아우브의 임명을 청원했습니다."
그리고 중앙 기사단을 거느린 첸트와 함께 찾아온 것이 초대 아우브·에렌페스트였다고 한다. 국경문이 열리기를 바라는 아이젠라이히의 귀족들을 분쇄하고, 첸트는 두번 다시 아이젠라이히가 과거의 영광을 바라는 일이 없도록,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이용해 초석의 장소를 변경하고, 영지의 이름도 에렌페스트로 바꿨다고 한다.
"현 그렛시엘의 인근에 아이젠라이히의 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대영지 아렌스바흐에서 온 아가씨에게 주기엔 딱 좋은 장소였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기베의 이야기를 메모하면서 자신의 배운 역사와 대조해본다.
"제가 배운 역사와는 좀 다르네요. 초대 에렌페스트는 공격해 들어가 초석을 빼앗았다고 배웠습니다."
"중앙 기사단과 함께 공격해 들어가, 당시의 아우브에게서 초석을 빼앗았다는 것은 틀리지 않습니다만……확실히 조금 받는 인상이 다르군요."
기베·킬른베르가는 가볍게 끄덕이면서 동의한다. 나는 탁 하고 서자판을 덮으면서 기베·킬른베르가를 올려다보았다.
"게다가 저, 아이젠라이히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몇이나 모았던 이야기 중에 있었습니다. 첸트를 거스른 어리석은 아우브의 이야기로서……. 영지의 이름이 달랐기에, 알지 못했던 것 모양입니다."
귀족원에서 수집한 이야기 중에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옛날에 있었던 일을 토대로 한 교훈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마 아주 옛날 에렌페스트의 이야기였을 줄은 몰랐다. 가능하면 타령에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와 비교해 보고 싶다.
"킬른베르가에 이 이야기의 문헌은 남아 있나요?"
"기본적으로는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기베로부터 그를 모시는 귀족들에게 구전되는 형태입니다. 문헌도 남아 있습니다만, 조금 오래된 글이라 읽기 어렵습니다."
……있다!
실제로 사건이 있었던 장소에 보관되어 있는 당시의 문헌은 꼭 읽고 싶다.
"기베·킬른베르가, 읽게 해 주실 수는 없나요? 전, 오래된 글도 읽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구어로 전달된 것과 글로 남겨진 것의 차이, 킬른베르가에 남겨진 이야기와 영주 일족에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왕족에게 남아 있는 이야기의 차이를 알아보고 싶습니다."
내가 열의를 어필하자, 기베·킬른베르가는 "그, 그야, 보여드리는 것은 상관 없습니다만……." 이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물러나도 상관 없다. 보여줘도 좋다는 대답은 받었다.
"감사드립니다, 기베·킬른베르가."
길지 않은 체류기간 동안 어떻게든 필사해야겠다고 벼르던 나를 조용히 내려다보며, 기베·킬른베르가는 조용히 물었다.
"이 이야기를 로제마인님은 어떻게 생각십니까?"
"그렇네요.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으면 유르겐슈미트를 다스리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경문의 개폐는 물론, 영지의 경계나 초석도 고칠 수 없죠? 각지의 아우브가 뭔가를 하더라도 강권을 발동할 수 없는걸요. 지금의 왕은 유르겐슈미트의 통치에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 걸까요."
첸트의 권력은 구루투리스하이트에서 나온다는 것을 실감했다. 지금의 왕이 경시하는 말을 듣거나, 대영지를 상대로 강하게 나가지 못하거나 하는 것은,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는 탓이다.
그런 식으로 트라오크바르의 입장의 어려움을 생각하고 있자, 기베·킬른베르가는 예상 밖의 말을 들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로제마인님은 트라오크바르 왕의 치세에 대한 것을 생각하시는 건가요……."
"뭔가 이상한가요?"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기베는 천천히 숨을 토했다. 그리고 조용히 나를 바라본다.
"그럼,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첸트의 처벌에 의해 닫혀버린 국경문을 안고 있는 에렌페스트의 아우브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시는지요?"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 요구되는 자질인가요?"
나는 기베의 말을 반복하며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이건 자칫 실패해선 안 되는 질문이다.
"국경문에 의한 교역이 없다고 생각하고, 영지의 발전에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일까요?"
나의 답을 들은 기베·킬른베르가는 국경문 밖이 아닌, 안쪽에 펼쳐진 킬른베르가의 마을로 시선을 향한다.
"타인의 의견에 좌우되지 않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첸트를 섬겨야 한다고, 킬른베르가를 다스리는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영내 귀족에 불과한 라이제강의 의견에 현혹되고 있는 빌프리트님이 차기 아우브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불안한 것입니다."
라이제강의 지지를 얻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빌프리트에게, 기베·킬른베르가는 역으로 불안감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기베·킬른베르가의 아들 중 한명이 빌프리트의 측근이었을 것이다.
"아드님으로부터 뭔가 정보가 있었습니까?"
"로제마인님이 아시는 정도일 뿐입니다만……."
기베·킬른베르가는 그 이상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정보 제공자가 분명한 이상, 자세한 것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필요한 정보는 자신이 직접 수집할 수 밖에 없다.
……나중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보고를 들어야겠다.
"아들은 빌프리트님을 모십니다만, 그것이 그대로 부모의 지지와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베의 목소리가 낮고 엄하게 된 것을 눈치채고, 나는 바싹 허리를 폈다. 여기서 빌프리트를 원호하는 것이 약혼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고집스럽게 두번째 부인을 거부하던 아우브에게 기베·그렛시엘의 딸을 맞이하도록 중재하고, 아우브 부부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자신의 측근을 배치하고, 게다가 쓸데없는 다툼을 피해 신전에 틀어박힐 것을 결정하신 로제마인님께서 아우브을 목표로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네? 아닌데요.
양부님이 두번째 부인을 맞을 마음이 된 것은 브륜힐데의 독주와 프레젠테이션의 힘 덕분이고 리할다는 스스로 양부님에게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고, 클라릿사는 신전에 들일 수 없었을 뿐이다.
"기베·킬른베르가가 조금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양부님이 두번째 부인을 맞이한 것은, 에렌페스트의 상황을 생각해 스스로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의견을 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양모님밖에 보지 않는 양부님의 두 번째 부인이 되기로 결심한 브륜힐데를 말렸을 정도예요."
기베·킬른베르가가 의외라는 얼굴이 되었다. 리할다와 피리네가 아우브 부부 쪽에서 일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설명한다. 하지만, 나는 사실을 말하고 있지만, 기베·킬른베르가는 납득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이다.
"허나, 로제마인님은 영주 후보생 중에 가장 왕족의 신뢰가……."
"기베·킬른베르가."
나는 기베의 말을 가로막고 미소를 키웠다. 어떤 말을 듣더라도, 전 평민의 나로서는 아우브을 목표로 할 생각이 없다.
"차기 아우브을 목표로 하는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라이제강의 지지를 얻으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요. ……게다가 여기서 제가 기베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면, 그 시점에서 제가 타인의 말에 좌우되는 영주 후보생이 될 것 같습니다만, 기베는 어떤 대답을 원하시나요?"
가볍게 눈을 지켜보던 한순간의 침묵 후, 기베는 훗 하고 웃었다.
"로제마인님의 생각은 잘 알았습니다. 여기는 조금 바람이 강하니, 슬슬 저택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문헌을 내어 드리지요."
여기서 아무리 강하게 밀어붙이더라도, 내가 의견을 바꿀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준 모양이다. 나는 안도하면서 기수를 내어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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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본 국경문.
국경문이 보이는 경계문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킬른베르가 기사의 특권입니다.
그리고, 옛날 이야기를 조금.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첸트는 강합니다.
다음은 청색 견습의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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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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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자까님... 옛 이야기도 좋지만, 진도좀 빼주시면.... orz
좀처럼 마인이의 활약이 없으니, 금단증상이 생길 것 같아요....
책벌레의 하극상 5부 76화. - 청색 견습의 수용과 고아원의 아이들 -
청색 견습의 수용과 고아원의 아이들
기베의 저택으로 돌아와, 나는 바로 문헌을 꺼내받았다. 전부 낡은 목패들 뿐이다. 그것에 바로 눈을 두고, 로데리히와 할트무트에게도 도움을 받아가며, 부지런히 필사한다.
킬른베르가에 체류하는 것은, 벤노와 문관과의 협의나 협정이 끝나, 구텐베르크들이 일할 환경을 갖출 때까지의 짧은 기간이다. 인쇄업을 담당하는 문관들도 일에 익숙해지고 있어, 기베의 땅에 체류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기에, 서둘러 베끼지 않으면 안 된다.
남아 있는 문헌은 이야기가 적혀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문헌들에는 연표처럼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간결하게 적혀 있거나, 보스가이츠에서 왔다가 남겨진 자들과 전 아이젠라이히의 귀족들이 어떤 생활을 보냈는지 등이 정리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첸트에게 보내는 보고서의 사본이라고 생각된다.
……역시 구전되고 있는 것과, 글로 남겨진 자료는 느낌이 다르네.
감정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사실의 나열은, 말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보다 훨씬 깔끔한 사건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내가 배운 역사에서도, 기베에게 들은 역사에서도 거의 나오지 않았던, 보스가이츠 사람들의 움직임을 잘 알 수 있었다.
아우브·아이젠라이히가 반역을 일으키기 직전의 몇 년 동안, 상인들의 출입이 잦아졌고, 같은 상인이 봄부터 가을 사이에 몇 차례나 출입하거나, 식료품과 관련된 거래가 부쩍 늘거나 하고 있다.
그리고 국경문의 폐쇄로 남겨져버린 보스가이츠의 상인들은 어지간한 부자가 아닌 이상은 시민권을 얻을 수 없었기에, 살기 위한 양식을 얻기 위해, 대부분 행상인이 되어 각지로 흩어졌다고 한다.
……시민권이 없으면, 집도 가게도 못 빌려고, 취업도 결혼도 할 수 없는걸.
벌써 몇년 전이 되는 걸까. 오토에게 들었던 행상인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쩌면, 오토는 보스가이츠의 후손인 걸까? 그런 것을 생각하며, 나는 문헌을 필사해 나갔다.
체류 기간 내에 문헌의 필사를 무사히 마치고, 나는 예년과 같이 벤노를 데리고 에렌페스트의 신전으로 돌아간다. 킬른베르가의 인근이 아니면 나오지 않는 소재를 여행선물로 잉크 공방에 전해주도록 부탁하고, 그렛시엘에서 온 사람들의 연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벤노를 전송한다.
이것으로 나의 기원식은 끝이다.
"청색 견습들을 받아들이게 되니, 기원식이 끝난 이후가 더 바쁠지도 몰라요, 로제마인님."
"어머, 자무랑 프리츠가 중심이 되어, 새로 근시가 된 회색 신관들에게 지시를 내려둔걸요.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죠?"
내 말에 자무가 쓴웃음과 함께 끄덕였다. 프리다를 통해 파견 나온 요리사나, 요리의 조수를 하는 회색 무녀의 연수는 이미 시작되어, 고아원의 식사는 늘어 있다고 한다. 식량의 구입은 청색 견습들의 친가가 거래하는 상점과 계약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므로, 신전에는 새로운 업자가 출입하게 된 모양이다.
"물론 가구나 공부 도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신전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가급적이면 함께 행동할 수 있도록 매일의 예정도 짜두었습니다. 귀족 자녀로서의 교육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는 피리네님에게도 의견을 받았습니다."
자무에 의하면, 내가 기원식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피리네는 신전의 근시들에게 여러가지로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준비가 되었다면, 아이들을 이동시키도록 하죠. 내일부터는 신전이 북적이게 되겠네요."
청색 견습들은 내 눈이 닿고 있을 때에 들이고 싶었기에, 기원식이 끝날 때까지 아이방에 대기시켜 두었다. 성으로 올도난츠를 날려, 마차로 아이들을 이동시켜 주도록 부탁해 두었다.
……아이들은 이것으로 됐고. 다음은…….
"그런데,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어디의 누가 듣고 있을지 모를 기베의 저택에서는 질문할 수 없었던 빌프리트에 대한 것을 묻자, 그 자리에 있던 측근들 사이로 순간 흠칫 하는 긴장감이 스쳤다. 표정은 달라지지 않았어도, 공기가 바뀐 느낌에, 오히려 이쪽이 긴장하고 만다.
"혹시, 기베·킬른베르가가 말씀하신 것처럼 라이제강에게 현혹되어 있는 건가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나의 불안을 지우듯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흔들고, 가벼운 어조로 대답해 주었다.
"라이제강에게 현혹되었다기보다는 자존심과 의무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야."
……자존심과 의무의 갈림길은 뭔가요? 즉, 어떤 상태?
"그 대답은 추상적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나요?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거죠?"
신전 업무에 차질이 없는 레벨에서 도움을 주는 것은 상관 없지만, 좀 전의 답으로는 무엇을 해야 빌프리트의 도움이 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내 말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가볍게 어깨를 움츠렸다.
"간단히 말하자면, 빌프리트님 스스로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으니, 로제마인은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
"가만히 놔둬요?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요?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이 그렇게 말하셨나요?"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에, 나는 조금 의심의 눈초리로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보고는, 함께 갔었을 레오노레에게 시선을 돌린다. 레오노레는 방긋 미소지었다.
"라이제강의 과제에 대해 아우브가 참견해온 모양이고, 아우브가 두번째 부인을 맞이한 것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불만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불만들을 양부님에게는 직접 말하지 않지만, 측근들에게는 줄줄 흘리고 있는 모양이다.
"거기에, 처음부터 예상했던 것처럼, 빌프리트님이 기원식으로 라이제강계 기베의 지역으로 향했을 당시, 이런저런 말을 들었던 모양입니다. 로제마인님을 차기 아우브로 하는 것에 대해서……."
귀족적 화법으로 에두른, 싫은 소리를 잔뜩 들었을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전 베로니카파의 주요 귀족들이 처벌되거나 떨어뜨려져 있다. 영주 후보생 중 유일하게 베로니카의 손에서 자란 빌프리트는 이래저래 백안시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정적으로는 힘들었겠지만, 기베에게 인사를 할 때에는 저도 동행하는 것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조금은 감싸줄 수 있지 않았을까요?"
회복약이나 휴식장소를 궁리하면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싫은 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빌프리트님이 차기 아우브가 될 것이라 생각하면, 라이제강을 거느리지 않으면 안 되니, 로제마인이 나와 빌프리트님을 감싸도 의미가 없어. 그래서야 빌프리트님의 평가는 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노골적인 비아냥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신뢰를 얻어내는 것은 빌프리트의 역할이라도, 동행하면 악의는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 말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조금 눈썹을 치켜들었다.
"청색 신관들이 줄어서 일손도 부족했고, 체력적으로도 일정적으로도 아슬아슬도록 움직이던 로제마인이 걱정할 일이 아니야. 기원식이라면 영주 후보생들이 직할지를 돌고, 인사는 나중에라도 할 수 있겠지만, 기베과 대면하는 횟수를 늘리기 위해 기베령을 돌겠다고 말을 꺼낸 것은 빌프리트님이니까."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며 두둔해 주고 있고, 말하는 것도 정론이지만,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아무래도 빌프리트에게 엄한 느낌이 든다.
"그럼, 라이제강의 평가를 당장에 올릴 필요는 없다고 조언해 주는 것이 좋을까요? 숙청으로 삐걱이는 영내를 급히 정리해야 하는 양부님과는 달리,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아우브가 될 때까지만 지지를 얻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 주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레오노레가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저도 당장 지지를 얻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로제마인님이 빌프리트님과 부주의하게 접촉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리할다에 의하면 어려운 나이인 것 같으니, 어느쪽이든 상처입는 결과가 되는 것은 아닐지, 저는 걱정입니다."
레오노레의 걱정이 잘 이해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보충하듯이 할트무트가 입을 열었다.
"라이제강로부터 차기 아우브가 되기를 바라고 있는 로제마인님이, 라이제강의 지지를 얻고자 행동하지만 잘 되지 않아 상처를 받고 있는 빌프리트님에게, 괜찮으니 서두를 것 없다고 조언해도, 그것을 조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레오노레는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아. 필요한 조언이라도, 내가 말하게 되면 역린을 건드릴지도 모른다는 건가?
측근들이 입을 모아 걱정하는 것이다. 지금의 빌프리트는 분명 라이제강의 지지를 얻지 못해 자포자기한 기분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납득했다.
다음 날에는 성에서 마차가 도착했다. 견학할 때와는 달리, 아이들은 긴장하는 기색도 없이 현관의 계단을 올라온다. 곧이어 측근의 기수에 동승한 멜키오르도 신전에 도착했다.
"그럼, 신전장실에서 맹세의 의식을 치르겠습니다."
나도 했었던, 청색 견습으로서 신을 섬길 것을 맹세하는 의식이다. 조금 긴장하면서 의식을 진행하고, 청색의 옷을 건넸다. 그리고 신전에서의 생활 스케쥴에 대해 발표한다.
2의 종에 아침을 먹는다. 아침 식사를 마치면 근시와 함께 신관장실로 가서 신전의 업무나 과제를 할트무트나 그 근시에게서 받는다. 그 때에 전날의 모습이나 과제의 진도 등의 보고를 듣게 된다. 그리고 3의 종까지는 자신의 방에서 근시와 함께 신전의 업무를 하거나 제례식의 공부를 한다.
3의 종이 울리면 고아원으로 향해, 빌마와 로지나를 교사로, 다함께 페슈필을 연습하거나 강의의 공부를 한다.
4의 종에 점심을 먹는다. 오후부터는 단련을 하거나, 공방의 일을 돕거나, 참고서를 가지고 기사나 문관이 되기 위해 필요한, 귀족을 위한 공부를 한다. 공방에서 상인의 이야기를 듣거나, 제사업1이나 인쇄업의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한 공부가 되고, 필요하다면 사전에 신청하고 성으로 가도 상관 없다. 기본적으로 자유 시간이다.
"6의 종이 울리면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아마 지금보다 빠른 시간이겠죠. 하지만 신전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좀처럼 고아원까지는 식사가 닿지 않는 것입니다. 식사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취침 시간은 각자에게 맡기겠습니다. 무언가 질문은 있나요?"
나의 질문에 남자아이가 손을 들었다.
"고아원의 아이들도 같은 생활을 하고 있나요?"
"똑같은 대우는 아닙니다. 고아원의 아이들은 신전을 청소하고 있고, 맑을 때는 숲이나 공방에서 실시하는 작업에 동원됩니다. 그러나, 작업을 마친 저녁이나, 비 오는 날에는 함께 페슈필의 연습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할 수 있어요."
봄이 되어 밖으로 나가는 일이 늘어나면, 고아원 아이들이 공부할 시간은 줄어든다. 빨리 작업을 마치고, 저녁에 공부 시간을 가지려고는 하지만, 고아원은 모두 평등하다. 범죄자의 아이라던가, 귀족의 아이라던가, 버려진 아이라던가, 어느 누구라도 식사량이나 작업량에 차이는 두지 않는다.
"우리도 숲으로 가는 건가요?"
"아쉽지만, 청색 견습들은 숲으로 갈 수 없습니다."
니콜라우스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질문했지만, 바로 각하했다. 귀족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엔 주위의 평민이 피해를 입게 된다. 그 주위의 평민이, 인솔하는 고아원의 연장자이거나, 길이거나, 러츠라고 생각하자, 청색 견습은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이 제일이라는 결과가 된 것이다.
"그럼, 각각의 근시와 함께 자신의 방에서 갈아입어주세요. 그리고 오늘은 고아원에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다들 놀러가주세요."
신전에서 조금이라도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첫날은 달리 과제를 상정하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점심 식사 후, 그리고 고아원의 점심이 끝날 때까지의 사이에 신전의 시설을 견학하는 정도일까? 신전 도서실에도 공방에서 인쇄한 책을 두고 있으니, 하나하나 제대로 소개하고 싶었지만, 주위로부터 각하되었다.
……내가 열의를 가지고 권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거라니, 좀 너무하지 않아?
"로제마인 누님도 고아원으로 가시나요?"
청색 옷을 받아든 멜키오르가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아원에서 나오는 일이 많아진 봄의 생활을 고아원 아이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 같이 가시지 않겠습니까? 누님에게 보고드리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나는 멜키오르가 마중올 때까지, 신관장실에서 할트무트와 함께 신전 업무의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기원식 사이에 프리타크가 열심히 해준 것 같지만, 그래도 제법 이것저것 쌓여 있었다.
"청색 신관이 줄어든 영향이 생각 이상으로 크네요."
"페르디난드님이 계시지 않은 영향이 큰 것입니다, 로제마인님. 이제 청색 견습이 증가했으니, 그 근시들에게 점점 일을 할당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인력이 늘어났으니 조금은 편하게 될 것이라며, 할트무트가 상큼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영주 회의의 성결식에 대한 세부사항은 결정되었나요?"
"신구나 공물 등은 중앙 신전에서 준비해 줄 것 같습니다. 저는 의식용 의상을 갖추고, 자신의 성전을 가지고 가기만 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성전은 가진 주인의 마력 등록이 필요하니, 남의 성전은 빌릴 수 없다. 혹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 중앙 신전장의 성전을 빌려봤자 의미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로제마인님, 중요한 보좌를 잊으셨습니다. 저도 로제마인님을 보좌하기 위해 신관장으로서 참가합니다."
딱히 잊고 있던 것은 아니다. 할트무트는 틀림없이 그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신전에 남아 집보기를 하는 할트무트의 모습이 떠오르질 않는다. "부탁합니다." 라고 가볍게 흘리고, 나는 호위기사들을 둘러본다.
"다음은, 그렇네요. 호위기사를 붙이고 싶다고 왕족에게 청원해, 청색 신관과 청색 무녀라면 붙여도 좋다는 말씀을 받았습니다. 성인이 된 호위기사들에게 청색의 옷을 입게 하고 호위를 받으려 합니다만,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저는 호위기사니까요."
안젤리카는 호위 임무를 위해 청색 무녀의 옷을 입는 것에 대해 전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다무엘도 "봉납식에서도 입었던 것이다. 새삼스럽긴." 하고 대답한다. 레오노레도 끄덕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영주 회의 동안엔 왕족의 요청으로 도서관의 지하 서고에 들어갈 예정이 되었습니다. 그쪽에도 호위와 근시가 필요합니다만, 지하에는 상급 귀족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습니다. 호위는 코넬리우스와 레오노레에게 부탁하겠습니다만, 근시가 오틸리에밖에 없습니다. 맡겨도 괜찮을까요? 특히 클라릿사가 걱정입니다만……."
클라릿사도 단켈페르가와의 협상 담당으로서 귀족 회의의 참가가 결정되어 있다. 오틸리에를 내가 데려가 버려도 괜찮을까?
"어머님은 로제마인님의 측근입니다. 괜한 걱정은 필요 없습니다. 아버님이 있으니, 클라릿사도 로제마인님께 폐를 끼칠 일은 하지 않겠죠. ……아마."
……마무리가 이상한데요, 할트무트!
"위에서 차의 준비를 하거나, 기숙사의 방을 정리하거나, 오틸리에의 보좌는 리제레타가 할 수 있겠죠? 하아, 다무엘이 들어갈 수 있었으면 오래된 글자를 읽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유감이네요."
"저로서는 왕족과 영주 일족밖에 들이지 않는, 그런 무시무시한 서고에 들어갈 자격이 없어서 다행히라고, 진심으로 생각합니다."
긴장으로 죽어버릴 거라고, 다무엘이 떨고 있지만, 유르겐슈미트 내의 모든 아우브 부부가 모이는 왕족의 성결식에서 호위기사로 단상에 오르는 것은 괜찮은 걸까? 호위기사가 줄어들면 곤란하니까, 입으로는 말하지 않고, 속으로만 묻는다.
……뭐, 어떻게든 되겠죠? 힘내라, 다무엘!
"영주 회의도, 기원식도 성인이 아니면 함께 할 수 없으니, 저는 전혀 도움이 안 되네요."
맥없이 풀죽은 듯한 피리네의 안타까워하는 소리를 들은 다무엘이, "그런 일은 없다." 라며 위로한다.
"기원식 때처럼 로제마인님과 할트무트가 없는 신전을 지키고 있을 사람도 필요하다. 피리네는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어."
"그렇게 말해주시니 기쁘네요."
피리네가 다무엘을 올려다보며 부끄러운 듯 뺨을 붉히며 웃는다. 그 표정이 묘하게 눈부시고, 반짝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 어라? 뭔가 피리네의 시선이 다무엘에게 못박혀 있지 않아? 피리네는 로데리히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나?
으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옷을 갈아입은 멜키오르가 들어왔다. 할트무트는 그대로 집무하고 있어주었으면 했지만, 할트무트도 함께 고아원으로 가려는 모양이다. 고아원에서 마석을 터트렸다가 다시 붙였던 것을 예로 들며, "로제마인님은 언제 이상한 일을 벌이실지 알 수 없으니까요." 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 것은 왜일까.
나는 멜키오르와 함께 느긋하게 걸으면서 고아원으로 향한다. 걸어가는 도중에, 멜키오르는 기원식의 모습을 양부님께 보고하며 여러가지로 놀랐던 것이나 병사들의 말을 전하고 칭찬을 받았던 것 등을 이야기했다.
"지금은 수확제에 가기 위해, 누님에게 배운 기도문을 외우고 있는 중입니다."
성에서는 모두가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데도, 도울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서 좀처럼 체면이 서지 않았던 듯, 빨리 신전에 오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누님은 보고를 받으셨나요?"
"무슨 보고인가요?"
"전 기베·겔랏하의 저택에서 찾은 은의 천에 대한 보고입니다."
마티아스와 라우렌츠가 기사단의 조사에 협력하고 있지만, 아직 보고는 받지 못했다. 그들의 호위 당번이 내일이었기에, 보고는 내일 받을 생각이었다.
"보니파티우스님이 계속 반복해서 이 천은 이상하고, 절대로 수상하다고 하셔서, 문신들이 조사한 결과, 역시 이상한 천이였던 것 같습니다. ……좀 어려워서 그 이상은 알 수 없었습니다만, 누님이라면 좀 더 알기 쉽게 가르쳐 주시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역시 이상한 천이라는 것 만으로는 뭐라고 말할 수가 없네.
나는 마티아스들로부터 보고를 받으면 이야기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고아원에 들어간다. 청색 옷을 입은 아이들과 고아원 아이들이 함께 카루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멜키오르도 같이 놀고 있어요. 저는 빌마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을게요."
"네."
멜키오르가 아이들 사이에 섞이는 모습을 보고, 나는 빌마에게 최근의 고아원의 모습을 묻는다. 빌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계단 쪽을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고아원을 나간 아이들이 나오면서, 의욕을 잃은 아이가 생겼습니다."
마술도구 없이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은 친가에 있는 마술도구를 움직이는 것에 마력을 쓰고 있었다고 한다. 상속자만이 마술도구를 갖고, 귀족으로서 다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고아원에 모이게 되어, 형제의 몫까지 마술도구가 주어지는 집도 있다는 현실을 목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 가족들이 필요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버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데리러 오지 않았던 것 때문에 열심히 할 의욕을 잃게 된 것 같습니다."
맡겨진 하급 귀족의 아이보다 자기 쪽이 신분도 높고 마력도 많는데, 마술도구가 없다. 그리고, 부모가 찾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가도 집의 마술도구를 움직이기 위한 일꾼이 될 뿐이고, 고아원에서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마술도구가 없는 자신이 귀족이 되는 일은 없다. 그렇게, 아무것도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며, 멍하니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한다.
"할트무트, 마술도구가 있더라도 지금부터는 시간에 대지 못하는 거죠?"
콘라드도 마술도구를 빼앗겨 귀족으로서의 길이 끊긴 참이다. 이제와서 마술도구를 갖게 되더라도 귀족은 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할트무트에게 물었더니, 할트무트는 "할 수 없진 않습니다." 라고 말했다.
"본인의 마력량과, 그 사람을 위해 회복약을 얼마나 준비할 수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만, 본래는 넘치는 마력을 흘려넣는 것을, 약으로 마력을 회복시키며 무리해서 마술도구에 흘려넣는 것이기 때문에, 몸의 부담이 커지고, 마술도구와 회복약 모두가 필요하기 때문에, 금전적 부담도 큽니다."
정변의 숙청으로 인해 귀족 사회로 돌아가, 특례로서 귀족원으로 향한 청색 견습들은 가족의 지도와 부담 하에, 그런 수단을 썼다고 알려준다. 완전히 늦어버렸다면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불가능하지 않다면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진다.
"다만, 저는 고아원의 아이를 위해 마술도구와 회복약을 전부 로제마인님 개인이 부담하는 것에는 그다지 찬성할 수 없습니다. 로제마인님이 신전장으로 계시는 것이 앞으로 삼년 정도. 버려진 아이가 늘더라도 계속해 나갈 수 없고, 고아원의 평등에 위배됩니다."
할트무트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면서 부주의하게 손을 내밀지 않도록 말을 거듭한다.
"게다가, 전 베로니카파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로제마인님이 그렇게까지 하시는 건 어떨까요? 전 베로니카파의 아이를 구할 정도라면, 우리 아이에게도 마술도구를 달라고 할 귀족은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보다도 훨씬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순위를 매긴다면, 고아원의 아이는 후순위가 된다는 할트무트의 말에, 나는 짝 하고 손을 마주쳤다.
"저는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를 구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관할인 고아원의 아이를 구하는 것입니다. 고아원에 들어온 아이라면, 파벌은 물론, 귀족의 아이라도, 몸이 먹히는 평민이라도, 일정 이상의 성적과 마력이 있으면 구하도록 하면, 평등하지 않나요?"
"로제마인님……."
내 말에 할트무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로제마인님의 발상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아우브와의 상담이 필요하겠네요. 이쪽이 멋대로 결정할 일은 아닙니다. 가호의 재취득을 이유로 초대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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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식이 끝났습니다. 청색 견습들도 늘어난 신전 생활의 시작입니다.
일을 할당할 근시가 늘어, 할트무트가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술도구가 없는 아이들을 도울 수 없을까 생각하는 로제마인.
다음은, 양부님과 할아버님의 재취득입니다.
봄휴가이기에, 다음의 업데이트는 4/11이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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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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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백안시되었을 것이라(当たりがきつかった)" ← 이거 하나 번역하는데 세 시간 걸렸네요... 스스로 생각해 봐도, 좀 쓸데없는 집착인 것 같습니다. 냐하하...;;
그리고, 다음 업뎃이 4월 11일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자까님, 제발 자비좀......!!
추신: 참고로, '当たりがきつい' 는 상사 같은 사람이 부하직원을 콕 찝어놓고 갈구는, 혹은 성격 드러운 상병에게 갈궈지는 이등병의 처지를 표현하는 문장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옆에 붙는게 괴롭다' 와 같은 맥력이려나요?
製絲業: 실을 만드는 공업.
541
책벌레의 하극상 5부 77화. - 양부님과 할아버님의 재취득 전편 -
양부님과 할아버님의 재취득 전편
"양부님, 할아버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원식에서 돌아오며 재취득의 의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는 김에 의논을 드릴 일도 있습니다, 라고 양부님에게 이야기하자, 할아버님도 같이 오게 되었다. 한번 신전에 왔었으니, 조금은 거리낌이 사라진 것일까.
나와 멜키오르는 두 사람과 그 측근들을 신전장실로 안내한다. 그리고 차와 과자를 내고, 성에서의 근황을 물었다. 피리네와 클라릿사로부터도 도서관에서 듣고 있고, 호위기사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도 있지만, 다양한 루트로 정보를 얻는 것은 중요하다.
양부님의 주위는 귀족 회의에 대한 준비로 바쁜 것 같았다. 단켈페르가와의 협의에 참가하는 클라릿사가 매우 열심히 하고 있으니 나중에 칭찬해주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긴 해도, 성인이 된 직후의, 아직 성결식도 마치지 못한 문관이니까. 단켈페르가와의 협의 외엔 참석할 수 없고, 주는 정보도 레베레히트가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준비에 대한 열정과 세밀함은 주위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클라릿사는 주위에 다대한 폐를 끼친 것을 갚겠다며, 필사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 말도 확실히 틀리진 않지만, 할트무트에 의하면, 클라릿사가 필사적으로 일하는 이유는 영주 회의에 참석할 수 없게 되면 영주 회의 때 진행되는 성결식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유야 어쨌든,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상관 없겠지?
"기사단에서는 문관과 협력해서 은의 천을 연구하고 있다. 대략적인 보고는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에게서 받고 있다."
할아버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의 천은 멜키오르가 말했던 이상한 천이다. 신전에 호위하러 온 둘에게서 마력이 통하지 않는 천이라는 보고는 받았다. 다만 엄청 간단한 보고 외에는 받을 수 없었다. 자신이 직접 알려주고 싶다는 할아버님에 의해 입막음당했다고 한다.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의 보고를 듣기 전에, 먼저 내가 양부님에게 질문을 올렸기 때문에, 할아버님은 양부님에게 편승해 신전으로 오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은 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이유로 신전으로 불러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직 할아버님은 뭔가 큰 이유가 없이는 스스로 신전에 오기 힘든 것 같다.
"천에 대해서는 먼저 멜키오르가 알려줬고, 다음 날에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의 보고를 받았습니다만, 어떤 천인지는 잘 알 수 없었습니다. 전, 할아버님이 이야기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중간한 정보밖에 듣지 못해 애태우던 내가 그렇게 말하자, 할아버님는 기쁜 듯이 한번 웃었다.
"바로 어제 새로운 발견도 있었다. 아우브에게는 보고를 마쳤으니, 질베스타가 의식을 하는 사이에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그렇게 되었으니, 질베스타는 바로 의식을 치르러 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시간이 지나면 기억력이 나쁜 그대는 모처럼 기억한 신들의 이름을 잊어버릴지도 모르니까."
할아버님은 꽤나 실례되는 소리를 하며 양부님을 쫓아내듯 파닥파닥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양부님은 딱히 화내지도 않으며, "나에게 방해 받지 않고 손녀와 얘기하고 싶을 뿐이겠지?" 라며 쓴웃음과 함께 일어선다.
"하지만, 뭐, 로제마인이랑 상담하고 있으면 대개는 엉뚱한 이야기에 머리가 혼란에 빠진다고 페르디난드가 전에 말했으니까. 그대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의식을 마치도록 하지. 안내해라."
"그럼,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아버님. 오늘을 위해 측근들과 함께 예배실 위치를 기억하거나 공물을 준비하거나 했으니까요."
청색 신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멜키오르가 의욕 넘치는 얼굴로 일어서서 측근들과 함께 걷기 시작한다. 양부님은 "다른 아이들과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겠나. 성에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했었지?" 라며 멜키오르와 나란히 방을 나갔다.
"그럼, 할아버님. 은의 천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에게서 마력이 전혀 없는 천이라는 보고를 받긴 했습니다만, 자세한 것은 할아버님에게 들어주세요, 라면서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정면에 앉아 있는 할아버님을 향해 조금 몸을 내밀자, 할아버님은 "이것이 그 천이다" 라면서 은색의 작은 천을 꺼내보였다. 나는 허가를 얻고 그것을 손에 들고 바라본다.
나의 한쪽 손바닥 만한 크기의 천이다. 거칠게 뜯어낸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깔쭉깔쭉한 부분과 곧게 재단된 부분이 있는 가장자리 부분이다. 그러나 언뜻 보아서는 보통의 은색 천이다. 뭐가 이상한 건지 전혀 모르겠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천은 그다지 드물지 않죠? 평민이 짠 천도 그렇고, 귀족들이 마력으로 물들인 고품질 천이라도 마력이 빠지면 마력을 느낄 수 없는걸요. 어떤 점이 신기한 건가요?"
"품질이 낮은 것도 아니고, 마력이 빠진 것도 아니다. 품질이 낮은 거라면 마력에 의해 품질을 올릴 수 있고, 마력이 빠진 것이라면 마력을 넣으면 흡수된다고 할까, 머금는다고 할까, 마력에 물들지 않겠나. 하지만 이 천은 마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은의 천은 전혀 마력이 포함되지 않은 소재를 사용해, 마력을 사용하는 공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만들어진 천으로 보인다고 문관들은 판단했다고 한다.
"전혀 마력을 포함하지 않는 소재인가요?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은 처음 듣습니다."
첸트, 그리고 각지의 아우브와 기베의 마력으로 땅을 적시는 유르겐슈미트의 소재는 많든 적든 마력을 담고 있다. 전혀 마력을 포함하지 않는 소재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들은 적이 없다..
"이 천은 겔랏하의 여름의 관에서 힘껏 잡아 뜯겨져 있던 것을 발견한 것이다만, 급히 도망치려 할 때, 거칠게 잡아 뜯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초조하면 그럴 수도 있지 않나요?"
시간이 없어서 어딘가에 걸려 있던 것을 힘껏 잡아당기는 것은 딱히 신기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자신의 호위기사들을 둘러보며 동의를 구했지만, 호위기사들은 아무도 찬성하지 않았다.
"망토나 의상 같은 것이 뭔가에 걸렸을 때에는, 메사로 잘라내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기사라면 최대한 빠르게 슈타프를 변형할 수 있도록 훈련받고 있고, 그다지 힘이 없는 문관이라면 더더욱 도구를 쓰려 하겠죠."
힘껏 잡아떼는 것은 귀족적인 관점에서 보면 너무 야만스러운 행위고, 몇번이나 잡아당기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찢겨져 나갔다는 점이 할아버님의 직감에 파밧 하고 왔던 모양이다.
……나라면 절대로 잡아당길 거야. 갑작스런 때엔 조심하지 않으면 평민 출신의 행동이 튀어나올지도.
"그럼, 이 천은 어째서 찢겨진 건가요?"
"방금, 이 천은 마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었지. 그렇기 때문에 슈타프를 변형시킨 무기로는 자를 수 없다."
"네?"
할아버님은 자신의 측근에게 신호를 보낸다. 할아버님의 근시가 몇장의 판자를 겹친 위에 은빛의 천을 펼쳐놓는다. 할아버님은 슈타프를 변형시켜 칼로 만들어, 탓! 하고 큰 소리를 내어 천을 찔렀다. 그러자 아래에 겹쳐진 판자는 쪼개졌지만, 할아버님의 힘으로도 천은 뚤리지 않았다. 은의 천에는 작은 구멍도 없다.
"슈타프로는 자를 수 없기 때문에, 거칠게 뜯어낸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된 뒤에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이 마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천을 걸치면 경계의 결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네?"
"평민 정도의 마력이라면 아우브는 일일이 감지하지 않는다. 그것은 로제마인도 알고 있겠지? 마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천이 있으면 결계를 빠져나가는 것은 간단한 것이다."
할아버님에 의하면 양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작은 간이 결계로 실험해 봤다고 한다. 그 결과, 이 천으로 감싼 할아버님의 손가락이 결계를 뚫는 것을 양부님은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고 한다.
"즉, 전 기베·겔랏하가 영지의 경계를 벗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는 말이지요?"
"아아, 영지의 경계를 넘기 위해 이 천이 사용된 것은 틀림 없다. 하지만 아직 의문은 남아 있다. 귀족가에서는 어떻게 빠져나간 것인지, 그리고 이 천을 어디서 구했는지."
할아버님의 말에 나도 곰곰이 생각한다.
"그 천에 싸면 사람이 아니라 물건으로서 전이진을 사용할 수 있진 않을까요?"
"못한다. 전혀 마력이 없는 천이다. 마력이 없기 때문에 존재 자체를 감지할 수 없는 것 같아, 전이진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 이 천으로 감싼 물건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전이시킬 수 없었다."
문관 중에서도 "경계를 쉽게 넘을 수 있었을 테니, 전이도 가능한 것이 아닐지?" 라는 의견이 나온 것 같다. 그러나 아무것도 전이시킬 수 없었다고 한다.
"다만 은의 천을 발견한 비밀방에는 뭔가가 불탄 흔적이 뚜렷했다. 마티아스에 의하면 그 남자는 나쁜 일에 쓴 전이진을 태우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전이진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된다."
"아버님은 사용된 전이진을 태울 때에는 마술도구를 사용합니다. 어쩌면 그 은의 천은 마력이 통하지 않아, 불태우려는 시도에도 남아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티아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할아버님이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평소였다면 집요하게 흔적을 지웠을 것이다. 하지만 기베의 혈족밖에 들이지 않은 비밀방 안이었기 때문에 방치해둔 건지도 모르지. 마티아스가 처분되지 않고 남아, 수사에 협력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이 틀림 없다."
"……보통은 남은 가족이 있으면 데려와서 수사에 도움을 받지 않나요?"
귀족원에 있던 마티아스는 바로 확보할 수 있으니, 기사단의 수사에 동행시키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하자, 할아버님은 언짢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비밀방의 문을 열기 위해선 등록된 자의 마력이 필요하지만, 마력을 봉인하는 형구를 찬 상태로는 마력을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고 어떤 위험한 마술도구가 들어 있을지 모르는 비밀방의 문을 열기 위해, 범죄자의 일족을 자유롭게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두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어디에 어떤 마술도구가 있는지, 수사하러 가는 기사단은 모른다. 거기에 마력적으로 아무런 속박도 받지 않은 범죄자의 가족을 데려가 수사에 협조시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한 반격이나 저항으로 인해 기사단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한다.
"기사단이 수사할 수 있는 부분에서 단서를 찾아, 아우브의 명령으로 기억을 들여다보고 증거라고 하는 것이 최대한이다. 하지만 증거가 되는 기억은 투크로 인해 중요한 부분이 지워져 있다. 마력이 맞지 않고 저항하는 사람의 기억을 억지로 뒤지면, 기억이 들쑤셔진 자는 무사히 끝나지 않는다. ……기베·겔랏하는 아마도 마티아스도 포함해 완벽하게 증거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마티아스와 라우렌츠가 배신해 정보를 흘려도, 아우브가 이름을 받는 것으로 연좌로부터 그들의 목숨을 구한다는 결단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틀림 없다고 할아버님이 말했다.
"그들의 이름을 받은 영주 후보생이 저항하지 말고 수사에 협조하라고 명령했기에, 우리는 그들을 기베의 저택에 데리고 갈 수 있었다. 그들은 도움이 되었고, 유력한 증거나 물품이 발견되었다. 그것은 틀림없다."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을 보면서 할아버님은 치하하는 듯한 어조로 천천히 말한다. 그러나 점점 분위기가 무거워지고 심각해 지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나는 긴장하면서 할아버님을 바라보며 허리를 폈다.
"그대는 직접 범죄에 관여하지 않은 그들의 목숨을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구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 범죄자의 가족이 목숨을 연명하기 위한 행위로서 이름 올리기를 제안했다. 그리고 그것을 아우브가 인정했지."
"보니파티우스님, 그것은……."
할트무트가 뭔가 말하려던 것을 할아버님은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한 손으로 제지한다.
"상냥함이나 자비심으로 제안했을 그대는 그들의 목숨을 구한 것에 안심했을 테지.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거기서 한 호흡 쉬고, 할아버님은 엄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허나, 그 뒤에서 자신들의 긍지와, 맹세와, 목숨이 폄훼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만은 기억해 두거라. 이름을 바친다는 행위는 본래 아주 신성한 것이다. 나는 지금도 이름 올리기는 범죄자의 가족이 목숨을 연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눈은 알고 있다. 로데리히가 같은 눈으로, 같은 말을 했었다. 가슴 속이 깊이 아파온다. 마티아스들의 목숨을 구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범죄에 관여하지 않은 사람이 연좌로 처형되지 않고 살 수 있는 길이 생겨서 다행히야, 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자신의 긍지가 짓밟혔다고 느끼고 있는 사람의 심정에 대해선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연좌를 회피하기 위해 이름을 올리는 자는 나올 것이다. 그것은 에렌페스트뿐 아니라 타령에서도 이뤄질지도 모른다. 지금은 간단히 처형 할 수 있을 정도로 귀족이 남아도는 영지 같은 건 없다. 그리고 연좌를 회피하기 위해 이름을 올리는 것이 확산되면, 범죄자의 가족이라 생각되는 것을 기피하여, 본래의 의도로 이름을 올리는 자는 없어지겠지. 그대가 이름 올리기의 의의를 변질시키게 되는 것이다."
찬물을 뒤집어쓴 기분이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을 지적받아, 무릎 위에서 꾸욱 쥐고 있는 주먹이 가늘게 떨린다. 나는 그렇게까지 과장된 것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구할 수 있는 목숨을 구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한 것이다. 범죄에 관계되지 않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길이 생겨서 다행히다, 라고 단순히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질베스타는 그것을 허가하고 실행을 허용한 것은 자신이기 때문에, 악평이 나올 때에는 자신이 짊어지면 된다고 말했다. 이미 많은 악평이 있으니 하나 늘어나더라도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알고 있었느냐?"
할아버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것은 몰랐다. 양부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전,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로제마인, 목숨을 구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대의 상냥한 마음은 소중히 해주었으면 하는 장점이다만, 자신이 가진 권력과 주위에 대한 영향력, 관습을 바꾸는 것의 폐해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아마 신전이 멸시되게 된 것도, 이런 작은 일이나 얼핏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축적되어 일어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신전장이 바뀐 것만으로도 신전의 분위기가 이렇게나 달라질 정도니까, 라고 말하며, 할아버님은 몸의 힘을 뺐다.
"아~, 로제마인. 딱딱한 설교는 여기까지다. 그렇게 울 듯한 표정은 하지 말아라. 본래라면, 이런 말은 내가 할 것이 아니야. 그대에게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많이 있고, 간언해야 할 측근이 미덥지 못한 것이 나쁜 것이다."
이런 미움받는 역할은 이젠 충분하다며, 할아버님은 측근들을 둘러보았다.
"그대들도 주인이 모르는 곳에서 미움이나 원망을 받으며 보이지 않는 적을 늘리지 않도록 제대로 해라."
"죄송합니다!"
측근들이 모두 사과한 시점에, 문 너머에서 종이 울렸다. 양부님이 의식을 마치고 돌아온 모양이다.
"으하하! 21의 가호를 얻었다고! 원래 가지고 있던 가호를 더하면, 로제마인도 이긴 것이 아닌가?"
기세등등한 미소로, 바방, 하고 들어온 양부님의 모습에 방 안의 무거운 공기가 일시에 날아갔다. 그러나 그 높은 텐션에 바로 따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그렇네요. 역시 오랫동안 기도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생명의 속성도 늘어서 전 속성이 되었다. 어느 정도의 기도로 속성이 늘어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만, 이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 아닐까?"
앞으로, 영주 후보생들이 기도문을 외우면서 초석에 마력을 공급하기를 계속하면, 언젠가는 모든 속성에 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고 양부님은 말했다.
"전 속성이라는 것은 에비리베의 가호를 받으신 건가요!?"
"아니, 대신의 가호를 얻은 것은 아니다만, 생명의 권속 중에 다우어레벤1과 슈라트라움2, 그리고……아, 아니, 이건 됐다. 아이 앞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양부님이 머뭇거린다는 것은, 바이슈마하트3인가?
간단히 말하면, 밤에 가장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신이다.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멜키오르도 있으니, 나도 적당한 얼굴로 웃어둔다.
"뭐, 어쨌든, 생명의 권속만으로도 복수의 신들로부터 가호를 받은 것이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 있었나? 로제마인의 측근들의 사과하는 목소리가 밖까지 들리고 있었는데, 숙부님이 뭔가 말한 것이 아닌가?"
자신이 얻은 가호에서 화제를 돌리고 싶어서였을까, 양부님은 할아버님과 측근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아무 일도 아니다. 덜되먹은 측근들을 호되게 꾸짖었을 뿐이다. 이런 상태로 로제마인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할아버님이 꾸짖은 내용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그 내용과 양부님이 나 대신 비난을 받으려 한 것을 들었다고는 말하지 않고, 양부님에게 자리를 권하고 프랑이 내온 차를 마시며, 방긋 웃었다.
"설교가 되기 전에는 전 기베·겔랏하가 이런 천을 도대체 어디서 구했는지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음. 정말 중요하다. 아직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새로운 마술도구일지도 모른다."
……마력이 전혀 없고, 마력이 통하지 않는 천을 마술도구라고 불러도 괜찮은 건가?
아무래도 좋은 의문과 함께, 문득 킬른베르가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저, 양부님, 할아버님. 타국은 마석이 상당히 희귀하다고 하니, 마력이 없는 소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킬른베르가에서 들은 보스가이츠의 이야기를 한다. 마력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는 소재는 유르겐슈미트에는 없더라도 다른 나라라면 있을지도 모른다.
"영주 회의에서도 들은 적이 없는데. 정변이 있기 전에는 각지에서 타국과의 거래를 해왔지만, 그런 천이 유르겐슈미트에 들어온 적은 없었을 것이다."
양부님의 말에 할아버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타국이 유르겐슈미트에서 수입한 마석으로 마력을 충당해 왔다면, 갑작스럽게 마력을 충당할 수 없게 된 타국에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라노 시절에도 석유가 고갈될 낌새가 보이자, 대체 에너지를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상황이 급하면, 현재 있는 자원을 아껴쓰며, 대용할 수 있는 것을 찾기 마련이다. 보스가이츠와의 교역이 중단되고 200년 이상 경과한 상태다. 보스가이츠에서도 아무런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보스가이츠의 정보가 그 이외의 국가에 흐르고 있다면, 다른 나라들도 교역이 중단될 위험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세워두었을 가능성이 있다.
"기베·겔랏하가 살아 있다면, 그가 도피한 곳은 아렌스바흐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렌스바흐는 열려 있는 국경문을 가진 유일한 영지가 아닌가요. 뭔가 관계가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음……."
할아버님은 조금 생각에 잠긴 뒤, "생각하는 것은 페르디난드의 역할이었으니까" 라고 중얼거리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페르디난드님에게 상담을 받아 보지요. 란체나베의 천에 같은 것이 없는지 찾아 줄 것입니다. 무엇보다 마력이 통하지 않는 천의 존재와 기베·겔랏하가 생존해 있는 것, 그리고 아렌스바흐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을 일러 주지 않으면, 뭔가 일이 생겼을 때, 이런 천을 상대하게 되면 싸울 수가 없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은 가장 위험한 곳에 계시는데……."
기사단이 발견한 것은 은의 천조각 뿐이지만, 마력이 통하지 않는 무기나 옷을 기베·겔랏하나 게오르기네가 가지고 있을 경우, 공격이나 방어를 할 방법을 잘 생각하지 않으면 큰일이 된다.
"페르디난드에게 정보를 보내는 것은 질베스타도 안 된다고는 말하지 않겠지. 하지만 아렌스바흐의 검열에서 발견되어서는 페르디난드에게 정보가 닿지 않을 뿐 아니라, 상대방을 경계하게 만들 뿐이다. 로제마인에게는 검열에 걸리지 않을 방법이 있는 건가?"
할아버님의 조용한 물음에 나는 눈을 깜빡인다. 웃고 있지만, 파란 눈이 무언가를 탐색하는 듯이 보였다. 양부님도 가만히 나를 보고 있다. 마치 시험 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빛나는 잉크는 페르디난드가 비밀로 하라고 한 것이다. 나는 가짜 미소를 지으며 볼에 손을 대고 살풋 고개를 기울였다.
"양부님은 편지로 무언가 전달할 방법을 가지고 계신 거죠? 그런 이야기를 이전 저녁 식사 시간에 하셨으니까요. 제게 가능한 연락 방법은 귀족원에서 페르디난드님의 제자인 라이문트를 경유해서 편지를 전달하거나, 전갈을 부탁하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영주 회의에서 성결식 때 살짝 이야기하는 정도려나요. 할아버님은 뭔가 좋은 방법을 모르시나요?"
할아버님는 조금 표정을 풀고 "없는걸" 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양부님이 턱을 쓰다듬으며 나를 바라본다.
"로제마인. 안타깝게도, 페르디난드는 영주 회의에 출석하지 않는다."
"네?"
"얼마 전, 아우브·아렌스바흐가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오르는 바람에 페르디난드의 약혼자인 디트린데님이 초석의 마술을 물들여야만 하게 되었다고 한다. 초석이 물들때까지는 마력의 변화가 없는 편이 좋기에, 성결식은 내년으로 늦춰질 모양이다."
그런 내용의 편지가 페르디난드에서 왔다고 한다. 그 외에는 아렌스바흐의 기원식에 참석했을 때의 일도 적힌 듯, 아렌스바흐에 대한 대응을 조금 변경시키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 같다.
"성결식이 일년 연기되다니……. 그럼 페르디난드님은 어떻게 하시는 건가요?"
"어떻게라니?"
"초석을 물들이는 것이 끝날 때까지는 결혼할 수 없으니, 에렌페스트로 돌아오시는 건가요? 적어도, 비밀방 정도는 받을 수 있으려나요?"
계절 한 개 동안에도 숨 돌릴 장소가 없어서 힘들어 하던 것 같은데, 그게 앞으로 일 년이나 계속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황급히 묻자, 할아버님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 건가" 라며 조금 어이없어 했다.
"약혼자로서 갔으니, 파혼도 없이 돌아올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게다가 결혼하기 전까지 비밀방을 주지 않는 것은 보통이다. 1년이라 조금 길긴 하다만, 그대가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
……걱정할 일이지요?
내가 할아버님과 양부님님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있자, 양부님이 천천히 숨을 토했다.
"숙부님, 가호의 재취득을 하고 오시겠습니까? 아무래도 로제마인은 귀족의 결혼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으니, 저는 그쪽의 설명을 하겠습니다."
"……음. 그렇게 할까? 멜키오르, 안내해주거라."
할아버님는 몇번인가 나와 양부님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퇴실한다. 완전히 문이 닫히자 양부님은 크게 한숨을 토했다.
"로제마인, 그대, 페르디난드와는 어떤 관계인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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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의 천, 이름 올리기의 영향 등 좀 진지한 이야기입니다.
양부님이 얻은 가호는 많으니까 역시 본편에 모든 것을 쓰진 않습니다.
연달아 신의 이름을 늘어놔도 재미있지 않으니까요.
전투 계열의 가호도 많이 받았습니다만, 운명에 농락당하는 쪽으로부터도 어느 정도.
다음은 후편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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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좀 더 문장을 다듬을까 하다가, 안 그래도 많이 늦은 것 같아 그냥 올립니다.
마인이를 이겼다고 좋아하는 양부님에게선 조금 빌프리트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에로관련 전문기자 질베스타의 폭탄발언!
마인쨩! 페르디난드랑은 어떤 관계인가요!
댓글 네타 금지입니다. 아직 저도 안 읽었어요. (번뜩)
장수의 신.
dauerhaft (영원한) + Leben (삶, 생명)
꿈의 신.
Schlaf (잠) + Traum (꿈)
Beischlaf (성교) + Machart (만듦새, 스타일)
무엇을 관장하는 신인지는 불명이지만, 어원을 보면, 아무래도 카마수트라라도 써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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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5부 78화. 양부님과 할아버님의 재취득 후편
양부님과 할아버님의 재취득 후편
"양부님이 알고 계신 그대로라고 생각합니다만……? 저에게 페르디난드님은 보호자입니다. 전 후견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밖에 뭔가 더 있는 건가요?"
무엇을 묻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와서 페르디난드와 나의 관계를 묻어도 곤란하다. 달리 뭐라고 대답해야 되는 걸까.
양부님과 뒤에 호위기사로서 대기하고 있는 아버님은 나의 대답에 바라던 답을 얻은 듯, 훗 하고 표정을 느슨하게 풀었다.
"그대에게는 그렇고, 페르디난드에게도 그대는 피보호자이지."
"네, 그렇죠. 그 이외에 도대체 뭐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내가 묻자, 양부님은 "으-음" 하고 말하기 곤란한 듯 머뭇거리고는, 측근들을 포함해 천천히 둘러본다.
"귀족의 기준에서 보면 그대들은……서로 깊은 관계라고 생각될 것 같다."
"하아, 그런가요."
일단 끄덕여보긴 하지만, 전혀 모르겠다. 귀족의 기준이라는게 뭐지?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듯, 양부님과 아버님이 얼굴을 마주보며 말하기 곤란한 듯이 입을 열었다.
"실은 그대가 페르디난드에게 연정을 품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처음 듣는 얘기인데다가, 짚이는 데도 없네요."
"……어?"
그러자 주위가 술렁거린다. 솔직히 어째서 측근들까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모르겠다. 페르디난드는 귀족 중에서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고, 가족이나 다름없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투리나 러츠와 같은 정도로 좋아" 라고는 말할 수 있지만, 연정이라는 말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부정할 수밖에 없다.
"어째서 그런 말이 나오게 된 걸까요?"
"아, 그건……후견인과 피후견인의 관계에서 저택을 상속하는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다만, 사용인을 교체하거나 가구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적다. 무엇보다 페르디난드의 방을 그대로 보존하며 귀중품의 관리를 하거나, 요청을 받아 그의 짐을 아렌스바흐로 보내는 것은……그, 관계가 깊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버님이 벌레 씹은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저택의 관리를 하고, 귀중품을 보관하고, 요망에 맞춰 물건의 준비를 하는 것은 여성 가족의 역할이고, 타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어……? 하지만, 유스톡스도 에크하르트 오라버님도 에렌페스트에 귀중품을 남기고 갔고, 리할다와 어머님이 그쪽의 요청에 맞춰 보내주고 있는 거죠? 페르디난드님에게는 물품을 관리하고 보내줄 어머님이 계시지 않아, 관을 관리하는 근시에게 페르디난드님의 요청을 전하고 물품의 준비를 해달라고 했을 뿐입니다만, 그것이 문제인가요?"
딱히 내가 페르디난드의 물품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관리를 하는 것은 라자팜이고, 나는 라자팜에게 페르디난드의 요망을 전달할 뿐인 올도난츠다. 어째서 갑자기 그런 말이 나오게 되었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페르디난드가 떠난 이래, 두 개의 계절이 지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말을 듣지 않았다.
"페르디난드의 경우는 긴급하게 불린 것이기 때문에 짐의 준비가 늦어버려 계절이 지난 뒤에야 추가로 보내게 되었지만, 본래라면, 혼인을 위해 타령으로 가는 자는 짐을 남기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고 보니 에렌페스트와 프뢰벨타크의 경계문에서 받은 클라릿사의 짐에는 필요한 모든 물품이 들어 있다고 들었었다. 아무래도 좋은 내용이긴 하지만, 의상은 유행에 맞춰 주문하기 때문에 적지만, 유행에 관계 없는 속옷은 많이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짐을 집에 남기는 것은 이혼을 바라는 것처럼 보이기에 좋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가요? 그럼 페르디난드님의 결혼은 괜찮을까요? 봄에 짐을 보내긴 했지만, 요청받은 물품밖에 보내지 않아 아직 남아 있습니다만."
역시, "주변이 안정되면 불려갈 예정인 라자팜도 충실히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라는 말은 하지 못했지만, 짐이 남아 있다는 말에 양부님도 아버님도 눈을 크게 떴다.
"페르디난드의 짐은 내가 관리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군……. 역시 더 이상은 그대에게 맡길 수 없으니까."
"어째서인가요?"
"그대가 관리하는 데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로 향하며, 주위에서 보기에, 페르디난드가 그대의 후견인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계절이 바뀌고, 주위의 인식이 바뀔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그대는 더 이상은 페르디난드의 피후견인이 아니라고 간주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후견인이 남긴 저택을 상속한 것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그 후에도 관계가 변하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아버님은 자신들의 인식은 바뀌지 않았지만, 주위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주위의 충고로 알게 된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대에게 있어서도 갑작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대는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키가 크고, 외견도 귀족원에 입학할 나이에 어울리게 되었다. 사정을 아는 우리야 관대히 넘어간다 해도, 주위의 시선은 그대를 더 이상 보호자를 따르는 어린아이로는 보지 않게 되고 있다."
나는 자신의 손발을 내려다보았다. 유레베에서 깨어나, 자각이 없는 채로 옷자락의 길이가 달라졌고, "귀족원에 갈 나이가 되었다" 라는 말은 몇번 들었지만, 주위의 취급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것은 2년간 유레베에 잠겨 있어, 나의 외모가 세례식 전후인 채였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빌프리트나 샤를로테와는 아직 차이가 있으며, 그들보다 어린애로밖에 안 보이지만, 주위의 시선은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성장을 기뻐하고 있던 나는 이런 변화가 생길 거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아, 그리고 아렌스바흐로 간 페르디난드에 대한 걱정이 과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걱정의 절반도 약혼자에게는 향하고 있지 않은가, 라고."
양부님은 언급하기 어려워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그건 틀리지 않네요" 라고 긍정했다.
"페르디난드와 빌프리트 오라버님 중 어느 쪽이 더 걱정되느냐고 물으면, 페르디난드님 쪽이 훨씬 걱정되는걸요."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헛, 하고 말문이 막힌 듯이 아버님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양부님은 "끄응" 하며 머리를 누른다. 뭔가 이상한 말을 한 걸까?
이마를 누르고 있는 아버님과, 생각에 빠져 팔짱을 낀 양부님을 바라본다. 양부님은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조금은 약혼자의 걱정도 해 주지 않겠는가? 고군분투하며 라이제강를 상대하는 모습이다만."
"이래보여도 다소는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님보다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우선 순위가 낮은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어째서인가?"
양부님의 물음에, 나는 양부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일단 약혼자입니다만, 페르디난드님은 일의 대부분을 가르쳐준 보호자이고, 책이나 지식이나 귀족 사회에서 살아가는 상식을 가르친 스승이며, 저를 가장 걱정하고 계신 주치의인걸요."
지금까지 받아온 것이 다르다. 함께한 시간이 다르다. 어째서 빌프리트와 페르디난드를 비교하는지 모르겠다. 비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고군분투라고 하셨습니다만, 빌프리트 오라버님에게는 이렇게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는 부모님이 있고, 무슨 일이 있을 때에 도움을 부탁할 샤를로테과 멜키오르도 있습니다. 신전 업무에 차질이 없는 범위라면 저도 도와줄 수 있지요. 페르디난드님과 똑같이 걱정할 필요가 있는 건가요?"
페르디난드는 아렌스바흐에서 비밀방도 공방도 없이, 믿을 수 있는 측근이 둘밖에 없는 상태에서 주위의 모든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일에 파뭍여 있다. 게다가 바쁘다고 식사를 소홀히 하거나, 수면 시간을 줄이고 있고, 독을 경계해서 낯선 요리에도 그다지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이다. 주위를 경계하느라 타인과도 친해지지 못하는 것 같고, 심지어 약혼자는 베로니카와 비슷한 디트린데이다. 걱정할 수 밖에 없다.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페르디난드님처럼 침식을 방기하고 회복약을 마셔가면서 에렌페스트의 업무의 대부분을 떠안고 있으며, 쉬라고 해도 듣지 않고 일에 빠져 있는 상태라면 페르디난드님과 똑같이 걱정할 것입니다. 하지만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평범하게 지내는 거죠?"
내 말에 양부님은 물론 측근들도 입을 다물었다. 아버님이 빙글빙글 미간을 누르면서 "그대의 걱정은 그런 기준으로 우선 순위가 정해지는 것인가……" 라고 중얼거린다.
"……뭔가 이상한가요?"
"아니, 보통은 자신과의 관련성이랄까, 친밀감이랄까, 그런 것을 기준으로 우선 순위가 바뀌겠지? 보호자보다는 약혼자와 친해질 나이가 아닌가."
"즉, 아버님이 어머님과 친해지게 된 나이인가요?"
"아, 아니, 그게 아니다. 잊어라."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외면하지만, 아무래도 아버님과 어머님이 친해지기 시작한 것은 나 정도의 나이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솔직히 같은 것을 요구받아도 곤란하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까지 살았던 우리노 시절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빌프리트는 오빠라는 입장이긴 하지만, 연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동갑이라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까, 어떻게 봐도 연애 대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레이노의 나이 정도는 됐으면 좋겠네.
"그래도 라이제강과의 관계 등을 감안하면 빌프리트가 걱정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전혀 걱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측근에게 정보를 공유하자고 하거나, 부적을 만들거나 했는걸요. 그러나 정보 공유에 대한 제의는 거절되고, 부적에 대한 것도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받았다는 올도난츠가 날아오지도 않았고, 측근으로부터의 기뻐했다는 보고도 없다. 좋아해 줬는지, 아니면 쓸데없는 참견이었는지 알 수 없어서, 다음 것을 만들 의욕도 안 생기고, 최근엔 만나는 일도 없어서, 요즘은 바쁜 일상 속에서 빌프리트에 대한 것을 떠올리는 일도 적어지고 있다.
"그것은 빌프리트가 나빴구나."
"다음은, 그렇네요. 라이제강의 지지 같은 것은 아우브가 되기 전까지만 얻어 두면 좋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라고 조언하는 것도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기원식에서 심한 말을 들은 듯한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신경을 자극할 거라고 측근들이 만류했습니다."
내가 측근들을 돌아보며 그렇게 말하자, 양부님과 아버님 모두 한숨을 토했다.
"그건 측근들도 말리겠지."
"음.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측근들의 판단 자체는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어째선지 다들 빌프리트에 대한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한다. 다가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분위기는 느낄 수 있지만, 정말로 그게 옳은 것일까. 나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들에게서 얻은 모호한 정보를 전하며, 양부님에게 묻는다.
"양부님,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 저는 측근들의 말대로, 빌프리트 오라버님에게 다가가지 않는 것이 좋은 건가요?"
양부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버님도 양부님의 측근도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빌프리트에게는 아무리 불쾌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 있다. 동시에 로제마인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 있다. 두 사람이 자신들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다가가지 않는 편이 좋겠지."
"제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인가요?"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양부님은 암녹색의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페르디난드는 이제 더 이상 그대의 후견인이 아닌 타령의 사람이다. 아우브·아렌스바흐가 죽어 초석을 물들이기 시작한 디트린데님의 버팀목이지, 그대의 버팀목이 아니다. 그대의 약혼자는 빌프리트이다. 페르디난드의 걱정을 하는 것이 나쁘다고는 하지 않는다. 나도 걱정하니까. 하지만 걱정하고 돌봐주며, 옆에 붙어 응석을 부려서는 안 될 때가 오고 있다. 그대는 앞으로의 삶을 함께 해 나갈 빌프리트와 서로 의지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양부님이 처음에 말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었다. 거리가 떨어져도 변하지 않는 관계로 있고 싶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불평을 편지에 쓰거나, 원하는 것을 몰래 배우는 등, 페르디난드에게 어리광부리는 관계를 끊고 싶지 않았다.
"로제마인, 페르디난드에게 지켜지고 있을 때는 아늑했을 것이다. 언제나 나갈 길을 보여주니, 걸어가기도 쉽다. 없어지자마자 주위와 맞지 않게 되거나,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주위의 반응이 달라지는 일은 없었는가?"
"있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이면 말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아 어리둥절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내 말에 양부님이 표정을 느슨하게 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가 없어지면서 자신이 얼마나 생각없이 살아왔는지 싫을 정도로 알게 되었다. 왕명에 의한 결혼을 위해 아렌스바흐로 향한 페르디난드가 에렌페스트로 돌아오는 일은 없다. 그것은 바꿀 수 없는 현실이다."
숙청으로 인해 양부님이 힘든 상황에 처한 것은 클라릿사로부터 들어 알고 있다. "아우브·에렌페스트는 전망을 낙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라고 클라릿사는 말했지만, 원래라면 숙청 때에는 페르디난드가 있을 예정이었다. 라이제강를 침묵시킬 묘책을 가지고 있던 페르디난드는 아렌스바흐로 가는 것은 어느 정도의 뒤처리까지 마친 뒤로 예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러가지를 조정해오던 페르디난드가 없어지며 발생하는 문제들을 자력으로 수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페르디난드에게 의존해오던 나와 양부님의 큰 과제이다.
"로제마인, 빌프리트는 그대가 에렌페스트에 머물기 위해 필요한 사슬이다. 좀 더 서로 마주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약혼자인 빌프리트와 사이가 깊어져, 타인의 간섭을 막게 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 현실을 당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스스로 삼켜갈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어떻게 해야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사이가 깊어지는 것인가요?"
"일단 처음에는 형식적일 뿐이라도 좋다. 페르디난드보다 빌프리트의 걱정을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약혼자인 자신보다 페르디난드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고 빌프리트에게 생각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이다."
양부님의 과제에 나는 "……네에" 라고 작게 대답한다. 걱정하는 척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식사 시간이 되면 일을 끝내도록 올도난츠를 날리거나 숨겨진 방에서 끌어내거나, 근시에게 수면 시간을 확인하면 되는 걸까.
……올도난츠로 "이런 시간에 일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좀 더 열심히 해 주세요" 라고 하게 될 것 같은데.
"그래서, 그대가 상담하고 싶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양부님에게 고아원 아이들의 이야기를 한다. 마술도구가 없어 의욕을 잃은 아이들을 위해 마술도구와 회복약을 준비하고 싶다고 부탁한다. 그러자 양부님은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필요 없다" 라고 말했다.
"옛 베로니카파의 세례식도 마치지 못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고, 고아원에서 보호하는 것만으로도 과분한 배려인 것이다. 고아원 아이에게 줄 정도면, 이쪽 파벌의 아이에게 주는 것이 당연하다."
양부님에게 할트무트에게서 들은 것과 같은 말을 듣고 나는 똑같이 맞받았다.
"저는 제 관할인 고아원의 아이를 구하고 싶습니다. 고아원에 들어간 아이를 구하도록 하면, 마술도구가 없는 아이를 고아원으로 데리고 오는 일도 있을 테니, 모르는 곳에서 죽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귀족이 되기 위해 필요한 돈이 없는 아이의 사정을 전부 돌봐줄 수는 없다. 그대가 고아원과 아이방의 아이들에게 드는 비용은 부모가 모은 돈을 쓰면 된다고 하여, 나는 그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마술도구를 갖지 못한 아이의 몫은 준비된 것이 없다. 그 아이에게 마술도구를 주기 위한 돈은 누가 지불하는 것인가?"
보호된 아이들은 부모가 모아둔 교육 자금으로 귀족으로서 필요한 물건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부모가 모아두지 않았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래서는 마술도구가 없는 아이에게 마술도구를 줄 수 없다.
"으-음, 일단 빌려주는 형식으로 하면, 장래에 일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에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부모를 잃은 옛 베로니카파의 학생들에게 귀족원을 졸업할 때까지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을 예로 들자, 양부님은 기막혀하는 표정이 되었다.
"견습으로 일하고 귀족원에서 용돈을 벌면서 몇년분의 비용을 빌리는 것과,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기 전부터 막대한 빚을 지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고아원 출신이며 부모도 친척도 없다. 귀족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막대한 빚을 지고서 어떻게 귀족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
"으-음……."
머뭇거리는 나에게 양부님은 "나는 마술도구를 갖고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 새것을 줄 생각은 없다" 라며 분명히 선언했다.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상관 없다. 마력이 있고, 지금까지와 같은 보조금과 자신의 벌이로 청색 신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면, 신전에서 청색 신관으로서 살아가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마술도구를 가지고 있지 않은 고아를 귀족으로 삼을 필요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로제마인, 본래라면 접수한 옛 베로니카파의 재산은 나의 것으로, 파벌의 귀족들에게 여러 형태로 분배하는 것이다. 지금 숙청에서 구해내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이 갖고 있는 마술도구는 그들이 처분되었더라면 이쪽 파벌의 귀족들에게 줄 것이었던 물건이다. 더 이상은 바라지 마라. 이미 나는 그들에게 충분 이상의 도움을 주고 있다."
방금 할아버님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에는 다양한 영향을 고려하라는 말을 들었던 나는 즉시 반론을 생각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구하고 싶지만,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어디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어떻게든 고아원의 아이들을 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정답일지 모르겠어.
"쓸데없는 일을 시작하려고 생각하기 전에, 자신이 해야 할 일부터 생각하자. 귀족 회의에서 성결식을 치를 준비는 되어 있는가?"
"청색 신관이나 무녀로서 호위할 사람도 결정되었고, 도서관에 동행할 사람도 준비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좋다. 전날에는 성으로 돌아와 있도록."
영주 회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할아버님이 의식을 마치고 돌아왔다. 커다란 어깨가 추욱 늘어져 있어, 어쩐지 풀죽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할아버님, 어떠셨나요?"
내가 묻자 할아버님는 분한 듯이 양부님을 노려보면서 "……17의 가호를 얻었다" 라고 답했다. 아무래도 양부님보다 적었던 것이 억울한 모양이다.
"기도를 시작한 시기는 나도 숙부님도 같지만, 나는 아우브로서 초석을 물들일 때에 상당한 마력을 봉납했으니까. 다소 차이는 있겠지. 그보다 어떤 신들로부터 가호를 얻은 건가?"
다른 권속으로부터 가호를 얻은 양부모님이 눈을 빛내며 할아버님을 바라본다. 할아버님은 자신의 손을 쥐거나 피면서 "음" 하고 중얼거린다.
"나도 전 속성이 되었다. 대부분의 가호를 전투계 권속으로부터 받았으니, 얼마나 강해졌을지, 훈련해서 알아봐야 한다만……."
"그럼, 스승. 바로 대련을 하지요!"
안젤리카가 확하고 얼굴을 빛내고, 동시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비명 같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 나이에 그 이상으로 강해져서 어쩌시려는 겁니까, 할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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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마인과 페르디난드의 관계를 의심하는 것은 양부님이 아니라 오히려 주위입니다.
본격적으로 보호자 관계를 벗어나도록 했습니다.
고아원 아이들은 이미 충분히 구제받고 있다는 것이 귀족측의 인식입니다.
할아버님은 전투계의 신들로부터 많은 가호를 받았습니다.
다음은 귀족 회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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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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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피치못할 사정+우울한 내용 때문에 많이 늦었습니다.
샤를로테가 보고 싶네요. 아니면 클라릿사나, 할트무트라던가.... 누가 마인이 편 좀 들어줘....ㅠㅠ
543
책벌레의 하극상 5부 79화. - 영주 회의의 성결식 전편 -
영주 회의의 성결식 전편
"프랑, 모니카, 자무1. 영주 회의 기간 동안 신전을 부탁합니다."
나는 신전의 근시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같은 것을 피리네와 로데리히에게도 전했다. 미성년이기에 영주 회의에 가지 못하는 두 사람은 프랑들과 함께 청색 신관들을 돕거나, 고아원의 모습을 살펴주기로 되어 있다.
로데리히는 멜키오르의 측근들과 함께 할트무트에게 굴려지고 있었기에, 할트무트가 없는 기간은 좀 숨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할트무트가 그렇게 상냥할 리 없다고 생각한다.
"마티아스, 라우렌츠 가능하면 신전으로 와서 로데리히와 피리네을 돕거나, 니콜라우스들의 단련을 봐주도록 부탁합니다."
"넷!"
미성년 기사들에게는 종종 신전을 방문해 주도록 부탁한다. 최근 많은 가호를 얻은 할아버지가 한층 더 파워 업을 해서 훈련에 기세가 오른 것 같다.
마력이 통하지 않는 은의 천에 대응하는 훈련도 하는 듯, 기사들은 모두 은의 천을 잘라낼 수 있도록, 슈타프 이외의 보통 무기도 휴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언제나 거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마석으로 된 갑옷과 슈타프제 무기를 쓰는 기사들에게는 이것이 제법 귀찮은 물건인 듯 하다. 여차할 때는 없으면 곤란하지만, 평소에는 무거워서 방해만 되기 때문에 귀찮아 하는 것도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유디트는 기본적으로 성에서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브륜힐데가 베르틸데의 교육을 위해 출입할 거라는 연락은 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그레티아 혼자 성에 남는 것은 걱정되니까요."
"알겠습니다."
유디트가 밝은 미소와 함께 수락한다. 옛 베로니카파이며 이름올리기로 연명한 사람들은 귀족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듣는 일도 있다고 한다. 오틸리에도 리제레타도 영주 회의에 가기 때문에, 그레티아 홀로 성에 남게 되는 것은 걱정이다.
"그럼, 성으로 가죠. 잊은 물건은 없나요?"
"신전장의 의상, 청색 의상, 소품, 경전 등 성결식에 필요한 것은 모두 실었습니다."
신관장으로서 동행하는 할트무트의 확도한 대답과 함게, 나는 오랜만에 성으로 돌아갔다.
"어서 오십시오, 로제마인님."
"지금 돌아왔습니다."
성에서 지내고 있는 근시들을 만나, 곧바로 영주 회의에 가져가는 의상과 소품의 확인을 시작한다. 도서관의 지하에서 번역 작업을 하게 되니, 식물지와 잉크는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
"할트무트는 성결식이 끝나면 문관으로서 협상에 참여하지요? 그 준비는 되어 있나요?"
"저는 머릿수 채우기라고 할까, 정보를 얻는 것이 목적입니다만, 로제마인님의 측근으로서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준비하고 있습니다."
몇 명이나 되는 옛 베로니카파의 문신이 아우브 부부의 측근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새로 측근의 교육은 하고 있지만, 8위의 영지로서는 좀 더 머릿수가 필요한 상태인 모양이다. 그런 연유로, 할트무트는 신관장 역할을 마치면 문관으로서 귀족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나저나 신관장의 직무를 하면서 귀족 회의의 준비까지 할 수 있다니. 할트무트의 우수성에는 항상 놀라게 됩니다."
"송구합니다. ……저만의 노력이 아니라, 클라릿사와 아버님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할트무트가 힐끗 옆으로 시선을 돌린다. 할트무트의 옆에는 클라릿사가 "저, 힘냈어요" 라는 표정으로 서 있다. 나는 둘 모두를 칭찬한다. 나중에 클라릿사의 고삐를 쥐고 있던 할트무트의 부모의 노고를 위로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번 영주 회의에는 근시로서 오틸리에과 리제레타가 동행하며, 문관은 할트무트와 클라릿사, 호위기사는 코넬리우스, 레오노레, 안젤리카, 다무엘의 네 명이다.
"그레티아는 여기에 혼자 남게 됩니다만, 괜찮겠나요? 이름 올리기를 한 옛 베로니카파에게 심한 태도를 보이는 귀족이 있다고 합니다만……."
내가 이 방에 홀로 남게 된 그레티아에 시선을 향하자, 그레티아는 조금 도망치듯이 시선을 떨어뜨린다.
"북의 별채에 있는 한은 문제 없습니다."
"……유디트에게 주로 성에서 활동하도록 부탁해 두었습니다. 힘들 때엔 유디트와 함께 신전에 가도 되니까요."
"마음씀씀이에 감사드립니다."
다음 날은 이미 출발하는 날이다. 먼저 하인이나 요리사들이 이동한다. 푸고와 로지나도 전이해 간다. 엘라는 임신했고, 휴가기간에 들어갔기 때문에, 신전에도 남아 있지 않다. 그리고 짐이 속속 보내지며, 문관, 측근들이 전이해 간다. 나는 영주 일족이어서, 아우브 부부에 앞서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레오노레를 호위기사로서 전이시키게 되어 있다.
"언니, 조심하세요."
"로제마인 누님의 제례식은 저도 보고 싶었습니다."
샤를로테와 멜키오르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함께 전송하러 온 빌프리트에게 시선을 향한다. 양부님에게 지적받은 것처럼 아직 둘 다 서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 어제 저녁 식사 자리에선 만든 미소와 함께 인사를 나눈 것 이외의 대화 없이 끝났었다.
……역시 여기서까지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
"당분간 빌프리트 오라버님을 걱정할 수 없게 되어 아쉽네요. 귀족원에서는 올도난츠를 전할 수 없으니까요. 목패의 교환이라도 할까요?"
일단 웃는 얼굴로 내가 묻자, 빌프리트가 질린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그대가 귀족 회의에 가 줘서 안심했다. 적어도 이 기간 동안은 올도난츠에서 해방되니까."
"어머, 그건 제 걱정 올도난츠를 말하는 건가요?"
"매일 매일 식사와 일의 내용을 확인하는 올도난츠다. 일을 앞에 두고 쫓기는 기분밖에 들지 않는 것이 아닌가!"
빌프리트를 걱정하는 척 하라고 하길래, 매일의 생활 태도를 걱정하는 올도난츠를 보내 보았지만, 조금 평가가 좋지 않은 것 같다. 양부님이 시키는 대로 페르디난드와 동등한 걱정을 한 것이 불만이었던 모양이네, 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빌프리트가 측근에게 가볍게 찔리는 모습이 보인다. 불만스러운 얼굴을 만들어 붙인 미소로 바꾸고, 빌프리트가 입을 연다.
"그대가 왕족을 돕기 위해 지하 서고에 들어가는 것은 불안할 뿐이지만, 정신을 놓지 말고 열심히 하면 좋겠다. 부디 왕족과 에렌페스트에 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말이지."
"빌프리트 오라버님도 초석의 마술에 열심히 마력을 공급하는 것이 좋아요. 양부님도 할아버님도 가호를 재취득하며 많은 신들로부터 가호를 받았으니까요. 방심하고 있으면 샤를로테와 멜키오르에게도 뒤쳐질 거에요?"
빌프리트는 샤를로테와 멜키오르를 보며, 아무런 말도 없이 심술궂은 태도로 훗 하고 미소를 키웠다. "동생에겐 지지 않는다" 나 "내가 질 리가 없다" 라는 말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의 반응이다. 나는 어쩐지 그 미소에 걸리는 것을 느끼면서 전이진에 올랐다.
"로제마인님, 방을 정돈할 때까지 이쪽에서 쉬고 있어 주십시오."
전이실의 모습은 학생들이 있을 때와 다르지 않다. 근시들이 방을 정돈할 때까지 다목적 홀에서 대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목적 홀에 있는 것은 어른뿐이고, 귀족 전원이 모이는 행사에서밖에 본 적이 없는 문관이나 근시가 많구나, 라는 인상이다. 트롬베2 퇴치나 겨울의 주인을 쓰러뜨릴 때의 축복 등으로, 기사단 중에는 비교적 아는 얼굴이 많지만, 문관은 절반 이상을 모르겠다. 당연하지만, 전부 어른 뿐이다.
……혼자만 쑥 하고 키가 작으니까 올 장소를 틀렸다는 느낌이 드네. 틀린게 맞긴 하지만.
"로제마인님, 평안하신가요."
문관의 의복을 갖춘 어머님이 찾아왔다. 노르베르트가 내온 차를 마시며 타령과 거래하는 인쇄 관계의 이야기를 한다. 주위에 인쇄와 관련된 문관들이 모이고, 질의 응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아우브에게 허가가 나온 것은 이 물건들입니다. 뮤리에라을 통해 보고가 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랫마을로부터 연락은 닿고 있나요?"
"네, 프랭탕 상회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업 길드는 한창 그렛시엘에서 온 사람들의 교육을 하고 있는 중이며, 상품에 관한 것은 준비가 끝났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내가 아랫마을의 상황을 전하자, 어머님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반짝 하고 칠흑 같은 눈을 빛냈다.
"페르네스티네 이야기의 3권은 어떤가요?"
"의뢰의 내용과 같이, 로제마인 공방과 그렛시엘의 공방에서 여름에 맞춰 인쇄 중입니다. 그렛시엘의 진도는 모르지만, 로제마인 공방에서는 소량 완성되었습니다. 이번 영주 회의에서 견본으로 보일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나중에 방으로 전해드릴게요."
"어머나! 정말 고마워요."
어머님이 기쁨에 넘치는 미소를 지을 무렵, 아우브 부부가 다목적 홀로 들어왔다. 양부님은 평소와 같다. 양모님은 입덧도 가라앉은 듯 하고, 영지 대항전에서 봤을 때보다 상당히 안색도 좋아져 있었다. 조금 배의 라인이 통통한 느낌이 되긴 했지만, 아직 임신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동행하는 사람 중에 호위기사인 아버님의 모습과 근시인 리할다의 모습이 보였다. 어젯저녁에도 봤지만, 건강한 것 같아 다행히다.
"로제마인, 그대들은 첫날에 성결식이 있으니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내일은 아침 식사의 준비를 마치면 의식을 행할 강당에서 중앙 신전의 신관과의 회의가 있을 듯 하다. 왕족의 의뢰라 부담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만, 확실히 해내주었으면 한다."
"네."
귀족 회의를 대비해 각자 준비하라는 말을 건네고 아우브 부부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우브 부부가 있으면 준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아우브 부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순간, 문관들은 분주하게 준비를 시작한다. 그러나 기사들은 어쩐지 한가한 것처럼 보인다. 나의 호위기사들도 다목적 홀에 그저 서 있을 뿐이고, 한가한 모양이다.
"오늘 기사들은 일이 없는 건가요?"
"협의는 사전에 끝났을 테고, 이제는 회식이나 다과회의 예정이 정해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으니까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다목적 홀에서 따분해 하고 있는 기사들을 둘러본다. 아우브 부부의 호위라고 해도, 방에 있을 동안엔 이정도의 인원은 필요 없다.
"귀족원의 채집지는 어른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은 없나요? 없다면 양부님의 허락을 받아 손이 비는 기사들과 함께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요?"
"사냥이지요? 로제마인님이 축복한 채집지에는 강한 마수가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가보고 싶습니다."
귀족원으로 이동하면 습관적으로 채집할 예정부터 세우는 나의 말에 안젤리카가 얼굴을 빛냈다. 실제로 상당히 한가했던 모양인지, 이쪽에 주목하는 기사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는 성결식의 준비가 있어서 동행할 수 없습니다만, 귀족 회의가 있는 마지막 날까지는 축복으로 회복시킬 수 있으니, 다들 신경 쓰지 말고 원하는 대로 채집해 오세요. 모두의 부적을 만들며 소비한 소재를 보충하고 싶기에, 소재를 많이 모아다 주면 기쁘겠네요."
매입할 테니까요, 라고 하자, 안젤리카뿐 아니라 다무엘도 조금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도 가만히 있기보다는 몸을 움직이고 싶은 것일까. 몸이 근질근질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 호위기사들의 모습을 보던 레오노레가 큭큭 웃었다.
"제가 방의 호위로 남아 있을 테니, 안젤리카들은 다녀와도 좋아요."
"그, 홀로 남아 있게 되는데, 레오노레는 그래도 괜찮겠나?"
"네. 코넬리우스가 멋진 마석을 선물로 가지고 돌아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레오노레가 예전과 달리 내츄럴한 러브러브 분위기를 내며 미소지을 때, 리제레타가 방이 준비되었다고 알리기 위해 다목적 홀로 들어왔다. 레오노레와 함께 나는 자기 방으로 물러난다. 그리고 어머님이 눈을 빛내며 뭔가를 쓰기 시작한 것이 시야 끝에 비쳤다.
……어머님, 귀족 회의의 준비는 어쩌신 건가요!
"대단했습니다, 로제마인님! 강한 마수가 많이 있었습니다. 마석이 한가득입니다."
"그렇게 울창한 채집지는 처음 봤습니다. 좋은 소재가 많아, 요즘 학생들이 부럽네요."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내가 축복한 채집지를 경험한 적 없는 안젤리카와 다무엘이 흥분해서 어떤 상태인지 알려준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도 자신이 알고 있던 때보다 더욱 울창해져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처치 곤란한 마력을 채집지에 들이 부었을 당시는 이미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졸업한 뒤였구나.
"전, 영주 회의 기간 동안 매일 사냥을 나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안젤리카가 영주 회의 기간 동안 매일 해야 하는 것은 로제마인님의 호위입니다. 제가 지하 서고에 동행하니, 안젤리카가 방의 호위를 맡아야 해요."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 레오노레."
냉정한 레오노레의 말에 조금 실망하며 안젤리카가 답한다. 방 안의 호위는 여성 기사가 맡아야 하기에, 지하 서고에도 동행해야 하는 레오노레에게는 부담이 크다.
"레오노레, 미안해요."
"계속되는 훈련에 비하면 지하 서고의 호위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방긋 웃는 레오노레의 옆에는 귀족 회의에서 가장 바쁜, 문관인 클라릿사와 할트무트가 지친 표정으로 저녁을 먹고 있다.
"로제마인님이 축복한 채집지라니, 저도 채집에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클라릿사가 갈 수 있는 것은 성결식을 마치고 난 뒤겠네요. 단켈페르가와의 협상은 클라릿사에 기대하고 있으니, 힘내주세요."
"맡겨주세요."
클라릿사와 할트무트를 비롯한 측근들은 정말 열심히 해주고 있으니까, 뭔가 포상을 주면 좋겠는데, 뭐가 좋을까.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지금부터 바빠지는데다, 이렇게 많은 인원을 데리고 가는 것도 큰일이고, 뭔가 형태로 남는 것이 좋을까?
학생만 있던 귀족원의 식사와 달리, 저녁에 당연한 듯 술이 나오는 것이 신기했고, 아우브 부부가 동석해 있어, 화제는 비교적 진지한 것이 많았다. 문관, 근시를 통해 이미 회식과 다과회 예약이 들어오고 있고, 어느 영지와 어떤 일정으로 할 건지, 요리나 과자의 준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익숙해져 있는지, 이야기는 부드러운 느낌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귀족원의 다과회나 영지 대항전의 협의와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어른들의 대화를 보면, 정말로 영지 대항전은 영주 회의의 전초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1학년이었을 때, 졸업반이었던 사람들이 열심히 의견을 내고 제안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저녁 식사를 마쳤다.
방에서 오틸리에의 목욕 수발을 받고, 페르네스티네 이야기의 3권을 어머님에게 전달했다는 보고를 받는다. 엄청 기뻐했다고 한다.
"단켈페르가의 한넬로레님도 매우 기대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도중에 끝나는 것은 너무합니다, 라고 말씀하고 계셨으니까요."
지금은 페르네스티네 이야기의 2권을 다 읽고, "이런데서 다음권이라니" 라며 부들부들 떨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하 서고에서 빌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왕족의 명령으로 지하 서고로 향하는 것입니다만, 로제마인님이 즐겁게 생각하고 계시니 다행입니다."
성결식도, 지하 서고에서의 작업도 명령이다. 본래라면 미성년인 나는 여기에 있어선 안 된다. 오틸리에는 혹시라도 내가 긴장으로 쓰러지진 않을까, 정말로 걱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귀족원에 리할다가 아니라 오틸리에가 있으니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네요."
"네. 하지만 겨울은 어쩌지요? 저는 집안일이 있으니, 시중은 리제레타에게 맡기시는 건가요?"
오틸리에에는 남편도 아들도 있고, 지금은 클라릿사가 성으로 갈 때에 동행한다는 중요한 역할도 맡고 있다. 이번의 영주 회의는 가족 전원이 참가하고 있으므로, 집을 비워도 문제 없지만, 현 상황으로 보면 장기 출장은 어려울 것이다.
"위의 아들들과 같이 할트무트와 클라릿사가 결혼해서 새집으로 분가하면 조금 손이 비게 됩니다만……."
"올해는 아직 브륜힐데가 최종학년에 있으니, 성인 근시는 리제레타만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네요. 상급 귀족이 베르틸데만 남게 되면, 리제레타만으로는 불안하네요."
저학년인 베르틸데에게 왕이나 상위 영지와의 교류를 맡기는 것은 불쌍하고, 중급 귀족의 리제레타로는 대신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성인이 된 상급 근시를 한 사람 정도 넣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정말 어렵긴 하겠습니다만."
숙청으로 가뜩이나 수가 줄었고, 아우브의 두번째 부인이 된 브륜힐데의 측근으로서 라이제강계의 귀족이 모이고 있다. 성인이 된 상급 근시를 찾기는 힘들다.
……이번에 양모님과 어머님에게 상담해 볼까.
그리고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친 뒤 한번 목욕을 하고 신전장의 의상으로 갈아입는다. 오틸리에과 리제레타가 소품을 준비하고 있을 때, 청색 무녀의 의식용 의상을 입은 레오노레와 안젤리카가 들어왔다. 둘 다 미인이다. 나의 몸을 지키는 것보다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을 생각하는 편이 좋지 않아? 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하아, 정말 꿈만 같습니다. 단상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습니다만, 회장에서의 로제마인님의 제례식은 이 두 눈에 똑똑히 새겨두겠습니다!"
클라릿사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준비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간다. 층계참에는 청색 신관의 옷을 입은 할트무트,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그리고 다무엘의 세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원이 가죽 허리띠에 회복제나 마석을 채우고 있고, 안젤리카는 슈틴루크도 차고 있다. 할트무트가 안고 있는 것은 성전이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음. 부디 왕족에게 실례가 없도록."
양부님의 말에 끄덕이며, 우리들은 강당으로 향한다. 기숙사의 문을 나와, 귀족원의 중앙 건물의 복도를 걷는다. 창문에서 보이는 경치가 눈에 덮여 있지 않아 느낌이 이상했다. 내가 아는 귀족원은 하얀 건물에, 그 밖에 눈이 쌓여 있는 것이 기본이어서, 그저 희다는 인상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은 따스한 듯한 햇살이 쏟아지며, 녹음이 반짝이고 있다. 꽃이 곳곳에서 색을 더하며, 부드러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봄의 귀족원은 이렇게나 다채롭네요. 언제나 보는 경치는 기본적으로 흰색이었기에 놀랐습니다."
"저도 처음 봤습니다만, 정말 아름답네요."
레오노레와 그런 이야기를 하며 나아간다. 강당은 성결식을 위해 졸업식과 같은 형태로 개수해 두었다. 가장 안쪽에 있는 제단에는 중앙 신전에서 온 신관들이 의식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로제마인님."
우리를 알아차리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얼굴은 본 기억이 있었다. 귀족원 2학년일 때, 성전을 가져오란 호출을 받았을 때에 동석했던 중앙 신전의 신관장이다.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만들었을 때의 눈이 무서웠던 기억은 있지만,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름, 뭐였지?
"오늘은 저 임마누엘이 신관장을 맡겠습니다. 에렌페스트의 성녀의 제례식을 이 눈으로 볼 수 있게 되다니……."
……아, 맞아맞아. 그런 이름이었지.
하지만, 그의 회색 눈은 여전히 묘한 빛을 품고 있다. 초점이 맞는지 아닌지 잘 분간이 안 되는 열기 어린 시선이 무섭다. 무심코 한발 물러나며 옆에 있던 소매를 잡았다.
"로제마인님?"
"……착각했습니다."
거기에 있는 것은 할트무트이고, 페르디난드가 아니다. 나는 할트무트의 소매에서 손을 떼고, 임마누엘과 마주한다.
"제단의 준비는 되어 있는 것 같네요."
"……이쪽의 준비는 슬슬 끝납니다만, 로제마인님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어둠의 망토와 빛의 관이 없으시군요."
제단에는 어둠의 신과 빛의 여신의 상이 함께 있고, 그곳에 어둠의 망토와 빛의 관도 있다. 임마누엘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알 수 없어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단에는 준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아뇨, 제단이 아니라 신전장이 입는 것입니다."
"에렌페스트의 성결식에선 신전장은 신구를 입지 않습니다만?"
어느 제례식도 신전장이 신구를 입는 일은 없다. 기원식을 위해 성배를 가져갈 정도다. 내 말에 임마누엘은 "통탄스럽군요" 라며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낡은 제례식이 남아 있는 영지라고 에그란티느님이 말씀하셨는데, 그 정도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으셨다니……. 로제마인님의 성전에는 제례식의 모습이 실려 있지 않았던 것입니까?"
"적어도 신전장이 신구를 걸친다는 기술은 없군요. 양부님에게 귀족원의 성결식에 대해서도 들었습니다만, 중앙 신전의 신전장이 신구를 입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에그란티느의 성결식에서 신전장이 그런 특수한 모습을 했다면, 양부님이 출발 전에 뭔가 말했을 것이다.
"여름에 낡은 문헌이 발견되어, 거기에 옛 제례식의 모습이 실려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와는 달리, 신전장의 성전을 많이 읽으실 수 있는 로제마인님이라면 아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어쩌면 로제마인님이 읽으실 수 없는 부분에 실려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 일부분은 읽지 못한다는 설정이었지.
"작년의 신전장이 사용하지 않았으니, 특별히 필요하진 않잖습니까."
할트무트의 목소리에 임마누엘이 "이런" 이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귀족원의 성인식에서 디트린데님이 마법진을 기동시켰던 것은 알고 계시지요? 차기 첸트를 선출하기 위한 마법진이 문헌에 기술되어 있다고 우리가 아무리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법진은 존재했습니다. 중앙 신전에 있는 옛 문헌은 옳습니다."
임마누엘의 회색 눈동자가 출렁하고 열정적으로 흔들리며, 중앙 신전이 의식에 들이는 정성을 말하기 시작한다.
"낡은 의식을 되살리고, 올바른 의식을 치름으로써 정당한 첸트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의식에서 트라오크바르님의 말씀을 받아들였습니다. 올바른 의식을 행할 능력이 있는 에렌페스트의 성녀가 신전장을 하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옛 의식을 치르지 못한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으-음, 왕족과 중앙 신전 사이에도 여러가지로 있었던 모양이네.
지기스발트 왕자를 차기 왕으로 인정하기 위해 나에게 축복을 시키고 싶은 왕족. 정당한 첸트을 맞이하기 위해 옛 의식을 되살리고 싶지만, 이를 위한 마력이 부족한 중앙 신전. 이들 양쪽의 뜻은 내가 신전장으로서 제례식을 한다는 부분에서 잘 맞물렸던 모양이다.
"우선, 그 문헌을 보여주세요."
"그것은 할 수 없습니다. 신구도 가지고 계시지 않은 로제마인님에게는 보여드리더라도 실행할 수 없으시니까요. 평소와 같은 제례식이라면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문헌을 보여주지 않고, "우리들이 원하는 제례식을 할 수 없다면 돌아가" 라는 임마누엘의 말에 할트무트가 한순간 꿈틀거렸다.
"임마누엘의 제례식에 대한 열정은 잘 알았습니다."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와, 한 손을 조금 옆으로 뻗는다. 그렇게 할트무트를 제지하며, 나는 임마누엘을 향해 방긋 미소를 지었다.
"중앙 신전의 제례식에 어둠의 망토와 빛의 관이 필요하다는 말씀이라면 준비하도록 하죠."
"저런, 지금부터 에렌페스트의 신전에 가지러 가도 늦지 않겠습니까?"
비웃는 듯한 임마누엘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젓고, 오른손에 슈타프를 낸다.
"딱히 가지러 돌아가지 않아도, 스스로 만들면 됩니다. ……핀스우망3."
내가 직접 만든 어둠의 망토를 펄럭 어깨에 걸치고 걸쇠를 걸자, 커다란 망토는 내가 입기에 적당한 크기로 조절된다.
경악에 눈을 부릅뜬 임마누엘의 눈앞에서 또 하나의 슈타프를 내고, "벨라우히크로네4" 라고 주창, 빛의 관을 썼다.
"이제 제례식을 할 수 있겠죠? 자, 그 문헌을 읽게 해주세요. 옛 제례식을 치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니까요."
―――――――――――――――――――――――――――――――――――――
영주 회의에 출발했습니다.
귀족원과 달리 미성년 조가 집을 볼 차례네요.
우선은 지기스발트 왕자와 아돌피네의 성결식입니다.
디트린데가 마법진을 기동시킴으로써 중앙 신전이 기세를 올리고 있습니다.
다음은 후편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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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책을 앞에 둔 마인이에게 사양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지뢰씨를 밟아버린 중앙신전의 신관장에게는 묵념을....
그리고 빌프리트... 님하... 젭라... 어째서 한 순간에 장르를 스릴러로 만들어 버리는 건데.... 마인이가 엄지손가락만 밑으로 꺾으면 넌 끝장이야....
samu (samuel?)
Trombe (소용돌이, 회오리 바람)
Finsternis(어둠)+ Umhang(망토)
beleuchten (비추다, 조명하다, 설명하다) + Krone (머리에 쓰는 관)
544
책벌레의 하극상 5부 80화. - 영주 회의의 성결식 후편 -
영주 회의의 성결식 후편
나의 주장에 임마누엘은 신전장의 대기실로 우리를 안내해, 가슴을 피고 옛 문헌을 내밀었다. 하얀 석판에 새겨진 그 문헌은 도서관의 지하 서고에 있는 것과 흡사하다.
"이쪽이 그 문헌입니다. 허나 로제마인님이 읽으실 수 있을지……."
"문제 없습니다."
나는 하얀 석판을 받고, 입고 있던 신구를 지웠다. 문헌을 받았으니, 이제 신구는 필요 없다.
"신구가 사라졌다!?"
"필요도 없는데 신구를 만든 채로 유지하는 것은 마력의 낭비니까요. 이것을 확인한 뒤에 정말 필요하다면 필요한 때에 입겠습니다."
놀란 목소리를 내는 임마누엘에게, 나는 하얀 석판에서 눈을 떼지 않고 답하며, 새겨진 글자를 따라간다. 주위에서 의식의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나 홀로 독서를 하는 것이지만, 신전장으로 의식을 행할 내가 옛 의식에 대해 모르고 있으면 의식을 시작할 수 없다.
……그러니까 내가 독서에 몰두하는 것은 신전장으로서의 의무야. 의무.
"우후훙, 후훙……."
낡은 문자도 시대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된다. 이 석판에 새겨진 문자는 지하 서고에 있던 것과 같은 시대의 것이라, 아마 지하 서고에 있는 문헌의 사본이 아닌가 싶다. 다른 의식에 대해 쓰여져 있던 석판과 같은 형식의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 문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중앙 신전에도 있구나.
왕족은 옛 언어를 읽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중앙 신전에는 옛 언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중앙 신전이 가짜 첸트에겐 가르칠 수 없다고 일축한 것인지, 아니면 신전 같은 곳에 낡은 문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고 왕족이 얕본 것인지, 혹은 애초에 묻지 않았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중앙 신전과 협력할 수 있었으면 왕족의 사정은 좀 더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수명을 깎아가며 나라를 지탱하고 있는데,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갖지 않은 거짓 왕" 이라거나 "협력 따위를 할 수 있겠는가" 라는 말을 들으면 다가갈 마음이 생길 리 없긴 하지만.
왕족과 신전의 관계야 어쨌든, 임마누엘이 주장하던 것처럼, 성결식에 대해 쓰여진 것은 틀림 없었다. 빛의 관과 어둠의 망토를 입을 뿐, 간결하게 적힌 제례식의 흐름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같다. 축사도 다르지 않다. 석판에 적힌 것 이외의 문양이 없어서 살펴보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이상하네. 에렌페스트의 성결식은 밤의 의식인데.
최고신인 어둠의 신이 생명의 신과 땅의 여신의 결혼을 축복하는 신화와 연관된 것으로, 어둠의 신의 가호를 얻기 쉬운 밤에 열리는 의식이라고 배웠고, 지금도 에렌페스트에서는 밤에 하는 의식이다.
그러나 아침 식사 후, 바로 내가 강당으로 나온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영주 회의에서 열리는 성결식은 3의 종1에 시작되는 것이다. 왕족의 의식인데 밤이 아니어도 되는 걸까, 그런 의문이 떠오르지만, 하얀 석판에는 시간에 관한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다.
"어떻게 되었나요, 로제마인님?"
레오노레가 들여다본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신전장이 신구를 입을 뿐, 의식의 순서와 축사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라고 답하며 임마누엘에게 석판을 돌려주었다.
……뭐, 아무렴 어때. 여기에 적힌 대로 하면 중앙 신전은 만족할 테고, 내가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축복을 주면, 왕족의 의뢰도 달성하는 거니까.
이미 모든 영지의 아우브들이 의식에 참석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와서 의식의 시간을 바꿀 수 있을 리가 없다. 입에 올리는 만큼 낭비다.
"일단 상황을 왕족에게 알려두도록 하겠습니다."
문헌을 읽고 만족한 나는 올도난츠를 냈다. 그리고 중앙 신전이 어둠의 망토와 빛의 관을 사용하는 옛 의식을 부활시키려 하는 것과, 그에 대한 협조를 요청받고 있는 것을 아나스타지우스에게 전한다.
"문헌 자체는 진짜인 것 같습니다. 옛 의식을 부활시킬까요? 아니면 평소와 같은 의식으로 중앙 신전에 맡길까요?"
평소와 같은 의식을 한다면 나는 필요 없다고 하던 중앙 신관장의 말도 전한다. 성결식에서 축복을 해달라고 부탁한 것은 왕족이니, 어떤 의식으로 하는지, 누가 신전장을 맡을지는 왕족과 중앙 신전이 제대로 상의해서 결정해주었으면 한다. 문헌을 다 읽었으니, 이제 여기에 미련은 없다.
"그대로 대기하고 있어라. 바로 가겠다."
아쉽게도, 아나스타지우스는 "돌아가도 된다" 라는 말은 해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멍하니 의식의 진행사항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임마누엘과 할트무트를 보고 있었다. 의식의 진행과정을 확인한 할트무트는 어디서 나의 보좌를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로제마인은 여긴가?"
"오랜만입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인사를 나누고, 나는 임마누엘과 아나스타지우스 둘이서 어떤 의식을 치를지 결정해주길 부탁한다.
……불경이라고 화낼 테니 굳이 말하진 않지만, 관계 없는 사람을 끌어들여 신전장을 시키면서, 중앙 신전에 대한 조치가 너무나도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제례식을 해온 중앙 신전의 신전장이 다른 신전장에게 역할을 빼앗기고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아무런 협의도 없이, 사전에 알리지도 않은 주제에, 내가 신구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트집을 잡는다. 아나스타지우스는 나에게 축복을 해달라고 말했으면 좀 더 제대로 상황을 통제해 주었으면 한다.
……그 정도로 왕족의 말이 신전에 깔보이고 있다는 것이긴 하겠지만.
"그럼, 옛 의식으로 하는 건가요?"
"……아아. 디트린데 때와 같은 일이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것과는 다르다. 이미 마음의 준비는 마쳤다. 그대가 관계되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실례천만한 말이다. 아무 일도 일으키고 싶지 않았으면,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 보라고 하고 싶다. 나를 신전장으로서 부른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아나스타지우스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걸까.
"그래서, 로제마인. 신구를 입고 의식을 치르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모릅니다."
"문헌을 읽었다고 하지 않았나!"
아나스타지우스가 눈을 부라렸지만, 문헌에는 간결하게 의식의 양태에 대해 쓰여 있을 뿐이었다. 의식을 치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나오지 않았다. 내가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도 성결식의 문헌인 것은 틀림없기 때문에, 결혼을 못 하는 일은 없습니다."
나의 설명에 아나스타지우스는 잠시 신음하고 있었지만, 결국 포기한 듯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성결식을 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슬슬 아우브들이 찾아올 시각이군. ……왕족의 입장은 나중이다. 나는 일단 돌아가지만, 그대는 이곳에서 대기하라. 부주의하게 움직이지 않도록 조심하고."
"네."
몸을 돌려 떠나가는 아나스타지우스을 전송하며, 나는 조금씩 늘어나는 각지의 아우브들을 보고 있었다. 망토의 색으로 어느 영지가 입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학생과 어른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졸업식 풍경과 많이 비슷하다.
카랑, 카랑……하고 3의 종이 울린다. 그러나 아직도 입장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종이 울리기 전보다 다소 사람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강당 안에 모든 영지의 색이 모인 것을 확인하고, 신관장인 임마누엘이 제단 앞에 서서, 많은 방울이 달린 마술도구를 흔들었다.
그 소리에 맞춰 문이 열리고, 왕족이 입장한다. 트라오크바르와 첫째 부인,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가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둘째 부인이나 셋째 부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직후, 그러고 보니 귀족 회의는 아우브와 첫째 부인이 참석하는 회의였다는 것을 떠올렸다.
두번째의 방울은 나의 차례를 알리는 소리이다. 나는 일어나, 제단 앞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내가 성결식의 신전장을 한다는 것은 다른 영지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일까. 강당 안에 놀라움과 당혹감이 섞인 웅성거림이 번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내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넘어지지 않게 신중히, 하지만 되도록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나의 옆에는 성전을 가진 할트무트, 뒤에는 청색의 옷을 입은 호위기사들이 있다.
에렌페스트의 제례식에서도 그렇지만, 본래라면 홀로 입장하는 신전장이 청색 신관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인 모습이 되어 있는 것은 할트무트가 "그렇게 한다" 라고 했기 때문이다.
할트무트는 엄청나게 중앙 신전을 경계하고 있어, 신전장은 홀로 입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앙 신전을 향해, "중앙 신전이 원하는 옛 의식을 치르고 싶으면 잠자코 이쪽이 시키는 대로 하시지요" 라고 웃는 얼굴로 밀어붙였고, 호위기사들에게는 "그들을 로제마인님께 접근시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하세요. 허가 없이 로제마인님을 건드렸을 경우엔 팔을 잘라내도 상관 없습니다" 라고 정색하며 말했다.
……역시 팔을 잘라내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임마누엘의 눈이 무서우니까 경계하며 곁에 있어 주는 것은 고맙다.
제단 앞에 서자 할트무트가 나에게 성전을 건넸다. 그리고 레오노레가 의상을 단정히 가다듬어 준다. 그리고 나의 준비가 된 것을 임마누엘이 확인한다. 일순간 눈을 가늘게 뜨고 조금 손을 움직인 것은 "신구를 입으십시오" 라는 의견이 틀림 없다.
하지만 신구를 유지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마력을 소비하는지 알고 있는 할트무트는 임마누엘의 신호를 무시하고 "얼른 시작하시죠" 라는 의견을 보낸다. "신구를 입어" 와 "시작해" 의 응수가 몇 번인가 오가고, 강당의 귀족들 사이에서 "아직인가?" 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자, 결국 임마누엘이 포기했다.
"지금부터 성결식을 시작한다. 신랑 신부는 입장!"
왕족인 지기스발트와 아돌피네를 선두로, 다른 영지의 신랑 신부가 다섯 쌍 입장한다. 강당 안에는 귀족들의 박수와 환호와 축하의 목소리가 울리며, 기쁨에 넘치고 있다. 원래라면, 여기에 페르디난드와 디트린데가 있고,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축복을 보냈을 것이다.
지기스발트에게 축복을 주길 바래서 왕족은 나에게 신전장의 역할을 의뢰한 것이다. 다음에 이 자리에서 신전장으로서 제례식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젠 페르디난드에게 축복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게 되었다.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이다. 나는 그런 불만을 마음 속으로 투덜거렸다.
……아우브·아렌스바흐가 오늘까지만이라도 살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면 페르디난드는 비밀방도 받았을 것이고, 최대한의 축복을 보낼 수도 있었을 테니, 조금은 걱정이 줄었을 것이다.
……타이밍이 나쁘네.
한숨을 내쉬다가 결혼식이라는 경사스런 자리에 걸맞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얼른 미소를 띄운다. 무대에 올라온 지기스발트, 아돌피네와 시선이 마주치고, 나는 축하의 뜻을 담아 방긋 미소를 지었다.
나는 성전을 독서대에 두고 열쇠로 열어 페이지를 넘긴다. 어디선가 "저런!" 이라는 프라우렘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그리곤 아무런 소리도 이어지지 않아서, 그대로 의식을 시작하기로 한다.
그러자 임마누엘이 눈을 삼각형으로 만들고, "신구를 입으세요" 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신화를 이야기하는 동안은 확성 마술도구도 쓰는 것이다. 신구를 입는 것은 좀 더 나중이다.
……필요한 때에 입겠다고 했는데, 조급한 사람이네.
임마누엘의 신호를 무시하고 나는 확성 마술도구를 사용해 신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성전에 실린 어둠의 신과 빛의 여신의 신화이다. 생명의 신이 구혼해 와서, 땅의 여신과의 결혼을 인정하는 이야기이다.
내가 말하고 있는 동안, 할트무트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성결식에서 사용하는 계약서나 자신의 마력으로 서명하기 위한 마술도구 펜을 준비한다.
"그럼, 지금부터 신화와 같이 새로운 부부의 탄생과 축복을 기원하겠습니다."
나는 한번 내려와 자신의 호위기사들이 크게 벌린 소매에 숨어, 어둠의 망토를 걸치고 빛의 관을 쓴다. 작으면 이럴 때에 완전히 숨을 수 있어, 쉽고 좋다.
당연하긴 하지만, 어둠의 망토와 빛의 관을 갖추고 다시 등장한 나에게 모든 관심이 쏠렸다. 설마 이대로 언제나와 같은 의식이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초조해 하던 임마누엘만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연다.
"트라오크바르 왕의 첫째 왕자 지기스발트, 드레반히엘의 영주 후보생 아돌피네."
이름을 불린 두 사람이 깜짝 놀란 듯이 제단 앞으로 나아간다.
"아나스타지우스에게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신구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놀랍군요."
"신구는 에렌페스트에서 가져온 것인가요?"
……슈타프로 만들었는데요.
그런 대답을 할 수도 없어, 방긋 웃는 얼굴로 답변을 피하고, 나는 두 사람에게 혼인의 의지를 확인하고 계약서를 내밀었다. 두 사람이 이름을 쓰자, 계약서는 금빛의 불길에 타오른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쓰게 하고, 계약서는 불탔다.
"새로운 부부의 탄생에 신전장의 축복을."
임마누엘의 말에 나는 손을 들어 신에게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높고 정정한 창공을 관장하는, 최고신인 어둠과 빛의 부부 신이여."
기도하기 시작하자마자 망토의 고리가 멋대로 풀린다. 스르륵 소리도 없이 벗겨진 망토는, 휘릭 천장 쪽으로 날아간다. 손을 들고 약간 위를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던 나에게는 어둠의 망토가 크게 펼쳐지며, 밤하늘이 되어가는 모습이 잘 보였다.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새로운 부부의 탄생에 당신의 축복을 내려주십시오."
나의 머리에 있던 빛의 관이 멋대로 떠오르며 빛을 낸다. 마치 밤하늘에 뜬 태양 같다. 강당 안을 감싸안듯이 퍼져 있는 어둠의 신과, 이를 비추는 빛의 여신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아, 최고신이다.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최고신에게 기도했다.
"당신에게 바치는 것은 그들의 마음, 기도와 감사를 드리며, 성스러운 가호를 받사옵니다."
밤하늘이 한점에 집중되기 시작한다. 빛의 고리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직후, 어둠의 기둥과 빛의 기둥이 솟아오르며, 일부가 어딘가로 날아간다. 귀족원의 제례식에서는 익숙해진 광경이라, 딱히 아무런 감흥도 없다. 남은 대부분의 빛은 뒤틀리고, 겹쳐지고, 튀어오른다. 그리고 작은 빛의 입자가 되어 산산이 비산하며, 축복으로서 신랑 신부에 쏟아져 간다. 이는 에렌페스트에서의 제례식과 같다.
그렇지만, 이 광경을 본 나는, 귀족원에서 신구를 갖추고 제례식을 하면, 밤하늘이 나타나서 굳이 밤에 의식을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하고 납득할 수 있었다.
……끝났다.
자신의 안으로 슈타프가 돌아온 감각에 제례식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왕족에게 부탁 받은 임무를 무사히 마친 것에 안도의 숨을 토했다.
"여전히 귀족원에서의 의식은 에렌페스트의 몇배나 화려하네요."
내 중얼거림에 반응한 것은 옆에 서 있던 할트무트 뿐이다. 할트무트는 "몇 배나 성스럽습니다" 라며 작게 웃고, 성전을 옆에 끼고, 손을 내밀었다.
"다들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에 퇴장하지요."
……이의 없음!
할트무트의 유도에 따라 나는 일단 신전장의 대기실로 돌아간다. 할트무트가 성전을 레오노레에 넘겨주고, 다무엘에게 나를 안아올리게 하여 최대한 빨리 기숙사로 돌아가도록 명령한다.
"이쪽의 정리 및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코넬리우스를 빌려주십시오, 로제마인님."
"그건 상관 없습니다만……."
"대응이 곤란한 사람이 돌아오기 전에 돌아가는 것이 좋겠죠. 좀 우회하게 됩니다만, 이쪽으로 돌아가세요."
할트무트는 그렇게 말하며 우리를 방에서 밀어냈다. 이미 모든 이야기를 끝내둔 것인지, 안젤리카는 언제든지 뽑을 수 있도록 슈틴루크의 손잡이를 잡고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따라갈 수 없는 나를 망설임 없이 안은 다무엘은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고, 레오노레가 "혹시 모르니까요" 라며 나를 안심시키듯이 미소지으며 맨 뒤를 걷는다.
"할트무트가 중앙 신전의 임마누엘을 심각하게 경계하고 있을 뿐입니다. 너무나도 위험한 광신자라고 하더군요."
신구를 갖추고 의식을 할 수 있는 것, 왕족이 이해하지 못하는 문헌을 즉시 읽은 것, 임마누엘은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눈이 열이 오르고 있어, 위험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할트무트에게 광신자라는 말을 듣다니. ……아니, 뭐, 눈이 이상하고, 전혀 다른 의미로 무섭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어떻게든 로제마인님을 중앙 신전에 들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문헌 같은데서 지식을 얻고도, 의식을 행할 마력이 부족한 것 같으니까요. 로제마인님의 마력을 사용해 진정한 첸트을 얻고 싶다고 합니다."
유르겐슈미트가 진정한 첸트을 얻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니, 옛 의식을 연구하고 있는 중앙 신전에 에렌페스트의 신전도 협력하라.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 나를 중앙 신전으로 향하도록 부탁해라. 모든 것은 진정한 첸트을 얻기 위해, 그리고, 유르겐슈미트를 위해서, 라는 식의 말을 할트무트에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할트무트는 "저는 로제마인님을 위해서만 움직이며, 로제마인님은 에렌페스트에 있기를 원하십니다" 라고 웃는 얼굴로 거절했다고 한다.
"중앙 신전의 말 같은 건 무시해도 되지 않나요?"
"네, 신전만이라면 무시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그러나 왕족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그리고 진정한 첸트를 원합니다. 왕족과 중앙 신전의 이해가 일치했을 때. 어떤 명령이 내려올지 알 수 없습니다. 할트무트는 그것을 제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에렌페스트에는 왕명을 거절할 방법이 없다. 그것을 알고 있을 텐데도, 왕족은 에렌페스트에게 명령을 지나치게 거듭하고 있다고 할트무트는 느끼고 있다고 한다.
"로제마인님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기 때문이겠습니다만, 보통은 왕족으로부터 이렇게까지 여러가지를 부탁받는 일은 없습니다."
이번 영주 회의에서 지하 서고의 문헌을 읽는 것도 왕족의 명령이다. 본래라면, 미성년이 들어갈 시점이 아니고, 귀족원의 학생에게 거들게 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관례를 깨면서까지 왕족은 나에게 명령했다.
"로제마인님이 서고에 가는 것을 기대하고 있으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이겠지만, 신전 업무나 상인과의 협상으로 바쁜 로제마인님에게 성결식과 지하 서고에서의 현대어 번역을 명하는 왕족에게, 할트무트는 불안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레오노레가 "명령이니 어쩔 수 없긴 합니다만, 왕족의 도움보다 에렌페스트의 구멍을 메우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라며 난처한 듯한 미소를 보였다.
"……그렇군요."
왕족을 도울 거라면 차라리 성의 업무를 돕는 편이 훨씬 에렌페스트의 도움이 된다는 말에, 나는 지하 서고에 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조금 꺼림칙해졌다.
"저기, 그러니까……."
조금 무거워져 버린 분위기를 털어내려 했던 걸까, 다무엘이 잠시 이리저리 시선을 헤매다가, 웃는 얼굴로 "로제마인님은 무거워지셨네요" 라고 말했다. 무거운 분위기를 털어내기는커녕, 공기가 얼어붙는다.
일단 "커졌다" 나 "성장했다" 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썼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무거워졌다" 라는 말을 대놓고 들어버리면, 뭔가가 푹 하고 가슴에 박혀버린다.
"내, 내려주세요."
"안 됩니다, 로제마인님. ……다무엘은 여성에게 그런 말을 하니까 미움받는 것이 아닌가요?"
레오노레의 지적에 다무엘이 어쩔 줄 몰라하며 나와 레오노레를 번갈아 본다.
"네? 저는 로제마인님이 성장한 것을 기쁘게 생각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알고, 분위기를 풀려고 생각한 것도 알지만, 여자아이에게 무거워졌다고 하는 것은 절대적인 금구입니다."
"……죄송합니다."
시무룩해진 다무엘 덕분에 조금 분위기는 부드러워졌다. 쿡쿡 웃으며 모퉁이를 도는 순간, 안젤리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임마누엘과 몇명의 신관들이 복도를 막고 있다. 다무엘이 나를 안고 있는 팔에 힘을 넣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런, 로제마인님. 꽤나 급하신 것 같군요. 아직 옛 의식을 거행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드리지 않았습니다만……."
"네. 많은 마력을 써서 조금 기분이 나빠졌기 때문에, 기숙사로 돌아갈 참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스스로 걷지 않고 다무엘에게 운반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며, 원만히 포위망을 돌파할 방법이 없을지 생각한다.
"로제마인님, 중앙 신전에는 그 외에도 낡은 문헌이 많이 있습니다. 한번 로제마인님을 중앙 신전으로 모셔와 읽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꿈틀, 하고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이는 것을 다무엘이 힘을 주며 붙들었다.
"왕족은 중앙 신전의 문헌을 가짜라고 몰아, 이쪽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으십니다. 부디 로제마인님이 읽어 주셔서, 왕족에게 중앙 신전의 말이 옳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미안합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기분이 좋지 않아, 그런 것까지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아우브·에렌페스트를 통해 이야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해야 할 말은 다 했기에, 나는 이제 가자고 눈으로 안젤리카에게 신호한다. 안젤리카는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걸어나간다.
"저런, 무리하시지 말고, 조금 쉬었다 가시지 않겠습니까?"
임마누엘이 팔을 뻗는 순간, 안젤리카가 슈틴루크를 뽑았다.
"허가 없이 로제마인님을 건드리면 즉각 잘라내겠습니다."
꿀꺽 하고 임마누엘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청색 무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안젤리카가 나의 호위기사이고, 무기를 갖고 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임마누엘의 옆을 레오노레의 유도로 다무엘이 나를 안은 채로 지나간다.
우리들이 충분히 멀어질 때까지, 안젤리카는 슈틴루크를 들이대며 견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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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 자체는 진짜였습니다.
로제마인이 문헌을 읽는 동안 할트무트 VS 임마누엘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로제마인 시점에서는 귀족원 다운 제례식이구나 하는 감상입니다만, 다른 사람들은 벙쪄서 말도 나오지 않는 상태입니다.
다음은 지하 서고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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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우리의 지뢰쨩을 밟은 건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수류탄이었습니다.
폭발데미지 중첩 효과에 애꿎은 아나스타지우스가 고생하네요.
그나저나, 제발 다들 우리 마인이 괴롭히지 말고 가만히 책 좀 보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1의 종. 04:00
2의 종. 07:00 ~ 07:30
3의 종. 09:30 ~ 10:00
4의 종. 12:00
5의 종. 14:30 ~ 15:00
6의 종. 17:00 ~ 17:30
7의 종. 20:00
책벌레의 하극상 ss 28화. - 구상 중 (5부 79화 ~ / 류르라디 시점) - 책벌레의 하극상 ss / 번역 게시판
2016.05.1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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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르라디 시점 구상 중
제543화 이후의 영주 회의 기간의 요스브렌나의 류르라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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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뮤리에라님과 이야기하다가 그만 분위기를 타버리는 바람에, 제가 로제마인님과 페르디난드님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쓰게 되어버렸습니다. 분위기에 휩쓸린다는 것은 정말로 무섭습니다.
아무래도 첫 시도인데다, 로제마인님의 이야기인 것을 알 수 없도록 신화를 바탕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요스브렌나로 돌아온 이래, 성 도서실에서 신화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류르라디, 오늘도 신화에 관한 책인가요?"
"네, 숙모님. 졸업할 때에 다시 가호를 늘릴 수 있도록 신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아우브로부터도 잘 조사해서 다른 분들에게 알려주라는 말씀을 들었으니까요."
저는 딱히 자기 일을 방치하고 도서실에 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우브의 부탁인걸요. 평소의 일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엷은 녹색의 눈동자에 브루앙파의 가호가 깃들어 있다니, 저는 지금도 믿어지질 않네요. 페아츠이레라면 몰라도, 류르라디가 아우브의 의뢰를 받을 줄은 몰랐어요."
도서실의 열쇠를 관리하는 문관인 숙모님이 저와 언니을 비교하며 쓴웃음과 함께 열쇠를 내주었습니다. 영주 후보생의 측근이 된 언니와 달리 저는 매우 평범하니까 틀린 평가는 아닙니다.
"지금은 영주 회의가 있어 다들 부재중이니, 도서실에 들어가는 것은 당신 정도입니다만, 열쇠는 제대로 관리하세요."
"네, 소중히 다루겠습니다."
저는 두 손으로 열쇠를 쥐고 도서실로 향합니다. 성 도서실은 표면적으로는 신청을 하고 보증금을 내면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지만, 보증금의 액수와 신청 절차가 필요한 탓인지, 그다지 이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세금의 징수가 끝난 뒤에 새로 작성된 자료를 넣거나 영주 회의에 앞서 조사를 할 때 정도일까요.
……제가 간단히 열쇠를 빌릴 수 있게 된 것은 에렌페스트의 연구에 참가한 덕분이에요.
제가 에렌페스트의 연구에 참가하며 싹트임의 여신 브루앙파의 가호를 얻자, 다들 크게 놀랐습니다. 그리고 봄의 축연에서 아우브에게 보고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그 뒤로는 어떻게 가호를 늘린 것인가 하고, 어린 자녀를 가진 귀족들에게 질문받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에렌페스트의 연구에 대해 몇번이고 몇번이고 설명을 되풀이하게 되어, 마치 에렌페스트의 문관 견습이 된 기분입니다.
"이쪽 책장의 신화는 다 읽었습니다만, 다른 책장에도 있으려나요?"
많지는 않지만, 요스브렌나의 도서실에도 신화에 대한 책이 있습니다. 돌아가신 할머님은 옛 문헌을 정리하는 문관이셨고, 제게 옛 문자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할머님이 저에게 옛 문자를 가르쳐 주신 것은 정변 이후, 숙청과 중앙의 징발로, 요스브렌나에 옛 문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후계자를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표면상의 이유고, 언니와 달리 느긋하고 멍한 저는 영주 후보생의 측근으로 어울리지 않기에, 하나쯤은 전문 분야가 있는 것이 좋다는 것이 진짜 이유라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신화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으니, 지금은 배우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문자보다도 옛 언어를 먼저 배운 탓에, 세례식 때에 "자신의 이름밖에 쓰지 못하는 상급 귀족" 이라며 웃음거리가 되었을 때엔 할머님을 원망했었지만요.
"어머, 여기에도 신화에 대한 책이……. 이 책은 처음이네요."
요스브렌나에는 도서실의 책을 제대로 관리하는 문관이 없기 때문에, 책장을 잘 찾지 않으면 원하는 책은 찾을 수 없습니다. 뮤리에라님에 의하면 에렌페스트의 도서실은 로제마인님의 지시로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듯, 책이 분야별로 정리되어 있어서, 정말로 찾기 쉽다고 합니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에렌페스트의 도서실에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물론 타령의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 정도는 저라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에렌페스트로 시집가면, 언젠가는 도서실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또 꿈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질책받을 만한 것을 생각하며, 저는 신화에 대한 책을 꺼냈습니다. 자라락 하고 소리를 내는 사슬이 독서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열람용 책상에 올리고 책을 물고 있는 걸림쇠를 벗기고 표지를 넘깁니다.
선 채로 책을 내려다보고 있자, 노란색에 가까운 등자색의 머리카락이 어깨에서 흘러내립니다. 독서에 방해되기 때문에 뒤로 묶어 버리고 싶습니다만, 자신의 방에서 근시가 정리해 주는 것이 아니라, 도서실에서 그런 일을 하다가 누군가에게 들키면 또 다시 숙녀로서의 몸가짐이 되어있지 않다는 식의 잔소리가 시작되겠죠.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시간이 걸리고, 열쇠를 반납하고, 다시 빌리는 것도 힘든걸요.
저는 허리의 가죽 주머니에 손을 넣어 머리 끈을 잡고, 아무도 없는지 주위를 살짝 둘러보았습니다.
"류르라디, 주위를 힐끗거리면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죠?"
"어, 언니야말로 어째서 이곳에!?"
"저는 영주 회의가 있을 동안 성무에 관한 책을 찾아 달라는 주인의 부탁을 받고 왔습니다."
언니는 미성년이어서 영주 회의에 동행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 사이에 책을 찾아 두라고 한 것이겠죠.
"류르라디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저도 언니와 비슷합니다. 아우브가 신들에 대해 조사하라고 하셨으니까요."
저는 조금 가슴을 피고 그렇게 말하면서 머리끈에서 손을 떼고, 허리의 가죽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손을 뺍니다. 묶고 나서 언니에게 들키지 않아 다행히라고, 가만히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그러나 언니의 하늘색 눈동자는 날카로운 그대로, 의심스러운 듯이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언니의 관심을 돌리고자, 저는 책장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언니가 찾는 성무에 관한 자료라면, 그 쪽 책장의 오른쪽 끝에 딱 한 권 있습니다."
"어머, 그러니?"
"저도 성무에 대한 책을 찾았었습니다만, 그 것 말고는 찾을 수 없어서, 지금은 신화에 대한 책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신전에는 성무에 대한 책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말에 언니는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로 "신전에 책이나 자료가 있을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그런 곳에 자료가 있어도 아무도 읽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성무을 수행하는 것은 신전이고, 신전에서 자란 로제마인님이 그토록 성무나 신화에 대해 자세히 알고 계셨으니, 신전에는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에렌페스트와 요스브렌나의 신전은 다른 것 같아, 실제로는 어떨지 알 수 없지만요."
이야기를 듣고 봉납식에 참가하면서 이해는 하고 있습니다만, 영주 후보생이 신전장을 맡고 있고, 영주 일족이 신전을 드나들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걸요.
"류르라디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신전으로 갈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영주 회의에서 돌아오면 신전 사람에게 가져오라고 명하도록 하죠."
언니가 납득한 것 같아, 저는 언니에게서 등을 돌리고 계속해서 신화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보는 신화가 몇 종류 들어 있고, 귀족원의 봉납식에서 클라센부르크나 단켈페르가가 이야기하던 메스티오노라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머, 이 이야기……. 요스브렌나에도 있었네요."
에렌페스트에는 없었던 것 같아, 여기에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동일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건 메스티오노라의 사랑 이야기에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중요해 보이는 부분만 목패에 베껴나갑니다.
저는 5의 종1이 울릴 때까지 도서실에서 책을 읽거나, 베끼거나 했습니다. 종이 울렸기에, 열쇠를 반납하고 일터로 돌아갑니다. 문관으로서의 저의 일은 각지의 기베의 짐이나 편지를 분류해서 담당 부서에 전하거나, 역으로 기베에게 짐이나 편지를 전송하는 것입니다.
짐이 많은 날에는 하루에 몇 번이나 전이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마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상급 귀족은 영주 일족의 측근이 되는 경우가 많기에, 중급 귀족들이 담당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 회복약을 사용해 가며 교대로 일을 해야 합니다. 상급 귀족인 저는 이 부서에서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마력만 믿고 있는 것이지만요.
지금은 영주 회의 기간이고, 아우브를 비롯한 상층부가 부재중이므로, 전이진으로 전송되는 것들이 적은 시기이긴 하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상사가 지시하는 대로 짐을 전이진으로 전송해 갑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근시를 통해 옷을 갈아입고, 바로 비밀방으로 들어갑니다. 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일이 있을 때는 바로 비밀방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로제마인님의 애절한 첫사랑 이야기를 상상하며 글을 쓰는 모습 같은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는걸요.
비밀방으로 들어가, 바로 도서실에서 적은 신화의 흐름을 보면서, 저는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로제마인님은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로 결정되었습니다만, 페르디난드님은 어느 신으로 하는 것이 좋을까요?"
상대를 어느 신으로 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은폐의 신 페어베르겐2, 인도의 신 에르바클레렌3, 육성의 신 언바욱스4가 메스티오노라가 태어나서 성장하기까지의 기간에 깊이 관련되어 있는 남신이니까, 이 중에서 고르는 것이 어떨까요.
메스티오노라가 태어날 수 있도록, 전 결연의 신인 에어베르멘5의 협력 요청을 받아, 생명의 신 에비리베에게서 대지의 여신 게둘리히6를 숨긴 은폐의 신 페어베르겐. 그 신의 협조가 없었으면 메스티오노라는 태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이후에도 메스티오노라를 에비리베7에게서 숨기는 데에 힘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위험한 순간에 페어베르겐의 소매에 숨어 에비리베에게서 벗어난 메스티오노라가 브루앙파8의 방문을 깨닫게 된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저, 가슴이 뛰어 어쩔 수가 없는걸요. 페어베르겐을 사랑의 상대로 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스티오노라의 이야기를 읽으면, 페어베르겐의 도움으로 브루앙파가 방문하는 장면이 얼마든지 간단히 생각 나기에, 페어베르겐이 상대여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에서의 페어베르겐은 바람기 많은 분으로, 다양한 행실을 감추고 있는 신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에서 나온 페어베르겐의 분위기로는 메스티오노라의 애절한 첫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어린 소녀가 나쁜 어른에게 희롱당하는 심한 사랑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은폐의 신 페어베르겐으로는 페르디난드님과 로제마인님 사이에 있던 신뢰감이나 아련하게 느껴지던 리베스크힐페9의 실을 표현할 수 없겠네요.
"신전에서 자란 로제마인님이 유일하게 어리광부릴 수 있는 페르디난드님이라는 존재는 중요하게 다루고 싶으니까요. 인도의 신 에르바클레렌이나 육성의 신 언바욱스가 좋을지도 몰라요."
에비리베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인도의 신 에르바클레렌과 육성의 신 언바욱스에게 길러진 부분을 중심으로 쓴다면, 페르디난드님은 오히려 이쪽이 더 잘 어울립니다.
"……그렇지만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되는 걸까요?"
신화를 읽은 바로는, 진짜 교육 담당일 뿐입니다. 게둘리히에게서 태어난 아이 가운데 메스티오노라는 신의 힘을 가진 유일한 아이였고, 그 출산을 위해 도움을 준 신들이 많았기에, 모든 신들로부터 소중히 양육되었습니다. 그것은 종종 목숨을 노려오는 에비리베에게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신구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 받은 것으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교육계의 신들은 어리광 부릴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 아닙니다.
……전, 신들의 육아 일기가 아닌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좋아요.
교육계의 신들을 사랑의 상대로 하려 해도, 신화 그대로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될 만한 요소가 보이질 않습니다. 많은 수정이 필요하게 됩니다. 곤란힙니다.
"어렸을 때에 접한 남신으로 안 된다면, 태어났을 때와 성장한 이후에 만나게 된 에어베르멘을 상대로 하는 것은 어떨까요?"
생명의 신 에비리베는 결혼 허가를 받을 때에 어둠의 신에게 기대받았던 많은 생명을 낳는 것은 필요했지만, 게둘리히의 태내에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길러야 하는 신의 아이는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생명의 신의 권속이며 결연의 신이었던 에어베르멘은 에비리베의 방자함에 분노해, 출산의 여신 엔트빈두게10가 자신의 힘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대지의 여신의 권속들을 구해냈습니다. 그리고 빛의 여신 및 물의 여신과 협력해, 메스티오노라를 가진 게둘리히를 출산의 여신 엔트빈두게에게 데리고 갔습니다.
게둘리히를 도와 메스티오노라가 무사히 태어난 것에 안도한 에어베르멘은 자신의 결연의 힘이 에비리베와 게둘리히를 이어주어 이런 상황이 된 것이라며 크게 후회했습니다.
자신이 힘을 사용해서는 주위를 다시 불행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 에어베르멘은 인연을 맺는 신의 힘을 리베스크힐페에게 양도하고 신의 세계를 떠났습니다.
결연의 능력을 양도하더라도 사람의 세계에 걸맞지 않는 거대한 마력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에어베르멘은 생명의 신 에비리베의 힘에 의해 흰색으로 덮인 세계에 내려와, 땅을 자신의 마력으로 채웠습니다.
그리고 에비리베에게 홀대받으며 하얀 대지에 쫓기고 있던 인간들을 보호하는 것을 자신의 속죄로 여기며, 게둘리히와 메스티오노라가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며 신들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성장한 메스티오노라는 자신과 어머니인 게둘리히를 구하기 위해 신의 신분을 버린 에어베르멘을 신들의 세계에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능하다면 그를 구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신들의 세계에서 그를 부릅니다.
하지만 에어베르멘은 원래 신이었던 자신보다, 보다 고생하고 있는 인간들에게 그 축복을 나누어주었으면 한다고 간청합니다. 경건하게 기도를 바치는 것은 자신 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기도가 신들에게 닿을 수 있을 무언가를, 하고 바라는 것입니다.
인간들의 기도도 말도 전혀 들리지 않았던 메스티오노라는 에어베르멘이 지키는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그곳은 에비리베의 눈을 속이기 위해 흰색으로만 만들어진 건물이 늘어서 있는 곳이었습니다.
세워진 신전에서 기도하고 있는 신전장의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 기도는 역시 메스티오노라의 귀에는 닿지 않습니다. 에어베르멘에 의하면, 과도한 마력에 시달리고 있던 그를 신전으로 초빙해 함께 기도하게 되었지만, 자신과 달리 인간들의 기도는 신들에게 닿지 못했다고 합니다.
메스티오노라는 신들과 상담했습니다. 경건하게 기도를 바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것을 에어베르멘이 바라고 있다고.
생명의 신으로부터 구출된 땅의 여신의 예전 권속들도, 그가 메스티오노라를 위해 노력해 주었던 것을 알고 있는 신들도 에어베르멘의 소원을 이루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경건하게 기도해오던 신전의 사람들은 신들에게 기도를 전할 수 있는 슈타프를 받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기도를 바치고 있던 신전장은 구루트리스하이트를 베끼는 것을 용서받고 초대 왕이 되었습니다.
"……로제마인님과 페르디난드님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진지하게 기도를 바치는 초대 왕에게 메스티오노라가 한 눈에 브루앙파의 도래를 느끼고 꽃의 여신 에플로레메11와 함께 춤추는 이야기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
로제마인님과 페르디난드님의 상황을 감안하면 메스티오노라와 에어베르멘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에어베르멘이 신의 능력을 걸고 메스티오노라의 탄생을 바라던 순수한 애정.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신의 힘을 포기함으로써 초래된 이별. 그리고, 아름답게 성장한 메스티오노라와의 재회.
마치 올도난츠가 중요한 소식을 연달아 전해 오는 것처럼, 파바밧 하고 다양한 정경이 떠올랐다 사라져 갑니다.
"서로 의식하고 있지만,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해 생겨난 입장의 차이에 고뇌하는 에어베르멘, 주위의 신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 신들의 세계에서 에어베르멘을 바라보며 조금씩 라펠12을 성장시켜 가는 메스티오노라. 서로 신뢰하고 있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도와주기도 하지만, 결코 맺어지는 일은 없는 두 사람."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메스티오노라와 에어베르멘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건국 이야기를 쓰는 겁니다.
"에어베르멘은 원래 신이었던걸요. 이러한 분은 유르겐슈미트 내에 없다고 가슴을 피고 말할 수 있는 분으로 하면, 누구라도 페르디난드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죠."
다행히 저는 페르디난드님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에렌페스트에서 출판된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와 기사의 사랑 이야기를 참고해, 에어베르멘을 어떤 남성분으로 할지 생각합니다.
"……귀족원이 시작되는 겨울까지 완성시킬 수 있을까요?"
신화를 적은 목패를 보며 저는 조금 고개를 떨어뜨렸습니다. 처음이라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약해져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뮤리에라님이 싸게 팔아 주신 에렌페스트지를 펼치고, 저는 바로 펜을 집었습니다.
……합니다. 전, 메스티오노라의 애절한 첫사랑을 쓰는 겁니다. 싹트임의 여신 브루앙파, 그리고 언어의 여신 그라마라투아13여! 부디 저에게 가호를 주세요. 신에게 기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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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포인트 기념 SS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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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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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류르라디를 보며, 문득 연애인 팬픽이 떠올라버렸습니다...;;
원문에는 류르라디의 머리카락 색을 '노란색에 가까운 오렌지색'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만, 유르겐슈미트에 '오렌지' 가 있을리 없다고 생각해 등자색으로 번역했습니다. 서술자가 마인이도 아니니까요.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ss 28화. - 구상 중 (5부 79화 ~ / 류르라디 시점) -|작성자 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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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5부 81화. - 지하 서고의 작업 -
지하 서고의 작업
"정신이 들었을 때에는 이미 그대들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고, 아무 연락도 받지 못한 우리들은 정말이지 대응에 진땀을 뺐다."
아무 연락도 받지 못한 양부님들은 주위에 앉아 있는 영지의 귀족들로부터 질문 공세를 받아, 식겁했던 모양이다. "왕족에게 부탁받은 일이니, 자세한 것은 그쪽에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대답하며, 경단처럼 똘똘 뭉쳐서 기숙사로 돌아온 듯 하다.
그리고 나는 양부님들이 기숙사로 돌아온 것과 동시에 다목적 홀로 호출되어, 지금 막, 귀족 회의 관계자 전원에게 둘러싸인 상태다. 전부 어른이라서, 둘러싸이게 되니 상당한 위압감이 있다. 왕족과 관련되어 호출되거나, 이것저것 신기한 일이 발생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학생들과는 달리, 어른들은 전혀 익숙하지 않아, 다들 얼굴이 굳어 있는 탓에 더욱 위압감이 있는 것 같다.
"본래는 그 자리에서 오후부터의 회의를 위한 탐색이나, 다과회와 회식의 예정을 결정하거나 할 예정이었다만,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설명을 요구한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오후 회의가 시작되는 것이 귀찮다며, 양부님은 고개를 저었다.
"그 의식은 중앙 신전에서 발견된 옛 문헌에 나온 예전 방식의 의식이라고 합니다. 중앙 신전의 신전장은 마력이 모자라서 재현할 수 없었던 것 같아, 저에게 재현해 달라는 신청이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받은 괘씸한 대응도 섞어 설명하고, 제대로 아나스타지우스에게 확인을 받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나는 중앙 신전의 신전장에게 의식을 맡기고 가버려도 상관 없었지만, 아나스타지우스가 그렇게 한다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번 건은 중앙 신전의 요망을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받아들여 저에게 의뢰한 것이니, 더 이상의 불만이나 질문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부탁합니다. 문헌에는 의식의 절차밖에 적혀 있지 않아, 저도 어떤 의식이 되는지는 의식을 치를 때까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대는 모르고 한 것인가?"
양부님도 양모님도 놀란 얼굴이 되었지만, 나는 꾸벅 고개를 끄덕인다.
"왕족의 요망이었는걸요. 하라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오후부터도 타령의 질문에 대해선, 자세한 것은 왕족에게 부탁합니다, 라고 하면 되겠지요. 왕족과 중앙 신전의 의뢰에 의한 옛 의식의 재현이니까요."
왕족이나 중앙 신전도 어차피 대단한 대답은 하지 못하는 것이니, 괜히 에렌페스트가 분발할 필요가 없다. 일체의 대응은 의뢰한 사람들에게 맡기면 된다.
"본질적으로는 영지 대항전에서 단켈페르가가 빛의 기둥을 세운 의식과 같은 것입니다. 신들에게 마력을 봉납하는, 옛날 그대로의 의식이라 저렇게 되었다, 그뿐인 이야기입니다."
영지 대항전에서 시연회처럼 열린 단켈페르가의 의식을 떠올렸을 것이다. 양부님은 조금 납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오히려 옛 의식을 되살림으로써 진정한 첸트을 얻고자 했던 중앙 신전 쪽이 신경쓰입니다."
내 말에 한 걸음 앞으로 나온 것은 할트무트였다.
"중앙 신전에는 부디 거듭 주의를 기울여 주십시오. 중앙 신전의 신관장인 임마누엘은 주위의 이야기를 듣는 남자가 아닙니다.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할 것입니다. 그에게 귀족의 상식은 통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의식을 치르는 동안 계속 경계하던 할트무트가 진지한 눈으로 그렇게 말했다. 돌아가는 우회로를 막아선 일로, 더욱 경계도를 높이고 있다.
"임마누엘은 신전에 남아 있는 옛 의식을 되살릴 마력을 가진 로제마인님을 노리고 있습니다. 정당한 첸트를 얻는 것은 필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만, 그것은 왕족이나 중앙 신전의 일이지,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의 일이 아닙니다."
여유가 있는 시기라면 몰라도,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로 가고, 숙청의 뒷처리가 끝나지 않아, 마력도 일손도 턱없이 모자라는 에렌페스트가 할 일이 아니다.
"타령을 납득시킬 수 있는 명분이 있으면, 중앙 신전과 왕족에게 로제마인님을 빼앗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로제마인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도서관에서의 도움을 거절하는 것도 고려해 주십시오."
할트무트는 양부님에게 그렇게 진언한다. 주위의 어른들이 "왕족의 제의를 거절하겠다는 건가?" "그런 무례한 짓은……" 이라며 제각기 말하는 가운데, 양부님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한다.
"이쪽에서 왕족의 도움을 내치는 것은 죄스럽다고 생각한다만, 여차하면 페르디난드를 빼앗긴 것을 들어 항의하겠다."
"송구합니다."
"대단했습니다, 로제마인님!"
점심 식사는 클라릿사의 간증으로 시작되었다. 에렌페스트의 일원으로서 행동하고 있던 클라릿사는 성결식을 보고 엄청나게 감동한 모양이다.
"청색의 기사들로 주위를 두르고 천천히 걸어 나가는 모습도 우아하고 기품 있고, 홀로 순백의 의상을 입으셔서, 거기에 자연히 시선이 집중되었고……."
"클라릿사, 진정하세요. 주위의 청색 기사들 때문에, 입장할 때에는 로제마인님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지 않았습니까."
클라릿사를 진정시키려는 듯, 오틸리에가 그렇게 말했지만, 클라릿사는 멈추지 않는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오틸리에님에게는 로제마인님의 성스러운 자태와 자애로 가득한 표정이 보이지 않으셨던 건가요? ……놀랐습니다."
……멋대로 마음의 눈을 개안한 클라릿사 쪽이 더 놀라운걸.
"할트무트가 로제마인님의 손을 잡고 단을 오르는 모습에서는 마치 아이퍼즈나이트1가 크게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망토를 크게 넓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쿤스틀러2의 총애를 받고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높고 맑고 귀여운 목소리가 최고신에게 말을 걸 때까지였습니다만."
……클라릿사, 미안. 칭찬을 받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잘 이해가 안 돼. 아이퍼즈나이트가 머리카락을 흩날리는게 중요한 건가? 아니면 아이퍼즈나이트의 망토에 의미가 있는 거였나?
글로 쓰여 있으면, 전후 맥락을 참고해 일일이 의미를 확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이렇게 홍수처럼 밀려들어와선 그럴 수도 없다. 그리고 생각하는 동안에 다른 신들의 표현을 끼워넣으면 혼란은 가중된다.
……오틸리에, 도와줘.
나는 오틸리에에게 도와달라는 시선을 향했지만, 오틸리에는 클라릿사를 진정시키기를 완전히 포기한 듯, 식사를 재개했다. 약혼자인 할트무트는 클라릿사에게 동의하며, 제단에서 보고 있던 정경을 말하고 있고, 클라릿사를 진정시킬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클라릿사의 흥분을 부추기고 있다.
"아, 너무나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마치 메스티오노라의 화신 같은 로제마인님의 부름에 최고신이 응답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어둠의 망토가 두둥실 날아오르며 밤하늘이 출현했을 때의 성스러움은 필설로 다할 수 없어, 그라마라투아3가 고뇌할 정도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진심으로 동의합니다. 어둠의 신의 깊은 품을 떠올리게 하는,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에 빛의 여신의……."
……전혀 모르겠다. 이미 둘만의 세계에 빠져 있으니, 내버려두자.
뜨겁게 불타오르는 둘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정말 마음이 잘 맞는 약혼자들이다. 클라릿사와 할트무트의 이야기는 내버려 두고, 나는 의식을 보기 위해 식장에 온 듯한 리제레타에게 시선을 돌렸다.
"리제레타도 보고 있었죠? 귀족원에서의 의식은 여전히 화려하지 않나요?"
귀족원의 학생으로서 함께 행동했었던 리제레타에게 동의를 구하자, 리제레타는 난처한 듯이 웃었다.
"……로제마인님, 화려하다는 표현은 좀……. 적어도 환상적이라거나 신비적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그건 정말로 아름다웠으니까요."
"신비적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도 정말로 최고신이 그곳에 오신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내가 기도를 올리던 당시의 느낌을 이야기하자, 어느새, 푸른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클라릿사가 감격한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로제마인님! 신들과 대화하실 수 있는 거네요!"
"그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클라릿사. 의식에 대한 감상은 나중에 할트무트와 함께 하는 것이 좋겠죠. 지금은 음식의 맛을 즐겨주세요. 그렇게 흥분해 이야기하다가는 모처럼의 요리의 맛을 느낄 수 없겠죠?"
영주 회의를 개시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회식에 나가는 메뉴의 시식을 겸하고 있어, 오늘의 점심은 화려하다. 클라릿사의 수다가 흐뭇한 것에서 소음으로 들리게 된 나는 "입 좀 다물어줘" 라고 부탁한다.
"괜찮습니다. 로제마인님의 이야기를 하며 먹는 요리는 뭐든지 맛있게 느껴지니까요."
"그럼 평소의 요리로 바꿀까요?"
"죄송합니다. 잠자코 먹겠습니다."
클라릿사가 입을 다물자, 주위의 모두가 후유 하고 숨을 내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켈페르가에서는 대체 어떻게 클라릿사을 다루고 있던 건지, 정말로 궁금하다.
오후의 회의에서는 타령의 질문에 대해 "옛 의식의 재현을 왕족에게 부탁 받았습니다" "영지 대항전에서 단켈페르가가 빛의 기둥을 세운 것과 같습니다" "그 이상 자세한 내용은 왕족에게 부탁합니다" 의 세 가지로 받아넘기는 데에 성공한 듯 하다. 작년보다 회식의 신청이 많이 들어오긴 했지만, 그것은 어떻게든 한다고 한다.
"그럼, 할트무트, 클라릿사. 문관으로서 확실히 일하고 오세요."
"알겠습니다."
3의 종4에 맞춰 나가는 어른들을 배웅하고, 나는 당분간 방에서 독서를 시작했다. 도서관으로의 이동은 다른 사람들의 이동이 완전히 끝난 뒤이다.
"단켈페르가의 한넬로레님도 오시니, 페르네스티네 이야기 3권을 가지고 가도록 해요."
리제레타와 오틸리에가 준비를 하는 동안, 호위기사들은 회의를 한다.
"지하에 들아갈 수 있는 것은 상급 기사 뿐이니, 나와 레오노레가 지하로 간다. 그리고 다무엘과 안젤리카는 도서관 밖의 동향에 주의해 주었으면 한다."
"의심스러운 인물이 있을 경우엔 즉각 알려주었으면 합니다. 적어도 폐가식 서고까지는 올라가지 않으면, 도망가지도 숨지도 못합니다. ……도서관에서 싸움이라도 벌어졌다간 로제마인님이 어떻게 폭주할지 알 수 없으니까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레오노레의 지시에 다무엘과 안젤리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 있기보다 밖에 있는 것이 기쁩니다."
안젤리카가 기쁜 듯이 그렇게 말했을 때, 솔란지부터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한넬로레가 왔다고 한다.
"그럼, 도서관으로 가죠."
나는 호위기사 네 명과 근시 두 사람을 데리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공주님, 왔다."
"공주님, 마력 필요."
"슈바르츠와 바이스도 잘 지내는 것 같네요."
마중 나온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이마에 있는 마석을 쓰다듬으며 마력을 공급한다. 슈바르츠들의 모습에 리제레타의 표정이 허물어지고, 오틸리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야기는 듣고 있었지만, 도서관의 마술 도구가 나를 "공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로제마인님, 잘 오셨습니다. 모두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오늘은 상당히 인원이 많아, 집무실로 동행하는 측근들은 셋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중 나온 솔란지가 그렇게 말했다. 한넬로레가 이미 도착했고, 거기에 왕족도 있으면, 확실히 집무실은 발 디딜 틈이 없을 것이다. 안젤리카와 다무엘은 사전에 정해둔 대로 밖으로 나가고, 리제레타는 "차의 준비를 하겠습니다" 라며 미소지으며 떠난다. 나는 상급 귀족인 측근들과 함께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에는 아나스타지우스, 에그란티느, 힐데브란트, 한넬로레와 또 한명, 본 적이 없는 여성이 있었다. 힐데브란트와 비슷한 색조의 머리를 땋아올렸고, 한넬로레보다 더 붉게 보이는 눈동자는 지기 싫어하는 듯한 강한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나이는 이십대 중반 정도라고 생각한다.
"로제마인, 어제의 의식은 예상대로 예상외었다만, 상상 이상으로 좋은 결과가 되었다."
……의미를 모르겠어.
어쨌건 좋은 결과에 만족한 것 같으니 흘려넘기고, 초면의 여성을 소개하고 달라고 눈으로 호소했다.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아, 그대는 처음인가? 이쪽은 아버님의 셋째 부인으로, 힐데브란트의 자당이신 막달레나5님이다. 단켈페르가 출신으로, 옛 말을 독해할 수 있어, 함께 현대어 번역을 해주시게 되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소개를 받아, 나는 막달레나 앞에 무릎을 꿇고 인사한다.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 로제마인이라고 합니다.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의 청명한 흐름이 인도한 만남에, 축복을 기원하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합니다. ……왕자들로부터 이야기는 많이 듣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영주 회의 기간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왕족들은 열람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측근들에게 말을 걸고, 올탄시아와 솔란지의 안내로 폐가식 서고를 지나 지하로 향한다. 올탄시아가 앞장 서고, 그 뒤를 슈바르츠와 바이스가 폴짝폴짝 뒤따르고 있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도서관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곳엔 처음 와보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계단을 내려간다. "레오노레의 말대로, 습격받으면 도망 갈 곳이 없어." 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세 명이 세 개의 열쇠를 집어 넣자, 금속처럼 보이는 벽에 마력의 선이 내달리고, 벽 전체에 복잡한 무늬를 그린 뒤, 기깃 소리를 내며 벽이 세 부분으로 나뉘어 회전하기 시작한다. 투명 벽을 사이에 둔 지하 서고가 출현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감탄하게 된다.
슈바르츠가 들어가고, 바이스가 앞에서 대기하는 것도 익숙한 광경이다. 가장 신분이 낮은 내가 먼저 들어가야 한다. 나는 오틸리에에게서 종이와 잉크를 받아들고 투명 벽을 통과한다.
"공주님, 기도 부족."
슈바르츠가 그렇게 말하는 것도 언제나와 같다. 나는 "앞으로도 열심히 할께요" 라고 대답 하고, 책상에 종이와 잉크를 올린다.
"한넬로레, 속성 부족. 기도 부족."
한넬로레도 이미 여러번 듣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슈바르츠들의 말에는 신경 쓰지 않고, 필기 용구의 준비를 시작했다.
"어머, 힐데브란트 왕자?"
다음엔 누가 들어오는가 싶었는데, 힐데브란트가 긴장한 표정으로 투명 벽을 향해 손을 내미는 모습이 보였다. 귀족원 당시엔 밀려났던 손이 그대로 스윽 통과하며, 힐데브란트도 서고로 들어온다.
"힐데브란트, 속성 부족. 기도 부족."
"……들어왔습니다."
슈바르츠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 듯, 놀라움과 기쁨에 찬 얼굴로 힐데브란트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뒤이어 들어오는 자신의 어머니인 막달레나를 돌아본다.
"들어왔습니다, 어머니!"
"잘했습니다, 힐데브란트. 그대의 노력의 결과입니다."
"막달레나, 속성 부족. 기도 부족."
무러 힐데브란트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마력을 늘리고 싶다고 왕에게 청원해, 왕족의 마력 압축 방법을 배우고, 거기에 막달레나에게서 단켈페르가의 마력 압축 방법을 배워, 계속 마력을 늘리고 있었다고 한다.
"옛 문자도 조금은 익혔습니다. ……적어도 필사할 수 있을 정도로는 되고 싶어서."
중앙에도 옛 문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지만, 이곳에는 들어올 수 없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자료를 베끼고, 그들에게 현대어 번역을 시키는 모양이다.
"이곳으로 들어오기 위해, 저도 트라오크바르님께 부탁해, 오랜만에 옛 문자를 공부했답니다."
쿡쿡 웃으며 말하는 막달레나에 이어, 에그란티느와 아나스타지우스가 들어온다.
"에그란티느, 기도 부족."
"아나스타지우스, 기도 부족."
"흠. 말이 변했구나. 역시 가호의 재취득으로 속성이 채워진 탓인 것 같다. 이 정도면 형님도 말이 바뀌어 있겠군."
왕족도 가호를 재취득 한 듯,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는 전 속성이 된 것 같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재취득을 하며 전 속성이 되신 건가요?"
"아, 기도문을 외우며 마력을 공급하는게 좋다고 그대가 알려줬었지? 겨울의 봉납 등, 마력을 쓰는 곳에서 신들에게 기도를 올리기를 철저히 지키자, 4개의 가호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1년 후에 다시 재취득의 의식을 하려는 모양이다. 에그란티느는 2개의 가호를 얻은 것 같다.
"에그란티느님도 그렇게 해서 전 속성이 되신 거군요."
한넬로레의 말에 에그란티느는 살풋 뺨에 손을 대고, "저는 원래 전 속성이었으니까요" 라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졸업할 때의 재취득으로 속성을 늘릴 수 있을까요?"
"신들의 눈에 들 수 있을만한 행동도 중요한 것 같아요."
"속성 및 가호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만, 여기에 있는 자료의 사본을 만들거나, 번역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와 에그란티느는 오후에 다과회 예정이 있기 때문에, 오전 중 밖에 작업을 하지 못한다. 서두르자."
아나스타지우스의 구령에 의해, 우리들은 열심히 하얀 석판을 번역하거나 베끼기 시작했다. 막달레나와 한넬로레와 나는 현대어로 번역하지만,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와 힐데브란트는 옛 언어의 공부를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 번역하는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옛 문자를 그대로 베낀다.
그리고, 각자의 페이스대로 휴식하면서, 4의 종까지 묵묵히 작업을 했다.
"그럼 우리들은 돌아가겠다. 힘들겠지만 오후부터도 잘 부탁한다."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가 측근과 함께 떠난다. 나와 한넬로레는 미성년자가 귀족원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서고 앞의 휴계 공간에서 점심을 먹기로 예정되어 있다. 왕족이 타령의 미성년자를 부리는 모습은 그다지 알려져서 좋은 일이 아닌 듯 하다.
원래는 이쯤에서 돌아갈 생각이었던 듯한 막달레나와 힐데브란트도 여기서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한 듯, 근시들이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궁까지는 제법 거리도 있고, 셋째 부인인 제가 영주 회의 기간에 귀족원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다지 칭찬받을 행위가 아니니, 부디 함께 점심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막달레나는 그렇게 말하며 식기를 집었다. 셋째 부인이 뒤에서 암약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거나, 단켈페르가로 중앙의 정보를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일 가능성도 있어, 나중에 어떤 소문으로 발전하게 될 지 모른다고 한다.
"이 계절은 야외에서 피크닉을 하는 것도 기분이 좋습니다만, 아무래도 어렵겠죠. 소문처럼 형태 없는 적들은 정말로 성가신걸요. 로제마인님이나 한넬로레님도 부디 조심하셔야 합니다."
"충고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어제의 의식의 이야기가 되어, 세 사람으로 부터, "나도 보고 싶었다" 라는 말을 듣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셋째 부인인 막달레나와 미성년인 힐데브란트와 한넬로레는 식장에 참가할 수 없어, 그저 모두에게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고 한다.
"저도 보고 싶었습니다. 식장에 밤하늘이 뜨고, 빛의 기둥이 솟는 광경은 너무나도 신비적이었다고 아버님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힐데브란트의 말에 한넬로레가 후훗 웃는다.
"저는 오라버님이 그림을 완성시키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아름다운 광경이어서, 그리지 않고선 배길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어머님에게 영주 회의가 끝난 뒤에 그리라며 꾸중을 듣고 있었습니다."
"로제마인님의 축복을 받아, 지기스발트 왕자와 아돌피네님이 올라선 무대에 단 몇초간지만 어렴풋이 마법진이 떠올랐다죠? 지기스발트 왕자가 차기 첸트로서 신들에게 인정받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뭐!?
깜짝 놀란 나는 입으로 옮기고 있던 한 입 사이즈의 닭고기를 떨어뜨린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막달레나를 바라보았다.
"무대에 마법진이 떠올랐나요?"
"어머? 저도 의식을 본 단켈페르가의 모두로부터 그렇게 들었습니다만, 로제마인님은 마법진을 보지 못하신 건가요? 제단에서 의식을 하셨던 거죠?"
눈이 동그래진 한넬로레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았다.
"최고신에게 기도를 바치기 위해 위를 올려다 보고 있었기에, 무대는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에렌페스트에서는 마법진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었던 건가요?"
막달레나가 놀란 얼굴로 물어와, 나는 어제의 기숙사의 모습을 떠올린다. 적어도 나는 듣지 못했다.
"그게, 에렌페스트에선 의식이 있기 바로 직전까지도 옛 방식의 성결식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점심 식사 자리에서는 제가 무엇을 한 건지, 다른 영지의 귀족들의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책에 관한 얘기로 가득했습니다. 게다가 클라릿사와 할트무트는……."
"말씀하지 않으셔도 알 수 있습니다. 로제마인님에 대한 것 밖에 이야기하지 않았던 거죠?"
한넬로레의 말처럼, 두 사람의 화제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었고, 같은 칭찬이 루프에 루프를 거듭해, 저녁 식사 전에 "언제까지 같은 짓을 하고 있을 겁니까?" 라며 레베레히트6에게 혼났을 정도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오후부터 너무나도 많은 신청이 들어와, 어떻게 대응할지를 논의해야 하는 상태였기에, 의식에 대한 것은 더 이상 화제로 오르지 않았습니다. 마법진이 빛났다는 것은 지금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나, 그 자리에 있었는데, 의식을 치른 장본인인데 몰랐어.
차기 첸트 후보를 선별하는 마법진이 떠오른 것이라면, 정당한 첸트를 원하는 중앙 신전이 옛 의식을 되살리려 필사적인 것도 납득할 수 있고,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예상대로 예상 외였지만 상상 이상으로 좋은 결과가 되었다" 라고 말한 의미도 알 수 있다.
"오늘 저녁 식사 때라도 양부님들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몰랐다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점심을 마치고, 다시 작업으로 돌아간다. 부지런히 현대어로 번역한다. 이렇게 새로운 문헌을 읽는 것은 매우 즐겁다.
"……로제마인님!"
막달레나에게 강하게 어깨를 흔들려, 나는 팟 하고 얼굴을 들었다.
"당신의 측근으로부터 올도난츠가 도착했습니다. 서고에서 나가지요."
내가 서고에서 나오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막달레나에게 예를 표하고, 다무엘에게서 도착한 올도난츠의 내용을 알려 준다.
"아렌스바흐의 디트린데님이 도서관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디트린데님은 성인식 때에 마법진을 빛내며, 차기 첸트 후보가 되었을 것입니다. 첸트가 되기 위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온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레오노레의 말에 막달레나가 "이곳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요" 라며 눈을 깜박거렸다.
"아뇨. 페르디난드님은 왕족이나 영주 후보생이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장소라고 인식하고 계셨습니다. 옛날에는 이곳에 왕과 영주 후보생들이 출입하는 것이 보통이었던 것이라면, 어느 누가 정보를 갖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내 말에 막달레나는 "그렇습니까……" 하고 납득되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그 후에 뭔가를 떠올린 듯, 히죽 입꼬리를 올린다.
"차기 첸트 후보라 자칭하는 디트린데님과는 한번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대응은 저에게 맡기고, 힐데브란트와 한넬로레님과 로제마인님은 서고에서 작업을 계속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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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서고에서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에렌페스트와 타령의 인식의 차이.
어느 누구도 마법진을 화제로 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절박해 하고 있습니다.
디트린데가 들이닥쳤습니다.
다음은 차기 첸트 후보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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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디트린데가 신상한 도서관에 난입했습니다.
마인이는 힐데브란트가 있건 말건 신경 안 쓰는 분위기입니다만, 좋아하는 누나(?)와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데이트(?)를 하고, 밥까지 같이 먹은 힐데브란트의 ss가 나올 것이 기대되네요.
이번엔 모호한 표현이 많아 번역에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 (몇 군데는 그냥 놔뒀습니다. 냐하핫...;;)
아, 늦은 이유는 게임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디트린데의 등장에 멘탈에 금이 가서...;;;;)
힘내라 막달레나! 디트린데를 개발살내줘!!
Eifersucht (질투) + Neid (질투)
어둠의 권속으로 추정.
Künstler (예술가, 공예가, 배우, 연예인)
언어를 관장하는 말의 신.
Grammatik (문법) + lauten (읽기)
1의 종. 04:00
2의 종. 07:00 ~ 07:30
3의 종. 09:30 ~ 10:00
4의 종. 12:00
5의 종. 14:30 ~ 15:00
6의 종. 17:00 ~ 17:30
7의 종. 20:00
Magdalena: 여성 이름. 영어식으로는 마그달레나. 성경의 막달라 마리아와 같은 이름이다.
Leberecht. 할트무트의 아버지. 플로렌시아의 측근이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82화. - 차기 첸트 후보 -
차기 첸트 후보
막달레나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서고로 돌아가자, 한넬로레가 "저, 막달레나님" 하고 쭈뼛거리며 말을 걸었다.
"왜 그러시죠? 한넬로레님?"
"저기, 서고에서 작업을 계속하기보다, 숨는다고 할까요, 디트린데님과 저희들이 마주치지 않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그, 미성년인 저희들이 여기에서 돕고 있는 것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는 편이 좋은 거죠?"
한넬로레가 점심 때의 이야기를 예로 들자, 조금 막달레나가 생각에 잠긴다.
"디트린데님이 어느 정도의 호위를 데리고 왔으며,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오셨는지 알 수 없기에, 서고에 들어가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긴 합니다만, 한넬로레님의 말도 맞네요."
아무리 많은 기사를 데리고 있어도, 서고 속으로는 디트린데 한 사람밖에 들어오지 못한다. 그렇기에 서고 안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들의 존재를 알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이다.
"계단에서 마주치는 것이 가장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레오노레의 말에 다들 말문이 막힌 그 때,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하얀 새는 막달레나의 손목에 내려앉아 부리를 연다. 주위를 신경 쓰는 듯, 조금 조심스러운 솔란지의 목소리로 올도난츠가 말한다.
"솔란지입니다. 지금부터 집무실에서 아렌스바흐의 디트린데님의 입장 등록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미성년자가 귀족원에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를 원하시는 거라면, 그 사이에 폐가식 서고 안쪽에 숨어 주십시오. 나중에 다른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실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우리가 점심도 지하 서고에서 먹은 것을 알고 있는 솔란지가 눈치 빠르게 전해왔다. 시간을 끌어, 밖으로 나갈 수 있게만 해준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다.
"막달레나님도 그다지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으시죠? 저희와 함께 폐가식 서고에 숨지 않으시겠나요?"
나는 그렇게 제안해 보았지만, 막달레나는 "아니요. 이쪽의 서고가 열려 있는데, 아무도 없는 것은 부자연스럽습니다" 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저는 디트린데님이 언제 누구의 정보로 이 서고의 존재를 알았는지 조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왕족도 몰랐던 서고의 존재를 디트린데가 알고 있었을 리가 없다. 만약 알고 있었다면 학생이었을 당시에 도서관 등록을 했었을 거라고 막달레나는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지금은 점심을 마친 사람들의 이동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시간입니다. 솔란지 선생님의 유도로 밖으로 나간 이후에도, 중앙 동으로는 가까이 가지 말아주세요. 디트린데님이 도서관을 나가면, 올도난츠를 날리겠습니다."
막달레나의 말에 끄덕이면서, 나는 내가 현대어로 번역한 문서를 모아 막달레나에게 건네고, 필기 도구를 치우고,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한다. 오늘은 하루 종일 서고에 틀어박혀 있을 줄 알았는데, 좀 아쉽다.
그리고 점심을 정리하고 있을 자신의 근시들에게 상황을 알리는 올도난츠를 날리고, 연락이 있을 때까지 도서관으로는 돌아오지 말라고 전한다.
"힐데브란트는 모두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여기서 디트린데님과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막달레나는 방긋 웃으며, 호위기사들에게 힐데브란트를 부탁하고, 조속히 폐가식 서고로 올라가도록 재촉한다. 우리들은 급히 계단을 오른다. 폐가식 서고와 지하 서고 사이에 있는 문은 근시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열어 두었기 때문에, 폐가식 서고로 들어가는 것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열람실에서 폐가식 서고로 들어오는 문 앞에 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어디에 숨어야 보이지 않을지 확인하며 지시를 내린다.
"힐데브란트 왕자는 가장 안쪽의 책장 뒤에 숨어 주세요. 단켈페르가는 그 앞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로제마인님은 이 책장보다 앞으로 나오지 않도록 조심해 주세요."
측근이 많은 한넬로레와 힐데브란트를 안으로 보내고, 우리들은 그 앞의 책장 뒤에 자리잡는다. 귀중한 서적이 놓인 폐가식 서고의 책장은 등판이 붙어 있어, 책장 사이에 숨으면 앞에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직인가요?"
숨기는 마쳤는데, 좀처럼 디트린데가 오지 않는다. 솔란지가 시간을 벌어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꼼짝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고통스럽다.
"근시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문은 열려 있는 상태입니다.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으니, 얌전히 있어 주세요."
……그치만 여기 있는 책을 읽고 싶어.
바로 코앞에, 처음 보는 책이 있다. 책장이 앞에 있는데, 책을 읽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은 정말로 고통스럽다.
……조용히 읽으면 괜찮을까? 아니겠지. 알고 있는걸. 알고 있지만 읽고 싶어.
입 밖으로 꺼냈다간 혼날 일을 생각하면서 나는 디트린데가 들어오는 것을 기다린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밝은 빛이 폐가식 서고에 드리운다.
"어머나. 그럼, 디트린데님이 이곳에 오신 것은 그 편지로……?"
솔란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폐가식 서고에 울린다. 솔란지가 마치 우리에게 들려주려는 듯이, 디트린데의 도서관 방문 이유를 묻고 있다.
"네, 그렇습니다. 발신인이 적혀 있지 않은 이상한 편지가 도착해서……. 제가 차기 첸트가 될 수 있도록 마음만이라도 돕고 싶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귀족원의 도서관에는 첸트가 되기 위한 지식이 잠들어 있다면서요. 그건 분명 신들이 제게 주시는 선물이겠죠."
……거기, 잠깐. 발신인 불명의 그런 수상한 편지를 믿고 도서관에 온 거야!? 디트린데님의 행동은 영주 후보생으로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바보같지 않아!?
여러가지로 혼나는 일이 많은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하지만, 내가 같은 짓을 하면 절대로 페르디난드가 벼락을 떨어뜨릴 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보통은 근시들이 편지를 구분하기에, 그런 수상한 편지가 자신에게 도착할지부터가 의문이다.
……영주 후보생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정답을 골라버린 디트린데님에게 놀랐어.
페르디난드는 "마력이 부족해서 마법진은 기동하지 않았다" 라고 했지만, 진심으로 차기 첸트를 목표로 한다면, 지하 서고에 있는 문헌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
"영주 회의 기간엔 도서관이 열려 있다고 쓰여 있었기에 오게 되었습니다. 연이어 회식이나 다과회의 예정이 있기에, 오늘을 놓치면 다음은 언제 찾아올 수 있을지 모르는걸요."
영주 회의 첫날부터 예정이 꽉 들어차는 일은 드물다. 처음 며칠은 아우브 부부를 비롯한 전원이 참가하는 회의가 있고, 그 사이에 타령과 약속을 잡거나, 예정의 조정을 실시한다. 그래서 영주 회의가 시작할 무렵에는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지만,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바빠지는 것이다.
타령으로부터의 권유가 거의 없던, 하위 영지였던 시절의 에렌페스트는 영주 회의 같은 건 빨리 끝내고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한가했지만, 지금은 첫날부터 예정으로 꽉 차버렸다고 양부님에게 들었다.
"지기스발트 왕자가 성결식 때에 마법진을 빛나게 했고, 영주 회의 기간에 왕족은 지하 서고에 출입하는 것이죠? 먼저 후보가 되었던 제가 뒤쳐질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올탄시아가 쓴웃음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왕족에 대한 불경이라고 여겨질 것입니다" 라고 타이른다. 그러나 디트린데님은 쿡 하고 웃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도 없는 왕족을 왕족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상하지요? 신들에게 선택받아 진정한 첸트가 되는 것은 저인걸요."
폐가식 서고에 디트린데의 높은 웃음 소리가 울린다. 대체 어떻게 해야 저렇게까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디트린데님은 차기 아우브·아렌스바흐가 아니신가요."
"그렇긴 합니다만, 전 분명 아우브가 되기 전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
측근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디트린데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거스르는 것이 귀찮으니까 무시하는 걸까. 이대로라면 농담이 아니라 페르디난드가 연좌처분을 당해버리고 만다.
"디트린데님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올탄시아가 어흠 헛기침을 하고, 디트린데의 높은 웃음소리를 가렸다. 그리고 마치 이 자리에 있는 우리들에게 들려주듯, 분위기를 일신하며, 또박또박 큰 목소리로 묻는다.
"슈라트라움1의 꽃은 올해도 아름답게 필까요?"
"무슨 꽃인가요?"
"디트린데님께선 알지 못하시나요? 아렌스바흐에서만 볼 수 있는, 저의 남편이 좋아하는 꽃이라고 합니다. 게오르기네님에게 여쭈어 보시옵소서."
올탄시아는 그렇게 말하며, 디트린데와 그 측근들을 데리고 계단을 내려간다.
……슈라트라움의 꽃이라는게 뭐지? 디트린데님은 모르고 게오르기네님에게 물어보면 아는 꽃? 올탄시아의 남편은 중앙의 기사단장인 라오부르트였지?
아마 뭔가의 힌트라고 생각된다. 공공연하게 언급하기 싫거나, 무관계를 고수하고 싶을 때, 아는 사람만 알게 하고 싶은 그런 때에 귀족들이 사용하는 암호 같은 말일 것이다.
……페르디난드님에게 편지로 물어보면 알려나? ……우웅. 근데 물어봐도 되는 걸까?
접촉을 삼가라는 말을 들은 직후인데, 편지를 보내도 되는 걸까. 그러나 나 홀로 끌어안고 있기에는 너무 무겁다. 에렌페스트를 노리는 게오르기네와 페르디난드의 역모를 의심해, 그를 아렌스바흐로 내보낸 라오부르트, 두 사람의 이름이 동시에 나온 것이다. 심상찮다는 것은 나라도 알 수 있다.
……게오르기네님과 관련되었으니, 일단 양부님과 상담할 생각이긴 한데…….
양부님이 라오부르트를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라오부르트와 개인적으로 접촉한 것은 귀족원에서 호출 당해 성전을 보였을 때와, 도서관으로 들이닥쳐, 페르디난드가 아달지자의 열매임을 본인에게서 확인했을 때이다.
……아달지자의 열매인 것을 숨기면서 잘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나의 생각은 솔란지가 지하로 이어지는 문을 닫는 소리로 중단된다. 솔란지는 일단 문을 열쇠로 잠그고 휙 돌아본다.
"여러분, 계신가요?"
"네, 솔란지 선생님."
"이쪽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솔란지는 그렇게 말하며, 우리들을 비상구 같은 곳으로 안내해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한다. 어두운 폐가식 서고에서 갑자기 밝은 밖으로 나오자, 눈이 부셔서 시신경이 따끔거린다.
"여기는 도서관 뒤편입니다. 중앙동과는 반대쪽이므로, 기수에 타지 않는 이상 타인의 눈에 띄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디트린데님이 돌아갈 때까지 잠시 산책을 하고 계시는 것은 어떨까요? 하루 종일 지하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몸에 좋지 않겠죠?"
솔란지는 그렇게 말하고, 지하 서고로 들어가는 문을 열기 위해 안으로 되돌아간다. 디트린데과 마주치는 것은 피했다. 그러나 디트린데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 산책 하는 것은 나에게는 무리다.
……적어도 책을 빌려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이제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나는 도서관 뒤뜰에서 망연해 한다. 한넬로레도 곤란한 듯이 뒤뜰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날씨가 좋으면, 소풍하기에 딱 좋습니다만, 다기도, 차도, 과자도 지하 서고에 두고 왔네요. 어떻게 시간을 보내죠?"
"한넬로레님, 분명 소풍도 좋긴 합니다만, 만일을 생각하면 조금 이동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힐데브란트의 측근인 아르투르는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그럼 저쪽으로 산책하지 않으시겠나요? 숲 속에 들어가 있으면 다른 사람의 눈에도 띄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는 뒤뜰의 남쪽에 펼쳐진 숲을 가리켰다.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조금씩 땅으로 떨어지며, 복잡한 무늬를 그리고 있는 숲 속은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로 햇빛이 내리쪼이고 있는 도서관 뒤뜰보다는 훨씬 편해 보인다.
"그렇네요. 로제마인님은 일인용 기수를 내고 조금 숲에 들어가 계시는 편이 좋겠네요. 너무 햇빛을 받으시면 몸이 안 좋아지시니까요."
"저도 조금은 튼튼해졌습니다만……."
오틸리에의 말에 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두 번째로 유레베에 잠긴 이후로는 나도 꽤 튼튼하게 된 것이다. 귀족원에서도 떨어져 있었고, 에렌페스트로 돌아가서도 대부분 신전에서 지내고 있던 나의 몸 상태를 오틸리에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로제마인님이 조금씩 튼튼해져 가시는 것은 알고 있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몸이 안 좋아지시면, 당분간 서고에 가실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건 그렇지만, 한넬로레님과 힐데브란트 왕자 앞에서 말하지 말아요!
오틸리에의 말에 나는 힐끗 한넬로레와 힐데브란트의 모습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다과회에서 갑자기 사람이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한 두 사람과 그 측근들은 새파랗게 되어 숲을 가리켰다.
"로제마인, 숲으로 가죠. 기수를 써도 되니까요. 왕족을 돕게 하다가 쓰러지는 일이라도 생기면 저는……."
"힐데브란트 왕자의 말씀대로입니다, 로제마인님. 이대로 곧장 남쪽으로 가면 단켈페르가의 기숙사가 있을 것입니다. 조금 숲으로 들어가면 보일지도 모릅니다."
힐데브란트의 허가가 나온 상황에, "건강을 위해 걷겠습니다" 라고는 할 수 없다. 나는 일인용 레서 버스를 내고 올라타, 모두와 함께 숲으로 향한다. 다들 걷고 있는데 나만 기수에 타고 있는 상황이 조금 원망스럽다.
……힐데브란트 왕자와 같은 속도라면 나도 걸을 수 있는데.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올도난츠를 날리고, 다무엘과 안젤리카가 합류할 즈음에는 숲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기수를 타고 있는 나는 조금 불만스러워하고 있었지만, 무성한 나무들에 의해 딱 좋을 정도로 햇빛이 차단된 숲 속은 음이온도 가득한 건지, 정말로 기분이 좋다. 여러가지로 고민하던 머리가 좀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설경이 아닌 귀족원은 처음이라 신기합니다만, 정말로 기분 좋은 숲이네요."
"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흰색 건물에 녹색과 형형색색의 꽃이 조화되어 정말로 아름답네요."
흰색으로 덮인 귀족원밖에 모르던 나처럼, 한넬로레도 봄을 맞은 귀족원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것 같다. 주변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뒤에, 한넬로레는 막달레나가 있었기 때문에 미뤄두었던 페르네스티네 이야기의 감상을 말하기 시작한다.
페르네스티네 이야기 2권은, 왕자의 청혼을 받아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자마자, 왕의 반대가 있거나, 새엄마의 음모로 다른 곳에 시집가게 되거나, 그런 절망으로 떨어지는 부분에서, 다음권에 계속, 이라는 귀축 사양이다.
"정말이지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페르네스티네가 행복해지지 못하게 되면 단켈페르가는……, 아니, 저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한넬로레가 부들부들 떨며 나를 향해 그렇게 호소하자, 똑같이 페르네스티네 이야기를 읽은 듯한 힐데브란트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넬로레, 그렇게 한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왕자는 반드시 페르네스티네를 도우러 갑니다. 서로 그렇게 깊이 사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포기할 리가 없습니다."
"그런가요, 로제마인님?"
나를 바라보는 희망에 찬 둘의 눈동자에, 무심코 웃고 만다.
"결과는 3권을 읽고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 주세요. 오늘 가져왔으니까요."
"어머, 정말인가요? 기대되네요. ……이번에야 말로 완결이 틀림 없는 거죠?"
한넬로레가 조금 경계하듯이 나에게 물었다. 물론 페르네스티네 이야기는 3권으로 완결이다. 내가 웃는 얼굴로 끄덕이자 그제야 한넬로레는 안심한 듯이 웃었다.
"……저건 뭘까요? 뭔가 하얀 건물이 보입니다."
나무 위에서 앞을 살피고 있던 안젤리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들의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저 앞에, 그리 크지 않은 건물이 있다고 한다.
"혹시 단켈페르가의 기숙사가 아닐까요?"
"아뇨. 단켈페르가의 기숙사는 더 멀고, 저렇게 작지 않습니다. 저 건물은 나무에 파묻혀 있어, 기수로 상공을 날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크기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안젤리카의 말에 딱히 짚이는 것이 없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각 영지의 기숙사는 기본적으로 숲의 나무보다 높다. 지하실과 하인들이 거주하는 곳이 있는 지하, 식당과 다목적 홀이 1층, 남자 방이 있는 2층, 여자 방이 있는 3층, 그리고 4층이라 할까, 다락방이 창고로 쓰인다. 숲의 나무에 숨겨질 높이는 아니다.
"어떤 곳인지 보고 와주세요. 문이 열려 있다면, 거기서 조금 쉴 수 있으면 좋겠네요."
내 말에 안젤리카가 신체 강화를 사용해, 경쾌한 움직임으로 가지에서 가지로 뛰며 앞으로 나아간다. 단켈페르가의 호위기사들도 한넬로레의 지시를 받아 안젤리카를 뒤쫓는다.
"문은 잠겨 있었습니다. 무척 더러워져 있고, 근 십년 이상 사용된 흔적이 없어 보이는 건물입니다."
"우리도 모르는 건물이니, 그곳에서 쉬더라도 다른 사람의 눈에 띄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정찰대의 보고를 듣고, 우리들은 그 건물로 향한다. 보고받은 대로, 숲의 나무에 둘러싸인 가운데, 고즈넉하니 하얀 건물이 서 있었다. 무성하게 자란 주위의 풀이나, 관리의 손길이 닿지 않은 건물의 상태를 보면, 그동안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리하며 마력을 쏟는 사람이 있으면, 흰색 건물은 열화하지 않는걸요. 정말로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 없었던 거겠죠."
"정말 작은 건물이네요. 숲의 관리소일까요?"
힐데브란트의 말에 아르투르가 "관리소는 더 작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이 건물은 기숙사나 성에 비하면 작지만, 정자나 숲의 관리소보다는 크다. 창문이 없어, 안은 보이지 않는다. 별난 건물이지만, 문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석상이 나란히 서 있는 분위기가 어쩐지 아랫마을에서 신전으로 들어가는 문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어쩌면 사당일지도 모릅니다."
"네?"
"옛날, 저의 할아버님께서 보물 훔치기 딧타를 하시던 와중에 귀족원의 외진 곳에 있는 사당을 부서뜨린 적이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귀족원의 여기저기에 있는 신을 모신 사당에서 장난만 치던 나쁜 학생이 있었다는, 이십대 불가사의를 솔란지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죠? 어쩌면 이것이 그 사당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문 좌우에 배치된 석상이 신전의 문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고, 레서 버스에서 내려와 그 건물로 다가간다. 신들을 모신 사당인데, 이렇게 더러워져 있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
"로제마인님?"
"일단 깨끗하게 하죠. 이대로는 앉아서 쉴 수도 없으니까요."
나는 기수를 타고 있었지만, 힐데브란트도 한넬로레도 상당히 걸었다. 조금 앉아서 쉬고 싶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쉬었던 만큼 일하기 위해, 허리의 가죽 주머니에서 마법진이 그려진 마력지를 꺼냈다.
"그것은 뭔가요?"
"클라릿사가 연구하던 광역 마술을 보조하는 마법진입니다. 이것이 있으면 정말 편하게 광역 마술을 사용할 수 있어요."
나는 슈타프를 내고 그 마법진에 마력을 넣는다. 살짝 종이가 뜨며 빛을 발하는 것을 바라보며, "바센" 이라고 주창하자, 다음 순간, 물이 건물 전체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몇 초 후에는 물의 덩어리가 사라진다. 더러운 것이 씻겨나가, 마치 빛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하얀 건물이 되었다.
"이제 깨끗해졌네요."
"건물을 바센으로 세척하다니, 처음입니다."
엔트비켈른 이후, 페르디난드가 거리 전체를 통째로 세척하는 모습을 봤었기에, 마력이 대량으로 필요하긴 해도, 비교적 메이저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주위의 반응을 보니, 실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보조하는 마법진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걸요. 클라릿사 덕분이지요. 호호호호……."
웃으며 속여념겨보지만, 나에게 귀족의 상식이 부족한 것은, 어쩌면 페르디난드 때문이 아닐까.
"모처럼 깨끗해 졌으니, 조금 앉아 쉬지요. 힐데브란트 왕자도 한넬로레님도 조금 지치셨죠?"
내가 문 앞 층계에 앉아 휴식하자고 권하자, 힐데브란트가 웃는 얼굴로 달려온다.
"로제마인의 배려는 기쁘게 받아들입니다만, 이 정도의 거리는 괜찮습니다. 저도 단련하고 있으니까요."
왕족이라고는 해도, 힐데브란트는 단켈페르가의 피를 이어받은 남자다. 아무래도 제법 단련하고 있는 모양인지, 이 정도의 거리는 힘들지 않다고 한다. 한넬로레도 그다지 지치지 않은 듯, 근시를 기숙사로 돌려보내 다과의 준비를 시킬지 말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다들 튼튼하네. 나, 기수에 타길 잘했을지도.
"여기서 단켈페르가의 기숙사는 비교적 가깝습니다. 다과를 준비할까요?"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으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근시도 기수로 다기를 나르는 것은 힘들겠죠."
힐데브란트의 측근들의 말에 한넬로레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럼 저도 조금 쉬겠습니다" 라며 휴식을 위해 이쪽으로 걸어온다.
"한넬로레님은 이쪽으로 오세요. 막달레나님의 올도난츠가 올 때까지, 페르네스티네 이야기의 감상을 들려주시겠어요?"
나는 문에 손을 대고 한넬로레를 부른다. 다음 순간, 나는 분명 닫혀 있었을 문에, 쓱 하고 빨려들어갔다.
"으엑!?"
한 순간, 나의 시계가 숲의 풍경에서 신상들을 모신 사당으로 바뀌어 있었다. 창문은 없지만, 사당의 중심에 있는 석상이 들고 있는, 투명한 파란 석판에서 나오는 빛이 사당의 내부를 밝히고 있어, 전혀 어둡지 않다.
다다미 12~13장2 정도 넓이인 내부에는 13신들의 상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창과 푸른 석판을 가진 미청년을 중심으로, 남자답고 기백 넘치는 상들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보고, 이곳이 불의 신 라이덴샤프트를 모시는 사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사당은 처음 보네."
신전과 귀족원의 제단에는 최고신과 다섯 기둥의 대신의 석상이 있지만, 권속이 모두 늘어선, 불의 속성만 모신 사당을 본 것은 처음이다.
"우앗, 어쩐지 성장에 효험이 있을 것 같아."
나는 팟 하고 손을 들어 기도의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권속들에게 기도를 바친다.
"불의 신 라이덴샤프트, 인도의 신 에르바클레렌3, 육성의 신 언바욱스4……."
……부디 다른 사람들만큼 성장하게 해주세요!
그렇게 기도하자, 훅 하고, 라이덴샤프트가 가지고 있는 푸른 석판으로 마력이 빨려들어간다. 그것을 보자, 푸른 석판이 반짝반짝 빛나며, 뭔가의 문자가 드러나 있는 것이 보였다.
……뭐지?
나는 처음 보는 푸른 석판에 다가가, 문자를 읽기 시작한다.
"그대의 기도는 우리에게 닿았다. 그대를 인정해, 라이덴샤프트로부터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에 넣기 위한 말을 전한다……."
거기서, 석판을 잡고 있는 라이덴샤프트의 손가락에 가려 문장이 끊겼다. 정작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에 넣기 위한 말" 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나는 "그렇게 쥐고 있으면 읽을 수가 없잖아요, 라이덴샤프트님!" 이라고 석상을 향해 불평하며, 파란 석판을 잡았다.
"나의 말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차기 첸트 후보는 모든 신들로부터 말을 받아라."
마지막 말을 다 읽은 순간, 파란 석판이 내 안으로 흡수되며, 자신 속에 있는 슈타프와 동화되어 간다. 이 파란 석판이 그동안 자신이 바친 기도의 마력과 "신의 뜻" 이 섞인 것임을 감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동시에 마치 어둠의 신과 빛의 여신의 이름이 머리에 새겨지던 당시처럼, 라이덴샤프트로부터 주어진 말이 떠오른다.
"클레프탈크."
"그럼, 저는 이쪽에 앉도록 할게요."
한넬로레가 웃는 얼굴로 다가와, 문 앞에 앉았다. 전혀 시간이 지나지 않은 듯한 기묘한 감각에, 나는 무심코 주위를 둘러본다. 라이덴샤프트로부터 받은 말이 입에서 나온 직후, 나는 사당 밖에 서 있었다. 마치 라이덴샤프트가 그 말을 줄 목적으로 나를 부른 것만 같다.
"로제마인님, 왜 그러시죠?"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한넬로레에게 방긋 미소로 회답한다. 주위의 모습은 바뀌지 않았다. 다들 내가 사당 안으로 들어갔던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뇌리에 새겨진 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에 넣기 위한 말?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의 책, 그것은 나에게 저항하기 어려운 감미로운 유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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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달레나와 디트린데의 대화는 다시 후일에.
그리고 이상한 사당의 발견과 파랑의 석판을 GET 했습니다.
다가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든 읽고 싶은 메스티오노라의 책.
다음은 상담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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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사실은 라이덴샤프트가 준 '말(言葉)' 을 '이름' 으로 번역하고 싶었습니다만, 저 단어가 앞으로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없어, 원문 그대로 갑니다.
그리고 지뢰쨩. 메스티오노라의 책이라면, 당연히 구루투리스하이트잖아. 읽으면 큰일나요....
꿈의 신. 생명의 신 에비리베의 권속.
Schlaf (잠) + Traum (꿈)
약 6평. 19.44 제곱미터. 정사각형이라 가정할 때, 한 변의 길이는 약 4.4 미터 정도가 된다.
erwachsen (자라다, 성장하다) + lehren (가르치다)
anbauen (증축하다, 경작하다) + Wachstum (성장, 발육, 증가)
책벌레의 하극상 5부 83화. - 사당이 있는 장소 -
사당이 있는 장소
……읽고 싶다, 메스티오노라의 책.
힐데브란트와 한넬로레의 대화를 한 귀로 흘리며, 나는 멍하니 메스티오노라의 책에 대해 생각한다.
……여신님의 책인걸. 도대체 어떤 책일까? 정말 기대되는……어라? 잠깐, 메스티오노라의 책이라고 하면 보통은 구루투리스하이트지? 혹시 내가 읽어서는 안 되는 쪽인가?
읽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혔던 머리에 문득 현실이 돌아온다. 그 순간 홀로 사당에 들어가버린 것이니, 석판을 읽기 전에 호위기사들과 연락을 취했어야 했다거나, 애초에 수상한 석판에 다가가서는 안 되었다거나, 이런저런 현실적인 시점에서 자신의 행동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플루트레네의 밤에 여신의 수욕장에서 신기한 체험을 했을 때 같아.
그 당시에도 일행과 연락하는 것을 부자연스럽게 잊는다거나, 페르디난드들이 들어올 수 없었다거나, 그런 모종의 마력적인 간섭이 있었다. 저 사당의 내부도 그런 느낌인 것일까.
……좀 침착하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메스티오노라의 책이 구루투리스하이트라면, 내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게 되면 매우 곤란해질 거라고 생각된다. 나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싶은 것도 아니고, 첸트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쓸데없는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으면, 손을 대지 말고, 가만히 입다물고 있는 것이 제일이다.
다만, 이 기회를 놓치면 여신님의 책은 절대로 읽을 수 없을 것 같다. 읽고 싶다. 엄청나게 읽고 싶다. 그런 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게다가, 왕족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찾고 있었지? 조금이라도 단서가 필요하지 않을까?
지하 서고에 첸트가 되기 위한 지식이 있다는 정보만으로도, 번역에 필사적으로 매달릴 정도다. 지금 나의 체험은 상당히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다.
……중요하기야 중요하겠지만, 같은 방식으로 할 수 있으려나?
분명 빛의 기둥이 솟았을 때에 날아간 일부 빛이 푸른 석판의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그만큼의 축복을 하고, 마력을 봉납하며 빛의 기둥을 세워야 한다. 중앙의 마력 공급만으로도 힘들어 하고 있는 왕족이, 귀족원에서 연달아 빛의 기둥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축복하는 것이 가능할까?
……왕족 스스로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며 살아온 내가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시키면 되잖아" 였다.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게 하면 된다. 그게 내가 아니었다면 완벽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으면 왕족은 어떡하지?
내가 먼저 읽은 다음에 왕족에게 양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페르디난드가 왕이 되더라도 에렌페스트가 그를 보조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페르디난드는 왕명으로 아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 보내지게 되었다. 내가 왕위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혹은 지금의 왕족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나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왕족을 위해서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잠자코 있는 편이 좋다는 거네. 정말 어떡하지?
누군가에게 상담하고 싶지만, 상담할 상대가 떠오르지 않는다. 으음, 하고 고민하며 눈을 위로 들자, 하늘에 푸른 선이 뻗어 있는 것이 보였다. 사당 지붕에서 몇 줄기의 푸른 빛이 나오고 있다.
"……저 푸른 빛은 뭘까요?"
"어떤 푸른 빛인가요?"
내가 가리키는 곳을 힐데브란트와 한넬로레가 올려다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뚜렷이 보이는 부자연스러운 푸른 빛이 두 사람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은 것 같다. 두 사람뿐 아니라 측근들도 보이지 않은 듯, 눈을 부릅뜨거나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겐 아무리 말해도 이해받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몇번인가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뭔가 착각했나보네요. 위를 올려다보다가, 나뭇잎 사이로 들어온 햇빛에 조금 눈이 부셨던 모양입니다."
"생각보다 햇살이 강하니까요."
한넬로레가 같이 위를 올려다보며, 눈이 부신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방향에 푸른 선이 있지만,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푸른 빛의 끝에는 뭐가 있는 걸까?
위를 올려다보며 시선을 집중하고 있자,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아르투르의 팔에 내려앉아 부리를 연 하얀 새는 막달레나의 목소리로 지하 서고로 돌아오도록 세번 반복한다.
"조금은 기분 전환이 되었나요?"
지하 서고로 돌아가, 근시들은 바로 차의 준비를 시작한다. 황급히 서고를 나와 내내 밖을 돌아다니느라 목이 말랐던 터라, 차가 너무나도 맛있다. 차를 마시며 막달레나가 우리들이 밖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묻는다.
"네, 어머님. 솔란지 선생님이 문을 열어 주셔서, 폐가식 서고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도서관 뒤뜰입니다만, 로제마인에게는 햇살이 강해서 숲으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있던 사당 앞에서 휴식했습니다."
잠겨있어서 들어가진 못했습니다만, 이라고 힐데브란트가 어머니에게 보고한다. 막달레나는 아들을 아끼는 듯한 상냥한 미소로, "안에 들어갈 수 없었는데, 어떻게 사당이라는 것을 알았나요?" 라며 이야기를 촉구한다.
"에렌페스트의 신전 입구와 비슷하다고, 로제마인이 말했습니다."
"그런가요. ……귀족원의 제례식에 그만큼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사당에도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네요."
조금 생각하는 듯 중얼거리는 막달레나의 말에, 나는 "맞아요, 너무나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졌다. 노골적인 말은 피하고, 나는 가능한 지장 없는 정보를 전한다.
"이미 복구되었다고는 하지만, 저의 할아버님이 부숴버린 사당도 있었다고 합니다. 귀족원의 외진 곳이었다고 하셨기에, 이번의 사당과는 별개라고 생각됩니다. 도서관에서 저희들이 조금 걸어서 도착할 수 있는 곳을 외진 곳이라고는 표현하지 않겠죠?"
중앙동, 문관동, 근시동, 도서관이 모여 있는 일대는 귀족원의 중심부이다. 외진 곳이라는 표현은 기숙사가 점점이 흩어져 있는 주변을 말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로써, 다른 사당도 있는 것 같아요, 라는 정보는 전할 수 있었을까? 모두의 모습을 살피니, 적어도 한넬로레에게는 확실히 전해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 외에도 비슷한 사당이나 신을 모시고 있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왕족이 관리하는 귀족원의 지도 같은 것은 없나요? 혹은 열쇠라던가……."
"옛날에는 각 영지의 기숙사를 표기한 지도를 딧타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각각 독자적으로 작성하고 있었습니다만, 왕족이 관리하는 사당의 지도에 대해선 들은 적이 없네요. 솔란지와 왕궁 도서관의 사서에게도 물어 보겠습니다."
막달레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페르디난드의 딧타 교범에도 간결한 귀족원의 지도가 있었을 것이다. 기숙사로 돌아가게 되면, 알아 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막달레나님 디트린데님과는 어떤 이야기를 하셨나요?"
"……차기 첸트 후보를 자처하는 분은 상당히 개성적이었기에, 정말 놀랐습니다. 자, 잡담은 이 정도로 끝내고, 작업으로 돌아가죠. 그다지 시간이 없습니다."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은 내용인지, 막달레나는 방긋 미소지으며 휴식의 끝을 알렸다.
……디트린데님에겐 단켈페르가의 첫째 부인도 놀랐으니까. 설마 폐가식 서고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내용을 막달레나님을 마주보며 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디트린데님이니까…….
디트린데는 귀족원의 다과회에도 실례되는 말을 하곤 했는데, 기본적으로는 하위 귀족이 그 대상이었기에, 그저 눈살을 찌뿌릴 정도였었다. 아우브·아렌스바흐가 죽었기에, 아렌스바흐의 일인자가 되는 이상, 아무래도 자신보다 상위인 왕족에게 실례를 저지르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다, 그런 행동을 측근들이 방치할 리도 없다.
하지만, 막달레나가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것을 떠올리자, 굉장히 불안해졌다. 어쩌면 현 왕족을 향해, 자신이 차기 첸트 후보라고 선포했을지도 모른다. 디트린데의 왕족에 대한 불경이 지나칠 경우엔, 남편이 된 페르디난드가 연좌처분을 당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성결식이 연기되어 다행히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아직은 약혼자 신분이라서 귀족 회의에 오지 못하는 페르디난드는 여기서 디트린데가 무슨 짓을 저질러도 아직 연좌되진 않을 것이다.
……나, 어쩌면 일찍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으면, 여차할 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드릴 테니, 페르디난드님만은 돌려주세요!" 라고 왕족에게 교환 조건을 내걸 수 있지만,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조차 없다. 디트린데의 연좌로 끌려들어가는 페르디난드를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내 걱정이 너무 심한 것은 아닐까?
나는 살짝 가슴을 누른다. 디트린데가 폐가식 서고에서 말하던 내용을 막달레나에 그대로 내뱉는 타입이라면, 나의 걱정은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입에 내지 않고 속으로 걱정할 뿐이라면 혼나지 않을 것이다.
……메스티오노라의 책이 구루투리스하이트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어쩌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기 위해 필요한 물건일지도 모르고, 설령 구루투리스하이트라고 해도, 바로 입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좋아. 일단 찾아보자.
나는 오틸리에에게서 종이와 필기 도구를 받아 지하 서고로 들어갔다. 슈바르츠가 나를 보고 "공주님, 기도 부족" 이라고 한다. 분명, 이제 막 파랑의 석판을 얻었을 뿐인 나로서는 기도가 부족할 것이다.
……일단 사당의 위치부터 확인해야지 않으면.
"저기, 슈바르츠. 기도를 바치기 위한 사당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는 있나요?"
"있다."
내가 무심코 물어보자, 슈바르츠는 하얀 석판을 몇개나 내왔다. 슈바르츠가 꺼낸 석판은 책장의 중간에서 오른 편에 있다. 왼쪽 위부터 읽어 나가는 내 방식으로는 좀처럼 도달할 수 없는 부분에 있었던 모양이다.
"고마워요, 슈바르츠."
나는 슈바르츠의 이마를 쓰다듬고, 죽 늘어선 지도를 확인한다. 엄청나게 개략적인 지도와 자세한 지도 사이엔, 사당으로 보이는 점의 수가 전혀 달라서, 어디에 기도를 바쳐야 하는지 잘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지도에는 각 영지의 기숙사나 표식이 그려져 있지 않아, 어딘지도 모르겠다. 전부 베낀 다음, 기숙사로 돌아가 딧타용으로 작성된 지도와 대조하며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위치 확인에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로제마인, 끝이다!"
"꺅!?"
갑자기 확 석판을 빼앗겨, 놀라 얼굴을 들자, 양부님이 하얀 석판을 슈바르츠에게 건네던 참이었다.
"정말이지, 그대는 책에 집중하면 주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모양이군. 대체 몇번이나 불렀는지 알고 있는가?"
"……모르겠습니다."
나는 기막히다는 표정의 양부님에게 "얼른 정리해라" 라고 재촉받아, 현대어 번역을 마친 종이를 막달레나에게 건네고, 베낀 지도는 자신의 가죽주머니에 접어 넣었다.
"양부님이 마중나오셨네요."
"당연하다. 임신중인 플로렌시아를 이런 거대한 마술도구 안에 들일 순 없으니까."
강고한 마력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선별하는 지하 서고는 분명 거대한 마술도구라고 할 만하다. 양부님은 뱃속의 아기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모르기에, 양모님을 들이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매일 양부님이 마중나오시는 건가요?"
"그럴 생각이다. 자, 이리 와라."
양부님이 내민 팔의 의미를 알 수 없어, 나는 당황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건 대체 뭘 어떡해야 좋은 걸까.
"뭘 멍해있는 건가? 나의 에스코트로는 불만인가?"
"아뇨,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양부님이 양모님 이외의 다른 사람을 에스코트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그야 플로렌시아가 있을 때는 플로렌시아가 최우선이니까."
나는 양부님의 팔에 손을 올리고, 에스코트를 받으며 서고를 나왔다.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 양부님에게 귀족의 공주님처럼 정중하게 다뤄지니, 뭔가 엄청나게 신기한 기분이다.
도서관을 나오자, 이미 날이 저물어 있었다. 황혼이 드리운 회랑을 양부님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걷는다. 평민이었을 때는 손을 잡긴 해도 이렇게 누군가의 팔을 붙잡고 걷는 일은 거의 없었고, 귀족이 된 이후로도 연회가 있을 때 외에는 이렇게 다닌 경험이 없다.
……할아버님의 손가락을 잡고 걸어간 적은 있지만, 파트너라기보다 중대한 미션이라는 느낌이었고, 애초에 에렌페스트의 성에서는 늘상 기수를 타고 이동했으니까.
"로제마인, 뭘 그렇게까지 이상한 얼굴을 하는 건가?"
"……이런 에스코트는 익숙하지 않아, 조금 당황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아? 페르디난드와 빌프리트에게 많이 받지 않았나?"
양부님이 놀란 얼굴이 되었지만, 놀라고 싶은 것은 이쪽이다. 일상 생활에서, 그 두 사람에게 이런 에스코트를 받은 적이 없다.
"페르디난드님은 일상 생활에서 에스코트 따윈 하지 않으시는걸요. 아, 그래도 너무 걸음이 빠를 때엔, 달려가 소매를 붙들면, 제가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걷는 속도를 조절해 주셨습니다."
"뭐어? 그게 다인가?"
그게 다냐고 하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페르디난드가 해 준 것을 떠올려 본다.
"으-음, 기수에 태워 주셨을 때는 안아올려 주시거나, 내려 주시곤 했습니다. 키가 작아 혼자서는 오르내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만."
"……빌프리트는?"
"연회가 있을 때엔 해줍니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딱히……. 아, 귀족원의 강의에서, 측근이 들어갈 수 없는 영주 과정의 교실로 갈 때, 무거운 짐을 들어 주었습니다."
그것에는 한넬로레도 놀라고 있었고, 상냥한 약혼자라고 했었다. 내 말에 양부님이 불만스러운 듯, 떨떠름한 얼굴이 되었다.
"성에서야 기수에 타는 일이 많다만, 귀족원에서는 걷고 있는데도 약혼자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그렇게 말씀하셔도, 귀족원에서 일상적으로 에스코트 받으며 다니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나는 했다."
……에스코트를 구실로 플로렌시아님에게 찰싹 붙어 있었겠지.
양모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자신과 비교하지 말아주세요,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정중한 취급은 페르디난드나 빌프리트도 본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페르디난드와 빌프리트 오라버님에 비하면, 양부님은 꽤나 여성에게 정중하게 대해주시네요. 솔직히 놀랐습니다."
"오히려 나는 자신의 동생이 설마 이렇게까지 불량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연회 같은 것이 있을 때엔 빈틈 없는 주제에, 일상 생활은 완전히 글러먹지 않았나……."
"페르디난드님은 친해질수록 취급이 소흘해 지시니까요."
나뿐만 아니라 양부님에 대하는 것도 꽤나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세세하게 배려해 주고, 상냥할 때는 상냥하지만, 취급은 그렇지 않다. 내 말에 양부님이 복잡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왜 그러시죠?"
"아니, 세월이 지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을 뿐이다."
"……저는 최근의 양부님에겐 젊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대체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나 때문이었나요. 죄송합니다.
벤노에게도 종종 이렇게 혼났었지, 라고 그립게 생각하고 있을 때, 나는 양부님이 더욱 늙어버릴 듯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또다시 양부님의 젊음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만……."
"듣고 싶지 않다만, 듣지 않을 수도 없는 이야기겠지?"
양부님은 싫은 듯한 얼굴을 하면서 이야기를 재촉했다. 자박자박 걸으며 나는 입을 연다. 주위에는 측근들이 있지만, 밀담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
"성결식 때에 마법진이 떠올랐다고 하더군요."
"아아, 그것이 어떻다는 건가?"
"전, 기도를 드리기 위해 위를 보고 있었으니 눈치채지 못했습니다만, 그것은 디트린데님이 졸업식 때에 빛나게 한 것과 같은, 차기 첸트 후보를 선별하는 마법진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기스발트가 차기 첸트 후보라고 주위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듯 하다. 그 자체는 경사스러운 일이지만, 그 마법진은 선별할 뿐이다. 그 마법진을 빛낸 것만으로는 첸트가 될 수 없다.
"정당한 첸트를 원하고 있는 중앙 신전이 낡은 의식을 되살리려 필사적인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의식을 되살릴 수 있는 신전장이기에, 앞으로 중앙 신전으로부터 묘한 간섭이 들어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내가 중얼거리자, 양부님은 왼팔을 잡고 있는 나의 손을 자신의 오른손으로 가볍게 토닥였다.
"염려 마라. 그대와 빌프리트의 약혼은 왕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해소할 생각이 없다."
……그럼 제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첸트의 자격을 얻어 버리면 어떻게 되나요? 최악의 상황에서 페르디난드님을 돕기 위해 준비해 두고 싶습니다.
전력으로 나를 지켜주려 하고는 있지만, 페르디난드를 타령의 사람으로서 취급하겠다고 말하던 양부님에게는 내가 차기 첸트 후보가 되어 버린 것은 말할 수 없다. 첸트가 될 생각이 없으니, 굳이 말할 것도 아니다.
대신 디트린데가 지하 서고에 온 것과, 폐가식 서고에서 오간 대화에 대해 보고한다.
"슈라트라움의 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렌스바흐에서만 채집할 수 있는 꽃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올탄시아의 남편, 중앙 기사단의 기사단장과 게오르기네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은의 천에 대해서는 양부님이 왕족에게 연락하시는 거죠? 왕족에게 알릴 때는 기사 단장을 배제한 상태에서 알릴 것인지, 조금 생각해 두는 것이 좋겠지요."
내 말에 양부님이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양부님에게 있어, 중앙 기사단장은 거의 면식이 없는, 모르는 사람이다. 페르디난드를 눈엣가시로 여기며 아렌스바흐로 보낸 원인인 것을 모른다. 페르디난드는 자신의 출생에 대한 것을 양부님에게 말할 생각이 없다고 했었다. 아달지자에 대한 언급 없이 설명할 자신이 없기에, 나는 입을 다물고 있을 생각이다.
"여차하면 서고로 저를 마중나왔을 때에 알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다목적 홀의 책장에 있는 기사 과정을 위한 교재 중에서, 옛날 딧타에서 사용하던 지도를 꺼냈다. 어른들은 앞으로의 준비로 바쁠 것 같아, 다목적 홀에서 보는 것은 그만두고 자기 방으로 가져간다.
"로제마인님, 무엇을 하시는 건가요?"
레오노레가 지도를 흥미로운 듯이 들여다본다. 갑자기 기사 코스의 교재를 가지고 온 것이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나는 지하 서고에서 베껴온 종이를 펼치고, 사당이 있는 장소가 어디쯤인지 확인한다.
"지하 서고에 오늘과 같은 사당이 있는 위치를 표시한 지도가 있었습니다. 너무 간결해서,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지도와 대조해 보려고 생각해서……. 아, 이 동그라미가 오늘의 사당이네요."
"도서관에서 조금 남하한 곳이니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쪽은 문관 동의 조금 안쪽이고, 여기는 근시 동의 더욱 안쪽……. 로제마인님, 중앙동 일대를 중심으로 거의 같은 거리에 있는 것 같지 않나요?"
레오노레가 지도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나도 유심히 지도를 바라본다. 듣고 보니 그렇다. 오늘의 사당을 나타내고 있는 것과 동일한, 약간 큰 동그라미는 중심부에 가까운 곳에서 거의 같은 거리에 있다.
"작은 동그라미는 귀족원 내에 흩어져 있네요."
"크기가 다르니, 다른 것을 나타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내일 지하 서고에서 보고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지도를 정리하며, 나는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영주 회의 기간 동안에 이 사당들을 방문하고 싶다. 겨울의 귀족원에서는 이런 곳에 가는 것은 무리다.
……그렇지만, 어떻게? 가고 싶어요, 라고 하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귀족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미성년이 귀족원을 어슬렁거리는 것은 이상하고, 측근들이 이유도 없이 보내줄 리가 없다. "페르디난드님을 돕기 위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찾아 제일 먼저 제가 읽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다간 절대로 혼난다.
다음 날, 지하 서고로 가자,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가 와 있었다. 오늘도 오전 중에는 현대어 번역을 한다고 한다.
"다른 사당들의 위치를 알아보았습니다. 중앙 동을 중심으로 거의 일정 거리의 원주 위에 있는 듯 합니다.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지 않나요?"
내가 지도를 펼치고 보고하자, 아타느타지우스가 "확실히 수상하군" 이러고 말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도를 내려다본다.
"자세한 자료가 없는지, 왕궁 도서관에서도 찾아보겠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제가 어제 왕궁 도서관에 연락을 넣었습니다."
막달레나는 조금이라도 모인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다. 아타느타지우스는 막달레나에게 예를 표하고, 일어선다.
"일단 그 사당을 보고 싶다. 어떤 것인지 몰라서야, 아버님에게 설명하기도 어려울 테니까."
"……그렇겠네요."
막달레나도 일어나, 힐데브란트를 안내역으로, 왕족들은 어제의 사당을 확인하기 위해 나갔다.
나와 한넬로레는 지하 서고에 남아 현대어 번역을 계속한다. 둘만 남게 되니, 엄청 마음이 편하다.
"어제 빌려주신 페르네스티네 이야기를 바로 읽기 시작했어요. 좀처럼 멈출 수 없어서 콜두라에게 혼나버렸습니다. 전, 오늘은 조금 수면 부족이에요."
콜두라의 제지를 뿌리치고, 페르네스티네을 구하기 위해 왕자가 들이닥치는 부분까지 근성으로 읽은 듯, 다음 전개가 궁금하긴 해도, 안심하며 잘 수 있었다고 한다.
"끝까지 읽는 것이 기대됩니다."
현대어 번역을 계속하고 있자, 사당을 보러 갔던 아나스타지우스들이 돌아왔다. 안색이 좋지 않은 에그란티느가 뭔가 말하고 싶은 듯이 나를 바라본다.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에그란티느님?"
"로제마인님, 상담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에그란티느의 부탁을 받으며, 아타느타지우스에게 노려봐지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로 도움이 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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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사기입니다. 상담까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디트린데의 언행이 불안해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입수해 두고 싶은 로제마인.
몇몇 지도를 보고, 사당이 있는 장소에 은근히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당을 보러 갔던 에그란티느의 상담을 받습니다.
다음은 상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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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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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다들 아시다시피,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책인 시점에서 이미 엔딩이 보였죠.
솔직히, 마인이가 여왕이 되지 않고 왕족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받으려면, 마인이를 여신의 화신으로 인정하고, 초대 왕이 메스티오노라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받은 고사를 재현할 수 밖에 없겠죠.
사람이 아닌 여신이라면, 마인이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어도, 또 그것을 진정한 왕에게 양도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테니까요.
라지만..... 과연 전개가 어떻게 될까요?
게오르기네의 역모나, 란체나베와의 전쟁 떡밥도 있으니, 간단히는 끝나지 않겠죠?
(역질하며 제일 좋은 것 중 하나는, 감상을 1빠로 할 수 있다는 것!! >_<)
책벌레의 하극상 5부 84화. - 상담 -
상담
에그란티느는 서고에서 할 수 있는 상담이 아니라며 이궁의 다과회를 제안했다. 아무래도 상당한 긴급 사태인듯, 가능하면 내일 오전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는 지하 서고에서의 현대어 번역 이외엔 예정이 없고, 다른 사람도 아닌 에그란티느의 권유이니, 언제라도 상관 없다.
"대체 로제마인에게 무엇을 의논하려는 것인가?"
"그건……. 로제마인님과의 이야기가 끝나면, 아나스타지우스님에게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에그란티느, 그게 무슨 뜻인가? 그래서는 마치 나의 동석을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만."
아나스타지우스가 분노에 찬 낮은 목소리로 물었지만, 에그란티느는 자신이 한 말을 전혀 번복할 생각이 없는 듯, 아나스타지우스를 마주보았다.
"저는 로제마인님과 단 둘이서만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내일의 다과회에선, 아나스타지우스님은 자리를 삼가해 주세요."
"각하다. 로제마인이 관련되어 있으면, 대체로 엄청난 일이 되지 않는가. 사태를 파악하는 것은 필수다. 그러니 양보할 수 없다."
아까부터 에그란티느와 아나스타지우스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아나스타지우스가 있든 말든 나는 상관 없다. 아나스타지우스가 노려보는 것이 귀찮을 뿐이니, 두 사람의 합의가 잘 끝나기만 하면 그걸로 좋다.
……나는 오히려 에그란티느님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 것이 신경쓰이는데.
소중한 아내가 파리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도 이런 말다툼보다는 몸 상태를 걱정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아나스타지우스에게 있어 다과회에 동석하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인 것 같다. 내가 섣불리 간섭했다간 더욱 이야기가 길어질 것이 틀림없기에, 나는 결말이 나올 때까지 서고에서 번역을 하기로 한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성가실 정도로 질투가 심하니까.
"로제마인님, 내일의 예정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왕족의 초대는 예정에 없던 일이라, 아우브에 대한 보고나 준비가 필요합니다."
나는 "사랑 싸움이라니, 어울려 줄 수 없어요" 라고 바로 손을 뗐지만, 왕족의 대응에 익숙하지 않은 오틸리에에게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왕족을 찾아가게 되면, 의상이나 선물 등,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둘의 말다툼 결과에 따라, 내일의 예정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로는 근시의 일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이번 영주 회의 기간 동안엔 다른 사람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해야 했기에, 왕족의 초대를 받을 예정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 오틸리에의 머릿속은 대혼란 중이겠지.
"글쎄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먼저 두 분의 의견이 정리되어야 할 텐데요."
내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곤란하네요, 라며 뺨에 손을 얹고 있자, 차를 마시고 있던 막달레나가 잔을 놓고 일어섰다. 그리고 두 사람의 앞으로 나와, 과장된 한숨을 토한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에그란티느님. 두 분 다 볼썽사납습니다."
"막달레나님……."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를 향해 깔끔하게 단언하는 막달레나를 그만 존경해버리고 말았다. 나에게도, 두 사람으로부터 조금씩 떨어지며 모습을 살피고 있던 한넬로레에게도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어째서 게둘리히가 주위의 도움에 의지하며, 에비리베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했던 건지 모르고 계신 건가요? 학생으로 돌아가, 다시 신화를 공부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기막혀 하는 막달레나의 질책에 아나스타지우스가 움찔했다. 땅의 여신에게 거부당한 생명의 신도 분명 이런 표정을 했을 것이다.
"여성에게는 여성들끼리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평소엔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의견을 받아들이시는 너그러운 에그란티느님이 이렇게 강경하게 거부할 정도의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 심정을 이해해 받아들이는 것도 남편으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요?"
에비리베처럼 과도하게 구속하다간 미움받을 겁니다, 라고 위협해 아나스타지우스를 침묵시킨 막달레나는 붉은 눈을 에그란티느에게 돌렸다.
"에그란티느님도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를 배제하고 이야기를 하려 하면 왕자가 폭주할 거라는 것은 알고 있지 않습니까. 로제마인님을 초대하는 것은 먼저 그쪽의 이야기를 끝내고 나서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님의 불만이 로제마인님을 향하게 됩니다."
앗 하고 놀란 에그란티느가 난처한 얼굴로 아나스타지우스와 나를 번갈아 본다. 막달레나는 에그란티느님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부드럽게 하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왕족과의 회담이 갑자기 다음 날로 예정되어선, 초대를 받은 자뿐 아니라 그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부담이 큽니다.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겠습니다만, 조금 배려가 부족하군요."
"……전, 너무 허둥거렸던 것 같습니다. 생각이 미치지 못해 죄송합니다."
에그란티느가 막달레나와 나에게 사과한다.
"저로서는 긴급히 로제마인님과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만, 먼저 아나스타지우스님과 이야기를 해 둬야 할 것 같습니다. 로제마인님, 죄송하지만 상담은 다시 후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남편을 먼저 달래놓지 않으면 다과회도 할 수 없다니, 에그란티느도 큰일이다. 나는 "신경 쓰지 마세요" 라고 에그란티느에게 전하고, 이 자리를 수습해 준 막달레나에게 감사를 표하고 서고로 들어간다. 다과회 예정이 연기되어, 오틸리에가 안도하고 있는 것이 얼핏 시야에 스쳤다.
양부님이 데리러 올 때까지 현대어 번역을 하고, 함께 기숙사로 돌아간다. 돌아가며 에그란티느의 초대를 받을 예정임을 전하자, 순간, 양부님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버린다.
"어째서 미성년인 그대가 왕족의 이궁에 초대를 받는 것인가? 도서관에서는 안 되는 것인가?"
"에그란티느님이 제게 상담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해, 그저 상상입니다만, 제례식과 관계된 질문이겠죠. 이전에도 신전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으니까요."
내 말에 양부님이 뭔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대에게 상담인가……. 뭐, 중앙 신전과 왕실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이상, 제례식에 대해서는 그대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쉽기야 하겠다만……그저 불안하기만 할 뿐이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도 양부님과 같은 이유로 동석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을 에그란티느님이 거절하는 바람에 아직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지만요. 상세가 정해지면 다시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음."
결국 막달레나에게 주의를 받은 아나스타지우스가 "에그란티느에게 미움받는 것보다는……" 이라며 꺾여버린 듯, 에그란티느의 상담은 이틀 후가 되었다. 그때까지는 현대어 번역을 하고, 점심을 먹고, 돌아올 때는 양부님과 함께 기숙사로 돌아가는 생활이다. 이렇게 꼬박 하루가 지나기 때문에, 사당을 찾으러 나가기가 어렵다.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 조사도 필요하겠지.
신속하게 사당을 순회하려 해도, 장소를 모르면 곤란할 것이다.
"안젤리카, 다무엘. 두 사람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나요?"
저녁 식사 후, 내가 도서관 밖을 지키고 있는 두 사람에게 묻자, 안젤리카가 "도서관에 이어지는 회랑을 망보고 있습니다" 라고 답해주었다.
"어쩌면 또다시 디트린데님이 오실지도 모르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코넬리우스와 레오노레가 말했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어느 한쪽은 이 지도를 토대로 사당을 찾아 주지 않겠습니까? 중앙동을 중심으로 거의 같은 거리에 있으니, 그다지 힘들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교대로도 괜찮으니까요."
지도를 보여주며, 도서관의 남쪽에 있는 것과 같은 사당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자, 두 사람은 흔쾌히 맡아 주었다. 같은 장소에 계속 있는 것도 피곤하기에, 오전과 오후로 망보기와 사당 찾기를 교대로 해주겠다고 한다.
"로제마인님은 사당을 찾아 무엇을 하시려는 건가요?"
문관들과 함께 다음 날의 준비를 하고 있을 클라릿사가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는 방긋 웃으며, "깨끗이 합니다" 라고 대답한다.
"신을 모시는 장소를 더러워진 채로 놔둘 수는 없지요? 요전에도 사당을 깨끗히 씻었습니다만, 그 때, 클라릿사가 연구한 광역 마술을 보조하는 마법진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로제마인님의 도움이 되어 기쁩니다만……그 마법진을 어떻게 사용하신 건가요?"
신기해하는 클라릿사에게 다무엘이 사당을 통째로 세척한 이야기를 해준다. 그 자리에 있고 싶었다며 슬퍼하는 클라릿사에게, 나는 입막음을 시켜두기로 했다.
"한넬로레님도 함께였기 때문에 지금의 이야기는 단켈페르가에서도 파악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왕족을 도우며 일어난 일입니다. 부디 다른 사람에겐 누설하는 일이 없도록 부탁드립니다. 거기, 몰래 엿듣고 있는 할트무트도 누설 금지에요."
"알겠습니다."
우리가 그런 말을 하는 동안, 오틸리에와 리제레타는 왕족과 만나기 위한 준비로 바쁘다. 상위 영지나 왕족과의 교제는 브륜힐데에게 의존했던 부분이 많다. 양부님의 근시로서 기숙사에 와 있는 리할다에게도 응원을 요청하고, 의상이나 선물 등을 준비한다.
"로제마인님과 귀족원을 오니, 매일 이런 상태가 되네요. 이제 막 측근으로 들어온 그레티아가 예상 이상으로 단련되어 있던 것도 납득이 됩니다."
이야기는 듣고 있었지만, 실제로 귀족원에서 왕족의 대응을 한 적이 없었던 오틸리에는 그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와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로제마인님."
인사를 마치고, 에그란티느가 차와 과자를 한 입씩 맛 보고 권한다. 아나스타지우스 없이, 정말로 에그란티느와 단 둘 뿐이라는 것이 이상한 느낌이다.
"조금 안색이 좋아지셨네요. 사당에서 돌아오셨을 때엔 파리하셨기에 걱정했었습니다."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마력을 많이 썼을 뿐이었기에, 이제 괜찮습니다."
"에그란티느님도 사당에 바센을 사용하신 건가요?"
사당에서 대량의 마력을 사용할 이유가 그것 외엔 떠오르지 않아 그렇게 묻자, 에그란티느는 밝은 오렌지색의 눈을 동그랗게 뜨며 쿡쿡 웃었다.
"이미 로제마인님이 깨끗이 하신 뒤였기에, 그럴 필요는 없었습니다."
부부이기 때문에, 에그란티느의 이궁은 아나스타지우스와 같은 곳이다. 오늘 아나스타지우스는 홀로 지하 서고에 가는 모양이다. 에그란티느가 사람을 벽으로 물리며, 우리는 단 둘이 되었다. 그래도 에그란티느는 주의를 기울여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꺼낸다.
"에그란티느님이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동석을 강경하게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놀랐습니다."
내가 차를 마시며 그렇게 말하자, 에그란티느는 "로제마인님과 상담한 뒤라면 아나스타지우스님에게도 말씀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라며 미소짓는다.
"어떤 상담인가요? 저로서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만……."
"제가 상담을 부탁드렸던 날, 사당을 확인하러 다녀 왔었죠?"
에그란티느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힐데브란트의 안내로 사당에 갔고, 그 문에 닿은 순간, 마력을 빼앗기며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샌가 사당 안에 있었다고 한다.
……나랑 거의 같네.
나는 딱히 마력을 빼앗기는 듯한 감각은 없었지만, 에그란티느의 말로는 많지는 않지만 분명 슈타프에서 마력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혹시 빠져나간 양이 적어서 몰랐던 걸까?
언제나 온몸에 마석 부적을 달고 있는 나는, 수시로 마석에 마력을 빨리고 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정도는 마력이 빠져나가더라도 언제나 있는 일이라서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다. 자신의 마력 유출에 조금 둔감하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 사당은 불의 신과 그 권속이 합사된 것이었습니다. 라이덴샤프트의 상을 올려보고 있었더니, 무심코 기도를 드려야 할 것 같았기에……전, 봉납춤을 추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만큼 성장할 수 있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했습니다.
신을 앞둔 행동에는 조금 개인 차가 있는 것 같다. 내 경우엔 봉납춤은 떠오르지 않았다.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행위가, 에그란티느에게는 봉납춤일 것이다.
"마치 강당의 무대 위에서 마석을 달고 춤추었을 때처럼, 저절로 마력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만, 저는 그것을 신기하다고도 생각하지 못하고 춤추었습니다. 그렇게 마력을 봉납하고 있자, 점점 라이덴샤프트의 손에 파란색 마석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어? 나는 들어갔을 때부터 라이덴샤프트의 손에 푸른 석판이 있었는데?
내가 본 라이덴샤프트는 처음부터 손에 푸른 석판을 들고 있었다. 어렴풋이 빛나고 있고, 문자가 새겨진 것이 보였기에, 푸른 마석이 아닌, 푸른 석판이라고 생각했었다.
……혹시 그때까지 봉납한 마력의 차이, 인가?
푸른 석판을 얻었을 때의 감각이, 그동안 자신이 바친 기도의 마력과 "신의 뜻" 이 섞여 있는 감각이었기에, 아마 틀림없을 거라 생각한다.
"봉납춤으로 마력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에, 저는 평소 허리에 차고 있는 회복약을 사용했습니다. 로제마인님이 나누어 주신 회복약 정도의 효과는 없어도, 상당히 회복시켜 주는 약입니다."
에그란티느는 왕족들이 사용하는 회복약으로 마력을 회복시킨 것 같다. 그러자, 또다시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될 듯한 기분이 되었다고 한다.
"네? 회복하고 또 기도를 하신 건가요?"
"네.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국 에그란티느는 자신이 허리에 차고 있던 회복약을 전부 사용할 때까지 마력을 봉납했다고 한다.
"끝났을 때에는 청색의 마석이 상당히 커져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기도가 부족하다, 라고 새겨져 있었습니다."
……얼마나 마력을 쮜어짜낼 생각인가요, 라이덴샤프트님!?
그리고 에그란티느는 마력이 다하자, 마치 사당에서 쫓겨난 것처럼 밖으로 내보내졌다고 한다.
"상당히 오랜 시간을 사당 안에서 보냈습니다만, 밖으로 나오자 시간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다른 사람은 사당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문을 밀면서 "정말로 잠겨 있군" 이라고 아나스타지우스가 말했기에, 그가 들어가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었고, 막달레나나 힐데브란트에게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저, 로제마인님. 그 사당은 차기 첸트 후보가 기도하는 사당이 아닌가요? 지하 서고에 있던 석판에, 몇번이나 돌며 기도를 바친다는 글도 있었죠? 기도가 충족되어, 그 파란 마석이 완성되면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에그란티느의 말에, 나는 "어떻게 되려나요?"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왕족들 중에 차기 첸트 후보가 나온 것이라면, 나에 대한 것은 말하지 않는 편이 좋다. "나는 이미 푸른 석판을 GET 했습니다" 라고 했다간, 자칭 차기 첸트 후보인 디트린데 이상으로 왕족에게 싸움을 거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로제마인님도 안으로 들어가셨던 거죠?"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신전에서 기도하며, 많은 가호를 받으신 로제마인님이라면, 그 사당에 들어갈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저의 이야기에 전혀 놀라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에그란티느와 자신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느라, 전혀 놀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실패다. 더 크게 놀랐어야 했다.
"어머나, 정말로 놀랐어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였어요. ……제가 가장 놀란 것은 강당의 무대에서 마석을 붙이고 춤을 추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왕족이 마법진을 빛내는 것에 도전한 것인가요?"
나는 화제를 돌린다. 에그란티느는 미소로 답해주었다.
"네. 차기 첸트 후보 선출을 위한 마법진이라고 로제마인님과 페르디난드님이 알려주셨었죠? 졸업식이 끝난 뒤에, 가호를 재취득하기 위한 의식을 하고, 왕족은 마법진을 빛낼 수 있을지 도전했었습니다."
디트린데가 빛낼 수 있었기에, 왕족도 마석을 붙이고, 마력을 방출하면서 춤추었고, 그러자, 트라오크바르, 지기스발트, 아나스타지우스, 에그란티느 네명은 후보 선출의 마법진을 빛낼 수 있었다고 한다.
"가호를 재취득하며 전 속성이 된 첸트, 지기스발트 왕자, 아나스타지우스님도 마법진을 빛낼 수 있었습니다만, 그 사당에 들어간 것은 저뿐입니다. 아나스타지우스님과 저는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요?"
"슈타프요."
"네?"
눈을 깜박거리는 에그란티느에게 "막달레나님으로부터 보고받지 않으셨나요?" 라고 말하며, 나는 고개를 갸웃한다.
"어제 작업이 끝날 무렵, 제가 번역하던 석판에 작은 사당의 사용법에 대한 정보가 있었습니다."
작은 사당은 권속 신을 모시고 있는 사당으로, 그곳에 기도를 바치면 좀 전의 에그란티느의 이야기와 같이 마석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얻으면 속성을 강화할 수 있는 듯 하다. 모든 권속의 마석을 얻음으로써 대신의 가호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아, 그것을 위해 학창 시절에 필사적으로 기도를 바치던 왕족의 글이 있었다.
"슈타프는 일생에 단 한번밖에 얻지 못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졸업하기 전, 슈타프를 얻는 시기가 되기 전에 대신의 가호를 얻으려고 필사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첸트 후보의 슈타프는 시작의 정원에서 얻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에그란티느님은 거기서 얻으신 건가요?"
"……시작의 정원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었습니다만, 그렇게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곳에서 얻었습니다."
멍한 얼굴로 그렇게 대답한 에그란티느는 낙담한 듯이 어깨를 떨어뜨렸다.
"그럼, 슈타프를 받을 때 속성이 부족했던 지기스발트 왕자는 불의 신의 사당에 들어갈 수 없어, 차기 첸트 후보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요……."
"지기스발트 왕자는 무리일지도 모릅니다만, 힐데브란트 왕자라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슈타프의 취득 시기를 졸업 직전으로 되돌리고, 작은 사당에서 기도하며 속성을 늘려, 가호의 의식으로 모든 대신으로부터 가호를 얻을 수 있다면, 차기 첸트 후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나이에 열심히 마력 압축을 할 정도의 근성이 있으니, 힐데브란트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에그란티느가 자신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싫다면, 힐데브란트가 열심히 하면 된다. 대신의 가호를 얻는 방법을 알았으니, 어떻게든 될 것이다. 문제는 힐데브란트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지금의 첸트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로제마인님, 차기 첸트는 지기스발트 왕자라고 발표되었습니다. 저나 힐데브란트 왕자가 차기 첸트 후보가 되면, 또다시 유르겐슈미트가 어지러워지겠죠."
지기스발트는 마법진을 빛낼 수 있었고, 성결식에서는 지금까지 없었던 축복도 주어졌다. 중앙은 앞으로 지기스발트를 차기 왕으로서 보좌해 나가자고 결집해 있어, 거기에 에그란티느와 힐데브란트가 불화를 일으킬 수는 없다고 한다.
"소란의 원인이 되는 것을 피하고 싶은 에그란티느님의 마음은 잘 알 수 있습니다만,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는 것 자체가 유르겐슈미트가 어지러운 원인이지요? 국경 문의 개폐, 영지의 경계선과 같은 커다란 문제는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있으면 해결됩니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구루투리스하이트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에그란티느는 자신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는 것에 대한 저항이 있는 것 같다. 그것에는 자신의 부모 형제가 살해당한 트라우마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으-음, 최대한 빨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페르디난드님과의 교환 조건으로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양도하는 것이 좋을까?
사당에 들어갈 수 없었던 아나스타지우스와 상담하지도 못하고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에그란티느를 보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것을 말하진 않는다.
아마, 내가 가장 구루투리스하이트와 가까운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당에 들어간 시점에서 푸른 석판이 완성되었으니, 다른 사당에서도 그다지 고생하지 않고 석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전에 페르디난드님은 "왕족밖에 들어가지 못하는 열리지 않는 서고" 에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있다고 했었지.
아무리 석판을 모아도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지기스발트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양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듯한 묘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석판을 조사해 나가다 보면, 지기스발트 왕자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기 위해 필요한 정보가 있을지도 몰라요."
내가 듣기 좋은 말을 하며, 귀족다운 미소를 띄우자, 에그란티느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이 나를 바라본 후, 살짝 시선을 내렸다.
"상담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로제마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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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스타지우스를 배제한 다과회였습니다.
왕자들은 될 수 없는 차기 첸트 후보가 된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에그란티느.
얼른 구해서 지기스발트에게 양도하면 원만히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로제마인.
다음은 사당 순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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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페르디난드님! 페르디난드님! 마인이가 폭주하고 있어요!! 얼른 말리지 않으면 여왕이 된 마인이에 의해 유르겐슈미트가 전부 도서관이 될 지도 몰라요?!
추신: 참고로, '제례식' 이라고 번역하고 있는 것은 神事. 즉, '신의 일' 이라는 의미입니다. 각종 기원식이나 수확제, 세례식, 결혼식 등은 모두 신이 관장하는 것이며, 신전은 그것을 대행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의미를 나타낼 수 있을만한 단어가 영 떠오르질 않네요.
뭐, 의역보다는 오역에 가깝지만, 잘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85화. - 사당 순회 -
사당 순회
사당의 위치는 확인했지만, 지하 서고와 기숙사만을 왕복하는 하는 내가 사당에 갈 수 있을리가 없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을까. 얼마 전처럼 한넬로레나 힐데브란트와 함께 산책을 나갈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밖을 서성이면 안 되는 우리들로서는 무리다.
딱히 좋은 생각을 떠올리지 못한 채로, 나는 지하 서고로 향한다. 오늘도 오전 중에는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가 있다고 한다. 언제나와 같은 하루가 될 것 같아, 별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필기도구를 안았다.
"로제마인님, 잠시 기다려주세요."
"뭔가요, 에그란티느님?"
돌아보자, 부드럽게 웃는 에그란티느의 옆에 조금 씁쓸한 얼굴을 한 아나스타지우스가 있었다.
"오늘은 저희들과 함께 사당에 가지요."
"네?"
"광역 마술로 사당을 씻어내는 모습을 한번 보고 싶고……깨끗이 하고 싶습니다."
살풋 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가련한 미소를 지으며 에그란티느는 그렇게 말했다. 아나스타지우스가 어쩔 수 없는 듯한 얼굴로 "광역 마술로 사당을 씻어낼 수 있는 것은 그대 정도니까" 라고 하는 것을 보면, 이것이 왕족의 의지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오는 건가.
다과회에서 내가 사당에 들어간 것을 애매하게 얼버무렸기 때문일 것이다. 왕족의 감시 하에 확실히 내가 사당에 들어가는 상황을 만들려는 것 같다.
……에그란티느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이런 억지스러운 방법을 사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는 돌이라도 집어삼킨 듯한 무거운 기분이 되어, 약간 고개를 떨어뜨고 측근을 동반해 둘과 함께 도서관을 나왔다. 왕족에게 속도를 맞출 수 있도록 레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아나스타지우스의 목적지는 문관 동 너머의 사당인 것 같다.
"로제마인, 이것을."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건네받고, 나는 아나스타지우스를 올려본다. 불쾌한 듯한 회색 눈동자가 노려보고 있다.
"그대, 나를 배제하면서까지 강행한 상담에서 에그란티느에게 비밀을 만들었던 모양이더군. 어젯밤, 에그란티느가 낙담하고 있었다."
"……저로서는 대답할 수 없는 것을 물어보시는 에그란티느님 쪽이 심술궂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사당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라고 하면 "왕족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라고 할 것이고, "사당에 들어가 이미 석판을 GET 했습니다" 라고 대답하면 "반역죄다" 라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 말뿐인 디트린데 이상으로 불경한 것이다.
……그래서 잠자코 있었던 건데, 비밀을 만들었다고 하다니.
게다가 이렇게 사당에 동행하라는 명령을 받고 사당에 들어갈 수 있는지 시험해 보라고 하면, 나로선 피할 방법이 없다. 왕족의 명령에는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 둘에게 강요받기까지 해서 기분이 가라앉는다. 가급적 귀족다운 대응을 했을 뿐인데, 검증을 시키겠다며 강제적으로 끌려가는 것이니, 낙담하고 싶은 것은 내 쪽이다.
"미안해요, 로제마인님. 그렇지만 저도 양보할 수 없었어요."
귀여운 사과를 받아도 무거운 마음은 덜어지지 않는다. 에그란티느는 중앙의 다툼을 막기 위해 지기스발트가 사당에 들어갈 수 있을 비법을 원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모르는 것은 알려줄 수가 없다. 계속 석판을 읽다 보면, 혹시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애당초 신전에서 기도하며 가호를 늘리고 있던 그대라면 그 사당에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의 신구를 다루며, 제례식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숨기는 의미가 없다."
"……아무 말이나 쉽게 하지 마라, 정보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라, 제게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아니었던가요. 참 잘했다고 칭찬해 주셔도 좋지 않나요?"
내가 조금 농담을 섞어 말하자, "로제마인" 이라며 노려본다.
"전부 말해, 라고 명령하시는 건가요?"
"아아, 그대가 감추면, 뒤에서 뭔가 말도 안 되는 일이 진행되는 느낌이 든다. 나와 그대 사이에는 이태껏 모든 것을 소상하게 밝힘으로써 문제가 잘 풀려왔을 것이다. 묘한 비밀을 만들지 마라. 그만큼의 제례식을 가볍게 수행하고, 신구를 다루는 그대가 사당에 들어갈 수 없었을 리가 없다."
귀족으로서 성장했다는 칭찬이 아닌, 숨기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행동의 결과이니까 자업자득인 측면은 있지만, 지금의 나는 에그란티느가 바라는 듯한 형편 좋은 해결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지기스발트 왕자가 사당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슈타프를 얻을 때에 전 속성이 아니었기 때문이고, 전 속성이 되기 위한 비법이 지하 서고에 있는 것을 몰랐던 것은 정보가 단절된 왕족의 탓이고, 슈타프를 얻을 기회는 단 한번이라고 정한 것도 내가 아니고, 내게 그것을 바꿀 수 있는 힘도 없다.
고지식하게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에 넣고, 일단 나부터 읽고, 페르디난드님의 연좌를 피하기 위한 협상도구로 사용해, 왕족에게 양도하고 싶습니다" 라고는 말할 수 없다. 사당에 들어간 것이 알려진 시점에서, 차기 첸트 후보가 된 나를 왕족이 데려가겠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을 수 있는 존재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다.
"……제가 사당에 들어간 것을 알게 된 왕족이 그 뒤에 어떻게 할 작정일지 생각하면, 입을 다물고 싶어지는게 당연합니다. 가족이 있는 에렌페스트를 떠나, 얼마 전 자신이 주관한 성결식에서 축복을 내려준 부부의 셋째 부인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것은 전혀 원하지 않으니까요."
숨기지 말라고 하기에, 나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말했다. 아나스타지우스는 "과연. 조금은 생각하게 되었는가" 라고 중얼거리고, 에그란티느는 "어머, 오늘은 비밀이 없으시네요" 라며 쿡쿡 웃는다. 그치만, 둘 다 내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로제마인님의 말씀도 이해하지만, 간신히 수습되기 시작한 중앙에 분쟁이 재발하는 것만은 어떻게든 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게다가 로제마인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구루투리스하이트는 시급히 필요한 것입니다. 로제마인님은 저희들을 도와주시는 거죠?"
에그란티느가 평소와 다름없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나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한다. 여기서 "싫어요" 라고 하지 않을 정도의 분별력은 있다.
웃는 얼굴로 무언의 재촉을 받는 사이에, 우리들은 사당에 도착했다.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아나스타지우스에게 돌려주고, 나는 광역 마술 바센으로 사당을 통째로 씻어낸다. 그 모습을 에그란티느가 감탄한 듯이 바라보며, "대단하네요" 라며 미소짓는다.
"로제마인, 이 사당도 잠겨 있는지 확인해 보아라."
아나스타지우스의 말에 나는 무거운 기분으로 문에 손을 댄다. 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감각이 스친 다음 순간, 나는 사당 안에 있었다. 둥근 방패를 왼쪽에, 황색 석판을 오른쪽에 들고 있는 여신을 중심으로, 줄줄이 여신들이 늘어서 있다.
"……바람의 여신의 사당이다."
나는 신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고, 이미 완성되어 있는 석판을 집었다.
"그대의 기도는 우리에게 닿았다. 그대를 인정해, 슈체리아로부터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에 넣기 위한 말을 전한다……."
새겨진 문자는 정례문처럼 똑같다. 차이는 주어지는 말 뿐이다. 석판이 자신 속의 슈타프와 동화되고, 석판의 글자가 머리에 새겨지는 듯한 감각 속에서 나는 입을 연다.
"타이디힌다."
그 직후, 나는 사당 밖에 있었다. 사당에 들어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가만히 나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는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의 시선과 마주친다. 여기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라고 거짓말을 해도 의미가 없다.
"……황색 선이 많아졌네요."
"어디?"
사당의 위에서 뻗어나가는 이상한 선은, 청색 외에 노란색이 늘어나 있었다. 내 시선의 끝을 더듬던 두 사람이 잘 모르겠다는 듯이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애매한 웃음을 띄운다.
"다른 사당도 가나요?"
내가 묻자, 에그란티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깜빡이고는,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본다.
"몸 쪽은 괜찮으신가요?"
"네. 괜찮아요."
아나스타지우스는 한번 눈을 꽉 감고는 "다음으로 간다" 라며 걷기 시작한다.
"기수를 타라, 로제마인. 그대는 너무 느리다."
나는 일인용 레서 버스를 타고 숲 속을 이동한다. 내가 거의 등간격에 사당이 있다고 알려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나스타지우스도 사당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망설임 없이 걸어간다.
다시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넘겨받아 쥐는 것과 동시에, 아나스타지우스에게 "그대는 형님의 셋째 부인으로 받도록 하겠다" 라고 선언되었다.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원만히 수습된다."
"전혀 원만하지 않습니다. 여신의 책은 읽고 싶습니다만, 지기스발트 왕자의 셋째 부인은 싫은걸요."
그렇게 해서 원만히 수습되는 것은 왕족 뿐이다. 나는 조금도 납득할 수 없다.
"……에그란티느는 자신을 중심으로 한 싸움을 원하지 않고, 차기 첸트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에그란티느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으면 클라센부르크를 비롯한 상위 영지가 일제히 움직일 테니까."
에그란티느의 소원을 이루는 것 밖에 생각하지 않는 아나스타지우스의 말에, 나는 울컥한다.
"저에게 분쟁의 씨앗을 떠넘기고, 뭔가 있을 때는 주위의 영지의 불만을 에렌페스트로 향하게 하면, 중앙과 왕족은 원만히 해결되겠죠. 그러나 그것에 에렌페스트가 납득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겐 약혼자도 있으며, 또한 에렌페스트에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 단켈페르가와 이야기를 할 때도 그런 말을 하고 있었지."
그렇다고 어떻게 해줄 생각도 없는 듯한 아나스타지우스의 태도에 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도 에그란티느님도 에렌페스트에 대한 것은 전혀 생각해 주지 않으시네요."
"전혀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중앙의 다툼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에 비하면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에렌페스트에 대한 것은 에렌페스트에서 생각하면 되니까요."
내가 중앙의 사정을 잘 모르고, 자기 일처럼 생각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에그란티느도 에렌페스트에 대한 것을 생각해 줄 수 없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왕족에 대한 것, 중앙에 대한 것, 유르겐슈미트에 대한 것. 그리고 에그란티느에 대한 것이다. 에그란티느의 불안과 근심을 풀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
자신이 우선해야 할 것 때문에 나의 마음이나 에렌페스트의 상황에 대한 것은 잘라내라고 아나스타지우스는 말한다. 지금까지 왕족에게 협력해 주었는데도, 나의 마음은 전혀 고려해주지 않는 것에, 정말로 씁쓸한 기분이 되었다.
"에렌페스트에 대한 것은 에렌페스트에서 어떻게든 하라고 진심으로 말씀하시는 거라면, 중앙의 일은 중앙에서 어떻게든 해야 하지 않습니까. 에그란티느님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면 클라센부르크가 지원할 것이고, 중앙 신전도 더는 이의를 말할 수 없겠죠. 왕족도 아닌 제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는 것보다는 훨씬 영향이 적습니다. 타니스베파렌처럼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을 차례로 빠앗아 가는 짓은 하지 말아 주세요."
"말이 지나치다, 로제마인."
아나스타지우스가 노려보지만, 나도 마주 노려본다.
"숨김없이 말했을 뿐입니다. 저를 왕명으로 지기스발트 왕자의 셋째 부인으로 들일 생각이라면, 적어도 페르디난드님을 에렌페스트로 돌려주세요. 페르디난드님이 없어져서 에렌페스트는 고생하고 있습니다."
"무리다. 아렌스바흐가 무너진다."
내 부탁은 어이없이 각하되었다. 에렌페스트에 대한 것은 에렌페스트에서 어떻게든 하라고 했으면서, 아렌스바흐는 그렇지 않다니, 이건 상당히 대응이 다르다.
"에렌페스트와 아렌스바흐의 취급이 상당히 다르네요. 이번 영주 회의에서 승자 영지로 다루겠다고 약속하신 것은 무엇이었나요? 에렌페스트와 저의 왕족에 대한 공헌은 그렇게 가벼운 것이었나요?"
그것이 왕족의 방식이라고 나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무심코 이를 악물어 버릴 정도로 분하다. 에그란티느가 마치 어리광을 부리는 곤란한 아이를 보는 듯한 눈으로 미소지었다.
"로제마인님의 공헌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러나 긴급도와 중요도에서 아렌스바흐는 에렌페스트보다 우선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렌스바흐는 승리조의 대영지라서, 베르케슈토크의 절반을 관리하고 있다. 토지의 크기, 인구, 유일하게 열려 있는 국경문 등, 중요성이 에렌페스트와는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아렌스바흐에는 성인인 영주 일족이 둘 밖에 없다. 페르디난드를 포함해도 겨우 셋이다.
"현재의 아렌스바흐를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것은 페르디난드이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첸트가 없으면 어떻게도 할 수 없다."
"……무슨 의미인가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첸트가 영지의 경계선을 다시 그어, 아렌스바흐의 땅을 분리해, 작은 영지를 만들어 각 영지의 영주 후보생을 아우브로 임명하여 관리를 맡길 수 있게 되지 않으면, 페르디난드를 에렌페스트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아나스타지우스의 말에 에그란티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을 비롯한 대영지는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는 상태로, 이미 정변에서 패배한 영지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금 아렌스바흐가 무너질 경우, 더 이상 부담을 질 수 있는 영지가 없습니다. 아니면 이웃인 에렌페스트에서 아렌스바흐의 모든 것을 짊어질 수 있나요?"
숙청으로 귀족의 수가 줄어든 에렌페스트는 자령을 다스리는 것 만으로도 힘에 부친다. 타령의 관리까지 할 여유가 있을 리 없다.
"마력적으로 이렇게 곤궁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디트린데님의 그런 행동이 묵인되고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얼마 전의 내방으로 막달레나님이 대단히 화를 내고 계셨다고, 에그란티느가 알려 준다. 그 자리에서 즉결 처형되더라도 불평 할 수 없는 레벨의 실례였던 것 같다.
그것은 즉, 왕족에게 마력적인 여유가 생기면 디트린데가 제일 먼저 처리된다는 것은 아닐까. 순간, 머리에 찬물을 뒤집어 쓴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적어도 페르디난드님을 디트린데님의 연좌로 처벌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형을 몰아내고 아우브가 되거나, 아니면 아렌스바흐에서 약에 절어가며 일하며, 원하지도 않은 상대와 결혼하라는 왕명을 받은 것입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자신이 지기스발트 왕자를 몰아내고 첸트가 되거나, 아니면 디트린데님과 결혼하라고 강요받으면 어떨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리고 그 끝에 디트린데님의 불경스런 언동에 연좌되어버리면……."
아나스타지우스는 엄청 싫은 듯한 얼굴을 한 뒤, 도발하듯, 회식 눈동자를 나에게 향한다.
"페르디난드가 정식으로 남편이 되어 버리면 연좌는 면할 수 없다. 페르디난드를 연좌에서 구하고 싶다면 성결식이 연기된 일년 이내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라."
나를 이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무자비한 시선에 몸을 떨며, 나는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를 마주보았다.
"……제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으면, 페르디난드님은 에렌페스트로 돌려주시는 거죠?"
"페르디난드를 아렌스바흐에서 거두어 에렌페스트로 돌려주는 데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문제를 예측하고, 대책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다면, 그래도 좋다. ……자, 도착했다."
이야기를 끝내자는 듯, 아나스타지우스가 앞을 가리켰다. 아나스타지우스가 가리키는 앞에 있던 것은 물의 사당이었다. 그리고 나는 녹색의 석판을 손에 넣었다.
……페르디난드님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당장이라도 손에 넣어주겠어.
사당에는 이미 석판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석판을 손에 넣은 뒤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라도, 나는 전력을 다할 것이다. 페르디난드를 디트린데의 연좌로 끌려가게 놔두진 않는다.
생명의 사당은 석판이 만들어져 있지 않았지만, 안에서 기도하며 마력을 봉납하자, 이내 완성되었다. 그렇게, 석판이 만들어져 있지 않은 사당에서는 마력을 봉납하며 잇달아 석판을 완성시키고, 받아들인다. 모든 석판을 손에 넣었을 때에는 마력이 상당히 줄어서, 허리에 차고 있는 상냥함들이 회복약을 마셨다.
내가 회복약에 손을 대는 모습에, 오틸리에가 안색을 바꿨다.
"로제마인님, 바센으로 몸에 부담이 많이 가시는 것이 아닌가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조금 많은 거리를 이동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염려 마라. 이것으로 끝이다. 로제마인이 회복되면 돌아갈 것이다."
아나스타지우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오틸리에에게 "마력만 회복되면 괜찮아요" 라며 손을 흔든다. 오틸리에의 걱정하는 시선에 미소로 회답하며, 나는 회복을 기다렸다.
……어라?
마력이 넘쳐서 통제할 수 없게 되는 감각이 어느새 사라진 것 같다. 나는 조금씩 마력을 압축해 나간다. 가호의 의식을 하기 전과 같이, 마력을 압축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느낌이다. 나는 자신의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슈타프가 성장했어?
"괜찮으신가요, 로제마인님?"
에그란티느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을 걸어왔다. 나는 주위를 조금 둘러본다. 시선을 의식하는 행동을 눈치 챈 듯한 에그란티느가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건네고, 비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을 재빨리 포착한 아나스타지우스가 거기에 참가한다.
"저의 슈타프가 성장한 듯한 기분이 듭니다."
"하아? 그게 무슨 말인가?"
"감각적인 것이기 때문에,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1학년 때에 얻은 슈타프가 자신의 마력과 맞지 않게 된 이야기는 전에 했었죠?"
아나스타지우스가 "아, 들었다" 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나는 자신의 손을 쥐거나 피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사당에서 얻은 마석은 신의 뜻과 너무나도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마석을 얻자, 마력의 취급이 편하게 되었습니다. 사당의 마석을 얻는 것으로 슈타프를 개량할 수 있다면, 전 속성이 아닌 슈타프를 가지고 있는 지기스발트 왕자나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도 무언가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로제마인님!"
에그란티느가 기쁜 듯이 만면에 미소를 띄운다. 하지만 그렇게 기뻐하더라도, 그게 정말로 가능할지 어떨지는 모른다. 무엇보다, 작은 사당에서 끝없이 기도를 거듭하며, 마력을 봉납하며, 마석을 모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긴 여정이다.
"작은 사당에서 기도하고, 가호를 재취득하며, 대신의 가호를 얻고, 시작의 정원에서 슈타프를 개량할 수 있다면……이라는 길고 불확실한 길입니다. 정말로 개량할 수 있을지 어떨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아무런 방법도 없는 것보다는 기쁩니다."
에그란티느의 빛나는 미소에 마음이 풀어져버린 나는 당황하며 붕붕 고개를 저었다.
"로제마인님?"
"사당은 전부 돌았습니다만,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일단은 지하 서고로 돌아가자. 4의 종까지 그다지 여유가 없다."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아나스타지우스에게 돌려주고, 나는 기수에 올라탔다. 아나스타지우스는 측근들에게도 기수를 사용하도록 명하고, 모두 한꺼번에 도서관을 향해 뛰어오른다.
……아!
기수를 타고 숲의 나무 위로 날아오르자, 사당과 사당을 잇는 여러 색의 빛의 선이, 복잡한 모양의 거대한 마법진이 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 높은 고도가 아니었기에, 마법진의 전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어떤 마법진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거대한 마법진은 귀족원 전체를 덮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법진의 중심은 중앙동, 분명 최심부의 제단일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두근 하고 가슴이 싫은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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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에게 연행되어 사당 순회입니다.
차기 첸트 후보는 왕족으로서 확보되게 되었습니다.
모든 석판을 손에 넣어, 거대한 마법진이 떠오릅니다.
다음은 지하 서고의 더욱 안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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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하아... 오늘의 번역은 에그란티느에 대한 분노의 마음입니다...
감히 우리 마인이를 슬프게 만들다니, 용서가 안 되네요.
우리 작은 지뢰양을 밟은 대가는 결코 작지 않을 겁니다.... (부들부들)
아, 그리고,
"언제나와 같은 하루가 될 것 같아, 고개를 주억이며, 나는 필기도구를 안았다."
"いつも通りの一日になりそうで、ほぅほぅ、と頷きながらわたしは筆記用具を抱えた."
에서, ほぅほぅ가 대체 무슨 뜻인가요? 설마 부엉이 울음소리는 아닐테고....
추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ほぅほぅ에 대한 번역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도움 주신 분들에게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졔례식을 성무로 변경하려다가.... 지금까지 번역해 놓은 부분을 도저히 손 댈 수가 없어서 포기했습니다.... 쿠크다스 멘탈이라고 비웃어도 좋아요....orz
책벌레의 하극상 5부 86화. - 지하 서고의 더욱 안쪽 -
지하 서고의 더욱 안쪽
우리는 도서관으로 향한다.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는 나를 지하 서고로 데려다주고, 점심 식사와 오후의 회의를 위해 돌아가는 것 같다.
"사당의 순회가 끝난 것을 보고하고, 아버님들과 대화해야만 한다."
"……그렇다는건, 혹시 이번 일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독단인가요?"
"완전히 독단은 아니다. 조금 앞섰다고는 생각한다만."
……조금? 정말 조금으로 끝나는 레벨?
어떻게 봐도 조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나스타지우스는 무표정이었지만, 그 회색 눈동자에는 초조함이 어른거리는 것이 보인다. 같은 무표정이라도, 페르디난드에 비하면 알기 쉽다.
……왕족에게 뭔가 있었던 걸까?
도서관으로 돌아와, 지하 서고의 계단을 내려간다. 투명 벽 너머에는 석판을 베끼는 힐데브란트와, 현대어로 번역하고 있는 막달레나, 그리고 슈바르츠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한넬로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혹시 휴식 중인 걸까?
계단 아래, 서고 앞의 휴게 공간을 둘러보자, 한넬로레가 차를 마시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점심의 준비를 하고 있던 듯한 측근들은 우리들을 눈치채고 손을 멈춘다.
"지금 돌아왔다. 막달레나님에게 이야기를 하고 별궁으로 돌아간다. 당장 아버님과 형님에게 말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 연락을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계단을 다 내려가기도 전에, 아나스타지우스는 서둘러 측근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한다.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의 측근들은 올도난츠를 날리고, 철수 준비를 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막달레나의 측근은 주인을 부르기 위해 서고로 가서 신호를 보낸다.
"어서 오세요, 로제마인님. 사당의 세정은 모두 끝났나요?"
나는 잔을 내려놓으며 미소짓는 한넬로레에게 향한다. 따스한 미소로 치유받아가며, 나는 방긋 미소로 화답하며 인사한다.
"지금 돌아왔습니다, 한넬로레님. 전부 끝났어요."
"공주님, 돌아왔다."
나와 한넬로레가 이야기하고 있자, 바이스가 깡총깡총 다가왔다. 지금까지는 서고가 열려 있는 동안 계속 투명한 벽 앞에 가만히 서 있었는데,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해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한넬로레도 놀란 듯, 붉은 눈을 깜빡이며 바이스를 바라본다.
"바이스가 갑자기 움직여서 무슨 일인가 생각했습니다만, 여러분을 마중나온 것인가요?"
한넬로레의 말에는 반응하지 않고, 바이스는 똑바로 나에게 걸어와, 나의 오른손을 잡았다.
"공주님, 안내한다."
"네? 저기, 바이스?"
어디, 라고 묻고선 움찔했다. 모든 사당에서의 기도를 마친 내가 안내될 곳은 단 한 군데 밖에 없다.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구하기 위한, 다음 장소가 분명하다.
내가 꿀꺽 숨을 삼켰을 때, 힐데브란트가 슈바르츠에게 쫓겨나듯, 서고에서 나왔다.
"슈바르츠가 갑자기 밖으로 나가라 했습니다만, 도대체 무슨……. 로제마인?"
모두가 의아해하는 얼굴이고, 명백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슈바르츠와 바이스, 그리고 바이스의 손을 잡고 서고로 향하는 나를 본다.
……이대로 가도 되는 걸까?
내가 돌아보자, 아나스타지우스는 긴장한 듯이 얼굴을 굳히고,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아나스타지우스의 허가가 나온 것을 확인하고, 나는 바이스와 함께 서고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가자, 슈바르츠가 나의 왼손을 잡았다.
"공주님, 사본한다."
"무엇을?" 이라고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 앞에 있는 것은 구루투리스하이트다.
슈바르츠들은 서고의 벽에 나를 안내해, 잡은 손으로 그 벽을 만지게 했다. 흰색 벽에 나의 마력이 흘러든다. 지하 서고의 문이 열릴 때처럼 마법진이 솟아, 빠끔히 벽에 구멍이 뚫린다.
……뭔가 길이 나왔어.
벽 너머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돌아보자, 투명했던 벽은 어째선지 하얗게 되어 있었다. 건너편에 있을 왕자들과 측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공주님, 이쪽."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손을 잡고, 나는 두근거리며 벽에 난 구멍으로 들어간다. 새하얀 통로다. 이 안쪽에 여신의 책이 있다고 생각하자, 긴장으로 다리가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쩔 수 없이 흥분이 높아져 간다.
……여신의 책은 어떤 걸까.
조금 걸어가자, 복잡한 마법진이 떠올라 있는 문이 나타났다. 엄중히 관리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에, 긴장이 고조된다.
"공주님, 여기."
슈바르츠들의 말을 듣고, 나는 손을 뻗어 마법진을 만졌다. 그 순간 파칫 하는 소리가 나고, 정전기가 튀는 듯한 감각과 함께 손이 튕겨나간다. 등록되지 않고,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이 슈바르츠들을 만질 때와 같은 느낌이다.
"꺅!?"
예상 밖의 감촉에 황급히 손을 떼자, 슈바르츠와 바이스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공주님, 등록 안됨."
"이 앞은 못 들어감."
가차없이 나를 거절하는 슈바르츠들의 말을 이해하기 싫었다. 나는 거의 멍한 상태로 반문한다.
"……무슨 등록이죠?"
"왕족 등록."
간결한 대답에 스윽 핏기가 가신다.
구루투리스하이트는 왕족 이외엔 들어갈 수 없는 서고에 보관되어 있다. 페르디난드가 그런 말을 했었을 것이다. 평민 출신인 나를 들이지 않을 테니, 나는 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전에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사당에 들어갈 수 있었고, 각 속성의 석판도 구할 수 있었으니, 서고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낙관했었다. 설마 튕겨나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구루투리스하이트 같은 중요한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곳에, 들어오는 자를 선별하는 마술이 있는 것은 당연한 건데도.
……어떡하지?
왕족이 아닌 나는, 일 년 이내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페르디난드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 사라진 것에 눈앞이 새까매진다.
……왕족의 등록이 가능한 것은 3년 후……?
우수한 영주 후보생을 중앙이 일방적으로 착취해가지 않도록, 영주 후보생들은 결혼 이외의 일로 중앙으로 이동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내가 지기스발트의 셋째 부인이 되는 것은 성인이 된 이후다. 가장 빨라도 앞으로 3년은 걸린다. 페르디난드의 성결식은 일 년 후니까, 3년 후여선 전혀 맞출 수 없다.
"열어줘……."
탁 하고 문을 때리자, 파직 하고 튕겨났다. 아까보다 튕겨나가는 힘이 강해져, 손 끝이 징징 저리고 있다. 나는 자신의 손 끝과 눈앞의 마법진을 번갈아 보고. 다시 한번 문을 친다.
"열어줘."
튕겨나가는 손은 더욱 아팠다.
바로 앞에 있는데도 들어갈 수 없는 아쉬움과, 페르디난드를 도울 수 없게 된 절망감과, 자신을 거부하는 마법진에 대한 분노와 같은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여, 가슴 속에서 꿈틀거린다.
저린 손을 움켜쥐어 주먹을 쥔 나는 감정에 몸을 내맡기며 힘껏 문을 두드렸다.
"들여보내달라고!"
마법진을 부수고 싶은 나의 마력과 문을 지키는 마력이 충돌해, 파직파직하고 불똥을 튀긴다. 손목의 부적 하나가 깨졌다. 바로 또 하나가 깨진다. 문을 지키는 마법진의 반격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받은 부적이 계속 부서지는 것을 보고, 나는 급히 손을 뗐다.
"공주님, 위험."
"공주님, 배제한다."
마법진을 공격한 나를 위험 인물로 판단한 슈바르츠들의 이마의 마석이 빛을 내기 시작한다.
더 이상 어리석은 짓을 해서 페르디난드에게 받은 부적을 줄일 순 없다. 나는 "돌아갈게요" 라고 중얼거리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떨어뜨리며, 오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나의 움직임을 경계하듯, 슈바르츠들이 뒤를 따른다.
서고로 돌아와도, 아직 하얀 상태로, 밖은 보이지 않는다. 하얀 벽이 되어 있는 입구 앞에 오도카니 서서, 나는 욱신욱신 열을 내고 있는 손을 내려다본다. 주먹으로 마법진을 두드린 부분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붉게 부어 있었다. 페르디난드의 부적으로도 막아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파……."
내가 자신의 상처를 내려다보는 동안, 슈바르츠와 바이스는 통로를 닫고 깡총깡총 걸어 벽 앞에 선다. 바이스가 빠져나간 순간, 벽은 투명하게 되어, 밖에서 마른침을 삼키며 기다리고 있던 모두의 얼굴이 보였다.
"로제마인!"
힐데브란트가 달려오는 것을 아나스타지우스가 "다른 사람은 들어가지 마라" 라며 제지하고 홀로 서고로 들어온다.
"로제마인, 그대……."
"안됐습니다. 왕족으로서 등록되어있지 않으면, 안의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그런가."
아쉬운 듯 중얼거린 아나스타지우스는 나의 손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
"뭔가, 이 손은……."
"……마법진에 치었습니다."
"설마 이렇게 되라고는……. 바로 서고를 나와 치유를."
나를 서고 밖으로 데려가려는 아나스타지우스의 손을 잡고,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보다, 페르디난드님은 어떻게 되나요? 저로선 일 년 이내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로제마인, 침착해라. 마력이……."
침착하라고 해서 간단히 침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나는 아나스타지우스를 노려보았다.
"일년 이내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지 않으면, 페르디난드님은 디트린데님에게 연좌되는 거죠? 만약, 디트린데님의 연좌로 지기스발트 왕자나, 트라오크바르 왕이나, 에그란티느님이 처분된다고 들으면, 그 때에도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침착할 수 있는 건가요?"
괴로운 듯한 표정으로 한번 꾸욱 어금니를 악문 아나스타지우스가 의아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본다.
"……그대와 페르디난드는 가족도 아니고, 부부나 약혼자도 아니지 않은가."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저에게 있어 페르디난드님은 무엇보다 지켜야 할 가족과 같으니, 걱정 정도는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한 번 거절했는데도 왕명으로 디트린데님의 데릴사위로 보내고, 약에 절어가며 건강을 해쳐서까지 아렌스바흐를 지탱했더니, 결국 디트린데님의 연좌로 처형하겠다는 것은 대체 뭔가요? 그런 취급을 받고도 화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감정적으로 되는 순간, 자신이 달고 있는 부적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온 몸 이곳저곳에 붙어 있는 부적에 마력이 들어차며, 빛나기 시작한다.
……곤란해. 이대로는 왕족에게 위압을…….
마력이 샐 듯한 상황에, 싸악 하고 머리가 식는다.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여 불어난 마력을 압축해서 수습한다. 역시 슈타프가 성장한 것은 틀림없이 듯, 수월하게 압축할 수 있었고, 마력을 밖으로 흘리지 않고, 부적의 빛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가족과 다름없는 것인가. ……빨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으려고 그대를 부추기는 것만 생각하다가 꽤나 쓸데없는 말을 한 모양이구나."
아나스타지우스가 한숨과 동시에 후회하는 듯한 얼굴을 보이며, 나에게 위안을 건다.
"그동안의 관례상, 결혼하면 연좌는 확정이다. 허나, 디트린데에게 모종의 처분이 내려지는 것은 아렌스바흐가 안정되고 난 이후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왕족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고 나서, 혹은 레티시아가 성장해 힐데브란트와 성결식을 할 때까지가 되겠지. 그동안 페르디난드 자신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그대는 좋을대로 도우면 된다."
"에?"
바로 연좌로 처형되는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나스타지우스는 자조하듯 "나는 상당히 여유를 잃고 있던 모양이다" 라고 중얼거린다.
"귀족의 상식으로서 움직였으나, 그대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네에?"
"그대를 부추기기 위해, 상당히 도발적인 말을 했다만, 페르디난드는 그대와는 달리 내가 말한 것 정도는 이미 이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디트린데님에게 연좌되는 것을 페르디난드님이 이해하고 있어?
그러고 보니 디트린데가 쓰러지고 에그란티느에게 호출되었을 당시에도 녹음 마술도구를 가지고 있었고,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결혼하면 연좌되어버리는 것에는 납득할 수 없다.
"그대는 반년도 지나지 않아 아렌스바흐를 장악한 듯한 페르디난드보다, 그대 자신에 대한 걱정을 해라."
"저에 대한 걱정인가요?"
페르디난드와 에렌페스트에 대한 것 이외에 걱정할 만한 일이 있었던가.
"……그대를 형님의 셋째 부인으로 들이겠다는 것은 철회하겠다. 왕족만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대에 대한 위험도도 조금은 떨어지겠지. 무엇보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지 못하는 그대를 왕족으로서 보호해야 할 당위성이 없다."
하아, 하고 지친 얼굴로 말하면서, 아나스타지우스는 조금 걱정스러운 듯이 나를 내려다본다.
"네? 위험도에 보호인가요?"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는 이야기 했다만, 듣지 못했는가?"
"못 들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우브에게 듣도록 해라."
설마 아무 말도 듣지 못했을 줄은 몰랐다며, 아나스타지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나와 양부님 사이에는 시금치1가 부족한 것 같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바로 입수해, 형님이 그대에게 양도받아 사용한다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그것을 확보해야 했다만, 그대에게 첸트 후보의 자격이 없다면, 한번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나스타지우스는 나를 에스코트해 서고에서 데리고 나와, 측근들에게 인계한다.
"오늘은 사당 순회에 어울리게 해서 미안했다. ……그리고, 이쪽은 충고이다만, 그대는 좀 더 호위를 늘리는 것이 좋다."
그렇게 말하고,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는 점심 식사를 위해 떠난다. 두 사람이 떠나자마자, 나는 측근들에게 둘러싸였다.
"로제마인님,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저기, 그러니까……여러분들에게는 어떻게 보이고 있었나요?"
나와 바이스가 서고로 들어간 순간, 벽이 하얗게 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측근들은 물론, 그동안 서고 안에 들어갈 수 있었던 왕족들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로제마인님은 하얀 벽 속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뭐라고 답해야 좋을지 몰라, 나는 막달레나에게 시선을 돌린다. 막달레나는 웃으면서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이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겠지. 나는 방긋 미소지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자격이 부족했으니까요."
"자격이? 어떤 자격이 무엇 때문에 필요했던 건가요?"
의아한 얼굴을 하는 힐데브란트의 질문에, 상위 영지들 사이에 쓸데없는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던 에그란티느의 말을 떠올린다. 나는 "자세한 것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들어주세요" 라고 웃는 얼굴로 대답을 거절한다.
힐데브란트의 의문에 어떻게 답할지는 왕족들끼리 알아서 의논하면 된다. 쓸데없는 말을 해서, 더 이상 왕족들과 얽히는 일은 사양이다. 오늘 오전만으로도, 나는 양부님과 페르디난드가 입에 신물이 나도록 말했던, "왕족과 상위 영지에 관여되지 마라" 라고 했던 의미를 싫을 정도로 이해했다. 아무리 친하게 지내고 있어도, 입장이 다르다. 우선하는 것이 다르다. 입으로는 친구라고 해도, 실제로는 대등하지 않다. 어떤 억지를 밀여붙여도, 받아 삼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불합리한 일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는 힘을 붙이거나, 가능한 눈에 띄지 않을 수밖에 없다.
"오전 중에도 밖에 나가 있었고, 여러가지로 있었기에, 배가 비었습니다. 점심을 들고 싶습니다, 오틸리에."
"……알겠습니다, 로제마인님. 조금 전에 4의 종2이 울렸으니, 배도 고프시겠죠. 코넬리우스, 로제마인님을 자리에."
나를 걱정하듯 조금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팔을 내밀어 준다. 나는 그 위에 손을 얹고, 자리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기다려 주세요, 로제마인. 나는……."
"너무 캐물었다간, 로제마인님을 곤란하게 만들 거에요, 힐데브란트."
막달레나의 말에, 다들 나의 모습을 신경쓰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근시들은 차를 따르고, 호위기사들은 주인을 호위하기 위해 주위에 선다. 힐데브란트는 어머니의 부름을 받아 걱정스러운 듯 몇번이나 나를 돌아보며 막달레나의 옆으로 향했다.
뭐라고도 할 수 없는 어색한 분위기의 점심을 마치고, 나는 오후부터도 현대어 번역에 힘쓴다. 석판의 내용을 현대어로 번역하며, 나는 문득 단켈페르가의 역사책을 번역하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단켈페르가에서 왕이 나온 일도 있었지?
낡은 기술이었기에, 어떻게 왕이 되었는지, 자세한 것은 쓰여 있지 않았다. 그러나 왕족으로 등록되어 있어야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단켈페르가에서 왕이 나올 수 있었을 리 없다. 그밖에 뭔가 방법이 있는 걸까. 아니면 타령에서 왕이 나오는 것을 막고 싶은 누군가가 후세에 와서 선별 마법진을 만든 것일까.
……가장 확실한 수단을 확보할 수 없다니.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페르디난드님이 연좌된다 해도 아직 나중의 이야기로, 본인이 자위의 차원에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어디까지 사실일지 모른다.
……위험성이 있다는 연락과, 무사한 확인 정도는 하고 싶은데.
그다지 걱정하지 말라고 못박힌 참이다.
"저, 로제마인님."
한넬로레가 정말로 말하기 곤란한 듯이 주위를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추며, "소매가……" 라고 작게 중얼거린다. 마법진의 반격을 받았을 때에 화상만이 아니라 어딘가 베인 상처도 생겼던 모양이다. 소매에 피가 튄 흔적이 있다. 아나스타지우스가 위안을 주었기 때문에 상처는 완전히 나았지만, 핏자국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넬로레님.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위안을 받았기에, 이제 상처는 없어요."
"네? 로제마인님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위안을 받으신 건가요?"
한넬로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이 서고로 들어오지 않도록 제지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했으니, 위안을 줄 사람은 아나스타지우스 이외엔 없다. 왜 저러는 걸까, 하고 멍해 있는 나에게, 한넬로레는 조금 허둥거리며, "왕족의 위안을 받는 것은 보통이 아닙니다." 라고 알려주었다.
나라를 위해 마력을 사용해야 하는 왕족이 개인적으로 위안을 주는 것은 평범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아무래도 간단히 사과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왕족인 아나스타지우스 나름의 사과인 것 같다.
……알기 어렵고, 사과받더라도 페르디난드님이 연좌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걸.
"데리러 왔다, 로제마인."
지난 며칠 동안, 말을 걸어도 소용 없다고 깨달은 듯한 양부님은 아예 처음부터 석판을 뺏게 되었다. 나는 필기 도구를 치우고, 막달레나에게 오늘의 성과를 건네고, 도서관을 나온다.
"양부님, 전, 위험한 건가요?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자세한 것은 양부님에게 물으라고 했습니다만."
"그런 이야기는 나중이다."
양부님은 순간 싫은 얼굴을 한 뒤, 담뿍 미소를 담고 나를 바라본다.
"……즉, 왕족과 그런 대화를 나눌 만한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인가?"
"그런 이야기는 나중이에요."
서로 마주보면서 동시에 깊은 한숨을 토했다. 양부님도 여러가지로 귀찮은 일에 연루되어 있는 것 같다.
"양부님, 전, 왕족과 관계되지 말라던 이유를 오늘 하루, 싫을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내 말에 양부님은 엄청나게 피로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하아. 뭘 이제 와서. 이미 늦었다."
……이미 늦었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요!?
저녁 식사 후에 천천히 이야기하죠, 라며 측근들과 함게 계획을 세우며 기숙사로 돌아오자, 리제레타가 달려왔다.
"어머, 리제레타. 무슨 일인가요?"
"다목적 홀에서 힐쉬르 선생님이 아우브와 로제마인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힐쉬르 선생님이?"
양부님과 얼굴을 마주보고, 우리들은 다목적 홀로 들어갔다. 오늘의 회의를 끝내고, 내일 이후의 준비로 바쁜 듯한 어른들이 오가는 가운데, 서가 앞에서 유유히 에렌페스트의 책을 읽고 있는 힐쉬르는 너무나도 눈에 띈다.
"힐쉬르!? 어째서 여기에……?"
"이제 오셨군요, 아우브·에렌페스트, 로제마인님."
탁 하고 책을 덮고, 책장에 꽂은 힐쉬르는 얼굴을 들고 이쪽을 보았다.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편지를 맡았습니다."
"네? 성결식이 연기되었는데, 페르디난드님이 귀족원에 오신 건가요?"
"아직 성결식을 마치지 않으셨기에, 여전히 에렌페스트 소속이라 회의에는 참석할 수 없습니다만, 기숙사까지는 오신 것이 아닐까요? 이쪽을 건네 주신 것이 페르디난드님의 근시였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에렌페스트에 있을 당시에도 페르디난드는 무슨 일이 있으면 귀족원으로 호출되곤 했었다. 같은 것을 저쪽에서도 하고 있는 거겠지.
"자, 빨리 열어 주세요, 아우브·에렌페스트."
힐쉬르가 가리킨 것은 마술도구인 상자였다. 편지를 넣기엔 꽤나 큰 상자다. 이것은 아우브·에렌페스트가 아니면 열 수 없는 상자인 모양이다.
"제가 확실히 에렌페스트 기숙사로 전달하도록, 이 안에 연구 자료를 넣으신 겁니다. 페르디난드님은 정말 짓궂지 않으신가요?"
"힐쉬르 선생님을 알고 계시니까요. 자신이 읽고 싶은 연구 자료들이 들어 있지 않았다면, 편지를 전달하는 것은 겨울로 미뤘겠죠?"
"당연합니다."
……거기서 가슴을 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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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마법진에 치었습니다.
왕족이 아닌 로제마인을 들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곳에서 여러가지 일이 돌아가고 있는 모양.
힐쉬르 선생님이 편지를 받아 주었습니다.
다음은 편지와 의논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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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우리 여신님은 자기 물건 찾으러 왔을 뿐인데, 거부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감히 상처까지 입히다니.... (부들부들)
토깽이들과는 이야기가 안 통합니다. 할버님인지 뭔지, 당장 책임자 나오라고 해요!!
라며, 귀족원을 덮은 마법지뢰가 폭발하기만을 기다리는 역자입니다.
아, 그리고 '에그란티느(エグランティーヌ)' 는 사실 '에그란틴(Eglantine)' 으로 표기해야 할 것 같은데... 음... 딱히 문제가 없으면 다음화부터 에그란틴으로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직장에서의 '보고·연락·상담(報連相)' 을 말한다.
이것을 줄이면 보련상(ホウレンソウ)이 되는데, 일본에서는 이 발음이 시금치(호렌쇼)와 같다.
관용어구 비슷한 느낌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여, 그대로 직역하게 되었다.
山崎富治 『ほうれんそうが会社を強くする : 報告・連絡・相談の経営学』 ごま書房、 1986年9月 (ISBN : 4341080075)
1의 종. 04:00
2의 종. 07:00 ~ 07:30
3의 종. 09:30 ~ 10:00
4의 종. 12:00
5의 종. 14:30 ~ 15:00
6의 종. 17:00 ~ 17:30
7의 종. 20:00
책벌레의 하극상 5부 87화. - 편지와 대화 -
편지와 대화
나와 힐쉬르와 만담을 이어가는 옆에서, 양부님은 쓴웃음을 지으며 상자를 연다. 다음 순간, 힐쉬르가 달려들어 자료를 꺼내고는 희희낙락하며 자료를 흝기 시작한다.
"어떤 연구 자료인가요?"
"도서관의 마술도구에 대한 연구 자료네요. 자료의 정리나 검색 등의 용도로, 각각의 마술도구를 구분하는 것으로 제작 난이도를 낮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어렵고, 고품질의 소재가 필요하긴 합니다만……."
……도서관의 자료 정리나 검색용 마술도구!? 그렇다는 건, 즉, 내 도서관에 간이형 슈바르츠들을 둘 수 있다는 거지!?
슈바르츠와 바이스에게는 왕족을 구루투리스하이트로 안내하는 역할도 있는 것 같지만, 내 도서관에 그런 기능은 필요 없다.
"힐쉬르 선생님, 도서관의 마술도구라면 저에게도 보여주세요. 자료를 정리하지 않는 힐쉬르 선생님에게 도서관의 마술도구는 필요 없죠?"
페르디난드의 자료를 보려고 폴짝폴짝 뛰어봤지만, 힐쉬르는 손을 높이 들어올리며 자료를 보여주지 않는다.
"제가 먼저입니다, 로제마인님. 이 마술도구는 스스로 자료를 정리할 수 있는 로제마인님보다 연구실을 정리하지 않는 저에게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요."
……윽! 확실히.
힐쉬르의 연구실의 상태를 떠올리고, 나는 손을 끌어당겼다. 이 마술도구로 인해 힐쉬르의 연구실이 깨끗이 정돈된다면, 매우 의미있는 마술도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귀족원의 강의가 시작될 무렵엔 제게 필요한 부분의 연구는 끝나 있을 테니, 그렇게 관심이 있으시면 연구실로 오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겨울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요……. 더 빨리 읽고 싶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로제마인님은 에렌페스트에 남아 있었어야 합니다. 정식으로 이쪽으로 오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세요."
지금은 영주 회의가 한창이기 때문에, 내가 귀족원을 어슬렁거려도 좋을 시기가 아니다. 왕족을 돕기 위해 머물고 있기에, 자신의 취미를 위해 문관동으로 가거나, 힐쉬르의 연구실을 방문하거나 해서는 안 된다.
……으으, 도서관의 마술도구.
자신의 도서관에도 슈바르츠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나에게는 바라 마지않는 마술도구다. 아주 조금이라도 작성 방법이 보이지 않을까, 하고 머리를 움직이고 있자, 힐쉬르가 나를 내려다보며 작게 웃었다.
"작성에 필요한 소재를 기재해, 귀족 회의가 끝나기 전에 기숙사에 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겨울이 되기 전에 소재를 준비해 두시면 좋지 않을까요?"
"넷!"
좋아! 하고 주먹을 쥐고 있자, 양부님이 편지로 내 머리를 파닥파닥 두드렸다. 봉투 안에 양부님에게 보내는 편지와, 내게 보내는 편지가 함께 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로제마인, 이건 그대에게 온 것이다."
양부님에게 페르디난드의 편지를 받으려고 손을 뻗고 있던 나는 순간 손을 끌어당겼다. 만약, 빛나는 잉크로 쓰여 있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뒤통수를 얻어맞은 시점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빛나는 잉크는 사용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된다.
……괘, 괜찮겠지? 페르디난드님은 빛나는 잉크를 쓴 편지를 같은 봉투에 넣을 정도로 경솔한 짓은 안 하겠지?
조금 움찔거리며 나는 손을 내밀었다. 양부님은 그런 나의 모습을 의아해하면서 편지를 주었다.
"왜 그런가, 로제마인?"
"……그러니까, 저기, 양부님. 전, 답장을 써도 괜찮은 건가요? 그, 페르디난드님을 걱정하거나, 편지를 쓰거나 해서는 안 되는 거죠?"
일단 편지가 빛나지 않은 것을 확인하면서 묻자, 양부님은 조금 곤란한 얼굴을 했다.
"……답장 정도라면 상관 없다. 너와의 대화는 내일로 연기한다. 먼저 페르디난드의 편지를 읽는 것이 좋겠지. 나도 이것을 읽고 생각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다."
자신에게 온 편지를 문관에게 건넨 양부님은 "힐쉬르, 수고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할 테니, 먹고 가라" 라며 힐쉬르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그러나 자료를 안고 있는 힐쉬르는 불만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초대해 주시는 것은 감사합니다만, 당장이라도 연구실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그런가? 알았다. 억지로 응할 필요는 없다."
양부님은 힐쉬르를 보내주고, 파닥파닥 손을 흔들며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나도 페르디난드의 편지를 안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
나는 저녁 식사와 목욕을 마치고 비밀방으로 들어갔다. 답장을 쓰기 위해 종이와 잉크도 준비했다. 그렇지만, 여기서 페르디난드에게 편지를 쓸 예정이 없었기에, 사라지는 잉크는 가져 오지 않았다.
"지장 없는 내용밖에 쓸 수 없겠네. ……꼭 전해야 하는 내용이라면 양부님쪽에서 어떻게든 하겠지."
양부님과 페르디난드의 사이에도 비밀리에 전달하는 방법이 있는 듯 하니, 그쪽에 맡길 수밖에 없다. 은의 천이라던가, 연좌에 대한 걱정이라던가, 쓰고 싶은 것은 여러가지로 있지만, 검열 받을 것을 생각하면 쓸 수 없다.
한숨을 내쉬며 나는 편지를 펼쳤다. 첫 부분에, "이 편지는 모두가 회의로 인해 부재중일 때 작성해, 에크하르트가 상자에 넣어 준 것이다. 답장은 검열될 거라고 생각하도록" 이라는 경고가 있었다. 페르디난드는 자유롭게 쓸 수 있었지만,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 같다.
……검열받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는데.
아렌스바흐뿐만 아니라, 아마 양부님도 나의 편지를 확인할 것이다. 귀찮은 상황이 된 것에 한숨을 감추지 못하고, 그리운 필체로 적힌 인사문을 읽는다. 이어지는 본문은 잔소리로 시작하고 있었다.
"자, 나에게는 안부 확인을 위해 편지를 쓰라고 했으면서, 오히려 너의 소식이 끊기는 것은 무슨 일인가?"
……윽, 미안합니다.
양부님이 페르디난드를 걱정하지 말라거나, 편지를 자제하라는 등, 여러가지로 말한 이후로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다. 클레임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쓰고 싶은 것이 잔뜩 있는데."
무웃 하고 입술을 내밀면서 양부님이 시킨 것을 또박또박 써 나간다. 간단히 요약하면, "제가 나이에 어울리는 모습이 되어서 안 된다고 합니다" 라는 한마디로 끝나지만, 그 한마디로 끝내서는 아무래도 미안하다.
쓰는 김에, 빌프리트를 좀 더 걱정하라는 말을 들어, 페르디난드와 똑같이 걱정해 주었더니 싫어하던 것도 써둔다.
"앙금졌던 것들, 다 쓰면 좀 개운할지도."
아무에게도 불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종이에 쓰는 것 만으로도 상당히 개운해졌다.
"……뭐, 답장은 다시 써야겠지만. 이런 뒷사정, 아렌스바흐의 사람에게는 보여줄 수 없는걸."
나는 푸념과 불평을 줄줄이 늘어쓴 종이를 접어서 옆으로 치우고, 간단하게 정리한 한마디에, "저, 정말로 성장한걸요" 라고 덧붙였다. 이거면 됐어.
그리고 계속 읽어 가자, 기원식에서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에게도 성무를 수행시킨 것, 소재 채집을 했다는 것이 쓰여 있었다. 레티시아는 젤기우스을 통해 전달받은 상냥함들이 회복약을 "그런 수준의 회복약은 아직 필요 없다" 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체력이 없고, 금방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나와는 달리, 레티시아는 마력을 회복시켜주는 약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마력은 부족했어도, 기원식 도중에 레티시아가 쓰러지는 일은 없었던 듯, 보통의 건강한 아이와 비교했을 때의 나의 허약함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쓰여 있다.
"저도, 페르디난드님이 알고 있던 시절에 비하면 정말로 튼튼하게 되었습니다. 금년의 기원식에서도, 앓아 누은 것은 단 세 번뿐이었고, 기원식이 끝난 뒤에도 이틀만 쉬고도 거의 회복할 수 있었는걸요."
어떠냐, 하고 기세좋게 자신의 상황을 적어 봤지만, 레티시아와 비교하고선, 조금 시무룩해졌다. 아직 보통이 되기 위해선 갈 길이 먼 것 같다.
……조금씩, 열심히 하면 괜찮아.
"기원식으로 아렌스바흐를 돌며 채집한 베리누르의 꽃을 보낸다. 부적을 만들기에 적당한 소재이다. 공방이 없기에 만들어 줄 수는 없다만, 이젠 스스로 만들 수 있겠지?"
편지나 연구 자료를 넣기엔 커다란 상자라고 생각했었는데, 페르디난드가 나눠주는 소재가 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안 그래도 부적이 망가진 참이었기에, 마침 잘 되었다.
……타이밍이 완벽하네. 역시 페르디난드님.
베리누르 꽃이 어떤 부적에 적합한지에 대해 쓴 것을 계속해서 읽어 간다.
"……그 대신, 내년의 영주 회의까지 준비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 최고 품질의 마술지를 가능한한 많이, 최소 300장은 원한다. 드레반히엘과 마술지를 연구하며, 마술지의 품질을 올리는 방법을 발표했었지? 가능한한 품질을 높여 두도록. 그리고 공방 속에 있는 게슈테페르트의 가죽, 조넨슈라크의 마석, 레깃쉬의 마석……. 전부를 최고 품질로."
……잠깐만. 베리누르 꽃에 대한 요구가 너무 많지 않아!?
이 소재들을 도대체 어디에 쓰려는 건지는 모르지만, 부적을 만들기 위한 소재에 대한 요구가 너무 많다. 마술지 이외엔 페르디난드에게 받은 공방을 찾으면 나오는 것들이지만, 그래도 상당한 양이다.
……최고 품질의 마술지?
최소 300장이라고 하면, 트롬베1지만으로는 부족할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귀족의 아이들이 고아원에 있어서, 양산하는 것도 조금 망설이고 있을 정도다.
……돌아가면 일크나의 브리깃테에게 물어볼까?
일크나에서 만든 새로운 마술지의 사용법을 연구하다가 드레반히엘과의 공동 연구까지 이어진 것이다. 일크나에서 뭔가 새로운 종이가 만들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일크나에 아무것도 없으면, 측근들에겐 비밀로 고아원 아이들과 트롬베를 자르게 된다.
귀찮은 부탁이지만, 일단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라고 답한다. 그 직후에, "그리고 여름에 아우브·아렌스바흐의 장례식이 있으므로, 그 때 짐과 음식의 추가를 부탁한다" 라며 필요한 물건 리스트가 쓰여 있어, 자신이 페르디난드에게 굉장히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씨! 나도 바쁜데.
"부탁만 해선 미안하니, 이쪽에서는 선물로서 생선을 준비하려 한다. 원하는 생선이 있다면 알려주어라."
"아싸! 최고 품질의 마술지라도, 음식이라도 기꺼이 준비할게요! 신에게 기도를!"
나는 짐의 준비를 양부님에게 부탁하게 된 것을 적고, "물고기, 물고기~" 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먹고 싶은 생선의 리퀘스트를 쓴다.
"타우나델2 같은 독 있는 생선은 필요 없습니다만, 슈프라쉬3의 경단 수프는 맛있었기에 많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면 평민 요리사도 조리할 수 있는 생선이면 좋겠습니다. ……응. 이제 됐어."
오랜만에 생선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답장을 바라보며 헤죽 웃었다. 여름이 오는 것이 엄청나게 기대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선으로 들뜨게 만든 그 뒤에 이어진 내용은 엄청 우울한 기분이 드는 잔소리와 현황 보고였다.
"성결식에서 옛 성무를 재현하다니, 무슨 생각으로 한 것인가?"
나는 내내 지하 서고에 있었기에, 영주 회의의 내용은 모른다. 할트무트나 클라릿사로부터도 "바쁘네요" 라는 보고밖에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영주 회의에서는 중앙 신전이 신전장으로서 나를 원하고 있어, 에렌페스트 이외의 영지가 중앙 신전에 동참해, 왕족에게 빌프리트와 나와의 약혼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서 나를 들여, 모든 영지에 성무를 수행하는 방법을 가르치거나, 옛 의식을 재현하고 싶은 것 같다. 에렌페스트의 신전장은 각 영지에 파견할 수 없지만, 중앙의 신전장이라면 성무를 위해 각지에 파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도하는 것이 가호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 연구 성과로 발표된 이상, 오래된 성무를 되살리고, 올바르게 성무를 수행하는 방법을 확산시키는 것은 유르겐슈미트 전체를 질적으로 향상시키게 된다.
무엇보다, 옛 의식을 되살림으로써 올바른 차기 첸트를 선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중앙 신전은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앙 신전에 가세하고 있는 것이 차기 첸트 후보인 디트린데를 데리고 있는 아렌스바흐라고 한다.
페르디난드가 기원식을 "진행해라" 라며, 귀족들도 성무에 참여시킨 것과, 이로 인해 아렌스바흐 귀족의 가호와, 영지의 수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을 게오르기네가 널리 알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로제마인님이 중앙의 신전장이 되면 모든 영지에서 같은 것을 할 수 있겠네요" 라든가 "에렌페스트에서 독점해도 좋을 지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라며 타령의 아우브 부부를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귀족 회의에 참석할 수 없는 페르디난드는 다과회나 회식 자리의 게오르기네의 발언을 제지할 수 없다. 동석한 문관, 근시에서 보고를 듣고, 게오르기네에 항의하지만, "어머, 사실인걸요" 라고 흘려넘기고는 그걸로 끝이었다고 한다.
"란체나베의 공주님의 수용이 거부되었기에, 아렌스바흐로 돌아간 뒤에 란체나베와의 교섭이 귀찮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받아들이는 것 보다야 편하다만……."
영주 회의가 끝나면 란체나베과 협상이 있는 페르디난드는 이미 정신적 피로가 가득 쌓여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유스톡스를 아렌스바흐에 두고 온 듯, 영주 회의 기간 동안, 게오르기네의 눈을 아렌스바흐로 향하지 않게 하는 것이 페르디난드의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무례한 여자를 만나 몹시 기분이 나빴다며 분개하던 디트린데는 나를 중앙 신전에 넣고 싶다고 생각하는 영지 사람에게 "옛 의식이 재현되면, 디트린데님은 차기 첸트가 될지도 모른다" 라고 치켜 올려져, 최근에는 아주 기분이 좋다고 한다.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은 "히스테리를 일으키면 일을 방해하고 귀찮아지니, 초석을 물들이는 것이 끝날 때까지는 가급적 오래오래 차기 첸트라고 치켜세우는 것이 좋다" 라는 분위기인 듯, 전혀 디트린데를 제지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아렌스바흐, 정말 큰일이네.
그런 게오르기네의 꾐에 넘어간 타령의 공세에, 에렌페스트는 "로제마인님을 중앙의 신전장으로 하겠다니, 웃기지 마라" 나 "타령의 영주 후보생을 중앙 신전에 넣으라고 할 거라면, 자령의 영주 후보생도 신전에 넣어라" 나 "영주 후보생을 중앙에 옮기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라고 응전하고 있지만, 마력 부족으로 수확량이 줄어든 영지가 많아, 제법 형세가 좋지 않다는 것 같다.
마력이 많은 귀족이 성무를 수행함으로써 수확량이 늘어나는 것은 에렌페스트와 프뢰벨타크의 예에서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페르디난드는 올해는 그럭저럭 버티더라도 내년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너를 중앙 신전에 넣으면, 왕족도 중앙 신전을 억제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성무의 올바른 수행방법을 알고, 각지로 넓힐 수도 있게 된다. 그리고 올바른 방법으로 첸트를 얻게 되면, 트라오크바르 왕은 그 중책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에렌페스트와 내가 곤란해질 뿐, 나머지 모두에게 이익이 되므로,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나를 중앙 신전에 넣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너는 양녀다. 질베스타로부터 파양되어, 상급 귀족의 신분이 될 경우, 중앙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허나, 이러한 결연의 해소에는 질베스타, 칼스테드, 그대, 전원의 승낙이 필요하다. 결연을 해소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은 가능하다만, 이것은 왕명으로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왕명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약혼의 해소라고 한다. 약혼의 승인 취소는 가능하기에, 아무리 양부님이 뭐라 하더라도 그건 집안에서 결정했을 뿐이라는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왕족의 제의는 기본적으로는 거절하지 않도록. 타령의 에렌페스트에 대한 인상이 나빠진다. 정변에서 승리한 영지로 취급되면서, 패배한 영지로부터 질시받고 있다. 승자 영지로서 한층 더 협력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필시, 내가 호출되어 개인의 의견을 물어왔던 것처럼, 너 개인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며 호출될 가능성이 있다. 거절하지 말고, 시간을 벌어라. 적어도 1년, 가능한 길게다."
왕족에게 협력하며 공적을 남기고 있는데도, 영주 후보생에서 상급 귀족으로 강등되다니, 그런데도 협력할 마음이 생기겠냐고 호소하거나, 빌프리트를 깊이 사랑하기에 파혼만은 싫다고 엘비라의 사랑 이야기의 애독자들에게 호소해보거나 하라고 적혀 있다.
……충고와 대응에 대한 조언은 고맙지만, 앞부분은 어쨌든, 뒷부분은 좀 그렇네. 과연 내가 빌프리트를 사랑하는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으-음.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잤는데, 오늘 하루 여러가지로 너무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일까, 나는 다음날 아침에 열을 내고 앓아눕고 말았다.
"사당을 세정하시느라 어제 오전은 계속 밖에 계셨으니까요. 오늘은 흙의 날이니,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쉬세요. 아우브와의 이야기는 회복하고 난 뒤어도 괜찮다는 말씀을 받았습니다."
오틸리에는 그렇게 말하며 약을 준비했다. 앓아 누운 나를 걱정하며 클라릿사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것을, 리제레타가 "언제나 있는 일입니다" 라며 달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저기, 클라릿사. 저는 중앙 신전으로 가게 되는 걸까요?"
"에렌페스트에서 로제마인님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저도 할트무트도 로제마인님을 지켜 드릴 테니, 안심하세요."
탁 하고 가슴을 치며 그렇게 말해주는 클라릿사는 든든하지만, 페르디난드는 에렌페스트의 형세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마도 양부님은 이미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을 것이다. 이상한 데서 폼잡고 싶어 하는 양부님은, 아마 자신이 받고 있는 압력에 대한 것을 알려줄 생각이 없는 거겠지. 아나스타지우스가 말하던 것은 분명 이것일 것이다.
"클라릿사는 타령의 시점으로 볼 수 있지요? 에렌페스트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지금 중앙 신전이 요구하고 있는 인재가 제가 아니라면, 클라릿사는 어떻게 할 건가요?"
클라릿사는 스윽 하고 표정을 굳힌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왕족과 타령에 은혜를 팔 수 있는 최대 호기라고 생각합니다. 승자 영지로 인정받아, 그것에 걸맞는 공헌이 타령의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나겠지요. 영주 후보생으로서의 취급을 약속받는 것, 기한을 정하는 것, 성무를 가르치는 순번에 있어서 에렌페스트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 등의 협상은 필요하겠지만, 단 한명의 영주 후보생으로 이만큼의 은혜를 팔 수 있는 기회는 달리 없습니다."
클라릿사는 그렇게 말한 뒤, "역으로 보면, 로제마인님을 독점하면 전 영지의 원한과 질투를 사게 됩니다" 라며 곤란한 듯이 미소지었다.
"저는 에렌페스트의 사정을 알고 있기에, 지금 로제마인님을 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단켈페르가에 있던 당시였다면, 로제마인님을 독점하고 내놓기 아까워 하다니, 라고 생각했겠죠. 에렌페스트의 성녀인 로제마인님의 성스러운 성무를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은 사람은 잔뜩 있을 테니까요!"
모처럼 유능한 문관이라는 분위기었는데, 마지막에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주위 영지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내가 지하 서고에서 현대어 번역에 힘쓰거나, 차기 첸트 후보가 되거나, 자격이 없다고 알려지거나 하는 동안, 양부님 쪽도 상당히 큰일이었던 모양이다.
저녁에는 열이 내렸기에, 나는 양부님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기숙사의 회의실로 들어갔다. 오늘은 양모님도 함께, "열은 내린 모양이네요, 로제마인" 이라며 상냥한 미소로 맞아준다.
"페르디난드님의 편지로 영주 회의의 상황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페르디난드의 편지와 이쪽에서 보내는 답장을 양부님에게 건넸다. 양부님은 모두 훑어보고는 답장을 문관에게 맡기고, 편지는 나에게 돌려준다.
"……허나, 나는 그대와 빌프리트와의 약혼을 해소할 생각이 없으며, 그대를 중앙 신전으로 보내지도 않을 것이다."
질베스타는 방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양모님은 걱정스러운 듯이 나와 양부님을 바라본다.
"왕족은 뭐라고 하고 있나요?"
"중앙 신전을 억제할 수 있고, 타령의 요구도 들어줄 수 있다. 성무에 대한 것도 자세히 알 수 있으며, 유르겐슈미트 전체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니, 수락해 달라고 신청해왔다만, 거절해 두었다."
양부님은 "아직 신전에 대한 멸시가 강한 와중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라며 왕족에게 반박했다고 한다. 성결식의 허가를 내준 것은 한번 뿐이라는 약속으로,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축복을 주고 차기 첸트로서의 관록을 붙이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제와서 갑자기 중앙 신전에 넣겠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로제마인의 마력이 강력하니 왕족에게 협조하라고 간단히 말하지만, 그렇다면 로제마인이 에렌페스트를 얼마나 지탱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렌스바흐를 지탱하는 페르디난드에 이어 로제마인까지 빼앗길 수는 없다. 게다가 영주 후보생은 중앙으로 이동시킬 수 없을 것이다……라는 것들을 정중하게 말했다고 한다.
첸트는 "그쪽 말도 일리가 있다" 라며 물러났다고 한다. 거의 모든 영지로부터의 요망이었기에, 무시할 수도 없어 질문했을 뿐이라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기스발트 왕자는 "모든 영지에 은혜를 팔 수 있는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 "성무를 수행하며 가호를 얻어 조금이라도 많은 마력을 다룰 수 있게 하는 것은 유르겐슈미트 전체에서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라? 첸트도 지기스발트 왕자도 내가 차기 첸트 후보가 된 것을 모르는 건가?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 하느냐 마느냐는 이야기 뿐이다. 아나스타지우스와 달리, 차기 첸트 후보를 확보한다는 관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당의 순회는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니까 첸트가 모르는 건지도 모르지만,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에게 사당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쯤은 듣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아직 그 정보도 알리지 않은 건가?
아나스타지우스는 사당 순회에 동행할 때까지 차기 첸트 후보인 것에 확신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아나스타지우스는 자신의 독단이라고 말하고 있었고, 에그란티느가 주위를 혼란시키지 않도록 사당의 용도를 말하지 않았다면, 막달레나도 역시 몰랐을 것이다.
……역시 지하 서고의 이변 때문에 눈치채긴 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제의 이야기니까, 이제 겨우 첸트에게 정보가 전달된 정도일지도?
왕족들간의 정보 공유가 어느 선에서 이뤄지고 있는 건지 고민하고 있자, 양부님은 가볍게 어깨를 움츠린다.
"오늘 아침에 초대장이 도착해, 다시 이틀 후에 왕족에게 불려가게 되었다만, 첸트는 아직 이쪽의 이야기를 존중해 줄 것 같으니, 이대로 영주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릴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영주 후보생은 결혼 이외의 일로 중앙으로 이동할 수 없다."
시간 만료를 노리고 있다고 양부님은 말하지만, 왕족이 차기 첸트 후보의 정보를 입수해, 이것과 관련해 초대한 것이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저기, 양부님. 이제부터는 거절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릅니다."
"뭐라?"
양부님과 양모님이 눈을 깜빡인다. 나는 오틸리에에게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준비시켰다. 그것을 양부님과 양부님의 호위를 하는 아버님에게 건넨다. 전달받지 못한 양모님이 몹시 불안한 듯이 나를 바라본다.
"충격이 너무 강해서 양모님의 배에 지장이 가서는 안되기에, 내용을 전달해 드릴지에 대한 것은 양부님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내용인가?"
"가능하면 사람을 물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내 말에, 양부님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측근들이 나와 양부님과 아버님과 양모님을 남기고 줄줄이 나간다. 꾸욱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쥐고, 나는 입을 열었다.
"전, 차기 첸트 후보입니다."
"뭐어!?"
얼빠진 소리를 낸 양부님과 아버님이 "영문을 모르겠다" 라며 눈을 크게 뜬다. 솔직히, 나도 영문을 모르겠다. 기도를 했더니 후보가 되고, 아나스타지우스에게 끌려가 모든 사당을 돌고, 최종적으로는 "왕족 등록이 되지 않았으니, 자격이 없다" 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후보가 되는 방법은 여기서 알려도 좋을지 알 수 없기에 생략하겠습니다만, 아마 현재 가장 차기 첸트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왕족 등록이 되지 않았기에, 차기 첸트는 될 수 없습니다. 왕족에게서 뭔가 압박이 들어온다면 지금부터라고 생각합니다."
"듣지 못했다!"
"어제의 이야기니까요."
돌아와서 의논할 예정이었는데, 페르디난드의 편지를 우선하라고 했고, 열로 쓰러졌고, 회복하고, 지금이다.
"어느 쪽이든 성인이 될 때까지는 결혼할 수 없지만, 파혼을 선고 받는 것은 확실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년 이내에 왕족의 누군가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를 위해 저를 확보하고 싶을 테니까요."
아나스타지우스는 나를 지기스발트의 셋째 부인으로 받는다는 것은 취소했지만, 그것은 왕족으로서도 다른 선택지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 보내달다는 요망에 대해선 "에렌페스트가 싫다면 어쩔 수 없다" 라고 흘려넘기는 첸트도 "가급적 주위를 혼란시키지 않고 최고 속도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새 첸트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라는 말은 흘려넘기지 않겠지.
"페르디난드님의 편지에는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 만들기 위해, 왕족이 저를 중앙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취할 수단에 대해 쓰여져 있었습니다. 충고도 쓰여 있었습니다. 왕명이 내려왔을 때, 에렌페스트는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양부님이 분한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중앙 신전과 달리 문제가 크다. 차기 첸트와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입수는 아우브의 판단으로 거절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도 부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평생에 관여된 문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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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난드로부터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생선에 들떠 있을 상황이 아닌 로제마인.
중앙 신전과 타령의 요망에 필사적으로 응전하고 있던 에렌페스트.
다음은 왕족의 호출과 교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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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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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하아... 지뢰... 지뢰가 필요합니다.... 엄청 크고 강력한 지뢰가....
! '제례식 → 성무(神事)' 로 변경합니다. 기존 번역이 오역에 가까운 것이었기에, 늦긴 했지만 바꾸는 것이 낫다고 생각됩니다. 별 문제 없다면, 이대로 계속 가려고 합니다.
에그란티느를 에그란틴으로 변경하는 것은 어색해 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 일단 연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정확한 독일 발음을 확인하게 되면 그 때 다시 결정하게 될 것 같습니다.
trombe(회오리 바람)
Tau (천) + Nadel (바늘)
꼬리가 붙어있는 노란 성게나 가시복같은 물고기형의 마수. 전신의 길고가는 독침을 주위에 날려 공격한다.
독일어 : sprängen (터지다) + Fisch (물고기)
전갱이 정도 크기의 물고기. 폭발한다. 냄비에 넣고 단단히 뚜껑을 눌러두면 어묵이 된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88화. - 왕족과의 대화 -
왕족과의 대화
"……아니, 빌프리트는 부르지 않는다."
양부님은 나의 제안에 대해 잠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째서인가요? 이건 빌프리트 오라버님에게도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요."
"아, 그렇다. 하지만 빌프리트를 불렀다 한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빌프리트가 무엇을 어떻게 느끼더라도, 왕명을 받아버리면 저항할 수 없다. 불필요한 소란을 일으킬 뿐이다."
에렌페스트가 로제마인을 내줄지 말지에 대한 것은 영주 일족이라면 뻔히 알고 있는 것이다. "로제마인은 내줄 수 없다" 라고 첸트에게 주장하는 것은 아우브 부부로 충분하다. 게다가 아직 왕족으로부터 정식으로 이야기가 오간 것도 아닌데, "로제마인이 차기 첸트 후보다" 라는 것을 마음대로 퍼트릴 수도 없다. 빌프리트의 불만을 상대하거나, 측근들에게 정보가 알려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양부님은 말했다.
"그대와의 약혼이 해소될 경우, 빌프리트는 차기 아우브가 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감정이 격해질 것이 눈에 선하다만, 이 급박한 때에 빌프리트의 상대를 할 시간은 없다. 왕족과 대면하기 전에, 에렌페스트의 방침을 정하고, 협상 대책을 짜거나, 조건을 생각하거나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 않겠는가. 미성년인 빌프리트는 영주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왕족의 초대를 받은 것도 아니다. 굳이 불러야 할 이유가 없다."
사후 승낙이 되지만, 어쨌건 결혼 상대를 결정하는 것은 부모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양부님은, 정말로 본의가 아니라는 듯이 미간에 깊은 주름살을 새기고 있었다. 말은 아우브다운데, 표정은 그렇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자, 양부님은 본의 아닌 듯한 표정을 그대로 나에게 향해왔다.
"그대도 마찬가지다."
"네?"
"그대 역시 왕족의 초대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아우브·에렌페스트다. 가능한 한 교섭해 보겠다만, 에렌페스트는 결코 강자가 아니다. 그대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각오해 두었으면 한다."
아우브 부부는 초대받았지만, 나는 초대되지 않았기에, 협상은 전적으로 양부님과 양모님에게 맡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양부님은 저의 소중한 가족과 저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습니다. 결과가 예상을 벗어난 적은 많이 있었습니다만, 저는 앞으로도 양녀로서의 책무를 수행하려 합니다. 양부님이 저의 가족과, 신전의 모두와, 구텐베르크들을 지켜주시는 한, 아우브·에렌페스트로서 내린 판단에는 양녀로서 따를 것입니다."
양부님이 이를 악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분한 듯한 얼굴에 가슴이 아려오는 것을 느끼며, 나는 양모님에게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내밀었다.
"아우브 부부가 함께 초대받았다면, 양모님에게 비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양부님,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내가 하는건가?"
"가장 충격이 적은 방법으로 부탁합니다."
양부님이 고심하며 입을 연다. 양모님은 "당신의 표정을 보니, 고민할 시간도 아까운 것은 아닌가요?" 라고 미소지으며 이야기를 재촉한다. 그리고 내가 차기 첸트 후보임을 들은 양모님은 웃는 얼굴 그대로 잠시 굳어지고, "겨울의 보고서로 조금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라며 한숨을 토했다.
"왕족으로서는 쓸데없는 혼란을 피하고 싶을 테니, 제가 후보가 된 것은 양부님과 양모님과 아버님의 마음 속에만 담아 두시옵소서."
"알고 있다. 왕족이 어떤 상황을 원하는지도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에그란티느는 왕족이 바라는 것은 현상 유지라고 했다. 대영지 사이의 다툼을 막고, 지기스발트를 차기 첸트로서 지지해 가는 것이……하고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움찔했다.
그것은 에그란티느의 심정이고, 아나스타지우스는 에그란티느의 근심을 풀어주고 싶다고 했었으니, 어저면 왕족 전체가 아니라 그 둘만의 소망인지도 모른다. "그대에게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빼앗아 지기스발트의 셋째 부인으로 한다" 라는 것은 첸트나 지기스발트의 입으로 들은 것이 아니다. 왕족 내에서 정보의 단절이 있는 것을 생각해 봐도,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위험할지도 모른다.
"양부님의 말씀대로 왕족이 어떤 상황을 원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왕족에 대한 것은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죠. 양부님은 왕족에게서 가능한한 많은 이익을 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로제마인!?"
왕족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자고 내가 제안하자, 양부님과 양모님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를 지기스발트 왕자의 셋째 부인으로 들이려 하던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에렌페스트의 일은 에렌페스트에서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에렌페스트가 최대한의 이익을 끌어낼 수 있도록, 작년 단켈페르가와의 출판 교섭을 참고하여,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하한선, 얻어낼 수 있는 이익, 해낼 수 있는 최대한의 목표치를 정해 두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양부님과 아버님이 얼굴을 마주보고, "상인 같은 얼굴이 되어 있다" 라며 씁쓸한 미소를 띄운다. 이번 호출로 갑자기 협상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지만, 준비는 해두는 것이 좋다.
나는 중앙 신전에 들어갈 경우와 차기 첸트 후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경우, 둘 다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말해 본다. 자유롭게 측근을 선정해 데려가고 싶다거나, 영주 후보생으로서의 취급을 원한다거나, 에렌페스트의 도서실 이상의 책을 갖고 싶다거나, 전부 개인적인 이익 뿐이다.
"어이, 로제마인. 그래선 에렌페스트의 이익이 없다."
평소에는 문관이 내는 의견을 모으거나, 좋다고 생각되는 안을 선택할 뿐이었을 양부님은, 나의 입에서 나오는 조건들에 싫은 얼굴을 한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양부님과 양모님도 조건을 내주세요. 이번 건은 어디까지 알려도 좋을지 알 수 없기에, 평소와는 달리, 문관에게 상담할 수 없습니다. 자신 스스로 에렌페스트의 이익을 얻어낼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앗 하고 자각한 듯이, 양부님과 양모님이 에렌페스트의 이익에 대해 의견을 내기 시작한다. 평소에도 문관의 이야기를 듣고 있고, 회의에서는 타령의 아우브들과 이야기 하고 있기에,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그 뒤는 빠르다. 나는 계속해서 나오는 이익이나 조건을 서자판1에 적어 간다. 이를 우선순위별로 정리해 두면, 왕족과의 논의에도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왕족의 요망이 나오는 정도겠지요. 그렇지만, 왕족도 협상 상대라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익이 있으면 협력하는 것은 상관 없지만, 이쪽의 이익이 전혀 없다면 협력하기 어렵다는 자세만은 무너뜨리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입양을 해소하는 데에는 저의 동의도 필요하니, 저의 의견도 들어 달라고 부탁해 보세요."
다음날, 나는 지하 서고에서의 번역을 쉬게 되었다. 막 열이 내렸을 뿐이라, 움직이면 다시 열을 낼까봐, 오틸리에가 걱정하고 있었고, 클라릿사가 "로제마인님의 몸이 제일 중요합니다" 라고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로제마인님은 하루 종일 지하 서고에서 문헌만 보고 있으시니까요. 분명 피곤하시겠죠. 푹 쉬어 주세요."
나는 측근들이 시키는 대로 침대로 돌아가, 책 상자를 가리켰다.
"그럼 클라릿사. 푹 쉬고 싶으니 거기서 책을 꺼내 주세요."
"침대에서 책을 읽을 생각이신가요?"
"부탁받은 일과 취미는 별개고, 한가하니까 책은 필수죠?"
깜짝 놀라는 클라릿사에게 "그런 반응은 오랜만이네요" 라며 중간까지밖에 읽지 못했던 책의 제목을 알려주었다. 클라릿사가 책 상자를 열고 책을 꺼낸다.
"할트무트에게서 듣긴 했습니다만, 실제로 보니 놀랍네요."
"최근 로제마인님은 너무 바쁘시고, 튼튼해 지셔서, 느긋하게 독서할 시간이 없으셨으니까요."
리제레타는 쿡쿡 웃으며 책을 읽기 쉽도록 침대를 만들어 주었다. 나는 오틸리에에게 부탁해, 한넬로레나 막달레나에게 번역을 쉬게 되었다는 올도난츠를 날리게 하고, 곧바로 책장을 넘긴다. 클라릿사의 "귀족 회의에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소리가 아득히 들려올 무렵에는 이미 나의 의식은 완전히 책에 빠져 있었다.
느긋하게 독서를 즐기고 있는 와중에, 올도난츠가 날아들었다. 책 위에 내려앉는 하얀 새는 싫어도 시야에 들어와 버린다.
"힐데브란트입니다. 몸 상태가 안 좋아지신 건가요. 병문안을 가고 싶지만, 미성년인 로제마인은 이곳에 없는 것으로 되어 있기에 안 된다며, 어머님에게 혼나고 말았습니다.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귀여운 문안 올도난츠에 나는 작게 웃으며, "열은 내렸습니다만, 측근들이 걱정하기 때문에 상태를 보고 있을 뿐입니다. 내일은 지하 서고에 가겠습니다" 라고 답을 보냈다.
다음 날은 힐데브란트와의 약속대로 지하 서고로 갔다. 양부님과 양모님은 왕족의 호출에 응하고 있다. 어떤 대화가 되는 걸까. 기숙사로 돌아가기 전까진 결과를 알 수 없다.
지하 서고에는 한넬로레, 힐데브란트, 막달레나가 있었다.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는 사교가 있어 오지 않은 모양이다.
"평안하신가요, 로제마인님. 좋아지신 것 같아 안심했습니다."
다과회에서 쓰러지던 나였기에, 사당을 순회하느라 몸 상태가 안 좋아진 것이 아닌가 하고 한넬로레가 걱정해 주고 있었다. 이제 괜찮아요, 라며 미소짓고 있자, 힐데브란트도 다가왔다.
"로제마인, 좋아져서 다행입니다."
"문안 올도난츠에 감사드립니다, 힐데브란트 왕자."
답례를 하자, 힐데브란트가 보라색 눈동자를 빛내며 기쁜 듯이 웃는다. 힐데브란트는 왕족 치고는 감정 표현이 솔직해서 귀엽다. 어쩐지 멜키오르와 비슷한 느낌이라, 무심코 얼굴이 풀어지고 만다.
어제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힐데브란트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문득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돌아보자 막달레나가 빤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눈이 마주치자, 막달레나는 방긋 웃고는, 서고를 가리켰다.
"여러분, 슬슬 서고로 들어가지요."
그리고 묵묵히 사본에 힘쓰고 있던 도중, 누군가가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왔다.
"로제마인, 조금 괜찮나요?"
"무슨 일인가요, 힐데브란트 왕자? 모르는 글자라도 있었나요?"
질문을 받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나는 힐데브란트를 바라본다. 힐데브란트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넬로레와 어머님이 휴식하시는 사이에 말해 두고 싶었습니다. ……로제마인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첸트가 되는 건가요?"
"……저는 왕족이 아니기에 자격이 없습니다."
힐데브란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왕족 사이에서 내가 차기 첸트 후보라는 정보가 공유된 모양이다. 한넬로레가 듣지 못하도록 할 정도의 분별은 있는 것 같지만, 이런 곳에서 말해도 되는 걸까.
의아해하고 있는 와중에, 힐데브란트가 살짝 나의 손을 잡았다.
"로제마인, 나는 당신을 돕고 싶습니다."
무슨 의미인 걸까, 하고 눈을 깜박거리고 있자, 또각또각 빠른 구두 소리와 함께 막달레나가 다가왔다.
"힐데브란트,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어머님."
힐데브란트가 새파래진 것을 보면, 말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막달레나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로제마인님, 힐데브란트가 뭐라고 했나요?"
"저를 돕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몸 상태는 좋아졌습니다만, 힐데브란트 왕자는 정말로 상냥하네요."
구루투리스하이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나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막달레나는 탐색하는 듯한 시선을 나와 힐데브란트에게 향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힐데브란트, 쉬도록 하죠" 라며 이야기를 끝냈다.
힐데브란트가 나와 접촉하지 않도록 막달레나가 감시하는 듯한 상태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묵묵히 현대어 번역을 하고 있자, 지기스발트가 왔다. 귀족 회의가 시작된 이래, 이 지하 서고에서 지기스발트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기스발트는 왕족의 사정으로 지하 서고를 다니게 된 나와 한넬로레를 위로하며, "오늘은 천천히 쉬세요" 라며 한넬로레에게 돌아가도록 재촉한다.
"과분한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한넬로레는 걱정스러운 듯, 몇 번이고 나를 돌아보며 서고를 나갔다. 나도 자리에 앉으라는 말을 들었다.
"이곳이 아니면, 당신과 이야기 할 수 없으니까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지기스발트가 나의 앞에 앉는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나스타지우스는 그대와 이야기를 할 때에는 심할 정도로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알아듣지 못한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가급적 원활하게 이야기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아나스타지우스의 말에는 조금 울컥해버리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왕족과의 대화에서 오해가 생기는 것 보다는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가 심하게 솔직하더라도 처분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중요한 첸트 후보를 처분 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작게 웃으며 그렇게 말한 지기스발트는 똑바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나스타지우스의 보고로 우리는 당신이 차기 첸트 후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왕족으로 등록되지 않으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을 수 없다는 것도……."
디트린데가 마법진을 빛낸 것이나 성결식으로 인해, 귀족들이 중앙 신전의 말을 조금씩 신용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옛 의식을 되살려 올바른 첸트을 얻는 것이다, 라고. 그래서, 왕족이 아닌 나라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았다.
"왕족이 아닌 제게는 자격이 없습니다. 자격이 없으면 얻을 수 없으니, 왕족이 직접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에그란티느님께 부탁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깝지만, 왕족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이는 비밀로 해 주었으면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지기스발트는 곤란한 얼굴로 알려준다. 도서관의 초석의 마술에 마력이 고갈되어 있었던 것처럼, 중앙에 있는 마술도구 중에도 마력이 고갈되어 있는 것이 있다고 한다.
"중앙에는 정변으로 인해 마력을 공급할 수 있는 사람이 적어지며 작동을 멈춘 마술도구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그 중 하나가 붕괴했습니다."
"붕괴요?"
"마력을 완전히 잃으면 붕괴하는 마술도구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마술도구는 마력이 없어지더라도 붕괴하지 않는다. 그러나 옛 마술도구는 마력이 완전히 사라지면 형태조차 남기지 않고 붕괴해 버린다고 한다.
"자신들의 대에 먼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온 귀중한 마술도구를 붕괴시킬 수는 없겠죠? 아버님과 우리들은 회복약을 마셔가며,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방치해 두었던 마술도구에 계속해서 마력을 쏟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사당을 순회하며 대량의 마력을 쏟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빨리 나를 왕족으로 들여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귀족들을 복종시킬 권력과 마력이 필요하다고 지기스발트는 호소한다. 확실히, 이대로 방치해 두면 앗 하는 사이에 나라가 무너져 버릴 것 같다.
"원래대로라면 당신이 성인이 되기를 기다려, 혼인을 통해 왕족으로 맞이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당장이라도 당신을 왕족으로 영입하고 싶습니다."
아우브·에렌페스트의 파양을 받아 첸트의 양녀가 된다. 그리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성인이 된 후에는 지기스발트와 결혼한다. 그것이 왕족에게 있어 최선의 미래라고 한다.
디트린데와 결혼해 연좌되어 버리는 페르디난드를 구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은 나쁘지 않다. 물론, 에렌페스트의 현실을 생각하면, 덥썩 받아 물어서는 안 된다.
"아버님은 도움을 받은 이상, 에렌페스트에게도 이익을 가져다 줘야 한다고 생각하시며 다양한 제안을 했습니다만,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제안을 하신 건가요?"
나의 질문에 지기스발트는 "상당히 우대하고 있었을 터입니다만……" 이라고 전제하며, 자세한 내용을 알려준다.
"로제마인의 출신 영지인 에렌페스트를 우대해 순위를 올리고, 가능한한 많은 귀족들을 중앙으로 거두어, 첸트가 되는 당신의 입장을 강화하는 것도 제안했습니다만, 거절당하고 말았습니다."
다른 대영지였다면 중앙에 대한 영향력이 늘어난다며 기뻐했을 제안이었지만, "파양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습니다만, 쌍방의 이득이 없어서는 계약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라고 단칼에 거절당했다고 한다.
……뭐, 그야 그렇지.
"에렌페스트는 도대체 얼마나 탐욕스러운 것인가, 하며 곤란해 하고 있습니다."
"지기스발트 왕자, 에렌페스트는 급격히 순위를 올린 것으로 인해, 타령에 대한 대응과 상위 영지에 어울리는 귀족으로서의 처신에 고생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순위를 유지하거나 조금 낮추며, 내정에 충실해야만 합니다. 이 이상 순위를 올려서는 곤란합니다."
내가 에렌페스트의 속사정을 털어놓자, 지기스발트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어느 쪽과도 상대하는 입장이어서, 하위 영지와 상위 영지의 행동거지의 차이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심하면 고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몇 년이나 걸려 교정해야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덧붙여, 올해는 순위를 올리기보다 승자 영지로 다뤄 달라는 요망이 있었기에, 에렌페스트는 야심이 큰 영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럼, 당신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귀족들의 영입은……?"
"애초에 많치 않았던 에렌페스트의 귀족들은, 불온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이번 겨울의 숙청으로 인해 더욱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가능한한 많은 귀족들을 중앙으로, 라고 하시면 에렌페스트를 꾸려나갈 수 없게 됩니다."
지기스발트는 말 없이 머리를 껴안고 나를 바라보았다. 상당한 생각의 차이에,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처럼, 에렌페스트에는 에렌페스트의 사정이 있습니다. 당장에 왕족의 양녀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사정인가요. 그것은 붕괴가 임박한 유르겐슈미트를 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입니까?"
지기스발트의 말에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초조함이 배어 있다. 그렇지만, 나도 양보할 수 없다.
"그쪽의 문제는 마력 부족이라는 한마디로 끝나는 문제죠? 하지만 이쪽은 제가 아니면 안 되는 것들입니다."
"들려주십시오."
지기스발트가 조금 몸을 내밀었다.
"전, 에렌페스트에서 인쇄업과 신전장과 고아원장과 영주 일족의 책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 중 영주 후보생의 책무는 당장이라도 형제에게 맡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쉽지 않습니다."
신전장의 업무를 멜키오르와 측근들에게 인계한다 해도, 모든 성무를 경험시키려면 일년은 필요하고, 고아원도 이대로 이어주도록 조치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인쇄업무에 관한 것도, 어머님에게 인계하는 것과, 구텐베르크들의 출장 여부, 내가 중앙으로 나가면 전속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처리해야 하는 문제는 많이 있다.
"그리고 차기 아우브는 저와의 약혼이 아니면 지지기반을 갖추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약혼이 파기될 경우, 에렌페스트는 심각한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어느 정도의 준비는 절대로 필요합니다. 정변으로 큰 어려움을 겪으며, 대영지간의 다툼을 피하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왕족이라면, 숙청으로 어려운 와중에 기베간의 싸움이 일어나는 것을 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아우브의 기분을 이해하실 수 있겠지요."
에그란티느도 지기스발트도 이전의 정변과 같은 다툼이 일어나는 것을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기스발트의 셋째 부인이 되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쪽의 사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는 못한다.
"게다가 양모님은 임신 중입니다. 아기가 태어나기까지는 마력을 공급할 수 없습니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양부님이 두 번째 부인을 맞을 예정이고, 겨울에는 여동생이 귀족원에서 가호의 의식을 실시하게 됩니다. 적어도 내년이 되지 않으면, 마력적인 문제로 인해, 저는 에렌페스트에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에렌페스트보다도 유르겐슈미트가 더욱 긴급하고 큰일입니다만……."
지기스발트가 말이 격해지는 것을 흘려넘기며, 나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왕족에게 부족한 마력은 제가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마력을 대가로 저에게 일년분의 시간을 팔아 주시지 않겠나요? 그리고 대영지의 상식이 아닌, 에렌페스트의 사정을 생각한 다음, 제대로 에렌페스트와 저의 이익이 될 조건을 제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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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절박해 하고 있습니다.
왕족도 에렌페스트도 시간이 없습니다.
마력으로 시간을 사려는 로제마인.
다음의 갱신은 5/9, 상인 성녀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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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힐데브란트가 귀엽네요. 많이 귀엽네요. 진짜 귀엽네요. 꼬맹이가 누나의 손을 잡으며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라니.... (꺄아~!! >_<)
분명 처음에는 마인이가 휘둘리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상황을 주도하고 있네요.
쿨탐 됐나요? 슬슬 무쌍 한 번 도는 건가요?
그리고 뭔가 번역이 맘에 안 들어, 보고 또 보고 계속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뭐, 열심히 지워놓고, 다시 고친 번역이 지우기 전과 똑같다는 것을 깨닫고는 깔끔히 포기했지만, 음... 포기가 좀 늦은 것 기도 하고.... 아하하...;;;
왁스 타블렛.
구체적인 형태는 책벌레의 하극상 ss 1화의 역자 후기를 참조.
http://blog.naver.com/yunogrim/220630657414
책벌레의 하극상 5부 89화. - 상인 성녀 전편 -
상인 성녀 전편
지기스발트는 순간 정색한 뒤, 방긋 웃으며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라고 말했다. 나는 마력으로 시간을 사고 싶다고 다시 제안한다.
"……일 년 분의 마력으로 일 년의 유예인가요? 하지만 왕족 일곱명 분의 마력입니다. 아무리 로제마인의 마력이 많더라도 홀로 충당할 수 있는 양이 아닙니다."
사리를 모르는 아이를 타이르듯, 잔잔한 미소로 뻔히 아는 말을 하는 지기스발트에게 나는 방긋 미소지었다. 나 역시 그만큼의 마력을 홀로 감당하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 홀로 감당한다고는 한 마디도 드리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곳엔 마력을 가진 분이 많이 와 계시지 않사옵니까."
지기스발트는 또 다시 순간 정색한 뒤 웃는다. 이번에는 조금 어색한 미소다. 마치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는 듯, "……많이 와 있다?" 라고 나의 말을 작게 반복한다. 아무래도 일시정지한 뒤에 미소짓는 것은 지기스발트가 당황했을 때의 반응인 것 같다.
……페르디난드님의 버퍼링 동작 같은 건가.
미소 아래 경악하고 있는 듯한 지기스발트에게 아직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여, 나는 더욱 미소를 띄우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회전시키며 자신의 승리 조건을 떠올린다.
최상의 승리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왕족을 위해 봉납식을 실시한다는 것을 주입시키고, 왕족 주도의 봉납식의 준비를 중앙에 몰아주고 1년 이상의 시간을 따내는 것. 하는 김에 선전이 서툰 에렌페스트가 각 영지에 생색내는 것을 돕게 한다. 그러고 우위인 입장이 되어 앙녀가 되는 조건으로서 에렌페스트의 주장을 가능한한 받아들이게 한다.
먼저 전초전으로 일년 이상의 시간을 버는 것부터 공격하고 싶다. 이것은 왕족의 말과 명령을 유유낙낙 받아들이는 귀족님의 회담이 아니다. 나의 영역에 끌어들여, 이야기의 흐름과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나는 완전히 상인 모드 스위치를 넣고 지기스발트를 바라본다. 정면에 있는 그는 왕족이 아닌, 협상 상대다. 양부님과 양모님을 봐도 알 수 있듯, 왕족들은 문관에게 협상을 맡기고, 승인 및 기각을 할 뿐인 입장이다. 측근이 들어오지 못하는 지하 서고 내부라면, 밖에서보다 상당히 승산이 높다.
……하한선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1년 이상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과 페르디난드님의 처우 개선에 대한 왕족의 약속을 받아내는 것. 가자! 벤노씨, 내게 힘을 줘!
"영주 회의에서 봉납식을 하려 합니다."
"설마 회의를 위해 모인 아우브에게서 마력을 받아낼 생각입니까? 그런 일은 전대 미문이라……."
나의 제안에 지기스발트는 조금 미소를 경직시켰다. 그러나 왕족은 이미 귀족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마력을 모은 전례가 있다. 학생이든 아우브든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덧붙여, 나는 아우브에게서만 마력을 받을 생각이 없다. 회의에 동행하는 측근들도 의식에 참가시킬 생각이다.
……받아낼 수 있을 때, 받아낼 수 있는 곳에서, 받아낼 수 있을 만큼 받아낼 뿐. ……그렇죠, 벤노씨?
"어머, 왜 그렇게 놀라시는 거죠? 봉납식은 지기스발트 왕자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지 않습니까."
봉납식과 자신의 소망이 이어지지 않는 듯, 지기스발트는 약간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사락 하고 금빛의 호사스러운 앞머리가 흔들린다.
"내 소망……? 그럼, 왕의 양녀가 되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고, 성인이 된 이후는 나와 결혼해 주시는 건가요?"
"그게 아닙니다. 제가 아우브와 회의에 배석한 문관들로부터 들은 지기스발트 왕자의 소망은 저를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 임명해 각지로 파견하여 성무을 수행시켜, 각지의 수확량이나 가호를 늘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귀족들의 마력적 향상은 유르겐슈미트 전체에서 최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었죠?"
지기스발트가 "그것은……" 이라고 반박하려 해서, "지기스발트 왕자는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 그렇게 말씀하셨죠?" 라고 다그친다. 바로 며칠 전에 본인이 입에 올리며 에렌페스트의 귀족들을 괴롭힌 요망이다. 이제와서 잡아떼게 놔두지는 않는다.
"그래서 저는 왕자의 요망대로 봉납식을 치르는 것입니다. 각지의 아우브와 귀족들은 성무에 참여함으로써 신전과 성무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수확량과 가호를 늘릴 수 있게 되고, 중앙 신전은 마력이 많은 사람의 성무을 바라고 있었으니 당연히 협력해야 할테고……."
에렌페스트의 성녀를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서 각지에 파견해 성무에 대한 지식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던 각 영지의 귀족도, 마력이 적어 올바른 성무을 재현할 수 없기에 마력이 풍부한 신전장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오던 중앙 신전도, 이번 봉납식의 참가를 거절하게 놔둘 생각은 전혀 없다. 소원대로 성무을 수행시키고, 마력을 쥐어짜면 된다.
"왕족이 최우선시하고 있는 각 영지의 마력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데다, 대량의 마력이 손에 들어오니, 제가 양녀가 될 때까지 1년의 유예는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 좋은 방법이지 않나요?"
내 말을 정색하고 듣고 있던 지기스발트가 깜짝 놀란 듯이 눈을 깜빡이며, 천천히 미소지었다.
"……확실히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것은 언제 할 생각인가요?"
영주 회의는 2주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아직 일주일 이상 있으므로, 예전에 귀족원에서 봉납식을 치렀을 당시를 생각해도 준비 기간은 충분하다. 귀족 회의와 병행해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좀 빡빡한 스케줄이 되긴 하겠지만, 중앙은 에렌페스트보다 훨씬 인원이 많으니 문제 없다.
"영주 회의 마지막 날로 좋지 않을까요? 그만큼의 시간이 있다면, 준비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그것은 너무 급합니다, 로제마인. 많은 사람이 움직이는 일이니, 예정에 없는 일은 할 수 없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잡아, 문관과 근시가 세운 예정에 그대로 따르는 생활이 보통이었을 것이다. 왕족인 지기스발트는 꼼짝없이 타인의 사정에 말려들어, 예정 변경이 불가피했던 경험이 없는 것이 틀림 없다. 쓸데없는 예정을 넣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왕족을 대하는 귀족으로서, 변화구만 던지고 있는 나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 지 의논할 사람도 없어 난감해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나는 지기스발트를 몰아붙이는 손을 늦출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앞으로 왕족과의 협상에서 양부님이 편할 수 있도록 전력으로 가겠어!
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설마, 지기스발트 왕자가 봉납식을 꺼리실 거라고는, 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라고 뺨을 누르면서, 조금 눈물을 글썽거리며 지기스발트를 바라본다.
"타령에 성무를 수행하는 방법을 가르쳐서 유르겐슈미트의 마력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바로 지기스발트 왕자가 아니었나요. ……혹시, 그다지 급하지 않은데도, 타령의 아우브들에 대한 대응이 귀찮아서 저를 중앙 신전에 들이려던 것이었나요?"
저를 중앙의 신전장으로 임명하고 싶다는 왕족의 요망에 양부님은 정말로 곤란해 하고 있었는데,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았다니……라고 안젤리카를 흉내내서 최대한 슬픈 듯이 속눈썹을 떨며 내리뜨리자, 지기스발트는 미소를 잊고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다리세요, 로제마인. 오해입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유르겐슈미트의 마력적 향상이 필요한 것은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그런 대규모의 성무는 좀 더 중앙 신전이나 문관들과 상의해, 예정을 맞춰 준비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예정도 시간도 없는 상황이 너무 뜻밖이라서 놀랐을 뿐입니다."
……흐―응. 아, 그래. 그렇게 나온다는 거지?
변명을 하는 지기스발트를 향해 이번에는 내가 정색한다. "알아주셨나요?" 라며 미소짓는 지기스발트를 보며, 나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지기스발트 왕자, 저, 의문이 있습니다만……괜찮겠습니까?"
"어떤 의문이죠?"
"왕족이 조금이라도 빨리 구루투리스하이트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인생 예정에는 왕의 양녀가 된다는 것은 없었습니다. 왕의 양녀가 되는 것은 본래 첸트과 아우브 사이에서 서로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갖고 예정을 맞춰 준비하는 기간이 필요한 일이 아닌가요?"
지기스발트가 웃는 얼굴로 말 없이 굳은 것을 가만히 바라보며, 나는 더욱 말을 더한다.
"충분한 대화도, 준비 기간도 없이 영주 후보생을 왕의 양녀로 하겠다고 명하는 것과 귀족 회의 마지막 날까지 충분히 시간이 있는 봉납식의 준비를 명하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뜻밖이고 힘든 걸까요? ……왕족에게 있어, 저의 입양은 봉납식보다 쉽게 끝낼 수 있는 것이었나요? 에렌페스트도 저도 상당히 우습게 보인 모양이네요."
내가 대놓고 왕족의 언동을 비난하자, 지기스발트는 정색하고 몇번이나 눈을 깜빡이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나를 무슨 말이든 순종적으로 따르는 유순한 아가씨라고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지금까지 에두른 귀족어로 말하는 사람은 있었어도, 정면에서 솔직하게 비난을 받은 적은 없었던 걸까?
"당신의 입양을 결정한 것은 정말 긴급했기 때문입니다. 결코 당신을 우습게 본 것이 아닙니다."
"긴급한 것은 왕족의 마력 부족이죠? 제가 성인이 되는 것을 기다리지도 못하고, 에렌페스트를 혼란에 빠트려서라도 밀어붙일 정도로 긴급하다면, 이쪽에 무리한 명령을 내린 것과 마찬가지로 중앙 신전과 각지의 아우브에게 봉납식의 준비를 명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상대의 예정이나 의견을 듣지 않고 자신의 사정대로 휘두르는 것은 왕족의 특기이지 않나요?"
"왕족이 자신의 사정대로 휘두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까……?"
이래도 가능한 한 이해를 조정하고 있었습니다, 라고 의외라는 듯이 말하는 지기스발트에게 나는 무심코 싫은 얼굴을 하고 말았다.
"이렇게 저의 의견을 들으려 하고 계시니 조정하고자 하는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왕족의 형편을 주장할 뿐, 이쪽의 사정은 흘려듣고 계시고, 이쪽에 이익을 제공하는 것은 전혀 되어 있지 않지요? 애초에, 마력이 필요한 것도, 구루투리스하이트가 필요한 것도, 왕족의 양녀가 되는 것도, 각지의 아우브에게 성무를 가르치는 것도, 전부 왕족의 소망입니다. 무엇 하나 에렌페스트와 저의 소망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해하고 계신가요?"
실은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손에 들어오면 읽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런 것은 굳이 이 자리에서 말하지 않는다. 왕족에게 봉납식을 주도시키기 위해, 나는 지기스발트를 더욱 몰아붙인다.
"제가 귀찮은 봉납식을 제안한 것은 왕족을 위해서입니다. 애초에 성무에 대한 것은 아우브가 자령의 신전을 통해 알아보고, 각자 어떻게든 하면 좋을 일입니다. 자령의 일은 자령에서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말씀하셨으니까요."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지기스발트는 조금 고개를 갸웃거렸다.
"봉납식을 하는 것은 1년 이상의 시간을 마력으로 사기 위해서이고,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왕족이 아니라 로제마인과 에렌페스트가 아닌가요?"
"에렌페스트도 필요하지만, 저는 정말로 시간이 필요한 것은 왕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왕족은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코 앞에 두고, 주위가 보이지 않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지기스발트에게 나는 현실을 들이댄다.
"제가 가장 구루투리스하이트에 가깝다고 판명된지 불과 며칠밖에 되지 않았습니다만, 저를 양녀로 들이겠다고 간단히 말씀하신 왕족 측의 수용 준비는 이미 끝나 있나요? 세례식을 마친 왕족에게는 별궁이 주어지는 것이었죠?"
입양절차만이라면 간단히 끝날지도 모르지만, 왕의 양녀로서 생활한다면, 이궁의 준비, 가구나 생활 도구의 반입, 중앙 귀족의 측근 후보 선출, 에렌페스트에서 데려오는 측근이 생활할 환경의 준비, 중앙의 망토와 브로치를 갖추는 등, 바로 떠오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양녀로 들이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혹시 왕족은 양녀인 저에겐 이궁 같은 건 필요 없고, 성인이 될 때까지 신전장으로서 중앙 신전에 넣어 두면 좋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불과 며칠 사이에 별궁의 준비까지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인가요? 아아, 중앙에 그만큼 우수한 인재가 있다면, 봉납식의 준비 같은 것은 하루도 걸리지 않겠네요. 정말 든든하네요."
지기스발트는 웃는 얼굴 그대로 조금 시선을 방황하다가 지하 서고 밖의 측근들의 공간을 바라보았다. 막달레나와 힐데브란트도 그쪽에 있지만, 대화를 방해하지 말라는 말이라도 들은 듯, 이쪽의 상황을 신경쓰면서도 들어오려고는 하지 않는다.
"……아, 아니. 그것은……양어머니가 된 어머님이나 약혼자인 내 별궁에 객실을 준비시킬 예정으로……."
괴로운 듯, 억지로 대답하는 지기스발트에게 나는 일부러 놀란 모습을 보이며, "어머, 친자에게는 별궁을 주고, 양녀에게는 객실을 주는 것이 왕족의 관례인가요?" 라며 미소짓는다.
"그런 관례가 있었다니, 처음 알았습니다. 친자와 양자를 차별한다고 심한 소문을 듣고 있는 양부님은 저를 입양할 때 친자와 같은 제대로 준비된 방을 주셨습니다만, 왕에게 받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이궁의 객실이군요. 그런 대우를 하시면서, 저나 에렌페스트를 경시하고 있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지기스발트는 아픈 곳을 찔린 얼굴이 되었다. 필사적으로 말을 찾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왕족으로서의 미소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자신이 확실히 우위에 선것을 확신하고, 나는 지기스발트를 바라본다.
"이처럼 왕족의 미비를 지적하면, 저는 굳이 봉납식을 수행하지 않더라도 1년의 유예를 얻어내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왕족의 제안에 대한 미비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불만을 말하면서, "파양은 할 수 없습니다" 라고 우기는 것은 왕족으로부터의 인상이나 앞일을 생각하면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은 최후의 수단이다. 그러나 에렌페스트에서 파양을 결정하지 않는 한, 왕의 양녀는 될 수 없으니, 1년 동안 달아나려고 생각하면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봉납식은 예정에 없었던 것이고, 갑작스럽고, 귀찮은 것이니, 선의라고 해도 왕족은 믿어 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모두가 이익을 얻어, 1년의 시간을 얻기 위한 제안을 하려는 것입니다. 전, 봉납식에 협조하게 될까요? 아니면 봉납식 이외의 방법으로 1년의 시간을 얻어야 하나요?"
나는 지기스발트는 응시하며 묻는다. 지기스발트도 가만히 나를 보고 있다. 진의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듯한 눈이다.
잠시 바라본 뒤, 지기스발트가 훗 하고 숨을 토했다.
"……당신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봉납식을 실시하도록 첸트에게 진언하겠습니다. 준비는……."
결의를 굳힌 듯한 지기스발트가 봉납식의 준비를 에렌페스트에 떠넘기지 않도록, 나는 미리 선수를 쳐서 준비에 대해 떠오르는 것들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제단이나 신구의 사용 허가를 얻는 것은 에렌페스트에서는 어려우니, 봉납식의 준비는 중앙으로 부탁드립니다. 무대를 만들지 않고, 강당을 넓게 쓰면, 아우브 이외의 측근들도 의식에 참가할 수 있겠죠."
지기스발트는 한번 정색하고 굳어진 뒤, 방긋 미소를 지었다.
"로제마인, 당신은 아우브뿐만 아니라 측근까지 참가시킬 계획입니까? 도대체 얼마나 마력을 받아낼 생각인가요?"
"저는 받을 수 있을 때, 받을 수 있는 곳에서, 받아낼 수 있을 만큼 받아내라고 가르침 받으며 자랐습니다."
내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가슴을 피고 벤노의 가르침을 선보이자, 지기스발트는 뭐라고도 할 수 없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아나스타지우스가 말하던, 신전에서 자라서 상식이 다르다는 것은 이런 것이었나요" 라고 중얼거린다.
……땡! 신전이 아니라 평민 출신이었습니다!
"덧붙인다면, 이익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으면 더욱 좋다고 합니다. 이번과 같은 경우라면, 참가 영지에 대해 매년 영주 회의에서 가호의 의식을 다시 치를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봉납식을 연례행사화한다는 느낌일까요. 가호의 의식엔 시간이 걸리니, 한 번의 영주 회의에서 소화할 수 있는 것은 두 개 영지 정도겠죠. 하지만 10년에 한 번 정도의 비율로 가호를 얻는 의식에 재도전할 수 있다면, 다들 진지하게 성무에 나서리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유르겐슈미트의 마력 수준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어른에게도 의식을 실시하는 장소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어른이 진지하게 기도하게 되면, 아이는 그에 따라갈 것이다.
"게다가 아우브·클라센부르크로부터 공동 연구로 귀족원의 봉납식을 연례행사로 할 수 없겠느냐는 타진이 있었으니, 잘만 하면 봄의 끝과 겨울에 많은 마력을 모을 수 있습니다."
"로제마인, 마력은 그렇게 간단히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왕족은 수단을 가리고 있을 수 없을 정도의 긴급 사태였죠? 마력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로 생각해 두는 것이 좋지 않나요?"
내 발언에 지기스발트는 눈을 크게 뜬 채 완전히 굳어버렸다. 아무래도 왕족에게는 너무 예상 밖의 제안을 해버린 것 같다.
"조금 떠오른 것들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만, 어디서 어떻게 마력을 끌어올 것인지, 봉납식을 매년 연례 행사로 할 것인지의 여부 등은 지금의 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네요. 다시 봉납식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해도 될까요?"
"……네, 부디."
그다지 머리가 움직이고 있지 않은 듯한 지기스발트를 위해, 나는 어떻게 봉납식을 준비해야 하는지, 순서대로 가지고 있던 종이에 적어가며 설명한다.
"각 영지로 의식의 일시나 지참물을 알리는 것은 올도난츠나 초대장을 사용하면 그다지 수고는 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궁에 남아 있는 귀족들에게 빈 마석을 준비시키고, 중앙 신전에 성무의 준비를 명하면 영주 회의의 진행에도 그다지 부담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 참, 귀족원과 중앙 신전의 2개소에 성배가 있고, 기원식이 끝난 지금이라면 소성배도 마력을 담기 위해 사용해야 하니, 중앙 신전에 준비시켜 주세요."
거기서 나는 한번 펜을 멈추고 얼굴을 들었다. 나의 얼굴을 보는 순간 지기스발트가 뺨을 움찔거린다. 뭔가 꺼림칙한 예감이라도 든 것일까. 제대로 맞았다.
"그 이후에 에렌페스트의 협력에 의해 실현된 봉납식임을 왕족으로부터 꼭 선전해 주십시오. 계속 하위 영지였던 에렌페스트는 상위 영지의 소개를 기다릴 뿐이었기에, 아무래도 선전에 서투릅니다."
"기다려 주세요. 왕족이 에렌페스트의 선전을 하는 건가요?"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건가, 라고 말하는 듯한 지기스발트에게 나는 당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와 신관장인 할트무트, 청색 신관의 의복을 갖춘 호위기사들의 출장 비용입니다. 에렌페스트로서는 아무런 대가 없이 협력할 수 없습니다. 왕족은 저희에게 이쪽의 이익을 생각하세요, 라고 말씀하셨죠?"
한번 입을 다문 지기스발트가 곤란한 얼굴로 한숨을 토한 뒤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각지에 생색내기 위한 협력을 약속한다. 선전에 서툰 에렌페스트의 귀족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효과적으로 타령에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걸로 양부님도 기뻐해 줄 것이 틀림 없다.
……양부님, 벤노씨. 나, 해냈어! 평가전은 완전 승리인 거 아냐?
"그렇다 해도, 마력을 그만큼이나 받으면 각 영지에서 불만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내가 종이에 적어 건네준 봉납식 준비의 수순을 훑어보면서, 지기스발트가 봉납식의 문제점을 말한다.
"봉납식에서 징수하는 마력은 신들의 가호를 얻기 위한 성무 참가비로, 이번은 수강료입니다, 라고 미리 알려 두면 불평은 그다지 나오지 않겠죠. 불만이 있는 영지는 불참하면 될 뿐이니까요."
"그래서는 참가하는 영지가 줄어들 텐데요?"
참가자가 적어지면 모을 수 있는 마력도 적어진다. 나는 얻을 수 있는 마력이 준비에 들어가는 노력과 상응할지 걱정하고 있는 지기스발트를 보며 생각한다. 이 사람은 정말로 왕자님이구나, 라고.
"봉납식에 참가하지 않으면 장래의 수확량이나 신들의 가호에 현격한 격차가 생길 테니, 그렇게 주위의 영지가 윤택해 지는 것을 손가락이나 빨며 보고 있으라는 식으로 부추기면, 간단히 넘어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함께 봉납식을 하자고 말해온 클라센부르크는 귀족원에서 봉납식을 한다면 당연히 참석할 것이고, 가호를 얻는 일에 영지가 하나로 뭉치며 열성을 보였던 드레반히엘도 흥미를 갖고 참가할 것이다. 게다가 귀족원의 봉납식에 나올 수 없었던 영지들도 절대로 참가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호를 얻는 의식을 다시 할 수 있는 것은 큰 대가이고, 지하 서고에서 알아낸 의식의 정보를 슬쩍 흘려도 바로 달려들 영지가 많습니다. 참가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면 될 뿐이니, 사람을 모으는 것은 어떻게든 됩니다."
나의 제안에 지기스발트는 5초 정도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내쉰 뒤 방긋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상당히 동요시켜버린 듯 하다. 온실에서 자란 왕자님에게는 좀 악랄하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뭐, 나의 스승은 벤노씨와 페르디난드님이니까, 좀 악랄해도 어쩔 수 없는 걸!
"아, 그리고 이번에는 성무를 경험한 적이 없는 영지에게 가르쳐 주기 위한 봉납식이니, 이미 겨울의 귀족원에서 경험한 왕족은 참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왕족의 마력 제공은 필요 없어요, 라고 말하자, 지기스발트는 눈에 띄게 안심한 듯한 얼굴이 되었다.
"알겠습니다. 왕족과 중앙에서 의식의 준비를 하고, 각지에 참가를 촉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회복약의 준비는 에렌페스트에 부탁 드려도 될까요? 중앙의 회복약은 왕족이 사용하는 것을 우선하고 싶습니다."
"회복약은 각자 준비하는 것이지요? 평소 허리에 차고 있으니, 잊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하기만 하면 충분하겠죠."
지기스발트가 "귀족원의 봉납식에서는 에렌페스트에서 준비하지 않았습니까?" 라며 눈을 동그랗게 만들었지만,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에렌페스트의 입장이 전혀 다르다.
"귀족원의 봉납식은 이쪽의 연구에 협력받기 위한 것이었기에, 마력에 대한 대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준비한 회복약입니다. 그러나 이번은 성무에 대해 알고 싶다고 바라는 자들에게 왕족과 협력해 인력과 시간을 할애해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이쪽에서 회복약을 준비할 필요성을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회복약을 준비하기보다 지하 서고의 문헌을 읽어 나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겠죠?"
……에렌페스트로 돌아가면 인수인계 등으로 독서를 할 여유도 없는 1년이 될 테니까.
내가 귀족원의 지하 서고에 다닐 수 있는 것은 영주회의 기간 뿐이다. 회복약 같은 것을 만들며 독서시간을 빼앗길 수는 없다.
"회복약을 유료로 파는 것이라면 고려해 볼 수도 있습니다만……귀족원에서 나눠주었던 물건을 상품으로 내놓으면 드레반히엘이 독점해서 제법을 알아내는 데에 혈안이 될 것 같으니 곤란합니다. 강의에서 배운 회복약 중에 효과가 좋은 것을 제조해 팔아도 상관 없습니다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약이니, 에렌페스트의 이익은 되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채집지에서 기사들에게 소재를 채집시키고, 영주 회의로 바쁜 문관들을 동원해 회복약을 만들더라도 에렌페스트는 부담만 걸릴 뿐이고 이익이 없다.
"……에렌페스트가 급격히 부흥하고 있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그리고 영지 내의 귀족들이 급격한 순위 상승에 따라갈 수 없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로 섞인 미소의 지기스발트에게 나는 방긋 미소지었다.
"상호 이해가 깊어진 것 같아 다행히네요. 그럼, 봉납식 준비에 대한 것은 끝났고, 다음은 제가 왕족의 양녀가 되기 위한 조건에 대해 말해볼까요?"
"아직 끝나지 않은 건가요!?"
……어? 전초전이 끝났을 뿐이고, 중요한 회담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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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어요, 지기스발트 왕자.
귀족이나 왕족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인 스위치가 들어간 로제마인을 따라가지 못한 채로 후반전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다음은 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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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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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왕족을 탈탈 털어내고 있는 마인이입니다.
그나저나.... 사당에서 나온 거대한 마법진이 이번 봉납식에서 터지는 것은 확정인 것 같죠? 지뢰 강ㄹ.... 아니, 여신이 강림하는 그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90화. - 상인 성녀 후편 -
상인 성녀 후편
"아직이라 하셔도……. 봉납식은 기본적으로 왕족에게 필요한 마력을 모으고, 타령의 성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고, 에렌페스트에 있어서는 인수인계와 준비를 위한 시간 벌이일 뿐입니다. 에렌페스트의 이익이 없습니다."
"……로제마인이 요구한 것은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건가요? 어째서 이익이 되지 않는 것을 요구한 거죠?"
지기스발트가 눈동자에 다소 경계심을 드러내며 물어왔다. 하지만 1년의 준비 기간이 어째서 이익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지기스발트 왕자는, 긴급한 사안이니 바로 타령으로 이동해 거기서 생활하세요, 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이동이 가능한가요? 왕족의 일은 인수인계도 아무것도 필요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만, 이동하기 위한 준비 기간을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 있나요?"
"나는 성인이고, 당신은 미성년입니다. 아무리 집무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책임과 지고 있는 업무량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상냥한 그 말에, 나는 인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한 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왕족은 미성년자인 나의 일을 아우브를 돕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아아. 그래서 준비만 되면 당장이라도 데려가려던 거였구나.
"지기스발트 왕자, 저의 인계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제가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인쇄에 대한 것도, 신전에 대한 것도, 양부님을 돕거나 장래를 위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지금 사업 책임자로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로제마인, 당신은 미성년자가 아닙니까. 아무리 그래도 성인인 보호자가 있겠죠?"
지기스발트가 경직된 미소를 지으며 상냥하게 말했다. 나는 싸늘한 미소로 마주본다.
"페르디난드님은 아렌스바흐로 가버리지 않았습니까. 제 보호자를 왕명으로 뺏어가 놓고 이제와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지금 신전에 저의 보호자는 없습니다. 신전장과 고아원장이 저이고, 신관장은 저의 측근입니다. 신관장인 측근은 저를 따라 중앙으로 갈 테니, 후임 신전장과 고아원장과 신관장을 단 1년 동안에 키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딱히 성인에게 인계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나와 함께 이동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될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할트무트가 에렌페스트에 남을 이유가 없다. 내가 중앙으로 이동하면, 할트무트는 주위에 어떤 무리를 시키더라도 인계를 끝내고 따라올 것이다.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다.
……별로 이런 확신을 갖고 싶진 않지만, 클라릿사도 절대로 함께야!
"1년 동안 모든 성무의 축문을 외우고, 성무의 진행이나 준비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해두어야 합니다. 성무는 영지의 수확량과 직결되는 것이고, 옛 글자를 읽을 수 없으면 신전장의 성전도 읽을 수 없습니다. 인계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시겠나요?"
일이 많은 탓도 있지만, 아직 옛 글자를 익히지 못한 왕족을 바라보며 미소짓자, 지기스발트는 말의 진의를 파악하듯, 눈을 깜빡이며 나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아우브·에렌페스트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요? 이런 어린 아이를 진짜 책임자로 하다니, 있을 수 없습니다."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신관장직을 인계받은 제 측근이 성인이니, 양부님도 페르디난드님도 문제 없다고 생각한 것이겠죠. 제가 성인이 되기 전에 후임을 키우면 되는 일이었으니까요. 각지에서 우수한 인재가 모이는 중앙과 똑같이 생각하셔선 곤란합니다."
에렌페스트는 인재 부족이라고 했었죠? 라고 재차 확인하자, 지기스발트는 살짝 시선을 피했다. 상호간의 인식에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새삼 실감하는 것 같다.
"평범한 결혼이더라도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준비하고, 주위 분들과 이별하는 데에는 1년에서 2년 정도가 걸리죠? 영지를 옮긴다면 1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결코 이익이라 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그 당연한 시간을 주지 않은 왕족을 은근히 탓하면서 나는 앞으로의 예정을 생각한다. 인쇄업이나, 가을이 되어야 킬른베르가에서 돌아오는 구텐베르크들과의 논의를 감안하면, 실은 2년에서 3년 정도의 시간을 원한다.
"고작 1년의 준비 기간만으로는 제가 없어진 에렌페스트의 손실을 메우는 것은 전혀 불가능합니다. 제가 독서 시간을 줄여가며 1년 동안 신전장 업무, 고아원장 업무, 인쇄 업무의 인계를 하려는 것입니다. 제가 왕의 양녀가 되며 생기는 에렌페스트의 손실을 보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을 넘어서는 이익을 받을 수 없다면, 전혀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이 비용은 비싸요, 라고 생각하며 지기스발트를 바라보자, 다른 영지들이 쥐어짜이는 것을 바로 조금 전에 목격했기에, 이제 왕족은 얼마나 쥐어짜일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전장과 고아원장은 알겠습니다만, 인쇄 업무라는 것은? 이쪽도 책임자인가요?"
"에렌페스트 내의 인쇄 업무는 상당 부분 저의 손을 떠났기에, 업무 인계 자체는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앙으로 인쇄 기술을 가져갈 것인지, 저의 전속을 어떻게 이동시킬 것인지, 전속을 데려오면 상점을 낼 수 있을지, 공방을 만들 수 있을지, 이동시키는 직인이나 새로 고용하는 직인의 수, 교육 기간, 중앙 상인들과의 관계, 상점과의 거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중앙과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생각하기 싫을 정도의 업무량이 되겠죠? 하고 내가 동의를 요구하자, 지기스발트는 몇 초 동안 정색한 뒤 웃으며, "로제마인, 그것은 영주 후보생이 아닌, 문관이나 근시의 일입니다" 라고 말했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맡기게 됩니다만, 한 번은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 모든 것을 남에게 맡길 수는 없습니다. 서면과 실제가 다를 때도 많고, 에렌페스트와 중앙은 일하는 방식도 다르겠죠. 게다가 문관이 모든 것을 정확히 보고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으니까요."
문제 투성이인 상태였지만, 자신이 무능하다고 보이고 싶지 않았던 문관이 적당한 보고를 올렸던 것을 떠올린다. 한 번 현장에 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은 많다.
"과연. 정말로 책임자인 거군요, 로제마인은."
"네. 그래서 1년의 준비 기간만으로는 정말로 부족한걸요."
준비 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을까나, 하는 생각을 품고 미소짓자, 지기스발트도 미소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정은 알게 되었고, 봉납식에서 얻을 수 있는 마력량에 달렸습니다만, 이쪽도 1년 이상은 기다릴 수 없습니다. 그러니 1년 동안 준비를 마치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에렌페스트가 어떻게 손실을 보충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들려주십시오. 이것은 막달레나도 함께 듣는 것이 좋겠지요."
도대체 어떤 협상을 하려는 걸까, 하고 짙은 녹색의 눈동자가 알기 쉽게 긴장하면서 막달레나를 부르려 한다.
"저, 지기스발트 왕자. 에렌페스트의 조건에 대한 이야기는 합니다만, 저는 실수나 오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뿐이고, 최종적으로 정하는 것은 첸트와 아우브·에렌페스트입니다. 굳이 막달레나님을 부를 필요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영지의 중요한 결정은 아우브에 의해 이루어진다. 여기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도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양부님이고, 그 결정은 첸트와의 회합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상식과 이익에 차이가 있음을 서로 이해할 수 있었으니, 지기스발트 왕자는 저와 에렌페스트의 솔직한 요망을 첸트에게 전해 주시면 됩니다. 최종적으로 어떤 조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합의할지는 저와 지기스발트 왕자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이 자리에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거듭 강조한다. 페르디난드가 왕족과 함께 자신의 아렌스바흐행을 결정해, 양부님이 끼어들 틈이 없었던 것이 작년의 일이다. 올해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우브를 제쳐놓고 결정했다던가, 멋대로 일을 벌였다고 혼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내가 왕족에게 뭔가 말꼬리를 잡혔을 때에 "결정권은 아우브에게 있습니다" 라고 발뺌하기 위한 중요한 예방책이다.
참고로, 봉납식에 대한 것은 제안을 했을 뿐, 지기스발트가 최종적으로 하자고 결정한 것이니, 내 책임은 없다.
……제안하고 조금 부추겼을 뿐인걸. 주최도 책임도 왕족이니까 세이프, 세이프.
"아, 그렇군요. 확실히 우리에게 결정권은 없습니다."
지기스발트는 훗 하고 웃고, "그럼, 양녀가 되기 위한 조건을 들려주세요" 라고 재촉했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결정권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서 제법 마음이 편하게 된 것 같다.
……뭐랄까, 힘겨운 상대라고 생각되는 것 같은데. 뭐, 상관 없나.
"그럼 양부님으로부터도 같은 요구가 있겠습니다만, 먼저 말해 두겠습니다. 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주셔서 이쪽의 조건을 받아들여 주시면 왕명에는 따르겠습니다. 조건이 맞지 않을 뿐, 이쪽은 딱히 반역을 일으킬 의향이 있는 것이 아니고, 공연히 일을 시끄럽게 만들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나도 에렌페스트도 딱히 반역을 일으키려는 것도 아니고, 유르겐슈미트가 멸망하든 말든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말하자 양부님들에게 자신들의 제안이 기각되었던 지기스발트는 "그렇습니까" 라며 분명히 안도했다. 거기에 탕탕 하고 확실히 못을 박는다.
"하지만, 유르겐슈미트와 왕족의 사정이 최우선으로, 에렌페스트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다고 말씀하시는 왕족들과는 협상할 수 없습니다. 저의 게둘리히1는 에렌페스트이며, 저는 신전에서 자랐습니다. 저를 양녀로 하시겠다면, 그 점을 이해해 주세요."
입양이나 결혼으로 타령에 가게 되면, 자신이 가게 된 타령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내가 입양되자마자 "에렌페스트는 타령입니다" 라고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자랑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나는 아랫마을도, 페르디난드도 멀어져서 관계가 사라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이며, 위험에 노출되면 격노할 자신이 있다.
"아나스타지우스가 말했듯이 로제마인에게 귀족의 상식이 당연하게 통용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은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에렌페스트에 대한 보상은 어떤 것을 원하나요?"
지기스발트의 온화한 미소에 재촉받아, 나는 입을 열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도 부탁한 것입니다만, 왕명으로 인한 약혼을 해소시켜, 페르디난드님을 에렌페스트로 돌려주세요. 페르디난드님이 있으면 에렌페스트의 문제 대부분이 해결됩니다."
페르디난드가 돌아와 1년의 시간이 있으면, 마력 부족 문제도 ,라이제강를 억누르는 것도, 후임의 양성도, 신전의 장래도, 페르디난드의 건강에 대한 걱정도 없어진다. 내가 유레베에 잠겨 있던 2년 간, 아랫마을 상인들과의 연계도 유스톡스를 통하고 있었다.
"아나스타지우스도 똑같이 대답했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지금 페르디난드를 에렌페스트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아렌스바흐를 망하게 놔둘 수는 없으니가요."
에렌페스트에 있어 최고의 제안은 첸트에게 전하기도 전에 지기스발트에 의해 기각되었다.
"페르디난드 대신 아렌스바흐를 다스릴 미혼인 영주 후보생을 데려올 수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만, 우리에게는 짚이는 사람이 없습니다. 에렌페스트에 짚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설득해서 1년 내에 데리고 와주세요."
아나스타지우스와 비슷한 답이 돌아왔다. 왕족은 무슨 일이 있어도 페르디난드를 아렌스바흐에서 꺼내줄 마음이 없다. 조금 화가 나긴 하지만, 여기까지는 상정범위 내다. 아렌스바흐의 핵심에 깊이 파고들어 버린 페르디난드가 쉽게 풀려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알고 싶지 않지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 안전과 생활 환경만이라도 확보하겠어.
페르디난드는 타령으로 간 사람이라고 양부님은 말했다. 그래서 왕명으로 인한 약혼을 파기하고 에렌페스트로 돌려주면 솔직히 기뻐하겠지만, 양부님이 제시할 내가 양녀가 되는 조건에 페르디난드의 처우 개선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하고 싶다면 내가 직접 할 수밖에 없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도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말했었으니까.
나는 한번 표정을 다잡고 방긋 미소지었다. 한 순간 지기스발트의 미소가 굳었지만, 곧바로 원래의 웃는 얼굴로 돌아온다.
"페르디난드님의 약혼을 해소시키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어렵다는 것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서도 들었습니다. 동시에,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있으면 또 다른 수단을 취할 수 있다는 것도……."
아나스타지우스의 말이 왕족 공통의 인식이며, 잘못된 점이 없는지를 묻자, 지기스발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확실히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구할 수 있다면 약혼을 파기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그럼 제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을 때까지, 혹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알 때까지 페르디난드님의 결혼을 연기시켜 주세요. 디트린데님과 결혼만 하지 않으면 연좌되는 일은 없는 거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을 때까지 파혼할 수 없다면, 계속 약혼 상태로 두면 된다.
우선은 연좌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기 위해, 내가 결혼의 연기를 부탁하자, 지기스발트는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더 이상 성결식을 연기할 수는 없습니다. 귀족원에 들어갔을 때의 레티시아의 처신을 생각하면 디트린데가 아우브가 되었을 경우, 그 두 사람의 결혼은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초석을 물들여, 영주 회의에서 디트린데가 아우브로 승인되면, 아렌스바흐의 규칙에 의해 레티시아는 더 이상 영주 후보생이 아닌 상급 귀족의 신분으로 떨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영주 회의 첫날, 성결식과 아우브의 승인까지의 사이에 입양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확실히 귀족원에 영주 후보생으로서 들어오는지, 상급 귀족으로서 들어오는지는 크게 다르다.
"그럼, 차기 아우브가 결정되면 다른 영주 후보생을 상급 귀족으로 떨어뜨리는 아렌스바흐의 독특한 규칙을 왕족이 폐지하면 되지 않나요?"
"……영지의 규칙을 폐지할 수 있는 것은 아우브 뿐입니다. 제안은 했습니다만, 돌아가신 아우브·아렌스바흐가 폐지하지 않은 이상,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법률서에 반하지 않는 한, 왕족은 각 영지의 마이너 룰을 마음대로 폐지할 수 없다고 한다. 단켈페르가에는 단켈페르가, 아렌스바흐에는 아렌스바흐의 사정이 있어 생긴 규칙이라, 타령에서 보면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규칙도 없어지면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단켈페르가도 역사가 길어서 이상한 규칙이 많았었지.
"페르디난드가 연좌되는 것을 피할 목적이라면, 입양 시기를 조금 앞당긴다면 대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영주 회의 첫날에 성결식이 이루어진다. 그보다 조금 일찍 내가 왕에게 입양되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구할 수 있다면, 페르디난드의 약혼을 해소시킬 수 있게 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구할 수 없다고 확정되면 페르디난드는 그대로 디트린데와 결혼한다. 그러면 레티시아에게는 영향이 없다고 한다.
"다만 그 경우, 로제마인이 제시한 준비 기간은 1년보다 조금 짧아집니다. 괜찮습니까?"
나는 조금 시선을 헤맨다. 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만들도록 지시한 것은 페르디난드이다. 1년보다 다소 짧아도 좋을지, 확실히 1년을 넘어야 할지, 페르디난드의 목적을 들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당장은 대답할 수 없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이 무사히 파혼할 수 있도록 저의 입양 시기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님은 결혼도 파혼도 못한 채로 아렌스바흐에 머물게 되는 것이니, 최소한 대우의 개선을 요구합니다. 비밀방을 주도록, 첸트로부터 아렌스바흐에게 명령해 주십시오."
내가 페르디난드의 파혼을 포기한 것에 어깨의 힘을 뺀 지기스발트가 순간 정색한 뒤 웃었다.
"약혼자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객실을 주고, 비밀방을 주지 않는 것은 귀족의 관례입니다. 그런 무리를 아렌스바흐에 명하는 것은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신전에서 자랐기 때문에 귀족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기스발트가 정중하게 설명해 준다. 하지만 그것은 알고 있다. 할아버님도 양모님도 "약혼자에게는 비밀방을 주지 않는다" 라고 말했었다.
"결혼 후에는 방을 옮기며 비밀방을 얻을 수 있다고 알고 있었기에 저도 지금까지는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기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대한 다른 관례가 있는 것도 아시죠?"
이번 영주 회의에서 디트린데가 초석을 물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성결식이 연기된 시점에서, 지기스발트가 말한 관례에는 구멍이 생겨버렸다. 나는 방긋 미소지었다. 관례에 비추어 안 된다고 하면, 이쪽도 관례대로 요구하면 된다.
"디트린데님이 초석을 물들이기 전까지 결혼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니, 페르디난드님이 한 번 에렌페스트로 돌아오는 것은 가능하죠? 본래는 결혼이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파혼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것을 왕명으로 무리하게 약혼을 계속시키고 있는 것이니, 일단 에렌페스트로 돌아와서 재정비 하는 것 정도는 상관 없지요? 약혼을 파기하지만 않는다면, 왕명을 거스르는 것도 아니고, 관례대로니까요."
타령에서 약혼자를 초청한 상태로 결혼을 할 수 없게 된 경우, 약혼자를 강제로 붙잡아 둘 수 없다. 미비점이 있었다는 것을 이유로, 약혼자 측에서 파혼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페르디난드의 경우는 어명에 의한 약혼이고, 이미 집무를 시작하고 있으므로 정보 누설의 관점으로 봐도 돌아갈 수 없습니다. 영주 후보생이라면 그것은 알겠죠?"
"약혼자의 입장인데도 옴짝달싹 할 수 없을 정도로 집무를 하게 된 것 자체가 아렌스바흐와 왕족의 억지였고, 관례상 일시적인 귀향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페르디난드 자신은 왕명을 받아서 간 것이고, 에렌페스트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도 거리를 두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으니, 본인은 일시적인 귀향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건 관계 없다. 중요한 것은 비밀방의 확보다.
"왕족에게 있어 관례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면, 관례대로 일단 페르디난드님을 에렌페스트로 돌아오게 하고, 초석을 물들이는 것이 끝나 아우브가 확정되면, 그 때 다시 결혼을 위해 아렌스바흐로 보내겠습니다. 관례대로 할 수 없다면, 역시 관례를 깨게 됩니다만, 페르디난드님에게 비밀방을 주고, 여름에 행해지는 아렌스바흐의 장례식에서 명령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음을 왕족과 아우브가 확인해 주십시오. 파혼을 할 수 없는 이상, 페르디난드님의 대우 개선에 대한 것은 양보할 수 없습니다."
내가 선택을 요구하자, 지기스발트는 더욱 짙은 미소를 지으며 작게 숨을 토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선택은 아버님이 하실 것입니다. 괜찮습니까?"
페르디난드가 돌아와 주는 것이 가장 기쁘지만, 아렌스바흐의 집무를 페르디난드가 장악하고 있는 상태이고, 레티시아의 교육담당이기도 하니, 관례라고 해도 돌아올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비밀방 정도는 받지 않으면!
첸트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좋다고 생각하며 끄덕인 나는 지기스발트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짙은 녹색의 눈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로제마인은 상당히 페르디난드에게 집착하는군요."
"네. 신전에서 자라며, 페르디난드님은 허약한 저에게 여러가지 약을 만들어 주시고, 살 수 있도록 있도록 애쓰시고, 귀족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시켜 주셨습니다. 귀족원에서 제가 최우수를 받은 것도 페르디난드님의 지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은혜만 늘어날 뿐, 조금도 갚지 못했습니다. 저의 스승이며, 가족처럼 소중한 분입니다."
방긋 미소지으며 나는 지기스발트를 바라본다. 이대로 연좌시키지 않겠다는 약속 정도는 원한다. 나는 한껏 미소지었다.
"그러니, 신전의 공방에 틀어박혀 연구하는 것을 좋아하던 제 소중한 가족이 왕명에 의해 사이가 좋지 않은 타령의 데릴사위로 가고, 결혼하기 전부터 첸트와 같은 약냄새를 풍기며 집무에 파뭍힌 나날을 보내고 있고, 성결식이 연기되었는데도 일시 귀향도 할 수 없고, 비밀방마저 줄 수 없다는 상황이 되면, 대체 얼마나 걱정하고, 그것을 명령한 상대에게 어떤 감정을 안고 있을지, 부디 왕족 여러분들도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기스발트가 웃는 얼굴 그대로 굳었다. 그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뺨에 손을 대고 작게 숨을 토하며 더욱 말을 더한다.
"그만큼 걱정하고 있는데, 페르디난드님이 아렌스바흐로 향한 그 끝이 디트린데님에게 연좌되는 것이라니. 아무리 귀족의 상식으로서 타령에 간 사람의 걱정은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을 들어도, 좀처럼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전, 예전에는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서툴러, 종종 마력을 폭주시키기도 했었으니까요."
지금 폭주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지기스발트를 바라보며 위협하다가, 문득 진심으로 의문이 든다.
……아니, 진짜 어떻게 될까? 어디까지 억제할 수 있을지, 어디쯤에서 폭주할지 모르겠어.
예전보다 마력이 늘었다. 슈타프가 성장해서 제어 가능하게 되었지만, 폭주한 경우는 어떤 느낌이 될 지, 스스로도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에 잠긴 사이, 지기스발트도 생각에 잠겨 있던 것 같다. 잠시 침묵 후, 나와 눈이 마주치자, 지기스발트는 방긋 웃었다.
"로제마인이 거기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페르디난드가 연좌를 피할 수 없을지, 아버님과 잘 상담해 보겠습니다. 선처할 수 있도록, 나도 힘을 다하겠습니다."
"어머, 기뻐라. 의지하고 있으니까요, 지기스발트 왕자."
……좋아! 연좌 회피는 어떻게든 될 것 같아. 해냈어요, 페르디난드님! 이거, 참 잘했다 맞죠?
무릎 위에서 꾸욱 주먹을 쥐고 승리 포즈를 취하고, 나는 기분 좋게 다음 조건으로 넘어간다. 마음 속으로 상정해 둔 최저 조건을 클리어해서, 아예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아직 논의는 끝나지 않았다. 표정을 다잡고 나는 지기스발트를 마주본다.
"페르디난드님과 제가 빠지면서 줄어드는 마력을 보충하기 위해, 에렌페스트의 인재를 보충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5년 간, 에렌페스트 사람과의 결혼은 에렌페스트로 올 사람에 한정한다는 것에 대한 첸트의 승인을 바랍니다. 이쪽에서는 한 사람도 내보낼 수 없습니다."
이것은 양모님이 제안한 조건이다. 순위가 급상승하고, 여러 새로운 유행을 퍼투리고 있는 에렌페스트와 관계를 갖고 싶어하는 영지는 많다. 실제로 귀족원의 학생들은 타령의 사람에게 구애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듣고 있다.
매년 성결식에선 10 쌍 이상의 부부가 맺어지고 있고, 그 중 절반가량은 타령과의 결혼이다. 그것이 전부 에렌페스트에 소속되게 된다면, 손쉽게 성인 귀족의 수를 늘릴 수 있게 된다. 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당연히 에렌페스트 소속이 되므로, 귀족들을 늘리기 위해서도 상당히 유효할 것이다.
영주 가문이 포함되지 않는 결혼 허가는 아우브들이 내는 것이기에, 지기스발트는 "승인 되겠지요" 라고 가볍게 끄덕였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 주어지는 마술 도구를 30에서 40개 정도 주셨으면 합니다. 마술 도구가 없어 귀족이 될 수 없는 아이가 있어, 그 아이들을 귀족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아이에게 주는 마술 도구를 30에서 40개 인가요? 그것은 상당히 많지 않습니까?"
작성이 힘들고 고가이기 때문이겠지. 지기스발트의 미소가 짙어졌다.
"어머? 앞으로 5년간의 결혼 조건을 달았기에, 상당히 소극적으로 계산한 결과인걸요. 저와 페르디난드님의 마력량과 집무량은 중급 귀족 30에서 40명 정도로는 보충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가 있습니다. 왕족은 그만큼의 손실을 에렌페스트에 주고 있는 것을 자각해 주십시오."
1년의 유예에 더해 이것만 손에 들어온다면, 내가 중앙으로 이동하더라도 에렌페스트의 마력의 문제는 어떻게든 될 것이다.
"그리고 중앙으로 간 에렌페스트 출신의 귀족들에게 한 번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이는 양부님의 요망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중앙과 타령의 정보가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는 유스톡스가 어디선가 손에 넣어 왔던 것 같지만, 지금은 정말로 정보를 얻기 힘든 상황이 되어 있다고 한다. 무려 클라릿사에게 의지하고 있을 정도니, 그 심각성을 헤아려 주었으면 한다.
……나도 중앙으로 가기 전에 소개 정도는 받고 싶고, 딱 좋다.
거절당했다고는 하지만 왕족이 양부님에게 낸 요구는 "로제마인이 중앙에서 움직이기 편하도록 에렌페스트의 인재를 보내라" 는 것이었다. 자신의 파벌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출신 영지의 사람을 측근으로 들이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어라?" 하고 떠오른 것이다. 베로니카의 세력이 강성할 당시에 중앙으로 간 에렌페스트의 귀족과, 베로니카 실각 후에 세례식을 한 나 사이의 인식은 맞는 걸까 하고. 어딜 어떻게 봐도 이야기가 통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앞서 소개 정도는 받지 않으면 측근을 고르는 것도 힘들 것이다.
이것에 대해선 지기스발트도 "그것은 이쪽도 바라던 바입니다" 라고 기뻐하며 수락했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그들에게 왕족도 곤란해 하고 있었다고 한다. 구실이 생겼으니, 겨울에는 고향에 돌아가도록 명령해 주겠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에렌페스트가 아닌 제 개인적 조건이 몇 가지 있습니다. 다양한 사정이 있어, 전, 미성년인 측근의 이름을 받고 있습니다. 연령, 계급과 관계 없이, 데려가는 측근은 모두 받아주십시오."
"그것은 성인이 된 후로는 안 되는 건가요? 미성년자는 무엇을 하더라도 부모의 허가가 필요하고, 귀족원에서의 소속을 생각하면 에렌페스트에 있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지기스발트는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부모가 없는 아이도 있습니다" 라고 답하며, 첸트에게 전해주도록 부탁한다.
"이름을 받아 생명을 맡고 있는 이상, 저는 그들의 부모들보다도 그들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하더라도 저의 허가가 필요하고, 타령의 사람에게 이름을 바친 사람을 지금의 에렌페스트에 두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습니다."
자세한 이유에 대해서는 양부님에게 물어보세요, 라고 흘리고, 나는 한번 호흡을 가다듬었다. 지금부터 요구할 것은 절대로 승리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자세를 바로잡자, 덩달아 지기스발트도 자세를 가다듬었다. 온화한 미소지만 몸은 조금 긴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기합을 넣고 지기스발트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저에게 있어 가장 소중하고 양보할 수 없는 조건입니다. 그리고 저를 맞아들이고 싶다면, 지기스발트 왕자에게도 정말로 중요한 조건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죠?"
"지하 서고 이외의 정보 수집을 위해서라도, 중앙에 있는 모든 도서관과 도서실에 대한 자유로운 출입과 모든 문헌을 읽을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합니다. 이와 별도로 저의 이궁에 도서실을 준비해 주세요."
기합이 들어간 나의 요구에 지기스발트가 3초 정도 침묵하고 어색한 웃음을 띄운다.
"……이궁에 도서실인가요? 왕궁 도서관과는 별개인가요?"
"실은 제가 에렌페스트의 첫째 부인이 되기 위한 조건은 에렌페스트의 도서실과 신전 도서실에 대한 전권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결혼에는 도서관이 필수입니다. 남편이 될 거라면, 지기스발트 왕자는 저에게 주어질 이궁에 도서실을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전, 당신을 위해 이정도의 도서관과 책을 준비했다고 청혼받는 것이 꿈입니다."
지기스발트 왕자는 저와의 결혼을 원하는 거죠? 라며 웃자, 지기스발트는 굳은 미소로 "나와의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기쁩니다" 라고 말했다.
……저기, 얼굴에 경련이 일고 있는데요?
"그런데 그 도서실은……도대체 어떤 규모인가요?"
"실은 에렌페스트의 도서실을 넘는 규모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페르디난드님의 도서실을 넘는다면 그걸로도 상관 없습니다."
"페르디난드의 도서실인가요?"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호자인 페르디난드님은 아렌스바흐에 가실 때, 자신의 저택과 소장했던 책들을 제게 상속시키셨습니다. 모처럼 왕족인 남편이 생긴 것입니다. 보호자 이상을 원하더라도 벌은 받지 않겠죠? 에렌페스트 영주 후보생의 도서실을 넘는 정도는 왕족에겐 간단하지요? 우후훙."
내가 도서실의 넓이나 책장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던 책들에 대해 희희낙락 설명하기 시작하자, 지기스발트에게서 점점 미소가 사라져 갔다.
……어라? 혹시 왕족인데도 어려운 건가?
"저, 저기, 별궁에 도서실을 준비하는 것이 어렵다면, 왕궁 도서관을 저의 이궁으로 주셔도 괜찮습니다. 도서관에서 사는 것도 꿈이었기에, 대환영입니다. 저의 남편이 되기를 원하는 지기스발트 왕자가 어떤 도서관을 주실지 기대하고 있을테니까요."
흥정의 의미도 담아 방긋 웃자, 지기스발트 왕자는 반쯤 멍한 얼굴로, "내가 당신의 남편이 되는 건가요?" 라고 중얼거린다.
……응? 그렇게 말한 건 지기스발트 왕자였지? 어라? 나 뭔가 잘못 들은 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나는 지기스발트에게 확인한다. 잘못 들은 거였다면, 엄청 부끄럽다.
"왕족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기에 저와 결혼하겠다고 아까 말씀하셨죠? ……혹시 제가 잘못 들은 것이었나요?"
"잘못 들은 것이 아닙니다. 조금 예상과 달랐다고 할까요……. 최선. 그렇네요. 최선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로제마인은 정말 이걸로 괜찮은 건가요?"
새삼스럽지만 나의 의견을 들어줄 마음이 생긴 모양이다. 어차피 이 자리가 아니면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나는 본심을 전해 두기로 했다.
"저는 자신이 축복한 부부의 신랑과 결혼하고 싶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지만, 왕의 양녀로서의 의무라면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그러니, 저의 마음의 평온을 지킬 도서관 정도는 준비해 주세요."
빌프리트와 약혼했을 때와 같다. 보호자가 원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나의 어리광이 통할 환경이 아닌 것쯤은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도서관 정도는, 인가요?"
지기스발트 왕자가 어쩐지 아득한 눈이 되었다. 그토록 열성적으로 말해오던 자신의 뜻을 이루고 기뻐하는 얼굴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이해되지 않는다.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내 요구는 전했다.
"일단 에렌페스트와 저의 솔직한 의견이나 조건은 이상입니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첸트와 양부님에게 맡기죠. 제가 기꺼이 왕의 양녀가 되어 왕족 여러분과 오래도록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잘 논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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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차라리 중편으로 할까 고민할 정도의 분량이 되었습니다.
페르디난드의 대우 개선과 연좌 회피를 쟁취해 기분이 좋으신 로제마인.
그리고 결혼 상대에게는 도서관이나 도서실을 바랍니다. 정말 돈이 드는 여자, 로제마인.
지기스발트 왕자, 힘내라.
다음은 대화의 결과와 영주 회의의 봉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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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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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음... 다음화가 나왔...네요? 아하하...;;;;
생명의 신 에비리베가 사랑한 땅의 여신.
관용적으로 마음의 고향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뜻한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91화. - 얻어낸 조건 -
얻어낸 조건
지기스발트 왕자와의 개인 면담을 마친 뒤, 나는 왕족 측의 상식에 대해 양부님들에게 설명하고, 왕족은 전면 항복 상태에서 이쪽의 의견을 들을 생각임을 전했다. 이것저것 많이 엇갈리긴 했지만, 이쪽만의 부담을 강요하려는 것은 아닌 듯 하니, 어떻게든 협상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부족한 마력을 충당하고 타령의 불만을 막기 위해, 왕족 주최로 영주 회의의 마지막 날에 봉납식을 하게 된 것과, 왕의 양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에렌페스트와 나의 개인적인 요망을 전해두었다고 말했다.
작년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결정권은 아우브에게 있고, 저는 의견을 피력할 뿐입니다" 라고 왕자에게 확실히 주장했다는 것도 강조해 두었다. 양부님은 자신들과의 협상이 잘 되지 않은 직후에 지하 서고에서 나를 구슬리려던 왕족에게 화를 내고, 결정권이 없다고 주장한 나를 칭찬해 주었다.
이후, 다시 왕족으로부터의 호출이 있어, 이틀 후에 재협상을 하게 되었지만, 그 결과, 어째선지 굉장히 화난 얼굴로 돌아왔다. 기숙사의 회의실에서 측근을 배제하고, 이번에는 양부님과의 개인 면담 상태다. 엄청난 눈을 하고 있는 양부님에게 푹푹 뺨을 찔려가며 위협받았다.
"자, 로제마인. 그대가 왕족과 어떤 협상을 했었는지, 다시 한 번 설명해보실까."
"……프히?"
"아냐! 이번에는 왕족도 오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측근을 배제하고 대화를 했다만, 거기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그대는 지하 서고에서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믿을 수 없는 불경을 저질렀다지?"
양부님의 말에 나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지기스발트 왕자가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처벌하지 않겠다는 사전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솔직한 이야기를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양부님에게 투덜투덜 불평을 한 건가요? 남자답지 못하네요."
"그런 협상은 다른 곳에선 절대 하지 말도록. 그리고 다른 데서도 같은 짓을 할 것 같으니 거듭거듭 주의하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위가 비틀리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남자 답지 못하잖아.
귀족답게 처신하라고 했으면, 아무리 나라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라고 해서 그대로 따랐더니, 이제와서 불평하는건 좀 어떤가 싶다.
"그런 협상이라고 말씀하시더라도, 왕족이 주최하도록 떠민 봉납식은 물론, 제겐 결정권이 없으니, 양녀가 되는 조건에 대해서는 교섭다운 교섭은 하지 않았습니다. 조건을 설명할 때에 확실히 페르디난드님을 구할 수 있도록 조금 위협한 것 뿐입니다."
"어이, 잠깐! 나는 왕족에게 바로 조금 전에, 협박 당했다니, 기분 탓이겠죠. 말에 오해가 있어서 그렇게 느꼈을 뿐, 로제마인에게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라고 변명한 것이다! 진짜로 위협한 것인가!?"
양부님이 몹시 당황하며 그렇게 말했다. 필사적으로 변명해준 듯한 양부님에겐 미안하지만, 왕족이 한 말이 맞다. 나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위협했다.
"아무리 걱정해도, 타령에 가면 타령 사람이라며,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았고,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자력으로 어떻게든 하라고 말씀하신걸요. 평범하게 부탁해도 안 되기에, 그 자리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수단을 사용했을 뿐입니다. 다른 상황이였다면 불경으로 처분되었겠죠?"
무슨 말을 하더라도 처분 받지 않는 절호의 기회에, 자신의 생각을 왕족에게 전했을 뿐이다. 전해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수단을 생각할 것이다.
"왕족이 새파래질 정도로 전해졌으니, 이제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는 건, 페르디난드님의 연좌 회피와 처우 개선에 대한 왕족의 약속을 받은 건가요?"
내가 기대에 부풀어 양부님을 올려다보자, 양부님은 "그렇다" 라며 긍정했다.
"페르디난드에게 비밀방을 주도록 아렌스바흐에 명한다고 한다."
"됐다! 다른 조건은 어떻게 되었나요?"
"거의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셨다. ……어떤 의미로는 그대 덕분이다."
그리고 양부님은 회합의 상황을 알려주었다. 지난번에는 범위를 지정하는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사용하여 진행되었지만, 이번에는 측근도 호위기사도 배제하고,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이용했다고 한다.
그 엄중한 경계 속에서, 지친 모습의 왕족과 아우브 부부의 교섭이 중심이 되긴 했지만, 내가 말한 조건에 잘못된 것은 없는지, 그리고 이런 식의 대응으로 괜찮겠느냐는 확인과, 왕족의 인식과 에렌페스트의 인식을 맞춰갈 뿐이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왕족 내에서 로제마인의 취급에 대한 것은 상당히 의견이 갈려 있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는 사람이 차기 첸트이니, 첸트의 말에는 전면적으로 따라야 한다. 이궁의 준비라니, 당치도 않다. 첸트는 왕궁 본관에서 맞이해야 하고, 자신이 별궁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트라오크바르 왕.
"그렇기에,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에렌페스트의 귀족으로 주위를 공고히 하는 것이 최선이고, 자신의 파벌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것 같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은 귀족들을 중앙에 들이려 했지만, 에렌페스트에게 기각되어 경악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의 결혼에 관해서는, 자신의 파벌을 만들기 위해 결혼이라는 수단을 쓰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이쪽이 참견할 일이 아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기 위해선 입양이 필요하니, 입양은 하지만, 이후엔 아무런 참견도 하지 않겠다. 첸트가 원하는 대로 유르겐슈미트를 이끌어 가면 된다, 라고 했다고 한다.
"듣기엔 좋지만, 뒷일은 마음대로 하라고 방치하는 거죠?"
"지기스발트 왕자는 그렇게 느낀 것 같다."
지기스발트는 트라오크바르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은 것만으로는 유르겐슈미트는 다스릴 수 없다. 에렌페스트 출신이라 권력이 없으며, 대영지와의 연줄도 없다. 아무런 참견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뒤를 봐주지도 않겠다는 것이고, 구루투리스하이트만을 가진 미성년자가 원하는 대로 정치를 한다 하더라도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방치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라고 했다고 한다.
왕족의 양녀가 되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었으니, 자신의 아내로서 대접해, 지금의 정치 기반을 그대로 사용하는 형식으로 왕족이 뒤에서 지원해 가는 것이 제일 혼란이 적을 것이라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트라오크바르 왕은 "일리 있지만,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첸트다" 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두 사람의 의견에 고개를 내저은 것이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였다고 한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첸트의 힘을 손에 넣는다 해도, 그 로제마인에게 정치가 가능할 리 없다, 무리다, 라고 했다고 한다. 거기까지라면 지기스발트 왕자와 같은 의견이다만, 그 다음이……."
양부님은 말을 흐리며 나를 힐끗 본다.
"뭔가요?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무슨 말을 했죠?"
"신전에서 자라 귀족의 상식에서 벗어나 있는 책에 미친 로제마인에게 유르겐슈미트를 맡길 수 없다. 지금까지의 상식이 통하지 않게 되어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최대한 빨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거두어야 한다, 라는 말을 해서 트라오크바르 왕에게 엄청난 기세로 혼났다고 한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말투는 실례지만, 틀리진 않네요."
그리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거두는 것이 가능하면, 성인이 될 때까지 중앙 신전에서 신전장을 시켜, 에렌페스트에 대한 주위의 불만을 돌리고, 성인이 된 이후엔 에렌페스트에 시집보낸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양도할 수 없다면, 첸트가 된 사람이 나임을 숨기고 지기스발트의 셋째 부인으로 두어, 필요할 때 이외엔 도서관에 가두어 두는 것이 유르겐슈미트의 평화를 위한 최선이라 주장했다고 한다.
그런 의견을 낸 아나스타지우스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을 차기 첸트에 대한 불경이 지나치다" 라며 트라오크바르에게 혼나고, 앞으로 지하 서고에서 나와 접촉하는 것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그런 느낌이어서, 첸트는 에렌페스트가 바라는 대로 최대한 편의를 도모할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허나, 차기 첸트가 되는 이상은 중앙의 예산이나 국고 상태에도 신경을 써 주면 고맙겠다며, 정말로 미안한 듯이 말씀하셨다."
"에렌페스트가 중앙의 예산과 국고 상태에 신경을 쓰는 건가요?"
영문을 모르겠다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양부님은 얄밉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았다.
"그대가 개인적인 도서실인지, 도서관인지를 조건으로 걸지 않았나?"
무려 나의 도서실은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왕족을 엄청나게 곤란하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구혼 조건으로 요구한 도서실에 비하면 다른 요구는 아무것도 아닌 레벨이라고 한다.
"이번의 논의 결과, 나머지를 전부 수용하는 대신, 도서실의 설치를 포기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에 양측이 합의했다."
"안대에에에엣! 너무해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빠져버렸잖아요! 내 도서실!"
무심결에 전력으로 외치며 산소 부족으로 띵해져 버린 머리를 감싸고, 나는 울상이 되어 양부님을 노려본다. 그렇게 열심히 지기스발트에게 이야기했는데, 제일 중요한 것이 전혀 전해지지 않았다.
……지기스발트 왕자는 바보 바보!
"시끄럽다, 로제마인. 첸트와 아우브의 결정이다. 따라라. 그대는 양부인 나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아아악!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때의 나는 바보 바보!
"왕궁 도서관 및 기타 자료실의 출입은 자유이니, 책을 읽을 수 없는 것은 아니고, 그대의 도서실보다는 다른 조건을 전부 통과시키는 것이 훨씬 중요했던 것이다. 단념해라. 그대가 터무니 없는 조건을 내건 덕분에 요구는 전부 통과되었고, 회담에 나온 왕족들은 빈 껍질처럼 되어 있었다."
지하 서고에서 귀족과의 회담에 임할 작정이었던 지기스발트는 상인 모드인 나를 상대하게 되어, 상식의 차이와, 이야기의 불일치와, 밖에서 보는 왕족의 모습에 여러가지로 자신감을 잃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기스발트의 보고를 받은 왕족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고 머리를 감싸안게 되었다고 한다.
영주 회의 마지막 날의 봉납식은 명분이나 이유가 확실하고, 준비 수순이나 당일의 절차에 대한 메모도 있으니, 힘든 스케줄이 되긴 하겠지만 대처할 수 있다. 이익도 크기 때문에 다소 무리할 가치가 있다. 에렌페스트의 현황과 요구, 페르디난드의 처우 개선도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도서실만은, 도서실만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아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개인적인 도서실을 요구한 것인가?"
"네? 자신이 사는 건물 안에 도서실을 설치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에렌페스트의 신전에는 신전 도서실이 있으며, 성에도 도서실이 있고, 귀족원 기숙사에는 도서 코너가 있다. 그리고 페르디난드로부터 상속받은 내 도서관이 있다. 왕족의 양녀로서 살게 되는 이궁이라면, 도서실 정도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에렌페스트에서 나온다는 것은 페르디난드님에게 받은 제 도서관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죠? 제가 에렌페스트에서 가지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는 대신, 새로운 도서관을 바라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건가요? 영주의 양녀에서 왕의 양녀가 되는 것인데, 보통은 생활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나의 주장에 양부님이 "끄응" 하고 뭐라고도 할 수 없는 소리를 냈다.
"생활 수준의 기준이 도서실이라는 점에 머리가 아프다만, 왕족이 방만은 준비해주기로 했으니, 내용물은 전부 페르디난드의 도서관에서 가지고 가거라."
"잠깐만요! 페르디난드님의 도서관이 아닌 제 도서관이에요! 이미 받았는걸요!"
그건 틀리면 안 됩니다, 라고 양부님에게 말하자, 정말 귀찮다는 듯이 파닥파닥 손을 흔들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아무래도 좋으니, 국가 예산을 탕진할 정도의 책을 요구하지 마라."
"……딱히 그런 것을 요구할 생각이 아닙니다. 페르디난드님에게 받은 것처럼, 새로운 책이 아니라 왕자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책이라도 좋은걸요. 읽은 적 없는 책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좋았다고 할까, 부부가 되는 것이니, 왕자가 가지고 있는 책을 공유 재산으로 하자는 정도로도 충분했습니다. 부족한 것은 왕궁 도서관의 책을 사본하면 책장은 채워질 테고……."
내 말에 양부님은 "으음……. 이 비상식은 페르디난드의 탓인가" 라고 중얼거리면서 어이없어 하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로제마인, 한 마디 해 두겠다만, 페르디난드가 가진 것과 같은 양의 책을 선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대에 개인 소유하고 있는 호사가 같은 건 좀처럼 없다. 지기스발트 왕자가 읽는 책은 전부 왕궁 도서관 소유고, 지기스발트 왕자 개인이 구입해서 소유하고 있는 책은 없을 것이다. 즉, 새 도서실을 만들려면, 책은 처음부터 전부 구입해야 하며, 페르디난드와 같은 양을 준비하려다간 유르겐슈미트가 금전적으로 파산한다."
양부님의 말에, 나는 충격으로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즉, 내가 중앙에 가서 얻을 수 있는 자신의 책은 단 한 권도 없다는 말이다.
"최악이에요. 책 한권도 없이 왕자님이라 자칭하다니! 소녀의 꿈을 짓밟았어요! 이미 두 명의 아내를 데리고 있는데, 단 한 권의 책도 없고, 도서실을 만들어 구혼하지도 못하는 왕자의 어느 구석에 두근거려야 하는 건가요?"
"무슨 말을 하는 건가, 그대는?"
양부님은 이해 불능이라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건 지기스발트와 약혼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빌프리트 오라버님조차 기숙사의 책장은 제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말했는걸요!? 설마 진짜 왕자님이 책 한 권 가지고 있지 않다니……. 왕궁 도서관을 이궁으로 해도 좋다고 부탁했는데, 결론은 도서실을 단념하라는 것이라니……."
생활 수준뿐만 아니라 약혼자의 질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이게 대체 뭔일이란 말인가. 왕의 양녀가 되며 잃게 되는 것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
"충격입니다. 낙담해 쓰러질 것 같아요. 지기스발트 왕자에겐 실망했습니다."
조금 긍정적이려던 기분이 단숨에 가라앉았다. 새로운 도서실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며 1년 동안 열심히 인수인계를 하려고 했는데, 의욕이 피시시익~ 하고 빠져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페르디난드님의 대우 개선과 연좌 회피를 약속해주었으니 가긴 하겠습니다만……중앙 따윈 가고 싶지 않습니다. 하아, 내 도서관에서 떠나게 되다니……."
"끈질기다. 방만은 준비해 준다 하였고, 그대에겐 납본 제도가 있지 않은가. 에렌페스트에서 만들어진 책은 부쳐줄 것이고, 차차 늘어날 테니, 기다리면 된다."
양부님은 "에렌페스트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라고 하지만, 신권이 도착하기까지 시간 지연이 생기는 것이다.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어째서 그런 간단한 것을 몰라주는 걸까.
"어쨌든 도서실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됐다. 끝난 일이다. 그 외에 결정한 것을 전하겠다. 그대의 처신과 직결되는 것이니, 제대로 듣도록."
맘대로 끝내지 말아주세요, 라고 생각했지만, 이 이상 물고 늘어지더라도 왕과 아우브 사이에서 정해진 것을 뒤집을 수는 없다. 맥없이 어깨를 떨어뜨리며, 나는 양부님의 말을 듣는다.
"그대의 제안대로 봉납식을 치르고 마력을 얻게 되면, 1년 동안 트라오크바르 왕과 지기스발트 왕자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을 수 없을지 도전한다고 한다. 못하면 예정대로 그대를 양녀로 들이게 된다."
양부님의 말에 나는 무심코 미소를 지웠다. 그래서 둘 중에 누군가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자력으로 손에 넣게 되면 지금까지의 조건은 어떻게 되는 걸까.
"제가 양녀가 되지 않으면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페르디난드의 연좌 회피와 비밀방만은 이번 지하 서고의 번역료로 얻게 되었다만, 그 이외는 백지화 된다. ……다만, 도전해 보긴 해도, 어려울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그대에게 전부 맡기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트라오크바르 왕의 말씀이 있었다."
페르디난드님의 연좌 회피와 환경 개선이 약속되었다면 그걸로 좋다. 중앙에는 가기 싫으니, 두 사람은 꼭 열심히 해주었으면 한다.
……독살을 의심받으면 곤란하니 하진 않겠지만, 극악맛 회복약을 전달해서 응원하고 싶을 정도인걸.
"다양한 사전교섭도 있으므로, 약 1년을 준비 기간으로 하고, 내년의 영주 회의 때에 에렌페스트의 파양과 왕에게로의 입양을 하게 된다. 그 때까지, 표면적으로는 현상 유지이며, 내부적으로는 왕의 양녀가 되는 예정으로 에렌페스트와 왕족은 움직이게 된다. 괜찮겠지?"
양부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의 양녀가 되는 것을 공공연하게 알릴 수 없다는 것은 잘 안다. 가급적 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비밀리에 움직이는 것은 정보망이 단절된 에렌페스트에겐 쉬운 일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에렌페스트로 돌아가면 있을 영주 일족의 회의는 일단 측근을 배제한 상태로 할 것이다. 그리고 어디까지 사정을 알릴지 생각해 두어라."
"그럼 저와 멜키오르의 측근과 신전의 사람에게는 전해두겠습니다. 인계와 처신에 대한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구텐베르크들에게는 언제 전하죠? 중앙에 기술을 전하는 것은 어쩌죠? 지금과 마찬가지로 출장을 나가 기술을 전할 것인지, 이주할 것인지, 저는 인쇄 공방 없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만, 중앙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들에게 부담이 걸릴 뿐이겠죠."
나는 생각나는 대로 인계 사항을 떠올린다. 신전과 구텐베르크와 전속들과의 상의가 한 해의 중심이 될 것 같다.
"부담이 걸릴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면, 왕의 양녀가 되어, 그대가 자신의 장인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춘 이후가 좋지 않겠나? 아랫마을의 일은 서두르지 말아라, 라고 그대가 누누히 내게 이야기하지 않았나."
"그렇네요. 벤노씨와 상담해서 정하죠. 중앙의 문관과도 이야기를 하고, 빨리 자료를 보내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양부님, 이전에 기각된 멜키오르와의 측근의 공유를 허락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제겐 귀족원에서의 상급 호위기사가 부족합니다."
강의와 기숙사를 오갈 뿐이라면 이대로도 괜찮지만, 지하 서고에 간다면 상급 기사가 필요하게 되고, 멜키오르의 측근을 교육할 시간 역시 조금이라도 많았으면 좋겠다.
"멜키오르의 의향도 물어봐야 한다만, 뭐, 좋다. ……그런데, 그대, 1년 간은 표면상 현상 유지다만, 파혼하지 않으면 안 되는 빌프리트에 대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양부님의 말로,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 하던 빌프리트에 대한 것을 떠올린다.
"……솔직히 파혼 자체에는 딱히 아무런 느낌도 없습니다. 남매로는 있어도, 약혼자라는 거리감은 없었고, 최근에는 만나는 일도 적었던데다, 올도난츠를 날렸더니 싫어했고……. 무엇보다 약혼에 필요한 의식을 무엇 하나 하지 않았으니까요."
마석의 교환도, 좀 더 내가 성장하면 할 예정이던 색 맞추기도 하지 않았다. 나와 빌프리트의 약혼은 왕에게 승인되었을 뿐인 언약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선, 빌프리트에게서 지기스발트로 상대가 바뀌었을 뿐이라는 기분이다.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다.
"그렇지만,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장래나 입장에 대해서는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베로니카님의 손에 자라고, 흰 탑에 들어간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차기 아우브로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약혼 때문이었으니까……. 이제와서 갑자기 차기 아우브가 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 것은 불쌍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력으로 어쩔 수 없는 왕명이라는 것 때문에 예정되어 있던 장래가 뒤집힌 것이니까요."
양부님이 "그렇구나" 라고 중얼거린다. 이곳에 없는 빌프리트의 장래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얼굴이다. 그 눈에 자신이 비치고 있지 않은 것을 느끼며, 나는 천천히 숨을 토한다.
"왕명으로 예정이 뒤집힌 것은 빌프리트 오라버님만이 아닙니다. 페르디난드님도 저도 같아요. 에렌페스트를 떠날 예정이 없었는데도 떠나게 되고, 손에 있던 소중한 것을 포기하거나 소중한 사람과 헤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에렌페스트에 있는 것이니, 앞으로 양부님이 지켜보면 그것으로 좋지 않나요?"
"……그렇구나."
그리고 에렌페스트의 기숙사에도 왕족의 초대장이 도착해, 영주 회의 마지막 날에 왕족 주최로 봉납식을 치르는 것이 양부님의 입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타령의 압력에 곤란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양부님의 설명에 귀족들은 기뻐하고 있었지만, 성무에 참가한 적이 없는 귀족이 많으니, 성무에 참가해 가호의 재취득을 목표로 하라는 양부님의 명령을 듣고, 다들 놀라고 있었다.
"로제마인의 측근들은 다시 청색 신관과 청색 무녀의 의상을 입고 보좌와 호위에 임하도록."
"알겠습니다."
당일에 의식을 치를 뿐이고, 준비는 거의 필요하지 않아, 나는 영주 회의 마지막 날까지 계속 지하 서고를 다녔다.
"왕족의 주최로 봉납식이 열리는 것이네요. 성무에 대해 알고 싶다던 타령의 목소리에 화답하고자 에렌페스트의 협조로 실현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에렌페스트도 힘들겠네요."
점심 때, 한넬로레가 이번 봉납식에 단켈페르가가 참가할 생각임을 알려주었다.
"딧타 전후의 의식으로 가호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성과가 나오고 있었으므로, 단켈페르가는 불참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딧타 이외의 성무에도 흥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딧타의 의식만으로는 다른 신들의 가호를 얻을 수 없는 거죠?"
실례일지는 모르지만, 단켈페르가가 딧타 이외에 흥미를 나타낼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조금 놀랐다.
……아니, 그치만, 다들 딧타 딧타 하는 느낌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
한넬로레에 의하면 문관이나 근시는 좀 더 다른 신들의 가호도 바라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성인이 다시 가호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크니까요. ……평소 귀족 회의에 데리고 오지 않는 중급 귀족이나 하급 귀족의 재취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아버님과 어머님이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막달레나가 "그 부근의 조정은 필요하겠네요" 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힐데브란트는 성무에 참가하지 못함을 한탄하고 있다. 미성년인 한넬로레도 참가할 수 없으니 마찬가지다.
"귀족원의 강의에 도입한다는 방안도 제기되어 있고, 클라센부르크와 에렌페스트의 공동 연구로서 정례화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귀족원에 들어갈 때까지는 기다리세요."
어머니에게 달래진 힐데브란트는 "……그래선 늦습니다" 라고 작게 불만을 흘리며 삐죽 입술을 내민다.
"역시 대부분의 영지가 참가하는 건가요?"
한넬로레의 물음에 막달레나가 "네" 하고 긍정했다.
"아렌스바흐만은 페르디난드님이 성무에 대해 가르쳐 주시니 참가할 필요가 없다며 거절했습니다만, 그 이외의 영지는 참가 의사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렌스바흐는 불참인 것 같다. 귀족들을 데리고 기원식을 치르고 돌아왔다는 내용이 페르디난드의 편지에 있었던 것을 떠올린다. 성무에 대한 경험은 있지만, 가호를 늘리려면 가호를 얻는 의식이 필요하다. 봉납식에 참가하는 영지의 목적은 가호의 재취득이라고 생각하는데, 불참해서 괜찮은 걸까.
"가호의 재취득도 페르디난드님에게 맡기려는 걸까요? 의식은 중앙 제단에서가 아니면 할 수 없죠? 모르고 계신 걸까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입밖으로 내자, 막달레나는 뭐라고도 할 수 없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듯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디트린데님은 차기 첸트가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의식 같은 건 몇 번이라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진심으로 그런 말씀을 하신 건가요!?"
"네. 올도난츠로 전달받았습니다. 주위의 측근이 필사적으로 말리는 소리도 들어 있었습니다만, 왕족들 모두 함께 들었으니, 틀림없습니다."
……히이이이이익! 페르디난드님의 연좌 회피, 왕족을 협박해서도 약속받을 수 있어서 다행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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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일하게 얻지 못한 것이 가장 중요한 도서실.
페르디난드가 기준인데도, 많이 바라지 않을 생각이었던 로제마인.
그리고 안타깝지만 봉납식까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영주 회의의 봉납식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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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드디어 다음이네요. 로제마인표 탈곡기에 털린 왕족들의 멘탈이 가루가 되는 것을 구경하는 겁니다!
자, 팝콘~! 팝콘을 준비합시다!!
추신: "빼앗다 -> 거둬들이다(取り上げる)" 로 수정합니다.
뉘앙스 때문에 10% 정도 더 욕먹은 아나스타지우스, 미안해요. (데헷)
책벌레의 하극상 5부 92화. - 영주 회의의 봉납식 -
영주 회의의 봉납식
"로제마인님, 이번에는 저도 참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우브에게 감사드려 주십시오."
슈바르츠들처럼 움직이는 도서관의 마술도구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재를 적은 목패를 건네며, 힐쉬르는 기분 좋은 듯이 그렇게 말했다. 전달받은 목패의 내용과 언급되고 있는 화제가 전혀 달라서, 감사해야 할지, 화제에 따라가야 할지, 조금 혼란스럽다.
"목패를 전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봉납식의 참가가 인정되어 다행히네요."
귀족원에서 치렀던 봉납식은 연구를 위한 것이였기 때문에, 영주 후보생인 학생과 상급 문관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연구욕이 왕성한 선생님들에게 있어, 가호를 늘릴 수 있는 성무는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영주 회의에서 봉납식을 하는 것이 결정되었지만, 초대장은 각 영지의 아우브와 그 측근들에게만 갔을 뿐, 교사를 위한 초대장은 없었다. "또 교사들을 따돌리는 것입니까" 라고 힐쉬르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으므로, 양부님이 원하는 교사들도 초대장을 받을 수 있도록, 왕족에게 올도난츠를 보내 부탁한 것이다.
……참가 인원은 많은 편이 좋으니, 왕족도 기뻐하겠지.
"그렇긴 해도, 이번에는 회복약이 자기 부담이네요. 군돌프가 아쉬워하고 있었습니다. 에렌페스트가 배포한 회복약은 상당히 효과가 좋았다는 학생들의 말을 듣고, 직접 자신의 몸으로 효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역시 드레반히엘은 약이 목적인가, 라고 생각하며, 나는 쿡쿡 웃으며 흘러넘겼다. 힐쉬르는 눈을 반짝 빛내며, 나를 본다.
"왕족은 영주 회의에서의 의식을 정례화하려는 것 같습니다만, 가호의 재취득만으로는 조금 불만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어머, 그런가요?"
"10년에 한 번 정도의 빈도로 재도전할 수 있는 것은 좋습니다만, 사용하는 마력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몇개인가의 가호를 얻은 이후부터입니다. 계속해서 마력을 제공하지 않으면 의식에 재도전할 수 없는데도, 첫 1,2년째에 해당하는 영지는 거의 가호가 늘지 않을 테니까요."
힐쉬르의 말대로다. 가호를 얻기 위해서는 마력의 봉헌량과 신들의 눈에 띄기 위한 평소의 행실이 큰 관계가 있어, 그냥 지낸다고 쉽게 가호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매일같이 신전을 방문하며, "누가 가장 먼저 슈타프를 신구로 바꿀 수 있을까" 라는 일견 바보 같은 승부를 하면서 신구에 마력을 헌납하고 있던 나의 측근들과, 내가 유레베에 잠길 당시부터 세어 5년 가량 기원식과 초석에 마력을 봉헌하고 있던 빌프리트와의 가호 수를 비교하면, 빈도나 양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가호를 받기 어려운 불리한 순서를 할당받는 것은 정변에서 진 영지가 되겠죠. 가뜩이나 마력이 부족한데도, 첫 재취득으로는 거의 가호를 얻지 못할 것이고, 그 다음은 10년 이상 봉납식에서 마력을 착취되지 않으면 효과를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 앞날을 생각하면 주위와의 차이가 생기기에 참가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10년이 될 것을 생각하면, 불만을 품는 영지가 나오게 되겠죠. 그러니, 로제마인님. 불만을 피하기 위해 회복약을 나눠주지 않으시겠습니까?"
힐쉬르의 지적에 나는 조금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그런 불만을 피하기 위해서는 눈앞의 이익도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은 힐쉬르가 왕족에게 진언해, 왕족이 생각할 일이고, 나나 에렌페스트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만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 왕족에게 진언해서 중앙 소속의 선생님이 협력해 열심히 회복약을 만들면 되겠죠. 선생님들 중 한두분은 효과가 좋은 회복약 레시피를 가지고 있지요?"
에렌페스트가 신경쓸 일이 아닌걸요, 라고 내가 방긋 웃으며 거절하자, 힐쉬르는 재미 없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린다.
"저의 연구 시간을 줄여가며 회복약을 만드는 건가요? ……정변에 진 영지에 회복약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아무런 이익도 없네요."
"진심으로 동의합니다. 저도 중요한 독서 시간 줄여가며 아무런 이익도 없는 일을 할 수 없는 걸요."
이번의 봉납식을 주최하는 것은 왕족이니, 이쪽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라고 선언하자, 힐쉬르는 훗 하고 웃었다.
"그런 말을 하셔도, 로제마인님이 그런 노력을 하시는 것은 나중을 위해서입니다. 당신은 얼핏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는 일을 하고 계시니까요. ……귀족원의 강의도 상당히 크게 변경되게 되었습니다만, 이것도 로제마인님의 의견이죠? 자신의 의견이 왕족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달으시지요. 좋건 싫건 그쪽에 받아들여질 겁니다."
그렇게 주의해주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렇지만, 힐쉬르의 말투를 보면, 내가 왕의 양녀가 되는 것을 확신하고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귀족원의 강의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건가요?"
"마력의 압축 방법을 익히고, 가호를 받은 이후에 슈타프를 취득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왕족에게서 나왔습니다. 최종학년에 취득하도록 되돌리고 싶다는 의견이었습니다만, 슈타프의 사용법을 각 영지의 실무를 통해 배우기보다는 귀족원에서 훈련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아, 논의를 거듭한 결과, 슈타프의 취득은 3학년으로 되돌리게 되었습니다."
교사로서는 학생들이 슈타프를 빨리 얻으면 강의를 쉽게 할 수 있으므로, 그동안은 다들 1학년의 슈타프 취득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영주 회의도 후반에 접어든 시점에서 너무 갑작스럽게 나온 요청이었기 때문에, 힐쉬르는 나의 관여를 의심했다고 한다.
……크읏, 억울하지만 정답이야!
"그것에 맞춰, 교사는 1,2학년의 수업을 옛날 방식으로 되돌리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군돌프 선생님을 중심으로 이번 겨울까지 준비를 마치게 되어 있습니다."
교사들은 강의 내용을 그렇게 간단히는 바꿀 수 없다고 호소했지만, 우리들이 2학년일 당시, 프라우렘이 옛 교육 범위를 간단히 강의에 도입한 실적이 있었던 것을 예로 들자 거부할 수 없었다고 한다.
……헤에, 프라우렘 선생님의 폭주가 왕족의 도움이 될 때도 있네.
"그리고 귀족원의 강의에 봉납식을 포함시킬 수 없겠느냐는 타진도 받았습니다. 지금은 아직 신전에 가는 것이 어려운 영지가 많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성무을 경험하고 가호를 얻기 위해, 주위와 경쟁시키며 기도를 시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입니다."
다만 이것은 교사진에 전혀 노하우가 없기 때문에 기각되었다고 한다. 몇 년 간은 에렌페스트와 클라센부르크의 공동 연구로서 봉납식을 해 나가다가 최종적으로 귀족원의 강의에 포함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의 귀족원이 시작되면 공동 연구에 대한 신청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클라센부르크는 이번 봉납식의 준비를 도우며, 왕족으로부터 준비 방법이나 의식의 흐름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한다고 들었습니다."
……왕족도 클라센부르크도 일이 빠르네. 에렌페스트에는 딱히 아무런 요청도 없었던 것 같던데. 오늘은 여름에 판매되는 성전 그림책의 견본 세트를 가지고 가서 선전하고 왔다는 보고를 받았을 뿐이고.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움찔했다. 그러고 보니 모든 준비를 클라센부르크에서 한다면 의식을 치르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이전에 말했던 적이 있다. 내가 아우브·클라센부르크와의 이야기를 설명하자, 힐쉬르는 납득했다는 얼굴을 했다.
"아아, 역시. 이미 그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언젠가는 강의의 일환이 되는 것이기에, 회복약을 스스로 준비하도록 하면 클라센부르크의 부담이 훨씬 적어진다고 하고 있었습니다."
……회복약 준비는 상당히 큰일인걸.
만드는 것도 물론 힘들지만, 제일 힘든 것은 소재를 모으는 것이다. 옛 에렌페스트의 채집 장소에서는 그정도의 소재를 채집할 수 없었다. 아마 타령의 채집 장소도 그다지 소재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에렌페스트는 상당히 쉽게 회복약을 준비해왔다며 클라센부르크가 의아해 하고 있었지요."
……채집지를 스스로 회복시키면 되긴 하지만, 기도문도 몰라선 할 수 없겠네.
으―음, 하고 생각하고 있자, 리제레타가 따뜻한 식사가 들어 있는 상자를 가져왔다. 힐쉬르가 가져다 준 목패에 대한 보답이다. 여러가지 정보를 주었으니, 좀 더 뭔가 덧붙여 주는 것이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리제레타 이쪽입니다."
힐쉬르는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벽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으려던 리제레타를 따끈따끈한 미소로 손짓하며 상자를 넘겨받았다.
"그럼, 로제마인님에게 필요한 소재의 목록은 건네드렸으니, 전 이만 연구실로 돌아가겠습니다."
"아, 저기, 힐쉬르 선생님. 아직 물어보고 싶은 것이……."
"평안하세요, 로제마인님. 다음에 뵙는 것은 영주 회의의 봉납식이겠네요."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는데, 힐쉬르는 식사를 받자마자 휑하니 돌아가버렸다. 덩그라니 방치되어 망연해 하고 있는 나를 보고, 리제레타가 어깨를 떨어뜨린다.
"……죄송합니다, 로제마인님. 설마 힐쉬를 선생님이 이야기 도중에 돌아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좀 더 천천히 준비해야 했습니다."
"힐쉬르 선생님은 귀족원의 교사입니다만, 귀족원에서 가르치는 귀족의 방식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요."
행동을 읽을 수 없어도 어쩔 수 없다고 나는 리제레타를 위로했다. 나 역시 갑자기 이야기를 끊고 저렇게 가버릴 줄은 몰랐다. 저 사람은 너무나도 자유롭다.
"위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로제마인님. 하지만 이미 몇 년이나 힐쉬르 선생님과 접하고 있는데도 행동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제가 근시로서 미숙하기 때문입니다. 모처럼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중요한 기회였는데……."
……기분은 알겠지만 귀족의 규범에서 동떨어진 힐쉬르 선생님의 행동을 읽는 것은 어려우니 어쩔 수 없는걸. 근시는 에스퍼가 아니니까.
그리고 지하 서고에서 현대어 번역을 하고, 점심 식사 시간에 막달레나를 통해 왕족과 봉납식에 대한 미팅을 하면서 영주 회의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급한 예정이었지만, 준비는 무사히 끝낸 것 같다.
나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몸을 깨끗이 하고, 신전장의 복장으로 갈아입혀진 후에 청색의 의상을 입은 측근들과 함께, 봉납식이 시작되기에 앞서, 지정된 대기실로 향한다.
……우와, 임마누엘이다.
대기실에 들어간 것과 동시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고 맞아 준 임마누엘의 얼굴을 본 순간, 그가 성결식 당시에 길을 막고 대기하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어쩐지 기분 나쁜 임마누엘에게서 거리를 두고 싶어진 것과 동시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살짝 어깨를 누르며 앞선 할트무트의 뒤로 숨기듯이 조금 이동시킨다.
내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올려다보자,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작게 웃은 뒤, 표정을 굳히고, 스윽 앞으로 나가 할트무트와 나란히 섰다. 두 사람이 엄중히 지켜보는 가운데, 임마누엘과 인사를 나누고, 나는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조만간 로제마인님을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 맞이할 것 같아, 정말로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로제마인님은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이며, 중앙 신전의 신전장이 될 예정이 없습니다. 이번 봉납식도 왕족의 요망에 응했을 뿐입니다."
할트무트가 "그만 좀 알아들어라" 라고 말하는 듯한 차가운 미소로 그렇게 말하자, 임마누엘도 할트무트에게 냉소를 돌려주었다.
"오늘의 성무가 끝나면 당장이라도 왕족의 요망이 에렌페스트에 들어가겠죠. 로제마인님을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 데려가겠다, 라고. 영주 후보생을 중앙으로 옮길 방법이 없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에렌페스트는 왕족의 명령에 거스를 수 없습니다, 라며 미소짓는 임마누엘에게 할트무트가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는, 훗 하고 도발적으로 웃었다.
"저런, 중앙 신전의 신관은 모르시는 건가요? 영주 후보생이 중앙으로 가는 것은 결혼에 한정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결혼한 사람은 신전장이 될 수 없습니다. 즉, 중앙으로 이동하게 된다 하더라도, 로제마인님이 중앙 신전으로 가시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아, 어쩌면 왕족은 신전장이 아닌 왕족으로서 로제마인님을 데려가려는 생각일지도 모르겠군요."
페르디난드에게 지적받을 때까지 영주 후보생이 이동할 수 없었던 것을 몰랐던 임마누엘은 그런 귀족의 사정을 정말로 몰랐던 모양이다. "왕족이 데려가……?" 라고 눈을 크게 뜨고 충격을 받은 얼굴이 되었다. 아무래도 왕족이 진심으로 공세로 나가면, 나를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모양이다.
……에렌페스트의 입양을 해소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왕족으로부터 중앙 신전으로 들어오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있기도 했으니, 중앙 신전은 나름대로 승산을 가지고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영주 회의 사이에 나는 구루투리스하이트에 가장 가까운 차기 첸트 후보가 되고 말았다. 왕과 입양이라는 방향으로 대화가 진행되어, 중앙 신전에 대한 것은 완전히 머리에서 지워져 있겠지.
……영주 회의 사이에 갑자기 입장이 바뀌어버린 거니까.
"임마누엘, 그대는 강당에 있어 주세요. 귀족들의 입장과 위치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하죠?"
할트무트와 서로 노려보고 있는 임마누엘을 보고 있기 힘들어,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퇴실을 명했다. 하지만 임마누엘은 퇴실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의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로제마인님, 봉납식은 제단을 향해 행하는 의식입니다. 귀족들을 원형으로 줄세우는 것은 다시 생각해 달라고 왕족에게 진언해 주십시오."
임마누엘은 성배를 중심으로, 그것을 귀족들이 도넛 모양으로 둘러싸게 된 봉납식에 심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왕족에게는 아무리 말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봉납식은 신들에게 마력을 헌납하는 것이 아니라, 왕족이 사용하기 위해 성배에 모으는 것이기 때문에, 제단을 향할 이유가 없다. 제단을 향해 봉납식을 하게 되면, 제단에 나란히 있는 모든 신구에 마력이 흘러들고 만다.
"다른 신구에도 마력이 들게 되면, 그만큼 중앙 신전은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마력적으로 중앙 신전을 도울 생각이 없습니다. 각 영지의 수확량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것은 마력이 많은 청색 신관과 청색 무녀를 중앙 신전으로 보낸 탓이 아닌가요? 오히려 중앙 신전에는 각 영지의 신전을 도와주었으면 하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정변 후에 마력이 많은 견습들이 귀족 사회로 복귀한 것도 크지만, 많은 신관과 무녀들이 중앙 신전으로 가 버린 것도 소영지의 신전에 있어서는 큰 타격이었을 것이다. 에렌페스트의 신전에 남아 있던 청색 신관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하오니, 이번 각 영지에서 얻은 마력을 중앙 신전에 넘겨주었으면 한다고 말씀하시는 거라면, 강당에서 왕족과 논의해 주시지요. 오늘의 성무를 주관하는 것은 왕족이지 제가 아닙니다."
다시 한번 손을 흔들며 퇴실을 요구하자, 할트무트와 안젤리카가 반 강제로 임마누엘을 대합실에서 쫓아내 주었다. 레오노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들여다본다.
"괜찮으신가요, 로제마인님? 피곤하신 것처럼 보입니다만."
조금 초점이 맞지 않는 광신자같은 열기를 품고 있는 임마누엘의 눈이 질색이다. 기분이 나쁘다. 마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체력을 뺏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고맙습니다, 레오노레. 생각할 것이 많은 탓에, 조금 수면 부족입니다. 봉납식을 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만, 임마누엘의 상대를 할 여력은 없습니다."
지금은 아직 왕의 양녀가 되는 이야기를 측근들에게도 하지 않았다. 에렌페스트로 돌아간 뒤의 일을 생각하자 한숨이 나왔다. 빌프리트와 파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차기 아우브를 어떻게 할지 협의하고, 측근들의 의향을 확인하고, 신전에서 멜키오르에게 후계자 교육을 한다. 그리고 아랫마을과 이동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페르디난드님에게도 사라지는 잉크로 편지해야 하는데. 연좌 회피와 비밀방의 획득에 성공한 것과, 유르겐슈미트와 같이 에렌페스트를 지키게 된 것. 그 외엔, 위험한 은의 천이나, 올탄시아 선생님이 디트린데님에게 말한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던 말이라던가……잔뜩 있는데. 양부님이 편지를 보내도록 허가해 주려나?
"로제마인님, 귀족의 입장이 끝났습니다. 성무의 설명도 마쳤습니다. 오늘은 중앙 신전의 성무이니, 오늘이야말로 제가 신관장으로서 모시지요."
내가 멍하니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의식의 시간이 된 모양이다. 부르러 온 임마누엘이 손을 내민 직후, 임마누엘이 내민 손을 할트무트가 웃는 얼굴로 밀쳐낸다.
"아무래도 그건 무모하다고 생각합니다. 귀족도 아닌 청색 신관이 영주 후보생과 아우브들의 중심에서 마력을 봉헌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흐름에 거역할 수 없어, 마력이 고갈되고, 최악의 경우엔 죽습니다. 원의 가장자리에 있어도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할트무트는 임마누엘을 밀어낸 자신의 손을 정성스레 닦고는 "나는 그대가 죽는다 해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만, 로제마인님은 신경 쓰시겠죠" 라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할트무트와 임마누엘을 바라보고, 할트무트에게 손을 내민다.
"역시 의식 중에 죽게 되어선 곤란합니다. 다무엘, 그대는 원의 가장자리에서 의식을 치뤄주세요. 그리고 마력이 곤란해지면 신호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다른 호위기사들은 의식을 치르지 않고, 호위 업무에 전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넷!"
나는 자신의 측근들에게 둘러싸여 강당으로 향했다. 등 뒤에 있는 안젤리카가 임마누엘의 움직임을 굉장히 경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전장 입장."
방울 소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자, 붉은 천 위에 도넛 모양으로 나란히 무릎을 꿇고 있는 귀족들이 일제히 얼굴을 이쪽으로 돌렸다. 임마누엘이 토로하던 불만처럼, 귀족원의 봉납식과 마찬가지로, 제단을 향하는 것이 아닌, 중심에 놓인 성배를 향하고 있다.
……어쩐지 원그래프 같네.
귀족들이 각각의 영지의 망토를 걸고 있어서, 마치 비율을 나타내는 원그래프처럼 보인다. 역시 대영지는 인원이 많고, 소영지는 인원이 적다. 제대로 설명이 되었는지, 중심에 가까운 곳에 아우브 부부가 있고, 밖으로 향할 수록 마력이 약해지는 배치로 되어 있는 것 같다.
내가 도넛 모양의 귀족들 사이를 걷기 시작하자, "임마누엘은 여기까지입니다" 라며 다무엘이 원의 가장자리에서 임마누엘을 제지하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임마누엘에 대한 것은 다무엘에게 맡기고, 나는 계속 나아간다.
에렌페스트의 밝은 황토색 쪽으로 시선을 향하자, 제일 앞에 양부님의 모습이 보였다. 본래는 그 옆에 나란히 있을 양모님은 임신 중이어서 불참이다. 기사단장인 아버님과 몇명의 기사단은 원 밖에 서서 경계를 하고 있다.
……아, 중앙 귀족도 참가하는구나.
빨강과 파랑 망토 사이에 검은 망토를 달고 있는 집단이 보였다. 다만 왕족은 의식에 참석하지 않기에 거기엔 없다. 아마 문관과 근시일 거라고 생각한다.
왕족은 귀족들의 고리에서 조금 떨어져, 붉은 천이 없는 곳에 나란히 서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호위하는 중앙 기사단이 인왕처럼 서서, 엄중히 경계하고 있었다.
원형이 되어 있는 귀족들의 중심 부분에 도착하자, 두 개의 대성배와 수많은 소성배가 나란히 있었다. 중앙에는 기베의 직위에 있는 사람은 없고, 첸트 이외의 왕족이 기베처럼 이궁과 그 주변에 마력을 나눠주기 위해 관리하고 있으므로, 모으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성배 안에 빈 마석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확인하고, 나는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큼 있으면 괜찮을 것이다.
"아우브·에렌페스트, 그리고 로제마인. 우리의 급한 부탁에 응하여 준 것, 여기 있는 모든 귀족들을 대표해 감사한다."
첸트의 감사의 말에 양팔을 교차시키면서 무릎을 꿇고 답하고, 나는 바닥에 깔린 붉은 천에 손을 대었다. 나의 옆에서 할트무트도 무릎을 꿇었지만, 청색 의상을 입은 호위기사들은 그 자리에 선 채이다.
"우리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
"우리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
다른 모두가 복창하는 것을 기다리며 기도를 올린다.
처음에는 제각각이던 목소리가 점점 하나로 모이는 것은 귀족원에서 치렀던 봉납식과 같다. 손을 대고 있는 붉은 천에 빛의 파도가 생겨, 성배로 흘러드는 것도 익숙한 모습이다.
……어라? 귀족원의 성배만 빛나고 있어?
자신의 슈타프를 사용해 성무를 수행하면 빛의 기둥이 서지만, 신전의 신구를 사용하면 빛의 기둥은 서지 않는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째선지 한쪽의 성배가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서서히 붉은 빛을 두른 성배는 마치 이것만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 붉은 빛은 불꽃처럼 일렁이며, 불똥이 하늘로 날아오르듯, 작고 빨간 불빛이 천천히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빛의 기둥이 솟는 것과는 또 다른, 처음 보는 신기한 현상이다.
……플루트레네밤에 본 이상한 빛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시선을 빼앗기며 보고 있자, 다무엘의 "여기까지입니다" 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닥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일어선다.
"의식은 여기까지로 하죠. 여러분, 바닥에서 손을 떼주세요. 이제 마력이 곤란한 분이 나올 타이밍입니다."
중급 귀족 정도의 마력을 가진 하급 기사 다무엘에게 있어서는 한계여도, 영주 회의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의 귀족이라면 마력 고갈로 곤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다지 효력이 좋지 않은 회복약으로도 무리 없이 회복할 수 있겠지.
실제로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하고 있는 아우브들은 딱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첫 성무에 참가한 귀족들이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해도, 귀족원의 봉납식에서처럼 녹초가 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렇게 나중의 정례화에 대한 것을 생각해 심하게 쥐어짜지도 않았고, 제대로 경험시킬 수 있었고, 완벽하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띈 직후, 원의 가장자리에서 의식에 참여하고 있던 청색 신관과 청색 무녀가 쓰러져 의식을 잃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아" 하고 조금 입가를 눌렀다.
……저쪽, 잊고 있었다. 랄까, 평소에 성무을 수행하고 있으니, 자신의 한계 정도는 알죠? 어째서 쓰러지는 거야!?
굉장히 놀랐지만, 별로 놀라지 않은 얼굴로, 나는 귀족들을 둘러보며, 필요한 사람은 회복약을 마시도록 재촉한다.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되어 모두가 각자의 회복약을 마시는 것을 둘러보면서, 나는 봉납식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원래 겨울의 의식이며, 봄의 기원식 때에 기베에게 전달하는 소성배와 직할지를 적시는 성배를 마력으로 채우기 위한 것입니다. 자신의 영지에 있는 신전에서 귀족들이 기도를 올리며 마력을 헌납하면, 영지의 수확량은 오를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를 바침으로써, 귀족들은 신들로부터 가호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참고로 빌프리트가 얻은 가호 수에 대해 말한다. 내 설명을 듣던 첸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학생들에게 성무을 경험시키기 위해, 이번 겨울에도 귀족원에서 봉납식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신들의 가호를 얻기 위해서는 아이 때부터 더 많은 기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도 귀족원에서는 에렌페스트와 클라센부르크의 공동 연구로서 봉납식을 열 예정이 있어, 양측으로부터 승낙을 받았다."
……에렌페스트에 정식으로 타진이 있었던가?
지하 서고에서 비공식적으로 물어오긴 했지만, 양부님과는 이야기가 된 걸까? 아니면 귀족원의 일이니 양부님의 허가는 필요 없는 걸까. 어쨌든, 이렇게 여러 사람 앞에서 첸트가 선언한 이상, 승자 영지에 들어간 체면을 생각하더라도 "못 한다" 거나 "안 한다" 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할 수 없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참가를 권유 받은 각 영지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더욱 마력을 빼앗기는 건가" 라고 말하고 싶은 듯이 비어버린 약병을 내려다 보고 있는 귀족들의 모습에는 애수가 깃들어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첸트가 말씀하신 것처럼, 신들로부터 가호를 얻기 위해, 그리고 유르겐슈미트를 지탱하기 위해 의식을 행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회복약을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학생들에겐 조금 가혹하겠지요."
내 말에 반응해 얼굴을 드는 귀족들이 몇이나 있었다. 대부분은 정변에서 진 영지이다.
"귀족원의 봉납식에서는 작년처럼 에렌페스트에서 회복약을 준비해 주는 것입니까?"
"아니요. 조금 상상하면 알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귀족원 전원의 분량을 준비하는 것은 대영지인 클라센부르크에 있어서도, 중영지인 에렌페스트에 있어서도 힘겨운 일입니다."
기대에 찬 눈빛을 싹둑 잘라버리며, 나는 미소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1년 후에는 내가 없어질 가능성이 농후한데, 에렌페스트가 그런 역할을 지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회복약을 만드실 수 있도록, 채집지를 회복시키기 위한 기도문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네? 채집지 말입니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얼굴의 귀족들에게, 나는 크게 끄덕인다. 가르치는 것은 기도문 뿐이다. 소재의 품질을 높이고 싶다면 스스로 회복시키면 된다. 그런 것도 생각해서 짜내는 마력에 여유를 둔 것이기도 하니까.
"귀족원의 각 영지에 할당된 채집지에는 신기한 마법진이 뭍혀 있습니다. 땅에 손을 대고, 오늘과 같이 영지의 귀족들이 전부 나와 마력을 바치며 기도를 올리면 채집지를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품질 좋은 소재를 얻을 수 있게 되어 회복약을 제조하는 것이 쉬워지고, 자신들 스스로 의식을 치를 수도 있게 됩니다."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지고 있는 귀족들에게, 나는 기원식에서 사용하는 플루트레네에게 바치는 기도문을 가르쳐 준다. 한 번에 기억하지 못한 사람들이 "다시 한번 부탁 드립니다" 라고 해서, 나는 몇 차례 기도문을 외우며, 완전히 채워지지 못한 성배에 몰래 자신의 마력을 넣는다.
"성배에서 이번엔 녹색 빛이……!?"
"……어머? 실례했습니다. 기도문을 외우다가 그만 다른 의식이 되어버렸네요."
황급히 성배에서 손을 떼고, 상큼한 미소를 띄운다. 하마터면 조금 실패할 뻔했지만, 준비된 성배를 모두 채울 수 있었으니, 1년의 유예는 문제 없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나는 무사히 영주 회의의 봉납식을 마칠 수 있었다.
참고로, 귀환 전에 에렌페스트의 채집 장소에서 어른들에게 채집 장소의 회복을 시켜보았다. 사람이 많으면 일단 회복시킬 수 있는 모양이다. 내가 없어지더라도 채집지를 회복시킬 수 있을 거라는 것을 확인하고, 조금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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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렌페스트 출신의 이상한 귀족 대표 힐쉬르와의 대화로 시작했습니다.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는 힐쉬르이지만, 그녀 나름대로 에렌페스트에 정보를 흘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사히 영주 회의의 봉납식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힐데브란트 시점의 한화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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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귀족원을 뒤덮은 마법진이 대폭발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떡밥만 투척되고 끝났네요. (쳇)
! Mugin 님의 도움으로 '봉납식(奉納式)'을 '봉납식'으로 수정합니다.
원문은 봉납식이지만, 봉납식쪽이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한화. - 소망과 출구 -
한화 소망과 출구
"겨우 끝났네요."
영주 회의가 끝난 그날 저녁은 어머니인 막달레나와 함께 하게 되었다. 미성년자라 참석할 수 없었던 힐데브란트가 봉납식의 모습을 알려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사실은 자신의 측근을 참가시켜서 물어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집에 남아있는 힐데브란트에게서 호위를 뗄 수는 없다. 그리고 모두가 봉납식에 참가하느라 사람이 부족해진 중앙에 인원을 할당하는 것이 우선되었던 것이다.
"어머님, 봉납식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역시 빛의 기둥이 나왔나요?"
왕족으로서 왕과 나란히 선 것이 아닌, 중앙의 귀족으로서 봉납식에 참석한 막달레나를 바라보며 힐데브란트는 두근거리며 묻는다. 귀족원의 봉납식도, 귀족 회의의 성결식도, 로제마인을 신전장으로 치러지는 성무는 들어본 적 없는 의식이 되는 것이다.
막달레나는 식기를 움직여 영계향초구이를 한 입 먹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다. 힐데브란트가 너무나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까, 급사를 하는 근시나 뒤에 서 있는 호위기사들도 흥미깊은 얼굴로 막달레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의 의식에 참가한 왕족들에게서 듣던 것과 같은 붉은 빛의 기둥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네? 그런가요?"
로제마인의 의식이라면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줄 알았던 힐데브란트에게 있어, 그것은 아무래도 맥빠지는 대답이었다.
"슈타프로 만든 것이 아닌, 신전에 있는 신구를 사용한데다, 본래 봉납식은 겨울의 의식이라 계절이 다른 이유도 있겠죠, 라고 로제마인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붉은 기둥을 보고 싶다던 어머님도 아쉬우셨겠네요."
이전에는 집무로 인해 왕궁에 남아야 했기 때문에, 막달레나는 봉납식에 참가할 수 없었다. 참가한 왕족의 이야기를 듣고, 한 번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겨울의 귀색인 붉은 빛의 기둥은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성배가 붉은 귀색으로 빛나며, 하늘하늘 붉은 빛이 위를 향해 천천히 날아오르는 광경은 너무나도 환상적이고 아름다웠죠."
장난기 어린 붉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 막달레나에게 힐데브란트는 "역시 특별한 일이 일어났었네요" 라고 답하며, 통쾌한 기분이 되었다.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어머님."
겨울의 귀족원에서 가졌던 봉납식과 달리, 이번 봉납식에서는 붉은 빛의 기둥은 나오지 않았지만, 처음에는 제각각이었던 기도가 점점 한 목소리로 결집되며, 성무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가는 듯한 일체감과, 뒤에서부터 점점 흘러오는 마력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안락감은 듣던 그대로였다고 한다.
즐겁게 이야기하는 막달레나를 보고 있으려니, 미성년이라서 참가하할 수 없었던 것이 힐데브란트는 분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만큼의 인원으로 수행하는 성무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뭐라고도 할 수 없는 황홀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끝난 뒤의 피로감도 기분 좋을 정도였고……."
귀족원의 봉납식에서는 쓰러지는 사람도 속출했다고 하지만, 이번엔 로제마인이 일찍 끝낸 듯, 지나치게 마력이 빠져나가 쓰러지는 귀족은 없었다고 한다.
"중앙 신전의 청색 신관과 청색 무녀는 쓰러졌지만요. 너무나도 마력의 흐름이 빨라, 적절한 시점에 끝낼 수 없었다고 합니다. 마력의 차이가 크면 함께 의식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을 임마누엘에게는 미리 알려주었는데도 이렇게 되고 말았다며, 로제마인님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마력 압축을 한 적도 없는 신관들과, 영지를 지탱하는 각지의 아우브와 그 측근 사이엔 마력량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하며, 에렌페스트의 신전에서도 로제마인은 다른 청색 신관과는 별개로 봉납식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중앙 신전은 귀족과 함께 봉납식을 치른 적이 없었을 테니, 어쩔 수 없겠지요."
그렇게 말하고 막달레나는 쿡쿡 웃었다. 옛 성무을 재현해, 차기 첸트 후보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라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왕족에게 차례차례로 새로운 요구를 들이대 오던 중앙 신전에는 여러가지로 쌓인게 많았던 듯, 얹힌 것이 내려간 듯한 얼굴이 되어 있다.
저녁을 마치고, 방을 식당에서 담화실로 옮긴다. 힐데브란트는 아르투르에게 식후의 차를 준비시키고, 사람을 물린다. 왕족에게 있어서는 격동의 영주 회의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는 들려줄 수 없는 화제가 많다.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밀담과 도청 방지 마술도구는 필수적이다.
전달받은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쥐고, 힐데브란트는 막달레나를 바라본다. 천천히 차의 향기를 즐기는 어머니에게, 마술도구를 가지고 있어도 조금 목소리를 낮추어 묻는다.
"이번 봉납식에서 로제마인에게 성녀의 인상을 붙이고, 왕의 양녀가 되기에 적합한 특별한 인재로 보이게 하는 것은 성공했나요?"
"네. 봉납식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하게 보였습니다만, 그 뒤에, 모두가 조금이라도 쉽게 회복약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며, 몇 번이나 플루트레네의 기도문을 외우면서 성배를 초록색으로 빛내고 있던 모습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특별하게 보였을 겁니다. 에렌페스트에서 독점해도 좋을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품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쪽의 예정에는 없었지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막달레나는 웃는다. 로제마인은 신기한 현상을 일으키는 성무를 당연한 듯이 수행하고, 채집지를 회복시키는 축문을 말하며 모두에게 가르치는 과정에서 성배를 초록색으로 빛내고 있었다고 한다. 그 모습은 신들과의 교제에 익숙한 성녀라고 불리기에 걸맞은 모습이었다고 막달레나는 말한다.
"구루투리스하이트의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중앙에서 맞아야 할 인재입니다. 에렌페스트에 있어서는 뼈아픈 손실이겠습니다만, 로제마인님이 왕의 양녀가 되더라도 반대하는 자는 거의 없겠죠."
성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있으며, 차기 첸트에 걸맞은 마력량을 가지고 있다. 현대어로 번역한 석판의 정보를 보면, 사당을 순회할 수 있었던 로제마인이 전속성이라는 것도 추측할 수 있다. 혹여 첸트가 될 수 없다 하더라도, 왕족의 다음 세대를 위해서는 확보해 두고 싶은 인재인 것이다.
"정말이지……. 구혼 조건으로 도서실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사람과 동일인물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막달레나는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차를 마신다. 힐데브란트도 막달레나와 마찬가지로 찻잔을 손에 들고, "로제마인은 지기스발트 형님과 결혼하기 싫을 뿐이에요" 라는 말을 차와 함께 삼켰다.
지하 서고에서 지기스발트와 단둘이서 이야기하고 있던 로제마인은 도중에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슬픈듯이 지기스발트을 바라보며 떨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거의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해 온 것이니, 지기스발트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드러난 것이 분명하다고 힐데브란트는 생각했다.
"아우브·에렌페스트가 도서실의 조건을 취하해 주셔서 정말로 살았습니다."
"……아버님은 그래도 좋다고 하신 건가요? 그, 왕명에 의한 빌프리트와 로제마인의 약혼이 해소되어 버립니다만……."
첸트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빌프리트와 로제마인의 약혼도 첸트의 말에 의해 결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약혼을 해소하고 새롭게 약혼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일까? 그게 가능하다면 자신의 약혼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가지로 생각하며 힐데브란트가 묻자, 막달레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조금 어깨를 움츠린다.
"그것이 가장 안전하고 좋은 형태로 수습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반대하지 않으셨습니다. 에렌페스트에 좀 더 힘이 있었다면 빌프리트님을 국서1로 하는 것이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럴 그릇이 아니라고 아우브·에렌페스트는 말씀하셨습니다."
인재가 부족한 에렌페스트에서 더 이상 유력한 귀족이 빠져나가는 것을 피하고 싶은 것이겠죠, 라고 막달레나는 중얼거린다. 에렌페스트가 급격히 순위를 올린 것은 기본적으로 로제마인의 공적으로, 우수한 인재는 젊은 층에 집중되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아우브·에렌페스트는 명하는 것을 그대로 감내하며 하위 영지의 아우브다운 반응을 보였습니다만, 젊은 문관은 조건을 내놓거나, 에둘러 반박해 오거나, 협상하려는 자세를 보였으니까 말이죠."
많은 영지로부터 로제마인을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 들이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첸트와 지기스발트가 에렌페스트에 그런 요망을 전하러 갔을 당시, 아우브·에렌페스트나 그 측근들이 매우 난처한 얼굴로 "그건……" 이라며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한 젊은 문관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라며 매우 환한 미소로 각하한 뒤 대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에렌페스트의 신전장은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이 맡고 있습니다. 그러니 왕족의 관할인 중앙 신전은 왕족이 취임하는 것이 옳겠죠. 초대 왕은 신전장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중앙 신전에는 힐데브란트 왕자를 들여, 성인이 될 때까지 신전장을 맡기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고 싶으시다면, 차기 신전장의 교육을 맡고 있는 제가 알려드리도록 하지요."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을 중앙 신전으로 들이겠다고 제안한 왕족으로선, 왕족을 신전에 들이라고 하는 것인가, 라는 반박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저는 아렌스바흐 뿐만 아니라, 신전에도 들어가게 되는 건가요?"
어떤 상황이 된다 하더라도, 왕족으로서 남는 형들에 대한 대우와는 많이 다르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니, 힐데브란트는 아버지에게 있어 자신의 가치가 매우 낮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는 놔두지 않을 겁니다."
막달레나는 쓴웃음과 함께 그렇게 말하며, 부드러운 시선으로 힐데브란트을 마주본다. 자신을 지켜주는 어머니의 눈빛에, 힐데브란트는 용기를 내어 조그맣게 물었다.
"……저는 정말로 아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 가야 하는 건가요?"
똑같이 "그렇게는 놔두지 않을 겁니다" 라는 답을 기대했지만, 막달레나는 "왕명이니까요" 라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디트린데가 미래의 장모가 된다고 생각하니 몹시 불안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에게 길러진 공주와 잘 해나갈 수 있을까요."
지하 서고에서 아주 조금 들은 목소리와 그 내용. 봉납식의 불참을 알린 아렌스바흐의 올도난츠로 미루어 보면, 차기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될 디트린데가 어떤 인물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왕명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일 순 없다.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불안을 흘리자, 막달레나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앉아 있는 힐데브란트의 옆으로 다가와 조용히 그를 껴안았다.
"괜찮아요, 힐데브란트. 그대가 데릴사위로 갈 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디트린데님을 배제할 테니까요. ……보통이라면 디트린데님의 결혼 상대인 페르디난드님이 꼼꼼히 그녀를 지켜보고, 불경스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합니다만, 그것은 그분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죠."
막달레나의 어조가 조금 강해진다.
"결혼하면 연좌되는 것은 알고 있을 테니, 지금부터 제대로 훈육하지 않으면 나중에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것은 자신이 될 텐데도, 반 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런 상태라니."
막달레나가 디트린데의 불경스런 태도를 예로 들며 그것을 방관하는 페르디난드를 폄하한다. 어머님에 의하면 페르디난드는 여자의 마음을 모르고, 누군가를 세세하게 신경써주는 일도 전혀 없고, 여성뿐만 아니라 사람과 마주하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는 듯한 사람이라고 한다.
"페르디난드님은 겉모습이나 성적 같은 외양만은 좋고, 기사로서도 정말 강한 분입니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한다면 완벽한 인물로 보이겠죠. 그렇지만, 그 분은 마왕 같은 흉악한 계획, 무섭게 압박하는 교섭, 파벌의 조정 같은 것은 할 수 있어도, 그뿐입니다. 옛날부터 감정을 배제한 인사배치는 할 수 있었습니다만, 개인과 개인으로 마주 봐야 하는 대인 관계가 글러먹었습니다."
너무나도 심한 인물평에 힐데브란트는 눈을 크게 떴다. 그동안의 다과회나 지하 서고에서의 점심 식사 시간에 로제마인에게서 들었던 페르디난드와는 많이 다른 듯한 느낌이 든다.
"……저, 어머님. 페르디난드는 로제마인의 스승이 아니었나요? 다른 분의 이야기인가요?"
"같은 인물이에요. 페르디난드님 정도로 누군가를 양육한다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분은 없습니다. 분명 로제마인님을 돌보고 있던 것은 측근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막달레나는 정말로 의아하다는 얼굴로, "그분이 어린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라고 단언한다. 너무나도 엄격하기 때문에, 아이를 짓뭉개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로제마인이 왕의 양녀가 되는 조건에는 페르디난드의 구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 로제마인은 페르디난드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어지간히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그런 조건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힐데브란트의 말에 막달레나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 그대로 "믿을 수 없습니다만, 그렇겠지요" 라고 긍정했다.
"솔직히 아우브·에렌페스트 이외에 페르디난드님을 가족처럼 아끼는 자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에, 지기스발트 왕자에게서 그 조건을 들었을 때에는 정말로 놀랐습니다."
왕의 양녀가 되는 조건에 로제마인이 페르디난드의 연좌 회피와 대우의 개선을 바라고 있다는 것은, 즉, 왕족에게 직소해야 할 정도로 아렌스바흐의 대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닐까, 하고 힐데브란트는 걱정했다.
"……어머님, 저도 첸트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면 아렌스바흐에 가지 않아도 되죠? 로제마인이 처우 개선을 요구할 정도로 아렌스바흐는 심한 곳인 거죠?"
"당신이 아렌스바흐에서 지낼 수 있도록, 아렌스바흐를 정돈하기 위해 어머니는 힘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첸트가 될 수는 없습니다."
막달레나는 힐데브란트을 부드럽게 끌어안은 채, 방긋 웃는 얼굴로 분명하게 그의 요구를 기각했다.
"어째서죠?"
"하나는 당신이 앞으로 도전한다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실은 1년 간 입양을 기다릴 정도의 여유조차 없는 것은 알고 있죠? 그러나 당신은 속성도 부족하고, 귀족원에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첸트의 자격을 얻을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하나요?"
유르겐슈미트의 붕괴는 힐데브란트의 성장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막달레나는 말한다.
"그리고 또 하나. 이쪽이 더욱 중요합니다. 1년 후에 로제마인님을 양녀로 맞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게 되면, 그녀가 첸트입니다."
첸트는 두 명이 될 수 없고, 트라오크바르 왕의 피를 이어받은 힐데브란트가 나중에 첸트로서의 자격을 갖더라도, 유르겐슈미트를 나눌 수는 없다고 막달레나는 설명한다.
"자신들의 요구로 파혼시켜, 고향을 떠나게 하면서까지 맞이한 새로운 첸트의 치세를 현 왕족이 흔드는 것은 첸트도 저도 절대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왕족인 힐데브란트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엄한 말에, 힐데브란트는 고개를 떨구었다. 막달레나의 의견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은 그렇지 않다.
"어머님, 로제마인은 몸이 약합니다. 첸트와 같은 격무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뒷받침 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는 로제마인을 돕고 싶을 뿐입니다."
집무로 지친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것이 로제마인에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힐데브란트도 알 수 있다. 다과회로도 쓰러지는 가녀린 공주에게는 첸트 같은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다.
여성인 아우브를 뒷받침 할 수 있도록 결혼 상대가 영주 후보생으로 정해진 것처럼, 여성인 첸트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결혼 상대도 첸트의 자격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힐데브란트는 호소해 본다.
"힐데브란트의 걱정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약혼자로서, 남편으로서 뒷받침 하는 것은 지기스발트 왕자가 할 예정이며, 힐데브란트가 할 일이 아닙니다."
"……지기스발트 형님은 로제마인이 싫어하고 있지 않았던가요."
나라면 좀 더 로제마인에게 상냥하게 대할 수 있는데, 라고 힐데브란트가 불만을 가득 담아 입술을 내밀자, 막달레나는 엄하게 붉은 눈동자를 향해왔다.
"로제마인님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기에, 당신이 로제마인님을 사모하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자신의 입장을 넘어서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은 레티시아님과 약혼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감정을 소화할 수 있게 되어야 합니다."
어떤 불만이 있더라도 왕명은 어쩔 수 없다. 힐데브란트와 레티시아의 약혼도, 지기스발트와 로제마인의 약혼도, 바꿀 수 있을 것은 첸트 뿐인 것이다.
……내가 첸트가 될 수 있다면 몸이 약한 로제마인이 원하지 않는 결혼을 강요당하면서 첸트가 되는 일도, 내가 아렌스바흐로 가는 일도 없어질 텐데.
힐데브란트는 막달레나의 팔을 살짝 뿌리친다.
"급하다면 왕족 전원이 도전해 봐야 하지 않나요?"
"마력은 봉납식으로 모을 수 있었지만, 왕족의 일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전원이 도전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리 없죠. ……그리고 아무리 도전한다 하더라도, 당신이 슈타프를 얻을 수 있는 것은 귀족원의 3학년이 되고 나서입니다.
"네?"
"귀족원의 강의 내용이 변경되었습니다. 힐데브란트가 사당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슈타프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로제마인님이 성인이 된 이후입니다."
……그럼 완전히 늦어버리지 않나요? 어째서 아버님은 저에게 도전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건가요!?
무슨 말을 하더라도 들어주지 않을 것은 알고 있다. 힐데브란트는 다양한 불만과 함께 꿀꺽 차를 삼켰다. 뱃속에 불만이 쌓이는 것을 느끼며, 힐데브란트는 어머니와의 식사를 마쳤다.
왕족에게 있어, 그리고 힐데브란트에게 있어서도 격동의 영주 회의가 끝나고 일상이 돌아온다.
중앙 기사단의 기사단장인 라오부르트와의 검술 연습도 오랜만이다. 영주 회의 기간에는 기사단이 호위 임무에 바빴기에, 힐데브란트는 아침 식사를 끝내고 지하 서고에 가기까지의 짧은 시간에 자신의 호위기사와 잠깐 연습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제대로 기초 훈련부터 시작해 검을 마주한다. 거의 반격해 오지 않는 힐데브란트에게 라오부르트가 얼굴을 찌푸리며 멈추도록 한다.
"검이 상당히 흐트러져 있습니다만,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연습에 어울려주고 있는 라오부르트가 곤란하다는 듯이 "이래서는 연습이 안 됩니다. 쉬도록 하지요" 라며 훈련장에 있는 휴식 장소로 걸어간다. 무거운 검을 들고 힐데브란트도 그 뒤를 따른다. 힐데브란트로서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상대방에게 전달되어 버린 것이 정말로 유감이었다.
휴식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르투르가 갑작스러운 휴식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차를 따른다. 아르투르에게서 차를 받으며 라오부르트가 "그런 얼굴을 하시고, 어떤 고민이 있으신 건가요?" 라며 힐데브란트에게 고민을 털어놓도록 재촉한다.
"……말할 수 없습니다."
아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 가기 싫다는 것은 말할 수 없다. 성인이 되면 디트린데가 자신의 장모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우울해지고, 뭔가 파혼을 할 방법이 없을지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말할 수 없다. 왕명에 거역하게 된다.
로제마인이 차기 첸트에 가장 가까운 것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왕족이 측근을 배제한 상태로 결정한 것을 말할 수는 없다. 덧붙인다면, 로제마인이 싫어하던 지기스발트가 아닌, 자신이 로제마인과 결혼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실은, 조금이라도 빨리 마력 압축을 해서, 아버지나 지기스발트처럼 힐데브란트도 사당을 순회하며 로제마인과 같은 차기 첸트의 자격을 얻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로제마인이 성인이 되기 전에 자격을 얻으면, 아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 가는 것도, 로제마인이 싫어하는 상대와 결혼하는 일도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1학년으로 가능했던 슈타프의 취득이 3학년으로 변경되었다. 자신이 3학년이 되면 로제마인은 이미 성인이 된다. 3학년이 되어 슈타프를 얻은 후에 차기 첸트의 자격을 얻기 위해 움직여서는 너무 늦어버리는 것이다.
이도저도 입에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고민을 말하고 싶지 않은 힐데브란트는 조금 화난 얼굴을 보이며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그다지 꺼내고 싶지 않은 것만 물어오는 탓에 조금 화가 난 이유도 있다.
"슈라트라움의 꽃이 도대체 어떤 꽃인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네?"
갑작스런 화제 전환에 따라오지 못한 듯, 라오부르트가 경악한 얼굴로 힐데브란트를 바라본다. 힐데브란트는 라오부르트의 놀란 얼굴에 조금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끼며, 작게 웃는다.
"도서관의 서고에서 올탄시아가 디트린데에게 묻고 있었습니다. 라오부르트가 좋아하는 꽃이지요? 아렌스바흐에서만 피는 꽃이라고 하던데, 어떤 꽃인가요?"
기사단장이며, 무골이라는 느낌의 라오부르트에도 좋아하는 꽃이 있던 것, 그리고 전혀 접점이 없을 아렌스바흐에서 피는 꽃을 좋아하는 것에 놀랐던 것을 떠올리며 묻는다.
"……아 서고에서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몇 초의 침묵 후, 라오부르트는 훗 하고 미소를 띄운다. 그것은 속마음의 동요를 감추기 위해 귀족들이 흔히 보이는 미소다. 그 미소 그대로 라오부르트는 천천히 말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본다.
"슈라트라움의 꽃은……달콤한 냄새가 나는 하얀 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꽃이긴 합니다만, 좀처럼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피어 있는지 묻고 있었습니다."
꽃피는 일도 드문 꽃인 건가. 힐데브란트는 신기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라오부르트의 출신은 기레센마이어가 아니었어요? 어떻게 아렌스바흐에서 피는 꽃을 알고 있는 건가요?"
그 질문에 라오부르트는 조금 아득한 눈을 하고 이미 엷어져 있는 뺨의 상처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그 상처와 관계 있는 것일까, 하고 힐데브란트는 무심코 생각한다. 이미 잃어버린 무언가를 씁쓸하게 그리워하고 있는 어른의 얼굴이다.
"뭔가 추억이 있는 건가요?"
"……옛날, 제가 성인이 된 직후에 배속된 이궁의 주인이 좋아하던 꽃이었습니다. 이궁의 한 귀퉁이에 온실이 있어, 그곳에 피어 있었습니다. 언제 들여온 꽃인지는 주인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만, 몇대에 걸쳐서 소중히 대했다 합니다. ……5년도 지나지 않아 제 배속도 바뀌었고, 지금은 이미 주인도 사라진, 폐쇄된 이궁의 이야기입니다."
먼 옛날, 왕족에게 시집온 아렌스바흐의 공주님이 이궁에 들여온 꽃이라는 설명에, 힐데브란트는 납득했다. 정변 당시 숙청된 왕족은 몇이나 있었고, 폐쇄된 이궁도 그만큼 있었다고 들었다. 분명 그 중 하나인 것이라고 힐데브란트는 생각했다.
"자, 제 추억을 말하게 하셨으니, 왕자의 고민도 듣도록 하겠습니다. 언제까지나 그런 상태여서는 검의 연습만이 아니라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겠죠."
아르투르도 걱정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라오부르트가 아르투르를 돌아본다. 모처럼 성공적으로 화제를 바꾼 줄 알았기에, 설마 원래의 주제로 돌아올 줄은 몰랐던 힐데브란트는 망설이며 주위를 둘러본다.
아르투르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고, 라오부르트는 "저런, 제게는 물어놓고 힐데브란트 왕자는 말하지 않는 것입니까?" 라며 마치 윽박지르는 것처럼 대답을 촉구한다.
힐데브란트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돌봐주고 있는 라오부르트에게 그런 말을 듣자, 어쩐지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될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 가고 싶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다. 로제마인이 차기 첸트에 가장 가까운 것도, 왕의 양녀가 되는 것도 말해선 안 된다. 사실은 지기스발트가 아닌 자신이 로제마인과 결혼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말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힐데브란트가 입에 올린 것은 귀족원 강의 내용 개편에 대한 불평이었다.
"……지금 바로 슈타프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도 아버님은 귀족원의 강의 내용을 변경해버리셨습니다. 그것이 조금 분합니다."
"지금 바로인가요……."
눈을 동그랗게 뜬 뒤, 조금 생각하듯이 천천히 눈을 가늘게 뜬 라오부르트가 훗 하고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힐데브란트 왕자는 왕족이시니, 문도 열 수 있을 것이고, 얻으려고만 하면 언제든지 얻을 수 있겠죠."
"정말인가요?!"
기대에 부풀어 라오부르트를 바라본 힐데브란트의 목소리에 아르투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겹친다.
"기사단장이라는 분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런 아르투르를 라오부르트가 조금 손을 들어 제지한다.
"그러나 첸트는 힐데브란트 왕자를 생각해서 강의 내용의 변경을 강행한 것입니다. 첸트의 부모로서의 마음은 이해해 주십시오."
"네?"
자신을 위해서, 라고 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로제마인이 성인이 될 때까지 첸트 후보가 되어, 자신의 약혼도, 지기스발트와 로제마인의 약혼도 해소해 버리고 싶은 힐데브란트로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슈타프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강의 내용이 변경되어 버린 것은 방해를 받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라오부르트는 느긋한 어조로 강의 내용이 변경된 이유를 설명한다.
"좋은 슈타프를 얻기 위해서는 사전에 마력 압축 방법을 배워 마력을 늘리고, 기도를 바치며 신들의 가호를 얻어 속성을 늘려두는 것이 좋기 때문에, 강의 내용이 변경되게 되었습니다. 첸트가 서두른 것은 힐데브란트 왕자가 조금이라도 좋은 슈타프를 얻을 수 있도록 바랐기 때문이 틀림없습니다."
라오부르트의 설명에 아르투르는 안도하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힐데브란트 왕자, 기사단장이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트라오크바르 왕의 바람에 따라주세요."
되도록이면 좋은 품질의 슈타프를……이라고 들어, 힐데브란트는 조금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왕족들끼리 논의할 때, "작은 사당을 순회하며 모든 권속의 가호를 얻으면, 대신의 가호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라고 엄마가 보고했었을 것이다. 글자를 베끼는 것이 그다지 자신 없는 자신에게 맡겨진 문헌 중에는 사당의 지도도 있었다.
……작은 사당을 순회하며 속성을 늘리면……?
조금이라도 기도하면서 속성을 늘리면 왕족인 힐데브란트가 차기 첸트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속성을 얻을 수 있다면, 아버님도 슈타프를 얻어선 안 된다고는 하지 않으시겠죠.
"지금은 첸트와 함께 마력 압축과 속성의 증가에 노력해 주십시오. 적당한 때에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속성을 늘리면, 아버지에게 함께 부탁해 주려는 것이라고 판단한 힐데브란트는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투르도 "신세 지겠습니다" 라며 부드러운 미소를 띄웠다.
라오부르트는 "대단한 일은 아니다" 라며 아르투르를 향해 작게 웃으면서 기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신호를 받은 한 기사가 나무 상자를 가져와 아르투르에게 건넨다.
"이쪽은 에렌페스트에서 헌상된 교육 완구라고 합니다. 신들의 이름을 외우기 쉽도록 고안한 책이나 장난감이 들어있습니다. 에렌페스트가 급격히 성적을 끌어올린 비밀 중 하나라고 합니다."
앞으로 교역할 영지에 팔 물건이기에, 왕족들에게도 그 견본을 주었다고 한다. 측근들에 의해, 수상한 것이 끼어 있지는 않은지, 위험한 물건은 아닌지 조사하는 것이 끝났기 때문에 이곳으로 날라와 준 모양이다.
"막달레나님은 힐데브란트 왕자가 귀족원에 들어간 이후에 주면 된다고 하셨습니다만, 일찍부터 공부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이것으로 열심히 공부하세요. 신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은 가호를 늘리기 위한 기도에도 필수적인 것입니다."
아르투르에게 건네받은 것은 힐데브란트에게는 낮익은 에렌페스트의 책이었다. 팔락팔락 넘겨보자, 미려한 그림과 알기 쉬운 설명이 보인다. 이것이 있다면, 또 조금 더 로제마인에게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신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기도하며 속성을 늘리고, 아버님에게 슈타프를 얻고 싶다고 부탁하는 겁니다.
방황하고 있던 어둠 사이로 빛이 비쳐든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아갈 방향이 정해진 것에 기뻐하며, 힐데브란트는 얼굴을 들었다. 히죽 웃으며, 라오부르트가 검을 들어올린다.
"그럼, 힐데브란트 왕자. 조금은 고민이 사라진 것 같으니 연습을 재개하지요."
"네! 잘 부탁 드립니다."
아르투르에게 책을 돌려주고, 검을 잡고, 힐데브란트는 라오부르트의 등을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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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칭이지만 힐데브란트 시점입니다.
영주 회의가 끝난 이후의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
자신의 소망이 부모로부터 짓뭉개져 가는 것을 느낀 힐데브란트.
그리고 라오부르트에 의해 보여진 길을 향해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영주 일족의 회의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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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3인칭인데 1인칭처럼 쓰시면 곤란합니다 자까님....
문장을 뜯어고치고 중간중간 난해한 표현에 고민하느라 한 4시간 정도 더 늦은 것 같습니다.
힐데브란트는 귀여운데, 뭔가 주변이 불온한 느낌이 드네요.
예를 들면, 기사단장이라던가, 기사단장이라던가, 기사단장이라던가.... 순진한 꼬맹이를 꼬시는 나쁜 아저씨의 향기가 나는 듯한....
여왕의 남편(國壻). 국가의 사위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왕배(王配), 즉, 왕의 배필이라는 한자를 사용하여 표현한다.
의미상으로는 왕배가 더 가깝지만, 한국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은 국서로 보이기에, 국서로 번역.
책벌레의 하극상 5부 93화. - 영주 회의의 보고회(3년) 전편 -
영주 회의의 보고회(3년) 전편
"어서 오세요, 언니."
"돌아왔구나, 로제마인!"
전이실에서 나오자, 샤를로테와 할아버님, 그리고 성에 남아 있던 측근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그 너머에는 멜키오르와 빌프리트의 모습도 보인다. 돌아오는 것은 신분이 높은 사람부터이므로, 앞서 돌아온 아우브 부부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로제마인, 샤를로테. 영주 일족의 회의는 내일 오후다. 늦지 않도록 주의하거라."
나의 도착을 눈치챈 양부님이 태연한 얼굴로 그렇게 말해온다. 내가 왕의 양녀가 되는 것을 보고하는 회의인 것을 전혀 느낄 수 없는 표정에 조금 감탄하며, 나도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내일의 회의를 위해, 오늘은 푹 쉬거라."
본관의 거주 구역으로 향하는 양부님과 양모님을 배웅하고, 나는 북의 별관을 향해 형제들과 측근들, 그리고 할아버님과 함께 걷기 시작한다.
"로제마인, 이렇게 하면 에스코트 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할아버님이 손을 허리에 올리고 그렇게 말했다.
"매우 송구합니다만, 보니파티우스님. 에스코트는 본래 빌프리트님의 역할이온지라……."
레오노레가 조금 곤란한 얼굴로 할아버님에게 말을 건다. 할아버님은 "빌프리트가 몇 없는 손녀와의 만남의 기회를 양도하겠다고 했다" 라고 반박하면서 빌프리트의 동의를 구했다.
"……연회 같은 자리에서 보니파티우스님이 로제마인을 에스코트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여기서 북의 별채까지라면 에스코트 하게 해드리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할아버님에게 로제마인의 에스코트를 맡기는 것은 위험합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코넬리우스!? 허리의 손을 움직이지 않으면 에스코트하더라도 문제없지 않나!?"
할아버님이 관여해서 몇 번인가 위험에 처했던 과거가 있어서 나의 호위기사들은 경계하고 있지만, 할아버님은 손을 허리에 올린 채, 가슴을 피고 그렇게 주장했다.
"그럼, 정말로 할아버님이 허리의 손을 움직이지 않고 있을 수 있을지 확인하겠습니다."
진지한 얼굴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안젤리카가 허리의 손을 움직여 보려 하거나, 몇번 매달려 보기도 하며 강도 확인을 시작했다.
……너무 엄중해!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들은 진심인 거겠지만, 빌프리트 오라버님도 샤를로테도 웃음을 참고 있는걸!
멜키오르는 "재미있어 보이네요" 라며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지만,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는 분명히 웃고 싶은 것을 참고 있는 얼굴이었다.
"보셨다시피, 전혀 움직일 것 같지 않습니다. 이 근처를 잡으면, 로제마인님의 팔도 피로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시간을 두고 검증한 결과,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할아버님의 에스코트를 인정했다. 나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제안한 할아버님의 손목 근처에 자신의 손을 얹고 걸어본다. 할아버님도 상당히 속도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고, 간신히 에스코트 비슷한 것이 된 것이 아닐까?
……에스코트 비슷한 것인 이유는 팔을 건다기보다는 붙잡는다는 느낌이라, 곁에서 보면 마치 버스 손잡이를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평범한 에스코트처럼 보이기 위해선, 아직 나의 키가 부족하다.
……자, 와라. 불의 신 라이덴샤프트의 가호! 성장해주겠어!
"언니, 첫 영주 회의는 어땠나요? 첫날의 성결식뿐만 아니라 마지막 날에 봉납식까지 하게 되었다고 보니파티우스님에게 듣고 정말로 놀랐습니다."
"저도 놀랐죠. 지하 서고에서 현대어 번역을하고 있는데, 갑자기 왕족이 부탁해 온 것이니까요."
부탁해온게 아니라 부탁한 것이 맞지만, 그런 것은 샤를로테에는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하 서고에서 한넬로레나 왕족과 함께 현대어 번역을 하고 있었을 당시의 이야기 가운데, 외부에 알려져도 괜찮은 것들을 간추려서 이야기하고, 성에 남아있던 샤를로테들로부터는 에렌페스트의 이야기를 들었다.
"저희들은 보니파티우스님을 도와 마력을 공급했습니다. 그리고 멜키오르와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함께 축문을 외웠어요."
"아아, 멜키오르가 세례식의 축문을 외우지 못한다면……이라고 말하기에, 함께 외워주었다. 혼자 기억하는 것보다 효율이 좋겠지?"
신전에서 할트무트가 내준 과제가 너무 많아, 멜키오르의 측근이 거의 반쯤 울다시피 과제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빌프리트와 샤를로테가 멜키오르의 암기를 도와주었던 모양이다.
"성과는 나왔나요?"
"네. 세례식의 축문은 외웠습니다. 그리고 마력을 공급한 후에도 움직일 수 있게 되었어요."
멜키오르는 신전에서의 봉헌도 하고 있기에,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하는 것도 적응이 빨랐던 것 같다. 그런 에렌페스트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 우리는 북의 별관에 도착했다.
"할아버님, 에스코트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그럼, 저녁 식사때 보자꾸나."
허리의 손에 전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할아버님은 에스코트를 무사히 마친 것에 크게 만족한 듯, 기분 좋게 발걸음을 돌렸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영주 회의에 동행한 성인 측근들에게 내일 오후의 회의까지 쉬도록 말하고, 미성년인 측근들과 교대하게 한다. 하지만, 호위기사와 문관은 인원이 있으므로 간단하지만, 근시는 그레티아 한 사람이 되어 버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자, 리제레타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로제마인님, 그레티아 혼자서는 힘들테니, 저는 남도록 하겠습니다."
"리제레타, 하지만……."
"매일같이 지하 서고에 동행하던 오틸리에와 달리 저는 기숙사에 가만히 있었을 뿐이니까요."
다과의 준비를 하거나 기숙사에서 점심을 나르거나 했기 때문에, 리제레타가 기숙사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근시의 배려를 함부로 하고, 그레티아에게 부담을 주는 것도 주인으로서 실격이겠지.
"그럼 리제레타에게는 모레부터 이틀 간의 휴가를 줄 테니, 오늘과 내일은 잘 부탁 드립니다."
"알겠습니다."
호위기사들은 각각 숙사나 집으로 돌아가고, 문관인 두 사람은 오틸리에와 함께 돌아간다. 리제레타와 그레티아가 가지고 돌아온 짐의 정리를 시작하고, 나는 피리네와 로데리히에게서 신전의 모습에 대한 보고를 받거나, 사본했던 물건을 읽으며 보낸다.
……측근 전원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은 영주 일족의 회의가 끝난 직후로 괜찮을까? 아, 브륜힐데에도 말해둬야겠다.
저녁 식사 자리는 에렌페스트에 남아 있던 모두에게서 보고를 듣는 시간이었고, 이쪽에서의 보고는 회의에서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주 일족의 보고회가 시작된다. 영주 일족과 그 측근들, 기사단, 문관의 상층부의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 보고회지만, 올해가 예년에 비해 조금 다른 것은, 아직 귀족원에 입학할 나이가 되지 않은 멜키오르도 참석하라는 명령을 받은 점이다.
"어째서 제가 불린 건지 모르겠습니다."
"연령에 관계 없이, 영주 일족에게 있어 중요한 보고가 있는 것이 아닌가?"
뭔가 알고 있지, 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빌프리트의 시선에 나는 방긋 웃으며, "회의에서 알 수 있어요" 라고 대답한다. 여기서 "제가 왕의 양녀가 되기 때문에, 멜키오르에게 신전장의 인계를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라고 폭로할 수는 없다.
긴장하고 있는 멜키오르를 에워싸듯이, 우리들은 함께 회의실로 향해 정해진 자리로 가 앉는다. 내가 데려온 측근은 근시인 오틸리에, 문관 할트무트, 호위기사인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다.
문관과 근시가 재빨리 준비하고, 모두의 준비가 끝난 이후에 영주 부부가 들어오는 것도 예년과 같다.
"모두 모인 모양이군. 지금부터 영주 회의의 보고를 시작하겠다."
양부님의 선언과 함께 보고회가 시작된다.
"올해도 또다시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연락 사항이 많다. 중요한 결정도 많았기 때문에, 놓치는 사항이 없도록 주의하기 바란다."
예년과 같이 영지 순위 발표부터 시작된다. 영지 대항전에서 아나스타지우스에게 부탁했던 것이 주효해, 순위에는 변동이 없으며, 그 대신 정변에서 승리한 영지로 다뤄지게 된 것을 설명해 나간다.
"아아, 그런가, 그런가……."
순위가 오르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목소리가 몇인가 들려온 것에, 정말로 어른들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알 수 있었다.
"허나, 승자 영지가 되면 부담도 부과된다."
"……네?"
"클라센부르크는 옛 자우스가스1를, 단켈페르가와 아렌스바흐는 옛 베르케슈토크2를 공동 관리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겠지? 정변에서 진 영지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토지 관리에서 제외된 드레반히엘은 중앙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수의 상급 귀족들을 중앙으로 내보냈다. 그래서 중앙으로 이동할 수 없는 영주 후보생은 많지만, 영지 내에는 상급 귀족이 적은 상황이 되어 있다고 한다."
왕족과의 결혼으로 친척이 된 기레센마이어와 하우프렛체도 당연히 현 왕족을 뒷받칠 수 있도록 큰 부담을 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중립 영토였기에, 모든 영지가 공동으로 지는 부담 외에는 아무것도 없던 에렌페스트도 왕족을 뒷받침하기 위한 부담을 지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것은 도대체 어떤……?"
전전긍긍하는 귀족들을 둘러보다 나에게 시선을 멈춘 뒤, 양부님은 "내년에 발표된다" 라고 말했다.
"다만, 부담만은 아니다. 에렌페스트 귀족의 숫자를 쉽게 늘리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은 타 영지와 에렌페스트와의 결혼은 이쪽에 데릴사위로 오거나 시집오는 것에 한정한다는 것을 왕에게 인정받았고, 아이에게 주는 마술도구를 40개 받게 되었다. 부담은 지더라도, 에렌페스트의 귀족은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아, 내가 왕족의 양녀가 되는 것을 에렌페스트가 지는 부담으로 하는 건가.
그만큼의 보상이 있다면 부담을 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는 귀족들과 도대체 얼마나 부담을 지게 될 지 불안해 하는 귀족들의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페르디난드의 성결식이 연기된 것, 영주 회의에서 봉납식이 열린 것, 어른도 가호의 의식에 재도전할 수 있게 된 것 등의 성무 관계의 보고가 이어진다.
왕족이 봉납춤으로 마법진을 빛내면서 차기 첸트 후보가 디트린데만이 아닌 것도 알려진다.
그리고 슈타프의 취득 학년이 변경된 것, 그에 따라 강의 내용에 변경이 있는 것, 영주 회의 마지막 날에 봉납식이 열리게 되었고, 귀족원에서도 클라센부르크와의 공동 연구라는 형식으로 봉납식이 열리게 된 것 등, 내년부터의 귀족원의 변화가 전달되었다.
"슈타프를 얻는 것이 3학년으로 돌아가는 것인가요? 귀족의 수가 늘어 여유가 생겼다는 것은 아니지요?"
"마력량이나 얻을 수 있는 가호의 숫자에 의해 슈타프의 품질이 달라진다고 한다.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의 공동 연구로 인해, 앞으로 복수의 신들로부터 가호를 얻는 학생이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영주 회의에서 봉납식을 치르는 것으로, 어른도 가호를 재취득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슈타프의 품질을 올려 두는 것은 중요하다."
양부님의 말에 귀족들은 일단 납득한 모습을 보였다.
"내년부터 교육 과정이 바뀌니, 아이들의 공부는 힘들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슈타프를 사용하던 것은 실기였으니, 강의 성적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슈타프의 취득이 3학년이었던 시절의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모리츠 선생님에게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흠, 하고 양부님이 끄덕인다. 어린이방에서 가르쳤던 것은 기본적으로 강의였고, 커리큘럼의 변경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오히려, 앞으로 판매하게 되는 성전 그림책이나 교육 완구로 인해 몇 년 후에는 많은 영지의 평균 점수가 오르게 될 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아아, 그렇군. 발매를 해금한 성전 그림책이나 교육 완구는 왕족에게 진상한 그 자리에서 선전해 두었다. 상당히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프랭탕 상회에는 충분한 상품을 준비해 놓으라고 전해두거라."
"한절기에 수공업으로 만드는 것이므로, 이제와서 명령하더라도 더는 늘릴 수 없습니다. 그렛시엘이 정돈되어 거래처를 늘릴 내년을 위해, 양산은 이번 겨울에 명하는 것이 좋겠지요."
성전 그림책의 판매 금지가 해금될 것이라는 것은 전해 두었기에, 어느 정도는 양산해 두었다고 보고받긴 했지만, 지금부터 늘리는 것은 무리다.
"그렇군. 내년은 거래선을 좀 더 늘릴 수 있을 거라고 말해 두었으니, 그 준비가 우선이겠군."
그렛시엘의 준비는 어느 정도나 진행되고 있는 걸까. 이 보고회의 결과를 알릴 때에 물어봐야 할 것이다.
"초여름에는 아우브·아렌스바흐의 장례식이 있어, 거기에 출석해야 한다. 임신한 플로렌시아를 남기고 나 홀로 가게 되며, 그것에 관한 준비도 부탁한다."
게오르기네와의 불화는 어쨌든, 이웃 영지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양부님은 말했다. 왕족이 약속한 페르디난드의 비밀방이 정말 만들어져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므로, 양부님의 불참은 곤란하다.
……사실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긴 하지만…….
인계와 새로운 생활의 준비로 한계인데다, 애초에 체력이 없어서 긴 여행에는 맞지 않는다. 그리고 나의 호위기사 중 둘은 게오르기네의 앞에 데려갈 수 없다. 이런 상태로는 아렌스바흐에 가는 허가가 나오지 않겠지. 양부님과 동행한다면 빌프리트나 샤를로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란체나베의 공주님이 오는 것을 거절했다거나, 툴크3를 쓴 기사들이 처분을 받아 중앙 기사단에서 제명 당했다던가, 지기스발트와 아돌피네의 성결식에서 마법진이 빛나면서 차기 첸트가 거의 정해진 것이라든가, 모두가 성무을 경험하며, 성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거나 하는 세세한 것들이 보고되었다.
"모두에게 전할 것은 이상이다. 지금부터 밀담을 하겠다. 밀담은 영주 일족만으로 할 것이니, 측근을 포함해 전원 퇴실하도록."
보통의 보고가 끝난 뒤, 양부님은 측근들에게 회의실에서 나가라고 명한다. 영주 회의의 보고회 이후에 측근들까지도 물려야 하는 밀담 같은 것은 지금까지는 없었던 일이다.
"아우브!?"
"도대체 무엇을……."
모두가 놀란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양부님은 입을 열지 않고 조용히 모두의 퇴실을 기다린다.
"로제마인님……."
"아우브의 명령입니다. 오틸리에들도 퇴실해 주세요."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보는 측근들에게 퇴실을 명하고, 나는 천천히 숨을 토했다. 상층부와 측근들은 무엇이 일어나는 건가, 하고 서로의 모습을 살피면서 퇴실한다. 남겨진 영주 일족은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아우브 부부와 나 이외엔 너무나도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다.
"모두 이것을……."
양부님이 전달한 것은 도청 방지 마술도구다. 측근을 퇴실시켰음에도,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더할 정도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멜키오르는 작게 떨면서 마술도구를 잡았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할아버님의 목소리에, 양부님은 겨우 입을 열었다.
"1년 후, 로제마인이 왕의 양녀가 되는 것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지기스발트 왕자와 약혼하게 된다."
양부님의 말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듯, 입을 간신히 열었다 닫았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모두에게 양부님은 조용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중앙으로 이동하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1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 동안은 로제마인의 몸의 안전도 생각해, 타령에는 양녀로 내정된 것에 대해 알리지 않게 되어 있다. 대외적으로는 현상 유지이며, 대내적으로는 이동을 준비해야만 한다."
구루투리스하이트 관련 이야기는 없다. 얻을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고, 그것이 어떻게 다뤄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덮어두기로 한 것이다. 에렌페스트에서 나의 일을 인계받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은 "1년 후에는 왕의 양녀가 되어 중앙으로 간다" 라는 것 뿐이다.
내가 왕의 양녀가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제일 먼저 이해한 것은 샤를롯테일지도 모른다. 휙 하고 빌프리트를 돌아본다. 빌프리트는 눈을 부릅뜬 채, 굳어 움직이지 않는다. 단 한점, 양부님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멜키오르가 "그럼 신전은……?" 하고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에 할아버님의 목소리가 겹쳐오른다.
"……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질베스타―!? 로제마인이 왕의 양녀라고!? 영주 후보생은 중앙으로 이동할 수 없다!"
거친 목소리와 함께, 평정을 잃고 양부님에게 덤벼들지만, 양부님은 천천히 고개를 저을 뿐이다.
"로제마인은 나의 양녀다. 입양을 해소하면 칼스테드의 딸인 상급 귀족의 신분으로 돌아간다. 중앙으로 이동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대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어준 것인가!?"
"왕명이니까. 다양한 조건을 달긴 했지만, 왕명인 이상 들어주지 않을 수는 없다."
양부님은 단호하게 그렇게 말했다. 할아버님이 "조건이라고?" 라고 말하며, 눈을 희번덕거리며 양부님을 노려본다. 그러나 양부님은 예상하던 반응이라는 듯이 침착하게 대답한다.
"좀 전에도 말했었지? 귀족을 늘릴 수 있도록 5년 간 결혼에 제한을 두는 것, 어린이용의 마술도구를 받는 것이다."
"단지 그것뿐인가!?"
고작 그걸 받고 로제마인을 중앙에 판 것인가, 하고 격양되어 자리에서 일어난 할아버님에게, 양부님은 보고회에서는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덧붙인다.
"중앙으로 간 에렌페스트의 귀족들에게 귀환 명령을 내리는 것, 로제마인을 양녀로 들이는 것을 에렌페스트에 대한 부담으로 인정하는 것, 그리고 페르디난드의 연좌 회피와 대우 개선. 이상이다. 작년, 페르디난드가 마음대로 왕족과 결정해버려, 에렌페스트에 이익 같은 이익을 가져오지 못했던 당시보다, 나는 상당히 아우브다운 일을 했다."
양부님의 말을 듣고 있던 듯한 할아버님이 푸른 눈을 딱 하고 부릅뜬다.
"페르디난드의 연좌 회피와 대우 개선!? 그런 것이 대체 뭐라는 건가? 데릴사위로 타령에 간 사람의 연좌 회피와 처우 개선 같은 건 로제마인의 입양과 전혀 상응하지 않는다. 에렌페스트의 이익과도 상관 없지 않은가. 동생이 걱정되어 눈이 뒤집힌 것인가?"
아우브·에렌페스트라면 좀 더 제대로 된 조건을 걸어라, 라고 말한 할아버님에게 양부님은 싫은 얼굴을 하고, 나를 가리켰다.
"페르디난드의 연좌 회피와 처우 개선은 로제마인이 낸 조건이다. 내가 낸 조건이 아니다."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할아버님은 턱이 빠질 정도로 놀란 듯, 시선을 헤맨다.
"로제마인, 그대, 설마 페르디난드를 연모하고 있었던 건가? 혹시 신전에서 무언가……."
"할아버님, 저는 딱히 페르디난드님을 연모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과 같은 분을 걱정하는 것이 그렇게까지 이상한 건가요? ……할아버님은 제가 중앙으로 가면 바로 저를 잊어 버리시는 건가요? 손녀라고 불러주지 않고, 아무 관계도 없다고 말씀하실 건가요?"
그건 좀 슬프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묻자, 할아버님은 "그런 것은 아니다" 라며 바로 부정해 주었다.
"질베스타의 입양이 해소되어도, 그대가 나의 손녀인 것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그럼, 할아버님은 저를 연모하는 건가요?"
"……뭐, 뭐라고?"
멍한 얼굴이 된 할아버님에게 나는 방긋 미소짓는다.
"제가 페르디난드님을 걱정하는 것은 할아버님이 멀리 떠나려 하는 저를 걱정해 주시는 것과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왕족에게 받아들여지진 않았습니다만, 전, 사실은 페르디난드님을 에렌페스트로 돌려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마력, 라이제강, 신전이나 인쇄의 업무 인계 등, 에렌페스트의 문제 대부분이 해결되었겠습니다만, 이라고 덧붙인다. 할아버님은 "…… 묘한 의심을 했다" 라며 조금 어깨를 떨어뜨리고 자리에 앉았다.
"로제마인은 중앙에 가는 것에 대해 기피감은 없는 건가?"
"있습니다. 저의 소중한 인쇄 공방도, 도서관도 포기하고, 새 책을 바로 받을 수 있던 환경에서 자신이 사는 건물 안에 도서실을 만드는 것조차 난색을 표하는 환경으로 향하는 것인걸요. 불만 투성이입니다."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빨리, 중앙에도 인쇄 공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에렌페스트와 중앙을 잇는 전이진을 개량해서 스무스하게 신간을 받아 볼 수 없을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님도 왕명에 거역할 수 없어 아렌스바흐로 가게 되었습니다. 저도 왕명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왕의 양녀가 되어 에렌페스트를 끌어주는 정도 밖에 할 수 없습니다만, 조금은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할아버님을 보며, 양부님이 어깨를 움츠린다.
"그대의 손녀가 왕족에게 시집 가는 것이다. 기뻐할 일이지 않나. 로제마인은 빌프리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빌프리트에겐 과분하다고 그렇게나 말하고 있지 않았나."
양부님이 한숨을 섞어 그렇게 말하자, 할아버님이 쓱 안색을 바꾸고 빌프리트에게 시선을 향한다. 빌프리트는 빈정거리는 미소를 띄우며 할아버님를 바라본다.
"새삼스럽게 그렇게 놀란 얼굴을 하지 않으셔도 알고 있습니다, 보니파티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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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렌페스트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보고회입니다.
영주 일족만 남은 이후, 제일 먼저 폭주한 것은 할아버님이었습니다.
다음은 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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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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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지금 다시 보니, 의외로 에렌페스트가 얻은 게 적은 것 같기도....
그나저나, 마인이가 "책이 없으면 만들면 되잖아?" 계획을 '국가 규모로' 추진하려는 것 같아 조금 무서워집니다.
추신: 표기의 수정이 있었습니다.
! 기렛센마이어 -> 질레센마이어 (Gilessen + Maier)
추신2: 표기의 수정이 '또' 있었습니다.
! 기레센마이어 -> 질레센마이어 -> 기레센마이어 (Gilessen + Maier)
용어에 혼란을 드려 정말로 죄송합니다. 잠깐 이불 속에 들어갔다 올게요.
sausen (물이나 바람따위가 거친 소리를 내다, 혹은 그러한 소리) + gas (가스)
werke (작품, 제조품, 공장) + stock (저축, 재고)
Trug (속임, 사기, 현혹, 착각)
책벌레의 하극상 5부 94화. - 영주 회의의 보고회(3년) 후편 -
영주 회의의 보고회(3년) 후편
"계속 들어왔으니까. ……어딜 가도 로제마인이 더 우수하다거나, 로제마인이 더 차기 아우브에 걸맞다거나……."
빌프리트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할아버님으로부터 양부님에게 시선을 옮겼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꽉 쥔 주먹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빌프리트가 다양한 감정을 삼키며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좀 전의 할아버님와 달리, 빌프리트는 평정을 잃지도, 목소리를 높이는 일도 없이, 말을 계속한다.
"로제마인을 에렌페스트에 잡아 둘 수 있는 영주 후보생은 그대밖에 없다. 이 약혼을 계속하는 것은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으로서의 의무다, 라고 말씀하셨던 약혼이 해소된 것입니까……."
담담한 빌프리트의 말투에서, 빌프리트에게도 나와의 약혼은 의무였나, 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어쩌면, 본인은 파혼하고 싶었는데, 그것을 아우브나 주위에서 제지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빌프리트 오라버님에게 있어, 이번 왕명은 마침 잘된 건가?
왕명에 의한 파혼으로, 빌프리트가 그다지 상처 입지 않고 끝난다면 그것이 제일이다. 나는 안이하게 생각하며, 살짝 안도의 숨을 토했다.
"그래서, 아버님. 에렌페스트의 차기 아우브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차기 아우브를 결정하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당면한 안건이 아니다."
빌프리트의 시선을 받은 양부님도 물끄러미 빌프리트를 마주보며 조용히 대답한다. 두 사람의 담담한 말투 속에는 금방이라도 뚝 하고 끊어질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파혼을 원하고 있었는데, 마침 왕명이 내려와서 잘 됐다, 라는 단순한 분위기는 아니다. 빌프리트가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 아플 정도로 느껴져서, 위 근처가 억지로 쥐어짜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샤를로테가 타령의 영주 후보생을 데릴사위로 데려와도 상관 없고, 멜키오르가 아우브를 목표로 해도 상관 없다. 플로렌시아의 뱃속의 아이가 될지도 모르고, 로제마인과의 약혼이 해소된 뒤에 그대가 목표로 해도 상관 없다."
"저, 아버님. 그건……."
샤를로테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남색의 눈을 크게 뜨고 빌프리트와 양부님을 번갈아 바라본다.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양모님이 방긋 미소지으며 천천히 입을 연다.
"샤를로테, 당신은 계속 참아왔습니다. 빌프리트를 구하기 위해, 로제마인의 입장을 굳건히 하기 위한 약혼에 의해, 영주 후보생인 당신은 아우브를 목표로 하려는 마음을 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겉으로 불평을 드러내는 일 없이, 자발적으로 두 사람을 지탱하고, 언제나 보좌하는 입장으로 있어 주었죠? 에렌페스트를 안정시키기 위해, 당신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었는지……."
양모님의 말에 샤를로테가 남색의 눈을 글썽였다. 자신의 노력과 그간의 고생을 이해받고, 위로받는 것에 기뻐하는 샤를로테의 모습에, 나는 샤를로테에 대한 고마움이 부족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눈치가 빠르고, 나를 위로해 주거나 지지해 주거나 했지만, 그런 샤를로테에게 나는 아무런 보답도 해주지 못했다.
……나란 언니, 못난 언니네.
아우브로는 남자가 우선되고, 바로 위에 빌프리트가 있고, 나 자신이 아우브가 되는 것에 관심이 없었기에, 샤를로테가 아우브가 되기를 원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생각이 미치치 못 했다.
……약혼을 결정한 것은 양부님이지만, 샤를로테에게 있어 나는…….
만약 샤를로테가 아우브가 되기 위해 노력해 왔었다면, 빌프리트를 구하고, 빌프리트와 약혼해, 차기 아우브로 내정될 기회를 빼앗아간 나는 정말로 방해되고 귀찮은 존재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샤를로테의 모습을 보았다. 샤를로테는 가만히 양모님을 바라보고 있어, 이쪽을 향하지 않는다.
"왕명에 의해 빌프리트와 로제마인의 약혼이 해소되면, 저는 샤를로테에도 선택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샤를로테가 차기 아우브가 되기를 원한다면, 결혼이 제한된 5년 이내에 자신의 부족함을 보완하고, 아우브·에렌페스트의 배우자로서 걸맞은 분을 찾아보세요. 로제마인이 중앙으로 가게 되면, 에렌페스트를 둘러싼 환경은 다시 크게 바뀌겠지요. 그 변화를 잘 지켜보며, 자신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선택을 하세요."
아우브를 목표로 해도 좋고, 장래 에렌페스트를 뒷받침하기 위해 상급 귀족과 결혼해 남는 것도 상관 없고, 타령으로 나가는 것이 에렌페스트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5년이 지난 후에 결혼을 통해 타령으로 나갈 수도 있다고, 양모님은 샤를로테에 몇가지 선택 사항을 알려주었다. 샤를로테는 기쁜 듯이 고개를 끄떡이며 양모님의 말을 듣고 있다.
"아버님 다음 아우브를 결정하는 것은 언제가 되나요?"
샤를로테의 질문에, 양부님은 한번 눈을 감았다.
"아까도 말했듯이, 나중의 일이다. 우선 1년 후, 정말로 입양이 해소될지 어떨지도 지금 시점에서는 단언할 수 없다. 거진 그렇게 되긴 하겠지만, 앞으로 1년 동안은 현상 유지다. 측근들에게도 말하지 말고, 계속 이 상태를 이어가게 된다. 부주의한 언행은 삼가도록."
꾸벅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에도 머리 속으로 다양한 생각이 지나가는 듯, 샤를로테는 양부님을 보고 있지만, 자신의 생각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로서는 차기 아우브를 결정하는 것은 나나 보니파티우스가 죽은 뒤로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전에는 로제마인을 에렌페스트에 잡아두기 위해, 그리고 로제마인을 차기 아우브로 만들고자 획책한 라이제강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약혼과 차기 아우브의 내정을 서둘러야 했지만, 이제는 천천히 해도 상관 없다. 보니파티우스는 인계역의 아우브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았으니, 그만큼의 시간을 두고 선택할 수 있다."
샤를로테가 눈동자를 밝게 빛내며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그런 샤를로테를 눈부신 듯이 바라보며, 양모님은 멜키오르에게 시선을 돌린다.
"멜키오르도 마찬가지입니다. 차기 아우브를 목표로 한다면, 그에 걸맞도록 노력하는 겁니다."
그런 양모님의 말을 들은 멜키오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기 아우브는……성인이 된 이후에 생각하겠습니다. 지금 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신전장이니까요. 지금은 기억해야 할 것이 많아서 정말로 바쁩니다. 게다가 로제마인 누님이 1년 후에 안 계시게 되는 걸요. 차기 아우브에 대한 것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차기 아우브보다 신전장의 업무를 우선하고 싶다는 멜키오르의 대답에 눈을 크게 뜬 양모님은 이내 부드럽게 웃었다.
"네, 그렇군요. 신전장으로서 기도하며, 가호를 늘리는 것도 앞으로의 아우브에게는 필요한 것이겠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확실히 해내며, 성인이 될 때까지 시간을 들여 자신의 장래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좋겠죠."
"네, 어머님. ……로제마인 누님, 앞으로 1년 간, 지도 잘 부탁 드립니다."
신전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결의가 드러난 멜키오르가 듬직해서, 나는 헤죽 표정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괜찮아요, 멜키오르. 저의 측근은 중앙으로 데리고 갈 수는 없기에, 신전에 남게 됩니다. 그들에게 상담하면 분명 힘이 되어 주겠죠. 그리고, 지금까지 교육한 켐퍼1와 프리타크2 등의 청색 신관도 멜키오르를 지원해줄 것입니다. 저도 모두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신전장의 책임을 다할 수 있었으니까요."
"……집무는 그들에게 맡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로제마인 누님같은 축복을 보내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신전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데, 라며 멜키오르가 조금 뾰로통한 얼굴이 되자, 양부님이 쓴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로제마인은 왕족이 데려가려 할 정도로 많은 마력을 가지고 있다. 목표로 하는 것은 좋다만, 멜키오르가 같은 것을 하는 것은 한참 무리다. 로제마인과 같은 것을 하겠다며 자신을 몰아넣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귀족원에서 마력 압축 방법을 배우고, 마력을 늘린 뒤에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양부님은 멜키오르을 타이른다.
"1년 동안, 로제마인은 신전 업무, 인쇄 업무 등 지금까지 하고 있던 일을 인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사이에 새로운 생활의 준비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상당한 큰일이 된다. 로제마인을 가능한 한 도와주거라."
"네!"
샤를로테와 멜키오르가 희망찬 얼굴을 하는 와중에도 빌프리트의 안색은 어둡다. 귀족다운 미소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한 마디도 꺼내지 않고, 딱딱한 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다.
"샤를로테, 멜키오르, 보니파티우스. 로제마인이 왕의 양녀가 되는 건은 모쪼록 누설 금지다. 타령에 알려지면 귀족원에서의 로제마인의 위험성이 치솟게 된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대들은 그만 퇴실하도록. ……이쪽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양부님은 그렇게 말하며 빌프리트를 바라본다. 세 사람은 걱정스러운 듯이 빌프리트를 본 후,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반납하고 퇴실한다. 양부님과 양모님과 빌프리트와 나만이 회의실에 남겨졌다.
"잘 참았구나, 빌프리트."
양부님의 말에 빌프리트는 분한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저는 할머님에게 자란 유일한 영주 후보생인데다, 흰 탑에 들어간 범죄자이기까지 해서, 원래라면 겨울에 숙청된 옛 베로니카파처럼 연좌 처분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입장입니다. 누구보다도 차기 아우브에 어울리지 않는 영주 후보생이기에, 로제마인과의 약혼이 해소되면 차기 아우브로는 있을 수 없다, 자칫하면 영주 후보생으로도 있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아버님은 그 때 말씀하셨죠. 이제 로제마인과의 약혼이 해소되면 저는 어떤 취급을 받는 것입니까?"
"……모르겠다. 그 때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버님!"
빌프리트가 고함을 지르며 쾅 하고 테이블을 내리친다. 예상 외의 노성과 큰 소리에 나는 무심코 움찔했다.
"저기, 파혼 이후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취급에 대해 알 수 없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요? 그 때라는건 언제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양부님과 양모님과 빌프리트 세 사람은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나는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올 장소를 착각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번 숙청에 의해 빌프리트는 후원자였던 옛 베로니카파를 잃었다. 라이제강의 세력이 강해져, 로제마인과의 약혼이 해소되면, 빌프리트는 차기 아우브가 되기 위한 싹을 꺾기 위한 여론에 의해 흰 탑에 유폐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현상 유지인 1년 동안 얼마나 라이제강을 억누를 수 있을지에 의해, 어떤 상황이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베로니카의 손에 자란 유일한 영주 후보생이며, 흰 탑에 들어간 범죄자가 차기 아우브가 된다니, 웃기지도 않는다, 처분하라, 라고 큰 목소리를 내는 라이제강계의 귀족이 있다고 한다.
"네? 페르디난드님과 제가 에렌페스트에서 나가며, 에렌페스트를 지탱할 마력이 부족해질 지도 모르는 때에, 성적 우수자에 영주 후보생인 빌프리트 오라버님을 처분하라고 말하는 건가요? 무슨 멍청한 짓을……. 라이제강이야말로 에렌페스트의 현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네요."
"……지나치게 솔직한 말투다만, 그렇다."
양부님은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토했지만, 빌프리트는 날카로운 시선을 나에게 향했다.
"본래 그 라이제강을 억누르는 것은, 라이제강의 공주인 그대의 일이 아닌가. 자신의 일을 방기하고, 그대는 무슨 태평한 말을 하는 건가?"
"에?"
눈을 깜빡이는 나와 노려보는 빌프리트 사이를 양부님이 끼어들어왔다.
"빌프리트, 그만해라. 신전에서 자란 로제마인에게 라이제강이 혈족이라는 의식은 희박하다. 오히려 보니파티우스나 칼스테드나 앨비라의 역할이며, 앞으로는 브륜힐데의 역할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버님! 저는 기원식 당시 라이제강에서, 로제마인과 나이가 같고, 제가 남자이고 친자식이라 아버님에게 후원받고 있을 뿐이고, 제가 없었으면 틀림없이 로제마인이 차기 아우브가 되었을 거라거나, 차기 아우브가 되겠다니 웃기지도 않는다거나, 스스로 사퇴할 정도의 식견도 없느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라이제강의 피를 이어받은 약혼자라면, 로제마인이 조금은 단속해 줘도 좋았을 것입니다."
그 외에도 매 년 최우수가 되고 있으니, 능력적으로도 로제마인이 영주 후보생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거나, 혈통에도 경력에도 전혀 흠결이 없으니 비교가 안 된다는 등 여러가지로 들었다고 한다.
"어째서 그런 말까지 들어가며 내가 아우브가 되어야 하는 건가? 그렇게까지 미움을 받고 있는 내가 라이제강의 협력을 얻어낼 필요가 있는 건가? 나는 이러한 비난을 일평생 참으며 살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죽을 때까지 그대와 비교되며, 귀족들로부터 그대 덕분에 아우브가 되었다고, 그대에게 은혜를 입었다는 말을 들어가며, 어릴 적의 추억을 그립게 떠올리는 것마저 죄스럽게 생각해야만 하는 건가?"
에렌페스트에 여러가지로 곤란한 일을 하고, 페르디난드를 박해하던 베로니카지만, 빌프리트에게 있어선 상냥한 할머니였고, 어렸을 적에 계속 길러준 사람이기도 하다. 흰 탑에 유폐되었더라도 그리워하는 일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 아렌스바흐로 가버린 페르디난드를 그리워하는 것과 같은 심정이라고 생각한다. "걱정하지 마라. 생각하지 마라" 라고 해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로제마인, 나는 자신보다도 숙부님을 걱정하고, 나를 돕기보다 숙부님을 돕는 것을 우선하는 그대의 남편으로서 살고 싶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다. 그대와 함께하며, 귀족들이 그대와 나를 비교하고, 그대에게는 숙부님과 비교되는 생활은 질색이다. 아무리 약혼의 마석을 만들라는 말을 들어도, 약혼자다운 선물을 하라고 해도, 숙부님과 비교될 것이 눈에 보여 할 수 없었다."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받은 부적들을 내려다본다. 아무래도 이것들은 남자의 프라이드를 크게 자극하는 것 물건인 것 같다.
……그래도 부적이라 뗄 수 없는걸.
"숙부님만 신경쓰는 그대와의 약혼을 계속하기 싫었던 때에, 나는 이미 라이제강의 지지를 얻고 있는 그대가 아우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아버님과 직접 담판했다."
빌프리트의 말에 나는 양부님을 보았다.
"전,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만……."
"당연하다. 그대가 들었으면 빌프리트와 약혼을 해소하려 했겠지? 그러나 그대는 차기 아우브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니, 약혼을 해소하면 왕족이나 상위 영지에 그대를 빼앗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에렌페스트를 혼란시킬 뿐이고, 누구에게 있어서도 손해가 될 것을 알 수 있는 이야기를 듣게 할 순 없었다. 그래서 그대들 두 사람이 공모해 파혼하는 일이 없도록, 측근들 전원이 제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말을 듣고 납득했다. 확실히 측근들부터 빌프리트와의 접촉을 방해받았던 듯한 느낌이 든다.
……나, 그런 시기에 걱정 올도난츠를 보낸건가. 약혼을 해소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때에, 의무니까 참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있던 때에, 매일매일 걱정 올도난츠가 날아오면 우울해 지겠네.
"아버님이 로제마인에게 차기 아우브가 되라고 명령하면 될 텐데, 내가 아무리 말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로제마인을 차기 아우브로 할 수는 없다. 차기 아우브는 그대다, 라고. 그리고 그대를 에렌페스트에 잡아두기 위해서는 나와의 약혼을 해소할 수 없다며, 선택한 것은 나니까, 책임을 지라고 말한 것이다."
빌프리트는 모르지만, 양부님도 아버님도 페르디난드도 평민 출신인 나를 아우브로 만들 생각이 없다. 그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나도 약혼에 대해 물어봤을 때에 빌프리트가 거절했으면, 혹은 1년 전에 페르디난드가 왕명을 받아 떠나기 전이었다면 약혼을 해소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빌프리트가 파혼을 원할 때는 너무나도 시기가 나빴다."
양부님은 지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파혼하게 되면, 나를 왕족이나 상위 영지에 빼앗길 것은 확실하고, 숙청으로 인해 라이제강의 세력이 강상해진 상태에서는 빌프리트의 신변도 위험하다. 모처럼 폐적에서 구할 수 있었고, 노력을 거듭하며, 지금은 영주 후보생으로서 우수자가 되고 있는데, 이제와서 빌프리트를 흰 탑에 유폐시킬 수도 없다, 라고 말한다. 나도 빌프리트가 그런 취급을 당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아버님은 아우브·에렌페스트로서 로제마인을 놓치는 선택은 할 수 없다고, 약혼은 의무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 때 말씀하셨죠? ……제게 그렇게까지 말하며 참아야 한다고 하셨는데도, 로제마인이 왕의 양녀가 된다는 것은 대체 무슨 말인가요? 그리고 앞으로 1년간 현상 유지로서 약혼자 역할을 계속하라는 것입니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얼굴로 1년을 보내고, 로제마인은 왕족이 되어 에렌페스트를 버리고 가는데, 저는 차기 아우브도 아닌 채로, 남은 라이제강의 화살을 뒤집어 써야 하는 것입니까?"
빌프리트의 비통한 외침이 가슴에 사무친다.
한번 입을 다문 빌프리트가 꾸욱 하고 이를 악물고는, 쿵 하고 또다시 테이블을 두드렸다.
"……웃기지 마! 아버지가 결단만 내렸으면, 로제마인은 왕의 양녀같은 건 되지 않았어!"
차기 아우브로 내정하기만 했다면, 왕족의 요망도 거절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빌프리트가 외친다. 하지만, 이번엔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취득이 얽혀 있기 때문에, 설령 내가 차기 아우브였더라도 왕족의 요망을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로제마인이 차기 아우브가 되어 파혼한다면, 나는 자유였다. 라이제강은 저들의 소망이 이뤄진 것에 만족하고, 내가 살든 죽든, 영주 후보생이든 뭐든,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로제마인이 왕의 양녀가 되어 없어진다면, 에렌페스트는 무엇을 어떻게 해도 혼란해진다. 나는 대체 어떻게 하면 좋다는 건가!?"
앞이 보이지 않고, 자신의 입장이나 목숨까지 잃을 가능성이 있으니, 몹시 불안할 것이다. 그것은 알 수 있다. 양부님이 자신을 응시하는 심록의 눈으로 빌프리트를 바라본다.
"……좋을대로 살면 된다, 빌프리트."
"네?"
"차기 아우브가 될 것이 아니라면, 라이제강을 억누르는 것은 딱히 그대의 일이 아니다. 일부러 표적이 되러 가지 않아도, 나나 브륜힐데, 그리고 차기 아우브를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 맡기면 된다. 영주 일족으로서의 책임만 잊지 않는다면, 차기 아우브로서의 쓸데없는 책임 같은 것은 질 필요 없겠지."
그런 짐은 그런 역할을 맡으려는 사람에게 내던져 버려라, 라는 양부님의 말에, 빌프리트는 새총 맞은 비둘기 같은 표정을 지었다.
"1년 후, 로제마인과의 약혼이 해소되면 그대는 자유다. 보니파티우스처럼 영주 후보생으로서 에렌페스트를 지탱할 수도 있고, 5년 후에 타령에 데릴사위로 나갈 수도 있다. 지금 에렌페스트에 부족한 기베가 되는 것도 좋고, 로제마인처럼 에렌페스트에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도 상관 없다. 기사 코스 중에 좋아하는 강의를 수강하고, 보니파티우스나 페르디난드처럼 기사단장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로제마인과 비교되지 않는 상태로, 차기 아우브를 목표로 하고 싶다면 목표로 하면 된다."
양모님이 샤를로테에게 길을 제시한 것처럼, 양부님이 빌프리트에게 장래에 대해 떠오르는 것들을 말해간다.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뭐가 되고 싶은가요?"
"……나는……뭐가?"
"1년 동안은 현상유지라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사이, 저와의 약혼이 해소된 뒤에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하며 지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무엇을 하더라도 준비는 필요한걸요. 그러니, 1년을 유효하게 이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나의 제안에 빌프리트는 "나에게 그대의 약혼자 역할 같은 건 무리다" 라고 회의적인 시선을 향해온다.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저를 약혼자로 볼 수 없었던 것처럼, 저도 빌프리트 오라버님을 약혼자로 볼 수 없었습니다. 약혼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약혼자니까 이래라 저래라 라는 말을 듣는 것이 솔직히 정말 고통이었습니다."
바라던 약혼도 아닌데 주위에서 사랑의 이야기를 강요하는 것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약혼자같은 행동을 강요받는 것도, 결코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도 앞으로 1년 동안, 남매로서라면 지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약혼자는 무리지만, 그럭저럭 사이좋은 남매라면 지금까지도 해왔던 것이다. 나는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남매여도 싫은가요?" 라며 손을 내민다.
잠시 내 손을 바라보며 생각하던 빌프리트가 훗 하고 표정을 풀고 내 손을 잡았다.
"……그렇지. 나도 약혼자로서 그대와 함께 있는 것은 고통이었다만, 누이로서의 그대라면 딱히 아무렇지도 않다. 이전과 같이 지내며, 앞날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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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난산이었습니다.
모두가 각각 자신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에렌페스트의 차기 아우브는 바로는 정해지지 않습니다.
약혼자로서는 궁합이 나쁜 빌프리트와 로제마인이지만, 남매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측근들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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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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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장하다 빌프리트. 기특하다 샤를로테.
빌프리트가 이상한 폭탄을 터투리지 않아 정말 다행입니다. 자포자기한 나머지 옛 베로니카파나 아렌스바흐와 이상하게 얽혀서 반역 비슷한 짓을 저지르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기우로 끝나 안심했습니다.
그나저나 마인이는 재고의 여지도 없이, 완전히 에렌페스트를 떠나는 분위기네요.
이제 에렌페스트에는 더 이상 마인이가 필요 없다고 하는 것 같아, 조금 눈물이....
아. 그리고 용어 수정이 있습니다.
! 라이제강(ライゼガング) -> 라이제강(Leisegang)
으로 수정합니다.
Kämpfer (전사, 투사)
freitag (금요일)
책벌레의 하극상 5부 95화. - 측근들의 선택 -
측근들의 선택
뭔가 여러가지로 불합리한 말도, 반박하고 싶은 말도 들었지만, 일단 빌프리트가 폭발하긴 했어도, 1년의 현상 유지를 받아들여 준 것에 안심했다. 이후는 빌프리트가 어떤 길을 택하든, 양부님과 양모님이 지켜봐줄 것이다.
"그럼 저도 방으로 돌아갈게요. 측근들이 자신의 처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이야기 해 둬야 하니까요."
"아아, 그렇군. 이름을 올리지 않은 미성년은 부모의 허가가 필요하다. 1년은 현상 유지인 것, 그리고 정보 누설의 관점에서 기본적으로는 두고 가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지. 꼭 그대를 섬기겠다고 한다면, 성인이 된 이후에 중앙으로 가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양부님의 말에 끄덕이고 문으로 나가려고 한 걸음 내디뎠을 때, 물어보려던 것을 떠올렸다.
"……저, 양부님."
"뭔가?"
"전, 페르디난드님에게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만, 괜찮은가요? 아니면 아직 삼가야 하나요?"
현상 유지라도, 빌프리트와 약혼자로서 행동할 필요가 없다면 편지 정도는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양부님은 "주위에서 이렇게까지 말을 들어도 아직 페르디난드인가?" 라며 질려버린 듯한 얼굴이 되었지만, 아렌스바흐에 보내기 전에 내용을 확인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해 주었다.
"……그대는 정말 숙부님을 좋아하는군."
나와 함께 문으로 향하는 빌프리트가 한숨을 섞어 그렇게 말했다.
"좋아하기야 좋아합니다만,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베로니카님을 소중히 생각하고 걱정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세례식 이전부터 돌봐주신 가족과 같은 스승이 왕명에 의해 쉽게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되어, 가까이 가니 회복약 냄새에 절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약을 상복하며, 과중한 집무를 해야 하는 환경으로 간 것인걸요. 걱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영지 대항전 때 다과회실에 머물렀을 때에도 회복약 냄새가 났었죠? 라고 내가 말하자, 빌프리트가 조금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숙부님에게선 언제나 약 냄새가 나고 있으니, 조합으로 배인 냄새인지, 상복하며 나는 냄새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네? 구분할 수 없는 건가요?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직접 조합할 기회가 너무 적지 않나요? 조합시와 상복시의 약 냄새 정도는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해 두지 않으면, 필요한 때에 필요한 물건을 조합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요?"
회복약도 부적도 만들 수 없으면 곤란하지 않겠냐고 내가 말하자, 빌프리트는 엄청 싫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로제마인, 이것은 오라비로서의 충고다만, 그대는 상식이 이상하다. 보통의 영주 일족은 스스로 조합하는 일이 거의 없다."
"네? 페르디난드님은 언제나 직접 약이나 부적을 만들어 주셨습니다만……."
"숙부님은 취미가 연구나 조합이다. 영주 일족의 상식이 아니다."
너무나 당연한 얼굴로 말해서, 나는 자신의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재차 확인한다.
"그런……. 그럼, 일단 측근에게도 알려두긴 해도, 자신의 약 정도는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은 상식의 범위에 들어가나요?"
"만들 수 있으면 좋고, 배워두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일상적으로 만드는 것은 문관의 일이지 않나?"
페르디난드는 신전의 공방에 홀로 틀어박혀, 유스톡스를 들이는 경우가 없었고, 유스톡스가 일상적으로 약을 운반해 오기도 했다. 자신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약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아니었던 것 같다.
……역시 페르디난드님의 기준이 이상했던 거야!
이세계의 상식에, 평민 시절의 상식이 겹치면서, 가뜩이나 나의 상식은 이상하게 어긋나 있었는데, 귀족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던 페르디난드의 기준이 보통에서 어긋나 있었다니.
……아니, 전부터 좀 수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확실히는 듣지 못했는걸.
"도대체 무엇을 위해 문관인 측근이 있는 것인가?"
"저의 문신의 주 업무은 신전의 집무와, 책의 사본과, 귀족원에서 이야기를 모으는 것과, 신작을 쓰는 것이네요. 약이나 부적 만들기는 어려운 작업이고, 페르디난드님의 레시피를 쉽게 외부로 흘릴 수도 없는데다, 회복약의 조합엔 상당한 마력이 필요하니까요."
피리네와 로데리히가 내 회복약을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마력적으로도 어렵고, 할트무트는 신전 업무를 우선해 주었으면 한다.
"문관에게 조합할 기회도 주는 것이 좋다. 명색이 영주 일족의 측근인데, 실기 점수가 너무 낮다는 결과가 되지 않았는가?"
"……하급 귀족과 중급 귀족이라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조금 재고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서류 작업은 두말할 것 없이 우수하지만, 조합이나 마력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피리네나 로데리히에 의존하려 했던 적은 없다. 나 자신이 문관이기도 하므로, 조합은 기본적으로 직접 해왔는데, 조금 인식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로제마인님."
샤를로테들은 나왔는데, 나는 좀처럼 나오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던 듯한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함께 있는 빌프리트에게 조금 경계의 시선을 항하며, 나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눈치채고, 조금 머쓱한 기분이 되었다.
"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므로, 측근을 전부 불러주시겠나요? ……오틸리에, 브륜힐데에게도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모인 측근들을 마주보았다.
"그대들에게는 자신의 처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기에 가르쳐 드립니다만, 이것은 극비 사항입니다. 결코 외부로 누설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네."
모두의 대답을 확인하고, 나는 입을 연다. 딱 1년 후, 내년의 영주 회의에서 영주의 입양을 해소하고 왕에게 입양되어 중앙으로 가게 되었다는 것을 알린다.
"왕족의 사정으로 무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일단은 중앙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갑작스런 일에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할트무트만은 마치 예상했다는 듯한 얼굴로, "빌프리트님은 어떻게 되나요?" 라고 묻는다.
"아우브의 입양을 해소한 시점에서 파혼하게 됩니다. 앞으로 1년 동안은 현상 유지입니다."
"그것을 받아들이신 건가요……."
할트무트가 조금 의외라는 듯한 얼굴이 되었다. 빌프리트가 받아들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나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할트무트에게서 브륜힐데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아우브의 둘째 부인이라는 선택을 한 브륜힐데는 어떻게 생각해도 중앙으로는 갈 수 없다.
"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라며 양부님의 둘째 부인이 될 결의를 한 브륜힐데에게는 미안합니다만, 에렌페스트에서 머리 장식이나 식사와 같은 유행을 거리의 직인과 함께 지키고, 아울러 당신이 생각한 새로운 유행도 함께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전부 평민에게 맡기면 된다던 브륜힐데는 아무리 평민이라도 명령하면 뭐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민 상인들과의 회합에 참석해, 서로의 사정을 조정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저는 저 스스로 결의한 것이기에 상관 없습니다. 에렌페스트를 위해 전력을 다할 뿐입니다. 하지만 베르틸데는 어쩌죠?"
"이 겨울에 한번 제가 정식 근시 견습으로 다루며, 에렌페스트에 남는 측근들과 똑같이 취급할 수도 있고, 봄부터 브륜힐데를 섬기기 때문에, 겨울은 저와 브륜힐데 아래에서 경험을 쌓는 형태로도 할 수 있습니다. 베르틸데의 경력같은 것을 생각해, 언니인 당신이 그녀를 이끌어 주세요. ……측근 외에는 정보를 흘릴 수 없으니, 어려운 일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만요."
"알겠습니다."
교육을 위해 드나들고 있긴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측근이 되지 않은 베르틸데는 이곳에 없고, 사정도 알릴 수 없다. 브륜힐데에게 대응케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절대로 남을 것을 알고 있는 브륜힐데와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불안해 보이는 측근들을 둘러보았다.
"이름을 올린 미성년은 현 정세에 에렌페스트에 놓아둘 수 없기에, 왕족에게 중앙으로의 수용을 허가 받아 두었습다. 그 이외의 미성년에 대해서는 무었을 하더라도 부모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에렌페스트에 남아, 희망자는 성인이 된 이후에 중앙으로 오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이름 올린 사람들을 한 명씩 바라본다.
"즉, 로데리히, 마티아스, 라우렌츠, 그레티아의 이름을 올린 네 명은 함께 중앙으로 가겠습니다. 처음부터 엘비라에게 이름을 바치고 싶다던 뮤리에라 이외는 모두 평생 돌볼 각오로 이름을 받았습니다. 당신들의 목숨을 맡은 이상, 두고 갈 생각은 없습니다."
내 말에 마티아스가 조금 표정을 풀었다.
"감사합니다. 일생 따를 각오로 이름을 바치고 있었기에, 이름을 되돌려주겠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부모가 간섭할 수 없게 되는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로데리히도 그레티아도 안심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라우렌츠만은 그렇지 않았다.
"고아원에 있는 동생이 걱정됩니다만, 이름을 바친 이상 주인의 말에는 따르겠습니다."
"……역시 벨트람을 데리고 가는 것은 무리겠죠. 세례식을 하기 전에 데려가 버리면 귀족이 될 수 없고, 세례식을 마쳤다 해도, 귀족원에 들어가 정식 견습이 될 수 있는 나이도 아닌 어린 아이를 저의 측근으로 할 수는 없으니까요."
여러가지 의미로 에렌페스트보다 위험도가 증가하는 중앙인데, 보호자도 없는 세례식 직후의 아이를 데려갈 수는 없다.
"저의 후임으로 멜키오르가 신전장이 될 예정입니다. 저의 신전쪽의 근시도 멜키오르에게 배속시킬 예정이니, 고아원의 취급이 갑자기 나빠지진 않겠죠."
"배려에 감사 드립니다."
라우렌츠가 두 팔을 교차시키고 무릎을 꿇었다. 이야기가 일단락 된 것을 느낀 듯한 로데리히가 가볍게 손을 들고, "중앙으로 이동했을 경우, 귀족원에서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라고 질문했다. 그것은 미성년의 측근들에게 있어 가장 신경쓰이는 일일지도 모른다. 피리네가 조금 몸을 내밀었다.
"중앙 귀족의 아이들은 귀족원에서는 부모의 출신 영지에 소속되는 것은 알고 있죠? 그와 같이, 저의 측근으로서 중앙으로 간 미성년은 귀족원에 가는 기간은 에렌페스트의 기숙사에서 지내게 됩니다. 정보 교환이라는 측면에서도 활약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로데리히와 그레티아가 안심한 듯히 고개를 끄덕이고, 피리네가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는 듯 뺨에 손을 올린다. 거기에 스윽 하고 할트무트가 한발 앞으로 나왔다.
"로제마인님, 부디 제 이름도 받아 주십시오."
"할트무트, 제가 바라지 않는다면 바치지 않겠다고 이전에 말하지 않았었나요?"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네?"
"로제마인님이 중앙으로 이동한다는 중요한 국면에, 곧바로 데려가겠다고 하신 것이 이름을 올린 사람이었기에, 저도 거기에 들어가고 싶다고 절실히 생각했습니다."
처음에 꼽힌 사람 가운데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이 불만이어서 이름을 올리겠다고 할 줄은 몰랐다. 예상 밖의 말에 나는 황급히 이름 올리기를 포기시키려고 입을 연다.
"저기, 저기요. 할트무트. 이름을 바친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없고, 할트무트에게는 선택권이 있다는 것이지, 우선도 같은 것은 딱히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할트무트에는 무조건적인 신뢰라고 할까, 확신이 있다고 할까……그……."
할트무트가 따라오지 않을거라는 생각은 아예 머리에 없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고, 조금 말을 흐린다. 할트무트는 상쾌한 미소를 띄우며, "그 무조건적인 신뢰가 함정입니다" 라고 한다.
"아우브·에렌페스트도 다른 귀족들도 곤란해질 것이 눈에 보이는 이상, 로제마인님은 현 에렌페스트에서 너무 많은 인원을 데리고 가는 것을 좋다고는 안 하시겠죠? 그리고 저는 무조건적인 신뢰를 방패로, 로제마인님이 소중히 여기시는 신전, 도서관, 상인들을 지키기 위해 에렌페스트에 남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확실히 남아주면 마음이 든든할 거라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할트무트가 남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라고 말하기에 앞서, 할트무트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나의 손을 잡았다.
"언제 어떤 때에도, 어느 누구에게도 거리낌 없이 로제마인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부디 저의 이름을 받아 주십시오. 반드시 당신의 도움이 되겠다고 맹세합니다."
"그런 건 클라릿사에게 말해주세요! 약혼자 앞에서 할 말이 아니죠?"
내가 손을 떼고 클라릿사를 가리키자, 클라릿사는 잽싸게 할트무트의 옆에 무릎을 꿇고, 반짝거리는 푸른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저도! 할트무트의 이름을 받는다면, 제 이름도 받아주세요, 로제마인님!"
……어? 어째서 그런 반응!?
"클라릿사, 이름을 바친다는 것은 그렇게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두 사람은 부부가 되니, 제가 아니라, 서로에게 이름을 바치며 사랑을 맹세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약혼자 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이름을 바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내가 지적하자, 두 사람은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을 마주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네? 할트무트에게 이름을 바치는 건가요? ……그런 건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클라릿사에게 진심으로 동의합니다. 클라릿사에게 이름을 바치더라도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둘이 함께 로제마인님에게 이름을 바치는 것이 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어머, 그거 멋져요!"
……어디가!? 이봐요, 어디가 멋진 건데!? 전부터 생각했었는데, 이상하다구, 둘 다!
혹시 빌프리트에게 지적받았던 것처럼, 나의 상식이 잘못되어 있는 걸까? 너무나도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어, 조금 자신이 없어졌다.
"오틸리에, 저기, 이 두 사람의 반응은 귀족의 상식의 범위에 드는 건가요? 약혼자 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이름을 바치겠다고 하거나, 둘이서 같은 주인에게 이름을 바치면 서로 이어지는 기분이 되거나 하는 건가요?"
나는 아들과 그 약혼자를 말려주세요, 라고 오틸리에게 도움을 청하며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을 보던 오틸리에는 3초 정도 말 없이 미소지은 뒤,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귀족의 상식은 아닙니다. 로제마인님이 잘못된 것이 아니니 안심해 주세요. 다만……영주 회의 기간 동안, 로제마인님의 곁에서 모시고 있던 시간이 적었던 것과, 두고 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 때문에 감정이 고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매우 죄송합니다만, 로제마인님. 이름을 받고 받지 않고에 상관 없이, 이 둘은 로제마인님이 데려가 주십시오."
오틸리에는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한 얼굴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데려가지 않아도 따라올 것 같은 건, 분명 기분 탓이 아니다.
"저는 남편도 있으니 중앙에 함께 갈 수 없습니다만, 그 두 사람은 어디까지라도 따라가겠지요. 폭주할 때를 대비해 이름을 받는 것도 하나의 수단일지도 모릅니다."
이 두 사람을 함께 단속하는 건 뼈가 휘는 일이니까요, 라며 미소짓는 오틸리에를 귀족의 기준으로 생각해도 괜찮은 걸까. 내 주위에 상식인이 있기는 한 건지, 몹시 불안해진다.
"오틸리에, 어머니가 그런 말을 해도 괜찮나요? 이름을 바치는 것은 목숨을 바치는 것과 같은 거죠?"
"……이름을 바쳐도, 바치지 않아도, 두 사람의 언동은 변하지 않을 거라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으니, 로제마인님이 다루기 쉬운 방법을 취하시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요? 둘 다 성인이고, 자신의 발언의 책임은 자기가 질 나이죠. 입회인이 필요하다면 불러주십시오."
"네?"
……던졌다! 오틸리에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아 모드로 되었어!?
이 두 사람의 고삐를 잡고 있던 오틸리에가 체념해 버린 것은 큰 오산이다. 내가 쭈뼛쭈뼛 아래로 시선을 돌리자, 할트무트가 정말로 기쁜 듯이 등색의 눈을 빛내고 있었다.
……피,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런 눈으로 바라보니 무척이나 말하기 어렵다.
"어머님의 허가도 나왔으니, 꼭 이름을 받아 주십시오. 이미 소재는 모여 있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만들어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아아아아! 왠지 이름 올리기가 억지로 밀여붙여지고 있어! 나, 거부권은 없는 거야!?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측근들 중 누군가가 말려주지 않을지, 구원의 손길을 찾아보지만,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코넬리우스, 다무엘."
"로제마인님의 몸에 위험이 닥친 것도 아닌 상황에, 이름 올리기와 같은 개인적인 일에는 참견 할 수 없습니다. 받지 못하시겠다면, 단호히 거절하시면 됩니다. 고민되신다면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위에 피해가 줄어드니까요."
어깨를 움츠린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옆에서, 다무엘도 나를 돕는 것이 아니라 할트무트의 이름을 받기를 권한다.
"코넬리우스의 말처럼, 가급적이면 할트무트의 이름을 받아 주시는 것이 측근들로선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주위에 피해가 있었나요?"
"이름을 올린 측근들에게 할트무트가 조금 질투했던 것 뿐입니다. 대단한 건 아닙니다."
……할트무트, 그런 짓을 했었어!?
"코넬리우스, 로제마인님에게 쓸데없는 말을 들려드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사실이잖습니까. 그리고 저는 로제마인님이 이름을 받아 주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만."
할트무트가 방긋 웃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도 방긋 웃는다. 검은 미소를 띈 둘은 어쩐지 굉장히 사이가 좋은 것처럼 보인다. 어느 누구도 부정하고 있지 않으니,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말한 것은 사실이겠지.
"알겠습니다. 받겠습니다. 받으면 되잖아요."
"언제 가져다 드릴까요? 역시 빠르게 하는 것이 좋겠죠."
"로제마인님 저의 이름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다행입니다, 정말로……."
"이제 조금은 차분해 지지 않을까?"
내가 승낙하자 할트무트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두가 기뻐했다.
……이름 올리기라는게 이런 분위기로 하는 거였나? 아니지? 내가 이상한게 아니지?
더 이상 자신을 믿지 못하겠어, 라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피리네가 "로제마인님 저의 이름도 받아주세요" 라며 앞으로 나온다.
"저는 로제마인님에게 이야기를 바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그리고 메스티오노라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전, 그 때 자신이 섬길 주인을 정했습니다. 게다가 에렌페스트에 남으면 친가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름을 바쳐야만 따라갈 수 있다면 바치겠습니다. 그러니 저도 중앙으로 데려가 주세요!"
연록색의 눈동자를 똑바로 나에게 향하며, 피리네는 그렇게 말했다. 피리네의 각오를 다진 얼굴은 지금까지 몇 번 본 적이 있다. 스스로 자신의 길을 필사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피리네의 결의가 굳은 것은 알지만, 바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
"피리네, 콘라트는 어떻게 할 건가요? 이름을 바치고 있는 라우렌츠와는 달리, 당신에게는 선택권이 있어요."
피리네는 표정을 굳히고, 한번 입을 다문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콘라트를 사들일 생각입니다. 세례 전의 지금이라면 어머님의 유품을 팔면 살 수 있겠죠."
"피리네의 각오와 두고 가기 싫다는 기분은 알지만, 중앙에 콘라트를 데리고 가서 어떻게 할 건가요?"
콘라트는 남자다. 측근이고 문관 견습인 피리네의 방에는 둘 수 없다. 너무 어려서 중앙에서 하인으로 일할 수도 없다. 콘라트가 고아원에 있는 지금도 옷은 주위에서 물려받은 것을 입고 있고, 귀족원에서 필요한 학용품이나 마석 같은 것을 준비하는데에도 고생하고 있는 피리네에는 콘라트의 의식주를 감당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건……."
피리네가 도움을 구하듯이 나를 보았다. 그러나 나는 이미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고 페르디난드에게 혼났던 적이 있다. 더 이상 피리네를 편애하며 콘라트의 뒤를 봐줄 수는 없다. 고아이며, 평민이 된 콘라트를 중앙으로 데려간다 해도, 그것이 행복으로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결론을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콘라트가 무엇을 바라는지도 듣고, 그런 이후에 결론을 내려도 늦지 않겠죠. 1년 동안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네."
피리네가 어깨를 떨어뜨리고 물러난다.
"로제마인님, 저도 생각할 시간을 부탁드립니다. 함께 간다 하더라도 결혼 전에 가는지, 결혼 후에 가는지에 의해 취급이 바뀌고, 그 때문에 여름에 결혼하는 것이 좋을지 어떨지와 같은,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이 있습니다."
에크하르트 형님으로부터 저택을 물려받았고, 결혼 준비를 하고 있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그렇게 말했다. 레오노레는 "저는 코넬리우스를 따르겠습니다" 라며 미소짓고 있다. 사이 좋아 보이니 다행히다.
……아, 그리고 아버님과 어머님에게도 보고하지 않으면.
내가 처음에 "차기 첸트 후보입니다" 라고 선언했을 때에 아버님은 있었고, 에렌페스트의 입양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아버님의 동의가 필요하니, 사정은 알려두고 있다. 하지만 어머님에게까지 이야기가 전해져 있는지, 혹은 전해도 좋을지는 알 수 없다.
……인쇄 업무의 인계도 있으니 내가 중앙으로 간다는 것만은 전해 두고 싶은데.
양부님에게 다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레오노레로부터 어느새 거리를 두고 있는 다무엘에게 시선을 향한다.
"다무엘은 어떻게 할 건가요?"
나로서는 여러가지 사정을 알고 있는 다무엘이 함께 와주었으면 하지만, 에렌페스트에서도 하급 귀족이라는 것으로 고생하고 있었으니, 강요할 수는 없다. 아랫마을의 병사들에게는 의지받고 있고, 여기서 아랫마을을 지키는 선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바로는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저도 좀 더 생각하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유디트는……?"
나는 유디트에게 시선을 돌린다. 유디트는 조금 슬픈 듯이 미소지었다.
"저는 에렌페스트에 남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킬른베르가로 돌아갔을 때, 아버지로부터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으니까요. 성인이 되어 중앙으로 나갈 허가를 얻을 수 없을 것이고, 이름을 올리고서까지 따라갈 용기는 없습니다."
미성년은 무엇을 하더라도 부모의 허가가 필수적이다. 결혼도 부모가 결정한다. 그리고 가정에 사정이 있거나,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있거나 하는 것도 아닌 유디트에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목숨을 맡기는 결의가 간단할 리가 없다. 귀족원에서의 유디트와 테오도르의 모습을 보면 사이 좋은 가족인 것을 알 수 있다. 집에서 나가게 되는 일은 할 수 없겠지.
"유디트는 어딘가 죄악감 같은 것을 느끼는 것 같지만, 미성년이 남는 것도, 부모의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것도, 이름을 올릴 수 없는 것도 보통입니다. 할트무트와 클라릿사가 이상한 겁니다."
내가 그렇게 단언하자 유디트는 할트무트와 클라릿사를 보고 납득한 얼굴이 되었다.
"브륜힐데도 오틸리에도 남게 됩니다. 남는다는 선택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유디트도 에렌페스트에 남아 브륜힐데의 힘이 되어 주세요."
"네!"
어깨의 힘이 빠진 유디트의 밝은 미소에 나는 안도의 숨을 토한다. 리제레타가 툭 하고 유디트의 어깨를 두드리며 "같이 힘내요" 라며 미소지었다.
"저는 집안을 이을 딸이고, 이미 빌프리트님의 측근과도 약혼하고 있습니다. 간단히는 에렌페스트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로제마인님이 중앙으로 간 이후엔 브륜힐데의 근시로서 섬기고, 로제마인님을 위해 에렌페스트의 책을 보내드리는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리제레타가 그렇게 말하며, 이제 안젤리카만이 남았다.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안젤리카에게 향한다.
"안젤리카는 어떻게 할 건가요?"
"로제마인님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안젤리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에게 대답을 요구한다.
……아니, 질문하는거 나니까. 안젤리카의 인생의 선택이지!?
여전히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안젤리카의 모습에 머리를 안고 싶어지고 있자, 리제레타가 쿡쿡 웃었다.
"언니는 로제마인님과 중앙으로 가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해요."
"리제레타."
"언니가 정말로 보니파티우스님과 결혼하게 되는 것 보다는 부모님들도 안심할 것이고, 중앙 기사단은 에렌페스트의 기사단보다 훨씬 강하니까요."
"가겠습니다."
리제레타의 말에 안젤리카는 즉답했다. 그래도 좀 더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안젤리카의 결혼 상대를 정하기 위해 아버님과 어머님이 일족 회의를 열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트라우곳과 결혼시킨다거나, 할아버지님과 결혼한다던가, 그건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안젤리카, 하지만, 결혼은……."
"못해도 딱히 문제는 없고, 로제마인님 말고 제가 모실 수 있을 분이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당당한 얼굴로 할 말이 아니야!
"로제마인님, 입양을 해소하는 이상 한번 집에서 이야기를 하게 되겠죠? 그 때에 부모님과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안젤리카의 결혼이 얽힌 이상, 안젤리카 독단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제안에 따라, 나는 안젤리카의 동행에 관해서는 아버님과 어머님에게도 의견을 묻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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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길어져 버린 것은 할트무트가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호시탐탐 이름 올릴 기회를 살피고 있던 할트무트.
오틸리에는 이제 포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선택. 물론 간단히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음은 아버님과 어머님이랑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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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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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할트무트와 클라릿사 콤비는 언제 봐도 즐겁네요.
당황하는 마인이도 귀엽습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96화. - 칼스테드 집에서의 이야기 전편 -
칼스테드 집에서의 이야기 전편
대강 의견을 들었으니, 일단 측근들은 해산해 일상 업무로 돌아간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아버님을 통하더라도, 혹은 양부님에게 직접 접견을 청하더라도 상관 없습니다만, 어머님에게 제가 왕의 양녀가 되는 것을 말씀 드려도 되는지 물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섣불리 문서를 보내면 다른 문관이 훑어볼 수도 있다. 사정을 알고 있고, 양부님뿐만 아니라 아버님과도 연락이 닿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부탁하는 것이 제일일 것이다.
"양부님의 양해가 얻어지면, 아버님, 어머님과 이야기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해 주세요. 안젤리카의 중앙 이전에 대해 상의하고 싶습니다."
"알았어. 이쪽 일은 맡겨 둬, 그리고 로제마인은 이제 쉬는 게 좋겠어."
"네?"
그런 말을 들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눈을 깜박이고 있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다무엘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많이 지친 것 아냐? 안색이 안 좋다고 좀 전에 다무엘이 걱정하고 있었으니까."
"다무엘이?"
영주 회의에서 돌아온 뒤로 전혀 여유가 없었으니, 이제 그만 쉬는게 좋겠다고 말하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방을 나간다. 근시들이 아무 말 없었으니, 딱히 컨디션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된 나는 문 앞에 서 있는 다무엘에게 다가갔다.
"다무엘, 저, 안색이 나쁜가요?"
"……안색이라기보다는 자세랄지, 움직임이라고 할지……. 그리고, 그……."
엄청나게 말하기 곤란한 듯이 말을 흐린 뒤에, 다무엘은 몸을 굽히고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신전에서 페르디난드님의 뒤를 따라다니던 때와 같은 정서적 불안함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쓸데없는 참견이었다면, 죄송합니다."
"……다무엘에게 눈치채일 줄은 몰랐어요."
아우브 일가의 가족적인 모습을 보고, 정말 누군가에게 어리광 부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 때문에, 분명 신전에서 첫 겨울나기를 했을 때와 같은 기분이 되었던 걸지도 모른다.
"비밀방에서 페르디난드님에게 편지를 쓰겠습니다."
"그것은 내일로 하고 쉬어주세요.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페르디난드님에게 꾸중을 들을 거에요."
리제레타가 잔소리 슈밀을 정위치인 난로 위에서 가져와 작동시킨다. "근시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라고 하는 소리에, 어쩐지 몸의 힘이 빠진다. 다른 잔소리도 들으려고 하자, 리제레타가 슈밀을 도로 가져갔다.
"잘 준비를 하죠, 로제마인님. 잔소리 시간은 나중입니다."
잠깐 방심한 사이에 취침할 준비를 끝내버린 리제레타는 나를 잔소리 슈밀과 함께 침대로 던져넣었다. 리제레타는 슈밀 인형의 취급에 대해 남다른 견해가 있는 건지, "이렇게 자면 좋아요" 라며 나의 팔에 안기고, 각도나 위치 등을 세심하게 조정하고, 해냈다는 듯이 만족한 얼굴로 몇번 끄덕이고는 캐노피 커튼을 치고 떠난다.
그날 밤은 리제레타가 말한 대로 잔소리 슈밀을 안고 잤다. 잠들 때까지 계속 잔소리였기에, 어쩐지 도서관의 비밀방에서 "참 잘했다" 를 듣고 싶어져 버렸다.
다음 날은 리제레타가 쉰다. 중앙으로 따라가는 근시가 그레티아 한 명이기 때문에 오틸리에에 의한 인계와 교육이 시작되고 있는 것을 곁눈으로 보며, 나는 비밀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로제마인님. 저의 이름을 받아 주십시오."
"정말로 하룻밤 새에 준비한 건가요……."
할트무트가 "상쾌하다" 와 "기분 나빠" 사이에 걸쳐 있는 듯한 미소와 함께 이름의 돌을 내민다. 참관인인 오틸리에가 슬쩍 시선을 피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참관인이 눈을 피하지 마! 나는 정면으로 보고 있는데!
모두가 고통스러워 하는 이름 올리기었지만, 나의 마력에 묶이면서, "이것이 로제마인님의 마력인가요" 라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 할트무트가 너무 무서워서, 나는 울상이 되어가면서 단번에 마력을 쏟아, 되도록 빨리 이름 올리기를 끝냈다.
……우우, 괴로울 텐데, 기분 좋다는 듯이 황홀해 하는 할트무트가 무서워.
"클라릿사는 아직 소재가 모이지 않아, 좀 더 나중이 될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아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가요……."
이런 피곤한 일을 하루에 두 번이나 했다간 앓아 누워버릴 것 같다. 클라릿사의 소재가 모이지 않아 다행히다.
"전, 비밀방에서 편지를 쓰고 올게요."
"알겠습니다. 저는 조금 정보를 얻기 위해 나가보려 합니다만, 괜찮겠습니까?"
"부탁합니다."
기분이 좋은 할트무트에서 떨어져 비밀방으로 들어가, 사라지는 잉크를 사용해 페르디난드에게 편지를 썼다.
영주 회의 기간 동안 지하 서고에서 현대어 번역에 힘쓴 포상으로 연좌 회피와 비밀방의 획득에 성공해, 그것을 여름의 장례식에서 양부님과 왕족이 확인하게 된 것. 전 기베·겔랏하가 가지고 있던 은의 천에 대한 것과, 에렌페스트의 기사가 슈타프 이외의 무기를 상비하게 된 것. 올탄시아 선생님이 디트린데님에게 말했던 의미 모를 말에 대한 것도 썼다.
……왕의 양녀가 되는 것도, 차기 첸트 후보라는 것도 쓰지 않고, 필요한 정보만 잘 쓴 거 아냐?
타령에 정보를 누설하지 말라는 주의를 지키고 있는 것을 몇 번인가 확인하고, 한번 고개를 끄덕인다. 이것이라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겉에는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돌아가신 것에 대한 조의와, 언제나와 같은 컨디션을 걱정하는 내용, 여름의 장례식에서 양부님을 통해 짐을 보내는 것, 레티시아의 과자도 같이 넣어 둔다는 것 등, 누가 읽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내용을 썼다.
잉크를 말리기 위해 편지를 두고 비밀방을 나오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내가 비밀방에서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제마인님, 어머님으로부터의 전언입니다. 인계와 같은 것을 생각하면 가능한 한 빠르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합니다. 내일의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싶습니다만, 괜찮을까요? 밤에는 자고 가도록 하세요, 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오틸리에에게 저녁 식사와 숙박 예정으로 준비를 부탁한다, 내일은 오랫만에 친가로 돌아가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나는 이곳저곳으로 편지를 썼다.
일크나의 브리깃테에게는 최대한 많은 마술지를 준비해, 최대한 빨리 성으로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도서관의 라자팜에게는 영주 회의 기간 도중에 페르디난드의 편지를 받은 것과, 페르디난드의 사물의 관리를 양부모님이 맡게 되어, 여름의 장례식에 가지고 갈 짐에 대해선 양부님에게 이야기 해야 한다는 것과, 연좌 회피와 처우 개선에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을 쓴다.
신전에는 봄의 성인식까지는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전하고, 그리고 바쁜 상인들에게는 올해의 영주 회의의 보고를 편지로 갈음하겠다고 전한다. 작년과 달리 거래 한도가 늘어난 것도 아니기에, 상의해야 할 안건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렛시엘의 개혁을 위한 준비에 집중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지만, 벤노에게만은 중앙으로 가게 되는 것을 전해두고 싶은데. 러츠는 지금 킬른베르가이고.
극비 사항이므로, 몰래 불러내서 고아원 사무실의 비밀방에서 이야기하기로 한다. 이름 올린 측근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입단속을 시키고 동석시키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로제마인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레오노레, 안젤리카, 리제레타와 함께 친가로 돌아가자, 친가의 근시들이 마중나와주었다.
오늘 리제레타가 함께 있는 것은 어머님에게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자세한 사정을 말할 수 없는 이상, 안젤리카의 부모님에게는 의견을 구할 수 없다. 그리고 안젤리카에 물어봐도 소용 없다는 것을 어머님은 싫을 정도로 알고 있다. 그래서 나의 근시로서 사정을 알고 있고, 일가의 상속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족으로서의 의견을 말해줄 수 있을 리제레타가 초대받은 것이다.
……일단 안젤리카도 초대받긴 했는데, 어머님, 분명 리제레타만 있으면 안젤리카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저녁 식사 자리에는 할아버님도 있었다. 근시가 급사로서 오가는 저녁 식사에서는 무난한 것들이 이야기되며, 영주 회의에서 회자되고 있던 인쇄 관계의 보고 및 앞으로의 인쇄 업무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다.
식후엔 별실로 이동해, 근시들은 차나 술을 준비하고 퇴실한다. 그것을 확인한 뒤, 범위 지정으로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작동시키고, 본론이 시작되었다.
"질베스타의 허가가 난 시점에서 엘비라에는 전부 이야기해 두었다.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안젤리카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한 이야기였었지."
"네. 안젤리카는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파혼하게 되었을 때, 안젤리카의 평가에 상처를 낼 수 없어, 대신 트라우곳이나 할아버님에게 시집 오기로 되어 있었죠?"
내 말에 할아버님은 "안젤리카를 맞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트라우곳이 빨리 성장해 주었으면 좋겠다만" 라고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손녀뻘인데다, 손녀의 측근이기까지한 안젤리카를 자신의 아내로 맞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 같다.
……할아버님, 트라우곳이 자신을 넘기를 원한다면, 가호를 재취득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았나요?
"하지만, 이번 건에 대해, 안젤리카 본인은 중앙으로의 이동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귀족에게 있어, 결혼 약속이 어떻게 다뤄지는 것인지, 안젤리카를 호위기사로서 제가 마음대로 데려가도 좋을지, 아버님이나 어머님에게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님은 내가 마음대로 판단하지 않은 것을 칭찬해 주고, 리제레타에게 시선을 향했다.
"당신의 일족은 어떤 견해를 보일 거라고 생각하나요?"
"에크하르트님과의 약혼도, 파혼에 대한 보충도 너무나도 송구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일족을 후원해 주시는 등의 보충만 있다면, 언니의 결혼에 대해서는 달리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언니는 이미 중앙 기사단과의 훈련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리제레타는 그렇게 말하며 안젤리카를 보았다. 안젤리카는 방글방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안젤리카에게 평범한 귀족 아가씨로서의 반응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무의미함을 알고 있는 어머님은, 시원스레 중앙으로 향하는 허가를 내주었다.
"안젤리카가 중앙으로 가기를 원한다면, 그것으로 좋겠죠. 이후의 보충에 대해서는 1년 후에 당신의 부모도 포함해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죠. 안젤리카는 로제마인의 호위기사로서 중앙으로 가게 하겠습니다. ……코넬리우스와 레오노레는 어떻게 할 건가요?"
어머님이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레오노레에게 묻자, 할아버님이 탕 하고 술이 들어간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중앙으로 가라! 그리고 로제마인을 지키는 것이다!"
"저, 할아버님. 어머님은 두 사람의 의향을 묻고 있습니다만……."
내가 이미 취한 듯이 큰 소리를 내고 있는 할아버님에게 말을 걸자, 할아버님은 눈을 크게 부릅떴다.
"사실은 내가 가고 싶다, 로제마인! 하지만 영주 후보생은 호위기사도 될 수 없고, 중앙으로도 못 간다. 누가 정한 거냐!?"
"결혼 이외의 일로 중앙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한 것은 옛 첸트, 게젯츠켓테1입니다, 할아버님. 법률 강의의 시험에 나왔었어요."
"게젯츠켓테 왕 녀석, 쓸데없는 짓을!"
할아버님의 분노가 먼 옛날의 첸트에게 향하는 것을 보며, 아버님은 곤란한 얼굴로 한숨을 토했다.
"코넬리우스가 중앙으로 간다면 로제마인의 주위는 안심이다만, 기사단의 전력에 구멍이 생길 것을 생각하면, 조금 머리가 아파오는구나."
페르디난드,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의 두 사람이 빠진 겨울의 주인의 토벌에서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상당히 활약했다고 한다. 여기서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빠져버리면, 꽤나 힘들어지는 것 같다.
"저기, 그럼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레오노레는 에렌페스트에 남는 것이……."
"아니, 로제마인. 그런 걱정은 불필요하다."
내가 한 발 물러서자, 할아버님이 고개를 저었다.
"그대가 단켈페르가의 옛 의식을 되살린 것으로, 여러 신들의 가호와 함께 싸움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대가 고안한 마력 압축으로 기사들의 마력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귀족원에서 기도의 유용성을 증명하며, 영주 회의에서 가호를 재취득 할 수 있게 되었다. 개개인들은 본인의 노력에 의해 더욱 강해질 것이고, 앞으로 성인이 되는 기사들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게다가 이번 영주 회의 기간에 채집지에서 얻은 소재가 있으면 회복약, 마술도구를 만드는 것도 수월하다. 에렌페스트의 전력 부족은 로제마인의 호위를 줄일 이유가 되지 않는다."
강해지자고 마음먹으면 강해질 수 있으니, 에렌페스트의 기사가 한층 더 노력하면 된다고 할아버님이 말했다.
"그렇네요, 칼스테드님. 보니파티우스님이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게다가, 왕의 양녀로서 중앙으로 가는 딸에게 상급 호위기사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한심한 이야기가 아닌가요? 그동안 친오빠가 호위기사의 임무를 맡고 있던 것은 귀족원에서도 알려져 있는 사실이니, 저는 코넬리우스가 중앙으로 가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엘비라, 그러나……."
하지만, 어머님은 아우브의 호위기사로서 누구보다 에렌페스트 기사단의 사정에 밝을 아버님의 말을 일축했다.
"로제마인에게 가장 호위가 필요한 때에 데려갈 수 없는 것이 무슨 호위기사인가요? 코넬리우스가 스스로 선택한 주인입니다. 기사가 주인을 지키지 못해서 어떻게 하나요? 오빠인데도 로제마인을 움직일 수 없다던가, 라이제강을 단속하지 못하겠냐며 빌프리트님에게 화풀이를 받고 있는 렘프레히트도 호위기사로서 주인을 지키고 있습니다. 기로에 섰을 때에 주인을 내치는 어중간한 기사를 키운 기억은 없습니다."
기사의 가계에서 아들을 키운 어머님 다운 말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표정을 다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기본적으로는 중앙으로 가고 싶습니다. 영주 회의 기간의 왕족이나 중앙 기사단의 모습을 보고, 아무런 방비도 없는 상태로 로제마인을 보낼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네. 툴크 사용자는 처벌된 것 같지만, 소지자는 찾지 못한 것 같으니, 경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툴크의 냄새에 민감한 마티아스가 동행하는 것은 마음이 든든하네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레오노레의 의견은 동행하는 쪽인 것 같다. 다만 결혼의 타이밍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라고 한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는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맡긴 저택도 있다.
"결혼하게 되면, 레오노레는 일을 그만두게 되니, 당초 예정대로 2년의 준비 기간을 두는 것이 좋겠죠. 중앙으로 가서 1년 내에 로제마인의 옆에 둘 수 있을 여성 기사를 찾도록 하세요. 에크하르트의 저택은 제가 관리하겠습니다. 당신과 에크하르트가 돌아왔을 때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어머님의 말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작게 웃으며, "지크레이트2가 성인이 되면 주는 것도 괜찮겠네요" 라며 렘프레히트 오라버님과 아우렐리아3의 아이에게 양도하는 것을 제안한다.
"먼 훗날의 이야기네요. 지크레이트는 이제 겨우 기어다니기 시작한 정도에요."
"어머님. 전, 지크레이트와는 아직 만난 적이 없습니다만……."
사실은 오늘 조금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었는데, 저녁 식사 자리엔 렘프레히트 오라버님과 아우렐리아의 모습이 없어, 아기를 보는 것 조차 할 수 없었다.
"겨울의 숙청으로 아렌스바흐에서 함께 온 베티나4가 잡혀가며 주위의 긴장감이 높아졌으니까요. 우리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아우렐리아도 조금 신경질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낯선 측근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당신을 만나는 것은 조금 어렵겠죠. 그래도 당신의 선물에는 기뻐하고 있어요. 나중에 그 이야기도 하죠. 지금은 당신이 중앙으로 향하는 준비를 우선해야 하니까요."
어머님은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중앙으로 데려가는 측근이 누구인지 질문한다. 나는 이미 확정된 사람, 보류 중인 사람, 잔류가 결정한 사람으로 나누어 답했다. 끄덕이면서 듣던 어머님은 깊이 숨을 내쉬며 리제레타를 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제 막 측근이 된 그레티아 홀로는 근시가 너무 적습니다. 근시는 가장 가까이서 생활을 지탱하는 측근이니, 익숙한 사람이 없으면, 로제마인은 자신의 방에서도 편히 쉴 수 없는 것이 아닐까요? 리제레타는 함께 가지 않는 건가요?"
"어머님, 리제레타는 집안을 이을 딸이고,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문관인 토르스텐과 이미 약혼도 한 상태입니다. 에렌페스트에서는 나올 수 없어서……."
리제레타가 비난받지 않도록 내가 먼저 설명하자, 어머님은 기막히다는 표정이 되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보를 숨길 것을 강요받아, 부모와도 약혼자와도 상담할 수 없는 상태로는 리제레타도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겠죠.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이니까, 모두의 희망을 물었을 뿐, 자신의 희망은 언급하지도 않은 거죠?"
"그것은, 그렇습니다만……. 하지만, 제 희망을 말해 버리면 명령이 되어버리니까요."
신분이 높은 사람이 바라면, 아랫사람은 그것에 거스를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모두의 희망을 물었을 뿐, 자신의 희망은 말하지 않았다.
"상대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신 자신의 희망을 전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에요. 주인이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중앙으로의 이동을 결정하는 것은 아랫사람에게 있어 힘든 일입니다. 당신이 리제레타를 필요로하고 있고, 거기에 리제레타가 응할 마음이 있다면, 다른 문제는 제가 해결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님의 말에 나는 리제레타를 보았다. 사실은 함께 가줬으면 좋겠다. 내가 귀족원에 입학했을 때부터 계속 함께 있어준 근시로, 평소의 일은 수수한 것이지만, 세세하고 마음을 읽는 것 같은 대단한 일 솜씨를 보이고 있다. 함께 가준다면, 굉장히 안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리제레타의 희망을 물었을 때에는 망설임 없이 남겠다고 답했었다. 지금도 여느 때와 같이 생글생글 미소짓고 있지만, 안젤리카와 달리 중앙행을 원하는지 어떤지는 모른다. 내가 희망을 말해버리면, 자매 모두 약혼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이 부족한 에렌페스트에서 그렇게나 인재를 빼갈 수도 없지 않나요? 저의 측근들은 전부 정말로 우수한 걸요. 둘재 부인이 된 브륜힐데를 뒷받침하며 에렌페스트를 위해……."
"조용히 하세요. 아무리 우수하다 해도, 기본적으로 신전에 틀어박혀 있는 로제마인의 측근은 빠진다 해도 성의 일상 업무에 큰 지장이 없습니다. 중앙에서 계파를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인원을 데려가는 것이라면 몰라도, 자신의 측근을 데리고 가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측근을 데리고 가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는 있어도, 영지 전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하며, 더욱이, 왕의 양녀로서 중앙으로 가는 것인데, 최소한의 측근도 갖추지 못해서는, 에렌페스트는 물론, 나도 주위에서 얕보이게 될 것이라 말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사람을 데리고 가세요. 그러기 위해 자신의 희망을 전하고 진지하게 부탁하세요. 리제레타가 함께 가주길 바란다면, 직접 설득하는 것입니다. 양측의 소망이 일치한다만, 주변에 대한 교섭은 제가 하도록 하죠. 저는 당신의 엄마예요. 딸의 희망 하나쯤은 이뤄줍니다."
자, 리제레타에게 중앙으로 가겠다는 대답을 끌어내세요, 라며, 나는 어머님에게 등을 떠밀려 리제레타의 앞으로 끌려나간다.
할아버님과 아버님이 "힘내라" 라는 듯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히죽히죽 재미있어 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레오노레도 매우 흐뭇한 것을 보는 얼굴이다. 리제레타는 생글거리며 내 말을 기다리고 있고, 리제레타의 옆에 앉아 있는 안젤리카는 평소와 같은 안젤리카이다.
……뭐야, 이 공개 고백!? 나, 여기서 리제레타에게 중앙으로 와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거야!?
모두의 시선을 받아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대쉬로 도망가고 싶고, 멋대로 눈이 부옇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리제레타에게 "와주면 좋겠어요" 라고 고백하고, "갈 수 없습니다" 라는 대답을 듣게 되면 절대로 회복할 수 없다.
"어머니임……."
"상대방의 양해를 구하는 것은 당신의 일입니다. 제대로 하세요."
절대로 재미있어 하는 듯한 얼굴로, 어머님은 나를 떠나 자신이 앉았던 자리로 돌아간다. 일단 뭔가 말하지 않으면 나는 이 자리에서 움직일 수도 없다.
"우으, 아으……. 저기! 리제레타!"
"네, 무슨 일이시죠?"
어쩐지 리제레타도 굉장히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생글생글 가늘게 뜬 녹색 눈동자가 좀 짓궂은 아이 같은 표정이 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 표정에도 조금 쑥스러움이 섞여 있고, 난처해 하거나, 곤란해 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서로 쑥스러워 하고 있어, 굉장히 부끄럽긴 하지만, 받아 줄 듯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조금 용기가 생긴다.
한번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단숨에 말을 토했다.
"저, 저는, 리제레타가 함께 중앙으로 와주면……너무나도 안심이 됩니다. 리제레타가 상처입거나 일하기 힘들지 않도록 최대한 지켜줄 거고, 그리고, 그리고, 월급도 올리고, 방에서 슈밀을 키워도 좋고……. 그러니까, 그, 저와 함께 가주세요!"
일단 떠오른 것은 전부 말했다. 어쩐지 머리는 새하얗지만, 확실히 해냈다.
하아, 하고 내가 숨을 토하자, 리제레타는 기쁜 듯이 웃으며, 나의 눈가의 눈물을 살짝 닦아 주었다.
"저희 집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기꺼이."
리제레타의 승낙에 기뻐서 웃고 있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다가와, 나의 손을 잡았다. 히죽히죽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아직 열기가 빠지지 않은 나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로제마인, 나에게도 리제레타한테 한 것과 같이 권유해주면 좋겠는데."
"이제 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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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이지만 끝은 좋으니.
안젤리카, 코넬리우스, 레오노레의 동행은 깔끔하게 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님에 의한 공개 고백.
한계였습니다만, 리제레타를 열심히 설득했습니다.
리제레타가 동행할 수 있도록 어머님이 사전교섭 합니다.
다음은 후편. 엄마와 딸의 이야기.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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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역시 진성 동인녀. 어머님이 보고계십니다. 머리장식이 삐뚤어졌....;;
괴롭힘(?) 당하는 마인이도 좋네요.
참고로, 마인이가 자는 캐노피 침대는 소위 말하는 공주님 침대입니다.
Gesetz (법률, 규칙) + Kette (사슬, 속박, 목걸이)
Sieg (승리) + Recht (법률, 권리, 정당함)
Aurelia. 여성 이름(이탈리아).
Bettina. 아렌스바흐에서 아우렐리아와 함께 온 여성. 프로이덴(freude, 기쁨, 환희)의 아내가 된다.
프로이덴은 구 베로니카파이며, 부모 모두 게오르기네에 이름을 바치고 있었기에, 겨울의 숙청에서 배제되었다.
라우렌츠와 벨트람은 프로이덴의 동생이 된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97화. - 칼스테드 집의 이야기 후편 -
칼스테드 집의 이야기 후편
부끄러운 공개 고백을 끝내자, 어느덧 안젤리카, 리제레타, 레오노레가 귀가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대화를 끝내고, 세 사람을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할아버님이 분담해 보내는 것을 나는 현관에서 전송한다.
"어머님, 그럼 저도 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기다리세요. 조금 당신의 방에서 이야기하도록 해요."
어머님은 그렇게 말하고 내 방으로 향한다. 이 집의 자기 방을 사용한 기간은 정말 짧지만, 언제든지 다시 쓸 수 있도록 정돈해 주고 있는 것이 솔직히 기쁘다.
"로제마인은 여기서 비밀방의 등록을 한 적이 없죠? 이쪽으로 오세오. 로제마인의 나이가 되면 비밀방은 부모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아니지만, 한 번쯤은 함께 사용하도록 하죠. 당신이 자신의 아이와 함께 등록할 때에 그 방법을 몰라서는 곤란할 테니까요."
……페르디난드님과 함께 신전에서 비밀방을 등록한 적이 있으니 괜찮아요, 라고는 말하지 않는게 좋겠다. 어디선가 메모장이 나올 것 같으니까.
어머님이 눈을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나도 쉽게 떠올랐기에, 나는 "감사합니다" 라고 감사만 표하고, 쓸데없는 말은 꺼내지 않고 비밀방의 등록을 실시한다. 침대 안쪽에 있는 문의 마석에 손을 대고 함께 마력을 흘리며, 어머님은 그리운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사실은 세례식 전……새로운 집으로 오게 된 당신이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되었을 때를 위해 어머니로서 준비해 두려 했었습니다. 그러나 페르디난드님이 이틀이나 사흘 간격으로 모습을 보러 와주신 덕분에, 당신은 낯선 집에서 낯선 사람을 가족이라 부르면서도 딱히 불안정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었죠? 이제 막 엄마가 되었을 뿐인 저와 비밀방을 이용하는 것 보다, 페르디난드님과 함께 있는 편이 보다 안심할 수 있어 보였기에, 그만 만들 기회를 놓치고 말았지요."
자신의 손에 겹쳐진 어머님의 손이 따뜻하다. 어쩐지 낮간지러운 기분이 되어, 마력의 선이 달리며 비밀방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바라본다. 내가 이 집에 막 왔을 당시에도 어머님은 정말로 딸로서 받아들이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구나, 하고 재차 생각했다.
막 만들어진 살풍경한 비밀방에 근시를 불러 두 개의 의자와 테이블을 들이고 차의 준비를 한다. 비밀방에서의 둘만의 다과회다.
"무엇부터 이야기할까요? ……그렇네요, 좀 전엔 말하지 않은 다무엘과 피리네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죠."
"다무엘과 피리네인가요?"
굳이 그 자리에서 말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나를 보며, 어머님은 미소지었다.
"제가 그 자리에서 말하면 결정사항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측근에 대한 것을 결정하는 것은 주인의 역할이니까요. 저는 단지 자신의 요망을 전달할 뿐이니, 당신 자신이 판단하도록 하세요."
어머님은 그렇게 조금 스스럼없는 어조로, "다무엘과 피리네는 에렌페스트에 두고 가지 않겠어요?" 라고 말했다.
"이유는 몇 개인가 있지만, 두 사람에게 공통되는 이유라면, 역시 중앙에 하급 귀족이 거의 없기 때문이겠죠. 에렌페스트 이상으로 몸 둘 곳이 없는 상태가 될 겁니다."
어머님에 의하면, 상급 귀족이나 중급 귀족들이 데려가는 근시 중에는 하급 귀족도 있긴 하지만, 기사나 문관으로서 중앙으로 간 하급 귀족의 말은 듣지 않는다고 한다. 하물며 왕의 측근이 되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한다.
구텐베르크들을 이동시키는 것도 일단 중앙의 상황을 보고,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하급 귀족인 둘을 이동시키는 것도 상황을 살핀 이후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아랫마을과의 교류가 가능한 사람, 당신의 방식을 체득하고 있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오랫동안 남기고 싶습니다. 로제마인이 없어지게 되면, 귀족들의 의식이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큽니다."
아랫마을과의 교류가 가능하고, 나의 방식을 이해하고 있는 귀족은 아직 많지 않다. 이 1년 동안에 인계 작업을 끝내자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귀족들의 의식을 바로 바꾸는 것은 어렵고, 아우브의 두 번째 부인이 된 브륜힐데만으로는 아랫마을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어머님의 견해인 것 같다.
"신전의 인계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의 가까이에서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페르디난드님의 일을 도와온 다무엘과 피리네가 남는 것과 남지 않는 것은 크게 다르겠죠. 이대로는 멜키오르님과 그 측근의 부담이 너무 커집니다."
부담이 없도록 나는 자신의 근시들을 멜키오르에게 인계하려 하고 있고, 켐퍼나 프리타크와 같은 청색 신관도 상당한 일을 맡도록 예정하고 있다. 멜키오르가 성무를 수행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집무는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주장에 어머님은 쓴웃음을 띄우며 고개를 저었다.
"로제마인은 신전에서 자랐기에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만, 귀족의 긍지를 생각하면 영주 일족의 측근이 청색 신관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것은 조금 어려운 일입니다. 하급이라 해도, 같은 귀족이고, 같은 영주 일족의 측근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은 그다지 저항이 없겠습니다만……."
원래 평민이었던 나는 청색 신관이 가르침을 청하기도 곤란할 정도의 낮은 신분이라는 의식이 없다. 어머님은 내가 귀족으로서의 의식이 부족한 것을 지적하며, 원활한 인계를 위해선 인계받을 멜키오르 측에 대한 배려가 필수라고 타이른다.
"할트무트는 페르디난드님에게 가르침을 청했었죠? 같은 신관장이고, 상급 귀족으로서 귀족들에게 권위를 세우기 좋은 할트무트를 남길 수 없을까도 생각했었습니다만, 로제마인에게는 상급 문관이 필요한 데다, 오늘 아침에 바로 이름 올리기를 마쳐버렸으니, 더는 부탁할 방법이 없네요."
……설마 할트무트가 어머님보다 한 수 위였을 줄이야…….
"그만한 이유가 있더라도, 어떻게든 로제마인이 두 사람을 자신의 옆에 두고 싶다면, 다무엘과 피리네를 당신이 성인이 되는 시기에 맞춰 구텐베르크들과 함께 중앙으로 향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네?"
"당장은 구텐베르크들을 이동시킬 수 없으니까요. 그 동안 당신의 진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도, 에렌페스트에 당신의 생각을 아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까요?"
너무나도 간단히 진짜 가족이라는 말이 나와, 나는 힉 하고 숨을 삼켰다. 그런 나의 반응에, 어머님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는 쿡쿡 웃는다.
"무슨 얼굴을 하고 있는 건가요? 저는 당신을 맡았을 때부터 당신이 평민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어디의 누구의 딸이라는 식으로 자세히 알려주지는 않았습니다만, 당신이 각별히 여기는 평민들을 보니, 자연히 알 수 있었죠."
"네? 네?"
아무도 내 출신에 대해 어머님에게 설명했었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귀족답게 처신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는데, 평민이었던 것을 알고 있었다니, 깜짝 놀랐다.
"구텐베르크들과 함께 데려갈 생각이지요? 그러니 그때까지는 다무엘이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째서 성인이 될 때까지인가요?"
중앙의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 것은 어머님의 말대로지만, 나는 인쇄업을 가급적 빨리 중앙으로 옮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성인이 되기까지는 아직 3년 정도 남았다. 인계하는 1년을 생각해도, 남은 2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너무 길다.
"어째서라고 해도, 당신……. 하아, 로제마인. 당신의 지금까지의 삶과 아우브·에렌페스트의 관대함에 잊혀지기 쉽습니다만, 보통은 미성년에게는 커다란 사업을 맡기지 않습니다. 에렌페스트에서 자유롭게 사업을 해왔던 것처럼 중앙에서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양부님은 애당초 내가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에 좋을대로 하게 해주었지만, 본래는 영지의 사업으로서 실시하는 것이기에, 미성년자에게 맡길 일이 아니라며 몰수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그리고 칼스테드님에게 현재 당신이 가장 구루투리스하이트에 가까운 차기 첸트 후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인쇄업을 중앙으로 옮기기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지 않나요?"
"아!"
맹점1이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으면 지기스발트에 주고, 페르디난드를 구할 수 있게 되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생각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왕족으로서의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로제마인이 왕의 양녀가 되어도 정말 괜찮으려나?"
"우, 우우……."
어머님이 의심스러운 듯한 시선을 향하고, 나는 어깨를 떨어뜨린다. 스스로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야기는 진행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성인이 될 때까지라는 것에는 그 밖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당신이 성인이 되는 것은 피리네가 성인이 되는 시기와 같으니, 성인이 된 후에 중앙으로 향하면 피리네는 이름을 올리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겠죠? 이름 올리기는 중앙으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솔직히 당신이 이 이상 타인의 목숨을 짊어지는 것도 염려스럽습니다."
내가 떠안은 고아원의 고아들이나 이름을 받은 측근들을 대하는 것을 보면, 너무나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보이기에, 걱정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피리네를 측근으로 거둔 것도, 친가에서 나오게 한 것도 저입니다. 차마 그 집으로 돌아가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와 후처와 그 아이가 있는 집으로 피리네를 돌려보내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피리네의 아버지는 원래 데릴사위로 들어온 사람이기에, 애당초 피리네가 정당한 상속자입니다. 돌려보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돌려보낼 수 없다면 제가 뮤리에라와 같이 보호해도 좋아요. 다만, 중앙으로 가게 된다면, 피리네를 지키기 위한 약혼자가 필요하겠죠. ……로제마인은 다무엘과 피리네를 약혼시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에엣!?"
너무나도 예상 외여서, 그만 얼빠진 목소리가 튀어나와버렸다. 눈을 핑글거리고 있는 나를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며, 어머님은 중앙으로 가면 주위에 다른 하급 귀족이 없기 때문에, 어차피 서로밖에 상대가 없을 거라 말한다.
"로제마인의 측근과 가까워지고 싶은 귀족은 얼마든지 있으니, 피리네는 아직 걱정 없습니다만, 이대로는 다무엘의 신부감이 완전히 없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 어……다무엘이 중급 귀족에게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일까요? 마력적으로는 조금 마력이 적은 중급 귀족 정도가 되었다고 하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만……."
가능하면 계급을 올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어머님에게 묻자, 어머님은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의 평가와 능력은 높지만, 대외적인 평가가 낮고, 당신에게서 언제 떨어져 나올지 알 수 없는 흠결 있는 하급 기사를 사위로 들이고 싶어 하는 기특한 중급 귀족 따윈 없어요. 브리깃테는 그녀 자신이 약혼을 파기당해, 신전에 드나들었다는 것, 동료로서 다무엘의 사람됨을 잘 알 기회가 있었던 것, 기베·일크나가 당신과의 관계를 원했던 것, 브리깃테의 적령기에 가까운 남성분이 달리 없었던 것, 일족의 숫자를 늘리는 것을 열망했던 것 등으로 인해, 기적적으로 가장에게 허락받을 수 있었던 인연이었어요."
브리깃테를 기준으로 다무엘의 결혼 상대를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해서, 나는 다무엘과 피리네의 조합에 대해 생각한다. 피리네는 다무엘에게 친근감을 갖고 있는 것은 틀림없고, 사랑에 사랑하는2 정도일지도 모르지만, 어렴풋이, 동경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다무엘은…….
"전에 다무엘이 피리네가 동경하는 상대가 로데리히라고 했던 적이 있어서……좀 어렵지 않을까요? 명백히 피리네를 어린애 취급하고 있고, 이성으로서는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런가요. 친가와 결별하면서까지 주인을 따르는 고독한 소녀를 지키기 위해, 그녀와 약혼해, 그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돌봐주고, 함께 주인의 의지를 지켜나가는 기사라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머님, 그건 차기작의 구상인가요?"
저의 측근을 너무 소재거리로 쓰지 마세요, 라고 뺨을 부풀리자, 어머님은 칠흑의 눈동자를 빛내며, "떠오른 생각을 잊기 전에 적어 두는 것은 중요하니까요" 라며 서자판을 꺼내 적기 시작한다. 쓰면서 어머님은 말했다.
"로제마인, 일단 저로부터 그런 제의가 있었다는 것을 다무엘에게 전해주겠나요? 저는 신부 후보를 소개할 뿐이고, 두 사람의 취급에 대한 것도, 저 개인적인 희망을 말했을 뿐입니다. 최종적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하기는 것은 제가 아닙니다. 각자가 스스로 책임을 가지고 정하도록 하세요."
어머님의 말에 나는 생각한다. 피리네는 어머님이 데려갈 수 있다고 했지만, 다무엘을 보호하는 것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어머님 제가 없어지면 다무엘의 입장이 불안해지지 않나요? 피리네처럼 어머님이 보호해 주시는 건가요?"
내가 묻자, 어머님은 "피리네의 약혼자라면 지킵니다만……" 라고 말하면서 얼굴을 든다.
"남성분에 대한 것은 남성분에게 부탁하는 것이 제일이에요, 로제마인. 영주 가문의 측근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 보니파티우스님께 맡기는 것은 어떨까요? 중앙으로 간다면 더욱 수행이 필요할 것이고, 지금까지처럼 훈련과 신전의 일로 오간다면, 귀족들의 사려 없는 말을 들을 일도 적겠죠."
"과연. 알겠습니다. 다무엘의 대답에 따라 할아버님에게 부탁해보겠습니다."
일단 다무엘에 대한 것도 생각해 준 건가, 하고 조금 안심하고 있자, 어머님은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좀 전에 나를 놀리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똑같은 미소로 나를 바라본다.
"아까 리제레타에게 했던 것처럼 귀엽게 부탁하면 보니파티우스님은 바로 들어주실 거에요."
"어머님!"
놀리듯 웃는 어머님을 나는 무웃 하고 노려본다. 그러나 어머님는 쿡쿡 웃어넘기고, 서자판으로 시선을 내렸다.
서자판에 빠르게 메모를 마친 어머님은 만족한 미소와 함께 차를 마시고 천천히 숨을 토했다.
"……이렇게 취미에 몰두할 수 있는 안온한 나날을 보내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전, 당신에게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요."
"네?"
"당신이 오기 전이 제겐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저기, 로제마인. 조금 옛날 이야기에 어울려 줄래요?"
어머님은 천천히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가끔 들은 적 있지만, 그다지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 어머님 자신의 이야기이다.
베로니카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략 결혼에서 시작해, 서로의 의무와 역할을 우선시한 부부 관계, 둘째 부인과 셋째 부인의 싸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의 이름 올리기와 페르디난드의 신전행,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의 결혼과 임신이 판명되자마자 닥친 아내와의 사별, 주인도 아내도 아이도 잃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죽은 사람처럼 되어 있던 것, 그런 때에 들어온 빌프리트의 측근 타진에 얽힌 다툼, 니콜라우스의 탄생과 그를 칼스테드의 후계자로 삼으려는 베로니카.
"주인에게 휘둘리는 두 형들을 보며 자란 코넬리우스는 주인 같은 것은 정하고 싶지 않다며, 공부든 뭐든 적당히 때우는 아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면 되는데, 진심으로 노력하려 하지 않는 모습에 어머니로서 화가 났었죠."
……그러고 보니 처음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도 딱히 우수자가 아니었었지.
분명, "안젤리카 성적 향상 위원회" 를 결성하기 전까지는 상급 귀족으로서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성적이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태도였던 기억이 있다.
"선대의 사후, 베로니카님이 갈수록 권력을 휘두르는 한편, 친정인 할덴체르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라이제강은 점점 영향력을 잃어갔습니다. 저나 저의 아들은 이대로 베로니카님에 의해 뭉개질 것이라는 예상밖에 할 수 없어, 매일 울적한 기분으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때에 갑자기 베로니카님이 실각했습니다. 이 분은 베로니카님의 인형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라며, 거의 기대를 버렸던 질베스타님이 움직인 것입니다."
타령의 귀족에 대한 결정을 발표하더니, 갑자기 며칠씩이나 모습을 감추는 일이 빈발해, 혹시 아우브의 몸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귀족가가 소란스러웠다고 한다. 그런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주 회의 도중에 갑자기 돌아와, 계속 베로니카에 의해서 비호되어온 신전장을 경질하고, 베로니카의 부정을 규탄하며 그녀를 흰 탑에 유폐했다고 한다.
"영주 회의에 갔을 칼스테드님이 영주 회의 도중에 갑자기 돌아와, 범죄자의 처리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정을 들어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죠."
……이렇게 들으니, 귀족측에서는 정말로 영문을 모를 법 하다. 영주 회의가 한창인데, 아우브는 대체 뭘 하는 거야? 하고 생각하겠지.
"그런 혼란 상태에서, 칼스테드님이 베로니카님이 실각한 원인이 된 평민인 청색 무녀 견습을 자신의 딸로서 세례식을 치르게 할 거라고 말을 꺼낸 것입니다. 세례식만 치르면 바로 아우브가 입양할 것이니, 제게는 그다지 부담이 없을 거라고 말씀하셨죠."
"에엣!? 아무리 바로 양녀로 보낸다고 해도, 친부모로서 떠맡는 것이니, 어머님의 부담이 없을 리가 없잖아요?"
"정말이에요. 털털한 분은 이래서 곤란하답니다."
하지만, 베로니카를 배제한 원인이고, 작금의 마력이 부족한 에렌페스트에 필요한 마력을 가지고 있고, 페르디난드가 비호하는 아이이고, 페르디난드도 부탁했다는 말에, 맡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잘도 결심하셨네요. 평민을 자신의 딸로 하다니……."
"저도 고민은 있었답니다. 그러나 칼스테드님도 페르디난드님이 환속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씀하셨고, 에크하르트가 페르디난드님의 측근으로 돌아갈 것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에크하르트의 웃는 얼굴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죠. 페르디난드님과 에크하르트 때문에라도, 당신을 떠맡을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제게 그 이상을 주었습니다."
예상대로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활력을 되찾아 희희낙락 신전을 드나들며 페르디난드를 모시게 되었다. 빌프리트를 폐적에서 구해내며, 빌프리트의 호위기사인 렘프레히트 오라버님도 구했다. 차례로 만들어낸 유행에, 여성 파벌은 순식간에 베로니카파를 흩어버릴 수 있었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안젤리카의 공부를 돌보며 단번에 성적을 올렸다.
"저는 인쇄업으로 인해 취미에도 몰두할 수 있게 되었고, 친정인 할덴체르에도 큰 결실을 가져다 줄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당신이 양녀가 되고부터 갑자기 모든 것이 잘 풀리게 되었습니다. ……부부 관계에서도 당신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이야기하게 되어, 그제서야 비로소 의무적이지 않은 마음의 교류를 할 수 있게 되었죠."
오늘 어머님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진, 정략 결혼이어도 어느 정도 사이가 좋은 부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페르디난드가 며칠 간격으로 저택을 찾아오며, 칼스테드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라면 적당히 무시할 수 있어도, 페르디난드가 맡기고, 곧 영주의 양녀가 될 어린아이의 말은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자신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귀족의 상식에 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아버님은 어머님과 이야기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한다.
"저는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고, 엄마로서 돌봐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신전과 페르디난드님의 슬하에 있는 것이 편안해 보였기 때문에, 무리하게 나설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성에는 양모인 플로렌시아님도 계시니까요."
아무래도 어머님은 나의 최종적인 안전망 정도의 감각으로 지켜보고 있었던 듯 하다. 계속 페르디난드가 있었으면 걱정은 불필요했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는 왕명으로 아렌스바흐로 가게 되었다.
"마음의 지주인 페르디난드님이 떠난 이후의 당신이 걱정되었지만, 동시에, 당신의 연령적으로 어디까지 손을 내밀어야 좋을지 판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이 아렌스바흐행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제대로 이별을 준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았을 터입니다만……."
페르디난드가 떠나면 바로 귀족원이 시작되었기에, 아이들끼리 지내며 자력으로 일어설지, 페르디난드 대신 약혼자인 빌프리트가 지지해 줄 수 있을지, 어머니로서 개입하는 것이 좋을지,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렌스바흐로의 출발이 앞당겨지고, 저는 페르디난드님이 작업해 오던 숙청시의 라이제강에 대한 사전 공작을 맡게 되었습니다. 겨울의 사교계가 시작되어, 라이제강과의 접촉을 시작한 시점에 귀족원에서의 정보로 인해 숙청도 예상외로 앞당겨지게 되었었죠? 라이제강을 단속하기 위한 사전 공작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숙청이 시작되어, 그만 라이제강이 부상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브륜힐데가 아우브의 둘째 부인이 되는 것이 정해졌기에, 서로 협력해 라이제강을 단속하기로 결정한 것까지는 좋았다고 한다. 지금은 아직 숙청이 끝난 직후라, 라이제강의 노인들이 흥분해 열을 올리고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가라앉을 터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빌프리트가 라이제강으로 협력을 얻으러 가겠다고 나섰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렘프레히트에게 빌프리트님이 전혀 사전 공작이 되어 있지 않은 라이제강으로 가지 못하게 하라고 주의했습니다만, 결국 말리지 못하고 강행하게 되었죠."
그리고 불에 기름을 붓고 돌아왔다고 한다. 기베·라이제강으로부터 "노인들이 귀찮을 정도로 흥분하고 있다" 라는 연락이 들어와, 어머님은 새파랗게 되었다고 한다.
라이제강을 어떻게 단속해야 할지에 대해 브륜힐데와 상의하기 시작할 무렵에 영주 회의가 시작되었고, 끝났을 때에는 내가 왕의 양녀가 되는 것이 결정되어 있었다.
"이제 정말, 뭐가 뭔지 파악하기도 힘든 와중에 점점 상황이 바뀌어 가는 걸요. 페르디난드님은 대체 어떻게 대처하고 있었던 걸까요."
평시라면 몰라도, 숙청이라는 큰 사건의 뒷처리를 해야 하는 혼란기에는 조정 역할을 도맡아 하던 페르디난드의 부재로 인한 구멍이 너무나도 크다고 한다.
"빌프리트님이 아니라 페르디난드님과 당신이 약혼했다면, 아렌스바흐로 향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몇 번이나 생각했었어요."
이제 와서 말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하고 어머님이 슬픈 듯이 미소짓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마시고, 작게 웃는다.
"저는 자신이 페르디난드님과 약혼한다는 것은 떠올릴 수 없었으니까요. 아렌스바흐에서 페르디난드님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 어떻게 구해야 좋을지, 그것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가 연좌 회피인 거죠? 당신은 정말 잘해주었어요."
어머님는 그렇게 말하며 팔을 뻗어 나의 뺨에 손을 올렸다. 걱정스러운 듯, 상냥하게 닿아오는 손 끝에, 나는 자신의 뺨을 얹는다.
"연좌 회피로 칭찬을 들은 건……처음입니다."
서서히 전해지는 온기에, 나는 가만히 눈을 내리떴다. 멋대로 눈물이 떨어진다.
"대외적으로는 타령의 사람을 위한 것이기에, 누구 하나 공공연하게는 칭찬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극소수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가 칭찬하는 것도 이곳뿐만이 되겠죠. ……하지만, 전, 정말로 기쁩니다. 페르디난드님의 연좌 회피로, 당신은 세 명의 목숨을 구했으니까요."
어머님이 페르디난드와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의 이름을 말한다. 라자팜도 있어요, 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면서, 나는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이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긍지를 가지세요."
"어머님……."
"멀리 떨어지게 되어, 생명의 위기라는 말을 들으면 걱정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를 드러낼지 드러내지 않을지는 별개입니다만, 저는 에크하르트와 페르디난드님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리할다는 유스톡스를 걱정하고 있겠죠."
에렌페스트의 어느 누구도 아렌스바흐로 간 세 명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제대로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을 알고, 몸에서 힘이 빠졌다.
"페르디난드님들을 걱정하지 말라며, 누구 하나 함께 걱정해 주지 않았습니다. 전, 그것이 마치 페르디난드님들이 걱정할 가치도 없다고 하는 것 같아 슬펐어요. 아무도 걱정해 주지 않는다면, 나라도 걱정해 줘야 한다며, 오기를 부렸던 느낌마저 듭니다."
어머님은 나를 바라보며, 눈을 글썽이며 고개를 숙였다.
"저기, 로제마인. 이 방을 나가면 저는 왕족이 되는 딸과 왕족의 측근으로 발탁된 아들을 자랑스러워 하는 엄마가 됩니다. 비밀방에 있는 지금 이 시간만은, 아들과 딸이 멀리 떠나버리는 것에 슬퍼하는 것을 용서해 주세요."
"어머님……."
비밀방 이외엔 자신의 감정을 보일 수 없는 귀족의 방식을 처음으로 봤다.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할 때도 귀족다운 미소를 띄우고 있던 어머님이 바스스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아렌스바흐로 향한 그들도 걱정입니다만, 저는 이런 작은 어깨에 유르겐슈미트의 장래를 지고 있는 당신도 걱정이에요."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에서, 어머님의 걱정하는 마음이 아플 정도로 전해져 온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 손에 넣은 후엔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던 왕족. 내가 빠진 뒤에 어떻게 에렌페스트를 이끌어 가야 할지 논의하던 영주 일족. 이 중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을 나 자신을 걱정해준 사람은 얼마나 있었을까.
"어머님……."
나는 어머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귀족은 이렇게 어리광을 부려선 안 된다고 듣고 있었기에, 지금까지는 뻗어도 소용 없다고 생각하던 손을 엄마에게 응석부릴 때처럼 뻗는다.
내 손이 제대로 마주잡혔다.
이곳에 나의 마음을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듯, 어머님은 내 손을 굳게 마주잡아주었다.
"로제마인, 저는 앞으로 당신의 어깨에 걸릴 짐을 함께 짊어져 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에렌페스트에 대한 것은 신경 쓰지 않고 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당신은 당신다움을 잃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었을 때, 커다란 권력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희망을 쟁취하세요. 당신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저의 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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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방에서 처음으로 어머님과 이야기했습니다.
모녀의 첫 만남이군요.
어머님의 옛날 이야기를 많이 잘랐습니다.
어쩌면 SS로 나올지도 모릅니다.
다음은 신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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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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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아니, 저기. 어머님. 훈훈한 것은 좋은데... 지뢰양의 안전핀을 전부 빼버리시는건 좀.....
아, 이제 중앙으로 가니 상관 없...나?? (폭탄 돌리기??)
책벌레가 아직 정발 소식이 없는데, 만약 정발한다면 어느 출판사가 좋을까요?
내용도 판매량도 괜찮으니, 한 출판사를 점찍고 팬들이 빠심을 어필하면(.....) 금방 정발될 것 같기도 한데....
참고로, 맹점(눈)에 대해 알아낸 것은 17세기 프랑스의 물리학자 에듬 마리오트(Edme Mariotte)다.
15세기 이전의 시대상으로 보이는 유르겐슈미트에서는 맹점에 대해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恋に恋する.
특정인을 사랑한다기보다, 사랑하는 것 자체를 사랑하는 소녀의 마음을 말한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98화. - 아이의 마술도구 전편 -
아이의 마술도구 전편
그 후에도 비밀방에서 어머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귀족원에서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어떻게 지내고 있었는지, 신전에 온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무엇을 했는지 등의 이야기를 하고, 어머님은 아우렐리아와 지크레히트의 이야기나 브륜힐데가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잠을 견딜 수 없을 때까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어쩐지 엄청나게 개운한 기분으로 잠들었다. 스스로도 깜짝 놀랄 만큼 숙면을 취하는 바람에, 일어나니 완전히 늦잠이었다. 이 집의 근시가 "이제 곧 3의 종1이 울립니다" 라고 해서 "어째서 깨우지 않은 건가요!?" 라고 무심코 외쳐버릴 정도로 잘 자고 말았다.
아무래도 이야기에 열중해 평소의 취침 시간보다 늦었기 때문에, 깨우지 말고 자게 놔두라는 어머님의 지시가 있었던 것 같지만, 호위기사들에게 마중 나오라고 지시해 놓고 이렇게 늦잠을 자버린 것은 너무 부끄럽다.
"……조,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아침은 꽤나 느긋하네, 로제마인. 벌써 다들 와 있어."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놀림 당하고, 마중 나온 호위기사들에게 사과하고, 나는 꾸물꾸물 늦은 아침 식사를 한다.
"푹 잔 것 같아 다행히에요. 당신이 성으로 돌아가기 전에 조금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나는 아침을 먹고, 어머님은 옆에서 차를 마시며 인쇄업의 인수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머님의 뒤에는 뮤리에라가 보조하며 문관처럼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즐거운 듯한 분위기로, 주종 관계가 잘 되어 가는 것 같아 안심했다.
"평민과의 대화가 당신 없이도 어떻게든 된다면, 다른 것은 딱히 문제가 없을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로제마인. 신전의 근시는 멜키오르님을 위해 두고 간다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화공은 어떻게 할 건가요?"
"빌마는 중앙에서 인쇄를 시작하면 부르려 하고 있습니다. 어머님에게는 주지 않을 거에요."
빌마는 내 화공입니다 하고 주장하자, 어머님은 "어머, 유감인걸요" 라며 크게 유감스럽지도 않은 듯이 쿡 하고 웃었다.
"하지만 당신이 신전을 나오면 누군가가 사갈 가능성도 있죠? 중앙으로 데리고 가도 몸 둘 곳이 없는 처지는 하급 귀족 이상일 것이고, 당신이 화가로 사들여 우리 집에 두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이 성인이 될 때까지가 걱정인걸요."
"그 동안 어머님이 빌마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려는 거네요."
내가 째릿 하고 어머님를 보자, 어머님은 후훗 웃었다. 빌마의 그림의 재능을 사주는 것은 알고 있으니, 딴 집에 맡기는 것보다는 상당히 안심이다.
"전, 빌마에게 고아원을 맡기고 있기에, 고아원의 관리를 교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빌마가 그것을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안 돼요, 로제마인. 당신이 없어지면 나는 자신이 원하는 회색 무녀를 살 겁니다. 주인이 없어진 회색 무녀에게 선택 사항은 없습니다. 그것을 잘 이해한 다음에 자신의 근시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하세요."
"……네."
회색 무녀의 취급에 대한 지적을 받고, 마중 나온 다무엘에게 어젯밤 이야기한 내용을 전했다고 듣고, 나는 아침 식사를 마친다. 그리고 별 일 없다는 듯한 얼굴로 호위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다무엘을 올려다보았다.
"저는 다무엘의 희망을 존중할 것이니, 결론이 나오면 알려주세요."
"송구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 양부님으로부터 올도난츠가 도착했다. 왕족으로부터 12개의 아이용 마술도구가 도착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것에 더해, 상당히 어중간한 숫자가 도착했네요. 양녀가 되는 것은 백지화 될 가능성도 있는데 이렇게 미리 보내오다니……."
"분명 저쪽은 백지화할 생각이 없는 거겠죠. 보수를 앞서 보내는 것을 보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양녀로 들이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빨리 귀족을 늘리고 싶고,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으려면 1년이라는 손실이 크다는 것을 생각하면 에렌페스트는 이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머님은 말했다.
"지금은 성으로 돌아가세요, 로제마인. 시간이 있으면 언제든지 오세요. 또 이야기하도록 해요."
"네, 어머님."
나는 호위기사들과 함께 성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영주 일족이 모여 마술도구를 받을지, 돌려보낼지 논의한 결과, 한시라도 빨리 에렌페스트의 귀족을 늘리기 위해, 마술도구를 받기로 결정되었다. 보수를 먼저 보내올 정도로 양녀로 들이고 싶은 것이니, 돌려보내더라도 왕족의 의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허비한 1년으로 인해 세례식을 받지 못하는 아이가 나올 가능성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마술도구를 주고 싶다.
"……양부님, 고아원으로도 마술도구를 돌려주지 않으시겠나요?"
"세례식 시점을 기준으로, 중급 귀족 정도의 마력이 없으면 회복약의 낭비이고, 아이의 몸에도 큰 부담이 걸린다. 그리고 지금 하급 귀족들을 많이 늘리기보다는 앞으로 태어날 마력이 높은 아이를 위해 마술도구를 온존해 두고 싶다. 그렇기에, 일정량의 마력이 있을 것, 사상 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조건으로 고아원 아이들에게도 주는 것을 허가한다. 다만, 면접은 신관장인 할트무트에게 시키도록."
고아원장인 내가 아니라 신관장인 할트무트가 책임지고 사상 등의 면접을 치르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고아원 관계자에게 무른 나의 면접 결과는 아무래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믿을 수 없다고 하니 조금 화가 나긴 하지만, 내가 내 사람들에게 무른 것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적되고 있는 것이라서 어쩔 수 없다.
"계파의 아이뿐만 아니라 고아원에도 마술도구가 주어지게 되어 다행히네요, 로제마인 누님."
멜키오르의 말에 끄덕이고 나는 아이의 마력을 측정하기 위한 마술도구를 양부님에게 빌려, 멜키오르 및 측근들과 함께 신전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어서 오십시오, 로제마인님."
"지금 돌아왔습니다."
신전 근시들의 마중을 받고 나는 신전장실로 들어간다. 신전장의 의상으로 갈아입고, 영주 회의 중의 보고사항을 듣는다. 신전의 청색 견습들도 고아원 아이들도 별다른 일은 없는 매일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켐퍼와 프리타크들을 중심으로 봄의 성인식의 준비를 끝냈다고 한다.
"별다른 일이 없어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저로부터 상당히 중요한 보고가 있습니다."
근시들이 자세를 바로잡은 가운데, 나는 1년 후에 에렌페스트를 떠나는 것, 차기 신전장은 멜키오르가 된다는 것을 전했다. 중앙에 간다거나, 왕의 양녀가 된다거나 하는 쓸데없는 정보는 입에 올리지 않는다. 회색 신관, 회색 무녀인 이들은 귀족이 물어왔을 때에 비밀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르는 것이 제일이다.
"로제마인님이 성인이 되는 것과 동시에 신전장을 그만두시는 것은 알고 있던 것입니다. 그것이 빨라졌을 뿐이니까요……."
프랑은 조금 외로운 듯이 그렇게 말하며 미소짓는다. 주인이 두고 가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사실은 모두를 사들여 저의 도서관에 두는 것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귀족가는 안심이 되지 않는다고 전에 말했었죠? 제가 에렌페스트를 나가면 도서관을 누가 관리하게 될 지 알 수 없고, 제가 갈 곳도 신전이 아니기에, 있을 곳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아렌스바흐를 해체할 수 있게 되면, 페르디난드를 에렌페스트로 돌려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프랑들도 맡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뚜렷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는 멜키오르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안심이다.
"로제마인님이 말씀하신 대로, 앞날의 불확실함이 신전의 비할 바가 아니군요. 저는 신전 외의 삶을 모르고, 지금까지의 언동을 보아서는 심한 주인이 아닌 것 같았으니, 멜키오르님을 섬기는 것에 문제는 없습니다."
"다른 신전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면, 모두를 데려갔겠지만요."
내 말에 프랑은 "그렇다면 하세의 소신전에 들어간 적이 있는 저도 동행했을 겁니다" 라며 웃었다.
"다만 빌마에게만은 다른 선택을 받지 않으면 안됩니다."
"다른 선택인가요?"
나의 근시가 되기 전과 같이 고아원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던 것 같은 빌마는 몹시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어느 정도 극복은 했지만, 결코 남성 공포증이 없어진 것은 아닌 빌마는 불안한 듯 나를 본다.
"저의 전속 화가가 될지, 제가 없어진 이후에 어머님의 전속 화가가 될 것인지……. 1년 내에 선택해 주세요."
어머님과의 논의 내용을 전하자, 빌마는 "고아원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라며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닌 고아원의 걱정을 했다.
"지금의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기에, 모니카나 릴리를 멜키오르가 고아원의 관리를 하는 근시로서 들이도록 교섭할 생각입니다."
빌마의 방식을 알고 있는 사람을 후임으로 할 것임을 전하자, 빌마는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라며 미소지었다. 그러나 그것은 안심한 미소는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불안한 것은 빌마뿐만이 아니었다. 모니카와 프리츠도 불안해 보인다.
"……로제마인님, 신경 쓰지 마십시오. 지금의 얼굴을 보면, 로제마인님에게 있어 정말 급하고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이동임은 헤아릴 수 있습니다. 저희에게 과도할 정도로 마음을 써 주시고 있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멜키오르가 고아원을 심하게 취급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빙글빙글 책임자가 바뀌는 현 상태에서는 멜키오르도 언제까지 신전장직에 있을지 알 수 없다. 고아원이나 회색 신관들을 생각해 주는 상사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라고 자무가 말했다.
"멜키오르는 남자이니, 그렇게 쉽게 이동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두가 조금이라도 안심하고 지낼 수 있도록 저도 인계에 힘을 다할테니까요."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이동에 대한 것을 전한 다음은 고아원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마술도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력량의 검사와 면접으로, 귀족 아이에게 주는 마술도구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을 빌마가 아이들에게 전달하게 되었다.
"귀족이 되기 위해선 일정량의 마력을 마술도구의 마석에 쌓아 두지 않으면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주지 않으면 귀족이 될 수 없는 아이도 나오겠죠. 언제라면 면접이 가능할까요?"
"오늘은 아이들이 숲에 나가 있으니, 내일 이후라면 괜찮습니다. 날짜를 알려주시면 마력을 가진 아이들을 고아원에 대기시켜 두겠습니다."
나는 할트무트와 협의해 날짜를 결정하겠다는 것을 전하고, 근시들을 해산시켰다. 각각의 일을 향해 근시들이 흩어져 간다.
"프랑, 저의 이동에 관해 프랭탕 상회의 벤노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고아원장실을 쓰고 싶습니다만……."
"알겠습니다. 연락을 취하고, 일정을 맞춰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무, 신관장실로 가서 할트무트와 고아원에서 면담할 날짜를 정해서 오세요."
"알겠습니다."
"프리츠, 올해는 종이가 대량으로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타우2의 열매를 가능한 많이 주워 주세요."
"알겠습니다."
모니카가 가져온 편지와 서류를 훑어보면서, 나는 차례로 지시를 내린다. 일단락된 시점에서 피리네가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로제마인님, 마술도구를 받은 고아원 아이들의 회복 방법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제가 준비할 생각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의 문신 견습은 서류 작업만 우수하고 조합할 기회가 적다고 지적되었고, 피리네와 로데리히가 만들어 보겠나요?"
역시 고아원 아이들의 회복약을 양부님이 지원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고아원장인 내가 부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로서는 콘라드를 위한 회복약를 준비할 수 없어서, 마술도구를 되찾긴 했어도 콘라드가 귀족이 되는 것은 포기했었습니다. 그러나 고아원 아이들에게 회복약이 주어진다면, 콘라트에게도 회복약을 주고 싶습니다. 부탁합니다, 로제마인님."
콘라트가 귀족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면……, 하는 강한 소망에, 나는 피리네를 향해 몸을 돌린다.
"하급 귀족의 마력량으로는 몸에 큰 부담이 간다고 합니다만, 그래도 콘라트가 원한다면 회복약을 줄 수 있습니다."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자신으로서는 소재를 모아 많은 회복약을 준비해 콘라트를 귀족으로 만들 수 없었다며, 피리네는 얼굴에 웃음을 띄운다. 기뻐하는 피리네의 미소는 귀엽지만, 동생을 귀족으로 되돌리는 것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고, 현실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피리네. 당신은 저에게 이름을 바쳐, 콘라트를 사들여 중앙으로 동행하겠다고 말하지 않았었나요? 콘라트를 귀족으로 한 이후엔 어떻게 할 건가요? 저에게 이름을 바치지 않은 미성년자인 콘라트는 중앙으로 데려갈 수 없어요."
"네? ……아."
"귀족으로서 키우려면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피리네 자신이 귀족원에 다니며, 동시에 콘라트의 생활비까지 마련할 수 있나요?"
피리네는 입을 다물고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무 것도 없이 집을 나온 하급 문관 견습인 피리네의 급료로는 자신의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할 정도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번역료나 정보료 등으로 조금씩 돈을 주고는 있지만, 선대가 남긴 것이 전혀 없는 상태로 귀족으로서 생활하려면 정말 많은 돈이 든다. 지금부터 돈을 모으지 않으면, 성인식의 나들이옷을 주문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콘라트를 청색 신관 견습이 아니라 동생으로서 귀족이 되게 할 것이라면, 친가로 돌아갈 것을 권합니다."
"로제마인님?"
"어머님에게 들었습니다. 피리네의 아버지는 데릴사위이고, 본래의 상속자는 피리네라고."
피리네가 친가로 돌아가 데릴사위인 아버지와 후처에게 빼앗긴 집을 되찾으면 선대가 남긴 마술도구나 교재, 그리고 수선하면 입을수 있는 옷 등이 있을 것이다. 유복한 생활은 할 수 없겠지만, 성에서 방을 얻어 살면서 두 사람 몫의 모든 것을 피리네가 준비해야 하는 생활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남자인 콘라트가 고아원에 들어간 이상, 분명 제가 본래의 상속자입니다. 하지만 저는 미성년이기에, 성인이 되기 전에는 뒤를 이을 수 없습니다. 지금 돌아가더라도 아버님과 요나사라님 마음대로 하게 할 뿐이고, 어머님의 물건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생활 때문에 팔린 것도 많다며 피리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아원에서 세례식을 받고 청색 신관 견습으로서 신전에서 생활하는 것도 못할 것 없습니다만, 아우브를 후견인으로 둔 부모 없는 귀족이 됩니다. 콘라트를 피리네의 동생으로서 귀족으로 만들겠다면 고아원에서 나올 필요가 있습니다."
고아원에 있는 채로는 귀족 사회에서 피리네의 동생으로는 인식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친가에서 지낼 수 있도록 어머님의 후원을 받거나, 성인이 된 남성분과 피리네가 약혼해 보호를 받거나……. 뭔가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리네가 망연한 얼굴로 나를 본다. 그런 얼굴을 향해와도, 세례식에서 부모가 결정되거나, 고아원 소속으로 세례식에 나오는 아이는 아우브를 후견인으로 한다거나 하는 것은 내가 정한 것이 아니고, 뒤집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선은 콘라트와 제대로 상의하세요. 많은 회복약을 마시며 괴로운 경험을 하더라도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고 싶은지. 그리고 귀족이 되더라도 고아원 소속으로 될 것인지, 친가로 돌아갈 것인지."
피리네는 이미 어머님의 유품인 마술도구를 가지고 있고, 고아원 아이들에게 회복약을 나눠준다면, 콘라트에게 나눠주는 것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둘의 부모가 아니고, 1년 후에는 고아원장도 아니게 되는 나로서는 콘라트의 장래에 대한 책임은 질 수 없다.
우리들의 대화를 듣던 다무엘이 어두운 얼굴이 되었다.
"오늘은 고아원의 면담이고, 내일은 프랭탕 상회와의 면회네요."
"봄의 성인식도 얼마 남지 않았고, 여름의 세례식도 금방입니다. 그것이 끝나면 아우브가 아렌스바흐로 향하는 것이니, 정말로 바쁘군요, 로제마인님."
마력량을 측정하기 위한 마술도구를 안고 있는 할트무트와 함께 예정을 확인해 나가며, 나는 고아원으로 걸어간다. 뒤에는 어머니의 유품인 마술도구를 안고 있는 피리네도 있다. 모두와 같이 귀족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에 주고 싶다고 한다.
앞을 걷고 있던 프랑과 자무에 의해서 고아원 문이 크게 열리고, 그 너머로 나란히 무릎을 꿇은 다섯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세 살 정도의 작은 아이부터 세례식을 앞둔 아이까지 나란히 있는 가운데, 딜크와 콘라트도 있다.
이미 빌마와 할트무트에게서 무엇이 진행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던 듯, 할트무트가 들고 있는 마술도구를 보고 긴장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럼 바로 마력량을 측정할까요? 이름과 나이를 알려주세요."
할트무트는 큰 아이부터 차례차례 재빨리 마력량을 측정해 나간다. 나이에 의해 마력량이 증가해 가므로, 기준치도 달라진다. 할트무트는 아이들의 마력량이 양부님이 말한 규정량에 달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고, 아이들을 좌우로 나누어 간다. 왼쪽에는 딜크와 또 한 명의 남자아이가 있고, 오른쪽에 콘라트와 두 명의 남자아이가 있다.
"왼쪽의 두 사람은 마력량이 아우브가 말한 규정량을 넘고 있습니다. 원한다면 아우브에게서 마술도구를 받을 수 있겠죠."
할트무트는 그렇게 말했지만, 딜크 옆에서 빌마에게 안기다시피 서 있는 아이는 세 살 정도로 매우 작고, 무슨 말을 들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빌마, 그에게는 중급 귀족의 마력이 있고, 세례식까지 아직 시간도 있습니다. 마술도구를 주는 것이 좋겠지요. 아직 사상 같은 것이 있을 나이도 아니고……."
할트무트는 세살 가량의 아이에게 사상에 대해 묻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귀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긴장으로 얼굴을 경직시키고 있는 딜크에게 몸을 돌린다.
"자, 딜크. 당신의 마력량은 규정을 넘고 있습니다. 마술도구를 원하면 줄 수 있습니다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잠깐만요! 딜크는 그냥 고아입니다. 귀족의 아이가 아닙니다. 마술도구를 받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른쪽에 세워진 한 남자아이가 외친다. 딜크는 찡그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리고 그 아이의 말을 듣고 있다. 하지만 할트무트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에 있는 것은 모두 고아이고, 딜크도 그대도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다릅니다. 저는 귀족인 부모님이……."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지 못한 아이는 귀족이 아닙니다. 그리고, 고아원에 있는 이상, 그저 고아일 뿐입니다. 귀족의 가치로 재었을 때, 마력량이 많은 딜크에게 가치가 있다. 그뿐인 이야기입니다."
깨끗하게 아이의 반론을 떨쳐낸 할트무트는 다시 딜크를 향한다.
"딜크, 마술도구를 원하나요?"
할트무트의 등색의 눈동자는 지금까지 고아들에게 보여오던 상냥한 시선이 아니다. 귀족이 되기를 바라는 딜크의 결의를 조용히 응시하는 면접관의 얼굴이 되어 있다.
딜크가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딜크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살펴본다. 식당 안쪽에서 숨을 죽이고 딜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델리아의 모습이 보인다. 꼬옥 손을 깍찌끼고 입술을 깨물며 작게 떨고 있다.
델리아의 창백한 얼굴은 전 신전장에게 딜크를 빼앗겼을 때에 많이 닮아 있었다. 제발 부탁이니 마술도구 같은 건 원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자신의 옆에서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족을 빼앗아 가지 말아 줘. 그렇게 외치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딜크는 델리아에서 시선을 떼고 할트무트를 향했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들이키고 고개를 든다.
"……마술도구를 원합니다."
그 순간, 델리아가 눈을 크게 뜨고 "싫어!" 라고 외쳤다. 비명 같은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델리아에 집중된다. 그러나 딜크만은 돌아보지 않는다. 할트무트를 똑바로 바라보고, 다시 한 번 마술도구를 바란다.
"할트무트님, 저는 마술도구가 갖고 싶습니다."
"딜크, 무엇 때문인가요? 지금부터 마석을 물들이는 것은 상당한 고통을 동반하는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리고, 딜크의 소중한 누나는 그대가 귀족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어째서 귀족이 되기를 바라는 건가요? 그리고 귀족이 되어 무엇을 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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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술도구를 누구에게 줄 것인가. 무엇 때문에 줄 것인가.
태어날 때부터 다소 강한 중급이라던 딜크는 돌파했습니다.
델리아와 떨어져서도 마술도구를 얻고 싶은 이유가 있습니다.
다음은 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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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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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이건... 역키잡의 냄새?!!
귀족이 되어 누나를 사겠어! 라는 건가??
그리고 등색(귤색, tangerine)에 대한 단어가 고민입니다.
유르겐슈미트에 오렌지만큼이나 귤도 있을 것 같지 않고.... 귤색을 나타내는 다른 단어도 없고.... 혹시 마비하셨던 분 없나요? 어쩐지 이쪽으로 잘 알 것 같은데....
추신: 다음화부터 멜키오르(melchior)를 멜키오르로 변경하려 합니다.
어느 쪽이든 상관 없었지만, 어감이나 멜키 라고 약칭을 부르기에도 멜키오르쪽이 더 나은 것 같네요.
추신2: 귤색은... 일단 그대로 가겠습니다. 사실 쓸데없는(...) 집착이니까요 뭐. 냐핫.
1의 종. 04:00
2의 종. 07:00 ~ 07:30
3의 종. 09:30 ~ 10:00
4의 종. 12:00
5의 종. 14:30 ~ 15:00
6의 종. 17:00 ~ 17:30
7의 종. 20:00
Tau (이슬)
책벌레의 하극상 5부 99화. - 아이의 마술도구 후편 -
아이의 마술도구 후편
조용히 묻는 할트무트를 보며, 딜크는 꾸욱 주먹을 쥐었다.
"저는 귀족이 되어 신전장이나, 신관장이나, 고아원장이 되고 싶습니다."
"호오?"
할트무트가 조금 재미있다는 듯이 딜크를 쳐다본다. 그러나 그 눈은 여전히 날카로운 채이다.
"로제마인님이 오시기 전까지 고아원은 심한 상태였는데, 로제마인님이 잘해 주셨기 때문에, 우리는 식사를 받고, 겨울에도 추위에 떠는 일 없이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잘 알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할트무트는 똑똑한 학생을 보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재촉한다.
"그리고, 회색 신관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귀족은 로제마인님 뿐이고, 미성년인 로제마인님이 신전장으로 있는 것은 신관장이 제대로 뒷받침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딜크의 말에 할트무트가 매우 흡족해 하고 있다. 뒷받침 받고 있다는 자각은 있으니 반론은 하지 않지만, 조금, 정말 조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어쩐지 딜크가 할트무트에게 세뇌당한 느낌이 없지 않다.
"작년 봄, 신관장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듣고 회색 신관이나 회색 무녀들은 매우 곤란해 하고 있었습니다. 신관장이 바뀌면 신전과 고아원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면서요."
내가 고아원장으로서 여러가지 개혁을 한 것은 신관장인 페르디난드의 허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아원장이 무엇을 하더라도 매번 신관장의 지시를 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느 쪽의 입장이 위인지 자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신관장이 나의 계획에 부정적인 사람이라면, 고아원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도 이상하지 않다. 옛 고아원의 모습을 알고 있는 성인이 된 회색 신관들은 매우 불안해 했다고 한다.
"로제마인님은 할트무트님을 신관장으로 해주셨습니다. 상냥하고 로제마인님에게 심술궂은 짓을 하지 않는 신관장이었기 때문에 모두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로제마인님이 있던 고아원밖에 몰랐기에, 그때는 어른들이 왜 그렇게 기뻐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세례를 받기 이전이기에 고아원에서 나올 수도 없고, 고아원을 찾아오는 귀족들은 나의 측근들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싫은 귀족과 만난 기억이 없는 딜크는 어른의 불안과 안도에 공감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것은 콘라드가 고아원으로 왔을 때에도 같았다. 귀족의 아이니까, 라고 어른들은 긴장하고 있었지만, 딜크는 또래 아이인 것이 그저 기뻐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콘라드는 우리들과 같았습니다. 그때까지는 프랑이 가져다 주는 검은 돌을 쓰는 것이 저 혼자였는데, 콘라드도 함께 사용하게 되었을 뿐입니다."
몸이 먹히는 아이인 딜크와 귀족 출신인 콘라드 두 사람은 마력이 넘치지 않도록 검은 마석으로 가끔씩 마력을 빼고 있었다. 자신만 해 오던 마력 빼내기를 둘이서 하게 되며 콘라드와의 동료 의식은 강해졌지만, 거기서 딜크가 귀족의 아이와 고아의 차이를 느끼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겨울에 많은 귀족 아이들이 들어왔을 땐, 어느 아이나 잘난척 하고 있었고, 어른의 말도 좀처럼 듣지 않았고, 귀족의 아이가 어째서 그런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냐거나, 귀족으로 돌아갈 때까지 참을 뿐이다, 라고 하는 것입니다."
함께 고아원에서 살고 있는데도 자신은 고아원 소속이 아니라는 의식을 갖고 있어, 어른들을 포함한 자신들을 아래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싫어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평등을 전제로 하는 고아원에서 딜크가 처음으로 마주한, 싫은 의미의 신분 차이였던 것 같다.
"이런 귀족이 고아원장이나 신관장이 되면 우리는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해? 라는 콘라드의 말을 듣고, 저는 겨우 알았습니다."
한 계절이 지나고, 부모가 데려가지 않고 남겨진 아이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딜크는 평범한 귀족의 아이가 스스로 고아라고 생각할 일이 없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전. 빌마가 평정을 잃은 모습으로 고아원으로 돌아와, 앞으로 1년 후에 나와 할트무트가 신전에서 없어지는 것, 멜키오르가 차기 신전장이 되는 것, 빌마가 팔려가는 것을 전했다. 신전장, 신관장, 고아원장, 고아원의 관리자 전부가 바뀌는 것이다. 고아원은 패닉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평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던 어른들의 혼란 상태가 딜크에게는 너무나도 무서웠던 것 같다.
"고아원이 곤란하지 않도록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습니다만, 알 수 없었습니다. 고아원에 대한 것을 제대로 생각해주는 좋은 귀족이 있으면 좋겠지만, 좋은 귀족은 적은 거죠? 옛날의 고아원으로 돌아가는 것은 곤란합니다. ……델리아는 고아원에서 나올 수 없으니까요."
딜크가 그렇게 말하며 델리아를 돌아본다. 평생 고아원에서 나올 수 없는 델리아가 어떻게 살아갈지는 고아원의 상태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딜크를 너무 아끼다가 죄를 짓고 고아원에서 나갈 수 없게 된 델리아가 불안해 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신전장과 신관장이 좋은 귀족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다.
"딱히 신전장도 신관장도 귀족일 필요는 없어요, 딜크."
원래는 청색 신관이 맡았던 직책이다. 귀족이 될 필요는 없다. 할트무트가 조용히 지적하자, 딜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영주 일족이 신전장이고, 귀족들이 많이 신전에 출입하게 되었기 때문에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귀족을 억누를 수 있는 것은 귀족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아닌가요?"
"틀리지 않았습니다. 확실히 귀족이 아닌 청색 신관으로선 귀족을 억누를 수 없지요."
숙청 후에 고아원으로 돌아온 전 근시들에게, 청색 신관과 귀족인 그들 사이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부모의 죄로 인해 신전에서 청색 견습으로서 생활하고 있는 귀족 아이들이 있을 정도다. 그냥 청색 신관으로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맞설 수 없다.
"저는 로제마인님이 가르쳐 주신 방식을 지키고, 고아원들과 델리아가 슬픈 일을 겪지 않고 지낼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귀족으로서 신전장이나 신관장이 되고 싶습니다."
아무리 원한다 하더라도, 귀족의 지위 같은 것은 손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딜크는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마력을 가진 고아에게 마술도구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귀족으로서 인정 받기 위해서는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을 놓치면 더는 없습니다."
"고아원으로 귀족의 아이들이 많이 들어와, 그에 대한 구제 조치로서 마술도구를 나누어 주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겠죠."
숙청이 벌어진 것, 아이들이 연좌를 피할 수 있었던 것, 귀족의 수가 크게 줄어 시급하게 늘릴 필요가 있었던 것, 왕족에게서 마술도구를 얻을 수 있었던 것, 딜크가 세례 전이었던 것. 모든 의미에서 지금밖에 없다.
"하지만, 딜크의 소중한 가족은 반대하는 것 같은데요?"
할트무트는 울면서 고개를 흔들고 있는 델리아를 가리킨다. 딜크는 굉장히 곤란한 얼굴로 델리아를 보았다.
"딜크, 제발. 다시 생각해줘.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치르면, 난 더는 딜크를 만날 수 없어. 더는 가족이라고 부를 수 없고, 말이나 태도도 바꿔야만 해. 아무리 힘든 상황이 되더라도 참을 테니까, 가지 말아줘."
델리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파고든다. 가족과 떠나기 싫다고 외치던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 같다. 가족과 떨어지며, 더 이상 가족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알고 있다.
……딜크, 가지 말아줘. 옆에 있어줘. 델리아는 정말로 너를 소중히 여기고 있어. 살아가는데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마음의 버팀목인걸!
마음 속으로는 그렇게 외쳤지만,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고아원장인 내가 말하면, 그것은 명령이 된다. 게다가, 지금은 할트무트가 면접 중이다.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말한 내가 말참견을 해서는 안 된다.
딜크는 할트무트에게 한마디 양해를 구하고, 델리아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보내고 싶지 않다는 듯이 딜크를 끌어안는 델리아를 달래듯이 진홍빛 머리를 쓰다듬는다.
"델리아가 가르쳐줬잖아. 로제마인님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셨는지, 고아원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타지의 귀족이나 고위 귀족으로부터 어떻게 우리를 지켜 주셨는지."
델리아가 근시였을 무렵엔 신전장의 간첩인 것을 경계해, 델리아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었다. 그런 관계였지만, 델리아는 딜크에게 나에 대해 아주 좋게 이야기 했던 모양이다. 딜크의 검정에 가까운 짙은 갈색 눈은 자신의 히어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열정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델리아가 말한 것처럼, 할트무트님도 고아원으로 오면 언제나 가르쳐 줍니다. 로제마인님이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주시는지."
……잠깐, 할트무트!? 고아원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내가 아연한 기분으로 할트무트를 보자, 할트무트는 "대만족" 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표정으로 끄덕이고 있다.
"로제마인님도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영주의 양녀가 되었다고 할트무트님은 말했습니다. 나도 로제마인님처럼 이 고아원과 함께 자란 동료를 지키기 위해 귀족이 되고 싶습니다. 알아주세요, 누님."
델리아가 몸을 무너뜨리며 울기 시작했다. 가족과는 헤어지고 싶지 않다. 그러나 더 이상 딜크를 붙잡지도 못한다. 그 틈새에서 흔들리며, 딜크를 잡고 있던 델리아의 손이 느슨해졌다.
딜크는 조금 느슨해진 델리아의 팔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향해 다시 한 번 뻗어오는 손을 돌아보는 일도 없이, 바로 할트무트의 앞으로 돌아온다.
"모처럼 로제마인님이 좋게 만들어 주신 고아원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할트무트님. 저를 귀족으로 해주세요."
딜크의 올곧은 눈을 할트무트는 조용히 바라본다.
"회복약을 사용해가며 마력을 모으는 것도 괴롭지만, 지금 고아원에서 세례식을 받으면 주위에는 범죄자의 자식으로 간주될 것입니다. 세간의 시선도 비난도 강하겠지요."
딜크가 세례식을 받을 때는 양부님을 후견인으로 해서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과 함께 받게 된다. 다른 귀족들에게는 범죄자의 아이와 한묶음으로 취급받고, 함께 세례식을 받는 아이들로부터는 사실은 평민인 주제에……. 라는 말을 들을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들을 보호해주던 로제마인님은 없어지게 됩니다. 어중간한 각오로는 귀족이 될 수 없어요."
"……어중간한 각오로 고아가 귀족이 되고 싶다는 말은 할 수 없습니다."
짙은 갈색의 눈동자와 등색의 눈동자가 교차한다.
몇초 후, 할트무트가 훗 하고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좋습니다. 아우브에게 부탁해 당신의 마술도구를 주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안심한 듯이 딜크가 몸의 힘을 뺐다. 양팔을 교차시키고 한번 무릎을 꿇은 뒤, 일어나 델리아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저기, 델리아."
딜크가 말을 걸어도 델리아는 눈물이 가득한 물색의 눈으로 노려볼 뿐, 대답하려 하지 않는다. 예사롭지 않은 시선으로 노려봐지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위세가 좋았던 딜크가 조금 허둥거리기 시작한다.
"델리아, 화났어?"
"……델리아가 아니라 누님으로 부르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에에!?"
예상 밖의 대답에 딜크가 놀란 목소리를 높이자, 델리아는 턱을 들어올리며 얼굴을 외면한다.
"딜크가 귀족이 될 때까지, 여기서 나갈 때까지, 누님으로 부르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가족인 나 몰래 이런 큰 일을 결정한 벌입니다. 정말―! 딜크는 곤란한 부분만 로제마인님의 흉내를 내잖아요!"
"곤란한 부분이 아니라 멋진 부분!"
"즉흥적으로 큰일을 저질러 버리는 것이니까 곤란한 부분이 맞아요! 정말―! 로제마인님은 옛날부터 그랬다니까요!"
……어!? 나 때문이야?
델리아의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한 반응인 것은 알고 있지만, 난데없는 불똥이다. 내 뒤에 서 있는 호위기사들이 나의 옛날의 소행을 늘어놓는 델리아와 "하지만 그건 이런 이득이 있었어" 라고 말다툼하는 딜크의 흐뭇한 남매 싸움을 보며 작게 웃는다.
"즉흥적으로 이런저런 일을 벌이시는 것은 옛날부터였었나요."
"바뀌지 않으셨네요."
"아니요, 로제마인님은 바뀌셨습니다."
할트무트를 득의양양하게 가슴을 친다.
"옛날보다 훨씬 영향력은 광범위하게, 그리고 규모가 커지게 되었기 때문에, 성장하고 계십니다!"
……그거, 변호해 주는게 아니잖아!
남매 싸움의 안주거리로 내가 모욕당하고 있는 와중에, 피리네가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로제마인님, 조금 콘라드와 이야기하고 와도 될까요?"
내가 허가를 내주자, 피리네는 마술도구를 가지고 콘라드가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콘라드, 조금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요?"
"네, 누님."
콘라드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 피리네는 자신이 안고 있는 마술도구를 내밀었다.
"당신에게는 어머니가 남겨주신 마술도구가 있습니다. 저로서는 준비할 수 없었던 회복약을, 지금이라면 로제마인님이 당신에게도 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귀족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저의 동생으로서 세례식을 받지 않겠습니까?"
피리네의 말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콘라드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회복약이 있어도 돈이 없는데 제가 어떻게 귀족이 될 수 있는 건가요? 영주님의 마술도구를 받은 사람은 영주님이 후견인이 되어주신다고 빌마가 말했지만, 제게는 그것이 없는 거죠?"
고아원에서 세례식을 받는 아이들은 아우브가 후견인이 되어, 그 교육에는 숙청한 귀족들로부터 접수한 돈이나 도구를 사용하게 되어 있다. 영주가 지정한 마력량을 채우지 못하고, 피리네의 동생으로서 세례식을 받게 되면, 콘라드에게는 영주의 지원이 붙지 않는다.
"누님은 고아원에 올 때마다 항상 귀족원에 필요한 물건을 갖추는 것이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었나요. 제 몫까지 준비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종이가 수십, 수백장이나 필요할 정도로 돈이 들 테니까요."
집을 나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지탱해야만 하는 미성년자인 피리네가 콘라드까지 떠안기는 어렵다. 그것은 콘라드 쪽이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콘라드가 다시 귀족이 된다면, 저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어머님이 남겨주신 물건이 아직 남아 있다면, 귀족원에 다니는 것도 어떻게든 되겠죠."
지금까지 자신이 구입한 교재도 있고, 집에 남아 있는 것이 있으면 둘이서 귀족원을 다닐 수도 있고, 나의 측근임을 전면에 내세워 아버지에게 돈을 내달라고 해도 된다고 피리네가 말한다.
"누님, 저는 요나사라님에게 마술도구를 빼앗겨 귀족으로서 살 수 없었기에, 그리고 아버지가 저를 구해줄 생각이 없었기에, 살기 위해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 집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콘라드를 귀족으로 되돌리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제안한 피리네였지만, 콘라드는 "절대로 싫습니다" 라고 거절했다.
"저기, 콘라드. 당신이 귀족으로 돌아갈 기회는 지금 뿐입니다. 고아들에게 마술도구가 주어지고, 로제마인님이 회복약을 주시는 지금이 아니면……. 회색 신관으로서 살아가는 것과 귀족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르죠?"
피리네의 거듭된 설득에, 콘라드는 "그 마술도구는 누님의 아이를 위해 놔둬주세요" 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절당한 피리네는 슬픈듯이 미간을 찡그리고는, 한 번 눈을 감고,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듯이 살짝 숨을 토한다.
"콘라드가 귀족이 되지 않는 길을 택한다면, 제게는 더 이상 남매로서 살아갈 길이 남지 않았습니다. 콘라드와 함께 살기 위해 당신을 사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를 사들이는 건가요? 쓸모 없는 짓입니다."
"동생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저의 어리광이에요."
피리네는 미소지으며 손가락을 네 개 세웠다.
"……저에겐 네가지 길이 있습니다. 콘라드를 고아원에 두고, 이름을 바치고 로제마인님을 따라가는 길, 에렌페스트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지내고, 콘라드를 고아원에 두고 로제마인님을 따라가는 길, 콘라드가 귀족이 되게 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귀족이 되지 않는 당신과 지내기 위해 에렌페스트에 남는 길."
피리네가 느린 어조로 자신의 길을 말하는 것을 콘라드는 조용히 바라본다.
"제가 자신의 장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콘라드가 자신의 장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저는……."
콘라드는 거기서 말을 머뭇거린다. 피리네에게 말해도 좋을지 고민하듯, 입을 어물거리며 모습을 살핀다. 피리네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곤란한 듯이 웃었다.
"콘라드가 알려주지 않으면 제 맘대로 할 거에요?"
"……저는 고아원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누님과 함께가 아니라, 가장 힘든 때에 도와준 고아원의 모두와 함께 살고 싶습니다."
"그런가요……."
피리네는 낙담한 듯이 어깨를 떨어뜨리고, "알려줘서 고마워요" 라고 중얼거린다.
"고아원에서 어떻게 살아갈 건가요?"
"프리타크님 같은 청색 신관이 되고 싶습니다."
숙청으로 끌려갔어도 다시 되찾아 올 정도로 신전장이나 신관장의 신임이 두터운 청색 신관. 신전장이나 신관장이 부재중일 때는 신전을 맡기고 갈 정도로 능력 있는 청색 신관. 스스로 벌이로 자신의 생활을 꾸려가는 청색 신관. 그것이 콘라드의 이상이라고 한다.
……프리타크가 콘라드의 히어로였다니, 처음 알았어.
"프랑탱 상회의 러츠가 말했습니다. 공방의 일에 밝은 청색 신관이 필요하다고요. 저는 공방에 출입하는 청색 신관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딜크와도 약속했습니다. 딜크가 마술도구를 받아 귀족이 될 수 있다면, 저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청색 신관을 목표로 딜크를 뒷받침하겠다고."
둘이서 함께 고아원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피리네와 닮은 황록의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누님이 어리광을 말한 것처럼, 저도 어리광을 말해도 좋다면, 성인이 될 때까지 에렌페스트에 있어 주세요. 그리고 세례식을 마친 제가 청색 신관이 될 수 있도록 조금만이라도 도와주신다면 기쁠 것입니다."
귀족이 되는 것 정도는 아니더라도, 청색 신관 견습이 되는 것에는 돈이 든다.
콘라드는 하급 귀족이라 마력이 적기 때문에, 세례 직후에는 거의 마력 공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력의 공급량에 따라 영지에서 주어지는 보조금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금 성장해서 마력이 늘어 자활할 수 있게 될 때까지만이라도 지원해주었으면 한다고 콘라드는 말했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을 정도로 마력이 적은 제가 귀족이 되기보다는, 청색 신관으로서 딜크나 멜키오르님을 돕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콘라드는 고아원에서 귀족 이외의 삶을 발견한 것 같다. 쉽게 팔려나가는 회색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설 수 있는 청색 신관이 되고 싶다고 바라고 있다.
"알겠습니다. 전, 성인이 될 때까지, 에렌페스트에서 콘라드를 지켜보며, 함께 고아원을 지켜가겠습니다."
피리네가 방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스스로 납득해 자신의 길을 선택한 것 같아, 나도 안심한다. 그리고 피리네가 길을 선택했다면, 주인인 나는 그것을 지원해 주면 된다.
피리네의 생활을 지탱할 수 있도록 어머니에 대한 사전 교섭은 물론, 귀족들이 출입할 기회가 늘더라도 신전이 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에렌페스트의 최고 권력자인 영주 일족에게 협력을 요청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는 것이 좋을까?
조금 가벼워진 기분으로 앞 일에 대해 생각하면서, 피리네와 콘라드의 모습을 바라본다. 콘라드는 자신의 희망을 피리네에 전해, 그것이 받아들여진 것이 정말로 기뻤던 모양이다. 지금까지보다 훨씬 피리네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전에 누님은 상인과 귀족의 회합에도 나가고 있다고 말씀하셨죠? 어떤 식으로 귀족과 상인이 대화하는지, 로제마인님이 어떻게 활약하셨는지, 알려주세요."
"그건 상관 없지만……콘라드는 상인의 회합에 나가고 싶은가요?"
상인의 회합은 청색 신관의 일이 아닌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지만, 즐거워 보이는 콘라드에겐 말할 수 없다. 게다가 정말로 콘라드가 공방에 출입하는 청색 신관이 되었을 경우, 프랭탕 상회 측이 의견을 구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요구할 일이 없을거라고도 단정할 수 없다.
"최근은 공방으로 오는 프랭탕 상회 사람들로부터 장사에 대한 것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로제마인님처럼 억척스러운 상혼과 능란하게 협상할 수 있는 청색 신관이 되고 싶습니다."
……잠깐, 콘라드. 목표하는 곳이 뭔가 어긋나 있지 않아?
"로제마인님 같은 협상이 가능한 신관인가요……. 멀고도 험난한 길이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긴장한 콘라드를 내려다보던 피리네가 나를 힐끗 보며 쿡쿡 웃었다.
"피리네는 상당히 침착하게 콘라드를 대하고 있었네요."
나에게 상담해올 당시는 상당히 혼란해 하고 있었고, 감정적이었는데, 오늘 고아원에서의 대화는 침착해 보였다. 물론 내심 여러 감정이 빙글빙글거리고 있었겠지만, 그것을 밖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그것을 칭찬하자, 피리네는 수줍은 듯이 뺨을 붉혔다.
"다무엘에게 혼났습니다."
"네?"
"1년 후에 로제마인님이 없어지는 것 때문에 선택을 강요받고, 콘라드를 어떻게 할 지 고민하던 가운데, 갑자기 콘라드가 귀족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생긴 것이 기뻐서, 그만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달려들어버렸습니다."
피리네는 부끄러운 듯이 제 불찰입니다, 라고 말한다.
"전, 로제마인님 밖에 의지할 보호자가 없고, 지금까지는 리할다들이 여러가지로 상담을 들어주었지만 없게 되어 버렸고, 콘라드에 대한 것은 성의 모두와는 상담할 수 없었으니까요……."
세례 전의 아이는 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콘라드의 처우에 대해 상담할 수 없다고 피리네는 중얼거린다. 고아원에 들어간 이상은 피리네의 동생이 아니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기본적인 귀족의 견해라고 한다.
"로제마인님 이외엔 친근하게 대해 줄 법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피리네로선 이젠 거기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 같지만, 그것을 다무엘에게 문책당했다고 한다.
"다무엘이 말했습니다. 콘라드를 고아원으로 들인 시점에서 로제마인님이 책임을 가지는 부분은 끝났으니, 더 이상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피리네의 집안에 관여해 콘라드를 구한 것만으로도 지나친 관여라며 야단 맞고 있던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고 지적받았다고 한다. 콘라드를 귀족으로 하는 것도, 어떤 형태로 중앙으로 데리고 갈 것인지 하는 것도, 내가 생각해야 할 일이 아니라 했다고 한다.
"로제마인님은 저의 주인이시고, 저의 선택과 장래를 자신의 일처럼 생각해 주시고, 상담하면 콘라드에 대한 것도 고민해 주시지만, 그것에 어리광 부려서는 안 된다. 저의 주인이고 보호자이지만, 콘라드의 보호자도 아무것도 아니시니까, 고아에 대한 이상적인 원조를 바래서는 안 된다고."
그리고 피리네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나, 가능한 범위의 원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먼저 콘라드의 희망부터 들으라고 했다고 한다.
……뭐야 그거, 다무엘이 멋있어!
"콘라드가 정말로 귀족이 되고 싶어하고, 제가 그것을 원조하길 바란다면 약혼자가 되어도 좋다고까지 말해주었습니다."
"네!? 다무엘이 구혼했나요?"
"구혼이라기보다는 필요하면 도와줄 수 있다는 선택 사항을 주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다무엘의 말에 기대는 것은, 주인인 로제마인님에게 기대는 것보다도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피리네는 그렇게 말하며 쑥쓰러운 듯이 웃는다.
"전, 언제나 다무엘의 도움을 받아왔습니다. 지켜줘야 하는 누이 같은 믿음직스럽지 못한 여자아이를 졸업해, 가슴을 피고 옆을 걷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무엘에게 어리광 부리지 않는 길을 골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피리네가 콘라드에게 말했던 선택에 다무엘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근데, 이거 다무엘 쪽에서 생각하면, 차인 거 아닌가?
나는 "스스로 설 수 있는 여자가 되면 클라릿사에게 들었던 것처럼 제쪽에서 먼저 구혼할 것입니다" 라고 하는 피리네를 응원하면서 다무엘에게 시선을 돌린다. 다무엘은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언젠가 피리네가 구혼해 줄거라고 가르쳐 주는 것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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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아와 딜크, 피리네와 콘라드의 남매 모습.
각자의 길을 향해 걸어갑니다.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순조롭게 할트무트에게 물들었습니다.
다음은 마술지의 준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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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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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쟤네.... 유치원생입니다..... ㄷㄷㄷㄷ
(아무래도 할트무트의 세뇌교육이 원인인 것 같긴 합니다만....)
그리고 다무엘은 또 차였습니다.
이별의 여신 유게라이제의 가호는 건재합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00화. - 마술지의 준비 -
마술지의 준비
아침 식사 후에 페슈필 연습을 하고 있자, 성에서 측근들이 찾아온다. 호위기사가 교체되고, 오늘의 예정을 확인하게 된다.
"오늘 오후로 예정된 벤노와의 대화는 외부로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비밀방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다무엘에게 호위를 부탁드릴게요."
"로제마인님, 문관의 동행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할트무트가 웃는 얼굴로 물어와, 나는 한순간 머뭇거렸다.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는 명령을 절대로 지키는 이름 올린 팀으로 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의욕이 넘치는 할트무트와, "할트무트를 골라주세요" 라는 듯이 외면하고 있는 다른 모두를 보면, 나에게는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었다.
"음, 할트무트로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오전 중에는 모니카와 프랑에게 비밀방의 준비를 부탁하고, 신관장실에서 집무와 인계를 실시한다. 멜키오르과 그 측근들도 있었기에, 향후의 고아원에 대한 것도 이야기했다. 내가 고아원장을 겸임하고 있었으므로, 고아원장도 멜키오르의 측근 중에서 임명하면 좋겠다고 하자, 멜키오르가 매우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고아원장인가요……. 신관장의 직책은 문관의 일과 비슷하기 때문에 제 측근을 임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아원장은 평민의 아이를 돌보는 것이죠? 일의 내용은 문관보다 근시 쪽이 더 가까운 것일지도 모릅니다만, 지금까지의 일과는 너무 달라서, 1년 내로 인수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저는 아직 측근도 적고……여성 쪽이 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멜키오르에게는 아무래도 남자 측근이 많아서, 어린 아이도 있는 고아원의 관리는 관할 외로 생각하는 사람들 뿐인 것 같다. 다른 귀족들의 시선을 생각하면, 신전의 근시로 여성을 들이는 것도 측근들에는 저항이 있는 것 같다. 체면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곤란하게 되어버렸다. 나의 근시는 멜키오르에게 인계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모니카들은 멜키오르가 데리고 있을 수 없게 된다.
……바로는 인상을 바꾸는 것도 어려우니까. 어쩌지?
"고아원은 마력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지금은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이 있고, 저의 공방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과는 달리 영주 일족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전 베로니카파의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인쇄업에 조예가 깊은 회색 신관이나 무녀의 매입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 때의 대응을 생각하면, 영주 일족이나, 그 측근이나, 아우브에게 보고하기 쉬운 사람에게 고아원장을 맡기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샤를로테 누님이나 브륜힐데의 측근에게 부탁하실 건가요? 다만 샤를로테 누님은 어머님의 출산이 끝날 때까지는 바쁩니다, 브륜힐데는 아직 아버님과 결혼하지 않아서, 인계하기 어렵네요. ……로제마인 누님이 남기고 가는 측근은 브륜힐데 이외엔 없는 건가요?"
멜키오르의 제안에 짝 하고 손을 마주치고, 나는 같은 방 안에서 집무하고 있는 피리네에게 시선을 향했다. 나의 측근이고, 인계가 용이한 인재로서 딱이다.
"……피리네, 고아원장이 되겠나요?"
"저요!?"
"성인이 될 때까지, 3년간 콘라트를 지켜볼 거죠? 그렇다면 고아원장은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곁에서 일의 내용을 봐왔었고, 고아원장이 되면 직무 수당도 붙습니다. 제가 없어지게 되는 이상,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하지요?"
견습의 급료 외에, 신전에서의 심부름비나 책의 사본비 등으로 피리네에 금전적인 도움을 주어왔는데, 내가 없어지면 수입이 급감하게 된다. 어머니가 집에 입주시켜 주므로 식사와 주거에 대한 문제는 없지만, 그 밖에 필요한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수입이 없으면 곤란할 것이다.
"다음 고아원장에게 인계하는 형태로 3년간 고아원장에 취임해, 그 동안 고아원을 맡길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찾아, 그에게 인계하도록 하세요. 양부님들에게는 이야기해두도록 하겠습니다."
피리네는 몇 번이나 고아원을 방문했었고, 고아원에는 콘라트도 있다. 고아원에 무리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고아원장도 신중하게 뽑아 주겠지.
"하지만, 전, 방의 준비도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고아원장실을 가구와 함께 불하할 것이고, 근시는 모니카와 니코를 그대로, 거기에 프랑이나 자무 중 한 명을 추가로 붙이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마음대로 피리네의 일을 늘리는 것이니, 3년 간의 고아원장실의 유지비는 주인인 제가 부담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피리네만을 돕기는 어렵지만, 고아원장을 맡긴다는 이유가 있으면 원조도 쉽다.
"알겠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로제마인 누님의 측근이 고아원장이라면 안심이네요. 피리네, 신전에 왔을 때에는 저도 도와줄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아무래도 1년 동안에 전부 인수받는 것은 불안해서."
멜키오르가 피리네를 의지하며 그렇게 말하자, 피리네는 기쁜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방긋 미소지었다.
"멜키오르, 피리네의 도움은 유료에요. 일의 내용과 소요 시간으로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 표를 만들어 놓을테니 제대로 주도록 하세요. 본래의 일 이상을 시키는 것이니, 자신의 측근들에게도 지불하는 것이 좋아요."
저는 측근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라고 가슴을 피자, 멜키오르의 측근이 조금 기대하는 얼굴로 멜키오르를 보았다.
그리고 점심 식사 후, 고아원장실의 비밀방에 동행을 허락받은 것이 처음이라 들떠 있는 할트무트와 다무엘과 안젤리카와 신전의 근시들을 데리고 고아원장실로 이동했다. 니콜라가 준비한 과자와 프랑이 준비한 차를 마시고 있자, 벤노와 마르크가 찾아온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비밀방으로 들어간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같다.
평소와 같지 않은 것은 지금까지 프랑과 길과 다무엘 정도밖에 들이지 않았던 비밀방에 할트무트가 들어온 것이다. 정면에 앉은 벤노는 조금 놀란 얼굴로 나의 뒤에 서 있는 할트무트에게 한 번 시선을 향하고, "괜찮습니까?" 하고 나에게 묻는다. 어디까지 털어놓고 말해도 좋을지 가늠하고 있는 벤노를 보면서, 나는 가만히 숨을 토했다.
"……그의 이름을 받았으니 괜찮습니다. 주인의 명령은 위반하지 않으니, 이곳의 이야기를 누설하지 말라고 명하면 외부에 누설할 일은 없습니다."
"로제마인님이 이름을 받아 주셔서 정말로 기쁩니다. 중요한 이야기는 비밀방에서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래, 이곳에 동석하고 싶다고 언제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감격스러운 듯이 말하는 할트무트의 모습을 벤노가 다소 경직된 미소로 보고 있다. 속으로는 지금 당장 돌아가고 싶다던가, 잘도 이런 녀석의 이름을 받았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 틀림 없다.
……이름 올리기를 무리하게 강요받지 않았다면, 나 역시 받을 생각이 없었는걸.
"사양 없이 뭐든지 말씀하셔도 됩니다, 로제마인님. 저는 당신이 평민 출신이라는 것도, 귄터의 딸인 것도, 그당시부터 벤노와 친교가 있던 것도 알고 있으니까요."
"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나는 무심코 얼어붙었다. 눈을 부릅뜨고 할트무트를 바라본 채, 움직일 수 없다.
"고아원이나 공방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이야기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조금씩 지워가다 보면 어느 정도 정답에 가까워지는 것은 가능합니다. 최종적인 정답은 페르디난드님에게 받았습니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이야기해 주세요."
"신경쓰입니다! 뭔가요, 그건!? 전, 지금까지 한 마디도 듣지 못했어요!? 다무엘은 알고 있었던 건가요?"
할트무트가 조사하고 있던 것을 알고 있었는지, 라며 할트무트의 옆에 서 있는 다무엘을 돌아보자, 다무엘도 놀란 표정으로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모릅니다. 처음 알았습니다."
"이름을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정보를 말하면, 아무래도 로제마인님이 걱정하실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할트무트는 환한 미소로 그렇게 말했다. 입막음을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아랫마을에 대한 영향은 어떻게 될지, 귀족들에게 알려지면 어떻게 하지, 하고 내가 고민하지 않도록, 이름을 올릴 때까지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한다.
"할트무트, 다른 누군가에게 이야기한 것은……?"
"그런 아까운 짓은 하지 않습니다. 고아원과 공방에 몇번이나 출입하며, 모두의 긴장과 경계를 풀고, 무난한 말밖에 하지 않는 회색 신관들로부터 상당히 정중하게 정보를 모아, 작은 모순을 꼼곰히 지워가며 추측하는 것에 더해, 그 자리에서 처분해버릴까, 하고 생각하는 페르디난드님의 시선을 받아가며 손에 넣은 정답입니다. 어째서 아무런 고생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가르쳐 줘야 하는 거죠?"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할트무트의 말에, 나도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다무엘이 중용되는 이유를 알고 싶어서" 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할트무트의 기준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게까지 해가며 얻어낸 정답을 자신의 가슴 속에 품고 만족스러워하는 정신 구조가 이해되지 않는다.
"……우우, 어쩐지 벌써 지쳐버렸어요."
할트무트 때문에 본론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급격히 피곤해졌다. 힘을 빼고 어깨를 떨어뜨리자, 정면의 벤노가 정신을 차린 듯 자세를 바로잡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인지요? 언제 타령의 상인이 오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이런 시기에 일부러 불러낸 것이니, 큰일이 생겼다는 것만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영주 회의에서 뭔가 있었습니까?"
바쁘니까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 라는 듯한 적갈색의 눈으로 노려봐져, 나도 한 번 자세를 고친다.
"길드장에게 전달할 내용은 이 편지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벤노에게는 다른 곳에 흘리면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편지를 받은 벤노가 마르크에게 건네주고, 이쪽을 바라본다.
"자세한 사정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만, 전, 1년 후에 에렌페스트에서 떠나게 되었습니다."
"……1년 후? 가을에는 그렛시엘의 개혁이 있고, 프랭탕 상회 2호점이 개점하는데, 봄에는 다른 영지로 오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지만, "너는 나를 죽일 셈이냐!?" 라고 확실히 얼굴에 쓰여 있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에렌페스트에서는 양부님이 허가해 주셨기에, 저는 사업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타령에서는 미성년자에게 사업을 맡기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성인이 되는 3년 후까지는 인쇄 관계자의 이동은 없습니다. 저쪽 상황의 확인이나 가게와 공방의 준비도 하지 않으면 안 되고……."
내가 설명하는 것을 벤노는 조금 손을 들어 제지하고, 팔짱을 끼고 어이없다는 듯한 미소를 띄웠다.
"즉, 1년 후에는 이동할 수 있도록 해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죠?"
"네? 아닙니다. 3년 후로……."
"로제마인님이 낸 사업 계획은 언제나 조기에 진행됩니다. 3년 후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어선 절대로 맞출 수 없는 사태가 될 것이 뻔합니다."
"에엣!? 벤노씨, 너무합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움직일 수 없다고 했는데! 라며 내가 벤노를 노려보자, 훗 하고 벤노가 웃었다.
"경험과 사실에 근거하고 있으니, 너무하지 않습니다. 이동은 구텐베르크 전원인가요? 영주 일족이 타령으로 이동할 때는 전속을 데리고 가는 것이죠?"
"가능하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무리해서까지 데려가지는 않겠습니다. 멀고, 현지 사람과의 갈등도 있을 것이고, 지금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편의를 도모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고, 전원을 데리고 가면 에렌페스트의 인쇄업이 퇴보할테니까요."
이제 겨우 후임이 자라기 시작한 시기에 구텐베르크들을 전부 빼갈 수는 없다.
"……다만 인쇄 공방은 가지고 싶으니, 구텐베르크들에게는 준비가 되는 대로 예년과 같은 출장만은 시킬 생각입니다. 그리고 3년을 기다리지 않고 데려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길베르타 상회의 투리와 다른 몇 명, 그리고 염색 전속인 르네상스는 절대로 데려갈 생각입니다. 전속들은 그들이 원하면 가족과 함께 받아들일 것이니, 이쪽의 의향을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푸고와 엘라도 전속 요리사로 데리고 갑니다. 마찬가지로 가족과 함께 받아들일 것이니, 비밀리에 사전교섭을 부탁해도 될까요? 엘라는 출산 때문에 휴가중입니다."
아랫마을에서 연습을 위해 신전에 오고 있는 요리사 견습들에 대해서는, 피리네가 고아원장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쪽에서 연습하게 되었다는 것을 전한다.
"고아원장실의 주방에는 니콜라가 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피리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 3년간은 제가 고아원장실의 예산을 내기에,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로제마인 공방의 책임자는 어떻게 됩니까? 예전과 달리 인쇄업이 영주 주도의 사업이 되어 있으니, 이쪽에서 사들이지도 못하지요?"
영주 주도의 사업이고, 신전의 고아원이라는 입지상, 프랭탕 상회가 사들여 운영하기는 어렵다.
"본래는 제가 그다지 손을 댈만한 곳은 아닙니다만, 3년간은 길을 붙여서 피리네에게 맡기면, 지금가지와 마찬가지로 경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3년 후에는?"
"고아원장으로 취임하는 영주 일족의 측근이나 인쇄업을 통괄하는 어머니가 책임자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차후 3년 동안 문관이 어느 정도 성장할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네요. 그 이후엔, 딜크와 콘라트가 고아원과 공방을 지키는 귀족이나 청색 신관을 목표로 하는 것 같으니, 지금부터 여러가지로 가르쳐 둘 것을 추천합니다."
콘라트가 상인계 신관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고 알려주자, 벤노가 재미있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린다.
"구텐베르크들을 타령으로 이동시킬 것을 생각한다면, 길과 다른 몇 명의 회색 신관들의 취급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3년 후의 이동을 목표로, 제가 새로운 인쇄 공방의 장인으로서 사들여, 피리네와 함께 이동시키려 합니다. 니콜라도 그 때 함께 사들일 생각입니다."
남겨두는 사람, 함께 데려가는 사람, 3년 후에 따라오는 사람. 각각에 대해서 양부님과 이야기하고, 팔려가지 않도록 확보하고 싶다. 갑자기 사업이 망하는 일이 없도록 남겨두는 사람이나 그 이익을 협상카드로 사용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흠, 전속의 이동이나 인계에 대해서는 알겠습니다. 구텐베르크들이 돌아온 이후의 일이긴 합니다만, 이야기를 전해서 사전교섭을 하도록 하죠. ……로제마인님과 동시에 이동하는 전속에 프랭탕 상회는 필요 없습니까?"
벤노가 그렇게 말하며 나를 보았다. "자신의 희망은 전해두세요" 라는 어머님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뒤에 서 있는 할트무트나 다무엘에게 내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을 계산하고, 옛날과 같이 히죽 도전적으로 웃는다.
"물론 함께 와주면 기쁠거에요. 3년 후에 구텐베르크들을 수용하는 것이 상당히 편해질 것이고,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합니다. 하지만 죽을 정도로 바쁠 것이라 생각되니……결국 벤노씨의 능력 문제 아닐까요?"
"허허……. 제 능력말입니까?"
도전을 받아주겠다는 듯이 웃는 벤노에게 나는 트롬베지의 주문을 낸다. 어떤 준비를 하더라도, 첫 시작은 필요하다.
"여러가지로 힘든 일이 될 테니, 가게의 이익에 협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량 주문입니다. 불연지를 전부 팔아 주세요."
"불연지? ……전부라는 것은 또……."
"페르디난드 님의 요망으로, 최저 300매는 필요합니다."
최고 품질의 마술지를 만들기 위해선 트롬베지로도 품질이 부족할 정도다. 품질을 올리기 위한 연구나 조합이 필요하게 된다. 되도록 빨리 확보하지 않으면 페르디난드가 말한 기한에 늦어버릴 수도 있다.
"앞으로 공방에서도 만들 것입니다만, 재고가 있다면 전부 부탁드립니다. 최대한 빨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재고 전부……. 대금의 지불도 그 자리에서 가능합니까?"
"페르디난드님이 남기고 가신 돈이 있으니, 전혀 문제 없습니다."
나에게 물려준 돈이지만, 나는 스스로 벌고 있는 것도 있으므로, 페르디난드를 위해 쓴다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도 없다.
"가게로 돌아가자마자 재고를 확인하고, 마르크를 통해 전달하도록 하죠."
금액이 금액이기 때문에 마르크를 시킨다고 한다. 벤노의 뒤에 서 있는 마르크를 바라보며, "잘 부탁 드립니다" 라고 하자, 마르크는 익숙한 온화한 미소로 화답했다.
벤노와의 협의를 마치고, "로제마인님이 마음 편히 의지하는 그들이 부럽다" 라고 한탄하는 할트무트에게 "믿고 있으니까, 멜키오르에 대한 인계를 부탁합니다" 라고 말하며 신관장실로 밀어넣고, 나는 신전장실로 돌아온다.
멜키오르와 그 측근의 교육을 할트무트에게 맡기고, 나는 모두에게 차기 고아원장이 피리네라는 것을 전달하고, 모니카들을 그대로 피리네의 근시로 붙이는 것을 알렸다. 새로운 고아원장이 낯익은 귀족인 것에, 신전의 근시들은 안도한 표정을 보인다.
"모니카는 피리네의 근시로, 빌마가 없어진 이후의 고아원의 관리는 릴리에게 맡기겠습니다. 자, 피리네. 1년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귀족원에 가는 기간을 생각하면, 남은 시간은 반 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로 인계를 시작하죠."
모니카가 가져온 고아원의 자료를 피리네 앞에 쌓아 올린다.
"이쪽의 자료는 1년 동안의 고아원의 예산소요내역입니다. 피리네는 어느 계절에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하게 되는지 파악해 주세요. 지금은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이 늘어 추가적인 양부님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통상적인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모니카는 그것에 신경쓰며, 피리네에게 설명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로제마인님."
쌓아올려진 목패 자료에 순간 얼굴이 굳었던 피리네가 마음을 다잡고 목패를 잡았다. 모니카와 둘이서 목패를 보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프랑, 이후에 마르크가 올 것이니, 차와 함께 대금의 준비도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마르크가 가져오는 트롬베지를 넣을 수 있도록 비밀방을 열고 있자,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하얀 새가 가만히 나의 팔에 내려앉아 부리를 연다.
"오랜만입니다, 로제마인님. 일크나의 브리깃테입니다. 마술지의 준비가 갖춰졌습니다. 전이진을 사용해 성으로 보내려 하오니, 형편이 좋은 날을 알려주십시오."
대금과 전이에 쓸 정도의 마력이 찬 마석을 상자에 넣어 돌려보내주었으면 한다는 말에, 나는 타이밍이 좋음에 눈을 빛낸다.
"로제마인님, 최고 품질의 마술지를 만든다면 성의 공방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어째서죠?"
로데리히에게서 그런 말을 들어,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클라릿사는 신전의 공방에 들어올 수 없으니, 큰 소란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최고 품질의 마술지를 조합한다면, 저나 피리네보다 상급 문관인 둘의 보조를 받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 대신 조합을 하거나, 조합을 보조하거나 하는 것은 문관의 일이기에, 신전에서 조합하며 따돌리기라도 했다간 클라릿사가 엄청난 상태가 된다고 한다. 작년의 공동 연구 결과를 잘 아는 마리안네나 이그나츠도 성에 있으니, 그쪽에서 하는 것이……라고 조언해 온다.
"하지만, 성은 다들 정말로 바쁘지요? 그런 와중에 타령의 페르디난드님을 위해 조합하고 있다고 시끄럽게 떠들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 성에서 조합하는 것은 그다지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로제마인님에겐 또 하나 공방이 있었죠. 도서관의 공방에서 조합하는 것은 어떨까요?"
다무엘의 제안에 나는 짝 하고 손을 마주쳤다. 분명 도서관의 공방이라면 클라릿사도 들어올 수 있고, 시끄러운 사람들도 없다. 마술지 이외의 소재를 찾기에도 딱 좋다.
브리깃테에게는 "내일 3의 종1에 보내주세요" 라는 올도난츠를, 성의 리제레타에게는 "내일 일크나에서 종이가 도착하오니, 대금과 마석과 기수로 종이를 옮긴 인력을 준비해 주세요" 라는 올도난츠를, 도서관의 라자팜에게는 내일 이후의 예정을 전하는 올도난츠를 보냈다.
가게에 남아 있는 트롬베지의 재고를 정말 서둘러 모은 듯, 마르크가 6의 종이 가까워지고 있는 시간에 나무 상자를 가지고 찾아왔다. 프랑도 함께 숫자에 실수가 없는지 확인하고 대금을 지불한다. 대금화 다섯개가 지불되는 것에 측근들이 놀라고 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프랑과 자무를 시켜 비밀방으로 종이를 옮기고, 하는 김에 공방에 마술지의 재고가 없는지 확인하고 사들이기로 한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많은 마술지가 필요하다.
"로데리히, 성으로 돌아가면 드레반히엘과의 공동 연구에서 사용한 마술지가 남아있지 않은지 샤를로테와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측근에게 물어보세요. 내일 매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날은 신전에 있는 마술지를 전부 모아 기수에 싣고 예정대로 성으로 간다. 리제레타가 받아준 일크나의 종이를 더욱 기수에 싣는다. 그리고 조합을 보조하는 클라릿사와 할트무트와 호위기사들을 데리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안녕하세요, 라자팜."
"돌아오시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로제마인님. 이쪽에 차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웃는 얼굴의 라자팜에게 붙잡혀, 하인들이 마술지를 기수에서 공방으로 옮기는 동안 차를 마시게 되었다.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내밀며, 페르디난드의 상황이나 연좌 회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구받은 것이다.
클라릿사와 할트무트에게 조합의 준비를 맡기고, 나는 차를 마시며 라자팜에게 페르디난드의 이야기를 했다. 연좌 회피의 설명만이 아니라 지금 모으고 있는 마술지 및 소재의 이야기도 한다.
"아렌스바흐에서 페르디난드님의 비밀방이 생기므로, 여름의 장례식 때에 이쪽에서 조합에 필요한 도구와 소재를 보낼 예정입니다."
"그건 정말 기뻐하시겠군요. 페르디난드님이 이 집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내셨던 장소는 공방이었으니까요."
할트무트와 클라릿사가 부르러 오는 사이, 라자팜은 옛날 이야기도 해주었다.
이 도서실에 있는 페르디난드의 장서의 일부분은 하이데마리2가 소장하던 물건이었던 모양이다. 피리네와 비슷한 처지였고, 베로니카파의 후처에게 집을 빼앗긴 하이데마리는 자신의 집의 도서실에서 모든 책을 꺼내, 페르디난드의 저택으로 옮겼다고 한다.
……이 집에 전해지는 귀중한 지식은 주지 않겠다며, 자신의 주인인 페르디난드님에게 헌상했다고 하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하이데마리가 생각나서, 이 저택의 도서실에는 그다지 접근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에크하르트도 조금은 상처가 아문 것이겠죠. 작년에는 도서실에 들어가 그리운 듯이 장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가요……."
이야기가 일단락된 시점에서 클라릿사가 말을 걸어왔다. 조합의 준비가 되었다고 한다.
"로제마인님의 문관다운 일이 생겨서 기쁩니다. 어젯밤, 마술지의 품질을 올리는 연구 결과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의욕적인 클라릿사의 재촉을 받으며 내가 일어서는 것을 라자팜은 어쩐지 그리운 듯한 얼굴로 보고 있다.
"로제마인님은 얼마나 공방에 들어가 계실 건가요?"
"……그렇네요. 장례식이 있기 전에 최고 품질의 마술지 샘플을 만들어, 문제가 없는지 페르디난드님에게 확인받을 생각이기에, 며칠간은 공방에 틀어박힐 거라고 생각합니다."
며칠간, 이라고 되뇌이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는 라자팜에게 나는 급히 덧붙였다.
"그렇지만, 페르디난드님과 달리, 저는 식사 때는 공방에서 나올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라자팜이 쓴웃음을 지으며 "알겠습니다" 라고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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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네가 차기 고아원장입니다.
인수에 울상이지만 동생의 생활비를 위해 노력합니다.
벤노 씨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도전에는 응한다. 그것이 벤노씨.
그리고, 마술지의 준비가 갖춰졌습니다.
다음은 샘플 만들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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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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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근데 마인이의 재산은 어느 정도일까요?
언뜻언뜻 언급된 것으로 봐서는 상당한 부자인 것 같은데....
와타시, 키니나리마스!! 気になります!!
그리고 "가족으로서 환영하겠습니다(家族で受け入れる)" <- 이거 고민하느라 세 시간 지났는데, 여전히 의미를 모르겠네요.
-> 가족과 함께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수정했습니다. 도움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1의 종. 04:00
2의 종. 07:00 ~ 07:30
3의 종. 09:30 ~ 10:00
4의 종. 12:00
5의 종. 14:30 ~ 15:00
6의 종. 17:00 ~ 17:30
7의 종. 20:00
Heidemarie. 에크하르트의 사별한 첫번째 부인. 문관이다. 에크하르트와 함께 페르디난드의 열렬한 팬이자 측근이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01화. - 최고 품질의 샘플 만들기 -
최고품질의 샘플 만들기
"그럼 시작하죠."
나는 공방의 테이블에 늘어선 마술지와 도구를 둘러보았다. 페르디난드가 갖고 있던 소재의 속성이나 품질을 측정하는 마술도구를 사용해, 각 마술지의 성질을 조사해 간다. 수가 적은 종이로 실험을 하는 것은 아깝기에, 수가 많은 에이폰지, 난세브지를 사용해 어느 정도까지 품질을 올릴 수 있을지 실험한 뒤에, 마지막으로 수가 적은 트롬베지로 실험하려 한다.
"이것을 최고품질로 만드는 건가요?"
클라릿사가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작게 자른 에이폰지를 집어올리며 곤란한 얼굴을 보였다. 평민이 만든 마술지는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만들었기에 마술도구로서의 품질이 낮다. 트롬베지는 마목지 중에서는 고품질이지만, 이전부터 마술지로서 사용되고 있는, 마수의 가죽으로 만든 마피지라면, 이보다 품질이 좋은 것이 얼마든지 있다.
"특별히 소재를 지정한 것이 아니라면, 이전처럼 마수의 가죽을 채집해서 품질을 올리는 것이 훨씬 편하지 않을까요?"
마수의 가죽을 사용한 마술지의 조합 방법은 귀족원에서 배운다. 조합이나 마술을 할 때에 보조하는 마법진을 그리는 종이가 바로 그것이다. 고도의 마술에 사용하려면 나름대로 고품질의 소재가 필요하고, 고품질의 소재를 얻기 위해서는 강한 마수를 잡아 가죽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품질의 마술지 같은 건 간단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품질을 올릴 뿐이라면 마수의 가죽을 사용하는 것이 쉽겠습니다만, 페르디난드님의 요망은 최저 3백장이니까 얼마나 많은 마수의 가죽이 필요하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최고품질로 만들려면 적당한 소재를 사용할 수도 없죠? 상당히 강한 마수를 얼마나 잡아야 할 거라고 생각하나요?"
페르디난드의 공방에도 많은 소재가 있긴 하지만, 3백장의 마피지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각 소재의 재고가 쌓여 있는 것은 아니다. 내 말에 할트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수를 완전히 쓰러뜨려서는 가죽을 얻을 수 없으니, 대량으로 모으는 것은 매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로제마인님의 호위기사를 총동원하더라도, 기한 내에 필요한 소재를 모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네요."
"하지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클라릿사의 푸른 눈이 할 생각으로 가득이다. 단켈페르가에선 이럴 때 마수 사냥을 나가는 걸까. 기한이 3년 정도라면 사냥으로 조금씩 소재를 모아도 되지만, 인계로 바쁜 지금, 사냥에 나갈 시간 같은 건 없다. 결국, 마목지의 품질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페르디난드도 내게 부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긴 해도, 최고품질을 3백장 이상이라니……. 페르디난드님은 대체 어디에 사용하려는 걸까요?"
"클라릿사, 페르디난드님은 편하게 조합하기 위해 고품질의 마술지를 바센처럼 사용하시는 분입니다. 보통 사람과는 다릅니다."
최고품질의 마술지가 아니면 안 되는 상황이 도대체 어떤 경우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는 조합할 때, 종종 고품질의 마술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조합에 관해선 페르디난드의 상식을 믿어서는 안 된다. 확실히 학습한 사항이다.
"일단 드레반히엘과의 공동 연구를 참고해, 지금 있는 마목지의 품질을 최대한 올려보도록 할까요?"
불순한 마력을 제거하고, 품질을 올리기 위해 상성이 좋은 고품질 소재를 투입하면서, 조제냄비를 저으며 각 마술지의 품질을 올린다. 에이폰지도 난세브지도 저품질에서 보통품질 정도는 되었다.
"……품질이 너무 낮습니다."
거북이 걸음처럼 조금씩밖에 품질이 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몇번이고 몇번이고 같은 조합을 반복하고 있었더니 질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페르디난드가 정립한 레시피를 사용하거나, 라이문트에게 레시피의 개선을 의뢰하거나 했을 뿐, 나 스스로는 마술도구의 레시피를 이렇게 본격적으로 개량해본 적이 없다.
"페르디난드님은 어째서 그렇게나 간단히 새로운 마술도구를 만들거나, 개량하거나 할 수 있는 걸까요? 전, 벌써 마음이 꺾일 것 같습니다."
"로제마인님, 그렇게 실망하지 말아주세요.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고, 전혀 진전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소리를 내는 마술지는 매끄러운 소리를 내게 되었고, 스스로 모이는 마술지는 움직임이 빨라졌습니다."
할트무트의 격려에, 나는 개량된 에이폰지와 난세브지를 바라본다. 에이폰지는 뚝뚝 끊어지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품질이 오르자 매끄러운 소리를 내며, 오르골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음질이 향상되어 있었다. 난세브지는 큰 파편을 향해 느릿느릿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뿐이었지만, 더 빠르게 움직이게 되었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님이 원하는 최고품질에는 한참 멀지 않습니까……."
"끝이 멀어보이긴 합니다만, 여기서 더욱 품질이 오르면, 마술지에 어떤 변화가 나올지 기대되기도 합니다. 힘내세요."
할트무트와 클라릿사가 마력만 크게 회복시키는 회복약을 마시고, "기분전환을 위해서라도 점심을 먹도록 하죠" 라며 조합의 중단을 제안해왔다. 나는 계속되는 조합에 질린 상태였기 때문에, 바로 그 제안을 받아 공방에서 나왔다.
점심을 먹으며, 앞으로 어떻게 품질을 올려갈지 논의한다.
"로제마인님, 속성을 늘려보죠. 마목지와 궁합이 좋은 소재를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만, 잘만 하면 속성이 느는 것과 함께 품질이 오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전속성을 목표로 소재를 더해 보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이상으로 실패가 늘어날 것 같아 우울합니다만, 그럴 수밖에 없네요."
오후부터는 공방에 있는 소재 중에서 품질이 좋은 것을 적당히 골라 조금씩 투입해본다. 좋은 변화가 있으면 양을 늘려서 상태를 확인한다. 그것을 반복하며 조금씩 속성을 늘려보았다. 하지만 결과물은 중품질 정도고, 고품질도 되지 않았다.
……아아. 어쩐지 점점 귀찮아지기 시작했어.
레시피를 알고 있는 물건을 순서대로 만드는 것이라면 모를까, 이런 단조로운 실험을 장시간 할 수 있을 정도로 조합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독서와 달리, 몇시간이고 며칠이고 몰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후의 휴식시간엔 차 대신 회복약을 마시며, 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다지 진전이 없다. 하지만, 할트무트나 클라릿사의 말에 의하면, 불과 하루만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보통은 로제마인님과 달리 계속 마력을 공급할 수 없으니, 이렇게 몇번이나 조합할 수 없습니다. 상급 귀족인 제 사흘 치의 실험을 하루만에 하고 있으니까요."
많은 마력에 의지해 몇번이고 실험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다른 문관에 비해 상당히 유리하고, 결과도 제대로 나온다고 한다.
"무우……. 실험에 대량의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제 강점이라면, 다음은 순수한 마력 덩어리인 금가루를 넣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단번에 품질을 올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로제마인님의 금가루인가요……. 그럼 확실히 단번에 품질을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자신의 마력이라면 상성도 좋겠지요."
나는 회복약을 마시고 마력을 회복시키며, 마석으로부터 잡다한 마력을 제거하고 마석 자체의 품질을 올린다. 그 작업이 끝난 다음엔 자신의 마력을 사용해 마석을 차례로 금가루로 만들어 갔다. 실험용 금가루가 쑥쑥 쌓여가는 모습에, 할트무트와 클라릿사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러고 보니, 영주 후보생의 강의에서 금가루를 만들었을 때도 한넬로레님이 놀라고 있었지.
기겁하던 한넬로레와 달리, 할트무트와 클라릿사는 먹이를 본 고양이처럼 눈을 빛내고 있지만, 놀라고 있는 것은 다르지 않다.
"이 무슨 호쾌함……."
"역시 로제마인님이시군요. 마석도 마력도 아까운 평범한 문관으로서는 정말로 흉내낼 수 없는 일입니다."
휴식 중에 만든 금가루를 사용해 품질을 올린다. 술술 조합 냄비에 금가루를 섞어가며, 나는 마력을 넣어 섞는다. 그렇게 완성된 에이폰지를 작게 잘라, 품질 및 속성을 알아보는 마술도구에 넣어본다.
"아, 일단 전속성에 고품질이 되었네요."
무식할 정도로 마력을 사용했기 때문이겠지만, 덕분에 단번에 품질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최고품질은 아니다.
"이 이상이라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페르디난드님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아 실망한 것은 나뿐이고, 할트무트와 클라릿사는 고품질이 된 마목지에 감격을 감출 수 없는 듯, 아까부터 마목지로 이것저것 시험해 보고 있다.
"로제마인님, 이 마술지, 원래대로 돌아가는 성질을 잘 살릴 수 있으면, 한 장의 마술지를 몇번이고 다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발견이에요!"
푸른 눈을 빛낸 것은 클라릿사다. 고품질이 된 난세브지는 원래 장소로 모여들 뿐만 아니라, 맘대로 붙으며 자르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변화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최고품질의 마술지다.
"로제마인님, 이쪽은 마치 노래하는 것처럼 매끄러운 소리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악보가 아니라 마법진을 그리면 영창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할트무트가 가슴이 뛴다는 듯이 등색의 눈을 빛내며, 마법진을 그려서 실험해보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이 마술지들에 마법진을 그릴 경우, 얼마나 효과가 좋아질지 실험해 보고 싶습니다."
"실험해 보고 싶다면 사용해도 상관 없어요. 전, 용도까지는 실험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내 역할은 품질을 올리는 것이고, 용도를 찾거나 성질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다. 금가루를 사용했는데도 고품질까지밖에 올리지 못한 것이다. 오늘은 여기서 조합을 마무리하고, 내일까지 어떻게 품질을 올려야 좋을지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틸로1."
할트무트와 클라릿사가 슈타프를 펜 형태로 변화시킨다. 마술지는 저품질이 아니면 보통 잉크로는 쓸 수 없다. 고품질이 되면 마력을 잉크로 사용하는 마술도구 펜을 사용하거나, 스틸로를 사용해 슈타프로 쓰거나, 둘 중 하나가 된다.
"……로제마인님, 큰일입니다."
"뭔가요, 할트무트?"
"이 마술지, 스틸로로도 쓸 수 없습니다."
"네!?"
할트무트의 말에 나는 황급히 고품질의 에이폰지를 들여다본다. 할트무트가 슈타프 펜으로 종이 위를 그어도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는다. 클라릿사쪽도 마찬가지었다. 마력 잉크가 달라붙지 않는다.
"로제마인님의 마력이 너무 강해서 튕겨 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로제마인님은 쓸 수 있으신가요?"
클라릿사의 말에, 나도 스틸로로 써 본다. 평범하게 선이 그어졌다. 할트무트는 "역시 작성자인 로제마인님은 쓸 수 있군요" 하고 납득했지만, 나는 한 순간에 헬쓱해졌다.
"저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마술지여선, 완전히 실패작이 아닌가요. 페르디난드님도 쓸 수 없는 마술지라면 최고품질이 되더라도 의미가 없습니다."
"작성자나 그 이상의 마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마술도구는 그렇게 드물지 않습니다. 저와 클라릿사도 고품질의 마술지를 만들어 보죠. 그것을 로제마인님이 사용하실 수 있다면, 로제마인님의 마술지를 페르디난드님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페르디난드님 쪽이 마력이 많은 거죠?"
할트무트가 걱정스럽게 물어와, 나도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귀족원에서는 마력이 흘러 넘치지 않도록 마력 밀도를 엷게 낮춰뒀었으니까, 몸은 성장했지만, 마력량은 그리 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슈타프가 성장했고, 조합, 성무, 엔트비켈른의 준비 등, 영지 내에서 마력을 사용할 일이 많아, 마력의 압축 정도를 옛날 정도로 되돌려 둔 상태다. 몸이 성장한 만큼, 축적할 수 있는 마력량도 늘어났을 것이다.
……그래도 페르디난드님을 넘진 않았겠지만.
사라지는 잉크를 사용했을 때에도 그렇게 변화가 없었으니, 아직 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페르디난드님에게 이겼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떨까요? 로제마인님이라면 언젠가 이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 페르디난드님 같은 비상식적인 경지까지 성장할 생각이 없으니까요."
그런 마력중독 증상을 일으키면서까지 마력 압축을 거듭하는 매드사이언티스트처럼 될 생각은 없다고 선언했는데, 어째선지 할트무트와 클라릿사는 "로제마인님이 성인이 되었을 때가 기다려지네요" 라며 기쁜 듯한 반응을 보였다.
"로제마인님과 달리, 저나 클라릿사로서는 금가루를 만들려면 상당한 마력과 시간이 걸리므로, 이 다음은 내일로 하도록 하죠. 오늘 밤 안에 금가루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페르디난드도 사용할 수 있는 마술지가 될지의 여부는 내일 두 사람의 실험에 달렸다. 나는 두 사람을 위해 마력만 크게 회복하는 회복약과 잡다한 마력을 뺀 마석을 건네주고 건투를 빌었다.
다음 날, 제법 힘들었던 것 같긴 하지만 금가루를 만들어 온 두 사람은 고품질 마술지의 조합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어제 작성한 고품질 마술지에 마법진을 그리며 두 사람이 시험해 보고 싶어하던 실험을 대신 하면서 둘의 조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할트무트가 예상한 것처럼, 에이폰지는 그려진 마법진에 마력을 넣으면 자동으로 영창하며 발동하는 마술지가 되었다. 조금 마력 소비량이 많긴 하지만, 영창할 수 없는 곳에서 발동시키거나, 영창이 너무 길거나 하는 경우에는 편리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역시 다른 사람의 마력으로 그릴 수 없는 것은 곤란하네.
클라릿사는 난세브지가 몇번이고 다시 쓸 수 있는 마술지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고품질이어도 재이용은 할 수 없었다. 금빛 화염에 휩싸이고,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타고 남은 재가 한데 모여드는 것은 조금 재미있었다.
"로제마인님,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만든 고품질의 마술지에 내가 스틸로로 선을 그어 본 결과, 할트무트가 작성한 마술지에는 쓸 수 있었지만, 클라릿사가 작성한 마술지엔 쓸 수 없었다.
"어머, 저보다 클라릿사가 마력이 많은 걸까요?"
"있을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이 즉각 부인했다. 금가루를 만드는 속도를 보더라도 나와 클라릿사의 마력량의 차이는 분명하기에, 나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한 말은 아니다. 사소한 장난이다.
"그럼, 어째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클라릿사는 바로 짚이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름 올리기입니다. 이름 올리기가 틀림없습니다! 저와 할트무트의 차이 같은 건, 그 정도 뿐인걸요."
아무래도 할트무트와 클라릿사의 차이가 그것 뿐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클라릿사의 의견은 정곡을 찌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름 올리기는 주인의 마력으로 묶는 것이니,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은 있네요."
이름을 올린 로데리히는 나의 마력에 묶인 것으로 인해, 적지만 전체 속성이 되었다. 할트무트도 나의 마력에 묶였기에, 마력의 주인인 내가 할트무트의 마술지에 쓸 수 있게 되었을 가능성은 높다.
"작성자 본인이나 작성자가 이름을 바친 사람만 쓸 수 있어서는 페르디난드님에겐 무용지물이네요."
"……마술지가 마력을 튕겨내는 듯한 느낌이었으니, 마력을 흡수하는 소재를 넣어 보면 어떨까요?"
할트무트의 제안에 나는 눈을 깜빡인다.
"마력을 흡수하는 것은 검은 마석을 말하는 건가요?"
"검은 마물에게서 얻은 소재로, 마술지의 성질을 변질시키지 않고, 마력을 흡수하는 성질만을 더할 수 있다면, 마력 잉크를 부착시키는 것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검은 마수라는 것은 타니스베파렌이나 트롬베?
나는 내가 싸운 적 있는 검은 마물을 떠올리며 트롬베지로 시선을 향했다.
"그렇네요. 해 보죠."
나는 할트무트가 만든 고품질의 에이폰지에 트롬베지를 더해 합성한다. 완성된 종이를 클라릿사에게 주고, 귀퉁이를 작게 잘라 시험적으로 써보게 한다.
"선이 그려집니다, 로제마인님!"
할트무트의 예상대로, 완성된 마술지는 클라릿사도 쓸 수 있게 되었고, 최고품질까지 앞으로 조금이라는 정도까지 품질이 올랐다. 아마 트롬베지가 조합 중인 나의 마력을 쑥쑥 흡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에이폰지의 품질을 올릴 때에 시간단축의 마법진을 그려서 사용해본 결과, 멋대로 영창을 시작하며 발동하는 에이폰지의 성질에 내화성을 가진 트롬베지의 성질이 더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로제마인님, 이쪽의 불연지는 고품질로 올려두지 않은 거죠?"
클라릿사가 잉크 라인을 제외한 곳만 타버린 재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네. 조금 전엔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품질을 올리면 완전히 남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술지끼리는 그다지 반발이 없는 것 같으니, 차라리 모든 마술지를 고품질로 올려서 전부 조합냄비에 넣어 합성해 보죠."
모든 것을 고품질로 해서 합성한다. 말은 쉽지만, 무식하게 많은 마력이 필요한 조합이다. 각각을 고품질로 만들기 위해 금가루를 만들 필요가 있고, 고품질 소재를 합성하는데에는 더욱 마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생한 보람이 있어, 최고품질의 마술지가 완성되었다. 작게 자른 조각을 두 사람에게 주고 시험적으로 써 보게 한다. 선은 무사히 그려졌다. 그리고 그 조각은 팔랑 하고 큰 조각 쪽으로 돌아가, 멋대로 붙으며 원래 크기로 돌아간다.
마법진을 그려 실험한 결과, 마력을 흘리는 것만으로 마술이 발동하고, 완전히 불타지 않고 남아, 멋대로 모여들어 재생하는 마술지가 탄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에 쓸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거면 페르디난드님도 납득해주실까요?"
재생된 마술지를 할트무트에게 보이며 묻자, 할트무트는 "이것에 불평할 문관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라며 웃는 얼굴로 확인해 주었다.
"……하지만, 이 마술지, 로제마인님 이외엔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요?"
"뭐, 조금 시간이 걸리겠네요."
저품질의 마술지를 금가루를 사용해 고품질로 올리고, 최종적으로 고품질의 마술지 세 장을 합성해 만드는 것이다. 들어가는 마력도 시간도 상상을 초월하는 최고급 마술지다.
덧붙이자면, 세 장을 합성하면 원래의 종이 두 장 정도 크기의 마술지가 된다. 잘라도 원래대로 되돌아가므로, 크기 변경이 불가능한 부분이 고민이다.
"로제마인님, 저는 고품질의 마술지를 조합하기 위해, 회복약을 마셔가며 꼬박 하룻밤 동안 금가루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조합하는 데에도 회복약 하나가 필요했는걸요. 조금 시간이 걸린다고 말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클라릿사가 "이게 무슨 말이란 말입니까" 라며 한탄하기 시작했다. 영주 후보생을 대신해 조합하는 것이 문관의 역할인데, 그 역할을 다할 수 없는 것이 분해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마력을 늘리거나, 신들에게 기도하며 가호를 늘릴 수밖에 없겠네요."
클라릿사가 "절대로 도움이 되어보이겠습니다" 라고 새롭게 결의를 불태우는 옆에서, 할트무트는 트롬베지를 손에 들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로제마인님, 이 불연지는 도대체 무엇을 소재로 만든 것인가요? 일크나가 아닌 프랭탕 상회에서 사들인 것이니, 로제마인 공방이나 주변의 제지 공방에서 만들어진 것이죠?"
나는 방긋 웃으며 "쑥쑥나무2로 만드는 거예요" 라고 대답한다. 대답은 바로 나왔지만, 짐작가는 마목이 없는 듯, 할트무트는 생각에 빠진다.
"쑥쑥나무? 고아원 아이들에게 들은 적 있습니다만, 불연지의 소재였습니까. ……하지만, 그런 마목은 기억에 없습니다."
이름을 올린 할트무트라면 가르쳐줘도 상관 없지만, 이 자리에는 클라릿사도 있으니 말할 생각은 없다.
"일크나로부터 사들인 마술지는 충분한 양이 있지만, 불연지는 부족하니까요. 이번 여름에는 많은 불연지를 만들어야겠네요."
타우의 열매가 얼마나 필요할까, 하고 머릿속에서 계산하며, 나는 최고품질의 마술지를 한 장 더 작성한다. 이걸로 양부님을 통해 아렌스바흐로 보낼 샘플 만들기는 종료다. 페르디난드로부터 "참 잘했다" 를 받으면 양산하면 된다.
"아렌스바흐에는 페르디난드님의 공방이 생겼을 테니, 양부님에게 견본만이 아니라 조합 도구랑 소재도 부탁드려볼까요?"
아렌스바흐의 장례식에 가는 양부님에게 무엇을 가져가달라고 할지 고민하며 공방을 뒤진다. 회복약이나 해독약의 소재는 보내고 싶다. 할트무트와 클라릿사도 즐거운 듯이 공방의 소재 찾기를 도와주었다.
봄의 끝을 알리는 성인식은 바로 코앞이고, 어느덧 또 한번의 여름도 가까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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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롭고 귀찮은 조합을 반복하며, 샘플을 완성했습니다.
보통 문관은 단조롭고 귀찮은 조합을 더 장기간 합니다만, 로제마인은 마력으로 밀어붙였습니다.
할트무트나 클라릿사는 고품질의 마술지와 완성한 최고품질의 마술지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생각합니다만, 로제마인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들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다음은 성인식과 양부님의 출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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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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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마인이는 책이 없으니 인내심이 초딩 수준이네요. (초딩 맞지만)
잘 안된다고 투덜투덜 불평하던 주제에, 고작 이틀도 안 걸려서 개량을 끝내버렸습니다.... 뭔가요, 이 사기 캐릭은?
그리고 마인이는 페르디난드의 마력량쯤은 귀족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뛰어넘은 것 같던데.... 스승에 대한 과대평가일까요, 아니면 진짜로 페르디난드의 마력량이 그렇게 대단한 걸까요...?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는데, 왕족이 전속성이 아니라서 사당에 들어갈 수 없었는데, 그렇다면, 우리 지뢰여신에게 이름을 바치면 모든 것이 해결될지도???
stylo: 펜, 만년필. (프랑스어)
にょきにょっ木. 뇨키뇨'키'.
쑥쑥 자란다는 뜻인 뇨키뇨키(にょきにょき)와 나무를 뜻하는 '키(木)'의 합성어이다.
타우의 열매가 트롬베의 씨앗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고아원에서 사용하는 은어로 추정된다.
567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02화. - 봄의 성인식과 양부님의 출발 -
봄의 성인식과 양부님의 출발
샘플 만들기를 마치고, 나는 다시 신전 생활로 돌아간다. 내일로 다가온 봄의 성인식을 앞두고, 신전장실에서는 나와 근시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어났다. 멜키오르을 비롯한 청색 견습들을 봄의 성인식에 참가시키고 싶다는 내 요청이 기각된 것이다.
"어째서 안 되죠? 다른 청색 견습들은 어쨌든, 차기 신전장인 멜키오르는 절대로 성인식에 참가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프랑을 향해 강경하게 주장하자, 프랑과 자무는 서로 시선을 나누고, 이내 자무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로제마인님, 멜키오르님을 비롯한 청색 견습은 미성년입니다. 의식에는 참가할 수 없습니다."
나로서는 멜키오르의 신전장직 인계를 위해, 그리고 가을의 수확제에 청색 견습들을 돌리는 것이라면 그들에게도 의식의 견학을 시키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관행으로는 미성년자는 참가할 수 없고, 관행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근시들은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다.
"저는 미성년이지만, 신전장으로서 의식을 치르고 있지 않습니까."
"로제마인님은 신전장이니까요. 로제마인님도 청색……아니, 신전장이 되시기 전에는 참가할 수 없지 않았습니까. 멜키오르님이 의식에 참가하는 것은 신전장에 취임한 뒤입니다."
청색 무녀 견습이라고 하려던 프랑이 귀족 측근들의 모습을 신경쓰며, 신전장이 되기 전이라고 다시 말한다. 호적 세탁에 더해, 연령 사칭까지 하고 있으므로, 부주의하게 옛날 이야기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분명, 세례식이나 성인식엔 참가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전 신관장인 페르디난드님의 명령으로 트롬베 토벌 후의 치유식은 했었는걸요. 그러니 절대 안 된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청색 무녀 견습 시절의 페르디난드의 명령을 선례로 들자, 전 페르디난드의 근시였던 프랑와 자무가 조금 말문이 막힌다.
"그것은 신전에 마력이 많은 청색 신관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요."
"지금은 그때보다 더 청색 신관이 줄어, 더욱 어쩔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 것은 신전에 있으면 알수 있죠? 저도 충분한 성인이 있었으면 미성년자를 성무에 참가시키려고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무리 반대받더라도 이것만은 관철시키고 싶다. 지금의 신전은 성인인 청색 신관이 일곱 명 밖에 없다. 미성년인 영주 후보생들이 영지 내를 돌며 어떻게든 필요한 성무를 소화하고 있는 상태이다.
봄의 기원식에서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에게 괴롭힘당한 빌프리트와 양모님의 출산 전후로 더욱 바빠진 샤를로테가 수확제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그 즉시 성무에 차질이 생겨버리게 된다. 의식에 의한 가호의 증가도 있으니, 그 둘의 도움은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너무 넓은 범위를 맡기는 것은 모두의 부담을 생각하면 좋지 않고, 최악의 경우가 되었을 때, 신전 사람들만으로 성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싶다.
"청색 견습들도 수확제에 가도록 하지 않으면 일손이 부족할 것이고, 무엇보다 수확제에 참가하는 것은 그들 자신을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이번 봄에 받아들인 청색 견습들은 보통의 청색 신관과 달리 부모의 지원이 없습니다. 영지의 보조금과 수확제에서 얻는 수입으로 겨울나기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옛 베로니카파의 부모들로부터 접수한 돈이 있다고는 해도, 양부님이 얼마 동안 어느 정도의 금액을 고아원이나 신전에 돌릴지는 알 수 없다. 그 돈은 기본적으로는 고아원과 귀족원의 교육비로 사용할 예산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겨율나기를 위한 돈은 농촌과 기베의 영지를 돌며 수확제에 참가해 직접 벌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가을의 수확제로 농촌에 가게 되면, 그곳에서는 세례식, 성결식, 성인식의 모든 것을 한번에 하지 않으면 안 되지요? 아무런 경험도 없이 갑자기 의식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자신의 경험상 다른 모두가 당황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의식을 견학시키고 싶습니다."
신전장으로서 갑자기 성무를 수행하게 된 나는 갑작스런 실전이 얼마나 불안한 것인지 알고 있다. 게다가 나는 마인 시절에 첫 세례식을 경험하며 평민의 의식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 수 있었지만, 그들은 평민의 의식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1년 후에 제가 신전을 떠나면 저 하나의 공백을 메우는 데에 얼마나 많은 청색 신관이 필요하게 될까요? 그들은 아직 기수도 없고, 귀족원에 입학하지 않아서 마력도 적기 때문에 전원이 성무에 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제 손이 닿는 사이에 가급적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습니다."
멜키오르가 신전장에 취임해 책임자가 되자마자 미성년인 견습들을 영지 곳곳에 파견하게 되어선 멜키오르도 힘들것이다. 세례 전이나 귀족원에 들어가기 전의 아이들을 고아원이나 신전에서 받아들이자고 제안한 것은 나이니, 그들이 생활에 곤란해하지 않도록 청색 견습으로서 살아갈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로제마인님의 생각은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청색 견습들의 견학은 여름의 성인식 이후로 해주십시오.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면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청색 신관들에게도 저마다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견학을 위해선 의식용 의상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한 계절의 여유가 있으면 의식용 의상을 갖추는 것도, 청색 견습들에게 붙어 있는 근시와 연계해 교육을 시킬 수도 있다고 말한다. 여름의 성인식과 가을의 세례식을 견학하면, 의식의 흐름과 분위기는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청색 신관들에 대한 사전교섭과 준비는 프랑들에게 맡기겠습니다. 의식용 의상은 돈이 있다면 새로 맞춰도 좋고, 아니라면 예전의 청색 신관과 청색 무녀가 두고 간 것을 수선하도록 조언해 주세요."
나 때는 적당한 크기의 옷이 없다거나, 평민에게 줄 것 따윈 없다고 전 신전장이 말했다거나, 그런 이런저런 이유로 새로 맞출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숙청 등으로 인해 보관되어 있는 청색 의상이 늘어나 있다. 계속 보관해 두더라도 원단이 상해버릴 테니, 쓸 수 있는 것은 쓰는 것이 좋다.
"알겠습니다. 청색 견습들의 근시들에게 수확제의 참가를 전하고, 교육과 준비를 실시하도록 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을의 수확제를 위해 멜키오르님을 비롯한 청색 견습들에게 여름의 성인식과 가을의 세례식의 견학을 시키기 때문에 다른 청색 신관들의 의견도 모으겠습니다."
사전교섭은 시작하지만, 정식 발표는 봄의 성인식이 끝나고 나서라는 것으로 근시들과의 논의는 끝났다.
그리고 성인식 당일. 나는 나대로 제법 긴장했다. 여름의 성인식에서 투리가 성인이 되니, 오늘 봄의 성인식에서는 러츠의 형인 랄프가 와 있을 것이다. 마인 시절의 지인 중에 나를 기억하고 있을 만한 사람은 러츠의 형 정도지만, 사샤와 지크는 상황이 좋아서 내가 참가하지 않고 끝났었다.
……랄프에게 들키진 않겠지?
나는 거울을 보며 의식용 의상을 조금 잡아올린다.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있던 마인과는 닮은 듯 닮지 않은 모습이다. 게다가 이미 몇 년 전에 죽은 이웃의 아이 같은 것은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작은 신전장으로서 아랫마을에 소문이 났을 때도 투리나 러츠에게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나도 랄프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니……응. 괜찮아.
그렇게 자신에게 말하며, 나는 프랑, 호위기사와 함께 예배실 앞으로 이동한다.
"신전장 입장."
기깃 하고 열리는 문 너머로 보이는 많은 시선에 긴장하면서, 나는 성전을 안고 예배실로 들어갔다. 소곤소곤 오가는 대화에 귀을 기울이며 단상에 오른다.
……랄프는 어디일까?
조금 눈을 크게 뜨고, 아래를 내려다본다. 어딘가에 랄프가 있을 테지만, 단상에서는 모두가 너무 성장해 있고, 누구나 봄의 귀색인 녹색으로 단장하고 있어서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랄프는 빨간 머리였으니까, 이건가, 저건가, 그건가……. 음, 인상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드니까 저것이 랄프인가? 우웅, 잘 모르겠다.
귀족다운 미소를 붙인 채, 아무래도 좋은 일을 생각하고 있자, 랄프가 응시하는 듯이 살짝 얼굴을 찌푸리고, 약간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라? 뭔가 눈치채였어? 조금 불신감이 들게 해버린거야?
나는 급히 성전으로 시선을 돌리며 시선을 피한다. 그리고 귀족 생활에서 기른 만들어 붙인 미소를 띄우며 언제나와 같이 의식을 행한다.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새로운 성인의 탄생에 그대의 축복을 주십시오. 당신에게 바치는 것은 그들의 마음. 기도와 감사를 올리며 성스러운 가호를 받사옵니다."
축복을 주면 성무는 끝이다. 새로운 성인들이 예배실에서 나가는 것을 전송하고 있자, 랄프가 한번 돌아보았다.
……으, 으우, 랄프에게 들켰는지 알아보고 싶다. 하지만 섣불리 찔러보는 건 괜한 긁어부스럼인거 아냐? 어쩌지?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투리나 벤노에게서 연락이 있을 것이다. 한동안 잠자코 상황을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봄의 성인식이 끝나고 신전에서는 청색 견습들을 포함한 회의가 열렸다. 사전교섭을 담당한 자무에 의하면 성인인 청색 신관들도 일손 부족은 싫을 정도로 실감한 듯 별다른 불만은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영주의 후견을 받는 입장이니 일해라, 라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인력 부족, 그리고 각자의 월동준비를 위해 가을의 수확제에 참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청색 견습들에게도 고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명한다. 축사의 암기, 의식용 의상, 마차의 수배, 요리사와 식료품의 조달 등 해야 할 일은 많다.
다만 성무가 처음인 미성년자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기 때문에, 금년의 수확제만은 성인인 청색 신관과 짝을 이루도록 새롭게 결정했다.
"저, 누님. 조금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
니콜라우스가 조금 불안한 듯이 물어왔다. 오늘의 호위는 마티아스와 유디트라,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없는 날을 고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냉담하게 쫓아내기 때문에, 니콜라우스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어려워 하는 것 같다.
"괜찮아요. 뭔가 질문이 있나요?"
"네. 저의 겨울나기 준비는 아버지가 도와주실까요?"
부모가 모두 숙청된 아이도 있고, 니콜라우스처럼 한쪽 부모만 처분을 받은 아이도 있다. 니콜라우스는 아버지에게도 버림받은 것 같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지만, 니콜라우스의 생활비는 아버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월동준비도 부탁하면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버님에게 편지를 보내보면 어떨까요?"
"……받지 않으시면 어쩌지 하고 생각하니 조금 무섭습니다. 저는 엘비라님이 꺼리고 있으니까요."
어머니인 톨데리데가 한 일을 생각하면, 어머님이 니콜라우스를 꺼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가장 집안이 어지러운 시기에 공평이나 밸런스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어머님인 것이다.
"어지간히 무리한 요망이 아닌 이상은 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겨울나기의 준비가 갖춰지면 수확제에 참가하지 않아도 좋은 것은 아니에요. 신들의 가호를 얻기 위해서도 진지하게 기도하러 와야 합니다."
"네. 조금씩이지만, 근시들과 함께 축문을 외우고 있습니다. 얼마 전, 훈련을 시켜주기 위해 신전에 들려주신 할아버님도 진지하게 기도해 가호를 늘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침 내가 도서관에서 조합하고 있을 때라서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견습들의 단련을 위해 할아버님이 한 번 신전에 오셨던 것 같다. 니콜라우스는 근육이 좋다고 칭찬받았다고 한다.
"누님으로부터 할아버님에게 감사의 올도난츠를 보내주세요. 누님이 신전에 없어서 낙담하고 계셨으니까요."
……어쩐지 같은 일을 전에 마티아스들에게도 부탁받은 적이 있는 듯한……?
겔랏하를 조사하던 당시를 떠올리고 있자, 마티아스도 같은 것을 떠올린 듯, 어쩐지 니콜라우스를 보는 눈에 동정이 어린 것처럼 보인다. 유디트도 조금 아득한 눈이 되어, "그래서 어제는……" 라고 중얼거린다.
……유디트가 뭔가 할아버지와 접점이 있었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자, 마티아스가 "잊기 전에 보니파티우스님에게 올도난츠를" 라고 권했다. 유디트도 "바로 보내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라며 황색의 마석을 내밀어 온다.
나는 머리에 의문 부호를 떠올리며 호위기사들의 말대로 할아버님에게 감사 올도난츠를 보냈다.
신전에 기피감이 있는 것 같으셨는데 저와의 약속을 잊지 않고 견습들을 훈련시켜주시다니, 할아버님은 대단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좋아해요. 라는 마티아스와 유디트가 감수한 내용이다.
할아버지의 대답은 "로제마인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할아버지로서 당연한 것이다" 라는 짧은 것이었지만, 마티아스는 "이걸로 됐다" 라고 만족스럽게 끄덕이며 유디트와 악수하고 있었다.
나중에 피리네가 몰래 가르쳐 주었지만, 할아버지의 기분이 나쁘면 기사단의 훈련에 손속이 없어진다고 한다. 지금 훈련을 받으러 가 있는 다무엘과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때문이라고 한다.
가을의 수확제에 참가가 결정된 청색 견습들이 성무에 필요한 축문을 외우기 위해 신전 내에서 중얼중얼거리는 모습이 보이게 되며, 어엿한 귀족의 아이가 진지하게 성무에 임하는 모습을 본 청색 신관들도 자신의 일을 진지하게 마주하기 시작했다.
첫 장기 출장에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청색 견습들과 차를 마시며 성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성장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의식용 의상을 갖춘 이야기를 하면서 주의점들을 전해 나간다.
"의식용 의상을 새로 주문하는 것은 아버님의 지원이 있는 니콜라우스 정도입니다. 저는 이전의 무녀 견습의 의상을 수선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 이외의 사람이 입은 의상을 물려입는 것이 처음인 듯한 청색 무녀 견습은 환경의 변화가 조금 괴롭다고 작은 목소리로 토로했다. 금전적으로 절약하는 생활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목숨을 잃거나 성의 어린이방에서 지내는 것 보다는 편안합니다. 로제마인님이나 아우브·에렌페스트에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매우 슬퍼지기도 합니다."
신전에서의 생활은, 가족과 함께였고 무엇 하나 불편하지 않던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되는, 외롭고 고단한 생활이라고 한다. 확실히 괴롭고 쓸쓸할 거라고 생각한다.
"저는 성장하면 의상은 새로 주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의상을 오랫동안 입는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죠. 하지만 여기에서는 그것이 필요한 것이네요."
"당신들의 성장은 빠르니, 자신의 돈으로 그것에 맞춰 옷을 장만하는 것은 힘들어요."
이전은 미성년자가 성무에 참가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성인이 된 이후에 주문해도 오래 쓸 수 있었지만, 성장기인 미성년으로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로제마인님, 성장해도 입을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주문해야 좋을지 가르쳐주세요."
원래는 내가 알던 옷의 재봉법을 응용한 것이다. 코린나에게 팔아버린 지식이 아니라 마음대로 퍼트려도 좋겠지만, 투리를 중앙으로 보내는 것에 조금이라도 협조적으로 되어주기 위해서는 길베르타 상회에 이익을 흘려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코린나에게 편지를 써서, 나의 의식용 의상의 재봉법을 그들의 전속에게 팔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여름의 세례식을 마치고, 양부님이 아렌스바흐로 출발할 날이 다가왔다.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전하기 위한 도서관의 공방에서 정리한 조합 세트나 음식을 가득 담은 마술도구를 라자팜에게 부탁해 성으로 옮기도록 한다.
최고품질의 마술지 샘플은 준비되었고, 편지도 썼다. 편지의 표면에는 계절이나 장례에 대한 인삿말과 함께, 양부님을 통해 보내는 소재의 리스트, 그리고 "이걸로 문제가 없다면 양산하겠습니다" 라고 썼다. 그 이면에는 사라지는 잉크를 사용해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도중에 어떤 종이가 생겼는지의 과정을 적은 최고품질 마술지의 레시피를 적어두었다.
분명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페르디난드는 스스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할 테니, 아무런 가공도 하지 않은 전 종류의 마목지를 몇 장씩 소재로 넣어 두었다. 왕족의 명령대로 공방이 주어졌다면, 시간이 나면 멋대로 연구할 것이고, 개량점이 발견되면 조만간 가르쳐 줄 것이다.
"페르디난드님에게 공방을 주는 것은 왕족과 아우브의 약속이니까 반드시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 주세요. 그리고 주어지지 않았다면 왕명에 거역한 것이니, 디트린데님과 게오르기네님께 모종의 벌을 주도록 부탁드리셔야 합니다."
……맥없이 물러서면 안 되니까!
출발 전날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내가 입에 신물이 나도록 말하자, 양부님은 정말로 귀찮다는 듯이 "빌프리트가 싫어하던 이유를 알겠다" 라며 싫은 얼굴을 했다. 아무리 싫은 표정을 짓더라도 그것은 내가 왕의 양녀가 되기 위한 조건이다. 그러니 왕족이 제대로 약속을 지키도록 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설령 페르디난드님이 싫어하더라도 정말로 올바른 의미에서 비밀방이 주어졌는지 확인해 주세요."
"흠, 그건 조금 재미있을 것 같군."
극력 귀찮아하던 양부님이 조금 의욕을 보였기에, 후유 하고 안도의 숨을 토했다. 나와 양부님의 대화를 지켜보던 양모님이 미소지으며 커다래진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질베스타님은 제대로 일해주실 거에요, 로제마인. 자신의 눈으로 페르디난드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기회이니까요."
……정말로 그렇다면 좋겠는데.
"로제마인도 멜키오르도 당분간 성에 머무는 거죠?"
"네. 사흘 정도는 성에 머무르며 초석에 마력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성결식의 준비가 있기에, 그다지 오래는 체류할 수 없으니까요."
성결식 전후로 고아원 아이들과 "쑥쑥나무 사냥" 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성에서 느긋하게 있을 시간은 없다.
"저희들은 언니와 다과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어머님."
"어머, 아이들만인가요? 저는 초대해주지 않는 건가요?"
"네, 제가 주최한 아이들만의 다과회니까요."
샤를로테의 말에 나와 빌프리트가 고개를 끄덕인다. 성에 체류하는 동안의 남매들만의 다과회로, 측근들도 물린 상태로 정보 교환을 할 예정이다.
"형님과 누님의 다과회는 오랜만이라 저도 기다려집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는 신전의 청색 견습들과 다과회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고아원 사람들이 일하는 공방의 견학도 했습니다. 책이 만들어지는 곳을 봤는데 정말 굉장했습니다."
멜키오르가 즐거운 듯이 신전의 이야기를 시작하자, 모두가 흥미로운 듯이 듣고 있다. 급사를 하고 있는 근시들의 반응을 보아도, 신전에 대한 기피감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녀오세요, 양부님. 그리고 아버님도 부디 조심하세요."
아우브와 그 호위기사인 기사단장인 아버님을 배웅한다. 타령 아우브의 장례이기 때문에 훌륭한 대규모 이동이다. 양모님은 배가 커져, 장기 여행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성에 남았다. 몸 상태가 허락하는 한은 집무하게 되는 것 같다.
전송을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다. 함께 전송하러 갔던 측근들이 모두 들어왔다. 즐비한 측근들을 보고 어쩐지 그리운 기분이 된다.
"오랜만에 측근이 모두 모였네요. 앞서 모였을 때는 왕의 양녀가 되는 것을 발표하면서 중앙으로 이동할 사람의 의견을 들었을 때였으니까요."
내가 쿡 하고 웃자, 유디트가 원망스러운 듯이 나를 보았다.
"리제레타가 따라가겠다고 했을 때엔, 전, 울 것 같았습니다."
"어머, 유디트는 울 것 같았던 것이 아니라, 리제레타가 심술궂다고, 배신자라며 울던 것이 아니었나요? 저도 브륜힐데도 남는데, 혼자만 따돌려졌다고 한탄하던 유디트를 달래는 것은 힘들었답니다."
오틸리에가 쿡쿡 웃자 유디트가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힌다. 피리네도 성인이 될 때까지는 남는 것이 정해져서, "지금부터 이름 올리기를 희망하더라도 미성년을 데려가 줄 거라고는 할 수 없다" 라는 말을 들고서야 간신히 침착해졌던 모양이다.
"슬프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하지만 유디트가 성인이 되어 중앙으로 와준다면 대환영이에요. ……유디트의 부모님이 정한 결혼을 하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정말로 기쁘고 든든할 것입니다."
어머니에게 들었던 것처럼 최대한 솔직한 마음으로 권하자, 유디트는 쑥쓰러운 듯이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피리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신전에서 고아원장을 맡게 되었으니, 상태를 봐서 청색 견습들의 훈련도 시켜주세요."
"네."
그리고 이제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것은 다무엘 뿐이네, 라고 생각하며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아째선지 슥 하고 시야에 들어온 것은 만면에 웃음을 띄운 클라릿사였다. 콧노래라도 시작할 것 같은 기분좋은 웃음을 머금고 한 걸음 앞으로 나온다.
"……클라릿사, 무슨 일이죠?"
"겨우 이름을 올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자, 로제마인님. 저의 모든 것을 받으시옵소서!"
……싫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데. 하아…….
강제적 이름 받기 두 번째. 할트무트와 달리, 클라릿사는 나의 마력으로 묶일 때에 황홀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범한 반응에 조금 안심했다.
……아니, 잠깐. 클라릿사는 평범하지 않으니까. 속아넘어가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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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성인식에서 양부모님의 출발까지 그리 큰 일은 없었습니다.
어디보자……. 클라릿사의 이름 올리기 정도일까요?
주위의 사람들과의 사소한 교류를 하고, 시간은 흘러갑니다.
다음은 아렌스바흐의 한화로, 란체나베의 사자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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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아.... 이틀치나 밀려버렸네요. 누군가 역자에게 웰치스라도 선물해줘야겠습니다. (번역해라 역자!)
저도 아직 못 본 다음화와 다다음화를 네타하시는 분은 미워할 거에요. (웃음)
책벌레의 하극상 ss 30화. - 아들의 성장 (5부 102화 / 카를라 시점) - 책벌레의 하극상 ss / 번역 게시판
2016.06.19. 04:18
복사http://blog.naver.com/yunogrim/220740059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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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라 시점 아들의 성장
제 567화의 뒷이야기. 성인식 이후의 랄프와 카를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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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셋째 아들인 랄프의 성인식이었다. 사샤의 가족과 지크도 모여 랄프를 축하해준다. 막내인 러츠만은 언제나처럼 없지만, 가족이 모여 보낸 즐거운 시간이었다. 마치 아들 네명 모두가 이 집에 있던 때처럼 시끌벅적했다.
……아아, 단번에 조용해졌네.
이제 아이가 잘 시간이라며 사샤들은 저녁을 먹고는 일찌감치 돌아갔고, 지크도 이번 여름이 성결식인데, 벌써 약혼자와 함께 새로운 생활의 준비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동생과 자기보다는 귀여운 약혼자에게 돌아가고 싶다며 그쪽 집으로 돌아갔다. 남편인 디드는 대량으로 술을 마시고 이미 침대에 골아떨어져 크게 코를 골고 있다. 부엌에 남아 있는 것은 오늘의 주역인 랄프 뿐이다.
"랄프도 자는 것이 어떻겠니? 많이 마셨지?"
술이 든 컵을 든 채, 랄프는 아직까지도 "진짜, 왜 러츠냐고……" 라고 투덜투덜 불평을 흘리고 있다. 투리와 러츠의 약혼에 대한 이야기다. 겨울에 약혼이 결정된 이후, 랄프는 계속 불평하고 있다. 일일이 상대하는 것도 귀찮아질 정도다. 오늘은 술이 들어가 있어서, 귀찮은 정도가 더욱 심해졌기에 한숨이 나왔다.
"언제까지고 꿍얼꿍얼꿍얼꿍얼 꼴불견이네."
"다른 남자가 상대였다면 나도 암말 안 했어. 하지만 상대가 러츠라고? 먼 옛날에 죽은 마인이 제일 중요하고, 신전장과 마인이 똑같다는 등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는 러츠라고? 그 신전장의 어디가 마인이랑 닮았다는 건데!? 눈이 썩었어! 저런 러츠에게 투리는 아깝다고!"
신전장과 마인이 닮았다는 말을 듣고, 옛날, 러츠가 가출했을 때 신전으로 소환되었을 때의 광경을 떠올린 나는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일 거라는 감이 왔다. 무엇을 어떻게 해서 마인이 영주님의 아가씨가 되어 있는 건지 이유와 경위는 전혀 모르지만, 틀림 없다고 생각한다. 여자의 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말하더라도 믿어주지 않을 테고, 귀찮은 일이 생기는 건 사양이야.
러츠가 거상과 관계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귀찮은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귀족님과 관계되다니, 질색이다.
"아직까지도 마인이 제일이라는 러츠와 투리의 약혼이야. 납득할 수 없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고!"
"정말 끈질기네. 투리는 러츠와의 약혼을 싫어하지 않았고, 이미 결정된 일이야. 게다가 너에게는 너의 애인이 있는데 언제까지고 동생의 약혼에 불평하는게 아니야. 성가시게 말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랄프의 컵을 뺏어, 그대로 컵에 남아 있는 술을 단숨에 들이킨다.
"어이, 엄마. 그거 내 술……."
원망스러운 듯한 눈으로 바라보지만, 테이블에 거의 엎어진 상태로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랄프를 내려다보며 나는 파닥파닥 손을 흔들었다.
"정말이지, 투리와 어울리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게으른 남자가 투덜투덜 불평하는게 아냐."
"엄마, 너무해!"
랄프가 비명 같은 목소리를 높였다. 성인이 되어 덩치는 커졌지만, 아들은 아들이다. 반항을 흥 하고 콧김 하나로 털어버린다.
"현실을 보라고 말하는 것 뿐이야. 투리는 큰 상점의 다프라 견습이고, 영주님의 아가씨의 전속 머리장식 직인이야. 네가 러츠처럼 구텐 뭐시기거나, 결혼 자금은 문제 없으니 언제든지 결혼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투리에게도 러츠가 아니라 너와 약혼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을 거야. 이쪽에서 보면 어떤 아들이라도 다르지 않으니까."
어릴 때 투리를 좋아했던 것은 알지만, 지금의 랄프는 어딜 어떻게 봐도 어울리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지금 에렌페스트에는 머리장식을 만들기 위한 직인이 많이 육성되고 있지만, 초기부터 만든 투리는 아직 다른 직인에게 전속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왕족이나 타령의 영주님들의 주문을 받는 귀중한 머리장식 직인이다.
이 근방에서는 투리처럼 되고 싶다며 머리장식 직인을 목표로 하고 있는 여자아이도 많다. 러츠는 처음에 길베르타 상회에 들어갔었기 때문에, 소개해달라는 부탁이 들어올 정도다. 러츠는 자기 스스로 상인 견습의 길을 연 것이고, 우리에게는 연줄이 없어서 거절할 수밖에 없겠지만.
"게다가 1년인가 2년 후에 전속인 투리는 아가씨와 함께 멀리 간다던데."
"어? 그럼 러츠와의 약혼은 어떻게 되는 건데!?"
"러츠도 함께 가는 거지. 그 아이도 아가씨의 마음에 든 구텐 뭐시기니까."
저번에 길베르타 상회에 불려간 귄터가 알려준 것이다. 아가씨의 이동에 맞춰 투리도 다른 영지로 이동시키라는 명령이 나왔다고 한다. 전속 염색 직인인 에바도 이동하게 되었고, 가족을 데려갈 수도 있어서, 귄터도 병사를 그만두고 일가가 함께 이동한다는 모양이다. 새로운 마을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아무래도 주위와의 알력이 생기게 된다. 귄터는 투리와 가족을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길베르타 상회의 호위로 재취업이 결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동에는 프랭탕 상회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서, 러츠도 그렇게 이동하는 일원인 것 같다. 지금은 러츠가 먼 마을에 가 있기에, 가을이 되어 러츠가 돌아오면 부모인 우리들도 프랭탕 상회로 불려가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라고 귄터가 말했다. 어쨌건간에, 러츠의 가족으로서 함께 이동한다면 일자리는 찾아 주는 모양이다.
……그런 말을 들어도 나는 갈 생각이 들지 않지만.
지금까지 살아왔던 기반이 이 마을에 있고, 디드도 나도 각자의 일을 갖고 있다. 자식과 그 아이들도 이곳에 있기에, 귄터처럼 전부 놔두고 러츠를 따라 이동하는 건 할 수 없다.
"랄프는 투리과 함께 다른 곳으로 갈 수 없지?"
내 말에 랄프가 분한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지금은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나도 구텐베르크인 인고 씨의 공방에 들어갔어.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구텐베르크가 된다고."
성인이 된 것과 함께 랄프도 공방을 옮기게 되었다. 목공 공방 중에서도 제일의 인기를 자랑하는 인고의 공방이다. 그것은 충분히 대단한 일이고, 이 근방 여자애들이 시끄럽게 떠들만한 일이지만, 투리와 결혼하기엔 부족하다.
"공방에 들어갔다 해도 다루아가 아니니. 간신히 대방을 대신해 다프라가 러츠와 같은 곳으로 일하러 나갈 수 있게 된 정도지? 랄프가 구텐이 되는 것은 도대체 언제일까?"
다루아로서 일해야 다프라가 될 수 있고, 대방을 통해 패트런인 아가씨에게 소개되어 그 아가씨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칭호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자가 한창일 때는 짧아. 네가 구텐이 될 때까지 투리가 몇 년이나 기다릴 이유가 없지? 저쪽은 너같은 건 안중에도 없으니까."
"우그그그그그……."
"할 수 있으면 랄프도 얼른 구텐이 되렴. 아들이 둘이나 그런 거물이 되면, 나도 코가 높아지니까."
금방 돼줄껴! 라며 침실로 뛰어들어가는 랄프는 성인이 되었어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동시에 "……그렇게까지 훌륭해지지 않아도 돼" 라고 속마음이 슬쩍 새어나왔다.
길베르타 상회에 들어가, 프랭탕 상회의 다프라 견습이 되어, 구텐의 칭호를 얻은 러츠는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주위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니, 코가 높아진다.
그렇지만 1년의 절반 이상은 영지 내의 어딘가 다른 도시에 가 있고, 1년에 두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집으로 돌아오지 않게 된 러츠를 생각하면, 거기까지 출세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사샤처럼 자신들 근처에서 가정을 꾸리고, 자주 오가며 귀여운 아이의 얼굴도 보여주는 편이 어머니로서 기쁘다.
"랄프가 이 집에 있는 것은 언제까지려나……."
오늘로서 랄프도 성인이 되었다. 지금의 애인과 결혼할지는 알 수 없지만, 사샤나 지크처럼 언젠가는 이 집을 나가서 가정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런 아이의 성장이 기쁘면서도 쓸쓸하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컵에 조금 술을 따른다. 감상적인 기분과 함께 단숨에 술을 들이키고 찰박찰박 컵을 씻고 치웠다.
568.간화 란체나베의 사자 전편
"이쪽은 디트린데님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집무실에서 문관이 가져온 서류의 산을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디트린데는 마력을 잉크로 사용하는 마술도구 펜으로 사인한다. 한시라도 빨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차기 첸트가 되어야 할 자신이 이런 잡일에 시달려야 하다니, 하고 디트린데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좀처럼 중앙으로 갈 수 없는 바쁜 몸으로 귀족원의 영주 회의에 갔던 것이니, 좀 더 수확이 있어도 좋았으련만, 디트린데의 조사는 일일이 왕족의 방해를 받고 말았다. 분한 일이다.
……그 지하 서고를 조사할 수 있었으면 조금은 알았을 텐데.
실례스럽기 짝이 없는 왕의 셋째 부인에게 "우선 고어의 공부부터 하시죠?" 라고 비웃음 당한 것을 떠올리고, 디트린데는 불쾌하게 되었다. 연이어 "페르디난드에게 비밀방을 주도록" 이라고 명한 트라오크바르에 대한 것까지 떠올라 더욱 불쾌하게 된다.
……"장례식으로 방문하게 되었을 때에 왕명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겠다" 라고요?
약혼자로서 체재하고 있는 페르디난드에게 비밀방을 주라는 비상식적인 명령을 해오는 트라오크바르는 왕위에 올라 있는 것도 불안할 정도로 머리가 이상해져 있는 것 같다. 한시라도 빨리 디트린데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정당한 첸트가 되지 않으면, 분명 유르겐슈미트는 구루투리스하이트도 없이 첸트가 된 무능한 왕 때문에 망해버릴 것이 틀림없다.
……정말이지 진짜 이게 무슨 일인가요. 저의 어깨에 유르겐슈미트의 미래가 걸려 있다니.
중앙 신전 사람들의 말을 떠올린 디트린데는 "곤란하네요" 라며 한숨을 흘린다. 이런저런 것들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서류에 사인하는 손이 멈춰 있고, 옆에서 사인을 기다리고 있는 문관이 "곤란한 것은 이쪽입니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도 않는다.
"……어?"
갑자기 스윽 하고 디트린데의 팔에 소름이 돋으며 등골이 오싹해졌다. 감기로 아팠을 때의 오한과 비슷하지만, 디트린데는 아픈 것도 아니고, 여름이 지척인 지금, 추운 것도 아니다.
다만 그 오한과 동시에 경계문이라는 말이 뇌리에 스치며, 디트린데는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아우브의 허락 없이 경계문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하는 영주 일족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아우브·아렌스바흐의 사후, 아렌스바흐 쪽에서는 경계문을 닫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문을 지키는 기사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없이 침입이 가능한 문은 아렌스바흐에 한 곳밖에 없다. 바다 위에 있는 국경문으로 이어지는 경계문이다.
"바로 제 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마르티나, 기수복과 베일의 준비를 부탁해요. 경계문의 상황을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측근들을 모아주세요."
툭 하고 펜을 떨어뜨리고 디트린데는 일어섰다. 갑작스런 사인 포기에 놀란 문관을 "당신, 방해에요" 라며 한번 노려본다.
"제 말이 들리지 않았나요? 경계문의 상황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마 란체나베의 사신이겠죠."
란체나베의 사신이라는 말에 반응한 문관은 처리된 것과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빠르게 분류한 서류를 안고 급한 걸음으로 퇴실한다. 분명 페르디난드에게 보고할 것이다. 문관들은 집무에 관해 전면적으로 페르디난드에게 상담하고 있다. 그런 짓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왕족에게 이상한 명령을 받아도 누구 하나 거부하지 못하는 것이다.
집무에 미숙한 자신에 대한 것은 옆으로 치워두고, 오르지 문관들의 무능만을 마음속으로 욕하며, 디트린데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근시들이 급하게 가져온 기수복으로 갈아입고, 햇볕을 피하기 위한 베일을 쓰고, 바로 발코니로 나갔다.
시계에 파랗게 빛나는 해면이 펼쳐져 있다. 육안으로는 조그맣게밖에 보이지 않는 경계문으로 들어오려 하는 검은 물체를 향해 디트린데는 기수를 달리게 한다.
이미 해상에는 페르디난드와 기사단이 기수에 타고 나와 있었다. 페르디난드는 아직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침입자를 감지하지 못했을 텐데도 먼저 도착해 있는 것은 디트린데가 기수복으로 갈아입느라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디트린데님, 저것은 란체나베의 사신임에 틀림 없습니까? 그다지 본 적이 없는 형태입니다만……."
"네에. 란체나베의 배는 작년부터 저런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낯선 형태입니다만, 상당히 속도가 빨라졌다고 하네요."
디트린데는 페르디난드에게 답하며 색다른 모양을 한 배를 내려다본다. 크기는 전혀 다르지만, 검고 기다란, 몸이 얇은 물고기 같은 모습이다. 경계문을 통과할 수 있는 크기로 최대한 많은 짐을 쌓을 수 있도록 생각한 결과라고 작년의 환영연에서 사신이 말했었다.
"보세요, 저기에요. 문을 빠져나오면 이상하게 변하는 것입니다."
디트린데가 가리키는 것과 거의 동시에 문을 완전히 빠져나와 항구를 향해 나아가던 배가 해상에서 한번 멈췄다. 그리고 파락파락 작은 타일이 회전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며 배가 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런 일을?"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만, 란체나베의 사신이 체재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합니다. 햇빛을 반사해 눈이 부시므로 검은 그대로 있어주었으면 하지만요."
그동안 란체나베의 배를 본 적이 없는 페르디난드에게 디트린데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쳤다. 문관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으며, 마치 아렌스바흐의 아우브 같은 태도로 집무하고 있는 페르디난드이지만, 그에게도 모르는 것이 있는 것이 조금 유쾌했다.
"배가 항구에 도착하고, 성으로 와서 알현을 신청하고, 알현에 대한 허가를 내주고, 이윽고 환영연이 열리는 것입니다. 아직 며칠은 더 있어야 합니다. 문의 침입자가 란체나베라는 것을 알았으니, 성으로 돌아가죠."
"디트린데님은 먼저 돌아가 주십시오. 설마 경계문을 지키는 기사도 없이, 간단히 타국 사람의 침입을 허용하는 상황이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기사단에 명하여, 저 경계문에도 기사를 배치해 감시시키도록 하겠습니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디트린데는 눈을 깜빡였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의미를 모르겠다. 이 문을 통과해 오는 것은 란체나베의 사람 뿐이다. 그리고 란체나베의 사신은 이미 도착했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없는 바다 위에 굳이 기사를 배치할 필요가 있는 걸까.
"아무것도 없는 바다 위이고, 이미 사신은 도착한걸요? 대단한 마력도 없는 란체나베를 경계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앞으로 무역을 위해 속속 배가 드나들 것이니 감시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기사단장, 경계문에 즉시 기사를 배치해주십시오."
"넷! 인원은 얼마나 필요하겠습니까?"
페르디난드는 디트린데의 말을 무시한 채 기사단장에게 말을 걸고, 기사단장은 아무런 의문도 이의도 없이 그 명령에 따르며 이것저것 결정해 나가기 시작한다. 디트린데는 자신을 무시하는 두 사람이 괘씸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전, 그만 돌아가겠습니다!"
"디트린데님, 예년을 참고해 환영연이 언제쯤 열릴지 예측할 수 있다면 그쪽의 준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페르디난드는 디트린데를 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하고, 기사단장과 자신의 측근들을 데리고 경계문을 향해 기수를 몰기 시작한다.
너무나도 자신을 업신여기는 태도에 화를 내며 디트린데가 측근들과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자, 측근들마저도 페르디난드의 말에 따라 환영연의 준비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다리세요. 대체 누구의 명령을 듣고 있나요? 당신들의 주인은 누구죠?"
"디트린데님, 저희들은 페르디난드님의 명령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디트린데님을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란체나베의 사신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타국 사람들에게 무능하다며 흉보이는 것은 차기 아우브인 디트린데 님인걸요."
페르디난드의 명령과 상관 없이 디트린데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근시들의 주장에 디트린데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확실히 그 말대로다. 근시들은 디트린데에게 오점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좋아요. 가세요."
디트린데가 란체나베의 사신을 맞을 준비를 하라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측근들은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런 가운데 마르티나가 편지를 가져왔다.
"디트린데님, 게오르기네님이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머님이? ……또 그 말씀이시겠죠. 싫네요."
다른 사람들로부터는 차기 아우브라거나 차기 첸트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아직 어느 쪽의 입장도 아닌 디트린데는 어머니인 게오르기네보다 강하게 나갈 수 없다. 싫더라도 게오르기네의 면회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허가를 내자, 이미 준비는 끝나 있던 듯, 그다지 시간도 걸리지 않고 게오르기네가 찾아왔다. 그리고 인사를 교환하자마자 바로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내민다.
디트린데가 마술도구를 손에 잡는 순간, 예상대로의 내용이 게오르기네의 붉은 입술에서 튀어나왔다.
"디트린데, 페르디난드님에게 비밀방을 주는 것은 아직인가요? 장례 전까지 준비하지 않으면 당신이, 그리고 아렌스바흐가 질책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약혼기간에 비밀방을 주라니……. 어머님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시지 않나요?"
객실에 비밀방을 만들지 않는 이상, 페르디난드에게 비밀방을 주려면 남편의 방을 줄 수밖에 없다. 정식으로 결혼한 것도 아닌 남자에게 남편의 방을 주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제라도 디트린데의 침대에 남편도 아닌 남자가 들어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식을 올리기도 전에 남자를 침실에 들이는 것과 같다.
페르디난드는 디트린데에게 있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첸트가 되면 약혼을 해소하려 하는 약혼자이다. 게다가, 신전에 들어간 적도 있는 남자다. 정말로 신용할 수 없다. 신전에서 흔히 있는 일이 디트린데의 몸에 일어나기라도 하면, 주위에서 험담을 듣는 것은 그에게 방을 준 디트린데다. 결코 명령한 왕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비밀방을 주지 않으면 일단 페르디난드님을 에렌페스트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금 아렌스바흐의 상황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친딸이 신전에 들어간 적이 있는 하위 영지의 영주 후보생과 왕명으로 약혼하게 되어, 중계역의 아우브가 되었는데도 게오르기네의 심록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비치지 않는다. 조금 정도는 디트린데의 정조를 걱정하거나, 너무나도 불합리한 비상식적인 왕명에 함께 화내주거나 하진 않을까 하고 기대했지만, 그러한 작은 희망은 또다시 짓밟혔을 뿐이다. 기대하는 것이 쓸데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심코 기대하고 마는 자신의 처지를 한스럽게 여기며, 디트린데는 조금 시선을 피한다.
……그래도 첸트가 되면…….
그러면 조금은 어머니의 눈에 자신의 모습이 비칠지도 모른다. 디트린데가 차기 첸트 후보가 되었을 때, "당신이 첸트를 목표로 하는 것인가요? 가능한 한 노력해보도록 하세요" 라며 처음으로 게오르기네의 응원을 받았었으니까.
"되도록 빨리 주도록 하세요. 란체나베의 사신이 왔으니, 여름의 장례까지 그다지 시간이 없습니다."
"트라오크바르 왕은 아렌스바흐에 비상식적인 왕명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하위 영지인 에렌페스트를 왕명으로 조용히 시키는 것이 좋을 텐데……."
어째서 상위 영지인 아렌스바흐 쪽이 비상식적인 왕명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참아야 하는 것은 에렌페스트여야 할 것이다.
"비상식적인 왕명을 밀어붙이도록 에렌페스트가 모종의 수단을 강구한 것이겠죠. 하지만 아무리 비상식적이어도 왕명은 왕명입니다. 비밀방을 주지 않으면 타령의 아우브들이 모인 가운데 아렌스바흐가 질책을 받게 됩니다."
게오르기네의 말에 디트린데는 굳게 입을 다문다. 질책을 받는 것으로 방을 주지 않고 끝낼 수 있다면, 그편이 좋은 것이 아닌가. 적어도 자신의 안전이 보장된다. 그런 디트린데의 생각을 꿰뚫어 본 것처럼 게오르기네는 어이없어하는 얼굴이 되었다.
"디트린데, 왕에게 받은 명령은 비밀방을 주라는 것 뿐입니다. 페르디난드님에게 주는 것은 서의 별채에 있는 방이어도 좋지 않습니까."
서의 별채는 두 번째 부인이나 세 번째 부인에게 주어지는 방이 있는 곳이다. 디트린데는 여성 아우브의 배우자로서 찾아온 페르디난드에게 서의 별채에 방을 내준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서의 별채라면 배우자의 한 사람으로서 대우할 수 있고, 왕명에 따를 수 있고, 디트린데의 정조를 지킬 수도 있다. 조금은 자신을 걱정해 주었다는 생각에, 디트린데는 기뻐졌다.
"서의 별채에 방을 주다니, 그런 멋진 방안이 있었다면 좀 더 빨리 가르쳐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디트린데가 어리광을 부리며 볼을 부풀리자, 게오르기네는 붉은 입술을 천천히 끌어올리며 "지금이 저에게는 최선의 때였을 뿐입니다" 라며 미소짓는다. 하지만 역시 그 심록의 눈에 디트린데의 모습은 비치지 않는다.
언제나와 같다고 포기하면서 디트린데는 페르디난드에게 서의 별채에 방을 주겠다는 것을 저녁 식사 때에 전했다. "장례식의 준비에 더해 란체나베의 사신과의 면담을 앞둔 이 바쁜 시기에 본관에서 서의 별채로 방을 옮기라는 것입니까?" 라며 그의 측근이 곤란한 듯이 자신의 주인을 보았지만, 비밀방을 원한 것은 에렌페스트이고, 명령한 것은 왕이다. 디트린데 자신은 페르디난드에게 비밀방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 없다면 스스로 트라오크바르 왕에게 의견을 개진하시지요. 저는 왕명에 따랐을 뿐입니다."
"여름의 장례까지는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각별한 배려에 감사 드립니다."
페르디난드는 여느 때의 부드러운 미소로 그렇게 말한다. 여기에 조금 나이가 가깝고, 고향이 같고, 신전에 있었다는 오점이 없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디트린데는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란체나베의 사신이 객관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도착하고, 면담 요청 서한이 날아들고, 성 안이 환영연이나 알현 준비로 바쁜 분위기가 된다.
환영연이 열리는 당일은 일찌감치 오후부터 준비를 시작해야만 한다. 간단한 식사를 하고,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 것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디트린데는 공식 석상에 나가기 위해 깃이 높고, 얼굴 이외의 전신을 완전히 숨기는 얇은 흰 의상을 입고, 그 위로 호사스러운 자수가 새겨진 파란 상의를 덧입는다. 흰 의상에는 더위를 줄이기 위한 마법진이 자수되어 있어, 조금은 더위를 덜 수 있다. 그것이 없으면 두꺼운 청색 상의 같은 건 입고 있을 수 없다.
"성인이라 머리를 올려야만 하는 것이 아쉽네요. 디트린데님의 금발은 너무나도 호사롭고 아름다운걸요."
근시들이 그렇게 말하며 머리카락을 묶어올린다. 또한, 얼굴을 숨기기 위해 얇은 레이스천의 베일을 쓴다. 베일의 천은 개인의 기호로 고르지만, 베일은 아렌스바흐의 여성이 공식 석상에 나올 때에 붙이는 물건이라 빠지지 않는다.
준비를 갖추고 디트린데는 측근들과 함께 긴장감이라고도 고양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심정으로 소회장으로 향한다. 작년까지는 미성년자였기에 인사만 하고 퇴장해야 했었다. 환영연에 끝까지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다.
매년의 일이지만, 환영연은 비교적 소규모로 이뤄진다. 그리고 한여름에 열리는 성결식을 위해 영지 내의 기베들이 모였을 때에 다시금 란체나베의 사신과 기베가 교류하기 위한 성대한 연회가 치러지게 된다.
"디트린데님이 오셨습니다."
안에는 이미 아렌스바흐의 중진들과 페르디난드와 그 측근이 있다. 페르디난드의 옆에는 어린 레티시아와 그 측근의 모습도 있다. 작년에는 레티시아와 함께 퇴장해야 했지만, 올해는 마지막까지 있는 것이다. 약간의 우월감을 가지고 디트린데는 레티시아를 보았다.
소회장에는 모든 여성들이 베일을 쓰고 있고, 남성은 깃이 높은 흰색의 상하의에 얇고 커다란 파레오를 몸에 감듯이 두르고 있다. 아렌스바흐의 여름 복장이며, 모두가 여름의 귀색으로 단장하고 있는 가운데 페르디난드만은 에렌페스트의 색을 입고 있다. 타령의 사람임을 나타낼 그 색깔이 페르디난드를 마치 그 자리의 지배자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
"어머, 페르디난드님은 여름의 귀색이 아니네요."
"여름의 귀색으로 입어도 좋았겠습니다만, 이렇게 에렌페스트의 색을 입음으로써 비록 여러가지 의견을 낸다 하더라도 저에게 결정권이 없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온화한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말해, 디트린데는 어딘가 미심쩍다고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보통이라면 하위 영지인 에렌페스트가 아니라 아렌스바흐의 색을 입고 싶어할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에렌페스트의 색으로 입은 것은 페르디난드의 겸허한 태도의 발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란체나베, 입장."
문에 있는 근시가 소리를 높였다. 크게 열린 문으로 란체나베의 사신이 나란히 들어온다. 란체나베의 사신도 아렌스바흐의 의상을 입고 있다. 란체나베는 아렌스바흐와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그쪽의 의상으로는 여기서 지내기 힘들다고 들은 적이 있다.
다만 그들도 여름의 귀색인 청색은 입고 있지 않았다. 란체나베의 사신임을 보이기 위해서인지, 보기 드문 은색 천을 입고 있다.
소회장에 들어온 것은 열두 명의 사신이었다. 그 중 절반 정도는 자신들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반 정도는 생김새나 피부색이 다르다. 매년 보면서도 어째서 이렇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지, 디트린데는 신기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사신 중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양팔을 교차시키며 무릎을 꿇은 것은 디트린데보다 두세살 연상인 남성이었다. 젊고 아름다운 사신의 모습에 디트린데는 시선이 끌린다. 기억에 없는 사람이니, 작년엔 없었을 것이다.
금색과 고동색의 중간쯤 되는 머리카락이 뒤로 정리되어 머리끈으로 묶여 있다. 디트린데의 할머니 정도 세대 때에 아렌스바흐에서 유행하던 남성의 머리형태다. 지금도 장년의 남성 중엔 등에 머리를 묶고 있는 사람도 있기에 디트린데에는 비교적 친숙한 스타일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렌스바흐의 분들. 란체나베의 치아프레도1 왕의 손자, 레온지오2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을 소개하기에 앞서,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의 청명한 흐름이 인도한 만남에 축복을 기원하는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용서합니다."
설마 란체나베의 사신이 귀족으로서의 인사를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디트린데는 놀라면서 용서를 준다.
레온지오는 유르겐슈미트의 귀족처럼 마석이 달린 반지를 왼손 중지에 끼고 있다. 전속성의 마석이 박힌 반지가 그의 왕족으로서의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살풋 축복을 주고,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라며 레온지오는 얼굴을 든다.
……어라?
레온지오가 얼굴을 든 순간, 페르디난드를 보고 한 순간 놀란 표정이 되었다. 바로 미소 아래로 숨기긴 했지만, 믿을 수 없는 사람을 본 듯한 얼굴이었다. 슬쩍 페르디난드의 모습을 살펴보지만, 페르디난드는 딱히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인다.
레온지오는 전혀 놀란 적 없는 듯한 얼굴로 사신들을 소개해 나갔다. 절반 이상은 작년에도 왔던 사람들이다. 레온지오과 그 측근만이 처음으로 아렌스바흐를 찾은 것 같다.
란체나베의 사신의 소개가 끝나면 다음은 아렌스바흐 일족의 소개다. 전 아우브의 사망을 고하고, 차기 아우브가 되는 디트린데와 그 약혼자로서 에렌페스트에서 온 페르디난드가 소개되고, 이어 게오르기네와 레티시아가 소개된다.
소개가 끝나면, 환담의 시간이 된다. 미성년자는 퇴장할 시간이다. 레티시아는 측근들과 함께 퇴장하고, 어른의 시간이 된다. 무역을 담당하는 문관들과 정치적인 정보를 입수하고 싶은 사람들이 술잔을 손에 들고 란체나베의 사신에게 다가가,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하게 된다. 후일 있을 회의의 전초전이다.
"페르디난드님은 이야기를 나누러 가지 않으시나요?"
"디트린데님 옆에 있을 수 있는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집무로 바빠 시간을 낼 수 없었으니, 지금정도는……."
방긋 미소지으며 자신의 곁에 있고 싶다는 페르디난드의 말에 디트린데는 기분이 좋아져서 고개를 끄덕인다. 요즘은 모습을 보는 일도 적었고, 어쩐지 멸시받는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아무래도 바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디트린데가 란체나베의 사신에게 괜한 말을 하지 않도록 감시하기 위한 것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디트린데는 기분 좋게 마르티나가 가져온 음료에 입을 대었다.
"차기 아우브인 디트린데님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레온지오가 다가와, 란체나베의 공주를 언제 받아들이게 되는지 물어온다.
"회의 때에 여쭈어야합니다만, 조금이라도 빨리 란체나베에 알려야만 합니다."
무역으로 오가는 배들을 통해 편지를 부친다고 한다. 확실히 조금이라도 빨리 알리는 것이 좋다. 유르겐슈미트에서는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데, 란체나베에서 그에 대한 준비를 진행시키고 있다면 큰일일 것이다. 레온지오의 황토색 눈동자를 올려보며, 디트린데는 방긋 미소지었다.
"란체나베의 공주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부디 란체나베에 빨리 알리도록 해주세요. 준비가 허사로 끝나게 되었으니 큰일이겠네요."
"……네? 기, 기다려 주십시오. 공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어째서, 라고 하셔도……. 그것이 트라오크바르 왕의 결정입니다."
디트린데는 기억하고 있는 영주 회의에서의 흐름을 전한다. 옆에 서 있는 페르디난드가 내용을 보충하며, 공주의 수용 거부가 거짓말도 농담도 아니라는 것이 전해진 것 같다.
멍하니 있던 레온지오가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디트린데에게 손을 뻗는다. 그것을 페르디난드가 쳐서 떨어뜨린다.
"레온지오님, 부디 진정하십시오. 너무 흥분하시면, 호위기사에게 맡기지 않으면 안 됩니다."
조용한 목소리 속의 위압적인 분위기가 레온지오에도 전해진 듯, 레온지오는 바로 감정을 억누른다.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레온지오는 페르디난드와 대치한다.
"유르겐슈미트의 왕은 란체나베를 멸망시킬 생각인가요?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공주를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공주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란체나베의 멸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 디트린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의미인지 묻는 것에 앞서, 페르디난드가 차가운 미소와 함께 이야기를 중단시킨다.
"유감입니다만, 첸트가 정하신 것이기에 우리로서는 힘이 되어드릴 수 없습니다."
란체나베의 사정을 들으려고도 않고, 너무나도 냉담하게 잘라내는 페르디난드의 태도에 디트린데는 레온지오가 불쌍하게 생각되기 시작했다.
"페르디난드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좋잖습니까. 란체나베의 사정을 듣고, 다시 한번 트라오크바르 왕에게 부탁해 보면 다른 대답을 하실지도 모릅니다."
디트린데의 말에 레온지오는 조금 안도한 것처럼 어깨의 힘을 뺐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는 그것이 재미 없는 듯, 차가운 얼굴 그대로 레온지오를 바라본다.
"첸트가 전언을 철회하는 일은 없겠지요. ……차기 첸트가 즉위한 이후에 새로운 첸트의 지시를 바라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습니까?"
우호적인 태도는 실낱만큼도 보이지 않고, 너무나도 단정적으로 잘라내버리는 페르디난드의 대응에 디트린데는 초조함을 느꼈다. 중요한 무역 상대이니 좀 더 친근한 태도로 첸트과 란체나베를 중개해야 하지 않을까. 아렌스바흐의 국경문밖에 열려있지 않은 이상, 란체나베는 유르겐슈미트에 있어 유일한 무역 상대인 것이다.
디트린데는 페르디난드에게서 휙 하고 얼굴을 돌리고 레온지오를 향해 최대한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아렌스바흐의 주장으로는 첸트의 의견을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레온지오 본인이 사정을 이야기하며 진지하게 부탁하면 받아줄지도 모른다. 트라오크바르는 비상식적인 왕이니까.
"레온지오님. 다행히도 이번 여름은 아우브의 장례를 위해 왕족이 아렌스바흐를 찾아오게 됩니다. 그 때 직접 부탁드려보면 어떨까요?"
"디트린데님."
페르디난드가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라며 경악한 얼굴이 되었다. 왜 그렇게 놀라는 건지 디트린데는 이해되지 않는다.
"경비 관계상 그런 사람을 왕족에게 가까이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아우브의 장례식에서 란체나베의 사람을 왕족에게 접근시키려는 것은 허가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페르디난드님이 아니라 왕족이고, 저는 당신에게 허가를 얻어야 할 입장이 아닙니다. 아렌스바흐로서도 중요한 무역 상대인 란체나베가 망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전, 레온지오님에게 말씀을 듣고자 합니다."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디트린데는 자신의 의견을 잇달아 기각하고, 조금도 이쪽의 의견을 용납하려 하지 않는 페르디난드에게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화를 냈다. 페르디난드에게는 제대로 입장 차이를 깨닫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저는 이야기를 듣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은 방해하지 마시지요. 측근을 함께 배석시킬 것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리 저를 게둘리히처럼 생각하시더라도, 에비리베 같은 질투는 꼴사납습니다."
디트린데가 노려보자 페르디난드는 놀란 듯이 엷은 금색의 눈을 크게 뜨고 움직임을 멈췄다. 아무래도 "에비리베 같은 질투" 라는 것이 핵심을 찔렀던 모양이다.
……질투로 자신을 잊다니, 페르디난드님도 곤란한 분입니다.
디트린데는 "에비리베의 동석은 필요 없습니다" 라며 페르디난드의 동석을 저지하고 레온지오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측근들을 줄줄이 데리고 독실로 향한다. 페르디난드의 측근 한 명이 "아무런 실수도 없었다는 것을 보고하기 위해" 라며 동석을 바랬기에, 디트린데는 관대한 마음으로 허가를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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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아렌스바흐의 사정을 포함한 첫 외국인과의 조우입니다.
페르디난드는 공방을 얻었습니다만, 매일의 이동이 힘들고, 정보 수집이 어려운 구석으로 쫓겨났습니다.
디트린데 자신은 차기 아우브로서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다음은 후편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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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디트린데 귀엽지 않나요? 자기가 왕따라는걸 자기 혼자만 모르고 있음.
너무 멍청하니 화도 안 나네요. (웃음)
추신: "그 중 절반 정도는 자신들과 같은 분위기인데도, 반 정도는 생김새나 피부색이 다르다." -> "그 중 절반 정도는 자신들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반 정도는 생김새나 피부색이 다르다." 로 수정합니다. 다음화를 보니, 중요한 내용이었네요.
Chiaffredo. 이탈리아 이름.
leonzio. 이탈리아 이름.
책벌레의 하극상 5부 한화. - 란체나베의 사신 후편 -
한화 란체나베의 사신 후편
이야기 할 수 있는 차분한 장소가 필요했기에, 디트린데는 마르티나에게 가까운 회의실을 열게 한다. 측근들을 포함해 열다섯 명 정도가 회의실로 이동하고, 회의실로 들어온 디트린데는 레온지오에게 의자를 권한다.
"레온지오님 란체나베가 망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요?"
디트린데가 재촉에 레온지오는 조금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며, "디트린데님은 란체나베의 기원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라고 질문해 왔다.
"아렌스바흐의 무역 상대로서 주요 수입품에 대해서는 배웠지만, 역사에 대해서는 귀족원의 강의에서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디트린데는 란체나베의 역사에 대해 전혀 흥미가 없었고, 알려고 한 적도 없었다. 귀족원의 강의에서도 딱히 배운 적은 없었을 것이다.
"유르겐슈미트에는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인가요……."
그리고 레온지오는 란체나베의 역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거의 4백년 가까이 지난 옛날, 아우스바우1 왕 시대의 이야기라고 한다. 역사 강의에서 배웠던 왕의 이름이 나왔지만, 그것 말고는 기억해낼 수 없었던 디트린데는 알고 있다는 얼굴로 흘려넘긴다.
"아우스바우 왕이 연로하여 차기 첸트를 선출해야만 했을 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던 차기 첸트 후보가 셋 있었습니다."
"어머, 셋이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디트린데는 눈을 깜박거렸다. 구루투리스하이트는 첸트를 결정하기 위한 마술도구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유르겐슈미트를 통치하기 위한 하나밖에 없는 물건으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은 사람이 당연히 첸트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설마 동시에 여러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물건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는 슈타프로 베끼는 것이니, 여러 사람이 갖고 있더라도 그렇게 신기한 일은 아니지요?"
당연한 듯한 레온지오의 말에, 디트린데는 "그렇네요" 라고 맞장구를 친다. 유르겐슈미트의 귀족인 디트린데가 타국의 사람보다도 모른다는 말은 할 수 없다.
"그리고 아우스바우 왕이 택한 것은 디트린데님도 아시다시피 하일아인트2 왕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이름의 첸트도 있었죠. 무엇을 했던 왕이었더라?
이렇다 할 만한 공적이 없어, 강의에서도 거의 언급되는 일이 없는 왕의 이름에 디트린데는 웃는 얼굴로 끄덕이며 생각한다. 생각해 봤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첸트로 선출되지 못한 것에 납득할 수 없었던 톨퀸하이트3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마술도구와 마석을 가지고 신천지를 찾아 유르겐슈미트를 떠났습니다."
자신의 아내와 자녀, 그리고 측근들을 데리고 톨퀸하이트는 배를 타고 국경문을 넘어 유르겐슈미트를 떠났다. 전이진의 너머는 란체나베라 불리는 땅으로, 마술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밖에 없는 곳이었다.
땅은 척박했지만, 어떻게든 사람들이 생활할 수 있는 장소임을 확인한 톨퀸하이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사용해 초석의 마술을 만들어, 엔트비켈른으로 자신들이 살기 위한 거리를 만들었다.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나타난 배. 그리고 한 순간에 만들어진 흰색의 거리에 사람들은 경악하며, 톨퀸하이트를 신의 나라에서 온 사자라며 섬기기 시작했습니다. 톨퀸하이트는 왕으로서 란체나베에 군림하게 된 것입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은 사람이 신과 같이 추앙 받는 것은 유르겐슈미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메스티오노라의 신구를 베끼는 것을 허용받은 자이다. 신에게 인정받은 사람으로서 존경받는다.
디트린데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구해, 모두로부터 칭찬과 존경의 시선을 받는 자신을 상상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얼른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야만 한다.
"그러나 신처럼 추앙받게 된 톨퀸하이트에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유르겐슈미트에서 온 톨퀸하이트 일행과 마력이 없는 란체나베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이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구루투리스하이트는 슈타프로 베끼는 것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톨퀸하이트의 죽음과 함께 구루투리스하이트는 없어지게 됩니다."
……저런. 그럼 유르겐슈미트의 구루투리스하이트는 그래서 잃어버리게 된 것이네요.
디트린데는 정변이 일어난 이유를 알게 되었다.
트라오크바르 왕의 이복형인, 첸트를 계승할 둘째 왕자의 죽음과 함께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어져버린 것이다. 싸움을 시작한 첫째 왕자도, 싸움을 받은 셋째 왕자도 슈타프로 베끼는 물건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둘째 왕자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 물건이라는 것을 모르고 다투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소재는 알 수 없는 상태다.
……베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요?
레온지오의 말이 맞다면, 어딘가에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원본이 있고, 그것을 베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마법진을 빛내며 차기 첸트 후보가 된 자신이라면 베낄 수 있을 것이라고 디트린데는 생각했다.
"초석의 마술에 등록된 자라면 마력을 공급할 수 있기에 톨퀸하이트가 죽은 뒤에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합니다만, 그것은 슈타프를 가진 자가 있을 경우의 이야기입니다. 슈타프를 가진 사람이 없으면 초석의 마술을 유지할 수 없기에 언젠가는 거리가 붕괴해버리고 맙니다. 디트린데님은 차기 아우브이시니 알고 계시지요?"
"네, 물론입니다."
초석의 마술에 슈타프가 필요한 것은 영주 후보생의 강의에서 디트린데도 배운 내용이다. 그러나 귀족원에서는 1학년이 된 시점에서 모두가 슈타프를 얻으니, 일부러 기억할 만한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외국으로 나가, 마술로 거리를 만든 사람들에게는 사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슈타프를 가진 사람이 없어, 초석의 마술을 계승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지면 국가는 붕괴된다.
"란체나베로 향한 것은 왕족과 그 측근이었기에, 많은 마력을 가진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귀족원에서 교육을 받은 부모들로부터 유르겐슈미트의 귀족들과 같은 교육도 받습니다. 하지만, 유르겐슈미트가 아니면 슈타프를 얻을 수 없습니다. 톨퀸하이트는 유르겐슈미트로 향해, 란체나베의 초석의 마술을 계승하기 위해, 자신의 아들이 슈타프를 얻을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고 유르겐슈미트의 첸트에게 청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허용되지 않았다. 슈타프를 얻는 것은 유르겐슈미트의 귀족 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첸트의 심술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유르겐슈미트의 귀족으로서 등록되지 않은 자는 슈타프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인해 란체나베에서는 유르겐슈미트로 공주를 보내고,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되어 슈타프를 받으면 그를 란체나베의 왕으로서 돌려받게 되었습니다. 란체나베가 힘을 가지는 것을 경계한 당시의 첸트는 한대에 한 사람밖에 돌려주지 않는다는 제약을 걸고, 남자를 돌려받을 것인지, 아니면 여자를 돌려받을 것인지의 선택을 강요했던 것입니다."
톨퀸하이트는 고민했다고 한다. 태어난 아이의 마력은 어머니의 마력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란체나베의 왕족이 높은 마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자를 돌려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한대에 한 사람밖에 돌려받지 못하는데, 슈타프를 가진 여왕이 임신해서 마술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란체나베에 있어 사활 문제가 된다. 란체나베에도 측근의 가족이나 자신의 딸들 같은 많은 마력을 가진 여성은 몇이나 있고, 남성을 돌려받는 쪽이 아이를 늘리기도 쉽다. 톨퀸하이트는 남자아이를 돌려받기로 했다.
"유르겐슈미트가 란체나베의 공주를 수용하고, 공주가 낳은 남자아이가 성인이 되어 슈타프를 받은 후에는 왕으로서 란체나베로 돌아가는 것이 양국간의 약속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공주의 수용을 거부하다니……."
레온지오가 괴로운 듯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공주를 보내고 있는데, 그것이 거부당해선 당연히 망연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디트린데는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약속을 어긴 트라오크바르 왕에게 마음 속 깊이 화가 치밀었다. 계속해서 비상식적인 일만 하는 그를 당장이라도 첸트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10년쯤 전에 약간의 마석이 도착한 이래, 무역 이외의 관계가 뚝 끊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공주의 수용까지 거부당하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지……."
테이블 위에서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떨어뜨리는 레온지오의 모습을 보고, 디트린데는 결심했다.
"제가 페르디난드님에게 사정을 말씀드리고, 첸트에게도 부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심해 주세요. 전, 차기 첸트 후보니까요."
레온지오가 황토색 눈동자를 놀라움으로 물들이며, "차기 첸트 후보……?" 라고 중얼거리면서 디트린데를 바라본다. 그 눈동자에 어린 존경과 기대에 기분이 좋아진다. 디트린데는 레온지오를 향해 방긋 미소지었다.
레온지오에게 란체나베의 사정을 들은 디트린데는 다음날 바로 페르디난드를 불러 테이블에 마주앉아 설명하기 시작했다. 옛부터의 약속으로, 란체나베가 망하지 않도록 공주를 보내오는 것이라고. 그리고 약속을 어기는 트라오크바르가 얼마나 지독한 왕인지 호소한다.
"그러니 트라오크바르 왕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생각을 바꾸게 하고 싶습니다."
왕족과 대면해 교섭하는 것은 페르디난드의 역할이다. 여름의 장례식까지 제대로 대책을 짜주기를 바란다며 디트린데는 미소짓는다.
사정을 알게 되었으니, 페르디난드도 조금은 란체나베에 협력적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는 전혀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 같다. 테이블에 팔꿈치를 얹은 채 턱을 괴고, 가만히 디트린데의 모습을 살피며, "……그것뿐입니까?" 라고 말한다.
"그것뿐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말 그대로입니다. 란체나베의 형편에 좋은 이야기밖에 없고, 딱히 새로운 정보도 없습니다. 첸트가 의견을 뒤집을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란체나베가 망하는 것이에요. 첸트나 아우브를 계승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페르디난드님은 알 수 없는 건가요?"
믿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란체나베가 붕괴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정말로 이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듣긴 한 것일까. 아니면 이해할 수 있는 머리가 없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디트린데는 페르디난드를 노려보았다.
"란체나베가 망한다는 것은 과장입니다. 톨퀸하이트가 넘어가기 전에도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던 땅입니다. 흰 모래에 마력을 채워 만든 유르겐슈미트와는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망한다 해도 기껏해야 톨퀸하이트가 만든 거리가 붕괴하는 정도겠죠."
디트린데가 노려보고 있는데도, 페르디난드는 아무 일 없다는 듯한 미소 그대로인 채 조용히 말한다.
"슈타프를 가진 남자가 없어지는 것이 란체나베에 있어서는 사활 문제더라도, 유르겐슈미트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공주를 수용하는 것에 대한 이점은 매우 적습니다. 설령 란체나베가 망한다 하더라도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있으면 국경문을 닫고 다른 나라를 향해 열 수도 있습니다. 무역 상대가 꼭 란체나베인 필요는 없습니다."
디트린데는 힐끗 페르디난드를 노려보았다.
"지금은 그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는 것이죠?"
"……그렇습니다만, 멀지 않은 미래에 손에 넣을 사람이 나오겠지요."
"물론 저도 전력을 다해 찾아볼 것입니다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 않습니까."
디트린데의 말에 페르디난드는 몇번인가 눈을 깜빡이고는 "뭐, 그렇군요" 라고 맥없이 동의했다. 디트린데는 답답함을 느꼈다. 지금은 자신에게 협력하겠다고 대답해야 할 부분인데, 너무나도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페르디난드는 좀 여자의 마음에 무심한 것이 아닐까.
"페르디난드님은 이점이 적다고 말씀하셨는데, 현 왕족은 수가 적으니, 많은 마력을 가진 공주가 시집오는 것은 큰 이점이 되겠죠?"
디트린데는 가슴을 피고 란체나베의 공주를 수용하는 것에 대한 이점을 말했지만, 페르디난드는 "지금의 유르겐슈미트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을 가능성이 높은 타국의 사람을 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공주를 받아들임으로써 왕족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한 이점입니다만, 현 상황에서 높은 마력을 가진 공주를 받아들이는 것은 왕위 계승에 혼란을 일으킬 뿐입니다. 아마도 왕족은 그런 혼란을 피하기 위해 공주의 수용을 거부한 것이겠죠."
적어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정당한 첸트가 즉위할 때까지는 공주의 수용을 연기하는 것이 타당하고, 현 상황으로는 유르겐슈미트를 탈취당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염려하는 듯하다.
유들유들 자신의 추측만으로 왕실의 사정에 대해 말하며, 결코 움직이려 들지 않는 페르디난드의 소극적인 태도에 디트린데는 무심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럴싸한 이유를 들으며 말씀하시는데, 페르디난드님은 첸트에게 의견을 내는 것이 무서워서 그러시는게 아닌가요?"
"란체나베에서 신으로 숭상받던 받던 일족이 그 힘을 잃을 뿐입니다. 일부러 첸트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정도의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첸트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다른 나라의 편을 드는 것이 정말로 아렌스바흐를 위한 일이 되겠냐고 페르디난드는 말한다.
"왕족으로서 군림해왔던 그들이 어떤 말로에 처하게 될 지는 어느정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만, 그것이 란체나베의 멸망으로 이어진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수도의 붕괴로 인해 분명 문명은 후퇴하겠습니다만, 그들이 가진 기묘한 형태의 배를 보더라도 유르겐슈미트와는 다른 독자적인 기술이 발달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왕족 외엔 별다른 타격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유르겐슈미트의 정세가 불안정한 지금, 란체나베의 힘을 깎아둘 호기라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경계문을 닫을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초석을 물들여야 한다는 등, 페르디난드는 디트린데가 원치 않는 것만 말한다.
……제가 레온지오님과 이야기했다고 이렇게까지 차가운 태도를 보이시다니.
자기를 따돌리고 이야기했다고 해서, 란체나베의 왕족이 망할 뿐이니 상관 없다는 말을 하다니, 이렇게까지 에비리베라고 불리는 것이 어울리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페르디난드님. 들어주세요. 저는 레온지오님들이 가혹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세요."
"란체나베의 공주를 받아들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가혹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말씀이신가요? 란체나베의 사신은 여성인 당신에게는 깊이 말하지 않았겠습니다만 란체나베의 공주들은 이궁에 들어가면……."
페르디난드가 란체나베의 공주에 대해 말하려는 것을 디트린데는 "그것은 란체나베가 원하는 취급이지 않습니까" 라며 가로막는다. 이궁에 들어간 공주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는 디트린데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좋을 일이다. 어떤 취급을 받건 간에 각오하고 온 것일 테니, 그것은 디트린데가 생각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디트린데님은 공주가 어떤 취급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인가요?"
페르디난드가 엷은 금색의 눈동자로 곧바로 디트린데를 바라본다. 아플 정도의, 끓어오르는 감정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시선이다. 디트린데가 공주가 아니라 남성인 레온지오의 편을 드는 것이 그만큼 견디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디트린데는 페르디난드를 바라보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이쪽으로 온 이후의 대우는 친가에 호소하거나, 첸트에게 처우의 개선을 요구하는 등, 공주 스스로 대처해야 할 일이옵니다. 란체나베의 붕괴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닙니다."
디트린데의 말에 페르디난드는 부드럽고 깊은 미소를 보였다. 이제야 겨우 디트린데의 주장이 통한 것 같다.
"알아주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여름의 장례식에 온 첸트에게 제대로 부탁해 주시지요."
"공주의 수용에 의한 유르겐슈미트의 혼란에 비하면 란체나베의 붕괴 같은 건 아무 일도 아닙니다. 저는 첸트의 판단을 지지합니다."
페르디난드의 말의 의미를 한순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요구가 각하되었다고 이해할 때까지 몇 초나 걸리고, 이해한 동시에 디트린데는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페르디난드님!?"
"저는 왕명을 받아 아렌스바흐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 제가 왕이 아닌 란체나베를 우선해야겠다고 생각할 만한 사정은 아니었습니다. 란체나베는 차세대 첸트가 즉위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무리 디트린데가 화를 내도, 페르디난드는 표정도 의견도 바꾸지 않고, 트라오크바르 왕에게 이야기도 전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겠다고 단언했다.
"당신처럼 벽창호에 냉혈한 같은 건 모릅니다! 제 약혼자가 이런 분이었다니……. 당분간은 얼굴도 보고 싶지 않사옵니다. 지금 당장 나가주세요!"
"알겠습니다."
페르디난드는 희미한 미소를 띄운 채, 재깍 자리에서 일어나 퇴실한다. 디트린데가 이렇게까지 기분이 상해 있는데도 한 번 생각해보지도 않는다.
……저런 분이 저의 약혼자라니!
디트린데는 떠올릴 수 있는 온갖 욕설로 페르디난드를 비난하며 그날 하루를 보냈다. 레온지오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좋을까. 그녀를 의지하던 레온지오를 실망시키게 될 것에 슬퍼하며, 디트린데는 란체나베의 사자가 머무는 객관에 연락을 넣었다.
"페르디난드님은 너무나도 냉담한 분이십니다. 전, 지금까지 그런 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란체나베의 별관으로 불리는 사신이 체재하는 객관에서 디트린데는 레온지오에게 페르디난드를 설득하지 못한 것을 사과하고, 적어도 첸트와 면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한다.
"디트린데님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상냥하신 분이시군요. 좀 더 빨리 만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레온지오의 황토색 눈동자에 응시되어 디트린데는 뺨을 붉힌다. 유르겐슈미트에서는 정중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렇게 직접적인 칭찬을 받는 일은 드물다. 게다가 레온지오는 황홀할 만큼 용모단정한 미형이다. 싫어도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브루앙파의 방문을 느끼고, 디트린데는 흠칫한다.
……여기서 여신들에게 농락당해선 안 됩니다.
디트린데는 차기 첸트 후보이고, 첸트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차기 아우브·아렌스바흐다. 페르디난드라는 약혼자가 있는데, 란체나베의 레온지오와 연인이 될 수는 없다.
"레온지오님의 마음은 기쁩니다만……. 전, 차기 첸트 후보니까요. 마음 가는 대로 따를 수는 없습니다."
"디트린데님은 이미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계신가요?"
레온지오의 말에 디트린데는 조금 눈을 떨어뜨리고 "아직 찾는 중입니다" 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레온지오에게 "이곳만의 이야기입니다" 라며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내민다. 구루투리스하이트에 대한 것이나 왕족에 대한 비난은 공개적으로 떠들어도 좋을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게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주어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위한 사적인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실은 현 유르겐슈미트의 첸트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정당한 첸트가 아닙니다. 게다가 왕족은 구루투리스하이트에 대한 정보를 제한하고 있어, 다른 사람이 찾을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저도 첸트 후보의 자격은 갖고 있습니다만, 왕족의 방해로 구루투리스하이트에 다가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란 말입니까……. 그런 짓이 용서받다니……."
정보를 제한하며 정당한 첸트가 즉위할 수 없도록 하는 왕족에게 레온지오는 분노를 표출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걱정하는 말이라고 이해한 디트린데가 더욱 볼을 붉힌다. 약혼자에게 냉대를 받은 직후의 뜨거운 마음과 상냥함에 꽃의 여신 에플로레메4의 모습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화를 내주시다니, 레온지오님은 상냥하시네요. 페르디난드님은 그저 질투할 뿐이고, 그런 식으로는 걱정해주지 않으시니까요."
후훗하고 미소짓자, 레온지오는 조금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고는 "디트린데님, 당신은 지금의 약혼자를 사랑하고 계신가요?" 라고 물었다.
"페르디난드님은 왕명으로 정해진 약혼자입니다. 저에게 거부권 같은 건 없는걸요. 사랑은 받고 있겠습니다만, 저렇게 차가운 모습을 보여서는 전……."
차가운 페르디난드의 언동에 디트린데는 그를 사랑할 자신이 없어졌다. 질투만 하는 에비리베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던 게둘리히의 기분을 지금의 디트린데는 잘 알 수 있었다.
"벗어날 수 없는 약혼자입니다. 그러니 레온지오님. 이 일은 비밀로 해주세요."
"……지독한 약혼자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면, 당신은 제 손을 잡아 주시겠습니까?"
믿을 수 없는 레온지오의 말에 당황하며 디트린데는 몇번이나 눈을 깜박인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레온지오님?"
"저에게는 슈타프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첸트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있는 장소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첸트가 될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뭐라고요……?"
레온지오의 제의에 디트린데는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그렇게 알고 싶어하던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소재를 아는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다. 그리고 그는 현 왕족이 아닌 디트린데를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그야말로 드레팡가의 인도인 것이 아닐까.
"당신이 저를 반려로서 받아들여주신다면, 그 장소를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두근 하고 가슴이 울렸다. 반려가 되고싶다는 레온지오의 말은 디트린데에게 있어 저항하기 어려운 감미로운 유혹이었다. 레온지오는 페르디난드와 달리 나이도 가깝고, 혈통에 문제도 없고, 신전에 있던 것과 같은 오점도 없다. 다른 나라에서 자란 것이 흠이긴 하지만, 유르겐슈미트의 귀족과 같은 교육은 받은 것 같고, 왕족의 피가 진하다.
란체나베의 왕족은 현지민과의 아이가 생기지 않아, 유르겐슈미트에서 돌아온 남자의 피로 이어지고 있는 일족이다. 지금의 유르겐슈미트 내에서는 왕족의 피가 가장 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의 약혼은 왕명으로 결정된 것이라……."
"디트린데님, 당신이 첸트가 되면 구루투리스하이트도 가지지 못한 가짜 왕의 명령 같은 건 아무런 의미도 없어지게 됩니다."
레온지오 쪽에서 살풋 달콤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더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은 달디 단 냄새다. 디트린데는 레온지오를 향해 조금 몸을 내민다.
"페르디난드님은 소중한 약혼자가 아무리 사정을 설명해도 냉담하게 내치시는 분이시죠? 사랑스러운 약혼자의 사소한 부탁도 들어주려 하지 않는 차가운 남자인 것이죠?"
레온지오는 상냥한 미소와 말로 천천히 페르디난드를 몰아붙인다.
디트린데의 불평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을 뿐이지만, 페르디난드는 다른 사람이 봐도 심한 약혼자로 보여진다고 생각하자, 어쩐지 속이 시원해졌다. 그런 약혼자에게 의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꼬드겨진다. 그러고 보니 애초에 첸트가 되면 약혼을 해소하려던 것을 떠올렸다.
"페르디난드님은 제 숙부와 정말로 닮았습니다. 아마 란체나베의 피를 잇고 있는 자이겠지요. 란체나베의 피를 이어받은 자가 약혼자라면, 제가 당신의 옆에 서도 좋지 않을까요?"
"……그렇네요."
"차기 첸트가 되었을 때로 좋습니다. 저를 당신의 반려로 맞아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레온지오가 상냥한 미소와 함께 디트린데에게 손을 내민다.
"디트린데님, 제 손을 잡아주세요. 당신을 차기 첸트로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쥐고 있는 탓에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던 측근들이었지만, 레온지오가 디트린데에게 손을 내민 것까지 모를 수는 없었다. 마르티나가 안색을 바꾸고 "안 됩니다, 디트린데님!" 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방해하지 말아주겠어요?"
마르티나의 제지를 뿌리치고, 디트린데는 자리에서 일어나 둥실둥실 꿈을 꾸는 듯한 기분으로 레온지오에게 다가간다. 어쩐지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구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이것은 시간의 여신 드레팡가의 인도이고, 레온지오님이야말로 결연의 여신 리베스크힐페가 이어주려하는 운명의 상대임에 틀림없습니다.
디트린데는 그런 확신을 갖고, 자신의 손을 레온지오의 손에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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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린데 시점, 쓰는 것도 피곤하지만, 읽는 분도 분명 피곤하겠죠.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소재를 아는 레온지오와 손잡은 디트린데.
페르디난드는 디트린데와 조금 거리가 생겨 안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다음은 아이들의 다과회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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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디트찡과 함께하는 즐거운 아침드라마 시간!!
조금이라도 빨리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앞뒤 안 가리는 우리 디트찡이었습니다.
페르디난드가 종이를 달라고 했던 건, 분명 최고급 팝콘봉지가 필요했기 때문일 겁니다. 게오르기네님이 좀 더 분발해주셔야겠네요.
Ausbau (증축, 개축, 새로운 세력의 개조)
heil (온전한, 흠이 없는, 건강한, 병이 나은) + Eintritt (입장, 진입, 계승, 출현)
Tollkühnheit (만용, 무모함)
Efflorescence(개화, 백화) + Blume (꽃)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03화. - 아이들의 다과회 -
아이들의 다과회
"이런 느낌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로제마인님?"
클라릿사는 그렇게 말하며 최근 일한 내용을 보여주었다. 영주 회의에서는 단켈페르가와의 교섭역으로서 아우브 부부의 문관들과 함께 일하고 있던 클라릿사였지만, 영주 회의가 끝난 지금은 내 방에서 나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성인이 된 이후에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지만, 중앙에서도 인쇄업을 하는 것이 결정되어 있다. 어쩌면 중앙 신전을 견학하고 그곳의 고아원이나 회색 신관들의 상황에 따라서는 구제사업에도 손을 댈지도 모른다. 그래서 클라릿사는 중앙에서 되도록 원활하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그동안 내가 해온 사업에 관한 귀족측의 자료를 모아주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당시 페르디난드가 귀족과 했었던 교섭이나 계약에 대한 증언, 동원된 상점의 숫자와 인원 등의 기록에 더해, 단켈페르가와 중앙의 대화를 참고로 중앙에서의 인쇄업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어느 부서의 문관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지, 그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클라릿사는 단기간에 잘도 여기까지 조사했네요. 전, 제가 고아원에서 공방을 만들었을 때에 페르디난드 님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벤노들과 함께 바쁘게 움직이고 있던 뒤에서 페르디난드 또한 분주했던 것을 알 수 있는 자료에, 나는 자신의 시야가 좁음을 재확인했다. 매 번 보고를 요구해와, 며칠이나 걸리는 면회 예약을 해야 하는 것을 귀찮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빼먹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고아원장이 되어 로제마인님을 돕고 있는 피리네에게는 지고 있을 수 없습니다."
피리네는 오늘도 신전에서 모니카와 함께 고아원장의 업무에 관한 인수작업에 열심이다. 그리고 할트무트가 신관장으로 취임했을 때처럼 맹세의 의식을 치르고 청색의 옷을 주었다. 지금은 훌륭한 청색 무녀 견습이다.
또한 로데리히는 나의 지시로 프랭탕 상회나 길베르타 상회에서 보내온 중앙의 점포에 관한 희망을 토대로 중앙에서 어느 정도 넓이의 가게가 필요하게 되는지, 새로 갖추어야 하는 작업도구들, 동행하는 종업원들이 기거할 방의 수나 넓이 등에 대한 것들을 작성하고 있다. 다과회 도중에도 여기에 남아 작업을 하게 된다.
나는 리제레타와 그레티아가 다과회의 준비를 끝낸 것을 확인하고, 오틸리에에게 방을 맡긴다. 빌프리트와 멜키오르가 방을 나서면 밖을 지키고 있는 다무엘이 가르쳐 주기로 되어 있기에, 그때까지는 대기다.
"로제마인님 다무엘에게서 연락입니다. 빌프리트님과 멜키오르님이 방을 나오셨다고 합니다."
방을 일단 나간 안젤리카가 돌아와서 보고해준다. 나는 근시와 호위기사를 데리고 샤를로테의 다과회에 가기 위해 방을 나왔다.
"모두 물러나주세요."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안내되고, 차와 과자의 맛보기를 마친 시점에서 샤를로테는 측근들에게 떨어지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것에 맞춰 우리도 자신의 측근들에게 떨어지라고 명한다. 이로써 이 방에는 우리 영주 후보생들만 남게 되었다.
"오늘은 이쪽을 사용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샤를로테는 범위 지정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작동시키려 한다. 나는 서둘러서 그것을 제지했다.
"샤를로테, 범위 지정 마술도구를 사용하면 홀로 부담을 안게 되죠? 각자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아니요, 언니. 오늘은 범위 지정 마술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장시간 사용하면 멜키오르가 피곤해할지도 모릅니다. 수시로 신전에서 마력을 봉납하고 있다고 듣고 있으니까요."
……뭣이라!?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처음부터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받고 있었고, 그것을 부담이라 생각한 적이 없어서 몰랐지만, 개인용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장시간 사용하는 것은 귀족원 입학 전의 아이에게는 부담이 되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런 염려, 페르디난드 님에게 받은 적 없었습니다만!?
러츠의 가족 회의 때에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생각되지만, 장시간의 대화가 될 것이 확실한 자리에서 오르지 나를 조용히 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페르디난드는 나의 마력량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으니 그랬던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어쩌면 마술도구의 장시간 사용으로 기분이 나빠진 나를 퇴장시킬 수 있다면 그래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양반이 진짜!
크읏, 하고 떠오른 분노에 몸을 맡기면서 나는 샤를로테에게 "제가 범위 지정 마술도구를 작동시킬게요" 라고 자청한다.
"샤를로테 한 명에게 마력을 부담시킬 수는 없지요?"
"……그러시면서 언제나 언니는 홀로 부담을 안겠다고 하시는 거고요."
샤를로테가 남색의 눈으로 째릿 하고 귀엽게 노려본다. 가끔은 언니다운 일도 하고 싶은 나는 샤를로테가 마술도구를 작동시키기 전에 의자를 미끄러져 내려와 "에잇" 하고 마술도구를 작동시켰다. 내 민첩성의 승리이다.
"마력의 부담만이라면 별로 힘들지 않으니, 샤를로테는 언니인 저에게 가끔은 어리광을 부려도 좋아요. 이쪽의 사교와 양모님의 보좌는 전적으로 맡기고 있는 걸요. 게다가 샤를로테가 이렇게까지 준비를 했다는 것은 제가 중앙으로 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죠?"
가슴을 피고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자리로 돌아간다. 샤를로테는 작게 웃으면서 "저는 언제나 언니에게 어리광부리고 있는걸요" 라고 중얼거린다.
"그런 적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있습니다. 언니는 오라버님과의 약혼이 결정되었을 때, 아버님에게 저의 결혼 상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왕의 양녀가 되는 것도, 지기스발트 왕자와 약혼하는 것도 언니 자신의 선택이 아닌데도, 제게는 다양한 선택지를 남겨주었습니다. ……전, 언니에게 어떻게 보답해야 하죠?"
……처음부터 쿵― 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왔다!? "언니, 멋져요! 존경합니다!" 라고 귀엽게 말해주면 그걸로 좋아요, 라고 말해도 돼? 안 되겠지?
갑자기 진지한 시선으로 물어오기에, 나는 가볍게 답해야 좋을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지 대답이 곤란해진다.
"언니 덕분에 저희들은 하위 영지가 어떻게 취급되는지, 진정한 의미로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30대 이상인 분과 이야기를 하면 이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샤를로테는 양모님의 보좌로 첫째 부인의 집무에 관여하며, 성에서 일하는 귀족들을 둘러본 결과 옛날부터의 하위 영지의 방식밖에 모르는 어른들과 하위 영지로 취급되는 일이 적은 젊은측으로 완전히 의식이 갈려 있음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렇네요. 귀족원을 숙부님과 함께 재학한 세대 정도에서부터 의식의 변화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베로니카에게 미움받고 있던 있던 페르디난드는 기본적으로 개인일 뿐이라, 에렌페스트의 평균점이나 영지의 순위 변동에 크게 공헌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사 코스에서는 악랄한 지휘와 함께 보물 훔치기 딧타에서 단켈페르가에게 연이어 승리해 나갔다. 문관들도 자령에서 최우수가 나오게 되자, 조금은 따라잡아야 한다고 자연히 의식이 높아졌던 모양이다.
페르디난드가 졸업하고 다무엘이 입학한 시기는, 정변의 종료와 숙청으로 인해 에렌페스트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순위를 올린 시기이다. 에렌페스트가 최하위권이었던 시절을 알고 있는 마지막 세대인 동시에 각지의 청색 신관들을 귀족으로 만들기 위한 특례가 실시되거나 숙청으로 교사의 멤버가 크게 바뀌거나 귀족원 커리큘럼의 변경이 이뤄지거나 한 격동의 세대이다.
에렌페스트의 순위가 오르긴 했지만, 주위에서는 여전히 하위 영지로서 취급되고 있었다. 하지만 성전 그림책이나 교육용 완구가 발매되고, 어린이방의 교육이 정립된 것으로 인해 주위의 의식이 조금 바뀌기 시작했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들이 이 세대이다. 하위 영지로서 취급되던 것과 급성장한 에렌페스트의 양쪽을 모두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나와 빌프리트의 입학과 동시에 그때까지 온존해둔 유행을 퍼투리기 시작하고, 성적 향상 위원회가 발족되어, 필기부분의 대폭적인 성적 향상이 있었다. 에렌페스트는 급격하게 약진하며 주위의 주목을 모으게 되었다. 기숙사의 음식은 맛있는 것이 당연하고, 다과회의 초대장이 너무 많이 들어와 선별해야 할 정도의 인기에, 상위 영지에서 말을 걸어오는 일도 드물지 않게 되었다. 매년 쭉쭉 순위를 올렸기 때문에 하위 영지로서 취급되는 일이 없었던 세대이다. 샤를로테도 당연히 하위 영지로서의 의식이 없는 세대이다.
"귀족원에서는 아직 상위 영지로서의 의식이 없다거나 상위 영지에 어울리는 행동거지를 익히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에렌페스트 내를 보면 확실히 의식이 바뀌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언니가 계속 계셨더라면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죠."
낡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곤란하다며 무시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낡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영주 일족과 그 측근들조차 의식이 바뀌고 있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장서서 지금까지의 상식을 깨어나가던 내가 없어져버리면 순위가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 될 것이다.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에렌페스트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샤를로테는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토했다.
"어른들의 간섭을 피하거나 흘려넘기면서 언니께서 주신 것들을 소중히 지켜나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왕의 양녀가 되는 언니의 본가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에렌페스트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언니에게 해드릴 수 있는 보답이 아닐까 하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영주 일족이 신전에 출입하는 것으로 귀족들의 기피감을 희석시키고, 성무를 수행하며 가호를 늘린다. 그 효과를 실증함으로써 내가 신전에서 자란 것을 자랑할 수 있도록 한다. 인쇄업을 발전시켜서 나에게 책을 보낸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요리사를 소중하게 길러 에렌페스트를 맛있는 것으로 넘치는 영토로 만든다. 어린이방의 교육과 성적 향상 위원회를 지속시키며 강의 성적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렇게 내가 해온 것들을 지켜나가며 의식을 바꿔나간다.
샤를로테는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라며 웃었다. 내가 해온 것들을 소중하게 지켜나가고 싶다는 말을 듣자, 서서히 가슴이 따뜻해지고, 미소가 번진다.
"언니, 저의 능력은 보좌하는 것에 치우쳐져 있으며, 안타깝게도 영지의 발전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거나 새로운 물건을 도입하는 것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다양한 조정작업을 하거나, 누군가가 정한 틀을 지키며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특기입니다."
샤를로테는 너무 자신을 객관적으로만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샤를로테는 뒤에서 지지해주는 느낌이며, 주위와의 조정에 있어선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언니가 변화시켜온 체제의 유지와 보수를 목적으로 한다면, 지금의 에렌페스트에 가장 아우브로서 어울리는 것은 저라고 생각했습니다. 멜키오르나 앞으로 태어날 아기가 에렌페스트를 발전시켜 나갈 아우브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성장할 때까지 중계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그 이후에도 보좌하는 입장에 있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니는 저를 지지해 주시겠나요?"
자신의 장점과약점을 확인하고, 내가 변화시킨 에렌페스트를 유지시켜 나가고 싶다고 바라는 샤를로테에게 나는 끄덕 하고 수긍했다.
"에렌페스트의 어른들 사이에서는 변화를 싫어하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저는 자신이 해온 것들에 자신감을 갖지 못했습니다만, 샤를로테가 제가 해온 것들을 유지해 나가고 싶다고 해주어서 기쁩니다. 저는 샤를로테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그렇지만 샤를로테라면 상위 영지의 첫째 부인도 될 수 있을텐데, 에렌페스트에 남아도 괜찮은 건가요?"
에렌페스트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차기 아우브가 성장할 때까지의 중계를 목표로 하는 것은 말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데릴사위를 들이거나 라이제강계 귀족의 비판 등 내던지고 싶어질 정도로 귀찮은 일이 산적할 것이다. 빌프리트가 차기 아우브에서 제외되면, 이번에는 브륜힐데의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물고 늘어질지도 모른다.
"앞으로 5년간은 타령에서 들어오는 것 외에는 혼인이 불가하기에 타령에서 온 사람이 늘어나게 됩니다. 다양한 타령의 방식과 생각을 도입하는 것으로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에게 당신들의 주장은 이상합니다, 라고 반박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싶습니다."
옛 베로니카파를 배제한 직후인 지금은 라이제강계의 목소리가 크지만, 그것을 조금씩 단속하거나, 에렌페스트의 사고방식에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서는 영주 후보생인 샤를로테가 타령의 데릴사위를 얻는 것이 좋다고 한다.
"게다가 저는 마력 압축을 배웠을 때의 계약으로 인해 언니에게 적대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데릴사위를 들여 에렌페스트에 남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언니가 왕의 양녀가 되면 에렌페스트는 언니의 후원자가 될 것이니 적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그러나 타령으로 시집가게 되면 그 영지는 어떤 입장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저희들에게 있어서는 거의 실감할 수 없는 정변입니다만, 아직 20년도 채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마력 압축의 계약이 그런 곳에 관련되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오싹해진다. 샤를로테를 에렌페스트에 매어둘 생각은 없었다. 앞일에 대한 안이함에 머리를 껴안고 있자 샤를로테가 난처한 듯한 미소를 띄우며 나를 상냥하게 바라본다.
"계약에 매어있다 해도 마력 압축으로 마력을 늘리고 싶었던 것은 저입니다. 그것은 저의 선택이지, 언니께서 걱정하실 일이 아닙니다. 비록 아버님과의 입양을 해소하더라도, 그 외에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저는 언니의 편이라고 생각해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샤를로테의 말이 울고 싶을 정도로 기쁘다. 가만히 샤를로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빌프리트도 끄덕였다.
"에렌페스트는 그대에게 많은 것을 받았다. 그런데도 중앙으로 가는 그대에게 에렌페스트가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왕족의 후원자로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절대적인 아군이라는 안심감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샤를로테뿐만 아니라 빌프리트 오라버님도 제 편이 되어주시는 건가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확인하는 의미를 담아 묻자 빌프리트는 훗 하고 웃었다.
"타령으로 간 숙부님에 대한 태도를 보면 중앙으로 간 그대가 에렌페스트에 무도한 일을 하는 일은 없겠지. ……귀찮은 일은 떠넘길 것 같긴 하다만."
"어머, 빌프리트 오라버님. 실례되는 말이지 않사옵니까. 전, 아렌스바흐로 가신 페르디난드 님의 곤궁은 돌봐 주고 있습니다만, 폐를 끼친 적은 없사옵니다."
열심히 도움이 되어주고 있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고 단호히 항의한다. 내 말에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이런이런" 하고 어깨를 움츠린 뒤 척 하고 나를 가리켰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대뿐이다. 틀림없다."
"틀린 것은 빌프리트 오라버님입니다. 전, 페르디난드 님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엉뚱한 식으로, 가 아닌가?"
샤를로테와 멜키오르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도 빌프리트의 말을 부정해주지 않는다.
……우그으. 괘, 괜찮다 뭐!
"엉뚱한 노력이라고 하니 생각났는데, 그대가 중앙으로 가는 것은 감출 필요가 있는 건가?"
"무슨 말인가요?"
"그대의 중앙행이 여기저기서 회자되고 있다."
"네!?"
영주 회의 도중에, 타령으로부터 나를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 보내라는 압력을 받은 것, 그로 인해 아우브 부부가 왕족에게 호출되어 제의를 받은 것, 거절했지만, 다시 측근을 제외한 상태에서 논의가 이뤄진 것, 그리고 에렌페스트로 돌아온 뒤에 영주 일족만 남긴 대화의 장이 있었던 것, 신전의 인수인계를 서두르기 시작한 것.
이러한 상황으로 미뤄볼 때, 나를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 보내라는 왕명이 내려온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되고 있다고 한다.
"영주 회의의 보고회에서는 듣지 못했던 이야기었기에, 처음 들었을 때는 놀랐다. 동시에 한가지 우려가 떠올라, 그대에게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대, 왕의 양녀가 된 이후, 중앙 신전의 신전장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다과회같은 자리에서 타령의 신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만, 에렌페스트의 신전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았다."
걱정스러운 듯한 빌프리트의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찰 정도는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신전장으로서 신전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신전장을 시킬거라면 다른 왕족도 똑같이 시키도록 하세요, 라고 미리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말해두었으니까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는 한번 둘이서 얼굴을 마주보고는 쭈뼛거리며 나를 보았다.
"그, 그대……. 아직 정식으로 왕의 양녀가 된 것도 아닌데,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그런 조건을 달았다는 것인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빌프리트는 "이러니 로제마인과 함께 있는 것이 싫은 것이다" 라고 신음하고, 샤를로테는 말을 찾으며 엄청나게 시선을 헤매인 뒤, "언니는 왕의 양녀가 되시니 다행히네요. 불경이 안 되고 끝날 테니까요." 라며 미소짓는다.
"그 정도의 불경인가요? 에렌페스트에선 아우브를 포함한 영주 일족이 신전에 출입하며 성무를 수행하고 있으니, 왕족들에게도 같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요. 허약한 제가 아니라 건강한 왕족이 신전장이 되어 성무를 수행하는 편이 좋은 것은? 이라는 제안도 했습니다만, 이쪽은 괜찮나요?"
"보통의 귀족들은 어느 누구도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지기스발트 왕자도 놀랐었죠. 말하지 않으면 이쪽의 의도는 전혀 통하지 않을 분위기였기 때문에 발언한 것 자체는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만."
빌프리트는 어깨를 떨어뜨리고 "그대의 약혼자가 되는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나는 진심으로 동정한다" 라고 말하는데, 도대체 무슨 의미인걸까. 내가 째릿 빌프리트를 노려보자, 빌프리트는 멜키오르를 향해, "귀족의 사교에 관해서는 절대로 로제마인을 본보기로 삼으면 안 된다" 라며 훈계하기 시작했다.
"성무와 공부에 관해서는 본보기로 삼아도 좋다만, 사교와 상식만은 절대로 로제마인을 기준으로 하면 안 된다. 저것은 숙부님마저 머리를 싸안게 하던 것이다. 우리들이 대응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사람에게는 장단점이 있다. 타인의 좋은 점만을 본받도록 하는 것이다. 알겠지?"
빌프리트의 말을 멜키오르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다.
"로제마인 누님은 무엇이든 대단합니다만, 잘 하지 못하시는 것도 있었군요. 아무리 노력해도 똑같이 할 수 없는 일 뿐이라서 실망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안심했습니다."
"멜키오르, 로제마인은 목표로 삼는 정도가 좋다. 완전히 똑같은 일을 하려고 했다간 숨이 막히고 자신을 잃게 될 뿐이다."
"저도 언니처럼은 할 수 없어서, 한번은 영주 후보생으로서의 자신을 잃었었던 걸요. 저희들 남매가 한번은 지나가는 길이랍니다."
빌프리트의 조언이나 샤를로테의 경험담을 멜키오르는 "저만이 아니었군요" 라며 안도한 얼굴로 듣고 있다. 셋이서만 멋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좀 분하다.
"저를 따돌리지 말아주세요."
"따돌린다고 해도……. 그대는 상식 외에 규격 외인 형제를 가진 고생이나 좌절 같은 건 모르지 않나?"
"규격 외에 상식에서 벗어난 스승이라면 있습니다! 저도 고생했습니다!"
그러니 동료에 넣어줘, 라고 호소하자,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숙부님과 그대는 둘 다 상식에서 벗어난 규격 외라 동류라고 생각한다."
"숙부님의 엄격한 강의를 태연히 따라가던 언니에게 좌절같은게 있었나요?"
"숙부님과 로제마인 누님이 규격 외 동료이므로, 혼자가 아니에요."
……그쪽의 동료로 하지 말아! 남매들의 동료가 되고 싶은 거야!
으으으, 하고 탄식하고 있자,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올도난츠가 차나 과자 위에 내려앉지 않도록 모두 테이블 밖으로 팔을 내민다. 올도난츠는 나의 팔에 내려앉았다.
"할트무트입니다. 로제마인님을 중앙으로 보낸다는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라이제강의 노인들이 성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아우브의 부재를 노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금부터 플로렌시아님이 홀로 대응하시려는 것 같습니다만……태교였나요? 그다지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할트무트의 말을 세번 반복하고 노란색의 마석으로 돌아간 올도난츠를 노려보며, 빌프리트가 "아버님의 부재를 노리고 어머님에게 항의하러 오다니……" 라고 중얼거린다. 양부님들은 라이제강에서 한 차례 휴식을 취하고 아렌스바흐로 간 것이니, 노인들은 양부님들이 없는 것을 알고 왔다는 말이 된다.
나는 슈타프를 내어 콩콩 하고 가볍게 노란색의 마석을 두드리고 "올도난츠" 라고 주창한다.
"할트무트, 누가 라이제강의 귀족들에게 영주회의의 모습을 알려주었는지 조사해 주세요. 분명 라이제강의 귀족들을 선동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휙 하고 슈타프를 흔들자, 하얀 새는 할트무트가 있는 곳으로 날아간다. 벽으로 스윽 하고 사라진 올도난츠를 노려보고 있던 빌프리트가 분연히 일어선다.
"어머님에게 가자."
"네, 빌프리트 오라버님. 저희들이 대신 대응하지요. 라이제강계의 귀족은 아무리 생각해도 뱃속의 아기에게 좋지 않습니다."
나도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려온다. 빌프리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동요하고 있는 샤를로테와 멜키오르에게 시선을 향한다.
"샤를로테와 멜키오르는 어머님을 별실로 모시고 가 라이제강으로부터 떨어뜨려두어라. 나와 로제마인이 그들을 물리치겠다."
"……괜찮은가요, 오라버님? 지금까지 심한 일을 많이 당한거죠? 그리고 라이제강계 귀족들에 대한 앞으로의 대응을 생각하면……."
불안한 듯, 걱정스러운 듯 말을 흐리는 샤를로테의 어깨를 빌프리트가 가볍게 두드렸다.
"샤를로테, 나는 이미 차기 아우브가 아니다. 더 이상 그들의 협력을 얻어낼 필요도 없고, 폭언을 감내할 이유도 없다. 내가 화살받이가 되는 것이다. 그대는 이를 호기로 삼아 기베·라이제강에 어떻게 항의하고, 어떻게 협력을 얻어갈지 생각하라. 그것이 특기였지?"
"오라버님……."
나는 빌프리트가 샤를로테와 멜키오르에게 역할 분담의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도청 방지 마술도구의 작동을 중지시키고 측근들을 불렀다. 무슨 일인가 하고 들어온 측근들에게 라이제강계 노인들의 내방을 알린다.
"레오노레, 어머님과 기베·라이제강과 할아버님에게 알려주세요. 그리고 안젤리카. 영주 후보생의 호위기사를 모두 모아 주세요."
"넷!"
별실의 측근들과 자기 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호위기사들이 분주하게 집합하기 시작한다. 삼엄한 분위기에 숨을 삼키는 멜키오르와 샤를로테에게서 떨어지지 말라고 말하며 빌프리트가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가자, 로제마인. 아버님의 부재중에 제멋대로 행동하도록 놔두지 않겠다."
"네에, 빌프리트 오라버님. 숙청으로 정적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우쭐해진 나머지 분수를 잊어버린 모양이네요. 앞으로를 위해서도 이 기회에 제대로 두드려 두죠."
나는 방긋 웃으며 빌프리트의 손을 잡는다.
"자신들이 받들고 있는 라이제강의 공주가 제일 무섭다는 것을 깨닫게 하면 된다."
"무슨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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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테의 결의 표명.
어깨의 힘이 빠진 빌프리트.
조금 인수를 불안하게 느끼고 있던 멜키오르.
그리고 라이제강을 두드릴 생각 만만인 로제마인.
다음은 라이제강의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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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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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로제마인이 형제들의 찝쩍임에 쁘힛! 하고 우는 화였습니다.
빌프리트는 강 건너 지뢰구경이 되니 완전 신났네요. (웃음)
중간에 로제마인이 "페르디난드 자식!" 이라고 분개하는 장면은 "ェルディナンド様め!" 가 원문입니다. 중간에 様(님) 라는 존칭이 들어가 있는데, 존칭과 비하의 의미를 전부 살릴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강한 표현으로 번역했습니다.
마인이가 페르디난드를 너무 무례하게 부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아, "페르디난드 자식!" 을 "속였구나!" 로 수정했습니다. 원문의 의도와는 좀 맞지 않게 되어버렸지만,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태양님의 조언으로 "이 양반이 진짜!" 로 다시 수정했습니다. 아마 최종수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좋은 표현을 알려주신 태양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04화. - 라이제강의 노인들 -
라이제강의 노인들
기세좋게 샤를로테의 방을 뛰쳐나오긴 했지만, 나는 빌프리트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바로 기수에 올라 본관으로 향한다.
"늦잖나, 로제마인."
그렇게 말하며 빠른 걸음으로 선두를 걷는 빌프리트를 보다가, 어라? 하고 무심코 고개를 갸웃했다. 빌프리트의 주위를 둘러싼 측근들의 위치가 달라진 것을 눈치챈 것이다. 항상 가장 가까이에 있던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의 위치가 멀다. 대신 이름을 올린 바르톨트의 위치가 꽤 가까워져 있다. 이름을 바쳤으니 신뢰감이 다른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할트무트의 제보를 받은 응접실로 향한다. 문을 지키는 양모님의 호위기사에게 라이제강계의 귀족이 와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안에 들여주도록 부탁한다. 영주 후보생들이 총출동해, "안으로 들여보내주세요" 라고 부탁하는 사태에 호위기사는 매우 난처한 얼굴로 안으로 질문을 넣어주었다.
"여러분, 이렇게 모두 무슨 일이십니까?"
방 안에서 슥 하고 나온 것은 할트무트의 아버지인 레베레히트이다. 양모님의 문관이기에 동석하고 있던 모양이다. 빌프리트가 한발 앞으로 나섰다.
"라이제강계의 귀족이 와 있는 것이지? 우리를 안에 넣어 주었으면 한다. 어머님 홀로 교섭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부탁합니다, 레베레히트. 저에 관한 이야기인 거죠?"
레베레히트는 우리에게 떨떠름한 얼굴을 보이고는 한번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양모님에게 확인을 받고 우리들을 안으로 들인다. 안에는 양모님과 그 측근, 그리고 연회에서 얼굴을 본 적은 있지만, 별다른 교류가 없었던 라이제강의 노인들이 앉아 있었다.
"오오, 로제마인님!"
"여러분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계신건가요?"
"에렌페스트의 장래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로제마인님은 라이제강의 희망. 하온데 중앙 신전의 신전장이라니, 말도 안 되지 않사옵니까? 도대체 아우브·에렌페스트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약속도 없이 들이닥쳤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당당한 태도로 노인들이 그렇게 말했다. 양모님이 작게 숨을 토한다.
"아까부터 말씀드렸던 것처럼 에렌페스트의 장래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이니, 부디 아우브·에렌페스트가 돌아온 다음에 말씀해주시지요."
양모님의 말에 라이제강의 노인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것은 플로렌시아님이 아우브를 설득해 주셔야만 합니다. 페어베르겐1에 의해 눈이 어두어진 아우브를 구해내는 것은 첫째 부인밖에 할 수 없는 일. ……설마 플로렌시아님마저 자식사랑에 눈이 멀어 페어베르겐에게 사로잡혀 있을 리 없지않사옵니까."
자식사랑에 눈이 멀었다, 라며 노인들은 입을 모아 "아우브는 그런 부분까지 베로니카님과 닮았다" 라며 한숨을 토한다. 가족 편애가 지나친 아우브의 태도를 바로잡지 않으면 영지의 장래를 바로할 수 없다는 노인들의 주장은 결국 나를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 보내지 말고 차기 아우브로 하라는 것이었다.
양모님이 "저의 주위에 페어베르겐은 안 계신 것 같습니다." 라며 미소짓자, 노인들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로제마인님을 에렌페스트에서 내보낼 수 없다는 것을 플로렌시아님은 이해할 수 있으시겠지요. 왕명으로 중앙 신전에 들일 성무가 가능한 영주 후보생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에렌페스트에는 신전에 들어가기에 딱 좋은 영주 후보생이 달리 있지 않사옵니까. 교섭하기에 따라 어떻게든 될 것입니다."
노인들은 빌프리트를 힐끗 보면서 그렇게 말하고 서로 웃는다. 범죄자인 베로니카에게 키워져, 그 자신도 죄를 저지른 빌프리트 쪽이 신전에 들어가기에 적합하다. 기원식에 라이제강에도 청색 신관의 의상을 입고 왔었으니, 중앙 신전에도 갈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귀족다운 에두른 말에, 빌프리트가 분한 듯이 입을 다물었다.
……라이제강에 갔을 때도 이런 불쾌한 소리를 들었겠지.
이런 것을 보면, 어릴 때의 잘못이 언제까지고 따라다니는 세계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우울해지고, 나이든 사람들의 신전에 대한 인상을 듣게 되면 한숨을 감출 수 없다.
"양모님 방을 나서주세요. 이런 말을 귀에 담으며 심려하시는 것은 뱃속의 아기에게 좋지 않습니다."
"어머님, 가요."
샤를로테가 양모님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양모님은 온화한 미소 그대로 확실히 거부했다.
"아니요. 그 마음만 받겠어요, 로제마인, 샤를로테. 이 자리에 아이들만을 남기고 자리를 비울 수는 없습니다."
미소짓는 양모님을 지키듯이, 나는 빌프리트와 함께 양모님 앞에 서서 라이제강의 노인들을 향해 방향을 돌린다.
"전, 여러분들이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정말 곤란해하고 있습니다. 중앙 신전으로 갈 예정 같은 것은 없습니다. 도대체 어느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신 건가요?"
"영주 회의에 참석한 자는 모두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독자적인 정보망이 있습니다, 로제마인님."
영주 회의에 참석하는 귀족은 한정되어 있다. 왕의 양녀가 되는 것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상, 다시 용의자는 압축된다. 그러나 중앙 신전에 들어가는 것이 마치 결정 사항처럼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아무리 첸트의 명령이라고는 하지만 에렌페스트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는 아우브와, 입발린 약속만이고 실행은 할 수 없는 빌프리트님이 에렌페스트를 이끌어 가는 것은 불안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로제마인님이야말로 에렌페스트를 이끌어가주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중앙 신전으로 갈 필요 따윈 없다. 필요하다면 빌프리트에게 가라고 해라, 라고 제각기 말하고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고 있자, 할아버님이 뛰어들어왔다.
"로제마인, 무사한가!?"
"오오, 보니파티우스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라이제강의 노인들은 할아버님을 보고 얼굴을 빛냈다. 내가 에렌페스트를 떠나지 않도록 만류해달라고 요청하는 그들을 할아버님는 정말 곤란한 얼굴로 내려다본다. 마음 같아서는 함께 붙들고 싶지만, 왕의 양녀가 되는 것을 알고 있는 할아버님으로선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을 선동한 것은 할아버님도 아닌 모양이네.
빌프리트보다 내가 차기 아우브에 적합하니 중앙 신전으로 보내선 안된다고 제각기 말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할아버님은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로제마인이 중앙 신전으로 간다는 것은 들은 적이 없는데,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꺼낸 것인가?"
"영주 회의에 간 귀족들은 모두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모르고 계셨습니까?"
"모른다."
할아버님이 확실히 단언하자, 노인들은 조금 불안한 듯이 얼굴을 마주 보기 시작한다. 내 옆에 서 있는 빌프리트가 조금 어이없어하는 얼굴로 노인들을 둘러보았다.
"로제마인은 중앙 신전 같은 곳으로 갈 예정이 없다. 그대들, 누군가에게 속은 것이 아닌가?"
그들에게 있어 가장 지적받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 지적받은 것 때문에 빠직 하고 어딘가에 금이라도 간 것인지 금새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그리고 이리저리 에두르며 빌프리트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아, 기원식 때에도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이런 식으로 쓸데없이 상대를 자극해서 화나게 하거나 흥분시키거나 했었지.
빌프리트에게 악의는 없겠지만, 전혀 분위기를 읽지 않는다. 지적하는 것이 할아버님이나 나였으면 라이제강의 노인들도 이렇게까지 흥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거에 베로니카가 저지른 악행까지 늘어놓으며 빌프리트를 비난하는 노인들과 싫은 소리를 감내하며 꾹 참고 있는 빌프리트를 보고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나보다 사교에 맞지 않는 거 아닌가요.
"여러분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라이제강은 오랫동안 고통을 겪고 있었고,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어리석은 짓을 하신 것도 사실입니다."
노인들은 "알아주시는 것입니까, 로제마인님" 이라며 얼굴을 빛내고, 빌프리트는 상처 입은 얼굴로 나를 본다.
"……그렇지만, 에렌페스트를 위해, 그리고 라이제강의 풍요를 위해 기원식을 수행하려 라이제강을 찾은 빌프리트 오라버님에게도 그런 말을 하셨었죠?"
"로제마인님……?"
"조금 전에 빌프리트 오라버님에게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여러분들은 앞을 내다보시고 있나요?"
내가 방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노인들과 빌프리트가 함께 놀란 듯이 눈을 깜박거린다.
"여러분들의 생각으로는 저는 중앙 신전으로 가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제가 가버린 뒤, 에렌페스트의 성무를 담당하는 것이 누가 될 것인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으신 것은 아니시겠죠?"
내가 힐끗 빌프리트를 보면서 그렇게 말하자, 빌프리트가 히죽 웃으며 노인들을 둘러보았다.
"지금은 로제마인이 성인이 된 이후, 멜키오르에게 신전장직을 인계한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대들의 말처럼 로제마인이 중앙으로 가게 되면, 나는 파혼으로 인해 후원자도 잃고 차기 아우브의 자리에서 가장 멀어진 영주 후보생이 되는 것이다. 그대들이 영주 후보생 중에 신전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어울린다고 했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네. 기원식을 수행하러 간 것인데, 거기에 싫은 소리를 하신다는 것은 라이제강에는 더 이상의 성무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일까요? 라이제강이 식량창고로서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선 기원식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성무입니다만……."
향후 라이제강에는 성무가 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라고 나는 웃는 얼굴로 위협한다.
"허나, 에렌페스트는 라이제강의 수확이 없으면 꾸려나갈 수 없사옵니다. 라이제강의 수확량이 떨어지면 곤란해지는 것은 에렌페스트이옵니다."
라이제강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라이제강이 식량창고로서 에렌페스트 내에서 확고한 지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원식이 수행되지 않으면 그 지위는 단번에 떨어지게 된다. 나는 방긋 미소지었다.
"확실히 지금까지는 라이제강의 수확이 없으면 에렌페스트를 꾸려나갈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현재 에렌페스트는 타령과 활발한 교역을 하고 있습니다. 전과 달리, 식량을 타령에서 들여오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된 것이지요."
지금까지는 그다지 타령과의 교류가 없었지만, 지금부터는 종이나 머리장식 대신 식량을 수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식량을 수입하게 되면, 라이제강의 영향력을 깎는 것은 간단한 일입니다, 라는 것을 정중하게 가르쳐준다. 그것은 아우브의 한마디로 정해지는 것이다. 에렌페스트가 벽촌이고, 어느 영지의 관심도 받지 못하던 시절밖에 모르는 노인들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로제마인님, 라이제강의 피를 이어받은 공주인 당신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후원자인 라이제강을 배신할 생각이십니까!?"
"어머, 배신이라 하셔도……. 전, 에렌페스트의 신전장이자 영주의 양녀지요? 성무를 폄하하고, 저의 형제를 업신여기고, 아우브에게 경의를 갖지 않는 라이제강의 귀족들에게 후원자라는 말을 들어도 곤란하옵니다."
아우브·에렌페스트가 될 생각이 없다고 몇번이나 호소하고 있는데 정말 곤란한 분들이네요, 라며 뺨에 손을 얹고 보란 듯이 한숨을 토한다. "후원자로서 불만" 이라는 의미는 전해진 것 같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노인들이 나를 바라본다.
라이제강의 노인들과 나를 번갈아 보면서 할아버님이 "로제마인, 그것은 조금 지나친 것이……" 라며 수습하듯이 말한다.
"그렇지만 할아버님. 라이제강의 총의로서 더 순위를 내리라고 양부님에게 요청하지 않았사옵니까? 전, 귀족원에서 모두와 함께 에렌페스트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하온데 그것을 부정하시니, 너무나도 슬펐습니다."
내가 안젤리카의 슬퍼하는 얼굴로 "자신의 후원자에게 배신당한 기분이었습니다" 라고 하자, 지난번 회의 때에 라이제강의 총의를 대변했던 할아버님은 "읏" 하고 말이 막혔다.
"그렇다고 해서 라이제강에 성무를 수행하러 보내지 않겠다는 것은……."
"걱정 없습니다, 보니파티우스님."
빌프리트가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라이제강의 노인들을 둘러본다.
"그대들도 신전에 들어가면 된다. 스스로 성무를 수행하면 지금까지와 같은 수확을 얻을 수 있겠지. 에렌페스트를 위해 라이제강의 소중한 공주가 수행하고 있는 일이다. 그대들도 로제마인을 돕는 것이 좋다."
실무에선 은퇴했어도 마력이 있으니 문제 없겠지, 라며 빌프리트가 웃는 얼굴로 단언한다.
……여전히 분위기는 읽지 않지만, 틀리진 않네.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테는 제가 잠들어 있을 당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성무를 시작해, 지금까지도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의 후원자라면 이처럼 성무의 도움을 부탁드려도 괜찮겠지요?"
봉납식 때문에 귀족원의 사교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 귀환하는 것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면 은퇴해서 일선사교에서 물러난 노인들이 도와주면 된다. 내 말에 신전과 성무에 기피감이 있는 노인들은 얼굴을 경직시켰지만, 멜키오르는 "그러면 제가 귀족원에 들어간 뒤에도 안심이네요" 라며 기뻐했다.
"소문을 그대로 믿은 라이제강의 사람들이 정말로 폐를 끼쳤습니다."
기베·라이제강은 도착하자마자 그렇게 말하며 사과한다. 내가 얼마나 차기 아우브가 될 생각이 없는지, 그리고 라이제강에서 얼마나 고생스러웠는지 설명한 결과, 기베·라이제강이 도착했을 즈음엔 라이제강의 노인들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완전히 얌전해져 있었다.
"대단히 무례한 짓을 저질러버렸습니다만, 그들의 말은 전부 로제마인님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입니다. 부디 관대한 마음으로 용서해주십시오."
기베·라이제강은 담담한 어조로 지금까지의 베로니카의 처사와 내가 양녀로 된 이후의 라이제강계 귀족들의 입장 향상에 대해 말한다. 수확량의 향상, 봄을 부르는 의식의 재현, 제지 공방에 인쇄 공방, 마력 압축 방법에 가호의 증가, 그 외에 내가 그다지 인식하고 있지 않던 것들도 내가 한 것으로 이야기되었다.
"라이제강에 이만큼의 은혜를 선사해 준 일족의 공주가 양녀라는 이유만으로 차기 아우브가 되지 못하고, 거추장스러운 물건처럼 중앙 신전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들으면, 힘든 삶을 살아온 노인들로선 정말로 견딜 수 없는 것입니다."
왕명으로 중앙 신전으로 간다는 것은 노인들에게 있어 라이제강의 공주가 또다시 심한 대우를 받는 것과 같다고 한다.
"로제마인님은 성무를 수행하며 심한 말을 들은 빌프리트님을 살펴주실 수 있었으니, 베로니카님에게 받았던 가혹한 대우가 로제마인님의 신변에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라이제강의 기분도 조금 굽어살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방식은 과격하고, 민폐라는 기분밖에 들지 않지만, 라이제강의 노인들이 나를 걱정했던 건 사실일 것이다. 정중히 그것을 설명하는 기베·라이제강에게 나는 "그렇네요" 라고 끄덕였다.
"로제마인은 착한 아이이니, 아우브의 부재시에 약속도 없는 갑작스러운 방문이 아니었다면 좀 더 라이제강의 마음을 살펴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걱정해서 와주었을 뿐, 본래는 다과회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양모님은 그런 말로 나를 감싸면서 기베·라이제강을 향해 방긋 웃는다.
"로제마인도 진심으로 라이제강에게만 성무을 보내지 않겠다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죠, 로제마인?"
"네, 어머님."
라이제강의 총의로 순위를 낮추라는 말을 듣거나, 옛 베로니카파의 숙청 후에 양부님을 무시하거나 한 것으로 인해 인상이 나빠져 있는 것이다.
"자신의 파벌을 잘래내버리면서까지 에렌페스트의 우환을 걷어내려 한 양부님을 살펴주신 것이라면 라이제강에 대한 인상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기베·라이제강과의 대화로 지금까지와 같이 성무를 수행하러 갈 것을 약속하고, 대신, 라이제강은 양부님에게 더욱 협력해 줄 것을 부탁한다.
"로제마인의 부탁을 들어주고, 기베·라이제강이 질베스타님을 살펴주신다면 이번 건은 불문에 붙이겠습니다. 다행히 질베스타님은 안 계시니 약속이 없었음을 알고 있는 것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 뿐이니까요."
"송구합니다, 플로렌시아님."
양모님이 갑작스러운 내방을 불문에 붙인 것으로, 노인들의 사건은 잘 정리된 것 같다. 나도 자신에 대해 걱정해줬다는 이야기를 끝도없이 들은 뒤였기에, 노인들에게 심한 처벌이 없는것에 안심했다. 이제 이야기는 끝난건가? 라고 생각한 시점에 기베·라이제강이 빌프리트를 바라보았다.
"빌프리트님, 베로니카님이 그들에 무슨 짓을 했었는지, 어째서 라이제강의 이같은 원망에 당신이 포함되어 있는지, 생각해 보신 적은 없으십니까?"
정면으로 싫은 소리를 들는 것이 아닌, 조용한 질문을 받은 빌프리트는 조금 눈을 가늘게 뜨고 기베·라이제강을 마주본다.
"아우브와 측근들로부터의 이야기로 알고 있어도 이해하고 계시지 못한 것처럼 생각됩니다. 당신은 누구보다도 베로니카님이 만든 파벌의 혜택을 받고 성장하였습니다. 베로니카님이 행하신 것들을 다시 보고, 당신을 바라보는 제 삼자의 시선을 잘 생각해 주십시오."
부주의하게 라이제강을 자극하고 마는 것은 빌프리트에게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기베·라이제강은 노인들을 데리고 돌아간다. 빌프리트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의 발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나는 신전으로 돌아왔다. 할트무트가 비밀리에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해와, 나는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사용해 이야기를 듣는다.
"라이제강의 노인들을 부추긴 자를 알아냈습니다. 아무래도 한 명이 아니었던 모양이라 밝히는데 고생했습니다."
할트무트는 조금 지친 얼굴을 하고 있다.
"먼저, 빌프리트님에게 이름을 올린 바르톨트입니다."
"네?"
"빌프리트님에게 이름을 바치고 명령에 거역할 수 없는 것을 이용해, 감언을 불어넣거나, 측근들을 이간질시키거나, 라이제강의 과제라며 무리한 일을 강요하거나, 영주 후보생들 사이에 정보를 교환하지 못하도록 손을 쓰거나 했던 모양입니다."
할트무트의 보고에 나는 얼굴을 굳혔다. 이름을 바친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일이 있다는 건가?
"명령에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만, 주인을 위해 하는 일이 결과적으로 배신이 되는 일도 있겠지요. 그 근처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니까요."
할트무트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움츠린다. 이름을 바친 자를 어떻게 다룰지는 주인 나름이라고 한다.
"바르톨트는 베로니카님에 의해 자랐는데도 자신의 계파를 배신한 아우브와 빌프리트님에게 강한 반감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빌프리트님과 그 주위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알아차리고, 바르톨트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은 플로렌시아 님이었습니다. 아우브가 없는 지금 기회에 바르톨트에 대한 견제와 함께 라이제강 세력의 기세를 한번 꺾어둘 예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양모님이!?"
예상 외의 이름이 나와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르톨트를 부추겨, 중앙 신전의 요청이 있었다는 것을 귀띔하며, 여러 루트를 사용해 라이제강의 노인들을 부추겼던 모양입니다 그들을 아우브가 부재중인 성으로 향하게 해, 그들의 발언 수위에 따라서는 기사단을 통해 구속시키며 라이제강의 영향력을 줄여두려는 계획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들이 다과회 때문에 북의 별채에서 나오지 않는 날을 노렸지만, 할트무트가 눈치챈 것이 계산 외였던 것 같다.
"제 아버지가 계획한 일이었던 모양입니다. 싫은 느낌의 수법에 기시감이 있긴 했습니다만……."
하아, 하고 할트무트가 "끝까지 모른척 하시더군요" 라고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증거나 증언을 수집하고 레베레히트를 추궁해 진실을 이끌어내는 데에 제법 힘들었던 모양이다.
"본래는 더 심하게 라이제강을 꺾어둘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로제마인님 덕분에 상당히 원만히 수습되었다고 아버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건 잘 되었습니다만, 양모님도 그런 계획을 세우시는 거네요. 오히려 그쪽에 놀랐습니다."
부드럽게 미소짓는 모습밖에 몰랐기 때문에 정말이지 충격이 너무 크다.
"숙청 후에 최대 파벌이 되어 기세가 올라 있는 노인들이라 부추기기 쉬우니, 브륜힐데가 두번째 부인이 되기 전에 어느 정도 라이제강의 힘을 꺾어두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 건에 관해서는 엘비라님의 힘을 빌리는 것도 불가능하니까요."
귀족의 수법에 나는 무심코 눈이 아득해진다. 양부님이 없어서, 큰 배를 안고 홀로 라이제강의 노인들을 맞을 양모님을 걱정해 다과회를 뛰쳐나온 자신이 바보 같다.
"……바르톨트는 어떻게 되었나요?"
이름을 바치면서 빌프리트를 미혹하던 그의 상황이 궁금해서 묻자, 할트무트는 "빌프리트님 나름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의 이름을 받은 빌프리트님이 판단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플로렌시아님은 바르톨트을 지켜보며, 빌프리트님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조금씩 단서를 흘릴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귀족으로서의 교육의 일환이므로 손을 대지 말아라, 라고 할트무트는 레베레히트에게 단단히 다짐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저도 부주의하게 주인을 위험에 빠투리지 말라고 아버님에게 꾸지람을 받았습니다."
묘한 움직임이 있을 때엔 누군가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주인을 위험에 빠트릴 뿐이라고 혼났다고 한다.
"저도 아직 공부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할트무트는 자신의 올도난츠로 인해 다과회가 중단되고, 라이제강의 노인들과 내가 만나게 되고, 더욱이 그것으로 이익을 얻은 것은 아우브 부부 뿐, 이쪽에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결과로 끝난 것을 신경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측근으로서 한심스럽습니다" 라며 낙담하고 있는 할트무트에게 나는 차를 권한다.
"할트무트가 없었으면 배후 관계는 전혀 모른 채로 끝났을 거에요. 괜찮아요. 할트무트는 열심히 해주었습니다. 차라도 마시고 맛있는 과자를 먹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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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어들어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아마 계획을 세운 레베레히트.
수월하게 라이제강의 협력을 받아내 불문에 붙이는 것을 대가로 우위에 선 플로렌시아.
로제마인은 머리를 들이밀고 휘저어놓았을 뿐으로 보입니다만, 이래뵈도 라이제강을 제법 많이 구해낸 결과가 되었습니다.
기베·라이제강은 몰래 감사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아우브의 귀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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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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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로제마인을 중앙 신전으로 보낸다는게 뭔말이여? 뭣이 중요한지도 모르면서!!" 라고 외치는 라이제강의 노인들이었습니다.
마인이에게 혼나고 추욱 늘어진 모습이 마치 꼬마 주인님에게 혼나고 시무룩해진 덩치 큰 멍멍이 같네요.
은폐의 신.
verbergen (은폐하다, 감추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05화. - 양부님의 귀환 -
양부님의 귀환
나는 신전과 인쇄업의 인계업무를 하면서 귀족원 과정을 복습하거나, 고아원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며 매일을 보냈다. 마술도구를 받아 이번 겨울에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게 되는 아이는 가을에 양부님과의 면담이 있다. 아우브가 후견인으로서 귀족에 어울리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여러가지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생활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고아원 아이들의 노력에 지지 않겠다는 듯이, 멜키오르와 함께 수확제에 가는 청색 견습들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마술도구를 얻은 딜크는 내가 로데리히와 피리네에게 만들게한 회복약을 마시면서 필사적으로 마력을 모으고 있는 모양이다. 귀족원에 가려면 아직 3년 이상 남았지만, 가급적 빨리 마력을 모아두어야만 한다.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던 와중에 성의 오틸리에에게서 올도난츠가 도착했다. 아렌스바흐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양부님들이 돌아왔다고 한다.
"페르디난드 님으로부터의 선물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성으로 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잔뜩 들떠서 멜키오르와 측근들과 함께 성으로 돌아간다. 선물이 기대되어서 어쩔 수가 없다. 시간을 멈추는 마술도구에 맛있는 생선이 가득 들어있을지도 모른다.
"어서오세요."
양부님이 마차에서 내린다. 호위기사인 아버님도 함께이다. 양부님들이 내리자, 이번에는 하인들이 마차에 실린 짐을 내리기 시작한다. 양부님들이 타고 있던 마차의 뒤로 측근들의 마차가 있고, 그 뒤로 잔뜩 짐을 실은 마차들이 연이어 있었다. 갈 때도 짐이 한가득이었지만, 돌아올 때도 한가득이다.
……갈 때보다 짐이 늘었네. 마차의 숫자가 많은걸.
"굉장히 짐이 많네요. 마치 페르디난드님이 아렌스바흐로 가던 때와 비슷한 양이지 않나요?"
돌아온 양부님에게 인사를 하고, 줄줄이 늘어선 마차를 보면서 그렇게 말하자, 양부님은 정말 싫다는 듯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그대들은 둘 다 나를 짐꾼인지 뭔지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별로 양부님을 짐꾼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고, 페르디난드가 부탁한 물건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다. 즉, 범인은 한 명밖에 없다.
"아아, 과연. 페르디난드 님 때문이네요. 사람 부리는 것이 거친 아우를 두신 양부님도 고생이시네요."
나는 양부님을 위로한 건데, 어째선지 당연하다는 듯이 소매에 가려져 춉을 맞았다.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말도 안 되는 물건을 보낸 모양이더군. 준비한 소재가 부족하다며 그것이 머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요?"
"내가 알겠는가. 일단 뒤에서 마차 세개 분량의 짐은 그대의 것이다. 아렌스바흐의 이야기는 저녁 식사 때에 하겠다. 그 사이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고 정리시키도록."
양부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저리 가라" 라는 듯이 손을 흔든다. 나는 "마차 세개 분량" 이라는 말에 놀라며 마차와 양부님을 번갈아 보았다. 양부님들, 즉 사람이 타고 있던 마차를 제외하고 짐만 실은 마차가 다섯 대 나란히 있다. 그 중 세 대가 나의 짐인 것 같다.
"로제마인님, 바로 확인하도록 하죠. 저녁 식사때까지 맞출 수 없게 됩니다."
오틸리에가 리제레타와 그레티아를 불러 마차로 향한다. 짐의 확인과 분류를 하게 되었지만, 첫 마차의 짐을 본 것만으로도 질려버렸다. 너무 많다.
"이것은 식사를 끝낸 식기와 냄비네요. 바센으로 세척되어 있으니, 신전의 주방에……. 아, 영지 대항전 때 어머님에게 부탁드린 것도 있었네요. 어느게 어디의 식기였죠?"
평소 스스로 요리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전속 요리사들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어디의 냄비인지도 모른다. 빈 냄비가 잔뜩 있었기에, 제대로 식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일단 안심이긴 하지만, 뒷정리가 생각보다 큰일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일단 신전 주방에 있는 푸고와 니콜라에게 구분하게 하고, 엘비라님에게 돌려드릴 때에 새로운 요리나 과자를 채워드리는 것이 어떨까요?"
"그게 좋겠네요."
나는 피리네의 말대로 식기류를 신전의 주방으로 보내기로 결정하고, 신전으로 보낼 마차에 싣는다.
"이것은 뭐죠? ……아렌스바흐의 천?"
아렌스바흐는 더운 지방인지, 대단히 얇은 원단이 잔뜩 들어있는 상자가 있었다. 원단을 꺼낸 그레티아가 조금 펼쳐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상당히 얇네요. 에렌페스트에선 한여름 이외엔 사용할 수 없지 않을까요?"
"위로 얇게 덧입으면 꾸미는 폭을 넓힐 수 있고, 아우렐리아에게 한 필 보내주면 고향의 옷감이니 좋아할지도 모릅니다."
염색한 천을 고를 때의 선택으로 보았을 때, 취향이 비슷한 것 같다고 브륀힐데가 말한다. 아들인 지크레히트의 여름옷을 만드는 데에도 쓸 수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받은 원단은 아는 여성에게 선물할 것이니, 전부 로제마인님의 방으로 옮기도록 하죠. 타령의 옷감은 귀하니, 다들 기뻐하겠죠."
오틸리에가 어떤 천을 누구에게 줄 지 생각해야만 하겠네요, 라고 즐거운 듯이 말하면서 하인들에게 옮기라고 명한다. 나는 원단이 든 나무 상자는 전부 오틸리에에게 맡기고, 다른 상자를 열게 한다. 시간을 멈추는 마술도구 상자가 또 있다.
"페르디난드님은 시간을 멈추는 마술도구를 대체 몇 개나 가지고 계신 걸까요?"
"어머, 로제마인님. 페르디난드님이 아렌스바흐로 가실 때와 의상을 보낼 때 등, 몇 차례나 음식을 보내시지 않았나요. 페르디난드님은 저쪽에 쌓였던 것들을 돌려주신 것 뿐이에요."
리제레타가 쿡쿡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이렇게나 보냈었구나.
"이쪽에서 보내기만 할 뿐이었고, 지금까지 돌아오는 일이 없었으니, 이렇게 상자가 많은 것이겠죠. 그러고 보니, 페르디난드님은 답례품을 채우기도 힘들었겠네요."
리제레타의 말에 페르디난드가 요리의 답례로 무엇을 넣을지 고민하는 모습이 떠올라서,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울리지 않는다. 분명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유스톡스에게 맡겼을 거라고 생각한다.
……유스톡스, 화이팅!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간을 멈추는 마술도구를 열자, 거기에는 본 적이 없는 이상한 것들이 세분되어 가득 들어 있었다. 함께 보던 할트무트와 클라릿사가 감탄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호오! 아렌스바흐의 소재군요. 분명 매우 희소한 소재일 것입니다. 이쪽은 로제마인님이 보낸 소재나 조합도구에 대한 답례가 아닐까요?"
"무엇이 들어있는지에 대한 메모도 있으니, 이건 그대로 도서관의 공방에 옮겨두는 것이 제일 좋을 거라 생각됩니다."
두 사람의 지시로 소재 상자는 도서관의 공방으로 운반된다.
나는 다음 상자를 연다. 훅 하고 코에 와닿은 것은 조금 비린내가 섞인 바다 내음이었다. 나는 즉시 뚜껑을 활짝 열었다. 작은 슈프릿쉬1가 한구석에 대량으로 쌓여 있고, 레깃쉬2도 보인다. 그 외에 모르는 물고기도 잔뜩 있고, 이미 토막나 있는 것도 있었지만, 생선의 이름과 다루는 방법이 적혀 있는 메모도 함께 얹혀 있다.
"꺄악! 생선입니다! 가득 들어 있어요!"
"로제마인님, 생선이 깨어나니 바로 닫아주세요!"
다무엘에 의해 탁 하고 닫히며 물고기의 모습은 순식간에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상자에 가득 담겨 있던 생선으로 인해 내 가슴도 기쁨으로 가득해졌다.
……페르디난드님, 고마워요! 나, 지금, 정말 행복합니다!
어떻게 요리해줄까 하고, 머릿속에서 생선 요리 레시피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조림을 할 수 없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슈프릿쉬 완자탕은 절대로 만들어 줄 거다.
"로제마인님, 이 생선은 어디로 옮길까요?"
"절반은 성의 주방에, 다른 반은 신전으로 보내죠. 모두에게도 행복을 나눠 줄 거에요."
다른 짐에는 레티시아로부터의 과자의 답례로 자잘한 아렌스바흐의 소품이나 요리에 사용되는 듯한 진귀한 조미료와 향신료가 들어있다. 편지도 몇 통인가 들어 있었다.
"이 근처의 세세한 구분은 도서관에서 소재를 분류할 때 함께 하죠."
"알겠습니다."
대충 분류해, 마차를 도서관과 신전으로 보낸다. 라자팜에게는 올도난츠로, 프랑에게는 날아가는 편지로 대량의 짐이 도착하는 것을 알린다.
"이미 지치신 것 같습니다만, 이 뒤엔 방에서의 세부적인 분류가 남아 있습니다, 로제마인 님."
리제레타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는 끄덕 하고 수긍했다. 원단이나 소품을 누구에게 어떤 순서로 무엇을 나눠줄지도 중요하다. 나는 이런 세세한 사교가 질색이었기에 어깨를 떨어뜨리고는 북의 별채로 향한다.
빌프리트, 샤를로테, 멜키오르도 함께 북의 별채로 향한다. 세 명 모두 양부님의 선물을 안고 있다.
"숙부님의 짐에는 정말로 그대 것밖에 없었군."
빌프리트가 질렸다는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무웃 하고 입술을 내민다.
"오라버님은 양부님의 선물을 받았죠? 저는 페르디난드님이 대량으로 준비했다며 받지 못한걸요."
"저렇게나 있는데도 아직 부족한 것인가!?"
"페르디난드님의 짐과 양부님의 선물은 별개에요."
페르디난드가 내 것만 준비하는 바람에 급히 아이들의 선물을 준비해야 했다고 양부님에게 푸념까지 들었는데, 이건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숙부님에게 요리나 소재를 보낸 것은 언니뿐인걸요. 숙부님이 답례를 보내는 것도 언니만인 것이 당연하지 않나요."
샤를로테의 말대로, 페르디난드의 선물은 내가 보낸 물건에 대한 답례이다. 내것만 있어도 이상한 건 아니지만, 진짜로 내 것만 있고, 다른 형제들에 대한 선물은 전혀 없다. 시원한 정도로 하나도 없다. 페르디난드는 사교적으로 실례가 되지 않는 최저한밖에 하지 않는 것이다.
페르디난드가 데릴사위로서 아렌스바흐로 갈 당시, 나는 디트린데 몫 뿐만 아니라 레티시아에게도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그런 것이 필요한가?"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디트린데에게 건네주면 디트린데가 레티시아에 불하하는 것이 있겠지, 라고 페르디난드는 말하고 있었다.
"남매가 있는 것은 알고 있으니, 보통은 좀 더 배려하는 것이 아닌가?"
"조금 섭섭하네요."
빌프리트와 멜키오르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나는 말해야 할지, 잠깐 고민하고는 입을 열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페르디난드님은 베로니카님에게 그런 보통의 배려를 받은 적이 없기에,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때에 다른 남매들 것도 함께 보내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없습니다. 페르디난드님에게 있어 선물이라는 것은 아마 양부님에게 불하받는 것이었을 테니까요."
페르디난드의 단편적인 발언으로 추측했을 뿐이지만, 자신의 해석을 더해 그렇게 말하자, 빌프리트가 놀란 듯이 가볍게 눈을 깜박였다. 그러나 샤를로테는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도 할머님에게 뭔가 받은 적이 없으니까요. 할머님으로부터의 물건은 오라버님에게 불하받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가?"
"네. 전, 할머님에게 무언가 받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세례 전의 오라버님은 동의 별채에서 할머님에 의해 애지중지되고 있었고, 본관으로 놀러왔을 때에는 아버님과 어머님의 귀여움을 독차지했었기에 옛날에는 오라버님이 부러웠었습니다."
샤를로테의 말에 빌프리트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샤를로테는 더 이상 베로니카의 화제에는 응하지 않고, 페르디난드의 성장 과정을 동정한다.
"저는 어머님으로부터의 선물이 있었지만, 숙부님은 어머님도 안 계시니, 그런 부분은 모르시는 것도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네. 페르디난드님은 제가 모두에게 나눠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고 계신 거겠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원단이나 생선을 나눠드릴 것이니, 페르디난드 님의 선물이 없는 것은 용서해 주세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멜키오르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라며 솔직하게 기뻐했다.
방에서 선물을 분류하고 있자, 이내 저녁 식사 시간이 된다. 나는 아렌스바흐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식당으로 향한다.
"아렌스바흐는 어땠나요? 페르디난드님에게 비밀방은 주어졌나요? 제대로 밥은 먹고 있었습니까?"
"서의 별채이긴 했지만, 비밀방을 얻었다. 지기스발트 왕자와 함께 확인했으니, 틀림없다."
"이걸로 일단 안심이네요."
고민거리가 하나 줄어, 나는 휴우 하고 안도의 숨을 토한다. 그런데 양부님이 째릿 노려보고 있다.
"란체나베의 사신이 오고, 아렌스바흐의 장례식 준비로 죽을 만큼 바쁠 때에 서의 별채로 옮기라고 해서 정말 힘들었다고 페르디난드의 측근에게 우회적으로 불평을 들었다."
측근들은 방의 확인이나 청소로 힘들었던 것 같지만, 페르디난드는 기뻐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대가 보낸 소재를 받고는 아침이 될 때까지 비밀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다. 장례 기간 중엔 연일 철야를 하고 있었는지, 심한 안색을 하고 있었다. 아마 낮에라도 잔 모양인지, 아침보다 저녁 때가 더 건강해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들떠있는 것 아닌가요!?"
"그 정도는 예측하고 비밀방과 소재와 회복약을 준 것이 아니었나?"
……그런 생활을 하라고 비밀방을 부탁한게 아닌데! 페르디난드님은 바보 바보!
"뭐, 그런 의미로 페르디난드는 건강한 것 같았으니, 문제 없겠지. 장례식 때 신경쓰였던 건 란체나베와 중앙 기사단이었다."
양부님은 페르디난드의 화제를 끝냈다. 그동안 가만히 듣고 있던 양모님이 "……뭔가 있었나요?" 라고 걱정스럽게 묻는다.
"습격이랄지, 반란이랄지, 혼란이랄지……장례식장에서 중앙 기사단 일부가 갑자기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네?"
양부님에 의하면 정말로 갑작스런 일이었다고 한다. 장례식 도중에 중앙 기사단 일부가 날뛰기 시작했다고 한다. 바로 아렌스바흐의 호위기사들과 중앙 기사단장이 움직여, 날뛰던 기사들을 제압했다 한다.
"다섯 명이 날뛰고, 그 중 두 명은 사망. 세명은 구속되어 곧바로 중앙으로 돌려보내졌다. 아무도 다친 사람 없이, 바로 제압되었다."
날뛰기 시작한 사람이 있어, 무슨 일인가, 하고 모두의 시선이 향했을 때에는 이미 주위의 기사들이 구속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한순간의 소동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장례식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계속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날에는 왕족의 생명을 맡고 있는 중앙 기사단이 아렌스바흐의 차기 아우브에게 검을 들이댄 대사건이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중앙 기사단이, 왕족이 제게 무기를 들이댔습니다" 라고 저녁 식사 때에 디트린데가 크게 소란을 피우면서, 그 자리에 없던 사람들은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누가 무엇을 노리고 일으킨 사건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앙 기사단에 대한 불신감이 참석자들의 가슴에 심어졌을거라 생각한다."
"페르디난드님은 뭐라고……?"
"디트린데님에게 그렇게 요란피울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가, 역으로, 어째서 자신을 걱정하며 왕족에게 항의하지 않는 거냐고 몰아붙여지고 있었다."
양부님은 페르디난드도 왕족과 중앙 기사단과의 협의로 고생이었던 것 같다만, 이라며 한숨을 토한다. 디트린데의 곁에는 란체나베의 왕손이 붙어서 계속 걱정해주고 있었다고 한다. 페르디난드보다도 훨씬 약혼자다운 모습이었던 모양이다.
"디트린데님은 애인이라도……."
"질베스타님."
양모님이 방긋 웃으며 양부님의 말을 막는다. 아이들에게 들려줄 말이 아니라는 위압감 있는 무언의 미소에 양부님은 입을 다문다.
……그러고 보니 귀족원의 다과회에서 신분 차이가 있는 사랑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던가? 헤어졌다고 했던 것 같은데, 계속되고 있었구나.
소중히 여겨주는 애인이 있다면 페르디난드의 상대는 힘들 것이다. 페르디난드는 얼핏 웃는 얼굴에, 다정하게 보이지만, 친해지면 취급이 소홀해지는 것이다.
"란체나베는 유르겐슈미트 밖의 나라죠? 그쪽 분들도 아우브·아렌스바흐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오신 건가요?"
분위기를 읽은 샤를로테가 슬쩍 화제를 바꾼다. 양모님의 눈총을 받고 있던 양부님은 곧바로 화제를 받는다.
"국경문이 있기에 란체나베와 아렌스바흐는 교류가 있다. 봄의 끝, 영주 회의가 끝날 무렵부터 가을의 끝까지 란체나베의 대표가 아렌스바흐에 머물며 무역을 위한 배가 출입한다고 한다. 국경문에서 배가 나오는 모습을 처음으로 봤다만, 제법 재미있었다. 푸르고 넓은 바다 위에 국경문이 솟아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런 교류가 있어, 란체나베의 대표도 장례식에 참석해 있었다고 한다. 그 때 란체나베의 사람이 입고 있던 옷에 은의 천이 사용되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멀리서 보았을 뿐이고, 에렌페스트가 가지고 있는 것은 작은 자투리기에 같은 소재인지는 모르겠다만, 은빛이라는 것만으로도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란체나베라면 전혀 마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소재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겠지."
겔랏하에게서 은의 천을 찾아낸 할아버님은 심각한 얼굴로 양부님의 말을 듣는다.
"경계는 필요하다만, 마력 공격은 막더라도 그 이외의 충격까지 막을 수 있을 것은 아니다. 암살이나,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 내지르는 첫 수를 막는 것 뿐이라면 효과가 크다. 하지만 방어구로서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슈타프 칼로는 자를 수 없어도, 둔기라면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고, 천으로 덮이지 않은 부분은 평범하게 마력이 통한다. 방어구로서는 쓸모가 없다고, 할아버님은 말한다.
"양부님, 페르디난드님에게는 제대로 이야기하신거죠?"
"아아, 비밀방을 확인하러 갔을 때 이야기했다. 가능하면 손에 넣어 연구해보고 싶다고 말하더군."
양부님에 의하면 란체나베의 사람들은 유르겐슈미트의 피를 이어받은 왕족과 현지인으로 나뉘어져 있고, 겉모습이 크게 다르다고 한다. 여러가지로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갈색피부에 얼굴 생김새도 조금 다르다는 것 같다.
"처음 보았기 때문에 조금 놀랐다. 란체나베의 대부분이 현지인이기에, 그들은 유르겐슈미트에 오면 신기한 기분이 된다고 말하더군."
"란체나베는 어떤 곳일까요? 한번 가보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아, 그래도 먼저 타령부터 가보고 싶습니다. 귀족원도 형님과 누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기에, 가게 되는 것이 기대됩니다."
멜키오르의 말에 나도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멜키오르. 란체나베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요? 한번 란체나베의 도서관에 가보고 싶습니다. 물론 타령의 도서관에도 관심이 있어요. 오랜 역사를 가진 단켈페르가나 클라센부르크의 도서실에는 근사한 책들이 많이 있겠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해진다.
내가 즐비하게 늘어선 책들을 떠올리며 황홀해 하고 있자, 샤를로테가 곤란하다는 얼굴로 웃었다.
"……언니의 도서관을 향한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습니다만, 멜키오르와 같은 마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이없어 하는 듯한 샤를로테의 츳코미를 나는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양부님에게 아렌스바흐의 이야기를 듣고 저녁 식사는 끝났다. 페르디난드의 이야기를 들으려 해도, "자세한 것은 편지를 읽어라" 라며 거절된 것이다.
"로제마인, 페르디난드의 편지가 짐 속에 있었지? 그 안에는 레티시아님의 편지도 들어있다고 한다. 가급적 빨리 답장을 보낼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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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불온하다는 감상이 있었기에 알아보기 쉽게 해보았습니다.
양부님이 대량의 짐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짐의 대부분은 로제마인에게의 답례입니다.
그리고 양부님의 여행 이야기.
그다지 관계 없는 곳에서 불온한 그림자가 아른아른거리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따끈따끈이네요.
다음은 페르디난드의 편지와 마술지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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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예상대로 페르디난드는 지뢰양의 최고급 마술지를 받고 고민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페르디난드 시점의 ss가 기대되네요.
새끼 전갱이만한 크기의 생선. 폭발한다. 냄비에 넣고 뚜껑을 닫아두면 스스로 어묵이 된다.
springen (뛰다, 뛰어오르다) + Fisch (물고기)
30cm 정도 크기의 무지개색의 흰살생선(마수).
비늘이 매우 단단해서 칼로 자를 수 없다. 비늘은 마력을 흡수할수록 더욱 단단해지며, 마력이 완전히 차면 5cm 정도로 동그랗게 부풀어올라, 전속성의 마석이 된다.
Regenbogen (무지개) + Fisch (물고기)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06화. - 페르디난드의 편지 -
페르디난드의 편지
"양부님의 당부도 있었으니, 얼른 편지를 읽고 답장을 써야만 합니다. 편지가 든 짐은 도서관으로 보내두었으니, 내일은 도서관으로 가겠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 나는 측근들에게 내일의 예정을 전한다. 오틸리에는 "이쪽의 분류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라며 걱정스러운 듯이 원단이 가득 들어있는 상자를 바라본다.
"근시들에게 저에게 맞는 계절색을 고르게 한 뒤에 양모님, 샤를로테, 어머님, 아우렐리아에게 나눠줄 원단을 고르도록 할까요?"
"원단을 건네드리기 위해서는 다과회를 개최하여야 합니다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네? 다과회요?"
아무래도 이렇게 나눠줄 때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다른 사람 것이 더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가급적 개별적으로 나눠주는 것이 좋다는 듯 하다.
……우아아, 엄청 귀찮아. 선물을 나눠주는 데에만 몇번이고 다과회를 개최해야 하다니, 못해먹는다고!
"오틸리에, 개별적으로 다과회를 열어 전달하기엔 시간이 부족합니다. 달리 방법이 없을지 생각해주세요."
내가 인계업무로 바쁘다는 것은 측근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근시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라며 생각에 잠긴다.
"배가 커지신 양모님에게 부탁드리는 것은 내키지 않습니다만, 제 몫을 고른 이후엔 전부 양모님에게 보내서, 양모님이 모두에게 나눠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로제마인님의 선물이 아니라 플로렌시아님의 선물이 되어 버립니다."
오틸리에는 계보나 힘의 관계를 생각하면 나의 선물이라는 형태는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는 1년 후에 떠나게 되니, 그 이후의 계파형성을 위해서라도 양모님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가장 입장이 불안정한 것은 양모님일 테니까요."
나는 할트무트와의 다과회에서 들을 때까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지만, 사실 우리들의 파혼으로 가장 큰 문제가 생긴 것은 양모님이다.
빌프리트는 나와의 약혼을 해소하고 싶어했다. 차기 아우브같은 건 되고 싶지 않아했다. 파혼으로 인해 지위가 불안정해지더라도 자신의 희망이었으니 납득할 것이다. 샤를로테와 멜키오르도 자신의 장래에 대한 선택이 늘어난 것을 기뻐하고 있었으니, 문제 없다.
하지만 양모님은 지금까지 라이제강의 지지를 받는 내가 빌프리트의 첫째 부인이 될 예정이었기에 확고한 입장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아들이 아우브가 되고, 양녀를 통해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기에, 브륜힐데를 둘째 부인으로 맞이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나와 브륜힐데는 나이도 비슷하다. 그렇기에 비록 브륜힐데에게 아이가 생기더라도 나와 빌프리트의 아이가 있으면 라이제강이 어느 쪽을 우선할지는 뻔하다. 양부님의 둘째 부인으로서 브륜힐데를 환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와 빌프리트의 약혼이 해소되면 모든 전제가 뒤집힌다.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은 모두 브륜힐데에게 붙을 것이고, 그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양모님의 피를 이은 자식이 아우브가 될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로제마인님은 라이제강의 귀족인, 당신 자신의 측근인 브륜힐데를 우선하지 않는 것인가요? 빌프리트님과의 약혼과 아우브의 입양을 해소한다면, 에렌페스트에 남는 관계는 친가뿐……즉 라이제강과의 연결이 됩니다."
오틸리에가 조용한 시선으로 묻는다. 측근들이 나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시선으로 드러나고 있다. 나의 답이 에렌페스트에 남는 자들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 양모님과 샤를로테의 입장을 강화해 두고 싶습니다."
어느 쪽이냐면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이 많은 자신의 측근들을 둘러보면서, 확실히 말한다. 나는 양모님의 입장이 불안정해지는 것도, 조정역으로서 에렌페스트에 남기를 선택한 샤를로테가 어려운 입장이 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브륜힐데는 라이제강을 수습하고 에렌페스트를 안정시키기 위해 둘째 부인이 되기를 원한 것입니다. 양모님의 입장을 위협하기를 원했던 것이 아닙니다. 저는 브륜힐데가 아닌 첫째 부인인 양모님을 지지합니다."
어머님도 거대한 권력의 지지를 받는 둘째 부인인 톨데리데 때문에 입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세대 교체에 골치를 썩고 있다. 나의 선택을 나무라지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이쪽의 원단은 절반은 로제마인님을 위해 남겨두고, 다른 반은 플로렌시아님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절반이나 남겨두는 건가요?"
나는 각 계절의 귀색만 확보하면 그걸로 된다. 반이나 남겨둔다는 말에 눈을 깜박이자, 오틸리에는 풋 하고 짓궂게 웃었다.
"어머, 저희들 측근에게는 불하해주시지 않는 건가요?"
그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확실히 양모님보다 먼저, 언제나 열심히 해주고 있는 측근들을 치해해 줘야 할 것이다. 나는 내 몫을 고르게 한 뒤, 측근들에게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천을 고르도록 한다. 그리고 나머지 원단은 "이 사람들에게 나눠주세요" 라는 부탁의 편지와 함께 모두 양모님에게 넘기기로 했다.
다음 날, 근시는 그레티아 한 명을, 문관과 호위기사는 전원을 데리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조미료와 향신료의 분류도 있고, 점심과 저녁 식사 때문에 푸고를 포함한 전속 요리사도 함께이다. 사전에 올도난츠로 연락을 보내놓았기에 라자팜이 마중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로제마인님."
"지금 돌아왔습니다, 라자팜. 이쪽으로 보내둔 짐을 분류할 것입니다. 소재는 공방에 옮겨져 있나요? 그리고 올도난츠로 말해두었던 것처럼 비밀방에서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쓸 수 있도록 책상이나 문구를 들이고 싶습니다만……."
"전부 준비되어 있습니다. 로제마인님이 비밀방을 열어 주시면 즉각 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요리사들이 하인의 안내로 주방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라자팜을 앞세워 공방으로 향했다. 지시한 것과 같이, 공방으로 짐이 운반되어 있다.
"문관들은 분담해서 이 상자의 소재를 정리해 주세요. 할트무트의 지시에 따르면 됩니다. 남성의 호위기사도 이쪽의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클라릿사과 피리네로서는 옮길 수 없는 것도 있을지 모르니까요."
문관 전원이 동원될 때에는 무심코 다무엘도 포함시키고 만다. 그것을 솔직히 말하면 다무엘이 불쌍하기에, 남성 호위기사는 전부 도우미 행이다. 높은 곳에 수납해야 하거나 무거운 소재가 있거나 하므로, 남자의 손이 있으면 편리한 것이다.
"저는 비밀방에서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쓸 것이니, 소재의 분류와 정리는 부탁드리겠습니다. 소재의 분류 및 수납 방법은 알죠?"
"물론입니다. 맡겨주세요."
신전도 도서관도 나의 공방은 페르디난드가 정리하고 있었으므로, 어느쪽도 배치는 마찬가지이다. 공방의 배치는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할트무트와 클라릿사가 의욕을 보이고 있으니, 두 사람에게 맡기면 문제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레티아에게 부탁해 레티시아의 상자에서 편지를 꺼내, 라자팜에게 말을 걸고 3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향했다.
"갑작스러웠기에 일단 이쪽의 테이블과 문구를 들일 예정입니다만 괜찮으련지요?"
"네. 새 가구를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라자팜에게 끄덕이면서 비밀방을 열었다. 이곳의 비밀방에는 의자와 페르디난드의 "참 잘했다" 가 들어간 마술도구가 있다. 어쩐지 다른 사람의 손이 닿는 것이 싫어서, 나는 마술도구가 든 가죽 주머니를 들고 한 번 비밀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비밀방에 테이블과 문구의 준비가 갖춰지기를 기다린다.
테이블을 들인 뒤에 그레티아에게 성에서 가져온 잉크와 종이를 들이게 해, 테이블 위에 편지를 놔두라고 했다. 사라지는 잉크의 준비도 끝이다.
……나, 완벽.
"그럼 읽고 올게요. 호위기사는 안젤리카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필요하면 부를 것이니, 이제 다들 짐의 분류를 도와주도록 하세요."
홀로 비밀방 안으로 들어간 나는 바로 레티시아의 편지부터 읽기 시작했다. 양부님이 빨리 답장을 쓰라고 했기 때문이다. 딱히 페르디난드의 편지는 설교가 줄줄히 늘어서 있을 것 같아 나중으로 미루자고 생각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어간 슈밀 마술도구가 정말로 기뻤던 것, 처음에는 칭찬해달라는 말을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지 몰랐지만, 유스톡스가 시연하며 가르쳐 준 것이 쓰여져 있다.
"유스톡스 덕분에 슈밀 마술도구를 잘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니, 상상했더니 좀 깬다."
미간에 주름살을 새기고 교육 중인 페르디난드에게 유스톡스가 "지금입니다" 나 "이럴 때 사용하면 됩니다" 라며 하얀 슈밀 인형을 당당하게 내미는 광경을 떠올리자 묘한 웃음이 치밀어 오른다.
그 슈밀에서 "가끔은 칭찬해주세요" 라는 내 목소리가 나오면 진짜 싫다는 듯한 씁쓸한 얼굴로 칭찬해 주는 것이 틀림 없다. 꼭 좀 보고 싶은 모습이다. 엉뚱한 화풀이를 당할지도 모르니, 가까이가 아닌 멀리서.
"그나저나 레티시아님은 과자가 없으면 힘들구나……. 페르디난드님, 좀 더 손대중해주셔야죠."
봄의 영주 회의가 끝난 이후, 갑자기 교육이 혹독해진 것이 쓰여져 있다. 이유는 적혀있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어떻게든 아렌스바흐에 필요한 일인 듯 하다. 이유를 알고 있어도 힘들기 때문에, 언제나 페르디난드가 포상으로 주는 에렌페스트의 과자와 슈밀 마술도구가 마음의 버팀목으로서, 혹독한 교육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없어선 안 되는 것들이라고 쓰여 있었다.
"……으음, 이건 새로운 과자가 필요할지도."
포상으로 주기 쉽도록 쿠키나 작게 자른 카트르카르를 조금씩 나누어서 봉투에 넣어 전달하고 있었지만, 아이스크림이나 티라미수처럼 시간을 멈추는 마술도구가 아니면 옮길 수 없는 것들도 준비해 주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레티시아는 너무나도 나에게 감사하고 있었기에, 이번, 페르디난드가 선물에 대한 답례를 보낼 때에 함께 답례하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답례로 무엇을 보내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유스톡스가 조미료나 향신료 등 요리의 폭을 넓힐 수 있을 법한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어쩐지 꽤나 유스톡스와 사이가 좋은 모양이다.
……뭐, 페르디난드님이나 에크하르트 오라버님보다야 묻기 쉬운 건 분명하지만.
"에렌페스트에 없는 식재료는 사용법을 모를지도 모르니 유스톡스의 조언대로 주방장에게 알아낸 아렌스바흐 요리의 레시피도 동봉되어 있습니다……라니, 레티시아님, 정말 좋은 아이!"
나는 동봉된 레시피들을 훑어보았다. 모르는 재료들 뿐이었기에, 일단 만들어 보지 않으면 어떤 맛의 요리가 나올지 알 수 없다. 푸고들의 노력에 기대하자.
……모처럼이니 받은 조미료와 향신료로 뭔가 만들어서 보내는 것도 좋겠지?
나는 레티시아가 조금이라도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과자를 보내는 것, 슈밀 마술도구를 좋아해 주어서 기쁜 것, 보내준 새로운 조미료로 새로운 요리를 만들 것이니 시식해주었으면 한다는 것 등을 쓴다.
페르디난드의 교육이 혹독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고, 레티시아도 납득하고 있는 것 같다. 적당히 쉬어가면서 하라는 무책임한 말은 할 수 없다. 적어도 페르디난드에게 좀 더 칭찬해 주라고 부탁해 둘 것이니, 많이 칭찬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라고 조언하는 것이 최대한이다.
……레티시아님도 "참 잘했다" 가 들어간 녹음 마술도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네.
레티시아의 편지를 전부 읽었으니, 이제 페르디난드의 편지를 읽을 차례다. 몇 통이나 있으니, 분명 어딘가에는 잔소리가 들어 있고, 어딘가에는 칭찬이 들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것부터 읽지?"
두근두근거리며 나는 겉봉을 뗀다. 바스락 하고 펼치자, 잔소리가 짜잔― 하고 늘어서 있었다.
우선 약혼자에게 비밀방을 주라고 왕족과 교섭한 것은 너무나도 몰상식한 짓이라거나, 연좌 회피를 직접 협상해 얻어내다니 걱정이 지나치다는 꾸중의 말이 나란히 있었다.
어째서 약혼자에게 비밀방이 주어지지 않는지, 주게 되면 주위에서 어떤 식으로 보여지게 되는지가 적혀 있다. 아무래도 나는 디트린데에게 결혼하기도 전에 침실에 남자를 들이도록, 그리고 페르디난드에게는 결혼도 아직인데 디트린데와 같은 방에서 생활하라고 왕명으로 강요하는 듯한 짓을 해버린 모양이다.
조금이라도 디트린데와 거리를 두고 싶은데 대체 무슨 짓을, 이라며 왕명으로 비밀방을 주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페르디난드는 머리를 껴안고 말았다고 한다.
……아니야아아! 그럴 생각이 아니었어!
몸의 안전을 위해 디트린데가 서쪽 별채에 방을 준비해 주어, 서로 안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장례식이 가까워질때까지 좀처럼 방을 받지 못한 듯, 가장 바쁜 시기에 방을 옮기게 되어 이사가 큰일이었다고 한다.
페르디난드에게 주어진 방은 게오르기네가 셋째 부인이었던 때에 사용하던 방이어서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독의 검사를 해야 한다며 끝도 없이 검출약을 사용해, 아렌스바흐의 측근들을 벙찌게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의 걱정은 나도 알 수 있으니까. 어쨌건 꼼꼼히 확인해 둬야지.
독의 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방을 통째로 바센으로 세척한 후에 이사했고, 그동안 페르디난드는 비밀방을 공방으로 개조하고 있었다고 한다.
"방을 옮기는 바람에 집무실까지의 거리가 멀어지고, 게오르기네의 이궁으로부터는 더욱 멀어져, 유스톡스가 정보를 얻기 어렵게 되었고, 비밀방 같은 것이 없어도 생활은 가능하다. 하지만 최대한 빨리 공방을 얻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니, 이번 일은 불문에 붙이겠다……라니, 지금까지 잔뜩 잔소리를 썼잖아요! 어디가 불문입니까!?"
크앙! 하고 일단 편지를 향해 화내본다. 페르디난드는 "불문" 이라는 단어의 용법에 대해 좀 더 공부해야 한다.
"게다가 침대에서 자는 것보다 비밀방에서 선잠을 자는 것이 훨씬 자기 좋았기에, 이번엔 긴 의자가 필요하다. 영지 대항전 때 사용했을 때에는 정말로 잠자리가 좋았다……라니, 그 긴 의자, 나에게 준 거 맞지!? 자기를 대신해 남기고 간다고 말했으면서, 놔둘 장소가 생겼으니 달라고!? 아니면 새로 주문하겠다는 거!?"
일단 페르디난드가 비밀방 생활을 충실히 만끽하고 싶다는 것은 잘 알았다. 하지만 진심으로 비밀방에서 안 나올 것 같으니, 긴 의자의 설치에 관해서는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의 의견을 들은 다음으로 하자. 그래, 그게 좋겠다.
비밀방에 대해 쓰여진 편지 외에는 란체나베의 내방을 중심으로 한 아렌스바흐의 정세에 대해 쓰여진 편지도 있었다. 장례 직전쯤에 쓰여졌다고 생각되는 내용이었다.
란체나베의 공주의 수용을 거부하는 왕의 결정을 전했더니 란체나베의 사신이 자기네들 형편에 좋게 꾸며댄 사정을 늘어놓아, 디트린데가 란체나베를 동정해버리는 바람에 매우 귀찮은 일이 되었다고 한다.
장례 기간 중에 왕족과 란체나베의 회담장을 마련하라고 하거나, 가뜩이나 마력이 부족한 상황에 란체나베에 수출하는 마석을 공짜나 마찬가지로 넘기려 하는 등, 무역 관계가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 것들이 너무 심해서 페르디난드가 벼락을 떨어뜨리자, 디트린데는 반성은커녕 "당신은 저를 사랑하지 않았던 거에요!" 라는 의미 불명의 반박을 하고, 란체나베의 별관으로 뛰쳐나갔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심리에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 그 자리에 있던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해서 곤란해하고 있다. 이상한 사람 동지이니, 너는 뭔가 아는것이 없는가? ……라니, 에에에에에? 그런거 나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그런 상태로, 디트린데가 란체나베 왕의 손자를 마음에 들어해 곁에 둔 덕분에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기분적으로 조금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 일의 양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고 한다.
"디트린데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죠……."
란체나베의 사신이 기거하는 별관에 빈번히 드나드는 디트린데를 타이르거나 데려오기 위해 게오르기네가 분투하고 있다고 한다. 게오르기네에 붙잡혀 성으로 돌아오는 디트린데의 모습이 몇번이나 목격되고 있는 듯하다.
디트린데의 행동이 너무나도 정도를 벗어나서 레티시아의 교육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고, 성에서는 레티시아를 가급적 빨리 차기 아우브로 만들기 위해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있다고 한다.
……으음, 이것도 디트린데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그리고 양부님이 도착해, 조합도구와 소재가 도착하고부터의 편지는 마술지에 대한 것밖에 쓰여 있지 않았다.
내가 보낸 최고 품질 마술지의 샘플이 예상 밖의 품질인 것. 작성에 사용된 과도한 마력에 머리가 아플 정도의 레시피였던 것. 이렇게까지 마력을 사용한 마술도구여선 상응하는 사례를 하기 어려운 것. 레시피를 봤더니 낭비가 너무 심해서 아연했던 것 등이 줄줄이 쓰여 있다.
"이상의 이유로 우선 개량 레시피를 작성했다. 이대로 조합한 마술지를 보내도록……라니, 연일 철야로 공방에 틀어박혀 무엇을 하나 했더니, 레시피를 개량했었던 거야!? 그런 건 나중에 해도 되죠!? 페르디난드님 바보바보!"
최고 품질의 마술지 3백장이라는 어려운 요구를 한 것이니, 조합할 시간은 되도록 많이 확보하는 것이 좋겠지, 라며 그럴싸한 이유가 쓰여 있지만, 장례 기간 중에 몸을 혹사시키는 생활을 해야 할 이유는 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레시피에 필요한 소재도 보냈다고 쓰여 있다. 저 상자에 포장된 소재의 태반은 새로운 마술지를 만들기 위한 소재인 것 같다. 답례도 선물도 아니었다.
"으으, 이 양반이 진짜. 왕족에 대한 요구는 몰상식했지만 비밀방은 기뻤고, 오랜만의 조합이 즐거워서 멈출 수 없었다고 솔직히 말하면 되는데!"
오랜만의 연구가 매우 즐거웠던 듯한 것은, 레시피에 관계 없는 조합이나 소재의 설명히 줄줄이 나열되어 있는 편지로도 알 수 있다. 텐션이 높다는 증거다.
새로운 마술지의 레시피는 이면에 사라지는 잉크로 쓰여 있다. 나와 닿아 있으면 빛나기에 나는 그것을 다른 종이에 베낀다.
"……응?"
마지막 말은 레시피가 아니었다. 나는 펜을 내려놓고 가만히 그 문장을 바라본다.
"너의 게둘리히를 알려주었으면 한다……?"
어떤 의미로 쓰여진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게둘리히가 고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 아니면 좀 더 다른 의미를 담아 사용되고 있는지. 어떻게 답해야 좋은 걸까. 어떤 대답에 어떤 반응이 돌아올 것인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알 수 없게 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가 1년 후에 에렌페스트를 떠나는 것을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영주 회의에서의 타령의 움직임으로 미루어 보아, 중앙 신전의 신전장이 된다고 예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머릿속에 문득 페르디난드의 얼굴이 떠올랐다.
몹시 조용하고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무표정이었다. 똑바로 향해오는 엷은 금색의 눈동자와, 발밑에서 냉기가 감도는 듯한 뼛속까지 스며드는 목소리가 "너는 왕이 되는 것을 원하는가?" 라며 나에게 묻는다.
"그런 것은 원치 않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책을 읽는 것이니까요."
그때는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간단히 대답하지 못한다.
"페르디난드님을 돕기 위해서라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왕이 되어도 좋아요."
지금은 아마 이쪽의 마음이 더 강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아무런 상의도 없이 행동으로 옮기고 말았다. 이미 나는 차기 첸트 후보이며, 다음 영주 회의가 있기 전에 왕의 양녀가 되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구할 예정이다.
……페르디난드님,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의 선택을 페르디난드가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했더니 무서워져서, 나는 나의 게둘리히에 대한 답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대답을 피해 답장을 쓰고 비밀방을 나온다.
"페르디난드님의 레시피대로 마술지 3백장을 만들어야겠네."
차기 첸트가 되어 버리면 페르디난드 대신 조합할 수 없게 되고, 지기스발트와 약혼하면 편지 교환도 할 수 없게 될 것이 확실하다. 아마 이 마술지의 작성이 페르디난드와의 마지막 관계가 된다. 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시시각각으로 줄고 있다. 지금은 생각하기보다 페르디난드의 바람을 이루는데 시간을 쓰고 싶다.
……답하는 것은 마술지를 만든 다음으로 하자.
나는 문제를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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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마인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모든 것을 편지에 쓰지 못한 것처럼,
페르디난드 역시 모든 것을 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비밀 주의고요.
수수께끼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미루었습니다.
지금은 페르디난드의 바람을 이루어 주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다음은 성결제와 트롬베 사냥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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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늦었습.....(도망간다)
(다시 돌아온다)
으음... 주석이 필요한 표현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1. シュール(슈르, surreal) 라는 단어이며, 초현실적인, 엽기적인, 이건 좀 아닌듯한 등등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깬다' 라고 번역했습니다.
2. ドン引き(돈히키) 라는 단어는 '벙찐다'로 번역했고, 단어의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를 바라보던 근시들의 표정입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07화. - 트롬베 사냥과 성결식 -
트롬베 사냥과 성결식
"이건 훌륭하군요. 정말로 공부가 됩니다. 가능한 한 고가의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조합에 필요한 마력의 소비를 줄이면서도 품질을 올리는 수완은 역시 경험의 차이가 큰 것 같네요."
내가 베낀 페르디난드의 개량 레시피를 보고 할트무트는 감탄의 한숨을 토했다. 할트무트나 클라릿사가 깨닫지 못한 소재나 절차를 사용함으로써 최고품질 마술지의 조합에 필요한 마력과 비용을 대폭 낮춘 모양이다.
"그만큼 조합 과정은 복잡해졌고, 필요한 소재의 종류도 늘어났는걸요."
페르디난드의 개량판 레시피는 조금 번거롭다. 내 레시피가 더 빠릅니다, 라고 어필하자, 할트무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마력의 풍부한 로제마인님과 달리, 저나 클라릿사가 만든다면 페르디난드님의 레시피를 사용하는 편이 훨씬 빨리 만들 수 있습니다."
나의 레시피에 절대로 필요한 금가루를 양산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다, 그 다음 공정으로 들어가려면 회복약이 필수이다. 금가루뿐만 아니라 회복약을 제조하기 위한 시간이나 소재도 필요하기 때문에, 나의 레시피는 다른 사람으로서는 정말로 손대기 힘든 것이라고 한다.
"로제마인님의 레시피로는 보조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만, 차근차근 소재를 조합해 나가며 품질을 보완해 나가는 페르디난드님의 레시피라면 저희도 어느정도 돕는 것이 가능합니다."
페르디난드의 개량판 레시피로 간신히 상급 문관의 마력량으로 감당할 수 있는 레벨의 조합이 되는 모양이다. 나의 레시피가 얼마나 많은 마력을 소비하는 것인지, 그리고 페르디난드가 얼마나 귀찮은 물건을 부탁한 것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이 레시피에 의하면 마지막 합성은 페르디난드님이 하시는 모양이네요."
레시피를 본 클라릿사가 말했다. 찬찬히 보니, 페르디난드가 바라는 것은 마지막 합성을 하기 직전의 물건인 것 같다. 최고 품질 마술지 3백장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기 위한 마술지를 준비해주었으면 하는 모양이다.
"마지막 합성을 자신의 손으로 하는 편이 마력면에서도 소재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겠죠. 로제마인님의 주선으로 공방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변경한 것이 아닐까요?"
할트무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마지막 합성을 스스로 하게 되면 필요한 불연지의 양에 변화가 생긴다. 자신의 공방이 생기면서 중요한 공정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지시에 변화가 생긴 모양이다.
"불연지는 비싸고 희귀하니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가급적이면 사용을 줄이고 싶네요."
클라릿사가 그렇게 말하며 공방에 보관된 불연지로 시선을 돌린다. 페르디난드가 지정한 양을 만들려면 지금 있는 재고만으로는 부족하다.
"프랭탕 상회에 있는 불연지는 로제마인님이 전부 사들이셨죠? 부족한 양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프랭탕 상회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인데, 그것을 전부 사들였으니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하고 클라릿사가 중얼거린다. 나는 멀뚱히 클라릿사를 본다.
"어떻게라 해도……없으면 만들면 되는걸요."
"소재가 희소하다는 것 같던데, 어떻게 만드실 건가요?"
놀란 얼굴로 클라릿사가 물어왔지만, 나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서 전부 알려줄 생각은 없다.
"지금은 아직 비밀이고,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사람에게만 알려주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빨리 정리하도록 하죠. 재료를 준비하지 않으면 조합은 할 수 없으니까요."
나는 그레티아와 함께 레티시아가 보낸 물건을 정리하며, 편지나 요리의 레시피를 보면서 조미료나 향신료를 조금씩 맛본다. 할트무트들은 다음에 조합할 때 찾기 쉽도록 소재의 배치를 고려하며 정리해 간다.
"로제마인님, 이쪽의 소재는 정리가 끝났습니다. 이후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신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성결식의 준비도 해야 하고, 인계업무도 서둘러야 하는데, 저와 할트무트가 언제까지고 신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멜키오르들이 곤란해 하겠죠?"
너무 오랫동안 신전을 비울 수는 없다. 나는 비밀방에서 쓴 편지의 답장을 유딧트를 시켜 성으로 보내게 하고, 조미료와 향신료, 아렌스바흐의 레시피 등은 신전의 주방으로 옮기도록 한다.
"이 조미료로 또 새로운 요리를 만드실 수 있으신가요?"
"네. 조금씩 맛보았습니다만, 새로운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향신료를 섞으면 뭔가 좀 부족한 카레스러운 것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맛을 무엇으로 보충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지만, 조금 즐겁기도 하다.
……천천히 고민할 시간이 있으면 좋을텐데.
신전으로 돌아간 나는 프리츠를 호출해 성결제에 사용되기 전에 타우1의 열매를 주워 달라고 부탁했다. 성결제 이후가 되면 숲에서 타우의 열매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앞으로 50장은 필요합니다. 타우의 열매는 넉넉히 주워다 주세요. 그리고 타우의 열매를 주으러 갈 때에는 마술도구를 가진 아이들은 제외해 주세요. 숲에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안 되니까요."
타우의 열매를 줍기 위해 숲으로 갔다가 다쳐서 피라도 흘리게 되면 큰일이 될 수도 있다. 눈길이 미치는 신전 내라면 몰라도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되면 큰일이다.
"그럼, 공방에서 종이를 만들 사람과 숲으로 갈 사람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네, 잘 부탁 드립니다. 쑥쑥나무를 사냥할 때에도 귀족의 아이는 내보내지 않도록 해주세요. 저, 쑥쑥나무에 대해선 널리 알리지 않으려 합니다."
"알겠습니다."
……나와 동행하는 것은 이름 올리기를 마친 측근들 정도일까.
프리츠는 우수했기에, 부탁한지 사흘 뒤에는 타우의 열매가 준비되었다. 나는 이름을 올린 호위기사인 마티아스와 라우렌츠,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동행하겠다고 우겨댄 할트무트를 데리고 오랜만에 고아원 뒤쪽으로 갔다. 아랫마을로 이어지는 문이 있는 뒤쪽으로 왔더니, 그대로 아랫마을로 나가고 싶어진다. 잠시 문을 바라본 뒤에 나는 트롬베 사냥을 준비하고 있는 회색신관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바구니에 담긴 타우의 열매나 회색 신관이 중심이 되어 손도끼 같은 날붙이를 들고 있는 광경은 나에게는 그다지 신기한 것이 아니지만,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는 회색 신관이 무기를 들고 있는 상황이 신기한 것 같았다.
"로제마인님, 이것은 무엇인가요? 이걸로 무엇을 하시려는 건가요?"
"이것은 쑥쑥나무 열매로, 불연지의 재료입니다. 지금부터 소재를 사냥할 것입니다만……앞으로 보는 광경, 여기서 얻은 정보는 결코 발설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이건 명령입니다."
내가 이름을 올린 측근들에게 함구할 것을 명하자 모두가 한순간 움찔했다. 아마 마력적인 속박같은 것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세 명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회색 신관들에게 다가갔다.
"프리츠, 준비는 다 되었나요?"
"네, 로제마인님. 아이들은 고아원에서 작업을 시키고 있으므로, 이쪽으로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프리츠의 말에 나는 "잘했습니다" 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날붙이를 가진 사람뿐인 주위를 경계하는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를 올려다보았다.
"그럼,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는 제가 이 열매를 던지면 바로 저를 안고 뒤로 물러나주세요. 할트무트는 후방, 적어도 하얀 판석 위에서 대기입니다."
교대로 나를 안고 후퇴하도록 호위기사 두 사람에게 부탁하고, 나는 라우렌츠와 함께 하얀 판석과 흙이 드러난 경계에 섰다. 여기서 던지면 타우의 열매는 절대로 땅으로 떨어진다. 뒤로 던지지 않는 한 실패할 일은 없다.
주위에는 진지한 눈빛으로 칼을 겨누고 있는 회색 신관들이 있었기에, 호위하는 라우렌츠는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은 이제부터 나타날 쑥쑥나무를 향해 있을 뿐이다.
나는 준비된 바구니에 손을 뻗어 양손에 하나씩 타우의 열매를 잡았다. 마력이 빨려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옛날보다 흘러들어가는 양이 적게 느껴지는 것은 내 마력이 늘었기 때문인 걸까.
말랑말랑하던 열매에 불룩불룩 씨앗이 생기며 딱딱해지기 시작한다. 발아 직전의 희미한 열기를 느낀 순간, 나는 "에잇!" 하고 힘껏 타우의 열매를 던진다.
"가랏, 쑥쑥나무!"
"뭣!? 트롬베!?"
동행한 세명을 놀라게 한 트롬베 사냥은 깔끔하게 끝났다. 체력과 마력이 모두 늘어난 나에게는 발아시키는 것도 그다지 힘들지 않아, 필요한 만큼의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트롬베를 이렇게 간단히 사냥하다니, 있을 수 없습니다."
"검은 무기가 아니면 사냥할 수 없다고 들었는데……."
평민이 가볍게 트롬베를 쓰러뜨린 것에 마티아스와 라우렌츠가 쇼크를 받고 있지만, 늘어나기 시작한 가지를 잘랐을 뿐이다. 그렇게까지 쇼크를 받을 일은 아니다.
"기사들이 사냥하는 것은 평민들이 감당할 수 없었던 트롬베 뿐이고, 성장했을 때에는 검은 무기가 아니면 쓰러뜨릴 수 없으니,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에요."
"그나저나 로제마인님은 어째서 이 일을 비밀로 하시는 건가요?"
비밀로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라우렌츠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타우의 열매가 트롬베가 되는 것을 기사단에 알려, 위험하지 않을 때에 타우의 열매를 전부 처리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아랫마을의 평민들이 총출동해 타우의 열매를 주워다가 서로에게 던지는 축제가 있으므로, 이대로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 기사들이 타우의 열매를 모두 처리하면서 아랫마을의 숲이 망가지거나, 아랫마을의 모두가 고대하는 축제가 없어지는 것이 더 곤란합니다."
만약 기사들이 타우의 열매를 모두 처리하기로 해서 성결제의 열매 던지기가 없어져 버리면, 나중에 기사가 처리하러 갈 수 없는 사정이 생겼을 때 숲이 트롬베 투성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 이대로도 잘 돌아가고 있으니 쓸데없는 짓을 할 필요는 없다. 아랫마을 숲의 타우의 열매는 아랫마을 사람들이 회수하고 있으니, 그들에게 맡겨두면 된다.
"평민들이 주워가고, 숲의 짐승들에게 으깨지는 것을 피해 성장한 것만을 기사단이 토벌하는 것으로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력이 많은 몸이 먹하는 아이가 있으면 대혼란이 될 위험이 있지 않은가요?"
할트무트의 우려를 나는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타우의 열매를 발아시키려면 많은 마력이 필요합니다. 아마 귀족원에서 마력 압축 방법을 배운 하급 귀족의 성인이면 발아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마력을 가진 아이는 드물고, 게다가 타우의 열매는 이 하얀 판석 위에서는 발아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마력이 많은 아이는 축제에 나올 수 있는 연령이 되기 전에 죽는데다, 거리 내에서 서로에게 던져대는 것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지금의 고아원에는 귀족의 아이가 많으니, 어쩌다 발아해버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위험하기 때문에 저는 제가 없어진 뒤에는 고아원에서 쑥쑥나무 사냥을 시킬 생각이 없습니다. 병사나 아랫마을의 평민들이 숲에서 얻은 어린 가지를 프랭탕 상회에 팔도록 병사들을 통해 알리는 정도에서 멈출 생각입니다."
고가의 상품이기에 고아원에서 만드는 것이 좋긴 하지만, 안전 제일이다. 위험은 가급적 배제할 생각이다. 게다가 마술도구를 가진, 귀족을 목표로 하는 아이는 회복약을 써서라도 마술도구에 마력을 모아야 한다. 트롬베 사냥에 마력을 쓸 여유는 없다.
게다가 귀족을 목표로 할 수 없는 아이의 마력으로는 발아시킬 수 없다. 그것은 딜크가 지난해까지 성결제의 날에 다 함께 놀면서도 발아시키지 못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마력 압축 방법을 배우지 않은 고아원 아이들은 트롬베을 발아시킬 수도 없다. 어른이 되면, 하나쯤은 발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이다.
귀족원에 들어가 귀족으로서 신전으로 돌아온 딜크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트롬베 사냥에 마력을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예전에 트롬베를 몸이 먹히는 아이를 살리기 위한 마술도구 대신으로 사용하려 했을 때 벤노에게 들은 것들도 이것저것 떠오르고 있었지만, 그것은 입밖으로 내지 않고 나는 프리츠를 돌아보았다.
"그럼, 프리츠. 고아원에서의 쑥쑥나무 사냥은 오늘로 끝입니다. 다음부터는 우연히 숲에서 조우했을 때 사냥하거나, 사냥한 사람들에게서 사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큰 수익이 되기에 많으면 좋겠습니다만, 안전이 제일이니까요. ……이것으로 만든 종이가 생기면 프랭탕 상회를 통해 매입할 것이니 방으로 알리도록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로제마인님."
신전 내의 트롬베 사냥이 끝나고, 이내 성결식이 시작된다. 오전 중에는 신전에서 열리고, 오후에는 성으로 가야 하는 바쁜 일정이다.
아침부터 나는 신전장의 예복으로 갈아입고 의식을 행한다. 예배실에 들어가 단상에 올라가자 잭2의 모습이 보였다. 황토색같은 나들이옷을 입은 것으로 보건대 가을 태생인 모양이다. 옆에서 봄의 귀색으로 단장하고 있는 아이가 신부일 것이다. 머리 장식은 자신의 귀색과 잭의 귀색을 함께 사용한 물건이었다.
러츠들로부터 들은 정보에 의하면 그녀는 잭보다 세 살 연하인 소꿉친구라고 한다. 내성적이지만 똑부러진 사람이며, 새롭거나 흥미로운 것에 몰두하는 잭의 발상을 칭찬하면서 계속 지지해 주던 아이라고 한다. 다른 도시에 가면 그녀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지 생각하는 것이 잭의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봄부터 가을 사이는 다른 도시로 가는 잭을 걱정하던 그녀에게 그녀의 부모는 이제 그만 결혼하거나, 제대로 헤어지고 다른 상대와 결혼하거나 선택하라고 밀어붙였다고 한다. 그녀와 헤어질 생각은 조금도 없던 잭이 곧바로 결혼하기로 결정해, 오늘이 되었다고 한다.
……잭들에게 행복이 내리기를.
조심조심 주의하고 있었지만, 평소보다 조금 많은 축복이 나와버렸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애교로 넘어갈 수 있는 정도다. 천장 부근에서 맥동하는 검정과 금색 빛을 올려다보며, 나는 다음의 의식을 떠올리고 식은땀을 흘렸다.
……다음의 의식, 투리의 성인식이었지. 괜찮을까?
오후부터는 귀족가로 이동해 또다시 성결식이다. 성결식 후에는 미혼인 성인이 결혼 상대를 찾는 연회도 있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할트무트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어서 약혼녀와 함께 참석한다. 그리고 상대가 없는 친구에게 이성 친구를 소개하거나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 사람을 무책임하게 응원하거나 하는 모양이다.
성으로 이동할 때, 호위로서 레서 버스에 타고 있는 다무엘이 조수석에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나의 성인 측근 중에서 상대가 없는 것은 다무엘 뿐이기 때문이다. 매 년 "올해야말로……" 라며 기합을 넣고 있었지만, 올해는 기합도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다.
"저는 이제 결혼은 무리입니다, 로제마인님."
지금까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찾을 수 없었고, 중앙으로 가면 하급 귀족이 거의 없는 것 같으니, 이제 결혼은 절망적이라고 다무엘은 중얼거린다.
"독신도 좋아요. 책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는 걸요."
"로제마인님은 책이 있으면 충분할지도 모릅니다만, 저는 평범하게 결혼하고 싶습니다. 주위가 행복한 결혼을 하고 있는 사람들 뿐이라 부럽습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치고 있는 측근들은 다들 깨가 쏟아지고 있고, 동갑내기 친구들도 기혼자뿐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제 몇 년 후면 친한 친구의 아이가 세례식을 치른다고 한다. 그런 고민을 측근들 사이에서 털어놓자, 전혀 악의 없는 듯한 미소로 "제 아이가 세례식을 치를 때에도 다무엘은 독신으로 있을 것 같네요" 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할트무트!
"게다가 결혼하지 않으면 중앙으로는 갈 수 없습니다."
"……그렇게 결혼하고 싶다면 피리네가 성인이 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네요."
"로제마인님, 피리네는 저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정면에서 말했습니다. 명령하거나 하는 불쌍한 짓은 하지 말아주세요."
다무엘은 야무진 얼굴을 하고는 있지만, 기분 탓인지 낙담한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같은 입장의 선배를 따르는 것과 장래의 배우자로 생각하는 것은 별개라고, 스스로를 타이르듯이 말하고 있다.
"그것은 콘라트를 데려갈 수단 중 하나로 결혼을 제안했을 때의 일인가요?"
"……그렇습니다."
역시 다무엘은 차였다고 해석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피리네에게 들었을 때엔 상당히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궁상맞은 모습을 보면 피리네의 눈은 괜찮은 건지 조금 걱정이 된다.
"피리네는 다무엘의 보호를 받는 여동생 같은 처지가 아닌 함께 옆을 걸어갈 수 있는 어엿한 여성이 되고 싶대요. 그렇게 되면 스스로 다무엘에게 청혼하고 싶다고 피리네가 말했어요."
"엣!? 피리네가 저에게 청혼을요!? ……아니, 아무리 저라도 그런 말엔 속지 않습니다."
다무엘이 순간 기대하는 표정이 되었다가 곧바로 경계하기 시작한다. 결혼에 관계되어 그렇게나 속아온 것인가 하고 걱정될 정도다.
"저는 딱히 거짓말 같은 것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할트무트에게 청혼한 클라릿사를 참고하겠다고 말했었으니, 어쩌면 다리후리기로 쓰러뜨려져서 메사로 협박당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건 거짓말이라고 해주세요!"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런, 하고 머리를 안고 신음하는 다무엘이지만, 절망적이라며 추레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때보다는 꽤나 기운을 차렸다고 생각한다.
"시기를 봐서, 청혼받기 전에 다무엘이 먼저 청혼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요."
협박 청혼이 무섭다면 먼저 다무엘쪽에서 움직이면 된다. 내가 작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다무엘은 나의 모습을 살피면서 입을 열었다.
"로제마인님은……제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어떻게라는 것은 어떻게인가요? 피리네의 청혼을 받아도, 피리네에게 청혼해도 상관 없는데요?"
"그게 아닙니다. 저의 이동에 관해서입니다. 리제레타에게는 중앙으로 와달라고 부탁하신 거죠?"
리제레타의 사례를 들며 다무엘이 묻는다.
"중앙으로 가더라도 하급 기사인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로제마인님에게 불이익이 되지는 않을지, 판단에 곤란해 하고 있습니다. 로제마인님은 제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시나요?"
영주의 양녀의 호위기사로서도 다무엘은 몹시 험담을 듣고 있다. 주위에서는 내가 어려서 오래된 인연을 포기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중앙으로 갈 무렵엔 나의 외모는 나이에 어울리는 소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독신인 하급 기사를 고향에서 데려와 중용하는 것은 이상한 소문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한다.
"제가 결혼했다면 몰라도 지금의 저로서는 로제마인님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중앙으로 함께 가더라도 도움이 될 일이 있을까요?"
다무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어깨를 떨어뜨렸다.
"저의 측근은 다무엘이 있는 편이 잘 정리됩니다. 미약한 마력을 찾는 수완도 높이 사고 있으며, 기사이면서도 서류 작업에 뛰어난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측근 중에서도 가장 긴 만남이므로, 함께 있어 주면 든든합니다."
"그, 그렇습니까……. 송구합니다."
조금 쑥스러운 듯이 다무엘이 뺨을 긁는다. 이쪽까지 쑥스러워지니 그러지 말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말을 잇는다.
"그렇지만 피리네는 성인이 될 때까지 에렌페스트에 남게 되고, 인수 기간이 짧은 신전에 대한 것도 걱정이 됩니다. 인쇄에 대한 것도 제가 없더라도 아랫마을 사람들과 잘 해낼 수 있을지 불안합니다. 그래서 다무엘이 남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신전에서 페르디난드의 교육을 가장 길게 받은 것, 헨릭을 도우면서 인쇄업을 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조언해 줄 수 있는 것, 고아원장이 된 피리네를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것, 중앙에서의 수용이 결정될 때까지 아랫마을의 구텐베르크들을 지키는 것 등을 생각하면 다무엘이 적격이다.
"저는 가능한 한 지킬 것입니다만, 중앙으로 가도, 에렌페스트에 남아도, 다무엘은 결코 편하지는 않겠죠. 그래서 다무엘에게 선택을 맡긴 것입니다. 다무엘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저는 기쁩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다무엘은 성에 도착하기 직전에 얼굴을 들었다. 회색 눈동자에는 뚜렷한 결단의 빛이 보인다.
"로제마인님, 저는 에렌페스트에 남겠습니다."
피리네가 정말로 청혼해 오면 성인이 된 피리네와 함께 중앙으로 이동한다. 결혼할 수 없으면 내 명예를 우선해서 그대로 에렌페스트에 남겠다고 한다.
"결단해줘서 기쁩니다. ……하지만, 다무엘. 청혼을 기다리보다 스스로 청혼해 피리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남자 답다고 할까요, 멋질거에요?"
브리깃테 때문에 우직하게 마력을 압축하며 쫓아가려고 노력하던 다무엘은 멋있었다. 최종적으로는 비련의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책이 될 정도로 멋졌던 것이다.
"분명 그렇게 하는 것이 피리네도 어머님도 기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엘비라님의 책이 되는 것은 한 번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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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쑥쑥나무 사냥도 이것으로 마지막입니다.
불연지 만들기는 공방에 맡기고 성결식.
잭는 무사히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연애 결혼입니다.
다무엘도 이대로 해피엔딩의 책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다음은 투리의 성인식과 아우브의 면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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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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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하지만 다무엘에게는 이별의 여신 유게라이제의 가호가.....
(여신님, 믿고 있습니다!)
Tau (이슬)
Zac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08화. - 투리의 성인식 -
투리의 성인식
성결식 때, 나는 앞서 어머님에게 조언받은 것처럼 할아버님에게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건네고,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인 부탁이에요" 라며 몰래 다무엘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할아버님이 흔쾌히 맡아주어, 정말로 안심할 수 있었다. 다무엘에게 보고하자, 매우 놀라며 "정말 감사드립니다" 라며 기뻐했다.
그리고 성결식이 끝난 며칠 뒤, 신전으로 돌아온 나는 다무엘을 멜키오르에게 데리고 가, 다무엘이 에렌페스트에 남는 것을 알리고, 그를 상담역으로 둘 것을 제안했다. 할아버님 밑에 있게 되지만, 피리네의 보좌도 하게 되고, 멜키오르를 돕는 것도 가능하다.
"신전을 도와주는 거라면 보니파티우스님이 아니라 제가 받아들여도 좋았습니다만……."
"멜키오르의 마음에 들어 돌려주지 않게 되면 곤란한걸요. 샤를로테와 멜키오르는 우수한 측근을 얻기 위해 저의 측근을 노리고 있죠?"
내가 에렌페스트에 두고 가는 측근을 자신들이 데려가도 되냐고 샤를로테가 비밀리에 물어왔던 것이다. 특히 문관은 상위 영지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우수해서 데려가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 중앙으로 이동할 예정인 피리네와 피리네와 결혼해 이동할 예정(결정이 아니다)인 다무엘을 빼앗기는 것은 곤란하다.
"그렇습니까. 유감입니다. 그럼 로제마인 누님의 측근이 신전에 있는 동안 제 측근을 단련받도록 하겠습니다."
멜키오르가 측근으로서의 영입을 포기해 준 것 같아,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신전장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중앙으로 이동하는 나의 측근을 얻기 위해 물밑에서 묘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나의 측근들에게 알렸다.
"아우브 부부의 일을 도우며 우수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버리고 말았으니까요. 영주 일족이 영입하고 싶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가 중앙으로 이동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도록 양부님이 명했기에, 표면적인 교섭은 없다. 그러나 내가 이동하고 나면 영입경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 모양이다.
"피리네들에게는 로제마인님이 없더라도 성인이 되어 로제마인님을 섬길 예정이라는 것을 나타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레오노레?"
"로제마인님의 문장이나 마석이 든 소품이 있으면 피리네들도 자신의 주인이 누구인지 주장하기 쉬울지도 모릅니다. 하급 귀족이 영주 일족의 권유를 계속해서 거절하는 것은 힘드니까요."
위로부터의 요망을 거절하다니 건방진, 이라는 말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것은 에렌페스트에서 데려갈 예정인 전속들도 마찬가지라고 레오노레는 말했다.
"누가 어떤 억지를 부릴지 알 수 없습니다. 아직 로제마인님이 계실 때에 그들이 로제마인님의 소속이라는 것을 다른 모두에게 주지시켜 둘 필요가 있겠지요."
평민들에게 나눠준 부적과는 별도로 내 문장이 들어 있는 물건을 가지고 있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중앙에서 나의 전속이라고 주장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우브와의 입양은 해소되니, 에렌페스트의 문장이 아닌 로제마인님의 문장이 필요하겠네요."
"저의 문장이면 이미 있습니다."
로제마인 공방의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그것은 입양이 해소되어도 달라지지 않는 나의 문장이다. 책과 잉크와 식물지의 재료인 나무와 꽃의 머리장식이 들어간, 벤노, 러츠와 함께 생각한 나만의 문장이다.
"무엇에 문장을 새기면 좋을까요?"
"평소 몸에 지닐 수 있는 것이 제일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반지나 목걸이처럼 타인에게 빼앗기기 어려운 것이 좋지 않을까요?"
……빼앗기기 어렵다니……뭐,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제가 가장 가공하기 쉬운 것은 마석입니다. 부적을 만들 때에 마법진을 새기던 요령으로 문장을 새기면 될까요?"
"네, 그러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주의하셔야 할 것은 마석의 크기입니다. 로제마인님은 측근이나 전속에게 똑같은 것을 만들어 주실 생각이시겠지만, 평민과 귀족, 전속 본인과 그 가족 사이엔 입장에 맞는 차등이 필요합니다. 중앙으로 가게 되면 그에 대해 깐깐하게 보는 사람도 있을테니까요."
레오노레의 지적에 나는 끄덕 하고 수긍했다. 솔직히, 귀찮아……라고 생각하지만, 귀족들에게는 그런 차이가 중요한 것이다.
"로제마인님, 에렌페스트에 남는 측근에게 나눠주신다면 저도 잊지 말아주세요."
유디트가 자기주장을 해오길래,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승낙한다.
"마석과 문장을 새길 뿐이라면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얼른 끝내버리죠. 프랑, 길베르타 상회에 연락을 넣어 주세요. 가을에 사용할 머리장식과 의상의 주문을 하고 싶습니다."
……투리에게는 성인식 전에 줘야지.
우후흥, 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비밀방으로 들어간 나는 측근과 전속, 그리고 전속의 가족에게 나눠줄 각각의 마석을 고른다. 에렌페스트에 남는 측근 중에는 피리네, 다무엘, 유디트 정도에게만 주면 될 것이다. 오틸리에나 브륜힐데는 나중에 따라올 예정이 없으니, 나의 측근임을 나타내는 물건을 받아도 곤란할 것이다.
구텐베르크들은 아직 누가 함께 올지 모르기 때문에 나중이다. 이어서 투리와 엄마, 그리고 로지나, 후고, 엘라의 마석을 고른다. 가족에게 줄 것은 아빠와 카밀, 그리고 엘라의 어머니에게 줄 것이 필요하다.
푸고의 가족은 에렌페스트에 머물지만, 엘라의 어머니는 함께 이동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엘라의 아이가 태어난 뒤에 가급적 빨리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아이를 봐줄거라는 모양이다. 접객일을 그만두고 싶었기 때문에 이번의 이동이 때마침 좋았다고 들었다.
……크기와 수는 이걸로 되겠지?
나는 자신의 서자판을 꺼내, 화려해서 조금 복잡한 문장을 가만히 바라보며, 슈타프를 스틸로로 변화시켜 마수로 만든 마술지에 마력으로 베끼기 시작했다. 한 장째가 완성된 시점에서 자신이 준비한 마석의 숫자를 보고 한숨을 토했다. 몇번이고 같은 문장을 그려야 하니 큰일이다. 마법진 안에는 문자나 기호도 들어 있고, 조금 비뚤어지더라도 효과에 차이가 없으니 문제 없지만, 문장은 그림뿐이다. 조금만 비뚤어져도 매우 두드러진다.
"이 문장, 코피페1하면 간단한데……. 이렇게, 타블렛을 쓸 때처럼 손가락으로 시작점과 종점으로 범위 지정……할 수 없을까?"
나는 별 생각 없이, 우라노 시절의 감각으로 마술지 위를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출발점과 종점을 지정한다. 그러자 자신의 마력이 얇게 퍼지면서 자신이 상상하던 그대로의 범위가 마력으로 지정되었다.
"우왓!? 됐어!?"
엷은 황색의 마력이 마술지 위에 깔려있다. 이건 어쩌면 이대로 코피페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감동으로 떨며, 나는 범위 지정된 부분을 바라본다.
"혹시 이대로 코피페 가능할까? 해버려? ……좋아.『 코피시테펫탄2 』!"
나는 기합을 넣고, 범위를 지정한 부분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움직인다. 그러자 문장이 분열했다. 원래 자리에 있는 것과 내 손가락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이는 것의 둘로 나뉜 것이다. 그리고 나뉜 문장을 빈 여백으로 움직여 손가락으로 톡 하고 이동지점을 선택하자 거기에 두 번째 문장이 생겼다.
"대단해, 대단해! 이거, 진짜 편리한거 아냐?"
기세를 타고 나는 필요한 인원수만큼 코피페한다. 그리고 코피페한 문장을 마석에 마력으로 새기면 완성이다. 하는김에 다른 마석을 마력으로 변형시켜 끈이나 사슬을 꿰기 위한 고리도 만든다. 이로써 평민이라도 간단히 몸에 달 수 있다.
"순식간에 해냈다."
나는 자신의 눈 앞에 구르고 있는 문장이 든 마석들을 바라보았다. 이 코피페를 사용하면 사본 작업이 아주 편해질 것이다. 모두에게 코피페를 시키면 잇달아 책을 늘릴 수 있다. 이것이 있으면 책을 갖고 있지 않은 지기스발트 왕자와 결혼하는 것도 두렵지 않다. 이궁의 도서실을 책으로 채울 수도 있다.
"모두 함께 사본 계획이야! 나는 천재! 야호!"
신나서 공방에서 나온 나는 세기의 대발견을 모두에게 가르친다. 하지만 어째선지 보통 종이에 적힌 것은 코피페 할 수 없었다. 마술지에 적힌 마력의 잉크가 아니면 마력의 범위 지정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안대에에엣! 사본에 쓸 수 없잖아! 모두 함께 사본 계획이 순식간에 날아갔어!
덧붙여, 모두에게 가르칠 때에 내가 사용한 주문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으로 사용한 주문이었기에 이미 등록되어버리고 말았지만, 나 이외의 누구도 몰랐으니,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유르겐슈미트에서 코피페의 정식 주문은 "코피시테펫탄" 이 되었다.
……으아아아아! 실패했다. 나도 제대로 알고 있던 건데! 정확히는 "코피안도펫탄3" 인데!
어쨌거나 완성은 한 것이다. 막 만든 따끈따끈한 문장이 든 마석을 그 자리에 있던 유디트와 다무엘과 피리네에게 준다.
"저의 문장입니다. 제가 없어진 이후에 누군가를 모시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 보이면 효과적일 거라 합니다."
"송구합니다. ……이 문장이 든 마석은 할트무트들에게도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남는 사람이나 평민 전속들에게 필요한 물건이기에 만들어 주신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부디 고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무엘의 말에 나는 할트무트들이 스스로 마석을 준비해 오면 문장을 새겨주겠다고 약속했다.
길베르타 상회에서 코린나와 투리가 재봉사를 데리고 온 것은 문장이 든 마석이 완성된 지 사흘 만이었다.
"저의 이동에 동행하는 전속과 그 가족에게 전달할 문장입니다. 에렌페스트의 영입을 막기 위해, 그리고 이동에 앞서 누구의 전속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쪽이 전속인 투리와 에바의 것이고, 이쪽이 일행인 귄터와 카밀의 것입니다."
"로제마인님, 이건……."
조금 편애가 지나친 게 아니냐고 말하고 싶은 듯한 투리에게서 코린나에게 시선을 옮기고 나는 방긋 미소지었다.
"코린나, 이 외에 동행하는 재봉사가 정해졌을 때에는 알려주세요. 그 사람의 몫도 준비하겠습니다. 제 전속 요리사와 그 가족, 전속 악사에는 이미 주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코린나가 웃는 얼굴로 끄덕이고, 자신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투리는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린다. 나는 그런 투리의 댕기머리를 바라보았다. 머리를 내리고 있는 투리는 이것으로 마지막이다. 늦여름의 성인식 이후엔 성인 여성으로서 머리를 올리게 된다.
……가슴도 제법 있구나. 난 아직 납작한데.
마술지의 조합과 가을에 행해지는 엔트비켈른 때문에 마력을 꽉꽉 압축하고 있는 내 몸은 또 성장이 멈춰버리고 말았다. 마술지 만들기와 엔트비켈른이 끝나면 또다시 마력을 연하게 할 생각이다.
……성인식이 가깝다는 건, 슬슬 결혼 상대도 결정될 무렵이려나? 투리의 결혼……. 결혼인가……. 상대가 누군진 몰라도 뭔가 싫어! 나의 투리가 결혼이라니!
멋대로 상상하고, 멋대로 분노하며, 투리의 결혼 상대가 될 남자에게 상상 속에서 펀치를 날린다. 나의 투리를 빼앗아 가려면 한발 정도는 맞아라! 라는 아빠같은 생각이 가슴에 떠오른 것이다.
"……로제마인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이, 아니요. 조금 생각에 잠겼을 뿐입니다. 머리 장식의 디자인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투리에게 맡길 것이니, 최고급의 실을 사용해서 만들어 주세요. 투리의 머리 장식을 오래 사용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왕의 양녀가 되더라도 붙이고 다닐 수 있는 품질의 물건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신분에 맞지 않는다며 떼어야 되는 것은 슬픈 것이다.
"투리의 성인식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의상이나 머리 장식은 준비되었나요?"
"네. 의상은 겨울에 어머니와 함께, 머리장식은 직접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친가가 아닌 길베르타 상회에서 성인식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빈민가인 친가에서 나오기에는 의상이나 머리 장식이 너무 호화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님과는 신전 앞에서 만나게 되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아빠와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텐션 오르기 시작했어!
"저, 투리를 위해 특대의 축복을 보내도록 할게요."
"모두와 똑같이 부탁드립니다. 편애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지난번 성결제에서도 구텐베르크의 결혼이 있어서 신전장의 축복이 치우쳤었다고 마을에서 이야기되고 있었으니까요."
……우그으. 쪼금 많았을 뿐인데.
어쨌건 모두와 똑같이, 라며 못박히고 말았다. 내가 기분대로 축복했다가는 절대로 치우쳐버리고 만다. 진지하게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나는 도서관의 공방에서 조금씩 마술지의 조합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측근들에게 축복 대책에 대해 물었다.
"축복에 사용하는 마력의 양을 조절하시는 건가요? 도대체 어째서죠?"
성녀처럼 바방 하고 마음껏 축복하면 될 텐데, 라고 하는 할트무트와 클라릿사는 냅두자. 모두를 축복하는 신전장이 지인을 편애하는 것도 마을에서는 그다지 좋게 말해지는 것 같지 않고, 내가 지나쳤다간 후임인 멜키오르가 고생하게 된다. 게다가 투리에게서도 "모두와 똑같이" 라는 주문을 받았다. 투리가 싫은 표정을 짓지 않도록 모두와 똑같은 축복을 보내야만 한다.
"기분에 맡기면 마음대로 축복이 되는 저로서는 축복을 막는 것이 어렵습니다만, 청색 견습들이 견학하니, 모범을 보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의 말에 조금 생각하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얼굴을 들었다.
"마석을 사용해 축복을 내리는 것은 어떨까요? 아렌스바흐의 경계문에서 치러진 성결식에서는 페르디난드님이 주신 마석을 사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지적에,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의 결혼식에서 "지나침 방지" 를 위해 마석을 사용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 방법은 확실히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호위기사로서 동행한 레오노레도 "좋은 생각이네요" 라며 미소짓는다.
"마석을 사용해 축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멜키오르님도 똑같은 축복을 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로제마인님은 마력 제한, 멜키오르님은 로제마인님과 같은 축복을 내리기 위해. 그렇게 목적은 다르지만, 마석을 사용함으로써 축복의 양을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레오노레의 말에 나는 눈을 반짝였다. 마석을 사용하면 투리의 소원을 이루고, 똑같은 축복을 할 수 없다며 고민하는 멜키오르의 고민을 해결할 수도 있고, 실패하는 일 없이 청색 견습들의 모범이 될 수도 있다. 완벽하다.
"정말 괜찮네요! 그럼 마석을 사용하도록 하죠."
그리고 여름의 성인식 당일. 나는 앞서 예배실로 입장하는 할트무트에게 마석을 건넸다. 몇번 축복의 연습을 하며 마력을 조절한 마석이다. 이것으로 축복의 양은 문제 없을 것이다.
"이 마석을 축복하실 때에 전해드리면 되는 거군요."
할트무트와 함께 의식의 진행을 재확인한 뒤, 나는 할트무트가 예배실로 입장하는 것을 전송한다. 의식을 치르는 신관들이 예배실로 입장하는 것을 보던 멜키오르가 "의식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됩니다" 라고 중얼거린다.
"어머, 오늘은 견학일 뿐이니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늘은 청색 견습들이 의식을 견학하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은 견학만이기에 청색의 예복을 입은 견습들은 옆의 벽에 나란히 서 있을 뿐이다. 떠들지만 않으면 된다.
"수확제에서는 자신이 의식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긴장되네요."
멜키오르의 말에 청색 견습들이 모두 수긍했다. 가을의 수확제에서 실패할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긴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뜩이나 범죄자의 자식으로서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데, 실패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듯 하다.
"긴장감은 중요하지만, 벌써부터 긴장하게 되면 몸이 버티지 못해요. 오늘은 소란만 피우지 않으면 됩니다. 어깨의 힘을 빼주세요."
그렇게 말은 걸었지만, 긴장은 그다지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언제나처럼 미소지으려고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굳은 표정인 멜키오르를 선두로, 청색 견습들이 예배실로 들어간다.
모두를 전송하고 잠시 후, "신전장 입장" 이라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나는 성전을 안고 예배실로 입장한다. 단상에서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투리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머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투리가 후훗 웃으면서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꺅! 투리, 미인!
지금까지는 땋아서 등에 흔들리고 있던 청록의 머리카락이 틀어올려져 있다. 그리고 입술에는 연지가 발라져 있다. 그것만으로도 투리는 단번에 어른 여성이 되어 있었다. 측면의 머리카락을 땋아넣었기 때문일까. 주위의 여성보다 스타일에 공들인 것처럼 보였다.
투리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직접 만든 머리 장식이다. 일류인 투리의 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성인식에 임하는 여성들 중에서 가장 예쁘게 보인다. 그리고 좌우러 두 개를 꽂고 있어 매우 두드러진다. 다만 머리장식 자체는 결코 화려한 것이 아니다. 자그마한 꽃이 여럿 달려 있어, 청초한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그 꽃에 사용된 색상은 내가 투리의 세례식을 위해 준비한 최초의 머리장식과 같았다. 꽃의 모양, 실의 질, 만든 사람의 솜씨가 전혀 달라서 같아보이지는 않지만, 측면을 땋아넣은 머리 모양과 같은 색조의 머리 장식은 분명히 세례식 당시를 의식하고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가족들끼리 함께 만들었던 머리 장식이 이 모든 일의 원점이었던 것을 생각나게 한다.
봄의 나들이옷은 마을에서 도드라지지 않도록, 그리고 앞으로도 입을 수 있는 파란색의 심플한 원피스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단색의 나들이옷을 입고 있는 것과는 달리, 엄마가 염색한 천을 사용하고 있다. 투리에게 어울리도록 맞춘 것이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의상과는 꽃의 무늬나 색깔 같은 것이 다르지만, 비슷한 그라데이션을 사용했다. 동질감이 들어 조금 기쁘다.
투리의 손가락이 가슴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내가 준 문장이 든 마석이 반짝이고 있었다. 투리가 태아난 계절에 맞춰 파란 마석을 사용했기에, 의상과 겹쳐서 잘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아, 정말, 뭔가 기뻐서 울것 같아.
눈물을 참기 위해서라도 나는 주위로 시선을 돌린다. 핑크의 머리가 보였다. 저건 어쩌면 페이일까. 확실히 투리와 같은 때에 세례식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쪽 구석에 청색 견습들이 나란히 있다. 실패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그렇게 억지로 투리에게서 의식을 떼어내고, 나는 성인식을 진행한다. 할트무트에게서 마석을 받아 축문을 외운다.
"불의 신 라이덴샤프트시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새로운 성인의 탄생에 당신의 축복을 내려주십시오. 당신에게 바치는 것은 그들의 마음, 기도와 감사를 드리며 성스러운 가호를 받사옵니다."
마석에서 파란색의 빛이 나와 축복이 되어 성인들에게 쏟아진다. 투리의 주문대로 모두에게 동일한 양의 축복이 내렸다. 투리는 안심한 듯이 쏟아지는 축복의 빛을 올려다보며, "잘했어요" 라듯이 나를 향해 웃어 주었다.
……해냈어, 나.
의식이 끝나고, 예배실의 문이 열린다. 그 문 너머에는 예상대로 아빠와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세례식을 마치지 못한 카밀은 역시 집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유감이네, 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아빠와 엄마도 자신의 목언저리에서 가죽끈으로 매단 문장이 든 마석을 미소와 함께 보여주었다. 씨익 웃는 아빠가 "확실히 따라갈 테니까"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족 모두를 이동시키는 것은 나의 억지이다. 나와 가족간의 관계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지 않고, 실제로 할트무트가 알아내기도 했다. 다른 누군가에 의해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 에렌페스트에 두고 가면, 어떤 형태로 이용될지 모른다. 나는 가족이 이용되면 어떻게 폭주할지 알 수 없기에, 자신의 손이 닿는 곳으로 이동하게 했다. 나의 억지이지만, 나의 가족은 그것을 당연하다는 얼굴로 받아주었다.
기쁨과 애정이 가슴에서 소용돌이치며 마력이 부풀어 오른다. 아차했을 때에는 이미 늦고 말았다. 팟하고 파란 빛의 축복이 의식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양으로 쏟아진다.
"뭐, 뭐야!?"
문으로 퇴장하던 성인들이 움찔하며 돌아보고, 청소를 시작하려던 신관들이 "우왓!?" 하고 놀란 목소리를 내지른다. 벽에서 나란히 견학하고 있던 청색 견습들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축복의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휙 하고 기세좋게 돌아보는 투리의 시선이 아프다. 많이 아프다. 푸른 눈동자는 "뭐 하는 짓이야, 마인!" 이라고 화내고 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럴 생각이 아니었어요!
허둥거리며 나는 필사적으로 변명을 생각한다. 그러나 새하얗게 된 머리로는 변변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는다.
"……더, 덤을 얹어줬달까……아, 아니 그게 아니라, 견학하고 있는 청색 견습들에게 마석을 사용하지 않는 축복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려고 생각해서……. 호호호호호……."
"훌륭한 본보기였습니다, 로제마인님."
감동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할트무트의 말은 과연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었을까.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빠와 엄마는 웃음을 참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투리는 무서운 얼굴 그대로이다.
마지막 순간에 실패하고, 투리의 성인식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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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브의 면접까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투리가 귀여웠으니 어쩔 수 없네요.
아, 코피페는 "copy and paste" 가 정답입니다. 지금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마술지에 마력 잉크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범위 지정의 미묘한 신마술의 개발입니다.
그리고 성공했던 성인식은 마지막 순간에 가족 사랑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문장이 새겨진 마석을 보낸 것은 자신이니, 자업자득이려나요?
다음은 아우브의 면접과 엔트비켈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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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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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역시 지뢰는 터져야 제맛.
러츠는 상상 속에서 지뢰양에게 한 대 맞아버렸습니다. (웃음)
コピペ. 복사해 붙여넣기(copy and paste) 의 일본식 약자. 직역하면 '복붙'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コピーしてペッタン. '복사해 붙이기' 라는 뜻.
コピーアンドペッタン. copy and paste.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09화. - 아우브의 면접과 엔트비켈른 -
아우브의 면접과 엔트비켈른
가을의 세례식은 실수 없이 해냈고, 이후에는 엔트비켈른을 위한 마력을 모으기 위해 이따금 성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마력을 공급했다. 브렌류스가 들어간 맛있는 회복약은 없기에, 상냥함들이 회복약을 상음하며 마력을 모으는 매일이다.
그리고 신전은 수확제의 준비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마차와 짐의 수배, 함께 데려가는 근시의 선별, 농촌에서 행하는 의식의 확인 등, 첫 수확제를 위해 꼼꼼히 준비하고 있는 청색 견습들의 모습이 보인다.
가을의 수확제는 징세를 위해 문관이 동행하기 때문에,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이 좋지 않은 취급을 받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일단 문관들에게는 단단히 주의해둘 생각이지만,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다. 누가 어디로 향할지를 정하는 회의가 열리고, 청색 신관과 청색 견습의 편성이 결정된다.
"고아원장의 후임으로 피리네가 청색 무녀 견습이 되었습니다만, 수확제에는 가지 않는 건가요?"
멜키오르가 피리네가 수확제에 가지 않는지 물어와, 나는 "안 보낸다" 라고 대답했다.
"네. 피리네에게는 저의 방이나 근시를 그대로 잇게 할 생각입니다. 지금은 공유 상태이기에, 수확제에 피리네를 수행할 근시나 전속 요리사가 없습니다. 게다가 미성년자이고, 다른 청색 견습들과 달리 수확제에 참가하지 않으면 겨울을 보낼 수 없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번에 미성년자인 청색 견습들을 수확제에 파견하는 것은 인원 부족의 측면도 있지만, 그들의 겨울나기를 위해 절대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정이 아니었다면 미성년자를 성무에 파견하지 않는다. 참고로, 멜키오르는 영주 후보생이라, 청색 견습이 아니더라도 직할지를 돌아봐야 하므로 별개이다.
"신전에 전혀 사람이 없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피리네는 수확제에 보내지 않고 신전을 지키게 할 생각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니, 올도난츠가 회의실로 날아들었다. 하얀 새가 내 앞에 내려앉는다. 그리고 양부님의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생겨서, 사흘 후에 면접을 실시하겠다. 겨울에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치르는 아이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청색 견습들이 같은 말을 세 번 반복하는 올도난츠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고아원에 형제가 있는 아이도 있기에, 고아원에서 귀족이 되는 아이가 어떤 취급을 받게 될지 신경이 쓰일 것이다.
"이번 겨울에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을 연령의 아이는 둘입니다. 보고서는 성으로 귀환하는 로데리히에게 들려보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양부님의 올도난츠를 돌려보냈다. 이번 겨울에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아이는 벨트람과 딜크 뿐이다. 다른 아이도 있긴 하지만, 한 아이는 친가로 돌아갔고, 다른 아이는 할트무트의 면접에서 떨어져, 마술도구를 받지 못했다.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이다.
수확제의 논의를 마치고, 나는 신전장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모니카를 시켜 빌마에게 면접 날자를 알리고, 두 사람에 관한 보고서를 받아 오도록 부탁한다. 그리고 올도난츠를 날려 훈련 중인 라우렌츠를 소환했다. 동생인 벨트람이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을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중요한 면접이 열리는 것이다. 형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빌마의 보고서를 읽고 있자, 바로 라우렌츠가 찾아왔다.
"로제마인님, 면회 날짜가 정해졌다고 올도난츠가……."
"네. 그렇습니다. 고아원으로 가서 벨트람에게 말을 걸어 주세요. 부모 없는 자식으로서, 아우브를 후견인으로서 세례식을 받을 것이니, 세례식이 끝나면 대외적으로 형제로 인정받을 일은 없습니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신경써주면 좋겠습니다."
세례식에서 부모가 결정되는 귀족 사회의 관례로 볼 때, 벨트람은 부모 없는 아이가 되게 된다. 사회적으로 라우렌츠의 동생이 아니게 된다. 고아원에 들어간 시점에서 "동생은 아니죠" 라는 말을 듣는 것이 당연한 사회이다.
"우수한 성적을 인정받는 것. 그리고 복수심과 같은 사상에 대한 문제 없이 아우브·에렌페스트를 섬길 의사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빌마의 보고서에 의하면 벨트람은 성적과 생활 태도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리는 라우렌츠에게 "그렇지만 사상에 관해서는 모르겠습니다" 라고 말한다. 고아원에서는 좋은 아이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만, 아우브에 대한 공순을 나타낼지는 모르겠다.
"부모를 잡아가고, 자신을 고아원에 넣은 아우브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섬기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귀족으로서 살아가려면 영주 일족에게 이름을 올려야만 합니다. 부디 벨트람을 잘 타일러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세요."
부모의 처형에 의해 이름을 올린 라우렌츠가 지금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양부님들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고,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가르쳐 주었으면 한다고 부탁한다. 귀족 사회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하는 벨트람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상상과 현실의 차이를 메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세례 전의 아이들에게 마음 써주시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버림받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처지이니까요."
더 도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 손이 닿는 범위는 넓지 않다. 그리고 너무 참견하지 말아라, 라고 몇번이나 주의받고 있다.
……조금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로제마인 님, 딜크에게는 말을 걸어주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네. 피리네. 딜크는 좀 더 페슈필을 연습해야 하긴 합니다만, 그것 이외엔 문제 없습니다."
진지하게 연습하게 된 것은 마술도구를 받은 이후였기에 얼마 되지 않았다. 가끔 고아원의 연습을 보러 가고 있는 로지나의 보고에 의하면 이대로 진지하게 연습하면 세례식의 발표회에 나갈 정도는 될 것이라 한다. 그다지 걱정하지 않고 있다.
"사상에 관해서는 할트무트가 한 번 면접했었고, 그렇게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목표를 정하고 있다면 문제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귀족 출신인 아이들과 달리, 고아원에서 살아가는데 있어 영주 일족의 혜택을 받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충성심도 딱히 의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딜크에 대한 걱정은 귀족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귀족으로서의 상식을 익히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고아원에서 자란 딜크에게 있어 어려운 것은 귀족으로서의 상식과 마음가짐입니다. 되도록 많이 가르쳐 주도록 하세요. 영주 후보생인 저로서는 본보기가 안 됩니다."
딜크는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로서, 고아원 출신이라는 말을 들으며 귀족과 살아가야 한다. 영주 후보생인 내가 아는 귀족의 상식보다는 하급 귀족의 경험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피리네는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며 끄덕여주었다.
"다무엘에게도 딜크의 지도를 부탁할게요. 그리고 로데리히. 빌마의 보고서를 양부님에게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면접 당일. 양부님은 호위기사, 근시, 문관을 각각 둘 씩 데리고 신전으로 찾아왔다. 양부님은 엄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나의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쓸모 없는 사람을 위해 수고를 들일 생각은 없다. 목숨은 구했으니, 그 이상의 취급에 대해선 간섭하지 않도록."
내가 그들을 불쌍하다고 생각해 구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기준과 정도가 귀족 사회의 그것과 어긋나 있는 것은 알고 있다. 연좌에서 구해준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것은 페르디난드를 연좌에서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던 것으로도 잘 알 수 있다.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영주 일족에게 있어 중요한 사안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저는 양부님이 어떤 판단을 하시더라도 불평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가. 알아준다면 그걸로 되었다."
양부님은 조금 어깨의 힘을 빼고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면접이 시작된다. 딜크와 벨트람과 빌마가 호출되어, 먼저 빌마가 두 사람에 대해 보고한다. 보고서를 받은 양부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다. 녹색의 눈동자에 진지한 빛을 품고 딜크와 벨트람을 바라본다.
"과연. 둘 다 열심히 노력한 모양이군. 성적은 매우 우수하다. ……딜크는 세례식을 치를 때까지 좀 더 페슈필을 연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만, 벨트람은 성적에 관해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양부님은 거기서 말을 한번 끊고 딜크를 바라본다.
"딜크, 그대는 범죄자인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로 인식되어 귀족 사회에서 살아가게 된다. 꽤나 힘든 생활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만, 그래도 귀족이 되기를 바라는가?"
딜크는 검정에 가까운 짙은 갈색의 눈동자를 빛내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랍니다. 저는 로제마인님이 해주신 것처럼 고아원을 지키기 위한 권력을 바랍니다. 그것은 고아로서는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어떤 괴로움이 있더라도 귀족이 되고 싶습니다."
할트무트의 면접에서 말했던 것처럼 딜크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바람을 전하고, 마술도구를 준 양부님에게 감사의 말을 한다. 딜크의 눈에는 순수한 바람이 있을 뿐이다. 부모가 죽임당한 것도 아니기에, 아우브에 대한 어두운 감정같은 건 조금도 없다.
"로제마인님에게 받은 회복약을 사용해도 아직 벨트람의 절반도 마력을 모을 수 없었지만, 귀족원에 입학할 때까지는 절대로 모을 것입니다."
딜크의 올곧은 마음에 양부님의 얼굴이 조금 풀어진다. 그리고 조금 동정하는 듯한 시선으로 딜크를 바라본다.
"……그대는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로 간주된다. 그러므로 성인이 되었을 때엔 영주 일족에게 이름을 올릴 필요가 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은 연좌를 피하기 위해 이름을 올리고 있기에, 청색 견습들이나 고아원 출신자도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 딜크는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가 아니지만, 고아원에서 귀족이 되는 이상은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 설명을 들은 딜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자신의 주인을 선택하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고아원을 지켜주실 분을 주인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어떤 귀족이 데려갈지, 팔려갈지, 그 뒤에 어떤 취급을 받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 고아의 삶이다. 그것에 비하면 스스로 자신의 주인을 선택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딜크는 말한다.
근본적으로 귀족과는 생각이 다른 것에 양부님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가……" 라며 끄덕였다.
"딜크, 그대가 에렌페스트의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는 것을 인정한다."
"감사합니다."
딜크가 "됐다" 라고 작게 외친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희색이 만연한 딜크에게서 벨트람에게로 시선을 옮긴 양부님은 벨트람을 가만히 바라본다.
"뭔가 할 말이 있어보인다만?"
입을 다물고 있는 벨트람에게 양부님은 "말해 보아라" 라며 조용한 어조로 압력을 가한다. 벨트람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로 딜크 같은 고아가 귀족이 되는 것입니까?"
"딜크 같은 고아라고 했다만, 그대도 고아이다. 두 사람은 같은 입장이겠지?"
양부님의 말에 벨트람은 울컥한듯이 눈을 부릅뜨고 "그렇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다.
"딜크와 같지 않습니다. 전 기베·빌토르1의……."
"그대가 아는 기베·빌토르는 이제 없다. 기베·빌토르의 지위는 이미 다른 자의 것이다. 그리고 고아원에 있는 그대는 고아이다. 내가 후견인이며, 부모 없는 아이로서 귀족이 되는 것이니 딜크와 차이가 없다. 세례식에서 부모가 결정되는 귀족 사회에 있어, 그대의 부모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우렌츠와도 형제라고 보여지지 않고, 고아원 출신인 딜크와 같은 입장이라는 말을 들은 벨트람은 "알고 있습니다" 라며 입을 다물고 조금 시선을 내렸다.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알면서도 이해를 거부하는 듯한 태도에 나는 가만히 숨을 토했다.
"고아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그대는 한시라도 빨리 고아원에서 나가고 싶다던가, 자신이 몸을 두었던 귀족 사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노력하는 모양이더군. 하지만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더라도 과거의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다."
벨트람의 주먹이 꽉 쥐어져 떨리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격정을 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당면한 현실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세례식을 마치더라도 부모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고, 사는 곳은 신전인 채이다. 조금 위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청색 견습으로서 생활하게 된다. 그런 현실을 알고 나의 후견을 받아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치를 각오가 있는가? 딜크처럼 주인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자신에게 공순을 나타내지 않은 범죄자의 아이를 에렌페스트의 귀족으로서 대우할 생각은 없다."
엄한 눈빛으로 양부님은 벨트람을 바라본다. 벨트람은 꾸욱 눈을 감았다.
"부모를 처형한 영주 일족을 섬길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성이나 귀족원에서 이런저런 뒷소문이나 악의를 받으며, 연좌의 의미를 알고 있고, 지금 자신의 처지에 감사할 수 있는 연상의 아이는 자신의 주인을 선택하겠다는 각오도 있다. 하지만 갑자기 가족을 잃고, 범죄자의 가족에 대한 주위의 시선을 모르는 채, 고아원에서 로제마인에게 보호되어 있던 어린 아이는 지금의 처지에 감사할 수 없겠지?"
벨트람은 잠시 잠자코 있다가 "……감사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형님도 죄를 저지른 것은 부모님이며, 나쁜 것은 부모님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있는 것이 기적적인 것이라고. 알고 싶지 않지만, 알고 있습니다. 영주 일족의 자비로 우리는 살아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가. 형에게 그런 말을 들었는가……."
"……예. 형님은 로제마인님에게 이름을 바쳤지만, 저는 멜키오르님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고아원에 몇 번이나 얼굴을 보이며, 공부하는 모습을 봐주거나, 청색 견습들과 함께 카루타나 트럼프를 해주며 자신들에게 신경써준 멜키오르라면 모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름 올리기를 생각하고 있다면 좋겠지. 그대의 후견인이 되겠다."
양부님의 말에 벨트람은 어깨의 힘을 뺐다.
두 사람이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게 되었기에, 겨울의 세례식의 의상과 시중인을 어떻게 할지 상의하고, 대략적인 결정을 내린다. 의상은 물려입고, 시중인은 신전장인 내 측근에게 시키기로 했다. 내년 이후부터는 멜키오르의 측근이 하게 된다.
세례식의 이야기를 마치고 딜크들은 퇴실한다. 곧이어 엔트비켈른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그렛시엘의 엔트비켈른은 플로렌시아의 출산 후에 할 예정이다."
"출산 후에요?"
"그래, 플로렌시아가 회복약으로 몸을 추스르고 엔트비켈른에 참가하겠다며 말을 듣지 않는다."
양부님은 양모님을 엔트비켈른에 참가시키지고 싶지 않지만, 양모님은 산후에 회복약을 써서라도 참가하려는 모양이다.
"양모님의 몸 상태도 걱정이지만, 엔트비켈른의 준비는 다 되었나요?"
"상인들의 설계도가 도착해, 문관과 기베·그렛시엘이 마을을 설계했다. 마력은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다. 마력 압축과 가호의 재취득 덕분이지. 솔직히,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양부님이 가호를 재취득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편하게 마력을 모을 수 있었던 듯하다. 나도 열심히 마력을 압축 중이니, 마력은 어떻게든 되겠지.
"그러고 보니, 광역 바센 쪽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번에는 페르디난드님도 안 계시고, 저도 엔트비켈른 직후에 그렛시엘로 가는 것은 무리입니다."
건물이야 엔트비켈른으로 새로 만들더라도, 마을 전체를 바센으로 깨끗이 씻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타령의 상인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평민들에게 해묵은 더러움을 청소시키는 것은 무리다. 마을 전체의 바센은 필수다.
"……그것 말이다만 클라릿사를 빌릴 수 없겠는가?"
양부님의 말에 나는 "클라릿사입니까?" 라며 입술을 삐죽 내민다. 클라릿사는 할트무트의 약혼자로이며, 아직 단켈페르가 소속이다. 나에게 이름을 올렸기에, 내가 개인적으로 일을 시키는 것은 괜찮지만, 영지의 사업에 내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으나, 광역 마술을 보조하는 상당히 유효한 보조 마법진을 갖고 있다고 브륜힐데에게 들었다. 클라릿사의 보조가 있으면 마을을 바센으로 씻어내는 것은 기베·그렛시엘이나 브륜힐데를 비롯한 그렛시엘의 귀족들끼리 어떻게든 하겠다고 한다. 그러니 엔트비켈른이 시행되는 날에 그렛시엘로 가도록 명해 주지 않겠는가?"
우리 영주 일족은 초석의 제단에 들어가 있어야 하기에, 그렛시엘에서 바센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브륜힐데는 나나 페르디난드 같은 마력이 없기 때문에, 보조 마법진과 사람 숫자로 어떻게든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측근인 브륜힐데가 부탁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다만, 브륜힐데는 아우브인 내가 직접 부탁해야 한다고 했다."
"뭐, 엔트비켈른은 영지의 사업으로서 양부님이 주도하는 것이니, 양부님이 부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러면서 양부님을 바라본다.
"클라릿사에게 그렛시엘로 가라고 명하는 것은 상관 없습니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뭔가?"
"영주 일족의 측근인 상급 귀족들을 전부 그렛시엘로 보내주세요. 분명 그렛시엘의 귀족들만으로는 역부족일 것이고, 영주 일족이 적극적으로 그렛시엘을 지원하는 것은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귀족원에서 딧타를 하며 광역 마술 바센을 사용했던 경험을 말하고, 근시, 문관, 기사, 누구라도 좋으니 마력이 많은 사람을 잔뜩 그렛시엘으로 보내도록 조건을 건다.
"영주 일족의 지원이 없으면 그렛시엘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렛시엘을 정비하는 것은 에렌페스트를 위해서입니다. 게다가 저의 측근만 파견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아직 타령 소속인 클라릿사뿐만 아니라 영주 일족 전원의 측근들도 포함시키고 싶습니다. 인원이 많을 수록 편한 것은 광역 바센도 엔트비켈른과 마찬가지니까요."
"……알았다. 영주 일족의 측근인 상급 귀족들에겐 그렛시엘으로 향하도록 명해두겠다."
양부님이 조건을 받아들였기에, 나는 클라릿사에게 올도난츠를 보내 브륜힐데와 논의해 광역 바센의 계획을 세우도록 명한다. 브륜힐데에게서 곧바로 감사의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송구합니다, 로제마인님. 클라릿사에게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영주 일족 측근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당히 편하게 마을을 세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브륜힐데의 올도난츠는 상당히 밝은 목소리를 하고 있어, 브륜힐데가 엔트비켈른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잘 알 수 있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저도 조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답한다. 곧 다시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브륜힐데의 올도난츠라고 생각했지만, 올도난츠는 내 앞이 아니라 양부님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레베레히트입니다. 아우브·에렌페스트, 플로렌시아 님 아래에 엔트빈두게2가 찾아오신 것 같습니다."
출산의 여신이 찾아왔다는 것은 산기가 있다는 것이 틀림없다. 양부님이 벌떡 일어섰다.
"멜키오르에게 연락을. 곧바로 성으로 돌아가겠다."
양부님의 측근이 멜키오르에게 알리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양부님, 저는……."
"그대는 동복 형제가 아니기에 성으로 돌아가더라도 본관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가능하면, 여기서 엔트빈두개에게 기도해 주거라."
해산할 때엔 플로렌시아에게 마력을 주는 것도 있다고 한다. 그 때의 마력은 남편이나 자식 같은 혈족이 아니면 반발이 크다고 한다. 내가 가더라도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양부님과 멜키오르가 급히 성으로 돌아가는 것을 배웅한 뒤, 신전장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기 방에 있는 작은 제단 앞에서 출산의 여신 엔트빈두개에 기도를 드린다.
며칠 뒤, 멜키오르가 신전으로 돌아왔다. 태어난 것은 여자아이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다시 일주일 뒤, 나는 성으로 호출되었다. 엔트비켈른이 시행되는 것이다. 영주 일족이 자신들의 측근인 상급 귀족들을 그렛시엘로 파견한다. 내 측근 중에서는 클라릿사, 할트무트,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레오노레, 오틸리에가 그렛시엘에서 바센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그렛시엘은 더러움 하나 없는 새하얀 마을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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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아우브의 후견을 받아 부모 없는 귀족의 자식으로서 세례식을 받는 딜크와 벨트람.
고아원에서 자란 딜크와 귀족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벨트람은 같은 입장이지만 전혀 다릅니다.
그리고 지난번에는 페르디난드에게 위임한 광역 바센.
이번에는 클라릿사의 보조 마술과 인해전술로 넘겼습니다.
다음은 수확제와 구텐베르크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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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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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마인이가... 사고를 안 쳤어? 게다가 질베스타에게 상식적인 조언까지....ㄷㄷㄷ
마인이는 펑 하고 터지거나 쁘힛 하고 우는 것이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Wiltord
Entbindung(석방, 면제, 출산, 방출)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10화. - 수확제와 구텐베르크의 선택 -
수확제와 구텐베르크의 선택
그렛시엘의 엔트비켈른이 무사히 끝났다. 나는 성에 있는 초석의 제단에 틀어박혀서 마력을 쏟을 뿐이었기에, 그렛시엘에 다녀온 측근들이 변화한 그렛시엘의 모습에 대해 알려준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바센을 사용하자 마을이 순식간에 깨끗해졌습니다. 하늘에 떠오른 수많은 마법진에서 일제히 물이 쏟아지는 모습은 상당한 장관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기베의 명령을 받은 병사들과 2호점으로 입주하는 상인들이 감시하게 된다고 합니다. 브륜힐데에 의하면 목공 공방의 짐을 실은 첫 번째 행렬이 에렌페스트를 출발했다고 합니다."
"영주 일족의 측근인 상급 귀족들이 도와주러 온 것에, 기베·그렛시엘은 정말로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도움을 지시한 아우브에게 상당한 호감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광역 바센에 대한 것을, 레오노레가 브륜힐데의 보고를, 오틸리에는 기베·그렛시엘이나 다른 귀족들의 반응에 대해 알려준다.
"저는 바센이 끝나고 거리로 내려가 보았습니다. 거래를 마치고 각 영지로 돌아가는 상인들은 왔을 때와 전혀 다른 그렛시엘의 모습에 감탄하며 내년의 상거래에 대한 기대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돌아간 상인들이 보고를 올리면, 이번 일은 귀족원에서도 화제에 오를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할트무트와 클라릿사는 깨끗해진 거리를 돌아다니며 여러가지로 둘러본 것 같다. 문도 창틀도 없는 가게가 늘어선 상가 지역이 흥미로웠다고 한다.
"클라릿사, 고맙습니다. 마을 전체의 세척은 보조하는 마법진의 유무에 의한 차이가 큽니다. 단켈페르가 소속인 당신에게는 억지를 쓰고 말았지만,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뇨,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 이번 일로 제대로 로제마인 님의 측근으로서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클라릿사는 약혼자인 할트무트가 신관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아직 단켈페르가 소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평소에는 영지와 깊이 관련된 일은 맡겨지지 않는다. 나를 돕고는 있지만, 신전에 출입할 수 없고, 문관으로서 일을 도왔던 영주 회의도 끝나, 정말로 자신이 도움이 되고 있는지 불안했다고 한다.
"저는 클라릿사가 마술지의 조합을 도와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받고 있는데……."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나의 측근으로서 인정받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라 한다. 먼 길을 다녀온 것이니, 무언가 얻은 것이 있었다면 잘 된 일이다.
상인들이 각각의 영지로 돌아가는 계절은 수확제의 시기이기도 하다. 이번 수확제에서는 샤를로테가 기원식을 마친 기베의 영지를 돌고, 빌프리트와 나와 멜키오르가 분담해 직할지를, 청색 신관들이 분담해 기베의 영지를 돌게 되어있다.
"할트무트에게는 봄에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방문했던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을 맡기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로제마인 님은 직할지에 더해, 소신전의 인계와 킬른베르가 인근의 기베도 담당하고 계십니다. 부디 무리가 없도록 부탁드립니다."
나는 하세의 소신전의 수호석과 비밀방을 멜키오르에게 인계하고 킬른베르가에 들러 구텐베르크를 데려와야만 하기 때문에 무척 바쁘다.
수확제에는 언제나와 같이 다무엘과 안젤리카를 호위기사로 데려간다. 다음은 신전의 근시와 전속들이다. 그들이 익숙한 동작으로 수확제를 준비하는 것을 곁눈으로 보면서 나는 신전에 남는 측근들에게 일을 배정해나간다. 수확제에서 돌아온 안젤리카나 다무엘과 교대할 수 있도록 느긋하게 휴가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피리네처럼 신전을 지키기 위해 의욕을 보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주인이 없는 이 시기는 미성년인 측근에게는 귀족원의 교과 과정을 예습하기에 최적인 시기이므로, 이 기회에 착실히 공부해 둘 것을 권해 두었다.
고아원의 교대 인원을 데리고 갈 마차와 호위 병사의 수배를 부탁하고, 고아원에는 겨울을 날 준비를 하도록 지시하고, 공방에서 만든 불연지는 프랭탕 상회를 통해 매입해 도서관으로 옮기게 한다. 그렇게 차근차근 수확제의 준비를 하며, 부지런히 도서관을 오가며 나는 페르디난드의 마술지를 작성하는데에 최대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귀족원에 갈 때 같이 가져가고 싶은데. 이전처럼 페르디난드 님이 영지 대항전 때에 에렌페스트의 다과회실에서 자게 되면 직접 전할 수도 있으니까.
마술지를 만들어가는 와중에도 점점 출발 날짜는 다가온다. 제일 먼저 출발하는 것은 마차를 타고 멀리 있는 기베의 영지로 향하는 청색 신관들이다. 당연히 어린 견습과 함께인 사람도 있다. 지금까지는 미성년인 견습을 참가시킨 일이 없었기에, 청색 신관들도 당혹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캠퍼, 프리타크. 첫 참가인 어린 견습과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여러가지로 힘들겠지만, 잘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견습인 당신들은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았으니, 그들보다 높은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도 있겠죠? 그렇지만 신전에서는 모두 같은 청색 신관입니다. 견습인 당신들은 선배들의 말을 잘 듣도록 하세요."
첫 참가인 견습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짐덩이이기에, 신관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타일러 둔다. 멀리 출장을 나가 제지할 사람이 없는 와중에 귀족의 권력을 꺼내기라도 하면 귀찮아지는 것이다.
"징세관계로 동행하는 문관들에겐 심한 취급을 하지 말도록 당부해두긴 했습니다만, 지금 세무관계로 종사하고 있는 사람 중엔 라이제강계의 귀족들이 많습니다. 도발해 오거나, 옛 베로니카파에 대한 비아냥이나 빈정거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그 자리에서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고, 로제마인 님이나 멜키오르 님에게 보고하겠습니다, 라고만 말해두도록 하세요."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견습들이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라며 마차에 오른다. 잔뜩 짐을 실은 마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차를 타고 기베의 영지로 향하는 신관들이 출발하고, 다음은 본인은 기수로 이동하고, 짐과 근시들을 마차로 이동시키는 할트무트와 샤를로테의 차례가 된다. 본인이 출발하기에 앞서 먼저 짐을 보내두는 것이다.
신전으로 출발 인사를 하러 온 샤를로테는 갓 태어난 여동생의 이야기를 조금 한 뒤에 짐이나 회색 신관을 태운 마차를 보냈다. 샤를로테 자신과 측근들은 내일 출발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출발하는 것은 직할지를 돌아보는 영주 후보생들이다. 빌프리트를 보내고, 이어 멜키오르의 짐을 보낸다. 멜키오르 자신은 호위기사의 기수에 동승한다고 한다.
나는 하세를 향해 교대할 회색 신관들을 보내며 마차를 호위하는 병사들에게 인사를 한다. 아빠의 목덜미에서 가죽끈이 보였다. 문장의 마석을 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도 잘 부탁 드립니다."
"맡겨주십시오."
그런 짧은 대화라도 아빠와 말을 나누는 것이 기쁘다.
하세로 가는 마차를 보낸 뒤에 나는 레서 버스를 내고 근시들에게 짐을 싣게 한다.
"로제마인 누님의 기수는 편리하네요. 저도 빨리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샤를로테의 말로는 크기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제법 많은 마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귀족원에 들어가 열심히 마력을 압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네요."
내 말에 멜키오르는 조금 불만스러운 듯이 입술을 내밀었다.
"로제마인 누님이 중앙으로 이동해 버리기에, 저는 로제마인 누님의 마력 압축 방법을 배울 수 없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아버님에게 들었습니다."
"뭐, 그렇게 되겠죠. 페르디난드 님이 계시지 않기 때문에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이미 올해부터도 다른 사람에게 마력 압축을 가르치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에렌페스트를 떠나게 된 이상, 그 계약은 이 이상 넓히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티아스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게오르기네도 자력으로 2단계의 압축을 했었던 모양이다. 본래는 스스로 고민하며 자력으로 어떻게든 해야 할 일이고, 내가 왕족이 되면 도서관의 지하 서고의 존재를 널리 알릴 생각이기도 하다. 그러니 지하서고에 기록되어 있는 압축 방법을 시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양한 분에게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잘 생각할 것. 그리고 고어의 공부를 제대로 해둘 것.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조언은 이 정도일까요."
"성전을 읽기 위해 공부하고는 있지만 앞은 먼 것 같습니다."
멜키오르는 하아 하고 숨을 토하고는 어깨를 떨어뜨렸다.
나는 레서 버스를 타고 하세의 소신전으로 간다. 비밀방을 열어 모니카에게 방을 정돈시키고, 전속 요리사들에게 일을 시작하게 한다. 그리고 프랑과 호위기사를 데리고 하세의 겨울의 관으로 향했다.
"리히트, 내년부터는 신전장이 새로 바뀝니다. 오늘은 그 소개를 위해 차기 신전장인 멜키오르를 데리고 왔습니다."
신전장이 바뀌는 것을 촌장인 리히트에게 전한 뒤, 의식을 치르고 열띤 볼페1를 관람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에 징세관과 세금을 확인한 뒤에 멜키오르과 함께 소신전으로 이동한다. 인계의 시작이다.
"멜키오르, 이것이 소신전의 수비석입니다. 연간 두 번, 기원식과 수확제가 있을 때에 마력을 공급하게 됩니다. 이렇게 색이 바뀔 때까지 마력을 쏟으면 끝입니다. ……마력량이 걱정이라면, 마력이 든 마석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나중에 샤를로테나 빌프리트 오라버님도 등록시켜 협력을 부탁드려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로제마인 누님은 전부 혼자서 하고 계셨던 거네요."
멜키오르가 조금 풀죽은 듯한 소리를 했지만, 매일매일 목숨이 걸린 마력 압축을 하고 있던 나와는 마력량을 비교해선 안 된다. 그런 기세로 압축해대다간 나처럼 성장 불량이 된다.
"멜키오르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혼자 할 필요는 없어요."
수비석에 마력을 등록하고, 근시와 하세의 회색 신관들이 나의 비밀방에서 가구를 전부 들어내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멜키오르가 사용하는 가구는 어떤 건가요? 이 비밀방과 함께 가구도 가급적 양도하도록 하겠습니다. 1년에 두 번밖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에 돈을 쓰는 것도 아깝죠? 이곳에 새 가구를 들이기보다는 그 돈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영주 일족이 대물림 받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멜키오르는 순간 놀란 얼굴을 보였지만, 멜키오르의 회계장부를 쥐고 있는 듯한 근시는 안도한 기색이었다. 신전용 예산은 있겠지만, 하세와 에렌페스트 신전의 예산이 각각 따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방을 갖추는 것은 상정 외였을 것이다.
"이불과 같은 피륙품은 교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탁자나 침대 등의 목재 가구는 그대로 사용하도록 하죠, 멜키오르 님. 로제마인 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이, 인계로 바쁜 지금, 1년에 몇 번밖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위해 성에서 적합한 가구를 고르거나, 주문할 시간은 없습니다."
돈이 아니라 시간이 아깝다는 근시의 말에 멜키오르는 "그렇네요. 그럼 감사히 쓰겠습니다" 하고 납득한다.
"토르, 릭. 멜키오르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마차로 옮겨 주세요. 에렌페스트의 신전으로 가져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쓰지 않는 물건을 에렌페스트의 신전으로 옮기도록 지시한다. 비밀방이 완전히 비자, 멜키오르가 방을 재등록한다. 그리고 또다시 가구를 안으로 들인다.
"귀족님의 방은 의외로 번거로운 점이 많네요."
예배실의 문이 활짝 열려, 짐이 드나드는 모습을 바라보던 병사들이 그렇게 말했다. 열쇠를 건네주면 끝인 평민의 인수인계와는 사정이 다른 것이 흥미로운 것 같다.
"마력 등록이 있으므로 안전성은 높지만 양도할 때는 성가시네요."
"방을 후임에게 물려준다는 것은 정말 다른 곳으로 가시는 건가요? 귄터씨가 전속인 가족과 함께 이동하게 되었다며 인계를 시작했기에 놀라고 있었습니다만……."
가족과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아빠도 문에서 인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머, 제가 이동하는 것은 아직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해 주세요."
살짝 아빠를 흘겨보면서 그렇게 말하고, 병사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짐의 반입 상황을 보거나 소신전을 관리하고 있는 노라나 마리테와 부족한 물건의 보충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한다.
"그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마리테. 제가 이동하더라도 하세와 에렌페스트의 신전의 왕래는 계속 있을 것이고, 하세의 소신전이 없어질 일도 없습니다."
"네."
"그리고 동행하는 병사들의 답례에 대한 것도 인계해 두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넷!"
병사들에게 주는 돈은 아랫마을의 정보로서 양부님에게 팔도록 멜키오르에게 조언해 두었다. 예산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받아내면 되는 것이다, 라며 귀족원에서 얻은 정보를 각 관계부서에 파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하자, 감탄한 듯한 얼굴로 듣고 있었으므로, 열심히 양부님에게서 받아낼 것이라 생각한다.
하세의 소신전의 인계를 마치고, 멜키오르는 남쪽으로, 나는 동쪽으로 출발한다. 기수를 타고 직할지를 차례로 돌며 각지의 수확제를 끝내고, 후버2, 블론3, 글라츠4, 히어쉬5의 기베의 여름의 관을 거쳐 킬른베르가로 향한다.
기베·킬른베르가에게 인사하고, 의식을 치르고, 다음날 아침에 징세를 실시한다. 모든 것을 확인하고, 구텐베르크들을 회수하면 철수다.
"이번에도 오랜 출장, 수고하셨습니다. 처음으로 참가한 사람도 많았죠? 킬른베르가는 어땠나요?"
러츠와 길의 보고에 의하면 유디트가 꽤나 세심히 손을 써주었던 모양이다. 처음인 사람들은 역시 토지의 차이에 어리둥절해 하거나, 아프거나 하기도 했지만, 익숙한 사람들은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었고, 쾌적했다고 한다.
……중앙에서의 준비에 유디트들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나는 구텐베르크들에게 킬른베르가에서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에렌페스트의 신전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무에게 준비시킨 초대용 목패를 각각의 공방에 건넸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니, 대방6, 구텐베르크 본인, 그리고 구텐베르크에게 제자로 인정 받은 자, 이 세명은 신전으로 와주십시오. 날짜는 닷새 후 3의 종7입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일단 내용을 읽는다. 이번 킬른베르가의 출장엔 제자의 참가가 많았던 탓에, 귀족으로부터의 초대장에 덜덜 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엔 또 뭐지? 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러츠나 요한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저, 로제마인 님. 하이디 씨도 참가시키게 됩니까?"
긴장한 모습으로 물어온 것은 잉크 공방의 호레스였다. 하이디의 언행이 프랑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나 폭주하는 하이디를 제지하기 위해 요제프가 고생하던 것을 떠올리며, 나는 몇 초간 생각에 잠긴 뒤에 방긋 웃었다.
"잉크 공방은 부부 모두 구텐베르크이니, 어느 한쪽만 참가해도 좋습니다. 하이디가 집을 보게 될 경우엔, 대신 잉크 연구에 유용할 듯한 타령의 소재를 조금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라고 전해주세요."
하이디가 절대 집에 남고 싶어 할 만한 제안을 말하자, 호레스가 감동한 듯 눈을 반짝였다.
"감사합니다! 로제마인 님은 정말 성녀십니다!"
……어? 하이디를 억제하는게 그렇게 감동할 일이었어?
수확제에서 돌아온 신관들을 맞이하고 있는 와중에 소집일이 된다. 이번에는 아랫마을의 장인들이 있는 것을 고려해 고아원장실을 사용하기로 했다. 초대인원이 많기 때문에, 현관 홀에서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의자를 많이 두게 하고, 니콜라에게 다과를 준비시킨다.
방문이 익숙한 프랭탕 상회의 벤노, 마르크, 러츠를 선두로 구텐베르크들과 그들이 소속된 공방의 사람들이 굳은 표정으로 뒤를 잇는다. 귀족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것이 평민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인사가 다소 틀려도, 손발이 함께 움직이고 있어도 못 본 척한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귀족과 접할 일이 없는 아랫마을의 직인이므로 다소 예의에 어긋나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처벌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명시해 두었다. 이는 대방들의 긴장을 풀기 위해서인 것도 있지만, 나의 측근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도중에 일일히 눈총을 받거나 이야기가 중단되어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아직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어 여러분을 초청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다음 봄까진 발설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나는 다음 봄의 끝에 에렌페스트를 떠나는 것, 성인이 되면 그쪽에서 인쇄업을 시작하려 하기 때문에 구텐베르크들이 따라오기를 바란다는 것을 전한다.
"구텐베르크 본인이나 제자가 오면 고맙겠습니다. 자신의 전속에게는 명령하는 것이 보통입니다만, 저는 되도록이면 희망을 듣고 싶습니다. 결혼이나 약혼에 의한 제약이 있는 사람도 있기에 이주는 강제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주할 수 없을 경우엔 지금처럼 장기 출장을 통해 기술을 전수시킬 생각이니, 장기 출장은 강제가 됩니다."
이주는 강제가 아니라는 말에 대방들이 모두 안도한 얼굴을 보였다. 소중히 길러온 후계자를 빼앗기는 것은 곤란할 것이다. 이주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벤노는 태연한 모습으로 차를 마시고 있지만, 금시초문이었던 듯한 러츠는 녹색의 눈을 부릅뜨고 나를 보고 있다.
"에렌페스트를 떠나는 것은 결정된 것인가요?"
"그렇진 않지만 뒤집힐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구텐베르크의 이동은 정말로 3년 후인가요?"
……러츠도 벤노 씨랑 똑같은 말을 하고 있어! 그렇게 의심스러운 듯한 눈으로 보지 마!
"의상과 장신구를 전담하고 있는 길베르타 상회와 르네상스는 저와 함께 이동할 것이니 봄의 끝에 이동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프랭탕 상회도 공방이나 가게의 준비. 그리고 새로운 인쇄협회를 만들기 위해 먼저 이동시키겠다고 벤노가 말해주었습니다."
벤노에게 시선을 돌리자, 벤노는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다른 대방들을 보면서 프랭탕 상회의 앞으로의 대응을 말한다.
"저는 먼저 이동해 구텐베르크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프랭탕 상회에서는 저, 마르크, 러츠, 이렇게 세 명이 이주할 예정입니다. 러츠는 미성년자이기에 부모의 승낙이 필요하므로 부모를 불러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 정식으로 결정하겠습니다."
벤노의 말에 러츠는 히죽 웃었다.
"부모를 설득해서라도 함께 가겠습니다. ……투리에게 뒤처질 수는 없으니까요."
"익숙한 사람들이 함께 해주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다만 제가 성인이 되지 않으면 타령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구텐베르크들의 이동은 제가 성인이 되는 3년 후입니다."
성인이 되기 전에 마음대로 사업을 벌릴 수 있었던 에렌페스트가 특수했던 것입니다, 라고 내가 말하자, 으음, 하고 뭐라고도 할 수 없는 반응이 돌아왔다.
"미성년이 패트런이 되는 것은 에렌페스트에서도 보통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받아들인 에렌페스트가 특수한 것일지도 모릅니다만, 가장 특수한 것은 로제마인 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요한의 말에 구텐베르크들이 모두 끄덕인다. 호위기사로서 문 앞에 서 있는 다무엘까지 끄덕이고 있다. ……뭐야, 이거. 내 뒤에 서 있는 할트무트가 "특수가 아닌 특별입니다" 라고 정정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이주할 때엔 가족과 함께 이주해도 상관 없습니다. 이미 길베르타 상회의 머리장식 직인은 가족과 함께, 부부인 전속 요리사는 아이와 아이를 돌보기 위한 어머니가 동행한다는 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배려는 감사합니다만 저는 갈 수 없습니다. 이 마을에서 자신의 공방을 갖기 위해 계속 노력해와서……."
생각에 잠긴 구텐베르크들 사이에서 인고는 신음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젊은 대방이라 일을 얻는 것도 고생하던 인고지만 구텐베르크가 된 지금은 마을에서 제법 인기 있는 공방이 되어 있다고 한다. 다프라도 늘기 시작했고, 새로 들어오고 싶다는 희망자도 많은 것 같다.
나 이외의 패트런도 있고, 주문을 받은 것도 있고, 지금까지 쌓아온 관계도 있기 때문에, 새로운 곳으로는 갈 수 없다고 말한다. 가족을 이동시킬 수 있는 것은 다행히지만, 나도 아는 사람들이 있고, 자신의 도서관이 있는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인고의 마음은 잘 안다.
"알겠습니다. 인고는 이곳에 머무르도록 하세요."
"감사합니다. ……디모, 넌 어떡할 거지? 가고 싶다면 다프라 계약을 해지해도 좋다. 평소에도 다른 마을에 관심이 있었지?"
인고가 옆에 앉아 있는 자신의 제자인 디모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디모는 인고의 말에 얼굴을 든다.
"저, 로제마인 님. 대방이 아닌 제가 갈 경우에 공방은 주어집니까?"
"일할 장소는 필요하니, 공방은 줄 것입니다. 역시 대방이 될 자격까지 주지는 못하지만, 그 땅에 인쇄라는 새로운 기술을 들여가는 것이기에, 자격을 얻기는 쉬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 말에 디모는 기쁜 듯이 눈을 반짝였다. 디모는 인쇄기 제작 초기부터 함께 해왔기에, 인고를 대신해 온다면 너무나도 믿음직스럽다.
디모가 "가겠습니다" 라고 결의를 표명하자 잭이 초조한 듯이 조금 몸을 움직였다.
"로제마인 님, 희망하면 명령해주십니까? 다프라들은 명령이 없으면 쉽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대방이 안 된다고 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어이! 하고 잭의 공방의 대방이 눈을 치켜올렸지만 잭은 갈 생각 만만인 것 같다.
"모르는 마을에 가면 재미있는 것들이 잔뜩 있고, 발상의 계기가 되는 것들도 많습니다. 게다가 저는 다른 도시에 자신의 이름이 붙은 물건을 두고 싶습니다."
우물의 펌프, 마차의 개조 등 에렌페스트 곳곳에서 잭과 나의 이름을 볼 수 있다. 그것을 다른 영지에서도 하고 싶은 것 같다. 제법 야심가이다. 뭐, 함께 가고 싶다면 나는 데리고 갈 것이다. 잭의 발상력과 설계력은 다른 사람이 대신하기 어렵다.
"알겠습니다. 본인의 희망이 있더라도 대방이 반대한다면 명령하겠습니다. 하지만 신혼인 부인에게 상담 후 결정하도록 하세요."
"그 녀석은 괜찮습니다. 구텐베르크의 출장도 함께 가겠다고 했었을 정도라서."
"괜찮다는 말은 본인으로부터 들을 때까진 섣불리 해선 안 됩니다. 잭은 반드시 아내의 의견을 듣도록 하세요. 제가 명령을 내리는 것은 그 이후입니다."
구텐베르크들의 출장에 따라가더라도 반년에 한번은 에렌페스트로 돌아오게 된다. 장기 출장과 타령으로의 이주는 다르다. 갑자기 이혼 소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화는 필수이다.
"하이디는 절대로 가겠다 하겠지만, 대방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하이디는 몰라도, 요제프, 너는 베루프8의 칭호를 가진 후계자다만?"
요제프와 비어스는 끄응, 하고 머리를 안고 신음하기 시작했다. 비어스에게는 하이디보다 요제프가 없는 것이 더 문제인 것 같다.
"호레스, 베루프 자격을 따낼 수 있겠나?"
"저요?"
호레스가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베루프는 대방이 되기 위해 필요한, 각 협회에 소속된 여러 베루프로부터 인정받는 실적을 남김으로써 협회장에 의해 주어지는 자격이다. 공방만 있으면 되는 공방장과는 그 성격이 다른, 프로 중의 프로에게 주어지는 자격인 것이다.
또한, 인쇄 협회와 식물지 협회는 현재 벤노가 인정한 사람에게 주어지고 있지만, 공방의 숫자 자체가 적고, 배운 것을 해내는 것이 고작이라 아직 베루프가 없다. 재직기간이 최소한 10년은 필요하기에, 그동안 일크나에서 새로운 종이를 발명하고 있는 사람들이 베루프의 자격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이디를 억누르기보다는 호레스가 자격을 갖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은데. 그래서 타나와 결혼하면 공방 쪽은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데……."
타나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대방인 비어스의 혈족 중 누군가일 거라고 생각한다. 요제프의 목소리에는 뭐라고도 할 수 없는 깊은 체념이 깃들어 있었다. 하이디를 억누르는 것은 엄청난 난제인 듯하다. 비어스도 체념한 얼굴로 끄덕였다.
"하이디를 억누르기보다는 그게 현실적이겠군. 잉크를 만드는 법은 이미 알고 있다. 돈벌레인 연구 바보는 패트런과 함께 가는 것이 좋겠지."
뭔가 엄청난 이유로 하이디의 중앙행이 결정되었다. 대신할 후계자로 낙점된 호레스는 아연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부디 힘내길 바란다.
"저는 대방의 손녀와 약혼이 결정되어서……아무래도 이주는……."
요한이 조금 쑥쓰러운 듯이 고개를 젓는다. 대방은 좀 묘한 얼굴로 요한을 보면서 "우리 공방에서 누구를 보낼지 조금 생각하게 해주게" 라고 말했다.
"나중에 벤노를 통해 답을 주세요. 아직 서두르지 않으니까요."
"감사드립니다."
후일, 벤노를 통해 답이 왔다. 아무래도 대방의 손녀는 요한이 아닌 다닐로와 결혼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말 없이 묵묵히 일하는 장인 기질인 요한보다 밝고 말을 잘하는 다닐로 쪽이 좋다는 것 같다.
"아가씨, 부디 요한을 잘 부탁하네, 라는 대방의 전언이 있었다고 합니다. 요한은 로제마인 님과 함께 이주하고 싶다며 우울해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길이 그렇게 보고했다. 요한이 딱하다고 생각하면서 머릿속에 다닐로와 요한을 나란히 세워본다. 여자아이에게 먹히는 스타일은 분명 다닐로다.
……미성년인 여자아이니까. 요한은 요한의 장점이 있는데 말야.
하아, 하고 한숨을 토하고 있자, 길이 어려운 기색으로 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로제마인 님, 난……."
아랫마을의 직인들과 함께 생활하던 킬른베르가에서 이제 막 돌아왔기 때문인지, 말투가 조금 흐트러져 있다. 그것이 나의 근시에서 해고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예전의 길을 상기시켰다. 나는 조금 그리운 기분으로 서랍에서 문장이 새겨진 마석을 꺼냈다.
"길은 3년 후에 부를 생각입니다. 싫지 않다면, 이것을 받아 주세요. 제가 3년 후에 데리고 갈 사람을 나타내는 표식입니다."
나는 길에게 문장이 새겨진 마석을 건넨다. 길은 기쁜 듯이 웃으며 받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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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의 소신전을 인계하고, 구텐베르크들을 회수했습니다.
각각의 선택을 하는 구텐베르크.
장기 출장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새로운 장소로 가는 것에도 그다지 저항감이 없습니다.
요한은……그게, 안됐습니다만, 동행이 결정되었습니다.
다음은 겨울의 세례식과 귀족원으로의 출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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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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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다무엘에게 동료가 생겼네요.
다음화는 드디어 귀족원으로 출발하네요. 얼른 번역하러 가야겠습니다.
볼페
1. 마수의 이름.
2. 농촌의 수확제에서 열리는 경기를 말한다.
마수인 볼페를 공으로 사용해 쫓아가서 걷어차는 축구같은 경기.
경기장의 중간에 선을 긋고 각각의 진으로 나누어 경기한다.
진의 1/4 부근에 또다른 선이 그어져 있고, 그 범위 안에 있는 원에 볼페가 들어가면 득점한다.
기본적으로는 축구처럼 걷어차지만, 1/4 범위 내에 들어가면 손으로 들고 원 안에 넣거나 두드리거나 하기 때문에 럭비나 핸드볼처럼 된다.
외부의 충격이 없어져 볼페가 얼굴을 내밀면 아웃이 되어 상대에게 볼페를 넘겨야 한다.
겨울의 관에서의 위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 또한 승자가 결정되면 경품인 고기가 승리한 마을에 주어진다.
단어의 모티브는 ball (공) + fest (축제) 또는 festival -> val-fest 로 추정.
Huber
Blon
glaz
Hirsch (사슴)
大方.
견습 직인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스승을 뜻하는 오야카타(親方)의 대체어로 사용되었다.
문장이나 학술이 뛰어난 사람을 뜻한다.
1의 종. 04:00
2의 종. 07:00 ~ 07:30
3의 종. 09:30 ~ 10:00
4의 종. 12:00
5의 종. 14:30 ~ 15:00
6의 종. 17:00 ~ 17:30
7의 종. 20:00
'베루프=마이스터' 라고 간주해도 문제 없을 것으로 보인다.
578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11화. - 딜크와 벨트람의 세례식 -
딜크와 벨트람의 세례식
길에게 문장이 새겨진 마석을 주었으니 니콜라와 빌마에게도 주기로 했다. 니콜라는 피리네가 성인이 되는 것과 함께 이동시킬 예정이고, 빌마는 일단 어머님에게 맡겼다가 성인이 된 이후에 데려갈 생각이기 때문이다.
둘을 신전장실로 불러 마석을 건네자, 니콜라는 밝은 얼굴로 "어딜 가더라도 로제마인님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라며 마석의 문장을 빛에 비추듯 바라보며 기뻐해 주었다.
"빌마는 저의 전속 화가가 되어주겠습니까? 아니면 어머님의 전속 화가인 편이 좋은가요?"
"로제마인 님의 전속 화가가 되고 싶습니다. 엘비라 님은 좋은 손님입니다만 저의 주인은 로제마인 님이니까요."
빌마는 방긋 웃으며 마석을 받아주었다. 다행히다. 빌마와 함께 웃고 있자, 문 너머에서 할트무트의 방문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로제마인 님, 샤를로테 님이 슬슬 돌아오시는 것 같습니다."
"어머, 예정보다 빨랐네요. 현관으로 마중을 나갈 것이니, 차와 과자의 준비를 부탁합니다."
수확제에 간 사람들 중에서 마지막으로 돌아온 것은 샤를로테였다. 나는 할트무트와 함께 현관으로 마중나간다. "니콜라와 빌마에게도 문장을 주신 건가요?" 라고 말하는 할트무트의 목덜미에도 문장이 새겨진 마석이 빛나고 있다. 함께 가는데도 꼭 좀 가지고 싶다며 클라릿사와 함께 두 사람 몫의 마석을 가져온 것이다. 나중에 데리고 갈 사람의 신분 보장을 위해 건네준 물건이라서, 나와 함께 가는 할트무트와 클라릿사에게 주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무엘이 문장이 새겨진 마석을 받은 사람들이 할트무트에게 괴롭힘 당할 것을 걱정하기에 어쩔 수 없이 문장을 새겨주었다. 할트무트는 희희낙락이다.
"지금 돌아왔습니다, 언니."
"어서 오세요, 샤를로테. 긴 여행, 힘들었죠? 잠시 차라도 어떤가요?"
"기꺼이 함께 하겠습니다."
샤를로테를 신전장실로 초대해 차와 과자를 먹으면서 수확제의 이야기를 듣는다. 북쪽은 봄을 부르는 의식이 행해지게 된 이후로 수확량이 크게 올라, 주민의 생활이 상당히 편해졌다고 한다.
"그렛시엘의 엔트비켈른이 끝났으니, 내년부터는 충분한 마력이 모이면 의식의 무대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왔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들이면 북쪽의 귀족들은 영주파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샤를로테는 역시 귀족 관계의 사교능력이 대단하네.
샤를로테의 보고를 듣고 있자, 니콜라가 차를 더 가져다 주었다. 그 가슴언저리에는 급히 끈으로 메단 듯한 문장의 마석이 빛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장식품을 다는 일이 없는 회색 무녀가 마석을 걸고 있는 것을 보고 샤를로테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머, 그것은 로제마인 공방의 문장이죠? 좀 전의 할트무트도 걸고 있었습니다만 뭔가 의미가 있는 건가요?"
샤를로테의 질문에 나는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에 데려갈 사람들이 다른 귀족들에게 팔려가지 않도록, 주인에게 버려졌다고 생각되지 않도록, 신변보장을 위해 준 것이라 말한다. 덧붙여 할트무트와 클라릿사는 함께 가지만, 자신들도 갖고 싶다며 스스로 마석을 가지고 왔다는 것도 말한다.
"언니, 저도 갖고 싶습니다."
"네? 샤를로테도? 하지만 그건 제 측근이나 데리고 갈 사람에게 주는 거라서……."
설마 샤를로테가 할트무트같은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눈을 깜박거리고 있자, 샤를로테는 조금 쑥쓰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언니를 따라갈 수 없고, 계속 에렌페스트에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언니의 비호를 받는다는 증거같은 것이고, 떨어져 있어도 주인임을 나타내는 마석이지요? 저도 언니와 떨어지게 되더라도 자매임을 나타내는 무언가를 가지고 싶습니다."
주종 관계가 아닌 자매 관계를 나타내는 무언가를 가지고 싶다는 말은 내 언니심을 강타했다. 이것은 뭐가 어쨌건 간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안건이 아닌가.
……그치만, 귀여운 여동생이 조르고 있는걸!? 떨어지게 되더라도 자매임을 나타내는 뭔가를 갖고싶다고 하잖아? 이건 만들 수밖에 없어! 그래, 언니로서!
"어떤 것이 갖고 싶나요, 샤를로테? 전, 최대한 요망에 응하겠습니다!"
"그런! 언니의 시간을 이 이상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아랫마을의 직인이 만든 금속 장식이면 충분합니다."
"아랫마을의 직인이 만든……?"
"네. 주종 관계를 나타내는 것과 혼동될 수 있으니, 딱히 마석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저와 언니의 관계를 알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동전 정도 크기의 금속에 로제마인 공방의 문장을 음각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샤를로테는 말한다. 주종과 자매는 의미가 다르니, 다른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는 샤를로테와 논의해 크기와 소재를 정하고 설계도를 그린다. 그리고 길을 불러 요한에게 의뢰하도록 했다. 분명 겨울 내에 만들어 줄 것이다.
"요한은 실력이 좋기 때문에 멋진 물건을 만들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대하고 있을게요, 언니."
수확제가 끝나면 겨울나기의 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익숙한 작업이라 고아원도 신전장실도 프랑들에게 맡겨두면 문제 없다. 멜키오르와 청색 견습들의 겨울나기 준비도 신전 근시들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멜키오르는 봉납식 기간 이외엔 기본적으로 성에서 체류하기 때문에 주로 자신들의 준비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겨울나기 준비를 신전의 모두에게 맡기고, 나는 나 자신의 준비를 한다. 페르디난드에게 부탁받은 마술지를 만들거나, 귀족원에서 만들 도서관의 슈밀에 필요한 소재를 준비하거나, 아렌스바흐로 보내는 요리나 과자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장례식 때 받은 편지의 답장과 함께 보낸 것들은 슬슬 다 떨어질 무렵이다.
……이번에는 생선 육수를 활용해 내식대로 재해석한 아렌스바흐의 요리를 보내야지.
아렌스바흐의 요리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맛있지만, 이건 아냐! 가짜다!" 라는 감상이 튀어나올 듯한 마개조가 되어버렸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나저나 페르디난드님의 공방에서는 꽤나 다양한 소재가 있네요. 굳이 채집하러 나가지 않아도 여기에 전부 있는게 아닐까요?"
내가 마술지를 조합하는 동안 옆에서 힐쉬르의 메모를 보면서 소재를 꺼내고 있는 클라릿사가 감탄에 찬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조합하고 싶은 문관에게는 보물의 산과 같다고 한다.
"페르디난드님이 모은 것도 많지만, 유스톡스가 각지에서 채집한 소재를 선물로 가져온 것들이 많다고 합니다. 저는 체력 안배를 우선하지 않으면 성무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페르디난드님은 기원식과 수확제마다 채집하러 나가셨던 모양이니까요."
나는 그런 말을 하면서 시간 단축의 마술을 사용해 레시피와 눈싸움을 하며 조합을 계속해 나간다. 페르디난드의 레시피는 절차도 사용되는 소재도 많아 너무 번거롭다.
……파밧 하고 마력을 사용해 단번에 금가루를 쏟아부으면 빠른데. 치잇.
그렇게 귀족원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자, 그레티아에게서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딜크와 벨트람의 세례식 의상과 청색 견습들이 입을 의상이 확보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옛 베로니카파로부터 접수한 물건들 중에 아이의 의상은 없었는지 물어보거나, 물려입을 수 있을 만한 의상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맞는 옷을 고르기 위해 한번 만날 필요가 있습니다. 신전으로는 언제 가져가면 좋을까요?"
"사흘 후에 하죠. 그때쯤이면 조합이 끝날 것입니다."
"쉬는 날을 고려해 닷새 후로 하겠습니다."
올도난츠로 상의한 결과, 닷새 후에 그레티아와 멜키오르의 근시가 신전으로 의상을 가져오게 되었다. 아우브에 의해 지급된 물건이라, 청색 견습들은 멜키오르의 방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의상을 택한다. 겨울의 세례식에서 입을 의상, 어린이방에 있을 때에 입을 의상, 귀족원에 가는 사람은 검은 색을 기조로 한 의상, 기수복, 조합복 등 필요한 물건이 많이 있다.
"저는 고아원에서 딜크와 벨트람의 의상을 맞춰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그레티아와 근시들을 데리고 고아원으로 가, 1층에 있는 아이들 방에서 딜크와 벨트람의 의상 맞추기를 시작했다. 둘에게도 세례식용과 어린이방용 의상이 필요하다. 척척 의상을 맞추고, 그레티아는 두 개의 바구니에 옷을 나누어 간다.
"이런 근사한 옷을 받게 되다니, 대단하네."
"세례식에 입을 건데도, 엄청난 싸구려에 낡은 옷이 아닌가."
"어머, 범죄자의 자식에게는 이것도 분에 넘칠 정도랍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직접 주문하지 그랬나요. 그랬으면 저도 옷을 모을 수고가 줄었을 텐데."
"뭣!?"
뜻밖의 말에 벨트람이 빙글 돌아서자 그레티아가 벨트람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는다. 평소에는 앞머리로 가려져 있는 청록의 눈동자에는 노골적인 모멸의 빛이 어려 있었다.
"자신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네요. 아우브는 딱히 자비와 친절로 저희들을 구한 것이 아닙니다. 장래의 귀족의 수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범죄자의 자식은 역시 불온분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연좌를 피했을 뿐인 아이같은 것은 즉각 처분됩니다."
그레티아의 차가운 시선과 혹독한 말에 벨트람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적어도 고아원에서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상처입은 얼굴을 하고 있는 벨트람에게 그레티아는 더욱 말을 더한다.
"지금까지 계속되어 온 연좌를 모면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행운인 것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아이는 불안요소에 지나지 않습니다. 밖으로 내보내기 전에 배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라우렌츠?"
"그레티아, 말이 너무 심합니다."
내가 무심코 그레티아를 말리자, 그레티아는 방긋 미소지으며 엄한 시선을 나에게 향해왔다.
"어리석은 자의 언동에 열 명 이상의 목숨이 걸려있는 것도, 형인 라우렌츠의 교육이 모자란 것도 사실입니다. 비록 불안요소라 해도 아직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아이를 배제할 수 없다는 무른 말씀을 하실 거라면 자신의 입장 정도는 깨닫게 해야 합니다.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은 상냥함이 아닙니다, 로제마인님. 이대로는 죄를 저지른 가족의 연좌에서 모처럼 구한 생명을 어리석은 아이 한 명 때문에 잃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본의가 아니시죠? 라며 그레티아는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한번 구했다고 해서 그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타일러져, 나는 끄덕 하고 수긍했다.
"반지는 후견인인 아우브가 준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딜크의 시중인은 제가, 벨트람의 시중인은 멜키오르님의 근시가 하게 되었습니다."
"……배제하고 싶다면서도 시중을 들어주는 거네요. 고맙습니다, 그레티아."
그레티아는 작게 웃으며, "세례식 날 입을 의상만 두고, 나머지는 어린이방으로 가지고 가겠습니다" 라며 일어서, 바구니를 가지고 성으로 돌아간다. 망연자실한 얼굴을 하고 있는 벨트람의 머리를 툭 하고 라우렌츠가 친다.
"벨트람. 말투는 심해도 그녀의 말은 사실이다. 성에서 생활하게 되면 싫어도 현실이 보일거라 생각한다. 고아원과 같은 상냥한 세계가 아니야."
그 뒤에 딜크와 벨트람은 봄부터 사용할 방과 가구를 고른다. 근시를 선택하는 것은 봄에 된 이후가 된다. 콘라트는 당분간 고아원에서 회색 신관 견습으로서 지내며 몸이 성장해 의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마력이 늘어난 이후에 청색 견습으로서 방을 얻고 싶은 듯 하다.
딜크와 벨트람은 내가 준 반지로 축복을 주는 연습을 하고, 발표회를 위해 페슈필의 연습을 하고, 세례식의 순서나 귀족의 상하관계에 대해 배우는 등 분주하게 준비하는 사이에 겨울이 되었다.
세례식 당일, 나는 리제레타, 오틸리에와 함께 성의 자기 방에서 의식용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그레티아는 딜크의 수행인이기에 신전으로 가 있다. 딜크를 세례식용 의상으로 갈아입히고 고아원에 있는 아이용 페슈필을 가져오기로 되어 있다.
"오늘의 의식을 마치면 이 의상은 귀족원으로 가지고 가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아우브·클라센부르크로부터 양부님에게 연락이 들어와, 귀족원이 시작되면 바로 봉납식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중앙 신전에서 신구를 빌리려면 봉납식의 시기를 피해야 하고, 가호를 얻는 의식을 치르는 3학년이 조금이라도 많은 가호를 얻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성무를 경험하는 편이 좋다. 그러너 것들을 중앙 신전, 귀족원의 교사와 함께 논의한 결과 학생들의 봉납식은 귀족원이 시작된 직후, 하급, 중급, 상급으로 세 번에 나누어 진행하기로 정해졌다고 한다.
"저의 사정은 무시에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리제레타?"
"중앙과 상위 영지에 의한 결정이 강압적인 것은 언제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로제마인님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하급의 봉납식은 샤를로테 님이, 중급의 봉납식은 빌프리트 님이 주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빌프리트님이 아우브와 교섭해주셨습니다."
"그건 다행히네요."
의식의 준비와 회의에 시간을 뺏길 것이 확실하기에, 얼른 강의를 끝내고 돌아오지 않으면 에렌페스트의 봉납식에 맞출 수 없게 된다.
"아우브의 교섭으로 영주 회의 때 청색 신관으로서 동행한 사람들은 귀족원에서도 동행할 수 있게 되었으니, 봉납식이 끝날 때까지 호위가 많은 것은 든든하네요."
"갑자기 확정된 동행이었기에, 겨울 사교의 예정이 엉망이 되고, 귀족원으로 향할 준비가 상당한 큰일이었던 것 같지만요."
신관장인 할트무트, 청색 신관으로서 호위하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다무엘, 레오노레, 안젤리카는 봉납식이 끝날 때까지 귀족원의 출입이 허가되었다. 다행히긴 해도, 이건 이것대로 큰일이다.
갈아입기가 끝나자, 그레티아에게서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딜크와 벨트람을 포함한 청색 견습들이 성에 도착했다고 한다.
"새로운 에렌페스트의 아이를 맞이하라."
단상 위, 내 옆에 선 할트무트의 말과 함께 활짝 문이 열리고, 오늘부터 귀족의 대열에 합류하는 아이들이 입장한다. 열두 명의 아이가 있는 가운데 딜크와 벨트람은 최후미를 걷고 있다.
이 자리에서 세례식을 치르는 것은 여섯 명이다. 할트무트가 신화를 이야기하고, 신분이 낮은 아이부터 마력을 등록한다.
"딜크."
이름이 불린 딜크가 긴장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온다. 나는 마력을 검사하는 마술도구를 딜크에게 내밀었다. 딜크는 마술도구 막대를 쥐고 빛낸다. 박수가 터졌다. 안심하고 있는 딜크에게 미소를 보이며 나는 메달을 꺼내 마술도구를 도장처럼 찍고 등록했다.
……어라, 이건 뭐지?
마력을 등록했는데도 거의 색이 변하지 않는다. 굉장히 희미한 색조로, 색이 들어간 것 같기도 하고, 들어가지 않은 것 같기도 한 이상한 느낌이다. 굳이 말하자면 바람의 속성이 강한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럴 땐 어쩌면 좋지?
나는 무심코 페르디난드의 모습을 찾아 돌아보다가 할트무트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어쩐지 조금 어색하다.
할트무트는 그런 나를 눈치채지 못한 듯 다가와서 메달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나와 똑같이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로 "바람의 가호는 있는 모양이네요" 라고 중얼거린다. 그런 건 나도 알고 있다.
……할트무트도 모르는 것 같네.
아무리 생각해도 대답이 나올 리 없기에, 나는 딜크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바람의 가호가 있습니다. 신들의 가호에 걸맞는 행동을 유념함으로써 보다 많은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 이상한 일이 발생하긴 했지만, 메달에 마력을 등록하는 것은 끝이다. 할트무트가 메달을 관리용 상자에 넣는다. 등록이 끝나자 마술도구 반지를 가진 양부님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순간 회장 안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저것이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인가?" "연좌를 면한 아이다" 라는 수근거림이 커지기 시작한다. 연좌를 면한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되고 있는지, 그레티아가 말하던 성의 현실을 잘 알 수 있다.
그런 주위의 소리를 완전히 무시하며 양부님은 딜크에게 반지를 내민다.
"신과 모두에게 인정받은 딜크에게 반지를 선사한다. 이제부터는 내가 후견인이 된다. 따라서 부모의 계급이 아닌 그대의 마력량에 의해 계급을 정한다. 새로운 중급 귀족의 탄생이다. 축하한다, 딜크."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아우브·에렌페스트."
딜크는 긴장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소와 함께 정중히 감사의 말을 올리고 왼손 중지에 끼고 있는 붉은 마석의 반지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딜크에게 대지의 여신 게둘리히의 축복을."
내가 축복을 보내자 딜크도 연습한 대로 축복을 돌려준다. 부드럽게 부풀어 오른 빛이 떠올라 나에게 닿았다.
짝작 하고 드문드문 박수소리가 들린다. 지금까지 경험한 세례식과는 분위기가 달라서, 불안이 찌릿 하고 가슴에 퍼진다. 그러나 이것으로 딜크의 세례식은 종료다.
"벨트람."
말끄러미 결점을 찾는 듯한 귀족들의 시선 속에서 벨트람도 딜크와 마찬가지로 단상으로 올라와 마력을 등록한다. 벨트람은 평범하게 색이 바뀌었다. 딜크는 어째서 그런 현상이 일어났던 걸까. 몸이 먹히는 출신끼리 비교해 봐도 나와는 전혀 다르다.
……나는 전속성이었으니 서로 비교하면 내가 더 이상한 걸지도 모르지만.
"물과 불의 가호가 있습니다. 신들의 가호에 걸맞는 행동을 유념함으로써 보다 많은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벨트람의 마력 등록이 끝나자 다시 양부님이 반지를 가져왔다. 이번에는 청색의 마석이 붙어 있다. 벨트람은 여름에 태어난 모양이다.
"신과 모두에게 인정받은 벨트람에게 반지를 선사한다. 이제부터는 내가 후견인이 된다. 따라서 부모의 계급이 아닌 그대의 마력량에 의해 계급을 정한다. 새로운 중급 귀족의 탄생이다. 축하한다, 벨트람."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아우브·에렌페스트."
벨트람은 그렇게 말하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양부님에게 손을 뻗었다. 손을 잡고 이마를 붙이기엔 키가 부족했지만, 무엇을 원하는지 양부님은 이해했던 모양이다. 조금 몸을 굽히고 벨트람을 향해 손을 내민다. 벨트람은 양부님의 손을 잡고, 손등에 자신의 이마를 맞췄다.
단상 위에서 아우브에게 최대급의 감사를 올리는 벨트람의 모습에 귀족들의 수근거림이 한순간 멎었다.
이어서 다른 아이들의 세례식을 마치고 페슈필의 발표회가 시작되었다. 하급 귀족부터 발표를 시작하고, 이어서 중급 귀족인 딜크, 벨트람의 차례로 연주한다. 연습 시간이 적었던 것에 비해 딜크의 연주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벨트람은 역시 제대로 교육을 받은 귀족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능숙한 연주였다.
발표가 끝나자 할트무트가 폐회를 알리고 일단 점심 식사를 위해 해산한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점심을 먹고, 다시 회장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귀족원에 입학하는 신입생에 대한 수여식이 있고, 귀족원으로 이동하는 날짜가 발표되었다. 니콜라우스가 망토와 브로치를 받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교자리에서는 "중앙 신전으로 가시는 겁니까?" 라고 물어오는 사람이 많아, 에스코트하던 빌프리트가 "그런 일은 없습니다" 라며 귀족들을 물리는 일이 많았다.
대강 귀족들과 인사를 마치고 나는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에게 "올해도 귀족원에서 함께 힘내요" 라고 말을 걸며 돌아다닌다. 그리고 요리에 걸신들린 귀족들이 몇 명이나 눈에 띄었다. 몇 년 전이라면 몰라도, 더 이상 새롭지도 않은 요리에 다들 몰려들어 푹 빠져 있는 모습은 신기하다.
……이상한 사람들이네.
"로제마인 님."
딜크의 목소리에 나는 돌아보았다. 시중인인 그레티아와 벨트람도 함께였다. 아무래도 청색 견습들을 중심으로 교류를 넓히고 있는 것 같다.
"딜크, 로제마인 님에게 너무 스스럼없이 굴지 마라. 본래는 로제마인 님이 말을 걸어주시는 것을 기다려야만 한다."
벨트람이 딜크의 팔을 잡아당기며 귀족 사회의 방식을 가르친다. 딜크는 벨트람의 말을 듣고, "죄송합니다, 로제마인 님" 하고 사과했다. 나는 딜크에게 방긋 미소지은 뒤에 벨트람에게 시선을 향했다.
"벨트람, 멋지던데요. 아우브에 대한 감사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제시하자, 한순간이긴 해도 귀족들의 목소리가 멈췄으니까요."
벨트람이 말이 막힌 듯한 얼굴로 조금 시선을 피한다. 분명 수줍어하고 있다. 라우렌츠는 금새 분위기를 타고, "무릎꿇고 감사드릴까요?" 라고 말할 성격인데. 형제인데도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벨트람, 남은 시간 동안엔 그레티아와 함께 딜크에게 큰 실수가 없도록 봐주도록 하세요."
"너무 힘든 역할을 강요하지 말아주세요, 로제마인 님."
귀족의 상식을 모르는 딜크의 감시는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좀 싫은 듯한 표정을 하면서도 꼼꼼히 딜크를 가르치고 있는 벨트람의 모습은 어쩐지 조금 활기차 보여서 안심된다.
"벨트람은 괜찮겠네요, 그레티아."
"안심하는 것이 너무 빠릅니다, 로제마인님."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말 한마디 한마디로 옛 베로니카파 귀족들의 입지가 좁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겨울의 사교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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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원까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벨트람이 불안한 점을 눈감아 줄 수 없는 것은 자신의 목숨이 걸린 그레티아.
과거에 여러가지로 있어서 라우렌츠, 벨트람의 아버지와 형을 엄청 싫어하기에 용서없음입니다.
딜크의 마력을 등록하면서 이상한 일이 있었지만,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세례식은 종료되었습니다.
다음은 귀족원으로 갑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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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끝났다~! 연재분 다 따라잡았.... 어라? ss 갱신 날짜가 이상한...데???
샤를로테가 로제마인 문장을 원하는 것이 정략적인 속셈이지 않을까 하고 의심하다가 그만 자괴감에 빠져버린 역자였습니다. 분명 과거 어딘가에 순수함을 흘려버린 것 같은데, 아무래도 찾을 수가 없네요. (눙물)
빌프리트는 그동안 까먹은 인기를 조금씩이나마 만회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그레티아.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우리 지뢰여신을 그런 눈으로 보면 안 돼요! 신성모독입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ss 32화. - 외국의 과자와 장난감(5부 111화 / 레티지아 시점) - 책벌레의 하극상 ss / 번역 게시판
2017.01.0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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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과자와 장난감
제 578 화, 딜크와 벨트람의 세례식에서 로제마인이 보낸 음식을 받은 아렌스바흐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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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지아 님, 페르디난드 님의 초대입니다."
겨울의 사교계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가을의 끝에 젤기우스가 목패를 가지고 왔습니다. 젤기우스의 목패를 로스비타가 대강 확인하고 제게 줍니다. 그 목패는 점심 초대장이었습니다. 겨울의 사교계가 시작되면 바빠지기에 그 전에 한 번 점심을 같이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쓰여 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이 과제가 아닌 식사 초대를 하시다니 신기한 일도 있네요. 뭔가 있었던 건가요, 젤기우스?"
저의 근시장인 로스비타의 아들인 젤기우스는 페르디난드 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페르디난드 님과 연락을 취할 때에는 얼굴을 보여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페르디난드 님에게 에렌페스트에서 보낸 짐이 도착했습니다. 그 중에 레티지아 님이 이번 여름에 에렌페스트로 보냈던 조미료와 레시피를 이용한 요리가 있어, 레티지아 님을 식사에 초대해달라는 로제마인 님의 편지가 있었습니다."
이미 맛보기를 마친 유스톡스에 의하면 정말 맛있다고 합니다, 라고 젤기우스가 즐겁게 미소지으며 알려주었습니다. 로제마인 님이 제게 보낸 과자나 편지의 답장도 들어있다고 합니다. 기뻐진 저는 그 초대를 받기로 했습니다.
……로제마인 님은 제가 보낸 레시피 중에서 어떤 요리를 만들어 주신 걸까요? 정말 기대됩니다.
이번에 페르디난드 님의 방에 초대되면서 서의 별채에는 처음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둘째 부인이나 셋째 부인의 방이 있는 서의 별채로 굳이 발걸음을 옮길 용건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북의 별채와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만, 각 층에 하나씩밖에 방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세례식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영주 후보생들이 생활하는 북의 별채에 비해 건물 자체가 작은 모습입니다.
"오늘 이렇게 초대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여름의 장례식 직전, 페르디난드 님은 왕명에 의해 서의 별채에 방을 받았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의 방에 초대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방에 계신 페르디난드 님에게선 무척이나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본관에서 볼 때와는 달리, 조금 얼굴에 피로가 드러나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까요?
젤기우스에 의하면, 페르디난드 님은 비밀방을 공방으로 만들어 자기 방에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비밀방에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수면을 위한 긴 의자를 공방에 들이고 싶다는 페르디난드 님의 요청을 유스톡스과 에크하르트 두 사람이 "불러도 반응이 없어질 것 같기에" 라며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페르디난드 님이 저에게 자리를 권하자 유스톡스가 마술도구 상자 안에서 차례차례로 냄비와 접시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주방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자리에서 급사받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정말로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그 마술도구 속을 들여다보고 싶지만 그것은 실례이기에, 꺼내는 물건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만족합니다.
"레티지아 님, 이쪽이 로제마인 님으로부터 받은 요리입니다. 많은 종류가 있으므로 조금씩 내도록 하겠습니다. 꼭 레티지아 님의 소감을 듣고 싶으시다고 합니다."
유스톡스가 테이블에 차린 요리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것도 저것도 한눈에는 무슨 요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낸 레시피로 만든 요리는 어디 있는 걸까요?
"이쪽은 가르네셸1의 포메2 스튜3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유스톡스가 로제마인 님의 편지를 보면서 테이블 위의 요리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 줍니다. 페르디난드 님이 맛보기를 하시고 이제 제가 먹을 차례입니다만, 저는 커틀러리를 든 채 굳어버렸습니다. 저의 그릇 어디에도 가르네셸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건 정말 가르네셸의 포메 스튜인 걸까요. 아니면 유스톡스가 저의 접시에는 가르네셸을 퍼주지 않은 걸까요?
접시를 보면서 당황하고 있자, 먼저 먹고 있던 페르디난드 님이 한 번 커틀러리를 내려놓으셨습니다. 그리고 푹신푹신 부드러워보이는 빵을 집어들며 씁쓸한 미소를 띄웠습니다.
"레티지아 님, 이건 가르네셸의 포메 스튜가 아닌 돼지 포메 스튜로 생각하고 먹는 편이 좋겠지요. 아렌스바흐의 조미료를 사용했으니 맛은 비교적 레티지아 님에게도 친숙한 느낌일 거라 생각합니다. ……가르네셸의 포메 스튜와는 완전 다른 물건입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의 말에, 저는 가르네셸의 포메 스튜가 아닌 새로운 요리라고 생각하고 먹기로 했습니다. 살짝 고기에 칼을 들이대자 너무나도 부드럽게 삶아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고기를 입에 넣고 씹자 살살 녹는 듯한 식감과 함께 놀랄 정도로 농후한 맛이 입 안에 가득 퍼집니다.
익숙한 조미료의 맛인데도 처음 먹는 맛이라는 정말로 신기한 느낌입니다. 여러가지 수많은 맛이 돼지 안에 꾸욱 하고 숨어 있어, 그것이 조미료와 잘 어울리고 있는 것입니다.
……맛있어요!
맛있습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완전히 다른 음식입니다. 이것은 가르네셸의 포메 스튜는 아닙니다. 가르네셸과 돼지의 차이만이 아니라 조미료도 여러가지로 배분이 달라져 있습니다. 정말로 제가 보낸 레시피로 만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다른 요리입니다만,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됩니다.
"어떠십니까, 레티지아 님? 로제마인은 독특한 개조를 하지요? 가르네셸이 들어 있지 않은데도 가르네셸의 포메 스튜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당당하게 편지에 써두었으니 말이죠."
흐르듯 우아한 동작으로 식사하시는 페르디난드 님의 분위기가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느껴졌습니다. 아렌스바흐의 조미료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고향의 맛인 것도 아니겠지만, 역시 이렇게 로제마인 님이 식사를 보내주시는 것이 기쁜 것이겠죠.
"전 이런 요리는 처음입니다. 맛있습니다만 정말로 다른 요리네요. 놀랐습니다. 에렌페스트에선 언제나 이런 식사를 하나요?"
"에렌페스트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로제마인이 항상 이상한 것을 요리사에게 만들게 시키는 것입니다. 맛은 좋지만 어째서 이런 것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죠."
페르디난드 님도 로제마인 님의 개조를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고 저는 조금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아무래도 이것이 에렌페스트의 보통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로제마인 님의 편지를 보면서 유스톡스가 설명해줍니다.
"이번에는 로제마인 님에게는 익숙치 않은 가르네셸 대신 에렌페스트에서 잘 먹는 돼지를 사용해 아렌스바흐 풍의 요리를 만들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이쪽에서 보낸 가르네셸은 프라이라는 음식이 되어 있습니다. 이쪽이 그것입니다."
유스톡스가 내온 접시를 보면서 페르디난드 님이 "로제마인의 아버지가 즐겼던 돈카츠라는 요리와 비슷한 것입니다" 라고 알려주셨습니다. 로제마인 님은 에렌페스트의 재료에 아렌스바흐의 양념을, 아렌스바흐의 재료에 에렌페스트의 양념을 사용한 요리를 보내주신 모양입니다. 처음 먹는 요리지만 어딘가에 익숙한 맛이 있어서 친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로제마인이 고안한 요리는 레티지아 님에게는 익숙치 않은 맛일지도 모르지만, 란체나베에서 들어오는 향신료와 조미료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타령 사람에게는 이쪽의 맛이 맛있게 느껴질거라 생각됩니다."
아렌스바흐의 요리는 란체나베에서 들어오는 조마료와 향신료의 영향을 받아 신맛과 매운 맛이 강한 것이 많습니다. 그것이 타령 사람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입니다.
"이쪽의 조미료를 사용한 로제마인 님의 레시피를 구입해, 그것을 아렌스바흐의 새로운 요리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모처럼이니 영지 대항전에서 교섭해보도록 하죠."
새로운 요리와 신기한 맛은 사교의 회식에서 큰 역할을 합니다. 그저 신기한 것만이 아니라 타령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는 맛인 것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렌스바흐의 사람들은 이 땅의 요리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 타령에 받아들여지기 쉬운 맛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타령에서 온 배우자가 그 역할을 맡게 되는 것입니다.
……저도 어려서부터 아렌스바흐에서 지냈기 때문에 타령의 맛에 대해선 잘 모르니까요.
"그러고 보니, 페르디난드 님의 전속 요리사는 전부 아렌스바흐 출신이었죠? 어째서 에렌페스트에서 데리고 오지 않으셨나요?"
"제 전속 요리사는 신전에 있었습니다. 이쪽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고, 그들 역시 일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해 데리고 오지 않았습니다. 레시피가 있으면 이곳의 요리사도 차차 만들 수 있게 되겠지요."
……에렌페스트와 타령의 신전은 다른 것 같으니 어쩔 수 없겠네요.
신전에 있던 사람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멸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과 디트린데 님의 약혼이 결정된 당초에도 그런 목소리가 있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페르디난드 님의 우수성이 알려졌기에 험담은 그다지 들리지 않게 되긴 했지만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오늘 디트린데 님은 초대하지 않으신 건가요?"
"오늘은 란체나베의 사신과 송별회를 하느라 바쁘다고 합니다. 참고로 저와 저의 측근은 란체나베인들에게 차가운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로 참석을 금지당했습니다. 정보를 모으기 위해 문관들이 대신 잠입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무역 관계 일로 불평하러 갔던 문관이 "에비리베 같은 태도는 그만 두시라고 페르디난드 님에게 전하세요" 라는 회답을 가지고 돌아오는 바람에 문관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던 일이 있었죠.
디트린데 님은 페르디난드 님이 란체나베와의 교섭에 거의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란체나베의 사자도 페르디난드 님이 아닌 디트린데 님에게 의견을 표하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으로 이어지기에, 페르디난드 님의 면담요청이 있으면 디트린데 님에게 동석을 부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건 그렇고, 레티지아 님은 란체나베의 관에 방문하셨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조금이라도 정보가 필요한 것이겠죠. 저는 한 번 끄덕이고 란체나베의 관에 초대받았던 당시를 떠올립니다.
"디트린데 님으로부터 동행하라는 명을 받아 거절하지 못하고 몇 번 실례했었습니다. 란체나베 분들은 아렌스바흐와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듯, 레온지오 님도 우호적이셨습니다."
제가 란체나베의 관을 방문했을 때 레온지오 님은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주셨습니다만, 디트린데 님의 태도가 매우 신경쓰였습니다. 아무리 봐도 왕명으로 정해진 약혼자가 있는 여성의 태도로는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페르디난드 님은 디트린데 님의 태도를 비난하지 않으시네요. 조금은 약혼자답게 디트린데 님에게 간하는 태도를 보여도 좋지 않을까요."
게오르기네 님은 디트린데 님과 레온지오 님을 조금이라도 떼어 두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지만, 약혼자인 페르디난드 님이 그렇게 하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에비리베 같은 태도는 커녕, 방치하는 것처럼 생각되기까지 합니다.
저의 말에 페르디난드 님은 독을 머금은 듯한 미소를 띄웠습니다.
"레티지아 님의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이 상태 그대로 그녀의 파벌을 깎아나갈 생각이기에 딱 좋습니다. 측근의 교체가 잦아지면서 순조롭게 와해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디트린데 님이 란체나베의 관에 출입하는 것을 책망하는 측근들은 디트린데 님에 의해 해임되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름의 중순쯤부터는 측근들의 감시가 느슨해져서 곧바로 도망쳐버리는 디트린데 님을 감시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 같습니다. 게오르기네 님의 손만으로는 역부족이라 상급 귀족으로 출가한, 디트린데 님의 언니인 알스테데 님이 디트린데 님의 방에 출입하며 감시하게 되었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인해 디트린데 님은 란체나베의 관에 갈 구실로서 저를 끌어들였던 것이겠죠.
"레티지아 님, 란체나베의 관은 어떤 곳이었습니까? 디트린데 님이 경계하기 때문에 저는 다가갈 수 없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페르디난드 님과 레온지오 님을 가까이 두면 디트린데 님을 둘러싼 결투가 시작되어버린다고 디트린데 님이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
이 기회에 파벌을 깎아내려 하시는 페르디난드 님이 디트린데 님을 두고 결투를 하실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만, 디트린데 님은 레온지오 님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며 진지했습니다. 저의 말에 페르디난드 님은 한 번 눈을 감고 "그밖에 다른 건 없었습니까?" 라며 미소지었습니다.
……생각하기를 포기했죠? 저도 그랬기에 알 수 있습니다.
"레온지오 님은 유르겐슈미트 왕족의 피를 이은 분이시며, 이번 여름부터는 중앙 기사단장과도 개인적인 친분이 생겼다는 것 같습니다. ……장례식 당시 일어난 소동으로 인해 몇 차례나 이야기할 자리가 있었다고 하고, 실제로 어느 정도나 친한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요."
전 아우브의 장례식 도중에 중앙의 기사가 난동을 부리다가 곧바로 중앙 기사단장에 의해 붙잡힌 소동으로, 중앙 기사단과 아렌스바흐와 란체나베는 몇 차례나 대화 자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타령의 장례식에서 갑자기 난동을 일으킨 기사는 너무 위험하니 처형해야 한다며 디트린데 님이 물러서지 않았고, 중앙 기사단의 명예를 더럽힌 것과 향후의 위험을 배제하고 아렌스바흐에 대한 성의를 보인다는 이유로 기사단장의 손에 의해 처분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은 곧바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런 난동을 일으킨 배경에 대해 철저히 추궁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만, 그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기사단장에 의하면 소동을 일으킨 기사는 에렌페스트 출신이었던 모양으로, 에렌페스트야말로 왕이나 아렌스바흐에 대한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란체나베의 레온지오 님과 라오부르트의 친분인가요……. 디트린데 님의 말을 얼마나 신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히 경계는 필요하겠군요."
"중앙 기사단장인 라오부르트 님을 경계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건가요? 장례식의 소동 때에도 상당히 고생하셨는데."
라오부르트 님이 난동을 부린 기사들을 곧바로 제압하면서 소동은 그다지 커지지 않고 마무리되었던 것입니다. 감사할지언정 경계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렇게 말하자, 페르디난드 님은 방긋 미소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으셨습니다.
"경계해야 할 것은 디트린데 님입니다. 어디서 어떤 형태로 말을 흘리고 있을지……."
납득했습니다. 확실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디트린데 님의 언동입니다.
"그러고 보니, 디트린데 님에게 들었습니다만, 란체나베의 관에는 아우브·아렌스바흐 외에는 열 수 없는 문이 있다고 합니다. 중앙으로 가는 란체나베의 공주님이 사용하시는 방인 것 같습니다만, 초석이 물들지 않은 시기에 공주님이 오셨다면 큰일이었겠네요."
란체나베에서 온 공주가 머물러야 할 방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태가 되었을 겁니다. 저의 말에 페르디난드 님이 작게 웃었습니다.
"얼마 전, 겨우 디트린데 님도 초석 물들이기를 끝내신 모양입니다. 어제부터 귀족원의 학생에게 건네는 브로치의 작성을 시작했다는 문관의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저도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하게 될 것 같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의 마력 공급은 성결식이 끝난 이후가 아니었던가요?"
"다소 귀찮은 계약이 필요하지만 아우브가 있으면 공급의 제단에 들어가기 위한 등록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레티지아 님의 마력 공급 연습도 이와 동시에 시작할 예정입니다."
……아, 또 훈련이 늘어나겠네요.
지금의 공부만으로도 벅찬데, 봄과 가을에 성무에 참가하라는 말을 들었고, 이번에는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해야 한다고 합니다. 성인이 됨과 동시에 디트린데 님을 대신해 아우브가 될 수 있도록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압니다만, 저, 좀 꺾일 것 같습니다.
"……페르디난드 님, 로제마인 님의 과자는 많이 왔지요?"
"레티지아 님의 포상용으로 평소보다도 많이 와 있었습니다. 편지로 부탁했다고 하더군요. 제게 보내는 답신 중에, 아렌스바흐로서도 이유가 있겠지만 귀족원 입학 전인 레티지아 님에게 너무 무리를 시키지 말아달라는 당부가 쓰여 있었습니다."
……로제마인 님은 어쩜 이리도 상냥한 걸까요.
로제마인 님의 목소리가 든 슈밀 인형을 사용하면 페르디난드 님은 싫은 듯한 얼굴을 하시면서도 칭찬해주시게 되었고, 이번에도 이렇게 저를 걱정하며 과자를 보내주십니다.
로제마인 님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저는 훨씬 예전에 페르디난드 님의 과제에 따라가는 것을 포기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측근들 이외에 페르디난드 님의 교육의 진도를 신경 써주시는 분은 정말로 드뭅니다.
"그러고 보니, 전 로제마인 님 뿐만 아니라 레온지오 님으로부터도 란체나베의 과자를 받았습니다. 마치 마석이 병에 많이 담겨 있는 듯한 예쁜 과자이고, 달콤함이 입 안에 오래 남는 행복한 맛이었습니다."
"호오……."
페르디난드 님이 조금 관심을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정말 드문 일입니다.
"멋진 장난감도 받았습니다. 보시겠나요?"
"아, 흥미롭군요. 그쪽에는 도대체 어떠한 장난감이 있는지……."
"에렌페스트의 교육 완구와 달리 단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신기한 장난감입니다만 신기하고 재미있답니다. 레온지오 님이 보내주신 것입니다. 로스비타, 식후에 방에서 가져다 주시지 않겠습니까?"
끈을 강하게 당기면 갖가지 색상의 꽃잎이 터져나와 방 안에 너울너울 춤추는 물건입니다. 한 번밖에 쓸 수 없습니다만, 정말로 예쁘고 재미있는 멋진 장난감입니다.
흥미를 보이는 페르디난드 님을 위해 식사 후 로스비타에게 방에서 가져오게 해, 페르디난드 님에게 란체나베의 과자 하나를 드렸습니다. 과자를 입에 넣은 페르디난드 님은 "너무 달군요" 라며 얼굴을 찡그린 후, 와작와작 소리를 내며 깨물어 버렸습니다.
……천천히 먹는 것이 행복한데도 어쩜 저렇게 아깝게 먹으시는 걸까요. 이제 페르디난드 님에게는 드리지 않을 겁니다.
"그쪽의 장난감은 어떤 것입니까?"
입 안에 남은 과자의 달콤함을 헹구듯이 차를 마신 페르디난드 님의 말에, 저는 란체나베의 장난감을 하나 사용해보였습니다. 통을 잡고 끈을 강하게 잡아당기면 방 안에 팔랑팔랑 흩날리는 갖가지 색상의 꽃잎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방 안을 봄으로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정말 예쁘죠?"
"레티지아 님, 하나 주시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 흥미가 있습니다."
"……네?"
레온지오 님에게 받은 장난감은 모두 여덟 개. 투명한 마석 같은 과자는 열다섯 개로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모처럼 신기한 물건을 받았으니 조금 로제마인 님에게 보내드리려고 했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께 드릴 예정은 없었습니다.
……어쩌죠?
그렇게 고민할 때에 문득 머리를 스친 것은 로제마인 님의 편지에 몇 번인가 적혀 있던 말이었습니다. "정말로 힘들 때는 과제를 줄여달라고 제대로 부탁하는 것이 좋아요", "페르디난드 님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협상을 위해 아껴두면 좋아요" 라고 로제마인 님은 몇 가지인가 충고해주고 있었습니다.
……지금이 그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세 개의 과자가 든 유리병과 통을 두 손에 들고 페르디난드 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저, 저기, 페르디난드 님. 전, 이것을 로제마인 님에게 드릴 예정이었습니다. ……과, 과제를 줄여주시면 하나 양도해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엔 약간 목소리가 뒤집어 졌습니다만, 말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살짝 페르디난드 님을 올려다보자 너무나도 알기 쉽게 기막혀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레티지아 님, 로제마인이 뭐라고 꼬드기던가요?"
"로제마인 님은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그……."
장난감과 과자를 바라보며 저는 말을 찾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의 측근이 웃음을 참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고, 페르디난드 님은 깊이 한숨을 토하고 있습니다. 실패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페르디난드 님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괜찮겠죠. 그 장난감 한 개와 교환해 조금 과제를 줄여드리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다지 로제마인의 나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네."
……하지만 페르디난드 님의 과제를 줄이는 데 성공한 것을 나쁜 영향이라고 해도 좋은 걸까요?
귀족원에 가는 측근에게 로제마인 님에게 보낼 짐을 맡기겠다고 페르디난드 님이 말씀하셔서 저도 그 짐과 함께 편지를 써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물론 란체나베의 과자와 장난감도 동봉합니다.
……로제마인 님도 즐거워하시면 좋겠는데.
귀족원에는 페르디난드 님의 측근이 있어, 연구실에서 로제마인 님과 함께 연구할 때도 있다고 하기에 바로 답장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로제마인 님은 봉납식에서 큰 일을 완수한 뒤에 앓아누워버리신 것 같습니다.
겨울 중, 답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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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계 50위 기념 SS입니다.
Garnele(작은 새우) + Muschel(조개)
아렌스바흐 특산 해산물. 팬에 구으면 돈카츠와 비슷한 맛이 난다.
pomodoro(토마토) + peperone(파프리카)
생긴 것은 파프리카, 맛은 토마토인 유르겐슈미트의 야채.
煮?み, Eintopf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ss 32화. - 외국의 과자와 장난감(5부 111화 / 레티지아 시점) -|작성자 치천사
579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12화. - 겨울의 어린이방과 귀족원의 시작 -
겨울의 어린이방과 귀족원의 시작
겨울의 사교계가 시작되어 아이들은 어린이방으로 이동한다. 나는 초면인 아이들의 인사를 받고, 옛 베로니카파 아이들이 따돌림을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공부와 게임을 진행했다.
귀족원에 입학해 있는 아이들은 숙청 기간을 귀족원에서 함께 지냈던 탓인지, 아니면 데굴데굴 상황이 변해도 귀족원에서만은 변하지 않는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별다른 거리감 없이 대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 이끌린 건지 귀족원 입학 전인 아이들에게서도 어색한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다들 게임에 열중하거나, 공부 시간에 우수한 성적을 내어 과자를 얻으려고 필사적이다.
"좀 더 분위기가 나빠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만, 예상 이상으로 분위기가 좋네요."
"음. 샤를로테가 로제마인이 없었던 무렵의 어린이방 같은 분위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었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군."
아우브 부부는 사교로 바빠지기 때문에 저녁을 함께 하는 것은 아이들 뿐이다. 그래서 저녁 식사 후는 어린이방의 반성회나 귀족원의 계획에 대해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 기탄없이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범위 지정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샤를로테와 빌프리트는 어린이방 분위기가 흐려지지 않은 것에 안도하고 있고, 멜키오르는 즐거운 어린이방이라 기뻐하고 있는 듯하다.
"어른의 파벌 싸움에 휘말리는 것은 에렌페스트에서일 뿐이고, 귀족원에서는 타령에 이기기 위해 합심한다는 감각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대로 분위기를 유지해 나갔으면 합니다."
"그 감각을 가진 채로 성인이 되어 에렌페스트 내의 세력 다툼보다 타령와의 관계를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진 귀족들을 키워가야만 하겠네요."
샤를로테의 말에 빌프리트도 끄덕이면서 멜키오르에게 시선을 향한다.
"내가 놀란 것은 멜키오르가 예상 외로 능숙하게 아이들을 이끌고 있던 것이다. 작년은 숙청으로 인해 북의 별채에 격리되어 있었기에 걱정했다만, 문제 없이 어린이방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 같던데."
"그것은 신전의 고아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게임이나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원은 조금 많지만, 그다지 다르지 않으니까요."
멜키오르는 방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본인이 말한 것처럼 고아원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된 듯, 그저 게임에 몰두하는 것이 아닌, 때때로 주위를 볼 수 있게 된 것처럼 보인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올해 1학년의 학습 진도입니다. 작년의 어린이방에서는 공부할 기회가 적었으니……. 괜찮을까요?"
필기 쪽은 어린이방에서 2년 정도 했기에 큰 문제는 없다. 전원 고득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묘하지만, 첫 날 합격은 할 수 있다. 다만 페슈필 연습이 부족한 것이 두드러진다. 작년과 비교해 하급 귀족과 중급 귀족의 차이가 심한 것이다.
"언니, 여기서 걱정하더라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저희들의 악사가 있는 사이에 조금이라도 더 연습시키고, 개개인의 학습 진도를 확인해 대응하도록 해요."
샤를로테의 말에 빌프리트는 "개별적으로 학습 진도를 확인하는 건가……. 1학년 때의 악몽이 떠오르는걸" 라고 중얼거리며 나에게 폭주하지 않도록 당부한다.
……실례잖아. 도서관이 걸려있는 것도 아닌데 폭주할리가 없는걸.
"저는 딜크나 벨트람이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했습니다만, 둘 다 괜찮은 것 같아서 안심했습니다."
딜크도 벨트람도 카루타나 트럼프 게임은 고아원에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게임에 이기면 과자를 얻고 기뻐했다. 우리들의 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노골적으로 쌀쌀맞게 대해지는 일도 없고,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딜크는 귀족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이제 반 년 정도다. 게임에는 이겨도, 역사와 지리에는 상당히 약하고, 페슈필 연습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귀족으로서의 상식을 배워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벨트람은 모든 측면에서 자신의 입장을 재검토하는 것이 과제일 것이다. 숙청만 없었다면 상급에 가까운 중급 귀족이었겠지만, 지금은 고아로서 세례식을 받은 중급 귀족이다. 중급 귀족 중에서는 가장 신분이 낮다. 이 차이는 크다. 세례식을 마친 지금은 라우렌츠를 형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자신의 입장 변화에 당황하고 있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아우브의 후견을 받아 고아원에서 세례식을 받은 귀족은 처음입니다. 다소 불리한 점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만, 너무 부당한 처사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어린이방에서는 멜키오르가 신경써주도록 하세요."
"네, 로제마인 누님."
성의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 방에서 지내고 있는 청색 견습들도 큰 불편은 없는 듯하다. "자신의 근시가 있는 신전 쪽이 편하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라며 한 청색 무녀 견습이 말했었다. 수확제라는 긴 여행을 통해 주종 관계가 깊어진 모양이라, 떨어지게 되어 조금 외로운 듯하다. 나도 속마음을 아는 프랑들과 떨어지게 되면 외롭기에,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옛 베로니카파에 원한을 품고 있거나, 아이들을 심하게 대하는 사람이 아이들 방의 근시가 되지 않는다면 좋겠습니다만. ……임명한 것은 양모님이시죠? 샤를로테는 아이들 방에 배속되는 근시가 어떤 성품을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괜찮습니다, 언니. 저는 귀족원으로 가게 되니, 아이들 방에는 저의 근시를 붙여 두었습니다. 걱정 없습니다."
갓난아기에게 붙어 있어야 하는 양모님 대신 샤를로테가 자신의 근시를 붙여 주었다고 한다. 그것은 든든하다.
"아, 맞다. 샤를로테, 금속 직인에게 주문한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벌써 완성되었나요? 기뻐요, 언니."
문장이 들어간 동전 모양의 펜던트 헤드1가 완성된 것이다. 물론 샤를로테에게 주는 것이고, 둘이서 함께 생각한 디자인이기에 동전처럼 단순한 물건은 아니다. 문장 주위로는 샤를로테의 문장이 투각2되어 있고, 가호를 얻고 싶은 신의 기호도 음각되어 있어 상당히 호화롭다. 섬세하고 세세한 장식은 요한의 특기이기에 제법 멋진 작품이 되어 있었다.
신들의 기호가 있는 부분에는 작은 마석을 끼울 수 있는 구멍이 있어, 샤를로테 자신이 마석을 끼우게 되어 있다. 방어용이 아닌, 신들의 가호를 얻기 위한 부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석을 사용하는 편이 마력이 통하기 쉬워, 좀 더 기도가 닿을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로제마인 누님, 무슨 이야기인가요?"
"떨어지게 되더라도 자매 관계임을 알 수 있는 물건을 가지고 싶다고 샤를로테가 부탁해와, 저의 문장이 들어간 펜던트 헤드를 전속 금속 직인에게 만들게 했습니다."
"저도 동생인데, 제 것은 없는 건가요?"
멜키오르가 슬픈 듯이 표정을 흐리며 나를 바라본다. 그런 얼굴로 봐도 곤란하다.
"떨어지더라도 자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인장을 가지고 싶다는 샤를로테의 마음이 기뻐서 만들게 했습니다. 떨어지더라도 누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고 제가 떠넘길 수 있는 물건이 아닌걸요. 타령으로 가면 남이 되는데다, 더욱이 아우브의 입양까지 해소되는 거니까요."
떠난 이상 타인이 아닌가, 라고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갖고 싶다고 부탁해오는 거라면 몰라도, 이쪽에서부터 남매의 증거를 건네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저는 로제마인 누님을 존경하고 있고, 떠나시면 외로울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남매의 증거를 가지고 싶습니다."
"멜키오르가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만들게 할게요. 지금 당장 주문하면 요한이 겨울 동안 만들어 줄 거라 생각합니다."
아직 눈이 깊다고 할 수 없는 지금이라면 요한에게 주문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겨울에는 밖으로 나갈 수 없어서 시간이 있다고 들은 적도 있고, 지금은 일이 있는 편이 요한도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좋을 것이다.
내가 쾌히 승락하자, 멜키오르는 파앗 하고 밝은 얼굴이 되었다. 내가 샤를로테의 디자인을 설명하면서, 멜키오르를 위한 펜던트 헤드를 함께 디자인하고 있자, 옆에서 빌프리트도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것이 좋다, 로제마인."
"……네? 빌프리트 오라버님도 저와의 연결을 원하는 건가요?"
나를 따르던 샤를로테나 멜키오르라면 몰라도 빌프리트는 약혼을 엄청 싫어했고, 꽤나 제멋대로인 말도 들었었다. 이제와서 나와의 연결을 원하는 의미를 모르겠다. 내가 불만스러운 얼굴을 보이자, 빌프리트는 조금 민망한 듯한 얼굴이 되었다.
"남매 관계라면 좋다. 나는 최근 그것을 깊이 실감하고 있다."
빌프리트의 따끔따끔하던 분위기가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해버리면서 날선 칼날같던 사춘기를 통과한 것일까.
솔직히 어째서 이렇게까지 태도가 바뀌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우리들은 약혼자다운 행동은 무엇 하나 하지 않았고, 약혼 전에도, 약혼 중에도, 약혼이 취소된 이후에도 나는 딱히 의식이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빌프리트는 계속해서 태도가 바뀌고 있다.
"파혼이 확정된 후로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대응이 상당히 달라졌습니다만, 약혼자와 남매가 그렇게 다른가요?"
"전혀 다르지 않은가. ……아아, 어쩌면 그대는 아직 모르는 건가? 음, 성장하게 되면 차차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약혼한 당초에는 차이를 몰랐으니까."
"지금은 아는 건가요?"
"그렇지. 남매와 약혼자는 완전히 별개이고, 그대와 나로서는 늦든 빠르든 같은 결과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도저히 견딜 수 없다."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쓱 하고 흩어본 빌프리트는 우월감에 찬 미소로 "로제마인도 빨리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군" 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빌프리트는 자신의 원하는 디자인을 내민다. 뭔가 정말로 깨달은 얼굴을 하고 있다. 먼저 성장해버린 느낌이 드는지라 조금 분하게 생각하며, 나는 디자인 도면을 받았다.
……아, 그래도 이 무의미하게 멋부리는 부분은 전혀 성장하지 않았네.
다음 날, 바로 요한에게 주문을 넣을 수 있도록 길베르타 상회로 사람을 보낸다.
그리고 귀족원으로 출발하는 날까지 저녁 식사 시간에 이야기하면서 어린이방의 상황을 보거나, 귀족원의 예습을 하거나, 할트무트들과 함께 봉납식의 순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매일을 보냈다.
그리고 4학년의 출발일, 나와 빌프리트는 귀족원으로 출발했다.
"이곳에서 쉬고 계십시오, 로제마인 님. 저는 그레티아와 함께 방을 정돈하러 가겠습니다."
성인 근시로서 리할다를 대신해 온 것은 리제레타다. 올해는 아직 상급 귀족인 브륜힐데가 내 측근으로 있어, 그녀에게 왕족과 상위 영지와의 교류를 맡기는 것, 남아있는 클라릿사를 억제하기 위해 오틸리에가 에렌페스트에 남아있어야 하는 것, 나와 중앙으로 가기 위해 면식이 필요한 것 등이 이유다.
"리제레타, 봉납식 관계로 마지막으로 오는 할트무트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들의 방도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리제레타와 그레티아가 짐을 정리하러 가고, 브륜힐데는 나를 다목적 홀로 안내해준다. 나는 오랜만에 브륜힐데가 타준 차를 마시며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브륜힐데와 이야기를 한다.
"브륜힐데, 그렛시엘은 어떤가요?"
"영주 일족의 측근들이 도움을 준 덕분에 정말로 깨끗해졌습니다. 클라릿사의 광역 마술 보조 마법진도 대단했습니다. 가을에는 이곳저곳의 목공 공방에서 계속 짐이 운반되어와, 순식간에 건물에 문과 창문이 생겼습니다. 많은 마차가 오가는 광경을 보고, 상업 지구의 길을 넓게 해두길 잘했다고 아버님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계셨습니다. 이번 겨울까진 각 가게들의 인테리어가 끝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차례로 직인들이 들어와 건물을 정비해 나가고, 그것에 맞추어 주변에서부터 잇달아 직인들의 겨울나기를 위한 물자가 운반되어 온다. 인구가 갑자기 늘어, 그렛시엘은 굉장한 활기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신입생으로 들어오는 베르틸데의 모습은 어떻죠? 저는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까요?"
"베르틸데는 로제마인 님의 근시가 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엘비라 님을 모시고 있었기에, 거둬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이번 겨울만이라도 나를 근시 견습으로서 섬기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언니인 브륜힐데의 대답인 것 같다. 나는 바로 승낙했다.
"브륜힐데가 베르틸데를 훈련시키는 것이죠? 그렇다면 멜키오르의 측근도 함께 데리고 다녀주지 않겠나요? 학생인 멜키오르의 측근을 제가 맡게 되긴 했지만, 제 방에는 들일 수 없죠? 적어도 상위 영지와의 다과회의 사전교섭과 그 준비 같은 실제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는 기회만이라도 주고 싶습니다."
상위 영지와 교류한 경험이 가장 많은 것은 브륜힐데이다. 졸업 전에 최대한 후임을 키워주었으면 한다.
"알겠습니다. 앞으로의 에렌페스트를 위해서입니다.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브륜힐데는 양모님을 통해 아렌스바흐의 원단을 받은 것을 알려주며, 첫째 부인을 세운 나의 판단을 칭찬해 주었다.
"세대 교체를 하려는 때에 라이제강계 노인들의 목소리가 커져도 힘들었을 것이고, 플로렌시아님을 세우는 것이 아우브와의 약속이었으니까요. 로제마인 님이 플로렌시아님을 세워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양모님과 브륜힐데는 같은 계파에 속한다. 모처럼 여자들 파벌이 뭉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 파벌에 분란을 일으킬 수는 없다고 한다.
"사교에 어두운 저로선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다만, 가능한 한 도울 수 있도록 할테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돕는 것은 근시인 저의 일이에요, 로제마인 님."
후훗 웃으며 브륜힐데가 일어선다. 이어 찾아온 것은 뮤리에라였다. 어머님에게 이름을 올리고 인쇄업 때문에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들었다.
"로제마인 님, 귀족원에서는 다시 한 번 잘 부탁 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 드립니다, 뮤리에라. 인쇄업 쪽은 어떤가요?"
"로제마인 님이 제안한 절약형 전이진으로 견본만이라도 각지에서 성으로 보낼 수 있지 않을지 문관들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험 인쇄의 확인을 위해서는 몇 번이나 사용해야 하기에, 심한 열화를 방지하는 것과, 좀 더 마력을 절약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나에게 새로운 책을 전해주기 위해 어머님의 제안으로 다들 열심히 노력해주고 있다고 한다.
……어머님!
"힐쉬르 연구실의 라이문트에게 지금의 과제를 전하고, 개선에 대한 조언을 받거나 뮤리에라가 함께 연구하면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전, 올해는 도서관의 마술도구를 만들어야 해서 바쁘니까요."
감격하면서 나는 뮤리에라에게 라이문트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도록 했다.
다음 날에는 샤를로테가 오고, 그 다음 날은 테오도르도 측근으로 합류해, 킬른베르가에 체류했던 구텐베르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학년이 도착해 한숨 돌린 다음은 강의에서 사용하기 위한 소재 채집이다. 고학년 중에는 이미 소재를 채집해온 기사 견습들도 있지만, 문관 견습과 근시 견습들은 아직이다. 소재 채집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 같이 가게 되었다.
기수에 타고 기숙사 밖으로 날아오른다. 조수석에 탄 호위기사 견습은 유디트이다. 밖으로 나오자 상공에 빛나는 선이 보였다. 영주 회의 때 나타난 마법진이다. 대체 어떤 마법진인지 궁금해져서, 나는 마법진의 전체 모습을 보기 위해 기수의 고도를 높인다.
"로제마인 님, 어디까지 올라가시나요?"
의아한 듯한 유디트의 질문에 나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주위에는 당혹한 기색이 역력한 호위기사 견습들이 기수로 쫓아오고 있다.
"사실은 더 올라가고 싶습니다만, 다들 걱정하고 있으니, 돌아가도록 하죠."
나는 채집지로 내려가, 슈체리아의 방패를 펼쳤다.
"저는 위험이 없도록 방패를 칠 뿐입니다. 성무에 의해 신들의 가호를 얻을 수 있도록 채집지의 재생은 여러분 스스로 하도록 해주세요. 영주 회의 때 귀족원에 온 어른들이 회복시켜 두었기에, 여러분들도 할 수 있습니다."
타령의 학생들은 스스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에렌페스트도 똑같이 하지 않으면 그런 와중에 에렌페스트의 학생들만 받은 가호가 적다는 불민한 결과가 될 지도 모른다. 게다가 내년에는 내가 없어지는 것이다. 어느 정도로 회복이 가능한지 확인해야만 한다. 성무에 관해서는 현재 에렌페스트가 한 걸음 리드하고 있으니, 모두 열심히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회복약의 소재는 충분히 모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봉납식도 있으니, 예년보다 많은 양이 필요해지겠죠."
피리네가 회복약의 소재를 잔뜩 모으고, 기합이 들어간 얼굴로 채집지의 회복 의식에 참가한다. 동그랗게 무릎을 꿇은 학생들은 내가 알려주는 축문을 복창하면서 플루트레네에게 기도한다. 영주 회의 때처럼 채집지가 회복해 나간다. 하급 귀족이나 저학년 아이가 도중에 땅에서 손을 떼고 이탈하긴 했지만, 채집지는 무사히 회복시킬 수 있었다.
"저는 조금 궁금한 것이 있어서 조금 높이 올라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샤를로테는 모두를 이끌고 먼저 기숙사로 돌아가 주세요."
"언니는 무엇을 확인하시려는 건가요?"
"……왕족 안건이므로 비밀입니다."
"알겠습니다. 조심하세요."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마법진이라 말해도 의미가 없다. 나는 레서 버스에 타고 상공으로 올라갔다. 마력의 선이 있는 부분을 넘어, 높이 높이 날아오른다.
"로제마인 님, 어디까지 올라가시는 건가요!?"
"귀족원을 부감할 수 있는 높이까지입니다. 이제 조금 남았어요, 유디트."
이렇게 높은 곳까지는 올라와 본 적이 없다며 덜덜 떠는 유디트에게 목적지를 알리고 계속 날아오른다. 충분한 고도에 도달한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눈이 덮여 흰색으로 물든 귀족원 부지를 감싸듯, 신들의 귀색으로 된 선이 뻗어 마법진이 되어 있었다. 마법진 너머로는 구름밖에 보이지 않는다. 뭐랄까, 마법진에 맞춰 귀족원이 만들어져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선별의 마법진.
귀족원을 뒤덮은 마법진은 신전장의 성전 첫 부분이나 봉납춤 무대에 떠오른 것과 같은 왕을 선별하기 위한 마법진이었다. 영주 회의 때부터 전혀 모습이 바뀌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사당을 순회하며 마법진을 만들어 낸 내가 귀족원에 없었으니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사라지지도 않는 모양이다.
……사당에 마력을 봉납하면서 기도를 계속하면 나오는 마법진이니까 왕의 선별과 관계 있는 것은 분명할텐데……. 왕의 양녀가 되어 왕족으로 등록되면 뭔가 변화가 있을까?
성전에는 관련된 내용이 없고, 마법진이 드러난 뒤에도 적힌 내용엔 변화가 없었다. 성무를 수행할 때마다 성전을 펼쳤으니, 뭔가 변화가 있었으면 알았을 것이다. 지하 서고의 석판에도 그다지 상세히는 적혀있지 않았다. 어쩌면 아직 읽지 않은 부분에 적혀있는지도 모르지만, 지하서고의 기록은 왕이 되기 위해서 고생한 사람들이 "우리들도 고생했다. 너도 고생해라" 라고 하는 느낌의 매정한 힌트밖에 없었다.
……마법진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것은 마력이니까, 이 위에서 축복을 뿌리면 기동한다거나? 아니면 마력이 듬뿍 담긴 큰 마석을 떨어뜨려 보면? 아니, 그래도 역시 귀족원 전체를 축복하기는 힘들고, 마석을 떨어뜨리는 것도 위험하겠지. 으음…….
어떻게 이 마법진을 기동시켜야 할지 생각해 봤지만, 그다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기도를 올렸더니 나온 마법진이니까 기동시킬 때에도 기도를 해야 하는 걸까? 다시 한번 사당을 순회하면 되려나? 아니면 어딘가 사당 외에 기도를 올릴 곳이 있었던가? 그렇진 않을 것 같은데. 이래뵈도, 나, 제법 여기저기서 기도했으니까…….
이 마법진이 나온 뒤에 강당에서 영주 회의의 봉납식을 열었지만,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뭔가 아셨나요, 로제마인 님?"
"알아낸 것은 없지만, 더 생각해도 별 수 없으니, 기숙사로 돌아가겠습니다."
나의 발상이 빈곤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답이 나올지 어떨지 알 수 없는 것에 언제까지고 호위기사들을 끌어들일 수도 없다.
"저기, 유디트. 귀족원에서 기도하는 장소라면 어디가 있을까요?"
"아까 채집지에서도 기도했습니다만, 보통은 강당 안쪽이 아닐까요? 제단이 있는 내실에서 기도하는 거죠?"
어디서든 기도하고 있는 나는 곧바로 생각해내지 못했지만, 보통은 기도를 드리는 곳은 예배실로 정해져 있다. 잘 생각해 보면 영주 회의 때는 강당에서 기도한 것이지, 제단이 있는 내실은 아니었다. 내실에 있는 제단에서 기도하면 뭔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어라, 다음의 봉납식은 제단에서지?
어쩌면 마법진이 작동할지도 모른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묘한 일이 발생하기 전에 눈치챌 수 있어 다행히다. 봉납식이 있기 전에 왕족에게 연락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유디트, 참 잘했다 입니다! 분명 다들 유디트에게 감사할 거에요."
"네? 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보라색 눈을 깜박이는 유디트에게 방긋 미소지으며 나는 기숙사로 돌아갔다.
다음날은 신입생이 이동해 오는 날이다. 브륜힐데의 여동생인 베르틸데가 상급생의 손을 잡고 다목적 홀로 들어왔다. 오늘의 신입생은 손님으로서 상급생에게 환대받는 것이다.
베르틸데는 나의 가까운 자리에 안내되어, 언니인 브륜힐데의 차를 마시고 기쁜 듯이 미소지었다. 자매끼리 서로 닮은 생머리가 사르륵 흔들린다. 브륜힐데의 머리카락은 진홍이지만, 베르틸데의 머리카락은 로즈 핑크이다. 동글동글한 황갈색 눈동자는 둘 다 꼭 닮았다고 생각한다.
"환영합니다, 베르틸데. 저의 근시 견습으로서, 브륜힐데에게 잘 배우도록 해주세요."
"네, 로제마인 님."
그리고 멜키오르의 측근 견습도 데려와 앞으로의 예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서관에 따라오려면 강의는 가급적 빨리 끝내게 해야 한다.
"1학년이 제일 먼저 강의를 마치게 될 테니, 제대로 공부해 주세요. 주인인 멜키오르를 위해서도 좋은 성적을 내주셔야죠?"
"넷!"
니콜라우스가 도착하며, 신입생 전원이 모였다. 상급생도 전원이 다목적 홀에 있다. 나는 올해 공동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문관 견습들을 영주 후보생의 측근 여부와 관계 없이 나누어 간다.
"작년엔 하마터면 드레반히엘에게 연구 성과를 빼앗길 뻔했습니다. 비밀 유지와 마지막 수단, 에렌페스트 독자적인 부분을 넣는 것을 유념하며 연구에 임해 주세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다무엘, 안젤리카, 레오노레, 할트무트,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도착한다. 봉납식에 청색의 의상을 입고 참가하는 성인 멤버다.
"올해는 영주 후보생이 하급, 중급, 상급으로 세 번에 나누어 봉납식을 치르게 되므로, 모든 성무에 참석해야 하는 여러분은 힘들거라 생각합니다만, 잘 부탁 드립니다."
"에렌페스트의 봉납식까지는 끝내야 하니까요. 중앙 신전과 클라센부르크와의 일정 조정은 맡겨주십시오. 로제마인 님의 강의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할트무트가 웃는 얼굴로 맡아 준다. 이럴 때는 매우 의지된다고 생각한다. 가슴언저리의 문장이 새겨진 마석을 만지며 히죽거리지만 않았으면 완벽했다.
"아, 여러분. 다들 모여 있군요. 사감인 힐쉬르입니다."
예년과 같이 힐쉬르가 와서 올해의 예정을 고한다. 진급식이나 친목회의 예정도 예년과 같다. 설명을 마친 힐쉬르는 바로 나를 찾아왔다.
"로제마인 님, 도서관의 마술도구를 만들기 위한 소재는 모으셨나요? 희소한 소재가 많아서 걱정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어떤 소재도 페르디난드 님에게 물려받은 공방에 있었습니다."
"어머, 역시 페르디난드 님이시네요. 이걸로 제 연구도 진행할 수 있겠네요. 안심했습니다."
……어? 걱정했다는게 자기 걱정이었어? 역시 힐쉬르 선생님과 페르디난드 님은 영락없는 사제지간이야!
여전한 힐쉬르의 모습에 체념의 한숨을 토하며, 귀족원 생활이 시작된다.
나는 모두가 필사적으로 예습하고 있는 가운데, 진급식까지의 귀중한 자유 시간을 오랜만의 독서로 보냈다. 에렌페스트 각지에서 인쇄된 새로운 책을 다목적 홀에서 읽어간다. 딧타 이야기에는 삽화가 들어갔고, 단켈페르가의 역사책과 예년과 같은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 등 새로운 책이 몇 권이나 있다.
왕의 양녀가 되게 된 이후로 인계에 필요한 자료는 읽었어도, 책에 몰두할 시간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잊고 책을 탐독했던 것은 언제였을까. 목이 말라서 어쩔 수 없던 차에 시원한 물을 단숨에 들이키는 듯한 충족감을 느끼며 나는 만족의 한숨을 토한다.
……아아, 행복해. 역시 책이 없으면 살아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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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방에서 한동안 지내다가 귀족원으로 출발했습니다.
딜크는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만, 벨트람은 자신의 입장을 알기 위해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귀족원의 채집지의 회복은 모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하급 귀족은 회복약을 만드느라 아주 바쁩니다.
귀족원을 뒤덮은 거대한 마법진의 형태가 밝혀졌습니다.
다음은 친목회와 강의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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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다들 필사적으로 공부하는 가운데, "공부? 이미 과외선생님에게 다 배웠는데요?" 라는 듯이 유유자적한 지뢰양입니다. (얄밉다....!)
지뢰여신님의 명성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을 때와 달리, 이젠 무심코 밟아버리는 희생자도 줄어들었고, 귀족원을 덮은 마법진이 폭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거 진짜 감질나네요.
펜던트 장식물의 총칭. 펜던트 자체에 '늘어뜨린 장식'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특히 축 늘어뜨릴 수 있는 장식물을 강조해서 말한 것.
필요한 부분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파서 뚫어버리는 조각 기법.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13화. - 친목회(4학년) -
친목회(4학년)
3의 종1과 함께 진급식이 시작된다. 준비로 어수선한 기숙사의 분위기를 느끼며, 리제레타와 베르틸데가 내 머리를 땋아주고 있다. 브륜힐데와 그레티아는 신입생 여자아이들에게 머리장식을 나눠주러 가서 지금은 없다.
"베르틸데는 머리를 참 잘 땋네요."
"전, 머리를 땋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엘비라님에게도 칭찬을 받았습니다."
어머님을 모시고 있을 때 어떤 일을 했었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이야기하면서 베르틸데가 머리를 정돈해 준다. 그런 베르틸데의 로즈 핑크의 머리카락엔 여자 신입생에게 주는 머리장식과 부모로부터 입학 축하 선물로 받았다는 머리장식이 장식되어 있다.
한동안 베르틸데의 모습을 지켜보던 리제레타가 도중부터 머리장식의 준비를 하거나 짐의 확인을 하기 시작한 것만 봐도 베르틸데가 근시 견습으로서 합격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제마인 님, 친목회에 동행하는 측근은 마티아스, 로데리히, 브륀힐데로 좋을까요?"
"네. 그걸로 좋습니다, 리제레타."
"어제 정보를 수집하러 다녀온 문관들의 정보입니다만, 올해는 클라센부르크의 신입생 중에 영주 후보생이 있다고 합니다. 인사할 때를 위해 다시 한번 성함을 알려드릴까요?"
내가 독서에 몰두하고 있어서 듣지 않고 있던 것을 알고 있는 리제레타가 짖궂게 웃는다.
"부탁합니다."
"아우브·클라센부르크의 셋째 부인의 공주님인 쟌시안느2 님입니다. 아마 봉납식 관계로 몇 차례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쟌시안느 님, 쟌시안느 님…….
나는 몇번 속으로 반복하며 이름을 외웠다.
"좋은 아침입니다, 로제마인 님."
"좋은 아침이에요, 다무엘."
준비를 마치고 다목적 홀로 가자 다무엘이 있었다. 할트무트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도 있지만, 둘은 같이 귀족원에 왔던 적이 있으므로, 별다른 위화감은 없다. 하지만 다무엘이 다목적 홀에 있는 것은 익숙하지 않아서 이상한 느낌이 든다. 이건 청색 신관의 의상을 입고 있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레오노레, 안젤리카. 오늘은 잘 부탁 드립니다."
다무엘들이 오늘 청색 신관의 의상을 입고 있는 것은 우리가 진급식과 친목회에 가 있을 동안 중앙 신전과의 협의가 있기 때문이다. 클라센부르크에서는 누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에그란티느는 오늘을 지정해 연락해 왔다.
"봉납식의 협의는 할트무트에게 맡기겠습니다. 다른 여러분은 할트무트가 너무 폭주하지 않도록 거듭 신경써주세요."
"알겠습니다."
또다시 임마누엘과 할트무트의 대립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함께 가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다무엘에게 부디 주의해달라고 신신당부한다.
"로제마인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도 있지? 걱정 말고 친목회를 즐기고 와."
"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현관 홀로 나왔다. 현관 홀은 에렌페스트의 망토를 두른 학생으로 북적이고 있다.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는 1학년이 귀엽다. 브륜힐데와 샤를로테가 노력해주었기에, 에렌페스트 학생들의 머리카락은 모두 매끈매끈 반짝반짝이다.
"그럼 가자. 신입생은 망토와 브로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그리고 에렌페스트의 문의 번호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기숙사로 돌아올 수 없게 되니까."
우리들은 빌프리트의 인솔과 함께 문을 나와 강당으로 향했다.
다소 영지 순위의 변동이 보이지만, 큰 변화는 없다. 우리들은 8번의 위치에 정렬한다.
예년과 같은 진급식이 시작되고 강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영주 회의에서 결정된 것처럼, 슈타프의 취득이 3학년이 된 것과, 그것과 관련해 옛날의 교과과정이 대폭 도입되어 강의 내용이 변경된 것이 전해진다.
"전, 슈타프의 취득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만……."
베르틸데가 조금 불만스러운 듯이 입술을 삐죽였다. 주위의 1학년도 불만스러운 기색이다. 교과과정의 변경이 발표되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해 주지 않았으니, 불만스러워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슈타프는 귀족의 증거이므로 빨리 갖고 싶은 마음은 압니다만, 취득은 가급적 늦게 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런가요?"
"네. 봉납과 기도로 많은 신들의 가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만, 이로 인해 마력에 큰 변화가 있으면 1학년 때 받은 슈타프로는 자신의 마력을 다룰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교과과정의 변경은 그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강의에서 불만을 갖고 있는 타령의 1학년이 있다면 그렇게 가르쳐주도록 하세요."
베르틸데는 납득한 듯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근처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듯한 니콜라우스도 끄덕 하고 수긍했다.
진급식이 끝나면 친목회를 위해 계급별로 나뉘어 이동하게 된다. 우리 영주 후보생은 각각 세 명의 측근을 데리고 소회장으로 이동한다.
"8위 에렌페스트의 빌프리트님, 로제마인 님 샤를로테님이 오셨습니다."
문 앞에 서 있는 문관같은 사람의 목소리에 재촉받아 우리들은 소회장으로 들어간다. 안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힐데브란트가 앉아 있다.
"올해도 시간의 여신 드레팡가의 실이 얽혀, 이렇게 만나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에렌페스트의 순서가 되어, 빌프리트가 대표로 인사를 하는 것도 예년과 같다. 나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에 사이에 낀 상태로 힐데브란트와 마주본다.
"올해의 봉납식은 첸트도 기대하고 계십니다. 저는 아직 정식으로 입학하지 않았습니다만, 한 계급을 떨어뜨린 중급 귀족의 봉납식이면 부담도 적을것이라며 첸트로부터 허가가 내려왔습니다. 귀족원의 성무에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라 기대됩니다."
방글방글 즐거운 듯이 힐데브란트는 그렇게 말했다.
……지하 서고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마력 압축을 하거나 고어의 공부를 하기도 하고, 힐데브란트 왕자는 정말 대단하네. 이런데도 아직 귀족원에 입학하지 않았다니 믿어지지 않는걸.
이번에는 왕족으로서 봉납식에 참가하는 것 같다.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성무에 참여하면 많은 신들의 가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왕족 중에서 첸트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힐데브란트라고 생각한다.
"유르겐슈미트를 총괄하는 왕족이 적극적으로 성무에 참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에, 힐데브란트 왕자의 긍정적이고 노력가인 점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봉납식이 힐데브란트 왕자에게 귀중한 경험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힐데브란트을 격려하고 무대에서 내려와, 차례로 상위 영지에 인사를 하러 간다. 처음은 클라센부르크이다. 클라센부르크의 테이블에서는 나와 그다지 키가 다르지 않은 여자아이가 측근을 거느리고 방긋 미소지으며 맞아주었다. 보라색의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를 한 귀여운 소녀다. 차분한 분위기가 너무나도 클라센부르크의 여성답다고 생각했다.
우리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들은 무릎을 꿇고 첫 대면의 인사를 한다.
"쟌시안느 님, 생명의 신 에비리베의 엄격한 선별을 받은 만남에 축복을 기원하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합니다."
반지에서 나오는 축복을 받고, 쟌시안느가 에그란티느나 프림베일과 비슷한 느낌의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
"에렌페스트와는 공동연구로서 봉납식을 하게 되었다고 아우브에게 들었습니다. 보시다시피 1학년이기에 익숙하지 않은 연구에 당황하는 일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로제마인 님, 부디 많은 지도를 바라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 드립니다, 쟌시안느 님."
클라센부르크와의 인사를 마치면 다음은 단켈페르가다. 레스티라우트가 졸업했기에 올해는 한넬로레가 홀로 서 있다. 눈이 마주치자 한넬로레가 친근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방긋 미소로 화답한다.
빌프리트가 "로제마인" 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며, 에스코트하고 있는 손을 떼고 나의 등을 살짝 밀었다. 한넬로레와 가장 사이가 좋은 것은 나이기에, 인사의 자리를 나에게 양보하려는 것 같다.
"올해도 시간의 여신 드레팡가의 실이 얽혀, 이렇게 만나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이네요, 한넬로레님."
다른 학생들과 달리 한넬로레와는 영주 회의에서도 만났었지만, 오랜만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올해는 단켈페르가가 기뻐할 만한 책이 몇 권이나 있습니다. 레스티라우트님의 그림이 들어간 딧타 이야기도 있고, 단켈페르가의 역사책도 나왔습니다. 페르네스티네 이야기 3권도 있습니다만, 그건 이미 읽으셨죠?"
한넬로레의 호위기사인 남성은 에렌페스트의 새 책에 큰 관심을 보여주었지만, 한넬로레는 딧타 이야기나 역사책에는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네, 페르네스티네 이야기의 마지막엔 너무나 감동했습니다. 올해는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의 신권은 없나요? 멋진 사랑 이야기뿐이라 무척 기대하고 있었습니다만……."
"물론 있습니다. 올해도 책을 빌려드리도록 할게요."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둘이서 웃으며 인사를 마치고, 다음은 드레반히엘의 테이블로 이동한다. 여기는 몇명인가 영주 후보생이 있어, 작년보다 작은 영주 후보생이 늘어 있었다. 대표로 일어선 오르트빈이 빌프리트와 인사를 하고, 올해도 함께 공동연구를 하지 않겠냐고 권유한다.
"유감스럽지만 올해는 클라센부르크, 프뢰벨타크와 성무 관계의 공동연구 예정이 있다. 개인이라면 몰라도, 영지끼리 협력하는 대규모 연구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흥미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군돌프 선생님과 상담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
오르트빈이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보았다. 작년처럼 군돌프 선생님을 통해 나를 공동연구로 끌어내려는 것 같다.
……군돌프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나는 할 생각이 없는걸.
내가 귀족원에서 하고 싶은 연구는 도서관의 마술도구 작성이나 인쇄업을 비약시키기 위해 전이진을 개량하고 있는 뮤리에라와 라이문트의 도움 정도이다. 하지만 올해는 중앙으로 이동하기 위한 준비로 바쁘다. 아마 이궁의 확인도 해야 할 것이고, 중앙에서의 측근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왕족과의 대화가 늘어날 것이 뻔하다.
덧붙여, 봉납식으로 인해 일정이 꽉 찬 탓에 귀족원에도 에렌페스트에도 바쁘다. 에렌페스트로는 청색 견습들을 데리고 봉납식을 치르기 위해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고, 중앙에서 돌아오는 귀족들과 면회도 해야 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뒷일을 부탁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에렌페스트에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돌아가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싶기에, 솔직히 도서관의 마술도구를 연구할 시간이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 자칫했다간 힐쉬르에게 소재를 맡겨버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다.
……하아. 알고 있던 일이긴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다지 없을지도.
이 겨울에 해야 할 일을 떠올리고 우울해진 나는 드레반히엘 앞에서 떠난다. 그 후 기레센마이어와 하우프레체의 인사는 샤를로테에게 맡겼다. 기레센마이어의 루신데에게서는 남동생과 여동생을 소개받았다.
동생은 2학년 가을에 입양된 것 같다. 기레센마이어의 영주 후보생은 여자밖에 없기 때문에, 같은 영지 내의 데릴사위를 얻기 위해 혈족의 남자를 입양해 영주 후보생을 늘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분명 동생을 결혼시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곧 전문과정으로 나뉘는 빠듯한 시기에 영주후보생을 입양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하우프레체도 6학년 여성이 대표로 인사하고 있지만, 영주 후보생인 동생들이 있다. 빌프리트는 남동생쪽과 조금 할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여동생은 신입생이라 한다.
"……어쩐지 올해는 영주 후보생인 신입생이 많네요. 갑자기 인원이 늘었어요."
"신들의 가호를 얻는 방법이나 그 효과가 알려지면서 입양이 늘고 있는 모양이라고 할트무트가 말하지 않았나."
쟌시안느의 이름을 알지 못했던 것도 그렇지만 여러가지 보고를 흘려듣고 있었다. 전문 코스로 갈라지기 전의 나이이고 마력적인 문제가 없는, 혈족인 상급 귀족을 영주 후보생으로서 입양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할트무트는 오랜만의 중요한 독서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나와 샤를로테에게 정보를 흘린다고 했다만, 바로 옆에서 보고한 것이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듣지 못했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독서를 하고 있을 때에 주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딱히 신기한 일도,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어제는 정말 오랜만의 독서라 넋을 잃고 몰두한 것도 사실이지만."
……어쨋든 오랜만의 중요한 독서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이라니……. 뭐야 그거. 할트무트인데도 멋있잖아. 무심코 두근거릴 뻔했어.
독서 시간을 위해 어리광부리게 해주는 것은 매우 기쁘지만, 보고가 닿지 못하는 것은 곤란하다. 다음부터는 보고를 글자로 읽는 방향으로 어리광부릴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해봐야겠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와중에 빌프리트가 아렌스바흐와의 인사를 마쳤다. 디트린데가 졸업하고 레티시아가 아직 입학하지 않은 올해는 디트린데의 측근인 마르티나가 대표인 모양이다.
"숙부님과 디트린데 님은 잘 지내시는지요?"
"네, 페르디난드 님 덕분에 아렌스바흐는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초석이 물들면서 마력 공급에 대한 것도 도움을 주시게 되었습니다."
……어?! 성결식도 아직인데 집무와 성무 뿐만 아니라 마력 공급까지 하고 있는 거야!?
내가 놀라서 마르티나를 쳐다보자, 마르티나는 난처한 듯한 미소를 띠었다.
"성결식이 끝나기 전에 비밀방을 주라는 무리한 왕명을 디트린데 님이 받아들이셨기에, 그것을 대신해 성결식을 치르기 전이지만 마력 공급을 분담하겠다고 페르디난드 님이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정말 상냥하신 분이세요."
비밀방은 결혼할 수 없는데도 페르디난드를 에렌페스트로 돌려보내지 않는 아렌스바흐의 몰상식에 대한 교환조건으로 요구한 것이다. 비밀방의 대가로 마력 공급을 요구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페르디난드 님이 맡겠다고 한 건가? 기원식에서 채집을 한 것처럼 페르디난드 님이 뭔가 꾸미고 있는 건가? 아니면 주위의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한 아렌스바흐의 로비활동?
마르티나가 빌프리트에게 아우렐리아의 모습에 대해 묻는 것을 보면서 나는 생각에 잠긴다. 어느 쪽도 있을 법해서 진실을 모르겠다.
생각에 잠긴 사이에 에렌페스트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부터는 하위 영지가 인사하러 오는 것을 기다리게 된다.
임멜딩크가 인사하러 왔을 때, 나보다 한 학년 위인 무렌로이어3가 보라색 머리카락을 슬쩍 털어내며 미소지었다. 동정과 멸시와 비웃음 섞인 미소에 경계심이 강해진다.
"로제마인 님은 입양을 해소하고 중앙 신전의 신전장이 되시는 거죠? 성무의 중요함을 유르겐슈미트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지만, 영주 후보생에서 상급 귀족으로 떨어져, 중앙 신전에 들어가게 되다니 큰일이네요. 어쩜 이리 불쌍할까……."
……중앙 신전의 신전장이 된다는 소문. 타령에도 확실히 퍼지고 있는 모양이네.
에렌페스트의 귀족들은 왕족의 은밀한 호출이 겹치는 것을 보고 판단한 것 같던데, 타령의 귀족들도 불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아렌스바흐의 게오르기네에게 부추겨져 "에렌페스트의 성녀는 중앙 신전의 신전장이 되어야 할 것!" 이라며 왕족에게 청원했던 영지인 걸까.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아도 에렌페스트가 성녀를 빼앗기는 것을 고소하게 생각하는 영지는 몇이나 있는 것 같다.
"첸트에게 로제마인을 중앙 신전에 들이겠다는 말씀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빌프리트의 단호한 대답에 무렌로이어는 "어라?" 하고 등자색의 눈을 깜박였다. 주위도 술렁거리며, 이쪽으로 시선이 모인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영주 회의에서 아우브·에렌페스트는 왕으로부터 초대를 받으셨으니까요."
"왕족으로부터 중앙 신전의 신전장은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일단 무렌로이어의 주장을 긍정하며 방긋 미소지었다. 무렌로이어의 머릿속에서는 내가 상급 귀족으로 떨어지는 것이 확정인 것 같지만, 앞일이 어떻게 되든간에 지금은 영주 후보생이고, 에렌페스트 쪽이 상위 영지다. 멋대로 떠드는 것을 가만히 들어줄 의리는 없다.
"저의 허약함으로는 타령을 순회하며 성무를 수행하는 것은 정말로 무리입니다. 그렇기에 왕족을 비롯한 각지의 영주 일족이 성무를 익히기 위해 중앙 신전으로 와야만 합니다, 라고 아우브·에렌페스트는 답하셨습니다. 첸트의 판단에 따라서는 내년 이후에 청색 무녀 견습의 의상을 입은 무렌로이어님과 중앙 신전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중앙 신전장이 될 때는 왕족을 포함한 전체 영지의 영주 일족도 함께입니다, 라고 답하자, 무렌로이어는 안색이 변했다. 자신이 신전에 들어가는 것은 생각한 적이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
"왕족과 각지의 아우브로부터 중앙 신전으로 들어가겠다는 대답이 없는 이상, 제가 중앙 신전으로 들어갈 일은 없습니다."
임멜딩크에게 확실히 답한 이후로, 더 이상 중앙 신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프뢰벨타크와는 공동연구가 있어, 빌프리트와 샤를로테가 프뢰벨타크의 상급생과 이야기를 했다. 이 공동연구는 두 사람이 중심이기에, 나는 한 발 물러서서 이야기를 듣는다. 아무래도 귀족들이 신전을 드나들며 조금이라도 가호를 늘리거나 수확량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에렌페스트의 귀족들은 아랫마을과의 상담이 있을 때 이외엔 안 오네.
그런 감상을 품으며 친목회 시간을 보냈다. 저학년인 영주 후보생이 늘어나, 활기찬 친목회였다.
우리가 기숙사로 돌아왔을 때에는 할트무트들도 다목적 홀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바로 봉납식에 대한 보고를 듣기로 한다. 물론, 중급과 하급의 봉납식을 주관하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도 함께이다.
"교섭, 수고하셨습니다. 어떻게 정해졌나요?"
"클라센부르크와 에렌페스트의 공동연구이고 강의가 아니기 때문에 강의 시간은 비우지 못하고 땅의 날4을 이용하는 형태로 봉납식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학생 측으로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성무를 경험해 가호를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싶지만, 교사 측으로서는 공동연구는 강의시간 이외에 희망하는 사람들끼리 시간을 맞춰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강의 시간을 비울 수 없다. 그래서 땅의 날에 희망자를 모집해 봉납식을 치르게 되었다고 한다.
"공동연구는 강의가 아니므로 학생 전원이 참가할 의무도 없고, 특례를 하나 만들면 나중이 귀찮아질테니까요. 강의 시간 이외의 가장 빠른 날을 선택한다면 흙의 날을 이용할 수밖에 없겠죠."
클라센부르크가 좀 더 밀어붙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중앙 신전은 그렇게 몇 번이나 할 필요 없으니, 한 번에 끝내달라고 했지만, 하급 귀족과 영주 후보생의 마력량에 차이가 너무 많다며 기각되었다고 한다.
"에그란티느 님을 몇 번이나 물고 늘어졌습니다만, 영주 회의의 봉납식에서 의식을 잃은 청색 신관이나 무녀의 예를 들자, 임마누엘도 결국 반론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훗 하고 즐거운 듯이 할트무트가 웃었다.
"그리고 에그란티느 님에 의하면, 힐데브란트 왕자가 안전을 위해 중급 귀족의 봉납식에 참가하는 것처럼, 저학년에게는 하나 밑의 봉납식에 참가할 것을 권할 것이라 합니다."
할트무트의 말에 샤를로테가 안심한 듯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다행히네요. 익숙해지지 않으면 마력 공급은 정말 힘드니까요."
"저학년인 하급 귀족은 참가를 보류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공급하고 있을 때는 자신의 남은 마력량을 파악하기 어려우니까."
샤를로테의 말에 빌프리트도 수긍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땅의 날에 봉납식을 하게 되었는가?"
"로제마인 님이 에렌페스트로 귀환할 것을 고려하면 첫 땅의 날에 영주 후보생과 상급 귀족의 봉납식을 치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2주차가 중급 귀족, 3주차가 하급 귀족이 됩니다."
응응, 하고 내가 끄덕이고 있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불만스러운 듯 할트무트를 째릿 노려보았다.
"나는 로제마인의 몸 상태를 감안하면 하급 귀족부터 시작해 3주차를 상급 귀족으로 하는 것이 좋을 거라 제안했었다만……."
첫주는 아무래도 강의로 가득 차 있어서 첫 땅의 날은 휴식이 필수이고, 강의를 마친 3주차의 땅의 날을 나의 봉납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제안했다고 한다.
"로제마인 님의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코넬리우스와 로제마인 님은 조금이라도 빨리 에렌페스트로 돌아갈 것을 바라고 있는데, 3주차여선 너무 늦다는 할트무트가 대립하며 정말 큰일이었습니다."
다무엘이 한숨을 토하자, 레오노레도 지친 얼굴로 머리를 흔든다.
"에그란티느 님이 중재해 주시며, 신분 순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로 영주 후보생과 상급 귀족의 봉납식을 첫 주에 하게 되었습니다."
"왕족 앞에서 대립하고 있었던 건가요?"
샤를로테와 빌프리트의 눈이 동그래진다. 나도 놀랐다.
……도대체 뭐하는 거야, 둘 다!?
"둘 다 주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네요, 라며 에그란티느 님은 쓴웃음을 짓고 계셨습니다만, 살아있는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다무엘와 레오노레가 다소 아득한 눈으로 알려준 사실에, "왕족의 앞에서 그런 말다툼을 하다니!" 하고 나는 머리를 안고 싶어졌다. 내가 저지르는 일들에 머리를 감싸안는 보호자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조만간 에그란티느 님에게 사과드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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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인원이 너무 많아 강의까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의 영지에서 신입생이 늘었습니다.
타령에서도 나돌고 있던 "중앙 신전 들어가기" 는 조용히 시켰습니다.
봉납식 일정이 결정되었습니다.
다음은 첫 주의 강의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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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자신의 신도들을 보며 당황하는 지뢰여신님이었습니다.
뭐랄까... 디트린데가 없으니 귀족원도 심심하네요.
1의 종. 04:00
2의 종. 07:00 ~ 07:30
3의 종. 09:30 ~ 10:00
4의 종. 12:00
5의 종. 14:30 ~ 15:00
6의 종. 17:00 ~ 17:30
7의 종. 20:00
Gentiane(프): 용담속의 식물. 파란색 꽃이 핀다.
murren (투덜대다) + reue (후회)
일주일은 7일이며 각 요일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물(월) - 새싹(화) - 불(수) - 잎(목) - 바람(금) - 열매(토) - 땅(일)
마지막 땅의 날은 안식일이라 쉬는 날이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14화. - 첫 주의 강의 전편 -
첫 주의 강의 전편
친목회 다음날부터 강의가 시작되기 때문에, 다들 친목회에서 돌아오자마자 필사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강의 내용이 크게 바뀌는 것이 미리 고지되었기에, 드레반히엘의 학생들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순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힘냅시다."
"우리는 옛 강의 내용도 계속 공부해왔다. 그리 겁낼 것 없다."
봉납식에 관한 상의를 마친 샤를로테와 빌프리트가 학생들을 격려하면서 공부에 참여한다. 성무를 위해 온 성인들 중, 다무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레오노레, 할트무트가 교사가 되어 공부 시간이 부족한 1학년의 공부를 봐주고 있다.
그리고 안젤리카는 나의 호위이다.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안젤리카가 있는 덕에 호위기사 견습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으니, 공부 이외로는 도움이 되고 있다. 신전에서 집무할 때와 마찬가지다.
"리제레타, 안젤리카. 올도난츠를 보내기 위해 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나는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안젤리카와 리제레타를 데리고 자기 방으로 돌아와 올도난츠를 날렸다. 솔란지에겐 신입생 등록의 예약을, 에그란티느에게는 할트무트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 관한 사죄와, 봉납식에서 무언가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주의를 전한다.
솔란지로부터는 "이틀 후의 점심시간에 등록하러 오십시오" 라고 대답이 돌아오고, 에그란티느에게서는 "봉납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영주 후보생 과정 강의가 끝난 후에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라는 답장이 왔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나도 모르는데, 뭐라고 답해야 하지?
다음날 아침 식사 후, 아슬아슬할 때까지 공부하던 학생들이 첫 강의에 참석한다.
4학년은 오전이 강의고 오후가 실기다. 오전의 강의는 문제 없이 전원 합격했다. 교과과정의 변경에 당황한 영지도 많았지만, 상위 영지는 제대로 공부해 온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오후의 실기는 조합이었고, 다소 효과가 높은 회복약의 조합이 과제였다. 시간 단축 마술을 사용해가며, 나는 자신의 조합을 재빨리 끝낸다. 페르디난드가 의뢰한 마술지의 조합에 비하면 정말 간단해서, 금방 조합을 끝내버렸더니, 너무 한가해져버렸다.
느긋한 기분으로 교실 안을 가만히 둘러보자, 다들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문관 견습은 조합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 많다.
"둘러보면 누가 문신 견습인지 금방 알겠네요. 솜씨가 다릅니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고도의 기술을 사용해 조합을 끝낸 로제마인 님은 영주 후보생이 아닌가요."
조심조심 약초를 자른 한넬로레가 쓴웃음을 지으며 나를 본다.
"어머, 한넬로레님. 저는 문관이기도 한걸요. 그러니 조합에 익숙해져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답니다."
"보통의 영주 후보생은 스스로 회복약을 만들거나 마술도구를 만들거나 하지 않는다, 로제마인."
메사를 들고 있는 빌프리트는 여전히 약초를 자르는 솜씨가 위태롭다. 한넬로레도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영주 후보생들이 그다지 조합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르트빈 님은 비교적 익숙한 모습이신걸요.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게뷘넨보다 좀 더 조합 실력을 키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잘게 자르는 것이 서투르다면, 적어도 같은 크기로 자르지 않으면 마력이 고르게 스며들지 않아요."
페르디난드였다면 준비 불량으로 실격 판정을 냈을 것이다. 나의 지적에 빌프리트는 "으으……." 하고 신음하며 메사를 노려보았다.
다음 날도 강의는 쉽게 클리어다. 내 측근들이 가르치고 있는 탓인지, 1학년이 비교적 고득점으로 합격하고 있다.
오늘의 점심은 도서관에서 신입생 등록을 하는 날이라, 나는 급히 점심 식사를 마치고 1학년과 자신의 측근 견습들을 거느리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봉납식과는 전혀 관계 없기에, 성인 측근들은 기숙사에서 대기중이다.
"로제마인 님은 도서관을 정말 좋아하시는 거죠? 그곳에 하얗고 검은 슈밀이 있죠? 언니께 들었습니다."
브륀힐데와 리제레타에게 슈바르츠들이 귀엽다고 듣고 있던 베르틸데는 들뜬 발걸음으로 걷고 있다.
"귀엽긴 합니다지만, 함부로 데리고 나가는 일이 없도록 방위 마술이 많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부디 슈바르츠들과는 부주의하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신입생들에게 그렇게 주의하고, 솔란지가 보내온 초대용 목패를 넣어 문을 열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예년과 같이 열람실로 들어가는 문 앞의 복도에서 솔란지와 슈바르츠들이 반겼다.
"오랜만입니다, 솔란지 선생님."
"건강하셔서 다행입니다, 로제마인 님."
내가 솔란지와 인사를 하고 있자, 슈바르츠들이 나의 주위를 둘러싼다. 여전히 귀엽다.
"공주님, 왔다."
"공주님, 오랜만."
"슈바르츠와 바이스도 오랜만이네요. ……올탄시아 선생님은 집무실인가요?"
솔란지와 함께 집무실을 향해 걷기 시작하며 묻자, 솔란지는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올탄시아는 몸이 좋지 않아 누워있다고 합니다."
"올탄시아 선생님의 방은 도서관에 있는 거죠? 그렇다는 것은……?"
사서의 숙사는 도서관에 있지만, 나도 들었을 뿐이라 잘 모르겠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솔란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올탄시아는 여름 중반에 남편에게 불려 중앙의 자택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무렵은 건강했습니다만, 귀족원이 시작되기 전에 올탄시아의 남편으로부터 연락이 있었습니다. 가을이 끝날 무렵부터 자리에 눕는 바람에 이번 겨울은 사서를 할 수 없다고……."
귀족원은 눈이 깊어 몸에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없다. 일이 신경쓰여서 요양하지 못해서는 곤란하니, 제대로 쉬어주었으면 한다.
"가을의 끝날 무렵부터라면 제법 오래되었네요? 얼른 건강해지신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네, 정말입니다. 걱정이긴 합니다만, 귀족원이 시작된 시기여서, 병문안도 갈 수 없습니다. 슬슬 회복되셨을 거라고 믿을 수밖에요."
솔란지는 또다시 사서가 자신 한 사람이 된 것에 쓸쓸한 듯한 미소를 띄우며 신입생의 등록을 시작한다. 그동안 나는 집무실을 나와 열람실로 들어갔다.
"슈바르츠, 새로운 책은 들어왔나요?"
"여기."
슈바르츠의 안내를 받아 서가를 둘러본다. 새로운 참고서가 늘었다. 열람실을 둘러보던 중에 폐가식 서고의 문이 보여, 영주 회의 때 올탄시아가 디트린데에게 무언가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결국 슈라트라움의 꽃은 뭐였던 걸까? 페르디난드 님도 알아보겠다고 답장한 이래로 아무런 소식이 없고……."
페르디난드는 바쁘기 때문에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피리네가 부르러 왔다. 신입생 등록이 끝난 모양이다.
"그럼 또 오겠습니다."
"네, 올해엔 대규모의 성무가 있으시죠? 힘드시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응원하고 있습니다. 바쁘시겠지만, 여유가 생기시면 다시 도서관에 들려주십시오."
"네."
솔란지의 격려에 기뻐하면서 도서관을 나서려 하자, 슈바르츠들이 나를 붙잡았다.
"공주님, 마력 필요."
"올탄시아, 없어."
"아, 그러고 보니 귀족원이 시작된 이후로 전혀 마력을 공급하지 못했습니다. 로제마인 님,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공급을 부탁드려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올탄시아가 솔란지에게 남기고 간 마석에 더 이상 남은 마력이 없다고 한다. 나는 슈바르츠들의 이마의 마석을 쓰다듬어 마력을 공급하면서, 솔란지를 바라본다.
"솔란지 선생님, 올탄시아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왕족에게 연락을 넣어 도서위원에게 마력 공급을 부탁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 올해는 에렌페스트로 일찍 돌아가게 되니까요."
"그렇군요. 힐데브란트 왕자에게 연락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왕자는 올탄시아 선생님의 남편분에게 검을 배우고 있는 것 같으니, 올탄시아 선생님의 병세를 알고 계실지도 모르고……."
솔란지의 분위기가 조금 밝아진 것에 안심하며, 나는 도서관을 나왔다.
오늘 오후의 실기는 음악이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과제곡과 자유곡을 연주하게 된다.
신전에 있는 동안은 로지나가 페슈필 연습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었으므로, 별다른 문제 없이 과제곡을 연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파울리네1는 "합격" 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 조금 불만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파울리네 선생님, 무슨 일이시죠?"
"작년과 같은 축복이 없습니다, 로제마인 님."
"네? 축복이 필요하다는 건 듣지 못했습니다만……."
작년의 강의와 달리, 영주 회의 때의 사당 참배로 슈타프가 강화되었기 때문에, 축복이 마음대로 튀어나가는 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그런 속사정은 어쨌건, 음악 시험에 축복이 필요하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진지하게 기도하며 연주하면 축복이 되는 것이죠? 클라센부르크, 프뢰벨타크와의 공동연구로 성무의 중요성을 알리려 하는 지금, 정작 로제마인 님의 기도가 부족하셔선 곤란합니다."
축복 옵션을 붙여서 연주하라는 말에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페슈필을 다시 안았다. 반지에 마력을 흘리며 페슈필을 연주하고, 신들에게 기도를 바치며 노래한다. 물의 여신에게 바치는 노래이기 때문에, 녹색의 축복의 빛이 넘쳐흐른다.
"멋진 연주였습니다. 플루트레네도 필시 기뻐하시겠지요."
파울리네는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합격시켜주었지만, 나는 미래가 엄청나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어라? 이거 혹시 봉납춤에서도 같은 말을 듣는 거야?
음악 실기를 마치고 기숙사의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학생인 측근들은 다목적 홀에서 공부중이기에, 이곳에 있는 것은 리제레타와 레오노레와 안젤리카뿐이다. 나는 음악 실기에서 축복하라는 말을 들은 것. 그리고 봉납춤에서도 같은 것을 요구받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측근들에게 상담했다.
"선생님의 요구라면 축복해도 괜찮지 않나요? 억제하려고 신경 쓰는 것보다는 편하신 거죠?"
"로제마인 님에게 부담이 없다면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뭔가 걱정되는 것이라도 있으신가요?"
리제레타와 레오노레의 말에 나는 조금 시선을 떨어뜨린다.
"강의에서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지 않는 것을 제게만 요구하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별로 부담은 없지만, 강의의 합격 불합격에 관해, 나에게만 축복의 유무를 추가하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주목 받고 있는데, 이래서는 더욱 특별시 되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로제마인 님을 특별시하기 위한 행동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까요?"
"레오노레?"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특별하다는 것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인식시켜 두면, 로제마인 님이 왕의 양녀가 되는 것을 주위에 납득시키기도 쉬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레오노레의 말이 바로 이해되긴 했지만, 나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왕족은 비밀리에 준비하라고 했었다. 제반사정을 귀족원의 선생님들에게 흘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출신 영지와 관계가 깊은 선생님이 많기 때문에 비밀도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이다.
"이유와 목적은 어떻게든 둘러댈 수 있으니, 왕족이 뒤에서 움직이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중간한 정보가 떠돌고 있다면, 타령의 사람들이 로제마인 님의 중앙 신전행을 확신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던 이유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레오노레에 의하면 봉납식 회의에서도 에그란티느는 세 번의 성무 모두를 나에게 맏기고 싶었던 듯, 마치 나를 특별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목적인 것 같았다고 한다.
"로제마인 님은 변칙적인 수단으로 왕족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질투나 삐딱한 시선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특별시 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겠죠."
주위에서 "우리들과 딱히 다르지도 않은데 어째서 저 아이가?" 라고 생각되는 것과, "저 아이라면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되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설명에 나는 납득했다.
"좋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그럼 저는 저녁 식사 시간까지 잠시 독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로제마인 님. 독서하시기 전에 이것을 봐주세요."
리제레타가 슥 하고 나무 상자를 내밀었다.
"로제마인 님의 강의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도중에 라이문트에게서 맡았습니다. 페르디난드 님과 레티시아 님의 전품입니다. 편지도 들어있습니다."
수상한 물건이 들어 있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나무 상자와 편지는 이미 개봉되어 있다. 뚜껑을 열자 작은 유리 단지에 빨강과 초록과 노란색의 마석 같은 물건과 끈이 달린 작은 대롱과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 의하면 이것은 레티시아님이 란체나베로부터 받은 과자와 장난감을 나눠주는 것이라 합니다.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정말로 아름다운 물건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에렌페스트의 모두가 함께 즐겨주면 좋겠다고 합니다."
내가 보낸 과자와 요리가 아주 기뻤던 듯, 페르디난드로부터 "신기한 물건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기뻐하겠지" 라는 말을 들어 나누어 주게 된 모양이다.
"페르디난드 님의 편지에는 아렌스바흐에 대한 정보가 몇 가지 적혀있었습니다. 내일의 시험 합격에 자신이 있으시면, 저녁 시간까지 비밀방에서 답장을 쓰셔도 상관 없습니다. 학생들의 공부는 할트무트들에게 맡길 수 있으니까요."
"고맙습니다, 리제레타."
"그럼, 언니는 문 앞에서 호위를, 레오노레는 코넬리우스를 도와 1학년의 지도를 부탁드립니다."
근시장으로서 리제레타는 두 사람에게 일을 배정하고, 내가 강의에서 쓴 페슈필이나 문구류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나는 나무 상자를 안고 비밀방으로 들어가 편지를 읽었다. 쓱 훑어보니, 레티시아의 편지에는 리제레타가 말한 그대로의 일이 쓰여 있다. 마석같은 것은 컬러풀한 사탕이고, 작은 대롱처럼 생긴 것은 아무래도 폭죽 같은 것인 모양이다. 끈을 잡아당기면 반짝거리는 예쁜 것들이 튀어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장난감의 구조를 알고 싶어하던 페르디난드가 하나 빼앗아갔다고 한다.
……그 매드 사이언티스트, 어른스럽지 않잖아!
이어서 레티시아의 편지엔 "대신 과제를 조금 줄여달라 했습니다" 라고 쓰여 있었다. 울다 지쳐 잠들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아 조금 안심한다. 레티시아도 페르디난드에게 익숙해진 것이겠지.
"자, 그럼 페르디난드 님의 편지엔 뭐가 쓰여 있을까?"
귀족원이 시작되기 전에 초석을 물들인 것. 그래서 페르디난드가 마력 등록을 하고 초석에 마력 공급을 하게 된 것. 레티시아도 마석을 사용해 마력 공급의 연습을 시작한 것. 가을의 끝에 란체나베가 돌아가 경계문을 닫을 수 있게 된 것. 영지 대항전에서 내가 보낸 요리의 레시피를 사고 싶다는 것들이 쓰여져 있다.
"……게둘리히의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네. 별 의미 없는 질문이었나?"
편지에 손을 대어보았지만 빛나는 문자는 떠오르지 않는다. 재촉이 없었던 것에, 안도와 미묘한 불안을 느꼈다.
……으음, 영지 대항전에서 만났을 때 직접 추궁당할 듯한 느낌이 들어.
"뭐, 그때는 이렇게 질문하면 되겠지? 페르디난드 님이 어떤 의미로 게둘리히를 쓰셨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게둘리히를 알아서 페르디난드 님은 무엇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절대적으로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응응, 하고 홀로 납득하면서 나는 답장을 썼다. 표면에는 레티시아에게 보내는 감사의 인사와 함께, "저의 요리 레시피는 비쌉니다. 상담이 기대되네요" 라고 쓰고, 이면에는 사라지는 잉크로, "마력 공급을 떠맡다니, 무슨 일을 꾸미고 있나요?" 라고 적었다.
다음 날도 강의는 순조롭다. 실기는 조합이었고, 마력의 반발을 줄이는 약을 만들게 되었다. 교실 앞쪽의 하얀 스크린에 조합 순서를 투사하면서, "무엇에 쓰는 약인지 아시나요?" 라고 힐쉬르가 후훗 웃으면서 묻는다.
"아우브의 허가를 받아, 범죄자 같은 자들이 한 증언의 뒤를 캘 때, 동조하기 쉽게 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나도 기억이 들여다보였을 때 마셨던 경험이 있는 약이다. 자신에게 사용된 약의 용도 정도는 알고 있다.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더니, 힐쉬르가 매우 미묘한 얼굴이 되었다.
"……이거 또 특수한 사례가 나왔네요."
"특수요? ……달리 뭔가 용도가 있나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어째선지 주위의 학생들이 살짝 질린 표정으로 "어?" 라며 나를 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어째서 모르는 것인가?" 라고 말하는 듯한 시선이 매우 따갑다. 힐쉬르가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토하며 설명해 주었다.
"이 약은 일반적으로 결혼한 남녀가 서로를 물들일 때에 사용되는 것입니다, 로제마인 님. 아우브의 허락 없이는 사용되지 않는 특수한 약을 공통 강의에서 가르칠 리가 없겠죠?"
……윽. 그렇치만 그런 사용법, 페르디난드 님에겐 들어본 적 없는걸!?
장래의 필수품이기에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약이라고 한다. 페르디난드에게 배웠기에, 나도 만드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사용법은 몰랐다.
……일반적인 사용법을 알려줘야죠, 페르디난드 님은 바보 바보!
마음 속으로 페르디난드를 욕하며, 나는 재빨리 조합한다. 하급 귀족도 사용하는 약이므로 조합 자체는 간단하다.
"조합은 완벽합니다만, 정말 묘한 부분에 구멍이 있으시네요, 로제마인 님은."
"그런 말은 제 스승에게 부탁드립니다. ……그보다 어째서 서로를 물들이기 위해 이러한 약이 필요한 거죠? 도대체 언제 사용하는 건가요?"
조합한 약을 제출하면서 힐쉬르에게 질문하자 힐쉬르는 신기하게도 난처한 얼굴이 되어, "정말이지 페르디난드 님은……" 이라며 이마를 눌렀다. 아직 누구의 조합도 끝날 것 같지 않아, 힐쉬르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나의 질문에 어울려 준다.
"원래 귀족은 부모가 가진 마력의 속성을 이어 태어납니다. 그것은 알고 계시죠?"
"네. 그리고 탄생 계절의 속성도 붙죠?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는 속성을 적성 속성이라 부르고, 자신의 적성 속성은 세례식의 메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적성이 있는 속성의 마술이나 조합은 좀 더 편해지게 됩니다. ……였죠?"
내가 배운 것을 떠올리며 대답하자, 힐쉬르는 "그렇습니다" 라고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을 쏟아도 그냥은 섞이지 않습니다. 자신 이외의 마력에 반발하기 때문입니다. 피가 가까운 친족이라면 반발이 적습니다만, 그것은 알고 계신가요?"
트롬베 토벌 때 페르디난드가 마력을 흘려넣자 고통스러웠고, 그 반발을 이용해 상처를 막았다고 페르디난드는 말했었다. 게다가 한넬로레가 다루는 바다의 여신의 신구는 원본에 마력을 흘리며 베낀 것이었는데, 내가 베끼기 위해 마력을 흘리자 한넬로레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나는 득의양양하게 "네. 이미 경험했습니다" 라고 끄덕였다. 힐쉬르가 순간 멈칫하며 몇번 눈을 깜빡이고는 "경험……?" 이라고 중얼거린다. 뭔가 이상한 말을 한 걸까.
"깊이 질문 하는 것은 그만두도록 하죠. 즉, 그대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타인의 마력을 받아들이기 위해, 약을 사용해 반발을 줄이는 것입니다. 이 약이 들어간 음료는 일반적으로 침실에 들어가기 전에 마시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자신이 이 마력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 약혼할 때는 각자의 마력이 들어간 마석을 교환해, 그것을 몸에 붙이고 다니며 몸에 익숙해지게 한다고 한다. 부적같은것과 달리, 약혼 때에 주는 마석은 조금씩 마력이 새어나가는 물건이라고 한다.
"그런 것이었나요. 처음 알았습니다……랄까, 어?"
……어라? 나, 혹시 페르디난드 님의 마력에 물들지 않았어?
힐쉬르는 특수한 사용법이라 했지만, 예전에 기억을 들여다볼 때, 페르디는다는 내게 그 약을 마시게 했었다. 마찬가지로 부모의 마력 속성을 이어갈 수 없는 몸이 먹하는 아이인 딜크는 적성이 없고, 나는 적성이 있었던 이유는 그때문이 아닐까?
……나 농담이 아니라 시집 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거 아냐!? 마력적으로 생각해서!
"저, 저기, 힐쉬르 선생님. 쓸데없는 것을 묻습니다만, 그 약을 사용하는 것은 한 번 뿐인가요? 한 번 상대의 마력에 물들면 계속 그대로인가요?"
내가 허둥거리며 질문하자 힐쉬르는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약을 사용해 잠시 물들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마력은 점차 자신의 색으로 돌아갑니다. 자신 안에서 새로운 마력이 만들어질 때에는 원래 자신이 가진 속성의 마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부부도 러브러브한 시기는 서로를 물들이며 마력이 닮게 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점차 상대방의 영향은 희미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임신 기간 중에는 아이를 아버지의 마력에 가까이 하기 위해, 가급적 자주 마력을 흘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내가 임신중일 때에 다른 아내를 얻지 않는 이유도 그쪽 관계인 것 같다.
"그렇습니까. 시간이 지나면 문제되지 않는 것이었군요. 안심했습니다. 그런데 약을 마신 뒤에는 어떻게 마력을 흘리는 건가요?"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질문하자, 힐쉬르는 엄청나게 씁쓸한 표정을 되었다. 관자놀이를 누르며 깊은 한숨을 토한다.
"……로제마인 님, 그 근처의 질문은 에렌페스트로 돌아가 엘비라 님과 플로렌시아 님께 여쭤보시지요. 외모가 어려서 묵인되기 쉽습니다만, 아무래도 이젠 알아야 할 나이죠."
……아, 보건체육 계열? 그러고 보니 침실에 들어가기 전에 마신다고 했었지. 귀족 특유의 의식이나 관습이 있는 건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그런 일이었었나.
나는 바로 납득할 수 있었지만, 교실 앞에 나와 당당하게 질문할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 교실의 모두가 뭐라고도 할 수 없는 미묘한 얼굴로 어색해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조합을 끝내고도 제출하러 나오지 못한 아이도 있었는 듯, 곤란해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 미안합니다. 앞으로 조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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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탄시아의 부재, 아렌스바흐로부터의 편지와 과자, 장난감의 나눔.
여러가지 새 사실이 드러나고, 로제마인은 강의의 합격을 따냅니다.
다음은 후편입니다. 영주 후보생의 강의도 시작합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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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로제마인을 프로듀스하는 에그란티느P !!
목표는 최고의 아이돌!
아, 참고로 페슈필은 아래의 반두라(Bandura, バンドゥーラ)라는 악기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연주합니다.
Pauline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15화. - 첫주의 강의 후편 -
첫주의 강의 후편
내가 힐쉬르 앞에서 물러나 자신의 테이블로 돌아오자, 그곳은 굉장히 미묘한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이미 마력의 반발을 경험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로제마인? 도대체 누구와 경험한 것인가?"
"아아, 한넬로레 님과 함께 경험했습니다."
"한넬로레 님이라고!?"
예상 밖이라는 듯한 반응으로 주위가 술렁이며 한넬로레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시선을 받은 한넬로레가 움찔하며, 주뼛주뼛 나를 바라보았다.
"로제마인 님, 저는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만……."
"지난해 단켈페르가와의 공동 연구 도중에, 둘이서 신구의 전승 방법에 대해 이야기 했던 적이 있었죠? 그 때 제가 한넬로레 님의 신구에 마력을 흘렸더니, 한넬로레 님의 마력과 반발해버려서……."
내가 마력의 반발을 느꼈을 때의 설명을 하자, 한넬로레는 "아 그 때인가요" 하고 납득한 얼굴이 되었다.
"로제마인 님이 흘린 마력은 조금뿐이었고, 놀랐을 뿐, 영향은 전혀 없었습니다. 힐쉬르 선생님도 말씀하셨듯이 타인의 마력에 의한 영향은 금방 사라지까요. 안심해 주세요, 로제마인 님."
한넬로레가 방긋 미소 짓자 주위가 "뭐야……" 라고 안도하며 시시하다는 듯이 숨을 토했다.
"로제마인, 그대의 말투는 여러가지 의미로 너무 헷갈린다. 마치 그대가 이 약을 마시고 나의 마력에 물든 것처럼 생각되어지지 않았나."
빌프리트의 말에 "아아. 다른 사람들에게는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마력에 물든 것처럼 보이는 거구나" 라고 이해하고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다. 이미 파혼이 결정되었는데 그런 오해가 떠돌아선 빌프리트도 나도 곤란하다.
……그런데 어째서 빌프리트는 자기 걱정은 안 하는 거지!? 양부님이 기억을 들여다볼 때 빌프리트도 이 약을 마셨었는데?
거기서 나는 앗 하고 깨달았다. 그렇다. 에렌페스트에는 이 약을 마신 사람이 몇이나 된다. 나와 빌프리트만이 아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이 주위의 오해를 받게 된 것에 대해선 정말 죄송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의 주위에는 이 약을 사용한 사람이 몇이나 있으니까요. 약을 마신 뒤에 어떤 영향이 남을지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몇이나 있다고?"
"네, 이름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지난해 겨울부터 봄까지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 중 몇몇이 이 약을 사용했었죠? 설령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 해도 미래에 영향이 있으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간신히 둘러댄 대답에 빌프리트가 "확실히 몇몇 있었지" 라며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일이라고는 해도 범죄자와 동조해야만 했던 기사 분들도 큰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윽, 하고 싫은 기색을 드러낸 것은 상급 기사들일 것이다. 기억을 들여다보는 마술도구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력을 흘릴 뿐이지만, 그래도 즐거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로제마인, 그런 걱정은 필요 없다. 이 약의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완전히 영향이 사라질 때까지 길어도 한 달 정도이다."
"그런가요? 그럼 모두의 마력은 괜찮겠네요."
……한 달 정도인가. 뭐야, 걱정해서 손해 봤네.
페르디난드에게 물들어 버린 것인가 하고 당황했지만, 아무래도 딱히 문제 될 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심문하는 기사들의 마력에 물들었던 마티아스들도 문제 없을 것 같아 다행히다.
조금 저질러버린 조합을 마친 다음날은 오전이 일반 강의고, 오후부터는 영주 후보생의 강의가 시작한다. 올해도 내 책상에는 당연하다는 듯 발판이 준비되어 있었고, 옆자리는 한넬로레였다.
"잘 부탁드려요, 한넬로레 님."
"로제마인 님의 옆이라면 여러가지로 조언을 받을 수 있으니, 오히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후훗하고 함께 웃고 있자, 에그란티느가 교사로서 교실인 소회장으로 들어왔다.
……어라?
에그란티느의 춤추듯 우아한 움직임도, 잘 정리된 금발도,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 등색의 눈동자도 기억과 같다. 하지만 뭔가가 다르다. 전보다 훨씬 예뻐진 듯한 느낌이 든다. 내면의 화려함이 커졌다고 할까, 어깨의 힘이 빠진 자연체가 되어 있다고 할까,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어쩐지 예뻐진 것이다. 묘하게 시선을 끄는 분위기가 있다.
"오랜만이네요, 여러분. 이제 모형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보조하는 사람들이 모형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 간다. 내 앞에도 놓인 그것은 새하얀 모래로 채워진 상자 속에 초석의 마술을 본뜬 마술도구가 들어 있는 영지의 모형이다.
전원에게 모형이 배포되고, 보조하는 사람들이 퇴실하자, 에그란티느는 학생들에게 모형을 물들이도록 지시한다. 작년의 강의에서 모형정원을 물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던 학생이 "다시 처음부터 물들이는 것입니까?" 라며 조금 싫은 듯한 기색을 보였다.
"네, 그렇습니다. 역시 작년 겨울부터 1년 동안 모형정원의 마력을 유지할 수도 없으니, 매 년 처음부터 다시 물들여야만 합니다."
확실히 1년 동안 마력을 유지하기보다는 처음부터 다시 물들이는 것이 마력적인 비용이 적게 든다. 나는 납득했지만, 영주 후보생으로서는 빠듯한 마력을 가진 학생에게는 몇 번이고 다시 물들이는 것이 힘든 것 같다. 우울하게 모형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을 에그란티느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래도 이정도 크기의 마술도구를 물들이는 것을 주저해서는 아우브가 될 수 없습니다. 초석의 실물은 이렇게 작지 않습니다. 아우브로서 초석을 물들이거나 유지하는 것은 이보다 훨씬 힘든 일이니까요."
에그란티느는 방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모형정원의 모형을 가리켰다. 영주를 목표로 하는 것이 영주 후보생이다. 영주 후보생이라면 이 정도 크기의 모형은 쉽게 물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작금의 마력 부족 사태로 인해, 정변에 진 영지와 소영지에는 초석의 마술에 조금이라도 많은 마력을 공급하기 위해 상급 귀족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나을 정도로 영주 후보생으로는 빠듯한 마력을 가진 사람을 영주 후보생으로서 남겨두고 있다. 비록 모형정원을 물들일 뿐이라고는 해도, 차기 아우브가 아닌,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할 뿐인 명목상의 영주 후보생에게는 힘든 과제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시작해 주세요."
나는 에그란티느의 구령과 함께 슈타프를 내어, 모형정원의 초석의 마술에 대고 마력을 흘려넣었다. 마술도구가 물들고, 흘러나간 마력이 하얀 모래를 검은 흙으로 바꾸며, 점점이 녹음이 솟는다.
"로제마인 님은 여전히 빠르시네요. 이 모형을 자신의 마력으로 채우면, 올해는 초석의 마술에 타인이 마력을 공급하기 위한 공급의 제단과 등록의 마석을 만들도록 하죠."
"네."
공급의 제단에 등록하기 위한 마석은 아우브가 아니면 만들 수 없다. 그리고 공급의 제단에 들일 수 있는 최대 인원은 일곱명으로 정해져 있다. 마력을 공급하기 위한 장소가 최고신과 다섯 기둥의 대신을 상징하는 인장이 있는 곳 밖에 없어, 그 이상의 사람은 들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등록의 마석만이라면 몇 개라도 만들 수 있다. 드레반히엘은 성인인 영주 후보생이 많아, 미성년자는 마력 공급을 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등록만은 되어 있다고 다과회에서 아돌피네에서 듣기도 했다.
……영주 후보생이 많다니, 부럽네.
"무슨 일이신가요, 로제마인 님? 복잡한 얼굴을 하고 계십니다만……."
"아무 것도 아닙니다.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드레반히엘처럼 영주 후보생이 많은 영지를 부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에렌페스트는 미성년자를 제외하면 세 명뿐이라……."
내 말에 한넬로레가 "그건 힘들겠네요" 라며 조금 표정을 흐렸다.
"단켈페르가는 할아버님이나 할머님도 건재하시고, 숙부님들도 계십니다. 아버님의 둘째 부인이나 셋째 부인을 포함하면 성인만으로도 쉽게 일곱 명을 넘어서니까요."
오라버님도 성인이 되었고요, 라고 한넬로레가 중얼거린다. 내년에는 둘째 부인의 아이가 귀족원에 입학한다고 한다. 미성년인 영주 후보생도 몇 명 있는 모양이다.
"그만큼 인재가 풍부한 것이 부럽네요, 정말로."
"그렇지만 중영지인 에렌페스트가 힘들 정도라면, 아렌스바흐는 정말 큰일이겠네요."
나는 한넬로레의 그런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렌스바흐에서 초석의 마술에 마력을 공급할 수 있는 성인은 성인인 디트린데와 게오르기네뿐이다. 그리고 미성년인 영주 후보생이라 해도 귀족원에 입학 전인 레티시아밖에 없다.
……페르디난드 님을 혹사시키다니 너무해! 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누군가의 손을 빌리고 싶은 심정만은 공감할 수 있다.
우우, 하고 신음하고 싶어졌을 때, 모형정원이 마력으로 완전히 채워졌다. 감각적인 것이긴 하지만, 계속 흘러나가던 마력이 살짝 되돌아오는 것이다.
"에그란티느 선생님, 되었습니다."
"그럼 공급의 제단을 만들죠. 마석의 준비는 되어 있나요?"
"네. 이미 마력으로 가득 차 있기에, 지금부터 금가루로 만들겠습니다. 설계도를 그릴 마술지는 이거면 될까요?"
페르디난드의 예습을 받고 있으니, 무엇을 해야 되는지는 알 수 있다. 나는 강의에 필요하다던 도구들을 꺼내고 순서를 확인한다.
"네, 괜찮습니다. 이 마법진을 보고 스틸로로 그려주세요."
나는 가지고 있던 마석를 금가루로 바꾸고, 공급의 제단를 만드는 데 필요한 마법진을 열심히 노려본다. 모든 신들의 기호가 가득한 마법진은 매우 복잡해서 그리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코피페 할 수 없을까?
나는 톡톡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시작점과 종점을 지정한다. 그렇지만 전혀 마력이 나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안되는 모양이다. 모처럼의 코피페 마술이지만, 상당히 한정적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다. 너무 아쉽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스틸로로 마술지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쳇, 편하게 하고 싶었는데.
마법진을 그리는 것이 끝날 무렵, 한넬로레도 모형정원 물들이기를 끝내고, 열심히 금가루를 만들고 있었다. 마석을 꽉 쥐고 마력을 담고 있다.
"로제마인 님은 벌써 다 그리신 건가요?"
"벌써라고 할 정도는 아닌걸요. 제법 시간이 걸려서 지쳤습니다."
"정말 빠르고 예쁘게 그리셨다고 생각합니다만……."
한넬로레가 그렇게 말하면서 내가 그린 마법진을 들여다보았다. 나도 자신의 마법진을 내려다본다. 딱히 예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조금 떨어져서 보면 일부 기호가 비뚤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그런가요? 페르디난드 님에게는 늦는데다 기호가 똑바르지 않아 아름다움이 부족하다고 종종 혼났었습니다. 이것도 분명 합격 여부가 미묘할 거라 생각합니다."
마법진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마술을 사용할 때는 기호의 배치가 조금만 어긋나도 효율이 떨어진다고 한다. 스틸로로 그리기에, 나는 페르디난드가 납득할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그려야만 했었다.
"저의 어머님보다 엄하시네요."
한넬로레는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아무래도 단켈페르가의 첫째 부인도 엄한 모양이다. 나는 무심코 살짝 웃어버렸다.
"한넬로레 님, 매우 엄한 페르디난드 님의 가르침이지만, 몇번이고 받다 보면 모종의 합격라인이 있다는 것을 점차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것만 찾으면 어떻게든 합격만 할 수 있을 정도를 노리며 속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한넬로레 님도 합격라인을 찾으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나쳤다간 합격라인을 올려버리므로 요주의입니다만, 라고 내가 권하자, 한넬로레는 잠깐 멍해있다가 살짝 숨을 토했다.
"……로제마인 님은 어려운 지도를 받으시면서도 의외로 여유가 있으셨던 모양이네요."
……어? 그런 거 아닌걸? 조금이라도 빨리 다음 책을 읽고 싶어서, 언제나 간신히간신히였는데.
그리고 지금은 그런 독서 시간조차 제대로 확보할 수 없을 정도로 여유가 없는데, 주위에는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로제마인 님, 준비가 되셨으면 공급의 제단를 만들어 주세요."
"네."
나는 엔트비켈른과 같은 요령으로 마력 공급용 마술도구를 만들어, 그것을 초석의 마술에 있는다. 그리고 공급용 마석을 일곱 개 만들었다. 이미 예습으로 같은 것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으니, 딱히 실패도 없을 것이다.
……이정도려나?
완성된 모형정원을 에그란티느에게 보이자, "어머, 대단하네요." 라며 에그란티느의 눈이 커졌다. 예상 밖의 속도로 완성된 모양이다. 페르디난드 덕분이지만, 주위에 여유롭게 보이는 것 때문에 봉납식 같은 민폐를 강요받는다는 생각도 든다.
"이 다음은 영민의 등록 메달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그것의 등록과 폐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제 시간이 없으니 다음 시간에 하도록 하죠."
에그란티느의 설명을 듣고, 나는 조금 우울한 기분이 되었다. 등록 메달의 폐기는 그거다. 페르디난드가 하세에서 집행한 처형이다. 전 기베·겔랏하같은, 도망친 범죄자를 처형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기분 좋은 것은 아니다.
……하세의 처형 광경이 떠올라서 기분이 안 좋아지는걸!
강의에서 하는 것은 영민을 대신하는 마석의 마력을 메달에 등록하고, 등록이 끝나면 메달과 함께 마석을 폐기할 뿐이다. 아마 하세의 처형 광경을 보지 않았으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강의를 마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마석이 부서지는 모습이 그날의 처형을 생각나게 한다. 기분이 나빠지고, 잠시 기분이 가라앉는다.
……괜찮아. 마석이니까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
강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모두가 재빨리 자신의 소지품을 정리해 교실을 나가는 와중에 에그란티느가 방긋 미소지으며 나를 불렀다.
"로제마인 님은 남아주시겠어요? 조금 이야기가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에그란티느 선생님."
걱정스럽게 몇번인가 뒤를 돌아보며 교실을 나가는 빌프리트와 한넬로레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며, 나는 에그란티느가 시키는 대로 교실에 남는다. 전원이 퇴실하고 보조하는 사람이 교재인 모형정원을 가지고 나가자, 교실에 남은 것은 나와 에그란티느 단 둘뿐이 되었다.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에그란티느 님?"
"봉납식에서 무언가가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셨죠?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가요? 가능한 한 자세히 알려 주시지 않겠습니까?"
올도난츠로 나눈 내용 그대로이다. 나는 처음 생각했던 대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예상은 할 수 없는데,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알고 계신 건가요?"
"네. 첸트가 되기 위해서는 기도가 필요하죠? 신들에게 기도하며 빛의 기둥을 세우고, 사당에서 기도를 바쳐야 하는 것이니……."
내 말에 에그란티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원의 사당을 순회하며 기도를 바쳐야 하는 것은 지하 서고의 하얀 석판에도 기록되어 있던 것이다.
"그래서 제단의 방에서 봉납식을 치르며 모두의 기도를 바치면 뭔가가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제단의 방은 기도를 바치기 위한 예배실이니, 무언가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무엇이 일어날지는 예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작년의 봉납식에서는 별다른 일이 없었었죠?"
에그란티느는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붉은 빛의 기둥이 솟았지만, 그건 귀족원에서는 당연한 현상이다. 나 역시 그만한 정도로 아무 일 없이 끝나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제단을 향해 기도한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제단에 마력을 흘리지도 않았고, 단순히 성배에 마력을 모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당을 순회하지도 않았고, 하늘에 거대한 마법진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여러가지 의미로 작년과 올해는 조건이 다르다.
"성결식 때 신구를 사용했더니 신기한 현상이 일어났던 것처럼 제단을 향해 기도를 바치면 신기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준비만이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내가 아나스타지우스로부터 "갑자기 일어나는 것 보다는 마음의 준비가 된다. 그대가 관계되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리 없으니까 말이다" 라는 말을 들은 것을 말하자 에그란티느가 쿡쿡 웃었다.
"알겠습니다. 첸트에게도 보고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클라센부르크의 영주 후보생들이 새로 입학했습니다. 쟌시안느1 님은 아직 마력 압축을 하고계시지 않기에, 중급 귀족의 봉납식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중급 귀족은 빌프리트 님이 담당하시는 거죠?"
"그렇습니다. 세 차례나 봉납식을 하는 것은 제게 부담스러우니, 라며 분담하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내가 방긋 미소 짓자 에그란티느도 방긋 미소지었다.
"로제마인 님의 측근 두 사람도 너무나도 주인를 아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두 분 다 로제마인 님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이라며 한결같았으니까요."
흐뭇한 것을 보는 것처럼 에그란티느가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사실은 봉납식을 하기 전에 쟌시안느와 나를 초대해 다과회를 하고 싶었다거나, 내게 쟌시안느를 비호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비호와 공동연구는 별개라 생각하는데, 나의 인식이 틀린 걸까.
……봉납식에 대해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면 기꺼이 승낙하겠지만, 1위 클라센부르크를 8위인 에렌페스트가 비호하는 건가? 반대 아냐?
"제가 쟌시안느 님보다 입장적으로 높은 왕족이 되는 내년부터는 비호할 수 있습니다만, 올해는 아직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어머, 로제마인 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시지 않아도, 다과회에 부르거나 초대를 받아들이며 사이좋게 지내주시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정도로 괜찮으시다면……."
다과회를 함께 하는 것 정도로 된다면 어떻게든 되겠지. 시간을 내기가 힘들 뿐이다.
……도서관의 마술도구의 연구, 할 수 있을까? 가장 하고 싶은 건 그건데. 으음…….
"흔쾌히 맡아 주셔서 기쁩니다. 로제마인 님 좋은 공동연구가 되도록 하죠."
그런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은 공동연구라는 말을 들어도 곤란하다. 클라센부르크와의 공동연구이니 에그란티느와 함께 연구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는 굳이 말하자면 클라센부르크의 공동연구에 협력할 뿐이라는 기분이다.
"좋은 공동연구라고 말씀하셔도, 클라센부르크는 도대체 어떤 공동연구를 하는 건가요?"
"네?"
"전, 아무것도 듣지 못했고, 에렌페스트는 딱히 봉납식에서 연구할 것이 없습니다. 에렌페스트는 왕족과 상위 영지로부터 협력를 요청받아 성무를 치를 뿐입니다. 클라센부르크의 쟌시안느 님은 대체 무엇을 연구하시는 건가요?"
에그란티느가 놀라서 입가를 누르고 있는 모습을 의아한 기분으로 바라본다. 연구 주제조차 정해지지 않았고, 봉납식 준비 이외에 어떤 상의도 없이 좋은 연구로 하자는 말을 들어도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모른다.
"전, 공동연구는 학생의 영역이라 아우브의 허가는 딱히 필요하지 않다고 작년에 들었었습니다. 그러나 클라센부르크와의 공동연구는 아우브의 제의로 시작되었고, 에그란티느 님의 뒷받침으로 결정되어, 협상이나 상의는 학생이 배제된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깜짝 놀란 듯이 에그란티느가 나를 본다. 하지만 정말로 학생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친목회에서 인사한 쟌시안느 외, 클라센부르크 학생의 얼굴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이쪽의 의견을 듣는 일도 없이 일시나 순서가 정해졌고, 심지어 연구 주제마저도 정해지지 않은 것을 어떻게 연구하면 좋은 건가요?"
학생들의 가호를 늘리기 위해, 성무에 대해 널리 알리기 위해, 왕족들이 많은 마력을 얻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있으므로 봉납식에 협력하는 것은 상관 없지만, 그걸 가지고 공동연구라 해도 느낌이 안 온다.
"이점이 많으니 봉납식을 하는 것 자체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클라센부르크에게는 열심히 해주었으면 하고 생각하니, 올해는 상위 영지의 요청에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왕의 양녀가 되면 에렌페스트로서는 딱히 얻을 것이 없는 클라센부르크와의 공동연구는 중단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여유가 전혀 없는 강의 초반에 휴일마저 반납하며 봉납식을 치르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것입니다."
에그란티느가 개입했듯이 나도 개입해 공동연구를 중단시킨다.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에게 부담을 주고, 우수한 성적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을 끌어들이면서까지 에렌페스트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왕족에 대한 기여가 에렌페스트의 이익이 아닌가요."
클라센부르크의 후원으로 봉납식을 치르는 것으로 왕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에그란티느가 말한다. 확실히 에렌페스트에게는 승자 영지로서 왕족에 공헌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클라센부르크와 함께 해야만 하는 일도 아니고, 무엇보다 내가 왕족으로 들어가는 것이 에렌페스트의 공헌 목록에 들어갈 것이다. 더 이상의 부담은 필요 없다.
"로제마인 님, 에렌페스트의 협력이 없으면 봉납식은 할 수 없습니다. 성무를 주관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게 번거로우셨다면 좀 더 빨리 알려주셨으면……."
곤란하네요, 라고 뺨에 손을 얹으며 말하는 에그란티느를 똑바로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젓는다.
"전, 겨울 초에 결정사항으로 전달받았을 뿐, 의견을 요구 받지 못했으니 전해드릴 수 없었습니다. 에그란티느 님이 개입한 시점에서 왕족의 명령이 된 것입니다. 에렌페스트는 거절할 수 없습니다."
왕족인 에그란티느가 개입한 시점에서 이미 에렌페스트에 있어선 단순한 학생의 공동연구가 아니게 되었다. 아우브 간의 협의로 정해지는 공동연구는 보통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보통이 아닌 연구를 계속하게 놔둘 생각은 없다.
"클라센부르크가 내년에도 금년과 같은 봉납식을 치를 예정이라면 올해의 봉납식을 잘 연구해 클라센부르크의 학생이 성무를 주관할 수 있게 되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 그것을 올해의 연구 주제로 하는 건 어떠신가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도 할 수 있게 되었고, 멜키오르와 청색 견습들도 수확제에서 훌륭히 의식을 주관했다고 듣었다. 1년이나 준비 기간이 있으니, 의욕만 있으면 괜찮을 것이다. 내가 봄부터 가을에 걸쳐 노력한 청색 견습들에 대해 이야기하자, 에그란티느는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반 년, 진지하게 노력하면 성무를 주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아우브·클라센부르크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에그란티느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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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후보생의 강의를 하고 에그란티느와의 대화입니다.
클라센부르크와의 공동연구라고 해도 말이죠, 라는 로제마인.
자신의 조정으로 잘 해보려던 에그란티느는 깜짝 놀랐습니다.
다음은 봉납식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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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갑자기 바빠져서 웹 자체를 못 들어오는 상황이었는데, 번역이 밀리지 않은 것이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손해본 것 같기도 하고....
뭐, 어쨌든 팝콘을 준비하고 다음화로 가는 겁니다!!
쟈시안 -> 쟌시안느 로 수정.
Gentiane(프): 용담속의 식물. 파란색 꽃이 핀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16화. - 귀족원의 봉납식 -
귀족원의 봉납식
에그란티느와 이야기를 한 다음날. 강의에 합격하고 기숙사로 돌아오자 브륜힐데가 다가왔다. 클라센부르크에서 봉납식이 있기 전에 공동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신청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이미 열매의 날, 봉납식 전날이다. 봉납식을 치르기 전에 이야기를 할 여유 따윈 조금도 없다.
"어쩌죠? 봉납식까지라고 해도 내일 아침 정도밖에 시간을 낼 수 없습니다. 중앙 신전의 신관들이 식을 준비하는 사이라면 잠깐의 여유가 생기겠지만,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나는 클라센부르크의 요망에 대해,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둘 다 곤란한 얼굴이 된다.
"봉납식 자체는 아직 두 번 더 남아있다. 무리해서 첫 의식 전에 만나야 할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에렌페스트의 성무를 주관하는 대표는 그대이니, 분명 저쪽이 요구하는 것은 그대와의 대화일 거라 생각한다."
봉납식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에게 어떤 설명을 하는지, 어디서 어디까지를 클라센부르크의 범위로 할지 등 의식에 앞에 논의해야 할 것은 많다.
"친목회 시간에 그대의 측근이 호출되어 갔었지? 그 때 교섭은 끝난 것이 아니었나?"
"의식의 순서에 대해서는 논의했겠습니다만, 학생들끼리는 전혀 만난 적이 없어, 도저히 공동연구라고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앞서 인사 정도는 하고 싶은 것이 사실입니다. 전, 친목회에서 인사한 쟌시아느 님 이외엔 저쪽 학생의 얼굴을 모르니까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도 클라센부르크 학생들의 얼굴을 모르는 모양이다.
"클라센부르크의 쟌시아느 님이 참여하는 것은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의식입니다만, 아무런 안면도 없이 괜찮은가요?"
"음? 확실히 내가 봉납식을 치르기 전에는 만나두고 싶은걸. ……그렇다면 다음 주인가? 시간을 내는 것은 매우 어렵겠다만."
이번 봉납식에서 클라센부르크와의 접촉이 가장 많은 것은 빌프리트이다. 나의 몸 상태를 이유로 빌프리트와 샤를로테가 의식을 분담한 것인데, 그런 현장에 내가 쭐래쭐래 눈치 없이 나타날 수는 없다.
"언니, 오라버님. 비록 내일 아침밖에 시간이 없더라도 한 번 만나뵙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클라센부르크는 자신들은 분명 제의했지만 에렌페스트가 시간을 내주지 않았다고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일 아침이라는 급한 시간대라도 에렌페스트는 최대한 배려했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무난하겠죠."
갑작스러운 초대를 거절할지의 여부는 클라센부르크의 판단에 맡기고요, 라고 샤를로테가 제안한다. 사교적으로는 일단 클라센부르크와 만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군. 갑작스러운 초대가 거절된다면 다시 다음 주에 대화의 자리를 만들면 되겠지. 클라센부르크가 초대를 받아들였을 때엔 나도 동행하겠다. 안면을 익혀야 하는 것은 나이고, 그대는 준비로 바쁘겠지? 그런 와중에 클라센부르크까지 상대하라고는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빌프리트의 말에 샤를로테도 "쟌시아느 님은 여성이니, 저도 함께인 것이 좋겠지요" 라고 수긍했다. 봉납식을 몇번이나 치르는 것은 마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대면식만이라도 강당에 와준다고 한다. 정말 안도가 된다.
"그럼 내일 아침, 아침 식사를 마치고 3의 종이 울릴 때까지 강당에서 대면식을 갖고, 상세한 이야기는 다시 다과회에서 하는 것으로 좋을까요? 그럼, 브륜힐데, 답장을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가겠습니다."
브륜힐데가 말을 건네자 베르틸데와 그레티아를 비롯한 멜키오르의 근시 견습이 브륜힐데를 따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교육 중인 것이다.
클라센부르크와의 만남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자, 샤를로테가 갑자기 얼굴을 들었다.
"저기, 언니가 돌아오시기 조금 전에 에렌페스트에서 목패가 도착했습니다. 멜키오르의 근시와 문관이 각각 한 명씩 내일의 봉납식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네?"
"신전에서 봉납식을 주관하게 되기 전에 한번 측근들에게 봉납식에 대한 경험을 시켜두고 싶다는 멜키오르의 요청에 아버님이 허가하신 것 같습니다. 언니의 호위기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청색의 의상을 입고 온다고 합니다."
성에 있는 멜키오르의 호위 및 측근을 보내기는 어렵지만, 어떻게든 가호의 재취득을 기대할 수 있을 듯한 젊은 두 사람을 보내려는 것 같다.
"학생인 측근 여러분에게도 멜키오르로부터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제대로 귀족원의 봉납식을 경험하고 에렌페스트의 봉납식까지 귀족원의 강의를 마치고 로제마인 누님과 함께 돌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샤를로테로부터 전갈을 들은 멜키오르의 측근들은 "전부터 듣고 있던 것이기에, 열심히 강의를 마치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믿음직하다.
봉납식 당일. 나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몸을 깨끗이 하고 신전장의 의식복을 입는다. 귀족원에서는 거의 입지 않은 의상인데도, 리제레타는 완전히 옷치장에 익숙해져 있었다. 베르틸데가 진지하게 리제레타의 손놀림을 바라보며 열심히 기억하려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제마인, 에렌페스트에서 멜키오르의 측근들이 도착했다."
"그런가요. 모두의 준비가 끝났다면, 강당으로 가도록 하죠."
나는 청색의 의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신관장인 할트무트를 선두로, 성인인 나의 호위기사들, 멜키오르의 측근들, 그리고 빌프리트와 샤를로테가 청색의 옷을 입고 있다. 상당히 수가 많다. 클라센부르크와의 대화가 있으므로 빌프리트와 샤를로테의 측근들도 함께이지만, 그들은 청색의 의상을 입지 않고 있다.
청색의 의상을 입은 사람들과 함께 줄줄이 강당으로 향한다. 가는 도중에 오늘 에렌페스트에서 온 멜키오르의 측근들에게 멜키오르와 어린이방의 모습을 물었다. 아무래도 멜키오르는 어린이방을 능숙하게 운영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도 그들에게 귀족원에 있는 멜키오르의 측근들이 나의 측근과 함께 행동하고 있고, 여러가지로 배우고 있는 것을 전한다.
"강의에 합격해 여유 시간이 생기면, 기사 견습들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레오노레에게 독의 분별법이나 처리방법을 배우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문관 견습들은 할트무트와 다무엘에게 신전의 업무와 서류 작업에 대해, 근시 견습은 강의를 마친 브륜힐데가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기로 되어 있습니다. 에렌페스트의 봉납식에 귀환할 때까지이긴 합니다만."
그 이후에는 성인이 된 측근들이 귀족원에 들어와 있을 명분이 없어지기에, 기한이 정해져 있는, 꽤나 빡빡한 스케쥴이 되어 있다.
강당으로 들어가자 검은 망토를 두른 일단의 무리와 청색 신관들이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쪽의 청색은 중앙 신전의 사람들이다.
이번에도 힐데브란트가 제단의 방으로 이어지는 문을 여는 역할을 맡은 듯, 중앙 기사단과 함께였다. 강당으로 들어선 우리들을 눈치챈 힐데브란트가 방긋 웃었다.
"로제마인, 일찍 왔네요."
"어머, 힐데브란트 왕자 쪽이 훨씬 빠른걸요. 오늘은 이쪽의 성무에 참가하지 않는데도 문을 열기 위해 오신 거죠?"
왕족도 힘들겠네요, 라고 말하면서 인사를 나눈다. 거기에 클라센부르크의 무리도 찾아왔다. 쟌시아느는 우선 힐데브란트와 인사를 나누고, 내 쪽을 향했다.
"로제마인 님, 급한 제의에 배려해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쟌시아느 님, 순서는 아닙니다만, 급한 사람부터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들은 청색의 의상을 입고 있지만 영주 후보생의 측근이며, 신전 업무를 거들어 주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 이후에 이뤄지는 중급과 하급의 봉납식에서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바로 할트무트들을 소개한다. 호위기사는 내쪽에 있게 되지만, 신관장인 할트무트와 멜키오르의 측근들은 중앙 신전의 청색 신관들과 의식의 준비를 해야 해서 바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의식의 준비를 확인하고 중앙 신전과의 최종 협의를 하러 갈 것입니다. 클라센부르크도 동행하시겠습니까?"
쟌시아느가 힐끗 옆의 여성을 돌아보자 몇 명이 할트무트를 따라 제단 쪽으로 걸어간다. 그것을 배웅하고, 나는 쟌시아느에게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를 소개한다.
"두 사람은 중급과 하급의 봉납식을 주관하게 됩니다. 오늘은 소개를 위해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상세한 이야기는 다른 날에 천천히 나누도록 하죠. 클라센부르크는 어떤 연구를 할지 정하셨나요?"
"클라센부르크에는 성무에 관련된 것으로 짐작되는 낡은 서적이 있습니다. 금번의 봉납식을 통해 성무의 방식을 배우고 옛 성무의 재현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어떠신가요?"
단켈페르가처럼 자령에 전해지고 있는 성무를 올바른 형태로 되살릴 수 있으면 영지의 도움이 되고, 귀족들도 가까이 할 수 있는 의식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정말로 좋은 착안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서적에 적힌 성무에 대한 기술을 꼭 보고 싶네요."
쟌시아느가 말한 낡은 서적이라는 말에 내 머리의 안테나가 꿈틀 움직인다. 보고 싶다, 읽고 싶다, 라고 생각하고 있자, 쟌시아느가 화앗 하고 기쁜 듯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낡아 꺼내는 것이 곤란해, 베낀 것을 바탕으로 재현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베낀 것은 상의하는 자리에 가져갈 예정입니다만, 로제마인 님에게도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쟌시아느 님, 좋은 아이이지 않아? 엄청 착한 아이 아냐?
"에렌페스트에도 옛 의식을 올바른 모습으로 되살린 전례가 있습니다. 그 의식의 효과는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옛 성무를 재현하려는 부분을 공통의 연구로 해서 어떤 의식을 재현할 수 있었냐는 부분을 독자 연구로 하면 공동연구의 틀이 갖춰질 것 같네요."
할덴체르의 기원식에서 실시한 봄의 소환 의식을 에렌페스트의 연구 주제로 하면 그다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연구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을 것 같다. 내 말에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도 수긍했다.
"그 연구라면 할덴체르의 사례가 좋겠네요. 전, 기베들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니."
"역시 샤를로테. 듬직하네요."
연구의 개요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의식의 준비가 갖추어진 것 같다. 중앙 신전의 청색 신관들이 제단의 방에서 나온다. 선두의 할트무트가 똑바로 내 쪽으로 걸어온다.
"로제마인 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고맙습니다, 할트무트. 모두에게의 설명도 끝난 것이죠?"
멜키오르의 측근들과 함께 클라센부르크의 학생들도 준비과정을 견학하고 있었던 것이다. 큐레이터 같은 일을 해야 했던 할트무트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위로하자 할트무트는 방긋 웃으며, "중앙 신전의 청색 신관들이 의식을 지켜보겠다고 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라며 임마누엘에게 시선을 돌린다.
이번 봉납식에는 중앙 신전에서도 성배를 가져왔다고 한다. 그래서 임마누엘이 자신들도 의식에 동석하고 싶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모양이다. 신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들이 동석해 지켜봐야 한다거나, 성무의 준비를 한 이상 성무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우기는 임마누엘에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중앙 신전의 청색 신관들은 영주 회의의 봉납식에서도 쓰러졌으니, 영주 후보생이나 상급 귀족이 모인 오늘의 봉납식은 삼가해 주십시오. 조금의 위험성이라도 배제하기 위해, 성무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은 왕족이나 그 호위기사라도 예배실 안으로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자신의 눈으로 지켜봐야겠다면 하급 귀족의 봉납식 때에 중앙 신전의 성배를 가져가도록 하세요."
미성년인 하급 귀족의 봉납식이라면 스스로 그만두지도 못하고 의식을 잃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충분히 자력으로 의식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내 말에 임마누엘은 마지못해 중앙 신전의 성배를 안고 떠났다.
나는 빌프리트, 샤를로테, 쟌시아느를 데리고 제단의 방으로 들어가, 제단의 공물과 신의 상, 신구, 붉은 카펫이 제대로 깔려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그것을 클라센부르크의 학생들이 필사적으로 메모한다.
문제없이 준비가 되어 있음을 확인한 뒤에 힐데브란트에게 모든 준비가 된 것을 전하고, 왕족에게 연락을 부탁한다. 그렇게 준비는 끝이다.
"봉납식의 흐름에 대해서는 금일의 참가자에게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쟌시아느 님. 오늘은 다른 참가자들이 오기 전에 기숙사로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지요."
섣불리 어정거리고 있으면 돌아갈 기회를 잃고 만다. 내 말에 예를 표하고, 쟌시아느를 비롯한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도 기숙사로 돌아갔다.
"에렌페스트와 클라센부르크에는 부담을 주게 되었다만, 잘 부탁한다."
"첸트의 도움이 되어 영광입니다. 봉납식에 참석하는 것은 작년과 같은 분들이네요."
작년과 같이 왕족을 먼저 안으로 들이고, 바람의 방패를 사용해 선별하며 영주 후보생과 상급 귀족들을 제단의 방으로 들여간다. 올해는 바람의 방패가 있음을 알고 있는 탓인지 마음에 가책을 느낄 만한 사람은 처음부터 참가하지 않기로 한 모양이다. 참가 희망자는 한 사람의 탈락자도 없이 제단의 방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몇몇 영지에서는 채집지의 회복에 대한 인사를 표하거나 졸업시의 가호의 재취득을 열심히 준비하고 싶어서 어떻게 기도하는 것이 효율적일지 질문하거나 하기도 했다. 성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되어 있는 영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조금 기쁘다.
"스스로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어떠신가요?"
"그런 멋진 머리장식을 선물해 주시는 약혼자가 계신 로제마인 님은 쉽게 말씀하지만, 아직도 약혼자가 없는 저로서는 조금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풀죽은 얼굴로 그런 말을 듣고 나는 "으아아앗! 미안합니다!" 라고 마음 속으로 사과한다.
"그, 약혼자가 아니라 가족이나 친척, 친구도 좋습니다. 서로 기도할 수는 없습니다만, 기도를 바치는 대상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영주 일족은 영지를 위해 기도를 바치고 있으니까요."
"친구인가요? 감사합니다."
기운을 차린 듯한 여학생을 멜키오르의 측근이 지정된 위치로 안내한다.
지난해에는 성배를 중심으로 도넛 모양으로 늘어섰지만 올해는 제단을 향해 왕족이 맨 앞줄, 영주 후보생, 상급 귀족의 순으로 늘어서있다. 희망자만이라고는 해도 지난해와 달리 문관만이 아니라 기사나 근시도 있기에 정말로 많은 인원이 모여 있다.
전원이 안으로 들어오자 문을 닫고 의식이 시작된다. 할트무트가 식사1를 말하며 모두를 무릎 꿇게 하고, 손에 든 방울을 챠랑 하고 울린다.
"신전장 입장."
할트무트의 목소리에 맞춰 나는 자신의 호위기사들에 둘러싸인 상태로 걷기 시작했다.
……에렌페스트에서도 봉납식은 예배실이 아니라 귀족 구역에 있는 방에서 하니까, 이렇게 신의 상이 있는 제단을 향해 봉납식을 하는 것은 처음일지도.
모두가 줄서앉아 있는 사이를 똑바로 걸어가, 왕족의 옆을 지나 맨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호위기사들은 맨 앞줄이 부담되지 않도록 마력이 든 마석을 건네두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할트무트와 시선을 교환하고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할트무트가 방울을 내려놓고 내 옆에 나란히 무릎을 꿇었다. 나도 무릎을 꿇고 붉은 카펫에 손을 댄다.
"우리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
작년의 봉납식에 참석한 사람이나 영주 회의의 봉납식에 참석한 어른들의 얘기를 듣고 있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기도의 말이 복창되며 성무가 시작되었다. 붉은 카펫에 마력이 흘러 빛의 파도가 되어 제단으로 오른다. 많은 마력을 가진 고위 귀족들만의 봉납식이어서 그런지 에렌페스트에서의 성무보다 그 빛의 흐름이 빠르고, 제단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제단을 향해 마력이 계속해서 흘러가, 새하얀 신의 상이 안고 있는 신구의 마석이 각각의 귀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에렌페스트의 봉납식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현상이다.
"숨쉬는 모든 생명에게 은혜를 내려주시는 신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 고귀한 신력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을."
직후 모든 신구로부터 각각의 귀색의 빛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일곱의 빛은 한번 똑바로 솟은 뒤, 서로 휘감기듯 합쳐져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날아간다.
……와아, 신구가 많이 있으니 화려하네.
"로제마인 님, 이제 한계입니다."
할트무트의 반대측에 무릎을 꿇고 있던 다무엘이 괴로운 듯이 말하며 마석과 손을 바닥에서 떼어낸다.
"의식은 끝입니다. 여러분, 바닥에서 손을 떼주세요."
……신구가 전부 빛날 줄은 몰랐지만, 빛났을 뿐이고 아무 일 없이 끝나서 다행히다.
나는 무사히 봉납식을 마친 것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전긍긍하고 있던 왕족도 같은 심경이었을 것이다. 맥빠진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회복약을 마시고 잠시 휴식시간을 준 뒤에 학생들을 제단의 방에서 내보낸다. 그 뒤에는 채워진 마력을 왕족이 마석으로 옮기거나, 호위기사가 나르거나, 중앙 신전의 사람들이 뒷정리를 하게 된다.
"첸트, 도서관에도 조금 마력을 나누어주어도 괜찮을까요? 올해는 올탄시아 선생님이 안 계시니 분명 마력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버님, 도서관의 마력이 다하면 곤란하오니 로제마인이 마력을 나눠주게 해주십시오."
지기스발트의 건의도 있어, 첸트는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어떻게 도서관에 마력을 옮길 것인가요?"
"제 성배로 운반하면 됩니다. ……이에드그랄2."
슈타프로 마이 성배를 만들고 거기에 마력을 붓게 한다. "여전히 상식으로는 측정이 안 되는군" 라고 중얼거리는 아나스타지우스에게 주위는 동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슈타프로 신구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나만이 아니게 된 이상 그 말투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귀찮으니까 일일이 이의제기하진 않겠지만!
작년 도서관의 마석에 흘린 것처럼 마력을 성배에 붓게 하고, 나는 측근들과 함께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레오노레를 통해 도서관에 올도난츠를 날리고, 코넬리우스와 다무엘에게 성배를 들게 한다. 출발 준비가 되어 나는 왕족을 둘러보았다. 작년에는 왕족의 입회가 필요했었다.
"왕족의 입회라면 올해는 제가 가도록 하겠습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지기스발트가 자청해 나왔다. 나로서는 입회인이 누구라도 상관 없기에, "잘 부탁 드립니다" 라고 대답하고 측근들과 함께 걷는다.
강당을 나오자 강당 밖에 있던 학생들이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한 걸음 물러서는 모습이 보였다. 측근들이 청색의 옷을 입고 있어서 완전히 신전의 행렬 같아보인 탓일까. 아니면 지기스발트가 선두에 있기 때문일까.
주위의 주목을 끌면서 우리들은 중앙동을 나온다. 밖으로 나온 순간, 귀족원의 하늘을 뒤덮은 마법진이 강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무심코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우와, 역시 제단을 향해 기도하는 것이 뭔가의 조건이였던 모양이네.
마력이 충분한 상태로, 언제 기동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상태로 보인다. 뭔가 하나만 더 계기가 있으면 작동할 것 같다.
……그래도 이젠 어떻게 해야 좋지? 또다시 기도해야 하나?
이 뒤에 무엇을 해야 할지 힌트를 원하지만, 열쇠의 관리자 중 한 사람이었던 올탄시아가 없어서 지하 서고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로제마인, 왜 그러십니까? 어려운 얼굴이 되어 있어요."
연결회랑으로 들어서자마자 발을 멈춘 내가 걱정스러운 듯이 지기스발트가 말을 걸어왔다. 지기스발트에게는 상공의 마법진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젓고 도서관을 향해 걷는다.
"올탄시아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 것이 걱정입니다. 서고의 열쇠를 관리하고 계신 것은 올탄시아 선생님이죠? 대신할 상급 문관은 안 계신가요?"
지하 서고에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넌저시 내비치자, 지기스발트가 쓴웃음을 지었다.
"라오부르트의 끈질긴 설득으로 취임하게 된 것이 올탄시아였고, 귀족원으로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연락이 온 것은 귀족원 출범 직전이었습니다. 바로는 대신할 문신을 찾을 수 없습니다. ……다만 클라센부르크에서는 쟌시아느를 도서위원으로 바라는 목소리가 있으므로, 강의가 끝날 즈음에 등록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도서위원을 늘리고, 열쇠의 관리자를 변경하면 괜찮지 않겠냐고 지기스발트가 제안한다. 슈바르츠들에게의 마력 공급도 걱정이고, 솔란지도 혼자서는 외로울 테니, 도서위원이 늘어나는 것은 상관 없다.
"하지만 상급 사서가 한 명도 없는 상태로 괜찮을까요?"
"그것은 시험해 보지 않으면 저로선 답할 수 없습니다."
지기스발트와 그런 이야기를 하던 사이에 도서관에 도착했다. 마중나온 솔란지와 지기스발트가 인사를 나누는 옆에서, 슈바르츠와 바이스가 언제나처럼 나의 주위를 뛴다.
"공주님, 왔다."
"공주님, 책 읽어?"
"어머, 그건 정말 감미로운 유혹입니다만 오늘은 마력 공급을 위해 왔습니다."
솔란지가 방긋 미소지으며 "로제마인 님의 배려에는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라며 작년과 같이 도서관의 마술도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솔란지 선생님, 올탄시아 선생님에게 받은 마석은 아직 있나요? 먼저 그쪽에 마력을 채우도록 하죠. 도서위원이 강의를 마치기 전에 슈바르츠들의 마력이 다하면 큰일입니다."
"어머, 그래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저의 마력으로는 도서관의 일상업무만으로도 벅차니까요."
올해는 에렌페스트로 일찍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전하고, 나는 솔란지에게 받은 빈 마석을 성배에 넣어 마력을 채운다. 그리고 남은 마력을 작년과 같이 커다란 마석에 붓게 했다. 무지갯빛이 조금 짙어졌으니, 이제 당분간은 괜찮을 것이다.
……이걸로 됐다. 오늘의 일은 이제 끝.
지기스발트가 흥미롭게 도서관의 마술도구를 바라보는 옆에서 나는 용무를 마친 성배를 치우고, 후우, 하고 큰 일 하나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다음 순간 슈바르츠와 바이스가 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공주님, 할버님도 마력 있어."
"할버님, 불러."
"아, 그러고 보니 올탄시아 선생님이 안 계시니 그쪽에도 마력을 공급하는 것이 좋겠네요. 솔란지 선생님 어쩌죠? 제가 공급해도 될까요?"
상급 귀족인 올탄시아가 취임해서 나는 손을 대지 않고 맡길 뿐이었지만, 올탄시아가 없으니 그쪽에도 마력을 공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도서관의 기능이 멈추면 큰일이다.
"로제마인 님에게 여유가 있으시다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중급 귀족인 저로서는 도저히 모든 마술도구에 마력을 공급할 수 없기에……."
올탄시아가 없어서 정말 힘들어 진 것 같다. 정말 미안한 듯한 솔란지의 부탁을 받고 나는 2층 열람실로 향한다. 봉납식을 마친 뒤에 회복약을 마셨으니, 마력적으로는 전혀 문제 없다.
"지기스발트 왕자, 2층의 마술도구에도 마력을 공급하고 오겠습니다."
"로제마인은 정말로 도서관이 소중한 모양이군요. 솔직히 이렇게까지 많은 마력을 도서관에 공급하고 있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기스발트의 말에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슈바르츠들, 측근들과 함께 계단을 오른다. "할버님" 에게의 마력 공급은 2층 열람실 안쪽에 있는 메스티오노라의 상이 들고 있는 구루투리스하이트의 마석을 통하면 되었을 것이다.
나는 구루투리스하이트의 마석에 손을 댔다. 스윽 하고 마력이 빨려들어간다. 얼마나 필요할지 모르는 상태로 마력을 흘리고 있었더니 갑자기 뇌리에 하나의 마법진이 뚜렷이 떠올랐다.
눈 앞의 풍경 위로 마법진이 빛나는 것처럼 보여, 눈앞이 따끔따끔해진 나는 무심코 눈을 감았다. 어두워진 시야에 마법진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신구를 만들수 있게 될 때의 감각?
그렇게 생각한 순간, 훅 하고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중심을 잃고 쓰러질 것 같아 황급히 눈을 뜬다.
"어? 뭐지?"
어째선지 나는 새까만 공간에 홀로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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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센부르크의 학생들과 대면식도 하고 귀족원의 봉납식을 실시했습니다.
제단의 모든 신구로부터 빛의 기둥이 서서 주위는 놀랐습니다만,
로제마인의 감상은 제법 화려하구나, 하는 정도입니다.
도서관의 "할버님" 에 의해 상황이 움직입니다.
다음은 할버님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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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늦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밀린 게임을 하느라...;;;;; (먼산....)
책을 권하는 쟌시안느의 말에 바로 낚이는 쉬운 여자, 우리의 지뢰여신님.
다음화의 할버님의 정체가 기대됩니다.
식장(式場)에서 주최자가 그 식에 대하여 인사로 말함. 또는 그 말.
Erde (대지) + Gral (성배)
584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17화. - 할버님과의 대면 -
할버님과의 대면
"여긴 어디지?"
어두컴컴한 공간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주위에 있던 측근들은 어디로 간 걸까. 아니, 따지자면 내쪽이 어디론가 이동해 버린 것이겠지만.
"메스티오노라의 상에 마력을 공급했더니 마법진이 떠오르고 펫 하고 이동되어버린 거니까……신들의 사당으로 이동되었을 때와 같은 느낌이려나?"
자신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나름대로 예측해본다. 그러나 그 사당에는 신들의 상이 나란히 있었다. 기도하라고 알려주는 친절 설계였다. 지금은 주위가 캄캄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도서관에 갇히는 거라면 몰라도, 이런 새카만 어둠이어선 곤란하네.
나는 주위의 모습을 더듬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이 닿는 범위에 벽은 없다. 상자 같은 것에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다음엔 쪼그리고 앉아 발밑을 더듬는다. 단단한 바닥이 있었다.
"……아."
바닥에 댄 손가락 끝에서 마력의 선이 뻗기 시작한다. 그 마력의 선이 뻗어가면서 자신의 발밑부터 시작해 천천히 경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마력으로 어둠을 씻어내며 숨겨져 있던 풍경이 드러나는 것처럼. 혹은 자신의 마력으로 풍경을 만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놀라서 손을 떼었지만, 어둠을 밀어내고 풍경이 넓어져 가는 현상은 멈추지 않는다. 자신이 있는 지점을 출발점으로, 마른 땅에 물이 흘러나가는 것처럼 풍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방음 효과가 높을 듯한 양탄자가 깔린 바닥이 부채꼴로 퍼져나가다가 한 지점에서 아래를 향해 풀썩하고 떨어졌다. 커다란 원기둥 형태의 기둥에 계단이 이어져 있는 것처럼, 아래로 아래로 나선 계단이 뻗어 간다.
그리고 수평으로 뻗어나가던 풍경이 벽에 닿은 순간, 이번에는 세로 방향의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닥에 가까운 위치에서부터 위를 향해 나타난 것은 책이 가득한 책장이었다. 천장까지 이어진 책장이 이번에는 옆으로 계속 확산되며 공간의 전모를 밝힌다. 어둠 너머에 있던 것은 커다란 나선 계단과 수많은 책장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거대 도서관이었다.
"우앗!? 뭐야 여기!? 신이 주신 낙원?"
나는 공간을 가득 메운 책장에 압도되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렇게 책이 가득찬 도서관은 유르겐슈미트에선 본 적이 없다. 에렌페스트의 도서실보다 훨씬 많고, 감동했었던 귀족원의 도서관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마치 우라노 시절에 사진으로 본 적 있는 외국의 도서관 같은 모습이다.
"오오오오오! 책, 책! 저쪽에서 여기까지, 위에서 아래까지 전부 책! 아싸!"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의 상에 마력을 공급했더니, 이런 대단한 장소에 오게 된 것이다. 메스티오노라에 대한 경의와 감사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에는 몸으로 표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에 기도를!"
팡, 하고 감정에 맡긴 축복을 발산하며 나는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 가장 가까운 벽의 책장으로 뛰어들었다. 책의 책등을 쓰다듬으며 그 감촉을 즐기기 위해 손을 뻗는다. 하지만 손 끝에서 느껴지는 단단하고 납작한 감촉에 머리가 새하얘졌다. 아무래도 벽에 그려진 그림같은 것이었던 듯, 책을 꺼낼 수가 없다. 탁탁 벽을 두드려 보지만 책은 나오지 않는다.
"안대에엣! 뭐야 이거!? 그림의 책!? 너무하잖아! 사기야! 내 기도 돌려줘!"
이렇게 기쁘게 만들어 놓은 직후에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에게는 펑펑 불평하고 싶다.
"그대, 이곳에 있는 지식을 구하는 자인가?"
"바랍니다! 읽고 싶다고요! 진심으로!"
울상이 되어 절규하듯 대답하고는 퍼뜩 깨달았다.
……누구의 목소리!?
누군가가 있었던 모양이다. 나의 너무나도 본능적인 행동과 어디서 어떻게 봐도 아우브의 양녀로서 어울리지 않는 언동이 여과 없이 목격되어 버린 것 같다. 이건 곤란하다. 정말 곤란하다. 신들의 사당에서와 같은 기분으로 폭주했지만, 영주 후보생으로서 있을 수 없는 추태이다. 뻘뻘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으로 나는 쭈뼛쭈뼛 뒤를 돌아본다.
"……어?"
거기에는 금색의 슈밀이 있었다. 슈바르츠들과 비슷한 크기이지만 말투가 상당히 유창하다.
"그렇다면 따라오는 것이 좋다. 지식을 요구하는 자여."
금색의 슈밀이 폴짝폴짝 계단을 내려간다. 폴짝에서 다섯 단 가량을 단숨에 뛰어내려가기에, 계단을 내려가는 속도는 빠르다. 어디까지 내려가는 건지는 모르지만, 내가 있는 곳은 커다란 원기둥 형태의 도서관 비슷한 건물의 최상층이다. 자력으로 걷는 것은 무리라고 깔끔하게 포기하고, 나는 신중히 주위를 살피고 기수에 올랐다. 금색 슈밀 이외엔 아무도 없으니 혼나지도 않을 것이다.
"여기는 어디입니까? 슈바르츠들이 말하던 할버님이 당신인가요? 기다리고 있거나 부른다고 했습니다만……."
나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금색의 슈밀에게 물었다. 금색의 슈밀은 깡총깡총 계단을 내려가며 이쪽을 보지도 않고 대답한다.
"이곳은 내방자의 희망을 비추는 장소. 내방자에게 지식을 바라는 뜻과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곳이다. 그대의 의사는 확인했다."
……어? 그 말은 내 소망은 벽이 책들로 가득한 도서관이었다는 건가? 그러고 보니 어둠보다 도서관에 갇히고 싶다고 생각하긴 했었는데.
메스티오노라와는 전혀 관계 없었던 모양이다. 멋대로 기뻐하고, 멋대로 축복하고, 멋대로 실망해서 죄송하다고 마음 속으로 사과한다.
"아, 그래서 그 할버님이라는 건 당신인가요?"
"이곳은 내방자의 희망을 비추는 장소. 내방자에게 지식을 바라는 뜻과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곳이다. 그대의 의사는 확인했다."
"저기, 그건 이미 들었습니다."
금색 슈밀은 유창하게 말하고 있지만, 아는 패턴이 적은 건지도 모른다. 질문을 해도 같은 말만 돌아온다.
무한으로 아래로 이어져 있던 듯한 도서관은 환상이었던 것 같다. 3층에서 4층 정도의 계단을 내려가자 제일 아래에 도착했다. 계단의 끝에는 일곱 개의 마석이 붙어 있는 문이 있었다.
"그 문에 손을 대어라. 자격이 있으면 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금색 슈밀의 말을 듣고, 이전에 지하서고의 문에 튕겨나갔던 경험이 있는 나는 굉장히 망설였다.
"저기, 전, 왕족 등록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그 문에 손을 대어라. 자격이 있으면 문은 열릴 것이다."
금색 슈밀은 같은 말을 반복한다. 이쪽의 의견은 듣지 않는다. 어쩔 수 없기에, 나는 기수에서 내려와 조심조심 문에 손을 대었다. 파직 하고 튕겨나가도 괜찮도록, 살짝 건드리고 곧바로 손을 옴츠린다. 문에서 튕겨나가는 일은 없었다. 대신 마석이 하나 빨갛게 빛났다.
……괜찮은 것 같네.
이번에는 손바닥 전체를 문에 얹는다. 모든 마석이 빛나자 문이 자동으로 안쪽으로 열린다. 그러나 그 너머는 훈색의 기름띠가 막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안쪽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이어지고 있는 걸까, 하고 크게 열린 문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자, 금색 슈밀이 옆에 와 섰다.
"신들에게 인정받아 지식을 요구하는 자여. 가도록 하라. 네가 바라는 것은 이 앞에 있다."
"네! 잔뜩 책을 읽고 오겠습니다!"
기수에 타고 나는 앞이 보이지 않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레서 버스로 돌진했더니, 민바위가 노출된 동굴 같은 곳이 나왔다. 하얀 길이 담담히 빛나며 향할 곳을 알려준다. 기수로 다앗! 하고 달리자, 길의 끝에 하얀 나선계단이 나타났다.
"어쩐지 낯이 익은데……이 앞에 있는 거, 혹시 시작의 정원 아냐?"
1학년 때 신의 의지를 얻기 위해 올랐던 하얀 나선계단 위에는 시작의 정원이 있었다. 이번에는 기수를 타고 나선계단을 오르자, 도착한 그 끝에는 예상대로 시작의 정원이 있었다.
기억과 같이 하얀 원형의 바닥이 있는 하얀 광장 가운데에, 같은 재질인 하얀 조각 같은 커다란 나무가 있다. 슈타프를 얻을 때엔 신의 의지가 있었지만, 가호를 얻을 때에는 딱히 아무것도 없었다.
이곳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커다란 하얀 줄기가 위를 향해 뻗어 있고, 위로는 하얀 가지가 퍼져나가고 있다. 위에는 크게 구멍이 뚫려있는 듯, 하얀 조각 같은 나무에 우거진 하얀 이파리 사이로 햇빛 같은 가는 빛줄기가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또 와버리긴 했는데, 여기서 뭘 어쩌라는 거지? 여기엔 한 권의 책도 없는데!
금색 슈밀이 시키는 대로 책을 보러 왔는데, 여기에는 책이 한 권도 없다. 나는 기수에서 내려와 빙글 나무 주위를 걸어본다.
"드디어 왔는가……."
"응?"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여기에는 아무도 없다. 추태를 보이고 말았던 금색 슈밀을 떠올리며 나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본다. 아직 여기서는 본능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가씨 실격인 행동은 하지 않았지? 응. 괜찮아, 괜찮아.
영주후보생다움을 잊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주위를 가만히 살펴보자 가운데의 커다란 나무가 조금씩 희미해지며 천천히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 엥?!"
너무나 신기한 현상에 나는 조금씩 뒷걸음질친다. 솔직히 영문을 모르겠다. 나는 그저 책을 읽고 싶어서 왔을 뿐인데, 책은 한 권도 없고,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그만 돌아가고 싶어졌다.
……출구, 어디?
도망치려고 했지만, 어느샌가 계단으로 이어지는 구멍이 막혀버린 듯, 완전히 둥근 광장이 되어 있었다. 즉, 도망 갈 곳이 없어졌다.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힘든 일이 일어날 거라는 것만을 알 수 있는걸. 내 상식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이런 현상이 유르겐슈미트에서 흔히 있는 일인지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내심 빙글빙글 혼란해 있는 사이에 커다란 나무는 똑바로 선 사람의 형태가 되어 있었다.
큰 나무라는 인상 그대로인 사람이었다. 별로 신뢰할 수 없는 내 눈에 의한 연령 판정으로는 30대 후반. 마르고 큰 남성이지만, 새하얗다. 허리보다 길게 뻗은 흰색의 머리카락, 몸에 걸치고 있는 흰색 의상, 피부도 희다. 신경질적이라 생각되는 것은 페르디난드처럼 미간에 주름이 있기 때문일까.
그는 눈을 감은 채 입을 열었다.
"늦었다. 그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건가? 초석의 마력은 부족해졌고, 유르겐슈미트 전체를 감싼 마력도 옅어지지 않았는가."
"에? 네? 죄, 죄송합니다?"
마주치자마자 혼나버려서, 뭐가 뭔진 몰라도 일단 사과한다. 분명히 보통 사람은 아니다. 화나게 해버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저자세로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갑자기 혼나버린건지 모르겠다. 늦었다고 했으니, 그가 나를 기다리거나, 부르거나 했던 할버님인 걸까?
"저기, 혹시 할버님이신가요?"
"할버님? ……아아, 대단히 그리운 호칭이군."
이 사람이 할버님인 건가. 나는 하얀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슈바르츠들에 의하면 오래되고 높다고 하니, 대응에는 조심해야 할지도 모른다.
"할버님, 질문이 있습니다만, 괜찮습니까?"
"우리도 질문이 있다. 그대, 꽤나 그릇이 줄어들어 있지 않은가. 묘한 저주라도 받은 것인가?"
"에? 저주?"
당신은 누구십니까, 라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엉뚱한 말을 꺼내는 바람에 묻지 못했다.
……저주같은거 받았던가?
"그 그릇으로는 이곳에 오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번거롭군."
"무슨 이야기인가요?"
그릇이 어떻다거나, 무언가 받아들인다거나 궁금한 것은 많이 있다. 그러나 할버님은 나의 질문에는 대답해주지 않고, 똑바로 선 채 얼굴만 위로 향했다.
"부탁해도 될까? 언바욱스."
할버님이 그렇게 말한 순간, 내 위로 푸른 빛이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응? 언바욱스는 분명 육성의 신이었지?
꽤 편하게 부르네, 라고 태평한 생각을 하고 있다가, 순간 구구읏 하고 자신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을 깨달았다. 뼈가 삐걱거리는 듯한 소리를 내고, 근육이 당겨지는 감각에 습격당해 전신이 통증을 호소한다. 예상 밖의 사태에 헉, 하고 숨을 삼켰다.
"아, 아파! 아파, 아픕니다! 할버님!"
"포기하고 참아라."
"너무해!"
아무런 사전설명 없이 마음대로 언바욱스에게 부탁해 성장시키면서 "포기해" 라는 건 정말 심하다. 불평하고 싶지만, 나에게 쏟아지는 파란 빛은 멈추지 않고, 전신 통증도 멈추지 않는다.
격통의 와중에 처음으로 곤란하다고 생각한 것은 허리띠였다. 양말을 묶어 두기 위한 허리띠와 호박바지의 끈이 배를 파고든다. 아프고, 숨쉬기도 힘들다. 나는 아픔에 울면서 정신없이 기수의 마석과 회복약이 달려 있는 가죽띠와 신전장의 의복의 띠를 풀고, 의식용 의상을 벗어던졌다. 그리고 바로 치마를 걷어 올리고 허리띠와 바지의 끈을 푼다.
휴우, 하고 숨이 편하게 되었을 즈음에 머리가 뿌직뿌직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카락을 고정제로 단단히 굳혀서 묶어둔 탓에 두피의 여기저기가 당겨지고 있다. 얼른 고정제를 씻어내지 않으면 곤란하다.
"바센!"
물에 휩싸인 채, 나는 머리 장식을 떼었다. 고정제만 씻겨나가면 내 머리카락은 끈이 미끄러져 나가기 쉽기에, 멋대로 풀리게 된다.
격통 속에서 안도한 것은 한순간이었다. 신발이 꼭 끼며 발끝이 신발 안에서 휘어지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구두를 벗어던졌지만 양말까지 꼭 끼기 시작했다. 발끝도 힘들지만 허벅지는 심각했다. 이대로는 피가 멎을 것 같다.
"메사."
나는 슈타프로 칼을 만들어 허벅지부터 발끝까지 한번에 양말을 찟는다. 사용자의 몸에 상처를 내지 않는 슈타프제 칼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는 거친 방법이다.
그대로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의 등쪽의 끈에도 칼을 넣었다.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등이 느슨해지며, 빈 부분으로 피부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팔이 끼이기 시작해 상의를 벗자 속옷 상태가 되었다. 가슴도 우라노 시절보다 성장해 있어 골이 보일 정도였기에 내복은 꽉 끼었지만, 겨드랑이에 메사로 칼집을 넣었더니 그런대로 입고 있을 수 있었다. 아래는 여유 있는 호박 바지라 팽팽해지긴 했지만 벗지 않아도 괜찮다.
……우우, 아슬아슬하게 최소한의 존엄은 지켜냈다. 세이프. 하마터면 알몸이 될 뻔했어.
우라노 시절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아직 세이프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유르겐슈미트 귀족의 기준이라면 완전히 아웃이다. 다 큰 처녀에게 이 어쩜 무도한 행위인 걸까.
……그야 커지고 싶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런 성장은 바라지 않았어!
푸른 빛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예상치 못한 푸른 빛이 쏟아진 하늘을 노려본다. 이제 완전히 성장한 듯, 몸의 통증이 사라져 있었다. 온몸이 피로하고 엄청난 녹초가 되었지만, 통증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훨씬 낫다.
……회복약이 필요해.
나는 친절들이 회복약을 마신 뒤 신전장의 의식용 의상에 손을 뻗었다. 신전장의 의식용 의상은 성장해도 입을 수 있도록 접어서 마무리한 것이다. 실을 끊고 접어둔 부분을 내리면 성장한 몸으로도 입을 수 있을 것이다. 돈을 아끼기 위한 방책이었기에 이런 식으로 사용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메사로 접어올린 부분의 실을 끊어 가볍게 정돈해 입는다. 리제레타들과 달리 깔끔하게는 못하지만 끈도 묶었다. 어떻게든 속옷 차림은 피할 수 있을 모양이다.
하아, 하고 지친 숨을 내쉬면서 얼굴을 들자, 하얀 남자가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나는 언바욱스에게 나를 성장시켜달라고 부탁한 원흉을 노려본다.
"할버님, 저의 망측한 모습을 보신 거죠!?"
"나에게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마력 뿐이다."
어?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분명 할버님은 여태껏 한 번도 눈을 뜨지 않았다.
"그릇이 성장한 모양이구나. 그 때보다 성장한 것 같아 다행히다. 이번에는 정규 과정을 통해 온 것이다. 그 때보다 조금은 예의를 알게 되었군."
……정규 과정? 그 때? 뭔가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어? 나, 착각해서 성장되었어?
눈을 감은 채인 할버님으로선 사람을 착각하더라도 어쩔 수 없을지 모른다.
"저, 죄송합니다만……."
"자, 빨리 슈타프를 내고 기도를 올려라."
"네? 저기, 잠시만요. 다른 사람이랑 ㅊ……."
"더 이상 기다리게 하지 마라. 빨리 하는 것이다."
엄한 목소리를 내자 나는 반사적으로 "네" 라고 대답하고 슈타프를 냈다. 기도를 올리는 정도라면 그동안 수없이 해왔던 것이다. 눈앞의 할버님이 이쪽의 이야기를 듣을 마음이 될 때까지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어보인다.
내가 설득을 포기하고 슈타프를 내는 순간, 슈타프에서 차례차례 귀색이 나오기 시작했다.
"꺅!"
슈타프에서 튀어나온 귀색은 나를 중심으로 한 지름 1미터 정도의 원주 위에 일곱 개의 빛이 되어 떠오른다. 높이는 딱 가슴 부근이다. 공 모양으로 떠 있는 귀색의 빛은 밀도를 더해가며 색이 진해져 사각형으로 모양이 바뀐다. 최종적으로는 내가 영주 회의 때 신들의 사당을 돌며 얻었던 각각의 석판이 되어 허공에 떠올랐다.
눈앞에 있는 것은 처음에 손에 넣은 파란 석판이었다. 그것을 얻었을 때에 머리에 새겨진 말이 자연스럽게 입으로 나왔다.
"클레프탈크."
파란 석판이 가는 빛의 기둥이 되고, 마치 다음 이름을 부르게 하려는 것처럼 파란 빛이 원주 위를 왼쪽으로 이동하며 내 앞으로 노란 석판이 이동해온다.
"타이디힌다."
노란 석판이 가는 빛의 기둥이 되었다. 그리고 초록의 석판, 빨강의 석판, 하얀 석판, 검은 석판, 금색의 석판이 차례로 빛의 기둥으로 변화해 간다. 내가 빛의 기둥에 둘러싸이자, 하얀 사람은 천천히 위로 얼굴을 들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위를 향한다. 빠꼼히 뚫린 구멍 위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최고신과 다섯 기둥의 대신을 부르며 진심으로 기도하도록 하라. 메스티오노라의 예지를 빌리고 싶다고."
하얀 그가 시키는 대로 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우리는 세계를 만들어 주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 높고 정정한 하늘을 관장하는 최고신은 어둠과 빛의 부부 신. 어둠의 신 시크잔트라하트, 빛의 여신 페어슈프레디. 넓고 호호한 대지를 관장하는 다섯 기둥의 대신.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 불의 신 라이덴샤프트,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 대지의 여신 게둘리히, 생명의 신 에비리베.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메스티오노라의 예지를 주십시오."
나를 둘러싼 일곱색의 빛이 슝 하고 위로 솟았다. 그 직후, 엄청난 빛이 쏟아졌다. 빛과 함께 쏟아져 들어오는 지식의 격류에 무심코 저항한 순간, 질책이 떨어졌다.
"저항하지 마라. 전부 수용하라. 가능한 한 많이, 되도록 남기는 것 없이, 흘려버리는 일 없이 메스티오노라의 예지를 받도록 하라."
―――――――――――――――――――――――――――――――――――――
할버님과의 대면입니다.
감상란에서도 예상한 분이 있었습니다만, 시작의 정원의 커다란 나무입니다.
책을 보러 갔더니 예상 밖의 급성장.
책을 달라고 울고 싶은 로제마인이었습니다.
다음은 메스티오노라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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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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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뭔가 이상하네요. 번역이 이렇게 빨리 될 리가 없는데....;;;
어쨌든, 다음화! 다음화가 급합니다!!
585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18화. - 메스티오노라의 책 -
메스티오노라의 책
할버님의 질책에, 나는 가급적 몸의 힘을 빼고 흘러들어 오는 지식을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다. 마음 속으로는 "내가 원하는 것은 책이지 이렇게 머리에 들이붓는 지식이 아니야!" 라는 분노를 느끼고 있지만, 없으면 만들면 된다.
……언젠가 이 지식을 다 인쇄해 주겠어! 어떤 지식이라도 잔뜩 와라!
기분적으로 수용 태세 만전으로 하늘에서 빛과 함께 쏟아지는 지식을 받아들인다. 성전에 쓰인 성무에 관한 지식과 단켈페르가에서 빌린 책에 나온 신들의 일화가 뒤섞여서 동시에 흘러들어온다.
……잠시만. 분류! 분류하라고! 리베스크힐페의 장난 이야기와 플루트레네의 연애담과 성무의 기도문을 섞지 마! 그리고 지금 알게 된 거지만, 할버님이 에어베르멘이었다. 유르겐 슈미트 건국 무렵과 모습이 달라지지 않았다. 완전 젊어보인다.
중요한 지식도 있지만, 슈슉 하고 흘러들어 오는 것 중엔 잡다한 정보가 많다. 솔직히, 체계적이지 않은 엉망인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아아아! 사본이 필요하달까, 첸트로서 업무에 필요한 지식만 석판과 성전에 별도로 베껴두고 싶은 마음을 알겠어. 이런 잡다한 지식, 검색 기능이라도 없으면 절대로 도움이 안 되는걸!
그리고 첸트에 의해 만들어진 각 영지의 초석, 당초의 신전의 역할, 신전장의 성전에 관한 지식, 첸트가 국경문을 순회하며 유르겐슈미트에 마력을 공급하는 것 등 중요한 지식이 흘러들어온다.
………어? 잠깐잠깐. 흘러가지 말아봐. 그거, 진짜 중요해. 게오르기네 님이 에렌페스트의 초석을 빼앗는 방법이라는 게…….
"생각하지 마라. 전부 받아들여라. 넘쳐흐른다."
흐르는 지식에 대해 생각한 순간 에어베르멘의 질책이 떨어졌다. 굉장히 긴급하고 중요한 정보를 알게 되었는데, 그것에 대해 생각하면 뇌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지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들어온 지식을 음미하는 행동은 허용되지 않기에, 머리를 비우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건 의외로 어려운걸. 어떻게든 생각하고 싶어지니까.
한번 천천히 자신의 머리 속을 정리하지 않으면 이처럼 많은 지식이 들어왔어도 실제적인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얻은 지식을 형상화한 것이 구루투리스하이트라면, 필요한 지식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은 필수인 것이 아닐까.
……응?
신화나 신전 관련 지식의 다음으로 흘러들어온 것은 역대 첸트에 얽힌 역사였다. 그 순간, 흘러들어오던 지식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유르겐슈미트의 역사가 어째선지 숭숭 구멍이 난 상태로 흘러들어온다.
한 예를 들면, 병으로 누운 첸트가 한 왕자에게 자신이 갖고 있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계승시켜 국경문을 여는 일을 부탁한 부분이 보인 곳에서 끊기고, 직후에 다른 왕자가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어졌다" 라고 깜짝 놀라는 장면이 흘러들어 오는 것이다. 이 두 지식에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시대가 같은지 어떤지의 여부도 판단하기 어렵다.
뭐랄까, 스투리밍 상황이 나빠서 중간중간 끊어지는 동영상이나, 많은 영화를 맥락 없이 연결한 물건을 보고 있는 느낌이라 매우 기분이 나쁘고 답답하다.
무엇보다 곤란한 것이 이 구멍은 역사의 흐름에서만 일어나고 있지 않았다. 후대의 첸트가 영지를 풍족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 온 의식의 방법과 그 마법진의 형태가 일부 검게 덧칠되어 있는 것도 있다. 지하 서고의 석판에서 봤었던 의식과 마법진의 일부에 대한 정보가 결손되어 있는 것이다.
……우와아아! 저항하지 않고 전부 볼 테니까 보여줄 거면 분명하게 보여줘! 엄청 신경쓰이잖아!
그러나 나의 필사적인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쏟아지던 빛이 사라지고, 머릿속으로 강제로 들이부어지던 지식의 격류가 끝난다. 한꺼번에 많은 책을 읽었을 때처럼 머릿속이 새로운 지식으로 포화 상태가 되었다. 지식에 취했달까, 어쩐지 머리가 빙글빙글거린다.
"잘 받아들였군. 조금 쉬어라."
"그럼, 그 말씀에 따라 조금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사양 없이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머리 속이 빙글빙글거리는 느낌이라 앉아 있는 것도 괴로웠기에 사양할 수도 없었다. 조금 눈을 감는다. 누웠어도 머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머릿속이 엉망이라, 전혀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그렇긴 해도 원래 주어졌을 지식 전체로 보면 3할에서 4할 정도의 지식이 없다는 것은 얼추 알 수 있었다.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건가?
나는 전부 받아들일 작정이었는데, 실력이 따르지 않았던 걸까. 조금 실망하면서 천천히 숨을 토한다.
"어째서 메스티오노라의 지식엔 첸트과 아우브의 정보가 많고, 하급 귀족이나 평민들의 정보가 거의 없는 건가요? 에어베르멘 님은 알고 계신가요?"
멍해있던 와중에 떠오른 질문을 말하자 에어베르멘에게서 답이 돌아왔다.
"슈타프를 얻은 자 가운데 일정 이상의 마력을 가진 사람이 마석이 되었을 때 메스티오노라의 예지에 더해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메스티오노라의 예지는 첸트와 아우브가 돌아가셨을 때 그의 기억과 함께 갱신되는 것 같다. 어쩐지 옛날의 정보는 잔뜩 있는데도, 정변 이후의 정보는 극단적으로 적고, 평민들의 정보는 아예 없었던 것이다.
나는 어질어질한 머리를 누르면서 느릿느릿 일어나, 바닥에 흩어진 머리장식을 주웠다. 그리고 평민 때처럼 비녀로 가볍게 머리카락을 정리한다. 고정제로 단단히 굳힐 수는 없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에어베르멘 님, 전, 이곳에 책을 읽으러 왔습니다. 그런데 책도 못 읽고 손에 들어온 것이 구멍 투성이의 지식이라니, 정말 유감입니다."
실망이에요, 라고 불만을 말하면서, 나는 채비를 단장한다. 마석과 회복약이 들어 있는 가죽띠를 끌어와 찢어낸 양말을 가죽주머니에 넣었다. 이런 물건을 이곳에 방치해 둘 수는 없다.
옷조각들을 정리하고, 신전장의 의상을 한번 벗고 속옷 위에 마석으로 임시 갑옷을 만든다. 브리깃테가 그랬듯, 브래지어 대신이다.
……아, 괜찮은 느낌이네.
그 위로 등이 크게 노출된 옷을 입는다. 겨드랑이부터 팔꿈치 근처까지 칼집을 넣으면 어떻게든 입을 수 있다. 하이웨스트원피스처럼 되었지만, 스커트를 부풀리거나 신전장의 의상 소매로 살짝 보이는 레이스 같은 것을 위해서는 입어둬야만 한다.
그리고 신전장의 의상을 착용하고 띠를 정중하게 묶었다. 이로써 조금은 단정한 느낌이 나오겠지.
마지막으로, 마석을 변형시켜 신발을 만든다. 이제 맨발이 노출될 일은 없다. 강의에서는 갑옷과 구두 같은 것밖에 만드는 연습을 하지 않았지만, 맨발로 걷는 것 보다는 낫고, 의식용 의상은 구두를 가릴 정도의 길이이기 때문에 안심이다.
"메스티오노라의 예지를 손에 넣고 아쉽다고 말한 것은 그대가 처음이다만, 그대는 이전의 기억과 합치면 거의 전부를 손에 넣지 않았나? 이전의 지식과 맞추면 된다."
구두를 만들기 위해 들고 있던 마석이 툭 하고 손에서 떨어지며 데구루루 굴러간다. 스윽 하고 핏기가 가신다.
……잊고 있었어! 사람 착각했다는 거!
"전, 에어베르멘 님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이전의 지식 같은 건 없습니다."
"……처음이 아니겠지? 그건 역시 잊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
잊을 수 없다는 말을 해도 나는 처음인 것이다. 동일인물인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이어서, 나는 다시 한번 사람을 착각했다고 반복한다.
"이전에 이곳에 온 것은 어떤 분이셨나요?"
"예의를 모르는 어리석은 자이다."
"그것만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규 과정을 통해 오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분은 어떻게 오신 건가요?"
나는 채비를 갖출 때까지 한담을 나누는 기분으로 물었다. 마석으로 구두를 만들면서 듣고 있자, 에어베르멘은 무례한 침입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벌써 10년 이상 지난 옛날의 이야기라고 한다. 정변도 후반으로 들어간 무렵이다. 당시 모든 사당을 순회해 거대한 마법진을 만들어내어 에어베르멘의 앞에 도달할 것 같던 인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 거대한 마법진은 평소에는 커다란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에어베르멘이 사람의 모습을 취해 신들과 교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에 넣으려면 필수적인 마법진이다. 그 마법진이 움직이지 않으면 에어베르멘과 만날 수 없다. 슈타프를 취득할 때나 가호를 얻는 의식 때에 내가 에어베르멘을 만나지 못한 것은 마법진이 기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서관의 메스티오노라의 상에 마력을 쏟아 마법진을 얻어 금색 슈밀과 만난 그 사람은 "자격은 있지만 마법진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라는 말과 함께 내보내졌다고 한다. 그러자 그 인간은 제단의 방으로 가서 마법진에 마력을 채운 것이 아니라 상공으로 올라가 마법진에 직접 거대한 마력을 때려부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하늘을 박차고 들어온 것이다."
에어베르멘은 변함없이 직립한 자세 그대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나도 함께 위를 쳐다본다. 나는 신들과 교신하기 위한 장소로 뛰어내린, 예의를 모르는 어리석은 자와 착각된 모양이다.
"전, 그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사람 잘못보셨습니다."
……거대 마법진을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거대마석을 떨어뜨려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던 적은 있지만, 실행은 하지 않았는걸. 역시 위험하다고 판단했으니까.
"확실히 마력이 비슷한 사람은 있다."
막 태어난 아기는 어머니와 비슷한 마력을 가지고 있고, 열애 중인 부부도 상당히 비슷한 것 같다. 그러나 성장하면 부모자식 사이라도 차이가 생긴다. 어머니는 남편의 영향이 옅어져 본래의 자기 색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고, 아이의 마력은 태어날 때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형제 사이에도 차이가 있는 것은 임신과 출산 중인 어머니의 마력에 아이의 마력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열애중인 부부도 언제까지나 같은 색조라고는 할 수 없다. 서로의 마력의 영향은 그리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력이 비슷하더라도 받은 최고신의 어명까지 같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이라고는……."
마력이 비슷한데다가 받은 최고신의 이름까지 모두 같은 일은 없다. 그래서 에어베르멘은 다른 사람이라고 인식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대는 슈타프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이렇게까지 마력이 비슷하고 최고신의 어명까지 같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네? ……아마 귀족원의 교과과정이 변경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가 슈타프를 얻은 것은 1학년이었을 때였고, 아직 최고신의 어명을 받지 않았을 때였으니까요."
최고신의 이름을 받지 않았으니 마력이 비슷한 다른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즉, 나는 최고신의 이름을 받은 뒤에 슈타프를 취득하는 교과과정이었을 경우, 어딘가의 누군가와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되어 슈타프를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우와, 위험했다.
"그렇다면 그대는 에비리베의 표식을 가진 아이인가?"
"……그건 대체 뭐죠?"
"조금 전에 내린 지식 속에 있을 것이다.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구현해 보아라."
직접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만들어 확인하라고 해서, 나는 작게 신음했다. 그 잡다한 지식 사이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을 찾아내야만 한다. 검색 기능이 추가된 구루투리스하이트가 필요하다.
나는 슈타프를 내고 가볍게 눈을 내리뜬다. 그리고 도서관의 메스티오노라의 상이 손에 들고 있던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머리에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마법진이 슥 하고 뇌리에 떠오른다.
이미 주문은 알고 있다. 흘러들어온 지식 속에서 수많은 첸트가 외쳤던 말이다.
"구루투리스하이트."
슈타프가 메스티오노라의 책의 형태를 만든다. 메스티오노라의 상이 갖고 있던 구루투리스하이트보다 훨씬 작다. 성장한 나의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단행본 크기의 검색을 중시한 태블릿 형태를 하고 있다.
"마력의 사각이 상당히 작다만 그래서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읽을 수 있겠는가?"
"이 이상 컸다건 읽는 것이 큰일입니다. 그러니까……에비리베의 표식을 지닌 아이 였죠?"
손 끝으로 검색어를 입력해 검색한다. 에비리베의 표식를 지닌 아이는 몸이 먹히는 아이의 일부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한다. 평민 사이에서 태어난 마력을 가진 아이 중에서, 죽게되었음에도 죽지 않고 몇 번이나 에비리베의 손을 피해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은 사람과 같은 마력의 덩어리를 가진 사람에 대한 것인 모양이다.
……유레베 절임으로 덩어리를 풀긴 했지만 확실히 그랬었지.
몸이 먹히는 아이는 옅은 전속성이고, 태어난 토지의 속성을 살짝 띠고 있다고 한다. 토지의 속성은 국경문에 새겨진 신의 기호에 좌우되는 듯, 에렌페스트가 바람 속성이고, 클라센부르크는 대지, 단켈페르가는 불, 아렌스바흐는 어둠, 하우프렛체는 물, 기레센마이어는 빛, 중앙은 생명의 속성이 강하게 나오기 쉽다고 한다.
또한 메스티오노라의 책에 의하면, 유르겐슈미트는 생명의 신의 기호를 중심에 두고 생명의 신의 힘을 막는 듯한 형태의 마법진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에어베르멘님, 도대체 얼마나 에비리베가 싫은 걸까.
그런 감상은 어쨌든, 몸이 먹히는 아이는 부모의 마력의 영향을 받지 않아 엷은 전속성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신들에게 기도하며 가호를 얻어, 스스로 마력의 색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거의 속성 없이 결혼하면 남편의 영향을 받게 된다. 자신의 속성이 거의 없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상대의 영향을 받을 뿐이다. 하지만 상대에게 완전히 물들어 버리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상대의 마력의 영향은 점차 흐려진다.
다만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은 사람과 같은 마력의 덩어리를 가진 에비리베의 표식을 지닌 아이는 다르다. 체내에 마석을 가지고 있기에, 그것을 완전히 물들이게 되면 거의 완전히 물들어 버린다. 희석시키려 해도 좀처럼 희석되지 않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최종적으로는 물들인 상대보다 다소 옅은 속성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는 건, 나, 물들었어? 완전히 페르디난드 님에게 물들어 버렸어! 어? 그렇다는 건 아까의 무례하고 상식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는 페르디난드 님!? 무슨 짓을 한 거야!?
새로운 지식이 한가득이라 머릿속이 엉망이지만, 그 이상으로 새롭게 발각된 사실에 눈이 빙글빙글 돈다.
"짐작되는 일이 있는가?"
에어베르멘 말에 나는 끄덕 하고 수긍했다.
"전, 에비리베의 표식을 지닌 아이인 것 같습니다. 마력으로 물든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다른 사람입니다. 성별도 다른걸요. 한눈에 알 수 있지 않나요?"
"마력에 성별은 없다."
……뭣이라!?
"그, 그렇지만, 목소리라든가 말투라든가……."
"그대는 자신과 다른 생물의 암수를 소리와 우는 방식으로 판별할 수 있는가? 우리는 소리를 단서로 그대의 의식을 읽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개나 고양이의 소리와 우는 방식으로 암수를 분별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에어베르멘의 말에 본의는 아니지만 납득했다. 그것은 확실히 어렵다.
그리고 의식을 읽는 형태가 아니었다면 옛날과 지금의 말이 같지 않아서 의지의 전달이나 지식의 교환을 할 수 없다는 말에 지금까지의 대화가 마치 번역기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있는 말투의 세세한 차이가 느껴지지 않고, 나는 에어베르멘의 외모를 보고 마음대로 페르디난드 같은 어조로 듣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에어베르멘님. 그러면 에비리베의 표식를 지닌 아이가 성인 전에 물들었을 경우, 뭔가 영향이나 주의점은 없나요?"
이번처럼 사람을 착각해서 낭패를 보는 일이 몇 번이고 일어나서는 곤란하다.
"그런 특이한 사태는 적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는 부모에게 물든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것이다, 라는 부분이 아무래도 미덥지 않은데.
"그대의 마력의 기본이 그자라는 것뿐이다. 결혼해 다른 자의 영향을 받으면 마력은 자연히 변하게 된다. 그래서 그대를 물들인 것은 쿠인타1가 틀림없는가?"
에어베르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쿠인타라는 사람은 모른다.
"저를 물들인 것은 페르디난드 님입니다."
"잘 모르겠군. 이쪽으로 와서 내게 손을 대거라. 그대의 기억을 보겠다."
에어베르멘의 말을 들고 나는 일어서서 걸으려 했다. 그 순간 꽈당 하고 넘어졌다. 몸의 감각이 이상하다. 이래선 조금 연습하고 돌아가지 않으면 큰일일 것 같다.
"무엇을 하고 있나?"
"갑자기 커져버려서, 감각이 맞지 않습니다."
"그런가. 빨리 하도록."
……아니아니, 좀 들으라고! 이쪽의 이야기도 듣지 않고 성장시킨게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비틀거리며 나는 에어베르멘 앞에 섰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는 시선의 높이가 상당히 다르다. 어디를 만져야 좋을지 좀 고민하다가 손을 잡는다.
"과연. 그대는 쿠인타의 마력에 물들었던 것인가."
"쿠인타는 페르디난드 님인 것인가요?"
"그대의 본래 이름이 마인인 것과 같다."
자연스러운 언급에, 나는 에어베르멘에게 정말로 기억이 보이고 있다는 것에 감탄한다. 잠시 후, "……마침 잘 되었군" 이라고 말하며 에어베르멘이 떨어지라고 말한다.
"뭐가 잘 되었나요?"
"스스로 지식을 구하려 하지 않고, 터무니 없는 수단으로 이곳에 도달해 메스티오노라의 예지의 수용에 항거한 자와 그대는 지금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나눠가진 상태이다."
구멍난 부분은 페르디난드가 갖고 있다고 에어베르멘은 말한다.
"그것과 같은 마력을 가지고 있고, 정규 과정을 통해 온 그대 쪽이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가지기에 걸맞다."
그러면서 에어베르멘이 천천히 커다란 나무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대신 거기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처럼 시작의 정원 일부에 출입구가 생겼다.
"……무슨 의미인가요?"
"모든 예지를 원하는 자여. 그 어리석은 자를 죽이고 그것의 마석으로부터 모든 지식을 얻도록 하라. 그러면 그대는 완전무결한 지식을 가진 첸트가 될 것이다."
"잠깐 기다려주세요! 그런 거, 저는 원하지 않습니다!"
점점 커다란 나무로 돌아가는 에어베르멘을 향해 외쳤지만, 어느새 에어베르멘은 하얀 거목으로 돌아가버려,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위에서 빛이 흘러드는 시작의 정원에 홀로 서서, 나는 가만히 하얀 대목을 바라본다.
"거절이에요."
에어베르멘이 듣고 있건 말건 상관 없다. 나도 내 말만 하고 도망칠 것이다.
"저는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기 위한 지식이 필요하기에, 페르디난드 님을 죽이고 얻는 지식에 가치를 느낄 수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읽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합니다만, 결코 지식만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만이라면 다른 방법으로도 입수할 수 있으니까.
나는 조금 걷는 연습을 하고, 잊은 물건이 없는지 잘 확인한 뒤에 시작의 정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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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넣었습니다, 메스티오노라의 책. 6할에서 7할 정도.
대량으로 주입된 엉망인 지식을 활용할 수 있을지.
에어베르멘에게 거절을 선언하고 돌아갑니다.
다음은 한화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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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솔직히 검색기능은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저거 완전 왕족 전용 위키 사이트 아닌가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고, 이미 반쯤 왕이 된 우리의 지뢰여신. 이제 페르디난드만 제거하면 전 국토를 도서관으로 만들 수 있겠군요! 여신님의 야망까지 앞으로 한 목숨! 아니, 한 걸음!
(웃음)
아래는 하이웨이스트원피스의 예시입니다.
quinta (제 5 의)
quinta essentia (제 5 원소, 에테르, 세상의 정수)
586
책벌레의 하극상 5부 한화. - 로제마인의 실종과 귀환 (지기스발트 시점) -
한화 지기스발트 시점 로제마인의 실종과 귀환
도서관에서의 로제마인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지기스발트가 솔란지와 이야기하던 도중, 도서관 2층이 조금 소란스러워졌다. 놀람을 감추지 못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와, 무심코 지기스발트는 2층 열람실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이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조용해졌다.
잠시 후, 청색 신관의 의상을 입은 두 명이 계단을 내려왔다. 두 사람은 지기스발트 앞에 무릎을 꿇고, 그 중 에렌페스트의 신관장인 할트무트가 죄송하다는 듯 입을 연다.
"지기스발트 왕자, 매우 죄송합니다만, 로제마인 님은 이제 독서를 하고 싶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오늘은 흙의 날. 본래였다면 쉬는 날이고, 이미 의식은 끝났습니다. 뒷정리는 중앙 신전과 클라센부르크가 하고, 모든 확인은 신관장인 제가 할 예정입니다. 그러니, 당분간, 최근 느긋이 독서를 할 여유도 없던 주인의 염원, 부디 들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러나 지기스발트는 왕족인 자신과 함께 도서관으로 마력을 공급하러 와서,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없다가 갑자기 독서를 하고 싶다고 말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읽기 시작하면 불경이고 뭐고 상관 없이 책에 몰두하는 로제마인이지만, 읽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나름대로 이성이 있는 것도 지기스발트는 알고 있다.
뭔가 뒷사정이 있다는 것을 짐작했지만, 솔란지와 측근들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일 것이라 짐작하고, 지기스발트는 할트무트의 신청을 허가했다.
"로제마인의 독서를 허가합니다. 그 대신, 제단의 방의 확인을 해야 하니, 신관장은 제단의 방까지 동행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다무엘, 뒤를 부탁합니다."
다무엘이라 불린 청색 신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2층 열람실로 돌아간다.
솔란지의 배웅을 받으며 자신의 측근들을 거느린 지기스발트는 할트무트와 함께 도서관을 나온다. 그리고 할트무트에게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건네고 중앙동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그래서, 로제마인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마력 공급 중 돌연 자취를 감추셨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을 삼키고 지기스발트는 방긋 웃었다.
"사라졌다니, 어떻게 된 거죠?"
"그 자리에 있던 도서관의 마술도구에 의하면 할버님에게 갔다고 합니다. 할버님에 대해 묻자, 오래되고 훌륭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왕족들은 할버님이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온화한 미소와 함께 앞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지만, 할트무트에게서는 희미한 흥분이라 할까, 초조라 할까, 그런 감정의 흔들림이 느껴진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지기스발트는 판단한다. 왕족에게 그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로제마인은 언제 돌아올 예정입니까? 그에 대해 도서관의 마술도구가 무언가 말한 것은 없었습니까?"
로제마인만 아니었다면 지기스발트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봄이 되면 왕의 양녀가 되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받을 예정인 로제마인이다. 행방을 갑자기 알 수 없게 되어서는 매우 곤란하다.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돌아와 계실지도 모르고, 사흘 뒤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일을 소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로제마인 님은 봉납식의 피로로 인해 앓아누으셨다고, 에렌페스트는 당분간 그렇게 대처할 예정입니다."
"아버님만에게는 오늘 밤 전해두겠습니다만, 다음의 흙의 날까지는 그 이상은 알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이상 없어진다면 왕족으로서는 대화의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왕족으로의 입양이 예정된 로제마인은 그만큼 중요한 입장인 것이다. 일주일간의 유예를 받은 할트무트는 조금 표정을 풀며 "송구합니다" 라며 웃었다.
제단의 방은 중앙 신전 사람들에 의해 정리되어 있었다. 할트무트는 귀족 대표로 둘러보고, 지기스발트는 왕족으로서 제단의 방를 폐쇄한다.
그날 밤. 지기스발트는 아버지인 트라오크바르에게 로제마인의 실종과, 에렌페스트가 로제마인의 실종에 대해, 대외적으로 앓아누은 것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전했다. 너무나도 판단 재료가 적어, 손 쓸 방법이 없는 사태다. 어려운 얼굴이 된 트라오크바르는 천천히 숨을 토했다.
"분명 금방 돌아올지도 모른다면 이런 시기에 요란스럽게 떠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군. 에렌페스트의 요망대로 한다."
돌아오는 흙의 날에 중급 귀족들의 봉납식이 끝났는데도 로제마인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녀의 실종에 대해 왕족으로서 논의키로 하고 하루가 끝났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도 로제마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처음으로 참가하는 성무에 의욕을 보이며 인사하러 온 힐데브란트에게는 에렌페스트의 누군가에게 로제마인의 병세를 물어오라고 보내고,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에게는 저녁 식사 후에 할 이야기가 있음을 전한다. 가을의 끝에 여자아이를 출산한 에그란티느로서는 저녁 식사를 함께 한 뒤에 대화에 참가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작년 가을, 당시는 아직 지기스발트의 첫째 부인이었던 나에라헤1가 남자아이를 출산하고, 그 반년 후인 귀족 회의 한중간에 에그란티느의 임신이 발각되었다.
무려 에그란티느가 사당에서 기도하던 중에 여자아이를 임신하고 있다는 신의 말씀이 있었다고 한다. 몸과 마력에 부담이 걸리니 기도를 멈추라고 하며 봉납한 마력을 축복으로 돌려주었다고 한다.
외부로 누설하지 않도록 주의하긴 했지만, 왕족은 매우 당황했다. 지금까지 에그란티느가 봉납하던 마력을 최소한의 수유 기간을 마친 나에라헤와 이제 막 결혼한 아돌피네가 맡게 되어, 에그란티느는 사당 순회를 면제 받고 아이에게 마력을 쏟게 되었다.
현재 에그란티느는 자신이 작년과 변함없음을 주위에 보이기 위해 산후의 힘든 몸으로 귀족원의 교사를 하고 있다. 절반의 학년을 나에라헤가 맡으며 부담을 줄여주고 있지만, 상당히 힘들것이라는 건 알 수 있다.
그래도 갓 태어난 아들을 안고 아돌피네를 첫째 부인으로 맞이해야 했던 나에라헤가 이번에는 에그란티느의 임신으로 인해 집무 복귀을 서둘러야 했던 것이다. 지금도 귀족원에서 교사로서 일하며 에그란티느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지기스발트의 본심으로는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를 바란 에그란티느가 다소 무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나스타지우스가 뭐라고 하든, 그점은 양보할 수 없다.
사실은 지기스발트와 아돌피네 사이에서 남자아이가 태어날 때까지는 임신을 기다려주길 바랐다. 적어도 첸트도 차기 첸트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지 않은 지금이 아닌, 로제마인이 왕족이 되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거나, 마력을 공급할 수 있는 인원이 늘어날 때까지는 임신을 기다려주길 바랬다.
……왕족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 기쁩니다만, 아버님은 너무 무릅니다.
귀족원과 영주 회의에서 봉납식이 치러지며 다소나마 마력에 여유가 생긴 것. 그리고 로제마인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드러난 때가 아니었다면 지기스발트는 에그란티느의 임신을 기뻐해줄 수 없었을 것이다.
에그란티느가 임신한 것이 여자이이여서 다행히라고 지기스발트는 진심으로 생각한다. 아우브·클라센부르크는 조금이라도 발언력을 강하게 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쓰고 있기에, 남자아이가 태어난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나스타지우스를 차기 왕으로 만들려 할 것이다.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는 왕족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지기스발트는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모르는 척 왕족답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에그란티느가 클라센부르크의 개입을 저지하고 유르겐슈미트의 안정을 바란다면 아이를 갖는 것을 잠시 미루는 정도의 배려는 해주길 바랬다.
……거의 아나스타지우스의 탓으로 알고 있긴 합니다만, 그걸 막을 수 있었던 것이 에그란티느인 이상, 유감스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힐데브란트에게서 봉납식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녁을 먹는다. 로제마인의 경우처럼 마력의 기둥은 솟지 않았지만, 신구가 귀색으로 빛났다고 한다. 너무나도 빠르고 많은 마력의 흐름에 농락되며 신들의 상이 안고 있는 신구로부터 일제히 일곱색의 빛의 기둥이 솟은 봉납식과는 상당히 달랐던 모양이다. 그것에 다소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처음으로 성무에 참가한 힐데브란트는 기쁜 기색이었다.
저녁 식사 후,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가 합류했다. 측근들을 배제하고 왕족들만 남아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사용해 로제마인의 실종에 대해 이야기한다. 로제마인이 도서관의 2층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 그리고 도서관의 마술도구가 "할버님에게로 갔다" 라고 말한 것을 전한다.
"네? 로제마인이 앓아누웠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나요?"
눈이 동그래진 힐데브란트에게 "일을 소란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에렌페스트 측의 희망입니다" 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에렌페스트의 모습에 대해 묻는다.
"……평범했습니다. 로제마인이 아직 누워있다는 것과 왕족의 위문의 말에 감사드린다는 감사의 말을 받았습니다."
에렌페스트는 아직 로제마인의 실종을 숨기려는 모양이라고 지기스발트는 판단했다.
"에그란티느, 귀족원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로제마인의 실종에 대해 뭔가 이야기가 떠돌고 있나요?"
"아니요, 병상에 오래 있는 것을 의심하는 분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있다고 해도 프라우렘 선생님 정도일까요. 이렇게 오래 병상에 누워 있는 것은 이상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프라우렘이 누구였더라, 하고 지기스발트는 기억을 더듬다가, 로제마인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던 교사의 존재를 떠올렸다. 아렌스바흐는 좀 더 제대로 된 교사를 보내주길 바란다.
……아니, 그렇다면 에렌페스트도 마찬가지군요.
연구 외엔 관심이 없는 힐쉬르가 지기스발트의 머리를 스치고, 정보를 얻기 위해 에렌페스트로 귀환시킨 중앙 귀족에 대한 것도 떠올랐다. 올해는 제대로 된 정보가 모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에렌페스트는 정보가 적고, 상식과 맞지 않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없는 영지인 것이다.
"귀족원의 모습도 로제마인 님의 부재에 의한 뚜렷한 변화는 없습니다. 특정 분들은 걱정하며 개인적으로 병문안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만, 원래 몸이 약한 분이신데다, 귀족원의 강의를 최고 속도로 마치고 에렌페스트로 귀환하는 로제마인 님은 강의에 없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로제마인은 강의에 참석했을 때는 주목 받는 행동만 하지만, 귀족원에 없는 것이 보통이라는 희귀한 최우수이다. 최고 속도로 강의를 마치고 봉납식을 위해 귀환하므로, 만날 일이 드문 존재이다.
"로제마인 님과의 접촉을 바라며 에렌페스트에 사교를 신청하는 영지도 많은 것 같지만, 예년과 같이 빌프리트 님와 샤를로테 님이 대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예년과 같다. 에렌페스트의 학생들에게도 별다른 변화는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영주 후보생이 갑자기 사라지고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는데도 대단히 태평한 것처럼 느껴진다.
"로제마인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생각해야만 한다."
트라오크바르가 슬픈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이 1년은 로제마인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는 것을 전제로 행동해 왔다. 최종적으로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손에 들어온다면 다소 무리도 할 수 있지만, 돌아오지 않는다면 대응을 바꿔야 한다.
트라오크바르와 지기스발트는 대신의 가호가 부족하기에, 작은 사당을 순회하며 기도를 바쳐야 한다. 그러나 옛 첸트 후보가 귀족원 재학 기간 전부를 바치듯 매진했던 마력의 봉납을 집무와 병행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작은 사당은 속성이 부족한 사람이 특정 신에게 기도를 바치기 쉽게 하기 위해 개인이 만든 것으로, 첸트가 만든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미 부서졌거나, 신의 상만 있거나, 미완성이거나, 발견하기 어려운 사당도 있어, 간단히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아버님은 가호를 재취득하며 몇몇의 권속 신으로부터 가호를 받아 어떻게든 전체 속성을 얻게 되었지만, 지기스발트는 아직 두 속성의 권속 신의 가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거기에 더해, 큰 사당을 순회하지 않으면 구루투리스하이트에는 닿을 수 없는 것입니다.
정신이 아득해질 이야기다. 그곳에 도달한 로제마인의 대단함을 사무치도록 알 수 있다.
봉납식에서 일곱색의 빛의 기둥을 세우면서도 태연했던 것이다.
"에그란티느, 로제마인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만의 하나를 생각해 수유기간을 마치면 그대도 사당의 순회를 해주기 바란다."
"아버님, 그래서는 에그란티느의 부담이 너무 크고, 클라센부르크가……."
아나스타지우스의 항의를 지기스발트는 가볍게 손을 들어 제지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로의 길이 보이고 있는 지금, 왕족에게 있어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봄이 되어 눈이 녹고도 로제마인이 돌아오지 못할 경우엔 부담이 있더라도 처음부터 모든 속성을 가지고 있는 에그란티느에게 부탁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에그란티느는 출산 직후입니다."
물고 늘어지는 아나스타지우스에게 트라오크바르가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로제마인이 왕족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영주 회의가 끝났을 때에도 돌아오지 않았을 경우엔 내가 에그란티느에 명하겠다. 그 때라면 최소한의 수유 기간이 끝났을 것이다. 나에라헤는 에그란티느의 출산 때문에 복귀했다. 이번에는 에그란티느의 차례이다. 왕족의 의무로서 사당을 순회하도록 하라."
에그란티느가 "알겠습니다, 첸트" 라고 미소로 끄덕이고, 작게 중얼거린다.
"하지만 최대한 빨리 로제마인 님이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올해의 최우수가 다른 학생의 것이 되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게 생각됩니다."
3년 연속 최우수이였던 로제마인의 성적도 역시 슬슬 돌아오지 않으면 위험할 것이다. 처음으로 참석한 작년의 시상식에서 자랑스럽게 웃고 있던 로제마인의 모습을 떠올리자 지기스발트도 아깝다는 기분이 되었다.
"하급 귀족의 봉납식이 있을 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에렌페스트와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에렌페스트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묻고, 이어 로제마인의 강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 영지는 우리의 상식으로는 측정할 수 없으니까요."
귀족의 상식을 따라 행동하면 폐가 되는 것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대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앞으로 로제마인이 왕족이 되겠지만, 왕족에게 에렌페스트와 로제마인은 미지의 존재이다. 하지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는 것이 그녀인 이상, 명령만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일일히 더듬어 찾아야만 한다.
……제가 남편이 되는 건가요?
외양도 좋고, 마력이 풍부하고, 유르겐슈미트의 귀족일 터이지만, 아무래도 로제마인은 뜻대로 의사 소통이 되지 않는 존재이다. 신전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 귀족뿐 아니라 중앙 신전의 사람과도 형태랄지, 생각의 근본이 전혀 다르다. 일대일로 대면한 지기스발트는 그것을 실감하고 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주장이 묵살되며 로제마인과의 접촉이 금지되긴 했지만, "귀족들의 혼란이 야기될 것이니, 로제마인에게 권력을 주는 것은 반대다" 라고 했던 아나스타지우스의 말도 지기스발트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급 귀족의 봉납식이 끝나고도 로제마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봉납식에서 공헌한 에렌페스트를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청색의 옷을 입고 봉납식에 나온 귀족들을 초청해 왕족 주최로 다과회가 열린다. 청색의 옷을 입고 있던 사람 한정이니 로제마인의 측근과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은 부르지만, 클라센부르크의 학생은 부르지 않는다.
오늘은 청색의 의상이 아닌 귀족의 의상을 입고 있는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를 선두로 로제마인의 측근들이 들어온다. 할트무트, 코넬리우스, 레오노레, 안젤리카, 그 외에 네 명의 학생들이다. 왕족의 초대에 긴장한 얼굴이긴 하지만, 에렌페스트의 사람들은 그다지 불안하지도, 곤란하지도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인사와 다과의 맛보기를 마치고 범위 지정으로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사용해 로제마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꽤나 긴 부재입니다만,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에렌페스트도 큰일이겠군요."
지기스발트의 질문에 답한 것은 빌프리트였다.
"확실히 걱정입니다. 그러나 로제마인이 없어도 어떻게든 할 수 있도록, 에렌페스트에선 로제마인이 반 년 이상 체계를 정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렇게 힘들진 않습니다."
귀족다운 에두른 말로 빌프리트는 로제마인이 중앙으로 징발되는 것이나, 할버님에게 가 있는 것이나, 없어지는 것이나 결국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지기스발트는 이건 왕족에 대한 에두른 비난인 걸까, 하고 생각한 직후 에렌페스트에선 의미가 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정말이지 에렌페스트와의 대화는 어렵습니다.
"긴 부재로 인해 곤란하긴 합니다만, 로제마인 님이 건강하신 것은 알 수 있기에, 그다지 걱정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할트무트의 말에 주위의 사람들이 쓴웃음을 짓는다. 당연하다는 듯이 할트무트의 말을 받아들이는 듯한 분위기가 너무나도 신기하다. 왕족들 사이에서는 로제마인이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올랐을 가능성마저도 언급되고 있을 정도다.
"어째서 로제마인이 건강하다고 단정하는 건가요?"
"저는 로제마인 님의 마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령 로제마인 님이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오르신다 하더라도 함께 동행하게 되어 있습니다."
할트무트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왕족으로 들어가는 조건에 이름을 올린 측근은 미성년이라도 데려가겠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을 떠올린다. 할트무트는 이름을 올린 측근인 것일까.
보통은 이름을 바친 것을 드러내지 않지만, 할트무트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로제마인의 마력의 영향 하에 있음을 고하고 자랑스러운 듯이 목에 걸고 있는 문장을 지기스발트에게 보였다. 에렌페스트의 책 마지막에 그려져 있는 것과 같은, 로제마인의 문장이다.
"나날이 로제마인 님의 마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어디에 계시는지는 모르지만, 로제마인 님은 매일 놀랍게 성장하고 계십니다. 잘 지내고 있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기에 저희들는 이렇게 평범하게 일상 생활을 보내고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로제마인의 마력에 기쁨을 느끼는 할트무트는 중앙으로도 따라오는 거겠죠? 에렌페스트의 괴짜율이 또 늘 것 같습니다.
이후로도 에렌페스트는 로제마인이 앓아누웠다는 상태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위에는 몸 상태가 걱정되어 에렌페스트로 귀환시켰다는 식으로 설명할 것이라 한다.
"이상한 사태에 말려든 것이기에, 로제마인이 돌아왔을 때에는 강의 시험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교사에게 명하거나 겨울 이외에도 귀족원에 체류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빌프리트의 말에 지기스발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제마인을 왕족으로 받아들인다면 부탁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조치이다.
"빌프리트, 하나 들려주십시오. 로제마인과 약혼을 해소하게 되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로제마인의 약혼자로서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지기스발트 왕자라면 좀 더 균형이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파혼에는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얼굴로 빌프리트가 말했다. 속으로는 이런저런 생각이 있을 텐데도 참으로 귀족다운 자제심이라고 지기스발트는 감탄했다.
"이건 제 혼잣말입니다만, 부적의 작성은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로제마인은 몸을 지키는 부적을 많이 가지고 있기에, 약혼때까지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고 보니 루펜과 임멜딩크의 학생이 로제마인이 달고 있던 부적의 반격을 받았다는 보고를 지기스발트도 들은 적이 있었다.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소유자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부적은 만들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기스발트는 차를 권하며 빌프리트에게 예를 표했다.
결국 영지 대항전에도 졸업식에도 로제마인은 돌아오지 못했다. 어디에서도 모습이 보이지 않고, 최우수 학생으로 오르트빈이 불리자, 역시 타령도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에렌페스트는 앓아누웠다는 것으로 일관한다. 이렇게 길게는 믿을 수 없다거나, 사실은 아득이 높은 곳으로 오른 것이 아니냐고 떠들던 프라우렘은 영지 대항전에서 배제되어 아렌스바흐로 돌려보내는 것이 결정되었다. 귀족원의 교사 만장 일치로 인한 결정이다.
졸업식 다음날, 문득 지기스발트는 도서관으로 가보고 싶어졌다. 로제마인이 신경 쓰던 도서관의 마술도구는 괜찮은지 갑자기 궁금해진 것이다. 겨울 동안 아무도 마력을 공급하지 않으면, 성배로 마력을 채운 마석만으로는 가을이 되기 전에 마력이 다하고 말 것이다.
"걱정에 감사드립니다, 지기스발트 왕자."
집무실에서 솔란지로부터 귀족원 기간에 힐데브란트와 한넬로레가 도서위원으로서 도와줬다는 것과, 빌프리트와 샤를로테가 찾아와 마력이 담긴 마석을 갖다줬다는 보고를 듣고 안심했다.
이대로도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 지기스발트는 집무실을 나와 자신의 이궁으로 돌아가려 하다가 열람실 문 앞에서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로제마인이 사라진 현장에 가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일을 크게 만들지 않도록 로제마인이 사라진 당일에도 2층의 열람실에는 가지 않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왕족인 지기스발트는 도서관으로 갈 수 없었다.
하지만 졸업식 다음날인 지금이라면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기스발트는 열람실로 들어가 왼쪽에 있는 계단을 오른다.
……에렌페스트의 망토?
아무도 없을거라 생각했던 열람실에 선객이 있었다. 에렌페스트의 망토를 입은 세 명이 2층 열람실에 있는 것이 보인다. 그 근처에 로제마인이 마력을 공급했던 마술도구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지기스발트 왕자?"
돌아본 것은 페르디난드였다. 로제마인이 관례를 무시하고 걱정하던 상대다. 이곳에 있으니 로제마인이 앓아누은 것이 아니라 행방불명임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로제마인이 걱정되는군요. 너무나도 깁니다."
"정말입니다……. 그런데 지기스발트 왕자는 어째서 이곳으로?"
"당신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로제마인이 마지막으로 마력을 공급한 마술도구를 보러 온 것이죠. 입장상 학생이 많은 와중엔 올 수 없었으니까요."
그렇지만 페르디난드가 있어 마침 다행히었다고 지기스발트는 생각했다. 2층의 마술도구라고는 들었지만, 어떤 마술도구인지는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기스발트가 페르디난드에게 "2층의 마술도구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라고 묻자 페르디난드는 순서대로 각 마술도구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크고 작은 것을 합해 열 개 이상의 마술도구가 있어, 결국 로제마인이 마지막으로 마력을 공급한 마술도구가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기스발트는 페르디난드에게 인사를 하고 발길을 돌린다. 조금 걸어갔을 때, 페르디난드의 지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로제마인은 정말로 이쪽의 예정을 엉망으로 해주는군……."
페르디난드의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전혀 인기척이 없어서인지 제법 분명히 들려왔다. 돌아보자, 페르디난드는 큰 책을 안은 메스티오노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이 각각의 영지로 돌아가고, 연락을 취할 기사만을 남기고 기숙사가 폐쇄된다. 하지만 에렌페스트에서만은 로제마인이 언제 돌아와도 좋도록, 그녀의 근시인 리제레타와 그레티아, 그리고 호위기사 두 명이 전속 요리사와 함께 체류하겠다는 신청이 있었다.
그것을 허가한 며칠 후였다. 지기스발트가 저녁 식사를 마쳤을 무렵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트라오크바르에게서였다.
"지기스발트, 힐데브란트에게서 올도난츠가 왔다. 에렌페스트에서 연락이 들어온 모양이다. 제단의 방을 열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힐데브란트가 자신이 가겠다고 하고 있다만, 동행을 부탁한다."
같은 도서위원이기에 힐데브란트가 상당히 로제마인을 따르고 있던 것에 막달레나가 곤란해 하던 것을 떠올리며 지기스발트는 일어섰다. 트라오크바르에게 승낙의 답장을 날리고, 힐데브란트에게는 강당 앞에서 합류하도록 전한다. 그리고 에렌페스트에게는 자신이 입회할 것이니 강당 앞으로 가 있으라고 말한다.
"로제마인 님의 근시장인 리제레타라고 합니다. 이런 시간에 왕족분들의 손을 어지럽히게 되어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곳에 로제마인 님이 돌아오셨다고 하기에……."
그 외에 몇 개의 옷가지를 안고 있는 두 명의 근시와 호위기사 두 사람이 지기스발트와 힐데브란트에게 사죄했다. 밖은 이미 어둡다. 달이 떠 있기 때문에 오늘 밤은 밝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왕족을 호출할 만한 시간은 아니다. 그러나 관례를 따르며 로제마인을 사나흘씩이나 제단의 방에 방치할 수 없었다고 리제레타가 면목없다는 듯이 사죄한다.
"아닙니다. 돌아와서 다행입니다. 당장 데리러 갑시다."
"지기스발트 형님, 이제 열어도 괜찮을까요?"
"힐데브란트, 조금 진정하세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힐데브란트에게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강당의 문이 열리고, 어두운 강당 속을 똑바로 걷는다. 가장 안쪽에 있는 문의 마석을 만져서 잠긴 것을 열고, 기름띠가 퍼져 있는 듯한 복잡한 색조의 경계를 빠져나가 제단의 방으로 들어간다.
"……로제마인?"
무심코 숨을 삼켰다. 나란히 늘어선 좁은 창문들을 통해 내리비추는 엷은 달빛 속, 빛나는 판자를 들고 있는 로제마인같은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희미한 달빛 사이로 떠오른 그 모습은 너무나도 환상적이었고, 살아있는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달이 떠 있는 지금의 밤하늘과 같은 색조의 머리카락 일부가 둥글게 정리되어, 거기서 낯익은 훈색 마석의 머리장식이 가볍게 흔들리고 있다. 돌아본 금색의 눈동자 역시 실종되었을 때와 달라지지 않았고, 신전장의 의상도 확실히 부분부분은 같았지만 전체적으로는 같지 않았다. 신입생 또래로밖에 보이지 않던 로제마인이 나이에 어울리는 모습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이다운 둥그스름한 얼굴은 조금 갸름해졌고, 사랑스럽던 용모는 영롱한 아름다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가볍게 뻗은 손가락 끝에는 아이의 둥그스름함이 아닌 우아함이 깃들어 있다. 그 몸은 여성다운 부드러움을 띠고 있지만, 미완성이라는 분위기의 성년을 앞둔 소녀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덧없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신들의 축복.
정말로 그것 이외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원래 이쁘장하게 생긴 아이였지만, 성장하며 이렇게 아름다워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로제마인의 모습에 숨을 삼키고 있자, 우리들의 뒤에 있던 로제마인의 측근들이 빠른 걸음으로 로제마인에게 다가간다.
"로제마인 님!"
"가져다 주었군요, 리제레타. 고맙습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정말 걱정했었습니다."
그리고 리제레타는 후드 달린 망토를 푹 덮어씌우며 로제마인의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더 보고 싶었는데, 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지기스발트는 바로 숨긴다.
"로제마인, 그 모습은……?"
비슷한 충격을 받은 듯한 힐데브란트가 조금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자신과 비슷한 키였던 로제마인이 단번에 머리 하나 이상 성장한 것이니, 충격을 받을 만도 하다.
"시작의 정원에서 에어베르멘 님이 육성의 신 언바욱스 님에게 저의 성장을 부탁해 주셨습니다."
"시작의 정원……?"
힐데브란트가 더 질문하려고 입을 열기에 앞서, 로제마인이 빛나는 판자를 지우고 내 앞으로 와 섰다. 가슴 근처에 있던 머리가 턱 근처까지 다다르고 있다. 성인 여성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낮지만, 나이에 상응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좀 더 자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지기스발트 왕자."
그렇게 부르는 목소리도 기억에 있던 어린아이의 높은 음이 아닌, 부드러운 여성의 음색이 되어 있었다. 똑바로 바라보는 금색의 눈동자는 전과 같다. 그러나 로제마인의 키가 자란 탓에 심각하게 거리가 가까워진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대단히 무례한 이야기입니다만, 상세한 이야기는 영주 회의에서 해도 괜찮겠는지요. 전, 시급히 에렌페스트로 귀환해 아우브와 상의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영주 회의가 있을 때까지는 돌아올 것이니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초조함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고 로제마인은 그렇게 말했다. 로제마인의 금색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고 있지 않는 것을 지기스발트는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로제마인의 부재에 분주한 지기스발트 왕자였습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어떻게 될지 모르게 되면서 왕족은 저마다 불안을 느끼고 있었지만, 에렌페스트는 매일같이 할트무트가 "로제마인 님의 마력이야기" 를 해서
무사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페르디난드는 로제마인이 없어진 것에 대해 변변한 정보를 받고 있지 못했습니다.
일단 로제마인이 돌아왔습니다.
다음은 초석의 마술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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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지기스발트양, 그거 지뢰에요. 여신님 아니야. (안습)
아니, 이제 그냥 구루투리스하이트 보여주면서 "꿇어라. 이것이 너희와 나의 눈높이다." 라고 하면 알아서 상황이 정리될지도?
자! 장미지뢰와 일곱 왕자들! 책 읽는 숲 속 도서관의 지뢰여신! 마석 구두를 신은 지뢰렐라! "로제마인, 지금 뭐하는 짓이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페르디난드 님!"
장미지뢰 메네실의 하극상은 어디까지인가!?
지뢰여신에 의한, 지뢰여신을 위한, 지뢰여신의 도서관을 위해!!
Sieg heil Rosemine!!
All heil Bibliothek!!
...라지만 딱히 더 터질만한 떡밥이 애매하네요.
좀 더 귀족원에서 이런저런 얘들이랑 같이 빵빵 터져줬어야 했는데.... 아쉽습니다.
nahe (인근, 근처) lache (웃음, 행복)
지기스발트의 둘째 부인. 중영지 출신이다.
책벌레의 하극상 SS 34화. - 로제마인이 없는 겨울 전편 (5부 117화~ / 에크하르트 시점) 책벌레의 하극상 ss / 번역 게시판
2017.01.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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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마인이 없는 겨울 전편
로제마인이 할버님에 의해 날아가버린, 4학년의 영지 대항전을 중심으로 한 시간축입니다.
―――――――――――――――――――――――――――――――――――――
에렌페스트와의 공동 연구에 관한 라이문트의 편지가 페르디난드 님에게 도착한 것은 귀족원이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난 오후였다. 귀족원에서 온 편지는 본관 집무실로 배달된다. 페르디난드 님은 이미 검열을 받아 봉인이 뜯겨진 편지를 손에 들고 훑어보기 시작했다.
"라이문트는 로제마인의 측근인 뮤리에라라는 문관 견습과 함께 전이진을 한 단계 더 개량하는 연구를 하고 싶은 것 같군. 저쪽은 에렌페스트 각지에서 인쇄된 책을 최대한 빨리 받아보기 위해, 라이문트는 하급 귀족이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전이진을 만들기 위함인가……."
숨기는 것이 없다는 것을 주위의 문관들에게도 알리기 위해 페르디난드 님은 편지의 요점을 소리내어 말한다. 에렌페스트 측의 용도로 보아, 이것은 분명 로제마인이 발안한 연구일 것이다.
……책을 최대한 빨리 받아보기 위해서라고? 로제마인은 여전히 자신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부리고 있네.
넘쳐나는 책에 대한 애정으로 폭주를 거듭하던 동생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가볍게 눈을 감았다. 빈민이었던 병사의 딸이 큰 상점의 상인을 움직이고, 신전을 개혁하고, 에렌페스트의 귀족들을 움직이고, 귀족원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로제마인의 과거를 알고 있는 나는 로제마인이 영향을 미치는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조금 재미있다. 이제는 로제마인이 원래 평민이었다고 말하더라도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라이문트가 만든 전이진은 이미 있죠? 그 이상으로 마력을 절감할 수 있는 건가요?"
"실현되면 올해도 아렌스바흐가 표창되는 것이 아닌가요?"
라이문트로부터 보고와 상담을 받은 페르디난드 님이 관자놀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답장을 쓰기 시작한 것을 보고, 집무중이었던 문관들이 감탄한 듯한 목소리를 냈다.
작년, 라이문트는 페르디난드 님의 조언을 받아 로제마인과 동시에 표창받았었다. 올해도 작년처럼 표창받지 않을까, 하고 기대받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아렌스바흐는 대영지지만, 학생들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딱히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에렌페스트와는 비교할 수 없다. 표창받을 정도로 성적이 좋은 사람은 전 학년을 통틀어도 한 손으로 꼽을 정도 뿐이다.
"……라이문트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하겠다. 표창받을지의 여부는 모르겠다만 좀 더 효율적인 전이진을 만들 수 있겠지."
"오오……. 편지를 통한 보고만으로도 조언하실 수 있으신 건가요. 그렇다는 것은 페르디난드 님은 이전의 전이진이 만들어진 시점에서 이미 개량할 부분이 보이셨던 것이군요."
페르디난드 님은 문관들에게 적당히 수긍하면서 답장 쓰기를 끝내고, 그 중 한 문관에게 편지를 건네 귀족원으로 보내도록 명한다. 편지를 받은 문관은 내용을 확인한 뒤에 편지를 봉하고 퇴실한다.
"……공주님의 연구이기 때문이죠?"
"무슨 소린가, 유스톡스?"
7의 종이 울리고 취침 준비를 시작한 유스톡스의 쓴웃음 섞인 작은 목소리에 방 안의 긴 의자에서 편안히 쉬며 라이문트의 편지를 다시 읽고 있던 페르디난드 님이 얼굴을 찡그린다. 북의 별채에 자기 방이 생기고, 주위에 아군이 늘어난 것으로 인해 우리는 조금 허물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물론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감시의 시선은 작년보다 확연히 느슨하다.
"라이문트 개인의 연구였다면 그런 조언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뿐입니다. 봄부터 가을 사이엔 연구 성과를 평가하거나 과제를 냈을 뿐, 구체적인 조언은 하지 않으셨죠?"
"……에렌페스트에 두고 온 소재를 앞으로도 보내달라고 하기 위해, 그리고 영지 대항전에서 요리 레시피를 싼 값에 양도받기 위한 조언이다. 사전 작업이 필요하겠지."
흥 하고 코를 울리며, 페르디난드 님은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억지를 쓰고 있지만, 묘한 억지를 부리는 시점에서 유스톡스의 말을 반 이상 인정하는 셈이다.
……여전히 로제마인에는 무른 분이시네.
로제마인은 전 평민이다. 본래라면 영주 일족인 페르디난드 님과 관계될 일이 없는 존재다. 대체 몇 개나 되는 우연이 겹쳐서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봐도 알 수 없지만, 이 이상한 운명에는 신들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페르디난드 님은 기본적으로 인간불신이고, 여성에 대한 혐오감은 더욱 심해서 이름을 올린 사람 이외엔 측근이라 하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는 분이다. 일상적인 수발을 받는 생활을 하는 것이 당연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돌봐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유스톡스에 의하면 그가 이름을 올리기 전에는 정말로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페르디난드 님이 이름을 바치지도 않았는데도 믿고 있는 것이 로제마인인 것이다. 평민이며 감정을 감추지 못했던 것, 동조해 기억을 들여다 보며 로제마인의 성격이나 사고방식에 확신을 얻은 것 등, 몇 가지 이유가 겹쳐서 얻은 신용이지만, 조금 부럽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부럽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사라졌다. 로제마인과 나는 입장이 다르다. 나는 귀족이며 신하다. 그에 비해 로제마인은 전 평민이지만 영주의 양녀이며, 영주 후보생이라는 신분으로서는 페르디난드 님과 대등하고, 신전에서는 신전장이라는 직위에 있기에 신관장인 페르디난드 님보다 입장적으로 위에 서는 일도 있는 것이다.
로제마인은 아우브와 교섭해 페르디난드 님의 일을 줄이거나, 건강을 걱정한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나는 신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우브와 교섭할 수 없다. 페르디난드 님의 "이제 됐다" 라는 말에 아랑곳 않고 잔소리를 계속하는 것도 이름을 바친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만해라" 라고 명하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명령에 얽매이는 일이 없는 로제마인은 페르디난드 님이 얼굴을 찡그리더라도, "그만해라" 라고 말하더라도 거리낌이 없다. 아렌스바흐로 이동한 이후로도 요리를 만들어 보내주고, 무엇을 교환 조건으로 한 것인지는 몰라도 왕족을 움직여 페르디난드 님에게 비밀방을 주거나, 레티지아 님과 페르디난드 님의 관계가 좋아지도록 다방면으로 수배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귀족의 상식으로는 망설이거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당연하다는 듯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나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페르디난드 님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에 관해서는 무관심한 측면이 있지만, 누군가로부터 무언가를 받으면 빚이 생겨 약점을 잡혀버린다는 생각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 때문에 로제마인에게 무언가를 받으면 갚지 않으면 안 되는 듯한 기분이 되는 듯, 둘이서 선물을 경쟁하는 듯한 재미있는 상황이 될 때도 많다. 자신의 행동에 응분의 답례가 있던 적이 드물었던 분이기에, 페르디난드 님은 의외로 로제마인에게 무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이데마리가 봤다면 놀랐겠지.
"페르디난드 님, 공주님은 건강하신 것 같나요? 지금쯤이면 올해도 최우수를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계시겠네요."
유스톡스의 말에 페르디난드 님은 훗 하고 웃으면서 "아니, 로제마인은 앓아누웠다고 한다" 라며 들고 있던 있던 편지를 파닥파닥 가볍게 흔들었다. 라이문트의 편지에는 로제마인의 근황에 대한 것이 적혀 있던 모양이다. 그리고 미간의 주름을 평소보다 3할 정도 깊이 새기고, 페르디난드 님은 약간 어이없어하는 어조가 된다.
"그 바보녀석. 유레베를 사용해 좀 건강해졌다고 방심한 것이겠지. 대체 언제가 되어야 신중함이라는 것을 체득하려는지……정말."
……흠. "걱정되어 어쩔 수 없다" 라는 건가.
투덜거리는 페르디난드 님의 속내를 읽고, 나는 귀족원에 있는 로제마인에게 마음 속으로 주의를 보낸다.
……로제마인, 그다지 페르디난드 님을 걱정시키는 게 아니야.
다시 열흘이 지나고, 또다시 라이문트의 편지가 도착했다. 연구의 경과 보고지만, 거기에 로제마인이 회복했다는 소식은 없다. 힐쉬르 연구실에도 전혀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연구는 뮤리에라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페르디난드 님은 집무실의 문관들 앞에서는 표정을 단속하고 있었지만, 자기 방으로 돌아오자 공방이 있는 비밀방으로 시선을 향하거나, 책상머리를 손 끝으로 툭툭 두드리는 횟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공주님의 증세만 알면 약을 만들텐데, 라고 생각하고 계신 모양이네."
페르디난드 님의 모습을 보면서 툭 하고 중얼거린 것은 유스톡스였다. 나는 조금 끄덕이며 동의를 표한다. 아마도 공방을 보고 소재가 부족한 것을 떠올리고는 초조해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말이지, 할트무트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할트무트는 로제마인이 데리고 있는 문관 가운데 유일하게 페르디난드 님으로부터 제약법과 투약법을 배운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제마인이 아직까지도 앓아누워 있어 페르디난드 님을 심려케 하고 있는 것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내가 분개하고 있자, 유스톡스가 작게 웃었다.
"에크하르트도 공주님이 걱정되어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할트무트 탓을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공주님은 귀족원에 가 계신 것이니, 성인 남성인 할트무트는 귀족원에 갈 수 없어 공주님을 곁에서 모실 수 없지 않나."
……확실히 그렇네.
자력으로 로제마인이 평민임을 밝혀내고, 그에 더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를 페르디난드 님에게 묻던 할트무트. 그는 페르디난드 님이 로제마인의 생활을 맡긴 사람이다. 한심스럽다고 생각했던, 화풀이같은 초조함은 진정되었다. 그러나 페르디난드 님의 평온한 나날을 위해 로제마인이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약을 전달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잖나, 할트무트.
결국 로제마인의 회복에 관한 정보 없이 영지 대항전의 날이 밝았다.
연구도 막바지가 되었기 때문에 로제마인의 상태를 물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아렌스바흐에서 유일하게 표창받을 가능성이 있는 연구이기에 라이문트의 연구에는 주목이 모여있는 것이다.
……조금 안절부절 못하고 계신 모양이네.
나는 페르디난드 님의 미간의 주름과 의자에서 일어난 횟수로 그렇게 판단했다. 오늘은 로제마인에 관한 정보를 손에 넣을 절호의 기회이다. 페르디난드 님은 그 여자와 행동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 피로가 심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직접 타령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는 귀중한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은 에렌페스트의 망토를 걸치고 아렌스바흐 기숙사의 다목적 홀에서 약혼자의 도착을 기다린다. 사용법에 따라선 일상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선전으로 만들어진 머리장식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을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장식한 취미 나쁜 여자가 찾아왔다.
베로니카 님과 비슷한 용모는 미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에서 하이데마리의 죽음이 떠올라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짜증과 증오가 북받치고, 주위 사정같은 것은 다 잊고 칼로 찔러버리고 싶어지는 충동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예전에는 "얼굴은 비슷해도 다른 사람이다" 라고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지금으로선 "다른 사람이지만 페르디난드 님에게 있어 유해하다는 의미로는 마찬가지다" 라고 할 수밖에 없다.
……란체나베의 남자가 돌아가자마자 데구르르 태도를 바꾸고 찾아오는 철면피에 머리 이상한 여자가 페르디난드 님의 약혼자라니…….
"그럼, 페르디난드 님. 가시죠. 저의 약혼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태도로 부탁 드려요."
……우둔하고 우매한 천치가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무심코 몸에 힘이 어린 순간, 유스톡스가 어깨를 누른다. 유스톡스가 없었다면 진작에 이 여자는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올랐을 것이다. 등 뒤를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나 참으며 나는 페르디난드 님의 뒤를 따라 걸어간다.
……이 얼간이는 경계문의 수비에서 자기보다 페르디난드 님의 말을 우선했다는 이유로 기사단장을 파면한 것이야.
머리에 잔뜩 꽃을 피우고 있는 어릿광대는 "경계문으로 들어오는 것은 란체나베인밖에 없지 않습니까. 경계할 이유가 없는데도 저의 말보다 페르디난드 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을 호위기사로 둘 수 없습니다" 라며 파면하고, 자신의 명령을 잘 듣는 옛 베르케슈토크인을 새로 기사단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어디까지 콩깍지가 씌여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저 기막힐 뿐이다. 베로니카 님 이상으로 천박하고 무분별하다.
참고로, 파면된 전 기사단장은 페르디난드 님이 측근으로 거두었다. 영주 일족의 호위기사라는 입장을 받은 전 기사단장은 페르디난드 님에게 너무나 감사하고 있다. 그는 오늘 "파면된 사람이 곁에 있으면 디트린데 님의 심기가 나빠질 것이기에" 라는 이유로 아렌스바흐에 남아있겠다고 했다. 이것은 최근 아렌스바흐의 중추로 발탁되고 있는 옛 베르케슈토크의 귀족들을 감독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오전 중에는 다른 영지의 회장으로 인사하러 돌아다니게 된다. 에렌페스트에는 접대를 위한 테이블이 두 곳 있어, 한 테이블에는 아우브 부부가, 다른 테이블에는 빌프리트 님과 샤를로테 님이 앉아 연이어 밀려오는 손님의 대응에 쫓기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바쁜 에렌페스트의 회장에 로제마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설마 아직 앓아누워 있는 건가?
나는 무심코 유스톡스와 얼굴을 마주보았다.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같은 것을 생각한 듯한 페르디난드 님이 아우브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가볍게 세상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요리의 레시피를 구실로 로제마인의 병세에 대해 떠본다.
"로제마인이 보내온 요리의 레시피에 대해 상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만, 로제마인은……."
"아쉽지만 아직 누워있다. 회복되면 편지를 쓰라고 하겠다."
아우브의 대답에 페르디난드 님이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아우브의 뒤에 서 있는 아버님에게 시선을 향했지만 아버님도 살짝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여기서 할 이야기가 아닌 모양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앓아누워 있을리가 없겠지? 대체 로제마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 자리에서는 "아직 누워있다" 라는 답 이외엔 이끌어 낼 수 없을 것이다. 영지 대항전에서 우리는 차기 아우브·아렌스바흐의 약혼자와 그 측근으로서 행동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럼 로제마인 님의 편지를 기다리지요. 저희들은 다른 영지에도 인사하러 가야 하는 걸요. 실례하겠습니다. 아우브·에렌페스트."
아직 정보 수집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차기 아우브가 일찌감치 자리를 떠버리면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우리도 움직여야만 한다.
결국 타령 사람이 얻을 수 있을법한 정보밖에 손에 넣지 못했다. 에렌페스트의 학생들은 방문객들의 응대로 바쁘고, 아우브의 호위로서 종사하고 있는 아버님과 이야기를 나눌 틈도 없었다. 리햐루다도 로제마인의 측근이 아니게 되었기에 이 자리에 없다.
작년에는 성인식의 에스코트를 위해 기숙사로 데리러 오라며, 머리 나쁜 여자가 제멋대로 구는 바람에 에렌페스트 기숙사에 머물 수 있었지만, 올해는 그런 기회도 없다.
……로제마인이 없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정보를 얻기 어려워질 줄이야.
작년에는 로제마인이 자신의 측근을 시켜 접대해주었기 때문에 나와 유스톡스는 불하받은 카트르카르를 먹으면서 로제마인의 측근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졸업생의 약혼자로서 코넬리우스와 할트무트가 와 있었던 것도 컸었다. 하지만 올해는 로제마인 주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대가 없다. 신전으로 오는 일이 적은 로제마인의 근시 견습과는 그다지 친교가 없던 탓도 있다.
"젤기우스, 뒤를 부탁한다. 그리고 에크하르트. 모쪼록 함부로 행동하지 말아라."
유스톡스는 나에게 그런 말을 남기고 슬쩍 인파를 틈타 사라진다. 유스톡스는 로제마인이 1학년이었을 때에 트라우곳의 근시로 기숙사에 들어가 구드룬의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영지 대항전의 지시를 냈던 적이 있기에 다소 안면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
……정보 수집은 유스톡스에게 맡길 수밖에 없겠네.
점심 때 돌아온 유스톡스는 지친 표정으로 "정보를 제법 철저하게 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페르디난드 님에게 보고했다. 에렌페스트의 사람들은 "로제마인 님은 누워 계십니다" 라는 것 이외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혀 밝힐 수 없는 사정이라는 것이 아렌스바흐의 사감이 거의 확신을 가지고 반갑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오른"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다른 사정이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것인지, 유스톡스로서는 분간할 수 없었다고 한다.
로제마인의 허약함을 아는 우리는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오른 것이 아니냐는 말을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라고 잘라 말한 페르디난드 님의 말수가 단숨에 줄어든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리제레타가 공주님이 페르디난드 님에게 전해달라던 것이 있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가져다 주겠다고 합니다."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상태인 건가."
목소리에 조금 안도감을 담은 페르디난드 님이 몸의 힘을 뺐다.
유스톡스의 소식에 나도 한때는 안도했지만, 리제레타가 가져다준 짐을 본 순간, 안도했던 기분은 싹 사라져버렸다.
……페르디난드 님이 주문한 마술지와 마석 뿐이라고?
전달받은 짐을 확인한 페르디난드 님이 얼굴을 경직시킨 것도 무리가 아니다. 로제마인은 언제나 우리들을 위해 시간을 멈추는 마술도구 안에 여러가지 것들을 잔뜩 넣어 보내주고 있었다. 에렌페스트의 요리는 물론, 회복약이나 페르디난드 님의 조합을 위한 위한 소재, 레티지아 님을 위한 포상용 과자, 우리의 가족들로부터 맡아둔 편지 등, 정말 정성어린 것들이 잔뜩 들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간소한 짐은 절대로 로제마인의 지시로 준비된 것이 아니다.
……로제마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 상태가 계속되면 페르디난드 님은 어떻게 되지?
페르디난드 님이 식욕이 없어 보일 때에 유스톡스가 내오는 것은 로제마인이 보내온 에렌페스트의 요리이다. 쉽게 소재를 채집하러 나갈 수 없는 페르디난드 님도 로제마인에게서 받은 소재로 회복약을 만들고 있다.
아렌스바흐에서의 페르디난드 님의 힘든 생활을 지탱하는 것은 로제마인이 보낸 음식이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전달되었기 때문에 그것이 끊기는 상황 같은 건 상정하지 않았다.
유스톡스는 새파래져 있었다. 페르디난드 님이 식사를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아졌고, 로제마인의 편지와 과자를 기대하고 있던 레티지아 님에게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는 것이겠지.
"페르디난드 님의 부탁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의 마술지를 준비하는 것은 대단히 힘들었겠지요. 로제마인 님은 주문대로의 물건을 준비해 주셨네요. 로제마인 님이 앓아누워계셔서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고 들은 레티지아 님도 걱정하고 있으셨습니다만, 조금 안심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젤기우스의 평온한 어조에 흠칫 놀라, 우리 세 명은 함께 미소로 표정을 수습한다.
"로제마인이 앓아눕는 것은 그다지 신기한 일이 아니다. 회복했다고 생각되어 상태를 보던 중에 다시 열을 내는 일도 많았으니까."
"그건 로제마인 님의 약을 만드셨던 페르디난드 님도 힘드셨겠네요. ……아, 슬슬 오후 경기가 시작됩니다. 가시지요."
현관 홀에서는 아렌스바흐의 사감이 "로제마인 님이 계시지 않는 에렌페스트 따위는 적이 아닙니다. 올해부터는 아렌스바흐가 이기는 것입니다" 라며 의기양양하게 기사 견습들을 고무하고 있었다. 그 순간, 스윽, 하고 페르디난드 님의 눈에서 감정이 사라진다.
……뭐지, 저건? 우리에 대한 도전인가!?
찡찡 울리는 목소리와 "로제마인 님이 계시지 않는 에렌페스트" 라는 언급이 불쾌하기 짝이 없다. 그것을 들은 페르디난드 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그리고 에렌페스트의 망토를 걸치고 있는 우리 앞에서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언사이지 않은가. 슬쩍 앞을 향해 몸이 기운 순간, 어깨를 짓누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기분은 알지만 진정해라."
"……나는 침착하다, 유스톡스."
"정말 그렇다면 좋겠다만……."
……아렌스바흐가 이길 리가 없다. 이 사감에겐 그런 것도 보이지 않는 건가?
오전 중에 열린 하위 영지의 딧타에서 작년 단켈페르가가 선보인 축복을 받고 있는 듯한 영지가 있었다. 공동연구를 했었으니 이 축복은 에렌페스트도 내려받고 있을 것이다. 축복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아렌스바흐로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아니나다를까, 아렌스바흐는 대영지 최약체가 되어 있었고, 축복을 받는 것을 익힌 듯한 중영지에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라도 성실하게 매진하지 않으면 성적이 떨어져 가는 것을 두 눈 빤히 뜨고 보고 있어야 할 것이다. 자신들과 주위의 차이를 목격하게 된 학생들의 얼굴에는 초조감이 떠올라 있지만, 사감은 그저 "저런! 저런!" 하고 외칠 뿐이다. 유익한 조언을 하는 것도 아니다. 찡찡 울리는 목소리가 시끄럽기만 할 뿐이고 전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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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스 2권 발매 기념 SS입니다.
상상외로 길어졌기에 상하로 나누었습니다
내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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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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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SS 34화. - 로제마인이 없는 겨울 전편 (5부 117화~ / 에크하르트 시점)|작성자 치천사
책벌레의 하극상 SS 35화. - 로제마인이 없는 겨울 후편 (5부 117화~ / 에크하르트 시점) 책벌레의 하극상 ss / 번역 게시판
2017.01.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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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마인이 없는 겨울 후편
오후 첫 번째로 열린 아렌스바흐의 딧타가 끝났다. 우리는 인사하러 온 하위 영지의 방문객들에게 대응해야만 한다. 아렌스바흐로 찾아오는 방문객들은 간단한 인사나 용건을 가진 사람을 제외하면 라이문트의 연구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다. 라이문트의 스승이기에 페르디난드 님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오라. 자, 연구 이야기를 하고 싶은 자여. 오는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과 라이문트의 공적이라지만, 아렌스바흐가 주목받는 것에는 관대한 것인지, 아니면 머리가 너무 나빠서 이해할 수 없기에 방문객들에 대한 대응을 전부 페르디난드 님에게 맡기고 싶은 것인지, 이 때만은 어리석고 귀찮은 약혼자가 가까이 다가오지 않으므로 연구에 대한 이야기는 대환영이다.
"디트린데 님, 페르디난드 님. 평안하신지요."
"어머, 힐쉬르 선생님. 평안하신가요."
힐쉬르 선생님은 간단히 인사를 끝내고 방긋 미소지었다. 그 눈은 연구욕으로 번쩍번쩍 빛나고 있어, 페르디난드 님이 조수로 돕고 있던 귀족원 시절을 연상시켰다.
……자, 이번에는 어떤 연구가 막힌 걸까.
페르디난드 님을 수행하던 나도 그렇게 생각할 정도이니, 페르디난드 님도 똑같이 느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페르디난드 님은 마음대로 나다녀도 되는 입장이 아니다. 힐쉬르 선생님도 그것은 알고 있는 모양이다.
"디트린데 님, 전, 정말로 오래되고 중요한 마술도구를 재현하기 위한 조합을 하려 하고 있습니다. 졸업식 다음날부터 아렌스바흐로 돌아가는 날까지 페르디난드 님에게 조합에 대한 도움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만, 허가를 내주시지 않겠습니까?"
이미 10년도 전에 졸업해 타령으로 이동한 영주 후보생에게 "조합을 돕도록" 라고 말하는 교사 같은 건 힐쉬르 선생님 이외엔 없을 것이다. 비상식적이라면 비상식적이지만, 그걸로 페르디난드 님이 한 숨 돌릴 수 있으면 상관 없다.
……그런 것이 허락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예상대로, "그것은 너무나 비상식적이지 않나요?" 라며 자신에게만 너그러운 못난 인간은 불쾌한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상대는 힐쉬르 선생님이다. 페르디난드 님의 스승이며 자신의 연구에 제자를 부려먹는 수완에는 정평이 나 있는, 이미 상식 같은 것은 내다버린 사람이다. 몰상식하다는 말을 들어도 말이 통하지 않고, 한번 거절당한 정도로 포기할 리도 없다.
"이 조합에 성공하면 라이문트의 내년의 연구에도 응용할 수 있으니 아렌스바흐는 분명 내년에도 주목받겠지요."
힐쉬르 선생님은 아렌스바흐에도 이익이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자색 눈동자를 빙그레 가늘게 뜬다. 상대의 약점을 엿보았을 때의 즐거워하는 표정이다.
"이미 잊으신 걸까요? 디트린데 님은 제 부탁을 들어 주시겠다고 악속하셨었죠? 차기 아우브가 약속을 어기는 일이 발생하면 저도 당황해서 이것저것 잊어버릴지도 모르겠네요."
"……알겠습니다. 허가하겠어요. 페르디난드 님, 힐쉬르 선생님을 도와 아렌스바흐를 위해 제대로 성과를 남겨주세요."
너무나도 오만한 언사에는 울컥하지만, 외출과 조합의 허가를 얻었기에 페르디난드 님은 만족스러운 듯이 아주 조금 입술 끝을 끌어당겼다.
……역시 힐쉬르 선생님이야. 나도 만족이다.
"그럼, 디트린데 님, 저는 힐쉬르 선생님과 함께 연구에 관해 상세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내객의 상대를 해야 하니까요. 부디 그렇게 하도록 하시지요."
빨리 가라, 라는 것처럼 쫓겨난 우리는 힐쉬르 선생님과 함께 연구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쪽으로 걸어나간다. 시간이 아쉬운 것인지, 힐쉬르 선생님은 걸어가며 빠른 어조로 페르디난드 님에게 조합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에렌페스트에서 보내온 소재도 있지만 아무래도 힐쉬르 선생님은 조합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속성이 부족하면 조합할 수 없다니, 정말 무슨 마술도구죠."
분한 듯이 불평하는 힐쉬르 선생님에게 페르디난드 님은 "그것은 로제마인이 조합할 예정이었으니까요" 라며 작게 웃는다.
"자, 힐쉬르 선생님. 조합을 돕는 것은 상관 없습니다만, 아렌스바흐의 이익이 아닌 제 이익은 있는지요?"
"금전이라는 의미라면 그런 것은 없어요. 오히려 이쪽이 자금을 원조받았으면 좋을 정도인 것은 아시죠? 아끼는 제자를 위해 힘을 써주시지요. 이익이 필요하다면 로제마인 님에게 받으면 되겠죠. 소재를 가져온 것도, 완성품을 사용하는 것도 로제마인 님이니까요."
그렇지 않았다면 페르디난드 님은 이렇게까지 준비를 갖추지 않았겠죠, 라며 힐쉬르 선생님은 라이문트와 로제마인 님의 취급을 비교하며 어깨를 움츠린다.
"……라고는 해도, 도움을 받는 것은 분명하니 안할퉁1의 협력으로 어떠신지요?"
힐쉬르 선생님은 절대 거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어린 미소를 띄우고 페르디난드 님을 바라본다. 페르디난드 님은 잠깐 생각하는 기색을 보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3의 종이 울린 뒤에 연구실로 가겠습니다."
안할퉁은 곤란한 때나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조언해주는 여신이다. 신화에서는 은폐의 신 페어베르겐이 숨긴 물건을 찾기 위한 조언을 할 때가 많다. 아무래도 조합에 대한 협력 대신 에렌페스트가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는 로제마인에 관한 정보를 주려는 모양이다.
……힐쉬르 선생님은 여전히 페르디난드 님을 낚는 것이 능숙하시네.
이래저래 이유를 붙여 페르디난드 님을 움직여 자신을 돕게 하는 수완은 대단하다고 언제나 생각한다. 페르디난드 님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힐쉬르 선생님이 페르디난드 님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알기 어려운 페르디난드 님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기쁜 것이다.
"다음은 에렌페스트의 차례인 모양이다."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이 망토를 휘날리며 기수를 타고 경기장을 돌기 시작했다. 우리는 관전을 위해 앞으로 나와 경기장을 내려다본다. 에렌페스트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에렌페스트의 관람석에서는 아우브 부부와 영주 후보생들이 맨 앞줄에 나란히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 저건 안젤리카인가?"
에렌페스트의 관람석에 안젤리카의 모습이 보였던 것 같았다. 시력을 강화하고 보자, 틀림없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나의 중얼거림에 유스톡스가 "아니, 안젤리카가 보이는 건가요?" 라며 필사적으로 응시한다. 하지만 유스톡스는 신체를 강화할 수 없어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미 졸업한 안젤리카가 어째서 영지 대항전에 있는 거지?"
"리제레타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안젤리카의 상대로 어울릴 정도로 트라우곳이 성장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불렀다는 모양이에요."
안젤리카가 자신의 결혼 상대로 "자신보다 강한 남자" 라는 조건을 낸 것은 알고 있지만, 트라우곳으로서는 무리일 것이다. 나는 약혼자 시절에 훈련 상대를 했던 안젤리카의 강함과 기사단에서 봤었던 트라우곳의 강함을 떠올린다.
……트라우곳도 다소 성장한 것 같긴 하지만 안젤리카는 광적으로 힘을 추구하고 있으니까. 필사적인 자세가 전혀 다르지.
우수한 근시를 배출하는 집안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안젤리카는 전혀 근시에 적성이 없었다. 귀족원에서도 충격적인 성적을 보이던 그녀는 로제마인이 이끌어주면서 처음으로 가족 이외의 일족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로제마인을 위해 강해지려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안젤리카는 할아버님의 고된 훈련을 묵묵히 소화하고, 조금이라도 강해지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일이 없었다. 호위기사와 근시라는 차이는 있어도, 자신의 주인을 위해 오로지 일편단심 자신을 갈고닦는 일족의 피가 확실히 안젤리카에게도 흐르고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트라우곳은 이 딧타에서 안젤리카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 어떻게 생각해도 트라우곳에게는 무리겠지."
나의 말에 페르디난드 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두 사람은 생각이 전혀 다르다. 트라우곳에게는 섬기는 자의 마음가짐이나 각오가 부족하다. 나로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페르디난드 님은 힐끗 나를 보았다.
"안젤리카가 살아가는 방식은 에크하르트와 비슷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한다."
"말씀하신 것처럼 안젤리카에게는 공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안젤리카에게 파혼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로제마인 님으로부터 떠나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알 수 없기에 저는 함께 갈 수 없습니다" 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것은 내가 가장 공감한 말이다.
자신의 주인을 최상위에 두는 것에 공감해 주는 것, 내가 아직도 하이데마리를 사랑하고 있는 것에 아무런 감개도 없는 것, 결혼에 대해 딱히 기대나 꿈이 없는 것 등, 안젤리카는 내게 있어 나쁘지 않은 상대였다.
"……그런가. 에크하르트가 공감할 수 있는 여성은 달리 없으니 약혼이 취소된 건 조금 아쉽군."
"아니요. 둘 다 자신보다 주인을 우선하고 있기에 안젤리카와 제가 함께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같은 주인을 모시거나……서로의 주인이 함께 걷는 사람이 아닌 이상."
나의 대답에 페르디난드 님은 진지한 얼굴이 되어 "확실히 그것은 어렵군" 하고 중얼거리며 머리가 꽃밭인 새된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는 여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비록 성결식을 마친다 해도 저 뻔뻔하고 경박한 바보와 함께 걸어갈 정도로 페르디난드 님이 열화하는 것은 전혀 상상이 되질 않네.
그런 상황이 되기 전에 레티지아 님이 성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구제불가능한 해악을 비밀리에 처리하는 것 정도는 간단히 할 수 있겠지.
아우브의 인계를 마치고 불필요해질 재앙의 처리 방법을 몇 개인가 생각하고 있자, "저런!" 하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에 의해 사고가 방해되었다.
에렌페스트가 마수를 쓰러뜨리는 것은 아렌스바흐보다 상당히 빨랐지만 그것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인지, 얼굴이 시뻘개진 사감이 "믿을 수 없습니다!" 하고 싸움을 걸듯이 외치고 있다. 너무나도 시끄러워서 입을 틀어막고 천으로 둘둘 감아 어딘가 멀리 집어던져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모든 딧타가 끝났다. 이제 영지 대항전도 거의 끝이다. 이후에 시작되는 것은 시상식이다.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은 속도를 겨루는 딧타에서 3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고, 프뢰벨타크, 클라센부르크, 아렌스바흐와의 공동연구도 잘 해냈던 모양이다. 프뢰벨타크와 아렌스바흐와의 공동연구는 표창받고 있었다.
그리고 개인에 대한 시상식이 열린다. 최종학년부터 호명하기 시작한다. 에렌페스트의 학생은 작년처럼 몇 명이나 이름이 불리고 있지만, 아렌스바흐의 학생은 뚝 하고 줄어들었다.
머리에 꽃을 피우고 있는 멍텅구리는 "역시 영주 후보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네요" 라며 납득했다는 듯한 얼굴로 자신이 얼마나 아렌스바흐를 이끌고 있었는지 떠들고 있지만, 영주 후보생의 여부가 아닌 성무의 참가 여부가 큰 원인이다. 타령의 학생들이 자령을 풍족하게 하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와중에, 지금처럼 성무에 대한 기피감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앞으로도 아렌스바흐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점점 하락할 것이다.
……유유자적 하는 것도 지금 뿐이다. 성결식만 끝나봐라. 아우브의 배우자의 입장이 된 페르디난드 님이 아렌스바흐 전체를 틀어쥘 테니까.
지금은 그저 손님 신분이기에 레티지아 님의 교육 이외에는 손을 대지 못하지만, 성결식을 마치고 손을 댈 수 있게 되면 레티지아 님의 측근과 협력해, 기사, 문관, 근시 전체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차례차례 쌓여가는 과제에 매몰되어 있는 레티지아 님 이외에도 교육 대상을 만듦으로써 레티지아 님의 부담을 줄이고, 성인이 되는 것과 동시에 아우브가 되는 그녀를 지탱할 인력을 키우지 않겠습니까? 라고 유스톡스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저쪽의 측근들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4학년 최우수. 드레반히엘의 영주 후보생 오르트빈."
4학년 최우수, 영주 후보생 최우수로 단상에 오른 것은 드레반히엘의 영주 후보이었다.
"로제마인 님의 이름이 우수자에도 없다고?"
"아무리 앓아누워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가?"
"영주 후보생과 상급 귀족의 봉납식에서는 신전장을 맡았다고 들었는데."
관중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상당히 크다. 당연할 것이다. 입으로는 불평하면서도 페르디난드 님의 과제를 태연히 소화하던 로제마인이 한 번도 이름이 불리지 않는 것은 이상한 것이 당연하다.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앓아누워 있다 하더라도 너무 깁니다. 에렌페스트는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표창받을 사람을 부르기 위해 확성 마술도구를 갖고 있는 아렌스바흐의 사감이 찡찡 귀가 아픈 음량으로 기세등등하게 에렌페스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줄서있는 학생들은 표창식이 중단된 상황에 씁쓸한 얼굴이 되고, 마술도구 너머의 큰 목소리에 질색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것을 알고 있는지 아닌지, 사감은 더욱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자, 무엇을 감추고 있죠? 솔직히 말씀하시지요."
"로제마인은 앓아누워 있을 뿐이다."
우수자로 불려 앞으로 나간 빌프리트 님이 반박하고 있지만 전혀 들을 생각이 없는 사감에게는 쓸데없는 행동이었다. 주위의 교사들도 제지하려 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는 것 같다.
"귀족원 기간 내내 앓아누워 계시다니, 너무 길지 않습니까. 사실은 이미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올랐는데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뭐!?"
"저런! 빌프리트 님도 동요하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그런 것이죠?"
흥분한 듯한 거친 콧바람이 기세등등하게 마술도구에서 울린다. 페르디난드 님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눈으로 소음녀를 째려보았다.
……작작 해라, 이 얼빠진 천치가!
다음 순간, "프라우렘!" 이라는 루펜의 노성을 방송 마술도구가 담으면서 경기장 전체에 메아리쳤다. 갑작스런 고함에 관람석에 있는 귀부인들로부터 "꺅!?" 하고 놀라는 소리가 나온다.
내가 좀 전에 상상했던 것처럼 슈타프의 빛의 띠로 둘둘 감겨, 항의하려고 입을 연 순간 재갈이 물려진 무분별한 바보가 루펜과 기사 과정의 교사진에 의해 끌려나간다.
소음의 원인이 배제되자마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상식이 재개되었다. 1학년까지의 우수자가 프림베일 선생님에게 불려 앞으로 나간다.
"……로제마인이 이끌지 않아도 에렌페스트는 그대로 돌아가는 모양이군."
페르디난드 님은 천천히 에렌페스트가 있는 근처를 보면서 재미없다는 듯이 흥 하고 코를 울렸다.
에렌페스트의 학생들은 귀족답게 속내를 감추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지 대항전에서 많은 영지의 아우브들이 에렌페스트를 방문하러 오는 모습도 익숙해지게 되었고, 빌프리트 님도 샤를로테 님도 익숙한 모습으로 사교를 소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로제마인이 부재중이어도 우수자는 많이 나오고 있다.
"자신이 없더라도 행동할 수 있도록 교육받고 있으니까요. 저는 그것이 로제마인의 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에크하르트, 그대는 의외로 동생 바보로군."
의외라는 듯한 페르디난드 님의 말을 나는 씁쓸한 미소를 띄우며 일단 긍정해 둔다.
……그건 페르디난드 님이 하실 말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마음 속으로 그렇게 반박해 보았지만, 재회했을 때에 로제마인에게 페르디난드 님이 괜한 화풀이를 할 것 같았기에 말로 하는 것은 참아두었다.
……로제마인, 너는 나에게 감사하며 뺨을 페르디난드 님에게 바치도록.
영지 대항전 2일차에 열린 성인식과 졸업식은 충격적이었다. 그만큼 플로렌티아 님 일편단심인 아우브·에렌페스트가 브륜힐데를 에스코트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베·그렛시엘의 딸을 둘째 부인으로 들일 결의를 했다고 한다. 페르디난드 님의 지원이 없는 상태로 계속 고집을 부리는 것은 아우브·에렌페스트도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정세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저 분이 플로렌티아 님 이외의 여성을 에스코트 하는 모습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건 사용하지 않은 것인가……."
시간과 정세의 변화를 느꼈을 뿐인 나와는 달리 매우 씁쓸한 얼굴을 한 페르디난드 님이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언제부터인가 에렌페스트와 로제마인에 대한 것을 생각하는 페르디난드 님이 간간이 보이게 된 표정이다.
변변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요리의 보충도 없이, 로제마인에게서 매입할 예정이었던 요리 레시피도 구하지 못하고, 레티지아 님이 기대하고 있던 과자의 보충도, 편지의 답장도 없는 채로 영지 대항전과 졸업식이 끝났다.
덧붙여,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사감은 파면되었다. 중앙에는 필요 없기 때문에 아렌스바흐로 돌려보내고 대신할 사감을 요청하기로 교사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전 사감은 묶인 채로 아렌스바흐로 전이되었다. 사감이 아렌스바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내가 아는 유르겐슈미트 내에서 가장 품위 없는 여자가 말했다.
……기숙사도 귀족원도 조용해졌으니 상관 없지만,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이 죄가 된다면 제일 먼저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그대가 아닌가?
다음날부터 아렌스바흐로 돌아가는 날까지는 힐쉬르 연구실에 다니게 되었다. 페르디난드 님은 라이문트와 힐쉬르 선생님, 두 명 분의 점심을 준비시켜 라이문트에게 옮기도록 명했다.
"라이문트, 내가 가면 바로 조합을 시작할 수 있도록 식사와 조합 도구의 세척을 마쳐두도록."
라이문트가 긴장한 표정으로 페르디난드 님의 지시를 듣고 있다. 라이문트는 페르디난드 님의 측근으로 되어 있지만, 그 재능을 키우기 위해 겨울 이외에도 힐쉬르 연구실에서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편지 교환은 많이 했어도, 둘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페르디난드 님은 자신의 연구에 푹 빠져 있던 귀족원 시절이 상당히 귀중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느끼고 계신 듯, 라이문트에게는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다. 로제마인이 알면 "불규칙적인 생활을 개선해주세요!" 라고 호통을 칠 듯한 환경이지만, 라이문트는 당시의 페르디난드 님처럼 푹 빠져 있다.
"페르디난드 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는 여기서 몇 가지 지시를 내린 뒤에 도서관에서 자료를 얻어 연구실로 갈 예정이다. 힐쉬르 선생님에게 전해주도록."
"알겠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의 조합을 볼 수 있다고 흥분해 있는 라이문트가 다소 빠른 걸음으로 퇴실했다. 유스톡스에게 조합복을 가져오게 한 페르디난드 님이 갈아입으면서 젤기우스에게 귀환 준비를 시작하라는 지시를 낸다.
"젤기우스는 이쪽의 귀환 준비를 시작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디트린데 님의 모습에 주의해주었으면 한다. 이는 유스톡스보다 그대가 적임이다. 부탁할 수 있겠나?"
"맡겨주십시오."
젤기우스를 기숙사에 남기고, 우리 세 사람은 아렌스바흐의 기숙사를 나와 도서관으로 향했다.
"페르디난드 님, 무슨 자료를 찾으시는 건가요?"
"오래되고, 귀중하고, 그 도서관밖에 없는 자료다. 앞으로 만들 것에 필요하다만……그다지 내키지 않는군."
허공을 노려보는 듯한 얼굴의 페르디난드 님으로부터 답이 될 수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잘 이해하지 못한 채로 나와 유스톡스는 페르디난드 님을 따라 걷는다. 무언가에 대해 페르디난드 님만이 알고 있는 상태는 별로 신기한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알려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하지 않는 한, 페르디난드 님은 자신의 생각을 입으로 내놓지 않는다. 언동으로 미루어 이쪽이 헤아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회랑을 가로질러 문을 열고 열람실로 들어갔지만 사서도 도서관의 마술도구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뭔가 정리하고 있거나 손님이 와 있는 것일까. 페르디난드 님은 열람실을 조금 둘러보고는 "돌아갈 때 솔란지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들어 볼까" 라고 중얼거리면서 왼쪽에 있는 계단을 올라간다. 그렇게나 도서관에 집착하고 있었으니 솔란지 선생님은 로제마인의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이곳에 오게 될 줄이야……."
귀찮다는 듯이 말하면서도 페르디난드 님은 망설임 없는 발걸음으로 2층 열람실 안쪽으로 이동한다. 귀족원 재학시절에는 도서관에 자주 오고 있었지만 졸업하고 나서도 오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하이데마리가 다음에 빌릴 책은 무엇일까 하고 페르디난드 님의 손을 들여다보던 모습이나 페르디난드 님의 명령으로 사본에 필사적이었던 모습이 떠오른다.
……어째서 여기에 그대만이 없는 걸까.
도서관의 모습에도 이 자리에 있는 면면에도 변화가 없다. 그런데도 그 때에는 당연한 듯이 있던 하이데마리만 없다.
"에크하르트, 괴롭다면 떨어져 있어도 상관 없다."
"저는 호위기사입니다, 페르디난드 님. 곁을 떠나면 하이데마리에게 혼납니다."
"도서관에서의 조수는 문관인 저의 일입니다. 당신은 호위를 하세요! ……입니까?"
하이데마리의 말버릇을 흉내내며 유스톡스가 그리운 듯이 웃었다.
"빨리 용건을 끝내지요, 페르디난드 님. 하이데마리에게 혼납니다. 영주 후보생이 직접 움직이지 마세요, 라고."
페르디난드 님이 "그립구나" 라고 말하면서 책장 사이에 있는 여신상 앞에 선다. 그리고 무엇이 목적인지는 모르지만 여신상을 만지작거리며 무엇인가 조사하기 시작했다. 귀족원에 재학하던 시절에도 이런 행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어쩌면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은 일이 있었던 걸까?
"……무리인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되도록이면 그 수단을 다시 사용하지 않고 해결했으면 하는데."
무엇이 무리인건지는 모르지만, 페르디난드 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고 앞머리를 쓸어올린 뒤에 빙글 돌아보았다. 열람실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이런 날에 누가?"
"반납을 잊은 학생이 아니겠습니까? 언젠가 페르디난드 님의 위협 섞인 올도난츠가 각 기숙사에 도달한 이후로는 제대로 반납하게 된 것 같으니까요."
유스톡스가 놀리듯이 입꼬리를 비틀자 페르디난드 님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라며 싫어하는 얼굴이 된다.
"학생과 마주치는 것도 성가시다. 떠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지."
그렇게 말하고 있자 발소리가 계단을 올라온다. 여러 사람이 한번에 2층으로 올라오는 일은 드물다. 나는 뒤돌아보며 무기를 준비해 두라고 전하고 준비가 된 것을 확인하고 조금 발을 움직인다. 페르디난드 님이 돌아보았다.
"지기스발트 왕자?"
나는 바로 공격 태세를 풀고 돌아본 페르디난드 님 뒤에 대기한다. 대체 왕족이 이런 날에 무슨 일이 있어서 도서관으로 온 것일까. 의아함이 겉으로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지기스발트 왕자의 모습을 살핀다.
"로제마인이 걱정이네요. 너무나도 깁니다."
로제마인이 걱정인 것에는 동의하지만 지기스발트 왕자가 걱정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개인적 친분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깊었을 것이다.
"정말로……. 그런데 지기스발트 왕자는 어째서 이곳으로?"
"그대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로제마인이 마지막으로 마력을 공급한 마술도구를 보러 온 것이죠. 학생이 많은 동안엔 올 수 없었으니까요."
……로제마인이 마지막으로 마력을 공급한 마술도구? 뭐야, 그건?
단순히 앓아누워 있는 것이 아님을 암시하는 듯한 말이었다. 나는 알 수 없었지만, 페르디난드 님에겐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으스스한 미소가 되었다.
……무슨 일을 저지른 거야, 로제마인!?
2층에 있는 마술도구에 대한 질문을 받은 페르디난드 님이 이곳저곳의 마술도구를 가리킨다. 도서관에 예상 외로 많은 마술도구가 있는 것에 놀라면서 나는 지기스발트 왕자와 함께 페르디난드 님의 설명을 듣는다.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지기스발트 왕자는 페르디난드 님에게 예를 표하고 발길을 돌렸다. 페르디난드 님의 만들어 붙인 미소가 사라지고, 대신 미간에 주름이 깊이 패인다. 피로와 기막힘과 놀라움이 뒤섞인 얼굴로 "그 바보 녀석" 이라며 여신상을 노려보았다.
"로제마인은 정말로 이쪽의 예정을 엉망으로 해주는군……."
계획을 수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화를 내며, 페르디난드 님은 지기스발트 왕자와 시간차를 두고 도서관을 나온다.
"솔란지 선생님의 이야기는 듣지 않으시는 건가요?"
"이제 필요 없다."
나는 깜짝 놀라버렸다. 그렇게나 걱정하고 있던 페르디난드 님이 로제마인의 정보가 필요 없다고 단언한 것이다.
……정말 무슨 짓을 한 거야, 로제마인!?
로제마인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정보를 준 것은 페르디난드 님이 아니라 힐쉬르 선생님이었다. 로제마인은 최초의 봉납식 직후부터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한다.
"행방불명인가요?"
"네, 혼란해하던 에렌페스트 기숙사에서 구입한 정보이니 틀림없습니다. 갑자기 사라지셨다고 합니다."
"갑자기? 측근들 앞에서?"
무심코 목소리를 높여버린 나나 유스톡스와는 달리 페르디난드 님은 마치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전혀 동요를 보이지 않고 조합을 계속하고 있다.
"로제마인 님이 어디에 계시는지, 언제 돌아오시는 것인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다만, 로제마인 님에게 이름을 올린 측근이 무사한 것, 그 자가 로제마인 님의 마력을 느끼고 있는 것을 보면 무사하신 모양입니다."
힐쉬르 선생님의 말을 흘려들으며 말 없이 조합을 계속하고 있는 페르디난드 님으로부터는 분노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조용히 화내고 있다. 분명 로제마인이 페르디난드 님의 분부를 어기고 쓸데없는 짓을 했음에 틀림 없다.
……얼른 돌아와라, 로제마인. 더 이상 페르디난드 님을 곤란하게 하지 마!
이틀 동안 로제마인이 만들고 싶어하던 도서관의 마술도구를 만들고, 페르디난드 님은 불쾌함 그 자체인 얼굴로 마술도구를 노려보면서 성능의 확인을 하고 개선점과 조합할 때의 주의점에 대해 써가기 시작했다.
……공기가 무거워. 누가 뭔가 좀 해봐!
내가 마음 속으로 그렇게 외치고 있자, "큰일입니다, 페르디난드 님!" 라며 젤기우스가 뛰쳐들어왔다. 상당히 급하게 온 것인지 쌔액쌔액 거친 호흡을 반복하면서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내민다. 올도난츠로 알릴 수도 없는 용건인 모양이다.
유스톡스는 젤기우스의 호흡이 가라앉도록 차를 마시게 하고, 우리는 내민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잡았다.
"무슨 일인가, 젤기우스?"
이미 로제마인에 대한 분노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페르디난드 님이 젤기우스을 재촉한다. 젤기우스가 호흡을 가다듬고는 보고를 시작한다.
"란체나베의 배가 왔다고 합니다. 경계문을 열기 위해 디트린데 님이 급히 아렌스바흐로 돌아가셨습니다."
……뭐!? 그 천치는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건가!?
"본래 란체나베의 내방은 영주 회의 이후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어째서 이런 시점에 오는 것입니까!?"
"돌려보내면 되는데 어째서 경계문을 열어주는 것인가?! 누구도 제지하지 않은 건가?"
유스톡스와 나의 서슬에 젤기우스가 "제게 말하셔도……" 라며 어깨를 떨어뜨렸다. 초석 물들이기를 마치고 아우브로 확정되었기 때문에 귀족들은 처벌을 두려워하며 진언하지 않고 있다.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천박한 바보 여자에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고, 부주의하게 의견을 내면 파면되거나 처벌을 받거나 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왈가왈부하더라도 의미가 없다. 바로 돌아간다."
페르디난드 님은 그렇게 말하고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젤기우스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힐쉬르 선생님에게 완성된 마술도구와 수정점이 몇이나 적힌 조합용의 레시피를 건넨다.
"힐쉬르 선생님, 급히 돌아가야 하게 되었습니다. 이쪽은 에렌페스트로 부탁드립니다."
방금 작성한 마술도구를 힐쉬르 연구실에 두고 페르디난드 님은 발길을 돌렸다. 우리도 페르디난드 님을 따라간다.
……다음에서 다음으로 문제만 일으키다니. 그 천박한 바보만을 말하는게 아니야. 로제마인, 너도다!
아직 봄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겨울의 끝, 우리가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아렌스바흐의 항구에 란체나베의 배가 들어와 있었다. 예년과 다른 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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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길어져버렸습니다.
코믹스 2권 발매 기념 & 스즈하나 님 생일 축하 SS입니다.
조언의 여신. Anhaltspunkt(근거, 단서) + Leitung(이끎, 선도, 지도, 지휘, 통솔)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SS 35화. - 로제마인이 없는 겨울 후편 (5부 117화~ / 에크하르트 시점)|작성자 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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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5부 119화. - 돌아온 나 -
돌아온 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마티아스. 에렌페스트로 연락을 부탁합니다. 오늘 밤은 기숙사에서 쉬고,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내일 귀환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배도 고프고, 몹시 지쳤으니까요."
"그렇게나 모습이 변할 정도의 사건이 있었으니, 겨울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어. 오늘밤은 푹 쉬도록 하렴, 로제마인."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그렇게 말하며 예전처럼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뻗다가 순간 멈칫한다. 외견이 변한 것 때문에 당황해하고 있는 것을 눈치챈 나는 케이프의 후드를 걷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손을 잡고 자신의 머리에 올렸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자, 쓰다듬으세요, 라며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올려다보자, "로제마인은 빨리 알맹이도 성장해야겠네" 라며 복잡한 표정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 사이에 그레티아는 푸고에게 나의 식사를 부탁하러 주방으로 향한다.
"내일은 할트무트가 시끄러울 것 같네."
정말 정말 귀찮다는 듯이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그렇게 말하며, 빨리 자기 방으로 돌아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나는 1인용 레서버스를 타고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갑자기 높아진 시선과 몸에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옷자락이 끌리는 의식용 의상으로 계단을 오르는 것은 위험하다.
나는 자기 방에서 케이프를 훌쩍 벗었다. 제단의 방, 제단의 꼭대기층으로 돌아온 나는 근시장인 리제레타에게 왕족이 문을 열어 주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는 것을 알리고, 후드 달린 케이프를 가져다 주도록 부탁했다. "사이즈는 어른 사이즈로!" 라고 세 번 강조했기에, 제대로 어른용을 준비해준 것이다.
……나, 완벽하지 않아? 어른용 케이프가 조금 긴 것 같긴 하지만.
식사를 가져온 그레티아가 놀란 듯한, 난감한 듯한 시선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이전에는 바로 보이던 청록의 눈동자가 조금 알아보기 어려워진 것은 눈높이가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로제마인 님과 눈높이가 비슷해졌으니,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조금 당황할 것 같네요."
그레티아의 말에 나는 자신의 몸이 성장했음을 실감했다. 키는 그레티아와 비슷하거나 조금 작은 정도다. 지금까지 올려다봐야 했던 그레티아였지만, 이제는 눈높이가 비슷하다.
……리제레타보다는 아직 조금 작네.
"그나저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할트무트가 매일같이 로제마인 님이 성장하고 계십니다, 라고 말하고 있긴 했었습니다만, 이토록 급격하게 성장해 계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육성의 신 언바욱스가 성장시켜주었습니다. 급격한 성장이라 너무 아팠어요."
신전장의 의식용 의상을 벗자,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의상의 모습이 훤히 드러난다. 리제레타와 그레티아는 의상의 상태에 눈을 부릅뜨며, 나를 급성장시킨 신들에게 화를 냈다.
"양말도 신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시키다니, 갈아입을 옷도, 근시도 없는 자리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건가요. 게다가 육성의 신 언바욱스는 남신이 아니십니까!"
"너무나도 아름답게 성장하신 것은 경사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게나 성장을 바라고 계시던 로제마인 님이 순수하게 기뻐하시지 못하는 것이 저로서는 용서하기 어렵습니다."
두 사람의 말에 나는 자신도 그와 같이 갈 곳 없는 분노를 품었던 것을 것을 고백한다.
"그래도 이렇게 그레티아와 눈높이가 맞게 된 것을 실감하고 기뻐졌습니다. 지금까지는 홀로 비교 대상도 없고, 거울도 볼 수 없어서 성장했다는 실감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격통과 옷을 수습하는데 필사적이었기에, 정말로 자신의 성장을 되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거울을 보니, "잘도 이런 미인으로 자랐네" 라고 스스로도 감탄할 정도의 미소녀로 성장해 있다. 진심으로 언행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젤리카 이상의 안타까운 미소녀가 될 것 같다.
"그나저나 괜찮으신가요, 로제마인 님? 그, 왕족보다 에렌페스트를 우선한 모양새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만……."
나의 의상을 벗기면서 리제레타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그러나 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변한 나의 모습에 당황하는 틈을 찌른 것이긴 하지만, 지기스발트와 힐데브란트 양측의 승낙을 얻은 것이다. 문제는 없을 것이다.
"왕족의 허가를 받았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요? 저는 왕족보다 에렌페스트가 걱정이고, 이렇게 의상도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나 체격이 달라졌으니 내일부터 입을 옷도 전혀 없겠죠? 에렌페스트의 위기가 아니었더라도 왕족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겨우 수일 내로 왕족에게 보이기에 부끄럽지 않은 옷을 맞추는 것은 무리다. 바로 에렌페스트로 귀환해 새로운 의상이 마련될 때까지는 신전장의 의상을 입고 지내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내 말에 리제레타와 그레티아가 한번 얼굴을 마주보고 의상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큰 사이즈의 의상을 가지고 나온다.
"할트무트가 로제마인 님이 성장하고 계신다고 강경한 태도로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브륜힐데의 의상을 몇 벌 정도 놔두었습니다. 그리고 길베르타 상회에 의상의 제작을 멈추라는 지시를 내려두었습니다."
"네?"
도서관에서 실종된 그 날부터 할트무트는 "로제마인 님은 메스티오노라에게 초대받은 것입니다" 라며 "매일, 매일, 로제마인 님의 마력이 성장하고 계십니다" 라고 실시간으로 중개했다고 한다. 덕분에 에렌페스트의 기숙사에서는 내 걱정보다도 할트무트를 조용히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다들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모양이다.
……뭐야, 그거? 완전 무서워.
"다들 반신반의하고 있었습니다만. 할트무트가 워낙 확신한다는 듯한 태도로 말하고 있었고, 로제마인 님에게 이름을 올린 다른 사람도 결코 착각이 아니라고 했기에, 일단 준비해 둔 것입니다."
브륜힐데의 의상은 내 의상을 모방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끈으로 등을 묶는 타입이라 사이즈 조정이 쉬운 것. 아우브의 둘째 부인이 되는 것이 결정된 이후에 주문한 겨울 의상이기에, 유행이나 품질 면에서 다른 사람의 의상보다 나에게 어울리는 것. 브륜힐데가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의상을 귀족원에 두고 가더라도 아무도 곤란하지 않는 것 등,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브륜힐데의 의상을 두고 가는 것이 제일이었던 것 같다.
"성으로 돌아가면 바로 치수를 재고 의상을 주문할 것입니다만, 이것이 있으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지 않을까요?"
"놀랐습니다. 정말로."
리제레타의 대응에 감탄하며, 나는 성인 사이즈의 속옷으로 갈아입고, 마석 간이갑옷을 몸에 두르고, 브륜힐데의 의상에 팔을 넣어보았다. 가슴이 조금 끼고, 기장이 길다. 그러나 가슴은 등의 끈으로 조절할 수 있고, 기장은 옷자락을 조금 걷으면 입을 수 있다. 속옷은 한가한 시간을 사용해 리제레타가 몇 종류 준비해 두었다고 한다. 내가 성장기를 맞고 있으니, 몇 벌 만들어 두더라도 쓸모없게는 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신발은 역시 치수를 재지 않으면 만들 수 없으니, 당분간은 마석으로 만들 수밖에 없겠네요."
"마력적인 문제는 없으니 그걸로 상관 없습니다."
저녁을 먹고 욕실로 들어간다. 그 사이에 귀족원의 이야기를 리제레타와 그레티아에게 들었다. 중급과 하급의 봉납식이 무사히 끝난 것. 내가 앓아누은 채로 귀족원을 마치게 되었다는 것. 한넬로레가 너무나도 걱정하며 병문안 선물로 책을 빌려 준 것. 클라센부르크의 자료를 다무엘와 할트무트가 읽고 사본한 것. 영지 대항전에서 페르디난드에게 마술지를 건넨 것. 졸업식의 에스코트에서는 마티아스가 상대를 정하지 못하며, 옛 베로니카파 아이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다들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것 등이었다.
"마티아스는 결국 오틸리에에게 에스코트를 부탁했습니다. 부모가 없는 마티아스는 귀족원에서 타령의 상대를 찾기도 어렵고, 뮤리에라와 그레티아는 이야기해 두는 것이 늦어 의상을 준비할 수 없었으니까요."
설마 마티아스가 오틸리에에게 에스코트를 부탁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수한데다 얼굴도 좋기에, 여자아이 한둘은 간단히 붙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부모를 대신해 여러가지로 했었어야 했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저, 주인으로서 부족했네요……. 마티아스에게 뭐라 사과하면 좋을까요."
"아닙니다, 로제마인 님. 마티아스는 자신이 전 기베·겔랏하의 아들이며, 로제마인 님과 함께 중앙으로 향할 것을 생각해 애초에 에스코트 상대를 선택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마티아스가 같은 처지인 동료들 중에서 상대를 골라 체면치례를 하려 했다면 좀 더 일찍 움직이고 있었어야 했습니다."
다른 보통의 학생이라 해도, 스스로 상대를 찾아 부모에게 소개하거나, 그 상대가 타령 소속일 경우는 영지 대항전에서 상대의 부모를 만나는 등의 사전작업을 하지 않으면 에스코트 상대는 될 수 없다. 이름을 받은 보호자인 나에게 미리 소개도 하지 않은 마티아스가 나쁘다고 그레티아는 단언한다.
"그런 마티아스를 보고, 내년에 졸업하는 라우렌츠는 빨리 준비해야겠다고 초조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 로제마인 님. 잡담은 이 정도로 하고 그만 쉬도록 하세요. 내일부터는 다시 바쁘신 거죠?"
리제레타가 이제 그만 침대로 올라가라고 말한다. 나는 순순히 리제레타의 말에 따른다. 확실히 너무나 피곤한데다가, 내일부터는 바빠질 것이다.
다음날 아침. 아침 식사를 끝내고 휴고에게 돌아갈 채비를 시키고, 리제레타들도 에렌페스트로 되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호위기사는 교대로 기숙사를 오갔기에 짐이 적지만, 계속 기숙사에 머물며 나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던 리제레타와 그레티아는 짐이 많다.
"미안하네요, 둘 다."
"아닙니다, 로제마인 님. 저희는 주인 없는 성에 머물러도 의미가 없으니까요."
문관들은 신전이나 성에서의 일이 있고, 기사들은 훈련에도 참가해야 한다. 그리고 성 내의 정보 수집은 오틸리에만으로도 충분하기에, 리제레타와 그레티아 두 사람이 기숙사에 남게 된 것이다.
짐 꾸리기를 마치고, 나는 리제레타, 그레티아,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마티아스와 함께 전이진의 방으로 이동한다.
"리제레타와 내가 로제마인 님과 함께 전이진으로 돌아가고, 그레티아와 마티아스는 짐이나 요리사의 이동 등을 확인하고 돌아가게 된다. 기숙사의 문단속은 나중에 노르베르트1가 확인하러 올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곳을 지키고 있던 두 기사가 내 모습을 보고 움찔한다. 경악한 표정 속에 자신의 상식으로 헤아릴 수 없는 기분나쁜 것을 보았을 때와 같은 무의식적인 거부감이 어려있었다. 급격한 성장이었지만, 측근들은 당혹감은 보여도 혐오감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비상식성을 실감하고, 나는 무심코 한 걸음 뒷걸음질쳤다.
"아직 몸에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언바욱스의 축복은 조금 몸에 부담이 큰 것 같군요."
마티아스가 방긋 웃으며 살짝 등을 밀어준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을 느낀 나는 마티아스를 돌아보며 작게 미소지었다.
"마티아스, 뒤를 부탁합니다. 그레티아와 함께 되도록 빨리 돌아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리제레타와 나, 이렇게 셋이서 전이진에 오른다. 마티아스와 그레티아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에렌페스트로 귀환했다.
에렌페스트의 전이진의 방에서도 주재하던 기사들은 경악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좋지 않은 기분으로 방을 나간다.
"걱정했다, 로제마인! 오오!? 할트무트에게 듣긴 했다만, 정말 많이 컸구나, 로제마인! 유르겐슈미트에서 제일가는 미인이 되어 있지 않은가!"
"과장입니다, 할아버님."
"할아버님, 너무 다가가셨습니다! 한 발 더 물러서 주세요."
할아버님이 제일 먼저 맞이해 주었다. 그 너머에는 양부님과 양모님, 빌프리트, 샤를로테, 멜키오르, 그리고 측근들도 모여 있었다. 모두가 나를 보고 멍해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우, 시선이 아파.
"양부님, 지금 돌아왔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이야기할 시간을 내주시지 않겠습니까? 게오르기네 님이 어떤 형태로 에렌페스트의 초석을 빼앗으려 하는지를 알아냈습니다."
그 순간, 내 모습에 깜짝 놀라고 있던 양부님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초석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아우브 이외의 사람에겐 이야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단 둘이서 이야기할 준비가 되면 불러주세요."
"아니, 바로 오거라. 최우선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이니. ……보니파티우스, 나의 집무실까지 로제마인의 에스코트를 부탁한다."
양부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리고, 자신의 측근들을 데리고 먼저 집무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나는 할아버님이 떡하니 허리에 손을 올린 자세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작게 웃으면서, 할아버님의 팔꿈치에 손을 올린다. 예전에는 눈높이가 손목 근처였지만, 지금은 팔꿈치 정도의 높이가 되었다.
빌프리트를 시작으로, 형제들이 나와 할아버님을 에워싼다.
"할트무트가 매일같이 성장했다고 시끄러웠다만, 정말로 성장해 있었구나. 놀랐는걸."
"우후훙, 미인이 되었죠?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는걸요."
"음. 확실히 예뻐졌군. 그렇지만 내용물은 여전히 성장하지 않은 건가? 겉보기와의 차이가 심하군."
"좀처럼 내용물이 성장하지 않는 것은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같네요."
"무슨? 나는 엄청 성장했다."
너스레를 주고받으며 눈대중으로 빌프리트와 키를 비교한다. 좀 분하게도 빌프리트보다는 키가 작다. 빌프리트도 성장기인지, 키가 자라고 있는 모양이다.
"언니, 어서 오세요. ……어머, 저보다 더 키가 커지셨네요. 너무나 이상한 기분입니다."
……오오, 나, 정말로 커졌어. 제대로 샤를로테의 언니같아!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로 에어베르멘과 언바욱스에게 감사했다. 이건 대단하다. 언니로서의 존엄을 되찾은 기분이다. 감동으로 떨고 있자, 멜키오르가 같은 감동의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저는 신전에서 할트무트에게 로제마인 누님은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에 의해 신들의 세계에 초대되어 신들의 축복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고 듣고 있었습니다만, 그 말이 사실이었네요."
"할트무트!?"
멜키오르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고 돌아보자, 할트무트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방긋 웃었다.
"저는 거짓은 고하지 않았습니다. 로제마인 님이 제 눈 앞에서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에게 끌려가신데다 매일 성장하는 모습을 느끼고 있었으니까요."
"할트무트의 말은 거짓말이었나요?"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멜키오르의 눈빛에, 나는 뭐라고 답해야 좋을지 고민한다. 곤란하게도 할트무트의 말은 대체로 맞는 것이다.
"저, 전부 틀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크게 보면 맞는 말이니까요. 전, 육성의 신 언바욱스가 성장시켜주었으니까요."
"역시 로제마인 누님에게는 신들의 축복이 있었던 거네요."
……아아아악! 조금 다르지만 설명이 어렵다. 무엇보다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할트무트가 조금 짜증나!
주위를 돌아보며, 자신의 성장을 실감하고, 할트무트에 의해 성녀 전설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실감하며, 나는 양부님의 집무실로 걷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오랫동안 걷는 것은 어렵다. 얼마 가지 못해 다리가 얽히며 할아버님의 팔에 매달리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할아버님. 저, 아직 이 몸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면 이렇게 하지."
기수에 타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보다 먼저, 할아버님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휙 하고 나를 안아올렸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도 미처 반응할 수 없었던 날렵함이다.
"저기, 할아버님. 저, 이만큼이나 성장했으니 무거울거에요. 내려주세요."
"아니, 이쯤은 무거운 것이 나로서는 다루기 쉽다."
예전에는 너무 가벼워서 어떻게 다뤄야 좋을지 몰랐지만, 이쯤 성장하면 자신의 아내를 옮긴 경험도 있기에 문제 없다고 한다. 득의양양한 얼굴로 옛날 이야기를 하는 할아버님의 주위에서는 나의 호위기사들이 나를 한순간에 빼앗긴 것에 당황해 허둥거리고 있다.
"어떻게 할까요, 로제마인 님? 전력으로 스승으로부터 탈환하도록 할까요?"
"그건 조금 심하지 않나요, 안젤리카. 상당한 안정감이 있으니, 이대로도 괜찮습니다."
나는 몸의 힘을 빼고 할아버님의 호의를 받기로 했다. 적어도 할아버님의 눈에 급성장에 대한 혐오감은 전혀 없다. 그저 순수하게 성장을 기뻐해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은 어릴 때 이렇게 안아서 옮겨주더라도 커지면 그렇게 할 수 없게 되는데, 할아버님은 반대 같으니까요. 이번에는 어리광을 부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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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님과 이야기하기 전에 의상을 갈아입고 모두와 재회합니다.
조금 샤를로테보다 키가 커져서 언니로서의 존엄을 되찾은 로제마인.
신전에서 가속한 성녀 전설.
그리고 성장하면서 드디어 할아버님이 접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초석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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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열심히 마인이의 옷을 만들고 있던 투리에게는 묵념을....
구루타블렛을 본 질베스타의 반응이 기대되는군요.
참고로, 질베스타는 겉으로는 저렇게 있는대로 가오잡고 있지만, 뒤로는 엄청 고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괜히 먹히지도 않을 멋있는 척, 냉정한 척을 하면서 자기 이미지 다 깎아먹고 있는 불쌍한 캐릭터죠.
그래도 이전에는 페르디난드가 이리저리 요령 좋게 커버해줬는데, 그런 페르디난드도 없어진 지금은 그저 안습....;;
Norbert. 영주성의 집사이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20화. - 초석의 마술 -
초석의 마술
결국 나는 할아버님에게 어린아이처럼 안아 올려진 채로 양부님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집무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아버님과 기사단의 부단장은 할아버님에게 안겨있는 나의 모습에 눈을 깜박거리고 있었다.
……뭐, 이런 크기가 되어서 안겨서 등장하리라고는 생각 못했겠지?
아버님은 얼핏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봤으니 내가 걱정되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버님은 뿌듯해하고 있는 할아버님을 보고, 살짝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미소를 보이고는 이내 표정을 다잡고 문을 열어 주었다.
"로제마인 님, 아우브·에렌페스트가 기다리십니다."
"네. ……할아버님, 여기까지 감사했습니다."
나는 할아버님의 품에서 내려와 집무실에서 홀로 기다리고 있는 양부님을 향해 신중하게 걸어간다. 하지만 문이 닫히는 소리에 놀라 무심코 돌아보는 바람에 곧바로 다리가 꼬여서 화려하게 나자빠졌다.
"푸핫! 중요한 이야기라 해서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건가, 그대는?"
"음, 아직 커진 몸에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당분간 성 안을 이동할 때 기수를 사용해도 될까요?"
무심코 웃음을 터트려버린 양부님이 웃으며 다가와 손을 내밀어준다. 나는 양부님의 도움을 받으며 일어나 이번엔 좀 더 신중하게 발을 내딛었다.
"오늘 아침에도 옷을 갈아입는 도중에 다리가 꼬여서 넘어지거나, 할아버님과 걸으려 하다가 무릎이 꺾이는 등, 큰일이었습니다."
"그대의 기수라면 그것이지? ……그런 모습이 되어서도 계속 사용하는 건가?"
"저의 레서 군은 귀엽습니다. 구륜과는 전혀 닮지 않았습니다."
양부님이 싫다는 듯한 표정을 짓기에, 나는 볼을 부풀렸다. 나의 레서 버스는 귀엽고 매우 편리한 것이다. 다른 기수로 바꿀 생각은 없다.
"기수만이 아니라 언행이 외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겉보기만이라면 지금의 그대는 정말 성녀이지 않나?"
"빌프리트 오라버님에게도 그런 말을 들었고, 거울을 봤으니 일단 자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겉을 꾸미는 것이라면 몰라도 내용물은 그리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니, 어쩔 수 없겠죠?"
그런 양부님도 별로 내용물은 변하지 않았죠? 라는 의미를 담아 미소짓자, 양부님은 쓴웃음을 지으며, "……뭐, 내가 자신있게 할 말은 아니다만"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의자에 앉아 마주보고, 나는 천천히 숨을 토한다. 양부님도 표정을 다잡았다.
"그래서 누님에 관한 일이다만……초석을 빼앗는 방법을 알았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초석을 빼앗기는 것은 아우브로서 최악의 사태이다. 땅뿐만이 아니라 목숨도 빼앗기는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아우브는 초석의 방으로 이어지는 문의 위치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다시 탈환되는 것을 경계하는 새 아우브에 의해 초석을 빼앗은 시점에서 바로 죽임당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족도 함께 목숨을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를 하나쯤은 남겨두어, 선주의 귀족들을 거느리기 쉽도록 새 아우브의 자녀와 결혼시키는 일은 있다. 하지만 게오르기네의 경우는 본인이 에렌페스트 출신이기에 양부님의 아이를 남겨둬야 할 이유가 거의 없다. 흰 탑에 유폐시켜 마력을 빼앗는, 공개적으로 등장할 일이 없는, 일평생 죽은 것과 같은 삶을 보내게 될 것이다.
"확증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성전 도난 사건의 경우를 생각하면 틀림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전 도난 사건? 뭔가의 샛길이나 새로운 마술도구의 정보가 아닌 것인가?"
양부님이 의아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본다. 달리 샛길이 있는지의 여부는 별개로,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에 넣었을 때에 유입된 신전과 성전의 역할을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는 않을거라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각 영지의 초석은 신전의 예배실 바로 아래에 있습니다."
"……뭐!?"
양부님의 움직임이 몇 초 멈췄다. 그리고 붕붕 머리를 흔들면서 다시 한번 "뭐?" 라고 말했다. 상당히 동요하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일실이고, 마력적으로 구획된 공간이기에 신전의 누구나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곳은 아닙니다."
"그건 그렇다 해도……. 성이 아니라 신전에 있다는 것은……."
"아우브가 차기 아우브에게 물려주는 것이 초석의 방으로 전이하기 위해 필요한 열쇠가 되는 마술도구이며, 아우브의 방에 초석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는 것이니까요. 다들 성 안에 있다고 믿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태껏 초석을 찾아 성 안을 수색하던 사람들에겐 허점이었던 것이겠죠."
내 말에 양부님이 너무나 씁쓸한 표정이 되었다.
초석의 방으로 이어지는 열쇠가 되는 마술도구를 승계하지 못하고 아우브가 죽어 버린 경우, 차기 아우브는 초석의 방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마술도구를 찾는 것부터 시작하게 된다. 대개의 경우는 아우브가 지니고 있거나, 아우브의 비밀방에 있거나 하지만,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고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선대 아우브로부터 승계받는 아우브의 방과 초석을 잇는 열쇠가 없어지더라도 중요한 아우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앞서 차기 아우브에게 전달되는 열쇠가 또 하나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서두르지 않고 열쇠를 찾을 수 있도록……."
본래는, 공급의 제단에서 초석에 마력을 쏟으며 필사적으로 초석의 방을 찾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로제마인, 나는 차기 아우브에게 전달되는 예비 열쇠 같은 건 알지 못하고, 받지도 못했다. 설마 아버님은 누님에게 건네……."
"아닙니다."
노기를 드러내는 양부님을 향해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부인했다.
"양부님은 건국 신화를 기억하고 계신가요?"
"뭐, 다소는……."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하고 양부님이 갑작스런 화제 전환에 당황한 듯이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딱히 화제를 전환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럼 초대 왕이 신전장이었던 것은 알고 계시죠? 초대 왕에게 있어, 신에게 기도를 바치는 신전에 초석을 설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자신들의 기도만이 아니라 신전에서의 모든 기도를 초석으로 보내기 위해. 그리고 신들에게 기도를 전달하기 쉽게 하기 위해 초석은 신전과 함께 만들어진다. 덧붙이자면 신전에 두는 신구나 성전도 초석을 설치할 때 첸트가 함께 만든다. 이것은 첸트의 직무와 관련된 것이기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한동안은 각 영지의 차기 아우브가 신전장을 겸임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양부님이라면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것은 성무를 수행하며 가호를 늘리거나 마력을 늘리기 위한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과연."
좀 더 시대가 지나면, 차기 아우브가 신전에서 신전장으로서의 성무에 집중하는 동안 성과 신전 양쪽에 출입할 수 있는 다른 영주 후보생들이 영지 내의 귀족들을 통괄하며 강한 발언권을 얻게 된다. 이후에 신전장인 차기 아우브가 아우브가 되더라도 마력을 봉납하고 성무를 실시할 뿐인 장식으로 취급받게 되었다. 성무와 정치와의 간극이 조금씩 벌어져 가고, 신전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영주 후보생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초대 왕이 만든 시스템은 점차 당초의 목적을 잊어가기 시작했다.
"역사는 이제 됐다. 결국 무엇이란 건가?"
"즉, 차기 아우브인 신전장이 계승받는 성전의 열쇠가 신전에서 초석의 방으로 가는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입니다."
그래서 먼 옛날엔 아우브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더라도 그다지 곤란해하지 않았다.
"게오르기네 님은 전 신전장과 친밀하게 편지를 교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쪽에서 흐른 정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게오르기네 님의 관계자 중에서 성전의 소유자였던 것은 그 분 뿐이니까요."
보통의 귀족들은 신전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신전에 관한 지식은 귀족원의 강의에서 살짝 배우는 것이 전부이다. 출입할 일도 없고, 기본적으로 경멸하는 곳이라 깊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게오르기네 자신이 신전에 가까이 갔던 적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전 신전장은 성이나 귀족가를 자주 오갔던 것 같고, 게오르기네를 귀여워했던 것은 남아 있던 편지로도 알 수 있다.
"허나, 그런 정보를 알고 있었으면 누님은 진작에 초석을 빼앗으려 했었을 것이다. 아렌스바흐로 출가하기 전이나, 내가 아우브가 되기 전이나, 아니면 에렌페스트를 방문했을 때라도……."
"게오르기네님이 초석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 시점과 관계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신전장이 된 이후에 정보를 얻게 되었다면, 성전의 열쇠를 얻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고……."
"……아아, 그렇군. 나의 허가로 누님이 숙부님의 편지를 유품으로서 가져간 적이 있었지. 누님이 보낸 편지가 대부분이었지만, 숙부님이 발송하지 않았던 편지도 몇 통 있었다. 그 편지의 어딘가에 정보가 있었던 모양이군."
양부님은 몹시 지친 표정으로 머리를 싸맸다. 편지는 건네주더라도 문제 없는 내용들 뿐이라고 확인하고 건넨 것 같다. 귀족이 아닌 전 신전장으로서는 마술적 꼼수를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지만, 딱히 마술도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암호를 사용하면 검열을 피해 상대에게 정보를 전할 수 있다.
"지금 성전의 열쇠는 신전장인 그대가 가지고 있었지?"
"신전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성을 습격하거나, 양부님에게 초석으로 이어지는 문의 위치를 알아내지 않더라도 초석을 손에 넣는 수단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게오르기네 님에게 이름을 올리고 있었던 다르돌프1 자작 부인에 의한 성전 도난 사건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 봐도, 게오르기네 님은 신전 쪽의 입구를 노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의 추측에 양부님은 깊이 숨을 토했다.
"틀림없겠지. 성 쪽의 문은 경계하고 있고, 보니파티우스과 함께 비밀통로 같은 것에 대한 대책도 세워두었다. 하지만 신전에서 초석을 빼앗을 수 있을 거라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신전을 습격하면 초석을 빼앗는 것도 시간 문제다. 기본적으로 마력이 적은 회색 신관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게오르기네에게 있어 신전 쪽의 열쇠를 빼앗는 것은 아이 손목을 비트는 것 만큼이나 쉬운 일일 것이다.
"저나 멜키오르가 신전에 있을 때는 호위기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부재중에는 신전의 방비가 너무 허술하게 됩니다. 봉납식을 제외한 겨울 사교계의 기간. 그리고 봄의 기원식과 가을의 수확제에서 저희들은 성전의 열쇠를 신전에 놔둔 채로 신전을 비우게 됩니다."
꿀꺽 하고 양부님은 목을 울렸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신전은 너무나도 무방비하다. 체류하는 영주 후보생을 지키기 위한 호위는 있지만, 초석을 지키는 것은 오직 열쇠 하나뿐이다.
"초석의 위치나 성전 열쇠의 승계에 대한 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잘 생각해 주십시오. 신전에 초석이 있음을 어떻게 감추고, 어디까지 정보를 공개하며 방위할지는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갑자기 신전의 방비를 강화하기 시작하면 주위에서는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을 수는 없겠죠? 영지의 초석을 어떻게 방위할지 계획하는 것은 아우브의 일입니다."
봄의 기원식을 끝으로 에렌페스트를 떠나게 되는 내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초석에 관여가 가능한 성전의 열쇠를 차기 아우브로서 내정되지 않은 멜키오르에게 물려주어도 좋을지 어떨지, 그 근처에서부터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초석의 방위에 관해서는 신전도 포함해 고려하도록 하겠다. 누님이 실행에 옮기는 것은 봄의 기원식의 시기가 가장 유력하군……."
"어째서죠? 봄이 아닌 가을일지도 모르고, 겨울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내년일지도 모르고, 내후년지도 모르지 않나요?"
유력하다며 단정하는 듯한 양부님의 말에 나는 입술을 삐죽 내민다. 그렇게 믿고 있다가는, 어느 순간 발등을 찍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양부님은 확신이 있는 듯, 짙은 녹색의 눈을 빛냈다.
"그대가 오랫동안 앓아누워 있다는 것은 전 영지에 퍼져 있다.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오른 것이 아니냐고 크게 떠들다가 해고된 교사도 있다. 그리고 그대의 귀환은 아직 타령에 알려지지 않았다. 신전의 방비가 허술해져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페르디난드가 본관에 방을 얻기 전에 승부를 걸 것이라고 생각한다. 페르디난드를 본관에서 떨어뜨려 두는 것이 가능한 것은 성결식이 있는 영주 회의까지이다."
……그러고 보니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페르디난드님의 편지에도 쓰여 있었지.
"귀중한 정보에 감사한다, 로제마인. 누님의 선수를 빼앗은 것은 처음이다."
"기원식을 노리고 있다면, 이미 가까이 와 있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은의 천을 사용하면 영지의 경계를 넘는 것은 간단하니까요."
양부님이 한번 굳게 눈을 감는다.
"란체나베의 사자는 은의 천을 입고 있었다. 같은 종류인지, 그저 색이 은색일 뿐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란체나베에서 대량의 천을 사입2할 수 있었다면 누님의 전쟁 준비는 이미 끝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군."
메스티오노라의 지식에 은의 천에 대한 것은 들어있지 않았다. 툴크에 관한 지식도 없었다. 만들어진 것이 최근이어서일까, 아니면 외국의 지식은 포함되지 않는 것일까. 혹은 페르디난드가 갖고 있는 걸까.
"그런데 로제마인. 그대는 도대체 어디서 그런 지식을 손에 넣은 것인가?"
이야기를 마치고 일어선 나에게 양부님이 묻는다. 나는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라고 질문으로 답하며 방긋 미소짓는다.
잠시 나를 보고 있던 양부님은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이 되었다.
"……설마, 정말로 얻은 것인가?"
무엇을, 이라는 말은 없었다. 나도 굳이 묻지 않는다. 그래도 충분히 알 수 있다.
"7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이고, 중요한 부분이 많이 누락되어 있어 제법 사용이 불편하지만요."
그러면서 나는 출구를 향해 조심조심 걷는다. 그리고 집무실을 나서기 직전에 빙글 돌아본다.
"전, 바로 신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우선 열쇠의 확인을 하고 싶습니다. 성전이 바꿔치기당한 적도 있었으니, 열쇠에도 독 이외의 무언가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 책인 성전은 냄새나 형태나 무게로 진품 여부를 가릴 수 있지만, 열쇠에 관해서는 전혀 자신이 없으니까요."
내가 가슴을 피고 그렇게 말하자, 양부님은 머리를 안고 신음했다.
"잘 확인해 두어라. 필사적으로 지킨 열쇠에 묘한 장치가 되어있다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
"네에.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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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님의 집무실에서 의논.
실은 신전을 공격하려 했던 적이 있는 게오르기네 님입니다만, 사사건건 방해를 받았습니다.
의식 이외의 부분에서 게오르기네님의 계획을 망치고 있던 로제마인.
다음은 신전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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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번역하며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원문에는 초석의 위치(礎の位置)를 알고 있는 전 아우브라던가, 질베스타에게서 초석의 위치를 알아내지 않더라도(養父様から礎の場所を聞き出したりしなくても), 같은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야기 전개상 초석이 있는 위치(신전 예배실의 아래)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첸트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정보입니다. 그런데도 초석의 위치를 알고 있다던가, 알아내려 한다던가 하는 표현이 반복되어, 일단 "초석의 방으로 이어지는 문" 이라고 번역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은근히 분량이 줄었네요.
자까님... 건강하세요... ㅠㅠ
Dahl + Rudolf
仕入. (옷가지나 천을) 매입 또는 구입.
국내에서 의류의 매매와 관련되어 평범하게 사용되고 있는 단어로 보인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21화. - 성전의 열쇠 -
성전의 열쇠
"지금부터 급히 신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는 양부님의 요망이기도 하기에, 길베르타 상회는 신전으로 오도록 예정을 변경했으면 합니다만……."
내가 자기 방으로 돌아와 그렇게 말하자, 리제레타가 난색을 표했다.
"로제마인 님이 내일 성으로 돌아오시는 것이 가능하다면 성에서 치수재기를 부탁 드릴 수 있을까요? 플로렌시아 님, 샤를로테 님, 엘비라 님의 전속 침자도 불러 의상의 제작을 의뢰할 예정입니다."
언제까지고 측근인 브륜힐데의 의상을 주인에게 입게 할 수 없다는 근시들이 이곳저곳에 연락하며 모두의 일정을 모아준 모양이다. 덧붙이자면, 영주 회의 전까지 준비하지 않으면 중앙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가져갈 의상이 없다는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리제레타와 오틸리에의 준비를 허사로 돌릴 수는 없다.
"알겠습니다. 내일은 성으로 돌아오도록 하죠."
"내일의 치수재기와 의상의 선택에는 저도 대동해 주십시오. 로제마인 님의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귀족원에서는 전혀 도움이 될 수 없었다고 베르틸데가 슬픈 듯이 말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모처럼 근시가 되었는데 근시같은 일을 할 수 없었다고 개탄하고 있는 베르틸데에 맞춰 나는 조금 몸을 굽혔다.
"제가 리제레타와 그레티아에게 듣기로는 멜키오르의 측근에게 지지 않도록 열심히 샤를로테의 다과회를 도와주웠다죠? 정말로 우수한데다 제가 없는 동안에도 에렌페스트의 유행을 퍼투리기 위해 열심히 해주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로제마인 님을 모시는 것은 언니가 아우브와 성결식을 치를 때까지이니까……."
브륜힐데가 정식으로 둘째 부인이 되면 베르틸데는 브륜힐데의 근시 견습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전에 조금이라도 근시같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베르틸데의 열심이 너무 귀엽다.
"그럼 내일 주문하는 의상 중 하나는 베르틸데에게 맡기도록 하죠. 저의 여름 의상을 한 벌 주문해 주세요. 저 스스로도 사뭇 분위기가 달라져 있는 것을 자각할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을 잘 생각해 주세요."
"감사드립니다."
기쁜 듯이 미소짓는 베르틸데에게 나는 내일 브륜힐데도 불러오도록 부탁한다.
"결혼 준비로 바쁘겠습니다만, 브륜힐데의 결혼과 퇴직 기념으로 머리장식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베르틸데, 갑작스럽긴 합니다만, 지금 바로 브륜힐데에게 전해주시겠나요?"
"물론입니다, 로제마인 님. 언니도 분명 기뻐할 겁니다."
베르틸데가 브륜힐데에게 연락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자, 나는 바로 신전으로 돌아갈 채비를 시작한다.
"양부님의 요망과 함께 신전에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만, 내일이면 이쪽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전속 악사인 로지나는 성에서 대기하도록 해주세요. 전속 요리사인 휴고는 오랫동안 기숙사에서 지냈었으니 신전으로 데리고 돌아가, 내일, 대신할 사람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그레티아가 신전과 전속들에게 연락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것을 곁눈으로 보면서 나는 자신의 문관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할트무트와 피리네는 신전으로 동행해 주세요. 로데리히와 클라릿사는 성에서 한넬로레 님이 빌려주신 책의 사본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호위기사입니다만, 다무엘, 안젤리카, 마티아스, 라우렌츠는 저와 함께 신전으로. 그 외는 성에서 대기입니다. 아마 양부님과 할아버님의 호출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방위 계획의 재검토 등으로 기사단으로 불려질 가능성이 있다. 상급 기사인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레오노레는 남겨두고 싶지만, 안젤리카는 남겨두어도 의미가 없다.
내가 지시를 내리고 있는 동안 리제레타와 오틸리에 두 사람은 재빨리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체격이 크게 달라졌기에, 신전에 있는 의상으로는 자는 것도 곤란하기 때문에 갈아입을 옷이 필요한 것이다.
"다녀오십시오, 로제마인 님. 빠른 귀가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신전에 도착해 기수에서 내리자마자 보였던 것은 신전 근시들의 놀란 얼굴이었다. 일제히 숨을 죽이고, 나를 응시하고 있다. 이질적인 것을 바라보는 거부의 시선도 아니고, 사정을 이해하며 잠자코 받아주고 있는 귀족 측근들과도 다르다. 굳이 말하자면 할트무트의 말을 순순히 믿고 있던 멜키오르와 비슷한 눈빛이었다.
……아우, 절대로 세뇌되었어, 이거.
"지금 돌아왔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로제마인 님. 할트무트 님에게 듣고 있었습니다만, 신들의 축복에 의해 정말 아름답게 성장하셨네요."
반짝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는 모니카의 말에, 차마 부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할트무트가 귀찮을 정도로 매일같이 나의 안녕과 마력적인 성장에 대해서 말했기 때문에 모두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묘한 열기에 들떠 끝도없이 반복하고 있는 것은 다들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던 것 같지만, 내가 보통의 생활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할트무트 덕분인 것이다.
"계속 어린 모습만 보고 있었기에 놀랐습니다만, 로제마인 님의 성장은 너무나도 기쁩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로제마인 님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프랑과 길은 처음부터 나를 섬기고 있던 두 명이다.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성장을 기뻐해주는 프랑과 좀 수줍은 얼굴로 주먹을 쥐고 칭찬해주는 길의 모습에 무심코 미소가 번진다.
"모두가 기뻐해 주니 저도 기쁩니다."
길이나 프리츠에게 성에서 짐을 옮기게 하고, 신전장실로 돌아가면서 프랑과 자무에게 내일의 예정과 전속들의 행동에 대한 연락을 한다.
"겨울의 성인식이 임박했습니다만, 의식용 의상의 준비는 가능한가요? 아니면 멜키오르 님에게 성무를 부탁하실 것인지요?"
"성장해도 입을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므로 의식용 의상은 문제 없습니다. 오히려 평상복의 수선이 끝나기 전까지 의식용 의상만을 입어야 하는 것이 난점입니다. 내일 성에서 치수재기와 함께 의상의 주문을 하니, 그 때 이야기를 전해 두겠습니다. 길베르타 상회에 옷의 수선을 의뢰해 주세요."
그러면 성에서 잰 치수에 맞춰 신전의 평상복도 수선해 줄 것이다.
"바로 내일 성으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그럼 오늘은 어떤 용건으로 신전으로 돌아오신 건가요?"
"성전의 열쇠를 조사하기 위해서입니다. 조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다시 조사해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나는 신전장실로 돌아와 니콜라가 타준 차를 마시면서 프랑이 성전 열쇠를 꺼내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사이에 다무엘과 안젤리카에게 지시를 내린다.
"다무엘, 안젤리카. 미안하지만 아랫마을의 문을 모두 돌며 은의 천을 입고 거리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지 각별히 주의하도록 병사들에게 전해주시겠나요? 그리고 발견했을 경우엔 결코 당황하지 말고 바로 기사단으로 연락하도록 해주었으면 합니다. 상대는 고위 귀족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결코 그 자리에서 붙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넷!"
다무엘과 안젤리카는 곧바로 등을 돌리고 퇴실한다. 그리고 은의 천이라는 말에 반응한 마티아스가 "로제마인 님, 그것은……" 이라고 중얼거리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은의 천이 발견된 것은 기베·겔랏하의 여름의 관이다. 그렇다면 은의 천이 가리키는 인물을 추측하는 것은 간단할 것이다.
"마력을 가진 괴한이 몰래 침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돌아오기 전날 봄의 축연이 끝났었죠? 그렇다면 조만간 눈이 녹을 것이니, 마차에 대한 경계가 필요합니다."
마티아스는 가만히 내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가슴 앞에서 교차한다.
"로제마인 님, 저를 겔랏하로 보내주십시오. 지난번 보니파티우스님과 함께 조사했었을 때, 영지 내에 몇 가지 마술도구를 숨기고 있는 가옥을 발견했었습니다. 그 때 가옥에 출입하면 알 수 있도록 보니파티우스님이 함정을 파놓으셨습니다. 확인을 위해 가고 싶습니다."
"할아버님에게 물어보도록 하죠. 간다 하더라도 기사단 사람과 함께입니다."
나는 할아버님에게 "마티아스가 겔랏하로 덫을 확인하러 가고 싶다고 합니다" 라고 올도난츠를 날렸다. 할아버님은 양부님이나 아버님과 함께 에렌페스트의 방위계획을 다시 수립하느라 바쁘겠지만, 대신 기사단의 누군가가 차출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바로 할아버님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나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참이다. 모처럼 놓은 덫을 망치고 싶지 않으니 내가 직접 가겠다. 마티아스, 회복약은 충분히 준비해 두어라. 하루가 지나기 전에 돌아올 것이니."
아무래도 할아버님은 벌컥벌컥 회복약을 마셔가며 전속력으로 강행하려는 모양이다. 나는 비밀방에서 몇 종류의 회복약을 꺼내와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있는 마티아스에게 건네주었다.
"마티아스, 이것을 사용하세요. 효력은 보증합니다. 할아버님의 전속력을 따라가는 것은 힘들 거라 생각합니다만, 괜찮겠나요?"
"……이 확인은 제가 바란 것입니다. 가겠습니다. 저는 더이상 에렌페스트에 혼란이 야기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전력으로 지키겠습니다."
마티아스는 예를 표하며 회복약을 받는다. 마티아스가 빠지면 라우렌츠 홀로는 역시 호위기사가 너무 적다. 유디트를 신전으로 부를까, 하고 생각하고 있자, 라우렌츠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로제마인 님" 이라며 웃었다.
"유디트에게는 연락해두었습니다. 로제마인 님의 방비를 더 이상 엷게 할 수 없기에, 보니파티우스님과 함께 신전으로 온다고 합니다."
……와우. 내 측근 진짜 우수.
"이쪽이 성전의 열쇠입니다, 로제마인 님."
분주하게 출입하는 호위기사들의 일이 진정되기를 기다려, 프랑이 성전의 열쇠를 건네주었다. 나는 키를 잡고 의자에서 일어난다.
"감사합니다, 프랑. 전 조금 비밀방에 있도록 하겠습니다. 안에 호위는 필요 없습니다. 밖에서 대기해 주세요."
유디트와 라우렌츠 둘을 신전장실의 호위로 남기고, 나는 홀로 비밀방으로 들어간다. 비밀방의 테이블에 툭하고 열쇠를 내려놓고, 나는 슈타프를 내어 "구루투리스하이트" 라고 주창한다.
그리고 타블렛 형태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성전의 열쇠에 대해 검색한다.
"어디보자."
성전의 열쇠는 초석과 쌍을 이루도록 만들어져 있다. 마력 등록을 위한 마석 위에 작은 마석이 있는데, 그 마석의 색깔이 영지의 색과 같으므로, 열쇠를 보면 어느 영지의 열쇠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헤에, 하고 생각하면서 열쇠를 가만히 바라보자, 영지의 색을 나타내는 마석이 에렌페스트의 황토색에 가까운 산취색1이 아닌 엷은 연보라색이었다.
"이거 에렌페스트의 열쇠가 아니잖아! 아렌스바흐의 열쇠!? 어? 어째서!? 나 이걸로 몇번이나 성전을 열었는데!?"
당황해서 열쇠 항목의 나머지를 읽어 나가자, 성전과 열쇠가 쌍이 되는 것이 아니라 초석의 마술과 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전과 열쇠에 등록된 마력이 같으면 성전을 열 수 있지만, 초석으로 이어지는 문은 그 영지의 열쇠가 아니면 열 수 없다고 한다.
"어? 그럼 에렌페스트의 열쇠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망연하게 중얼거렸지만, 머리 한쪽에서는 진작에 답이 나와 있었다. 열쇠의 바꿔치기도 성전의 도난 사건이 있었을 때 같이 일어났었을 것이다. 그러니 에렌페스트의 열쇠는 이미 게오르기네의 손에 넘어가 있을 것이다. 그 때 나는 다른 사람의 마력으로 물들어 있던 열쇠를 자신의 마력에서 다시 물들였던 것이다. 성전이 열렸기에 진짜 열쇠라고 생각하고, 타령의 열쇠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거, 우리가 눈치채게 되면 역으로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아 버릴지도 모르는데? 그런 위험한 짓을 왜……?"
이것이 게오르기네의 계획이라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렌스바흐의 초석은 필요 없다는 걸까. 아니면 뭔가 이쪽을 함정에 빠투리기 위한 계략일까. 나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렌스바흐의 열쇠와 바꿀 정도로, 아렌스바흐에 있는 딸과 백성을 버리는 것도 문제시하지 않을 정도로 게오르기네가 에렌페스트의 초석에 집착하고 있는 것만은 전해져 왔다. 손에 넣은 초석을 소중히 하려는 것처럼은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양부님에게서 빼앗는 것과 자신의 손으로 부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에렌페스트를 부수는 것이 게오르기네 님의 희망이라면?
그렇게 생각한 순간 핏기가 싹 가셨다. 아우브·에렌페스트가 되는 것이 아닌, 에렌페스트를 부수는 것을 바라고 있다면, 게오르기네는 내게 있어 제일가는 강적이 된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면 목숨구걸도 통하지 않는다. 목숨을 빼앗는데 아무런 주저도 없이, 평민 같은 것은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키려는 자세를 보이면 그곳을 중점적으로 노릴 것 같다.
"뒷일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초석만을 손에 넣을 뿐이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아……."
초석의 마술은 영지의 기초이다. 영주 후보생의 강의에서 실습했던 것처럼 초석을 통해 마력을 채우는 것으로 땅이 비옥해진다. 반대로 모든 마력이 사라지면 거리는 붕괴하고, 땅은 흰색의 사막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은 시간을 들여 전 아우브의 마력을 자신의 마력으로 조금씩 대체해 나가거나, 전 아우브를 완전히 상회하는 대량의 마력을 단번에 때려부으며 덧칠하게 된다.
그러나 빼앗아 파괴할 뿐이라면 시간도 걸리지 않는데다 초석을 물들이기 위한 대량의 마력 같은 것도 필요없다. 비어있는 마석을 대량으로 들여와 초석에 차 있는 마력을 흡수시키거나, 큰 마술을 사용해 초석의 마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면 그만이다. 그러면 에렌페스트의 거리뿐 아니라 농촌이나 숲도 포함해 전 영지는 하얀 사막으로 돌아간다. 영민은 거의 전멸하지만, 대신 초석의 마술을 자신의 마력으로 물들이는 것은 너무나도 쉬워진다.
어떤 만행을 저질러도 초석을 가진 자를 벌하는 것조차 할 수 없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지 못한 첸트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저지를 수 있는 폭거이다.
……첸트가 필요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첸트가.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가지고 있는 나는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을 손에 넣을 수 있으면 게오르기네를 쉽게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초석을 가진 아우브와 영주 후보생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의 차이가 있듯이 초석을 손에 넣은 첸트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는 차기 첸트 후보의 차이는 크다.
무엇보다 나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은 빠진 부분이 많다. 지하 서고 안쪽에 있는 첸트를 위한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사본과 달리 대규모 마술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마법진의 종류에 구멍이 난 상태이다.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완성시키거나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사본을 손에 넣을 필요가 있다.
……어떻게 에렌페스트를 지켜야 하지? 슈체리아의 방패로 거리 전체를 감쌀까?
게오르기네가 언제 들이닥칠지도 모르는데 마력의 낭비이다. 그리고, 은의 천이 마력의 방패를 뚫으면 의미가 없다. 게오르기네를 초석에 접근시키지 않고 잡는 것이 제일이다. 적어도 초석을 얻고자 하면 본인이 와야만 하니까.
홀로 초조해봐도 변변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홀로 고심하기보다 먼저 양부님에게 알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성전의 열쇠를 가지고 비밀방을 나왔다.
"긴급한 사안을 알게 되었기에 바로 성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 열쇠는 안전을 위해 제가 보관하고 있겠습니다. 프랑, 다무엘과 안젤리카가 돌아오면 신전의 뒷문과 정면 현관에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신관장실에 있는 할트무트에게 멜키오르를 신전으로 부르라고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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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으로 돌아와 열쇠를 확인합니다.
열쇠가 아렌스바흐의 열쇠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에렌페스트의 열쇠는 성전 도난 사건 때 바뀌었고, 다르돌프 자작 부인이 전 기베·겔랏하를 통해 전이진으로 보내어, 베티나의 친정을 경유해 게오르기네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다음은 치수재기와 초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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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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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자고로 지뢰지대엔 들어가면 안 됩니다. 높으신 분들은 그걸 모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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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전설의 레전드 군사고 : SOCCERLINE
www.soccerline.co.kr
山吹色: 황금색 혹은 샛노랑.
590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22화. - 치수재기와 초조 -
치수재기와 초조
일단 올도난츠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었기에 대화할 시간을 부탁드립니다" 라고 전하고 성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양부님은 내일 저녁 식사 후에 면담하겠다고 답했다. 오늘은 방위계획을 짜느라 바쁜데다, 심지어 도중에 할아버님이 뛰쳐나가버리기까지 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한다.
……급한데!!
보통 면담 예약을 잡으면 사흘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내일 저녁 식사 후로 하겠다는 대답은 충분히 빠른 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올도난츠로 내용을 말할 수 없는 은밀한 이야기를 하려 할 때는 하루라는 시간이 몹시 길게 느껴진다.
"저희들로서는 로제마인 님이 예상 외로 빨리 돌아오신 것이 정말 기쁩니다. 내일 주문하는 의상에 대해 로제마인 님과 대화할 시간이 생겼으니까요."
오틸리에와 리제레타가 그렇게 말하며 목패를 내온다. 봄의 말미에는 중앙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급격한 성장을 한 탓에 준비했던 의상을 전부 다시 만들어야만 한다. 봄과 여름 의상의 준비를 위해 관계자의 전속 침자를 총동원해야 하는데, 침자와 의상의 디자인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서는 도저히 시간에 댈 수 없다. 그렇기에 어떤 의상을 주문할 것인지, 개략적인 형태를 정해두려는 모양이다.
"의상만이 아닙니다, 로제마인 님. 구두도 양말도 속옷도 전부 부족합니다. 미리 로제마인 님의 희망을 듣고 대략적인 디자인을 정해두지 않으면 하루로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레티아와 베르틸데가 불려오고 클라릿사와 레오노레까지 동원되어 의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얼굴이나 분위기가 바뀌어 버려서, 이전에 주문한 것과 같은 귀여운 분위기의 의상이 어울리지 않게 되어, 디자인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것이다.
"시간적으로 보면 원단부터 다시 염색하기는 어렵겠죠. 르네상스 이외의 원단을 사용하실 건가요?"
"아뇨, 가급적 르네상스가 염색한 원단을 사용하겠습니다. 르네상스의 원단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그녀를 전속 취급하기는 어렵겠죠? 중앙으로 데리고 나갈 때에 얼굴을 들 수 없어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으니, 좋은 디자인을 생각해 보도록 하죠."
내가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엄마가 염색한 원단에 사용되고 있는 꽃의 종류와 분위기가 다소 어른스러워졌다. 전혀 쓸 수 없지는 않을 것이다.
"브륜힐데의 의상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요? 원래 제 유행을 도입한 훌륭한 디자인입니다. 처음부터 생각하는 것보다는 빠르겠죠."
나는 내가 입고 있는 의상의 스커트를 집어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머리카락과 피부색이 다르기에 옷감은 제대로 골라야 하지만, 디자인은 비슷한 느낌으로 해도 좋을거라 생각한다.
"모처럼이니 새롭게 뭔가 더하고 싶네요. 로제마인 님이 측근의 의상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위로부터 유행을 흘려나가는 이상, 브륜힐데의 디자인을 유용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무언가 덧붙이자고 해서, 나는 "으음……" 하고 고민한다. 그러나 의상에 대해 생각하려 해도 떠오르는 것은 신전과 게오르기네에 대한 것 뿐이다.
물론 의상 준비도 급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게오르기네가 바로 근처까지 다가와 있올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하면 너무 느긋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말로 할 수 없는 초조감이 목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집어삼켰을 때에, 문득 아렌스바흐 관련으로 어떤 사실이 떠올랐다. 분명 페르디난드가 보내온 원단이 있었을 것이다.
"……아렌스바흐에서 보내온 원단을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얇은 옷감이니, 여름 의상에 사용하기 쉬울 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스커트의 위에서부터 꽃잎처럼 쌓아 간다거나, 이 소매 부분에 이렇게 겹치면 아래의 염색 무늬가 비쳐보이며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까요?"
"근사하네요. 저도 이런 의상을 입어보고 싶습니다."
베르틸데가 눈을 반짝이며 꽃잎처럼 겹쳐진 디자인을 잡아들었다. 다들 그런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며, "지금 결정하는 것은 로제마인 님의 의상이에요" 라고 가볍게 주의한다.
주문하기 쉽도록 대략적인 디자인을 결정하자, 벌써 저녁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 앞에서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보이지 않도록 저녁 식사는 내 방으로 옮겨와 천천히 식사를 마친다. 뭐랄까, 귀족답게 우아하게 먹으려면 세밀한 움직임에 신경써야 해서 익숙하지 않은 몸으로는 어렵다. 예전과 같은 느낌으로 고기를 자르면 접시와 커틀러리1가 큰 소리를 내거나 자연스럽게 먹으려 해도 숟가락과 입의 위치에 대한 감각이 어긋나있어서 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상당히 익숙해지신 것처럼 보입니다."
"아직 시간이 걸리긴 합니다만……."
식사 후에는 목욕을 하고 취침한다. 내일은 양부님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고, 할아버님과 마티아스도 돌아올 것이다. 조금은 안심할 수 있는 보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로제마인 님, 조금 안색이 좋지 않으신데, 괜찮으신가요?"
"리제레타……. 어젯밤은 슈라트라움의 축복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양부님에게 제 때 연락하지 못해 큰일이 나는 꿈을 꾸는 바람에 잠을 설쳤다. 초조감에 휩싸인 채 나는 치수를 재는 소회장으로 향한다. 나, 양모님, 샤를로테, 어머님, 브륜힐데라고 하는 관계자 전원의 전속 침자를 모아 일제히 봄과 여름의 의상을 주문하는 것이다. 오전에는 의상, 오후에는 구두나 소품으로 나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많은 인원이다.
"로제마인 님이 오셨습니다."
경악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나와 관계가 깊은 전속들이고, 딱히 표정이 변하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전속으로, 거의 초대면인 사람들이다. 정말 구분하기 쉬운 반응이다.
경악하고 있는 침자들 사이에서 투리의 모습을 발견했다. 성인이 되면서 성에도 출입할 수 있게 된 모양이다. 투리가 나의 전속으로서 중앙으로 따라올 것을 생각하면 왕궁에 출입하게 될 것이니, 아우브의 성 정도는 출입할 수 있게 되어야만 한다. 나의 전속이라는 입장을 생각하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굉장한 출세다.
……투리, 투리, 봐봐, 봐봐! 나 커졌어!
투리의 모습을 보자 초조감보다 기쁨이 웃돌기 시작했다. 좀 더 크게 보이려고 살짝 발돋움하려다가 쓸데없는 짓을 하다 넘어지면 큰일이라고 깨달았다. 나는 현재의 외모와 어울리도록 신중히, 되도록 우아하게 보이도록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았다.
"오틸리에와 베르틸데는 어제 정한 디자인을 양모님과 어머님에게 알려주세요. 리제레타와 그레티아는 저의 치수재기에 함께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치수를 재는 것과 동시에 디자인을 결정하게 된다. 오틸리에가 오늘의 흐름에 대해 설명하자 길베르타 상회의 침자들도 디자인과 치수재기로 나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투리가 줄자를 들고 내쪽으로 다가온다. 투리는 치수재기 팀인 모양이다.
"투리는 치수재기인가요?"
"제가 만드는 머리장식은 의상 디자인에 맞출 것이니까요."
그러면서 투리는 또 다른 침자와 함께 내 몸의 이곳저곳을 재며 숫자를 기입해나간다.
"이렇게 재니 로제마인 님의 성장을 확연히 알 수 있네요. 신전에서 온 하인으로부터 로제마인 님이 신들의 축복을 받아 성장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정말로 신들의 힘이 있었던 거네요."
"네, 육성의 신 언바욱스 덕분에 이렇게 성장하게 되었습니다만, 의상은 전부 다시 만들게 되었네요. 하지만 투리의 머리장식은 성장해도 이렇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조금 투리의 머리장식에 대한 화제를 꺼낸다. 투리는 기쁜 듯이 "오래 사용하실 수 있도록 연구했으니까요" 라며 미소지었다.
……우우, 나 조금 투리보다 작지 않아?
대부분 모르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자매이다. 무심코 투리와 자신의 성장을 비교해버리고 만다. 언젠가는 투리를 이길 거라고 옛날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키로 하극상을 일으키는 것은 언바욱스의 축복으로도 어려웠던 모양이다.
"겨울 초에 의상의 제작을 멈추라는 말이 있어, 로제마인 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마음을 졸이고 있었습니다만,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닌 듯하여 안도했습니다."
……안 좋은 일은 앞으로 일어날지도 몰라.
하지만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게오르기네가 찾아오는 것도, 게오르기네가 에렌페스트 성전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도, 기원식 시기에 습격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도 전부 이쪽의 예상일 뿐이고, 증거는 하나도 없다. 피해망상이라는 말을 들어도 반박할 수 없는 레벨의 추측인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제가 지키겠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라는 부분에서 투리가 우뚝 움직임을 멈췄다. 무언가 짐작한 것처럼 귀족 상대의 영업 스마일이 살짝 굳었다. 나는 투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방긋 미소지었다.
치수 재기가 끝난 뒤에는 디자인의 결정이다. 함께 논의했던 디자인을 바탕으로 최종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언니는 어떤 디자인이 좋으신가요? 이 디자인이 멋져서, 전, 가을의 의상은 이런 느낌으로 만들고 싶습니다만, 괜찮을까요?"
"로제마인과 공유할 수 있는 디자인을 넣고 싶다면 겨울의 귀족원에서 입을 의상을 통일하는 것은 어떨까?"
실없는 잡담과 휴식을 끼워 진행되긴 했지만, 오전에 의상, 오후에 구두와 소품이라는 스케줄로 꼬박 하루가 걸리는 일이었기에 녹초가 되어버렸다.
……아직 양부님과의 대화도 끝나지 않았는데.
"그래서 새로운 사실이라는 것은 뭔가? 열쇠에 뭔가의 장치라도 있었는가?"
저녁 식사 후, 나는 양부님의 집무실로 갔다. 에렌페스트의 초석과 관련된 이야기라,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할 수 없다. 이미 밀담인 상태다.
"열쇠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지금 제가 신전장으로서 맡고 있는 이 열쇠는 아렌스바흐의 열쇠입니다."
"뭐라고!?"
내가 꺼낸 열쇠를 양부님이 들여다본다. 나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양부님에게 열쇠를 보이면서 작은 마석을 가리켰다.
"이 부분의 작은 마석이 영지의 색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 아렌스바흐의 색깔이죠?"
그리고 나는 아렌스바흐의 열쇠를 두고 간 이유를 알 수 없는 것, 게오르기네가 아우브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에렌페스트를 부수는 것이 목적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한다. 말하는 김에 뒤숭숭한 꿈 때문에 잠이 부족하다는 것도 불평해 두었다.
"이곳에 아렌스바흐의 열쇠가 있으면 얼마든지 죄를 뒤집어 씌울 수 있다. 에렌페스트가 아렌스바흐를 노리고 있다거나, 페르디난드는 왕명에도 아랑곳없이 아렌스바흐를 어지럽히려 한다거나, 아렌스바흐의 열쇠를 되찾기 위해 에렌페스트를 침공한다거나……."
공격해 들어올 이유도 되고, 에렌페스트를 비난할 이유도 된다. 신전에서 자란 나와 페르디난드가 표적이 되어 아렌스바흐의 장례식에 갔을 때 훔친 것이라고 비난하면 양부님에게도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담담하게 설명하는 양부님에게 나는 "큰일이지 않습니까!" 라고 소리쳤다.
"그래서 여러가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만 상대가 언제 들이닥칠지도 모르는데, 벌써부터 그렇게까지 기를 쓰다가는 몸이 버티지 못한다.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면, 덫이 될 만한 마술도구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그대의 경우는 왕의 양녀가 되기 위한 준비가 우선이다만……."
중앙으로 향할 준비는 되어 있느냐는 말을 나는 웃어넘겼다. 이제 막 모두의 전속을 빌려 의상의 주문을 끝냈을 뿐이다. 결코 준비가 되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양부님, 좀 더 빨리 왕의 양녀가 될 수 없을까요? 제가 왕의 양녀가 되어 첸트가 될 수 있다면 좀 더 여러가지 수단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지하 서고 안쪽에 고이 잠들어 있는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사본이 절실하다. 잡다한 기억을 제외한, 첸트로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만 선별되어 만들어진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중앙으로의 이동은 그대의 준비와 의지 여하에 달린 것이겠지. ……그러나, 에렌페스트의 초석을 지키는 것은 나의 사명이다. 애당초 첸트의 힘을 빌려야 할 것이 아니다. 그대에게 중책을 지우고 협력을 구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양부님……."
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사용하죠, 라고 내가 말하자, 양부님은 심록의 눈을 빛내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로제마인, 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사용하자는 그대의 생각이 틀렸다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첸트의 힘은 유르겐슈미트 전체를 지키기 위해 있는 것이다. 첸트가 에렌페스트에 힘을 보태주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가 에렌페스트의 초석을 지키기 위해 첸트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첸트가 되면 아렌스바흐, 클라센부르크, 그리고 양부님의 험담을 하거나 신전을 멸시하고 있는 소영지와 중영지 등을 전부 지켜야만 한다. 여차할 경우엔 에렌페스트를 잘라내버리고 유르겐슈미트의 이익을 추구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로제마인, 가족과 같은 자들은 극진하게 보호해도, 그 외에는 무관심한 그대가 정말 첸트가 될 수 있겠는가? 에렌페스트만을 보고, 유르겐슈미트 전체를 지킬 의지가 없는 첸트는 타령으로부터 배척받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언젠가 배제해야 할 해악이 될 가능성마저 있다."
나는 에렌페스트에서도 귀족들의 파벌다툼과 사교가 서툴러서 피하고 있었다. 상식이 잘 맞물리지 않아 주위를 혼란시켰다. 그런 것들이 이번에는 유르겐슈미트 전체에서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양부님은 지적한다.
"그대가 나의 양녀가 된 것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때는 처형을 피하려면 달리 전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대가 첸트가 되지 않더라도 누님을 무너뜨릴 뿐이라면 다른 방법이 있다. 에렌페스트의 초석을 지키는 것은 그대가 아닌 아우브인 내가 주도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래도 여전히, 그대는 첸트로서의 힘을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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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러가 몇 번이나 나와 초조했습니다만, 갱신입니다.
투리도 성장한 모습에 놀랐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대흥분해서 이야기하겠죠.
이번에는 러츠보다 먼저 로제마인과 만났기에 조금 의기양양한 기분입니다.
다음화는 지키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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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첸트가 되면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며 인생을 바치게 될 것이라는 질베스타의 경고입니다.
...만, 뭔가 되게 깝깝하네요.
도서관에서 책들에 파뭍혀 하루 종일 책을 읽는 마인이의 모습이 보고 싶어지는 화였습니다.
cutlery: 테이블의 (은)식기류를 일컫는 총칭.
책벌레의 하극상 ss 33화. - 성장과 변화 (5부 122화 / 투리 시점) - 책벌레의 하극상 ss / 번역 게시판
2017.01.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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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변화
제 598 화 무렵의 투리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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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으로부터의 소집 명령이 내려왔어. 로제마인 님의 치수재기와 의상 주문을 받으러 오라고 하네. 다행히야. 이걸로 재고 걱정도 없어지겠어."
"오토."
코린나 님이 오토 님을 야단친 것은 아직 눈이 남아 있는 겨울의 끝이었다.
타령으로 가기 위해 잔뜩 받았었던 로제마인 님으로부터 주문은 겨울에 들어서자마자 취소되었다. 신전의 심부름꾼은 "로제마인 님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라고 말했지만 본인을 만난 것 같지는 않고, "언바욱스의 축복" 이라고 해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성장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전의 것을 대신하는 주문이 없었기 때문에 길베르타 상회는 너무나도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로제마인 님을 위해 염색한 천도, 장식에 사용하기 위한 소재도, 전부 최고급품이라 다른 손님에게 돌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가게의 걱정보다 그 애의 몸에 무슨 큰일이 벌어진게 아닌가 하고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그래도 절대로 괜찮다고 믿고 머리 장식을 만들면서 기다렸던 것이다.
……마인이 무사해서 다행히다.
"투리, 이번에는 너도 성으로 갈 거다. 로제마인 님의 전속으로서 타령으로 가기 전에 먼저 자령의 성에 익숙해져야 하니까."
"네!"
무사한 것을 안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처음으로 성의 출입을 허락받기까지 했다. 행복해서 이대로 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다.
……마인, 해냈어. 나, 자신의 힘으로 성에 출입할 수 있게 된 거야!
긴장과 흥분으로 성으로 향했지만, 성에 소집된 것은 길베르타 상회만이 아니었다. 몇 개의 공방으로부터 선발된 재봉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봄의 말미에 에렌페스트를 떠나는 로제마인 님의 의상을 주문하기 위한 치수재기와 주문이 이뤄졌다.
본래라면 로제마인 님의 전속인 길베르타 상회가 전부 담당해야 하지만, 로제마인 님이 바보같이 성장한 탓에 모든 의상을 다시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수가 너무 많다.
"로제마인 님의 전속으로서 다른 공방에 뒤질 수는 없겠죠? 다들 힘내도록 해요."
성에서 돌아오는 길, 마차 안에서 코린나 님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는 크게 끄덕이며 주먹을 쥔다. 나는 로제마인 님의 전속으로서 타령으로 따라가는 것이다. 여기서 제대로 일해서 함께 가는 모두로에게 머리 장식뿐만 아니라 재봉사로서의 솜씨를 인정받고 싶다.
"투리, 러츠가 오고 있어. 로제마인 님에 관한 중요한 얘기가 있는 모양이야. 나는 오토 님과 코린나 님에게 보고할 거니까 투리는 러츠에게서 듣도록 해."
가게로 돌아오자 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응접실에서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응접실에 둘만 남게 된 나는 러츠와 마주한다.
"로제마인 님의 모습이 어땠는지 듣고 오라고 사장님이 시켰거든."
"그래……."
겨울 내내 전혀 연락이 없어 초조해 하던 것은 프랭탕 상회도 마찬가지다. 이동 준비를 시작한 벤노 씨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벤노 씨에게 걱정받는 마인이 부럽다고 느끼는 것에 이어, 첫사랑이라는 것은 꽤나 꼬리가 길구나, 하고 생각한다.
"건강해보였어?"
"좀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건강했어."
"어째서 겨울 내내 연락이 되지 않았던 건지는 알았어?"
"그것은 모르겠지만 주문이 취소된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있었어. 엄청나게 성장했는걸. 그야말로 다시 만들지 않으면 입을 수 없을 정도로."
러츠가 멍한 얼굴로 나를 본다. 그리고 몇 초간의 침묵 후 굳은 미소를 띄운다.
"……누구 이야기?"
"로제마인 님의 치수재기에 갔었으니 로제마인 님밖에 없겠지."
"그야 나도 신전 녀석들에게서 들었지만, 그 로제마인 님이 성장하다니, 거짓말이지?"
2년 간 잠들어 있었어도 모습이 변하지 않았다. 어쩐지 언제까지라도 자신들이 알고 있던 어린 모습으로 있을 듯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지금은 마음 속으로 마인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망설여질 정도로 성장해 있다.
"나이에 어울리는 굉장한 미인이 되어 있었어."
"……나이에 어울리는 미인? 설마 그럴 리 없잖아."
러츠가 파닥파닥 손을 흔들며 부인했다. 믿을 수 없는 기분은 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변하지 말았으면 하는 기분도 알 수 있다.
"정말이라니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성녀나 여신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미인이 되었어. 예술가의 공방에서 만들어지는 여신상의 모델이 될 듯한 느낌이야. 러츠가 지금의 로제마인 님을 보면 분명 다시금 반해버릴 걸?"
후훗 웃으며 러츠를 보자, 러츠는 굉장히 미묘한 얼굴이 되었다.
"다시 반한다니, 투리……."
"그치만, 정말로 미인인 걸. 역시 나의……."
여동생이라는 말은 입에 내지 않고 나는 말을 삼킨다. 말을 삼킨 나를 위로하듯이 러츠가 "아무리 그래도 칭찬이 과하잖아" 라며 조금 웃었다. 나는 "과하지 않아" 라면서 아직도 생생한 로제마인 님의 모습을 뇌리에 떠올린다.
늘씬하게 성장한 몸은 가냘픈 주제에 여성스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햇빛이 닿지 않은 하얀 피부도, 밤하늘 색의 아름다운 머리카락도, 달님 같은 금빛 눈동자도 기억에 있는 마인과 똑같은데도 같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키는 나의 눈높이 정도까지 자랐어. 그 예쁜 머리카락은 허리 정도까지 길어졌고. 금색의 눈동자는 변하지 않았지만 아이같은 모습이 없어진 탓에 어쩐지 요염하게 되었어. 옛날부터 표정이나 행동에 묘한 매력이 있었는데, 그것이 전면으로 나온 느낌이려나. 어깨에 늘어진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모습을 보고 그만 두근거려버렸어."
나는 로제마인 님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었는지 러츠에게 알려준다. 나는 로제마인 님의 치수재기를 했기에 상당히 세세한 숫자까지 알고 있지만, 역시 그것은 비밀이다. 그다지 몸을 움직이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디를 만져도 부드럽고, 피부도 매끈거려서 감촉이 좋았다는 건 알려주지 않는다.
……나만이 아니라 러츠도 첫사랑을 질질 끌고 있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
"어떤 느낌으로 성장했는지 신경쓰여?"
"……뭐, 어느정도는."
"카밀의 세례식에서라면 로제마인 님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이쪽은 가족 총출동으로 가는데, 러츠도 같이 갈래?"
놀리듯이 러츠를 바라보자 러츠는 싫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갈래" 라고 중얼거린다.
"……투리는 어째서 그렇게 기뻐보이는 거야?"
"언제나 러츠가 먼저 만났었지? 내가 러츠보다 먼저 만나서 이야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걸."
로제마인 님이 성에서 돌아왔을 때도, 2년 간의 잠에서 깨어났을 때도, 제일 먼저 불리는 것은 프랭탕 상회였다. 로제마인 님과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벤노 씨와 러츠였던 것이다. 그것이 분했었기에 이번에는 러츠보다 먼저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상당히 기쁘다.
"그런 거였나. ……그럼 뭔가 위험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는 없었어?"
그 말을 들은 순간, 치수재기를 하던 사이에 가라앉은 얼굴을 보였던 로제마인 님이 모습이 뇌리에 떠오른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키겠다고 하던 목소리가 되살아난다. 하지만 그것은 치수재기를 하던 사이의 이야기다. 오토와 코린나 님은 모를 것이다.
"……어째서 러츠가 그런 것을 알고 있어?"
내가 러츠를 보자 러츠는 "내가 여기에 온 용건이 그거니까" 라고 중얼거리며 팔짱을 꼈다.
"어제 상업 길드에 귄터 아저씨와 다무엘 님이 왔었대. 그리고 은의 천을 입고 있는 사람과 타령 사람은 평민이라도 주의하라고 했다는 것 같아."
누구보다 타령 사람과 접할 기회가 많은 것은 상인이니 주의하도록. 그리고 뭔가 정보를 얻으면 즉시 문이나 신전에 알리도록 하라는 귀족님의 통지가 있었다고 한다. 삼엄한 분위기를 짐작한 상업 길드는 상업 길드와 프랭탕 상회로 분담해 통보를 알리고 다니고 있다고 한다.
"투리는 로제마인 님에게 뭔가 들었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주겠다고 했어. 그 때의 얼굴이, 위험하니까 이제 신전으로 데리러 오면 안 된다고 했을 무렵과 같은 표정이었기 때문에, 신경쓰여서……."
습격당하고, 떨고, 무서워하고, 길베르타 상회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안 모든 것이 끝나 여동생을 잃어버렸던 그 때를 떠올리게 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지켜주고 싶었는데, 내가 언니였는데, 나는 여동생에게 지켜지고, 동생을 잃었다.
……또 뭔가 일어나는 걸까?
"난 이번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겠지……."
러츠가 분한 듯이 주먹을 쥐고 그렇게 말했다. 그 때, 러츠는 아이였고, 가족도 아니었기에 누구보다도 마인과 함께 있고 싶었는데도 관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러츠는 정말로 마인을 좋아하네.
러츠의 변함 없는 마음이 기쁘지만, 일단은 약혼자라는 입장인지라 조금 재미 없다.
……그래도 지켜지고만 있을 수는 없겠지? 나도 역시 마인의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은걸.
나는 마인이 소중히 하던 러츠를 바라본다. 러츠와 약혼한 것은 마인 이외의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러츠를 보고 싶지 않았던 나의 이기적인 이유도 있었던 것이다.
나는 손을 뻗어 러츠의 뺨을 만졌다. 러츠가 움찔 하며 당황한 듯이 나를 바라본다. 비취 같은 눈에는 무언가를 원하는 빛이 어려 있다. 러츠는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될 텐데, 하고 생각한다.
"그런 얼굴을 하며 포기하는 것은 러츠답지 않지 않아? 전의 결말이 싫었다면 이번에는 러츠가 모르는 곳에서 끝나지 않으면 돼. 이번에는 상인으로서 정보를 모을 수 있고, 신전과 문으로 정보를 알리게 될 때엔 아는 얼굴이 많은 러츠가 유리하지?"
"……아."
생각도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러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빠와 다무엘 님이 직접 상업 길드를 방문한 것이니, 귀족님과 병사들이 상인들의 정보 수집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러츠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내 말에 러츠는 의욕이 난 얼굴로 히죽 웃으며 "투리의 말대로 해볼게" 라고 말했다.
"응응. 역시 러츠는 로제마인 님을 생각하면서 그런 얼굴을 하는 편이 좋아. 안심할 수 있는걸."
가게로 돌아가려는 러츠의 등을 배웅하고 있자, 문을 열다 말고 러츠가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를 재미 없다는 듯한 얼굴로 가만히 바라본다.
"정말 투리는 로제마인 님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네. 둘 다 서로를 너무 좋아해서 내가 끼어들 틈이 없어."
"어? ……그건."
어떤 의미? 라고 되묻는 것보다 빠르게 러츠는 문 너머로 사라졌다.
……러츠가 끼어들 틈이라는 건, 아직 마인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건가? 아니면……?
그 다음을 생각하면 묘한 일이 되어 버릴 듯한 예감이 들어, 나는 좀 전의 러츠와 같이 "설마 그럴 리 없어" 라면서 자신의 뺨을 누르고 머리를 흔든다. 이미 뺨은 열을 머금은 것처럼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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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ss 33화. - 성장과 변화 (5부 122화 / 투리 시점) -|작성자 치천사
591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23화. - 지키는 방법 -
지키는 방법
나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 그러기 위한 힘을 원한다. 그것은 계속 생각해오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페르디난드의 연좌 회피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게 한 시발점이었다. 하지만 첸트가 되고 싶은지, 왕의 자리를 바라고 있는지 물으면 답은 바로 나온다.
"저는 제게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수단을 늘리고 싶을 뿐이지 딱히 첸트가 되어 유르겐슈미트를 다스리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달리 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에잇 하고 통채로 떠넘기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독서 시간이 줄어들고, 새로운 책을 입수하기도 어려운 환경으로는 가고 싶지 않은걸요."
내가 말과 태도를 조금 허물고 대답하자, 양부님도 훗 하고 의자에 기대며 태도를 허물었다.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서 말하는 것이다. 저쪽에서 기한이 넘었으니 오라고 말할 때까지 내버려 둬라. 비록 한 달이나 두 달 정도라 해도, 하고 싶지도 않고, 각오도 없는 그대가 스스로 재촉할 일이 아니다."
첸트가 되려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음을 영주 회의에서 공표해, 중앙 신전의 신전장에게 인정 받아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을 손에 넣어야만 한다. 그리고 지금 나의 상태는 첸트의 직무를 수행하기에도 부족한 어중간한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가지고 있는 차기 첸트 후보일 뿐이다.
"그런 마뜩잖은 얼굴을 숨기지 말고, 떠넘길 수 있을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상대가 있으면 성가신 일 따윈 전부 내팽개쳐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차례차례 쓸데없는 것까지 떠안게 된다."
"양부님!?"
나는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냐며 노려보았지만, 양부님은 팔짱을 끼고 나를 외면했다.
"이전에 이야기를 했을 때도, 왕족들 내에서도 이야기가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대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어도, 어차피 왕족이나 상위 영지나 그대를 진심으로 첸트로 받들 일은 없겠지. 각자 제멋대로 자기 잇속을 챙길 뿐이다. 그들은 하위 영지를 자기 뜻대로 휘두르는 것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으니 말이다."
"거침없으시네요."
"이런 속내를 말할 기회 같은 것은 이제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대에게는 귀족적인 화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고 있었으니까."
태도뿐만 아니라 표정조차 수습하지 않고 양부님은 나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말하지. 전 평민이며 상급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아 나의 양녀가 된 그대가 유르겐슈미트를 짊어져야만 한다는 상황이 나는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대는 신전에서 축복을 내리고, 고아들에게 칭송받고, 인쇄업을 뻗어 새로운 책을 손에 넣고, 단골 상인들과 함께 에렌페스트의 거리를 발전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의논하고 고민하는 것이 좋다."
그것은 에렌페스트에서 내게 허용된 최대급의 자유로, 다른 영지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유르겐슈미트를 지키기 위해 로제마인이 필요하다고? 그야 그럴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유르겐슈미트를 지키는 것은 왕족의 일이 아닌가. 구루투리스하이트도 없이 군림하며 왕명으로 페르디난드를 아렌스바흐로 보내거나 그대를 징발하는 등 거만하게 굴고 있었으면서 새삼스레 그대에게 유르겐슈미트를 지우려 하다니, 실소밖에 나오지 않는다. 유르겐슈미트는 지금까지 해오던 것처럼 왕족이 짊어지는 것이 좋겠지."
집안 싸움으로 인한 숙청과 남매 싸움으로 인해 귀족을 줄였으니, 에렌페스트의 귀족이 적은 것도, 마력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도 전부 자업자득이라는 말을 들은 듯한 양부님은 분개하며 왕족을 비난한다.
……확실히, 형제간의 다툼으로 유르겐슈미트를 황폐화하고, 구루투리스하이트까지 잃어버린 왕족에게선 듣기 싫겠지?
베로니카나 전 신전장을 배제하는 것은 양부님이 자신의 지지기반을 버리더라도 해야만 했던 일이었고, 남아 있던 고름을 짜내기 위한 숙청도 필요한 일이었다.
지금 에렌페스트는 귀족의 숫자가 크게 줄어 마력이 적어져 있고, 귀족들도 혼란 상태이지만, 숙청을 하지 않는 것이 좋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렇게까지 혼란 상태에 빠진 것은 누구보다 아우브를 지원해줄 예정이었던 페르디난드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다음에서 다음으로 잇따르는 왕명만 아니었다면 혼란은 크게 줄었을 것이다.
"나로선 말이다, 로제마인. 그대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으면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 라고 외치며 왕족의 안면에 내던지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할 정도다."
그 말을 듣고, 내 머리에 "이것을 드릴테니, 이제 왕족의 일은 왕족 스스로 하도록 하세요!" 라며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아나스타지우스의 얼굴에 휙! 하고 내던지는 장면이 떠올랐다. 무심코 웃어버리는 바람에 황급히 입가를 눌렀지만, 양부님에게는 제대로 보여졌던 모양이다. 양부님이 "어때, 조금 머리가 상쾌해지지?" 라며 히죽 웃는다.
"소중한 책을 다른 사람에게 내던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기분적으로는 최고네요! 에렌페스트의 일은 에렌페스트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안면에 던져버리고 싶습니다."
둘이 함께 한바탕 웃은 뒤, 나는 가만히 양부님을 바라본다.
"……그래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지 않고 게오르기네님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건가요?"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일 년 전부터 가능했었지."
양부님은 굉장히 싫은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할 수 있다면 하면 좋을텐데 왜 하지 않았는지 내가 의아해하자, 양부님은 "간단한 방법이다" 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게오르기네를 죽이라고 페르디난드에게 명하면 된다. 페르디난드는 그것을 위해 간 것이다. 필요하다면 명해라, 라면서."
"그런……."
"하지만 나는 그런 짓을 시키고 싶지 않다. 그대는 명령할 수 있는가? 페르디난드의 손을 더럽히고, 그는 에렌페스트와는 관계가 없다며 모른척 할 수 있는가? 에렌페스트의 사람이 아니다, 이미 아렌스바흐로 간 사람이 한 짓이다. 아렌스바흐 내에서 무언가 불화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며 페르디난드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가?"
나는 붕붕 고개를 흔들었다. 양부님이 "나도 할 수 없다. 아우브인 주제에 무르다는 말을 듣는 이유이지" 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일을 태연하게 시키는 양부님이 아니라 다행히라고 생각한다.
"가까운 사람이라도 필요하면 잘라내버려야 한다는 말을 듣더라도 결단을 내리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리고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없는 그대도 아우브나 첸트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에게 명하는 것 이외에 달리 게오르기네님을 제압할 방법은 없나요?"
불안해진 내가 묻자, 양부님은 "가장 확실한 것은 페르디난드의 방안이다만……" 라며 팔짱을 꼈다.
"몇 가지 방법은 있다. 다만, 앞뒤를 생각하면 아직 아무런 일도 당하지 않은 상황이니, 이쪽에서부터 공격해 들어갈 수는 없다. 그러니 방비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겠지. 차후 에렌페스트의 이익으로 이어지도록, 그리고 희생자를 줄이는 것을 생각하면 어려워진다만……. 그대는 신전이 전장이 되어 회색 신관이나 고아들이 희생되는 것은 싫겠지?"
"당연하지 않습니까! 신전은 저에게 있어 두 번째 집 같은 것이고, 그곳에는 로제마인 공방도 있습니다. 완전히 지키는 대상인걸요. 게오르기네 님이 오기 전에 대피 훈련을 시켜둘 겁니다."
나의 대답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양부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면 다소 수고와 마력이 들어가겠군……. 하지만 아직 눈이 남아있어 마차를 사용하기도 어렵고, 아렌스바흐도 이제 막 봄의 축연이 끝났을 것이다. 아무리 위험이 임박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오늘내일의 일이 아니다. 불안으로 괴로워하기보다 어떻게 요격할 것인지 생각하는 편이 건설적이겠지."
아렌스바흐에서 에렌페스트의 신전까지는 멀다. 소인원으로 몰래 들어오려면 눈이 방해되고, 아렌스바흐의 열쇠를 되찾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대인원으로 쳐들어오면 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양부님은 말한다.
"일단 아랫마을의 각 문에 기사를 둘씩 두기로 정했다."
"저는 아랫마을을 통해 몰래 들어올 것을 고려해 병사들에게 은의 천을 경계하도록 주의해두었습니다. 은의 천을 발견하면 기사단에게 구원신호를 올려줄 것입니다."
"그런가? 이미 대책을 세웠는가?"
양부님은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턱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로제마인. 신전의 어디에 초석으로의 입구가 있는 것인가? 초석을 지킨다 해도, 노골적으로 기사들을 늘려 초석의 위치를 알릴 순 없다. 당분간 멜키오르나 그대 중 하나를 신전에 상주시키며 신전에 호위기사를 둘 생각이다만, 소수 인원으로도 지킬 수 있는 마술도구를 배치하고 싶다."
"초석으로 이어지는 문은 신전 도서실에 있습니다. 신전장의 열쇠가 없으면 열 수 없는 문이 달린 책장입니다. 그 문에는 메스티오노라의 상이 음각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메스티오노라가 든 성전 부분에 가동시키기 위한 열쇠 구멍이 있는 모양입니다."
게오르기네의 편지가 들어있던 상자가 그 자물쇠가 달린 책꽂이에 있었으니, 어쩌면 전 신전장이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편지를 정리하다가 알아챘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 시험하진 않지만 틀림없을 겁니다."
"신전 입구에서 그곳으로 이어지는 경로 중에 절대로 통과해야만 하는 지점이 있는가? 있다면 그곳에 전이진을 설치하고 싶다."
사람을 전이시키기 위한 전이진은 아우브만이 설치할 수 있다. 그것을 통로에 설치해 게오르기네를 배제하려는 모양이다.
나는 신전의 내부를 떠올린다. 신전의 문은 세 개이다. 아랫마을과 이어진 후문. 마차가 통과하는 정문. 그리고 귀족가로 통하는 귀족문이다. 신전의 건물에는 예배실, 고아원 지하의 뒷문, 정면 현관, 귀족문으로 이어지는 문, 전속 요리사들이 드나드는 뒷문 등 많은 입구가 있다.
……어떤 입구로 들어오느냐에 따라 도서관까지 가는 길이 전혀 다르네.
"신전 도서실 입구입니다. 신전 도서실은 신전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은 들어갈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처음 제가 투명한 벽에 막혀 들어갈 수 없어서 울부짖었던 것처럼 관계자 외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렇긴 해도, 영지의 경계를 넘을 수 있었으니, 은의 천을 사용하면 통과할 수 있겠지."
지금은 에렌페스트의 거리도 타령의 귀족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은의 천을 두른 자는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마력적인 간섭을 경계해, 은의 천을 처분하지 않고 신전으로 오리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은의 천을 입고 있으면 전이진도 기동하지 않는 거죠?"
"그건 그렇다만, 초석의 방으로 전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은의 천을 벗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초석의 입구 앞에 설치하는 것이 제일일지도 모르겠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은의 천을 입고 경계하고 있었는데, 열쇠로 열고 들어가기 위해 천을 벗는 순간에 전이시키는 것이다. 어떤가?"
양부님은 득의만만한 미소를 띄우며 그렇게 말했다. 함정을 파놓고 즐거워하는 악동의 얼굴이다.
확실히 초석의 마술을 다루기 위해서는 은의 천을 입고 있으면 곤란할 것이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스스로 벗을 것이다. 이제 다 됐다고 생각한 순간 전이되어버리는 게오르기네를 떠올리자 조금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전이진을 설치하는 것은 책장 앞으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도서실에 전이진을 설치하면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아니, 전이시킬 대상은 에렌페스트에 등록되지 않은 자로 한정할 것이다. 신전 도서실에 출입하는 사람은 에렌페스트에 소속된 사람들 뿐이다. 그렇기에 도서실에 설치하더라도 다른 이용자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다."
아우브는 자령에 등록된 사람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고아원의 세례 전의 어린이라면 전이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고아원에서 나와 귀족 구역에 들어갈 수 없으니, 딱히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럼 전이진의 작성을 플로렌시아들에게 부탁하도록 하지. 그대는 자수에 서툴렀었지?"
양부님은 평범하게 마법진의 자수를 양모님, 샤를로테, 브륜힐데에 부탁하려는 모양이었지만, 그렇게 시간이 걸리고 귀찮은 짓을 할 필요는 없다.
"전이진이라는 것을 모르게 하면 되는 거죠? 후훗. 그렇다면 입구 앞에 설치하는 마법진은 제게 맡겨주세요. 양부님은 마지막에 기동 허가만 내주시면 됩니다."
하룻밤 지나면 사라지는 잉크를 사용하면 된다. 최종적으로 기동시키는 것은 아우브가 아니면 할 수 없지만, 그리는 것 뿐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 자수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무엇을 떠올린 것인가, 로제마인? 나쁜 얼굴이 되어 있다."
"세상에는 모르는 것이 좋은 것도 있답니다, 양부님."
양부님은 "결국 어느샌가 그대가 주도하고 있지 않은가?" 라고 어이없어하며 허가를 내주었다.
"그래서 전이진으로 어디로 이동시키는 건가요?"
"범죄자의 전이처라면 한 곳밖에 없겠지. 흰 탑이다. 어머님 옆에 누님을 위한 방을 준비해 두도록 하지. 그 안에서는 아무리 날뛰더라도 내가 문을 열지 않으면 나올 수 없으니까. 그리고 누님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신전의 모습을 그다지 변화시키지 않은 채로 전이진으로 유도하고 싶다. 누님이라면 신전에서 큰 소동을 일으켜 기사단을 끌어들이기보다는 비밀리에 잠입하려 하겠지."
속임수가 될 만한 소동을 다른 장소에서 화려하게 일으켜 그쪽으로 기사단을 이동시키고, 모두의 시선이 소동으로 향해 있을 때 몰래 신전으로 잠입할 것이라고 양부님은 말했다. 지금까지의 은밀한 행적을 봐도, 게오르기네라면 그런 수단을 사용할 것 같다.
계획대로 되었다며 신전에 잠입했다가 마지막 순간에 흰 탑으로 전이되어버리는 게오르기네을 떠올리고는 히죽 웃는다.
"신전에 있는 사람들을 피난시킬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 신전에서 희생자가 나오는 것은 싫습니다."
"나의 최우선은 누님과 그 일당을 잡아들이는 것이다. 아랫마을이나 신전에서 발생하는 약간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만, 그것이 싫다면 그대가 희생자가 나오지 않을 유도방법을 생각하라."
게오르기네를 도서실까지 안내한 사람은 입막음을 위해 살해당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 살해당하지 않을 사람이어야만 한다.
……도서실로 안내할 수 있고, 사람이 아니고, 그리고 뭔가 공격을 받으면 반격이 가능한……슈바르츠들!
"전, 신전 도서실까지의 안내인으로서 슈바러츠들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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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진을 설치해 휙하니 흰 탑으로 보낼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신전과 아랫마을 사람들에게 대피훈련을 시키면서 안내 전용 슈밀을 만듭니다.
다음은 마술도구 작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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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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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죄송합니다... 갑작스런 더위에 몸도 마음도 뻗어버려서...;;
음. 잠깐 벽보고 반성하다가 바로 다음편 번역하러 가겠습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24화. - 전쟁 준비 -
전쟁 준비
"슈바르츠들이라니? 갑자기 어째서 그런 결론으로 이어진 것인가?"
양부님이 진심으로 의아하다는 얼굴로 말하기에, 나는 자신의 사고의 흐름을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양부님은 고개를 가웃거렸다.
"도서관으로의 안내를 위해 그대가 알고 있는 도서관의 마술도구를 사용하고 싶다는 것은 이해했다. 하지만 도서관의 마술도구는 가동시키기 위해 많은 속성이나 마력이 필요한 마술도구가 아니었던가? 봄의 끝에 그대가 중앙으로 가버리면, 그 뒤에는 누가 마력을 공급하는 것인가? 그것이 가능한가? 누님의 습격은 거진 기원식 때일 거라 생각하긴 한다만, 그 이후가 될 가능성도 있다. 나의 육감이 확증은 아니니 말이다."
"으앗!"
귀족원의 슈바르츠들과 달리 용도를 나누어 가동에 필요한 마력량은 낮출 생각이지만, 어둠 속성을 가진 사람은 적었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떠난 에렌페스트에 마력적인 여유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신전을 지키기 위해서라곤 해도 계속해서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신중한 누님이 그런 수상한 마술도구를 따라갈 거라고 생각하는가? 나라도 경계할 것이다."
"수상하지 않습니다. 슈바르츠들은 귀여운걸요."
"귀엽다던가 귀엽지 않다던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신전에 그런 마술도구가 있는 것이 수상한 것이다. 그런 물건을 만들 정도라면 문지기들에게 여러가지 부적을 지니게 하는 것이 더 유용하지 않겠는가?"
회색 신관들이 공격받을 때 반격할 수 있는 부적을 많이 가지고 있게 하라는 말을 듣고, 나는 짝 하고 손을 마주쳤다.
"문지기들을 위해 전투에 특화된 슈바르츠들을 만드는 것이 좋다는 거네요. 알겠습니다."
"아니, 전혀 다르다만!?"
"하지만 대부분의 회색 신관들은 마력이 없습니다. 유효한 부적을 여러개나 지니고 있기는 어렵겠죠. 그렇다면 기사들에게 신전의 문을 지키게 하거나 최대한 마력을 소비하지 않는 수비에 특화된 슈바르츠들을 만드는 편이……."
1학년 때 슈바르츠들이 공격 모드로 들어갈 때 옷의 버튼에 마력을 공급한 기억이 있다. 문지기들에게 마력이 든 마석을 주어, 여차할 때 발동할 수 있게 하면 평소엔 상당히 적은 마력으로 운용할 수 있지 않을까. 나중에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찾아보자. 뭔가 힌트가 있을지도 모른다.
"신전의 방비에 대해서는 이쪽에 맡겨주세요. 일단 양부님은 게오르기네 님이 전이진을 넘어 초석의 방까지 침입해왔을 경우를 대비해 그곳에도 덪을 설치해 두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엔트비켈른으로 입구에 간단한 문이라도 만들어 물건을 올려두었다가 게오르기네님이 지나는 순간에 무너뜨리거나, 들어간 곳에 『 비타마1 』……가 아니라 둥근 돌을 깔아둬서 넘어뜨린다던가……."
"그쪽도 생각해 두겠다만, 되도록 누님을 초석의 마술에 근접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양부님은 그렇게 말하며 경계문 이외의 루트로 들어온다면 어디쯤일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리적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역시 겔랏하가 가장 유력할 것이다.
"할아버님과 마티아스는 뭐라고 하던가요?"
"아직 침입한 듯한 흔적은 없었다고 한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것, 의심스러운 발자국이 없었던 것, 보니파티우스의 직감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던 것을 보아, 누님 일당은 아직 겔랏하로 들어오지 않았을 거라 생각된다."
은의 천을 입고 마력을 완전히 감추면 아우브에게 들키지 않고 영지의 경계를 넘을 수 있지만 온몸을 감싸야 하기에 슈타프와 기수를 사용할 수 없다. 도보로 이동할 거라 보기도 어렵기에, 뭔가 탈것을 이용할 것이다.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사용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영주 일족의 측근을 총동원하여 회복약과 마술도구를 잔뜩 만들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런 싸움을 대비한 마술도구는 보물 훔치기 딧타를 하던 세대 쪽이 자세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쟁을 앞두고 얼마나 준비할 수 있었는지로 인해 승패가 크게 달라지게 된다. 이미 은퇴한 할아버님이나 리할다의 세대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한다.
"제가 3학년일 때 있었던 단켈페르가의 신부 훔치기 딧타에서 사용한 마술도구도 유용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 때 할트무트에게 혹사당하며 마술도구를 작성하던 학생들은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그들을 동원해 만들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나는 신부 훔치기 딧타에서 사용한 흉악한 마술도구에 대해 설명한다. 마술도구이긴 하지만, 빛으로 눈을 멀게 하거나, 벌레가 쏟아지는 등, 공격 자체는 결코 마력적인 것이 아니다. 은의 천을 입은 상대로도 유요한 물건이 여럿 있을 것이다.
"……과연. 보물 훔치기 딧타인가."
"네. 보물 훔치기 딧타는 초석을 지키는 모의전에서 비롯된 경기이니, 할아버님 세대의 이야기를 듣거나, 페르디난드 님의 자료를 참고하며 작전을 짜 준비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역시 마력이 통하지 않는 은의 천에 대해선 주의해야 하겠습니다만……."
하지만 은의 천도 마법 공격을 하는 귀족 상대로는 유효할지 몰라도, 슈타프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상대방의 허를 찌른다는 점으로 보면 평민을 사용하는 것도 생각해 두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은의 천을 입고 문을 통과하려는 상대에게는 보통 무기에 익숙한 병사들로 대응하거나, 문을 통과하기 전에 은의 천을 입은 사람을 발견했을 경우엔 오물이라도 끼얹어서 벗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거나……."
"그대, 너무 야비하지 않은가. 보통의 귀족 여성은 오물을 끼얹는다는 발상은 하지 않는다만."
양부님은 질색했지만, 새삼스러운 평가다.
"어머, 전 단켈페르가와의 딧타에서는 일상적으로 그런 평가를 받고 있었고, 중요한 것은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이기는 것이죠? 귀족답다던가, 정정당당이라는 것은 아무런 쓸모도 없다고 페르디난드 님의 자료에도 적혀있었는걸요."
페르디난드에게 단련된 세대와 우리 세대는 단켈페르가와의 딧타로 인해 그런 야비한 방법이 몸에 배어있는 느낌이다. 전력 차이를 메우기 위해 여러가지로 상대의 허를 찌를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으니까.
"양부님, 페르디난드 님에게 음식과 편지를 보내도 괜찮을까요? 슬쩍 조언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누님이 눈치챌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그대에 대한 정보는 누님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요리도 편지도 그대가 아닌 에렌페스트에서 보내는 것이 좋겠지."
앓아누웠다가 건강해졌을 뿐이라면 그렇게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양부님이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라면 그걸로 좋다.
"보내주신다면 그걸로 상관 없습니다. 그럼 저는 제 공방에서 측근들과 함께 회복약과 마술도구를 만들 것이니, 영주 일족의 측근들과 학생들에는 양부님이 말해두도록 해주세요."
양부님과의 이야기를 끝내고 나는 양부님의 집무실을 나왔다. 가급적 빨리 이런저런 마술도구들을 만들어야 한다. 신전에 두고 온 사람들도 소집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자기 방으로 돌아오자, 어째선지 할트무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할트무트,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건가요?"
"신전에 대한 것은 멜키오르 님과 그 측근들에게 맡겨두었습니다. 아우브와의 이야기는 어떠셨습니까? 제가 도움이 될 일이 있으신지요?"
말로는 안 해도, "자, 명령해 주세요" 라고 눈으로 말하고 있다. 무심코 한 걸음 물러섰지만, 할트무트와 클라릿사에게는 마술도구 작성을 부탁해야만 한다.
"게오르기네 님과의 싸움을 대비한 마술도구나 회복약을 이것저것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 조합을 위해 문관들을 모아 도서관으로 가고 싶습니다만……."
"간단한 것이라면 기사나 근시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싸움을 대비한다면 차라리 모든 측근을 조합에 투입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조합의 실기는 귀족원의 공통과정 강의에 포함되어 있다. 귀족원에서 배운 회복약 정도는 기사들도 만들 수 있을거라고 할트무트는 말했다. 확실히 문관만 만들 필요는 없다. 회복약은 숫자가 중요하다.
"저는 호위기사입니다. 로제마인 님의 호위를……."
"안심하세요. 안젤리카에게 조합은 기대하지 않습니다. 귀족의 숲에서 소재의 채집을 부탁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안도한 듯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젤리카가 "역시 로제마인 님이시네요" 라며 미소 짓는다.
"안젤리카, 그런건 칭찬을 받더라도 전혀 기쁘지 않아요."
"저는 로제마인 님에게 이해받고 있어서 기쁩니다."
어쩐지 동문서답하고 있는 느낌이지만, 그것도 너무 안젤리카다워서 웃고 만다.
"중급 이하는 신전의 공방에서 기사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회복약과 간단한 마술도구를 작성하게 하고, 상급 이상은 도서관에서 고도의 조합을 하는 식으로 분담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각각의 공방에 있는 소재의 품질을 생각하더라도 장소를 나누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피리네나 신전 업무에 정통한 다무엘을 신전에 두는 것도 멜키오르님과의 연계를 생각하면 필요한 일입니다."
내가 오랜 기간 실종됐던 것, 언제 왕족으로부터 중앙으로 이동하라는 요청이 있을지 모르는 것 등으로 인해 나는 기원식 멤버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대신 피리네가 내 측근들을 데리고 다무엘과 함께 가게 되었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내가 돌아오면 바로 나와 함께 행동할 수 있도록 할트무트는 어느 정도의 인계를 마쳐두었고, 겨울의 성인식도 멜키오르가 주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할트무트가 너무 우수해서 놀랐습니다."
좀 무섭다거나 기분 나쁘다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우수한 것은 좋은 일이다.
"로제마인 님께 칭찬을 받아 기쁩니다."
"할트무트만이 아닙니다, 로제마인 님. 저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겨울 동안 귀족원에서 넘어온 소재는 이미 분류를 마치고 도서관의 공방에 옮겨두었고, 광역 마술을 보조하는 마술도구를 개량하거나 페르디난드 님이 더 많은 마술지를 부탁해 오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품질 높은 마술지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할트무트에 질세라 자기 주장을 펼치는 클라릿사였지만, 그 성과는 앞으로 벌어질 싸움을 생각하면 멋진 것이었다. 코피페로 마법진을 복사할 수 있기 때문에, 마술지는 많을수록 좋다.
"그것은 대단하네요, 클라릿사. 마술지는 여러모로 유용하지만 만드는 데 대량의 마력과 시간이 걸리죠? 그래서 이번엔 포기하려고 했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이제 전 신전을 지키기 위한 슈바르츠들 작성에 집중할 수 있겠네요."
"도서관의 마술도구라면 힐쉬르 선생님이 맡긴 마술도구가 있습니다."
리제레타가 그렇게 말하며 귀족원에서 가져온 짐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스스로 연구하기 위해 귀족원에 소재를 들여왔었지만, 그만 행방불명이 되어버렸다. 주위에는 앓아누웠다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었기 때문에, 힐쉬르가 기숙사까지 소재를 재촉하러 왔다고 한다.
"로제마인 님의 행방을 알 수 없어, 에렌페스트의 기숙사가 가장 혼란하던 때였습니다. 힐쉬르 선생님이 입을 맞춰주는 것을 조건으로 소재를 제공했습니다만, 속성이나 마력량의 관계로 조합이 도중에 막혔던 모양입니다. 결국 영지 대항전 때에 찾아온 페르디난드 님을 불러 완성시켰다고 합니다. 이미 옷도 입혔두었어요."
작년, 슈바르츠들에게 입히기 위해 만들었던 의상을 그대로 입혔다고 한다.
"정말로 자료를 검색하는 기능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만, 한 가지 작업에 특화시키고, 대화하는 기능을 넣지 않으면 만들기도 간편하고 가동에도 그만큼의 마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것은 정말로 참고가 될 것 같네요. 그럼 자료와 함께 제 도서관으로 옮겨주세요."
회복약과 마술도구는 모두가 분담해 조합하기로 결정되었다. 나는 한번 신전으로 돌아와 신전장실의 공방을 연다. 그리고 소재의 관리 등을 로데리히에게 맡기고 이어서 조합을 시키게 되었다.
"다무엘에게는 아랫마을의 문을 지키는 기사와 병사들간의 중개를 부탁합니다. 은의 천을 입고 들어오는 자라면 보통 무기에 익숙한 병사들로 대응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알겠습니다."
아랫마을의 병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다무엘이 아니면 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친숙한 것은 안젤리카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녀에게는 조정 능력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기사와 문관은 분담해서 조합하는 것 같습니다만, 근시는 무엇을 하면 될까요?"
"리제레타들은 성에서 회복약을 조합하거나 새로 만들 슈바르츠들의 의상을 제작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유디트도 자신이 사용할 마술도구나 회복약을 만들어두도록 하세요."
그런 지시를 내리고 나는 도서관으로 이동한다. 질문이 가득해 보이는 라자팜을 웃는 얼굴로 물리고, 공방에서 힐쉬르와 페르디난드가 만든 슈밀형의 마술도구를 꺼냈다. 연록색의 슈밀이다.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힐쉬르의 연구 결과를 읽으며 이리저리 만져본다.
"정말 검색에 특화되어 있네요."
일단 자력으로 움직이는 마술도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명의 속성이 필요하고, 슈바르츠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 속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조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게 이름을 올리면서 전 속성이 된 할트무트와 클라릿사는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력량이 괜찮을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이대로는 슈바르츠들과 혼동되니 먼저 이름을 붙이도록 하죠. 자료를 검색하는 마술도구니까 저는 켄사쿠2나 오팩3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내가 이름을 생각하기 시작하자 회복약의 조합을 위해 소재를 썰고 있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조금 난처한 얼굴로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로제마인 님" 라고 말하며 스윽 손을 들었다.
"귀족원에서 리제레타가 아드렛4이라고 이름붙이고 의상을 입혀 귀여워하고 있었으니, 마술도구의 이름은 아드렛으로 하는 것이 어떠련지요?"
"네, 저희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니, 아드렛으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레오노레의 지지도 있어, 내가 생각한 이름은 은근슬쩍 기각되었다. 켄사쿠나 오팩인 것이 알기 쉽지만, 다들 아드렛이 친숙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아드렛이라고 부를 수 밖에.
"다음으로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은 아드렛처럼 검색에 특화된 마술도구가 아닌 침입자나 위험 인물을 배제하는 것에 특화된 마술도구입니다. 신전을 지킬 강한 슈바르츠들을 만들고자 합니다."
양부님에게 마력 문제에 관해 지적받은 것을 이야기하면서 어떤 마술도구를 만들고 싶은지 이야기하자, 할트무트와 클라릿사가 앞다투어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좋은 의견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 조금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할트무트, 클라릿사. 조금 비밀방에서 자료를 읽고 오겠습니다."
"네? 굳이 비밀방에 들어가지 않으셔도……."
"밖에서는 읽을 수 없는 자료도 있습니다. 안젤리카, 호위를 부탁합니다. 의견을 내는 것이 끝나면 할트무트들은 마술지를 만들어 주세요."
아무리 측근들이라 해도, 다른 사람의 시선이 있는 곳에서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꺼낼 생각은 없다. 나는 힐쉬르가 정리한 연구 결과를 안고 비밀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것을 테이블에 두고 슈타프를 꺼내 "구루투리스하이트" 라고 주창한다.
"도서관과 마술도구로 검색하면 뭔가……우왓, 잔뜩 있어!"
슈바르츠들의 정식 명칭을 알 수 없어서, 도서관과 마술도구로 검색해봤지만, 아무래도 도서관은 마술도구로 가득한 건물이었던 모양이다. 줄줄이 늘어선 마술도구 관련 항목을 보더라도 귀족원의 도서관이 얼마나 중요한 시설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보니 구멍난 항목으로 미루어 페르디난드 님의 취미와 기호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지하서고에 관한 부분이나 메스티오노라의 상에 관한 부분은 구멍이 나 있지만, 퇴실 시간을 알리는 마술도구에는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런 식으로 구멍이 난 부분을 보니, 페르디난드는 나와는 달리 머리를 비우고 지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모양이다.
……흥미로운 내용이 있을 때마다 일일이 생각에 잠겼던 모양이네.
그것이 결과적으로 메스티오노라의 지식에 저항하는 모양새가 되었던 모양이다. 에어베르멘에게 "저항하지 말아라" 라며 몇번이나 야단 맞고도 생각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던 페르디난드를 상상하자 웃음이 떠올랐다.
"페르디난드 님은 이상한 부분에서 서투르니까."
나는 작게 웃으면서 "참 잘했다" 가 녹음된 마술도구가 든 가죽 주머니로 시선을 향했다. 오랜만에 들어보고 싶어져서 가죽주머니를 들어올린다. 마술도구를 꺼내고 가죽주머니를 테이블에 내려놓자 달깍 소리가 났다.
"그러고 보니 이중바닥이었지. 뭐가 들어있는 거지?"
나는 가죽주머니를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그리 크지는 않다. 울퉁불퉁한 마석 같은 감촉이다. 이런 곳에 뭘 감춰두었는지 너무나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한테 준 거니까, 열어 봐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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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렌페스트를 총동원한 싸움의 준비입니다.
로제마인은 신전을 지키는 전투 특화 슈바르츠들을 만들려고 고민 중.
그러나 신경쓰이는 것은 가죽주머니.
다음은 가죽주머니의 내용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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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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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다음화 예고.
페르디난드: 동작 그만, 이중바닥 건들지 말어, 손모가지 날아가붕께.
로제마인: 자, 지금부터 확인 들어가겄습니다~ 따라린 딴~ 쿵짝짜쿵짝짜~
로제마인: 읭? 이게 뭐시여!?
ビー玉. 유리구슬.
‘ビー’는 ‘vidro(유리의 옛 이름)’의 준말이다.
ケンサク. 검색
OPAC: Online Public Access Catalog, 공용 온라인 열람목록.
adrett(상냥한, 깨끗한, 산뜻한)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25화. - 가죽주머니의 내용물과 카밀의 세례식 -
가죽주머니의 내용물과 카밀의 세례식
이중바닥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자루를 열어 위에서 들여다봐도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다. 바닥 부분을 자르지 않으면 숨겨진 물건을 꺼낼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슈타프를 내고 "메사" 라고 주창해 나이프를 만들어 듬뿍 마력을 넣는다.
이 가죽주머니는 마력이 통하지 않는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다. 자신의 것이 아닌 마력을 튕겨내는 성질을 가진 마수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마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은색의 천과 같지만, 마수보다 강한 마력을 사용한 슈타프제 무기로는 자를 수 있다. 그리고 은의 천은 아무리 강한 마력이라도 통과시키지 않지만, 평범한 금속제 칼로는 자를 수 있다.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근처를 자르면 내용물은 건드리지 않겠지?"
되도록 가장자리 쪽에 나이프의 날을 갖다댄다. 마력을 듬뿍 넣고 있어 살짝 갖다대기만 해도 스윽 하고 잘려나간다.
"류켄."
변형을 해제한 뒤에 슈타프를 치우고, 두근거리며 바로 그 틈으로 손을 넣는다. 페르디난드는 이곳에 도대체 무엇을 감춰둔 걸까. 바스락거리는 감촉이 손가락에 닿는다. 꺼내보자 하얀 종이에 감싸인 5센치 정도의 타원형의 덩어리였다. 그리고 작게 접힌 종이도 있었다.
나는 하얀 덩어리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먼저 종이조각을 펼쳤다. 거기에는 페르디난드의 글씨가 있었다. 급하게 쓴 것인지 꽤나 엉망인 필체였다.
"어디보자. 이 종이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쿠인타1라는 사람의 이름 올린 돌이다. 언젠가 내가 찾으러 갈 것이니, 결코 만지지 말고 다른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너의 비밀방에 놓아두었으면 한다……라니. 이렇게 어중간하게 취급하지 말고 제대로 받아 줘야죠, 페르디난드 님. 쿠인타 씨가 불쌍하잖아."
어째서 스스로 이름을 받지 않고 나에게 맡긴 걸까? ……라고 생각한 순간, 쿠인타가 누구의 이름이었는지 떠올렸다.
"아! 어? 쿠인타라는 건 페르디난드 님의 이름이 아니었어!? 어? 어? 그럼 이건……페르디난드 님의 이름을 올린 돌이라는 거야? 아니, 잠깐. 그럼 어째서 타인인 것처럼……."
어째서 이 저택의 자신의 짐을 두고 있는 방에 감춰두지 않은 건지. 어째서 이런 중요한 물건을 스스로 관리하지 않고 녹음 마술도구가 들어있는 가죽주머니 바닥에 숨겨둔 것인지. 애초에 이름을 바칠 상대도 없는데 어째서 이름 올린 돌같은 것을 만들었는지. 잇달아 의문만이 떠오른다.
"혹시 누군가에게 이름을 바쳤는데 거절되었나? 으음, 페르디난드 님이 누군가에게 이름을 바치는 상황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지만, 이렇게 이름 올린 돌을 만들어 두었다는 건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은 걸까……."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이름 올린 돌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는 것과 그것이 내 눈 앞에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 가죽주머니를 건네받았을 때엔 아직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에서 비밀방을 얻기 전이었다. 안전한 은폐 장소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직접 갖고 있기도 위험한 상태였던 걸까. 아니면 달리 맡길 사람이 없었던 걸까. 어째서 하필 나인 걸까.
"혹시 페르디난드 님에게 신용받고 있는 건가? 아니, 그렇게 생각하긴 어려워. 내가 페르디난드 님의 진짜 이름을 에어베르멘 님에게 들어서 알게 될거라고 예상할 리가 없으니, 굳이 말하자면 모르는 사람의 이름 올린 돌은 굳이 건드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아, 그거라면 있을 법 하네."
종이에 싸인 덩어리를 보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자신의 이름을 올린 돌마저 가지고 있을 수 없다니, 아렌스바흐는 얼마나 위험한 장소인 걸까.
"이런 거, 맡겨져도 곤란한데……."
쿡 하고 손가락으로 찌르자 데굴 하고 구르는 미덥지 못한 덩어리. 여기에 페르디난드의 생사여탈을 결정할 수 있는 마석이 들어있는 것이다.
"나, 페르디난드 님의 본명이 쿠인타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이름을 빼앗으려고 하면 간단히 빼앗을 수 있는걸요? ……뭐, 페르디난드 님의 목숨을 질 각오같은 건 없으니 이대로 두겠지만."
페르디난드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이라 해도 아무런 각오도 없이 받아들이는 건 할 수 없다. 그리고 만지지 말고 놔두라는 메모가 붙어있는 물건이다. 그러니 나는 보관 담당으로서 페르디난드가 가지러 올 때까지 맡아 두기만 하면 된다. 나는 못 본 것으로 치고 종이에 싸인 덩어리를 가죽주머니 속으로 다시 넣었다.
어느 누구의 돌이라도 안이한 마음으로 가질 수 없는 나는 분명 페르디난드의 생각대로 행동하고 있음에 틀림 없다. 어쩐지 페르디난드 좋을대로 조종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조금 분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런 소중한 것을 맡길 수 있는 상대로서 일단 신뢰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딱히 화도 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으니 맡아줄게요. 그러니 빨리 가지러 오세요.
그리고는 전투 특화 슈밀과 싸움에 쓸만한 마술도구를 만들거나, 고아원 모두에게 대피 훈련을 시키거나, 아드렛에게 장서 정보를 등록하며 날이 지나간다.
최종적으로, 나는 마력과 물리, 어느 쪽의 공격에도 반격하는 전투 특화 슈밀을 세 개 만들었다. 세 곳 있는 신전의 문을 지키기 위해, 문지기에게 건넨 마석으로 주인을 인식하도록 되어있는 물건이다.
슈밀의 작성을 도왔던 할트무트에 의하면 "작성에 고품질의 희귀한 소재와 함께 전 속성이 필요한 마술도구이기에,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상당히 적습니다" 라고 한다. 할트무트와 클라릿사는 나에게 이름을 바치며 전 속성이 되었지만, 가호를 재취득하며 권속 신의 가호를 얻은 할트무트는 간신히 만들 수 있었어도, 클라릿사는 속성이 너무 약해서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회화 기능을 빼고, 기능을 특화시키는 것으로 제법 마력의 절약에 성공했기에, 작성은 어쨌든, 적은 마력으로도 운용이 가능해졌다. 나는 완벽하다고 생각했지만, 적다는 것은 내 기준이었던 모양인지, " 도움이 되는 것은 알겠다만, 긴급한 상황이 아닐 경우엔 가급적 작동시키지 말아라" 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평소엔 문지기와 함께 문에 놔두고, 신전의 문에 누군가가 왔을 때나 거리의 문에서 기사단의 구원 신호가 오를 때 작동시키게 되었다.
공방에 틀어박혀서 조합하는 사이에 겨울의 성인식이 끝나고 봄의 세례식이 가까이 다가왔다. 이 세례식에는 카밀이 신전으로 찾아온다. 오랫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카밀의 세례식이다. 당연히 나는 의욕만만이다.
"봄의 세례식은 제가 의식을 실시하겠습니다."
"로제마인 누님은 가급적 다른 사람 앞에 나오지 않는 것이 좋지요? 누님 대신 제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겨울의 성인식도 할 수 있었고……."
분명 멜키오르는 겨울의 성인식을 마력이 든 마석을 사용해 훌륭하게 해냈다. 그 자체는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어, 누나로서 매우 자랑스럽다. 하지만 봄의 세례식을 양보할 생각은 없다. 카밀의 세례식에서 축복하는 것은 바로 나다.
"……제가 에렌페스트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의식인걸요. 저기, 멜키오르. 부탁할게요, 제가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로제마인 누님의 마지막 의식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중앙으로 이동하기 전에 에렌페스트의 평민들에게 마지막으로 축복을 주고 싶습니다."
에렌페스트의 성녀스러움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며 멜키오르와 할트무트를 필사적으로 설득한다. 양부님에게도 부탁해, 나는 봄의 세례식에서 신전장으로서 마지막 의식을 행할 권리를 따냈다.
"이렇게 로제마인 님에게 의식용 의상을 입혀드리는 것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쓸쓸하네요."
모니카와 니콜라가 의식용 의상을 입혀주며 그렇게 말했다. 성장한 나는 신전에서는 평상복의 수선이 끝날 때까지 의식용 의상을 입고 있기에, 옷을 입히는 두 사람의 손길에 망설임은 없다. 한동한 성장한 몸에 옷을 입히는 데에 시간이 걸렸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익숙해졌구나 하고 생각한다.
"피리네의 의상은 단장이 끝났나요?"
"그쪽은 빌마가 대응하고 있습니다. 피리네 님은 청색 무녀 견습이니, 슬슬 예배실로 향할 무렵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원식에 가야 하고, 앞으로는 청색 무녀 견습으로서 행동해야 하는 피리네에게 나의 청색 무녀 견습 때의 의식용 의상을 물려주었다. 수선해서 기장도 깔끔하게 맞춘 모양이다. 로제마인 공방의 문장이 붙은 채지만, 그대로도 좋다면서 그대로 입고 있다.
"로제마인 님의 준비가 갖추어졌습니다."
"그럼, 가시지요."
프랑의 선도로 예배실로 향한다. 성장한 만큼 걷는 속도도 빨라졌다. 그러나 아무래도 습관이 된 모양인지, 프랑은 슬쩍 돌아보며 걷는 속도를 확인한다. 그 시선이 향하는 곳은 작았을 때의 나의 머리 근처다. 아차 싶은 듯이 시선을 올린 프랑이 "이제 걸음을 맞출 필요는 없겠군요" 라며 조금 쓸쓸한 듯이 웃었다.
내가 성장했기에. 그리고 조만간 에렌페스트에서 떠나기에. 두 가지 의미가 어린 프랑의 말에 코끝이 시큰 아프다.
"……떠나기 어렵네요."
"오늘은 로제마인 님의 마지막 의식입니다. 부디 로제마인 님이 가져온 변화를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 주십시오."
"제가 가져온 변화, 인가요?"
프랑은 예배실의 문 앞에 서서 천천히 돌아본다.
"쓸모없는 자로서 고아원에 감금되어 있던 회색들은 일자리를 얻고, 식사를 얻고, 에렌페스트의 산업을 지탱하는 자들이 되었습니다. 관습적으로 신전을 방문하던 평민들은 진짜 축복을 받게 되어 진지하게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습니다만, 귀족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신전에 출입하게 되었습니다. 멜키오르 님이 차기 신전장이 되시는 것으로 인해 영주 일족이 신전을 지켜준다는 약속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신전과 아랫마을을 지키기 위해 영주님이 움직여주시고 계십니다."
베로니카에게 따돌림당해 신전으로 내몰린 페르디난드와 평민 출신인 내가 떠난 뒤에 영주의 친아들인 멜키오르가 신전을 지키는 신전장이 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신전장 입장!"
예배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맞춰 프랑이 문을 연다. 부드러운 미소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성전을 안고 예배실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작은 아이들이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 "작은 신전장이라고 들었는데 작지 않아!" 라는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조금 즐겁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며, 늘어선 아이들의 머리가 자신의 눈높이보다 훨씬 아래에 있어, 작고 귀엽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는 것에, 자신이 정말 성장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로제마인 님."
당연하다는 듯이 할트무트가 손을 내밀었다. 이제 커졌으니까 성전을 가지고 있어도 계단을 올라갈 수 있지만, 그러면 할트무트가 내민 손을 둘 곳이 없어질 것이다. 나는 할트무트에게 성전을 건네고 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단상에 올랐다.
"……아."
제단 앞에 이제는 필요 없는 발판이 준비되어 있었다. 할트무트가 제단에 성전을 두고 쓴웃음을 지으며 발판을 안으로 밀어넣었다.
제단 앞에 서서 예배실 안을 둘러보자 조금 전의 프랑의 말을 싫어도 실감할 수 있었다. 귀족원에 들어갔기에 원하면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청색 견습들이 가호의 증가와 안온함을 이유로 신전에서의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멜키오르, 멜키오르의 측근, 피리네도 청색의 옷을 입고 정렬해 있다.
자신의 세례식 때에는 조금 짜증스러운 얼굴로 아이들을 감시하고 있던 회색 신관들은 자랑스러운 듯이 가슴을 피고 정렬해 있다. 세례식을 받는 아이들도 어수선한 분위기는 털끝만큼도 없이,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똑바로 앞을 향해 있었다.
사람들의 성무에 임하는 마음가짐의 변화를 느끼며, 나는 카밀를 찾아 장내를 둘러본다.
……카밀은 어디일까?
부자 아이들은 앞쪽에 있기에, 카밀은 분명 뒷쪽에 있을 것이다. 조금 시력을 올려 찾자,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카밀이다. 저거 카밀이야!
아빠와 닮은 파란 머리카락에 남자아이다운 활발함이 느껴지지만, 얼굴이 옛날의 투리와 닮아있다. 근처의 아이들과 함께 나란히 있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었다. 프랭탕 상회의 견습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기에 혼자서만 유난히 자세가 좋고, 린샹으로 인해 머리카락에 윤기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눈에 띄고만다.
……엄마는 자수가 아니라 염색한 천을 쓰고 있고.
하얀 옷에 테두리를 자수로 장식하는 것이 세례식의 나들이옷이다. 하지만 엄마는 자신이 물들인 천으로 가장자리를 빙글 둘러싸고 있다. 새로운 에렌페스트의 염색을 강조하며 나와의 관계가 드러나는 디자인이다. 성장한 카밀을 본 적이 없는 나도 바로 카밀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지만 분명 엄마의 의도와는 다른 이유로 내년부터는 염색한 천으로 가장자리를 장식하는 것이 유행하겠지.
자수가 서툰 엄마들에게는 염색한 천으로 테두리를 장식하는 것이 대환영 받을 것이 틀림 없다. 나라면, "이거, 새로운 유행인걸. 영주님 따님의 전속이 하고 있었으니까 날림이 아니야" 라는 핑계를 대고 절대로 흉내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새로운 유행의 시작을 느끼면서 성무가 시작되었다. 성전의 이야기를 읽고,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축복을 준다.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새로운 아이의 탄생에 당신이 축복을 주십시오. 당신에게 바치는 것은 그들의 마음, 기도와 감사를 드리며 성스러운 가호를 받사옵니다."
녹색의 축복의 빛이 조금 많이 쏟아졌지만 어쩔 수 없다. 이래뵈도 투리의 성인식에서 마지막 순간에 저지른 실수에 비하면 훨씬 낫다. 참는 것은 몸에 좋지 않은 것이다.
……멜키오르들에게는 내가 에렌페스트의 평민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축복이니까, 라고 변명해야지.
축복이 끝나자,아이들의 퇴장을 위해 회색신관들이 문을 연다. 활짝 열린 문 근처에는 가족들이 모여있었다. 아빠와 엄마와 투리와 어째선지 러츠도 함께였다.
아빠와 엄마와 러츠가 나의 성장한 모습을 보고 눈이 동그래져 있는 것이 보였다. 한 번 가까이서 만난 적 있는 투리만이 놀라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것 봐, 내가 말한 대로지?" 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의기양양한 얼굴로 보인다.
아빠와 엄마는 나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이내 기쁜 듯이 웃어주었다. 급성장을 기분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나의 성장을 기뻐하는 부모의 얼굴이다. 가슴 속이 따뜻해졌다.
"다들 모여서 이런 앞에까지 오지 않아도 되는데!"
카밀이 부끄러운 듯이 말하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간다. 러츠가 웃으며 "뭐 어때" 라며 카밀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고, 눈을 들어 나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든다.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싶은 것을 참으며, 나는 미소로 화답한다.
……멀다.
카밀의 세례식을 축하하는 가족들 사이로 들어갈 수 없는 자신의 입장은 알고 있지만, 너무 멀어서 슬프다.
……이런 만남조차 마지막이네.
이제 중앙으로 가게 되면 이런 사소한 만남조차 쉽지 않다. 아이들이 모두 퇴실하고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살짝 한숨을 토한다.
"로제마인 님 손을."
나의 가족에 대해 알고 있는 할트무트는 끝까지 아무 말 없이 어울려주었다. 내민 손에 자신의 손을 얹고, 나는 단상에서 내리와 예배실을 나왔다.
"로제마인 님, 성에서 올도난츠가 왔습니다."
예배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호위기사들이 굳은 얼굴로 정렬해 있었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한 발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기원식 일정을 시작해, 에렌페스트의 방위에 대해 영주 일족끼리 논의한다고 합니다. 로제마인 님과 멜키오르 님은 호위기사, 문관, 근시를 한 명씩 데리고 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가족과의 만남과 마지막 의식에 대해 감상에 잠길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을 모양이다. 나는 멜키오르와 시선을 교환하고 한 번 끄덕인다. 지금은 가볍게 신전에서 떠날 수 없다. 누구를 남겨둘 것인지, 신전의 방위에는 문제가 없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잠시라도 아랫마을과 신전을 위태롭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제가 회의에 데리고 갈 사람은 코넬리우스, 할트무트, 리제레타의 세 명입니다. 뭔가 있을 때 대응할 수 있도록 다무엘, 안젤리카, 마티아스, 라우렌츠의 네 명의 호위기사와 고아원장인 피리네를 신전에 대기시키겠습니다. 성으로 갈 호위로 레오노레와 유디트를 불러주세요."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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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바닥의 내용은 쿠인타의 이름 올린 돌이었습니다.
못 본 것으로 하고 치워둡니다.
그리고 카밀의 세례식. 에렌페스트에서의 마지막 성무였습니다.
가족은 성장한 모습을 보고 기뻐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영주 일족의 논의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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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이거 페르디난드와의 연애 플래그가 갈수록 늘어나네요. (부들부들)
마인이는 책이랑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uinta: 제 5 의.
Quinta essentia: 제 5 원소, 세상의 정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26화. - 방위 논의 -
방위 논의
나와 멜키오르는 각자의 측근들 중에서 신전을 지킬 호위기사를 선발해, 한 명씩 교대로 신전의 문을 지킬 것과 아랫마을의 문을 지키는 기사들과 긴밀히 연락할 것 등을 명령했다. 모니카와 니콜라와 빌마에게는 피리네와 함께 고아원장실을 정리하거나 기원식의 준비를 하면서 신전을 봐달라고 말해두었다.
"이쪽에 뭔가 있을 경우엔 다무엘을 통해 연락하겠습니다. 연락한 내용은 전원이 분담해 올도난츠를 날려 아랫마을의 문으로 전달해주세요. 고아원으로의 연락은 제가 직접 피리네에게 올도난츠를 보내겠습니다. 훈련했던 대로 고아들을 대피시켜 주세요."
"알겠습니다."
호위인 레오노레와 유디트. 그리고 회의에 동행하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할트무트를 데리고 성으로 돌아간다. 성에서는 오틸리에, 리제레타, 그레티아 셋이 마중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로제마인 님."
"지금 돌아왔습니다. ……클라릿사와 로데리히는 도서관인가요?"
"네. 로제마인 님을 위해 마술지를 만들겠다며 의욕을 내고 있었습니다. 로데리히는 클라릿사의 지도를 받아 조합 실력이 상당히 오른 것 같습니다. 마력 압축도 열심히 하긴 했지만, 역시 경험은 중요한 것이네요."
쿡쿡 웃으면서 오틸리에가 알려준다. 로데리히는, 최초로 이름을 올린 문관이니까 중앙으로 가기 전에 주인에게 도움이 될 정도로는 조합 실력을 올려두세요, 라며 클라릿사에게 혹독하게 훈련받고 있다고 한다.
"저도 클라릿사와 함께 도서관으로 갈 때가 많아 잔뜩 조합해야 했습니다."
유디트는 자신이 사용할 투척용 마술도구를 만드는 법을 여러가지로 주입당했다고 한다. 고맙긴 하지만 클라릿사의 단켈페르가적 교육 방법은 상당히 혹독한 모양이다.
"로데리히가 중앙에서 주위에 얕보이지 않도록 조합 실력을 올려놓는 것도, 유디트가 자신의 무기를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까요."
나는 자신의 일만으로도 손이 한가득이기에 클라릿사의 행동은 솔직히 도움이 된다.
"회의는 오후부터라고 합니다, 로제마인 님. 동행하는 측근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괜찮겠습니까?"
"이번에는 리제레타를 동행시키겠습니다. 중앙으로 따라올 수 있는 것은 리제레타이니까요."
상급 근시인 오틸리에가 아닌 리제레타를 데려가겠다고 하자, 오틸리에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저와 그레티아는 중앙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쪽에 있는 짐은 선별이 끝나, 왕족으로부터의 연락이 있으면 바로 짐을 꾸릴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습니다. 신전과 도서관의 짐은 어떠신가요? 중앙으로 가지고 갈 짐이 있으면 그쪽의 짐도 정리해 성으로 옮겨주셨으면 합니다."
이전에 페르디난드가 그랬던 것처럼 신전의 비밀방을 폐쇄하거나 짐을 꺼내거나 해야 할 시기가 나에게도 온 것이다. 바쁜 와중에도 이동을 위한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신전의 비밀방은 그동안 로데리히들의 조합으로 인해 상당한 소재를 소비했기에 더 이상 보충하지 않고 남은 소재와 도구를 도서관의 공방으로 이동시켜두었습니다. 그리고 신전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은 피리네에게 물려주려 합니다. 다만 반출할 짐 중에 부피가 큰 것들이 몇 개 있긴 합니다만……."
내가 신전에서 가지고 갈 짐은 매투리스나 이불이나 책상자 같은 대형 물건들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신전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다. 운반하기는 힘들어도, 가짓수는 그리 많지 않다.
"도서관에서 가지고 갈 짐은 얼마나 될까요?"
"책이나 소재를 얼마나 중앙으로 가져가도 좋을지, 페르디난드 님에게 질문하는 편지를 썼습니다. 양부님을 통해 요리와 함께 보냈으며 지금은 답장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의상의 진행상황은 어떤가요? 영주 회의까지 준비될까요?"
오틸리에는 끄덕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의 전속들을 총동원해 일제히 만들고 있는 의상도 슬슬 가봉을 하고 싶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오후의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알 수 없으니, 가봉 날짜는 회의 후에 정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아아, 왔는가? 신전에 호위기사는 남겨두었는가?"
"물론입니다. 그렇죠, 멜키오르?"
양부님의 질문에 나는 멜키오르에게 시선을 향한다. 멜키오르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제마인 누님의 호위기사 네 명과 제 호위기사 세 명이 신전에 남았습니다. 니콜라우스도 기사 견습으로서 제 호위기사와 함께 문을 지킨다고 합니다."
멜키오르의 말에 양부님 뒤에 서 있는 아버님이 살짝 안도한 표정을 보였다. 니콜라우스는 내가 사라진 귀족원에서 비호자를 구한 결과, 신전에서부터 낯이 익은 멜키오르의 호위기사 견습과 함께 행동할 때가 많았던 모양이다.
누나로서 조금 미덥지 못했지만, 나는 중앙으로의 이동이 결정되어 있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니콜라우스를 꺼리고 있기에, 이대로 멜키오르가 니콜라우스를 비호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럼 에렌페스트의 방위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양부님은 게오르기네가 에렌페스트의 초석을 손에 넣을 방법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기원식 기간이 수상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 이미 기사단과는 여러가지로 이야기를 끝내두었다는 것 등을 이야기한다.
"아버님, 기사단과의 회의에 참가한 측근 호위기사로부터도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그것은 얼마나 신용할 수 있는 정보입니까?"
빌프리트의 말에 양부님은 힐끗 나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정보원은 말할 수 없다. 신뢰도는 높다고 생각한다만 확증도 없다. 그래도 아렌스바흐가, 정확히는 게오르기네가 에렌페스트를 노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마티아스들의 증언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지난 겨울의 숙청으로 게오르기네에게 이름을 올린 자들이 일제히 처형되었다. 에렌페스트에 있는 게오르기네의 손발과 정보원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번 겨울의 귀족원에서는 내가 계속 앓아누워 있다가 에렌페스트로 돌아갔다고 대응하고 있었기에, 그에 대해 게오르기네가 경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확실히, 정보원이 사라졌으니, 게오르기네가 에렌페스트의 내부 사정을 알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것이다.
"습격해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는 페르디난드의 성결식까지의 기간이라고 생각된다. 아렌스바흐에서 페르디난드가 왕명에 의해 받은 방은 서의 별관에 있는 것이기에, 게오르기네의 정보를 얻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한다. 결혼해서 페르디난드가 본격적으로 영주 일족으로서 움직이게 되기 전에 일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양부님의 말에 모두가 표정을 다잡았다.
"공격당했을 때의 수비 배치다만, 아우브인 나는 초석을 지키기 위해 초석의 방에 들어가 있게 된다. 칼스테드와 기사단 일부는 에렌페스트의 거리 전체를 지키는 데에 전념하고, 보니파티우스와 기사단 일부는 에렌페스트의 거리 이외의 장소에 적이 출현했을 때 기베의 기사들을 지원하러 나가게 된다."
이미 경계선에 접해있는 기베들에게는 경계하고 있을 것을 전하고, 뭔가 이변이 있었을 때나, 수상한 사람을 목격했을 때는 평민들로부터도 널리 정보를 모으도록 당부해 두었다고 한다.
"일이 일어났을 때에는 그대들도 호위기사를 이끌고 거리를 방위하게 된다. 그대들은 각자의 호위기사를 이끌고, 플로렌시아와 샤를로테가 성을, 빌프리트가 귀족가를, 멜키오르가 신전 및 아랫마을을 중심으로 지키도록 하라."
"남자뿐만 아니라 저희들도 호위기사를 이끌고 싸우는 것인가요?"
후방 지원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전장에 나서는 것은 상정하고 있지 않았다며 불안한 듯이 중얼거리는 샤를로테를 보고 양부님은 엄격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다, 샤를로테. 그대는 영주 후보생이며, 더욱이 아우브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지? 그렇다면, 솔선해서 싸워야 할 입장이 아닌가."
초석을 지키는 것은 다른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는 아우브의 일이다. 초석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시점에서 아우브의 자격을 잃게 되니,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 초석을 지킬 수 없는 아우브는 아우브가 아니다. 무엇을 위한 호위기사인가? 초석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도록 하라."
"……네."
샤를로테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 보니, 나는 유레베의 소재를 채집하거나 단켈페르가와의 딧타에 참가하곤 했었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싸우는 데에 익숙하다. 전혀 싸우는 데에 익숙하지 않고, 기사 훈련도 받지 않은 샤를로테에게는 힘든 상황일지도 모른다.
……이런 것도 남자가 아우브에 적합하다는 이유 중 하나겠네.
어려서부터 기사들과 함게 훈련을 받고있는 빌프리트와 그렇지 않은 샤를로테는 전쟁에 대한 마음가짐부터 달라보인다. 빌프리트는 기사들의 훈련에도 참가하며 자신의 호위기사들과 함께 거리의 방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귀족가를 지키는 것에 더해, 어떻게 기사단과 연계해야 좋을지 이미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저기, 양부님. 제 담당이 없습니다만……."
"봄의 끝에는 떠나는 것이다. 로제마인의 담당을 정할 수는 없다. 대신 지원을 받고 싶다."
"지원인가요?"
"솔직히, 그대에게는 언제 왕족으로부터의 소환 명령이 내려올지 모른다. 기원식도 예정에서 제외했을 정도다. 마술도구 작성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중앙으로 이동할 준비가 부족하다는 불평도 그대의 측근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싸움의 준비보다 이동 준비를 갖추는 것을 우선해주었으면 한다."
에렌페스트의 방위도 중요하지만, 왕족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양부님은 말했다.
"이동 준비에 대해서는 오늘 오전에 오틸리에와 이야기했습니다. 영주 회의 무렵엔 끝날 예정입니다. ……마음 씀씀이는 감사합니다만, 제가 중앙으로 이동하기 전에 습격이 일어날 경우, 제가 어떻게 움직일지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은 곤란합니다. 당황하고 있을 뿐인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어 버리지 않습니까."
게오르기네가 습격해온 상황에 느긋하게 이동을 준비하고 있을 수는 없다. 왕족에게 도움을 구하러 가던가, 전장으로 향하던가, 어떤 식으로든 행동지침은 필요하다.
"그대가 너무 용망해서 놀라운걸. 그런 아가씨였던가?"
"아버님,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로제마인은 단켈페르가 다음으로 닷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받을 정도입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
"저마다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누구보다 귀족원에 있는 기간이 짧고, 기사 과정을 수강하는 것도 아닌데, 매년 단켈페르가와 보물 훔치기 딧타를 하고 있는 영주 후보생 같은 건 그대 외에는 달리 없지 않은가."
……으아아아앗! 확실히 그래. 반박할 수 없어!
"뭐, 좋다. 측근을 이끌고 싸울 마음이 있다면 기원식 도중 습격이 있었을 경우엔 직할지로 향한 사람의 공백을 메워주었으면 한다."
직할지는 성배를 가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빌프리트, 샤를로테, 멜키오르는 차례로 자리를 비우게 된다. 나는 성과 도서관에서 이동을 준비하며 기원식 도중에 습격이 있었을 경우에 부재자의 공백을 메워주기를 부탁받았다.
"알겠습니다. 싸움을 대비한 마술도구의 작성 상황은 어떻습니까?"
"로제마인이 말한 것처럼 측근인 문관뿐만 아니라 기사들과 학생들도 동원해 회복약과 마술도구를 만들고 있다."
영주회의나 귀족원 시기에 많은 소재를 채집해 두었기 때문에 마술도구를 만드는데 별다른 고생은 없었던 모양이다.
"각지의 기베에게도 싸움을 대비하도록 연락해 두었다만, 은퇴한 노인들이 의외로 좋은 활동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젊은 기사들이 보물 훔치기 딧타를 경험한 세대에게 어떤 함정이 유효했는지, 어떤 마술도구를 어떤 타이밍으로 사용했는지 등을 물어보면서, 세대간 갈등이 다소 줄어들거나 라이제강계와 옛 베로니카파가 적대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며 협력하기 시작한 지역도 있다고 한다.
"외부에 공통의 적이 있으면 내적으로 뭉치기 쉬워지니, 에렌페스트를 결집시킬 절호의 기회네요."
자령의 초석은 세대와 지역을 넘어 지켜야만 하는 물건이다. 숙청이 종료되어 게오르기네에게 이름을 올리고 있던 귀족이 사라지고, 옛 베로니카파의 연좌에서 벗어나 이름 올리기를 포함해 아우브에게 충성을 맹세한 귀족들이 늘어나 있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로제마인이 뭔가 큰 마술도구를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만, 다 만들어진 건가?"
빌프리트의 질문에 나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가슴을 핀다.
"네. 신전의 문을 지키는 마술도구로서 세 개의 슈밀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미 문에 배치해두었습니다. 마력을 절약하기 위해 지금은 기동시켜두고 있지 않습니다."
나는 전대물처럼 빨강, 파랑, 노랑으로 하고 싶었지만, 인형을 준비한 리제레타의 취향에 의해 파스텔 컬러로 된 결과, 핑크, 하늘색, 크림색의 슈밀이 되었다. 리본과 레이스를 곁들인 의상을 입고 있어 굉장히 귀엽다. 회색 신관이나 기사가 있는 문에 놓아두에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귀엽고, 기동시키면 방위적으로 엄청 강하다는, 제법 초현실적인 존재로 완성되었다.
"저나 멜키오르의 호위기사와 문을 지키는 회색신관들에게는 기동용 마술도구를 가지고 있게 해두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의 부적에 사용된 반격의 마법진을 몇 개 정도 넣어두었기에, 방위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매우 강합니다."
슈밀들이 얼마나 강한지 설명하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로제마인!" 이라는 페르디난드의 목소리가 머리에 직접 울렸다.
"어? 페르디난드 님?"
무심코 귀을 누르고 주위를 둘러본다. 잘못 들은 건가 하고 생각한 순간, 무지갯빛에 휩싸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 여긴 어디?"
갑자기 눈 앞의 경치가 바뀌었다. 정면에 빌프리트와 샤를로테가 있었을 텐데, 마치 다른 장소에 온 것 같은 색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다.
"……공급의 제단?"
새하얀 방 중앙에 천구의처럼 신기하게 움직이고 있는 마석과, 마력을 띠고 빛나고 있는 복잡한 문자나 문양으로 빙 둘러싸여 있는 모습은 익숙한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 페르디난드 님!"
아직 앳된 티가 남은 목소리에 무심코 돌아섰다. 금발의 여자아이가 안색이 변해 페르디난드에게 달려간다. 기억보다 성장해 있지만, 레티시아임에 틀림없다. 새파래진 레티시아의 앞에는 가슴을 누르고 콜록거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있는 페르디난드의 모습이 보였다.
……페르디난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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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돌아와 논의입니다. 여러가지로 준비가 진행되어 있습니다.
기사들과 훈련하고 있던 빌프리트는 조금 들떠있습니다.
그런 중에 무지갯빛과 함께 보인 광경.
다음은 페르디난드의 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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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페르디난드의 위기를 본 마인이는 다급합니다. 왜냐하면 막타를 쳐야 하거든요!!
자, 게오르기네에게 잡힌 페르공주와 사로잡힌 공주를 구하러 떠나는 지뢰왕자!
"왕자님, 저를 구하러 오신 건가요?"
"아니, 전설의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너의 구루투리스하이트가 필요했을 뿐!"
상처받은 페르공주는 츤데레 지뢰왕자의 본심을 눈치채지 못하고 옛 연인이었던 질베스타의 품으로?!
...라면 재밌겠네요. (웃음)
595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27화. - 페르디난드의 위기 -
페르디난드의 위기
나도 모르게 앞으로 뛰쳐나갔다. 페르디난드의 앞으로 이동한 것처럼 시계가 바뀌었지만, 손을 뻗어도 내 손은 보이지 않고, 페르디난드도, 레티시아도 만질 수 없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리 외쳐도, 나의 목소리는 두 사람에게 들리지 않고, 두 사람도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 듯, 아무런 반응도 없다.
페르디난드는 허리의 약 포켓에서 뭔가를 꺼내서 입에 넣고, 이름 올린 돌이 들어있는 금속제의 작은 바구니를 떼어놓았다. 그 손은 떨리고 있고, 이마에는 한가득 땀이 배어나와 있다.
"이것을 유스톡스에게……가라, 고 전해……빨리."
레티시아는 새파란 얼굴로 바구니를 받고 급히 뛰쳐나갔다. 아마 공급의 제단이 있는 방에서 나갔다고 생각된다. 내게 보이는 범위에서 없어졌다.
레티시아의 모습이 사라진 순간, 페르디난드는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앉아있지도 못하는 상태인지, 쓰러진 채 일어나려 하지 않는다.
……페르디난드 님!
위안을 주고 싶고, 약을 주고 싶은데, 지금의 나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페르디난드는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듯,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큭……."
신음과 함께 페르디난드가 가슴께를 누르며 옷을 움켜쥔다. 자세히 보니, 그 가슴 언저리가 연한 무지갯빛으로 빛나며 페르디난드의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내 부적!?
옷 아래에 있기에 보이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지금 페르디난드를 감싸듯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마력이 다름아닌 자신의 것이라는 것은 머리가 아닌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전신이 무지갯빛의 은은한 빛에 감싸여 있어, 마치 부적이 페르디난드의 생명을 잡아주고 있는 것 같다.
……누구라도 좋으니, 빨리 페르디난드 님을 도와줘!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손을 내밀 수 없다. 그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훅……학……."
페르디난드가 가슴을 움켜쥔 채 얕고 짧은 호흡을 반복한다. 그런 가운데 구두소리가 울렸다. 그 순간, 페르디난드가 튕기듯 움찔 하고 가슴을 움켜쥔 채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킨다. 어떻게든 앉아있는 자세는 취할 수 있었지만, 호흡은 거칠고, 땀에 젖어 이마에 들러붙은 머리카락마져 떨쳐낼 기력이 없어보인다.
페르디난드의 상태를 신경쓰며 돌아보자, 디트린데가 길게 늘어뜨린 은의 망토를 걸치고 따각 따각 구두소리를 내며 느긋하게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명백히 상태가 좋지 않은 페르디난드가 있는데도, 그런 것 따위는 마치 눈에 띄지 않는 듯한 한가로운 태도다. 적어도 걱정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는 디트린데의 모습에 엄청나게 꺼림칙한 예감이 들었다. 예감이랄까, 묘한 확신이랄까, 디트린데가 페르디난드를 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찬다.
……이쪽으로 오지 마. 페르디난드 님에게 가까이 가지 마!
나는 페르디난드를 감싸기 위해 디트린데의 앞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전혀 의미가 없었다. 디트린데는 부딪치지도 않고 부드럽게 나를 통과한다. 자신이 이 자리에 없다는 것만을 절감했을 뿐이다.
"이상하네요. 즉사에 마석화하는 독이라고 레온지오 님이 말씀하셨는데, 아직 살아계시다니……. 이러면 저로서는 가지고 나갈 수 없지 않습니까."
디트린데는 주저앉은 자세의 페르디난드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심록의 눈에는 페르디난드를 업신여기는 기색이 뚜렷이 떠올라 있었다.
……지금, 뭐라고?
"레티시아의 독을 받기는 한 걸까? 약해진 것 같긴 하니 직격을 피한 것일까? 아니면 사전에 해독제를 먹었으려나? 페르디난드 님을 중독시킨 것은 레티시아고, 저는 마석이 된 페르디난드 님을 발견할 예정이었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았으니 어쩌죠?"
디트린데는 "레티시아에게 시킬 때까지는 잘 됐었는데, 곤란하네요" 라며 뺨에 손을 얹고 우아하게 고개를 기울인다.
"란체나베의 마석은 란체나베로 돌려주겠다고 레온지오님과 약속했습니다만……."
란체나베의 마석. 디트린데의 시선과 말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페르디난드를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 그리고 나는 레온지오라는 인물이 란체나베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기, 페르디난드 님. 당신, 원래는 세례식 전에 마석이 되어 란체나베로 돌려줄 불량품이었다지요? 아달지자의 열매였던가요? 어머니로부터도 마석으로밖에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신세죠?"
디트린데는 명백히 이겨서 우쭐해진 얼굴로 페르디난드를 내려다보고 있다. 페르디난드는 고통스러운 호흡을 필사적으로 감추며 애써 평정을 가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무엇보다 알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흙발로 짓밟히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 분이 차기 첸트인 제 약혼자라니 부끄럽지 않습니까. 그러니 페르디난드 님은 성결식 전에 없어져 주었으면 합니다. 어머님도 상관 없다시며 레티시아의 유도를 거들어 주셨습니다만……."
영문을 모르겠다. 아렌스바흐에는 영주 후보생이 없다. 왕명으로 아렌스바흐를 지탱하기 위해 페르디난드는 약에 쪄들어가며 분투했을 것이다. 그런데 페르디난드를 잃으면 앞으로 아렌스바흐는 어떻게 할 생각인 걸까.
"그대는……차기 첸트는 될 수 없다."
신음같은 페르디난드의 말을 디트린데는 일소에 부쳤다.
"페르디난드 님은 모르시겠지만,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소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레온지오님은 알고 계신걸요. 전, 레온지오 님과 함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첸트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레온지오 님을 국서로 맞을 것입니다. 아무리 사랑받고 있어도 당신과는 함께할 수 없습니다."
디트린데는 희망찬 미소를 띄우며 웃는다. 치켜올라간 붉은 입술이 기괴하게 보였다.
"그대는 초석을 물들인 아우브이며……첸트로는."
"후훗, 제가 아니랍니다. 언니1가 초석을 물들였지요. 그러니, 지금 아우브·아렌스바흐는 언니인 것입니다."
디트린데는 "차기 첸트인 제가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물들일 리가 없잖아요" 라며 페르디난드를 비웃듯 입가에 손을 대고 쿡쿡 웃었다.
"제가 첸트가 되면 현 첸트의 왕명을 물리고 형부2님을 영주 후보생으로 되돌릴 수도 있는 걸요. 아울러 숙부님들도 영주 후보생으로 되돌릴 수 있고, 후계자로는 베네딕타3도 있습니다. 아렌스바흐의 미래는 굳건합니다."
디트린데가 말하는 미래도 안에 페르디난드는 물론 레티시아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분명 레티시아도 위험한 것이다. 어떻게 유도한 건지는 모르지만, 페르디난드를 중독시킨 실행범으로서 취급될 것이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
"어머님도 출발 준비를 하고 계시고요. 에렌페스트같은 촌구석을 손에 넣고 싶은 마음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쟀든 당신이 없는 편이 하기 쉽다고 하네요. 지금은 제 올도난츠를 기다리고 계신답니다."
페르디난드가 죽었다는 보고를 기다리고 있는 게오르기네에게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 란체나베의 독을 사용하고, 레티시아를 유도해 페르디난드를 중독시키고, 디트린데에게 생사 확인을 시킨다. 자신의 손을 전혀 더럽히지 않는 방식은 귀족으로서 우수한 걸지도 모르지만, 분노밖에 떠오르지 않는 방식이다.
"어머님에게 레티시아가 당신을 마석으로 만드는 것을 실패했다고 전하면 분명 몹시 꾸중을 듣겠죠. 이대로 내버려둬도 죽을 것 같지 않은걸요."
그러면서 디트린데는 허리로 손을 가져가 뭔가의 봉투를 꺼낸다. 디트린데의 시선에서 벗어난 순간, 페르디난드는 꾸욱 이를 악물고 신음하며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는 마술도구 마석을 몇 개인가 던지며 슈타프를 잡았다.
"꺅!?"
폭발음이 난다. 페르디난드 자신도 충격을 받는 와중에 디트린데의 비명이 울린다. 하지만 마력에 의한 공격은 전부 은의 천에 의해 튕겨나갔다. 약간의 충격은 받은 것 같지만, 디트린데에게 이렇다 할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하이스힛체와의 딧타 때는 형세를 역전시켰던 마술도구도, 은의 천 앞에서는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 같았다.
"……듣지 않는가."
"이런! 어쩜 이리도 흉포한 걸까요."
분개한 디트린데가 허리에 차고 있던 주머니에서 사탕을 하나 꺼내서 입에 넣는다. 레티시아에게서 빼앗은 란체나베의 과자인 것 같다. 디트린데는 그것을 맛보며 다른 봉투의 가루를 페르디난드에 던진다.
……멈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페르디난드는 몸을 비틀며 직격을 피했지만, 바닥에 떨어진 가루가 두둥실 떠오르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이내 페르디난드의 자세가 허물어진다. 디트린데 앞에 앉아있지도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진다. 가슴께를 움켜잡고 있던 손에서도 힘이 빠져나가며 추욱 늘어진다. 금색의 눈동자만은 아직 디트린데를 노려보고 있지만, 입술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즉사의 독은 효과가 나빴던 것 같은데, 이 약은 잘 듣네요. 신기해라."
그러면서 디트린데는 슈타프를 봉하는 범죄자용 수갑을 꺼냈다. 하지만 그것을 채우기 위해 축 늘어진 페르디난드의 손목을 건드리자, 파칭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디트린데의 손끝이 무지갯빛에 의해 튕겨나갔다.
"꺅!?"
디트린데는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손을 쳐다보다가, 째릿 페르디난드를 노려보며 은의 망토로 마력을 막으며 수갑을 채웠다. 마석같은 돌의 고리가 양쪽 손목에 채워져,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이제 몸의 자유가 돌아오더라도 모두의 위험은 안 되겠죠."
코웃음과 함께 디트린데는 그렇게 말하고, 페르디난드의 손을 조금 잡아끌어 공급의 마법진 위에 올렸다.
"저처럼 연약한 여성이 페르디난드 님을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이대로 여기서 마력이 고갈될 때까지 초석에 마력을 쏟고 계시지요. 아우브가 된 언니도 분명 기뻐하시겠죠."
디트린데는 마법진의 중심으로 가서 몸을 굽혀 마법진에 마력을 흘린다. 공급의 마법진이 기동한다. 이제 스스로 손을 뗄 때까지 마력이 마법진으로 계속 흘러가게 된다.
"마력이 고갈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그 때까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만……."
큰 일을 해낸 것처럼 상쾌한 얼굴로 디트린데가 나간다.
디트린데가 없어도 마법진은 멈추지 않는다. 페르디난드의 마력을 빨아들이며 작동을 계속한다. 내가 페르디난드에게 준 부적에서 마력이 흘러나가는 것을 느꼈다. 조금씩 페르디난드를 감싸고 있던 무지갯빛이 엷어져 간다.
계속 디트린데를 노려보고 있던 페르디난드의 엷은 금색의 눈동자에서 스윽 하고 감정이 사라진다. 분노도 증오도 없이, 모든 것을 체념한 듯이 눈이 감긴다.
그와 동시에 나의 시계는 영주 일족의 회의장으로 돌아왔다.
"……거기서 포기하지 마세요!"
"로제마인, 왜 그러는가!? 무지갯빛으로 빛나더니 전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다들 나의 주위에 모여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페르디난드를 구하러 가는 것이 중요하다.
"양부님, 페르디난드 님이! 페르디난드 님이 아렌스바흐에서 독에 중독되어 쓰러졌습니다. 게오르기네님이 조종하고, 중독되고, 디트린데님이 가루를 화악 하고 뿌리자 쓰러지고……."
떠오르는 대로 말하면서도 몸은 페르디난드를 구하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대로 문으로 걸어가려 했지만, 모두에게 둘러싸인 채 양부님에게 팔을 잡혀 움직일 수 없다.
"놔주세요, 양부님!"
"침착해라! 그 설명으로는 전혀 모르겠다. 뭐가 어떻게 되어서 페르디난드가 중독된 것인가? 어떻게 도울 것인지 수단은 있는 건가!?"
의자에 앉도록 어깨를 눌러와 나는 반 강제적으로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 사이에 잇달아 질문을 받아 내가 본 광경을 설명한다. 양부님만이 아니다. 양모님과 형제들, 할아버님도 질문해온다. 하지만 협력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빨리 구하러 가고 싶은 기분을 억누르며 설명했다.
"즉, 조만간 게오르기네가 온다는 것인가. 대책을 서둘러야겠군."
"할아버님!? 지금은 게오르기네 님이 아니라 페르디난드 님의……."
"타령의 공급의 제단에서 중독되어 빈사상태에 빠진 페르디난드를 도울 수는 없다. 포기해라, 로제마인.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이 우선해야 할 것은 에렌페스트의 초석을 지키는 것이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할아버지는 엄격한 파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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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스바흐의 공급의 제단에서 쓰러진 페르디난드.
구하러 가려는 로제마인.
그것을 막는 보니파티우스.
다음은 유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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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더... 더워.... 왜 또 갑자기....
크윽... 일해라 역자핫산!!
알스테데(Alstede).
디트린데의 언니이며, 정변으로 인해 상급귀족으로 강등된 블라지우스(Blasius)에게 시집갔다.
블라지우스의 아버지는 전 아우브 아렌스바흐. 즉, 디트린데와 아버지가 같으며, 어머니(전 아우브 아렌스바흐의 둘째 부인)는 아우브 베르케슈토크의 연좌(여동생)로 인해 처형되었다.
브라지우스(ブラージウス, Blasius).
베네딕타(ベネディクタ, Benedikta).
알스테데와 브라지우스의 딸이며 아직 세례식을 받지 않았다.
책벌레의 하극상 ss 36화. - 평온의 마지막 전편 - (5부 127화 -레티시아 시점)
레티시아 시점 평온의 마지막 전편
제595화 전후의 레티시아 시점입니다.
전편은 모르겠지만 후편은 무겁고 괴로운 이야기가 됩니다.서투른 분은 주의해 주십시오.
「경계문의 기사로부터 연락이 있었습니다, 레티시아님. 란체나베가 개문을 바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아직 봄도 되지 않았잖습니까」
저는 본관으로부터 돌아온 로스비타의 이야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해 버렸습니다. 란체나베가 오는 것은, 매년봄의 반으로부터 끝나갈 무렵에 행해지는 영주 회의의 뒤로 정해져 있습니다. 지금은 영지 대항전이나 졸업식을 위해서 디트린데님이나 페르디난드님이 귀족원에 가고 있는 겨울의 마지막이기 때문에, 란체나베의 도착은 계절 하나분 빠릅니다. 어떻게 보아도 너무 빠르겠지요.
「영주 회의 전에 왕족에 직접 담판하고 지난해 결정을 변경했으면 좋겠다고 원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디트린데님이 귀족원에 계시기 때문에, 경계문을 여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물러가도록 슈트랄이 대응한다고 해요」
슈트랄은 디트린데님에게 파면되어, 페르디난드님 측근으로 호위기사가 된 전 기사 단장입니다.
저와 함께 로스비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페아젤이 「괜찮아요」라고 미소지었습니다. 페아젤은 슈트랄의 딸로, 나의 근시 견습입니다.
「기사 단장에서 파면되었다고는 해도, 아버님은 아직 기사단 안에서 얼굴이 알려져 잘 통하므로 맡겨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레티시아님」
페아젤의 믿음직한 말에 수긍했습니다. 슈트랄는 할아버지이자, 양부였던 선대의 아우브가 만년 가장 신뢰하고 있던 기사로, 매우 기댈만한 보람이 있습니다. 반드시 능숙하게 란체나베의 사자에 대응해 주겠지요.
페르디난드님들이 귀족원으로 향하고 있는 동안, 본관는 게오르기네님이나 브라지우스님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사정도 있고, 저는 페르디난드님이 돌아올 때까지 북의 별채에서 나오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란체나베의 사자에의 대응은 슈트랄들에게 맡길 수 밖에 없습니다.
슈트랄를 비롯해 페르디난드님의 지시로 집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란체나베를 되돌려 보내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만, 디트린데파의 귀족들은 「아우브가 부재때에 제멋대로인 흉내는 허락하지 않다」라고 란체나베에의 대응을 묻기 위해서 귀족원에 연락을 넣은 것 같습니다.
「디트린데님은 예정을 앞당겨서 귀족원으로부터 돌아오고, 조금 전 경계문을 열었다고 해요, 공주님」
본관으로부터 돌아온 로스비타가 곤란한 것처럼 그렇게 말했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은 함께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라이문트의 연구를 위해서 은사의 연구실을 방문하고 있는 동안의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디트린데님을 제지할 분은 아무도 없었겠지요?」
나의 말에 로스비타가 방법 없다는 것 같은 얼굴로 수긍합니다.
「아무리 페르디난드님이 약혼자라도, 아직 타령의 사람이고, 아무리 우수해서 귀족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해도 페르디난드님은 아우브가 아닙니다. 경계문을 개폐할 수 있는 것은 초석을 물들인 사람만으로 되어있습니다. 개폐는 디트린데님의 의지 하나로 어떻게라도 되는 거에요.……오히려, 모친인 게오르기네님이 좀 더 제대로 디트린데님을 멈추어 주시면, 이라고 생각하게되는군요」
로스비타의 이야기에 의하면, 게오르기네님은 「당신이 아우브인거야」라고 하는 것만으로, 디트린데님에게 별로 상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게오르기네님은 제3부인이신 시간이 길고, 제1부인이 되고나서도 아우브의 일에 참견은 하고 계시지 않았기 때문에. 아우브로서의 세상소문에 관해서는 주의해도, 영지 경영의 방침에는 참견하지 않는다고 할 방침이겠지요」
영지내의 중요한 결정은 아우브의 일로, 정해진 것을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보좌하는 것이 아우브의 부인의 역할이라고 하고 계신 게오르기네님은, 디트린데님이 아우브로서 결정한 것이라면 그대로 진행한다고 하는 입장을 취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 충고하는 분이 페르디난드님밖에 안 계시것은 곤란하군요.
에이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이라고 하는 지금의 입장의 상태로는 부자유스러운 일들도 많을까요, 빨리 성결의 의식을 실시해 아렌스바하에 있어서의 페르디난드님의 입장을 확실한 것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디트린데님은 자신의 결정을 뒤집으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우브가 경계문을 열어 부른 사람을 기사단이 마음대로 거부할 수 없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이나 슈트랄는 반대했습니다만, 결국, 봄이 오는 것보다 빨리 란체나베의 관은 열려 은빛의 배가 항구에 줄지어 섰습니다.
란체나베로부터 왕족에게 주는 공물이 많이 있는 것 같고, 마차를 몇대나 사용해 관에 짐이 옮겨지고 있다고 측근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디트린데님에게의 선물이 많이 있어, 공적으로 인사를 한 레온지오님이 단 미소를 지어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쪽은 레티시아님이.작년의 선물을 마음에 들어 주신 것 같기 때문에……」
레온지오님은 나에게도 선물을 주셨습니다. 작년과 같은 반짝반짝이는 꽃잎이 찬 은의 통과 단 과자입니다. 로제마인님에게 받은 과자가 떨어져버렸으므로, 나는 레온지오님의 과자를 매우 기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어, 레온지오님. 이번이야말로는 첸트가 란체나베의 생각을 알아주셔야 할텐데요」
「디트린데님의 배려는 정말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생각이 통하는 레온지오님에게 의지하게 된 디트린데님은 왕족과 란체나베의 면회를 성사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그런 디트린데님에게 휘둘리듯이, 페르디난드님은 여러가지 조정을 해야 한다고 바쁜 것 같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기원식에 대해였습니다. 올해도 페르디난드님은 저희들을 동반해 영지내를 돌 예정으로 하고 있었습니다만, 디트린데님에게 초대된 란체나베의 사자들이 성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현재상태에서, 성을 부재중으로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하나의 제안을 한 것은 게오르기네님 이었습니다.
「페르디난드님, 그처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봄의 처음에 기베들에게 소성배를 가지고 자신들의 토지에 돌려 보내면 어떻습니까? 귀족에게 제사를 실시하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요? 소성배를 옮기는 일을 기베에 맡겨 직할지에 청색 신관을 향하게 하면 올해의 수확량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아닙니까?」
다른 귀족들이 게오르기네님의 안을 지지하는 중, 페르디난드님만은 반대했다고 합니다.
「소성배의 관리는 신전장의 관할로, 소성배를 옮기는 것은 청색 신관의 일입니다. 소성배는 신을 시중들 것을 맹세한 신관이 운반해, 토지의 풍요와 묶는 것으로, 기베에 갖게하는 물건이 아닙니다」
「어머, 작년은 영주 일족이 기원식을 실시하지 않았습니까. 페르디난드님은 대단히 앞뒤가 꽉 막히셨군요. 신관에게 갖게해서 옮기게 하는 것보다도, 기베에 맡기는 것이 확실히 그 토지에 닿겠지요.신관보다 기베가 마력량도 많으며……」
게오르기네님의 제안에 찬동한 디트린데님의 명령으로 소성배는 기베에 가지고 돌아가게 하게 되어, 기베들은 봄이 되자 마자, 마치 쫓아버려지듯이 성으로부터 나갔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은 대단히 소성배를 기베에 맡기는 것에 반대하고 계셨다고 들었습니다만, 무엇인가 중대한 이유가 있습니까?」
「소성배도 제사에 사용되는 신구의 하나입니다. 사용 방법을 아는 사람은 적다고 생각됩니다만, 악용도 가능하게 됩니다」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악용인가, 라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것이 좋기 때문에, 페르디난드님은 너무 강하게는 말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은 소성배의 취급 만이 아니고, 왕족과 란체나베의 사자의 면회의 장소를 준비하는 것도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디트린데님은 자신의 의사를 관철했습니다.「아우브의 결정인거야」라고 해져 「당신의 일은 나의 보좌일 뿐, 아렌스바하가 나아갈 방향의 결정은 아닙니다」라고 해지면, 아직도 타령의 영주 후보생인 페르디난드님에게는 그 이상의 간섭이 어려운 것이라고 합니다.
우선은, 아우브?아렌스밧하인 디트린데님이 첸트와 면회를 해, 그 때에 란체나베의 사정을 설명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하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디트린데님은 자신과의 면회때에 레온지오님을 동행시킨다고 우기고 있었습니다만, 그러면 면회 의뢰가 수리되지 않기 때문에, 페르디난드님이 말하는 대로 하게 되었습니다.
란체나베의 사자들과 생각나는 대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디트린데님의 보좌를 하기 위해서 페르디난드님이 바빠져, 나의 교육시간은 덜컥 줄어 들었습니다. 그 대신에 과제는 많이 증가해 슬퍼집니다.
게다가, 로제마인님의 과자도 없어졌고, 쭉 혼자서 방에 틀어박이고 과제를 해내는 것은 조금 괴롭습니다. 한 번 란체나베의 관에 초대를 받았습니다만, 그 다음은 란체나베와 별로 관여하지 말라고 페르디난드님에게 듣게되어서 방에서 나갈 기회가 정말 적어 버렸습니다.
「 구베르케슈특크의 기베들의 기원식이 제대로 행해질까 확인하기 위해서 게오르기네님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요」
로스비타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나는 약간 싫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나, 실은 기원식으로 밖에 나갈 수 있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란체나베의 사람이 디트린데님과 행동하는 모습이 성의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게 되어, 그것이 익숙한 것이 되어버린 어느 날입니다.
로스비타의 행방이 돌연 모르게 되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페르디난드님의 측근인 젤기우스가 있는 곳에 새로운 과제의 첨삭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본관에 간 후, 좀처럼 돌아오지 않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이 바빠서, 이야기의 시간을 잡히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젤기우스와 이야기가 활기를 띠고 있는지도 몰라요」
자신의 측근들에게 달래지며, 로스비타가 없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하면서, 나는 그 밤에는 잤습니다.
아침에 일어 나도 로스비타의 모습은 없습니다. 우선은 자신의 측근들에게 부탁해 찾아보았습니다만, 어디에서도 로스비타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합니다. 젤기우스와 이야기한 후, 주방에서 나의 다음날의 식사에 대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을 허드레일들이 목격하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은 아무도 로스비타의 모습을 보지못한 것 같습니다. 호흡이 괴로워지는 불안 속에서, 나는 똑같이 걱정스러운 듯이 하고 있는 페아젤에 부탁합니다.
「또 하루가 지나려 하고 있습니다. 페아젤, 로스비타를 찾기 위해서 본관에 나가고 싶기 때문에 페르디난드님에게 면회 의뢰를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페르디난드님에게 면회 예약을 넣었습니다만, 지정된 면회의 날은 너무 멀었습니다. 나는 당장이라도 로스비타를 찾고 싶습니다. 나의 필두근시로서 드레바히르부터 함께 아렌스밧하로 온 측근이므로, 행방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몹시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이 바빠도, 젤기우스와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모친의 행방을 아들에게 묻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페르디난드님이 바빠도 고려해 주실지도 모릅니다」
페아젤와 상담을 하고, 나는 로스비타의 아들인 젤기우스에게 면회를 의뢰합니다. 젤기우스가 그 날 보내진 것으로부터, 매우 다망한 안에서도 페르디난드님이 저를 걱정해 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젤기우스, 로스비타의 행방을 모르게 되었습니다. 로스비타를 찾고 싶습니다. 저,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본관에 그다지 나오지 않도록 들었으니까」
나는 젤기우스에게 로스비타의 행방 불명을 설명해, 페르디난드님에게 로스비타를 찾는 것을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하기로 했습니다.
「알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잡히지 않는지, 페르디난드님에게 상담해 보겠습니다.……그렇지만, 정말로 어디에 있는 걸까요.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날 밤, 「내일 오후, 마력공급 동안에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주신다고 합니다」라고 하는 올도난츠가 젤기우스로부터 페아젤에 닿았습니다. 일단 페르디난드님이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에 안도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가장 신뢰하고 있는 로스비타가 없는 것은 매우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틀이나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넘어져 있거나, 무언가에 말려 들어가 있거나 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로스비타 아무쪼록 무사하게…….
로스비타가 도움을 청하고 있는 꿈을 꾸고 벌떡 일어나다, 잘 잠들지 못한 채 아침이 되었습니다. 걱정스러운 듯이 상태를 보러 와 준 근시는, 역시 로스비타가 아닙니다. 차가운 땀이 멈추지 않습니다.
머리가 조금 멍하고, 피로가 풀리지 않은 듯한 기분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전의 과제를 마주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열중할 수 없었습니다. 4의 종이 우는 것을 조마조마 기다리면서, 정해져 있던 과제를 어떻게든 해냈을 때에는 벌써 점심이 되어 있었습니다.
페아젤에 「좀 더 차분하게 먹어주십시오」라고 주의받으면서 점심 식사를 끝내자, 나는 다시 안절부절
못하게 되었습니다. 근시들이 교대로 불하받은 점심식사를 끝내는 것을 초조한 기분으로 기다립니다.
「서두르세요, 페아젤」
「레티시아님, 그처럼 서둘러도 페르디난드님이 계시지 않으면 공급의 제단에는 들어갈 수 없어요」
마력 공급을 실시할 때, 입구가 있는 아우브의 집무실에 넣는 것은, 측근안에서도 아우브와 혈연 관계에 있는 상급 귀족만이라고 정해져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오늘의 동행은 상급 귀족 뿐입니다.
「어머, 레티시아.지금부터 공급일까?」
아우브의 집무실로 향하는 도중에, 레온지오님과 디트린데님이 함께 계시는 것을 만났습니다. 본관의 2층에 있는 홀에서 차를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여기서 점심 식사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큰 발코니에 연결되는 이 홀은 거리의 모습이나 바다를 일망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자기 방에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고 남의 눈이 있는 곳에서 차를 마시는 것으로 꺼림칙한 관계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걸까요.
디트린데님에게 말을 받고 인사도 하지 않고, 통과할 수 없습니다. 나는 두 명에게 인사를 하고, 레온지오님에게 선물의 과자의 감상을 말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레티시아님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어 매우 기쁩니다. 생각에 잠긴 얼굴을 하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만 뭔가 고민이라도 있으신지요? 단것을 먹으면 고민은 사라집니다.」
달콤한 미소를 띄우면서 레온지오님이 그렇게 말씀하시고, 디트린데님과 함께 먹고 있던 과자를 내밀었습니다. 선물로부터 받은 것과 같고 마석과 같이 투명한 과자입니다. 지금까지 몇번이나 받고 있고, 두 명이 드시고 있는데 여기서 거절하는 것도 모가 나겠지요.
로스비타에 대할 걱정이 얼굴에 나와 있던 것을 부끄러워하면서, 나는 답례를 말하고 과자를 먹었습니다. 근시 견습인 페아젤가 만약을 위해 독검사를 위해 먼저 입에 하나를 넣고 난 후, 저는 그 자리에서 하나를 입에 넣었습니다. 선물로 받은 과자와 같은 맛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입에 넣고 있으면 중심부에 약간 쓴 맛이 있었습니다.
「모처럼이기 때문에, 그 사랑스러운 얼굴을 흐리게 하는 고민을 물어도 될까요? 누군가에게 상담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풀리기도 해요」
상담만으로 기분이 풀리는 고민이 아닙니다. 게다가, 가만히 나를 보고 있는 디트린데님의 심록의 눈동자가 신경이 쓰여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언제나 곧바로 회화로 나누어 들어 오는데, 무언으로 보고 있을 뿐이라고 하는 것이 왠지 기분 나쁘게 생각됩니다.
「지금부터 페르디난드님에게 상담하므로 괜찮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레온지오님에게 인사를 하고 디트린데님에게 작별을 고했습니다. 너무 레온지오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나중에 디트린데님의 입담이 심해지므로 빨리 퇴석하고 싶습니다.
「레티시아님, 이것을 부디. 이것을 사용해 페르디난드님에게 상담해 보면 어떻습니까? 페르디난드님은 이쪽을 사용한다고 부탁을 들어 주는 것이라고 하셨겠지요?」
그렇게 말해 레온지오님이 은의통을 내밀었습니다.나는 무심코 눈을 깜박입니다. 이전에 이것으로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과제를 줄여 준 것을 이야기했습니다만, 란체나베의 관에 초대되었을 때에 주고 받은 아주 조금의 회화를 잘 기억하고 있는 것에 놀라 버렸습니다.
「송구합니다.기쁩니다」
나는 자신을 염려해 주시는 레온지오님의 마음이 기뻐서, 레온지오님이 보낸 은의통을 받았습니다.페아젤에 넘겨 주고, 그 자리를 물러났습니다.
……오늘도 이것을 사용해 부탁하면, 페르디난드님이 함께 로스비타를 찾아 줄지도 모릅니다.
희망을 찾아낸 나는 잔뜩 찌푸리고 있던 마음에 약간 빛이 비춘 것 같은 마음으로, 아우브의 집무실로 향했습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ss 37화. - 평온의 마지막 후편 - (5부 127화 -레티시아 시점)
레티시아 시점 평온의 마지막 후편
계속입니다.어둡고 무거운 이야기에 약한 분은 주의해 주십시오.
문의 앞에 페르디난드님의 측근인 에크하르트와 유스톡스의 두 명이 줄지어 있습니다.두 명은 에이렌페스트의 상급 귀족으로, 아우브?아렌스밧하와 혈연 관계에 있는 상급 귀족은 아니기 때문에, 비록 페르디난드님에게 가장 신뢰 받고 있는 측근이지만 마력 공급을 하고 있는 동안은 아우브의 집무실에 넣지 않습니다. 그 사이, 두 명은 언제나 이렇게 해 문의 앞에서 끝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우브의 집무실에 넣지 않는데, 페르디난드님은 두 명에게 자기 방에서의 대기를 명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페르디난드님도 조금 정도 두 명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을 생각하면서 집무실안에 들어오자, 젤기우스나 슈트랄과 같이 아렌스밧하에서 붙일 수 있었던 페르디난드님의 측근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이 방안에 있는 것은, 익숙한 페르디난드님의 측근과 자신의 측근만입니다. 디트린데님도 디트린데님의 측근도 없습니다. 둘러 봐 조금 마음이 놓여 버리는 것부터 생각해도, 나는 정말로 디트린데님에 약하다라고 생각합니다.
「슈트랄, 페르디난드님은 벌써 안에 계십니까?」
「네, 조금 전 들어가셨습니다. 레티시아님의 어린 몸에는 부담의 큰 마력 공급이라고 듣고 있습니다만, 건투를 기원하겠습니다」
슈트랄에 수긍해, 나는 페아젤에 「조금 전 받은 완구를 주세요」라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페아젤이 주저하며, 주위를 둘러 봅니다.
「레티시아님, 그것은 무엇일까요? 마력공급에 필요한 것입니까?」
비난하는 어조로 그렇게 말한 것은 젤기우스입니다. 나는 페아젤의 손으로부터 은의 통을 취하고 젤기우스에게 보이면서, 가능한 한 웃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페르디난드님에게 로스비타를 찾아 주기 위한 교섭 재료입니다.……아직, 로스비타는 살아 있을까요?」
「……이 본관의 어디엔가 있습니다. 올도난츠를 날려도 열쇠가 잠겨있는 얼마든지의 방을 빠져 나가는 탓으로 장소의 특정을 할 수 없습니다만, 생존만은 아직……」
로스비타로부터의 대답이 없어도 아직 올도난츠는 날아오릅니다. 그렇다면, 어디엔가 있는 로스비타를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북쪽 별채에서 멀어져로부터 나오는 것이 용서되고 있지 않고, 마음대로 열쇠를 꺼내 열 수 없습니다. 디트린데님에게 열쇠를 빌릴 수 있는 것은, 게오르기네님이나 페르디난드님 밖에 없습니다.
「게오르기네님이 안계신 지금, 페르디난드님에게 부탁 할 수 밖에 없겠죠? 이것으로 거래를 실시합니다. 나, 이것을 교섭 재료로 했을 때 밖에 페르디난드님에게의 흥정에 성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완구는 꽤 흥미로운 구조였다고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듣고 있습니다」
젤기우스는 「어머님을 위해서 애써주고 기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양팔을 교차하며 무릎 꿇습니다만, 나는 거절하고 젤기우스에 일어서도록 손짓을 했습니다.
「답례 등 필요 없습니다. 제가 로스비타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측근들에게 배웅받으며 나는 은의통을 가지고 공급의 제단에 들어갔습니다. 공급의 제단에는 페르디난드님이 제가 취급할 마석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의 발소리를 깨달은 것처럼 되돌아 봐, 「레티시아님, 시작합시다」라고 마석을 내밀었습니다.
「마력공급 전에 부탁이 있습니다, 페르디난드님. 이것과 교환으로 로스비타를 찾는 것을 도움받고 싶습니다」
저는 페르디난드님에게 은의 통을 내밀며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님은 그것을 한동안 내려다 보다가, 조용하게 거절했습니다.
「그것의 조사는 끝났습니다. 나에게는 더이상 필요 없습니다. 거기에……로스비타는 단념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네?
은의통이 필요없다고 들었던 것에도 놀랐습니다만, 로스비타를 단념하라고 들었던 것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로스비타는 나에게 있어서 가족과 다름없고, 페르디난드님에게 있어서의 로제마인님과 같은 정도로 소중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간단하게 단념하라고 말해진다는 것은, 요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페르디난드님…….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나, 잘 들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페르디난드님을 응시했습니다. 무엇인가의 실수 이었으면 하면 바랐습니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님은 진지한 얼굴로 반복했습니다. 은의통은 필요없고, 로스비타는 단념해라, 라고.
「……그런…….그러한 일은 할 수 없습니다. 부탁합니다, 페르디난드님! 로스비타를 함께 찾아주십시오. 올도난츠는 아직 닿습니다. 로스비타는 본관의 어디엔가 있습니다. 이대로 단념하다니 저…. 로스비타는 젤기우스의 모친입니다. 부탁이니까……」
페르디난드님에게와는 로스비타는 측근의 가족이기도 합니다.
「열쇠가 잠겨 있는 방이 모여 있는 근처에 올도난츠가 뛰어들어, 정확한 장소는 확정하고 있지 않다, 라고 젤기우스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유감스럽지만, 나에게는 열쇠를 여는 권한이 없습니다.게다가, 열쇠를 열 수 있는 인물이 로스비타에 위해를 주는 것을 선택한 이상, 로스비타를 구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떠한 함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
더 이상, 주위에 피해를 넓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로스비타는 단념하도록, 라고 페르디난드님은 서늘하고 무표정하게 말했습니다. 로스비타를 돕고 싶다. 로스비타를 단념하고 싶지 않다. 그런 저의 기분을 정면으로부터 무시당하고 눈앞이 깜깜하게 됩니다.
……로스비타!
힘들게 눈감고 힘들게 이를 악물자, 레온지오님에게 받은 단 과자의 맛이 입속에게는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그 맛과 함께 「이것을 사용해 페르디난드님에게 상담해 보면 어떻습니까?」라고 말씀하신 말이 떠오릅니다.
……이것을 사용해 상담하면……?
레온지오님의 소리가 몇번이나 몇번이나 머릿속에서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은 이것을사용하면 부탁을 들어 준다……? 아, 그랬습니다. 사용하지 않으면 부탁을 들어주지 않더군요.
멍한 기분으로 나는 은의 통을 잡고, 페르디난드님을 올려보았습니다. 서늘한 미모로 조용하게 이쪽을 내려다 보고 있던 페르디난드님이 마석을 나에게 내밀었습니다.
「레티시아님이 진정된 것이라면 마법의 공급을 시작합시다.그것은 필요 없으니, 저쪽에 놔둡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에게 마석을 건네주며, 대신에 은의 통을 취하려고 했습니다. 안됩니다.이것을 놓치면, 페르디난드님은 부탁을 들어 주지 않아서 로스비타를 도울 수 없게 되어 버립니다. 나는 서둘러 끈을 당겼습니다.
「부탁입니다, 페르디난드님. 로스비타를 돕기 위해서 도와 주십시오!」
은의 통으로부터 뛰쳐나온 것은 익숙한 꽃잎이나 반짝반짝도 아닙니다. 흰 가루와 같은 것이 안개처럼 퍼집니다.
……무엇입니까, 이것은?
공기에 섞이듯이 춤추어 지는 흰 가루를 바라보고 있자, 얼굴을 찡그리며 망토로 입가를 가린 페르디난드님이, 「들이 마시지 말아라!」라고 저를 냅다 밀쳤습니다.
「꺄!」
너무 돌연한 난폭한 행동에, 제가 뒤로 날아가고 엉덩방아를 찧은 순간, 페르디난드님의 가슴 팍으로, 의상안에 있는 무엇인가가 돌연 강한 빛을 발사했습니다.
「로제마인」
……네?
아픔을 잊고 제가 무지개색 빛을 보는 것과 페르디난드님이 괴로운 듯하게 얼굴을 비뚤어지게 하고 빛을 발사하고 있는 가슴 팍을 누르면서 로제마인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거의 동시였습니다. 왜 여기서 로제마인님의 이름이 나왔는지 모릅니다.그렇지만, 페르디난드님이 로제마인님의 이름을 부르자, 가슴 팍의 빛이 양을 늘려 무지개색 기둥과 같이 솟아오릅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페르디난드님을 무지개색 빛에 싸면서, 공급의 제단 전체에 그 빛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망연하고 있던 나도 빛에 싸입니다. 그러자, 왜일까 갑자기 시야가 개인 것처럼 머리가 상쾌해졌습니다.
「페르디난드님!」
로스비타를 도우면 좋겠다고 부탁하자, 페르디난드님이 신음하며, 냅다 밀쳐지고, 무지개색 빛의 기둥이 솟아올라, 머리가 시원해졌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릅니다. 단지, 몹시 페르디난드님이 괴로운 듯한 일만은 알았습니다.
「페르디난드님!」
기침하면서 무릎을 꿇은 페르디난드님에게 달려가자, 페르디난드님은 허리의 약통으로부터 무엇인가를 꺼내고 입에 물고, 금속제의 작은 상자을 꺼냈습니다. 상자를 든 손이 조금씩 떨고 있고, 이마에는 가득 땀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분명한 이상 사태라고 알면서도 어떡하면 좋을지 몰라서, 나는 도움을 줄 사람을 찾아 주위를 둘러봅니다.
「이것을, 유스톡스에……가서 전해라……」
기침하는 사이에, 중간중간 끊어지며 말이 나왔습니다. 이쪽을 보는 얇은 금빛의 눈동자에서는 전혀 여유가 없는 것이 전해져 옵니다.
「빨리」
페르디난드님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에게 전하면 무엇인가 상황을 알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쁜 호흡 속에서 재촉된 저는 상자를 받자 발길을 돌리고 달렸습니다.
……무엇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왜 페르디난드님이 괴로워하고 있지요? 그 무지개색 빛은 무엇인지요? 누군가 가르쳐주십시오!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영문을 몰라서 심장이 큰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공급의 제단에서 뛰쳐나왔습니다.
「레티시아님!」
「마력 공급은 끝나셨습니까!?」
마력 공급을 끝내기에는 아직 빠르다고 하는데, 혼자서 나온 나의 모습에 측근들이 놀라움에 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들에게 대답하는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져 나는 집무실의 문을 지키는 호위기사들에게 문을 열도록 명합니다.
「문을 열어주십시오. 급합니다.」
무릎이 떨려도 다리를 가능한 한 빨리 움직여 문을 열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가 이쪽을 뒤돌아 보았습니다. 나는 두 명의 얼굴을 보며 비교하고, 익숙함이 있는 유스톡스로 향해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맡은 상자를 내밉니다.
「페르디난드님이……가라, 고……」
휙 안색을 바꾼 두 명이 롱을 응시하고 유스톡스는 강탈하듯이 나의 손바닥으로부터 상자를 취했습니다.상자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유스톡스의 입술이 "페르디난드님"이라는 형태로 움직입니다. 다음 순간 푸른 눈을 뜬 채의 에크하르트가 상자에서 저에게 시선을 옮겼습니다.
「당신, 페르디난드님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했어?」
「히……」
보통 얼굴로 보이는데도 이상하게 빛나고 있는 푸른 눈과 조용한데 평상시보다 낮아지고 있는 목소리로부터도 에크하르트가 나를 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전해져 옵니다. 그저 일순간으로 살해당할 것 같은 압박감과 공포로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크게 몸을 흔들며, 에크하르트가 팔을 들었습니다.
「에크하르트, 레티시아님에게 무엇을 할 생각입니까!?」
「사정청취다. 영주일족 이외에 아무도 넣지 않는 공급의 제단에서 페르디난드님에게 무엇을 했는지, 추궁하지 않으면 안된다. 범인은 레티시아님 밖에 없지 않은가」
「레티시아님이 무엇을 했다고 말하는 것인가! 의미를 알 수 없다! 그대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나!」
에크하르트에 압도되어 겁을 먹고 있는 저를 감싸며, 호위기사들이 에크하르트에 무기를 향합니다. 에크하르트가 대항하듯이 슈타프를 낸 순간, 유스톡스가 에크하르트의 목을 잡아당기며 고함쳤습니다.
「사정청취보다 페르디난드님의 명령이 최우선이다, 에크하르트! 페르디난드님은 뭐라고 말씀하셨나!」
「……가라, 고」
「그렇다면, 가자」
핏기가 가신 창백한 얼굴이 되어 있는 유스톡스가 나와 아우브의 집무실을 일견하고는 뒤꿈치를 돌렸습니다. 이를 악문 에크하르트가 슈타프를 지우고 유스톡스를 뒤쫓습니다. 두 명은 「가라」라는 말만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같은 측근이면서도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은 것인지, 슈트랄와 젤기우스는 「도대체 어디에 갈 생각이야?」 「무슨 말이 있었던 것인가?」라며 얼굴을 맞댔습니다.
「젤기우스, 슈트랄. 그 두 명을 잡아 주세요. 레티시아님께 돌연 난폭한 행동을 한 의도를 물어,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어떠한 말씀을 듣고 있었는지 묻지 않으면……」
나의 호위기사의 말에 수긍한 슈트랄와 젤기우스가 유스톡스들을 뒤쫓아서 갑니다.
「레티시아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페르디난드님은 어떻게 하시고 계시지요?」
페아젤의 말에, 나는 입을 조금 열었습니다. 하지만, 뭐라고 말하면 좋은 것인지 모릅니다.「영주 일족 이외에 아무도 넣지 않는 공급의 제단에서 페르디난드님에게 무엇을 했는가」나 「범인은 레티시아님 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하는 에크하르트의 말이 머릿속에서 멤돌고 있습니다.
……제가 범인이라고요?
필사적으로 머리를 정리합니다. 로스비타를 돕고싶다고 부탁하기 위해서 은의통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페르디난드님이 돌연 괴로워하기 시작한 이유가 은빛의 통이라고 한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공급의 제단로부터 페르디난드님이 아직 나오지 않습니다. 나는 상태를 보기 위해서도 공급의 제단에 돌아가겠습니다.」
제가 아우브의 집무실에 들어갔더니, 복수의 발소리가 가까워져 왔습니다.
「심한 소동이 되어 있군요」
「디트린데님, 왜 이쪽에?」
「지금은 페르디난드님과 레티시아님이 마력 공급을 하고 있었으므로……」
나의 호위기사들은 디트린데님이 가까워지는 것을 막으려고 문의 앞에서, 나를 지키듯이 손으로 가리킵니다. 측근들에게 주위를 둘러싸여 나는 공급의 제단와 집무실의 문을 바라보았습니다. 도망갈 길이 있습니다.
「거짓말하신다. 페르디난드님의 측근이 당황한 모습으로 어딘가로 향했고, 레티시아도 거기에 있지 않았습니까」
디트린데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측근과 레온지오님과 은빛의 의상으로 몸을 감싼 란트나베의 사람들을 동반해 아우브의 집무실에 들어 왔습니다. 디트린데님의 근처에서 상쾌한 웃는 얼굴을 띄우고 있는 레온지오님의 손에는 그 은빛의 통이 있습니다.
「레티시아님, 페르디난드님에게 부탁했겠지요?」
레온지오님이 웃으면서 과시하듯이 손안에서 가지고 있는 은빛의 통을 본 순간, 나는 자신이 낚여진 것을 순간에 이해했습니다. 나에게는 효과가 없었지만, 페르디난드님이 괴로워한 원인이 그것이다, 라고.
「레온지오님, 당신은 무슨 짓을을……」
「디트린데님, 들은 대로입니다. 레티시아님이 페르디난드님을 해친 것 같습니다. 마석의 회수를 부탁해도 좋을까요?」
무슨 불길한 말을 하는지요. 제가 무심코 크게 뜨고 보는 중, 레온지오님은 디트린데님을 공급의 제단에 에스코트 합니다.
「디트린데님에게 마석의 회수를 부탁하는 것은 마음이 괴롭습니다만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우리 미래를 위해서……」
「아무튼, 레온지오님은 잔걱정이 많은 성격입니다. 나는 괜찮습니다. 레온지오님에게 받은 것도 있고, 차기 첸트이기 때문에.……당신들, 레티시아를 잡으세요. 왕명에 의해서 정해진 차기 아우브의 약혼자를 해친 죄로」
킥킥웃으면서 디트린데님은 마력공급의 제단에 등록의 돌을 끼우고 들어갑니다. 안으로는 제가 사용한 은의통의 탓으로 페르디난드님이 괴로워하고 있겠지요. 페르디난드님을 돕지 않으면, 이라고 나는 디트린데님을 뒤쫓으려고 했습니다.
「디트린데님의 명령이다.레티시아님을 잡아라!」
「제멋대로인 말을 하지 말아라! 레티시아님이 도대체 무엇을 했다고 말하는 것인가!」
호위기사들이 각각 무기를 내고, 란트나베의 사람들도 은빛의 무기를 내며 맞섭니다. 레온지오님이 미소지은 채로, 입을 열었습니다.
「왕명에 의해서 정해진 교육계인 페르디난드님이 너무나 엄격해서 불만을 품은 레티시아님은, 두 명만으로 될 수 있는 공급의 제단를 이용해 페르디난드님을 살해했습니다」
「다릅니다. 저는, 페르디난드님에게 불만같은 건……」
「레티시아님의 불만이나 불안을 란트나베의 관이나 다회에서 나는 몇번이나 들었습니다. 아무리 부탁해도 과제를 줄여도 주지 않는 것이다, 라고」
생긋이 미소지으면서 하는 레온지오님의 말에, 디트린데님의 측근들이 각자가 동의 했습니다. 나를 지키도듯이 꼭 껴안고 있는 페아젤도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 새파랗게 되어 있습니다.
「장난치지 말아라. 레티시아님이 도대체 어떻게 페르디난드님을 해친다는 것이냐?」
「레티시아님은 페르디난드님을 살해했습니다.……이렇게」
싱그러운 웃음을 띄운 채로, 레온지오님은 아우브의 집무실로 은빛의 통의 끈을 당겼습니다. 조금 전의 은의 통과 같이 흰 가루가 방안에 춤춥니다. 툭,툭! 같은 소리를 내며, 다수의 마석이 마루에 떨어져 굴렀습니다.
「히!」
그저 일순간으로, 아우브의 집무실에 남아 있는 것은 디트린데님의 측근들과 란트나베의 사람들, 그리고, 나와 페아젤만으로 되었습니다. 괴로워하고 있던 페르디난드님과는 완전히 다르다, 지나친 광경에 머리가 새하얗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떨어진 마석이 자신의 측근들이라고 알고 있는데, 머리가 이해하는 것을 거절하고 있는듯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마치 호흡의 방법을 잊은 것처럼 숨이 막혀, 귀의 안쪽에서 킨하고 높은 소리가 울고 있습니다.
「레온지오님도 참 나에게 거짓말을 하시다니 심한 분……. 페르디난드님은 마석이 되어 있지 않았어요. 아직 마석이 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디트린데님이 공급의 제단로부터 나오며, 뺨에 손을 대고 살그머니 숨을 내쉬었습니다. 레온지오님은 「이런?」라고 불가사의 그렇게 눈을 깜박이며, 자세하게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만, 디트린데님은 가볍게 손을 들어 레온지오님의 말을 차단했습니다.
나의 측근들의 마석이 얼마든지 널려 있는 방안, 그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은 듯한 평상시 그대로의 웃는 얼굴로 디트린데님이 나를 업신여기고 있습니다. 왜 그 붉은 입술은 웃는 얼굴의 형태가 되어 있는 것입니까.
「페, 페르디난드님은……」
덜덜 이가 떨이 말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런 나를 디트린데님은 즐거운 듯이 보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대가 직접 손을 대었겠지요?」라고 했습니다. 무릎으로부터 힘이 빠졌습니다. 서있을 수가 없어져 그자리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나는 그렇다고 알지도 못한 채, 페르디난드님에게 독을 향하여 살해해 버렸습니다.
「레티시아, 당신은 페르디난드님을 해친 것을 나에게 발견되어 처벌됩니다. 왕명에 의해서 정해진 차기 아우브의 약혼자를 살해했습니다. 당연하겠죠?」
연극조인 어조와 표정으로, 제가 페르디난드님에게 무엇을 했는지, 어떤 줄거리였는가를 가르쳐 줍니다. 나는 게오르기네님이 계획해, 디트린데님들이 실행한 줄거리대로 움직였다고 합니다.
「처형되어 당연한 죄입니다 하지만, 차기 첸트가 저의 자비로 생명만은 구해줍시다. 일생을 란체나베에서 보내세요. 괜찮아요, 레티시아. 외롭지는 않아요. 당신의 측근이나 측근들과 사이좋은 영애들도 함께 데려 가 주니까요. 두 번 다시 나의 앞에 얼굴을 보이지 않으면, 생명까지 빼앗는 것은 하지 않습니다.……, 데려가세요」
디트린데님이 손을 흔들자, 레온지오님을 수행하고 있던 란체나베의 사람들이 나와 페아젤를 잡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레티시아님, 도망쳐 주십시오!」
「페아젤!」
페아젤가 슈타프를 내어 저항합니다.하지만, 페아젤의 공격은 란트나베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슈타프의 검으로 찔렸음에도 불구하고,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손을 뻗어 옵니다.
겨우 두명뿐인 우리들에 비해서, 란체나베의 사람들은 10명 이상, 디트린데님의 호위기사들이 8명.도망가는 것조차 할 수 없습니다. 곧바로 잡혀 우리들은 단단히 묶였습니다.
「방해자가 없어졌고, 이것으로 간신히 구루트리스하이트를 얻으러 갈 수 있을 것 같네요. 계획대로입니다, 라고 어머님에게 연락하지 않으면……」
디트린데님이 노래하는 리듬으로 즐거운 듯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우브의 집무실을 나갑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 뒤를 따라 나갑니다. 나와 페아젤도 속박된 채로 방을 나갔습니다.
「레티시아님, 페아젤!」
유스톡스들을 뒤쫓고 있었음이 분명한 슈트랄와 젤기우스가 돌아왔습니다. 유스톡스들의 모습은 없습니다.
「두 명에게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디트린데님!」
슈트랄와 젤기우스가 곧바로 슈타프를 냈습니다. 두 명의 자세는 조금 전 마석으로 되어 버린 나의 측근들과 전부 같습니다.또 같은 것이 반복해지는 것을 알고, 등골이 떨렸습니다.
「안됩니다, 아버님!슈타프의 공격은 효과가 없습니다!」
「이 사람들은 사람을 일순간으로 마석으로 바꾸는 독을 사용합니다! 도망쳐! 모두를 지켜주세요!」
닥쳐, 라고 란트나베의 사람들에게 맞았습니다만, 전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슈트랄와 젤기우스는 즉석에서 몸을 돌려 떠나갔습니다.
」
「슈트랄를 이 장소에서 정리할 수 있으면 편했어요……. 지금부터는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는 게 좋아요, 레티시아. 그렇지 않으면, 슬퍼지는 일이 늘어나게 되어버려요」
디트린데님은 저를 불쌍히 여기는, 바보취급 하는 눈으로 보면서 본관을 걸어갑니다. 제가 깊이 들어갔던 적이 없는 근처로 향해, 디트린데님은 있는 문의 열쇠를 열었습니다. 무엇인가 입속에서 우물거리는 거 같은 소리가 들려 옵니다.
……열쇠가 잠겨 있는 문이 얼마든지 있는 근처?
주위를 둘러 보면, 평상시는 별로 사용되지 않은 듯한 열쇠가 붙은 문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싫은 예감이 가슴에 퍼지고, 무심코 문을 되돌아 봅니다. 그 때, 디트린데님과 레온지오님이 들어간 방으로부터 들리고 있던 소리가 딱 멈추었습니다. 근처가 갑작스런 장면이었기 때문에, 두근두근 자신의 심장이 날뛰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손발의 끝이 차가와졌습니다.
「레티시아는 로스비타를 찾으면 좋겠다고 페르디난드님에게 부탁했겠지요? 정말로 종자를 생각해주는 것같지만」
방으로부터 나온 디트린데님이 붉은 입술을 매달아 올려 그렇게 말했습니다. 창백해진 나의 발밑에, 레온지오님이 툭툭 소리를 내며 복잡한 색조의 마석을 떨어뜨립니다.
」
「로스비타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시끄러워서……도저히 란트나베에 데리고 갈 수 없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을 해칠 정도로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습니다. 함께 가고 싶을 것입니다? 란트나베는 로스비타도 환영해요, 레티시아님」
「아……아……」
목이 경직되고, 머릿속이 붉게 타는 듯이 느끼는 가운데 저는 이제 귀족 다움을 포장할 수 없었습니다.
「야 아!로스비타!」
나의 의식은 거기서 중단되었습니다.
레티시아가 구해지는 것은 본편으로.
꽤 길어졌기 때문에, 중편과 후편으로 하는지, 대단히 고민했습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28화. - 유혹 -
유혹
"포기하라……고요?"
할아버님의 말에 나는 피가 거꾸로 치솟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꾸욱 주먹을 쥔다.
"그렇다. 그대가 지켜야 할 것은 에렌페스트이다.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로 갈 때에도 그렇게 약속하지 않았는가."
확실히 약속했다. 바로 페르디난드와. 게다가 에렌페스트에는 아랫마을의 가족, 구텐베르크들, 신전의 모두도 있다. 모두 내가 지켜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도 지키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포기할 수 있을리가 없다.
"애초에 타령의 공급의 제단으로 어떻게 들어갈 생각인가? 아렌스바흐에 도착할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는 알고 있는가? 그때까지 페르디난드의 마력이 버틸 수 있는가? 구하러 가도 늦을 것이다. 그보다 공격해오리라 알고 있는 게오르기네를 상대할 대책을 짜야하지 않겠는가."
할아버님의 "포기해라" 의 이유를 들으며, 나는 최근 몸에서 떼지 않고 있는 아렌스바흐의 열쇠에 살며시 손가락을 얹었다. 게오르기네와 같은 수단을 사용하면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얻을 수 있다.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즉, 늦지 않는다면 도우러 가도 되는 건가요?"
나는 할아버님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 마력이 전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위의 모두가 숨을 삼킨다. "빈 마석이……" 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시야 끝으로 보며, 나는 다시 한번 묻는다.
"늦지 않으면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할아버님이 얼굴을 찡그리며 기세에 눌린 듯이 턱을 끌어당겼다. 마력이 흘러넘치며 가볍게 위압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대답을 채근한다.
"페르디난드 님의 마력이 버틸 동안이라면 할아버님도 양부님도 협력해주실 건가요? 전,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아렌스바흐도, 중앙도, 왕도, 심지어 에어베르멘 님마저 적으로 돌려도 상관 없습니다. 포기할 생각 같은 건 추호도 없습니다."
꿀꺽 할아버님이 침을 삼킨다.
"할아버님, 저는 제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아우브의 양녀가 되었습니다. 권력과 신분이 아니면 지킬 수 없었던 것입니다. 왕의 양녀가 되는 것도 페르디난드 님을 연좌에서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페르디난드 님이 죽어버리면 연좌고 뭐고 아무런 관계가 없어집니다. 제가 왕의 양녀가 되는 의미가 없게 됩니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다면 유르겐슈미트가 망하는 것도 감내할 수 있지만, 유르겐슈미트라는 그릇을 지키더라도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려선 의미가 없다.
내게는 유르겐슈미트보다 아랫마을의 가족과 페르디난드 쪽이 훨씬 중요한 것이다.
"로제마인, 그대, 진심인가? 페르디난드 한 사람을 위해……?"
"우선순위에는 개인차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제게 있어선 유르겐슈미트보다 에렌페스트, 에렌페스트보다 그곳에 살고 있는 저의 사람들 쪽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 나의 말에 화답한 것은 할아버님도, 양부님도 아닌 빌프리트였다.
"거기까지 각오하고 있고, 구할 가능성이 있다면 가도 되지 않겠나."
"빌프리트!?"
"애초에 에렌페스트의 방어는 그대가 중앙으로 갈 것을 전제로, 그대 없이도 방위할 수 있도록 수립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대와 그대의 측근이 움직이는 정도는 에렌페스트에 있어 아무런 문제도 없지 않은가. 오히려 당장이라도 마력을 폭주시킬 듯한 그대를 에렌페스트에 놔두는 편이 훨씬 위험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 눈이 무지갯빛으로 빛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그렇게 말한 빌프리트를 향해 보니파티우스가 눈을 부릅떴다.
"중앙으로 갈 예정이라 해도 로제마인은 아직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이다. 에렌페스트가 아렌스바흐를 침공해버리게 된다!"
"그게 어쨌다는 것입니까? 이쪽의 초석이 공격받을 것이 분명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공격해 들어가도 상관 없지 않습니까. 공격받았을 때에 초석을 지켜야 하는 것은 어느 아우브라도 똑같을 것입니다. 당하기 전에 치면 됩니다."
그런 빌프리트의 말을 재미있어하는 듯이 양부님이 천천히 턱을 쓰다듬었다.
"로제마인, 페르디난드를 구할 방안은 있는 것인가?"
"저 이외의 누구도 할 수 없을거라 생각합니다만, 방법은 있습니다. 양부님의 협력이 있으면 좀 더 편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협력해주실 건가요? 라며 고개를 갸웃하자 양부님이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나도 페르디난드를 구할 수만 있다면 구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대는 아직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이다. 영지를 찬탈했다며 비난받을 것이 분명하다. 일을 벌리기에 앞서 그럴듯한 명분이 필요하다."
양부님의 심록의 눈은 주위를 납득시킬 명분이 있다면 해도 좋다고 말하고 있다.
"숙부님을 구한다는 명분이면 되지 않습니까. 아직 성결식을 마치지 못한 에렌페스트 소속의 사람이고, 왕명으로 인계역 아우브의 반려가 될 사람이니까요."
"……빌프리트, 그것만으로는 중앙이나 타령에 내세울 이유로는 부족하다."
양부님은 그렇게 말하며 나를 보았다.
……생각해내라, 이유를.
그러면 나는 거칠 것 없이 페르디난드를 구하러 갈 수 있다.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아렌스바흐로 쳐들어갈 명분을 생각해 내야 한다.
"아렌스바흐는 란체나베의 사람을 들여와 차기 첸트를 노리고 있습니다. 왕족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있는 장소를 알려주어 왕족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지고자 하고 있습니다."
디트린데 단독으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는 것이라면 그렇게까지 문제되진 않았을 것이다. 왕족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져가는 나와 같은 입장이다. 어쩌면 유르겐슈미트 내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페르디난드와의 약혼을 해소시키고 지기스발트와 결혼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렌스바흐는 지금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기 위해 란체나베라는 외국과 손을 잡은 것이다.
"란체나베를 통해 첸트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아렌스바흐는 과거 보스가이츠에게 교사되었던 아이젠라이히와 같습니다. 아이젠라이히가 분할되며 생긴 에렌페스트는 외국과 손을 잡고 첸트를 노리는 죄의 무거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에렌페스트와 앞으로 왕의 양녀가 될 제가 아렌스바흐를 타도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중앙이나 타령으로부터도 감사는 받지 못할지언정 비난받을 일이 아니지요?"
내가 무리해 내놓은 대답에 양부님이 웃었다.
"훗……. 명분으로선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아렌스바흐와 에렌페스트간의 전력차가 크다. 에렌페스트에는 아렌스바흐로 공격해 들어갈 정도의 전력이 없는 것이다. 정말로 그대와 그대의 측근들만으로 적지에 발을 들이게 된다."
옛 베르케슈토크령의 절반을 흡수한 아렌스바흐는 인수가 많다. 전력에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 가뜩이나 숫자가 적은 중영지인 에렌페스트의 인원으로는 수비를 굳히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인원이 많아지면 움직일 수 없게 되니까요."
"아니, 충분한 전력 없이 그대를 아렌스바흐로 보낼 수는 없다. 왕의 양녀로 내정되어 있는 그대는 누구보다 지켜야만 하는 존재이다."
양부님은 어려운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에렌페스트에 없는 것은 다른 곳에서 가지고 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력이라는 점에서 떠오르는 대상은 하나밖에 없다.
"양부님, 아우브·단켈페르가에게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단켈페르가를 딧타에 초대하도록 하죠. 외환유치1를 자행하는 아렌스바흐를 토벌하기 위해. 그리고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기 위해."
"단켈페르가라고? 타령를 끌어들이는 것인가!?"
초석의 마술은 자력으로 유지할 수 없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초석을 빼앗는 싸움에 타령의 도움을 청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이번 싸움은 아렌스바흐를 손에 넣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저 페르디난드를 구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 김에 아렌스바흐에서 에렌페스트로 공격해 들어오는 전력을 줄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대영지인 아렌스바흐는 이길 수 없습니다. 단켈페르가는 딧타에 있어서는 최강의 패입니다. 이럴 때 사용하지 않으면 언제 사용할 건가요? 딧타에 대한 열정에 호소하며, 페르디난드 님에게 내려진 왕명에 대한 책임과 클라릿사에 대한 건도 아울러 부탁하면, 아우브뿐만 아니라 분명 첫째 부인도 기꺼이 수락해주실 겁니다."
"……알겠다. 따라오거라. 교섭은 그대가 담당한다."
나는 아우브의 집무실로 따라갔다. 양부님이 문관을 불러 아우브들끼리 긴급시에 연락하기 위해 사용하는 통신용 마술도구를 준비시킨다. 마치 수면과 같은 마술도구다. 영주 후보생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기에, 사용법은 알지만, 사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아우브 뿐이다.
양부님이 단켈페르가와 연결되자, 그쪽의 문관이 아우브를 불러주었다.
"평안하신가요, 아우브·단켈페르가."
"아우브·에렌페스트와 로제마인 님!? 앓아누웠다고 들었다만……. 이건 또……."
수경에 아우브·단켈페르가의 모습이 비치고 있듯이 이쪽의 모습도 보이고 있을 것이다. 급성장한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아우브·단켈페르가가 아차 싶은 듯이 헛기침을 했다.
"어흠, 긴급 용건이라는 것을 듣고 싶다."
나는 아렌스바흐가 외환유치죄를 저질러 중앙으로 공격해 들어가려고 하고 있는 것을 전한다. 먼저 최대한의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 내 말에 덧붙여, 양부님이 굳은 얼굴로 표면적인 사정을 전한다.
"아이젠라이히에서 유래된 에렌페스트는 그 죄의 무게를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대영지인 여러분들에게도 왕족을 지키기 위해 협력을 부탁드리려 합니다."
비밀리에 초석을 빼앗으러 오려던 게오르기네가 중앙이나 타령에 대한 로비를 해두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런 사전공작이 향후의 외교에 있어 중요해질 것이다.
"게다가 중앙 기사단에서는 툴크 소동이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다소의 불신감도 있기에, 현 왕족을 후원하고 있는 대영지의 기사단에게 협력을 청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왕족들에게도 주의를 환기시킬 것이긴 하지만, 중앙 기사단은 정말로 괜찮은 건지 불안을 떨칠 수 없다. 딧타 난입이나 아렌스바흐의 장례식 소동을 함께 겪은 아우브·단켈페르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중앙으로 보내는 기사들과는 별도로, 이쪽은 자원자로 좋습니다만, 아렌스바흐로 기사들을 보내주었으면 합니다."
내 말에 아우브·단켈페르가가 "대체 어째서?" 라며 눈을 깜박거렸다.
"단켈페르가 여러분을 딧타에 초대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단켈페르가의 기사는 진짜 딧타에 흥미가 없으신지요?"
내가 방긋 미소짓자 아우브·단켈페르가는 "진짜 딧타……? 설마 초석을……" 라고 중얼거린다. 눈치가 좋고 이야기가 빨라서 고맙다. 나는 방긋 웃는다.
"네. 지금부터 에렌페스트와 아렌스바흐 사이에서 장대한 딧타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전력 차가 크지요? 그렇기에 에렌페스트는 꼭 단켈페르가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딧타 하면 단켈페르가니까요."
후훗 웃으면서, 나는 수경 속 아우브·단켈페르가를 바라본다. 아우브·단켈페르가가 아연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렌페스트는 에렌페스트의 초석을 지킬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으러 갈 것입니다만, 그 도움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아는 한 공격력은 단켈페르가가 제일인걸요."
내 말에 아우브가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미소를 흘리며 더욱 딧타를 하고 싶어지도록 말을 거듭한다.
"아무리 단켈페르가라도 이런 시대이니 초석을 건 딧타는 아직 경험이 없으시죠? 한번 경험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으으……."
"아렌스바흐와 에렌페스트를 무대로 한 진짜 딧타인걸요. 분명 흔한 경기에서는 맛볼 수 없었을 피가 끓어오르는 뜨거운 싸움이 되겠지요. 저기, 아우브·단켈페르가. 저와 함께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공격하고 싶어할 만한 기사로 짚이는 사람이 있을까요?"
진짜 딧타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는 아우브·단켈페르가가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지만, 선뜻 타령의 싸움에 개입하는 것은 기사 이외의 찬동을 얻을 수 없다."
"과연. 딧타에 참가하려면 열정만이 아니라 명분도 필요하겠네요."
내가 웃으면서 명분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아우브·단켈페르가가 곧바로 덥썩 물어왔다.
"뭔가 있는가?"
"사정을 이야기하면 아무래도 협박처럼 되어버리기에 가능하면 딧타에 대한 열정만으로 협력받고 싶었습니다만, 어쩔 수 없네요. 사정을 말씀드리도록 하죠."
나는 최대한 슬프게 보이도록 눈을 조금 내리깔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이 아렌스바흐의 공급의 제단에서 디트린데님에 의해 중독되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전 어떻게든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러 가고 싶습니다."
"뭐라고!?"
그리고 페르디난드를 구하기 위해선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을 필요가 있다.
"페르디난드 님을 에렌페스트의 신전에서 구해내기 위해 한마음으로 뭉쳐주었던 단켈페르가인걸요. 아렌스바흐에서 독에 중독되어 쓰러지신 페르디난드 님을 구해내기 위해서도 한마음이 되어주실 거죠?"
"우리의 과오를 씻어내기 위해서다. 이것에는 아무도 반대할 수 없지. 음, 좋다,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는 딧타에 참가한다!"
……얼굴, 웃고 있어요, 아우브·단켈페르가. 좀 더 반성하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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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생각 따윈 로제마인에게는 털끝만큼도 없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사용한다는 정신으로 페르디난드를 구하기 위한 전력 강화.
단켈페르가 참전입니다.
다음 업데이트는 9/5 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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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아아... 지뢰왕자가 일등급 지뢰들을 이끌고 아렌스바흐로 가고 있어...;;;
뭐야, 이거. 몰라. 무서워... ㄷㄷㄷ
잠든 페르공주를 깨우는 건 역시 지뢰왕자의 키스?!
페르디난드에게 절교(?) 당한 하이스힛체 씨의 분전이 기대됩니다.
추신: 번역본은 원작이 웹에 공개되어 있는 한은 일단 그대로 놔둘 생각입니다.
저는 그냥 성능 좋은 번역기를 사용해 웹에 공개된 내용을 ctrl+c -> ctrl+v 했을 뿐이니까요. (중간에 단어 몇 개 수정하긴 했지만)
물론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으면 그쪽을 우선합니다.
外患誘致. 외국과 통모하여 자국에 항적하는 것.
참고로, 형법 제92조에서는 이 죄를 범할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29화. - 슈타이페리제보다 빠르게 -
슈타이페리제보다 빠르게
"그래서, 로제마인 님은 딧타에서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원하는 것인가?"
웃는 얼굴로 참전을 선언한 아우브·단켈페르가가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도 않고 물어온다. 굴지의 기사를 빌리는 것이다. 사전 상의가 필요할 것이다.
"아렌스바흐의 초석은 제가 최대 속도로 제압할 것입니다. 그동안 단켈페르가의 기사는 아렌스바흐의 기사단을 성 상공으로 유인해 교란해주었으면 합니다."
"호오, 우리에게 초석을 빼앗는 것이 아닌 미끼가 되라는 건가?"
페르디난드에게 남은 마력을 생각하면 초석을 물들이는 것에 많은 시간은 들일 수 없다. 더군다나 공급의 제단에 들어가려면 등록된 마석이 필요하거나, 일족이 아닌 경우는 등록에 상당한 절차가 필요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처럼 시간이 없을 때 공급의 제단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초석을 물들인 사람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단번에 초석을 물들일 생각이다.
"단켈페르가에게는 미끼역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가급적 피해가 나지 않도록 싸우기 위해선 상당한 실력이 필요하고, 단켈페르가가 아렌스바흐의 기사단을 유인해주시면 저의 호위를 줄이지 않고도 초석을 가지러 갈 수 있을테니까요. ……물론 딧타에서 승리한 증거로서 초석을 원한다면 단켈페르가에서 다시 초석을 물들이셔도 상관 없습니다. 저는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기 위해 필요할 뿐이니까요."
페르디난드를 구한 다음이라면 가지고 싶은 사람에게 초석을 양보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마력 회복약을 마셔가며 초석을 물들일 자신이 있고, 이후의 아렌스바흐를 통치하고자 하는 맹자가 있다면, 오히려 꼭 부탁드리고 싶을 정도이다.
"아니, 란체나베와 내통해 중앙을 노리는 것이 확정된 듯한 귀찮은 아렌스바흐 따윈 필요 없다. 벌이라면 몰라도 상은 되지 않는다."
……아, 역시?
딧타의 승리 조건이 초석을 제압하는 것이기에, 단켈페르가가 승리의 증거를 가지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딧타에 협력하겠다고 한 이상, 우리는 로제마인 님이 반드시 초석을 빼앗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딧타를 위해서라면 언제나 전력투구 상태인 단켈페르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딧타 개시의 종은 언제 울리는 것인가?"
"저쪽이 페르디난드 님을 해한 시점에서 이미 울렸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아우브·단켈페르가."
흥분해 있는 듯한 아우브·단켈페르가를 바라보며 나는 훗 하고 웃었다. 내게 있어 승리 조건은 페르디난드의 구출과 에렌페스트의 방위이다. 페르디난드의 마력이 다한 시점에서 패배가 되는 것이니 이미 승부는 시작된 상태다.
"단켈페르가의 준비가 끝나는 대로 바로 공격을 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단켈페르가에서는 기사들을 선발해 출진 준비를 갖추는 데, 최대한 서둘러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에렌페스트에서는 근 한 달 동안 방위를 위해 모두 마술도구나 회복약을 만들고 있었고, 호위기사들은 아렌스바흐로 공격해 들어갈 것을 상정한 훈련을 해왔다. 기사들은 명령만 있으면 언제든 나갈 수 있도록 만만의 준비를 갖추고 있고, 그것은 나의 측근들도 예외가 아니다. 내가 함께 가는 사람과 남는 사람을 정해 각자에게 지시를 내리면 당장이라도 준비는 끝날 것이다. 오히려 준비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이 드는 것이 나라는 상황이다. 솔직히, 출발 시점은 전적으로 단켈페르가의 준비에 달렸다.
"흐음. 최대한이라는 것은 밤낮을 불문하고인가?"
아우브·단켈페르가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면서 물어온다. 시선은 이쪽을 향하고 있지만 이쪽을 보고 있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생각에 골몰해 머리 속으로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겠지.
"물론입니다. 오히려 밤인 편이 평민들이 휘말릴 염려가 없어지기에 가능하면 야음을 틈타고 싶습니다."
초석이야 신전에서 빼았을 수 있다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피해자를 발생시키고 싶지 않다. 목숨을 빼앗을 생각은 없으니 방해가 되지 않도록 슈타프의 빛의 띠로 둘둘 묶도록 하겠지만, 슈타프를 겨누어 오는 귀족은 공포 그 자체이다. 피해자는 적으면 적을 수록 좋다.
"야음을 틈타……피해가 최소로 되도록인가?"
"실제로 현지에 도착해 란체나베와 아렌스바흐 기사단의 대응을 보지 않고서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만, 가급적 일반 시민에게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싸움은 귀족가 상공으로 한정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급적인 범위 내의 이야기입니다. 제게 있어 절대적으로 우선해야 하는 것은 페르디난드 님의 구출입니다."
아우브·단켈페르가는 나를 잠시 바라보며 몇번인가 턱을 손으로 문질렀다.
"딧타에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로 상정하고 있는 것인가? 그에 의해 준비해야 할 물자도 달라지겠지?"
"초석을 제압하기만 할 뿐이라면 종 한개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합니다만, 이후에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아렌스바흐에 있는 유스톡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연락이 닿아 서로 협력할 수 있다면 성으로 잠입하는 것도 수월해질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레티시아와 만날 수 있었는지, 페르디난드의 "가라" 가 어떤 의미이며 어디로 가라고 지시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최악의 경우, 그들 역시 사로잡혔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마력 공급 제단이 성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아, 아우렐리아라면!
누군가 아렌스바흐의 성에 대해 자세한 사람이 없을까 하고 생각한 순간에 떠오른 사람이 렘프레히트 오라버님의 아내로서 아렌스바흐에서 온 아우렐리아였다. 영주의 조카딸이었으니 성 내부에 대한 정보도 자세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어린 자녀를 가진 어머니를 전쟁에 동참시킬 수야 없지만, 마력 공급 제단의 위치를 묻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아우브·단켈페르가, 아렌스바흐와의 싸움은 종 두개 정도의 시간을 상정해 준비해주십시오. 마술도구나 회복약은 이쪽에서도 지원할 것이며, 그 외에 이번 딧타에서 소모한 분량은 차후에 보충해 드리겠습니다."
"로제마인, 제대로 협상해라. 가볍게 떠맡는 것이 아니다."
에렌페스트의 방위 준비에도 상당한 돈이 들었기에 양부님에게 질책받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협상 시간을 줄이기 위해 들어간 지출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애초에 저의 억지로 인해 아렌스바흐에 가는 것이니까요. 단켈페르가에게는 제 개인 자산을 사용해 보충할 것이기에, 양부님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페르디난드 님에게 상속받은 돈도 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니 이에 대해 불평할 사람은 없겠죠?"
……내 개인 재산을 써도 되지만, 그러면 페르디난드 님이 다시 다섯배로 돌려줄 것 같으니까.
"지불할 의사는 있습니다만 금전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도록 하죠. 그보다 이번 딧타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입니다. 란체나베와 내통하고 있는 아렌스바흐는 마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 은의 천을 입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나는 아렌스바흐나 란체나베와 싸울 때의 주의점을 설명해 나간다. 상대의 무기가 슈타프가 아닌 이상 일반적인 딧타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반드시 슈타프 이외의 무기를 휴대할 것, 디트린데 님이 페르디난드 님에게 분말 형태의 독약을 사용했기에, 독을 막기 위해서라도 입은 천으로 가려둘 것, 그리고 만일을 위해 회복약, 해독약, 유레베 등을 많이 휴대하도록 해주십시오."
"훗, 그 정도의 준비로 좋다면 날짜가 바뀔 즈음엔 기사의 선별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빨라! 랄까, 혹시 준비시간의 대부분이 기사 선별인거 아냐?
"아마 중앙으로 향할 준비도 같은 시기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들이 움직이는 것은 왕족의 요청이 있었을 때 뿐, 요청도 없이 마음대로 움직여서는 우리들이 역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아우브·단켈페르가의 말에 양부님이 동의를 표했다. 아무리 왕족을 위한 행동이라 해도 명령이나 청탁도 없이 많은 기사를 거느리고 중앙으로 향하는 것은 곤란하다. 실제 출정의 가부가 왕족의 의사에 달려있는 것은 물론이다.
"제가 왕족에게 단켈페르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것을 전해두겠습니다. 다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란체나베의 협력을 얻은 자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중앙 기사단으로서도 혼란과 고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에렌페스트에서도 상위 영지에 협조를 부탁할 예정입니다만, 아우브·단켈페르가로부터도 협조를 부탁드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에렌페스트는 아직 상위 영지와의 관계가 희박하니까요."
양부님의 요망에 아우브·단켈페르가가 재미있다는 듯이 눈을 반짝인다.
"부탁하는 것 정도는 상관 없으나, 이쪽에서 움직이면 에렌페스트가 공훈을 독점할 수 없게 된다만?"
"에렌페스트는 협력를 부탁드리는 입장이기에, 중앙에 대한 공훈은 단켈페르가에서 독점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호오?"
이야기를 재촉하듯이 아우브·단켈페르가가 턱을 움직인다. 양부님은 조금 턱을 잡아당기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페르디난드를 구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단켈페르가는 예측할 수 있으신지요? 페르디난드가 쥐고 있는 모종의 정보로 인해 중독시킨 것이라면 어떻게든 죽이기 위해 아렌스바흐가 똘똘뭉쳐 대항해 올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로제마인이 초석을 얻게 되면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은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옛 베르케슈토크의 귀족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이와는 별개입니다. 분명 로제마인이 페르디난드를 구한 이후의 에렌페스트는 이후 아렌스바흐의 동향에 대비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지겠죠."
에렌페스트로서는 이 이상의 여력이 없다는 양부님의 말에 아우브·단켈페르가도 "옛 베르케슈토크인가……" 라고 중얼거리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관리는 해야 하지만 자령과 똑같이 취급할 수 없는 점이 정말 귀찮지."
말에 실감이 어려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었지만, 옛 베르케슈토크령의 관리는 단켈페르가로서도 힘든 일이라며 아우브·단켈페르가가 훗 하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레스티라우트와 비슷한 붉은 눈동자에 강한 빛을 품고 나를 바라본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더라도 초석을 손에 넣을 뿐이라면 간단하다. 하지만 그 뒤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진짜 딧타는 좀처럼 성립하지 않는다."
손에 넣은 영지를 수습하기 위해 새로운 아우브는 원래의 영지에서 사람과 물자와 돈을 끌어올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영지를 정복하는 초석의 쟁탈전은 상당한 일이 없는 한 일어나지 않고, 자령보다도 큰 영지를 손에 넣는 것은 무모의 극치라고 아우브·단켈페르가는 지적한다.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손에 넣은 뒤 그대들이 어떻게 할 것인지, 나는 매우 기대된다. 우리들은 진짜 딧타을 즐길 뿐이다만, 그대들은 손에 넣은 초석의 취급이 기다리고 있다. 페르디난드 님을 구한다……그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자칫하면 에렌페스트는 아렌스바흐와 함께 쓰러질 것이다."
단켈페르가를 끌어들여서까지 손에 넣은 아렌스바흐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고 아우브가 냉담하게 미소지었다. 그만 둘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는 언외의 충고가 들어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만 둘 생각 같은 것은 조금도 없다. 나는 망설임 없는 의지를 담아 아우브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이미 고려한 바입니다, 아우브·단켈페르가. 이 뒤를 아무쪼록 즐겁게 기다려 주시지요."
영주 회의가 있기 전에는 왕의 양녀가 되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는 것이 결정되어 있다. 그렇게 되면 영지의 경계선을 다시 그을 수도 있고, 새로운 초석을 설치할 수도 있다. 에렌페스트와 아렌스바흐를 공멸시킬 생각은 없다.
"각오를 다진 그대의 눈이 매우 마음에 드는군. 단켈페르가로 영입하지 못한 것이 애석하다. ……자, 로제마인 님. 준비를 갖춘 기사들은 어디로 가면 되는가?"
"날짜가 바뀔 무렵, 단켈페르가의 국경문으로 제가 직접 맞이하러 나가겠습니다. 경계문을 열고 기다려주십시오."
"……국경문!? 그렇다는 건……."
눈을 부릅뜨고 턱을 떨어뜨린 채 말을 잃어버린 아우브에게 나는 대답 없이 미소만을 돌려주었다.
"그런가……. 하하하하하하하! 그런 것이었나!"
아우브·단켈페르가는 "이건 재미있어지지 않았는가" 라고 손뼉을 치며 호쾌하게 웃는다.
"제가 도착했을 때 현지에 도착한 사람만을 데리고 갈 것입니다. 몇번이나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번 딧타의 승리 조건은 페르디난드 님의 구출입니다. 질풍의 여신 슈타이페리제보다 빠르게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을 것입니다."
"오우! 슈타이페리제보다 빠르게!"
출진을 앞둔 고양감을 전신으로 발하며 아우브·단켈페르가는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왼쪽 가슴을 두번 친다.
직후, 수경의 통신은 끊긴 듯, 아우브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대, 부추기는 것이 능숙하구나."
"멋으로 매년 단켈페르가와 딧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저쪽의 사기가 이번 승리의 열쇠니까요."
통신이 끊긴 수경을 보면서 양부님이 망설임 섞인 미소를 띄웠다. 조금 걱정하는 기색이 느껴지긴 하지만, 제대로 단켈페르가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이상의 성과는 없다.
"저도 측근들과 출발할 준비를 해야……. 아, 그 전에 왕족과 상위 영지에 연락을 해둬야겠네요."
한시라도 빨리 출발하고 싶은데 해야 할 것이 많아서 귀찮다고 생각하지만, 사전 공작은 중요하다. 왕족에게는 불온한 정보가 있으므로 부디 경계하도록 주의를 건네며 단켈페르가를 비롯한 상위 영지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연락해 두겠다는 것을 전해둬야만 한다.
"그대가 쥐어짜낸 명분이 있고, 단켈페르가의 지원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 부근의 연락은 아우브인 내가 하도록 하지. 그대는 한밤중의 출진에 대비해 두어라. 언젠가와 같이 수마에 습격당하지 않도록 말이다."
유레베의 소재를 얻기 위해 수마에 습격당해가며 골체1와 싸우던 당시의 일을 지적당해 나는 "우그으……" 하고 말이 막혔다. 확실히 출발이 한밤중이 되면, 잠을 쫓는 약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양부님이 "그러니 여기는 맡겨두고 얼른 가라" 라고 나를 재촉했을 때, 올도난츠가 날아들었다.
"전이진의 방입니다. 귀족원에서 아우브에게 긴급 연락이 있었습니다. 귀족원 기숙사에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두 사람이 와서 아우브와의 면회를 청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과회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만 어떻게 조치할까요?"
올도난츠가 세번 반복하는 동안 나는 양부님과 얼굴을 마주보았다.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라는 사건 한가운데에 있을 두 사람이 귀족원 기숙사에 나타났다니, 바로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아우브·아렌스바흐가 전이진의 사용 허가를 내주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데.
어떻게? 라고 한순간 의아해했지만, 곧바로 페르디난드가 뭔가 선수를 쳤을 것이라 생각했다. 두 사람에 대한 "가라" 는 양부님에게 가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뭔가 있을 때는 바로 에렌페스트로 연락할 수 있도록 조치해 두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귀족원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는 것은, 즉, 공급의 제단에서 뛰쳐나간 레티시아가 두 사람에게 페르디난드의 말을 전해주었다는 것이다.
"사실은 그대의 말이 틀렸으면 좋았겠다만 아무래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 같구나. 그렇지 않다면 그 둘이 페르디난드 곁을 떠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으니 말이다."
콧잔등을 찌푸리며 싫은 듯한 얼굴을 한 뒤 양부님은 슈타프를 내고 황색의 마석을 가볍게 두드려 올도난츠를 다시 출현시킨다.
"난 그 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리고 에렌페스트로 수용하기 위해 왕족에게로의 연락을 마친 뒤에 바로 귀족원으로 갈 것이다만, 그대는 어떡할 것인가?"
아우브가 아니면 기숙사에 출입하기 위한 브로치를 만들 수 없고, 한번 영지를 나간 사람을 받아들일지도 결정할 수 없다. 양부님이 가지 않으면 어떻게도 안 된다.
……그럼 나는?
귀족원으로 가고 싶다. 마음은 조급하기 그지없다. 조금이라도 많은 정보를 원하고, 두 사람의 무사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저는 두 사람 것을 포함해 전쟁 준비에 전념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양부님이 사정을 들은 뒤에 제 도서관으로 오라고 전해주세요. 페르디난드 님을 구출하는 데 있어, 그 두 사람 정도로 든든한 아군은 없습니다."
허리에 차고 있던 회복약을 둘에게 전해달라고 양부님에게 부탁하고, 나는 자신의 측근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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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브·단켈페르가와의 대화입니다.
로제마인은 진심으로 수단을 가릴 생각이 없습니다.
국경문을 사용해 최고 속도로 아렌스바흐로 진입합니다.
그리고 돌아온 두 사람.
다음은 합류와 출발입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30화. - 합류 -
합류
나는 아우브의 집무실을 나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할트무트와 리제레타, 세 명과 합류한다. 아가씨답게 우아하고 빠르게 걷는 것은 아직 좀 불안하기에 기수를 타고 이동한다.
"할트무트, 바로 기사들을 제 방으로 소집해 주세요."
"아렌스바흐로 가는 것 말이죠? 이미 모이라고 말해두었습니다. 최우선으로 서두르라고 전해두었기에 신전에 남아있던 사람도 이제 슬슬 도착했겠지요. 로데리히와 피리네는 현 상태를 유지하며 남아있으라고 해두었습니다."
시원한 얼굴로 내뱉은 깔끔한 상황처리에 놀라, 나는 무심코 할트무트를 다시 보았다.
"……차, 참 잘했습니다."
"로제마인 님의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
할트무트가 말한 것처럼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자 소집된 호위기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슥 모두를 둘러본다. 신전을 수비하고 있었을 기사들은 얼마나 재촉당한 건지 아직 숨도 고르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저, 로제마인 님. 할트무트에게 긴급안건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네, 정말로 긴급하고 갑작스럽습니다만, 오늘 밤,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으러 갈 것입니다."
"……네?"
오전과 오후 한나절 사이에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이것은 나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전혀 상황을 모르는 측근들에게 페르디난드의 현재 상황, 에렌페스트로의 침공 가능성, 아렌스바흐로 향하는 것, 단켈페르가의 도움이 있는 것,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합류하는 것 등을 대강 설명했다.
긴급 사태라는 것이 싫어도 전해진 듯, 모두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런 모두에게 차례차례 지시를 내리기 시작한다. 출발할 때까지는 정말로 시간이 없다.
"우선 근시의 배치입니다만……. 리제레타와 그레티아는 도서관으로 이동, 성에 남는 것은 오틸리에와 베르틸데 두 명입니다. 오틸리에들은 먼저 제 기수복과 구두, 이 방에 있는 마석과 마술도구 등을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이후엔 도서관에서 저녁을 하고 잠시 잠을 자둘 예정이기에 전속 요리사의 배치에 대한 것도 부탁드립니다."
"로제마인 님, 도서관에서 저녁을 먹는 것은 모두 몇 명인가요? 식재료에 대한 것도 준비해야 합니다."
오틸리에의 말에 내가 측근들을 둘러보고 세기 시작하자 리제레타가 그것을 제지했다.
"오틸리에, 가급적이면 성의 재고를 사용해 주십시오. 부족하면 제쪽에서 엘비라님에게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에크하르트 님이 돌아오신 듯 하니 협력해 주시겠지요."
오틸리에와 리제레타 사이에서 빠르게 업무 분담이 결정된다.
"저희들이 출발한 뒤에 성에 남는 두 사람은 게오르기네 님의 침공에 대비해야 합니다. 정보 수집을 게을리하지 말고, 양모님, 샤를로테, 브륜힐데와 함께 연계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오틸리에는 "정말로 갑작스럽네요" 라고 웃으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를 중심으로 한 갑작스런 상황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베르틸데는 황망히 오틸리에의 뒤를 따른다.
"그럼 로제마인 님, 저와 그레티아는 도서관으로 이동해 라자팜과 함께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 될까요?"
"네. 리제레타는 이해가 빠르네요.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유스톡스도 저녁을 먹고 잠시 수면을 취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만 도서관으로 이동할 때는 반드시 호위기사를 동행시키셔야 합니다."
리제레타는 "측근들에게 명령을 내리다가 전부 내보내고 혼자 돌아오시면 안 됩니다" 라고 주의하고 그레티아를 데리고 퇴실한다.
"할트무트와 클라리사는 도서관에서 지금까지 만든 마술도구나 회복약 등을 모두에게 분배하고, 그 다음엔……."
"출진 준비는 만전입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분배한 뒤에는 할트무트와 교대로 취침해두겠습니다."
클라리사가 들뜬 기색으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단켈페르가 출신인 수행문관인 클라리사는 물론, 할트무트 역시 당연하다는 듯 출진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것에 놀라며 할트무트를 바라본다.
"기수에 대량으로 실은 마술도구나 약의 관리를 로제마인 님이 직접 하시기는 어렵겠지요. 단켈페르가에 분배하실 거라면 더더욱입니다. 로제마인 님이 구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저도 데리고 가주십시오."
"……할트무트의 제안은 고맙습니다만, 문관이 희희낙락 갈만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딧타의 경험이 없는데 괜찮을까요, 하고 내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할트무트는 쿡 하고 작게 웃었다.
"저런, 영주 후보생이며 문관인 로제마인 님의 말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네요."
"우그으……. 이번엔 속도가 중요하니까, 뒤쳐지면 두고 갈 거에요!"
반박하지 못하는 아쉬움에 그렇게 말하자, 할트무트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로제마인 님의 기수에 동승해 마술도구를 관리하는 것이니 문제 없습니다."
"맡겨주세요. 단켈페르가에서 에렌페스트까지 단번에 빠져나간 제 힘을 마음껏 발휘할 때네요."
……안대에에에에! 전과가 있어!
가급적이면 해독제 하나라도 더 만들어 두고 싶다고 하기에, 할트무트와 클라리사는 그냥 좋을 대로 하라고 냅두기로 결정하고 도서관으로 보냈다.
그리고 나는 아렌스바흐로 데리고 갈 호위기사들을 둘러보았다.
"미성년인 라우렌츠에게는 선택권이 있습니다. 저와 함께 갈지, 남을지 선택하세요."
"로제마인 님에게 이름을 바치고 있으니, 이제와서 두고가신다는 말씀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쓴웃음을 지으며 라우렌츠가 그렇게 말하자, 대항심을 불태우는 듯이 유디트가 "저도 집보기는 싫습니다" 라며 손을 들었다.
"유디트, 긴급 사태이기 때문에 아버님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아버님의 허가도 없이 타령과의 전장에 데려갈 수는 없습니다."
"그럴수가! 으으……. 올도난츠로 허가를 받아오겠습니다!"
울상이 된 유디트가 달려나가고, 나는 그 자리에 있는 기사들에게 로테이션을 짜도록 명한다.
"아렌스바흐로 갈 기사들은 교대로 기숙사에 가서 저녁 식사와 수면을 취하며 준비하도록 하세요. 에렌페스트에 남는 기사는 다무엘 뿐입니다."
모두가 눈을 크게 뜨며 다무엘을 보고, 그 뒤에 상의를 위해 한쪽으로 모인다.
나는 홀로 남은 다무엘의 망토를 가볍게 잡아당기며 도청방지 마술도구를 건넸다.
"다무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명하겠습니다."
"로제마인 님."
"에렌페스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저의 가족을 지켜주세요. 전 신전장과 관계가 있던 게오르기네 님 쪽은 제 가족과 집의 위치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에 대한 가장 큰 공격이 가족에 대한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신전에 들어간 경위, 샤를로테의 구조, 아랫마을과의 관계, 전속들의 출세, 유행 확산 등의 정보를 꼼꼼히 수집해 나가다 보면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벡해진다. 에렌페스트의 신전에 잠입해 초석을 탈취하려는 그녀들에게 가장 방해되는 것은 아직 대외적인 신전장인 나인 것이다. 효율적으로 나를 배제하거나 저항을 봉쇄하려 한다면 인질을 잡는 것은 상당히 유효한 방법이다.
"이런걸 부탁할 수 있는 것은 그 당시에 대해 알고 있는 다무엘 뿐입니다.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페르디난드 님과도 약속했으니까요."
"페르디난드 님과?"
내가 되묻자 다무엘이 먼 곳을 바라보듯이 아렌스바흐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청색 무녀 견습으로 계셨을 당시의 로제마인 님을 직접 아는 자가 저밖에 없다며 아렌스바흐로 출발하시기 전에 당부하셨습니다."
양부님이나 아버님도 내가 평민이었던 것은 알지만, 청색 무녀 견습 시절엔 몇 번 얼굴을 마주한 것이 다이며 일상적으로 접한 것이 아니다. 비록 보고되고 있었다고 해도 어떻게 가족과 접하고 있었는지 직접 봐온 것이 아니다.
"그래서 로제마인 님의 마음을 지켜달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런저런 정보를 긁어모은 할트무트가 괜한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지켜보라고도……. 정말이지 페르디난드 님은 무리하게 밀어붙이신단 말이죠."
다무엘이 쓴웃음을 지으며, 나를 조금 내려다본다. 얼굴이 가까워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와 지금은 시선의 위치가 전혀 다르다.
……처음에는 내 머리가 다무엘의 배 근처에 있어서 무릎을 꿇어 주지 않으면 시선이 전혀 맞지 않았었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던 내 앞에 다무엘이 무릎을 꿇었다. 이제는 시선을 맞추기는커녕, 다갈색 머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호위기사라면 안전을 위해 이곳에 머무르셔야 한다고 말해야 합니다만……. 다녀오십시오, 로제마인 님.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소망을 속이지 않고 나아가 반드시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십시오. 수많은 신들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고맙습니다, 다무엘. 역시 당신은 제게 있어 제일의 기사입니다."
도청방지 마술도구를 돌려주고 다무엘이 떠난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의아한 듯이 나를 본다.
"다무엘은 어디로 간 건가요?"
"저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입니다. 다무엘은 호위기사니까요. 그보다 눈을 붙일 순서는 정해졌나요?"
나는 기사들의 로테이션을 확인하고 함께 도서관으로 향했다.
"로제마인 님, 페르디난드 님은……."
이야기는 앞서 도착했던 측근들로부터 들었을 것이다. 마중나온 라자팜이 예를 마치자마자 재빨리 내게 다가온다. 이름을 올린 주인이 먼 땅에서 빈사 상태라고 들었으니 불안한 것이겠지.
"불안한 마음은 압니다, 라자팜. 그러나 영주 일족의 재가를 받았고, 단켈페르가의 협력도 얻어냈습니다.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도 6의 종이 울릴 무렵엔 귀족원을 경유해 돌아오겠죠."
나는 할트무트들이 있을 공방으로 향하며 라자팜에게 준비상황에 대해 물었다.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눈을 붙이기 위한 객실은 준비되었나요? 이곳에서 저녁을 먹는 인원이 대폭 늘어났습니다만, 식재료는 부족하지 않나요? 요리사들은 도착했나요?"
내가 차례차례로 준비상황을 확인하자, 라자팜은 그것에 분명한 답을 돌려준다. 준비는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두 사람이 도착할 때까지는 준비를 끝내두고 싶습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아렌스바흐의 상황에 대해 들어봐야 하고, 추가로 필요한 물건이 생겼을 경우엔 준비할 여유가 있어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두 사람의 옷이 남아 있지 않은지 둘의 친가에 연락해 보도록 하세요."
바쁜 측근들 사이에서 내가 배회하고 있으면 방해밖에 안 된다. 나는 자신의 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우선 일크나의 브리깃테에게 올도난츠를 날린다. 페르디난드를 몰아넣은 지금이 기회이기에 아렌스바흐가 침공해올 가능성이 높은 것, 게오르기네는 은밀히 행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 은의 천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평민들로부터 널리 정보를 모으도록 부탁하며, 인근의 기베들과 함께 연계하도록 전한다.
"할아버님이 이끄는 기사단은 언제든 출진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무언가 이변을 느끼면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플로렌시아 님으로부터도 각 기베에게 경계하라는 연락이 있었습니다만, 그 이상으로 상세하고 중요한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인근의 기베는 물론 평민들에게도 알리고 경계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베들에게 상세한 정보가 전해지지 않은 것을 알았기에, 나는 양모님에게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전달해 기베·겔랏하와 기베·가르둔1에게 기베의 기사들을 동원해 수비를 굳히도록 부탁해주십시오" 라고 올도난츠를 날렸다.
올도난츠를 날리고, 비밀방에서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사용해 아렌스바흐의 지도를 검색한다. 국경문과 신전의 위치를 확인해두고 싶다. 검색 결과 마을의 엔트비켈른에 사용되었던, 당시의 지도와 겨냥도가 있었기에 신전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고생은 했지만 얻어둬서 다행히다. 이거 엄청 도움이 돼! 신에게 감사를!
마을의 지도와 신전의 겨냥도를 클라리사가 만들어준 마술지에 코피페하고 만족감에 젖는다. 나는 빙글빙글 지도를 돌려봐도 현재위치와 목적지가 잘 파악이 안 되지만, 기사들 중엔 분명 도움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대로 성의 겨냥도를 찾아 마력 공급의 제단을 확인하려 했지만, 성의 겨냥도가 나오지 않는다. 어지간한 일이 없으면 개수할 일이 없기에 성 전체의 겨냥도를 볼 기회는 엔트비켈른을 할 때 정도 밖에 없다. 혹시 페르디난드가 가지고 있는 메스티오노라의 책에 있는 걸까.
"아우우우,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한탄해도 나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알고 있을 테니 괜찮을 것이다. 나는 기분을 다잡고 쓸만한 마법진을 코피페하기로 한다.
몇 장인가 복사했을 때, 호출 마술도구가 빛나서 비밀방에서 나오자 유디트가 "에렌페스트에 남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라며 풀죽어 있었다.
"아렌스바흐로 가는 것만이 호위기사의 일은 아닙니다. 에렌페스트에서 움직일 수 없는 저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것도 호위기사의 일입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다무엘은 제 마음을 지키기 위해 제게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거라고 약속해주었습니다. 유디트도 다무엘과 함께 신전과 아랫마을을 지켜주세요. 구텐베르크들은 앞으로도 인쇄업을 퍼투리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게오르기네 님을 절대로 들이지 않겠다는 정도의 강한 마음으로 신전을, 그리고 에렌페스트를 지켜주세요."
원거리 공격이 특기이고 눈이 좋은 유디트를 신전에 배치하고, 은의 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벌레폭탄과 같은 마술도구를 사용하면 안방귀족 출신인 게오르기네는 기가 꺾일 것이다.
"알겠습니다. 신전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준비하고 있자, 6의 종이 울리고, 잠시 후에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찾아왔다.
"유스톡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고, 공주님?"
나를 본 유스톡스가 말을 잃고 멍해져 있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로제마인?" 하고 확인하듯 중얼거린 뒤에 바로 현재의 준비 상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지금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말한 것들은 전부 준비되어 있습니다. 단켈페르가의 협력도 얻어두었고, 오늘 밤, 페르디난드 님을 구출하기 위해 출발할 예정입니다."
"대단한 수완이네. 역시 페르디난드 님의 교육을 받은 내 여동생인걸."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의 눈에 솔직한 칭찬과 희망의 빛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는 정말 기뻐졌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칭찬해준다는 것은 내가 정말로 페르디난드 님의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에크하르트, 어떻게 이렇게나 달라진 공주님과 평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입니까?"
"외모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페르디난드 님을 소중히 여기는 동생이라는 부분이 달라지지 않았으니 딱히 문제 없지 않은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면서 라자팜이 있는 곳으로 바삐 걸어간다. 전혀 동요를 보이지 않는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달리 유스톡스는 정보를 얻고 싶지만, 긴급 사태인 지금 어디까지 물어봐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으로 찔끔찔끔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이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다.
"공주님의 몸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이렇게까지 단시간에 성장하고 아름다워지시다니, 이런 것은 지금까지 들었던 적이 없습니다."
유스톡스가 슬금슬금 나에게 다가온다. 그것을 저지하듯 할트무트가 "마침 잘 물어주셨습니다" 라고 말하며, 나와 유스톡스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이쪽도 또 즐거운 듯이 등색의 눈을 빛내고 있을 거라는 것이 조금 무섭다.
"신들의 사랑을 받는 로제마인 님 이외에 이러한 기적을 체험한 자가 있을 리 없습니다. 이는 육성의 신 언바욱스에 의한 신의 기적! 이 얼마나 로제마인 님이 성장하셨는지. 그 멋진 기적과 감동을 부디 제가 설명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유스톡스가 질릴 때까지만이에요."
신과 관계된 관용어 투성이라 이해하기 어렵고, 몇번이고 비슷한 칭찬이 반복되는 할트무트의 설명 같은 건 아무리 유스톡스라도 금방 질릴 것이다. 사실 내 측근들은 "이미 들었습니다" 라며 흘려넘기고 있다.
……다들 귓등으로 흘려넘기는 탓에 울컥한 할트무트가 "이 표현은 처음이다" 라면서 쓸데없이 칭찬이 늘어나긴 했지만.
"그럼 저녁 식사를 먹으면서 정보를 교환하도록 하죠. 시간이 없습니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레티시아 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식당으로 향하며 묻자,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의외라는 듯이 눈썹을 올리고 나를 내려다보며 "글쎄? 모르겠는데" 라며 정색했다. 너무 간결한 대답에 나는 무심코 머리를 감쌌다.
"어? 어라? 레티시아 님이 두 사람에게 페르디난드 님의 전언을 전달한 거죠? 보호라던가……."
"무슨 말인가, 로제마인? 그녀에겐 그녀의 호위기사가 있다. 이름을 올린 돌을 돌려받고, 페르디난드 님의 생명이 걸린 명령이 내려온 상황에 어째서 내가 그녀를 보살펴야 하는 거지?"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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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할 수 없었습니다. 내일도 무리일 것 같네요.
다무엘의 모처럼의 출연을 줄일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할트무트 때문에 흐려지는 것은 이제 운명이군요.
강렬한 캐릭터성에는 아무리 몸부림쳐도 이길 수 없습니다.
다음은 아렌스바흐의 정보와 이름 올리는 돌입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31화. - 두 사람의 정보와 이름 올린 돌 -
두 사람의 정보와 이름 올린 돌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홀로 남은 레티시아가 걱정되어 불만을 가득 담아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을 올려다보자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힐끗 나를 노려보며 도청방지 마술도구를 내 눈앞에 흔들었다.
내가 도청방지 마술도구를 손에 들자,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딱히 이렇다 할 것도 없는 평소의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그 눈동자 속에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페르디난드 님의 명령이 최우선이다. 걱정할 필요 없다.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지 않았다면 베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네!?"
너무나도 섬짓한 말에 나는 숨을 삼키며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평소의 얼굴이다. 레티시아를 베어버릴 뻔했다는 분위기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단 둘이서 공급의 제단으로 들어갔는데 페르디난드 님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의 위기를 알리는 메시지가 도달한 것이다.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생명의 위기에 빠뜨린 범인은 레티시아 님밖에 없다. 적어도 내가 레티시아 님으로부터 이름 올린 돌을 건네받았을 때, 디트린데 님은 공급의 제단에 없었다."
나는 몇번 눈을 깜박였다. 에렌페스트의 마력 공급 제단은 아우브의 집무실의 태피스트리 너머에 있어, 영주 회의 등으로 인한 부재가 아니면 기본적으로 양부님이 있는 곳이다.
"둘만? 아렌스바흐의 공급의 제단은 아우브의 집무실에 있는 것이 아닌가요?"
"아니, 아우브의 집무실에 있다. 하지만 아우브의 집무실과 디트린데님의 집무실은 별개다. 디트린데 님은 자신의 집무실을 일부러 자신의 방 근처에 만들어 두었다. 자신이 멀리 있는 집무실로 가기보다는 문관이 오면 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아우브의 집무실이 자신의 방과 떨어져 있는 것은 신용할 수 없는 귀족들을 영주 일족의 생활권에 들이지 않기 위함이지만, 디트린데는 그에 대해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페르디난드 님은 레티시아 님의 마력 공급 훈련을 할 때 위험 인물이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지극히 경계하고 계셨다. 오늘 오후도 단둘이 마력 공급의 제단으로 들어갔고, 우리는 문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랬더니 안색이 변한 레티시아가 떨면서 문을 열고 안에서 나온 것이다."
레티시아는 "페르디난드 님이……가라, 라고……" 라며 이름 올린 돌이 들어 있는 금속 상자를 유스톡스에게 내밀었다고 한다. 페르디난드가 이름을 돌려주는 것은 생명의 위기를 느꼈을 때 뿐. 자신에게 이름을 바친 신하를 끌어들이지 않도록, 그리고 에렌페스트에 확실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사전에 이야기해두었다고 한다.
"나는 당장 그 자리에서 그녀의 신병을 구속해 상세를 추궁하려 했지만, 방에서 함께 나온 그녀의 호위기사에게 저지되고, 유스톡스에게 목덜미를 잡혀버렸다."
마력을 공급할 동안 디트린데들을 경계하고 있었더니 등 뒤에서 갑작스럽게 페르디난드가 가지고 있던 이름 올린 돌을 가지고 나와 "가라" 라는 명령을 전한 것이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의 동요는 대단했던 모양이고, 레티시아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을 막기 위해 레티시아의 호위기사나 유스톡스가 즉각 움직인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페르디난드 님이 관련되어 있을 때의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정말 무서우니까.
"원래라면 그 자리에 있던 호위기사를 전부 뿌리치고서라도 그녀의 신병을 구속해 페르디난드 님이 이름 올린 돌을 돌려줘야만 하는 지경이 된 경위를 모조리 토해내게 할 터였다. 하지만 사정청취보다 페르디난드 님의 명령이 최우선이라는 유스톡스의 호통을 들었다. 그녀의 신병과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유스톡스한테 말해라."
유스톡스에게도 불만은 말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태의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레티시아를 함께 두는 것은 진심으로 위험하다. 유스톡스가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은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페르디난드 님의 안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레티시아 님과 그 호위기사에게 손을 대면 큰일이니까! 레티시아 님보다도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잡혀버리는걸.
"어떻게든 신경쓰지 않으려 하고 있는데, 그대는 무슨 생각으로 레티시아를 감싸는 건가? 로제마인이 페르디난드 님을 구출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들었기에 아우브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만, 범인을 착각하고 있다. 디트린데님은 머리가 비었고 어리석지만 아직 처분하기 위한 대의명분이 없다."
화난 듯이 노려보고 있어 조금 말을 찾는다. 말을 잘 고르지 않으면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에게 있어 레티시아 님은 디트린데님 이하의 존재가 되고 만다.
"……제게 보였던 것은 레티시아 님이 페르디난드 님으로부터 전언을 부탁받아 나갈 무렵부터입니다만, 잠시 후 디트린데님이 들어와 말씀하셨습니다. 게오르기네 님이 계획을 세우고, 디트린데님이 실행하고, 레티시아 님을 움직였다고."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의 눈초리가 사나워졌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페르디난드 님은 레티시아 님에 의해 중독된 것 같습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은 바로 어떤 약을 먹고 대처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페르디난드 님이 본격적인 위기에 빠진 이유는 디트린데 님이 추가로 마비약 같은 독을 뒤집어 씌워 움직이지 못하게 한 상태에서 수갑을 채우고 공급의 마법진 위에 올려 기동시켰기 때문입니다."
독도 걱정이지만, 사실 진짜 걱정되는 것은 마력의 고갈이라고 말하자,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뿌득 하고 내게 들릴 정도로 강하게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정도의 여자에게 조종되다니, 레티시아 님은 정말로 교육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내뱉듯이 그렇게 말한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내 손에서 도청방지 마술도구를 가져간다. 그리고 매달리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로제마인,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그러기 위해 돌아오신 거죠?"
내가 묻자,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정색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내가 돌아온 것은 페르디난드 님이 수집한 정보나 증거를 아우브에게 전하고, 페르디난드 님의 죽음을 확인하면 그 뒤를 따르기 위해서이다만?"
"절대로 늦지 않을 거니까 바보같은 생각은 하는게 아닙니다! 페르디난드 님도 에크하르트 오라버님도 포기하는게 너무 빨라요!"
유스톡스는 휘황찬란하기만 하고 별다른 정보가 없는 할트무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일찌감치 관두고 저녁 식사 자리에 앉아있었다.
"레티시아 님의 독보다도 마력 고갈이 위험하다는 것은 사실인가요, 공주님?"
"물론 독의 영향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즉사시키는 독이 제대로 듣지 않고 있었고, 페르디난드 님은 독에 대응해 무언가 마시고 있었습니다. 약이 효과가 있었다면 현재 가장 위험한 것은 마력 고갈입니다."
내 말을 음미하듯 유스톡스가 생각에 잠긴다.
"즉사시킨다는 것은? 그 독으로 인해 어떤 증상이 나오는지 아시나요?"
"즉사해 마석이 되는 독이었다고 디트린데 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이 효과가 없었기에 마비약으로 신체의 자유를 빼앗아 마력을 고갈시키기로 한 모양입니다."
"……식후에 공방을 빌려주십시오. 해독약을 만들겠습니다."
유스톡스의 먹는 속도가 빨라졌다. 식사 태도는 여전하지만, 손의 움직임이 빠르다.
"상관 없습니다만, 할트무트들이 만들고 있는 약들 중에 해당하는 약이 없는지부터 먼저 확인해주세요. 다양한 약들을 만들어두었으니까요."
"놀랍네요. 그런 준비까지 되어 있었습니까. 오늘 오후였죠? 공주님이 정보를 얻은 것은……."
긴장해 있던 유스톡스가 맥이 풀린 듯이 커틀러리를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페르디난드 님에 관한 정보를 얻은 것은 오늘 오후입니다만, 에렌페스트의 방위를 위해 한 달 가량 준비했던 것이 큽니다. 제가 오늘 한 것은 아우브의 허가를 끌어내고, 단켈페르가의 협력을 얻어내고, 측근들에게 출발 준비를 부탁한 정도입니다."
"페르디난드 님의 죽음을 각오하고 정보와 증거품을 가지고 왔더니 오늘 밤 구출하러 떠날 것이니 공주님과 합류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말로 놀랐고, 감사드립니다. 공주님이 계셔서 다행히라고 진심으로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가지고 있던 정보는 행방불명되었다는 것뿐이었으니까요."
유스톡스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맡기며 전신의 힘을 빼고 숨을 토한다.
"공주님의 행방불명 도중, 란체나베에서 배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아렌스바흐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영주 회의 이후에 올 예정이었던 배죠. 아무리 돌아가라고 해도……."
"잠깐만요. 란체나베에서 왔다는 것은 국경문은 어떻게 되어 있는 건가요?"
"당연히 열려 있는 그대로입니다. 페르디난드 님이 아무리 주의를 줘도 닫으려고 하지 않더군요. 경계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사람은 달리 없으니까요."
사실은 디트린데가 아니라 그녀의 언니가 초석을 물들인 것이지만,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것은 이미 경계문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아렌스바흐의 국경문에 있는 경계문이 닫혀있을 시기라고 생각했기에, 아우브·단켈페르가에게 부탁해 국경의 경계문에서 아렌스바흐의 경계문으로 전이진을 설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렌스바흐의 경계문이 열려있다면 상당히 시간을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스톡스, 단켈페르가와 아렌스바흐의 경계문과 국경문 중에 어느 쪽이 귀족가에서 가깝죠?"
"국경문입니다만?"
"그렇다면 잘됐네요. 예정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내가 히죽 웃자 유스톡스가 몸을 일으키고 "어떻게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건가요?" 라며 호기심에 찬 눈으로 몸을 내밀어 온다.
"그런 것보다 게오르기네 님의 동향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것이 없나요? 디트린데 님의 말로는 출발 준비를 마치고 올도난츠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만, 아렌스바흐의 성에서 에렌페스트까지는 얼마나 걸리나요?"
"마차라면 7일 정도, 기수라면 2일 정도……. 하지만 이미 경계선 부근까지 이동한 상태에서 올도난츠를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열흘 정도 전에 게오르기네 님의 이궁에서 짐을 실은 마차가 출발했었으니까요."
"양부님에게 올도난츠를……."
일어나려 했더니 유스톡스가 그것을 손으로 제지했다.
"아우브도 기숙사에서 같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이미 알고 계십니다."
"아, 그런가요. 그런데 두 사람은 어떻게 귀족원으로 갈 수 있었나요? 아우브의 허락 없이는 전이진의 방에 들어갈 수 없죠?"
아렌스바흐에선 다른 걸까, 하고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유스톡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성결식 전부터 초석에 마력을 공급하는 것을 대신해 페르디난드 님이 얻어낸 계약입니다. 귀족원이 있는 겨울 이외에도 라이문트를 귀족원에 둘 것. 그리고 상황을 보기 위해 스승인 페르디난드 님과 우리가 귀족원을 오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조건이었죠."
페르디난드가 지도하는 라이문트의 연구가 2년 연속으로 표창되면서 주위에서 그를 후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한다. 라이문트를 성 안의 묘한 파벌 싸움에서 떨어트려 두기 위해. 그리고 유사시의 탈출 경로를 확보하기 위한 계약이었다고 한다.
"에렌페스트에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한 번 타령으로 나간 사람을 그리 간단히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페르디난드 님은 영주 회의에서 폭로하기 전에 뭔가 사건이 발생하면 란체나베와 아렌스바흐의 유착이나 위험한 발언 등을 녹음한 마술도구와 교환해 에렌페스트에서 수용되도록 교섭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의 신하에게는 이름 올린 돌을 돌려주거나 교섭 재료를 가지고 있게 하면서 완벽하게 대응하고 있는데, 자신은!? 어째서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건데!?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을 완전히 뒤로 미루고 있는 페르디난드의 나쁜 습관에 구으읏 분노를 모으고 있자, 유스톡스가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그런데, 곤란하네요" 라며 전혀 곤란하지 않은 얼굴로 나를 보았다.
"뭐가 곤란한가요?"
"유사시의 지시는 우리에게만 나온 것이 아닙니다. 페르디난드 님으로부터 공주님에게 전언이 있습니다."
어쩐지 매우 싫은 예감이 든다. 하지만 듣지 않을 수도 없다. 나는 입을 へ 모양으로 만들고 유스톡스를 재촉했다.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와 라자팜을 너에게 맡기겠다. 에렌페스트에서 움직이지 말고 얌전히 기다려라. 그러면 나의 죽음과 함께 전부 너의 것이 될 것이니 약속대로 유르겐슈미트와 함께 에렌페스트를 구하도록 해라, 라고 합니다. 저희들로서는 의미를 알 수 없었습니다만, 공주님은 아시겠나요?"
……전부 나의 것이 된다?
메스티오노라의 책에 대한 것이라는 느낌이 왔다. 내가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얻은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하나의 책이 나뉘어져 있는 것, 페르디난드의 죽음으로 인해 완전해지는 것을 알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에렌페스트에서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니, 즉, 도우러 오지 말라는 거지? 흐응.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전신을 감싼다. 나는 분명 페르디난드 본인을 협박했을 것이다. 행복해지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아렌스바흐는 물론 왕과 중앙을 적으로 돌리더라도 도우러 가겠다고.
"의미는 알겠습니다만, 단호히 거부하겠습니다. 제게 페르디난드 님의 죽음을 기다리는 취미 따윈 없습니다. 아무리 혼나더라도 저는 페르디난드 님을 구할 것입니다. 수단 따윈 가리지 않습니다."
"그래야말로 나의 여동생이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유스톡스도 똑같이 기쁜 듯이 웃으면서 도청방지 마술도구를 꺼냈다. 뭘까, 하고 생각하면서 손에 들자, 유스톡스는 나를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공주님은 알고 계신가요? 이름 올린 돌은 신하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합니다. 이름을 바친 신하는 주인의 죽음과 함께 죽지만, 주인의 마력에 의해 위기에서 살려낼 수도 있습니다. 즉, 이름 올린 돌은 신하를 살리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는 거죠."
페르디난드의 이름을 나의 마력으로 빼앗으라고 부추기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나는 얼굴을 경직시켰다.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분노보다도 동요가 커진다.
"……유스톡스는 알고 있었던 건가요?"
"그 마석은 제가 준비한 것이니까요."
"과연. ……이 아니라, 잠깐만요. 하지만, 그건, 즉, 제가……."
무단으로 페르디난드의 이름을 빼앗아 그의 생명을 맡게 되는 것이다. 페르디난드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이전에 동의도 없이 이름을 손에 넣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 내가 붕붕 머리를 가로로 흔들자 유스톡스가 섬뜩한 미소와 함께 방긋 웃었다.
"공주님, 수단을 가리지 않으시는 거죠?"
"그건 그렇습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아렌스바흐도, 중앙도, 심지어 첸트마저 적으로 돌려도 상관 없다고 아우브들에게 선언하신 거죠? 아닌가요?"
"그, 그건 맞지만. 틀리지 않지만……."
"……비록 모든 것을 적으로 돌리더라도 타령의 초석을 빼앗아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겠다는 각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그것과 이건 다른 문제다. 결심이나 각오의 종류가 다르다. 페르디난드가 내게 이름을 바치려던 것도 아니고, 하물며 내가 페르디난드의 생명을 진다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가장 큰 위험이 마력 고갈이라면 시간을 벌 수 있을 테고, 자신의 것이 아닌 마력에 감싸여 있는 동안은 페르디난드 님도 조금은 편하게 되실 것입니다."
주인의 마력에 감싸이는 황홀감에 대해서는 할트무트가 기분나쁠 정도로 말하고 있던 적이 있다. 황홀감이야 어쨌든, 주인의 마력으로 감싸는 형태로 외부에서 마력을 줄 수 있다면 확실히 조금이나마 편해질지도 모른다. 휘청 하고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그거라면 저 이외의 사람이라도……."
"페르디난드 님이 최종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맡길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공주님입니다.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으신가요?"
나무라는 듯한 유스톡스의 시선에 나는 "할 수 없습니다" 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긴급한 상황입니다. 수단을 가릴 수 없죠. 그러니 구출하자마자 바로 사정을 설명하고 이름을 돌려주면 됩니다. 언제까지고 계속 페르디난드 님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도 신경쓰이시죠?"
페르디난드 님의 위기를 구하려면 지금밖에 없습니다, 라고 거듭 재촉한다. 결국 나는 째릿 유스톡스를 노려본다.
"……그 돌, 상자에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식후에 공방에서 이름 올린 돌을 담을 상자를 만들고, 수면을 취하기 위해 돌아간 자기 방의 비밀방에서 나는 페르디난드의 이름을 빼앗았다. 자신의 마력이 상자를 감싸 하얀 고치처럼 된다.
하얀 고치처럼 된 이름 올린 돌을 들고, 나는 마력을 흘리며 명령했다.
"페르디난드 님, 포기하지 마세요. 절대로 구하러 갈 것이니, 어떤 수단을 써도 상관 없습니다. 살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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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하르트가 레티시아를 공격하지 않아 일단 안심.
게오르기네 관련 정보는 전부 양부님에게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스톡스의 반 협박을 받아 이름을 빼앗았습니다.
다음은 전이진입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32화. - 전이진 -
전이진
"로제마인 님, 일어나십시오. 슬슬 준비하셔야 합니다."
자고 있던 나를 리제레타가 깨웠다. 조금 잔 것만으로도 제법 개운해졌다. 나는 리제레타와 그레티아 두 사람이 입혀주는 기수복을 입고, 잊지 않고 페르디난드의 이름 올린 돌을 가죽주머니에 넣고 방을 나왔다. 이미 아래층에는 마석 갑옷을 입은 호위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리제레타, 그레티아, 라자팜. 도서관을 부탁합니다. 방어 마술도구의 사용법은……."
"괜찮습니다, 로제마인 님. 이쪽 일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는 것만을 생각해 주세요. 아우브가 기다리십니다."
리제레타가 미소와 함께 양부님에게로의 연락을 재촉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양부님에게 올도난츠를 날렸다.
"양부님, 로제마인입니다.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준비는 되어 있나요?"
"물론이다. 제1훈련장이다. 빨리 와라."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레오노레를 앞세워 성에 있는 기사단 제1훈련장으로 기수를 타고 날아간다. 나는 제1훈련장이라 해도 잘 모른다. 선행하는 둘을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나의 레서 버스는 마술도구나 회복약이 많이 들어 있어, 그 관리를 위해 할트무트와 유스톡스가 동승해 있다.
"유스톡스는 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에게 투여할 약의 종류와 순서를 복습해야 합니다. 내릴 거라면 할트무트겠죠."
하지만 할트무트가 그런 것을 납득할 리 없기에 결국 둘 다 태우게 되었다. 할트무트는 이 구출극에서 내가 무엇을 하는 걸까 하고 기대에 부풀어 있고, 유스톡스는 "여전히 재미있는 기수군" 이라며 레서 버스를 더듬고 있다1.
……이번은 이 두 사람이랑 계속 함께 행동하는 건가.
"로제마인 님이다!"
"어이, 자리를 비워라. 기수가 내려온다!"
한밤중이지만 제1훈련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기사들이 있었다. 야근하는 기사의 숫자를 늘려 언제라도 출동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는 모양이다. 굳어있는 모두의 얼굴에서 게오르기네의 침공이 임박한 것을 알고 긴장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다."
제1훈련장에 설치된 거대한 전이진 위에서 양부님과 그 측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우브만이 설치할 수 있는, 사람을 전이하기 위한 전이진이다. 이것으로 단번에 킬른베르가로 이동하는 것이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양부님."
"아렌스바흐의 습격에 대비해 기사들의 대규모 이동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한 예행 연습이다. 신경쓰지 마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쪽에도 이익이 크다."
나와 양부님이 이야기하는 사이에 많은 짐이 실려 있는 내 기수를 제외한 모든 기수가 치워지고 모두 전이진 위로 오른다. 그런 길지 않은 시간에 아버님이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다가가 두 사람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에크하르트, 코넬리우스. 호위기사로서 페르디난드와 로제마인 님을 지키고 무사히 귀환하거라."
"맡겨주십시오."
전원이 전이진에 오르자 양부님이 손을 들었다. 양부님 뒤에 나란히 서 있던 호위기사들이 슥 하고 이동하며 무릎을 꿇고 전이진 위로 손을 올린다. 몇 명분의 마력이 부어지고, 전이진이 어둠과 빛으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펄럭 하고 에렌페스트의 망토가 바람을 타고 춤춘다. 그런 가운데 양부님이 슈타프를 뻗었다.
"네류셀2 킬른베르가."
귀족원으로 전이할 때처럼 물컹 시계가 뒤틀린다. 기분이 안좋아지기에 눈을 감고 조금 부유감을 흘리고 있자, "잘 오셨습니다, 아우브·에렌페스트"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뜨자 기베·킬른베르가가 몇 명의 기사들을 동반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정말로 도착했다.
이곳은 기베·킬른베르가의 여름의 관의 일각이다. 영지 내에서 변이 일어났을 때 기사단을 출동시키기 위해, 기베의 저택에는 아우브가 설치한 전이진이 있다. 몇 세대 동안 대규모로 기사단을 파견해야 할 이변이 없었기에, 아우브마저 그 존재를 잊고 있던 것이다. 메스티오노라의 책에서 그 존재를 알게 된 내가 이번 이동에 사용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양부님이 부활시켜준 것이다.
"이것은 편리하군. 남쪽에서 이변이 일어더라도 쓸만할 것 같다."
"아우브, 전이진을 사용하면 싸우기에 앞서 회복약과 회복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법진의 기동에는 문관이나 근시를 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도착과 동시에 전이진의 검증을 시작한 사람들을 향해, 나는 "양부님, 토론은 나중으로 하고 경계문을 열어 주세요" 라고 말을 건넸다.
"그렇군. 검증은 나중이다. 가자."
이곳에서도 달빛을 받아 하얗게 떠오른 경계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제일 먼저 뛰쳐나가고 싶은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며 모두가 기수를 꺼내기를 기다린다. 양부님과 그 측근이 먼저. 그리고 우리들은 그 뒤를 따라 기수를 몬다.
경계문에 도착하자 양부님이 슈타프를 꺼내고 "오페네토아3" 라고 주창하며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새하얀 경계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나전 세공에 사용되는 조개 진주층과 같은 빛을 띄고 있는 훈색의 국경문이 보이기 시작한다. 달빛만이 아니라 스스로도 은은하게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마력 때문인 걸까.
"……로제마인, 정말로 쓸 수 있겠는가?"
"괜찮아요."
양부님이 국경문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린다.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을 지배하고 있지 않더라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으면 국경문을 이용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선대 첸트의 둘째 왕자도 구루투리스하이트만을 가지고 국경문을 개폐하러 갔었고, 란체나베를 건국한 톨퀸하이트4도 멋대로 국경문을 열고 빠져나갔었다.
……내 메스티오노라의 책은 마법진이 누락되어 있어서 문의 개폐는 못하고 이미 설치된 전이진을 사용할 뿐이지만.
이번엔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기수에서 내려 국경문에 다가가 슈타프를 꺼냈다.
"구루투리스하이트."
내 손에 메스티오노라의 책이 나타난다. 뒷쪽에 있는 사람들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나는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문에 밀어붙였다.
……우와!
엄청난 속도로 마력이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랫동안 문에 마력을 공급하지 않았던 탓일 것이다. 계속해서 마력을 흘려가자 연한 무지갯빛으로 빛나고 있던 문이 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다지 크지는 않은, 즈즈즈즈즈 하고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삼각 지붕이 좌우로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호오……. 어둠의 신의 총애를 받은 밤하늘의 머리카락에 빛의 여신의 가호가 깃든 금의 눈동자, 다양한 신들의 축복을 받은 그 미모,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전속성의 국경문에 다시금 빛을 주는 저 모습은 그야말로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가 아닙니까."
……조용해줘, 부탁이야. 킬른베르가의 사람들이 벙찐 표정을 하고 있으니까!
"이런 일이……."
"이것은……!?"
"설마 로제마인 님이……."
클라리사와 할트무트의 흥분된 칭찬에 양부님과 킬른베르가 기사들의 감탄이 이어진다. 킬른베르가의 국경문은 약 200년 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마력을 받아, 빛나기만 할 뿐이어도 놀라운 것이다.
그렇지만, 주위의 놀라움은 아무래도 좋다. 빨리 가야 한다. 나는 지붕의 움직임을 응시한다. 그 안에 국경문에서 국경문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전이진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기둥의 계단을 오를 수도 있지만 시간이 아까우니 기수로 이동하겠습니다. 아렌스바흐로 가는 사람들은 제 기수에 타도록 하세요."
지붕을 연 내 것 이외의 기수는 튕겨나가기에 아렌스바흐에 동행하는 측근들에게 그들의 기수를 치우고 레서 버스에 타도록 지시한다. 모두가 탑승하기에 앞서 나는 양부님을 돌아보았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절대로 페르디난드 님을 데리고 돌아올테니까요."
"잠깐, 로제마인. 이것을……. 지기스발트 왕자가 맡긴 것이다."
여섯 속성의 마석과 금색의 왕족의 문장이 새겨진 부적같은 마술도구 목걸이를 양부님이 내밀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방어 마법진도 새겨져 있다.
"지기스발트 왕자에게서요? 언제 만나셨나요?"
"귀족원에서 유스톡스들에게 이야기를 들은 이후다."
양부님에 의하면 첸트에게 긴급 연락을 보내자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다고 한다. 로제마인이 관련되어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사전에 최대한 상황을 파악해 두라는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당부가 있었던 모양이다.
"처음엔 사흘 후에 면회를……이라는 첸트의 말씀이 있으셨다만, 사흘 후는 이미 상황이 끝난 뒤이기에 사후 보고가 됩니다, 라고 전하자 에렌페스트의 다과회실에 지기스발트 왕자를 보내준 것이다."
바쁜데다 오늘은 마침 기사단장이 휴무라서 첸트는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양부님은 대신 지기스발트 왕자에게서 부적을 받아왔다고 한다.
"이것은 왕족의 허가를 받은 행동이라는 증거이므로 반드시 지니고 있을 것, 이라고 한다. 뒤로 돌아라. 달아주마."
왕족의 허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나는 지기스발트 왕자의 마음씀씀이에 감사히 응하기 위해 빙글 양부님에게 등을 돌리고 목걸이를 달기 쉽도록 머리카락을 모아 끌어당긴다. 무녀 견습이었을 때와 달리, 매일 근시들이 페르디난드의 부적을 달아주고 있기에 익숙한 동작이다. 이제 빌프리트도 "남자에게 장식품을 받아본 적이 없는 건가" 라는 말은 못하겠지.
……나 성장했구나. 장식품, 마구 받아주겠어.
"마치 양부님이 주셨던 검은 부적 같네요. 이번에는 지기스발트 왕자의 부적이 저를 지켜 줄까요?"
"그대가 지켜주고 싶은 자들 또한 지켜줄 것이다. ……가라."
딸깍 하고 고리가 걸리는 소리가 나고, 양부님이 가볍게 등을 떠밀었다. 나는 끄덕 수긍하면서 기수에 올라 국경문 위로 날아올라 미끄러져 내려온 지붕 안쪽에 내렸다.
내가 내린 곳은 훈색 일변의 바닥이다. 그곳에 커다란 전이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매 년 첸트가 측근들을 데리고 왔었기 때문이겠지. 메스티오노라의 책에 기술된 옛 시대에는 측근들을 거느린 첸트가 국경문이 있는 거리를 기수를 타고 화려하게 날아다녔다는 서술도 있었다. 시대가 지날 수록 거느린 측근들의 숫자가 줄면서 마력을 절약하게 된 것 같긴 하지만.
나는 기수에서 내려와, 전이진 위에 선다. 킬른베르가 경계문의 옥상과 그 상공에 기수에 탄 양부님과 아버님들이 보인다. 나는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고 슈타프를 꺼낸다.
"구루투리스하이트."
밤의 어둠 속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나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의 표면은 빛나고 있다. 정말 편리하고 읽기 쉽다. 나는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여 전이진을 움직일 방법을 검색해 화면에 나타난 마법진을 톡 하고 선택한다.
"케류셀5 단켈페르가."
화면에서 마법진이 나왔다. 전체 속성의 빛을 발하는 마법진이 공중에 떠올라 전이진 위에서 빛을 발하며 회전한다. 그 빛에 이끌리듯이 바닥에 설치된 전이진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마력이 빨려들어가는 감각에 놀라면서 나는 마력을 흘린다.
넘쳐흐르는 빛에 의해 시계가 하얗게 변한다. 전이할 때 특유의 부유감에 나는 눈을 감는다. "페르디난드를 부탁한다, 로제마인!" 이라는 양부님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려온다.
"오오오오오!!"
천천히 흔들리는 감각 사이로 굵고 우렁찬 외침이 울려왔다. 그것만으로도 단켈페르가에 도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체감 온도가 5도는 올라간 것 같다. 솔직히, 덥다.
눈을 뜨자 국경문 안이었다. 전이진이 빛나고, 국경문 자체가 빛을 내고 있지만, 지붕이 열려있지 않기 때문에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붕이 열려있지 않아도 여기까지 소리가 울리는군요. 저렇게 흥분해 있으면 아렌스바흐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쳐버리지는 않을까요……."
"그런 연약한 기사, 단켈페르가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안심해 주세요."
클라리사는 웃는 얼굴로 장담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불안하다. 이렇게 흥분해 있는 기사들을 정말로 내가 이끌 수 있을까, 하고.
"게다가 벌써 10년 이상 첸트의 방문이 없던 국경문에 변화가 나타난 것입니다. 다들 흥분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아아. 단켈페르가에게는 십수년이었지.
클라리사의 말에 묘한 납득을 한다. 에렌페스트에 있어서는 역사책에서만 나오던 현상이지만, 단켈페르가에서는 예전에 자신의 눈으로 본 적이 있는 현상이다. 드물기는 해도 경험의 범주 내다. 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놀라는 일은 없다.
나는 홀로 기수에서 내려와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벽에 밀어붙였다. 마력을 흘려 국경문의 지붕을 열어야 한다. 지붕이 조금씩 열려가는 것에 비례해 함성이 커져간다.
지붕이 완전히 열린 것을 보고, 나는 단켈페르가의 경계문으로 이동하기 위해 기수를 타고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단켈페르가 경계문의 옥상에는 예상 이상으로 많은 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우측 기둥의 옥상에는 갑옷을 입고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 기사들이 열 명씩 열 줄로 정렬해 있다. 그 앞에 서 있는 두 명은 지휘관 같은 존재인 걸까?
그리고 좌측 기둥의 지붕에는 갑옷을 걸치지 않은, 떠나는 사람들을 전송하거나 견학을 나온 듯한 사람들이 우측의 몇 배나 모여 있다. 좌측 경계문의 옥상은 한가득이다.
나는 우측 기둥의 옥상으로 향한다. 아우브 부부와 레스티라우트가 측근들을 거느리고 기사들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우브·단켈페르가, 그리고 기사 여러분. 급한 요청에 대한 대응과 협조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가 기수에서 내리자 수경 통신으로 이야기했었던 아우브·단켈페르가 이외의 사람들이 숨을 삼키며 나를 바라본다. 특히 레스티라우트의 경악에 찬 시선이 아프다.
"아우브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정말로 로제마인 님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나는 한넬로레의 목소리를 듣고 반사적으로 그쪽을 돌아본다. 아우브 부부 및 레스티라우트와 함께 있지 않은 것은 미성년이기 때문에 불참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은 이곳에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잠깐.
아우브 일행 이외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은 갑옷으로 전신을 감싸고 있는 기사들 뿐이다.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한넬로레의 모습에 나도 숨을 삼킨다.
"한넬로레 님, 그 모습은 설마……."
내게 말을 걸어온 한넬로레는 전신을 마석 갑옷으로 감싸고 있다. 출진 멤버인 것이 분명하다.
"저는 귀족원 3학년 때에 열린 신부 훔치기 딧타에서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단켈페르가에서는 딧타의 수치를 딧타의 승리로 씻어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최대한 로제마인 님의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니, 꼭 함께 데려가 주십시오."
한넬로레가 수줍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말랑말랑 부드러운 분위기와 대사가 전혀 맞지 않는다.
……딧타의 수치는 딧타의 승리로 씻는다니, 뭐야 그거!?
―――――――――――――――――――――――――――――――――――――
전이진으로 에렌페스트에서 킬른베르가에.
그리고 단켈페르가.
지기스발트 왕자의 부적도 받았습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33화. - 출진 -
출진
한넬로레 같은 미성년 여성 영주 후보생을 아렌스바흐에 보내도 정말로 괜찮은 걸까. 나는 뺨을 경직시키면서 나란히 서있는 아우브 부부에게로 시선을 향한다. 하지만 첫째 부인조차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다. 이제 와서 말릴 수 있을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한넬로레 본인이 말한 것처럼 단켈페르가에서는 그런게 미덕일지도 모르지만, 에렌페스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지의 관습 차이가 너무 심하잖아, 라고 생각한 순간 앗 하고 깨달았다. 타령으로 공격해 들어가자고 앞장서고 있는 나부터가 미성년 여성 영주 후보생이다. 단켈페르가 보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라고는 할 수 없다. 그 말 그대로 전부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러어어어언! 혹시 내가 가장 있을 수 없는 존재인거야?
"로제마인 님, 조금 괜찮습니까?"
레오노레가 말을 걸어와서 나는 앗 하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로제마인 님이 아우브·단켈페르가에게 인사드리시는 사이에 단켈페르가의 기사들과 사전 협의를 해두고 싶습니다. 아렌스바흐의 국경문에 도착한 뒤여선 늦을테니까요."
단켈페르가의 반응으로 미루어봐도 전이진을 사용하면 국경문이 빛날 거라고 생각된다. 가급적 전투를 피하며 단번에 신전까지 잠입하고 싶기에 아렌스바흐의 국경문에 도착해 느긋하게 협의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정보교환이나 사용할 신호 등의 협의는 이참에 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로제마인 님의 호위는 안젤리카와 문관들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럼 모두 갑시다."
내가 건네준 지도를 손에 들고 레오노레는 단켈페르가 기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보통은 문관들에게는 호위를 맡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문관은 페르디난드로부터 전력으로 꼽히는 유스톡스와 단켈페르가 출신 수행 문관인 클라리사와 할트무트이다. 레오노레의 판단에 잘못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켈페르가의 실질적인 지휘관은 하이스힛체 씨인가.
한넬로레와 나란히 서있던 기사는 하이스힛체인 것 같다. 낯익은 푸른 망토를 걸치고 있고, "도대체 어디서 이런 상세한 지도를 구한 거지" 라고 중얼거리며 진지한 표정으로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로제마인 님, 저도 지휘관으로서 저쪽의 회의에 참가하도록 할게요."
한넬로레가 방긋 미소지으며 기사들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나는 아우브 부부와 레스티라우트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상위 영지의 협력에 대한 예를 표하고, 귀족원에서 왕족과 연락이 닿았던 것을 전한다.
"저의 말이 진실인 것은 이 왕가의 문장을 보시면 믿으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지기스발트 왕자에게서 받았습니다."
나는 아우브 부부에게 보이도록 지기스발트에게 받은 목걸이를 옷에서 꺼냈다.
"아우브의 이야기만으로는 반신반의 했습니다만, 그정도로 고품질의 문장을 보내온 것이라면 틀림없겠네요."
첫째 부인은 아우브·단켈페르가를 바라보며 가볍게 숨을 토하고는 방긋 미소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단켈페르가는 첸트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럼, 나도 에렌페스트의 요청대로 진짜……."
아우브·단켈페르가가 불쑥 몸을 내밀었지만, 첫째 부인이 무서운 미소와 함께 아우브·단켈페르가를 바라보자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단켈페르가에서는 첸트의 요청이 있으면 아우브가 기사들을 이끌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직은 중앙 기사단과의 관계나 왕족과의 협의를 레스티라우트에게 맡길 수 없으니까요."
진짜 딧타에 참가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가 첫째 부인에게 크게 혼난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아우브·단켈페르가의 반응에 마른 웃음이 떠오르고 만다.
"레스티라우트 님이 아닌 한넬로레 님이 아렌스바흐로 향하는 것에 놀랐습니다."
"로제마인 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차기 아우브입니다. 아우브가 중앙으로 향할 경우, 제가 초석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것은 한넬로레에게 맡길 수 없는 제 사명입니다."
나는 자신도 진짜 딧타에 참가하고 싶다고 불평한 듯한 아우브·단켈페르가를 힐끔거리며 레스티라우트를 칭찬했다.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레스티라우트 님. 그렇지만 레스티라우트 님에게 그런 말투로 대해지면, 전, 어쩐지 편치 않습니다만……."
"그러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로제마인 님에게 예전처럼 허물없는 태도로 대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공적인 자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태도가 과하다. 눈이 마주친 순간에 시선을 피하고, 눈을 마주치려고도 않는 것은 좀 심하다고 생각한다.
"평소처럼 대해주셔도 됩니다. 거리감이 느껴져서 조금 섭섭하네요."
"……흠, 그대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군."
언제나와 같은 거만한 모습에 조금 안도한다. 레스티라우트는 힐끔힐끔 나를 보면서 "이번 일의 승산은 있는 것이지?" 라고 작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딱히 그대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한넬로레 때문이다. 이번 일은 한넬로레에게 있어 수치를 씻을 절호의 기회니까. 이번은 그대가 이끄는 것이다. 한넬로레도 스스로 승부를 포기하는 추태는 보이지 않겠다만……그……."
단켈페르가에서는 딧타에 참가해 승부를 포기하는 것은 아무래도 매우 부끄러운 일인 듯, 레스티라우트의 적색 눈동자에는 한넬로레에 대한 걱정이 감돌고 있다.
"초석을 빼앗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번 일에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은 페르디난드 님을 구출하는 것입니다."
"반드시 페르디난드 님을 구출합시다, 로제마인 님. 저도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하이스힛체 씨……."
협의가 끝났는지 이쪽으로 온 하이스힛체가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지난번, 저는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려다 큰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로제마인 님이 이끌어 주시는 것입니다. 실수 없이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겠죠."
고개를 내젓는 하이스힛츠에의 얼굴에는 후회의 빛이 짙다.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로 떠나도록 적극 지원했던 것을 원통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상대방을 위한다고 생각해 한 일이 오히려 그 반대였던 것이다.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고 이 망토를 돌려드릴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딧타에서 페르디난드 님에게 진실된 승리를 얻었을 때에 되찾아야 하는 물건이니까요."
걸치고 있는 망토를 움켜쥐고 하이스힛체는 중대한 결의를 선언하는 얼굴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하이스힛체로서는 중대한 결의를 선언하며 정말 진지한 기분에 젖어 있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지만, 나는 망토를 돌려받은 페르디난드의 표정을 상상하고 그 둘의 온도차에 떫떠름한 기분이 되어 버린다.
……페르디난드 님, 절대로 귀찮은 얼굴을 하겠지. 실제로 돌려주더라도 곤란한걸.
구출되자마자 망토를 떠맡아 딧타를 신청받는 페르디난드의 모습을 생각하면 미적지근한 웃음이 감돈다. 하지만 아무리 성가셔하는 얼굴이라도 모든 것을 포기한 얼굴보다는 훨씬 낫다.
……페르디난드 님은 질색하는 얼굴로 딧타를 하는게 좋아! 나는 끌어들이지 말고!
"하이스힛체 씨의 마음 씀씀이를 기쁘게 생각합니다. 절대로 구출합시다."
"네, 슈타이페리제보다 빠르게!"
시원스레 대답한 하이스힛체가 한넬로레를 돌아본다.
"한넬로레님, 의식을!"
"네! 로제마인 님, 중심은 맡기겠습니다."
"저, 저는 춤 출 수 없어요!?"
갑작스레 역할을 떠맡아,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한넬로레는 자신의 위치로 향하며 웃어넘긴다.
"춤추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전에 처음으로 의식을 하셨을 때와 마찬가지여도 좋습니다. 중심에서 사기를 올리는 데에는 로제마인 님 이상으로 걸맞은 분은 계시지 않으니까요."
"오오오오오오! 한넬로레 님의 말씀대로입니다!"
"로제마인 님의 축복을 이 몸으로 받자!"
"단켈페르가의 옛 의식을 되살린 에렌페스트의 성녀!"
분명 이번 딧타의 주동자는 나다. 국경문을 사용해 그들의 열기를 더욱 고조시킨 것도 나다. "의식보다 빨리 가자고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단켈페르가에서는 딧타 전에 의식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축복은 받아 두는 편이 싸움에 유리하다. 이런데서 주저하며 헛되이 시간을 낭비하거나 사기를 내릴 수는 없다.
……도망칠 방법이 없는 것은 알지만, 이 전개, 뭔가 이상하지 않아?
한넬로레로부터 역할을 떠맡아, 관객의 함성과 기대에 찬 시선에 저항하지 못하고, 나는 경계문 옥상의 중심에 섰다.
……우우, 축복이 과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네.
단켈페르가 기사와 내 측근들이 대강 원형이 된 것을 보고, 나는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싸움에 임하는 우리에게 힘을!" 이라고 외치며 슈타프를 꺼낸다.
"란체!"
나의 슈타프가 라이덴샤프트의 창으로 변한다. 그것을 신호로 기사들도 슈타프를 창으로 변화시켰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 중에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들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인가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착각이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
창이 일제히 쿵 하고 바닥에 부딪힌다. 견학온 관객들 사이에서 "오오오오오!!" 하고 함성이 나오면서 공기가 진동한다. 싫어도 긴장감과 흥분이 높아져가고, 심장이 멋대로 고동치기 시작한다.
"승리를 손에 넣기 위해 힘을 얻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앙그리프의 강한 힘을. 승리를 손에 넣기 위해 속도를 얻자. 누구보다 빠른 슈타이페리제의 속도를."
나는 축문을 외칠 뿐이지만, 주위의 기사들은 노래하며 창을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한다. 깔끔한 동작으로 빙글 회전하나 싶으면 자루로 바닥을 때리고, 창을 끌어당기고, 금속적인 소리가 박자를 알린다. 그 때마다 주위에서 목소리가 높아지며, 동시에 체감 온도가 올라간다. 주위와의 일체감과 온몸이 뜨거워지는 열기를 느끼며, 나는 창을 치켜올렸다.
"싸우자!"
무용에 참가하는 기사들은 물론, 관람객의 목소리까지 하나가 되어 울려퍼진다. 창을 높이 들자 밤하늘을 가르듯이 색색의 축복이 쏟아지고, 관람객들 사이에서 한층 더 큰 함성이 울려퍼진다.
아우브·단켈페르가가 앞으로 나와, 척하고 손을 치켜든다.
"가라, 우리 단켈페르가의 정예들이여! 빼앗아라,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슈타이페리제보다 빠르게!"
"오우! 슈타이페리제보다 빠르게!"
한넬로레와 그 호위기사, 그리고 자신의 측근들을 태우고 나는 기수를 몰아 국경문으로 날아오른다. 나머지 기사들은 계단을 이용하도록 했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지나칠 정도로 체력이 남아도니, 그래도 문제없을 것이다.
"로제마인 님, 모두가 모일 동안 마력 회복약을 마시고 가급적 레서 버스를 작게 해서 전이진이 없는 부분으로 이동시켜주십시오. 모처럼이니 교란용으로 쓸만한 마술도구를 단켈페르가 기사들에게 나눠주도록 하죠."
"레오노레?"
레오노레의 지시에 눈을 깜박이자 마티아스가 전이진을 가리켰다.
"이 전이진은 갑옷을 입은 백 명의 기사가 들어갈 정도로 크지 않습니다. 마력적으로 부담스러우시겠지만, 두 차례에 나누어 전이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란시키는 인원은 많은 편이 좋기에, 동행하는 기사를 줄이는 것이 아닌, 두 번에 나누어 전이해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마티아스가 부연했다.
"첫 번째로 이동하는 것은 계단을 이용해 밖으로 나갈 사람들입니다. 전이하고 나서 계단에서 대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이동할 사람은 최대한 로제마인 님의 기수에 태우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전이한 기사는 레서 버스에 타고 아렌스바흐의 경계문 상공에서 뛰어내려 자신의 기수로 옮겨탈 것이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경계문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기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국경문의 계단에서 나오는 기사들의 안전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경계문에 기사를 배치해야 한다는 페르디난드 님의 말에 따랐던 기사단장이 얼마 전에 파면되었다. 지금은 경계문을 지키는 기사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그렇게 말했지만, 경계문에 경비를 서는 기사가 없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란체나베의 배가 드나들고 있고, 성에서는 이변도 있었던 것이다. 기사의 배치도 이전과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어떤 때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나는 레오노레와 마티아스의 제안을 따르기로 했다.
"경계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아렌스바흐의 국경문은 바다 위에 있기에 주의해야 합니다. 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조심하지 않으면 바다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것은 큰일이다.
그러는 동안 계단으로 뛰어올라온 기사들이 전이진 위에 정렬하기 시작했다. 전이진이 가득차기를 기다려, 나는 기사들에게 앞으로의 행동을 설명하고, 첫 번째 전이를 시행했다. 그리고 나머지 기사들을 최대한 레서 버스에 태우고 전이한다. 국경문에 마력이 가득 찬 탓인지, 전이에 필요한 마력이 부쩍 줄었다.
단켈페르가로 전이했을 때와는 달리, 아렌스바흐의 국경문으로 전이해 왔지만, 쥐죽은 듯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일제히 기습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긴장감을 느끼며 모두에게 주의를 전하고, 나는 국경문의 지붕을 열고 레서 버스를 몰아 단번에 뛰쳐나왔다.
경계문의 상공으로 오르자,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레서 버스에서 뛰어내려 제각기 자신의 기수로 옮겨탄다. 동시에 국경문에서 기수를 타고 날아오른 기사들이 무기를 겨누고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어째서 아무도 없는 걸까요? 이 정도의 인원이 경계문을 넘었는데 아우브가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을 텐데요."
어두운 바다 가운데,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국경문. 그리고 그 빛을 받아 하얗게 떠오른 경계문. 경계하고 긴장했던 것이 슬플 수준으로 아무도 없다. 기사단이 출동하는 듯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어두운 가운데 문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만 공허하게 울릴 뿐이다.
"어둠 속에 숨어 기습할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요?"
"오히려 불안해지네요."
"내가 아무도 없다고 말했지. 목적은 전투가 아니니 딱 좋지 않은가. 이 기회에 단번에 진격하자. 한넬로레 님, 계획대로 성 주변에서의 교란을 부탁드립니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지시를 내고 한넬로레와 하이스힛체는 상공에 산개해 경계하고 있는 단켈페르가 기사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클라리사는 한넬로레 님과 같이 행동해주세요. 클라리사의 광역 마술을 보조하는 마술은 교란시키는 것에 더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무운을!"
클라리사가 한넬로레의 집단에 섞이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레서 버스의 핸들을 꼭 쥐었다.
"안내를 부탁합니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전, 지도는 모르니까요!"
밤하늘과 같은 색조의 해면 위를 빠져나간다. 단켈페르가 기사들은 고지대 위에 올라있는 성을 향해 날아가고, 우리들은 도중에 갈라져 신전으로 향해야 한다. 에렌페스트와는 달리, 아렌스바흐의 신전은 귀족가 한가운데에 있다.
바다 위를 날고 있자, 항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익숙한 형태의 배들 사이로 이상한 모양의 커다란 은빛 물체가 여럿 늘어서 있었다.
"이상한게 있네요. 저것은 뭔가요, 유스톡스?"
"란체나베의 배입니다, 공주님."
"마치 기다란 『센스이칸1』 같네요."
무심코 그렇게 답하다가 은색이라는 것에 섬짓하니 목덜미에 한기가 들었다.
"혹시 저 배에도 마력이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국경문에서 나올 때는 검은색이었고, 바다 위에서 은색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유스톡스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어린다.
"……마력이 통하지 않는 은색의 물건은 천만이 아니었네요. 바로 한넬로레 님들에게 올도난츠로 주의하도록 전해주세요. 유스톡스, 할트무트. 에렌페스트와 중앙으로 주의를 전할 방법이 없을까요?"
"지금 시점에서는 편지를 보내는 것 이외엔 경계선을 넘길 연락 방법이 없습니다만, 안타깝게도 편지를 작성하기 위한 종이와 잉크가 없습니다. 편지를 작성할 수 있는 것은 성에 도착한 이후가 되겠죠."
"종이와 잉크는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로제마인 님의 문관이라면 당연한 것이지요. 바로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할트무트가 "언제 어디서나 편지 세트" 를 꺼내서 편지를 작성해 에렌페스트와 중앙을 향해 날린다. 올도난츠를 사용할 수 없는 신전이나 아랫마을에 가 있을 때, 그때그때 떠오른 것을 편지로 날리는 나에 대한 대비가 도움이 된 모양이다.
"공주님, 저것이 아렌스바흐의 신전입니다."
유스톡스가 그렇게 말했을 때, 성 상공에서 화려한 폭발음이 울렸다.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교란이 시작된 모양이다.
"서두르지요, 공주님."
―――――――――――――――――――――――――――――――――――――
단켈페르가에서의 협의를 거쳐 아렌스바흐로.
경비하는 기사가 없는 경계문. 달려오지 않는 기사단.
딱 좋은 상황이지만, 괜히 불안이 커지는 아렌스바흐에 도착했습니다.
다음은 아렌스바흐의 신전입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34화. - 아렌스바흐의 신전
아렌스바흐의 신전
단켈페르가에는 양동을 맡기고 우리 에렌페스트는 신전의 문을 넘어 안뜰에 착지했다. 문 안쪽은 조용하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심야이기 때문인 건지, 신전을 지키는 문지기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많은 기수가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누구냐고 물어보는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뭔가 이상하네요."
문지기가 있었으면 포박해서 신전장이나 신관장에게 안내하도록 강요해야 했기에, 회색 신관들에게 그다지 심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조금 안심했다. 그렇지만 이건 조금 심할 정도로 조용하다.
"아렌스바흐의 신전은 문지기를 두지 않는 걸까요?"
"신전 내부에 관한 정보까지는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기원식 당시도 성배는 신관들이 가져왔기에 저희는 신전에 들어갈 일이 없아서……."
유스톡스가 "기대에 부응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라며 고개를 젓는다. 아렌스바흐의 측근들이 내내 따라다니고 있는 상태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했던 유스톡스에게 신전까지 출장을 나가 정보를 수집할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이 신전의 정보는 이 신전의 사람에게 묻는 수밖에 없겠네요. 그럼 저는 제게 이름을 올린 호위기사들과 함께 신전에서 일을 마치고 오겠습니다. 유스톡스와 할트무트는……."
"기다려주십시오, 로제마인 님. 이곳은 에렌페스트의 신전이 아닙니다. 내부 상태를 확인하지도 않고 타령의 신전에 로제마인 님을 들일 수는 없습니다."
뒷좌석의 할트무트가 짐 속의 나무 상자 하나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며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말했다.
"할트무트, 그게 무슨 말인가요? 시간이 없습니다. 제가 가지 않으면……."
"로제마인 님이 타령의 신전에 들어가시기 위해서는 먼저 청소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신관장인 제가 갈 것이니, 로제마인 님은 잠시 기수에서 기다려주십시오. 입단속시키기 쉬우니, 로제마인 님에게 이름을 바친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는 저를 도와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 남을 로제마인 님의 호위로는 이름을 올리지 않은 코넬리우스, 레오노레, 안젤리카가 어떻겠는지요?"
나무 상자를 안은 할트무트는 웃는 얼굴을 한 채 거의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였다. 신전 어디에 초석이 있는지는 양부님 이외엔 말하지 않았지만, 할트무트는 그것을 눈치채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뭐든지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에 놀라며 슬쩍 확인해본다.
"……할트무트는 제가 신전 어디로 가려는지 알고 있는 건가요?"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기 위해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으려 이 신전으로 오신 것입니다. 이 신전의 어디로 가야 할지는 로제마인 님이 사라지셨을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자연히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에렌페스트의 방위와 관련해서도 걱정하고 계셨으니까요."
내게 분명한 말은 듣지 못했지만, 거진 짐작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전히 할트무트의 관찰력은 대단하다.
"로제마인 님, 제 예상이 틀렸는지요?"
문답에 소요되는 시간도 아깝다. 할트무트가 목적지를 알고 있고, 안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출입하지 못하게 한다면 맡길 수밖에 없다. 나는 가죽주머니를 열어 접어두었던 몇 장의 마술지를 꺼내 할트무트에게 건넸다.
"……이것은 입실 허가증입니다. 신전장이나 신관장의 사인을 받아 책장의 여신을 찾아주세요. 에렌페스트에서 저희들이 대비했던 것처럼 침입자를 막는 장치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부디 조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가능하면 장치나 함정의 수색과 해제를 위해 유스톡스의 의견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의 측근이라면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겠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는 할트무트의 말에 유스톡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페르디난드 님을 돕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협력하겠습니다, 공주님."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어쩌죠?"
"공주님의 호위를 하게 해주십시오. 현 상황에서 이 이상 공주님의 호위기사를 줄일 수는 없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에게 혼나게 됩니다."
나무상자를 안고 있는 할트무트와 유스톡스가 기수에서 내리고, 대신 레오노레가 기수에 올라탔다. 안젤리카,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세 명이 기수의 주위를 지키는 모양이다.
"확인도 없이 타령의 신전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할트무트가 옳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여기까지 와서 기다려야 하는 것도 고역이네요."
"귀족이 없는 신전을 청소하는 것이니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겠죠. 그보다도 저는 단켈페르가의 움직임이 신경쓰입니다. 마술도구를 사용하는 소리가 완전히 멈추지 않았나요?"
보통이라면 아렌스바흐 기사단 사이에 경계와 응전의 신호가 오가거나 긴급소집을 알리는 종이 울렸을 것이다. 하지만 단켈페르가가 사용하는 마술도구에서 나는 것 이외엔 별다른 소리가 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레오노레의 말에 나는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어 상공의 상황을 살핀다.
그러자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나는 창 밖으로 몸을 내민 채 팔을 내민다. 파닥파닥 날개를 퍼덕이며 팔에 내려선 올도난츠가 부리를 열었다.
"로제마인 님, 클라릿사입니다. 교란을 위해 단켈페르가 성 상공에서 마술도구를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사단이 나오지 않습니다. 뭔가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대로 성을 제압해 페르디난드 님이 계신 마력 공급 제단을 찾을까요?"
주위를 경계하는 듯, 작은 목소리로 말해지는 내용에, 나는 레오노레와 얼굴을 마주한다.
"디트린데 님은 페르디난드 님의 마력이 고갈되기 전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혹시 기사단을 이끌고 중앙으로 간 걸까요?"
"하지만 역시 모든 기사를 데려갔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로제마인 님, 매복일 가능성을 고려하며 단켈페르가에게 성을 수색하게 하죠. 어차피 마력 공급 제단을 찾아 들어가야 합니다."
레오노레의 말에 따라, 나는 "매복에 경계하며 성의 수색을 부탁드립니다" 라고 올도난츠를 날렸다.
"흰 새다! 이 안에 마력을 가진 사람이 숨어있다!"
"문을 부숴!"
"비켜! 마석은 내꺼다!"
직후, 문 너머에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레오노레와 얼굴을 마주본다. 곧이어 문지기가 드나드는 듯한 작은 출입문에서 둔기로 들이받는 듯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귀족은 아닌 것 같네요."
"네. 이렇게 난폭한 말투로 고함을 지르는 행동은 기사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귀족이라면 굳이 문을 부수지 않더라도 기수로 뛰어넘을 수 있겠죠."
레오노레의 말처럼 고함을 치며 일부러 문을 부술 이유가 없다. 에렌페스트와는 달리 완전히 귀족 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신전이라 마력 인식이 필요한 귀족문조차 없는 것이다.
"로제마인 님 제가 상황을 보고 오겠습니다."
안젤리카가 재빠른 움직임으로 날아오른다. 그것을 허가하는 동시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레서 버스에 등을 향하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곧바로 안젤리카가 돌아와 보고를 시작한다.
"문을 파괴하려는 자는 세 명. 은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은의 옷이라면 란체나베의 사람이겠군. 적어도 아렌스바흐의 기사는 아니야. 하지만 란체나베가 여기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이유가 뭘까."
생각에 잠긴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을 놔둔 채, 안젤리카는 보고를 계속한다.
"그리고 은의 방패와 은의 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에게 가지고 있는 무기가 효과가 있는지, 슈타프로 포박이 가능한지 등을 시험하기 위해서도 싸우고 싶습니다. 공격 허가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상대가 소수일 때 시험해 두는 것이 좋겠지, 주인의 주인."
안젤리카의 허리 부분에서 페르디난드의 목소리가 들려와 움찔했다. 슈틴루크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몹시 그리운 기분이 된다.
"적의 전력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겠죠. 공격을 허가합니다만, 적은 다양한 독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부디 주의하도록 하세요."
"코넬리우스는 레오노레와 함께 로제마인을 지키도록. 가자, 안젤리카. 문을 열자마자 바로 거리를 벌려라. 나는 문을 넘어 뒤로 돌아가 적을 가두겠다."
내가 공격의 허가를 낸 순간 뛰쳐나간 것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었다. 재빨리 기수에 올라 문을 넘는다. 안젤리카는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의 명령에 반응해 곧바로 문으로 뛰어들어 빗장을 벗겨냈다.
"와앗!?"
"뭐야!?"
갑자기 문이 열리는 바람에 문을 부수기 위해 무기를 치켜들고 있던 남자들이 중심을 잃고 굴러들어온다. 몸에 두르고 있는 은색이 달빛을 반사하는 것이 보인다.
"빨리 들어가라. 닫을 수 없다."
기수에서 뛰어내린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아마 신체를 강화한 상태로 남자들을 뒤에서 힘껏 발로 차넣는다. 가장 멀리 나가떨어진 남자를 안젤리카가 슈타프로 포박하려 했지만, 역시 마력으로는 포박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크, 크크큭……. 아무리 어둠 속에서 기습하더라도 그쪽의 무기는 소용 없어."
힘껏 채이는 바람에 콜록콜록 기침하던 남자가 슈타프로 포박하는데 실패한 안젤리카를 비웃으며 일어나 은의 검을 겨눈다. 그리고 안젤리카는 준비해온 검을 재빨리 뽑아 아무런 주저도 없이 포박에 실패한 남자를 푹 찌르고 바로 뽑는다.
"듣는 것 같습니다만?"
안젤리카를 비웃던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과 입을 크게 벌리고 순식간에 찔려버린 남자를 바라본다. 검에 찔린 남자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는 듯, 자신의 상처에 손을 올린다. 주륵 하고 쏟아지는 빨간 피가 점점 기세를 더하며 흐르기 시작한다. 하얗게 깔린 판석 위로 새빨간 것이 퍼져나가는 것을 어둠 속에서도 알 수 있다.
……피, 피가……. 피가 한가득.
시야를 메우는 빨간색이 무섭고 기분 나쁘다. 아무런 주저도 없이 적을 벨 수 없으면 호위기사로서 종사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눈 앞에서 발생한 참상에 질색하며 목 안쪽이 땅기는 것을 느낀다.
"안젤리카, 무기보다는 신체 강화를 사용해라. 모처럼 색다른 무기와 도구다. 온전히 회수하고 싶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근처에서 뒹굴고 있던 남자는 이미 전력이 되지 못하는 상태인 것 같다. 목덜미를 잡혀 끌려가고 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코넬리우스, 무장을 해제시켜라" 라고 말하면서 끌고가던 남자를 힘껏 내던졌다.
"넷!"
"꺅!"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포박용 밧줄을 들고 달려나갔지만, 나는 사람이 물건처럼 내던져지는 모습에 무심코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동요하고 있는 것은 나뿐이다. 호위기사는 여성마저도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습에, 훈련을 받고 있는 기사와의 차이를 싫어도 실감했다.
"큭!"
피를 흘리던 남자가 나이프 같은 은의 무기를 안젤리카에게 집어던진다. 그것을 안젤리카가 손등으로 쳐내자, 물리공격에 반응한 듯, 안젤리카의 부적이 공격을 반사했다. 되돌아온 공격에, 칼을 던진 남자는 피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뭣!? 뭐야, 지금 건……. 이런 거 못 들었다고."
공격이 반사되는 것은 몰랐던 건지, 홀로 남은 남자가 새파란 얼굴로 아군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지만 이미 남아있는 것은 자신 뿐이다.
"신체 강화로 무기를 회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안젤리카는 훗 하고 웃으며 잔상이 남을 듯한 속도로 남자에게 달려들어 돌려차기 연속기로 깔끔히 마무리짓는다.
"은의 천에 은의 무기라는 보고를 들었을 때는 좀 더 고전할까 싶었습니다만, 간단히 끝나서 안심했습니다. 상대가 소수이고 기습 공격이 성공했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이쪽이 준비한 무기나 부적이 듣는 것을 확인한 것은 매우 크네요. 저는 아직 안젤리카만큼 능숙하게 신체 강화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안심했습니다."
"그, 그렇네요."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남자를 어떻게든 보지 않으려고 눈을 돌리고 있자,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안젤리카가 너덜너덜하게 만든 마지막 남자를 질질 이쪽으로 끌고 오는 것이 보였다.
"……저기, 레오노레.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원래 이렇게 신체 강화를 사용해 싸우는 스타일이었나요?"
"보니파티우스 님과 가장 비슷한 느낌으로 싸우는 편입니다. 저는 훈련에서 몇 번인가 보았기에 놀랍지 않습니다만, 로제마인 님은 처음이신가요?"
레오노레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슈타프 검을 사용하지 않고 싸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도, 안젤리카도 육탄전에 너무 익숙해서 놀랐습니다."
……할아버님의 교육 성과, 대단하네.
사람들을 묶고,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안젤리카 셋이 무장을 해제시키며,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안젤리카에 주의를 준다.
"이 은의 천에는 마력이 듣지 않는다. 바센으로 세척할 수 없으니, 피로 더러워지면 나중에 사용하기 힘들지 않은가. 많은 인원을 상대하며 여유가 없다면 또 모를까, 이런 소수를 상대할 때는 나중 일도 생각해서 공격 방법을 선택해라."
"네, 알 것 같습니다."
……절대로 모르고 있어! 나중 일이라니, 그렇게 어려운 건 안젤리카에게 요구하면 안 돼!
포로에게서 은제품을 벗겨내고 있자, 마티아스와 라우렌츠가 돌아왔다. 할트무트가 나를 데려오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목에 걸어 늘어뜨리고 있는 신전 열쇠를 옷 위로 한번 누르며 존재를 확인하고 레서 버스에서 내린다.
"로제마인 님, 저도 호위로 동행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레오노레. 이 앞은 이름을 받지 않은 사람은 데려갈 수 없습니다."
"안 됩니다. 로제마인 님의 호위기사가 너무 적습니다. 적어도 한 명은 더 데려가 주십시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말에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무장을 해제하던 손을 놓고 일어섰다.
"유스톡스가 허가되었다면 내가 가겠다. 그대들은 로제마인의 기수를 지키면서 포로의 처리와 함께 은의 무기와 장비의 검증을 계속하라. 그리고 알게 된 것을 단켈페르가와 공유하도록."
"넷!"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레오노레와 안젤리카에게 지시를 내리고, 나를 재촉해 걷기 시작한다. 신전으로 들어가자마자 슈타프의 빛의 띠에 둘둘 감긴채 재갈을 물고 있는 회색 신관의 모습이 보였다.
"할트무트와 유스톡스는 목적지에서 대기중이며, 도서관 내부를 꼼꼼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신전장의 신병도 확보되었고, 출입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걸으면서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의 보고를 듣는다. 이미 준비는 끝나있는 모양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복도를 비추고 있다. 아렌스바흐는 에렌페스트보다 훨씬 따뜻한 탓인지, 창문이 크고 복도가 밝다. 레서 버스를 타고 있는 동안은 별다른 차이는 느끼지 못했지만, 내리고 나니 기수복이 너무나도 덥다.
"공주님, 이쪽입니다. 이렇게 허가증도 받았습니다."
유스톡스에게 슈타프로 겨눠진 아렌스바흐의 신전장이 목덜미를 경직시키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도와달라고 간청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사합니다, 아렌스바흐 신전장. 얌전하게 있어주시면 용건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해방시켜드릴 것이니, 잠시 참아주십시오."
나는 유스톡스에게서 허가증을 받아 도서실로 들어간다. 바닥은 깨끗하지만, 먼지섞인 냄새가 난다. 에렌페스트의 신전 도서실에 비해 장서가 많다. 무심코 마음이 끌릴 것 같다.
"로제마인 님, 이쪽에는 딱히 아무런 함정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렌스바흐 신전장의 말이 맞다면 신전을 찾는 귀족들은 많아도 도서실을 찾는 귀족은 없었다고 합니다."
"신전을 찾는 귀족들이 많은 건가요. 이대로는 에렌페스트의 귀족들은 가호 숫자에서 곧바로 타령에 추월당하겠네요."
가호의 증가를 제일 처음 발견한 것은 에렌페스트인데, 라며 어깨를 떨어뜨리자, 할트무트가 난처한 얼굴로 "귀족들이 신전을 방문하는 목적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아, 꽃을 받으려는 목적인가.
그 이상 깊게는 묻지 않고, 할트무트도 말하지 않는다. 할트무트는 방긋 미소지으며 나를 한 책장 앞으로 안내한다.
"로제마인 님, 이쪽의 책장에 메스티오노라가 계십니다. 찾으시는 여신은 이분이 틀림 없으신지요?"
"고맙습니다, 할트무트."
나는 메스티오노라의 책장 앞에 서서 옷 밖으로 성전의 열쇠를 꺼냈다. 책장에 새겨진 메스티오노라의 신구인 성전에 손가락을 댄다. 딸깍 소리와 함께 성전이 열리며 그곳에 열쇠구멍이 나타났다.
열쇠 구멍에 성전의 열쇠를 꽂는다. 마력의 선이 달리고, 책장이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안쪽으로 훈색 막이 걸린 듯한 공간이 보인다. 마력 공급 제단으로 이동할 때와 같은 모습이다.
"로제마인 님, 회복약이나 빈 마석 등의 예비는 이쪽에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을 것이니, 필요하면 불러주십시오."
할트무트는 나무 상자를 가볍게 두드리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한 번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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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켈페르가의 공격에 기사단의 출동은 없음.
신전 부지로 들어가자 란체나베 병사와 조우.
도서실 진입을 달성했습니다.
다음은 아렌스바흐의 초석입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35화. - 아렌스바흐의 초석과 공급의 제단 -
아렌스바흐의 초석과 공급의 제단
훈색 막을 빠져나간 곳에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으힉!?" 하고 숨을 삼키며 황급히 마법진이 없는 곳으로 발을 옮긴다.
"……아, 위험했다."
양부님에게는 "안에도 함정을 만들어 두는 것이 어떨까요?" 라고 말한 주제에, 아무것도 없는 도서실과 신전 도서실에 들어간 귀족이 없다는 아렌스바흐 신전장의 정보에 완전히 방심했던 모양이다.
"이거 혹시 게오르기네 님의 함정?"
실제로 설치한 것은 초석의 위치를 알고 있는 디트린데나 그 언니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지만, 제안한 것은 게오르기네가 아닐까. 나는 경계하며 자신의 마력이 들어있는 마석을 하나 마법진 안으로 던진다. 카랑 하는 소리가 난 직후, 마법진이 빛나며 청색의 불기둥이 힘차게 솟아올랐다.
"히익!"
거센 기세와 피부를 태우는 열기에 숨을 삼키며 나는 벽에 착 달라붙는다. 머리카락 하나라도 그 불길에 닿았다간 함께 태워질 것 같다. 모든 것을 삼킬 듯한 파란 불꽃이 게오르기네의 집념을 드러내는 것 같아 숨이 막힌다. 가슴께를 꽉 잡고 나는 자신의 마력이 든 마석이 파란 화염에 삼켜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파란 불꽃이 사그라들어 사라지자 마법진도 함께 사라진다. 바닥도 방도 익숙해져 있는 하얀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래도 아직 뭔가가 남아있을 것 같아 무서워, 나는 떨리는 다리를 채근하며 가장자리를 조심스럽게 걸어 초석의 앞으로 이동했다.
창문 없이 사방이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방 가운데에 소프트볼 정도 크기인 대신의 귀색으로 빛나는 마석이 일곱 개 떠올라 있다. 마력 공급 제단과 매우 비슷한 움직임으로 천구의처럼 돌고 있는 귀색의 마석에서 반짝거리는 빛가루 같은 것이 조금씩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이 일곱 종류의 마석은 마력 공급 제단과 이어져 있다. 다양한 색상으로 반짝이고 있는 빛가루는 마력 공급 제단에서 공급되고 있는 마력이다. 즉, 지금 떨어지고 있는 빛가루는 현재 페르디난드에게서 빠져나가고 있는 마력인 것이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빛가루가 떨어져 내려가는 그 끝에는 하얀 바닥 안쪽으로 거대한 구체가 파뭍혀 있었다. 보이는 부분만으로도 내가 두 팔을 벌린 것보다도 더 크다. 이것이 영지의 초석이다. 엷은 녹색으로 빛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초석을 물들인 현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물의 속성이 강한 것을 알 수 있다.
"실물은 이렇게 크구나."
나는 초석을 들여다본다. 커다란 공 모양인 초석의 안에는 엷은 녹색으로 빛나는 액체가 출렁이고 있다. 절반도 되지 않는 양으로 보인다. 페르디난드가 반나절 이상 마력을 흘린 것에 비해 초석 안에 차있는 마력이 적다.
……혹시 마력의 유출량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던 걸까?
여러 사람과 함께 행하는 의식과 달리 홀로 갇혀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력 흐름에 동조되어 마력이 유출될 일은 없다. 디트린데가 축사를 외웠기 때문에 유출량을 결정한 것이 디트린데인 줄 알고 걱정했지만, 페르디난드는 그 상태에서도 최대한 저항했던 모양이다.
……마력의 고갈을 노리고 죽이려 했다면 더 힘차게 흘러갔을 테니까.
그렇지만 아무리 유출량이 예상보다 적었다 해도, 지금 이 순간에도 페르디난드의 마력이 흘러나가고 있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조용히 쏟아져내리는 빛가루를 바라보며, 나는 초석 위에 빈 마석을 올렸다. 조금이라도 쉽게 초석을 물들이기 위해 미리 마력을 뽑아내두는 것이다. 초석의 마력이 너무 줄어들게 되면 흰색 건물과 결계에 큰 영향을 생기기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줄여두는 것이 물들이기 쉽다.
"……이 정도면 되려나?"
내 예상보다도 초석에 차 있는 마력이 적어서, 가지고 있던 마석만으로도 대처할 수 있었다. 엷은 녹색으로 물든 마석을 자루에 넣고, 나는 한 손에 회복약을 들고 슈타프를 꺼냈다.
영주 후보생의 강의에서 실습했던 것처럼 슈타프를 초석에 대고 마력을 쏟아 물들이게 된다. 나는 몸 속에 압축해 쌓아둔 마력을 끌어내면서, 가급적 단번에 마력을 쏟아붓는다.
……가라!
손에 든 회복약을 마시면서 계속 마력을 쏟는다. 이 정도로 큰 마석을 물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은 몸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 아우브의 마력을 자신의 마력으로 천천히 바꿔나간다. 그렇지만 지금은 부담이 어떻다는 말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회복되자마자 다시 줄어들어가는 마력을 느끼면서도 마력을 쏟는 것은 멈출 수 없다. 엷은 녹색이었던 초석이 점점 자신의 마력인 엷은 황색으로 변해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빨리 물들어줘!
나는 마력만 회복하는 약을 마셔가며 초석을 물들여갔다.
이윽고 초석에서 녹색의 색조가 사라지고 완전히 나의 색으로 물든다. 완전히 염색된 초석은 한 번 진한 황색의 빛을 내뿜었다.
"……끄, 끝났다."
오랜만에 있는 힘껏 대량의 마력을 사용해서 그런지 가벼운 현기증이 느껴진다. 나는 잠시 초석에 기대어 호흡을 고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초석의 방에서 나왔다.
호흡은 가다듬었어도 안색은 어쩔 수 없었던 듯, 신전 도서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할트무트가 "로제마인 님, 괜찮으신가요?" 라며 매우 걱정스러운 듯이 물어왔다.
"로제마인 님의 몸을 위해서는 조금 휴식을 취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한넬로레 님이 로제마인 님이 초석을 물들이시는 것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서둘러 성으로 가죠. ……그래도 기수까지 갈 동안 조금만 손을 빌려주세요."
"조금이 아니라 얼마든지 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할트무트의 손을 빌려 도서실을 나와, 유스톡스에게 아렌스바흐의 신전장을 석방하도록 명한다.
"상황에는 변화가 있었나요?"
내가 레서 버스에 올라 묻자, 초석을 물들이는 동안 외부와 정보를 교환하고 있던 유스톡스가 단켈페르가 측의 상황을 알려준다. 성 내 란체나베인에 대한 구축이 수월히 진행되어, 지금은 귀족가를 어슬렁거리고 있는 란체나베인을 탐색하고 있다고 한다.
"란체나베가 난동을 부리고 있는 배경에는 디트린데 님, 알스테데 님, 게오르기네 님의 지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된 건가요?"
"성으로 진입한 단켈페르가에 의하면 피해가 매우 편중되어 있다고 합니다."
본관은 무사한데 반해, 영주 후보생이 기거하는 북의 별채와 페르디난드의 방이 있는 서의 별채는 철저히 습격당해 이미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데다 마술도구 종류가 모조리 약탈되었고, 귀족가에 있는 집들 중에서도 피해를 겪은 집과 그냥 지나쳐간 집이 있다고 한다.
"페르디난드 님이나 레티시아 님과 관계가 깊은 사람이 표적이 되어 있는 것 같네요. 본인 이외엔 열 수 없는 비밀방에 숨어 계신다면 조금은 안심입니다만……."
"부지 입구에 표식이 붙은 집은 당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쪽에서 전한 정보가 주효했던 듯, 단켈페르가에서는 피해다운 피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진짜 딧타를 하려고 찾아왔는데 하늘도 날지 못하는 자들로는 상대로서 부족하다고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단켈페르가다워서 안심이랄까, 맥이 빠진달까…….
"성 안쪽 귀족가에 있던 란체나베인 일부는 란체나베의 관으로 도망쳤고, 일부는 배로 도망치려 한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란체나베인의 일부는 아렌스바흐에서 빌린 마차로 이동하지만, 배로 왔기 때문에 각자 개별적으로 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기수를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동 속도는 늦다고 한다.
"숨어있을 경우 찾는 것이 다소 번거롭다고 합니다."
"……레티시아와 그 측근들은 무사할까요?"
"란체나베인은 올도난츠의 움직임과 로트의 빛으로 숨은 귀족의 거처를 찾고 있습니다. 제 올도난츠로 인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고려해 올도난츠는 아직 보내지 않았습니다."
유스톡스의 말에 나는 조금 눈을 내리뜬다. 레티시아가 무사하면 좋겠지만, 그녀가 공급의 제단에서 나가고 디트린데가 들어 올 때까지의 시간을 생각하면 그 둘이 만나게 되었을 가능성은 높다.
……레티시아에게 올도난츠가 날아가지 않는다면…….
"단켈페르가가 성의 란체나베인을 전부 소탕했다고 하니, 페르디난드 님과 함께하던 측근들부터 연락을 취해보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유스톡스는 성에서 란체나베를 배제했다는 소식과 안부를 묻는 올도난츠를 차례로 날린다.
"유스톡스입니다. 저는 지금 아우브의 집무실로 향하고 있습니다.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에 의해 성의 란체나베인은 전부 소탕되었습니다. 북쪽과 서쪽의 별채가 괴멸 상태라고 들었습니다만, 무사하십니까?"
날지 않는 올도난츠가 셋 있었다.
성에 도착한 나는 유스톡스와 할트무트를 레서 버스에서 내리고, 레서 버스를 1인 사이즈로 줄여 성내를 이동한다. 한넬로레와는 아우브의 집무실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하인용 계단이나 문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유스톡스의 안내를 받아, 아우브의 집무실까지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었다.
집무실 앞 복도에는 유스톡스의 올도난츠를 받고 나온 듯한 아렌스바흐의 귀족들 여럿이 한넬로레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넬로레 님,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단켈페르가의 도움으로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페르디난드 님의 구출 뿐입니다."
"……로제마인 님."
안심한 듯한 얼굴의 한넬로레가 연한 핑크로도, 보라색으로도 보이는 머리카락을 살짝 흔들이며 돌아보았다.
"몇 번이나 말씀드렸듯이 단켈페르가는 에렌페스트의 요청에 따라 진짜 딧타에 참가했을 뿐입니다. 자세한 것은 에렌페스트에 물어봐 주세요."
……한넬로레 님, 분명 그런 설명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거에요.
조금 당황하고 있는 듯한 한넬로레의 모습에 쿡 하고 작게 웃으며, 아렌스바흐 귀족의 상대는 나중이라고 전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페르디난드 님을 구출한 이후에 하도록 하죠. 한넬로레 님, 페르디난드 님을 구출할 때까지 이곳에 방해가 들어오지 않도록 지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지 못하면 승리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승리를."
나는 유스톡스에게 아우브의 집무실을 열게 한다.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아렌스바흐 귀족 중 한 사람이 깜짝 놀란 듯이 나의 기수를 뒤쫓아 왔다.
"로제마인 님,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았다는 것이 정말입니까!?"
"네. 달리 페르디난드 님을 구할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으니까요. 초석을 물들인 지금, 아우브·아렌스바흐는 저입니다. 이 구출은 왕족의 허가도 받은 것입니다."
나는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받은 목걸이를 보이며 방긋 웃는다. 알아들었으면 방해하지 말라는 의미였지만, 왕족의 문장을 본 남자는 "오오! 왕족의 허가가……" 라며 환희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지금 바로 경계문을 닫으러 가주십시오! 아직 란체나베의 배가 출항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면 놈들을 놓치지 않고 사로잡을 수 있고, 잡혀간 딸들을 구할 수……."
원래는 영주 후보생의 측근인 상급 귀족이었던 걸까. 남자는 아무런 주저도 없이 아우브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상태로 경계문을 닫는 것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나도 경계문을 닫는 것의 중요성은 안다. 그러나 페르디난드와 경계문을 비교하면 페르디난드 쪽으로 손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이제야 초석을 물들이는데 성공해 아우브의 집무실까지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성에서 경계문까지 왕복하는 시간도 아깝다.
"란체나베의 배를 그대와 아렌스바흐의 기사단이 공격하는 것은 상관 없습니다. 허가하겠습니다. 단켈페르가로부터 란체나베와 싸울 때의 주의점에 대해 듣고, 자신들의 가족을 도우러 가도록 하세요."
"그대가 아우브이지 않습니까!? 왕족에게서 란체나베를 배제하라는 의뢰를 받아 오신 것이 아닙니까?"
비명 같은 목소리로 딸이 란체나베에 끌려갔다는 것을 호소하며, 곧바로 경계문을 닫고, 기사단을 이끌고 딸들을 구해달라고 간청한다.
"왕족의 의뢰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기 위한 허가를 받은 것입니다. 페르디난드 님을 구할 시간도 기다릴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면 자신의 가솔을 구하기 위해 그대 스스로 초석을 물들이도록 하세요."
나는 아우브의 집무실에 모여있는 에렌페스트의 망토를 달고 있는 얼굴들을 둘러보고, 그 사이에서 홀로 아렌스바흐의 망토를 달고 있는 남자를 노려본다.
"그대에게 현 아우브의 집무실에 들어올 자격은 없습니다. 안젤리카."
"넷!"
곧바로 안젤리카가 움직여 남자를 집무실에서 쫓아낸다. 문이 닫혀, 에렌페스트에서 함께 온 멤버만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기수에서 내린다.
"유스톡스, 어디에 입구가 있는지 아나요?"
"조금 전에 슈트랄1에게 들었습니다. 이 뒤쪽이라고 합니다."
유스톡스가 벽에 붙은 책상자를 치우고 그 안쪽을 드러냈다. 나는 조금 몸을 구부려 그곳에 있는 작은 문에 손을 대고 마력을 쏟는다. 작은 문은 곧바로 구구굿 커지며,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크기가 되었다.
"……등록의 마석이 없습니다."
"등록의 마석은 로제마인 님이 만드시는 것이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페르디난드 님의 등록의 마석이 제거된 상태입니다."
설령 움직일 수 있게 되더라도 공급의 제단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묘한 곳에서 주도면밀한 디트린데에게 분노가 치솟는다.
"이대로는 페르디난드 님이 나올 수 없습니다."
신체 강화를 사용해 페르디난드를 공급의 제단에서 끌어내고, 이후엔 유스톡스에게 약의 투여를 부탁하려고 했는데, 이래서는 페르디난드를 데리고 나올 수 없다. 등록의 마석을 준비해 페르디난드의 마력을 등록해야 하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라면 마석에 마력을 흘릴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에서 공주님이 직접 투약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이쪽에 순서대로 늘어놓았습니다. 의식이 없을 경우엔 이것을 사용해 약을 입 안에 흘려넣어 주십시오."
유스톡스가 빠른 속도로 투약 순서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투약시의 주의점을 듣고, 공급의 제단으로 이어지는 문을 연 뒤에 유스톡스의 약함을 건네받기위해 손을 내밀었다.
"기다려 주십시오, 로제마인 님."
"왜 그러나요, 할트무트? 유스톡스가 설명한 투약 순서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한 손을 넣은 상태로 슈타프를 꺼내서 공급의 제단 내를 바센으로 세척할 수 있으신지요?"
"그런 건 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갑자기 할트무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당황하면서 한 손을 넣어 슈타프를 꺼내 본다.
"될 것 같습니다만, 왜 이런 걸 하는 건가요?"
오늘은 이미 마력을 잔뜩 썼기에 더는 쓰고 싶지 않은데, 라고 생각하며 묻자, 할트무트는 "공급의 제단에 남아있는 독이 로제마인 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로제마인 님은 보통의 치사량보다 훨씬 적은 약으로도 2년 간 잠드셨던 전적을 가지고 계십니다.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만은 절대로 피해야 합니다."
체내에 마력이 덩어리져있었기 때문에 묘한 반응을 일으킨 것이지만, 2년 간 유레베에 잠겨있던 전적이 있는 나는 아무래도 독에 내성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과연. 페르디난드 님은 성장과정으로 인해 다양한 독에 내성이 있습니다. 이번에 즉사시키는 독이 제대로 듣지 않아 해독제를 마실 여유가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공주님에게 같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겠죠."
"하긴, 독이 남아있다면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기 전에 제가 먼저 쓰러질지도 모르겠네요."
가슴을 피고 할 말은 아니지만,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
"도우러 들어가신 로제마인 님이 쓰러지셔선 큰일입니다. 이곳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초석을 물들인 로제마인 님 외엔 없습니다. 들어가시기에 앞서 세척을 부탁드립니다."
"이런 상태로 바센을 사용해도 안의 페르디난드 님은 괜찮을까요?"
나는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에게 묻는다.
"독가루를 당한 것이라면, 페르디난드 님부터가 독투성가 되어있을 것이니 세척하지 않고서는 다가갈 수 없습니다. 오히려 페르디난드 님을 포함해 바센을 부탁드립니다."
의외로 대범한 유스톡스의 지시에 얼굴을 굳히며, 나는 오른팔을 집어넣고 바센으로 공급의 제단과 페르디난드를 세척했다.
"그럼, 페르디난드 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유스톡스가 준비한 해독 세트를 안고 공급의 제단으로 들어간다.
디트린데가 나갔을 때와 같은 상태로 페르디난드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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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초석은 수월히 물들었습니다.
성에 있던 란체나베인은 단켈페르가에 의해 간단히 퇴치되었습니다.
한넬로레 님의 활약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타이밍이 나빴습니다.
다음은 페르디난드의 구출입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36화. - 페르디난드의 구출 -
페르디난드의 구출
"페르디난드 님!"
공급의 마법진 위에 계속된 마력 공급으로 쇠약해진 듯한 엎드린 상태의 페르디난드가 보인다. 얼른 마법진 위에서 끌어내 마력 공급을 중단시켜야 한다. 나는 바로 달려가 약상자를 내려놓고 신체를 강화해 페르디난드의 몸을 엎드린 상태에서 위를 보도록 뒤집어, 겨드랑이 부분에 손을 넣고 질질 끌며 마법진이 없는 벽으로 이동시킨다.
"성장해서 다행히다……. 작은 채로는 아무리 신체강화를 해도 한도가 있는걸."
육성의 신 언바욱스에게 감사하며, "조금만 더 커질 수 있게 해주세요" 라고 부탁하고 페르디난드의 호흡을 확인한다. 호흡은 일단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아, 옆으로 눕혀 회복자세1로 만들고 약상자를 집어든다.
"어디보자, 의식이 없을 경우엔 먼저 유레베를……."
유스톡스에게 설명받았던 것처럼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먹이기 위한 필터 같은 기구를 사용해 유레베를 흘려넣는다. 내가 2년 간 잠긴 상태로 마력의 덩어리를 풀어낸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그 자리에서 마석화시키는 독을 먹었다면 가장 효과적인 것은 유레베이다.
나는 몇 번인가 의식이 없을 때 약을 먹은 적이 있지만, 내가 타인에게 먹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긴장하면서 입 안에 유레베를 흘려간다.
……덩어리가 된 직후라면 녹기 쉬울 거야. 힘내라, 유레베.
그렇게 생각하면서 플루트레네와 룬슈메르의 위안을 겹쳐서 건다. 조금은 해독과 회복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바라며.
"다음은 해독제네."
페르디난드가 내게 해주었듯이 해독약을 적신 천을 입 안에 넣었다. 혀의 마비가 조금이라도 완화되면 호흡이 편해지고 약을 마시기 쉽게 된다고 한다.
……아. 조금이지만 입가가 움직이지 않았어?
가만히 관찰하고 있자, 미묘한 움직임이 보였다. 일단 천을 빼고, 다시 해독약을 적셔 입에 넣고 상태를 본다. 입가가 미묘하게 움직이며 호흡이 조금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천을 꺼내고, 이번엔 스포이트 같은 물건으로 극악맛 회복약을 조금씩 입 안을 적시듯 흘려넣는다. 일어났을 때 입 안이 심한 맛으로 가득하게 되지만, 이것으로 마력과 체력 모두를 대폭 회복시킬 수 있다. 이제 됐어, 라고 생각한 직후, 페르디난드가 격렬하게 기침하며 약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어. 어째서!? 뭔가 실패한 거야!?
일어났더니 입 안이 엄청나게 지독한 맛이었던 것은 나도 지금까지 몇 번이고 경험한 바이지만, 의식이 없을 때 먹여지다가 토해냈던 적은 없다. 내 방식이 뭔가 잘못되었던 모양이다.
"죄죄죄죄, 죄송합니닷! 이러려던게 아니었어요!"
괴로운 듯이 콜록거리는 페르디난드에게 고개를 기울이며 등을 쓰다듬고 있자, 갑자기 팔을 붙잡혔다.
"에?"
의식이 돌아온 걸까, 라고 생각할 여유도 없을 정도의 속도로 팔을 잡혀, 빙글 위치가 역전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눈을 깜빡이고 있는 사이에, 지금까지 의식이 없었을 페르디난드가 나를 넘어뜨리고 양쪽 손목을 잡은 채 체중을 실어 짓누르고 있었다. 페르디난드의 양 손목을 잇고 있는 수갑의 사슬이 목덜미를 파고든다.
"누구냐?"
괴로운 듯한 호흡 사이로 내뱉어진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와 낮선 사람을 보는 듯한 가늘게 뜬 시선으로 페르디난드가 나를 로제마인이라고 인식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쇠사슬로 숨이 막히는 가운데, 나는 "로제마인이에요!" 라고 필사적으로 외친다.
……갑자기 커지긴 했지만, 나라는 걸 알아줘! 덧붙이자면 조금 손에 힘을 넣는거 멈춰! 쇠사슬이 닿아서 아프니까!
"……로제, 마인?"
잠시 침묵하고, 순간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던 페르디난드가 차르륵 쇠사슬 소리를 울리며 한 손을 조금 들어올렸다.
"……그럴 리 없다. 로제마인은 이 정도 크기다."
"그럴 리 없다는건 무슨 말인가요? 그런 인형 같은 크기였던 적은 만나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콜록!?"
이의 있음을 힘껏 주장했더니, 팽팽하게 쳐진 쇠사슬에 스스로 파고들게 되었다. 좀 기세가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죽을 정도로 괴롭다. 콜록콜록 기침하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털썩, 옆으로 쓰러지듯이 내 위에서 비켜났다. 방금 전의 기민한 움직임은 완전히 허세였던 듯, 힘없이 몸을 눕히고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넌 정말로 바보이지 않은가?"
"우우……. 지금은 조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자각은 하고 있으니, 그렇게 은근한 어조로 말하지 말아주세요."
회복해서 최초의 대화가 이거라니 너무하다. 좀 더 이렇게 감동적인 감사의 말이라던가, 열심히 노력한 나에 대한 칭찬 같은 오랜만의 재회에 걸맞은 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이 아니다만……. 과연. 확실히 너는 로제마인이 맞는 모양이군. 나에게 쇠사슬로 목을 졸린 상태에서 그렇게 태평하고 바보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너 정도밖에 모른다."
나는 "알아주시니 기쁘네요" 라고 말하면서 천천히 일어났다. 이 정도로 의식이 있다면 스스로 약을 마실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약상자로 향한다.
"어떤 약이 필요한가요? ……응? 잠깐만요. ……에엣!? 수갑을 차고 있어서 사슬이 걸렸던게 아니라 목을 조르고 있었던 건가요!?"
내가 약상자에 손을 댄 상태로 돌아보자, 페르디난드가 정말 싫다는 듯한 얼굴이 되었다.
"……설마 진심으로 눈치채지 못한 건가?"
"아니, 저도 페르디난드 님이 경계할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성장했으니 알아보지 못하려나? 라고는 생각했지만, 유레베와 해독약을 먹여줬는데도 적으로 간주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심하잖아요" 라고 뺨을 부풀리자, "심한 것은 너다" 라고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어디의 누구라고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만 멋대로 남의 이름을 빼앗아간 끝에 수단을 가리지 말고 살라고 명한 바보가 있었으니까 말야. 빈사상태라면 더욱 적을 배제해야 한다고 몸이 반 정도는 마음대로 움직였던 모양이다."
"에에? 살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말라고 명령받은 빈사상태인 사람의 행동이 적의 배제라는 건 이상하잖아요? 약을 마시는 도중이었으니 그것을 끝까지 마시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페르디난드는 조금 시선을 피하며 "독을 먹이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라고 말했다.
……아아, 그렇치, 그렇치. 극악맛 회복약은 진심으로 독이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살인적인 맛인걸.
그렇긴 해도, 극악맛 회복약을 먹여지다가 독으로 오인한 거라면, 나쁜 건 내가 아니라 만든 사람이 아닐까.
"즉, 완전히 페르디난드 님의 자업자득이잖아요!"
"그렇게 말한다면, 명령해제도 없었고, 멈추라고도 명하지 않았으니, 목이 졸려서 죽을 뻔한 것은 너의 자업자득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하아. 이런 대화는 아무래도 좋다. 빨리 약이나 줘라."
"얼버무리는 건가요?"
"얼버무리지 않았다.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을 말했을 뿐이다."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이거야!!
"아직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 우선 해독약이다. 약을 다 마시면 다음은 이 수갑을 어떻게 해라. 슈타프를 쓸 수 없으니 정말 불편하다."
힘없이 늘어진 상태로 페르디난드가 계속해서 지시를 낸다.
지금은 내가 페르디난드의 이름을 빼앗은 주인인데, 라고 입술을 삐죽이며, 시키는 대로 약을 준비하고, 상태를 봐가며 조금씩 먹인다.
"페르디난드 님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 주제에, 입만은 언제나처럼 뻔뻔하네요."
"입만 움직이는 것은 네가 해독약을 입에 물렸기 때문이 아닌가. ……그리고 나에게 불평할 생각이라면 조금은 그 풀어진 얼굴을 어떻게든 한 뒤에 해라. 불평하는 건지, 기뻐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얼굴이 되어 있다."
페르디난드에게 지적받은 얼굴을 만져보니, 확실히 엄청나게 풀어진 얼굴이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찰싹찰싹 뺨을 두드리며 표정을 다잡으려 노력해 보지만, 전혀 고쳐질 것 같지 않다.
"악담을 늘어놓을 정도로 회복해서 다행히라고 생각하기에, 얼굴을 어떻게든 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헤죽 웃자, 페르디난드는 몇 번인가 눈을 깜빡이다가 눈을 감고 입을 へ 모양으로 만들었다.
"……정말이지, 너는."
"아, 혹시 수줍어하는 건가요?"
"그럴 일 없다."
쿡쿡 뺨을 찌르자, 페르디난드의 팔이 중간까지 올라가다가 멈추고, 끝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다시 내려왔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숨을 토한 페르디난드가 힐끗 나를 노려본다.
"어디, 움직일 수 있게 된 뒤에 보겠다."
"네.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참 잘했다고 칭찬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도 좋고, 뭣하면 꼬옥― 하셔도 좋고, 뺨을 꼬집어도 좋으니까요."
페르디난드를 바라보며 자신의 희망과 회복된 이후에 당할 듯한 일을 말해본다.
"……그러니, 빨리 회복하셔야 해요."
툭 하고 눈물이 떨어진다. 긴장이 풀린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페르디난드와 허물없이 대화할 수 있게 된 안심감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가장 큰 이유는 살아있어주어서 정말 다행히라는 감정이다. 제멋대로 넘쳐나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울지 마라."
그렇게 말한 페르디난드의 팔이 다시 올라가다가 도중에 멈추고 다시 내려간다. 얼굴을 찌푸린 페르디난드가 화난다는 듯이 주먹을 쥐었다.
"애당초 너는 나를 도우러 올 필요가 없었다. 유스톡스들에게 그렇게 전하라고 말했을 텐데, 너는 왜 여기 있는 건가? 여긴 어떻게 온 것인가?"
그 말에 똑 하고 눈물이 그쳤다. 이것이 내 눈물을 멈추려고 말한 것이라면 엄청난 효과라고 생각하지만, 페르디난드의 경우는 틀림없이 가감없는 본심이다.
"페르디난드 님이 그렇게 기억력이 나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그렇게나 협박했을 터입니다만……."
"협박은 당했다만, 여러가지로 상황이 바뀌지 않았나. ……어째서 화를 내는 건가?"
……진심으로 모르고 있어, 이 인간.
"화낸다고요! 저는 페르디난드 님이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무엇을 적으로 돌리더라도 도우러 갈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저를 부른 것은 페르디난드 님이죠?"
"부른 기억이 없다."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우는 페르디난드의 얼굴을 꽉 잡고 나는 도망치려는 듯한 금색 눈동자를 빤히 바라본다.
"부른 기억이 있을 겁니다. 제게 페르디난드 님의 상황이 보였으니까요. 이전에 러츠가 똑같이 저의 위기 상황을 봤을 때엔 제가 죽을 것 같은 공포에 직면해 러츠를 필사적으로 부르던 때였습니다. 그러니 페르디난드 님은 저를 부른 것입니다. 부르지 않았더라면 준비 부족에 시간 부족으로 제 때 올 수 없었을 테니까요."
"알았다. 알았으니까 조금 떨어져라. 너무 가깝다."
페르디난드가 불렀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얼굴이 가깝다" 라는 엉뚱한 소리를 하기에, 나는 그 너무 가깝다는 거리를 이용해 쿵 하고 박치기한다. 으윽 하고 고통에 신음하던 페르디난드가 울컥한 듯이 나를 노려보았다.
"……오지 않는 것이 좋은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은 네가 아닌가."
"네?"
"이쪽의 질문에는 답신도 않고, 주의도 아무것도 듣지 않은 채 폭주해서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에 넣어, 에어베르멘에게 나를 죽이라고 명령받았겠지?"
페르디난드가 노려보기에, 나도 페르디난드를 노려본다.
"받았는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요? 저는 에어베르멘 님 본인에게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아니, 기다려라. 어느 한쪽이 희생되어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완성시키지 않으면 유르겐슈미트가 붕괴한다는데, 너는 그것을 거절해서 어쩔 작정인가?"
"네? 그런 말을 들어도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지 못하면 유르겐슈미트를 구해도 의미가 없겠죠?"
무슨 말을 하는 걸까, 하고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페르디난드는 경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너는? 그래서는 마치 유르겐슈미트보다 나를 선택한 것처럼 들린다. 용어 선택은……."
"대영지, 중앙, 왕족, 신들……. 무엇을 적으로 돌리더라도 도우러 갈거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신들까지라는 건 듣지 못했다."
아연한 얼굴로 그렇게 말한 페르디난드가 그 자리에 엎드렸다. 누워서 자세를 바꿀 정도로는 좋아진 것 같다. 회복상태를 관찰하면서 나는 방긋 미소지었다.
"어머, 말하지 않았었나요? 그건 실례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니까, 둘 다 무사히 해결하는 방법으로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완성시킬 방법을 생각하도록 하죠."
―――――――――――――――――――――――――――――――――――――
일단 구출입니다.
서서히 움직이게 되어가고 있고, 마력도 회복중입니다.
극악맛 회복약을 독으로 착각한 것은 자업자득이네요.
다음은 나의 게둘리히입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37화. - 나의 게둘리히 -
나의 게둘리히
"자, 그럼. 저는 마력이 너무 줄어들어 유르겐슈미트가 붕괴한다고 들었습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은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완성시키라는 말을 들은 건가요?"
"네 쪽이 훨씬 많이 가지고 있으니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완성시키기 위해 얼른 죽으라는 의미의 말을 들었다만?"
……에어베르멘 이양반이 진짜!
"페르디난드 님, 에어베르멘 님의 말은 잠시 내버려두고, 정말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완성시켜야만 하는지의 여부를 검증하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겠나요? 국경문에 마력을 공급하면 좀 더 시간을 버는 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또 낙관적으로 느긋한 생각을……. 내 계획을 망친 것은 네가 아닌가."
엎드려 있던 페르디난드가 얼굴만 이쪽으로 돌리고 원망스러운 듯이 나를 노려본다.
무려 페르디난드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만들어 왕족에게 넘겨주기 위해 에어베르멘에게 가서 지식을 보완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내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동일인물로 인식되어 버린 페르디난드는 들어갈 수 없었고, 내가 메스티오노라의 책의 나머지를 전부 가지고 갔기 때문에 지식의 공백도 메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 중요한 일은 미리 알려주셨으면 좋았잖아요. 저는 첸트의 양녀가 되어 지하서고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을 생각이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의 계획도 몰랐는데 그런 불평을 들어도 곤란합니다."
"그런 말은 중요한 것을 보고하지 않는 너에게선 듣고 싶지 않다. 내가 처음 계획을 세울 때는 너를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 임명하자고 각 영지의 목소리가 커지던 때였다. 왕의 양녀가 된다는 보고는 전혀 듣지 못했다."
미간에 주름을 뚜렷이 새긴 얼굴로 느릿느릿 일어나 벽에 기대어 주저앉은 페르디난드의 말에 나는 한순간 말이 막힌다. 페르디난드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나도 페르디난드에게 중요한 것은 알려주지 않았다. 나는 페르디난드의 옆에 앉아 변명해 본다.
"……양부님과 왕족이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전, 페르디난드 님에게 상담하고 싶은 것이 산더미만큼 있었고, 비밀방이 아니면 말할 수 없는 불평은 더 잔뜩 있습니다."
"너의 불평은 아무래도 좋으니, 이 수갑이나 풀어라."
……아무래도 좋지 않아! 들어!
간단히 흘려념겨지긴 했지만, 내 불평보다도 수갑을 풀거나, 구루투리스하이트와 아렌스바흐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나는 앞으로 내밀어진 수갑을 만져보았다. 하지만 매끈하기만한 고리 부분엔 열쇠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풀 수 있는 물건이라면 당장이라도 풀겠습니다만, 이건 어떻게 푸는 건가요? 전, 열쇠같은 건 없는걸요? 페르디난드 님은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열쇠구멍을 찾아 수갑을 살펴보며 묻자, 페르디난드는 질렸다는 표정이 되어, "너는 열쇠구멍이 보이는가" 라고 말했다.
"보이지 않아서 찾고 있는데요."
"네 성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있는 건가? 모르면 찾아보아라. 열쇠가 아니라 개정의 마법진을 사용하는 것이다. 내 쪽에도 시대별로 몇 가지 있으니, 서로 비교해가며 마법진에서 누락된 부분을 채워 보완하면 된다."
"……굉장히 어려운 일을 요구받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있었던데다, 메스티오노라의 책은 그다지 사용하지 않아서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어쩌면 페르디난드는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구루투리스하이트" 라고 주창해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꺼내 수갑을 푸는 방법을 검색한다.
"뭔가, 그 형태는? 또 비상식적인……. 기수든 성전이든 네 것들은 뭐든지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구나."
타블릿 형태인 내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본 페르디난드가 될 대로 되라는 말투로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형태는 비상식적일지도 모르지만 제 메스티오노라의 책은 고성능입니다. 어둠 속에서도 『 카멘1 』이 빛나서 읽을 수 있고, 여기에 조사하고 싶은 말을 넣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걸요. 대단하죠?"
나는 내 메스티오노라의 책이 얼마나 우수한지 자랑한다. 우후훙, 하고 가슴을 피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뭔가 신기해하는 얼굴이 되었다.
"메스티오노라의 책은 자신이 원하는 지식을 찾아보기 위한 것이다. 그저 펼치기만 하면 원하는 지식이 나온다. 그리고 문자 자체가 빛나기에 어둠 속에서도 읽는 것이 가능하다. 일부러 조사하고 싶은 말을 넣어야 한다면 너의 성전은 오히려 불편한 것이 아닌가?"
"……그, 그런."
뜻밖의 사실에 내가 망연해 있자, 페르디난드가 조금 몸을 기울여 내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들여다보고 "이 마법진이다. 스틸로로 그려라" 라고 말했다. 나로서는 구분이 되지 않지만, 페르디난드 쪽에는 옛 시대의 마법진이, 내게는 새로운 시대의 마법진이 있었던 모양이다.
"코피시테 펫탄!"
스틸로로 그리는 것이 귀찮아서, 코피페 마법을 사용해 가지고 있던 마술지에 적고, 마력을 흘려 발동시킨다. 철컥 하고 소리를 내며 수갑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걸로 됐다.
"로제마인, 너는 도대체 무엇을 한 건가?"
아연한 표정의 페르디난드에게 나는 이번에야 말로 "우후훙" 하고 가슴을 폈다.
"제가 만들어 낸 코피페 마법입니다. 이것저것 제약은 있지만, 편리하죠?"
"비상식적이기 짝이 없다만, 편리하다는 말에는 일리가 있다. 원리와 발음을 알려주어라."
"……지금은 비상사태이니 나중으로 해주세요."
여기서 코피페 마법을 연구할 여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나의 지적에 페르디난드는 찌푸린 표정으로 몇 번 손을 쥐거나 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재활 연습중인 페르디난드에게 에렌페스트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를 에렌페스트로 보냈으니, 페르디난드는 아렌스바흐의 현 상황보다는 에렌페스트에 대해 알고싶어할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가, 에렌페스트의 방어준비는 이미 시작되었는가."
"네. 영지의 귀족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저도 신전의 방비를 굳히기 위해 색색의 전투 특화 슈바르츠들을 만들었답니다."
"너는 여전히 이해 불능이다. 전투 특화 마술도구를 슈밀로 만들 필요가 있는 건가?"
"리제레타가 슈밀로 만들었습니다. 귀여우니까 좋지 않나요."
에렌페스트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다지 움직이지 않았던 페르디난드의 손 끝이 조금씩 움직이는 범위가 커지고 있다. 팔을 들어올리는 것도 많이 나아진 것 같지만, 자신의 몸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에 대한 조바심이 미간의 주름에 뚜렷이 드러나 있다.
"로제마인."
"뭔가요? 그밖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사양없이 질문해 주세요. 아니면 좀 더 약이 필요한가요?"
"아니, 뺨을 내밀어라. 꼬집어도 좋다고 했었지?"
심각한 표정으로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내 뺨을 꼬집고 싶다고 한다. 딱히 혼날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걸까. 그리고 그것은 이 비상 사태에 해야만 하는 건가. 나는 페르디난드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그야, 뭐, 말하긴 했습니다만……손, 아직 완전히 움직이지 않죠?"
"완전은 아니다만 움직이게 되었다. 지금이라면 별로 아프지 않다만?"
"저는 몸이 좋아지신 이후에, 라는 의도로 말한 것이었습니다만……어쩔 수 없네요."
일단 변명은 해두었지만, 꼬집어도 안 아픈 것은 고맙다. 나는 페르디난드의 정면, 다리 사이에 앉아, "자요" 하고 뺨을 내민다.
아직 움직임이 둔한 손가락 끝이 나의 오른쪽 뺨에 닿았다. 손가락은 움직이고 있고, 말캉말캉 조금 만지작거리는 느낌은 들지만, 전혀 꼬집고 있지 않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걸로 만족인 걸까.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페르디난드의 손이 뺨보다 아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페르디난드 님, 거기는 뺨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페르디난드의 왼손이 광대에서 뺨과 귓가를 지나 턱 라인으로 이동한다. 엄지의 위치가 바뀌며 조금 전보다는 꼬집는 듯한 모양이 되었다. 이걸 위해 손의 위치를 바꾼 건가, 그렇게 뺨을 꼬집고 싶은건가 하고 묘한 감탄을 하고 있자, 반지에서 녹색 빛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로제마인에게 룬슈메르의 위안을……."
목덜미에 있던 위화감이 스윽 하고 사라졌다. 아무래도 내 목에 남아있던 쇠사슬의 흔적을 지워준 모양이다. 기쁘지만, 기쁘지 않다.
"페르디난드 님, 자신의 몸과 마력을 회복시켜야 할 때에 뭐하시는 건가요!? 페르디난드 님의 회복이 최우선입니다! 그리 아프지도 않았으니 저의 치유같은 건 나중으로 돌리고……."
"마력이 제대로 움직이는지 확인하기에 딱 좋았을 뿐이다. ……아아, 슈타프도 문제 없이 나오는군."
페르디난드는 휙 하고 나에게서 시선을 떼고, 뺨에서 손을 떼고, 이번에는 슈타프를 꺼내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또 안 듣고 있어, 이 양반!
돌아다니는 것은 아직 어려운 것 같지만, 페르디난드는 분명히 회복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좀 더 안정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거라는 것은 그 태도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페르디난드 님이 회복되고 있는 것 같으니, 저는 일단 밖으로 나가서 모두에게 보고하고 등록용 마석을 찾아오겠습니다."
"로제마인."
일어나려던 차에 말을 걸어와, 나는 "이번엔 무엇인가요?" 라며 페르디난드의 얼굴을 바라본다.
"……너의 게둘리히를 알려주어라."
"네? 어―, 그건……지금이 아니면 안돼는 건가요? 밖에서 모두 기다리고 있고……."
머리 한구석으로 치워뒀었던 질문을 갑자기 받아, 나는 당황해 엉거주춤하고 만다. 페르디난드의 시선이 한 점에 고정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의 게둘리히는 나와 같이 에렌페스트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너는 왕족의 청혼을 받아 그것을 받아들인 모양이니, 지금의 너의 게둘리히를 알고 싶다."
"네?"
페르디난드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시선의 끝에 있는 것은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받은 목걸이였다. 내가 목걸이를 손에 든 것과 페르디난드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이 "아아" 하고 소리를 낸 것은 동시였다.
"그러고 보니 왕자와의 결혼이 너의 꿈이었던가. 언제였던가 네가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쓸 때 그렇게 말했었지. 그것이 실현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만……."
"잠깐만요! 이의 있습니다! 지기스발트 왕자와 결혼하는 것은 제 꿈이 아닙니다. 저런 책 한권도 가지지 않은 유부남과 결혼하다니, 굳이 말하자면 악몽이에요.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부귀영화 따위 있을 수 없습니다."
도서관과 이별해, 새로운 책이 한 권도 없는 곳으로 가게 되거나, 성인이 될 때까지 인쇄업에 관여할 수 없을 듯한 환경을 꿈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애당초 제 이상의 남편은 아버지입니다. 하고 싶은 것에 돌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신분 차이고 뭐고 관계 없이 모든 것으로부터 저를 지켜주고, 소중히 해주는 사람이 좋습니다. 지기스발트 왕자는 비교도 안 됩니다. 이 목걸이는 이번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는 일에 왕족들의 허가가 있었다는 증거이며, 청혼과는 전혀 관계 없습니다. 잘 보세요. 전속성도 아니고, 글자도 새겨져 있지 않죠?"
그리고 얼마나 지기스발트 왕자가 나의 이상과 동떨어져 있는지 역설하면서 자신의 이상적인 미래에 대해 말한다.
"저는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하루 종일 독서를 하며 지내고 싶습니다. 가족이나 사이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밥을 먹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다른 지역의 도서관에 있는 아직 읽지 못한 책을 찾아 돌아다니는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가 되어, 이용자가 원하는 책을 찾아주거나, 오래된 자료를 보수해 되살리거나, 마술도구를 연구해 타령의 도서관과 도서관 『 넷토와크2 』를 구축해 책을 다양한 지역에서 끌어모으거나……. 그런 것이 하고 싶어요. 책을 한권도 주지 않고, 성인이 될 때까지는 인쇄업도 할 수 없는 왕자와의 결혼이 꿈이라니……아무리 오해라지만 너무 심합니다."
하아, 하고 깊은 한숨과 함께 몸의 힘을 빼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나의 역설을 가만히 듣고 있던 페르디난드가 쓴웃음을 띄운다.
"알았다. 너의 열띤 주장으로 보아 나는 지독한 오해를 한 모양이다."
"이상이나 꿈이라는 점에서는 오해입니다만, 현실에 관해서는 오해가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
"……무슨 의미인가?"
페르디난드에게 나는 "영주 회의 전에는 왕의 양녀가 되어 이상과는 거리가 먼 차기 첸트와 결혼하게 될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며 가급적이면 분위기가 무거워지지 않도록 웃었다. 대외비이긴 하지만, 조금 뒤에 있을 영주 회의에서 발표될 일이다.
"……넌 지기스발트 왕자와 결혼하는 것인가?"
얼마나 놀란 건지, 표정이 사라진 멍한 얼굴이 되어 페르디난드가 묻는다. 혹시 왕명으로 결혼을 강요받은 자신을 떠올린 걸까.
"뭐, 지기스발트 왕자가 원하는 것은 제가 아니라 구루투리스하이트와 제 마력이지만요. 평민 출신인 제가 왕자와 결혼이에요. 웃기죠? 왕자는 제게 귀족의 상식에서 벗어난 엉뚱한 행동은 시키고 싶지 않기에 가급적 밖으로 내고 싶지 않고 현재의 영지간 역학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요."
"너는……자신이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을 좋다고 승낙한 것인가?"
페르디난드는 무거운 표정이 되었지만, 나는 한번 입술을 꽉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고 한 것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페르디난드의 연좌 회피였으니까.
"전, 거리의 가족이나 구텐베르크들, 신전의 근시들, 페르디난드 님……제게 소중한 게둘리히가 위험하면, 유르겐슈미트는 나중으로 돌리고 전력으로 게둘리히를 구할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를 무사히 담기 위해선 유르겐슈미트가 망해도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유르겐슈미트가 없으면 저의 소중한 사람들이 평온히 지낼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괜찮다. 유르겐슈미트의 붕괴가 다가오고 있는 이상, 내가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완성시키거나 지하서고에 있는 왕족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왕족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왕족이 되는 이상, 저는 제가 가진 권력을 십분 활용해 저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것입니다. 페르디난드 님이 연좌되지 않게 할 것이고, 페르디난드 님의 게둘리히인 에렌페스트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입니다. 안심해주세요."
"……너도 나처럼 소중한 사람들을 전부 에렌페스트에 두고 갈 생각인가? 그리고 내게 지키라고?"
페르디난드가 매우 씁쓸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아렌스바흐로 향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겠지. 나는 페르디난드를 안심시키기 위해 방긋 웃는다.
"걱정 마세요, 페르디난드 님. 저는 괜찮아요. 아랫마을의 가족은 전속으로서, 러츠와 벤노 씨들, 프랭탕 상회는 제가 성인이 되는 것과 동시에 인쇄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중앙으로 함께 와줍니다. 신전은 멜키오르가 신전장이 되어 관리해주게 되었고, 제게 이름을 올린 사람은 미성년이라도 데리고 갈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습니다. 중앙으로 가더라도 어떻게든 될 거에요."
그쯤에서 나는 페르디난드의 이름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나는 가죽주머니에 넣어둔 하얀 고치같은 이름 올린 돌을 꺼내어 페르디난드의 손에 쥐어준다.
"그리고 이것을 돌려드리겠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마음대로 이름을 빼앗아 버려서 죄송합니다. 자신의 비밀방이 생겼으니 그곳에 보관하는 것이 더 안심되겠죠?"
이름 올린 돌을 받은 페르디난드가 돌을 움켜쥔 손을 떨며 눈을 내리떴다.
"……너는 나를……."
"뭔가요?"
"아니, 너는 간단히 나를 에렌페스트에 돌려주겠다는 말을 하지만, 무리다. 뒤처리를 할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아렌스바흐에서 떠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러니 네가 왕의 양녀가 될 필요는 없다."
절망감이 감돌고 있는 듯한 힘이 부족한 페르디난드의 목소리에 나는 알려줄 예정이 아니었던 앞으로의 계획을 페르디난드에게 말한다.
"저기, 이건 비밀입니다만, 제가 왕의 양녀가 되어 지하서고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으면 영지의 경계를 다시 그을 것입니다. 그러니 괜찮아요. 그때까지는 저와 제 측근들이 어떻게든 할 것이니……."
페르디난드는 주먹을 떨며 조금 색이 흔들리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뭐가 원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페르디난드가 굉장히 화나 있다. 나도 아니고, 페르디난드의 눈에서 한 눈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감정의 흔들림이 드러나다니, 보통이 아니다.
……어? 나, 어디서 마왕의 스위치를 넣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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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 일어섰다.
마왕의 진짜 분노.
로제마인은 혼란해하고 있다.
다음은 아우브와 첸트입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38화. 첸트와 구루투리스하이트
첸트와 구루투리스하이트
"왕족은 거기까지 어리석고 수치를 모르는 것인가……."
페르디난드가 훗 하고 입술을 무섭게 일그러뜨리며 천천히 몸을 흔들며 일어선다. "왕족 여러분, 지금 당장 도망쳐요!" 라고 외치고 싶어질 정도였는데, 어째선지 페르디난드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너도다, 로제마인."
"정말 죄송합니다!"
화를 내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사과해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되는 위압적인 페르디난드의 시선에 나는 전력으로 사과한다. 물론 그런 알맹이 없는 사과는 완전히 간파되고 있기에 더욱 화를 키우게 된다.
"로제마인, 아무래도 난 너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아, 아우……."
격한 감정으로 흔들리고 있는 무서운 눈동자와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낮고 섬뜩한 목소리를 듣고, 말 그대로 감사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체 얼마나 있을까.
……감사는 그런 얼굴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네 언행으로 여러가지를 알게 되었다."
여긴 이제 삼십육계 줄행랑이 상책이다. 내려다보는 말 없는 시선에, 나는 필사적으로 퇴로를 찾았다. 다행히도 지금은 비상시이다. 일어설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으니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측근들에게 상황 보고를 해야 한다.
"저기! 아렌스바흐도 지금 큰일이고, 란체나베가 날뛰고 있고, 납치당한 여성분도 계신 것 같으니, 전……."
"흠. 일단 아렌스바흐를 멸하고 터를 정리하는 것이 선결인가. 란체나베가 날뛰고 있다면 딱 좋다."
왕족과 나에게 화를 내고 있었을 텐데, 페르디난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렌스바흐를 멸한다" 였다. 참으로 마왕 같지만,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다.
"기다려 주세요, 페르디난드 님. 어째서 아렌스바흐를 멸하시겠다는 건가요? 란체나베가……."
"아렌스바흐가 있으면 내가 움직이기 어렵다. 둘 다 한꺼번에 치워버리면 문제 없겠지."
"문제 잔뜩이잖아요!? 안 됩니다!"
나는 두 팔을 벌리고 페르디난드의 앞을 가로막고 째릿 올려보았다. 순간, 페르디난드의 위압감이 커져서, 마왕에게서 도망치려고 했으면서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라고 자신의 행동에 울고 싶어진다.
"너는 어째서 아렌스바흐나 란체나베를 감싸는 거지?"
"그게 아닙니다. 지금 아렌스바흐를 공격하면 계약 마술에 반하여 페르디난드 님이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절대 안 됩니다."
페르디난드의 표정은 별로 변하지 않았지만, 눈에서 분노가 조금 희미해지며 평소의 엷은 금빛 눈동자로 돌아갔다. 대신에, 경계의 빛이 강해졌다.
"……넌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이곳에 빨리 들어오기 위해 초석을 물들였습니다. 지금, 마력적인 의미로는 제가 아우브·아렌스바흐입니다."
"빨리……?"
"제가 생각할 수 있었던 것 중에 가장 빠른 수단이었습니다."
페르디난드가 눈을 부릅뜨고 동작을 멈췄다. 에러가 떠버린 페르디난드의 모습은 오랜만에 본 듯한 느낌이 든다. 즉, 나는 그 정도로 비상식적인 짓을 저지른 것이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건가, 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아우브를 붙잡아 위협을 하든 고문을 하든 등록용 마석을 빼앗아 계약하는 방법이 아닌가. 나를 구하기 위해 초석을 물들이는 바보가 대체 어디에 있나?"
"여기에 있습니다."
페르디난드가 맥이 풀린 듯이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페르디난드는 더 이상 숨을 토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깊은 한숨을 토하고, 몸을 구부린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정말이지 너는 엄청난 바보다."
"하지만, 그런 절대로 사람이 죽는 무서운 수단은 떠오르지 않았고, 생각이 났더라도 저는 실행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디트린데 님의 언니분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찾지 못했을 경우에는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게 되지 않습니까."
초석을 물들이는 것보다 아렌스바흐에서 디트린데의 언니를 찾아다니는 것이 훨씬 효율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었으니, 아렌스바흐의 뒤처리는 저에게 맡기고 페르디난드 님은 에렌페스트로 돌아가셔도 괜찮습니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책임을 질 거니까요."
그런 나의 주장에, 페르디난드는 일어서서 꾸욱 하고 나의 뺨을 꼬집었다. 좀 전과 달리 악력이 조금 돌아와 있어, 제법 아프다.
"아흡니다."
"아직 모르는 것 같다만, 네가 해야 할 말은 그게 아니다."
페르디난드의 미소가 조금 무섭다. 나는 울상이 되어 뺨을 꼬집고 있는 페르디난드의 손을 가볍게 두드린다.
"그럼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그대로 할테니까요."
"내게 도움을 구해라. 디트린데가 외환유치의 죄를 범한 것에 더해, 첸트에 대한 반역, 언니는 이에 가담, 어머니는 에렌페스트를 침공, 레티시아는 살인 미수다. 네가 아렌스바흐의 뒤처리를 하는 데 있어, 누구보다 아렌스바흐의 사정에 정통해 있는 유력자는 내가 된다."
페르디난드가 말한 아렌스바흐의 현 상황에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지독한 상태다. 사정을 모르고 휘말린 귀족이나 평민이 감내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다.
"저로서는 페르디난드 님이 도와주신다면 매우 든든합니다. 하지만 페르디난드 님은 에렌페스트로 돌아가고 싶겠죠? 좋은 추억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아렌스바흐에 더 이상 잡아두는 것은 좀……."
그런 페르디난드를 걱정하는 말에, 이번에는 귀을 힘차게 잡혔다.
"아아. 내가 가르친 대로 말하면 그렇게 되는 건가. 너 스스로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내 말이 들리지 않았던 건가?"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페르디난드 님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어요!"
"좋다. 너를 풀어두는 것이 훨씬 무서우니까."
……마왕을 풀어두는 것보다는 무섭지 않아! 적어도 나는 갑자기 아렌스바흐를 멸망시키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걸!
아픈 귀을 누르면서 그나마 항의의 뜻을 담아 노려봤더니 마주 노려봐졌다. 무섭다.
"그래서 너는 어쩔 작정인가? 아우브가 되면 첸트는 될 수 없다. 두 개의 초석을 동시에 물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알고 있겠지?"
초석은 동시에 물들일 수 없다. 그래서 옛날에는 아직 아우브가 아닌 신전장 중에서 첸트가 뽑혔고, 아우브가 첸트가 될 때는 후대에게 영지의 초석을 계승시킨 이후에 첸트가 되었다.
"그래서 아렌스바흐의 초석은 다른 분에게 물들이게 하고, 저는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을 물들이거나 왕의 양녀가 되어 지하서고에 있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구해서 왕족에게 건네줄 생각입니다."
유르겐슈미트라는 그릇만 존속한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물들이게 하고 내가 나라의 초석을 물들이는 것이 가장 빠르다. 다만 왕족과 영지간 역학관계를 생각하면, 이후 매우 귀찮게 될 것이 뻔하다.
"지하서고 속에 있는 마술도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왕족에게 양도하는 것이 주위에 대한 영향은 가장 적다고 합니다. 분명 왕족은 그렇게 상속하고 있었죠?"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다 받지 못하고 흘려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것만 있으면 집무를 할 수 있다는 첸트의 기본 매뉴얼적인 구루투리스하이트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지하 서고 안쪽에 보관해 둔다.
차기 첸트 후보는 마력을 늘리고 사당을 순회하며 마법진을 완성시키고,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얻은 이후, 부족한 부분은 지하서고 안쪽의 구루투리스하이트로부터 자신의 성전에 베끼고 있었다.
시대가 내려오면 에어베르멘이 있는 곳까지 가지 않고, 도서관의 여신상에 마력을 흘려 구루투리스하이트의 마법진을 머리에 새기며 구루투리스하이트의 형태를 얻게 되었다. 시대가 내려올 때마다 새로운 지식이 늘어나는 탓에 흘려버리는 내용이 많아졌기에, 굳이 에어베르멘이 있는 장소까지 가지 않더라도 구루투리스하이트의 형태만 얻을 수 있으면 필요한 지식은 지하서고 안쪽에서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눈치 챈 후보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에 사당을 순회하지 않더라도 전속성일 경우엔 도서관의 여신상에 마력을 쏟아 구루투리스하이트의 형태를, 지하서고에서 지식을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얻기 위한 노력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수많은 성무를 수행하기에 굳이 사당을 순회하지 않더라도 많은 신들로부터 가호를 받을 수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던 어느 시대에, 자신의 혈족에게 첸트의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일족으로 등록된 자 이외엔 안쪽 서고로 들어갈 수 없게 한 첸트가 나왔다. 각지의 첸트 후보가 차기 첸트를 목표로, 대가 바뀔 때마다 서로 심한 싸움을 일으키며 죽은 사람이 몇이나 나오고, 성지가 손상되는 일이 발생했기에, 후보의 숫자를 한정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녀는 에어베르멘 앞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은 금색 슈밀과 닮은 흑백의 슈밀을 도서관에 배치해 첸트 후보의 행동을 감시하고, 지하 서고 안쪽으로는 일족으로 등록된 자 외에는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 그런 조치에 항의한 자들은 첸트의 권한에 의해 차례로 숙청되었다. 그리고 첸트는 습격자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거주지를 에어베르멘이 있는 성지에서 다른 장소로 옮기고, 귀족원과 전이진이 새겨진 문으로만 출입할 수 있게 했다.
간혹 지하서고의 내용으로부터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얻는 사람이 나타나도, 첸트가 직접 손을 쓰면서 구루투리스하이트는 오직 왕족만이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전속성인 왕족이 성무를 수행하는 동안은 첸트의 질이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어서, 당분간은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을 수 없게 되고, 구루투리스하이트에 섣불리 손을 대었다간 숙청되게 되자, 각지의 아우브와 차기 아우브인 신전장이 성지에 와서 성무를 수행하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서 왕족들만으로는 대규모 성무를 수행하기 힘들어졌고, 왕족들이 수행하는 성무는 점차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왕족이 첸트를 상속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을 무렵, 첸트 후보가 매우 적은 사태가 벌어졌다. 형제간에 첸트의 자리를 다투다가 무승부가 된 것이다. 후계자로는 오직 허약한 아이만이 남게 된 당시의 첸트는 허약하더라도 성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거주지 근처에 중앙 신전을 만들어, 그곳에서 성무를 수행하기로 한다.
다행히도 허약한 첸트는 건강한 아이를 남겨주었다. 그러나 차기 첸트가 즉위한 것은 성무를 성지가 아닌 중앙 신전에서 하게 되고 몇십 년이나 지난 뒤의 일이었다. 성지에서 성무를 수행하던 모습을 모르는 첸트는 허약한 자신의 부모가 그래왔듯이 계속해서 중앙 신전에서 성무를 수행했다.
성지에서 성무가 수행되지 않게 되면서, 성지에서는 슈타프의 취득을 목적으로 각지의 아이들의 교육만이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이윽고 성지는 귀족들을 배출하기 위한 귀족원으로 불리게 된다.
왕족으로 등록된 사람만이 대상이게 되었어도, 왕족의 거주지가 성지에서 떠났어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는 장소가 지하 서고 안쪽인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달라진 것은 한 여왕이 한 아이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면서부터였다.
여왕은 몇 명 있는 아이 중 한 명만을 끔찍이 아꼈다. 조금 성적이 나빠도, 한 속성이 부족해도,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를 첸트의 자리에 앉히고 싶었다. 속성이 부족하고, 기도하며 속성을 늘리는 노력도 못하는 아이는 아무리 여왕의 맹목적인 사랑을 받더라도 첸트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여왕은 어머니로서의 정과 아이에 대한 애정이 유별나다는 점에서 사람으로서 좀 어떤가 싶은 인격의 소유자였지만, 마술도구 제작에 관해서는 매우 우수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를 첸트로 만들기 위해 마술도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만든 것이다. 속성이 하나 모자라도 쓸 수 있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그리고 맹목적인 사랑을 받은 아이는 첸트가 되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기에 주위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이 죽었을 때, 이 구루투리스하이트는 지하서고 안쪽으로 돌아갑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는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있는 곳에 있어야 하니까요."
어머니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맹목적인 사랑을 받은 첸트는 자신이 죽기 전에 슈타프로 마력을 흘리는 방법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에게 마술도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계승시켰다. 아들은 전속성이었기에 딱히 마술도구일 필요는 없었지만, 맹목적인 사랑을 받은 아이는 그저 어머니가 준 물건을 아이에게 남기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말은 전하지 않았다.
마술도구 구루투리스하이트는 부모로부터 아이에게 슈타프로 마력을 흘려서 계승하는 것이라고 아들은 생각했다. 그래서 안쪽 서고로는 가지 않은 채, 자신의 아이에게도 마술도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계승시킨다. 자신은 그렇게 첸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술도구라는 현물이 있기에, 그것을 빼앗으면 자신이 차기 첸트가 될 거라고 믿는 사람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병상의 아버지로부터 마술도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계승한 둘째 왕자는 피살되었다. 그리고 주인의 죽음과 동시에 마술도구 구루투리스하이트는 사라졌다. 지하 서고 안쪽, 왕족 등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서고로 되돌아간 것이다.
"왕위 계승의 역사를 참고하면 지하 서고 안쪽에 있는 마술도구 구루투리스하이트는 슈타프에 의한 승계가 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왕족과의 혈연 관계가 없기에 마력을 맞추는 데에 다소 시간은 걸리겠습니다만, 왕족이 첸트가 되는 것이 주위에 대한 영향이 적겠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은 내가 왕족과 부부가 된어 서로 마력을 맞추다 보면 결국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단켈페르가가 바다의 여신의 지팡이를 슈타프로 마력을 흘려 계승하는 느낌으로 계승할 수 있다.
"……그런 것을 생각해서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시집가기로 한 것인가. 허나 슈타프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계승시키더라도 지금의 왕족은 그 내용을 읽을 수 없지 않나? 의미가 있는 건가?"
페르디난드가 바보 취급하듯 코를 울렸다. 페르디난드는 모처럼 충고해줬는데도 고어를 공부하려 하지 않는 왕족에게 화나있는 모양이다. 심정은 이해한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계승시켜주더라도 그것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언제일지는 나로서도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이다.
"공무로서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다니 최고인데, 그것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것이겠죠. 첸트는 페르디난드 님처럼 약냄새가 날 때가 있는 걸요. 저도 요 일년은 인계업무로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바빠서 제대로 독서할 수 없었습니다. 분명 왕족은 그것이 일상이겠죠. 몇 년이고 제대로 독서를 할 수 없다니, 정말 불쌍하다고 생각합니다."
"뭘 남의 일처럼 말하는 건가? 왕의 양녀가 되어 지기스발트 왕자와 결혼하면 그게 너의 일상이 되는 것이겠지?"
싸늘한 목소리로 들이대어진 현실에 나는 입을 다문다. 현실 따위 보기 싫다.
"……성인이 되면 인쇄업에 착수해 제가 조금이라도 책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것입니다. 달리 뭔가 좋은 수단이 없을까요? 예를 들어 계절마다 페르디난드 님이 문안인사를 사칭하며 제게 에렌페스트의 책을 주라고 명령한다거나, 왕족 명령으로써 제게로의 헌상품은 책으로 한정한다거나……."
떠오르는 것들을 말하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팔짱을 끼고 못말리겠다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독서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지, 책의 권수가 늘어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만. 그런 바보같은 일에 왕족명령을 사용하는 너는 절대로 왕족이 되면 안되겠구나. 왕의 양녀가 되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면서, 아렌스바흐부터 정리하고 얼른 에렌페스트로 돌아갈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당연하다는 듯한 페르디난드의 말이 가슴에 박혔다. 나는 페르디난드를 에렌페스트로 돌려보내는 것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돌아가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떠나는 것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는 에렌페스트로는 다시 돌아가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뭔가, 그 얼굴은? 아직 뭔가 숨기고 있는가?"
"그런게 아니라, 그……. 전, 이미 에렌페스트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아, 일시적으로 돌아가거나 귀향하는 것은 다릅니다만, 제가 계속 에렌페스트에 있기는 어렵습니다."
"의미를 모르겠다."
따지고 드는 페르디난드에게 나는 에렌페스트의 사정을 설명한다. 왕의 양녀가 되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빌프리트와의 약혼을 해소하기로 한 것. 비록 왕족과의 이야기가 무효가 되더라도 되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것. 빌프리트가 아우브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함으로써 샤를로테가 아우브를 목표로 하기 시작한 것. 멜키오르가 신전장이 되면서 이제 신전에도 있을 자리가 없는 것.
"제가 떠나는 것을 전제로 1년 동안 준비를 해왔습니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다들 내심은 어떻든 간에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기꺼이 맞아줄 거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래도 제가 아우브·에렌페스트가 되지 않는 이상, 이제 에렌페스트에는 있을 수 없습니다. 구텐베르크들도 인계작업과 출발 준비를 진행하고 있고……."
내가 페르디난드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측근들을 이끌고 아렌스바흐로 올 수 있었던 이유도 앞으로 떠날 사람이기에 영지의 방위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무엇에 관해서도, 나는 앞으로의 에렌페스트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렇게 되어 있는 건가."
"그래서 페르디난드 님만이라도 에렌페스트에……."
"시끄럽다."
틀린 말은 하지 않았을 터인데, 또 뺨을 꼬집었다.
"너의 거취에 대해서는 차차 생각해 보지. 일단, 눈 앞의 문제부터 치우도록 하자. 란체나베의 소탕과 경계문의 폐쇄다. 가자."
독으로 움직일 수 없었던 상태였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움직임으로 페르디난드가 걸어나간다.
"기다려 주세요. 페르디난드 님은 등록용 마석을 찾거나 만들거나 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습니다."
"들어오는 문 앞에 책상자가 있었지? 그 안에 있다. 네가 초석을 물들였다면 열 수 있을 것이다. 얼른 가져와라."
"네!"
―――――――――――――――――――――――――――――――――――――
페르디난드에게 혼나면서 첸트와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역사를 돌이켜보았습니다.
아우브까지는 진행되지 않았네요.
종종 있는 일입니다.
다음은 새로운 아우브입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39화. - 새로운 아우브 -
새로운 아우브
"페르디난드 님은 어떤가?!"
등록용 마석을 가지러 제단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물어왔다. 곧바로 튀어나와 앞을 가로막은 안젤리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물러나게 하고, 해독약을 먹은 페르디난드가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으며, 곧바로 경계문을 폐쇄하고 란체나베를 소탕하러 갈 생각임을 알린다.
"전장에 나서다니, 독의 영향은 괜찮은 건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도 아시다시피 페르디난드 님은 숨기는 것이 능숙하신 분이기에 독의 영향이 없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 상황에 평범한 환자처럼 요양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상황을 최대한 빨리 끝낼 수 있도록 해야겠죠."
"알았다. 단켈페르가에 연락해 두겠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발길을 돌려 집무실에서 나갔다. 유스톡스는 무언가 나무 상자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도 책상자에서 등록용 마석을 꺼내 다시 공급의 제단으로 향한다. 그리고 나는 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측근들을 돌아보고 지시를 내렸다.
"경계문을 닫기 위해서는 제가 직접 가야 하니, 호위기사는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세요."
"넷!"
공급의 제단으로 들어간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등록용 마석을 물들이게 하고, 다시 집무실로 돌아와 문의 구멍에 등록용 마석을 끼웠다. 곧바로 나온 페르디난드가 방 안을 둘러본다. 페르디난드에게 달려간 것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유스톡스였다.
"페르디난드 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걱정을 끼쳤구나."
안도의 표정을 보이는 둘에게 페르디난드는 살짝 미소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깐이었고, 바로 표정을 다잡는다.
"로제마인에게서 란체나베가 날뛰고 있는 것과 납치된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만, 자세한 상황은 파악하고 있는가? 기사단의 상황을 보고하라, 에크하르트."
"넷! 마력을 막는 은색의 무기와 도구, 한순간에 마석화하는 독의 살포에 의해 몇 명의 기사가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슈트랄1에 의하면, 마술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무작정 맞서기보다는 성에 있는 귀족들을 대피시키고 마력 등록이 없으면 열 수 없는 비밀방에 숨도록 지시했다고 합니다."
본인의 마력이 아니면 열 수 없는 비밀방으로 들어가 변고를 피한 귀족들도 많은 모양이다. 나는 조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공급의 제단의 문을 닫았다. 문의 크기를 원래의 작은 사이즈로 되돌리고, 호위기사들에게 책상자를 제자리로 옮기게 한다. 그 사이에도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의 보고는 계속되고 있었다.
"레티시아 님은 란체나베 일당에 사로잡힌 모양입니다. 디트린데 님의 지시로 란체나베인에게 잡혀가는 레티시아 님과 슈트랄의 딸의 모습이 목격되었습니다. 레티시아 님은 슈트랄에게 란체나베가 순식간에 마석화 하는 독을 갖고 있다고 경고하며, 도망가서 모두를 구하라고 명하였다 합니다."
그 덕분에 아렌스바흐에서 레티시아파의 귀족들이 불시에 몰살당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모두에게 연락이 닿은 것은 아니었기에, 약탈당한 귀족의 집에 얼마나 되는 귀족들이 살아남아 있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
"디트린데, 게오르기네, 알스테데의 신병은 확보되었나? 그렇지 않다면 소재 파악은 어떻게 되고 있지?"
"디트린데 님은 레온지오 님과 함께 란체나베의 관으로 향한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란체나베의 무도한 행위를 멈춰달라고 탄원하러 간 자들도 돌아오지 않았으며, 조금 전에 란체나베의 관에 진입한 기사들의 보고에 의하면, 관의 내부는 텅텅 비어있었다고 합니다. 나오는 모습을 목격하지 못했기에, 현재 이들의 소재는 불명입니다."
"……그런가. 알았다."
페르디난드가 얼굴을 찌푸리고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에게 끄덕이자, 이번에는 유스톡스가 알스테데에 대한 보고를 시작한다.
"알스테데 님과 그 남편 브라지우스 님은 디트린데 님의 초청으로 란체나베의 관으로 향했다는 가족들이 증언이 있었습니다. 그들 역시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디트린데 님과 행동을 함께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입니다."
"과연. 그래서 빤히 그대들의 침입을 허용하고, 로제마인이 초석을 물들이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인가. 등록 메달의 폐기에 의한 처분을 고려했다만, 이미 영지 내에는 없는 듯하군. 게오르기네는?"
페르디난드는 유스톡스의 보고를 들으면서 할트무트에게 나의 약을 준비시킨다. 친절들이 회복약을 복용해두라는 말에 나는 회복약을 마셨다.
"게오르기네 님은 자신이 옛 베르케슈토크 지역의 기원식을 담당하겠다고 하시며 여러 기베의 저택을 전전하고 계시기에 며칠 전부터 부재중인 듯 하며, 어느 기베의 영지에서 체류중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어느 기베로부터도 올도난츠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은 심상치 않군. 에렌페스트로의 침공에 기베들이 협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에렌페스트 출신 뿐이다. 페르디난드가 언급한 에렌페스트의 위기에, 방에 긴장감이 감돈다. 당장이라도 방을 뛰쳐나가 에렌페스트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게오르기네를 붙잡기 위해 에렌페스트로 가야만 한다. 하지만 먼저 경계문을 폐쇄하고, 더 이상 나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란체나베를 짓밟아 두는 것을 우선해야겠지. 이것은 너밖에 하지 못하는 아우브·아렌스바흐의 일이다, 로제마인."
그것이 끝나면 게오르기네에게 교사된 귀족들에게 아우브의 교체를 알리기 위해 에렌페스트로 향할 것이라고 페르디난드는 말했다.
"페르디난드 님, 그대로는 전장으로 나가실 수 없겠죠. 이쪽에 환복하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유스톡스가 나무상자 위에 망토와 몇몇의 마석과 약을 준비해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뛰어난 준비성에 놀라고 있자, 유스톡스는 나를 보고 익살맞게 웃는다.
"아우브·아렌스바흐, 매우 무례한 청이옵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의 개인실은 황폐화되었고, 지금은 긴급 사태입니다. 아우브의 집무실을 페르디난드 님의 환복을 위해 사용하고 싶습니다만, 허가를 내주시지 않겠습니까?"
"허가합니다. 그럼 저희들은 밖에 있을게요."
나는 허가를 내고, 자신의 측근들과 함께 아우브의 집무실을 나왔다. 그러나 문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넬로레들은 어디로 간 걸까.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연락을 위해 나왔을 텐데, 단켈페르가가 없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부상을 입은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줄지어 찾아왔다.
"로제마인 님, 페르디난드 님은 무사하신가요?"
방긋 웃으며 그렇게 말한 한넬로레에게는 별다른 상처가 없었지만, 뒤의 기사들 중에는 제법 상처를 입은 사람이 많았다.
"한넬로레 님,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상처는 어떻게 된 건가요?"
"란체나베의 병사는 별다른 것이 없었습니다만, 그 배의 공략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귀족가를 배회하는 란체나베의 병사들을 격파하거나 란체나베의 관에 진입하거나 하는 동안은 좋았지만, 배로 도망치는 자들을 쫓아갔더니 배에서 무기가 튀어나왔다고 한다. 배로 접근시키지 않으려는 듯이 가느다란 은색 바늘 같은 물건이 대량으로 발사되는 무기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배로 귀환하는 란체나베의 병사와 그들에게 붙잡힌 여성을 가장해 열 명 정도의 기사들을 안으로 들여보냈습니다만, 올도난츠가 닿지 않아서……."
한넬로레는 집무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기에, 그 다음은 현지에서 싸우고 있던 하이스힛체가 이어서 보고한다.
"은색 바늘에는 전혀 마력이 통하지 않아 기수도 갑옷도 관통되었습니다. 기수를 치우고 선체에 뛰어올라 무기를 사용해 봤지만, 별 효과는 없었습니다. 우리가 가져온 마술적이지 않은 무기는 대인용이기에, 배 같은 커다란 물건은 선체에 조금 상처가 나는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대책을 짜기 위해 기사들을 귀환시킨 참입니다."
"기수와 갑옷을 관통하는 전례 없는 무기가 사용되는 와중에 선체에 뛰어올라 배의 강도를 조사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페르디난드 님과 상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친 분들은 이쪽으로 오세요. 치유해드리겠습니다."
나는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로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한꺼번에 치유했다.
"아렌스바흐 기사들 중 일부는 경계문을 지키고 있습니다. 배에 움직임이 있으면 연락이 오겠지요. 그리고 새로운 아우브와 만나게 해달라고 떠들던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은 한 방에 모아두었습니다. 말귀가 어두운 분이 많은 것에 화가 난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그들에게 일갈하며 조금 거친 대응을 해버렸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아우브의 집무실로 들여보내라며 소란을 피운 귀족들을 "방해자" 라고 판단해 모조리 잡아다 한 방에 가둬두었다고 한다. 단켈페르가의 기사가 지키고 있기에, 란체나베의 병사에게 습격당할 일도 없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이 문을 지켜달라고 부탁한 것은 이쪽이니 괜찮습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저기, 한넬로레 님. 이제 곧 종 두 개 만큼의 시간이 지납니다만, 이제부터 단켈페르가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경계문을 닫으러 갈 것이고, 페르디난드 님은 란체나베의 소탕전을 실시하려 합니다만……."
내가 의견을 물은 것은 한넬로레였지만, 하이스힛체가 불쑥 앞으로 나와 "물론 소탕전에 동행하겠습니다" 라고 강력히 말해왔다.
"이제야 보람있는 적이 나온데다, 페르디난드 님과 함께 싸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습니다."
"한넬로레 님……."
정말 그걸로 좋은 걸까, 하고 내가 한넬로레에게 의견을 구하자, 한넬로레는 조금 곤란한 듯이 웃었다.
"지금까지는 적이 너무 약해서 마술도구도 회복약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딧타인데도 거의 싸울 기회가 없어서 불만스러워하는 기사들을 데리고 귀환했다간 그 이후가 큰일입니다. 이대로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남아도는 의욕을 발산시키고 돌려보내고 싶은 거죠? 알아요.
혈기넘치는 듯한 모습인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둘러보고 납득하고 있자, 하이스힛체들은 상처가 회복되자마자 어떻게 은색 배를 공략할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돌을 떨어뜨려 보는 것은 어떤가? 신체 강화를 사용해 던지면 구멍 정도는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안에 있는 아가씨들이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그런 이야기를 시작한 기사들을 보고 있자, 한넬로레가 "어머?"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제마인 님, 그 왕족의 문장은 떼어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매우 말씀드리기 저어됩니다만 피부와 닿아 있는 부분의 사슬이 조금 상해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네?"
나는 목걸이의 목 언저리를 손 끝으로 만져본다. 한넬로레의 말처럼 매끈한 금속의 감촉이 아니라 조금 까끌까끌한 느낌이 전해진다. 녹슨 듯한 감촉이다. 닿은 손가락을 보니, 금색의 가루가 묻어 있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목걸이를 끄른다. 한넬로레가 말한 것처럼 고리 근처의 피부에 닿는 부분이 상해 있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오늘 받은 참이었습니다만……불량품이라도 전해준 걸까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한넬로레가 "로제마인 님의 마력이 너무 큰 것이죠" 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을 건 상태로 너무 많은 마력을 사용했기 때문일겁니다. 구애의 마술도구에 사용되는 고리 부분은 작성자의 마력으로 되어 있으므로, 작성자를 넘는 마력에 의한 부하가 거듭되면 그렇게 된답니다."
"그건 짚이는게 너무 많네요."
목걸이를 걸고 국경문 두 개에 마력을 공급하고, 전이진을 몇 번 사용하고,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물들였다. 단시간에 상당히 많은 마력을 사용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납득했다. 그러나 납득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저기, 한넬로레 님. 이 목걸이는 구애의 마술도구인가요? 구애의 마술도구에 대한 것은 강의에서 배웠습니다만, 상대의 속성에 맞춰 만들고, 맹세의 문구가 새겨져 있는 것이죠? 이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만……."
"로제마인 님, 강의에서 작성한 것은 구혼의 마석이에요. 구혼의 마석은 자신에게 가능한 최상의 물건을 보내지만, 구애의 마술도구는 그 전의 단계이기 때문에, 구혼의 마석보다 조금 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누가 구애했는지 알 수 있도록 문장이나 이름이 새겨져 있으며, 작성자의 마력이 희미하게 배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나는 깜짝 놀라 허가증이라고 생각했던 목걸이를 내려다본다. 한넬로레는 마력이 배어 있다고 했지만, 내게는 그 마력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볼 수 있는 걸까. 나중에 페르디난드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쿡쿡 하고 한넬로레가 웃었다.
"강의 때에도 몇 번인가 생각했습니다만, 로제마인 님은 성적 우수에 무엇이든지 알고 계시는데도, 남녀의 사정과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모르고 계시네요."
"공부가 부족한 것은 인정합니다만, 다른 공부와 달리 페르디난드 님이 가르쳐 주시지 않았으니까요."
어머님의 사랑 이야기를 읽고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뒤로 하고, 페르디난드에게 책임을 전가하자, 한넬로레가 난처한 얼굴이 되고, 호위로서 뒤에 서 있던 레오노레가 "남성분이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라고 했다.
……뭐, 그렇겠지.
"로제마인 님, 이것으로 싸서 가죽주머니에 넣어 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왕족의 허가증을 잃어버렸다간 곤란할 테니까요."
나는 할트무트가 웃는 얼굴로 내민 천으로 목걸이를 감싸 허리에 차고 있는 가죽주머니에 넣었다. 중요한 허가증이 이렇게 취약하다니, 예상 밖이다.
……그래도 구애의 마술도구라니. 지기스발트 왕자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물건을 보낸 걸까?
왕명이라면 좋든 싫든 결혼해야 하고, 왕명이 아니라면 결혼할 필요도 없다. 내게 구혼의 마석 이외의 것을 주더라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기다리게 했군, 로제마인……. 뭔가, 이 상태는?"
아우브의 집무실에서 마석 전신갑옷으로 무장하고 나온 페르디난드는 단켈페르가의 푸른 망토가 북적거리는 복도를 보고는 얼굴을 한 순간 경직시켰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페르디난드의 모습을 보고 척 하는 소리와 함께 복도에 정렬해 무릎을 꿇는다.
"어째서 아렌스바흐의 성에 단켈페르가가 이렇게나 있는 건가, 로제마인?"
예상 못한 기습에 약한 페르디난드가 째릿 하고 나를 노려본다.
……낭패다. 단켈페르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깜빡했어.
나는 만들어 붙인 미소와 함께 "호호호……" 하고 웃어넘기며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소개한다.
"저와 함께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초석을 빼앗는 진짜 딧타에 참가하기 위해 단켈페르가에서 오신 정예들입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페르디난드 님!"
내 뒤로 하이스힛체가 일어나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다가온다. 그리고 펄럭 하고 자신의 망토를 떼어내, 질색하고 있는 페르디난드에게 내민다.
"이것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이 망토는 제가 페르디난드 님에게 정정당당하게 딧타에서 승리해 자신의 손으로 되찾고 싶습니다."
"필요 없다. 갖고 가라."
……아아아, 이 온도차는 혹시나 하던 역시나!
매몰찬 대응에도 하이스힛체는 전혀 굴하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역시 단켈페르가의 남자. 이정도로는 기죽지 않는다.
"지난번에는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했던 일이 역효과가 나와 버렸습니다. 저는 페르디난드 님을 구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도움이 되고 싶다고……."
"그대와 문답하는 시간이 아깝다. 란체나베를 놓치기 전에 경계문을 닫고 소탕전을 치러야 한다."
팔락팔락 손을 흔들며 "방해다" 라고 쫓겨났지만, 하이스힛체는 오히려 의기양양한 얼굴이 되었다.
"협력하겠습니다. 로제마인 님의 요청에 응해 이곳에 온 것이니까요. 그리고 모든 것이 정리되면 나중에 천천히 딧타에 대해……."
"전부 정리한 이후다. 십 년 정도 기다려라."
"더 빨리 정리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습니다. 그러니 딧타를……."
……우와, 페르디난드 님의 대응에 전혀 꿇리지 않고 있어.
귀족원 시절부터 페르디난드에게 아무리 천대받더라도 끈질기게 딧타를 신청하던 하이스힛체에게 있어서는 이 정도의 대응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역시 단켈페르가의 남자. 끈덕지다.
"여기에 있는 것은 단켈페르가의 기사만이 아닌가.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은 어떻게 되었지?"
레오노레가 한넬로레에게 들은 상황을 설명하며, 단켈페르가와 공조한 전투에 대해 전하자, 페르디난드는 "어디까지 비상식적인 수단을 쓴 것인가, 너는" 이라며 나의 뺨을 꼬집었다. 이건 절대로 화풀이라고 생각한다.
"상식적인 대응으로는 페르디난드 님을 구할 수 없었던 걸요. 단켈페르가의 기사들 덕분에 이쪽은 피해 없이 초석을 빼앗아 페르디난드 님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이 스힛체 씨를 쫓아내기 전에 감사인사부터 해주세요."
내 말에 페르디난드는 한동안 뜸을 들이다가 하이스힛체를 본다.
"알았다, 하이스힛체. 너의 요망대로 경계문을 폐쇄한 뒤에 란체나베를 한 명도 빠짐없이 잡고 에렌페스트로 가도록 하지."
"에렌페스트로 가는 건가요!? 어째서죠?"
한넬로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와 페르디난드를 번갈아 본다. 아렌스바흐로 오는 것은 처음부터 논의했던 사안이지만, 에렌페스트로 간다는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지휘관인 한넬로레가 당황하는 것은 당연하다.
"로제마인은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았지만, 보물을 빼앗는 것만이 딧타는 아니다. 자신의 보물을 지키지 못하면 아무리 기사가 강하고 상대의 보물을 빼앗는 것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패배인 것이다. 몇 번이고 나에게 보물을 빼앗기며 패배한 단켈페르가라면 그 정도는 잘 알고 있겠지?"
페르디난드와 동세대의 기사가 많은 걸까. 아픈 곳을 찔린 듯한 얼굴이 된 기사들이 많았다.
"……즉, 에렌페스트의 초석을 지킬 수 있다는 확증이 있을 때까지 진짜 딧타는 끝나지 않는다. 완전한 승리를 쟁취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마라. 란체나베는 생소한 무기나 독과 같은 뜻밖의 수단을 사용한다. 내 지휘하에 들어와라, 하이스힛체. 철저히 란체나베를 때려눕힌다."
"넷! 지금부터 단켈페르가는 페르디난드 님의 지휘하에 들어가 진짜 딧타를 계속한다!"
"오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벌떡 일어섰다. 뜨거운 열의가 믿음직스럽다.
"유스톡스, 내가 돌아올 때까지 비밀방의 귀족들을 구하고 모든 정보를 모아라."
"알겠습니다."
"할트무트, 클라리사. 그대들은 방에 연금되어 있는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을 석방하고, 디트린데와 로제마인을 비교하면서 새로운 아우브가 얼마나 우수한지, 로제마인의 성녀스러움과 함께 선전하라. 로제마인이 아우브로서 다스리지 않으면 아렌스바흐가 붕괴한다는 것을 뼛속까지 새겨주도록. 로제마인을 보면 무릎을 꿇고 싶어질 정도로 세뇌해도 상관 없다. 로제마인이 수월하게 아우브·아렌스바흐로서 귀족들에게 수용될지의 여부는 그대들의 활약에 달려 있다."
"맡겨주십시오!"
의욕만만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울린다. 어쩐지 위 근처가 아파왔다.
"저, 페르디난드 님. 할트무트들에게 맡겨도 괜찮을까요? 엄청나게 불안합니다만……."
"너의 공적을 선전한다는 점에선 더없는 인재이다. 그런 것보다 마력은 회복되었는가? ……아우브인 너에겐 이제부터 조금 무리를 시키게 될 것 같다."
페르디난드가 조금 걱정스러운 듯이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나는 안심시키기 위해 방긋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괜찮습니다. 회복약을 마셨으니까요. ……게다가 제일 중요한 시점이죠?"
독에 중독되어 죽을 뻔한 페르디난드가 완전히 회복되기도 전에 적을 때려잡으려는 것이다. 서둘러야만 하는 것은 알 수 있다.
"좋다. 그럼 가자. 아우브·아렌스바흐인 네가 이 혼란을 다스리고 모든 것을 장악해야 한다."
흉악한 미소를 띤 페르디난드가 기수를 낸 시점에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의 팔에 내린 하얀 새는 남자의 목소리로 말한다.
"에크하르트, 슈트랄이다. 란체나베의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켈페르가의 공격이 그친 틈에 국경문을 넘을 생각인 것 같다. 페르디난드 님은 아직인가!? 당장 지시를!"
세 번 외친 올도난츠가 마석으로 돌아간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의 손에서 마석을 집어든 페르디난드가 슈타프로 올도난츠를 만들어 낸다.
"페르디난드다. 새로운 아우브와 함께 경계문을 닫으러 간다. 결코 공격하지 말아라. 상대방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잠시 대기하라."
―――――――――――――――――――――――――――――――――――――
페르디난드와 하이스힛체의 재회.
차가운 대응에도 전혀 기죽지 않는 남자 하이스힛체.
그리고, 단단하고 단켈페르가로서도 파괴할 수 없었던 란체나베의 배.
다음은 란체나베의 배입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40화. - 란체나베의 배 전편 -
란체나베의 배 전편
우리들은 기수를 타고 성에서 날아올랐다. 상공의 기온은 에렌페스트에 비해 제법 따뜻했다. 기원식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초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기온이다.
우리들이 아렌스바흐에 도착했을 때는 한밤중이었지만, 이제 새벽이 밝아오며 연보라에서 옅은 노란색으로 그라데이션을 그리는 하늘이 아렌스바흐 시내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었다. 귀족가를 둘러싼 벽이나 문은 있지만, 평민의 거리에는 벽도 문도 보이지 않는다.
하늘보다 한층 어두운 바다 위로는 항구를 출발한 직후라 아직 그다지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하는 은색의 배 세 척이 경계문으르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척이 아직 항구에 남아 있는 것이 보였다. 아직 출항 준비가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란체나베의 관의 문을 지키고 있던 단켈페르가의 기사와 경계문을 지키고 있는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에게 그대로 감시를 계속하라고 페르디난드가 올도난츠를 날린다. 그리고 그밖에도 줄줄이 올도난츠를 날리기 시작한다.
성에 남은 기사들로부터 연락을 받은 듯, 귀족가 곳곳에서 구조활동을 하고 있던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었다. 모여든 기사들이 나의 레서 버스를 보고 한결같이 놀란 얼굴이 된다. 게중에는 "구륜인가!" 라며 슈타프를 낸 사람도 있어, "마수가 아냐! 새로운 아우브의 기수다!" 라고 주위의 기사들에게 제지되었다.
……구륜이 아닌걸.
"하이스힛체, 에크하르트. 열 명 단위로 반을 짜고 반장을 임명하라. 이후의 명령은 반 단위로 실시한다. 반 편성이 끝나면 반장 이상의 지휘관 및 그 측근은 외벽의 문기둥 위로 강하. 나머지는 상공에서 대기다."
"넷!"
기수를 몰면서 내린 명령에 하이스힛체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따르며, 이동과 함께 각 영지 기사들의 반 편성과 반장이 결정된다.
"로제마인, 저것이 외벽의 문기둥이다. 저곳에 도착하면 각 반에 마술도구를 나눠주어라."
"그럼, 마티아스, 라우렌츠, 레오노레,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안젤리카는 저의 호위입니다."
"넷!"
귀족가를 빙 둘러싼 외벽 문기둥의 옥상을 향해 반장과 지휘관들이 고도를 낮춘다. 짐을 싣고 있는 탑승형 이외의 기수는 한 번 마석으로 돌아간다.
제1반과 제6반에게는 섬광탄, 제2반과 제7반에게는 광역 마술의 보조마술도구, 라는 식으로 페르디난드의 지시를 받은 나의 호위기사들이 마술도구를 각 반장들에게 배포하기 시작한다.
"한넬로레 님은 호위기사들과 함께 성에서 쉬셔도 됩니다만……."
페르디난드가 한넬로레의 탑승형 슈밀1 기수를 보면서 성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말했지만, 한넬로레는 곤란한 듯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 딧타의 치욕을 씻기 위해 왔습니다. 여기서 다시 도망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쪽 귀족가에서 입수한 볼페닐을 란체나베의 배로 들여보낼 수 없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넬로레가 자신의 기수를 손으로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기수의 짐칸에 세 마리나 되는 볼페닐이 나란히 엎드려 있는 것이 보였다. 개 같은 외모의 볼페닐은 슈밀처럼 귀족들 사이에서 비교적 인기 있는 애완동물계의 마수라고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다.
……애완동물을 배에 태워?
한넬로레가 볼페닐로 무얼 하려는 것인지, 나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페르디난드는 곧바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과연. 란체나베 병사들의 상대로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단켈페르가의 여자다, 라고 들리는 것 같은데, 이건 칭찬인 걸까. 한넬로레가 수줍은 듯한 미소를 짓고 있으니 분명 칭찬일 것이다. 칭찬이라는 것으로 해두자.
"그럼 저 출항하지 않은 배는 한넬로레 님께 맡기지요. 인질 구출과 호위에 제1반과 제2반을 데려가십시오."
"송구합니다."
그리고 페르디난드가 바다를 가리킨다. 그곳에는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한 은색의 배가 보인다.
"저 은색의 배에는 마력이 통하지 않는다. 그것은 알고 있겠지? 그러나, 마력이 통하지 않으면 전이할 수 없다. 그렇기에 문으로 다가가면 저 배는 검게 변할 것이다. 그 순간을 노려라."
그 때문에라도 돌아가려는 시도를 하도록 놔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배에 비해 기수 쪽이 단연코 빠르기에, 너무 가까이 따라잡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붙지도 떨어지지도 말고 공격하기 용이한 태세와 거리를 유지한 채로 경계문으로 몰아가야 한다고 페르디난드는 말한다.
"배가 검은색으로 바뀌면 로제마인은 인질을 지키기 위해 배를 향해 아우브의 수호를. 수호가 걸리면 배를 분쇄할 작정으로 총공격을 가한다. 검은색은 마력을 흡수한다. 어설픈 마력으로는 분쇄할 수 없다. 전력으로 상대하라."
"배를 분쇄한다니……인질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우브의 수호가 있으니 걱정 없다. 바다로 내던져지면 그 때 회수하면 된다."
……여전히 결과밖에 보지 않네!
그렇지만 배들이 란체나베로 돌아가버리게 되면 어쩔 수 없어지게 된다. 란체나베라는 미지의 장소에서 싸우기보다는 페르디난드가 알고 있는 장소에서 싸우는 것이 유리하다.
"이러한 마력으로 찍어누르는 수단은 다수의 단켈페르가의 기사와 아우브인 네가 아니었다면 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감사를 표한다."
어떤 반이 어느 배를 공격하라는 지시가 이어지고, 내게는 이곳에 회복약을 내려두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네가 회복약을 가지고 있어도 싸움 중에 그것을 전원에게 나눠주며 돌아다닐 수는 없다. 회복약 및 마술도구의 관리는 견습들에게 맡기고, 너의 호위기사를 한 명 차출하다록."
"로제마인 님, 제가 관리하겠습니다. 시력 강화를 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필요한 회복약을 견습들에게 들려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견습이니까요."
라우렌츠가 자원해 나왔다. 아렌스바흐의 기사 견습들과 함께 여기서 마술도구나 회복약의 보급을 담당하겠다고 한다.
"로제마인, 너는 기수를 치워라. 내 기수에 동승한다."
"네? 왜죠?"
그야 짐은 모두 내렸지만, 어째서 페르디난드의 기수에 동승해야 하는 걸까. 의미를 모르겠다.
"너의 기수는 아렌스바흐 사람들에게는 멍청한 구륜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조금 전에는 사정을 모르는 기사에게 공격당할 뻔하지도 않았는가. 아우브를 공격하는 것은 반역이다. 쓸데없이 처분자를 늘리고 싶은 건가?"
접점이 적은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에게는 나의 기수가 전혀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음을 지적한다. 아무리 레서 버스가 귀여워도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탑승형으로는 경계문을 닫기 어렵고, 나도 지시를 내기 어렵다. 무엇보다 탑승형 기수의 안에 들어가 있으면 새로운 아우브인 너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아 선전이 되지 않는다."
페르디난드는 아무래도 이 기회에 나를 새로운 아우브라고 철저히 주지시키려는 모양이다. 어쩐지 영주의 양녀가 되었을 때에 축복을 많이 하라고 주문하던 때가 떠올랐다. 지금은 할트무트와 클라리사가 성에서 활약하고 있으니, 분명 그 때보다 훨씬 심한 결과가 나오겠지.
"페르디난드 님의 의견은 이해합니다만, 페르디난드 님과 동승하는 것은 세평에 좋지 않습니다. 로제마인 님은 저의 기수에……."
"그렇습니다. 로제마인 님은 여성 기사와 동승해야 합니다. 이곳엔 페르디난드 님이 로제마인 님의 보호자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로제마인 님의 명예를 위해서도 여성 기사와 동승하도록 해주십시오."
레오노레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나를 지키듯이 페르디난드의 앞에 나섰다.
"로제마인에게 사용시킬 마술에 따라서는 영주 후보생이 아닌 레오노레로서는 지장이 생긴다. 아니면 달리 로제마인을 태울 수 있는 여성 영주 후보생이 있는가?"
"여성 영주 후보생이라면 한넬로레 님이 계십니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초조한 듯이 주위를 둘러보고는 한넬로레를 가리키자, 한넬로레가 매우 곤란한 듯한 얼굴이 되었다.
"저, 대단히 죄송합니다. 저의 기수도 탑승형입니다. 그리고 지휘관으로서 배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에 로제마인 님과 함께는……."
……그렇죠? 대영지인 타령의 영주 후보생에게 무엇을 시키는 거야, 라는 느낌이죠?
"코넬리우스, 한넬로레 님에게 실례예요. 한넬로레 님, 정말 죄송합니다. 사과드립니다."
"아니요. 호위기사들의 걱정은 당연한 것이니까요. ……그래도 페르디난드 님의 걱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우브가 자령의 기사에게 공격받을지도 모르는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겠지요. 초석을 물들였을 뿐, 로제마인 님은 아직 아렌스바흐를 장악한 것이 아니니까요."
한넬로레는 두 의견 모두를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간에 나의 레서 버스를 여기서 사용하는 것은 곤란한 모양이다.
"로제마인, 지금은 오라비로서 충고한다. 아무리 그래도 페르디난드 님과의 동승은……."
"닥쳐라, 코넬리우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째릿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노려보며 입을 다물게 한다.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기 위해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된 로제마인이 새삼 무슨 소문을 걱정한다는 것인가? 이미 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 ……오라비로서 명한다. 조속히 페르디난드 님의 지시에 따라라, 로제마인!"
"네! 잘 부탁드립니다, 페르디난드 님."
말투는 심하지만,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의 기백을 거스를 수 없었다. 나는 급히 페르디난드에게 달려가 손을 내밀었다.
"번거롭게 하지 말아라."
페르디난드가 손을 잡아당기며 기수에 태워준다. 그러나 레서 버스와는 달리 페르디난드의 사자는 딱딱하고 안정감이 없다. 페르디난드도 갑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등에 닿는 것도 딱딱한 감촉이다. 방심하면 따콩 하고 머리를 때릴 것 같다.
"이쪽의 기수는 승차감이 나쁘고, 떨어질 것 같아서 무섭습니다만……."
"제멋대로 굴지 마라. 네가 평범한 기수를 사용했더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렇긴 해도 너무 성장하지 않았나. 앞을 보기 힘들다."
……어? 잠깐 기다려. 내가 제멋대로인 거야? 제멋대로인건 페르디난드겠지?
엄청나게 납득이 가지 않은 채, 공중으로 뛰어오른 기수는 스피드를 올려 항구로 향한다. 항구에서 국경문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은색의 배는 두 척. 항구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째서인지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듯한 배가 한 척. 그리고 아직 항구를 떠나지 못하고 출항 준비중인 배가 한 척 있었다.
"페르디난드 님, 해상에 멈춰 있는 배는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타고 있는 배일지도 모릅니다. 잠입한 기사들이 안을 제압중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상에서 꼼짝 못하고 있는 배를 가리키며 하이스힛체가 외친다. 잠입만 할 수 있었다면 단켈페르가의 기사가 란체나베의 병사에게 지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이스힛체가 말한 것처럼 배 안에서 난동이 벌어졌기 때문에 배가 꼼짝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저 배가 아직까지 출항하고 있지 않는 것도 이상하죠?"
항구의 배가 부자연스럽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시력강화를 사용해 살펴보았다. 은색의 란체나베의 병사뿐만 아니라 낡은 옷을 입고 있는 평민같은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햇볕에 그을린 완력이 강해 보이는 어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분노한 모습으로 나무 상자나 그물을 휘두르며 이곳저곳에 힘껏 내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어쩌면 내던지고 있는 것은 폭발하는 생선 슈프릿쉬인걸까.
은색 옷을 입은 란체나베의 병사들이 성난 어부들에게 칼과 방패로 응전하고 있는 모양이다. 평민과 병사가 뒤섞여 엄청난 상황이 되어 있다.
"페르디난드 님, 저 항구의 배, 어부들과의 난전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배에서 은색의 사람이 끌려나왔습니다."
"평민에게 발목이 붙잡힌 것인가. 볼페닐은 사용하기 곤란하군. ……작전 변경! 한넬로레 님, 저 배 주위에는 다수의 평민이 있습니다. 로제마인이 아우브의 수호를 거는 것을 확인한 이후에 배로 진입해 주십시오!"
"네!"
항구로 강하하려던 한넬로레를 제지하고, 페르디난드는 나에게 지시를 낸다.
"로제마인, 란체나베의 공격에 다친 아렌스바흐의 영민에게 룬슈메르의 위안을. 그 후에 아우브의 수호를 이 항구 범위 전체에 걸어라."
"네!"
나는 슈타프를 내고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로 변형시켜 룬슈메르의 위안을 걸었다. 플루트레네의 지팡이에서 녹색 빛이 넘쳐 흐르며 배 주변의 난투지대로 쏟아진다.
뭐야, 뭐야, 하고 다투고 있던 사람들로부터 목소리가 나오며, 녹색 빛의 근원을 찾아 얼굴이 일제히 위를 향했다. 부상이 사라진 어부들이 "기적이다" 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나는 바로 지팡이를 슈타프로 되돌린다.
……아우브의 수호.
한번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나는 마력을 펑펑 쏟아간다. 아우브만이 사용할 수 있는, 영민을 지키기 위한 수호 마술이다. 시간 제한은 있지만, 그 사이에는 마술, 물리, 어떤 공격으로부터도 백성을 지킬 수 있다. 내가 처음 본 것은 그것이 아우브의 수호인 것을 모르던 때이다.
"폴크베젠2."
휙 하고 슈타프를 흔들자 황색의 커다란 새가 나왔다. 새는 빛가루를 흩뿌리며 항구 일대를 날아다니다가 형태가 무너지며 사라진다. 이로써 자령의 백성은 어떠한 공격으로도 지키지게 된다.
"아우브의 수호……."
"정말로 로제마인 님이 아렌스바흐의 아우브인 것인가."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이 자신들에게 뿌려지는 빛의 가루를 바라본다. 아우브의 수호로 지켜지는 것은 영민으로 등록된 사람 뿐이다.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은 엷은 황색의 빛에 감싸여 있지만, 단켈페르가의 기사들과 나의 측근들, 페르디난드들, 그리고 세례 전의 아이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다.
"제6반, 섬광탄! 제7반은 광역 마술로 바센을 일대에! 란체나베의 병사를 쓸어내어라!"
룬슈메르의 위안과 아우브의 수호가 쏟아졌기 때문에 위를 올려다보고 있던 사람들 위로 몇 개의 섬광탄이 작렬했다. 눈을 짓누르며 몸부림치는 사람들에게 가차없이 바센이 쏟아지며 아우브의 수호를 받지 못한 란체나베의 병사들이 물살에 떠내려가 바다에 빠진다. 항구 기둥에 묶여 있던 배가 흔들리고 부딪히며, 계류삭이 벗겨진 배가 몇 척인가 항구에서 멀어진다. 그런 소동의 가운데, 모든 것으로부터 지켜지고 있는 영민들은 멍하니 위를 올려다본 채이다.
"제3반, 제4반, 제5반. 작전 변경! 아우브의 수호가 있는 동안에 평민들을 귀가시키고 란체나베를 포박한다! 인질 구조, 마석 회수에 대한 것은 한넬로레 님의 지시에 따라라!"
"넷!"
페르디난드의 지시를 받은 연보랏빛 망토의 단체가 항구 중에서도 어부들이 많은 곳을 향해 강하한다.
"제1반, 제2반! 갑니다!"
한넬로레의 목소리에 맞춰, 탑승형 슈밀 기수를 중심으로 한넬로레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호위기사들이 푸른 망토를 휘날리며 은색 배의 근처로 강하한다. 모두가 큰 소리를 지르며 아래에 있던 사람들을 물리자 기수가 내릴 공간이 생겼다.
한넬로레가 자신의 기수에서 볼페닐을 내보낸다. 그 순간, 중형견 크기였던 볼페닐이 불쑥 대형견 크기가 되어 주위의 평민들을 물려고 달려든다.
"안 돼요."
볼페닐이 평민에게 달려들기 직전, 한넬로레가 슈타프의 빛의 띠로 목줄을 만들어, 꾹 하고 잡아당겼다. 그것만으로도 볼페닐은 착 하고 얌전해진다. 공포로 눈을 부릅뜨고 있는 평민들에게 뭔가 말하고, 한넬로레는 기사들을 호령해 하역장에서 기사들과 함께 배 안으로 진입했다.
다시 경계문을 향해 해상을 달려가기 시작한 기수 위에서 나는 묻는다.
"……페르디난드 님 볼페닐은 어떤 마수인가요?"
"볼페닐은 자기보다 마력의 강한 자에게 절대 복종하는 마수다. 그 반면, 자신보다 마력이 적고, 움직이는 물건은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먹어댄다. 가구를 옮길 때는 볼페닐이 근처에 없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이다."
"……볼페닐, 정말로 가리지 않네요."
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 해상에 멈춰 있던 배의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배의 일부가 화려하게 날아갔다. 고삐를 쥐고 있지 않던 페르디난드의 팔이 나의 복부를 감싸며 끌어당긴다.
"경계하라!"
란체나베의 배 중편
배 일부에 뚫린 커다란 구멍으로 하얀 연기가 솟구쳤다. 상황을 보러 가고 싶지만 섣불리 다가갔다간 기수와 갑옷마저 관통하는 은색 바늘이 발사될지도 모른다. 페르디난드는 먼저 앞서가고 있는 은색 배와 경계문과의 거리를 확인하고 단켈페르가 기사들이 보고한 은색 바늘이 닿지 않는 정도의 높이와 거리에서 기수를 한 번 정지시킨다.
"로제마인, 시력 강화로 상황을 파악해 보고를 부탁한다."
나는 살짝 페르디난드를 돌아보고 "네" 하고 대답했다. 여기서 "어째서 직접 시력 강화를 사용하지 않는 건가요?" 라고 물어도 의미가 없다. 필요한데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하게 보고하는 것이 동승자인 나의 역할이다. 나는 시력을 강화해 연기 저편을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크게 뚫린 구멍에서 은색 의상을 입고 있는 남성같은 사람이 나왔습니다."
"란체나베인가? 단켈페르가인가?"
주위를 둘러보면서 나온 남자가 반들반들한 배 위로 올라간다. 무엇을 하는 걸까 하고 몸을 내밀고 살펴보고 있자, 남자는 은색 의상을 벗어던지고 슈타프로 마력을 내뿜었다.
"슈타프! 단켈페르가의 기사가 분명합니다."
나의 보고와 동시에 하이스힛체의 밝은 목소리가 이어진다.
"선내 제압 완료의 신호입니다, 페르디난드 님!"
뭔가 있었을 때의 구조 요청은 로트를 사용하고, 그저 마력만을 발하면 작전 완료의 신호라는 약속이 있었던 모양이다. 폭발을 일으킨 것은 내부로 잠입한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었던 모양이다.
주위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잘 했다는 목소리 사이로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선내 제압 완료! 인질 구출을 개시합니다. 인질들은 기수용 마석도 빼앗긴 상태이기에 구출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날아온 올도난츠의 말을 들은 페르디난드는 "좋아" 하고 고삐를 강하게 잡았다. 사자가 퍼덕 하고 한번 크게 날개를 내젓는다.
"제6반, 인질 구출 및 빼앗긴 마석을 회수하라. 제7반, 제8반은 선행하는 배를, 제9반, 제10반이 후행하는 배를 공격한다."
"넷!"
기수는 배보다 빠르다. 속도를 높여 쫓아가면 금방 배를 따라잡고 만다. 그래서 완전히 따라잡지 않도록, 경계문으로 몰아가듯이 거리를 유지하며 바다 위를 달린다. 하늘이 밝아지면서 바다도 맑은 빛을 되찾기 시작했다.
"로제마인, 배의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 선행하는 배에 아우브의 수호를 걸어주었으면 한다만, 마력은 괜찮은가?"
"앞으로 두 번 정도라면 어떻게든……. 그 이상은 조금 무리일 것 같습니다."
나는 솔직히 신고했다. 여기서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의 마력량에 낙관적인 기대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후의 작전의 성패에 크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국경문을 이용하고, 초석을 물들이며 잇따라 회복약을 마셨습니다. 이 이상 마셨다가는 분명 기분이 나빠져서 움직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마시는 건 자기 전이 되겠죠."
"스스로 약의 양을 파악하고 있다면 좋다. ……하지만 두 번 정도라면 어떻게든, 인가."
생각에 잠긴 듯한 페르디난드의 중얼거림에 어쩐지 가슴에 불안이 스민다.
"뭔가 걱정이라도 있나요?"
"저 배는 마력을 튕겨내는 은색에서 마력을 흡수하는 검은 색으로 바뀐다. 가을의 끝에 란체나베로 돌아가는 배를 봤었던 경계문의 기사로부터 들었을 뿐이기에 확실하지는 않다만, 국경문의 마력을 흡수해 배 전체에 마력을 흘려서 전이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즉, 단순한 검은색이 아닌, 검은 마석이 가지는 마력 흡수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앞서 항구에서 시행했던 수호보다 더 많은 마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우브가 된 적이 없는 페르디난드는 아우브의 수호가 대량의 마력을 사용하는 마술인 것은 알지만, 내게 얼마나 부담이 걸리는지는 알지 못한다. 슈타프에 담는 마력량에 따라 위력도 달라지기에, 소비 마력도 개인차가 크다.
"게다가 저쪽이 상당한 바보가 아닌 이상 두 척의 배가 동시에 색을 바꿀리 없다. 선행하는 배가 경계문과 국경문을 지나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후행하는 배는 상황을 볼 것이다. 마력이 통하는 검은색으로 되는 순간 집중 공격을 받는 모습을 목격하고도 생각 없이 색을 바꾸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색을 바꿀 수 없다면 국경문을 지날 수 없고, 바꾸면 일제히 공격받는다. 그렇다고 항구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 배와 대치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페르디난드는 말했다.
"너의 마력도 불안한 상황이니, 시간을 들이지 않고 인질을 무사히 구출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인질 구출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말한 것처럼 배에 커다란 바위라도 떨어뜨리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고, 에렌페스트의 사정이나 페르디난드의 컨디션을 감안하면 그다지 시간을 들일 수도 없다.
"로제마인, 가급적 인질이 다치지 않으며, 최소한의 마력으로 배를 파괴할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이 너의 지식 속에 없는가? 메스티오노라의 책뿐만 아니라 이계의 지식도 포함하여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마력이 통하는 상태가 된다면 어느 쪽이라도 상관 없다."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도록 페르디난드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다른 사람에게 들리면 곤란하다는 것은 당연히 이해하지만, 귓가가 매우 간지럽기에 그만두었으면 한다. 도청방지 마술도구는 이럴 때 사용하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뭔가 있는가?"
"……확실히 마력이 없는 세상이었지만, 대신 과학이 발달했으니까요. 사전준비도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을지는 생각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생각해 보거라. 아우브의 수호가 필요할 때에 부르겠다."
……은색의 배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 거지? 저 은색은 아무리 봐도 천으로는 보이지 않아. 금속같은 느낌? 그렇다면 은색은 도료인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도료를 벗기거나 금속을 무르게 해서 충격에 취약하게 하는 것 뿐이다.
……열을 가하면 도료가 주륵 흘러내리지 않을까? 그렇지만 열은 어떻게 가해야 하지? 게다가 열을 가하면 안의 인질이 오븐구이가 될 가능성도 있겠지? 으음…….
내가 생각하는 사이에 페르디난드는 경계문의 기사들에게 올도난츠를 날린다.
"아우브의 수호가 걸리면 전력으로 배를 공격하라. 란체나베로 도망가게 놔둘 수는 없다. 결코 손대중을 하지 말아라. 인질 구출은 배를 대파한 이후이다."
"로제마인, 아우브의 수호를 부탁한다. 제7반, 제8반, 경계문은 공격 준비!"
경계문 가까이로 이동한 배의 색이 바뀌기 시작했다. 파닥파닥 타일이 뒤집히는 듯한 느낌으로 배의 색이 은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해간다. 이 바뀌는 순간을 노려야 최저한의 마력으로 아우브의 수호를 걸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즉시 슈타프를 꺼내 마력을 주입한다.
"폴크베젠!"
나는 붕 슈타프를 흔들며 배를 향해 아우브의 수호를 날렸다. 항구에서와는 달리, 범위가 좁다. 커다란 황색의 새가 일직선으로 배를 향해 날아들어 간다.
"가라!"
페르디난드의 구령에 맞춰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이 경계문 기둥의 옥상에서 기수를 타고 튀어나온다. 그들의 손에도, 배를 향해 돌격하기 시작한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손에도 복잡한 색조로 빛을 발하는 슈타프 칼이 있다. 란체나베를 격파하기 위해 쏟아부은 마력에 의해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다.
페르디난드가 슈타프를 흔들며 배를 향해 마력을 쏘았다. 마치 로트와 같은 작은 빛이다. 그것을 신호로 기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검을 휘둘러 마력을 발사한다. 모두의 마력은 서로 얽히면서 무지갯빛이 되어 검게 변한 배로 날아든다.
바다 위로 얼굴을 드러낸 태양보다도 눈부신 마력의 빛이 배에 도달한 순간, 귀가 마비될 정도의 굉음과 함께 배가 폭발했다. 바다가 크게 요동치며 배를 한 번 완전히 삼키고, 하얀 물기둥이 솟아오른다. 물기둥과 함께 솟구친 수많은 배의 파편들이 공중에 비산한다.
"인질의 안전을 확인! 구출 작업에 들어갑니다!"
"아우브의 수호가 있는 동안에 구출한다. 서둘러라!"
아우브의 수호의 빛에 감싸인 사람들이 바다 위로 떨어지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아가씨들을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슈타프의 빛의 띠로 한 명씩 낚아 경계문 위로 옮기기 시작했다.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은 슈타프를 빛의 그물로 만들어 해상에 떠오른 물건들을 단번에 퍼올린다.
"꺄악!"
그물 안에서 비명소리가 울렸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갑자기 바다에 내던져진 충격에, 한웅큼 퍼올린 그물에 생선과 함께 건져올려진 아가씨가 패닉상태에 빠져있는 것이 보인다. 좀 불쌍하긴 하지만, 서둘러 구출해야 하기에 참아주었으면 한다.
폭발에 휘말리긴 했지만 은색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마력 공격에 당하지 않은 란체나베의 병사들은 공격의 크기에 비해 생존자가 많은 모습이었다. 첨벙첨벙 수면에서 발버둥치는 모습이 많다. 슈타프 그물에 매달리듯 팔을 걸고 있거나, 바다 위에 홀로 남겨진 란체나베 병사들의 모습도 보였다.
"페르디난드 님, 란체나베의 병사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사로잡아 증거나 증언……."
"증언이 필요하다면 이미 두 척 분량의 병사들이 있다. 저자들은 딱히 필요 없다."
그러면서 페르디난드는 후행하는 배로 기수를 돌린다.
선행하는 배의 상황을 보고 있던 배는 폭발의 충격과 그로 인해 생긴 커다란 파도에 집어삼켜질 뻔했던 모양이다. 아직도 크게 물결치는 파도에 휘청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페르디난드가 예상한 것처럼 그 색은 은색 그대로였다. 마력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응?"
잠수함처럼 매끈한 은색 갑판의 일부가 열리며 안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역시 은색을 하고 있다. 네모난 상자에 작은 구멍이 많이 뚫려 있었다.
"뭔가, 저것은?"
"예의 은색 바늘이 나오는 무기입니다!"
페르디난드의 의문에 답한 것은 하이스힛체였다. 저 부분을 멀리서 마력으로 공격해 봤지만 역시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잔뜩 준비한 마술도구도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천에 대한 대책은 짜 두었지만, 은색의 배가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분하다.
"쏘기 시작했다!?"
"좀 더 거리를 둬!"
닥치는대로 상공을 향한 공세를 시작한 은색의 배를 살피던 기사들이 경계의 목소리를 높인다. 기수도 갑옷도 꿰뚫는 공격이다. 섣불리 접근할 수 없다.
"선행한 배가 받은 공격을 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군."
눈앞에서 동료의 배가 바스러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하지만 색을 바꾸지 않으면 국경문을 넘지 못하기에 란체나베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 그렇다고 항구로 돌아갔다간 붙잡힐 것이 뻔하다. 병사들이 공황 상태가 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페르디난드가 말했다.
안의 인질이 걱정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구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 은색을 벗겨내야만 한다. 빙글빙글 타일같은 것이 뒤집혔으니 경계선에 칼 같은 것을 꽂아 강제로 뒤집거나 도료를 긁어 없애거나, 뭔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저 사출구를 막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마법 공격은 듣지 않는 것 같다만, 뭔가 방법이 있는 건가?"
"은의 의상을 입고 있어도 흰 건물을 빠져나가거나 바닥을 뚫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엔트비켈른으로 저 부분에 뚜껑을 덮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만, 어떨까요?"
아우브로서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했을 때, 하얀 돌이라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페르디난드는 "넌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생각을……" 라며 어이없어하는 목소리와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 안 되나요?"
"안 되진 않지만 무리다. 너는 뚜껑을 덮고 싶다고 간단히 말한다만, 그 부분의 크기는 누가 가늠하는 것인가? 어떻게 설계도를 그릴 생각인가? 엔트비켈른을 위한 마술지도, 잉크도, 금가루도 없다. 너도 여분의 마력이 있는 것이 아니겠지?"
……확실히 보통은 그렇지만.
"크기만 측정할 수 있으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술지는 클라리사가 많이 만들어 준 것을 가지고 있고, 잉크는 스틸로로 어떻게든 되죠? 다행히 금가루도 조금이라면 있습니다!"
나는 고리 부분이 다소 금가루화된 왕족의 문장을 꺼내보인다. 이걸로 금가루를 만들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들고 싶은 것은 큰 건물이 아니라 공격을 막기 위한 뚜껑이니까.
"이정도의 금가루면 충분할까요, 페르디난드 님?"
"아무리 작성할 물건이 작더라도 역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슬의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금가루로 만들면 충분할 거라 생각된다만 왕족에게 받은 것을 금가루로 만들다니, 불경이 지나치다. 금가루로 만들 거라면 다른 마석을 줄 테니 그것으로 만들어라."
불경이기야 하겠지만, 페르디난드가 가진 마석으로는 금가루를 만들 수 없다. 그는 마력 용량이 큰 마석밖에 갖고 있지 않다. 그것으로 금가루로 만들려면 많은 마력이 필요하다.
"이 사슬은 거의 마력이 포화 상태여서 금가루로 만드는 데에 거의 마력이 필요 없는 걸요. 답례할 때 뭔가 보상한다면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왕족도 인명보다 금가루화되고 있는 사슬 쪽이 중요하다고는 말하지 않을 테고……."
"왕족에게 반역한 영지의 귀족이다. 왕족이 너 정도로 인명을 우선할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왕족에게서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모르는 이상, 쓸데없는 위험을 지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너 홀로 저 상공에 가서 엔트비켈른을 하는 것은 너를 지키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반대다. 호위기사 누구도 찬성하지 않겠지."
자신의 입장의 불안정성을 자각하라는 말에 나는 입을 다문다. 엔트비켈른이 안 된다면 다른 수단을 생각해야 한다.
"……얼리는 것은 어떨까요? 얼음으로 막아 버리면 바늘이 튀어나오는 일도 없지 않을까요?"
"방법적으로는 좋다만, 어쩔 작정인가?"
"으……. 에비리베의 검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겨울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니, 쓸모없는 신구네요."
이미 봄이다. 여기 아렌스바흐는 에렌페스트의 초여름 같은 기후로, 어떻게 생각해도 겨울이라고는 볼 수 없다. 기원식이 끝나지 않았기에 아직 플루트레네의 가호는 희박할 것이라 볼 수 있지만, 에비리베의 검을 사용하기 위한 조건에는 들어맞지 않을 것이다.
"……뭘 고민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이곳을 겨울로 바꾸면 되는 것이 아닌가?"
"네?"
"할덴체르에 있던 봄을 부르는 마법진을 응용하면 겨울을 부르는 것도 가능하겠지?"
"네? 당연한 얼굴로 말하지 마세요! 무리입니다. 보통은 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 거대한 마법진을 자기편의적으로 수정해 사용하는 곡예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고, 수정해 사용하려고 생각지도 않는다. 적어도 나는 마법진의 개량에 관해서는 센스가 없다는 말을 들은 탓도 있어, 겨울을 부르는 마법진으로 쓴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다만 범위를 배 부분으로 한정하더라도 제법 많은 마력이 필요하다. 네게 마력이 없다면 마력이 들어있는 마석이 필요하다만, 갖고 있는가?"
"초석의 마력이 들어있는 마석이라면 가지고 있습니다."
"어째서 가지고 있는 건가?"
무거운데 두고 오는 것을 깜빡한 거지만, 말하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마술지도 있다고 했었지?"
"있습니다. 준비만반입니다."
나는 가죽주머니에서 작게 접어둔 몇 장의 마술지를 꺼낸다. 페르디난드는 뭔가 너무 지친 목소리로 "너의 비상식함에는 못당하겠군" 라고 중얼거린다.
"그래서, 저곳에 겨울을 부르더라도 너와 나 이외에 에비리베의 검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경계문과 국경문을 닫을 것을 생각하면 나와 페르디난드의 마력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는 내 주위에 있는 호위기사들을 둘러보았다. 지금까지 멋으로 신전울 출입하고 있던 것이 아니다.
"누가 먼저 신구를 만들 수 있을지 경쟁하던 탓도 있어, 저의 호위기사들 모두가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무엘도 형태는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대단하죠? 라고 가슴을 피자, 페르디난드는 슥 호위기사들을 둘러보고는 한숨을 토했다.
"네 주변은 비상식이 너무 많다."
……겨울을 부르는 페르디난드 님이 할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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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길어졌기에 중편입니다.
스승vs제자의 비상식 대결.
어느 쪽도 비상식적이네요.
다음이야말로 후편입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42화. - 란체나베의 배 후편 -
란체나베의 배 후편
몇 가지 질문 뒤에 페르디난드는 곧바로 제9반, 제10반의 기사들을 모아 은색 바늘에 의한 공격을 막기 위해 배를 얼릴 것이라 말했다.
"배를 얼린다!? 플루트레네의 힘으로 가득한 이 따뜻한 날씨에, 대체 어떻게 빙설의 신 슈니아스타1의 힘을 휘두를 수 있다는 것입니까!?"
"저 배가 있는 영역에 겨울을 부르는 의식을 치를 것이다."
"네?"
……알아요, 알아, 그 기분.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라는 생각이 들죠? 비상식적인건 절대로 페르디난드 님이지?
이해불능이라는 얼굴을 하고 있는 하이스힛체와 기사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페르디난드는 나의 호위기사들에게 겨울을 불러오면 배를 향해 에비리베의 검을 휘두르라고 지시한다. 그런 페르디난드의 말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마티아스, 레오노레, 안젤리카는 눈을 깜뻑이며 얼굴을 마주보았다.
"호위기사 전원으로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페르디난드 님. 그것을 사용하면 마력이 바닥까지 뽑혀 나갑니다. 로제마인 님의 호위기사를 그렇게까지 줄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에비리베의 검을 사용한 이후에 회수할 사람이 없으면 기수까지 없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바다로 곤두박질치게 되겠죠."
비상식 대작전에 이해불능이라는 얼굴이 된 것은 나의 호위기사들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레오노레는 즉각 대응하기 시작했다.
"한 명의 마력으로는 얼마나 얼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에비리베의 검을 휘두를 사람은 되도록 많은 편이 좋고, 마력이 많은 사람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로제마인의 호위기사도 필요하다."
페르디난드의 말을 들은 마티아스가 육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라우렌츠도 에비리베의 검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술도구의 관리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라우렌츠를 이쪽의 전력으로 넣는 것은 어떨까요?"
페르디난드는 척하면 척하고 돌아오는 반응에 "흠" 하고 마티아스를 따라 시선을 육지 쪽으로 돌린다. 그러나 시선은 외벽의 문기둥을 향해 있지 않다. 그 너머, 안쪽의 성을 향하고 있다.
"……로제마인, 호위기사들이 신전에서 마력을 봉납하며 에비리베의 검을 얻었다면, 할트무트도 쓸 수 있는가?"
"물론 쓸 수 있습니다. 누가 먼저 쓸 수 있게 될 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경쟁하고 있었으니까요. ……설마, 페르디난드 님."
할트무트도 부를 건가요!? 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페르디난드는 흥 하고 코를 가볍게 울렸다.
"에비리베의 검을 사용할 수 있는 문관이 아닌가? 호위기사의 숫자를 줄일 수도 없으니 안성맞춤이지 않나. 할트무트는 네가 부르면 바로 오겠지?"
페르디난드는 올도난츠의 마석을 내게 건네며 할트무트를 부르라고 말했다. 나는 페르디난드의 말대로 할트무트에게 부탁한다.
"할트무트, 지금부터 에비리베의 검을 사용하기 위한 대규모 성무를 실시합니다. 신관장인 할트무트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마석 갑옷을 갖추고 최대한 빨리 와주세요."
내가 왼팔 위에 올린 올도난츠에 목소리를 불어넣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나의 왼손을 잡았다.
"클라리사에게는 외벽의 문기둥에서 마술도구 및 회복약의 관리를 시킬 것이다. 아렌스바흐의 귀족에게 진정한 성무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기 위해 문까지 귀족들을 데리고 와도 상관 없다. 서둘러라."
"알겠습니다, 로제마인 님.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갑시다, 여러분! 마치 여신과 같은 로제마인 님의 모습을 그 눈에 새겨두는 것입니다!"
돌아온 두 사람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고조되어 있다. 내가 신전 출입을 불허했기에 클라리사는 신구를 만들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클라리사 본인은 원통해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클라리사에게도 역할이 주어진 것은 잘됐다고 생각한다.
……귀족들의 세뇌작업의 일환이 아니었다면 말야!
할트무트와 클라리사의 하이텐션에 조금 식겁한 나의 뒤에서는 페르디난드가 회복부대에 있는 라우렌츠에게 올도난츠를 날려 에비리베의 검을 휘두르도록 요청했다.
"라우렌츠, 로제마인의 호위기사는 지금부터 에비리베의 검을 휘두를 것이다. 마력을 잃은 그대들을 회수하고 회복약을 전달할 견습 기사를 네 명 선발해 데리고 오도록. 마술도구의 관리를 위해 그쪽으로 클라리사를 보내두었다."
"……에비리베의 검을 휘두르기 위한 회복약과 회수역을 선발하고, 클라리사에게 인계를 마친 뒤에 합류하면 되겠습니까?"
떠오르는 의문을 애써 삼킨 듯한 라우렌츠의 대답에, 나는 마음 속으로 "라우렌츠, 힘내라!" 라며 응원할 수밖에 없다.
"코넬리우스, 그대들은 로제마인의 호위기사로서 누구를 남길 것인지 생각하라. 남기는 것은 둘이다."
"넷!"
나의 호위기사들이 상의하기 시작한 와중에 아직도 납득하지 못한 듯한 하이스힛체의 시선이 이곳저곳으로 방황하고 있다. 나의 호위기사들은 신속히 움직이고 있지만,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모두 한모습으로 멍해져 있다.
"에렌페스트의 기사들은 어째서 그리 냉정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인가!? 페르디난드 님은 겨울을 불러 배를 얼리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
하이스힛체가 질문한 것은 조금 떨어져서 호위기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안젤리카였다.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은 안젤리카는 놀란 듯이 눈을 깜박거린 뒤에 뺨에 손을 얹고 덧없는 미소를 띄운다.
"어려운 일을 요구받았을 경우엔 그것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자신에게 배정된 역할을 어떻게 해낼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이번에 요구된 것은 에비리베의 검을 휘두르거나 호위하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겨울을 부르는 것은 저의 일이 아닙니다."
"과연. 그렇게 냉정함을 체득하는 것인가……."
……어려운건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밖에 하지 않아요, 라는 의미인데, 안젤리카가 매우 똑똑하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네.
감동한 하이스힛체가 "페르디난드 님, 저희에게도 역할을!" 이라고 말해오는 것을 가볍게 흘리며, 페르디난드는 대파된 선행하고 있던 배에서 인질 구출과 함께 마술도구를 회수하고 있는 기사에게 "바다에 빠진 사람들의 구출에 앞으로 얼마나 걸리는가?" 라며 올도난츠를 날린다.
"페르디난드 님, 슈트랄입니다. 잡혀간 아가씨들은 전원 구조했습니다. 지금은 마석과 마술도구를 회수하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의 마석은 조금이라도 더 회수하고 싶기에."
"그런가. 지금부터 겨울을 불러와 이쪽의 배를 얼릴 것이기에, 그 여파로 바다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조심하라."
"……네?"
슈트랄에게서 돌아온 것은 어미가 치솟는 의문형의 대답이었지만, 페르디난드는 알아들은 것으로 간주한 듯, 그 이상의 설명은 보내지 않았다. 슈트랄이 좀 불쌍하게 되었다.
"페르디난드 님, 슈트랄은 누구인가요?"
"디트린데에게 파면된 아렌스바흐의 전 기사단장이며, 지금은 나의 호위기사를 하고 있는 자이다."
페르디난드는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내부로 잠입해 제압한 배에도 "배의 내부 정보를 알고 싶으니 한 명 오도록" 이라고 올도난츠를 날린다. 승낙의 답장을 가지고 돌아온 올도난츠를 이번에는 한넬로레의 부대에 날려 현재 상황을 묻는다. 올도난츠가 매우 바쁘다.
한넬로레들도 배의 제압을 거의 완료한 모양이다. 잡혀간 아가씨들을 배에서 데리고 나와 피해상황의 조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로제마인, 양손을 쭉 위로 뻗은 상태로 기수를 짚고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여라."
"갑자기 뭔가요?"
머리 속에 의문부호를 떠올리며 나는 시키는 대로 팔을 쭉 뻗어 기수를 짚고 앞으로 기울인 자세를 취했다. 페르디난드는 "당분간 그 자세를 유지해라" 라며 어떤 판자 같은 것을 나의 등에 올렸다. 마석을 변형시킨 물건인 걸까. 조금 무겁다.
"이 자세, 엄청 힘듭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은 무엇을 하실 생각인가요?"
"마법진을 그릴 때까지 참아라."
……그러어어어언! 나, 책상이었어!?
나의 등으로 책상을 대신해, 페르디난드는 스틸로로 내가 건넨 마술지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페르디난드 님, 팔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빠르다. 좀 더 버텨라."
떨리는 팔에서 의식을 떼어놓을 겸, 나는 배를 얼리는 김에 얼린 직후에 충격을 가할 수 없을지 물어본다.
"귀족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금속적인 것은 마력의 함유량에 의해 강도가 달라지지만, 평민이 다루는 통상의 금속은 영하와 같은 극저온 환경에 두면 강도가 약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란체나베의 배가 마력을 포함하지 않는 금속이라면 겨울을 불러 에비리베의 검을 휘둘러 얼린 직후에 큰 충격을 주는 것이 보통으로 공격하기보다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어떤가요?"
"호오? 단켈페르가에게 공격을 맡기면 충격을 주는 것은 쉽다만, 어떠한 공격이 제일 유효할 것 같나?"
페르디난드는 마법진을 그리는 손을 멈추지 않고 묻는다.
"음, 그리고 금속은 급격히 온도가 내려가면 줄어드는 성질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벌어진 틈새를 칼이나 창으로 찌를 수 있다면 배의 표면을 덮고 있는 검은색과 은색의 타일을 떼어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만."
몇 장 정도만 떼어낼 수 있다면, 나머지를 떼어 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사출구만 막는다면 상갑판에 내려가 힘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다. 힘 쓰는 데에는 정평이 난 기사가 많으니. 하지만 모처럼 얼리는 것이니만큼 충격을 주는 것은 좋은 방안이라 생각한다. 저 은색 타일을 떼어내 내부에 아우브의 수호를 거는 것이 중요하다. 한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의 구멍만 낼 수 있다면 마술도구를 든 단켈페르가의 기사를 투입해 인질의 구조는 어떻게든 되겠지."
폭음만 울리는 것, 앞서도 사용한 섬광탄, 할트무트 특제 최루탄 등 쓸만한 마술도구는 많이 있다. 아우브의 수호를 걸면, 마력을 사용한 제압도 쉬워진다.
마법진을 전부 그린 페르디난드가 배를 제압한 기사와 한넬로레 부대의 정보를 들은 결과, 인질이 수용된 마력 공격을 막기 위한 방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이스힛체, 수 명을 선발해 배가 얼면 인질이 없는 장소를 노려서 창을 내리꽂아라. 인선은 맡기겠다."
"맡겨주십시오!"
할트무트와 라우렌츠와 회수 부대가 합류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지시를 내리기 위해 다양한 장소로 올도난츠를 날리다보니 아렌스바흐 귀족들의 주목이 집중된 것 같다. 외벽 주위에 귀족들의 기수가 여럿 보였고, 평민들도 창문을 크게 열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배 위, 공격이 닿지 않을 정도의 상공에서 나는 견습기사와 함께 동승해 있는 자신의 호위기사들을 둘러보았다. 에비리베의 검을 휘두르는 것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마티아스, 라우렌츠, 할트무트의 네 명이다.
"로제마인, 시작한다."
페르디난드가 그렇게 말한 것은 마침 해가 뜨기 시작했을 때였다. 바다와 하늘의 사이로 태양이 얼굴을 드러내자 단번에 하늘이 밝아진다. 바다 위로 눈부신 빛의 길이 생기며, 넘실대는 파도가 찬란한 빛을 내뿜는다.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받은 마석으로 마술지에 그려진 마법진을 따라 마력을 쏟기 시작했다. 세 개, 네 개, 차례차례 마석의 마력이 마법진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갖고 있는 마석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와중에, 다섯 번째 마석을 사용한 시점에서 마법진이 기동했다.
마술지가 둥실 떠오르며 솟구치는 붉은 불길과 함께 마법진이 상공으로 날아간다. 배의 상공에 떠오른 마법진은 붉게 물들어, 이번엔 바로 아래의 배를 향해 붉은 귀색의 기둥이 섰다. 배 전체가 들어올 정도의 빛의 기둥이다.
주위에 있던 기사들로부터 "오오……" 하고 경탄의 목소리가 높아진 다음 순간, 붉은 마법진은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뒤덮듯이 붉은 마법진을 전부 물들인 흰색의 빛은 상공에서 배를 향해 붉은 빛의 기둥을 새롭게 덧쓰기 시작했다.
"겨울이 왔다. 해라."
"넷!"
페르디난드가 기수를 몰아 하얀 빛의 기둥 속으로 들어간다. 기둥 안쪽은 명확히 온도가 다르고 춥다.
전신갑옷을 입고 있는 측근들은 기온의 차이를 그다지 느끼지 못하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에비리베의 검을 꺼낸다.
꺼낸 상태에서 이미 하얀 도신은 빛과 함께 냉기를 감싸고 있다. 거기에 마력을 담아 가자, 일렁이던 냉기가 점점 짙어지며 빙설로 변화되어 간다.
"회생과 죽음을 관장하는 생명의 신 에비리베여, 그를 섬기는 열 두 권속이여."
네 명의 영창과 함께 얼음 섞인 눈보라가 불기 시작했다. 무심코 팔을 문지르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망토를 벗어 나를 둘둘 감싼다. 살을 에일 듯이 피부를 때리던 빙설풍이 막혀, 나는 후유 하고 안도의 숨을 토했다.
"감사합니다."
"아니, 너의 방한을 잊고 있었던 나의 책임이다. 근시가 있었다면 절대로 방한구를 준비했을 것이다. 유스톡스도 데리고 왔어야 했는가……."
페르디난드의 반성을 들으며 나는 빛나고 있는 망토를 내려다본다. 반성은 좋지만, 이것은 좋은 걸까. 내가 입으면서부터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한 망토는 먼발치에서도 절대로 눈에 띄일 거라고 생각한다.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으니 괜찮을까? 멀리서는 보이지 않으려나? 어떨까?
추우니 망토를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매우 주목받고 있는 것은 알기에, 주위의 시선은 조금 신경쓰인다.
"당신에게 바치는 것은 불굴의 마음. 최상의 마음을 찬미하며 꺾이지 않는 가호를 받아 적을 근접시키지 않는 그대의 힘을 받사옵니다."
내가 생각에 잠긴 사이에 영창이 끝난다. 네 명이 배를 향해 검을 내리친다. 눈과 얼음으로 만들어진 겨울의 주인의 권속들이 형태를 얻으며 배에 덤벼들듯이 쏜살같은 속도로 강하한다. 수가 너무 많아서 헤아리기 어렵지만, 70 정도는 되는 것이 아닐까.
권속들이 뛰쳐나온 순간, 풀썩 쓰러지는 네 명을 기사 견습들이 황급히 지지한다. 그리고 회복약을 주기 위해 하얀 빛의 기둥 밖으로 빠져나간다.
나는 시력을 강화해 권속들이 배로 돌진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은색 바늘을 쏘아내는 사출구를 중심으로 눈의 결정이 붙어가며 은색이 흰색으로 변해 간다. 네 명의 마력이 압도적이었는지, 배 전체가 눈과 얼음에 감싸이며 빛의 기둥 속 바다까지 얼어붙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권속은 아직 있는가?"
"두셋 정도네요."
조금씩 허물어지며 수가 줄어드는 권속의 모습을 보고하자, 페르디난드가 단켈페르가의 기사를 불렀다.
"하이스힛체, 가라!"
"가자!"
네 명의 단켈페르가 기사들이 빛의 기둥 안으로 들어와 슈타프를 꺼내 "란체!" 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네 명 전원의 손에 푸른 빛을 발하는 라이덴샤프트의 창이 들려 있다.
"……단켈페르가가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가지고 있어?"
"제가 3학년일 때의 영지 대항전에서 아우브가 신전에서 창을 가져온 적이 있었죠? 그 이후로 딧타를 시작하기 전에 치르는 성무를 위해 신전을 출입했던 모양입니다. ……페르디난드 님은 귀족원의 성무에 참가하지 않은 아렌스바흐에 있어서 정보가 늦으신 거죠."
"지금 싫을 정도로 실감하고 있다."
배를 향해 내리꽂히는 듯한 기세로 푸르게 빛나는 창을 쥔 푸른 망토가 낙하해 간다.
"이야아아아아앗!"
기백에 찬 하이스힛체의 목소리와 함께 네 명의 창이 인질의 없는 곳을 노려 날아든다. 마력은 통하지 않더라도 라이덴샤프트의 열은 전해진다. 배의 표면을 뒤덮은 얼음이 날아가며, 동시에 배의 표면을 덮고 있던 타일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내던져진 네 개의 창 중 하나는 금속이 냉각되어 줄어든 틈새를 잘 파고든 모양이다. 벌집 모양으로 푸른 마력의 선이 뻗어나가며 타일이 벗겨진다.
"로제마인, 아우브의 수호를!"
이 틈을 놓치지 말라는 페르디난드의 말에 나는 슈타프에 마력을 담아 휘두른다.
"폴크베젠!"
아렌스바흐의 영민을 지키는 황색 새가 배를 향하여 날아간다. 그리고 나의 슈타프에서 황색의 새가 나오는 것보다 빠르게, 페르디난드는 다음 지시를 냈다.
"뱃머리를 뚫어 입구를 만들어라, 에크하르트!"
"넷!"
"제9반, 제10반, 진입 준비!"
"넷!"
아우브의 수호를 뒤쫓듯이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슈타프를 대검으로 변화시켜 마력을 주입해 배로 향한다. 마력이 통하지 않는 은색 타일이 벗겨진 배는 더 이상 적수가 되지 않는다.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검에 의해 뚫려진 구멍으로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뛰어들어간다.
나는 페르디난드가 시키는 대로 스틸로로 마법진을 그린다. 그 마법진에 페르디난드가 세 개의 마석을 던졌다. 그러자 하얀 빛의 기둥이 사라지고, 겨울은 마지막을 고한다. 초여름 같은 햇빛과 기온 속에 단 한 척, 얼어붙은 배가 떠 있는 것은 매우 초현실적이었다.
"페르디난드 님, 레티시아님이 구출된 것 같아요."
배에서 나온 금발의 여자아이를 보고 나는 페르디난드를 돌아본다. 조금 성장하긴 했지만, 얼굴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기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돌려준 망토를 걸치며, 페르디난드는 조용히 숨을 토한다.
"로제마인, 너는 레티시아를 어떻게 하고 싶지?"
"……네?"
"반역자의 일족으로 취급할 것인지, 나에 대한 살인미수로 재판할 것인지, 타협점을 찾아 온정을 베풀 것인지……. 그로 인해 이 자리에서 죄인으로서 잡을지, 아니면 감시하에 두되 구조된 피해자로서 취급할 것인지가 크게 달라지게 된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나는 배 위로 끌려나온 레티시아와 페르디난드를 번갈아 바라본다.
"온정을 베풀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이름올린 돌을 맡겼을 정도이니, 페르디난드 님도 레티시아님에게 살의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시죠?"
"……죄를 묻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으니 말이지. 일단은 피해자로 대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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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체나베의 배는 이로써 제압 완료입니다.
레티시아도 구출되었습니다.
이것에 가장 흥분했던 사람은 외벽의 문기둥에서 견학하던 클라리사입니다.
바다의 모습이 한 눈에 보이는 특등석에서 로제마인의 훌륭함을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에게 연설중.
다음은 로제마인의 선택입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43화. - 로제마인의 선택지 -
로제마인의 선택지
얼음으로 감싸인 은색의 배 위로 레티시아와 그녀의 측근으로 보이는 네 명의 여성이 보였다. 페르디난드의 기수가 그곳을 향해 강하한다.
"레티시아 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상처는 없으신가요?"
페르디난드의 도움을 받아 기수에서 내려온 나는 레티시아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나의 호위를 하고 있는 안젤리카와 레오노레가 조금 손을 내밀며 더는 다가가지 말라는 듯이 나의 움직임을 멈춘다.
"……로제마인 님이신가요?"
레티시아는 눈을 깜빡이며 나를 보았다. 아무래도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몰라보았던 모양이다.
"구출해주신 단켈페르가 분에게서 들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기 위해 로제마인 님이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아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되어 란체나베를 소탕하고 있으시다고. 전, 무슨 말씀을 드려야 좋을까요? 애초에 제가……."
"레티시아 님."
페르디난드가 레티시아의 말을 중간에 끊는다. 페르디난드를 본 레티시아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듯한 얼굴이 되었다. 그 경악 속에는 깊은 안도도 있었던 듯, 사르르 눈이 녹듯이 레티시아의 몸에서 긴장이 빠져나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사하셨군요, 페르디난드 님. 전, 디트린데 님에게 페르디난드 님이 죽었다고 듣고……."
"레티시아 님이 유스톡스들에게 상황을 전달해주신 덕분입니다."
페르디난드가 다시 한 번 레티시아의 말을 가로막으며 미소짓는다. 그 협박성 짙은 미소는 옆에서 보고 있어도 "조용해라"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레티시아도 그것을 느낀 듯, 입가를 누르며 입을 다문다.
"초석을 얻어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된 로제마인은 모든 상황을 이해한 후에 당신을 구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레티시아가 놀란 듯 내 얼굴을 보았다. 측근들도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페르디난드를 구하러 온 내가 가해자인 레티시아를 구하라리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고, 힘으로 초석을 탈취한 자가 원래의 영주 일족을 구하리라고도 생각지 못한 것이겠지.
"하지만, 페르디난드 님. 저는……."
"차분히 이야기를 들을 자리를 마련할 때까지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지내주십시오. 이번에는 제 말을 들으시겠죠?"
레티시아는 파리한 얼굴로 페르디난드를 올려다보며 꽉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는 꾸벅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로제마인 님과 페르디난드 님의 온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들은 더 이상 란체나베의 배가 들어오지 않도록 문을 닫고 오겠습니다. 레티시아 님은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기수에 동승해 먼저 성으로 돌아가, 수고한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쉴 수 있도록 근시들을 시켜 대회실과 객실의 준비를 해주십시오."
이제 막 구출되었을 뿐인 레티시아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한 페르디난드의 모습에 나는 흠칫 놀랐다.
"페르디난드 님, 지금까지 붙잡혀 있던 레티시아 님에게는 조금이라도 빨리 휴식이 필요합니다. 그런 지시는……."
"디트린데에 의해 중독된 나나 에렌페스트에서 와서 초석을 물들인 것에 더해 란체나베를 배제한 너보다도 배 안에서 가만히 있던 레티시아 님 쪽이 체력도 마력도 남아있을 것이다."
"그건 그럴지도 모릅니다만, 정신적인 측면도 고려해주세요."
효율만을 생각하고 있는 페르디난드에게 내가 작게 불평하자, 페르디난드는 흥 하고 코를 울리고는 레티시아를 내려다보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페르디난드의 설명에 의하면, 귀족들이 혼란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아렌스바흐의 귀족인 레티시아의 입으로 단켈페르가와 새로운 아우브가 된 내게 구해진 것이나 란체나베의 위험이 지나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확실히 단켈페르가나 에렌페스트 사람이 말하는 것보다는 설득력이 있겠네.
게다가 어느 누가 보더라도 정신적으로 힘들 것을 알 수 있는 어린 레티시아가 씩씩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주위의 동정표를 모으기 쉬우며, 레티시아 자신을 구하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는 것. 동시에 영주 일족인 레티시아가 구해진다면 자신들도 구해지지 않겠냐는 희망을 갖게 쉬워지는 것. 어린 레티시아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자신들도 움직이지 않으면 본이 되지 않는다고 이번 일로 피해를 본 성인 귀족들을 분발시킬 수 있다는 것들을 말한다.
"게다가 어지간히 태평하고 경박하고 무신경한 성격이 아니라면 이 긴급 사태에 아무런 처벌도 역할도 없이 평소대로 지내는 것이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더 힘들지 않겠나?"
페르디난드의 말에 레티시아가 내 앞으로 한 걸음 나와 무릎을 꿇었다.
"로제마인 님, 페르디난드 님이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전,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습니다. ……정말로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레티시아 님에게 맡기겠습니다. 모두가 휴식할 장소를 마련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로스비타……."
일어난 레티시아는 빙글 돌아보며 자신의 측근을 부르다가 "아……" 하고 얼굴을 경직시켰다. 그러자 아직 머리를 올리지 않은 견습인 듯한 소녀가 조용히 레티시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제가 근시들에게 전하겠습니다, 레티시아 님."
"페아제1……."
침통한 표정과 그 대화로 로스비타라는 레티시아의 근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레오노레, 단켈페르가의 기사에게 레티시아들을 정중하게 성으로 모셔다 줄 수 있을지 부탁해주세요."
레오노레는 바로 단켈페르가의 기사에게 말을 걸러 간다. 그런 와중에 페아제라고 불린 소녀가 페르디난드를 불렀다.
"저, 페르디난드 님. 하나, 질문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상관없다."
"……아버님은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을 지키셨습니까?"
앞에서 꽉 쥐고 있는 손이 작게 떨리고 있다. 거리와 귀족들을 지키려던 그녀의 아버지와 에렌페스트의 거리를 지키는 아빠의 모습이 겹쳐, 나도 무심코 페르디난드를 올려다 보았다.
"가볍게 이야기를 들은 범위지만, 슈트랄은 피해를 최소한으로 억제했다고 한다. 지금은 경계문 인근에서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다."
페아제는 안도한 듯이 눈물을 글썽이며 "송구합니다" 라며 한 번 무릎을 꿇고 기수를 꺼낸 단켈페르가 기사에게 불려 레티시아들과 함께 그쪽으로 향했다.
나는 성으로 떠나는 레티시아들을 배웅하고 있었지만, 페르디난드는 배에서 마석과 마술도구를 반출하고 있는 단켈페르가 기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이스힛체,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에게 란체나베의 병사가 입고 있는 은색 의상을 벗겨내도록 해라. 차후 있을 에렌페스트나 중앙에서의 싸움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넷!"
"에크하르트, 그대도 이쪽이다. 마석의 회수를 잊지 말도록."
그러면서 페르디난드는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에게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건넸다. 말하는 내용은 모르지만 뭔가를 명한 모양이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에게 대강의 지시를 내리고, 경계문 인근에서 인양 작업을 하고 있는 기사들과도 올도난츠를 교환한 페르디난드는 기수를 내고 나를 불렀다.
"로제마인, 국경문을 닫으러 간다."
"하지만 국경문을 닫을 수 있는 것은……."
"국경문을 사용해 아렌스바흐로 온 너밖에 없다. 옷을 갈아입을 때에 유스톡스에게서 들었다."
……페르디난드 님이 가지고 있는 메스티오노라의 책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거네요. 알겠습니다.
페르디난드가 국경문을 닫는 모습을 숨기기 위해서는 분명 나의 존재가 필요할 것이다. 나는 페르디난드의 기수에 동승해 국경문으로 향한다. 라이덴샤프트의 창으로 공격당한 배는 일부 얼음이 남아있을 뿐이고, 주위의 바다에는 깨진 얼음 덩어리가 둥둥 떠 있다. 바다의 온도가 높기 때문인지 비교적 빨리 녹는 듯하다.
"란체나베의 병사가 국경문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좋을 대로 내버려둬라. 전이진까지 도달하더라도 자력으로 전이할 마력이 없고, 허가증인 마석이 없는 사람은 전이할 수 없다. 은색 옷으로 인해 튕겨나가거나, 국경 너머의 하얀 대지로 빠져나갈 뿐이다."
도착했을 때는 한밤중이었던데다, 국경문에 등을 돌리고 거리를 향해 진입했기에 전혀 보지 못했지만, 아침해가 떴고, 기수를 타고 국경문으로 향하고 있어, 경치가 잘 보였다. 천연색으로 빛나는 신기한 국경문 너머로 에렌페스트의 국경문 너머와 같은 하얀 사막이 펼쳐져 있다. 바다가 국경문의 전이진으로 잘라낸 것처럼 끊겨 있고, 그 너머로는 하얀 세계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착시사진이라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로제마인, 너는 국경문 지붕을 열어둔 채 온 것인가?"
"……닫을 여유같은 건 없었는걸요."
레서버스가 지나갈 수 있도록 국경문의 지붕 부분은 크게 열린 채이다. 하지만 도착했을 당시는 긴장해있었고, 아렌스바흐의 기사단으로부터 어떤 공격이 있을지 경계하고 있었기에 뛰쳐나온 이후에 느긋하게 지붕을 닫는다는 선택지는 떠올리지 못했다.
"뭐, 좋다. 여는 시간이 줄었으니. 로제마인, 오른손을 위로 들어 주위에 보이도록 성전을 내라. 이대로 들어가겠다."
"네."
내가 대답하자 나의 배 앞으로 페르디난드의 오른손이 들어왔다. 주위에서 보면 마치 안전바처럼 나를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
"구루투리스하이트!"
나의 목소리에 맞춰, 페르디난드가 작게 중얼거리며 "구루투리스하이트" 라고 말했다. 나의 배 앞,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위치에 페르디난드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이 나타난다.
……페르디난드 님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은 제법 크네. 나도 읽을 수 있을까?
내가 꺼낸 메스티오노라의 책으로 주위의 시선이 모인 와중에 나와 페르디난드를 태운 기수가 국경문으로 날아든다. 위로부터 국경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성전의 소유자 뿐이다. 따라오지 못하고 튕겨나간 레오노레의 초조한 듯한 목소리가 울렸다.
"로제마인 님, 페르디난드 님! 일단 돌아와주세요!"
국경문으로 들어온 페르디난드는 볼일은 끝났다는 듯이 메스티오노라의 책과 기수를 치웠다.
"로제마인, 국경문의 지붕을 닫고 와라. 이대로는 국경문을 닫을 수 없다."
상공을 서성이고 있는 레오노레와 안젤리카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해, 나는 나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국경문에 딱 붙여 지붕을 닫는다.
"마침 좋은 기회이니 듣고 싶다. 너는 이후 어떻게 하고 싶은가?"
"한 번 쉰 다음에 에렌페스트에 가고 싶습니다만……."
"그 이후다."
닫히고 있는 지붕을 바라보며 묻자, 나는 대답이 막혔다.
"너는 오늘 밤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물들이고 란체나베의 위협을 배제했다. 성전을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에게 보였고, 이제 국경문을 닫으며 란체나베의 배가 오지 않을 것과 첸트가 되기 위한 자격이 있는 것을 알린것으로 인해 선택지가 생긴다."
페르디난드가 천천히 손가락을 꼽으며 언급한 선택지는 다음과 같았다.
하나.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고, 나는 지금까지의 예정대로 왕족에게 시집가서 불쾌감을 삼키며 산다.
둘.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고, 나는 왕족의 양녀가 된 뒤에 첸트로서 유르겐슈미트에 군림한다.
셋. 왕족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건네고 아우브·아렌스바흐로서 이 땅에서 지낸다.
넷. 왕족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건네고, 아렌스바흐의 초석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고 에렌페스트로 돌아간다.
"크게 보면 이렇게 네 가지다. 국경문을 닫는 것이 끝날 때까지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알려주어라. 그로 인해 어떻게 움직일지가 달라지게 된다."
그러면서 완전히 지붕이 닫힌 것을 확인한 페르디난드가 나를 내려다보며 독이 있는 미소를 지었다.
"너는 아렌스바흐로 간 나에게 행복해지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었지?"
"그, 그랬죠."
"그렇다면 달리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악몽과 같은 결혼을 한다는 선택지를 고를 일은 없겠군. 그렇지?"
전에 내가 했던 말을 못 삼아 푹푹 가슴에 망치질을 하며, 눈이 웃지 않는 미소로 답을 요구하면 답은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이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좋아. 그럼 두번째는 어떤가?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완성하기 위해선 나를 죽게 하거나 왕족등록을 하고 지하서고에 있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을 필요가 있다. ……허나 감정적이고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간단히 나라를 버릴 각오를 하는 너에게는 첸트로서의 자질이 전혀 없다. 네가 첸트가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네가 첸트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면 나는 전력으로 항거하겠다. 내 목숨과 바꿀 각오로 골라라."
"제가 그런 무서운 선택지를 고를리가 없잖아요!"
"그야 그렇겠지."
페르디난드를 구한 지금, 유르겐슈미트가 무사한 것은 중요하지만, 첸트가 되는 것에는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 하지만, 유르겐슈미트에는 메스티오노라의 책이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첸트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으……. 페르디난드 님이 첸트가 된다는 선택지는 없는 건가요?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저만이 아니죠?"
"나에게 너를 죽이라고?"
째릿, 하고 노려보기에 나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잘못 부추겼다간 내 목숨이 위험하다. 적대하는 기색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나를 죽이는 것 정도는 페르디난드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제가 왕족의 양녀가 되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페르디난드 님께 드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만, 너는 내가 첸트가 되기를 바라는가?"
가만히 바라보며 물어와 나는 페르디난드가 첸트가 되는 것을 생각한다.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페르디난드는 되고싶지 않다고 말했었다.
"아니요. 페르디난드 님은 어서 은거해 에렌페스트에서 평온하고 한가로운 여생을 보내주었으면 합니다."
"노인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아흡니다!"
연구삼매경인 해피 라이프를 제안했더니, 제법 진심으로 뺨을 꼬집었다. 정말 아프다.
울상으로 뺨을 누르면서 나는 페르디난드를 올려다보았다.
"저, 페르디난드 님. 전, 아우브·에렌페스트가 되지 않는 이상 에렌페스트에는 돌아갈 수 없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선택지는 처음부터 하나이지 않나요?"
페르디난드는 "글쎄……" 라며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냈다.
"다른 선택지를 선택해도 상관 없다. 허나, 남은 것도 나쁜 선택지는 아니지 않나? 아렌스바흐는 원래 멸해도 좋다고 생각하던 영지다. 너의 놀이터로서 딱 좋다."
……놀이터!?
―――――――――――――――――――――――――――――――――――――
레티시아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국경문으로.
둘만 있으므로 앞으로의 방침에 대한 논의입니다.
페르디난드로가 제시한 로제마인의 선택지.
다음은 놀이터에 관해서입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44화. - 놀이터 -
놀이터
"놀이터라는 건 무슨 뜻인가요?"
"너 좋을대로 놀아도 상관없는 장소라는 뜻이다만? 이미 외환유치의 죄를 저지른 영지이다. 네가 아우브로서 잘못된 선택을 하여 영지를 망하게 해도 상관 없고, 자비를 베푼 것처럼 가장할 수도 있다."
"잠깐만요. 망해버리면 큰일이잖아요!? 실제로 귀족이나 영민이 살고 있어요!"
간단히 말하지 마, 라고 생각한 순간, 하세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페르디난드는 옛날부터 이런 사람이었다. 영주를 공격한 평민 같은 건 마을 단위로 멸해도 상관 없다고 단언했었던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 아렌스바흐를 진심으로 멸망시킬 작정이었어.
방심해서 디트린데에게 중독되어버린 쑥쓰러움을 감추려는 귀여운 이유로 내뱉은 농담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건 어쩌면 예전 하세에서와 마찬가지로 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아렌스바흐가 페르디난드에 의해 쓱싹 하고 제거되는게 아닐까.
하세의 악몽이 다시!? 라고 고민하고 있자, 페르디난드는 "네가 원하지 않았던가" 라며 귀찮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바다가 있고, 물고기가 있다. 언제든 생선을 먹을 수 있는 것을 부러워했었지? 그리고 최근 너무 오만한 란체나베에 분노해, 그들과의 교역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몇 가지 향신료의 원목을 입수해 실험하고 있는 문관이 몇인가 있다. 그들을 원조해 재배가 가능하게 되면 다양한 향신료가 손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뭐야 그거!? 아렌스바흐 맛있어!
무심코 침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입술을 누르고 나는 머릿속에 생선 파라다이스를 그려보았다. 악몽의 덩어리였던 아렌스바흐가 너무나도 맛있는 영지가 되었다.
"게다가 네가 초석을 물들이며 손에 넣은 자신의 땅이다. 어떤 식으로든 엔트비켈른을 할 수 있다. 예전 귀족원의 강의를 예습할 때 제안했었던 도서관 도시를 만들 수 있지 않겠나?"
"네? 도서관 도시요!? 정말 만들어도 되는 건가요!?"
예습할 땐 페르디난드가 질렸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귀족원의 강의에서는 에그란티느가 아이의 꿈을 응원하는 듯한 뜨뜻미지근한 눈으로 바라보던 도서관 도시를 실제로 만들어버려도 괜찮은 걸까. 이렇게나 가볍게 허가가 나오면 오히려 불안해진다.
"그 구상은 에렌페스트에 건설하는 것을 상정하고 설계되었으므로 그대로 건설하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현 아렌스바흐의 특산품과 주요 산업도 고려해 설계를 개선할 필요는 있다만, 도서관 도시라는 구상을 실현하는 것은 가능하다."
생선과 향신료에 두근 하고 가슴이 울린 직후에 도서관 도시 건설에 GO사인이 나왔다. 수정이 필요하다는 말에 묘하게 현실성이 커졌다. 마음이 사로잡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렌스바흐가 매우 매력적인 영지로 보이기 시작했다.
"언젠가 네가 말했었던 평민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한 신전학교의 개설도 그것이 자신의 영지라면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아우브이기에 다른 사람에게 허가를 얻을 필요가 없으며, 영지 운영에 관한 부분은 첸트도 간섭할 수 없다. 게다가 작금의 혼란기라면 급격한 개변도 어느정도 관철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신전학교인가. 그것도 꿈이었지. 문맹률을 낮춰서 작가의 저변을 넓히고…….
예전에 내가 말했던 계획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는 페르디난드의 기억력에 대한 놀라움과 감탄으로 가득차, "이제 아우브·아렌스바흐라도 좋지 않아?" 라고 머리 한쪽에서 말하기 시작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좀 냉정해져. 페르디난드 님이 그렇게 달콤한 말만 할 리 없잖아" 라고 주의한다.
……그래. 페르디난드 님은 그렇게 무르지 않아!
냉정해져야한다고 필사적으로 자신을 타이르고 있던 나에게 페르디난드는 더욱 말을 더한다.
"너의 소중한 사람들은 이미 이동 준비를 하고 있었지? 그렇다면 그대로 아렌스바흐로 데려오면 된다. 신전학교나, 평민도 이용 가능한 도서관을 만들어 인쇄업을 넓히는 과정에서 귀족과 평민 사이의 장벽을 낮출 수 있다면, 너도 그들과의 만남이 쉬워질 것이다. ……그리고 네가 아랫마을의 가족과 체결했던 계약은 에렌페스트에 한정된 것이다. 타령에 있으면 계약의 효과는 없어진다."
"페르디난드 님, 그 말은……."
또다시 가족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일까. 나는 페르디난드를 경계하며 한 걸음 물러난다. 여기서 농담이라던가 역시 무리라는 말을 들었다간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을 자신이 없다.
"물론 거리의 가족들의 평온한 생활을 고려하면 공개적으로 가족이라 부르지 않는 것이 현명하겠지. 하지만 엔트비켈른으로 거리를 만들 때 너의 가족이 접근할 수 있는 방 하나에 전이진을 설치하고, 너의 비밀방에서 오갈 수 있도록 연결해두면 비밀리에 만날 수 있다."
"……그런 사적인 이유로 전이진을 설치해도 되나요?"
아우브로서의 힘을 사적인 일에 쓰다니, 그런걸 페르디난드가 용납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나는 아무래도 경계하고 만다.
"아우브가 자신의 애인을 만나기 위해 전이진을 설치한 역사가 있다.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만, 불가능하진 않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너에게는 절제를 요구하게 되겠다만……."
"절제! ……그건 즉 자율적으로 만나지 말라는 거죠?"
"어째서 그런 비뚤어진 해석이 되는 건가?"
지금까지 몇 번이고 비뚤어진 해석으로 속아왔는데, 왜 그런 의아해하는 얼굴이 되는 건지, 오히려 이쪽이 묻고 싶다.
"계절에 한두 번 정도라면 가족끼리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너의 예정을 관리하는 입장이라면, 그 정도의 시간은 마련할 수 있다. 할트무트라도 반 년에 한 번 정도는 가능하겠지."
이제 아우브·아렌스바흐로 몸을 내던지고 싶은 기분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는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다.
"……그렇게 저에게 유리한 것들을 줄줄이 늘어놓는 페르디난드 님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그렇게 간단히 속지 않아요. 저의 소원을 이뤄주는 척하면서 뭔가 꾸미고 있죠?"
"악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학습했으니까요."
파이팅 포즈를 취하면서 페르디난드를 노려보자, 굉장히 안타까운 아이를 보는 듯한 눈으로 쳐다본다.
"네 말대로 전혀 꾸미는 것이 없진 않다."
"봐요, 역시! 무엇을 꾸미고 계신 건가요? 비밀로 했다간 나중에 큰일이 될 거에요."
보고연락상담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페르디난드이다. 모조리 토해내라고 추궁하자, 페르디난드는 조금 생각하는 듯이 턱에 손을 댔다.
"……그렇군. 네 도서관 옆에 연구소가 있었으면 한다. 도서관과는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고, 원하는 자료가 있으면 바로 찾으러 갈 수 있는 거리가 좋다."
"아아, 예전에 말했던 마목을 연구하는 연구소인가요?"
"마목만이 아니라 마수와 마어에 대한 것도 연구하려 한다만 대체로 정답이다. 아렌스바흐를 너의 놀이터로 한다면, 내가 놀 수 있는 장소를 만들더라도 상관 없겠지?"
연구소 건설을 노리고 있던 모양이다. 페르디난드는 여전히 연구 바보였다. 납득과 동시에 조금 울컥한다.
"조금 전에 제가 연구삼매경 여생을 제안했을 때는 기각했으면서 결국 바라는 것은 연구생활이지 않은가요!"
"에렌페스트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아렌스바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은가. 나는 연구 부속시설로서 외진 곳에 마목을 키우는 연구소와 마수를 사육하는 연구소와 바다 근처에 마어의 연구소도 있었으면 한다."
……즉, 도서관 옆에 종합 연구소, 외진 곳에 동물원과 식물원과 수족관이 필요하다는 거지?
그러나 놀이터라는 말이 매우 잘 어울리게 되었다. 페르디난드는 나를 아우브·아렌스바흐로 만들어, 자신은 연구삼매경에 빠지려는 모양이다.
"예상 외의 연구 시설이 많네요."
"그렇다. 그래서 에렌페스트에서는 질베스타의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쪽에서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 연구 시설의 작성에 소모될 금가루는 이쪽에서 준비할 것이고, 설계도 직접 하겠다. 너는 허가만 내주면 된다."
……자신의 이익을 제대로 확보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페르디난드 님 다워! 내게는 아우브의 일을 시키고 자기만 편하게 은거할 생각이야!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페르디난드 님은 제 집무도 도와주셔야 합니다. 혼자서만 즐겁게 놀다니, 그런건 허가할 수 없으니까요."
"그것만으로 좋은가? 그 정도는 지금까지의 생활에 비하면 너무나 편한 조건이다만?"
씨익 하고 웃으면서 말해오자 좀 더 조건을 추가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되어버린 나는 필사적으로 추가조건을 생각한다.
"어디보자, 어디보자, 물론 그것만으로는 안 되죠. 저의 예정을 관리하고, 계절에 한 번은 가족과 만날 수 있도록 조치하거나, 좀 더 마시기 쉬운 약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거나, 연구 결과를 책으로 묶어 도서관에 납부해야 합니다."
"흠. 전부 시간이 걸리는 것들이다만, 딱히 문제는 없군. 제본 비용을 영지에서 부담한다면 연구시설을 사용하는 문관들의 연구 결과도 제출하지."
"그거 좋네요!"
정기적으로 책이 늘어날 것 같아 기뻐하자, 페르디난드가 작게 웃었다.
"그럼 네가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되는 것에 이의는 없는가? 그 방향으로 진행해도 좋겠지?"
"상관 없습니다."
얏호! 하고 기뻐하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참 잘했다" 라며 구루투리스하이트를 펼쳤다.
페르디난드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은 그가 성전이라고 부르는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신전에 있는 신전장의 성전과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르다. 정말로 검색이 필요 없는 듯, 펼친 것과 동시에 마법진이 떠올랐다. 하지만 떠오른 마법진은 일부 결손되어 있어, 이대로는 기동하지 않을 것 같다.
"로제마인, 이것이 국경문을 닫기 위한 마법진이다만, 이 부분이 조금 결손되어 있다. 주위의 연결로 예상은 된다만, 정답을 확인할 수 있다면 확인해두고 싶다."
틀린 부분을 수정하며 몇 번이나 테스트할 마력적 여유가 없다고 해서, 나는 급히 나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꺼내 검색했다.
"국경문의 폐문……마법진……."
나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에 나온 마법진은 일부 조각뿐이다. 이것만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일부분밖에 없다. 페르디난드는 나의 성전을 보면서 스틸로로 자신의 성전에 그려넣는다.
"페르디난드 님, 이건 코피페 안 되나요?"
"아 그 비상식적인……. 흥미는 있다만 나중으로 하지. 오늘은 그다지 여유가 없다."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말하고 마법진을 완성시켜 "인데그란츠" 라고 주창한다. 마법진이 빛나고 발 밑이 진동하기 시작했기에 국경문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마력을 빼앗기지 않았군."
"제가 먼저 사용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제 경우, 첫 전이시에는 대량으로 마력을 빼앗겼습니다만, 두 번째엔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페르디난드는 "국경문에 대한 마력 공급이 급한 것 같군" 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손을 내밀었다. 문기둥의 계단을 내려가, 기수를 타고 이번에는 제대로 문을 닫은 것을 확인한다.
경계문과 국경문 모두가 열려있었기에 전이진과 바다 너머로 보이던 하얀 사막은 천연색 문이 닫히면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로제마인 님!"
"무사하신가요!?"
레오노레와 안젤리카의 기수가 바로 날아온다. 나는 둘에게 손을 흔들었다.
"란체나베의 병사는 들어올 수 없고, 괜찮아요."
"로제마인, 경계문도 닫아 둬라. 조금이라도 불필요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알겠습니다."
페르디난드가 시킨 대로 나는 슈타프를 내고 경계문을 닫았다. 구출된 여성들은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협력하에 성으로 이동한 모양이다. 이미 문기둥 위에 그 모습은 없다.
페르디난드의 기수는 경계문의 문기둥 위에 내려섰다. 마석 등의 회수를 하고 있던 기사들이 일제히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만큼의 물건을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잘해주었다. 경비를 설 세 명을 남기고, 나머지는 휴식이다. 내일은 게오르기네와 함께 행동하고 있는 기사들을 회수하러 갈 것이다."
"넷!"
페르디난드가 바다에 떨어진 물건들의 인양에 힘쓴 기사들을 격려하고, 앞으로의 예정을 알린다.
"페르디난드 님, 이제 다른 일이 없다면, 성까지는 제가 로제마인님을 동승시키겠습니다."
"아아. 지시를 내려야 할 상황은 끝났으니 빨리 쉬는 것이 좋겠지. 지금은 더 이상의 뒤처리는 필요 없다."
페르디난드는 그러면서 레오노레를 향해 나의 등을 살짝 밀었다.
"로제마인, 너는 레티시아가 준비한 객실에서 기수 안에 들어가 쉬어라. 그것이 가장 안전하다."
"페르디난드 님은 어떡하실 건가요?"
"비밀방에서 쉰다. 레오노레, 로제마인은 마력을 과다사용하여 상당히 피로한 상태다. 이전의 두 배 분량의 원액을 마시게 하라고 할트무트에게 전해라."
레오노레는 "알겠습니다" 라고 수긍했지만, 나는 단번에 새파래졌다.
"두, 두 배……."
"몸이 성장했기에, 같은 양으로는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측근들과 함께 아렌스바흐에 남을 거라면 상관 없다만, 에렌페스트에 가고 싶으면 마셔라."
"……네."
나는 레오노레의 기수에 동승해 성으로 향한다. 성으로 향하며, 대외적으로는 아직 빌프리트의 약혼녀인데, 페르디난드와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고 레오노레가 주의한다.
"로제마인 님과 페르디난드 님은 더이상 보호자와 피 보호자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의 모습은 마치 화목한 연인같았습니다."
"……그런가요? 예전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예전에는 로제마인님의 모습이 어렸으니까요……. 페르디난드 님은 주위의 시선이 있다는 것도 아실 분이 어째서 그런 일을 하신 걸까요?"
레오노레는 나의 체면이나 명예를 생각해 분개하고 있지만, 전장의 지휘나 페르디난드 자신의 성전을 숨기기 위해 필요했던 조치였다.
"란체나베의 소탕을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서겠죠. 주위의 시선이 있건 없건, 저의 체면이나 명예가 어떻게 되건 말건 페르디난드 님은 같은 선택을 할 거라고 생각해요."
"보호자를 자처하면서 로제마인 님의 명예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레오노레가 제법 진심으로 화난 모양이다. 솔직히 페르디난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기에, 진실은 본인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곤란하네.
나는 화내는 레오노레를 등으로 느끼며 생각에 잠긴다. 예전과 같은 느낌으로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되면 페르디난드에게 연구소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해버렸는데, 이것도 역시 다른 사람이 보면 큰일 나는 안건인 건 아닐까.
……페르디난드 님은 연구할 생각으로 가득해 주위가 보이지 않는 것 같으니, 에렌페스트에 연구소를 만들어 달라고 양부님에게 부탁하는 편이 좋으려나?
"로제마인 님, 어서 오십시오! 전, 정말 감동했습니다! 이미 단켈페르가에도 에렌페스트에도 편지를 보냈습니다!"
"안 그래도 아우브에게 연락해둬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잘해주었습니다, 클라리사."
"단켈페르가에서는 이후 에렌페스트로 향하는 것에 대한 허가가 나왔습니다. 에렌페스트에서는 잘했다는 답신이 왔습니다."
클라리사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나는 아렌스바흐의 성으로 들어갔다. 클라리사의 일처리에는 감동했지만, 그녀의 뒤에 있는 낯선 귀족들이 "로제마인 님!" 이라며 그녀와 같은 텐션으로 외치고 있는 것이 무섭다.
"저, 로제마인님. 이쪽에 객실을 준비했습니다."
"레티시아 님도 힘든 일을 당하셨는데, 감사드립니다. 레티시이아 님도 일찍 쉬도록 하세요."
모두가 휴식할 장소를 준비해 준 레티시아들의 노고를 위로하자, 레티시아가 조금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송구합니다. 하지만 단켈페르가 분들이 연회를 시작했기에, 근시들이 쉴 때까지는 저도 아직……."
"레티시아 님에게 단켈페르가를 상대하는 것은 부담이겠죠. 한넬로레 님은 어디에 계신가요?"
"한넬로레 님은 볼페닐을 원 주인에게 돌려주러 가셨습니다."
……그래서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방목 상태인 건가.
나는 레티시아의 안내를 받아 오늘 반성회라는 이름의 연회를 열고 있는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있는 연회실로 향했다. 닫힌 문 너머로도 시끌벅적한 것을 알 수 있다. 얼마나 라이덴샤프트의 창이 멋있었는지, 에비리베의 검을 어떻게 딧타에 활용하는지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문을 열리고, 나는 기사들을 향해 방긋 웃는다.
"로제마인 님! 오늘의 의식은 너무나도 대단해서, 그야말로……."
"오늘은 훌륭한 활약이었습니다, 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리러 왔습니다만, 놀랐습니다. 초석의 방위에 성공할 때까지가 딧타라고 페르디난드 님이 말씀하셨죠? 단켈페르가에서는 딧타 중에 술을 마시나요?"
쩌적 하고 단켈페르가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내게 술통이 보이지 않도록 슬금슬금 이동하고 있는 기사들이 몇인가 있다.
"아직 딧타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마음을 놓고 주연을 벌이고, 내일이 있는데도 휴식조차 취하지 않는 사람을 과연 페르디난드 님이 데리고 가실까요?"
"바로 정리하고 취침하겠습니다. 출발은 언제가 됩니까?"
"……제가 회복하기 나름입니다."
단켈페르가가 얌전해졌기에, 나는 연회실을 뒤로 한다. 단켈페르가의 습성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겠지. 레티시아와 그 측근들이 안도하며 어깨의 힘을 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제마인 님, 감사드립니다."
"제가 데려온 손님이니 신경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레티시아 님, 피로하실 텐데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주방의 요리사들에게 식어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도록 부탁해주세요. 이만큼의 인원이니까요. 일어난 사람부터 먹을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준비가 힘들겠죠."
나는 레티시아가 이전에 보내준 레시피에서 몇 가지를 고르고, 객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바센으로 몸을 씻고 할트무트가 가져온 극악맛 회복약을 두 배 분량 마시고, 페르디난드가 시키는 대로 기수 속에서 쉬었다.
―――――――――――――――――――――――――――――――――――――
아렌스바흐의 놀이터 계획 발동.
도서관 도시를 발동시키자고 생각했더니 연구 도시가 될 것 같은 예감.
무사히 국경문과 경계문을 폐쇄했지만, 레오노레가 화났습니다.
다음은 에렌페스트로 갑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45화. - 소문과 출발 -
소문과 출발
……여기 어디?
암흑이랄까, 빛이 없다. 좀 더 정신이 들자 쿠션의 느낌이 평소의 침대와는 달랐다. 푹신푹신한 감촉과 함께 주변이 무언가로 완전히 감싸여 있는 것을 깨닫고, 나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떠올린다.
……맞다. 여기는 아렌스바흐고, 나는 레서 버스 안에서 잠들었었지.
이 객실에는 호위를 위해 남성 측근들도 출입하기에 잠든 얼굴이나 잠자는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창문을 닫고 잤었다. 자기 전에 마신 회복약이 잘 든 듯, 몸도 마력도 깔끔히 회복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센만으로 몸을 씻고 잠들었기에, 지금 나는 기수복 그대로인 상태다. 나는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질해 조금 정돈하고, 레서 버스의 창문을 조금 열었다. 바로 근처에 안젤리카의 뒷머리가 보인다.
"안젤리카, 좋은 아침입니다. 몸치장을 위해 근시를 부르고 싶습니다만……."
"알겠습니다."
안젤리카가 바로 레오노레에게 올도난츠를 날리고, 곧이어 남성 측근들을 방에서 쫓아낸다. 곧이어 한 명의 근시 견습을 거느린 레오노레가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로제마인 님. 몸 상태는 어떠신가요?"
"완전히 회복한 모양입니다. 정말로 개운합니다."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던 레오노레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한 미소를 지었다.
"로제마인 님이 잠드신 뒤로 꼬박 이틀이 지났습니다. 전혀 깨어나지 않으셔서 걱정했습니다."
"꼬박 이틀인가요!?"
아무래도 어지간히 많은 마력과 체력을 사용했었던 듯, 나는 이틀 내내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고 한다. 단 한 번도 눈을 뜨지 않아 측근들은 전전긍긍하던 모양이지만, 투약량을 지정한 페르디난드는 "일어나려면 2,3일은 걸릴 것이다" 라고 했다고 한다.
"……그 페르디난드 님은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이 기회에 자신도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이틀이나 지났다면 에렌페스트의 상황은 크게 변했을 것이다. 페르디난드가 순순히 나의 회복을 기다리며 아렌스바흐에 있을 리 없다. 그런 예측은 정답이었던 듯, 레오노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디난드 님은 아렌스바흐와 단켈페르가 기사단의 일부를 이끌고 에렌페스트로 출발하셨습니다."
"저를 내버려두고요?"
에렌페스트에 가고 싶으면 약을 마시라고 해놓고, 이렇게 두고 가버리는 건 너무 심한 처사가 아닌가.
……두 배나 마시는 거, 정말 힘들었는데!
"정확히는 더 이상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성에 놔둘 수 없게 되었기에, 페르디난드 님이 이끌고 밖으로 나가게 되신 거죠."
진짜 딧타라고 말하고 밖으로 데려가면 지휘관의 명령대로 행동하지만, 딱히 맡은 일도 없이 성에 놔두면 반성회라는 이름의 연회를 벌이고, 본 경기 전의 연습이라며 사후처리에 바쁜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을 끌어들여 딧타를 벌이려 한다. 그런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성에서 쫓아내기 위해서라도, 페르디난드는 경계문으로 향했다 한다.
"잠깐만요. 그래서 페르디난드 님은 회복하신 건가요?"
"꼬박 하루는 비밀방에서 나오지 않으셨으니, 회복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한 레오노레가 준비를 위해 기수에서 나오도록 권하여, 나는 레서 버스에서 나와 거울 앞에 앉았다.
"오늘은 제가 단장을 돕겠습니다. 페아제라고 불러주십시오."
"레티시아 님과 함께 구출된 근시 견습이었죠? 레티시아 님도 페아제도 조금은 쉬셨나요?"
낯익은 소녀에게 말을 걸자, 페아제는 기쁜 듯이 웃었다.
"네. 레티시아 님도 잘 계십니다. ……로제마인 님, 레티시아 님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얼굴을 씻을 준비를 하면서 페아제가 레티시아에 대한 일로 거듭 감사를 표한다. 가혹한 페르디난드의 과제를 이겨낼 수 있게 해준 과자부터 시작해, 란체나베의 배에서 구해준 것이나, 반역을 일으킨 영지의 영주 후보생이 아니라 란체나베에 의해 납치당한 피해자로서 구제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인해 레티시아는 너무나도 큰 구원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내가 새로운 아우브로서 받아들여지도록 란체나베에 의해 피해를 입은 귀족들이나 할트무트나 클라리사의 세뇌 희생자들를 모아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페르디난드 님의 명령이 있었던 거겠지만, 열심히 하고 있네.
"로제마인 님은 사흘 정도 눈을 뜨지 않으실 거라고 페르디난드 님이 말씀하셨습니다만, 역시 불안해서……. 로제마인 님이 언제 일어나실지, 레티시아님이 매우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이후 식사를 한다면 레티시아와 한넬로레와 함께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어와, 나는 레오노레를 돌아보았다. 선뜻 받아들여도 좋을지 판단할 수 없어, 페아제를 데려온 레오노레에게 물어보려 한 것이다. 레오노레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식사를 준비시키도록 하죠."
페아제는 올도난츠를 날린 뒤 세안도구를 치우고 머리를 단장하기 시작해, 빗기 시작한 나의 머리카락을 칭찬하면서 복잡하게 엮어간다.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와 같은 어둠의 신의 축복을 받은 밤하늘 같은 머리카락, 마치 별처럼 반짝인다며 로제마인 님의 측근 두 사람이 극찬하고 있었습니다만, 정말 그 말 그대로네요."
……그 둘을 누가 좀 말려줘. 페르디난드 님의 명령에 희희낙락 따르고 있었으니 무리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누군가 말려줘.
"두 분은 지금도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에게 로제마인 님이 얼마나 멋진 주인인지, 그리고 현재 아렌스바흐가 처한 상황을 아이젠라이히의 역사와 함께 설명하고 있습니다. 차후, 왕족에게서 어떤 통지가 내려올 것인지,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은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정변만으로도 가혹한 숙청이 있었던 것이다. 외환유치로 인한 반역이 되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숙청이 이뤄질지 알 수 없다. 할트무트와 클라리사는 아렌스바흐 귀족들의 공포심을 부추기고 있는 모양이다.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틀리지 않아. 틀리진 않지만.
"그런 저희들에게 있어, 긴 부재 기간 동안 신들의 축복을 받고, 예지의 책을 맡아 왕족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전하는 소임을 지신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인 로제마인 님은 그야말로 구원의 여신입니다."
……응?
"왕족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고, 혼돈의 여신에게 홀린 아렌스바흐를 정화하기 위해, 여신의 화신인 로제마인 님이 이 땅을 이끌어 주시는 것이죠?"
……뭐야 그거어어어어! 뭔가 알 수 없는 사태가 되어 있어! 누구야, 주모자는!? 라니, 한 사람밖에 없잖아. 페르디난드 이 양반이 진짜!
항의를 하고 싶어도, 페르디난드는 이미 성에 없다. 머리를 안고 싶지만, 페아제가 머리카락을 단장하고 있어, 그것도 할 수 없다.
우우, 신음하며 거울을 보자, 머리를 단장하고 있는 페아제가 불편하게 망토를 걸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제복같은 느낌의 옷 위로 연보랏빛의 망토를 걸치고 있는 것이다. 망토에는 황색과 청색의 염료로 빗금이 그어져 커다란 × 마크가 그려져 있다. 뭔가 의미가 있는 걸까.
"페아제, 아렌스바흐의 근시는 일할 때에 망토를 착용해야 하나요? 움직이기 불편할 것 같습니다만……."
"평소라면 하지 않습니다만, 지금은 특별합니다. 로제마인 님을 비롯한 에렌페스트의 여러분들에게 적의가 없다고 페르디난드 님이 판단하신 자만이 착용할 수 있는 망토입니다. 이 표식이 있는 망토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바로 붙잡혀, 적의가 없는지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 해방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페르디난드는 내가 레서 버스 안에서 자고 있을 동안 레서 버스를 슈체리아의 방패에 넣어 아렌스바흐 귀족들의 적의를 확인했던 모양이다.
……구륜에 적대감을 가진 사람은 없었던 걸까?
몸단장이 끝나자 우르르 측근들이 밀려들어 왔다. 내가 오랜 시간 눈을 뜨지 못하면서 호위기사들은 매우 걱정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정말 괜찮아?" 라며 얼굴을 들여다보고,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는 대놓고 안심한 얼굴이 되었다.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그보다 에렌페스트가 걱정입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좀 더 쉬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에렌페스트가 걱정스럽기는 나도 마찬가지니가. 간다면 말리지 않겠어."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나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에렌페스트가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고, 양부님에게 이쪽의 상황을 전해야만 할 것이다.
"로제마인 님이 어떻게든 에렌페스트로 가고 싶어한다면 올도난츠를 날려 페르디난드 님의 위치를 확인한 뒤에 전이진을 사용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페르디난드는 나를 두고 가버렸지만, 아우브가 아니면 설치할 수 없는 전이진을 사용해 뒤를 쫓는 것은 괜찮은 모양이다. 라우렌츠의 말에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단켈페르가 기사들과 페르디난드 님들은 곧 경계문이 있는 자이첸1에 도착한다고 조금 전에 올도난츠가 날아왔습니다. 경계문의 기사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점심 휴식을 취한 뒤에 에렌페스트로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럼 전이진을 사용해 쫓아간다고 할까, 경계문으로 앞질러가죠."
"너무 위험하니 그만두세요!"
마티아스에게 혼났기에,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잠에서 깬 것과 경계문으로 이어지는 전이진을 열 예정임을 알리는 올도난츠를 보냈다. "경계문에 도착하면 연락할 것이니, 멋대로 전이하지 말고 기다려라"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로제마인은 이대로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될 거니? 그런 소문이 돌고 있어. 페르디난드 님도 로제마인 님이 승낙했다고 말씀하셨고."
"가능하면 아우브가 되어 도서관 도시를 만들고 싶어요."
"어? 도서관 도시? 아렌스바흐를 올바르게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이 된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나는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
"전, 도서관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왕족과의 협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겠죠. ……지금까지 제가 바라는 대로 되었던 적은 그다지 없으니까요."
청색 무녀 견습으로 신전에 들어가 자유롭게 아랫마을과 신전을 오가며 러츠와 책을 만들려던 소망은 사라졌다. 귀족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가족과 함께 지낸다는 예정도 빈데발트 백작에 의해 무산되었다.
영주의 양녀로서 교육받을 예정이었던 2년은 유레베에 의해 잠들어 주위의 성장에 뒤쳐져버렸고, 이번에는 반대로 신들에 의해 급성장하여 주위로부터 기이한 눈으로 보여지게 되었다.
가지 말아줬으면 했지만, 페르디난드는 아렌스바흐로 갔고, 무사하기를 바랐지만, 독에 중독되어 쓰러졌다. 에렌페스트에 있고 싶었지만,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제가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될 수 있다면 페르디난드 님과 이야기했던 식의 영지 경영도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왕의 앙녀가 되어야 하는 현 상황에 그렇게 쉽사리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로제마인?"
"왕족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준다 하더라도 무사방면 될 거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되다니, 꿈의 또 꿈 이야기예요."
"……그런가. 로제마인은 의외로 현실적이네."
매우 복잡한 듯한 표정으로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내 머리를 다독였다.
측근들과의 이야기가 끝나고 식당으로 안내되었다. 나에게는 아침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점심이 되는 것 같다. 식당에는 레티시아와 한넬로레, 그리고 둘의 측근들이 있다.
"몸은 어떠신가요, 로제마인 님?"
"이제 괜찮습니다, 한넬로레 님."
"몸에 좋은 식사를 준비시켰습니다."
"감사합니다, 레티시아 님."
레티시아도 그 측근들도 전원이 황색과 청색의 엑스가 그려진 망토를 걸치고 있다. 페아제 한 사람을 봤을 때엔 딱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이렇게 몇 명이나 같은 망토를 걸치고 있으면, 그것이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의 정복의 증거라는 것을 싫어도 알 수 있다.
"로제마인 님, 이 표식은 페르디난드 님이 이끄는 기사들의 망토에도 그려져 있고, 착각해서 공격하거나 붙잡는 일이 없도록 지시가 나와 있습니다. 적과 아군을 식별하는 것에 사용해 주세요."
레티시아가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듬뿍 들어간 향신료로 인해 다소 맛이 강한 수프를 마시면서 나는 레티시아와 한넬로레로부터 잠들어 있던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란체나베의 관은 단켈페르가 기사들에 의해 탐색이 끝났습니다. 레티시아 님의 말씀대로, 아우브가 아니면 열지 못하는 문이 있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에 의하면 란체나베의 공주님을 받아들이는 이궁과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내가 허가를 내지 않는 이상 저쪽에서 돌아오지도 못하는 듯, 란체나베의 관은 이미 폐쇄되어 있다고 한다.
"귀족원 기숙사로 이동하는 전이진과 기숙사에서 중앙동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기 위해서도 새로운 아우브의 브로치가 필요하기에, 디트린데 님들이 전이진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한넬로레님."
"아닙니다. 식사한 만큼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일하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오히려 쉴 시간이 적었던 페르디난드 님이 힘들지 않으실지 걱정입니다."
페르디난드의 몸이 좋지 않다면 대신 자신들이 손발이 되어 움직이겠다며 뜨거웠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페르디난드를 쉬게 한다는 의견은 나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단켈페르가!
"아렌스바흐의 문관들은 기사들이 인양한 마석과 등록된 메달을 대조해 누구의 마석인지 확인 작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은 피해를 최소한으로 억제했다고 하셨습니다만, 그래도 몇 명의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레티시아가 슬픈 듯이 시선을 떨어뜨린다. 무슨 말로 위로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페르디난드 님이 최소한이라고 하셨다면 그 말 그대로일 겁니다. 레티시아 님은 슈트랄을 통해 모두에게 위험을 알리신 거죠? 그리고 슈트랄은 그 명령에 따라 귀족들을 지켰고요. 란체나베에 잡혀갈 때, 자신이 아니라 귀족들을 도우러 가라고 명령한 레티시아 님은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로제마인 님, 하지만 저는……."
울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본 레티시아를 보며, 나는 입 앞에 집게 손가락을 세운다. 페르디난드와 약속했을 것이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내라고.
"자세한 이야기는 페르디난드 님과 하겠습니다. 전, 점심 식사를 마치면 에렌페스트에 가기에, 그 이후가 되겠네요."
레티시아는 자신의 입을 누르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넬로레는 신기한 듯이 눈을 깜빡였다.
"로제마인 님은 에렌페스트에 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이곳의 초석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새로운 아우브인 로제마인 님은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지켜야 하는걸요."
그것이 아우브의 역할이며, 딧타 중에 보물을 방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넬로레가 말한다. 나는 후훗 웃었다.
"한넬로레님,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뺏어도 상관 없는걸요. 그것도 반역을 일으킨 영지를 왕족의 허가도 없이 얻고자 하는 분이 계신다면의 이야기지만요."
나는 왕족의 허가증을 가지고 있지만, 없는 사람이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얻으려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가지고 싶어한다면 그것도 좋다. 분명 모든 책임을 떠맡아 갈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보통은 초석을 빼앗기고 아우브가 바뀌면 선대 영주 일족의 메달의 폐기가 진행되기 마련입니다만 저의 메달은 아직 에렌페스트에 있으니까요."
메달의 폐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처형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나로서는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는 이미 초석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초석을 탈환하고 싶다면 다시 빼앗으면 되니까요. 마력 승부로는 그다지 질 것 같지 않습니다."
"……그것도 그렇네요."
한넬로레는 후훗 웃고 자신들도 함께 에렌페스트로 가겠다고 말했다.
"한넬로레 님도 가시는 건나요? 위험하지 않도록 이쪽에 남아있으라고 하지 않던가요?"
"아니요. 전, 이 딧타 중에는 이쪽의 보물인 로제마인 님을 지키라는 페르디난드 님의 지시를 받고 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출발하는 것을 알리고, 함께 이동하는 인원이 들어갈 크기의 전이진을 그릴 장소로 안내받았다. 그리고 마법진을 그려 설치해간다.
내가 에렌페스트로 가겠다고 했을 경우 동행하는 멤버는 페르디난드가 미리 선출해 놓은 듯, 내가 마법진을 그리는 사이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나의 측근들과 한넬로레 부대, 그리고 아렌스바흐의 기사 다섯 명이다.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인 로제마인 님을 지키는 임무에 선발된 것, 진심으로 기쁘옵니다. 저희들의 동포를 구하기 위해 전장으로 향하시는 로제마인 님의 자비로움에 감사드립니다. 신에게 기도를! 로제마인 님께 감사를!"
"히익!?"
갑자기 신과 동등한 감사를 받아, 한 걸음 뒤로 물러선 것만으로 버텨낸 나를 누군가 칭찬해주었으면 한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할트무트의 모습에 무심코 울 것 같아진 나를 위로해주었으면 한다. 잠들어 있던 이틀 사이에 이렇게 주위 분위기가 변해버리다니,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저, 저기, 저는……."
"로제마인 님의 준비가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자이첸으로 전이합니다."
나의 동요는 못 본 척 하는 걸까, 아니면 원래 이런 계획이었던 걸까, 라우렌츠는 방긋 미소만 지으며 페르디난드에게 올도난츠를 날린다. 바로 답장이 돌아왔다.
"자이첸이 아니라 빈데발트로 이동해라. 어젯밤, 빈데발트로부터 많은 기사가 에렌페스트로 들이닥쳤다는 정보가 들어와 현재 이동 중이다. 우리는 지금 빈데발트로 진입해, 슬슬 여름의 관이 보일 것이라 생각된다. 에렌페스트로 들어가기 전에 합류하고 싶다. 서둘러라."
페르디난드의 대답에 모두가 표정을 다잡는다. 나는 전이진에 올라 있는 사람들을 둘러본다.
"전원, 전이진에 손을 짚고 마력을 쏟아 주세요."
모두가 무릎을 꿇고 전이진에 손을 올린다. 나도 무릎을 꿇고 마법진에 마력을 흘린다. 전이진에 어둠과 빛이 소용돌이치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슈타프를 꺼내 마법진을 건드렸다.
"네류셀 빈데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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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사이에 엄청난 소문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패닉 상태에 울상입니다만, 부인해도 좋을지 알 수 없어 허둥거리고 있는 로제마인.
도망치듯 에렌페스트로 향했습니다.
다음은 빈데발트에서 겔랏하로.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46화. - 빈데발트에서 겔랏하로 -
빈데발트에서 겔랏하로
"저런!"
전이할 때 멀미하지 않도록 눈을 감고 있던 나는 귀가 찡하는 외침소리와 맞닥뜨렸다. 들은 기억이 있는 외침소리다. 뭔가 묘하게 그리운 기분이 된 것은 내가 귀족원에 거의 있지 못했던 탓이겠지. 눈을 떠보니 프라우렘이 있고, 다른 세 명의 여성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운 얼굴이지만, 전혀 기쁘지 않네.
"프라우렘 선생님……."
"이제 선생님이 아닙니다, 로제마인 님. ……그, 프라우렘은 교사답지 않은 행동거지가 불거져 귀족원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한넬로레가 살짝 귀띔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귀족원에서 잘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던 것 같다. 프라우렘이 고향으로 되돌려보내졌다면, 그녀가 아렌스바흐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조금 빈데발트와 관계가 있다고 듣긴 했었지만, 설마 이런 때에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에렌페스트 사람이 이런 곳에 나타나다니, 비정상입니다!"
"네, 언니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비정상이에요! 이러니 에렌페스트는!"
프라우렘와 세 명의 여성들이 우리를 가리키며 "저런! 저런!" 하고 노성을 지른다. 어조나 체형이 비슷한 것을 봐도 이곳에 있는 사람은 모두 프라우렘의 친척인걸지도 모른다.
한넬로레는 "단켈페르가 사람도 있습니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걸까요?" 라며 조금 섭섭한 듯이 말하면서 슈타프를 내고 프라우렘을 빛의 띠로 꽁꽁 묶었다.
……엣!?
흐르는 듯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던 탓일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동시에 한넬로레 부대의 사람들도 움직이며, 순식간에 눈 앞에 서 있던 네 명의 포박이 완료되었다. 은색 의상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간단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 속도와 신속함에는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다.
한넬로레는 빛의 띠에 묶인 프라우렘들이 아니라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을 보며 살짝 숨을 토했다.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은 반응이 느리네요. 같은 영지의 귀족이라 손대기 꺼려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만……그래서는 로제마인 님을 지킬 수 없습니다."
부드럽고 온화한 어조로 방긋 웃으며, "그럼 안 돼요" 라고 말하는 한넬로레는 정말로 단켈페르가의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로제마인 님에게 따르지 않는 사람은 이것으로 전원인가요?"
그러면서 한넬로레가 시선을 빈데발트의 여름의 관으로 향한다.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이 앗 하고 놀라 한넬로레를 보고는 바로 기수를 내고 뛰쳐나갔다.
……훈련 강도가 높아요, 한넬로레님.
이것이 단켈페르가의 표준이라면, 나는 단켈페르가에서는 절대로 잘 지낼 수 없을 것 같다. 멋있지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로제마인 님, 당신은 죽었을 텐데 어째서 이곳에 있는 거죠!? 어쩜 이리도 끈질긴 건가요!"
빛의 띠로 꽁꽁 묶여 나뒹구는 프라우렘이 고개를 꺾어 나를 노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할트무트가 스윽 앞으로 나온다. 입가엔 미소를 띄고 있지만, 전혀 웃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는 눈으로 프라우렘을 내려다본다.
"귀족원에서 해임되어 선생님이 아니게된 그냥 프라우렘. 로제마인 님이 죽었을 터라는 것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그런 종류의 실언이 원인이 되어 해임되었던 모양입니다만,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 같군요."
귀족원에서 해임된 것은 프라우렘에게 있어 매우 큰 오점이었겠지. 분노로 얼굴을 붉히며 사납게 할트무트를 노려본다. 훗 하고 할트무트가 조롱하는 미소를 띄운다.
"성전에 칠해놓았던 지효성 독이라면 로제마인 님이 만지시기 전에 발견해 해독했습니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뜬 프라우렘을 향해 할트무트는 더욱 깊은 미소를 지었다.
"로제마인 님을 노린 지효성 독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독살을 꾸민 사람 뿐이겠죠. 그쪽과의 관계성을 자세히 조사해야겠군요."
"저런! 저는 보고를 받았을 뿐입니다. 그 이외는 모릅니다."
흥 하고 고개를 돌린 프라우렘를 가리키며 할트무트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돌아보았다.
"코넬리우스, 지금은 자세히 심문할 시간이 없다. 누구에게 보고를 받았는지, 입을 열 때까지 결코 죽지 않도록 해라."
"알고 있어."
굳은 표정이 된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슈타프를 프라우렘에게 들이댔다.
"호호호호호……. 로제마인의 측근인가요? 애처롭네요."
프라우렘의 옆에 나뒹굴고 있는 여성이 연민을 담은 눈으로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할트무트를 올려다보았다. 조금 머리 색깔이 다를 뿐, 너무나도 프라우렘과 비슷한 여성이다.
"로제마인의 진짜 모습도 모른 채, 속고 있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섬기고 있다니 어쩜 이리도 불쌍한 걸까요. 아시나요? 이 여자는 귀족인 저의 남편을 속이고 함정에 빠뜨린, 평민 청색 무녀 견습인 거에요! 평민! 평민인 겁니다!"
나는 흠칫 하고 무심코 가슴을 눌렀다. 승기를 잡았다는 듯, 기세등등하게 나를 바라보며 크게 웃는 이 여성은 아무래도 신전에 찾아왔던 두꺼비의 부인인 모양이다. 그런 나를 감싸듯이 할트무트가 슥 하고 앞으로 나온다.
"저런, 옛날 에렌페스트에서도 그 거짓말에 속아 로제마인 님에게 위해를 가해 처형된 어리석은 기사가 있었습니다만 아직도 그런 거짓말을 믿고 있는 바보가 있었나요? 놀랍군요."
"할트무트……."
내가 평민이었던 것을 알고 있을 할트무트가 방긋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괜찮습니다, 로제마인 님. 신전에 숨겨져 자라던 그 때라면 몰라도 지금의 로제마인 님을 진심으로 평민이라고 생각하는 자는 어지간히 머리가 나쁜 것이던가, 마음의 병으로 미쳐버렸던가 둘 중 하나입니다. 분명 남편이 큰 죄를 저질렀다는 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었던 거겠죠."
"저런! 실례되는!"
"저는 진실만을 말했어요!"
외치고 있는 프라우렘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를 안심시키듯이 할트무트가 "괜찮습니다" 라고 한 번 말하고 방긋 미소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대의 말처럼 로제마인 님이 평민이었다고 치죠. 만약 그렇다면, 귀족원 최우수는 전 평민이 3년 연속으로 획득한 것이 되는군요. 로제마인 님과 함께 강의를 들으신 한넬로레 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같은 학년인 한넬로레가 나와 프라우렘을 번갈아 보고,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페슈필을 연주하며 축복을 행하고, 마석을 한 번 쥐는 것만으로도 금가루를 만들어 내는 로제마인 님이 평민이라니, 어떻게 생각해도 비약이 심합니다."
"한넬로레님의 말씀대로입니다. 평민이 딧타를 할 수 있을리 없습니다."
묘한 이유로 멋대로 납득하고 있는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평민도 딧타를 할 수 있으면 딧타 인구가 늘어나는데, 라며 분개하기 시작했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그런 사고회로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단켈페르가에서는 평민이든 귀족이든 딧타만 할 수 있으면 문제 없는 모양이다.
"속아서는 안 됩니다! 저의 남편도 에렌페스트에 속아 큰일을 당한 것입니다."
그렇게 두꺼비의 부인이 외친 직후, 여름의 관을 수색하러 갔던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이 열 명 정도 되는 여성과 아이를 포박해 돌아왔다.
"로제마인 님, 여름의 관에 있던 귀족들은 이것으로 전원입니다. 관의 하인들은 포박해 안에 두고 왔습니다. ……뭔가 있으셨습니까?"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이 프라우렘들과 마주보고 있는 우리들을 보고 경계하듯이 질문해왔지만, 레오노레가 후훗 웃으며 앞으로 나왔다.
"저 여자가 로제마인 님이 전 평민이라고 주장하고 있네요. 만약 그렇다면 아렌스바흐는 그 전 평민에게 단 하룻밤 사이에 초석을 빼앗긴 것이 되겠지만요. 참으로 부끄럽고 한심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저런! 저런! 그런 거짓말만! 에렌페스트는 정말로 거짓과 사기의 집합체네요!"
내가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은 것은 알려지지 않았던 걸까.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사람을 이동시키는 전이진을 사용했는데, 그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걸까. 그런 나의 의문을 뒤로 하고, 프라우렘들은 끝도 없이 외친다. 단켈페르가 기사들이 뭐라고도 할 수 없는 귀찮다는 듯한 눈을 프라우렘들에게 향하고 "그만 다물어라. 볼썽사납다" 라고 한다.
레오노레는 더욱 도발하듯이 쿡쿡 웃었다.
"로제마인 님은 어떤 귀족도, 심지어 왕족마저도 가지고 있지 않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신들에게 선사받았습니다. 로제마인 님을 평민이라고 우기는 그대들의 머리가 이상하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만……아렌스바흐의 귀족에게 있어서는 그렇지도 않은 걸까요?"
"그런 건 아렌스바흐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렌스바흐의 귀족으로서 이같은 광인과 함께 묶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이 한껏 경멸하는 눈으로 프라우렘들을 내려다본다.
"저는 이 눈으로 로제마인 님이 국경문을 닫고 아렌스바흐의 경계문을 닫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렌스바흐를 위해서도 슬슬 그 부끄러운 허언을 취소해주십시오."
"귀족원에서 쫓겨나 이런 시골에 틀어박히는 바람에 정보에 어둡고 우울함과 앙심을 품고 있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만, 누구의 동참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같은 영지의 귀족에게 미친사람 취급된 두꺼비의 부인이 부들부들 몸을 떨며 나를 노려보았다.
"모두에게 진실을 말해, 로제마인!"
"진실이라 말씀하셔도……친족이 처벌받거나 귀족원에서 해임되거나 해서 분한 것은 이해합니다만, 좀 더 현실을 보도록 해요. 사람을 이동시키는 전이진은 아우브가 아니면 설치하거나 작동시킬 수 없죠? 지금은 제가 아우브·아렌스바흐랍니다."
"그런 비상식적인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 여자는 평민입니다! 저의 남편은 에렌페스트에 의해 모함당한 것입니다! 여러분, 속아서는 안 됩니다!"
내가 진실을 말하자, 두꺼비의 부인은 눈을 치켜올렸다. 직후,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그녀의 머리를 힘껏 짓밟았다.
"그 이상 나의 누이를 모욕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겠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걱정하지 않아도 돼, 로제마인. 죽이진 않을테니까."
……그런 걱정이 아니거든요!
그렇게 마음 속으로 외쳤을 때, 상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을 하고 있나, 코넬리우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을 선두로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거느린 페르디난드가 강하해 온다.
"늦잖아요, 페르디난드 님."
"아렌스바흐로 돌아가는 자들을 발견했기에 잡고 있었다. 몸 상태는 어떤가?"
"두고 가는 것도 모를 만큼 푹 잤기에, 몸 상태는 만전입니다. 페르디난드 님이야말로 휴식할 시간은 있었나요?"
나는 단켈페르가 기사들을 힐끗 보면서 되묻는다. 페르디난드는 "전혀 없진 않았다" 라고 말하면서 나의 손을 잡고, "이 상태로는 진찰할 수 없겠군" 라고 중얼거리고 한 번 손을 뗐다.
그리고 장갑을 벗고, 손목, 이마, 목덜미를 짚는다. 그 모습을 본 프라우렘이 눈을 부릅떴다.
"저런! 저런! 파렴치한! 이런 사람들 앞에서 무슨 짓을 하시는 건가요!?"
"단순한 건강진단이다만 너무 시끄러워서는 맥을 짚을 수 없다. 조용히 시켜라, 에크하르트."
"넷!"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조용해라" 라며 그녀에게 재갈을 물린다. 나는 페르디난드가 언제나처럼 내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모습과 주위의 시선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페르디난드 님, 이는 파렴치한 것인가요?"
"단순한 건강진단이 그렇게 보인다면 파렴치한 것은 그 사람의 머리이다. 네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지금은 딱히 문제는 없어보인다. ……그래서, 너는 진심으로 에렌페스트로 갈 생각인가? 보고 싶지 않는 것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페르디난드의 확인에 나는 한순간 기가 죽는다. 싸우는 현장에 나가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지 않을수도 없다.
"갈 거에요."
"그런가. ……거기에 구르는 보기 흉한 것들은 뭔가?"
"에렌페스트를 침공한 기베들을 맞이하는 책임을 맡고 있던 귀족들입니다. 관의 탐색은 이미 완료되어 있습니다."
관을 탐색했던 아렌스바흐 기사의 보고에 페르디난드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밟혀있는 두꺼비의 부인을 무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코넬리우스, 머리는 기억을 읽는데 필요하다. 이후, 조용히 시키기 위해 차거나 밟으려면 배에 하도록. 치유할 마력이 아깝다."
"넷!"
"그리고 이것들은 에렌페스트에서 검은 무기를 사용해 토지의 마력을 빼앗던 기베들이다."
페르디난드는 단켈페르가 기사들이 빛의 띠로 묶어 기수에 매달고 있는 남자들을 보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검은 무기입니까!?"
"에렌페스트의 토지의 마력을 빼앗다니……."
나의 측근들이 동요하는 것을 페르디난드가 조금 손을 들어 제지한다.
"게오르기네가 하겠다던 기원식은 자신들의 마력으로 충당하는 것이 아닌, 아무래도 에렌페스트의 마력을 빼앗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지금 옛 베르케슈토크의 귀족들이 두 패로 나뉘어 인수를 앞세워 토지의 마력을 빼앗고 있다고 한다."
에렌페스트에서 아렌스바흐로 돌아가는 자들의 모습을 발견한 페르디난드와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그들을 단번에 사로잡아 심문했다고 한다. 기사가 아닌 사람이 많이 있어서 심문은 제법 간단했던 모양이다.
"제일 먼저 공격당한 것은 남서쪽에 있는 그리벨과 일크나로, 에렌페스트가 그쪽에 전력을 할애한 결과, 남동쪽에 있는 겔랏하는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정보를 얻은 페르디난드는 나와 자이체의 경계문이 아니라 빈데발트에서 합류해 겔랏하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네가 오지 않았다면 슬슬 겔랏하에 도착할 무렵이었겠다만."
마음대로 경계문 근처를 어정거리고 있으면 곤란하다는 말에, 경계문으로 앞질러가자고 했다가 마티아스에게 혼났던 나는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겔랏하를 습격한 일단은 왼팔에 의수를 단 게오르기네의 심복이 선도하고 있으며, 아무래도 현지 지리에 익숙한 자인 모양이다."
"아버지……. 아. 아니, 그라오잠이 선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를 일부러 이름으로 바꿔 부른 마티아스가 입을 다물고 겔랏하가 있는 방향으로 굳은 시선을 향했다.
"마티아스……."
"저는 망설이지 않습니다, 로제마인 님. 안심하십시오."
"그런 무리하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 안심하래도 안심할 수 있을리 없잖아."
퍽, 하고 라우렌츠가 마티아스의 등을 두드렸다. 상당히 강하게 두드렸는지, 마티아스가 헛다리를 짚으며 라우렌츠를 노려본다.
"라우렌츠!"
"딱히 혼자 결착을 낼 필요는 없어. 가자고."
"라우렌츠의 말대로에요, 마티아스. 아버님과 상대하는 것은 힘들테니,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
내가 그렇게 말하자, 마티아스는 조금 생각하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로제마인 님의 배려는 감사합니다만, 에렌페스트에는 그라오잠들의 행동에 의해 죄인이 된 귀족들이 많이 있습니다. 부모를 잃은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달아날 수는 없습니다."
마티아스의 말에 페르디난드는 "그런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범죄자들을 모아 일괄적으로 아렌스바흐의 성으로 보내고, 그 뒤에 바로 에렌페스트로 가겠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포박된 사람들을 전이진 위로 아무렇게나 쌓아올린다.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은 빈데발트의 여름의 관에 있던 여성과 아이들을 올린다. 페르디난드가 성에 남아있는 기사들에게 전이진으로 보내는 범죄자들을 감옥에 집어넣어 두라고 지시를 내고 나를 돌아보았다.
"로제마인."
"네."
나는 한 번 끄덕이고 전이진을 기동시킨다.
"네류셀 아렌스바흐."
범죄자를 한데 모아 성으로 날린 뒤, 빈데발트에서 겔랏하를 향해 기수를 타고 이동한다. 빈데발트의 여름의 관은 마력으로 가득한 봄에 걸맞는 광경이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지만, 상공에서 보니 황폐화되어 푸르름이 옅어진 빈데발트의 토지가 보인다. 마력이 완전 부족하다.
"페르디난드 님, 여기, 마력이 필요해요."
"기원식은 전부 끝난 다음이다."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이런 상태여선 귀족이 아니라 평민들 중에 아사자가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마력이 부족할 뿐인 빈데발트보다도, 지금 현재진행형으로 마력을 빼앗기고 있는 겔랏하를 걱정하는 것이 좋다."
페르디난드의 말처럼, 겔랏하의 땅은 녹색이 풍부하지만, 여기저기에 둥근 적갈색으로 바랜 땅이 노출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드롬베가 날뛴 뒤의 토양 같다. 토양을 충족시키는 마력에 커다란 편차가 있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저곳이 양동을 하고 있는 전장이다."
가리킨 곳에 연보라색 망토와 에렌페스트의 망토가 엉켜있다. 기사들끼리 싸우고 있는 듯, 마력의 빛이 날고 얽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저것과 저것이 기베들이다."
화려하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과는 다른 장소에 연보라색 망토의 집단이 몇 개인가 있다. 그리고 눈 앞에서 땅이 적갈색으로 바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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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렘의 등장과 퇴장.
마티아스의 결의에 의해 처음으로 나온 전 기베·겔랏하의 이름, 그라오잠.
어떤 의미에서 학구파인 게오르기네 님.
마력의 풍부한 타령으로부터 마력을 박탈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다음은 그라오잠과 마티아스입니다.
겔랏하 전투 1
"슈트랄은 옛 베르케슈토크 기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분명 저 양동의 전장에 있는 것은 옛 베르케슈토크의 기사들이겠지."
페르디난드가 양동의 전장이라 말한 장소는 영지의 경계를 갓 넘은 우리들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나는 시력을 강화해 가만히 바라보았다. 서로 얽혀있는 겔랏하의 기베 기사단과 아렌스바흐의 망토를 두른 옛 베르케슈토크 기사단 중, 옛 베르케슈토크 쪽이 수가 많은 것 같아, 에렌페스트의 망토를 걸친 기베 기사단이 불리해보인다.
"게오르기네 님에게 선동된 옛 베르케슈토크의 기베들이 에렌페스트의 토지의 마력을 빼앗아 돌아간다는 그 목적으로 생각해 보면 양동의 전장이라는 호칭은 맞습니다만, 겔랏하의 기베 기사단에게 있어서는 자신들의 배후에 있는 여름의 관을 지키기 위한 주 전장이라고 생각됩니다."
"양부님은 에렌페스트의 각지에 연락해 전쟁을 대비시켰습니다. 기베의 여름의 관에는 마술도구 같은 것들도 많이 비축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것들이 적의 수중에 떨어지기 전에 되도록 빨리 합류하도록 하죠."
마티아스와 나의 말에 페르디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베의 기사들이 싸우고 있는 저곳을 양동의 전장이 아닌 주 전장으로 부르는 것과 여름의 관을 지켜야 하는 것에 동의를 표한다.
"……허나, 아직 합류하지 못한 옛 베르케슈토크의 기베 소대는 격파해두지. 이쪽으로서도 저들의 합류를 방치해 수가 너무 늘어버리면 성가시다."
페르디난드가 적갈색의 토지가 늘어나고 있는 장소를 내려다보며 "수적 우위를 살리고 싶다" 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적갈색화된 장소는 네 곳이며,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기사단끼리 얽혀 싸우고 있는 주 전장까지의 경로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적갈색화된 장소를 페르디난드가 가리킨다. 합류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상대의 전력을 줄여두고 싶은 모양이다.
"로제마인과 한넬로레 님, 그리고 두 측근들은 공격이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두고 상공에서 망을 보며, 전황의 변화, 마력을 탈취하는 소대의 숫자 등을 판별한다. 로제마인,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 도착했다는 연락을. 사후 승낙이 된다만 에렌페스트에서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무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허가를 얻어라."
"네."
"하이스힛체, 일단 저곳의 소대를 격파하겠다. 마력이 부족한 시대다. 마력은 되도록이면 살리고 싶다."
"넷!"
기베를 중심으로 한 30명 정도의 소대를 아렌스바흐와 단켈페르가의 혼합 부대 150명이 습격하는 것이다.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승리하겠지. 페르디난드를 선두로, 단켈페르가의 푸른 망토가 일제히 슈타프를 냈다.
"페르디난드 님, 부탁이 있습니다!"
마티아스의 외침에 페르디난드가 돌아본다.
"보니파티우스님과 함께 덫을 설치한 오두막을 확인하러 가게 해주십시오. 그라오잠은 한시라도 빨리 잡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전 기베이며, 문관입니다. 기사가 아닙니다. 주 전장에 있기보다는 숲에 숨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덫의 확인인가……. 허가한다. 다만 잠행활동을 적발해 확인할 뿐이다. 멋대로 전투를 벌이면 용서하지 않겠다. 발견한 시점에서 알리도록."
"넷! 송구합니다."
마티아스에게 허가를 낸 페르디난드는 나와 한넬로레의 수비를 위해 단켈페르가의 기사를 열 명 증원하고, 옛 베르케슈토크 기베의 소대를 향해 단켈페르가의 기사들과 함께 기수를 타고 강하했다.
"마티아스……."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티아스에게 말을 걸자, 마티아스는 한 순간 감정의 동요를 보였던 푸른 눈을 굳게 닫았다.
"겔랏하는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입니다. 이렇게 심하게 훼손될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되도록 지휘하는 것이 그라오잠이라니……."
자신의 고향이 마력을 원하는 옛 베르케슈토크의 귀족들에게 유린당해, 점점 마력의 고갈된 적갈색의 토지로 바뀌어 간다. 그것을 지휘하는 것이 일찍이 이 땅의 기베였던 자신의 아버지인 것이다. 마티아스의 마음 속에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을 것이다. 굳게 쥐어 가늘게 떨리고 있는 주먹에서도 분노와 분함이 젼해져 온다.
"그라오잠은 한시라도 빨리 잡아야 합니다. 로제마인님, 매우 죄송합니다만 라우렌츠을 빌려주십시오. 숲 속 관리소의 위치를 타령의 기사에게 알릴 수는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로트로 신호해 주세요."
"약속드립니다."
마티아스는 라우렌츠와 둘이서 숲을 향해 내려간다.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자, 레오노레가 "로제마인님, 저희들은 좀 더 상공으로 가죠" 라고 말을 걸어왔다.
"그렇네요. 양부님에게 올도난츠를 보내지 않으면……."
레오노레의 지시대로 나는 상공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페르디난드가 시켰던 대로 올도난츠를 날린다.
"양부님, 로제마인입니다. 페르디난드 님과 단켈페르가 기사들과 함께 에렌페스트에 도착했습니다. 현재지는 겔랏하입니다. 겔랏하의 기베 기사단에 가세해, 아우브·아렌스바흐로서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을 저지해, 잡고 싶습니다. 허가를 부탁드립니다."
"로제마인님! 또 다른 소대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쪽에서 숲의 일부가 소실되었습니다."
올도난츠가 손을 떠난 것과 거의 동시에 안젤리카의 목소리가 울렸다. 나 뿐만 아니라 한넬로레도 슈밀형 기수에서 몸을 내밀듯이 하며 그쪽을 쳐다본다.
"숲 속에 몇 개의 소대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겠죠. 그것을 간파하는 것도 저희들의 역할입니다, 로제마인님."
한넬로레의 말에 끄덕이며, 나는 시력을 강화해 겔랏하의 토지를 둘러본다. 얼마나 되는 적이 숨어 있는지 모른다.
"그래도, 이상하네요. 검은 무기로 마력을 빼앗더라도 뺏을 수 있는 것은 한 사람 분량 뿐입니다. 이렇게 넓은 땅의 마력을 사람의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요?"
한넬로레의 의문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자신들의 토지를 위해 빼앗는 것이라 하더라도 30명 정도로 흡수할 수 있는 마력량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리고, 빼앗을 만큼 빼앗아, 그 다음은 어떻게 할 셈일까요? 앞으로 게오르기네 님이 에렌페스트의 초석을 얻어 다스릴 것을 생각한다면 토지의 마력을 빼앗는 것은 악수겠죠."
아우브는 자신의 영지를 마력으로 채워야 한다. 이렇게나 많은 마력을 뽑아냈다간 이후 자신이 아우브가 된 뒤에 부족한 분량을 전부 스스로 채워야만 한다. 영주 후보생으로서 영지를 마력으로 채우는 강의를 받은적 있는 한넬로레는 눈 아래 펼쳐져 있는 적갈색 토지를 내려다보며, "분명 그렇네요"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초석을 얻은 뒤엔 에렌페스트를 어떻게 하려는 걸까요?"
"역시 에렌페스트를 파멸시키는 것만을 생각하고……."
레오노레가 그렇게 말했을 때, 페르디난드들이 향한 기베의 소대에서 몇 마리나 되는 올도난츠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하얀 작은 새가 주전장과 다른 적갈색으로 바랜 토지를 향해 날아간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 올도난츠가 날아가는 방향을 응시했다.
"로제마인 님, 올도난츠 일곱 마리, 확인했습니다! 주 전장과 그 외 6개 소대임에 틀림없다고 생각됩니다."
즉, 한 개 소대가 더 있다는 것이겠지.
"장소는 확인되었나요?"
"두 마리는 주 전장으로 날아간 것 같습니다. 기사단과 지휘를 하는 그라오잠이 있는 곳인지도 모릅니다. 이미 합류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로제마인님, 소대나 주 전장에서 척후로 짐작되는 움직임을 보이는 자들이 있습니다. 이쪽의 존재를 깨달은 것 같습니다."
주위의 기사들로부터 차례차례 보고가 올라오는 와중에, 양부님으로부터 "무력 행사를 허가한다" 라는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페르디난드 님, 날아오른 올도난츠의 수는 모두 일곱 마리이며, 그 중 두 마리가 주 전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아우브·에렌페스트로부터 전투 허가가 나왔습니다."
그런 내용의 올도난츠를 페르디난드에게 날린다. 하얀 새가 고속으로 날아간 뒤, 몇 초 후에 콰쾅 하는 폭발 소리와 함께 나무들이 쓰러진다.
"……허가가 나자마자 요란하게 되었네요."
"희희낙락 공격을 개시한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한넬로레가 조금 면목 없는 듯이,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에렌페스트를 황폐화시킬 것 같네요" 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긴 한데, 좀 더 부드럽게, 라고 말하고 싶어.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일개 소대를 격파한 페르디난드가 자신들과 합류하라고 올도난츠를 날려왔다. 망보는 사람을 상공에 몇 명 남기고, 나와 한넬로레가 합류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간다.
"와앗!?"
반 정도 되는 단켈페르가 기사들이 슈슈슉 하고 숲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다음 소대를 향해 덤벼들어 간다.
"로제마인 님, 저희들은 페르디난드 님과 합류하도록 하죠."
한넬로레는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힐끗 돌아보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한넬로레의 말대로, 산취색, 등색, 청색 망토가 모인 장소로 합류한다. 붙잡혀 나뒹굴고 있는 30명 정의 귀족들 주위를 페르디난드들이 에워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검은 무기와 소성배가 사용되고 있다."
페르디난드는 나를 향해 소성배를 흔들어 보였다. 아무래도 기베가 갖고 있던 물건인 것 같다.
"옛 베르케슈토크의 기베들은 게오르기네가 초석을 손에 넣었을 경우엔 새로운 에렌페스트의 기베가 될 예정이었던 모양이다."
붙잡혀 나뒹굴고 있는 귀족들이 우리들을 노려보았다. 그 시선으로부터 나를 지키듯이,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안젤리카가 위치를 변경한다.
"너도 알다시피 소성배는 땅을 충족시키기 위한 마력을 담아두는 마술도구다. 검은 무기를 사용해 흡수한 에렌페스트의 마력을 소성배에 채우면 게오르기네가 초석을 빼앗는 것도 다소 쉽게 된다."
땅에 채워진 마력을 빼앗는 것은 초석의 마력을 줄이는 것과 같다. 그리고 소성배에 채워진 마력을 사용하면 다시 땅을 채울 수 있다. 게오르기네가 초석을 얻으면 소성배의 마력은 에렌페스트의 토지로 되돌릴 예정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에렌페스트의 기베와 귀족이 되어, 옛 베르케슈토크령의 자신들의 영지에 있던 백성들을 이주시킬 예정이었던 모양이다.
"아우브가 없는 땅은 아무리 마력을 쏟아도 충족되지 않습니다. 마력을 쏟아도, 쏟아도 의미 없이, 지켜주고 있는 백성들로부터 불만이 올라오는 분함이나 자신의 무력감을 당신이 아십니까!?"
붙잡힌 옛 베르케슈토크의 기베가 새로운 아우브가 된 나에게 호소한다.
"아무리 아렌스바흐에 새로운 아우브가 즉위하더라도 베르케슈토크를 구할 수는 없습니다. 아렌스바흐와 같은 색의 망토를 걸치고는 있어도, 경계선에 의해 분리된 다른 영지입니다."
토지의 마력이 줄어 자신들의 영민이 굶기 시작한다. 마력이 더 필요하다고 아우브에게 호소해도, 왕족이 떠맡긴 쓸데없는 땅보다도 자신의 토지부터 충족시키려 하는 것은 아우브라면 당연한 것이다. 옛 베르케슈토크령은 아무래도 뒷전이 되어버린다. "적어도 아우브만이라도 있어 준다면……" 하고 바라더라도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는 왕족은 초석을 개변하지도 못하고 새로운 아우브를 파견할 수도 없다.
"왕족에게 버려져, 새로운 아우브가 나오는 것도 아닌 베르케슈토크라는 토지를 우리들이 버리더라도 누가 탓할 수 있다는 것인가. 아우브가 있는 토지라면 나의 영민이 굶주릴 일도 없다. 게오르기네 님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 것이다!"
옛 베르케슈토크 기베들의 주장에, 그들도 어떻게든 자신들의 영민을 지키고자 하는 기베라는 것을 알고, 나는 살짝 눈을 내리떴다.
"당신들에게는 당신들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은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아렌스바흐의 망토를 두르고 타령을 침공해 타령의 마력을 빼앗은 것은 사실입니다. 새로운 아우브·아렌스바흐인 저는 그런 것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은 큰 죄를 저지른 죄인입니다. 여러분, 이들을 빈데발트의 여름의 관으로 옮겨주세요."
내 말에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이 "넷!" 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모든 기베들로부터 소성배를 빼앗아 주세요. 절대로 딴 곳으로 가져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거기에 채워진 마력은 에렌페스트의 것입니다."
"넷!"
빈 상태로 기베들에게 분배된 소성배까지 작전에 넣어 사용하는 게오르기네의 주도면밀함에 감탄의 한숨을 토하고 만다.
"멍해있지 마라, 로제마인. 대규모로 마력이 탈취당하며 에렌페스트의 기사단은 일크나나 이곳으로 파견되었다. 게오르기네는 아마 에렌페스트의 거리에 근접해 있거나 이미 거리에 들어와 있을 거라 생각된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휙 하고 돌아본다. 머릿속에 아랫마을과 신전에 있는 모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당장이라도 에렌페스트의 거리로 날아가고 싶은 나의 마음이 전해진 것인지, 페르디난드는 고개를 흔들며 제지했다.
"우선 이곳부터 마무리짓자. 아우브·아렌스바흐인 너는 에렌페스트를 침공한 옛 베르케슈토크의 귀족들을 잡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 후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 거리로 진입할 허가를 받아야 한다. ……너는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되었어도 들어갈 수 있다만, 나나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아우브의 허가 없이 들어갈 수 없으니까."
아무리 돕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다는 말에 페르디난드가 타령의 사람으로 취급되는 상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는데도, 아무리 돌아가고 싶어도, 허가가 없으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조차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에렌페스트를 자신이 있을 곳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은 절대로 돌려보내 줘야 해.
그런 결의를 다졌을 때, 상공을 지키던 기사로부터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페르디난드 님, 올도난츠를 받은 소대가 기사단과 합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소대가 합류하면 상대하고 있는 기베 기사단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적갈색의 땅은 더 이상 넓어지지 않고, 대신 연보랏빛의 망토가 주전장을 향하여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거기에 또 하나의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이 올도난츠는 페르디난드가 아니라 나에게 날아온다.
"로제마인님, 마티아스입니다. 오두막의 함정이 파훼되어 있었습니다. 그라오잠이 이 땅에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보니파티우스 님의 덫이 파훼된 것인가. 예상 이상으로 벅찬 것 같군."
페르디난드가 작게 중얼거린다. 할아버님과 마티아스가 설치한 덫이다. 그리 쉽게 파훼되는 물건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라오잠에게 파훼된 모양이다. 위 부근이 꽉 쥐어짜지는 것처럼 아파왔다.
"마티아스는 이쪽에 합류시켜라, 로제마인."
"네."
나는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에게 돌아오라고 답장을 날린다. 그것과 교대하듯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페르디난드 님, 단켈페르가가 또 하나의 소대를 격파했습니다."
"좋아. 슈트랄, 죄인 수송의 지휘를 맡아라. 로제마인, 소성배를 회수한 뒤, 옛 베르케슈토크 기사단 부대를 중앙돌파해, 주 전장에 있는 기베 기사단과 합류한다."
절대로 레서 버스에서 머리와 손을 내밀지 말고, 주위에서 누군가 공격받더라도 한눈팔지 말고 따라오라고 한다.
"노력하겠습니다."
―――――――――――――――――――――――――――――――――――――
겔랏하 전투의 시작입니다.
소성배를 갖고 있던 옛 베르케슈토크의 기베들.
설치한 덫이 파훼되어 있던 오두막.
소대를 두 개 격파하고 주 전장으로 갑니다.
겔랏하 전투 2
"이대로 협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만, 그래서는 기베 기사단이 버티지 못한다. 중앙돌파 하는대로 곧바로 에렌페스트의 기사들에게 치유를 부탁한다."
"네."
겔랏하 기사단에게 원군이 왔음을 올도난츠로 알린다. 겔랏하 측은 이미 영주 일족으로부터 원군이 가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던 모양이다. 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던 듯, 한시라도 빨리 합류해야 하는 모양이다.
"내가 선두에 선다. 로제마인과 한넬로레 님은 결코 속도를 떨어뜨리는 일 없이, 주위의 기사들에게 이변이 일어나더라도 완전히 적진을 돌파할 때까지 멈추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페르디난드가 자신의 호위기사들과 함께 선두로 나선다. 기수를 타고 주 전장을 향해 이동하며, 나와 한넬로레를 중심으로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중앙돌파를 위한 밀집대형을 취하고 있어, 자신의 호위기사가 가까이 있지만, 그 외엔 어디를 봐도 푸른 망토의 기사로 가득한 상태다. 이제 내 위치에서는 페르디난드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의 망토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코넬리우스, 레오노레.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는 돌아왔을까요?"
주위는 단켈페르가의 푸른 망토로 가득해, 자신의 호위기사인 에렌페스트의 망토의 숫자가 적다. 기수에 탄 기사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고, 다들 투구를 쓰고 있어서 누가 누구인지도 분간하기 어렵다.
"……아직입니다."
"확인하러 간 관리소가 어딘지는 모릅니다만, 아마 제일 나중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레오노레의 말에 나는 무심코 뒤를 돌아본다. 그러나 그쪽 역시 푸른 망토의 기사 뿐이었다.
"적진을 돌파하면 로제마인 님과 한넬로레 님은 여름의 관에 가장 가까운 위치로 물러나 기사들 뒤에 붙어 주세요."
"호위기사는 자신의 주인을 지키는 데에 전력을 다하라!"
주위에서 날아오는 지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들은 이동 속도를 맞춰간다. 어디를 보아도 방패를 든 기사들 뿐이다. 펄럭이는 망토에 시야가 막혀, 자신이 지금 어디쯤을 날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른 채 나아가고 있다.
전황이나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주위 기사들의 긴박한 분위기만이 아플 정도로 전해져 온다. 핸들을 잡은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악셀을 밟고 있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와앗!?"
팟, 팟, 하고 갑자기 주위가 번쩍이기 시작했다. 반사적으로 주위를 돌아본다. 아무래도 마력에 의한 원거리 공격의 사거리에 들어온 모양인지, 날아온 공격이 기사들이 들고 있는 방패에 튕겨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적과의 거리는 모르고, 여전히 기사들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곳저곳이 번쩍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움츠러들었다.
……무, 무서워.
대부분은 막아내고 있지만, 기사들 사이로 빠져들어오는 공격도 나오기 시작했다. 마력의 차이로 인해 레서 버스 안으로 뚫고 들어오는 공격은 없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섭다. 나는 울상이 되어 핸들을 잡고 있긴 해도, 아직은 겁먹을 여유가 있다.
곧이어 앞을 선도하는 기사들이 그림자로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방이 무지개와 같은 복잡한 색조의 빛으로 물들었다. 대량으로 모은 마력을 단번에 날리는 공격이다. 공격을 날린 것인지, 받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무심코 눈을 꼭 감아버렸다.
"로제마인, 주위에 맞춰라!"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호통에 나는 흠칫 놀라 눈을 뜨고 황급히 주위와 속도를 맞춘다. 아무래도 공격을 받은 것이 아니라, 이쪽이 공격을 한 것 같다. 때때로 빛을 가리는 무언가가 주위를 나는 것 같지만, 충격파는 기사들의 방패에 의해 완전히 차단되고 있다.
"오오오오오오오오!"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열기와 고조된 감정을 방출하는 듯한 포효와 함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기사들의 속도가 조금씩 빨라진다. 나는 뒤쳐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속도를 조절하며 움직임을 맞춰간다.
"돌진한다! 망설이지 말고 페르디난드 님을 따라라!"
그런 소리가 들린 직후, 주위의 모습이 단번에 바뀌었다. 자신과 아군을 격려하는 고성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무기와 무기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지척에서 들리기 시작한다. 갑옷이 부딪히는 금속적인 소리가 조금 전보다 훨씬 크게 울리며 귀를 찔러온다.
푸른 망토뿐이었던 나의 시야에 붉은 비말이 덮쳐와, 힉, 하고 목을 움츠린 직후, 누군가의 팔이 기수 정면으로 날아와 부딪히며, 쿵 하는 큰 소리와 함께 기수 전체를 흔들고는 곧바로 뒤로 사라졌다. 순간 잘 못 본 건가 생각했지만, 창문에 남은 핏자국이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나는 마치 사람을 친 듯한 감촉에 턱을 덜덜 떨면서도 악셀을 계속 밟아갔다.
"히익!?"
큰 공격을 받았는지, 앞에 있던 기사가 기수에서 떨어져 레서 버스를 향해 날아온다.
……브레이크!
"그대로 부딪쳐! 멈추지 마! 뒤에서 대참사가 일어난다!"
내가 브레이크를 밟는 것보다도 빠르게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질책이 날아왔다. 브레이크를 밟으려던 발을 다시 엑셀로 돌려놓기도 전에, 기수에서 떨어진 기사는 측면에서 튀어나온 안젤리카 같은 기사에 의해 튕겨져 나가, 푸른 망토들 사이에 파뭍혀 사라진다. 공포에 사로잡혀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주위의 공격에 휘말린 호위기사가 균형을 잃고 레서 버스에 부딪쳐 왔다. 그리고 부딪혀 나가떨어지듯이 모습이 사라져, 무심코 돌아보자 곧바로 질책이 날아온다.
"앞을 보십시오, 로제마인 님!"
이를 악물고 뒤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그대로 나아간다. 피보라뿐만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석이 딱, 딱, 하고 기수에 부딪혀 온다. 무서운 것을 넘어, 나는 뒤쳐지지 않도록 필사적이었다.
"돌파했다! 반전해 공격! 격파하라!"
밝은 목소리가 구름에서 벗어난 햇살처럼 높이 솟아오른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휙 하고 기수의 방향을 바꾼다.
"로제마인 님과 한넬로레 님은 그대로 곧바로 나아가 제일 뒤로!"
공격받지 않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은 직후, 나는 페르디난드의 지시를 떠올렸다. 적진을 빠져나가면 곧바로 치유를 걸라고 했었던 것이다.
"한넬로레 님은 먼저 가주세요. 저는 모두를 치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호위기사들과 함께 상공으로 올라가, 창문 밖으로 손을 뻗어 "슈트레이콜벤!" 이라고 주창하며 반전해,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꺼낸다.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 기사들 모두를 치유해야 하기에, 제대로 기도를 바치지 않으면 마력이 부족할 것 같다.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의 권속인 치유의 여신 룬슈메르여."
옛 베르케슈토크 측에서 치유를 방해하려는 듯이 공격이 날아왔지만, 전선에 버티고 선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막아주고 있고, 호위기사들이 방패로 지켜주고 있다. 나는 다소 빠르게 기도문을 외운다.
"우리의 기도를 받아들여 성스러운 힘을 내려주소서. 에렌페스트를 지키는 자들을 치유하는 힘을 우리의 손에. 그대에게 바치는 것은 성스러운 음율. 지고의 파문을 일으켜 청명한 가호를 받사옵니다."
지팡이의 마석으로부터 부우웅 하고 녹색의 빛이 흘러 넘친다. 부상자가 많은 듯한 기베 기사단으로부터 환성이 울려퍼진다. 사기가 오른 것이 느껴진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휴우, 하고 몸의 힘을 뺀다.
"로제마인 님, 뒷일은 기사에게 맡기고 내려가주십시오."
레오노레의 말에 나는 끄덕 고개를 끄덕였다. 치유를 걸었으니 나의 역할은 일단 종료다. 회복약을 마시고 마력을 회복시켜두지 않으면, 나중에 페르디난드로부터 뭔가 지시를 받았을 때 곤란해진다. 한넬로레가 있는 후방으로 향하며, 나는 마력만 회복하는 약을 마셨다.
"옛 베르케슈토크의 기사들은 기수를 타기 때문인지 은색의 의상을 입고 있지 않으며, 은색의 무기를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평범한 유르겐슈미트 기사들의 싸움입니다. 단켈페르가는 그리 간단히 지지 않습니다."
한넬로레가 방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든든하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에렌페스트의 망토를 걸친 기사 두 명이 다가온다. 날개가 달려 있는 표범 같은 날씬한 고양이형 기수를 타고 있는 것이 마티아스, 비슷한 형태이지만 더 크고 호랑이처럼 생긴 기수를 타고 있는 것이 라우렌츠다.
"마티아스, 라우렌츠. 둘 다 무사해서 다행히에요."
"로제마인 님."
호위기사가 모두 합류할 수 있었던 것에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는 레오노레의 예상대로 중앙돌파 때는 거의 맨 끝에 있었다고 한다.
"그라오잠에게 올도난츠를 날려 소재를 확인할 수 없을까 생각했습니다만, 올도난츠가 날아가지 않았습니다."
"……이미 죽은 걸까요?"
나는 아렌스바흐에서 날지 않는 올도난츠를 몇이나 보았다. 죽은 사람에게는 날아가지 않았던 것이다.
"……어딘가에서 공격에 휘말려 죽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보니파티우스님이 설치한 덫을 파훼한 자가 그렇게 간단히 목숨을 잃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올도난츠가 닿지 않는 잠행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어떤지……."
험악한 얼굴이 한 라우렌츠에 이어, 레오노레가 겔랏하의 여름의 관을 바라보면서 굳은 얼굴이 된다.
"아렌스바흐 기사의 말로는 마력이 통하지 않는 은색 의상을 입고 있으면 올도난츠가 날아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최초로 은색의 천이 발견된 곳이 이곳이었죠?"
옛 베르케슈토크의 기사들은 은색 의상도 무기도 갖고 있지 않지만, 그라오잠은 당연히 갖고 있을 것이다. 올도난츠가 닿지 않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게오르기네 님에게 있어 그들은 버리는 말인 모양이네요."
마력이 통하지 않는 은색 의상이나 무기를 준 것도 아니고, 중요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기베들에게 신전을 통해 초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전하면 그들의 생활은 편해지겠지만, 그에 대한 것은 가르쳐 주지 않고, 그저 소성배로 토지의 마력을 빼앗을 자신의 손발로 쓰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에렌페스트의 초석을 얻은 뒤에 식민통치를 시작하게 되면, 현 에렌페스트의 귀족들을 거리낌 없이 숙청하고, 충실한 신하를 얻을 수 있게 되겠지만, 없더라도 상관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로제마인 님, 겔랏하 기사단 단장이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그대로 기수에서 나오지 말고 들어주십시오."
안젤리카가 에렌페스트의 망토를 두른 한 남자를 데리고 왔다. 투구를 벗었기 때문에 얼굴이 보인다. 룬슈메르의 위안으로 인해 상처는 나은 것 같지만, 핏자국만은 곳곳에 남아, 핏기 없는 흙빛의 얼굴을 하고 있다.
비틀거리며 다가오던 그는 쓰러진 것이 아닐까 걱정되는 동작으로 레서 버스에서 조금 거리를 둔 곳에 무릎을 꿇었다.
"로제마인 님의 치유 덕분에 아군이 매우 유리해졌습니다. 회복하는 와중에라도 한 마디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제 앞까지 오기도 힘든 듯한 몸 상태로 예를 표하러 오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안정을 취하며 쉬어주세요."
룬슈메르의 위안은 상처를 막거나 염증을 다스릴 뿐, 흘러나간 피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분명 전선을 지키기 위해 흐르는 피에도 상관 없이 필사적으로 싸웠던 것이겠지.
"다소 더러워진 상태인지라, 로제마인 님에게 너무 가까이 가는 것도 실례라고 생각하여, 이렇게 거리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지저분해서 거리를 둔다는 예법 같은 건 금시초문이지만, 단장이 움직일 수 없다고 자인하는 것은 그 자신이나 기사단의 명예에 흠집이 날 수 있는 사안일 것이다. 나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합류로 인해 전력이 단번에 늘어난 것. 그리고 로제마인 님의 치유로 인해 부상자가 전선에 복귀할 수 있게 되었기에, 이대로 여름의 관을 빼앗긴다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전선을 지탱하는 단켈페르가 기사들 덕분에 기베 기사단은 회복을 위해 후방으로 물러나 약을 마시거나, 여름의 관으로 회복약을 보충하러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 정오 무렵에 아우브로부터 단켈페르가의 혼합군의 원군으로 가고 있으니 조금만 견디라는 올도난츠를 받았을 때에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준비한 마술도구가 동나고, 기사단보다도 훨씬 많은 적이 오고 있었습니다. 항거하기 위해선 기베를 관에 두고, 기사단 모두가 밖으로 나올 필요가 있었습니다."
정말 올지 어떨지 모르는 원군을 기다리며 총력전이 벌이고 있었다고 한다. 자신들의 원군이 나타나는 것보다도 먼저 적의 원군이 합류하며 인원이 늘어난다. 이젠 끝이다라고 절망적인 기분이 되었을 때, 페르디난드,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하이스힛체의 공격이 적을 쓰러뜨려 길을 만들면서 합류해주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 얼굴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안도감이 있었다.
"말씀 중에 실례합니다, 단장."
여름의 관에 들어가려던 기사가 뛰어서 되돌아온다. 단장은 나에게 퇴석을 청하고 일어나, 기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인가?"
"관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뭣이?"
기사단장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리고, 빙글 몸을 돌려 여름의 관을 바라본 순간, 저택에서 슈웅 하고 무언가가 날아왔다.
"어?"
사람이 던지는 것이 아닌, 투석기 같은 것으로 발사한 듯한 속도로, 저택과 조금 떨어져 있는 전장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슈웅 하는 소리가 세 번. 그리고 그것은 시간차를 두고 펑 소리를 내며 터졌다.
"뭔가!?"
하얀 가루가 바람을 타고 퍼지며, 그 근처의 사람들이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되었다. 사라진 사람, 기수에서 떨어진 사람, 갑자기 움직임이 무뎌진 사람 등, 다양하다. 후방에 있어 어느 정도 거리가 있던 나의 호위기사들에겐 거의 영향이 없는 것 같지만, 직격탄을 맞은 곳은 심한 상황이 되어 있다. 단켈페르가보다 옛 베르케슈토크 기사들의 피해가 많은 것처럼 보였다.
"바센!"
무엇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부근 일대에 대량의 물이 쏟아졌다. 나도 레서 버스채로 물에 감싸여 세척된다.
"독은 씻어냈다! 즉시 유레베를 마셔라!"
페르디난드의 노성이 울렸다. 유레베를 마시라는 지시에, 무슨 독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의 공급의 제단에서 들이마셨던 독이 분명하다.
……왜 그런 것이 기베의 관에서?
나는 관을 돌아보았다. 지층, 1층 2층으로 시선을 올려간다. 지금까지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던 저택의 이층 발코니에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효과가 약해진 것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피해가 적군. 역시 야외에서는 가루가 확산되어 효과가 줄어드는가……."
마치 실험이라도 하는 듯한 무감정한 목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이 목소리는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유레베에 잠기게 된 원흉이었던 남자의 목소리다.
"기베가 아니군! 누구냐!?"
단장이 무기를 손에 들고 기수에 올라 날아오른다. 직후, 펑 하고 소리가 난 순간, 단장과 기수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는 내 근처로 마석이 하나 떨어진다. 나의 호위기사들이 괴로운 듯이 신음하며, 즉시 바센으로 세척하고 약을 마시기 시작했다.
"기베가 아냐? 어리석은 놈. 이 저택의 초석이 되는 마술도구를 물들인 내가 현 기베·겔랏하다."
왼손에만 갑옷을 달고 있는 듯한 덕지덕지한 실루엣이 보였다. 펄럭 하고 망토가 휘날린다. 더러워진 에렌페스트의 색 안쪽으로 은색이 보였다.
"그라오잠……."
유레베를 마시던 마티아스가 낮은 신음 같은 소리를 내고는 나의 기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기베가 관의 방어기능을 최대로 올리면 기베가 허가를 낸 자, 혈족, 상위 관리자인 영주 일족 외에는 들어갈 수 없게 됩니다. 기사가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아, 방어기능의 설정을 바꾸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니 저것의 아들인 저를 보내주십시오."
"마티아스, 기다리세요. 그것은……."
"제가 아니면 안 됩니다."
마티아스는 푸른 눈동자를 나에게서 관으로 돌린다. 그리고 양팔을 가슴 앞에서 교차한 뒤, 벌떡 일어나 뛰쳐나갔다.
―――――――――――――――――――――――――――――――――――――
중앙돌파해 기베 기사단과 합류했습니다.
이제 걱정 없이 큰 기술을 마구 쓰려던 시점에 독 공격.
여름의 관은 그라오잠에게 탈취되었습니다.
그리고 마티아스의 돌격.
겔랏하 전투 3
"기다리세……꺅!"
내가 마티아스를 불러세운 것과 위에서 빛의 그물이 떨어져 내린 것은 거의 동시였다. 나의 비명에 마티아스가 되돌아본다.
"로제마인 님!?"
눈을 크게 뜬 마티아스가 슈타프를 꺼내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한 순간, 등골이 오싹하는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건 그 못생긴 마수가 아닌가. 이런 곳에 있으리라곤……."
나의 레서 버스가 그라오잠에 빛의 그물에 걸려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속수무책으로 잡혀 독을 먹고 유레베에 잠기게 된 그 때의 광경이 되살아난다. 그래도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도와주러 올 호위기사를 믿고 기수에 있으면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나는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로제마인!"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린 직후, 레서 버스를 당기던 힘이 찌직 하며 끊어졌다. 슈틴루크를 든 안젤리카가 휙휙 눈 앞을 오가는 것과 동시에 빛의 그물이 갈기갈기 찢어진다. 마티아스가 돌아오기도 전에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 빛의 그물은 본 기억이 있군. ……그대인가, 그라오잠."
기수에 탄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험악한 표정으로 그라오잠을 노려본다.
"스승에게서 이름만은 듣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전장에서 적으로서 마주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슈틴루크를 쥔 안젤리카가 기수에 올라 푸른 눈동자를 도전적으로 번뜩이며 방긋 미소짓는다. 그 미소에 청초한 인상은 온데간데 없이, 오르지 섬뜩함만이 느껴진다.
달려온 마티아스가 두 사람의 박력에 기가 죽은 듯한 얼굴로 나에게 묻는다.
"로제마인 님, 대체 무슨 일이……."
"전에 제가 유레베에 잠겨 잠들었던 사건이 있었죠? 그 습격 사건의 범인이 그라오잠이었던 것입니다."
"네!? 그것은 기베·조이소타크가 범인으로서……."
마티아스가 빠끔뻐끔 입을 벌렸다 오무렸다 한다. 공식적으로는 그렇게 종결되었지만 실제는 다른 것이다. 마티아스 앞에서 아버지의 죄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숨겨서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조이소타크 자작이 저지른 것은 습격과 샤를로테의 유괴이며, 저를 납치하기 위해 빛의 그물을 사용해 레서 버스를 끌어내려 제게 독을 먹인 것은 그라오잠입니다. ……그래도 이상하네요. 제가 청색 무녀 견습일 당시, 처음으로 기베·겔랏하의 저택으로 갔을 때 들었던 목소리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라오잠에게는 대역이 세 명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군요. 로제마인 님을 해친 것도 그라오잠이었습니까."
씁쓸한 듯한 어조로 그렇게 말한 마티아스의 눈동자가 격정을 품고 흔들린다. 슈타프 검을 들고 이층 발코니를 올려다본다. 거기에서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안젤리카가 마력을 담아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여기서 죽어라, 그라오잠!"
훌륭한 연계를 취하며 동시에 공격한 두 사람의 마력이 얽히면서 그라오잠을 덮쳤다. 그라오잠이 자신의 머리를 감싸듯이 슥 하고 왼팔을 올린다. 기사가 아닌 그라오잠의 패배를 예상한 다음 순간, 마력의 빛이 그라오잠의 손에 빨려들어가듯이 사라진다.
……마력을 흡수했어!?
천천히 손을 내린 그라오잠이 히죽 입꼬리를 올린다. 공격이 전혀 효과가 없는 것에 경악하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안젤리카를 비웃으며 오른손으로 슈타프를 휘두른다. 푸르른 강한 마력의 덩어리가 튀어나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안젤리카뿐 아니라, 유레베을 마시고 회복중인 기사들까지 포함한 넓은 범위를 덮치려 한다.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
"게타일트1!"
동시에 여러 개의 방패가 발코니 앞에 출현해, 그라오잠의 마법 공격을 튕겨냈다. 뒤에서 하얀 사자가 날아와, 이층에 선 그라오잠와 마주한다.
"페르디난드 님!"
회복중이던 기사들이 안심한 듯이 숨을 토하며 방패를 꺼내 스스로를 보호하기 시작한다.
"회복중인 자는 이곳에서 떨어져라!"
다수의 방패를 전개한 채로 페르디난드가 외친다. 기사들이 방패를 들어 공격을 대비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력이 뭉쳐서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부축하며 이동한다.
"……어째서 살아있지!?"
그라오잠이 기수에 올라, 다수의 방패를 유지하고 있는 페르디난드의 모습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설마……그토록 주의깊게 사전 준비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건가?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게오르기네 님에게 허위 보고까지 한 것인가? 정말이지 게오르기네 님의 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무능함이다. 용서하기 어렵군."
아무래도 디트린데는 페르디난드가 죽었다고 보고한 모양이다. 그 이후엔 잠행활동을 시작하며 은색 의상을 입고 올도난츠가 닿지 않도록 했던 모양인지, 내가 페르디난드를 구한 것은 몰랐던 모양이다.
"……허나, 어찌되었든 간에 이미 지난 일. 내가 해야 할 일에는 변함이 없다."
게오르기네가 에렌페스트의 초석을 빼앗기 위한 시간을 벌고, 게오르기네가 초석을 빼앗기 쉽도록 토지의 마력을 빼앗고, 게오르기네가 에렌페스트를 지배하기 쉽도록 전력을 꺾고, 방해되는 귀족을 하나라도 더 줄인다. 그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며 그라오잠이 웃었다. 미소 뒤에 숨겨진 광기에 숨이 막힐 것 같다. 어떤 설득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알 수 있는 회색의 눈이 무섭다.
"페르디난드 님, 당신은 게오르기네 님에게 있어 방해가 됩니다. 여기서 제거해두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내가 문관인 그대에게 제거되겠는가? 더 이상 독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한 페르디난드를 지키듯이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무기를 겨눈다.
"문관에게는 문관의 싸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라오잠이 "올도난츠 대책은 이제 필요 없다" 라며 망토의 잠금쇠를 풀고 뭔가를 잡았다. 직후, 그라오잠을 중심으로 파란 불꽃이 후욱 하고 소용돌이친다.
"뭐냐!?"
"대체 무슨!?"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파란 불꽃에 시선을 빼앗기는 순간, "야앗!" 하는 높은 목소리와 함께 몇군데에서 일제히 그라오잠을 향한 공격이 쏟아졌다. 한넬로레 부대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복수의 화살이 파란 불꽃에 감싸인 그라오잠을 덮친다. 찰나의 틈도 놓치지 않는 신속한 공격이었지만, 그 공격은 또다시 그라오잠의 왼쪽 손에 막혔다.
한넬로레들의 공격을 받고 파란 불꽃이 더욱 기세를 더한다. 그러나 그 중심에 서 있는 그라오잠은 유쾌하게 웃을 뿐, 전혀 뜨거워하지도 힘들어하지도 않는다. 불길에 휩싸인 채로 오른손을 휘두르자, 파란 불꽃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한넬로레를 덮쳐든다.
"게타일트!"
한넬로레는 순간적으로 방패를 냈다. 페르디난드의 방패도 동시에 움직였기에 그라오잠의 공격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넬로레의 표정은 창백하다. 방패를 들고 눈을 크게 뜬 한넬로레를 보면서 그라오잠이 조소를 띄운다.
"아아, 이 정도의 마력이 있으면 충분히 움직일 수 있겠군. 감사하마, 단켈페르가의 여식이여."
페르디난드는 그라오잠의 파란 불꽃을 노려보며 속속 올도난츠를 날린다. 전선의 하이 스힛츠에게, 빈데발트로 포로를 수송하고 돌아온 슈트랄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로제마인, 저택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너와 마티아스 뿐이다. 나는 여기서 당분간 저것을 붙잡아두고 있겠다. 비밀통로 같은 것을 사용해 빠져나갔다간 성가셔진다. 둘이서 저택으로 들어가 조속히 저것의 뒤를 잡아라. 의수가 마력을 흡수하고 있다. 공격시에는 검은 무기를 사용하도록. 설령 마티아스가 죽더라도 너는 결코 기수에서 나오면 안 된다."
작게 속삭이는 빠른 명령에, 나는 마티아스와 얼굴을 마주본다. 설마 페르디난가 침투하라고 명령할 줄은 몰랐다. 그만큼 다급한 상황인 거겠지.
"서두르죠, 마티아스. 저 방으로 이어지는 길은 알고 있겠죠?"
"네. 기베의 집무실입니다."
"로제마인 님, 기다려주세요. 너무나도 위험합니다."
페르디난드의 올도난츠를 함께 들은 레오노레가 나를 제지한다. 그러나 저택의 방위기능으로 인해 호위기사들을 데려갈 수 없는데다, 다른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는 일이다.
"레오노레, 기베의 임명은 아우브의 관할입니다. 제가 가는 것은 임명도 없이 마음대로 열쇠를 빼앗은 자를 잡는 것이 영주 일족의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하려고 입을 열었던 레오노레가 분한 듯이 입을 다물고 꾸욱 주먹을 쥐었다.
"호위기사임에도 영주 일족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무력함이 한심하네요. ……부디 무운을."
"저희들이 도착할 때까지 그라오잠을 발코니에 묶어둬 주세요."
"기필코."
기베의 저택에 들어간 나는 기수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마티아스의 뒤를 쫓아 달린다. 태어나 자란 저택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티아스는 헤메는 일 없이 달려간다. 가는 길 군데군데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라오잠과 마주쳐버린 하인인 걸까.
마티아스는 뛰어가면서 슈타프를 검으로 변형시키고, 기사단에서 배운 방식으로 검은 무기로 변화시킨다. 나도 슈타프를 내고 물총으로 변화시켜 어둠의 축복을 빌었다.
"높고 정정한 하늘을 관장하는 최고신인 어둠의 신이여, 세계를 만드신 만물의 아버지시여, 우리의 기도를 받아들여 성스러운 힘을 내려주십시오. 마로부터 힘을 빼앗는 당신의 축복을 우리의 무기에. 당신에게 바치는 것은 모든 마력. 순리에서 벗어난 마를 멸하는 그대의 가호를 받아, 이 땅의 생명에게 한때의 안식을 주십시오."
내가 검게 된 물총을 들자, 마티아스가 입을 열었다.
"로제마인 님은 최대한 공격하지 말고 기수로 문을 막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주십시오."
"마티아스?"
"그라오잠은 분명 로제마인 님이 어떤 무기를 사용하는지, 어떤 신구를 다루는지,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의 경우를 위해 되도록 비장의 수를 감추어 두십시오."
그라오잠은 제 손으로 꺾겠습니다, 라며 마티아스가 강한 결의를 품은 눈으로 계단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뭔가를 알아차린 듯, 눈을 가늘게 뜬다.
"……계단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바로 해제하겠습니다."
"딱히 계단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기수로 날아 넘으면 되겠죠. 시간이 아깝죠? 타세요, 마티아스."
나는 레서 버스를 이인승으로 확대하고, 조수석을 열어 자리를 팡팡 두드렸다. 마티아스는 계단과 레서 버스를 몇번 번갈아 보고는 작게 웃으며 레서 버스에 올랐다.
"……왜 그러나요, 마티아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라오잠은 침입자의 감지와 시간벌기를 겸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계단에 다양한 함정을 설치해두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걸 설마 이렇게 전부 건너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이 저택의 계단은 날개를 펼친 기수가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넓지 않다. 하지만 레서 버스는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실내에서 탑승형 기수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함정을 회피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마티아스는 새삼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의 주인은 언제나 예상 외입니다. 귀족원의 기숙사에서 파벌의 벽을 깼을 때도, 세례 전인 아이들까지도 숙청으로 인한 연죄를 피할 수 있게 해주셨을 때도 놀랐었습니다. 서슴없이 고향의 유린을 명하는 게오르기네 님이 아닌, 손 닿는 범위를 최대한 도우려 하시는 로제마인 님을 주인으로 선택하게 되어 다행히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레서 버스에 마티아스를 태우고 날아올라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그대로 이층에 있는 기베의 집무실 앞에 내려선다. 레서 버스에서 내린 마티아스는 스윽 표정을 굳힌다.
"갑니다."
마티아스는 기베의 집무실 문에 손을 대고 한번 심호흡을 한 뒤에 활짝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나도 뒤이어 안으로 들어가, 레서 군의 꼬리로 난폭하게 문을 닫고 곧바로 버스같은 크기로 키워 출입구를 완전히 막았다.
"누군가 들어온 자가 있는 건가."
우리가 들어온 소리로 눈치 챈 듯, 그라오잠이 돌아본다. 마치 파란 불꽃으로 된 갑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 그라오잠은 한 번 파란 불꽃에 감싸인 오른손을 휘둘러 밖을 공격하고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방 안에는 남자 한 명이 쓰러져 있다. 기베·겔랏하였던 사람일 것이다. 아직 붉은 피가 천천히 흘러나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치유를……."
"이미 늦었습니다. 마석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마티아스는 나에게 등을 돌리고 그렇게 말하면서 가만히 그라오잠을 쳐다본다. 검은 검을 고쳐잡고, 천천히 태세를 갖춘다. 파란 불꽃의 갑옷을 두른 그라오잠이 검게 빛나는 의수를 들어올린 채 걸어온다.
"그런 평민 소녀에게 무릎을 꿇다니, 아무리 목숨 구걸을 위해서라지만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마티아스?"
그라오잠은 문을 막은 레서 버스와 나를 보고 불쾌하다는 듯이 코를 울렸다. 마티아스는 일말의 동요도 없이 싸늘하게 응수한다.
"타령의 침략자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의 영지의 영주 후보생을 해치고, 고향과 아군을 유린하는 사람 쪽이 훨씬 한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아들에게 반박받은 적이 없었던 것일까. 그라오잠이 관자놀이를 꿈틀거렸다.
"게오르기네 님은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이다. 타령의 침략자가 아니다. 정정해라, 마티아스."
"아렌스바흐의 영주 일족이겠죠. 그리고 로제마인 님이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얻은 지금은 더 이상 영주 일족조차 아닙니다."
그라오잠은 나를 보면서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누가 아우브·아렌스바흐이든 이제 나와는 관계 없다. 게오르기네 님은 에렌페스트의 아우브가 될 것이니까."
"파괴와 파멸밖에 가져오지 않는 그녀가 아우브가 되도록 놔두진 않을 것입니다!"
검은 검을 겨누고 격앙된 마티아스를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그라오잠이 천천히 푸른 불꽃에 감싸인 오른손을 든다.
"나는 이미 아렌스바흐의 귀족으로 등록되어 있다. 즉, 너는 내 아들도 아무것도 아니다."
마티아스가 아주 잠깐 입술을 꿈틀거렸다.
"어서 죽어라. 네가 게오르기네 님을 방해하도록 놔두진 않겠다!"
그라오잠이 오른손을 휘둘러 파란 불꽃으로 공격한다. 그것을 마티아스가 검은 검으로 잘라낸다. 직후, 그라오잠이 빠르게 달려들어 마티아스를 걷어찬다.
"커헉……."
마치 신체를 강화한 기사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안젤리카와 비결될 만한 속도는 도저히 문관이라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마티아스가 검을 겨누고 경계하듯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흥. 큰 소리를 쳐도 이 정도인가. 기사는 자신의 몸을 단련한다. 문관은 고도의 마술도구를 만든다. 내가 만들어낸 마술도구와 너의 몸……어느 쪽이 강할지?"
그라오잠은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파란 불꽃의 오른팔과 검은 의수를 가슴 앞에서 교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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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오잠, 변신했습니다.
왼쪽 의수로 마력을 흡수하고, 오른손으로 공격.
신체를 강화한 기사 수준의 움직임을 합니다.
겔랏하 전투 4
면회용 책상은 바스라져 숯덩이가 되고, 의자는 날아가 부서진다. 기베의 집무실인 이 방은 이미 엉망진창이다. 발코니 쪽 창문으로 그라오잠을 뒤쫓아 들어오려던 라우렌츠의 모습이 보이지만, 투명한 벽에 막혀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원군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에서 마티아스는 홀로 그라오잠과 마주하고 있었다. 왼손의 검은 의수에 맞으면 마력을 빼앗기고, 파란 불꽃을 내는 오른손에 맞으면 화상을 입는다. 날아오는 파란 불꽃에도 주의해야 하는 마티아스는 검은 검으로 그라오잠의 오른손을 봉하며 필사적으로 응전하고 있지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훗, 이 마술도구는 보니파티우스 님과의 전투를 상정해 만든 물건이다. 네 녀석 정도의 기사가 대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 마라."
게오르기네와 그라오잠은 에렌페스트가 침공당했을 때, 귀족 거리와 성을 지키는 것이 기사단장이고, 가용 가능한 기사를 이끌고 요격에 나서는 것이 할아버님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보니파티우스 님의 직감과 행동력, 공격력은 경시할 수 없다. 언젠가의 겨울에 그 평민을 데려가려던 것을 방해받았을 때도……."
양부님이나 아버님과 달리, 예측 불가능한 행동력으로 계획을 망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할아버님을 귀족가에서 떨어진 장소로 유인해 제압하는 것이 게오르기네가 에렌페스트의 초석을 얻기 위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노림수였던 모양이다.
……-할아버님용 마술도구였던 건가.
도대체 어떤 마술도구를 사용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그라오잠은 엄청나게 강하다. 그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도 곤란하다. 기사는 자신의 몸을 단련하고, 문관은 고도의 마술도구를 만들어 싸움에 임한다고 말한 그라오잠의 말은 분명 사실이지만, 거기엔 나의 존재가 전력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럼 여기서 질문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싸움에 임해왔을까요?
비장의 수로 숨겨둔 어둠의 신의 축복을 내린 물총으로 힐끗 시선을 돌린다. 나는 스스로 적을 쓰러뜨린 적은 거의 없다. 물총도 명중률이 낮다. 절대로 명중할 정도로 많은 마력을 담은 광범위 공격을 했다간 마티아스까지 휘말려버리게 된다. 공격은 기본적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이 나의 전투이다.
……누구나 쓰려고 하면 쓸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나밖에 쓸 수 없는 기술이 있으니까.
나는 반지에 마력을 넣어간다. 적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술도구를 사용해 온다면, 이쪽도 축복축제다. 나는 먼 옛날에 자중을 어딘가에 두고 온 여자다. 여기서 사양같은 걸 할 생각은 없다.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의 권속 질풍의 여신 슈타이페리제와 인내의 여신 둘트젯첸1의 가호가 마티아스에게 있기를."
사르륵, 황색의 빛이 마티아스에 뿌려진다. 완전히 먹혀들어오던 그라오잠의 빠른 발차기를 마티아스가 피한다. 축복에 익숙해지면 좀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흥, 조금 빨라졌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그라오잠의 말에 나는 볼을 부풀렸다. 축복도 너무 심하면 제어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적당히 하지 않으면 생각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저주 상태가 되는 것은 일찌기 귀족원에서 경험한 바 있다. 그리고 내가 줄 수 있는 축복은 속도뿐만이 아니다. 조금씩 많은 축복을 주면 된다.
……나의 진심을 보여주겠어.
"불의 신 라이덴샤프트의 권속 무용의 신 앙그리프와 수렵의 신 슈라게칠2의 가호가 마티아스에게 있기를."
사르륵 파란 빛이 마티아스에게 뿌려진다. 이로써 공격력과 명중률이 오를 것이다. 조금 보고 있자, 검은 검을 휘두르는 마티아스의 움직임이 현격히 좋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라오잠이 마티아스의 공격을 피하는 모습으로도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받은 공격으로 입은 부상 때문인지, 평소에 비해 마티아스의 움직임에 힘이 없다. 치유가 필요하다.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의 권속 치유의 여신 룬슈메르와 천둥의 여신 퍼드래나3와 행운의 여신 그라이프챤4의 가호가 마티아스에게 있기를."
사르륵 녹색 빛이 마티아스에게 뿌려진다. 룬슈메르의 위안으로 상처가 치유되고, 에비리베조차 쫓아내는 버드래나의 힘이 더해진다. 그리고 이왕이면 호기는 확실히 잡는 것이 좋다. 나의 기대대로, 마티아스의 움직임에 힘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력을 빼앗기 위해 뻗은 검은 의수를 검으로 받아넘기고 마티아스가 히죽 웃는다. 지금까지 계속 우세를 유지하고 있던 그라오잠이 뺨을 경직시켰다.
"뭔가, 이건? 이런 장난을……."
"로제마인 님의 축복은 장난이 아닙니다. 문관이 마술도구를 사용해 전력을 보완하듯이, 로제마인 님은 신들의 축복을 기사에게 내려줍니다. 이것이 오랫동안 성무를 수행하고, 신들의 사랑을 받는 저의 주인이 싸우는 방법입니다."
"정말로 머리가 이상해진 것 같구나, 마티아스."
그라오잠의 공격도 들어오지만, 마티아스의 공격도 조금씩 들어가게 되었다. 축복 겹치기로 어떻게든 호각에 가깝게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마티아스의 얼굴이 약간 웃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둠의 신의 권속, 퇴마의 신 퍼드래오스5와 빛의 여신의 권속, 정화의 여신 운하일슈나이데6의 가호의 가호가 마티아스에게 있기를."
마티아스가 악연과 불행을 자신의 손으로 끊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기도하자, 검은 빛과 금빛이 방 안에서 춤춘다. 최고신인 부부 신의 권속들은 다들 기도문이 간단해서 편하다.
……생명의 신의 권속의 축복은 섣불리 겹치면 다른 신의 가호가 사라질 수 있으니까, 일단 이거면 되겠지?
나는 자신이 한 일에 만족했지만, 갑자기 상대가 매우 우세에서 대등 정도로까지 강해진 그라오잠은 마티아스를 공격하며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는 검은 의수를 내리찍고 마티아스를 들이받았다. 퍽, 하고 둔한 소리가 나고, 마티아스가 커흑, 하고 괴로운 듯이 숨을 토했다.
"마티아스같은 그저 그런 기사를 지금의 나와 싸울 정도로 강화시킨 것은 상정 외이다. 영주의 양녀가 될 정도의 마력이라 거둬두려 했다만, 다시 생각해야겠군. ……너는 확실히 죽이겠다."
그라오잠이 오른손을 크게 휘두르며 넓은 범위에 파란 불꽃을 뿌렸다. 마티아스가 불길 앞으로 뛰쳐나와 검은 검으로 불꽃을 잘라내며 마력을 흡수한다. 그리고 잘려나가지 않은 불길이 레서 버스에 날아들었다.
눈 앞 창문에서 새파란 불길이 기세 좋게 타오르고, 레서 버스를 유지하기 위한 마력이 핸들을 통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무심코 숨을 삼켰다. 기수를 탄 이래, 이렇게나 마력을 빼앗겼던 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강해!
그라오잠을 통해, 할아버님과 같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존재의 강함에 대해 깨달은 듯한 기분이다.
마티아스는 나와 그라오잠 사이에 서서 검을 다잡았다.
"당신은 평민이라고 부릅니다만, 저의 주인은 로제마인 님 외에는 있을 수 없습니다."
검은 검으로 그라오잠의 오른손을 내리치면서, 마티아스는 도발하듯이 웃는다.
"당신은 게오르기네 님의 축복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닥쳐라."
검은 의수를 휘둘러 검을 퉁겨내고, 오른손을 휘둘러 파란 불꽃을 쏟아내는 그라오잠의 공격을 피하며, 마티아스가 더욱 말을 더한다.
"게오르기네 님에게 자신이나 타인으로부터 착취한 마력을 모조리 바쳐가는데, 정작 게오르기네 님이 당신을 위해 자신의 마력을 사용해주신 적은 있습니까? 목숨을, 긍지를, 고향을 구해주거나 지켜준 적은 있습니까?"
"닥쳐라!"
그 중 아무것도 짐작가는 것이 없는 듯, 분노를 발하며 마티아스를 날려버린 그라오잠이 나를 바라보았다. 회색의 눈동자가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다. 파란 불꽃에 감싸여 있는데도, 그 얼굴이 새빨개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서 나와라, 평민놈! 모조리 불태워주마! 나의 힘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겠다!"
"그렇게 놔두지 않겠습니다."
그라오잠을 공격한 마티아스의 검에서 캉! 하고 딱딱한 돌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그라오잠이 두르고 있는 파란 불꽃이 희미해져, 불꽃 아래로 파란 마석이 보였다. 마치 연료인 마력을 너무 소모해 불꽃이 줄어들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라오잠의 움직임도 둔해진 듯한 느낌이 든다.
마티아스의 공격이 연속적으로 파란 불꽃을 때리고, 동시에 검은 검에 의해 마력이 흡수되며, 파란 불꽃은 점점 희미해진다. 불꽃 아래 가려져 있던 푸른 마석과 피부가 노출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인가……."
그라오잠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마치 마석에 흡수되듯이 불꽃이 사라진다.
"……무!?"
불꽃이 사라지면서, 그가 마석 갑옷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의 절반 이상이 마석이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몸에 마석이 박힌 듯한, 마석 위에 육체를 덮어씌운 듯한 섬뜩한 모습으로, 이미 사람이라 할 수 없는 존재처럼 보인다. 마티아스 역시 얼굴색이 변했다.
"뭘 멍청한 얼굴을……. 이만한 마술도구, 제대로 작동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마력이 필요할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게 아닌가."
"어째서 그렇게까지……."
"네게 할 말 따윈 없다."
마티아스의 시선에서 도망치듯, 눈을 돌린 그라오잠이 직후, 자신에게 남은 모든 마력을 속도에 쏟아넣은 듯한 움직임으로 마티아스를 잡고 발코니를 향해 던졌다. 어떻게 손 쓸 틈도 없이, 유리창이 깨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마티아스가 밖으로 내던져진다. 내던져진 그를 라우렌츠가 도우러 가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냈는지 확인하려고도 않고, 그라오잠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기베의 시체로 뛰어가 검은 의수로 심장 근처를 꿰뚫었다. 그리고 그곳을 도려내듯이 의수를 움직이고는 재차 불길을 두른다. 기베의 모습도 형체도 파란 불꽃에 휩싸여 사라졌다.
"평민 소녀여……."
기분나쁘게 번뜩이는 회색 눈동자가 내 쪽을 향했다. 무섭다. 죽은 사람에게서 마석과 마력을 훔치는 행위와 그 집착과 광신이 기분 나쁘다.
"여기서 너는 죽여둬야만 한다."
레서 버스채로 가르듯이 검은 의수가 덮쳐온다. 지켜줄 기사는 아무도 없다. 내가 무기 취급에 실패해도 휘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계속 쥐고 있던 물총을 즉시 창문 밖으로 꺼내 힘껏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에서 발사된 마력이 화살이 되어 갈라져, 덮쳐들던 그라오잠에게 꽂힌다.
"크악!"
안면에 가장 많은 화살을 맞은 그라오잠이 얼굴을 감싸쥐었다. 쓰러지며, 검은 의수가 래서 군의 얼굴을 우두둑 깎아낸다. 그와 동시에, 기수에서 마력을 빼앗는 것도 가능한 듯, 그라오잠이 두른 파란 불꽃이 기세좋게 불타올랐다.
"꺄악!"
"……하하, 하하하! 이거 좋군. 그 마력을 내놔라!"
그라오잠이 용수철 인형처럼 벌떡 일어나 레서 군을 향해 검은 의수를 치켜든다. 나의 화살을 맞은 곳이 마석화되고 있는 그라오잠의 얼굴을 보고, 무심코 몸이 움츠러들었다. 절대 안전할 거라 생각하던 기수가 깎여나가, 상대의 양식이 되어버린 것에 등골이 떨린다. 나는 꼬옥 핸들을 부여잡고, 무아지경으로 레서 군에게 마력을 쏟아부었다.
"오지 마!"
"모든 마력을 빼앗아 주마!"
아무리 깎여나가더라도 안전한 위치에 있을 수 있도록, 나는 전력을 다해 레서 군을 거대화시켜 그라오잠을 위협한다. 거대화해 뒷다리로 일어선 레서 군에 의해 창가로 밀려나면서도, 그라오잠은 레서 군의 배에 검은 의수를 찔러넣었다.
"무슨……금가루로……!?"
그라오잠이 당혹한 목소리를 내는 것과, "가라!" 라는 페르디난드의 명령이 들린 것은 거의 동시였다.
"이야아아아앗!"
나의 호위기사들이 일제히 들어온다. 호위기사들은 각자의 검은 무기를 그라오잠에게 꽂는다. 그 중 일부가 레서 군을 맞추긴 했지만, 그건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마력을 빼앗기 위한 검은 의수가 금가루가 된 그라오잠은 부서진 마석처럼 허무하게 조각나버렸다.
"……자, 내가 다른 사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기베의 초석을 다시 물들일 동안 도대체 뭘 어떡했기에 이렇게 된 거지?"
페르디난드의 섬뜩한 목소리에 움찔한 순간, 슈르르륵 레서 군이 줄어들어 간다. 그라오잠을 위협하기 위해 거대화시킨 레서 군 때문에, 기베의 저택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버렸다.
나는 기베의 집무실에서도 볼 수 있게 된, 조금 해가 기울기 시작한 푸른 하늘과, 인왕처럼 우뚝 서서 설명을 요구하는 페르디난드를 번갈아 보며 필사적으로 변명한다.
"그라오잠의 검은 의수가 레서 군을 우드득 깎아냈었습니다. 봐요, 여기! 얼굴 부분에 큰 상처가 있죠? 그래서 그라오잠의 불길이 화악 하고 커져서……. 저, 절대 안전할 수 있도록 크게……라고 생각했더니, 그, 이렇게……."
이런 짓을 할 생각은 없었어요, 라고 호소하는 내 눈에 하얀 벽이 비쳤다. 당연한 것이지만 기베의 여름의 관은 아우브가 엔트비켈른으로 만든 하얀 건물이다. 하세 마을은 소신전을 공격하는 바람에 반역죄를 추궁받았었었다. 이거 혹시 엄청 곤란해진 것은 아닐까.
"저, 페르디난드 님. 하얀 건물을 부숴버리고 말았는데, 전, 반역죄가 되나요?"
"오히려 아렌스바흐의 선전포고가 되는게 아니겠나?"
지금 너는 아우브·아렌스바흐니까, 라는 상쾌한 대답에 하늘이 노래졌다.
"안대에에에엣! 그럴 생각은 없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 저랑 같이 양부님에게 사과해 주세요. 금가루를 드리고, 수리비를 지불하면 용서해주지 않을까요?"
"글쎄, 나는 모르는 일이다."
"이런 때야말로 도와주세요!"
페르디난드는 재미있어하는 듯이 쿡 하고 작게 웃고는 손을 내밀었다.
"그러려면 일단 혼나러 가야겠군. 올도난츠에 의하면 아무래도 저쪽도 끝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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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첩 축복에 금가루화.
로제마인다운 싸움 방식이었습니다.
겔랏하 전투는 이걸로 끝입니다.
승리와 귀환
나는 페르디난드의 말을 듣고 기수에서 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최종적으로 누가 그라오잠을 마무리했는지 논의중인 호위기사들은 내버려두고, 나는 페르디난드를 올려다본다.
"페르디난드 님, 에렌페스트 쪽도 마무리되었다는 것이 정말인가요?"
"그런 거짓말을 하더라도 의미가 없다. 조금 전, 아우브로부터 올도난츠가 도착했다. 그라오잠과 게오르기네는 훌륭할 정도의 타이밍으로 연계하고 있던 모양이다."
게오르기네는 시간적으로 기베들이 토지의 마력을 빼앗고, 그라오잠이 기베의 저택을 점령했을 타이밍을 노려 에렌페스트의 거리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쪽에서 올도난츠를 보냈을 때는 막 초석의 제단으로 진입하려던 때였는지, 우리가 이곳에 도착한 것을 알고 조금 안심했던 모양이다."
"아랫마을과 신전의 피해는 어떤가요?"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부분이다. 양부님이 결착을 냈다는 말은, 게오르기네가 초석이 있는 방까지 도달했다는 걸까. 아니면 초석의 방에서 대기하고 있는 동안 밖에서 잡았다는 소식을 받은 걸까. 그 부근의 사정을 전혀 모르겠다.
"……그 정도로 자세한 정보는 들어와 있지 않다."
단순히 게오르기네와의 결착이 났다는 보고였던 모양이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에렌페스트의 거리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아랫마을과 신전이 어떻게 되었을지 신경이 쓰여 어쩔 수가 없다. 지금 바로 출발하면 밤에는 에렌페스트에 도착할 수 있을까.
"그럼, 최대한 빨리 에렌페스트로 돌아가죠."
"……기다려라. 돌아간다면 더더욱 이쪽의 마무리를 제대로 해야만 한다. 이대로 전부 방치하고 떠날 수는 없다."
페르디난드의 주의를 받고 나는 입을 다문다. 본심을 말하자면, 일단 옛 베르케슈토크의 위협은 분쇄해 두었으니, 뒷일은 남아있는 현지 사람들에게 맡기고 모든 것을 방치하고 돌아가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언제가 되어야 에렌페스트로 돌아갈 수 있죠?"
"겔랏하 자체는 남은 기사단과 귀족에게 맡기고, 최종적으로 아우브의 지시를 받도록 하면 된다. 하지만 너는 아우브로서 아렌스바흐 측에 지시를 내려야만 하고, 무엇보다 단켈페르가와의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마무리라는 것은 무엇이죠?"
다대한 협력을 해준 단켈페르가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은 알지만, 아우브·에렌페스트로부터의 치하를 받는다는 명목으로 에렌페스트의 거리로 함께 데려가면 바로 출발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우선 딧타의 승리 선언을 해야 한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진짜 딧타에 초대한 너의 종료 선언이 없으면 딧타는 끝나지 않는다. 네가 이대로 에렌페스트로 돌아가면 단켈페르가의 기사들 또한 이제 막 싸움을 끝냈을 뿐인 에렌페스트로 데려가야만 한다."
페르디난드가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동행을 매우 못마땅한 얼굴로 금지시키는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아, 나는 뺨에 손을 얹고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지금까지 많은 협력을 받았으니, 양부님이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감사를 표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죠? 그런 이유를 대고 그들과 함께 이동하면 곧바로 이동할 수 있지 않은가요."
"그런 짓을 했다간 에렌페스트의 식량창고와 술창고가 거덜난다."
페르디난드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자고 있었기에 실감이 없지만, 내가 일어날 때까지 출발을 연기한다는 말에,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반성회라는 이름의 연회를 끝없이 벌이고 있었다고 한다. 아렌스바흐 성의 식량과 술은 하루도 못 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1개월 정도를 전쟁 준비로 총력을 다했고, 이제 겨우 오랜 적을 쓰러뜨리고 피폐해져 있는 에렌페스트에 단켈페르가 기사들을 전부 데려가는 것은 에렌페스트에 있어 치명타가 된다고 한다. 우리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측근들도 "그렇네요, 페르디난드 님의 우려는 옳다고 생각합니다" 라며 미묘한 얼굴이 되었다.
"그래도 그냥 이대로 보낼 순 없지 않나요?"
"추후, 아우브·단켈페르가와 보상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면 지금 바로 위로할 필요는 없겠지. 일단 그들을 데리고 빈데발트로 돌아가 전이진을 사용해 단켈페르가의 경계문까지 데려다줘라. 마술도구 등의 보상이라면 몰라도, 연회비까지 이곳에서 떠맡을 필요는 없다."
"그래도 그렇게 할 수는……."
일은 끝났으니 바로 돌려보내라는 페르디난드의 말에, 나는 조금 뺨을 경직시켰다. 한밤중의 출진, 페르디난드의 구출, 란체나베의 소탕, 그리고 에렌페스트로의 원정까지 의리있게 어울려준 단켈페르가 기사들에게 용건이 끝났으니 내쫓는 듯한 짓은 할 수 없다.
그런 것을 페르디난드에게 호소하고 있자, 옛 베르케슈토크의 기사들을 잡아 빈데발트로 보낸 슈트랄이 보고해왔다. 나는 조금 물러나, 슈트랄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페르디난드 님, 옛 베르케슈토크의 기사들은 거의 사로잡았습니다. 지금은 숲 속으로 들어간 기베들을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쫓고 있습니다."
저택 밖에 있던 옛 베르케슈토크의 기사나 기베들은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협력도 있어 살아 있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붙잡았고, 나머지는 흩어진 마석의 회수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가. 그대로 계속하라."
"넷!"
슈트랄이 대답하고 한 발 물러났기에,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다가가 소매를 가볍게 잡아당겼다.
"페르디난드 님. 보세요, 이렇게나 도움받고 있는걸요. 역시 단켈페르가의 노고에 대한 위로는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심상찮은 양의 술이 필요해진다. 게다가 그만큼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 준비 같은 건 어디에서도 하고 있지 않다. 너도 단기 결전으로 승부를 본 이후에 그들을 돌려보낼 계획이었기에 양식에 대한 것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겠지? 그런 것들을 어디서 조달할 생각인가?"
확실히 페르디난드를 구출하는데 종 두 개 정도 시간이 걸릴 거라고 아우브·단켈페르가와 이야기해두었다. 이 정도 집단의 식사를 며칠씩이나 감당할 거라는 계산은 하지 않았고, 지금부터 연회 준비를 시작한다 해도 음식을 조리할 요리사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딧타는 이제 끝났다. 승리 선언을 하고 얼른 내쫓아라. 그것이 제일이다."
"로제마인 님, 페르디난드 님."
"무슨 일인가, 코넬리우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목소리에 돌아보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뭔가 의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라며 조금 떨어진 곳에 무릎을 꿇고 있는 슈트랄을 지목했다. 우리들의 대화를 방해할 수 없어, 대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것 같지만, 전혀 끝날 듯한 기색이 없어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말을 걸어 준 것 같다.
"슈트랄, 뭔가?"
"자세히 보고하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지금 빈데발트의 여름의 관에는 옛 베르케슈토크의 기베와 기사들을 환대하기 위한 식량과 술과 같은 연회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데에 사용하는 것이 어떨지요?"
그러고 보니 프라우렘들이 무엇인가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들었던 것 같다. 페르디난드가 "흠" 하고 끄덕이면서 톡톡 가볍게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그러면 에렌페스트로 단켈페르가 집단을 데려가는 일 없이, 너의 요망대로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노고를 위로할 수 있겠군. 아우브·에렌페스트가 감사의 말을 전할 뿐이라면 대표자인 한넬로레 님과 그 측근, 그리고 지휘관인 하이스힛체만 동행시키면 충분하겠지?"
"그렇네요."
에렌페스트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분발해준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노력은 에렌페스트의 귀족들에게 제대로 알려졌으면 한다. 그래도 그것을 위해 전원이 갈 필요가 없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빈데발트에 단켈페르가 기사들을 두고 갈 수 있다면, 아우브가 전이진을 기동시켜 곧바로 에렌페스트로 갈 수 있다. 허나, 빈데발트의 식량도 그리 많지는 않겠지. 내일이면 아렌스바흐로 돌아가야 한다."
"에렌페스트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짧네요."
"그렇지. 단켈페르가의 기사들뿐 아니라 중앙으로 향했을 디트린데와 레온지오도 방치할 수 없다. 에렌페스트로의 보고나 정보의 연계, 협력자의 노고를 위로하는 것은 중요하다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니까."
무슨 일이 있었다면 왕족에게서 단켈페르가로 연락이 갔을 것이고, 그런 사정은 다른 상위 영지에도 이야기해 두었다. 중앙의 일은 에렌페스트만큼 걱정되지 않지만, 아무리 우선순위가 낮더라도 그대로 손 놓고 방기할 수도 없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짧은 시간일지라도 자신의 눈으로 에렌페스트의 아랫마을과 신전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안심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떠나고 싶지 않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걱정 마라. 내가 떼어내줄 테니."
"뭔가 저에 대한 취급이 심하잖습니까!?"
깔끔하게 떼어내지는 자신의 모습이 상상되어 페르디난드를 노려보자, "그런가?" 라며 페르디난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전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만?"
"……잘 생각해 보니 그랬었죠. 그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그리워하는 것은 나중으로 하고, 너는 아우브에게 올도난츠를 보내라. 한넬로레 님들이 머물 객실의 준비와 시간 단축을 위해 전이진을 기동시켜달라고 부탁하도록. 나는 아렌스바흐 쪽에 지시를 내리러 가겠다."
비록 페르디난드의 측근이라 해도 지금 상황에 아렌스바흐 기사들을 데리고 가는 것은 에렌페스트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렌스바흐의 기사 및 측근들에게는 단켈페르가의 접대를 하도록 명하는 모양이다.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접대라니. 뭐랄까, 엄청 벌칙게임같네.
나는 올도난츠를 사용해 양부님에게 겔랏하에서의 싸움이 끝났다는 것, 페르디난드 일행과 한넬로레 일행을 데리고 돌아가니 거리로 진입할 허가와 객실의 준비를 해주길 바라는 것, 시간 단축을 위해 전이진을 기동시켜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부탁한다.
"아우브·에렌페스트로부터 올도난츠로 연락이 있었습니다. 에렌페스트의 초석을 침입자의 손에서 지켜냈다고 합니다."
반파. 아니, 팔분의 일파 정도라고 생각되는 기베의 저택 발코니에 서서 나는 아래에 모여있는 기사들을 내려다보았다. 마티아스가 기베의 저택에서 찾아낸 확성 마술도구를 사용해 말한다.
"제가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손에 넣고, 이어 에렌페스트의 초석을 방어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인해 승리가 확정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여기서 진짜 딧타의 승리와 종료를 선언합니다!"
"오오오오오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나의 승리 선언에 슈타프 무기를 꺼내 부딪히며, 무기를 높이 치켜들고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전력에서 뒤떨어지는 에렌페스트가 아렌스바흐와 옛 베르케슈토크를 상대로 승리한 것은 단켈페르가 정예들의 참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용맹과감한 모습과 강함은 역시 유르겐슈미트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오오오오오!"
"그런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조촐합니다만 빈데발트의 저택에서 연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사후처리를 마친 후에 이동해주십시오. 안내는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이 할 것입니다."
승리선언으로 인해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한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앞에서 한넬로레가 바다의 여신 버퓨레메아의 지팡이를 낸다. 그리고 딧타의 승리 이후에 이어지는 성무로 그들을 진정시켰다.
……이 의식, 단켈페르가에겐 필수네.
흥분이 가라앉은 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후유 안도의 숨을 내쉰 한넬로레에게 나는 말을 걸었다.
"한넬로레 님, 아우브·에렌페스트가 감사를 드리기 위해 성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합니다. 저기, 아우브와 이번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저는 최대한 빨리 아렌스바흐로 돌아가야 해서 정말 갑작스러운 초대가 됩니다만……."
시간 단축을 위해 전이진으로 이동하게 되고, 측근과 하이스힛체 이외엔 빈데발트에서 묵게 된다. 그래도 괜찮다면 성으로 초대해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하자, 한넬로레는 조금 생각에 잠겨 하이스힛체을 부른다. 나는 하이스힛체에게도 똑같이 설명했다.
"물론 당장이라도 영지로 돌아가는 편이 좋다면 단켈페르가와 아렌스바흐의 경계문까지 모두를 보내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딧타가 끝나고 바로 돌려보내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되어……."
"어떻게 하죠, 하이스힛체? 저는 가능하면 초대를 받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하이스힛체는 "이런 기회라도 아니라면 에렌페스트에는 가지 못하겠죠. 가시지요" 라며 미소짓는다.
"로제마인 님, 초대에 감사드립니다. 꼭 함께 하도록 해주세요."
초대가 너무 갑작스럽다거나, 관례가 어떻다는 말은 하지 않고, 사소한 기회를 잡는 단켈페르가의 유연함이 마음에 든다. 긴급 연락을 했더니, "사흘 뒤" 라고 말하던 왕족은 꼭 좀 배웠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다.
"슈트랄, 부탁한다."
"넷! 빈데발트로 돌아가 레티지아 님에게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돌아오시는 것은 내일 오후입니까?"
"그렇다. 빈데발트의 단켈페르가 기사들을 경계문으로 보낸 뒤에 성으로 귀환한 것이다."
페르디난드는 슈트랄에게 레티지아에 대한 지시를, 단켈페르가 기사들에게 마석의 회수 및 포로의 운송을 돕도록 명한다. "술 없는 반성회를 하고 싶다면 일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선언한 것만으로도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부지런히 일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얼마나 술을 좋아하는 걸까.
"끝났습니다, 로제마인 님."
"수고했습니다, 할트무트. 정말 고맙습니다. 이로써 겔랏하의 귀족이나 백성들도 조금은 안심할 수 있겠죠."
할트무트에게는 기베들에게서 회수한 소성배의 관리를 맡겼었다. 그 소성배에 채워진 마력을 다시 원래의 땅으로 되돌려두도록 부탁했던 것이다. 신관장이었던 할트무트는 이 자리에 있는 귀족들 중 누구보다도 소성배를 다루는 법을 잘 알고 있다.
"빈 소성배는 옛 베르케슈토크으로 돌려놔야겠네요. ……저쪽의 평민들은 괜찮을까요?"
"그것은 로제마인 님이 염려하실 일이 아닙니다. 차기 아우브·베르케슈토크가 생각할 일입니다."
신전의 열쇠를 찾아 초석을 물들이는 법을 왕족에게 전달해, 영주 회의에서 새로운 아우브를 임명하면 된다고 할트무트는 말했다. 아우브도 없이 관리하고 있기에 무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비판적이다.
"이후는 성으로 돌아가 승전 축하회를 하게 됩니다. 문관의 몸으로 힘든 싸움에 따라왔으니까요. 할트무트도 즐겨주세요."
"그렇군요. 로제마인 님이 어떻게 그라오잠을 쓰러뜨리셨는지 에렌페스트의 모두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혹시 레서 군이 저택을 파괴한 것을 모두에게 폭로하겠다는 것이 아닌가요?"
내가 조심조심 묻자, 할트무트는 씨익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연이은 축복의 빛으로 저택의 창문이 찬란히 빛을 발하며, 호위기사가 밖으로 내던져져 홀로 남으셨음에도 용맹히 저항을 계속하신 로제마인 님. 그리고 지붕을 뚫으며 그라오잠을 밀어낸 것입니다. 그 기수의 모습은 최고였죠. 반드시 모두에게 전해야 합니다."
"그럼 안돼요!"
양부님에게 금가루를 건네고 몰래 고치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게 대대적으로 퍼투리지 말아줬으면 한다.
"할트무트는 연회 참가 금지에요!"
"저의 주인은 그런 불합리한 일은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가 아니더라도 목격자는 얼마든지 있고."
할트무트는 그렇게 말하며 호위기사들을 돌아본다. 나의 호위기사들 중에서도 남매라는 이유로 인해 가장 스스럼없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방긋 웃었다.
"페르디난드 님의 허가가 나와, 이제 겨우 저택으로 진입할 수 있다 했더니, 그라오잠과 하얀 벽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생각했어. 설마 저택을 뚫을 정도로 기수를 거대화시켜 저항할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을 걸."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그라오잠의 예상을 뛰어넘어 로제마인 님은 승리한 것입니다. 설치한 덫을 기수를 타고 전부 넘어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마티아스!"
이번 싸움에 대해 호위기사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을 내가 필사적으로 말리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어이없어 하는 듯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로제마인, 전이진이 빛났다. 빨리 와라!"
이미 전이진 옆에 있던 한넬로레가 쿡쿡 웃는다.
"란체나베의 소탕전에서부터 겔랏하의 싸움까지 로제마인 님은 정말 대활약이었으니까요. 전 정말 감동했는걸요."
"한넬로레 님이야말로 대활약하시지 않았나요."
"……로제마인 님에게 그렇게 보였다면 기쁩니다."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는걸.
빛나는 전이진에서 양부님과 세 명의 호위기사가 나타났다. 전이진의 주위에 늘어선 우리를 보며 훗 하고 얼굴에 웃음을 띄운다.
"로제마인, 정말 잘해주었다. 한넬로레 님을 비롯한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에게는 최상의 감사를. 그리고, 어서 와라. 잘 돌아왔다, 페르디난드. ……정식 인사는 나중이다. 성으로 간다. 로제마인, 페르디난드. 도와라."
나와 페르디난드가 무릎을 꿇고 전이진에 마력을 쏟는다. 양부님이 슈타프를 냈다.
"네류셀 에렌페스트."
검은색과 금색의 빛이 춤추고, 시계가 구불텅 일그러졌다.
―――――――――――――――――――――――――――――――――――――
싸움이 끝나고 잠깐 숨돌리기.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처우에 골치가 아픈 페르디난드.
일단 로제마인의 요구를 받아 주었습니다.
프라우렘들이 준비한 연회는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의 것이…….
그리고 에렌페스트로 귀환입니다.
다음은 각자의 무용담입니다.
각자의 무용담 1
"어서 오십시오."
"잘 오셨습니다, 한넬로레 님. 단켈페르가의 협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일그러진 시계가 돌아왔을 때에 보인 광경은 출발했을 때와 같은, 성의 기사 훈련장이었다. 샤를로테와 플로렌티아가 나란히 맞아주고 있지만, 최소한의 측근밖에 데리고 있지 않다. 멜키오르는 신전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빌프리트와 아버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평상시와 다른 마중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양부님, 빌프리트 오라버님과 멜키오르, 아버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겔랏하보다 조금 빠르긴 했으나 이쪽도 이제 막 전투가 끝난 참이니까. 기사단장인 칼스테드는 기사단 대기소에 있다. 빌프리트도 그쪽 일을 거들어야 할 정도로 바쁜 상황이다. 멜키오르도 아직 신전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다들 크게 다친 것은 아니다. 아직 뒷정리가 끝나지 않았을 뿐이니, 안심해라."
우리들은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이나 겔랏하의 귀족들에게 뒷처리를 떠넘겼지만, 에렌페스트는 떠맡길 상대가 없다. 최고 책임자인 양부님을 위시해, 영주 일족은 뒷수습에 쫓기는 모양이다. 기사단장인 아버님은 연회에도 참석해야 해서 정신이 없는 듯하다.
"아랫마을과 신전은 어땠나요? 큰 피해는 없었나요?"
"이렇다 할 정도로 큰 피해가 났다는 보고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불안해 하지 마라. 문의 병사나 신전을 지키던 기사들이 활약했다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현지에 있던 그대의 측근들에게 들으면 되겠지."
단켈페르가와 인사를 하고 싶으니 그 이상의 이야기는 나중으로 하라고 해서 나는 얌전히 물러났다. 양부님 옆에 양모님과 샤를로테도 나와, 한넬로레와 신들의 이름을 나누는 긴 인사를 교환하고 협력에 대한 사의를 표한다.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협력이 없었다면 초석을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겠죠. 겔랏하로 원군이 왔다는 소식에 크게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양부님은 아렌스바흐에서의 란체나베의 소탕전에서 한넬로레가 볼페닐을 쓴 것과, 페르디난드가 받았던 독에 대한 대처법 등이 에렌페스트의 방위에 큰 도움이 됐음을 말한다. 게오르기네 일행은 문에 볼페닐을 풀어놨던 모양이다. 각 문에는 기사를 배치시켜 두었기에 그리 큰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다친 병사도 있다고 한다.
……클라리사와 할트무트의 편지가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협력에 보답하기 어려워지니까요. 갑작스러운 초대임에도 쾌히 응해주신 것에 매우 감사드립니다. 6의 종 이후에 연회실에서 승전 축하잔치가 있습니다. 소소합니다만, 오늘 저녁의 잔치를 즐기고, 에렌페스트의 감사를 받아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양부님은 한넬로레와 하이스힛체에 대한 인사와 감사를 마치고, 양모님과 샤를로테를 돌아본다.
"플로렌티아, 샤를로테. 단켈페르가 분들을 객실로……. 소제 준비도 갖추어 두었습니다. 6의 종까지 편안히 보내주십시오."
"송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연회 전에 재단장을 하고 싶었습니다."
한넬로레가 수줍은 듯이 작게 웃는다. 양부님은 한넬로레에게 미소로 화답하고는 페르디난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페르디난드, 그대에게도 객실을 준비해 두었다."
"……객실? 아아, 그렇지."
페르디난드가 한 순간 의아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는 힐끗 나를 봤다. 비록 "어서 오렴" 이라는 말을 들었어도, 페르디난드는 돌아올 집을 나에게 줘버린 것이다. 더 이상 자신의 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렸을 것이다. 페르디난드를 에렌페스트로 되돌려보내고 싶다면서, 정작 내가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페르디난드 님, 도서관을 사용해 주세요."
"아니, 그건……."
"저는 성의 방을 사용할 것이니, 사양 말고. 방은 예전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페르디난드는 님도 익숙한 장소에서 쉬는 것이 편하겠죠? 약이 필요하시면 도서관의 공방과 소재를 마음대로 사용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부디 라자팜에게 무사한 모습을 보여주세요."
내가 페르디난드에게 도서관의 방을 사용하라고 제안하자, 한넬로레가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로제마인 님의 도서관에 페르디난드 님의 방이 있는 건가요?"
"네. 저의 도서관은 원래 페르디난드 님의 집이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이 아렌스바흐로 가게 되었을 때에 제가 상속받아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책이 잔뜩 있어요, 라고 나는 한넬로레에게 마이 도서관을 자랑한다. 대부분 페르디난드의 책이지만 상관 없다.
"한넬로레 님. 왕명으로 아렌스바흐로 향한 저는, 당연한 것입니다만, 아내도 아이도 없었습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저택을 물려줄 사람을 찾다 보니, 피후견인인 로제마인에게 양도하는 것이 가장 적당했을 뿐입니다. ……솔직히 아직 방을 온존해 두었을 줄은 몰랐습니다만."
다소 어이없어하는 듯한 목소리에 나는 휙 하고 얼굴을 돌린다.
"페르디난드 님이 언제든 맘 편히 귀성할 수 있도록 방을 남겨두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언약이 언제까지나 지켜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아닌 너니까 곧바로 책으로 잠식될 것이라 생각했다만?"
"아직 잠식할 정도의 책이 없는걸요. 열심히 인쇄중이긴 합니다만……."
그 도서실에서 넘쳐나올 정도의 책을 원하는 것이다. 내가 충실한 도서관의 모습에 대한 생각들을 늘어놓자, 페르디난드가 가볍게 숨을 토했다.
"내 방이 아직 남아 있다면 그쪽이 안심이 된다만, 정말 내가 써도 좋겠는가?"
"물론입니다. 저는 성에도 방이 있으니까요. 라자팜이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올도난츠로 연락해두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랫마을과 신전의 모습을 보고 오겠습니다."
아랫마을과 신전을 둘러보고 성으로 돌아와 준비하고……라고 이후의 일정을 생각하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기다려라" 라고 주의했다.
"너는 자신이 데려온 손님을 방치해서 어떡하려는 건가? 아랫마을과 신전에는 큰 피해가 없었던 모양이니, 오늘은 측근들에게 듣는 이야기로 그치고, 돌아보는 것은 내일 아침에 해라. 연회가 시작되는 6의 종까지는 그럴 정도의 시간은 없다."
목욕을 하거나 옷을 갈아입거나 측근들의 보고를 듣을 것을 생각하면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 나는 라자팜에게 올도난츠를 날려, 페르디난드,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유스톡스 세 명의 수용을 부탁한다. 곧바로 라자팜에게서 답장이 왔다. 리제레타 일행을 통해 페르디난드가 무사하다는 것과 연회를 위해 돌아오는 것을 듣고 이미 준비를 마쳐두었다고 한다.
"우수하네요, 라자팜은."
"내가 교육한 것이다. 당연하다."
훗, 하고 득의양양하게 코웃음치기에, 나도 "제 근시들도 우수합니다" 라고 항변해 둔다.
"……저기, 아우브·에렌페스트. 두 사람은 언제나 이런 모습인가요?"
한넬로레와 하이스힛체가 어안이 벙벙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뭐라고 답해야 좋을지 답을 찾듯이 조금 시선을 헤메이던 양부님이 "……대체로 저렇습니다" 라고 작게 중얼거린다.
"어서 오십시오, 로제마인 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오틸리에, 리제레타, 그레티아 셋이 맞이해주었다. 리제레타와 그레티아는 샤를로테로부터 나의 귀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도서관에서 돌아와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갑작스러운 초대에 당황한 것은 초대된 사람만이 아니다. 맞이할 준비를 갖춰야 하는 근시들에게도 큰일인 것이다.
"브륜힐데는 단켈페르가를 맞이할 응접실의 준비로 바빠, 베르틸데도 그쪽을 도우러 가 있습니다. 이제 저도 그리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오틸리에는 귀환한 사람 모두와의 인사를 마치고, 아들인 할트무트와 그 약혼녀 클라리사의 모습에 조금 눈가가 누그러지고는 곧바로 방을 나갔다. 아무래도 모두가 무사한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며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로제마인 님은 지금부터 목욕이니, 이참에 호위기사도 교대로 기숙사로 돌아가는 것이 어떤가요? 연회에 참가한다면 옷을 갈아입어야겠죠?"
리제레타의 말에 호위기사들이 수긍하며 기숙사로 돌아갈 순번을 정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곁눈으로 확인하며, 나는 그레티아와 함께 욕실로 향한다. 머리장식을 떼고, 땋아두었던 머리카락을 그레티아가 정중히 풀기 시작했다.
"신전에도 연락을 넣어두었으니, 로제마인 님이 목욕을 마칠 무렵에는 유디트 일행도 돌아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기, 그레티아. 이쪽의 싸움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다친 사람은 없나요?"
"저희들은 도서관에 있었고, 로제마인 님이 두고 가신 도서관을 지키기 위한 마술도구 덕분에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아랫마을과 신전에서 날아오는 올도난츠로 싸움이 시작된 것이나 끝난 것은 알 수 있었지만, 도서관의 피해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불온한 분위기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만, 다무엘이 로제마인 님의 부적을 갖고 있는 구텐베르크와 그 가족들을 오전 중에 도서관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갑자기 평민들이 대거 몰려와 놀랐었죠."
다무엘은 게오르기네가 도착하기도 전에 올 것을 느꼈던 듯, 나의 수비 마술도구가 있어 가장 안전한 도서관으로 구텐베르크들을 데리고 왔다고 한다.
"……다무엘은 약속대로 모두를 지켜주었네요."
"네. 머리장식 직인의 가족이 자신의 부적을 아버지에게 전해달라고 다무엘에게 맡긴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로제마인 님의 부적과 다무엘이 지켜 주니까 자신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며, 머리장식과 의상의 작성을 시작했죠."
그레티아가 머리를 풀고 기수 옷을 벗기기 시작할 무렵에는 리제레타도 찾아왔다.
"어머, 오늘 일에 대한 건가요? 도서관으로 피난한 사람들 중에 길베르타 상회의 침자도 몇 명 있었습니다만, 그녀들은 최우선적으로 피난시킬 소중한 물건으로서 로제마인 님의 의상과 머리 장식을 가져왔었습니다. 가봉을 해야 하는데, 로제마인 님의 예정은 어떻게 되시는 걸까요? 라며 작업했었죠. 연락을 해줘야겠네요."
필사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투리와 코린나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뭔가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지니까, 라며 손을 움직이고 있던 모양이다. 물론 납기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의 구텐베르크들이 귀족가 도서관에 대피해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예상외로 평화로운 광경이었던 것 같다.
"프랭탕 상회의 사람은 저택의 인테리어와 도서실 견학에 열심이었습니다. 음식점이나 책의 참고가 되는 부분을 찾던 모양입니다. 새로운 에렌페스트의 책은 자신들이 만들어 팔고 있으니 잘 알지만, 기존의 책을 자세히 볼 기회는 없었다고 하더군요."
목욕을 마치자 유디트와 피리네가 돌아와 있었다. 두 사람 다 건강해 보인다. 나의 옷입기가 끝나지 않아, 로데리히는 남성 호위기사와 함께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양이다.
"도서관은 무사했던 모양입니다만, 신전에서는 싸움이 있었나요?"
나의 질문에 피리네가 굳은 표정으로 끄덕인 뒤, "저, 그래도 고아원의 모두는 무사합니다. 3의 종이 울릴 무렵에 다무엘의 올도난츠가 날아와, 훈련했던대로 대피시켰으니까요" 라며 말을 있는다. 도서관으로 올도난츠가 날아와 구텐베르크들을 대피시킨 것과 같은 무렵에 신전에서는 고아들의 대피가 이뤄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함께 고아들을 유도하고, 멜키오르의 측근들과 연락을 취했었던 듯한 유디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신전의 문지기를 회색 신관에서 기사로 교체하고, 마술도구 슈밀과 함께 경계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무엘에게서 서문에 적이 나타났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우와, 뭔가 다무엘이 대활약이네.
다무엘은 아랫마을의 방어를 위해 나가 있었기에, 적의 습격 정보를 가장 가까이에서 알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도서관에서도 신전에서도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들으면 다무엘의 분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저는 기수에 올라 아랫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서문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대피하라고 했음에도 밖에 나와있던 평민들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보여, 정말로 싸움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랫마을의 각 문에 배치된 기사들이 서문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여, 유디트도 도와주러 가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유디트에게 맡겨진 것은 신전의 수비다.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서문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아랫마을을 감시하고 있자, 묘한 움직임을 보이는 짐마차가 있었습니다."
다무엘이 경계 올도난츠를 날린 것이 3의 종이 울릴 무렵이고, 서문에서 소동이 일어난 것은 4의 종이 울리기 전이었다고 한다. 서문에서 소동이 시작될 무렵엔 사람의 왕래가 줄어들어, 짐수레로 야채를 실어 온 농부는 곧바로 문에서 나가 자신의 농촌으로 돌아가거나, 남쪽에 있는 대피소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고 한다.
"4의 종이 가까울 무렵에는 거리 북쪽에 있는 가게는 전무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그런 시간에 거리의 북쪽으로 향하는 마차가 있었던 것입니다."
서문이 신경쓰여 몸을 빼고 있던 유디트의 눈에 띤 것은, 골목을 누비듯이 이동하던 마차였다고 한다.
"골목 끝에서 멈춘 듯,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싶더니 잠시 후 북문으로 다가가는 몇몇 인영이 보였습니다. 은색의 의상은 입고 있지 않았습니다만, 서문이 양동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 저는 귀족 거리를 지키는 기사들에게 올도난츠를 보냈습니다."
유디트가 의기양양한 듯이 그렇게 말했다. 유디트의 짐작은 옳아, 그 몇몇 인영들은 검문을 받자마자 기수를 내고 전투 태세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쪽도 양동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싸움이 시작되었다는 올도난츠가 난무하는 가운데, 신전의 뒷문이 강제로 뜯겼습니다."
사람이 지나다닐 만한 크기의 통용구가 폭파되고, 마석화하는 독이나 섬광탄 같은 것들을 몇 개나 뿌리대며 적이 침입해 왔다고 한다.
"독에 대해서는 로제마인 님이 아렌스바흐로 가신 이후에 받은 할트무트와 클라리사의 편지로 대처 방법을 알고 있었기에, 즉각 바센으로 씻어내고, 유레베을 마셔서 기사들은 모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레베를 마셔야만 하기에, 전투는 슈밀들에게 의존하게 되었다고 한다. 신전의 문 위를 배회하던 유디트도 당했다고 한다. 기사들은 비상사태임을 인식하고, 즉각 슈밀들을 기동시켰다고 한다.
"슈밀들은 정말로 강했습니다. 다섯 명 한조로 들어온 적 중 한명이 전신을 은색 천으로 감싸고 있어 슈밀이 인식할 수 없었던 모양이라 신전으로 들어가긴 했습니다만, 그 외의 네 명은 분홍색 슈밀과 마차용 대문에서 달려온 하늘색 슈밀에 의해 모두 쓰러졌습니다."
전투 특화 슈밀들의 공격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았다고 한다.
"금색으로 빛나는 마술도구 낫으로 차례차례 적을 물리치는 슈밀들은 정말로 빨랐습니다. 마력이 다할 때까지가 승부이기 때문에 빨리 끝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만, 정말로 순식간에 적을 베어 쓰러뜨렸습니다. 슈밀들은 적의 피를 뒤집어쓰고 더러워졌기 때문에, 제가 바센으로 세척해두었습니다."
"고, 고맙습니다, 유디트."
유디트는 득의만만한 미소로 말하고 있지만, 적의 선혈로 붉게 물든 슈밀들을 상상하는 것은 무섭다.
"은색 의상을 두르고 신전 내부로 들어간 사람이 있는 것은 멜키오르 님에게 연락해두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보고를 들었을 뿐입니다만, 그 사람은 게오르기네 님이었고, 몇 개의 덫에 걸려, 최종적으로는 하얀 탑으로 전이되었다고 합니다."
유디트는 신전 도서실의 현장을 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멜키오르와 그 측근들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슈밀들이 쓰러뜨린 사람들 중에 그라오잠, 마티아스의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네? 그라오잠요?"
"마티아스에게 알릴지는 로제마인 님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라오잠은 우리들이 겔랏하에서 쓰러뜨렸지?
고개를 갸웃하던 나는 문득 떠올렸다. 마티아스는 분명 "세 명의 대역이 있다" 라고 말했을 것이다.
……대역? 어디의 누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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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렌페스트에 도착.
페르디난드는 로제마인의 도서관에서 숨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 대기조와 신전 방어조가 본 에렌페스트의 싸움입니다.
그라오잠 2호의 이야기를 듣고 머리가 '?' 로 가득한 로제마인.
다음은 2편입니다.
각자의 무용담 2
유디트와 피리네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에 리제레타와 그레티아가 머리 손질을 마무리하며 몸단장이 끝난다.
……정말 끝난건가?
자신들이 쓰러뜨렸을 터인 그라오잠을 슈밀들이 쓰러뜨렸다는 소리를 듣자, 묘한 불안이 가슴 속에 퍼졌다. 거울 속의 자신이 조금 파리한 얼굴이 되어 있다. 곧바로 일어나 아랫마을이나 신전의 무사를 확인하러 가고 싶어졌다.
"로제마인 님, 남성 측근들을 들여도 괜찮겠습니까? 밖에 다무엘과 로데리히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라우렌츠가 문 밖을, 안젤리카가 문 안쪽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다른 호위기사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있는 모양이다. 그런 측근들의 상황을 전하면서 리제레타가 나에게 물었다.
"네. 다무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맹활약이였으니까요."
후훗 웃으면서 리제레타가 방을 나가 두 사람을 불러들였다. 로데리히와 다무엘이 들어온다. 로데리히는 뭔가 메모해둔 듯, 도중까지 문자가 적힌 종이와 펜을 들고 있었다. 다무엘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걸까.
"어서 오십시오, 로제마인 님."
"지금 돌아왔습니다. 다무엘, 구텐베르크들을 지켜주었다면서요? 다무엘의 올도난츠로 인해 모두가 안전할 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다무엘은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로 조금 시선을 헤매이며, "영광입니다" 라고만 말했다. 여전히 자신에 대한 평가가 낮은 듯한 다무엘다움에 조금 웃고, 나는 다무엘에게 보고를 재촉했다.
"다무엘, 서문이 습격받았다고 들었습니다. 피해 상황에 대해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서문의 병사 중에는 다친 사람도 있지만 중상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브리깃테의 올도난츠로 인해 사전에 대비할 수 있었던 것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브리깃테의 올도난츠요?"
중상자가 없는 것에 안도했지만, 예상 밖의 이름이 나왔다. 내가 눈을 깜박이자, 다무엘이 "사전 연락에 관한 치하의 말이나 상은 브리깃테에게 부탁드립니다"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브리깃테는 사실 제가 아니라 로제마인 님에게 보낼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로제마인 님도, 안젤리카도, 코넬리우스도 에렌페스트를 떠나 있었기 때문에 올도난츠가 날지 않아 제게 보냈다고 합니다."
다무엘은 부리를 열자마자 "이런 긴급한 시기에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건 뭔가요?" 라는 올도난츠를 받았던 모양이다. 브리깃테의 올도난츠의 내용은 "강을 통해 라이제강으로 목재를 나르고 있는 일크나의 목재상이 라이제강에서 배를 타려는 귀족스러운 이상한 사람들을 목격했다" 라는 것이었다. 행상인이라 자칭하고 있었던 그들은 고압적인 태도나 말투로 인해, 결코 여행상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집단이였다고 한다.
"귀족의 암행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어느 누구도 관계되고 싶어하지 않아서 아무 말 없이 먼 발치에서 본 것이긴 하지만, 그 집단은 분명히 도드라져 있었다고 합니다. 일크나로 돌아온 목재상은 기베의 기사들이 타령의 침략을 경계하며 수상한 인물이나 집단의 정보를 모으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했다고 합니다."
한 기사가 그 연락을 받았을 때는 이미 일크나가 옛 베르케슈토크 기사들의 침략을 받아 기베가 아우브에게 원군 요청을 하던 와중이었다고 한다. 원군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며 기사들이 출동하는 와중에 보고가 지연되었던 모양이다. 브리깃테는 전장에서 기사의 보고를 듣고 바로 나에게 올도난츠를 보내려고 했지만, 좀처럼 보낼 수 없었던 모양이다.
……미안, 브리깃테.
다무엘은 브리깃테의 정보를 기사단에 전하고, 곧바로 라이제강에 문의했다고 한다. "라이제강에서 출발한 배가 에렌페스트 서쪽의 선착장에 도착하는 것은 언제쯤이 됩니까" 라는 질문에 라이제강의 대답은 "날씨의 영향도 있지만, 4의 종의 전후라고 생각된다" 라는 것으로, 다무엘은 곧바로 곳곳에 올도난츠를 보내 경계하도록 하고, 구텐베르크들을 대피시켰다고 한다.
"그 목재상의 정보가 맞았습니다. 4의 종이 울리기 조금 전에 선착장에 도착한 배에서 은색의 망토를 입은 사람들이 볼페닐을 데리고 나온 것입니다."
배를 사용해 침입할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얻은 시점에서 기사의 증원을 요청했지만, 예상보다 볼페닐이 많았다. 그래서 다무엘은 다른 기사에게 응원을 부탁하거나 전투가 시작되었다는 올도난츠를 날렸다고 한다.
"서문에 있던 다른 기사들은 문의 병사들에게 볼페닐의 위험성을 알리고, 침입자들의 망토를 벗기기 위해 오물을 던지는 역할을 맡겼습니다."
은색의 망토를 입고 문으로 들어서자, 병사들의 오물 공격이 작렬. 난데없이 평민이 던진 오물을 뒤집어쓴 그들은 발끈하며 볼페닐을 풀고 슈타프를 냈다고 한다. 다음 순간, 그들이 경계하거나 도망치지 않도록 숨어있던 기사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슈타프를 가진 자부터 쓰러뜨리기 시작했다고 다무엘이 전투 상황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니, 서문의 반장인 귄터 때문에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습니다."
아버지의 이름이 나오자 위 부분이 꽉 쥐어잡히는 것 같았다. "뭔가 있었던 건가요?" 라고 불안해하며 묻는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부상이라도 입은 걸까. 심장이 내려앉을 뻔한 위험이 있긴 했지만 어떻게든 피한 걸까?
"볼페닐에 대응할 기사의 수가 부족해, 그 중 한 마리가 병사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러자 귄터가 그 볼페닐에 달려들어 이렇게 건틀릿으로 마구 때리고……."
다무엘이 팔을 휘두르며 아빠가 어떻게 볼페닐을 때렸는지 시연한다.
"……저, 평민 병사가 볼페닐을 때린 건가요?"
"내 부하에게 무슨 짓이냐, 이 개새끼가! 라며 퍽 하고……."
다무엘은 아빠의 무용담처럼 말하고 있지만, 볼페닐은 마력량에 의해 크기까지 바꿔가며 덤벼드는 마수다. 무모한 것도 정도가 있다.
"다무엘, 정말 중상자는 없는 거죠!? 중상자는 없지만 사망자는 있다는 건 없기에요!"
최악의 예상에 내가 새파랗게 되자, 다무엘이 난처한 듯한 얼굴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망자는 없습니다. 귄터가 때리고 볼페닐이 귄터의 팔을 무는 순간, 로제마인 님의 부적이 발동했습니다."
"네?"
"볼페닐이 산산조각이 났죠. 그리고 부적의 위력을 알게 된 귄터는 가족들이 맡긴 부적의 수만큼 무리했습니다."
다무엘의 "그렇게 무리를 해대면 내가 로제마인 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지 않는가" 라고 꾸짖고 싶은 기분이었다는 불평에, 나는 그 자리에 구멍을 파고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그것은, 그, 우리 아빠가 몹시 폐를 끼쳤습니다.
"신전에서도 소동이 있었던 모양이라 서문은 양동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괴한을 거리로 들이는 것은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귄터는 최종적으로 볼페닐을 두 마리, 그리고 전 기베·겔랏하인 그라오잠을 걷어차고 부적으로 마무리지었습니다. 무리를 하긴 했습니다만 그의 공적은 진짜입니다. 서문의 병사들에게 포상을 내리는 것을 검토해달라고 아우브에게 건의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내가 직접 건의하는 것이 자신이 기사단을 통해 신청하기보다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다무엘이 말했다. 포상을 건의하는 것은 전혀 상관 없다. 병사들에게도 그렇지만, 다무엘에게야말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또 그라오잠? 이번에는 아빠가 쓰러뜨린 건가?
내가 미간을 찌푸리자 유디트가 "잠깐 기다려주세요!" 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라오잠을 마무리한 것은 신전의 슈밀들입니다. 제가 이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다무엘은 잘못 본 것이 아닌가요?"
조금 전까지 신전의 싸움에 대해 이야기했던 유디트가 마치 자신의 공을 빼앗긴 것 같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다무엘을 노려본다.
"아니, 그라오잠의 얼굴이었을 것이다."
적을 착각했다는 말을 들으니 다무엘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듯, 유디트에게 반박했다. 나는 짝 하고 손바닥을 마주치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다.
"그만 하죠, 둘 다. 마티아스의 말에 의하면 그라오잠에게는 대역이 있다고 합니다. 성에 돌아오기 전, 겔랏하의 싸움에서 저와 마티아스가 쓰러뜨린 것도 그라오잠이었습니다."
"네?"
안젤리카 이외에 그 자리에 있던 측근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모두의 이야기만 듣고, 나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안젤리카는 안젤리카였고.
"저, 로제마인 님. 대역을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마력의 색은 각자 다르고……."
"……많은 희생이 필요해 사도를 걷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이라는 전제를 한다면 전혀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라오잠은 몇 명이나 되는 몸이 먹히는 병사와 종속 계약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속성이 없는 몸이 먹히는 평민을 물들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에비리베의 표식을 가진 자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 세 번째 그라오잠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저희들 외에 그라오잠을 쓰러뜨린 사람이 있더라도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두 번째, 세 번째 게오르기네 님이 계신 것은 아닐지, 그게 걱정입니다."
측근들 모두가 얼굴색이 변했다. 신전에서 전송된 게오르기네가 가짜라면 앞으로 나올 수도 있다.
"양부님에게 올도난츠를. 정말로 게오르기네님을 쓰러뜨렸는지, 본인임에 틀림 없는지 확인하도록 하죠."
나는 자신의 불안을 올도난츠에 불어넣고 날린다. 바로 양부님으로부터 "게오르기네 본인이 틀림없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확히 말한다면, 전이진으로 흰색의 탑으로 날아간 것은 가짜이고, 내가 초석의 방에서 마무리를 지은 것이 진짜다. ……빼앗긴 물건도 되찾았다. 잔당이 뭔가 저지르려 한다 해도 이제 초석을 빼앗길 일은 없다."
기사단에서도 여러 그라오잠, 게오르기네의 토벌 정보에 관해서는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연회 도중에 초석을 빼앗길 일은 없을 것 같다. 나는 양부님의 대답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초석의 방에서 아우브가 직접 대면해 성전의 열쇠를 되찾았다면 조금은 안심이다.
세 번,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올도난츠가 황색의 마석으로 돌아가 손에 떨어진다. 익숙한 언제나의 광경이지만, 어째선지 목덜미가 서늘하고, 위 근처에 통증이 느껴져, 손이 떨려 마석을 잡지 못했다.
"로제마인 님, 왜 그러시나요?"
내가 떨어뜨린 마석을 주은 리제레타가 의아한 듯이 나를 본다. 나는 자신의 손가락 끝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아닙니다" 라고 미소지으며 일어선다.
"슬슬 6의 종이 울릴 때가 아닐까요?"
"아직입니다, 로제마인 님. 지금 연회실은 준비로 바쁘겠죠. 6의 종이 울리고, 올도난츠로 연락을 받은 뒤에 천천히 출발하면 됩니다."
"그런가요……."
한창 준비로 바쁠 듯한 연회실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자, 작게 벨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그레티아가 문을 열고, 채비를 마치고 돌아온 측근들을 방으로 맞아들인다.
"기다리셨습니다, 로제마인 님."
"모두 돌아왔으니, 연회실이 준비로 바쁘다면 뭔가 도움 될 일이 있을지도 몰라요, 리제레타."
채비를 마치고 돌아온 측근들과 함께 연회실로 가려고 하자, 리제레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로제마인 님은 좀 더 느긋하게 쉬도록 해주세요. ……아렌스바흐에서도 앓아누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피곤하시지요?"
"분명히 피곤하긴 합니다만, 어쩐지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리제레타는 나의 측근들을 둘러보며 조금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로제마인 님은 이번 싸움의 주역입니다. 많은 손님들이 로제마인 님과 이야기하고 싶어하겠죠. 연회실의 준비보다도 이참에 조금이라도 쉬어 두거나 어떻게 손님들을 응대할 것인지 생각하며 로제마인 님 자신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걸어올 손님들에 대한 응대법, 인가.
그런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게오르기네를 마무리한 양부님과 신전을 지킨 멜키오르, 서문에서 싸운 기사들이 중심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측근들에게 상담할까 생각하며 돌아보자, 클라리사가 웃는 얼굴로 가슴을 폈다.
"로제마인 님의 활약이라면 제가 얼마든지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렌스바흐에서의 해상 의식의 모습은 모든 것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에서 보고 있던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평소라면 "멈춰주세요" 라던가 "쓸데없는 것을 말하지 마세요" 라고 주의할 시점이었지만, 어쩐지 스스로 대응하기보다는 클라리사에게 맡겨버리는 편이 좋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로제마인 님?"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늘 밤 손님의 상대는 클라리사와 할트무트에게 맡기겠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어, 저는 아직 머리가 정리되지 않았다고 할까……잘 이야기할 자신이 없습니다."
지금은 뭔가 머리에 새하얀 안개가 끼어 있는 듯, 기억에 얇은 천을 덮어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든다.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맡겨두고 싶다.
"그럼 저에게 맡겨주시지요. 로제마인 님에게 질문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제가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딱 좋게 할트무트가 방긋 웃으며 맡아주었다. 내가 끄덕이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안색을 바꾸고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초조함을 품은 칠흑의 눈이 "진심이야?" 라고 말하고 있다.
"로제마인, 정말 괜찮아? 곧 후회하게 될 걸."
"어머,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자신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며 손님들의 관심을 돌려주셔도 좋은걸요."
내가 후훗 웃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그런 의미가 아냐" 라며 머리를 가로저었다.
"할트무트와 클라리사가 제멋대로 말하고, 그것에 단켈페르가의 사람이 동의하거나 더욱 상세한 보고를 하면, 분명 어머님이 환호할 만한 일이 될 걸. 이번엔 자신이 소재가 되리라는 걸 알고 말하는 거니?"
"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제가 한 것은 싸움 뿐인걸요. 사랑 이야기의 소재는 안 됩니다. 아니면 어머님은 사랑 이야기에 질려 기사 이야기라도 쓰고 싶어지신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이번 연회는 한넬로레 님의 호위기사로서 단켈페르가의 기사도 몇 명 와 있으니, 취재에는 딱 좋을 것이다. 많은 기사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어머님이 사랑 이야기에 질릴 리가 없지" 라고 중얼거리며 푹 고개를 떨구었다.
……그렇죠? 매 년 사랑 이야기에 들이는 정성이 파워업 하는 것처럼 보이고.
마음 속으로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동의하고 있자, 아직 연회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지친 얼굴이 되어 버린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달리 로데리히가 짙은 갈색의 눈을 빛내며 손에 있던 종이를 척 하고 내게 보였다.
"저는 이번 싸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새로운 기사 이야기와 딧타 이야기의 속편에서 살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무용담은 대환영입니다."
연회에 임하는 로데리히의 기세에 모두가 웃고 있는 가운데 할트무트만은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이 턱에 손을 대었다.
"그렇다면 로데리히에게는 로제마인 님 옆에서 손님들의 무용담에 대해 질문하는 역할을 맡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손님들의 관심을 돌리는 효과는 충분히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할트무트가 로데리히에게 로제마인 님 옆을 맡기다니……. 혹시 열이라도 있는 것이 아닌가요?"
피리네가 몹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할트무트에게 그렇게 말하고, 다무엘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을 때, 6의 종이 울렸다.
―――――――――――――――――――――――――――――――――――――
다무엘이 말하니 그다지 다무엘의 무용담이 안 되네요.
귄터 아버지의 무용담, 아니, 폭주담이였습니다.
그리고, 연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양한 무용담이 난무합니다.
다음은 3편입니다.
각자의 무용담 3
"유디트의 올도난츠로 연락을 받은 칼스테드의 지시를 받고 나는 북문을 제압하러 갔다."
승전 축하연이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각자의 무용담이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북문의 침입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기사들과 함께 출동했던 빌프리트는 그야말로 절호조이다. 처음에는 미성년 영주 후보생인 빌프리트까지 보낼 예정이 아니었지만, 많은 기사들이 서문의 침입에 대응하기 위해 이동하는 바람에 사람이 부족했던 것과 높은 마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적을 사로잡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인해 출동 명령이 내려졌던 모양이다.
"되도록 사로잡으라고 해서 정말 힘들었었지."
짙은 녹색의 눈을 빛내며, 의기양양 몸짓 손짓을 섞어가며 묘사하는 북문의 전투상황을 로데리히가 나의 바로 뒤에서 필사적으로 적고 있다.
"고생은 했다만, 나는 거물을 잡는 데에 성공했다. 무려 그라오잠을 잡은 것이다. 어떤가, 놀랐지?"
……또 나왔네, 그라오잠.
그라오잠이 너무 많이 쓰러져, 이제 몇 번째인지도 모를 정도였다. 이걸로 끝일까. 아니면 아직 더 있는 걸까. 어쩐지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진다.
"나는 그라오잠을 슈타프로 꽁꽁 묶어……."
"빌프리트 님, 질문이 있습니다. 슈타프로 묶었다는 것은 북문 근처에서 양동을 벌이던 부대는 은색의 망토를 걸치고 있지 않았던 것인가요?"
로데리히의 질문에 빌프리트가 "음?" 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걸치고는 있었다만, 안쪽은 은색이 아닌 보통의 천이었고, 망토가 펄럭일 때는 평범하게 마력 공격도 통했다."
절반 정도의 공격은 은색 망토에 부딪히며 막혔지만, 기수를 타야 하기에 전신을 은색 의상으로 감쌀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시간은 걸렸지만, 최종적으로 빌프리트는 그라오잠을 사로잡는 데에 성공했다고 한다.
"기사단으로 끌고 가자, 내가 잡은 그라오잠을 더하면 에렌페스트에 모두 세 명의 그라오잠이 나타났다고 들어 놀랐다. 로제마인, 그대도 그라오잠과 싸웠다지? 그쪽은 어떤 싸움이었던 건가?"
"그에 대해선 저쪽의 할트무트에게 들어주세요. 제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세세한 것까지 이야기해 줄 것입니다."
"……으, 할트무트인가."
좀 싫다는 듯이 빌프리트가 할트무트를 바라본다. 할트무트가 겔랏하의 싸움에 대해, 클라리사가 아렌스바흐의 싸움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세세하고, 진저리 날 정도로 신들에 비유한 묘사가 많으며, 절로 한숨이 나올 정도로 과장되어 있다.
"할트무트가 싫다면 한넬로레 님과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가요? 아렌스바흐와 란체나베의 병사를 상대로 세 마리의 볼페닐을 부리며 싸우고, 겔랏하의 싸움에서는 그라오잠이 방심한 틈을 노려 공격하는 등, 역시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이라고 감탄할 만한 모습이었으니까요."
나는 어머님과 이야기하고 있는 한넬로레에게로 시선을 향하며 빌프리트에게 한넬로레와의 대화를 권한다. 처음에는 나의 어머니로서, 그리고 에렌페스트의 귀족으로서 어머님이 감사를 표하는 것으로 시작된 대화였지만, 그에 대한 자그마한 성의로서 나도 아직 읽지 못한 에렌페스트 책의 신작, "신들의 사랑 이야기" 를 선물하면서 뭔가 분위기가 일변했다. 감격한 한넬로레가 붉은 눈동자를 글썽거리며 어머님 일동이 집필하는 사랑 이야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해, 어머님은 그런 한넬로레를 취재하기 시작한 것이다.
"슬슬 어머님과 한넬로레 님을 떼어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즐겁게 달아오르고 있으니 놔두어도 좋지 않은가? 뭐, 그대는 조금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겠다만……."
"조금이 아닙니다. 한넬로레 님의 말씀대로라면, 제가 마치 이야기 속 여신이지 않습니까."
어머니로서 딸의 활약을 이야기로 남기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알려주었으면 한다고 말을 꺼낸 어머니를 말리려고 하자, 한넬로레는 "제가 말한 것이 이야기가 되는 건가요?" 라며 다소 흥분한 기색으로 몸을 내밀며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들이 단켈페르가 국경문에 나타난 부분부터 한도끝도 없이. 거의 클라리사급의 과장에 더해, 연애 필터가 걸린 듯한 이야기를.
……페르디난드 님이 진심으로 언짢아하고 있어.
하나하나의 서술을 보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기에, 귀빈을 상대로 불평하지도 못하고 그저 속으로 삭힐 수밖에 없다. 나와 페르디난드는 지금 매우 곤란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곤란하다면 애초에 아렌스바흐로 가질 말았어야겠지."
"빌프리트 오라버님, 그게 무슨 말인가요? 페르디난드 님을 돕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으신 건가요?"
"그게 아니라, 그대 자신이 왕족과 신들을 적으로 돌리더라도 돕겠다고 선언한 주제에, 이제와서 소문에 곤란해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 이제 그만 자신이 숙부님을 연모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그러니까 연모하고 있지 않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아무리 반박해도 주위가 미적지근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이다. "에르바클레렌1의 인도를 따라 유게라이제2의 방문을 앞둔 폴스엔테3의 협력인걸요. 커져버린 랏플4을 손에 들고 당황하고 계신 거네요" 라고.
신의 이름을 줄줄이 늘어놓으며 그렇게 떠들어대도 잘 이해가 안 가지만, 어조와 표정으로 위로와 놀림이 섞여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어, 마음에 거스러미가 인다.
……첫사랑도 아직인데 사랑이 영글었다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인데!
"숙부님은 그다지 곤란해하지 않는 모양이다만?"
빌프리트가 상냥한 미소로 이야기하고 있는 페르디난드를 돌아본다. 어딜 어떻게 봐도 최악인 기분임을 알 수 있는 반짝반짝 미소다. 게오르기네와 대면했을 때나 디트린데와의 약혼식 때를 떠올려 보면, 얼마나 불쾌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묘한 소문으로 불쾌하기 짝이 없는 페르디난드 님의 미소를 보고 빌프리트 오라버님은 잘도 그런 말이 나오는군요. 전, 무서워서 가까이 갈 수 없어요."
"……저것은 불쾌해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일찌감치 그대에게서 떨어지는 편이 좋겠군."
숙부님은 어렵네, 라며 빌프리트가 떠나간다. 나도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
"로제마인 누님."
빌프리트가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멜키오르가 다가왔다.
방금 전까지 멜키오르와 그 호위기사들은 즐거운 미소로 모두에게 게오르기네가 어떻게 덫에 걸려 어떤 모습이 되었는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은색 의상으로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을 감싼 게오르기네가 신전 내를 기사들에게 쫓기며 잇달아 덫에 걸리는 모습은 매우 재미있어, 나도 무심코 웃어버렸다.
가짜 게오르기네는 은색 의상을 입은 채로 도서실로 뛰어들었다가 발치에 깔린 구슬같은 마석을 밟고 미끄러지며 꽈당 하고 화려하게 넘어졌다고 한다. 멜키오르의 호위기사들은 도서실 안이 함정 투성이임을 알고 있어,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서 활을 들고 어디까지 덫에 걸리는지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던 모양인지, 몇 초 동안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던 가짜 게오르기네는 움찔 하며 마석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고, 몇 번이나 마석을 밟고 거듭 미끄러져 넘어진다.
마석 구슬 지대를 간신히 빠져나가자, 이번에는 끈끈이처럼 강력한 점착성 물질이 칠해진 바닥이 기다리고 있다. 은색 장갑과 신발이 착 달라붙어, 어떻게든 떼어내려고 애를 쓰다가 훌렁 장갑이 벗겨져, 멜키오르는 장갑이 벗겨진 손을 노려 화살을 쏘도록 명령했다고 한다.
가짜 게오르기네는 몸을 비틀어 화살을 피하고, 필사적으로 신발을 벗고 속박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끈끈이 지대를 벗어난 그 다음은 보이지 않는 전이진이 깔려 있는 장소다. 전이진을 맨손으로 건드린 그녀는 은색 의상만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전이한 순간에 얼핏 본 바로는 그녀는 하얀 탑에 속옷 상태로 전이되었다고 한다.
"멜키오르 일동의 이야기는 상당히 인기있었죠. 모두가 매우 재미있어 하던걸요."
"로제마인 누님과 할트무트가 만든 함정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게오르기네 님은 정말로 잡힌 건가요? 그라오잠도 대역이 많이 있었죠? 게오르기네 님에게도 대역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불안합니다."
내가 작은 목소리로 불안을 토로하자, 멜키오르는 "괜찮아요"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초석의 방에는 진짜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마무리를 짓자, 잡아두었던 포로들이 차례차례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진짜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요."
다행히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자, 멜키오르가 살짝 목소리를 낮췄다.
"어머니도 게오르기네 님을 잡은 것 같습니다만, 진짜는 아버지가 쓰러뜨린 모양입니다."
"양모님이 게오르기네 님을 잡은 건가요?"
"네. 성의 비밀통로 출구에서 생포했다고 들었습니다."
샤를로테 유괴 사건과 나의 유레베 사건으로 인해 게오르기네가 비밀통로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양부님은 엔트비켈른으로 비밀통로를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의 비밀통로는 어느 것을 써도 같은 장소로 나오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감쪽같이 걸려든 가짜 게오르기네는 출구를 지키고 있던 양모님에게 잡혔다고 한다.
……양모님도 싸웠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측근인 레베레히트가 다양한 덫이나 마술도구를 준비해 두었던 모양입니다."
"할트무트의 아버님인걸요. 분명 특기이겠죠."
잡은 게오르기네에게 슈타프 봉인의 수갑을 채우고, 호위기사들에게 명해 하얀 탑으로 연행해 가자, 갑자기 신전에서 전이되어 온 게오르기네가 천장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초석의 방을 지키고 있던 아버지는 밖의 정황을 알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에게 게오르기네 님을 생포했다는 연락을 받은 아버지는 일단 초석의 방에서 나와 하얀 탑으로 확인하러 가던 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게오르기네가 최소 두 명이 있는 것을 확인한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곧바로 초석의 방으로 돌아가도록 올도난츠를 날렸다고 하셨습니다."
양부님이 게오르기네를 사로잡았다고 겔랏하의 페르디난드에게 올도난츠를 보낸 직후, 가짜가 있는 것을 눈치챘던 모양이다.
"진짜 게오르기네 님도 신전으로 들어갔던 건가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멜키오르는 "네. 저의 방심으로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라며 어깨를 떨어뜨리고 중얼거렸다.
"저는 전장으로 나와서는 안 되겠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방에서 덫에 걸린 게오르기네 님의 전말에 대해 보고받고 있었습니다. 당시 호위기사들은 제게 보고하러 온 사람과 침입자들로 인해 소동이 벌어진 문을 살피러 간 사람으로 나뉘어, 아무도 도서실을 감시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 허를 찔려, 진짜가 도서실로 들어가버렸던 것입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들어가는게 가능한 건가요? 문에는 회복중이긴 해도 많은 기사들이 있었죠?"
신전의 문은 세 개 있지만, 슈밀들이 지키고 있고, 귀족문을 지키고 있던 슈밀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마차용 문에 있던 슈밀은 통용구가 바로 근처라서 지원하러 왔을 뿐이다. 마차용 문이 열렸다면 유디트 일행도 목격했을 것이고, 곧바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신전은 제법 넓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도서실까지 가는 것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누님도 모르고 계셨군요. ……또 한 곳, 신전에는 평범하지 않은 출입구가 있었습니다."
"네?"
"물을 긷기 위해 엔트비켈른으로 물길을 끌어온 곳입니다. 신전의 공방에서도 종이를 만들기 편하게 되었었죠?"
그러고 보니 강과 연결된 통로가 있었다. 물의 정화 등의 문제로 인해 사용되지 않는 통로다.
"진짜는 그 통로를 이용한 것 같습니다. 은색 의상을 입은 탓인지 바센을 사용하지 못해 발자국이 남아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고아원의 남성동 근처에 나타나, 아랫마을에서 식료품을 가져오거나 일하는 사람들이 출입하는 서쪽 지하층을 통해 귀족 구역으로 들어와, 청색 신관의 방에서 도서실 근처의 방비가 허술해질 때까지 대기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대기용 방을 제공한 청색 신관과 그 근시가 안내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양부님이 마무리지은 게오르기네는 회색 무녀복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다들 게오르기네를 전이시켰다고 마음을 놓고 있어, 신전 복도를 걷고 있는 회색 무녀에게는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로제마인 님."
진짜 게오르기네의 침입 경로를 알게 되어 조금 안심한 시점에 미소로 가득한 하이스힛체가 찾아왔다. 하이스힛체의 근시가 들고 있는 접시 위에는 대량의 음식이 담겨 있다.
"하이스힛체, 에렌페스트의 요리는 어떠신가요?"
내가 묻자, 하이스힛체는 즐거운 기색으로 접시를 돌아보았다.
"매우 맛있는 것이 많군요. 영주 회의에서도 몇 번인가 했던 말입니다만, 오늘처럼 승리와 함께 맛보니 이 또한 각별하군요. 그나저나 로제마인 님의 접시에는 거의 음식이 담겨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저는 근시 분들께 많이 나누어 받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기사 분들이 보기에는 적어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슈파글5 크림 스튜는 다른 계절에는 먹을 수 없는 것이니 부디 맛 봐주셨으면 합니다."
손님에게 내놓는 음식을 호스트 측이 맛있게 먹지 않을 수는 없다. 식욕이 없는 탓인지 전혀 맛이 느껴지지 않는 음식을 나는 웃는 얼굴로 입에 넣었다.
"이 술은 단켈페르가 분들의 마음에도 드시는지요?"
"네, 물론입니다. 평소 마시는 비제6보다 꽤 강합니다만, 훌륭한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스힛체는 술이 들어간 컵을 들고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단켈페르가에서 마시는 비제가 아닌, 에렌페스트의 독자적 술이 있는 것이 기쁘다.
……그렇게 큰 컵으로 꿀꺽꿀꺽 마시는 술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단켈페르가 기사들 수백 명이 이런 기세로 마시기 시작한다면 분명 에렌페스트의 양조장은 위기에 빠질 것이다.
"저, 하이스힛체 님. 질문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로데리히가 기대에 찬 얼굴로 묻는다. 술이 들어가 기분이 좋아진 하이스힛체는 "뭐든지 묻게" 라며 혼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싸움에서 단켈페르가 기사들 중에 사망자가 없다는 것이 정말입니까? 연달아 치뤄야 했던 격전이었기에 믿을 수 없어서……단켈페르가 기사들의 강함의 비결을 가르쳐주십시오."
겔랏하 전투 이후 승리 선언을 할 때,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열 명 열 줄로 누구 하나 빠짐없이 나란히 정렬해 있었다. 그리고 지휘관인 한넬로레와 하이스힛체는 나와 함께 발코니에 있었던 것이다. 탈락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번 단켈페르가 기사들에게 피해가 없었던 것은 로제마인 님과 페르디난드 님 덕분입니다."
하이스힛체는 조금 진지한 얼굴이 되어 그렇게 말했다.
"독을 막기 위해 입가를 가리도록, 그리고 유레베를 반드시 휴대하라는 지시가 사전에 있었으니까요. 그라오잠이 발사한 독으로 인해 마력 덩어리가 생겨 중증이 된 사람은 열 명 이상 있습니다만, 즉사는 피할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독의 특성에 대해 전달받지 못했던 적이나 겔랏하의 기베 기사단의 피해가 컸던 것 같습니다. 순식간에 마석이 된 사람을 몇 명이나 보았습니다."
그 순간, 뇌리에 마석이 반짝이며 떨어지는 모습이 되살아났다. 소름이 돋고, 꾸욱 하고 위에서부터 음식이 역류해 올라온다. 나는 입가를 누르고 필사적으로 삼켰다. 여기서 구토할 수는 없다.
"로제마인."
어디선가 페르디난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봤을 때, 갑자기 연회실의 문이 쾅- 하고 열렸다.
"로제마인, 무사한가!? 구하러 왔다!"
난입해온 할아버님이 갑옷 그대로인 모습으로 맹렬하게 이쪽을 향해 뛰어온다. 너무나도 놀란 탓인지, 순식간에 메스꺼움이 사라졌다. 모두가 아연해 있는 가운데 할아버님은 나의 무사를 확인하듯이 위에서 아래까지 살펴본다.
"저는 무사합니다. 할아버님 덕분에 건강합니다."
구역질에서 구해주었으니 거짓말이 아니다. 할아버님은 그런가, 하고 끄덕인 뒤에 양부님에게 다가가 노호했다.
"어떻게 내가 돌아오기도 전에 연회를 시작할 수 있는가!? 페르디난드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전이진을 움직였으면서 나를 위해서는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무슨 소리인가!? 일크나에서 돌아오느라 고생했다!"
"……로제마인과 페르디난드, 두 사람의 마력이 있으면 전이도 쉽지만, 그렇다고 마력을 낭비할 순 없다. 그대라면 자력으로도 연회에 늦지 않을 거라고, 내가 말한 대로 되지 않았나."
양부님은 할아버님 한 사람을 위해 전이진을 움직일 순 없다고 말했던 모양이다. 단켈페르가와의 정보 교환이 목적이었다면 할아버님이 뒷전으로 밀린 것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 말할 것은 아니겠지.
"로제마인, 보니파티우스 님에게 일크나에서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부탁하거라. 그런 김에 갈아입고 와달라고도."
어느새 뒤로 다가온 페르디난드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는 할아버님에게 다가갔다.
"할아버님, 지금은 단켈페르가에서 손님이 와 계십니다. 갈아입으신 뒤에 할아버님의 무용담을 들려주십시오. 전, 일크나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브리깃테는 전투가 한창이던 와중에 올도난츠로 귀중한 정보를 보내주었다. 일크나가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 나의 부탁에, 할아버님은 웃는 얼굴로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 들려주마. 기다리고 있어라."
기세좋게 연회실을 나가는 할아버님을 배웅하는 나에게 새로운 무용담이 더해졌다.
―――――――――――――――――――――――――――――――――――――
어머님은 한넬로레를 취재중.
빌프리트와 멜키오르의 이야기.
할아버님의 귀환. 음속을 넘을 듯한 스피드로 돌아왔습니다.
다음은 4편입니다.
각자의 무용담 4
연회실은 각자 편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석순을 정해두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방을 둘러싸듯 설치된 테이블과 의자를 마음대로 사용하면 된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연회인데다, 단켈페르가에서 몇 명이나 손님으로서 오는 건지 전혀 알 수 없어, 참가 인원을 확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석순을 정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앉은 테이블로 옷을 갈아입은 할아버님이 찾아와, 할아버님의 근시가 요리를 가지러 간다. 할아버님의 보고를 듣기 위해 양부님이 자리에 앉고, 간신히 연회에 참가할 수 있었던 아버님이 양부님 뒤에 섰다. 또 하나, 비어 있던 자리에는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을 한 페르디난드가 앉아 있다.
"일크나는 멀지않나?"
할아버님의 무용담은 그런 말로 시작되었다. 할아버님의 말처럼, 에렌페스트의 남서쪽 끝에 있는 일크나는 멀다. 기수로 날아도 꼬박 하루가 걸린다. 이동 속도를 하급 기사에게 맞춰야 하고, 속도를 내기 위해 마력을 쏟아 전쟁터에 도착하더라도, 정작 도착한 시점에 싸울 수 없어서는 본말 전도이기 때문이다.
"허나, 이동하는데 그렇게나 시간이 걸리면 일크나가 점령되어버릴 가능성도 높다. 아렌스바흐는 대영지이다. 옛 베르케슈토크의 귀족들과 합치면 그 전력은 비교도 되지 않으니까."
일크나의 인구는 조금씩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귀족도 평민도 적고, 산과 숲이 많은 땅이다. 지켜야 할 땅이 많지만, 지킬 사람은 많치 않다. 대영지의 공격을 받으면 순식간에 제압되어버린다.
"때문에, 우리는 아우브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전이진을 사용해 일크나의 여름의 관으로 이동했다."
모처럼 있는 것이니 쓰지 않으면 손해겠지, 라고 할아버님이 말한다. 인간을 전이시키기 위한 전이진은 사용하는 데에 제법 많은 마력이 필요하고, 아우브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 그다지 안이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닌 것이다. 이번에 전이진을 사용해 일크나로 기사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에렌페스트가 아직 공격당하지 않아, 다소나마 마력 회복을 위한 회복약과 회복 시간 등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크나에 도착해 싸우기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이것이 기사단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임을 알 수 있었다."
"어째서인가요?"
"기사의 수가 예상보다 적고, 기베의 저택을 노리는 움직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크나의 기사만으로는 대처하기 힘든 숫자의 기사를 투입해 뺀질뺀질 전투를 피하며 시간을 끄는 등, 에렌페스트의 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일크나를 함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짐작할 만한 공격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적들은 토지의 마력을 노리고 넓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할아버님에게는 결코 강한 적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당히 귀찮은 상대였던 모양이다.
"허나, 기사단을 끌어내려던 것이니 그래도 2,3일은 버틸 생각이었겠지. 전이진을 이용해 나타난 우리를 보고 적은 상당히 놀랐었다."
할아버님이 훗 하고 득의만만하게 웃는다. 아우브가 기베의 구원 요청을 받아도 보통은 곧바로 출발할 수 없다. 준비에 이동에……며칠은 걸릴 것이다. 하지만 습격을 대비해 준비하고 있던 것과 전이진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인해 순식간에 원군이 도착한 것이다.
"간단히 말한다만, 전이진을 움직이기 위해 이쪽도 상당히 무리한 거다."
양부님이 불만스럽게 그렇게 말했지만, 할아버님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이야기를 계속한다.
"싸우던 도중 겔랏하도 습격당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마치 그쪽이 진짜라고 하는 듯이 적의 수가 많으니 곧바로 구원하러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만, 미련 없이 겔랏하로 가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일크나에서의 싸움을 끝내야만 했다."
최대한 빨리 일크나의 적을 정리하고 겔랏하로 가자고 할아버님은 기사들을 질타하며, 브리깃테의 안내를 받아 일크나의 땅을 기수로 누비며 연이어 적을 분쇄하는 맹활약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어째서 겔랏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기사단장의 얼굴을 한 아버님이 묻자, 할아버님도 손녀에게 자랑하는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진지한 눈빛이 되었다.
"겔랏하는 위험한 냄새가 났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위험한 냄새, 입니까?"
"음. 상당히 고전할 듯한 강적의 낌새가 있었다."
"낌새……."
뭐랄까, 할아버님은 너무 야성적인 것 같다.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있달까, 후각이 예리하다고 할까. 그라오잠이 할아버님 대책을 최우선할 법도 하다.
"할아버님, 브리깃테에게 상처는 없었나요? 저의 호위기사였기에, 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싸움에서 브리깃테는 적이 배를 사용해 침입하려 한다는 매우 유익한 정보를 보내주기도 했고……."
다무엘이 받은 올도난츠의 이야기를 하자, 할아버님은 뭔가 복잡한 듯한 얼굴로 "브리깃테는 일크나에서도 로제마인의 측근이구나" 라고 중얼거린다.
"기사단으로 보내면 되는 정보임에도 받는 사람이 없다고 불평하며 로제마인의 측근을 통해 전하려 하는 사고방식은 주인이 공을 세우게 하고 싶은 측근의 자세다."
"……멀리 떨어졌어도 그렇게 생각해주고 있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네요."
내가 기뻐하자, 할아버님은 "로제마인은 좋은 신하를 갖고 있다" 라며 끄덕인다.
"할아버님, 브리깃테는 어떻게 지내고 있던가요?"
"음……. 기사로서의 실력은 좀 무뎌져 있었지. 여성 기사는 결혼과 출산 때문에 아무래도 훈련에서 멀어지니까 어쩔 수 없다만, 다소 아쉽다고 생각한다."
기사로서의 능력이 아니라 근황같은 걸 듣고 싶었던 건데, 너무나 할아버님다운 답이라고 생각한다.
"다소 실력이 무뎌졌다고는 하나, 일크나의 땅을 지키는 기사로서는 충분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로제마인이 만든 공방이나 종이 마련에 필요한 삼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 한다며 분투하고 있었다. 기베의 여동생으로서 제대로 영지와 백성을 지키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할아버님은 브리깃테과 함께 일크나로 진입해 토지의 마력을 빼앗아가던 옛 베르케슈토크의 기베들을 잡아나갔다고 한다.
"도중에 로제마인과 페르디난드가 단켈페르가의 기사를 이끌고 겔랏하로 향했다는 올도난츠가 날아왔을 때는 진심으로 놀랐지. 로제마인은 기세좋게 장담했다만, 이 정도의 단시간에 정말로 페르디난드를 구출해 돌아올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잘 했구나, 로제마인."
"고맙습니다, 할아버님."
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포기하라던 할아버님의 인정과 칭찬에 가슴 속이 물씬 따뜻해진다.
"로제마인, 그대도 많은 것들을 잘 지켜냈다고 생각한다. 내가 겔랏하에 도착할 때까지만 버티고 있으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일크나를 떠나기 직전에 이미 겔랏하가 정리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온 것이다. 올도난츠가 망가진게 아닌가 해서 무심코 몇 번 때려버렸다."
……할아버님이 그런 짓을 하면 멀쩡한 올도난츠도 망가져버려요!
"겔랏하에서의 싸움에서는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너무나도 열심히 해주었습니다."
나는 여성 귀족들과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는 한넬로레를 가리키며, "제 친구입니다" 라고 소개한다.
"허나,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이끌고 온 것은 로제마인이지?"
"아니요.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은 것만으로는 진짜 딧타는 끝나지 않는다고,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부추겨 겔랏하로 이끌고 온 것은 페르디난드 님입니다. 페르디난드 님 일동이 출발했을 때, 저는 아렌스바흐의 성에서 잠들어 있었으니까요."
독에 중독되어 죽을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휴식 없이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이끌어 준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은 대단해요" 라고 말하자, 할아버님은 좀 삐친 기색으로 페르디난드를 보고, 흥, 하고 코를 울렸다.
"겔랏하가 정리되었다면 바로 에렌페스트로 돌아오려고 아우브에게 전이진을 움직여달라고 요청했더니 거절당해버렸다. 전이진은 단켈페르가의 귀빈을 연회에 초대하고, 로제마인과 페르디난드를 귀환시키기 위해 사용할 것이니 자력으로 돌아오라더군."
"우선순위는 단켈페르가의 귀빈이다. 게다가 전이진을 사용하겠다는 이유가 로제마인이 부른 것 같아서라니, 허가가 날 것 같은가."
싸움이 끝난 직후이기 때문에 회복약도 바짝 줄었다. 광범위한 장소에서 양동이 이뤄졌었기 때문에 그에 대응해야 했던 기사들도 피폐해져 있다. 문관, 근시는 갑작스런 연회 준비로 바쁘다. 그런 와중에 할아버님을 위해 전이진을 움직여 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나, 딱히 부르지도 않았고.
할아버님은 나에게 불렸다고 우기며 다른 기사들을 내버려 둔 채 전속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런 본능의 호소로 인한 행동이 등장과 동시에 "구하러 왔다" 라는 말과 이어진 것 같다.
본능적인 움직임이 너무 많아 믿음직스럽다고 할까, 좀 무섭다고 할까, 그라오잠이 할아버님 대책에 전력을 다한 이유가 납득이 된다. 적대하는 것은 무섭다.
"그래서, 이쪽 상황은 어땠는가?"
할아버님이 양부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늘은 모두의 무용담을 들을 뿐, 자신은 별로 이야기하려 하지 않던 양부님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연다.
"기사단에 접수된 다무엘의 올도난츠, 정확히는 브리깃테의 정보가 시작이었다. 아마 3의 종이 울릴 즈음이었던가……."
적이 서문으로 침입해올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가 들어와 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러 곳으로 올도난츠가 날아가, 각자가 자신의 위치로 배치되어간다. 적이 언제 나타날지, 싸움이 언제 시작될지 모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초석을 빼앗겨서는 안 되기에, 양부님은 바로 초석의 방으로 들어가 있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나는 초석의 방에서 대기했다. 대기해야 했다만, 솔직히 할 일이 없었다. 벽에 있는 올도난츠용 구멍으로 올도난츠가 오갈 뿐이었으니."
초석의 방에 있는 아우브와 연락할 수 있도록 집무실과 초석에는 올도난츠 전용의 둥근 워프 구멍이 있다고 한다. 거기에서 하얀 올도난츠가 빼꼼 얼굴을 내밀며 해오는 보고를 듣는 것 이외에 양부님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던 모양이다.
"모처럼이니 로제마인이 생각한 함정을 초석의 방에 증설하기로 했다."
엄청나게 한가했던 양부님은 서문의 습격이 시작될 때까지 때때로 올도난츠를 근시에게 날려, 함정을 만들기 위한 도구를 준비시켜, 그것을 직접 날라 덫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우브가 직접 만드는 건가요?"
"나밖엔 들어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심심풀이로 시작한 함정 설치로, 계단에 끈끈이를 바르거나 내가 제안한 것처럼 그물과 대야를 설치하고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여기에서는 금속 대야가 사용되지 않기에 나무 대야로 함정을 만들었다고 한다.
……나무 대야에 맞으면 아픈 정도로 그치는 이야기가 아니지? 게오르기네님의 치명상이 나무 대야였으면 어쩌지?
내 설명이 애매했던 탓도 있겠지만, 금속이 아니라 나무 대야를 쓸 줄은 몰랐다.
"덫을 증설하는 동안에도 올도난츠는 오갔다. 일크나는 보니파티우스의 활약으로 인해 승리하기 시작했다만, 곧바로 겔랏하에 더욱 많은 적이 나타났다는 구조 요청이 날아들었다."
인근의 기베들에게 기베 기사단을 조금씩 보내도록 명하고 할아버님에게 이동이 가능한지 타진했지만, 그다지 긍정적인 대답을 받지는 못했다. 인근의 기베들은 다음은 자신들이 습격받을지도 모르기에 기사단을 겔랏하로 보낼 수 없다고 말한다. 기베의 입장에서는 그럴 것이다. 타지를 구하기 위해 전력을 차출했다가 정작 자기 땅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기베 실격이다.
귀족 거리를 지키는 기사들도 적의 내습이 가까운 상황이라 할애할 수 있는 병력이 많지 않았다. 더구나 전이진을 다루는 아우브가 초석의 방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일크나 때와는 달리 바로 기사들을 보낼 수도 없다.
"기베·겔랏하로부터 점점 전황이 악화되어 가는 모습이 올도난츠로 전해져, 더 이상 가만히 초석의 방에 틀어박혀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전이진을 사용해 조금이라도 기사를 보내려고 했을 때, 페르디난드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문관의 올도난츠가 있었던 것이다."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은 내가 게오르기네의 지시를 받아 제멋대로인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자령의 귀족과 기사들을 단속하기 위해 에렌페스트와 아렌스바흐의 경계문 부근으로 단켈페르가의 정예들을 이끌고 왔다는 소식이었다고 한다.
"그것에는 진심으로 놀랐다. 이처럼 신들의 안배를 느꼈던 적이 없었다."
"양부님은 글류크리테이트1에게 사랑받고 있는 거예요."
양부님은 "바로 겔랏하로 가도록 페르디난드에게 연락해라" 라고 문관에게 명했다고 한다. 아렌스바흐의 영지 내에 있는 페르디난드와 나에게는 올도난츠가 닿지 않는다. 경계문을 통해 편지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겔랏하로는 "로제마인과 페르디난드가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이끌고 원군으로 가고 있으니 그때까지 버텨라" 라고 올도난츠를 날렸다고 한다.
"그런 올도난츠를 주고받는 와중에도 서문에 적이 나타나고, 북문 근처에서 싸움이 시작되고, 신전이 전장이 되었다. 누군가 비밀통로를 사용해 잠입해 들어오고 있다는 플로렌티아의 올도난츠도 왔다……모두가 싸우고 있는데 나는 초석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지."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기다리던 중, 양모님 일동이 게오르기네를 사로잡았다는 소식이 들어왔다고 한다.
"자신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와중에 싸움에 결말이 나버렸다."
좀 재미 없는 일이긴 해도 끝난 것에 불평은 하지 않는다. 하얀 탑으로 가기 위해 양부님은 초석의 방에서 나와, 게오르기네를 잡았다는 정보를 각지로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하얀 탑으로 가던 도중, "게오르기네 님이 또 한 명 나타났습니다. 천장에서 떨어져 내렸기에 전이되어 온 모양입니다. 그 외에도 있을지 모릅니다. 진짜 게오르기네 님이 확정될 때까지 초석의 방에서 나오지 말아주세요" 라는 양모님의 초조함 섞인 올도난츠가 날아왔다고 한다.
"그런 플로렌티아의 말을 듣고 나는 급히 돌아왔다. 겹겹이 함정을 치는 음습한 방식이 실로 게오르기네답다고 생각했다. 성에 있는 아우브의 방으로 돌아와 곧바로 초석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갑자기 대량의 물 공격이 닥쳐들었다."
"네?"
"그 전이막을 넘는 순간, 초석의 방 안에 대량의 물이 소용돌이치고 있어, 뛰어든 나는 꼬르르륵……."
초석의 방에는 진짜 게오르기네가 들어와 있어, 이미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양모님의 올도난츠가 없었다면 초석을 빼앗겨버렸을 거라는 생각에 양부님은 심장이 떨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몇 초 간 소용돌이 치던 물이 사라지고, 물에 휩쓸리던 몸이 떨어졌다. 그리고 머리 위로 대야가 떨어져 내렸다."
"네? 대야요?"
"설치해둔 덫들도 물에 휩싸이는 바람에 그대로 떨어져버린 것이지. 가까스로 피하긴 했다만, 그건 정말 위험한 함정이었다."
방을 가득 채우는 바센을 사용할 경우, 떠오르는 것은 자신뿐만이 아니다. 나도 바센을 배운 초기에 경험했었던 일이다. 방 안의 물건이 떠오르고. 바센 사용자가 오물로 인식하는 것들을 전부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다.
"모처럼 계단에 발라둔 끈끈이도 깨끗이 씻겨나가, 차곡차곡 설치한 덫들도 모조리 물에 휩쓸려, 설치한 장소에서 쓸려나가 버렸다. 텅텅 소리를 내며 나무 대야가 자신의 발치에서 튀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입구에서 불쑥 손만 들이밀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싹했지."
손목까지만 떠올라 있는 손은 슈타프를 잡고 있었다. 보지도 않고 확실한 공격을 할 수 있는 게오르기네에게 양부님은 재차 무서움을 실감했다고 한다.
"손목이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면 무섭게 느껴지는게 당연해요."
양부님은 곧바로 슈타프를 냈다. 곧이어 게오르기네가 유유히 걸어 들어온다. 회색 무녀복을 입고 있지만, 마치 여왕과 같은 태도였다고 한다.
"게오르기네는 나를 보고 믿을 수 없다며 눈을 크게 떴었다."
"여기저기에서 양동이 벌어지고 있으니 아우브가 초석의 방에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뭔가 놀랄 일이 있었던 건가?"
페르디난드의 말에 양부님은 조금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아우브가 초석의 방에 있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게오르기네는 즉사의 독을 풀었던 모양이다."
"……네?"
밖에서는 바람에 쓸려나가 효과가 약해지는 즉사의 독이지만, 초석의 방 같은 넓지 않은 장소에서는 무서운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자물쇠를 열고, 즉사하는 독이 담긴 마술도구를 던진 뒤에, 자신이 들어갈 수 있도록 방을 세척한다. 그렇게 하면 달리 방해받는 일 없이 천천히 초석을 물들이거나, 마력을 빼앗아 초석을 붕괴시키는 등, 좋을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플로렌티아에게 불려 초석의 방를 나가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죽어있었겠지."
"양부님, 정말로 글류크리테이트의 가호가 있었네요."
"오히려 게오르기네에게 신들의 가호가 없었던 거겠지."
그렇게까지 겹겹이 함정을 치고 면밀히 계획했는데, 상대가 그저 운이 좋아 피한 것을 알게 된 게오르기네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래서 어떻게 게오르기네을 잡은 건가?"
"슈타프가 준비되었으니, 바로 공격했을게 당연하겠지."
거리가 있었기에, 양부님은 슈타프를 활로 변형시켜 마력 화살을 걸고 차례차례 날렸다고 한다.
"게오르기네의 부적이 하나 튕겨낸 후로는 게틸트에 막혔다. 화살을 쏘면서 거리를 좁히고 있자, 금속 바늘 같은 물건을 던지기에 나의 부적 하나가 튕겨냈다. 허나, 초석의 방으로는 은색 천을 가지고 들어올 수 없었던 모양인지, 마력 공격이 통했기에, 사로잡는 것 자체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이래저래 몸을 단련하고 있는 남성인 양부님과 사교 위주로 활동하는 여성인 게오르기네는 기초체력과 완력, 전투에 대한 익숙함 등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물론 연령적으로도 양부님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마력 압축이나 가호의 재취득에 의해 마력량과 마력 효율도 좋아졌을 것이니, 직접 대결이라면 질 요소가 없다.
"……허나, 사람은 그렇게까지 누군가를 미워할 수 있는 거구나."
무슨 말을 들었던 건지, 양부님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당히 가슴을 도려내는 말이었던 것은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직 이름을 올린 귀족이 남아 있다거나 종속 계약을 한 사람이 자신의 소망을 이어받아 에렌페스트를 멸망시킬 거라는 말을 했다."
"……이름을 올린 귀족은 위험하군."
"그런 것이지. 그 숙청을 피해간 자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름을 올린 귀족들이 게오르기네의 명을 받아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전장에서 날뛴다거나, 그 독을 어딘가에 뿌린다거나. 피해가 확대되기 전에 멈춰야만 했다. ……나는 이 손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양부님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피를 나눈 자신의 누나를 자신의 손으로 끝냈다. 그 무게가 느껴지는 눈으로, 양부님은 툭 하고 마석을 꺼낸다.
나의 목에서 힉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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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님와 양부님의 무용담.
할아버님은 일크나에서 대활약.
자신을 별로 객관시 할 수 없기에, 동행자가 있는 편이 무엇을 했는지 잘 알 수 있는 사람.
양부님은 시련을 극복하고 행운을 잡았습니다.
다음은 잠 못 이루는 밤입니다.
잠 못 이루는 밤
마석에서 당장이라도 떨어지고 싶어, 나는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시에게 아무런 신호도 하지 않았기에 당연히 의자를 잡아주지도 않는다. 기긱 소리를 내며 의자가 끌리고, 테이블의 모두가 나를 주목한다.
"아, 저, 저는……그러고 보니 급히 양모님와 샤를로테에게 이야기해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의상 가봉과 관련해 침자들을 모아 달라고 부탁드려야 해서……그렇죠, 리제레타?"
"분명 급한 안건이긴 합니다만, 이런 연회 도중에 부탁드릴 일은 아닙니다."
리제레타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의 어깨를 살짝 누르며 다시 자리에 앉도록 지시한다. 그러나 도저히 이 자리에 있을 수가 없다. 눈이 빙글빙글 어지러운데도 마석에서 시선을 뗄 수 없고, 두 팔에 소름이 돋고 있다. 당장 이 자리를 떠나자고 온몸이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 내일 오후면 아렌스바흐로 돌아가니까 오전중에 가봉을 해야만 합니다. 급격히 성장하는 바람에 왕족과 면회하기 위한 복장을 갖추는 것에도 곤란해하고 있는 걸요."
"로제마인 님, 당일 아침에 사람을 보내 그 날 오전 중에 침자를 모을 수는 없으며, 지금은 성으로 상인들을 들일 수 있는 상태도 아닙니다. 가봉은 아렌스바흐에서 돌아온 뒤에 하시면 되겠지요."
"로제마인."
리제레타의 말을 끊듯이 페르디난드가 내 이름을 불렀다. 페르디난드 쪽을 돌아보자, 시야에서 마석이 사라져, 훅 하고 어깨의 힘이 빠진다. 조금 전까지 기분나쁨을 숨기는 반짝반짝 미소를 짓고 있던 페르디난드가 지금은 언제나와 같은 무뚝뚝한 얼굴이다.
"뭔가요, 페르디난드 님?"
"조금 할 말이 있다."
페르디난드가 사람이 많지 않은 곳으로 가자고 손으로 지시한 순간, 할아버님이 "잠깐" 하고 가볍게 손을 들었다.
"페르디난드, 그건 지금의 연회 상황을 감안하고도 필요한 것인가?"
"보니파티우스 님이 말씀하신 대로, 적어도 연회가 끝난 뒤로 해주십시오. 지금은 매우 복잡한 상황입니다."
할아버님의 말에 레오노레도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매우 복잡한 상황" 이라는 것이 뭔지 잘 모르겠다. 뺨에 손을 얹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레오노레와 리제레타가 알려준다.
내가 킬른베르가로 향했을 때, 전이진을 움직이기 위해 동행한 양부님의 측근과 기사들이 몇 명이나 있었기에, 내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는 것과 왕족의 청혼의 마술도구가 아우브의 손에 의해 전달된 것을 상층부가 알게되었던 모양이다.
……사흘이면 귀족가에 정보가 돌기엔 충분한 시간이니까.
아우브의 손을 거쳐 왕족의 마술도구를 전달받은 시점에, 아우브는 왕족의 요구에 따른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 된다고 한다. 이미 귀족들은 나와 빌프리트의 파혼을 결정사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나에 대한 왕족의 청혼을 아우브가 받아들임에 따라, 나는 비공식적인 왕족의 약혼자가 되었고, 정식 발표가 있는 영주 회의까지의 아주 짧은 시간, 이별을 앞둔 사랑에 희롱당하며 고민하는 소녀라는 입장인 것 같다. 귀족 여성들 사이에서는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랑도 아름답네요" 라며 동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봐지고 있는 모양이다.
……우우……. 첫사랑도 아직인데 실연을 동정받다니, 그게 더 불쌍하지 않아?
"아렌스바흐의 구출극이 옛 이야기와 같은 미담으로 회자되고 있는 것은 다행입니다. 하오나 더 이상의 추문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세간의 평판을 위해서라면, 나의 페르디난드에 대한 일방적인 짝사랑으로, 결국 이뤄지지 않을 사랑이었다고 매듭짓고 왕족에게 시집가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기 위해 페르디난드 쪽에서는 더 이상 관여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고, 레오노레는 에둘러 말했다. 페르디난드는 동석한 모든 사람과 그 측근들, 안 그런 척 이쪽을 주목하고 있는 연회실의 사람들을 둘러본 뒤, 팔짱을 끼고 천천히 숨을 토했다.
"지금 로제마인의 건강 상태는 주위의 시선보다 훨씬 긴급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허나, 로제마인을 지키는 그대들이 로제마인의 평판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그쪽의 의견에 따르지."
"그런가."
페르디난드가 한 발 물러나자, 할아버님 및 동석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안도의 분위기가 감돈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불안하게 되어, 무심코 페르디난드를 바라보았다.
"……내가 떠나고 일 년 반이나 지났으니 말이지. 이미 로제마인의 전속 주치의도 있을 것이고, 나도 타인의 영역을 침범할 생각은 없다. 설마 전속 의사가 없다고는 하지 않겠지?"
그 순간, 양부님과 아버님이 슬쩍 시선을 피했다. 페르디난드는 두 사람을 째릿 노려본 뒤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부르도록" 라고 중얼거리며 천천히 일어섰다.
"아니, 로제마인을 돕는 것은 나다!"
대항의지를 불태우는 할아버님을 한 순간 귀찮다는 듯이 내려다본 페르디난드는 빙글 발길을 돌렸다. 멀어지는 등을 바라보며 묘한 초조감이 커진다. 지금 나에게 새로운 주치의는 없고, 아무래도 몸이 이상하다는 것은 알 수 있는 것이다.
"레오노레, 저……."
"로제마인 님, 적어도, 연회가 끝날 때까지는……. 지금은 보는 눈이 너무 많습니다. 그다지 자각이 없으십니다만, 성장한 로제마인 님은 그냥 계시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끌고 있으니까요."
레오노레는 다시금 자리에 앉도록 재촉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코넬리우스가 정보를 얻기 위해 나갔으며, 페르디난드 님도 할트무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여기서는 좀 더 자리를 지켜주세요."
주인을 지키는 호위기사로서의 의견이었지만, 나는 그래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곳에는 한시라도 더 있고 싶지 않다. 나는 양모님이나 샤를로테, 어머님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이유를 대고 자리를 뜬다.
페르디난드가 다양한 지시를 내리고 있는지, 측근들이 들락날락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느끼며, 만들어 붙인 미소로 넘긴 연회가 끝났다. 연회가 끝난 뒤에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페르디난드는 한참 전에 도서관으로 돌아갔다고 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방으로 돌아갔다.
꿈을 꾸었다. 바로 오늘 있었던 겔랏하에서의 싸움에 대한 꿈이다.
주위는 방패를 든 푸른 망토의 기사들 뿐이고, 펄럭이는 망토에 시야가 막혀, 지금 어디쯤을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모르는 채 나아간다. 그러던 중에 팟, 팟, 하고 갑자기 주위가 번쩍이며, 노호가 울리고, 화살이 빗발친다.
심장이 쿵쿵 거세게 요동치고, 귀가 찡하고 울린다. 숨쉬기가 힘들고,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공포 속에 몸은 핸들을 쥔 상태로 고정되어 있다. 마치 몸이 마석이라도 되어버린 것처럼 움직일 수 없다.
총천연색 강한 빛이 내리쪼인 직후, 여러가지 것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고성과 함께 무기가 얽히는 소리가 울리고, 눈 앞으로 붉은 포말이 잇달아 날아온다. 누군가의 팔이 부딪힌다. 균형을 잃은 기사가 쿵 하고 치여나간다. 텅, 텅 하고 마석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그런 모든 충격이 핸들을 쥔 손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몸이 차갑고. 이가 덜덜 떨린다. 숨쉬기가 힘들고, 멋대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무섭다고 느낄 여유도 없어진다. 어렴풋이 안개로 가려져 있던 듯한 기억이 점점 선명한 꿈이 되어, 잊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된다.
도와주러 오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라고 예를 표하던 남자가 다음 순간 마석이 되어 떨어진다. 뛰어든 방에 쓰러져 있는 것은 마석화가 시작되고 있는 기베다.
위 부분이 차가워진다. 어금니를 맞물면 모래라도 씹힐 듯이 입 안이 까끌거리고 기분이 나쁘다. 줄줄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모두를 비웃으면서 그라오잠이 검은 마석 덩어리 같은 의수로 모두의 공격을 흡수해간다. 귀에 거슬리는 웃음 소리가 높고 낮게 몇 번이나 반복된다. 파란 불꽃을 두른 팔이 휘둘러지자, 광범위하게 불꽃이 치솟는다.
파란 불꽃이 벗겨지자, 몸의 절반 정도가 마석으로 변해있었다. 육체에 마석이 박힌 듯한, 마석 위에 육체를 덧씌운 듯한 섬뜩한 모습의 그라오잠이 검은 의수를 앞세워 내게 달려들어 온다.
격퇴하기 위해 검은 화살을 발사하는 물총으로 공격하지만, 그라오잠은 얼굴을 마석화시키면서도 다가오기를 멈추지 않는다. 마석으로 얼룩덜룩해진 얼굴에는 살의가 넘치고, 광기로 가득한 회색 눈동자가 번쩍 빛난다.
어디를 봐도 마석, 마석, 마석……. 마석이 나를 덮쳐온다. 나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오지 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방의 침대 위였다. 자다가 벌떡 일어난 듯, 상반신을 일으키고 있었다. 땀으로 젖은 잠옷이 축축하고, 무겁고, 머리카락과 함께 피부에 달라붙어 있다. 봄의 중반이 가까워지긴 했지만, 밤은 아직 춥다. 서늘한 공기에 감싸인 목덜미와 등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아직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고, 호흡이 거친 것을 알 수 있었다.
캄캄한 침대 위에 앉아있자, 꿈 속의 광경이 빙글빙글 머릿속을 맴돈다. 반짝반짝 빛나는 마석이 계속해서 떨어져내리는 환상이 보인다. 한 손으로는 토할 것 같은 입가를,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을 누르며, 나는 필사적으로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쯤 되자, 싫어도 자신의 증상을 알 수 있었다.
"……PTSD다……."
PTSD는 일상 속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충격적인 사건과 강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이 데미지를 입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오는 것이다. 싸움에 대한 것을 떠올리려 했을 때, 기억에 안개가 낀 듯한 느낌과 함께 그다지 확실히 기억해 낼 수 없었던 것은 무의식적인 자기방어가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에게 연락을……."
상담할 상대로 제일 먼저 떠오른 페르디난드에게 연락을 하려다가 나는 움찔 손을 멈췄다. 올도난츠를 날리려면 황색의 마석처럼 보이는 마술도구를 사용해야만 한다.
조금 전 꿈에서 봤었던 다양한 마석들이 머릿속에 차례차례 떠오른다. 목이 졸리고 있는 것처럼 호흡이 괴롭다. 올도난츠라는 것은 알지만, 더 이상 손을 뻗지 못하고, 나는 꽉 주먹을 쥐었다.
……어떡하지? 이대로는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어.
온몸이 떨려서 어떡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나는 자신의 몸을 끌어안듯이 양팔을 교차시키고 팔을 꽉 잡는다.
그 때, 천막 너머에서 발소리가 났다. 적이라는 생각에 나는 움찔하며 즉시 슈타프를 들고 태세를 갖춘다.
"로제마인 님, 안으로 들어가도 괜찮습니까?"
"유디트, 그런 식으로 부르는 것은……."
천막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유디트와 그레티아의 목소리였다. 오늘의 불침번은 이들이었음을 떠올리며, 나는 급히 슈타프를 치우고 잠옷의 소매로 목덜미의 땀을 닦아낸다.
"페르디난드 님과 할트무트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기사들이 훈련을 받을 때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는 사람이 나오기도 하기에, 오늘 밤의 로제마인 님과 한넬로레 님의 상태엔 각별히 주의하라면서요. 저도 사람을 상대로 한 싸움은 처음이었기에 조금 무서웠습니다. 조금 실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유디트가 캐노피 안으로 들어왔다. 그레티아도 함께 들어왔지만, 내가 땀으로 푹 젖어 있는 것을 보자마자 곧바로 갈아입을 옷의 준비를 위해 천막을 나갔다.
"본래라면, 이런 전장에 나가는 것은 성인이 된 기사입니다. 이번엔 적과의 숫자 차이가 너무나도 컸기에 견습도 동원되었습니다만……."
유디트가 어둠 속에서 혼잣말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유디트에게 이것저것 질문받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었기에 안심하면서 유디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오늘 밤은 견습들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기에 다들 기사 기숙사에 모여 있습니다. 선배 기사가 견습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의사 선생님이 만나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희망자들은 꽃을 받기도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전, 로제마인 님이 불안해졌을 때를 위해 플로렌티아 님에게 부탁드려 온실의 사용 허가를 받아두었습니다."
예쁜 꽃을 보면 진정되니까요, 라며 유디트는 생글생글 웃으며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피고 말했다. 하지만 분명 기사들이 받는 꽃은 온실의 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꽃을 바친다는 의미인게 아닐까.
"예쁜 꽃을 보면서 부드러운 향기의 차라도 마시면 조금은 편안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떠신가요?"
"……이런 밤중에 돌아다녀도 괜찮을까요?"
아렌스바흐에 동행해준 호위기사들은 조금이라도 푹 쉴 수 있도록, 오늘은 각자의 친가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문 밖을 지키고 있는 다무엘을 호위로 데려간다 해도, 호위기사의 수가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
"오늘 성 안에는 많은 기사들이 머물고 있으니, 기사단에 연락을 넣으면 괜찮습니다. 이야기는 이미 해두었으니까요."
……아, 기사들도 유디트의 착각을 지적하지 못했나보네.
나를 걱정하며 온실을 수배하는 순수한 유디트의 모습에 아무도 진실을 말할 수 없었던 것이 틀림 없다. 나도 유디트의 착각을 정정하는 것은 그만두고, 그 후의에 기대기로 한다.
"고맙습니다, 유디트. ……밤의 온실이 기대되네요."
"그럼 다른 곳에도 연락하고 오겠습니다."
유디트는 기쁜 듯이 웃으며 천막을 나갔다. 대신 그레티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온다.
"유디트는 의욕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만, 로제마인 님은 괜찮으신가요?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시는 것이 좋지 않겠는지요?"
"……실은 싫은 꿈을 꾸는 바람에 일어나버렸습니다. 오늘밤은 슈라트라움의 축복이 닿기 어려운 것 같고, 조금 침대에서 벗어나고 싶은 기분이기에, 유디트의 제안은 고맙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런 야심한 밤에 페르디난드 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밤의 온실로 향하는 것이 평판적으로 좋겠죠?"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준비했을 리가 없다. 예전이었다면 페르디난드를 불러, 전부 페르디난드에게 몰아주고 끝났을 것이다. 내가 장난스럽게 묻자, 그레티아는 "요망에 부응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라며 슬픈 듯이 눈꼬리를 떨어뜨렸다.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것이 귀족 사회라는 것이니까."
그레티아는 천막 속에 불을 키고, 물이 든 작은 대야와 외출하기 위한 의상을 가지고 들어온다. 모든 준비를 갖추자, 나의 잠옷을 벗기고 단단히 짠 수건으로 땀을 닦아 간다.
"……성장하는 것은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레티아가 툭 하고 말을 꺼냈다.
"주위의 시선이 달라집니다.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들을 할 수 없게 되고, 용납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저는 조숙했기 때문에, 또래의 아이에게는 허용되는데 저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매우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죠."
자신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주위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레티아는 그런 경험을 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급성장하면서 페르디난드와의 관계나 거리감을 재고하라는 말을 듣거나 주위의 제멋대로인 억측을 받는 내 기분을 조금은 알 수 있다고 한다.
"로제마인 님, 한넬로레 님도 좀처럼 잘 수 없었다고 합니다. 발코니로 나가 바깥 공기를 마시고 싶다고 불침번을 서고 있는 근시에게 요청했었다는 연락이 있습니다. 이참에 한넬로레 님을 온실로 초대하는 것이 어떠련지요? 기사들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끼리 논의하고 있으니, 오늘 밤은 로제마인 님과 한넬로레 님 두 분이서 보내시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공포와 근심을 풀어주기 위해 기사 기숙사로 모인 기사들 사이로 그들에게 명령하는 입장인 영주 후보생은 들어갈 수 없다. 그런 나와 같은 입장이라면 한넬로레밖에 없다고 유디트가 역설한다.
한넬로레는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이고 싸움에 익숙한 것처럼 보였지만, 어쩌면 나와 마찬가지로 딧타에 참가한 적은 있어도 실제 사망자가 나오는 싸움은 처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같은 괴로움을 안고 밤을 보내고 있을 가능성은 있다.
"……유디트, 불침번을 서고 있는 근시를 통해 권유해 보도록 해주세요. 결코 강요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유디트, 그레티아와 이야기를 하며 조금 누그러지긴 했지만, 기분나쁨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눈을 감으면 형형색색의 마석이 떠오른다. 악몽에서 도망치고 싶은 나는 밤의 온실로 도망치기로 한다. 꿈도 꾸지 않을 정도로 잠들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고 있자, 한넬로레쪽에서도 밤의 산책에 나서자는 답신이 있었다.
올도난츠가 황색의 마석으로 돌아간다. 받지 않은 황색의 마석이 발치로 떨어지고,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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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마인의 상태가 나빠졌어도 예전과 똑같이는 할 수 없습니다.
평판을 생각한 주위에 의해 페르디난드가 떨어뜨려졌습니다.
악몽을 꾸며 PTSD라고 깨달은 로제마인.
다음은 심야의 다과회입니다.
심야의 다과회
다과의 준비를 위해 그레티아는 한발 먼저 온실로 향했다. 한넬로레의 준비 시간을 고려해 천천히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온실에는 다과회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어 깊은 눈에 파묻힌 겨울의 사교계에서 대활약하고 있다.
"슬슬 가도록 하죠, 로제마인 님. 기수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나는 호위로서 다무엘과 유디트와 함께 방을 나왔다. 그리고 평소처럼 기수를 꺼내려다가 손이 멈춘다.
"로제마인 님, 무슨 일이신가요?"
의아한 듯이 물어보는 유디트에게 나는 싸움 현장이나 눈앞에서 죽어 간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석이 무섭다고 고백한다. 유디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무엘이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리제레타가 로제마인 님이 올도난츠의 마석을 떨어뜨린 것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런 상태셨다면 근시에게는 사전에 알려주십시오. 아무것도 모른 채 필사적이었던 리제레타가 불쌍합니다."
"다무엘, 그것은 로제마인 님에게는 좀 더 나중에 전해드릴 내용이 아닌가요? 하룻밤 쉬고, 피로가 풀리시면……이라고."
"그러나 먼 땅에서의 싸움으로 피로해진 주인을 돌보는 것과, 전쟁으로 인한 특수한 이상을 안고 있는 주인을 염려하는 것은 각오도 임하는 태도도 다르다. 주인에게 사전에 상의받기를 바란다면, 이쪽도 주인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다무엘과 유디트가 뭔가 이야기하고 있다. 나중에 보고할 내용이었던 것 같지만, 다무엘의 반응으로 미루어 볼 때, 지금 들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무엘, 알려주세요."
마석이 무서워 기수를 만들 수 없으니 걸어서 온실까지 갈 수밖에 없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늦게 도착하게 될 것 같다. 온실을 향해 걸어가며, 나는 다무엘의 이야기를 듣는다.
"로제마인 님, 비록 페르디난드 님에게 재촉받았다고는 해도, 무용담을 들려달라고 보니파티우스 님을 자리에 초대한 것은 로제마인 님이기에, 그 자리는 로제마인 님이 주최자였다는 자각은 있으십니까?"
……없었습니다.
할아버님의 폭주를 멈추기 위한 것이었기에 그로 인해 주위는 한 숨 돌리긴 했지만, 본래라면 아우브에게 보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장소다. 할아버님과 나의 근시들은 고육지책으로서 아우브인 양부님을 자리에 동석시켜며 순서를 적당히 유야무야시켜 극복하기로 했다고 한다.
"보니파티우스 님이 기분 좋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입이 무거웠던 아우브도 자신의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주위에서 보기엔 일단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로제마인 님이 아우브의 말을 가로막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봉의 예정을 정해야겠다는 말을 꺼내셨습니다."
내가 급히 자리를 떠나려 한 것은 마석의 공포에 사로잡혔기 때문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몰랐다. 근시에게 아무런 신호도 없이, 참석자들에게 물러난다는 인사도 없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아우브의 이야기를 도중에 가로막고 가봉의 예정에 대해 근시에게 불평하기 시작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으아아아아, 무례하기 짝이 없어.
"페르디난드 님의 말씀으로 인해 피로 이외의 요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만, 너무 늦은 때였습니다. 적어도 마석을 보면 이상을 느낀다고 사전에 알려주셨다면, 페르디난드 님은 보니파티우스 님에게 전투에 대한 것을 물어보지 않았을 것이고, 리제레타도 좀 더 다른 대응을 할 수 있었겠죠. 그러나, 로제마인 님은 귀족원에서 몇 번이나 딧타를 경험한데다, 단켈페르가를 설득해 이번 싸움을 시작한 장본인이기 때문에 싸움으로 인한 이상에 대해서는 딱히 고려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차라리 내가 기절한 척이라도 했다면 그대로 퇴장할 수 있었겠지만, 나는 의상의 가봉을 이유로 양모님과 샤를로테 일행이 있는 곳으로 향해, 상당히 무리를 하면서도 억지 웃음으로 연회를 넘겼다.
"로제마인 님이 상태를 숨기시는 것이 능숙해져 있기에, 이번의 갑작스런 자리 이탈은 아우브와 보니파티우스 님의 측근들에게는 매우 무례한 기행으로 비쳤던 모양입니다."
내가 도중에 자리를 뜬 뒤에 자리에 남겨진 할아버님과 그 측근들을 지원하기 위해 돌던 리제레타는 "로제마인 님이 옷의 준비로 저렇게 초조해하는 것은 이런 연회에서 아우브에게 호소해야만 할 정도로 근시의 일처리가 나쁘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리제레타가 그런 말을 듣고 있었다니…….
"페르디난드 님이 몸을 걱정할 정도이므로 로제마인 님에게도 상응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아우브와 칼스테드 님이 보니파티우스 님 일행을 설득해 주신 것 같습니다만, 앞으로는 사전에 무언가 이변이 있을 때는 한 마디 상담해 주십시오."
마석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밖에 생각하지 못했기에, 도중에 자리를 뜬 뒤의 양부님과 할아버님에 대한 것까지는 전혀 의식할 수 없었다. 남겨진 근시가 얼마나 고생할지 생각이 미치치 못했다. 주인 실격이다.
"전, 리제레타에게 사과해야 겠네요."
"저, 로제마인 님. 가능하면 칭찬해 주시지 않겠나요. 제가 온실의 수배를 하는 동안에 리제레타는 성에서 가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도서관에서 하면 되지 않겠냐며 페르디난드 님과 협상해, 길베르타 상회와 연락을 취했던 것 같으니까요."
유디트가 "이건 아침에 보고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만……" 라며 알려주었다. 리제레타는 그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나의 핑계를 이루기 위해 열심이었던 모양이다.
"페르디난드 님이 유숙하고 있는 저택에 로제마인 님이 들어가시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받았기에, 한넬로레 님과 하이스힛체 님도 불러 답례로서 머리장식을 드릴 수 없을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왕족과의 결혼이 예정된 현 상황을 생각하면, 평판에는 주의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큰일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로제마인 님. 이상을 눈치채지 못한 저희들도 미숙한 것입니다만, 할트무트도 나쁩니다. 로제마인 님의 모습을 보고 뭔가 있다고 짐작한 것 같지만, 확증이 없다며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걸요. 페르디난드 님과 둘이서만 뭔가 결정하고, 저희들을 따돌립니다."
유디트가 불만스럽게 입술을 삐죽일 때, 온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온실은 매우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되도록 많은 빛을 들일 수 있도록 커다란 창문이 연이어 있다. 의외로 밝은 달빛이 조용히 쏟아지며, 하얀 건물 자체가 은은히 빛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안에는 작은 불이 켜진 램프 같은 마술도구가 여기저기에 장식되어 있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그 빛을 받으며 피어 있었다.
"예쁘네요……."
"이쪽입니다, 로제마인 님."
앞서 준비하고 있던 그레티아가 테이블로 안내했다. 겨울의 사교계에서 여성 모임에 자주 사용되는 온실인 듯, 테이블과 의자를 두기 위한 공간이 상당히 넓게 잡혀 있다.
"한넬로레 님도 방을 나오셨다고 합니다. 객실은 본관에 있으니 금방 도착하실 거에요."
그레티아가 준비한 차에 대해 설명하고, 한넬로레가 도착한 이후의 절차에 대해 의논하고 있자, 한넬로레가 도착했다.
"평안하신가요, 한넬로레 님."
"초대에 감사드립니다, 로제마인 님.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기에 정말로 기쁩니다. ……이 온실, 정말 멋진 장소네요."
희미한 빛 아래 떠오른 온실을 둘러보며 한넬로레가 눈을 가늘게 뜬다. 한넬로레는 조금 초췌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레티아와 협의한 대로 한넬로레에게 말을 걸어 조금 온실 내를 산책하기로 한다. 그 사이에 그레티아는 준비한 차 중에 한넬로레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근시에게 물으며 준비한다고 한다.
자박, 자박, 천천히 걸어가며, 온실의 꽃들을 보면서 가슴 깊이 꽃향기를 들이마셨다. 호위기사들은 조금 떨어져서 따라오고 있다.
"이 온실……실은 저도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겨울의 사교계에서 종종 이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겨울을 어린이 방과 귀족원에서만 지냈기에 출입했던 적이 없었으니까요. 창 밖으로 한없이 이어지는 눈 속에, 각양각색으로 피어오른 꽃은 정말 아름답겠죠."
"상상만으로도 너무 멋지네요.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관상용으로 기르는 꽃을 보고 한넬로레는 "단켈페르가에서는 볼 수 없는 꽃이 많네요" 라고 말했다. 단켈페르가는 에렌페스트와는 상당히 기후가 다른 모양이다.
"연회는 즐겁게 보내셨나요?"
"네. 귀족원의 사랑 이야기를 쓰고 계시는 분이 로제마인 님의 어머님이셨다니, 놀랐습니다. 새로운 책도 받았고,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기에, 정말 즐거웠습니다."
한넬로레는 어머님과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즐겁게 이야기한다. 그 미소에 끌려 나도 무심코 웃고 만다.
"이번에는 제가 이야기한 것들이 책이 되는 겁니다. 로제마인 님과 페르디난드 님을 모델로 한 사랑 이야기에요."
"그런 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님에게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려야……."
내가 손을 흔들자 한넬로레는 조금 어깨를 떨어뜨리고 "……이야기 속에서라도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엘비라 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라고 중얼거린다.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로 인해 괴로운 마음은 전부 이야기로 승화시킨다고 합니다. 강한 어머님이시네요."
……아, 그거 내가 했었던 말 같은데. 페르디난드 님의 아렌스바흐행이 결정되었을 때.
그레티아와 한넬로레의 근시들이 차가 준비되었다고 말해올 때까지 우리들은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온실을 산책하고 있었다.
"아직 밤은 추우니까 이것을 드시면 따뜻해질 거에요."
그레티아가 타준 차를 마신다. 숙면을 돕기 위한 허브티였기 때문에 조금 꿀이 들어 있었다. 꿀꺽 마시자, 따뜻한 음료가 입에서 위로 떨어져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몸이 식어 있었던 모양이다.
"한넬로레 님, 이것을……."
나는 한넬로레에게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건넸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그다지 측근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넬로레가 손 안에 마술도구를 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은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로제마인 님?"
내가 사과하자 한넬로레는 의아한 듯이 눈을 깜박거렸다.
"전, 아우브·단켈페르가에게 기사들을 빌리는 것은 종 두개 정도라고 말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사흘이나 지나버렸습니다. 게다가 당초 예정으로는 페르디난드 님만을 구출할 생각이었습니다. 란체나베의 소탕과 오늘과 같은 격렬한 싸움에 단켈페르가의 정예들을 끌어들일 예정은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한넬로레 님이 잠들지 못할 정도로 힘들게 해드리기까지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기, 그렇지만 로제마인 님. 기사들을 부추긴 것은 페르디난드 님이고, 진짜 딧타라고 해도 전혀 손맛이 없다는 기사들의 불만에 남기로 결정한 것은 제 쪽이죠? 로제마인 님이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넬로레가 당황한 듯이 나를 보면서 그렇게 말해준다.
"선의의 협력으로 인해 얻어낸 승리인걸요. 공개석상에서는 단켈페르가의 협력에 감사는 드릴 수 있어도 사과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사석에서라도 사과드리고 싶었습니다."
한넬로레는 단켈페르가의 기사와 함께 에렌페스트의 초석의 방어까지 해준 것이다. 그걸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면, 나는 사과해야만 할 것이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있어 준 덕분에 겔랏하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사망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만, 중증이었던 분은 있는 거죠? 타령의 분을 그런 위험에 끌어들이다니 전……."
"로제마인 님. 몇 번이나 말씀드립니다만, 그것은 저희들 단켈페르가가 선택한 결과입니다. 그런 후회는 그만둬주시지 않겠나요. 아무런 각오도 없이 딧타에 임하는 기사는 없습니다. 오히려 저야말로 로제마인 님과 에렌페스트 분들에게 사과드리고 싶었습니다."
한넬로레는 울 듯한 표정이 되어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숨을 토했다. 나는 한넬로레에게 사과받을만한 일이 떠오르지 않아, 좀 전의 한넬로레처럼 눈을 깜빡인다.
"전, 겔랏하의 싸움에서 상당히 여러분의 발목을 잡았었요? 기습을 하려던 것이 오히려 상대를 강화시켜버려서……. 그로 인해 에렌페스트의 기사가 몇 명이나 죽게 되었습니다. 전, 딧타의 치욕을 씻기 위해 참가한 것인데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정말 괴로워서……. 죽은 기사들에게 미안해서……."
나는 마티아스와 함께 기베의 저택에 잠입했기에 몰랐지만, 한넬로레 일단이 공격한 마력을 자신의 공격력으로 변환한 그라오잠이 크게 활약하며 죽은 기사가 몇 명이나 있다고 한다. 그것을 생각하자 잠을 잘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 기분은 잘 안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운이 좋았습니다. 중앙 돌파로 에렌페스트의 기사와 합류한 직후, 로제마인 님의 대규모 치유가 있었으니까요. 부상자는 있었습니다만, 회복약을 마실 필요가 없어졌기에 입가를 가린 천을 풀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 때, 우선해야 할 것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기베 기사단의 회복이었다.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회복은 뒤로 미루고, 룬슈메르의 위안만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마력을 회복하기 위해, 기베 기사단은 후방으로 물러나 회복을 시작했다. 그랬었기 때문에 회복약을 마시던 기베 기사단 중에서는 즉사독에 의한 사망자가 몇 명이나 나왔던 모양이다.
"본래라면,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인 로제마인 님에게 지켜져야 할 것은 에렌페스트의 기사죠? 그런데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전원 무사하고, 피해를 입은 것은 에렌페스트 분들뿐입니다. 전, 그게 너무 죄송해서……."
한넬로레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도 죽지 않는 것이 제일이지만, 물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본래 싸울 필요가 없었던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피해가 적어서 다행히라고 생각한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없었다면 란체나베와의 싸움도 겔랏하의 싸움도 승리하기는 힘들었을 거에요. 한넬로레 님이야말로 자신을 탓하지 말아주세요. 저도 에렌페스트도 정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넬로레가 테이블 위로 깍지를 끼고 기도하듯이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며, 나는 한넬로레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한넬로레 님, 함께 죽은 이들을 애도하도록 해요. 새벽과 함께 최고신이 계신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분들에게 저와 함께 기도해 주세요."
한넬로레가 놀란 듯이 고개를 들고 나를 보았다.
"함께 기도를……? 전, 기사의 죽음은 슬퍼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영지를 지키고, 주인을 지키고, 자신들의 가족과 친구를 지키고,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스러진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가족의 몫이며, 영주 후보생의 일이 아니라고. 남겨진 유족이 그 기사의 죽음을 자랑할 수 있도록 용감함과 훌륭함을 전하고 칭찬해, 후한 보상을 하는 것이 영주 일족의 역할이라고. ……그런데도 가족도 지인도 아닌 제가 그들을 위해 기도를 드려도 될까요?"
"단켈페르가에서는 어떤지 모릅니다만, 여기는 에렌페스트입니다. 죽은 이를 애도하는 마음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호위기사들에게 부탁해서 본관 이층에 있는 발코니로 향했다. 조금 밝아져 오기 시작한 새벽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슈타프를 내고, 한넬로레에게 사자를 송별하는 축문을 가르친다.
"높고 정정한 하늘을 관장하는 최고신인 어둠과 빛의 부부 신이여."
한넬로레를 시작으로, 동행했던 측근들도 똑같이 슈타프를 내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아득히 높은 곳으로 향하는 자들에게 그대의 축복을 주십시오. 당신에게 바치는 것은 애도의 노래. 최상의 가호를 영원의 여행자에게."
나의 슈타프에서 빛과 어둠이 나와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그리고 한넬로레의 슈타프에서, 측근들의 슈타프에서도 축복의 빛이 날아갔다.
"로제마인 님, 저의 기도는 겔랏하까지 닿았을까요?"
"닿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들을 위해 기도를 했는데, 오히려 제가 축복을 받은 듯한 기분입니다."
마음 속 안개가 걷힌 듯한 맑은 얼굴로 한넬로레가 웃는다. 카랑, 카랑, 하고 에렌페스트에 1의 종이 울렸다.
―――――――――――――――――――――――――――――――――――――
조금 측근과의 의사소통이 부족하다고 다무엘에게 주의받으며 온실로.
한넬로레도 싸움의 이런저런 일로 고민해 잘 수 없었습니다.
둘이서 죽은 이들을 애도하고, 1보 전진.
뭔가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만, 마음을 다잡기 위해 필요했던 것입니다.
다음은 도서관에서 가봉입니다.
가봉
"한넬로레 님, 시간의 여신 드레팡가의 실은 정말로 원활히 자아졌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아렌스바흐로 이동해 그대로 단켈페르가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제 출발하는 시간까지 방에서 천천히 쉬어주세요."
"……오늘은 머리장식의 주문이 있지 않았던가요?"
한넬로레가 나를 향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함께 기도하고, 죽은 이를 슬퍼하고 애도하면서 한넬로레는 조금 마음이 가라앉은 듯한 모습이다. 몸에서 긴장이 빠져 있고, 조금 졸린 것처럼 보인다.
"머리장식의 주문을 받는 것만이라면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한넬로레 님의 몸이 더 중요합니다. 편히 쉬는 것을 우선해주세요."
"신경써 주시는 것은 매우 기쁘기에, 지금은 로제마인 님 말씀대로 방으로 돌아가겠습니다만, 로제마인 님의 전속에게 머리장식을 주문하는 것은 무척 기대하고 있는 걸요."
한넬로레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3의 종에는 드레팡가의 실이 얽히겠지요" 라고 인사하고 본관의 객실로 돌아간다.
한넬로레와 그 측근들을 배웅하고, 나도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던 참에 다무엘이 갑자기 슈타프를 내고 경계태세가 되었다. 유디트도 똑같이 슈타프를 든다. 나도 시력을 강화하고 본다. 기수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뒤를 쫓아오는 기수도 있다. 고속으로 다가오는 흰 사자 같은 기수는 페르디난드가 분명하다.
"어머, 페르디난드 님. 좋은아침입니다. 일찍 일어나시네요."
내가 손을 흔들고 말을 걸자, 기수 위의 페르디난드가 벌레를 씹은 듯한 얼굴로 발코니로 내려와 나와 측근들을 둘러보았다.
"경비가 산만해질 새벽을 노린 습격이라도 있는 건가 했더니, 이런 시간에 바보같은 양의 마력을 퍼트렸던 건 너였던 건가?"
"한넬로레 님과 함께 죽은 이를 애도하고 있었습니다. 일크나와 겔랏하, 그리고 에렌페스트에서 돌아가신 분들은 이 새벽과 함께 최고신과 함께 아득히 높은 곳으로 가겠지요. ……저, 쉬고 있는 페르디난드 님을 깨울 생각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누구보다 휴식이 필요한 페르디난드였지만, 우리들의 기도를 습격일지도 모른다고 경계하며 곧바로 튀어 나왔을 것이다. 기사단으로는 호위기사들이 연락했지만, 역시 성 밖 도서관에 있는 페르디난드에게까지 "지금부터 애도의 기도를 할 것입니다" 라는 연락은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마침 약효가 떨어진 참이기에 딱히 문제는 없다. ……너도 필요한가? 종 한개 분량은 꿈도 안 꾸고 죽은 듯이 잘 수 있다. 시간이 없을 때에 편리하지."
"꿈도 꾸지 않는다는 것에는 조금 마음이 끌립니다만, 또 다시 이틀 정도 일어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망설여지네요."
단시간에 몸 상태를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신전과 거리의 모습을 둘러보고 싶은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렌스바흐에서 따돌려진 기억이 선명한 지금, 페르디난드의 약에는 좀 경계하고 만다.
"싫어도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물건이다. ……3의 종에는 도서관에서 길베르타 상회의 사람과 만나게 될 터이다만, 그런 피곤한 얼굴로 침자들을 만날 생각인가?"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말에, 나는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에렌페스트에서도 전투가 있었기에, 아빠가 서문에서 무리했었다고 들었다. 소식을 들은 투리는 그렇지 않아도 걱정하고 있을 텐데, 투리와 가족에게 나에 대한 것까지 걱정을 끼칠 수는 없다.
약에 절어 사는 페르디난드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조금 본의가 아니지만, 나는 페르디난드가 편리하다고 말한 수면제를 받고 잠들기로 했다.
"로제마인, 몸에 이상은 없는가? ……아, 내가 할 질문이 아니었던가."
"페르디난드 님, 나중에 상의 드리려고 생각했습니다만, 로제마인 님은 마석을 보고 전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시는 듯, 기수를 내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뭐라고 답해야 좋을지, 말이 떠오르지 않아 한 순간 머뭇거린 나를 대신해 다무엘이 대답하자, 페르디난드가 "예상 이상으로 심하군" 이라며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마석을 두려워한다면, 일상 생활에 얼마나 차질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지금의 신전은 멜키오르의 측근들이 설치한 마술도구 함정이 아직 철거되어 있지 않으니 그다지 좋은 환경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떻게든 신전으로 가보고 싶다면 신전의 청소가 끝난 오후가 좋겠지."
조금 이동 시간을 늦추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중얼거리는 페르디난드를 올려다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페르디난드 님은 이미 신전에 가보신 건가요?"
"아니. 나는 보고를 받았을 뿐이다."
멜키오르와 그 측근들이 피리네와 할트무트에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유스톡스가 읽고 있었다고 한다. 듣는게 아니라 읽었다는 부분이 유스톡스 답다.
"덫의 철거와 청소가 끝난 이후라도 상관 없습니다. 자신의 눈으로 신전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럼 멜키오르의 측근들에게 덫을 철거해 두라고 전해 둬라, 다무엘."
"넷!"
페르디난드와 이야기를 하고, 조금 안심한 기분으로 약을 먹고 잤다. 꿈도 꾸지 않고 잠든 것은 정말 종 한 개 분량으로, 그 이후엔 악몽이 찾아와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는 약이었다. 싫어도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말의 의미를, 나는 몸으로 깨달았다. 종 한개 분량이라도 숙면할 수 있었기에 몸 상태는 나아졌지만, 잠에서 깨어난 기분이 최악이다.
"로제마인 님, 무슨 일이신가요?"
불침번인 그레티아와 교대해 방을 정돈하고 있던 오틸리에가 벌떡 일어난 나를 눈치채고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약 때문에 억지로 일으켜졌습니다……. 시간이 없을 때에 편리하다고 페르디난드 님은 말씀하셨습니다만, 이런 약을 남용하는 생활은……."
페르디난드에게는 조금 주의해 둬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직후, 평판에 좋지 않으니 너무 가까이 하지 말아라, 라고 모두가 말하던 것을 떠올린다.
……아아, 귀족은 귀찮네.
좀 더 주무시는 것이……라고 말하는 오틸리에에게 아침 식사 준비를 시키고, 전쟁 중에 베르틸데가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옷을 갈아입었다. 후방 지원에 주력했던 샤를로테나 브륜힐데와 함께 있었기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연회 준비와 단켈페르가의 객실 준비였다고 한다.
……아우브의 명령에 의해 기사단이 원정을 나갈 때는 전이진을 사용해 성에서 직접 식사를 보내주는구나. 처음 알았어.
아침을 먹으며, 나는 오틸리에로부터 측근들의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연회 후에 할트무트가 가지고 온 명령입니다만, 며칠 동안 문제 없이 아렌스바흐에서 지낼 수 있을 정도의 준비를 해두라는 페르디난드 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로제마인 님이 적어도 한 번은 아렌스바흐로 가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우 돌아왔는데, 또 위험한 곳으로 가다니……라며 오틸리에가 걱정스러운 듯이 미소짓는다. 아렌스바흐로 동행하는 측근은 이번에 함께 아렌스바흐로 향했던 사람들에 더해, 근시인 리제레타와 그레티아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측근들도 교대로 출발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 같아, 오전 중에는 다들 바쁜 것 같습니다. 저도 베르틸데와 함께 오후까지는 로제마인 님의 출발 준비를 갖춰둘 예정입니다."
"도서관으로 향할 마차가 준비될 때까지 이 책을 읽고 있으세요. 리제레타와 그레티아가 로제마인 님이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엘비라 님은 로제마인 님이 시집을 가기 전에 최대한 많은 책을 만들겠다고 하시더군요."
베르틸데가 그렇게 말하며 가져다 준 것은 전쟁 준비로 바빠서 읽지 못했던 에렌페스트의 신작이었다. 내가 부재였던 겨울 동안에 인쇄된 책이 두 권이나 있다. 나는 베르틸데에게 감사를 표하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싫은 것, 무서운 것을 잊는 데엔 책을 읽는 것이 제일이다.
"아아, 왔는가. 길베르타 상회의 사람들은 이미 도착해 있다."
3의 종이 울리고 나는 한넬로레와 하이스힛체 일행과 함께 마차로 도서관으로 이동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방문을 알리고 싶지 않은 관계거나, 마음을 터놓은 친한 사람이 아니면 귀족의 저택을 방문할 때에는 마차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단켈페르가의 사람들이 함께이기에, 기수는 사용하지 않는다.
"하이스힛체, 간다."
"넷! 그럼 한넬로레 님.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하이스힛체는 우리들을 도서관까지 호위해준 뒤에 페르디난드와 함께 기사 훈련장으로 가기로 되어 있다. 하이스힛체와 페르디난드만이 아니다. 나의 호위기사들도 남자는 도서관 출입 금지다. 미혼 여성이 가봉을 할 때, 남성이 같은 저택에 들어와 있는 것은 평판에 좋지 않다고 한다.
우리가 타고 온 마차에 페르디난드와 그 측근들, 하이스힛체를 비롯한 단켈페르가의 남자들이 타고, 다시 성으로 돌아간다.
"라자팜도 함께였었습니다만, 기사 훈련을 하는 걸까요?"
"손님에게 다과를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전투 훈련은 하지 않겠죠."
레오노레가 후훗 웃으며 그렇게 답하고, 도서관으로 들어가도록 권한다.
"로제마인 님, 한넬로레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리제레타와 그레티아가 한발 먼저 이동해 길베르타 상회의 침자들과 함께 가봉을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었던 모양이다. 저택의 응접실은 천으로 가득한 상태다. 방에는 몇 명이나 되는 침자들이 나란히 무릎을 꿇고 있고, 그 중에는 투리의 모습도 있다. 도서관으로 대피했다는 이야기는 듣고 있었지만, 역시 이렇게 무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자 매우 안심되었다.
"이쪽 분은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인 한넬로레 님으로, 저의 소중한 친구입니다. 이번 전쟁은 단켈페르가의 협조가 없었으면 에렌페스트의 패배로 끝났어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의 답례로 최고의 머리장식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기에 이 자리에 초대하게 되었습니다. 투리, 한넬로레 님의 머리장식을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로제마인 님."
나는 푸른 망토를 걸치고 있는 사람이 단켈페르가의 귀족이라고 소개하면서 투리에게 한넬로레의 머리장식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투리도 나를 보고 안심한 듯이 표정을 풀었다.
"투리는 이전에 단켈페르가에서 머리장식의 주문을 받았었죠? 그녀의 오라버님의 부탁이었답니다."
"그 의뢰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멋진 디자인이었습니다."
희귀한 꽃의 스케치와 함께 주문을 받았기에 투리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투리는 한넬로레에게 어떤 머리장식을 좋아하는지 질문을 시작한다.
"역시 귀족원에서 달 수 있도록 겨울의 귀색을 사용한 머리장식이 좋을까요? 오라버님이 약혼자에게 선물한 머리장식도 멋있었고, 로제마인 님이 평소에 달고 계신 장식도 예뻐서 고민되네요."
"로제마인 님과 한넬로레 님이 친구시라면, 두 분의 머리장식을 같은 분위기로 맞출 수도 있습니다. 각자에게 어울리는 실을 사용하므로, 완전히 똑같이는 되지 않습니다만……."
"어머, 멋지네요! 전, 그런 것을 동경했었어요."
한넬로레가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손뼉을 친 뒤에 "아" 하고 작게 목소리를 내고, 쭈뼛거리며 나를 보았다.
"저, 로제마인 님은 저와 디자인을 맞추는게 싫지는 않으신가요?"
"아닙니다. 기뻐요. 저에게 어울리는 장식은 투리가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한넬로레 님은 투리와 상담해 결정해주세요."
머리장식의 주문을 투리에게 맡기고, 나는 기합이 들어가 있는 침자들과 마주했다.옷은 이미 그레티아와 리제레타에 의해 벗겨져, 속옷 상태이다.
"영주 회의 전에는 전부 마무리해야겠습니다만, 로제마인 님은 아직 피로가 풀리지 않은 상태이십니다."
"주지하고 있습니다. 신속히 끝내도록 하죠."
코린나를 비롯한 침자들이 잇달아 가봉된 옷을 입히고 조정하고는 벗기고 다음 옷을 입혀간다.
"오늘 오지 못한 영주 일족의 전속 침자들로부터도 의상의 가봉을 부탁받았습니다."
바로 다음 날에 가봉의 예정을 넣는 것은 무리였던 듯, 이 자리에 와 있는 것은 길베르타 상회의 사람들 뿐이지만, 반입된 의상에는 다른 공방에서 만들고 있는 것도 있다고 한다.
"이 의상을 기준으로 다른 의상도 만든다는 것 같습니다."
의상 마련을 이렇게까지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급성장한 탓이지만, 아렌스바흐로 갈 예정이 없었다면 좀 더 천천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재촉받는 침자들에겐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의상이 없는 것은 정말로 곤란하기에 힘내주었으면 좋겠다.
"……에렌페스트에 있는 시간이 짧아지는 바람에 모두에게 폐를 끼치고 있네요."
"특급 요금을 받을 것이니, 이쪽에 대한 것은 신경 쓰지 마시길."
코린나가 언뜻 벤노와 비슷한 상인의 얼굴로 답한다. 그리운 분위기에 나는 무심코 미소를 지었다.
"왕족과 만날 때 입는 의상이니, 고급스러움과 품격을 중요시해서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평소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인 코린나의 눈동자가 목표를 응시하는 강한 빛을 품고 있다. 적갈색과 은에 가까운 그레이의 눈동자로, 색은 서로 다르지만, 이런 도전적인 표정을 지을 때의 코린나는 역시 벤노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벤노, 러츠들도 만나고 싶다, 라고 생각하면서 가봉을 하던 와중에, 한넬로레가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투리는 지참한 실의 견본과 한넬로레를 비교하면서, 가장 어울리는 색을 찾고 있다.
"한넬로레 님, 머리장식의 주문은 끝났나요?"
"네. ……상당히 많은 의상을 한번에 맞추시네요. 게다가 그다지 볼 수 없는 분위기의 의상입니다."
"에렌페스트에서 새롭게 만들기 시작한 염색천에 페르디난드 님이 보내신 아렌스바흐의 얇은 천을 덧대어 보았습니다. 에렌페스트에서는 그다지 베일을 이용하는 문화가 없으니까요."
나는 치마 부분의 얇은 천을 조금 들어보인다. 한넬로레는 뺨에 손을 얹고 의아한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저, 로제마인 님. 전, 너무나 신경 쓰이던 것이 있어서 질문드리고 싶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무례하고 실례라고 생각되시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지만……."
"무엇인가요?"
"로제마인 님은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 아우브·아렌스바흐, 차기 첸트 후보……. 어느 입장이라도 선택할 수 있으실 거라고 생각됩니다만, 어느 입장을 선택하실 건가요?"
한넬로레의 말에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어서 바로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한넬로레 님, 저는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걸요?"
초석을 물들이긴 했어도 첸트의 승인을 받지 않은 미성년자인 나는 아우브가 아니다.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가지고 있어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적어서 차기 첸트로 나설 수 없다. 소거법으로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에 지나지 않는다.
"전, 로제마인 님을 동경했습니다. 귀족원에서 누구보다도 어린 용모의 1학년생이면서도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인 오라버님의 요구를 물리치고,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말하며, 자신의 희망을 관철하는 모습은 너무나 눈부시게 비쳤습니다."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조금이라도 덜 혼나는 것이 목적이었던 한넬로레에게 귀족원의 나는 그런 식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한넬로레의 말에 투리의 손이 멈췄다. 한넬로레는 순수한 영주 후보생이기에 평민인 침자들은 분명 고려 대상에 들어가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길베르타 상회의 사람은 친족같은 것이기에, 투리와 코린나의 반응이 신경쓰여 어쩔 수가 없다.
……한넬로레 님, 지금은 조금 타이밍이 안 좋아요.
그런 내 마음의 목소리는 통하지 않은 듯, 한넬로레는 더욱 말을 계속한다.
"단켈페르가를 진짜 딧타에 꾀어 국경문에 나타난 로제마인 님은 그야말로 차기 첸트의 영광으로 가득했습니다. 초석만 물들이고 방치할 수도 있었던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을 구하러 란체나베와 싸우는 로제마인 님은 아우브·아렌스바흐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승전 축하연에서 아우브가 결정한 본의 아닌 결혼과 페르디난드 님과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로제마인 님은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이었지만,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중에서 가장 로제마인 님 답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신기하네요."
한넬로레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다가온다. 나는 뻘뻘 식은땀이 흐르는 듯한 기분으로 투리를 보았다. 걱정스러운 얼굴과 "그게 무슨 말이야?" 라는 표정이 섞여 있는 듯한 느낌이다.
"로제마인 님, 지금이라면 늦지 않습니다."
"뭐, 뭐가요?"
"정식 발표가 이뤄지는 영주 회의는 아직인걸요. 전, 전력으로 협력하겠습니다. 아우브나 첸트를 목표로 하죠."
하죠, 라는 말을 들어도, 한넬로레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 뭐가 늦지 않았다는 걸까. 한넬로레가 나의 도서관 도시 계획을 알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나의 측근들은 한넬로레를 말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어떤 답을 내놓는지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모두가 나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한넬로레 님, 제가 아우브나 첸트가 된다면 무엇에 늦지 않는다는 건가요?"
단켈페르가의 협력은 너무나도 강력해서 무섭다.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한넬로레는 무슨 생각으로 나를 아우브나 첸트가 되게 하려는 것일까. 그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어려서부터 사모하던 페르디난드 님과의 사랑을 성취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페르디난드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투리의 눈이 동그래졌다. "신관장을 좋아했었어!?" 라는 듯한 깜짝 놀란 얼굴이다. 가봉하는 손은 계속 움직이고 있지만, 코린나의 눈이 "어머어머, 이제 그런 나이구나" 라는 미적지근한 것이 되어 있다. 견딜 수가 없다. 그다지 안면이 없는 귀족들에게 착각받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자, 잠깐 스톱! 여기 가족이 있어요!
"한넬로레 님, 기기기, 기다려 주세요. 심호흡하고 침착하고……. 전, 페르디난드 님에 대한 것은……."
"로제마인 님 저에게까지 숨기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전에 약혼자 이외에 마음에 두고 계신 분이 있다고 가르쳐 주시지 않았습니까. 세례식 전의 어린 시절부터 로제마인 님과 계속 함께 있고, 걷고, 지탱해 주신 분이……."
……그러고 보니 그런 거짓말을 했던 것이 있었지. 생각 났어, 응. 하지만 한넬로레 님, 그래도 이런 타이밍은 아니잖아요!
"그 조건에 맞는 분은 페르디난드 님밖에 없으시다고 빌프리트 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혹시 달리 다른 분이 있으신 건가요?"
……큰일이다! 프랑과 러츠를 떠올렸던 건데, 귀족 기준으로 생각하면 페르디난드 님밖에 없었어! 착각될 거야! 안대에에에엣!
머리를 안고, 어떻게 변명해야 좋을지 고민하는 동안에도 한넬로레는 열변을 토한다.
"전, 비극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싫어합니다. 오늘 아침에 읽은 이야기가 너무 애달프고 슬프고 가슴아파서……. 지금의 왕족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전하기 위해 본의 아닌 결혼에 동의하고, 마력이 어울리지 않는 왕족에게 시집가는 로제마인 님이 그런 슬픈 경험을 하게 될 거라는 건 상상만으로도 견딜 수 없습니다. 정식 발표는 아직인걸요. 부모형제에게 불평하지 않도록, 자신의 결혼 상대는 스스로 쟁취하도록 해요. 로제마인 님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전, 전력으로 협력할테니까요. 네?"
……네? 라는 말투는 귀엽지만. 한넬로레 님, 완전 단켈페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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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아올 무렵부터 잠시 쉬었다가 도서관으로 이동해 가봉입니다.
투리와 코린나와 같은 그리운 얼굴을 보고 조금 마음이 풀어졌습니다.
머리장식에 대한 상의가 끝난 한넬로레.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다운 말의 격류에 멍해진 로제마인.
다음은 나의 희망입니다.
나의 소망
사랑을 이루라는 말을 들어도 곤란하다. 무엇보다 나는 사랑을 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왕명을 받아 아렌스바흐로 가야만 했던 페르디난드를 한시라도 빨리 에렌페스트로 되돌려보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투리에게 이상한 오해를 받고싶지 않아!
"저, 한넬로레 님. 다른 귀족분들에게도 그렇지만, 저의 말은 그다지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전, 정말로 페르디난드 님을 연모하고 있지 않아요."
내 말에 한넬로레가 눈을 깜빡이며 천천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회에서는 로제마인 님은 왕족이나 신들을 적으로 돌리더라도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겠다고 선언하셨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으악! 투리의 눈이 반짝이고 있어! 기다려! 그게 아닌 건 아니지만 그것만 들으면 오해하니까!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가를 누른 투리가 부들부들 가늘게 떨고 있다. 곤란하다. 이 오해만큼은 풀어두지 않으면 아랫마을의 가족 사이에서 어떤 정보가 오갈지 생각만 해도 무서워진다. 우리들의 이야기 같은 건 들리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로 가봉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코린나의 눈도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다. 벤노 쪽에도 소문이 퍼질 것이 분명하다.
"확실히 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이 한 말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은 저에게 있어 가족과 다름없는 매우 소중한 분입니다. 그러나 가족에 대한 감정과 연애 감정은 별개죠?"
나 역시 페르디난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별히 소중하다는 자각 정도는 있다. 아랫마을의 가족이나 신전의 근시들, 러츠네, 구텐베르크와 같은 정도로 소중하다. 그래도 역시 연정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신님이 춤추고 노래하지도 않았고…….
"한넬로레 님도 가족이나 가족처럼 소중한 분이 타령에서 독에 중독되어 쓰러지게 된다면 제가 그랬던 것처럼 무엇을 적으로 돌리더라도 구하러 가실 것이 아닌가요? 그것과 같다고 생각해 주세요."
"……저기, 저의 가족이 자력으로 타개할 수 없는 사태에 빠졌을 경우라면, 이미 제가 무엇을 해도 의미가 없는 상황이겠죠. 제가 무언가 함으로써 상황이 호전되리라고는……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허둥거리고 있는 사이에 자력으로 위기를 벗어나거나, 복수하겠다고 과도하게 불타오르는 주위를 억누르는 역할이 될 것 같다며, 한넬로레가 조금 아득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글렀다. 이번 싸움에서 보인 한넬로레 님의 저력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니, 단켈페르가의 기준과 상식을 모르니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렵다.
"단켈페르가의 사정은 다른 것 같습니다만, 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릴 생각이 없으며,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렇기에, 가족과 다름없이 소중한 사람이 위기에 처하면 곧바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투리의 얼굴에 납득하는 분위기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 납득이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에 대한 것인지, 가족을 위해서라면 폭주한다는 것에 대해서인지는 판별되지 않는다.
"그럼 로제마인 님에게 페르디난드 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결혼 상대로는 생각할 수 없다는 건가요?"
한넬로레의 말에 나는 페르디난드를 결혼 상대로 생각해 본다. 연애 감정은 없지만, 빌프리트와 지기스발트 왕자도 결혼 상대 후보로 오른 것이다. 마찬가지로 페르디난드도 연애 감정 없는 결혼 후보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응? 그러고 보니 페르디난드는 완전 우량매물인거 아냐?
"저, 연애 감정은 없지만, 정략 결혼으로 생각하면 페르디난드 님이 가장 이상적인 상대일지도 모르겠네요. 책을 많이 가지고 있고, 제게 도서관을 주었고, 속내를 알고 있어 가족 같은 허물없는 사이이고, 오랫동안 주치의같은 입장이었기 때문에 몸 상태나 약의 관리도 해주고 있었습니다. 유능하고, 의지할 수 있고, 불안하거나 근심이 있을 때는 모습을 보거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니까……."
"저, 로제마인 님. 그건……페르디난드 님을 연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한넬로레가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나의 측근들도 한넬로레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귀족의 시각으로는 가족 사랑이나 연모나 별반 차이가 없는 걸까.
"페르디난드 님이 곁에 있으면 안심하거나, 혼날 것 같아 움찔거리긴 합니다만, 연인 같은 달콤한 분위기가 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 없으니 연모와는 다릅니다."
"그, 그런 건가요……."
하지만 한넬로레는 아직도 납득해주지 않는다. 마치 내가 착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은 듯한 표정이다. 제법 완고한 연애 필터를 갖고 있는 모양이다.
"게다가 저는 제 아버지처럼 원하는 목표로 돌진하는 것을 도와주고, 신분 차이고 뭐고 관계 없이 모든 것으로부터 저를 지켜주고 소중히 해주시는 분이 이상적인 남성분이신 걸요. 아버님과의 약속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고, 지키고 싶은 것은 에렌페스트면서도, 그것을 위해 순순히 왕명을 받아들이고 아렌스바흐로 떠나신 페르디난드 님은 저의 이상과는 다릅니다. 저의 이상은 높습니다."
아빠가 이상형이고, 내 남자 보는 눈은 높다고 선언하자, 투리가 질린 듯한, 그리고 유감인 것을 보는 듯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어쩐지 눈초리가 "마인은 아직 한참 어리네" 라는 느낌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아빠가 이상형이니 어쩔 수 없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물론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성분과는 관계 없이 페르디난드 님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저도 페르디난드 님처럼 가족과 나눈 약속을 소중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빨리 페르디난드 님을 아렌스바흐로부터 에렌페스트로 되돌려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자신의 소망을 말하자, 한넬로레는 "하지만 페르디난드 님의 마음은 어떤 걸까요?" 라며 미련이 남은 어조로 말했다.
"아렌스바흐에서도 기수에 동승했었고, 로제마인 님을 정말로 정말로 소중히 하고 계셨는걸요."
한넬로레의 눈에는 페르디난드도 나를 연모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놀랄 정도의 연애 필터다.
……페르디난드 님이 나를 연모? 그럴리가. 아냐, 아냐.
"페르디난드 님이야말로 연애 감정같은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렌스바흐에서의 동승은 전장이라는 특수한 곳에서 이제 막 아우브가 되었을 뿐인 저를 보조하면서 지휘를 맡기 위해 필요했던 조치일 뿐입니다. 가장 합리적인 행동을 취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국경문을 닫을 때, 페르디난드도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나의 존재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 때의 행동에 보호자적인 행동은 있었어도, 연애 감정 같은 건 눈꼽만큼도 느끼지 못했다.
……마법진을 그릴 때도 책상 취급했었고!
"무엇보다 페르디난드 님은 저처럼 잇달아 역경을 일으키는 사람과는 함께하고 싶지 않다고 이미 약혼의 제의를 거절했었습니다."
"네!?"
목소리를 낸 것은 한넬로레 뿐이었지만, 측근들도 놀란 듯한 얼굴로 나를 봤다. 투리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페르디난드와의 결혼은 내게는 많은 이익이 있지만, 페르디난드에게 있어서는 딱히 이익이라 할 게 없고, 귀찮은 일이 늘어날 뿐이다.
"빌프리트 오라버님과의 약혼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아우브로부터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결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곤란해하시던 페르디난드 님에게 이미 한 번 거절받은 제가 본의 아닌 약혼 같은 것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페르디난드 님은 본인이 희망하는 분과 함께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결혼과 관련된 단켈페르가에 쓸데없는 지원은 필요 없다고 못을 박자, 한넬로레가 축 어깨를 떨궜다.
"그, 그랬던 건가요. 죄송했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제가 얕은 생각을 밀어붙여서……. 설마 아우브의 약혼 타진이 이미 있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나와 페르디난드의 사랑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아준 것 같다. 꿈을 부순 것 같아 미안하긴 하지만, 오해는 빨리 풀어둬야만 한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한넬로레가 "그럼 로제마인 님이 사모하시는 분은 누구?" 라는 말을 꺼내기 전에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놔야 한다.
……이야기에 어울리려고 가볍게 내뱉은 거짓말이었습니다, 라고는 말하기 힘드니까!
"그건 그렇고, 한넬로레 님. 사랑이 아니라면 저의 소망에는 협력해 주시지 않는 건가요?"
"소망이요?"
한넬로레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전,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으로서 아우브가 명하는 대로 왕족에게 시집가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넬로레 님이 보시기엔 아우브도 첸트도 선택 사항으로서 존재하는 거죠?"
"당연하지 않습니까. 진짜 딧타로 얻은 초석을 어떻게 할 지 결정하는 것은 로제마인 님입니다. 또 다른 딧타로 인해 초석을 빼앗기지 않는 한, 다른 누군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왕은 기본적으로 승인할 뿐이고, 뺏을 수는 없다고 한넬로레는 말했다. 진심으로 왕이 아우브로 인정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누군가를 지명해 중앙 기사단을 이끌고 초석을 빼앗으러 오거나, 첸트로서 초석을 옮겨 억지로 빼앗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넬로레는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고, 중앙기사단이 있어도 란체나베나 디트린데에 대한 빈틈없는 대응을 할 수 있을것이라고 신뢰받고 있지 못한 왕은 내게서 초석을 빼앗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제가 가장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로제마인 님이 결혼을 통해 왕족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져다 준다는 것입니다. 왕족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유르겐슈미트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져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까. 그럴 바에야 로제마인 님이 첸트가 되어 자신에게 걸맞는 국서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구애의 마술도구가 간단히 금가루화되는 분은 첸트를 지탱하는 국서로서 어울리지 않습니다."
여성 아우브가 동급인 영주 후보생을 남편으로 맞이하지 않으면 임신과 출산 기간에 곤란한 것처럼, 여성이 첸트가 됐을 때도 남편으로 맞는 것은 같은 첸트 후보가 바람직하다고 한다. 물론 구애의 마술도구가 쉽게 금가루화할 정도로 마력의 균형이 맞지 않는 상대는 논외라고 한다.
"적어도 아이는 바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로제마인 님은 그런 장래를 원하지 않으시죠?"
"그렇네요."
전혀 실감이 나지 않고, 상상도 되지 않지만, 나라도 언젠가는 아이를 원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라노 시절의 엄마, 마인 시절의 엄마, 귀족 엄마, 이 세 사람으로부터 받은 어머니로서의 깊은 사랑을 아이를 통해 갚고 싶다.
"왕족에게 시집가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로제마인 님이 바라시는 것은 어떤 장래인가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측근들 중 레오노레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어왔다.
"페르디난드 님을 구하기 위해 왕족과 거래하고, 아우브에게 건네받은 왕족의 구애의 마술도구를 받아들여,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로제마인 님은 왕족에게 시집가는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저희들은 그것에 맞춘 최적의 행동을 해왔습니다만, 로제마인 님의 갈 길이 달라지게 되면 지금까지와 같은 대응은 할 수 없습니다. 주인이 망설이고 있으면 측근은 제대로 행동할 수 없습니다. 알려주십시오, 로제마인 님."
레오노레의 말에 리제레타도 수긍한다.
"로제마인 님, 전, 로제마인 님이 아우브와 첸트 어느 쪽을 택한다 하시더라도 협력할 거에요. 연애와 상관 없어도요."
그런 한넬로레의 지지에 나는 방긋 미소지었다.
"제가 가장 되고 싶은 것은 사서입니다! 전, 그것을 위해 문관 과정에 들어간 것이니까요."
"……네?"
예상 밖이라는 듯이 멍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자신의 희망을 역설한다. 이뤄질지 이뤄지지 않을지는 제쳐놓고, 일단 자신의 희망을 말한다.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가 되어, 이용자가 원하는 책을 찾아주거나, 낡은 자료를 보수해 되살리거나, 마술도구를 연구해 타령의 도서관과 도서관을 연결해 여러 곳에서 다양한 책들을 수집하거나……. 그런 것을 하고 싶습니다. 귀족원의 도서관에서 살고 있는 솔란지 선생님이 제가 바라는 이상적인 장래입니다."
"솔란지 선생님인가요……."
선택지 외의 대답이었던 탓인지 혼란스러운 머리를 누르는 것처럼 레오노레가 중얼거린다.
"실은 도서관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책을 읽으며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과 맛있는 밥을 먹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다른 도서관으로 읽어보지 못한 책을 찾아 돌아다니는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입장과 관련된 최소한의 의무를 처리하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가 원하는 만큼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 책을 관리하고, 책을 늘리기 위해 문맹률을 낮춰 책을 쓰는 사람을 늘리고, 평민도 귀족도 관계 없이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투리가 "정말이지 옛날이랑 변한 게 없네" 라는 듯이, 물끄러미 시선을 향해온다. 하지만, 그 말대로다. 나의 소망은 예전부터 변하지 않았다. 선택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거나, 명령받으면 따라야만 하는 입장이라거나, 그런 까다롭고 귀찮은 의무가 잔뜩 쌓여서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긴 했지만, 그런 것들을 전부 치워내면 내 소망은 오직 단 하나다.
"전, 할 수만 있다면 많은 도서관을 짓고, 그 도서관의 사서로서 도서관에서 살고 싶습니다."
귀족 여러분들이 완전히 예상 밖이랄까, "진심으로 도서관 도시를 노리고 있었던 건가" 라는 듯한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나의 소망을 듣고 싶어했던 것은 본인들이다.
"……도서관 건설이라는 것은 아우브인가요?"
혼란한 머리로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는 답을 도출해보려 노력하는 레오노레를 보면서 나는 뺨에 손을 얹었다.
"저는 아우브든 첸트든 어느 쪽이라도 좋습니다. 저의 계획이 도서관 도시가 되느냐, 도서관 국가가 되느냐 하는 사소한 차이밖에 없으니……."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평민들에게도 독서의 즐거움을, 이라고 생각하면 아우브겠고, 도서관 『 넷토와크 』를 간단히 설치하려면 첸트가 좋겠죠. 차라리 나라 전체에 권력이 미치는 첸트가 되면 모든 도서관에 국경문과 같은 전이진을 설치해 쉽게 오갈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도서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영지 경계를 넘는 전이진은 첸트가 아니면 설치할 수 없다. 대는 소를 겸한다고 하니, 이왕이면 첸트가 되어 도서관 국가 계획을 추진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기스발트 왕자와 결혼하는 것도 나쁜 수단은 아닌 것 같네요. 왕족의 지위를 얻고 나서 마음껏 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대영지와의 균형을 생각해 셋째 부인으로 맞이하고 싶다는 식의 말씀도 하셨었고, 셋째 부인이라면 집무나 사교에 관한 책임이 가장 적은걸요. 도서관 계획을 추진하기엔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입장이 된다 하더라도 하려고만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쩐지 좀 기운이 나기 시작했다. 어차피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갖고 있는 것은 나이다. 누구와 결혼하더라도 도서관 계획은 실행할 수 있는게 아닐까. 나는 페르디난드와 이야기하던 때처럼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유르겐슈미트를 도서관 국가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말해나가다가 앗 하고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페르디난드 님에게 이런 제 소망을 말했더니, 반역의 죄를 저질러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아렌스바흐라면 제 소망대로 도서관 도시로 만들어도 되지만, 첸트가 되어 유르겐슈미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안 된다는 말을 하셨었죠. 그래도 가급적 넓게 도서관 계획을 펼치기 위해서는 첸트 쪽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레오노레?"
측근으로서도 아우브보다는 첸트인 주인이 섬기는 보람이 있죠? 라고 나는 자신의 측근들 중 가장 귀족다운 감각을 갖고 있는 레오노레에게 묻는다. 레오노레는 주위의 모두를 한번 둘러보고, 방긋 미소지었다.
"전, 페르디난드 님의 말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레오노레? 첸트보다 아우브 쪽이 좋다는 건가요?"
의미를 모르겠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레오노레와 시선을 교환하고 한 번 고개를 끄덕인 한넬로레가 살포시 내 손을 잡았다.
"로제마인 님, 전, 로제마인 님은 페르디난드 님과 결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금 확신했습니다."
"네? 한넬로레 님, 정작 페르디난드 님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방금 말씀드리지 않았는지……."
……어라? 아까 납득해줬었지? 왜 갑자기 의견이 정반대로 바뀐 거지?
더군다나 어쩐지 한넬로레의 눈이 좀 전과 달리 연애담에 들뜬 듯한 반짝거리는 것이 아니라 진지함 그 자체가 되어 있다.
"지금은 빌프리트 님과의 약혼 전과 달리 마음이 달라지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연정이 없더라도 로제마인 님에게는 소중한 분이시죠? 페르디난드 님은 로제마인 님이 행복하게 만들어 드리면 되는 거에요."
"제가 보기엔 연정이 없더라도 페르디난드 님은 로제마인 님을 소중히 하고 계십니다. 승산이 있습니다."
……어? 레오노레까지 왜 그러는데? 승산은 뭐고?
"로제마인 님에게 있어 페르디난드 님은 연정은 없는, 이상의 남성분은 아니더라도 정략결혼 상대로서는 이상적인 분인 거죠?"
진지한 얼굴의 레오노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이 말한 것이다. 그것은 틀림 없다. 그러자 한넬로레가 방긋 미소지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페르디난드 님이 정략결혼해주실 마음이 될 지,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해요. 가족과 같은 분이라면, 부부와도 같은 걸요. 네?"
……그러니까, 네? 가 아니라! 가족과 같은 것과 부부와 같은 것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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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마인에게 있어서의 페르디난드. 로제마인의 소망.
솔직히 말했더니 정략결혼을 권장받고 말았습니다.
권력을 손에 넣은 로제마인을 방치했다간 큰일이 나버려. 고삐는 어딨는 거야?
이것은 주위 모두에게 공통되는 사고.
다음은 점심과 중앙의 이야기입니다.
점심과 중앙
성으로 점심 식사하러 돌아가기 위해 라자팜이 마차를 타고 돌아왔다. 물론 그에 앞서 리제레타가 올도난츠를 통해 연락을 받았고, 투리와 코린나 일행과 길베르타 상회 사람들도 가봉을 마치고 돌아갔고, 이미 출발 준비는 되어 있다.
나와 한넬로레는 각자의 호위기사와 함께 마차에 올랐다.
"페르디난드 님에게 정략 결혼을 승낙받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가 아는 페르디난드 님은 하이스힛체 일동에게 들은 모습이 대부분이기에 묘안이 떠오르질 않네요. 역시 정석대로 로제마인 님이 페르디난드 님에게 청혼 과제를 받아오는 것이 제일이지 않을까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한넬로레였지만, 나는 클라리사 같은 단켈페르가 식의 청혼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페르디난드는 절대로 나와의 결혼을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고, 과제 신청 같은 건 코웃음으로 걷어찰 거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나로서는 본인이 싫어하는 정략결혼보다는 페르디난드의 게둘리히인 에렌페스트에 연구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불의의 일격을 당하기 전에 페르디난드 님과 상담해야 해!
한넬로레가 뭔가 행동을 취한다면 아우브 부부가 동석하는 이 점심 시간이 분명하다. 그 전에 페르디난드와 만나, 정략결혼에 저항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전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대로는 단켈페르가의 추진력에 의해 페르디난드가 또 다시 본의 아닌 정략결혼에 끌려나가버릴지도 모른다. 단켈페르가의 폭주는 이제 그만 멈춰달라고 못박아두었는데도, 한넬로레는 벌써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
……나만이라도 페르디난드 님의 아군이 되어줘야 해!
"레오노레, 페르디난드 님에게 연락을 넣어주세요. 점심이 되기 전에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나는 호위기사로서 마차에 동승하고 있는 레오노레에게 부탁한다. 원래 근시에게 부탁할 일이긴 하지만, 신분적으로 리제레타는 동승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올도난츠를 보내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너무 갑작스럽다고 생각됩니다."
"큰일 났다고 하면 분명 시간을 내주실 겁니다."
"페르디난드 님!"
오찬회가 열리는 식당 근처에 페르디난드가 이야기를 하기 위한 방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거기에는 페르디난드와 그 측근만이 아니라 나의 남성 측근들도 모여 있는 모양이다. 한넬로레를 비롯한 단켈페르가와의 오찬에 앞서 의견을 듣기 위해 동원되었던 클라리사도 함께 있다.
"큰일이라는 건 뭔가, 로제마인? 너는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저는 딱히 아무짓도 하지 않았는데, 큰일이 되어서, 페르디난드 님이 정략결혼으로……."
"진정해라. 너무 흥분했다. 안색이……."
체온을 재기 위해 뻗어온 페르디난드의 오른손을 나는 꽉 쥐었다.
"이대로는 저와 결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페르디난드 님, 지금 당장 도망치세요!"
"……전혀 의미를 모르겠다.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사용한 뒤에 전후관계를 명확히 설명하도록.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대놓고 말할 내용은 아니겠지."
얼굴을 찌푸린 페르디난드가 가볍게 왼손을 흔든다. 바로 할트무트가 범위 지정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사용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준다. 차의 준비를 마친 유스톡스가 측근들에게 마술도구의 범위에서 나오라고 지시한다. 여전히 측근들이 주위를 둘러싸고는 있지만, 순식간에 둘이서만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측근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시야 끝으로 흘리며,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의상을 가봉할 때 있었던 이야기를 한다. 페르디난드를 연모하고 있다고 착각해 응원받은 것부터 시작해 정략결혼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전부다.
"……라는 느낌으로 진짜 소망을 말해달라기에 까다로운 의무도 명분도 모두 치워버린 진짜 소망을 말한 순간, 한넬로레와 측근들이 제가 페르디난드 님과 정략결혼해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손바닥을 뒤집듯이 의견을 바꾸다니,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네게 권력을 쥐여주고 그냥 놓아두면 큰일이 되어버리기에 너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이다. 영문을 모를 일이 없지 않은가."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인데도 정말로 지친 얼굴이 된 페르디난드가 "모르는 것은 너뿐이다" 라며 나를 노려보았다.
"도서관 계획에 놀란 것도 있겠지. 허나,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의견을 뒤집은 것은 너의 의견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국경문이 경계문 밖에 있는 것, 귀족원으로 가는 전이진이 각 영지의 기숙사에 있는 것, 아우브의 허가가 필요한 것, 그리고 그 전이진이 매 년 다수의 학생이 이동하는데도 소수가 아니면 전이할 수 없는 사양으로 되어 있는 이유를 생각해라."
"네?"
"첸트가 자기 맘대로 도서관을 만들어 더 많은 전이진을 설치하고, 그것을 통해 자유롭게 왕래하도록 하다니, 영지의 방위를 생각하면 최악이지 않은가. 설치하는 너에게 악의나 적의가 없더라도 다른 이용자가 악용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니 긴 역사를 자랑하는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이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이 바보 녀석."
연애성취가 어떻다던가 정략결혼이 어떻다는 이야기 때문에, "또 쓰잘데기 없는 일을……" 라며 피로를 느끼는 건가, 하고 생각했지만, 전혀 달랐던 것 같다. 예상 밖의 꾸중에 나는 황급히 변명한다.
"이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상을 생각나는 대로 말했을 뿐이고, 저도 간단히 실현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을 연모하고 있다는 화제로부터 주의을 돌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지기스발트 왕자와 결혼하는 것이 가장 간단할 것 같다고 자랑스럽게 말한 주제에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천방지축인 네가 언제나처럼 생각 없이 한 말일지라도, 네가 진심으로 실현시키려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한넬로레에게도 전해진 것이다. 그건 전이진에 한정된 일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즉흥적으로 가볍게 엉뚱한 것들을 차례차례 실현해버려선 감당할 수 없다고 주위가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우우……."
깊이 생각하지 않은 바람에 큰일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머리를 안고 싶은 것은 이쪽이다. 모처럼 성녀답게 포장해 일견 완벽하게 보이는 영주 후보생을 만들어왔는데 그런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전부 엎어버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너는 연회에서 평판과 태도를 가다듬으라는 말을 그렇게나 들었는데도 이해하지 못한 건가?"
"우우, 다들 너무할 정도로 평판, 평판하고 말한 탓인지 엄청나게 귀찮아하고 있었고……그래서 반발심으로 에잇, 하고 엎어버린게 아닐까 하고 생각됩니다."
"너무 멍청했다."
페르디난드가 씁쓸한 어조로 말한 뒤에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저의 외면은 어쨌든 한넬로레 님 일동이 폭주하기 전에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페르디난드 님이 또다시 자신의 게둘리히와 떨어지게 됩니다. 전, 양부님에게 부탁해 에렌페스트에 연구소를 만들어달라고 교섭할 것이기에 페르디난드 님도 에렌페스트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대책을……아흔니다!"
내 말을 가로막듯이 페르디난드가 꾸욱 뺨을 꼬집었다.
"꽤 좋은 정보였다. 그것에는 감사한다."
"감사하는 사람의 행동이 아닙니다!"
얼얼한 뺨을 누르고 페르디난드를 노려보자 페르디난드가 조금 시선을 문 쪽으로 돌렸다. 나도 그쪽을 향한다. 밖의 호위를 하고 있던 안젤리카가 살짝 얼굴을 향해왔다.
"점심 식사시간인 모양이다, 로제마인."
"페르디난드 님. 전,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감내해온 페르디난드 남이 자신의 희망을 최우선으로 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니 단켈페르가나 양부님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지지 말아주세요. 절대로 자신이 원하는 길을 쟁취하셔야 해요."
이 점심 식사만 극복하면 단켈페르가는 영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내가 꾸욱 주먹을 쥐고 응원하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일어서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걱정하지 말아라. 나는 이길 수 없는 승부는 하지 않는 주의다."
엄청 나쁜 짓을 꾸미고 있는 듯한 얼굴로 페르디난드가 웃고 있다. 이거라면 절대로 괜찮다. 나는 기뻐졌다.
한넬로레의 언동에 대해선 매우 경계하고 있었지만, 점심 식사 자체는 매우 부드럽게 진행되었다. 에렌페스트 요리사들의 깊은 손길이 배어 있는 요리를 한넬로레는 "정말 맛있네요" 라며 기뻐했고, 다른 단켈페르가의 손님들도 만족해했다.
식사 중의 화제는 훈련장에서 에렌페스트의 기사들이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에게 다져진 이야기가 메인으로, "단켈페르가의 기사는 매우 강했다" 라며 함께 다져진 빌프리트가 흥분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빌프리트 오라버님도 참가했던 건가.
그 후에 식후의 예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내가 신전의 모습을 보고 올 동안 한넬로레는 양모님, 빌프리트, 샤를로테와 함께 차를 마시게 되었다.
"모처럼이니 타령과 다른 에렌페스트의 신전을 견학하고 싶었습니다만, 시간이 없으니 어쩔 수 없네요."
한넬로레는 아쉽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지만, 기수로 다녀온다 하더라도 단켈페르가로 돌아갈 시간을 생각하면 아슬아슬하다. 마차를 이용해서는 도저히 시간에 맞출 수가 없다.
"저도 가급적이면 한넬로레님을 초대하고 싶었습니다만……."
페르디난드로부터 "서문을 방문할 시간은 확실히 없어진다" 라고 기각되고, 오전 중에 신전에서 덫의 철거로 바빴던 듯한 멜키오르로부터도 "어제 싸움터가 되었던 곳이기에,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조금 어렵습니다" 라고 미안한 듯이 사과받아서는 무리한 말은 할 수 없다.
"로제마인과 멜키오르뿐만 아니라 숙부님도 신전으로 가시는 건가요?"
"그럴 생각이다. 늦지 않게 로제마인을 성으로 돌려보내야 하고, 에렌페스트의 신전에는 나의 근시였던 자도 있다. 모습을 보러 가는 것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출발하기 전까지 훈련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따분해하지 않을까요? 라는 빌프리트의 말에 페르디난드는 힐끗 양부님을 바라보았다.
"단켈페르가에게 예를 표하겠다고 초청한 아우브와 함께한 시간이 그다지 없었던 듯하니, 최후는 아우브와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할 거라 생각한다만. ……어떠하련지요, 아우브?"
"그대의 배려는 참으로 고맙군."
페르디난드가 미소가 조금 굳어버린 양부님에게 깔끔하게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상대를 떠넘길 즈음에는 식사가 끝나고 식후의 차가 나왔다.
"아우브·에렌페스트, 그러고 보니 지금 중앙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계신가요? 이쪽은 전혀 정보가 들어와 있지 않습니다만, 에렌페스트에서는 뭔가 가지고 있으신지요?"
한밤중의 출발, 새벽까지의 전투. 그리고 아우브가 된 내가 약으로 이틀 동안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중앙과 연락하기 위한 직통 마술도구를 사용하지 못한 채 곧바로 에렌페스트로 출발하게 되었다. 디트린데 일당이 아렌스바흐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여기저기 봉쇄해두긴 했지만, 중앙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정보가 없다.
한넬로레도 신경쓰였던 것인지 양부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제가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데리고 에렌페스트로 가겠다고 연락했을 때에는 아버님은 아직 단켈페르가에서 대기하고 계셨습니다."
"나도 중앙의 현재 상황에 대한 것은 잘 모르겠다. 이틀 전이었던가? 할트무트와 클라리사로부터 편지로 연락이 왔을 때, 귀족원의 기사들을 통해 연락을 넣었었다."
양부님은 내가 페르디난드를 구출했고, 란체나베와의 싸움이 있었다는 것을 알렸다고 한다. 딱히 긴급사태가 아니었기에, 직통 연락 도구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에 대해 왕족은 뭐라고?"
"중앙 기사단에 전해 방비를 굳히고 있는데, 아렌스바흐와 란체나베 일당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언제면 오는지, 정말로 중앙으로 오고 있는 것인지, 언제쯤 단켈페르가에 연락을 넣는 것이 적당하겠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그런 태평한 질문이 도착한 것은 초석의 방위로 바빴던 어제 아침이었다고 한다. 양부님은 우선도가 낮아 답변을 미뤘다고 한다. 그 심정은 이해한다.
"그런 것을 내가 알 수 있을리 없잖은가? 지금 현재 중앙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에 대한 응답은 그대들이 돌아가고 난 뒤라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뭔가 왕족에게 전해야 할 사안이라도 있는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노리고 있다면 디트린데 일당이 향할 곳은 귀족원이 분명합니다."
페르디난드가 당연하다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양부님이 조금 안색을 바꾸고 "바로 왕족에게 연락을" 이라며 허리를 띄운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는 "괜찮습니다, 아우브" 라며 가볍게 손을 들어 그것을 제지했다.
"왕족의 안전을 생각하면 중앙의 이궁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제일이겠죠. 저들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지 않는 한, 지금 이 상태가 가장 인적 피해가 적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쓸데없는 것을 말할 필요는 없다고 우회적으로 말하며 페르디난드는 유스톡스에게 신호를 하고 일어난다.
"급히 힐쉬르 선생님과 연락을 취해, 귀족원의 현황에 대한 정보를 모아주십시오. 아렌스바흐는 기숙사를 폐쇄한데다, 사감이 해임된 상태이고, 새로운 사감은 영주 회의에서 임명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현재 공석입니다. 가능하면 단켈페르가에도 연락을 넣어, 왕족의 현황을 전하고, 루펜 선생님도 귀족원의 모습을 살펴보도록 해주십시오."
중앙에 이변이 없다면 디트린데들이 향할 곳은 귀족원이 분명하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기 위해 사당에서 기도라도 드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중앙에 움직임이 없는 것도 납득할 수 있다.
"……로제마인, 멜키오르. 시간이 없다. 신전으로 간다."
나와 멜키오르가 일어나고, 측근들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페르디난드 님, 시간이 없다면 바로 귀족원으로 가는 것이 좋을까요?"
"지금까지 사감으로부터 왕족과 관련된 아무런 연락도 없었던 이상, 곧바로 무언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겠지. 저쪽으로 가기 전에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고, 애초에 신전과 아랫마을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돌아온 것이다. 왕족은 나중이어도 된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나는 귀족원에 있는 멤버들을 떠올린다. 나는 식당을 나가기 직전에 뒤를 돌아본다.
"저, 양부님. 귀족원의 도서관에 있는 솔란지 선생님의 무사를 확인해주십시오. 걱정되옵니다."
영지의 초석으로 이어지는 입구는 신전 도서실에 있었다. 그렇기에 귀족원의 도서관도 중요한 장소라는 것이 양부님에게도 전해진 모양이다. "바로 힐쉬르와 단켈페르가에게 연락하겠다" 라며 맡아주었다.
식당을 나와, 발코니에서 모두가 기수를 만들어 내는 가운데, 나는 자신의 기수를 내기 위한 마석을 만지지 못하고 굳어버렸다.
"저기, 페르디난드 님. 저……."
"안젤리카와 동승하도록."
"……네. 부탁합니다, 안젤리카."
나는 안젤리카의 기수에 동승해 신전으로 향한다.
……나, 아우브도 첸트도 될 수 없는거 아닐까?
마석이 무서우면 조합을 할 수 없다. 올도난츠를 보낼 수 없다. 기수에 탈 수 없다. 귀족으로서 치명적이다.
……금방 나을 듯한 것도 아니고, 초조해하면 안 되겠지만서도…….
그래도 아우브를 필요로 하는 아렌스바흐로 돌아갈 때는 이미 코 앞에 다가와 있다. 말 못할 초조함에 손 끝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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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 전에 어떻게든 페르디난드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안심한 로제마인.
다과회에서 양모님 일동에게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한넬로레.
중앙과 왕족은 아무래도 좋지만 귀족원이 신경쓰이는 페르디난드.
다음은 신전으로 갑니다.
신전과 멜키오르의 보고
"지금 돌아왔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로제마인 님. 이렇게 다시 뵐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페르디난드 님."
"그대들도 무사하니 다행히다."
프랑과 자무를 비롯한 신전 근시들의 영접에 페르디난드의 표정이 조금 느슨해졌다. 페르디난드에게 있어 신전이 그립고 가슴 따뜻한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다.
"신전과 고아원의 모습을 보고 모두의 안전을 확인하러 왔습니다. 방에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로제마인 누님, 이미 아우브에게는 보고가 끝났습니다만, 신전 습격의 전말에 대한 보고는 필요한가요? 아버님이 게오르기네 님의 기억을 봤다고 합니다. 오늘 오전 중에 함정을 해체하다가 호출되어 보고를 받았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보고를 들으러 왔는데, 듣고 싶지 않다고는 할 수 없겠지. 멜키오르는 내가 신관복으로 갈아입은 후에 신전장실로 찾아오겠다고 하고 자기 방으로 향한다. 페르디난드도 내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은 신전장실로 들어올 수 없기에, 할트무트의 안내로 오랜만의 신관장실을 방문한다고 한다. 전 근시들은 페르디난드의 방문을 기뻐할 것이다.
"신전장실에선 아무 일도 없었나요? 게오르기네 님을 안내한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저희들은 괜찮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저는 신전과 고아원의 모두의 모습을 보고, 보고를 들은 뒤에 아랫마을로 갈 것입니다. 손님이 많으니, 모니카와 니콜라는 차의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갈아입는 것은 적당히 해도 좋아요, 라는 뜻을 에둘러 전하자, 모니카와 니콜라는 얼굴을 마주보고 쿡쿡 웃었다.
"페르디난드 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들은 프랑과 자무가 의욕이 넘치고 있었으니, 그다지 저희들이 나설 차례는 없습니다."
"로제마인 님이 환복을 마치시면 저는 모두에게 알리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모니카가 신전장실을 나가고, 니콜라가 주방으로 향하자, 프랑과 자무가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차가 준비된 왜건을 밀고 들어왔다. 둘 다 별로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기분 탓인지 안절부절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어, 조금 귀엽다.
……전 근시들은 정말로 페르디난드 님을 좋아하네.
모니카의 통지를 받고 모두가 신전장실로 모여온다. 나는 멜키오르와 페르디난드에게 내 정면의 자리를 권했다. 프랑이 바로 차를 내온다. 내가 한모금 마시고 권하자, 페르디난드와 멜키오르가 차에 손을 뻗었다.
"……그리운 맛이다."
오랜만에 프랑의 차를 마시는 페르디난드가 차분히 차를 즐기는 것을 방해하지 않도록, 나는 멜키오르에게 시선을 향했다. 점심 식사시간에는 자리가 떨어져 있었기에 잘 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정면에서 보니 지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멜키오르, 프랑의 차는 맛있죠? 조금은 피곤도 풀릴까요?"
"네, 로제마인 누님. 맛있습니다. ……저, 서문에서 용감하게 싸운 병사들에게 포상을 주라고 아버님으로부터 맡아두고 있습니다만, 서문까지 동행해도 될까요? 그, 누님이 병사들을 잘 알고 있으니, 함께 가는 것이 좋다고 아버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포상의 준비가 너무 급하다. 습격이 있었던 것은 어제다. 이건 어쩌면 없는 시간을 내서 아랫마을을 보러 가는 내가 아빠와 만날 수 있도록 양부님이 자리를 만들어 준 걸까.
"물론입니다. 함께 가도록 해요. 멜키오르도 하세의 소신전에서 병사들을 만날 기회가 늘어날 테니, 조금이라도 친분을 쌓는 것이 좋겠죠."
전에 소개한 적은 있지만, 횟수는 많은 편이 좋을 것이다. 나는 다무엘과 마티아스에게 얼굴을 돌렸다.
"다무엘, 마티아스. 아랫마을의 각 문을 돌며 정보를 수집하고, 서문에서 싸운 병사들을 집합시켜 주세요. 아우브의 포상이 있을 것입니다."
"넷!"
습격으로부터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공로자들이 집으로 귀가해 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집합이 있다는 것을 서둘러 알리지 않으면 공훈을 세운 병사들이 정작 포상을 받는 자리에 나오지 못하게 된다. 서문에서 함께 싸웠던 다무엘이라면 병사들의 얼굴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라우렌츠, 벨트람을 비롯한 청색 신관 견습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고 와주세요. 그리고 안젤리카는 청색 무녀 견습의 모습을 보고 와줄 수 있을까요?"
"넷!"
안젤리카는 그다지 적합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유디트, 로데리히, 피리네는 신전을 지키기 위해 고생한 당사자들이다. 함께 멜키오르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 것이다.
"멜키오르, 신전의 습격에 대해서 들려주세요. 연회에서 들었던 내용은 생략해도 좋습니다. 게오르기네 님을 안내한 것은 누구인가요? 설마 옛 베로니카파의 아이들이 관계된 것은……."
"아닙니다. 청색 신관인 크라바티1입니다. 그러나 실은 그도 안내했던 것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청색 신관의 이름에 나는 무심코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라바티는 집무 면에서 그렇게 유능한 것도 아니었기에 신관장실에서 마주치는 일도 적었고, 캠퍼와 프리타크에 비해 마력량도 적었기에 봉납식에서 만난 적도 없다.
"크라바티는 분명 라이제강 계파의 중급 귀족 출신이었으니 전 신전장에게는 소홀이 취급되었을 터이다. 게오르기네와의 관계가 전혀 보이지 않는군."
페르디난드가 관자놀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멜키오르에게 자세한 상황 설명을 요구한다. 멜키오르가 움찔한 듯이 페르디난드를 본다.
……그런가. 멜키오르는 할트무트에게서 인수를 받았었지? 전전 신관장인 페르디난드 님과는 면식이 없구나.
"설명할 수 있는 측근에게 대신 부탁해도 괜찮아요, 멜키오르. 아직 어린 당신에게는 짐이 무겁겠죠."
멜키오르 한 사람에게 페르디난드로의 보고를 맡기는 것은 불쌍하다. 나는 측근과 고대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멜키오르는 한 번 돌아보고, 자신의 측근이 가볍게 끄덕이는 모습에 조금 부담을 던 듯, 직접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억을 들여다본 아버님에 의하면, 게오르기네 님은 서문을 습격한 귀족들보다 빨리 도착한 다른 배를 이용해 에렌페스트로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문을 지나지 않고 수로를 통해 아랫마을로 잠입해, 한 번 북문을 습격한 사람들과 합류해 계획을 논의하고, 다시 수로를 통해 신전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의외로 공격적인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로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행동이다.
"엔트비켈른으로 만든 수로가 어째서 타령의 게오르기네 님에게 알려진 걸까요?"
"계약 마술처럼 엔트비켈른을 하면 설계도가 없어진다. 하지만 그러면 다음의 아우브가 곤란하기에 설계도는 반드시 복사본을 만들어 두게 된다. 설계도 작성에 종사한 인원은 많고, 그 중에는 숙청으로 사라진 사람도 있었다고 들었다. ……그 당시는 아직 숙청이 이뤄지지 않은 시기였고, 게오르기네에게 이름을 올린 귀족이 누구인지 확실히 할 수 없었으니까."
그 귀족티가 넘치는 게오르기네가 수로를 사용할 줄은 몰랐다고 페르디난드가 중얼거렸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심으로 초석을 빼앗을 생각이었던 것을 잘 알 수 있다.
"이제 에렌페스트 내에 남아 있는 자신을 지지하는 귀족 같은 건 거의 없는 상태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만한 계획을 짜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군. 그 머리와 행동력을 좀 더 복수 이외의 다른 일에 썼었더다면……. 아쉬울 뿐이다."
"그렇네요. 도서관 계획을 위해 매진해주셨다면 에렌페스트나 아렌스바흐는 이미 도서관 도시가 되어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쩜 이리도 유감스럽게 우수한 사람었을까, 하고 내가 페르디난드에게 공감하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딱하기 짝이 없다는 듯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그렇군. 그 머리와 행동력을 다른 일에 사용한다 해도 유감스러운 사람은 있는 모양이다. 생각이 짧았군."
"무슨 의미인가요?"
"그런 의미다."
……크읏!
내가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하고 있자, 멜키오르가 나와 페르디난드를 번갈아 보며 곤란한 듯이 작게 말을 걸어왔다.
"……저, 이야기를 계속해도 되겠습니까?"
"부디 계속해주세요."
"상관 없다."
게오르기네가 신전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서문의 습격도 시작도 되지 않은 시기라 고아들의 모습은 없었지만, 지하층으로 이어지는 하인용의 서쪽 출입구는 잠겨있지 않아, 아직 출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고아원 아이들의 모습이 없었던 것으로 알 수 있듯, 이미 피난 명령은 나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근시나 하인들은 저희가 쓰는 이층으로 올라오지 않도록 했을 뿐, 서문의 습격이 있기 전까지는 1층과 지하층을 오가는 평소와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대피해있어도 식사는 필요하다. 순찰을 위해 기사의 숫자가 증가해 있었기에, 식사 준비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주인으로부터 "식사를" 이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해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전속 요리사이며 근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서쪽 출입구로 출입하는 모습을 발견한 게오르기네 님은 망설이지 않고 하인들의 출입구로 가, 마침 나온 회색 무녀로부터 옷을 빼앗았습니다."
힐끗 나의 모습을 본 페르디난드가 "어떻게 빼앗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된다" 라며 가볍게 손을 들었다. 나의 반응을 보면서 "하지 마라" 라고 말을 끊었다는 것은 분명 살해당한 것이겠지. 무릎 위로 꽉 주먹을 쥐며, 나는 다음을 듣는다.
"옷을 빼앗긴 회색 무녀가 크라바티의 근시였는가?"
"……아뇨, 그녀는 캠퍼의 근시였습니다."
은색 의상 위로 회색 무녀의 의상을 입은 게오르기네는 시치미를 떼고 서쪽 출입구를 통해 지하층으로 들어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계단을 통해 1층으로 올라가 반2층2의 위치를 확인하고 한 방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크라바티의 방이 선택된 이유는 그저 도서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전의 귀족 구역 지하에는 주방이 있고, 1층은 근시들의 방이다. 그리고 자신의 주인의 방으로 연결된 계단을 통해 출입하는 것이다. 게오르기네는 근시들이 사용하는 계단을 통해 크라바티의 방으로 들어가, 방에 있던 사람들을 죽이고 신전에서 소동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신전 문에서의 습격과, 도서실에서 소동이 일어나는 소리를 게오르기네 님은 가만히 듣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덫에 걸렸는지, 제 호위기사들이 떠드는 것이 들렸던 듯, 전이되었다고 기뻐하는 목소리를 엿들었다고 아버님이 말했습니다."
발소리와 목소리가 사라지자, 게오르기네는 신전의 관계자밖에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는 투명한 벽을 은의 의상으로 통과해, 이미 무엇이 설치되어있는지 파악되어 있는 함정을 피해 간단히 도서실로 들어왔다.
거기에는 장갑과 신발이 끈끈이에 달라붙어 벗겨져 있고, 은색 의상이 떨어져 있다. 보이지 않아도 전이진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게오르기네는 뭔가 끈 같은 것을 잡아당겨 회색 무녀의 옷을 벗지 않고 은의 의상을 벗고 발판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 이후는 양부님의 보고로 이어지게 되어, 페르디난드가 "보고, 수고했다" 라고 멜키오르를 치하했다. 하지만 조용히 이야기하던 멜키오르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저 때문에 크라바티를 비롯한 캠퍼의 근시가 죽게 되었습니다. 보고할 때 도서실에 경비를 남겨뒀었다면, 좀 더 하인들도 제대로 피난하도록 철저히 했었다면, 수로를 이용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눈치챘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저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러버린 것입니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가까이서 보면 알 수 있다. 멜키오르에게도 피로와 불면의 기색이 짙다. 나나 한넬로레와 마찬가지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던 모양이다.
"대응이 물렀던 부분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죽은 것은 멜키오르의 탓이 아닙니다. 죽인 것은 게오르기네 님입니다. 근본적인 부분을 착각해 전부 자신의 근심으로 떠안아선 안 돼요."
"하지만, 누님……."
"멜키오르도 죽은 이들을 기리며 애도의 기도를 하겠나요? 저와 한넬로레 님은 새벽에 했었답니다. 저는 에렌페스트에서 돌아가신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했었으니 크라바티 일동에게도 기도가 닿긴 했겠습니다만……."
그렇게 말하며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신전장실의 제단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크라바티와 함께 스러진 근시들을 위해 기도하도록 해요, 멜키오르."
끌려오듯 일어난 멜키오르가 측근으로부터 마석을 받아 양손으로 움켜쥐면서 나의 옆에 무릎꿇었다. 멜키오르의 측근들도, 피리네, 유디트, 로데리히도 그 뒤로 나란히 무릎꿇는다. 프랑을 비롯한 신전의 근시들도 피리네 일동의 뒤로 나란히 무릎꿇는다. 신전에서의 싸움을 목격한 사람들이다.
……이 정도의 대인원이 될 줄 알았다면 기도실로 이동하는 것이 좋았을지도.
신전장실의 제단은 작아서 좀 비좁다. 하지만 지금의 솔직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나는 슈타프를 냈다. 다른 슈타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똑같이 한다.
"높고 정정한 하늘을 관장하는 최고신인 어둠과 빛의 부부 신이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아득히 높은 곳으로 간 사람들에게 그대의 축복을 주십시오. 그대에게 바치는 것은 애도의 노래. 최상의 가호를 영원의 여행자에게."
신전에서 죽은 모두를 위해 기도를 바치자, 금색 빛과 검은 빛이 소용돌이치며 천장을 뚫고 올라갔다. 멜키오르가 쥐고 있는 마석과 반지에서도 마력의 잔향이 느껴진다.
"……로제마인 누님, 바친 마력만큼 마음이 편해진 것 같습니다."
안심한 듯이 멜키오르의 몸에서 긴장이 빠져나갔다.
"괜찮다면 고아원으로 함께 가요, 멜키오르. 잃은 사람을 직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지킨 사람도 봐주세요."
자리에서 일어나 모니카에게 고아원으로의 안내를 부탁한다. 모니카가 문을 열자, 동시에 라우렌츠와 안젤리카가 신전장실로 들어왔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신전 내에 축복의 빛이 난무했습니다!?"
"습격입니까!?"
여자 숙소가 있는 3층으로 갔을 안젤리카가 동시에 돌아왔을 정도니, 그 속도를 짐작할 수 있다. 신전장실 내부를 경계하듯 둘러보는 안젤리카의 모습과 오늘 아침의 페르디난드의 모습이 겹쳐보여, 나는 작게 웃었다.
"신전에서 죽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을 뿐입니다. 습격이 아니에요, 안젤리카."
시야 끝에서 페르디난드가 좀 싫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아원으로 갈 것이지? 빨리 가지 않으면 서문으로 갈 시간이 없어진다."
"네."
복도를 걸어 고아원으로 이동하자, 빌마를 선두로 마침 식당에 있던 회색 무녀와 견습 미만의 어린 아이들이 무릎꿇고 맞아주었다.
"로제마인 님, 멜키오르님. 잘 오셨습니다."
"모두 무사한 것 같네요."
"네. 피리네와 로데리히 님의 경고를 받고 일찍부터 대피했습니다. 문의 경비도 곧바로 멜키오르 님과 로제마인 님의 호위기사 분들이 교대해 주셨기에 고아원의 사람들은 싸움이 일어난 것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종 한개 정도의 시간은 대피하고 있었으므로, 좀 답답하고, 점심이 늦어 배가 고팠을 뿐, 아무도 무서운 경험을 하는 일 없이 끝났다고 한다. 빌마가 온화한 미소로 그렇게 보고한다.
"그런가요. 정말 다행입니다."
"로제마인 님, 멜키오르님. 그리고 측근과 근시 여러분.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귀족 구역에서 뒷처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저희들이 일상을 그대로 이어가며 공방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여러분 덕분입니다."
빌마의 감사에,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한 멜키오르와 그 측근들의 얼굴이 조금 펴졌다. 피리네 일동도 자랑스러운 듯이 미소짓고 있다.
"피리네도, 로데리히도, 유디트도, 정말 훌륭히 신전을 지켜주었습니다. 프랑을 비롯한 근시들이 무사한 것도, 고아원의 모두가 무사한 것도, 모두 그대들의 노력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로제마인 누님,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고아원의 모두를 지킬 수 있어 다행히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럼 서문으로 갈까요? 그리고 함께 거리를 지켜준 병사들을 치하해주도록 해요."
"네!"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멜키오르가 병사들에게 내려진 포상을 가져오도록 자신의 측근에게 명한다. 조금 기운이 난 것 같아 다행히다.
"너는 어젯밤부터 내내 이런 기도만 하고 있었던 건가?"
"……내내, 가 아닙니다. 단 두 번입니다."
페르디난드가 질렸다는 듯이 숨을 토했다.
"뭔가요? 그다지 좋은 느낌의 한숨이 아닙니다만……."
"나중으로 좋다. 멜키오르의 준비도 된 것 같다. 아랫마을로 간다."
슬쩍 손을 잡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페르디난드의 기수에 동승해 있었다. 누구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흰 사자가 곧바로 서문을 향해 날기 시작했기에, 놀라서 버둥거릴 수도 없었던 나는 조금 돌아보았다.
"……저, 페르디난드 님. 평판은 괜찮은 건가요?"
"귀찮아서 엎었다고 하지 않았나?"
"했었습니다만……."
……나는 엎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 건가?
의아한 기분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사이에 서문에 도착했다. 문기둥의 옥상에 다무엘과 마티아스, 그리고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무릎을 꿇고 있는 병사들 중에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
아랫마을까지 가고 싶었습니다만, 무리였습니다.
멜키오르가 보고하는 양부님이 본 게오르기네의 이야기입니다.
고아원은 무사평온했지만 귀족 구역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피해가 있었습니다.
다음은 아랫마을로 갔다가 아렌스바흐로 돌아갑니다.
서문의 병사와 사전작업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로제마인 님, 멜키오르 님. 이쪽에 정렬해 있는 사람들이 서문의 공로자들입니다."
다무엘과 마티아스가 맞아준다. 나는 페르디난드의 손을 잡고 기수에서 내려 병사들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모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그 중에는 다친 사람도 있다. 다무엘은 중상자는 없다고 했지만, 붕대를 감은 모습을 보면 결코 경상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
"로제마인 누님, 다친 사람이 있습니다."
측근의 기수에 동승했던 멜키오르도 기수에서 내려, 내 옆에 나란히 서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기사들은 기사단에 소속된 사람이나 의사로부터 치유의 축복을 받을 수 있지만, 평민 병사들에게는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괜찮아요, 멜키오르. 제가 위안을 드릴 것이니."
"누님은 여러 병사들에게 위안을 줄 정도의 마력이 아직 남아 있으신 건가요?"
함께 신전에서 기도를 바친 멜키오르가 눈을 깜박였다. 귀족원에 입학하지 않았고, 마력 압축도 시작하지 않은 멜키오르는 죽은 이들을 애도하기 위해 제법 마력을 썼을 것이다. 나는 방긋 미소지으며 자신의 시선보다 아래에 있는 멜키오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신들의 가호가 늘어날 수록 필요한 마력이 줄어드니까요. 멜키오르도 이제는 신전장이 됩니다. 영지와 백성을 위해 기도하며 많은 신들로부터 가호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을 거에요."
"……로제마인 누님처럼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멜키오르라면 저보다 훨씬 좋은 신전장이 될 겁니다. 정말로 우수하니까요."
후훗 웃으면서 나는 멜키오르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저의 측근인 다무엘로부터 그대들의 활약에 대해 들었습니다. 이 거리를 지키기 위해 정말 용감하게 싸워주셨다지요. 만약 적이 거느린 볼페닐이 거리로 들어왔었다면 평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났었겠죠."
내가 말을 건네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병사들이 얼굴을 들었다. 내 모습을 보고 덜컥덜컥 턱을 떨어뜨리며 눈을 부릅뜬다. 나와 안면이 있던 사람들이다. 서문으로는 1년 전에 클라리사를 인계받으러 지금과 같은 신전장의 의상을 입고 왔던 적이 있다. 그래서 성무를 수행할 때 먼발치에서 본 것이 전부인 평민들과는 달리 확연한 외모의 변화를 알 수 있었던 것이겠지. 아빠는 마치 눈부신 것이라도 보듯이 나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기쁜 듯한, 자랑스러운 듯한, 허전한 듯한 복잡한 표정이다.
병사들의 경악을 못 본 체하며, 나는 말을 계속했다.
"그대들 덕분에 이 거리가 지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만, 그로 인해 다친 사람도 있는 모양이네요. 앞으로도 병사로서 이 거리를 지키실 수 있도록 위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슈트라이콜벤."
나는 눈을 감고 슈타프를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로 변화시키고 기도를 드린다.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의 권속인 치유의 여신 룬슈메르시어, 우리의 기도를 받으시어 성스러운 힘을 주십시오. 게둘리히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부상당한 자를 치유하는 힘을 우리의 손에. 그대에게 바치는 것은 성스러운 음율. 지고의 파문을 일으켜 청명한 가호를 받사옵니다."
눈을 감고 있어도 녹색 축복의 빛이 쏟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병사들 뿐만 아니라 측근들로부터도 "이 정도의 위안을?!" 하고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로제마인, 이제 됐다. 거기까지 해라."
조금 초조한 듯한 페르디난드의 목소리에, 나는 마력을 쏟는 것을 멈춘다. "류켄" 이라고 주창해 슈타프를 치우고, 천천히 눈을 떴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있던 병사들이 붕대를 풀고, 부상을 입었던 부분을 보고 "나았어!" 라며 놀라움과 환희의 목소리를 높였다.
괴로웠을 듯한 상처가 사라진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자, 병사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오른손 주먹으로 왼쪽 가슴을 두 번 두드린다.
"평민 병사에 대한 과분한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들을 통솔하는 병사장으로서 감사드립니다."
"……어머? 병사장은 귄터가 아니었었나요?"
본 적은 있지만 이름을 모르는 병사에게 병사장으로서의 감사를 들은 나는 눈을 깜빡이며 병사장이라고 말한 사람과 아빠를 번갈아 보았다.
"귄터는 로제마인 님의 전속의 가족으로서 함께 이동하기 위해 사퇴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직무에 대한 것은 이미 인수인계가 되어 있습니다."
확실히 갑자기 병사장이 없어지면 곤란할 것이다. 내가 이동 준비를 시작하도록 부탁한 이래 1년 정도가 지났다. 신전에서 인수인계가 이뤄졌었던 것처럼, 병사들 사이에서도 인수인계가 있었던 것은 당연할 것이다.
"솔직히 말씀드려, 귄터가 이 거리를 떠나는 것은 막대한 손실입니다. 그러나 금번의 공로로도 알 수 있듯, 기필코 로제마인 님의 전속을 지켜내는 든든한 호위라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병사직을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타지로 향하는 아빠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귄터가 함께 와주는 것은 정말로 의지가 됩니다. ……이 서문을 지키고, 영민을 지키기 위해 싸워준 공로자들에게 영주인 양부님으로부터의 포상을 맡아두었습니다. 멜키오르."
나는 멜키오르를 불러, 병사들에게 새로운 신전장을 소개한다. 몇 명은 하세의 소신전에서도 만났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과 안면을 익혀두는 것이 좋다.
"동생인 멜키오르가 저의 후임으로서 신전장이 되게 됩니다."
"로제마인 누님과같이 영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신전장이 되고 싶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멜키오르는 병사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측근에게 신호를 보내 포상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나는 표창을 받은 병사들에게 어떠한 싸움이었는지 묻는다. 하세에서 몇 번 얼굴을 봤었던 병사도 있다. 어투에는 최대한 조심하는 모양이지만, 다소 허물없는 태도로 다무엘의 활약에 대해 이야기한다.
"3의 종 무렵부터 이곳저곳의 문을 돌며 경계를 촉구하고, 선착장 인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주의하라고 경고하고 있었습니다. 다무엘 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피해가 극심했을 것입니다."
"다무엘 님은 조금이라도 많은 기사가 서문에 배치될 수 있도록 힘써주셨습니다. 차례차례 커다란 개를 쓰러뜨리는 그 모습은 피난하던 도중에 현장을 목격한 병사 견습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어 있습니다. 이번 싸움에서는 기사님도 우리와 같은 무기를 사용했었기에, 견습들의 연습에도 기합이 들어가 있는 모양입니다."
싸움 현장에 있던 병사들보다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고 있던 견습들의 흥분이 대단했었다고 한다. 연이어 올도난츠로 지시를 내리며, 전력을 정비해 병사들 앞에 서서 그들을 지키듯이 싸운 다무엘 일행은 아이들로부터 존경어린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힐끗 다무엘을 보자, 부끄러운 모양인지 견디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굳어 있다.
……다무엘, 이럴 때는 당당하게 있으면 돼요.
포상을 받고 이쪽으로 온 아빠를 본 병사들이 이번에는 내가 준 부적을 이용해 아빠가 얼마나 무리했었는지 제각기 말하기 시작한다.
"병사측의 가장 큰 공로자는 귄텁니다만, 부하를 지키려 견형 마수를 힘껏 후려쳤을 때는 간담이 서늘했습니다. 분명 잡아먹힐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가족들의 부적까지 써가면서 싸우는 건 귄터 정도겠죠."
무모함에도 정도가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병사들의 말에, 아빠는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는 듯이 히죽 웃었다.
"로제마인 님, 강력한 부적을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모처럼 주신 부적을 전부 써버리게 되어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수단을 가릴 여유같은 건 없었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부적보다 인명이 소중한걸요."
……이런 걸 보면 역시 난 아빠의 딸이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 우리들의 관계를 알고 있는 다무엘과 페르디난드는 더욱 그렇게 생각하겠지. 둘 다 차마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로제마인 님, 멜키오르 님. 무례한 질문입니다만, 가까운 시일 내에 또다시 이러한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까? 다음은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게 되겠는지요?"
심각한 표정을 한 새로운 병사장의 질문에 병사들도 표정을 굳힌다. 페르디난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걱정 마라" 라고 말한다. 페르디난드가 앞으로 나온 순간, 싹 하고 분위기가 바뀌었다. 나와 이야기를 하던 병사들이 척 하는 소리와 함께 정렬해, 당당하게 허리를 핀다.
"싸움이 끝난 것은 아우브·에렌페스트의 포상이 나온 것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의 적인 아렌스바흐가 공격해 오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잡고 가볍게 잡아당겼다. 내가 살짝 휘청거리는 것을 지탱하면서 페르디난드는 보란 듯이 나의 존재를 병사들 앞에 내세운다.
"이번 싸움에서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인 로제마인이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아, 사실상의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되었다. 영주 회의에서 첸트의 승인을 받으면 영지를 위협하던 이웃 영지의 영주는 로제마인이 되게 된다. 이제 아렌스바흐가 에렌페스트를 침공할 일은 없다."
"오오!"
병사들은 기쁨과 흥분의 목소리를 높이며 "대단합니다" 라며 환호하고 있지만, 멜키오르와 그 측근들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거나, 눈을 크게 뜨고 있거나, 나와 페르디난드를 번갈아 보고 있다. 나는 머리가 새하얘졌다.
"페르디난드 님."
"우리는 지금부터 아렌스바흐를 수습하기 위해 가야 한다. 에렌페스트의 병사들이여. 이 거리의 방어는 그대들에게 맡기겠다. 우리가 근심 없이 출발할 수 있도록 이 거리의 평온을 지켜주기 바란다."
"넷!"
기사들을 고무시키는 것에 익숙한 페르디난드의 말에 병사들이 오른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답한다.
"귄터, 그대는 아직 어수선한 아렌스바흐로 전속들과 함께 이동하게 될 것이다. 로제마인의 전속을 반드시 지켜주어라."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팔에 차고 있던 부적을 빼서 아빠에게 건넸다. 아빠는 나와 페르디난드와 건네받은 부적을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짓고는 "반드시" 라며 약속한다.
"……그럼 아랫마을의 모습을 둘러보고 신전으로 돌아가겠다."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말하고 서문으로 왔을 때처럼 나를 기수에 태운다. 곧바로 신전으로 돌아가는 건가 싶었더니, 아랫마을을 빙 돌기 시작했다. 서문에서 남문으로, 남문에서 동문으로, 동문에서 북문으로의 상공을 경유해 신전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기수로 아랫마을을 순회하는 우리들을 발견하고 창문으로 얼굴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다. 길 가던 사람들이 위를 올려다보며 가리키고 있다. 나는 남문 근처의 그리운 풍경을 내려다보며 서문에서의 발언에 대해 따졌다.
"페르디난드 님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발언을 하신 건가요?"
"나는 거짓말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너도 아렌스바흐의 아우브가 되기를 원했을 것이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고, 저도 도서관 도시가 생기면 좋겠습니다만, 정말로 승인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굳이 영주 일족이 아우브의 포상을 전하는 자리에서 공언할 사안은 아니지요?"
희망과 기대와 현실은 다른 것이다. 그 정도는 나라도 알고 있다. 페르디난드가 모를 리가 없다.
"다들 저에게 첸트는 걸맞지 않다고 말할 정도인걸요. 왕족에게 메스티오노라의 책이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전해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나요? 제가 아우브가 되면 유르겐슈미트가 붕괴하는 거죠? 당면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제대로 목표도 세우지 못한 와중에 그렇게 기대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계속 낮은 곳을 나는 것 보다, 급상승하거나 급하강하는 것이 더 괴롭다. 내가 몸을 돌려 페르디난드를 노려보자, 페르디난드는 "언제부터 그렇게 비관적으로 된 것인가" 라고 중얼거리며 동문 쪽을 향해 기수를 몰기 시작한다.
"비관적인게 아니라 현실적인 겁니다."
"그렇다면 좀 더 제대로 현실을 봐라.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첸트를 옹립하기 위해 왕족과 결혼하거나 왕족이 될 필요가 정말로 있는 건가?"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으면 첸트로서의 일은 할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어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왕족 등록이 필수다. 내가 삐죽 입술을 내밀자, 페르디난드가 쓴웃음을 지었다.
"원하는 게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 너는 항상 그렇게 해오지 않았던가?"
"……없으면 만들면 되는 거 아냐?"
내가 했었다면 어이없어했을 듯한 말이 페르디난드의 입에서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나는 머릿속에 의문 부호를 띄우면서 답한다.
"그런 것이다. 필요한 소재를 이쪽 공방에서 조달해, 아렌스바흐에서 작성할 것이다. ……그리 오래는 걸리지 않겠지."
이미 반 정도는 만들어져 있다고 페르디난드가 중얼거리는 와중에 동문을 지났다. 싸움이 있은지 하루만인데도 거리는 활기를 띠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페르디난드 님,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그건 곤란한 것이 아닌가요?"
왕족이 쇠퇴하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잃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마술도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계승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물건을 준다면 또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다.
"1세대를 끝으로 소멸하는 물건을 만들 것이다. 위기를 넘기기 위한 물건일 뿐, 기본적으로 자력으로 얻을 수 있는 사람 중에서 첸트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왕족을 없애기 위해 첸트를 옹립할 것이라고 페르디난드가 귀찮다는 듯이 말하는 사이에 북문을 지나 신전으로 돌아왔다.
"너는 좀 더 나를 신용하도록 해라."
"신용하고 있는데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페르디난드는 고개를 흔들며 "빨리 갈아입고 와라" 라며 나란히 마중나와 있는 프랑들을 향해 등을 밀었다.
"아랫마을은 어떠셨나요, 로제마인 님? 심하게 파괴되었거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거나 하진 않았나요?"
내내 신전에 있었던 모니카와 니콜라는 아랫마을의 모습을 모르는 모양이다. "오늘 밤에는 길의 보고가 있긴 하겠습니다만……" 라며 신전장의 의상을 벗긴다. 싸움이 있었던 다음날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을 거의 느낄 수 없었던 아랫마을의 모습을 전하자, 둘도 안도한 것처럼 미소지었다.
"로제마인 님은 아렌스바흐에서도 신전장을 하시는 건가요?"
"네?"
예상 외의 폭탄발언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니콜라의 입에서 왜 그런 말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눈을 깜박거리고 있는 나에게 모니카가 알려준다.
"모두가 서문으로 가 있는 동안 할트무트 님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영주 회의가 끝나면 로제마인 님이 아렌스바흐의 영주가 되기에, 그곳의 신전으로 근시를 데리고 가고 싶다고 프랑과 자무에게 권유하고 있었습니다."
모니카와 니콜라는 피리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여기서 모시고, 그 이후라도 괜찮다면 함께 이동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신전장의 의상도 짐에 포함시켜두라고 했습니다만, 그대로 해도 괜찮겠습니까?"
"아, 네. 괜찮습니다."
나는 호위기사로서 방에 있는 안젤리카와 유디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은 알고 있었나요?"
"……점심 전에 로제마인 님과 페르디난드 님이 말씀을 나누고 있을 때 할트무트로부터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성에서는 유스톡스와 리제레타가 단켈페르가와 함께 이야기를 퍼투리고 있을 것입니다."
이 정도의 대규모 사전작업이 여기저기에서 일제히 시작됐다는 것은 페르디난드가 얽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페르디난드는 물론이고, 할트무트도 진심이 된 것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내가 가장 현실을 보지 않았던 것 같다.
……페르디난드와 할트무트가 손잡은 시점에서 위험한 거 아닌가. 서문으로 갈 때 할트무트가 따라오지 않은 시점에서 뭔가 수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어야 했어!
"프랑과 자무는……?"
"정면 현관 앞 홀에서 페르디난드 님에게 차를 내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환복을 마치면 로제마인 님을 따르라는 지시가 있었기에……"
갈아입기를 마친 나는 모니카와 니콜라를 데리고 신전장실을 나왔다. 정면 현관에는 나의 환복을 기다리는 페르디난드와 할트무트를 포함한 남성 측근의 모습이 보인다. 멜키오르와 그 측근들의 모습도 있다. 모종의 설명이라도 있었던 건지, 이미 납득한 얼굴을 하고 있다.
프랑과 자무가 나의 모습을 보고 조금 불안한 얼굴이 된다.
"로제마인 님, 조금 전, 페르디난드 님과 할트무트 님이 로제마인 님이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는 아렌스바흐의 신전을 이곳처럼 만들기 위해 함께 이동하지 않겠냐며……."
자무가 온화한 어조로 그렇게 말한다. 프랑은 약간 회의적인 듯한 긴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도 원하면 함께 갈 수 있을까요? 로제마인 님, 페르디난드 님과 함께."
"저, 프랑. 아직 완전히 정해진 것은 아니에요. 첸트의 승인이 필요하니까요."
나는 이미 결정사항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주위를 가볍게 노려보며 프랑에게 답한다. 하지만 프랑이 "그렇습니까" 라며 조금 어깨를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 무심코 프랑의 손을 잡고 말았다.
"저,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만, 만약 결정되었을 경우엔 프랑도 함께 와주겠어요? 제가 가는 신전에는 프랑이 있어주면 좋겠어요."
"로제마인 님의 초대를 후임의 교육을 하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프랑과 자무의 얼굴은 아렌스바흐로 간 페르디난드의 초대를 기다리는 라자팜의 표정을 방불케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데려가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나는 기수를 내고 손짓하는 페르디난드를 노려본다.
"페르디난드 님."
나를 동승시키고 기수로 날기 시작하면서 페르디난드가 흥 하고 코를 울렸다.
"스스로 바라면서도 깨끗이 단념하지 못하는 너도 조금은 각오를 다질 기분이 되지 않았나?"
"……마석을 다루지 못하는 제가 정말로 아우브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네가 각오만 다지면 어떻게든 된다."
그러니, 소망해라, 라고 페르디난드가 말한다. 불안하더라도 망설이지 말라는 말에, 나는 눈 앞에 펼쳐진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돌아온 성에는 웃는 얼굴의 한넬로레 일행과 뭐라고도 할 수 없는 복잡한 얼굴을 한 양부님 일행이 있었다.
"양부님, 전,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됩니다."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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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의 병사들에게 포상을 전달하러 갔습니다.
다무엘 일행과 귄터 아빠의 활약에 대해 들었습니다.
거기에 떨어지는 폭탄발언.
신전도 이미 할트무트가 사전작업을 끝내두었습니다.
다음이야말로 아렌스바흐로.
아렌스바흐로
바로 지금 나는 아우브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내가 아우브가 되는 것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이 있을 양부님에게 제일 먼저 결의 표명을 한 것이다. 양부님에게 나의 생각을 이해시키기 위해 긴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 결의를 굳혔었던 건데, 어째서 "이미 알고 있다" 라는 대답인 걸까. 이해되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은……양부님은 제가 아렌스바흐로 가도 괜찮으신 건가요? 에렌페스트에……."
"당연하지 않은가요, 로제마인 님. 아우브·에렌페스트도 허가하셨답니다."
……아.
한넬로레와 하이스힛체의 밝은 미소와 조금 아득한 눈이 되어 있는 양부님 일동의 모습으로 인해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대영지의 압력에 의해 영주 일족은 이미 설득된 상태인 것이다. 상위 영지에 대해 계속 저자세 외교를 해온 에렌페스트로서는 단켈페르가의 압력을 이겨낼 수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는 것은 허가했으면서 정작 아우브가 되는 것은 불허한다는 것은 부당한 처사입니다. 게다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는 첸트 후보는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는 현 왕족보다 상위라고 생각하시지 않나요. ……라고 한다."
그것은 단켈페르가에서만 통하는 논리인게 아닐까. 정말 괜찮은 걸까, 하고 조금 걱정은 된다. 그러나 한넬로레는 후원해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적어도 단켈페르가 내에서는 통일된 의견일 것이다.
"유르겐슈미트가 구루투리스하이트만 되찾을 수 있다면, 그대가 향하는 곳이 중앙이든, 아렌스바흐든, 에렌페스트에서 나가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짐이나 인력의 이동도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고 들었다."
"네. 신전을 정비하기 위해 회색 신관이나 회색 무녀를 몇 명 차출하게 됩니다만, 청색과 달리 마력적인 변화가 없으며, 후임의 교육도 실시할 예정입니다."
할트무트가 들뜬 표정으로 "다소 증감은 있습니다만, 이미 준비하고 있던 짐과 인원을 조정할 뿐입니다" 라고 말하기 시작하자, 양부님은 지친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며 "이제 알겠다" 라고 중얼거렸다.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 이해받게 되어 기쁘네요."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는 한넬로레와 자신의 측근들의 모습을 보니, 진심으로 양부님에게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부님, 심려케 해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전, 신전으로 갈 땐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해서……."
"아니, 사과할 필요 없다. 페르디난드가 에렌페스트에 불이익이 오지 않도록 왕족과 협상하겠다고 약속하고, 그대들 두 사람이 함께 아렌스바흐로 가겠다면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 게오르기네를 물리친 지금,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왕족과 그대들 정도니까. 산넘어 산처럼 계속해서 변하는 상황에 휘둘리기만 하는 현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태산같이 있다만, 그것은 영주 회의가 끝나고 모든 것이 결정된 이후여도 된다."
파닥파닥 손을 흔들어 불평하면서 양부님은 내 옆에 선 페르디난드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지만, 페르디난드는 태연했다.
"에렌페스트에 집착하지 말고 아렌스바흐에서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하라고 말했던 것은 그대가 아닌가. 나는 그대의 희망대로 살기로 했을 뿐이다."
페르디난드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는 "형님" 이라고 덧붙이며 히죽 웃는다. 살짝 볼을 경직시킨 양부님이 울컥함과 기쁨이 섞인 듯한 표정으로 "너는 이럴 때만……" 이라며 페르디난드를 가볍게 노려보았다.
두 사람의 모습이 마치 사람들을 물리고 사적인 대화를 나눌 때와 같은 분위기여서, 한넬로레 일행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 안락함이 느껴진다.
"좋을대로 해라."
"양부님, 페르디난드 님의 게둘리히는……."
"그것도 이미 알고 있다. 연구소를 서너개를 짓게 되었다지?"
페르디난드가 즐거워보이니 잘됐다고 가볍게 말하고 있지만, 양부님은 착각하고 있다. 원래는 에렌페스트에서의 연구소를 바랬던 건데, 기각되었기에 어쩔 수 없이 아렌스바흐에서라도 연구소를 얻으려는 것이다.
"양부님, 페르디난드 님의 게둘리히는 에렌페스트이니 이곳에 연구소를 만들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도록 해주시는 것이……."
"에렌페스트에 연구소 같은 걸 만들 여유는 없다. 연구소는 페르디난드와 약속한 그대가 책임지고 세워라. 이쪽은 그대가 완전히 파괴한 겔랏하의 여름의 관의 재건이 먼저다. 페르디난드가 기베 저택의 초석도 만져댔기에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째릿, 하고 노려보는 시선에, 나는 머리를 감쌌다.
"아, 아아아아아! 정말 죄송합니다! 나중에 금가루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지금의 네가 경솔하게 떠맡을 일이 아니다."
"아……."
단켈페르가의 시선을 신경쓰며, 마석도 만질 수 없지 않은가, 라는 말을 숨긴 페르디난드를 바라본다. 아무리 마력이 있더라도 마석이 무서워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도움이 되지 않는지를 깨닫게 되어, 나는 풀이 죽었다.
"아렌스바흐로부터 에렌페스트에 대한 배상이라는 형태로 원조나 지원을 할 생각이다. 너와 에렌페스트의 관계가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니 그렇게 당황해서 보상할 필요는 없겠지."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페르디난드가 가볍게 나의 어깨를 두드린다.
"게다가 너는 나를 에렌페스트로 돌려보내는 것에 집착하고 있는 모양이다만, 내가 없어도 질베스타는 문제 없이 아우브를 하고 있다. 가끔 귀향할 수만 있다면 나는 상관 없다."
"고향 방문을 불허할 정도로 나는 속이 좁지 않다. 그대의 저택은 내가 관리하도록 하지."
양부님과 페르디난드 사이에서는 어느샌가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에서 사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는 모양이다.
"페르디난드 님, 정말로 아렌스바흐에서 지내더라도 괜찮으신 건가요? 자기희생하거나 참고있는 건 아닌가요?"
"끈질기다. 내가 선택한 것이다."
"모처럼 페르디난드가 자신의 행복을 우선한 선택이라지 않나. 쓸데없이 참견하는 것이 아니다. 서너개나 되는 연구소를 졸랐다지? 그만하면 충분한 대가다. 페르디난드 좋을대로 하게 두면 된다."
양부님의 말에 나는 꾸욱 주먹을 쥐었다. 자기희생이 아닌, 페르디난드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한 결과로 아렌스바흐를 선택한 것이라면 좋다.
"알겠습니다. 전, 아우브·아렌스바흐로서 페르디난드 님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하겠습니다. 절대로 페르디난드 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안심해주세요, 양부님."
내가 결의를 표명하자, 푸흡, 하고 양부님이 뿜고, 호위기사로서 함께 있던 아버님도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얼버무리려는 듯 몇 차례 헛기침을 한다. 한넬로레 일동이 "아깝다" 라는 듯한 얼굴로 이쪽을 보는 와중에, 페르디난드가 나의 어깨를 꽉 잡아왔다.
"로제마인, 네 마음은 알겠다. 이제 됐으니 조용히 해라."
"페르디난드 님, 조금 귀가 빨간……."
"조용히 해라."
"네."
그렇게 내가 입을 다물 때, 전이진이 준비되어 경계문과의 연락이 되었다고 리할다가 부르러 왔다. 들어온 근시들 중에는 오틸리에와 그레티아의 모습도 있다. 교대로 출발 준비를 하던 레오노레 일동의 모습도 보인다.
"문관들을 통해 일행의 짐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짐의 수취를 위해서도 경계문으로 이동해 주십시오."
"알겠다."
양부님은 리할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전이진으로 간다" 라며 발코니로 나가 기수를 냈다. 기사 훈련장에 있는 전이진으로 이동하려는 모양이다. 이미 사전에 이야기가 되어 있었던 건지, 단켈페르가 일동도 주저없이 움직이고 있다. 아마 이 중에 상황을 제일 모르고 있는 사람은 나일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 설명이 부족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저만 모르고 있지 않나요?"
"기수 위에서 설명하겠다. 빨리 타라."
기수에 태워져 발코니를 뛰어오른다. 기사 훈련장을 향해 날며,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페르디난드가 간결하게 알려준다. 내가 마석을 만지지 못하는 것을 되도록 알리지 않기 위해 레서 버스를 사용하지 않고 짐을 보내는 방법을 생각해줬다고 한다.
"징수한 물건을 보내는 전이진을 사용해, 일단 너희들의 짐을 경계문으로 보내고, 경계문에서 아렌스바흐의 성으로 전이시키게 되었다. 경계문에는 이미 올도난츠를 보내 두었다. 아렌스바흐 쪽에도 연락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어째서 결혼하러 갈 때는 사용하지 않는 건가요? 정말로 편리한데."
과거, 페르디난드의 대량의 짐을 레서 버스로 옮긴 내가 의문을 입으로 내자, 페르디난드는 나와 자신의 입장 차이에 대해 알려주었다.
"타령에서 오는 물건을 그대로 받는 것은 보안상 위험하기에, 보통은 직접 성으로 짐을 보내는 것을 아우브가 불허한다. 허나, 지금은 아우브인 그대의 짐을 자신의 성으로 보낼 뿐이기에 경계할 사안이 없다. ……그리고 전이진을 움직이기 위한 마력도 필요하기에 그렇게 간단히는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 이번의 마력은 네 부담이다."
마차를 사용하는 것이 시간은 걸려도 비용이 낮다고 한다. 이번에는 당장 필요한 것들만 보내는 것이기에, 전이진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바로 내일 입을 옷이 필요한데, 마차로 짐을 보내서는 시간에 댈 수 없다.
"이번에는 일시적으로 체류할 뿐이다. 저쪽의 공방에서 성전을 만들고, 아렌스바흐의 사람들이 영주 회의에 참가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본격적인 이동이나 아우브로서 지휘하는 것은 영주 회의에서 승인을 받은 이후가 된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만들어 왕족과 협상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한다.
기사 훈련장에는 큰 전이진이 있어, 우리들은 그것을 이용해 에렌페스트와 아렌스바흐의 경계문으로 전이했다. 마석은 무섭지만, 마법진에 손을 대어 마력을 흘리는 것은 별로 무섭지 않았기에,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계문에는 아렌스바흐와 에렌페스트의 기사들이 모여 있어, 짐을 에렌페스트의 전이진에서 아렌스바흐의 전이진으로 옮기고 있었다. 리제레타와 그레티아가 중심이 되어 짐의 목찰을 확인하고 있다.
"로제마인, 지금부터 전이진을 여러 번 사용하게 된다. 회복약이 필요하면 미리 마셔두어라."
아렌스바흐의 성으로 짐을 보내고 유스톡스와 리제레타를 비롯한 근시들과 할트무트를 비롯한 문관들을 성으로 보낸다. 페르디난드와 호위기사와 함께 경계문으로 돌아와, 기다리게 한 한넬로레 일동과 함께 빈데발트로 이동해, 빈데발트에서 단켈페르가와 아렌스바흐의 경계문으로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보내게 된다고 한다.
"백 명의 기사를 보내기 위해 몇 번을 왕복해야 할 지 모른다."
"저희들은 기수로 이동해도 괜찮다고 말씀드렸지만……."
한넬로레가 걱정스러운 듯이 그렇게 말했지만, 페르디난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켈페르가는 아렌스바흐보다 남서쪽에 있다. 빈데발트까지 이동하는데 하루가 걸렸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일수는 들일 수 없다고 한다.
"로제마인, 저쪽에 전이진을 치고 모두를 보내도록 준비해라."
페르디난드가 시키는 대로, 나는 전이진의 준비를 한다. 내가 준비되었을 무렵, 아렌스바흐의 성에 있는 젤기우스와 빈데발트의 저택에 있는 슈트랄과도 연락이 된 것 같다.
"네류셀 아렌스바흐."
유스톡스, 리제레타, 그레티아, 할트무트, 클라리사, 로데리히가 올라 있는 것을 확인하고, 페르디난드와 함께 전이진에 마력을 흘리고 전이했다. 그들에게는 성에서의 짐의 정리와 방의 준비를 시키게 된다. 그들을 전이진에서 내리는 모두를 마중 나온 레티지아1에게 인계하고, 곧바로 경계문으로 돌아왔다.
"아우브·에렌페스트. 왕족과의 대화 날짜가 정해지면 연락하겠습니다."
"말해도 소용 없겠지만, 너무 엉뚱한 짓은 하지 말아라."
……그 약속은 좀 어려울지도.
양부님의 말에 나는 조금 시선을 피한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만들어 왕족과 협상하는 것은 보통 세간에서는 엉뚱함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한다. 분명.
"……그대들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건가?"
"아우브·에렌페스트는 이번 싸움에서의 손해에 대한 계산을 시급히 부탁드립니다. 영주 회의에서의 주요 의제가 될 테니까요."
페르디난드는 양부님의 의문에는 답하지 않고 웃는 얼굴로 흘려넘기며, 한넬로레 일행을 재촉해 전이진을 움직인다. 역시 페르디난드에게도 엉뚱한 짓을 한다는 자각은 있는 것 같다.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건지 설명해라" 라는 양부님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페르디난드가 "빨리" 라며 나를 재촉한다.
"네류셀 빈데발트."
양부님의 추궁에서 달아나듯이 빈데발트에 도착하자, 슈트랄을 비롯한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총출동해 있었다.
"아우브·아렌스바흐, 페르디난드 님.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슈트랄의 인사에는 이제 살아났다는 듯한 실감이 어려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빈데발트의 여름의 관에 준비된 술과 요리 종류가 단켈페르가 기사들에 의해 모조리 먹히고, 마셔졌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은 아침부터 몇 개 반으로 나뉘어 딧타 대회를 열었다고 한다. 동원된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은 피로를 감출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쌩쌩한 모습이었다. 기초 체력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겠지.
"지금부터 단켈페르가의 경계문으로 전이시키겠다."
"넷!"
전이진에 탈 수 있는 것은 최대라도 30명 정도이다. 나는 자신의 호위기사와 함께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전이진을 사용해 경계문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페르디난드는 빈데발트의 현황과 옛 베르케슈토크에 대한 이야기를 기사들로부터 듣는다고 한다. 빈데발트의 저택은 일단 봉쇄해 뒀다가 영주 회의 이후에 다시 기베를 임명하게 되는 모양이다.
"기다리셨습니다, 한넬로레 님."
"전이진으로 이동하는 걸요. 거의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한넬로레는 남아 있는 기사들에게 전이진에 타도록 말한다. 세 번이나 왕복하고 있으니, 전이 멀미로 기분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조금 쉬고 싶긴 하지만, 이제 앞으로 한 번이다. 나는 머리를 누르고 천천히 숨을 토했다.
"전이 멀미인가?"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은 함께 가지. 슈트랄, 빈데발트의 저택을 경비할 기사를 다섯 명 남기고 성으로 귀환하라."
"넷!"
슈트랄에게 지시를 내리고 페르디난드는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함께 전이진에 올랐다. 마력을 흘리는 것을 도움받으며 단켈페르가의 경계문에 도착한다. 앞서 도착했던 기사들이 반듯하게 정렬해 기다리고 있었다.
"한넬로레 님과 단켈페르가의 기사분들에게는 큰 신세를 졌습니다. 어떻게 보답드리면 좋을까요?"
"머리장식도 받았고, 더 이상은……."
다소곳이 사양하던 한넬로레가 "아" 하고 작게 소리를 냈다.
"전, 아직 미성년입니다만, 특별히 영주 회의에 초대받고 싶습니다. 로제마인 님이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으로서 첸트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선사하는 모습을 꼭 이 눈으로 보고 싶습니다."
……에?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이라는 건 뭔가요? 뭔가 엄청 과장되어있지 않나요?
성녀 전설이 더욱 진화해나가고 있다. 방글방글 미소지으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한넬로레의 모습이 정말로 불길하다고 할까, 마치 할트무트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다.
"저, 한넬로레님……."
"이번 딧타의 보상에 대한 것은 영주 회의에서 단켈페르가와 논의하게 되겠죠. 그 때 한넬로레 님이 동석하실 수 있도록, 이쪽으로부터도 아우브·단켈페르가에게 부탁해 수배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송구합니다, 페르디난드 님. 기대하고 있을게요, 로제마인 님."
……뭘? 뭘 기대하는 건가요?
내가 눈을 깜박거리고 있는 사이, 한넬로레는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향해 돌아섰다.
"유르겐슈미트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져오실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에게 경례!"
한넬로레의 구령에 맞춰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일제히 오른쪽 주먹을 두 번, 왼쪽 가슴에 부딪쳤다.
"그럼, 영주 회의에서 만나뵙겠습니다."
……자, 잠깐만.
멈출 새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기수가 날아간다. 멍하니 있는 사이, 어느샌가 단켈페르가 기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저, 페르디난드 님. 이게 무슨 일인가요? 전,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되는 거죠? 메스티오노라의 화신과는 무관하죠? 어째서 한넬로레 님은 그걸 결정사항처럼 말씀하시고 있는 거죠?"
"왕족보다 상위에 있지 않으면 네가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할트무트가 주장했다. 성으로 돌아가서 물어보면 된다."
페르디난드가 그렇게 말하며 나를 향해서 손을 내민다.
"전이 멀미가 심하다면 기수로 돌아가도 상관 없다. 여기서 아렌스바흐의 거리는 멀지 않다."
"지금은 전이 멀미보다 더 심한 것에 흔들린 기분입니다. 곧바로 성으로 돌아가 할트무트에게 따질 겁니다!"
"어서 오십시오, 로제마인 님, 페르디난드 님."
전이진을 사용해 성으로 돌아가자, 레티지아가 마중나와 있었다.
"디트린데 님의 편지가 도착해 있습니다. 아렌스바흐로 돌아오려 했는데도 돌아올 수 없었던 것에 화를 내고 계신 모양입니다."
조금 창백해진 레티지아가 내민 편지에는 "초석을 빼앗겨 새로운 아우브가 섰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저는 이제 차기 첸트가 됩니다. 이쪽에는 레온지오 님도 젤바지오 님도 계십니다. 제가 첸트가 되면 용서치 않겠어요!" 라고 쓰여 있다.
이번 소동의 원흉이기에 잡으러 가야 하지만, 어쩐지 힘이 빠진다. 뭘 어떻게 생각하고 일을 벌이고 있는 건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페르디난드 님은 여기에 나온 젤바지오 님을 아시나요? 전, 몇 번 란체나베의 관에 실례했던 적이 있습니다만, 그런 분은 계시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어떤 분과 함께 있으신 걸까요?"
레티지아가 불안한 얼굴로 페르디난드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나도 페르디난드에게 시선을 돌린다. 불쾌감을 모조리 덮는 듯한 상큼한 가짜 미소를 지으며 페르디난드가 입을 열었다.
"……이름만이라면 들은 적이 있다. 란체나베의 왕이 되기 위해 키워진 남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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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렌스바흐로.
성전의 작성이 주된 목적입니다.
한넬로레 일행이랑은 일단 이별이네요.
성으로 돌아오니 디트린데의 편지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다음은 성전의 작성입니다.
건강 진단과 성전 만들기
"레온지오 이외에도 란체나베의 왕족이 있다면 서두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공방으로 간다, 로제마인"
"네? 오늘은 지금부터 모두의 보고를 듣는 것 아닌가요......?"
"뒷전으로 미룬다. 우리에게의 보고는 유스톡스와 할트무트가 하도록 모두에게 전해라."
저녁 식사의 준비가 될 때까지의 시간동안,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주어진 공방에 틀어 박히게 됐다.
서쪽 멀리에 주어진 페르디난드의 방은 란체나베에 휩쓸려 엉망의 상태다. 여기저기에 상처가 나있고 파괴 된 물건이 흩어져 있다.
방안을 둘러 보며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참담한 모습이네요"
"남아있는 짐을 객실로 옮기게 시켰을 뿐이니까"
"페르디난드님이 별실에서 쉴 수 있도록 무사한 짐은 젤기우스가 벌써 운반하고 있고, 에렌페스트에에서 반입한 짐도 그쪽 방에 넣어 정리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급하게 공방을 사용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에렌페스트에서 전이된 짐 중 도서실의 공방에서 꺼낸 소재가 들어간 나무 상자를 수레에 실어 나르면서 유스톡스가 어쩔 수 없는 듯 어깨를 으쓱 거린다. 내 뒤에 걷고 있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소리를 높인다.
"기다려주십시오 페르디난드 님! 로제마인 님과 둘이서 숨겨진 방에 들어가는 것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두사람 뿐인 것은 찬성 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호위기사 또는 조제를 돕는 문관을 동석 시켜주십시오."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알아서 들어가면 좋을 것이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바쁘다. 방해하지 마라"
페르디난드는 유스톡스에게 수레를 받아 재빨리 숨겨진 방에 들어간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숨겨진 방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호위를 서며 "빨리 들어가"라는 듯이 턱짓 했다. 나는 끄덕하고 수긍하면서 숨겨진 방에 들어간다.
...... 페르디난드 님의 숨겨진 방은, 마력 량에 제한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신전의 숨겨진 방이 그랬던 것이다. 경계할 것이 많은 아렌스바흐의 숨겨진 방에 유사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는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나는 숨겨진 방에 들어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호위기사가 들어오는 것을 기다렸다. 역시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 페르디난드 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못들어 오는데요?"
"당연하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사이에도 숨겨진 방 밖에서 연락을 넣기위한 마술 도구가 반짝 반짝 빛나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목소리가 울렸다.
"페르디난드 님, 당장 제한을 해제 해주십시오!"
"거절한다. 여기에 올 수 있도록 너의 마력을 올려라. 에크하르트, 너무 떠든다면 단단히 묶어둬라. 저녁까지 부르지 마라"
페르디난드는 밖의 소리를 전하는 마술 도구를 향해 그렇게 말하고 대화를 중단한 후, 나에게 향했다.
"로제마인 여기로 와라. 시끄러운 사람이 없는 동안 진찰 해두고 싶다. 너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법 심한 말을 시원스레 말하면서, 페르디난드는 내 이마와 손목을 만져 언제나처럼 건강 진단을 시작했다. 다양하게 확인하면서 페르디난드는 "꽤나 감추는 것이 능숙해진게 아닌가"라고 불만스럽게 중얼 거린다.
"어머나, 매우 귀족다워졌다, 라고 칭찬할 수는 없습니까?"
감추는 것이 능숙해진 것을 불평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입술을 삐죽 거리자, 페르디난드가 가볍게 뺨을 꼬집으며 "훌륭하다"라고 노려 본다.
"전혀 칭찬같지 않습니다만 ......"
"내 예상보다 마력이 불안정하다. 기도 때의 마력 격류도 불안정이 원인이 아닌가? 사망자의 애도나 군인의 치유에 거리에서 튀어 나올 것 같은 규모의 기도는 필요한 것인가?"
"적도 아군도 포함해 사망자를 애도하는 기도를 바쳤을 뿐입니다. 병사들에게의 위안은 눈을 감고 있었으므로 적당량을 잘 몰랐던 것 뿐입니다."
내 말에 페르디난드가 "적을 애도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찡그린 얼굴로 나를 보았다.
"...... 유르겐슈미트에 그런 상식이 없어도 저는 그렇게하고 싶었습니다."
"저쪽의 습관인가 ......"
과연 페르디난드다. 이야기가 빠르다.
"성녀인것 같은 행동이 나쁘다고 말하진 않지만, 마력의 양은 조심해라. 마력이 없는 평민에게 위안이 과도하면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친다. 눈을 감고 위안을 주는 건 중지하도록."
"...... 그렇게 심한 양이였나요?"
"도시 전체에 퍼질 것 같은 양이었다"
에렌페스트에서 싸운 사람 모두를 치유하고 싶었다 생각한 탓인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주위에서 보고 있으면 과잉이었을 지도 모른다.
"지금의 너는 부풀어 오른 마력을 마석으로 빨아낼 수 없기 때문에 기원으로 방출하는 것이 안전하기는 하지만 ......"
유레베에 의해 마력의 덩어리가 사라지고 있는 데다가 몸이 성장한 탓에 마력이 불안정해졌을 때 주위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페르디난드는 미간에 주름을 새긴 언짢은 얼굴로 나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불면증, 식욕 부진, 마석에 공포를 느낀다....... 그 외에 뭔가 자각 증상이 있을까?"
"그 이상의 자각 증상은 특별히 없습니다. 마석이 무서운 것은 어떻게든 할 수 있다면 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페르디난드는 어려운 얼굴을 한 채 어떤 마석이 무서운 것인지, 어떤 상황에서 가장 공포를 느끼는지, 슈타프는 괜찮은 것 같지만 그 외에 사용가능한 마술 도구는 있는지 등 차례차례로 질문 한다.
"전혀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 제일 무섭습니다. 뒤는 올도난츠 네요. 생물의 형태에서 마석이 되는 것을 보면 그때의 전투 모습이 단번에 머리에 흐르는 느낌이되어 ......"
"흠. 슈타프는 마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괜찮은 것인가. 그러고 보면,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사용했을 때도 눈을 감고 있었지. 슈타프를 변화시킨 것이라도, 마석이 붙어있는 것은 싫은가?"
"...... 머리에 그리는 과정에서 조금 기분 나빴기 때문에 보지 않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시야에 들어야 마술 도구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쪽은 어때?"
열매를 전달받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손바닥에 구르는 열매는 샤루라우프가 아닐까.
"소재 그 자체는 문제 없다. 여기에 마력을 담아 보거라. 원래 소재를 알면 만질 수있는 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싶다"
스스로 마석을 만들라고 한 말에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페르디난드가 내 손을 잡고, 의자에 앉도록 했다. 나는 샤루라우프의 열매를 잡고 오래간만에 딱딱한 긴 의자에 앉는다. 손에 있는 열매가 묘한 존재감을 주장하고 있는듯한 생각이 들었다.
"저기, 페르디난드 님. 저는 ......"
페르디난드가 내 옆에 앉아 "무리라고 생각하면 샤루라우프의 열매를 밖으로 던지든지, 눈을 감아도 상관하지 않는다"라며 격려하듯이 어깨를 두드린다. 성장하는 바람에 이전보다 훨씬 가까운 위치에 얼굴이 있다. 페르디난드의 얇은 금색의 눈이 걱정스러운 듯 나를 보고 있었다.
"왠지 몹시 상냥하네요. 옛날이라면 빨리 해라 라고 화내는게 아닌가요?"
내가 컨디션을 무너뜨리거나 불면증이 계속되거나 해도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악마 같은 얼굴을 하던 페르디난드 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내가 솔직한 감상을 얘기하면 "어려운것이 취향인가?"라고 노려봐진다. 터무니없다.
"나는 네가 가뜩이나 피나 생명의 상실에 약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 중앙 돌파를 선택하고 겔랏하 기사단을 구하는 것을 우선시 했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마석에 공포를 느껴 귀족으로서 치명적인 약점을 짊어지게되었다. ...... 내가 조금 대응을 달게했다는 정도로 네가 회복한다면 좋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페르디난드가 서슴없이 나의 머리를 어루어 만진다. 서투른 손놀림에 조금 어깨에 힘이 빠졌다.
"네가 함께 행동하는 결의를 했기 때문에, 그리고 광범위하게 위안의 마술을 걸 수 있는 니가 중앙을 돌파해 합류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겔랏하 기사단은 구해졌다. 그것은 잊지 않도록."
"...... 네"
마력을 담자 샤루라우프의 열매가 노란색 마석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몸이 굳어진다.
'마목의 열매이다, 로제마인. 이는 샤루라우프의 열매이다. 무서운 것이 아니다"
페르디난드가 그렇게 얘기해 주었지만, 자신의 눈에 비치는 것은 마석이다. 소재를 마석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지만, 마석을 쥐고있는 상황이 무서워서 나는 그대로 마력을 세게 흘렸다. 샤루라우프 열매는 순식간에 금가루가 됐다.
"그, 금가루는 만들 수 있는것 같아서, 겔랏하 관의 수리용으로 양부님에게 전달할 수있을 것 같네요"
"숨겨진 방에서 그런 서툰 억지 웃음을 할 필요는 없다. 무서운 생각을 시켜 나빴지만, 일단 확인하고 싶은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넌 나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약을 먹고 쉬고있어라"
일어선 페르디난드는 옷장에 있던 약을 달고 나에게 건네주며, 바스락바스락 무엇인가 꺼내거나 늘어놓거나 하며 조제의 준비를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말한 것은 틀림없는 것 같아, 그 손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다.
종이 뭉치를 꺼내는 페르디난드을 보면서, 나는 건네진 약의 냄새를 맡는다. 평소 마시고 있는 회복약과는 또 다른 냄새가났다.
"무슨 약입니까 이건?"
"먹고 싶지 않아도 먹지 않으면 안되는 때에 편리한 약물이다.이후 아렌스바흐의 식사에 손을 대지 않는 여유가 없는 것이다? 마셔둬라"
향신료가 듬뿍 사용되고있는 아렌스바흐의 요리를 지금의 컨디션으로 먹는 것은 괴로울 것이다. 이틀간 드러 누운 후에 나온 "몸에 좋은 약"을 기억해, 나는 솔직하게 약을 복용했다.
"디트린데 님은 어디에 계실까요? 기숙사에도 들어갈 수없고, 란체나베 관에 돌아갈 수도 없는 거죠?"
"...... 란체나베 관은 별궁으로 향하는 공주와 왕이 되는 아이가 사용하는 전이 진이있다. 란체나베 관으로 전이 진을 사용했다면, 아달지자의 별궁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 별궁은 귀족원에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으려면 안성맞춤이다"
아달지자를 받아들인 당시의 첸트가, 자신들의 주거가 있는 중앙의 땅에 거주지를 준비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째서 페르디난드 님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마음대로 흘러 들어 온 것이다. 너의 성전에 그러한 기술이 없다면 좋다. 알 필요 같은 건 없으니까"
아무래도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얻을 때에 흘러들어 온 지식 같다. 나는 자신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확인해 본다. 아달지자 관계의 묘사는 전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여기에 네 지식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있다"
페르디난드가 긴 의자 앞에 낮은 테이블을 이동시켜 대량의 종이를 와르르 하고 두었다. 내가 보낸 마목지에는 많은 일이 써 넣어지고 있다. 지금부터 책을 만든다고 생각하자, 조금 마음이 들떠왔다.
"구루투리스하이트 '
페르디난드는 내 옆에 앉아 자신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내며 휙 열었다. 큰 책이 열렸으므로, 나는 옆에 몸을 내밀어 들여다본다. 문자가 떠올랐다.
그렇지만 여기 저기가 구멍처럼 빈 상태 다.
"로제마인, 네 메스티오노라의 책에서 이 부분에 대한 기술을 찾아라"
페르디난드가 빈 부분을 가리키며 "국경 문에 대한 기술"을 찾으라고 말하였다. 나는 내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내어 검색한다. 그동안에 페르디난드는 테이블에 손을 뻗어 몇 장의 종이를 읽고, 빈 곳의 기술이 있는 한장을 손에 든다.
"이거네요"
나의 메스티오노라 책에 나온 기술과 페르디난드가 연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보고 비교하면서, 실수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페르디난드가 나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보면서, 손에 든 마목지에 있는 기술의 구멍을 채우기 위해 베껴써 간다. 베껴쓰는 손은 빠르지만, 이것을 모두 쓰는 것은 힘들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 코피페로 이 마목지에 찍는 것은 어떨까요? 전부 베껴 쓰는 것은 힘들겠지요?"
"...... 시간 단축 할 수있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할 수 있을까?"
"후훙, 보고 있어주세요"
나는 자신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에 손가락 끝을 대고, 시작점과 끝점을 지정한다.
"코피시테펫탄!"
"로제마인, 문자의 크기가 맞지 않았다"
"어, 어라?"
나는 지금까지, 이미 뭔가 적혀있는 곳에 공백을 메우는 형태로 코피페 한 적이 없다. 문자를 찍을때 정확히 딱 맞는 크기로 펫탄 할수 없었다.
"고르지 않습니다만 읽을 수 있어요?"
"아름답지 않다"
"...... 맞죠? 저도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갑작스레 문자의 크기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외형은 아름답지 않고, 솔직히 읽기 어렵다고 나도 생각한다.
"매우 아름답지 않지만,이 부분은 문자만이니까 문자의 크기가 달라도 어떻게든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마법진은 크기가 맞지 않으면 연결되지 않고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면 곤란하다. 너의 새로운 마술은 사용할 수 없다"
"자, 잠깐 기다려주세요. 확대라던지 축소 할 수 없는가, 도전해 볼테니까."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직접 작성하는 것이 빠르다 '
페르디난드는 시원스럽게 코피페를 단념했다.
"상당히 도움이 될 것 입니다. 그렇게 간단하게 잘라버리지 말아주세요"
"별로 잘라내지는 않았다. 추후 연구하면 좋을 것이다. 지금은 시간이 없다고하는 것이다"
"저, 시간 단축을 위해 개발 했습니다!"
여기서 도움이 되지 않으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주장하자, 페르디난드가 귀찮은 듯이 자신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나에게 향했다.
"그렇다면 너의 성전의 내용을 내 성전에 찍을 수 있는지 도전 해 봐라. 너에게 일일이 보여주는 것은 귀찮아서, 그것을 할 수 있으면 매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할 수 없으면 이번에는 단념하도록"
"알겠습니다. 해 봅시다. 코피시테펫탄!"
나는 페르디난드의 성전에 코피페했다. 조금의 공백을 채우도록 펫탄 해 본다. 슥 마력이 문자와 함께 빨려 들어 갔다.
"됐다! 할 수 있었어요, 페르디난드 님! 문자의 크기도 완벽해, 완전한 지식이 메워진 느낌 이군요"
이렇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아? 하고 내가 기대를 담아 페르디난드를 보자, 페르디난드가 뭔가 생각하듯이 팔짱을 끼고 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편리는 편리하지만......"
"뭔가 문제가 있습니까?"
페르디난드가 조금 생각에 잠긴 후, 천천히 일어나서, 시험관 같은 통을 두 개 가지고왔다.
"매우 편리해 시간 단축이 되어 합리적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우선 이것과 이것을 마시고 나서 해주지 않겠는가?"
"무엇입니까, 이건?"
"지금까지 마셨던 적이 있다. 마시면 알 것이다"
잘 모르는 채 마셔 본다. 처음 마신 것은 회복약에 비하면 달콤하고 마시기 쉬웠지만, 지금까지 마신 적이 없는 맛이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두 번째는 알았다. 마력이 고갈되었을 때 응급 처치로 먹여 준 약이다.
"첫 번째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두 번째는 언제 마신 약인지 알겠어요. 여하튼 전, 지금은 마력이 충분하지만......"
"잘 모르겠다고? 그런가. 아무튼, 좋다. 지금부터 가리키는 부분을 모두 채워라"
페르디난드는 가볍게 머리를 흔들어 기합을 넣는 것처럼, 후우 하고 한번 크게 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잡은듯이 페이지를 채워간다. 나는 그것을 보고, 검색한 내용을 코피페한다. 그 반복이다.
"...... 페르디난드 님, 왠지 컨디션이 나빠 보입니다만 괜찮습니까?"
표시된 그대로 코피페를 하면서, 나는 옆에 앉아있는 페르디난드의 모습을 엿본다. 왠지 골머리를 앓고 있거나, 팔뚝을 문지르거나 하며, 페르디난드의 모습이 이상하다.
"나에 대한 것은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신경이 쓰여요! 어떻게 봐도 상태가 이상합니다. ...... 아! 그 독을 받은 후 변변히 쉬지 않은거죠? 성전 만들기보다 휴식을 우선하는 것이 ......"
"코넬리우스가 그 상태다. 다음은 숨겨진 방에 들어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업무에 필요한 부분 만이라도 사본되어 있으면, 다음은 나 혼자만으로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이쪽을 우선해라"
저녁식사까지 밖에 시간이 없어, 라고 흘겨지고 나는 지시받는 대로 코피페를 계속한다. 코피시테펫탄, 코피시테펫탄.
"일단 이만큼 있으면, 나머지는 나 혼자도 어떻게든 된다. 마석을 취급하는 공정도 있으니까"
코피페가 끝날 무렵에는, 페르디난드가 녹초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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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보다 로제마인의 컨디션이 신경이 쓰이고 있던 페르디난드.
숨겨진 방에서 즉시 진단을했습니다.
그리고 성전 만들기.
코피페는 일단 도움이되었습니다.
다음은 요청입니다.
요청
"너는 먼저 나가라"
"컨디션이 안좋을 것 같은 페르디난드님이 먼저 나가세요. 저녁식사까지 조금이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아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내 몸상태는 좋으니까 나가라"
귀찮은 듯이 말하면서, 페르디난드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어떻게 봐도 상태가 좋지 않아보이는데,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조금 전부터 완고하게 반복하는 페르디난드에 조금 초조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페르디난드가 부진함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상태가 좋은 것이라면, 이번은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나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에 내용을 찍읍시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다, 너는? 거절한다."
굉장히 바보를 보는 듯한 눈으로 말해져, 나는 화가 났다.
"무슨 말을 하고 있다, 는 이쪽의 대사에요. 페르디난드님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은 코피페로 내용이 증가했는데, 저의 분은 늘려 받을 수 없다니 심하지 않습니까"
나도 읽고 싶은데, 자신만 읽는 부분이 증가한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가지다니 간사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주장에 페르디난드는 싫은 듯 얼굴을 찡그렸다.
"너의 새로운 마술은 묘한 발음과 원리를 하고 있으므로, 기억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구나. 각하 한다"
"페르디난드 님이면 괜찮습니다. 물총도 빨리 기억한게 아닙니까"
할아버님들은 고생하고 있었지만, 페르디난드만은 상당히 쉽게 기억 한 것이다. 절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지만, 페르디난드는 단호히 거부의 자세가 되었다.
"페르디난드님이 코피시테펫탄을 기억하지 못하면, 제가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코피페 하기 때문에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빌려 주십시오"
"네가 스스로 할 수 있는가?"
"해 보지 않으면 모르지만……"
나는 열린 채로 있는 페르디난드의 성전에 접해, 시점을 정해 종점까지 손가락을 움직여 범위 지정을 했다. 그 순간, 일순간 숨을 감춘 페르디난드가 나의 손을 뿌리치고, 즉석에서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닫아 없애 버린다.
"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째서 없앱니까!"
"너에게는 아직 이르다. 적어도, 성인이 된 후에 해라"
"네? 성인이 된 후라고 해도 2년은 되지요? 멀어요. 조금 전은……"
조금 전은 시험해 봐도 좋은 것- 같은 것을 말하면서, 돌연 태도를 바꾼 페르디난드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는 나를 흘겨보고, 고개를 흔든다.
"이쪽에는 이쪽의 사정이 있다. 지금은 절대로 안된다"
"어떤 사정입니까? 제가 납득할 수 있는 사정인 것입니까?"
사정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고 "안돼"의 시종일관이다. 내가 페르디난드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설명을 요구하자, "조금 떨어져라"라고 이마를 밀렸다.
"대체로, 지금은 시간이 없다고 말했을 것이다. 너의 성전의 내용을 늘리는 것보다, 마술도구로서의 성전을 만들어내는 편이 먼저가 아닌까. 내가 조제용의 마석을 꺼내기 전에 여기를 나온 것은 너를 위해서다"
"……페르디난드님, 젤바지오는 위험 할까요?"
자꾸 페르디난드의 입에서 "시간이 없다" 라는 말이 나오거나 당장이라도 마술 도구로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만들지 않으면 이라고 초조함을 보이게 된 것은, 레티지아의 입에서 젤바지오라는 이름이 나오고 나서부터라는 생각이 든다.
"란체나베의 왕이 되기 위해서 자란 것이라고 하는 것은, 젤바지오는 페르디난드님의 형님입니까?"
그 순간, 페르디난드로에서 일체의 표정이 사라졌다. 화나 있던 표정도, 초조해 하고 있는 것 같은 감정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내모습을 살펴 보듯이 얇은 금빛의 눈이 몇초간 향해온다. 그 후, 자신의 손을 바라 보면서 말을 고르듯이 천천히 입을 연다.
"나 자신은 젤바지오와 얼굴을 맞댄 기억조차 없다. 하지만, 알고 있다"
메스티오노라의 책에 의한 지식일 것이다. 페르디난드는 이미 없앤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보듯이, 가만히 자신의 손을 보고 있다.
"당시, 세 명 있던 아달지자의 여자들에게서 태어난 아들들 중에서, 전속성에서 가장 마력이 높기 때문에 란체나베의 왕으로서 선택된 사람이 젤바지오다"
"그것은 즉, 페르디난드님보다 마력이 높습니까?"
그런 존재가 있는 것일까. 내가 갸웃 거리자, 페르디난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례식전의 측정에서는 다른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출중했던 것 같다. ……덧붙여서, 나는 그가 란체나베의 왕으로서 정해진 다음에 태어났다. 처음부터 마석으로 하기 위해서 모친은 나를 낳은 것으로, 마력을 올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속성의 편향을 메울 수 있는 상대를 찾은 것 같다. 나는 아달지자의 열매중에서는 가장 마력이 낮지만, 속성치가 평균적인 전속성으로 가장 마석에 적절한 아이였다고 한다"
절망의 구렁텅이를 들여다 보는 것 같은 얼굴로 담담하게 페르디난드가 말한 과거에 등골이 떨렸다. 아무런 표정도 떠오르지 않는 옆 얼굴에, 내 쪽이 울고 싶어진다. 그런 지식은 갖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페르디난드가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에 넣은 것은 아마 귀족원 시대다. 지금의 자신과 같은 정도 나이의 아이가 알기에는 너무 잔혹하다.
허리가 떠, 무심코 손을 뻗었다. 긴 의자의 좌면에 무릎을 세워 발돋움해, 나는 페르디난드를 꼭 껴안았다.
"페르디난드님은 마석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니까요. 에렌페스트의 영주 후보생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신의 인도가 있었습니다"
"로제마인, 놔라"
조바심을 포함한 소리와 함께 등뒤를 얻어 맞았지만, 나는 "안됩니다"라고 거부하여, 더욱 힘껏 꼭 껴안는다.
"마석이 아니라, 살아 있어 주지 않으면 안 되는데 정말 모르는 겁니까? 선대의 아우브는 페르디난드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불렀고, 양부님과 저는 현재 진행형으로 페르디난드님이 필요합니다. 알았다고 말할 때까지 놓지 않습니다"
"알았다. 알았으니까 놓아라. 아무리 그래도 넌 너무 감정적으로 움직인다. 자각이 얇은 것 같지만, 이미 성숙한 외형으로 성장하고 있으니까, 조금은 여성다운 조심성을 가지도록"
이래 뵈어도 일단 조심성이 조금은 자랐기 때문에, 페르디난드에 "규-해 주었으면 한다"라고 부탁하는 것은 멈추고 있지만, 나의 조심성은 아직 부족했던 것 같다. 위로할 생각이었는데, 왠지 꾸중듣고 있다.
"어쨌든, 너는 이제 여기를 나가도록. 나는 마술도구의 속편을 만든다. 너는 마석을 취급할 수 없는 지금의 증상을 측근에게 전하고, 가능한 한 마석을 시야에 들지 않도록 생활하기 위한 대화를 해라. 영주 회의를 위한 마석의 브로치의 조합에 관한 이야기라도 좋다. 다른 귀족에게 알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렌스바흐의 귀족을 제외한 곳에서 이야기 하도록"
빨리 나가라,라고 페르디난드에 쫓겨나왔다. 용무가 끝나자 해고다. 조금 심한 취급이라고 생각하지만, 언제나의 일이다.
……페르디난드님이 건강하게 된 것 같기 때문에 상관 없지만.
"로제마인"
숨겨진 방에서 나온 순간, 코넬리우스 오라버니가 달려 왔다. 나에게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그토록 강경하게 측근을 배제하고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그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페르디난드님은 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컨디션을 걱정해 건강진단을 해준 정도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안된다. 부부도 아닌데 단 둘이 숨겨진 방에 들어가는 것은, 절대로 안된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니가 간곡히 얼마나 파렴치한 일인가 설명한다. 혼전 성관계가 있었다고 생각되어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안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페르디난드가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가지고 있는 것을 공개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두 명 분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도저히 다른 사람은 넣을 수 없다. 거기에, 진단 단계에서 나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고, 입이 무거우면서도 아달지자의 이야기도 조금 해 주었다. 다른 사람이 있으면,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을 것이다.
"페르디난드님에게 있어서는 측근을 배제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로제마인, 너는 좀더 자신을 소중하게……"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페르디난드님이 지금 무엇을 조제 하고 있는 것인가를 가르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용무가 끝났기 때문에 숨겨진 방에서 나온 것입니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니가 걱정 하는것 같은 일은 없어요"
오히려, 내가 해 버렸다. 조심성이 없다고 꾸중들었으므로, 지금은 조금 후회하고 있다.
"그것보다도, 페르디난드님이 해 주신 건강진단의 결과와 앞으로의 일에 대해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측근을 모두 모아주십시오"
코넬리우스 오라버니가 숨겨진 방의 문과 나를 번갈아 본 후, 달려 간다. 그 뒤를 보고 있자, 에크하르트 오라버니가 "페르디난드님은 나오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저는 용무가 끝났으므로, 나오도록 말씀 하셨습니다만, 안에서 조제를 계속하는 것 같습니다. 단, 컨디션은 별로 좋지 않은 것 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자신의 약도 조제 하시려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알았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니에게 지금의 페르디난드의 상황을 이야기한 후, 나는 그 자리에 있는 자신의 측근에 얘기해, 리제레타들이 정돈해 주고 있는 응접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코넬리우스 오라버니가 당황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할트무트로부터 올도난츠가 왔다. 문관이 아우브를 부르고 있는 것 같다. 에렌페스트로부터 긴급의 소식이 들어온 것 같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니, 페르디난드님에게 전해 주세요. 저는 먼저 갑니다"
걸음이 느린 내가 집무실에 도착하기 전에 페르디난드도 합류 되어 있을 것이다. 가능한 한 빠른 걸음으로 나는 아우브의 집무실에 이동한다. 예상대로, 페르디난드는 집무실에 도착하기 전에 합류했다.
아우브의 집무실에 도착하자, 문관이 아우브간에 사용하는 긴급 통신의 마술도구가 번쩍이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페르디난드가 조금 앞서고, "이것이다"라고 나를 손짓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수경 같은 마술도구와 형태나 크기는 비슷하지만, 마치 뚜껑이 닫혀 있는 것 처럼 거울과 같은 부분은 안보인다.
"로제마인, 조금 눈을 감고 있어라. 유도하므로, 거기에 마력을 넣도록"
"네"
페르디난드가 시키는대로 눈을 감자, 손을 잡아져 무언가를 만지게 되었다. 마력을 들이자, 눈을 떠도 좋다고 말한다. 눈앞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수경이 있고, 양부님의 모습이 보였다.
"늦어, 로제마인. 집무실에서 나와, 어디에 가고 있었다?"
상당히 기다리게 된 것 같은 양부님의 불평에서 시작했지만, 그것은 긴급한 용건이었기 때문이다.
"귀족원에 있는 힐쉬르로부터 답장이 왔다. 문관동 근처에 낯선 자들이 있었다고 한다."
연구에 가경이었던 힐쉬르는, 양부님의 명령을 뒷전으로 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렌스바흐의 기숙사에 돌아갈 수 없게 되어, 문관동에서 숙박 하게 된 라이문트가 문관동 부근에서 외부인들이 배회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어느 영지의 망토도 몸에 걸치지 않은 외부인이 귀족원에 출입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 혹시, 아우브·에렌페스트가 말한 것이 사실이었는지도 모른다, 라고 힐쉬르는 서둘러 여기저기에 올도난츠를 날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양부님, 별로 신용이 없군요"
"힐쉬르가 연구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라이문트를 남겨 두어 좋았다"
페르디난드는 몇번인가 수긍하고 있지만, 갑자기 기숙사에 돌아갈 수 없게 된 라이문트에 제대로 연락 한 것일까.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듯한 생각이 든다.
"힐쉬르는 귀족원에 있는 교사들, 그리고 왕족이나 중앙 기사단에 연락을 해 주었다고 한다. 곧바로 중앙 기사단을 파견 해 준 듯, 검은 망토를 귀족원의 부지내에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렇습니까……. 잘됐다"
중앙의 방비를 굳히고 있던 왕족이 귀족원을 향하여 중앙 기사단을 내 준 것이라면 이제 안심이다. 단켈페르가의 유지들은 눈 깜짝할 순간에 란체나베의 병사들을 눌러 주었던 것이다. 양부님에서 은의 천이나 즉사독에 대해서도 정보를 흘리고 있다. 그만큼 시간을 들이지 않고 제압하는 것이다. 내가 휴우 안도의 숨을 내쉬자, 양부님이 엄격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긴급 연락용의 마술도구를 사용한 것이다, 로제마인"
"네?"
"귀족원의 도서관 사서. ……그대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던 솔란지 놀스의 대답이 없는 것 같다. 우연히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인지, 뭔가 있었는지는 모른다. 힐쉬르도 모습을 보러 가려고 했다지만, 단켈페르가의 기숙사감인 루펜으로부터 돌아 다니지 말라는 경고의 올도난츠가 있었다고 한다"
스윽 눈 앞이 캄캄해져 왔다.
"귀족원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을 알리려고 했던 것이다. 에렌페스트로부터 낼 수 있는 것은 정보만으로, 너무 부족해 사람도 물자도 움직일수 없다"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양부님. 사감이 없는 저희들에겐 귀족원의 정보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양부님에게 인사를 해, 수경과 같은 마술도구의 통신을 끝내고, 페르디난드를 되돌아 보았다.
"페르디난드님, 저, 귀족원의 도서관에 갑니다"
"그것은 허가할 수 없다. 너는 아렌스바흐에서 집 지키기다. 지금의 너는 데려 갈 수 없다"
기수에도 탈 수 없는데 어떻게 할 생각이다, 라고 은근히 추궁 당하고 말에 막혔다. 하지만, 솔란지, 슈바르츠, 바이스가 신경이 쓰여 어쩔 수 없다.
"적어도, 슈바르츠와 바이스를 전투상태로 할 수 있으면 솔란지 선생님은 무사하다고 생각됩니다만……"
슈바르츠와 바이스를 전투 모드로 하기 위해서는 버튼 같이 되어 있는 마석에 마력을 기울여야 한다.
"강한 것 같아요, 슈바르츠들은. 신전의 싸움에서도 슈밀들이 대활약이었다고 합니다"
슈바르츠들의 연구를 하고, 슈밀들의 기본 설계를 한 페르디난드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자, 페르디난드는 흥하고 코웃음쳤다.
"먼 옛날의 공주가 첸트 후보생을 이기기 위한 기능을 붙인 마술도구다. 그 근처의 어중이떠중이가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슈바르츠들은 강한걸요. 솔란지 선생님은 무사하겠죠?"
비록 위안이라도 긍정 해 주었으면 했지만, 페르디난드는 한번 시선을 떨구며, 나에게 현실을 내밀었다.
"도서관의 마술도구를 전투상태로 하기 위해서는 주인의 명령과 마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협력자가 할 수 있을지 어떨지, 단언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신경이 쓰여도 네가 가는 것은 안된다. 지금의 상태로 간다해도 무엇이 가능한지?"
페르디난드가 차갑게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가로 저었을 때, 다시 긴급용의 마술도구가 빛나기 시작했다.
"……단켈페르가? 통신을 한다. 로제마인, 눈을 감아라"
페르디난드가 내 손을 잡고, 마석에 접하게 한다. 수경으로 표면이 바뀌어, 아우브·단켈페르가의 모습이 비추어졌다.
"아우브·아렌스바흐. 무사한 모습이라 다행입니다. 한넬로레에게 보고를 받았습니다. 멋진 선전이었다, 라고. 아렌스바흐에 대출한 유지들이 누구도 빠지지 않고 돌아온 것에는 솔직히 놀라고 있습니다"
아우브·단켈페르가가 지금까지 들었던 적이 없을 정도로 정중한 태도로, 솔직히 놀라서 눈을 깜박일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긴급 연락을 한 것은 다름 없습니다. 지금의 귀족원의 상황을 알고 계십니까?"
"아렌스바흐에는 기숙사감이 없습니다만, 조금 전 아우브·에렌페스트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외부인, 아마 란체나베의 사람이 문관동의 부근에서 보인 것, 왕족이나 중앙 기사단에 연락이 끝난 상태인 것, 그리고, 도서관 사서의 솔란지 선생님과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을 들었습니다. 빨리 솔란지 선생님과 연락이 되면 좋습니다만……중앙 기사단이 향했으니까, 곧바로 제압되겠지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우브·단켈페르가는 힘든 표정이 되었다.
"아니요. 단켈페르가의 기숙사감인 루펜의 소식에 의하면, 검은 망토를 걸친 중앙 기사단이 귀족원에 나타났지만, 외부인들에 따르는것 처럼 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네?"
"낯선 자들 중에 디트린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로잡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왕족이 그것을 허락해 있는 것인가, 중앙 기사단이 배신한 것인가, 잘 모르는 상황이 되어 있기 때문에, 루펜은 아우브·단켈페르가에 정보를 흘려,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단켈페르가로부터는 첸트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그것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은 정당한 차기 첸트 후보인 로제마인님께 요청합니다. 귀족원을 지켜 주십시오. 귀족원에 외부인을 넣어서는 안됩니다. 저기는 유르겐슈미트의 핵심입니다"
아우브·단켈페르가의 말에 나는 끄덕하고 숨을 삼켰다.
"그것은, 첸트에……"
"단켈페르가가 차기 첸트 후보인 로제마인님의 손발이 됩니다. 귀족원을 지켜라 라고 호령을 내 주세요. 단켈페르가는 첸트의 검, 반드시 끝까지 지켜 냅니다."
――――――――――――――――――――――――――――――――――――
페르디난드로부터 코피페는 기각된 로제마인.
어두운 과거를 듣고 충동적으로 행동 했더니 조심성이 없다고 혼났어요.
그리고, 귀족원의 정보가.
이번은 아우브·단켈페르가에 요청되었습니다.
다음은, 귀족원입니다.
아우브·단켈페르가의 결단
"도저히 속단할 수 없는 요청입니다"
내가 입을 여는 것보다 먼저, 내 뒤에서 수경을 들여다보고 있던 페르디난드가 대답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었다고는 해도, 초석을 손에 넣은 로제마인은 벌써 아우브·아렌스바흐입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호령은 낼 수 없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은 귀족원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인가!? 귀족원이 외부인에게 휩쓸리고 있는 것이다! 한가한 소리를 할 시간은 없다"
디트린데가 첸트의 입장을 요구해 귀족원에 가고 있다면,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수록되어 있는 귀족원의 도서관이 가장 위험하다. 지금, 거기에 있는 것은 솔란지와 슈바르츠들 뿐일 것이다. 아렌스바흐의 귀족거리에서 날뛰고 있던 란체나베의 병사들의 모습을 생각해 내면, 도서관을 란체나베의 사람이나 디트린데에 망쳐지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페르디난드님, 귀족원의 도서관에는 솔란지 선생님이……거기에, 힐쉬르 선생님도 귀족원에 계십니다"
힐쉬르는 올도난츠로 여기저기에 수상한 사람의 존재를 알리고 왕족이나 중앙의 기사단에 구원을 청했다. 중앙 기사단이 돌아서고 있다면, 힐쉬르도 상당히 위험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닐까. 힐쉬르와 함께 행동하고 있는 라이문트도다.
"……왠지 모르게, 무슨일이 있어도 힐쉬르 선생님은 무사할 것 같지만, 입장은 위험하죠? 단켈페르가가 협력해 준다면 도우러 가는 것이 좋지 않나요?"
내가 돌이켜 그렇게 말하자, 페르디난드는 "제일 위험한 입장에 서 있는 것은 너다, 바보녀석"이라고 차갑게 말했다. 그 뒤, 수경 안의 아우브·단켈페르가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조용한 어조로 말한다.
"귀족원이 망쳐지는 것은 중대한 사태라고 나도 생각합니다. 귀족원의 중요성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런 엄청난 호령을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로제마인의 호령에 의해 왕족이 구출된 후, 혹은 이미 디트린데들이 구루투리스하이트와 나라의 초석을 손에 넣고 있을 경우, 로제마인은 월권 행위를 책망당하거나 역적으로 비난 되거나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가 호령을 내어 구출 된 왕족이 솔직하게 감사하는 것만으로 끝난다고는 할 수 없다. 마침 잘됐다, 라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들고있는 나를 왕족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되어, 역적이라는 비난을 돌릴 수 있게 처리하는 대신에, 라고 친절한 태도로 터무니없는 요구를 내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라고 페르디난드는 중얼거린다. 지금까지의 왕족의 방식을 떠올리면, 페르디난드의 말에 수긍할 수 밖에 없다.
"호령을 낸 것으로 로제마인이 불리한 입장에 처했을 경우, 첸트의 검을 자칭하는 단켈페르가는 어떠한 입장에 서게 되는 것입니까?"
첸트 측에 설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닌가, 라고 페르디난드는 아우브·단켈페르가에 말했다.
"페르디난드님, 아무리 그래도 실례 아닌가요? 뭐라해도 호령을 내달라고 요청하면서, 그처럼 비도(도리에 어긋남)인 일은 하지 않아요"
"그래서, 너는 다정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흥하고 나를 코웃음 치면서, 페르디난드는 아우브·단켈페르가에 다시 돌아선다.
"길고 긴 역사를 가진 단켈페르가의 아우브는 자령을 위해서 이런 때에 비정한 판단을 해 온 것이겠죠. 자령을 지키는 아우브로서는 달콤한 말은 하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당연합니다만, 모든 책임을 로제마인에 씌우는 것이 가능한 상황 등은, 나에게는 도저히 간과할 수 없습니다"
"어떠한 비상 사태여도, 호령이 없으면 단켈페르가로부터 중앙에 기사단은 낼수 없다. 란체나베와 디트린데가 좋아 날뛰고, 외부인이 구루투리스하이트을 손에 넣는 것을 입다물고 보고 있을 생각인가? 구루투리스하이트을 가지는 차기 첸트 후보는 로제마인님 밖에 있지 않다!"
아우브·단켈페르가는 "결코 그러한 비도(도리에 어긋남)인 짓은 하지 않는다"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귀족원을 지킨다고는 말했지만, 첸트의 검이라고는 말했지만, 나를 지킨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대화에서 "아우브·아렌스바흐의 나"와 "차기 첸트 후보인 나"와 구분하고 있다.
"이제, 유르겐슈미트를 구할 수 있는 것은 한사람이다!"
"혼자가 아닙니다"
나는 무심코 되돌아 보았다. 확실히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뿐만은 아니다. 내게서 코피페 한 것으로, 첸트의 업무를 해낼 수 있게 된 첸트에 적당한 사람이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페르디난드님은…….
첸트가 되고 싶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아렌스바흐에서의 연구 삼매경을 희망했다. 그것을 다시 자기희생의 정신으로 죽이는가 생각하고, 나는 페르디난드의 가슴을 움켜 잡았다.
"페르디난드님, 기다려주세요. 그것은……"
"당신이 차기 첸트가 됩니다, 아우브·단켈페르가"
"네?"
"……응?"
페르디난드의 말에 머리가 하얗게 된다. 멍하니 페르디난드를 바라보자, 페르디난드는 훗 하고 입가를 비뚤어지게 했다.
"한넬로레님으로부터 보고를 들었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로제마인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잃은 유르겐슈미트에 다시 구루투리스하이트과 신에 대한 기원을 가져오는 메스티오노라의 화신. 여신의 화신은 이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을 하사하는 것이 역할이며, 스스로가 첸트가 되는 것은 없습니다"
유들유들하게 그런 것을 말하면서 페르디난드는 도전적으로 얇은 금빛의 눈을 번뜩인다.
"아우브·단켈페르가, 당신이 여신의 화신에게 힘을 보이는 것은, 로제마인으로부터 구루투리스하이트을 얻는 것으로 동의가 됩니다. 중앙 기사단이 적측에 있는 지금, 왕족을 구할 수 없을 경우, 당신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하사받아 차세대의 첸트가 됩니다. 로제마인에게의 호령의 요청은, 모든 책임을 단켈페르가로 짊어질 각오를 한 다음 부탁합니다"
아우브·단켈페르가가 눈을 크게 뜨고 페르디난드를 가만히 응시한다. 페르디난드는 눈만 도전적으로 부릅뜨고 희미하게 사교적인 미소를 띄운 채이다.
"나는 아우브·단켈페르가다"
"로제마인은 아우브·아렌스바흐입니다. 단켈페르가가 로제마인에 책임을 씌운 상태로 대의명분을 얻어 날뛰고 싶은 것뿐인가, 비록 후에 자신이 첸트에 임명되는 일이 있어도 유르겐슈미트의 위기를 거두고 싶어하는만큼 진지한 생각인가……. 호령을 내도록 요청한 단켈페르가의 의도를 보여 주셨으면 합니다"
단켈페르가가 자령을 지키기 위한 전제를 바라듯이, 이쪽도 로제마인과 아렌스바흐를 지키기 위한 수단을 준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페르디난드가 웃는다.
"때와 경우에 따라서는, 당신이 차기 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제1 부인도 잘 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서 결정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거기에, 단켈페르가의 독주를 달가워 하지 않는 영지도 있겠지요. 통지는 끝나고 있습니까?"
질문의 형태이지만, 페르디난드는 분명하게 "자신들로 사전 교섭 해 둘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로제마인은 에렌페스트에서 돌아왔던 바로 직후로 휴식이 필요합니다. 너무 전장에 낼 수 있는 몸이 아닙니다. 게다가, 단켈페르가의 기사를 되돌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기 때문에, 아렌스바흐의 주요 기사들은 여태껏 빈데발트로 인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요청이 있어도 호령을 낼 수 없는 것입니다."
에렌페스트의 원정에서 돌아오지 않은 기사들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면서, 페르디난드는 살그머니 나의 손을 잡았다.
"단켈페르가의 결단은, 내일의 3의 종에 듣겠습니다"
페르디난드는 통신을 꺼도 좋은가, 나에게 작은 소리로 물어 본다. 나는 끄덕하고 수긍해, 혼란에서 벗어나지 않는 듯한 아우브·단켈페르가에 "안녕히"라고 미소를 보내며 눈을 감고 통신을 끊어 달라고 했다.
"일단 하룻밤은 시간을 벌었지만, 오늘 밤 안으로 완성해야할 것 같다."
통신이 완전히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 페르디난드가 숨을 내쉬고, "안이하게 타령의 요청에 타는 것은 아니다"라고 나를 노려보았다.
"너는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차기 첸트 후보라는 말은 가장 경계해야 할 말로, 들어주어서는 안된다"
" 그렇지만, 귀족원의 도서관은 걱정이어요. 솔란지 선생님과 연락이 되지 않는것도 그렇고……"
단켈페르가의 요청 운운은 놓아두고, 귀족원의 상태는 신경이 쓰여 어쩔 수 없다. 체력이나 마력이 만전이면, 당장이라도 향하고 싶을 정도다. 단켈페르가가 도와 준다면, 거기에 타는 편이 승률은 높다.
"올도난츠가 날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아직 문제는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단켈페르가는 반드시 움직인다. 자신에게 취할 수단이 있으면서, 보지 않은 척 하는 영지는 없다. 사전 교섭에 얼마나 걸릴까 모르지만, 내일이라고 하는 기일 여부를 주창했다. 네가 쉴 수 있는 것은 오늘 뿐이라고 생각해라. 지금의 너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타인보다 자신의 걱정을 하도록"
전이진을 몇번이나 사용해 단켈페르가의 기사를 이동시켰던 것이다. 약뿐만이 아니라, 본격적인 휴식이 필요하다고 페르디난드가 말했다.
"……자면 또 악몽을 볼 것 같아서 귀찮습니다만"
몸이 휴식을 요구하고 있어도, 휴식이 무서운 것이다. 내 중얼거림에 페르디난드가 "자기 위한 약도 필요한가"라고 조금 눈썹을 찌푸린다.
"그 악몽에서 깨는 약은 싫어요. 눈을 뜨고서가 최악이고……"
"하지만, 아무리 튼튼하게 되었다고는 해도, 슬슬 쓰러진다. 저녁식사를 위해 회복약이 필요한 정도다. 원래 최소 밖에 없는 너의 체력을 과신하지 않도록"
상냥함이 들어간 회복약을 건네 받아 나는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저녁식사 때에는 레티지아의 보고도 있었다. 디트린데로부터 편지가 올 때까지의 모습이나, 그에 대한 대응등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다. 란체나베의 문을 저쪽에서 열려고 하는 사람이 있거나, 귀족원의 기숙사에 있는 전이의 사이에 있는 기사들에게 올도난츠로 문의가 있거나 했다고 한다. 어떻게 대답하는지, 내 의견이 필요했기 때문에 보류하고 있었더니 화가 치민 그녀로부터 편지가 도착한 것 같다.
"방치해도 상관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정보는 내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알겠습니다"
끄덕이는 레티지아의 안색이 나쁘다, 푹 쉬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바쁠 뿐만 아니라, 아침의 멜키오르와 같은 깊은 생각에 빠진 얼굴이었다. 어떻게 봐도 아이의 표정이 아니다.
"아, 이 물고기는……"
"로제마인님께 구원받은 어부들이 답례로, 라고 보내 주신 것입니다. 페르디난드님으로부터 로제마인님이 좋아하는 레시피를 배워 요리시켰습니다. 입맛에 맞습니까?"
조미료가 많은 음식에 어떤 물고기인가 모르지만, 흰살 생선의 소금구이가 있다. 정말로 심플한, 단순한 소금구이이다. 레티지아는 이런 요리를 내도 좋은 것인가, 라고 고민한 것 같지만, 과감히 내 준 것 같다.
"저, 에렌페스트에서도 드문 레시피라고 했습니다만, 물고기의 맛을 잘 살려 정말 좋습니다. 별로 친숙하지 않은 조리법을 레티지아님이 요리사에게 부탁해 주셨군요? 페르디난드님이 제 취향의 맛을 기억하고 있어 주신 것도 기쁩니다"
나는 레티지아에 감사하며, 페르디난드에 환하게 미소지었다.
" 아직 아렌스바흐의 음식에 친숙해 지지 않은 너에게는 이쪽이 좋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페르디난드의 말대로, 지금 내 컨디션은 향신료가 듬뿍 사용되고 있는 아렌스바흐의 요리는 조금 자극이 너무 강하다. 다른건 조금씩이지만, 소금구이만은 식욕이 없는 와중에도 완식 했다.
나는 소금구이에 만족했지만, 레티지아의 커틀러리의 움직임도 둔하다. 웃는 얼굴로 나와 대화하고 있지만, 식사가 진행되고 있다 말할 수 없었다.
"레티지아님, 호위기사를 데리고 이쪽으로 와 주십시오"
나는 식사를 마치면서 레티지아에게 손짓 했다. 레티지아가 눈을 깜박이면서 다가오고, 레티지아의 호위기사가 무엇을 할 생각인가, 라고 조금 경계한 얼굴이다.
"레티지아님은 몹시 일에 휘말리면서, 너무 열심히 노력해 주셨습니다. 저희들이 부재중에도, 아렌스바흐를 잘 지켜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레티지아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슈라트라움의 축복과 함께 좋은 잠이 찾아오도록 기원을 시켜주십시오"
내 말에 레티지아가 안색을 바꾸고, 고개를 저었다.
"저때문에 로제마인님의 힘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분만으로 충분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기분만……"
사퇴하려고 하는 레티지아에 나는 슈타프를 내어 기도한다.
"꿈의 신 슈라트라움이여 레티지아님에게 기분 좋은 잠과 행복한 꿈을"
레티지아님에게 하얀 축복의 빛이 쏟아지자, 레티지아의 눈이 졸려 스르륵 감긴다. 몇초후에는 살짝 무너질 것이다. 그것을 그녀의 호위기사가 순간적으로 끌어 안았다.
"이 정도의 축복이 이만큼의 효과를 나타내다니, 자고 싶어도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이지요. 레티지아님을 느긋하게 쉬게 해 주어주십시오"
"송구합니다, 로제마인님"
호위기사는 레티지아를 끌어안고 나간다. 레티지아의 근시들이 빠른 걸음으로 뒤쫓아 가는 것이 보였다.
"로제마인, 와라"
페르디난드가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뭔가 당연한 듯이 에스코트 해 주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손을 실었다. 혹시, 아렌스바흐에 있는 일년 반 동안, 디트린데에게 매일같이 하고 있어 몸에 밴 것일까.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자, 페르디난드의 다른 손이 나의 시야를 가로 막았다.
"페르디난드님?"
"꿈의 신 슈라트라움이여 로제마인에 기분 좋은 잠과 행복한 꿈을"
페르디난드의 손으로 막힌 시야에 하얀 빛이 가득 차온다. 머리 속이 하얗게 되어 가는 느낌이 들고, 몸이 갑자기 무게가 늘어난 것처럼 느껴졌다. 발걸음이 비틀거린다고 생각할 때는 먼저 간 레티지아와 같이 꼼짝 못하게되어 껴안아 올려진다.
"슈라트라움의 축복에 저항하지 말고 자라. 오늘 밤은 악몽을 보는 것도 없을 것이다"
슈라트라움의 축복의 덕분에 잘 잔 것 같다. 굉장히 상쾌한 기분으로 깨어났다.
"눈을 뜨셨습니까, 로제마인님? 안색이 대단히 좋아졌어요. 안심했습니다"
리제레타가 안심한 것처럼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침 식사는 각자의 방에서 먹으므로, 나는 아침 식사를 취하면서 측근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물고기가 나와 있다. 상당히 좋아한다고 생각된 것 같다.
어제밤, 내가 페르디난드에 의해 강제적으로 재워진 후, 측근들에게는 페르디난드로부터 내 상태와 대처 방법에 대해 설명이 있었다고 한다.
"귀족원에 이변이 있고, 아우브·단켈페르가로부터 요청이 있던 것도 들었습니다"
"호위기사들은 출진의 준비를 하도록 명령 받고 있습니다. 단켈페르가로부터의 요청을 받아들였을 경우, 로제마인 님에게는 동행해 주실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킬베르가의 국경문이 계속 닫혀 있었기 때문에, 저희들에게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습니다만, 첸트가 매년 국경문을 열기 위해서 중앙에서 이동하고 있으므로, 중앙에 있는 국경문으로 이동하면 좋다고 합니다"
란체나베의 관에서 중앙으로 향하는 루트는 적진의 한가운데로 돌진해 가는 것이고, 귀족원의 기숙사를 경유 하려면 브로치의 제작이 필요하므로 긴급히 사용할 수 없다. 국경문을 사용해 귀족원으로 향할 예정 같다. 이 경우, 내가 동행하지 않으면 전이 할 수 없다.
"아침 식사 후 3의 종까지는 휴식이라고 해요. 아렌스바흐의 책을 한 권 맡고 있습니다"
"뭐! 이런 때에 독서를 해도 좋은 것일까? 페르디난드님이 좋다고 말했으니까 정말로 좋은 거에요?"
나는 리제레타가 집무용 책상에 두어 준 책을 가만히 바라 보았다. 독서는 오래간만이다.
"단켈페르가로부터 연락이 있을 때까지 조금이라도 쉬어 두도록, 라고 해요"
그리고, 3의 종이 울렸다.
단켈페르가에서 긴급 연락이 들어온 것을 문관들로부터 전해듣고 나는 페르디난드와 함께 수경의 앞에 선다. 수경 너머에는 아우브·단켈페르가와 함께 제1 부인의 모습도 있었다.
"아우브·단켈페르가의 대답은?"
"귀족원을 지키고, 유르겐슈미트를 지켜, 왕족을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단켈페르가는 첸트의 검.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과할 수 있지 않다. 로제마인님의 호령을 요청하겠습니다"
어떠한 상황이 되더라도 유르겐슈미트를 지킨다는 자세를 밝힌 단켈페르가에 나는 감탄하는 마음을 느꼈다. 제1 부인도 아우브의 선택에 반대하지 않고, 조용히 이쪽을 보고 있다.
"알겠습니다. 귀족원을, 나아가서는 유르겐슈미트를 지키기 위해, 단켈페르가에 구원을 부탁합니다"
"단켈페르가가 바라고 있는 것은 차기 첸트 후보의 호령입니다. 귀족원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눈에 이쪽에 이치가 있음을 알려야 합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과시하면서 귀족원에 오도록, 라고 말해져, 나는 끄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들은 국경문에서 귀족원으로 향합니다. 이쪽에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있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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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에 휙하고 달려들다가 제지당한 로제마인.
위험한 상황은 하나라도 배제해 두고 싶은 페르디난드.
최악의 경우, 차기 첸트가 되서라도 귀족원을 지키는 결단을 한 아우브·단켈페르가.
다음은, 중앙 기사단을 이끄는 사람입니다.
중앙 기사단을 이끄는 사람
"페르디난드님, 귀족원으로 향하기 전에 서로의 정보를 맞춰 두고 싶습니다만, 좋을까요?"
당장 뛰쳐나올 것 같은 아우브를 누르고 제1 부인이 환하게 미소지었다. 페르디난드도 "물론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암약조라고 하는 느낌으로 왠지 마음이 맞을 것 같다, 라고 두 명의 사교적인 미소를 보고 생각한다.
"아렌스바흐는 아우브의 교체에 따라 기숙사를 폐쇄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이나 귀족원의 정보는 에렌페스트를 통해서 밖에 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에렌페스트의 정보원은, 연구 최우선의 힐쉬르 선생님입니다"
힐쉬르가 연구 바보로, 사감 같지 않은 사감인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얼마나 귀족원이나 중앙의 정보에 우리가 모르는지, 금방 알 수 있는 말이다. 제1 부인은 모든 것을 짐작한 듯한 얼굴이 되어, 루펜으로부터 들어 온 중앙의 사정에 대해 말해 주었다.
"로제마인님으로부터 진짜 딧타의 권유가 있던 날, 아우브·에렌페스트가 왕족과 이야기를 하신건가요?"
"그렇습니다. 지기스발트 왕자와 만나, 제가 아렌스바흐로 향하는 것에 대해 말씀 주신 것입니다. 허가도 받았으니까요."
지금은 사슬이 금가루 화 됐기 때문에 지금은 달고 있지 않지만, 받은 것은 받았다.
"그 뒤,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사정을 들은 첸트는 귀족원을 지키고, 아렌스바흐의 기숙사의 입구를 경계 하도록 중앙 기사단에 명해 귀족원에 있는 사감들에게는 각각의 기숙사에서 대기 하도록통보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것, 힐쉬르 선생님한테 듣지 않았어요?
밖으로 나가야 할까, 하고 멋대로 판단하고 힐쉬르는 기숙사에 돌아가지 않고 문관동에 틀어 박혀 있던게 틀림없다.
"저희들은 아렌스바흐로 향하는 기사들과 중앙으로부터 요청을 기다리는 기사들이 준비 하느라 분주했기 때문에, 그 때까지 루펜과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딧타와 국경문에서의 약속에 고조 된, 타오르는 단켈페르가의 남자들을 억제해 두는 것이 제1 부인은 매우 힘들었던 것 같다.
왕족의 연락은 없는 채, 아렌스바흐로 향하는 유지들이 출발 할 시간이 되어, 국경문으로 향했지만, 돌아오고 나서도 왕족의 요청은 없었던 것 같다.
"안달하는 사이에, 한넬로레로부터 연락이 있었습니다. 로제마인님이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얻은 것, 에렌페스트의 초석을 지키기 위해서 단켈페르가의 유지를 이끄는 허가를 받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아렌스바흐의 싸움이 끝난 것을 전하기 위해서 단켈페르가에서 첸트에 직통의 연락을 넣으려고 했습니다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첸트가 싸움의 지휘를 맡고 있으면 집무실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라고 아우브·단켈페르가가 말해, 그 때는 통신을 할 수 없는 것에 제1 부인도 그렇게 의문을 품지 않았던 것 같다. 아우브가 마석에 접하는 것으로 긴급 연락용의 수경이 기능하니까, 똑같이 첸트에 연락을 해도, 금방 돌아올 상황이 아니면 대화는 어렵다. 긴급 연락의 마술도구에 반응이 있던 것을 문관에게 듣고 나면, 조만간 연락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도 첸트의 연락이 오지 않는다. 첸트로부터 전혀 연락이 없기 때문에, 화가 치민 아우브·단켈페르가는 루펜에 연락을 한 것 같다.
"기숙사에서 틀어 박혀 있는 것을 명령 받고 있던 루펜에게 변변한 정보는 없었습니다. 왕의 명령으로 기숙사에 대기하고 있다는 답변 밖에 없었습니다"
루펜은 웬지 모르게, 싸울 기회가 있으면 "나도 중앙 기사단과 함께 싸운다"같이 명령을 무시하고 뛰쳐 나올 것 같은 인상이 강했지만, 제대로 명령 받은대로 기숙사에 틀어박혀 있던 것 같다. 힐쉬르도 꼭 본받았으면 좋겠다.
"루펜이 기숙사 문에서 나오려고 하자 아렌스바흐의 문을 지키고 있는 기사들에게 혼난 후 알고 있던 중앙 기사단의 기사에 올도난츠를 날리자 피난중의 왕족을 지키고 있다는 답변이 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첸트는 적의 모습도 없는데 단켈페르가에 연락을 할 필요는 없다, 라고 생각하고 계신 것 같네요. 나는 루펜에 란체나베의 소탕전이 끝났다는것을 말하고 첸트가 단켈페르가에 연락 주시길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무래도 루펜이 문밖에 있는 기사들이나 올도난츠로 아는 기사에게 란체나베의 소탕전이 끝났음을 알린 것은, 왕족이 에렌페스트에 연락을 넣어 "아렌스바흐의 상황 등을 모른다"라는 의미의 대답이 온 직후였던 것 같다.
"자세한 이야기는 첸트와-라고 생각한 적이 실수였던 것입니다. 중앙동의 기사단은 소수의 기사들이 경계용으로 남겨졌을 뿐, 귀족원과 중앙에는 일상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경계를 푼 그 날 저녁, 힐쉬르로부터 여러 곳에 "외부인이 귀족원에 침입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중앙 기사단의 기사 단장인 라오불트로는 즉시 기숙사에 돌아가도록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수상한 인물이 있었다는 문관동에 기수로 향하면서 루펜은 라오불트에 올도난츠를 보냈다고 합니다. 기숙사에서 박혀 있는 것에 싫증이 나고 있었으므로, 기사 단장에게 직접 담판을 내서, 경계 및 전투에 참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들었습니다."
……조금 이성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루펜 선생님은 단켈페르가의 사람이다.
기사 단장을 향해 파견한 올도난츠는 문관동 근처의 숲 속 부근에 강하해 갔다. 올도난츠의 행선지로 시선을 돌린 루펜은, 흑의 망토를 걸쳐 입은 기사들이 외부인들과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한 것 같다.
"전원이 검은 망토를 입고 있지만, 갑옷을 입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수십명은 있고, 그 중에 매우 눈에 띄는 금발과 화려한 머리 장식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금발에 화려한 머리 장식은, 디트린데 님인가.
이런 상황에서도 화려한 머리 장식을 다는 신경에 기가 막힘을 넘어서, "디트린데님이란 정말 여자력 높구나~"라고 무심코 현실 도피 경향에 감탄하고 만다. 란체나베의 사람들도 취급이 곤란하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기분탓일까.
숲 속에서 반짝반짝 봉납 춤을 추고 있는 디트린데를 상상하고 있던 내 뒤에 페르디난드가 생각에 잠긴 것 같은 소리를 냈다.
"기사가 아닌 사람이 수십 명입니까?"
"네. 숲속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는 불명이라고 합니다. 기사 단장이 외부인들과 있고, 그 사람들에게 나무의 그늘로 숨도록 지시를 내린 것 같이 보였다고 했습니다. 루펜은 바로 그 자리를 물러나, 중앙동에서 기숙사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도중에, 외부인을 찾아 잡는 것은 중앙 기사단의 역할이라고 하는 올도난츠가 라오불트로부터 돌아온 것 같습니다"
누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디에 어떤 정보가 흘러 나가는 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루펜은 귀족원의 교사들에게 절대로 밖에 나오지 않도록 올도난츠를 날려, 단켈페르가에 판단을 맡긴 것 같다.
"아우브는 귀족원을 지키는 것 밖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중요한 것입니다, 로제마인님의 호령에 의해 귀족원을 지키는 싸움에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은 적의 위치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라오불트를 비롯한 중앙 기사단의 일부가 이상한 것인지, 전체가 이상한 것인지, 첸트의 지시에 의해 외부인을 보호하게 된 건지를 모르면, 단켈페르가는 어디를 공격하면 좋은 것인지 모릅니다"
초석을 지키는 진짜 딧타와 달리, 적이나 쳐들어가는 장소가 뚜렷하지 않으면- 라고 제1 부인이 말했다. 단켈페르가에 GO싸인을 낸 우리들은 알고 있는 것인가, 라고 물어 본다.
"아렌스바흐의 기숙사 이외에도 란체나베의 관으로부터 왕래할 수 있는 장소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디에 도착하는지, 페르디난드님은 알고 계십니까?"
제1 부인의 말에 페르디난드는 "아렌스바흐로 아우브의 보좌를 하게 되고 나서 안 것이므로, 은밀하게 해 주세요"라고 전제하면서 입을 열었다.
"란체나베의 관에는 란체나베의 공주가 들어가는 별궁에 연결되는 전이진이 있습니다. 로제마인이 초석을 빼앗아, 아우브가 교체됨으로써 전 아우브의 브로치가 효력을 잃어, 기숙사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디트린데들은 란체나베의 공주가 들어가는 별궁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별궁은 정변으로 공주님들이 처형된 후 폐쇄 되었다고 합니다만, 아우브·단켈페르가는 별궁에 대해 뭔가 알고 계십니까?"
자신은 연령적으로 모른다는 것을 풍기면서, 페르디난드는 아우브·단켈페르가에 화제를 돌렸다. 아우브·단켈페르가는 제1 부인에게 살짝 시선을 돌린 후, 조금은 어색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중앙동의 가장 안쪽에 문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
귀족원의 중앙동에는 각 기숙사로 연결되는 문이 순위에 따라 줄 지어 있다. 그 안쪽에 왕족의 별궁에 연결되는 문이 있다. 그리고 더욱 안쪽, 은폐의 신 페어베르겐의 표시가 새겨진 숨겨진 문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아달지자의 별궁에 연결되는 문이라고 한다.
"아렌스바흐에 있던 자료에 의하면, 별궁 자체도 페어베르겐의 사당 근처에 있다고 합니다"
"페어베르겐의 사당……?"
제1 부인이 약간 눈살을 찌푸린다. 과연 귀족원의 모든 신들의 사당의 위치 까지는 파악하고 있지 않겠지. 내가 알게 된 것은 지하 서고다.
"제1 부인, 저, 대략적인 위치라면 알 수 있어요. 왕족의 도움으로 지하 서고의 책을 번역했을 때 사당의 위치가 그려진 대략적인 지도를 보았으니까요"
은폐의 신 페어베르겐은 어둠의 권속이다. 귀족원의 기숙사 배치는 유르겐슈미트 전체 지도의 축도처럼 되어 있어, 실제 땅에서 어둠의 국경문이 있는 아렌스바흐의 기숙사 부근에 어둠의 권속의 사당이 있다.
"빛의 권속인 조언의 여신 안하르톤그에 대한 기원이나 마법진 등, 뭔가 없으면 외부에서 별궁을 찾아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과연"
"단지, 전이진을 움직이는데 아우브의 허가가 필요한 것 처럼, 별궁에 들어가려면 별궁의 관리를 하고 있던 방계 왕족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별궁의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폐쇄되었음이 분명한 별궁과 전이진의 사이를 열어 디트린데나 란체나베의 사람들을 맞아들였던 것이 누구인지, 이쪽에서는 파악 되지 않습니다"
"루펜 선생님의 증언에서 라오불트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나의 말에 모두가 언짢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수상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루펜 한 사람의 목격 증언 뿐이다. 힐쉬르 선생님이 보았을 때는 중앙 기사단의 존재는 근처에 없었을 것이다. 다른 누구도 보지 않고, 잡으려 하는 중이었다고 시치미를 떼어 통해지면, 발뺌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기사 단장이라고 해도, 상급 귀족이 별궁의 관리를 하고 있는 것도 생각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언제 별궁의 열쇠를 손에 넣었다는 것입니까? 디트린데 님과 란체나베의 사람들에게 왜 가세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판단 재료가 너무 적습니다"
페르디난드와 제1 부인의 말에 내가 수긍하고 있자, 아우브·단켈페르가가 팡! 큰 소리를 내며 손뼉을 쳤다. 나는 움찔하고 무심코 아우브·단켈페르가에 주목한다.
"외부인을 찾아 귀족원을 무작정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진 것만으로도 수확이었다. 오늘 밤, 페어베르겐에 숨겨진 별궁으로 기습을 감행한다"
증거가 없어서 어렵다고 하는 이야기를 하는 중에, "기습한다"라는 말이 나왔다. 전혀 분위기 파악이 안되는 아우브·단켈페르가에 페르디난드는 얼굴을 찌푸리고, 제1 부인은 이마를 누르고 있다. 나는 눈을 깜박이면서, 아우브·단켈페르가를 응시한다.
"외부인이 스며들어 있는 것은 틀림 없다. 본거지 같은 곳을 쓿어 놓는 것은 중요하다. 전원이 모여 있을 것 같은 심야에 기습을 건다"
히죽하고 웃은 아우브·단켈페르가를 보면서, 페르디난드가 팔짱을 꼈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들을 잡아 두는 것, 전원이 모여 있을 것 같은 심야에 기습을 거는 것은 찬성합니다. 그렇지만, 타령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쪽의 사전 교섭은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이러나 저러나, 가벼운 사람만으로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아우브·단켈페르가가 "귀족원을 지키기 위해서 함께 싸우지 않겠는가"라고 권유하니, "출발에 3일은 걸린다"라고 한 것 같다. 왕족의 상황을 듣고, 기사들에게 집합을 걸어 선별하고, 회복약이나 마술도구의 준비를 해야 하고, 전투의 규모에 따라서는 허드렛일의 사람들도 기숙사로 이동시켜 식사나 수면을 취할 곳을 갖춰야 한다.
그들의 대답에 아우브·단켈페르가가 기가 막혀 "거대한 마수가 나왔을 때도 그만큼 태평한가!"라고 외치자, "영지내에서 결말이 나는 마수퇴치와 귀족원의 방위를 비교 하지 마라"라고 돌려주었다고 한다.
……언제라도 싸울 수 있는 단켈페르가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믿음직하지만, 다른 곳을 단켈페르가처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에렌페스트는 게오르기네의 내습에 대비하는데 한달은 걸렸던 것이다.
"차기 첸트를 자칭하는 디트린데가 움직이고 있다. 노려지고 있는 것은 구루투리스하이트일 것이다. 디트린데는 어쨌든, 톨큰하이트의 후예인 란체나베의 사람들은 위협이다. 보내져 오는 공주를 생각하면, 그들의 마력량은 경시할수 없다"
"……어머나, 어째서 당신이 공주의 마력량을 아시는 건가요?"
제1 부인이 환하게 미소지었다. 말을 멈춘 아우브·단켈페르가를 한심한 눈으로 보면서도, 거들듯이 페르디난드가 입을 연다.
"아우브·단켈페르가의 염려는 옳다고 생각합니다. 톨큰하이트가 만든 도시를 존속시키기 위해, 란체나베에서 공주가 이송되고 있었습니다. 유르겐슈미트의 왕족들과 교제하고, 태어난 아이중에서도 마력량이 많은 사람이 슈타프를 얻고 나서 란체나베에 되돌려집니다. 그 역사를 알고 있으면, 공주의 마력이 높은 것은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음. 페르디난드님이 말하는 대로다"
아우브·단켈페르가가 능청스러운 얼굴로 끄덕이는 것을 보면서, 페르디난드는 조금 먼 곳을 보았다.
"디트린데의 편지에 의하면, 란체나베에서 귀족원으로 향한 사람들중에는 슈타프를 가진, 란체나베의 왕이 되기 위해 자란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네?"
"지금의 왕족보다 훨씬 마력량은 많고, 슈타프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 별궁에서 태어난 사람은 슈타프를 얻기 위해 방계 왕족의 자식으로 등록됩니다……라고 자료에 있었습니다. 그 등록이 지금도 남아 있는지의 여부를 우리는 확인 할 방법이 없지만, 등록 메달의 소재에 따라서는 그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언제 손에 넣어도 이상하지 않아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기 위해 사당을 둘러싸 기도해야 하는것에 관하여, 페르디난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유예가 없어, 더욱 위기가 닥친 것 같다.
"타령이 참가하지 않아도 개의치 않는다. 기습은 오늘 밤 결행이다. 비록 라오불트가 중앙 기사단을 이끌어도, 우리들은 란체나베의 사람들을 잡는다. 외부인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넘길 순 없다"
"오늘 밤, 날짜가 바뀔 때"
"우리들은 기숙사보다 기수로 별궁을 목표로 한다. 질풍의 여신 슈타이페리제보다 빠르게!"
"통신, 끊어졌네요"
아우브·단켈페르가가 말하고 싶게 말한 후, 통신을 끊어 버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 수경을 보면서, "상당히 슈타이페리제보다 빠르게라는 말이 마음에 드신 것 같네요"라고 중얼거리고 있으자, 페르디난드는 "단켈페르가를 좋아할 것 같은 말이다"라며 마술도구를 정리해 간다.
"진짜 딧타를 경험한 기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뛰쳐나가고 싶어졌을 뿐이라는 의혹이 아무래도 지워지지 않겠지만, 란체나베의 건은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 안건이다. 왕족이 중앙 기사단에 귀족원의 방어를 명한 결과, 라오불트가 암약 하고 있다면 방치해 둘수 없다"
자신들이 에렌페스트에 가고 있는 동안 중앙 기사단에 당해 란체나베의 사람들이 정리되고 있을까, 란체나베의 사람들이 날뛰어 왕족이 정리되고 있을까, 어느 쪽이든을 기대했지만 양쪽 모두 남아 있는것은 귀찮군, 라고 페르디난드가 씁쓸한 얼굴로 중얼거린다.
"페르디난드님, 지금, 조금 경황 없는 뒤숭숭한 중얼거림이 들립니다"
"아아, 좀처럼 여의치 않은 조바심이 새어 버렸는지. 이후, 조심하지"
"조심하는 곳이 틀리네요! 좀처럼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니, 그런걸 태연하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무서워요!"
왕족이 귀찮은 존재임은 진심으로 찬성하지만, 란체나베나 디트린데들에 의해 유린되는 것은 별로 바라지 않았다. 뒷맛이 나쁜 결과가 되지 않고, 상관하지 않아준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페르디난드가 "너는 여전히 무르다"라고 말하면서, 집무실안을 둘러보았다.
"에크하르트, 슈트랄들은 돌아왔는지?"
"밤새도록 달려, 슬슬 도착한다고 하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돌아온 기사들에게는 7의 종까지 휴식 하도록 전해라. 귀족가에 있는 기사들과 문관들에게는 날짜 변경의 출발 턱밑까지 전쟁 준비를 갖추도록 올도난츠를 띄워라"
"네!"
에크하르트 오라버니에 명령한 후, 페르디난드는 유스톡스를 부른다.
"문관들에 의한 회복약이나 마술도구의 작성은 어떻게 되어 있어?"
"할트무트와 크라리사가 중심이 되어 지시를 내려, 속속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좋아. 그대로 속행시켜라"
그 두 명이 만들고 있는 것은 로제마인님을 위한 마술도구 같습니다만, 라고 유스톡스가 쓴웃음을 짓는다. 내 호위기사들도 교대로 휴식을 취하고, 준비를 하도록 하면서, 페르디난드는 나를 보았다.
"로제마인, 오늘 밤의 전투에 관해서인데, 너는 집 지키기다"
"네? 그렇지만, 저는, 전이진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에요?"
"아아, 그렇다. 국경문에서 귀족원에 있는 전이진에 기사들을 이동시켜 준다. 그 후는 국경문에 돌아가라"
전투에 몸을 던질 필요는 없다, 라고 페르디난드에 말해진 나는, 다시 싸움의 장에 설 필요가 없다고 말해져 안심하는 반면, 형언할 수 없는 초조함을 느꼈다.
외환 유치에 대해 호소한 것은 나 이고,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아 아우브가 된 것은 나 이며, 양부님이나 모두를 향해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된다"라고 선언한 것은 나다. 란체나베의 사람들을 잡는다고 하는 장면을 단켈페르가와 아직은 아렌스바흐의 사람이 아닌 페르디난드들에게 던져 놓고 도망쳐도 좋을 리가 없다.
"페르디난드님, 아우브인 저는 가지 않아도 좋습니까? 란체나베나 디트린데님을 잡는 것은 아우브·아렌스바흐의 일인거죠?"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였을 것이다?"
"물론 가고 싶지 않아요. 그렇지만, 가고 싶은가, 가고 싶지 않을까는 관계가 없겠지요? 아우브·아렌스바흐로서 가지 않으면 안 되는지 어떤지가 소중합니다. 저는 정말로 가지 않아도 좋습니까?"
내가 가만히 페르디난드를 올려보자, 페르디난드는 엄청 싫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아우브로서는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너의 상태에서는 찬성하기 어렵다. 내가 대신 다녀오기 때문에, 너는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라"
"거절합니다. 도와 주시는 것은 있어도, 자신의 일 정도는 알아서 할게요. 페르디난드님께 전부 내던지다니, 저는 하지 않습니다"
양부님처럼 취급 하지 말아 주세요, 라고 페르디난드를 흘겨본다.
"거기에, 한밤중부터 싸움에 출발한다면 제일 쉬지 않으면 안되는 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말에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니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디난드가 경계한 얼굴로 나를 내려본다.
"로제마인,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준비 뿐이라면, 다른 사람도 있습니다. 할트무트나 크라리사도 익숙해진 것이고, 기사들은 여기에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알고 있죠? 페르디난드님 덕분에 저는 잘 잤으므로, 답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페르디난드에 다가가면서 슈타프를 냈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니가 재빠르게 페르디난드를 견딜 위치에 서는 것을 보고, 기도를 바친다.
"꿈의 신 슈라트라움이여 페르디난드님에 기분 좋은 잠과 행복한 꿈을"
"이 바보녀석……"
악담을 하는 페르디난드는 상당히 잠을 필요로 하고 있던 것 같아, 레티지아보다 빨리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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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연계는 제1 부인.
뛰쳐나가고 싶어서 어쩔 수 없는 아우브·단켈페르가.
페르디난드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한밤중의 귀족원입니다.
밤의 귀족원
다시 한밤 중의 출발이라, 나도 저녁엔 선잠을 잘 예정이다. 그걸 위해서라도 지금은 열심히 준비 해야 한다.
나는 할트무트들을 불러 페아베룩켄에 숨겨진 별궁을 찾기 위해선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이 좋은지 조사하거나 필요한 마법진을 준비 하거나 했다.
"은폐의 신 페아베룩켄의 각인이 새겨져 별궁 자체가 보이지 않는것 같습니다. 조언의 여신 안하르툰그의 각인을 사용하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우브·단켈페르가와 통신한 내용을 설명하면, 할트무트가 기억을 찾듯이 팔짱을 끼며 고갤숙인다.
"물건을 찾는다,라는 그런 마법진은, 귀족원의 강의에 거의 없었습니다. 굳이 말하면 특수한 마법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로제마인님은 알고 계십니까?"
"로제마인님, 안하르툰그로 파헤치는 것도 필요합니다만, 우리가 페아베룩켄의 각인을 사용해 적에게 들키지 않고 은밀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매우 유효한 수단이 될 것 같지 않습니까?"
할트무트나 레오노레가 의견을 내는 중에, 나는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꺼내 페아베룩켄이나 안하르툰그의 항목을 검색해 본다. 이제 여기 집무실에 있는 사람은 모두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가지고 있다는걸 알고 있으므로 숨길 필요도 없다.
"할트무트, 이 마법진은 물건을 찾는데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의 지식으로 보충 할수있는 마법진을 고르고 종이에 그려 할트무트에게 내민다.
"마법진은 괜찮은가 보네요"
"그렇네요. 마법진을 그리는건 특별히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럼, 올도난츠에 사용되는 올도슈네리의 마법진을 조금 개량하면 음성교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투장소로 가려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할트무트가 강의로 배우는 것 이외의 올도슈네리에 대한 마법진을 조사해달라 말한다. 확실히 통신수단을 가진것과 가지지 않은건 큰 차이일거다. 나는 할트무트의 착안에 감탄하면서,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검색한다.
……오래된 마법진은 페르디난드님쪽에 엄청 있을건데.
딱 좋은 것이 있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검색하던 나는 할트무트를 올려다보고, 응? 고개를 갸웃했다.
"할트무트도 수면이 부족한 얼굴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페르디난드님 정도는 아니더라도 쉬지 않았지요?"
"이런? 로제마인님이 저에게도 슈라트라움의 축복을 주십니까?"
익살맞게 눈썹을 조금 올린 할트무트를 클라릿사와 비교한다. 클라릿사가"부탁합니다"하며 말하고 싶은듯한 표정을 하고 가슴 앞에서 손가락을 꼬우고 있는게 보였다.
"할트무트의 노력은 잘 알고 있습니다. 축복을 주는 정도 아낄게 아니에요"
"그럼, 페르디난드님이 일어나면 교대로 축복을 받도록 하죠"
더이상 내 주변에서 측근을 줄일 순 없다고 할트무트가 고갤 흔들었다. 나는 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확실히 호위기사들은 오늘 밤의 싸움을 위해 교대로 휴식하고있고, 일어나면 전력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페르디난드를 보좌하기 위해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니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안심해 주십시오. 저는 로제마인님과 함께 쉽니다"
"로제마인님의 선잠 시간에 맞춰, 라고 말해주십시오, 할트무트"
레오노레가 희미한 미소로 할트무트를 흘겨본다.
그런 교환을 보며, 나는 할트무트와 클라릿사가 만든 마술지에 부지런히 마법진을 그리거나, 란체나베의 관에서 이동한걸로 보이는 귀족들의 수를 레티지아에 확인하거나 하며 보내고 있었다.
"대단히 일찍 일어나셨네요, 페르디난드님"
좀 더 깊이 잠들었다 생각했는데, 페르디난드는 5의 종보다도 빨리 일어났다. 일어난 시간은 예상보다 빠르지만 , 안색은 대단히 좋아지고 있다.
"로제마인, 상대의 예정에 미치는 축복을 할 경우엔 사전에 상대의 허가를 받도록"
"그럼, 페르디난드님도 이제부터 저의 허가를 받아 주세요"
허가를 받지 않고 축복을 한 건 피차일반이다. 내가 페르디난드를 노려보면"선처한다"라고 싫은듯한 얼굴로 수긍해 주었다.
"페르디난드님은 어떤 꿈을 꾸었습니까? 전 멋진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는 꿈을 꾸었습니다"
"……뭐라 할 것도 없었다"
"이상하네요. 저의 기도가 부족했습니까?"
순식간에 페르디난드가 잠들어 버려서 축복에 사용한 마력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좀더 팍 마력을 부었으면 좋았을까.
"쓸데없이 기분을 돌리지 않아도 된다. 그것보다 뭔가 연락은 있었나? 준비는 어떻게 되어 있지?"
페르디난드는 내가 아니라, 할트무트에게 설명을 요구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페아베룩켄의 각인을 가지고 은밀 행동을 한다는건 좋은 방안이다. 오히려, 단켈페르가의 기사에게 주고 싶다"
"우리들은 국경문에서 전이진으로 이동 하는 시점에서 이미 매우 눈에띄네요. 단켈페르가에 맞이하러 갔을 때도 문이 빛났다 그랬고……"
은밀 행동이 이제와서 될 가능성이 있냐고 내가 말하면, 페르디난드는 조금 골똘히 생각하고 관자놀이를 톡톡 손끝으로 두드리며"가지고 있는게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페르디난드님, 레티지아님이 전투 전에 즉사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부탁했습니다. 레티지아님의 입장상, 공공연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저의 호위기사들이 둘 밖에 없는 건 할 수 없다고 하고, 페르디난드님이 일어나고 나서, 라고 대답했습니다만, 시간 괜찮습니까?"
앞의 전투로 봤을때 란체나베에서 사용할 가능성은 높다. 뭔가 알고 있는게 있으면 알려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레티지아의 취급을 어떻게 할지는, 피해자인 페르디난드의 의견을 어느 정도 존중하고 싶은 것이다.
"……상관없다. 들어 두자. 란체나베의 정보는 매우 듣기 어려웠으니까"
"그럼, 차를 준비하라 시킬게요. 페르디난드님은 점심을 드시지 않았는데, 간단한 식사도 필요할까요?"
"로제마인님이 점심부터 계속 걱정하고 계셔서, 당장이라도 간단한 준비는 할 수 있어요. 에렌페스트에서 가져온 요리와 아렌스바흐의 식사, 어느 쪽이 좋습니까?"
리제레타가 쿡하고 미소지으며 묻자, 유스톡스가"에렌페스트에서 가져온 요리를 부탁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리제레타와 젤기우스 중심으로 집무실 옆 방에 차의 준비를 시작한다. 나는 그레티아에게 레티지아에 연락을 넣어달라 부탁했다. 차의 시간을 조금 앞당겨 의논할 시간을 만들었다 전하고, 차를 마시는 방에 와달라 했다.
레티트지와 할트무트에게서 나의 행동의 보고를 받은 페르디난드가 왔을 땐, 차의 준비가 완벽하게 갖춰져, 범위지정의 도청방지 마술도구가 작동되어 있었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정보를?"
"위험한 독이 들어간 은색의 통을 란체나베의 사람들은 가지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 어떤 독인지, 로제마인도 에렌페스트의 전투로 봤으므로 자세한건 불필요하다."
페르디난드의 짧은 대답에 레티지아는 조금 말을 찾듯이 시선을 움직인다.
"그들은 자신들에겐 독이 듣지 않게하는 약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들은 입을 천으로 가리지 않아도 위험한 독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조심해 주세요"
"약?"
"네. 선물로 받은 과자와 매우 비슷한 형태와 맛이 납니다. 하지만, 끝까지 입에 넣고 있으면 중심부에 약간 쓴 맛이 있었습니다. 그 날, 저는 공급의문으로 가는 도중에 디트린데님과 레온지오님에게 불려서, 그것을 받았습니다"
레티지아의 근시인 로스비타가 갑자기 사라져 행방을 찾지 못한 이틀 뒤, 공급의문에서 페르디난드에게 상담 할 시간을 달라는 약속을 했을 때 이야기라고 한다.
"좁은 방 안에서는 매우 강력합니다. 페르디난드님의 측근들이 어딘가로 뛰쳐나간 뒤, 레온지오님이 아우브의 집무실로 사용했습니다. 그 땐, 저와 저의 독검정으로 먼저 먹고 있었던 페아제이레 이외에는 모두……"
레티지아가 떨리는 입술을 꽉 닫고 숙였다. 에렌페스트에서 마력 공급을 할 때는, 측근 중에서도 아우브와 혈연 관계에 있는 상급귀족만이 아우브의 집무실에서 대기할 수 있다. 상급 귀족들이 일제히 그 독에 당한 것이다. 자신의 측근들이 일제히 마석으로 바뀌는 장면이 머리에 떠올라, 나는 무심코 입가를 누른다.
"……레티지아, 독의 위협과 해독이나 중화에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있다는건 알았다. 이제 좋다. 내려가라"
"알겠습니다.……정말, 정말로 조심해 주십시오. 란체나베는, 저희들을 마력덩어리로 밖에 보고 있지 않습니다"
레티지아가 푸른 눈을 분한 듯이 뜨면서 나갔다.
"……괜찮은 건가, 로제마인?"
"기분은 나쁘긴 하지만, 괜찮아요. 레티지아님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결정한 것은 저고, 저보다 레티지아님이 상당히 심한 광경을 눈앞에 했었으니까"
트라우마가 되지 않을 리가 없다. 레티지아에게야말로 극진한 보호가 필요하다.
"하지만, 레티지아는 나에게 독을 향한 죄인이기도 하다. 구제는 있어도 좋다 생각하지만, 어떻게 레티지아를 취급할지는 나중이다. 이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더이상 늘지 않도록, 란체나베를 잡지 않으면 안된다"
란체나베 사람들을 방치 해 둘 수 없다, 라고 강하게 생각했다. 나는 페르디난드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서서, 수긍한다.
"넌 슬슬 선잠의 시간일 것이다? 오늘도 슈라트라움의 축복은 필요한가?"
"어젯밤 잘 잤으니, 오늘 저에게는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할트무트에게 축복이……"
"할트무트의 방에 가서, 내가 축복해 둘테니, 너는 빨리 자거라"
덩치가 큰 남자를 옮기는 것은 힘드니까, 라고 페르디난드는 가볍게 숨을 토했다. 아무래도 에크하르트 오라버니에게 옮겨졌던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확실히 나로서는 남성의 방에 들어갈 수 없으니, 페르디난드에게 부탁하는게 좋겠다.
이건 하는김에, 라고 하면서 페르디난드가 또 슈라트라움의 축복을 주었지만, 오늘은 갑자기 졸려지는건 없이 보통으로 자기방까지 올 수 있었다. 그렇지만, 꿈이 좋았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매일 해 주었으면 한다.
"얼마전부터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기사들은 느긋하게 쉴 틈도 없었을 것이다. 만전의 상태라고는 말할 수 없을것이다"
훈련장에 모인 기사들을 둘러보면서, 페르디난드가 입을 연다. 귀족원으로 향하는 아렌스바흐의 기사가 80명, 정렬해 있다. 그들에, 나와 페르디난드의 호위기사와 일부 문관들을 가세한 것이 이번 전력이다.
아렌스바흐를 지킬 전력을 남겨 둬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 움직일 수 있는 남은 전력은 이정도뿐이다. 그래도, 에렌페스트에 비하면 꽤 인원수가 많고, 단켈페르가의 전력도 있다. 아달지자의 별궁을 함락시킬 뿐이라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더 이상 휴식을 취할 시간은 없다. 아렌스바흐를 파괴한 자들을 이대로 방치 해 둘 수 없다. 새로운 아우브를 맞이한 이 땅에 평온을 되찾기 위해서는 첸트에 반역의사같은 건 없다는 것을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란체나베의 사람들을 끌어 들인 뻔뻔한 자를 사로잡아 첸트의 앞에 내밀지 않으면 안된다"
대답을 하도록 쿵 하고 에크하르트 오라버니가 창을 지면과 부딪혔다. 거기에 호응 하도록 기사들이 아쟈! 하며 신발의 뒷꿈치를 울린다. 기사들의 공기가 뜨거워졌다. 전투를 앞에 둔 열기가 보인다.
"돌연 습격 당해 생명을 잃은 동포들의 원통함, 지킬 사람을 지킬 수 없었던 기사로서의 굴욕, 씻을 수 있는 건 지금뿐이다"
"오우!"
"초석을 얻은 영주일족이면서 타국과 손을 잡고 자령을 위험에 쬐인 바보를 용서하지 말아라!"
"오우!"
"아렌스바흐의 거리를 망친 자들을 한 사람 남김없이 사로잡아라!"
"오우!"
열을 품은 공기 중, 페르디난드가 "로제마인"하고 나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천천히 걸어 나가, 페르디난드의 한 걸음 앞에 나갔다. 내가 하는 것은 정해져 있다. 지금부터 전투에 나가는 기사들에게 축복을 준다.
"전투에 임하는 모두에게 축복을"
슈타프를 잡고, 나는 주창한다.
"물의 여신 플류트레네의 권속 번개의 여신 페어드렌나와 행운의 여신 그라이페샨의 가호가 있기를"
초록 빛이 기사들을 향해 쏟아진다.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은 축복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인지, 놀란듯 가볍게 눈이 휘둥그레 져서 위를 향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초록의 빛을 바라보고 있다.
"불의 신 라이덴샤프트의 권속 무용의 신 앙그리프와 사냥의 신 슈라게트르의 가호가 있기를"
다음은 푸른 빛이 쏟아진다. 페르디난드가"이정도의 인원수다. 이제 충분하다"하며 나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렇지만, 나는 머리를 조금 흔들고, 그 제지를 거부했다. 가능한 많은 축복을 주고 싶다. 조금이라도 싸우기 쉬운 상태였으면 한다. 조금이라도 모두의 생존률을 올리고 싶은 것이다. 내 마력은 기수로 국경문에 이동 할 때 엄청난 맛의 회복약이라도 마시면 된다.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의 권속 질풍의 여신 슈타이페리제와 인내의 여신 두르트젯텐의 가호가 있도록"
밤하늘과 바다가 구별이 되지 않는 새카만 세계에 경계문과 국경문이 희미하게 빛나며 떠있는 게 보인다. 어둠속을 나는 페르디난드의 기수에 동승해, 설교를 반찬으로 회복약을 마시고 있었다. 공중에서 엄청난 맛의 회복약을 마시면 몸부림쳐서 위험하게 되므로, 상냥함들이로 하라고 들어서, 이번엔 상냥함들이다.
"무리 하지마라, 이 바보녀석. 그만큼의 인원에게 있는만큼 축복을 거는건, 너의 몸에 부담이 크고, 전이 하기 위해서도 마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는 건가?"
"알고는 있습니다만, 마력은 회복 가능하고, 전투에선 생명을 잃으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축복을 더해 주는걸로 모두의 생존률이 오르는거라면 조금정돈 무리하죠……"
가능한 사람이 죽는걸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의 말에 페르디난드가"너는 정말로 귀찮다"라고 하면서 한숨을 토했다.
경계문을 열고, 국경문을 연다. 이번엔 래서버스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모두는 계단으로 올라가게 된다. 바다 위에 있는 문에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전원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경계문을 닫았다.
국경문에 내려서, 신기한 듯 안을 둘러보고 있는 기사들에게"여기에 정렬해 주세요"하고 전이진에 나란히 세워 전이 한다.
"케류셀 에아스트에데 1)"
전이 한 곳은 귀족원의 기숙사에 있는 전이의 문과 비슷한 장소였다. 꽤 넓지만, 사방이 벽에 둘러싸인 방이다.
기사들에게 마음대로 나가지 말라고 명령하고, 나는 자신의 호위기사와 한번 더 아렌스바흐의 국경문으로 돌아와,
남은 기사들을 데려 왔다.
"페아베룩켄의 각인을 가지고있나?"
레오노레의 제안으로 문관들이 급히 만들어 준 은폐용의 부적이다. 나는 마술지에 마법진을 그려서, 부적 대신으로 가지고 있다.
"조용히. 최대한 빠르게 건물에서 나간다"
밀집해 있을때 즉사독을 받아서는 곤란하다. 입가는 천으로 가리고 있고, 각각 유레베는 가지고 있지만, 특별히 에렌페스트부터 전투를 계속하고 있는 기사들은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구루투리스하이트로 문을 열었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니와 안게리카가 조용하게 밖에 나가, 주위를 확인한다. 쓱 에크하르트 오라버니가 손을 올렸다. 주위에 파수의 기사들은 없는 것 같다.
더욱 앞으로 간 안게리카가 손을 옆으로 흔든다. 아무래도 그 앞에 사람의 그림자가 있는 것 같다. 안게리카가 있는 방향은 기숙사로 향하는 문이 줄지어 있는 부근이 되므로, 중앙기사단의 기사들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여기는 귀족원의 중앙동이다. 전이진이 있는 방을 나가면, 영주 후보생 과정의 강의시간에 사용하는 교실의 근처임을 알수있다. 앞서가는 영주 후보생의 마중으로, 이 부근을 걸어가는 것이 영주 후보생의 측근들이다.
아무도 소리를 내지않고, 조용히 달빛을 반사할 뿐인 하얀 건물의 안을 나아간다. 밤의 교사라고 생각하면, 왠지 어딘가의 교실에서 과학실의 골격 표본같이 이상한 물건이 뛰쳐나올것 같은 그런 스릴이 있다. 긴장으로 손발이 떨린다. 의미없이 소리지르고 싶어지는 긴박한 침묵, 기사들이 창문을 살며시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 차례차례 나무속으로 자취을 감춘다.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겠나?"
작은 소리로 페르디난드가 물었다.
"갑니다"
페르디난드가 기수를 내고, 나를 태워 날아오르면, 나무 안에서 준비 하고 있던 다른 모두도 기수로 아렌스바흐의 기숙사가 있는 방향을 목표로 밤하늘을 달리기 시작했다.
"아우브·단켈페르가, 로제마인입니다. 이쪽은 중앙동을 나왔습니다"
나는 조속히 할트무트가 만들어 준 올도슈네리의 마법진이 새겨진 마술지에 목소리를 넣고, 스티로로 행선지를 기입했다. 종이 비행기로 만들어 단켈페르가의 기숙사가 있는 방향으로 날린다.
밤하늘을 종이 비행기가 날아 갔다. 잠시 후에 먼 곳에 술렁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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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에 의외로 시간이 걸렸네요.
별궁에 도착할 때까지 쓰고 싶었습니다만.
기사도 문관도, 모두 피곤하지만, 이것이 끝날 때까지는 쉴 수 없습니다.
할트무트는 로제마인의 축복을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페르디난드에게 실망입니다.
다음은, 아달지자의 별궁입니다.
아달지자의 별궁
단켈페르가도 일단 아렌스바흐의 기숙사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은폐의 신 페어베룩켄의 숨겨진 별궁을 찾아내는 건 우리에게 달려 있기에, 중앙동과 단켈페르가의 기숙사에서 합류할 장소로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페르디난드님은 별궁에 가는건 괜찮습니까? 그, 싫으면 밖에서 지시만 내려도 괜찮아요?"
내가 들었던 것만으로도 페르디난드에 있어선 좋은 추억의 장소는 아닐 것이다. 별궁 안에 발을 디딘다는건 그닥 좋은일은 아닐것이다.
내키지 않는 장소에 일부러 갈 필요는 없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페르디난드는 크게 한숨을 토했다.
"싸움이 싫어서 가기 싫은데도 아우브로서 이곳에 있는 너의 앞에서, 나에게 도망쳐라. 라고? 쓸데없는 배려는 필요없다. 나는 오히려 그 별궁을 산산조각 내고 싶은것이다"
"조금 기다려주세요. 별궁을 산산조각 낸다던지, 아렌스바흐를 빈터로 만든다던가, 란체나베나 왕족 둘 중 하나가 정리되면 좋겠다던가……요즘 페르디난드님은 왠지 사고가 뒤숭숭해요"
사고회로가 위험한 방향으로 향하는건, 조금 쉰것만으론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 그런건가.
내가 그렇게 걱정하면, 페르디난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일부러 입으로 내지 않았을 뿐, 원래의 사고가 불온한것 뿐이다. 최근엔 없다. 걱정하지 말거라"
"거기서 걱정하지 말라는건 이상하지요!?"
"그럼 너 좋을대로 염려하면 좋다"
……그렇게 귀찮은 듯이 말하지 마! 자신의 일이야!
일단, 페르디난드가 아달지자의 별궁을 기피 하는게 아니라 파괴하고 싶다는 건 잘 알겠다. 젤바지오의 이야기를 했을 때, 표정이나 말투가 심상치가 않아서 상당히 걱정 했었는데. 본인은 갈 생각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페르디난드님은 별궁의 위치를 알고 계신가요? 지도에선 아렌스바흐 기숙사의 우측에서 비스듬히 아래입니다만, 깜깜한 상공에선 봐도 어디가 어딘지 전혀 모르겠어요. 저는 아렌스바흐의 기숙사가 어디있는지 조차도 모르겠습니다"
중앙동과 전문동이 모여있는 귀족원의 중심부를 빠져나가면, 각 영지의 기숙사와, 희미하게 원형의 채집장소가 빛나고 있는 것 외에는 캄캄하고 광대한 숲이 계속될 뿐이다. 나로써는 정말 아렌스바흐의 기숙사로 가고 있는건지 조차도 모르겠다. 이 밤하늘과 검은 숲 밖에 없는 가운데, 용케도 방향을 아는 선두의 기사들에게 감탄 할 정도다.
"……너는 아렌스바흐의 기숙사의 위치마저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지도를 이해 하지 못하는 상태인데,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고 아우브·단켈페르가에게 자신있게 말하고 있었던 것인가?"
"대체로의 위치니까,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지도와 실제 토지가 부합하지 않은 것 뿐, 알 수 없는 건 아니에요. 지도 우측에서 비스듬히 아래쪽 이니까 남동쪽을 향하면 됩니다"
"그렇게해서 남동쪽으로 향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지시를 내리는 너가 그런 상태면 어떻게 하나?"
페르디난드가 지도를 이해못한다고 말했지만, 그런 건 딱히 문제가 아니다. 내가 몰라도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페르디난드님에게 맡겨 두면 좋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저에게는 남동쪽을 몰라도 괜찮은 거에요. 페르디난드님은 귀족원의 20대 불가사의 연구로 사당의 위치를 조사하고 있었죠? 힐쉬르 선생님의 연구실에 자료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사당을 조사했던것 같은데, 대략 위치는 아시죠?"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유무는 완전 상관없어요, 라고 내가 돌아보면서 말하면 페르디난드는 굉장히 싫은듯한 얼굴이 되서"앞을 향하거라"라고 말했다.
멀찍히 아렌스바흐의 기숙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상공에 있다. 기수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고, 기숙사를 둘러싼 숲의 나무들이 흔들리고 마력차이가 있는 사람의 내습에 새가 날아오르고, 작은 동물계열의 마수가 도망치려고 갈팡질팡 소란스러운 것이, 그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단켈페르가에게 은밀행동이란 무리인가"
"페어베룩켄의 인장을 가진 우리들 같이는 안돼요. 단켈페르가는 존재 자체가 시끄러운……아니, 매우 존재감이 있는거니까. 호호호……"
무심코 본심이 흘러나와 버렸다. 입가를 눌러 웃으며 속여 넘기고 있으면, 올도난츠가 날아 왔다. 나의 팔에 앉아서 입을 연다.
"로제마인님, 단켈페르가입니다. 이쪽은 이미 아렌스바흐의 기숙사 상공에 도착했습니다. 아렌스바흐는 어디쯤 계십니까?"
올도난츠가 세번 다 말하기도 전에, 페르디난드는"시선을 다른곳으로 향하고 일어나거라"라고 말하며 손으로 올도난츠를 움켜 쥐었다. 내가 시선을 돌린 사이에 페르디난드는 마석에서 올도난츠로 바꾼 듯, 대답을 넣는다.
"페어베룩켄의 인장을 가지고 있어서, 그쪽에선 보이지 않지만 이쪽에선 보인다. 곧 도착한다"
하얀 올도난츠가 페르디난드의 말을 전하러 밤하늘을 날아 가는 것이 보인다. 상공에서 대기하던 단켈페르가의 집단이, 우리들을 찾은듯이 기숙사의 상공에서 선회하기 시작했다.
……뭔가 벌 같다.
평범하게 대기하면 좋을건데, 단켈페르가는 마치 꿀벌이 먹이를 찾아서 동료에게 알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것은 하이스힛체만 그랬던건 아니었군. 영지의 특색인가? 이렇게나 단켈페르가가 떠들고 있으면 은밀행동도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데"
기가 막힌듯이 말하면서, 페르디난드는 가지고 있던 페어베룩켄의 인장을 내게 건네주고, 아렌스바흐 기사들의 최전열에 나간다.
"모두, 페어베룩켄의 인장을 제외해라!"
페르디난드의 호령에 일제히 페어베룩켄의 인장이 떼어진다. 페어베룩켄의 인장은 전이진이 있는 중앙동에서 중앙기사단과 전투를 하는걸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군끼리 싸우게 되는걸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턴 제외하는 편이 좋을것이다.
아렌스바흐 기숙사의 상공을 선회하면서 대기하던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갑자기 나타난 우리를 보고 흥분의 소리를 질렀다.
"오오, 여기까지 와 있던건가! 전혀 몰랐다!"
"페르디난드님, 별궁은 어딥니까? 조속히 갑시다"
"왜 여기에 하이스힛체가 있는거지? 대단히 인원수가 많은 것 같은데……"
낯익은 목소리라고 생각했었는데 하이스힛체같다.
단켈페르가의 선두는 아우브·단켈페르가 같다. 기수 위에서 인사를 하려 했지만 "이런 전투의 장소에선 평상시의 인사는 불필요"하면서 손을 흔들며 거절하고, 빨리 별궁으로 안내하라고 말했다.
"아우브·단켈페르가, 별궁으로 이동해서, 조언의 여신 안하르툰그의 마법진으로 페어베룩켄의 은폐를 파헤칩니다. 결계의 유무를 확인한 후에 돌입. 가능한 한 포획해 주십시오"
외환유치의 죄를 범한 장본인들의 생존유무에 따라서, 그 후에 아렌스바흐의 영민들의 부담에 차이가 날 것이다, 라고 페르디난드가 말했다. 요점은 책임을 질 사람이 필요하단 것이다.
"특별히, 디트린데, 알스테데, 레온지오 이 셋은 주모자입니다. 쉽게 죽이지 않도록 부탁합니다"
하는 김에, 상대는 독의 중화나 해독의 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저없이 즉사독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디트린데를 비롯한 아렌스바흐의 귀족 수, 란체나베의 인원 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디트린데와 그 측근으로 열명 전후, 알스테데들은 근시만 데리고 있을 뿐인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란체나베의 사람들은 정식으로 인사를 한 사람이 열두명. 그 중, 마석의 반지를 가진 사람이 여덟명. 그렇지만, 여기에 젤바지오라고 하는 란체나베의 왕으로 보이는 인물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왕족이 있으면 그 측근이 함께한다. 란체나베의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솔직히, 전혀 모른다.
란체나베의 배의 갯수를 생각하면, 예상 이상으로 많은 인원이 있을 것 같다.
"적은 영주 일족과 그 측근입니다. 기사의 마력량에 따라서는 달아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빛의 띠로 묶어도 마력량의 차이에 따라선 달아날 가능성도 있다, 라고 페르디난드가 주의한다.
"강적. 매우 좋다"
아우브·단켈페르가는 만족스럽다는 듯 말했지만, 나로썬 강적같은건 원하지 않는다. 빠르게 포박같은건 끝내버리고 싶은 것이다.
"이 부근이다, 로제마인. 조언의 여신 안하르툰그의……"
"알고 있습니다. 맡겨주세요"
나는 할트무트와 클라릿사와 함께 작성한 마법진이 그려진 마술지를 꺼냈다. 슈타프를 잡고, 종이에 그려진 마법진에 마력을 쏟는다.
"빛의 여신의 권속인 조언의 여신 안하르툰그여 은폐의 신 페어베룩켄이 숨긴 것을 보여주십시오"
어둠을 밝게 비추는 빛의 마법진이 상공으로 올라가, 일점을 비춘다. 검은 숲 속에 지금까진 보이지 않았던 우아한 별궁의 모습이 새하얗게 떠올랐다. 에렌페스트의 기숙사완 달리, 두개의 건물로 되어있고 복도로 연결되어 있다.
관리를 하는 사람이 없어진 탓에 거칠어진 것 같지만, 이 별궁에는 정원, 분수, 연못이 있고, 화단의 흔적도 꽤 있다. 눈에 파묻히는 겨울 이외에도 장기간 지내는 것을 생각한 설계다. 눈이 사라진 영주 회의 기간에 체재했던 적도 있지만, 에렌페스트의 기숙사 주변에는 저런건 없었다.
"별궁이다!"
"저기에 외부인이 있는 것이다!"
주변에서 "오오"감탄의 목소리가 올라갈 때, "결계의 유무를 확인하라!"라는 아우브·단켈페르가의 지시가 나온다. 그러자, 탑승형의 기수를 타고 있던 기사가 파랗게 빛나는 물건을 내던졌다.
"에?"
중력과 함께 낙하하는 그것은, 푸르게 빛나는 기수 같이도, 파랗게 빛나는 아이가 타고 있는 것 같게도 보인다. 도대체 뭘까 하고 눈을 깜박이고 있으면, 그것은 빙그르르 돌면서, 스스로 의지가 있는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보 같은 크기지만, 저건 게뷘넨의 말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단켈페르가의 다회실에서 파란 인형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거일까요? 마치 귀족원의 20대 불가사의에 있는 딧타 승부를 개시하는 게뷘넨 같네요"
"마치, 가 아니라 단켈페르가가 실제로 했을거다. 그 불가사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건, 그렇게 옛날의 이야기는 아니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한네로레님은 모르는 것 같았는데요?"
"귀족원에 없었던 년도의 일이라면, 주위가 입을 열지 않으면 모른다"
"확실히 그렇네요"
세례식을 마친 아이 정도 크기의 게뷘넨의 말이 마력을 띄고 푸르게 빛나며, 별궁을 목표로 날아 간다. 파팡, 와장창! 하며 날카로운 소리를 울리며 별궁의 창으로 돌진했다.
"결계는 없다! 돌격! 나는 위에서 간다. 하이스힛체는 아래에서 와라!"
"넷!"
아우브·단켈페르가가 앞장서서 별궁으로 돌진하기 시작한다. 가까운 곳 부터 공격할 생각인가, 앞 건물 3층의 발코니에 내려서 쓸어내듯이 창문을 파괴하고 뛰어들어 갔다. 아우브에게 질 수 없다는 듯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의 절반이 3층으로 뛰어들어가고, 남은 절반이 2층 발코니의 창문을 파괴하면서 안으로 뛰어들어 간다.
"……지시하는 입장의 사람이 제일먼저 돌진하는 건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아우브라고 하는 입장은 보통 뒤에서 유연한 태도로 있는 그런 이미지인데, 아우브·단켈페르가는 가장 먼저 돌격 했다. 페르디난드는 "왜 바깥에 파수를 남기지 않는지. 전부 이쪽에 떠넘길 생각인가?"하며 한숨을 토했다.
"슈트랄, 1반의 기사를 데리고 중앙기사단의 동향을 찾아라. 이정도의 소동이 일어나는데 아무 움직임도 없는 것이 신경쓰인다"
"넷!"
"모든 공훈을 단켈페르가에게 빼앗길 수는 없다. 우리는 또 다른 하나의 건물을 공격한다. 2층의 발코니부터 들어가, 2반에서 7반은 여성의 방이 있는 3층을 중점적으로 공격해라! 포로를 확보 했다면 정원에 모으도록!"
"넷!"
"8반은 포로의 감시다. 란체나베의 레온지오의 확인은 당신들 밖엔 할 수 없다"
"넷!"
페르디난드의 지시를 듣던 나는, 왜 단켈페르가처럼 3층의 발코니부터 들어가지 않는지 궁금했다. 바로 다음, 페르디난드가 가리킨 건물에 발코니가 3층엔 전혀 없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창문에 식물과 동물을 본뜬, 멋지다지만 튼튼하게 생긴 격자가 빠져있다. 무심코 다른 쪽의 건물과 비교했다.
"저쪽엔 3층에 발코니가 없네요. 어째서 건물에 차이가 있는거죠?"
"사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방계 왕족과, 유르겐슈미트에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이 같은 건물에 산다고 생각하는가?"
별궁의 관리를 하는 방계 왕족의 부부가 있고, 그 아이로서 등록하는 건 란체나베의 왕이 되는 사람, 그리고, 유르겐슈미트의 공주로 키우는 여자라고 한다. 란체나베의 공주들과, 그녀들이 낳은 결국 마석이 되는 아이들은 생활하는 건물마저 다르다고 한다. 침입도 도망도 허락되지 않은 격자의 존재로, 그곳의 거주자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었는지 헤아릴 수 있다.
"……페르디난드님이 이 별궁을 가루로 만들고 싶다는 기분을 잘 알겠습니다"
"겔랏하의 여름의 관을 부순 너의 기수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매우 유감이다"
간단히 파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라는 말에 나는 무심코 페르디난드를 돌아보았다.
"저의 레서군을 파괴용 도구처럼 말하지 말아주세요!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그렇게 된 것 뿐, 저는 겔랏하의 관을 파괴할 생각 따위 없었습니다!"
큭 하며 페르디난드가 웃었을 때, 빛의 띠에 빙빙 감긴 포로1호가 창문에서 던져졌다."마치 그때의 마티아스다"라고 말하면서, 페르디난드가 기수를 별궁의 정원으로 내렸다. 뒤를 따라 나의 측근들과 페르디난드의 측근들도 내려 왔다.
"로제마인은 여기에 있거라. 나는 안에서 지시를 내리러 가겠다"
"페르디난드님, 저도……"
"걷는 것도 달리는 것도 늦어서 방해다. 너는 여기서 포로의 감시를 해라. 띠가 느슨해지면, 너가 다시 묶는 것
이다. 이 중 너가 가장 마력이 많다"
기수를 낼 수 없는 나는 확실히 거치적거릴 뿐이다. 그런데도, 페르디난드는 나에게도 할 수 있는 역할을 주면서 나의 호위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간다.
"클라릿사, 단켈페르가에 포로는 이쪽으로 데려 오도록 지시를 내려 둬라"
"네!"
"호위기사들은 로제마인을 지켜라. 상처 하나 주지 말아라"
"넷!"
페르디난드가 에크하르트 오라버니와 유스톡스를 데리고 건물의 안으로 들어간다.
클라릿사가 올도난츠를 날린 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포로를 데려왔다. 빛의 띠에 빙빙 감긴 젊은 남녀 세 명이다. 누구도 잠자는 중에 습격을 받을거라곤 상정하지 못한 것 같고, 잠옷 차림의 사람이 대부분이다. 마법진의 빛이나 게뷘넨의 말이 부딪친 소리로 불침번이 깨달았어도 갈아입을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들어간 건물엔 란체나베의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요"
아렌스바흐의 기사가 데려 온 포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세 명 모두 레온지오와 함께 왔던, 아렌스바흐에서 정식으로 인사 한 란체나베의 사람인 듯하다. 말없이 가만히 이쪽을 보기만 하고 입을 열려고도 하지 않는다.
"한 사람 더, 데려왔네요"
그 말에 시선을 향하면, 이쪽으로 향해 끌려오던 포로가 빛의 띠를 끊고 단켈페르가의 기사에게서 달아났다. 그를 잡은 기사보다 마력량이 많았던 것 같다.
"레온지오다!"
포로의 감시를 하던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이 소리를 높이고, 열명인 8반의 절반이 레온지오를 잡으러 기수를 타고 달려나갔다.
"방해하지마라. 나는 란체나베의 왕이 되는것이다!"
그렇게 외친 레온지오는 기수를 타고 있고, 그 손에는 슈타프를 쥐고있다.
……어째서? 이 사람, 란체나베의 왕이 될 사람이 아니잖아?
란체나베의 왕이 되기 위해 자라, 슈타프를 얻어 란체나베로 향한 것은 레온지오라는 이름은 아니었고, 젤바지오라는 남자로 페르디난드보다 꽤나 연상일 것이다.
……슈타프, 어떻게 손에 넣었어?
내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으면, 얌전히 있던 포로 세 명이 빛의 띠를 찢고 훌렁 일어났다. 세 사람의 손에도 슈타프가 있다.
"로제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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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달려 아렌스바흐 기숙사의 상공에서 단켈페르가와 합류.
은폐를 파괴하고 아달지자의 별궁에 돌입.
쉽게 잡은 듯한 란체나베의 사람들의 손엔 슈타프가.
다음은, 란체나베의 사람들 입니다.
란체나베인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나는 슈타프를 꺼냈다.
세 명의 포로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들며 일제히 슈타프를 휘둘러 마력을 방출하고 있다. 상당히 위력이 크긴 하지만, 내가 청색 무녀 견습이던 시절에 빈데발트 백작으로부터도 받아본 적 있는 마력 공격이다.
주위에는 몇이나 되는 호위기사들이 있고, 지금까지 내게 향해온 공격 가운데 가장 대응이 간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포는 전혀 느끼지 않았다.
"게타일트!"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목소리에 반응한 레오노레와 라우렌츠가 곧바로 방패를 전개하며 동시에 뛰쳐나갔다. 그리고 안젤리카와 마티아스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각각 검을 내지른다. 그것만으로도 포로들이 방출한 마력탄은 잘려나가 궤도를 바꾸어 날아간다.
……뭐, 이렇게 되겠지.
압도적인 마력 차이가 있는 상급 귀족인 빈데발트 백작의 공격을 하급 기사 다무엘이나 싸우는 방법도 몰랐던 청색 무녀 견습이었던 나도 어떻게든 비껴낼 수 있었을 정도였다. 저것은 방패를 꺼내더라도 막지 못할거라 확신할 정도의 절대적 우위에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괴롭힐 때나 의미가 있는 공격이라서, 기습이라도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공격이다. 나의 호위기사들이 똑같이 마력 덩어리를 방출하거나 방패를 꺼내면 쉽게 막을 수 있다.
"큭!"
공격이 막히자 분한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던 포로들이 다시 슈타프를 휘두르려 했지만, 그 때는 이미 안젤리카가 신체를 강화한 빠른 몸놀림으로 슈틴루크와 함께 적의 품으로 뛰어들어가 있었다.
"안젤리카, 죽이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레오노레가 노호하듯 주의시키며 나의 시야를 차단하듯이 망토를 펼친다. 직후, 안젤리카가 조금 다급한 듯한 목소리로, "서둘러 치유를!" 라고 말한다. 주의하는게 좀 늦었던 모양이다.
"교대다, 안젤리카!"
물 속성이 있어 어느 정도 치유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안젤리카가 교대한다. 잠시 후,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 의해 치유가 이루어졌는지, 레오노레의 망토가 치워졌다. 죽지 않을 정도로는 치료받은 듯한 포로가 빛의 띠가 아닌 평범한 끈에 묶어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제압되어 있었다.
"할트무트, 슈타프를 봉쇄하는 수갑을!"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목소리에 할트무트가 준비해두었던 수갑을 꺼내 달려간다. 이제 적은 슈타프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남은 두 포로의 움직임을 보니, 방출하는 마력이 크고, 육탄전도 그럭저럭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슈타프를 사용한 공격은 그저 마력만을 반복해서 방출할 뿐이고, 호위기사들에 비하면 단련도 부족하다. 자고 있던 참에 습격당해 잠옷차림이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켈페르가에 의해 무장해제된 것인지, 은의 무기도 없고, 즉사독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당연하게도 안젤리카와 마티아스에 의해 나머지 두 사람도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클라리사, 단켈페르가로 올도난츠를. 적이 슈타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이미 알고 있겠습니다만……."
그렇게 지시하는 레오노레의 말에 나는 단켈페르가 기사들이 뛰어들어 간 건물로 시선을 돌린다. 마력의 방출로 인해 창문이 여기저기서 번쩍거리는 것이 보였다. 창문이 날아간 곳도 있다. "그 정도로 나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거라 생각지 마라!" 라는 아우브·단켈페르가의 고양된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러는 동안에도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포로를 데려온다. 레오노레는 빛의 띠로 묶여 있는 포로가 있을 경우, "적은 엄청난 마력과 슈타프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응한 대응을 부탁드립니다" 라고 단켈페르가 기사들에게 지시한다.
아렌스바흐를 습격했던 마력이 없는 란체나베의 병사와는 다르다는 것을 들은 기사들이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손발을 꺾어 꽁꽁 묶고 간다. 게타일트 방패를 든 채, 레오노레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고통에 신음하는 포로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붙잡힌 척 상황을 확인하면서, 이쪽의 인원이 줄어든 순간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전혀 훈련을 받지 않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마력 효율이 낮은 공격을 해온 것일까요? 기사들의 포박을 풀 정도의 마력이 있으면 좀 더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었을텐데……."
레오노레가 의아한 듯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나는 "란체나베의 왕이 된다!" 라고 외치던 남자 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레온지오라는 이름었던가. 그 역시 잠옷 차림에 다소 긴 머리카락을 너울거리며 싸우고 있었다. 싸우기보다는 도망치려 하고 있고, 기사들에게 쫓겨다니는 것 같긴 하지만.
레온지오 역시도 슈타프로 마력을 방출하는 것 이외의 공격은 못하는지, 슈타프를 휘둘러 마력을 몇 번이나 방출하며 기수를 몰아 도망치려 한다. 마력이 많아서 기수의 움직임은 상당히 빠르지만, 일곱 명이나 되는 기사들의 포위망을 탈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듯, 점점 몰리고 있다는 것을 먼발치에서도 알 수 있었다. 곧 잡힐 것이다.
"아직 익숙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슈타프를 얻은지 얼마 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기수는 당연히 사용할 수 있고, 마력의 방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슈타프를 무기로 변화시켜 싸우거나, 로트를 올릴 수는 없다. 그것은 귀족원 입학 전의 나와 같다. 기수는 마석으로 만들었고, 반지를 사용해 마력을 발산하거나 기도할 수는 있었지만, 그 이상은 할 수 없었다.
"얼마 되지 않은 건가요?"
"네. 귀족원에서 제일 먼저 배우는 로트도 올리지 못합니다. 그들이 정말로 중앙 기사단과 연결되어 있다면, 제일 먼저 도움을 불렀을 것입니다."
내 말에 레오노레가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레오노레와 함께 방패를 들고 주위를 경계하던 라우렌츠가 이번에는 의문을 표했다.
"란체나베의 왕이 되고 싶다면 마음대로 되면 될 텐데, 어째서 그 남자는 유르겐슈미트, 게다가 귀족원까지 찾아온 걸까요? 란체나베인들이 유르겐슈미트 귀족의 증거인 슈타프를 원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란체나베의 왕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이만큼의 인원이 슈타프를 얻어 왕의 자격을 얻으면 지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란체나베와 아달지자의 이궁에 관해서는 귀족원의 역사 수업에서 배우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여기 온 것은 외환유치죄를 저지른 전 영주 일족과 그 협력자인 란체나베인들을 잡기 위해서이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레오노레로서는 정말로 의아한 것 같다.
"자세한 사정은 본인들에게 듣는 것이 빠르겠네요. 봐요, 붙잡힌 것 같아요."
내가 단켈페르가와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에게 붙잡힌 레온지오을 가리킨 것과 페르디난드 일동이 돌입한 건물의 3층에서 펑! 하는 폭발 소리가 난 것은 동시였다.
움찔 몸이 떨리고, 무심코 그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순식간에 긴장된 공기가 흐르고, 모두가 나와 같이 돌아보았다. 깨져서 산산조각난 유리 파편이 떨어져 내린다. 그릐고는 건물 주위를 둘러싼 하얀 포석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요, 페르디난드 님!?"
유리가 부서지는 소리를 긁어엎는 듯한 디트린데의 높은 목소리가 울린다. 다른 기사에 의해 포박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지만, 페르디난드 본인이 디트린데의 방에 도착해버린 모양이다.
"아무리 죽음의 운명에서 기어나올 정도로 저의 사랑을 요구하고 있어도 이런 심야에 침실로 난입해 들어오다니 파렴치한 것에도 정도가……."
분노에 찬 히스테릭한 디트린데의 목소리가 뚝 하고 끊겼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는다.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된 것을 싫어도 알 수 있었다.
"페르디난드 님에게 저런 말투라니……. 에크하르트 형님이 폭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주모자는 죽이지 말고 붙잡으라는 명령을 위반해 폭주한 것이 아닐까 하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자신이 죽이려던 상대에게 저런 말투다. 만약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누구보다 먼저 폭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괜찮아요, 코넬리우스. 페르디난드 님이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을 제지할 것이고, 치유도 걸 수 있습니다. 디트린데 님이 죽을 일은 없겠죠."
주모자는 살아있어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말한 것은 페르디난드다. 죽일 리 없다. 페르디난드의 그런 쓸데없을 정도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면을, 나는 어떤 의미에서 신뢰하고 있다.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에 의해 포박된 사람들이 차례차례 운반되어 오기 시작했다. 유스톡스에 의해 빛의 띠로 칭칭 감겨 질질 끌려온 디트린데는 의식을 잃고 있었다.
잠옷 차림으로 묶여 있고, 호사스러운 금발은 끌려오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더러워져 있다. 이런 불특정 다수의 면전에서 성인 여성이 머리를 내리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디트린데가 눈을 뜨면 큰 소란을 피울 것 같다.
"유스톡스, 안 죽었죠?"
"에크하르트의 공격을 받고 정신을 잃고 있을 뿐입니다. 유감입니다만, 이후의 일을 생각해서 살려두고 있습니다. 끌고오는 바람에 다소 머리를 부딪히긴 했습니다만, 이 이상 머리가 나빠지진 않을 테니 문제 없겠죠."
방긋 웃고 있지만, 디트린데를 내려다보는 유스톡스의 갈색 눈동자에는 경멸과 증오가 확연히 드러나 있다. 전혀 숨기고 있지 않다.
그리고 분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유스톡스만이 아니다. 아렌스바흐의 기사들 또한 디트린데를 앞에 두고 분노를 참지 못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당연할 것이다. 디트린데의 행동으로 인해 몇이나 되는 귀족들이 희생되고, 아렌스바흐는 반역을 일으킨 영지가 되었으니까.
"이 근처에 있는 것은 아렌스바흐의 귀족인가요?"
디트린데에 이어 다른 포로들이 계속해서 끌려온다. 란체나베인들과 아렌스바흐 귀족의 구별이 되지 않는 나는 아렌스바흐의 기사에게 물어보았다.
"네, 로제마인 님. 디트린데 님의 측근들입니다."
디트린데의 측근은 받았던 보고와 같이 모두 열 명이었다. 좀 더 데리고 올지도 모르지만, 이 중 누구 하나 자신이 어째서 이렇게 묶인채 땅을 구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은 재갈을 물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잡은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을 반항적으로 노려보고 있는 사람도 몇인가 있다.
디트린데의 측근 중에서 내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마르티나 뿐이었지만, 마르티나는 내가 급성장하는 바람에 기억 속의 내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일치시키는 데에 조금 시간이 걸렸던 모양이다.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곧이어 크게 눈을 떴다.
……그렇긴 해도 란체나베와 아렌스바흐는 완전히 건물을 나눠 썼던 것 같네.
페르디난드 일동이 들어간 건물에서 끌려나오는 것은 아렌스바흐의 귀족들 뿐이다. 게오르기네나 양부님과 비슷한 색조의 머리색을 하고 있는, 어딘가 모르게 쭈뼛거리는 분위기의 여성이 디트린데의 옆으로 나뒹군다. 곧이어 묶여있으면서도 잘난 듯한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고 있는 빨간 머리의 남자가 끌려왔다. 보랏빛 눈동자로 가만히 우리들을 바라본다.
"로제마인 님, 이쪽이 알스테데 님과 브라지우스 님입니다."
……아, 이 두 사람이…….
게오르기네의 장녀이며 디트린데의 언니인 알스테데와 그 남편인 브라지우스다. 브라지우스는 분명 정변 이후에 처형된 둘째 부인의 아들이며, 차기 아우브 후보 중 한 사람이었었을 것이다.
"이쪽은 제압 완료다. 단켈페르가 쪽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그렇게 말하며 페르디난드가 나왔다. 라우렌츠가 바로 올도난츠를 보내 상황을 확인한다. 보이는 적은 모두 붙잡았고, 지금은 비밀통로나 비밀문의 유무를 확인중이라고 한다.
"……보이는 적을 모두 붙잡았다고?"
페르디난드가 눈을 크게 뜨고 포로들을 둘러본다. 찾는 사람이 없는 듯한 표정에 꺼림칙한 예감이 들었다.
"페르디난드 님, 왜 그러시나요?"
"……젤바지오의 모습이 없다."
"네?"
"이곳에 있는 란체나베인은 젊은 사람 뿐이다. 사신으로서 정식으로 접견한 사람이 대부분이고, 젤바지오가 없다."
그러고 보니 페르디난드가 태어났을 즈음엔 이미 란체나베로 돌아갔다고 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연령적으로는 이미 사십대인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둘러보자, 확실히 그 연배의 사람은 없었다. 젤바지오 자신도, 아마 그 측근들도.
페르디난드가 알스테데의 재갈을 떼고, "젤바지오는 어딘가?" 라고 묻는다. 공포로 눈을 부릅뜨고 있던 알스테데는 페르디난드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혼란해하는 것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어째서 페르디난드 님이 살아있는 건가요!? 어째서 아렌스바흐의 기사가 제게 검을 들이대는 건가요? 대체 어째서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이런……으극!"
콱 하고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알스테데를 짓밟았다. 갑자기 짓밟혀 콜록거리는 알스테데에게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페르디난드 님은 그런 것을 물어보지 않았다. 빨리 답해라" 라고 대답을 강요한다. 힉 하고 얼굴을 경직시킨 알스테데가 "모릅니다!" 라고 외쳤다.
"란체나베와 아렌스바흐는 건물이 달랐는걸요. 젤바지오 님이 어떻게 밤을 보내고 있는가 하는 건, 전 모릅니다!"
알스테데에게서 비명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정말로 모르는 것 같다. 어디까지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을지 확실하지 않다.
"알스테데, 그대는 뭔가 피해자 같은 얼굴로 소리치고 있다만, 어째서냐고 묻고 싶은 것은 이쪽이다. 어째서 차기 아우브로 내정된 디트린데가 아닌 그대가 초석을 물들인 것인가? 초석을 물들이고 실질적으로 아우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디트린데의 횡포를 멈추지 않았나? 외환유치죄로 영지 전체를 위험에 노출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란체나베인들을 귀족원으로 끌고 들어온 것인가?"
페르디난드가 차갑게 내려다보며 묻자, 알스테데는 새파래졌다.
"저, 저는 어머님의 명령으로……."
"란체나베인들을 귀족으로 등록하고, 란체나베의 관에 있는 문을 열어 전이진을 사용하고, 귀족원의 심부를 열어 어리석게도 그들에게 슈타프를 준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모른다고는 할 수 없을것이다."
"……어, 어머님은 틀린 말씀을 하시지 않는 걸요. 그, 그리고 제 독단이 아닙니다. 란체나베인들이 슈타프를 얻을 수 있도록 최심부의 문을 연것은 왕족입니다."
"뭣이!?"
주위의 기사들도 놀란 목소리를 높였다. 외환유치죄를 저지른 전 영주 일족을 잡으러 왔더니, 왕족이 란체나베인들에게 협력하고 있다는 증언을 들은 것이다.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아우브로서 승인을 받지 않은 저로서는 마지막 문을 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앙 기사단의 기사단장이 왕족에게 부탁해 협력을 받은 것입니다."
주위가 술렁이기 시작하면서 알스테데는 자신에게 잘못이 없음을 주장하듯 더욱 말을 더한다.
"중앙 기사단의 기사단장만이 아니라 왕족이 협력했다고……?"
"그, 그렇습니다. 이것은 왕족도 알고 있는 일입니다. 저희들만이 아니라 이렇게 귀족원에 쳐들어와, 별궁을 습격한 당신들이야말로 반역죄를 추긍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그, 그것은 아시는 건가요!?"
새파랗게 되어 떨면서도 필사적으로 말을 더하는 알스테데의 옆에서 브라지우스가 재갈을 문 채 페르디난드를 비웃듯 올려다보며 흥 하고 바보취급하듯이 코를 울렸다. 알스테데의 이야기와 같은 것을 생각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페르디난드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아렌스바흐 기사들의 사이로 동요가 퍼진다. 즉사독의 대책도 되어 있고, 수로서도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낙관해, 제압도 시간 문제라고 생각하던 시점에 꺼림칙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곳에 아우브·단켈페르가로부터의 올도난츠가 날아온다.
"왕궁에서 중앙 기사단들 사이의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단켈페르가로 구원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그쪽으로 향하겠다!"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70화. - 란체나베인들 -|작성자 치천사
협력자
올도난츠가 아우브·단켈페르가의 말을 세 번 되풀이하기도 전에 저쪽 건물에선 연이어 기수가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신속한 움직임과 통솔력은 훌륭하지만, 이쪽은 완전히 방치다. 움찔 하고 눈가를 꿈틀거린 페르디난드는 아직 말하고 있는 올도난츠를 내버려두고 급히 새 올도난츠를 형성했다.
"아우브·단켈페르가, 왕궁으로 가기 전에 그 쪽 상황의 보고를 부탁합니다. 급하다면 보고와 연락을 위해 1개 반의 기사를 남겨주십시오."
페르디난드가 올도난츠를 통해 중간에 방치하고 가지 말라는 불평을 날리자, 별궁에서 날아나가던 기수들 중 극히 일부가 공중에서 멈췄다가 다시 이궁으로 돌아왔다.
"유스톡스와 2반, 3반의 사람은 아렌스바흐 사람들의 신문을, 할트무트와 4반, 5반 사람은 란체나베인들의 신문을 시행한다. 아렌스바흐에서 귀족원으로 출발한 이후부터의 행적과 지금 이곳에 없는 젤바지오에 대한 가급적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시간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빠르게 하도록."
"넷!"
가볍게 손을 흔들자 기사들이 포로들을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거기서 등을 돌리고 페르디난드는 나머지 기사들에게 시선을 향한다.
"6반은 알스테데를 데리고 저 쪽 건물로 이동한다. 7반, 8반은 단켈페르가가 못 다한 탐색을 계속 실시한다. 로제마인과 그 호위기사는 이쪽과 동행하도록."
신문과 탐색에 대한 분담을 지시하고 페르디난드는 나를 기수에 동승시켜 단켈페르가 기사들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6반의 한 기사에 의해 홀로 공중에 매달려가는 알스테데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공중에 매달리는 것은 무섭다. 나는 조금 알스테데를 동정하면서 페르디난드에게 물었다.
"페르디난드 님, 어째서 알스테데만 데려가는 건가요? 불쌍할 정도로 무서워하고 있습니다만……."
"강자에게 따르는 것에 익숙해있기에 포로들 중에서 가장 정보를 얻기 쉽다고 판단했고, 비밀리에 아우브가 된 것으로 보아도 디트린데와 동일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터이다. 사정을 듣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디트린데로부터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고, 브라지우스는 뺀질뺀질 발뺌하려 하겠지만 알스테데는 권위에 따르는 것에 익숙하기에 다루기 쉽다고 한다.
……뭐야 그거. 무서워.
"그리고 저 공중에 매달린 바보가 경계문을 열지 않았다면 란체나베의 배가 들어오는 일도 없었을 것을 생각하면, 그녀야말로 현 사태의 원흉이라 할 수 있다. 란체나베인들을 들여와 몇이나 되는 귀족이 죽고, 레티지아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공중에 매달리는 것 정도로는 아무런 처벌도 못 된다. 알스테데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인지 알면서도 저항하지 않고 디트린데와 게오르기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알고 있는 정보를 남김없이 토해내라는 나의 요청에 따르는 것 정도는 간단하겠지."
발코니에 내던져진 알스테데는 공포로 턱을 덜덜 떨고 있었다. 알스테데가 말할 수 있게 될 때까지 페르디난드는 단켈페르가의 보고를 듣기로 한 모양이다. 아렌스바흐의 기사들 중 이 별궁에 남은 하이스힛체와 다른 아홉 명의 기사가 모여든다.
"일제히 모두 날아오르다니, 단켈페르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단켈페르가의 제일 목적은 왕족의 구조와 귀족원의 방비. 첸트의 구원 요청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하이스힛체는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에서 말하고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갑자기 완전히 손을 떼버리면 곤란하다. 페르디난드는 하이스힛체로부터 어디까지 탐색이 진행되었는지 물으며 별궁 안으로 들어가, 데려온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에게 지하층을 중심으로 탐색하도록 명령했다.
"그러고 보니, 그들의 방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도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쪽에 모아두었습니다."
하이스힛체가 안내한 방에는 처음 보는 도구들이 많이 들어있었다. 즉사독 같은 것들이 들어 있을 것이기에 부주의하게 만지지 말라는 주의를 들으며, 나는 방을 빙 둘러본다.
"이 도구들은 나중에 문관동에라도 옮겨두도록 하지. 란체나베인들이 귀족원에 들여온 물건을 내가 아렌스바흐로 가져가 독점하는 것은 타령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니."
처음 보는 도구를 포기하다니, 저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웬일로, 라고 생각한 직후, "이 도구들의 연구를 미끼로 몇 개의 영지를 낚을 수 있을까……" 라는 악마 같은 중얼거림이 들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못 들은 걸로 하고 싶지만, 분명 정치적 거래에 사용하고 싶다고 들렸다.
우리는 제법 본격적으로 정비된 듯한 별궁 안을 걷는다. 정변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처형되었을 무렵에 폐쇄된 것이라면, 이미 폐쇄된지 10년은 지났을 것이다. 그런데도, 천이나 가구가 상당히 깨끗하다. 첸트가 란체나베의 공주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결정했을 텐데도 이렇게까지 갖춰둔 것은 신기하다.
"이 별궁은 마치 새로운 거주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준비된 것처럼 보입니다만, 어떤 분이 준비한 것일까요?"
"누가 준비했더라도 상관 없다. 그보다 신경쓰이는 것들이 많다. 아우브·단켈페르가의 올도난츠로만으로는 정보가 부족하다. 왕궁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하이스힛체?"
페르디난드는 보고하러 온 기사들에게 차례로 지시를 내리며 하이스힛체에게 묻는다. 하이스힛체는 기사답게 당당하게 자세를 가다듬고는 보고를 시작했다.
"왕궁 중앙기사단에 들어가 있는 단켈페르가 출신의 기사가 루펜에게 연락했다고 합니다. 왕족의 호위를 교대할 때에 갑자기 공격해온 기사가 여럿 있었던 모양으로, 완벽한 기습을 당한데다 적과 아군의 구별이 되지 않는 혼전 상태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첸트는 비밀방과 같은 마법적으로 분리된 장소에 대피해 있어 왕족을 보호하고 있는 방 밖에서 중앙 기사단이 내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렇군. 그래서 확실히 분간할 수 있는 푸른 망토의 단켈페르가에게 구원을 청한 것인가. 하지만 왕궁은 애초에 암살을 방지하기 위하여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은 들어갈 수 없도록 되어 있을 터이다만, 첸트는 진심으로 단켈페르가의 기사를 들일 생각인가?"
타령의 기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왕궁 전체의 경계 레벨을 낮춰야만 한다.
"그 선동자가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안성맞춤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단켈페르가가 그렇게나 소란을 피우고 있었으니, 란체나베인들과 함께 있는 중앙 기사단장 일파에게 들키지 않았을 리가 없다. 자신들이 귀족원에서 뜻대로 움직이는 데 방해되는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을 한데 모아 정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겠나? 왕궁으로 끌어들여 몇 차례 즉사독을 사용하면 상당한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대책을 마련해왔다고는 하지만 입가를 천으로 감싸고 유레베로 치료하는 것 정도 뿐이다. 개인이 휴대할 수 있는 유레베의 양 같은 건 뻔하다. 몇 번이나 사용하면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단켈페르가를 상대하는 적측은 중화약과 해독약을 갖고 있다.
"아우브·단켈페르가에게 주의를……."
"물론 주의를 전하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아우브가 멈추는 일은 없겠죠."
나의 시선에 하이스힛체는 조금 생각에 잠겨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야 당연하다. 주의를 받더라도 전원이 덮치는 것이 단켈페르가이니, 덫을 치는 입장으로서는 고민할 게 없겠지. 그렇다곤 해도 그 단켈페르가가 얌전히 덫에 걸려 줄 것이라 단정할 순 없겠다만."
……아아, 동감해. 아우브·단켈페르가는 덫이 있건 없건 정면으로 쳐들어가 역으로 함정을 파괴하고는 마치 뭔가 있었냐는 듯한 얼굴로 싸울 것 같은걸.
"저희들은 이쪽의 탐색을 완전히 마친 뒤에 합류하도록 하죠. 다양한 수단을 생각해 내시는 페르디난드 님이 오신다면 왕족도 마음이 든든하겠죠."
하이스힛체는 다소 흥분이 남은 듯한 환한 미소로 그렇게 말했지만, 페르디난드는 "왕족이 쓰러져 주면 귀찮은 일이 줄어든다" 라고 말한 사람이다. 왕족이 든든해해 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혼란을 틈탄 페르디난드가 여러가지로 암약할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오히려 불안해진다.
"구원 요청은 단켈페르가에게 한 것이다. 아렌스바흐에 대한 요청이 없는 한, 방자한 행동은 할 수 없다. 그래서 아우브·단켈페르가도 로제마인에게 명령해달라고 부탁해 온 것이 아닌가."
멋대로 도우러 가도 된다면 불온한 분위기를 느낀 시점에서 아우브·단켈페르가가 중앙으로 돌입해 들어갔었을 것이다. 요청이 있었다고 하는 명분이 중요한 것이다.
"게다가 아렌스바흐는 외환유치 혐의를 받고 있는 영지다. 우리가 도우러 가더라도 정말로 아군인가, 하고 받아들이는 왕족이 곤란해 하겠지."
"로제마인님과 페르디난드 님이 계시는데, 받아들이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하이스힛체는 단언하지만, 왕족이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을 쉽게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받아들인다면 문제라고 생각한다. "좀 더 의심해라, 이 바보 녀석!" 이라고 페르디난드에게 쥘부채로 얻어맞을 정도로 멍청한 발언이라는 것은 나도 알 수 있다.
"구원 요청도 없이 단켈페르가와 합류하기보다는 행방이 묘연한 젤바지오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폭주한 디트린데와 란체나베 일당을 잡는 것은 아우브·아렌스바흐의 직무라고 생각하지만, 중앙 기사단의 내전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에렌페스트의 기사단이 내전을 벌였을 때, 왕족이 도와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기에, 이럴 때는 피차일반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에렌페스트의 일은 에렌페스트가 알아서 하라는 말을 들었던 적도 있으니, 중앙 기사단의 일은 중앙에서 알아서 하면 된다.
"하이스힛체, 저는 단켈페르가의 강함을 믿고 있습니다. 믿음직스러운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도우러 간 왕족보다도, 연락이 안 되는 솔란지 선생님 편이 훨씬 궁금합니다. 저는 조금 밝아지면 도서관의 상황을 보러 가고 싶습니다."
"알았다. 이쪽의 처리가 끝나면 도서관으로 향하겠다. 하지만 먼저 알스테데의 이야기를 들어야겠지."
페르디난드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방구석에서 구르고 있던 알스테데가 기사들에 의해 끌려왔다.
"로제마인, 너는 문관으로서 대화 내용을 속기하도록. 얼마든지 기록할 수 있는 편리한 도구를 가지고 있었지?"
종이는 아까우니 구루투리스하이트에 스틸로로 쓰라고 페르디난드는 말했다. 뭔가 페르디난드는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상당히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게오르기네에게 명령받았을 뿐이라며 입을 다물고 있돈 알스테데였지만, 이미 게오르기네가 죽은 것을 알려주며, 왕명에 반해 초석을 물들인 것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죄를 열거하기 시작해, 세례 전의 어린 딸의 구제를 거래 재료로 내놓으며 점점 마음을 꺾어 간 결과, 이내 순순히 말하기 시작했다.
"이 별궁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중앙 기사단의 기사단장인 라우부루트 님으로, 란체나베의 관과 이궁 간의 왕래는 작년 가을이 처음이었습니다."
선대 아우브·아렌스바흐의 장례식 때 라우부루트는 전이진으로 오갈 수 있다는 것을 게오르기네 측에 알려준 듯, 초석을 물들인 아우브인 알스테데는 전이진이 있는 문을 열기 위해 디트린데나 게오르기네에 의해 란체나베의 관으로 몇 번이나 보내졌다고 한다.
"라우부루트가 이궁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니, 이상하지 않나요? 이궁의 열쇠를 관리하는 것은 왕족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정면 현관의 열쇠는 왕족이 관리하고 있겠지. 허나, 근시가 소유한 후문의 열쇠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는 모른다. 네 도서관도 라자팜이 출입용 후문의 열쇠를 가지고 있었지?"
게오르기네가 세운 계획대로 레티지아가 페르디난드에게 독을 퍼투리고, 디트린데가 페르디난드의 사망을 확인하면서 모든 것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게오르기네는 에렌페스트로 향하고, 디트린데와 란체나베의 왕족은 각각 구루투리스하이트와 슈타프를 얻기 위해 이궁으로 이동했다.
"저는 사전에 어머님과 디트린데의 부탁을 받아 슈타프를 얻고 싶어하는 란체나베의 왕족을 아렌스바흐의 귀족으로 등록해두었습니다."
별궁으로 이동하자 라우부루트가 맞아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디트린데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을 때까지, 그리고 란체나베인들이 슈타프를 제대로 받아들일 때까지의 수 일 동안을 지낼 별궁을 안내해주었다고 한다.
디트린데는 결혼 전의 남녀가 같은 건물에 있는 것은 평판에 좋지 않다고 고집하며 레온지오과 떨어진 방을 희망했지만, 언제나 붙어다녔었기에 더 이상 나빠질 평판도 없던 상태였던 모양이다.
"각자 자신의 방을 확인한 이후, 슈타프를 얻기 위해 최심부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우브로서 문을 여는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고 한다. 라우부루트가 앞서 문 밖의 상황을 살펴보니, 지기스발트 왕자가 자신의 측근을 데리고 회랑을 걷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사당을 순회하고 있다면 란체나베인들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날은 그대로 나가지 않고 보냈다고 한다.
……그거 혹시 양부님과의 대화를 위해 지기스발트 왕자가 에렌페스트의 다과회실로 갔을 때의 이야기 아냐?
그날 밤, 라우부루트는 왕족으로부터 "긴급 사태" 라고 불려나갔다.
이궁에 있는 알스테데 일동에게 상세 정보가 전해진 것은 다음 날이었다. 페르디난드의 측근이 귀족원으로 이동해 아우브·에렌페스트에게 페르디난드를 구해달라고 호소한 것과 디트린데와 란체나베인들이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알려왔다고 한다.
아렌스바흐의 습격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중앙동의 문 부근과 아렌스바흐의 기숙사 주위에는 중앙 기사단이 대량으로 대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채로 시간만이 지나간다.
"저희들은 기사단의 경계가 엷어질 때까지 회복약을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필요하다면서요. 그리고 란체나베인들은 기사단이 사용하는 갑옷을 만드는 법을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마석의 취급은 익숙한 모양인지, 란체나베인들은 갑옷을 만드는 것에는 그다지 고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외에도 마석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전투용 도구의 확인 등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심야에 기습당하는 바람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지만.
왕족도 비밀방 같은 피난처에 숨어 있는 완전 경계 태세를 언제까지고 지속할 수도 없다. 점차 문을 경비하는 기사의 숫자가 줄어들고, 라우부루트 일파만이 귀족원의 경비를 하게 되어, 드디어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슈타프를 얻기 위해 최심부의 문을 열려고 했습니다만, 저로서는 열 수 없었습니다. 첸트의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겠죠."
……그 때라면 내가 초석을 물들여서 아우브의 자격을 잃었기 때문이었던게 아닐까?
같은 것을 생각한 것인지, 흥 하고 페르디난드가 바보 취급하듯 코를 울리며 이야기를 재촉했다.
"하지만 그다지 곤란하진 않았습니다. 제가 열 수 없었을 경우를 대비해 라우부루트 님이 먼저 손을 써두고 있었습니다. 중앙 신전에서 신전장과 청색 신관이 오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기원식을 위해 필요하니 최심부의 문을 열어달라는 요청이 매 년 중앙 신전으로부터 있는 듯, 그 시기에 란체나베인들의 내방을 맞추도록 미리 말해두었다고 한다. 당일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힐데브란트 왕자가 중앙 신전의 신전장인 임마누엘과 청색 신관들을 데리고 왔다고 한다.
"신전장? 신관장이 아니라?"
"최근 신전장으로 취임했다고 합니다. 브라지우스님은 동행했습니다만, 저는 이궁에 있었기에 자세히는 모릅니다."
자신은 도움이 안 되기에 그만 돌아가고 싶었지만, 란체나베인들이 슈타프를 얻을 수 있게 하고, 앞으로의 란체나베와 가깝게 교제하는 것은 아우브로서 필요한 것이라며 참고 있었던 모양이다.
중앙 신전 사람들이 찾아오는 날, 란체나베인들은 연습한 대로 마석으로 갑옷을 만들어 라우부루트가 들여온 검은 천을 걸치고 중앙 기사단인 척하며 최심부에 동행했다고 한다.
"신관들이 소성배와 신구를 늘어놓는 것을 잠시 보고 있던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귀족원의 다른 장소도 확인하고 오겠다며 기사단의 일부를 데리고 나갔다고 합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는 첸트가 다시 일생생활로 돌아와도 문제가 없을지 귀족원을 확인하는 역할도 있었다고 한다. 도서관도 순찰 범위에 들어 있었다고 한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나간 이후, 힐데브란트 왕자에 의해 슈타프를 얻기 위한 문이 열렸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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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버린 단켈페르가.
이궁 안에는 란체나베의 도구가 잔뜩.
그럴 상황이 아니라서 참고 있지만, 사실은 이것저것 만져보고 싶은 페르디난드.
알스테데가 본 며칠 동안의 이야기.
다음은 알스테데의 이야기의 계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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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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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이 중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은 누굴까요?
1. 얌전히 순종적으로 살았는데 하필이면 엄마가 게오르기네였던 알스테데
2. 라우부루트에게 낚여 반역에 협조한 힐데브란트
3. 하이스힛체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는 페르공주
4. 머리카락이 더러워진 디트린데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71화. - 협력자 -|작성자 치천사
알스테데의 이야기
가호를 얻는 의식으로 제단에서 직접 시작의 정원으로 가는 것도 가능하지만, 힐데브란트 왕자가 그랬었다면 주위 사람들이 좀 더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을 테니, 힐데브란트 왕자가 연 문은 제단 옆에 있는 문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귀족원에서 슈타프를 얻기 위해 들어갔었으니 틀림 없다.
"힐데브란트 왕자에게 원한다면 슈타프를 얻어도 좋다는 첸트의 허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럴 리 없어요."
나는 알스테데의 말에 무심코 고개를 흔들며 부인했다. 마력 압축으로 마력을 늘리고, 기도로 많은 신들의 가호를 얻게 되면 나중에 불어난 마력을 다루는 데에 곤란해지기에, 어릴 때 슈타프를 얻는 것은 그만두는 편이 좋다. 나는 왕족에게 그것을 전해 슈타프의 취득을 1학년에서 3학년으로 돌려놓게 했었을 것이다.
"어릴 때 슈타프를 얻는 폐해에 대한 것을 제가 왕족에게 전했습니다. 힐데브란트 왕자 본인이 나중에 곤란하게 되기에, 첸트가 허가를 내주었을 리 없습니다."
지하 서고에 들어가 왕족다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마력을 압축하거나 고어를 공부하는 등의 노력을 거듭하던 힐데브란트 왕자다. 앞으로 성장에 의해 마력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데도 아버지인 첸트가 허가했을거라 보기는 어렵다.
"진정해라, 로제마인. 정말로 첸트의 허가가 있었는지는 알스테데의 이야기로는 알 수 없다. 알스테데 자신도 그곳에 있던 것이 아니라 전해들은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은 라우부루트가 그렇게 왕자를 부추겨서 문을 열게 했다는 것뿐이다."
"그건 너무 심한 배신이잖습니까."
페르디난드의 말에 나는 라우부루트에게 분노를 터뜨린다. 라우부루트는 기사단장이다. 에렌페스트로 생각한다면 아버님인 칼스테드와 같은 입장이다. 슈타프를 얻고 싶어하는 멜키오르에게 양부님이 안 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단장인 아버지가 "겨우 아우브의 허가가 나왔습니다" 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의 호위기사들이라 하더라도 기사단장인 아버님이 "내가 주선한 결과 아우브의 허가가 나왔다. 문제 없다" 라고 하면 도대체 몇 명이 의심할까. "아무래도 칼스테드 님의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아우브에게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라고 하는 측근은 거의 없을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호위기사이기도 한 기사단장은 신용 받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심한 배신이라고 생각한다만, 꾐에 빠졌다는 것은 애초에 왕자가 슈타프를 바랬기 때문이겠지. 원치 않는 것을 아무리 부추기더라도 의미가 없다."
무슨 이유로 바란 것인지는 모르지만, 힐데브란트 왕자가 슈타프를 얻길 원했기 때문에 그 약점을 찔린 것이라고 페르디난드는 냉담하게 말한다.
"어릴 때 슈타프를 얻는 것은 바보의 소행이다만, 그렇다고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힐데브란트 왕자가 그것을 바랬다면 본인의 뜻을 이루었을 뿐이다. 란체나베인들에게까지 슈타프를 준 것도 포함해 나중에 충분히 고생하면 좋을 일이다. 네가 안타까워할 일이 아니다."
페르디난드는 "아무 사정이나 떠안으려 하지 마라, 바보녀석" 이라며 힐데브란트 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중단하고, 알스테데를 내려다보며 흥 하고 코를 울렸다.
"왕족을 속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것만으로는 왕족의 협력이 있다고 주장하긴 어렵다. 함부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알스테데는 자색에 가까운 파란 머리를 흔들며 고개를 가로젓고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저희들과 협력 관계에 있는 왕족은 힐데브란트 왕자가 아닙니다. 젤바지오 님입니다."
"과연. 왕족은 왕족이어도 유르겐슈미트의 왕족이 아닌 란체나베의 왕족이란 것인가……."
"……아니요. 젤바지오 님은 이미 유르겐슈미트의 왕족입니다."
알스테데의 뜻밖의 말에 그 자리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무슨 말이지?" 라는 호위기사들의 목소리가 나오며 긴장이 퍼진다. 페르디난드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새겨진다. 그리고 관자놀이를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미……? 란체나베로 돌아간 자들은 메달의 등록처를 옮길 터인데, 그렇다는 건, 즉, 돌려두었다는 것인가? 관할은……. 아아, 그쪽이 본래의 목적인가."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흘리며, 페르디난드는 빠진 퍼즐 조각이 맞춰진 것 같은 개운한 얼굴이 된다. 그리고 굉장히 귀찮다는 듯이 숨을 토했다.
"마음대로 납득하고 끝내지 말아주세요, 페르디난드 님."
아달지자와 관련된 내용은 나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페르디난드가 무엇에 납득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나에게도 설명해주길 바란다. 팔을 가볍게 두드리며 설명을 요구하자, 페르디난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라우부루트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란체나베인들이 슈타프를 얻는 것이 아니라 힐데브란트 왕자와 그 측근들을 그 자리에서 쫓아내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메달의 확인과 이동은 중앙 신전에서 했겠지?"
마지막 말은 알스테데를 향한 것이었다. 거의 단정하고 있는 페르디난드의 어조에 알스테데는 "어떻게 아시는 건가요?" 라며 공포로 굳어진다.
"역시 그런가……."
"전혀 설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페르디난드 님!"
"메달이 완전히 폐기되면 슈타프를 다룰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알고 있겠지?"
고학년 과정에 있긴 하지만 영주 후보생의 강의에서 배우는 내용이다. 졸업 때까지의 모든 내용을 철저히 주입받았기에 알고 있다. 내가 끄덕이자 페르디난드는 강의 같은 어조로 설명을 시작했다. 나는 무심코 허리를 피고, 강의를 듣는 학생이 된 기분이 되어 스틸로를 잡는다.
"메달이 폐기되면 슈타프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란체나베로 돌아간 사람의 메달은 그들이 유르겐슈미트를 떠나더라도 보관된다. 방계 왕족으로 등록되었던 장소에서 외국으로 나간 사람의 메달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로 옮기는 것이다."
알스테데가 떨면서 페르디난드를 바라본다. 게오르기네의 계획에 의해 공급의 제단이라는 아렌스바흐의 영주 일족 이외에는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 즉사독에 당해 모두에게 죽었다고 생각되었음에도 살아 있었고, 아직 말하지도 않은 것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알스테데가 보기엔 엄청나게 무서운 존재일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은 어떻게 그런 것을 아시는 건가요? 그런 내용은 귀족원에서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대의 공부가 부족한 것 뿐이다. 나는 오래된 자료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 오래된 자료라는 건 메스티오노라의 책이겠죠.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공부라는 한마디로 정리하는 것은 좀 어떤까 싶긴 하지만, 계속 최우수였던 페르디난드가 말하면 납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가지고 있어도 내용이 비어있어 알아낼 수 없다.
"이야기를 되돌린다. 젤바지오의 메달도 방계 왕족이었다가 란체나베로 돌아간 사람으로서 중앙 신전에 보관되어 있었을 것이다."
"중앙 신전에 보관된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에렌페스트에선 귀족의 메달을 성에서 관리하므로, 중앙도 왕궁에서 관리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태어난 이궁은 이곳이고, 소재지는 귀족원이다. 왕궁과는 관할이 다르다."
페르디난드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아달지자의 이궁에서 태어난 자는 다른 방계 왕족 등록과는 조금 다르다는 의미를 포착할 수 있었다.
"어쨌든, 라우부루트는 임마누엘과 함께 젤바지오를 방계 왕족으로 되돌린 것이겠지."
메달이 있으면 거기에 등록된 마력으로 본인 확인을 할 수 있다. 몇 개의 속성을 갖고 있는지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원래 유르겐슈미트의 방계 왕족으로서 등록된 젤바지오 본인인 것, 전속성인 것, 구루투리스하이트의 획득법을 알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 성전 원리주의자인 임마누엘은 쌍수를 들며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뭐라하더라도 선별의 마법진을 약간 빛낸 것만으로도 디트린데를 차기 첸트 후보라고 인정할 정도의 바보집단이니까 말이지."
메달의 이동에 의해 젤바지오는 란체나베인이 아닌 구루투리스하이트에 가장 가까운 유르겐슈미트의 방계 왕족이 되었다.
"이러한 것이 나의 추측이다만, 크게 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가?"
페르디난드의 질문에, 알스테데는 작게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젤바지오 님의 메달을 확인한 후에는 원래의 방계 왕족의 보관소로 메달을 되돌리겠다고 임마누엘이 약속했다고 합니다. 젤바지오 님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어 정식으로 첸트가 된 이후, 중앙 신전에 뭔가의 보상을 하겠다는 약속도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것은 라우부루트 님과 임마누엘 사이의 약속인 것 같아 저희들은 자세히 알고있지 못합니다."
페르디난드의 추측이 맞는 것에 새삼 감탄의 한숨을 토한다. 동시에 라우부루트의 암약 실태에도 놀랐다. 마치 게오르기네 같다.
"중앙 신전도 라우부루트의 손에 있었다니……. 예상외로 뿌리가 깊고, 장기적인 계획이었던 것 같네요. 전, 임마누엘과 라우부루트가 협력 관계였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제 성전을 검증하는 자리에서는 매우 사이가 나빴던 것 같았으니까요."
"그 이후 뭔가 이해의 일치가 있었던 것이겠지."
페르디난드는 임마누엘을 선별의 마법진을 빛낸 디트린데를 차기 첸트 후보라고 선언한 바보라고 했지만, 나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슈타프로 만든 신구를 보고 기분 나쁜 눈을 하고 있던 모습이다. 라우부루트와 손잡았다고 생각하자 더욱 공포감이 더한다.
"……로제마인, 뭔가 임마누엘에게 신경쓰이는 것이 있는 건가?"
"귀족원에서 행하는 의식 관계로 몇 차례 만났었습니다만, 임마누엘은 슈타프로 신구를 만들거나 옛 의식을 되살리는 것에 매우 관심이 있던 것 같았습니다. 전, 그 사람의 눈이 무섭고 기분 나빠서 싫어합니다."
할트무트와는 전혀 방향성이 다른 광신으로 빛나는 회색 눈동자가 싫다. 귀족원에서 의식을 가질 때는 이미 페르디난드가 없던 때라, 페르디난드에게는 거의 임마누엘에 대한 인상이 없는 것 같지만, 내 기억에는 질척한 기분나쁨이 들러붙어 있다.
"신구나 의식에 강한 집착을 가진, 생각 없는 귀찮은 성전 원리 주의자는 구루투리스하이트만이 중요하고, 그것만 있다면 란체나베인이라도 첸트로서 추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페르디난드가 뭔가를 생각하듯이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토했다.
"그래서 그 후에는 어떻게 됐지?"
힐데브란트 왕자가 슈타프를 얻어 돌아왔지만,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슈타프를 얻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도록 라우부루트는 힐데브란트 왕자 일동에게 자신의 이궁으로 먼저 돌아가도록 권했다고 한다.
힐데브란트 왕자의 측근이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올도난츠를 날리고, 역할을 끝낸 중앙 신전 사람들과 함께 돌아간다. 그것을 확인하고 란체나베인들도 재빨리 이궁으로 돌아가 슈타프의 흡수를 시작했다는 것 같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귀족원을 둘러본 이후에 귀족원은 평상시로 돌아갔습니다. 란체나베인들이 슈타프를 얻으며 역할이 끝난 저는 빨리 아렌스바흐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란체나베의 관으로 이어지는 문은 열리지 않았고, 아렌스바흐의 기숙사로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라우부루트에게 이상하다고 호소하자 아렌스바흐의 초석이 빼앗겨 아우브가 교체되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자 디트린데가 분개하며 아렌스바흐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을 다시 아렌스바흐의 아우브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어야 한다고 고집해서……."
"고집스럽게 머리에 꽃을 얹고 사당을 순회하게 된 거네요."
디트린데의 이름만 들어도 페르디난드가 빈사상태로 쓰러져 있던 모습이 떠올라 뭐라 말할 수 없는 분노가 밀려온다. 그래서 나는 아무래도 좋은 것을 생각하면서 그쪽으로 의식을 돌리며 방긋 웃는다. 어조에 좀 가시가 돋아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로 끝낸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다.
나의 말을 들은 알스테데가 난처한 듯한 얼굴이 되었다.
"네, 네에. 젤바지오 님과 디트린데가 저희들이 만든 회복약을 가지고 사당을 순회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생각이 부족해서 자기 중심적인 곳이 있긴 하지만, 저희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디트린데도 본성은 나쁜 아이가 아니에요."
그것은 여동생을 변호하는 언니로서는 평범한 말이었을지도 모르고, 자매로서 알스테데와 디트린데가 어떠한 교류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한마디는 나의 역린을 건드렸다. 피가 끓는 듯한 분노를 느낀다. 몸이 뜨거워져 오는데도, 머리 쪽은 차갑게 식는 이 감각은 오랜만이다. 나는 웃는 얼굴로 마력을 담아 알스테데를 똑바로 바라본다.
"알스테데 님은 대단히 재미있는 것을 말하시는군요. 즉사독으로도 죽지 않은 페르디난드 님에게 마비독을 뿌려 수갑을 채우고는 공급의 마법진을 작동시켜 마력 고갈로 죽이려던 분의 본성이 나쁘지 않다니……. 역시 게오르기네 님의 딸이자 디트린데님의 언니시군요."
"……아, 그……."
알스테데가 눈을 크게 부릅뜨고 가슴을 누르며 고통스럽게 입술을 달싹거리기 시작했다. 그 괴로운 표정을 보면서 나는 천천히 마력을 더하며 위압을 가한다.
"로제마인, 억제하라! 마력이 새고 있다!"
나의 주위에 있던 호위기사들이 움직이는 것보다도 빨리 페르디난드가 나의 팔을 잡아 끌어당겼다.
"안심하시십시오, 페르디난드 님. 저도 성장했습니다. 위압하는 대상 정도는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의 분노는 이해한다만, 알스테데를 죽여서는 안 된다. 저것은 앞으로 필요하다."
더 이상 위협하지 못하도록 페르디난드는 다른 손으로 나의 시야를 막는다. 간신히 숨이 트인 알스테데가 기침하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의 호위기사들이 "로제마인 님!" 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들린다.
"내가 로제마인의 마력을 억누를 것이니, 곧바로 알스테데를 저쪽으로 데려가라. 로제마인의 앞에 보이게 하지 말도록!"
"넷!"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스테데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어, 나는 갈 곳 잃은 마력과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게 되었다.
"페르디난드 님, 전, 분하고, 화나고, 용서할 수 없습니다."
"알았으니 마석을 직접 피부에 대고 싶지 않으면 자력으로 마력을 억눌러라."
전혀 알아주지 않는 듯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이런 때에도 내가 마석을 꺼리는 것을 고려해 주는 것을 깨닫고 분노가 사그러든다. 페르디난드를 상대로 화내도 의미가 없다.
나의 마력이 진정되어가는 것을 느낀 듯, 나의 팔을 잡고 있던 페르디난드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너는 옛날부터 정신적으로는 전혀 성장하지 않았구나."
"신의 축복을 받아 육체적으로 급성장했으니, 기도하고 있으면 정신에도 급성장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유르겐슈미트의 그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다만, 그 성장률로는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
시계가 막힌 채이긴 해도 그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을 무렵엔 나는 상당히 침착해졌다.
페르디난드가 손을 떼고 이대로 놔둬도 문제가 없을지 마력의 확인을 시작했다. 호위기사들이 뭔가 말하고 싶지만 삼키고 있는 듯한 얼굴로 손을 들어올리거나 내리거나 하고 있지만, 알스테데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기에 마력이 폭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디트린데의 성품같은 건 이제 와선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젤바지오가 사당을 순회하고 있다는 첩보가 아닌가. 너는 대체 무엇을 듣고 있던 건가, 정말이지."
몸 상태를 확인하면서 그렇게 말한 페르디난드의 눈에는 약간 초조함이 어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귀담아 듣는 부분이 다르다는 말에 나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사당을 순회하는 데에는 거의 시간이 안 걸렸었지?
대량의 마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회복약이 있어 마력의 회복이 가능하면 아무리 오랫동안 사당 안에 있더라도 바깥의 시간은 전혀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때까지 귀족원에서 가진 의식으로 인한 마력의 봉납 덕분에 필요한 마력이 적은 탓도 있긴 했지만, 나는 하루만에 모든 사장을 순회할 수 있었다.
……혹시 젤바지오는 이미 사당 순회를 끝낸 건가?
힐쉬르가 괴한들의 모습을 본 것은 문관동 부근이었을 것이다. 그 근처에도 사당이 있다. 오늘 오후에 순회하고 있던 것은 확실하다. 젤바지오가 사당의 순회를 끝냈을 가능성을 깨닫고, 머리가 차갑게 식는다.
"야음을 틈타 사당을 돌고 있다면 다행히겠다만, 모든 것을 마치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는 단계에 왔기에 중앙 기사단이 배신을 드러낸 것이라면? 그들이 왕족으로서 추앙하는 젤바지오는 지금 어디에 있을거라 생각하지?"
페르디난드의 말에 나는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고자 원하는 사람이 사당 순회를 끝냈다면 다음에 갈 곳은 단 한 곳 뿐이다.
"솔란지 선생님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힐쉬르 선생님이 말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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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부루트의 목적은 젤바지오의 메달을 방계 왕족의 보관소로 되돌리는 것.
란체나베인이 아닌, 이미 유르겐슈미트의 방계 왕족입니다.
그리고 사당 순회가 종료되었을 가능성이 시사되었습니다.
아, 이 이야기는 그다지 관계 없는 것입니다만, 메달이 폐기되었기 때문 진짜 그라오잠은 슈타프를 쓸 수 없었습니다.
다음은 도서관으로 갑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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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지뢰왕자: 놔라! 내가 저녀석을 콱 그냥!!
페르공주: 참으시옵소서! 이제와선 아무래도 좋을 일이옵니다!
(오늘도 절호조인 지뢰왕자의 박력)
그리고 꽁냥거리고 있는 둘을 보고, 놔둬야 할 지, 말려야 할 지, 고민에 빠진 호위기사들이었습니다.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72화. - 알스테데의 이야기 -|작성자 치천사
솔란지의 구출
공급의 제단에서 빈사 상태로 쓰러져 있던 페르디난드처럼 쓰러져 있는 솔란지를 상상했을 뿐인데도 호흡이 거칠어지고 온몸이 떨려온다.
"그, 급히 도서관으로 가지 않으면……."
그렇게 말하며 나의 호위기사들을 돌아보자, 함께 페르디난드의 말을 듣던 호위기사들도 끄덕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런 일에도 당황해지 않고 곧바로 대처하는 측근들의 모습이 너무나 든든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기다려라. 누구를 두고 가고, 누구를 데리고 갈 것인지, 누구를 선행시킬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것들이 여러가지로 있다."
가지 못하도록 페르디난드에가 팔을 붙잡는다. 나는 몸을 돌려 페르디난드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태평한 소리를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페르디난드 님. 전, 지금 당장 도서관으로 가서 솔란지 선생님의……."
"태평한 소리를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허나, 그렇게 달려나가기 전에 정보의 공유와 사로잡은 포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해둬야 한다. 이 별궁의 열쇠는 누가 가지고 있지? 우리가 도서관으로 향한 사이에 젤바지오 일당이 돌아올 가능성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아직 사당을 순회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도서관에 있을지도 모르고, 왕궁에서의 내전에 참가해 왕족들을 처리하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젤바지오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상상할 수밖에 없다고 페르디난드는 말한다.
포로들로부터 그들의 목적이나 움직임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사전에 대응 가능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곳의 경비를 위해 남긴 사람이 너무 적을 경우, 오히려 이쪽이 당해 포로가 풀려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그들이 압수한 도구를 되찾아 무장을 갖출 경우엔 이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해질 것이다.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말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번에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적들이 은폐의 신 페어베르겐의 인장에 의한 수비를 과신해 무방비로 자고 있던 심야에 단켈페르가를 포함한 압도적인 인원으로 기습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무장한 상태에서 대치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지금은 단켈페르가도 왕궁으로 향했기에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해라."
내가 아우브·아렌스바흐로서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브로치의 작성을 하지 않았기에, 포로와 도구를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출입에도, 지하 서고로 향하는 문을 열기 위해서도, 사서인 솔란지 선생님은 필요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올도난츠가 날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연락만이 되지 않는 것이겠지. 조금이라도 좋다. 지시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라."
"그래도 기다리다가 늦어버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건가요!? 약간의 시간차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되어버리는 일은 수없이 있습니다. 솔란지 선생님의 위험에 가능한 한 빨리 대처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저만이라도 보내주세요!"
팔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페르디난드에게 필사적으로 호소한다. 냉정한 얼굴로 모든 지시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라니, 너무나도 어렵다. 페르디난드는 "너는 그런 기세로 아렌스바흐로 돌진했던 건가" 라며, 나의 호위기사들에게 동정어린 시선을 보낸다.
"그렇게나 기다릴 수 없다면 너에게 이름을 바치지 않은 기사를 보내 상황을 탐색하게 해라. 그러나 너만은 적의 유무를 확인할 때까지 결코 도서관에 다가가서는 안 된다."
"어째서입니까!?"
가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은 나인데, 어째서 나만이 다가가서는 안 되는 걸까. 내가 바짝 대들자, 페르디난드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면서 "너무 흥분했다. 진정해라" 라며 뺨을 꼬집는다.
"네가 다가가서는 안 되는 이유는, 하나, 도서관의 마술도구가 주인인 너의 접근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너의 마력의 영향을 받은 이름 올린 자들에게도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다만, 피하는 것이 무난하다고 생각된다."
슈바르츠들이 "공주님, 왔다" 라며 맞이할 준비를 할 것이기에, 도서관에 적이 있으면 상대의 접근을 눈치채고 매복을 하거나 솔란지를 인질로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에 나는 눈을 깜박였다.
"우리의 접근을 눈치챈 적이 솔란지 선생님을 인질로 붙잡으면, 이쪽이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구하고자 하는 네가 역으로 솔란지 선생님을 궁지에 빠뜨리게 될 수도 있다. 기사들을 선행시켜 내부를 탐색하는 것이 먼저다. 지하 서고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상급 귀족 이상이며, 더욱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왕족과 영주 후보생뿐이다. 네가 가야 할 때는 반드시 올 것이니, 조금 기다리도록 해라."
논리 정연하게 타이르는 말에, 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로제마인 님, 마티아스와 라우렌츠는 이름을 올렸기에, 저와 안젤리카가 멏 명의 기사를 데리고 도서관의 상황을 보러 가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코넬리우스."
알스테데를 끌고나갔던 마티아스와 라우렌츠가 돌아오자, 그와 교대하듯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안젤리카와 함께 나간다. 레오노레가 아닌 안젤리카를 데리고 가는 것은 그 민첩함과 슈틴루크의 존재를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두 사람을 배웅하는 동안에도 페르디난드는 차례로 지시를 내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력 등록이 가능한 문에 마력을 등록하고, 하이스힛체 일동에게 란체나베의 도구를 그곳으로 옮겨 넣으라고 명한다.
"용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도구가 많다. 몇 번이고 즉사독에 당해서는 버틸 수 없고, 처음 보는 도구나 무기는 위험하다. 은의 무기와 장비도 전부 봉해둬라."
"이렇게 대비되어 있던 것을 보면 자고 있는 사이에 압도적인 숫자로 습격한 것이 정답이었던 것 같군요. 란체나베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시간이었다면, 이 도구들로 반격당해 단켈페르가에는 결코 적지 않은 피해가 났었겠죠."
하이스힛체가 산처럼 쌓인 도구들을 비밀방으로 옮겨넣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은의 무기나 의복이 잔뜩 옮겨지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적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페르디난드 님, 뭔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가만히 있는 것이 괴롭습니다만……."
"그럼 왕족과 방계 왕족의 차이에 대해 알아봐 주겠나? 방계 왕족으로 돌아온 젤바지오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파악해 두고 싶다. 내가 모르는 것도 너의 구루투리스하이트에는 기재되어 있겠지."
곧바로 과제를 받은 나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꺼내 방계 왕족에 대해 조사한다. 방계 왕족으로 등록된 시점에서 사서에 의한 등록이 없어도 도서관 출입이 가능해지는 것, 하지만 왕족이 아니기에 지하 서고의 더욱 안쪽으로는 나와 마찬가지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젤바지오는 아직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진 못했겠군."
조금 어깨의 힘을 뺀 페르디난드가 유스톡스와 할트무트에게 조사 상황을 묻는 올도난츠를 날리고, 포로를 감시할 사람과 도서관으로 향할 사람을 나눈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으로부터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하얀 새는 내가 아닌 페르디난드의 팔에 내려앉아 도서관의 정황에 대해 말한다.
"이런 시간이기에 도서관은 완전히 잠겨있어 누구도 출입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침입한 흔적을 찾아 건물 밖을 탐색해보았습니다만, 그러한 흔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집무실 창문으로 어렴풋한 불빛이 보였습니다."
슬슬 1의 종이 울릴 시간이다. 아무리 일어나는 것이 빠른 사람이더라도 근시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시간에 자신의 방도 아닌 집무실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창문을 깨고 잠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만, 적의 수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원군 없이는 위험성이 클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금 원군과 함께 가겠다. 침입한 흔적이 없다면 그대들은 잠입해서는 안 된다. 도서관의 마술도구에 의해 문답무용으로 배제될 것이다. 도서관의 마술도구의 주인인 로제마인의 도착을 기다려라."
슈바르츠와 바이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연구했던 페르디난드가 부정한 수단으로 침입한 자의 말로에 대한 것들을 올도난츠에 불어넣기 시작한다. 듣고 싶지 않아요, 라며 울고 싶은 마음으로 귀을 막고 있자, 올도난츠를 날린 페르디난드가 나에게 손을 뻗었다.
"가자, 로제마인."
"네."
약 60여 기의 기수가 새카만 어둠 속을 날아간다. 할트무트와 유스톡스는 포로 감시측에 남았지만, 그 이외의 측근들은 함께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다.
"할트무트가 아쉬워했습니다. 도서관은 로제마인 님의 기적으로 충만한 곳이라면서요."
클라리사가 그렇게 말하며 내가 했던 축복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첫 도서관 방문에 흥분해 축복했다가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주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신들의 비유를 듬뿍 담아 서술하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클라리사을 제지했다. 잊고 싶은 과거의 소행을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에까지 알리고 싶지는 않다. 아렌스바흐를 도서관 도시로 만들 생각인 이상, 나는 모두에게 존경받는 사서이고 싶은 것이다.
"공주님, 왔다."
"공주님, 오랜만."
페르디난드가 말한 것처럼 나는 어렵지 않게 도서관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슈바르츠들이 맞아준다.
"슈바르츠, 바이스. 솔란지 선생님은 어디에 있나요?"
내가 묻자, 슈바르츠와 바이스는 깡총깡총 집무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솔란지, 집무실."
"솔란지, 움직일 수 없어."
내가 무심코 달려나가려던 순간, 페르디난드가 나를 제지했다.
"너는 나중이다. 하이스힛체!"
"넷!"
하이스힛체가 치유가 특기인 기사를 데리고 주위를 경계하며 집무실로 들어간다. 한 기사가 "함정은 없습니다만, 솔란지 선생님이 쓰러져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그 순간, 지금까지 나를 잡고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페르디난드가 앞서나기기 시작했다. 다리가 긴데다 황새 걸음이라 나는 순간적으로 따라가지 못한다.
"앗……."
"미안하다."
균형을 잃은 것을 부축받아, 꼴사납게 넘어지지 않은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자, 페르디난드는 한숨 섞인 어조로 "뒤에 따라와라" 라는 말을 남기고, 저벅저벅 걸어 집무실로 들어간다. 혼자서만 먼저 가다니, 너무하다.
"기다려주세요, 페르디난드 님."
지금의 내게 있어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쫓아가려고 하자, 레오노레가 가볍게 손을 들어 나를 제지했다.
"우아하게, 천천히 가도록 하죠, 로제마인 님."
"네?"
"그동안의 염려를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은 아마도 로제마인 님이 도착하기 전에 솔란지 선생님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치유해드릴 생각이라고 생각됩니다. 남성분의 배려는 고맙게 받아 두도록 하세요."
레오노레가 남색의 눈을 부드럽게 가늘이며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나에게 모범을 보이듯, 유유하고 우아한 걸음으로 걷기 시작한다. 내가 레오노레와 집무실 입구를 번갈아 보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룬슈메르의 위안을 거는 목소리가 들리고, 녹색 빛이 보였다.
"……레오노레의 말대로였네요."
"솔란지 선생님, 괜찮으신가요?"
기사들에게 부축받듯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는 솔란지에게 말을 건네자, 솔란지는 나를 보고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로제마인입니다, 솔란지 선생님."
"어머, 로제마인 님? 꽤나 크게 성장하셨네요. 몰라보았습니다. 잘 되셨네요."
생글생글 미소짓는 그 얼굴에는 피로의 기색이 짙다. 빨리 쉬게 해드리고 싶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해둬야만 한다.
"솔란지 선생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라우부루트 님이 젤바지오 님이라는 분을 데리고 이쪽으로 오셨습니다. 여러분들은 모르실 거라 생각됩니다만, 방계 왕족으로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기 위해 오셨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으시더군요."
"솔란지 선생님은 젤바지오를 아십니까? 그는 일체의 교육을 별궁에서 받았기에, 귀족원에는 가지 못했을 터입니다."
페르디난드의 날카로운 시선과 말에 과거를 그리워하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솔란지가 놀란 듯 눈을 깜박거렸다.
"저야말로 페르디난드 님이 아시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오래 전에 먼 곳으로 떠난 분이니까요. 제가 귀족원의 도서관에 배속되었을 무렵부터 자주 출입하고 있었고……. 영주 회의를 마치고 상급 사서들이 없게 된 봄의 끝무렵부더 늦가을까지 도서관을 찾아오셨었습니다."
"옛 이야기는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젤바지오는 어디에?"
페르디난드의 말과 기사들의 긴박한 분위기를 천천히 둘러보고, 솔란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만, 저는 모릅니다. ……어제 저녁의 일입니다. 슈바르츠와 바이스가 올탄시아가 왔다고 하기에, 저는 마중하러 나갔었습니다."
하지만 찾아온 것은 올탄시아가 아니라 젤바지오와 라우부루트, 그리고 중앙 기사단의 기사들이었다.
"올탄시아는 간호한 보람도 없이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라우부루트 님은 도서관에 있는 올탄시아의 방을 정리하기 위해 왔다고 하셨습니다."
라우부루트는 올탄시아의 마석을 가지고 도서관에 있는 올탄시아의 방을 열러 갔다. 그 동안 솔란지는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올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젤바지오와 함께 옛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올탄시아의 방으로 갔던 라우부루트 님은 곧 돌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제게 올탄시아와 같은 모습이 되고 싶지 않다면 지하 서고의 열쇠를 내놓으라고 말했습니다. 위협받은 저는 상급 사서가 물들인 열쇠와 지하 서고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열쇠를 내주었습니다."
옛 친구에게 심한 짓은 하고 싶지 않다는 젤바지오의 말에, 밖으로 연락할 수 없도록 슈타프를 봉하는 수갑을 채우고, 끈으로 묶어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기사단 사람들에게 열쇠를 물들이게 하고 젤바지오와 함께 지하 서고로 향했다고 한다.
"젤바지오 님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으면 저를 묶은 것을 풀기 위해 돌아오겠다고 하셨습니다만, 집무실로는 돌아오시지 않았고, 라우부루트 님이 도서관을 잠그고 나가셨습니다. 그 발소리로 생각하면, 분명 입수하지 못한 것이겠지요."
솔란지는 슬픈 듯이 "옛 친구라고 하면서도 심한 취급이었습니다" 라며 자신을 묶고 있던 끈과 수갑을 바라보았다.
"그럼, 젤바지오는 어떻게 된 걸까요?"
지하 서고에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지 못했다면, 지금은 어디에 있는 걸까. 내가 혼잣말처럼 언급한 의문에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젤바지오, 공주님과 같이."
"젤바지오, 할버님한테 갔다."
얼굴을 경직시킨 페르디난드가 휙 소리를 내며 몸을 돌려 집무실을 성큼성큼 걸어나간다. 측근과 절반의 기사들이 페르디난드를 따라간다.
"로제마인 님, 젤바지오 님은……."
당신의 옛 친구는 타국의 병사를 이끌고 유르겐슈미트를 침공해왔습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첸트가 되는 것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라우부루트가 토라오크바르 왕을 배신하고 있었습니다. 차후, 도서관 사서인 당신이 열쇠를 내준 것을 책망받을지도 모릅니다.
불안한 듯이 묻는 솔란지에게 어디까지 진실을 말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솔란지 선생님은 그만 쉬도록 하세요. 피곤하시죠? 도서관을 위협하는 사람이 없도록 슈바러츠와 바이스가 지켜줄거에요."
나는 레오노레에게 솔란지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주도록 부탁한다. 솔란지를 부축하듯이 데려간 레오노레가 잠시 후, 얼굴을 찌푸리고 돌아왔다.
"무슨 일인가요, 레오노레?"
"솔란지 선생님의 방이 마술도구로 봉해져 있었습니다. 근시가 나오지 못하도록 말이죠.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주인은 돌아오지 않고, 근시도 상당히 무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라우부루트 자식!
"슈바르츠와 바이스를 전투 상태로 해두겠습니다."
나는 눈을 감고 레오노레에게 내 손을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마석에 가져다 대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마력을 보충하고, 의상의 단추에도 마력을 흘려넣어 전투 모드로 해둔다. 두 번 다시 라우부루트를 들일 생각은 없다.
"슈바르츠, 바이스. 도서관 사서인 솔란지 선생님을 지켜주세요. 협력자로 등록되지 않은, 도서관의 열쇠를 가진 자가 들어오면 반드시 열쇠를 되찾아 격퇴해줘야 합니다."
"솔란지, 지킨다."
"열쇠, 되찾는다."
나는 그렇게 슈바르츠와 바이스에게 부탁하고, 열람실로 가서 페르디난드가 있는 이층을 올려다보았다. 바로 페르디난드가 다급히 내려온다. 그 표정과 속도로 보아 걱정하던 사태가 발생한 모양이다. 젤바지오는 이미 시작의 정원에 있는 것 같다.
"로제마인, 너는 기사들과 함께 이궁으로 돌아가라."
그렇게 지시하며 계단을 내려오는 페르디난드를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습니다. 함께 가죠."
"위험하다. 이궁에서 기다려라."
페르디난드는 그대로 내 앞을 지나 열람실을 나가라고 한다. 그 등이 한 순간 아렌스바흐로 가는 페르디난드의 모습과 겹쳐보였다. 목이 메이며, 무심코 손이 뻗는다.
"기다려주세요! 저를 두고 갔다간 페르디난드 님의 비밀을 모두에게 폭로할거에요!"
"이런 긴급상황에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너는!?"
얼굴을 경직시킨 페르디난드가 돌아본다.
"기다리고 있을리가 없고, 마력은 많은 편이 좋겠죠?"
"마력? 무슨 말이지?"
"네? 예전에 페르디난드 님이 하셨던 일이지 않습니까. 대량의 마력을 때려넣어 최고 속도로 난입했던 거죠?"
에어베르멘에게 행실이 나쁘고 불경하다고 엄청 혼날지도 모르지만, 최고 속도로 시작의 정원으로 가기 위해선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공중의 마법진에 대량의 마력을 때려넣고 난입하는 것이다.
"넌 무슨 과격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에엣!? 이미 해버린 페르디난드 님이 그런 말을 하시기인가요?"
이마를 지긋이 누르고 있던 페르디난드가 체념한 듯이 한숨을 토하며 성큼성큼 다가와 나를 들어올려 어깨에 앉혔다. 그리고 그대로 성큼성큼 걷기 시작한다. 멍해 있던 호위기사들이 허둥거리며 따라온다.
"말하두겠다만, 나는 어떻게든 마법진을 기동해보려고 했을 뿐, 그 장소에 난입할 생각은 없었다. 결과를 알면서도 난입하려 하는 너와는 다르다."
"방문당하는 측에서 보면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만?"
정규 루트가 아닌 곳으로 난입해온 사람의 생각 따윈 에어베르멘에게는 상관 없을거라 생각한다. 불의의 사고든, 고의든, 혼나는 건 매한가지다.
"……그것도 그렇군."
훗 하고 웃으며 페르디난드가 도서관을 나온다. 기수를 내고 나를 태운다.
"최고 속도로 간다, 로제마인."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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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갔습니다.
솔란지 선생님이 심한 꼴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올탄시아도.
젤바지오를 따라갑니다.
다음의 갱신은 12월 12일입니다.
자세한 사정에 대해서는 활동 보고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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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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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마인/페르: (우당탕 쾅쾅!) 에어베르멘 님 하이요!
에어베르멘: 사기쳤구나 이놈! 역시 동일인물이었잖아! 하는 짓이 똑같다!
마인/페르: 데헷?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73화. - 솔란지의 구출 -|작성자 치천사
시작의 정원으로 가는 길
"페르디난드 님, 어디로 가시는 것입니까!?"
별다른 설명도 없이, 랄까, 자세한 설명을 할 수도 없기에 페르디난드는 그대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독주하는 페르디난드의 기수를 쫓아, 당황한 호위기사들과 하이스힛체가 황급히 따라온다. 페르디난드는 돌아보며 그들을 제지했다.
"위험하니 흰색 건물보다 아래로 내려가 대기하라! 어떻게든 동행하겠다면 나보다 빠르게 상공으로 가라! 어중간한 위치에 있으면 죽는다!"
그렇게 외치면서도 페르디난드는 호위기사들을 뿌리치고 빠르게 상공으로 날아오른다. 나는 따라오는 사람들이 있는지 돌아볼 여유도 없다. 그저 떨어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고삐를 잡고 있을 뿐이다.
상공으로 가는 도중에 1의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카랑, 카랑 하고, 도서관, 중앙동, 문관동, 기사동, 근시동, 각각의 기숙사로부터 울리는 맑은 종소리가 아직 햇빛이 들지 않은 귀족원으로 퍼져나간다.
"로제마인,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꺼내라."
귀족원 전역이 보일 정도의 고도로 날아오른 페르디난드가 자신의 슈타프를 내면서 그렇게 말했다. 마력을 듬뿍 담으라고 말하며 페르디난드는 슈타프를 한손검으로 변화시켜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한다.
"라이덴샤프트의 창이요?"
"그렇다. 눈을 감고 창으로 변화시킨 다음, 내 신호와 함께 떨어뜨려라. 아무리 투척이 서투르고 비거리가 짧더라도 떨어뜨리는 것만이라면 너라도 할 수 있겠지. 귀족원을 전부 뒤덮을 정도의 마법진이니 빗나갈 일은 없을 것이다."
심한 말투긴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라이덴샤프트의 창에 아무리 많은 마력을 넣더라도, 내 실력은 적을 맞추는 것부터가 곤란한 레벨의 풋내기이다.
……알고는 있지만! 진실은 때때로 사람을 더 상처입힌다는 사실을 페르디난드 님에겐 꼭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어!
"페르디난드 님, 무엇을 할 생각이십니까!?"
"로제마인 님, 멈춰주세요!"
완전히 마력을 모은 검을 페르디난드가 치켜든 순간,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필사적으로 따라오던 호위기사들이 이제야 따라잡은 모양이다. 대부분이 나의 호위기사이고, 파란색 망토도 조금 보였다.
페르디난드가 그들을 내려다보며, "에크하르트와 달리 말귀가 어둡군" 이라고 중얼거리지만, 페르디난드의 말에 절대복종하는 호위기사와 비교해도 곤란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뿐일까.
"나는 위험하다고 말했을 것이다. 어째서 나보다 아래에 있지? 죽고 싶은가? 바로 상공으로 올라가라."
안색이 변한 호위기사들이 우리를 지나쳐 차례차례 상공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것을 기다리고 있는 페르디난드가 "시간이 없다고 했는데……" 라고 초조한 듯이 불평하고 있었기에, 상당히 절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페르디난드 님, 적어도 그들이 안전한 위치로 올라갈 때까지 공격은 기다려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저의 호위기사들에게 공격이 미치는 것은 최대한 저지할 것입니다."
"나도 그렇게까지 무도한 짓은 하지 않는다."
올라온 하이스힛체가 "무엇을 하시려는 것입니까?" 라고 물어오지만, 페르디난드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검을 흔들었다.
"그대에게 대답할 의무는 없다. ……로제마인, 간다."
"네!"
나는 페르디난드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슈타프를 내고, "란체" 라고 주창했다. 손 안에 창의 감촉을 느낀다. 최대한 마력을 쏟아넣으라 했기에, 쭉쭉 마력을 주입해나간다. 눈을 감고 있어도 알 수 있는, 빠직, 빠직, 하고 마력의 불꽃이 튀는 듯한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이제 충분하다. 떨어뜨려라."
"페르디난드 님!? 로제마인 님, 잠……."
주위에서 초조한 듯이 제지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이렇게 마법진을 기동시켜 시작의 뜰로 향하지 않으면 젤바지오가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에 넣게 된다. 아렌스바흐에서 귀족들을 죽여 마석을 빼앗고, 젊은 여성 귀족을 납치해가려고 했던 란체나베인을 유르겐슈미트의 첸트가 되게 할 수는 없다.
……절대로 저지할꺼니까!
그대로 손을 놓으며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떨어뜨린다. 그 순간, 휙, 하고 기수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균형을 잃은 나는 놀라서 눈을 떴다. 어둠에 묻힌 귀족원을 향해, 라이덴샤프트의 창이 푸른 유성과 같은 모습으로 떨어져 간다.
그것이 내 눈에 보였던 것은 떨어지는 창을 뒤쫓듯이 페르디난드가 기수를 몰고 있기 때문이다. 낙하하는 듯한 기세로 쏜살같이 하강하며, 페르디난드는 검을 휘둘렀다.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마력의 덩어리가 검에서 튀어나와 내가 떨어뜨린 창을 앞지를 듯한 속도로 마법진에 부딪혔다. 마력과 마력이 격돌해 폭발하는 듯한 큰 소리와 함께 귀족원을 뒤덮은 마법진이 눈부신 빛을 발하며 떠오른다. 그 마법진의 중심에 하늘과 귀족원을 잇는 빛의 기둥이 보였다.
……바람의 귀색! 메스티오노라!?
내가 시작의 정원에서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얻었을 때에도 빛이 쏟아졌었다. 그 빛이 아닐까 하는 묘한 확신이 들었다.
……최대한 빨리 가야 해!
나와 같은 초조함을 페르디난드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배를 감싸고 있는 손목에 힘이 들어간다. 빛의 기둥 아래에 있는 시작의 정원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수채로 마법진에 뛰어든다. 그 순간, 마법진으로부터 강력한 바람이 일어, 우리들은 돌입하던 기세 그대로 힘껏 튕겨나갔다.
"꺅!?"
예상 외의 반격에 나는 무심코 비명을 질렀다. 바람에 의해 튕겨난 것이기에 통증은 없지만, 충격이 너무 강했던 모양인지 달고 있던 부적이 몇 개인가 부서져나갔다. 페르디난드는 혀를 차며 기수를 몰아 마법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세를 가다듬었다.
"슈체리아의 방패와 같은 효과다. 저곳에 있는 사람에게 적의를 가진 자는 들이지 않는 모양이군."
아직 빛나고 있는 마법진과 빛의 기둥을 노려보며 페르디난드가 뿌득, 하고 분한 듯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전에 방문했을 때엔 안에 아무도 없었기에 통과할 수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한다.
"즉, 위로부터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네요."
아렌스바흐를 유린한 젤바지오에게도, 페르디난드를 죽이라고 말한 에어베르멘에게도 친밀감은 가지고 있지 않다. 이대로 몇 번을 도전하더라도 튕겨나가고 말것이다.
"그래. 다른 방법을 고려해야만 한다. ……일단 이궁으로 돌아가 은의 의상을 입고 재도전해보거나, 최심부로 이어지는 입구를 열거나, 둘 중 하나겠군."
"슈체리아의 방패를 통과하기 위해선 온몸을 완전히 은의 천으로 감싸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곧바로 슈타프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위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에어베르멘은 마력으로 상대를 판별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젤바지오는 마력 판별이 가능한 상태로 있을 것이다. 이쪽이 은색의 무장을 하고 있으면 상대의 마력 공격은 통하지 않지만, 상대가 어떤 무장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이상, 슈타프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들어가는 것은 그다지 상책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젤바지오는 바로 지금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에 넣고 있는 중이죠?"
"틀림없겠지."
나는 빛의 기둥을 노려본다. 거대한 마법진을 확실히 기동시키기 위해 상당한 마력을 썼는데도 돌입하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젤바지오가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실시간으로 손에 넣고 있는 다급한 상황인데,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걸까.
……들어갈 수 없어도 좋으니, 적어도 밖에서 방해할 수 있다면…….
"페르디난드 님. 저희들, 마법진에는 퉁겨나갔지만, 빛의 기둥 속으로는 들어갈 수 있었죠?"
"……무엇을 할 생각이지?"
경계하는 페르디난드의 앞에서 나는 "류켄" 을 주창해 어디론가 떨어진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해제하고, "핀스움항1" 으로 어둠의 신구인 망토를 만들어 낸다.
"로제마인, 그것은 마지막 수단으로 하라고 말하지 않았나?"
"페르디난드 님은 싫으시겠지만, 지금은 최후의 수단을 써야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젤바지오는 이미 시작의 정원에서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얻고 있는 중이고, 마법진을 기동시켜 최고 속도로 돌입하는 수단은 통하지 않았다. 페르디난드가 떠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도 은색 의상을 두르고 재도전하거나 중앙 기사단의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어딘가에 숨어있는 왕족에게 부탁해 최심부를 열어달라고 하는 것 이외엔 시작의 정원으로 갈 방법이 없다.
"이것으로 저 빛을 차단하면 최고 속도로 젤바지오를 방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현 상황으로는 최후의 수단을 쓸 때라고 생각합니다. 은의 천을 가지러 돌아가 갈아입거나, 왕족에게 최심부의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보다는 훨씬 빠르지 않을까요?"
나의 주장에 페르디난드가 "또 엉뚱한 것을……" 이라며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만, 그밖에도 쓸데없는 것을 생각하고 있겠지? 그것도 실토해라."
"마법진을 기동시키기 위해 대량의 마력을 사용했기에, 들여보내주지 않을 거라면 다시 돌려받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귀색의 빛은 마력의 덩어리죠?"
"생각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라는 얼굴을 하고 있다."
"윽……."
……어째서 걸린 거야!?
귀족님 사양의 얼굴로 숨기고 있었을 텐데 들켜버렸다. 어째서일까. 이상하다. 얼굴을 매만지며 나는 무웃, 하고 입술을 내밀었다.
"저 빛을 흡수하면 제게도 지식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속셈이었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라니, 참을 수 없는걸요."
페르디난드에게 코피페를 거부당한 나의 본심을 들은 페르디난드는 질렸다는 듯한 한숨을 토하며 빛의 기둥을 향해 기수를 몰기 시작했다.
"뜻밖의 사태로 원래 하나였던 물건을 너와 내가 나눠가진 상태가 되었다고 에어베르멘이 말했었지? 달리 방법이 있었다면 에어베르멘은 우리에게 서로를 죽여서 완성 시키라고는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주어지는 지식을 네가 얻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만……."
"안 돼도 본전. 된다면 『 럭키 』. 입니다."
"럭키라는 건 뭔가? 말투가 흐트러지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너는 방심이 심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귀족다움에 구애되는 페르디난드 님에게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만.
그렇게 마음 속으로 반박하면서, 잔소리는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라며 흘려넘겼다.
아득히 높은 곳으로부터 내려오는 빛이 시작의 정원에 닿지 않도록 빛의 기둥 안에서 나는 활짝 어둠의 망토를 펼친다. 그것과 동시에 어둠의 신구의 특성인 마력 흡수가 발동하며 단숨에 마력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좀 전에 대량으로 사용한 마력이 순식간에 회복된다. 극악맛 회복약에 괴로워하며 뒹굴 필요도 없이, 극악맛 회복약보다 훨씬 빠르고, 완전한 회복이다.
……그렇지만, 페르디난드 님이 말했던 것처럼 지식은 들어오지 않는 것 같네. 완전 실망이다.
"류켄."
"벌써 회복한 건가?"
어둠의 망토를 해제한 나를 보고 페르디난드가 놀란 목소리를 냈다. 어둠의 망토는 자신의 마력 용량의 최대치까지밖에 마력을 흡수하지 못한다. 완전 회복한 시점에서 종료다. 하지만 라이덴샤프트의 창에 사용한 마력량을 생각하면 놀라운 마력 회복이다. 나는 뒤돌아 페르디난드를 올려다보았다.
"가장 필요한 지식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만, 마력 회복에 관해서는 페르디난드 님이 만든 극악맛 회복약보다 훨씬 대단했습니다. 역시 신님이네요. 푸짐한 마력,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페르디난드에게 보고하자, 꾸욱, 하고 볼을 꼬집었다. 싸늘한 분위기와 싫은 듯한 얼굴로 보아, 아무래도 페르디난드는 신님에게도 대항심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조금 이상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아우. ……그래도 정말 대단합니다. 이번에는 페르디난드 님 차례예요. 젤바지오의 방해도 해야 하고, 페르디난드 님도 마력을 잔뜩 썼죠? 신님의 마력으로 마력을 회복받는 것이 어떤가요? 이런 경험은 좀처럼 할 수 없어요."
나에게 어둠의 망토의 사용법을 가르친 것은 페르디난드이다. 본인이 사용할 수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의 권유에 페르디난드는 뭔가 복잡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달리 경험하려 드는 사람도 없겠지. 신들의 마력을 흡수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너 정도 뿐이다. 사사건건 일상적으로 기도를 바치는 주제에, 독실한 것인지 불경한 것인지 모르겠군."
나에 대해 불평하며, "젤바지오 마음대로 하도록 놔둘 수는 없으니까" 라는 명분을 말하고는 어둠의 망토를 내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활짝 펼친다.
"호오……. 이건 제법."
투덜투덜 불평하긴 했지만, 순식간에 마력이 회복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페르디난드가 만족스러운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음?"
페르디난드가 "류켄" 을 외치는 것보다 먼저, 마치 전원이 꺼진 것처럼, 훅, 하고 빛의 기둥이 사라졌다. 마력 회복 기둥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빛나고 있던 마법진도 사라진다.
"어라? 끝나버렸네요."
"나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만……. 이건 네가 너무 많이 흡수했기 때문이 아닌가?"
"네에? 저 때문이라고요? 원래 곧 끝날 시점이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불만스럽게 보셔도 곤란합니다."
그렇게 항변하며 페르디난드를 노려보자, "그렇다면 이후의 대처를 생각해야 하겠군" 이라고 말하며 기수를 상공으로 몰았다.
"네 말대로 원래 곧 있으면 끝날 시점이었다면 젤바지오는 거의 완성된 성전을 갖고 있을 것이다. 출구는 어디지? 도서관을 통해 시작의 정원으로 들어갔을 때, 너는 어디로 나왔지?"
도서관으로 돌아가야 하냐고 묻는 페르디난드에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서관으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최심부의 제단으로 나왔습니만, 페르디난드 님은 그렇지 않았나요?"
"나는 이상한 곳으로 내보내지는 것이 싫어서 들어간 곳으로 나왔다."
즉, 무례하게도 상공으로 난입한 데다, 기껏 열어준 출구를 무시하고 다시 기수를 타고 상공으로 날아나갔다는 것이다. 왕족과 연락이 되지 않으면 최심부의 제단에서 나올 수 없으니,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런 짓을 해서 에어베르멘 님에게 밉보인거 아냐?
우리들의 움직임을 걱정스럽게 보던 호위기사들이 일이 일단락된 것을 감지하고 쏜살같이 내려온다.
"무엇을 어떻게 할 계획이었습니까? 그 빛의 기둥은 무엇입니까?"
"설명할 의무가 없고, 그대들이 알 필요도 없다. 몇 번이나 말하게 하지 마라. 그보다 하이스힛체, 왕족의 현황은 어떤가? 지금부터 급히 최심부의 제단으로 가야 한다. 최심부의 문을 열기 위해 한 명이라도 좋으니 왕족을 잡아 보내주었으면 한다고 아우브·단켈페르가에게 부탁해 주게. 아우브·단켈페르가는 중앙 기사단을 억누르기 위해 필요하지만, 왕족은 거기 있더라도 별로 쓸모가 없겠지?"
그런 페르디난드의 논리에는 역시 하이스힛체도 얼굴을 경직시켰다.
"왕족을 잡으라니, 경의의 편린도 느껴지지 않습니다만……."
"사전에 외환유치가 있을 것이라는 연락을 했지만, 바야흐로 지금 침략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책도 없고, 수족이 되어 자신들을 지켜야 할 중앙 기사단으로부터 배신당한 왕족에게 최심부의 제단을 여는 열쇠 이상의 가치가 있는가?"
말 붙일 구석도 없고, 반론의 여지도 없다. 하지만 진실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때도 있는 것이다.
"왕족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을 돕기 위한 허가증을 주셨습니다. 좀 더 에둘러 말하셔야죠, 페르디난드 님."
"로제마인 님도 마찬가지옵니다."
레오노레가 방긋 미소지으며 나무란다.
"아무래도 그런 올도난츠는 보낼 수 없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내가 보낼 것이니 상관 없다. 로제마인, 눈을 감고 있어라."
내가 눈을 감자, 페르디난드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페르디난드입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어째서 올도난츠를 보내는 상대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인걸까. 나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페르디난드는 막힘 없이 올도난츠에 목소리를 불어넣어 간다.
"란체나베의 침략자에게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을 빼앗기는 것을 막기 위해 최심부의 문을 열어줄 왕족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있어왔던 왕가의 정변을 보더라도 명백하듯, 초석을 빼앗긴 순간 현 왕족은 처분 대상이 됩니다. 즉시 최심부의 제단으로 오십시오."
페르디난드가 휘익 슈타프를 휘두른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괜찮겠지. 중앙동으로 간다."
"페르디난드 님, 어째서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입니까? 이런 경우엔 트라오크바르 왕에게 보내야 하지 않습니까?"
하이스힛체의 질문은 이곳에 있는 전원의 의문을 대변한 것이었다. 페르디난드는 섬뜩한 마왕의 미소를 띄운다.
"약점이 분명하고, 가장 운신이 가볍고, 빠르게 움직일 것 같은 남자이기 때문이 아닌가. 에그란티느 님이 처형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가만히 보고 있으리라 생각하나?"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공처가 기질은 뼈에 사무칠 정도로 알고 있다. 에그란티느에게 닥친 위기를 흘려넘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만, 페르디난드 님. 굳이 왕족을 부르지 않더라도 최심부의 제단을 여는 것은 저로는 불가능한 건가요? 승인은 받지 않았습니다만, 일단은 아우브인걸요."
"정식 아우브가 아닌 이상, 네가 열 수 없었을 경우를 대비한 보험이 필요하겠지?"
페르디난드는 열 수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 불렀다간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고 시치미를 떼며 기수를 중앙동을 향해 몰았다.
……왕족을 보험취급 했어,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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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공격으로 "실례하겠습니다" 는 저지되었습니다.
튕겨나간 것이 분했기에 어둠의 망토로 적을 방해하는 로제마인.
갑자기 메스티오노라의 힘을 느낄 수 없게 되어, 할버님, 크게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호출받은 보험 왕자 아나스타지우스.
다음은 최심부의 제단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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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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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지뢰: 이곳은 메스티오노라의 예지를 내려받고 있는 시작의 정원. 란체나베인의 폭력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마력 공급을 차단해 보겠습니다.
젤바지오: 어? 이게 뭐야? 아 XX 이게 뭐야! 이제 겨우 받기 시작했는데!!
에어베르멘: 뭐야? 뭐지? 이게 왜 꺼졌지?
젤바지오: 아, 미치겠다. 내가 진짜- (삐-)
지뢰: 순간적인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욕설과 함께 격한 반응이 터져나옵니다. 란체나베인의 난폭한 본성이 나온 것입니다.
페르냥(매드사이언티스트): 마력에 중독된 란체나베인은 공격성이 과다해져 그 충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뢰: 그렇군요. 다음화에선 슈타프로 얻어맞은 란체나베인의 폭력성을 실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지뢰기자였습니다.
- rosemine@ahrensbach.ys -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74화. - 시작의 정원으로 가는 길 -|작성자 치천사
페르디난드의 분노
"중앙동의 전이문 근처에서 중앙 기사단의 모습을 확인했다. 우선 지금 바로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한다. 하이스힛체는 단켈페르가, 코넬리우스는 에크하르트에게 연락해 전력을 중앙동 부근의 숲……. 우리가 처음에 모였던 장소로 집결시켜달라고 전하도록."
페르디난드는 중앙동 근처의 숲으로 향하며 주위의 기사들에게 올도난츠를 날릴 것을 명한다. 그리고 내게 눈을 감고 있으라고 하고, 자신도 슈트랄과 첸트에게 올도난츠를 날린다.
1반을 이끌고 중앙 기사단의 움직임을 탐색하고 있던 슈트랄에게는 합류하라는 사무적이고 간결한 명령이었지만, 첸트에게 보낸 올도난츠는 귀족답게 매우 우회적인 화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다만, 아무리 에둘렀어도 내용은 "첸트으로서의 긍지가 있고, 타국 사람에게 초석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일어나 신용할 수 있는 중앙 기사단과 단켈페르가를 이끌고 와라" 라는 것이어서 그다지 온건하지 않다.
"저, 페르디난드 님. 첸트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오시지 않을 경우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시간도 노력도 더 들겠다만, 다른 수단을 쓰면 된다. 작금의 위기를 왕족이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나는 알아 두고 싶다."
그렇게 말하는 페르디난드의 목소리는 언짢은 것이었다. 나도 언짢아하는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아우브는 자령의 초석이 노려지면 적으로부터 초석을 지키기 위해 초석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곳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우브 뿐이기에 당연한 행동이다. 마찬가지로 첸트도 나라의 초석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로서 존재한다.
"……페르디난드 님은 첸트가 초석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숨어 계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지 않은 첸트는 초석이 있는 장소를 모르는 것이 아닐까요?"
초석의 위치를 모르면 초석을 지키러 들어갈 수 없다. 나는 조금 첸트를 옹호해 보았다. 하지만 전혀 의미가 없었다. 페르디난드가 "그게 어쨌다는 거냐?" 라며 코웃음칠 뿐이었다.
"초석의 위치를 모른다면 빼앗기기 전에 기사단을 이끌고 적을 격파하면 된다. 적어도 그러하려고 노력하는 자세 정도는 보여줘야 할 것이다. 미성년 여성인 네가 싫어하는 전장으로 나와 기사단을 이끌고 있는데도 첸트가 숨어 있어선 어쩌자는 건가?"
"그것은 과잉 평가입니다. 제가 이곳에 있는 것은 페르디난드 님과 호위기사가 함께이고, 저를 지지하며 반드시 지켜줄 것이라는 안도감이 있기 때문인걸요. 기사단장에게 배신당한 트라오크바르 님에겐 어려울 것입니다."
페르디난드를 도우러 가기 전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할트무트의 배신이 있었다면, 리제레타와 그레티아가 아렌스바흐로 따라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아렌스바흐로 갈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측근의 배신 같은 건 그다지 드물지 않다. 적의 입김이 닿은 존재가 아군 측에서 다가오는 것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측근의 동향에 신경쓰며 배신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충성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거나, 측근을 믿지 않고 항상 경계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전, 그런 일상을 보내지 않았는데요……?"
내가 아는 일상과 다르다. 그렇게까지 살벌한 일상은 보내지 않았다.
"당연하지 않은가. 네게 접근하는 상대는 아우브 부부, 나, 칼스테드, 엘비라, 리할다가 관리했으니까. 비밀이 많은 주제에 시야가 좁고, 어둡고, 얼빠진 네게 접근하는 위험은 처음부터 배제하고 있었다. 게다가 너에게는 내게 있어 베로니카와 같은 명확한 적이 없다는 것도 크다."
……말은 여전히 심하지만…….
아랫마을과의 접촉을 제한당하고, 면회 상대는 보호자에 의해 결정되고, 일이 많아서 신전과 성을 오가야만 하는, 갑갑하고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던 자신의 환경이 사실은 위험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주의깊게 갖춰진 것임을 알았다. 눈에서 비늘이 후두둑 떨어졌다고 할까, 그런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자신에게 실망한다.
"……전, 제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과보호로 지켜지고 있었네요."
"제지, 인쇄업을 일으키고, 성무로 인해 수확량을 늘리고,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며, 빌프리트와 샤를로테를 구한 너에게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다는 말이다. 기사단에게 배반되었다는 것은 트라오크바르 님의 가치가 인정 받지 못했다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런 주위의 평가는 아무래도 좋다. 유르겐슈미트의 국민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행동이다."
중앙동과 가까운 숲 속에 내려서며 페르디난드가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망치는 자를 나는 위에 서는 사람으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엔 란체나베에 유르겐슈미트의 옥좌를 내준 한심하고 어리석은 자로서,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유무와 관계 없이 첸트 실격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겠지."
……첸트, 힘내요!
"단켈페르가는 순조롭게 중앙 기사단을 포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초석을 지키는 것에 관해서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로제마인님에게 맡기겠다고 합니다."
"초석을 지키는 것은 왕족의 역할이며, 아우브·아렌스바흐의 일은 아니라고 반박해라."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장악하는 것은 힘든 듯, 아우브·단켈페르가도 고전하고 있는 모양이다. 특히 적과 아군의 판별이 어렵다고 한다. 전원을 죽일 수도 없기에, 닥치는 대로 사로잡고 있다고 한다.
……닥치는 대로라는 부분이 단켈페르가 답네.
첸트가 있는 건물은 단켈페르가와 중앙 기사단이 뒤섞여 힘든 상황일 거라 생각한다. 아직 상황을 수습할 목표가 서지 않기에, 이쪽으로 응원을 오기 힘들다고 한다. 페르디난드는 그것을 듣고 씁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기다리셨습니다, 페르디난드 님."
도서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일동과 슈트랄 일동이 합류한다. 곧 보고가 시작된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에 의하면 도서관이 보이는 곳에 두 사람의 감시역을 두어, 도서관에 접근하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이 오게 되어 있다고 한다. 중앙 기사단의 움직임을 탐색하던 슈트랄은 중앙동에 있는 기사단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던 모양이다.
"각 기숙사로 이어지는 문이 있는 인근을 지키던 중앙 기사단의 기사들은 남쪽으로부터 날아온 올도난츠를 받고 강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우리가 확인한 인원은 여덟 명입니다만, 강당의 문이 안쪽에서 열렸기에 안에는 그 이상의 인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심부의 제단로 이어지는 문은 강당에 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중앙 기사단이 강당으로 들어간 이후, 아우브·단켈페르가가 이끄는 기사단이 왕족의 이궁으로 이어지는 문을 통과해 갔습니다. 이쪽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고 판단해야겠죠."
슈트랄은 그렇게 말했다. 숫자가 부족해진 순간에 포로들을 되찾으러 올 가능성도 있기에 잡아둔 란체나베인들이 있는 이궁을 지키는 인원은 그다지 줄일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다. 페르디난드는 그것에 동의한다.
"슈타프를 얻은 란체나베인들은 슈타프의 취급에 익숙하지 않을 뿐, 대부분이 이쪽으로 온 기사들의 평균보다 많은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마술도구나 무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위험하다. 결코 해방시키지 않도록."
"넷!"
슈트랄이 올도난츠를 날려 이궁으로 지시를 내기 시작한다. 그 때, 어둠 속에서 중앙동을 향해 날아가는 올도난츠가 보였다.
"에크하르트, 그대는 이것을 달고 이쪽을 감시하는 자를 찾도록. 이쪽의 움직임은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것 같다만, 돌입하는 타이밍이나 기습까지 알려지면 귀찮다. 기수가 아닌 신체 강화로 접근해라."
"페르디난드 님, 혹시 안젤리카가 달 것도 있습니까? 시간 단축을 위해서라도 신체 강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함께 수색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뭔가의 마술도구를 건네받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그렇게 말하면서 또 하나의 마술도구를 받고 안젤리카와 함께 나무 사이를 빠져나간다.
"빨라……!"
"그 두 사람이라면 곧 정탐꾼을 잡고 돌아오겠지. 그때까지 너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기억해 둬라."
페르디난드가 차례차례 지시를 내리며 착착 준비를 추진하던 와중에 중앙동으로부터 올도난츠가 날아왔다.
"트라오크바르다."
그렇게 밝힌 올도난츠는 나의 응원이 허무하게도 다소 에두른 귀족어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첸트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첸트의 탄생을 바란다" 라고 세 번 반복했다. 도중부터 뭔가의 마술도구를 들고 있던 페르디난드의 눈이 가늘어진다. 가만히 살펴보니 그 눈빛이 분노로 흔들리고 있었다.
"호오? 즉, 자신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지 못한 가짜 첸트라서 초석을 지키기 위해 싸울 생각이 없다. 첸트가 되는 것은 젤바지오라도 상관 없다. ……그런 답인가 이건? 어떻게 생각하나, 하이스힛체?"
"아, 네! ……그렇군요. 제게도 그렇게 들렸습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첸트를 물려주겠다고. 설령 그것이 어떤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의 해석이 맞는 것 같군……."
……무서워. 무서워요, 페르디난드 님. 눈이 위험하니까. 뭔가 아련하게 몸 주위에 안개 같은 것이 보이니까.
페르디난드에게서 은은한 마력이 새고 있다. 어둠 속에 있는 탓에, 페르디난드가 빛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위의 기사들이 꿀꺽 침을 삼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극히 가벼운 것이긴 하지만, 무의식의 위압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공기가 압력을 더하고 있어서 조금 답답하다.
"페르디난드 님, 진정하도록 해요, 네? 미묘하게 마력이 새서 조금 위압 상태가 되어 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의 마음은 압니다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사람이야말로 첸트라는 말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어서 거의 대부분의 일을 할 수 없으니까요."
페르디난드가 힐끗 나를 노려본다. 눈의 변화는 사그라들었지만, 그 안에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소용돌이 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트라오크바르 님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디트린데 님에게라도 첸트를 물려주려 하셨던 분이에요. 트라오크바르 님은 자신과 일족이 그 뒤에 어떻게 다뤄질지에 대한 것을 각오하고서 첸트를 물려주려 하시는 것이니, 일견 일리있는 말이지 않습니까."
"넌 바보인가? 네 머리는 어디까지 태평한 거지?"
페르디난드의 분노의 화살이 나를 향하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실패한 것 같다. 쓸데없는 말은 말고, 첸트에 대해 화내도록 놔뒀어야 했는데. 나, 정말 바보.
"본인 한 명의 희생으로 끝나는 일이라면 몰라도, 구루투리스하이트도 갖고 있지 않은 어리석은 가짜 첸트의 결단에 의해 유르겐슈미트 전체가 란체나베의 지배하에 놓이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지 없는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명확한 것은, 유르겐슈미트의 첸트로서 실격인 대답이라는 것이다."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말하며 주위의 기사들을 둘러보았다.
"자신들을 따르지 않는 사람을 즉사독으로 죽이고, 마석과 젊은 여성 귀족들을 란체나베로 납치해 가려던 그들의 소행에 대한 것은 보고받았을 것이다. 젤바지오에게 초석을 빼앗기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렌스바흐에서 저지른 만행을 듣고도 아직 모른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같은 만행이 아렌스바흐 뿐 아니라 유르겐슈미트 전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유르겐슈미트를 지키려 하지 않는 트라오크바르 님은 첸트로서 실격이다. 아닌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란체나베의 만행을 실제로 본 아렌스바흐의 기사들과 소동을 수습하느라 분주했던 나의 호위기사들과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어 첸트를 임명하는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은 이쪽에 있다. 젤바지오를 배제함으로써 새로운 첸트가 탄생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들은 아렌스바흐의 비극이 유르겐슈미트 전역에서 반복되기를 원하는가?"
"아닙니다!"
"젤바지오는 유르겐슈미트의 첸트로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닙니다!"
"트라오크바르의 판단을 존중하여 유르겐슈미트에 위험과 혼란을 가져오는 것을 원하는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트라오크바르 님의 대답은 무시하고,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유무와 상관 없이 젤바지오를 배제한다!"
"넷!"
이쪽을 감시하던 중앙 기사단의 기사를 처리한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돌아온 것과 동시에 강당으로 향한다. 척후도 세우긴 했지만, 슈트랄의 보고와 같이 각 기숙사로 연결된 문이 늘어선 주위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조금 저쪽에서 발소리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기를 들고 경계하는 호위기사들과 그들의 호위를 받고 있는 아나스타지우스다. 예상 외로 빨라서 놀라고 있는 나와는 달리, 페르디난드는 "소리를 내지 마라" 라는 수신호를 보낸다.
아나스타지우스가 강당과 우리들을 번갈아 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즉시 최심부의 제단으로 오라는 올도난츠를 날리지 않았나? 지금 강당 앞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안의 적을 배제하지 않으면 최심부의 제단으로 갈 수 없습니다. 공격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십시오."
"페르디난드, 그대는 무엇을 어디까지 알고……. 누구지?"
페르디난드의 옆에 서 있는 나를 물끄러미 보며 아나스타지우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래간만입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로제마인입니다."
"로……."
소리를 내지 말라던 것을 떠올렸는지, 아나스타지우스는 순간 자신의 입을 막았다. 붕붕 머리를 몇 차례 내젓고는 고개를 떨군다.
"형님과 힐데브란트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고 했다만, 설마 이렇게 성장했을줄은……."
"로제마인의 성장은 작금의 싸움과는 관계 없습니다. 나중으로 해주십시오."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말하며 무기를 겨누고 손을 들었다. 우리들 쪽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슈트랄 일동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몇 초 후, 강당 속에서 몇 개의 폭발음이 나고, 기습을 받은 기사들이 소란을 피우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멈춰라. 무엇을 하는 건가!?"
"별동대가 할트무트가 작성한 마술도구를 가장 높은 창문으로 던져넣고 있습니다."
"귀족원을 공격하는 것은 첸트를 공격하는 것과 같다! 그대들은 반역죄를 추궁받고 싶은 것인가!?"
아나스타지우스의 격앙된 목소리에 페르디난드는 시원한 얼굴로 "문제 없습니다" 라며 녹음 마술도구를 꺼냈다.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을 지키기 위해 기사단을 이끌고 싸워달라는 내용의 올도난츠를 보내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자가 진정한 첸트라며, 이국인에게라도 물려줄 각오를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것이 증거입니다."
마술도구에서 좀 전에 첸트가 보낸 올도난츠의 말이 흘러나온다. 새로운 첸트를 바란다는 의미의 말에, 아나스타지우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지금의 유르겐슈미트에는 초석을 지키는 첸트가 없습니다. 반역죄나 불경죄에 걸리지 않습니다."
페르디난드의 태도가 너무 나빠서, 나는 급히 페르디난드와 아나스타지우스 사이로 끼어들었다.
"페르디난드 님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나태하고 무능한 사람을 싫어하셔서 첸트의 답장에 엄청 화나고 계십니다만, 저는 트라오크바르 님을 결단력 있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아나스타지우스가 수상쩍은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본다. 무슨 말을 할 생각일까, 하고 경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방긋 미소지었다.
"자신과 일족이 왕족이 아니게 된 이후의 취급에 대한 것까지 각오하시고 첸트를 물려주려 하고 계시는 걸요."
나는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아나스타지우스을 향해 더욱 밀어붙인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초석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저희들이 반역죄를 추긍받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즉, 첸트의 말씀을 받아들이신다는 것이죠? 그들은 아렌스바흐에서 자신을 따르지 않은 사람을 즉사독으로 죽이고, 마석과 젊은 여성 귀족들을 란체나베로 납치해 가려고 했었습니다. 그것이 유르겐슈미트 전역에서 일어나게 되겠죠."
첸트의 각오의 결과에 따라서는 에그란티느 님도 힘든 일을 겪으시겠죠? 라며 미소짓자, 아나스타지우스가 얼굴을 경직시켰다.
"로제마인, 그대는……."
"로제마인, 잡담은 나중으로 하고 방패를 쳐라."
아나스타지우스와의 대화를 잡담이라고 단언하며 페르디난드는 무기를 겨누고 기사들을 둘러보며 치켜든 손을 재빨리 내렸다. 문을 열어젖히며 기사들이 뛰어들어 간다. 나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아나스타지우스를 무시하고, 즉시 슈체리아의 방패를 치고 자신의 호위기사들과 들어가 안전을 확보한다.
"아, 첸트의 말씀을 받아들이신다면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반역죄로 고발되지 않도록 자신의 이궁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거에요. ……아니면 에그란티느 님을 지키기 위해 이국인을 배제하고 저희들과 함께하시겠나요? 페르디난드 님에 의하면, 전, 새로운 첸트를 임명할 수 있는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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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투리스하이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알고 있는 트라오크바르.
나라를 지킬 생각이 없는 왕의 명령에 의해 지금의 상황이 되어 있는 것에 진심으로 분노한 페르디난드.
스스로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로제마인.
다음 갱신은 12월 16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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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장미지뢰: 꿇어라, 아나스타지우스.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75화. - 페르디난드의 분노 -|작성자 치천사
움직인 제단
"타인에게 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다면 그대가 진정한 첸트지 않은가!"
아나스타지우스가 목소리를 높이고, 그의 호위기사들도 당황한 듯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술렁거리는 분위기에, 나는 왕족의 정보 전달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묻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물들이고 있어 아우브·아렌스바흐인 것입니다.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을 물들일 수 없기에 첸트는 될 수 없습니다. 제가……."
아렌스바흐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보고는 없었던 건지 질문하려 했지만, 아나스타지우스는 무겁게 빛나는 그레이의 눈동자로 나의 말을 끊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아버님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드려 진정한 첸트로 임명하라. 그렇게 하면 그런 식으로 외곬이 되어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하는 자포자기하는 듯한 말씀을 하실 리 없다. 아버님은 조금이라도 첸트의 입장에 상응하도록 나날의 업무 사이에서도 회복약을 다용하시며 최대한 사당에서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나도 첸트가 페르디난드 님처럼 회복약에 절어가며 필사적으로 나라를 지탱하고 있다고 느꼈던 적은 있어. 하지만 이미 마음이 꺾여버린 듯한 사람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준다고 해서 해결될까? 오히려 더 몰아붙이게 되는거 아냐?
트라오크바르가 자신의 주변까지 포함한 죽음을 받아들일 정도로 마음이 병든 상태라면 섣불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페르디난드가 만든 구루투리스하이트는 한 개 뿐이다. 방금 페르디난드가 실격의 낙인을 찍은데다, 뭔가의 계기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것 같은 트라오크바르에게는 페르디난드가 만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건네주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다.
"저는 트라오크바르 왕이 지금까지 어떤 생활을 해오셨는지 알지 못합니다. 들은 것은 좀 전의 올도난츠 뿐이고……."
"상당히 매정하고 차가운 말투다만, 그대는 친구인 에그란티느를 앞에 두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눈을 바라보며 묻는 아나스타지우스의 말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이상하네요" 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사당 순회를 강요받았을 때, 에그란티느와 "내가 생각하는" 보통의 친구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런 것이 그들의 보통의 친구 관계일텐데, 이상하다.
"협상 상대의 소중한 사람을 인질로 잡고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왕족의 방식이라고, 저는 그렇게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에그란티느 님으로부터 배웠습니다만, 어딘가 잘못했나요?"
……페르디난드 님에게, 양부님을 몰아내고 아우브·에렌페스트가 될 지, 디트린데 님과 결혼할 지, 선택을 강요한 것도 왕족이었으니까 틀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귀족의 상식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자, 아나스타지우스가 아연한 얼굴이 되었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한 번 눈을 내리뜬다.
"……그런가. 허나, 유르겐슈미트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그대는 지금이라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어 진정한 첸트를 임명해야 하지 않는가."
"하오면, 개인의 사정보다 유르겐슈미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라고 말씀하신 왕족은 외국의 공격을 받고 있는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신지요? 상황에 직면해 앞장서서 적을 배제하려 하지 않는 분을 진정한 첸트로 임명하라고 말씀하셔도 곤란합니다."
유르겐슈미트를 위해서라며 에렌페스트보다 아렌스바흐를 우선하라거나, 왕의 양녀가 되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으라는 요구를 해오고 있었으니, 비상시에는 그에 어울리는 행동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알겠다. 아버님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대신 내가 움직이겠다."
무기를 든 아나스타지우스가 자신의 호위기사들을 둘러보았다. 왕족이라는 입장이 있기에 앞장서 주면 큰 도움이 되고, 왕족의 행보로서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트라오크바르가 움직이지 않을 때 대신 움직이는 것은 지기스발트의 권한이 아닌 걸까.
……뭐, 누가 움직이더라도 해결되면 그걸로 됐어.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입가는 반드시 천으로 가려두십시오. 상대는 란체나베의 즉사독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일동이 참전해 강당으로 들어간 이후, 나는 올도난츠가 오가는 강당의 문을 바라본다. 문이 열리고 기사 여럿이 뛰쳐나왔다. 아렌스바흐의 망토를 걸치고 있고, 부상을 입고 있다. 회복을 위해 일시적으로 전선을 이탈한 사람들일 것이다. 나는 곧바로 치유를 걸었다.
"송구합니다, 로제마인 님."
"안의 상황은 어떤가요?"
"강당에 있던 중앙 기사단의 숫자가 예상 외로 많습니다."
강당에서 빠져나온 기사들이 슈체리아의 방패 속에서 회복약을 마시면서 안의 상황에 대해 알려준다.
높은 창문으로 마술도구를 던져넣은 기습은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은색의 망토를 걸치고 있는 사람이 많아, 지금은 마력에 의한 공격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희는 만약을 위해 슈타프 이외의 무기도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일동은 가지고 있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호위기사들은 쓰러뜨린 상대로부터 무기를 빼앗아 싸우고 계십니다. 무엇보다 왕족이 참전한 것으로 인해 적 측에 망설임을 보이는 듯한 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왕의 적을 쓰러뜨려라" 라는 명을 받고 있기에, 페르디난드 일동은 공격하고 있지만, 아나스타지우스에게는 무기를 들이대지 않는 모양이다. 그로 인해 이쪽이 상당히 유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툴크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저희가 본 것만으로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첸트를 배신한 기사단장에게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매우 분노하셔서, 싸우면서도 따져 묻고 계십니다."
기사단장인 라오부르트가 어째서 첸트를 배신한 것인지, 언제부터 무엇을 꾸미고 있었는지 따지고 있다고 한다.
"마술도구와 회복약의 보충이 필요하기 때문에 페르디난드 님이 응원을 부르셨습니다. 슬슬 도착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회복한 기사들은 슈체리아의 방패에서 떠나간다. 내가 싸움터로 들어가더라도 무서워할 뿐이라 그다지 쓸모가 없다. 그래서 문 앞에서 회복소로서 대기하고 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안의 전투가 끝났을 때와 즉사독 등이 사용되어 대량의 마력을 사용하는 세척과 치유가 필요할 때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안의 상황이 신경쓰여 어쩔 수가 없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도 진정이 되지 않지만……."
내가 강당 안을 가득 채울 정도의 물을 쉽게 부를 수 있도록 광역 마술의 보조 마법진이 그려진 마술지와 강당의 문을 번갈아 보면서 중얼거리자, 안젤리카도 "그 기분은 잘 알 수 있습니다" 라며 초조한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제마인 님, 마술도구와 회복약을 가져왔습니다."
"할트무트, 클라리사, 유스톡스까지……. 별궁을 떠나도 괜찮은 건가요?"
"페르디난드 님의 명령입니다. 마술도구의 관리는 문관의 일이니까요."
클라리사가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피자 할트무트도 방긋 미소지었다. 회복약을 사용한 기사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세 명이 가져온 상자 속을 확인하고 있자, 강당 속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와 심장이 두근거린다.
……무, 무슨……?
할트무트표 다소 잔인한 마술도구는 혼전 상태에서는 위험하기에 기습할 때밖에 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언가 한 것은 적측인게 아닐까. 내가 가슴을 누르며 문 쪽을 돌아보는 것과 유스톡스가 "공주님, 대규모 치유가 필요한 경우엔 부르겠습니다" 라고 외치면서 문으로 달려간 것은 동시였다. 나는 유스톡스에게 끄덕이고 자신의 측근들에게 명한다.
"돌입 준비를. 할트무트 일동은 마술지를 사용합니다."
초조와 불안으로 고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허리에 차고 있는 가죽주머니에서 마법진이 그려진 마술지를 꺼낸다. 마석이 보이지 않도록 눈을 감고 치유하는 것은 효율이 나쁘다. 나는 테두리가 녹색인 마술지 중에 룬슈메르와 플루트레네의 마법진을 꺼내 슈타프를 잡는다.
그 사이에 할트무트와 클라리사는 각각 광역 마술의 보조 마법진이 그려진 마술지를 들고 슈타프로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마술지에 그려진 마법진은 사전 준비가 되어 있으면 마석도 영창도 필요 없는 편리한 물건이지만, 마술지의 생산 비용이 높고, 기동시키는 데에도 제법 많은 마력을 사용한다.
레오노레와 마티아스가 방패를 들고 내 앞에 섰다. 안젤리카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무기를 들고 경계 태세를 취하고, 라우렌츠는 강당 문 앞에서 언제든지 열 수 있도록 대기한다.
준비가 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몇 초. 하지만 그 몇 초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공주님! 위안을!"
"갑니다, 클라리사!"
"넷!"
라우렌츠가 열어젖힌 문 안으로 안젤리카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안전 확보를 위해 뛰어든다. 거의 동시에 문관같지 않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클라리사가 강당으로 돌입해 보조 마법진을 기동하기 시작한다.
레오노레와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의 방패에 지켜지면서 나도 클라리사와 마찬가지로 강당으로 뛰어든다. 머릿속에서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진입했지만, 실제로는 최대한 빠른 걸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창문이 많은 복도보다 강당 안이 어둡다. 그래서인지 클라리사가 기동시킨 보조 마법진이 금색으로 빛나는 것이 잘 보였다.
"로제마인 님!"
나는 슈타프로 마술지에 그려진 플루트레네의 마법진에 마력을 쏟아 클라리사가 기동한 마법진을 노려 슈타프를 내지른다. 내가 마력으로 내지른 녹색으로 빛나는 마법진이 금색의 보조 마법진에 부딪힌다. 다음 순간, 마치 분열된 것처럼 녹색 빛을 발하는 마법진이 다수 출현해, 강당 전체를 선명한 녹색 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한다.
"할트무트!"
나는 룬슈메르의 마법진에도 마력을 쏟으면서, 이어서 보조 마법진을 기동하는 할트무트에게 말을 걸었다.
"가십시오, 로제마인 님."
준비하고 있던 할트무트는 곧바로 보조 마법진을 기동시킨다. 천장 가까이 솟아오른 보조 마법진을 노려, 나는 룬슈메르의 마법진을 내질렀다. 금색의 보조 마법진에 부딪힌 룬슈메르의 마법진이 다수 출현하며 치유의 빛을 발한다.
"뭐지, 이건……?"
기사들이 복수의 마법진이 출현한 것을 보고 당혹한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으로 인한 폭발 소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쓰러졌다 몸을 일으키는 사람이 많이 있는 것을 보더라도 심한 상태가 되어 있던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강당을 둘러보자 안의 상태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강당이……?"
강당은 마치 졸업식 때와 같이 변형되어 있었다. 봉납춤에 사용되는 무대가 출현해, 정면에 제단이 드러나 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꿔두었는지 모르겠다.
녹색 빛에 비추어진 강당을 둘러보고, 나는 곧바로 페르디난드,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하이스힛체, 아나스타지우스 등의 아는 얼굴을 찾아보았다. 강당 내의 제단에 가까운 부분에서 출입구를 향해 마술도구가 사용된 듯, 치유의 빛을 받고 있는 사람은 거의 동심원 상태로 쓰러져 있다. 아나스타지우스와 그 호위기사들이 함께 쓰러져 있고,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오른쪽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감싸준 것인지, 페르디난드가 즉시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페르……."
내가 부르려던 순간, 페르디난드가 눈을 크게 뜨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대는 죽어라!" 라는 커다란 외침과 동시에 총천연색 빛이 나를 노리고 날아온다.
"로제마인 님!"
"게타일트!"
안젤리카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그리고 다소 먼 곳에서 울린 페르디난드의 목소리와 함께 몇 개의 방패가 출현해 나와 호위기사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상당히 강력한 공격이었는지, 페르디난드가 만든 방패가 두 개 날아간다.
"라우부루트……."
제단 근처에 있던 남자가 이쪽을 보고 있다. 들고 있는 검에는 다시 마력이 주입되고 있는 모양인지 총천연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칼이 떠오르는 것 같다. 마력을 주입하는 라우부루트의 눈에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듯한 명백한 살의가 담겨 있었다.
"드디어 가장 방해되는 자를 처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치유를 하리라고는……. 그대는 방해다. 사라져라."
담담한 어조로 내뱉는 말은 나의 배제를 바라는 것이었다. 조용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살의에 붙잡혀 공포로 발이 떨려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무심코 침을 삼켰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는 것은 젤바지오 님이다. 그 분 이외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는 자는 필요 없다. 젤바지오 님의 적인 그대들은 있어선 안 된다."
라우부루트가 그렇게 말하고 검을 겨눈 순간, 제단이 빛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제단에 놓인 신상과 신구가 빛나며, 기기긱, 하는 소리를 내며 신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신상은 마치 봉납춤이라도 추는 것처럼 천천히 회전하면서 단상에서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어?"
"무슨 일이지?"
치유의 빛을 받고 일어선 기사들이 놀란 목소리를 높이며 제단을 주목하고 있지만, 나는 그 움직임을 알고 있다. 가호를 얻는 의식을 했을 때도 움직이고 있었고, 에어베르멘으로부터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얻었을 때에도 제단 위로 나왔을 때에는 한가운데를 지나갈 수 있도록 신상이 길을 열어 준 것처럼 움직인 뒤의 상태였다. 그렇다면 이 다음엔 모자이크 모양의 벽에 빠끄마니 출입구가 생길 것이다.
……젤바지오가 나온다.
같은 것을 생각한 듯, 페르디난드가 험악한 표정이 되었을 때, 나의 기억대로 출입구가 열렸다. 기사들이 말 없이 제단 위를 바라보고 있다.
"신들이 선정한 진정한 첸트다! 젤바지오 님이 돌아오신다!"
라오부르트의 목소리에 일부 기사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환성이 오르고, 일부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의 임펙트가 있는 것이다. 신들의 영접을 받는 것처럼 신상이 움직이며 제단의 최상부에서 등장한다는 것은.
……신의 선정을 받았다는 말을 들어도 납득할 만한 광경이겠지.
성스러워 보이는 등장을 조금이라도 폄하해 두기 위해 나는 입을 열었다.
"지금 출현한 것은 시작의 정원으로 이어지는 출입구입니다. 저도 메스티오노라의 예지를 얻고 저곳에서 나왔습니다. 시작의 정원은 슈타프를 얻을 때나 가호를 얻거나 할 때에 가는 곳이라, 제단이 움직이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에요."
"로제마인 님!?"
"저 뿐만이 아니라 에그란티느 님도 슈타프를 얻을 때는 시작의 정원에서 얻은 같고……."
전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보통이다, 라고 하자, 열광적이었던 주위 기사들의 반응에 동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열광은 줄었지만, 젤바지오를 신에게 선택된 첸트로 보이게 하려던 라우부루트의 분노는 늘어난 모양이다.
"젤바지오 님이 돌아오시기 전에 그대를 처분하겠다!"
분노한 라우부루트가 검을 치켜들었다.
―――――――――――――――――――――――――――――――――――――
강당 안에서 격렬한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에도 기본적으로 집보기 상태였던 로제마인.
비상 사태에 치유를 하기 위해 돌입했습니다.
새로운 마술지의 발표.
제단이 움직였습니다.
다음 갱신은 19일이나 귀성한 26일 이후가 됩니다.
갱신 때는 활동 보고와 트위터에서 알리겠습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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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지뢰양의 팩트폭력이 두드러지는 화였습니다.
젤바지오도 구루투리스하이트 껍데기는 가지고 있을 텐데,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 지 정말 궁금하네요.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76화. - 움직인 제단 -|작성자 치천사
움직인 제단
"타인에게 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다면 그대가 진정한 첸트지 않은가!"
아나스타지우스가 목소리를 높이고, 그의 호위기사들도 당황한 듯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술렁거리는 분위기에, 나는 왕족의 정보 전달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묻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물들이고 있어 아우브·아렌스바흐인 것입니다.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을 물들일 수 없기에 첸트는 될 수 없습니다. 제가……."
아렌스바흐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보고는 없었던 건지 질문하려 했지만, 아나스타지우스는 무겁게 빛나는 그레이의 눈동자로 나의 말을 끊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아버님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드려 진정한 첸트로 임명하라. 그렇게 하면 그런 식으로 외곬이 되어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하는 자포자기하는 듯한 말씀을 하실 리 없다. 아버님은 조금이라도 첸트의 입장에 상응하도록 나날의 업무 사이에서도 회복약을 다용하시며 최대한 사당에서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나도 첸트가 페르디난드 님처럼 회복약에 절어가며 필사적으로 나라를 지탱하고 있다고 느꼈던 적은 있어. 하지만 이미 마음이 꺾여버린 듯한 사람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준다고 해서 해결될까? 오히려 더 몰아붙이게 되는거 아냐?
트라오크바르가 자신의 주변까지 포함한 죽음을 받아들일 정도로 마음이 병든 상태라면 섣불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페르디난드가 만든 구루투리스하이트는 한 개 뿐이다. 방금 페르디난드가 실격의 낙인을 찍은데다, 뭔가의 계기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것 같은 트라오크바르에게는 페르디난드가 만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건네주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다.
"저는 트라오크바르 왕이 지금까지 어떤 생활을 해오셨는지 알지 못합니다. 들은 것은 좀 전의 올도난츠 뿐이고……."
"상당히 매정하고 차가운 말투다만, 그대는 친구인 에그란티느를 앞에 두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눈을 바라보며 묻는 아나스타지우스의 말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이상하네요" 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사당 순회를 강요받았을 때, 에그란티느와 "내가 생각하는" 보통의 친구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런 것이 그들의 보통의 친구 관계일텐데, 이상하다.
"협상 상대의 소중한 사람을 인질로 잡고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왕족의 방식이라고, 저는 그렇게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에그란티느 님으로부터 배웠습니다만, 어딘가 잘못했나요?"
……페르디난드 님에게, 양부님을 몰아내고 아우브·에렌페스트가 될 지, 디트린데 님과 결혼할 지, 선택을 강요한 것도 왕족이었으니까 틀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귀족의 상식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자, 아나스타지우스가 아연한 얼굴이 되었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한 번 눈을 내리뜬다.
"……그런가. 허나, 유르겐슈미트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그대는 지금이라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어 진정한 첸트를 임명해야 하지 않는가."
"하오면, 개인의 사정보다 유르겐슈미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라고 말씀하신 왕족은 외국의 공격을 받고 있는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신지요? 상황에 직면해 앞장서서 적을 배제하려 하지 않는 분을 진정한 첸트로 임명하라고 말씀하셔도 곤란합니다."
유르겐슈미트를 위해서라며 에렌페스트보다 아렌스바흐를 우선하라거나, 왕의 양녀가 되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으라는 요구를 해오고 있었으니, 비상시에는 그에 어울리는 행동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알겠다. 아버님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대신 내가 움직이겠다."
무기를 든 아나스타지우스가 자신의 호위기사들을 둘러보았다. 왕족이라는 입장이 있기에 앞장서 주면 큰 도움이 되고, 왕족의 행보로서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트라오크바르가 움직이지 않을 때 대신 움직이는 것은 지기스발트의 권한이 아닌 걸까.
……뭐, 누가 움직이더라도 해결되면 그걸로 됐어.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입가는 반드시 천으로 가려두십시오. 상대는 란체나베의 즉사독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일동이 참전해 강당으로 들어간 이후, 나는 올도난츠가 오가는 강당의 문을 바라본다. 문이 열리고 기사 여럿이 뛰쳐나왔다. 아렌스바흐의 망토를 걸치고 있고, 부상을 입고 있다. 회복을 위해 일시적으로 전선을 이탈한 사람들일 것이다. 나는 곧바로 치유를 걸었다.
"송구합니다, 로제마인 님."
"안의 상황은 어떤가요?"
"강당에 있던 중앙 기사단의 숫자가 예상 외로 많습니다."
강당에서 빠져나온 기사들이 슈체리아의 방패 속에서 회복약을 마시면서 안의 상황에 대해 알려준다.
높은 창문으로 마술도구를 던져넣은 기습은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은색의 망토를 걸치고 있는 사람이 많아, 지금은 마력에 의한 공격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희는 만약을 위해 슈타프 이외의 무기도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일동은 가지고 있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호위기사들은 쓰러뜨린 상대로부터 무기를 빼앗아 싸우고 계십니다. 무엇보다 왕족이 참전한 것으로 인해 적 측에 망설임을 보이는 듯한 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왕의 적을 쓰러뜨려라" 라는 명을 받고 있기에, 페르디난드 일동은 공격하고 있지만, 아나스타지우스에게는 무기를 들이대지 않는 모양이다. 그로 인해 이쪽이 상당히 유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툴크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저희가 본 것만으로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첸트를 배신한 기사단장에게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매우 분노하셔서, 싸우면서도 따져 묻고 계십니다."
기사단장인 라오부르트가 어째서 첸트를 배신한 것인지, 언제부터 무엇을 꾸미고 있었는지 따지고 있다고 한다.
"마술도구와 회복약의 보충이 필요하기 때문에 페르디난드 님이 응원을 부르셨습니다. 슬슬 도착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회복한 기사들은 슈체리아의 방패에서 떠나간다. 내가 싸움터로 들어가더라도 무서워할 뿐이라 그다지 쓸모가 없다. 그래서 문 앞에서 회복소로서 대기하고 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안의 전투가 끝났을 때와 즉사독 등이 사용되어 대량의 마력을 사용하는 세척과 치유가 필요할 때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안의 상황이 신경쓰여 어쩔 수가 없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도 진정이 되지 않지만……."
내가 강당 안을 가득 채울 정도의 물을 쉽게 부를 수 있도록 광역 마술의 보조 마법진이 그려진 마술지와 강당의 문을 번갈아 보면서 중얼거리자, 안젤리카도 "그 기분은 잘 알 수 있습니다" 라며 초조한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제마인 님, 마술도구와 회복약을 가져왔습니다."
"할트무트, 클라리사, 유스톡스까지……. 별궁을 떠나도 괜찮은 건가요?"
"페르디난드 님의 명령입니다. 마술도구의 관리는 문관의 일이니까요."
클라리사가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피자 할트무트도 방긋 미소지었다. 회복약을 사용한 기사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세 명이 가져온 상자 속을 확인하고 있자, 강당 속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와 심장이 두근거린다.
……무, 무슨……?
할트무트표 다소 잔인한 마술도구는 혼전 상태에서는 위험하기에 기습할 때밖에 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언가 한 것은 적측인게 아닐까. 내가 가슴을 누르며 문 쪽을 돌아보는 것과 유스톡스가 "공주님, 대규모 치유가 필요한 경우엔 부르겠습니다" 라고 외치면서 문으로 달려간 것은 동시였다. 나는 유스톡스에게 끄덕이고 자신의 측근들에게 명한다.
"돌입 준비를. 할트무트 일동은 마술지를 사용합니다."
초조와 불안으로 고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허리에 차고 있는 가죽주머니에서 마법진이 그려진 마술지를 꺼낸다. 마석이 보이지 않도록 눈을 감고 치유하는 것은 효율이 나쁘다. 나는 테두리가 녹색인 마술지 중에 룬슈메르와 플루트레네의 마법진을 꺼내 슈타프를 잡는다.
그 사이에 할트무트와 클라리사는 각각 광역 마술의 보조 마법진이 그려진 마술지를 들고 슈타프로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마술지에 그려진 마법진은 사전 준비가 되어 있으면 마석도 영창도 필요 없는 편리한 물건이지만, 마술지의 생산 비용이 높고, 기동시키는 데에도 제법 많은 마력을 사용한다.
레오노레와 마티아스가 방패를 들고 내 앞에 섰다. 안젤리카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무기를 들고 경계 태세를 취하고, 라우렌츠는 강당 문 앞에서 언제든지 열 수 있도록 대기한다.
준비가 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몇 초. 하지만 그 몇 초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공주님! 위안을!"
"갑니다, 클라리사!"
"넷!"
라우렌츠가 열어젖힌 문 안으로 안젤리카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안전 확보를 위해 뛰어든다. 거의 동시에 문관같지 않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클라리사가 강당으로 돌입해 보조 마법진을 기동하기 시작한다.
레오노레와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의 방패에 지켜지면서 나도 클라리사와 마찬가지로 강당으로 뛰어든다. 머릿속에서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진입했지만, 실제로는 최대한 빠른 걸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창문이 많은 복도보다 강당 안이 어둡다. 그래서인지 클라리사가 기동시킨 보조 마법진이 금색으로 빛나는 것이 잘 보였다.
"로제마인 님!"
나는 슈타프로 마술지에 그려진 플루트레네의 마법진에 마력을 쏟아 클라리사가 기동한 마법진을 노려 슈타프를 내지른다. 내가 마력으로 내지른 녹색으로 빛나는 마법진이 금색의 보조 마법진에 부딪힌다. 다음 순간, 마치 분열된 것처럼 녹색 빛을 발하는 마법진이 다수 출현해, 강당 전체를 선명한 녹색 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한다.
"할트무트!"
나는 룬슈메르의 마법진에도 마력을 쏟으면서, 이어서 보조 마법진을 기동하는 할트무트에게 말을 걸었다.
"가십시오, 로제마인 님."
준비하고 있던 할트무트는 곧바로 보조 마법진을 기동시킨다. 천장 가까이 솟아오른 보조 마법진을 노려, 나는 룬슈메르의 마법진을 내질렀다. 금색의 보조 마법진에 부딪힌 룬슈메르의 마법진이 다수 출현하며 치유의 빛을 발한다.
"뭐지, 이건……?"
기사들이 복수의 마법진이 출현한 것을 보고 당혹한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으로 인한 폭발 소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쓰러졌다 몸을 일으키는 사람이 많이 있는 것을 보더라도 심한 상태가 되어 있던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강당을 둘러보자 안의 상태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강당이……?"
강당은 마치 졸업식 때와 같이 변형되어 있었다. 봉납춤에 사용되는 무대가 출현해, 정면에 제단이 드러나 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꿔두었는지 모르겠다.
녹색 빛에 비추어진 강당을 둘러보고, 나는 곧바로 페르디난드,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하이스힛체, 아나스타지우스 등의 아는 얼굴을 찾아보았다. 강당 내의 제단에 가까운 부분에서 출입구를 향해 마술도구가 사용된 듯, 치유의 빛을 받고 있는 사람은 거의 동심원 상태로 쓰러져 있다. 아나스타지우스와 그 호위기사들이 함께 쓰러져 있고,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오른쪽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감싸준 것인지, 페르디난드가 즉시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페르……."
내가 부르려던 순간, 페르디난드가 눈을 크게 뜨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대는 죽어라!" 라는 커다란 외침과 동시에 총천연색 빛이 나를 노리고 날아온다.
"로제마인 님!"
"게타일트!"
안젤리카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그리고 다소 먼 곳에서 울린 페르디난드의 목소리와 함께 몇 개의 방패가 출현해 나와 호위기사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상당히 강력한 공격이었는지, 페르디난드가 만든 방패가 두 개 날아간다.
"라우부루트……."
제단 근처에 있던 남자가 이쪽을 보고 있다. 들고 있는 검에는 다시 마력이 주입되고 있는 모양인지 총천연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칼이 떠오르는 것 같다. 마력을 주입하는 라우부루트의 눈에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듯한 명백한 살의가 담겨 있었다.
"드디어 가장 방해되는 자를 처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치유를 하리라고는……. 그대는 방해다. 사라져라."
담담한 어조로 내뱉는 말은 나의 배제를 바라는 것이었다. 조용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살의에 붙잡혀 공포로 발이 떨려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무심코 침을 삼켰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는 것은 젤바지오 님이다. 그 분 이외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는 자는 필요 없다. 젤바지오 님의 적인 그대들은 있어선 안 된다."
라우부루트가 그렇게 말하고 검을 겨눈 순간, 제단이 빛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제단에 놓인 신상과 신구가 빛나며, 기기긱, 하는 소리를 내며 신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신상은 마치 봉납춤이라도 추는 것처럼 천천히 회전하면서 단상에서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어?"
"무슨 일이지?"
치유의 빛을 받고 일어선 기사들이 놀란 목소리를 높이며 제단을 주목하고 있지만, 나는 그 움직임을 알고 있다. 가호를 얻는 의식을 했을 때도 움직이고 있었고, 에어베르멘으로부터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얻었을 때에도 제단 위로 나왔을 때에는 한가운데를 지나갈 수 있도록 신상이 길을 열어 준 것처럼 움직인 뒤의 상태였다. 그렇다면 이 다음엔 모자이크 모양의 벽에 빠끄마니 출입구가 생길 것이다.
……젤바지오가 나온다.
같은 것을 생각한 듯, 페르디난드가 험악한 표정이 되었을 때, 나의 기억대로 출입구가 열렸다. 기사들이 말 없이 제단 위를 바라보고 있다.
"신들이 선정한 진정한 첸트다! 젤바지오 님이 돌아오신다!"
라오부르트의 목소리에 일부 기사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환성이 오르고, 일부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의 임펙트가 있는 것이다. 신들의 영접을 받는 것처럼 신상이 움직이며 제단의 최상부에서 등장한다는 것은.
……신의 선정을 받았다는 말을 들어도 납득할 만한 광경이겠지.
성스러워 보이는 등장을 조금이라도 폄하해 두기 위해 나는 입을 열었다.
"지금 출현한 것은 시작의 정원으로 이어지는 출입구입니다. 저도 메스티오노라의 예지를 얻고 저곳에서 나왔습니다. 시작의 정원은 슈타프를 얻을 때나 가호를 얻거나 할 때에 가는 곳이라, 제단이 움직이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에요."
"로제마인 님!?"
"저 뿐만이 아니라 에그란티느 님도 슈타프를 얻을 때는 시작의 정원에서 얻은 같고……."
전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보통이다, 라고 하자, 열광적이었던 주위 기사들의 반응에 동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열광은 줄었지만, 젤바지오를 신에게 선택된 첸트로 보이게 하려던 라우부루트의 분노는 늘어난 모양이다.
"젤바지오 님이 돌아오시기 전에 그대를 처분하겠다!"
분노한 라우부루트가 검을 치켜들었다.
―――――――――――――――――――――――――――――――――――――
강당 안에서 격렬한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에도 기본적으로 집보기 상태였던 로제마인.
비상 사태에 치유를 하기 위해 돌입했습니다.
새로운 마술지의 발표.
제단이 움직였습니다.
다음 갱신은 19일이나 귀성한 26일 이후가 됩니다.
갱신 때는 활동 보고와 트위터에서 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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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지뢰양의 팩트폭력이 두드러지는 화였습니다.
젤바지오도 구루투리스하이트 껍데기는 가지고 있을 텐데,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 지 정말 궁금하네요.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76화. - 움직인 제단 -|작성자 치천사
움직인 제단
"타인에게 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다면 그대가 진정한 첸트지 않은가!"
아나스타지우스가 목소리를 높이고, 그의 호위기사들도 당황한 듯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술렁거리는 분위기에, 나는 왕족의 정보 전달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묻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물들이고 있어 아우브·아렌스바흐인 것입니다.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을 물들일 수 없기에 첸트는 될 수 없습니다. 제가……."
아렌스바흐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보고는 없었던 건지 질문하려 했지만, 아나스타지우스는 무겁게 빛나는 그레이의 눈동자로 나의 말을 끊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아버님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드려 진정한 첸트로 임명하라. 그렇게 하면 그런 식으로 외곬이 되어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하는 자포자기하는 듯한 말씀을 하실 리 없다. 아버님은 조금이라도 첸트의 입장에 상응하도록 나날의 업무 사이에서도 회복약을 다용하시며 최대한 사당에서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나도 첸트가 페르디난드 님처럼 회복약에 절어가며 필사적으로 나라를 지탱하고 있다고 느꼈던 적은 있어. 하지만 이미 마음이 꺾여버린 듯한 사람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준다고 해서 해결될까? 오히려 더 몰아붙이게 되는거 아냐?
트라오크바르가 자신의 주변까지 포함한 죽음을 받아들일 정도로 마음이 병든 상태라면 섣불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페르디난드가 만든 구루투리스하이트는 한 개 뿐이다. 방금 페르디난드가 실격의 낙인을 찍은데다, 뭔가의 계기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것 같은 트라오크바르에게는 페르디난드가 만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건네주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다.
"저는 트라오크바르 왕이 지금까지 어떤 생활을 해오셨는지 알지 못합니다. 들은 것은 좀 전의 올도난츠 뿐이고……."
"상당히 매정하고 차가운 말투다만, 그대는 친구인 에그란티느를 앞에 두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눈을 바라보며 묻는 아나스타지우스의 말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이상하네요" 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사당 순회를 강요받았을 때, 에그란티느와 "내가 생각하는" 보통의 친구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런 것이 그들의 보통의 친구 관계일텐데, 이상하다.
"협상 상대의 소중한 사람을 인질로 잡고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왕족의 방식이라고, 저는 그렇게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에그란티느 님으로부터 배웠습니다만, 어딘가 잘못했나요?"
……페르디난드 님에게, 양부님을 몰아내고 아우브·에렌페스트가 될 지, 디트린데 님과 결혼할 지, 선택을 강요한 것도 왕족이었으니까 틀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귀족의 상식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자, 아나스타지우스가 아연한 얼굴이 되었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한 번 눈을 내리뜬다.
"……그런가. 허나, 유르겐슈미트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그대는 지금이라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어 진정한 첸트를 임명해야 하지 않는가."
"하오면, 개인의 사정보다 유르겐슈미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라고 말씀하신 왕족은 외국의 공격을 받고 있는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신지요? 상황에 직면해 앞장서서 적을 배제하려 하지 않는 분을 진정한 첸트로 임명하라고 말씀하셔도 곤란합니다."
유르겐슈미트를 위해서라며 에렌페스트보다 아렌스바흐를 우선하라거나, 왕의 양녀가 되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으라는 요구를 해오고 있었으니, 비상시에는 그에 어울리는 행동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알겠다. 아버님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대신 내가 움직이겠다."
무기를 든 아나스타지우스가 자신의 호위기사들을 둘러보았다. 왕족이라는 입장이 있기에 앞장서 주면 큰 도움이 되고, 왕족의 행보로서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트라오크바르가 움직이지 않을 때 대신 움직이는 것은 지기스발트의 권한이 아닌 걸까.
……뭐, 누가 움직이더라도 해결되면 그걸로 됐어.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입가는 반드시 천으로 가려두십시오. 상대는 란체나베의 즉사독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일동이 참전해 강당으로 들어간 이후, 나는 올도난츠가 오가는 강당의 문을 바라본다. 문이 열리고 기사 여럿이 뛰쳐나왔다. 아렌스바흐의 망토를 걸치고 있고, 부상을 입고 있다. 회복을 위해 일시적으로 전선을 이탈한 사람들일 것이다. 나는 곧바로 치유를 걸었다.
"송구합니다, 로제마인 님."
"안의 상황은 어떤가요?"
"강당에 있던 중앙 기사단의 숫자가 예상 외로 많습니다."
강당에서 빠져나온 기사들이 슈체리아의 방패 속에서 회복약을 마시면서 안의 상황에 대해 알려준다.
높은 창문으로 마술도구를 던져넣은 기습은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은색의 망토를 걸치고 있는 사람이 많아, 지금은 마력에 의한 공격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희는 만약을 위해 슈타프 이외의 무기도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일동은 가지고 있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호위기사들은 쓰러뜨린 상대로부터 무기를 빼앗아 싸우고 계십니다. 무엇보다 왕족이 참전한 것으로 인해 적 측에 망설임을 보이는 듯한 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왕의 적을 쓰러뜨려라" 라는 명을 받고 있기에, 페르디난드 일동은 공격하고 있지만, 아나스타지우스에게는 무기를 들이대지 않는 모양이다. 그로 인해 이쪽이 상당히 유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툴크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저희가 본 것만으로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첸트를 배신한 기사단장에게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매우 분노하셔서, 싸우면서도 따져 묻고 계십니다."
기사단장인 라오부르트가 어째서 첸트를 배신한 것인지, 언제부터 무엇을 꾸미고 있었는지 따지고 있다고 한다.
"마술도구와 회복약의 보충이 필요하기 때문에 페르디난드 님이 응원을 부르셨습니다. 슬슬 도착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회복한 기사들은 슈체리아의 방패에서 떠나간다. 내가 싸움터로 들어가더라도 무서워할 뿐이라 그다지 쓸모가 없다. 그래서 문 앞에서 회복소로서 대기하고 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안의 전투가 끝났을 때와 즉사독 등이 사용되어 대량의 마력을 사용하는 세척과 치유가 필요할 때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안의 상황이 신경쓰여 어쩔 수가 없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도 진정이 되지 않지만……."
내가 강당 안을 가득 채울 정도의 물을 쉽게 부를 수 있도록 광역 마술의 보조 마법진이 그려진 마술지와 강당의 문을 번갈아 보면서 중얼거리자, 안젤리카도 "그 기분은 잘 알 수 있습니다" 라며 초조한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제마인 님, 마술도구와 회복약을 가져왔습니다."
"할트무트, 클라리사, 유스톡스까지……. 별궁을 떠나도 괜찮은 건가요?"
"페르디난드 님의 명령입니다. 마술도구의 관리는 문관의 일이니까요."
클라리사가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피자 할트무트도 방긋 미소지었다. 회복약을 사용한 기사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세 명이 가져온 상자 속을 확인하고 있자, 강당 속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와 심장이 두근거린다.
……무, 무슨……?
할트무트표 다소 잔인한 마술도구는 혼전 상태에서는 위험하기에 기습할 때밖에 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언가 한 것은 적측인게 아닐까. 내가 가슴을 누르며 문 쪽을 돌아보는 것과 유스톡스가 "공주님, 대규모 치유가 필요한 경우엔 부르겠습니다" 라고 외치면서 문으로 달려간 것은 동시였다. 나는 유스톡스에게 끄덕이고 자신의 측근들에게 명한다.
"돌입 준비를. 할트무트 일동은 마술지를 사용합니다."
초조와 불안으로 고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허리에 차고 있는 가죽주머니에서 마법진이 그려진 마술지를 꺼낸다. 마석이 보이지 않도록 눈을 감고 치유하는 것은 효율이 나쁘다. 나는 테두리가 녹색인 마술지 중에 룬슈메르와 플루트레네의 마법진을 꺼내 슈타프를 잡는다.
그 사이에 할트무트와 클라리사는 각각 광역 마술의 보조 마법진이 그려진 마술지를 들고 슈타프로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마술지에 그려진 마법진은 사전 준비가 되어 있으면 마석도 영창도 필요 없는 편리한 물건이지만, 마술지의 생산 비용이 높고, 기동시키는 데에도 제법 많은 마력을 사용한다.
레오노레와 마티아스가 방패를 들고 내 앞에 섰다. 안젤리카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은 무기를 들고 경계 태세를 취하고, 라우렌츠는 강당 문 앞에서 언제든지 열 수 있도록 대기한다.
준비가 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몇 초. 하지만 그 몇 초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공주님! 위안을!"
"갑니다, 클라리사!"
"넷!"
라우렌츠가 열어젖힌 문 안으로 안젤리카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안전 확보를 위해 뛰어든다. 거의 동시에 문관같지 않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클라리사가 강당으로 돌입해 보조 마법진을 기동하기 시작한다.
레오노레와 마티아스와 라우렌츠의 방패에 지켜지면서 나도 클라리사와 마찬가지로 강당으로 뛰어든다. 머릿속에서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진입했지만, 실제로는 최대한 빠른 걸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창문이 많은 복도보다 강당 안이 어둡다. 그래서인지 클라리사가 기동시킨 보조 마법진이 금색으로 빛나는 것이 잘 보였다.
"로제마인 님!"
나는 슈타프로 마술지에 그려진 플루트레네의 마법진에 마력을 쏟아 클라리사가 기동한 마법진을 노려 슈타프를 내지른다. 내가 마력으로 내지른 녹색으로 빛나는 마법진이 금색의 보조 마법진에 부딪힌다. 다음 순간, 마치 분열된 것처럼 녹색 빛을 발하는 마법진이 다수 출현해, 강당 전체를 선명한 녹색 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한다.
"할트무트!"
나는 룬슈메르의 마법진에도 마력을 쏟으면서, 이어서 보조 마법진을 기동하는 할트무트에게 말을 걸었다.
"가십시오, 로제마인 님."
준비하고 있던 할트무트는 곧바로 보조 마법진을 기동시킨다. 천장 가까이 솟아오른 보조 마법진을 노려, 나는 룬슈메르의 마법진을 내질렀다. 금색의 보조 마법진에 부딪힌 룬슈메르의 마법진이 다수 출현하며 치유의 빛을 발한다.
"뭐지, 이건……?"
기사들이 복수의 마법진이 출현한 것을 보고 당혹한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으로 인한 폭발 소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쓰러졌다 몸을 일으키는 사람이 많이 있는 것을 보더라도 심한 상태가 되어 있던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강당을 둘러보자 안의 상태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강당이……?"
강당은 마치 졸업식 때와 같이 변형되어 있었다. 봉납춤에 사용되는 무대가 출현해, 정면에 제단이 드러나 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꿔두었는지 모르겠다.
녹색 빛에 비추어진 강당을 둘러보고, 나는 곧바로 페르디난드,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하이스힛체, 아나스타지우스 등의 아는 얼굴을 찾아보았다. 강당 내의 제단에 가까운 부분에서 출입구를 향해 마술도구가 사용된 듯, 치유의 빛을 받고 있는 사람은 거의 동심원 상태로 쓰러져 있다. 아나스타지우스와 그 호위기사들이 함께 쓰러져 있고,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오른쪽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감싸준 것인지, 페르디난드가 즉시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페르……."
내가 부르려던 순간, 페르디난드가 눈을 크게 뜨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대는 죽어라!" 라는 커다란 외침과 동시에 총천연색 빛이 나를 노리고 날아온다.
"로제마인 님!"
"게타일트!"
안젤리카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그리고 다소 먼 곳에서 울린 페르디난드의 목소리와 함께 몇 개의 방패가 출현해 나와 호위기사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상당히 강력한 공격이었는지, 페르디난드가 만든 방패가 두 개 날아간다.
"라우부루트……."
제단 근처에 있던 남자가 이쪽을 보고 있다. 들고 있는 검에는 다시 마력이 주입되고 있는 모양인지 총천연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칼이 떠오르는 것 같다. 마력을 주입하는 라우부루트의 눈에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듯한 명백한 살의가 담겨 있었다.
"드디어 가장 방해되는 자를 처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치유를 하리라고는……. 그대는 방해다. 사라져라."
담담한 어조로 내뱉는 말은 나의 배제를 바라는 것이었다. 조용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살의에 붙잡혀 공포로 발이 떨려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무심코 침을 삼켰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는 것은 젤바지오 님이다. 그 분 이외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는 자는 필요 없다. 젤바지오 님의 적인 그대들은 있어선 안 된다."
라우부루트가 그렇게 말하고 검을 겨눈 순간, 제단이 빛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제단에 놓인 신상과 신구가 빛나며, 기기긱, 하는 소리를 내며 신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신상은 마치 봉납춤이라도 추는 것처럼 천천히 회전하면서 단상에서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어?"
"무슨 일이지?"
치유의 빛을 받고 일어선 기사들이 놀란 목소리를 높이며 제단을 주목하고 있지만, 나는 그 움직임을 알고 있다. 가호를 얻는 의식을 했을 때도 움직이고 있었고, 에어베르멘으로부터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얻었을 때에도 제단 위로 나왔을 때에는 한가운데를 지나갈 수 있도록 신상이 길을 열어 준 것처럼 움직인 뒤의 상태였다. 그렇다면 이 다음엔 모자이크 모양의 벽에 빠끄마니 출입구가 생길 것이다.
……젤바지오가 나온다.
같은 것을 생각한 듯, 페르디난드가 험악한 표정이 되었을 때, 나의 기억대로 출입구가 열렸다. 기사들이 말 없이 제단 위를 바라보고 있다.
"신들이 선정한 진정한 첸트다! 젤바지오 님이 돌아오신다!"
라오부르트의 목소리에 일부 기사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환성이 오르고, 일부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의 임펙트가 있는 것이다. 신들의 영접을 받는 것처럼 신상이 움직이며 제단의 최상부에서 등장한다는 것은.
……신의 선정을 받았다는 말을 들어도 납득할 만한 광경이겠지.
성스러워 보이는 등장을 조금이라도 폄하해 두기 위해 나는 입을 열었다.
"지금 출현한 것은 시작의 정원으로 이어지는 출입구입니다. 저도 메스티오노라의 예지를 얻고 저곳에서 나왔습니다. 시작의 정원은 슈타프를 얻을 때나 가호를 얻거나 할 때에 가는 곳이라, 제단이 움직이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에요."
"로제마인 님!?"
"저 뿐만이 아니라 에그란티느 님도 슈타프를 얻을 때는 시작의 정원에서 얻은 같고……."
전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보통이다, 라고 하자, 열광적이었던 주위 기사들의 반응에 동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열광은 줄었지만, 젤바지오를 신에게 선택된 첸트로 보이게 하려던 라우부루트의 분노는 늘어난 모양이다.
"젤바지오 님이 돌아오시기 전에 그대를 처분하겠다!"
분노한 라우부루트가 검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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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 안에서 격렬한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에도 기본적으로 집보기 상태였던 로제마인.
비상 사태에 치유를 하기 위해 돌입했습니다.
새로운 마술지의 발표.
제단이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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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지뢰양의 팩트폭력이 두드러지는 화였습니다.
젤바지오도 구루투리스하이트 껍데기는 가지고 있을 텐데,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 지 정말 궁금하네요.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76화. - 움직인 제단 -|작성자 치천사
시작의 정원에서 돌아온 자
"게타일트!"
라우부루트가 무기를 겨눈 순간, 또 다시 내 앞에 복수의 방패가 나타났다. 회복약을 마시고 있는 에크하르트와 유스톡스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페르디난드가 복수의 방패를 펼친 것이다. 페르디난드와 마찬가지로, 이어질 공격에 대비해 할트무트와 클라리사를 포함한 측근들도 방패를 내고 자세를 갖춘다.
내 앞에 방패가 늘어난 것을 확인한 직후, 무기에 마력을 펑펑 주입하며 제단을 지키는 위치에 있는 라우부루트의 외침이 들려왔다.
"진정한 첸트의 적을 배제하라! 에렌페스트의 성녀는 포획하라! 유르겐슈미트를 위해 중앙 신전의 성녀가 되게 하는 것이다!"
그의 주위에 있던 중앙 기사단이 대강 셋으로 나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왼쪽의 일부는 내가 시행한 치유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아나스타지우스 일동과 그들에게 회복약을 주며 지키고 있는 하이스힛체 일동을 향해 달려나간다.
가운데의 일부는 라우부루트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무기를 겨눈다. 오른쪽의 일부는 그 자리에서 슈타프 활을 겨누고 쏘기 시작했다.
"어!?"
화살이 향한 곳은 내쪽이 아닌 페르디난드와 그 주변이었다. 복수의 화살이 계속해서 쏘아진다. 페르디난드의 방패가 이미 내 앞에 나와 있옴을 알아차리고, 힉, 하고 숨을 삼킨 순간, 유스톡스와 몸을 일으킨 에크하르트, 그리고 그들의 주위에 있는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이 부랴부랴 방패를 내고 화살을 막았다.
"로제마인 님도 방패를!"
레오노레가 날카로운 목소리를 높인다. 페르디난드 일동이 어떻게든 자신들의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에 안도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었다. 라우부루트가 검을 내리치는 것이 시야 끝에 보인다. 무지갯빛 마력 덩어리가 점점 커져가는 듯한 기세로 자신을 향해 날아온다.
"게타일트!"
기도문을 영창해 슈체리아의 방패를 칠 여유는 없었다. 총천연색 커다란 빛이 여러 개의 방패를 파괴하며 부딪쳐 온다. 페르디난드의 방패가 터져나가듯이 사라지고, 어떻게든 버텨내며 맨 앞줄에서 방패를 치고 있던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라우렌츠가 "큭" 하고 고통스러운 듯한 목소리를 낸다.
"안젤리카, 마티아스! 전후를 교대! 로제마인 님은 바로 바람의 방패를!"
레오노레가 빠르게 지시를 낸다. 단켈페르가와의 딧타 때에도 첫 공격을 게타일트로 막고 슈체리아의 방패를 냈었다. 조금이라도 안전한 장소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나는 기도를 드린다.
"수비를 담당하는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여, 곁에서 섬기는……."
호위기사들이 전후를 교대하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마티아스가 회복약에 손을 뻗는다. 그러나 그것보다 먼저 라우부루트의 주위에서 무기를 들고 대기하던 기사들이 연속해서 무지갯빛 덩어리를 내쏘았다. 크고 작은 무지갯빛 마력 덩어리가 불규칙하게 계속해서 습격해온다. 두 사람은 회복약에 손을 뻗기에 앞서 방패를 쳤다.
그다지 마력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것도 있고, 상당한 마력이 들어가 있는 것도 있다. 페르디난드의 방패가 파괴된 지금, 이 파상공격은 상당히 힘겹다. 게타일트 방패에 마력이 빨려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나는 기도를 계속한다.
"……해의를 가까이하지 않는 바람의 방패를 우리의 손에."
킹, 하고, 주위에 울리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반구형의 슈체리아의 방패가 완성되었다. 황색의 귀색으로 빛나는 빛의 기둥이 솟고, 중앙 기사단의 사람들이 놀란 듯이 바라본다. 그다지 귀족원에서의 성무를 보지 못한 기사가 많은 것인지도 모른다.
우선 이것으로 마력 공격은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무지갯빛 연속 공격에 노출되어 있던 호위기사들이 조금 몸에서 힘을 뺀다.
"경계를 소홀히 말고 바로 회복약을. 상대는 중앙 기사단입니다."
레오노레가 제단 앞의 라우부루트 일동을 남색의 눈으로 노려보면서 지시한다. 아무리 정변으로 귀족의 수가 줄어들어 질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중앙 기사단은 각 영지에서 스카우트된 우수한 기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에렌페스트의 젊은 층 중에서 뛰어나게 강한 나의 호위기사들도 경험 풍부한 할아버님과 아버님에게는 아직 이길 수 없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중앙 기사단은 상당한 강적일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 일동도 이쪽으로 합류했으면 합니다만, 그정도의 여유는 없는 것 같네요."
페르디난드 일동은 화살뿐만 아니라 마술도구도 계속해서 받아내며 이쪽과의 합류를 방해받고 있다. 마술도구가 머리 위에서 작렬하고, 마력이 통하지 않는 은의 바늘이 쏘아지는 마술도구에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분명 란체나베에서 건네준 물건일 것이다.
"로제마인 님. 방패의 유지가 최우선입니다만, 가능하면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일동의 회복을 기도하실 수 없는지요? 그들이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전력이 크게 늘어납니다."
아나스타지우스를 공격할 수 없는 기사들이 있다고도 했었고, 그의 호위기사는 중앙 기사단이다. 상당히 중요한 전력이라는 것을 싫어도 알 수 있다. 아나스타지우스 일동이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중앙 기사단의 상대를 하면서 그들의 회복을 꾀하고 있는 하이스힛체 일동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그것이 가능하면 제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슈체리아의 방패에 계속해서 무지갯빛 공격이 부딪혀 오는 것을 느끼며, 나는 레오노레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보겠습니다. 그러나 각자 방패로 버티고 있어 주세요. 중앙 기사단의 공격은 마력이 강한데다, 공격을 한 점에 힘을 집중시키는 기술이 있다고 할지, 지금까지 받아온 공격과는 다른 강한 감촉과 충격이 있습니다."
호위기사들이 방패를 들어 태세를 갖추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눈을 감은 상태에서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냈다. 미리 지정한 대상 이외는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는 마술지를 사용한 마법진보다 영창하는 것이 융통성이 있다. 영창을 길게 늘어놓을 여유가 있어야 하지만.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의 권속인 치유의 여신 린슈메르시여."
플루트레네의 지팡이에 마력이 흐르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나스타지우스 일동 뿐만 아니라 페르디난드 일동에게도 위안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의 기도를 받으시어 성스러운 힘을 주십시오. 저희의 아군을 치유하는 힘을 우리의 손에……."
"안젤리카, 마티아스!"
기도 도중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닫힌 시야 속에서 울려온다. 동시에 "로제마인 님, 집중하세요" 라며 레오노레가 외쳤다.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목이 움츠러들고 기도가 끊긴다. 몸이 떨리고 심장이 두방망이 치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기도를 계속한다.
"그대에게 바치는 것은 성스러운 음율. 지고의 파문을 일으켜 청명한 가호를 받사옵니다."
영창이 끝나자 곧바로 지팡이를 끄고 눈을 뜬다. 슈체리아의 방패 앞에 있는 기사에 의해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날려져왔다.
"무, 무슨 일이죠!?"
"중앙 기사단이 공격해오며 거리를 좁히고 있던 모양이라, 로제마인 님의 영창이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은색의 망토로 슈체리아의 방패에 들어오려고 했었습니다. 마티아스와 안젤리카와 코넬리우스 셋이 대응하고 있습니다."
레오노레가 답한다. 슈체리아의 방패를 치고 있는 나에겐 적의 침입을 받는 감각이 전혀 없었지만, 중앙 기사단의 은색의 무기가 들어오고, 망토에 감싸인 부분이 들어왔다고 한다. 완전히 들어오기 전에 쫓아내지 않으면 레스티라우트에게 침입받아 유디트가 튕겨나갔을 때처럼 나의 호위기사 쪽이 튕겨나갈 위험성이 있다.
"물러나세요!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인 로제마인 님에게 무례를 저지르는 것은 제가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클라리사가 그렇게 말하면서 도움 닫기를 하고 가볍게 도약하면서 방패 앞에 있는 기사들에게 마술도구를 던졌다. 근거리에서 펑, 하고 마술도구가 터진 직후, 빨간 가루가 비산하며 기사들이 얼굴을 누르고 콜록거리며 괴로워하며 뒹군다. 네가로시가 담긴 마술도구인 걸까.
"클라리사, 다음은 이것과 이것을 연속해서!"
"맡겨주세요!"
괴로워하며 뒹구는 기사들의 모습을 보며 득의만만하게 웃는 클라리사에게 할트무트가 던지는 마술도구를 계속해서 건네주고 있다. 나는 제단이 있는 쪽을 보았다. 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지만, 라우부루트는 젤바지오가 나오는 제단을 지키듯이 그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유디트의 투척이면 닿았을 텐데.
라우부루트와의 거리를 보면서 나는 분함으로 어금니를 깨문다. 유디트가 미성년자라 데려오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은색의 무기에는 할트무트의 마술도구 쪽이 효과가 있는 것 같네요. 마티아스와 안젤리카는 일단 떨어지세요. 저와 라우렌츠가 앞으로 나서겠습니다."
레오노레와 라우렌츠가 앞으로 나오고, 안젤리카와 마티아스가 뒤로 물러난다. 두 사람은 나의 근처에서 할트무트에게 받은 회복약을 마시기 시작한다.
"솔직히 로제마인 님에게 받은 신들의 축복이 있기에 경험의 차이는 있더라도 이렇게까지 고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보니파티우스 님이 몇 명이나 있는 것 같습니다."
라우렌츠와 교대한 마티아스가 회복약을 마시면서 분한 듯이 중앙 기사단을 노려본다. 신들의 축복을 받았는데도 이 정도의 차이가 있다니, 하고 절망감이 짙은 마티아스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마티아스, 신들로부터 복수의 축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저희들만이 아닙니다. 기사들이 자력으로 축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발표한 것은 에렌페스트와 단켈페르가가 아니었나요. 어쩌면 이미 중앙 기사단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몰라요."
에렌페스트의 기사단도 단켈페르가가 발표한 봉납춤을 도입해 겨울의 주인을 쓰러뜨릴 때 이용할 수 있도록 연습했던 것이다. 영지 대항전은 왕족과 그 측근들도 참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구 성과로 발표된 봉납춤을 중앙 기사단이 사용하고 있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바다의 여신의 의식을 사용할까요."
한 번 전원의 축복을 신들에게 돌려주고, 그 뒤에 다시 아군에게 축복을 내리면 조금은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중앙 기사단이 다시 봉납춤을 출 여유를 주지 않기만 하면 되니, 해볼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다.
"로제마인 님, 지금 가세하겠습니다!"
내가 슈타프를 낸 순간, 하이스힛체 일동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래도 아나스타지우스 일동이 회복해 전선에 복귀한 것 같다. 이걸로 조금은 여유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든든한 목소리에 안도한 것은 한순간이었다.
"합류하기 전에 으깨라! 저기가 가장 약하다!"
라우부루트는 우리들에게 공격을 집중하도록 명하는 것과 동시에 하이스힛체 일동에게 무지갯빛 공격을 내놓으며 합류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라우부루트 일동의 공격력을 줄일 수 있다면…….
나는 하이스힛체 일동이 무사히 합류하기를 바라면서 슈타프를 내고 바다의 여신의 인장을 그리며 눈을 감고, "슈트레이콜벤" 이라고 주창해 지팡이로 변화시킨다.
"바다의 여신 버퓨레메아시여."
축문을 읊으며 지팡이를 흔든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전투의 소란 속에, 쏴아, 쏴아 하는 파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무엇을 하는가!? 멈춰라!"
"몸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적어도 아군에게는 사전에 알려주세요!"
모두가 축복을 받고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축복을 빼앗겨 움직임이 이상해진 사람이 몇이나 나온 모양이다.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나는 그대로 의식을 계속한다.
"우리에게 축복을 주신 신들에게 감사의 기도와 함께 마력을 봉납합니다."
축문을 영창하며 높은 하늘을 향해 버퓨레메아의 지팡이를 치켜든다. 퉁, 하고 빛의 기둥이 서는 소리가 났다.
……이제 됐어. 다음은 아군에게 축복을 겹쳐 걸면…….
나는 지팡이의 변형을 풀고 눈을 떴다. 싸움의 열기와 신들의 축복을 강제로 빼앗겨 조용해진 강당의 모습에, 휴우, 하고 숨을 토한다.
그 순간, 묘한 압박감을 느꼈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뭔가가 있다고 느낀다. 계속해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 나에게 레오노레가 "무슨 일이시죠, 로제마인 님?" 라고 물어온다.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묘한 압력이랄까, 기미가 저 근처에서……."
나는 그렇게 말하며 제단의 최상부를 가리켰다. 최고신을 맞이하는 듯한 위치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던 듯한 한 남자가 멈춰선다. 저기서 나오는 것은 젤바지오일 것이다.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아, 나는 시력을 강화했다.
……은발의 나이든 페르디난드 님!? 굳이 말하자면 에어베르멘 님이랑 더 닮았어?
젤바지오는 은색의 장발을 등에서 하나로 묶은 사십대 중반 정도로, "나이든 페르디난드" 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남자였다. 굳이 확인을 받지 않더라도 혈연 관계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닮았다. 페르디난드와 나이차가 있는 형이나 아버지가 아닌가 하고 생각할 정도다.
젤바지오가 제단의 최상부에서 이쪽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게 도대체 웬일이냐, 라우부루트?"
마치 강당의 싸움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는 듯인 타이밍으로 조용해진 강당 안에 묵직한 목소리가 퍼진다. 바다의 여신의 의식이 끝난 직후였던 탓도 있을 것이다. 명하는 것에 익숙한 자의 목소리였던 탓도 있을 것이다. 강당에 있던 사람은 일제히 그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주목했다.
"……아아, 젤바지오 님! 부디 진정한 첸트의 증거를, 신들로부터 수여받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우리에게 보여주십시오!"
연극조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면서 라우부루트가 제단을 향해 손을 올린다.
그러자 젤바지오는 손을 앞으로 뻗고 "구루투리스하이트" 라고 주창했다. 그 손에 메스티오노라의 신구와 같은 형태의 성전이 나타난다. 최고신의 신상 사이에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내보이는 남자는 어디서 어떻게 봐도 첸트였다.
"신들에게 선정된 진정한 첸트다. 유르겐슈미트는 구원받았다!"
몹시 감동한 듯한 라우부루트의 목소리가 울리고, 일부 중앙 기사단으로부터 열광적인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나스타지우스와 그 호위기사들은 새파래져 있다. 그러나 강당에 퍼지는 웅성거림 중에 가장 많은 것은 젤바지오와 페르디난드를 번갈아 보는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로제마인 님, 저 자가 젤바지오인가요?"
"저기서 나왔으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페르디난드 님과 혈연 관계에 있는 분이죠?"
"매우 닮았으니 비교적 가까운 관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페르디난드 님은 에렌페스트의 영주 일족이에요, 레오노레."
나는 아달지자의 이궁에 대한 것도, 페르디난드의 출생도 모른다. 나는 방긋 웃으며 속여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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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금요일에 여기까지 쓰고 싶었습니다.
라우부루트가 이끄는 중앙 기사단에 고전하는 호위기사들.
사전에 마법진을 준비했기 때문에 아군인 세 영지에 포함되지 않은 아나스타지우스 일동은 치유 범위 밖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젤바지오의 등장입니다. 은발의 나이든 페르디난드.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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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최종보스가 등장했습니다.
설마 페르공주를 구하고 쓰러진 지뢰왕자에게 페르공주가 사랑을 고백하고, 나뉘어진 구루구루가 하나가 되면서, 신들의 부름을 받아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올라간 지뢰왕자가 여신의 화신으로 각성해 다른 신들과 함께 유르겐슈미트의 적을 물리치고 사라진다는 전개는 아니겠죠....?
추신: 다음 갱신은 12월 26일이라고 합니다.
추신2: 젤바지오의 나이를 감안해 『늙은 -> 나이든』 으로 변경합니다.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77화 - 시작의 정원에서 돌아온 자 -|작성자 치천사
제단의 최상부
"그리고 저곳에서 나온 사람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건 간에 제가 해야 할 일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레오노레에게 답하며, 나는 제단 위에 있는 젤바지오를 가만히 올려다본다. 이대로 젤바지오가 첸트가 되면 란체나베와 연결된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은 나는 물론, 계획 단계에서 살해할 예정이었던 페르디난드, 아마도 친하게 지내고 있었을 터인 게오르기네를 쓰러뜨린 에렌페스트의 입장은 심한 것이 될 것이다.
……대화의 여지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네.
즉사독을 사용해 자신들에게 방해되는 자를 배제해온 란체나베인이 상냥하고 부드러운 대응을 해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렌스바흐의 초석은 젤바지오의 부하가 전력으로 빼앗으러 올 것이다. 란체나베의 병사들을 격퇴하고, 배를 파괴하고,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을 구한 나를 내버려 둘 리 없다.
적어도 나라면 자신과 함께 온 동료들이 쓰러지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배가 파괴되고, 거점인 별궁을 공략당해 남은 동료들이 모두 붙잡힌 상황이 되었을 때 "저쪽도 사정이 있으니, 고향 사람을 잃거나 잡혀버리더라도 어쩔 수 없다" 라고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확실히 적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상관 없네요. 하지만 저 자를 어떻게 잡지요? 라우부루트가 제단 앞에 있는 이상, 라우부루트와 중앙 기사단을 쓰러뜨리거나 최상단까지 닿을 수 있는 공격이 필요합니다. 좀 더 인원이 충원되거나 떨어진 사람들과 의사 소통이 가능하면……."
레오노레는 중앙기사단의 움직임을 이곳저곳 둘러본다. 그 때, 내 손에 툭 하고 무언가가 부딪혔다. 시선을 내리자 5센티 가량의 작은 종이비행기가 내 손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아, 이 종이비행기가 마술지로 되어 있고, 나에게 보내는 연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위를 살피면서 종이비행기를 펼친다. 거기에는 "구루투리스하이트와 축복의 중복 걸기로 주목을 끌어라. 방해가 들어오면 버드레나로 대응. 이쪽은 준비됨" 라는 페르디난드의 지시가 갈겨쓰여 있다.
……즉, 내가 주목을 받고 있는 동안에 뭔가 할 생각이라는 거지?
나는 호위기사들에게도 내용이 보이도록 조금 편지를 움직였다. 레오노레가 페르디난드 일동이 있는 장소를 흘낏 보고, 할트무트와 클라리사가 마술지가 들어있는 가죽 주머니로 손을 뻗는다.
"구루투리스하이트!"
나는 페르디난드의 지시대로 오른손을 들어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냈다.
"뭣!? 구루투리스하이트라고!?"
"잘 봐라! 진짜 구루투리스하이트는 저런 크기가 아니다! 젤바지오 님이 가진 것이야말로 진짜다!"
"무슨 소리냐!? 로제마인 님의 구루투리스하이트는 진짜다! 국경문을 움직인 것이다!"
놀라 외치는 중앙 기사단 사람들과 나의 성전이 진짜임을 주장하는 단켈페르가 기사들에게는 개의치 않고, 나는 좀 전에 자신이 지웠던 축복을 다시 중첩해 건다.
무용의 신 앙그리프, 수렵의 신 슈라게칠, 질풍의 여신 슈타이페리제, 인내의 여신 둘트젯첸, 행운의 여신 그라이프챤……. 다음에서 다음으로 신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기도하자 그 때마다 귀색의 기둥이 서고, 아군에게 축복의 빛이 쏟아진다.
"신들로부터 많은 축복을 받은 로제마인 님은 차기 첸트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선사하는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입니다. 유르겐슈미트의 후보들 가운데 첸트를 선정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선사하는 것이 로제마인 님의 사명. 란체나베의 침략자를 굳이 유르겐슈미트의 첸트로 받아들일 필요따윈 없습니다."
……할트무틋!
기도를 도중에 그만둘 수도 없기에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피고 있는 할트무트의 입을 막을 수 없었다. 그래도 덕분에 강당 안의 주목을 모으는 데에는 성공했다. 라우부루트의 살기 어린 시선도 제대로 끌고 있다.
"중앙 신전으로 들이는 것이 아니라 역시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둬야만 하는가."
"로제마인의 측근이 말하는 것처럼 침략자를 첸트로 선택할 필요가 없다! 첸트의 기사단장이면서도 나라를 지키지 않고, 아버님을 배신하고, 외세를 끌어들인 그대만은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완전히 회복한 듯한 아나스타지우스와 그 측근들에게도 축복이 걸리고 있다. 근처에 있던 중앙 기사단을 비교적 쉽게 분쇄하면서 라우부루트가 있는 제단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군. 이곳에서는 신들에게 기도가 닿았었지……."
제단 위에서 그런 목소리가 내려왔다. 빛의 기둥이 난립하는 강당 내부를 감탄한 듯이 내려다보며 젤바지오가 나를 흉내내듯이 자신의 성전을 펼치고 낮게 울리는 낭랑한 목소리로 축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불의 신 라이덴샤프트의 권속인 무용의 신 앙그리프여."
젤바지오의 기도와 함께 성전이 파랗게 빛나기 시작한다.
설마 젤바지오가 이렇게 쉽게 축문을 외울 줄은 몰랐다. 나는 무녀 견습으로 들어갔을 때 축문을 외우는데 엄청 고생했다. 수많은 축문과 바보같이 길고 많은 신들의 이름을 외워야 하는 것에 질려, 신들에게 별명을 붙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우리의 기도를 받으시여 성스러운 힘을 주십시오. 모든 적을 타도할 무력을 우리에게."
퉁, 하고 푸른 빛의 기둥이 솟는다. 젤바지오를 연호하는 환희의 함성이 오르며, 우세했던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일동의 움직임이 멈춘다.
"흠. 나도 신들의 축복을 줄 수 있는 것 같군."
젤바지오는 파랗게 빛나는 기둥을 올려다보며 웃고는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의 권속인 질풍의 여신 슈타이페리제" 라며 나와 똑같이 축복의 중복 걸기를 시작한다. 이대로는 모처럼 적들의 축복을 빼았았던 의미가 없어진다.
……축복의 중복 걸기로 이쪽을 향했던 시선이 다시 젤바지오에게 갔어. 페르디난드 님은 뭘 하고 있는 거야!?
나에게 주목이 끌린 사이에 뭔가 하려던 것이 아니었던 걸까. 나는 무심코 페르디난드 일동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젤바지오의 축복을 받은 중앙 기사단과 싸우고 있는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보였지만, 페르디난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윽!?"
갑자기 기도문이 끊겼다. 어디선가 마력에 의한 공격을 받은 듯, 젤바지오가 달고 있던 몇 개의 부적이 부서진다.
"어디냐?!"
제단 앞을 지키며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일동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던 라우부루트가 경악해 소리치며 돌아보고, 부적의 반격이 향하는 곳을 공격하기 위해 무기를 향한다.
"게타일트."
페르디난드의 목소리와 함께 제단의 최상부에 가까운 곳에서 방패가 나타났다. 젤바지오의 부적에 의한 반격은 그대로 막히고, 곧이어 페르디난드가 모습을 드러낸다. 어디서 어떻게 올라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은폐의 신 페어베르겐의 부적을 유용하게 활용한 것과 그 위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모두의 주목을 모아라" 라고 했던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네놈, 어느새 거기로!?"
그런 라우부루트의 외침이 마치 들리지 않는 것처럼 페르디난드는 시선을 젤바지오에게서 떼지 않는다. 기사들이 한 손에 방패, 다른 한 손에 무기를 들고 겨누고 있는 것처럼 방패와 검은 물총을 들고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젤바지오 님!"
제단을 향해 뛰어오르기 시작한 라우부루트를 보고 클라리사가 "방해하도록 놔두지 않겠습니다!" 라며 광역 마술의 보조 마법진을 기동시킨다. 방해가 들어오면 버드레나 라고 이미 지시가 나와있었기에, 나는 즉시 할트무트가 펼친 마술지를 향해 슈타프를 휘둘렀다.
"버드레나의 벼락!"
천장 부근에 펼쳐진 복수의 마법진으로부터 나온 벼락이 제단 부근의 중앙 기사단에게 쏟아진다. 거의 동시에 페르디난드가 장치해둔 마법진도 기동한 듯,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중앙 기사단에게도 벼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수의 비명이 나오고, 그들이 달고 있던 부적에 의한 반격이 마법진을 향해 날아가는 와중에, "망토다! 은색의 망토로 막아라!" 라는 라우부루트의 목소리가 울린다. 마력을 막는 은색 천으로 가리면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다고 소리치며 라우부루트 자신도 망토를 들어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제단을 향해 뛰어오르려 했다.
"우앗!"
직후, 라우부루트가 무언가에 의해 튕겨나갔다. 누군가의 공격을 받은 것인줄 알았지만, 아무래도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라우부루트가 손을 뻗으며 "……뭔가, 이건?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라며 초조한 듯이 목소리를 높인다.
마치 너에게는 위로 올라갈 자격이 없다는 것처럼 튕겨져 나간 것에 라우부루트는 격분하는 것 같지만, 나는 조금 안도했다. 제단의 최상부에서 싸우는 한, 괜한 간섭은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페르디난드가 기사도 아닌 젤바지오와 일대일로 싸워서 지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대가 쿠인타1인가……."
페르디난드는 젤바지오의 말에도 눈썹 하나 까딱 않고 얼굴을 노려 물총을 쏘았다. "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마라" 라는 심정이 눈에 보이는 공격이다. 젤바지오는 순간적으로 팔을 얼굴 앞으로 들어 직격당하는 것을 막는다. 부적이 부서지고, 페르디난드의 방패로 반격이 날아간다.
내가 들면 완전히 장난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물총도 페르디난드가 들면 진짜 권총처럼 보이니 신기하다. 마력 화살이 연이어 젤바지오를 향해 날아가고, 그 때마다 젤바지오의 부적이 부서져 나간다. 반격이 돌아오더라도 문제 없는 강한 연속 공격으로 젤바지오의 부적을 슥슥 걷아내고 있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류, 켄. ……게타일트."
페르디난드의 공격에 부적을 부서트려가던 젤바지오는 펼친 성전을 지우고 대신 방패를 냈다.
"……레온지오와 라우부루트의 보고대로 놀랍도록 닮았구나."
젤바지오의 말에 페르디난드는 말 없이 마술도구를 던진다. 마술도구는 앞을 막고있던 방패를 넘어 젤바지오의 뒤에서 폭발한다. 호위기사들이 없는 상태에서 통상적인 네모난 방패로는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젤바지오는 물리 공격을 막는 부적도 달고 있었던 듯, 페르디난드를 향해 반격이 날아갔다. 페르디난드는 예측하고 있었는지 간단히 방패로 막는다.
"쿠인타, 그대는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는 건가? 어째서 이런 삶을 강요 당해야 하느냐고 분노했던 적은 없는가? 란체나베의 방식으로 인해 태어나기 전부터 가혹한 삶을 강요받게 된 것에 대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용히 묻는 젤바지오의 질문에 페르디난드는 내면을 전혀 보이지 않는 무표정으로 말 없이 다시 마술도구를 던진다. 그것은 젤바지오의 방패에 막힌다.
"그 별궁에서 남자로 태어난 그 때부터 마력에 의해 선별되어 마석이 되어야 하는 삶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쳐야만 하고, 방계 왕족으로 등록되더라도 성인이 되는 것과 함께 이국의 땅으로 보내진다. 그 이후로 요구되는 것은 마력이 많은 아이를 만들어 흰색 건물을 유지하는 것뿐이다. ……겨우 돌아온 절호의 기회다. 내가 유르겐슈미트의 첸트가 되면 이런 삶을 끝낼 수 있다. 두 번 다시 불행한 아이가 태어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유르겐슈미트도 구루투리스하이트도 없는 왕족에게 휘둘려 마력이 고갈될 일도 없게 되는 것이다."
란체나베와 유르겐슈미트에 있어 자신이 첸트가 되는 것이 유익하다는 젤바지오의 말에 페르디난드는 코웃음으로 응대한다.
"무엇을 착각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나는 쿠인타가 아니다. 에렌페스트의 영주 일족인 페르디난드다."
"별궁에서 떠났을 때는 너무 어렸기에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만, 이궁에서 도망친 그대 대신 그대의 어머니가 마석이 되었고, 그대의 어머니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왕의 딸로서 살아가야 했던 여성이……."
"좀 전에도 말했다만, 나는 쿠인타가 아닌 페르디난드다."
페르디난드는 훗 하고 웃으며 젤바지오의 말을 끊는다. 그것은 아주 불쾌하기 짝이 없을 때에 보이는 사교적인 미소로, 내게는 내면의 분노나 격한 감정을 감추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란체나베에는 란체나베의 사정이 있다. 그러나 그 마석을 받아 란체나베를 위해 활용하며 살아온 그대가 무엇을 말하는 건가? 그대는 침략자다. 새로운 첸트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줄 수 있는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을 얻은 지금, 유르겐슈미트에 있어 그대는 혼란을 초래할 뿐인 불필요한 존재다."
반짝거리는 미소와는 반대로, 페르디난드의 말은 신랄하기 그지없다.
"내가 란체나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톨퀸하이트를 원망하며 하루빨리 멸망하도록. 그러면 두 번 다시 불행한 아이도 생기지 않겠지."
"……그런가. 됐다. 그 별궁에서 벗어난 자로서는 아무래도 우리들의 고통은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군. 쿠인타, 마석으로 태어난 자이니 얼른 마석으로 돌아가라."
젤바지오가 방패를 버리고 은색의 통을 페르디난드에게 향했다. 레티지아가 말했던 은색의 통인 것이 분명하다. 통을 보는 순간, 머리보다 먼저 손이 움직인다.
"바센!"
나는 슈타프를 꺼내 즉사독이 사용될 때를 대비해 준비해둔 마술지를 전력으로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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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겹쳐걸기에 도전한 젤바지오.
제단 위의 신상도 아랑곳 않는 페르디난드의 천벌 받을 공격.
시작의 정원으로 갈 자격이 없기 때문에 제단으로 올라갈 수 없었던 라우부루트.
코넬리우스를 포함한 호위기사들은 로제마인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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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젤바지오: 오식아!!
페르냥: .....
젤바지오: 야, 임마! 너 오식이 맞잖아!
페르냥: .....여기 그런 사람 없습니다.
젤바지오: 오식아, 그 때 네가 어려서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은데, 네 엄마가.....
페르냥: 나 오식이 아니라고!!
신분세탁하고 왕자님 꼬셔서 이제좀 잘 살려나 했더니,
본적도 없는 고향 사람이 친한 척 달라붙어서 분노하는 페르냥이었습니다.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78화 - 제단의 최상부 -|작성자 치천사
Quinta. '제 5 의' 라는 뜻. 한국식으로 하면 '오식이'
Quinta esencia 는 제 5 원소, 만물의 정수라는 뜻이 있다.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78화 - 제단의 최상부 -|작성자 치천사
제단 위의 싸움
……란체나베에서 들어온 위험물은 다 씻어버려라!
은색 원통의 내용물이 즉사독이 아니더라도 모두 씻어내 버리면 문제 없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광역 마술의 보조 마법진에 "바센" 이라 외치며 마력을 냈기에, 당연하게도 대량의 물이 천장 부근에서 일제히 폭포 같은 기세로 쏟아지기 시작한다.
"뭔가, 이 물은!?"
경악한 중앙 기사단의 외침 사이로 "우왓!? 소용돌이 치고 있어? 어째서!?" 라는 내 호위기사들의 목소리가 섞여 있다. 강당 전체를 씻어낼 수 있을 수량을 상정하고 작성된 보조 마법진이었기에 마력으로 소환된 물은 당연하다는 듯이 강당을 가득 채운다. 거기까지는 나의 예상대로였다. 강당에 가득 찬 물이 사라질 때까지 코라도 잡고 기다리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부 씻어내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세탁기를 상상해 버렸기 때문일까. 물은 적 아군 관계 없이 강당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끌어들이며 고속으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냐, 로제……푸하프압!" 하고 아나스타지우스의 목소리가 물에 삼켜 사라질 즈음엔 나도 서 있지 못하고 물에 떠오른 상태로 빙글빙글 물살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으꺄아아아아아악! 실수했어! 누가 좀 도와줘!
완전히 빠지기 전에 코를 잡을 수 있었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 술사인 나도, 호위기사들도, 라우부루트도, 아나스타지우스도, 모두 함께 소용돌이 속에서 빨래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다. 완전히 예상 밖이다.
……눈이 돌아! 호흡이! 호흡이! 으힉!
소리가 되지 않는 소리로 외치고 있자, 갑자기 휙 하고 공중에 내던져졌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물이 사라지고, 열린 입으로 공기가 들어온다. 호흡이 편해지고, 시야가 갑자기 선명해진다. 이제 막 물에서 빠져나온 참인데도 더 이상 젖어 있는 곳 없이, 자신의 머리카락이 공중에서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 시야에 비쳤다.
……어? 천장?
머리카락과 함께 보인 것은 천장이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천장이 있다. 물살에 휩쓸려 자신이 대단히 높은 위치까지 떠올랐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 몸은 중력에 사로잡혔다. 문답무용으로 천장과의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해 단번에 핏기가 가신다.
……떨어진다!
"와, 와앗!"
중력에 사로잡혀 낙하하고 있는데도 주위의 움직임이 유난히 느린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무언가를 잡으려고 필사적으로 팔을 뻗지만 아무것도 손에 닿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아래쪽에서 "크헉!" 하는 누군가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와, "로제마인!" 하고 부르는 초조함을 띤 페르디난드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의 손목에 있던 부적 두 개가 반응했다. 누군가에게 공격받았다고 자각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부적에서 반격의 빛이 날아가고, 챠라락, 하고 빛의 띠가 자신을 휘감았다. 이것도 공격? 하고 생각했을 때에는 꾸욱 하고 강하게 잡혀, 중력과는 또 다른 힘에 끌려가며 떨어지는 각도가 바뀌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사이에 나는 제단 위에 있는 페르디난드의 품속으로 날아들어갔던 모양이다. "시끄러우니 조용히 해라" 라면서, 안부를 묻는 것보단 먼저 "이 바보녀석,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건가?" 라고 혼났으니 틀림 없다.
"그, 그게, 페르디난드 님에게 은색 통이 향했기에 바센으로 씻어냈더니, 스스로도 예상 밖의 물살에 휘말렸다가 갑자기 내팽개쳐지며 낙하한 것입니다만, 다시 물으면 답하기가 어렵네요."
"그것만 들어도 충분하다만, 넌 내가 같은 수단에 두 번이나 당할 거라 생각한 건가?"
얼굴을 누르고 신음하는 젤바지오를 툭 하고 턱으로 가리키며 페르디난드가 언짢은 듯 얼굴을 찌푸렸다. 딱히 믿지 않은 것은 아니다. 걱정으로 인해 무심코 바센을 사용해버렸을 뿐이다. 그렇게 언짢은 얼굴은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살아난 안심감과 설교에 대한 긴장감으로 심장이 바쁘다.
"그, 그나저나 어째서 저만 여기로 날아온 걸까요? 아직 모두는 돌고 있는데……."
분노와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시선을 돌린 곳에는 거대 세탁기로 변한 강당에서 아직도 빙글빙글 돌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무래도 나의 바센은 제단에는 닿지 않았던 모양이다. 라우부루트를 튕겨낸 투명벽을 사이에 두고 물은 그 너머에서만 소용돌이치고 있다.
……나의 혼신의 바센, 의미가 없었어.
바센은 무의미했고, 페르디난드는 자력으로 쉽게 위기를 벗어났다. 나는 자신의 계략에 말려들어 제단 위로 추락하고, 그에 이어 페르디난드의 설교다. 풀죽어버린다.
"네가 이곳에 올라올 수 있는 유자격자이기에 돌고 있던 도중에 저 벽에 튕겨나가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오히려 바센이 아직도 사라지고 있지 않은 것이 신경쓰인다. 너는 대체 무엇을 씻어내려고 했던 건가?"
빛의 띠를 끄고, 나를 내려놓고, 슈타프를 다시금 물총으로 변형시키면서, 페르디난드가 몇 초 만으로는 사라지지 않는 바센의 소용돌이를 힐끗 바라본다.
"란체나베에서 들여온 위험물입니다. 은색 원통의 내용물이 즉사독이 아닐 경우엔 위험하겠다고 생각해서……."
"과연. 그 위험물에 툴크가 포함되어 있다면 씻어내는 데에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군."
페르디난드가 회복약을 든 젤바지오를 향해 물총를 쏘면서 현상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에 강당에서 소용돌이치던 물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물에 휩쓸려 떠올랐던 기사들이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떨어지기 시작한다.
"위험해!"
"기사들은 갑옷을 입고 있다. 떨어져도 죽지는 않는다."
"저의 측근 중에는 문관도 있습니다만!"
"몸을 내밀지 마라. 이번에는 제단에서 떨어진다."
페르디난드의 냉정한 지적을 받은 나는 발밑을 확인하고 급히 할트무트와 클라리사의 모습을 찾았다. 딧타 같은 곳에서 내가 광역 마술 바센을 사용했던 것을 아는 사람들은 비교적 냉정하게 행동할 수 있었던 듯, 곧바로 기수를 꺼내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레오노레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안젤리카가 공중에 펼쳐진 기수의 날개를 발판 삼아 가볍게 뛰어내리고 있다.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인 로제마인 님에게는 제단 위가 매우 잘 어울리네요."
"이 어찌도 성스러운가! 최고신의……."
……아, 할트무트 일동도 아무런 문제도 없이 건강한 모양이다.
저렇게 높은 위치에 오르지 않았는가, 라며 할트무트 일동은 우리들이 있는 제단을 가리키며 뭔가 떠들고 있다. 자세한 것은 듣고 싶지 않으니 흘려듣는 것이 좋아보인다.
……무사한 건 다행히지만 조금만 더 조용히.
내가 에렌페스트 색의 망토를 찾아 확인하며 후유,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쉴 때, "무엇을 할 것인지 사전에 보고 정도는 하지 않겠는가!" 라고 아나스타지우스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엉뚱한 방향에서 들려왔기에 시선을 돌리자 관중석으로 쓸려나간 아나스타지우스같은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아무래도 바센에 휘말렸어도 무사했던 모양이다.
……라우부루트는 어디?
제단을 지키듯이 서 있던 라우부루트의 모습은 더 이상 같은 장소에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떠내려간 건지, 검은 망토가 많아 확인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시력을 강화해 강당 안을 살펴보고 있자, 강당 문이 활짝, 난폭하게 열렸다.
……이번에는 무슨!?
무심코 문을 바라보자 대량의 청색 망토가 둑이 터져내린 것처럼 와르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잘못 보았을 리가 없다.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다.
"로제마인 님과 페르디난드 님에게 가세해라!"
"오오오오오오!"
당연하다는 듯이 앞장서고 있는 것은 아우브·단켈페르가였고, 그 옆에는 검은색과 파란색 망토를 겹쳐 달고 있는 여성 기사로 보이는 사람도 있다. 투구를 쓰고 있기에 얼굴은 확인할 수 없지만 갑옷의 앞가슴의 형태로 보아 여성인 것은 일목요연하다.
"첸트를 지키는 기사단장이면서 트라오크바르 님에게 독을 품은 라우부루트, 그대만은 결코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남편이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 아내인 제가 그대를 벌하겠습니다!"
그녀는 나로서는 찾을 수 없었던 라우부루트의 위치를 즉시 파악해 무기를 겨누었다. 중앙 소속의 검은 망토도 걸치고 있지만 말투와 무기를 겨누고 아우브·단켈페르가와 함께 있는 모습은 전장에서의 한넬로레을 방불케 한다.
"……저것은 혹시 막달레나 님일까요?"
"트라오크바르 님을 남편이라 부르며 아우브·단켈페르가 옆에서 당당히 무기를 들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이 그 밖에 있는가?"
……첸트의 아내가 되었어도 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네……. 단켈페르가는 정말로 단켈페르가야.
"아우브·단켈페르가, 라우부루트를 비롯한 중앙 기사단 배신자들의 포획을 맡기겠습니다!"
페르디난드는 게타일트 방패를 내고 방어하고 있는 젤바지오에게 공격을 이어가면서 제단 위에서 지시를 내렸다. 단켈페르가의 참전으로 인해 단번에 전력이 늘어난 것이다. 아래의 싸움은 단켈페르가와 아렌스바흐 기사들에게 맡기는 편이 좋을 것이다.
"맏겨둬라! ……허나, 진형이 엉망이라 피아 구별이 안 된다! 일단 중앙 기사단의 검은 망토는 닥치는 대로 잡아라! 의견을 듣거나 얼굴로 판별하는 것은 나중이다!"
단켈페르가의 협력에 든든함을 느끼자마자 엄청 불안해졌다. 여전히 대범하고 대담하다. 그와 함께 아우브·단켈페르가의 지시를 받은 단켈페르가의 푸른 망토가 바센에 휘말려 적과 아군이 흩어져 있는 강당 안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페르디난드 님,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일동도 단켈페르가 기사들에게 붙잡힐 것 같습니다만, 정말 문제 없나요?"
"라우부루트와 그 일당을 잡는 것이 최우선이다. 막달레나 님이 단켈페르가와 함께 행동하고 있는 이상,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 대한 것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정말 괜찮을까?
나의 마음의 소리가 들렸는지, 페르디난드는 어이없어하는 듯한 한숨을 토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동향에 신경 쓰는 것 보다, 너는 한시라도 빨리 젤바지오를 사로잡아 도서관 도시 계획에 대해 생각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렇네요!"
애당초 보험이라 지칭하던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일동보다 페르디난드의 말처럼 도서관 도시 계획이 중요하다. 나는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되어버렸기에, 아우브의 의무로서 란체나베인들을 사로잡는 싸움에 참가하고 있지만 본심을 말하자면 이런 싸움은 휙하니 내팽개치고 도서관 도시 계획을 진행시키고 싶다.
……거대 도서관에 약초원을 병설했던 고대의 알렉산드리아처럼, 나는 구텐베르크들의 인쇄소와 페르디난드 님의 연구소와 나의 도서관을 모두 포함하는 도서관 도시를 설계하는 거야.
바다도 있는 아렌스바흐는 딱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란체나베인들을 이끌고 있는 젤바지오를 잡거나 쓰러뜨리거나 해서 이 싸움을 빨리 끝내야 한다.
"마력량이 비슷하기에 마력에 의한 포박은 젤바지오에게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마력을 모을 동안 방어는 너에게 맡기겠다."
"네! 수비를 담당하는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여."
내가 가볍게 눈을 감고 축문을 외우기 시작한 순간, 젤바지오가 "그대……. 마인이군?" 라고 말했다. "마인" 이라고 불린 것에 놀라 눈을 뜬 순간, "단순한 방해다. 축문에 집중해라" 라며 젤바지오에게 견제 공격을 이어가던 페르디난드로부터 질책이 날아온다.
"곁에서 섬기는 권속인 열두 여신이여."
"마인, 어째서 그대가 쿠인타와 서로 죽이지 않고 협력하고 있는 건가?"
젤바지오가 게타일트 방패로 페르디난드의 공격을 막으면서 의아한 듯이 그렇게 말했다. 에어베르멘에게 무언가 들은 것이겠지. "서로 죽여라" 라는 식의 위험한 것을 말할 사람이 그 외에 달리 짚히지 않는다.
……에어베르멘 님에게는 그 자리에서 거절했었는데, 듣지 않은 걸까? 아니면 들리지 않았던 걸까?
나는 축문을 이어가면서 다른 일을 생각해, 되도록 젤바지오의 "마인" 이라는 호칭이 귀에 들어오지 않도록 한다.
에어베르멘이 얼마나 오래 전부터 시작의 정원에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귀가 멀어버렸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전직 신님이라고는 해도 드는 나이에는 이길 수 없었던 것이겠지. 어쩌면, 유르겐슈미트의 마력이 없어지면서 에어베르멘의 그런 부분에도 지장이 생겼던 걸지도 모른다.
"……해의를 가진 것들을 가까이하지 않는 바람의 방패를 우리의 손에."
키잉, 하고 울리는 단단한 소리와 함께 슈체리아의 방패가 완성된다. 그 순간, 페르디난드가 슈타프를 견제하기 위해 사용하던 물총에서 검으로 바꾸고 마력을 모으기 시작한다. 별다른 합의 없이도 당연하다는 듯이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것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쿠인타는 그대가 지켜야 할 존재가 아니다. 그대는 오히려 쿠인타를 죽이고 모든 것을 손에 넣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명령받은 것이 아닌가, 마인?"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고 바로 죽어라."
조용히 그렇게 말하며, 페르디난드가 검을 내리쳤다. 검에서 튀어나온 무지갯빛 마력 덩어리가 직격하며, 게타일트 방패를 든 젤바지오와 함께 신상이 제단에서 떨어져나간다.
"꺅!?"
공격을 맞고 날아가 공중에 뜬 신상……정확히는 신상이 갖고 있던 신구가 일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신구로부터 솟아오른 빛의 기둥이 서로 얽힌다. 너무나도 눈부신 빛에, 나는 무심코 강하게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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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 안이 거대 세탁기로 변했습니다.
툴크의 영향까지 씻어 낸 시점에서 단켈페르가 등장.
막달레나 님도 역시 단켈페르가의 여성.
제단 위에서 싸우는 천벌 받을 사람들 때문에 신구로부터 빛의 기둥이.
다음은……스포일러가 되므로 예고 없이.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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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펑-! 솔직히 벼락 공격보다 이게 더 효과가 좋은 것 아닌가요?
다음화는 책벌레의 하극상입니다.
추신: 설마 진짜로 천벌이 내린다던가....;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79화. - 제단 위의 싸움 -|작성자 치천사
성장과 변화
제 598 화 무렵의 투리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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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으로부터의 소집 명령이 내려왔어. 로제마인 님의 치수재기와 의상 주문을 받으러 오라고 하네. 다행히야. 이걸로 재고 걱정도 없어지겠어."
"오토."
코린나 님이 오토 님을 야단친 것은 아직 눈이 남아 있는 겨울의 끝이었다.
타령으로 가기 위해 잔뜩 받았었던 로제마인 님으로부터 주문은 겨울에 들어서자마자 취소되었다. 신전의 심부름꾼은 "로제마인 님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라고 말했지만 본인을 만난 것 같지는 않고, "언바욱스의 축복" 이라고 해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성장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전의 것을 대신하는 주문이 없었기 때문에 길베르타 상회는 너무나도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로제마인 님을 위해 염색한 천도, 장식에 사용하기 위한 소재도, 전부 최고급품이라 다른 손님에게 돌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가게의 걱정보다 그 애의 몸에 무슨 큰일이 벌어진게 아닌가 하고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그래도 절대로 괜찮다고 믿고 머리 장식을 만들면서 기다렸던 것이다.
……마인이 무사해서 다행히다.
"투리, 이번에는 너도 성으로 갈 거다. 로제마인 님의 전속으로서 타령으로 가기 전에 먼저 자령의 성에 익숙해져야 하니까."
"네!"
무사한 것을 안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처음으로 성의 출입을 허락받기까지 했다. 행복해서 이대로 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다.
……마인, 해냈어. 나, 자신의 힘으로 성에 출입할 수 있게 된 거야!
긴장과 흥분으로 성으로 향했지만, 성에 소집된 것은 길베르타 상회만이 아니었다. 몇 개의 공방으로부터 선발된 재봉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봄의 말미에 에렌페스트를 떠나는 로제마인 님의 의상을 주문하기 위한 치수재기와 주문이 이뤄졌다.
본래라면 로제마인 님의 전속인 길베르타 상회가 전부 담당해야 하지만, 로제마인 님이 바보같이 성장한 탓에 모든 의상을 다시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수가 너무 많다.
"로제마인 님의 전속으로서 다른 공방에 뒤질 수는 없겠죠? 다들 힘내도록 해요."
성에서 돌아오는 길, 마차 안에서 코린나 님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는 크게 끄덕이며 주먹을 쥔다. 나는 로제마인 님의 전속으로서 타령으로 따라가는 것이다. 여기서 제대로 일해서 함께 가는 모두로에게 머리 장식뿐만 아니라 재봉사로서의 솜씨를 인정받고 싶다.
"투리, 러츠가 오고 있어. 로제마인 님에 관한 중요한 얘기가 있는 모양이야. 나는 오토 님과 코린나 님에게 보고할 거니까 투리는 러츠에게서 듣도록 해."
가게로 돌아오자 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응접실에서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응접실에 둘만 남게 된 나는 러츠와 마주한다.
"로제마인 님의 모습이 어땠는지 듣고 오라고 사장님이 시켰거든."
"그래……."
겨울 내내 전혀 연락이 없어 초조해 하던 것은 프랭탕 상회도 마찬가지다. 이동 준비를 시작한 벤노 씨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벤노 씨에게 걱정받는 마인이 부럽다고 느끼는 것에 이어, 첫사랑이라는 것은 꽤나 꼬리가 길구나, 하고 생각한다.
"건강해보였어?"
"좀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건강했어."
"어째서 겨울 내내 연락이 되지 않았던 건지는 알았어?"
"그것은 모르겠지만 주문이 취소된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있었어. 엄청나게 성장했는걸. 그야말로 다시 만들지 않으면 입을 수 없을 정도로."
러츠가 멍한 얼굴로 나를 본다. 그리고 몇 초간의 침묵 후 굳은 미소를 띄운다.
"……누구 이야기?"
"로제마인 님의 치수재기에 갔었으니 로제마인 님밖에 없겠지."
"그야 나도 신전 녀석들에게서 들었지만, 그 로제마인 님이 성장하다니, 거짓말이지?"
2년 간 잠들어 있었어도 모습이 변하지 않았다. 어쩐지 언제까지라도 자신들이 알고 있던 어린 모습으로 있을 듯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지금은 마음 속으로 마인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망설여질 정도로 성장해 있다.
"나이에 어울리는 굉장한 미인이 되어 있었어."
"……나이에 어울리는 미인? 설마 그럴 리 없잖아."
러츠가 파닥파닥 손을 흔들며 부인했다. 믿을 수 없는 기분은 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변하지 말았으면 하는 기분도 알 수 있다.
"정말이라니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성녀나 여신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미인이 되었어. 예술가의 공방에서 만들어지는 여신상의 모델이 될 듯한 느낌이야. 러츠가 지금의 로제마인 님을 보면 분명 다시금 반해버릴 걸?"
후훗 웃으며 러츠를 보자, 러츠는 굉장히 미묘한 얼굴이 되었다.
"다시 반한다니, 투리……."
"그치만, 정말로 미인인 걸. 역시 나의……."
여동생이라는 말은 입에 내지 않고 나는 말을 삼킨다. 말을 삼킨 나를 위로하듯이 러츠가 "아무리 그래도 칭찬이 과하잖아" 라며 조금 웃었다. 나는 "과하지 않아" 라면서 아직도 생생한 로제마인 님의 모습을 뇌리에 떠올린다.
늘씬하게 성장한 몸은 가냘픈 주제에 여성스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햇빛이 닿지 않은 하얀 피부도, 밤하늘 색의 아름다운 머리카락도, 달님 같은 금빛 눈동자도 기억에 있는 마인과 똑같은데도 같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키는 나의 눈높이 정도까지 자랐어. 그 예쁜 머리카락은 허리 정도까지 길어졌고. 금색의 눈동자는 변하지 않았지만 아이같은 모습이 없어진 탓에 어쩐지 요염하게 되었어. 옛날부터 표정이나 행동에 묘한 매력이 있었는데, 그것이 전면으로 나온 느낌이려나. 어깨에 늘어진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모습을 보고 그만 두근거려버렸어."
나는 로제마인 님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었는지 러츠에게 알려준다. 나는 로제마인 님의 치수재기를 했기에 상당히 세세한 숫자까지 알고 있지만, 역시 그것은 비밀이다. 그다지 몸을 움직이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디를 만져도 부드럽고, 피부도 매끈거려서 감촉이 좋았다는 건 알려주지 않는다.
……나만이 아니라 러츠도 첫사랑을 질질 끌고 있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
"어떤 느낌으로 성장했는지 신경쓰여?"
"……뭐, 어느정도는."
"카밀의 세례식에서라면 로제마인 님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이쪽은 가족 총출동으로 가는데, 러츠도 같이 갈래?"
놀리듯이 러츠를 바라보자 러츠는 싫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갈래" 라고 중얼거린다.
"……투리는 어째서 그렇게 기뻐보이는 거야?"
"언제나 러츠가 먼저 만났었지? 내가 러츠보다 먼저 만나서 이야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걸."
로제마인 님이 성에서 돌아왔을 때도, 2년 간의 잠에서 깨어났을 때도, 제일 먼저 불리는 것은 프랭탕 상회였다. 로제마인 님과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벤노 씨와 러츠였던 것이다. 그것이 분했었기에 이번에는 러츠보다 먼저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상당히 기쁘다.
"그런 거였나. ……그럼 뭔가 위험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는 없었어?"
그 말을 들은 순간, 치수재기를 하던 사이에 가라앉은 얼굴을 보였던 로제마인 님이 모습이 뇌리에 떠오른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키겠다고 하던 목소리가 되살아난다. 하지만 그것은 치수재기를 하던 사이의 이야기다. 오토와 코린나 님은 모를 것이다.
"……어째서 러츠가 그런 것을 알고 있어?"
내가 러츠를 보자 러츠는 "내가 여기에 온 용건이 그거니까" 라고 중얼거리며 팔짱을 꼈다.
"어제 상업 길드에 귄터 아저씨와 다무엘 님이 왔었대. 그리고 은의 천을 입고 있는 사람과 타령 사람은 평민이라도 주의하라고 했다는 것 같아."
누구보다 타령 사람과 접할 기회가 많은 것은 상인이니 주의하도록. 그리고 뭔가 정보를 얻으면 즉시 문이나 신전에 알리도록 하라는 귀족님의 통지가 있었다고 한다. 삼엄한 분위기를 짐작한 상업 길드는 상업 길드와 프랭탕 상회로 분담해 통보를 알리고 다니고 있다고 한다.
"투리는 로제마인 님에게 뭔가 들었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주겠다고 했어. 그 때의 얼굴이, 위험하니까 이제 신전으로 데리러 오면 안 된다고 했을 무렵과 같은 표정이었기 때문에, 신경쓰여서……."
습격당하고, 떨고, 무서워하고, 길베르타 상회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안 모든 것이 끝나 여동생을 잃어버렸던 그 때를 떠올리게 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지켜주고 싶었는데, 내가 언니였는데, 나는 여동생에게 지켜지고, 동생을 잃었다.
……또 뭔가 일어나는 걸까?
"난 이번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겠지……."
러츠가 분한 듯이 주먹을 쥐고 그렇게 말했다. 그 때, 러츠는 아이였고, 가족도 아니었기에 누구보다도 마인과 함께 있고 싶었는데도 관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러츠는 정말로 마인을 좋아하네.
러츠의 변함 없는 마음이 기쁘지만, 일단은 약혼자라는 입장인지라 조금 재미 없다.
……그래도 지켜지고만 있을 수는 없겠지? 나도 역시 마인의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은걸.
나는 마인이 소중히 하던 러츠를 바라본다. 러츠와 약혼한 것은 마인 이외의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러츠를 보고 싶지 않았던 나의 이기적인 이유도 있었던 것이다.
나는 손을 뻗어 러츠의 뺨을 만졌다. 러츠가 움찔 하며 당황한 듯이 나를 바라본다. 비취 같은 눈에는 무언가를 원하는 빛이 어려 있다. 러츠는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될 텐데, 하고 생각한다.
"그런 얼굴을 하며 포기하는 것은 러츠답지 않지 않아? 전의 결말이 싫었다면 이번에는 러츠가 모르는 곳에서 끝나지 않으면 돼. 이번에는 상인으로서 정보를 모을 수 있고, 신전과 문으로 정보를 알리게 될 때엔 아는 얼굴이 많은 러츠가 유리하지?"
"……아."
생각도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러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빠와 다무엘 님이 직접 상업 길드를 방문한 것이니, 귀족님과 병사들이 상인들의 정보 수집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러츠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내 말에 러츠는 의욕이 난 얼굴로 히죽 웃으며 "투리의 말대로 해볼게" 라고 말했다.
"응응. 역시 러츠는 로제마인 님을 생각하면서 그런 얼굴을 하는 편이 좋아. 안심할 수 있는걸."
가게로 돌아가려는 러츠의 등을 배웅하고 있자, 문을 열다 말고 러츠가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를 재미 없다는 듯한 얼굴로 가만히 바라본다.
"정말 투리는 로제마인 님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네. 둘 다 서로를 너무 좋아해서 내가 끼어들 틈이 없어."
"어? ……그건."
어떤 의미? 라고 되묻는 것보다 빠르게 러츠는 문 너머로 사라졌다.
……러츠가 끼어들 틈이라는 건, 아직 마인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건가? 아니면……?
그 다음을 생각하면 묘한 일이 되어 버릴 듯한 예감이 들어, 나는 좀 전의 러츠와 같이 "설마 그럴 리 없어" 라면서 자신의 뺨을 누르고 머리를 흔든다. 이미 뺨은 열을 머금은 것처럼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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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ss 33화. - 성장과 변화 (5부 122화 / 투리 시점) -|작성자 치천사
로제마인이 없는 겨울 전편
로제마인이 할버님에 의해 날아가버린, 4학년의 영지 대항전을 중심으로 한 시간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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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렌페스트와의 공동 연구에 관한 라이문트의 편지가 페르디난드 님에게 도착한 것은 귀족원이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난 오후였다. 귀족원에서 온 편지는 본관 집무실로 배달된다. 페르디난드 님은 이미 검열을 받아 봉인이 뜯겨진 편지를 손에 들고 훑어보기 시작했다.
"라이문트는 로제마인의 측근인 뮤리에라라는 문관 견습과 함께 전이진을 한 단계 더 개량하는 연구를 하고 싶은 것 같군. 저쪽은 에렌페스트 각지에서 인쇄된 책을 최대한 빨리 받아보기 위해, 라이문트는 하급 귀족이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전이진을 만들기 위함인가……."
숨기는 것이 없다는 것을 주위의 문관들에게도 알리기 위해 페르디난드 님은 편지의 요점을 소리내어 말한다. 에렌페스트 측의 용도로 보아, 이것은 분명 로제마인이 발안한 연구일 것이다.
……책을 최대한 빨리 받아보기 위해서라고? 로제마인은 여전히 자신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부리고 있네.
넘쳐나는 책에 대한 애정으로 폭주를 거듭하던 동생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가볍게 눈을 감았다. 빈민이었던 병사의 딸이 큰 상점의 상인을 움직이고, 신전을 개혁하고, 에렌페스트의 귀족들을 움직이고, 귀족원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로제마인의 과거를 알고 있는 나는 로제마인이 영향을 미치는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조금 재미있다. 이제는 로제마인이 원래 평민이었다고 말하더라도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라이문트가 만든 전이진은 이미 있죠? 그 이상으로 마력을 절감할 수 있는 건가요?"
"실현되면 올해도 아렌스바흐가 표창되는 것이 아닌가요?"
라이문트로부터 보고와 상담을 받은 페르디난드 님이 관자놀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답장을 쓰기 시작한 것을 보고, 집무중이었던 문관들이 감탄한 듯한 목소리를 냈다.
작년, 라이문트는 페르디난드 님의 조언을 받아 로제마인과 동시에 표창받았었다. 올해도 작년처럼 표창받지 않을까, 하고 기대받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아렌스바흐는 대영지지만, 학생들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딱히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에렌페스트와는 비교할 수 없다. 표창받을 정도로 성적이 좋은 사람은 전 학년을 통틀어도 한 손으로 꼽을 정도 뿐이다.
"……라이문트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하겠다. 표창받을지의 여부는 모르겠다만 좀 더 효율적인 전이진을 만들 수 있겠지."
"오오……. 편지를 통한 보고만으로도 조언하실 수 있으신 건가요. 그렇다는 것은 페르디난드 님은 이전의 전이진이 만들어진 시점에서 이미 개량할 부분이 보이셨던 것이군요."
페르디난드 님은 문관들에게 적당히 수긍하면서 답장 쓰기를 끝내고, 그 중 한 문관에게 편지를 건네 귀족원으로 보내도록 명한다. 편지를 받은 문관은 내용을 확인한 뒤에 편지를 봉하고 퇴실한다.
"……공주님의 연구이기 때문이죠?"
"무슨 소린가, 유스톡스?"
7의 종이 울리고 취침 준비를 시작한 유스톡스의 쓴웃음 섞인 작은 목소리에 방 안의 긴 의자에서 편안히 쉬며 라이문트의 편지를 다시 읽고 있던 페르디난드 님이 얼굴을 찡그린다. 북의 별채에 자기 방이 생기고, 주위에 아군이 늘어난 것으로 인해 우리는 조금 허물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물론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감시의 시선은 작년보다 확연히 느슨하다.
"라이문트 개인의 연구였다면 그런 조언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뿐입니다. 봄부터 가을 사이엔 연구 성과를 평가하거나 과제를 냈을 뿐, 구체적인 조언은 하지 않으셨죠?"
"……에렌페스트에 두고 온 소재를 앞으로도 보내달라고 하기 위해, 그리고 영지 대항전에서 요리 레시피를 싼 값에 양도받기 위한 조언이다. 사전 작업이 필요하겠지."
흥 하고 코를 울리며, 페르디난드 님은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억지를 쓰고 있지만, 묘한 억지를 부리는 시점에서 유스톡스의 말을 반 이상 인정하는 셈이다.
……여전히 로제마인에는 무른 분이시네.
로제마인은 전 평민이다. 본래라면 영주 일족인 페르디난드 님과 관계될 일이 없는 존재다. 대체 몇 개나 되는 우연이 겹쳐서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봐도 알 수 없지만, 이 이상한 운명에는 신들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페르디난드 님은 기본적으로 인간불신이고, 여성에 대한 혐오감은 더욱 심해서 이름을 올린 사람 이외엔 측근이라 하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는 분이다. 일상적인 수발을 받는 생활을 하는 것이 당연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돌봐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유스톡스에 의하면 그가 이름을 올리기 전에는 정말로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페르디난드 님이 이름을 바치지도 않았는데도 믿고 있는 것이 로제마인인 것이다. 평민이며 감정을 감추지 못했던 것, 동조해 기억을 들여다 보며 로제마인의 성격이나 사고방식에 확신을 얻은 것 등, 몇 가지 이유가 겹쳐서 얻은 신용이지만, 조금 부럽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부럽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사라졌다. 로제마인과 나는 입장이 다르다. 나는 귀족이며 신하다. 그에 비해 로제마인은 전 평민이지만 영주의 양녀이며, 영주 후보생이라는 신분으로서는 페르디난드 님과 대등하고, 신전에서는 신전장이라는 직위에 있기에 신관장인 페르디난드 님보다 입장적으로 위에 서는 일도 있는 것이다.
로제마인은 아우브와 교섭해 페르디난드 님의 일을 줄이거나, 건강을 걱정한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나는 신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우브와 교섭할 수 없다. 페르디난드 님의 "이제 됐다" 라는 말에 아랑곳 않고 잔소리를 계속하는 것도 이름을 바친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만해라" 라고 명하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명령에 얽매이는 일이 없는 로제마인은 페르디난드 님이 얼굴을 찡그리더라도, "그만해라" 라고 말하더라도 거리낌이 없다. 아렌스바흐로 이동한 이후로도 요리를 만들어 보내주고, 무엇을 교환 조건으로 한 것인지는 몰라도 왕족을 움직여 페르디난드 님에게 비밀방을 주거나, 레티지아 님과 페르디난드 님의 관계가 좋아지도록 다방면으로 수배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귀족의 상식으로는 망설이거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당연하다는 듯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나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페르디난드 님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에 관해서는 무관심한 측면이 있지만, 누군가로부터 무언가를 받으면 빚이 생겨 약점을 잡혀버린다는 생각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 때문에 로제마인에게 무언가를 받으면 갚지 않으면 안 되는 듯한 기분이 되는 듯, 둘이서 선물을 경쟁하는 듯한 재미있는 상황이 될 때도 많다. 자신의 행동에 응분의 답례가 있던 적이 드물었던 분이기에, 페르디난드 님은 의외로 로제마인에게 무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이데마리가 봤다면 놀랐겠지.
"페르디난드 님, 공주님은 건강하신 것 같나요? 지금쯤이면 올해도 최우수를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계시겠네요."
유스톡스의 말에 페르디난드 님은 훗 하고 웃으면서 "아니, 로제마인은 앓아누웠다고 한다" 라며 들고 있던 있던 편지를 파닥파닥 가볍게 흔들었다. 라이문트의 편지에는 로제마인의 근황에 대한 것이 적혀 있던 모양이다. 그리고 미간의 주름을 평소보다 3할 정도 깊이 새기고, 페르디난드 님은 약간 어이없어하는 어조가 된다.
"그 바보녀석. 유레베를 사용해 좀 건강해졌다고 방심한 것이겠지. 대체 언제가 되어야 신중함이라는 것을 체득하려는지……정말."
……흠. "걱정되어 어쩔 수 없다" 라는 건가.
투덜거리는 페르디난드 님의 속내를 읽고, 나는 귀족원에 있는 로제마인에게 마음 속으로 주의를 보낸다.
……로제마인, 그다지 페르디난드 님을 걱정시키는 게 아니야.
다시 열흘이 지나고, 또다시 라이문트의 편지가 도착했다. 연구의 경과 보고지만, 거기에 로제마인이 회복했다는 소식은 없다. 힐쉬르 연구실에도 전혀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연구는 뮤리에라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페르디난드 님은 집무실의 문관들 앞에서는 표정을 단속하고 있었지만, 자기 방으로 돌아오자 공방이 있는 비밀방으로 시선을 향하거나, 책상머리를 손 끝으로 툭툭 두드리는 횟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공주님의 증세만 알면 약을 만들텐데, 라고 생각하고 계신 모양이네."
페르디난드 님의 모습을 보면서 툭 하고 중얼거린 것은 유스톡스였다. 나는 조금 끄덕이며 동의를 표한다. 아마도 공방을 보고 소재가 부족한 것을 떠올리고는 초조해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말이지, 할트무트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할트무트는 로제마인이 데리고 있는 문관 가운데 유일하게 페르디난드 님으로부터 제약법과 투약법을 배운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제마인이 아직까지도 앓아누워 있어 페르디난드 님을 심려케 하고 있는 것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내가 분개하고 있자, 유스톡스가 작게 웃었다.
"에크하르트도 공주님이 걱정되어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할트무트 탓을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공주님은 귀족원에 가 계신 것이니, 성인 남성인 할트무트는 귀족원에 갈 수 없어 공주님을 곁에서 모실 수 없지 않나."
……확실히 그렇네.
자력으로 로제마인이 평민임을 밝혀내고, 그에 더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를 페르디난드 님에게 묻던 할트무트. 그는 페르디난드 님이 로제마인의 생활을 맡긴 사람이다. 한심스럽다고 생각했던, 화풀이같은 초조함은 진정되었다. 그러나 페르디난드 님의 평온한 나날을 위해 로제마인이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약을 전달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잖나, 할트무트.
결국 로제마인의 회복에 관한 정보 없이 영지 대항전의 날이 밝았다.
연구도 막바지가 되었기 때문에 로제마인의 상태를 물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아렌스바흐에서 유일하게 표창받을 가능성이 있는 연구이기에 라이문트의 연구에는 주목이 모여있는 것이다.
……조금 안절부절 못하고 계신 모양이네.
나는 페르디난드 님의 미간의 주름과 의자에서 일어난 횟수로 그렇게 판단했다. 오늘은 로제마인에 관한 정보를 손에 넣을 절호의 기회이다. 페르디난드 님은 그 여자와 행동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 피로가 심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직접 타령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는 귀중한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은 에렌페스트의 망토를 걸치고 아렌스바흐 기숙사의 다목적 홀에서 약혼자의 도착을 기다린다. 사용법에 따라선 일상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선전으로 만들어진 머리장식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을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장식한 취미 나쁜 여자가 찾아왔다.
베로니카 님과 비슷한 용모는 미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에서 하이데마리의 죽음이 떠올라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짜증과 증오가 북받치고, 주위 사정같은 것은 다 잊고 칼로 찔러버리고 싶어지는 충동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예전에는 "얼굴은 비슷해도 다른 사람이다" 라고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지금으로선 "다른 사람이지만 페르디난드 님에게 있어 유해하다는 의미로는 마찬가지다" 라고 할 수밖에 없다.
……란체나베의 남자가 돌아가자마자 데구르르 태도를 바꾸고 찾아오는 철면피에 머리 이상한 여자가 페르디난드 님의 약혼자라니…….
"그럼, 페르디난드 님. 가시죠. 저의 약혼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태도로 부탁 드려요."
……우둔하고 우매한 천치가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무심코 몸에 힘이 어린 순간, 유스톡스가 어깨를 누른다. 유스톡스가 없었다면 진작에 이 여자는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올랐을 것이다. 등 뒤를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나 참으며 나는 페르디난드 님의 뒤를 따라 걸어간다.
……이 얼간이는 경계문의 수비에서 자기보다 페르디난드 님의 말을 우선했다는 이유로 기사단장을 파면한 것이야.
머리에 잔뜩 꽃을 피우고 있는 어릿광대는 "경계문으로 들어오는 것은 란체나베인밖에 없지 않습니까. 경계할 이유가 없는데도 저의 말보다 페르디난드 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을 호위기사로 둘 수 없습니다" 라며 파면하고, 자신의 명령을 잘 듣는 옛 베르케슈토크인을 새로 기사단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어디까지 콩깍지가 씌여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저 기막힐 뿐이다. 베로니카 님 이상으로 천박하고 무분별하다.
참고로, 파면된 전 기사단장은 페르디난드 님이 측근으로 거두었다. 영주 일족의 호위기사라는 입장을 받은 전 기사단장은 페르디난드 님에게 너무나 감사하고 있다. 그는 오늘 "파면된 사람이 곁에 있으면 디트린데 님의 심기가 나빠질 것이기에" 라는 이유로 아렌스바흐에 남아있겠다고 했다. 이것은 최근 아렌스바흐의 중추로 발탁되고 있는 옛 베르케슈토크의 귀족들을 감독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오전 중에는 다른 영지의 회장으로 인사하러 돌아다니게 된다. 에렌페스트에는 접대를 위한 테이블이 두 곳 있어, 한 테이블에는 아우브 부부가, 다른 테이블에는 빌프리트 님과 샤를로테 님이 앉아 연이어 밀려오는 손님의 대응에 쫓기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바쁜 에렌페스트의 회장에 로제마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설마 아직 앓아누워 있는 건가?
나는 무심코 유스톡스와 얼굴을 마주보았다.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같은 것을 생각한 듯한 페르디난드 님이 아우브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가볍게 세상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요리의 레시피를 구실로 로제마인의 병세에 대해 떠본다.
"로제마인이 보내온 요리의 레시피에 대해 상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만, 로제마인은……."
"아쉽지만 아직 누워있다. 회복되면 편지를 쓰라고 하겠다."
아우브의 대답에 페르디난드 님이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아우브의 뒤에 서 있는 아버님에게 시선을 향했지만 아버님도 살짝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여기서 할 이야기가 아닌 모양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앓아누워 있을리가 없겠지? 대체 로제마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 자리에서는 "아직 누워있다" 라는 답 이외엔 이끌어 낼 수 없을 것이다. 영지 대항전에서 우리는 차기 아우브·아렌스바흐의 약혼자와 그 측근으로서 행동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럼 로제마인 님의 편지를 기다리지요. 저희들은 다른 영지에도 인사하러 가야 하는 걸요. 실례하겠습니다. 아우브·에렌페스트."
아직 정보 수집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차기 아우브가 일찌감치 자리를 떠버리면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우리도 움직여야만 한다.
결국 타령 사람이 얻을 수 있을법한 정보밖에 손에 넣지 못했다. 에렌페스트의 학생들은 방문객들의 응대로 바쁘고, 아우브의 호위로서 종사하고 있는 아버님과 이야기를 나눌 틈도 없었다. 리할다도 로제마인의 측근이 아니게 되었기에 이 자리에 없다.
작년에는 성인식의 에스코트를 위해 기숙사로 데리러 오라며, 머리 나쁜 여자가 제멋대로 구는 바람에 에렌페스트 기숙사에 머물 수 있었지만, 올해는 그런 기회도 없다.
……로제마인이 없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정보를 얻기 어려워질 줄이야.
작년에는 로제마인이 자신의 측근을 시켜 접대해주었기 때문에 나와 유스톡스는 불하받은 카트르카르를 먹으면서 로제마인의 측근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졸업생의 약혼자로서 코넬리우스와 할트무트가 와 있었던 것도 컸었다. 하지만 올해는 로제마인 주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대가 없다. 신전으로 오는 일이 적은 로제마인의 근시 견습과는 그다지 친교가 없던 탓도 있다.
"젤기우스, 뒤를 부탁한다. 그리고 에크하르트. 모쪼록 함부로 행동하지 말아라."
유스톡스는 나에게 그런 말을 남기고 슬쩍 인파를 틈타 사라진다. 유스톡스는 로제마인이 1학년이었을 때에 트라우곳의 근시로 기숙사에 들어가 구드룬의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영지 대항전의 지시를 냈던 적이 있기에 다소 안면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
……정보 수집은 유스톡스에게 맡길 수밖에 없겠네.
점심 때 돌아온 유스톡스는 지친 표정으로 "정보를 제법 철저하게 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페르디난드 님에게 보고했다. 에렌페스트의 사람들은 "로제마인 님은 누워 계십니다" 라는 것 이외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혀 밝힐 수 없는 사정이라는 것이 아렌스바흐의 사감이 거의 확신을 가지고 반갑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오른"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다른 사정이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것인지, 유스톡스로서는 분간할 수 없었다고 한다.
로제마인의 허약함을 아는 우리는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오른 것이 아니냐는 말을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라고 잘라 말한 페르디난드 님의 말수가 단숨에 줄어든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리제레타가 공주님이 페르디난드 님에게 전해달라던 것이 있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가져다 주겠다고 합니다."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상태인 건가."
목소리에 조금 안도감을 담은 페르디난드 님이 몸의 힘을 뺐다.
유스톡스의 소식에 나도 한때는 안도했지만, 리제레타가 가져다준 짐을 본 순간, 안도했던 기분은 싹 사라져버렸다.
……페르디난드 님이 주문한 마술지와 마석 뿐이라고?
전달받은 짐을 확인한 페르디난드 님이 얼굴을 경직시킨 것도 무리가 아니다. 로제마인은 언제나 우리들을 위해 시간을 멈추는 마술도구 안에 여러가지 것들을 잔뜩 넣어 보내주고 있었다. 에렌페스트의 요리는 물론, 회복약이나 페르디난드 님의 조합을 위한 위한 소재, 레티지아 님을 위한 포상용 과자, 우리의 가족들로부터 맡아둔 편지 등, 정말 정성어린 것들이 잔뜩 들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간소한 짐은 절대로 로제마인의 지시로 준비된 것이 아니다.
……로제마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 상태가 계속되면 페르디난드 님은 어떻게 되지?
페르디난드 님이 식욕이 없어 보일 때에 유스톡스가 내오는 것은 로제마인이 보내온 에렌페스트의 요리이다. 쉽게 소재를 채집하러 나갈 수 없는 페르디난드 님도 로제마인에게서 받은 소재로 회복약을 만들고 있다.
아렌스바흐에서의 페르디난드 님의 힘든 생활을 지탱하는 것은 로제마인이 보낸 음식이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전달되었기 때문에 그것이 끊기는 상황 같은 건 상정하지 않았다.
유스톡스는 새파래져 있었다. 페르디난드 님이 식사를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아졌고, 로제마인의 편지와 과자를 기대하고 있던 레티지아 님에게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는 것이겠지.
"페르디난드 님의 부탁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의 마술지를 준비하는 것은 대단히 힘들었겠지요. 로제마인 님은 주문대로의 물건을 준비해 주셨네요. 로제마인 님이 앓아누워계셔서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고 들은 레티지아 님도 걱정하고 있으셨습니다만, 조금 안심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젤기우스의 평온한 어조에 흠칫 놀라, 우리 세 명은 함께 미소로 표정을 수습한다.
"로제마인이 앓아눕는 것은 그다지 신기한 일이 아니다. 회복했다고 생각되어 상태를 보던 중에 다시 열을 내는 일도 많았으니까."
"그건 로제마인 님의 약을 만드셨던 페르디난드 님도 힘드셨겠네요. ……아, 슬슬 오후 경기가 시작됩니다. 가시지요."
현관 홀에서는 아렌스바흐의 사감이 "로제마인 님이 계시지 않는 에렌페스트 따위는 적이 아닙니다. 올해부터는 아렌스바흐가 이기는 것입니다" 라며 의기양양하게 기사 견습들을 고무하고 있었다. 그 순간, 스윽, 하고 페르디난드 님의 눈에서 감정이 사라진다.
……뭐지, 저건? 우리에 대한 도전인가!?
찡찡 울리는 목소리와 "로제마인 님이 계시지 않는 에렌페스트" 라는 언급이 불쾌하기 짝이 없다. 그것을 들은 페르디난드 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그리고 에렌페스트의 망토를 걸치고 있는 우리 앞에서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언사이지 않은가. 슬쩍 앞을 향해 몸이 기운 순간, 어깨를 짓누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기분은 알지만 진정해라."
"……나는 침착하다, 유스톡스."
"정말 그렇다면 좋겠다만……."
……아렌스바흐가 이길 리가 없다. 이 사감에겐 그런 것도 보이지 않는 건가?
오전 중에 열린 하위 영지의 딧타에서 작년 단켈페르가가 선보인 축복을 받고 있는 듯한 영지가 있었다. 공동연구를 했었으니 이 축복은 에렌페스트도 내려받고 있을 것이다. 축복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아렌스바흐로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아니나다를까, 아렌스바흐는 대영지 최약체가 되어 있었고, 축복을 받는 것을 익힌 듯한 중영지에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라도 성실하게 매진하지 않으면 성적이 떨어져 가는 것을 두 눈 빤히 뜨고 보고 있어야 할 것이다. 자신들과 주위의 차이를 목격하게 된 학생들의 얼굴에는 초조감이 떠올라 있지만, 사감은 그저 "저런! 저런!" 하고 외칠 뿐이다. 유익한 조언을 하는 것도 아니다. 찡찡 울리는 목소리가 시끄럽기만 할 뿐이고 전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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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스 2권 발매 기념 SS입니다.
상상외로 길어졌기에 상하로 나누었습니다
내일로 이어집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SS 34화. - 로제마인이 없는 겨울 전편 (5부 117화~ / 에크하르트 시점)|작성자 치천사
여신의 도서관
꾹 눈을 감는 순간 평형 감각이 이상해졌다. 몸이 기울어지며 묘한 부유감에 사로잡힌다. 직후, 쑥 끌려가며 "멍하게 있지 마라, 바보" 라고 작고 빠른 목소리로 혼났다. 페르디난드의 목소리다. 일단은 자신을 잡고 있는 팔을 꽉 붙들기로 했다.
이제 됐어! 라고 생각한 순간, 꽈당 하고 떨어졌다. 감각적으로는 침대에서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고 대단한 높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부유감으로 인해 완전히 균형을 잃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온몸으로 부딪혀버렸다. 바닥이 아닌 페르디난드의 갑옷에.
"꺄윽!?"
눈을 뜨자 페르디난드의 갑옷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는 페르디난드의 위로 떨어진 모양이다.
"아야……."
"태평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비켜라!"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휙 하고 뒤집힌다. 우와? 하고 생각하는 사이에 위아래가 바뀐다. 빠른 동작으로 일어난 페르디난드는 즉시 슈타프를 꺼내 대비하고 있다.
……자기가 끌어당겼으면서, 정말 너무하잖아!
끌어당겨지고, 떨어지고, 구르고, 머리가 빙빙 돈다. 뇌가 쉐이킹 기계로 휘저어진 것 같은 불쾌감을 느끼며 일어나 주위를 확인하자, 우리들은 어째선지 시작의 정원에 있었다. 새하얀 판석이 깔려 있는 둥근 정원의 한가운데에는 하얀 큰 나무가 아닌 에어베르멘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미간의 주름의 깊이와 천천히 피어오르는 마력으로 보아, 기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에어베르멘 님, 엄청 기분나쁜 것 같지? 뭔가 있었던 건가?
내가 에어베르멘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시야 가장자리에서 "에어베르멘 님?" 이라는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젤바지오도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와 같이 꽈당 하고 떨어진 모양인지 몸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시작의 정원을 둘러보았다. 슈타프를 겨누고 임전 태세인 페르디난드, 에어베르멘을 향해 무릎을 꿇은 젤바지오, 머리를 누르고 불쾌감을 억누르고 있는 나. 그리고 그런 세 사람을 에어베르멘이 언짢은 듯이 노려보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을 마력으로 채워야 할 때에, 그 자격을 가지고 있는 그대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무래도 에어베르멘은 우리에게 불평하기 위해 불러, 실체화한 것 같다. 하얀 나무인 채로는 이야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쿠인타, 그대는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난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대에게 메스티오노라의 예지를 주었다. 허나, 그대는 예지를 보완하기 위해 재래하기는커녕 초석을 물들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겨우 재래하는가 싶었더니 다른 사람이었다. 그자에게 한쪽을 죽이고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완성시키라고 명했지만 그 또한 냉담하게 거절했다. 드디어 초석을 물들이려는 사람이 나타났다며 안도하고 있었더니 예지의 빛은 끊기고, 초석으로 향하는 것을 방해받고 있지 않은가. 어째서 방해를 하는 것인가, 쿠인타? 유르겐슈미트의 붕괴가 임박한 것을 모르겠는가!?"
에어베르멘의 분노의 대부분은 페르디난드에게 향해 있는 것 같다. 나에게도 분노의 파동같은 것이 향하고 있지만, 페르디난드와 교대로 향하는 것으로 보아, 여전히 마력으로 구별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원신님의 노여움을 받고 있는 페르디난드는 태연한 얼굴로 "구루투리스하이트" 하고 슈타프를 변형시켜 뭔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에어베르멘 님은 붕괴가 임박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로제마인이 국경문에 마력을 쏟았기에 붕괴하기까지는 20년 정도 여유가 있습니다. 여기서 유르겐슈미트를 지켜본 에어베르멘 님에게는 눈 깜짝할 정도의 짧은 시간일지도 모릅니다만, 우리에게는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될 정도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런가요? 의외로 여유가 있었네요. 페르디난드 님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에는 그런 것도 들어있나요?"
보여주시지요, 하고 내가 후다닥 일어나 다가가자, 눈 앞에서 탁! 하고 강하게 메스티오노라의 책이 덮혀졌다.
"보여줘도 되지 않습니까! 페르디난드 님은 쪼잔해요!"
"한 가지 확인하겠다만, 너는 지금의 상황이 보이는 건가?"
나는 선 채로 분노하고 있는 에어베르멘과 무릎을 꿇고 얌전히 앉아 있는 젤바지오를 번갈아 본다. 느긋이 독서를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역시 알 수 있었다.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어떤 때에도 독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습니다!"
"과연. 잘 알았다. 방해다. 떨어져라."
딱 하고 머리를 때리고, 떨어지라고 턱으로 지시한다.
"저희는 이미 젤바지오로 인해 수십 명을 잃었습니다. 유르겐슈미트를 내부로부터 붕괴시킬 란체나베인을 첸트로 받아들일 사유는 안 됩니다."
"그런 사람의 이치는 모른다. 유르겐슈미트는 에비리베에게 쫓기는 자를 숨겨주는 곳. 우리의 속죄의 땅. 유르겐슈미트의 붕괴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충분하고 넘칠 정도로 기다렸다. 새로운 첸트의 탄생을 방해하게 할 순 없다. 초석을 물들일 생각이 없는 그대는 어서 사라져라."
어베르멘이 천천히 팔을 올린다. 손 끝이 이쪽으로 향한다.
헉, 하고 숨을 삼킨 페르디난드가 내 앞에 서서 "게타일트!" 라고 외치는 순간, 마치 페르디난드의 전력 공격 같은 마력의 덩어리가 날아왔다.
"꺅!?"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페르디난드의 방패가 튕겨나가고, 팔에 차고 있던 세 개의 부적이 한꺼번에 깨졌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자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마력량이다. 단번에 핏기가 가셨다.
"가라, 텔차.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을 마력으로 채워라."
에어베르멘의 지시를 받은 젤바지오가 조용히 일어섰다. "텔차" 라는 건 "쿠인타" 와 같은 아명이 틀림 없다.
"류켄, 미즈텟포."
일어나 등을 보이고 있던 젤바지오를 페르디난드가 즉시 쏘았다. 제단 위에서의 싸움으로 부적을 잃은 젤바지오가 허벅지를 꿰뚫려 억누른 듯한 신음소리와 함께 쓰러진다.
"방해를 하지 말라고 말했을 터이다, 쿠인타."
"사람의 이치를 모른다고 말씀하신 분의 말 같은 것은 모릅니다. 저는 새로운 첸트를 세우고, 왕족을 없애고, 기도를 부활시켜 다음 세대는 자력으로 성전을 얻을 수 있는 자들 중에서 첸트를 선택할 것입니다. 쓸데없는 방해를 하시지 말아주었으면 합니다."
젤바지오 쪽을 향하고 있던 에어베르멘이 손가락을 움직인다. 나는 페르디난드의 앞으로 뛰어나가 있는대로 마력을 모아 "핀스움항" 을 주창하며, 페르디난드와 자신을 지키도록 어둠의 망토를 크게 펼쳤다.
어둠의 망토가 에어베르멘의 마력 공격을 빨아들이며 쑤욱 하고 대량의 마력이 단번에 몸 속으로 흘러들어 온다. 강당에서 거대 세탁기처럼 작용했던 바센에 사용한 대량의 마력조차 순식간에 회복되어 간다.
……위험해! 넘친다!?
급히 마력 압축을 시작했지만, 흘러들어오는 마력이 너무 많아서 압축이 따라가질 못한다. 체내에 열이 차오르고, 부풀어 오르는 열의 소용돌이에 사로잡히는 듯한 고통에 "으읏!" 하고 무심코 신음한다. 몸을 먹는 열에 잡아먹혀 가는 감각은 그리운 것이지만,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괴로움이다.
……뜨거워. 괴로워. 누군가…….
"전부 끌어안으려 하지 마라! 방출해라, 로제마인!"
……도와줘요, 신님!
높이 올린 양손에서 마력이 방출되며 나는 시작의 정원에서 빛의 기둥을 세웠다. 기도가 되었는지 어땠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마치 나의 마력에 반응한 것처럼 천장 부분의 둥근 빈 구멍으로부터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빛밖에 존재하지 않는 시계 속에 자신과 비슷한 용모의 여성이 미소짓고 있었다. 밤하늘 같은 색조의 머리카락, 달과 같은 금빛 눈동자, 무서울 정도로 반듯한 얼굴은 성장하고 나서 거울로 봤던 자신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언바욱스께서도 만족했었습니다만, 정말로 닮았네요. 몸이 먹히는 아이었다면 마력의 친화성도 좋을 테니, 잠깐 몸을 빌려주세요."
목소리는 맑고 부드럽게 울린다. 말 자체가 전혀 다른 건지,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나에게 하는 말이 직접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라, 마치 동시통역을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응? 몸을 빌려……?"
"어머, 도움을 청한 것은 당신이죠? 에어베르멘을 멈추고 오겠습니다. 저대로는 저분도 위험한걸요."
그녀는 "곤란하네요" 라고 말하면서 볼에 손을 얹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의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에어베르멘을 멈춰준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역시 원신님. 마력량이 수준이 다르다. 도저히 맞설 수가 없다.
"……그렇지만, 몸을 빌린다니……."
아무리 그래도 무섭다. 정말 돌아갈 수 있을지, 그 동안 나는 어떡해야 좋을지, 불안 요소가 너무 많다.
"제가 언제까지나 하계에 있을 리 없고, 당신에게는 쾌적한 장소에서 기다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팔을 움직인 순간, 이곳은 도서관이 되었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책, 책, 책. 저쪽을 봐도 책장, 여기를 봐도 책장. 그것도 듬성듬성한 책장이 아니라 모든 책장에 제대로 책이 차 있다. 귀족원의 도서관은 물론, 우라노 시절의 도서관에서도 본 적이 없을 만큼의 장서수에 압도되어 나는 말을 잃고 주위를 둘러본다. 책을 읽기 위해 필요한 안락해보이는 의자나 글을 쓰기에 적합한 책상도 있어, 얼마든지 독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단해……."
마치 내가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에 넣기 위해 금색 슈밀과 만났던 장소를 떠오르게 하는 도서관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 도서관은 들어온 사람의 사상을 판단하기 위한 환상이었음이 떠올랐다.
"……여기도 벽에 그림으로 그려놓은 도서관인가요?"
"아니요. 여기는 저의 예지가 담긴 도서관입니다. 어느 책이라도 읽을 수 있습니다. 제가 그대의 몸을 빌리는 동안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주세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고 손을 흔들자 금색의 슈밀이 한 권의 책을 가져왔다. 여기에 앉아 읽으라는 것처럼 나와 가까운 의자 앞에서 책을 안고 대기하고 있다.
"야호! 몸 같은건 얼마든지 빌려가세요! 예지의 여신 메스티오노라에게 기도를!"
나는 척 하고 기도를 올리고 금색 슈밀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1인용 소파 같은 의자는 삼베같은 느낌이었고, 매투리스를 넣은 나의 의자보다도 앉는 느낌이 좋았다. 천의 감촉은 부드럽고 은은하고 포근함이 느껴진다.
내가 앉은 것을 확인하고 금색 슈밀이 책을 준다. 혹시 유르겐슈미트에서는 도서관에 슈밀이 있어야 하는 걸까.
그런 것을 생각하며 나는 책을 펼친다. 상당히 오래된 언어로 쓰여진 책이었고, 신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 것 같다.
……성전이나 단켈페르가에서 빌린 책에도 비슷한 얘기가 있었지.
나는 희희낙락 글자를 따라간다. 첫 번째 이야기는 바다의 여신 버퓨레메아의 이야기었다.
두 남신으로부터 청혼을 받았지만 버퓨레메아는 누구의 청혼에도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둘 다 불의 신의 권속이었던 탓일까, 거절받았음에도 더욱 열을 낼 뿐이고 물러나려 하지 않는다.
주위의 신들도 말려든 커다란 소동이 된 결과, 버퓨레메아가 실연했을 때에는 두 명 중의 승자와 결혼하게 되었다. 그러자 우선은 승자를 정해야 한다며 두 남신은 다른 여러 신들을 끌어들여 싸움을 시작했다.
실연을 당하면, 이라는 조건을 붙였으니까 좋아하는 상대가 생길 때까지 방치해두면 될 거라고 느긋하게 생각했던 버퓨레메아는 다른 여신들로부터 예상외로 큰 싸움이 되었다는 것을 듣게 된다.
전장으로 급히 간 버퓨레메아는 신으로서의 힘을 사용해 모두의 열을 가라앉혔다. 그 이후로 불의 권속이 다투기 시작하면 버퓨레메아가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이거 단켈페르가의 의식의 바탕이 된 이야기지?
단켈페르가 뿐만 아니라 신들로부터도 불리고 있었다니, 버퓨레메아도 참 큰일인 것 같다.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불리는 버퓨레메아를 동정하면서 나는 다음의 이야기를 읽는다. 다음은 유게라이제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였다.
"끝났습니다. 다음의 책을 부탁합니다."
나는 즐겁게 세 권째의 책을 다 읽고, 금색 슈밀에게 다음의 책을 부탁한다. 드레팡가의 눈을 속여 운명의 실을 빼내 장난치는 리베스크힐페와 과도한 장난에 화를 내며 보복하는 드레팡가의 이야기였다. 드레팡가는 리베스크힐페의 머리카락을 운명의 실에 엮었고, 리베스크힐페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 채 자신과 인간 남자의 인연을 맺어 버리는 것이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우후훙, 후훙……."
들뜬 기분으로 금색 슈밀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자, "로제마인" 하고 뇌에 직접 말하는 듯한 페르디난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분이 바닥을 기는 듯한 낮은 목소리에 들뜬 기분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으힉!? 무, 무슨 일인가요!?"
나는 뺨을 누르면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페르디난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위가 책장으로 둘러싸인 멋진 공간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겨우 들렸는가……. 빨리 돌아와라, 로제마인. 그렇지 않으면 너의 소중한 것들이 차례대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분노를 듬뿍 머금은 목소리는 진심이었다. 지금 당장 돌아가지 않으면 마왕의 분노의 화풀이를 당해 큰일이 나버린다.
"꺄악! 몸을 돌려주세요! 페르디난드님이 화내고 있습니다!"
"……저는 계속 부르고 있었습니다만."
기막힌 듯한, 지친 듯한 감정이 어린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 직후, 나의 시계에서 도서관이 사라졌다. 대신에 비친 것은 페르디난드의 얼굴이었다. 엄청 가깝다. 절박한 듯한, 걱정스러운 듯한 시선이 바로 코앞에 있다.
좀 전에 들려온 격노한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표정에 놀라 내가 눈을 깜박거리며 입을 뻐끔거리는 순간, 순식간에 페르디난드의 엷은 금색 눈동자에 어려 있던 걱정의 빛이 사라지며 분노와 노여움이 섞인 것이 되었다. 동시에 내 손에 쥐어져 있던 무언가가 사라진다.
"……로제마인인가?"
"그허슨니다."
"제대로 대답해라."
말해두겠지만, 얼빠진 목소리가 된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페르디난드가 뺨을 꼬집었기 때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을 뿐이다.
"대다흐 시킬 때는 햔 저도는 나즈세여."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군."
……오늘의 페르디난드 님, 정말 억지야!
"학습 능력이 없음에도 정도가 있다, 로제마인."
"후에?"
분노가 담긴 설교는 들을 테니, 뺨은 놔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뺨을 잡고 있는 손을 가볍게 두드린다. 페르디난드는 한번 꾸욱 힘을 넣고는 손을 떼주었다. 그렇지만 얼굴의 거리는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분노의 설교로부터 조금이라도 거리를 두고 싶지만, 그것은 허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너는 신전 도서실로 돌격해 전 신전장의 눈에 들었고, 귀족원의 도서관에서 마력을 폭주시켜 왕족과 관련되어 역경에 휘말렸다. 네가 도서관에 의식을 빼앗길 때마다 귀찮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주위에서 일어난 귀찮은 일들 중에는 도서관과 관련이 없는 것도 많이 있다. 도서관을 탓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그렇지만 반박하면 잔소리가 몇 배나 늘어나는 것은 경험상 잘 알고 있다. 나는 일단 수긍하면서 흘려넘기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을 대가로 메스티오노라의 도서관으로 돌진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이 바보가."
"거긴 메스티오노라의 도서관이었나요? 대단했어요. 이쪽도 저쪽도 책, 책, 책의 낙원이었습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책이 많고……. 아, 거기라면 연구 관련 책들도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페르디난드 님도 한 번 가보면 그 대단함을 알 거에요. 다음엔 꼭 함께 가보도록 해요."
분노가 해소되기를 바라며 내가 메스티오노라의 도서관에 가보자고 권하자 페르디난드는 순간 움찔, 하고 뺨을 경직시켰다.
"호오, 아득히 높은 곳으로 함께 가자니, 상당히 참신한 초대로군. 오랜만의 임사 체험으로는 부족했던 건가?"
……아득히 높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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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석이 물들지 않은 것에 분노한 에어베르멘.
성전을 손에 넣었을 때에 첸트가 되는 상황이면 되어 있었다고 반박하고 싶은 페르디난드.
여신과 바뀌어 여신의 도서관에서 즐겁게 독서를 하고 있던 로제마인.
아무도 치우해 주지 않고, 여신이 강림할 때까지 고통을 겪고 있던 젤바지오.
다음은 첸트 경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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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드립칠게 너무 많아 정리가 안 되네요 (웃음)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80화. - 여신의 도서관 -|작성자 치천사
첸트 경주
갑자기 엉뚱한 말을 하는 페르디난드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가?" 라며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페르디난드 님?"
"로제마인, 너에게 소중한 사람이 누구지? 나에게 협박당했을 때 너는 누구를 떠올렸지? 너의 몸을 얻은 여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 나는가? 너는 몸을 빌려주기 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겠나?"
"네? 으음……."
갑자기 무슨 말을 꺼내는 거냐고 반박할 틈도 주지 않는 연이은 질문에 머리가 혼란스럽다. 혼란한 상태로 뭔가 떠올려보려 했지만, 기억에 어렴풋이 안개가 끼어 있는 것처럼 생각나지 않는다. 곧바로 떠오르는 것은 좀 전까지 있던 도서관에서 읽은 책의 내용 뿐이다.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좀 전까지 읽고 있던 책의 내용은 분명히 기억해요. 신들에 관한 이야기이고, 저……."
"그건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빨리 잊어라."
페르디난드가 싫은 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나의 발언을 멈춘다.
"네? 모처럼 읽은 책의 내용을 잊으라니, 너무합니다."
"너에게 몸을 빌리기 쉽도록 여신이 조금 정신적으로 간섭했다고 한다. 조금이 아니라 제법 깊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지만……."
잠깐 몸을 빌려줄 뿐이라는 기분이었지만 정신 간섭을 받고 있을 줄은 몰랐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를 생각하자 조금 무섭다. 나는 건네는 마력 회복약을 마시면서 "……전, 어떤 간섭을 받은 걸까요?" 라고 묻는다.
"글쎄? 대답을 받지 못했으니 모른다. 너는 쓸데없는 간섭 같은 것을 하지 않더라도 책과 도서관을 눈앞에 보여주면 간단히 빌려줄 것 같다만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하지 않도록. ……너는 다른 마력의 영향을 너무 쉽게 받는다."
페르디난드는 말로는 하지 않고 입 모양만으로 "몸이 먹히는 아이었으니까" 라고 말했다. 거기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고뇌의 표정이 보인다. 나는 손을 뻗어 페르디난드의 미간의 주름을 문질렀다.
"심려를 끼쳐드리고 말았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페르디난드 님. 죽기 전에 그런 도서관을 만들어 보겠다는 야망이 생겼으니까. 전, 그렇게 간단히 아득히 높은 곳으로 가지 않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걱정이 더 늘었다만?"
싫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주제에 엷은 금색 눈동자에선 조금 분노나 화같은 것이 사라져 있었다. 여전히 감정을 읽기 힘든 사람이다. 다소 기분이 나아진 것에 안도하고 있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페르디난드와는 다른 사람의, 기막혀하는 목소리가 울려왔다.
"슬슬 괜찮겠는가?"
"네? 누군가 계신가요?"
시계에는 근거리에 있는 페르디난드 밖에 비치지 않았기 때문에 설마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 줄은 몰랐다. 내가 눈을 깜박거리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내게서 떨어져 일어선다.
"여기는 시작의 정원이고, 에어베르멘 님과 젤바지오가 있다."
"아, 아! 아아~! 생각 났습니다! 싸우던 도중이 아닌가요! 페르디난드 님, 무슨 태평한 짓을 하고 계신 겁니까!?"
나는 급히 일어나 페르디난드를 뒤로 감싼다. 에어베르멘을 향해 전투 태세를 갖추려고 한 순간, 나는 뒤에서 페르디난드에게 쥐어박혔다.
"진정해라. 싸움은 끝났다. 메스티오노라에 의해 이 자리에서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것은 금지되었다."
"네?"
가만히 살펴보니, 에어베르멘도, 젤바지오도, 그저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 싸우는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이렇게 간단히 싸움을 멈출 수 있다니, 여신님은 대단하네요. 신에게 기도……."
"기도하지 마라, 바보 자식! 또 같은 꼴을 당하고 싶은가!?"
머리 위에 얹은 손이 무겁게 짓눌러온다. 내가 눈을 깜박이고 있자 에어베르멘이 쓴웃음을 지었다.
"마인, 그대는 몸이 먹히는 아이었기에 다른 마력을 받아들이기 쉽다. 신들과 교신을 하는 이 자리에서 기도하면 신들이 흥미본위로 강림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에게 있어선 그리운 사람들이기에 얼마든지 강림시켜도 상관 없으나, 그대에게 있어선 부담이 매우 크다.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
에어베르멘의 말투가 꽤나 침착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어쩌면 여신 테라피의 효과인 걸까. 저렇게 크고 멋진 도서관의 주인이고, 순식간에 싸움을 수습하고, 에어베르멘을 달랜 것이다.
……여신님, 정말 대단해! 메스티오노라에 감사를!
"그래서, 여신님과 어떤 이야기를 하신 건가요?"
"각자의 소망과 현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결과, 평화적인 방법으로 첸트를 경쟁하게 되었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젤바지오가 "아무리 그래도 요약이 심하다, 페르디난드" 라며 얼굴을 찡그린다. 젤바지오의 말대로다. 전혀 모르겠다.
"강당이 어떻게 되어 있을지를 생각하면 세세한 이야기를 할 시간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결과만 전하면 충분하지 않은가."
시간이 없는 것도 알고, 페르디난드가 효율우선주의인 것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좀 더 설명해주기를 바란다.
"적어도 각자의 소망이 무엇인지, 어떤 정보를 공유했는지 정도는 가르쳐주세요. 저 혼자만 전투 감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좀 전까지 기억도 하지 못하던 주제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그런 식으로 노려보더라도 떠올려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뇌 속이 아직 전투 상태인 것이다. 만날 때부터 서로 적대시하면서 "마석이 되어라" 나 " 죽어라" 라고 말하면서 서로 공격하던 젤바지오와 페르디난드는 분위기가 딱딱하긴 해도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고, "쿠인타를 죽여라" 라던가 "젤바지오의 방해를 하지 마라" 라고 꿍얼꿍얼 참견하던 에어베르멘은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이라니, 뇌가 따라가질 않는다.
"조금 책을 읽고 있던 사이에 주위 상황이 너무 바뀌어버려서 전혀 진정되지 않고 기분이 나쁩니다."
"신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유르겐슈미트는 에비리베에게 박해받는 자를 받아들이는 장소. 란체나베인이 구원을 바라며 유르겐슈미트로 들어온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신들의 관점에서는 당연한 것이라는 모양이다."
페르디난드의 설명에 의하면 바깥 세계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마력을 가진 자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유르겐슈미트가 만들어져, 밖의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에어베르멘의 역할이라고 한다. 그래서 마력을 가진 란체나베인이 유르겐슈미트에서 살기를 원한다면 받아들인다. 거부는 고려할 사안이 아니라고 한다.
"신들은 란체나베인들에 의해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이 수십명이나 살해당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인가요?"
내가 에어베르멘을 노려보자 에어베르멘은 이렇다 할 것도 없는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이치에 우리의 말 같은 것은 무의미하지 않은가. 목숨을 빼앗지 말라고 말했으나 옛부터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내부에서 서로를 죽이고 있다. 조금 전에도 수백 명이 죽었으니 거기에 수십 명이 더해진 것 정도는 새삼스러워할 일도 아니겠지. 밖에서 수십 명이 들어올 것을 생각하면 전혀 문제 없지 않은가."
에어베르멘이 보기엔 왕족의 계승문제로 인한 정변으로 수백 명의 귀족이 죽은 것도 방금 전의 일이고, 이번에 아렌스바흐의 귀족들 수십 명 죽은 것도 오차 범위 내라고 한다. 외부로부터 보충하게 되었으니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저희들에게 있어서는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만……."
"사람은 마음대로 늘어나고, 마음대로 서로를 죽인다. 그런 존재이다. 짧은 기간에 어지럽게 변하는 사람의 이치 같은 것은 생각하는 만큼 헛된 짓이다."
확실히 유르겐슈미트는 커녕 에렌페스트 내의 사람들도 서로 이해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고, 사람들 사이의 신분과 상식의 차이도 크다. 신의 상식과 인간의 상식이 일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아보인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사람의 이치에 대해 말하는 자는 이미 오랫동안 이곳을 찾고 있지 않다."
오랜 옛날엔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에 넣기 위해 몇 명의 첸트 후보가 시작의 정원을 찾고 있었다. 유르겐슈미트에 마력이 많이 차 있을 무렵엔 에어베르멘도 자유롭게 사람의 형태를 취해 사람과 어울리며 대화할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에어베르멘은 현현할 수 있는 마력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에 넣는 학생이 줄어들고, 중앙 신전이 성지에서 이동해 나가며 성무가 이뤄지지 않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마술도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계승하게 되면서부터는 기도를 바치는 일도 없어져버렸다. 시작의 정원으로 들어오는 사람마저 줄어들기 시작했을 거라는 것은 내가 알게 된 역사로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야기 상대는 아무래도 좋다만, 지금은 초석에 마력을 공급하는 첸트가 없어 국경문의 마력도 줄어들었고, 유르겐슈미트 자체가 붕괴 위기에 빠져 있다. 수십 명의 죽음 같은 것은 농담으로 취급될 규모의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첸트가 탄생하는 것이 소망이다. 그 이상은 딱히 바라지 않는다."
누구라도 좋으니 얼른 초석을 물들여 유르겐슈미트를 존속시키라는 것이 에어베르멘의 바람으로, 초석을 물들일 수 없는 지금의 첸트는 첸트로 인식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 연유로, 일단 유르겐슈미트의 붕괴를 저지하기 위해 시급히 초석을 물들이게 되었다."
"네? 대체 누가 첸트가 되는 건가요?"
"여기 있는 세 명 이외에도 첸트 후보가 있는가?"
있다면 여기로 데려오라며 에어베르멘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여기에 있는 후보자는 곤란한 자들 뿐이기 때문에 새로운 후보자는 대환영이라고 한다.
"자칭으로 좋다면 디트린데 님이 계시고, 왕족 중에서도 여기에 들어왔던 사람이……."
"에어베르멘 님의 관점으로는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에 넣은 자만이 첸트 후보이다. 구루투리스하이트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한다."
……아우, 첸트 후보의 기준이 먼 옛날이었어. 그럼 왕족의 누구도 후보가 되지 않잖아.
"에어베르멘 님이 원하시는 것은 유르겐슈미트를 마력으로 채우는 것이다. 그래서 세 후보가 각각 아직 마력의 차지 않은 국경문을 마력으로 채우고 이 시작의 정원으로 돌아오는 속도를 경주하게 되었다."
"승자를 초석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신다고 한다."
페르디난드와 젤바지오 모두가 자신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매우 이상한 기분이다. 페르디난드는 첸트를 원치 않았던 것이 아니었던가.
"페르디난드 님은 첸트가 되어도 괜찮은 건가요?"
"내가 초석을 채우면 에어베르멘 님은 사람의 이치에 참견하지 않으신다고 한다. 지금의 왕을 배제하더라도, 들어온 란체나베인들을 처벌하더라도, 그런 부분은 사람의 이치에 맞춰 마음대로 하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페르디난드가 계획하고 있는, 다음 세대에서는 자력으로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개혁하려는 부분은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시간이 너무 걸리고 불확실하다는 것이 문제점이지만 페르디난드가 초석을 물들이게 되면 마술도구로 만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건네 새로운 첸트을 임명하는 것도, 기도 같은 것을 부활시키는 것도 자유라고 한다.
"생략이 너무 심하다, 쿠인타. 메스티오노라는 모든 생명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도 하지 않았던가. 그것을 고려하도록."
에어베르멘은 담담한 어조로 덧붙인다. 처벌을 하는 것은 상관 없지만 안이한 처형은 금지라고 한다. 연좌니 뭐니 이유를 붙여서 무죄인 사람까지 쭉쭉 처형하는 것이 당연한 유르겐슈미트에서 "목숨을 함부로 하지 마라" 라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그렇게 중요한 말은 녹음해 두셨어야……."
"녹음해도 여신의 강림을 실제로 보지 못한 자에게 있어선 너의 목소리일 뿐이다. 일부러 녹음할 필요가 있는가?"
"……그렇네요."
분명 무리해서라도 죄 없는 아이들을 구하고자 하던 내 행적으로 보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이다. 녹음해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아쉽다.
"당신은 어째서 첸트가 되고 싶은 건가요?"
"내가 첸트가 되면 그 별궁을 없애는 것도 가능하다. 나 같은 아이를 낳기 위해 공주를 이쪽으로 보낼 필요도 없이, 마력 있는 사람이 귀족으로서 존중받는 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된다."
그에 더해 우르르 밀려닥친 단켈페르가 사람들에게 붙잡혀 있을 중앙 기사단 사람들을 구하는 것도, 아우브가 없는 영지에 새로운 아우브를 임명해 란체나베인들을 살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젤바지오가 말한다.
"어째서 유르겐슈미트에서 살려고 하는 건가요? 란체나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슈타프와 마석이죠?"
"그렇다고도 할 수 없다."
젤바지오의 말로는 란체나베에서는 마력을 가진 사람을 억압하는 물건이 여러가지로 개발되어 있고, 왕족은 점차 권력을 잃어가며 마력이라는 에너지를 낳는 도구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란체나베의 왕족은 슈타프를 얻어 란체나베로 돌아가 강대한 힘을 행사하는 권력자로 군림하고 싶은 자와, 란체나베에서 탈출해 유르겐슈미트의 귀족으로 살고 싶은 자의 두 부류로 분열되어 있다."
란체나베로 돌아가고 싶은 자를 이끌고 있는 것이 레온지오고, 유르겐슈미트의 귀족으로서 안주의 땅을 찾는 자를 이끌고 있는 것이 젤바지오라고 한다. 의견에 차이가 있지만, 어느 쪽에 있어서도 구루리스하이트를 가진 첸트가 없는 유르겐슈미트는 절호의 사냥감이었다고 한다.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을 살해한 것은 레온지오 일당이다만, 디트린데 님이 아렌스바흐 내의 자신의 정적이라면 죽여도 상관 없다는 허가를 내주었다고 들었다. 유르겐슈미트에는 대단히 무서운 일을 태연히 저지르는 위정자가 있다고 생각했었지."
실제로 만나보니 어리석고 방자한 아가씨였다며 젤바지오가 탄식했다.
"유르겐슈미트에서의 안주의 땅을 확실한 것으로 하기 위해, 란체나베인들의 처벌을 막기 위해, 그리고 나를 받아준 중앙 기사단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한 지위가 필요하다. 나는 첸트가 될 것이다."
"각자에게 참가 이유가 있는 것은 알았습니다만, 전, 아우브라서 첸트의 초석은 물들일 수 없는걸요?"
내가 첸트 경주에 참가하는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그대는 아우브로서 참가하면 되겠지. 국경문을 마력으로 채우는 것은 원래 아우브의 일이 아닌가."
"……에어베르멘 님, 그건 각 영지의 아우브가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가지고 있던 건국 초기의 이야기가 아닌가요. 뭐, 국경문에 마력을 채울 필요가 있다면 협력하는 정도는 상관 없습니다만……."
신화에 가까운 시대에서 기준이 멈춰 있는 에어베르멘에 의해 나의 참가는 의무가 되었다.
"첸트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아우브의 초석을 물들이게 하면 된다. 몸이 먹히는 아이었던 그대의 마력은 물들기 쉽기 때문에 다음 사람은 그리 고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에어베르멘은 제대로 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어베르멘 님, 지금은 페르디난드 님의 마력과 혼동되지 않는 건가요?"
"지금의 그대는 메스티오노라의 힘으로 가득해 있으니까."
……아무래도, 나, 물들어버린 것 같다.
손을 내려다봤지만 자신이 마력이 보이지 않아서 어떻게 되어있는 건지 모르겠다.
"언동은 엉망이다만, 그대로부터는 성스러운 여신의 잔재가 강하게 느껴진다. 당분간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주었으면 할 정도다."
젤바지오가 그리운 듯한 시선을 향하고 있다. 나를 보고 있지만 내가 아닌 사람을 보고 있는 눈이다.
"시간이 아깝다. 시작하겠다. 그대들이 향할 곳은 신들이 정할 것이다."
척 하고 에어베르멘이 손가락을 세우고 가늘게 마력을 뽑는다. 그러자 적, 금, 녹의 삼색의 빛이 쏟아진다. 나의 머리 위에 빨강, 페르디난드의 머리 위에 녹색, 젤바지오의 머리 위에 금색의 빛이다. 내가 갈 국경문은 클라센부르크, 페르디난드가 하우프레체, 젤바지오가 기레센마이어가 되었다.
"그럼, 가라. 그대 자신의 손으로 전이진을 구축해 국경문으로 향하는 것이다."
"구루투리스하이트!"
전이진을 구축하기 위해 셋이 일제히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꺼냈다. 곧바로 공중에 전이진을 그리기 시작한 두 사람을 곁눈으로 보면서 나는 전이진의 검색부터 시작한다. 나는 좀 억울해하며 흙의 국경문으로 향하는 전이진을 검색한다.
한 발 뒤쳐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에겐 비책이 있다. 가죽주머니에서 마술지를 꺼내들고, 나는 히죽 웃었다.
"코피시테펫탄!"
순식간에 전이진이 완성된다. 씁쓸한 얼굴로 "마술지의 낭비다" 라며 손을 움직이는 페르디난드 이외엔 "뭔가, 그것은?" 라며 놀라고 있다.
후훙 웃으면서 나는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지우고 슈타프를 전이진에 대었다.
"케류셀 클라센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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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테라피로 마력을 양도받아 침착을 되찾은 에어베르멘 님.
란체나베인들이 들어오는 것을 인정받아 안심한 젤바지오.
평온하게 보여도 여신 강림으로 인해 가장 침착함을 잃고 있는 페르디난드.
주위를 파악하고 첸트 경주 개최입니다.
여신 강림 장면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습니다만, 한화보다는 SS쪽이 좋을 것 같네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다음은 마왕의 암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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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역자는 마인&여신님 커플을 지지합니다.
진지합니다. 궁서체에요.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81화. - 첸트 경주 -|작성자 치천사
마왕의 암약
나는 코피페한 전이진을 사용해 국경문에 도착했다. 국경문의 내부 구조는 어디나 크게 다르지 않기에 여기가 어디의 국경문인지는 마법진에 그려진 대신의 기호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땅의 여신 게둘리히의 기호가 있으니, 확실히 클라센부르크의 국경문이 맞는 모양이다.
"이제 여기에 마력을 쏟으면 되는 거지? ……구루투리스하이트!"
나는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꺼내 벽으로 다가가 척 하고 국경문에 가져다 대었다. 에렌페스트, 단켈페르가, 아렌스바흐의 국경문에서도 했었던 일이기에 마력 공급은 간단하다.
……낙승, 낙승. 우후훙.
자신의 마력이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통해 국경문으로 흐르는 것을 느끼고 있자, 갑자기 전이진이 빛나기 시작했다. 마력을 공급하며 나는 무심코 돌아보았다.
……어? 뭐지?
국경문으로의 전이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메스티오노라의 책이나 도서관 지하서고 안쪽에 있는 마술도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사람 뿐이다. 지하서고에 들어갈 수 있는 왕족이 없는 이상, 전이해 오는 것은 페르디난드나 젤바지오 둘 중 하나밖에 없다.
……설마 방해하려는……?
그런 생각을 떠올린 순간, 방문자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페르디난드 님이죠!?"
"잘도 알았군."
전이진에서 나타난 것은 내 예상대로 페르디난드였다.
"전이할 장소를 착각했다……라는 귀여운 실패를 페르디난드 님이 하실 리 없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여신님과 에어베르멘 님이 결정한 승부를 방해할 생각인 거죠? 저는 다 알아요!"
내가 자신만만하게 선언하자, 페르디난드는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거기까지 알고 있다면 이야기는 빠르군" 라며 깨긋이 긍정한다. 그렇게까지 나의 예상대로인 것은 좀 어떤까 싶다.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가능하다면 부정해주길 바랬다.
"무슨 일을 꾸미고 있죠? 저를 어떻게 방해할 생각이신가요?"
"내가 너를 방해해서 뭘 어쩌겠다는 건가? 내가 방해하는 것은 젤바지오다."
국경문을 마력으로 채우는 속도를 경쟁하는 승부는 첸트가 될 사람의 마력량을 잰다는 의미에서 매우 이해하기 쉬운 승부다. 전이진을 직접 그려야 하는 스타트도 각 후보가 메스티오노라의 예지를 얼마나 얻고 있는지, 마술의 취급에 얼마나 뛰어난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코피페로 끝냈습니다만 전이진을 그리는 속도에는 큰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싸움으로 소모한 마력이 얼마나 회복되어 있는지는 모릅니다만, 효과가 좋은 회복약을 갖고 있는 페르디난드 님 쪽이 상당히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초석을 물들일 첸트를 정하는 것이니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시는 것이 어떤가요?"
묘한 방해를 하거나 암약할 필요가 없지 않냐고 내가 말하자 페르디난드는 아이러니컬한 웃음을 띄우며 입꼬리를 올렸다.
"정정당당? 젤바지오를 방해한 최대 공헌자인 네가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전, 뭔가 한건가요? 기억이 없습니다만."
"아직 기억이 다 돌아오지 않는 건가? 아니면 단지 자각이 없을 뿐인가?"
페르디난드가 관자놀이를 톡톡 가볍게 두드리며 설명해준 내용으로는, 무려 에어베르멘이 승자에게 초석의 길을 안내해 주기로 결정한 원인이 나였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자각이 없을 줄은 몰랐다만, 젤바지오가 예지를 받던 당시에 어둠의 망토를 펼쳐 방해했었지? 너의 방해로 인해 젤바지오가 얻은 메스티오노라의 책은 상당히 불완전해진 모양이다. 게다가, 예지의 마력이 이미 네게 흡수되어 버렸기에 다시 시작의 정원을 방문해도 빠진 내용을 보완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마법진에 돌격해 직접 시작의 정원으로 들어가려던 것을 방해받은 화풀이로 어둠의 신의 망토를 펼치고 마력을 흡수해 회복했던 자신의 행동을 떠올리고 짝 하고 손을 마주쳤다.
"아, 그거였나요. ……자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야 그렇겠지. 젤바지오의 성전에는 초석으로 이어지는 길이 부분적으로밖에 들어 있지 않다고 한다. 에어베르멘 님이 보기에 우리는 불완전한 메스티오노라의 책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곤란한 첸트 후보라고 하는군."
에어베르멘이 보기엔 메스티오노라의 예지를 받던 도중에 갑자기 끊겨 더 이상 지식을 얻을 수 없게 된 젤바지오와 둘이서 하나의 성전을 나눠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멍 투성이일게 분명한 페르디난드와 나밖에 첸트 후보가 없는 것이다.
……붕괴 직전의 유르겐슈미트를 지탱할 첸트 후보로서는, 뭐라고 할까, 절망적이네.
"페르디난드 님은 이미 코피페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 두었는데, 그것은 말하지 않은 건가요?"
"아아. 나의 성전도 구멍 투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업무에 사용되지 않는 부분은 구멍이 많으니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거짓말이니 뭐니 하는 것은 어찌되었든 좋습니다. 코피페로 보완한 것을 숨긴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나중을 위해서는 그편이 좋다고 판단했다만, 너는 그 이유를 몰라도 된다."
코피페에 대해 말하지 않은 이유는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페르디난드가 태연한 얼굴로 "제 지식도 구멍투성이입니다" 라고 말했기에 에어베르멘은 이번 경주의 승자에게 초석으로 향하는 길을 알려주기로 했다고 한다.
"전, 그런 설명은 듣지 못했는데요."
"쓸데없는 말을 할 것 같았기에 너에 대한 설명은 최소한으로 하고 있다."
"너무합니다!"
나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페르디난드를 노려보았다. 비밀주의자고, 무언가 숨긴 채 행동하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불평 정도는 해도 벌은 받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에게 무엇을 시킬 생각인가요? 젤바지오를 공격하라는 것이라면 도와드릴 수 없어요."
경계하며 묻자, 페르디난드는 "내가 너에게 그런 일을 시킬 리 없겠지. 성공률이 너무 낮다" 라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비록 사실이라 해도 대놓고 성공률이 낮다는 말을 듣는 것은 좀 분하다.
"너는 마력 공급을 마치고 중앙동으로 돌아가, 전이진의 방에서 나가기 전에 할트무트나 코넬리우스에게 알리도록 해라. 나는 에렌페스트에 연락을 넣어 네가 휴식할 수 있도록 방을 준비시킬 생각이다."
"휴식인가요?"
"슬슬 휴식이 필요하겠지? 브로치를 만들 시간이 없었기에 아렌스바흐의 기숙사는 사용할 수 없다만, 아직 에렌페스트의 기숙사로는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신의 망토를 고정시키고 있는 브로치로 시선을 향했다. 아렌스바흐로 이동하기 전에 반납하려 했더니, "정식으로 아우브로 승인될 때까지 가지고 있어라" 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저기, 페르디난드 님. 저의 근시는 아렌스바흐에 있는데요?"
"에렌페스트에는 리할다, 오틸리에, 브륜힐데 같은 근시도 남아 있지 않은가."
"리할다는 양부님에게 돌아갔고, 브륜힐데도 결혼 준비로 바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근시로 사용하는 것은……."
내가 폐를 끼칠 수는 없다고 말하자, 페르디난드는 "폐가 아니라 에렌페스트의 조력이다" 라며 싫은 얼굴을 했다.
"에렌페스트가 지원하고 있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국경문에 마력을 쏟으면 화려하게 국경문이 빛난다. 해가 뜨고 있으니 곧바로 눈치채기는 어렵겠지만 경계문에 기사를 두지 않던 아렌스바흐도 아닌 이상, 기사가 이변을 깨닫지 못할 리가 없다. 영지에 국경문을 가지고 있는 아우브는 비상사태라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분명 급히 중앙으로 달려오겠지. 거기에 아우브·에렌페스트의 모습이 없는 것은 향후를 생각하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이전의 정변으로도 승자와 패자 사이에 확실한 차이가 났었다. 앞으로의 유르겐슈미트에 있어 발언권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큰 차이가 된다.
"타령이 알 수 있는 형태로 지원을 받지 않으면 아무리 사전에 정보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단켈페르가 이외에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앞으로의 에렌페스트를 비호하기도 어렵다. 게오르기네와의 싸움이 있었으니 단켈페르가처럼 전선에서 싸우는 것은 무리더라도 후방지원이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날이 새고 있다. 움직이려 하면 움직일 수 없는 시간이 아니라고 페르디난드가 말한다.
"에렌페스트도 이 싸움을 지원했다는 것을 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사양할 필요가 없으니 제대로 쉬어두도록 해라. 너는 그 후가 힘들 테니까."
"네!? 페르디난드 님, 저에게 무엇을 시킬 생각인가요!?"
"그리고 하우프레체의 국경문에도 마력을 공급하면 좋겠다만, 무리하라고는 하지 않겠다."
질문의 답을 회피하며 페르디난드는 세세한 주의를 시작했다.
"로제마인, 내가 여기서 이동하면 더 이상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한 번 전이진을 봉해 두도록. 지금의 너에게는 호위기사도 붙어있지 않다.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돌아가면 할트무트를 비롯한 측근들의 말을 잘 듣고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알겠나?"
마력 공급이 쉽지 않을 정도로 방해했는데도 아직 젤바지오가 올 것을 경계하며 충고하는 페르디난드의 모습은 얼마나 자신이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 외에 달리 해야 하는 일은 있나요?"
내가 묻자 조금 생각하는 듯이 턱에 손을 갖다 댄 페르디난드가 다른 손으로 나의 어깨를 가볍게 밀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어깨를 밀려 비틀거리는 나를 끌어당기며 단단히 껴안는다.
"……놀라지 않습니까. 도대체 무슨 확인인가요?"
"이런 정도로 휘청인다면, 훈련은 필수다."
"훈련? 무슨 말이죠?"
페르디난드는 곤란한 얼굴로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라고 중얼거리면서 전이진을 작동시킨다.
"좀 기다려주세요, 페르디난드 님! 설명이 부족합니다!"
"케류셀 에르스테데1."
나의 말은 전혀 들리지 않는 듯, 페르디난드는 자신에게 할당된 하우프레체의 국경문이 아닌 귀족원의 중앙동으로 전이해 갔다.
……에렌페스트에서 쉬고 있으라니……. 나, 나중에 무엇을 하게 되는 거야?
분명 엄청난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경험상, 틀림없다.
이쪽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페르디난드에게 마음 속으로 불평하며, 나는 페르디난드가 시키는 대로 전이진을 일시 봉쇄하고 다시 마력 공급을 시작했다.
클라센부르크의 국경문에 대한 마력 공급을 마치고 하우프레체의 국경문으로 이동해 마력을 공급한다. 딱히 페르디난드가 시켰기 때문이 아니다. 국경문에 마력이 가득 차있지 않으면 유르겐슈미트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에게 그렇게 변명하면서 마력을 공급한다.
……우우, 조금 무리였던 것 같아.
회복약과 마력의 지나친 사용으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목덜미에서 이마까지 통증이 박혀있는 느낌이다.
"휴식이 필수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어. 뭔가 분해. ……랄까, 이쪽에도 마력을 공급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던 것이 더 분하지만."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만약을 위해 봉해두었던 전이진을 작동시킨다. 빛과 어둠으로 시계가 가득찬다. 기우뚱하니 흔들리는 시계에 기분이 나빠진 나는 잠시 예의범절은 잊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꾸욱 눈을 감았다.
"케류셀 에르스테데."
잠시 후 눈을 뜨자, 그곳은 새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전이진의 방이였다. 두통에 전이 멀미가 겹쳐 기분이 최악이다.
"우우, 기분이 안좋아……."
그러나 이대로 전이진의 방에서 잘 수는 없다. 나는 기력을 다해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지금 돌아왔습니다" 라고 연락용 편지를 날렸다. 그러자, "문 앞에 있다. 기숙사까지 기수로 돌아갈 것이니 조용히 입을 막고 나왔으면 한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입을 막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천천히 일어난 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입을 누르고 살며시 문을 연다. 아렌스바흐 기사들의 망토가 보이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안젤리카의 얼굴이 보였다고 생각한 순간, 안젤리카가 훌쩍 내게 천을 뒤집어씌웠다.
……무슨 일이지!?
머리부터 천을 푹 뒤집어쓰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다. 나는 입술을 꾹 누르고 기수가 달려나가는 움직임을 느끼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로제마인 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여신의 은력으로 넘치는 로제마인 님을 타령 사람에게 들키지 않은 채로 기숙사까지 모실 수 없었습니다."
천이 벗겨진 것은 에렌페스트 기숙사로 들어온 이후였다. 중앙동과 연결된 문이 아닌 채집지로 갈 때 사용하는 문 앞이다. 나는 멍한 얼굴로 서있는 호위기사들을 둘러본다.
"이건 페르디난드 님의 지시인가요? 페르디난드 님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코넬리우스, 레오노레, 마티아스, 라우렌츠?"
안젤리카의 이름을 부르지 않은 것은 페르디난드로부터 별다른한 설명을 듣지 못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지 잊어버린 것이 아니다.
"아, 아니. 그, 뭐라고 하면 좋을까……. 할트무트가 눈물을 흘리며 신께 기도를 올리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무슨 말인가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
"……여신의 은력이야. 란체나베에서 압수한 은색 천을 사용해 비밀리에 기숙사로 데려가라는 페르디난드 님의 엄명이 있었거든."
페르디난드는 그런 태도를 조금도 보이지 않아서 전혀 몰랐지만,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의 말로는 지금의 내게선 눈부셔서 직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신의 힘이 느껴지고 있다고 한다.
"로제마인 님, 페르디난드 님께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저기, 주위를 혼란시키지 않기 위해 다시 이쪽의 천을 두르고 안젤리카가 방까지 옮겨드려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레오노레가 몹시 죄송스러운 듯이, 그러나 조금 시선을 피하며 그렇게 말했다. 조금도 자각이 없지만, 지금의 나는 엄청난 상태인 것 같다. 주위를 혼란시킬 생각도 없고, 기분도 좋지 않기에 한시라도 빨리 쉬고 싶다.
"괜찮아요."
나는 다시 천을 덮고 안젤리카에게 안겨 기숙사의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은색 천을 치우자 나의 여성 측근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클라리사만은 내 모습을 본 순간, 가슴 앞에 손을 교차시키고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지만.
"아아, 로제마인 님. 이 얼마나 성스러우신지요! 그야말로 여신의 화신이 아니십니까. 로제마인 님의 마력이 일시에 덧씌워진 순간을 이 몸으로 느꼈습니다만, 이렇게나 여신의 은력을 입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어둠의 신의 축복을 받은 머리카락이 더욱 윤기를 내고 있으며, 빛의 여신의 축복을 받은 눈동자는 여신의 은력으로 넘치고 있으며, 그 자태는……."
"클라리사, 아무 쓸모 없는 소리를 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공주님이 쉬실 수 있도록 약을 준비하세요. 그렇게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면서도 공주님의 측근이라 할 수 있습니까?"
리할다가 클라리사를 호되게 꾸짖고, 이어서 오틸리에와 베르틸데에게 침대의 준비를 시키며 척척 지시를 내리고 있다. 클라리사가 급히 약의 준비를 시작하자 리할다는 후, 하고 한숨을 토했다.
"안색이 너무나도 안 좋습니다, 공주님. 목욕이 부담되신다면 식사 후 바센으로 대신할까요?"
"목욕만이 아니라 식사도 부담입니다만……."
"약을 마시기 전에 가볍게 식사를 하게 하라는 페르디난드 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일하는 문관의 얼굴로 돌아온 클라리사가 지금부터 마실 약에 대해 설명해준다. 단시간에 회복할 수 있도록 조금 강한 약을 사용하는 모양이다. 목욕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식사에서는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브륜힐데가 식사를 가져온 것을 보고, 나는 포기하고 의자에 앉았다.
"기숙사에 있는 기사들로부터 후방지원에 대한 요청을 들은 질베스타 님이 곧바로 저희들에게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공주님이 쉬실 수 있는 환경을 우선하라는 말씀에 저희들과 요리사가 제일 먼저 이동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이동하는 도중일 거라 생각됩니다."
리할다는 간단히 에렌페스트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식사 시중을 든다. 리할다의 시중을 받는 것은 오랜만이다. 에렌페스트의 상황을 듣고, 나는 의자 뒤에 호위기사로서 서 있는 레오노레를 돌아보았다.
"레오노레, 제가 제단에서 사라진 이후의 상황에 대해 알려주세요."
"신상이 가진 신구로부터 일곱 개의 귀색의 기둥이 서면서 제단 위에 있던 세 분의 모습이 일제히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이 경악으로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와중에도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묵묵히 중앙의 사람들을 잡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있건 없건 관계 없이 반란을 일으킨 자들은 잡아야 했던 모양이다. 라우부루트는 막달레나와 아우브·단켈페르가와 대치하고, 싸움에서 패배했다고 한다.
"저희들도 단켈페르가의 기사들과 함께 중앙 기사단 사람들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도중에 갑자기 할트무트가 로제마인 님의 마력이 여신에 의해 덧씌워졌다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뭐야 그거? 어딜 어떻게 상상해도 이상한 사람이잖아.
"이름을 올린 다른 측근들은 마력이 바뀐 것은 알겠지만 여신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 모르는 거냐며 할트무트가 화를 냈고, 그때부터 얼마나 성스러운 힘으로 넘치고 있는지 설명하며 로제마인 님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도 엉뚱하고 기분이 나빴기에 중앙 기사단이 정리된 이후로도 한동안……페르디난드 님이 강당으로 돌아오실 때까지 할트무트를 묶어 두었습니다."
……우와, 레오노레는 용서 없네.
"하지만, 강당으로 돌아온 것은 페르디난드 님 한 분이었고, 로제마인 님에게 메스티오노라가 강림해 새로운 첸트가 선출되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래도 할트무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던 모양이네요. 지금 페르디난드 님은 여신이 이르신 대로 준비를 갖추고 계십니다."
똑같이 황당무계한 말을 해도 페르디난드의 말이라면 믿는 모양이다. 조금 할트무트가 불쌍해졌다.
"레오노레, 페르디난드 님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나는 여신에게 받은 지시가 있었다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 조심조심 묻자, 레오노레는 강당으로 돌아오자마자 페르디난드가 잇달아 여러 사람들에게 협박 섞인 지시를 냈던 것을 알려주었다.
"우선 에렌페스트에 휴식할 장소나 식사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리셨습니다. 저에게도 지시를 내리셨습니다. 여신으로부터 목숨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받았다고 하시며 젤바지오가 돌아왔을 때에는 반드시 사로잡아야 한다며 각 장소에 기사들을 배치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교대로 휴식과 식사를 하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한다.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은 휴대식으로 끝냈지만,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은 교대로 기숙사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전투시에 기사들에게 식사를 보내는 것은 후방 지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한다.
"로제마인 님과 저희들의 식사는 에렌페스트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의 특별 명령으로 별궁에 준비되어 있던 식재가 에렌페스트의 기숙사로 옮겨졌습니다. 점심엔 아렌스바흐의 기사들 것도 준비된다고 합니다."
페르디난드는 란체나베의 관에서 옮겨진 것이니 아렌스바흐의 물건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확실히 그 말대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에렌페스트로부터는 요리사를 대출 받았다고 한다.
"이후는, 그렇네요……. 코넬리우스가 들은 것이라고 합니다만, 도서위원인 힐데브란트 왕자에게 도서관으로 열쇠를 돌려주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아직 어디에 중앙 기사단의 배신자가 숨어있을지 모르는데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것이냐며 막달레나는 꺼렸다고 한다. 지시하는 상대가 페르디난드이다.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의 기분은 잘 안다.
그러자 페르디난드는 힐데브란트 왕자가 라우부루트에게 부추겨져 슈타프를 얻은 것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문을 열면서 란체나베인들도 슈타프를 얻은 것을 전하고, 막달레나가 아들이 한 행동을 알고 새파래진 시점에, "새로운 첸트가 선출되는 지금, 다소라도 벌을 가볍게 하기 위한 조언이 필요하겠지?" 라며 미소지었다고 한다.
……지금 귀족원으로 올 수 있는 도서위원이며 한가한 듯한 힐데브란트 왕자이고, 단지 그것만을 위해 한넬로레 님을 단켈페르가에서 불러낼 수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자의 정을 이용해가면서까지 완전히 빠져나갈 길을 막는 마왕, 무서워!
결코 식욕이 생긴다고는 할 수 없는 레오노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클라리사가 준비한 약을 마신다. 곧이어 브륜힐데가 식기를 치우고, 베르틸데가 머리장식을 뗀다. 리할다가 나에게 바센을 걸자, 오틸리에가 바로 옷을 갈아입히며 침대로 들어가게 한다.
"레오노레, 페르디난드 님도 쉬시고 있나요?"
"아니요, 페르디난드 님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함께 중앙 신전으로 가셨습니다. 신전장인 임마누엘을 찾기 위해 할트무트도 동행하고 있습니다."
……중앙 신전? 아, 성전의 열쇠!?
영지의 신전장에게 전달되는 성전의 열쇠가 차기 아우브의 예비 열쇠인 것처럼, 중앙 신전의 성전의 열쇠는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으로 이어진다. 아무래도 페르디난드는 젤바지오가 첸트가 되기 위한 수단을 모조리 제거해 두려는 모양이다.
……페르디난드 님, 국경문에 마력은 공급하지 않고 뭐하는 건가요!?
국경문에 마력을 공급하는 속도를 겨루는 딧타로 승부하고 있었을 텐데, 페르디난드 혼자 보물 훔치기 딧타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일어나면 봉납춤 연습을 해두라는 페르디난드 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왕족과의 논의도 있다고 합니다. 지금 사이에 푹 쉬어두세요."
……봉납춤!? 왕족과 논의!? 그런 말 못 들었습니다만!?
약이 듣기 시작한 나는 반박하지도 못하고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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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문에 마력은 공급하지 않고 암약해대는 마왕.
불평하면서도 하우프레체의 국경문까지 마력을 공급하며 협력하고 있는 로제마인.
오랜만에 그리운 사람들의 등장입니다.
다음은 새파래진 왕족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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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젤바지오 입장에서 보면 진짜 더럽고 치사해서 못해먹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듯한 상황이네요.
게다가 어느새 왕족의 권위 같은 건 이미 아웃 아우브 안중...
무섭네요, 하극상. ㄷㄷㄷㄷ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82화. - 마왕의 암약 -|작성자 치천사
로제마인이 없는 겨울 후편
오후 첫 번째로 열린 아렌스바흐의 딧타가 끝났다. 우리는 인사하러 온 하위 영지의 방문객들에게 대응해야만 한다. 아렌스바흐로 찾아오는 방문객들은 간단한 인사나 용건을 가진 사람을 제외하면 라이문트의 연구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다. 라이문트의 스승이기에 페르디난드 님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오라. 자, 연구 이야기를 하고 싶은 자여. 오는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과 라이문트의 공적이라지만, 아렌스바흐가 주목받는 것에는 관대한 것인지, 아니면 머리가 너무 나빠서 이해할 수 없기에 방문객들에 대한 대응을 전부 페르디난드 님에게 맡기고 싶은 것인지, 이 때만은 어리석고 귀찮은 약혼자가 가까이 다가오지 않으므로 연구에 대한 이야기는 대환영이다.
"디트린데 님, 페르디난드 님. 평안하신지요."
"어머, 힐쉬르 선생님. 평안하신가요."
힐쉬르 선생님은 간단히 인사를 끝내고 방긋 미소지었다. 그 눈은 연구욕으로 번쩍번쩍 빛나고 있어, 페르디난드 님이 조수로 돕고 있던 귀족원 시절을 연상시켰다.
……자, 이번에는 어떤 연구가 막힌 걸까.
페르디난드 님을 수행하던 나도 그렇게 생각할 정도이니, 페르디난드 님도 똑같이 느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페르디난드 님은 마음대로 나다녀도 되는 입장이 아니다. 힐쉬르 선생님도 그것은 알고 있는 모양이다.
"디트린데 님, 전, 정말로 오래되고 중요한 마술도구를 재현하기 위한 조합을 하려 하고 있습니다. 졸업식 다음날부터 아렌스바흐로 돌아가는 날까지 페르디난드 님에게 조합에 대한 도움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만, 허가를 내주시지 않겠습니까?"
이미 10년도 전에 졸업해 타령으로 이동한 영주 후보생에게 "조합을 돕도록" 라고 말하는 교사 같은 건 힐쉬르 선생님 이외엔 없을 것이다. 비상식적이라면 비상식적이지만, 그걸로 페르디난드 님이 한 숨 돌릴 수 있으면 상관 없다.
……그런 것이 허락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예상대로, "그것은 너무나 비상식적이지 않나요?" 라며 자신에게만 너그러운 못난 인간은 불쾌한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상대는 힐쉬르 선생님이다. 페르디난드 님의 스승이며 자신의 연구에 제자를 부려먹는 수완에는 정평이 나 있는, 이미 상식 같은 것은 내다버린 사람이다. 몰상식하다는 말을 들어도 말이 통하지 않고, 한번 거절당한 정도로 포기할 리도 없다.
"이 조합에 성공하면 라이문트의 내년의 연구에도 응용할 수 있으니 아렌스바흐는 분명 내년에도 주목받겠지요."
힐쉬르 선생님은 아렌스바흐에도 이익이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자색 눈동자를 빙그레 가늘게 뜬다. 상대의 약점을 엿보았을 때의 즐거워하는 표정이다.
"이미 잊으신 걸까요? 디트린데 님은 제 부탁을 들어 주시겠다고 악속하셨었죠? 차기 아우브가 약속을 어기는 일이 발생하면 저도 당황해서 이것저것 잊어버릴지도 모르겠네요."
"……알겠습니다. 허가하겠어요. 페르디난드 님, 힐쉬르 선생님을 도와 아렌스바흐를 위해 제대로 성과를 남겨주세요."
너무나도 오만한 언사에는 울컥하지만, 외출과 조합의 허가를 얻었기에 페르디난드 님은 만족스러운 듯이 아주 조금 입술 끝을 끌어당겼다.
……역시 힐쉬르 선생님이야. 나도 만족이다.
"그럼, 디트린데 님, 저는 힐쉬르 선생님과 함께 연구에 관해 상세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내객의 상대를 해야 하니까요. 부디 그렇게 하도록 하시지요."
빨리 가라, 라는 것처럼 쫓겨난 우리는 힐쉬르 선생님과 함께 연구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쪽으로 걸어나간다. 시간이 아쉬운 것인지, 힐쉬르 선생님은 걸어가며 빠른 어조로 페르디난드 님에게 조합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에렌페스트에서 보내온 소재도 있지만 아무래도 힐쉬르 선생님은 조합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속성이 부족하면 조합할 수 없다니, 정말 무슨 마술도구죠."
분한 듯이 불평하는 힐쉬르 선생님에게 페르디난드 님은 "그것은 로제마인이 조합할 예정이었으니까요" 라며 작게 웃는다.
"자, 힐쉬르 선생님. 조합을 돕는 것은 상관 없습니다만, 아렌스바흐의 이익이 아닌 제 이익은 있는지요?"
"금전이라는 의미라면 그런 것은 없어요. 오히려 이쪽이 자금을 원조받았으면 좋을 정도인 것은 아시죠? 아끼는 제자를 위해 힘을 써주시지요. 이익이 필요하다면 로제마인 님에게 받으면 되겠죠. 소재를 가져온 것도, 완성품을 사용하는 것도 로제마인 님이니까요."
그렇지 않았다면 페르디난드 님은 이렇게까지 준비를 갖추지 않았겠죠, 라며 힐쉬르 선생님은 라이문트와 로제마인 님의 취급을 비교하며 어깨를 움츠린다.
"……라고는 해도, 도움을 받는 것은 분명하니 안할퉁1의 협력으로 어떠신지요?"
힐쉬르 선생님은 절대 거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어린 미소를 띄우고 페르디난드 님을 바라본다. 페르디난드 님은 잠깐 생각하는 기색을 보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3의 종이 울린 뒤에 연구실로 가겠습니다."
안할퉁은 곤란한 때나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조언해주는 여신이다. 신화에서는 은폐의 신 페어베르겐이 숨긴 물건을 찾기 위한 조언을 할 때가 많다. 아무래도 조합에 대한 협력 대신 에렌페스트가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는 로제마인에 관한 정보를 주려는 모양이다.
……힐쉬르 선생님은 여전히 페르디난드 님을 낚는 것이 능숙하시네.
이래저래 이유를 붙여 페르디난드 님을 움직여 자신을 돕게 하는 수완은 대단하다고 언제나 생각한다. 페르디난드 님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힐쉬르 선생님이 페르디난드 님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알기 어려운 페르디난드 님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기쁜 것이다.
"다음은 에렌페스트의 차례인 모양이다."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이 망토를 휘날리며 기수를 타고 경기장을 돌기 시작했다. 우리는 관전을 위해 앞으로 나와 경기장을 내려다본다. 에렌페스트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에렌페스트의 관람석에서는 아우브 부부와 영주 후보생들이 맨 앞줄에 나란히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 저건 안젤리카인가?"
에렌페스트의 관람석에 안젤리카의 모습이 보였던 것 같았다. 시력을 강화하고 보자, 틀림없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나의 중얼거림에 유스톡스가 "아니, 안젤리카가 보이는 건가요?" 라며 필사적으로 응시한다. 하지만 유스톡스는 신체를 강화할 수 없어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미 졸업한 안젤리카가 어째서 영지 대항전에 있는 거지?"
"리제레타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안젤리카의 상대로 어울릴 정도로 트라우곳이 성장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불렀다는 모양이에요."
안젤리카가 자신의 결혼 상대로 "자신보다 강한 남자" 라는 조건을 낸 것은 알고 있지만, 트라우곳으로서는 무리일 것이다. 나는 약혼자 시절에 훈련 상대를 했던 안젤리카의 강함과 기사단에서 봤었던 트라우곳의 강함을 떠올린다.
……트라우곳도 다소 성장한 것 같긴 하지만 안젤리카는 광적으로 힘을 추구하고 있으니까. 필사적인 자세가 전혀 다르지.
우수한 근시를 배출하는 집안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안젤리카는 전혀 근시에 적성이 없었다. 귀족원에서도 충격적인 성적을 보이던 그녀는 로제마인이 이끌어주면서 처음으로 가족 이외의 일족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로제마인을 위해 강해지려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안젤리카는 할아버님의 고된 훈련을 묵묵히 소화하고, 조금이라도 강해지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일이 없었다. 호위기사와 근시라는 차이는 있어도, 자신의 주인을 위해 오로지 일편단심 자신을 갈고닦는 일족의 피가 확실히 안젤리카에게도 흐르고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트라우곳은 이 딧타에서 안젤리카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 어떻게 생각해도 트라우곳에게는 무리겠지."
나의 말에 페르디난드 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두 사람은 생각이 전혀 다르다. 트라우곳에게는 섬기는 자의 마음가짐이나 각오가 부족하다. 나로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페르디난드 님은 힐끗 나를 보았다.
"안젤리카가 살아가는 방식은 에크하르트와 비슷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한다."
"말씀하신 것처럼 안젤리카에게는 공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안젤리카에게 파혼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로제마인 님으로부터 떠나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알 수 없기에 저는 함께 갈 수 없습니다" 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것은 내가 가장 공감한 말이다.
자신의 주인을 최상위에 두는 것에 공감해 주는 것, 내가 아직도 하이데마리를 사랑하고 있는 것에 아무런 감개도 없는 것, 결혼에 대해 딱히 기대나 꿈이 없는 것 등, 안젤리카는 내게 있어 나쁘지 않은 상대였다.
"……그런가. 에크하르트가 공감할 수 있는 여성은 달리 없으니 약혼이 취소된 건 조금 아쉽군."
"아니요. 둘 다 자신보다 주인을 우선하고 있기에 안젤리카와 제가 함께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같은 주인을 모시거나……서로의 주인이 함께 걷는 사람이 아닌 이상."
나의 대답에 페르디난드 님은 진지한 얼굴이 되어 "확실히 그것은 어렵군" 하고 중얼거리며 머리가 꽃밭인 새된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는 여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비록 성결식을 마친다 해도 저 뻔뻔하고 경박한 바보와 함께 걸어갈 정도로 페르디난드 님이 열화하는 것은 전혀 상상이 되질 않네.
그런 상황이 되기 전에 레티지아 님이 성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구제불가능한 해악을 비밀리에 처리하는 것 정도는 간단히 할 수 있겠지.
아우브의 인계를 마치고 불필요해질 재앙의 처리 방법을 몇 개인가 생각하고 있자, "저런!" 하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에 의해 사고가 방해되었다.
에렌페스트가 마수를 쓰러뜨리는 것은 아렌스바흐보다 상당히 빨랐지만 그것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인지, 얼굴이 시뻘개진 사감이 "믿을 수 없습니다!" 하고 싸움을 걸듯이 외치고 있다. 너무나도 시끄러워서 입을 틀어막고 천으로 둘둘 감아 어딘가 멀리 집어던져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모든 딧타가 끝났다. 이제 영지 대항전도 거의 끝이다. 이후에 시작되는 것은 시상식이다.
에렌페스트의 기사 견습들은 속도를 겨루는 딧타에서 3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고, 프뢰벨타크, 클라센부르크, 아렌스바흐와의 공동연구도 잘 해냈던 모양이다. 프뢰벨타크와 아렌스바흐와의 공동연구는 표창받고 있었다.
그리고 개인에 대한 시상식이 열린다. 최종학년부터 호명하기 시작한다. 에렌페스트의 학생은 작년처럼 몇 명이나 이름이 불리고 있지만, 아렌스바흐의 학생은 뚝 하고 줄어들었다.
머리에 꽃을 피우고 있는 멍텅구리는 "역시 영주 후보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네요" 라며 납득했다는 듯한 얼굴로 자신이 얼마나 아렌스바흐를 이끌고 있었는지 떠들고 있지만, 영주 후보생의 여부가 아닌 성무의 참가 여부가 큰 원인이다. 타령의 학생들이 자령을 풍족하게 하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와중에, 지금처럼 성무에 대한 기피감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앞으로도 아렌스바흐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점점 하락할 것이다.
……유유자적 하는 것도 지금 뿐이다. 성결식만 끝나봐라. 아우브의 배우자의 입장이 된 페르디난드 님이 아렌스바흐 전체를 틀어쥘 테니까.
지금은 그저 손님 신분이기에 레티지아 님의 교육 이외에는 손을 대지 못하지만, 성결식을 마치고 손을 댈 수 있게 되면 레티지아 님의 측근과 협력해, 기사, 문관, 근시 전체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차례차례 쌓여가는 과제에 매몰되어 있는 레티지아 님 이외에도 교육 대상을 만듦으로써 레티지아 님의 부담을 줄이고, 성인이 되는 것과 동시에 아우브가 되는 그녀를 지탱할 인력을 키우지 않겠습니까? 라고 유스톡스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저쪽의 측근들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4학년 최우수. 드레반히엘의 영주 후보생 오르트빈."
4학년 최우수, 영주 후보생 최우수로 단상에 오른 것은 드레반히엘의 영주 후보이었다.
"로제마인 님의 이름이 우수자에도 없다고?"
"아무리 앓아누워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가?"
"영주 후보생과 상급 귀족의 봉납식에서는 신전장을 맡았다고 들었는데."
관중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상당히 크다. 당연할 것이다. 입으로는 불평하면서도 페르디난드 님의 과제를 태연히 소화하던 로제마인이 한 번도 이름이 불리지 않는 것은 이상한 것이 당연하다.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앓아누워 있다 하더라도 너무 깁니다. 에렌페스트는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표창받을 사람을 부르기 위해 확성 마술도구를 갖고 있는 아렌스바흐의 사감이 찡찡 귀가 아픈 음량으로 기세등등하게 에렌페스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줄서있는 학생들은 표창식이 중단된 상황에 씁쓸한 얼굴이 되고, 마술도구 너머의 큰 목소리에 질색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것을 알고 있는지 아닌지, 사감은 더욱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자, 무엇을 감추고 있죠? 솔직히 말씀하시지요."
"로제마인은 앓아누워 있을 뿐이다."
우수자로 불려 앞으로 나간 빌프리트 님이 반박하고 있지만 전혀 들을 생각이 없는 사감에게는 쓸데없는 행동이었다. 주위의 교사들도 제지하려 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는 것 같다.
"귀족원 기간 내내 앓아누워 계시다니, 너무 길지 않습니까. 사실은 이미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올랐는데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뭐!?"
"저런! 빌프리트 님도 동요하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그런 것이죠?"
흥분한 듯한 거친 콧바람이 기세등등하게 마술도구에서 울린다. 페르디난드 님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눈으로 소음녀를 째려보았다.
……작작 해라, 이 얼빠진 천치가!
다음 순간, "프라우렘!" 이라는 루펜의 노성을 방송 마술도구가 담으면서 경기장 전체에 메아리쳤다. 갑작스런 고함에 관람석에 있는 귀부인들로부터 "꺅!?" 하고 놀라는 소리가 나온다.
내가 좀 전에 상상했던 것처럼 슈타프의 빛의 띠로 둘둘 감겨, 항의하려고 입을 연 순간 재갈이 물려진 무분별한 바보가 루펜과 기사 과정의 교사진에 의해 끌려나간다.
소음의 원인이 배제되자마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상식이 재개되었다. 1학년까지의 우수자가 프림베일 선생님에게 불려 앞으로 나간다.
"……로제마인이 이끌지 않아도 에렌페스트는 그대로 돌아가는 모양이군."
페르디난드 님은 천천히 에렌페스트가 있는 근처를 보면서 재미없다는 듯이 흥 하고 코를 울렸다.
에렌페스트의 학생들은 귀족답게 속내를 감추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지 대항전에서 많은 영지의 아우브들이 에렌페스트를 방문하러 오는 모습도 익숙해지게 되었고, 빌프리트 님도 샤를로테 님도 익숙한 모습으로 사교를 소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로제마인이 부재중이어도 우수자는 많이 나오고 있다.
"자신이 없더라도 행동할 수 있도록 교육받고 있으니까요. 저는 그것이 로제마인의 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에크하르트, 그대는 의외로 동생 바보로군."
의외라는 듯한 페르디난드 님의 말을 나는 씁쓸한 미소를 띄우며 일단 긍정해 둔다.
……그건 페르디난드 님이 하실 말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마음 속으로 그렇게 반박해 보았지만, 재회했을 때에 로제마인에게 페르디난드 님이 괜한 화풀이를 할 것 같았기에 말로 하는 것은 참아두었다.
……로제마인, 너는 나에게 감사하며 뺨을 페르디난드 님에게 바치도록.
영지 대항전 2일차에 열린 성인식과 졸업식은 충격적이었다. 그만큼 플로렌티아 님 일편단심인 아우브·에렌페스트가 브륜힐데를 에스코트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베·그렛시엘의 딸을 둘째 부인으로 들일 결의를 했다고 한다. 페르디난드 님의 지원이 없는 상태로 계속 고집을 부리는 것은 아우브·에렌페스트도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정세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저 분이 플로렌티아 님 이외의 여성을 에스코트 하는 모습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건 사용하지 않은 것인가……."
시간과 정세의 변화를 느꼈을 뿐인 나와는 달리 매우 씁쓸한 얼굴을 한 페르디난드 님이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언제부터인가 에렌페스트와 로제마인에 대한 것을 생각하는 페르디난드 님이 간간이 보이게 된 표정이다.
변변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요리의 보충도 없이, 로제마인에게서 매입할 예정이었던 요리 레시피도 구하지 못하고, 레티지아 님이 기대하고 있던 과자의 보충도, 편지의 답장도 없는 채로 영지 대항전과 졸업식이 끝났다.
덧붙여,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사감은 파면되었다. 중앙에는 필요 없기 때문에 아렌스바흐로 돌려보내고 대신할 사감을 요청하기로 교사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전 사감은 묶인 채로 아렌스바흐로 전이되었다. 사감이 아렌스바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내가 아는 유르겐슈미트 내에서 가장 품위 없는 여자가 말했다.
……기숙사도 귀족원도 조용해졌으니 상관 없지만,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이 죄가 된다면 제일 먼저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그대가 아닌가?
다음날부터 아렌스바흐로 돌아가는 날까지는 힐쉬르 연구실에 다니게 되었다. 페르디난드 님은 라이문트와 힐쉬르 선생님, 두 명 분의 점심을 준비시켜 라이문트에게 옮기도록 명했다.
"라이문트, 내가 가면 바로 조합을 시작할 수 있도록 식사와 조합 도구의 세척을 마쳐두도록."
라이문트가 긴장한 표정으로 페르디난드 님의 지시를 듣고 있다. 라이문트는 페르디난드 님의 측근으로 되어 있지만, 그 재능을 키우기 위해 겨울 이외에도 힐쉬르 연구실에서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편지 교환은 많이 했어도, 둘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페르디난드 님은 자신의 연구에 푹 빠져 있던 귀족원 시절이 상당히 귀중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느끼고 계신 듯, 라이문트에게는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다. 로제마인이 알면 "불규칙적인 생활을 개선해주세요!" 라고 호통을 칠 듯한 환경이지만, 라이문트는 당시의 페르디난드 님처럼 푹 빠져 있다.
"페르디난드 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는 여기서 몇 가지 지시를 내린 뒤에 도서관에서 자료를 얻어 연구실로 갈 예정이다. 힐쉬르 선생님에게 전해주도록."
"알겠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의 조합을 볼 수 있다고 흥분해 있는 라이문트가 다소 빠른 걸음으로 퇴실했다. 유스톡스에게 조합복을 가져오게 한 페르디난드 님이 갈아입으면서 젤기우스에게 귀환 준비를 시작하라는 지시를 낸다.
"젤기우스는 이쪽의 귀환 준비를 시작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디트린데 님의 모습에 주의해주었으면 한다. 이는 유스톡스보다 그대가 적임이다. 부탁할 수 있겠나?"
"맡겨주십시오."
젤기우스를 기숙사에 남기고, 우리 세 사람은 아렌스바흐의 기숙사를 나와 도서관으로 향했다.
"페르디난드 님, 무슨 자료를 찾으시는 건가요?"
"오래되고, 귀중하고, 그 도서관밖에 없는 자료다. 앞으로 만들 것에 필요하다만……그다지 내키지 않는군."
허공을 노려보는 듯한 얼굴의 페르디난드 님으로부터 답이 될 수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잘 이해하지 못한 채로 나와 유스톡스는 페르디난드 님을 따라 걷는다. 무언가에 대해 페르디난드 님만이 알고 있는 상태는 별로 신기한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알려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하지 않는 한, 페르디난드 님은 자신의 생각을 입으로 내놓지 않는다. 언동으로 미루어 이쪽이 헤아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회랑을 가로질러 문을 열고 열람실로 들어갔지만 사서도 도서관의 마술도구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뭔가 정리하고 있거나 손님이 와 있는 것일까. 페르디난드 님은 열람실을 조금 둘러보고는 "돌아갈 때 솔란지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들어 볼까" 라고 중얼거리면서 왼쪽에 있는 계단을 올라간다. 그렇게나 도서관에 집착하고 있었으니 솔란지 선생님은 로제마인의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이곳에 오게 될 줄이야……."
귀찮다는 듯이 말하면서도 페르디난드 님은 망설임 없는 발걸음으로 2층 열람실 안쪽으로 이동한다. 귀족원 재학시절에는 도서관에 자주 오고 있었지만 졸업하고 나서도 오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하이데마리가 다음에 빌릴 책은 무엇일까 하고 페르디난드 님의 손을 들여다보던 모습이나 페르디난드 님의 명령으로 사본에 필사적이었던 모습이 떠오른다.
……어째서 여기에 그대만이 없는 걸까.
도서관의 모습에도 이 자리에 있는 면면에도 변화가 없다. 그런데도 그 때에는 당연한 듯이 있던 하이데마리만 없다.
"에크하르트, 괴롭다면 떨어져 있어도 상관 없다."
"저는 호위기사입니다, 페르디난드 님. 곁을 떠나면 하이데마리에게 혼납니다."
"도서관에서의 조수는 문관인 저의 일입니다. 당신은 호위를 하세요! ……입니까?"
하이데마리의 말버릇을 흉내내며 유스톡스가 그리운 듯이 웃었다.
"빨리 용건을 끝내지요, 페르디난드 님. 하이데마리에게 혼납니다. 영주 후보생이 직접 움직이지 마세요, 라고."
페르디난드 님이 "그립구나" 라고 말하면서 책장 사이에 있는 여신상 앞에 선다. 그리고 무엇이 목적인지는 모르지만 여신상을 만지작거리며 무엇인가 조사하기 시작했다. 귀족원에 재학하던 시절에도 이런 행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어쩌면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은 일이 있었던 걸까?
"……무리인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되도록이면 그 수단을 다시 사용하지 않고 해결했으면 하는데."
무엇이 무리인건지는 모르지만, 페르디난드 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고 앞머리를 쓸어올린 뒤에 빙글 돌아보았다. 열람실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이런 날에 누가?"
"반납을 잊은 학생이 아니겠습니까? 언젠가 페르디난드 님의 위협 섞인 올도난츠가 각 기숙사에 도달한 이후로는 제대로 반납하게 된 것 같으니까요."
유스톡스가 놀리듯이 입꼬리를 비틀자 페르디난드 님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라며 싫어하는 얼굴이 된다.
"학생과 마주치는 것도 성가시다. 떠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지."
그렇게 말하고 있자 발소리가 계단을 올라온다. 여러 사람이 한번에 2층으로 올라오는 일은 드물다. 나는 뒤돌아보며 무기를 준비해 두라고 전하고 준비가 된 것을 확인하고 조금 발을 움직인다. 페르디난드 님이 돌아보았다.
"지기스발트 왕자?"
나는 바로 공격 태세를 풀고 돌아본 페르디난드 님 뒤에 대기한다. 대체 왕족이 이런 날에 무슨 일이 있어서 도서관으로 온 것일까. 의아함이 겉으로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지기스발트 왕자의 모습을 살핀다.
"로제마인이 걱정이네요. 너무나도 깁니다."
로제마인이 걱정인 것에는 동의하지만 지기스발트 왕자가 걱정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개인적 친분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깊었을 것이다.
"정말로……. 그런데 지기스발트 왕자는 어째서 이곳으로?"
"그대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로제마인이 마지막으로 마력을 공급한 마술도구를 보러 온 것이죠. 학생이 많은 동안엔 올 수 없었으니까요."
……로제마인이 마지막으로 마력을 공급한 마술도구? 뭐야, 그건?
단순히 앓아누워 있는 것이 아님을 암시하는 듯한 말이었다. 나는 알 수 없었지만, 페르디난드 님에겐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으스스한 미소가 되었다.
……무슨 일을 저지른 거야, 로제마인!?
2층에 있는 마술도구에 대한 질문을 받은 페르디난드 님이 이곳저곳의 마술도구를 가리킨다. 도서관에 예상 외로 많은 마술도구가 있는 것에 놀라면서 나는 지기스발트 왕자와 함께 페르디난드 님의 설명을 듣는다.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지기스발트 왕자는 페르디난드 님에게 예를 표하고 발길을 돌렸다. 페르디난드 님의 만들어 붙인 미소가 사라지고, 대신 미간에 주름이 깊이 패인다. 피로와 기막힘과 놀라움이 뒤섞인 얼굴로 "그 바보 녀석" 이라며 여신상을 노려보았다.
"로제마인은 정말로 이쪽의 예정을 엉망으로 해주는군……."
계획을 수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화를 내며, 페르디난드 님은 지기스발트 왕자와 시간차를 두고 도서관을 나온다.
"솔란지 선생님의 이야기는 듣지 않으시는 건가요?"
"이제 필요 없다."
나는 깜짝 놀라버렸다. 그렇게나 걱정하고 있던 페르디난드 님이 로제마인의 정보가 필요 없다고 단언한 것이다.
……정말 무슨 짓을 한 거야, 로제마인!?
로제마인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정보를 준 것은 페르디난드 님이 아니라 힐쉬르 선생님이었다. 로제마인은 최초의 봉납식 직후부터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한다.
"행방불명인가요?"
"네, 혼란해하던 에렌페스트 기숙사에서 구입한 정보이니 틀림없습니다. 갑자기 사라지셨다고 합니다."
"갑자기? 측근들 앞에서?"
무심코 목소리를 높여버린 나나 유스톡스와는 달리 페르디난드 님은 마치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전혀 동요를 보이지 않고 조합을 계속하고 있다.
"로제마인 님이 어디에 계시는지, 언제 돌아오시는 것인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다만, 로제마인 님에게 이름을 올린 측근이 무사한 것, 그 자가 로제마인 님의 마력을 느끼고 있는 것을 보면 무사하신 모양입니다."
힐쉬르 선생님의 말을 흘려들으며 말 없이 조합을 계속하고 있는 페르디난드 님으로부터는 분노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조용히 화내고 있다. 분명 로제마인이 페르디난드 님의 분부를 어기고 쓸데없는 짓을 했음에 틀림 없다.
……얼른 돌아와라, 로제마인. 더 이상 페르디난드 님을 곤란하게 하지 마!
이틀 동안 로제마인이 만들고 싶어하던 도서관의 마술도구를 만들고, 페르디난드 님은 불쾌함 그 자체인 얼굴로 마술도구를 노려보면서 성능의 확인을 하고 개선점과 조합할 때의 주의점에 대해 써가기 시작했다.
……공기가 무거워. 누가 뭔가 좀 해봐!
내가 마음 속으로 그렇게 외치고 있자, "큰일입니다, 페르디난드 님!" 라며 젤기우스가 뛰쳐들어왔다. 상당히 급하게 온 것인지 쌔액쌔액 거친 호흡을 반복하면서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내민다. 올도난츠로 알릴 수도 없는 용건인 모양이다.
유스톡스는 젤기우스의 호흡이 가라앉도록 차를 마시게 하고, 우리는 내민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잡았다.
"무슨 일인가, 젤기우스?"
이미 로제마인에 대한 분노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페르디난드 님이 젤기우스을 재촉한다. 젤기우스가 호흡을 가다듬고는 보고를 시작한다.
"란체나베의 배가 왔다고 합니다. 경계문을 열기 위해 디트린데 님이 급히 아렌스바흐로 돌아가셨습니다."
……뭐!? 그 천치는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건가!?
"본래 란체나베의 내방은 영주 회의 이후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어째서 이런 시점에 오는 것입니까!?"
"돌려보내면 되는데 어째서 경계문을 열어주는 것인가?! 누구도 제지하지 않은 건가?"
유스톡스와 나의 서슬에 젤기우스가 "제게 말하셔도……" 라며 어깨를 떨어뜨렸다. 초석 물들이기를 마치고 아우브로 확정되었기 때문에 귀족들은 처벌을 두려워하며 진언하지 않고 있다.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천박한 바보 여자에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고, 부주의하게 의견을 내면 파면되거나 처벌을 받거나 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왈가왈부하더라도 의미가 없다. 바로 돌아간다."
페르디난드 님은 그렇게 말하고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젤기우스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힐쉬르 선생님에게 완성된 마술도구와 수정점이 몇이나 적힌 조합용의 레시피를 건넨다.
"힐쉬르 선생님, 급히 돌아가야 하게 되었습니다. 이쪽은 에렌페스트로 부탁드립니다."
방금 작성한 마술도구를 힐쉬르 연구실에 두고 페르디난드 님은 발길을 돌렸다. 우리도 페르디난드 님을 따라간다.
……다음에서 다음으로 문제만 일으키다니. 그 천박한 바보만을 말하는게 아니야. 로제마인, 너도다!
아직 봄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겨울의 끝, 우리가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아렌스바흐의 항구에 란체나베의 배가 들어와 있었다. 예년과 다른 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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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길어져버렸습니다.
코믹스 2권 발매 기념 & 스즈하나 님 생일 축하 SS입니다.
조언의 여신. Anhaltspunkt(근거, 단서) + Leitung(이끎, 선도, 지도, 지휘, 통솔)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SS 35화. - 로제마인이 없는 겨울 후편 (5부 117화~ / 에크하르트 시점)|작성자 치천사
마왕의 암약 추가분
"피곤은 풀리셨나요, 공주님? 이제 5의 종이 울릴 무렵입니다. 조금 더 쉬고 계셔도 괜찮을 거라 생각됩니다만……."
리할다의 말에 조금 생각한다. 좀 더 자고 싶기도 했지만, 기분적으로는 매우 상쾌했다. 섣불리 다시 잠드는 것보다는 일어나는 것이 좋겠지.
"일어나겠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은 돌아오셨나요?"
"점심은 이곳에서 드시고 아우브와 여러가지로 논의를 하거나 사방으로 올도난츠를 보내고 계셨습니다. 지금은 아렌스바흐의 기사들과 함께 별궁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실 것입니다. 공주님이 아렌스바흐에 대한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도록 하신다고 하습니다."
나는 아우브로서 초석을 물들였지만 아직 귀족원 기숙사를 사용하기 위한 브로치를 만들지 않았기에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은 기숙사에 출입할 수 없다. 란체나베의 관과 연결된 별궁이 있는 것은 다행히지만, 페르디난드는 좋은 추억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그 별궁에서 정말 쉴 수 있는 것일까. 오히려 그쪽이 불안하다.
"먼저 차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공주님은 점심을 드시지 않았으니 저녁도 함께 준비시키지요."
"부탁합니다. 차는 1층에 방을 하나 내서 그쪽에 준비시켜도 될까요? 모두로부터 보고를 듣고 싶습니다."
"아우브에게 여쭈어 허가를 받아 오겠습니다."
그런 리할다의 말에 나는 몇 번 눈을 깜박였다. 후방지원에 대한 것은 그것에 능한 양모님이 지휘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양부님도 이곳에 와 계신 건가요?"
"지금의 공주님을 사람들 눈에 띄게 하면 큰 소동이 일어나기에, 모레 점심에 왕족을 다과회실로 초대해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심 때의 페르디난드 님의 지시로 인해 아우브 부부는 준비로 분주하고 있습니다."
조금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리할다는 천막 너머로 말을 걸었다.
"오틸리에, 남성 측근들에게 연락을. 브륜힐데, 베르틸데. 공주님의 환복을 부탁합니다. 클라리사, 페르디난드 님의 측근에게 공주님이 일어나셨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천막 너머로 측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소리로 알 수 있었다.
브륜힐데와 베르틸데 자매가 환복을 돕는다. 본 적 없는 의상을 내려다보고 있자, 브륜힐데가 곤란한 듯이 웃었다.
"에렌페스트에서 가봉 중인 의상의 완성을 매우 재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길베르타 상회의 의상이 아닌 플로렌티아 님의 전속이 만든 의상입니다. 가봉하는 시점에서 완성품에 사용하는 원단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완성을 앞당길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내일이면 길베르타 상회의 의상도 한 벌 도착할 것입니다."
머리를 다듬어 주는 손이 조금 떨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나는 거울 너머로 브륜힐데를 바라본다. 시선을 느낀 브륜힐데가 조금 시선을 피하며 말을 찾듯이 뺨에 손을 댔다.
"……이것이 여신의 은력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로제마인 님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강한 의사가 필요합니다. 다가가면 다가갈 수록 죄스럽다는 느낌이 강해져서 무심코 손이 떨리고 맙니다. 조금 떨어지면 로제마인 님이 어슴푸레한 빛에 감싸여 계신 것처럼도 보입니다."
"언니……아, 아니 브륜힐데가 말한 것처럼 로제마인 님은 매우 성스러운 모습이십니다. 전, 이렇게 가까이 모실 기회가 있어 정말 기쁩니다."
……저기, 베르틸데는 눈을 반짝이며 마치 나를 숭상하는 것처럼 보고 있는데, 여신의 은력으로 성스럽고 죄스럽다니……그거 더이상 인간이 아니지 않아?
할트무트의 과장된 칭찬이라면 흘려들으면 되지만, 그동안 보통이었던 측근들이 숭상하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내용물이 전혀 바뀌지 않은 만큼 제법 견디기 어려운 기분이다.
"이런 상태의 로제마인 님을 보면 빌마는 분명 그림으로 남기려 할 것이고, 고아원의 모두는 기도를 올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피리네가 눈부신 듯한 얼굴로 나를 보면서 쿡쿡 웃는다.
"보통은 마력량의 차이가 크면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만, 여신의 은력은 누구에게나 느껴지는 것 같네요. 에렌페스트에서 함께 이동해 온 사람들은 모두 로제마인 님이 계신 방 쪽을 신경쓰고 있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의 지시로 이불 위로 은색 천을 덮은 이후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게 되긴 했습니다만……."
자각은 전혀 없었지만, 주위는 제법 큰일이 되어 있는 모양이다. 이 여신의 은력이라는 것은 지울 수 있는 걸까. 일상 생활이 매우 불편해질 것 같다.
"로제마인 님이 휴식하시는 동안 다른 호위기사들도 휴식을 취하고 있었기에, 저와 다무엘이 호위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 다시 체험하지 못할 듯한 굉장한 싸움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강당 안에서 익사할 정도였다고 라우렌츠가 말했는데,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아 저도 함께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잠든 사이에 유디트와 다무엘도 기숙사에 도착한 모양이다. 거대 세탁기처럼 되었던 강당의 전투에 참가하고 싶었다니, 유디트는 제법 대단하다.
"강당의 전투에서는 유디트의 투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유디트가 미성년이라 아쉬웠어요."
유디트라면 라우부루트가 있는 곳까지 공격이 닿았을 거라고 생각했던 당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유디트가 자랑스럽게 웃었다.
그런 대화를 하면서 환복을 마친 나는 이번에도 귀찮은 여신의 은력을 막기 위한 은색 천을 베일처럼 뒤집어쓰고 차를 마시기 위한 방으로 이동한다. 나를 공주님 안기로 옮기고 있는 것은 신체 강화가 특기인 안젤리카다.
……이 은색 천은 차광성이 강하고 유일하게 보이는 발치도 어두워서 위험해!
가능하다면 레서 군을 타고 이동하고 싶었지만, "만약 아우브로부터 기수 사용 허가가 나온다 하더라도 천을 뒤집어써서 앞이 안 보이는 상태로 어떻게 움직이실 생각이신가요?" 라는 레오노레의 냉정한 츳코미를 받고 포기했다.
……어린애가 아닌데 안겨서 운반되다니!
천 속에서 "싫어어어어엇!" 하고 부끄러움으로 떨고 있는 사이에 차란 이름의 보고회를 실시하는 방으로 옮겨진다.
"잘 잔 모양이로군?"
페르디난드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는 천을 벗었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유스톡스가 조금 놀란 듯이 눈을 부릅뜨고 "과연, 이건 분명……" 하고 끄덕이고 있다. 방에 있는 측근들 중에는 다무엘의 모습도 있다.
"잘 잔 것에는 감사합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은 쉬셨나요?"
"조금 약을 썼다만 제대로 쉬었다."
조금 약을 썼다는 부분이 걸려, 나는 페르디난드를 가볍게 노려보았다.
"혹시, 그 악몽을 꾸고 벌떡 일어나는 약인가요?"
"장소가 나빠 어차피 꿈자리가 나쁠거라면 약을 사용하는 편이 제대로 쉴 수 있으니 효율적이다."
……즉, 그다지 쉬지 못한 거 아냐?
내가 무웃 입술을 내밀고 있는 동안 근시들이 차의 준비를 한다. 나와 페르디난드의 앞에 다과가 마련된 곳을 보면 페르디난드도 점심을 먹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이 이궁에서 교대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들었습니다. 붙잡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아직 이궁에 잡아둔 채이다. 중앙 기사단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죄상에 관해서도 왕족과의 논의로 정하게 되었다. 가급적 목숨을 빼앗지 말라는 여신의 의견을 어떻게 할지 의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급적 떠넘기고 싶다는 말이네요.
"아우브 부부는 왕족의 초대 준비로 바쁘기에 아렌스바흐 기사들에 대한 지원은 샤를로테가 담당하고 있다. 나중에 재차 감사를 표해야 하겠지."
최근의 게오르기네와의 전쟁에서 전투에 나간 양모님을 대신해 샤를로테는 후방지원 책임자로서 활약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실력을 이번도 보여주고 있다고 하다. 믿음직스럽다.
"그녀에겐 첫째 부인이 어울리겠지. 누군가를 지원하는 것에 뛰어나다고 느꼈다."
"어머, 페르디난드 님이 그렇게 칭찬하다니, 신기하네요. 그 말도 감사와 함께 샤를로테에게 전해 두죠."
"아아. 최대한 대대적으로 실시하면 된다. 에렌페스트의 홍보가 되니까."
샤를로테의 이야기가 일단락된 이후, 범위 지정으로 도청 방지 마술도구가 작동되었다. 나는 브륜힐데가 내온 차를 마시며 페르디난드를 바라본다.
"페르디난드 님, 전, 느긋하게 자고 있어도 괜찮았던 건가요? 시작의 정원으로 가야 하는 거죠?"
"문제 없다. 기다리고 있는 상대는 10년의 시간차에도 신경쓰지 않는 시간 감각의 소유자이다. 새로운 첸트를 데려가거나, 새로운 첸트의 선출이 끝난 것을 보고하러 가는 것을 더 기뻐하겠지."
분명 에어베르멘은 10년 전의 정변과 이번 소동이 거의 연결되어 있는 듯한 시간 감각의 소유자이기에 하루이틀 기다리게 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젤바지오는 어떻게 된 건가요? 돌아오는 것을 납치한 건가요?"
"아니, 언젠가 너에게 회수하게 할 예정이다."
"……회수, 인가요?"
뭔가 싫은 느낌의 대답이었다.
"젤바지오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요?"
"우선 자신의 전이진이 완성되는 것과 동시에 젤바지오의 손을 꿰뚫어 집중을 끊고, 그리고 있던 마법진을 소멸시켜 시간을 벌었다."
"에어베르멘 님의 앞에서요!?"
생명을 소중히, 라는 말을 들은 장소에서 저질러진 너무나도 난폭한 시간 벌이에 눈알이 튀어 나오는 줄 알았다. 내가 있던 국경문에 나타났을 때에는 이미 방해 행위를 해버린 뒤였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목숨을 빼앗지 말라는 말도 있었고, 시간을 끌기 위한 공격이었기에 일단은 손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을 정도의 약은 주고 왔다만?"
……그렇게 당당하게 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우선, 이라고 하셨죠? 즉, 아직 더 있는 거죠? 중앙 신전으로 갔었다고 들었습니다만……."
페르디난드가 귀족원에서 한 일은 측근들의 이야기를 잇대면 짐작되지만, 중앙 신전에 대한 것은 전혀 모르겠다.
"성전과 그 열쇠, 그리고 란체나베의 왕과 젤바지오의 메달을 회수해왔다. 임마누엘이 너무 시끄러웠기에 재워두었다만, 목숨은 무사하다. 죽지 않도록 해뒀다."
……잠깐만요. 뭔가 굉장히 위험한 내용이 들렸는데요?
나는 무심코 자신이 달고 있는 부적 하나를 옷 위로 눌렀다. 여기에 새겨진 마법진을 사용한 걸까?
"회수한 성전과 열쇠는 너에게 이름을 바친 측근이며 신관장직에 있던 할트무트가 관리하고 있다. 적임자이지 않은가?"
내가 힐끗 할트무트에게 시선을 향하자 벽에 나란히 서 있는 할트무트는 성실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잠들기 전에 들었던 강당에서의 기행은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될 정도로 진지한 얼굴이다.
"어―, 메달은……?"
"메달은 영주 후보생의 소관이 아닌가. 젤바지오의 메달은 파기했다만 란체나베 왕의 메달은 내가 관리하고 있다. 그쪽의 처우에 대해서는 항후 왕족과 논의할 예정이다."
"네? 저기, 잠깐만요. 지금 파기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좀 전에 "목숨은 빼앗지 않았다" 라고 말했던 것은 어느 입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페르디난드를 보자, 페르디난드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라고 말했다.
"기레센마이어의 국경문에 있을 때 폐기했기에 목숨까지는 빼앗지 않는다. 슈타프를 잃었을 뿐이다. 그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끌거나 전이진을 지키게 했던 것이다."
"아……."
갑자기 슈타프를 잃게 된 젤바지오는 당연히 메스티오노라의 책도 꺼낼 수 없게 된다. 국경문에 마력 공급도 하지 못하고, 전이진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국경문에서 나올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앞서 말했던 "회수" 라는 말의 의미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나, 절대로 페르디난드 님의 적으로 돌아서고 싶지 않아. 너무 무서워.
페르디난드가 "왕족과 논의하기 전에 주범을 확보해 두는 것이 유효하겠지만, 반격할 힘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약해져 있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라고 말하면서 우아하게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도 페르디난드 님. 젤바지오를 상대로 그렇게까지 악랄한 수단을 쓸 필요가 있었나요? 그렇게까지 경계하지 않아도 젤바지오는 그리 나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는걸요.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을 습격한 것은 디트린데 님의 허가를 받은 다른 분이었던 것 같고, 제대로 이야기하면 통하지 않았을지……."
처음에 만나는 방식이 달랐다면 젤바지오와는 이야기가 통했을지도 모른다. 나의 감상에 페르디난드는 "혹시 위기관리에 관한 기억도 사라졌는가?" 라며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 자가 바란 것은 란체나베인을 구하는 것과 현 첸트에게 반기를 든 중앙 기사단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다. 지금, 유르겐슈미트에 있는 귀족들과 란체나베인을 공격한 우리에게 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유르겐슈미트의 첸트를 목표로 하고는 있어도 사고의 근본부터 란체나베의 왕이었던 것이 아닌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바 아니라고 페르디난드는 말했다. 여신이 강림한 자리에서 언쟁을 일으킬 말은 꺼내지 않고 겉으로만 친한 척 하는 것은 귀족이라면 당연한 것이다. 페르디난드와 젤바지오가 꽤나 친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별로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오랜 시간을 그 별궁에서 살며 란체나베의 왕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으면서도 란체나베로 가는 것을 싫어하며 유르겐슈미트의 첸트를 노리던 남자이지? 아무래도 성실한 근성의 소유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너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성장 환경이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상관 없다만, 너무 쉽게 마음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이 바보 녀석."
"죄송합니다."
쓸데없는 말을 하는 바람에 설교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반성해야 한다.
"젤바지오 이외의 란체나베인들의 취급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모레 있을 논의 나름이다."
조급한 마음에 모레는 매우 멀게 느껴진다. 나는 초조한 기분으로 페르디난드에게 물었다.
"왕족과의 논의는 일수에 여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급한 것이 아닌가요?"
"가장 서둘러야 했던 것은 란체나베인들의 포획과 첸트가 될 자격을 가진 젤바지오의 배제였다. 그것만 끝나면 국경문이 빛나는 모습을 깨닫고 모여들고 있는 아우브들과 새로운 첸트의 선출로 동요하고 있는 왕족 같은 건 기다리게 하면 된다."
에렌페스트나 단켈페르가에서 긴급하다고 연락을 넣었는데도 "사흘 뒤" 라는 식의 답변을 해오던 사람들에게 이쪽이 수고롭게 어울려줄 필요가 없다고 페르디난드는 말했다. 아나스타지우스와 막달레나가 이쪽에 협력하고 있었으므로 일단 의견을 듣고 급히 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모레 점심때가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모레 이후가 아니면 너의 의상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필요하겠지?"
"의상은 중요하네요. 어쩐지 지금은 바라보는 시선이 큰일인 것 같고……."
페르디난드의 태도가 바뀌지 않았던 탓에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고 불평하자, "내용물이 바뀌었을 당시엔 태도도 바꾸고 있었다" 라며 노려보았다.
……그런가. 페르디난드 님이라도 여신님 앞에서라면 태도를 바꾸는 건가. 무례한 인생 일편단심인건가 하고 생각했어. 새로운 발견이네. 뭐, 발견하더라도 나에 대한 태도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왕족과의 논의가 있을 때까지 저는 어떻게 지내면 좋을까요?"
"봉납춤 연습을 하라고 시켰을 텐데?"
"……어째서죠? 걷는 정도라면 익숙해졌습니다만, 춤이라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지금의 제가 봉납춤을 제대로 출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하고싶지 않다고 우회적으로 호소하자, "그러니 연습해야겠지" 라고 반박했다.
"새로운 첸트를 데리고 시작의 정원으로 돌아가려면 가호의 재취득보다 봉납춤 쪽이 좋다. 다른 자들은 쉽게 따라할 수 없을테니까. 여신의 화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 모습으로 어딘가의 누군가처럼 화려하게 나뒹굴 수는 없겠지?"
"전, 시작의 정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봉납춤을 춰야 한다는 건 처음 들었어요!?"
그런 커다란 임무를 위해 봉납춤을 춰야 하다니, 듣지 못했다.
"그런가? 하지만 새로운 첸트를 시작의 정원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 그리고 진정한 첸트 후보가 춤추면 어떻게 되는지, 쓸데없이 짖어대는 외야에 알리기 위해 그런 흐름이 되었다."
"흐름이 되어버린 것이 아니라 페르디난드 님이 그런 흐름으로 만든 거잖아요!"
무웃! 하고 내가 주모자를 바라보자, 페르디난드는 매우 언짢을 때의 반짝반짝 웃는 얼굴이 되었다.
"뭔가 문제가 있는가?"
"……없습니다. 봉납춤 연습에 힘쓰겠습니다."
"좋아."
……좋지 않아! 나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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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예고 사기입니다.
오랜만의 측근들과의 대화에 편안하다는 의견이나
페르디난드가 무엇을 했는지 알기 어렵다는 의견을 받았기에.
날려버려도 좋았겠지만 좀 덧붙였습니다.
다음에야말로 왕족의 안색이 변합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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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와아... 하는 짓이 더럽네요, 페르디난드. 경주니 뭐니 처음부터 할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죠?
역시 단켈페르가의 첫째 부인으로 어울리는 재능입니다. (웃음)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83화. - 마왕의 암약 추가분 -|작성자 치천사
안색이 나쁜 왕족 1
어슬렁어슬렁 나돌아다니지 말라는 말을 들은 나는 봉납춤을 연습하고 왕족에 대한 요구를 적은 내용을 암기하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방에서 나갈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식사하러 온 아렌스바흐 기사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격려할 때와 식사할 때 정도 뿐이다.
식사 때는 페르디난드가 이궁에 관한 보고를 한다는 명분으로 기숙사로 온다. 그때문에 영주 일족은 성에 있던 때처럼 식당이 아닌 별실에서 식사하며 정보 교환을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으로 식당에 갔을 때, 나를 가까이에서 본 양모님과 샤를로테는 송구스러워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양부님만은 "신기한게 왔군" 라고 하고는 "어떻게 빛나고 있는 거지?" 라며 호기심 등등한 얼굴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양모님으로부터는 조심스러운 대응을 받았지만, 양부님은 여신의 은력1을 앞에 두고도 태도가 변하지 않아 꽤나 안심했다.
"너의 허가와 마석으로 좀 전에 이궁의 전이진을 작동시켰다. 전령을 보냈으니 이르면 종 한 개 정도의 시간이면 측근들이 너의 짐과 함께 올 것이다."
참고로, 이궁의 사용 허가는 이미 얻어두었다. 원래 나에게 주어질 예정이었던 별궁이었던 듯, 왕족으로부터는 좋을 대로 사용해도 상관 없다는 대답을 들은 것 같다. 페르디난드가 지극히 불쾌해보이는 미소를 띄우며 알려줬지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는 아렌스바흐 사람들이 노숙하지 않게 되어 다행히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네요. 감사드립니다, 페르디난드 님. 저의 짐도 그렇지만, 아렌스바흐로 동행했던 측근들의 상당수가 자신들의 짐을 아렌스바흐로 보내두었기에, 없으면 곤란한 물건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아렌스바흐만이 오갈 수 없는 것은 것은 곤란하니까……무슨 일이시죠, 양부님?"
고개를 갸웃하며 돌아보았더니, 양부님만이 아니었다. 어쩐지 주위의 눈치가 이상하다. 양부님과 양모님은 수상한 태도로 아버님과 시선을 주고받고 있고, 샤를로테도 뭔가 말하고 싶은 것처럼 허둥거리고 있다. 아버님은 씁쓸한 표정으로 어떤 신호인지는 몰라도 양부님에게 눈짓한다. 이윽고 거북해 보이는 양부님이 한 번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연다.
"아~, 어흠. 로제마인. 페르디난드가 이궁의 전이진을 작동시켰다고 했다만……."
"네. 공급의 제단에 같혀버린 페르디난드 님을 구출하기 위해 필요했기에, 페르디난드 님의 마력을 공급의 제단에 등록해두었었습니다. 설마 여신의 강림으로 저의 마력에 변화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페르디난드 님이 등록되어 있어서 다행히었습니다."
페르디난드는 지금 아렌스바흐 유일의 영주 일족으로서 나 대신 여러가지로 분주하고 있다. 인생, 새옹지마랬던가, 무엇이 도움이 될 지 알 수 없다.
"페르디난드, 그것은……그, 그러니까, 그런 의미인가? 최고신에 대한 인사도 마치지 않고, 가을을 기다리지 않고 겨울의 도래를 앞당긴 것이군?"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그대는? 조금 진정해라."
"그대는 너무 진정했다. 영문을 모르겠다!"
……영문을 모르겠는 건 이쪽인데요.
내가 멍해 있자, 양모님이 생글생글 부드러운 미소로 중간에 끼어들었다.
"질베스타 님, 상세한 이야기는 남자분들끼리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식사중이에요."
왕족과의 논의가 있는 당일 오전 중에 길베르타 상회로부터 의상이 배달되었다. 에렌페스트의 염색법을 사용한 천에 페르디난드로부터 받은 아렌스바흐의 얇은 천을 사용한 의상이다. 의상에 맞춘 머리장식도 들어 있었다. 나의 주문대로다.
"얇은 천을 통해 은은하게 빛이 보이는 것 같아서 매우 아름답습니다. 투리의 머리장식도 여전히 멋지네요."
"네. 정말 예뻐요."
……투리가 누구지? 내 머리장식 직인인가?
옷을 갈아입혀 주는 브륜힐데에게 미소로 고개를 끄떡이며 나는 굉장히 혼란해하고 있었다. 자신의 머리장식 직인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있었고,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고 주문했을 텐데도 투리라는 인물의 얼굴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어째서? ……이것이 여신에게 몸을 빌려준 대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은 채로 준비가 끝났다. 그 외에 또 무엇을 잊고 있는 걸까. 잊어버리고 있어도 문제 없는 걸까. 등골이 오싹했다. 위 주변이 쥐어짜이는 것 같은 고통이다. 자신이 도대체 무엇을 잊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떠올릴 수 있을지를 모르겠다. 자각 없이, 부자연스러운 형태로 기억을 잃고 있다. 그것은 말로 할 수 없는 공포였다.
……침착해. 괜찮아.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눈을 뜬 직후에도 기억이 혼란스럽고 에어베르멘을 비롯한 사람들을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희망적인 예상이긴 하지만, 여신에 의해 사라진 기억은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닐 것이다.
"공주님, 페르디난드 님이 오셨습니다. 사전 논의를 하고 싶으시다고 합니다."
여신 관련 상담이 가능한 사람의 도착을 통보받은 나는 곧바로 방을 나섰다. 움직이는 순간, 안젤리카가 내게 은색 천을 덮고 안아올린다.
"안젤리카, 좀 더 정중하게 대해 주세요. 동작이 조금 거칠어져 있습니다. 로제마인 님은 짐이 아닙니다. 여신의 화신을 옮겨드리는 영예를 받고 있음을 자각하고 공손하고 정중히 다뤄주세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클라리사가 나의 취급에 대해 안젤리카에 불평하는 소리가 들린다. 확실히 안젤리카가 점점 익숙해지면서 나에 대한 취급이 작업같은 느낌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안젤리카의 운반 방법보다 기억 결손 쪽이 훨씬 신경쓰인다. 좀 난폭하도 좋으니까 빨리 옮겨주면 좋겠다.
다과회실로 들어가자 페르디난드가 이미 범위 지정으로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작동시키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주보고 있는 의자에 앉자, 근시들이 차를 준비하고 마술도구의 범위에서 나간다.
"로제마인, 건넨 내용은 기억했나?"
"기억했습니다만……그보다 큰일입니다. 저, 역시 기억이 결손되어 있었습니다. 이 머리장식을 만든 직인의 이름과 얼굴이 생각나지 않아서……."
나는 자신의 머리에 꽂고 있는 머리장식을 언급하며 페르디난드에게 기억의 결손에 대해 호소했다. 그러나 페르디난드는 딱히 동요한 기색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렇겠지. 분명 그 의상의 천을 물들인 염색 직인의 이름이나 얼굴도 연상되지 않겠지?"
"염색 직인? ……떠오르지 않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은 무언가 알고 계신가요? 기억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연상되지 않다고 하시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여신님으로부터 뭔가 들으셨나요? 가르쳐주세요."
내가 무심코 일어서자, 앉으라는 말을 들었다. 나로서는 어깨를 잡고 흔들며 묻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조급해져 있지만, 목소리만 들리지 않을 뿐, 모습은 측근들에게 훤히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너를 도서관에 처박아 둔 메스티오노라가 간섭한 것은 독서에 대한 집착보다도 마음 속 깊이 내재된 기억이라고 한다. 지워버린 것이 아니라 연결이 끊어진 상태라고 들었다. 그 이상은 구체적인 답을 얻지 못했다만, 네게 있어 여신의 도서관보다 우선하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다. 사람이라면 예측이 가능하지만, 무의식 중에 끌어안은 것들에 관해서는 예측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나로서는 전혀 떠오르지 않지만, 독서보다도 깊이 마음 속에 뿌리내린 기억이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일 것이다. 그것이 사라진 채라는 것은 곤란하다.
"어떻게 해야 기억이 돌아오는 건가요? 페르디난드 님은 아시나요?"
"약이나 시간이 없는 이상 지금은 어렵다. 적어도 새로운 첸트의 선출이 끝난 이후이다. 너에게 소중한 존재는 대부분 평민이고 에렌페스트에 있다. 귀족원에서 마주쳤는데도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칠 일은 없다. 나중에 협력할 것이니 좀 더 기다려라."
"나중인가요? 절대로에요?"
내가 다짐을 받자, 페르디난드는 한 번 끄덕이며 약속해주었다. 페르디난드가 방법을 알고 있다면 조금은 안심할 수 있다.
"그럼 논의를 우선해도 되겠나? 시간이 없다."
"네."
"아우브·에렌페스트, 금번 논의 자리를 제공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일전의 싸움에서 단켈페르가에게 진짜 딧타를 경험시켜 주셔서 지극히 감사드립니다."
4의 종이 울린 것과 거의 동시에 아우브·단켈페르가 부부와 그 측근들이 도착했다. 초청한 측인 에렌페스트의 아우브 부부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오늘 나와 페르디난드는 손님이다.
다과회실로 들어오던 아우브·단켈페르가 일행은 앞서 자리에 앉아 있던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뜨고는 곧바로 내 앞으로 걸어온다. 힐끗 페르디난드에게 시선을 향하자 페르디난드는 한 번 고개를 끄덕인다. 그대로 대기하고 있으라는 신호이다.
단켈페르가의 아우브 부부가 내 앞으로 와 무릎을 꿇었다.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시여. 단켈페르가에게 부디 축복을 내려주시길."
나의 주위의 사람들에게는 지금까지의 대응을 바꾸지 말라고 페르디난드가 미리 말해두었지만, 할트무트와 클라리사를 제외하면 이렇게 무릎을 꿇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이것이 여신의 은력을 앞에 둔 귀족의 평범한 대응이라는 모양이다.
내가 아닌 여신의 은력에 대해 무릎을 꿇고 있을 뿐이니까 그 위세를 업고 멋대로 굴면 힘이 사라졌을 때에 큰일이 되어버린다는 말을 들었다. 멋대로 군다는게 어떤 행동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내가 아래인 입장으로 접하고 있었던 아우브·단켈페르가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다. 처음으로 벤노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을 때와 같은 송구함을 느낀다.
"아우브·단켈페르가. 죄송합니다만 저는 여신의 은력을 받고 있을 뿐입니다. 안은 로제마인인 그대로이기에 여신의 축복은 할 수 없습니다."
"저런, 그것은 유감이군요."
약간 누그러진 대응이 되었지만, 역시 여신의 은력의 영향이 있는 듯, 단켈페르가의 아우브 부부는 내가 윗사람이라는 듯한 태도는 무너뜨리지 않았다.
"설마 진짜 여신의 화신과 함께 싸울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가능했다면 자신들이 어떤 활약을 하는지 눈에 들고 싶었다며 우리 영지의 기사들이 아쉬워하고 있었습니다."
근시들이 차를 준비하는 와중에 대화가 시작되었다. 주로 아우브·단켈페르가와 기사들이 이번 싸움에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가 화제다. 아직 단켈페르가 기숙사 내에선 대규모 딧타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기사들이 많다고 한다.
란체나베인들의 감시와 심문을 하고 있는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이 승전에 기뻐하는 분위기 없이 딱딱하게 긴장해 있는 것에 비해 큰 차이다.
"왕족의 대응에 따라서는 아우브·단켈페르가가 첸트로 임명된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사태에 왕족은 어떤 대응을 하는 것일까요?"
첫째 부인이 걱정스러운 듯이 그렇게 말하면서 문 쪽을 바라본다. 나도 왕족이 걱정되어 어쩔 수가 없다. 함께 문 쪽을 봤을 때, 내방자가 온 것을 전달받은 듯한 근시들이 문을 열었다.
"아우브·에렌페스트. 장소의 제공에 감사한다."
조금 끊어진 트라오크바르의 인사가 들리고, 곧이어 왕족들이 줄줄이 들어온다. 훌쩍 여위어 있는 트라오크바르와 첫째 부인, 지기스발트와 아돌피네,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 그리고 봄인데도 원통 모양의 모피 머프에 손을 넣고 있는 힐데브란트와 막달레나이다. 셋째 부인인 막달레나가 함께인 것은 강당에서의 전투에 참가한 것과 힐데브란트의 어머니인 것이 이유이다.
……다들 안색이 안좋네. 분명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나 막달레나 님으로부터 이것저것 들었을 거라 생각되고…….
그리고, 트라오크바르를 선두로 왕족이 나란히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시여. 부디 우리에게 축복을 내려주시길."
"그대들의 성의와 노력에는 보답해 드리고 싶습니다. 지기스발트 왕자로부터는 허가증도 받았고……."
나는 할트무트에게 시선을 향했다. 할트무트는 바로 가죽주머니를 가지고 온다. 지기스발트는 양부님과 나를 번갈아 보고, 조금 기분이 상한 듯한 곤란한 얼굴이 된다.
"아니, 그것은……."
"정말 죄송합니다. 모처럼 허가증을 주셨습니다만, 격전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사슬이 상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되도록 빨리 반납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할트무트에게서 받은 가죽주머니으로부터 허가증을 꺼낸다. 정말 가능한 한 빨리 돌려줘야만 하는 것이다. 어젯밤에 돌려주기 위해 확인했더니 무단방류되고 있던 여신의 은력에 닿아 쇠사슬이 완전히 금가루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로제마인, 그것을 맨손으로 잡으면……."
"아!"
페르디난드의 주의는 조금 늦어버렸다. 그나마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마석 부분이 내가 잡자마자 사르르륵 금가루가 되어 간다. 무릎을 꿇고 있던 왕족들이 믿기지 않는 것을 본 것처럼 숨을 삼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심코 저지른 실수다. 용서해주었으면 한다.
"거, 거듭 죄송합니다. ……그래도 여신의 은력으로 금가루화한 것이니, 조합의 소재로서 희소가치가 높고, 마력 함유량도 많을 거고, 속성도 많아 모든 면에서 품질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약간 시선을 피하면서 금가루가 된 허가증을 가죽주머니채로 지기스발트에게 내밀었다. 가죽주머니를 받은 지기스발트는 몇 초 간 굳어 있었지만, 방긋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받아주었다.
"이 허가증이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지기스발트가 어떻게든 회복한 듯한 와중에, 페르디난드가 미소를 흘리며 나의 머리장식을 건드렸다.
"여신의 은력에 의한 금가루인가요. 지기스발트 왕자가 부러울 정도입니다."
……이런 자리에서 소재를 흥정하는 건가요!? 이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진짜. 인사중인 왕족들의 눈이 흔들리고 있잖아요!
분위기를 파악해 주세요, 라고 마음 속으로 화내며, 나는 여신스러운 미소를 띄운다.
"어머, 페르디난드 님도 필요하시다면 금가루로 만들어 드릴게요. 다만 소재와 마석은 스스로 준비해주세요."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의 관대한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페르디난드가 마왕같은 독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놀리듯이 말한다. 어지간히도 새로운 연구 소재가 기쁜 걸까, 상당히 기분이 좋은 것 같다.
……페르디난드 님의 기분이 좋은 것은 좋은 일이야. 왕족을 위해서도…….
"논의하기 전에 우선 점심을 들도록 하죠."
나는 모두에게 자리에 않도록 권한다. 전원이 자리에 앉고, 근시들이 급사를 시작한다. 동행하는 측근은 최소 인원으로 부탁해 두었지만, 전체 영지의 영주 후보생을 초대했던 다과회 때보다도 비좁은 느낌이다.
힐데브란트의 머프가 벗겨졌다. 의아하다고 느꼈던 머프 아래로는 슈타프를 봉하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왕족이 아닌 사람들의 시선이 거기에 집중된다.
"슈타프는 본래 입수하고 있을 리가 없는 물건입니다. 부정하게 입수한 물건은 그 사용을 금해야만 합니다."
엄한 막달레나의 말에 힐데브란트가 울음을 필사적으로 참는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이미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절절히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라우부루트에게 교사된 것이라 해도 죄는 죄. 빌프리트가 아무것도 모르고 흰색 탑으로 들어갔을 때가 떠올라 씁쓸한 기분이 되었다.
……그때처럼 어떻게 할 수 없을까.
힐데브란트를 바라보고 있자, 에그란티느가 물끄러미 나를 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여전히 예쁜 사람이다. 무엇을 바라는 미소인지는 알 수 없었기에, 나는 애매하게 웃어두었다.
"오늘은 아렌스바흐의 식재료를 에렌페스트 식으로 조리한 요리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양부님의 메뉴 소개로 점심이 시작되었다. 식사 중의 화제는 중앙 기사단에 대한 조사와 귀족원의 현황에 대한 것이었다.
"라우부루트에게 선동된 기사단에 대한 조사는 상당히 진행되었습니다. 강당에는 중앙 기사단 사람뿐만 아니라 란체나베인들도 섞여 있었던 모양입니다. 조사에 입회한 문관에 의하면 강당에 있던 사람들은 툴크의 영향이 상당히 엷어져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다소 애매한 부분은 있지만 기억을 읽는 것이 가능하기에 범죄자나 관계자의 식별이 상당히 쉽게 되어 있었습니다."
지기스발트의 말에 페르디난드가 힐끗 나를 보았다.
"네가 란체나베에서 들여온 물건을 모두 씻어냈기 때문이다."
"물의 여신의 힘은 대단하네요."
설마 툴크의 영향까지 씻어낼 줄은 몰랐다. 소용돌이에 휩쓸려 관람석에 내팽개쳐졌었던 아나스타지우스는 싫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역시 에비리베를 떠내려보내고 봄을 부르는 힘을 가진 여신님이다.
그 외에도 툴크가 사용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중앙의 귀족은 거의 전원이 바센을 받았다고 한다. 툴크가 사용되지 않은 사람은 몇 초만에 물이 사라지지만, 사용된 사람은 영향이 희미해질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저는 이번 책임자로 처형되기 전에 자신의 측근의 손에 익사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다소 아득한 눈으로 그렇게 말한 것은 트라오크바르였다. 젤바지오를 차기 첸트로 만들기 위해 암약한 라우부루트에 의해 장기간 노출되어 있었던 듯, 영향이 가장 심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귀족원의 현황입니다만, 단켈페르가의 구원 요청에 더해 국경문이 빛나면서 아우브·클라센부르크가 급히 달려왔다고 합니다."
"기레센마이어와 하우프레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주 회의 기간은 아니지만, 귀족원으로 모든 아우브가 모여들고 있는 상태입니다."
에그란티느와 아돌피네가 그렇게 말했다. 단켈페르가로부터의 구원 요청이 있었던 상위 영지는 "아렌스바흐로 들어온 란체나베인들이 중앙으로 모여들고 있다" 라는 정보밖에 갖고 있지 않았기에, 이미 전투가 끝난 귀족원에서 필사적으로 정보를 모으려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왕족도 단켈페르가도 앞일에 대해 무엇 하나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은 침묵상태라고 한다.
식사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상황 보고를 화제로 하며 점심을 마치자, 식후의 디저트와 차가 들어온다. 그 준비를 끝내고 측근들은 일단 물러난다. 지금부터의 대화는 측근 없이 하게 된다.
필요하게 되면 올도난츠로 부르기로 하고 측근들을 떨어뜨린 뒤, 나는 모두를 둘러보고 한 번 천천히 심호흡했다.
"그럼 새로운 첸트의 선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최근 제게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가 강림했습니다. 메스티오노라도 에어베르멘 님도 한시라도 빨리 유르겐슈미트에 새로운 첸트가 나오기를 원하십니다."
"그럼 아버님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지기스발트 님."
지기스발트가 트라오크바르를 비호하듯 말을 꺼내다가 옆에 앉아 있는 아돌피네에게 "윗분의 말씀을 가로막고 계십니다" 라며 제지되었다. 왕족으로 자라서 아버지 이외의 윗사람을 모르는 탓일 것이다.
지기스발트는 깜짝 놀란 듯이 자세를 바로잡고, "죄송합니다" 라며 나에게 계속 말할 것을 촉구한다.
"신들이 원하는 첸트는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을 물들이는 자. 지금의 왕족 여러분이 마력을 공급하고 있는 것은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이 아니기 때문에 곧 마력이 다하여 유르겐슈미트 자체가 붕괴해버린다고 합니다."
왕족이 일제히 눈을 크게 떴다. 충격이었을 것이다. 필사적으로 마력을 쏟고 있던 초석이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이 아니었다는 말을 들은 것이니까.
"그러나 완전히 별개인 것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중앙의 왕궁에 있는 공급의 제단은 중앙 신전의 기도실로 이어져 있고, 중앙 신전의 기도실에 있는 마술도구가 귀족원에 있는 공급의 제단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공급의 제단으로부터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으로 마력이 보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귀족원으로 마력을 보내기 위한 마술도구에 마력이 필요하기에, 초석까지 닿아는 있었습니다만, 유르겐슈미트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양에는 전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귀족원에 있는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에 도달할 때까지 중간에 마력의 손실이 너무 많은 것이다. 헛수고한 느낌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럼 더욱 빨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네, 새로운 첸트의 선출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첸트는 신들로부터의 요구를 받게 됩니다. 먼저 그것을 유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신들의 요구라고?"
아나스타지우스의 눈이 동그래지는 것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들로부터의 요구라는 말에 모두가 한 번 자세를 바로잡았다. 경건하게 자세를 가다듬은 모두에겐 미안하지만, 신들의 요구가 아닌, 신들의 말을 좋을대로 해석한 페르디난드의 요구이다.
"한시라도 빨리 초석을 채우는 것, 란체나베인들을 유르겐슈미트 사람으로서 받아들이는 것, 이번 소동에 관해서는 생명을 빼앗는 처벌은 용서되지 않는 것, 차기 첸트는 자력으로 메스티오노라의 예지를 얻은 사람으로 한다는 것. 대략적으로는 이상입니다."
나의 말에 트라오크바르가 눈을 크게 떴다.
"한시라도 빨리 초석을 채우라는 것은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란체나베인들을 유르겐슈미트 사람으로서 받아들인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괴로운 듯이 말을 내뱉는다. 페르디난드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받아들일 뿐입니다. 딱히 귀족으로서 대우할 필요도 없습니다. 힐데브란트 왕자와 마찬가지로 귀족원에 다니지도 않고 부정한 경로로 입수한 슈타프입니다. 봉하면 될 뿐입니다. 그리고 본인의 죄를 물어 감옥에 넣어 마력을 거두거나, 중앙 신전의 신관이나 무녀로서 유르겐슈미트에 그 마력을 바치게 하면 됩니다."
란체나베를 위해 마력이 착취되는 것을 거부하며 유르겐슈미트를 침략한 자들이 이번에는 유르겐슈미트를 위해 마력을 착취당하는 것이다. 갇히는 것은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이고, 습격당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한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에 비하면 목숨이 남아있는 만큼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나는 페르디난드의 의견에 반대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유르겐슈미트의 귀족들은 모두가 유르겐슈미트를 위해 마력을 쏟고 있으니까.
"즉, 마력을 빼앗을 뿐이고 처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까? 아무리 이 이상 마력을 줄일 수 없다 하더라도 훗날의 화근이 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네, 위험하리라 생각합니다."
왕족이나 상위 영지에서는 대량 처형도 어쩔 수 없는 일로써 가르치고 있는 것이겠지. 지기스발트가 걱정스럽게 얼굴을 흐리고, 에그란티느도 그에 동의한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
"네? 하지만 지난 정변에서 훗날의 화근을 없애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많은 생명과 지식을 잃어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때문에 왕족들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찾지 못했고, 유르겐슈미트는 마력 부족에 빠진 것이죠? 그 훗날의 화근이라는 것을 자신들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요."
재미있는 농담이네요, 라고 내가 미소짓자, 왕족들은 일제히 안색이 달라졌다. 혹시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또 대량 처형을 할 생각이었던 걸까.
"저기, 왕족과 승자인 상위 영지가 옛 베르케슈토크 출신의 상급 사서를 처형했기 때문에 지식의 단절이 일어났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다시 얻지 못하게 되었고, 마력 공급도, 영지의 경계를 다시 그을 수도 없게 된 것이죠? 귀족들의 불만이 커지고, 나라를 채우는 마력이 급감하여 유르겐슈미트를 붕괴의 위기로 이끈 것은 왕족입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제 자각은 있으시겠죠? 설마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무엇 하나 반성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시겠죠?"
내가 눈을 깜박이자, 왕족들이 조금 눈을 피하고, 양부님이 허둥거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우브가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여줘도 되는 걸까. 좀 더 위엄을 갖고 침착하게 버티고 있어주길 바란다.
"저로서는 다소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는 하나,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는 채로 유르겐슈미트를 지탱하는 노력을 해오던 모습도 보고 있었기에 가급적 완만하게 세대 교체를 하기 위해 왕족 중에서 새로운 첸트를 선출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페르디난드 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조금 불안해지네요."
난처한걸요, 라며 나는 뺨에 손을 얹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금 유르겐슈미트의 상태는 너무나도 왜곡되어 있습니다. 차기 첸트의 선출부터 시작해 최대한 옛 방법으로 되돌릴 것을 에어베르멘 님과 약속했습니다."
실은 약속한 것이 아니라 페르디난드가 선언했을 뿐이지만, 에어베르멘은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가진 첸트 후보가 늘어나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매우 대략적으로 보면 틀리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
"옛날의 방법인가요?"
각본을 쓴 페르디난드 이외엔 바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 모두를 둘러보며, 나는 새로운 첸트에 대한 요구를 말한다.
"그렇습니다. 첸트의 세습을 폐지하고 차기 첸트는 혈통과 관계 없이 선출합니다. 자력으로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얻는 자가 첸트가 되는 것입니다."
차기 첸트로 내정되어 있던 지기스발트는 자신의 입장을 잃는 것에 안색이 변했다. 그 아내인 아돌피네는 체념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중앙 신전을 옛 성지인 귀족원으로 되돌리고, 첸트는 중앙 신전의 신전장이 됩니다. 첸트에게는 옛 의식의 부활에 힘을 쏟아 주시게 하며, 유르겐슈미트를 마력으로 채우게 하겠지요. 잠깐이라고는 하지만 저를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 임명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라면 별 문제는 없겠지요."
방긋 미소짓자,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진 왕족들이 몇이나 있는 가운데, 양부님과 양모님은 아득한 눈을 하고 자신들은 관계 없다는 듯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리고 첸트의 신전장 취임에 따라 중앙의 왕궁과 별궁을 폐쇄하고 첸트 일족은 귀족원으로 주거를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왕위의 독점을 시작한 왕족이 암살을 두려워해 그것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중앙의 왕궁과 별궁입니다. 그곳에서 계속 사는 것은 마력과 인력의 낭비가 되겠죠. 첸트의 일족은 귀족원으로 옮겨, 중앙의 직할지가 아닌 전 영지에서 모은 세금으로 생활하면 될 것입니다. 세수로 생활하는 것은 아우브와 같고, 부족하면 스스로 벌면 될 뿐이니까요."
"로제마인."
……아, 쓸데없는 말까지 덧붙이고 말았다. 실패, 실패. 하지만 이 기회에 상위 귀족들도 스스로 버는 것에 대해 생각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새로운 첸트는 지금까지의 왕족이라는 틀을 깨기 위한 생활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만, 왕족 중에서 누군가 입후보하실 분은 계신가요?"
왕족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첸트가 된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와 생활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바로 나서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계실 경우엔 그분에게 첸트를 부탁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왕족의 실태는 되도록 숨기는 방향으로 움직여 첸트와 그 처자 이외의 왕족에게는 아우브로서 영지를 맡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계시지 않을 경우는 타령의 아우브들을 납득시킬 수 있도록 정변 이후의 왕족의 실태를 인쇄해 유르겐슈미트 내에 배포해 왕족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고, 동시에 이번 아우브·단켈페르가의 활약을 이야기로 만들어 화려하게 선전해 차기 첸트가 나올 때까지 인계역 첸트가 되게 하겠습니다."
왕족들이 눈을 부릅뜨고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을 정도로 놀라고 있는 가운데, 찰싹 허벅지를 맞았다. 페르디난드가 언짢음 가득한 반짝반짝 스마일로 나를 보고 있다.
"조금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은데, 로제마인?"
나라도 조금은 여신 같은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모두에게 인쇄물을 배포하는 것은 너무나도 메스티오노라의 화신답다고 생각한다.
"여론 조작에 인쇄물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게다가 에렌페스트의 선전도 됩니다. 인쇄물을 사용해 세상을 움직이다니, 정말로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의 화신 같지 않나요? 이미 딧타 이야기의 작가에게는 단켈페르가의 활약에 대해 쓰라고 의뢰해두었습니다."
"뭣이!? 우리가 딧타 이야기의 주역이 되는 것입니까!?"
전부 사들여야 한다며 흥분한 아우브·단켈페르가를 옆에 앉아있는 첫째 부인이 "배포하기 위한 물건을 싹쓸이하면 어떻게 하나요?" 라고 가볍게 타박한다. 기막혀하는 첫째 부인과 페르디난드의 표정이 어쩐지 매우 닮은 것처럼 보였다.
"정말이지, 네게 권력을 갖게 하면 터무니 없는 일이 되는군."
페르디난드가 얼굴을 경직시키고 나를 가볍게 노려보고는 왕을 돌아보았다.
"새로운 첸트가 왕족 이외에서 나올 경우, 여러분이 걱정하시던 것처럼 외환유치를 막지 못한 옛 왕족은 훗날의 화근이 됩니다. 납득하지 못하는 귀족들이 다시 여러분을 추대하려 하며 나라가 내란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전원이 하얀 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신들과의 약속이기에 어떤 죄인도 처형은 하지 않습니다. 안심하십시오."
생명을 보장해주겠다는 설명을 안심할 수 없는 마왕의 미소와 함께 듣고 새파래진 왕족들을 보고, 나는 급히 덧붙였다.
"내란을 피하기 위해서이니 명확한 죄가 있는 분 이외의 생활은 전 왕족으로서 보장해드릴 것입니다. 전, 페르디난드 님과 상의해 처우를 대폭 개선했습니다. 하루 두끼에 더해 무려 책 한 권을 더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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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계속됩니다.
페르디난드는 "그런 이야기는 사전에 하지 않았다" 며 조금 화냅니다.
인쇄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듣지 않을 자리를 골랐던 로제마인.
하지만 아직은 이렇게 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일 뿐.
왕족의 안색은 어디까지 바뀌는 것인가.
다음은 후편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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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는 추궁당하지 않는다.
- 파울 요제프 괴벨스(나치의 선전부 장관) -
https://namu.wiki/w/%ED%8C%8C%EC%9A%B8%20%EC%9A%94%EC%A0%9C%ED%94%84%20%EA%B4%B4%EB%B2%A8%EC%8A%A4?from=%EA%B4%B4%EB%B2%A8%EC%8A%A4#s-4
여신의 화신이 아니라 괴벨스의 화신.... ㄷㄷㄷㄷ
그리고 우리 지뢰왕자가 기억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던 페르디난드.
이제『 가족 > 책 >>>> 페르디난드 』라는게 공식적으로 인정된 건가요?
* 머프는 이런 물건입니다.
은력(恩力): 은혜, 은총과 같은 단어에서 파생시킨, 역자가 임의로 만든 합성어이다. 본 번역에서는 자신보다 높은 존재로부터 내려받은 힘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84화. - 안색이 나쁜 왕족 1 -|작성자 치천사
안색이 나쁜 왕족 2
안타깝게도 나의 협상 결과는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모양이다. "책 한 권……" 이라는 기막힌 듯한 작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분명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평소 책을 읽지 않으니까 왕족은 고어의 공부가 진행되지 않았던 거라고! 흥!
"저, 로제마인 님. 질문이 있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에그란티느가 살짝 뺨에 손을 올리고 나와 페르디난드를 바라본다.
"저는 이전에 두 분과 이야기를 했을 때, 대대적으로 봉납춤에 의한 검증을 하여 각지의 영주 후보생들로부터 첸트 후보가 나왔을 경우는 소란의 원인이 된다는 의견을 주셨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지금 두 분은 차기 첸트를 왕족 이외에서 선출한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소란의 원인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소란이 일어나는 것을 무엇보다 피하고 싶은 에그란티느다운 질문이다. 이는 상정된 질문사항 중에 있었기에 나는 페르디난드와 상의했던 대로 답한다.
"저는 지금도 왕족 중의 누군가가 첸트가 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소란의 불씨 같은 것은 필요 없으니까요. 하지만, 구루투리스하이트에 이르는 수단을 알게 된 이후로 일 년 가까이 지났습니다만, 왕족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을 수 있었던가요?"
내가 거기서 말을 멈추자 페르디난드가 살짝 노려본다.
……그래도 "누구보다 구루투리스하이트에 가까웠던 것은 태어나면서부터 전속성인 에그란티느 님이었죠?" 라고 괴롭히는 듯한 말은 하기 힘든걸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서도.
"아니, 그것은……. 하지만, 로제마인 님의 입양으로 인해 왕족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게 될 것이 정해져 있었기에……."
"에그란티느 님, 그것은 왕족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의 저는 거짓 없이 왕족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설마 이렇게까지 왕족에게 첸트가 되기 위한 자질과 노력과 긍지가 부족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페르디난드!?"
나의 폭주를 아득한 눈으로 보고 있던 양부님이 깜짝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뜨고 페르디난드를 제지하려 했다. 그러나 페르디난드는 웃으면서 흘려넘긴다.
나의 대답도 상당히 호전적이라고 생각했지만, 페르디난드는 훨씬 도발적이었다. 지금까지 왕족에게 표면적으로나마 제대로 예의를 차리고 있던 페르디난드가 이처럼 직접적으로 왕족을 무능한자 취급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에그란티느 님, 당시 저는 왕족들이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을 수 있도록 구루투리스하이트에 이르는 단서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결코 트라오크바르 님에게 반의가 없음을 나타내기 위해 왕명에 의한 약혼도 받아들였습니다. 하오나……."
페르디난드는 거기서 말을 끊고 미소를 더한다.
"단서를 얻은 왕족은 스스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로제마인에게서 가져가려 했습니다. 아렌스바흐로 간 저를 대신해 에렌페스트를 지키겠다고 약속한 로제마인이 왕의 양녀가 되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져가게 되어, 마치 악몽같은 최악의 결혼을 강요받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당시의 제 심정을 아시겠습니까, 트라오크바르 님? 에렌페스트를 지키기 위해 아렌스바흐로 떠났는데도 왕족에 의해 에렌페스트가 들쑤셔진 것을 제가 어떻게 생각했을지 조금은 상상해보셨으면 합니다."
페르디난드는 질문을 한 에그란티느가 아니라 바로 트라오크바르에게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트라오크바르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실례가 큽니다, 페르디난드 님."
"막달레나, 셋째 부인이자 사교의 장에 잘 나가지 않는 그대가 모를 뿐, 나는 그에게 그만한 것을 강요했다."
트라오크바르의 제지에 막달레나는 "주제넘은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라며 입을 다물었다.
"트라오크바르 님, 페르디난드에게 무엇을 강요한 것인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의 형으로서, 아우브·에렌페스트로서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의 데릴사위로 가는 것에 관해서는 부외자 취급이었던 양부님이 트라오크바르를 바라본다. 트라오크바르는 페르디난드를 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리를 강요받은 그의 조건이 결코 발설하지 않는 것이었기에, 그것을 허사로 할 생각은 없다. 이 이상 페르디난드와 여신의 화신의 분노를 살 만한 짓은 하지 않는다."
트라오크바르의 판단에 페르디난드는 조금 안도한 것처럼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에그란티느 님, 질문의 답입니다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는 방법을 알고도 1년이 지나도록 손에 넣지 않은 왕족을 대대로 첸트로 두어 다시 나라가 붕괴할 위기에 처하게 하기보다는 소란이 있더라도 마력으로 가득한 나라가 존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까……."
"……하오나,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왕족들이 첸트로서 유르겐슈미트에 군림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싶다면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많은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얻는 자가 대대로 첸트의 일족에서 나오도록 하면 됩니다."
스스로 노력해 왕위를 이어가면 된다는 매정한 말에 에그란티느는 뭔가 생각하는 것처럼 살짝 고개를 기울인다.
"왕족이 유르겐슈미트 본연의 모습을 왜곡시켜온 역사와 함께 누구나 메스티오노라의 책를 얻을 수 있도록 그 취득 방법을 공개할 것이긴 합니다만, 부디 앞으로도 역대 첸트를 배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셨으면 합니다."
"유르겐슈미트의 본연의 모습을 왜곡시켜온 역사……?"
나는 페르디난드의 재촉을 받아 첸트의 자격을 얻기 위한 방법이 역대 첸트에 의해 조금씩 바뀌어간 이야기를 한다. 중앙의 왕궁 도서관에 있는 자료는 왕족이 중앙으로 옮긴 이후의 분량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배운 역사와는 상당히 달랐던 모양이다.
충격을 털어버리려는 듯 고개를 내젓던 지기스발트가 나를 본다.
"여신의 화신이시여, 왕족이라는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해 신들이 새로운 첸트를 원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했습니다. 제가 새로운 첸트가 되어 되도록 그 말씀을 따를 수 있도록 옛 방식을 도입하고 싶습니다."
지기스발트의 선언에 페르디난드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나스타지우스가 초조한 듯이 지기스발트을 본다.
"형님, 그것은……."
"차기 첸트로 알려져 있는 내가 우선 첸트로 취임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아나스타지우스는 동의해주겠지?"
항의하듯 목소리를 높였던 아나스타지우스를 향한 지기스발트의 온화한 미소에 아나스타지우스는 할 말을 잃은 것처럼 살짝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것을 승낙으로 받아들인 것인지, 지기스발트는 미소를 키우며 나에게 시선을 향한다.
"옛 방식은 도입합니다만, 이번 외환유치의 죄는 아렌스바흐에 있습니다. 왕족이 모든 죄를 지는 것에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형님!"
아나스타지우스가 말리려고 했지만, 지기스발트는 말을 계속했다.
"위험에 빠지긴 했었습니다만, 유르겐슈미트는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에 의해 지켜졌습니다. 왕족보다 먼저 처벌받을 필요가 있는 것은 아렌스바흐의 관계자들이 아닐까요?"
잔잔하게 미소짓는 지기스발트의 시선은 페르디난드를 향하고 있다. 페르디난드가 디트린데를 억제해 란체나베인들의 침입을 막을 수 있었다면 이런 일이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내비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명하는 것에 익숙하고, 왕족인 자신의 말을 뒤집는 것 같은건 티끌만큼도 신경쓰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런 입장에서, 그렇게 자라온 거겠지.
……뭔가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첸트로 입후보한 왕족이면서 여신의 화신이라는게 된 나에게 이런 태도를 보여도 괜찮은 건가?
왕족의 생각과 기준을 잘 모르겠다. 이 자리에서 지기스발트를 책망해야 좋을지, 아닐지. 내가 힐끗 페르디난드에게 시선을 향하자 페르디난드는 반짝반짝 스마일이 되어 있었다.
"알겠습니다. 아렌스바흐의 죄인들은 언제든지 인도해 드릴 수 있는 상태입니다. 지기스발트 왕자의 바람대로 바로 중앙으로 인도하지요."
……우와, 응전할 마음으로 넘치잖아? 지기스발트 왕자, 명복을 빕니다.
처벌을 우선하고 싶다면 얼른 해라. 죄인들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은 중앙이 아닌가, 하는 이면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이런 상태의 페르디난드에게 맞서는 것 같은 무서운 일은 나는 책 이외의 일로는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지기스발트는 아무래도 용기 있는 젊은이였던 모양이다.
반짝반짝 스마일의 페르디난드가 불쾌한 상태라는 것은 깨닫지 못했어도 그 어조는 정확히 알아들은 듯, 지기스발트는 순간 말문이 막혀 방긋 미소지었다.
"실햄범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차기 아우브를 지탱하는 약혼자로서 아렌스바흐에 있던 그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 자신의 잘못은 자각하고 있습니까?"
그 말에 울컥 화가 치밀었다. 왕명에 따라 몸과 마음을 깎아내며 낯선 땅에서 집무하던 페르디난드에 대해 왕족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지기스발트가 저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흘려들을 수는 없다.
"전, 지기스발트 왕자의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이 의무를 게을리하고 있었다고 말씀하고 싶으신 건가요?"
페르디난드가 아닌 내가 입을 열자, 지기스발트가 눈을 크게 뜨고, 아나스타지우스가 "형님" 하고 머리를 감싸쥔다. 말릴 거라면 좀 더 확실히, 빨리 말렸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왕명에 의한 의무가 있었기에야말로 페르디난드 님은 독에 당해 생사의 위기에 처햇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치유할 여유도 가지지 못한 상태로 전장에 나온 것이 아닙니까. 아렌스바흐의 기사와 단켈페르가의 정예를 이끌고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의무가 부족하다는 말씀이십니까?"
"음. 로제마인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페르디난드 님은 아렌스바흐에 있는 란체나베의 병사들을 소탕하고 에렌페스트를 침공한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을 쫓아 중앙에서 메스티오노라의 책를 취하려던 란체나베인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남편이 아닌 아직 약혼자라는 입장을 생각하면 영지의 경계를 넘을 만큼 진지하게 의무를 수행한 것에 대해선 함께 싸운 단켈페르가가 보증드립니다."
정말로 거의 휴식을 취할 여유가 없는 상태의 강행군이었음을 아우브·단켈페르가가 보증한다. 지기스발트는 "그렇습니까" 라며 미소짓고 있지만, 그 눈은 전혀 납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지기스발트 왕자, 저도 알고 싶습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이 왕명에 따른 의무를 수행하는 동안 단켈페르가와 에렌페스트로부터 위기를 전해받은 왕족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으셨습니까?"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안고 있는 것은 나와 페르디난드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왕족이 죄를 뒤집어 쓰는 것에 납득할 수 없다고 하는 왕족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내가 노려보자 지기스발트가 기가 죽은 것처럼 숨을 삼켰다.
"기사단장의 배신과 중앙에서 툴크가 만연하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기사단장의 의도에 휘둘려 란체나베인들에게 슈타프를 가지게 하는 우를 범하고, 초석을 지키는 것을 포기하고, 기사단의 배신에 우왕좌왕하던 것 이외에 무엇을 했는지 알려주십시오. 전, 강당에서의 싸움에서 지기스발트 왕자의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만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셨던 건가요?"
"저는 자신의 별궁에서 왕족으로서 중앙의 귀족들에게 지시를……."
괴로운 듯 말을 내뱉는 지기스발트를 나는 방긋 미소지으며 제지한다. 자신의 이궁에 틀어박혀 있던 시점에서 전혀 유르겐슈미트의 수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자신들의 신병이 아닌 국가와 초석을 지키는 왕족의 의무 수행에 필요한 지시였나요?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이 있는 귀족원이 아니라 자신들이 거주하는 중앙을 지키고 있는 시점에서 왕족으로서 실격이라는 것 정도는 이제는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그 자각은 있으신가요?"
"로제마인, 슬슬 그만하거라. 여신의 화신의 규탄에 다른 왕족들이 안색을 잃고 있다."
페르디난드가 가볍게 나의 소매를 당긴다. 둘러보니 분명 안색이 나쁜 사람들 뿐이다.
"그런 모양이네요. 그렇지만 정변 후의 처형 때에는 왕족의 무리한 연좌나 종잡을 수 없는 규탄으로 인해 안색은 커녕 목숨을 잃은 사람이 많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생명의 보증을 받고 있는 왕족이 자신들의 실수를 지적당해 안색을 잃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죠?"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페르디난드가 일어서서 나의 팔을 잡는다. 안색이 좋지 않고, 초조해하는 것이 누구의 눈에도 보일 정도가 되어 있었다.
……어라? 페르디난드 님이 이상하네?
"로제마인, 눈색이 변했다는 자각은 있는가?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온 여신의 은력이 더해지며 가벼운 위압상태가 되어 있다만, 알고 있는가?"
지기스발트에게 분노를 느끼긴 했지만, 가벼운 위압 상태가 되어 있었다는 자각은 전혀 없었다. 눈을 깜빡이는 나를 향해 천천히 손을 든 것은 트라오크바르였다. 호흡을 가다듬는 모습을 보면 나의 무의식적 위압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디 저의 발언을 용서해주십시오, 로제마인 님."
매우 정중하게 발언의 허가를 청한 그의 모습에 지기스발트가 버드레나의 벼락에 맞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모두의 주목이 트라오크바르에게 모인다.
"용서합니다."
"단죄받아야 할 입장임을 분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아들이어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러나 로제마인 님이 어리석은 아들의 말에 마음을 어지럽히실 필요는 없습니다. 성결식을 마칠 때까지 페르디난드는 디트린데에게 연좌되지 않는 것이 확정되어 있습니다. 부디 안심하십시오."
트라오크바르의 말에 나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뭔가 기억에서 희미해졌지만, 확실히 그런 약속이 있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페르디난드에게 영향은 없다. 휴우, 하고 내가 숨을 내쉰 순간, 주위의 모두가 안도하는 것처럼 숨을 토했다.
페르디난드가 진지한 시선으로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눈색은 돌아온 모양이구나" 라고 중얼거린다. 나의 눈색은 돌아온 것 같지만, 페르디난드의 얼굴에 어린 초조감은 완전히 사라져 있지 않다.
"로제마인, 여신의 은력은 자신의 마력보다 제어가 힘든 것 같다. 네가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동시에 여신의 은력이 부풀어오르는 모양이다. 이대로 여신의 은력이 커지면 네가 네가 아니게 될 가능성이 있다. 부탁이니, 최대한 감정을 억제해라."
내가 내가 아니게 된다는 말에 등골이 오싹했다. 그것은 이미 잃어버린 기억 이외에도 소중한 기억들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일까. 더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는 것일까. 그런 식으로 페르디난드가 지적한다는 것은, 어쩌면 나는 이미 내가 아니게 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야, 그거. 무서워!
내 안에서 공포가 부풀어 오른 것은 한순간이었다.
"로제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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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입니다.
왕족 중 누구보다도 트라오크바르에게 분노하고 있는 페르디난드.
가족들에 대한 기억이 없는 만큼, 페르디난드와 관련되어 감정이 흔들리기 쉬운 로제마인.
첸트로 입후보하자마자 위압을 당한 지기스발트.
다음은 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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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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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아니, 진지한 분위기에 찬물끼얹긴 싫지만.....
이건 그야말로........
지뢰폭발.....;;;;;;;;;;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85화. - 안색이 나쁜 왕족 2 -|작성자 치천사
안색이 나쁜 왕족 3
페르디난드가 다급히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거의 동시에 시야 끝에 있는 사람들이 가슴을 누르고 얼굴을 찡그리며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눈에 비치는 광경은 자신이 위압하고 있을 때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 나는 머리가 새하얗게 될 정도의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섭다는 감정이 부풀어 올랐을 뿐이다.
"아니야……이럴 생각이 아니라……."
자신 속에서 부풀어 오른 공포라는 감정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상황을 목격하자 자신 속에 있는 여신의 은력에 대한 공포가 점점 커져간다.
"감정을 억제해라, 로제마인."
나에게 모두의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모두를 여신의 은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페르디난드가 나의 어깨를 잡는다. 페르디난드도 괴로운 듯이 미간을 찌푸리고 진땀을 흘리며 진지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 페르디난드가 표정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페르디난드 님, 떨어져주세요. 가까운 만큼 영향이……."
내게 있어 페르디난드는 정말 중요한 사람이기에 내 힘으로 상처입히고 싶지 않다. 어깨를 잡고 있는 손을 두드리며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떨어져달라고 호소한다.
다음 순간, 페르디난드가 기침하기 시작했다. 쿨럭, 하는 평범하지 않은 소리에 기억이 자극을 받는다. 평민 시절, 세례식 후에 신전에서 마주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나는 그 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당시의 신전장, 신관장과 대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를 지키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상처입히고 있을 뿐이다. 할 수만 있다면 곧바로 멈추고 싶다. 자신 안에 있는 힘인데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 힘을 올바르게 사용해 거리를 지켜줘."
"……에게 혼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아. 약속할게."
갑자기 누군가와의 약속이 뇌리에서 울린다. 소중한 약속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망쳐버렸다는 분함에 울고 싶어졌다. 더 이상 감정적으로 되어선 안된다고 이성이 경고하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억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페르디난드 님, 제발 떨어져주세요. 전, 누군가와 약속했습니다. 지키기 위해 힘을 쓰겠다고."
페르디난드의 안색을 보면 흘러넘치는 여신의 은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몇 번 기침하던 페르디난드의 입가에, 기억에서와 같이 붉은 피가 튀었다.
"놔줘요!"
나를 끌어안듯이 잡고 있떤 페르디난드의 손을 힘껏 뿌리치고, 나는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힘껏 일어나는 바람에 콰당 하고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가 울린다.
……어디까지 떨어져야 하지……?
나는 도망칠 곳을 찾아 방 안을 둘러보았다. 중앙동과 연결된 문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어, 거기까지 도착하기 전에 모두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문은 자신의 등 뒤에 있지만, 기숙사로 돌아가면 고통받는 사람이 늘어날 뿐이다.
페르디난드가 뿌리쳐진 자신의 손을 보고는 곧바로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 양부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우브·에렌페스트, 할트무트 일동에게 입실 허가를!"
"들어와라, 할트무트."
양부님이 한 손으로 가슴을 누르면서 다른 한 손으로 올도난츠를 날린다.
곧바로 기숙사로 이어지는 문이 열리며, 할트무트, 클라리사, 마티아스, 라우렌츠, 그레티아가 들어왔다. 아직 올도난츠가 할트무트의 팔 위에서 "들어와라, 할트무트" 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의 신속함이었다.
"실례합니다."
"할트무트, 그대들도 저에게 다가오면……."
"괜찮습니다, 로제마인 님. 저희는 언제나 로제마인 님의 은력을 입고 있기에 힘이 늘어난 것과 그 성스러움은 느껴집니다만 별다른 영향은 없습니다."
안심하세요, 라고 웃으면서 할트무트를 비롯한 남성들이 나를 감싸듯이 나와, 나와 다른 모두들 사이에 벽을 만들듯이 선다. 측근들의 벽으로 인해 조금은 여신의 은력도 가려진 것인지 고통을 참는 듯한 신음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약간 공포가 풀리며 마음이 가벼워진다.
……할트무트 일동은 정말로 고통스럽지 않구나.
할트무트와 라우렌츠가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다. 마티아스와 로데리히는 "역할을 다해야 해" 라는 듯한 진지함 그 자체인 표정이지만, 고통을 숨기거나 견디고 있는 듯한 얼굴이 아닌 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어쩌면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페르디난드 님의 말을 듣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여신의 화신의 넘쳐흐르는 매력은 하계 사람들에게는 분에 넘쳐 괴롭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로제마인 님을 수발하는 근시의 일도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라며 콧노래라도 부를 듯이 즐거워보이는 클라리사가 들고 있던 은색 천을 펼쳤다. 클라리사의 밝은 미소에 어쩐지 가슴이 가벼워진다. 지금의 내가 다가가도 괜찮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심이 된다. 스윽, 하고 고독감과 공포가 흐려져 간다.
"로제마인 님, 왕족과 아우브들의 앞에서 천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은 보기 좋지 않을거라며 리제레타 일동이 망토 모양으로 만들어 준 물건입니다. 모처럼의 의상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은 유감입니다만……."
그레티아가 후드 달린 망토 모양이 된 은색 천을 나에게 덮어주며, 흉한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옷을 정돈하고, 슬쩍 내 눈가를 닦아준다. 평소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그레티아가 지금은 나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열심히 말을 걸어주는 것을 알고 마음이 따듯해진다.
"둘 다 고마워요."
"어머, 로제마인 님. 감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심코 넋을 잃고 보게 될 정도로 아름다운 로제마인 님의 매력에 정신을 잃은 사람이 속출하면 회의를 할 수 없게 되어 큰일인 걸요. 아울러, 로제마인 님이 모든 신들로부터 총애를 받고 계신 메스티오노라의……."
"페르디난드 님, 어떻습니까? 이 정도의 노출이라면 얼굴도 보이고, 여신의 은력을 느끼면서도 너무 강하지 않을 정도로 억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레티아가 클라리사의 찬양을 잘라내듯이 앞으로 나와 페르디난드에게 말을 건다. 페르디난드가 은색의 망토를 뒤집어쓴 나를 보고, "문제 없다. 큰 도움이 되었다"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제마인 님, 기특한 신하에 대한 상이라고 생각하고 여신의 화신에 의한 치유를 보여주시지 않겠습니까?"
할트무트가 장난기 어린 윙크와 함께 여신의 화신의 힘을 두른 나의 치유를 보고 싶다고 청한다. 일견 장난치는 것으로도 보이는 할트무트의 표정이지만, 등색의 눈동자는 주의깊게 나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익살맞은 표정도, 어조도, 내가 거절하고 싶을 경우엔 쉽게 거절할 수 있는 이유가 되게 하기 위한 배려일 것이다.
"할트무트, 고맙습니다."
"송구합니다."
나는 "슈트레이콜벤"이라고 주창해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잡는다.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의 권속인 룬슈메르시여."
룬슈메르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지팡이 끝에 있는 녹색의 마석으로부터 치유의 빛이 나와 방 안에 쏟아진다.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안색이 눈에 띄게 호전되며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오고 있다. 치유는 제대로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쩜 이리도 아름다우신가……. 모든 신들로부터 신구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받은 메스티오노라의 멋진……."
"그대들은 물러나라. 회의를 계속하고 싶다."
양부님이 가볍게 손을 흔들며 흥분한 상태인 할트무트를 데려가라고 나의 측근들에게 명하자, 마티아스와 라우렌츠가 곧바로 할트무트를 연행해 간다. 두 사람에게 양팔을 잡혀 끌려나가는 할트무트에게선 방금 전까지의 유능한 측근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양부님은 할트무트 일동을 대신해 근시들을 불러 차를 바꾸게 한다. 근시들이 움직임과 함께 방 안에서 긴박감이 닦여져 나가며 약간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로제마인 님도 자리에 앉으시겠나요?"
그레티아가 쓰러진 의자를 다시 일으켜 정돈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클라리사가 권유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클라리사의 에스코트를 받아 자신의 자리로 향한다.
"아……."
자리 앞에 서 있는 페르디난드와 눈이 마주쳤다. 도와주려던 손을 뿌리쳐버렸기에 어떻게 말을 걸면 좋을지 몰라 조금 어색하다.
"저, 페르디난드 님. 아픈 곳은 없으신가요? 그, 제가……."
"룬슈메르의 치유가 있었기에 문제 없다. 너도 간신히 진정한 참에 부주의하게 동요하는게 아니다."
페르디난드는 클라리사로부터 나의 손을 건네받고 클라리사와 그레티아에게 물러나라고 지시하고 나를 의자에 앉힌다. 나는 정말로 문제가 없는 건지 가만히 페르디난드의 얼굴을 살폈다. 여신의 은력이 괴로운데도 무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더라도 은색 천을 뒤집어 쓰고 있으면 여신의 은력으로 타인을 상처 입히는 일은 없겠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입고 싶었습니다."
내가 손 언저리에 있던 은색 천을 꽉 쥐자 페르디난드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힐끗 양부님에게 시선을 향했다.
"은색의 천은 아무래도 란체나베인들을 연상시키므로, 왕족과 단켈페르가와 논의하는 자리에서 처음부터 입고 있어서는 인상이 좋지 않다. 하지만 여신의 은력에 의한 영향을 알게 된 지금, 그것을 치우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 자리에는 없다."
……그것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을 알리기 위해 자신도 험한 꼴을 당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아, 그렇군. 로제마인, 손을 펼쳐봐라. 나중에 또다시 여신의 은력이 폭주할 때를 대비해 이것도 가지고 있는 편이 좋겠지."
"은색의 천 외에도 뭔가 대책이 있는 건가요?"
무슨 부적이라도 주려는 것일까. 내가 페르디난드가 시킨 대로 양손을 내밀자, 툭, 하고 손 위로 가볍게 도청 방지 마술도구와 하얀 상자가 놓였다. 이게 뭘까, 하고 뚜껑을 여는 것보다도 빠르게 마력이 빨려나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하얀 상자는 하얀 고치 모양으로 변해간다. 몇 번이나 본 적 있는 현상이었기에 이렇게까지 변화하면 이것이 무엇인지는 싫어도 알 수 있다. 이름 올리는 돌이다
"페, 페르디난드 님, 이게 무슨 일인가요?"
"비상 사태에 내가 너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그것은 그럴지도 모릅니다만, 좀 전과 같이 그들을 부르면……."
"조용해라."
꾸욱 볼을 잡혀,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삐죽 입술을 내민다. 그런 것을 위해 이름 올리기를 사용하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편법 같은 이름 올리기는 있을 수 없습니다. 좀 더 뭐랄까, 정말로 중요한 맹세가 아닙니까.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일동으로부터 이름을 받은 페르디난드 님이라면 알고 계시지요?"
나의 측근들은 각각 자신의 소중한 마음을 자신의 이름에 담아 바쳐준 것이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일동으로부터 충성과 목숨을 받고 있는 페르디난드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페르디난드가 나를 주인으로서 원하는 것도 아닌데, 단지 수단으로 이름을 바치는 것은 그들의 맹세가 가볍게 취급되는 것 같아 몹시 슬픈 기분이 된다.
"여신의 은력이 사라질 때까지면 된다.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수단은……."
"여신의 은력이 사라질 때까지만이다. 그렇게나 싫다면 나에게 명령해 돌려받게 하면 되겠지."
"가족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분 사이에 주종 관계가 생기는 것은 싫습니다."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피리네도, 평민 시절을 알고 있는 다무엘도, 주종으로서의 선이 그어져 허물없는 관계는 될 수 없다. 나는 페르디난드와의 사이에 주종관계를 넣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름 올리기를 이용한 것은 네가 먼저다. 이번엔 단념해라. 어차피 그리 긴 기간이 아니다."
완고하게 단언한 페르디난드가 내 손에서 도청 방지 마술도구만을 가져가 옆의 자기 자리에 앉는다. 긴급상황이었다고는 해도 이런 수단을 사용한 것은 내가 먼저라는 말을 들으면 반론의 여지도 없다. 나는 페르디난드의 이름을 올린 돌을 쥐고 살짝 숨을 토했다.
"자, 대화를 재개해도 괜찮을지요?"
모두가 차를 마시고, 근시들이 퇴실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에 페르디난드가 입을 연다. 일단 지기스발트가 첸트로 입후보했으니, 지기스발트를 첸트로 할지의 여부를 논의하게 되었다.
"지기스발트를 첸트로 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그……."
트라오크바르와 그 첫째 부인이 몹시 걱정스러운 듯이 나와 페르디난드를 본다.
"달리 입후보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렇게 됩니다. 이쪽이 제시한 선택지는 왕족 중 누군가가 첸트가 되어 신들이 요구한 유르겐슈미트로 변화시킨다는 것이었으니, 입후보자가 있으면 그 분에게 맡길 것입니다."
"유르겐슈미트의 귀족들에게 차기 첸트로서 인정받고 있는 제가 최적이겠지요. 제가 첸트가 되어 모두를 구하겠습니다. 안심해주십시오, 아버님."
지기스발트가 평소와 같은 잔잔한 미소로 그렇게 말했다. 왕족을 없애기 위한 첸트가 되는 것을 저렇게까지 자랑스러운 듯한 얼굴로 말할 수 있는 심경이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럼, 신들의 요구를 반드시 실행받기 위해 지기스발트 왕제에게는 빛의 여신과 질서의 여신 게볼트눈1에게 계약 마술을 사용한 맹세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계약 마술을……?"
"네. 여신의 은력이 사라진 순간, 신들의 요구를 무시하거나, 너무 미루는 일이 생기면 곤란합니다. 당연히 새로운 첸트는 신들과 계약하도록 할 것입니다."
이것은 나와 맺는 계약이 아니다. 마술을 사용한 신들에 대한 선서이다. 신들과 직접 계약하는 마술이기에 인간끼리의 계약에 비하면 샛길이 거의 없어서 힘들다. 위반하게 되면 신들로부터 호된 철퇴가 내린다고 한다. 스리슬쩍 신들의 요구로부터 도망칠 생각이었던 걸까, 아니면 계약 마술이 무서운 걸까, 지기스발트의 안색이 나빠졌다.
"호오, 확실히 신들의 요구에 대해 신들과 계약하는 것은 타당하겠군요."
"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기 전에 모든 아우브의 앞에서 유르겐슈미트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맹세하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면 타령의 아우브도 신들의 요구가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겠지요."
단켈페르가의 아우브 부부가 동의함으로써 계약 마술을 하는 것은 결정사항이 되었다. 테이블 위에 올라있는 지기스발트의 주먹이 꽉 쥐어진다.
신들에 대한 선서가 합의되자, 다음은 계승의 의식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왕족에 대한 취급과 아우브가 없는 땅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결정하면 된다.
……아직 결정할 것들이 꽤 있구나.
내가 논의의 흐름을 머릿속에서 반추하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벌떡 일어섰다.
"지기스발트 왕자, 좀 전의 사태로 실감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여신의 화신으로부터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받은 첸트가 제단 위에서 여신와 화신과 함께 시작의 정원으로 갈 수 없으면 큰일이 됩니다. 첸트가 될 것이라면 로제마인에게 이름을 바치십시오. 그러면 여신의 은력에 의한 영향을 막을 수 있습니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지기스발트가 눈을 깜빡였다. 확실히 계승의 의식 도중에 새로운 첸트가 될 사람이 여신의 은력에 닿아 쓰러지면 큰일이다.
……그래도 이름 올리기를 그런 수단으로 사용하는 건 싫어. 전에 할아버님이 나무라던 그대로의 결과가 됐잖아.
"제가 이름을 바치는 것입니까? 새로운 첸트가 될 사람이 이후 아우브·아렌스바흐가 될 사람에게? 그래서는 첸트의 주인이 아우브가 되어버립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상하지 않냐며 지기스발트가 얼굴을 찌푸렸다. 생명을 지키는 수단이긴 하지만, 나 역시 지기스발트가 말한 것처럼 첸트와 아우브의 지위를 생각하면 이상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자, 벌래를 씹은 듯한 얼굴이 된 트라오크바르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무엇인가요, 트라오크바르 님?"
"로제마인 님, 어전에서 눈을 어지럽혀드리는 것에 대해, 깊이 사죄드립니다."
양해를 구하는 것과 함께 일어난 트라오크바르가 지기스발트를 슈타프의 빛의 띠로 꽁꽁 묶었다.
"지기스발트, 처형이 당연한 우리에게 살아남을 선택지를 제시해주시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시는 여신의 화신에게 이름을 바치지도 못하는 자에게 첸트가 될 자격따윈 없다. 신들과의 계약을 꺼리고, 이름을 바치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낸 그대를 더 이상 첸트가 되게는 할 수 없다. 그만 좀 납득하거라.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없었음에도 왕족이 되어야만 했던 우리의 삶이 그대의 교육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고는 하나, 이미 잃은 지위에 매달리는 모습은 너무나도 어리석고 흉하다."
트라오크바르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첫째 부인이 조용히 눈을 내리뜬다. 꽁꽁 묶인 지기스발트를 내려다보며 페르디난드는 트라오크바르에게 시선을 향했다.
"트라오크바르 님의 판단으로 지기스발트 왕자에게는 첸트를 시키지 않는다는 것으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의 지기스발트가 신들의 요구하는 첸트가 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하오나, 누군가는 첸트가 되지 않는다면 왕족은 전원이 하얀 탑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것은 괜찮습니까?"
페르디난드의 말에 트라오크바르는 조금 머뭇거린다. 그리고 자신이 꽁꽁 묶은 지기스발트와,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을 둘러본 뒤, 천천히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이제는 자력으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은 자야말로 유르겐슈미트의 첸트에 상응한다는 것을 진심으로 실감하고 있습니다. ……제단에 올라, 여신의 화신과 함께 사라진 페르디난드 님이라면 가지고 있지 않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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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부제를 바꾸었습니다.
언제까지고 그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지 않는다.
여신의 은력의 폭주와 그것을 막은 이름 올린 조.
폭주를 막지 못한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 페르디난드.
아버지에 의해 첸트 실격을 선고받은 지기스발트.
마지막에 폭탄을 터트린 트라오크바르.
다음은 4편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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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졸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더니 번역이 끝나있었습니다. 어라? 개이득??!!
페르냥: 저, 저기. 지뢰왕자님, 손을 벌려주시지요.
지뢰왕자: 이건 이름 올린 돌이 아닌가! 이런 건 받을 수 없네!
페르냥: 도둑고양... 아니, 여신의 힘이 사라질 때까지만입니다. 그렇게 돌려주고 싶으시다면, 바. 받아가라고 명령이라도 하시면 되지 않사옵니까! 흥!
우리 츤데레공주가 살짝 불쌍해질 지경이네요.
철벽도 이런 철벽이 없는 것 같습니다. (웃음)
추신: 너굴맨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Gebot(계율, 법률, 명령, 신의 지시) + Ordnung(규칙, 등급, 순서, 질서)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86화. - 안색이 나쁜 왕족 3 -|작성자 치천사
안색이 나쁜 왕족 4
"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술렁거림과 함께 모두의 시선이 페르디난드에게 집중된다. 왕족은 무릎을 꿇고 있는 트라오크바르와 페르디난드를 번갈아 보고 있고, 단켈페르가의 아우브 부부는 물끄러미 페르디난드를 주시하고 있다.
"트라오크바르 님, 그 말씀은 왕족 전원이 하얀 탑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더라도 상관 없으신 거라고 해석해도 틀림없으신지요?"
페르디난드는 트라오크바르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묻는다. 새하얘진 얼굴로 일어선 것은 아나스타지우스였다.
"아버님, 그만두십시오! 당신은 첸트입니다. 여신의 화신이 아닌 자에게 무릎을 꿇으시면 안 됩니다."
"유르겐슈미트를 다스리는 첸트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자여야만 한다, 아나스타지우스."
"아버님, 그 구루투리스하이트는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이 된 로제마인으로부터 받는 것입니다. 저는 아버님께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드려 진정한 첸트가 되게 하고 싶다고 그들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동안 국가의 향방을 누구보다 걱정해오시던 아버님이야말로 누구보다도 그에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어나달라는 아나스타지우스의 호소에 트라오크바르는 고개를 젓는다. 나는 그 진지한 대화를 보면서 감탄의 한숨을 토하며 옆에 서있는 페르디난드를 올려다보았다.
……아아, 완전히 페르디난드 님의 예상대로네.
예상하고 있던 반응과 질문이 나왔기에, 뭐랄까,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한 연극이라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트라오크바르와 아나스타지우스에게는 미안하지만, 페르디난드에게는 트라오크바르를 진지하게 대할 마음 같은 것은 전혀 없다.
"트라오크바르 님, 큰 실례이옵니다만, 당신의 가정에는 전제 조건에 커다란 잘못이 있습니다. 제단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은 모든 대신의 가호를 얻고 있는 사람이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에그란티느가 "그렇네요" 라고 동의를 표했다. 에그란티느가 입을 열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듯,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한다.
"저도 귀족원의 실기에서 신들의 가호를 얻는 의식을 치렀을 때 제단 위로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슈타프를 얻었던 하얀 광장같은 장소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만, 달리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속성이며, 모든 대신으로부터의 가호를 얻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내가 말했어야 하는 대사를 에그란티느가 해주었기에 나는 조금만 덧붙여 둔다.
왕족인 에그란티느에게 지적받은 트라오크바르가 눈을 크게 뜬다. 내가 말하는 것보다도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제단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 것이다.
"허나, 그래도 그는……."
"네. 저희들에게 보여주신 구루투리스하이트에 대한 단서 등으로 생각해 볼 때, 페르디난드 님은 이미 가지고 계시거나, 아니면 매우 가까운 곳에 도달해 계신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그란티느는 그렇게 말하면서 페르디난드에게 시선을 향한다. 트라오크바르도 페르디난드를 본다. 둘 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는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 를 묻는 얼굴이 되어 있다. 그러나 페르디난드를 탐색하듯이 응시하고 있는 에그란티느와 매달리듯이 보고 있는 트라오크바르 사이에는 그 표정에 차이가 있었다.
"트라오크바르 님은 정말로 지기스발트 왕자의 아버지이시군요. 너무나도 닮으셨습니다."
무릎을 꿇고 있는 트라오크바르를 내려다보는 페르디난드는 너무나도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리석고 흉하다" 라며 친아버지에 의해 묶인 지기스발트와 닮았다는 것을 칭찬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안색을 바꿨다. 막달레나가 지기스발트와 트라오크바르를 번갈아 보고는 페르디난드를 붉은 눈동자로 가볍게 노려본다.
"트라오크바르 님의 어떤 부분이 지기스발트 왕자와 비슷하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흠.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들은 잊고, 왕족이라는 지위를 등에 업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뜻을 강요하는 지기스발트 왕자의 성정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았다고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막달레나 님의 눈에는 혼돈의 여신의 저주가 걸려있는 것 같군요."
눈이 흐려져 있다고 막달레나의 말을 잘라낸 페르디난드는 경멸어린 엷은 금색 눈동자로 트라오크바르를 내려다보면서 팔짱을 꼈다.
"트라오크바르 님이 완전히 잊으신 것 같으니 반복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찬탈도 반역도 생각하고 있지 않고, 첸트의 지위에 오르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때, 저는 그것을 안팎으로 알리기 위해 아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라던 그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습니까. 결사적으로 체류했던 아렌스바흐에서의 1년 반이 헛되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양부님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주먹을 꽉 쥐었다. 분명, 지금 양부님은 트라오크바르를 힘껏 후려치고 싶을 정도로 분노하고 있다.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트라오크바르의 말에 입을 연 것은 페르디난드가 아닌 양부님이었다.
"그때는 왕명으로 아렌스바흐로 가는 것이 최선이었고, 이번에는 페르디난드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확증조차 없는 가정만 가지고 첸트가 되어 지금까지의 왕족의 뒤처리를 하는 것이 최선……? 아무리 그래도 슈라트라움이 방문하기엔 아직 이르지 않사옵니까?"
잠꼬대는 잘 때나 하다는 의미지만, 그런 말을 웃는 얼굴로 트라오크바르의 면전에 대고 말할 수 있는 양부님은 정말로 페르디난드의 형이구나, 하고 절실히 느낀다.
……그렇긴 해도, 트라오크바르 님도 자신의 발언을 형편 좋게 잊는 사람이었던 건가.
더 이상 페르디난드를 트라오크바르 좋을 대로 사용되게 할 생각이 없는 양부님과 유르겐슈미트를 위해서라면 최선의 방법을 취하고 싶은 트라오크바르가 서로 노려본다. 불꽃 튀는 듯한 분위기 사이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럼, 페르디난드 님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첸트로 즉위할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괜찮으신가요? 트라오크바르 님의 제의를 수락할 일은 없으신 거죠?"
에그란티느가 볼에 손을 얹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평소와 같은 차분한 미소로 보이지만, 그 밝은 오렌지색의 눈동자는 진지함 그 자체이다.
"왕족이 하얀 탑으로 들어가는 대신 신들의 요구에 응할 것인지, 아우브·단켈페르가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받아 첸트로 군림할 것인지…….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으로부터 제시받은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제가 첸트가 된다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아무리 트라오크바르 님이 바라시더라도 선택지가 늘어날 일은 없습니다."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페르디난드 님의 생각은 알겠습니다."
페르디난드는 왕족은 선택지를 제시받았을 뿐이라며 트라오크바르의 질문 자체를 잘라낸다. 에그란티느는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지만, 트라오크바르는 납득하지 못한 것 같다. 눈을 크게 부릅뜨고, "첸트는 스스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페르디난드는 완전히 그 말을 묵살했다.
"저, 트라오크바르 님."
나는 무릎을 꿇고 페르디난드에게 호소하는 트라오크바르를 보다 못해 말을 걸었다.
"자력으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은 자가 첸트가 되어야 한다고 바라는 그대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얻는 방법을 널리 알려, 차기 첸트부터는 그렇게 선택할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우선은 현 왕족이 첸트를 맡아주기를 바랍니다."
나는 아돌피네, 에그란티느, 막달레나 일동을 둘러본다. 왕족으로 시집온지 몇 년밖에 되지 않았거나, 셋째 부인으로서 사교의 장에 나올 기회가 적거나 했던 그녀들이 평생 하얀 탑에서 살아가야 할 정도의 죄를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왕족의 구명과 연좌의 회피라는 의미도 있습니다만, 갑자기 왕족이 아닌 자가 첸트가 되기보다는 준비 기간이 있는 편이 받아들여지기 쉬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변화가 크면 클수록 주위의 반발도 크니까요."
"구루투리스하이트만 있다면 그런 불평을 입에 올릴 귀족은 없을 것입니다."
가짜 왕이라는 비난을 들어오던 트라오크바르라서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트라오크바르 님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과하게 신성시하시고 계신 것 같습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있더라도,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가진 첸트가 즉위하더라도, 사람들의 불평은 막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불평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되도록이면 갈등과 다툼이 적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합니다만, 그것이 완전히 사라질 일은 없겠지요.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말하는 도중에 강한 시선을 느끼고, 나는 천천히 시선을 돌린다. 이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에그란티느와 눈이 마주쳤다.
"에그란티느 님? 왜 그러시나요?"
나의 말에 에그란티느는 한 번 시선을 떨어뜨린 뒤에 천천히 얼굴을 들고 트라오크바르를 똑바로 보았다. 밝은 오렌지색 눈동자에 강한 빛이 어려 있다.
"유르겐슈미트를 위해서는 구루투리스하이트가 필요불가결합니다. 로제마인 님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을 원만히 왕족들에게 주기 위해서는 왕에게로의 입양과 차기 첸트인 지기스발트 왕자와의 결혼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에그란티느로서는 자신과의 결혼을 계기로 차기 첸트 경쟁에서 물러난 아나스타지우스나 또다시 계승과 관련된 다툼이 일어날 것이 뻔한 힐데브란트와의 결혼은 논외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소동으로 인해 로제마인 님은 여신의 화신으로서 왕족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신다는 선택지를 제시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지기스발트 왕자와의 결혼도, 왕에게로의 입양도 필요 없습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원하더라도 어느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는 일이 없는 상황입니다만, 트라오크바르 님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원하지 않으시나요?"
에그란티느의 시선에 아나스타지우스가 기대하듯이 트라오크바르를 바라본다. 그의 아내들도 트라오크바르를 보고 있다. 그러나 트라오크바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새로운 첸트는 자력으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은 사람이어야만 한다. 그 생각을 바꿀 수는 없다. 새로운 첸트가 되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다."
"그렇습니까. 트라오크바르 님의 생각은 알겠습니다."
에그란티느는 트라오크바르에게 의자에 않도록 권하고는 나를 보았다. 그 오렌지색 눈동자에는 강한 결의가 깃들어 있다.
"로제마인 님, 제가 여신의 화신으로부터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어 첸트가 되겠습니다. 저의 이름을 로제마인 님에게 올리고, 신들의 앞에서 맹세할 것이오니 부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십시오."
"에그란티느, 당신……."
아나스타지우스가 망연한 얼굴로 에그란티느을 바라본다. 에그란티느는 "전, 나라가 흔들리는 것은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라며 방긋 미소지었다.
"여신의 화신으로부터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는 것은 귀족분들에게 차기 첸트로서 주지되어 있던 지기스발트 왕자가 되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지기스발트 왕자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을 수 있다면 가장 긴 시간을 두고 완만하게 변화시켜 나갈 수 있었겠죠."
지기스발트가 여신의 화신으로부터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받아 옛날과 같은 방법을 실천한 다음 세대에 첸트를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다른 왕족은 아우브가 없는 영지의 새로운 아우브가 되어 국가에 진력한다. 에그란티느의 최선은 그것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는 부적격자라고 판단되었다.
"지기스발트 왕자에 비해 치세가 길지 않을 것이 조금 불안하긴 합니다만, 트라오크바르 님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원한다면 지금까지의 고생이 보답 받게 되는 것이 기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 없이 계속 분투해왔던 것이다. 트라오크바르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어 올바른 첸트로서 나라에 진력하고, 신들의 요구에 응해 나라의 모습을 변화시켜나가려 했다면 응원했을 것이라고 에그란티느는 말한다. 그러나 트라오크바르는 그것을 원치 않았다.
"아나스타지우스 님과 힐데브란트 왕자는 모든 대신의 가호를 얻고 계시지 않으니 여신의 화신과 함께 제단으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이번 첸트로서는 대상 외입니다."
아나스타지우스와 힐데브란트가 분한 듯이 얼굴을 찌푸린다. 확실히 제단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아나스타지우스 님은 결코 앞서나가지 않으며 지기스발트 왕자가 가호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계셨으니까요."
에그란티느는 아나스타지우스를 달래듯이 미소지으며 페르디난드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리고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유무와 상관 없이, 페르디난드 님이 첸트가 되기를 바라셨다면 저는 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신의 화신의 사랑을 받고 있는 분과 다툴 정도로 무모하지도 않고, 다툼을 좋아하지도 않으니까요."
……에? 사랑? 또 착각하는 사람이 있어.
쿡쿡 놀리듯이 웃는 에그란티느에게 반박해야 하는 건가 고민하며 나는 힐끗 페르디난드를 보았다. 페르디난드는 미간에 주름을 잡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평소와 같은 무뚝뚝한 얼굴로 보이지만, 이것은 진심으로 싫어하고 있는 얼굴이다. 아무래도 반박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에그란티느 님, 저는 페르디난드 님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을 뿐, 남녀간의 애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페르디난드 님도 가족애와 정략결혼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런 의미의 사랑을 받는 것은 진심으로 싫어하고 계십니다. 그것은 착각하지 말아주세요."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벙찐 얼굴이 되었다. 모두의 시선이 하나가 되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라고 말하고 있다.
"……에?"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나 혼자만 모르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나는 무심코 손을 뻗어 페르디난드의 소매를 잡았다.
"제 말이 틀리지 않았죠, 페르디난드 님!? 함께 모두에게 맞서요."
소매를 몇 번 잡아당기자, 페르디난드는 엄청 싫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귀찮고 싫은 것이라도 반박하지 않으면 무언은 긍정이라고 오해받는다고 나에게 가르친 것은 페르디난드였을 것이다.
"호오, 로제마인의 말이 맞는 것인가, 페르디난드?"
"어째서 그대가 편승하는 것인지요, 아우브·에렌페스트?"
"그대의 형으로서, 로제마인의 양부로서 알아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페르디난드는 히죽거리고 있는 양부님의 눈을 전혀 웃고 있지 않는 반짝반짝 스마일로 노려본다. 미소로 노려보는 것은 여전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죄송합니다. 제가 말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이 첸트가 되기를 바란다면 제가 원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으로……."
"에그란티느 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너의 탈선이 심한 것이다, 로제마인."
페르디난드는 에그란티느에게 계속하라고 지시하고, 나에게는 앉으라고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확실히 유르겐슈미트를 좌우하는 중대한 논의의 자리에서 일부러 반박할 만한 사안은 아니었다. 어쩌면 효율중시주의자인 페르디난드는 지금까지처럼 착각하게 놔두기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실패했다.
"저야말로 이야기를 가로막아 버려서 죄송합니다. 계속해주세요."
"……어느 분도 첸트를 원하지 않는다면 제가 되겠습니다. 아우브·에렌페스트가 말씀하신 것처럼, 왕족의 뒤치다꺼리를 왕족 이외의 분에게 떠넘겨서는 안되겠죠. 게다가 저도 아이를 가진 어머니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개개인의 방이 나뉘어져 있는 하얀 탑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딸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장소가 있기를 바랍니다."
……에? 딸!? 어느새!?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어느새 임신하고 출산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혼한 시기를 생각해봐도 에그란티느의 딸은 상당히 어릴 것이 분명하다.
……에그란티느 님, 어머니가 된 건가.
그렇다면, 하얀 탑에 갇혀 부모자식이 따로따로 떨어지게 되기보다는 첸트나 아우브가 되어서라도 같이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전속성인 에그란티느 님의 딸이라면 차기 첸트로서의 소질도 높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에그란티느 님을 지탱할 각오가 있다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어도 문제 없지 않을까요?"
나의 말에 아나스타지우스가 경계하는 것처럼 "어떤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인가?" 라고 묻는다. 그렇게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성 아우브의 데릴사위가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에그란티느 님의 임신과 출산 시기의 첸트의 업무를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대신할 수 있게 되는 것이 필수입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기도를 바치며 모든 대신으로부터 가호를 얻어 에그란티느 님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게 될 때까지는 두 번째 아이를 바랄 수 없다는 것 정도네요. 괜찮습니다. 많은 회복약을 가지고 사당을 순회하면 금방입니다."
내가 "나라를 지탱하기로 결의한 에그란티느 님을 위해서도 열심히 하세요" 라고 격려하자, 아나스타지우스는 움찔 뺨을 경련시켰다. 하지만 소중한 아내와 귀여운 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아나스타지우스는 그런 사람이다. 에그란티느의 소망을 절대로 이룬다는 측면에서 나는 아나스타지우스를 신뢰하고 있다.
"에그란티느 님이 새로운 첸트가 된다면 왕족의 죄는 되도록 숨기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힐데브란트 왕자도 슈타프를 얻은 것만을 숨기고 그냥 보내줄 수는 없을까요?"
나의 말에 막달레나가 놀란 듯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수갑을 마술도구 팔찌처럼 보이도록 개조하고, 동급생이 슈타프를 얻을 연령까지 봉해둔다던가……. 안 될까요?"
"그의 측근에게 시키면 되긴 하겠다만, 너는 여전히 어린 사람에게 너무 무르다."
페르디난드가 노려보기에 나는 조금 시선을 피한다. 하지만 다른 왕족들의 죄를 불문에 붙이고, 엄격해도 귀족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결정되었는데도, 힐데브란트만이 왕족에서 영주 일족이 되어 더욱 엄한 벌을 받는 것은 불쌍하지 않은가.
"허나, 이번 힐데브란트 왕자에 관해서는 다소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 어린 나이로 인해 정보로부터 격리되어 있었을 것이고, 주위의 어른들이 라우부루트를 경계해야 한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 일로 주위 어른들은 자신들의 죄를 덮고 살아가는데도 어린 아이 한 명만이 눈에 보이는 큰 죄를 지고 살아가는 것은 공평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벌로부터는 벗어날 수 없으니 괜찮겠지, 라면서 페르디난드가 힐데브란트의 어머니인 막달레나를 보았다.
"막달레나 님. 첸트로부터 허가가 나왔다는 말만을 믿고 주위의 측근들마저도 제대로 제지하지 않았다면 어린 아이가 꾐에 빠지는 것도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슈타프의 성질과 취득 연령이 올라간 이유만이라도 알렸다면 라우부루트의 꾐에 빠져 란체나베인들에게 슈타프를 얻게 하는 어리석은 짓은 막을 수 있었겠죠. 셋째 부인의 아이라고는 해도 왕족일 터인데, 다소 교육이 소홀했던 것이 아닙니까?"
힐데브란트가 새파래지고, 막달레나가 "페르디난드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의 교육이 부족했습니다" 라며 눈을 내리뜬다. 나는 몇 번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나, 지하서고에서 힐데브란트 왕자랑 교과과정 변경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그렇지만, 쓸데없는 말을 했다간 페르디난드가 "설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어리석은 짓을?" 라거나 "봐줄 필요는 없을 것 같군" 라면서 힐데브란트에게 더 엄한 말을 할 것 같았기에 쓸데없는 것은 가슴에 넣어두고 페르디난드를 달래기로 한다.
"괜찮아요, 페르디난드 님. 에그란티느 님이 첸트가 된다면 트라오크바르 님은 아우브가 됩니다. 힐데브란트 왕자는 더 이상 왕족이 아니게 되고, 단켈페르가를 참고해 영주 일족으로서 교육받으면 분명 한넬로레 님 같은 좋은 영주 후보생이 되겠지요."
레스티라우트도, 한넬로레도, 단켈페르가의 영주 후보생은 우수한 것이다. 단켈페르가 출신의 막달레나라면 힐데브란트를 우수한 영주 후보생으로 키우는 것 정도는 간단할 것이다.
"저, 로제마인, 님은……제가 차기 첸트가 되는 것을 응원해주실 건가요?"
힐데브란트가 불안한 듯이 물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힐데브란트가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응원해주는 것 정도라면 해줄 수 있다. "물론 응원합니다" 라고 말하려던 순간, 페르디난드가 노려보았다.
"설마 여신의 화신인 네가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경솔한 말을 할 생각인가?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알아야 되는 현실이 있다."
아직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페르디난드로부터 잔소리를 들었다.
"말씀하시는 것은 압니다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아이의 꿈을 짓밟아 버리는 짓을 할 필요도 없지 않나요?"
"나중에 불가능하다고 깨닫는 것이 더 잔혹하지 않은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무슨 말입니까!?"
눈을 크게 뜬 힐데브란트에게 페르디난드가 잔인한 현실을 알린다.
"힐데브란트 왕자가 얻은 슈타프는 현 세대와 같은 품질의 물건입니다. 앞으로 기도의 중요성이 주지되어 슈타프를 얻을 때까지 마력 압축과 속성을 늘리는 노력을 거듭한 동급생이 3학년 때 얻을 슈타프에 비하면 상당히 조악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기도와 마력 압축에 힘쓰게 되면 슈타프의 용량을 넘어 마력의 제어가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다고 페르디난드가 힐데브란트에게 고한다.
"로제마인은 처음부터 전속성이었기에 큰 사당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만, 힐데브란트 왕자의 슈타프는 속성이 부족하기에 큰 사당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용량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성장 자체에도 신경쓰지 않으면 귀족으로서 치명적인 결함을 안게 됩니다. 그런 고생이 바로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힐데브란트 왕자가 앞으로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벌입니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힐데브란트가 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즉, 저는 차기 첸트가 될 수 없는 건가요?"
"옛 문자를 공부하고 지하서고의 자료를 읽는 것이 좋겠지요. 예전엔 슈타프를 얻는 것은 성인이 되었을 때였고, 슈타프를 얻을 때까지 기도를 올리며 모든 대신들로부터 가호를 받아야만 첸트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슈타프를 얻어버린 힐데브란트 왕자에겐 불가능한 일입니다."
페르디난드에게 쐐기를 박힌 힐데브란트는 절망감에 찬 얼굴이 되어, 툭 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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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트로 입후보한 것은 에그란티느.
아나스타지우스와 힐데브란트는 처음부터 대상 외.
다음은 새로운 첸트의 발표회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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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페르냥은 고백도 안했는데 벌써 몇 번을 차이는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87화. - 안색이 나쁜 왕족 4 -|작성자 치천사
란체나베인들의 취급와 포상
"그럼 새로운 첸트가 정해졌으니 앞으로의 일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기스발트 왕자도 자리에 앉아주세요. 경계선을 다시 긋거나 새로운 영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으니, 아우브로 취임할 지기스발트 왕자가 묶인 채여서는 곤란하겠죠?"
"여신의 화신에게 불경한 태도를 취한 지기스발트 왕자를 폐영지의 새로운 아우브로 임명하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정말로 괜찮으시겠는지요?"
트라오크바르가 나와 페르디난드에게 확인하는 듯한 시선을 보낸다. 나는 방긋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기스발트 왕자는 왕족입니다. 비록 여신의 은력을 품고 있다고는 해도 영주 일족인 저에 대한 대응이라고 보면 처벌받을 만한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지금 지기스발트 왕자가 처벌되면 두 부인에게도 누가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이상 아내분들이 지기스발트 왕자와 얽혀 고생하는 것도 불쌍하니까.
이런 곳에서 지기스발트의 죄를 물을 경우, 차기 첸트의 아내에서 아우브의 아내로 격하된 그녀들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진다. 앞으로 두 아내가 지기스발트를 열심히 교육시켜주는 것에 기대하고 싶다.
"윗분들에 대한 공순을 알지 못하는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폐영지의 아우브는 조금 짐이 무거운 것이 아닐지요?"
아돌피네가 매우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 그렇게 말했다.
"왕족에게는 이번 사건에서의 죄를 최대한 숨기는 방향으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드리겠다고 약속드렸으니까요. 게다가 지기스발트 왕자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기에는 부적격했습니다만 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네요……."
아돌피네가 살짝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본다. 호박색 눈동자가 뭔가 살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에그란티느가 첸트로 입후보했을 때처럼 아돌피네도 뭔가를 조용히 생각하고 있는 듯한 기미를 느끼며, 나는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시선을 향했다.
"지기스발트 왕자가 아우브가 된 이후에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는 새로운 첸트로부터 그에 합당한 벌과 처분이 내려질 것입니다. 갑작스럽게 의식을 전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조속히 아우브로서의 행동거지를 몸에 익혀주시길 기대하도록 하죠."
"로제마인 님은 정말로 자비로우시군요."
왕족들로부터 그런 목소리가 나오고, 트라오크바르는 "로제마인 님의 깊은 자비심에 감사드리옵니다" 라며 지기스발트의 포승을 푼다. 자신의 존재가 모두의 의식에서 완전히 잊혀진 채로 점점 이야기가 진행되어나가는 상황에, 지기스발트는 자신의 입장이 더 이상 차기 첸트나 왕족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을 실감한 것 같다. 정중하게 나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딱히 자비가 아니긴 하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 살짝 중얼거린다. 지기스발트의 포승을 푼 것은 중앙이 떠안고 있는 폐영지의 아우브가 되어줄 사람이 없어지면 페르디난드의 계획이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 계획을 수정하게 되면 나의 도서관 도시 계획은 더욱 멀어져버리고 만다. 나는 이번 왕족과의 협의와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수여를 최대한 빠르게 끝낸 뒤, 자신의 기억을 되찾고, 도서관 도시 계획을 추진하고 싶은 것이다.
"발표회에 대한 것도 정하도록 하죠. 지금 각 영지로부터 이번 사태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귀족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러니 에그란티느 님은 조속히 이름 올린 돌을 만들어 주세요. 이름 올린 돌이 만들어지는 대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선사해 승인의 의식을 실시하겠습니다."
여러 영지의 아우브가 모여들고 있는 지금이라면 승인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으로부터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받게 되었다는 것만을 아우브들에게 알리고, 의식 자체는 영주 회의 때 하면 되지 않으련지요? 강당을 비롯한 여러 준비가 시간에 맞출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에그란티느의 말에 페르디난드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로제마인의 여신의 은력을 영주 회의 때까지 남겨둘 수 없습니다. 여신의 은력의 영향을 깊이 받고 있는 로제마인은 현재 아우브·아렌스바흐로서의 행동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이대로라면 영주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필요한 브로치를 만들 수도 없습니다. 의식의 준비는 봉납춤을 행할 무대와 제단의 준비로 충분하겠죠. 그 준비에 대해선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중앙의 문관과 중앙 신전의 사람들을 이끌고 준비를 갖춰 주십시오."
에그란티느가 중앙 신전의 신전장이 되는 것이기에 지금은 남편인 아나스타지우스가 보좌하면 된다고 페르디난드가 말한다. 아나스타지우스가 "다시 중앙 신전으로 가야 하는 것인가……" 라며 미간을 찌푸린다.
"작년의 영주 회의에서는 로제마인을 중앙의 신전장으로 임명하겠다는 제안을 들었었죠. 그렇다면 에그란티느 님과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할 수 없을 리가 없습니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에그란티느와 아나스타지우스의 시선이 지기스발트에게 향했다. 발안자, 혹은 그것을 밀어붙이려 했던 왕족이 누구였는지는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에그란티느 님이 첸트가 된 이후엔 중앙 신전을 해체해 귀족원 내로 옮기게 됩니다. 당신 자신이 지낼 수 있는 신전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첸트가 된 에그란티느 님이 중앙 신전의 신전장이 되어 귀족원에서 신전을 운영하는 모습은 분명 타령의 모범이 되겠지요."
페르디난드는 숨기고 있어도 알 수 있는 왕족의 신전에 대한 기피감을 "싫다면 알아서 고쳐라" 라며 깨끗하게 흘린다. 나와 페르디난드도 전 신전장이 없어진 이후로 스스로 개혁해 나갔었으니 첸트나 되는 권력자가 할 수 없을리가 없다.
"괜찮아요,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그렇게 걱정하지 않더라도 이내 모든 아우브들이 신전을 개혁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될 것입니다. 신전에 출입하는 것이 업신여겨지는 것도 처음 뿐입니다."
영주 회의에서 초석의 위치와 성전의 역할에 대해 주지시킬 것이기에 에그란티느가 중앙 신전에 출입하더라도 그리 오랫동안 멸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는 김에, 라고 하긴 뭐합니다만, 중앙 신전으로 갈 때는 신전의 해체와 이동에 대한 것을 신관들에게 통보해주세요. 정변 이후 각 영지에서 징발한 청색 신관과 청색 무녀는 영주 회의에서 아우브들의 희망이 있으면 영지로 돌려보낼 것입니다. 허드렛일을 하는 회색 신관은 몰라도, 앞으로 기도를 바칠 사람이 늘어날 귀족원의 신전에는 그정도의 청색 신관과 청색 무녀는 필요 없으니까요."
어느 영지나 마력적으로 곤궁하기에 청색 신관과 청색 무녀를 데려가는 것을 거부할 아우브는 적을 것이다. 이는 중앙의 경비를 절감하는 것과도 연결될 것이다.
"첸트의 거처를 귀족원으로 옮긴다고 말은 간단히 한다만, 귀족원에는 살 곳이 없지 않은가."
아나스타지우스가 싫은 얼굴을 하자 페르디난드가 "있습니다" 라며 미소지었다.
"왕의 양녀가 될 로제마인이 입주할 예정이었던 이궁은 중앙이 아닌 귀족원에 있는 것입니다. 당분간은 그쪽에서 주거하면 되지 않으신지요? 가구와 설비는 왕족의 공주에게 상응하는 품질의 물건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페르디난드, 그대……."
페르디난드는 그렇지 않다는 말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더욱 깊이 미소짓는다. 아나스타지우스가 어금니를 악물고, 에그란티느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깜박거린다. 나는 새파래져 있는 왕족 남자들을 보면서 방긋 미소지었다.
"지금은 죄인들을 가두고 있습니다만, 그들은 이후 중앙의 감옥으로 이송시키면 문제 없겠지요. 트라오크바르 님과 지기스발트 왕자가 저를 위해 준비해주신 이궁이니까요. 유르겐슈미트를 지탱하는 마력에 여유가 생겨 자신들의 거처를 엔트비켈른으로 만들 수 있을 때까지의 임시 거처로는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보다 에그란티느 님은 시급히 초석을 물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영주 회의 때까지는 초석을 물들여두지 않으면 경계선을 다시 긋거나 죄인의 처분을 할 수 없다. 초석을 물들이지 않은 첸트는 비록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지고 있더라도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주모자인 젤바지오가 기레센마이어의 국경문에 갇혀 있습니다. 에그란티느 님이 회수하러 가야 하겠지요."
"국경문으로 이동할 수 있는 로제마인 님이 잡아오시는 것이 아닌지요?"
아나스타지우스는 정중한 말투로 내게 답하며 페르디난드를 노려보았다. 더 이상 이쪽에 일을 얹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잘 알 수 있는 표정이다.
"지금의 저는 부주의하게 밖으로 나오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 보시다시피, 은색 천이 없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로제마인이 외출할 수 없는 것에 더해, 이번 소동에서 에그란티느 님에게는 아무런 공적도 없습니다. 주모자 정도는 직접 잡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젤바지오의 슈타프는 이미 봉해져 있고, 사흘 정도 방치되었기에 다소 약해져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회복약의 품질에 따라서는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건강한 상태로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잡으러 갈 때는 기사를 열 명 정도 데리고 갈 것을 추천합니다."
제단 위에서 싸울 때 즉사독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아도 또다른 란체나베의 도구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전이한 순간 공격당할지도 모른다고 페르디난드가 주의한다.
"처벌에 있어 주모자의 기억이 필요하지 않다면 방치해 두는 것도 하나의 수단입니다. 직접 손을 대는 것은 에어베르멘 님이 금지했습니다만, 자연히 죽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가능하니까요."
기억은 볼 수 없게 되지만 아사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페르디난드는 냉담하게 말한다. 어지간히도 젤바지오가 싫었던 모양이다.
"다만, 젤바지오의 기억을 보게 될 경우엔 구루투리스하이트에 관한 정보가 많이 나올 것이기에 기사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첸트가 된 에그란티느 님이 직접 보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유르겐슈미트의 첸트로서 알아야만 하는 것들이 많을 것이라고 페르디난드는 말한다.
"기다려라, 페르디난드. 아무리 그래도 란체나베인들에 관한 기억은 에그란티느에겐 너무 무겁다."
"첸트라는 입장이 가벼울 리가 없겠죠. 그 무게를 함께 지는 것이 남편의 역할입니다. 첸트의 무게에서 벗어나도록 부추기는 것이 아닙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회피하지 마라, 라고 페르디난드가 노려보자 두 사람이 꿀꺽 숨을 삼켰다. 트라오크바르가 부끄러운 듯이 시선을 내린다.
"그럼, 젤바지오 이외의 죄인의 취급에 관해서입니다만……."
내가 화제를 전환하자 페르디난드가 일어서서 천에 감싸인 한 개의 등록 메달을 에그란티느에게 내민다.
"이것은 중앙 신전에서 회수해온 것입니다. 현 란체나베 왕의 메달입니다. 새로이 첸트가 되시는 에그란티느 님에게 파기를 부탁드립니다."
"어머, 란체나베와는 교섭하지 않는 건가요?"
에그란티느는 등록 메달을 받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란체나베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며 란체나베에 잘못이 있음을 아우브들에게 알리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한다.
"란체나베인들은 유르겐슈미트의 귀족을 같은 인간이 아니라 마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마력을 봉하기 위한 도구와 즉사독 등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배상을 받기는 커녕, 사절단 전원이 그대로 잡히거나 마석을 얻기 위해 살해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을 고려한 뒤에 파견을 결정해주십시오. 아렌스바흐에서 란체나베인들과 접했던 저로서는 국경문을 폐쇄하고 방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왕족들의 얼굴이 굳었다. 왕과 중앙의 귀족들이 툴크에 의해 농락되긴 했지만 즉사독이나 그 외의 도구가 사용되지는 않았다. 란체나베의 위험성을 잘 몰랐던 모양이다.
"다양한 위험성을 고려한 결과, 저는 아렌스바흐에서 란체나베로 사신을 보낼 생각이 없으며, 국경문을 개방할 생각도 없습니다. 만약 국경문을 연다면 다른 장소로 하고 싶습니다. 물론 에그란티느 님이 원하신다면 중앙에서 사절단을 꾸려 란체나베로 보내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며, 그 때는 아렌스바흐에서 회수한 그들의 배를 유료로 대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료가 아닌 것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렌스바흐를 도서관 도시로 만들어야 하기에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즉, 란체나베의 포로를 송환하는 것은 고려하고 계시지 않은 것인지요? 치안과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 숫자가 너무 많은 것도 곤란하다고 생각됩니다만……."
지기스발트의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로서는 송환시켜도 상관 없지만, 그것은 신들의 이치에 반하는 행위이다.
"에어베르멘 님은 구원을 바라며 찾아온 사람의 수용을 거부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받아들인 이후는 사람의 이치대로 다뤄도 상관 없다고 하셨습니다만, 유르겐슈미트까지 찾아와 슈타프를 얻기 위해 분투한 란체나베인들을 저희들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추방해서는 안 됩니다."
유르겐슈미트의 탄생과 에어베르멘의 속죄와 같은, 신들의 이치와 사람의 이치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모두가 천천히 숨을 토했다.
"우리가 귀족원에서 사로잡은 아렌스바흐의 죄인 및 란체나베인들의 처분은 왕족에게 맡기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죄는 아렌스바흐에서 판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있습니다."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말하며 왕족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란체나베인들에 의해 귀족원이 유린당하는 것을 막지 못한 왕족의 죄를 조금이라도 은폐하기 위해서는 왕족이 함께 싸운 부분을 과장하고, 모든 죄인을 잡았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
처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다. 나는 허리를 곧게 세우고 입을 연다.
"정변으로 인해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처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유치에 더해 실제로 귀족원으로 쳐들어갔던 사람들이 처형되지 않으면 정변에서 패배한 영지의 귀족들의 불만이 매우 커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신들에 의해 처형이 금지된 상황에서 타령의 아우브를 납득시킬 정도의 무거운 처벌을 부과할 필요도 있습니다. 두 번 다시 그들이 귀족으로서 대우받을 일이 없다는 것을 안팎으로 알리기 위해, 제가 영지 밖에서 메달의 파기를 하고 싶습니다만, 이의 있으신 분은 계신가요?"
페르디난드는 슈타프를 얻은 란체나베인들이 아렌스바흐의 귀족으로서 등록되어 있는 것과 아렌스바흐에서 메달을 파기하면 목숨을 빼앗지 않고 귀족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것 등을 말한다. 딱히 누구로부터도 반론은 나오지 않았다.
"죄인들은 유르겐슈미트의 각지에서 마력을 쏟게 할 생각입니다. 어느 땅에 몇 명의 죄인을 보낼 것인지에 대한 것은 트라오크바르 님과 단켈페르가가 중심이 되어 논의하고, 최종적으로는 새로운 첸트가 되는 에그란티느 님이 판단해 주십시오."
페르디난드는 왕족이 어떤 처벌을 내릴지에 대한 감시역으로 단켈페르가를 붙임으로써 앞으로의 단켈페르가의 발언력을 강화하고, 클라센부르크의 간섭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삼가 받들겠습니다."
트라오크바르가 엄숙한 태도로 받아들였다.
죄인의 처벌이라는 귀찮은 일을 중앙으로 떠넘기면서 내가 아우브로서 해야 할 일은 메달의 파기와 실제로 아렌스바흐에서 난동을 부렸던 란체나베 병사들에 대한 처벌만이 남게 되었다. 마음이 무거운 안건의 대부분이 줄어든 것에 안도의 한숨이 샌다.
"에그란티느 님이 첸트가 된 이후의 영지의 경계선과, 트라오크바르 님과 지기스발트 왕자가 새로운 아우브로서 취임할 영지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겠네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페르디난드가 슈타프를 내고 마력으로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본래 첸트가 다스려야만 하는 곳은 중앙에서도 귀족원이 있는 중심부 뿐입니다. 첸트의 마력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오랜 역사 속에서 왕족이 생활하기 위해 확장되어 왔던 중앙의 이궁 일대를 깎아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렌스바흐가 관리하던 옛 베르케슈토크와 옛 샤르파 령, 깎아낸 중앙의 일부를 하나의 영지로 통합해 트라오크바르 님에게, 그리고 옛 트로스트벡과 또 다른 중앙의 일부를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다스리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페르디난드가 그린 지도를 가리키며 경계선의 변경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 설명에 맞추어 페르디난드가 새로운 경계선을 그어간다. 옛 베르케슈토크와 북쪽에 있는 옛 샤르파가 통합된다.
"이전의 정변으로 승자에게 주어진 영지도 경계선을 다시 그어, 각각의 아우브가 자신의 영지로서 통치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옛 베르케슈토크의 절반은 지금까지 단켈페르가가 다스려 왔었습니다. 경계선을 다시 그어 온전한 단켈페르가의 영지로서 다스릴 수도 있으며, 더 많은 땅이 필요하다면 넓히는 것도, 불필요한 땅이 있다면 손을 떼는 것도 가능합니다만?"
이번 사건의 공로자 중 하나인 단켈페르가에게 의견을 묻자 아우브 부부는 경계선을 다시 그어 그대로 다스리는 것을 선택했다. 클라센부르크도 마찬가지로 옛 자우스가스를 그대로 다스려나갈 것이라고 에그란티느가 발언함으로써 클라센부르크도 이대로 통합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아우브·단켈페르가. 전, 새로운 첸트로서 이번 공적에 대한 포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켈페르가는 무엇을 바라시나요? 땅을 원한다면 이 지도에 기입해둬야 하겠죠."
에그란티느가 지도를 가리키며 묻자, 아우브가 아닌 첫째 부인이 잠시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단켈페르가에게 더 이상의 땅은 필요 없습니다. 대신 에그란티느 님이 첸트로 취임한 이후, 단켈페르가에게 클라센부르크 이상의 발언력을 주셨으면 합니다. 에그란티느 님의 치세 동안은 클라센부르크의 순위를 단켈페르가의 하위로 두어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사건에서 전혀 공을 세우고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에그란티느가 첸트가 되면 클라센부르크의 발언력이 강해지고 만다. 이를 억눌러달라고 단켈페르가의 첫째 부인이 바란다.
"저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시고 첸트로 끌어올려 주신 것은 로제마인 님이 이끄시는 신 아렌스바흐, 단켈페르가, 에렌페스트입니다. 클라센부르크보다 우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전, 아우브·클라센부르크로부터 자신을 후원해주신 분들에 대한 배려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침받으며 자랐으니까요."
에그란티느가 부드러운 미소로 승낙하고 에렌페스트에도 희망을 묻는다.
"에렌페스트는 순위를 올리는 것도, 땅을 넓히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듣고 있습니다만, 달리 포상으로 원하는 것이 있습니까?"
"여신의 화신으로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선사하는 로제마인을 앞으로 아우브가 되는 트라오크바르 님에게 입양시키지 않을 것입니다만, 그에 대한 승인과 함께 로제마인이 입양될 경우에 에렌페스트에 주어지기로 했던 보상을 그대로 받고 싶습니다."
나의 입양이 해소되어도 아이에게 주어지는 마술도구와 결혼제도 등을 그대로 받고 싶다고 양부님이 바란다.
"여신의 화신을 입양하다니, 그런 송구한 일은 할 수 없습니다."
트라오크바르도 나를 입양할 이유가 없음을 선언하고, 에그란티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제마인 님은 뭔가 희망이 있으신가요?"
"저는 도서관 도시 계획에 꼭 협력을 받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제가 유르겐슈미트로 인쇄업을 확장시켰을 때는 모든 영지에서 납본제도를 적용하도록 명령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걸로 괜찮으신 건가요?"
에그란티느가 불안한 듯이 페르디난드를 바라본다. 희망사항은 나에게 묻고 있는데 어째서 페르디난드에게 가부를 묻는 걸까. 이해되지 않는다.
"로제마인의 바람은 그것으로 좋겠죠. 각 영지에 도서관을 건설해 사람을 이동시키는 첸트의 전이진을 설치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는 하지 않을 정도로 조금은 분별력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지금 단계에서 어렵다는 것은 안다. 여러모로 혼났던 기억이 있고, 아무리 나라도 조금은 여신의 화신으로서 요구해도 좋은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분별할 생각이다.
"저는 영주 회의에서 아렌스바흐의 개명과 새로운 영지색의 선정, 로제마인의 아우브 승인을 바라고 있습니다."
"두 분의 바람은 알겠습니다. 에렌페스트를 둘이나 만들 수는 없으니 영주 회의 때까지 어떤 이름을 붙이실지 생각해주세요."
초석을 빼앗은 경우는 영주의 가명을 붙이는 것이 보통이지만, 양녀인 나의 경우는 그랬다간 에렌페스트가 둘이나 되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내가 새로운 이름을 붙여도 되는 모양이다.
……무슨 이름이 좋을까?
도서관 도시에 걸맞는 이름이 좋겠다. 내가 내심 설레이고 있자, 아돌피네가 가만히 손을 들었다.
"포상의 이야기가 일단락된 것 같습니다만, 발언해도 되겠는지요?"
"네, 물론입니다."
아돌피네가 호박색 눈동자로 트라오크바르와 지기스발트를 보고 나를 향해 미소지었다.
"본디 왕족 내에서 논의할 안건이라는 것은 무겁게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차기 첸트와 드레반히엘을 잇기 위해 지기스발트 왕자에게 시집왔습니다. 하오나 지기스발트 왕자가 차기 첸트라는 입장을 잃게 되어 계약 위반이 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계약 위반인가요?"
"네. 지기스발트 왕자가 아우브가 된다면 드레반히엘과 저의 이익이 사라져, 결혼 당시의 계약에 위배됩니다. 그러나 이는 지기스발트 왕자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빛의 여신에게 처벌받지 않도록, 지혜의 여신이 조금 지혜를 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아돌피네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바로 이해되지 않아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감지한 페르디난드가 관자놀이를 두드리며 통역해준다.
"지기스발트 왕자를 아우브로 한다면, 아돌피네 님이 시집감으로써 드레반히엘이 얻을 것이었던 이익을 보장하거나 이혼을 인정해주길 바란다는 것입니까?"
"네, 저희들의 성결식을 주관하신 로제마인 님에게 인정받고 싶습니다."
아돌피네가 방긋 웃었다. 공동연구를 추진할 때의 군돌프와 비슷한 눈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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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회의 절차에 대해 자세히 논의할 예정이었습니다만, 봉납춤에 대한 것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경계선이나 란체나베인들의 취급 쪽이 중요하니까 어쩔 수 없을까나.
아돌피네가 드레반히엘의 이익에 대해 파고들어 왔습니다.
다음에야말로 새로운 첸트의 발표회까지 진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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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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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페르냥과 지뢰왕자의 뒤끝작렬!
지뢰왕자를 노리는 돌씽, 아돌피네!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88화. - 란체나베인들의 취급과 포상 -|작성자 치천사
아돌피네의 상담과 의식의 준비
"지기스발트 왕자와 아돌피네 님의 결혼에 의한 드레반히엘의 이익을 로제마인이 보증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것에 관해서는 왕족 내에서 논의해 주십시오."
페르디난드가 거절하자 아돌피네는 "알고 있습니다" 라며 미소지었다.
"그러나 논의의 전제에는 로제마인 님도 관계가 있습니다. 이전의 정변 이후 클라센부르크와 단켈페르가는 그에 대한 포상으로서 각각 인근의 토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인접하는 장소에 얻을 땅이 없었던 드레반히엘은 많은 상급 귀족들을 중앙으로 보냄으로써 영향력을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경계선으로 나뉘어져 있는 토지를 관리하는 클라센부르크와 단켈페르가도 힘들었지만 줄어든 중앙 귀족의 구멍을 메꾸기 위해 상당수의 상급 귀족들을 차출해야 했던 드레반히엘도 내정이 힘들어졌다고 한다.
"지금 클라센부르크와 단켈페르가는 경계선을 다시 그으며 그동안 관리해오던 토지를 자령으로 편입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 중앙의 영역을 축소시키고 중앙 신전을 귀족원으로 옮긴 이후의 중앙 귀족의 취급은 어떤 형태가 되는 건가요?"
드레반히엘이 승리한 영지로서 얻은 이익이 클라센부르크나 단켈페르가처럼 보증되느냐는 아돌피네의 질문에 페르디난드가 조금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첸트의 귀족원 이동 및 왕족의 아우브 취임과 함께 왕족의 측근들 이외의 중앙 귀족들은 일단 각자의 영지로 돌려보낼 예정입니다. 그 후, 각 영지에서 중앙으로 귀족들이 파견되는 것은 같지만, 그에 대해선 에그란티느 님과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결정권이 위임됩니다. 또한, 앞으로 중앙 귀족은 각 영지의 기숙사에서 지내게 됩니다."
페르디난드의 설명을 들은 아돌피네는 그런 전개를 예상했던 듯 "청색 신관들이 돌아가니 중앙 귀족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새로운 첸트가 자신의 주위에 둘 자들을 새로이 선택하는 것이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앙 귀족들을 각 영지의 기숙사에서 살게 하는 것에도 저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는 것은 드레반히엘은 클라센부르크나 단켈페르가와는 달리 저의 결혼에 의한 이익뿐만 아니라 정변 때 얻은 이익마저도 잃는다는 것입니다."
아돌피네는 내가 알려준 정보를 바탕으로 드레반히엘과 이야기를 해보겠다며 몇 번 끄덕인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
"……아돌피네 님의 상황은 알겠습니다. 에그란티느 님, 트라오크바르 님, 지기스발트 왕자. 부디 드레반히엘의 이익에 대해서도 고려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로제마인, 네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
지금의 내가 개입하면 명령이 되어버린다며 페르디난드가 살짝 노려보고 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주제넘는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돌피네 님의 초조함이나 필사적인 마음에는 공감합니다. 약간의 참견 정도는 용서해주세요."
지금 아돌피네가 처한 상황은 내가 트라오크바르에게 입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에렌페스트에 주어질 것이었던 이익이 모조리 백지화된 것과 같다. 나라면 절대로 "그런건 계약 위반이다" 라며 화낼 것이고, 첸트의 양녀에서 폐영지 아우브의 양녀로 격하되었을 뿐만 아니라 에렌페스트에 이롭기는 커녕 오히려 에렌페스트에 협력을 부탁해 부담을 지워야 할 상황이라면 파양을 생각할 것이다.
……입양과 달리 결혼은 여성의 명예와 크게 관계되니 사정이 다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아돌피네 님은 정략결혼이고, 상황은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바로 이혼을 결정하는 것은 어떨지요? 영지의 평판과 자신의 장래에 크게 관련된 것이므로 급하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만……."
지기스발트와 아돌피네의 결혼은 드레반히엘과 왕족, 유르겐슈미트 내 영지의 역학관계를 고려한 결과였을 것이다. 아돌피네의 의견만을 수용해 이혼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바로 이 자리에서 결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왕족 분들과 드레반히엘의 부모님이 논의해 트라오크바르 님과 지기스발트 왕자가 아우브로 취임하는 영주 회의 전까지 결론을 내려고 합니다. ……다만 저의 성결식은 옛 의식으로 치뤄졌습니다. 그렇다면 이혼에도 옛 의식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보통으로 이혼할 수 있다면 문제 없지만, 아돌피네는 지금까지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옛 의식에 의해 맺어진 부부가 지금까지와 같은 이혼법으로도 이혼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묻고 싶은 모양이다. 일단은 결혼 1년째의 신혼부부일 터인데, 어떻게 봐도 이혼을 전제로 하고 있다.
……으음, 정략결혼은 이런 걸까…….
정략결혼이라는 건 그 이유가 없어지면 거기서 끝인 걸까. 모처럼 부부가 된 것이니 좀 더 협력하거나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계약으로 결혼에 이르렀는지 알지 못하는 타인인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알아보겠습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
나는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꺼내 이혼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검색하는 동안 지기스발트가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아돌피네에게 말을 거는 것이 보인다. 아무래도 지기스발트는 이혼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아돌피네, 저는 당신이 그토록 왕족으로서의 입장에 집착하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1년 가까이 부부로 지내오지 않았습니까."
박정하지 않느냐는 의미를 포함한 지기스발트의 말에 아돌피네가 의아한 듯이 눈을 깜박였다.
"정략결혼이었으니 왕족으로서의 입장을 얻는 것이 전제가 아니옵니까. 애초에 저희들이 부부였던 적이 있긴 하였는지요?"
"우리는 최고신의 축복을 받은 부부가 아닙니까. 게다가 이제 막 성인이 되었을 뿐인 그대가 이혼하게 되면 장래는 어떻게 됩니까? 재혼도 하지 못하고 드레반히엘에 있게 됩니다."
지기스발트에게 그런 말을 들은 아돌피네는 매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말이 어긋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부부의 사정이나 상황은 이런 공개석상에서 이야기할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이 입을 열었던 아돌피네가 더 이상의 설명을 포기한 듯한 미소를 띄운다. 그러나 이혼 의사를 바꾸려고는 하지 않았다.
"지기스발트 왕자, 시간의 여신 드레팡가의 실이 보일 때 그것을 손에 쥐지 않을 자는 없습니다. 리베스크힐페조차도 그 유혹에는 거역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아돌피네에게 이혼의 의지가 굳고, 두 집안의 대화로 결정될 것이라면 내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나는 메스티오노라의 책에서 얼굴을 들고 아돌피네와 지기스발트를 보았다.
"아돌피네 님, 조사해본 바로는 종전의 이혼 절차와 똑같이 해도 이혼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앞으로 지기스발트 왕자와 아돌피네 님은 최고신의 축복을 얻기 어려워지는 모양입니다."
보통으로 기도했을 경우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얻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송구합니다, 로제마인 님.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를 위해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돌피네는 안심한 듯이 미소지었다. 최고신의 축복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듣고도 아돌피네의 호박색 눈동자에는 변화가 없다. 결의는 굳은 것 같다. 이혼방법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아돌피네는 즉각 에그란티느와 트라오크바르로부터 드레반히엘과의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우수하다.
아돌피네가 질문을 마치고 물러난 것을 보고 페르디난드가 입을 연다.
"그럼, 사흘이면 이름 올린 돌을 만들 수 있으니, 여유를 두고 나흘 후에 구루투리스하이트의 계승식과 새로운 첸트의 발표회를 하는 것으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다른 의식과 마찬가지로 3의 종에 시작하도록 하지요."
"나흘 후요!?"
에그란티느는 놀라 목소리를 높였지만, 나는 페르디난드의 말에 동의한다. 제법 여유가 있는 스케줄이다. 페르디난드로서는 꽤나 상냥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소재만 있다면 이름 올린 돌을 만드는 것은 왕족인 에그란티느 님에게 있어선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닌걸요. 채집지를 회복시키기 위한 축문과 회복 방법도 전의 영주 회의에서 가르쳐드렸었으니 소재 채집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이틀이면 충분하겠죠."
"이름 올린 돌을 만들 뿐이라면 이틀로 충분하겠다만 그래선 의식의 준비를 마칠 수가 없다. 에그란티느 님에게도 봉납춤의 연습이 필요할 것이고……."
"아, 확실히 에그란티느 님과 비교된다면 저로서는 3, 4일의 연습으로는 부족하겠네요."
어떻게든 넘어지지 않고 춤출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여기저기가 위태롭다. 에그란티느와 비교되는 것은 꽤나 괴롭다. 좀 더 연습 시간을 잡아주셔도 좋아요, 라고 졸라봤지만 그것은 기각되었다.
"부족한 연습 시간은 스스로 어떻게든 해라. 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 아렌스바흐로 돌아가지 않으면 기원식에 맞출 수가 없다. 올해의 수확이 괴멸적으로 되어버린다."
"알겠습니다. ……아, 페르디난드 님. 의상은 어떡해야 하나요?"
내가 페르디난드에게 묻자, 페르디난드가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린다. "뭐라도 좋아" 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제대로 들어둬야만 한다. 지금의 나는 입을 옷이 적은 것이다.
"성인인 에그란티느 님은 성인식이나 성결식에서 입었던 나들이옷이 있으니 문제 없다. 너는 새로운 첸트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는 것이니 신전장의 의식용 의상을 입으면 되지 않는가?"
신전장의 의식복이라면 익숙한 옷이고,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긴장하지 않아도 되니 안심이다. 리제레타 일동에게 아렌스바흐에서 가져와달라고 부탁하자.
"의식 당일, 에그란티느 님은 마석 구두를 신고 봉납춤을 추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법진에 마력이 통하지 않으면 빛의 기둥이 서지 않으니까요."
"저도 마석 구두를 신어야 하나요?"
"너는 여신의 은력이 줄줄 새는 상태이니 어느 구두나 마찬가지다. 좋을대로 하면 된다."
……에? 그렇게 심한 상태였구나, 나.
자각은 전혀 없지만 구두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기둥이 서는 상태라는 건 보통은 아니다.
"그리고 의식을 보좌하기 위해 할트무트를 임시 신관장으로 임명할 예정입니다. 당일까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교육 담당자로서 파견하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페르디난드. 할트무트에게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교육을 담당하게 하겠다고!?"
에렌페스트의 상급 귀족에게 왕족의 교육을 담당시키겠다는 말에 양부님이 놀라 외쳤다. 페르디난드는 양부님을 힐끗 보고는 아나스타지우스에게 시선을 향했다.
"이쪽에서 차출할 수 있는 인력 중에서 가장 성무에 정통해있는 자가 할트무트입니다."
"성무에 가장 밝은 것은 페르디난드, 그대가 아닌가?"
상급 귀족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보다는 영주 후보생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했는지 아나스타지우스는 페르디난드를 지명한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는 지체없이 그 제의를 거절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로제마인을 대신해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에게 지시를 내려야 하는 저에게 그럴 여유는 없습니다. 할트무트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혹은 교육 담당 같은 것이 없어도 나흘 후까지 에그란티느 님의 계승식의 준비를 마칠 자신이 있으시다면 받지 않으셔도 상관 없습니다. 중앙 신전 사람들과 함께 준비해주십시오."
임마누엘이 "죽지는 않았다" 라는 상태인 상황에서 아나스타지우스가 중앙 신전의 청색 신관들을 이끌고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다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할트무트의 협력이 필요해보인다.
……완전히 퇴로를 끊고 왕족에게 은혜를 강매하는 페르디난드 님, 정말 마왕.
그렇지만 페르디난드의 마왕 솜씨에 지고 있을 수는 없다. 교섭되고 것은 나의 측근이다. 할트무트의 주인인 나를 빼고서 논의할 일이 아닐 것이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저의 측근을 나흘이나 구속하는 것이니 유료입니다. 출장비는 왕족 부담으로 부탁드립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는 듯이 양부님 일동이 눈을 부라렸지만 이것은 양보할 수 없다. 내가 마왕에게 이길 수 있는 것이라면 장삿속 정도니까.
"그리고, 전, 새로운 첸트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는 자리에 한넬로레 님을 초대하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아우브·단켈페르가, 한넬로레님도 의식의 자리에 불러주실 수 있을까요."
"반드시 데려오겠습니다."
단켈페르가의 아우브 부부가 흔쾌히 승낙해준 것에 내가 만족하고 있자, 트라오크바르가 조금 생각에 잠긴 뒤에 천천히 손을 들어 발언의 허가를 구했다.
"로제마인 님, 한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무엇인가요, 트라오크바르 님?"
"귀족원에 재학하고 있는 각지의 영주 후보생들을 초대하는 것은 어떠하련지요? 성무의 중요성,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신비성 등은 차기 첸트 후보에 가장 가까운 자들이 어려서부터 기도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신들에게 기도를 바치며 자신의 속성을 늘려가게 된다. 그에 앞서 첸트의 길을 보이는 것도 신전 개혁의 일보가 되지 않겠느냐고 트라오크바르가 말한다.
조금 생각하던 양부님이 "저는 찬성합니다" 라며 트라오크바르에게 동의한다.
"다만, 초대하는 범위는 세례식을 마친 사람까지로 하고 싶습니다. 저는 되도록이면 영지에서 신전장의 직무에 오른 멜키오르에게도 로제마인이 행하는 성무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양부님의 말에 나는 작게 웃었다. 멜키오르와 다른 아이들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할 것이다.
"귀족원으로 오기 위해선 브로치와 같은 것들을 준비해야 하기에 귀족원에 입학하지 않은 아이를 참가시키는 것은 각 아우브의 판단에 맡기게 되겠지요. 그래도 어려서부터 성무와 접하는 것은 정말로 좋은 일이 아닌가요? 저는 찬성합니다."
"어린아이를 참가시킴으로써 무언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째릿 페르디난드가 노려보았지만 나는 가볍게 어깨를 움츠렸다.
"에렌페스트의 신전에서는 세례식을 막 끝낸 나이의 청색 신관 견습들이 성무를 견학했었습니다만 성무를 진지하게 대하게 된 것 이외엔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잘 교육되어 있을 영주 후보생들이 문제를 일으킬까요? 혹여 일으켰다 하더라도 부모가 책임지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문제를 일으킨다면 아이의 교육이 모자랐다는 것이 모두의 앞에서 알려지게 된다. 아우브들도 밖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아이만을 데려올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일어날 리가 없다.
"또한, 이번에 시행하는 계승의 의식은 영주 회의에서 매 년 시행하는 성결식과 달리 단발적인 성무입니다. 연례행사가 되는 것이 아니니 이번만 특별히 세례식을 마친 아이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하지요."
내가 가슴을 피고 그렇게 말하자 페르디난드가 "말은 그럴듯하다만 어차피 동생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을 뿐이겠지" 라며 관자놀이를 두드린다.
……역시 페르디난드 님. 잘도 간파했네.
세례식을 마친 영주 후보생에게도 참가 허가가 나오고, 의식의 진행 흐름을 대충 확인하고 논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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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피네는 1년 간의 신혼생활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이 있었지만 참았습니다.
지기스발트는 체면이나 앞으로의 원조 등을 생각해 어떻게든 이혼을 피할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는 로제마인 제일주의인 할트무트에게 지시받게 될 것을 생각하며 질려있습니다.
로제마인은 샤를로테와 멜키오르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열심히 연습합니다.
다음이야말로 새로운 첸트의 발표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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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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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뭔가 조금씩 왕족들이 불쌍해지네요. (묵념)
이제 남은 하극상은... 페르디난드일까요?
페르디난드를 벽으로 몰아넣고 한 손으로 벽을, 다른 손으로 턱을 잡으며 결혼을 강요하는 로제마인을 보고 싶네요. (웃음)
페르냥: 치우소서! 어차피 제 구루투리스하이트가 목적이 아니옵니까!
지뢰: 잊었느냐? 어차피 네 모든것은 내것임을. 그저, 너라는 책에, 나의 서명을 덧붙이려는 것 뿐이다.
라던가 ㅋㅋ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89화. - 아돌피네의 상담과 의식의 준비 -|작성자 치천사
의식의 준비와 에그란티느의 이름 올리기
왕족들과의 협의를 마치고 아우브 부부도 페르디난드도 나도 다목적 홀에서 각자의 측근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나의 주위에는 나의 측근들이 모여 있다.
"할트무트에게는 구루투리스하이트 계승식의 준비와 당일의 신관장 역할을 부탁합니다. 바로 에렌페스트의 신전으로 가서 신관장의 의식복 등을 준비해온 이후, 계승식까지의 나흘 동안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에게 성무에 대해 지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로제마인 님이 시행하시는 새로운 성무의 준비, 반드시 완벽하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할트무트에게는 나흘간 아나스타지우스 일동을 지도하게 된 것을 알리고, 귀족원의 의식에서 청색 신관이나 무녀로서 호위할 호위기사들에게도 준비를 갖추도록 명한다.
"로제마인 님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선사할 새로운 첸트는 어느 분이신가요?"
"에그란티느 님입니다. 실은 앞으로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 취임하실 에그란티느 님이 성무에 대한 지도를 받는 것이 좋겠지만, 이름 올린 돌의 준비가 최우선이었기에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성무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된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고 있자, 근처에 있던 페르디난드가 다가와 할트무트에게 메모를 건넸다.
"이건 의식의 절차다. 그리고 에렌페스트와 중앙 신전을 오가며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행동을 함께 한다면 성전의 열쇠는 로제마인에게 맡겨두도록."
"알겠습니다."
할트무트는 자신의 목에 걸고 있었던 듯한 성전의 열쇠를 끌러 내 목에 걸어준다. 그리고 메모를 보면서 몇몇 질문을 한 뒤에 곧바로 발길을 돌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번 에렌페스트로 돌아가야 하는 호위기사들도 함께다.
"리제레타, 그레티아. 두 사람은 아렌스바흐로 가져온 저의 신전장의 의식복과 머리장식 등의 준비를 부탁합니다. 구두는 마석으로 만들 것이니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기숙사에는 리할다와 브륜힐데가 있으니 나를 수발할 근시는 문제 없다. 두 사람은 곧바로 이궁으로 출발했다.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지시받은 듯한 유스톡스도 리제레타 일동을 따라가듯 다목적 홀을 나오는 것이 보인다.
"피리네, 이 원고를 신전의 로제마인 공방으로 가져가 인쇄를 부탁해주세요. 아우브의 허가가 나와 있습니다. 어머님에게도 알려두세요."
나는 왕족 중에서 새로운 첸트가 나왔을 때에 배포할 예정으로 준비한 원고를 피리네에게 건넨다.
"인쇄 부수는 여유를 두어 스물 다섯부입니다. 영주 회의에서 배포할 것이기에 급한 일이 됩니다. 어머님과 뮤리에라가 분담해 하세의 소신전에도 일을 할당하도록 부탁드려주세요."
"알겠습니다."
피리네가 원고를 안고 나가자 로데리히가 초조한 듯이 나를 보았다.
"로제마인 님, 제가 쓰고 있는 단켈페르가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우브·단켈페르가가 아닌 에그란티느 님이 첸트가 되게 되었으니 마감할 필요는 없어졌습니다만, 아우브·단켈페르가가가 전량 매입을 생각할 정도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으니 계속 써주세요."
5일 내로 끝내달라는 살인적인 마감 일정에 비명을 질렀던 로데리히가 노골적으로 가슴을 쓸어내린다. 무리시켜서 미안하긴 하지만, 로데리히 말고는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계속 쓰도록 하겠습니다."
"초조한 기분으로 쓰는게 더 실감날지도 몰라요?"
초조해하던 로데리히에게 딧타에 대한 질문을 받던 유디트가 쿡쿡 웃었다. 성인 호위기사가 한번 에렌페스트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지금, 유디트는 나의 호위기사로서 뒤에 서있다.
급한 지시를 마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페르디난드가 다가와 내 옆 의자에 앉았다.
"로제마인, 너는 레티지아를 어떻게 대우할 생각인가? 아렌스바흐의 관례에 따른다면 네가 아우브로 취임함과 동시에 상급 귀족으로 격하된다. 그러면 부모가 없는 그녀는 고아원에서 지내게 된다만……."
앞으로 어떻게 대우할지에 근거해 계승식에 참석시킬지의 여부를 생각해야 한다고 페르디난드가 말했다.
"파양하고 드레반히엘의 부모님에게 돌아갈 수는 없나요? 아렌스바흐에 있는 것보다는 부모님 슬하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만……."
"레티지아의 두 양부모 모두 아득히 높은 곳에 올랐다. 계약의 해지는 조금 어렵다. 그리고 너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만 타령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돌아온 영주 후보생을 드레반히엘이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친딸인데요?"
설마 받아들이지 않는 일이 생길까. 내 말에 페르디난드는 "역시 모르는군" 라며 한숨을 토했다.
"레티지아는 아렌스바흐의 영주 후보생으로서 세례식을 받았다. 부모가 데려가기를 원한다 해도 부모의 의사뿐만 아니라 아우브·드레반히엘의 판단도 큰 영향을 미친다.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너와의 관계를 전제로 받아들였을 경우는 귀찮은 일의 싹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귀찮기 짝이 없는 귀족들의 간섭에 대해 설명하면서 페르디난드가 나를 본다. 그 눈이 어쩐지 레티지아를 걱정하는 것처럼도 보여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페르디난드 님은 레티지아 님을 영주 후보생으로 놔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페르디난드 님이 그다지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우를 내릴 거에요. ……레티지아 님의 건에 관해서는 페르디난드 님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할 생각이니까요."
피해자인 페르디난드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할 생각이다. 레티지아는 귀엽지만, 내 안에서 페르디난드보다는 우선순위가 떨어진다.
"한 가지 확인하고 싶다만, 너는 란체나베에 의한 유린으로 의지처를 잃어버린 아이들을 또다시 신전의 고아원에서 키울 생각이 맞는가? 알스테데의 딸도 포함해서……."
"네. 아이에게 죄는 없으니."
에렌페스트에서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아이도 가해자의 아이도 관계 없이 고아들은 고아원에서 기르고, 아우브인 내가 그들의 후원자가 될 생각이다. 프랑 일동을 에렌페스트에서 불러와 같은 일을 할 것을 말하자 페르디난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레티지아의 건은 나에게 맡겨두어라. ……그렇게 불안한 표정을 하지 않더라도 네가 진심으로 싫어할 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 내가 무언가 저지를 경우는 하지 말라고 명령하면 되겠지."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서 건강 진찰을 실시한다. 목덜미에 손을 대고 있던 페르디난드가 미간을 찌푸렸다.
"좀 열이 나고 있다만, 마력을 너무 모아둔 것이 아닌가?"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앞서도 약간 감정적으로 되었었고……."
"그것이 약간인가?"
짐짓 놀랐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며 페르디난드가 브륜힐데에게 지시를 내리고, 또다른 은색 천을 준비시킨다. 그리고 그것으로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페르디난드 님, 대체 무엇을 하시는 건가요?"
"앞으로 나흘 정도는 더 방에 틀어박혀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 마력을 빼내두는 것이 좋겠지. 마력을 사용하면 여신의 은력이 줄어드는지도 확인해두고 싶다."
머리부터 은색 천으로 뒤덥혀, 시계가 새까매진다. 누군가가 안아올리는 감각에 놀라 무심코 작게 비명을 지르는 것과 "로제마인에게 이름을 바친 호위기사만 따라와라" 라고 페르디난드가 명하는 소리가 들린 것은 동시였다.
"페르디난드 님, 이름을 올린 호위기사는 남성분 뿐입니다. 저도 동행하게 해주십시오!"
클라리사가 자원하는 것과 유디트가 "클라리사는 문관이 아닙니까!" 라고 제지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름을 바친 자라면 문관이든 호위기사든 상관 없다."
"우우~, 호위기사인데도 이렇게 두고 가시기만 하다니, 저도 이름을 바치고 싶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유디트의 탄식이 들려왔지만, 섣불리 결정하진 말아주었으면 한다. 페르디난드가 이름 올린 사람을 지명하는 것은 결코 발설해서는 안 될 물건을 보이거나 다른 사람이 알아서는 안 되는 곳으로 갈 때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늘어나는 것은 정신건강상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채로 어딘가로 이동되어간다. "공주님, 왔다", "공주님, 책 읽어?" 라는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목소리가 들려오니 도서관인 모양이다. 솔란지에게 다른 사람을 들이지 말것을 부탁한 페르디난드가 계단을 올라간다.
"로제마인, 도착했다. 설 수 있겠나?"
"괜찮습니다."
몸이 기울고 발이 바닥에 놓인다. 내가 스스로 서자 은색 천이 벗겨진다. 클라리사와 페르디난드가 은색 천을 완전히 걷어내자 장소는 예상대로 도서관이었고, 나는 메스티오노라의 상 앞에 있었다. 도서관의 메스티오노라의 상에서 갈 장소같은건 한 군데밖에 없다.
"페르디난드 님, 설마……."
호위기사들에게 "뒤로 돌아" 를 명한 페르디난드는 나에게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건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물들일 생각이었다만, 너의 마력에 큰 변화가 생긴 바람에 지금은 내가 아우브·아렌스바흐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으니 네게 어느 정도 채우게 하려고 한다. 나라의 초석은 대용량이니 너의 마력을 뽑아내기에도 딱 좋겠지?"
에어베르멘이 불평하지 않을 정도로 나라의 초석을 채우는 김에 나의 여분의 마력도 소비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한다.
"그래서 할트무트에게서 성전의 열쇠를 받아온 건가요?"
"열쇠를 가진 채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앞으로 보낼 생각이 없었던 것도 한가지 이유다. 계승의 의식에서 네가 여신의 화신인 것과 왕족보다도 윗사람이라는 것을 주지시키지 않으면 앞으로가 위험하니까."
그러면서 페르디난드는 나에게 열쇠를 사용해 초석에 마력을 쏟고 오라고 재촉한다. 페르디난드가 메스티오노라의 상이 안고 있는 성전의 책등을 열고 열쇠 구멍을 드러냈다.
"기분이 나빠지지 않을 정도면 된다. 너무 여신의 은력을 쏟았다간 에그란티느 님이 고생할지도 모르니까."
내가 열쇠를 끼우자 여신상이 소리 없이 움직이며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나타났다. 나는 페르디난드의 전송을 받으며 계단을 내려간다. 계단 아래에는 훈색의 비누막 같은 벽이 있어, 그것을 넘어가자 아렌스바흐의 초석같은 것이 있는 곳으로 나왔다.
"역시 한 나라의 초석. 크네. ……그래도 정말 조금밖에 남지 않았네. 에어베르멘 님이 서두를만 해."
영지의 초석의 몇 배나 되는 커다란 초석을 감탄해 바라보며 나는 쭉쭉 마력을 쏟아간다. 여기서 쓰러지면 곤란하기에 마력을 너무 많이 쏟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물들일 때도 회복약을 사용했을 정도라, 내가 어느 정도 개운해질 정도로 마력을 흘렸을 때에는 육분의 일도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도 고갈상태에서는 벗어난 듯, 초석 위를 돌고 있는 일곱 귀색 마석의 움직임이 조금 빨라져 있었다.
"이정도려나."
나는 내 안의 마력량이 절반 이하가 된 것을 느끼며 마력 공급을 멈췄다.
"기다리셨습니다."
밖으로 나와 열쇠를 잠그고 여신상을 제자리로 되돌리자 또다시 은색 천으로 둘둘 말려 기숙사로 송환된다. 앞으로 나흘이나 여유가 있는데도 도서관에서의 독서는 보류다.
마력이 줄어 개운해진 나는 나흘 동안 휴식을 취하거나 나라의 초석에 마력을 쏟거나 봉납춤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봉납춤도 페르디난드 님으로부터 "뭐, 괜찮지 않은가" 라는 평가도 받았고, 어떻게든 되겠지!
구루투리스하이트의 계승식 당일, 신전장의 의상을 입은 나를 보면서 모두가 입을 모아 "성스러우십니다" 라고 한다. 하지만 나 자신은 여신의 은력이 느껴지지 않으니, 스스로 보기엔 언제나와 같은 모습일 뿐이다.
"그나저나 오늘은 꽤나 많은 마석을 붙이시는군요. 이것도 저것도 본 적이 없는 것입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이 춤에 방해되지 않는 부적을 새로 만들어주신 모양이에요."
가느다란 사슬을 낙낙하게 엮고 있는 장갑 형태로, 길이는 손등에서 상완 정도까지이다. 군데군데 마치 구슬처럼 가공된 훈색의 마석이 빛나고 있고, 그 하나하나에 부적의 마법진이 새겨져 있다.
"휴식을 취하라고 했으면서 정작 페르디난드 님 본인은 쉬지 않고 무엇을 하시는 걸까요? 3,4일 정도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닐텐데……."
이것은 의식이 끝나면 슈라트라움의 축복으로 강제 휴식을 취하게 해야 할 안건이 아닌가. 내가 입술을 삐죽이자 클라리사가 "페르디난드 님은 만전을 기하시려는 거에요" 라며 쿡쿡 웃었다.
"로제마인 님의 봉납춤으로 여신이 다시 강림하지 않도록 해두고 싶으시다네요. 저는 여신이 강림하신 로제마인 님을 꼭 보고 싶습니다만……여신이 강림하게 되면 로제마인 님의 기억이 빼앗겨진다고 들었으니 참아야겠네요."
……봉납춤으로 여신이 다시 강림하게 된다는 건 생각도 못했네.
나는 잃어버린 기억을 생각하면서 살짝 자신의 팔을 감싸고 있는 사슬을 쓰다듬는다. 이것이 있으면 설령 여신이 다시 강림해도 기억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걸까.
"로제마인 님, 준비가 되었기에 대기실로 이동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꼭꼭 은색 천으로 감싸인 나를 청색 무녀의 모습을 한 안젤리카가 안아올린다.
"할트무트가 벼르고 있었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중앙 귀족, 중앙 신전 사람들을 총동원해 의식의 무대를 준비했다고 하네요."
클라리사가 그렇게 말했다.
대기실에는 할트무트가 기다리고 있었고, 에그란티느와 아나스타지우스도 금방 왔다. 나를 보고 숨을 삼킨 두 사람은 신분의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린다. 에그란티느와 아나스타지우스가 입고 있는 것은 졸업식 때의 의상이었다.
"……제가 졸업식장에 입장했을 때 로제마인 님으로부터 축복을 받았었지요? 그때의 의상입니다. 오늘 다시 로제마인 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태어난 계절의 귀색을 입는 것으로 신들의 축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옛 추억을 느끼게 하는 의상을 보고 있자 할트무트가 다가온다.
"계승식 전에 이름을 올리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할트무트와 아나스타지우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에그란티느가 작고 하얀 상자를 꺼내들어 나를 향해 받들었다. 에그란티느의 금발이 자신의 눈높이보다 아래에 있는 것을 신기한 기분으로 내려다보며 나는 에그란티느의 돌을 바라본다. 하얀 상자 안에 전속성의 복잡한 색조를 띈 마석이 있고, 그 마석에는 금색 글자로 에그란티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별로 마음이 내키진 않지만.
타인의 목숨을 떠안는 것은 무섭다. 그 의식은 변하지 않았다. 본래의 이름 올리기에서 벗어난 사용법을 우려하던 할아버님의 말이 뇌리에 떠오른다.
그러나 여신의 은력에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여러가지를 알게 될 에그란티느가 비밀을 지키게 하기 위해서도 이름 올리기는 필수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나는 더 이상 왕족이 페르디난드에게 왕명을 내리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 절대로 에그란티느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생기지 않는다. 그녀는 유르겐슈미트의 평온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다.
……딱히 명령을 내릴 생각은 없지만, 무언가 있었을 때를 위해 이름을 가져가 두겠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가 복잡한 얼굴로 에그란티느와 나를 보고 있다. 이름 올리기를 막고 싶지만 막을 수 없었다는 심경을 잘 알 수 있는 표정이다. 아마 이름 올린 돌을 만드는 동안에도 에그란티느에게 여러가지로 말했을 것이 분명하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에그란티느 님이 나의 마력에 감싸이길 원치 않겠지?
의식 후에 여신의 은력이 사라지면 나는 아마 페르디난드의 마력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나스타지우스는 불쾌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것도 감내하는 수밖에 없겠지만.
"시작해도 될까요, 로제마인 님?"
"네."
나와 눈을 맞춘 뒤, 에그란티느는 한번 천천히 심호흡하고 고개를 숙였다.
"저, 에그란티느는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으로 오신 로제마인 님의 충실한 신하로서, 유르겐슈미트의 새로운 첸트로서 평생을 다할 것을 여기에 다짐하며, 그 증거로서 이름을 올립니다. 저의 이름이 언제나 로제마인 님과 함께하는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그리고 부디 저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시어, 유르겐슈미트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이정표를 제시해주십시오."
에그란티느는 정중한 동작으로 이름 올린 돌을 천천히 위로 올린다. 나는 이름 올린 돌을 상자채로 잡고 마력을 쏟았다.
"읏……."
마력의 반발에 의해 에그란티느가 가슴을 누르고 작게 신음한다.
"에그란티느!"
즉각 반응해 에그란티느에게 손을 뻗으려는 아나스타지우스의 손을 할트무트가 제지한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로제마인 님의 은력으로 완전히 감싸이지 않으면 끝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마력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고통이 큰 것 같으니, 로제마인 님에게 이름을 올린 사람들 중에선 가장 고통이 적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단번에 마력을 쏟고 이름 올리기를 끝낸다. 에그란티느가 고통스러운 듯이 숨을 토했다.
"괜찮나요, 에그란티느 님?"
"네, 이제 괜찮습니다. 마음써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로제마인 님."
살짝 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에그란티느가 얼굴을 들었다. 나는 에그란티느의 이름 올린 돌을 허리의 통에 넣고 의자에 앉아 에그란티느 일동에게도 의자를 권한다.
오늘 의식의 진행과정을 확인하는 사이에 3의 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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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에그란티느의 이름 올리기부터 시작해 의식 내용을 쓸 예정이었습니다만, 조금 변경입니다.
일단 써보긴 했지만, 시점을 바꾸지 않으니 의식의 신비성이 부스러기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시점, 무섭네요.
어쩔 수 없었기에 준비 기간을 사이에 넣어 조정해보았습니다.
다양한 지시를 받은 측근들이나 레티지아에 대한 이야기를 끼워넣고 한 숨 돌립니다.
다음화인 계승식은 한넬로레 시점의 한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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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도둑고양이(여신)를 견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부적을 만든 페르디난드였습니다.
여신퇴산(女神退散)!!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90화. - 의식의 준비와 에그란티느의 이름 올리기 -|작성자 치천사
한화 한넬로레 시점 계승의 의식 전편
"신전과 성무에 대한 기피감을 개혁하기 위해 어린 아이들의 참석이 허용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예상했던 것보다 인원이 적네요."
저는 영주 일족이 앉아있는 관람석에서 강당 안을 둘러보았습니다. 오늘은 새로운 첸트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가 수여되는 날입니다. 저는 여신의 화신이 된 로제마인 님으로부터 직접 초대를 받았습니다. 왕족분들과 대화하시던 중에 직접 부탁해주셨다고 합니다. 전, 분명 타이밍이 나빠서 절대 안 될 것이라고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의 여신 드레팡가의 인도였겠지요.
……제 타이밍이 나쁜 것도 조금씩 개선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드레팡가에게 기도를.
근시인 콜두라가 만들어 준 부적을 들고 기도를 바치고 있자, 오라버님이 영주 일족의 자리에 앉아 있는 두번째 부인의 딸을 내려다보며 흥 하고 코를 울렸습니다.
"아이의 모습이 적은 것이 당연하다. 본래라면 영주 회의에 아이가 참석할 수 있을리가 없다. 하물며 귀족원조차 입학하지 않은 세례식 직후의 아이를 왕족들이 모여있는 장소로 데리고 올 아우브같은 건 거의 없을 것이다. 단켈페르가에서도 그들을 데리고 올지 어떨지 심하게 논의했을 정도니까."
단켈페르가에서도 두번째 부인의 딸은 참석이 쉽게 결정되었습니다만, 다른 분들에게 실례가 없도록 아들 쪽은 참석이 보류되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오라버님은 "나는 차기 아우브이기 때문에 교류를 갖기 위해서라도 차기 첸트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계승하는 자리에 참가해야 한다" 라고 밀여붙이며 숙부님에게 집보기를 부탁하고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부모님에게 에그란티느 님과 로제마인 님의 봉납춤이 있다고 들었을 때부터 눈빛이 달라져 주장하기 시작했기에 진짜 목적은 누가 봐도 분명했습니다. 강당으로 필기구를 가져가지 않겠다고 어머님과 약속하고, 오늘 아침엔 몇 번이나 짐을 확인받고 있었습니다.
……어른이 된 차기 아우브도 이런 상태인걸요. 이 자리에 데려올 수 있는 아이들은 적겠지요.
"그래도 제안자인 에렌페스트는 확실히 데려오고 있군. 이 자리에서 신전장의 의상을 입고 있는 것은 상당히 눈에 띄지 않는가."
신전장의 의식복을 입고 앉아 있는 어린 영주 후보생 멜키오르 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에렌페스트의 승전 축하회에 초대를 받았었기에 안면이 있습니다.
"로제마인 님의 후임으로 신전장으로 취임하셨다고 해요."
"앞으로 성무와 신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때에 신전장? 그렇다는 건, 그 자가 에렌페스트의 차기 아우브가 되는 것이 아닌가? 약혼자를 빼앗기고 동생에게 차기 아우브의 자리까지 빼앗기려 하고 있는데, 빌프리트는 한가하게 웃고 있을 때가 아닐 것이다."
오라버님이 에렌페스트의 영주 일족이 앉아있는 자리를 보면서 악담을 합니다.
"약혼자를 빼앗겼다고 하셨습니다만, 에렌페스트 내에선 겨울의 사교계에서 봄이 되면 로제마인 님이 왕족의 양녀가 되어 차기 첸트에게 시집간다는 것이 알려져 실질적으로는 약혼 취소 상태였다고 하니까……."
"그것이 한심스럽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신부 훔치기 딧타 때 말했던 그대로의 결과가 된 것이 아닌가."
그 점에 관해서는 오라버님이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아무리 빌프리트와 약혼하고 있었어도 에렌페스트는 로제마인 님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고, 이제와선 왕족이 신부 훔치기 딧타에 간섭한 이유가 로제마인 님을 받아가기 위해서였다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라버님의 주장에 잘못은 없습니다만, 로제마인 님은 단켈페르가의 첫째 부인으로 계실 그릇이 아닙니다. 로제마인 님은 누군가의 고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에게 고삐가 필요한 분입니다. 안타깝게도 오라버님으로서는 로제마인 님을 잘 이끌어 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페르디난드라는 건가?"
"네. 저는 에렌페스트에서 그것을 강하게 실감했었기에 페르디난드 님이 로제마인 님의 약혼자가 된 것에 너무나 안도했습니다."
얼마 전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놀랐습니다만, 저희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로제마인 님과 페르디난드 님은 이미 약혼 상태라고 합니다. 정략결혼이라도 좋으니 페르디난드 님과 로제마인 님을 어떻게든 결혼시켜야만 한다고 벼르던 저는 헛발을 내딛은 기분입니다.
무엇보다, 페르디난드 님은 트라오크바르 님으로부터 "집무 경험이 없는 차기 아우브·아렌스바흐를 데릴사위로서 지원하는 것. 그리고 성결식과 동시에 레티지아 님을 양녀로 입양해 차기 아우브로서 교육할 것" 이라는 왕명을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디트린데 님이 왕명에 반해 스스로 초석을 물들이지 않고 언니이며 상급 귀족이 된 알스테데에게 물들이게 했기 때문에 차기 아우브는 기혼 여성이 되어버렸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이 데릴사위로 들어갈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그대로 영주 회의를 거쳐서 승인이 되었다면 페르디난드 님에게 내려진 왕명은 자동적으로 취소되었겠지요.
그러나 알스테데가 아우브로 정식 취임하기보다 먼저 로제마인 님이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물들였습니다. 로제마인 님은 집무 경험이 없는 미혼 여성 아우브입니다. 다시 왕명의 효력이 생깁니다.
"빌프리트 님과 로제마인 님의 약혼은 거의 해소 상태였고, 왕의 승인이었기 때문에 왕명이 우선되는 것은 당연한걸요. 어쩐지 페르디난드 님이 약혼자 같은 태도로 로제마인 님을 대하며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을 이끌고 있었던 것입니다."
"허나, 트라오크바르 왕의 왕명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로제마인은 성결식와 동시에 양녀를 들이게 되고, 그 양녀를 차기 아우브로 해야 한다. 왕명의 한쪽은 받아들이지만 다른 한쪽은 받아들이지 않는 식의 자기편의적 행동은 주위가 용서치 않아."
오라버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청색과 황색의 표식이 들어간 연보랏빛의 망토를 두른 집단을 가리켰습니다. 아렌스바흐의 영주 일족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레티지아 님 뿐입니다. 귀족원에 입학하지 않은 레티지아 님이 이쪽에 와 계시다는 것은 아직 영주 일족으로서 대우받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은 레티지아 님에 관해서도 왕명을 따를 생각이실까요?"
"글쎄, 어떻게 할 생각일까……. 옛 왕명을 배제하지 않으면 양녀가 새로운 영지의 소란의 씨앗이 되지만 옛 왕명을 물리치면 페르디난드는 약혼자가 아니게 된다. 지금은 왕명에 따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한다만……."
여신의 화신으로서 새로운 첸트에 대해 큰 영향력을 가진 로제마인 님의 남편이 되고 싶은 자는 많고, 로제마인 님과 페르디난드 님의 성결식에 의해 차기 정권에서 에렌페스트의 영향이 매우 강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영지가 많다며 오라버님이 불안사항에 대해 언급합니다.
"걱정은 걱정입니다만, 오라버님이 생각하실 정도의 것을 페르디난드 님이 생각하고 계시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그 분은 정말로 모든 가정을 세우고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시는 걸요. 전, 가까이서 보고 몸을 떨었을 정도에요."
아렌스바흐와 에렌페스트에서 열린 진짜 딧타에 참가했을 때의 일을 이야기하려고 하자, 오라버님은 "그것은 여기저기서 수없이 들었다" 라며 저의 말을 끊었습니다.
"한넬로레의 말대로입니다, 레스티라우트. 분명 페르디난드 님의 각본이겠습니다만 에그란티느 님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기 위해 로제마인 님에게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에그란티느 님으로부터 새로운 왕명을 얻는 것은 간단하기에 로제마인 님이 곤란하게 될 일은 없습니다."
어머님의 말에 오라버님이 싫은 듯이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방패로 새로운 첸트에게 이름 올리기를 강요한 것인가. ……단켈페르가에서 마왕이라 불리는 남자는 여전히 하는 짓이 악랄하고 야비하군."
그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카랑 카랑, 하고 맑은 종소리가 울립니다. 의식의 시작을 알리는 3의 종입니다. 문으로부터 크게 빛이 비쳐들자 관람석이 단숨에 조용해집니다.
성인식이나 졸업식이 치뤄질 때와 같이 제단과 무대가 갖춰진 강당으로 악기를 가진 악사들이 줄줄이 입장하기 시작합니다. 졸업식 때는 졸업생이 음악과 노래를 봉납하지만 오늘은 악사들이 연주하는 것 같습니다. 유심히 바라보니, 다과회 때 동행했던 로제마인 님의 전속 악사의 모습도 보입니다.
그 다음에 입장한 것은 청색 신관들의 집단이었습니다. 선두에서 동일한 청색 의상을 입은 자들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낯익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선두는 할트무트네요."
"아아, 클라리사의 약혼자군. 에렌페스트의 신관장인데도 귀족원의 의식에서 익숙한 모습이라는 것이 묘한 기분이군."
중앙 신전 사람들보다도 훨씬 노출되는 횟수가 많아서 그럴까요? 제 안에서는 귀족원에서 성무를 한다고 하면 할트무트가 관장하는 모습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파란 신관복을 입은 할트무트는 제단 앞에 섰습니다. 청색 신관들도 정해진 장소에 멈춰섭니다. 할트무트는 천천히 강당 안을 둘러보며 소리를 증폭하는 마술도구를 들었습니다.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에게 선정된 첸트 후보, 에그란티느 님의 입장입니다."
그 소리와 함께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에스코트를 받는 에그란티느 님이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옵니다. 입장하는 순간 어디선가 축복의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머!"
"졸업식 때와 같은 신의 축복이 아닌가!"
두 분의 의상이 졸업식 때와 똑같았던 탓도 있겠죠. 에그란티느 님에게 반짝거리는 축복의 빛이 쏟아지는 모습은 졸업식 때와 똑같이 보였습니다. 당시의 신전장이 외쳤던 "신의 축복이다" 라는 말이 귓가에 되살아납니다. 그 무렵부터 신들은 새로운 첸트 후보로 에그란티느 님을 선택한 것이라고 무심코 납득하게 하는 광경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금발을 부드럽게 틀어올린 에그란티느 님이 축복의 빛을 받으며 제단을 향해 우아하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새로운 첸트로 선정되었기 때문일까요. 이전보다 부드러운 분위기가 줄고, 늠름한 옆모습을 보이고 있으셨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의 엄숙한 표정을 통해서도 첸트의 무게가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오라버님의 손 끝이 테이블 위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분명 그림으로 남기고 싶은 아름다움이겠지요.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으로 오신 로제마인 님의 입장입니다."
에그란티느 님이 봉납춤 무대 앞에서 발길을 멈추자 할트무트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가리켰습니다. 저는 필사적으로 시선을 집중합니다. 아버님과 어머님으로부터 듣고 있던, 여신의 은력을 얻은 로제마인 님이 어떤 모습을 하고 계실지 너무나 기대되었던 것입니다.
곧이어 페르디난드 님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로제마인 님이 들어왔습니다. 에그란티느 님은 축복의 빛을 받고 있었습니다만, 로제마인 님은 스스로 희미한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떨어져 있어도 은은히 여신의 은력이 드러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관람석에 있어도 느껴질 정도의 은력입니다. 사람이 가진 마력과는 다른,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는 파동이 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은 로제마인 님을 에스코트 할 수 있는 거군요.
겉모습은 로제마인 님이어도 너무 곁에 가까워진다면 저는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겠죠. 부모님도 그랬었다고 들었습니다. 역시 페르디난드 님도 보통이 아닙니다.
가만히 보자, 로제마인 님이 빛을 띠고 있는 것은 여신의 은력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몸에 붙이고 있는 마석 장식이 전부 빛나고 있었습니다.
걸음에 맞추어 밤하늘색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릴 때마다 몇 개의 훈색 마석이 챠랑챠랑 가는 소리를 울리며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입니다. 하얀 의상안쪽에 몇 개의 장식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낙낙한 소매 속에 갖가지 색상의 빛이 있어, 팔의 형태가 어슴푸레 비치고 있습니다. 장식품만으로도 에그란티느 님과 로제마인 님 중에 어느 쪽이 격이 높은지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어둠의 신의 축복을 받은 밤하늘의 머리카락도, 빛의 여신의 축복을 받은 달과 같은 금색 눈동자도 전승에 남겨진 메스티오노라와 같은 모습입니다. 육성의 신 언바욱스의 은력에 의해 나이에 걸맞는 모습으로 성장하신 지금의 로제마인 님은 정말로 여신의 화신이라고 불려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습니다.
……제가 전쟁 후 로제마인 님과 헤어진 지 열흘 정도밖에 안 되었어요.
단 열흘 정도로 이정도나 되는 변화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동성 친구로서 접한 시간이 많아, 성장한 모습을 가까이서 본 적 있는 제가 무심코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의 변화입니다. 낯선 분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겠죠.
저는 힐끗 오라버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오라버님은 크게 눈을 부릅뜨고 살짝 입을 벌리고 완전히 굳어 있습니다. 어지간히 충격이 컸던 모양인지, 손 끝이 그림을 그리는 일도 없습니다. 확실히 뇌리에 새겨둬야 한다는 것처럼 눈도 깜빡이지 않고 로제마인 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로제마인 님에게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가 강림하셨습니다. 여신의 은력을 감지하지 못하시는 분은 없으실 겁니다."
할트무트에게서 소리를 증폭하는 마술도구를 받은 에그란티느 님이 강당에 있는 귀족들에게 말했습니다. 신들의 말이 전해지고, 란체나베인들과의 싸움에 대해서도 조금 언급됩니다.
"상세한 이야기는 영주 회의에서 할 것입니다. 오늘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잃은 저희들에게 다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주신다고 합니다."
에그란티느 님에게 마술도구를 받은 페르디난드 님이 로제마인 님을 에스코트하면서 봉납춤 무대로 올라갑니다. 로제마인 님이 무대에 오른 것만으로도 봉납춤 무대에는 뚜렷이 마법진이 떠올랐습니다. 디트린데 님이 어슴푸레 떠올린 마법진과 똑같은 것입니다.
"지금은 잊혀져버린 옛 마법진입니다만, 이는 첸트 후보를 선별하기 위한 마법진입니다. 봉납춤에 의해 자력으로 신들에게 향하는 길을 열지 못하는 자는 첸트 후보로서 실격이 됩니다. 앞으로 메스티오노라로부터 그녀의 예지를 얻을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은 오늘의 무대를 잘 보고, 성무의 중요성과 신들에게의 기도가 어떤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말한 페르디난드 님이 로제마인 님의 손을 놓고 봉납춤 무대를 내려갑니다. 그리고 악사들과 섞여 페슈필을 손에 들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이 연주하시는 건가요?"
"그 자리에 있으니 연주하는 것이 분명하겠지."
티링, 도롱, 하고 몇몇 소리를 확인하는 페르디난드 님과 함께 악사들이 소리를 맞춥니다. 소리의 조정이 끝나자 페슈필을 들고 자세를 바로잡습니다.
음 맞추기가 끝났다는 것을 무대 위에 남겨진 로제마인 님도 알았던 것이겠죠. 로제마인 님은 원형 무대에 무릎을 꿇고 축문을 말했습니다.
"우리는 세계를 만드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
음악이 울려퍼지고, 소리를 증폭하는 마술도구를 근처에 둔 페르디난드 님의 노랫소리가 강당 안에 울리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로제마인 님이 고개를 들고,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가볍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일어섭니다. 살랑,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높고 정정한 하늘을 향해 두 팔이 부드럽게 오릅니다. 손등에서부터 손목까지 무언가가 걸쳐져 있는 듯, 빛을 내는 작은 훈색 마석이 손의 궤적을 그려나갑니다.
"신에게 기도를."
그것은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여신의 춤의 시작이었습니다.
조용한 강당 안에 울리는 것은, 악사들이 연주하는 음악과 페르디난드 님의 노랫소리 뿐. 모두의 시선이 그저 곧게 로제마인 님을 향하고 있습니다.
……빛의 기둥이…….
로제마인 님이 춤추기 시작하자 무대 위의 마법진이 빛나면서 각각의 대신의 인장으로부터 천천히 귀색의 기둥이 솟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오르는 팔의 움직임에 맞추듯이, 빙글 너울거리는 옷자락의 움직임에 맞추듯이, 일곱 색깔의 빛의 기둥이 조금씩 높이를 더해갑니다.
"제단의 신상이 움직이고 있다."
아버님의 중얼거림을 듣고 저는 제단의 신상을 유심히 바라봤습니다. 아버님의 말대로 신상들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여 최상부로의 길을 열어갑니다.
……이것이 신들에게 가는 길일까요?
귀족원에서 성무를 실시하면 빛의 기둥이 선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만, 이처럼 제단의 신상이 움직이는 것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
"지금까지의 귀족원의 성무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입니다."
"가호를 얻는 의식에서도 길이 열렸다고 한다. 아마 첸트 후보 한 사람의 마력으로 마법진을 채울 필요가 있는 것이겠지."
작은 목소리로 아버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더 이상 빛의 기둥이 높아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대가 여신의 은력으로 충족되었기 때문일까요. 위로 솟아오르지 않게 된 대신에 이번에는 옅은 빛이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려 갑니다. 그 빛은 반짝거리는 물결이 되어 봉납식 때와 같이 붉은 천이 깔린 제단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빛의 움직임과 함께 붉은 천이 물결치는 것처럼도 보이며, 이번에는 제단의 신상이 들고 있던 신구가 차례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신구가 빛난 뒤, 로제마인 님이 무릎을 꿇고 움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봉납춤이 끝난 것이라고 깨닫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 정도로, 저는 꿈꾸는 듯한 기분으로 봉납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신에게 감사를."
로제마인 님의 목소리가 울린 순간, 모든 신구가 일제히 강한 빛을 발하며, 봉납춤 무대에 있던 로제마인 님의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로제마인 님의 모습이 사라졌다!"
"무슨일인가!?"
관람석에서 저마다 놀란 목소리가 오르는 와중에 신상들이 다시 움직이며 길을 닫아갑니다. 무대 위에 솟았던 빛의 기둥이 사라지고, 마법진도 사라집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처럼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로제마인 님의 모습이 사라진 것 이외에는 봉납춤 전후로 전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페슈필을 든 페르디난드 님이 일어나 제단을 바라봅니다.
"로제마인은 신들의 초대를 받다 시작의 정원으로 간 것 같습니다. 에그란티느 님, 부디. 저쪽에서 신들이 기다리십니다."
로제마인 님 다음에 춤춰야 하다니, 이 무슨 지독한 처사인가요. 저는 새파란 얼굴로 봉납춤 무대에 오르는 에그란티느 님의 옆모습을 바라봅니다.
"로제마인 님과 비교되어 춤춰야 하다니, 첸트 후보로서의 의무라고는 해도 에그란티느 님은 큰일이네요."
무심코 내뱉은 중얼거림에 오라버님이 흥 하고 코를 울렸습니다.
"남의 일이 아니다, 한넬로레. 그대야말로 졸업식에서 로제마인과 함께 춤춰야 하지 않는가."
"아……."
……전, 아무래도 타이밍이 나쁜 것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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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승 의식 중에 로제마인의 봉납춤만 끝났습니다.
조금은 신비성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이 다음에 춤추는 에그란티느는 큰일입니다.
다음은 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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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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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넘어져라.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한화. - 계승의 의식 전편 (한넬로레 시점) -|작성자 치천사
한화 한넬로레 시점 계승의 의식 후편
에그란티느 님이 무대로 올라갑니다. 로제마인 님 때와는 달리 마법진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릎을 꿇고, 손을 짚고 "우리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 라는 문구를 끝마침과 동시에 마법진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주위에서 "호오……" 하고 감탄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신의 은력을 발하는 로제마인 님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로 의식을 실시할 수 있다는 알게 되어, 여신의 화신이 선정한 첸트 후보에 안도감을 느낀 것이겠죠.
……로제마인 님이 춤추실 때는 숨쉬는 것도 삼가는 듯한 분위기였으니까요.
봉납춤을 위한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합니다. 앞서의 음량과 노래에 비해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을 눈치챈 저는 악사들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향했습니다. 한 자리가 비어 있고, 페슈필이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어라? 페르디난드 님이 안 계신 것 같은데요……?
로제마인 님이 춤추실 때엔 멋진 목소리로 노래하셨었는데 지금은 악사들이 있는 자리에도, 무대 주변에서도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의아하게 생각해 오라버님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오라버님은 이미 에그란티느 님의 춤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이 상태라면 말을 걸어도 듣지 못하겠죠.
저는 페르디난드 님의 동향이 아닌 에그란티느 님의 춤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로제마인 님 같은 신비로움은 없지만 멋진 춤입니다. 순수하게 기술만을 본다면 에그란티느 님 쪽이 아직 위라고 생각됩니다.
에그란티느 님의 춤과 함께 마법진이 뚜렷이 떠오르며, 조금씩 빛의 기둥도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다만, 제단의 신상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춤이 막바지에 가까워진 무렵이었기에 에그란티느 님이 정말로 첸트 후보 자격을 얻을 수 있을지, 조마조마해지고 맙니다.
봉납춤이 끝나고 신들에게 감사를 바쳤지만, 에그란티느 님의 모습은 그대로 무대 위에 남아있었습니다.
"신들의 초대는 없었던 것 같다만……실패가 아닌가?"
"아니, 그래도 제단의 신들은 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만……."
신들의 초대를 받아 사라진 로제마인 님 때와는 다른 결말에 주위의 귀족들로부터 불안스러운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런 가운데 제단 앞에 서 있던 할트무트가 제단의 상부를 가리킵니다.
"신들에게 가는 길이 열렸습니다. 에그란티느 님, 저쪽에서 신들이 기다리십니다."
로제마인 님처럼 신들의 초대를 받아 모습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습니다만, 제단의 길이 열려 있으므로 에그란티느 님도 신들이 계신 곳으로 향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할트무트의 말에 후유,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쉰 것은 저 혼자만은 아니겠죠.
에그란티느 님이 천천히 얼굴을 들고 일어나 평소보다도 조심스러운 차분하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제단으로 향합니다. 무대에서 내려온 에그란티느 님의 손을 잡은 것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입니다. 두 분이 함께 천천히 제단으로 향합니다.
자력으로 신들에게 향하는 길을 열고 첸트 후보로서의 역량을 보인 에그란티느 님의 옆모습은 굉장히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제단 위까지 에그란티느 님을 에스코트하려 했습니다만, 투명한 벽이 존재하는 듯, 제단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에그란티느 님 뿐이었습니다.
"의식을 치른 사람이 아니면 제단에는 오르지 못하는 것 같네요."
"그런 모양이군. 오를 수 있는 것은 첸트 후보가 될 소질을 가진 자……뿐이라는 것 같다."
아버님의 중얼거림에는 조금 여운이 어려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습니다만 에그란티느 님에게 첸트 후보로서의 소질이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마주보고 있는 최고신의 사이를 지나는 에그란티느 님은 제단의 최상단에 있는 입구로 들어갔습니다. 에그란티느 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신상이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오오……."
이러한 계승의 의식은 어른들에게도 처음이었겠지요. 에그란티느 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여기저기서 감탄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훌륭한 봉납춤이다. 귀족원 졸업식에서 열리는 봉납춤에 이러한 의미가 있었을 줄이야. 귀족원에서 봉납식을 하게 되었을 때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의아해했습니다만, 분명 신들의 말씀이 있었던 것이겠죠."
"옛날의 계승식은 이렇게 하고 있었던 것이군요. 오늘 이 눈으로 여신의 화신을 보며, 여신의 은력을 느낄 수 있었던 운명에 감사하고 싶어집니다."
"여신의 화신이라는 말을 듣고도 바로는 믿을 수 없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보니 그 이외의 호칭이 생각나지 않네요."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로제마인 님이었고, 에그란티느 님에 관해서는 "여신의 화신이 선택했으니 괜찮겠지" 라는 의미의 발언이 많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신의 화신과 새로운 첸트, 어느 쪽의 격이 위인지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겠다만, 적어도 봉납춤의 순서가 반대였다면, 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군."
오라버님의 말에는 동의합니다. 에그란티느 님의 봉납춤은 너무나 훌륭했고, 마법진이 떠올라 빛의 기둥이 솟고, 신상이 움직였습니다. 이것을 처음 선보였다면 새로운 첸트의 탄생에 진심으로 감동했겠지요. 하지만 앞서 로제마인 님이 훨씬 신비로운 의식을 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수준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페르디난드 님의 말로는 로제마인 님의 하시는 일은 좀처럼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네?"
"저희들은 논의 자리에 동석해 있었습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의 우려대로 되었네요."
어머니가 난처한 듯한 미소를 띄웠습니다. 혹시 이번 의식에서 로제마인 님의 모습이 사라진 것은 상정 외였던 걸까요. 갑작스럽게 페르디난드 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던 것이 떠올라 걱정이 되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여전히 페르디난드 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렌스바흐 사람들과 함께 관람석에 앉아 있던 로제마인 님의 측근들의 숫자도 줄어 있습니다.
로제마인 님의 충신인 할트무트는 제단 위에서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지만, 의식의 진행이 예상과 달라진 것에 놀라고 있는 것처럼도, 로제마인 님과 페르디난드 님의 걱정을 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단을 바라보고 있어도 제자리로 돌아온 신상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신들이 있는 곳으로 향한 두 분은 정말로 돌아오는 걸까요? 새로운 첸트의 탄생을 기뻐하는 강당 안에서, 저는 매우 불안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정숙히! 새로운 첸트와 여신의 화신인 로제마인 님이 돌아오십니다!"
할트무트가 목소리를 높여 외쳤습니다. 눈을 깜박이고 있자, 신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보였습니다. 신들이 계신 곳으로부터 돌아오기 위한 길이 열립니다. 제단 최상부에 출입구가 나타났습니다.
슥, 하고 모두가 숨을 삼키며 제단의 최상부로 시선을 집중합니다. 먼저 돌아온 것은 에그란티느 님이었고, 바로 그 뒤로 로제마인 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봉납식 무대에서 갑작스럽게 사라졌는데 정말로 에그란티느 님과 같은 곳으로 이동했을지, 조금 페르디난드 님의 말을 의심했었습니다만, 신들이 계신 곳으로 이동한 것은 틀림없었던 모양입니다.
에그란티느 님이 로제마인 님을 에스코트하듯, 손을 이끌고 제단을 내려옵니다. 로제마인 님으로부터 느껴지는 여신의 은력이 더욱 강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큭……. 어째서 나는 지금 필기도구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인가."
"성스러운 의식 도중에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 아닐까요?"
오라버님의 그리고 싶은 욕구가 상당히 쌓인 모양입니다. 이대로는 영주 일족으로서 다소 부끄러운 일면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드러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의식의 모습을 그리지 않다니, 그야말로 여신의 화신에 대한 모독이 아닌가? 지금 바로 방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돌아갈 뿐이라면 상관 없습니다만, 아직 계승의 의식이 끝난 것이 아니에요, 레스티라우트."
반쯤 일어난 오라버님을 향해 어머님이 방긋 웃었습니다.
"오늘의 의식 중에서 가장 멋진 장면을 놓치는 것은 모독이 아닌 것일까요? 물론 단켈페르가의 영주 일족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언동을 보이지 못했을 경우는 곧바로 제가 퇴장시킬 것입니다만……."
끝까지 보고 싶으면 잠자코 있으세요, 라며 어머니의 눈이 싸늘해져 있습니다. 오라버님은 조금 띄웠던 허리를 다시 자리로 되돌리고, 한번 심호흡을 합니다.
"모든 것을 뇌리에 각인시킬 수밖에 없는가. 어쩔 수 없다. 전력으로 일에 착수하도록 하지."
눈을 크게 부릅뜨고 에그란티느 님과 로제마인 님을 응시하는 오라버님의 모습에 저는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거리를 두고 싶어졌습니다.
……어머님, 오라버님은 퇴장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은 느긋하고 우아한 동작으로 제단을 내려옵니다. 아까보다 강해진 것처럼 느껴지는 여신의 은력입니다만, 에그란티느 님은 미소와 함께 로제마인 님의 손을 잡고 계십니다.
"여신의 은력 앞에 엎드리는 일도 없이, 손을 잡고 함께 걸으실 수 있다니, 과연 차기 첸트로 선정되신 분이네요."
"……차기 첸트가 되기 위해 그에 상당한 각오를 다진 것이다."
두 분은 제단 앞, 할트무트 및 기타 청색 신관들이 대기하고 있는 위치까지 내려왔습니다.
할트무트가 로제마인 님 옆에 서서 목소리를 증폭하는 마술도구를 로제마인 님의 입가로 가져갑니다.
"신들의 축복을 받은 새로운 첸트여, 계약을 관장하는 빛의 여신과 그 권속에게 선서를. ……벨라우히크로네1."
로제마인 님의 손에 빛의 여신의 신구인 관이 나타났습니다. 에그란티느 님이 로제마인 님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새로운 첸트보다도 여신의 화신인 로제마인 님이 상위의 존재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로제마인 님이 무릎을 꿇은 에그란티느 님의 머리에 살며시 관을 씌우고 한 걸음 물러서자 할트무트가 에그란티느 님에게 목소리를 증폭하는 마술도구를 건냅니다. 에그란티느 님은 마술도구를 손에 들고 신들에 대한 맹세를 입에 올립니다.
"긴 역사 속에서 조금씩 왜곡되어 온 유르겐슈미트와 첸트의 모습을 재고해, 중앙 신전의 신전장으로서 옛 의식을 부활시키고 여신의 화신인 로제마인 님과의 약속과 같이 유르겐슈미트를 이끌어 갈 것을, 저, 에그란티느는 지금 이 자리에서 빛의 여신과 곁에서 섬기는 권속인 열 두 여신에게 맹세합니다."
에그란티느 님의 맹세의 말과 함께 빛의 관이 더욱 눈부시게 빛납니다. 에그란티느 님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신들과의 계약에 묶여갑니다. 빛의 여신들과의 계약이 성립되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로제마인 님이 신구를 지우자 할트무트가 에그란티느 님의 손에서 마술도구를 건네받아 로제마인 님의 입가로 가져갑니다.
"에그란티느 님에게 들게 할 정도라면 로제마인에게도 들게 하면 되지 않는가."
다소 번거로워 보이는 모습에 오라버님이 조금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성스러운 두 분의 모습을 눈에 각인시키고 싶은데, 그 사이로 계속 할트무트가 보이고 있는 것이 못마땅한 모양입니다.
"할트무트는 로제마인 님이 마술도구에 닿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여신의 은력은 자신의 마력과는 달리 제어하는 것이 어려운 듯, 부주의하게 닿으니 마석 부분이 금가루가 되어버리더군."
아버님의 말에 저희들은 무심코 멍하니 입을 벌리고 말았습니다. 로제마인 님이 그런 상태가 되어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눈 팔지 마라. 다음은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수여다."
아버님이 조금 손가락을 움직이며 제단에 주목하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오라버님도 급히 제단의 두 분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할트무트가 들고 있는 마술도구에 목소리가 들어가도록 조금 위치를 조정한 로제마인 님이 입을 열었습니다.
"에그란티느 님은 시작의 정원에서 신들로부터 새로운 첸트로 인정 받았습니다. 빛의 여신에 대한 맹세도 끝낸 에그란티느 님에게 지금부터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수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로제마인 님의 말씀이 끝나자 할트무트가 바로 옆에서 떨어집니다. 로제마인 님이 부드러운 동작으로 오른손을 높이 들고 슈타프를 펜으로 변화시킵니다. 그리고는 우아하게 손을 움직이며 마력으로 공중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무슨 마법진일까요? 본 적이 없네요……."
"전 속성의 마법진이 아닌가?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웅성거리기 시작한 강당에, "높고 정정한 하늘을 관장하는" 라는 로제마인 님의 기도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술도구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희미하게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축문을 들려줄 필요는 없는 것인지, 할트무트는 로제마인 님이 그리는 마법진을 자랑스럽게 올려다보고 있을 뿐, 마술도구를 가지고 움직이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최고신은 어둠과 빛의 부부 신."
축문과 함께 마법진이 빙글 금빛으로 빛나고, 그 빛의 가장자리를 어둠과 같은 흑색이 둘러싸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흠칫 놀란 듯이 빛을 띠기 시작한 마법진을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자연히 웅성거리는 목소리는 사라지고, 모두가 로제마인 님의 축문에 귀를 기울입니다.
"넓고 호호한 대지를 관장하는 다섯 기둥의 대신,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 불의 신 라이덴샤프트,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 땅의 여신 게둘리히, 생명의 신 에비리베시여."
로제마인 님이 신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슈타프에서 마력이 흘러나와 그 신을 나타내는 기호가 각각의 귀색으로 빛나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당신의 축복을 주십시오. 당신에게 바치는 것은 우리의 힘. 기도와 감사를 바치어 성스러운 가호를 받습니다. 더러움을 깨끗이 하는 물의 힘을, 누구에게도 베어지지 않는 불의 힘을, 재액를 가까이 하지 않는 바람의 힘을, 모든 것을 품는 대지의 힘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생명의 힘을 새로운 첸트에게."
전속성의 축복이 무릎을 꿇은 에그란티느 님에게 흘러갑니다. 너무나도 성스러운 광경에 숨을 삼킵니다.
축복의 빛이 멈추자 로제마인 님이 조금 할트무트를 돌아보았습니다. 할트무트가 목소리를 증폭하는 마술도구를 들고 로제마인 님의 입가로 가져갑니다.
"에그란티느 님, 모두에게 첸트의 증거를."
방금 전의 축복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수여하는 빛이었던 걸까요? 하지만 에그란티느 님은 아무것도 가지고 계시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아무런 불안도 느끼지 않는 듯한 미소로 일어선 에그란티느 님은 가볍게 가슴을 누르듯이 하며 "구루투리스하이트!" 라고 주창했습니다.
다음 순간, 에그란티느 님의 손에는 구루투리스하이트로 보이는 두꺼운 책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높이 들고, 관람석의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조금씩 몸의 위치를 바꾸어 갑니다.
"오오오오오오!"
"진짜 구루투리스하이트다!"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이 선사해 주셨다!"
유르겐슈미트의 귀족들이 오래도록 바라마지 않던, 진짜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은 첸트가 탄생한 것이겠죠. 제 친구가, 유르겐슈미트에 새로운 첸트를 가져온 것입니다.
조금 앞으로 나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들어 내보인 에그란티느 님의 미소보다, 저는 드러나지 않게 한발짝 뒤로 물러나 조용히 미소짓는 로제마인 님의 웃는 모습이 훨씬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그럼, 여러분."
할트무트의 몹시 감동한 듯한 목소리가 강당에 울렸습니다.
"유르겐슈미트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져온 여신의 화신인 로제마인 님과 새로운 첸트의 탄생을 축하하며, 높고 정정한 하늘을 관장하는 최고신, 넓고 호호한 대지를 관장하는 다섯 기둥의 대신,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 불의 신 라이덴샤프트,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 대지의 여신 게둘리히, 생명의 신 에비리베에게 기도와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할트무트가 말하는 도중에 신전장의 의상을 걸치고 있는 멜키오르 님이 벌떡 일어났고, 그것을 시작으로 아렌스바흐의 귀족들과, 에렌페스트 귀족들 중 일부가 차례차례 일어서기 시작합니다.
"뭐, 뭔가요?"
"잘 모르겠다."
저희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만, 그들은 일어서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신에게 기도를!"
제단 위의 로제마인 님, 할트무트, 그 외의 청색 신관들, 관람석에서 일어났던 귀족들이 팟 하고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신에게 기도를 바칩니다. 그러자 제단의 로제마인 님에게서만이 아니라, 관람석에서도 두둥실 축복의 빛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에렌페스트만이라면 몰라도 아렌스바흐의 귀족들 모두가 기도를!?
너무나 일사불란한 움직임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로제마인 님, 에그란티느 님이 퇴장됩니다. 슈타프를 들어 전송하십시오!"
할트무트의 말에 저희들은 슈타프를 내고 마력을 담아 반짝였습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페르디난드 님이 제단으로 올라가 각자 에그란티느 님과 로제마인 님을 에스코트해 강당을 나갑니다.
반짝이는 수많은 빛의 중심을 여신의 화신과 새로운 첸트가 우아한 걸음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강당을 빠져나가자 대기하고 있던 청색 신관들이 문을 닫습니다. 앞으로의 신전과 성무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는 역사적인 계승의 의식이 끝났습니다.
"성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던 로제마인 님의 주장도 이제와선 당연하게 느껴지네요."
의식이 끝났음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참에 "잠시 더 앉아있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라는 할트무트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새로운 첸트가 선 것으로 인해 영주 회의에서 논의할 여러 안건이 있습니다. 트라오크바르 님으로부터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할트무트의 말에 트라오크바르 님이 몇번 눈을 깜박인 뒤에 천천히 일어나 제단으로 걸어갑니다. 첸트란 직책을 잃게 된 탓일까요. 안색이 나쁜 것처럼도 보입니다.
그래도 트라오크바르 님은 제단에 서서 할트무트로부터 목소리를 증폭하는 마술도구를 건네받아 그 자리에 모인 아우브들에게 란체나베와 아렌스바흐의 반란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르겐슈미트가 기다려 마지않던 새로운 첸트의 탄생 이면에서는 다양한 일이 있었습니다……."
란체나베의 반란에 대한 공식 견해를 밝히고, 영주 회의에 대한 것으로 화제가 넘어갑니다. 지금까지 변변한 정보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어느 아우브의 얼굴도 진지함 그 자체로 트라오크바르 님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왕족의 행적을 꽤나 감추고 있네요.
아버님과 어머님으로부터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아렌스바흐에서 란체나베의 병사들과 싸웠던 저에게는 로제마인 님 일동의 활약이 너무나도 감춰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로제마인 님의 희망이라고는 합니다만…….
란체나베와 반란에 가담한 아렌스바흐 귀족들에 대한 처분, 영주 회의 전까지 새로운 첸트에 의해 영지의 경계선이 다시 그어지는 것, 그로 인해 영지 순위가 변하는 것이 알려집니다.
"정말이지, 언제가 되어야 방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
"……오라버님은 차기 아우브이니 좀 더 진지하게 트라오크바르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트라오크바르 님과 지기스발트 왕자가 아우브가 되는 것, 혼돈의 여신 카오스프리에에게 홀렸던 아렌스바흐는 여신의 화신이 정화하기 위해 새로운 영지로서 영지색과 이름이 주어지는 것 등의 연락이 끝나고 겨우 강당에서 퇴실해도 된다는 허가가 나왔습니다. 곧바로, 오라버님은 자신의 측근을 데리고 강당을 나갔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어머님이 오라버님을 배웅하고, 저희들에게도 퇴실을 권합니다. 기숙사로 돌아왔지만 오라버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자기 방에 틀어박혀버린 모양입니다. 저는 다목적 홀에서 근시에게 차를 부탁해, 부모님과 오늘의 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 오지 못한 사람들에게 계승 의식의 장엄함과 로제마인 님의 성스러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렇다곤 해도 영주 회의에서 알릴 것이라던 사안까지 먼저 알리며 시간 벌기를 해야만 하다니……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글쎄? 첸트가 되지 못한 내가 알 필요 없는 일이다."
흥분해 있는 모두의 목소리 사이로 착 가라앉아 있는 듯한 부모님의 대화가 갑자기 귀에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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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란티느 님의 계승 의식이 끝났습니다.
할트무트의 구령에 맞춰 기도가 가능할 정도로 세뇌된 아렌스바흐의 귀족들.
정연한 동작으로 기도를 올리던 멜키오르는 제법 눈에 띄고 있습니다.
다음은 신들의 축복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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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옆에서는 지뢰. 멀리서 보면 폭죽....
다음화부터는 『지뢰양 폭발사건 (해답편) 』 이 이어지겠습니다. (웃음)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한화. - 계승의 의식 후편 (한넬로레 시점) -|작성자 치천사
신들의 축복 전편
"일단 새로운 첸트에게 신들의 축복이 함께 하는 것처럼 보이는 중요하겠죠? 두 사람이 입장할 때 축복을 주어 둘의 졸업식 때를 재현하면 다소 신비성이 증대될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렇게까지 신경 써줄 필요가 있는가?"
페르디난드는 마술도구 구루투리스하이트만 주면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새로운 첸트가 되는 에그란티느가 수월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내가 도서관 도시 계획에 몰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네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도서관 도시인가."
"달리 뭔가 있나요?"
"……없지는 않을거라 생각한다만 더 이상 왕족에게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면 축복 하나쯤은 상관 없다."
실제로는 그런 흐름으로 페르디난드의 허가가 나온 것이지만, 그 모든 과정을 에그란티느 일동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나는 입장할 때 축복을 주겠다는 것만을 알리고 강당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을 배웅했다. 그리고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반지에 마력을 흘려넣었다.
……에그란티느 님도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도 매우 힘들겠지만, 첸트 일 힘내요! 응원 정도는 해드릴게요!
마음만 높이 걸어 흔드는, 기분적으로는 인사와 같은 축복이다. 이걸로 됐다고 끄덕이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관자놀이를 누르고 미간에 주름을 뚜렷이 새겼다.
"……최악이다."
"무슨 일인가요?"
"너는 자각이 없는가? 너를 감싸고 있는 여신의 은력이 늘어났다."
"네?"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지만 전혀 모르겠다. 자각은 없어도, 페르디난드는 아주 곤란한 얼굴이 되어 있다. 분명 꽤나 좋지 않은 상황이다.
"페르디난드 님, 어쩌면 좋을까요?"
"어쩔 수 없다. 이미 저 두 사람이 입장해 의식이 시작되었다. 이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겠지."
"……진행해도 괜찮을까요? 마석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만……."
여신의 은력이 늘어났다는 자각은 없지만, 손등부터 팔을 장식하고 있는 마석에서 조금씩 빛이 나오기 시작한 것을 보면 좋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는 것은 싫어도 알 수 있었다.
"도중에 상정 외의 일이 일어날 것은 예상되었다만, 강당에 들어가기 전부터 예상 밖의 사태가 일어나다니……. 너는 여전히 나의 예상을 배신해주는군."
페르디난드는 혀를 차며 갖고 있던 마술도구 등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여러 곳에 여러가지 물건을 숨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의식의 자리에 간다기보다는 싸움터로 가는 듯한 장비네요."
"네가 일으킬 상정 외의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전, 성무에서 회복약을 사용했던 적은 있지만, 공격용 마술도구가 필요했던 적은 없었는걸요."
나가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자 페르디난드는 흥 하고 코를 울렸다.
"만의 하나를 위해 조심하는 것이다. 그보다 조금은 여신의 화신다운 모습을 보여주도록 해라. 슬슬 부른다."
페르디난드가 여신의 화신다움을 보이는 중요성에 대해 꼼꼼히 설명하는 와중에 강당의 문이 열렸다. 저편에서 할트무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으로 오신 로제마인 님의 입장입니다."
……여신의 화신인가. 그럴듯하게 보이면 좋겠는데.
페르디난드가 이것저것 고심했던 것 같으니, 어지간히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그럴듯하게 보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긴장이 된다. 나는 에스코트를 위해 내민 페르디난드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올렸다.
……우와, 엄청 빛나고 있어.
잔소리를 듣고 있던 사이에도 여신의 은력이 늘어난 것 같다. 내 팔을 감싸고 있는 마석과 부적들이 어느샌가 엄청나게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조금 눈에 자극이 강해서 시야에 마석이 들어오지 않도록, 조금 턱을 올리는 듯한 느낌으로 눈을 피한다. 페르디난드의 사교적인 미소가 "쓸데없는 축복을 보낸 탓이다" 라고 힐난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페르디난드의 옆얼굴로부터도 조금 시선을 피해두었다.
……그야 축복은 보냈지만, 이런 상태가 되어버린 것은 내 탓이 아닌걸. 여신님이 나쁜 거야.
페르디난드의 말로는 초석에 마력을 공급하면서 여신의 은력이 약해졌다고 하니, 봉납춤으로 대량의 마력을 소비하면 이 반짝반짝 상태도 사그라들 것이다.
……조금만 더 하면 돼. 힘내자, 나.
할트무트와 에그란티느가 말하는 것을 듣고, 나는 페르디난드와 함께 무대 위로 오른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발치에 마법진이 떠오른 것을 보고, 여신의 은력의 방류 상태가 아주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안대에에에엣! 뭐야 이거?
페르디난드가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리며 싫은 얼굴을 하고 있던 이유일 것이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방류량이다.
……그래도 "이제 봉납춤을 시작하면 무대에 마법진이 떠오를 것입니다……" 라는 설명이 불필요하게 되었어요, 페르디난드 님!
그런 것을 생각하며 성무와 마법진에 대한 페르디난드의 설명을 듣는다. 당초의 예정으로는 내가 설명하려고 했었지만, "신비성이 퇴색한다" 라는 이유로 입을 여는 것이 금지되어 페르디난드가 설명하게 된 것이다. 올바른 선택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좀 너무하다.
설명이 끝난 뒤에는 봉납춤이다. 티링, 도롱, 하고 음을 조율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무대 위에서 무릎을 꿇었다.
실은 페르디난드도 음악과 노래를 바치게 되어 있다. 은폐의 신 페어베르겐의 부적을 사용해 함께 제단을 올라갈 예정이라 신들에게 음악을 봉납하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꽤나 무례한 일을 해온 주제에 묘한 부분에서 성실하다고 할 지, 고지식하다. 내가 그렇게 지적하자 "신으로서의 힘을 잃은 에어베르멘이야 어쨌건, 가호의 주인인 다른 신들은 소홀히 할 수 없다" 라고 말했다.
……아, 조율작업, 끝난건가?
악기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으니 준비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스읍 한번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우리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바치는 자이니."
그 에그란티느가 뒤이어 똑같은 봉납춤을 추는 것이다. 관람석에 있는 모두에게 "여신의 화신치고는 좀……" 라고 생각되지 않도록, 최대한 능숙하게 보이도록 기합을 넣어야 한다.
……빛의 기둥의 높이로도 지지 않도록 쭉쭉 마력을 쏟아야지!
춤의 기술로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되지 않기에 여신의 화신같은 효과만이라도 화려하게 하고 싶은 것이다. 흘러나가는 여신의 은력에 자신의 마력도 더한다. 쑥쑥 빛의 기둥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응응, 좋은 상태야.
빙글 돌았을 때, 제단의 신상이 움직여 길을 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시작의 정원으로 이어지는 길을 연 뒤에 제단 앞에서 대기하며 에그란티느의 춤을 보도록 되어 있다. 이 순서라면, 설령 에그란티느가 빛의 기둥을 끝까지 세우지 못하더라도 관람석의 귀족들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길이 열린 것을 확인한 것에 안도하며 봉납춤에 집중하느라, 그리고 몸에 붙이고 있던 마석이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무대에서 넘쳐흐른 마력이 빛의 파도가 되어 제단으로 오른 것도, 신구가 빛난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봉납춤을 마치고 무대에 다시 주저앉았다.
"신에게 감사를."
그렇게 말한 순간, 갑자기 자신의 주위가 눈부신 빛에 휩싸였다. 무심코 꼬옥 눈을 감는다. 몸이 가벼워진 듯한 부유감에 휩싸인 직후, "잘 돌아왔다. 그대가 2위이다, 마인"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나는 조심조심 눈을 뜨고, 슬그머니 얼굴을 들었다. 에그란티느의 봉납춤이 끝난 뒤, 에그란티느와 페어베르겐의 부적을 사용한 페르디난드와 나, 셋이서 제단을 올라가 이곳으로 올 예정이었는데, 어째선지 나만이 이미 시작의 정원으로 들어와 에어베르멘과 마주하고 있다.
……잠깐. 이거 예정은 괜찮은 건가?
스윽 핏기가 가셨다. 급히 주위를 둘러본다. 시작의 정원의 출입구는 보이지 않고, 누군가가 들어올 수 있을만한 곳도 없다. 기껏 봉납춤으로 열었던 통로도 어째선지 닫혀 있다.
……어? 에그란티느 님은 어쩌지!? 홀로 길을 열어야 하는 거야!? 페르디난드 님, 이럴 때는 어쩌면 좋죠!?
아무리 페르디난드라도 나 홀로 시작의 정원으로 이동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 했을 것이다.
"들리고 있는가, 마인?"
"……갑자기 이동되어 온 것에 너무 놀라서 못 들었습니다. 뭐라고 하셨나요?"
"첸트 경쟁은 그대가 2위라고 했다."
……어? 2위?
"에어베르멘 님, 제가 2위라는 것은 젤바지오가 여기로 돌아온 것인가요?"
메달을 파기하고 국경문에 가뒀다고 들었는데, 어디선가 문제가 발생했던 걸까. 내가 눈을 크게 뜨자 에어베르멘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텔차가 돌아오면 좋았겠다만, 그는 행방을 감추었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혹시 에어베르멘은 메달이 파기된 탓에 젤바지오의 마력을 포착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어디론가 이동한 것일까.
"젤바지오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페르디난드 님이 1위로 돌아왔다는 것인가요?"
"음. 텔차를 방해하던 그 비겁한 자는 그대보다 빨리 돌아왔다."
……어? 어느새? 못 들었는데.
내가 에렌페스트의 기숙사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 페르디난드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을 것이다. 여긴 어떤 루트를 사용해 들어온 것인지는 몰라도, 얼마든지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저것을 보도록. 돌아왔는가 싶더니 승리 선언을 하고 초석에 이르는 길도 묻지 않고 무언가를 두고 갔다. 쿠인타는 이곳을 창고나 뭔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에어베르멘의 시선 끝에는 은색 천으로 싸여 끈과 마석으로 묶여 있는 네모난 물건이 놓여있었다. 다른 마력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은색 천으로 싸여 있고, 다른 사람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도록 엄중히 봉인된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고 있다.
……에그란티느 님에게 줄 마술도구 구루투리스하이트다.
먼저 보여달라고 졸랐지만, 나의 마력이 등록되면 다시 처음부터 재작성해야 한다며 봉인되어 버린 것이다. 미리 시작의 정원에 놔두며, 겸사겸사 승리 선언도 하고 간 모양이다.
……뭐, 페르디난드 님 답다면 페르디난드 님 답지만.
"그대가 돌아오는 것은 것은 쿠인타보다 늦었다만, 그대는 그 무례한 자보다 먼저 초석에 다다랐다. 너무 적어서 초석을 물들이지도 못했다만, 마력이 늘어난 것만은 분명하다. 그 비겁자를 따돌리다니, 훌륭하다."
……저기, 초석에 마력을 쏟으라고 지시한 것은 페르디난드 님인데요.
칭찬받는 듯한 분위기라서 굳이 입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나는 딱히 페르디난드를 따돌린 것이 아니다. 나의 여유 마력을 줄이는 겸, 마력의 증감으로 인해 여신의 은력에 변화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던 페르디난드가 시키는 대로 마력을 흘렸을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경문이 그대의 마력으로 물들어 있다. 이러한 공적을 인정해, 나는 쿠인타가 아닌 그대를 새로운 첸트로 승인한다."
"네?"
조금 이해가 따라가질 못한다. 첸트로 임명되어도 곤란하다. 나는 지금 한창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으로서 에그란티느에게 마술도구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계승시키는 의식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나 자신이 첸트가 될 예정은 전혀 없다. 그리고 멋대로 예정을 망쳤다간 페르디난드에게 혼난다.
"쿠인타보다 빨리 초석을 마력으로 채우고 와라, 마인."
"그렇게 말씀하셔도 1위는 페르디난드 님이지요? 제가 첸트가 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무엇을 위한 경쟁인가요, 라고 내가 호소하자 에어베르멘은 시치미를 떼며 "허나, 그대는 초석에 마력을 쏟지 않았는가" 라고 한다.
"그렇긴 하지만, 그것은 페르디난드 님이……."
"무엇보다 나는 그 무례한 자가 싫다. 첸트는 쿠인타 이외의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좋다싫다 하는 감정을 내세우면 설득하는 것은 무리다. 이것저것 저지르고 있는 페르디난드가 미움받고 있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지금까지 페르디난드 님이 저지른 수많은 무례를 생각하면 그 마음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페르디난드 님이 이기면 페르디난드 님이 바라는 대로 하시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게 약속한 경쟁이었던 것이다. 좋고싫고가 아니라 결과를 봐주길 바란다. 게다가 페르디난드 자신이 첸트가 되는 것도 아니다. 에어베르멘의 바람에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쿠인타가 초석을 물들였을 때의 이야기가 아닌가. 그것은 아직 초석을 채우지 못했다. 지금밖에 없다. 쿠인타에게 초석을 빼앗기기 전에 그대가 물들이는 것이다."
……아니, 그런 말을 결정사항처럼 하셔도…….
섣불리 초석을 물들여버리면 에그란티느가 물들이는 것이 힘들게 되고, 자신의 마력은 아렌스바흐의 기원식과 엔트비켈른을 위해 온존해두고 싶다. 내가 첸트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말을 들어도 곤란하다. 나는 첸트가 될 생각이 없다. 에그란티느를 첸트로 만들기 위해 이미 모두가 움직이고 있다.
나는 필사적으로 에어베르멘을 설득하기 위한 말을 찾았다. 그러나 신의 이치로 움직이는 존재를 설득하기 위한 말은 바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대의 마력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는다. 무한히 힘을 떨치는 것이 가능한 메스티오노라가 협력해준다고 한다. 메스티오노라의 힘으로 초석을 물들이는 것이 끝날 때까지 잠시 몸을 빌리겠다."
"히익?"
에어베르멘 말과 함께 위에서 빛이 쏟아졌다. 직후, 나의 팔을 감싸고 있는 마석들이 그에 맞서는 것처럼 파직파직 소리를 낸다.
나의 허가가 나오는 것보다도 빨리 페르디난드가 만든 부적이 발동했다. 나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몸을 빼앗길 뻔했던 것을 깨닫고 신들의 강권에 소름이 돋았다.
……또 기억을 잃어!?
"안 됩니다! 주지 않습니다!"
나는 외치듯 선언하며 자신의 몸에 들어가려 하는 존재에 저항한다. 꼬옥 자신의 양팔을 교차해 끌어안고, 마석에 마력을 흘린다.
나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더 이상 기억을 잃을 수 없고, 생각 없이 빌려주지 않겠다고 페르디난드와 약속했다. 자신의 의식이 없는 사이에 주위의 상황이 바뀌는 것도 싫다. 메스티오노라에게 몸을 빌려준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페르디난드는 모든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페르디난드 님을 걱정시키는 것도, 상처입히는 것도 싫어!
절대로 빌려줄까보냐, 라고 강하게 생각한 시점에 쏟아지던 빛이 사라졌다. 동시에 에어베르멘이 위압적인 힘을 발하기 시작한다.
"마인, 우리에게 반항하는 것인가?"
"반항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지난번 여신님께 몸을 빌려드리면서 저의 소중한 기억이 묶였습니다. 지금까지도 중요한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더 이상 저의 소중한 것들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나라의 초석을 물들이라는 것 뿐이라면 첸트가 된 에그란티느 님이나 아렌스바흐의 기원식이 힘들어지겠지만 일단 시작해도 상관 없다. 하지만 여신에게 몸을 빌려주는 것만은 사절이다.
"기억을 잃지 않으면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다른 신들에게도 협력을 받도록 하지."
"네? 다른 신들에게 무엇을……?"
"그대에게 축복을. 초석을 채우는 힘을 선사한다."
에어베르멘이 천천히 손을 움직인다. 여러 색의 빛이 일제히 쏟아지기 시작했다. 메스티오노라의 은력으로 가득 차있던 자신 속에 전혀 다른 속성에 대한 힘이 차례차례로 들어온다. 지금까지 받았던 축복과는 전혀 다르다. 복수의 신들로부터 흘러들어오는 힘이 서로 반발하는 불쾌감과 고통에 나는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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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마인 시점의 성스러움 없는 의식.
그리고 홀로 날려진 시작의 정원.
초석을 물들이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에어베르멘.
다음은 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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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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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전직 신쯤 되는 양반이 되게 쪼잔하네요. 저러니 짤리죠.
하극상을 기대합니다.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91화. - 신들의 축복 전편 -|작성자 치천사
신들의 축복 중편
"그럼 어서 초석을 물들이도록. ……왜 그러는가, 마인?"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무너지듯 주저앉은 나에게 에어베르멘이 정말 의아한 듯이 묻는다.
"아, 아파. ……무리! 으그윽……."
여러 신들의 은력을 내려받은 나는 앉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되도록 몸을 웅크리며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메스티오노라의 은력만이라면 완전히 익숙해져, 자각도 없이 흘릴 수 있었지만, 여러 신들로부터 내려받은 은력은 서로 반발하고 있다. 내 안에서 저마다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며 영역을 확대하려는 것처럼 날뛰고 있지만, 몸을 먹는 열과는 달리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다.
"……흠. 아무래도 신들로서도 조금 예상 밖의 사태인 모양이다. 꽤나 당황하고 있다. 메스티오노라가 강림해 신들의 은력을 조정하고 싶어한다만, 그 팔 장식을 뗄 수 있겠는가?"
"우윽……. 크윽……."
위를 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리는 에어베르멘에게 나는 고개를 젓는다. 지금처럼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소매를 어깨까지 걷어붙이고 감금쇠를 찾아 한 손으로 뗄 수 있을리가 없다.
에어베르멘이 그 자리에 웅크려 앉아 나에게 손을 뻗지만 닿지 않는다. 아무래도 에어베르멘은 사람의 형상이 되어서도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것 같다.
……인간형이 전혀 도움이 안 되잖아요! 바보 바보!
"이거, 곤란한걸……."
정말로 곤란한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목소리로 에어베르멘이 그렇게 말하며 일어선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이 고통의 눈물로 얼룩져 있는 나의 시야에 비쳤다.
"……음? 누군가가 이곳에 이르는 길을 열려고 하고 있구나. 다소 마력이 불안하다만, 그것을 떼어줄 자라면 불러도 좋겠는가?"
길을 열려는 것은 에그란티느가 분명하다.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몸 속에 있는 신들의 은력이 반발하며 점점 불어나고 있는 지금,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정말로 위험하다.
슥, 하고 에어베르멘이 팔을 움직이자 하얀색 일색이던 시작의 정원에 출입구가 열린다. 정말로 한순간, 출입구의 훈색 막이 아른거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직후, 에어베르멘의 주위에서 작은 폭발이 수없이 일어난다.
……아, 페르디난드 님이다.
은폐의 신 페어베르겐의 부적을 지니고 시작의 정원에 숨어들어 그대로 에어베르멘에게 공격을 가할 정도의 사람이 달리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그 공격은 거의 효과가 없었던 듯, 에어베르멘은 성가시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을 뿐이었다.
"봉납된 마력은 쿠인타의 것이 아니었다만, 그대, 또 비겁한 수를 썼군. 뭐, 좋다. 마인의 팔 장식을 떼어라."
"어째서지?"
"메스티오노라를 강림시키기 위해서다."
"거절한다."
……기다려. 거절하지 마!
은폐의 부적을 떼어낸 듯, 페르디난드의 모습이 드러났다. 몇몇 마술도구를 들고 나와 에어베르멘의 거리를 눈으로 가늠하고 있는 페르디난드는 완전히 전투태세이다. 하지만 여기서 거절하면 내가 신들의 은력에 견딜 수 없다. 나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페르디난드를 향해 떨리는 손을 뻗는다. 그러나 페르디난드는 에어베르멘과 노려보고 있을 뿐, 전혀 이쪽을 바라보지 않는다.
……도와줘요, 페르디난드 님.
"그렇군. 그대는 마인을 이대로 죽음으로 몰아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완성시켜 초석을 얻겠다는 것인가. 분명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는 효율적인 방법이군. 실로 그대다운 방식이다. ……실로 원통하다만 그대가 첸트가 되는 것을 인정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겠군. 마인, 안타깝게도 그대를 지원해 첸트가 되게 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에어베르멘은 완전히 포기한 어조로 매우 아쉬워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쿠인타, 너무 마인을 고통스럽게 놔두는 것도 불쌍하다. 조금이라도 자비의 마음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빨리 마무리를 지어라. 그리고 빨리 초석을 물들이러 가도록 해라."
페르디난드가 몹시 난처한 얼굴에 되어 나와 에어베르멘을 번갈아 본다. 도와달라는 나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페르디난드가 에어베르멘의 움직임을 경계하며 나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메스티오노라를 강림시키면 로제마인은 살아나는 것인가?"
"신의 힘을 다룰 수 있는 것은 신 뿐이다. 사람도, 나에게도 불가능하다."
으득, 하고 페르디난드가 어금니를 깨문 것을 알 수 있었다.
"로제마인, 너는 메스티오노라를 강림시키는 것에 이의는 없는가?"
"윽……. 도와, 주……아파!"
내가 어떻게든 고개를 끄덕이자 페르디난드는 들고 있던 마술도구를 치우고 다른 것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입에 물고 있어라" 라며, 악물고 있던 내 입을 열어 뭔가 딱딱한 것을 넣고, 자신의 입에도 뭔가를 넣는다.
그리고 내게 등을 보이고 일어서더니 에어베르멘을 향해 뭔가를 쏘았다. 크게 펼쳐진 망토 너머로 빵, 하는 소리가 울린다.
"효력은 조금 약화시켜두었다. 로제마인이 살아날 때까지 더 이상 쓸데없는 짓을 하지 못하도록 잠시 굳어 있도록."
"아……큭……."
에어베르멘이 고통스러운 듯한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첫번째 공격은 듣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도대체 무엇을 한 걸까? 그렇게 생각한 직후, 페르디난드는 은색 통을 버렸다. 아무래도 에어베르멘에게 즉사독을 날린 것 같다.
……입 안에 있는 것은 혹시 해독제? 제법 쓰네.
에어베르멘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페르디난드는 바로 나의 소매를 걷어올리고 팔의 장식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파……요……. 우그윽……."
"고통스러울지도 모르겠다만, 버둥거리지 마라."
그런 어려운 것을 주문해도 곤란하다. 조금 자세만 바꿔도 고통스러운 것이다. 언제나처럼 내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소리는 무시하고 빨리 끝내주었으면 좋겠다.
"……저기, 페르디난드 님, 로제마인 님. 의식 도중에 무엇을 하고 계신 건가요?"
굉장히 당황한 듯한 에그란티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에그란티느가 길을 열었을 것이다.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본래 페르디난드가 아닌 에그란티느가 올 예정이었다.
"로제마인에게 메스티오노라를 강림시키기 위해 부적의 일부를 떼고 있는 중입니다. 멍하니 있지 말고 빨리 이쪽으로 와서 거드십시오. 로제마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대도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오르게 됩니다만, 이해하고 있습니까?"
초조함을 띈 페르디난드의 목소리에 에그란티느가 나에게 다가온다. 고통으로 신음하는 내 모습을 보고 한순간에 안색이 변한다.
"페르디난드 님, 로제마인 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모릅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메스티오노라를 강림시키지 않으면 로제마인이 죽는다는 것 뿐입니다."
초조한 듯이 페르디난드가 그렇게 말했을 때, 한쪽 팔의 부적이 떼어졌다.
"페르디난드 님, 로제마인 님을 안아올려 꼭 붙들고 있어주세요. 고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에그란티느의 말에 페르디난드는 내가 몸부림치지 못하도록 단단히 굳힐 기세로 껴안는다. 그 사이에 에그란티느가 다른 소매를 걷어올린다. 두 사람이 분담해 협력하자 곧바로 다른 부적도 벗겨졌다.
부적이 벗겨진 직후, 메스티오노라의 목소리가 뇌리에 울렸다.
"잠깐 물러나있으세요. 이번에는 도서관에 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의 의식은 휙 하고 밀려나와 아무것도 없는 하얀 공간에 방치되었다.
……여신의 도서관에 출입 금지됐어!? 안대에에에엣!
사후의 즐거움이 사라졌다는 것에 절망하고 있자, "끝났습니다. 돌아오세요" 라는 메스티오노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저의 몸에 무엇을 하셨나요?"
나는 급히 메스티오노라에게 묻는다. 지난번 페르디난드는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이번도 마찬가지가 될 것 같으니 여신으로부터의 올바른 정보가 필요하다.
"지난번 제가 그대의 몸에 강림했던 일로 인해 완전히 저의 힘으로 물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신들의 힘이 반발하게 된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영향이 작아졌다면 이 정도의 고통은 없었을 것입니다만, 이번에는 거의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에 그대는 불필요하게 고통받게 된 것 같습니다."
메스티오노라는 "그것이 고통의 원인 중 하나" 라고 한다. 즉, 그 외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두번째는 무엇인가요?" 라고 이야기를 재촉했다.
"쿠인타의 마술도구에 의해 저의 강림이 방해받았었죠? 그래서 에어베르멘 님에게 협력을 부탁받은 신들은 방해에 지지 않을 기세로 축복의 힘을 쏟아부은 것입니다. 그것이 두 번째 원인이겠지요."
……저, 저기, 신님들…….
페르디난드가 만든 부적은 신의 강림을 막는 것이다. 신들의 축복을 막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신들의 은력을 아무런 저항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한다. 방해받을 것을 전제로 한 신들의 은력은 사람의 몸으로 받아들이기엔 지나친 축복이었다는 것이다.
"신들에게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에어베르멘 님에게 항거하는 쿠인타에 대한 앙갚음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결과로서 내가 고통스러워해야만 했던 것이라면 정말 너무한 날벼락이다.
"말려든 그대에게는 미안한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는 것이 좋겠네요. 참을성이 부족한 쿠인타가 날뛰기 시작하기 전에 돌아가세요."
날뛰다니, 마치 맹수 같은 취급이지만, 페르디난드는 효율적이고 수단을 가리지 않는 부분이 있을 뿐, 기본적으로는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다.
"참을성은 충분한 분이라 생각합니다만……."
"그럴까요? 쿠인타는 에비리베의 영향이 강해, 그의 게둘리히가 관계되면 인내심은 금방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되도록이면 더이상 그대들은 에어베르멘 님에게 가까이 가지 말아주세요."
메스티오노라는 진지하게 에어베르멘을 걱정하고 있다. 생명의 은인으로서 메스티오노라가 에어베르멘에게 여러가지로 신경 써주는 이야기를 읽었던 적이 있지만, 그 신화는 진짜였던 걸까. 메스티오노라에게 에어베르멘은 소중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시작의 정원에 난입하는 것과 동시에 공격한 페르디난드를 가까이하기 싫은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페르디난드 님이 시작의 정원에서 저지른 일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보면 정말 맹수 같을지도.
"알겠습니다. 돌아가면 최대한 빨리 페르디난드 님을 데리고 시작의 정원을 떠나겠습니다."
"네. 그리고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을 물들여 주세요. 그것을 에어베르멘님이 원하여 신들의 은력을 빌린 것이니까요."
큰일이 되긴 했지만, 신들은 유르겐슈미트의 존속을 바라는 것 같다.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줄여두기 위해서라도 그 은력을 쓸 필요가 있고, 이번에도 도와주었고, 지금까지 여러가지 축복을 받아왔던 것이다. 그런 신들의 소원을 거절할 수는 없다.
"신세졌습니다, 여신님. 신에게 기도를!"
의식이 돌아오자 이번에도 페르디난드의 얼굴이 눈 앞에 있었다. 지난번처럼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로제마인, 몸은 어떤가? 메스티오노라가 강림해 무엇인가를 한 것 같았다만, 너를 감싸고 있는 신들의 은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정말 괜찮은가? 너의 소중한 것을 잃지는 않았는가?"
내가 여러 신들의 은력을 두르고 있을 때에는 금방 판별할 수 있었지만, 메스티오노라가 강림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에 페르디난드는 불신으로 가득해있는 것 같다.
나는 자신의 손을 조금 움직여보았다. 고통은 거의 없다.
"몸에 위화감은 남아 있습니다만 고통은 줄어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됐다. 내가 들은 설명으로는 각 신들의 은력을 분리해두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 마력이 회복되듯이 신들의 은력도 늘어나기에 가급적 빨리 받은 힘을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사용하기만 하면 되나요?"
초석을 물들이겠다고 약속했고, 이후엔 아렌스바흐의 기원식도 있다. 신들의 은력을 사용하는 것 뿐이라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력을 회복시키면 조금 묽어지긴 해도 신들의 은력도 회복한다고 한다. ……영향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고통이 계속된다고 들었다."
"잠깐만요. 영향이 없어질 때까지라는 건 대체 어느 정도의 기간인가요? 오랫동안 계속 고통받는 것은 싫어요. 달리 방법이 없는 건가요?"
"……없는 것은 아니다."
조금 눈을 피하며 답한 페르디난드는 나를 일으킨다.
"어머, 페르디난드 님. 그런 식으로 말하시면 로제마인 님도 불안해지실 거에요. 여신님이 말씀해주신 대로 가르쳐 드려야……."
에그란티느가 눈을 깜박이며 가볍게 주의한다. 에그란티느의 의견에 찬성이다. 비밀은 좋지 않다. 특히 나에 관한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내가 물끄러미 페르디난드를 올려다보자 페르디난드는 정말 싫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알려주었다.
"지금처럼 신들의 은력이 넘치게 된 상태에서 사람의 마력으로 신들의 은력을 지우는 것은 어렵지만, 고갈 직전까지 마력을 사용한 직후라면 가능하다고 한다."
"즉, 고갈될 정도로 마력을 사용한 뒤에 페르디난드 님이 물들여주면 되는 건가요? 앞으로 마력을 써야 할 곳은 많으니 어떻게든 될 것 같네요."
의외로 간단한 방법이었던 것에 안도하고 있자 에그란티느가 좀 곤란한 듯이 빙그레 미소를 띄운다.
"로제마인 님은 가을을 기다리지 않고 겨울의 도래를 앞당기게 됩니다만, 목숨과는 바꿀 수 없겠지요. 어쩔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만……."
"어라? 겨울의 도래를 앞당긴다는 것은 아렌스바흐에 또다시 겨울을 부른다는 것인가요? 분명 에비리베의 검을 사용하면 마력을 극한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좀 마력의 낭비지요?"
"아니다, 로제마인. 그렇지 않다."
페르디난드가 가볍게 손을 흔들며 깊은 한숨을 토하고,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마라" 라고 말하는 듯한 따가운 시선을 에그란티느에게 향한다.
"로제마인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제가 하겠습니다. 에그란티느 님은 구루투리스하이트의 등록을 마치셨습니까?"
"네. 끝났습니다."
그러면서 에그란티느는 커다란 마석이 달린 팔찌를 보인다. 저것이 구루투리스하이트라고 한다. 슈타프를 변형해 꺼내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평소엔 장식품으로 붙이고 다닐 수 있도록 되어있다고 한다. 페르디난드도 감탄할 수준의 모정이다.
"그것은 이번 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구루투리스하이트입니다. 에그란티느 님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저, 그리고 왕족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선사해주신 것에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에그란티느가 나와 페르디난드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대들, 마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면 빨리 떠나라."
목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자 에어베르멘이 싫다는 듯한 얼굴로 팔을 흔들었다. 출입문을 만들어 내고는 천천히 하얀 거목으로 돌아간다. 유르겐슈미트의 존속을 바라며 신들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페르디난드에게 공격당한 에어베르멘은 어떻게 보면 매우 불쌍한 존재다.
"에어베르멘 님, 전, 여신님과의 약속대로 초석을 물들이겠습니다. 안심하세요."
에어베르멘이 살짝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로제마인, 네가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을 물들이는 것은……."
페르디난드가 말리려고 했지만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것을 위해 주신 신들의 은력이고, 사람의 몸으로 감당하기엔 너무 과한 은력을 받은 것 같으니 펑펑 사용해야 합니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도 여신님이 정리해주신 신들의 은력이 조금씩 부풀어오르고 있습니다."
고통 없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여신의 화신으로 취급되고 있는 내가 귀족들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쓰러져 고통으로 신음하는 모습을 보일 순 없다.
"예상 이상으로 빠르지 않은가. 초석을 물들일 준비를 갖추고 오겠다. 최대한 빨리 의식을 마치도록 하지."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말하며 하얀 거목 주위에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를 줍기 시작했다.
"그건 뭔가요?"
"에어베르멘의 머리카락를 잘라낸 뒤에 생겨났으니 이 나무의 가지겠지."
"네? 머리카락을 잘라냈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그런 짓을 하니까 페르디난드 님은 여신님에게까지 경계받는 거라고요!"
에어베르멘의 머리카락을 잘라내다니 무슨 짓을 저지른 걸까. 그런 짓을 여신 앞에서 했다면 맹수 취급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네가 필요 없다면 두고 가도 괜찮다만, 모처럼 떨어져 있는 소재다. 마술지의 연구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가?"
"떨어져 있는 것은 유효하게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페르디난드가 히죽 웃었다. 신들의 은력이 몸 속에서 불어난 듯한 느낌이 든다.
……앞으로는 페르디난드 님이 시작의 정원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할게요! 그러니 이번만은 봐주세요, 신님!
페어베르겐의 부적을 든 페르디난드가 먼저 나가고, 위화감과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나는 에그란티느의 손을 잡고 천천히 제단을 내려간다.
"뭔가 여러가지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서 아직도 의식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는 기분이 드네요."
"네, 정말로. 짧은 시간 동안에 여러가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모든 것에 대응하려 하는 페르디난드 님에게는 감탄합니다."
제단을 천천히 내려가면서 에그란티느가 나직이 알려주었다.
내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새파래진 것. 페르디난드로부터 미리 들었던 대로 자신의 마력이 담긴 마석을 먼저 사용해 무대에 마법진을 떠올린 것. 제단을 올라가 시작의 정원에 도착하자 내가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어 놀란 것. 부적을 떼어내자 여신이 강림해 페르디난드와 싸우기 시작한 것. 하얀 거목이 있던 장소에 에어베르멘이 서 있었고, 그런 신성한 존재에게 페르디난드가 주저 없이 공격한 것.
"여신님과 페르디난드 님이 싸웠었나요?"
"네. 에어베르멘 님을 대하는 언동에 대해 예지의 여신이, 로제마인 님에 대한 처사에 대해 페르디난드 님이 화내고 계셨습니다. ……예지의 여신은 에어베르멘 님을, 페르디난드 님은 로제마인 님을 무척이나 소중히하고 계셨어요."
"신화가 진실이라면 생명의 은인이니까 제게 있어 페르디난드 님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보다도 소중한 존재라고 내가 말하자, 에그란티느는 곤란한 아이를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겨울의 도래를 앞당기는 것을 주저하시는 페르디난드 님의 마음도 이해가 되네요."
갑자기 에그란티느의 입에서 "겨울의 도래" 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대화의 흐름이 이상하다. 일단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겨울의 도래" 와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나중에 페르디난드 님에게 물어봐야겠다.
"에그란티느 님, 시작의 정원에서 보고 들은 것은 누설 금지입니다. 그다지 명령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이것은 명령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정말로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만한 일이 아니니까요. 그보다 한시라도 빨리 의식을 끝내도록 하지요, 로제마인 님."
천천히 신들의 은력이 부풀어오르고 있다. 그로 인해 조금 떨리기 시작한 내 손을 한번 강하게 잡은 에그란티느가 왕족다운 사교적인 미소를 띄운다. 나도 끄덕이면서 여신의 화신처럼 보이도록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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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정원에서 저마다 에잇 하고 은력을 쏟아넣자 큰일이 벌어져 당황하는 신들.
시작의 정원에서 로제마인이 쓰러진 것을 본 순간 공격 태세를 취한 페르디난드.
시작의 정원에서 신음하는 로제마인을 덮치고 있는 페르디난드의 모습을 보고 동요한 에그란티느.
여신의 도서관에 출입금지 당한 로제마인.
다음은 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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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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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캣파이트!! 하극상은 페르디난드가 저질렀습니다.
설마 여신님과도 싸울 줄은...
사랑에 빠진 여자는 무섭네요. (웃음)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92화. - 신들의 축복 중편 -|작성자 치천사
신들의 축복 후편
제단을 내려오자 할트무트 "어쩜 이리 애처로울 정도로 성스러운……" 라며 도취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사정은 페르디난드가 설명해 둔 모양이다.
"그럼, 빛의 여신과의 계약을……. 로제마인 님, 마술도구의 위치는 이쯤이면 괜찮으시겠습니까?"
주위에서 준비하는 할트무트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빛의 여신의 신구를 냈다. 그리고 그것을 무릎을 꿇은 에그란티느의 머리에 살짝 얹는다. 에그란티느가 일어나도 떨어지지 않도록, 기울어지지 않도록 깔끔하게 씌우는 것은 의외로 어려웠다. 알고는 있었지만, 관을 씌우는 것 하나에도 어려워하는 나에게 근시의 적성은 없었던 모양이다.
에그란티느의 맹세와 함께 빛의 관이 한층 더 눈부시게 빛난다. 그 순간 내 안에 있는 신들의 축복의 일부가 반응했다. 신들의 은력 중에는 빛의 권속의 은력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이 상태로 전속성의 축복을 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후, 나는 에그란티느에게 전속성의 축복을 주기로 되어있다. 에그란티느는 그 축복을 받아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은 것처럼 행동하기로 되어있는 것이다. 이 축복을 할트무트, 에그란티느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취소할 수도 없고, 달리 성스러워보일 듯한 구루투리스하이트 수여 방식도 떠오르지 않는다.
목소리를 증폭하는 마술도구의 위치를 조정하는 할트무트와 눈이 마주쳤다. 할트무트는 뭔가를 알아차린 듯 눈을 깜빡이며 약간 동요한 표정이 되었다. 페어베르겐의 부적을 갖고 있는 페르디난드를 찾는 것처럼 할트무트의 시선이 이리저리 헤엄치기 시작한다.
……안 돼! 중요한 의식을 이런 곳에서 멈출 순 없어.
나는 할트무트가 움직이는 것을 제지하고 모두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수여를 선언한다. 슈타프를 꺼내 "스틸로" 로 펜으로 변형해, 예정했던 대로 전속성의 화려한 축복을 준다.
"높고 정정한 하늘을 관장하시는……."
기도문과 함께 대신의 기호가 빛난다. 그때마다 몸 안에 있는 신들의 은력이 꿈틀거리고 부푸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속성의 축복이 에그란티느에게 쏟아지는 사이에 내 몸은 열을 내는 것처럼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에그란티느 님, 모두에게 첸트의 증거를."
나는 에그란티느에게 자리를 비워주고 뒤로 물러났다. 할트무트는 나의 약간 뒤에 붙어, "괜찮으신가요?" 라고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내가 답하는 것보다 먼저,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페르디난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석으로 향할 준비는 어느 정도 갖추고 왔다만……열을 내고 있는 얼굴이 되어 있다."
"신들의 은력이 축복에 반응해 부풀어올랐습니다."
"여신의 말대로 초석으로 갈 필요가 있겠군. 다른 자들에게 초석의 소재가 알려지지 않도록 모두를 강당에 붙들어 두어야 한다. 시간을 버는 것은 맡기겠다, 할트무트."
갑작스러운 페르디난드의 말에 할트무트가 "네?" 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치켜든 에그란티느를 향한 환호에 묻혀버렸다.
"이 뒤에 새로운 첸트가 아우브에게 하기로 예정되었던 이야기를 트라오크바르 님에게 맡기지.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다면 영주 회의에 관한 부분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끌도록."
"……알겠습니다."
간결한 논의가 진행되어가는 와중에 조금씩 함성이 가라앉아 간다. 아무래도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존재는 믿어 준 것 같다. 나는 자신에게 부과된 "여신의 화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것에 안도의 숨을 토했다.
……이제 의식을 잃지 않고 퇴장하기만 하면 돼.
"그럼, 여러분."
의식의 예정 변경과 시간 벌기를 떠맡은 할트무트는 다소 긴장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폐회 인사를 한다.
"신에게 기도를!"
인사니까, 여기서 기도를 바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살짝 반지에서 축복의 빛이 새어버려 열이 오른 것에는 머리를 안고 싶어졌다.
……안대에에에엣……. 나는 바보 바보.
"로제마인 님, 에그란티느 님이 퇴장하십니다. 슈타프를 들어 전송하십시오!"
의식 진행사항에 변경이 있다는 것을 관계자에게 전달, 주역의 퇴장을 알리는 할트무트의 목소리가 울린다. 페어베르겐의 부적을 뗀 페르디난드와 놀라움을 필사적으로 삼키고 있는 아나스타지우스가 에스코트를 위해 제단 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비상시에 너는 정말로 바보가 아닌가?"
"……페르디난드 님이야말로 이런 비상시에 새삼스러운 말을 하지 말아주세요."
사교적인 미소를 띄우며 작은 소리로 불평하고 최대한 빨리 퇴장한다. 아무리 서둘러도 내딛는 발걸음이 다소 미덥지 못하게 되고, 페르디난드의 팔을 잡고 있는 자신의 손이 떨리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할트무트 일동이 시간을 끄는 사이에 모두 끝내겠다."
강당의 문이 완전히 닫히는 순간, 사교용의 상냥한 미소를 휙 벗어던진 페르디난드는 나를, 정확히는 나를 둘러싼 신들의 은력을 노려보았다.
"괜찮은가, 로제마인?"
"그다지 괜찮지 않습니다. 행실이 나쁘다고 하시든, 여신의 화신다운 행동거지에 대해 설교하든 상관 없이 이대로 주저앉고 싶을 정도입니다."
기분이 나빠서 토할 것 같다. 토해내고 싶은 것은 줄줄이 흘러들어온 신들의 은력이긴 하지만.
"로제마인 님, 부디 이것을."
강당 밖에서는 어째선지 그레티아와 클라리사가 은색 천을 가지고 대기하고 있었다. 곧바로 천을 뒤집어 쓴 순간, 주위의 모두가 일제히 긴장을 푼 것으로 보아도 이 몸에 부어진 은력의 영향이 매우 강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레티아, 클라리사. 어째서 여기에……?"
"의식 도중에 페르디난드 님으로부터 이름 올린 조는 은색 천을 준비해 이곳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망토 모양을 하고 있는 은색 천의 옷자락을 정돈하며 클라리사가 그렇게 말하자 나에게 후드를 씌워주던 그레티아가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클라리사는 어떻게든 로제마인 님의 의식을 보고 싶다며 한번 강당으로 돌아갔었잖아요."
"로제마인 님보다 빨리 돌아와 대기하고 있었으니 용서를 부탁드립니다."
농담을 나누고 있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동안에도 페르디난드는 차례로 지시를 내려간다.
"동행하는 호위기사는 에크하르트, 마티아스, 라우렌츠 세 명. 지금의 로제마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자는 호위기사로서도 필요 없다. 그리고 지금부터 국가 규모의 기밀을 다루는 이상, 일행의 언행을 구속할 필요가 있다. 로제마인과 나, 에그란티느 님에게 이름을 올린 자 이외의 동행을 금지한다."
동행하고 싶다면 이름을 바치라며 에그란티느의 측근들을 조용히시킨 페르디난드가 그대로 아나스타지우스에게도 시선을 향했다.
"물론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뭣이라!?"
"지금부터 갈 곳은 첸트가 아니며 이름도 올리지 않아 언행을 묶지도 못하는 그대를 동행시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청색 신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의 측근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던 아나스타지우스가 움찔 뺨을 경직시켰다. 그런 반응에는 상관 없이, 페르디난드는 은색 망토를 뒤집어쓴 나를 가로로 안아올린다. 자력으로 설 필요가 없어진 것만으로도 상당히 편해졌다.
"그렇다면 페르디난드. 그대는……."
"아나스타지우스 님."
항의하는 아나스타지우스의 팔을 에그란티느가 가볍게 두드리고 주의를 끌고, 우아한 동작으로 스윽 아나스타지우스의 옆을 떠나 페르디난드의 반 보 뒤에 선다.
"지금부터 저희들이 어디로 갈 것인지, 그리고 지금의 로제마인 님의 몸상태를 모르시겠나요? 지금은 정말로 시간이 없습니다. 로제마인 님에게 만약의 일이 생긴 경우를 생각해주세요."
나와 페르디난드를 분한 듯이 바라보던 아나스타지우스가 "시간을 벌면 되겠지?" 라며 한 발 떨어진다. 페르디난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일이 끝나는 대로 에그란티느 님은 새로운 첸트로서 국경문의 범죄자를 잡으러 갈 예정입니다. 아나스타지우스 왕자와 호위기사들에게는 그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역할을 받은 아나스타지우스와 측근들이 망토를 휘날리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로 인해 이 자리에는 이름을 바친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에그란티느가 페르디난드를 올려다본다.
"서두르지요, 페르디난드 님. 점점 더 신들의 은력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동행 중에 일어난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고 명령할 수 있는가, 로제마인?"
"동행 중에 일어난……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됩니다."
내가 동행자에게 누설 금지를 명하자 페르디난드가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걸음에 맞춘 흔들림으로 몸 속의 열이 날뛰기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흔들림을 줄이고 싶어서 나는 눈앞에 있는 페르디난드의 옷을 잡았다. 페르디난드가 더욱 걸음을 재촉한다.
페르디난드는 에그란티느 님을 두고 갈 것 같은 속도로 도서관으로 도착하자마자 마중나온 솔란지에게 말을 건다.
"솔란지 선생님, 방금 올도난츠로 알렸던 대로입니다. 당분간 집무실서 대기해주십시오. 다른 어느 누구도 도서관에 출입시키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네. 봄의 방문에 대한 행동거지에 관한 것은 주지하고 있습니다. 맡겨주세요."
솔란지는 그렇게 말하고 한 걸음 물러나 우리가 지나가기 쉽도록 다소 벽에 붙어 무릎을 꿇었다.
"……에그란티느 님, 새로운 첸트가 탄생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앞으로 지도를 부탁드립니다, 솔란지 선생님."
도서관이 첸트의 탄생에 깊이 관계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경솔한 취급 같은 것을 할 수 있을리 없다. 에그란티느는 추후 다시 솔란지와 논의하겠다고 약속하고 걷기 시작한다.
"로데리히는 할트무트에게 퇴장을 허가한다는 연락을.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는 도서관에 다가오는 자의 경계를. 그 외 호위기사는 등을 돌린 상태에서 이 장소를 경호한다."
"넷!"
2층까지 동행한 호위기사들에게 차례로 지시를 내리고, 그레티아와 클라리사에게는 내게서 은색 천을 벗기고 목에 걸고 있는 열쇠를 꺼내라고 명한다.
"로제마인 님, 실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레티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 정도밖에 할 수 없다. 페르디난드에게 안겨진 상태로 후드가 벗겨지고, 스륵 목덜미로부터 열쇠를 끌어올린다. 클라리사의 도움을 받아 열쇠를 열쇠를 집은 그레티아가 정중한 동작으로 재빨리 열쇠를 떼냈다.
"열쇠를 에그란티느 님에게 건네고 그대들도 뒤로 돌아라."
두 사람이 등을 돌리자 페르디난드는 에그란티느에게 열쇠의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에그란티느가 메스티오노라의 상의 구루투리스하이트의 책등 부분을 열고 열쇠를 꽂자, 여신상이 움직이며 초석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타난다.
"어머……."
눈을 동그랗게 뜬 에그란티느를 먼저 보내고, 페르디난드는 나를 안고 내려간다. 훈색 막을 통과한 너머에 있는 것은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이다.
페르디난드가 나를 내려놓자마자 나는 곧바로 초석에 손을 대고 마력 공급을 시작했다. 슈욱, 하고 빨려나가는 마력과 함께 신들의 은력도 초석으로 흘러들어 간다. 호흡이 편해지고, 고통이 사그라들고, 열이 내려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아, 살겠다.
"중앙 신전장의 성전의 열쇠는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으로, 각 영지의 성전의 열쇠는 영지의 초석으로 다다르기 위한 열쇠입니다. 아득한 옛날 첸트와 아우브가 신전장이었었다는 증명이며, 앞으로 왕족과 영주 일족이 신전장으로 취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페르디난드는 자세한 것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보십시오, 라고 말하며 에그란티느에게 열쇠와 초석에 대해 설명해간다.
"이쪽의 초석은 에어베르멘과 지혜의 여신이 바라던 대로 일단 로제마인의 마력으로 물들이겠습니다. 이걸로 분명 초석의 고갈과 유르겐슈미트의 붕괴를 피하고자 간절히 바라던 신들도 안심하시겠지요."
지금까지의 역사를 돌아보면 일단 초석이 채워진 뒤에 다시 물들이는 것에는 관용적이었다고 페르디난드가 말한다.
"신들의 은력을 물들이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왕족의 무지의 결과이므로 에그란티느 님과 아나스타지우스 왕자가 열심히 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네."
달리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페르디난드는 앞으로의 예정을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에그란티느는 그것을 열심히 듣고 있다.
"영주 회의 시기까지 영지 경계를 다시 긋고, 새로운 영지의 작성을 하지 않으면 트라오크바르 님과 지기스발트 왕자를 아우브로 임명할 수 없습니다. 에그란티느 님의 최우선 업무입니다. 새로운 영지를 작성하기 전에 옛 영지의 신구를 회수할 수 있다면 새로운 신구의 작성에 들어가는 부담이 없어집니다."
……신들의 은력이 쭉쭉 빠져나가는 것은 좋은데…….
내가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물들일 때에는 도중에 회복약이 필요했었다. 그런데 영지의 초석보다 훨씬 커다란 나라의 초석을 채워야 하는 이번에는 전혀 마력이 고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페르디난드 님, 큰일입니다. 아무리 쏟아도 마력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흘러나가고 있는 것은 알 수 있지만, 마력이 그다지 줄지 않습니다. 정말로 초석을 채우면 마력이 고갈되는 걸까요? 만일 고갈되지 않으면 어떡하면 좋죠?"
신들의 가호를 얻는 의식 이후 마력 소비량에 변화가 생겼을 때의 감각이 더욱 극단적으로 된 것 같다고 설명하자 페르디난드가 "이 초석에 마력을 공급하는 것 이상으로 마력을 쓸 필요가 있는가" 라며 생각에 잠겼다.
"목소리에 힘이 돌아왔는데, 몸 상태는 어떻지?"
"신들의 은력을 흘려냈더니 열이 내려가서 지금은 괜찮습니다. 마력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 곤란합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경계선을 다시 긋는 것도 같이 실시하기로 하지. 새로운 영지의 작성은 새로운 아우브와 상담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에그란티느 님이 첸트임을 보이는 자리가 되기 때문에 그대가 손을 댈 수는 없지만, 경계선을 다시 긋는 것에 관해서는 협의도 끝난 상태다. 문제 없겠지."
나의 몸 상태를 최우선으로 하는 페르디난드의 말에 에그란티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경계선 다시 긋는 것을 부탁드릴 수 있다면 저로서도 다행히겠습니다. 다만, 경계선을 다시 긋는 것에 관해서는 조금 정정할 부분이 있습니다. 아우브·드레반히엘, 아돌피네 님과의 논의 결과 지기스발트 왕자의 새로운 영지에 주어질 예정이었던 토지 일부가 드레반히엘에 주어지게 되었습니다."
정략결혼이었음에도 계약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지기스발트와 아돌피네는 이혼하는 것이 정식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지기스발트는 위약금으로 자신의 영지인 중앙의 토지 일부를 드레반히엘에 넘기게 되었다고 한다.
"어딘가요?"
"린덴타르의 북쪽에서 드레반히엘에 인접한 이 근방 일대입니다."
에그란티느의 지시에 맞춰 페르디난드가 지도를 다시 그려간다. 소영지 정도의 넓이를 가진 땅이 넘어가며 드레반히엘이 부쩍 커지고, 지기스발트의 영지 예정지가 바짝 줄었다.
"지기스발트 왕자는 중영지의 아우브가 되겠네요."
"첫 해는 왕족 출신 아우브의 영지라는 이유로 순위도 우대 받습니다만, 나에라헤 님의 출신지인 하우프레체도 멀기에 어지간한 원조는 어렵겠지요. 내년부터는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에그란티느의 말에 나는 어깨를 움츠린다.
"막달레나 님을 경유해 단켈페르가의 지원을 얻을 수 있다고는 해도, 반란을 일으킨 귀족들이 많은 옛 베르케슈토크의 일부를 다스릴 트라오크바르 님에 비하면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기스발트 왕자가 얻는 것은 중앙이 관리했던 땅 뿐이니 크게 고생할 일은 없겠지요."
귀족원의 봉납식으로 모두로부터 받은 마력은 전부 중앙과 중앙이 관리했던 땅에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황폐해져 있을거라고는 볼 수 없다. 성실하게 아우브의 직무에 매진한다면 큰 고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드레반히엘로 돌아가시는 아돌피네 님은 이 근방의 기베가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로제마인 님의 도서관 도시에 자극받아 연구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번 왕족에게 시집갔던 아돌피네는 영지 밖에서 재혼 상대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드레반히엘로 돌아가 기베가 되는 모양이다. 드레반히엘은 영주 일족도 많고, 중앙으로 나갔던 귀족들도 일단 영지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영지 내라면 재혼도 어렵지는 않다고 한다. 스스로 자신의 길을 만든 것 같아 다행히다.
"로제마인, 초석을 채웠다면, 경계선을 개정해라. 아우브가 기베의 경계를 다시 긋는 것과 같다. 구체적인 경계는 나의 지도를 참고해 그리도록. ……아, 에그란티느 님, 정말 죄송합니다만, 로제마인의 채점을 부탁드립니다."
"채점이요?"
페르디난드의 의뢰에 에그란티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그란티느 님은 영주 후보생 과정의 교사가 아니십니까. 로제마인은 겨울의 실종으로 인해 귀족원의 강의를 마치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부터 있을 경계선의 개정과 아렌스바흐로 돌아가 시행할 메달의 파기로 영주 후보생 과목을 채점해주십시오."
덧붙여, 봉납춤은 오늘의 의식으로 채점할 수 있도록 봉납춤 담당 교사와 이야기해 달라고 에그란티느에게 부탁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무리가 심하다고 생각한다. 갑작스러운 무리한 요구에 놀라고 있는 에그란티느를 위해서라도 나는 단호히 반대하고 싶다.
"너무 무리한 요구입니다, 페르디난드 님. 이런 갑작스러운 채점 요구는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에그란티느 님에게도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페르디난드는 나의 항의에 코웃음으로 답하고는 째릿 노려보기 시작했다.
"내가 가르친 것을 기억하고 있으면 문제 없이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설마 바쁜 나머지 가르친 것을 잊어버렸다는 것은 아니겠지?"
"기,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라고 마음 속으로 덧붙인다.
"그렇다면 문제 없다. 애초에 귀족원의 재시험에 시간을 빼앗기면 곤란해지는 것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건가?"
차갑게 내려다보는 페르디난드의 시선을 느끼며 나는 조금 생각한다. 재시험에 시간을 빼앗길 경우 곤란한 것은 누구일까.
"가장 힘들어질 사람은 페르디난드 님이겠네요. 그 다음은 저와 페르디난드 님의 측근일까요."
"그렇다. 때문에 너의 재시험에 관한 예정은 내가 결정해, 선생님들과의 협상도 내가 영주 회의 중에 하겠다. 너는 모든 시험을 단번에 합격하기만 하면 된다. ……자, 그럼 경계선을 다시 긋도록."
페르디난드의 말에 나는 슈타프를 꺼낸다.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을 교보재로 사용해 열린 경계선 변경의 재시험에서 수많은 신들의 축복을 받은 여신의 화신은 무난하게 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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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진행 수순의 변경과 시간을 벌기 위해 억지스러운 행동을 한 할트무트.
갑자기 새로운 첸트가 할 연설을 부탁받은 트라오크바르.
젤바지오 회수를 위한 준비로 바쁜 아나스타지우스.
갑자기 진짜 초석을 사용한 재시험을 받게 된 로제마인.
채점을 하게 된 신 첸트 에그란티느.
전부 페르디난드 탓.
다음은 마력 고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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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기말 레포트 기간을 놓치고 교수실 문을 애타게 두드리는 학생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근데 두드리고 있는 보호자가 대마왕이고, 그 옆에서 새침하게 말리고 있는 학생이 권력서열 1위...
음. 위장에 좋지 않네요.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93화. - 신들의 축복 하편 -|작성자 치천사
마력 고갈 계획
초석을 물들인 것에 더해 교보재가 아닌 실제 유르겐슈미트로 경계선을 다시 긋기까지 했는데도 아직 마력이 남아 있다. 도서관을 떠나기 전에 닥치는 대로 마술도구에 마력을 공급했지만, 그래도 아직 1/4 정도가 남아 있다. 아무리 봐도 이상 사태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남아버리면 대체 어떻게 해야 마력을 전부 써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페르디난드 님, 합격한 것은 기쁩니다만, 저의 마력은 고갈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에그란티느와 아나스타지우스 일동이 젤바지오를 회수하러 떠나고, 나는 중앙동 안쪽에 있는 문에서 별궁으로 이동해, 거기서부터 페르디난드의 기수에 동승해 아렌스바흐의 채집지로 이동 중이다. 기수용 마석에 등록된 마력과 신들의 은력과의 차이가 너무 커서 레서군은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기수를 사용하면 조금이라도 마력을 쓸 수 있는데, 유감이다.
"오늘 너의 활동량과 몸 상태를 감안하면 자기 전에 회복약을 사용하고 싶다만, 그것도 마력을 고갈시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최대한 빨리 마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너의 체력이 먼저 떨어진다. 차근차근 시험해 볼 수밖에 없겠지. 축문을 외우지 않고 마력만을 공급하면 문제 없는지, 성무에 가담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지, 검증이 필요하다."
축문만 외우지 않으면 될 경우, 해결은 상당히 쉬워진다. 이렇게 아렌스바흐의 채집지로 온 것은 그것을 검증하기 위해서이다. 이궁에 있던 귀족들도 소재 채집을 위해 동행시키고 있다.
"심한 상태네요."
전혀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인지 빈약한 소재밖에 없는 아렌스바흐의 채집지 상태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렌페스트의 채집지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이래서는 학생들이 강의에서 사용할 소재를 채집하는 것도 힘들 것이다.
"대부분의 영지는 자력으로 토지를 치유할 수 있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그것은 상위 영지 뿐이겠지. 정변에서 패한 쪽인 중소 영지는 치유법을 알아도 마력이 부족해 실행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아렌스바흐의 경우는 왕족과 너에 대한 디트린데의 적대심과 태만의 결과다."
흥 하고 코를 울린 페르디난드는 측근을 제외한 아렌스바흐의 기사와 문관들에게 상공에서 대기하도록 명하고 채집지에 내려앉았다.
마수도 거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된 채집지다. 이곳을 회복시키면 제법 마력을 사용할 것이다. 처음으로 에렌페스트의 채집지를 치유했을 때 회복약을 사용해야 했던 것을 떠올리며 마력이 줄어들 것을 기대한다.
"로제마인, 간다."
"네."
그레티아와 클라리사가 은색 천을 벗겨주고, 나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양손을 붙였다. 채집지에 내장된 마법진에 마력이 흘러들고, 마법진이 녹색으로 빛나며 떠오른다.
"신들의 은력에 변화는?"
"딱히 없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마법진이 드러날 뿐이고 땅이 치유되지 않네요. 축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축문은 내가 외우겠다. 그대로 마력을 흘리고 있도록."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말하면서 플루트레네에게 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법진이 기동하고, 녹색의 빛을 발하며 천천히 위로, 위로 올라간다. 마력이 펑펑 흘러들어 가면서 땅에 마력이 차고, 초목이 자라기 시작하고, 푸른 잎이 우거지고, 꽃봉오리가 얼굴을 내밀먀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에렌페스트에선 낯익은 광경이지만, 그동안 치유를 실시한 적 없는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에겐 마치 기적과 같이 보이는 모양이었다.
"오오오오오오! 대단하다! 여신의 화신의 은력이다!"
"말도 안 돼. 이 순식간에 이렇게나 채집지가 재생되다니."
여신의 화신의 은력에 흥분하는 귀족들의 목소리를 가볍게 흘려넘기며, 나는 내 안에 있는 신들의 은력이 점차 부푸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왜 그러지, 로제마인?"
"……조금 반응이 있습니다. 그래도 빛의 여신의 신구를 사용했을 때보다는 반응이 작네요. 여기는 황폐화되어 있었기에 마력이 대량으로 필요해서 치유를 하기 전보다 늘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황폐화된 땅이 많은 아렌스바흐에도 마력을 쏟을 수 있을 것 같군."
페르디난드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아마 다른 사람은 알아채지 못하리라 생각될 정도의 미미한 변화다. 나의 마력을 고갈시킬 수단이 전혀 없지 않다는 것을 알고 안심한 것 같다.
"아렌스바흐의 땅을 채울 때 축문을 외워 기원식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슈타프로 성배를 만들어 거기에 마력을 채우는 것은 어떨까요?"
"해볼만한 가치는 있다만, 오늘 의식에서 빛의 여신의 신구를 쓸 때는 어땠지?"
페르디난드의 지적에 빛의 여신의 신구를 사용했을 때를 떠올린다. 에그란티느의 서약으로 신구가 빛나는 순간 신들의 은력이 늘어났었다. 별로 좋은 해결책일 것 같지 않다.
"그 표정을 보니,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군."
"신전에 있는 신구에 마력을 흘리는 것은 어떨까요? 옛 첸트가 만든 신구라면 그리 쉽게 부숴지지는 않겠죠. 게둘리히의 성배에 마력을 흘리며, 아렌스바흐의 상공을 기수를 타고 날면서 휙휙 뿌리고 다닌다든가……."
나의 발상을 음미하는 것처럼 페르디난드가 턱에 손을 얹고 시선을 떨어뜨린다.
"흠.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떠오르진 않는다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기원식을 편하게 치를 수 있겠군. 조합에 마력을 쓰는 것도 유효할지도 모른다. 마침 새로운 소재를 얻은 참이니."
"마석과 마술도구는 금가루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요."
단지 반납하려 했을 뿐인데도 지기스발트의 허가증이 금가루가 되어버렸던 것을 떠올리며 나는 조금 어깨를 움츠린다. 마석은 그렇다 쳐도, 마술도구를 만지는 것은 무섭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간 부숴뜨리고 만다.
"금가루가 된 마석은 너의 도서관 도시 계획에 사용할 것이니 전혀 문제 없다. 금가루는 앞으로 여기서 채집된 소재로 만들 것이다. 엔트비켈른은 최대한 서둘러야 하니까."
란체나베인들에 의해 유린된 거리를 최대한 빨리 정돈하고, 앞으로 에그란티느를 비롯한 왕족들이 사용하게 될 이궁과 이어져 있는 란체나베의 관도 철거해야 한다고 한다.
"엔트비켈른이 최고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성무가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 도서관 도시를 만들었을 텐데……. 너무합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쓸 수 없는데도 고갈시키지 않으면 생명의 위기라니."
내가 입술을 내밀고 불평하자 페르디난드가 달래듯이 나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린다.
"불평하더라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니 일일이 시험해 볼 수밖에 없겠지."
"……그렇네요. 이번에는 페르디난드 님이 함께라 든든합니다."
내가 헤죽 웃어보이자 페르디난드는 미간에 주름을 새기며 시선을 위로 향했다.
"그대들, 떠드는 건 그만하고 즉각 채집하라!"
상공에서 신의 기적이라며 떠들고 있는 귀족들을 향해 페르디난드의 질책이 날아간다.
"지금부터 그대들이 채집할 소재는 란체나베인들에게 유린된 아렌스바흐에서 엔트비켈른을 시행하기 위한 금가루로 사용된다. 그대들 자신의 저택이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최대한 속성치가 높은 소재를 채집하도록."
표정을 다잡고 채집을 시작한 귀족들을 향해 뒤이어 입을 연 것은 할트무트였다. 의식의 뒷정리 일체를 중앙 귀족들에게 떠넘기고 왔기에 제단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신관장 복장을 하고 있다.
"채집지가 너무나도 황폐해져 있었기에 이번은 특별히 로제마인님께서 은력을 기울여주셨습니다. 하지만 엔트비켈른용 소재 채집이 끝나면 학생과 영주 회의에 참석한 귀족들이 자신들의 마력으로 채우게 됩니다. 귀족원에서 부활된 성무의 가치가 재고되며, 이미 다른 영지에서는 신들의 가호를 얻기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아렌스바흐는 귀족원에서 열린 성무에 참가한 적이 없습니다만, 라며 할트무트가 미소짓자, 단켈페르가의 청색 망토를 두른 클라리사가 "단켈페르가에선 이미 성무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라며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단켈페르가에서 하는 건 성무라기보다는 딧타 아냐?
딧타 전후의 의식을 연구하기 위해선 딧타를 해야 한다며 딧타 횟수가 이전보다 늘면서 그로 인해 가호가 늘어나, 어른들도 딧타를 하는 횟수가 늘었다고 한넬로레에게서 들었던 것 같다. 언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렌스바흐도 조속히 귀족들이 성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지 않으면 로제마인 님이 계신 영지임에도 불구하고 가호가 가장 적은 영지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죄인이 된 디트린데가 계속 성무에 참가하기를 거부해왔기 때문에 아렌스바흐는 성무와 기도에 관해 타령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세요."
"혼돈의 여신에게 홀렸던 땅을 정화하기 위해 여신의 화신께서 직접 아우브로 오셨는데도 불구하고 영지의 귀족들이 변함 없이 성무를 꺼린다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여신도 정나미가 떨어질지도 모르겠네요."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을 세뇌하던 할트무트와 클라리사의 말에, 귀족들이 안색이 변해 채집하기 시작했다.
"슈트랄, 이쪽은 부탁한다. 에렌페스트의 측근들은 한번 기숙사로 돌아간다. 리제레타 일동이 준비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넷!"
에렌페스트 기숙사로 돌아가자 양부님 일동이 달려들어왔다. 신들의 은력이 강해진 것은 관람석에 있던 사람들도 알 수 있을 정도였기에, 앞서 퇴장한 우리들이 의식이 끝난 이후로도 좀처럼 돌아오지 않은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고 한다.
"연락했던 것과 같이,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방을 준비해두었다. 페르디난드가 의식 도중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양이었다만, 로제마인은 괜찮은 건가?"
"그것에 대해서도 설명하겠다."
이야기의 중심 내용은 나에 대한 것이라고 넌저시 알리며, 페르디난드는 안내를 촉구했다. 양부님, 양모님, 페르디난드, 나 이외는 방에서 내보내고 범위 지정 마술도구를 작동시킨다.
"……복잡한 사정은 전부 생략하겠다만, 로제마인은 다시 메스티오노라를 강림시켰을 뿐만 아니라 다른 신들의 은력도 내려받았다. 모두 유르겐슈미트의 초석을 채우기 위해서이다."
"채웠는가?"
"아아. 하지만 아직 로제마인의 몸 안에는 신들의 은력이 남아 있다. 사람의 몸으로 감당하기엔 과한 힘이기에, 한번 최대한 빨리 마력을 고갈시켜 사람의 마력으로 수정해야 할 것 같다."
페르디난드는 기세에 취한 신들의 실수였다는 것은 언급하지 않고 말을 흐린다. 그 미묘한 차이를 눈치챈 것은 양부님이었다.
"……즉, 신들의 명령으로 겨울의 도래를 앞당기겠다는 것인가?"
"끈질기다, 질베스타. 로제마인은 특수한 처지이기에 겨울의 도래를 앞당기지 않아도 색이 변하고, 아름답게 물들이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렇기에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약을 사용해 이전처럼 기억을 보는 마술도구를 사용할 뿐이다. 이야기 할 것은 그것이 아니다."
페르디난드가 싫다는 듯한 얼굴로 양부님을 노려보았다. 험악한 분위기가 된 두 사람을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겨울의 도래를 앞당긴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최근 자주 듣습니다만,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아, 겨울을 부르는 마법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양부님도 양모님도 웃는 얼굴 그대로 굳어져 있다. 다들 못본 척 하고 있던 새빨간 버튼을 마음껏 눌러버렸을 때의 분위기다. 저질러버렸네, 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피부로 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혹시 물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나요? 그렇지만 저도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니죠? 누구에게 질문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그건 리햐루다 같은 이에게 부탁하는 것이 제일일지도 모르겠다만, 그랬다간 나중에 그대가 곤란해질 것이다."
양부님이 페르디난드를 힐끗 보자, 페르디난드는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토했다.
"로제마인에게는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역시 남성분에게는 어렵겠죠. 가을을 기다리지 않고 겨울의 도래를 앞당긴다는 말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가을에 담겨진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나는 신적 은유로 활용되는 가을의 의미에 대한 양모님의 질문에 대답한다.
"결실과 수확이지요? 슈체리아의 신구에 의한 방어와 수호, 예술계 권속이 많기에 예활동 그 자체를 뜻하거나 시간이나 속도, 정보를 뜻할 때도 있습니다. 그 외에는……. 이별일까요?"
사랑 이야기에서 빈번히 사용되던 수많은 표현들을 떠올리며 나는 말을 계속한다.
"최근의 사랑 이야기에서는 실연과 이별을 의미할 때가 많은 유게라이제입니다만, 제가 알고 있는 성전의 지식으로는 유게라이제는 실연했을 때보다는 독립할 때에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인이 된 남성 영주 후보생이 성을 떠날 때, 여성 영주 후보생이 결혼으로 인해 영지를 떠날 때, 옛날에는 유게라이제의 가호를 기도했었습니다."
그런 지식 때문에 사랑 이야기가 더 혼란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자, 페르디난드는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있는데, 어째서 이어지지 않는 거지?" 라며 관자놀이를 눌렀다.
"이번에는 그쪽의 해석이면 됩니다, 로제마인. 가을에는 수확 이외에도 성숙과 성인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겨울이 어떤 계절인지는 대신의 행동을 기초로 생각해보세요. 성전대로 해석해도 괜찮습니다."
양모님이 방긋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으음, 성전대로 해석하면, 즉, 성인이 되기를 기다리지 않고……으햐아아아아아악!"
의미가 이어진 순간, 나는 엄청난 수치에 습격당했다. 주위에서 불편해하던 것도 당연하다. 동시에 나는 자신의 말을 떠올린다. "마력을 사용한 뒤에 페르디난드 님이 물들여주면 돼요" 라고 에그란티느에게 말했다. 어딜 어떻게 생각해도 너무 노골적인 말이 아닌가.
……싫어어어어어엇! 누군가 시간을 되돌려줘! 제발!
에그란티느가 정말로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던 의미를 깨닫고 울고 싶어졌다.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이 자리에서 구멍을 파고 들어갈 수만 있다면 들어가고 싶다.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털썩 주저앉으며 일단 바닥을 두드려보긴 했지만, 두툼한 카펫으로 덮인 바닥이 패일 것 같지는 않았다.
"이제야 의미가 이어졌나 했더니, 무엇을 하고 있지?"
"최악이에요. 그, 그게, 양부님. 가을을 기다리지 않고 겨울을 부른다는 것은, 마력을 물들여서, 그……. 저기……."
쭈그려 앉은 채, 양부님을 올려다보며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라 입을 뻐끔거리고 있자, 양부님과 같이 내려다보기 시작한 페르디난드가 "그런 행위는 안 한다. 그러니 진정해라" 라고 득도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이전에 분명 "당신의 색으로 물들여주세요" 가 매우 직접적인 권유라고 배웠었는데, 어째서 마력을 물들인다는 말이 나왔을 때 그 의미가 이어지지 않았던 걸까. 분명 내가 페르디난드에게 물들었던 경험이 약과 마술도구를 사용한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부 페르디난드 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너의 특수한 성장 과정 때문이겠지. 내 탓이 아니다. 참고로, 이해가 느린 것은 전적으로 네 탓이다."
"로제마인의 특수한 성장 과정이요?"
플로렌시아가 눈을 깜빡이며 우리들을 둘러본다. 페르디난드와 질베스타가 시선을 교환하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로제마인은 보통 귀족과는 체질이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질베스타의 양녀가 되기 이전부터 제 마력의 영향을 받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제가 물들인다 해도, 이름을 올린 사람들도 예전의 마력으로 돌아온 것이라 생각하겠죠."
마력량이라면 몰라도 마력의 색은 밖에서 봐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름을 올려 어렴풋이 주인의 마력을 두르고 있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정도이다.
"에그란티느 님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수여한 것으로 인해 신들의 은력이 사라진 것처럼 주지시킬 것이니,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셔도, 그래서는 여신의 은력을 두른 뒤에 이름을 올린 에그란티느 님의 오해는 그대로이지 않습니까! 양부님과 양모님도 똑같이 오해한 거죠? 약을 사용할 뿐인데……. 그, 마력을 물들인다고 해도, 결코……. 서, 성결식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우우, 오핸데……."
딱히 파렴치한 일은 하지 않는데, 라며 울상이 되어 머리를 안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지극히 냉정한 얼굴로 주의를 준다.
"진정해라, 로제마인. 마력만이 아니라 신들의 은력까지 불안정해진다."
"침착할 수 없는걸요. 그게, 저……."
자신이 그런 화제의 중심이 되는 일은 지금까지 전혀 없었던 일이다. 연애 관련 경험은 전무. 약혼자로부터는 "약혼자로서의 그대와 함께 있는 것은 고통" 이라는 말이나 듣는 여자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지 않은가. 부끄러워 죽을 것 같다.
"오해가 풀려도 부끄러운 것은 부끄럽겠지만, 그러한 여심을 페르디난드가 이해해줄리도 없다. 로제마인도 그 정도는 슬슬 깨달아야겠지."
"이미 깨닫고 있습니다."
내가 양부님을 노려보자 페르디난드가 싫은 얼굴을 했다.
"……그럼 슬슬 보기 흉한 자세는 그만둬라. 지금의 너는 마력이 고갈되기 전까지는 회복약을 쓸 수 없다. 되도록 체력을 소모시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자리에 앉으라는 재촉에 나는 천천히 일어나 자리로 돌아간다.
"이제 본론이다만, 로제마인의 마력을 고갈시켜야만 한다. 그러나 이것이 제법 어렵다."
신들의 은력이 좀처럼 줄지 않는데다, 마력이 회복되면 신들의 은력과 반발해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페르디난드가 전하자 양부님과 양모님 모두 눈을 크게 떴다.
"아렌스바흐에서는 조속히 엔트비켈른을 시행할 필요가 있어, 로제마인의 상태를 이용해 금가루를 작성할 예정이다. 겔랏하에서 로제마인이 파괴한 기베의 저택의 재건에 필요한 금가루도 같이 만들어주려고 한다. 금가루를 만들기 위해 사용할 소재는 오늘 중에 로제마인의 방까지 가져와주도록."
페르디난드는 아렌스바흐의 채집지에서 얻은 소재만으로는 그다지 마력이 줄지 않기에 에렌페스트도 협력하라고 말한다.
"아, 엔트비켈른을 시행할 때는 이주해 올 구텐베르크들의 거주지도 만들게 된다. 그렛시엘에서 시행한 엔트비켈른의 설계도 사본을 보고 싶다."
프랭탕 상회와 길베르타 상회는 직접 자신들의 가게를 설계했었을 것이라고 페르디난드가 말했다. 이전할 예정이 없었던 공방은 아렌스바흐의 공방을 참고한다고 한다.
"덧붙여, 구텐베르크들에게 이주 명령을 내려주지 않겠는가? 일부는 영주 회의 직후에 이주해와 로제마인의 전속으로 움직여주었으면 한다. 이미 중앙으로 이동할 준비를 해왔을 것이니 문제 없겠지."
페르디난드는 결코 평민들에게 있어 갑작스러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나의 이동과 함께 이동하지 않으면 새로운 환경에서 전속으로 활동하기 어려워질 것이니 그걸로 문제 없다.
"……이주 명령을 내리는 것은 상관 없다만, 함께 이동하는 아랫마을 상인들과 직접 만나보지 않아도 괜찮은가?"
그러면서 양부님이 나를 보았다. 벤노 일동과 구텐베르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립고, 만날 기회가 있다면 만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랫마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다.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시선을 향했다.
"전, 여신의 강림으로 인해 일부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그 회합에는 머리장식 직인도 동석하나요?"
"아마도. 그렇기에 지금은 그만 두는 것이 좋다. 서로 만나 기억이 이어져도, 이어지지 않아도 너는 분명 평정심을 잃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신들의 은력이 폭주하기라도 한다면 너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도 위험하다. 적어도 신들의 은력을 지운 상태로 측근을 배제하고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페르디난드의 우려가 아무래도 실감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린다. 기억에 없는 사람과의 만남이 어떤 형태가 될 지, 나는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본 페르디난드가 조금 눈을 내리뜨렸다.
"질베스타, 오늘 밤은 이 기숙사에서 금가루를 만들게 할 것이다만, 그래도 마력이 줄지 않으면 내일은 아렌스바흐로 돌아가겠다. 이만큼이나 마력이 줄어든 이 기회에 신들의 은력을 지우지 못한다면 로제마인은 회복한 마력과 함께 증가하는 신들의 은력을 견디지 못하고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오르겠지. 이름을 바친 모든 자들과 함께……."
새로운 첸트가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오를 가능성에 대한 시사에 질베스타가 꾸욱 눈을 감았다.
"유르겐슈미트의 명운을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게다가 기억까지 잃었다고? ……로제마인에게 어디까지 부담이 지워지는 것인가."
"괜찮아요, 양부님. 굳이 의식하지 않으면 기억이 없다는 자각은 들지 않기에, 그다지 불편하진 않습니다."
나가 양부님을 위로하며 그렇게 말하자, 페르디난드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편하지 않더라도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 얼른 마력을 고갈시키겠다. 이대로는 기억을 되찾을 수도 없다."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안아들고 방의 출입구를 향해 걸어간다.
"최대한 협력하겠다. 로제마인을 부탁한다, 페르디난드."
양부님이 올도난츠를 날려 대화의 종료를 알리자 문이 열리고 측근들이 들어온다.
"페르디난드 님, 제 방으로 돌아갈 뿐이니 걷겠습니다. 내려주세요."
가을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겨울의 도래를 앞당긴다던가, 마력으로 물들여 달라고 했던 의미를 새삼 이해한 참에 이렇게 끌어안는 것은 좀 봐주었으면 좋겠다.
"너를 걷게 하면 마력이 고갈되기 전에 먼저 지쳐버릴게 아닌가. 오늘 밤 내로 마력이 고갈되지 않으면 너는 회복약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아렌스바흐의 기원식을 치뤄야 한다. 일의 중대성을 이해하고 있는가? 애처럼 굴지 말도록."
……애가 아니니까 내려달라는 거잖아! 페르디난드 님은 바보 바보! 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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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을 고갈시키는 것이 만만치 않아 내심 머리를 감싸안고 있는 페르디난드.
겨우 알게 된 말의 의미에 머리를 감싸안는 로제마인.
로제마인의 상황에 따라서는 나라가 붕괴한다는 말에 머리를 감싸안는 질베스타.
다음은 마력 살포 기원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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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페르디난드... 하...... 이 요망한...............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94화. - 마력 고갈계획 -|작성자 치천사
금가루 만들기와 귀환
"퇴실할 것이니 물러나라. 방해다."
들어오려는 양부님 등의 측근들을 밀어내듯이 하며 페르디난드는 나를 안아든 채 방을 나왔다. 방 밖엔 나와 페르디난드의 측근들도 있어, 안겨 나온 내 모습에 눈을 크게 뜬다.
"페르디난드 님!? 로제마인 님에게 무언가 이변이 있었습니까!?"
제일 먼저 달려온 것은 할트무트였지만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파렴치함을 질타하거나 조롱하는 듯한 기색은 전혀 없이, 매우 절실하고 절박한 듯한 초조함이 어린 목소리 같았다. 코넬리우스 오라버님도 질문하고 싶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것도 결코 지금의 상황을 탓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어라? 혹시 이 상태를 묘하게 의식하고 있는 건 나 뿐인가?
"조금이라도 로제마인의 체력 소모를 억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혼자서 돌아다니지 않도록 주의해주었으면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향후 회복약을 사용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약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것인가요? 체력을 크게 회복시키는 약도 사용할 수 없습니까?"
할트무트의 질문에 측근들이 집어삼킬 듯한 눈으로 페르디난드를 바라보았다.
"그 약은 체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강하지만 그렇다고 마력이 전혀 회복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아주 조금 마력이 회복한 것만으로도 신들의 은력이 크게 늘어 로제마인의 몸에 부담이 되는 것 같다. 나는 되도록 사용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페르디난드는 분한 듯이 "마력이 전혀 회복되지 않는 회복약을 연구할 시간도 없다" 라며 안젤리카에게 나를 건넨다.
"로제마인 님은 정말 큰일이신 모양이네요."
알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미묘한 어조로 안젤리카에게 위로 받고 나는 조금 시선을 피했다. 모두가 생각하는 "큰일이다" 와 내가 생각하는 "큰일이다" 에는 꽤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에그란티느 님 앞에서 파렴치한 말을 해버렸는데 어쩌지!? 라고 생각하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 같다.
페르디난드 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측근들은 내가 누구에게 안겨 있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다들 너무나도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부끄러워하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우라노 시절부터 내내 연애와는 인연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와서 갑자기 연애 사건이 일어날 리 없고, 일어나지 않은 일로 동요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겠지.
……나는 책과 연애할 수 있으면 되고, 내용물이 변하지 않은 책벌레 귀신이 제대로 된 연애 따위 할 수 있을리 없고, 애당초 페르디난드 님에게 연애라는 것이 있을 수 없고, 묘하게 의식하는 자의식 과잉에도 정도가 있다. 응응.
스스로를 타이르며 나는 천천히 심호흡한다. 에그란티느 앞에서의 실패는 뼈아팠지만, 태 생각과는 달리 주위는 페르디난드와의 접촉에 대해 책망하지 않는 것 같다.
……어라? 그렇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리감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비상 사태니까? 아니, 하지만 그 때도 비상사태였었지?
뭔가 의아하게 생각되어 질문하려 얼굴을 들었을 때, 페르디난드는 측근들을 빙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의 금가루 작성으로 오늘 밤 안에 마력이 고갈될 때까지 마력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까지의 소비율을 생각하면 낙관할 수 없다. 또한, 하룻밤 자게 되면 약간이나마 마력이 회복된다. 얼마나 회복되는지는 알아봐야 하겠지만, 전혀 회복되지 않는 일은 없겠지. 따라서 내일 내로 아렌스바흐를 마력으로 채우는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춰두고 싶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예정이었지만 반박하는 측근은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까지 시간이 없는 건가" 하고 초조함을 띄울 뿐이다.
"아렌스바흐로의 동행 허가를 받은 측근들은 지금부터 기숙사 내의 짐을 정리하고 아렌스바흐로 돌아가 기원식의 출발 준비를 하도록. 작년의 아렌스바흐는 흉작이었기에 요리사와 식재료의 수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여차하면 체력을 크게 회복시키는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로제마인이 사용할 약품은 내가 준비하겠다. 할트무트, 그대는 신전장복 그대로 신전으로 가 신구를 빌려오도록. 귀족이 기원식을 치를 것이라고 하면 불평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모처럼이니 모든 신구를 신들의 은력으로 가득 채워버려라, 라고 페르디난드가 말했다. 기원식에서 성배의 마력이 사용되기 때문에 청색 신관들의 마력을 봉납하기 위한 신구는 성배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리햐루다, 나중에 기사들이 금가루로 만들기 위한 소재를 가져올 것이다. 에렌페스트 측의 근시나 문신을 현관에 대기시켜 두었으면 한다. 그리고 아렌스바흐의 잡무는 이쪽에서 맡고 있다만, 오늘 치른 의식으로 인해 로제마인에게 직접 올도난츠가 날아올지도 모른다. 타령의 아우브나 왕족과의 면회 의뢰 등은 모두 거절해주었으면 한다."
신들의 은력을 바닥내는 것 이상으로 급한 일은 없기에 영주 회의에서 논의하면 충분하다고 한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리햐루다는 "알겠습니다" 라고 승낙한다.
"로제마인, 나는 지금부터 기수용 마석을 준비하러 갈 것이다. 최대한 고른 크기를 가진 훈색 마석을 준비할 것이니, 그것을 너의 마력으로 물들여 모든 마석을 한 덩어리로 붙여 지금의 마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수를 만들도록."
귀중한 훈색 마석을 몇 개나 사용해 기수를 만들어도, 이후 내 마력이 다시 물들어버리면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페르디난드라면 뭔가의 조합에 사용할지도 모르지만, 금가루도 아닌 타인의 마력으로 물든 기수용 마석의 쓰임새가 당장은 떠오르지 않았다.
"……바로 못 쓰게 될 텐데, 훈색 마석을 많이 쓰는 것은 아깝지 않을까요?"
"그럴지도 모른다만, 며칠이나 계속될 여행에서 너와 여행에 익숙지 못한 측근들이 쉴 곳이 없으면 곤란하지 않은가. 기베의 저택을 이용하면 쓸데없이 체력을 소모하기에 그쪽의 예정은 없다. 기사라면 몰라도 근시는 농촌의 겨울의 집에서 머물거나 야영을 했던 경험이 없겠지. 조금이라도 안전하고 쾌적하게 쉴 곳을 확보해야 한다."
나는 짝 하고 손을 마주쳤다. 확실히 기베의 저택을 빌리게 되면 긴 인사부터 시작해 식사도 함께 해야 하기에 시간만이 헛되이 지나간다. 애초에 페르디난드로부터 회복약의 사용을 가능한 한 피하라는 말을 들은 나는 낯선 땅의 낯선 귀족과 매일같이 교제할 체력이 없다.
그리고 기사도 아닌 평범한 귀족 여성 중에 야영 경험자는 없을 것이다. 측근들을 위해서도 레서 버스는 편리할 것이다.
……드디어 페르디난드 님도 레서 군의 대단함을 알아줬어!
"기수용 마석을 만든 다음엔 방으로 가져오는 소재를 계속 금가루로 만들어 조금이라도 마력을 소비해 둬라. 자고 일어나면 얼마나 마력이 회복되는지 내일 아침에 물어볼 것이니, 마력량을 항상 의식해두도록. 그리고 절대로 쓸데없이 체력을 사용하거나 감정적으로 되지 말고, 얌전히 받은 소재를 금가루로 만들고 있도록."
나의 생명의 위기는 나에게 이름을 바친 모든 사람들의 위기이기도 하다며 페르디난드는 엄한 표정으로 몇 번이고 주의시켰다. 꿀꺽 숨을 삼키는 소리가 주위에서 들린다. 목숨의 무게가 어깨를 무겁게 짓눌러온다.
"이궁의 귀족들은 지금부터 차례대로 아렌스바흐로 돌아간다. 그대들도 준비가 되는 대로 이궁으로 이동하도록. 리햐루다, 로제마인을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지시를 쏟아낼 만큼 쏟아내자 페르디난드는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을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떠나간다. 그 뒷모습을 배웅하지도 않고 할트무트가 발을 돌려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준비를 서두르지요."
아렌스바흐로 한 발 먼저 돌아가는 측근들이 많아 모두가 이리저리 바삐 돌아다니는 가운데 샤를로테와 그 측근들이 에렌페스트의 채집지에서 기사들이 채집한 소재를 가져왔다.
"신들의 은력이 몸에 부담을 주기에 한시라도 빨리 그 영향을 지워야 한다고 어머님으로부터 간단히 사정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 소재가 있으면 조금은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까요? 지금은 언니를 위해 칼스테드가 기사들을 이끌고 채집지에 가 있습니다."
샤를로테는 자신의 측근에게 소재가 든 자루를 가져오라고 명하며 바삐 일하고 있는 측근들을 바라보았다. 손님을 맞이하기보다 출발 준비를 우선하고 있는 측근들이 많은 방의 모습을 둘러보고 나는 리햐루다에 시선을 향한다. 소재를 전달받는 것은 문관이나 근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샤를로테를 맞을 준비는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리햐루다……."
"이런 상황인지라 샤를로테 님의 방문을 사양할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어떻게든 공주님과 이야기를 하고 싶으시다고 하셨습니다."
리햐루다의 말에 나는 샤를로테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샤를로테는 난처한 듯이 속눈썹을 떨어뜨렸다.
"무리한 요청을 하고 말았습니다만, 제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미 출발 준비가 시작되고 있었네요. 조금 안심했습니다. 전, 어머님으로부터 설명을 들었을 때, 언니는 최대한 빨리 귀족원을 떠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건의를 드리려 했었습니다."
샤를로테는 안심했다고 말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듯이 남색의 눈동자를 일렁이며 나를 바라본다. 아무래도 샤를로테는 내가 간과한 것을 눈치채고 있는 것 같다.
"저기, 샤를로테. 최대한 빨리, 라는 것은 어째서인가요?"
"언니가 말과 행동으로 증명해 주시지 않았나요. 성무를 수행하면 빛의 기둥이 서는 귀족원은 유르겐슈미트에서 신들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그만큼 신들의 영향이 클 가능성이 높기에, 신들의 영향을 억제하려면 한시라도 빨리 떠나는 것이 언니의 몸에 부담이 적지 않을까요."
샤를로테의 설명에 나는 눈을 깜박였다. 듣고 보니 그 말대로다. 알고는 있었지만,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최대한 빨리 귀족원을 떠나는 것이 좋다.
"숙부님이 준비를 갖추고 계시다면 안심입니다. 언니는 타인의 목숨을 무척 아끼시는 것에 비해 당신 자신의 생명을 경시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아요. 저는 도서관 도시를 만들어 책에 둘러싸여 살 거니까요."
조금 대답을 망설여버린 것은 "여신의 도서관으로 갈 수 있다면 죽는 것도 두렵지 않아"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출입금지 당해 버려서 지금은 메스티오노라로부터 허가가 나올 때까지는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저도 언니의 도서관 도시로 놀러가고 싶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신들의 은력을 지워주세요.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할게요."
측근들의 방해가 되니까, 라며 샤를로테는 바로 퇴실한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지금은 제대로 대접할 여유도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가져온 자루 속에 손을 넣고 나는 안에 담긴 소재를 잇달아 금가루로 만들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안을 휘젓다가 고형물이 없어지면 다음 자루에 손을 넣는 느낌이다. 신들의 은력이 없었을 때도 금가루를 만드는 것에는 고생하지 않았기에, 신들의 은력이 있는 지금은 아무리 금가루를 만들어도 마력이 사용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금가루 만들기는 그다지 효과가 없어보인다.
……에렌페스트와 자신의 도서관 도시를 위해서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긴 하지만, 마력은 줄어드는 것 같지 않네.
에렌페스트의 소재를 금가루로 만들던 와중에 아렌스바흐로부터 소재가 도착한다. 그것도 금가루로 만들어 간다.
저녁 식사 무렵엔 페르디난드로부터 가죽 자루에 가득 담긴 훈색 마석이 배달되었다. 나는 저녁 식사 후 그것에 마력을 쏟으며 "동그래져라. 붙어라" 라고 생각하면서 기수용 마석을 만들었다. 신들의 은력 때문인지 익숙한 옅은 노란색 색조가 아닌 훈색 레서 군이 만들어졌다.
……와우, 그다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레서 군이 진화했어. 훈색이라니, 너무 미묘하잖아.
그래도 대량의 훈색 마석을 물들이면서 조금 마력이 줄어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 기뻐진 나는 취침 시간까지 부지런히 금가루를 만들었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친 나는 신전장복으로 갈아입고 다목적 홀로 옮겨졌다. 거기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금가루를 만들며 페르디난드가 오는 것을 기다린다.
"로제마인, 하룻밤 사이에 어느 정도의 마력이 회복되었지?"
"……그렇네요. 훈색 마석으로 기수를 만들고 금가루 작성에 사용한 마력은 완전히 회복되었네요."
기수를 만들면서 마력 고갈을 향해 한 걸음 전진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두 걸음 물러나버린 듯한 기분이다. 내가 입술을 삐죽이자 작성된 금가루의 양을 보고 있던 페르디난드가 관자놀이를 눌렀다.
"하룻밤 잔 것만으로도 거기까지 회복하는 건가. 신들의 은력에 의한 고통이나 영향 같은 것은?"
"마력이 회복한 만큼 커지게 됩니다만, 마력 자체가 사 분의 일 정도라 지금은 아직 괜찮습니다."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신음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고통은 없다. 기껏해야 좀 열이 올라 멍하거나 몸이 조금 무거운 듯한 느낌이 들 뿐이다. 내 발언에 페르디난드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회복약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그만큼의 마력이 회복되는 것인가. ……정말로 시간이 없을 것 같군."
그러면서 페르디난드가 나의 호위기사에게 시선을 향한다. 이 기숙사에 있는 호위기사는 다무엘과 유디트 뿐이다. 두 사람 이외엔 이미 아렌스바흐에서 준비하고 있다.
"로제마인은 우리가 데리고 가겠다. 그대들은 영주 회의 후 로제마인의 관계자가 신속하게 에렌페스트에서 새로운 영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힘을 다하라."
"넷!"
페르디난드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나를 안아올리고 걷기 시작한다. 기숙사 밖에서는 아렌스바흐의 기사들뿐 아니라 타령의 귀족들도 있었다. 나의 모습을 본 귀족들이 길을 막듯이 몰려들어 쓰윽 무릎을 꿇었다.
"여신의 화신이시여, 부디 아렌스바흐 뿐 아니라 저희들의 영지에도 예지와 축복을 베풀어 주십시오."
가벼운 축복마저도 주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나는 페르디난드의 옷을 잡았다. 페르디난드는 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 소동의 원인인 아렌스바흐보다도 정변에서 진 영지를 구제해달라는 하소연이다. 무시해도 상관 없다. 정변으로 인한 분쟁은 왕족의 일이니까. 그보다 서둘러야 한다. 물러나라."
페르디난드는 타령의 귀족들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아렌스바흐의 기사들에게 눈짓한다. 기사들이 타령의 귀족들을 밀어내고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길을 막아서지 말아라. 로제마인 님이 지나갈 수 없다."
중앙동의 전이문이 늘어선 복도를 페르디난드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왕족의 이궁으로 이어지는 문보다 더 안쪽, 지금은 페어베르겐의 인장이 해제되어 있는 최심부의 문을 기사가 열고, 나는 이궁으로 이동했다.
이궁에 도착해, 창문에 창살이 달린 건물에서 옆 건물로 이동한다. 창살 달린 건물은 아달지자의 공주와 세례식 전의 아이가 살던 건물이고, 다른 깨끗이 정돈되어 있는 건물은 방계 왕족으로 등록된 자들이 살았던 건물이라 한다.
란체나베의 관과 연결된 전이진이 있는 것은 방계 왕족의 건물이었기에 페르디난드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이동한다. 텅 비어 인기척이 없는 별궁 안을 기사들이 척척 나아간다.
"우리가 먼저 가겠다."
전이진에 탈 수 있는 것은 세 명 까지이다. 나, 페르디난드, 에크하르트 오라버님 셋이 전이해 나가자, 그 앞에 나의 측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페르디난드는 나를 안젤리카에게 건네고 바로 몸을 돌려 이궁으로 돌아간다.
"페르디난드 님이 최종 확인한 뒤에 이궁으로 이어지는 이 관을 완전히 폐쇄한다고 합니다. 무언가의 착오로 인해 이궁에서 이곳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곤란하니까요."
레오노레가 그렇게 알려주었다. 나는 "앞으로 새로운 첸트가 사용할 건물에 아렌스바흐 사람들이 드나들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라고 들었지만 타령 사람의 침입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폐쇄하게 되는 모양이다.
"출발 준비를 갖추어두었습니다, 로제마인 님. 먼저 성으로 돌아가라는 페르디난드 님의 명령이 있었으니 기수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마력을 소비하는 것이 좋다면 로제마인 님도 기수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새로 만드신 거죠? 라는 할트무트의 질문에 나는 끄덕 고개를 끄덕였다. 안젤리카에게서 내려온 나는 훈색 레서 군을 발표한다.
"모습은 변하지 않았지만 색이 훈색이 되어서 좀 귀여움이 없어졌습니다."
시무룩한 기분으로 내가 1인승 크기로 만든 훈색 레서 군에 오르자, "그렇지 않습니다" 라고 모두가 위로해준다.
……우우……. 다들 상냥해.
"귀엽지는 않습니다만, 매우 성스럽습니다. 여신의 화신에게 어울리는 탈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이런 전속성으로 빛나는 기수는 처음으로 봤습니다! 훌륭합니다."
위로해줘서 상냥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다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로서는 전 레서 군이 더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구륜 같다며 뜨악해하고 있던 모두가 지금은 전속성의 광채에 환호하고 있다.
……미안. 이쪽의 센스는 역시 이해하지 못하겠어.
나는 여신의 화신다운 색상이라고 찬양받으며 기수를 타고 성으로 돌아갔다. 훈색 래서 군이 미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 뿐인 듯, 측근들 뿐만 아니라 성 사람들도 전속성의 광채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무나 아름다운 기수라고 생각합니다, 로제마인 님."
"새로운 아우브의 기수에서 모든 신들의 은력을 느낍니다. 이 어찌 성스러운……."
……형태는 마찬가지인데! 아름답다니!
"로제마인 님, 기수를 치우고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먼저 신구에 마력을 채워주십시오. 그리고, 이 성배를 사용할 수 있는지 시험해두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납득하지 못한 채, 나는 할트무트가 신전에서 반출해온 신구에 마력을 담아 간다. 많은 청색 신관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마력을 채우는 신구도 꽤나 금방 마력이 가득 찬다. 조금 줄긴 했지만 그래도 고갈과는 거리가 멀다.
"신구는 이렇게 쉽게 마력이 차는 것이 아니지요?"
"이 얼마나 풍부한 마력인가요."
그 후, 성배를 들어 기울이자 훈색 액체가 흘러나왔다. 물의 여신에게 바치는 축문을 외우지 않으면 자신의 마력색이 그대로 흐르는 모양이다. 기원식에선 초록색 액체가 흘러나왔던 것을 봤었기에 묘한 기분이다.
"로제마인 님의 마력을 직접 흘리는 것은 문제 없는 것 같네요."
"기원식 때는 플루트레네의 귀색이었죠? 이 상태로 땅을 채울 수 있을까요?"
"시험해보지요."
할트무트가 성배를 손에 들고 가볍게 성의 마당에 흩뿌렸다. 나는 멋대로 움직이지 말라는 말을 들었기에 의자에 앉은 채이지만, 귀족들은 정원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감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보십시오. 꽃이 피었습니다."
"조금 녹색이 짙어지지 않았습니까?"
성배에서 뿌려진 훈색 액체의 영향에 주위의 귀족들이 "과연 여신의 화신이다" 라며 감탄한다. 그런 칭찬이 조금 귀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나는 빨리 이 힘을 지우고 싶은 것이다. 신들의 은력을 뒤집어 썼을 뿐, 나 자신은 별로 대단하지도 멋지지도 않다. 신들의 은력이 사라지면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것을 도대체 얼마나 되는 사람이 이해하고 있는 걸까.
……신들의 은력이 사라져도 이 사람들은 나를 이 영지의 아우브로 인정해줄까?
그런 불안이 은근히 가슴에 퍼졌다. 어쩐지 신들의 은력을 포기하는 것이 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신들의 은력을 끌어안은 채로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떠올랐다.
"로제마인 님이 이 은력으로 아렌스바흐의 모든 것을 정화하고 채워주시는 것이군요."
감격과 기쁨을 드러내는 귀족들을 둘러보고, 할트무트가 훗 하고 차갑게 웃었다.
"그대들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로제마인 님이 죄에 물든 아렌스바흐를 정화하고 채우는 것은 그대들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로제마인 님을 위한 도서관 도시를 만들기에 적절하지 않은 상태이기에 그것을 정돈하는 것 뿐입니다."
"지금 이대로는 도저히 로제마인 님이 기거하실 만한 곳이 아닙니다. 당신들은 자신들이 아렌스바흐의 귀족이라고 주장하며 죄인이 될지, 로제마인 님을 숭상하는 신민이 될 것인지, 두 가지 길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해야겠죠. 조금 교육이 부족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클라리사가 당연하다는 얼굴로 할트무트의 주장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런 광신자로 가득한 영지도 솔직히 싫다. 영민은 책을 좋아해주기를 바라지만, 좀 더 보통인 것이 좋다.
"할트무트, 클라리사……."
"로제마인 님, 실은 새로운 첸트로부터 문서가 와 있습니다. 영주 회의에서 발표하기 위해 새로운 영지의 이름, 색, 문장에 희망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합니다. 페르디난드 님은 기원식 후에 정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만, 앞으로 모두에게 도서관 도시의 주민이라는 자각을 갖게 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새로운 영지의 이름을 정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도서관 도시에 걸맞는, 원하시는 이름이 있으십니까? 라는 질문에 나는 조금 생각한다.
새로운 영지의 이름.
책이 가득한 도서관 도시에 걸맞는 이름.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나는 여기서 자신을 위한 도서관 도시를 만들고 말겠다는 기분이 뭉클뭉클 싹트기 시작한다. 싹트임의 여신 브루앙파에게 기도를 드리려다가 그만두었다.
……기도하면 안 돼. 인내, 인내.
그래도 이름을 생각하거나 문장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도서관 도시에 한 발짝 다가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머릿속에는 귀족원에서 과제로 제출했던 도시 계획이 절찬 전개 중이다.
……약초원을 병설한 도서관이 있었던 고대 도시 알렉산드리아와 인쇄기술이 발달한 이후 서점 수가 세계 1위였을 정도로 정도로 책이 가득한 교역도시가 된 베네치아 중에 어느 쪽이 좋을까? 아니면 세계 유명한 도서관의 이름을 딸까? 아아아아, 고민된다.
내가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에 페르디난드 일행이 기수를 타고 돌아왔다.
"기다리게 했군. 바로 출발한다."
"페르디난드 님은 알렉산드리아와 베네치아 중에 어느 쪽이 새로운 영지의 이름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그건 이런 긴급 상황에 바로 해야만 하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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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샤를로테와의 대화를 넣었더니 기원식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훈색 레서 군, 탄생!
로제마인은 불만족이지만 그 색조만으로도 의외로 주위의 평가는 높습니다.
머리에 떠오른 도서관 도시 계획에 들떴던 로제마인을 현실로 되돌리는 페르디난드.
다음에야말로 기원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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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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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긴장감 없는 지뢰왕자의 모습에 속이 타들어가는 페르냥이었습니다.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95화. - 금가루 만들기와 귀환 -|작성자 치천사
마력 살포 기원식 전편
들뜬 기분으로 묻자 페르디난드가 엄청나게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뭐든 일단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한 질문이지만, 확실히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은 아니다.
"긴급시에야 말로 즐거운 일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기분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을 귀찮게 할 만한 화제가 아니었네요. 신님의 조언이라도 받아 제가 알아서 정하겠습니다."
……어·느·쪽·이·좋·을·까·요. 하·늘·땅·별·땅·각·개·별·땅.
머릿속에서 오른쪽을 알렉산드리아, 왼쪽을 베네치아로 두고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자, 페르디난드에게 꽉 손을 잡혔다.
"기다려라. 지금은 신들에게 기도할 때가 아니다.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긍정적으로 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만, 네가 생각하는 이름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어감이 생소한 부분이 있다. 그 이름을 후보로 한 유래와 의의를 듣고 판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페르디난드의 말에 나의 측근들이 몇 번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영지의 이름은 매우 중요하니 모두의 의견을 듣고 충분히 음미하며 생각하는 편이 좋겠네요."
"영지의 이름은 로제마인 님 뿐만 아니라 대대로 아우브가 사용할 것이니까요."
도서관 마술도구의 이름으로 "켄사쿠(검색)" 와 "오팩(온라인열람목록)" 을 후보로 내었다가 기각되고, 어느새 "아드렛" 이 되었던 때와 같은 분위기가 되고 있다.
……응? 설마 또 은근슬쩍 기각되는 건가?
도서관 마술도구의 이름이라면 다시 만들면 자신이 붙이고 싶은 이름을 붙일 수 있으니 상관 없지만, 도서관 도시의 이름을 정하는 것은 한 번 뿐이다. 이 명명권을 양보할 생각은 없다.
"알렉산드리아라는 것은……."
"긴급 사태라고 하지 않았나. 밤에는 이야기를 할 시간이 있으니 밤에 해라. 네 도서관 도시 계획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싶던 참이다. 설계도가 없으면 엔트비켈른을 할 수도 없으니까. 새로운 영지의 이름을 정하는 것은 그 때면 되겠지. 그보다 지금은 최대한 황무지를 치유해가고 싶으니 전이진을 그리도록 해라."
페르디난드는 파닥파닥 손을 흔들며 대수롭지 않게 흘려넘겼지만, 밤에 이야기할 수 있다면 상관 없다. 나는 "구루투리스하이트" 라고 주창하고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꺼내 코피페로 전이진을 만든다.
오오, 하고 탄성이 오르는 와중에 바로 근처까지 다가온 페르디난드가 조용히 물었다.
"신구를 썼는데 괜찮은 건가?"
"……좀 경솔했습니다만 전이시키면서 마력을 사용하면 아마 괜찮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바보가."
전이진을 준비해 마력을 쏟는 것은 나이지만, 전이진을 작동시키는 것은 아렌스바흐의 초석으로부터 아우브로 인정받고 있는 페르디난드이다. 페르디난드는 약간 큰 마석을 들고 슈 타프를 꺼내, "네류셀, 빈데발트" 라고 주창했다.
나와 페르디난드의 측근들에 더해 전속 요리사와 식재료 등도 이동시켰기에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마력이 줄었다. 그래도 남아 있는 마력량과 비교하면 미미한 양이지만.
"인기척이 없어서 을씨넌스럽네요."
전에 찾아왔을 때는 "저런!" 대합창과, 연회와, 딧타로 불타오르는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황폐하고 푸르름이 적은 토지밖에 보이지 않는다.
"완전히 봉쇄하고 하인들도 인근 마을로 이동시켰으니까. 네가 새로운 기베를 임명할 때까지는 이대로이다."
내가 영주 회의에서 정식으로 아우브가 될 때까지 새로운 기베를 임명할 수 없기 때문에 빈데발트의 관은 폐쇄된 채이다. 엄밀히는 임명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첸트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하지 않는 편이 무탈하다 한다.
"빨리 임명하지 않으면 이 땅에서 사는 평민도 힘들겠죠."
기원식과 수확제를 치르고 징세하는 귀족이 없으면 평민들은 세금을 낼 수 없다. 징세할 귀족이 없어도 세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벌을 받는 것은 평민인 것이다.
"최대한 빨리 임명할 수 있도록 영주 회의까지 몇몇 후보를 선별해 둘 것이니, 일단 지금은 기수를 꺼내 근시와 요리사가 일할 수 있도록 해라."
"네."
나는 훈색 래서 군을 꺼내 캠핑카 같은 구조를 생각하며 점점 크게 만든다. 나만이 아니라 모두가 잘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어떤가요? 이걸로 모두가 안전하게 잘 수 있습니다."
이층 버스 같은 크기로 된 레서 군을 보이자 페르디난드는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리면서 잇달아 추가요구를 해온다. 남녀가 다른 층을 사용하도록 하라거나, 하인이 쉴 장소는 별도로 만들라거나, 너무 좁다거나, 천장이 너무 낮다는 등, 캠핑카 수준 이상의 넓이가 요구되어, 최종적으로 이층집 같은 형태가 되어 버렸다.
"페르디난드 님. 더 이상 레서 군이 『 쿠루마 』로 보이지 않습니다만……."
"기수가 이래도 되는 건가요" 라고 오히려 내쪽에서 묻고 싶을 정도였지만, 페르디난드는 "여전히 너의 기수는 비상식 덩어리다만, 이것으로 됐다" 라며 만족스럽게 몇 번인가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디난드 님에게만은 비상식이라는 말을 듣기 싫다구요! 흥!
"이 우물을 사용해도 상관 없으니 식사와 잠자리의 준비를 하도록. 로제마인과 나는 호위기사를 데리고 땅을 치유하고 오겠다."
기수를 유지하기 위한 마석을 두고, 근시와 요리사들을 남기고, 나는 성배를 안고 페르디난드의 기수에 동승한다. 빈데발트의 여름의 관을 중심으로, 오전에는 북동을 치유하고, 오후는 남쪽으로 향한다고 한다.
"그럼 바로 농촌으로 가죠."
하늘로 뛰어오르는 하얀 사자 위에서 내가 페르디난드에게 그렇게 말하자 페르디난드는 고개를 가로로 흔들며 농촌 상공을 지나친다.
"아니. 먼저 마을에서 떨어진 장소부터 마력을 쏟을 예정이다."
"어째서죠? 기원식이니 농촌으로 가면 되는 것 아닌가요?"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농촌으로 가는 것이 제일이다. 영지가 이렇게나 황폐화된 상황에선 농촌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된다. 이렇게나 영지 내의 마력이 마른 상태에서 농촌에만 마력을 쏟으면 마수가 농촌에 밀어닥칠 확률이 높다. 먼저 마수의 주요 서식지부터 마력을 쏟은 다음에 농촌에 마력을 쏟지 않으면 농민이 습격당한다."
영지의 마력이 부족해 마력에 굶주려 있는 것은 마수도 마찬가지라 마수가 마력이 풍부해진 농촌을 습격하는 일이 없도록 산과 숲을 치유해 둘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럼 산과 숲까지 빠르게 이동해야겠네요. 성배에서 마력이 흘러넘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안고 있는 성배에서 훈색 액체가 넘치기 시작한 것을 보고, 페르디난드가 더욱 기수의 속도를 올렸다.
성배에서 흘러나온 훈색 액체가 쏟아지자, 황폐화된 땅이 검게 물들고, 녹색 부분이 증가하며, 마치 풍경이 제 색깔을 찾아가는 것처럼 선명해져 가는 것을 눈에 띄게 알 수 있었다.
내 본래의 마력으로는 신에게 기도를 드리지 않으면 이렇게 토지 자체를 치유할 수 없다. 기껏해야 마력을 노린 마수나 마목이 거대화하는 정도다.
……신들의 은력은 정말로 굉장하네.
그러나 내가 감탄하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을 수 있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곧 팔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페르디난드 님, 큰일입니다. 성배를 안고 있는 팔이 더 이상 버티기가……."
"4의 종까지 좀 더 참아라."
"최대한 참아 보기는 하겠습니다만, 성배를 떨어뜨릴 것 같습니다."
신구인 성배는 제법 크다. 80센티 정도 높이의 와인 잔 모양이다. 자신의 마력으로 물들이면 무게를 거의 느끼지 못하기에 무겁지는 않지만, 이것을 계속 안고 있는 것은 의외로 힘들었다.
페르디난드의 도움을 받아 성배를 추스르며 4의 종이 울릴 때까지 열심히 했지만, 솔직히 "이제 무리!" 라고 목소리를 높여 외치고 싶다. 마력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토지도 치유되고 있지만, 살포 방법은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점심을 위해 레서 버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 앞서 돌아온 할트무트가 남아있던 근시들에게 도도히 말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야말로 여신 강림이라 할 정도로 매우 신비롭고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신들의 은력을 얻어 이채롭게 빛나는 여신의 화신이 그 우아한 손으로 성배를 기울여 전 속성의 휘광을 따르자, 게둘리히는 치유되어 촉촉함을 머금고, 브루앙파의 도래와 함께 새싹이 잇달아 돋아나고, 언바욱스의 인도에 의해 잎은 푸르름을 더하며……."
"할트무트, 그것은 긴급시인 지금 해야만 하는 것인가요? 지금이 아니어도 좋다면, 로제마인 님이 주무신 이후에 들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주인의 활약은 매우 궁금하긴 합니다만, 전, 로제마인 님의 시중을 우선해야 하니 실례하도록 하겠습니다."
리제레타와 그레티아는 익숙한 태도로 할트무트의 찬가를 흘려넘기고 있지만, 페르디난드의 근시로 동행하고 있는 젤기우스는 어쩔 줄 몰라하며 열심히 맞장구를 치고 있다.
"페르디난드 님, 젤기우스를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나요?"
"유스톡스가 가고 있으니 문제 없다."
젤기우스에게 다가간 유스톡스가 젤기우스의 손에서 페르디난드에게 급사할 예정이던 그릇들을 건네받고 이쪽으로 걸어온다.
"……저건 도운 게 아니라 제물로 바쳤다는 거예요."
"근시에게 있어 최우선은 주인의 시중이다. 문제 없다."
……힘내라, 젤기우스.
마음 속으로 응원을 보내고, 나는 리제레타가 늘어놓는 접시로 시선을 향한다. 따뜻해보이는 김을 물씬 내뿜고 있는 접시를 보고 있자, 리제레타가 조금 몸을 기울여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로제마인 님, 어딘가 피곤하신 것처럼 보입니다만, 괜찮으신가요?"
"성배를 안고 있는 것도 꽤나 큰일입니다. 오후부터는 끈이든 뭐든 사용해 배 근처에 매달아 놓고 저는 손만 거드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끈으로 배에……입니까?"
조금 상상하듯이 리제레타가 시선을 위로 향한 뒤에 미묘한 표정이 되어 페르디난드를 보았다. 나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페르디난드에게 호소한다.
"비록 여신의 화신답지 않다는 말을 듣더라도 우아하게 안고 있는 것은 무리에요."
"그것은 오전 중에 이해했다. 허나, 마력이 줄어든 상태는 어떻지? 배에 매단다는 아름답지 못한 행동을 할 가치가 있는가?"
도서관 도시의 이름을 정하는 것이 뒷전으로 밀려날지도 모르는 비상시에 아름다움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뿐인 건가.
"마력이 줄어드는 속도는 좋은 느낌이에요. 이런 식으로 하루동안 마력을 뿌리고 있으면 하룻밤 자고 회복되는 분량을 생각해도……5일 정도면 고갈되리라 생각합니다."
"오후가 되기도 전에 피로를 느끼는 너의 체력은 전혀 계산에 들어있는 것 같지 않다만?"
"저의 체력을 고려하는 것은 페르디난드 님의 일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노려보며 초조해해도 곤란하다. 이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치의인 페르디난드가 판단했기 때문에 나는 그것에 따랐을 뿐이다.
"……즉, 더 효율이 좋은 방법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페르디난드는 생각에 잠긴 채 점심을 먹었지만, 결국 오후부터는 배에 성배를 매달고 마력을 뿌리게 되었다.
"지쳤습니다……."
"보면 안다. 칸나비츠에서 쓸데없이 체력을 소모한 네가 나쁘다."
빈데발트 전역과 남쪽의 칸나비츠를 마력으로 채운 나는 저녁을 먹을 무렵엔 꽤나 피곤해져 있었다.
"빈데발트에선 볼 수 없었던 바다를 칸나비츠에서는 볼 수 있었는걸요."
"바다 같은 건 아렌스바흐로 와서 몇 번이나 보지 않았나."
"몇 차례 성에서 내다보기는 했습니다만, 신들의 은력에 의해 칸나비츠의 어둡고 탁한 바다가 푸르고 투명해지며, 최종적으로는 물고기가 반짝반짝 빛나면서 튀어오르는 광경은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고기잡이에 나온 어부들이 점점 청명해져 가는 바다에 함성을 지르며 배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손을 들어 화답하거나, 서비스로 좀 넉넉하게 마력을 쏟거나 하고 있었기에 몹시 피곤하다. 그런 일로 쓸데없이 체력을 사용했다고 하면 반박할 말은 없지만, 생선 파라다이스가 되는 것을 목격한 순간에 조금 흥분해버린 것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훈색 레서 군이 주기된 장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는다. 동행한 측근들이 푸고와 엘라에게 생선을 건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선물은 필요하기 때문에 어부들에게서 사온 것이다. 식재료 보관에 사용되는 시간을 멈추는 마술도구에 넣어, 여정 도중에 느긋이 먹고 싶은 것이다.
"로제마인 님, 이쪽으로 오시지요. 페르디난드 님은 이쪽으로."
먼저 저녁을 먹는 것은 영주 일족인 나와 페르디난드 뿐, 측근들은 불하받은 것을 먹게 된다. 나는 최대한 빨리 먹으며 측근들이 오래 기다리지 않고 식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식후에는 차를 마시며 측근들이 식사를 마치는 것을 느긋하게 기다리게 된다.
호위기사로는 먼저 식사를 마친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라우렌츠가 붙고, 근시는 차를 준비하고 식사를 하러 가 있다.
나는 레서 버스 안의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신다. 나는 옆에 앉아 있는 페르디난드가 차를 마시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건넸다.
"자, 페르디난드 님. 그럼 도서관 도시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죠."
"……너는 방금 피곤하다고 하지 않았었나? 오늘은 더 이상 흥분할 만한 화제는 피하는 것이 좋겠지."
"엘라가 만들어 준 생선구이로 기운이 회복되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기대하고 있었는걸요."
페르디난드는 나의 이마, 손목을 잡고 진찰하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 앉아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꺼냈다.
"후보는 알렉산드리아와 베네치아였던가? 네가 제안한 이름치고는 비교적 제대로 된 어감이다만, 유래는? 꿈의 세계와 관계 있는 것이겠지?"
"제대로 된 어감이라니, 실례입니다."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된 후보를 내지 못하던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훗 하고 웃기에, 나는 칫 하고 얼굴을 피한다. 귀족이 되어 마인에서 다른 이름으로 개명할 때, 강해져 돌아왔다는 이미지로 이름 후보를 제안했다가 "유감스러운 것에도 정도가 있다" 라고 페르디난드에게 들었던 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전후나 세세한 부분이 그다지 생각나지 않는다.
"로제마인?"
"아, 유래였지요. 알렉산드리아는 약초원을 병설한 거대 도서관이 있던 고대 도시의 이름입니다. 전 세계의 책을 수집하던 도서관 도시였습니다. 베네치아는 구텐베르크의 인쇄가 시작된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서점이 있던 교역 도시의 이름입니다. 전, 베네치아처럼 책이 많고, 교역으로 많은 책이 모이는 거리로 만들고 싶습니다."
나의 설명을 듣던 페르디난드가 조금 생각에 잠긴 뒤, 말하기 곤란한 듯이 입을 열었다.
"베네치아는 그만 두는 것이 좋겠지. 란체나베와 어감이 비슷하다. 신들의 세계에서 따온 것이라 알리더라도 그다지 좋지 않은 억측을 받을 것 같다."
"란체나베를 연상시키는 어감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럼 알렉산드리아 라면 괜찮은가요?"
"알렉산드리아? 에렌페스트와의 관계가 드러나는 이름이 좋다고 생각한다만……."
초석을 얻은 것이 에렌페스트의 영주 일족이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좋다는 말에 한순간 "에렌드리아" 가 떠올랐다. 하지만 뭔가 음식 이름같은 느낌이었기에 급히 뇌리에서 지워버린다.
……조합하면 안 돼!
"알렉산드리아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구텐베르크들의 인쇄에 의한 책 제작과, 페르디난드 님의 연구소와, 제 도서관을 포함하는 도서관 도시에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렉산드리아의 약초원에는 대량의 표본과 연구 자료가 있었고, 도서관도 크고 여행객이……."
내가 필사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하자 페르디난드는 조금 질린 표정이 되었다.
"나에게 의견을 묻고 있는 것에 비해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지 않은가? 뭐, 네가 손에 넣은 영지다. 어지간히 곤란한 이름만 아니면 상관 없다."
"감사드립니다. 그럼 바로 알렉산드리아의 계획을 세우죠."
내가 기뻐하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조금 복잡한 얼굴이 되었다.
"그렇긴 해도, 지금의 너는 상당히 저쪽 세계에 대한 집착이 강해보인다만……."
"으음, 아마 기억이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겠죠. 상회에 출입하고 있었을 때나 신전에서 지내고 있었을 때의 일이 드문드문 산발적으로 떠오를 뿐이고, 평민 시절에 대한 것은 거의 생각나지 않습니다. 옛날 일을 떠올리려고 하면 독서가 무엇보다 중요했던 우라노 시절의 기억으로 날아가버려서, 아무래도 저쪽의 인상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지금의 나는 마인 때의 기억이 많이 부족하다. 로제마인이 된 이후의 기억은 거의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페르디난드의 말을 믿는다면 나는 마인 시절에 독서보다 소중한 것을 잔뜩 갖고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페르디난드는 머리 장식 직인이나 염색 직인에 대한 기억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했었는데, 그녀들은 나에게 어떤 존재였던 걸까.
"……일상 생활에 불편은 없겠지만요."
"아니, 근간이 되는 존재가 지워진 탓이겠지. 내가 아는 너와의 차이를 느꼈던 적이 몇 번이나 있다. 불편은 일어날 수 있다."
그건 어떤 차이인가요? 라는 질문은 어쩐지 할 수 없었다. 페르디난드의 입으로 어느 한 쪽의 자신이 부정되는 듯한 말은 듣고싶지 않다. 나는 방긋 미소지으며 화제를 돌린다.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신들의 은력을 지워야 하는 거죠? 그렇다면 지금 생각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보다 영지의 색깔은 어쩌죠? 옛날에는 국경문의 귀색에 맞췄었죠? 그렇다면 알렉산드리아는 검정에 가까운 색조가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완전한 검정색은 아직 왕족의 인상이 강하기에 다른 귀족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검정색은 피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페르디난드는 나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입을 움직였다.
"이쪽의 색을 옛날과 같이 국경문에 맞춘다면 중앙도 귀족원으로의 이동에 따라 흰색 망토로 바꾸도록 진언하는 것이 좋겠지. 첸트의 복장은 본래 하얀 것이었으니까."
"본래의 유래를 공표하면 우리들도 흰색을 입어야 하는걸요."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내려받은 첸트 후보가 메스티오노라로 착각되어 에비리베에게 습격당하지 않도록 흰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 옛 첸트와 아우브의 색깔이 흰색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신전장복의 유래다.
"완전히 본래의 유래에 맞추면 흰색을 입는 것은 너 뿐이다. 에그란티느 님이 얻은 것은 메스티오노라의 책이 아니고, 나는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중앙을 흰색으로 하면 충분하겠네요."
유르겐슈미트 내에서 나만 흰색이라니, 따돌려지는 것 같아서 싫다. 나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 파뭍혀 독서를 하며 지내고 싶은 것이다.
"알렉산드리아의 색은 너의 머리색이면 되지 않은가? 메스티오노라가 어둠의 신으로부터 받은 머리색이다. 여신의 화신이 다스리는 새로운 영지의 색깔로 어울리겠지. 너의 머리색이 돋보이지 못하는 것이 흠이다만……."
아쉽다는 듯이 말하면서 페르디난드가 손을 뻗어 나의 머리카락을 만진다. 자연스럽게 뻗어온 손가락을 보며, 무심코 어라? 하고 생각했다.
……페르디난드 님은 이렇게 머리카락을 만지는 사람이었나?
"왜 그러지, 로제마인?"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영지의 색은 영내의 귀족 전원이 몸에 두르는 색이니, 자신의 머리색과 맞는 사람도, 맞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요? 제 머리색과 맞느냐 안 맞느냐는 이 시점에선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나는 영지색은 무슨 색이든 상관 없다. 나는 내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는 페르디난드의 손가락 끝을 시야 끝에 두면서, "문장은 레서 군이 좋습니다" 라고 주장했다.
그 순간, 페르디난드의 손가락이 팟 하고 떨어졌다.
"각하다. 앞으로의 아우브·알렉산드리아가 대대로 사용할 문장이다. 네 취향대로 구륜으로 해서는 안 된다. 이름을 계승하지 않기로 했으니 에렌페스트와 관계가 있음을 드러내는 사자 문장을 계승하거나, 구륜보다 너의 도서관에서 많이 가동시키게 된 도서관의 마술도구인 슈밀인 편이 좋다."
레서 군은 정말로 나의 영지에 어울리는 문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즉각 기각된데다 곧바로 대안이 나온다. 레서 군은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그 태도로 알 수 있었다.
"슈밀은 너무 약해서 문장에 넣는 영지는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슈밀은 약하지만, 도서관의 마술도구는 강하다. 이마의 마석을 반드시 디자인에 포함시켜 평범한 슈밀과 구별하면 되겠지."
슈밀을 문장에 넣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사람이 슈밀을 문장 후보로 제안할 줄은 몰랐다.
"그렇게까지 레서 군이 싫은 건가요!?"
"구륜이 들어간 기묘한 문장을 원하는 것은 너 뿐이다. 그렇게나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주위의 의견을 들어보면 되겠지. 동의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나는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내려놓고 호위로 서 있는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라우렌츠를 돌아보았다. 마침, 식사를 마친 리제레타 일동도 모습을 보러 오는 것이 보인다.
"여러분은 새 영지 알렉산드리아의 문장으로 저의 기수와 도서관의 마술도구, 어느 쪽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얼굴을 마주 본 모두가 "도서관의 마술도구죠" 라고 한 목소리로 답했다.
"슈밀 문장은 정말 귀여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페르디난드 님은 문장의 디자인에는 강함이 중요하다고 전에 말했었는데요."
내가 리제레타에 그렇게 말하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레티아가 방긋 미소지었다.
"유디트의 말로는 대낫을 든 마술도구는 엄청 강했다고 합니다. 슈밀의 디자인에 낫을 더하면 어떨까요?"
……그런 거 싫어!
"낫을 들릴 정도라면 책을 들게 할 겁니다!"
"역시 로제마인 님. 좋은 생각입니다. 책을 든 도서관의 마술도구라면 그야말로 로제마인 님의 도서관 도시를 상징하는 문장이 되겠군요."
라우렌츠가 환한 미소로 짝 손을 마주쳤다.
"도서관의 마술도구에 책……. 여신의 화신과 어울리도록 책은 메스티오노라의 책으로 하시겠나요?"
"그런 세세한 것은 나중에 신경쓸 일이 아닌가?"
"로제마인 공방의 문장이 책과 잉크와 식물로 되어 있으니, 그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해도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것은 나쁘지 않군."
어라? 어라? 하고 멍해있는 와중에 측근들과 페르디난드 사이에서 문장의 디자인이 점점 결정되어 간다. "……그렇게까지 레서 군이 싫은 건가요?" 라는 내 말은 완전히 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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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곳에서 끊으려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아렌스바흐에서 알렉산드리아가 됩니다.
색깔은 남색. 문장은 도서관의 마술도구 슈밀. 레서 군은 각하입니다.
바다를 보고 너무 흥분한 로제마인.
마력과 체력의 균형을 감안해 세웠던 계획이 하루만에 무너진 페르디난드.
다음은 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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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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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페르디난드는 여전히 파렴치합니다.
문득 생각난 건데, 마력만 충분하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니면 이동요새 디스트로이어(!)라던가. 아, 그건 코로나타이트가 있어야 했던가요? (웃음)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96화. - 마력 살포 기원식 전편 -|작성자 치천사
마력 살포 기원식 중편
자고 일어나 마력이 회복된 것에 이렇게나 절망적인 기분이 될 줄은 몰랐다. 기껏 그 고생을 해 가며 줄여놨는데도 다시 늘어나 있는 것이다. 마치 부서진 배에서 물을 퍼내고 있는 듯한 절망감이다. 마력이 늘어나면 고통도 커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시시포스의 형벌보다 심할지도 모른다.
……몸이 무거워. 머리가 멍해.
어제 하루 내내 밖에 나와 마력을 뿌리며 바다나 생선에 흥분했던 것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침부터 몸이 무겁다. 그래도 지금 자버리면 또 마력이 회복된다. 일단은 일어나서 어디든 마력을 쓸 방법을 생각해야만 한다.
아침을 먹기 위해 느릿느릿 식당으로 향하자 페르디난드가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아무리 넓게 만들었다 해도, 나와 페르디난드의 방은 침대와 갈아입을 공간 정도밖에 없기에 식사는 필연적으로 식당에서 하게 된다.
나는 자리에 앉아 차려주는 야채와 과일주스를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한다. 회복약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 식사는 체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식욕은 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페르디난드가 일어나 내 옆으로 온다. 마침 잘 됐다고 생각하며 나는 식사를 멈췄다.
"한눈에도 좋지 않다는 것은 알겠다만, 몸 상태는 어떤 느낌이지?"
"……생선이라는 죄 많은 생물로 인해 울고 있습니다."
"칸나비츠에서 너무 신바람을 내는 바람에 열과 오한이 나고 있다고 제대로 보고하도록."
이 바보 녀석, 하고 혼나면서 페르디난드의 손에 이마와 목덜미를 내준다. 열이 있을 때는 서늘한 손의 감촉이 정말로 기분 좋다.
"마력과 체력을 균형적으로 조절해가며 영지를 효율 좋게 마력으로 채운다는 계획이 이렇게 빨리 무산될 줄이야. 오늘은 어떻게 해야 할지……."
"죄송합니다. 그래도 오전만이라면……."
"이 상태로 외출할 생각인가? 아니면 회복약이라도 사용할 생각인가?"
엄청나게 노려보기에 나는 즉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평범하게 잔 것만으로도 절망적으로 회복해버렸다. 이런 상태에서 회복약을 마시고 까마득하게 마력이 회복되어버리면 누가 보든 말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싶어지겠지.
"……제가 외출하는 것이 아니라 레서 군을 이동시키는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동해서 어쩔 작정인가? 지금의 너는 기수를 움직이는 것 정도로는 마력이 줄어들지 않는다. 마력을 쓰려면 네가 움직여야만 한다."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아도 마력을 사용할 방법이 필요하다. 스스로 할 수 없을 때는 어떡해야 좋을까. 답은 간단하다. 나 대신 누군가를 시키면 된다.
"제가 신들의 은력을 넣은 신구가 있었죠? 축문만 외우면 누구나 신구를 사용할 수 있으니 그걸 모두에게 사용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신구를?"
페르디난드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에게는 미안하지만,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로 주위의 토지를 치유하고, 라이덴샤프트의 창으로 마수를 쓰러투리고, 슈체리아의 방패로 레서 군의 주위를 지키고, 게둘리히의 성배를 사용해 기베가 없는 빈데발트에서 기원식을 치르게 합니다. 신들의 은력이 떨어지면 제가 다시 마력을 쏟습니다. 치유와 마수 사냥을 한꺼번에 할 수 있을 장소로 어딘가 짚이는 곳은 없나요?"
그러면 어떻게든 필요최저한도의 수면을 취하면서도 회복되는 것 이상으로 신들의 은력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체력을 회복시키고 싶어도 맘 놓고 잘 수 없는 것이다.
"남은건 그렇네요……. 페르디난드 님은 채집지를 치유하는 마법진을 그릴 수 있죠? 그것을 여기저기에 그리고, 거기에 제가 마력을 쏟는 것은 어떨까요? 오전에 수면을 취해 체력을 회복시키면 오후에 마법진에 마력을 쏟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다소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는 것 같아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만, 기수에 동승해 하루 종일 밖에 있는 것 보다는 체력 소모가 적겠군. ……허나, 그렇게나 여러가지 방법이 떠오르다니, 상당히 상황이 좋지 않군."
"무슨 의미인가요?"
페르디난드가 심각한 얼굴이 되어 허리에 찬 약통에 손을 뻗는다. 시험관 같은 가느다란 통을 꺼낸 페르디난드는 통을 기울여 식사를 위해 늘어놓은 숟가락에 단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너의 버릇이다만, 고치거나 숨기게 되면 귀찮아지기에 네가 알 필요는 없다. 그보다 이것을……."
나의 버릇인데도 전혀 알려줄 생각을 하지 않으며 페르디난드는 숟가락을 내밀었다. 금속 숟가락 안에 불그스름한 액체가 보인다. 나는 숟가락을 잡고 약을 핥아보았다. 쓴맛이 강하고, 혀끝이 오그라드는 듯한 자극이 있다. 단 한 방울로도 이렇게나 쓰고 자극이 강하다. 약으로 주더라도 먹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굉장히 씁니다만, 어떤 약인인가요? 마력이 회복되는 약인가요? 혀가 저릴 것 같은 맛이라면 미리 알려주세요. 마음의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페르디난드를 올려다보자, 오히려 페르디난드가 쓴 약을 들이킨 것처럼 미간에 깊이 주름을 새기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거의 영향이 없군. 할트무트, 성배 이외의 신구는 어디에 있지? 신전으로 돌려보냈나?"
"아닙니다. 로제마인 님의 성무에 신구는 불가결하기에 제가 꾸린 짐에 성배와 함께 보관하고 있습니다."
득의양양한 얼굴로 할트무트가 가슴을 핀다. 역시 할트무트라고 감탄하는 와중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짐짓 어깨를 움츠리는 것이 보였다.
"신전으로 신구를 반납하러 가면 두고 가버릴 테니 어쩔 수 없이 가져왔다고 들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만?"
"저런, 내가 로제마인 님의 은력이 어린 신구를 타인에게 맡긴다고?"
할트무트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압력 섞인 미소를 보내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속사정은 아무래도 좋으니 조용히 해라" 라며 손을 흔든다.
"신구에 마력을 흘리는 것은 효율적인 건가?"
"적어도 부서질 확률이 낮고, 모든 신구를 채웠을 때는 조금 줄었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모든 신구의 마력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비워버리는 것이 이상적입니다만, 가만히 자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마력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니 안심감이 듭니다."
나의 말에 페르디난드가 "그런가"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몇 번인가 관자놀이를 가볍게 두드린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가지를 종합해 고려하고 있을 때의 버릇이다.
"좋다. 아침 식사 후 너의 제안대로 하지. 측근들에게는 아침 식사가 끝나는 대로 신구를 사용해 토지의 치유, 마수 사냥, 기원식을 분담시킨다. 나는 한번 전이진을 타고 성으로 돌아가 몇가지 용건을 끝내고 오겠다. 오후부터는 치유와 마수 사냥을 한번에 할 수 있는, 자이첸 서쪽의 부르카타크로 이 기수를 이동시킬 것이니 전이진을 가동시킨 이후엔 점심 때까지 쉬고 있도록."
페르디난드는 그것만을 말하고는 발길을 돌린다. 유스톡스가 젤기우스의 손에 정리 중이던 접시를 얹어놓고 페르디난드의 뒤를 쫓는다. 나도 함께 일어서려던 순간, 리제레타가 살짝 어깨를 눌렸다.
"로제마인 님의 식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리제레타의 감시를 받으며 아침 식사를 마친 나는 전이진에 마력을 쏟아 페르디난드를 성으로 보냈다. 페르디난드가 함께 데려간 사람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유스톡스와 몇 명의 호위기사들이다. 정리와 점심 준비를 위해 필요한 근시인 젤기우스와, 레서 군 주위를 경계하는 기사들과, 나의 측근들과 동행하는 기사들은 남아 있다.
나는 우선 자신의 측근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안젤리카는 내 방을 지키는 호위기사로서 문 밖에 대기. 레서 군을 지키기 위해 밖에서 슈체리아의 방패를 전개하는 것이 레오노레이다. 그 이외의 호위기사들은 마수를 사냥하러 가는 사람과 빈데발트의 기원식에 가는 할트무트의 호위로 나눈다. 클라리사는 성무에 종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할트무트의 기원식에 동행하겠다고 한다.
"새로운 첸트에게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수여한 것으로 인해 성무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바뀌어 나갈 것이니 로제마인 님의 신하인 제가 성무에 참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전 출입은 대외적인 체면을 고려해 금지되었지만, 귀족원의 성무는 단켈페르가에서도 하고 있는 것이니 문제 없다고 클라리사가 주장한다. 확실히 성전의 열쇠와 초석과의 관계를 폭로하는 영주 회의 이후에는 타령에서도 영주 일족이 신전을 출입하게 된다. 밖에서의 성무에 참가시키는 것은 딱히 문제 없을 것이다.
……벌써 축문을 완전히 외웠을 정도로 의욕을 내고 있고…….
조금 사차원적인 언동 때문에 간과하기 쉽지만, 클라리사도 우수하다. 우수하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지만, 할트무트와는 잘 어울린다.
"코넬리우스와 마티아스는 기사들과 함께 마수 사냥인가요……."
안젤리카가 부럽다는 듯이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보고 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안젤리카는 집보기보다 마수 사냥 쪽이 매력적인 것이겠지. 하지만 이번은 단순한 마수 사냥이 아니다. 신구를 사용해 마력을 비우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안젤리카가 지금이라도 축문을 외울 수 있다면 가도 좋아요."
라이덴샤프트의 창도 비어있는 상태에서 모든 마력을 본인이 담아 사용한다면 축문은 필요 없지만, 다른 사람의 마력이 섞여 있는 있는 경우는 축문이 필요하다. 슈타프로 만들어낸 신구나 자신의 마력으로 완전히 물들어 있는 마석을 사용했을 때는 축문을 간략화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마력도 봉납되어 있는 신전의 신구를 사용할 때는 정식 축문이 필요하다.
"축문……. 저는 갈 수 없겠네요."
안젤리카는 축문을 외우는 것을 깔끔하게 포기하고 방의 호위를 택했다. 예상대로이다. 오히려 "열심히 외우겠습니다" 라고 했다면 놀랐을 것이다.
나의 호위기사들이 신구를 사용하기 위한 축문을 확인하고 몇 번 연습하는 동안 슈트랄에게 부탁해 남은 기사들도 반을 편성시켜 마수 사냥, 기원식, 레서 군의 경비를 맡게 한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로제마인 님은 푹 쉬고 계십시오."
할트무트가 관리하고 있던 신구를 안고 출발했다.
이불 속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이에 4의 종이 울렸다. 열은 조금 내렸지만, 마력 회복과 함께 신들의 은력이 부풀어올라 기분이 나쁘다.
……자는 것을 싫어하게 될 것 같아.
멍한 상태로 일어나자 리제레타가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며 점심 식사를 위해 다들 돌아왔다는 것을 알려준다.
"신들의 마력은 전부 비웠다고 합니다. ……지금 가져오도록 할까요?"
"그렇게 해주겠어요?"
리제레타와 클라리사가 할트무트에서 신구를 건네받아 가져와, 나는 그것에 마력을 담아간다. 불어난 마력이 잠들기 전 정도로 돌아가, 불쾌감이 줄어든 것에 후유, 하고 안도의 숨을 토했다.
"조금 안색이 좋아지셨네요. 지금 그레티아가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점심을 드시겠나요? 침대 위에서 식사하게 해드려 죄송하지만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방에서 점심을 드셨으면 한다고 하십니다."
"페르디난드 님도 돌아오신 모양이네요."
효율위주의 지시가 누구에게서 나온 것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우리들이 식당에서 먹으면 측근들이 차례를 기다려야 하지만, 방에서 먹으면 우리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대부분의 측근들이 점심을 끝낼 수 있다. 우아하지 않기에 평소에는 쓰지 않는 비법이다.
방에서 나간 리제레타를 대신해 쟁반 위에 식사를 올린 그레티아가 들어와, 침대 위에서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 식사를 급사하기 시작한다.
"페르디난드 님의 점심을 준비하는 유스톡스에게서 들었습니다만, 자이첸과 브루카타크의 기베에게 통보를 보내거나, 에렌페스트와 연락을 취하거나, 새로운 첸트와 의견을 교환하는 등, 오전 중은 매우 바빴던 모양입니다."
그레티아가 유스톡스에서 들은 정보를 알려준다. 성에서 정력적으로 움직이고 있던 듯한 페르디난드는 대량의 일거리와 함께 돌아왔다는 모양이다.
"브루카타크 기베의 보고에 의하면 옛 베르케슈토크 방면에서 알렉산드리아 쪽으로 마수가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쪽이 신들의 은력으로 채워지기 시작해, 마력을 찾아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었습니다."
마력에 굶주린 마수에게 최우선적으로 노려질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신들의 은력이 강한 나이니 엄중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것. 모처럼 치유한 땅이 황폐해지지 않도록 가급적 빨리 자이첸과 브루카타크 방면으로 향해야 한다는 전언이었다.
"너무한 주의이긴 합니다만,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여러번 사용할 절호의 기회……라고 합니다. 신들의 은력을 채운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사용한 후에는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로 치유하지 않으면 토지가 엉망이 되기에 로제마인 님의 마력을 크게 줄일 수 있겠지요."
……응,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다.
"기베에게 통보는 해두었다. 지금부터 자이첸과 브루카타크의 경계 부근으로 이동한다."
자이첸은 에렌페스트의 경계문이 있는 그리벨과 갈둔 남쪽에 있는 땅이고, 브루카타크는 자이첸의 서쪽에 이웃해 있는 땅으로, 그리벨 남서와 일크나 남쪽에 인접해 있다.
자이첸 서쪽부터 브루카타크 주변은 내가 유레베의 소재를 채집할 당시 리즈팔케의 알을 얻었던 로엔베르크 산이 있는 산악지대로 이어져 있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화산도 있는 산악지대이다. 산이 많아 나무가 많으므로, 알렉산드리아에서 제지업을 한다면 이 주변이 적합하다 할 수 있다.
……일크나와 인접해 있으니 비슷한 마목이 많을 것 같으니까.
"역시 아무런 연락 없이 마력을 뿌리며 마수 사냥을 할 수는 없으니까."
바다의 모습이 일변하는 모습으로도 알 수 있듯이 신들의 은력은 강력하다. 여태껏 마력이 부족했던 토지에는 영향이 너무 강해서 기베와의 사전 연락이 필요불가결한 모양이다.
……그냥 토지를 치유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게 귀찮네.
나는 페르디난드의 설명을 듣고 레서군을 몰아 선도하는 페르디난드와 그 호위기사들을 따라간다. 이층집이 날고 있는 듯한 지금의 광경은 밖에서 보면 매우 초현실적인 듯, 농민들이 눈을 홉뜨고 이쪽을 가리키며 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한다. 밖을 순찰하고 돌아온 레오노레의 증언이다. 그리고 지금 밖에 나가 있는 것은 안젤리카이다.
"마수입니다, 레오노레!"
안젤리카가 그렇게 외치며 조수석 밖을 통통 두드린다. 치익, 하고 출입문을 열자, 레오노레가 "수비를 담당하는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시여, 곁을 모시는 권속인 열 두 여신이시여……" 라고 축문을 외우면서 슈체리아의 방패를 들고 나가고, 대신 안젤리카가 안으로 들어왔다.
"강한 마수가 많습니다. 토지의 마력이 없어서 서로 잡아먹었기 때문일 거라고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안젤리카의 절도있는 보고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번 공중에서 정지한다. 싸움이 끝날 때까지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말라는 주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점심 때 받았던 보고처럼, 마력이 부족한 환경에서 신들의 은력으로 빛나며 이동하고 있는 레서 군은 절호의 먹이로 보이는 듯, 이미 수 차례나 강한 마수가 덮쳐오고 있다. 평소라면 강해보이는 마수가 나오면 꺄ー꺄― 비명을 지를 뿐인 나이지만, 오늘만은 "좋아, 컴온!" 하는 기분으로 마수를 맞아줄 수 있다.
"또 라이덴샤프트의 창과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를 사용할 수 있겠네요."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해 레오노레가 슈체리아의 방패를 전개하며 레서 군을 지키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마티아스가 교대로 라이덴샤프트의 창을 사용해 공격한다. 그리고 마수를 쓰러뜨린 뒤에 구멍처럼 패인 흔적은 플루트레네의 지팡이로 치유하는 것이다. 내가 마력을 담은 신구가 대활약이다.
……한번 쓰면 마력이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부분이 이렇게나 멋지다고 생각될 줄이야. 라이덴샤프트, 고마워요!
"로제마인 님, 마력의 보충을 부탁드립니다."
신구에 담긴 마력이 사라지자 호위기사들은 신구를 가지고 레서 군 속으로 돌아온다. 마수에게 한 번 습격당하면 땅의 치유가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멈춰있어야 하기에 이동 속도는 느리지만 마력이 줄어들면 신들의 은력에 의한 고통이 줄어들기에 마음이 놓인다. 예상 이상으로 마력이 줄어 기쁘다.
……이거면 오늘밤은 맘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마수를 사냥하며 이동해, 자이첸과 브루카타크의 경계 인근에 레서 군을 착지시켰다. 그 순간, 페르디난드로부터 "레오노레, 바로 슈체리아의 방패를 펼쳐라" 라고 지시가 나온다.
"수비를 담당하는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시여, 곁을 모시는 권속인 열 두 여신이시여……."
레오노레가 슈체리아의 방패를 사용해 주위의 방비를 굳히면 일단 휴식이다. 벌써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와 있었다. 나는 운전석에서 나와 뒤쪽의 커다란 집 부분으로 이동한다. 밖에서 보면 지금의 레서 군은 마치 레서 판다의 얼굴이 달린 거대한 육지거북이다. 커다란 집이 등딱지처럼 보인다.
……역시 뭔가 귀엽지 않아. 지내기엔 쾌적하지만.
1층 식당 옆에 있는 거실같은 공간으로 향하자 페르디난드가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로제마인, 몸 상태는 어떻지?"
"수 차례 신구에 마력을 쏟아서 불쾌감은 상당히 희미해졌고, 오전에 잤기 때문에 몸 상태도 꽤 좋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배가 고파졌습니다."
"어머? 조금 기운이 나신 것 같네요. 아침도 점심도 식사량이 적어 걱정하고 있었습니다만, 저녁은 많이 준비시키도록 하지요."
쿡쿡 웃으면서 리제레타가 요리사에게 전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인다. 내가 그레티아가 안내한 소파에 앉자 페르디난드가 다가와 건강 진찰을 한다.
"……오전보다는 나아졌다만 결코 몸이 좋다고는 할 수 없구나."
나 자신은 상당히 나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서늘한 손이 기분 좋게 느껴지는 걸로 보아 열이 완전히 내려가지 않은 것은 페르디난드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페르디난드가 심각한 얼굴을 할 정도로는 나쁘지 않다.
"식욕이 생겼으니 몸 상태는 양호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식욕이 나왔다고 해도 폭음폭식은 피하도록."
나의 주장에 페르디난드가 조금 고민하듯 관자놀이를 가볍게 두드린다. 또 숙녀답지 못하다거나, 식욕으로 몸 상태를 단정하지 말라는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페르디난드는 주치의 같은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주의를 주고 거실을 나갔다.
"하지 않습니다. 실례잖아요."
폭음폭식은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배가 고픈데도 몸이 받지 않아, 어쩌지도 못하고 소량밖에 먹지 못한 채, 나는 저녁 식사를 마쳤다.
측근들이 식사하는 사이에 식후의 차를 마시기 위해 거실로 가려 했지만, 페르디난드가 제지했다.
"역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겠지. 식후의 차를 마시기보다 쉬는 것이 좋다. 내일은 성배로 마력을 뿌리고 싶으니까."
어젯밤처럼 도서관 도시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페르디난드가 성에서 가지고 돌아온 설계도를 보고 싶었지만 어서 자기 방으로 돌아가라고 채근한다.
……자는 거 싫어. 일어나면 또 마력이 늘어있을 거야.
고픈 배를 누르며 나는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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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진으로 성에 가서 이것저것 사전작업&일을 하고 온 페르디난드.
신구를 다루는 측근들.
컨디션 불량이 평소와 조금 다른 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로제마인.
다음은 하편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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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근데 하늘을 나는 거대 스컹크가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떨어뜨리며 이동하고 있는 건 페르냥적으로 괜찮은 걸까요?
뭔가 전설 아우브 레전드로 남을 듯한 모습인데....
이후에 영지 주민들이나 주위 영지한테
"오~호호호호~!! 책을 무시하는 것들은 요로코롬 없애버리겠사와요~!"
라는 위력시위라고 받아들여지는 게 아닐까 모르겠네요. (웃음)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97화. - 마력 살포 기원식 중편 -|작성자 치천사
마력 살포 기원식 하편
밤 중에 잠에서 깨어났다. 식은땀으로 등이 축축하다. 최악의 각성이다. 무언가 꿈을 꾸었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이어지지 않는 기억이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초조감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자 불침번을 서고 있던 레오노레가 천막을 들치고 살짝 얼굴을 내비쳤다.
"로제마인 님, 안색이 좋지 않으신 것 같은데 신구를 드릴까요? 신구에 마력을 쏟으면 불쾌감이 줄어든다고 리제레타가 알려주어, 로제마인 님이 일어나실 때 마력을 쏟으실 수 있도록 신구의 마력은 전부 비워둔 상태입니다."
레오노레의 말로는 저녁 식사 뒤에 일부러 호위기사들이 신구의 마력을 비워주었다고 한다. 그 배려가 기뻐서 나는 신구를 가져오게 한다.
……배는 고프고, 잠에서 깬 기분은 최악이고, 몸은 나른하고…….
무거운 머리를 감싸는 듯한 자세로 침대 끝에 앉아 레오노레가 가져다 준 신구에 마력을 쏟아간다. 그레티아가 느슨하게 머리를 묶기만 한 상태로 급히 들어온다. 레오노레가 깨웠을 것이다. 이름을 올린 그레티아가 아니면 은색 천을 뒤집어 쓰지 않은 나를 만질 수 없으니 아무래도 그레티아의 부담이 크다.
그레티아는 나의 식은땀이 심한 것을 깨닫고 당장 갈아입힐 준비를 시작한다.
"그레티아, 목욕 준비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바센이면 충분합니다. 그 근처에 있는 마석을 이용해주세요."
내가 마력을 담은 마석은 얼마든지 있다. 그레티아에게 사용 허가를 내주며 나는 레오노레가 건네준 신구에 마력을 쏟아간다.
그레티아의 바센으로 개운해져, 다른 잠옷으로 갈아입은 시점에서 레오노레가 슈체리아의 방패를 건네준다. 이것이 마지막 신구다. 그것에도 마력을 쏟는다. 그러던 중, 갑자기 뭔가의 기척을 느끼고 슈체리아의 방패에 손을 댄 채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왜 그러시죠, 로제마인 님?"
"아래……. 방위적으로는 식당이나 거실쯤에 뭔가가 있는 듯한 감각이 듭니다. 젤바지오가 제단에서 나왔을 때와 비슷한, 뭔가가 가까이 있는 듯한 느낌의……. 설마 젤바지오는 아니겠죠? 그러고 보니, 전, 그 이후로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를 받지 못했습니다만……."
내가 기척이 느껴지는 한 방향을 살피면서 그렇게 말하자 레오노레는 뭔가 짚이는 것이 있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 생각하듯 시선을 위로 향한 뒤에 훗 하고 작게 미소짓는다.
"여기는 로제마인 님의 기수 안이기 때문에 허락 없이 누군가가 침입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거실에서 일을 하시겠다던 페르디난드 님이겠죠. 신경쓰이신다면 확인하러 가시겠나요? 신구에 마력 공급을 해도 아직 안색이 좋지 않으시니 좀 보러 가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레오노레가 그렇게 말하며 그레티아를 돌아본다.
"그레티아, 미안하지만 로제마인 님의 환복을. 그대로 안아들 수 있는 느슨한 실내복이 좋겠네요. 이쪽으로 돌아온 이후엔 그대로 쉬시게 할 것이니 당신은 방으로 돌아가도 괜찮아요."
"송구합니다."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가볍게나마 머리카락도 정돈했다. 은색의 망토를 덧입고 레오노레와 함께 방을 나오자, 안젤리카가 "늦었습니다" 라며 달려와 부드럽게 나를 안아 올린다.
"로제마인 님, 제가 방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최대한 걷게 하지 말라고 명령 받고 있습니다."
야무진 얼굴의 안젤리카에게 주의를 받고, 나는 작게 웃으면서 가만히 안젤리카에게 몸을 맡겼다.
1층 거실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얼굴을 보였다.
"페르디난드 님이 들어오라고 하시네."
"제가 오고 있는 것을 알았나요?"
"신들의 은력이 그렇게나 강하니, 이동하는 것을 모를 리 없겠지."
……신들의 은력은 고양이의 방울?
거실로 들어가자 평소에는 식후의 차를 마시는 공간이 완전히 집무실 같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자기 방에는 침대와 갈아입을 옷가지 등의 짐을 둘 정도의 공간밖에 없기에 페르디난드는 성에서 가져온 일을 하기 위해 거실을 이용하는 모양이다.
"왜 그러지? 잠이 오지 않는가?"
"기억나진 않습니다만, 나쁜 꿈을 꾸고 깨어난 것 같습니다. 신구에 마력을 쏟고 있었더니 뭔가 있는 듯한 기척이 느껴져서……."
젤바지오가 제단 안에서 나왔을 때처럼,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 있는 듯한 기척을 느꼈다고 답한다.
"대체 뭘까, 하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느낀 것은 페르디난드 님이었던 모양입니다."
"호오……."
페르디난드가 자신의 옆, 소파의 빈곳을 가리키며 자리를 권한다. 안젤리카가 지시한 장소에 나를 내려놓는다. 페르디난드에게서 지금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던 묘한 기척이 느껴지는 탓인지 좀 진정되지 않는다.
"페르디난드 님, 젤바지오는 어떻게 되었나요?"
"에그란티느 님 일행이 붙잡아 기억을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조만간 정식 처벌에 대한 발표가 있겠지."
잡았다는 보고에 나는 후유 안도의 숨을 토했다.
"도망쳤으면 어쩌나 하고 생각했기에 무사히 잡혔다니 안심이네요."
"에그란티느와 아나스타지우스 왕자는 동행한 호위기사의 절반을 잃었다는 것 같으니 무사히라고는 할 수 없겠다만……."
"네!? 절반이라뇨?"
나는 눈을 깜박거렸지만 페르디난드는 관심 없어 보이는 얼굴로 쌓여 있는 자료 중에서 몇 장의 문서를 꺼낸다.
"새로운 첸트와 그녀를 지지할 남편이 넘어야 할 문제다. 네가 쓸데없는 것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 알렉산드리아의 설계에 대한 이야기가 급하다."
늘어놓은 종이들이 신 알렉산드리아의 설계도라고 깨달은 순간, 젤바지오에 대한 것은 머리에서 날아갔다.
"되도록 네가 말했던 이상의 거리를 구현하려 했다만, 너무 심할 정도로 도서관이 중심에 있다."
"그런 말씀을 하셔도 도서관을 중심으로 하지 않으면 무엇을 중심으로 하나요?"
내가 만드는 거리 중심에 도서관이 없으면 어쩐다는 것인가. 내가 불평하자 페르디난드는 싫은 얼굴을 했다.
"귀족가의 중심은 성과 도서관과 연구시설이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네가 자주 드나들며 개인실의 확보까지 노리고 있는 도서관이다. 성과 떨어진 곳에 만드는 것은 부주의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너는 성의 자기 방과 도서실의 방을 전이진으로 연결할 생각인 것 같다만, 호위기사가 전이진에 타지 못했을 경우를 고려하면, 그 때문에라도 거리가 떨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출입하는 것은 경비 관계상 허용할 수 없는 것 같다. 다만 남북으로 지위에 차이가 있는 에렌페스트와 달리, 알렉산드리아에서는 거리 중심부로 갈수록 격이 높아지도록 함으로써 각 가정과 도서관의 거리를 되도록 가깝게 하거나, 성 도서실과 도서관을 따로 만들어 견습이나 세례식을 마친 아이의 출입이 쉬워지도록 연구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좋습니다. ……우우, 제 영지인걸요.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누구나 책 읽기를 좋아할 거라구요."
"거리의 장래의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만, 평민의 문맹 퇴치율을 생각하면 시기상조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귀족들의 반발도 크겠지."
점점 이상의 거리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나의 호소에 페르디난드가 "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어라" 라며 손을 흔든다.
"알렉산드리아는 여신의 화신이 다스리는 신영지이니 평민을 포함해 거리 전체를 고려한다면 신전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모처럼 처음부터 만드는 것이니 에렌페스트 신전의 장점을 도입하면 좋을 것이라 한다. 공방, 고아원, 청색 신관들의 생활공간, 신들에게 기도를 올리고 의식을 치르는 예배실을 설치한 신전을 아랫마을과 귀족가 사이에 둔다고 한다.
"그리고 언젠가 얘기했었던 신전 교실을 부호를 상대로 시행하면 점차적으로 평민의 출입이 당연해질 것이다. 처음에는 신전 교실 이용자 뿐이긴 해도 평민도 출입할 수 있는 도서실을 설치할 수 있겠지.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첫 걸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할 것인지다."
귀족원의 도서관처럼 책의 도난 등을 막기 위해 보증금 제도 같은 것이 필요하고, 당분간은 회원제 도서관이 될 것이라고 페르디난드는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레이노 시절의 도서관의 역사를 돌아봐도 같은 것이 있었다. 더 시대를 진전시키고 싶기에 다소 답답한 느낌은 들지만, 인쇄업이 활발해져서 좀 더 책값이 떨어지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
"부호를 대상으로 한 신전 교실과 신전 도서실의 개방은 정말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부호의 아이가 귀족과의 유대를 만들고 행동거지를 익히는 장소로서 신전 교실을 열면 부자 아이들은 신전 교실에 다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어떻게든 윗줄로 올라가고 싶은 상인들과, 귀족 패트런을 찾는 장인도 들어오려 할 것이다. 그러한 움직임은 구텐베르크들을 보면 명백하다.
"그리고 네가 말한 구획정리라는 관점은 실로 재미있다만, 네가 정리하면 거리의 기능이 도서관과 인쇄업에 너무 편중된다. 좀 더 현실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우선 란체나베의 피해를 받은 항구, 귀족가, 신전, 상업길드와 각 협회 같은 평민에게 있어 중심적인 건물들을 먼저 만들며, 평민의 의견을 들어 구획 정리를 실시하는 것은 어떠한가?"
지금까지 일방적인 명령만을 해오던 문관들을 단련시키는 자리로 딱 좋다며 페르디난드가 웃는다.
"거리 전체에서 대규모 엔트비켈른을 시행하면 평민의 부담이 클 테니, 평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 차근차근 순차적으로 바꿔가는 형태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건물 양식은 아렌스바흐의 것을 참고로 하죠. 기후만 봐도 에렌페스트와는 다릅니다. 그 땅에는 그 땅에 맞는 건축양식이 가장 좋으니까요."
"프랭탕 상회와 길베르타 상회의 가게에 대한 것은 그렛시엘의 엔트비켈른 시에 제출된 설계도를 채용할 예정이었다만?"
"이쪽 양식의 배치를 보내고 그들의 판단에 맡겨주세요."
기후에 맞춘 것이 좋지만, 이용하기 편한 구조라는 것은 각자가 다르다. 무엇을 중시할 것인지는 본인들이 선택하게 하면 될 것이다.
"주거지나 가게가 없으면 이동시킬 수 없기에, 구텐베르크들의 가게와 공방도 상업 길드 등이 모여 있는 아랫마을의 중심부에 엔트비켈른으로 새로 만들 예정이다."
"이정도로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으시니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직인의 가족들이 거주할 부분도 확보되어 있나요?"
"……그래, 물론이다."
페르디난드는 조금 눈을 내리뜬 뒤에 늘어놓았던 종이를 재빠르게 치우기 시작했다.
"좀 더 보고 싶은데 너무합니다, 페르디난드 님. 다시 한번 보여주세요."
"네가 너무 흥분해서 큰일이 될 것 같기에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는 것이 좋겠지. ……슬슬 1의 종이 울린다. 한번 자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제 조금은 진정되었겠지. 잘 수 있겠나?"
페르디난드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고 나면 마력이 늘어나기에 지금은 그다지 자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자고 싶어졌을 때에는 자도록 하겠습니다."
"허기는 어떤가? 배고픔을 호소하던 것 치고는 저녁 식사를 그다지 들지 못하는 것 같았다만 아직 배고픈 것은 아닌가? 더 심해지진 않았나?"
페르디난드의 질문에 나는 꾸벅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식사 후에도 배고픔은 계속되고 있고, 지금은 더 배고프다.
"……페르디난드 님의 말대로 입니다. 뭔가 짚이는 게 있는 건가요?"
페르디난드는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라고 한 뒤에 주위를 둘러본다. 뭔가 찾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자신의 손을 바센으로 씻어낸다.
"페르디난드 님?"
페르디난드는 자신의 손가락 끝에 불그레한 약을 조금 떨어뜨려, 약이 얹힌 손가락 끝을 나의 입술에 살짝 문지른다. 바로 떨어진 손끝을 손수건으로 닦는 것을 보고 있자, 페르디난드가 "쓴가?" 라고 물어왔다.
나는 쓰고 얼얼한 맛을 상상하며 입술을 조금 핥는다. 예상했던 것에 비하면 쓴맛이 거의 없다. 혀는 아직 찌릿찌릿하지만.
"아뇨……. 그 정도는 아닙니다."
"잘됐군. 그렇다면 네가 느끼는 배고픔은 마력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마력이 줄어들면서 몸이 위기를 호소하는 것이지. 확실히 마력 고갈에 다가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보통은 마력이 줄어든 시점에서 회복약을 사용한다. 오랫동안 마력이 줄어든 상태에서, 자고 회복하자마자 즉시 마력을 사용해 회복시키지 않는 사태가 장기간 계속되는 것은 없던 일이기에 지금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라고 한다.
"나로 보자면, 아렌스바흐의 공급의 제단에 방치되었을 때 기아감을 느꼈다. 단숨에 마력을 쓰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빠져나갈 때에 느끼는 감각이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여기서 시간이 걸리면 매우 힘들어 진다. 지금부터는 되도록 단번에 줄이고 싶군."
"이 이상 힘들어지는 건가요?"
더는 싫다고 생각한 나는 무심코 페르디난드로부터 조금 몸을 떨어뜨렸다.
"단숨에 고갈 상태로 만들었으면 한다. 신들의 은력이 줄어들면 물들일 때의 고통도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그렇습니까."
페르디난드는 뭔가 의욕이 넘치고 있지만, 이 고통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을 떠올리자 아무래도 주저되고 만다.
"너는 나에게 치유의 마법진을 여럿 그리게 했었지? 그 마법진을 코피페라든가 해서 여러 개를 동시에 실시할 수는 없는 건가?"
코피페는 신들의 이름을 외울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페르디난드가 말했다. 나는 조금 생각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확실히 신들의 이름을 외울 필요가 없고, 치유의 마법진을 복사하는 것 뿐이라 바센과 달리 힘의 가감을 하지 못하고 쓰나미 같은 천재지변 규모의 실패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큰 마술지가 없습니다. 코피페는 마력이 없는 곳에는 복사할 수 없습니다."
"마력이 가득 차 있는 곳에 복사할 수 있다면, 다소 부족하긴 해도 마력을 포함한 땅 역시 마술지로 볼 수 있지 않겠나?"
페르디난드의 말대로 땅은 확실히 마력을 머금고 있다. 귀족원의 채집지에서도 지면에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으니 할 수 없진 않을 것이다.
"밖에서 실험한 적은 없지만, 안 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약 땅에 코피페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마법진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확대 및 축소에 관한 연구는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으니까요."
시간이 없으니 확대 및 축소 실험은 뒤로 미루라고 한 것은 바로 페르디난드다. 그것이 떠오른 것인지 페르디난드도 조금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가……. 귀족원 전체를 덮고 있던 마법진처럼 거대 마법진으로 알렉산드리아 전체를 치유의 마법진으로 덮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만, 너의 비상식적인 코피페로도 무리인 모양이군."
"제 코피페를 비상식이라고 말하기 전에, 자기 자신의 발상이 비상식적이라는 것부터 자각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저것은 고대의, 현재보다 훨씬 신들과 친근하던 때에 에어베르멘 님과 신들이 협력해 만든 대규모 마술이지 않습니까."
그것을 알렉산드리아에서 하려는 페르디난드에게 비상식이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고대 첸트가 에어베르멘을 통해 신들의 협력을 받아 에어베르멘의 마석을 기점으로 몇개의 마법진을 조합해, 현재의 귀족원을 있게 한 마법진인 것이다.
"그런 규모의 것을 현 시대에서 할 수 있을 리가……."
나는 거기서 말을 멈췄다. 뭔가가 머릿속에서 번뜩였던 것이다.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다려라! 에어베르멘과 신들의 협력을 받아 설치하는 것은 각하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라. 네가 이 기수의 마석을 될 수 있는 한 크게 넓혀 거기에 치유의 마법진을 적고, 클라리사의 광역 마술 보조 마술로 최대한 범위를 넓히는 것이 훨씬 확실하지 않겠나."
말을 꺼낸 건 자기인 주제에 페르디난드는 곧바로 각하한다. 나는 으음, 하고 생각에 잠긴 뒤에 "구루투리스하이트" 라고 주창해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꺼내 검색한다.
"……아뇨. 에어베르멘 님과 신들에게 협력을 부탁하러 가지 않아도 됩니다. 에어베르멘 님의 조각이라면 페르디난드 님이 가지고 있고, 신들의 은력도 여기에 있으니까요."
내가 자신의 손을 쥐염거리며 보이자, 페르디난드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덕분에 이렇게나 고통받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좋을대로 이용해도 좋지 않을까요? 게다가 고대 대규모 마술의 복원, 관심 있으시죠?"
후훗, 하고 웃자, 페르디난드는 "느긋이 연구할 시간 같은 건 없다" 라며 싫은 얼굴을 했다. 하지만 뭔가를 중얼거리며 새로운 종이를 꺼내고 있기에, 관심은 꽤나 있는 것 같다.
"귀족원의 마법진처럼 복수 속성의 여러 효과가 있는 마법진을 중첩해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치유 마법진만 크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자, 페르디난드 님도 보세요."
나는 고대의 대규모 마술에 대해 쓰여진 자신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페르디난드에게 보인다. 측근들이 있는 이 자리에서 페르디난드가 자신의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꺼낼 수는 없을 것이다.
페르디난드가 조금 머리를 기울여 내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들여다보며, 거기에 그려진 마법진을 노려보듯이 바라본다.
"흠. 이것으로 범위를 결정한다면 초석을 기점으로 모든 경계문을 종점으로 지정해 마법진을 설치하면 알렉산드리아 전체를 덮을 수 있겠군. 기점에 설치하는 에어베르멘의 마석은 그것으로 대체하는 것인가……."
"항상성이랄까, 내구성은 떨어지겠습니다만, 신들의 은력으로 마석화시키면 효력에는 문제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니, 한 번만 사용할 것이라면 다른 은력을 넣기보다는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여기 적힌 방식에 따르는 것이다. 거듭 실험할 시간도, 소재도 없는 이상, 최대한 원래의 방식에 충실한 형태로 재현하는 것이 좋겠지. 실패할 수는 없다."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말하며 종이에 엄청난 속도에서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단어가 줄줄이 늘어서 있기에 각서에 가까운 물건인 것 같다. 쓰는 손을 멈추지 않으며 페르디난드는 입을 움직인다.
"로제마인,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는 기수를 정리해 성으로 돌아간다. 성의 비밀방에서 기점으로 사용할 에어베르멘의 조각에 마법진을 코피페해주기 바란다. 그 이외의 시간은 체력 온존이다. 내 문관에게 명해 모든 기베에게 통보를, 그리고 할트무트에게는 신구를 신전으로 반납하게 해라. 클라리사와 로데리히에게는 대규모 치유식이 있다는 것을 귀족가 귀족들에게 주지시키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레오노레, 에크하르트. 호위기사들을 각 경계문의 경비로 보내게 된다. 그 인선과 일의 할당을 생각해 두도록. 그리고 측근들에게 아침 식사 후에 성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라고, 그 준비를 부탁한다."
"넷!"
차례로 지시를 내기 시작하는 페르디난드의 목소리가 한순간 아득해졌다. 열의 퍼지는 것을 느끼고, 나는 급히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지운다. 너무 오랫동안 사용해버린 모양이다.
페르디난드가 걱정스럽게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마나 손목을 잡고 얼굴을 찌푸렸다.
"실제로 경계문으로 이동해 마법진을 설치하는 것은 내가 할 것이다만, 신들의 은력을 가지고 있고, 코피페로 시간 단축이 가능한 네가 아니면 마법진의 준비에 매우 시간이 걸린다. 아무리 서둘러도 마법진을 기동할 수 있는 것은 밤이겠지. ……앞으로 하루다. 버틸 수 있겠나?"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었을 때에 비하면 훨씬 마음이 편하네요."
헤죽 웃어보이자 페르디난드가 "괜한 강한척은 그만둬라" 라면서 미간에 깊이 주름을 새긴다. 하지만 앞으로 하루 정도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적어도 아침 식사 후의 이동과 조합에 대비해 방에서 쉬도록. 나도 조금 쉬고 싶다."
페르디난드는 재빨리 자료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그것을 돕기 시작한다. 나는 저녁 식사 후부터 자고 있었기에 잠기운이 별로 없어서 의식하지 못했지만, 페르디난드는 거의 철야 상태다. 이러고서 아침 식사 후에 다시 움직일 생각인 걸까.
……"아무리 서둘러도 밤" 이라고 말했으니까 휴식할 생각 같은 건 없겠지만, 걱정이다.
아침 식사를 마친 우리는 성으로 돌아왔다. 각자 지시받았던 대로 움직이고 있다. 나는 페르디난드의 비밀방이다. 페르디난드에게 받은 에어베르멘의 하얀 가지를 란체나베의 칼로 조금 깍아내 평평하게 만들어, 거기에 치유의 마법진을 코피페로 새기는 것이다.
"어지간히 축소하지 않으면 가지에 마법진이 들어가지 않으니, 일단 축소 연구부터 시작해야 겠네요."
"너는 바보인가? 그럴 시간은 없다. 포기하고 원본이 될 마법진을 작게 그리면 된다."
마술지 위에서 축소와 확대 실험을 하려 했더니 페르디난드가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런 페르디난드는 대량의 마석과 금가루 같은 귀중해 보이는 소재를 연이어 투입하며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세세하게 그리는 건 잘 못하니 그려주세요" 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생각하고 있자, 마술지가 한장 날아들었다.
"이 마법진을 베낄 수 있는지 시험해보도록."
나는 페르디난드가 그려준 마법진을 코피페한다. 치유의 마법진과, 에어베르멘의 가지를 마법진의 기점으로 하기 위한 마법진 등을 시키는 대로 준비한다. 지금 상태로는 거의 마력도 줄지 않기에 마법진의 코피페는 금방 끝난다.
"끝났습니다, 페르디난드 님."
"그럼 신들의 은력이 담긴 마석을 준비하도록."
나는 전속성의 마석들을 찰흙처럼 붙여 원기둥 형태로 만들어 그 위에 에어베르멘의 가지를 푹 꽃았다. 본래는 이 위에 마석을 두지만, 가지이기에 안정적인 형태를 고려한 결과, 꼽는 형태가 되었다. 만들어 놓고 보니 이건 의외의 안정감이다. 이 마석이 신들의 은력을 받는 그릇이 되는 것이다.
작은 것은 종점인 경계문을 나타내는 것이고, 훈색 레서 군이었던 마석은 이미 큰 쟁반 형태가 되어 에어베르멘의 가지가 꼽혀 있다.
마지막으로 바닥에 마법진을 새기면 완성이다.
"됐습니다. 신들의 은력이 담긴 마석에 나뭇가지를 꽂아 고정해봤습니다만, 어떤가요?"
"고대의 대규모 마술을 재현하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고 너 다운 비상식적인 방식이다. 나로선 도저히 그런 발상은 못하겠군."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칭찬 받았다는 것으로 하자. 정신건강적으로 그것이 제일이다.
"준비가 끝났다면 좀 쉬도록. 자각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만, 안색이 좋지 않다. 가능하다면 네 방으로 돌려보내 침대에서 쉬게 하고 싶다만, 지금은 측근이 부족하겠지?"
내가 페르디난드의 비밀방에 틀어박혀 작업함으로써 측근들에게는 잠시 휴식을 주고 있다. 둘이 같이 비밀방에 들어가 있으면 문 앞을 지키는 최소한의 호위기사만 있으면 다른 사람은 휴식할 수 있는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이야말로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의 마력이 고갈된 이후를 준비해둬야 하기에 지금은 쉴 수 없다. 이대로 문제 없이 준비가 진행되면 마법진을 실행하기 전에 종 하나 정도는 쉬게 되니 문제 없다."
……문제 가득해 보이는데.
"페르디난드 님은 어째서 저를 위해 그렇게까지 해주시나요?"
물끄러미 페르디난드를 보고 있자, 무심코 입에서 의문이 나왔다.
"……어째서, 라는 건 무슨 의미지?"
"하지만 페르디난드 님은 할트무트나 클라리사와 달리, 주인으로서의 제게 심취한 것도 아니고, 마티아스 일동처럼 처형을 피하기 위해 주인을 선택한 것도 아니죠? 이런 상황인걸요. 원하기만 하면 바로 이름을 돌려줄 텐데, 페르디난드 님은 한번도 저에게 이름을 돌려달라 하지 않으시지 않았습니까. 페르디난드 님에게 이만한 대접을 받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페르디난드는 "이유인가……" 라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유를 물어도 곤란하다. 나는 너의 가족과 마찬가지이니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 이상의 이유가 필요한가?"
"네? 하지만 진짜 가족이라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을거라 생각하는 걸요. 기사단장인 아버님은 양부님을 위해,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페르디난드 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 같지만, 저를 위해서는 이렇게까지 진력하시지 않을 것이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과 어머님도 친근하게 대해주십니다만, 귀족으로서 가까이 하지 못하는 부분이 더 많지요?"
귀족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신들의 은력 때문에 닿을 수 없어서는 곤란하다며 이름을 바치거나, 신들에게 싸움을 걸거나 하지 않는다. 후견인인 페르디난드는 가족과 마찬가지이긴 해도, 가족과는 꽤나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페르디난드는 매우 괴로운 얼굴이 되었다.
"로제마인, 너의 가족은……."
"왜 그러시죠?"
"……아니, 지금은 됐다."
페르디난드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말고, 말을 삼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옆얼굴이 매우 상처입은 것처럼 보였다.
"저, 페르디난드 님?"
"요 이삼일 동안 너의 마력 소비량과 회복량을 지켜본 바로는 알렉산드리아 전체를 덮는 마법진을 기동하면 반드시 마력이 고갈될 것이다. 그다지 자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방으로 돌아가 자도록."
페르디난드는 마술도구로 자기 방의 호위기사와 연락을 취해 안젤리카를 부른다. 그리고 나를 방으로 데려가도록 명한다. 어째서 페르디난드가 상처 입은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 나를 보내고 비밀방으로 돌아가는 페르디난드에게 손을 뻗고 싶었지만, 무엇이 좋지 않았던 건지 알 수 없었기에 손을 뻗지 않은 채 나는 눈을 감았다.
일어나면 고통에 시달리는 것이 너무 싫다. 몸 안에서 부풀어 오른 신들의 은력에 진절머리를 치며 나는 그레티아에 환복을 부탁했다. 저녁을 먹고 나면 곧바로 대규모 치유 마술을 시행하게 된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아렌스바흐의 초석 앞이다. 아우브가 쓰는 방에서 아우브가 가진 열쇠로 들어가는 작은 방을 경유해 들어온 것이다. 페르디난드에 안겨올려져서.
"원래 아우브 외에는 들어오면 안 되는 장소죠?"
"……뭐, 그렇지만 마력이 고갈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너를 혼자 둘 수 없고, 디트린데에게서 이 열쇠를 회수한 것은 나이다. 덧붙이자면, 지금의 초석은 마력적으로 나를 아우브로 인정하고 있다."
"제가 아니라 페르디난드 님 자신이 아우브 알렉산드리아가 되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으신 걸까……해서요. 연구 시설,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고요?"
이미 설치된 하얀 가지 앞에 무릎을 꿇으며 그렇게 말하자, 페르디난드는 나의 바로 옆에 앉아 약품류를 준비하면서 코웃음쳤다.
"직접 만들지 않아도 네가 만들어 주는 것이지? 내가 아우브가 될 필요는 없다."
"페르디난드 님은 정말 욕심이 없네요. 욕심으로 보면 제가 더 마왕 같아요."
"그런가? 그래도 요즘은 꽤나 욕심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만."
훗 하고 마왕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는다.
"페르디난드 님은 도서관 도시를 건설해 앞으로 인쇄될 모든 책을 자신의 도서관에 납부하게 하고, 언젠가는 다른 모든 영지의 도서관이 보유한 장서도 인쇄해 제 책으로 만들어 주겠사와요, 오호호호~ 하는 야망도 없죠?"
"그런 야망을 품는 것은 너 정도겠지."
……전 도서관 재패는 인류의 꿈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자신의 야망을 포기할 생각이 없기에, 그 시작으로 왕궁 도서관에서 귀족원 도서관으로 옮기는 책을 사본하게 해달라고 에그란티느를 잡고 늘어질 생각이다.
"그런 야망을 거머쥐기 위해서라도 신들의 은력을 지워야 한다. 시작한다."
"네."
나는 훈색으로 빛나고 있는 마석 모형에 손을 댄다. 마력을 쏟고 있자, 마석 모형 안에 물이 차올라 수경처럼 된다. 차오르던 물은 넘치기 직전에 멈추고, 이번에는 하얗던 에어베르멘의 가지가 훈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에어베르멘의 가지로부터 나온 전속성의 빛이 똑바로 위로 솟아오른다. 초석의 제단에 들어와 있는 나에게는 밖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전속성의 빛이 건물을 뚫고 밖으로 나간 순간, 수경에 밖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페르디난드 님, 이거……."
"그대로 마력을 쏟아라. 아직 마법진은 완성되지 않았다."
"네."
수면에 비치는 광경은 많은 귀족들이 슈타프를 반짝이며 흔드는 장소에서 시작해, 불빛이 많은 귀족가를 지나, 평민들의 아랫마을을 통과해 캄캄한 바다를 비추게 되었다. 깜깜하긴 해도, 훈색의 빛이 비추어져 수면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알 수 있다. 곧이어 국경문 앞의 경계문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슈트랄과 다른 기사들의 모습이 비친다. 다들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밤하늘에 마법진이 그려지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겠지. 멍청한 표정이다."
"제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더 멍청한 얼굴을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도."
……그건 좀 부정해줬으면 했는데.
수면에 비치는 광경은 기사들의 놀란 얼굴에서 경계문에 놓아둔 에어베르멘의 가지가 되었다. 그 후는 다시 상공으로 향한다.
마력이 펑펑 마법진에 흡수되어 간다. 조금 열이 가시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번엔 어딜까요?"
"단켈페르가와의 경계문이겠지. 육지가 가깝다."
단켈페르가와의 경계문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몇 명의 기사였다. 경계문 위에 올라가 있는 파란색 망토를 걸친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어째선지 다들 흥분한 시선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떠들고 있다. 흥분한 단켈페르가의 기사들이 에어베르멘의 가지에 닿지 않도록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곳의 수비가 가장 힘들지도 모르겠네.
후훗 웃고 있는 사이에 또 다음 경계문으로 향한다.
마력이 쭉쭉 흡수되어 가고, 공복 상태가 기아 상태가 되기 시작한 듯한 느낌이다. 조금 머리가 어질어질하기 시작했다.
다음 경계문에 있던 것은 라우렌츠와 몇 명의 기사 뿐이었다. 옛 베르케슈토크와의 경계문이다. 페르디난드가 에어베르멘의 가지를 두러 갈 때 폐쇄한 듯, 영주 회의 이후 트라오크바르가 아우브로 부임한 이후에 양측 아우브의 힘으로 열게 된다고 한다.
열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서 열이 나지 않아 오히려 차가워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즈음에 프뢰벨타크와의 경계문에 도착했다.
여기에 있는 것은 마티아스와 기사들이다. 프뢰벨타크의 기사들도 있었지만, 단켈페르가 같은 야단스러운 축제로는 되어있지 않고, 그저 압도된 듯한 표정으로 상공을 올려다보고 있을 뿐이다.
프뢰벨타크와의 경계문과 에렌페스트와의 경계문은 꽤 가깝다. 순식간에 에렌페스트와의 경계문의 모습이 비치기 시작했다. 에렌페스트와의 경계문에 있는 것은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일 것이다.
"……할아버님?"
어째선지 할아버님이 경계문에 있어,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낮에 질베스타에게 연락했더니, 귀족원의 계승식은 보러 가지 못했으니 경계문에는 절대로 가겠다고 우겨서 나온 모양이다. 시간에 맞출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만, 코넬리우스를 보낸 것이 정답이었군. 다른 사람이었다면 상대할 수 없었겠지."
페르디난드의 어이없어 하는 듯한 목소리에 나는 작게 웃는다. 조금 어지럽고, 의식해서 천천히 호흡해야 할 정도로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이다, 로제마인."
바로 옆에 있을 페르디난드의 목소리가 조금 아득하게 들린다. 수면에 비치는 풍경이 어두운 바다를 지나 이 성으로 돌아올 때까지 견뎌야만 한다. 몇 번인가 "괜찮아" 라고 되뇌이고 있지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마석 모형을 잡고 있는 손에서 힘이 빠진다.
"로제마인, 몸의 힘을 빼고 나에게 기대어도 상관 없다. 손만은 떼지 말아라."
옆에 앉아 있던 페르디난드가 내 손을 위에서 누르고 기력이 빠져나간 몸을 감싸안는다. 평소에는 차가운 페르디난드의 손이 뜨겁게 느껴진다.
"치유와 변화를 가져오는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시여, 곁을 모시는 권속인 열두 여신이시여, 우리의 기도를 받으시어 성스러운 힘을 주십시오……."
페르디난드가 다급히 축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마법진은 무사히 완성된 것 같다. 페르디난드의 축문을 들어도 신들의 은력은 반응하지 않는다. 마력이 거의 고갈된 것이다. 몸이 차갑게 되어 움직이지 않았지만, 내 안에서는 "겨우 끝났다" 라는 안도감이 커져간다.
……페르디난드 님, 뒤는 잘 부탁드립니다.
축문을 들으며,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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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반 부분을 다른 시점에서 쓸까, 하고 매우 고민했습니다만, 주인공 시점으로 끝까지 갔습니다.
영지 전체에 치유의 마술을 걸면서 마력 고갈에 이르렀습니다.
뒤는 페르디난드가 열심히 약을 먹입니다.
어떻게 먹이는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다음은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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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경찰아저씨! 여기에요! 여기 키잡하는 변태 신관장이 있어요!! (고래고래)
......역자는 잠깐 피눈물좀 흘리고 오겠습니다.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98화. - 마력 살포 기원식 하편 -|작성자 치천사
기억 1
흔들흔들 의식이 어둠 속을 표류하는 와중에 내가 제일 처음으로 느낀 것은 입 안이 달다는 것이었다. 그레티아에게 양칫물을 준비해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반복되는 목소리는 귀에 익은 것이었다.
"……페르디난드 님, 이죠?"
"늦다. 더 빨리 답하도록."
불러서 대답했더니 갑자기 불평이 돌아왔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 뿐인 걸까.
"이래보여도 정신이 들자마자 응답한 것이니, 이보다 빨리 답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은 어디에 계신 건가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둡기만 한 시계 속에 페르디난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너무나도 불안하게 느껴져 침착할 수가 없다.
"기억을 보는 마술도구를 사용해 의식을 연결하고 있을 뿐이다. 진정해라."
"그러고 보니 그랬었죠. 마력을 물들이는 것이 끝나면 기억을 이을 예정이었지요. 이렇게 의식이 이어졌다는 것은 이미 페르디난드 님의 마력으로 물든 것인가요?"
"너에게 마력을 흘려봤다만 거의 저항이 없었다. 완전히라고는 할 수 없다만, 거의 나의 마력으로 물들었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건 다행히다. 이제 그 신들의 은력에 휘둘릴 일도 없는 원래의 마력으로 돌아온 것이다. 입 안이 달짝지근한 것은 마력을 물들이기 위해 먹은 약 때문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로제마인, 지금부터 내가 기억하고 있는, 너에게 소중한 사람들의 기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계기 뿐이다. 너의 가족이 누구이며, 어떤 존재였는지,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는지, 지금의 자신과 당시의 네가 얼마나 다른지……. 생각해내는 것이다."
명령조인 페르디난드의 목소리에는 애원이 섞여있었다. 목소리는 평소처럼 담담한데도, 뭐라 말할 수 없는 초조감과 내가 기억을 되찾기를 바라는 간절한 감정이 전해져 온다.
"저기, 전에 동조했을 때는 내 기억을 본 페르디난드 님이 내 감정에 휘둘렸다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페르디난드 님의 감정에 동조하는 건가요?"
"지극히 본의가 아니다만, 그렇게 되었다."
엄청난 거부감과 망설임과 체념이 전해져 왔다. 할 수만 있었다면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페르디난드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어떤 기억을 보여줄 것인지, 불성실하게도 조금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어둡기만 하던 시계가 갑자기 신전이 되었다. 마치 신전으로 전이한 것 같은 느낌이다. 신전의 복도를 걸어 신전장실로 향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키가 큰 페르디난드의 시점에서 보는 신전의 모습은 자신의 눈으로 보아오던 신전과는 조금 달라 정말로 신선하다.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고 싶지만, 시계가 페르디난드의 시점으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보고 싶은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페르디난드 님, 다른 곳도 좀 보고 싶습니다."
"기억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기에 무리다."
신전장실 앞에는 본 적 없는 회색 신관이 서 있고, 그에게 아르노가 중개를 부탁하고 있다. 허가를 받아 방 안으로 들어가자 불룩하게 배가 나온 신전장의 모습이 보였다. 얼핏 너그러워 보이는 인자한 표정 속에 빈틈 없는 징그러운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전 신전장은 싫은 사람이지만, 이렇게 다시 보니 어쩐지 그리울 정도네요. ……아, 내가 왔어요!"
길베르타 상회의 견습복을 입은 내가 본 적 없는 남녀와 함께 방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페르디난드의 시야에 비친다. 이 시점에서 보니, 평민 시절의 나의 머리는 페르디난드의 허리 정도에 있다. 소매에 가려지면 보이지 않게 되어버리는 키다.
"쪼끄매! 엄청 작아! 페르디난드 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느낌이었군요. 우와, 무심코 밟아버릴 것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나요?"
"자신을 본 소감이 밟을 것 같다는 것일 줄은……. 그보다 네가 주목할 것은 과거의 자신이 아닌 함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너의 부모님으로, 이름은 귄터와 에바다. 귄터는 에렌페스트의 문지기이며, 에바는 너의 전속 염색 직인이지."
아, 하고 생각했다. 아랫마을의 기억이 거의 없는 것은 가족의 기억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벤노, 마르크와 맺은 계약이나 장사와 관련된 기억은 있지만, 아랫마을에서 생활해온 기억이 거의 없다.
……그들이 나의 부모님?
남녀가 경계를 드러내며, "마인을 내놓아라" 라고 말하는 전 신전장을 앞에 두고 나를 감싸듯이 대치하고 있다.
"거절합니다. 고아가 사는 환경이라면 마인은 어차피 살 수 없어."
"그렇습니다. 마인은 몸이 먹히는 아이가 아니더라도 매우 허약합니다. 세례식에서 두 번이나 쓰러지고, 그 후 며칠 동안 열이 내리지 않는 아이입니다. 신전에서의 생활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남녀의 답변에, 그 후의 전개가 쉽게 상상된 나는 핏기가 가시는 것을 느꼈다. 평민이 전 신전장에게 반항하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처형되어도 이상하지 않아요!?
숨을 삼킨 순간, 아니나다를까, 평민의 반항을 목도하고 격앙된 전 신전장이 "신관에게 손을 대면 신의 이름 앞에 극형에 처하겠다" 라며 회색 신관들을 방으로 불러들여 어린 나를 잡도록 명했다. 이쯤 되면 남녀도 포기하고 나를 건네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뒤집혔다.
"마인을 지킨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그 정도의 각오는 되어 있다."
갑자기 시야 속에서 회색 신관들이 얻어맞고 차이기 시작해, 무심코 한 걸음 물러설 뻔했다. 그 순간, 페르디난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상대가 신전장이건, 타령의 귀족이건, 어떤 위협에도 일체의 미혹을 보이지 않고 딸을 지키는 남자가 너의 아버지다. ……너희 가족을 보았을 때의 나의 놀라움을 알겠는가?"
페르디난드의 목소리에는 그리움과 선망이 섞여 있다. 감정을 감추는데 능한 페르디난드에게선 볼 수 없던 뚜렷한 감정의 발로에 나는 눈을 깜박였다.
"저는 지금 현재진행형으로 놀라고 있습니다. 놀랄 정도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네요."
"누가 무슨 말을 하건 상관 없이, 내 목숨을 포기하지 않고 단켈페르가까지 끌어들여 아렌스바흐로 쳐들어 간 너와 꼭 닮지 않았는가?"
쿡 하고 페르디난드가 웃는다. 무서운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였지만, 페르디난드의 눈으로 보는 그 광경은 몹시 눈부신 것이었다. 자신의 자식을 지키기 위해 상위의 존재에게 거역하는 남녀의 모습에, 경악과 천사가 뒤섞인 감정이 향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아이를 사랑하고 지키는 부모가 있었던 건가.
그런 페르디난드의 심정이 스치는 것과 동시에 흘끗 다른 남녀가 시야에 비쳤다. 양부님과 비슷한 외모이며, 더 나이 많고, 더 부드러운 인상의 남자가 "시간의 여신의 인도이다" 라며 조금 곤란한 얼굴로 말하고, 엷은 색조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정리한 상냥해 보이는 여성이 "글류크리테이트의 시련인 걸까요" 라며 살며시 한숨을 토한다. 자신의 시점이 두 사람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이건 페르디난드의 어릴 적 기억인 걸까.
응? 하고 생각한 다음 순간, 시계가 신전으로 복귀했다. 기분 탓이라고 넘기기에는 매우 뚜렷하게 보인 광경이었다. 저것 역시 분명 페르디난드의 과거의 기억임에 틀림 없다.
"……선대 아우브 에렌페스트인가요?"
"지금은 눈앞의 광경에 집중해라. 너의 기억을 되찾기 위한 것이다."
노골적으로 대답을 피하며 페르디난드가 의식을 지금의 광경으로 되돌린다.
"너도 저 귄터처럼 가족에게 닥치는 부당함을 수용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전, 이래봬도 꽤나 부당함을 감내해왔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반박하는 순간, 어린 내가 전 신전장을 위압하기 시작했다. 눈동자는 기름막이 씌인 것처럼 변색되었고, 몸 전체에서 옅은 노란 색의 안개 같은 것이 일렁거리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자신의 부모인 듯한 남녀를 비호하며 온몸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웃기지 말라는 건 이쪽이 할 말이야. 아빠와 엄마를 건드리지 마."
……아빠와 엄마.
그 호칭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친다. 그 호칭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몹시 그립다고 느끼는 울림에 가슴이 아파옴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이어지지 않는다.
전 신전장을 상대로도 망설임 없이 맞설 정도로 소중히 해주는 부모가 있고, 두 사람을 감싸며 무지갯빛으로 눈을 번뜩이는 어린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만, 지금의 나는 당시 자신의 감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어째서 저렇게까지 필사적으로 가족을 감싸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스스로 가족과 떨어지는 것이 결과적으로 가족을 지키는 것일 텐데, 하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페르디난드가 작은 몸으로 필사적으로 가족을 지키려는 마인의 모습에 감탄하며, 동시에 더 없을 정도의 중죄에 스스로 발을 들여놓는 모습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금의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공감하는 것이 훨씬 쉽다.
"페르디난드 님, 기억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분명 알고 있었을 거에요. 아빠와 엄마라는 호칭이 그립게 느껴지지만……모르겠습니다."
답답하고 분해서 울고 싶어졌다. 생각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안다. 할 수만 있다면 생각해내고 싶다. 그렇지만 기억이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인물도 보겠나?"
페르디난드가 그렇게 말한 순간, 신전장실에서 신관장실로 경치가 변한다. 신관장실 자체는 익숙하지만, 방 안의 가구의 배치는 낮선 것이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의자가 네 방향에 배치되어 있다. 정면에는 본 적 없는 금발의 남자아이가 있고, 그 좌우로 랄프의 부모님과, 벤노와, 마르크가 있었다.
"이건 대체 무슨 모임인가요?"
"여기 있는 사람은 모두 기억에 있는가?"
"눈앞의 남자아이만 모르겠습니다. 나머지는 압니다."
벤노와 마르크는 알아보는 건가, 하고 페르디난드가 중얼거린다. 벤노와 마르크는 안다. 아랫마을에서 상품을 팔러 갔던 기억이 있다.
"그의 이름은 러츠. 그리고 오른쪽에 앉아 있는 남녀가 그의 부모다."
"랄프의 부모님이라는 것을 알면서 러츠만 모른다는 것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거네요."
"……그래. 너를 대신해 종이를 만들고, 벤노의 가게에서 일하며, 신전의 공방에 출입해 고아들을 숲으로 데려가고, 구텐베르크로서 에렌페스트 내에 인쇄를 넓혀간 자이다. 인쇄에 관해서는 너의 손발이며, 네게 있어 매우 중요한, 가족과 같은 존재다."
"가족과 같은?"
페르디난드가 "보아라" 라고 말한다. 눈 앞에서는 말이 서투른 디드가 어휘를 쥐어짜내며 열심히 자신의 한 말의 의미를 설명하는 모습이 보인다.
"자신의 꿈을 부정당해, 행동을 구속당해, 집에서 도망쳐 나온 그를 네가 비호했다. 되도록이면 그를 가족과 화해시키고 싶다고. 화해하지 못할 경우엔 일단 고아원에서 인수해 벤노에게 입양시키고 싶다는 것이 너의 희망이었다."
"어째서 페르디난드 님이 관여하고 있나요?"
평민의 가족 문제에 페르디난드가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 이상해서 견딜 수가 없다.
"고아원장인 네가 어린 나이었기에, 벤노가 입양하려면 내가 손을 빌려줘야만 했다. 직무의 일환이다."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표면적인 입장을 말해줬지만, 그와는 별개의 감정이 흘러들어 온다. 마인 가족 이외의 평민 가족에 대해 알고 싶다는 동기도 있었던 모양이다.
대화하는 도중, 페르디난드는 가만히 디드와 카를라를 보고 있었다. 무뚝뚝하고 조야한 언동의 이곳저곳에서 아들에 대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것이 러츠에게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페르디난드는 금방 알 수 있었던 모양이다.
러츠에 대한 감정은 "이렇게나 부모에게 걱정받고, 사랑받고 있는데 도대체 뭐가 불만이지?" 라는 당혹과 질투가 대부분이었다. 페르디난드는 부모측의 심정이 가급적 왜곡되지 않고 러츠에게 전해지도록 신경쓰면서 그 자리를 맡고 있었다.
대화가 진행되면서 러츠의 얼굴이 굳은 표정에서 힘 빠진 표정으로 바뀌어 가고, 화제는 러츠의 입양과 관련된 것이 되었다. 벤노의 제의를 디드는 단호히 거절한다.
"너는 대단한 사장이고, 대단한 장사꾼이겠지. 러츠의 일로 민폐를 끼치는데 그것에 어울려주는 도량도 관대함도 있어. 하지만, 부모는 되지 못해."
벤노에 대한 디드의 평에, 페르디난드의 마음 속에 조금 파문이 인다. 부모가 될 수 없다고 단언받는 벤노에 대한 경계심과 평민의 부자 관계에 대한 흥미가 섞여 있다.
"벤노가 부모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설명하도록. 뭔가 나쁜 평판이라도 있는 것인가?"
"아무리 일에 대한 평판이 좋아도 말야, 입양하는 이유가 가게의 이익이라는 녀석은 부모가 못 돼.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이익으로 생각할 일이 아냐. 틀렸나?"
디드의 말에 깜짝 놀란 것은 벤노만은 아니었다. 페르디난드도 가볍게 숨을 삼키고 있었다. 그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영지를 위해" "시간의 여신의 인도" 라는 한 남자의 목소리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예상외로 디드의 말이 깊이 박혀, 페르디난드 안에 체념과 비슷한 감정이 퍼져나간 것으로 볼 때, 선대 아우브 에렌페스트였던 것이 아닐까.
페르디난드가 천천히 숨을 쉬며 약간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는 것은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다. 모두가 주목하는 것은 디드와 벤노의 대화였고, 부모의 애정을 확실히 받아들인 러츠의 눈물이었다.
"어이. 집에 간다, 바보 아들."
딱, 하고 주먹이 떨어졌음에도 기뻐보이는 러츠가 몹시 눈부시고 부럽다. 자신은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평민의 아이를 페르디난드는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친 기분으로 근시들이 가구의 위치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페르디난드는 자신의 옆에도 평민의 아이가 있음을 떠올렸다. 내려다보니 처음에 명했던 대로 아직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쥐고 있는 마인이 있다.
"그 가족이 깨지지 않게 되어 다행히었군. 러츠를 가족과 화해시켜 집으로 돌려보낸다. 그것이 네게 있어 최선의 결말이었었지?"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쥐고 마인에게 그렇게 말하자, 마인은 "다행히야" 라고 말하면서 뚝뚝 굵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감정이 시키는 대로 울거나 웃거나 하는 것은 우아하지 않은 태도다. 페르디난드가 울음을 그치라고 주의를 주었지만, 마인은 기쁨의 눈물이니까 괜찮다고 미소지으며 울기를 계속한다.
"러츠, 다행히다……."
마치 자기 일처럼 러츠를 걱정하고 있는 마인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새빨간 타인을 이렇게까지 도와주고,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더라도 깊은 정을 나눌 수 있는 마인을 페르디난드가 정말로 신기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전해져온다.
……어떻게 하면 너는……
"로제마인! 러츠에 대한 것은 기억 났는가?"
"힉!?"
깊이 빠져있던 사고를 냅다 걷어차는 듯한, 갑작스러운 외침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페르디난드가 무엇을 생각했는지,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가 단번에 머리에서 날아가버렸다.
"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러츠에 대한 것이 생각 났는지를 묻고 있다."
"아뇨,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당시의 내가 정말로 소중히 여기던 상대라는 것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해한 것은 페르디난드에게 있어 가족이나 부모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의미가 크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기억에 없는 러츠의 언행보다도 기억 여행에 동참하고 있는 페르디난드의 심정 쪽이 훨씬 신경쓰인다. 페르디난드가 말한 "가족과 같다" 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운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었던 것은 아닐까.
"러츠에 관한 기억이 전혀 없는 탓인지, 아무래도 기억 속에 있는 마인의 심정과 동조할 수 없었습니다."
"기억이 전혀 없는가? 모습을 보고 목소리를 들어도 떠오르지 않는 건가?"
"그렇네요. 좀 전의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앞으로 조금이면 이어질 것 같습니다만, 러츠는 그런 조짐도 없습니다."
페르디난드의 감정에 경악과 당혹과 초조감이 스멀스멀 섞이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 러츠는 소중한 존재인가" 라는 난처함과 초조함에 더해, 어떤 기억이어야 이어지기 쉬울지, 필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전해져 온다.
"분명 꿈의 세계에 대한 기억은 있었었지? 거기서부터라면 조금은 이어지기 쉬울 것 같은가?"
우라노 시절의 기억은 제대로 있으니 딱히 되살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페르디난드에겐 뭔가 달리 생각하는 것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페르디난드의 심정을 알고 싶어서 나는 그 기억도 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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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난드가 보았던 몇몇 가족의 형태.
자신이 가질 수 없었던 것.
최대한 감정이 흘러가지 않도록 할 생각이었지만, 로제마인에게는 줄줄 새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이 돌아올 조짐은 없습니다.
다음은 2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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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도둑고양이(여신)를 쫓아냈더니 소꿉친구(러츠)가 나타났습니다.
지뢰왕자랑 알콩달콩한 가족이 되고 싶은 우리 외롭고 가여운 페르냥....
이제 그만 포기했으면 좋겠네요. 흥. 칫. 뿡.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199화. - 기억 1 -|작성자 치천사
기억 2
……아, 우리 거실이다. 그립네.
신전이었던 풍경이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우라노 시절의 거실이 되었다.
"모처럼이니 서고나 내 방 같은 책이 대량으로 있는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유감이다만, 그곳은 안내받지 않았기에 내 기억에 없다."
"아아아아아, 나는 어째서 저번에 데리고 가지 않았던 걸까요? 그럼 저번에 갔던 도서관이나 서점이라도 좋습니다. 책이 있는 곳으로 가죠."
"사양하겠다."
내가 우라노 시절의 책으로 둘러싸이고 싶어 안절부절하고 있는데도, 페르디난드는 "책만 읽으며 시간을 헛되이 보낼 뻔 했으니 보지 않아 다행히었군" 라고 생각하고 있다. 좀 너무한다.
페르디난드는 책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청하는 내 말은 완전히 무시하고, 엄마 아트가 놓인 한 선반으로 향해 손으로 뜬 레이스를 가리켰다.
"설명은 지난번에 받았다만, 이것이 너의 머리장식의 근원인 된 레이스였지?"
"그렇긴 하지만, 한번 본 것뿐인데도 잘 기억하고 있네요."
무엇을 어떻게 보이고 설명했었는지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페르디난드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두뇌의 구조가 본질적으로 다른 모양이다. 감탄하고 있는 와중에 페르디난드의 감정이 조금 술렁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뭐랄까, 약간 긴장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왜 그러나요?, 페르디난드 님?"
"로제마인, 너는 벤노에게 판 최초의 머리장식을 어디서 누가 무엇을 위해 만들었는지 기억하고 있는가?"
"네?"
가만히 나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기색을 느낀 나는 기억을 더듬는다. 종이 만들기가 일단락되어 신상품으로서 벤노에게 머리장식을 팔러 갔던 것은 기억한다. 길드장이 프리다의 세례식을 위해 새로운 머리장식을 원한다고 해서 당시로서는 꽤나 큰 돈을 벌었을 것이다.
……어라? 그렇지만 이걸 왜 만들기 시작했지?
"모르겠어요."
"투리를 위해서였다고 한다."
"머리장식 직인요?"
"내가 투리를 만난 횟수는 많지 않다만, 머리장식을 납품하는 자리에 동석한 적이 있다."
휙 하고 광경이 바뀌었다. 고아원장실에서 에그란티느를 위해 만들어진 머리장식을 납품받는 자리에 페르디난드가 동석해 있는 것을 대화로 알 수 있다.
"전, 에그란티느 님의 머리장식을 주문 받았던 것은 기억 나요."
"그런가. 그럼 어째서 이렇게까지 불만스러운 얼굴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는지는 기억 나는가?"
"그런 것은 여신님과는 상관 없이 기억해두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억 속의 로제마인이 경계심과 불만 가득한 얼굴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바쁜 와중에 왕족에게 보내는 물건을 검사해야 하는 페르디난드도 "번거로운 일을 끌고 온 주제에 그 얼굴은 뭔가" 하고 불만이 가득하다. 거진 울상을 지을 때까지 꾸욱 뺨을 꼬집으며 쓴물을 삼키고 있던 것으로 보면, 페르디난드는 의외로 어린애 같다.
……반 정도는 화풀이였다니!
"그녀가 투리다."
녹색 머리카락을 뒤로 땋은 소녀가 길베르타 상회 사람들과 함께 다가온다. 투리를 보고 조금 굳은 얼굴이 된 로제마인을 페르디난드는 가만히 관찰하고 있다.
페르디난드의 마음에는 로제마인이 유레베에서 깨어난 이후의 첫 활동으로 어느 정도로 충격을 받을지, 2년의 공백으로 가족과의 관계에 얼마나 변화가 있었을지, 불안과 경계심으로 가득차 있다. 충격이나 감정의 흔들림으로 마력을 폭주시키는 일이 없도록, 곧바로 마석을 꺼낼 수 있게 손은 가죽주머니에 넣은 채이다.
그런 페르디난드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투리는 시선을 교환하며 미소짓는 것만으로도 로제마인의 긴장을 읽어내었다. 방긋 미소짓는 푸른 눈동자는 한눈에 알 수 있는 애정이 담겨 있다. 소중하고 소중한 상대를 보는 눈. 그것은 떠오르지 않는 아빠와 엄마의 눈과 같은 것이었다.
……나, 이 눈을 알고 있어.
"이쪽은 로제마인 님에게 선보이고자 하는 물건입니다."
투리는 내가 유레베에 잠긴 사이에 봄의 머리장식을 만들고 있었다고 한다. 로제마인이 책을 앞에 두고 있을 때처럼 기쁜 듯이 미소지으며, "달아주겠나요?" 라며 투리가 머리장식을 달아주기 쉽도록 몸의 방향을 바꾼다.
투리는 한번 페르디난드를 돌아보고는 정중한 태도로 지금 달고 있는 머리장식을 살며시 뗀다. 조금 흐트러지며 어깨에 걸린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 등으로 흘려넘기며 새로운 머리장식을 달아준다. 지극히 상냥한 손놀림이다.
"어울리나요?"
"제가 로제마인 님을 위해 만든 머리장식인걸요. 정말로 잘 어울리세요."
로제마인이 투리와 시선을 나누고 웃는다. 얼마 안 되는 이 짧은 만남이 정말로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두 사람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좀 더 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나였는지, 아니면 페르디난드였는지 판별이 어려울 정도였다. 서로 떨어지긴 했어도 얼마 안 되는 이 짧은 만남을 위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 손을 잡으려 하는 가족의 세세한 인연이 페르디난드에는 너무나도 눈부시다. 동시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는 해도 마인을 평민 가족들로부터 떼어낸 자신의 행위나, 2년의 공백을 만들게 된 습격에 대해 씁쓸해 하고 있다.
"페르디난드 님은 최초의 머리장식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아시나요?"
"벤노에게서 들은 것이다만, 네가 언니인 투리를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세례식 축하 선물로 가족 전원이 함께 만들었다더군."
페르디난드가 벤노와의 대화를 떠올린 것인지, 고아원장실에서 신관장실로 풍경이 바뀌었다. 눈앞에 벤노와 마르크가 있고, 내가 귀족으로서의 세례식에서 달았던 머리장식의 납품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으로 어떠신지요? 주문하신 것처럼 최고급의 실을 사용해 화려하게 마무리한 것입니다. 이러한 머리장식은 우리 가게에 물건을 팔러 오던 아이가 언니의 세례식 축하 선물로 만든 것이 시작입니다. 그래서 로제마인 님의 세례식 축하선물로 지극히 어울리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호오."
"……지금껏 무녀 견습의 머리장식을 만들어 온 투리와 모친이 실을 뜨고, 아버지가 정성껏 나무를 깎아 만든 것입니다. 로제마인 님은 틀림없이 크게 기뻐해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벤노의 미소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을 때의 그것이다. 그 벤노의 미소가 사라지자 다시 거실의 광경으로 돌아왔다.
"생각나지 않는가? 네가 머리장식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책 이외엔 거의 흥미를 보이지 않던 너이다. 시작한 것은 좋지만, 자수와 마찬가지로 금방 질려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네가 뭔가 시작했을 때에 내가 경계하듯, 너의 부모님이나 언니도 무엇을 시작하는 것인지 전전긍긍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그러한 가족이니 처음부터 나서 함께 서로 협력했을지도 모르겠군."
페르디난드의 말에 뇌리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실을 갖고싶어" 라고 조르는 자신의 목소리가 울리고, 정성껏 깎인 코바늘로 뜨기 시작하는 자신의 손이 비친다. 주위에 보이는 사람들의 그림자에 자신이 혼자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있습니다. 있었습니다. 하지만 완성된 작은 꽃을 만지는 것이 누구의 손가락인지 모르겠어요. 대단하다고 칭찬해 준 것은 누구였던 걸까요?"
작은 실마리를 찾은 것처럼 페르디난드의 감정에 기대가 싹튼다.
"너의 가족이겠지. 여기에 있는 바구니나 가방도 함께 만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라노 시절의 엄마는 도중에 흥미를 잃었기에 끝까지 완성시킨 것은 나이다. 평민 시절에 만든 가방은 옆에서 함께 만든 사람이 있다. 뇌리에 떠오르는 사람의 그림자를 포착하기 위해 나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는다.
"린샹, 양초, 비누, 아교, 잉크류도 만들었다고 했다만, 너 홀로 만들 수 있었을 리가 없다. 함께 만든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바로 몸 상태가 나빠져 앓아누워버리는 너의 병간호를 하고, 허약한 너를 도와 함께 만들고 있던 사람이 있었겠지? 어떻게 만들었었지? 누가 도와주었지? 걱정하며 잔소리해주던 사람도 많았던 것이 아닌가?"
페르디난드의 말에 여러 사람의 그림자가 머릿속을 스쳐간다. "얌마, 마인!" "얌전히 있으렴" "마인, 뭐하는 거야!?" "어이, 가자" 라는 몇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온다. 머리가 아플 정도다.
"나, 굉장히 혼나고 걱정받아서……. 허약해서 힘도 없고 일도 제대로 도울 수 없어서……. 그래서 주위에 사람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 말을 하는 동안, 눈에서 뜨거운 것이 넘쳐오르기 시작해 시야가 일그러진다. 소중한 기억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나, 가족을 소중히 여겼던 기억이 없어요. 책이 가장 중요하고, 책보다 중요한 것은 페르디난드 님 정도밖에……."
"책보다 소중한 존재가 나밖에 없는 것은 메스티오노라에 의해 기억의 연결이 끊어진 이후로 연결된 자가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가족에 대한 너의 정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다."
페르디난드의 감정에 아주 약간의 환희와, 체념과, 슬픔이 뒤섞이고, 거기에 어서 떠올려달라는 간원이 더해진다. 페르디난드의 애타는 마음에 나까지 가슴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부모와 가족을 생각하는 너의 마음은 그때까지 내가 몰랐던 감정이었다. 자신이 아버지와 질베스타에게 향하고 있던 감정과는 전혀 다른 사모의 마음. 박정하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내쪽이 더했다고 생각한다. 너의 감정은 강하고 너무 깊다."
페르디난드의 말과 함께 우라노의 엄마와의 식사가 나왔다. 페르디난드의 기억대로의 메뉴이다. 갓 지은 하얀 밥과, 두부와, 미역 된장국1, 방어 구이, 고기 감자조림2, 백태 톳 조림3, 배추절임4이 차려져 있다.
"나는 먹은 적이 없는데도 맛있고 그립다고 느꼈다."
"페르디난드 님에게 있어서도 어머니의 요리는 그리운 맛일 것 같나요?"
"아니. 너에게 동조했기에 그렇게 느꼈을 뿐이겠지. 내가 그립고 맛있게 느끼는 것은 네가 고안한 요리다. ……아렌스바흐에서 알게 되었지."
독이 들어 있지 않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는 것은 칭찬인 걸까. 꽤나 먹보이고 맛있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페르디난드의 음식에 대한 기준이 의외로 낮았다.
"독이 들어있는지의 여부가 기준이라니, 대체 어떤 생활을……."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눈 앞의 식사가 달라졌다. 로스트 비프 같은 고기 요리가 있고, 나이 든 디트린데 같은 여자가 냉혹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바라보고 있다. 숨이 막히고, 토해내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버티는 페르디난드의 고통이 순식간에 온몸에 퍼진다.
"이 바보가!"
페르디난드의 노성과 함께 곧바로 여자의 모습이 사라지고, 디트린데를 닮은 여자는 우라노의 어머니의 모습으로, 눈앞의 요리는 일식으로 돌아간다.
"꺼내는 말에는 신경쓰도록. 쓸데없는 것을 보게 된다. 너는 자신의 기억을 되찾는 것만을 생각해라. 가족의 기억을 되찾아야 할 지금, 그런 기억은 필요 없다."
페르디난드의 감정이 짜증과 증오로 물결친다. 저것이 페르디난드의 일상적인 식사였던 걸까.
"조금 전의 여성은 베로니카 님이었겠습니다만, 언뜻 본 것만으로도 가치는 있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가족에게 사랑 받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는걸요. 페르디난드 님이 보여주는 나의 가족이라는 사람들과는 눈초리가 전혀 다릅니다."
"……아아, 그렇다. 너는 정말로 소중히 양육되고 있었다."
눈 앞에 앉아 식사하는 어머니의 눈에 깊은 애정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행복한 딸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의 애정을 받고 자란 것이다. 가슴 속에 소록소록 기쁨과 행복이 쌓여 간다.
동조했을 때의 기억이기 때문일까. 어머니로부터 전해져 오는 직선적인 애정에 당시의 페르디난드가 당혹감을 느끼고 있던 것도 전해져 왔다. 내가 느꼈던 것은 후회와, 반성과, 그리움과, 가족에 대한 애정이었다. 복잡하게 얽힌 자신의 마음 속에서 가장 강한 감정은 가족에 대한 마음이다. 이미 잃어버린 우라노의 가족, 지금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족, 양쪽에 대한 애정이 서로 얽혀 소용돌이 치고 있다.
……모두 정말 좋아해요.
"페르디난드 님, 가족에 대한 기억은 떠오르지 않은 상태로 마음만 돌아온 듯한 기분입니다. 지금 나는 가족들이 굉장히 소중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다들 정말 좋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어요. ……좋아하는데, 모르겠어요……."
얼굴도 봤다. 목소리도 들었다. 이름도 알 수 있다. 바로 저기에 있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지내던 기억까지는 정말 조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얇은 막의 저편에 있는 듯한 기억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저기, 페르디난드 님. 나는 제대로 모두의 애정에 보답하고 있었나요? 받기만 하진 않았나요? 어떤 식으로 좋아하고 있었나요?"
나의 질문을 받은 페르디난드의 안에 고통에 가까운 생각이 퍼지며, 눈앞의 광경이 바뀌었다.
……신관장실이다. 양부님과 아버님이 있는데, 언제의 기억이지?
아르노에게 손님이 왔다는 것을 전해듣고 손님을 맞아들이라고 고한다. 프랑의 안내를 받아 신관장실로 들어온 것은 투리의 손을 잡은 아빠, 아기를 포대기에 넣은 엄마였다.
"마인!"
"투리."
투리가 아빠의 손을 뿌리치고 빛나는 미소로 청색 무녀 견습의 옷을 입은 마인에게 달려간다. 날아들듯이 포옹한 직후, 확 하고 떨어져 마인에게 상처가 없는지 확인하기 시작한다.
"아빠는 크게 다쳐서 무서운 얼굴로 데리러 오고, 엄마와 카밀까지 함께 신전에 가게 되다니, 마인에게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닐까 하고 정말 무서웠어. 무사해서 다행히다."
투리는 천진하게 마인의 무사를 기뻐하고 있고, 나는 자신 안에 있는 "정말 좋아해" 와 투리가 발하고 있는 애정이 맞물린 듯한 느낌에 어쩐지 기뻐졌다.
그러나 두 사람을 바라보는 페르디난드의 마음은 비애에 차 있다. 앞으로 그 가족을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귀족에 거스른 평민들의 목숨을 구할 길이 있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프랑과 다무엘로부터 보고를 들을 때마다 흐뭇함과 부러움을 느끼고, 마인이 귀족원에 들어가는 열 살 때까지는 어떻게든 지켜주려 했던 관계를 자신의 손으로 끊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인의 부모는 상황을 이해한 듯, 괴로운 듯 얼굴을 내비치며 무릎을 꿇었다. 같이 무릎을 꿇으라는 말을 들은 투리가 주위를 둘러보고 황급히 무릎을 꿇는다. 마인이 무릎을 꿇지 않는 상황을 깨달은 듯, 얼굴이 굳는 것이 페르디난드의 시점에서는 보였다.
밀담이 되고, 싸하게 방 안이 조용해진다. 양부님의 행동에서도 망설임을 볼 수 있었지만, 양부님은 영주다운 얼굴로 무릎을 꿇고 있는 가족에게 착석과 직답을 허가했다. 그리고 마인이 귀족이 되어, 양녀가 된다는 것을 고한다.
"나 때문인 거야!? 내가 데리러 가서 습격당한 거지?"
"아니야, 투리. 습격한 범인은 신전이 있었으니까 투리가 마중나오지 않았더라도 나는 습격당했을 거야. 오히려 말려들게 해서 미안해. 투리, 무서웠지?"
투리가 부채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위험에 처해 귀족을 상대로 공격한 것. 그리고 그 죄가 가족이나 근시에게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귀족이 되는 것이라고 마인이 열심히 설명한다.
……아니야. 나의 교육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노가 프랑의 전언이나 전 신전장의 방문을 바로 알려주었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뚝뚝 눈물을 흘리는 투리의 머리를 마인이 손을 뻗어 쓰다듬는 것을 보면서 페르디난드가 뿌득 어금니를 깨문다.
……이러한 예정은 없었다.
후회와 굴욕감에 시달리는 가운데 마인의 가족이 한 명씩 약속과 포옹을 나눈다. 페르디난드는 가족의 깊은 정에 가슴이 메이고, 갈라져버리는 가족의 모습을 목도하며 회한과 죄책감에 짓눌리고 있었다.
"약속해. 절대로 마인의 옷을 만들어 줄게."
"정말 좋아해, 투리. 자랑스러운 우리 언니."
"무리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건강하렴. ……사랑한단다, 나의 마인."
"나도 엄마. 정말 좋아해."
"카밀은 기억할 수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카밀을 위해 그림책만은 잔뜩 만들 거니까 꼭 읽어줘야 해?"
"아빠는 언제나 나를 지켜줬어. 나, 언젠가 결혼하게 되면, 아빠처럼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좋아."
"마인, 그럴 때는 아빠의 신부가 되고 싶다고 하는 거란다."
"응. ……나, 아빠의 신부가 되고 싶어."
가슴이 미어질 듯한 애정과 조금이라도 만날 수 있게 되고 싶다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가족들의 약속을 받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보답해주고 있지 않다고 생각된다.
"나, 애정을 받고만 있잖아요."
울고 싶은데도 페르디난드의 기억 속이라 울지 못한다. 어서 전부 기억해내고 싶다. 이런 소중한 사람들과의 기억을 잃은 채로 있을 수는 없다.
"나, 이름도 바뀌었고, 이젠 아빠도 아빠라고 부를 수 없지만……아빠 딸이니까. 그러니까 나도 거리의 모두를 지킬게."
그렇게 말하는 마인의 반지가 빛나기 시작한다. 감정이 고조되어 마력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페르디난드가 즉각 슈타프를 쥐고 일어선다. 마인의 마력이 가족을 상처 입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마인은 "가족에 대한 마음으로 흘러넘치는 마력이니까 가족을 위해 사용하지 않으면 안 돼" 라며 넘치는 감정 그대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높고 정정한 하늘을 관장하는 최고신은 어둠과 빛의 부부 신. 넓고 호호한 대지를 관장하는 다섯 대신,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 불의 신 라이덴샤프트,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 땅의 여신 게둘리히, 생명의 신 에비리베시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축복을 주십시오."
마인이 신에게 기도를 바치며 천천히 두 팔을 들자 신의 이름과 동시에 반지에서 일렁일렁 엷은 황색의 빛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보조하는 마법진도 신들의 기호를 그리고 있지 않으며, 그저 순수한 마음과 기도만으로 축복의 빛이 흩날린다.
……몸에 너무 큰 부담이 걸린다!
페르디난드가 제지해야 할 지 망설이는 동안에도 마인은 기도를 이어간다. 자신만의 말로 신들에게 한결같이 기도한다.
"그대에게 바치는 것은 우리의 마음. 기도와 감사를 드리며 성스러운 가호를 받사옵니다. 아픔을 치유하는 힘을,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힘을, 악의를 뿌리치는 힘을, 고난에 견디는 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가족에 대한 사랑만으로 자아낸 축문에 의해 방 안에 축복의 빛이 춤추는 광경은 너무나 아름다워 페르디난드는 말을 잃었다. 나도 그저 페르디난드의 눈으로 축복의 빛이 쏟아지는 모습을 바라본다.
"꺅!"
"로제마인, 왜 그러지?"
축복의 빛이 쏟아진 순간, 갑자기 기억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열에 시달리며 눈을 떴던 시점부터 기억들이 잇달아 이어져 간다. 가족과 보낸 나날, 러츠에게 규탄받고 받아들여졌을 때, 종이를 만들었을 때의 기쁨, 인쇄기의 완성에 흥분했을 때, 그리고 벤노와 마르크와 페르디난드와의 기억 일부도 결여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기억이 이어지기 시작하며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사라진 것은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만이 아니었다. 나쁜 기억도 괴로웠던 감정도 사라져 있었던 모양이다. 고아원 지하에서 꿈틀거리고 있던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뇌리에 되살아난다. 트롬베 토벌에서 칼을 들이대며 위협하던 시키코자, 트롬베에 휘감겨 죽는다고 생각했을 때, 빛의 띠에 레서 군에 탄 채로 사로잡혀 묘한 약을 먹었을 때, 에그란티느와 아나스타지우스에게 사당을 순회하라는 명령을 들었을 때, 사당 순회를 마치고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손에 넣어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문에 막혔을 때, 페르디난드가 독에 당해 쓰러진 모습, 죽는 순간 마석이 된 남자의 기억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로제마인, 로제마인!"
페르디난드의 외침이 들려온다.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혼나버린다. 대답하려 했지만 조금 망설인 것은 이미 목소리가 화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직 머릿속이 어질거리니까, 잠시만.
나는 주위의 모습을 살피기 위해 조심조심 눈을 뜬다. 페르디난드의 얼굴이 눈앞에 있다. 눈이 마주친 순간, 미간에 주름을 뚜렷이 새긴 그 얼굴에 안도가 퍼진다. 그대로 끌어안겨, 안도의 한숨과 함께 "다행히다……" 라는 속삭임이 귓가를 스친다.
……어? 누구? 본인? 무슨 일 있었나? 설마 페르디난드 님이 고장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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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기억을 되찾은 로제마인.
쓸데없이 후회와 괴로운 기억이 많은 페르디난드.
아마 기뻤던 것보다 후회되는 것을 먼저 떠올리는 타입.
기억을 되찾았더니 페르디난드의 모습이 이상해 멍한 상태입니다.
다음은 3편입니다.
http://ncode.syosetu.com/s9019b/
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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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역자는 잠깐... 조금... 현실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합니다.....
럼과 브랜디가 필요해요. 아주 많이.
わかめのお味噌汁(미역 미소시루)
肉じゃが(니쿠쟈카)
五目ひじき(메주콩 톳 조림, 일본식 톳 조림)
お漬物(츠케모노, 일본식 야채절임)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200화. - 기억 2 -|작성자 치천사
기억 3
기억이 단번에 이어져서 머리가 어지럽고, 페르디난드와 동조했던 탓인지 아랫마을의 가족들이 그립고 그리워서 견딜 수 없다. 대체 페르디난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꼬옥~ 해주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에 그에 편승해 나도 등에 손을 두른다. 그 순간, 페르디난드가 움찔 하며 팟 하고 떨어졌다.
"무슨 짓을 할 생각인가?"
그런 싫다는 얼굴로 말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애초에 그것은 이쪽의 대사가 아닌가. 내가 정신이 들자마자 껴안아 온 것은 도대체 누구냐고 따져도 되는 걸까. 한순간 그렇게 생각했지만, 쓸데없는 말을 했다간 무의미한 말다툼이 시작될 뿐이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지금의 나로서는 전혀 승산이 없다.
"페르디난드 님만 꼬옥~하고 끝내는 것은 치사하다고 생각하기에, 제가 진정될 때까지 꼬옥~의 연장을 요구합니다."
"……연장?"
"동조했던 것 뿐만이 아니라 기억이 단번에 이어지면서 머리도 감정도 엉망입니다."
항의하는 것은 관두고, 대신 자신의 요구를 주장한 결과, 나는 엄청 싫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페르디난드로부터 꼬옥~의 연장을 얻어냈다. 그제야 비로소 주위를 둘러 볼 여유가 생겨서, 내가 아직까지 초석의 방에 있는 것과, 한쪽 다리를 세우고 앉아 있는 페르디난드에게 안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몸 역시 차갑지 않다.
"영차……."
꼬옥~ 하기 쉽도록 조금 몸을 비틀어 페르디난드의 등에 손을 둘렀다. 익숙한 냄새와 사람의 온기가 기분 좋지만, 페르디난드의 고동이 너무 빨랐고, 그렇게 생각한 탓인지 호흡이 빠른 것 같기도 하다.
"……이러고 있으면 곧 진정되겠네요."
"나는 전혀 아니다만."
한숨 섞인 목소리와 함께 떼어 내려는 듯한 낌새를 간파한 나는 등에 돌린 손에 재빨리 힘을 넣고 매달렸다.
"진정하지 못하는 것은 페르디난드 님에게 아직 꼬옥~이 부족하기 때문이 틀림없습니다. 잔뜩 꼬옥~ 하면 돼요."
"그런 의미가 아니다."
페르디난드는 지쳐버린 목소리로 귀찮다는 듯이 말하면서 나의 등에 두른 한 쪽 팔에 힘을 주고, 다른 손으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절대로 꼬옥~이 부족한 주제에 여전히 솔직하지 못하다.
"그럼 페르디난드 님은 어떤 의미로 저에게 꼬옥~ 한 건가요?"
"……그것은……갑자기 동조가 끊어진 데다 아무리 불러도 전혀 깨어나지 못한 네가 나쁘다."
정말 싫다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다. 이번에야말로 아득히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는 것이 아닌가 하고 페르디난드는 정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전, 그만큼 위험한 상태였나요?"
"요 며칠 계속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던 네가 어째서 그렇게까지 태평한 말을 하는 것인지, 나는 진심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마력이 보통으로 회복된 시점에서 신들의 은력의 영향에 의해 죽었을 것이다. 마력을 줄여야 하지만, 회복약을 쓸 수 없는 상태였던 나는 체력과 마력 중 무엇이 먼저 다하는가 하는 위험이 항상 따라다니고 있었다. 또한 마력 고갈과 동시에 나의 마력을 다시 물들이고 최대한 신속하게 마력을 회복시키지 않으면 이번에는 마력 고갈로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요 며칠간은 언제 어디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 자는 것도, 마력이 회복되는 것도 무서웠으니까요. 그래도 페르디난드 님이 어떻게든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렇게까지 비관적이지도 않았던 것입니다만……."
나는 마력만 고갈시키면 뒤는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비교적 낙관적으로 생각했지만, 그 '어떻게든'을 맡은 페르디난드는 큰일이었던 모양이다.
"너의 마력이 고갈되자마자 동조약을 먹이고, 나의 마력을 액화시킨 약을 먹이고, 그에 더해 기억을 들여다보는 마술도구를 사용해 마력을 쏟으며 의식에 대고 직접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좀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기억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간신히 실마리가 보였다고 생각했더니 전속성의 축복이 쏟아지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동조가 끊어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하고 페르디난드도 의식을 되찾았지만, 앞서 동조가 끊어진 나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채 무반응이었다고 한다. 전속성 축복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내 안에 희미하게 남은 신들의 은력에 뭔가 반응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절망적인 기분이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페르디난드의 이야기를 듣자, "전속성 기도와 함께 기억이 단번에 연결되기 시작해, 정신이 든 것과 동시에 껴안아져서 무심코 페르디난드 님이 고장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라고는 조금 말하기 어려웠다.
"페르디난드 님 덕분에 기억은 돌아왔습니다.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토닥토닥 가볍게 등을 두드리며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페르디난드의 고동은 조금도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의 머리카락 사이를 헤집듯 움직이고 있던 손이 멈추고, 껴안은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포근함이 아닌 아플 정도이다. 어쩐지 상태가 이상한 것이 걱정되어 나는 페르디난드를 올려다본다.
"페르디난드 님, 왜 그러시죠?
"로제마인, 너는……."
갈라진 목소리가 끊어지고, 그 다음이 들리지 않는다. 내가 "뭐라고요?" 라고 되묻자,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던 페르디난드가 팔을 풀고 조금 몸을 뗐다.
"너는 평민으로 돌아가고 싶은가?"
"네?"
페르디난드가 갑자기 무슨 말을 꺼낸 건지 알 수 없어서 나는 눈을 깜박거리며 고개를 갸웃한다.
"지금이라면 신들의 마력이 고갈되었기 때문에 네가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오른 것처럼 위장해 평민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기억 동조로 인해 평민 시절의 기억이 짙게 되살아나고 있는 지금, 그것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곧바로 달려들고 싶어진다. 그러나 내가 평민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것 역시 나는 잘 알고 있다.
"……저기, 페르디난드 님. 그거 혹시 시한부 선고같은 건가요? 죽기 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그동안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하라는 느낌의……."
"그렇지 않다. 동조하며 이해한 것이다만, 너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존재는 러츠이지? 너를 평민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네가 소중히 여기는 자와 부부가 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페르디난드 님, 진심인가?
목이 따끔거리고, 고동이 빨라진다. 나의 호흡까지 가빠지기 시작했다.
"평민으로 돌아가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 전, 마인으로서는 이미 죽어버린 걸요!? 알렉산드리아의 초석과 도서관 도시 계획도……."
"일단 네가 영주 회의에서 아우브·알렉산드리아가 되고, 내가 정식 약혼자가 된다. 대외적으로 내가 아우브 알렉산드리아가 될 수 있도록 형태를 갖추고, 그에 더해 최근의 무리가 탈이 되어 네가 죽은 것으로 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평민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초석도 도서관 도시 계획도 내가 실행하면 되겠지."
구텐베르크들의 이동에 맞춰 알렉산드리아의 평민으로 돌아가면 기본적으로는 사정을 아는 자들이다. 비밀을 지키게 하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고, 협력적으로 따라와 줄 것이라고 페르디난드는 말한다.
"에렌페스트에선 불가능하더라도 내가 아우브·알렉산드리아가 되면 너희 가족을 지켜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뇌리에 떠오른 것은 나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홀로 아우브로서 계속 싸워나가는 페르디난드의 모습이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약점을 보이지 않고, 모든 책임을 홀로 끌어안아버리는 이 사람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금방 짐작할 수 있다.
가슴이 아프다. 나는 자신의 가슴을 누른다. 무엇 때문에 가슴이 아픈 것인지 모르겠다.
"페르디난드 님은 제게 죄책감이나 책임감을 떠맡을 필요는 없는 걸요? 충분히 보답해주고 있으니까."
"……너의 행복은 그 가족과 함께 있지 않은가. 좀 전의 동조로 인해 떠올랐을 뿐, 세부 사항은 여러가지로 고려해야만 하겠다만, 생각해 볼 가치는 있겠지."
페르디난드가 전혀 실현될 수 없는 일을 말할 리 없다. 조금 망설이던 모습으로 보더라도, 어렵지만 전혀 실현 불가능하진 않다는 것이겠지.
머릿속에서 "페르디난드 님이 돌아갈 수 있다고 하니까 돌아가면 되잖아!" 라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내가 외치고, "페르디난드 님 홀로 다 짊어지게 할 생각이야!? 그런 무책임한 짓은 하기 싫어!" 라고 지금까지 귀족으로 살아온 내가 외치며, 마음 속에서 맞부딪친다.
"페르디난드 님이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저는 조금이라도 더 가족과 함께 있고 싶었고, 지금도 함께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와 같은 정도로 페르디난드 님이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평민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페르디난드 님을 희생시킬 생각은 없어요."
내가 째릿 페르디난드를 노려보자 페르디난드가 표정을 지우고 완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억이 모두 이어졌다면, 너의 마석 공포증도 돌아왔을지 모른다. 마석을 다루지 못하면 귀족으로서 살아가는 것조차 어렵다. 아우브라면 더욱 그렇다. 틀림없이 마력이 거의 같은 내가 아우브로서의 조합을 전담하게 되겠지.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명목상의 아우브이다. 네가 있건 없건 다르지 않다."
페르디난드의 말은 대부분 맞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다. 여신의 화신이 아우브가 되어 죄를 정화하는 것으로 인해 아렌스바흐는 반역을 일으킨 영지에서 새로운 영지로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 허용되었다. 내가 아우브가 아니게 되면 알렉산드리아가 타령의 귀족들에게 어떻게 생각되고 어떻게 다뤄질 것인지, 페르디난드가 그것을 모를 리 없다.
"아무리 쓸모 없는 명목상의 아우브라 하더라도 여신의 화신이라는 직함이 필요하겠죠? 저를 평민으로 되돌리기 위해 어디까지 부담을 질 생각이시죠? 제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어리석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만, 너는 가족과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밖에 기회가 없겠지?"
그렇다고 해서 페르디난드를 희생시킬 생각은 없다. 페르디난드가 첸트나 아우브의 지위와 권력에 목말라하는 야심가이며, 알렉산드리아를 안정시키기 위해 첫째 부인은 물론이고 셋째 부인까지 얻는 것에 아무런 주저도 없고, 끝내 애인까지 만들어 관리하는 남자였다면, 나 역시 아무런 걱정 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이 걱정되어 돌아갈 수 있을 리 없잖아요! 타인에게 의지하는 것이 서툴러서 홀로 모든 일을 떠맡아 약에 절어 사는 매일이라니, 순식간에 과로사할 것이 뻔합니다."
"허나, 지금 평민으로 돌아갈 결의를 하지 않으면, 네가 러츠와 부부가 될 가능성은 사라지고 나와 결혼하게 된다."
얼굴을 찌푸리며 말하는 페르디난드의 말에 나는 지금까지의 기세를 잃고 멍해지고 말았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가 어째서 러츠와 결혼하는 이야기가 되어 있는 걸까.
……어라? 뭔가 어긋나 있지 않아?
"저, 페르디난드 님. 대체 어느새 결혼 이야기가 되어버린 건가요? 제가 평민으로 돌아가더라도 러츠와 결혼할 수 있을리가 없어요. 전, 귀족 사회에서는 마력도 지위도 있기에 나름의 신부감이 될지도 모릅니다만, 평민의 기준으로 보면 몸이 약해서 자식을 바랄 수 없는 시점에서 완전히 신부감 탈락인걸요."
귀족과 평민은 아내에게 바라는 것이 전혀 다르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딱히 러츠와 결혼하고 싶었던 적은 없다. 러츠는 나를 이 세계에 묶어 준 소중한 사람이지만, 결혼 상대로는 좀 더 다른 여자아이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상대라는 것은 너무 불쌍하다.
덧붙여, 사교와 자수에 서툰 나는 아마 귀족으로서의 신부감의 기준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정략 결혼 정도가 아니고서야 나에게 청혼할 만한 괴짜가 있을 리 없다.
"그보다 페르디난드 님과 결혼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요? 싫다면 결혼하지 않으면 되지 않습니까."
아우브의 결혼은 아우브 자신이 상대를 정해 첸트의 승인을 받는 것이다. 페르디난드가 그렇게 싫은 얼굴을 해가면서까지 나와 결혼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 싫다면 결혼하지 않으면 된다."
페르디난드가 한번 눈을 내리뜨고 천천히 숨을 토한다. 그리고 손가락을 세 개 세웠다.
"로제마인, 지금 너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는 평민으로 돌아가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결혼한다. 둘째는 지금까지의 계획대로 일을 진행해 나와 결혼한다. 셋째는 에그란티느 님에게 명해 왕명을 해소해 나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아우브 알렉산드리아에 어울리는 다른 남자와 약혼한다. ……너는 어느 선택지를 고를 것이지?"
……네?
갑작스러운 선택지에 나는 눈이 동그래졌다.
"페르디난드 님, 죄송합니다만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의 말투로 보면 마치 저와 페르디난드 님이 이미 약혼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도대체 저는 언제 어느새 약혼해버린 건가요?"
"네가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얻은 시점이다만?"
"에?"
벙쪄버린 나에게 페르디난드는 트라오크바르에게 내려받은 왕명의 내용에 대해 설명한다. 내가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얻은 시점에서, 미성년자라 집무를 할 수 없는 독신 여성 아우브가 된 나는 왕명에 의한 약혼자로서 페르디난드를 남편으로 맞아야 하게 되었다는 것 같다.
"그런 말은 아무도……."
"어지러운 싸움이 이어지는 와중에 굳이 언급할 만한 것도 아니었고, 일련의 싸움이 끝났을 때에는 여신의 은력으로 인해 부주의하게 너의 감정을 동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하는 상태였지 않은가."
"아……. 그래서 측근들의 태도가 달라졌던 거네요."
가까이 접근하면 이런저런 잔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갑자기 측근들이 조용해진 것이 신기했었는데 드디어 그 수수께끼가 풀렸다. 짝 하고 손뼉을 치는 나를 보면서 페르디난드가 조용히 한숨을 토한다.
"네가 에렌페스트에서 정략 결혼 상대로 내가 이상적이라고 말했기에 측근들이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너의 경솔한 언행이 모든 원인이다."
"네에!?"
그렇게 되어있었을 줄은 몰랐다.
"제 경솔함 때문에 큰일 날 뻔 했네요. 페르디난드 님은 책임감이 강하지만, 거기까지 저를 돌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니 왕명의 해소를……."
"로제마인, 착각하지 말도록. 내가 원해서 계획한 것이다."
페르디난드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어 나는 가만히 페르디난드를 바라본다. 뭔가 내가 모르는 계획이 있는 걸까.
"나는 귀족이 되어 가족과 함께 할 수 없게 되었어도 세세한 관계를 소중히 하는 너와, 네가 뻗은 손을 잡는 가족들의 모습을 계속 보아 왔다. 그런 네가 나를 가족같은 존재라고 말해준 것이다. 그리고 문자 그대로 아렌스바흐로 떠나갔어도 관계가 끊어지는 일 없이 손을 뻗어주고 있었다. 나의 가족관을 만든 것은 너이다. 내 기억과 동조하면서 싫어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너의 가족과 같은 관계를 갈망해왔는지."
나는 끄덕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디난드가 보여 준 기억은 가족에 대한 동경과 선망. 그리고 우리 가족을 갈라놓게 되어버린 후회와 고뇌로 가득했다.
"에렌페스트에 있던 그대로였다면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너와 너의 가족의 세세한 연결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했겠지. 하지만 에렌페스트를 떠나자 너와의 관계는 주위의 목소리에 의해 끊어져 갔다. 나는 너와와 유대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너를 얻기 위해선 왕명에 의한 약혼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실현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살짝 페르디난드의 손이 나의 볼을 스친다. 찌릿 하고 등골이 떨린다.
"왕명을 내린 트라오크바르 님을 첸트에서 아우브로 끌어내렸기에 이미 왕명을 내린 본인은 나의 계획을 방해할 수 없다. 새로운 첸트도 너로부터의 명령이 없는 한 괜한 짓을 하지 마라, 라고 위협해두었다."
"위협이라니……. 페르디난드 님."
나의 말을 가로막듯, 뺨을 쓰다듬던 페르디난드의 손 끝이 나의 입술을 눌렀다. 그다지 힘은 들어가 있지 않다. 아주 살짝 닿아 있을 뿐이다. 그래도 반론은 완전히 막혔고, 어쩐지 숨을 쉬는 것조차 주저되어 버린다.
"여신의 화신이 된 너의 반려로서 주위가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나는 전력을 다했다. 너의 진짜 가족이라는 위치를 다른 남자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꿀꺽 목이 울렸다. 페르디난드의 눈에 어린 열기를 느끼고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열정을 부딪혀와도 나는 같은 것을 돌려주지 못한다. 진정되지 않고, 지금 당장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다. 그러나 나의 등에 감겨있는 손이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는다.
"내 계획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첸트의 이름을 받은 너 뿐이다, 로제마인. 평민으로 돌아가 네가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이대로 나와의 약혼을 받아들여 나를 너의 가족이 되게 해 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첸트에게 명해 왕명을 물릴 것인지. ……네가 선택해라."
가만히 나의 반응을 살피고 있는 페르디난드의 엷은 금색 눈동자로부터 눈을 뗄 수 없어 숨이 막힌다. 그런 식으로 말하며 선택을 재촉당해도 곤란하다. 이런 상황에까지 처했음에도 나는 연애 감정이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페르디난드가 나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알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감정을 돌려줄 수 없다.
"……어떻게 할까, 로제마인?"
약간의 침묵과 함께 답을 재촉했던 페르디난드가 나의 대답이 없자 한번 눈을 내리떴다.
살짝 숨을 내쉬고 위를 올려다 본다. 다음에 시선이 마주쳤을 때, 엷은 금색 눈동자에 어려 있는 것은 체념이었다. 등을 감싸고 있던 손이 떨어지고, 입술에 닿아있던 손가락이 떠나간다. 자신의 소망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익숙해 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손동작과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눈에 무심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돼.
연애 감정은 이해되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지만, 이대로 떠나가는 것만은 허용할 수 없었다. 좀처럼 자신의 소망을 드러내지 않는 페르디난드가 포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손을 뻗어 스스로 껴안았다.
"로제마인, 무엇을……."
"이런 상황에 뭐합니다만, 전, 남녀 간의 연애 감정은 모릅니다!"
"……남자를 껴안으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알고 있다."
페르디난드의 목소리에 어이없어하는 듯한 기색이 섞이며 조금 몸에서 힘이 빠진다.
"나의 소망은 너의 가족이 되는 것이다. 새삼스레 너에게 남녀 간의 세세한 사정들은 기대하지 않는다. 가족과 다름없었던 예전대로라면 그것으로 좋다."
"……정말로 예전과 같은 관계로도 괜찮나요?"
"상관 없다."
자신이 얻은 가족과 같은 입장마저 잃고, 다른 남자가 진짜 가족으로서의 정을 얻는다. 그것이 불쾌해서 견딜 수 없는 것 뿐이라고 페르디난드는 중얼거린다. 페르디난드의 손이 나의 머리에 꽂힌 훈색 마석의 머리 장식에 닿았다. 딱히 연애 감정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들어, 내 몸에서도 힘이 빠져나간다.
"저, 저는 마석 공포증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으니 최대한 노력할 생각이긴 합니다만, 아우브로서도, 반려로서도 짐이 될 거에요. 그래도 괜찮나요?"
"네가 평민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하면 명목상의 아우브도 없어지지 않는가. 너야말로 이 기회를 놓치면 평민으로 돌아갈 수 없다."
"가족에게는 돌아가고 싶지만, 제게 평민의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까요. 물을 길어오는 것조차 할 수 없었으니 상당한 짐이 되겠죠. ……페르디난드 님이 가끔 가족과 함께 할 자리를 준비해주시면 그걸로 좋습니다."
페르디난드의 팔이 다시 등으로 돌아간다. 그대로 꽉 끌어안는다.
"……나를 선택해도 괜찮겠는가, 로제마인?"
"그 말 그대로 돌려주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이야말로 후회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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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들여다본 것으로 인해 일어난 심정의 변화.
페르디난드의 희망이라고 제시된 선택지.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퇴로를 차단해 사로잡는 것은 간단하지만
로제마인 스스로 선택해주길 바랐던 페르디난드.
다음은 이름 올리는 돌과 약혼의 마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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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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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그러고 보니 요즘 트렌드는 마왕이 용사를 꼬시는 것이었던가요.
페르냥: 나의 것이 되어라 왕자여!!
지뢰: 거절한다!!
페르냥: 어떻게 안될까♡
..........어떻게 되어버렸네요.
아하하하~~~
추신: 오늘 늦은 건 전부 페르디난드 탓입니다. 오타도 페르디난드 탓입니다. 오역도 페르디난드 탓입니다. 잠시 역자를 찾지 말아주세요. (훌쩍)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201화. - 기억 3 -|작성자 치천사
이름 올린 돌과 약혼의 마석
"……아."
기분 좋은 온기에 몸을 맡기던 와중에 앗 하고 깨달았다. 신들의 은력이 사라지면 사람이 없는 사이에 빨리 해둬야 하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 이름 올린 돌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신들의 은력이 사라졌으니 이제 필요 없지요?"
신들의 은력을 두르고 있는 나에게 닿을 수 없는 것는 것은 곤란하다는 이유로 페르디난드는 나에게 이름을 바치고 있었다. 그것은 돌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부스럭부스럭 페르디난드가 맡긴 이름 올린 돌을 꺼낸다.
하얀 고치처럼 되어 있는 이름 올린 돌을 내밀었지만, 페르디난드는 그것을 집으려고는 하지 않고 조금 시선을 피했다.
"……내 이름은 필요 없는가?"
어딘가 모르게 침체된 분위기를 느끼고 나는 내심 초조해진다. 필요 없다는 발언이 문제였던 모양이다.
"필요 없다고 할까, 페르디난드 님의 이름은 제가 갖고 있어야 할 것이 아니니까요."
"어째서이지"
"가족 관계에 주종 관계가 들어가는 것은 싫지 않습니까. 가족은 대등한 관계여야 하는 걸요."
언젠가 부부가 된다고 하면 더더욱 이름 올리기 같은 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는 이름 올린 돌과 나를 번갈아 볼 뿐, 받으려고는 하지 않는다.
"무엇이 불만이신가요?"
"……딱히 내 이름을 돌려주지 않아도 대등하게 되는 방법은 있을 것이다만?"
페르디난드의 그런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방법이 있었더라. 으음, 하고 생각에 잠겨 레오노레의 말을 떠올린다. 분명 베로니카 파 아이들의 이름을 받아들일지의 여부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름을 바치고, 받아,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것은 동경하고 맙니다" 라고 말했었다.
"저도 페르디난드 님에게 이름을 바치면 된다는 건가요? 분명 대등하게 되겠고, 로맨틱할지도 모릅니다만, 현실적이진 않겠죠? 레오노레도 그렇게 말했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실적이 아닌 건가."
"네. 그도 그럴게, 남겨지는 사람은 곤란하겠죠?"
"남겨지는 사람이라는 것은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잘 모르겠다는 듯, 페르디난드가 미간에 주름을 새기고 이야기를 재촉한다.
"남겨질 사람이라는 것은……그러니까, 그, 저희들이 언젠가……결혼한다, 라고 하면요. 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죠?"
곤란하다. 뭐랄까, "결혼" 이라던가 "아이가 생긴다" 는 것을 생각하거나 그것을 페르디난드와 이야기하는 것이 아무래도 부끄럽다.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을 것이라 생각해오던 안건이 갑자기 피부에 와닿게 된 탓인 걸까.
……우우, 평상심. 평상심.
"저는 아우브니까 피를 나눈 아이가 생기지 않더라도 입양을 한다던가 후계자는 필요할 것이고……뭐, 그런 느낌의, 그, 제 도서관 도시를 지켜줄 아이들이니까요. 레티지아 님도 들어오는 걸까요? 왕명을 이용해 저희들이 약혼한다면, 왕명에 의한 입양도 그대로 지속되는 것이죠?"
나의 말에 페르디난드가 흥 하고 코를 울렸다.
"그야 왕명이니까. 레티지아를 계속 영주 후보생으로 있게 하기 위해선 먼저 아렌스바흐의 관습을 폐지할 필요는 있다만, 일단은 너와의 성결식 후에 입양할 예정이다. 란체나베와의 전쟁으로 인해 고아가 된 귀족의 자식이라는 의미로는 레티지아도 마찬가지이므로, 입양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는 기본적인 생활을 신전에서 시킬 생각이지만……."
페르디난드의 말에 나는 후유,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피해자인 페르디난드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긴 했지만, 레티지아의 죄를 감추는 것에 동의했던 나는 안도할 수 있었다. 이용되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아이에게 중형을 내리지 않고 끝나게 되어 다행히다.
"……그래서, 아이와 우리의 이름 올리기에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거지?"
"그러니까, 그, 저희들은 부, 부부가 되는 것이죠? 한 쪽이 아득이 높은 곳으로 오르기라도 하면, 이름을 바친 것으로 인해 다른 한쪽까지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오르는 거죠? 남겨진 아이는 매우 고생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부모 중 한 쪽을 잃은 것만으로도 큰일인걸요."
우라노 시절의 나는 아버지를 교통 사고로 잃었었다. 만약 어머니가 이름을 바치고 있어 함께 죽었을 거라 생각하면 정말 무섭다. 또한 이쪽의 세계에서도, 벤노, 기베·일크나, 양부님처럼 부모를 잃고 고생하고 있는 사람은 적지 않다.
"양부님도 일찍 아우브를 맡게 되어 고생했던 것이죠? 성인이라도 고생하는데, 그 아이가 미성년이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알렉산드리아에는 할아버님 같은 직무의 인계가 가능한 성인 영주 일족이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저희들 뿐이에요. 레티지아 님을 포함해도 세 명입니다. 제대로 인계도 하지 못한 채 아우브 부부가 함께 사망할 위험성은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페르디난드가 의외라고 할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받은 얼굴로 나를 내려다본다.
"과연. 네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해했다. 솔직히, 도서관과 관련 없는 자신의 장래 같은 것에 전혀 무심한 네가 그렇게 미래를 내다보는 발언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조금 놀랐다."
페르디난드는 너무한 말을 하면서 나에게 일어서도록 재촉한다. 그런 주제에 이름 올린 돌은 받으려 하지 않는다. 나는 "빨리 일어서라" 라는 페르디난드를 가볍게 째려보면서 일어난다.
"페르디난드 님, 이름 올린 돌을……."
페르디난드는 가볍게 손을 털며 일어나, 주위에 흩어진 약통과 각종 기구를 내려다보며 "정리는 내일이군" 라고 중얼거린다.
"페르디난드 님."
"이쪽으로 와라. 컨디션은 어떤가? 마력은 안정되어 있는가?"
페르디난드는 나의 이마와 목덜미를 만지며 건강을 진찰한다. 자기 전에 어떤 약을 먹이는 것이 좋을지 궁리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 이름 올린 돌을 받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은 싫어도 알 수 있다.
"페르디난드 님!"
"……2년 정도 후에 돌려받을 것이니, 그동안은 가지고 있어라. 네가 굳이 슈체리아의 방패를 놓을 필요는 없겠지."
그러며 페르디난드는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가로로 안고 걷기 시작했다.
"에? 슈체리아의 방패요? 이름 올린 돌로 만드는 건가요?"
머릿속에 물음표가 난발한다. 고개를 갸웃해 봤지만, 페르디난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초석의 방을 빠져나갔다.
"로제마인 님, 페르디난드 님. 좀처럼 돌아오시지 않으셔서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마력이 고갈된 뒤에 로제마인의 의식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었다. 이제는 걱정 없다."
아우브의 자기 방에는 측근들이 모여있었던 듯, 다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할트무트와 클라리사는 재현한 고대 마술이 얼마나 멋졌었는지 알려준다. 빛의 마법진이 출현해 밤하늘에 퍼져나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여신의 화신에 어울리는 대마법이었다는 모양이다.
"경계문으로 간 기사들은 아직인가?"
"슬슬 슈트랄 일행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가. ……안젤리카, 로제마인을 방으로."
페르디난드는 나를 안젤리카에게 건네고, 근시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레티아, 리제레타. 로제마인에게 브렌류스의 회복약을 먹이고, 푹 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바란다. 오늘은 목욕시키지 말고 바센으로 끝내고, 목욕은 몸 상태를 보아가며 내일 이후로 할 수 있도록. 젤기우스는 내가 돌아오면 쉴 수 있도록 준비를. 할트무트와 클라리사는 문관들을 소집하라. 유스톡스는 내일 이후에 조합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도록."
차례로 지시를 내리는 페르디난드에게는 피로한 기색이 짙다. 나는 무심결에 손을 뻗었다.
"페르디난드 님, 슈라트라움의……."
"로제마인, 부탁이니 오늘만큼은 신들에게 기도하지 말아주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내일로 하겠습니다."
나는 안젤리카에 안겨 방으로 옮겨진다.
"두려운 신들의 은력은 완전히 사라진 것 같네요. 은색 천이 없어도 가까이 접할 수 있습니다."
"은은히 빛나고 계시던 로제마인 님은 지극히 성스러우셨습니다만, 역시 이편이 편안하네요."
리제레타 일동에게 그런 말을 듣고나서야 나는 그제야 신들의 은력이 사라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기분이 상쾌했다. 잘 잤고, 마력이 회복되었는데도 고통스럽지 않다. 최상의 기분이다. 머리를 땋는 리제레타의 손놀림에도 떨림이 없다. 뭐랄까, 드디어 인간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로제마인 님, 아침 식사를 마치신 후에 페르디난드 님이 몸 상태를 확인하고 싶으시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레티아. 오늘은 독서할 시간이 있을까요?"
"어떨까요? 로제마인 님의 몸 상태 나름이라 생각됩니다만, 많은 예정이 잡혀 있어서……."
그레티아가 그렇게 말하며 클라리사에게 시선을 향한다. 아무래도 예정은 클라리사가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다. 맡겨주세요, 하고 크게 고개를 끄덕인 클라리사가 서자판을 펼친다.
"영주 회의까지는 정말로 바쁠 것 같습니다. 우선 엔트비켈른을 시행하고, 다음으로는 새로운 첸트를 맞아 죄인을 처벌하고, 연이어 약혼식을 끝내야 한다고 합니다. 엔트비켈른의 대상이 된 귀족가의 준비도 큰일이고, 문관들도 엔트비켈른을 위한 설계도 작성에 동원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네? 약혼식이요? 잠깐만요. 어째서 일이 그렇게……?"
어젯밤에 초석의 방에서 약혼을 승낙하긴 했지만, 약혼식에 대해선 듣지 못했다. 하루 사이에 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버린 건지 알 수 없어 눈이 동그레지자, 클라리사도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대한 빨리 엔트비켈른을 실시하지 않으면 로제마인 님의 전속인 구텐베르크들의 주거와 전쟁 고아들이 살 장소가 곤란하고, 새로운 첸트를 란체나베에 의해 유린된 거리에서 맞는 것은 불경이겠죠."
엔트비켈른을 서두르는 이유는 알았다. 오늘 당장 기거할 장소가 없어 곤란한 사람들이 있다면 분명 서두르는 것이 좋겠지. 영주 회의에서 정식으로 아우브로 승인되는 동시에 구텐베르크들과 함께 프랑 일동도 불러들이려면 엔트비켈른으로 만든 건물에 문과 창문을 달아 둘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에그란티느 님도 영주 회의 준비로 바쁘시죠? 지금 초대할 필요가 있는 건가요?"
"새로운 첸트의 방문은 죄인의 처분이나 인도 이외에도 앞으로 살게 될 이궁과 이어져 있던 란체나베의 저택이 확실하게 사라진 것을 확인하는 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로제마인 님과 페르디난드 님의 약혼을 승인하는 것이지만요."
"첸트의 약혼 승인은 영주 회의 때 하는 거죠? 이 바쁜 시기에 서둘러 할 필요가 있는 건가요?"
약혼식을 치르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입술을 삐죽이자 측근들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았다.
"약혼식을 하지 않으면 곤란한 것은 로제마인 님이 아니신가요? 미성년인 로제마인 님 홀로 영주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조금 짐이 너무 무겁다고 생각됩니다."
"영주 회의 전에 약혼식을 치러 로제마인 님의 정식 약혼자가 되지 않으면, 에렌페스트 소속인 페르디난드 님은 영주 회의에 동행하실 수 없는 걸요?"
"달리 영주 일족이 계시지 않고, 로제마인 님은 알렉산드리아에서 채 한 달도 지내지 못하셨습니다. 이전 아렌스바흐의 사정에 대한 정보에 어둡고, 모든 귀족과 만나지도 않으셨기에, 페르디난드 님의 협력은 필수가 아닐지요?"
리제레타, 클라리사, 그레티아로부터 제각기 말을 듣고 나는 숨을 삼켰다. 그런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약혼식을 하지 않으면 곤란한 것은 나이다. 많은 귀족들 앞에서 마석을 교환하거나, 신들의 이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튀어나오는 장대한 사랑의 고백을 하거나 하는 것이 부끄럽다거나, 조금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바란다며 망설이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예정과 그 사정을 이해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빠르다."
건강 진단 후 조제실로 들어간 것은 나와, 페르디난드와, 유스톡스와, 할트무트와 클라리사, 다섯 명이었다. 페르디난드의 조합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조합 준비를 돕는 것조차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이름 올린 문관만이 조제실의 입실이 허용되었다. 호위기사는 조제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약혼식에서 교환할 마석과 영주 회의에 동행하는 귀족들의 브로치를 조합해야 한다만, 너의 마석 공포증 쪽은 어떤가?"
나는 작업대 위에 늘어놓은 소재 사이에 있는 몇몇 마석을 보았다. 스윽 머리에서 핏기가 가시고, 몸이 가늘게 떨린다. 그래도 떨리는 손끝으로 마석을 집고 헤죽 웃어 보인다.
"봐, 봐요. 괘, 괜찮아요. 싫은 기억이 노도처럼 밀려와 단번에 이어진 탓일까요? 각각의 충격이 조금씩 누그러진 듯한 느낌이라……."
"허리가 풀려 울상이 되어 몸을 떨며 말해도 전혀 설득력이 없다만, 정신을 잃지는 않을 것 같아 보이니, 그것만으로도 확실히 예전보단 나은가. 어쩔 수 없을 경우엔 내가 대신 작성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만……."
……어? 페르디난드 님 본인이 스스로 자신이 받을 약혼의 마석을 만든다는 거야?
그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전, 부적을 주었을 때에 "이런 건 받았던 적 없으니까" 라며 기쁨을 곱씹던 페르디난드의 모습을 기억한다. 역시 약혼의 마석을 페르디난드 스스로 만들게 하는 것은 싫다. 가능한 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제가 만들 것입니다. 제대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일이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 많이 보아온 것이 아닌가요. 여기서 도망치는 것은 여자의 수치입니다."
"말은 용감하다만, 약혼의 마석은 그런 전투에 임하는 기사 같은 각오로 작성하는 것이 아니다."
페르디난드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줘봐라" 라며 내 앞에 주먹을 내밀었다. 가급적 마석을 보지 않도록 해주는 배려를 느끼며, 나는 손을 내밀었다.
"레깃쉬의 비늘로 만든 마석이다. 여신의 화신에 걸맞은 크기의 물건으로 선별했다. 소재가 비늘이라고 알고 있으면 다소 공포도 가라앉겠지?"
"송구합니다."
되도록 마석을 보지 않으려 하며 나는 떨리는 손에 힘을 주어 마력을 흘린다. 이 마석을 자신의 마력으로 물들이는 것이다. 싸늘한 감촉에 조금 등골이 떨린다. 그래도 손 안에 있어서 보이지 않기에 아직은 괜찮다.
"너무 무리하지 않고 해라."
"알고 있습니다. 마석같은 것에 지지 않습니다."
내가 자신의 손을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페르디난드가 한번 한숨을 토하고 머리를 몇 번 가볍게 두드렸다.
"기합이 너무 들어갔다. 마력을 흘리기 전에 마석에 새길 문구를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아, 그렇지. 나에게 질의했었던 그 문구는 새기지 않도록."
"안 새기거든요!"
의미를 알아버린 이상, 직접적인 침실 권유 문구 따위를 새길 수 있을리가 없다. 당시 자신의 실패에 새삼 얼굴을 붉히면서 나는 페르디난드를 노려본다.
"흠. 대체 네가 어떤 말을 새길지 기대되는군."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말하면서, 유스톡스, 할트무트, 클라리사에게 명해 기숙사로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마석 브로치의 작성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영주 회의에 동행하는 사람과 영주 회의 전에 기숙사를 정돈할 사람 등, 상당한 숫자가 필요하다.
"아우브의 일인데도 떠맡기게 되어 죄송합니다."
"나는 그 때문에 약혼자가 된 것이다. 너는 네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도록."
일을 떠맡아 주는 페르디난드에 대한 미안함과, 약혼의 마석을 완벽하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기분이 넘쳐흐른다.
……페르디난드 님이 깜짝 놀랄 굉장한 문구를 생각해주겠어!
마석 물들이기가 끝나고 양피지를 손에 든다. 마석에 새길 문구를 정해야 한다. 강의 때의 힐쉬르는 "자신다우며, 또한 상대방이 기뻐할 만한 문구" 를 새기라고 말했지만, 어떤 문구여야 페르디난드가 기뻐할까.
……"당신의 연구소를 만들겠습니다" 라는 건, 굳이 새기지 않아도 이미 약속한 것이고, "가족이 되어주세요" 도 새삼스럽다는 느낌이네.
"우그으……."
생각해도 좀처럼 좋은 문구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당신의 빛의 여신이 되고 싶습니다" 같은 전통적인 문구라도 좋을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로제마인 님, 아직 고민하고 계신지요?"
"클라리사는 할트무트에게 준 마석에 뭐라고 새겼나요?"
"함께 저희들의 여신을 받듭시다, 라고."
……듣는게 아니었다.
내가 털썩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자, 클라리사가 "타인의 문구는 참고가 되지 않아요" 라며 작게 웃었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 분명히 전혀 참고가 되지 않았다.
"로제마인 님이 페르디난드 님에게 해드리고 싶은 것이라도 좋지 않을까요?"
클라리사가 그렇게 말해, 나는 문득 떠오른 문구를 양피지에 스틸로로 쓴다. 양피지에 쓰는 모습을 본 것인지, 페르디난드가 다가온다.
"된 건가?"
"보지 마세요. 당일까지 비밀입니다."
내가 양피지를 숨기고 노려보자, 페르디난드가 쓴웃음을 지으며 내가 사용하는 조합 냄비에서 떨어져 등을 보였다. 유스톡스가 이쪽을 보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다. 그 얼굴에 펀치를 날리고 싶다.
"도와드릴까요, 로제마인 님?"
"2학년의 강의에서 하는 실습입니다. 저 혼자 만듭니다."
할트무트와 클라리사의 도움을 거절하고 나는 조합 냄비에 마석을 넣고 마력을 흘려갔다. 나도 페르디난드도 전속성이므로 별달리 속성을 조정하지 않아도 되기에 금방이다.
이윽고 훈색 마석 안에 금색의 문자가 떠오른다.
"당신의 망토에 자수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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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올린 돌은 겨울의 도래를 막기 위한 슈체리아의 방패가 되었습니다. (웃음)
뜻밖의 약혼식.
그로 인해 마석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엔트비켈른과 에그란티느의 방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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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ncode.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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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페르디난드, 이 짐승!!! 여우!!! 구미호!!!
이름을 돌려받으면 무슨 짓을 하려고!!!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202화. - 이름 올린 돌과 약혼의 마석 -|작성자 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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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비켈른과 에그란티느의 방문
창문 없이 하얀 벽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초석의 방에는 대신의 귀색으로 빛나는 마석이 일곱 개 떠올라 있다. 곧이어 각각의 마석이 빛을 머금고 빛의 가루 같은 것이 반짝거리며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공급의 제단에서 흘리기 시작한 페르디난드의 마력이다. 나는 페르디난드의 마력이 초석에 닿은 것을 신호로 금가루가 담긴 가죽주머니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자, 시작해볼까."
이번 엔트비켈른은 최근 논의했던 것과 같이, 성, 귀족가, 신전, 그리고 평민들이 사는 아랫마을의 일부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엔트비켈른이 있기 전까지 모든 짐을 꾸려 떠나야 하는데도 단지 닷새의 유예밖에 받지 못한 귀족들은 큰일이었다고 한다. 내 방은 아직 짐이 적기에 문제 없지만, 집무실 같은 곳은 짐 정리로 바빴다고 한다.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곳에서 장식품과 가구들이 반출되고, 카펫과 태피스트리가 벗겨겨나온다. 이쪽 지역에서는 여름철에 카펫을 사용하는 습관이 없는 듯, "조금 빨리 개수한다고 생각하면……" 라며 근시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던 모양이다.
내가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으면 대규모 정리의 방해가 되기 때문에, 페르디난드는 내게 엔트비켈른에 문제가 없도록 복습을 명하거나, 말끔한 태도로 마석을 만질 수 있게 되기 위한 훈련을 시키거나, 성장한 몸에 맞춰 어른용 페슈필을 다루는 훈련을 시키거나 하고 있었다. 독서 시간을 잡아 주지 않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긴 해도, 그런 것을 페르디난드에게 불평했더니 엔트비켈른 후에 새로 생길 도서관에 책을 반입하기 전에 문관들에게 로제마인 십진 분류법을 가르쳐 나의 취향이나 생각에 근거해 도서관을 정비해도 상관 없다고 하기에, 얌전히 독서 이외의 일을 하고 있었다. 내내 어떤 도서관을 만들지 생각하고 있었기에 페슈필 연습을 하러 가지 않아 로지나에게 혼났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건물 자체는 대영박물관 열람실을 모델로 했지롱. 우후훙, 후훙.
성 부지 내에 짓는 새 도서관은 거대한 원형 도서관이다. 사서인 안토니오 파니치가 1852년에 계획하고 1857년에 완성된 대영박물관 열람실을 바탕으로 설계했다. 실은 도서관 내에 내 방도 있다. 아우브를 은퇴하면 나는 솔란지처럼 도서관에서 살 것이다. 노후가 너무 기대된다.
연결복도로 이어진 연구소는 페르디난드의 취향대로 설계되어 있는 것 같지만, 자세한 것은 모른다. 페르디난드가 문관들과 논의하고 있던 모양이니 자신의 취향대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설계도대로 만들 뿐이다.
나는 설계도가 손 닿는 곳에 있음을 확인하고, 가죽주머니에 손을 넣어 금가루를 쥐었다. 초석 위로 팔을 곧게 뻗고 손을 펴자 금가루가 사라라락 흘러내린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다른 손으로 슈타프를 잡았다. 슈타프를 "스틸로" 로 변화시켜 첫 시작으로 최고신의 기호를 공중에 그려간다.
"우리는 세계를 만들어주신 신들에게 기도와 감사를 드리며, 창조된 세계에 변화를 원하는 자이니."
손에 있던 금가루가 멋대로 떠올라 스틸로 펜 앞으로 모여들어 내가 그린 마법진을 금빛으로 수놓아 간다. 빛을 머금은 마법진이 내 손의 움직임에 맞춰 복잡성을 더하며 자꾸자꾸 커져간다. 초석 위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마법진이 완성되어 눈부시게 빛난다.
"모든 것을 흡수하는 힘을 나의 어둠의 신, 시크잔 트라하트의 이름 하에."
내가 슈타프를 아래로 휘두르자 마법진이 천천히 초석을 향해 하강해 간다. 마법진이 초석에 닿자, 초석이 빛난다. 나는 설계도를 들었다.
"새롭게 창조하는 힘을 나의 빛의 여신, 페어슈프레디의 이름 하에."
손을 펼치자 파라라락 바람에 펄럭이는 것처럼 설계도가 마법진을 향해 날아가, 그 중심에서 금빛으로 타오른다.
"그대에게 바치는 것은 생명의 조각. 기도와 감사를 드리며 대대한 부부의 가호를 받아 새로운 쉼터를 이 땅에."
마법진이 깨지지 않도록, 사라지지 않도록, 나는 마력을 쏟으며 금가루를 더해 간다. 마법진이 눈부시게 빛나며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저 마력을 쏟는 것이 아우브로서의 엔트비켈른이다.
엔트비켈른이 끝난 다음은 새로운 첸트의 내방과 약혼식이 있다. 도서관에 넣을 책은 상자로 포장된 채 서고에 쌓여, 내 손에 의해 책장에 늘어놓이는 순간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는데도 나중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드디어 새 도서관이 생겼는데도 에그란티느의 내방을 앞둔 아우브의 일과 약혼식 준비로 바쁘다.
……아아아아, 내 도서관! 우우, 풀죽어버린다.
에그란티느가 찾아왔을 때의 타임 스케줄과 기사들의 배치 등을 확인한다. 대부분의 일을 페르디난드가 맡아주고 있지만, 나는 모든 과정을 확인하고 전체 흐름을 파악해 둬야만 한다.
에그란티느 일행이 국경문으로 오기 때문에 우리는 경계문으로 마중 나가 성으로 전이시킨다. 그 뒤에 점심을 같이하며 첸트를 대접하며 약혼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다. 약혼 승인이 끝난 후에는 중앙에 수감되어 있는 죄인들의 메달을 파기하는, 귀족원의 실기 시험을 실시한다. 그리고 아렌스바흐와 알렉산드리아 거리의 설계도를 비교하면서 란체나베의 관이 완전히 지워져 있음을 확인하며 경계문까지 기수로 이동한다.
……꽤나 바쁘네.
"첸트 방문시의 예정은 파악하셨습니다만, 로제마인 님의 약혼식 의상은 결정되어 있으신가요? 에렌페스트에 연락을 넣어 보내달라고 해야 할 짐 같은 것은 없으신가요?"
레오노레의 질문에 나는 리제레타 일동에게 시선을 향했다. 지금부터 약혼식까지는 새로운 의상을 맞출 시간이 없기에 가진 의상을 쓸 수밖에 없다.
"저는 왕족과의 논의가 있었을 때 입었던, 에렌페스트의 염색으로 물들인 옷감에 아렌스바흐의 천을 덧댄 의상이 가장 적당하리라고 생각합니다만, 리제레타 일동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에렌페스트와 알렉산드리아의 관계를 바라는 로제마인 님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 의상은 왕족과의 만남을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니 약혼식에서 입어도 어울리지 않을 일은 없겠죠."
"그렇네요. 옷감도 최고 품질의 물건을 사용한 것이며, 그에 맞춘 머리장식도 있습니다. 그것으로 결정하신다면 어서 유스톡스에게 전달해 페르디난드 님의 의상과 맞출 수 있도록 해야겠네요."
그레티아가 아차 한 듯이 그렇게 말하며 방을 빠져나간다.
……그 의상으로 약혼식이래.
왕족과의 대화 때와는 달리, 투리가 만들어 준 머리장식과, 엄마가 물들여 준 천과, 페르디난드에게 받은 천으로 만든 의상을 입는다는 것이, 그것을 즐거워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즐거워, 자연히 미소가 떠오른다.
"페르디난드 님과의 약혼이 정해져 로제마인 님이 행복하신 것 같아서 정말 기쁩니다."
클라리사의 말에 "어, 조금 다른데" 라고 하려는 입을 단속한다. 여기서 그런 말을 꺼내면 안 된다.
"약혼식에서 로제마인 님의 마석을 갖고 대기하는 것은 리제레타면 괜찮으시겠습니까?"
클라리사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리제레타에 들러리를 부탁하고 있자, 로데리히가 "저, 로제마인 님" 라며 대화에 참가했다.
"마석의 준비는 끝난 것 같습니다만, 약혼식에서 말할 구혼의 말은 정하셨습니까? 사전에 반드시 확인하라고 페르디난드 님이 말씀하셨습니다만……."
작가를 겸임하고 있는 로데리히가 첨삭을 명 받은 것 같다. 나는 당일의 머리 모양과 장식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근시들에게서 시선을 떼고 로데리히를 보았다.
"난처하네요. 실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을 데릴사위로 맞이하는 것이니 제쪽에서 구혼하는 것이죠? 여성의 구혼의 말은 전례가 적지 않습니까. 역사상의 여왕의 말을 참고할지, 성전이나 에렌페스트의 사랑 이야기에서 그럴듯한 말을 차용할지……정말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결정하기 위해서는 독서를 해야만 하겠네요."
……약혼식에서의 구혼의 말은 영지적으로도 중요한 일이니까. 야호!
곤란하네요, 라고 포즈를 취하면서도 입가가 느슨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내가 마음 속에서 주먹을 쥐고 있자, 로데리히가 "안심해 주십시오" 라며 미소짓는다.
"어떤 의미의 말로 청혼할 것인지, 로제마인 님으로부터 대략적인 방향성을 듣고, 제가 성전과 같은 곳에서 차용하라는 페르디난드 님의 명을 받았습니다. 로제마인 님의 예정은 가득 차 있으므로, 독서 시간을 낼 수는 없다고 하십니다."
……으읏! 페르디난드 이 양반이 진짜!
이미 간파되어 있었다. 너무 분하다. 나는 독서 시간을 갖지 못한 채, 계속 쌓여가는 목패를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에그란티느가 오는 날, 나와 페르디난드는 각자의 호위기사를 데리고 경계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국경문이 빛나며 문기둥의 문에서 기수에 탄 첸트의 측근들이 속속 튀어 나온다. 최종적으로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가 나오고, 에그란티느는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꺼내들어 국경문을 닫았다.
우리들이 있는 경계문의 옥상으로 새로운 첸트가 내려서자, 에그란티느와 나를 제외한 모두가 척 하고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나도 무릎을 꿇으려 했지만, 에그란티느가 가볍게 손을 들어 제지한다.
"시간의 여신 드레팡가의 실이 얽혀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되었네요, 로제마인 님."
"영주 회의의 준비로 바쁜 시기에 발걸음을 옮기게 하여 죄송합니다, 에그란티느 님."
에그란티느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온화한 미소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폭신폭신한 공주님스러운 분위기가 사라져 있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나 분위기가 바뀌다니, 정말 힘들었던 모양이네.
"첸트·에그란티느, 오늘의 예정은 사전에 전해드린 그대로입니다. 전이진으로 성으로 가시지요."
페르디난드의 목소리에 사고가 끊긴다. 나는 경계문의 옥상에 코피페 해두었던 전이진에 손을 댄다. 마법진이 드러나는 모습에 감탄사를 흘리는 중앙의 기사들을 전이진에 오르게 해 성으로 이동한다.
알렉산드리아다운, 생선을 많이 사용한 점심을 마치고 아우브의 집무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범위 지정으로 도청 방지 마술도구를 사용한다. 범위 내에 있는 것은 에그란티느, 아나스타지우스, 페르디난드, 나, 네 명 뿐이다.
"정말로 훌륭한 식사였습니다. 몇 번인가 아렌스바흐의 식사를 먹은 적이 있지만, 대단히 맛이 달라서 놀랐습니다."
"아렌스바흐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향신료가 너무 강하면 제가 먹을 수 없으니까요. 에렌페스트의 요리법에 향신료를 조금씩 더해가며 새로운 맛을 찾는 중입니다."
에그란티느 뿐만 아니라 아나스타지우스도 만족스러웠던 듯, 분위기가 온화하다. 그렇게나 맛있어해준 건가, 하고 조금 감동하고 있자, "요 며칠 에그란티느의 식욕이 떨어져 있었다만, 오늘은 제법 먹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라며 에그란티느를 바라본다.
……여전히 에그란티느 님 바라기네.
좀 질려버릴 정도이기도 하지만, 아나스타지우스가 분위기가 달라진 에그란티느를 걱정하고 있는 것도 알 수 있다.
"첸트의 일은 힘들 테니까요."
"……네.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 보지 않고 끝내왔던 것들을 짧은 시간에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페르디난드 님과 로제마인 님에게 사과해야만 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았죠."
훗 하고 미소짓는 에그란티느의 말에 가슴이 아프다. 이제와서 사과받아도 과거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마음과, 아직 믿어주고 싶어지는 기분이 동시에 떠오른다. 그런 내 마음을 꿰뚫어 본 듯, 페르디난드가 방긋 미소짓는다.
"최고신이라 하더라도 과거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만, 신들의 가호에 의해 미래를 보다 좋은 것으로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러하오니, 이 서류에 승인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사과해도 과거는 바뀌지 않으니 알기 쉬운 성의를 보여라, 라는 야쿠자 같은 말을 하면서 페르디난드가 약혼과 자신이 영주 회의에 동행하는 것에 대한 승인을 요구한다.
페르디난드가 내민 서류를 살펴보고 있던 에그란티느가 뺨에 손을 대고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로제마인 님과 페르디난드 님의 약혼은 왕명에 의한 것이므로 폐하지 않는 한 저의 승인은 필요 없습니다만……."
"이것은 왕명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는 서류입니다. 첸트가 바뀌었어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타령의 귀족들에게 주지시키기 쉽도록 일단 승인해주시길 바랍니다."
페르디난드의 말에 에그란티느는 아직도 납득하지 못한 표정을 하면서 서류에 스틸로로 사인한다.
"서류에 사인하는 정도는 괜찮습니다만, 전, 오늘의 초대는 성결식을 앞당기는 것에 대한 상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네!?"
에그란티느가 갑자기 무슨 말을 꺼내는 건지 알 수 없어,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로제마인 님에게 깃든 신들의 은력을 지우기 위해 겨울의 도래를 앞당긴 것이니, 성결식을 앞당기고 싶다는 상담이 아니었던 건가요?"
……꺄―! 역시 오해하고 있어!
"겨울은 도래하지 않았습니다! 다릅니다, 에그란티느 님!"
"로제마인, 진정해라."
"이런 오해를 받고 진정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그게, 그런……."
완전히 오해받은데다 성결식을 앞당기고 싶어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부끄럽지 않은가. 진정하라는 말을 들어도, 어떻게 해야 진정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에그란티느 님, 저는 겨울의 도래를 앞당기지 않았습니다. 몇 종류의 약을 사용해 로제마인을 물들였을 뿐입니다. 알고 계시겠습니다만, 겨울의 도래로는 그렇게 단기간에 물들지 않습니다."
"확실히 놀랄 만큼 짧은 시간이었네요."
……저기, 그만 둬! 겨울의 도래를 화제로 하는 거, 제발 그만 둬!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아나스타지우스가 당황한 모습으로 에그란티느를 제지한다.
"오해였다면 성결식은 로제마인이 성인이 된 이후면 되겠지. 이 이야기는 끝이다. 물드는 속도 같은 건 그 이상 화제로 할 것이 아니다!"
남편의 제지에 에그란티느가 "그렇네요" 라며 미소짓는다.
"두 분은 왕명에 의한 약혼을 수용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트라오크바르 님으로부터 내려받은 왕명은 그것만이 아니었죠? 레티지아 님 건은 어떻게 할 생각이신가요?"
레티지아의 교육 담당이 되어 차기 아우브로 교육시켜 차기 아우브·아렌스바흐로 하라는 것이 일전의 왕명이었다.
"알렉산드리아가 아렌스바흐의 관습을 이을 필요가 없으므로, 우리는 로제마인이 아우브로 취임한 후에도 레티지아를 영주 후보생으로 대우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는 왕명대로 레티지아의 교육 담당으로서 차기 아우브에 상응하는 교육을 받게 할 생각이고, 성결식 이후 입양을 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귀족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후원자가 필요하다. 페르디난드는 레티지아가 영주 후보생으로서의 의무를 다한다면 입양을 하고, 차기 아우브에 상응하는 실력이 있으면 후계자로 삼아도 상관 없다고 한다.
"다만 레티지아를 아우브·아렌스바흐로 하라는 명령은 아렌스바흐가 사라졌기 때문에 저만의 힘으로는 실행 불가능합니다."
적어도 자신이 받은 왕명에 레티지아를 차기 아우브 알렉산드리아로 하라는 것은 없었다며, 페르디난드는 에그란티느를 바라보며 방긋 웃는다.
귀찮은 일을 떠넘길 때의 웃음이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그대로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페르디난드가 떠안아야 할 귀찮은 일은 적은 편이 좋다.
"트라오크바르 님의 새로운 영지를 아렌스바흐라 명명해 힐데브란트 님과의 결혼 이후에 레티지아를 아우브로 할 지, 레티지아가 성인이 된 이후 아렌스바흐라는 이름의 영지를 만들어 그녀에게 주어 힐데브란트 님을 데릴사위로 들일 것인지……. 왕명을 실행할 방법은 몇인가 있습니다."
페르디난드가 언급한 것은 이도저도 왕족의 부담이 되는 제안들이다. 아나스타지우스가 조금 싫은 얼굴을 한다.
"페르디난드, 실행 불가능한 어명으로서 폐지하는 방법이 빠졌다."
지적을 받은 페르디난드가 독을 품은 미소를 지으며 아나스타지우스와 에그란티느를 바라본다.
"실행 불가능한 어명으로서 폐하는 것은 쉽습니다만, 안이하게 왕명을 폐지하게 되면 앞으로의 왕명이 무게를 잃게 됩니다. 트라오크바르 님을 비롯한 왕족 분들에게는 자신들이 내린 왕명의 무게라는 것을 꼭 실감시켜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귀찮은 일을 떠넘길 때의 가짜 미소가 아니었다. 보복할 때의 미소야, 이거.
헬쓱해진 두 사람으로부터 나는 시선을 피한다. 왕족은 페르디난드에게 이것저것 저질렀으니, 조금은 응보를 받더라도 딱히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레티지아에게 불이익이 없는 한은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며 왕명을 실행해주었으면 한다.
"그러고 보니, 죄인들의 조사는 끝났나요?"
"네……. 에렌페스트와 페르디난드 님이 설명했던 대로, 툴크가 만연했던 모양입니다. 기억을 뒤져도 중요한 부분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 고생했습니다만, 일단 끝났습니다."
디트린데를 비롯한 아렌스바흐 귀족들의 기억을 읽는 것은 힘들었던 모양이다. 차기 첸트가 되려던 디트린데는 "불경이다" 라며 떠들고, 에그란티느가 구루투리스하이트를 얻었다는 것을 듣자, "제 물건을 훔치다니!" 라며 분개했다고 한다. 기억을 읽는 담당자는 정신적으로 몹시 힘들었던 모양이다.
"이쪽이 조사를 마친 아렌스바흐 귀족의 마력입니다. 로제마인 님, 그들의 메달의 파기를 부탁드립니다. 메달의 파기가 끝난 후에는 마력을 공급하는 자로서 각 영지에 인도할 예정입니다."
에그란티느의 말에 아나스타지우스가 이름이 적힌 종이를 꺼낸다. 거기에는 조사를 마친 범죄자의 이름이 줄지어 있다.
"귀족원의 실기와 똑같은 것이다. 마음 편히 해라."
"……메달의 파기를 편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나는 페르디난드가 준비시킨 메달이 든 상자를 노려보듯 하며 슈타프를 꺼냈다. 나 이외의 사람들이 도청 방지 마술도구의 범위에서 나가길 기다려, 아나스타지우스가 두고 간 종이를 톡 하고 누른다.
"아오스바르."
종이에 적힌 이름이 빛나고, 상자에서 차례차례 메달이 날아온다. 그것을 손에 두고 나는 한번 꾸욱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토했다.
"구루투리스하이트."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꺼내 마법진을 코피페하면 마법진은 금방 완성이다. 도청 방지 마술도구의 범위 너머에서 시험관을 겸하고 있는 에그란티느가 이쪽을 보고 있다.
첸트가 된 에그란티느는 보고 싶지 않을 것들을 직시하며 첸트의 중책을 맡고 있다. 아우브가 된 내가 죄인의 처벌에서 도망칠 수는 없다.
"높고 정정한 하늘을 관장하는 최고신인 어둠의 신이시여, 세상을 만든, 만물의 아버지인 나의 어둠의 신 시크잔트라하트의 이름 하에 빛의 여신의 규정을 어긴 자들에게 상응한 벌을."
그리고 검은 안개가 나오기 시작한 마법진으로 차례차례 메달을 넣어 간다. 메달은 검은 마법진에 착 달라붙어 타오르기 시작한다.
"당신이 앉아계시는 아득히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닫아주시길."
메달의 파기가 끝났음을 확인하고 "실기는 합격입니다" 라고 에그란티느가 선언한다. 아나스타지우스가 "이것을 시험으로 하다니, 제정신인가?" 라며 페르디난드를 보았지만, 그런 것은 좀 더 일찍 말해주었으면 한다.
"이쪽이 거리의 설계도입니다. 경계문까지 이동하며 신 알렉산드리아의 거리를 보시지요."
페르디난드는 아렌스바흐와 알렉산드리아 귀족가의 설계도를 꺼내 란체나베의 관이 있던 장소가 어디인지, 어떻게 달라졌는지 에그란티느와 아나스타지우스에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란체나베의 관이 완전히 없어져, 이궁과 이어지는 곳이 없다는 것을 두 사람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기수에 올라 새로운 거리의 상공을 달린다. 란체나베의 관이 있던 자리가 귀족가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새로이 만들어진 성에서 생활을 시작하고 있는 나도, 이렇게 엔트비켈른을 마친 알렉산드리아의 거리를 상공에서 부감하는 것은 처음이다. 성, 도서관,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귀족가와 신전과 평민들의 중심시설이 모여 있는 주변 상공을 빙 돌고 경계문으로 향한다.
"정말로 이 단기간에 엔트비켈른을 마치다니. 일부라고는 해도 힘들었겠군."
경계문에 내려서자 거리를 둘러본 아나스타지우스가 감탄한 듯한 목소리를 낸다. 에그란티느가 "로제마인 님의 우수성을 잘 알 수 있었죠?" 라고 미소지으며 끄덕인다.
"제가 아닙니다. 모든 준비를 해주신 페르디난드 님이 우수한 것이랍니다. 저는 하라는 대로 실행했을 뿐이니까요."
"어머. 그럼 도서관이 중심이 된 도서관 도시를 페르디난드 님이 설계한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언제나 저의 소망을 실현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주시던 페르디난드 님이니까요."
페르디난드 님은 대단하죠, 라고 내가 가슴을 피자, 에그란티느가 페르디난드를 올려다보며 쿡쿡 웃는다. 페르디난드는 싫은 듯이 얼굴을 찌푸렸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두 분이 만들어 갈 알렉산드리아에 다시 찾아오고 싶네요."
"그 때쯤이면 평민들이 살 곳도 엔트비켈른이 끝나, 신전교실이 시작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도서관은 납본 제도에 의해 책이 넘칠 정도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고, 도서관과 연결된 페르디난드 님의 연구소 뿐 아니라, 마목, 마어, 마수 전문 연구소도 만들어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란체나베의 저택을 지우고, 란체나베에 의해 유린되어 손상된 귀족가를 만들기 위해 급히 엔트비켈른을 시행했지만, 아직 하고 싶은 것들은 잔뜩 있다.
"어느 하나 말로만 끝나게 하지 않겠습니다. 전부 실행할 것입니다. 그렇죠, 페르디난드 님?"
"……언젠가, 의 이야기다."
페르디난드의 대답에 아나스타지우스가 아무 말도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에그란티느의 어깨를 두드렸다.
"가자, 에그란티느. 나는 그다지 오래 머물고 싶지 않다."
"어머어머, 흐뭇하지 않습니까."
그러면서도 에그란티느는 국경문을 열기 위해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꺼낸다.
"……그럼, 로제마인 님. 시간의 여신 드레팡가의 인도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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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졌습니다만, 예정했던 곳까지 쓸 수 있었습니다.
아우브로서의 엔트비켈른.
약혼식 준비. 가족이 만든 의상에 기뻐할 수 있는 것이 기쁜 로제마인.
에그란티느의 내방에 의해 결정된 이것 저것.
다음은 약혼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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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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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본문 내에서 언급된 것은 대영박물관의 7번째 열람실입니다.
당시 열람실의 책임사서였던 안토니아 파니치는 출판사와 저자를 일일히 확인하는 등의 엄청난 쌩노가다를 통해 책을 분류하고 정리해, 열람실의 도서목록을 단순한 재고현황이 아닌 이용자를 위한 도구로 변모시켰으며, 습하고, 벌레끓고, 의자 있는 창고나 다름없던 기존 열람실과는 다른, 진정한 독서를 위한 7번째 열람실을 설계하고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서관이 개방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 대영도서관은 새로 건물을 지어 이사했고, 기존의 시설은 대영박물관에 통합된 상태라고 합니다.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203화. - 엔트비켈른과 에그란티느의 방문 -|작성자 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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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식
약혼식이기에 엷게 화장하고, 머리카락도 올리게 된다. 투리의 머리장식과 훈색 마석의 머리장식이 꼽혀, 챠르륵 가벼운 소리가 귓전에서 울린다.
여럿이 함께 입혀준 의상은 봄의 새싹과 같은 것이 물들어 있고, 옅은 녹색 스커트 부분에 맑은 하늘 같은 얇은 옷감이 거듭 겹쳐져 있다. 얇은 천을 조금 집어 올려서 손가락을 떼자, 두둥실 깃털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의상이 갖추어지자 살짝 베일이 얹혀 핀으로 고정된다. 아렌스바흐의 관습을 이을 필요는 없지만, 그쪽의 문화도 존중하겠다는 뜻을 보이는 것이다. 의상보다 연한 청색 베일은 태어난 계절의 색상이고, 비치는 천에 레이스로 장식되어 있는 것은 마리아 베일을 연상시켰다.
……뭔가 좀 신부 같아? 음, 아니, 약혼식이라 그렇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안 된다. 그런 것을 의식하면 부끄러워진다.
"아름다우십니다, 로제마인 님."
"페르디난드 님도 분명 놀라시겠죠."
리제레타와 그레티아의 지시로 근시 후보인 여성들이 화장 도구를 치우거나, 의상이나 신발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클라리사가 방에 들어왔다.
"연이어 귀족들이 성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로제마인 님. 기베는 전부 도착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성의 내부를 둘러보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정해진 것이니 기베들이 와도 오지 않아도 상관 없다고 말했습니다만……."
나는 너무 사람이 많아도 긴장하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영지 전체를 치유한 여신의 화신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사람이 있을 리 없다고 클라리사가 콧김도 거칠게 주장한다.
"저기, 클라리사. 양부님 일행은 도착 했나요?"
"네. 아우브 부부, 기사단장 부부, 보니파티우스 님이 오셨습니다."
영주 회의를 앞둔 시기의 약혼식이다. 아무리 나의 부모라고는 해도 약혼식을 위해 며칠이나 영지를 떠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신들의 은력이 담긴 마석이 많아, 그것으로 전이진을 이용하면서 참가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렇죠, 다무엘도 보니파티우스 님의 호위기사에 섞여서 왔습니다. 안타깝게도 미성년자는 올 수 없었다네요. 피리네와 유디트가 엄청나게 원망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피리네 일동에게는 뭔가 선물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나는 클라리사에게 선물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한다.
"준비가 되셨으면 에렌페스트의 손님들에게 선보이도록 하죠. 이 시간을 놓치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분명 아우브 부부도 칼스테드 님 일동도 로제마인 님을 만나는 것을 기대하고 계시겠죠."
레오노레의 재촉을 받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혼식이 끝나면 모두는 곧 돌아가게 되어 있다. 아렌스바흐와의 소란이 있었고, 양녀인 내가 아렌스바흐의 초석을 빼앗은데다 여신의 화신이 되어 새로운 첸트를 선출한 것이다. 영주 회의를 위한 준비가 얼마나 힘들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신생 알렉산드리아는 에렌페스트보다 한층 더 힘들다. 솔직히 말해 아우브 정도나 되는 손님을 며칠씩이나 대접할 여유가 없다.
"어머, 로제마인. 약혼 축하해요. 정말 아름다워요."
어머님이 밝은 목소리로 축하하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가 제각기 오늘의 옷차림을 칭찬한다.
"네, 정말 엘비라의 말대로에요. 조금 보지 못한 사이에 매우 여성답게 예뻐진 것 같네요."
"조금 화장했을 뿐인데 꽤나 어른스럽게 보이지 않나. 입만 열지 않으면, 말이지."
양모님에게는 감사의 인사를 했지만, 양부님은 가볍게 노려본다. 가만히 있으면 훌륭한 아우브로 보이는 사람에게는 듣고 싶지 않다.
"양부님이야말로 입을 열지 마셔야지요. 모처럼 아우브로서 옷차림을 갖추었는데 아깝지 않습니까."
"어머, 질베스타 님. 로제마인의 아름다움은 화장 때문이 아니에요. 어둠의 신을 얻은 빛의 여신의 아름다움입니다. ……그래서, 로제마인. 어떤 경위로 페르디난드 님과 마음을 통하게 된 건가요?"
……어머님, 절호조야. 눈이 반짝반짝이야.
"우오오오오오, 로제마인! 어째서인가?! 어째서 페르디난드인 것인가!?"
"아버님, 끈질기십니다!"
아버님과 협력해 할아버님의 호위기사들이 필사적으로 제지하려고 하지만, 할아버님을 제지하는 것은 무리였다.
"오늘 아버님은 기사의 옷차림은 아니네요."
"그대의 아버지라는 입장으로 약혼식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아버님이 시끄러워서 미안하다. 집을 보게 할 예정이었다만……하루 정도면 자신들이 집을 보고 있을 수 있으니 보니파티우스 님도 가도 된다고 빌프리트 님이 말씀하셔서 말이지."
첸트의 대관식에 참석하지 못해 풀죽어 있는 할아버님를 불쌍하게 생각한 빌프리트의 제의로 할아버님의 동행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계속 울부짖듯 외치고 있는 할아버님를 보며, "괜한 짓을" 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 뿐인 걸까.
"로제마인, 연모하고 있지 않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것은 거짓말이었던가, 로제마인!?"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페르디난드 님을 연모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모두가 한덩어리가 되어 숨을 삼키고 엄청난 얼굴로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냐?" 라는 무언의 절규가 들려오는 것 같다. 모두에게 대단한 기세로 호통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나는 황급히 말을 덧붙인다.
"아, 저기, 연모라는 것은 잘 모릅니다만, 페르디난드 님은 저에게 남녀의 사정은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까지 그대로도 상관 없으니 진짜 가족이 되고 싶다고. 그래서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해서 약혼하는 것입니다."
모두 물끄러미 이쪽을 보고 있다. 아직 설명이 부족한 건가. 무언의 압력을 느끼고 내가 무심코 한 발 떨어지자 할아버님이 푸른 눈동자를 날카롭게 번뜩였다.
"즉, 이 약혼은 페르디난드의 희망을 이루기 위함이라는 것인가? 로제마인이 행복해지지 않는 약혼 따윈……."
"아닙니다, 할아버님. 저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페르디난드 님 이외에 저의 이상을 현실로 이뤄주시는 분은 안 계신 걸요. 게다가 페르디난드 님이 있어 주시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됩니다. 전, 빌프리트 오라버님 때나 질베스타 왕자와 약혼하게 되었을 때와 달리, 이 약혼이 싫다고는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니 안심해 주세요."
할아버님와 양부님이 모두 머리를 끌어안고 조용히 한숨을 토했다. 뭔가 실패한 걸까. 역시 연모하지 않으면 약혼이나 결혼은 하면 안 되는 것일까. 어쩐지 양부님이 "이 약혼은 그만 두어라" 라고 할 것 같아 나는 울고 싶어졌다.
"페르디난드 님의 연구소를 짓거나, 연구에 필요한 마력을 제공하거나, 맛있는 요리를 고안해 건강한 생활을 보내게 하거나……. 제가 할 수 있는 한 페르디난드 님을 행복하게 해드릴 생각입니다. 그것만은 약속드릴 테니……약혼에 반대는 하지 말아주세요."
침묵이 깔리는 와중에 양모님이 "질베스타 님, 약혼식을 앞두고 불안하게 하는 것이 아니에요" 라며 가볍게 양부님의 팔을 두드린다.
"반대 같은 것을 할 생각은 없다. 지금까지의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을 뿐이다. ……내 동생을 부탁한다."
그 후, 어머님 일동으로부터도 축하를 받고, 측근들로부터도 축복을 받는다. 평범히 축복하는 마티아스 일동과 달리 할아버님와 함께 에렌페스트에서 온 다무엘은 뭔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매우 기쁘다고 생각합니다만, 페르디난드 님과 로제마인 님이 약혼이라는 것은 정말로 이상한 기분이네요. 저는 로제마인 님을 세례식 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무엘과 피리네도 비슷하지 않나요?"
세례식 당시부터 알고 있는 피리네와의 사이는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일까.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다무엘은 "그렇군요" 라며 몇 번인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있었나?
"약혼 축하해. 로제마인이 페르디난드 님과의 약혼을 바란다면 나는 오라비로서 축복할게. 하지만 쉽게 휘둘려서는 안 돼. 때로는 페르디난드 님에게 의연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필요하니까."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진지한 눈으로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역시 겨울의 도래를 우려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페르디난드 님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데도 모두 걱정이 심해요. 오라버님은 저의 걱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만 레오노레는 의연한 태도로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대응하고 있나요?"
"……레오노레와 나에 대한 건 관계 없잖아?"
……어라? 거기서 시선을 피하는 거구나. 헤에.
연회실에는 많은 귀족들이 모여 있다. 아렌스바흐가 대영지였었기 때문에 당연히 에렌페스트보다 귀족의 수가 훨씬 많다. 단상에 오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페르디난드가 측근들과 함께 입장한다. 아렌스바흐의 양식으로 만든 의상이다. 소맷부리에 차이는 있지만, 그루지야의 민속의상과 비슷한 분위기의 상의가 페르디난드의 장신과 매우 잘 어울리고 있다. 심록의 겉옷 위로 감싸입는 천에는 에렌페스트의 염색법으로 물들인 옷감이 쓰였다.
단의 오른쪽에 나와 측근들이 있으므로, 페르디난드는 왼쪽으로 측근들을 데리고 올라온다. 페르디난드는 공개석상에서의 약혼식이어서 훌륭하게 사교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 우리들 사이, 정 중앙에 서 있는 것은 할트무트이다.
"이번, 왕명에 의해 로제마인 님과 페르디난드 님의 약혼이 결정되었습니다."
에그란티느의 사인을 받은 서류를 펼쳐, 약혼식을 진행하고 있다. 의식의 진행이라면 자신밖에 없다며 벼르고 있었기에 맡겼지만, 조금 폭주할까봐 불안한 것은 나뿐인 걸까.
본래라면, 영주 회의에서 첸트의 승인을 받아 성결식 때 약혼식을 함께 하게 되지만, 영주 회의를 위해 미리 정식으로 약혼할 필요가 있다고, 약혼식을 서두르는 이유가 설명된다. 그리고 얼마 전의 고대 마술의 재현과 여신의 화신의 대규모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대로 폭주하는 걸까 하고 긴장했지만, 할트무트는 딱히 폭주하는 일 없이, "그럼 마석의 교환을" 라며 나를 촉구한다.
내가 일어서자, 리제레타가 마석이 든 상자를 내밀었다. 나는 상자에서 마석을 꺼내들고, 되도록 우아한 태도로 페르디난드의 앞으로 나아간다.
"저의 어둠의 신이시여. 천상의 최상위에 계시는 부부 신의 인도로 이 약혼이 결정되었습니다."
왕명에 의한 약혼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선언한다. 그렇게 간단히 뒤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선언이다.
"버드레나의 천둥과 함께 봄을 맞이해, 브루앙파가 춤추었습니다. 새싹이 푸르름을 더해가는 가운데, 라이덴샤프트의 인도가 있었습니다."
로데리히에게는 후견인으로서 교육해준 스승인 페르디난드에게 감사를 표하고 앞으로도 이끌어 달라는 내용으로 해달라고 주문했었는데, 어째선지 브루앙파가 춤추고 있고, 최종적으로는 어둠의 신의 소매나 망토가 펄럭펄럭 나부끼고 있다. 암기하면서 해독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의도를 따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도 측근들은 약혼식에 적합하다고 했고, 연회실의 손님들도 감탄하거나, 하아, 한숨을 토하고 있기도 하니, 암기한 내용대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말하고 싶은 내용을 즉흥적으로 신적 비유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나에게는 없는 것이다.
"당신의 세계를 밝게 비추어 가길 바라며, 이 마석을 저의 어둠의 신에게 바칩니다."
나는 "당신의 망토에 자수하게 해주세요" 라고 새긴 마석을 내밀었다. 귀족님적으로 "가족이 됩시다" 라고 새겨보았는데, 기뻐해 줄까. 망토에 자수할 수 있는 것은 가족뿐이다. 페르디난드는 신전에 들어갈 때 아버지에게서 받은 망토를 베로니카에게 빼앗기거나, 새로 질베스타에게서 받은 망토를 "아렌스바흐에서 정식으로 받을 때까지" 라며 기뻐하고 있었기에, 제대로 된 망토를 준비해주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페르디난드가 나의 마석을 보고 가볍게 숨을 삼킨 것을 알 수 있었다. 사교적인 미소가 무너지면서 아주 잠깐, 행복을 머금은 듯한 본연의 미소로 약혼의 마석을 꽉 쥔다. 곧바로 사교적인 미소로 돌아갔지만, 굉장히 기뻐해주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후후 하고 웃자 페르디난드가 "도안은 내가 결정한다" 라며 입을 へ 모양으로 만든다. 혹시, 여기선 귀가 빨갛다고 지적해줘야 하는 걸까. 아니면 "간단한 도안으로 부탁드립니다" 라고 해야 하는 걸까.
"페르디난드 님."
유스톡스가 작은 목소리로 부른다. 페르디난드가 뒤를 힐끗 돌아보며 나의 마석을 정중히 상자에 넣고, 대신 자신의 마석을 꺼낸다.
"유르겐슈미트에 구루투리스하이트를 가져온 지혜의 여신의 화신이며, 나의 빛의 여신이시여. 모든 것을 삼키는 어둠은 한없이 퍼져나가 끝이 없었습니다."
페르디난드에게서 차례차례 신들의 이름이 나온다. 종이에 적어 주면 천천히 해독할 수 있어도, 말로 줄줄이 나오면 이해할 수 없다. 그래도 어머님이 눈을 번뜩이고 있고, 여성진이 입술을 누르며 떨고 있는 모습이 보이니, 꽤나 파괴력이 강한 사랑의 말을 읊고 있는 모양이다.
……일단, 어둠을 비추는 빛의 여신, 변화를 가져오는 물의 여신, 모든 악의에서 지키는 바람의 여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흙의 여신이라는 느낌으로 나를 모든 여신에 비유한 것은 이해했어. 응. 너무 과장되어서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마석을 나의 빛의 여신에게 바칩니다."
페르디난드가 그렇게 말하며 마석을 내밀었다. 나는 마석을 집어들었다. 전속성의 마석 안에 금빛으로 빛나는 글자가 있다.
"알렉산드리아보다도 너를 지키겠다."
일찍이 아빠에게 들었던 말과 약속이 생각나 두근 가슴이 고동쳤다. 페르디난드는 할 수 없는 일은 아예 입에 올리지 않는다. 할 생각이 없는 것도 말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곳에서 그런 약속을 하는 것은 치사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곁에 있어줄 것이라는 확신과 안심감이 있는데도, 고동이 빨라지고, 마석을 쥔 손이 떨리며, 목 안쪽이 아파온다. 얼굴이 붉어지고 눈이 부옇게 되어가는 것을 나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페르디난드 님……. 저기, 저……."
뭐라고 해야 좋을지는 몰라도, 자신의 마음을 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된다. 그러나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목구멍 아래, 바로 거기까지 말이 올라와 있는데도 나오지 않는다.
페르디난드가 일어나 소매를 펼쳐 나를 모두의 시선에서 가리고 재빨리 눈가의 눈물을 닦아낸다.
"이런 곳에서 우는 것이 아니다. 달랠 수 없지 않나."
"……노렸다고밖에 할 수 없잖아요."
작은 소리로 대화하고 있자, 함성인지 비명인지 잘 모를 소리가 귀족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예상 밖의 일에 움찔 하고 순식간에 눈물이 그쳤다.
"무슨 일인가요?"
내가 주위를 둘러보자, 페르디난드가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실수했군."
"무, 무슨 실수를 한 건가요?"
"묻지 마라."
……어째서!?
페르디난드가 한숨을 섞어가며 내게서 떨어지자, 할트무트가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유스톡스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고, 리제레타는 조금 얼굴을 붉힌 채 시선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머님만이 홀로 환희의 미소를 지으며 슈타프를 빛내며 흔드는 것이 보인다. 양부님은 미적지근한 미소를 짓고 있고, 할아버님은 슈타프가 아니라 주먹을 휘두르고 있어, 아버님과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을 비롯한 호위기사들이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다.
"할트무트, 그대의 일이다. 진행해라."
페르디난드의 말에 한번 호흡을 고른 할트무트가 입을 연다.
"정식으로 약혼이 성립된 두 분에게 축복을!"
귀족들이 슈타프를 꺼내 일제히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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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시간을 마련해 전이진을 통해 에렌페스트에서 보호자들이 왔습니다.
미성년자는 집보기. 피리네와 유디트는 매우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약혼자가 되었습니다.
다음은 아우브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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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好きシリ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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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어둠의 신이 소매를 크게 펼치며 약혼의 마석을 받고 기뻐하던 빛의 여신을 감추었으니... 그 안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상상하는 것은 관객의 자유겠죠.
하... 때려주고 싶따....
할아버님! 할 수 있어요!! 쫌만 더 힘내요!! 제발!!!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204화. - 약혼식 -|작성자 치천사
675
알렉산드리아의 시작
"약혼식의 종료에 의해 영주 회의 참석자가 확정되었습니다. 귀족원으로 가는 자들에게 아우브로부터 브로치의 수여를 실시하겠습니다."
실제로는 할트무트 일동이 준비하고 페르디난드가 만든 브로치이지만, 주는 것은 나이다. 먼저 나와 페르디난드의 측근들에게 수여한다.
"모두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도 페르디난드 님도 지금 이 자리에 없었겠죠."
유스톡스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이 없었으면 페르디난드는 일년 반 아렌스바흐에서 지낼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아렌스바흐에서 붙여진 측근들이 없었다면 이 단기간에 영지 내를 수습하지 못 했을 것이다.
나의 측근들이 주저 없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페르디난드를 돕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이 땅의 귀족을 등용할 수 없기에, 그런 인력난 속에서 열심히 해주는 측근들을 위로한다.
"아직 당분간은 바쁜 날이 계속되겠습니다만, 잘 부탁드립니다."
측근들에게 수여가 끝나면, 영주 회의에 가기 위해 슈트랄이 선별한 기사단 사람들, 페르디난드가 선별한 문관들, 젤기우스와 페아제가 선별한 근시들의 차례다.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에서 머물던 기간에 신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람이 중심이 된다. 알렉산드리아의 나의 측근도 그들 중에서 고르라는 말을 들었다.
"근시들은 먼저 기숙사로 들어가 내부를 정돈해야겠죠? 하인들의 선출도 맡기겠습니다. 아우브, 영지명, 색깔 등 변경점이 많아 올해의 영주 회의는 힘들겠습니다만, 대영지의 문관으로서의 실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사들의 강함과 끈기는 전장에서 함께 행동해온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영주 회의 기간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브로치를 건네주자 영주 회의가 임박했다는 실감이 났던 모양이다. 어느 얼굴도 진지함 그 자체이다.
내가 귀족들에게 브로치를 건네는 동안 할트무트로부터 란체나베의 소동에 의해 생겨난 고아들의 취급에 대한 것이 설명된다. 기본적으로는 에렌페스트의 숙청으로 생겨난 고아들과 마찬가지다.
아우브인 내가 고아들의 후견인이 되는 것. 이미 세례식을 마친 학생은 신전에서 청색 견습으로 지내는 것. 세례 전의 아이는 고아원에 들어가는 것. 마력이 있어 자신의 마술도구를 가진 아이는 귀족으로서 세례식을 받는 것이 가능한 것. 갖지 못한 아이도 의욕과 능력에 따라서는 마술도구가 주어져 고아원에서 귀족으로 거둘 수도 있는 것들이다.
"레티지아 님도 란체나베의 소동에 의해 기댈 곳을 잃어버린 사람으로서 다른 고아들과 함께 신전에서 지내게 하겠습니다. 왕명에 따라, 성결식 후에 입양을 예정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성결식을 치르는 것은 아무리 빨라도 2년 뒤니까요."
귀족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레티지아 님을 그대로 영주 후보생으로 두는 건가" 라는 목소리와 "영주 후보생을 신전에 들이다니……" 라는 목소리가 귀에 닿는다.
"어린이가 신전에 출입하며 신들에게 기도하는 것은 가호를 늘리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입니다. 신전에서 생활하며 일상적으로 기도를 바침으로서, 장래적으로 귀족으로서 휘두르는 힘은 커지게 됩니다."
영지 대항전에서의 연구 발표와 귀족원에서 열린 봉납식을 통해 주지되어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디트린데의 의향에 의해 제대로 봉납식에 참가하지 않은 아렌스바흐의 귀족들 중에는 신전과 성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음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저는 알렉산드리아의 아이들이 신들로부터 조금이라도 많은 가호를 받을 수 있도록, 신전 출입과 성무의 참가를 권장합니다. 동시에, 신분과 관계 없이 균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신전 교실을 열 예정입니다. 저의 목표는 평민도 포함해 알렉산드리아의 문맹 퇴치율을 100%로 하는 것이니까!"
하? 라는 목소리가 들린 듯한 생각이 들고, 기분 탓인지 귀족들이 벙쪄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페르디난드가 조금 난처한 얼굴로 어흠 하고 기침했다. 좀 이야기가 샜던 모양이다. 나도 어흠 헛기침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알렉산드리아의 현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아렌스바흐는 란체나베와의 교역으로 인해 타령보다 우위에 섰었습니다만, 이번 소동으로 인해 국경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반면, 구루트리스하이트를 가진 새로운 첸트가 즉위했으니, 다른 곳의 국경문은 조만간 열리게 되겠지요."
유일하게 국경문이 열려 있는 영지라는 어드밴티지는 없어진다. 오히려 유일하게 국경문이 열리지 않은 영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그런 입장이었던 에렌페스트를 비웃어 온 아렌스바흐의 귀족들 중에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상의 현황으로 인해, 알렉산드리아를 타령의 존중을 받는 대영지로 가꾸어 나가기 위해 새로운 산업이 필요한 것은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말에 귀족들은 납득한 얼굴을 보였다. 힐끗 페르디난드의 모습을 살피자 그대로 계속해도 상관 없다는 듯이 작게 끄덕인다. 나는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엔트비켈른으로 성의 부지 내에 새로 지은 연구소에서는 정예 문관들이 연구해 오던 란체나베의 향신료와 설탕을 이 땅에서 재배하기 위한 연구를 모두 통합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설탕을 대신할 단맛을 찾는 연구도 시행될 예정이며, 앞으로 연구가 진행될 것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설탕을 재배할 수 있게 된다면 알렉산드리아의 우위성은 오를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는 바로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그 동안 알렉산드리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 저는 에렌페스트에서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왔습니다. 그것들을 이쪽에서도 하고 싶다고 생각해, 아우브·에렌페스트로부터도 자신의 전속들을 이동시켜 오는 것에 대한 허가를 받았습니다. 제지업, 인쇄업을 알렉산드리아에서도 진행할 예정이고, 새로운 레스토랑도 만들 생각입니다."
귀족들이 웅성거리며 앙부님 일동에게 시선을 향한다. 타령에 흘릴 안건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빤히 보이는 모습이다. 양부님은 전혀 동요하지 않은 얼굴로 끄덕 고개를 끄덕인다.
"에렌페스트로부터 산업을 빼앗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번영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입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시장에 많이 풀릴 필요가 있기에, 원재료의 조달을 생각하면 제지업을 한 영지에서 독점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산에 나무가 없어지게 된다. 치유의 마술로 성장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러면 벌목할 때마다 몇이나 되는 귀족들이 필요하게 된다.
"인쇄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에렌페스트 내에는 이미 복수의 인쇄 공방이 있습니다만, 모두 같은 책을 인쇄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각의 공방에서는 제각기 다른 책을 인쇄하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에 인쇄 공방이 늘어나더라도 에렌페스트의 인쇄업이 쇠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에렌페스트에서 찾아온 아우브 부부의 측근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에렌페스트의 귀족들에게 알렉산드리아에 모든 산업을 빼앗겼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은 본의가 아니다.
"인쇄 공방을 늘려 새로운 책을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쇄업을 복수의 영지로 퍼트릴 수 있다면 납본 제도에 의해 저의 도서관은 더욱 충실해질 것입니다."
"로제마인, 속내가 흘러나왔다."
……실수, 실수. 좀 흘러버렸네.
페르디난드가 살짝 노려보고 있지만, 나는 웃어넘기고 계속한다.
"그리고 레스토랑에 대해서입니다만, 에렌페스트와 알렉산드리아에서는 풍토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요리는 만들 수 없습니다. 그 지역과 그 풍토에 맞춘 요리가 중요한 것입니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해산물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레시피를 고안할 생각입니다."
에렌페스트와 완전히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나는 귀족들을 둘러본다.
"그러한 새로운 산업을 뒷받침하는 것은 평민들입니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평민과의 제휴를 통해 산업을 키우게 됩니다. 영지의 발전을 위해서는 평민들에 대한 교육이 필수입니다."
문해율을 높이는 것의 중요성을 호소하며 신전 교실의 대략적인 계획을 발표한다. 수업료는 싸지만, 평민과 함께 배우는 것에 난색을 표하는 귀족들이 보인다. 고아원 아이들이 무료로 같은 교육을 받는 것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후원자이기에 내가 부담하는 것과 같지만, 그에 납득할 수 없는 사람도 있는 것이겠지.
"……지금은 아직 여러분들에게는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자신들과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는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각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교육시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교사들의 일거리를 빼앗을 생각은 없고, 신전 교실에서 교육할 수 있는 것은 귀족원 과정의 중간 정도까지의 범위이기에 중급 귀족 정도의 교육밖에 할 수 없다. 영주 일족이나 상급 귀족의 교육에는 부족한 것이다.
"하급 귀족은 좋은 교사와 만날 수 없어, 아이들의 능력이 사장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에렌페스트의 겨울의 어린이 방에서 그것을 보아 왔습니다. 평민의 교육에 힘쓰는 것이니, 당연히 귀족의 교육에도 힘을 쓰고 싶습니다. 귀족으로서의 중요한 교육에 기도가 더해진 이상, 신전에 대한 인식은 개선해주기 바랍니다."
평민에게 질 수는 없다는 귀족의 프라이드가 있으면 공부도 분발할 수 있을지 모르고, 신전 교실에서 어릴 적부터 평민과 교류를 가지면 장래적으로 유익하기도 하다. 신전에 다니며 기도만이라도 하는 것도 아이에게 있어 중요하다.
"그리고 고아원 아이들에 대한 것입니다만, 결코 무료가 아닙니다. 저는 고아들의 후원자이지만, 비용의 전부를 부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일하기 시작하면 갚게 할 예정이니까요."
마력을 봉납하는 청색 신관과 청색 무녀에게 주는 보조금, 기원식과 수확제의 참가를 통한 작물의 현물 지급 등, 고아들은 스스로 번 돈으로 생활해야 하는 것이다. 결코 편한 생활이 아니다.
"그들을 조금이라도 응원하기 위해, 저는 에렌페스트에서 했었던 것처럼 알렉산드리아에서도 각지의 이야기를 모을 생각입니다. 고아들도 도서실에 있는 책을 사본하거나, 신전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는 평민들로부터 들은 것들을 적어두거나, 스스로 이야기를 쓰거나 하게 하여 자력으로 돈을 벌게 할 예정입니다."
자비롭다고 말해지는 나이지만, 다들 멋대로 그렇게 믿고 있을 뿐이고, 딱히 자비로운 것이 아니다.
"고아들 뿐만이 아닙니다. 기베의 저택에 남겨진 옛 문헌의 사본, 평민들을 포함해 구전으로 남아 있는 이야기를 정리한 것, 귀족원의 장서 사본, 직접 창작한 이야기, 연구 성과를 정리한 문헌 등, 여러분들로부터도 상응하는 금액으로 살 것입니다."
……마구마구 가져오라구!
나의 말에 귀족들이 다시 한번 아연한 얼굴이 되었지만, 그 정도로 놀라서는 곤란하다. 이런 건 에렌페스트도 이미 통과한 길이다. 알렉산드리아의 귀족들도 빨리 도달해주길 바란다.
"페르디난드 님 괜찮을까요?"
리제레타가 귀족들의 반응을 보고 도움을 구하듯이 페르디난드에게 시선을 향했다. 페르디난드가 힐끗 나를 본다.
"페르디난드 님, 리제레타. 무슨 일이든 시작이 중요합니다. 모두에게 아우브인 저의 목표와 나아갈 방향을 알리고 제 방식에 익숙해지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할트무트는 "로제마인 님 말대로입니다" 라며 미소 짓지만, 페르디난드에게는 싫은 얼굴을 하게 하고 말았다. 그래도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다.
"페르디난드 님이 이전에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아렌스바흐를 망하게 하는 것도 발전시키는 것도 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처음부터 어떤 영지로 할 것인지 선언해 두면, 분명 귀족들도 빠른 시일 내에 체념하게 되겠죠."
나는 유르겐슈미트의 모든 책을 나의 도서관에 넣겠다는 커다란 야망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신의 화신이라는 직함을 이용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에그란티느에게 부탁해 왕궁 도서관이 소장한 장서를 사본하게 해준다는 약속도 했을 정도이다. 수단을 가릴 생각은 없다.
"전, 지혜의 여신 메스티오노라의 화신으로서, 알렉산드리아를 도서관 도시로서 번영시켜, 저의 도서관을 유르겐슈미트에서 가장 장서량이 많고, 가장 행복한 장소로 만들기 위해, 아우브 겸 사서로서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함께 알렉산드리아를 멋진 도서관 도시로 만듭시다."
내가 소리 높이 선언하자, 할트무트가 앞으로 나왔다.
"그럼, 여러분. 알렉산드리아의 발전을 기원하며, 높고 정정한 하늘을 관장하는 최고신, 넓고 호호한 대지를 관장하는 다섯 기둥의 대신, 물의 여신 플루트레네, 불의 신 라이덴샤프트, 바람의 여신 슈체리아, 땅의 여신 게둘리히, 생명의 신 에비리베, 그리고 지혜의 여신의 화신인 로제마인 님에게 기도와 감사를 드립시다."
"신에게 기도를!"
절반 이상의 귀족들이 할트무트와 함께 척 하고 기도를 바친다. 나도 같이 기도를 바쳤다. 도서관에 대한 솟구치는 사랑이 축복이 되어 연회실에 퍼져나간다.
할트무트 일동과 접할 기회가 없었던 기베들의 경악한 얼굴과 함께, 알렉산드리아라는 영지의 역사가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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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 책벌레의 하극상 』은 완결입니다.
긴 이야기에 어울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연속으로 올립니다만, 다음은 에필로그 1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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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마인이는 이제 행복할 일만 남은 것 같네요.
정말 잘됐습니다. (훌쩍)
[출처] 책벌레의 하극상 5부 205화. - 알렉산드리아의 시작 -|작성자 치천사
676
가족에게 이어지는 길
"너무 심했다, 바보녀석. 기베들 대부분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 않았나."
"빨리 기도에 익숙해져 줬으면 좋겠네요. 저로서는 제대로 기도를 바치는 것이 가능한 귀족이 예상 외로 많아, 할트무트 일동의 교육 성과에 놀랐습니다만……."
"칭찬해주셔서 영광이옵니다."
약혼식을 마친 나는 새로 생긴 연구소와 도서관을 견학하러 왔다. 커다란 온실 안에 향신료 나무가 줄지어 있어, 마치 식물원 같은 느낌이 든다. 본 적 없는 많은 나무들 사이에서, 문관들로부터 지금까지 연구한 성과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역시 아직 설탕 재배는 어려운 모양이다.
"온실이 아니면 시들어버리기에 대규모 재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다만 마력에 의해 세대 교체 때마다 조금씩 변화가 보여집니다."
"세대를 거치며 가시적 변화가 생기는 것은 재미있네요. 저도 마력을 쏟아볼까요?"
마력을 쏟는 것만큼은 특기다. 나는 문관들에게 협력을 제안했지만, 페르디난드에 의해 제지되었다.
"기다려라. 여신을 강림시켰던 적 있는 너의 마력은 좀 특수하다. 대조 실험을 위해서라도 마력을 쏟는 대상은 한정하고 싶다. 조금 준비가 필요하니 나중으로 하지."
페르디난드가 어느 품종에 나의 마력을 쏟을지, 어디에서 마력을 쏟아야 다른 곳에 영향이 없을지 등에 관해 문관들과 의논하기 시작한다.
그 동안 나는 유스톡스의 안내를 받아 연구소에 있는 페르디난드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직 마술도구는 적지만, 약품을 조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분위기가 비밀방과 꽤나 비슷하다.
……근시가 출입하고 있어서 서류는 깔끔히 정리되어 있지만.
"그건 그렇고, 저는 오늘 처음으로 도서관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어째서 페르디난드 님은 연구소의 자기 방이 이렇게나 충실한 상태인 걸까요?"
에그란티느의 내방, 약혼식, 영주 회의 준비로 분명 나보다 더 바쁘게 지내고 있을 텐데도 충실하게 갖춰져 있는 연구실의 상태가 놀랍다. "제대로 자고 있나요?" 라고 유스톡스에게 묻자, 유스톡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독에 당해 쓰러지기 전에 비하면 수면 시간도 늘어나 있으며, 복용하는 약의 양도 줄어든 상태입니다. 로제마인 님과 식사를 함께 하시기에 점심과 저녁도 제대로 드시게 되었습니다. 좋은 경향입니다."
영주 회의가 끝나면 좀 더 나아지시겠죠, 라고 유스톡스가 말한다. 그렇습니까, 라고 내가 끄덕이자, 유스톡스가 "아직 호칭에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라며 작게 웃는다.
"리할다처럼 공주님이라고 부르던 것은 유스톡스 뿐이었기에……."
"정식으로 약혼을 마치신 분을 공주라고 불렀다가는 그 어머님에게 혼날 테니까요."
분명 재미있어 하고 있다. 유스톡스를 노려봐도 전혀 효과가 없다.
"그러고 보니,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안젤리카와의 이야기를 어떻게 하실 건가요? 영주 회의까지 결론을 내라고 어머님이 말씀하셨었죠?"
실은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안젤리카의 약혼 이야기가 다시 부각된 것이다. 두 명의 주인 모두 알렉산드리아에 정착해 약혼했으니, 둘도 재결합하는 것이 어떤가, 라고. 이것에는 할아버님이 전력으로 찬성하고 있었다.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안젤리카는 일을 대하는 자세 등, 마음이 맞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일단은 안젤리카의 마음도 확인해주세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에크하르트 오라버님은 "그렇네" 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안젤리카에게 몸을 돌린다.
"어떡하겠어? 아직 나는 페르디난드 님을 곤란한 상황에 빠뜨린 아렌스바흐의 귀족들을 용납하고 있지 않아. 걸려오는 혼담을 피하기엔 딱 좋은데."
"얼마 전, 저도 약한 기사에게 구애받아, 뭐라고 거절해야 모가 나지 않을지 생각하기 귀찮던 참이었기에 딱 좋습니다."
……어? 잠깐잠깐. 순식간에 논의가 끝나버렸어!?
전말을 들으면 어머님이 실망해버릴 것 같은 산뜻한 태도로 두 사람은 다시 약혼하기로 결정해버렸다. "언니답네요" 라며 리제레타가 미소를 띠고 있지만, 그런 이유로 결정해도 괜찮은 걸까.
"어머, 로제마인 님과 같지요? 어느 쪽도 연모하고 있지 않지만, 약한 기사 분의 제의는 거절하고 싶기에, 에크하르트 님과의 이야기를 거절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보니 그렇네요."
어쩐지 안젤리카와 한데 묶여 취급받는 것이 석연치 않다. 나는 그래도 페르디난드와 가족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런 가벼운 느낌으로 결혼을 결정한 것이 아니다.
무웃 입술을 내밀며 나는 페르디난드의 방을 나간다.
"페르디난드 님, 저, 도서관에 가볼게요."
엔트비켈른을 시행한 직후라 아직 휑한, 온실 이외엔 대부분이 비어있는 연구소를 봐도 딱히 즐겁지 않다. 페르디난드의 방의 위치만 알면 충분하다.
……도서관은 더 휑하지만.
연구소와의 연결복도를 걷는 동안에 페르디난드가 나를 따라잡았다. 유스톡스가 자물쇠를 열고 도서관으로 들어간다.
"와아!"
책장에는 아직 한 권도 책이 들어 있지 않지만, 사진으로 보거나 머리에 떠올리고 있던 대영 박물관 열람실 같은 모습을 한 도서관이 눈앞에 있는 것에 감동한다. 팟 하고 축복이 뿜어져 나왔지만, 이제와서 도서관에 흥분하는 나를 신경쓰는 사람은 여기에 없다.
"이 도서관은 대단하답니다. 반구 모양을 한 천장에 창문이 즐비해 있죠? 채광성을 최대한 높이고 있지만, 동시에 책이 최대한 햇빛을 받지 않도록 벽 전체를 서고로 사용하고 있어요."
빛을 내는 마술도구는 있지만, 그것을 도서관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마력의 낭비라고 각하되는 것이 현 알렉산드리아의 실정이다. 그 때문에 도서관의 설계는 햇빛을 최대한 활용하는 형태로 한 것이다.
"천장 아래, 방사선상에 열람용 책상을 두었기에 모든 책상이 거의 균등하게 빛을 받게 됩니다. 귀족원 도서관의 캐럴처럼 시간대나 위치에 의해 채광성에 큰 차이가 생기는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귀족원의 도서관처럼 마술도구가 있어, 경과시간을 빛으로 나타나게 되어 있어요."
나는 이 도서관의 훌륭함을 말하며 방사선상에 있는 열람용 책상의 중심 부분을 가리켰다.
"전, 저곳을 오팩1과 켄사쿠2가 대기하는 장소로 만들 예정이고……."
"기다려라. 생소한 말이 나왔다만, 무슨 말이지?"
페르디난드의 타박에 나는 고개를 갸웃한다.
"검색 전용 도서관 마술도구의 이름입니다. 이 정도의 넓이이고, 벽과 책장이 동화되어 있어 사람의 손으로는 닿지 않는 곳도 많으니 여러 마술도구가 필요하겠죠?"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아직 그 이름을 포기하지 않았던 건가" 라며 어깨를 떨어뜨렸다. 나는 정말로 알기 쉬운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만, 페르디난드도 "익숙하지 않고, 울림이 아름답지 않다" 라며 기각한다. 특히 켄사쿠가 문제인 것 같다.
"아렌스바흐의 성에 있던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마술도구는 당분간은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겠지."
"검색용 마술도구와, 책을 무단 반출하거나 도서관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하는 무분별한 자를 쫓아내기 위한 경비용 마술도구를 따로 만들 생각입니다."
내가 몇 개나 필요할까? 하고 생각하고 있자, 클라리사가 머뭇거리며 내게 말했다.
"에렌페스트의 방어를 위해 만든 마술도구보다는 공격력을 낮추도록 하지요, 로제마인 님."
"……상관 없습니다만, 개량하는 것은 클라리사나, 할트무트, 라이문트에게 부탁해야 해요."
"맡겨주십시오."
클라리사뿐만 아니라 라이문트도 선뜻 맡아 준다. 이 도서관에 맞게 개량해준다고 한다.
"그렇지만 로제마인 님, 이렇게나 큰 도서관을 만들었어도 수납할 책이 없습니다. 좀 더 작아도 좋지 않았을까요?"
라이문트가 광대한 도서관을 둘러보며 그렇게 말했다. 엔트비켈른에는 엄청난 마력이 필요한데도 그것이 낭비된 것 같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인간이 만든 유일하게 영구적인 물건은 책이라고 클라렌스 데이도 말했습니다3. 아무리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여도, 언젠가 책이 들어가지 않게 됩니다. 저는 그 날이 오는 것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이 도서관에서 책이 넘칠 정도가 되었을 무렵엔 평민의 식자율도 올랐을 것이다. 그 때는 평민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어도 좋고, 귀족가 끝에 새롭게 도서관을 증설해도 된다. 귀족이라면 기수로 쉽게 이동할 수 있고, 물건을 전이시키는 전이진을 설치하면 별관의 책을 대출하는 것도 그리 힘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열람실을 가로질러, 연구소의 연결복도에서 도서관의 입구로 이동한다. 거기서부터 사서들의 방이 있는 구역으로 향한다. 계단 끝에 있는 문 앞에서 할트무트가 걸음을 멈췄다.
"이쪽이 로제마인 님의 방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방으로 안내된다. 여기에 가구를 넣어 도서관에서 살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책을 읽기 위한 책상과 의자, 엎드려 눕기 위한 긴 의자는 필수겠네요."
"도서관에서 너무 흥분했거나, 작업으로 지쳐 쓰러졌을 때를 위해, 책을 읽기 위한 책상과 의자보다는 침대의 준비를 우선해야 하지 않겠는가."
페르디난드의 지적에 측근들이 일제히 끄덕인다. 뭔가 페르디난드도 측근들도 변함 없이 과잉 보호다.
"긴 의자만 있으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는데……."
생활을 위한 여러가지 설비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정비할 것인가 하는 리제레타의 질문을 받는다.
"기본적인 생활은 성에서 할 것이니, 잠시 책을 읽기 위한 책상과 의자만 있으면 다른 것은 딱히 필요 없겠죠."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처음부터 제대로 준비해라. 너는 그런 부분을 귀찮아하기에 필요한 때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페르디난드의 말에, 근시들이 내 방을 갖추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
"로제마인, 비밀방을 만들어 두겠다."
"……방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나요?"
"이 도서관에서 네게 소중한 물건을 넣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페르디난드의 재촉에 나는 비밀방을 만든다. 벽에 붉은 마석을 대고 누르는 페르디난드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고 마력을 흘리며, 두 사람의 마력을 등록한다.
"단 둘이 비밀방으로 들어가는 것은 기다려주세요!"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이 당황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을 때에는 페르디난드에게 손을 잡혀 이미 비밀방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또 코넬리우스 오라버님에게 혼날 거예요, 저."
"이번에 위협해서 조용히 시켜 둘 것이니 안심해라."
"잠깐만요. 전혀 안심할 수 없잖아요. 위협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필사적으로 말리자 페르디난드는 흥 하고 코를 울리고 메스티오노라의 책을 꺼내 전이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비밀방에 설치하는, 사람이 이동하기 위한 전이진의 용도는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페르디난드 님, 이 전이진……혹시……."
"……평민 거리에 있는 네 방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너의 가족에게 이어지는, 문과 같은 것이다."
나는 완성된 전이진을 내려다본다. 무릎을 꿇고 손을 대자 마력이 통해 마법진이 빛난다. 성과 귀족원 기숙사를 잇는 전이진처럼, 행선지를 한정하는 전이진이다.
"이 너머에 가족의 집이 있는 건가요?"
"아아. 에렌페스트에서 이동해 와야 하고, 예정도 조정해야 하기에 언제든지라고는 할 수 없다만, 네가 돌아가기 위한 길이다."
내가 아우브에서 퇴임해, 성에서 생활하지 않게 되어도 그 길이 사라지지 않도록, 페르디난드는 도서관의 방에 비밀방을 만들어, 메스티오노라의 책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전이진을 설치해 준 것 같다.
가슴 속이 뜨거워진다. 자신과 함께 있어 주는 것이 이 사람이어서 다행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일어나 페르디난드를 껴안았다.
"……함께 가요. 제가 가족을 만나러 갈 때는 페르디난드 님도 함께에요."
"아니, 나는……가족들만의 시간을 보내는 데에 방해가 되니 괜찮다."
다소 당황한 기색으로 떨어지려 하는 페르디난드를 노려보며, 나는 끌어안은 팔에 힘을 넣는다. 가족 관계에 소극적인 부분이 많은 페르디난드를 놓고 싶지 않다.
"방해 같은 것이 아닙니다."
"로제마인, 떨어져라."
"싫어요. 같이 가겠다고 말할 때까지 놓지 않을 겁니다."
"귀족인 내가 가면 너의 가족이 곤란하지 않겠나. 신경이 쓰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있으면 너도 가족에게 응석부리기 어렵겠지?"
시선을 피하며 한숨과 함께 내뱉는 말에 나는 말이 막힌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페르디난드와 약혼한 것이다.
"귀족 가족은 약혼식에 참석해주었습니다만, 아랫마을의 가족은 약혼식에 나오지 못했고, 내가 약혼한 것도 모르잖아요. 나, 제대로 가족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페르디난드 님을, 내가 결혼할 사람이라고. ……나의 가족을 소개받는 것은 싫은가요?"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조금 시선을 떨어뜨린 페르디난드와 눈이 마주쳤다. 약간의 망설임 뒤에, 페르디난드가 "……싫지 않다" 라며 저항을 포기한 듯이 눈을 내리뜬다. 입가가 조금 느슨해진 것처럼 보였다.
677.집으로
여름의 끝의 불의 날.
오늘은 내 성인식이었다. 에렌페스트보다 훨씬 사람이 많은 아렌스바흐의 신전에서, 부모가 아닌 사장님과 투리 일동의 배웅을 받으면서.
……성인식이 끝나고 이동해도 된다고 했는데 말야.
봄의 끝에 구텐베르크들이 일제히 이동하게 되었을 때, "가족과 함께 성인식을 치르고 나중에 이동하겠나?" 라고 사장님이 물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에 의미가 각별한 누구씨의 배려이지만, 그렇게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엄마는 "투리와 귄터가 함께니까 안심이지만, 투리와의 성결식까지는 보고 싶었는데" 라며 한숨을 토했지만, 아빠는 "드디어 제몫을 하게 되었는데 일을 내팽개칠 것이냐?" 라는 알기 어려운 말로 격려해주었다.
"크읏~, 여기 신전은 너무 큰 거 아니냐!? 조금도 안의 모습을 볼 수 없다니! 러츠, 어땠지?"
귄터 아저씨는 내가 신전에서 나오자마자 콱 어깨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내가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해 줘야 할 아저씨가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내가 아닌 신전이고, 원하는 답이 신전장의 정보이다. 너무할 정도로 여전한 모습이다.
"잠깐, 아빠. 오늘은 러츠의 성인식이었으니까 먼저 한마디 정도는 축하해줘야지."
"투리의 말대로에요, 귄터. 디드와 카를라 대신 우리들이 러츠를 축하해주겠다고 약속했죠?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해요, 러츠."
투리와 아줌마에게 혼나 기가 죽은 아저씨의 어깨를 두드리고, 언제가 되어도 마인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아저씨에게 신전의 모습을 알려준다.
"소문대로 대단한 축복이었어. 넓은 신전 전체에 푸른 빛이 화악 하고 퍼져나가서 말야……."
"오늘은 러츠가 있어서 그랬던 거 아냐?"
투리가 쿡쿡 웃고는 내 옆에 나란히 서서, 나의 왼팔을 잡고 "돌아가자" 라며 걷기 시작했다. 카밀이 오른쪽에서 걸으며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구텐베르크가 있는 성무는 반드시 축복이 커진다고 하니까" 라고 한다.
"전에 제지 공방에 심부름을 갔을 때 들었었는데, 자크의 성결식도 대단했대."
프랭탕 상회의 견습 옷을 입고 있는 카밀은 마인과 유사한 색깔의 머리카락에 옅은 갈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지만, 얼굴은 아저씨를 닮았고, 별로 마인은 닮지 않았다. 카밀의 뒤에서 걷기 시작한 것은 사장님과 마르크 씨이다. 나는 다프라이기에 일부러 와 준 것이다.
"뭐, 거리에서 크게 날뛰었던 외지의 야만인들을 격파한데다, 평민의 의견을 들으면서 새로운 거리 계획을 세워 주시는 로제마인 님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거리인 것에 비해 일을 하기 좋은 것이지. 너도 제대로 감사해 두라고, 카밀."
"네, 사장님."
란체나베와의 교역이 사라졌기에, 오래 전부터 상인들은 새로운 산업에 참가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 새로운 산업을 위해 알렉산드리아로 불린 우리들은 예상했던 정도의 마찰 없이 거리에 받아들여졌다. 프랭탕 상회는 계절 하나도 지나기 전에 귀족님과의 협상 창구가 되었다. 지금까지의 귀족님과는 너무 달라, 이 도시의 상인들로서는 어떻게 상대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는 모양이다.
……상인뿐만 아니라 귀족 문관들도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모르는 것 같지만.
상인들과의 회합에 로제마인 님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역시 영주님쯤 되면 설렁설렁 평민들의 거리까지 올 수 없을거라 생각한다. 다만 어느 모임에도 할트무트 님은 반드시 참석하기 때문에, 안면이 있는 나로선 일이 매우 편하다.
"그나저나 사장님, 로제마인 님은 이제 막 이곳에 왔을 뿐인데도 평민들에게 엄청 인기 있네요? 어부들은 누가 잡은 어떤 생선을 영주님께 바칠지 항구에서 종종 싸우고 있던 것 같던데, 그런거 에렌페스트에선 들었던 적 없고……."
카밀의 말에 나도 거리의 모습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딜 가도 구텐베르크가 기분 좋게 맞아들여지는 것은 평민들이 굉장히 마술을 보인 새로운 영주를 진심으로 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구에선 그런 일이 있는 거야?" 라며 투리가 쿡쿡 웃었다.
"나는 어두운 밤하늘에 새 영주님의 마법으로 수많은 마법진이 펼쳐지며 단번에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많아. 다음날에 보니 바닷물이 투명해지고, 물고기가 튀고, 땅이 기름지고, 나무가 싹을 틔워 숲이 푸르러졌다고 들었어. 로제마인 님의 전속인데도 보지 못했다니, 안타깝네요, 라던걸."
"그 얘기, 대체 무슨 소린지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지 않아?"
웃으면서 함께 걷는 사이에, 이내 프랭탕 상회와 길베르타 상회에 도착한다. 바로 신전 근처이고, 상점도 이웃해 있다. 보다 중심부에 가까운 직인 구획에 구텐베르크의 제지 공방, 목공 공방, 인쇄 공방 등이 모여 있다. 중심부가 구텐베르크를 중심으로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아도 로제마인 님께 우대 받고 있는 것은 일목요연하다.
……거리의 소문에 의하면 문이나 창문도 문제 없이 설치되어 있는지, 귀족님이 일부러 확인하러 올 것 같으니까 말야.
귀족님이 일부러 오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리 사람들은 말하고 있었지만, 고아원과 공방에 드나드는 귀족님을 몇이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다지 거부감이 없다.
"갈아입고 우리집으로 오렴. 축하하기 위해 점심식사를 준비해 두었으니까."
아줌마가 그렇게 말하자, 사장님과 마르크 씨가 방긋 웃는다. 성인식 이후엔 가족끼리 축하하는 것이 보통이다. 나의 부모는 에렌페스트에 있기에 약혼자인 투리의 가족, 후견인인 사장님과 마르크 씨가 축하해 주기로 되어 있다.
"앞으로도 써야 하는 걸. 카를라 아줌마가 만들어 준 나들이옷이 더러워지면 곤란해."
투리가 나의 팔에서 떨어지면서 나들이옷을 조금 쓰다듬는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 이라며 투리와 함께 자수해 만들어 준 나들이옷이다. 소중히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장님, 마르크 씨와 함께 프랭탕 상회의 이층으로 올라갔다. 투리는 다프라라 길베르타 상회의 이층에서 살고 있고, 3층에 아저씨와 아줌마와 카밀이 살고 있다. 구텐베르크와 로제마인 님 전속의 가족은 대부분 이웃이다.
재빨리 갈아입고 귄터 아저씨네 집으로 향해, 음식을 먹고 천천히 식후의 차를 마신다. 아주머니와 투리가 함께 식후의 정리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머리를 마구 흐트러뜨린다.
……원래라면 그 녀석도 성년식이었을 텐데.
신전장의 의상을 입고 단상에서 축복을 보내던 본인이야말로, 원래라면 함께 축복을 받으며 성인식을 치렀을 것이다. 세례식을 함께 받았었으니까.
하지만 로제마인 님은 일 년 후에 다시 세례식을 치르고 영주의 양녀가 되었다. 분명 귀족님은 겨울의 끝에 귀족원에서 함께 성인식을 치른다고 하니, 나의 일 년 반 정도 후에 성인이 되게 된다.
"다음의 성무는 러츠와 투리의 결혼인데, 슬슬 결혼 준비 하지 않아도 돼?"
"그만해라, 카밀! 아빠는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아!"
"투리는 내년에는 제대로 결혼하는 것이 좋으니까 아빠는 조용히 있어. 로제마인 님은 알렉산드리아에서도 인쇄업을 넓힐 예정이지? 전과 똑같이 영지를 돌아다니게 되면 내년이라 해도 결혼할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잖아. 빨리 준비해서 빨리 결혼하는 것이 절대로 좋다고."
카밀의 말투에 사장님과 마르크 씨가 웃었다.
"카밀의 말도 옳지만, 우리는 인쇄업을 넓히기 위해 불려온 것이니까. 러츠는 다시 구텐베르크들과 이곳저곳에 가게 되겠지. 하지만 미리 예정을 말해주면 제대로 감안해 줄 테니까. 잭네에게 그런 말이 나왔을 때, 로제마인 님은 제대로 고려해주었으니까 말야."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 달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문을 여는 듯한 소리이다. 우리들은 무심코 얼굴을 마주보았다. 아저씨가 일어나 문 앞으로 빠르게 이동해, 중심을 낮추면서 다른 모두에게 떨어지라고 손으로 지시한다.
"현관과는 다른 방향에서 들려오지 않았나?"
"……전원 여기 모여있는 거 맞지?"
경계하며 모두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숨을 죽이는 가운데, 따각따각 구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 분량이며, 마치 발소리를 죽이고 있는 듯한 기척이 가까이 다가온다.
"오늘은 성인식이니까 절대로 있을 거에요. ……아, 조용히 하지 않으면 들킵니다. 발소리를 내면 안 돼요. 살―짝 움직이는 거에요."
네가 제일 시끄럽잖아! 라고 무심코 태클을 걸고 싶어지는 느긋한 목소리는 귀에 익은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있을 리 없다. 영문을 알 수 없었기에 나는 무심코 주위를 돌아보았다.
사장님과 마르크 씨가 아득한 눈이 되어 있고,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들린다. 아저씨도 아줌마도 투리도 살짝 입을 벌리고 눈을 깜박이고 있다. 거기에 있는 것이 누구인지 확신하고 있는 얼굴이다. 카밀만은 모두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곤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손잡이가 움직이고, 바―앙 하고 힘차게 문이 열렸다.
"다녀왔습니다! 마인이에요!"
신들의 총애를 받는 여신의 화신으로 유명한 미소녀. 밤하늘 색 머리카락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투리가 만든 머리장식과 신기한 색으로 빛나는 돌이 몇개나 달린 머리장식이다. 할트무트 님의 말에 의하면 신들의 손으로 완성된 완벽한 미모. 그 안에 있는 것은 감정을 잘 비추는 달과 같은 금의 눈동자. 그리고 수많은 찬미를 받는 모처럼의 용모를 모두 망치는 언동. 어딜 어떻게 봐도 마인이었다.
"어서 와, 랄까……너, 계약 마술은!? 마인이에요, 라고 해도 되는 거야?!"
계약 마술이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서 입을 뻐끔거리고 있는 마인의 가족을 대신해 내가 고함을 지르자, 마인은 으스대며 "우후훗" 하고 웃었다.
"그 계약 마술은 에렌페스트 한정이니 알렉산드리아에 있을 때는 괜찮아. 내가 영주가 됐으니까 이제 그런 계약을 맺을 일은 절대 없어."
"정말이야……?"
갑자기 알게 된 계약 마술의 범위에 대한 충격으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마인은 그런 우리들의 반응에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그나저나 갑자기 돌아왔는데 의외로 놀라지 않네. 우와! 라거나, 넌 누구냐?! 같은 것을 상상했었는데……."
"네 목소리, 한참 전부터 들려왔으니까."
"어? 정말!?"
주위를 둘러보며 그렇게 말한 마인은 불만스러운 듯 뺨을 부풀리고 뒤를 돌아본다.
"봐요, 페르디난드 님 때문에 눈치채였잖아요. 모처럼 놀래켜 주겠다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들은 것은 분명 네 목소리겠지."
……엣!?
페르디난드 님의 목소리가 들려와 놀랐다. 아저씨도 아줌마도 투리도 눈을 크게 뜬다.
"어? 페르디난드 님이라고!? 어째서 여기에!?"
아저씨의 목소리에 마인이 문에 가려진 부분을 향해 손짓한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무표정인 페르디난드 님이었다. 페르디난드 님의 소매를 붙잡은 마인이 볼을 붉히고 시선을 헤매이며 말을 찾기 시작한다.
"아, 저기 있지. 그……나 말야, 실은……."
뭐랄까, 그 달달한 분위기만으로도 마인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머뭇거리고 있는 마인의 모습에 아저씨가 머리를 안고 한숨을 토하고, 아주머니와 투리는 페르디난드 님이 왔다는 긴장으로부터 해방된 듯, 얼굴을 마주보고 어깨를 움츠린다.
"즉, 페르디난드 님으로 정해졌다는 거지? 알고 있다."
사장님과 마르크 씨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카밀 혼자만 아직 눈을 빙글거리며, "뭐야, 이거? 무슨 일?" 라며 허둥거리고 있다.
"우엣!? 어째서 알고 있어? 평민쪽에는 아직 공표하지 않았는데?"
"내가 투리에게 듣고 보고했으니까."
"어째서 투리가 알고 있는 건데!?"
나는 투리에게 시선을 향했다. 마인이 돌아왔다는 놀란 얼굴에서 기막혀하는 얼굴이 된 투리가 하아, 한숨을 토하고 머리를 흔들며 마인을 바라본다.
"한넬로레 님의 머리장식을 주문 받을 때에 마인이 말했잖아. 페르디난드 님을 연모한다던가, 페르디난드 님이라면 정략 결혼도 좋다던가, 가족과 같으니 부부와 다름없다던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엄청나게 놀랐고, 감회가 깊었던 것이다. 책밖에 보이지 않는 듯한 마인에게도 그런 상대가 생긴 건가, 하고.
"잠깐, 잠깐, 투리! 단어, 단어는 맞지만 여기저기 다르고, 난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어!"
"대체로 맞으면 괜찮다던 마인이 그런 약간의 차이에 신경쓰다니, 마인 답지 않아."
"약간의 차이로 엄청 달라지잖아!"
마인이 페르디난드와 투리를 번갈아 보하면서 "아니, 그렇지 않아요! 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라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고 있다. 페르디난드 님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기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마인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다. 뭐랄까, 마인도 이런 사랑에 빠진 여자아이의 얼굴을 할 수 있는 건가, 하고 감탄해버리고 만다.
……제법이잖아, 페르디난드 님.
"에~? 엄청 다르다고 해도, 페르디난드 님과의 결혼이 결정된 거지?"
"그건 그렇지만……그 때 말했던 내용은 전혀 다르잖아!?"
"그래? 뭐, 결과적으로 결혼한다면 그게 그거고, 딱히 문제 없잖아."
투리는 별 거 아니라는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지만, 마인으로선 크게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붉어진 뺨을 누르면서 투리를 노려본다.
"무, 문제 있어. 그러면 마치 내가 페르디난드 님을 좋아하는 것 같잖아. 연모같은 건 하고 있지 않다는데도, 아무도 믿어 주지 않잖아!"
……하아? 뭐라는 거야, 이 녀석?
모두의 마음의 목소리는 절대로 똑같았을 거라 생각한다. 어딜 어떻게 봐도 페르디난드 님을 좋아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사장님과 마르크 씨도 뜨뜻미지근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투리도 알고 있는 것이겠지. 기막힘이 절반, 놀림 절반인 얼굴로 마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주머니는 입가를 누르고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다. 아저씨는…… "나는 듣고 싶지 않아" 라며 귀를 막고 울상이 되어 도망치듯 아줌마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와, 나중에 무지 귀찮겠네.
투리와의 약혼이 성립된 이후의 아저씨의 모습을 떠올린 나는 투리와 마인의 투닥투닥을 보면서 좀 아득해지고 만다.
"흐응, 그렇구나. 그럼, 마인은 페르디난드 님이 싫은 거야?"
"싫어하지 않아."
"그럼 좋은 거지?"
"아, 그, 좋아하지만, 그런 의미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럼 무슨 의미인데?
태클을 걸고 싶지만, 섣불리 걸고 넘어졌다간 묘한 억지에 휘말려 이상한 곳으로 나가버릴 것 같다. 투리는 명백히 재미있어 하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 마인을 놀리는 것은 투리에게 맡겨 두자.
"네, 네, 이제 됐어요. 알았으니까."
"절대로 모르고 있잖아!?"
손을 파닥파닥 흔드는 투리를 마인이 노려본다. 금색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것을 보니, 놀리는 것도 슬슬 끝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에~? 알고 있다고. 마인은 페르디난드 님이 싫지 않고,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한다는 거지?"
"에엣!?"
마인이 목까지 새빨개졌다. 그ㅡ리고는 아무런 반응 없이 마인을 내려다 보고 있는 페르디난드 님에게 "아……아우. 그게 아닌……건 아니지만……그게 아닙니다" 라고 변명하듯 말하면서 슬금슬금 떨어지더니 등을 돌리고 다닷 뛰쳐나갔다.
둔하고, 뜀박질이 느린데다, 금방 체력이 바닥나버리는 마인이 표적으로 삼은 것은 비교적 문과 가까운 곳에서 멍하니 굳은 채로 자매의 대화를 보고 있던 카밀이었다. 마인은 카밀을 꼬옥 껴안고 문질문질 머리에 뺨을 비비며 훌쩍이기 시작했다.
"……우우~ 카미일~. 투리가 괴롭혀~."
"어? 에? ……그……자, 잠깐만."
마인에 꼬옥 안긴 카밀이 이번에는 얼굴을 붉히고 울상이 되어 손을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카밀에게 있어서는 낯선 누나의 가슴에 안겨 이리저리 쓰다듬겨지는 것이다. 명백히 완전혼란 상태이다.
"뭐야, 이거? 뭐야 이거!? 누군데? 무슨 일인데!? 우와앗! 러츠, 도와줘!"
"응응, 누군지 모르겠지? 마인 누나야, 카밀. 하아, 정말 많이 컸네. 나, 계속 이렇게 꼬옥~ 하고 싶었어. 내가 안으면 울어버리는 부분은 달라지지 않아 안심했어."
……거기서 안심해도 되는 거냐고?
놀림받은 것이 숙쓰러운 측면이 큰 마인은 카밀이 아무리 혼란해하고 있어도 동요하지 않았고, 아주머니나 투리도 흐믓하게 보고 있다. 그래도 역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로제마인 님" 에게 껴안겨 있는 것은 불쌍하다.
"마인, 카밀이 엄청 혼란해하고 있으니까 슬슬 놔줘."
"싫어. 7년 동안 밀려 있던 꼬옥~을 누릴 거야."
문질문질 마인은 볼을 비볐지만, 카밀은 나를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고 있다. 머릿속에 귀족님이라는 의식이 있으니, 힘껏 뿌리치지도 못하겠지.
"카밀은 아무런 사정도 듣지 못했잖아. 7년분을 만끽할 거라면 저쪽에 적임자가 있다구."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아저씨를 가리키자, 마인은 무우, 하고 입술을 내밀고, "어디 두고 봐" 라며 카밀에게서 떨어지고는 아저씨를 향해 달려든다. 엉망으로 헤집어진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카밀이 "러츠,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라며 원망스러운 듯한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사장님이랑 마르크 씨도 사정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모르다니……."
"계약 마술에 반하면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카밀에는 알려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아저씨가 판단했거든."
"마인은 타령의 귀족님의 습격을 받아, 가족이 연좌로 처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두 번 다시 가족으로서 관여하지 않는다는 계약 마술을 나누고 영주의 양녀가 되었다. 계약 마술에는 범위가 있었던 듯, 알렉산드리아는 범위 밖이라 가족으로서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틀림없는 너의 누나다."
나와 사장님의 간단한 설명에 카밀이 울상인 채로 "그게 무슨 소린데!" 라고 외쳤다. 사장님과 마르크 씨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한다.
"뭐, 카밀의 혼란은 안다. 마인이 관련되면 무엇이 되었든 대체로 그런 감상이 나오니까."
"그렇군요. 정말로 가까이서 보고 있어도, 멀리서 이야기를 듣고 있어도 영문을 알 수가 없으니까요."
가게에서는 누구보다 의지가 되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적이 없는 두 사람의 깊은 수긍에 카밀이 창백해진다.
"……그보다 카밀은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아. 바로 다음의 꼬옥~ 공격이 올 테니까. 저 녀석의 7년, 네게 있어선 평생 분량의 애정이 쏟아져 내릴 테니까. 두고 보자고 했었지?"
"평생 분!? 뭔가 굉장히 무섭게 들리는데?!"
움찔하는 카밀을 보고 나는 웃는다. 순순히 마인의 7년치의 애정에 압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신전에서 살짝 보는 것이 전부였던 카밀에 대한 마인의 애정은 터무니 없는 상태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빠, 다녀왔어요!"
"……마인, 어서 오렴. 잘 돌아왔다. ……정말로 잘 돌아와줬어."
두 번 다시 이렇게 안을 수 없을거라 체념하고 있던 마인의 귀환에, 아저씨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페르디난드 님 덕분이야. 나 정말로 많이 도움받아서……. 여기 오기 위한 전이진도 만들어 준데다……."
"그래……. 그래……."
아줌마가 둘의 모습을 보며 앞치마 끝으로 눈가를 훔쳤다. 문득 뭔가를 눈치챈 듯이 시선을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나도 덩달아 그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페르디난드 님이 마인과 아저씨를 보고 있었다. 무표정으로, 조용히, 가만히.
언뜻 보아서는 페르디난드 님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인이 말했던 "페르디난드 님 덕분" 이라는 단어와 아저씨와 마인의 포옹을 가만히 지켜보는 모습을 보면, 이것이 이 사람이 바라던 광경이었다는 것을 어쩐지 알 수 있었다.
"마인."
"우우~……. 왜, 엄마?"
훌쩍훌쩍 울면서 마인이 아줌마를 본다. 아줌마도 울상이었지만, 일부러 기막혀 하는 듯한 목소리를 낸다.
"왜가 아니에요. 미래의 남편을 끝도 없이 복도에 내버려두면 어떡하니? 적어도 안으로 들어오라거나, 제대로 소개하거나 하세요."
"아, 그렇네."
마인이 자박자박 달려가 페르디난드 님의 팔을 잡는 순간, 페르디난드 님의 미간에 주름이 새겨졌다.
"아니, 나는 여기면 된다. 신경쓰지 마라."
"안 됩니다."
……저기, 마인. 사실 너와의 결혼, 페르디난드 님은 엄청 싫어하는 거 아냐?
그렇게 자주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도 까다로운 얼굴을 하고 있는 페르디난드 님의 미간에 주름이 선명하다. 괜찮은 건가, 하고 나는 불안해졌다.
하지만 마인은 개의치 않고 페르디난드 님을 잡아끌어와 울어서 부은 눈으로 가족을 빙 둘러보았다.
"나의 약혼자인 페르디난드 님입니다. 아빠처럼, 영지채로 나를 지켜주는 사람. ……귀족들에게는 발표한 사실이지만, 이렇게 확실히 모두에게 소개하고 싶었어."
"이봐, 진정해라. 너무 감정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울어서 부은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마인의 모습을 보던 페르디난드 님이 마인에게 마석을 쥐어주고, 손수건을 꺼내 마인의 눈가를 닦기 시작했다. 뭐랄까, 엄청난 익숙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귀족님이랄까, 페르디난드 님이 할 행동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아연해지고 만다.
……뭘까? 무뚝뚝한 얼굴을 한 주제에 분위기가 무척이나 달달한 듯한 기분이 드는데.
"그렇지만, 정말로 다같이 이러고 있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기뻐서……."
"알았으니까, 조금 감정을 억제하라. ……룬슈메르의 치유를."
페르디난드 님이 마인의 눈을 가리고 축복하자, 울어서 벌겋게 충혈된 눈이 치유되었다. 앞으로도 더 울것 같으니, 치유하는 것은 돌아가기 전에 하는게 좋지 않아? 라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저기, 성인식 하자! 모처럼 성인식 날에 마인이 돌아왔잖아. 머리를 땋고, 함께 축하하는 것만으로도 좋잖아. 마인의 성인식을 하자. 나, 머리 손질 도구 가져올게."
투리가 뛰쳐나가자 아저씨가 찬장의 컵을 꺼내 가볍게 흔든다.
"투리는 저렇게 말한다만, 마인, 시간은 있는 거니?"
"어디보자……페르디난드 님?"
아저씨가 술을 권하는 모습을 본 마인이 페르디난드 님을 돌아본다. 조금 생각에 잠긴 페르디난드 님이 "6의 종까지는 돌아가야 한다만, 그동안이라면 문제 없겠지" 라고 말했다. 아직 5의 종도 울리지 않았다. 꽤나 시간이 있을 것 같다.
"좋아, 마르크. 그 술을 가져와라. 에렌페스트에서 가져온 비장의 녀석이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모처럼이니 밤에 개봉할 예정이었던 알렉산드리아의 술도 가지고 오도록 하죠. 카밀, 도와주시겠습니까?"
"네, 마르크 씨."
카밀이 이 자리에서 도망치듯 마르크 씨를 뒤따른다.
"다녀왔어! 여기 앉아, 마인. 머리를 땋아줄게. 아, 그래도 이 근처에 늘어뜨리고 있는 부분만이겠네. 머리장식 언저리는 고정제로 굳혀져 있으니까."
가게에서 여러가지 도구를 가지고 온 듯한 투리가 테이블 위에 쿵 하고 나무 상자를 내려놓고 마인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재촉한다. 마인은 자신의 의자 옆의 의자를 팡팡 두드리며 방긋 웃었다.
"페르디난드 님은 이쪽에 앉아 주세요."
페르디난드 님은 조금 망설이다가 앉는다. 아줌마가 "술 준비가 될 때까지" 라고 말하면서 페르디난드 님에게 차를 권하자, 마인이 옆에서 손을 뻗어 한 입 꿀꺽 마셨다.
마인이 손님용 차에 손을 댄 것에 아줌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마인" 하고 책망하는 듯한 목소리를 냈지만, 마인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입이 닿은 부분을 손가락으로 닦아 페르디난드 님에게 보이고는 컵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가만히 정중한 동작으로 차를 권했다.
"자, 드세요. 페르디난드 님."
"……여기서는 필요 없다."
"그런가요?"
마인이 신전 무녀 견습 시절에 귀족님의 습관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기에 알고 있다. 저것은 맛보기이다.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시행하는 마인의 모습에, 평민이었을 때와는 많이 변했네, 하고 재차 생각했다.
"그럼 부탁해. 투리."
차의 맛보기를 마친 마인이 어깨에 걸린 머리를 등으로 넘기고 그렇게 말하자, 투리가 신을 내며 마인의 머리카락을 만진다. 사르륵 투리의 손에서 밤하늘색 머리카락이 미끄러진다.
"우와, 마인의 머리카락은 예쁘고 엄청 촉감이 좋네."
"그렇지, 그렇지? 근시들이 열심히 관리해 주는 걸."
"거기선 우리 린샹 덕분이라고 말해줘야지."
투리가 볼을 부풀리자 마인이 짝 하고 손을 마주쳤다.
"아, 이쪽에도 린샹 공방이 있지? 에렌페스트의 공방에 비해 품질은 어때? 신경쓰여서 직접 듣고 싶었지만, 역시 가볍게 찾아갈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
머리카락을 땋으며 두 사람의 대화는 길베르타 상회의 일에 대한 것으로 옮겨간다. 사장님도 몸을 내밀고 장사 관련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쇄업을 쭉쭉 진행하라는 말을 들었다만, 어느 정도나 계획이 서 있지? 이 거리에는 얼마나 인쇄 공방을 늘릴 건가?"
"로제마인 공방 이외의 두 가지는 조속히 해주었으면 합니다. 귀족원 과정을 기준으로, 고아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을의 세례식 후부터 신전 교실을 시작할 예정인 것은 아시죠?"
프랑들이 이동해 왔고, 신전 내부도 에렌페스트 때처럼 갖춰져 있다. 고아원 아이들에 대한 교육과 함께 부자 아이들에 대한 교육도 동시에 시작하고 싶다는 말은 들었었다.
"이쪽에서는 카밀를 보낼 생각이다. 아직은 귀족과 어울리는 방법을 몰라서, 큰 상점의 다루아는 그다지 내키지 않아하는 모양이더군. 귀족과의 연줄이 생기는 이익과 아이의 실수로 징계를 받는 것을 천칭에 달아 재고 있는 느낌이다."
수업료는 싸지만 위험이 크다는 판단이 되어 있다. 프랭탕 상회와 길베르타 상회가 알렉산드리아에서 새로 들인 다루아 견습을 보낼 것이기에, 다른 상인들이 어떻게 할지는 그것을 보고 나서일 것이다.
"아아, 역시 실제 현장을 보고 싶네요. 답답합니다. 가능하다면 양부님을 본받아서 암행하며 돌아다니고 싶어요."
"쓸데없는 것을 생각하지 마, 바보!"
사장님과 나의 목소리가 겹쳤다. 마인의 엉뚱함에 머리를 안고 싶다.
아랫마을의 숲에 정체를 숨기고 찾아온 질베르타 님, 공방에서 직접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유스톡스 님, 아랫마을에 성녀의 위대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좋을지 상담해 오는 할트무트 님의 대응에 휘둘려 온 것은 나이다.
"정말이지, 너는……."
미간에 주름을 새긴 페르디난드 님이 그렇게 말했다. 함께 혼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나는 꾸짖는 역할을 양보하는 기분으로 페르디난드 님을 본다.
"지금 하고 있는게 암행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가?"
"아, 그랬었죠."
……이미 암행중이었던 건가. 그렇군. 즉, 페르디난드 님은 이미 허가했다는 거지?
마인이 돌아온 것이 기뻐서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페르디난드 님이 암행을 허가할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무표정하고 감정이나 생각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아 이해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 이 사람은 마인에게서 단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다. 지금도 투리가 머리를 땋고 있는 마인을 보고 있다.
……이거 혹시 꽤나 위험한 상황인 거 아냐?
앞으로 마인이 여기에 오는 일이 늘어나면, 페르디난드 님의 허가를 받아 밖으로 나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나는 사장님과 얼굴을 맞대고 미래 예측에 머리를 싸맸다.
"모처럼 새 도서관을 만들었는데도 아직 여기저기가 휑해서 쓸쓸한걸. 어서 빨리 프랭탕 상회가 잔뜩 책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 힘내는 거야, 러츠."
잔뜩 만들어서 책장을 가득 채울 거라고 금색의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마인에게 사장님이 "안타깝게도 무리다" 라며 어깨를 움츠린다.
"러츠는 1,2년 정도 출장을 나가야 하니까 그런 부분을 배려해서 계획을 세우자고. 러츠와 투리의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까."
그동안은 축복을 방지하기 위해 숨기고 있었는데, 사장님에 의해 깨끗이 발각되었다. 눈이 동그래진 마인이 나를 보고, 투리를 돌아본다.
"마인, 머리는 움직이지 마!"
"그치만, 투리와 러츠가 결혼을 한다고!? 난 듣지 못했는데!?"
"화려한 축복을 당해버리면 곤란하기 때문에 시기를 저울질 한 거야."
투리의 기막혀 하는 목소리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문관들이 잔뜩 모여 있는 회합자리에서 팟 하고 축복이라도 당해버리면 곤란하다.
"그럼, 진짜로 결혼하는 거지!? 우와, 어쩌지!? 엄청 기뻐! 신에게 기……."
"멈춰라, 바보 녀석! 여기서 축복의 빛이 새버리면 두 번 다시 못 오게 된다!"
"그, 그것은 곤란합니다! 아, 아, 그래도 축복하고 싶습니다."
"당일에 해라. 레티지아 일동의 교육에도 딱 좋다. 그리고 나도 할 것이다. 너의 가족의 결혼식이니까."
페르디난드 님의 말로는 알렉산드리아는 신들에게 기도를 바치는 것을 일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귀족들을 교육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래서 마인의 축복이 아무리 커도 상관 없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결혼식 날에는 말도 안 되는 양의 축복을 받게 될 모양이다.
……근데, 그렇네. 마인과 페르디난드 님이 결혼한다는 것은, 투리와 결혼하는 나는 페르디난드 님과 친척이 되는 건가. ……진짜냐고.
로제마인 님과 페르디난드 님의 약혼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인으로 돌아오리라는 것을 상정하지 않았었고, 아까 들었을 때도 뇌가 생각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어딜 어떻게 바도 귀족님인 페르디난드 님과 친척으로서 지내게 되는 모양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술과 안주를 가진 마르크 씨와 카밀과 도움에 동원된 아저씨가 가게와 여기를 몇 차례나 왕복하며 축하 준비를 갖춘다. 아줌마는 가끔 투리가 마인의 머리를 땋는 것을 보면서 안주를 만들었다.
"됐다! 어때? 괜찮은 느낌 아냐?"
마인의 머리카락이 틀어올려져 있다. 투리 때도 생각했지만, 머리를 올린 것만으로도 단번에 성인 여성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 정말로 신기하다. 투리가 옆으로 뒤로 마인을 보고, "응응, 좋은 느낌이야. 귀여워, 마인" 라며 기쁜듯이 칭찬했다.
"오오, 역시 마인! 나의 딸! 세계에서 제일 귀엽다. 에바만큼이나 미인이다. 단번에 어른이 되었구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아빠는 기쁘다!"
"아빠, 호들갑이야."
"아니, 정말로. 에바가 처음 머리를 올렸을 때도 생각했지만, 여자는 아주 조금만 변해도 갑자기 예뻐지게 되는 거야. 오늘의 마인은 특별히 미인이라구."
마인은 좀 부끄러운 듯이 웃었지만, 눈꼬리가 늘어진 아저씨가 그 웃는 얼굴을 포함해 격찬한다. 헤헤 웃던 마인이 페르디난드 님에게 시선을 향했다.
"어떻습니까, 페르디난드 님? 나, 어른스러운가요?"
"나쁘지 않다."
페르디난드 님이 무표정으로 끄덕이는 순간, 아저씨의 눈이 번뜩 빛났다. 테이블 위로 불쑥 몸을 내밀고 험악한 표정으로 페르디난드 님을 노려본다.
"어이, 잠깐 기다려. 나쁘지 않다는 것은 뭐지? 우리 딸은 세계 제일이야."
……잠깐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저씨야!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나는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 귀족님을 상대로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아무래도 너무 무례한 태도다. 나는 조심조심 페르디난드 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페르디난드 님은 무표정 그대로다. 뭔가 일이 발생하기 전에 아저씨를 끌어내려고 나와 사장님이 일어선다.
"귄터, 진정해라."
"사장님 말대로다. 상대는 페르디난드 님이라고?"
"그게 뭐? 이 녀석은 마인을 빼앗아 가는 남자라고? 마인을 소중히 하지 않는 녀석은 상대방이 귀족님이든 신님이든 내가 용서 못해!"
완전히 눈이 진심이 된 아저씨가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소스라치며 숨을 삼킨 순간, 마인이 쿡쿡 웃기 시작했다.
"역시 나의 아빠라는 느낌. 그죠, 페르디난드 님?"
"아, 그렇군. 넌 정말로 귄터와 닮았다."
슬쩍 마인의 뺨을 어루만진 페르디난드 님이 아저씨에게 돌아앉았다. 표정이 변하지 않았기에 화내고 있는지 아닌지조차도 알 수 없다.
"귄터, 에바."
부르는 소리에 주위에서 보고 있는 우리들이 움찔 한다. 하지만 아저씨는 여전히 덤벼들 듯한 태도였고, 아줌마는 태연한 얼굴이다.
"나는 그대들의 깊은 애정을 받고 자란 마인에게 구해졌다. 귀족과 평민으로 입장이 달리져, 계약 마술에 묶였음에도 세세한 인연을 이어온 그대들에게는 존경심마저 느낀다. 가족이라는 것을 내게 가르친 것은 마인이지만, 정확히는 마인을 키우고 지켜온 그대들이다."
페르디난드 님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다. 그런데도 조용히 이야기하는 목소리에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정이 있었다. 거기에는 마인의 가족이라서 존중하는 것이 아닌, 아저씨와 아줌마에 대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대들이 서로 아끼며 함께 해온 것처럼, 나도 그녀를 지키겠다. 이미 그녀에게는 영지채로 지키겠다고 맹세했다. 그대들에게도 마인을 무엇보다 소중히 하겠다고 맹세한다. 그러니, 마인의 가족인 그대들에게……내가 마인의 가족이 되는 것을 인정받았으면 한다."
귀족으로서의 가족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닌, 마인의 가족이 되고 싶은 것이라고 페르디난드 님이 말한다.
마인이 가만히 아저씨와 아줌마를 바라보고 있다. 금색 눈동자가 행복한 듯이 젖어 있는 것을 보고도 "인정 못해" 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페르디난드 님에게 마인을 맡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는 거에요. 제대로 마인을 소중히 해주는 사람이라 잘 되었네요, 귄터."
아주머니가 기쁜 듯이 그렇게 말하고 나무 술잔을 아저씨와 페르디난드 님 사이에 툭하고 두었다. 아저씨가 콧잔등에 주름을 새기며 테이블에 놓인 술잔에 아줌마가 건네준 술을 따른다.
탁 하고 내리놓인 술병을 앞에 두고 페르디난드 님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듯이 마인을 보았다. 마인이 눈을 깜빡인다. 보통 술병이 놓이면 따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근시의 급사를 받는 것이 당연한 둘은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술잔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런 걸까.
"그 술잔에 페르디난드 님도 술을 부으면 돼. 평민들이 약혼할 때 하는 의식이야."
"러츠."
"나도 투리와의 약혼이 결정되었을 때 했었어. 귀족의 방식은 모르지만, 페르디난드 님이 평민 측에 맞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줄 수 있어."
"고맙다."
페르디난드 님이 그렇게 말하고 병을 들어 잔에 따르기 시작한다. 꼴꼴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술은 약속의 표시다.
아저씨가 술잔을 들었다. 꿀꺽 크게 한모금 마시고 잔을 페르디난드 님에게 내민다.
"마인을 부탁한다."
"약속한다."
페르디난드 님이 받은 술잔을 들이킨다. 마인과 페르디난드 님의 약혼이 성립되었다.
그 이후엔 마인이 성인이 된 것과 약혼을 축하하며, 6의 종이 울리기 직전까지 모두 함께 떠들고 있었다.
약혼했으면 뽀뽀 정도는 하라고 부추기는 사장님 때문에 마인이 동요하거나, "페르디난드 님의 물의 여신은 마인이었군요" 라는 마르크 씨가 말에, "내게 있어선 모든 여신이 마인이다만?" 라는 정색한 대답이 돌아와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곤란해 하거나, 카밀이 또다시 마인에 안겨 모두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페르디난드 님이 가족과 떠나 있던 동안의 마인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아저씨의 호소에 그 이야기를 하거나, 투리와 마인과 아주머니가 새로운 의상에 대해 논의하거나, 마인이 나와 투리가 친해진 연유에 대해 캐묻거나……. 즐거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시 오렴. 물론 페르디난드 님도 같이요."
"다음에는 네가 술을 준비하라고."
기분좋게 취한 아저씨가 페르디난드 님의 머리를 부석부석 헤집으며 그렇게 말했다. 페르디난드 님은 아저씨에게 당하는 그대로 "비장의 술을 가져오지" 라고 답한다. 페르디난드 님의 표정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마인의 말로는 아주 부드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 오는 것은 측근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이라 연락이 어렵다는 것은 알았으니까, 다음에는 반드시 이것을 입고 와, 마인. 이쪽이 페르디난드 님 거야."
투리는 부잣집 딸이 입을 것 같은 평민의 옷을 몇 벌 마인에게 건넸다. 아무리 다른 의상에 비해 하늘하늘한 부분이 적어 훨씬 움직이기 쉽다고 해도, 귀족의 집무용 옷을 입고 와버리면 다른 사람의 눈에 띄었을 때 곤란한 것이다.
"고마워, 투리. 계절에 한 번 정도는 놀러 올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할께. ……카밀, 다음에 올 때까지 마인 누나라고 부를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어. 기대하고 있을테니까."
그런 마인의 쓸쓸한 듯한 목소리를 듣고, 마지막까지 마인에게서 도망다니던 카밀이 나의 뒤에서 어색한 듯이 얼굴을 드러냈다. 카밀이 도망다니던 것은 딱히 마인이 싫어서가 아니다. 갑자기 생긴 미인인데다 귀여운 누나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랐을 뿐이다.
"나는 이제 누나라고 부를 나이가 아니니까……투리처럼 이름으로 부를게, 마인."
마인이 기쁜 듯이 웃으며 벽에 손을 댄다. 그 순간, 지금까지 없었떤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술로 감춰져 있던 문을 연다.
"또 봐, 마인."
"응. 또 봐, 모두!"